기고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지음)라는 제목의 책이 샐러리맨의 애환과 희망을 담고 연일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부자 아빠가 되는 것은 대부분의 가장에게 숨겨진 열망이며 부자가 되기 위한 25시간의 노력은 현대사회의 불가피한 요구이다.무한경쟁의 사회는 사회구성원에게 무한대의 노력을 강요한다.이런 사회에서 (로또)복권은 단번에 신분상승을 가져다주는 기회로,서민들의 가느다란 희망으로,일주일간의 위로로,실현할 수 없는 신분상승의 열망으로,서민들의 동경심을 달래준다. 강남의 신화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재건축 대상인 17평 아파트의 가격이 9억원에서 11억원,평당분양가는 2000만원대,특권층 타운인 T아파트 등 몇몇 아파트의 가격은 경기와 상관없이 수요가 넘친다,서민은 이를 이해할 수가 없다.발코니나 현관의 가격이 1억원이다,2002년 도시 근로자의 평균급여가 200만원 이하이다.1억원이라면 급여의 반을 저축한다고 해도(주변에 대한 무관심과 레저·문화적 삶을 거의 포기한 결과로…)거의 10년을 기다려야 겨우 베란다 하나 구입할 수 있다.그래서 강남의 주택 가격은 거품일 것이며.언젠가는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고 서민들은 기대하고 바란다.
이런 서민들의 기대가 이루어질까.강북 사람도 강남 사람이 되어 강남과 강북이 남북으로 분단(?)된 아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김영삼정부(문민정부)는 집권 초기인 1995년 ‘토지공개념’법률을 입안,시행하였다.이러한 법률제정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부동산 소유 실태를 파악하였으며 그 결과 상위 5%의 인구가 부동산의 65%를 소유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발표이후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짐).
상위 5%와 하위 95%를 구분하여 부동산 시장을 ‘구분시장’화하면 강남 신화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가 가능하다.전국 부동산의 총가격(시가)은 토지 약 3000조원,건물 약 2500조원으로 합계 총 5500조원(국공유지 포함)으로 추산된다.인구 4700만명의 5%는 235만명이니,상위 그룹의 부동산 소유액는 1인당 15억원을 상회하며 4인가족 기준 60억원을 상회한다.나머지 95%의 인구(약 4550만명)의 부동산 소유액은 1인당 4400만원,가구기준 1억 8000만원 상당이다.
상위 5%의 경우 가구당 부동산보유만 80억원을 상회하므로 6억원이상 주택이 10만가구인 것은 아직도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강남 지역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현재 고평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까닭은 미래가치(상승기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사회의 정책적 포커스는 상위시장에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굿모닝시티의 3300명 분양 피해자에 대한 관심보다도 정치인들의 로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양도소득세율은 하향 조정되었고,토지공개념 관련법률은 대부분 폐지되었고,부동산보유 관련 세금은 GDP대비 일본의 2분의1,타이완의 3분의1,미국의 5분의1 수준이다.부동산가격이 10% 상승하면 불로소득인 자본이득은 550조원에 이른다.우리나라 연간예산의 5배에 달한다.
토지소유권 사상사를 볼 때 인권사상과 맞물려 부동산의 소유권을 국가가 갖거나,선진국의 경우 부동산 개발권을 국가가 소유하여 불로소득의 원천을 근원적으로 제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적인 지적(地籍)제도와 등기제도는 일본민사령에 의해 만들어졌고 토지소유권은 조선 말의 수조권(경작권이 아닌)을 기준으로 인정되어 토지소유의 편중현상을 낳는 계기가 되었다.광복 이후 자작농은 14%에 불과한 것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이러한 소유권 편중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된다.부자 할아버지는 부자 아버지로,부자 아버지는 부자 아들로….
김용희 서울사이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