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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7개월째 “경기 부진”…수출투자 및 美中불확실성 탓

    정부 7개월째 “경기 부진”…수출투자 및 美中불확실성 탓

    역대 최장 ‘부진’ 평가...생산 증가세는 유지정부가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생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며 7개월 연속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이 주 원인이며 미·중 무역 갈등의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 배경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 및 투자의 부진한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을 지난 4월호부터 7개월 연속 사용했다. 2005년 3월 그린북 창간 이후 가장 긴 것으로 월별로 차이는 있다. 4~5월까지는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 등을, 6~10월에는 수출, 투자로 한정했다. 기재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가 이어지고 있고, 미중 무역 갈등의 경우 1단계 합의가 있었지만 향후 협상 관련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교역 및 제조업 경기 위축 등에 따른 세계경제 성장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8월 산업활동별 지표별로 광공업 생산은 한 달전보다 1.4% 감소했지만, 서비스업이 1.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 산업 생산은 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1.9%)와 건설투자(0.3%), 소매 판매(3.9%) 모두 증가했다. 9월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11.7%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세다. 기재부는 중국 등 세계경제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0.4% 하락했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세, 기저효과 등에 따른 것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0.6% 상승했다. 9월 국제유가는 사우디 석유 시설 피습 등으로 급등했지만, 관련 시설 조기 복구와 세계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반락했다. 9월 소비 관련 속보치를 보면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1년 전보다 7.4% 늘어났다. 5월부터 8월까지 넉 달 연속 감소하다 증가로 전환했다. 온라인 매출액(4.3%), 카드 국내승인액(6.4%)도 1년 전보다 증가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도 24.9% 늘었다. 다만 백화점 매출액(-5.1%)과 할인점 매출액(-7.7%)은 감소했다. 고용은 취업자 증가 규모가 확대되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9월 취업자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전년 동월대비 34만 8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전년동월대비 0.5%포인트(p)하락한 3.1%다.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와 국고채 금리가 9월 중순 이후 하락했으며, 환률은 9월 들어 하락(원화 강세)하다 중순 이후 상승(원화 약세)했다. 주택시장은 9월 중 매매가격(0.01%)은 상승했지만 전세가격(-0.03%)은 하락세가 지속됐다.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재정 집행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투자·내수·수출 활성화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제18호 태풍 ‘미탁’ 특별재난지역 2차 선포…총 11개 지역으로 확대

    제18호 태풍 ‘미탁’ 특별재난지역 2차 선포…총 11개 지역으로 확대

    정부가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전남 해남군, 경북 경주시, 성주군과 강원 강릉시 소재 강동면·옥계면·사천면 및 동해시 소재 망상동, 전남 진도군 소재 의신면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특별재난지역으로 1차 선포한 강원 삼척시와 경북 울진군, 영덕군을 포함해 모두 11개 지역(6개 시·군, 5개 동·면)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번에 선포된 특별재난지역 주요 피해를 살펴보면 강원 강릉시 강동면·옥계면·사천면, 동해시 망상동은 주택 378동 침수, 농경지 24.4㏊ 침수·매몰 등 침수 피해가 특히 컸다. 전남 해남군과 진도군 의신면은 대부분의 피해가 사유시설 피해로 김 양식시설에 집중됐으며 일부 도로 붕괴 등의 피해도 있었다. 경북 경주시와 성주군은 농경지 침수·매몰, 벼 도복 등의 농가 피해가 많았고 교량, 도로사면 붕괴 등 공공시설 피해도 컸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해당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피해 복구비 중 지방비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의 50∼80%를 ·국고에서 지원해 준다. 또 주택 파손, 농·어업시설 파손 등 피해를 본 주민에게는 생계구호를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전기요금·건강보험료 등 공공요금 감면, 병력 동원 및 예비군 훈련 면제 등의 혜택을 준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특별재난지역에 대한 국비 추가 지원 등을 반영한 복구계획을 이달 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심의·확정할 예정”이라며 “이번 피해지역에서 수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각종 방재시설이 기후변화나 기상이변으로 인한 집중호우에 최대한 견딜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향으로 종합적인 복구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김연철, 무중계·무관중 남북축구 질타에 “죄송… 北에 실망”

    김연철, 무중계·무관중 남북축구 질타에 “죄송… 北에 실망”

    金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5·24조치 해제 관련 “환경에 맞게 검토” 김정은 새달 답방엔 “구체적 협의 없다”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7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예선 남북 대결이 무관중·무중계로 치러진 점을 질타하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북한이 무관중에 중계도 안 해 주는 마당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주최를 하겠다고 한다. 가능한 일이냐”는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의 지적에 김 장관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경을 묻자 김 장관은 “북한이 중계권료와 입장권료를 포기한 결과가 됐는데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 소강 국면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김무성 한국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는 “(북한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국당 소속 윤상현 외통위원장은 “북한의 경기방해 행위에 대해 공식 항의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따내야 한다”며 “청와대에 건의할 생각이 없나”고 재차 묻자 김 장관은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응해 2010년 취한 5·24조치 해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박정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5·24조치는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도 유연화 조치를 취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경우 예외조치로 한 바 있다”며 “조건과 환경에 맞게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5·24조치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등을 담고 있다. 김 장관은 금강산 관광 관련, 개별관광 형태로 재개한 뒤 비핵화 진전이 없는 경우 중단하 는 ‘스냅백’(제재 원상복구)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박 의원의 견해에 “개별관광은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 남북관계가 개선이 된다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다음달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구체적 협의가 없다”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신창현 의원, “홍수대책 부처별 제각각 추진 예산낭비, 사업지연”

    기상이변, 도시화 등으로 홍수 위험성 늘어나고 있는데 부처별로 제각각 추진하는 사업의 상호 중복으로 예산낭비, 사업지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현재 도시침수방지 관련 법정계획으로 행정안전부는 ‘자연재해저감종합계획’, 환경부는 ‘하수도정비기본계획’, 국토교통부는 ‘하천기본계획’을 각각 운영 중이다. 제각각 계획이 수립되다 보니 예산이 낭비되고 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추진된다. 이에 따른 상습침수와 임시복구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재해연보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농경지와 건물이 침수돼 입은 피해액은 116억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2015년 ‘도시지역 침수예방 및 복구사업 추진실태’를 통해 3개 부처가 우수저류시설, 하천, 하수도를 분산 관리하고 있어 효율적인 침수예방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3개 부처가 협업해 특정 도시하천을 공동 지정하고, 효율적인 침수방지사업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적했다. 경기도 신천에 대한 감사원 시뮬레이션 결과 부처별 침수방지대책을 마련하면 총 사업비 1908억원(국토부 하천기본계획 491억원, 행안부 자연재해저감종합계획 293억원, 환경부 하수도정비기본계획 1124억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부처 통합 침수방지대책을 수립하면 총 1658억원(하천정비 325억원, 빗물펌프장 142억원, 홍수조절지 560억원, 관거정비 및 고지배수로 631억원)이 소요돼 250억원의 예산 절감이 가능했다. 하천별로 2~3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사업기간도 3개 부처가 분산 추진하면 10년 이상 소요되는 사업이 통합 추진하면 6~7년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다. 신창현 의원은 “이번 태풍에도 침수로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3개 부처가 부처이기주의를 버리고 협력하도록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단독] 한국 기업, 日 태풍 구호 지원 거의 안 할듯

    [단독] 한국 기업, 日 태풍 구호 지원 거의 안 할듯

    SK, 성금 등 지원 검토…“아직 정해진 것 없어”삼성·현대차·LG “성금 지원 검토 안 해” 일본 동부 큰 피해… 산업생산·유통 차질 지난 12~13일 일본을 강타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현지에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재해 지역에 대한 성금과 구호물자 등의 지원을 대부분 하지 않기로 했다. 한일 관계 악화가 결정적인 이유로 알려졌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일본의 제조, 유통, 관광 등 산업 전반에 걸친 후유증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한일 갈등을 이유로 일본 재해 지역을 돕기 위한 성금 등의 지원을 하지 않기로 방향을 정했다. SK그룹은 소정의 성금을 전달할 지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고려사항이 많다”면서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삼성과 현대자동차, LG 등 다른 대기업들은 대체로 “현재로서는 성금 지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본에 대한 재해 지원 검토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면서 “아무리 선의로 돕는 것이라고 해도 일본이 한국 경제의 심장인 반도체 산업을 소재 수출 제한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는 자칫 국내 여론에서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 입장과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삼성 등이 지원할지, 얼마나 할지 등이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에는 상당한 액수의 성금을 모금하고 구호물자 등을 지원했다. 일본 내 한국 기업들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한 대기업 일본 법인 관계자는 “과거 동일본대지진 때에는 회사 차원에서 적지 않은 성금을 냈지만 이번에는 서울 본사 차원에서 아무 말도 없을 뿐 아니라 이쪽에서도 특별한 보고를 올릴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한일 관계가 나빠져 대규모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금을 내기는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연합체인 주일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 관계자도 “한기련 차원에서 재해 의연금을 낼 계획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동쪽 지역 공장·상업시설 및 교통시설이 폭우와 강풍 피해를 입으면서 산업생산과 유통 등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지게차 생산업체인 도요타자동직기는 협력업체들이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면서 부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게 돼 이날부터 아이치현 다카하마시 공장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침수된 정보통신 대기업 히타치의 후쿠시마현 공장은 복구 시점도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도쿄에서 동해에 인접한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를 잇는 호쿠리쿠신칸센 고속열차의 3분의1이 침수되는 피해를 보면서 2015년 노선 개통 후 특수를 누려온 나가노, 이시카와, 도야마 등 관련 지역이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유명한 단풍 관광지인 하코네도 하루 사이 1000㎜의 비가 쏟아지면서 등산 철도가 파괴돼 가을 대목에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서울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서울광장] 진보의 시간은 다시 못 올지 모른다/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진보의 시간은 다시 못 올지 모른다/황수정 논설위원

    대한민국이 상식의 진공 상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거짓과 위선의 몰상식이 상식을 압도하고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곤죽인 시간은 시련이다. 국민 단체 갱년기도 아닌데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열이 치솟고 등짝에는 식은땀이 나고 밥맛이 떨어진다는 사람, 주위에 넘친다. 울화병 초기 증세다. 졸렬한 시간에는 졸렬한 것들이 궁금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마당에도 여전히 그렇다. 졸렬한 시간을 버티기 힘든 가장 큰 이유다. 자신 때문에 나라가 반쪽 나서 분열 집회가 한창인 한밤중에, 자신의 아내가 검찰 조사를 받는 시각에 소셜미디어의 프로필 사진을 몇 번씩 바꾸는 심리 기제는 대체 뭔가. 상식이 교란된 기행(奇行)이거나,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조급증 이미지 정치의 완결편이었거나. 조국 임명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많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버림받았다. 분노한 광화문의 민심을 청와대 집무실에서 직접 듣고서도 “국론 분열이 아니며, 검찰개혁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지지세력만을 향한 의도된 화답은 지지세력보다 훨씬 더 많은 국민을 ‘없는 사람’으로 부정했다. 버려진 민심은 소외의 이중고를 겪는 중이다. 거리에서 갈라지고 쪼개진 민심에도 대통령의 논평은 “감사하다”였다. 감사함과 미안함의 용처를 구별하지 못하는 국정 지도자는 소통을 원하는 시민에게는 ‘넘사벽’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과 국민적 신뢰 규모는 조국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결자해지, 조국이 헝클어 놓은 자리를 수습하는 것은 전부 대통령의 몫이다. 민심의 상처를 원상복구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라 걱정했던 많은 시민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검찰 개혁 반대 세력으로 편을 가른 것이 집권당이다. 엄지 손가락 치켜세우며 임명한 윤석열의 조국 수사팀을 고발하면서 고발장 인증샷을 찍는 것이 집권당의 그릇이다. 대통령이 세월호 단식 농성장에서 읽었던 책(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은 “동의하지 않을 자유는 민주주의의 위대한 선물”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의견 차이가 아니라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죄악시하는 것”이라는 문장이 그냥 지나치지 못할 만큼 선명하다. 진보 민주주의는 시민의 마음에서 권력이 비롯되는 정치제도, 그러므로 ‘내 편’이 아니라 국민 다수의 마음을 잃지 않았어야 한다. 대통령은 책에서 무엇을 보았던 건가. 민주주의의 위기에는 친절하게 빨간불 신호가 들어와 주지 않는다. 부지불식간 진행되는 것이 위험 속성이다. 군부 독재자가 아닌 ‘선출된 독재자’가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시들게 하는 과정을 요즘 세계적 화제인 책이 적나라하게 경고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 기관을 입맛대로 바꾸거나, 언론을 소리 내지 못하게 길들이고, 정치 게임의 규칙을 바꿔 반대편에 불리하도록 서서히 운동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조국 사퇴의 변에서 대통령은 “언론의 성찰”을 주문했다. 친정부 매체로 지목된 특정 방송과 신문의 일선 기자들조차 조국 사태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고 뒤늦게 반발하고 나선 판국이다. 언론이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의심받지 않았던 진보의 시간은 다시 올 수 있을까.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친문 진영이 직접 만든 용어)은 ‘틀딱 태극기 부대’와 소통 민주주의를 훼절하기로는 저울의 눈금 하나도 차이 나지 않는다. 조국 사태를 건너면서 우리는 확인했다. 피의자의 증거물 유출을 “증거 보존”이라거나 “진영 논리가 어때서”라는 궤변을 서슴지 않은 유시민 같은 이는 진보의 복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정권을 바꿔 세상이 달라지기를 기대하지 말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 정권을 바꾸려 노력하자”던 노무현의 언표에 먹칠을 하고 있다.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금 유시민에게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리를 내놓으라고 한다. 급전직하한 대통령 지지율, 밑천을 들켜 잃어버린 많은 것을 복구하려면 진보의 전방위적 성찰만이 다급하다. 사퇴 수리 20분 만에 조 전 장관이 서울대 복직을 신청했다. 사퇴서의 잉크도 안 말랐다.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으로 명예를 추락시킨 곳이며, 그 문제로 그는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기회의 불평등에 분노하는 학생들에게 지금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건가. “이쯤 되면 항복”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여론이 또 쏟아지고 있다. 아무것도 성찰하지 않는 오만에 기가 질리고 있다. 진보의 정의가 추문(醜聞)이 되고 있다. sjh@seoul.co.kr
  • [기고] 세계재생에너지총회에 거는 기대/김성우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겸임교수

    [기고] 세계재생에너지총회에 거는 기대/김성우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겸임교수

    지난달 1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는 하루 원유 생산량의 절반이 감소했다.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 수준이던 유가가 피폭 후 7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예상보다 빠른 복구 소식에 다시 65달러로 내려갔다. 월가는 불확실성에 술렁였다. 정유사 수입 원유 중 약 30%가 사우디산인 우리나라가 직면한 리스크의 속살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95%)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외생변수에 의해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날씨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국내에서는 여전히 시각차가 존재한다. 결국 핵심은 경제성인데 최근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유럽은 물론이고 대만 해상풍력 및 중국 태양광까지도 보조금 없는 시장경쟁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프랑스 에너지그룹인 엔지도 보조금이 필요 없는 기술에 10억 유로를 투자한다고 한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경제성 측면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시장의 시그널이다. 우리나라 경북 및 제주 등은 바람이 세고 전남은 햇빛이 강하며 바다나 염해농지 등 활용할 땅도 작지 않다.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에서 20%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수립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수요 감축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기업, 상점, 가정, 개인 모두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공급이 똑똑해도 수요관리가 안 되면 소용이 없다. 우리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국토에서도 1960~1980년대 글로벌 흐름을 미리 읽고 석유화학에 선투자해서 주력 산업으로 키워 낸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유가 변동은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였지만 우리는 이를 산업 육성의 기회로 삼았다.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처럼 통제하지 못하는 외생변수 영향이 무기력하게 궁금한 현 시점이 다시 한번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계기다. 마침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재생에너지총회에서는 세계 주요 재생에너지 기업, 국제기구, 학계 대표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이를 계기로 국내 에너지 전환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 교회 ‘안 나가’ 신자들, 가나안으로 이끌다

    교회 ‘안 나가’ 신자들, 가나안으로 이끌다

    개신교에서 다니던 교회를 나오거나 신앙활동을 중단한 신자를 흔히 ‘가나안 신자’라 부른다. 가나안은 신학적으론 천국의 의미이지만 거꾸로 뒤집어 교회에 ‘안 나가’는 신자를 뜻하는 보통명사처럼 굳어졌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 8월 말 기준 25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신교 신자를 1000만명이라고 치면 25%에 달하는 수준이다.가나안 신자를 올바른 신앙과 교회로 이끄는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하며 실험목회를 이끄는 이가 있다. 2016년 김천 개운사 법당 훼손을 계기로 파면된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다. 손 교수는 법당을 훼손한 개신교 신자 대신 사과하고 복구기금을 모금해 학교에서 쫓겨났다. 복직과 관련한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지만 학교 측에선 아직 아무 조치가 없다. ‘가나안 교회’는 손 교수가 파면당한 이후 2017년 7월부터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예술신학과 목회를 실천한 실험 교회로 소문이 났다. 일정한 목회 장소 없이 매주 테마를 바꿔 가며 동역자들과 함께 일궈 온 교회다. 특정 교단이나 교리에 집착하지 않은 채 손 교수가 대학교수나 일반 신도들과 함께 간단한 성찬 예배를 곁들인 토론의 목회로 진행한다. 6개월마다 교회 지속 여부를 신도들과 함께 평가한다. 지금까지 모두 10개 교회를 시도한 끝에 지금은 음식과 음악, 거리 순례, 인문학 등 전문 분야 5개로 특성화했다. 목회마다 15~20명이 참여하며 고정 회원은 대략 1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을 묶은 단톡방에 다음 목회 일정과 장소를 고지해 이어 가는 형태다. 지난 2년 4개월여 기간에 실험 목회를 결산한 책 ‘교회 밖 교회’(예술과영성) 출간에 맞춰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손 교수와 동역자 1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소회를 나눴다. 정해진 모임 장소 없이 불규칙하게 이어가는 목회인 만큼 불편함과 어색함이 많았을 터. 특히 세례받지 않은 이들에게도 성찬을 나누고 불교 법당에서도 목회를 여는 열린 신앙 탓에 기성 기독교계로부터 받는 이단 취급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사동에 모인 동역자들은 어느 교회에서도 보지 못한 열린 목회에 많이 놀랐고 갈수록 애정을 느껴 적극 참여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인문학 목회인 후마니타스 가나안교회에 동역자로 참여하고 있는 이강선 성균관대 초빙교수(영문학)는 “살면서 부닥친 궁극적인 질문에 답을 받지 못해 기성 종교에서 나왔다”면서 “강요 없이 함께 설교하고 거리낌없이 토론하는 소통의 종교에 빠져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골목길 순례를 이어 가는 길 위의 가나안교회에 동참하고 있는 옥성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여가경영학)는 “손 교수의 가나안 교회는 한국교회에 희망의 작은 씨 뿌리기를 실천하고 있다”며 “가나안교회의 목회를 통해 골목마다에 깃든 장소성과 근현대사, 한국교회사를 더듬어 가며 상처받은 영혼을 구하는 거룩한 구라(求癩)를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대과학 목회인 STEAM 가나안교회에서 동역하는 최승언 전 서울대 사범대 교수(천문학)는 “신도 개개인의 신학적 이해에 자연과학을 접목하고 있지만 잘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자연과학 지식을 공유하려는 가나안교회 신자들을 보면서 흐뭇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예술신학 목회에 참여하고 있는 심광섭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진선미의 개념은 기독교 역사 속에서 표현돼 온 하나님의 속성”이라며 기독교 신앙을 자발적으로 즐기고 하나님의 아름다움으로 형태화하려는 가나안교회의 시도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손 교수는 2년 4개월여 가나안 목회를 이끌어 왔지만 목회 때마다 예배가 열릴 수 있을지, 참석자가 얼마나 될지를 놓고 고심한다. 그래서 ‘오늘도 무위이화(無爲而化·힘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변하여 잘 이루어짐)의 기적은 계속되었습니다’라는 말로 예배를 시작한다고 한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싸이월드, 다시 접속된다…서비스 일부 여전히 장애

    싸이월드, 다시 접속된다…서비스 일부 여전히 장애

    홈페이지 주소 소유권 1년 연장…정상화 여부 미지수 한때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어 글과 사진 등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모두 사라질 우려를 낳았던 싸이월드가 일단 서비스를 복구했다. 15일 IT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는 이날 새벽 ‘cyworld.com’ 인터넷 주소의 소유권을 1년 연장했다. 주소의 새 만료 기한은 내년 11월 12일까지다. 홈페이지와 앱을 통한 서비스 접속도 일부나마 재개됐다. 싸이월드는 지난 11일 사전 공지 없이 홈페이지 접속이 끊겼다. 인터넷 주소 소유권 만료일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비스가 이대로 폐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렇지만 일단 접속을 복구하고 도메인 소유권을 연장하면서 당장 서비스를 폐쇄하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싸이월드 측은 서비스 지속 의사를 정부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싸이월드가 앞으로 정상 운영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회사는 최근 경영난으로 서버 비용 등 최소한의 유지비 부담도 버거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홈페이지 주소 소유권을 1년 연장하는 비용은 몇만원 수준이다. 이날 홈페이지 첫 화면 접속은 가능해졌지만, 미니홈피와 클럽 등 서비스 곳곳에서 장애가 발생했다. 전제완 대표 등 관계자는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검찰 특수부 축소안’ 의결 후 즉각 시행…3곳만 남긴다

    ‘검찰 특수부 축소안’ 의결 후 즉각 시행…3곳만 남긴다

    정부가 15일 검찰의 대표적 직접수사 부서인 특별수사부를 서울·대구·광주 등 3개 검찰청에만 남기고 나머지는 폐지하기로 한 특수부 축소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다.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현재 특수부가 있는 서울·인천·수원·대전·대구·광주·부산 등 7개청 가운데 3개청에만 특수부를 남기고 명칭도 ‘반부패수사부’로 바꾼다. 이는 국무회의 의결 후 즉각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정부는 대통령안 27건, 일반안건 6건 등 33건을 심의·의결한다. ‘국군부대의 국제연합 남수단 임무단 파견연장 동의안’과 ‘국군부대의 국제연합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견연장 동의안’은 올해 말로 예정됐던 동명부대와 한빛부대 파견기한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동명부대는 350명 규모의 특전사 중심부대로 2007년 7월부터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에 파견돼 있다. 한빛부대는 지난 2013년 3월부터 유엔 남수단 임무단에 파견된 300명 규모의 공병 중심부대다. 이 내용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또 협동조합 형태의 여성 기업을 활성화한다. 여성 기업의 범위에 협동조합을 포함하는 내용의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아울러 축산물의 병원성 미생물 검사기준 및 오염 방지에 관한 사항 등을 조사·심의하는 축산물위생심의위원회의 위원 구성·임기·임명 기준 등을 규정한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도 의결한다. 한편 제13호 태풍 링링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한 국비 부담금 868억 4100만원 가운데 행정안전부 소관 재해대책비 예산 부족분 614억 4700만원을 ‘2019년도 일반회계 목적예비비’에서 지출하는 안건도 의결할 예정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방사성 폐기물 행방 ‘오리무중’… 침수된 신칸센 전량 폐차 위기

    방사성 폐기물 행방 ‘오리무중’… 침수된 신칸센 전량 폐차 위기

    폐기물 보관 포대 규모조차 파악 안 돼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나무·흙 등 보관 사재기·외국인 대피안내 부실 도마위 사망·실종 70명 넘어… 복구 장기화될 듯지난 12~13일 일본을 강타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간토, 도호쿠 지역에 피해가 집중된 가운데 신칸센 고속철도 침수 등으로 산업생산 및 일상생활에서 후유증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폭우로 유실된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폐기물의 행방도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NHK에 따르면 14일 밤까지 이번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는 58명, 실종자는 14명, 부상자는 211명으로 집계됐다.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후쿠시마 다무라시에서 유실된 방사성폐기물 보관 포대의 소재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앞서 다무라시는 “지난 12일 방사성폐기물 임시보관소에 보관돼 있던 2667개의 폐기물 보관 포대 중 일부가 폭우에 쓸려나가 인근 하천으로 흘러든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무라시는 “유실된 포대 중 10개를 회수했으며 포대의 내용물이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고 했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해당 지역이 막대한 피해로 쑥대밭이 된 상황이어서 정확한 유실 규모 파악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자루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인근에서 수거한 풀, 나무, 흙 등이 들어 있다. 태풍이 몰고온 폭우로 이시카와, 도야마 등 호쿠리쿠 지역을 운행하는 호쿠리쿠신칸센 고속철도 전체의 3분의1인 10편성 120량이 물에 잠긴 가운데 ‘전량 폐차’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NHK는 “신칸센 차량이 이 정도까지 물에 잠긴 것은 처음”이라며 “최소한 바닥에 있는 전기·기계장치는 모두 교체해야 하며 최악의 경우 재생이 불가능해 폐차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10편성의 제작비는 약 328억엔(약 3600억원)에 이른다. 이 밖에 곳곳에서 교통·통신 및 생활기반시설이 훼손되고 마비돼 산업생산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을철 단풍관광으로 유명한 가나가와현 하코네 등산철도는 선로, 교각이 유실돼 연내 복구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도심지역의 재해 대응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인구가 밀집해 있는 도쿄 중심가와 주택가의 편의점, 슈퍼마켓 등은 11일부터 불안을 느낀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서 물건이 동나는 등 대혼란을 겪었다. 상당수 대피소에서는 반려견 등의 동반 거부를 놓고 주민과 당국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고, 그 결과 대피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나타났다. 급증한 외국인들에 대한 재난 안내 부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은 안내자가 없어 당장 대피가 필요한 민박시설에 그대로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열린세상]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열린세상]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사고 이전에 한국의 모 TV 방송사와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10년 수명 연장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폐로를 결정한 고리 1호기의 10년 수명 연장을 논의하던 때인지라 10년 수명 연장으로 원전을 무난하게 가동 중인 후쿠시마 원전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일본 원자력 관계자들에게 취재 의뢰를 했더니 다행히 허가가 나서 방송팀을 데리고 후쿠시마 원전에 가서 내외부를 둘러보고 시민과 인터뷰도 했다. “후쿠시마에 원전이 있는 것이 어떻습니까?” 대답은 “도쿄가 특급기차로 3 시간이 걸리는데 이곳에 원전이 없었더라면 도쿄로 돈 벌러 다녀야 하는데 고맙기 짝이 없다”는 것이었다. 3ㆍ11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때문에 그때 인터뷰한 사람이 사망했는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사해 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엄청난 쓰나미가 원전을 덮치는 바람에 비상전력을 돌릴 수 있는 디젤 발전시스템마저 물에 잠겨 전기에 의해 냉각장치를 돌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원전 내 핵연료의 핵분열은 계속되고 수천도까지 열이 올라가다 보니 내부구조물이 녹아버려 방사능오염수가 지금도 끊임없이 나오는 대재앙을 맞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이 자연재해로 인한 재앙임은 분명한데 후쿠시마현 북쪽에 있는 오나가와 원전의 사례를 보면 인재(人災)라 생각된다. 쓰나미 피해를 당하지 않고 멀쩡한 오나가와 원전은 과거 오나가와 촌장(村長)이 이 마을에 있었던 지진과 쓰나미 기록을 조사해 본 뒤 해발 13m 이상의 위치에 원전을 짓겠다고 한다면 허가를 내주겠다고 강변하여 높은 곳에 원전을 건설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오나가와 원전이 무사했던 것은 그 당시 촌장의 공로였다고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의 일본 총리는 간 나오토였다. 무슨 보고를 받았는지 몰라도 도쿄 바로 남쪽 시즈오카현에 있는 하마오카 원전을 당장에 멈추라는 긴급지시를 내렸다. 이때 한국의 방송사에서 연락이 와 갑자기 정지시킨 원전을 취재하고 싶은데 취재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원전사고로 초상집이나 다름없는데 허가를 내주겠느냐’고 대답한 뒤 혹시나 하고 전화를 해 취재를 하고 싶다고 하니 예상외로 허가를 해 주어 급히 방송팀과 함께 하마오카 원전으로 달려갔었다. 원전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필자는 아연실색 충격을 받았다. 원전 바닥면과 해발 수위가 거의 동일하지 않은가. 지진과 쓰나미의 위험이 그 어느 국가보다 상존하는 나라인데 원전을 높은 위치에 지어도 쓰나미가 덮치는 것을 피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처지인데 해수면과 원자로 바닥면의 높이가 거의 똑같다니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간 총리가 하마오카 원전에 대해 급작스레 정지 권고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일본의 민족성을 보면 재난대책에서 그 어느 국가보다 철저하다는 인상을 받아 왔는데 하마오카 원전에 발생한 쓰나미 사고는 그것이 자연재해이면서도 인재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 게 되는 경우였다. 2018년에 일본의 전기사업자협회를 방문해 하마오카 원전에 대해 물어봤더니 지금은 해변에 10m가 넘는 콘크리트 방벽을 건설해 놓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55기의 원전을 가동하던 세계 3위의 원전대국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안전규제가 굉장히 강화되어 문닫는 원전도 여러 곳이고 안전대책에 돈을 쏟아부으며 국가안전 기준을 통과해 재가동에 들어간 원전들도 있다. 일본의 원전사고를 보며 한국의 원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 보게 됐다. 자원이 부족한 국가가 원전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후쿠시마 복구에 현시점으로 약 300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야 하는 처지이면서도 원전을 재가동하는 일본을 보면서 자원이 없는 나라인 일본의 처지를 보게 된다. 한국도 원전이 쇠퇴일로에 있지만 자원이 없는 나라로서 원전을 완전히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다만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이 원전을 가동하는 한국은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원전을 가동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 기장역 전차선로 사고…동해선 한때 운행중단

    기장역 전차선로 사고…동해선 한때 운행중단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강풍에 철판이 날아가 동해선 전차선에 떨어져 동해선 전동차 운행이 한때 중단됐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12일 오전 9시 30분 부산 기장군 기장읍 기장과선교에 붙어있던 철판이 강풍에 날아가 교량 아래 동해선 전차선에 떨어졌다. 이 사고로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에 스파크가 일면서 선이 끊어져 전동차 운행이 중단됐다. 사고 당시 이곳을 지나던 무궁화호가 선로 위로 떨어진 전차선을 발견하고 운행을 멈추고 사고 사실을 신고했다. 무궁화호에는 20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으나 별다른 사고는 없었고 전차선을 정리하는 104분가량 운행이 지연됐다. 사고가 나자 코레일은 긴급 복구에 나서 선로 위로 떨어진 전차선을 정리한 뒤 이날 오전 11시부터 전동차 운행을 부분 재개했다. 전차선이 필요 없는 일반 열차는 정상 운행하고 있다. 코레일은 이날 11시 이후 부전역에서 신해운대역까지만 전동차를 운행하고 이후 구간은 연계버스를 이용해 승객을 수송하고 있다. 코레일은 이날 오후 7시 끊어진 전차선을 완전히 복구하는 등 열차 운행을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文대통령 내외 태풍 ‘미탁’ 피해 복구 구호 성금 전달, 역대 대통령들은?

    文대통령 내외 태풍 ‘미탁’ 피해 복구 구호 성금 전달, 역대 대통령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11일 태풍 ‘미탁’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의 복구를 위해 성금을 기탁했다. 청와대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따르면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태풍 피해로 실의에 잠긴 주민들을 위로하고 하루 빨리 삶의 터전을 복구할 수 있도록 금일봉을 전달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직원들도 수재민들을 위한 성금을 모아 기탁했다. 협회는 “성금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동해안, 강원, 경남 지역 등의 이재민들을 위한 구호활동 및 피해복구 지원에 사용된다”며 “문 대통령 금일봉 기탁은 1차 특별재난지역이 선포와 동시에 결정된 것으로 성금모금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문 대통령 내외는 지난 4월 10일 강원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구호 성금을 전달한 바 있다. 당시 노 실장 등 청와대 직원들은 4773만원의 성금을 모아 기탁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국민들이 시름에 빠져있을 때 성금으로 위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폭우 피해를 본 수재민을 돕기 위해 당시 박준영 청와대 공보수석을 통해 수재의연금으로 금일봉을 전달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박 수석을 통해 “수해를 입은 이재민과 희생자 유가족에게 충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와 성금기탁 등 큰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01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0년 12월부터 2개월간 진행한 ‘희망 2001 이웃돕기 캠페인’을 통해 1억 6930만원을 낸 적이 있다. 당시 서예전 수익금을 모두 기탁했는데 개인 성금 1위를 기록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경북 태풍 ‘미탁’ 피해 1417억원으로 늘어

    경북도는 11일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인한 경북의 재산피해가 1417억원(공공시설 1296억원, 사유시설 121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울진이 751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영덕 319억원, 경주 121억원, 성주 72억원, 포항 60억원, 영양 23억원 등이다. 피해 금액과 복구 금액은 잠정집계를 바탕으로 이날부터 17일까지 중앙·도 피해 합동조사단이 진행하는 조사에서 확정된다. 경북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14명(사망 9명·부상 5명)의 인명피해가 났으며 주택 99채가 부서지고 1839채가 침수됐다. 또 상가 648곳과 공장 42곳, 농경지 533.6㏊, 농작물 874.7㏊, 농업시설 62곳, 축산시설 40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공공시설은 도로와 교량 301곳, 하천 208곳, 소하천 337곳 등 2069곳에서 피해가 났다. 이재민은 877명이 발생해 아직 107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친인척 집이나 마을 회관 등에 머물고 있다. 도는 피해 시설에 대한 응급복구·조치를 98.4%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 10일 태풍 ‘미탁’으로 큰 피해를 본 경북 울진군과 영덕군, 강원도 삼척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올해 들어 태풍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것은 지난 달 태풍 ‘링링’에 이어 두번째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 복구비 중 지방비 부담분 일부를 국비에서 추가 지원해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부담을 덜게 된다. 또 주택 파손, 농·어업시설 파손 등 피해를 본 주민에게는 생계구호를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전기요금·건강보험료 등 공공요금 감면, 병력동원 및 예비군 훈련 면제 등의 혜택을 준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文대통령 “경제 둔화 영향 재정으로 보완해야” 신속집행 지시

    日 수출규제 100일 “산업부, 중소벤처부, 과기정통부 직원 노고 격려” 文 대통령 내외, 18호 태풍 ‘미탁’ 구호성금 전달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세계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를 보완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재정을 집행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1시간 30분 간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정례보고를 받고서 이같이 주문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경제 둔화 등으로 민간 부문 활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재정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게 정부 기본 책무”라며 “연내 재정 집행과 더불어 내년 1분기에도 재정이 신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당부했다. 홍 부총리는 “우리 경제 건전성은 견고하나 최근 거시경제 지표상 긍정적·부정적 지표가 혼재하는 만큼 확장적 재정정책 일환으로 올해 예산이 최대한 집행되도록 중앙·지방정부간 협력을 통해 이·불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어 “예산안과 세법안, 경제 입법안의 국회 심의에 적극 대응해 경제 활력을 지원하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일부 과제를 발표했고, 2차 인구정책 TF를 구성해 남아있는 의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 “수출규제 100일이 지났는데 그동안 우리 기업·정부가 열심히 대응한 덕분에 대체로 무난하게 대처해 왔고, 소재·부품·장비의 수입선 다변화·자립화·국산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며 부처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산업자원부의 소재·부품 산업 정책관실, 중소벤처기업부의 해외시장 정책관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학기술혁신조정관실의 직원들 노고가 특히 많았다”며 “대책 수립부터 밤낮없이 총력을 기울이느라 건강에 무리가 갈 정도라 들었는데 일선 공무원의 헌신적 노력·수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에게도 이들을 특별히 더 격려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내년 주 52시간 제도 확대와 관련해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한편, 새로 구성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필요한 보완책을 마련해주길 당부했다고 고 대변인은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위로하고 조속한 삶의 터전 복구를 돕기 위해 이날 오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태풍피해 구호성금으로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금일봉을 전달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직원들도 자율적으로 성금을 모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할 예정이라고 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인사] 행정안전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고려대

    ■ 행정안전부 ◇ 실장급 전보 △ 지방자치분권실장 이재관 ◇ 국장급 전보 △ 재난복구정책관 전만권 ◇ 국장급 승진 △ 정부청사관리본부 청사시설기획관 황승진 △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 김용균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 투자사업본부장(상임이사) 박철희 ■ 고려대 △ 간호대학장 서문경애 △ 도서관장 석영중
  • 책과 늙어가고 기억을 만들고…인간의 삶 닮은 도서관 연대기

    책과 늙어가고 기억을 만들고…인간의 삶 닮은 도서관 연대기

    1986년 4월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에 화재가 발생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규모였다. 하지만 불은 맹렬히 타올랐고, 책 40만권을 재로 만든 뒤 7시간 38분 만에 진화됐다. 훼손된 책은 무려 70만권. 당시 일반도서관 15개의 소장 도서를 전부 합친 것과 맞먹는 양의 손실을 입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공공도서관 화재였다. 그런데 이 참사는 세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묻혔다. 그리고 8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 LA도서관은 다시 문을 열었다. 알려진 팩트는 대략 여기까지였다. 도서관 화재사건은 시나브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고 역사 속으로 조용히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새 책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의 저자는 달랐다. 지역 신문에 실린 1단짜리 기사를 단초로, 이면에 감춰진 거대한 비밀들을 곧잘 캐냈던 저자는 이번엔 LA도서관 화재사건의 이면에 포커스를 맞췄다. 책은 잿더미 위에서 과거를 복원해 내고 있다. 도서관 화재와 연관된 사건들을 씨줄로, 도서관과 관련된 이들의 삶과 인생을 날줄로 도서관 연대기를 구축해 간다.가장 궁금했던 인물은 역시 유력한 방화범으로 꼽혔던 해리 피크였다. 자신이 방화범이라고 자백했지만, 증거불충분 등으로 결국 무죄방면됐던 인물이다. 저자는 이미 사망한 해리 피크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 그의 ‘몽타주’를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는 한편 그와 관련된 새로운 이야기들을 발굴하는 수확도 올렸다. 저자는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사건에 매달렸다. 도서관 화재사건에 연관된 인물들이라면 ‘흥신소 직원’처럼 어떻게든 찾아가 인터뷰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인물들의 도서관 속 삶은 책의 큰 줄기 중 하나가 됐다. LA 공공도서관은 1873년에 문을 열었다. 당시엔 회비가 비싸 부자들만 이용할 수 있었고 여성들은 ‘숙녀용 열람실’에서 선별된 잡지만 읽을 수 있었다. 이 같은 봉건적 도서관 문화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서 메리 포이, 다양한 책을 도서관에 들여놓으려다 “악마와 바람이 났다”는 구설수에 오른 테사 켈소,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고 소송에 휘말린 도서관장 메리 존스, 인간 백과사전이라 불렸던 C J K 존스, 비범한 재능을 갖췄지만 과학 서적에 독극물 경고 도장을 찍는 등 돌출행동을 일삼았던 찰스 러미스 등이 과거에서 소환돼 도서관 연대기를 이어 간다. 복구 과정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가 꼬박 사흘 동안 불에 그슬리고 물에 젖은 70여만권을 손에서 손으로 전달해 냉동고로 옮겼다. 저자는 이 순간을 “LA 시민들로 살아 있는 도서관을 이룬 것 같았다”고 했다. 영하 56도의 창고에서 2년을 보낸 책들은 해동, 건조, 소독, 보수 등의 과정을 거쳐 다시 제본됐다. 그리고 1993년 10월 3일, LA 공공도서관에서는 책 200여만권을 꽂는 ‘책 꽂기 파티’가 열렸고 5만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도서관의 부활을 축하했다. 공교롭게도 그해 4월, 동성애자였던 해리 피크는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저자가 말하려는 건 결국 도서관은 한낱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책들과 함께 늙어 가며 수많은 기억을 만들고, 공유하고, 저장하는 유기체, 그게 바로 도서관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태풍 ‘미탁’ 피해 삼척·울진·영덕 특별재난지역 선포

    정부가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큰 피해를 본 강원 삼척시와 경북 울진군, 영덕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의 1차 조사 결과 피해가 심각해 요건을 충족할 것이 확실시되는 이들 3개 시군을 정밀 조사에 앞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국가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삼척시에서는 토사가 무너져 주택이 파손되면서 1명이 사망했으며 마을 침수·매몰 피해도 잇따랐다. 또 도로 53곳·하천 46곳 등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울진군에서는 사망자 4명이 나온 가운데 도로 124곳·하천 98곳 등이 피해를 봤고 산사태도 25곳에서 발생했다. 영덕군에서도 토사 유실에 따른 주택 붕괴로 1명이 사망했다. 또 광범위한 농경지 침수 피해를 비롯해 도로·교량 42곳, 하천 97곳, 소하천 57곳, 산사태 54곳 등의 피해가 확인됐다. 올해 들어 태풍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것은 지난달 태풍 ‘링링’에 이어 두 번째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해당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피해 복구비 중 지방비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의 50∼80%를 국고에서 지원해 준다. 또 주택 파손, 농·어업시설 파손 등 피해를 본 주민에게는 생계구호를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전기요금·건강보험료 등 공공요금 감면, 병력 동원 및 예비군 훈련 면제 등의 혜택을 준다. 행안부는 11일부터 중앙재난피해합동조사단을 편성해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 결과 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이 더 있으면 추가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방침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국민연금 ‘실버론’ 돈 없는 빈곤층은 외면

    빈곤층 9만여명이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이유로 국민연금공단의 노후 긴급자금 대부사업 대상에서 제외돼 긴급 생활자금이 필요해도 돈을 빌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대부사업 ‘실버론’이 진짜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경력단절여성과 가정주부,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청년세대를 위해 도입한 국민연금 추납제도는 서울 강남 3구 주민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여전히 남용되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모두 9만 6957명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들이 실버론을 통해 생활안정자금을 빌릴 경우 매월 대부 원리금 상환으로 생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는 데다 국가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하는 주거·의료·장제급여가 실버론 대부 용도와 중복되는 점을 들어 대상에서 제외했다. 실버론은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전월세자금,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재해복구비 용도의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최대 1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제도다. 이자율이 시중은행보다 낮아 꼭 필요할 때 빌려 쓰면 든든한 비상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는 국민연금에 보험료를 내 왔음에도 필요할 때 실버론을 통해 한 푼도 빌릴 수 없다. 반대로 서울 서초·강남·송파 등 소위 부유층 거주 지역에서는 낸 돈보다 더 주는 국민연금의 이점을 활용한 ‘추후납부 재테크’가 한창이다. 복지부가 진선미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서울의 고액 추납 신청자 중 38.7%가 강남 3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1억원 이상 추납 신청을 했다. 추납제도는 국민연금에 가입했으나 실직과 사업 중단 등으로 소득이 끊겨 그간 내지 못한 보험료를 나중에 낼 수 있게 한 제도다. 연금 사각지대 해소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연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제도를 노후 돈벌이로 악용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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