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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어는 달라도 전세계는 ‘K’로 통한다

    언어는 달라도 전세계는 ‘K’로 통한다

    글로벌 시장 내 K컬처의 지형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K팝과 K드라마가 물꼬를 튼 한류의 물결이 이제 전 세계 소비자가 일상에서 직접 ‘플레이’하고 ‘맛’보는 라이프스타일 영역 전반으로 깊숙이 침투했다.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 콘텐츠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인 K게임과 글로벌 메인스트림(주류) 유통망을 휩쓴 K식음료(F&B)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 게임 산업은 국내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60% 이상을 견인하며 명실상부한 ‘효자 수출 품목’으로 입지를 다졌다. 모바일 플랫폼과 아시아 시장에 편중됐던 체질에서 벗어나, 북미와 유럽 등 거대 PC·콘솔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며 영토를 확장 중이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독창적인 세계관과 완성도 높은 그래픽,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글로벌 게이머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푸드 역시 해외 현지 대형 유통 채널의 메인 진열대를 꿰차며 글로벌 주류 식문화로 안착했다.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K라면을 필두로,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빚은 냉동 김밥과 김, 김치, 조미소스 등이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비건·글루텐프리(밀·보리 등의 단백질인 글루텐을 배제한 제품) 라인업도 강화하며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K 브랜드의 세계화를 견인하는 주요 기업과 그 행보를 소개한다.
  • 법인카드 시장 진짜 1위는? 세금 넣으면 KB, 빼면 신한 [경제 블로그]

    “요즘 법인카드 시장 1위가 어디인가요?” 카드업계에 이렇게 물으면 돌아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세금까지 포함한 순위인가요?” 세금 결제액을 더하면 KB국민카드가 선두입니다. 하지만 출장비와 접대비 등 기업이 평소 업무에 쓴 금액만 보면 신한카드가 앞섭니다. 같은 실적인데 집계 기준에 따라 1위가 달라지는 것이죠. 29일 서울신문이 여신금융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일반 법인카드 이용액은 신한카드가 2조 1127억원(점유율 20.41%)으로 전업 카드사 8곳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국민카드가 2조 730억원(20.03%), 하나카드가 1조 8867억원(18.23%)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다만 올해 6월까지 누적 일반 이용액 기준으로는 국민카드가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반 이용액은 국내외 법인 신용·체크카드 결제액에서 세금과 구매전용 결제, 현금서비스를 뺀 금액입니다. 같은 기준에서 국세·지방세 납부액만 더하면 국민카드가 2조 4157억원(19.08%)으로 선두입니다. 신한카드는 2조 3856억원(18.85%), 하나카드는 2조 3696억원(18.72%) 순입니다. 국민카드와 하나카드의 격차는 461억원에 불과합니다. 지난 5월에는 하나카드가 세금 포함 이용액 1위였으니, 기준과 시점에 따라 선두가 바뀌는 한 끗 차이 경쟁인 셈입니다. 카드업계가 세금을 뺀 일반 이용액을 따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금은 납부 시기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이지만, 일반 이용액은 기업이 해당 카드를 실제 업무에서 얼마나 꾸준히 사용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법인카드 경쟁은 금융지주 계열사 간 공동 영업으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국민카드는 기업영업본부와 전담 영업부 18개를 신설했고, 신한카드는 법인 섭외 전담조직을 꾸렸습니다. 하나카드는 하나은행과 ‘콜라보 영업’을 강화하는 중이고, 우리카드는 우리은행 출신 기업영업 전문가를 본부장으로 영입했습니다. 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관계자는 “계열 캐피탈사가 기업금융 거래를 이어오던 회사에 법인카드를 소개하고 싶다며 연락해 왔다”며 “해당 기업은 다른 카드사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공동 영업을 통해 필요한 결제 한도를 제시해 신규 고객으로 유치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카드 자체 혜택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기업 등 법인회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연간 이용액의 0.5%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와 공동 영업에 나서거나 기업별 결제·자금관리 서비스를 묶는 방식 등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법인카드 한 장이 예금·대출·외환 등 다른 기업금융 거래를 끌어오는 ‘입구’가 된 셈입니다.
  • “하방 지지선 5700~6000 전망… 반등 모먼트는 여전히 빅테크”

    “하방 지지선 5700~6000 전망… 반등 모먼트는 여전히 빅테크”

    코스피 잔혹한 7월미중발 반도체 쇼크에 역대급 급락업황 우려보다 “더 떨어질라” 투매레버리지·반대매매 덮쳐 낙폭 키워또 휩쓸려 던지기보다는 관망 필요V자? U자? 시장 회복될까AI·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낙관적빅테크 투자 확대 이어갈지 변수반등 무게 두면서 속도엔 엇갈려 변동성 고려 우량주 분할 매수를 코스피가 7월 들어 역대급 월간 낙폭(31.8%)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의 추격과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논란이 겹치면서 반도체주가 무너졌고, 국내 증시는 이틀 연속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번 급락이 기업 실적이나 AI 산업의 성장세가 꺾여서라기보다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여 한꺼번에 주식을 내다 판 ‘패닉셀(공포 매도)’의 영향이 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AI와 반도체를 둘러싼 큰 흐름은 여전히 유효한 만큼 지금은 공포에 휩쓸려 주식을 팔기보다 미국 빅테크 실적을 지켜본 뒤 투자 판단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신문이 29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 8곳을 긴급 설문한 결과, 리서치센터장들은 코스피 하단을 대체로 5600 ~6000선으로 제시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5600선을,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5700~5800선을 의미 있는 지지선으로 꼽았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과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000선 안팎을 사실상 바닥권으로 평가했다. 이날 코스피가 5300선 아래로 내려가긴 했지만 이미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빠져 추가 하락 여력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센터장들이 가장 많이 꼽은 7월 폭락 원인은 반도체였다.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수익성 논란과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증설 기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 소식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날 SK하이닉스 실적이 기대를 밑돈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다만 이들은 이런 재료만으로 최근 급락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AI 투자 자체가 중단된 것도 아니고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는 신호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AI 리서치센터장은 “AI 수요와 인프라 투자라는 큰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더 크게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신 팀장도 “AI 사이클이 바뀐 것은 없는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한국 증시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흔들린 것은 반도체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인만큼 두 종목이 급락하자 지수 전체도 함께 무너졌다. 센터장들은 그동안 반도체주가 많이 올랐던 만큼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양지환 센터장은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청산, 프로그램 매매, 반대매매까지 잇따르면서 주가 하락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스닥 역시 기업 실적보다 유동성 악화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반도체로 개인 자금이 쏠리면서 다른 종목의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졌고, 거래대금 감소와 신용융자 반대매매까지 겹치며 낙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놓고는 회복 속도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다. 이종형 센터장과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U자형 또는 완만한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유종우 센터장도 단기 반등 이후 한동안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양 센터장은 “이번 급락은 투자심리와 매도세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나타난 만큼 반등도 비교적 빠를 수 있다”며 급락 뒤 빠르게 회복하는 ‘V자형 반등’을 예상했다. 장기 침체를 전망한 전문가는 사실상 없었다. 센터장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이어지는 미국 빅테크 실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이상 현지시간 29일), 아마존(30일) 등 AI 투자를 이끄는 기업들이 앞으로도 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갈지, 또 그 과정에서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보려면 결국 이들 반도체를 가장 많이 사는 미국 빅테크의 실적과 투자 계획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빅테크가 AI 투자 확대 방침을 유지하면 국내 반도체 수요도 여전히 탄탄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대로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을 경우 시장 불안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의견이 거의 일치했다. 지금은 공포에 휩쓸려 팔기보다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성급하게 손절하기보다 반등을 기다리고, 현금을 가진 투자자는 한 번에 투자하기보다 우량주를 중심으로 조금씩 나눠 사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한 번에 투자하기보다 우량주를 나눠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나 신용거래처럼 변동성을 키우는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점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 예측할 수 없게 진화하는 AI 공격 위협… 글로벌 빅테크들 AI 보안에 ‘공동 전선’

    예측할 수 없게 진화하는 AI 공격 위협… 글로벌 빅테크들 AI 보안에 ‘공동 전선’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에 따른 보안 체계 무력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공동 전선을 꾸리며 대응에 나섰다. 앤트로픽은 28일(현지시간) 자사의 최신 AI 모델인 ‘미토스’의 프리뷰 버전이 고급 암호화 표준(AES)의 보안 강도를 일부 경량화한 버전을 공격하도록 실험한 결과 해킹 취약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미토스는 인간 전문가보다 200~1000배 더 빠르게 공격 취약점을 파악했다. AES는 실제 인터넷 뱅킹 등 금융거래, 메신저 보안, 국가 기밀 보호 등 핵심 영역에서 해킹을 막는 안전 표준이다. 이번 모의실험은 AES의 보안 강도를 낮춰 진행됐지만, 고도화된 AI가 이미 정립된 보안 표준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과거 연구에서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암호학 분야에서 인간을 앞지르지 못한다고 결론을 냈으나 이번 실험으로 이같은 인식이 틀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장기적으로 큰 논란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보안 우려가 머지않아 현실화할 것으로 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연구그룹 ‘퓨처테크’와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진이 전 세계 AI 전문가 27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5년 안에 AI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확률을 20% 이상으로 평가했다. 2030년 내로 AI가 수백만 명을 사망하게 하거나 수백조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확률이 20%를 넘는다는 뜻이다. 특히 ‘위험한 능력을 보유한 AI’(21.5%), ‘사이버 공격, 무기 개발 또는 사용에 의한 대규모 피해’(21.0%) 등에서 발생 확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개별 기업 단위로 이런 AI 위협에 대응할 수 없다고 보고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대표 주자인 앤트로픽의 ‘프로젝트 글래스윙’은 미국 정부의 미토스 수출 통제 이전까지 15개 국가의 150여개 기관까지 접근권을 확대했다. 엔비디아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 스페이스X, SK텔레콤, 네이버 등 30여개 기업이 함께하는 AI 보안 연합체 ‘오픈 시큐어 AI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국내에는 사이버 보안 기업 ‘티오리’를 중심으로 AI 보안 기술을 공유하는 협력체 ‘프로젝트 캐노피’가 운영 중이다. 구글·오픈AI·MS·앤트로픽이 공동 출범시킨 보안 협력 체계 ‘프론티어 모델 포럼’도 있다. 이들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첨단 AI 기술 발전에 따라 고도화된 사이버 위험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언어, 지역 및 문화적 맥락을 초월하는 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 [손열 칼럼] 인도·태평양에서 태평양으로 바꾼 트럼프

    [손열 칼럼] 인도·태평양에서 태평양으로 바꾼 트럼프

    지난달 미국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사령부 명칭을 태평양 사령부로 변경했다. 트럼프 1기인 2018년 태평양을 인도·태평양으로 변경한 후 8년 만에 원위치로 돌아간 셈이다. 국방부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기본 임무, 지리적 범위, 전력 구조, 파트너십 대상은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역의 명칭 변경은 개념 변경을 수반하는 것이므로 미국이 지역의 성격, 범위, 역내 전략적 우선순위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8년 미국이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명칭을 변경할 때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인도양과 태평양의 전략적 연계성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논리를 폈다. 중국의 해군력 팽창이 태평양을 넘어서 인도양으로 향하고 동중국해에서 호르무즈에 이르는 해상 운송로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견제할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명칭 변경을 통해 인도를 끌어들임으로써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드러냈다. 반면 ‘태평양’으로의 복귀는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트럼프 2기 미국·인도 파트너십이 난항을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도가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에 반해 수입을 강행하자 트럼프는 보복 조치로 50%의 관세 폭탄을 퍼부었고, 인도는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맞서고 있다. 안보면에서도 미국은 이란 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인도의 경쟁국 파키스탄과 공조하는 등 인도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고 있다. 중국 견제에 있어 인도의 유용성이 하락한 것이다. 보다 구조적인 요인은 인도·태평양이란 광활한 공간에 대한 미국의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파트너십 구조를 유지,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는 태평양으로 공간을 축소해 군사 중심, 양자관계 중심 구조로 질서를 재편하고자 한다. 이런 방향성은 지난겨울 공표한 ‘2025 국가안보전략(NSS)’에 드러났다. 미국은 인태 전략의 핵심 부속품인 쿼드 등 여러 네트워크의 활용도를 낮추고,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전략 공간의 주변부로 밀어냈다. 대신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는 ‘제1도련선’ 국가들이 미국에 군사 지원을 확대하고 스스로 방위비 증강과 억지력 향상에 투자하게 만드는 전략을 선보였다. 태평양 개념의 부활은 제1도련선 국가인 일본, 필리핀, 호주 등이 서태평양 최전선인 대만 방어에 전략적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임을 예고한다. 제1도련선에 애매하게 걸려 있는 한국도 대만 유사시에 보다 전향적으로 임무와 역할 분담에 나서야 할 상황을 맞을 것이다. 더 큰 우려는 한국 등 역내 중견국이 미중 관계에 더욱 종속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래 전략 공간이 좁을수록 중견국은 미중 양자구도에 갇혀 양자택일을 강요받기 쉽다. 일본과 호주 등 중견국이 인태로 공간 확장을 기도한 이유도 다양한 파트너와 다각적 관계를 통해 전략적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는 데 있다. 반면 트럼프는 태평양에서 중국과의 G2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태평양을 중국과 공동관리한다는 G2 본연의 의미보다는 미중 간 경쟁적 거래와 합의의 장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동맹관계는 거래지향적 미중 관계의 하위에 놓이기 때문에 동맹국들은 전략적 입지의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등 동맹국들은 제1도련선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대중 억제적 지역 개념에 안보상 보조를 맞추어야 하겠지만 무역, 투자, 첨단기술, 인프라 개발, 해양안보, 경제안보 분야 등에서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설사 인태 공간에 대한 미국의 관여가 약화되더라도 일본, 인도, 호주 등 인태 핵심국들은 기성 질서 유지를 위해 노력을 배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미중 경쟁의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동남아 및 인도와의 연계와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현 정부는 트럼프가 초래한 지역 개념의 혼란 사태 추이를 관망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안보와 비안보 분야를 중층적으로 아우르는 지역 공간 구상을 마련해야 한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국민 여동생’ 문근영, 뮤지컬 배우 정평과 결혼

    ‘국민 여동생’ 문근영, 뮤지컬 배우 정평과 결혼

    ‘국민 여동생’으로 불린 배우 문근영(39)이 29일 뮤지컬 배우 정평(46)과 결혼한 소식을 알렸다. 결혼 날짜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고, 결혼식은 가족들과 모인 채 간소하게 치렀다. 문근영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자필 편지를 올려 “늘 혼자 걷던 길을 함께 걷고 싶은, 홀로 고민하던 시간들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소한 일로도 서로를 웃게 해주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며 “그렇게 혼자가 아닌 둘이서 앞으로의 삶을 채워 나가 보고자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근영은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로 데뷔해 ‘장화, 홍련’, ‘어린 신부’, 드라마 ‘가을동화’로 ‘국민 여동생’으로 불렸다.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와 ‘바람의 화원’ 등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에도 섰다. 연극 출연 중에 희귀병 진단을 받고 여러 차례 수술한 뒤 발병 7년 만인 2024년 완치 소식을 전했다. 최근에는 연극 ‘오펀스’에 출연하고, 연상호 감독의 신작 영화 ‘예토’ 촬영을 마쳤다. 활동 수입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지역 장학재단 등에 기부하는 선행도 잘 알려져 있다. 정평은 2007년 데뷔해 ‘아이다’, ‘빨래’, ‘라이어’, ‘아가사’, ‘백만송이의 사랑’ 등의 연극과 뮤지컬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두 사람은 문근영이 주도한 창작 연출 집단인 ‘바치’에서도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 [데스크 시각] 폭염은 오늘도 약자를 노린다

    [데스크 시각] 폭염은 오늘도 약자를 노린다

    1995년 7월 13일, 미국 시카고의 낮 최고기온이 41도까지 치솟았다. 체감온도가 52도에 이르자 낡은 아파트는 가마처럼 달아올랐다. 사흘째 체감온도 38도를 넘기자 사람들은 견뎌내지 못했다. 구급차는 부족했고, 병상이 가득 찬 병원은 환자를 받지 못했다. 불과 일주일 새 739명이 숨졌다. 가혹한 날씨가 전부였을까.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부검소에 이어 사망자들이 살던 곳을 살폈다. 삶과 죽음을 가른 ‘사회적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밝히기 위해서였다. 대부분 취약계층이 모여 사는, 에어컨조차 변변치 않은 비좁은 아파트였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친구나 가족과는 연락이 끊긴 늙고 가난한 1인가구가 많았다. “수백명이 잠긴 문과 닫힌 창문 너머 남들이 잘 찾지 않는 후덥지근하고 통풍이 안 되는 사적인 공간에 갇혀 홀로 숨을 거두었다.”(클라이넨버그 ‘폭염사회’ 중) 폭염은 소리 없이 다가왔고, 고립된 삶을 앗아갔다. 클라이넨버그는 시카고의 비극이 자연재해가 아닌 고립과 빈곤, 무관심이 결합된 사회적 참사라고 설명한다. 폭염은 평등하지 않았으며 차별적으로 가혹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더뎌질 기미가 없는 가운데 ‘올여름이 가장 시원하다’는 역설적인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야외 노동이 불가피한 건설노동자와 배달기사, 농민과 공동체와 교류가 드문 쪽방촌 주민,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이번 여름은 혹독하다. 6월에 1만명 이상 초과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유럽 소식을 무감각하게 흘려 넘겼지만, 장마 이후 폭염이 엄습하자 국내 상황도 심상치 않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재난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응급실에 실려온 온열질환자가 1500명에 육박하고, 9명(27일 기준)이 숨졌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죽음도 감안해야 한다. 온열질환 죽음을 증명하려면 사망 전후 직장(直腸)의 온도를 재야 하는데 홀몸노인들은 늦게 발견되는 일이 잦다. 문제는 폭염이 갈수록 길고 거칠어진다는 점이다. 1973~1982년에는 8월 중순이면 폭염이 끝났지만 2016~2025년에는 8월 중하순으로 늦어졌다. 올여름 전국 열대야 일수는 7.8일로 1973년 이래 가장 많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도 대응에 나섰다. 취약계층에 냉방기기를 전달하고, 야외노동이 불가피한 이들과 쪽방촌 주민을 위한 무더위쉼터, 저소득 고령층을 위한 안전숙소를 운영한다. 그러나 고립된 이들에게 여름은 여전히 위태롭다. 서울의 1인가구 비율은 39.9%(2024년)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 가장 높다. 1인가구 중 70세 이상이 19.8%다. 이들은 일상적 교류가 적을뿐더러 사회안전망을 빠져나가기 쉽다. 희생을 줄이려면 클라이넨버그가 했던 것처럼 ‘사회적 부검’(social autopsy)이 필요한 까닭이다. 1995년 참사 이후 시카고 당국은 희생자들의 사회경제적 환경을 꼼꼼하게 살폈다. 조사 결과 인종, 연령, 빈곤율이 죽음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대응체계를 바꿨다. 덕분에 1999년 다시 폭염이 닥쳤을 때 사망자는 110명으로 줄었다. 우리는 어떤가. 2012년 폭염을 겪고서 질병관리본부에서 ‘폭염피해백서’를 만들었지만, 지속되지 못했다. 2018년 최악의 폭염으로 백서가 부활했지만, 이듬해 폭염이 시들하고 팬데믹이 닥치면서 흐지부지됐다. 단순히 몇 명이 쓰러졌다고 업데이트하는 식으론 한계가 있다. 왜 그렇게 오랫동안 폭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는지 직업과 평균소득, 가족관계, 동거인과 에어컨 유무를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폭염은 불가항력적일지 몰라도 시스템이 있다면 희생을 줄일 수 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역학 조사의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사망자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 문제를 인지하고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이다. 시간이 많지는 않다. ‘일상의 위기’가 된 폭염은 오늘도 약자들을 노린다. 임일영 사회2부장
  • 달 기지 만드는 NASA “韓 통신·로봇 기술 꼭 필요해”

    달 기지 만드는 NASA “韓 통신·로봇 기술 꼭 필요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32년 우주인의 상시 체류를 목표로 추진하는 달 기지 건설에 한국의 통신·위성, 로봇·모빌리티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착륙선과 과학 시료 채취, 원자력 발전도 협력 후보로 거론됐다. 양국은 앞으로 2~3개월 안에 한국이 맡을 분야를 구체적으로 정할 계획이다. 카를로스 가르시아 갈란 NASA ‘문 베이스’(Moon Base) 프로그램 총괄책임자는 2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기술과 이를 뒷받침할 산업 역량을 갖췄다”며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할 주요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문 베이스는 달 남극에 사람이 장기간 머물 수 있는 거점을 만드는 사업이다. NASA는 2029년까지 무인 로버와 탐사 장비를 보내 자원과 지형을 조사하고, 2029~2032년 거주·전력·통신 시설을 갖춘 뒤 2032년 이후 준영구 기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송·거주 시설과 전력·통신망, 과학 연구시설, 산소·연료 생산 설비가 수㎢에 걸쳐 들어선 ‘작은 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달 남극에 안정적으로 접근해 장비를 설치하고 운용하는 로봇 임무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누주드 메랜시 NASA 전략담당 부국장은 “한국은 통신·위성 분야에서 성과를 냈고 로봇과 모빌리티 산업도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달 궤도선 ‘다누리’에서 쌓은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달 표면 이동수단과 통신 시스템, 시료 채취·보관 장치, 착륙선 분야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달 기지의 전력원으로는 소형 열원 장치부터 대형 원자로까지 여러 원자력 기술이 논의되고 있다. NASA는 원자력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국제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특정 국내 기업이나 연구기관의 참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NASA는 우선 우주항공청과 정부 간 협력 틀을 마련한 뒤 산업계와 대학, 연구기관의 참여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대학과 중소기업이 10~20㎏급 소형 탑재체를 개발해 달 표면에서 기술을 시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 “창간 기획 ‘청년·청탁 시리즈’ 돋보여… 해법 제시는 더 필요” [독자권익위]

    “창간 기획 ‘청년·청탁 시리즈’ 돋보여… 해법 제시는 더 필요” [독자권익위]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200차 회의를 열고 7월 한 달간의 서울신문 보도를 평가했다. 회의에는 김춘식(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위원장을 비롯해 이명행(SK하이닉스 PR기획팀장·변호사), 이상은(고려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과정·교사), 차윤주(연세드림세무회계 대표·세무사), 박경환(서울시 민생노동국장), 홍정석(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창간 122주년 기획 ‘쉬었음 청년 추적기’와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등 심층 보도가 서울신문의 강점을 잘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증시·세제·정치 보도에서는 구조 분석과 솔루션 제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 이상은 고려대 미디어 석사과정학생부 부실 관리 정밀 진단 훌륭현장 문제 해결할 대안 제시해야교사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사는 21일자 ‘학폭 기록 사라지고… 교사는 대입 반영 학생부 ‘복붙’’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로 상담 기록 미보관과 생기부 ‘복붙’ 실태를 정밀히 짚은 점은 훌륭했으나, 적발 사실을 전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교사 행정 부담이나 학폭위의 구조적 한계까지 파고들지 못해 아쉬웠다. 현장에서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27일자 ‘“서울 가면 성공” 옛말… 부모 경제력이 ‘상경 효과’ 좌우’ 기사와 16일자 ‘‘장윤기 부실 수사’, ‘진짜 윗선’ 찾기 수사력 집중… ‘계획범죄’ 입증 재판 관건’, 19일자 ‘1인가구 절반이 월세살이… 안 먹고 안 쓰고 빚투 ‘두리번’’ 보도 역시 사법·행정 쟁점을 잘 포착했다. 다만 데이터 정리에 집중하다 보니 상경을 포기했거나 고비용 구조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부족했고, 경찰의 지역 유착이나 대응 매뉴얼, 주거·빚투 대안 등 구조적 해법까지 파고들지는 못했다. 수치 뒤 가려진 현장의 얼굴과 언론 나름의 해법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13~15일자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기획은 판결문과 현장을 잘 엮어낸 수작이다. 22대 국회 계류 개정안 19건의 미통과 배경과 정치적 셈법을 짚는 후속 취재가 더해진다면 깊이가 더해질 것이다. 이명행 SK하이닉스 PR기획팀장‘쉼은 무기력 아닌 대기’ 발상 전환청년 발언 전면 내면 더 나았을 것창간을 맞아 전담 취재팀을 꾸리고 알찬 심층 기획을 선보인 기자들의 노고가 돋보였다. 다만 일부 온라인 기사 제목이 과하게 자극적이었던 점은 아쉽다. 인터넷 뉴스 환경에서 조회수를 겨냥한 제목이 쓰이는 관행이 있지만, 종합 일간지로서 품격을 지키고 공적 역할을 기준 삼는 내부 원칙을 견고히 했으면 한다. 기획 ‘쉬었음 청년 추적기’는 읽는 내내 먹먹할 정도로 공감이 깊었다. 특히 17일자 ‘‘쉬었음 MZ’ 그냥 쉼은 없었다’는 청년들의 상태를 단순 무기력이 아닌 취업을 위한 ‘전략적 대기’ 상태로 바라보게 해 인상적이었다. EU와 일본의 대응 사례까지 소개해 독자들이 정책적 대안을 고민해 볼 수 있게 한 점도 좋았다. 16일자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전남광주의 미래, 청년이 설계한다’는 청년 문제를 1면에 전면 배치한 진정성은 느껴졌으나 포럼 참석자의 당위성 발언 위주여서 아쉬움이 남았다. 현장 청년들의 실제 사례와 생생한 목소리를 전면에 노출했더라면 훨씬 흡인력 있었을 것이다. 차윤주 연세드림세무회계 대표깊이 있는 청년·청탁금지법 기획기자 후기·독자 참여 방식도 추천7월 지면은 유난히 굵직한 사건 속에서 언론의 공적 역할이 크게 시험받은 한 달이었다. 창간 122주년 ‘쉬었음 청년 추적기’ 기획과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기획은 첫 회를 접했을 때 시의성에 의문이 들었으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창간기획다운 호흡과 깊이가 드러났다. 특히 청탁금지법 기획은 12일자 ‘빈손은 마음에 걸리고 성의는 법망에 걸렸다’, 13일자 ‘선물과 뇌물 사이…법관 따라 ‘고무줄 판결’’처럼 1인칭 고백과 460여 건 판결·결정문 전수조사를 결합해 법 시행 10년의 변화를 체감도와 데이터 두 방향에서 잘 보여 줬다. 편집국이 어떤 문제의식으로 해당 의제를 선정했는지 독자에게 전해진다면 기획의 무게감이 더해질 것이다. 기자의 에필로그 배치나 편집자 주를 통한 어젠다 공유, 독자가 기획 선정에 참여하는 상향식 방식과 인터랙티브 콘텐츠 활용도 권한다. 경제·부동산 보도로는 12일자 ‘레버리지 위험경보–‘음의 복리’ 레버리지, 코스피 뒤흔들다’와 27일자 ‘주택공급의 덫, 지자체 인허가–시청 4년, 도청 2년…인허가 지옥’ 기획이 돋보였다. 단독 데이터 분석과 지방행정 절차의 병목을 파헤쳐 서울신문만의 강점이 잘 발휘됐다. 박경환 서울시 민생노동국장청년 보도, 정책 기획자 참고 자료금품 수수, 기관 감사 부문 취재를7월 청년 보도는 막연한 어려움 대신 취약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인상적이었다. ‘쉬었음 청년 추적기’ 기획 중 20일자 ‘쉬었음이 감점되는 구인 시장’은 50만원짜리 면접 강의와 AI 채용 등 기업 환경과 청년 구직의 미스매치로 인한 실업의 구조적 원인을 명쾌히 짚었다. 22일자 ‘빵 만들어 출장 판매·합숙 캠프까지… 취업 재촉 않고 ‘일상 회복’ 돕는다’ 기사의 일본 무사시노 지역청년서포트스테이션 사례는 정책 입안자에게 매우 유익한 참고 자료였다. 9일자 ‘경찰, 준비돼 있습니까’ 기획의 공권력을 감시하는 일관된 논조는 높이 평가한다. 다만 1면에 실린 ‘내가 느그 서장하고 아직도 통하는 경찰’ 기사의 제목은 사투리로 지역 비하 논란을 초래하거나 자극적 헤드라인으로 비칠 위험이 있어 지양해야 한다. 15일자 ‘뇌물죄보다 입증 쉬운 ‘만능 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금품 수수 시 법적 적용 기준을 잘 정리했다. 애초 보완을 전제로 제정된 법인 만큼, 향후 일선 기관 감사부서를 직접 취재해 실제 처벌 및 면제 사례를 파고든다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임태환 기자의 ‘‘주식 손해 메꾸려다… ‘불법 PC방’ 빚더미’ 기사와 이두걸 사회1부장의 ‘[데스크 시각] 공정의 모병제, 불가능하지 않다’ 칼럼 등 대안을 제시한 보도들도 유익했다. 홍정석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선관위 6년 치 감사 자료 분석 성과검증하지 않은 외신 인용 경계해야7월 보도 중 6일 ‘한해 1000건 이상 지적, 시정만 92%… ‘자정 불능’ 선관위’ 기사는 모범 사례다. 6년 치 감사 보고서를 분석해 지적 7729건 중 징계가 단 2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제시한 것은 데이터 기반 감시저널리즘의 뛰어난 성과다. 16일자 ‘소고기 대신 쌀 추가 개방… 대미협상 카드 부상’ 등 중동 위기와 관세 협상 보도도 국제·경제 맥락을 체계적으로 전달했다. 다만 증시 폭락과 세제 개편 보도에서는 종합지가 해야 할 의미 설명과 대안 제시가 부족했다. 속보는 방송이, 시장 분석은 경제지가 맡을 때 종합지는 ‘내 계좌가 왜 녹는지’, 개인의 삶과 정책에 갖는 의미와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22일자 국제면 기사 ‘혐오가 빚은 외로운 늑대에… 방탄조끼 입는 ‘민주주의 고향’’은 영국 정치인 피살 사건을 2016년 조 콕스·2026년 앤 위디컴 사건까지 10년 흐름 속에서 조명한 점이 유익했다. 하지만 수사 초기 사건에 ‘외로운 늑대’라 단정한 제목과 텔레그래프의 ‘언론 책임론’을 검증하지 않은 채 동일 선상에 올린 대목은 증거 위계를 흐릴 위험이 있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주식토큰 보도, 의제 발굴 뛰어나홍명보 사퇴 속 축구계 비판 모범‘회색지대 주식토큰’ 기획은 49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신종 시장의 규제 공백을 정면으로 겨냥해 감시견 기능과 의제 발굴력이 뛰어났다. 다만 위험을 떠안는 투자자의 육성이 빠져 있어 현장 주체 보강이 필요하며, 대형 증권사 이해상충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홍명보 감독 사퇴 관련 연속 보도는 단발성 사건을 협회 거버넌스 문제로 끌어올린 탄탄한 3단 구조(진단·비교·해결책)와 다양한 취재원 활용으로 책무 저널리즘을 실천한 모범 사례다. 정치권의 즉각 개혁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고 전문가 합의로 응수한 점도 성숙한 접근이었다. 다만 경기 결과의 원인을 협회 무능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런명보’나 ‘환멸’ 같은 감정적 어휘 사용과 익명 인용이 다수였던 점은 아쉬웠다.‘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기획은 461건 판결문 전수조사해 의미있는 정보를 전달했으나, 유죄 직종 4위로 드러난 언론계 자신의 10년에 대한 성찰적 검증은 빠졌다. 7월 지면은 무거운 의제들을 심층적으로 다뤄 저널리즘적 깊이를 보여 줬다. 앞으로도 단순 전달을 넘어 현장의 목소리와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당부한다.
  • ‘센 술’ 대명사였던 소주, 무한 저도주 경쟁… 마지노선은 어디?

    ‘센 술’ 대명사였던 소주, 무한 저도주 경쟁… 마지노선은 어디?

    회식 자리에서 술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시대가 됐다. 특히 취하기보다 분위기를 즐기는 ‘소버 라이프’(Sober Life)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건강을 우선시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와도 맞물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부드러운 술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9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센 술’의 대명사였던 소주의 저도화 열풍이 다른 주류에 비해 거세다. 소주 알코올 도수는 1970년대엔 무려 30도에 달했다. 이후 1990년대 25도로, 2000년대 들어 20도로, 2021년엔 제로 슈거 트렌드 열풍과 함께 16.5도 소주가 등장했다. 저도주화 속도는 가팔라져 최근 몇 달 사이 15.7도 제품이 대거 출시되면서 대세로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도주 비밀은 첨가제에 있다”고 말한다. 주정 역할을 대신하는 첨가제는 ‘알싸함’ 같은 소주 본연의 풍미를 담당한다. 여기에 ‘달달함’을 책임지는 감미료까지 각각의 역할을 하는 첨가제가 투입된다. 첨가제로는 스테비아, 에리트리톨, 아미노산 등이 주로 쓰인다. 부드러운 소주 선호로 주정 원료도 달라졌다. 과거 보리쌀이 주였지만 지금은 쌀로 대체되고 있다. 저도주의 마지노선은 어디까지일까. 현재 추세라면 15.7이란 숫자도 곧 깨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이상 낮추기는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첨가제 중 특히 감미료 가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주정이 최근 비싼 쌀로 대체되고 있는 것도 무한 저도주화 경쟁의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저도주 경쟁이 원가 상승에 따른 자칫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도수 낮추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주류 전문가는 “저도 소주라는 것을 단순하게 보면 주원료인 주정에 원수를 더 타면 된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소주 특유의 풍미는 사라지고 물맛만 남는다”며 “주정 대체 역할 재료로 값싼 첨가제가 개발될 수도 있겠지만 한동안은 15.7이라는 숫자에 머물 것”이라고 짚었다. 소주 업계 관계자는 “저도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하지만 주정을 덜 투입함에도 값비싼 첨가제 때문에 원가가 상승한다면 대기업이든 영세 지역 업체든 치명적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술 소비량은 확연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주류 지출이 수년째 줄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주 본연의 맛을 즐기는 소위 ‘빨뚜’(25도 이상 빨간 뚜껑 소주) 바람이 일고 있지만 음주 트렌드 변화라는 큰 파고에 ‘센 술’ 소주 시장은 힘겨운 상황이다.
  • 부천 골방에서 나이지리아 진출… 파라가 찾은 ‘아프로비츠의 자유’

    부천 골방에서 나이지리아 진출… 파라가 찾은 ‘아프로비츠의 자유’

    세상과 단절된 듯한 경기 부천시 골방에서 8년 동안 혼자 멜로디를 다듬던 청년이 있었다. 생계를 위해 건너간 미국 길거리에서 시간을 쪼개 찍은 자작곡 영상은 싱어송라이터 파라를 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로 이끌었다. 나이지리아의 뜨거운 햇빛과 넘실거리는 생동감 속에서 그가 마침내 붙잡은 것은 음악이 지닌 가장 단순한 힘, ‘자유’였다. 서울 성동구의 알티스트레이블 스튜디오에서 29일 파라를 만났다. 미국의 팝 가수 마이클 잭슨과 어셔의 춤을 따라 하며 자랐던 그에게 아프리카 팝 장르 ‘아프로비츠’는 유튜브 쇼츠 속 짧은 영상으로 다가왔다. 나이지리아 가수 레마의 공연에서 관객들이 떼창으로 무대를 뒤덮는 장면에 사로잡힌 것이 출발점이었다. 아프로비츠를 제대로 하려면 현지에 가야 한다는 조언을 들은 그는 미국에서 영상감독 친구와 촬영한 곡 ‘고 고 고’의 2절을 비워둔 채, 나이지리아 소셜미디어(SNS)에 광고를 올렸다. 반응이 터졌다. 협업을 제안하는 수많은 나이지리아 음악인들의 메시지가 쇄도한 가운데, 현지 가수 비마의 보컬을 듣자마자 전 재산 1200만원을 긁어모아 지난해 2월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로 향했다. 현지 아티스트들의 뜨거운 에너지가 그를 맞아줬다. 비마가 마련해 준 숙소의 거실은 그의 친구들이 모여드는 자연스러운 ‘송 캠프’가 됐다. 수만원대 저가 마이크 하나를 세워두고 거실 스피커로 비트를 틀어놓은 채 원테이크로 녹음을 끝냈다. 탁구를 치고 전화 통화를 하던 동네 친구 10여명은 “녹음 들어간다”는 말에 일제히 숨을 죽였다가도 떼창 구절이 나오면 마이크 앞으로 몰려나와 목청을 돋웠다. 골목대장들에게 현지 통화로 15만원가량을 건네며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한 거리 통제를 부탁하고, 근처 오토바이 무리를 즉석에서 섭외해 카메라에 담은 영상에는 날것 그대로의 생동감이 가득했다. 여정이 내내 달콤했던 건 아니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송수관 파열로 2주 동안 물이 끊기고, 전력난으로 에어컨조차 돌리지 못해 식수 비닐을 받아 몸을 씻어야 했다. 하지만 레마의 녹음 스튜디오에 있는 녹음 장비 역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걸 보며 중요한 깨달음도 얻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장비의 질이 아닌 음악의 본질과 공간을 가득 채우는 에너지라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진정성은 나이지리아 현지 미디어의 마음도 움직였다. 현지 매니저의 네트워크를 통해 대표 모닝쇼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연이어 초대됐고, LG 나이지리아 지사와의 협업으로 단독 콘서트까지 성사됐다. 현지 관객 앞에서 무대를 채운 그는 더 이상 ‘외국인 가수’가 아니라 아프로비츠 뮤지션이었다. 파라가 보여주는 독자적인 색깔의 핵심은 한글 가사의 재해석이다. 나이지리아 특유의 영어 ‘피진 잉글리시’가 지닌 리듬과 추임새를 한국어의 운율로 치환해낸다. 그는 “한글은 표현의 고점이 굉장히 높은 언어”라며 “영어 가사에 기대기보다 한글이 가진 리듬을 조율해 아프로비츠의 그루브와 섞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파라가 정의하는 아프로비츠의 본질은 자유다. 장르와 언어의 경계를 가르지 않고, 그때그때의 감정과 에너지를 따라가는 유연함이야말로 아프로비츠의 힘이라고 믿는다. 그는 “나이지리아의 공원에서 다 같이 모여 춤추며 노는 기분으로, 아프로비츠의 긍정적이고 자유로운 에너지를 한국에 퍼뜨리고 싶다”며 “언젠가 5만명 스타디움에서 솔로 콘서트를 열 때까지 계속 달려갈 것”이라며 웃었다. 파라는 나이지리아 첫 작업을 함께한 비마를 오는 10월 서울의 스튜디오로 초대해 함께 곡을 작업할 계획이다. 연말에는 아프로비츠를 중심으로 하는 단독 콘서트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 공선법에 막힌 지자체 회의 생중계

    민선 9기 출범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간부회의 온라인 생중계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 해석에 제동이 걸렸다. ‘밀실행정 탈피’와 ‘주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선관위는 지자체가 매주 또는 매월 간부회의를 생중계할 경우 공선법 위반으로 판단한다. 간부회의 생중계를 분기별 1회로 제한하고 있는 홍보물 제공으로 보는 것이다. 공선법 제86조 제5항은 지자체의 사업계획·추진실적·기타 활동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인쇄물·녹음·녹화물·기타의 선전물)은 분기별로 1종 1회를 초과해 발행·배부·방송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일 180일 전부터는 완전 금지된다. 이에 유튜브로 간부회의 생중계를 추진했던 부산, 전북, 제주 등은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방안으로 우회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걸림돌이 많다. 시청 절차가 복잡해 시청률이 떨어지는 지자체 홈페이지 생방송도 선관위가 ‘알림 설정’을 제한해 시청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회의 내용도 공선법 위반이 없는지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 간부회의 생중계 중에 업적과 성과를 전하거나 단체장 위주의 영상을 송출할 경우 법에 저촉된다는 게 선관위 해석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회의 내용 등을 공개하고 홍보하는 횟수에 제한이 없는데 지자체만 규제하는 것은 요즘 현실에 맞지 않다”며 “행정 투명성 확보가 목적인 것을 고려하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폭염 비상’… 전국 지자체 외국인 계절근로자 지키기 ‘총력전’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농촌의 일손 부족을 해소하는 소중한 동반자입니다.” 낮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농촌의 핵심 일손인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언어 장벽과 열악한 주거 환경에 노출되기 쉬운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 밀착형 안전망 가동과 전수 점검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11만 7113명 배정받은 ‘농도의 도시’ 전남 지자체들은 폭염 취약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휴식 등 노동 시간 조정과 통역사를 통한 애로 사항 청취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순천시는 농작업 현장을 순회하며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폭염특보를 인지하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현장 밀착 점검과 다국어 안전교육, 예방 물품 지원, 농가 협력 및 상시 모니터링을 연계한 종합대책을 실행 중이다. 그늘막과 휴게시설 설치 여부, 생수 비치 상태도 확인하고 선캡·쿨토시·생수 등도 전달한다. 강진군은 17개 국어로 번역된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를 배포하고 기상정보 안내, 무더위 시간대 근무 시간 조정, 수분 섭취를 독려하는 안내 문자를 발송하는 등 현장 맞춤형 관리를 강화했다. 보성군은 이달 말까지 지역 내 외국인 계절근로자 1414명의 숙소 157곳에 대한 전수 점검을 완료할 예정이다. 냉방 설비 작동, 샤워 시설 설치 등이 점검 대상이다. 고흥군은 24시간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다. 폭염 경보 시 낮 시간대(오전 11시~오후 5시) 야외 작업 자제, 그늘진 휴식 공간 및 시원한 식수·냉방 장비 구비, 고용주의 폭염 대응 지침 이행 등을 밀착 모니터링 중이다. 전북도도 얼음조끼와 선풍기 모자 등 개별 용품을 지원하고 휴식 시간에는 에어컨이 가동되는 마을회관 등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경북도는 현장 지도점검반을 시·군에 배치해 고령 농가와 외국인 계절근로자, 시설재배·축산농가 등 취약 분야를 집중 점검 중이다. 강원도는 이달 초 이미 외국인 계절노동자에게 쿨토시, 스카프 등 냉감 용품을 전달하고 폭염 행동 요령과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홍보했다. 충남 공주시와 청양군은 생수 제공·살수차 운행 등 폭염 피해 예방 장비 지원과 폭염 시간대 건설 현장과 논·밭, 비닐하우스 등에서의 야외 작업 중단 등 현장 지도를 강화했다. 정영석 순천시 농업정책과장은 “외국인 계절근로자에게 폭염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재난”이라며 “현장 점검과 다국어 교육, 예방 물품 지원, 농가 협력까지 행정 수단을 총동원해 단 한 명도 폭염 위험에 방치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건보 개편’ 회의 취소… 11년 전 백지화 재현되나

    ‘건보 개편’ 회의 취소… 11년 전 백지화 재현되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방향을 논의하려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가 취소됐다. 개편안이 사전에 알려진 뒤 보험료 인상 논란이 번지자 정부가 부담을 느껴 논의를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회의 일정도 정해지지 않아 개편이 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9일 “당초 30일 건정심에서 논의할 예정이던 ‘건강보험 보장 혁신 방안’ 등 안건은 보다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논의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편안의 취지보다 가입자의 부담 증가가 부각되면서 충분한 설명과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음 건정심은 8월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식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내년부터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가 시작되고 지역·필수의료 투자도 확대된다. 정부가 부과체계 개편에 나선 것도 불어날 지출에 대비해 수입 기반을 넓히고 소득 비례 부담 원칙에서 벗어난 부과 기준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현행 제도에서는 보험료 상한 때문에 월급 1억 3000만원인 직장인과 10억원인 직장인이 같은 보험료를 낸다. 이자·배당 등 월급 외 소득에는 연 2000만원까지 보험료를 매기지 않고, 최저보험료는 26년 전 정한 최저보수 월 28만원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지난 23일 건정심 소위원회에 보고된 개편안에는 초고소득 직장가입자의 본인 부담 보험료 상한을 월 459만원에서 612만원으로 높이고 월급 외 소득 공제액을 1000만원으로 줄이는 방안, 최저보험료를 최저임금과 연계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이에 따른 추가 보험료 수입은 연간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개편안이 알려지자 ‘직장인의 유리지갑을 턴다’, ‘서민의 보험료를 올린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여론의 반발로 개편 작업이 흔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2015년에도 월급 외 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와 고소득 피부양자의 부담을 늘리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낮추려 했지만 발표 하루 전 백지화했다. 개편안은 2년간 표류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17년 3월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에는 재정 여건이 더 빠듯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의료개혁 투자를 반영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5조 2000억원 적자로 돌아서고 누적 준비금은 2029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건정심 논의는 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 수렴 단계로, 실제 개편에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 등이 필요하다. 정부가 보험료 인상 반발을 감수하고 후속 절차에 나서지 못하면 2015년의 표류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롤러코스피’가 바꾼 개미 일상

    ‘롤러코스피’가 바꾼 개미 일상

    한 달 새 손실 수천만원으로 불어변동성 증시에 하계 여행도 취소“업무시간 중에도 휴대전화 못 놔”투자 안 했던 사람들 ‘조모’ 확산“안 사길 잘해… 현금 갖고 있을 것” 오전 8시에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31)씨는 국내 주식시장 시작을 10분 앞둔 8시 50분이면 슬그머니 화장실로 향한다. 예금에 전세보증금 담보대출까지 총 2억원을 투자한 그는 최근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면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켜고 예상 체결가와 호가창부터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 회의 중에도 책상 아래로 휴대전화를 내려 시세를 살피는 그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한 날엔 점심도 포기한 채 계산기를 두드린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식에만 2억원을 투자한 이씨는 최근 계좌 수익률이 마이너스 30% 아래로 떨어지면서 평가손실은 6000만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씨는 29일 “부서장에게 몇 차례 눈치를 받았지만 손실이 커지니 업무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출렁이면서 상반기 ‘역대급 불장’에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로 뛰어든 직장인들은 급락장이 시작되자 업무시간에도 시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손실 장기화를 우려해 휴가와 소비를 줄이는 한편, 투자하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는 “안 사길 잘했다”는 ‘조모’(JOMO·소외의 즐거움) 심리도 번지고 있다. 서울의 직장인 윤모(32)씨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상승장에 포모 심리로 올 초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한때 5~6개월치 월급에 맞먹는 수익을 올렸지만, 약 한 달 전부터 이어진 급락으로 수익 대부분을 반납했다. 윤씨는 “매일 주가만 들여다보며 살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차라리 다른 데 투자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며 “8월 말 여행도 취소하고 현금을 최대한 갖고 있기로 했다” 말했다. 반대로 증시에 뛰어들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던 사람들 사이에선 은근한 ‘조모’ 심리도 번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코스피가 9000선을 넘었을 때도 매수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김씨는 “주식으로 큰 손실을 봤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신 예·적금이나 다른 투자처를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MTS 이용 증가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미래에셋·키움·한국투자·삼성·KB증권 등 상위 5개 증권사 MTS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 합계는 지난 1월 1517만명에서 6월 1658만명으로 9.3%(141만명) 증가했다. 근무시간 중 반복적인 MTS 확인과 주식 매매가 업무 차질로 이어지면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실제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3년 한 근로자가 근무시간에 교육용 PC로 주식거래 사이트에 반복적으로 접속한 행위 등을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 반포자이 84㎡ 1810만원 보유세 ‘역대 최고’… 세율 인상 땐 2~3배 더 뛸 수도

    반포자이 84㎡ 1810만원 보유세 ‘역대 최고’… 세율 인상 땐 2~3배 더 뛸 수도

    서울 강남권과 용산구 등 고가 아파트의 올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강남 3구와 용산구의 공시가격 30억원 초과 단지 9개를 대상으로 올해 보유세를 계산한 결과 역대 최고액이 산출됐다고 29일 밝혔다. 재산세는 이달부터 납부가 시작됐고, 종부세는 12월에 낸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를 보유한 1주택자가 올해 내는 보유세는 1810만원으로 계산됐다. 고령자·장기보유 등 종부세 공제 혜택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값이다.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2021년 1653만원을 웃돌았다. 당시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8.3%,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95%, 재산세 60%가 적용되며 보유세 부담이 컸다. 그런데 올해는 그때보다 낮은 현실화율(69%)과 공정시장가액비율(종부세 60%, 재산세 43~45%)이 적용됐는데도 역대 최대 세액이 산출됐다. 원인은 집값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8.7% 급등한 영향이다. 올해 반포자이의 공시가격은 34억 9100만원으로 2021년 22억 4500만원에서 55.5% 뛰었다. 이 밖에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7㎡(보유세 2227만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84.93㎡(1905만원),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82.6㎡(1258만원), 용산구 한남더힐 235.3㎡(7633만원)도 올해 보유세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우 전문위원은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공시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곳이 많아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로 낮은데도 보유세는 역대 최고로 산출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보유세 인상을 공식화했다. 현재 0.15% 수준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선진국 수준인 1%까지 높이면 서울 강남 아파트 전용 84㎡의 보유세는 지금보다 2~3배 더 늘어나게 된다. 시세 50억원짜리 아파트라면 5000만원의 보유세를 내는 셈이다. 보유세가 중과되는 초고가 주택 기준은 ‘공시가격 30억원(시세 약 45억원) 이상’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시가격 30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전국에 5만 869가구 정도로, 이 중 5만 519가구(99.3%)가 서울에 몰려 있다.
  • 오세훈, 휴가 중 성수대교 남단 연결램프 현장시험 점검

    오세훈, 휴가 중 성수대교 남단 연결램프 현장시험 점검

    휴가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성수대교 남단 진입부 램프(연결로) 단차 발생 구간 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 대책을 점검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종로구 운니동 어르신 무더위쉼터와 탑골공원 아리수 나눔 현장에서 폭염 대응 상황을 점검한 데 이어 성수대교 남단 램프 단차 발생 구간에서 현장시험 상황을 확인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현장을 방문한 후부터 현재까지의 조치 현황과 단차 발생 구간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을 보고받았다. 이후 외부 구조·토질분야 전문가가 참여한 현장시험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현장시험은 아스팔트 포장을 제거한 뒤 지반 상태, 지지력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는 시민 불안을 줄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함께 지반 상태를 과학적으로 검증한다. 시험과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시는 현장시험 결과와 현재 진행 중인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분석해 시설물의 안전성을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필요하면 보수·보강 대책을 마련한다. 전문가 자문을 거쳐 결과를 공개하고 유사 시설에 대한 전수점검을 실시하는 등 선제 점검과 예방 중심의 시설물 관리 체계를 강화해 나간다. 시는 지난 10일 성수대교 연결램프 구간의 단차는 교량 본체와 연결램프 옹벽부의 구조적 차이로 장기간에 걸쳐 생긴 것으로 현재는 변화 없이 안정화된 상태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이후 추가 침하 등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현재까지 교량의 구조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불안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확인하고 설명해 드리는 것이 시의 책임”이라며 “검증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한 조치는 신속히 추진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유사 시설에 대한 점검과 예방 중심의 관리도 더욱 강화해 시민 안전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 처참하게 드러난 철골, 내려앉은 도로… “무서워 집에 못 가”

    처참하게 드러난 철골, 내려앉은 도로… “무서워 집에 못 가”

    주변 식당들 기약 없는 임시 휴업물·비스킷으로 허기 달래며 차박추가 지진 걱정에 집도 못 돌아가“괜찮냐 물어본들 괜찮을 리 있겠나” “2016년보다 훨씬 무서웠습니다.” 29일 일본 구마모토현 우키시의 한 대형 가구점. 규모 7.1 강진으로 집 안 장롱과 식기 등이 쏟아져 집을 떠난 60대 오기 부부는 가구점 주차장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여진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날 밤은 물과 비스킷으로 허기를 달래며 차 안에서 보냈다. 2016년 대지진을 떠올렸다는 오기 씨는 “언제 또 흔들릴지 몰라 집에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10년 전 구마모토 대지진도 겪어봤지만 이번이 훨씬 무서웠다”고 말했다. 강진은 구마모토의 평범한 일상을 통째로 멈춰 세웠다. 전날 붕괴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쇼핑센터 ‘이온몰 구마모토’는 건물 일부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철골이 그대로 드러난 채 처참한 모습이었다. 현장에선 외부인 접근이 통제된 가운데 자위대와 경찰,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걷어내는 매몰자 수색·구조 작업이 계속됐다. 주변 식당들은 대부분 기한 없는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문을 연 몇 안 되는 식당에서만 주민들이 말없이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이온몰 인근 도시락 가게 직원 곤도(72) 씨는 “지진이 난 뒤 사람들이 몇 번이나 괜찮냐고 물었다”며 “그때마다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을 리가 있겠느냐”고 씁쓸하게 웃었다. 차를 몰아 최대 진도 7이 관측된 우키시와 히카와마치로 향하자 피해는 더욱 선명해졌다. 도로는 곳곳이 들뜨거나 내려앉아 단차가 생겼고 차량들은 속도를 크게 줄여 갈라진 노면을 피해 이동해야 했다. 시내 대형 가구점 안에는 전시된 장롱과 식탁, 소파가 쓰러진 채 방치돼 있었고 대부분 상점은 셔터를 내렸다. 또 주유소마다 단수와 정전, 교통 통제에 대비해 연료를 채우려는 차량들이 50~100ꏭ씩 줄지어 서 피난 행렬을 방불케 했다. 히카와마치에서도 정전과 단수가 이어지면서 지정 대피소 상당수가 문을 열지 못했다. 주민들은 학교 운동장 등에 마련된 차량 대피 공간에서 밤을 지새웠다. 인근 소바집에서 만난 50대 나카무라 부부 역시 중학생 딸과 함께 차에서 밤을 보낸 뒤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나카무라는 “언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 날씨도 더워서 더 걱정”이라고 했다. 강진은 구마모토의 산업 현장도 흔들었다. 특히 구마모토는 일본 반도체 부흥을 상징하는 지역으로, 이번 지진이 관련 산업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렸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일본 자회사 JASM은 안전 점검을 위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고,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도 구마모토현 고시시와 오즈마치 생산 거점의 가동을 멈추고 시설 점검에 들어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혼다와 브리지스톤, 야마하 등 주요 제조업체도 생산을 중단하거나 조정했으며, 도요타는 규슈 공장 3곳의 가동을 31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업체가 밀집한 구마모토의 특성상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전자기기와 자동차 공급망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마모토현 당국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사망자를 18명(심정지 6명 포함)으로 집계해 발표했다. 일본제지 야쓰시로 공장에서 일어난 굴뚝 붕괴로 5명이 사망했고, 일부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진과 관련해 현재까지 접수된 한국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美, 이번엔 ‘中로봇’ 빗장… 中 제3국 우회 풍선효과 전망도

    美, 이번엔 ‘中로봇’ 빗장… 中 제3국 우회 풍선효과 전망도

    “미국인 감시·원격 장악·정보 유출”전력망 장비 인버터도 인증 차단드론·라우터·커넥티드 차량 이어中 점유율 늦추려는 방어적 정책美 내부 문샷AI 등 대중 규제 논쟁 미국이 외국산 휴머노이드와 4족 보행 로봇의 신규 모델 수입을 금지했다. 드론과 라우터, 커넥티드 차량 등 통신망에 연결돼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기를 잇달아 규제한 데 이어 로봇과 전력망 장비까지 차단 범위를 넓혔다. 업계는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점유율 확산을 지연시키려는 방어적 산업정책으로 본다. 다만, 이미 자체 기술력을 쌓은 중국 업체들이 제3국 조립으로 수입금지를 우회하거나 동남아, 유럽 등 다른 시장으로 더욱 빠르게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8일(현지시간) 휴머노이드와 4족 보행 로봇의 신규 모델에 대한 장비 인증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재생에너지원과 배터리를 전력망·데이터센터에 연결하는 인버터도 대상에 포함됐다. 기존에 구매한 제품의 사용이나 이미 승인된 모델의 판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국방부나 국토안보부의 승인을 받은 제품도 예외다. FCC는 로봇이 수집한 영상과 위치·환경 정보가 미국인 감시나 외국 정보기관의 역량 강화에 활용되고, 외부에서 탈취돼 원격으로 조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결형 인버터 역시 외국 기업이 장비를 임의로 끄거나 전력망·데이터센터 정보를 유출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조치는 모든 수입품에 적용되지만 외신은 중국을 주된 대상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유니트리 등 로봇 업체를 앞세워 저가형 휴머노이드와 4족 보행 로봇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왔다. 인버터 시장에서도 화웨이와 성그로우 등 중국 기업의 비중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가 중국산 로봇과 인버터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업체들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도록 압박하려는 성격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외국산 드론 핵심 부품을 인증 규제 대상에 포함한 데 이어 해외에서 생산된 소비자용 라우터 신규 모델의 미국 시장 진입도 제한했다. 최근에는 화웨이와 ZTE 등 안보 위협 기업의 핵심 부품이 들어간 제3자 기기의 판매를 막기로 했다. 중국·러시아와 연계된 통신·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커넥티드 차량의 수입과 판매를 제한하는 조치도 시행 중이다. 하지만 대중 규제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문샷AI의 가중치 공개형 모델 ‘키미 K3’ 출시 이후 미국 의회에서 오픈웨이트 모델 규제 가능성이 거론되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워싱턴에서 의원들을 만나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황 CEO는 “미국 산업계는 보안과 안전을 위해 오픈웨이트 모델이 필요하다. 전체 산업의 활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CEO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 기업들을 겨냥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효과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첫 한국 개최 세계유산위 폐막…‘한국의 갯벌’ 확대 등재 성과

    첫 한국 개최 세계유산위 폐막…‘한국의 갯벌’ 확대 등재 성과

    한국에서 처음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1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19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는 29일 결정문 보고서 채택을 끝으로 폐막했다. 1988년 세계유산협약 가입 이후 한국이 의장국을 맡아 국내에서 연 첫 회의로, 신규 등재부터 보존 상태 점검, 국제 지원과 제도 개선까지 협약 이행의 주요 현안이 두루 논의됐다. 위원회는 33건을 심사해 신규 25건(문화 19건, 자연 5건, 복합 1건)과 확대 등재 2건, 기준 변경 1건 등 모두 28건의 등재를 승인했다. 이로써 세계유산은 173개국 1273건으로 늘었다. 한국은 2021년 등재된 ‘한국의 갯벌’에 충남 서산과 전남 여수·고흥·무안 갯벌을 더해 구성요소 6곳의 연속유산으로 확대 등재하는 데 성공했다. 자문기구가 보류나 반려를 권고했던 4건도 당사국의 설득과 위원국 간 논의 끝에 등재됐다. 아시아·태평양에서는 9건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일본의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 중국의 ‘징더전 수공예 도자 산업 유적’, 몽골의 ‘흉노 지배층 무덤군’ 등이다. 정부는 아스카·후지와라의 한반도 교류 가치가 현장에 더 충실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고, 일본 근대산업시설 관련 권고의 성실한 이행도 촉구했다.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해변들’과 이번 회의 유일한 복합유산인 그리스의 ‘올림포스산 광역지역’도 목록에 올랐다. 코모로·남수단·상투메프린시페는 첫 세계유산을 배출했고, 아잘리 아수마니 코모로 대통령이 국가원수로는 처음 회의장을 찾았다. 보존 상태 148건을 점검한 결과 레바논 ‘티레’, 수리남 ‘파라마리보 역사 도심’ 등 6건이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추가돼 모두 58건이 됐다. 반면 오스트리아 ‘빈 역사지구’는 긴 논의 끝에 해제됐으나 비판이 뒤따랐다. 아프리카와 군소개발도서국(SIDS)을 위한 유산 전략, 서구 중심의 평가를 넘어서려는 진정성 논의도 함께 다뤄졌다. 유산 해석을 주제로 한 국제 부대행사도 열렸다. 제49차 회의는 2027년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다. 튀르키예는 2016년 제40차 회의를 열었으나 군부 쿠데타로 일정이 중단된 전례가 있다. 한국은 ‘한양의 수도성곽’으로 18번째 등재에 도전한다. 이병현 의장은 관점의 차이에도 인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는 의지는 하나로 모여 있음을 다시 확인했다며 각국 대표단에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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