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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겨진 아이들, 그 후]서울시 “보호아동 단계별 심리치료·종사자 재교육”

    [남겨진 아이들, 그 후]서울시 “보호아동 단계별 심리치료·종사자 재교육”

    보호대상아동 관련 사업은 2005년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된 만큼 무엇보다 지자체의 적극성과 관심도가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보호아동 지원 및 아동양육시설(보육원) 양육 환경 개선 방안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는 전국 시도 가운데 아동양육시설 및 시설보호아동의 수가 가장 많다. 서울시 김선순(사진)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지난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등 집중보호 필요 아동을 위한 단계별 심리상담치료 지원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일시보호시설인 동부 및 서부아동복지센터 2곳에 특수치료 전문가 3명을 추가로 배치했다. 또 거점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에 중증 아동 치료 시스템을 마련,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보육원 종사자의 재교육 강화에도 나섰다. 김 실장은 “기존에 제작된 양육 매뉴얼을 보완해 문제행동별, 상황별, 연령별 양육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종사자의 잘못된 훈육 방식, 잦은 입·퇴사 등에 따른 아동양육의 한계를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시설 내에서만 상담이 이뤄져 아동이 자유롭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며 “편안하게 상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시설 외부에 일대일 상담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경계선 지능(지능지수 71~84) 아동 등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 실장은 “시설에서 퇴소한 보호종료아동 중 경계선 발달장애인과 기타 심리 지원 필요 아동을 대상으로 종합심리검사 및 심리치료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지원 규모는 50명이며 1억 9325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베이비박스 등 유기 아동 비율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높은 것과 관련해 “가정형 보호 체계가 안착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는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의 시설보호 기간을 단축하고 입양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아동을 후견인 지정 없이 바로 입양기관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입양특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마다 보호아동 관련 예산이나 사업이 제각각인 데 대해서는 “보육원 운영과 보호아동의 양육을 지자체의 책무로만 남겨 두지 말고, 시설 아동들이 차별 없이 자라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 등 우리 모두가 힘을 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남겨진 아이들, 그 후]보호아동이 자립하기까지…성장단계별 지원 필요

    [남겨진 아이들, 그 후]보호아동이 자립하기까지…성장단계별 지원 필요

    누구나 부모가 어떤 이유라도 아이를 버리지 않는 나라, 아동학대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부모와 분리된 아이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라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국가가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인권의 문제를 떠나 미래 세대를 위한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현 세대의 의무이기도 하다. 시설보호아동의 일생을 따라가며 성장 단계별로 이들이 부딪히는 현실을 짚어 본 <남겨진 아이들, 그 후>의 마지막 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앞서 기사에 소개된 영유아·학령·청소년기 보호아동 및 보호종료아동 각각의 입장에서 어떤 제도나 지원책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하루에 엄마가 세 번 바뀌는 세 살 선우는 <안정적인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유기 등의 이유로 시설에 맡겨진 영아기(만 0~2세) 보호아동은 주양육자의 잦은 교체로 혼란스러운 생애 초기를 보낸다. 핏덩이 때 느낀 심리·정서적 불안이 아이의 일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안정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한 시기다.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장은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은 일대일의 개별 양육을 받지 못해 언어 발달 지연, 경계선 지능, 심리·정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영유아 보육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아동과 애착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국회에는 아동양육시설에서 지내는 36개월 미만 보호아동 1명당 전문 인력을 1명씩 배치하도록 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현재는 보육사 한 명이 36개월 미만 아동을 2명까지 돌보도록 규정돼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호아동 1명당 전문 인력을 1명씩 배치할 경우 향후 5년간 총 1423억여원, 연평균 284억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의 미래인 아이들의 성장과 양육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투자와 지원이 아낌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음의 병 앓는 초4 진서는 <이해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보호아동 일부는 성장 과정에서 시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관심을 끌기 위해 각종 문제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보호아동이 놓인 특수한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소연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대상아동 정신건강 정책 전문영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유기, 부모의 이혼, 가정 형편, 학대 등 부정적인 생애 경험은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적 차원의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심리치료비 바우처를 일률·일회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호아동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활동 기회를 지속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류 실장은 “보호아동 초기 진입 단계부터 심리·정서 종합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지원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예산 및 서비스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보호아동의 발달단계 과정별로 이에 부합하는 정신건강 서비스뿐 아니라 문화·여가활동·교육 기회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학습이 뒤처지는 고1 경환에게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는 가뜩이나 열악한 보호아동의 학습 환경을 더 악화시켰다. 김현경 연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의 학업 능력은 진로 혹은 직업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학습 격차를 보완해야 한다”며 “공교육 기관이나 예체능 관련 공공시설을 활용해 역량 강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차이 나는 지원 예산과 관심도에 따라 차별은 더해진다. 임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초자치단체별로 아동보호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아 차별이 생긴다”며 “기초 단위가 아닌 광역시도에서 예산을 총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먹고사는 게 힘들어 꿈을 포기한 23세 민솔씨에게는 <응원과 자립 교육>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대학 진학이나 예체능 진로를 희망하는 보호아동이 제대로 지원받지 못해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전폭적으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립에 대비해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즉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 줘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김 교수는 “아동이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진로교육 및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보호아동들이 최대한 ‘가정의 울타리’에서 보호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를 위해 아동양육시설의 소규모화, 탈시설화 등이 거론된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아동양육시설은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아동들을 관리하는 센터로 전환돼야 한다”며 “아이들은 적어도 그룹홈, 위탁 가정 등 최대한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일시적으로 머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의원으로 있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약자의 눈’은 다음달 보호아동 지원을 위한 대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한다.  
  • “꿈보다 몸값 높일 자격증이 현실”… 보육원 상황 따라 진로 바뀐다[남겨진 아이들, 그 후]

    “꿈보다 몸값 높일 자격증이 현실”… 보육원 상황 따라 진로 바뀐다[남겨진 아이들, 그 후]

    ‘열여덟 어른’.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만 18세(보호 연장 선택 시 만 24세)가 되면 홀로 삶을 꾸려야 한다. 이렇게 매년 2500여명이 세상에 첫발을 디딘다. 보호종료아동이 마주하는 세상은 녹록지 않다. 자립 준비 단계부터 본인이 좋아하고, 하고 싶으며,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도록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이유다. 보호가 종료됐다고 해도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이들의 삶이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보호아동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혹은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세상에 내던져진다. 먹고사는 게 힘들어 꿈을 포기하기도 한다. 자립을 준비 중인 고등학생과 보호종료아동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작곡이요? 당시 꿈은 그랬죠. 지금은 ‘노가다’해요.” 작은 바닷가 마을에 있는 보육원을 떠난 지 5년이 되는 차민솔(23·가명)씨에게 작곡가의 꿈은 ‘과거형’이다. 보육원의 반대에도 당당하게 대학에 합격했지만 기약 없이 휴학을 연장하고 있다. 차씨는 지난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과 인천을 오가면서 건설 현장의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무엇이 차씨의 꿈을 접게 만든 것일까. 차씨는 아홉 살 때 사정상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없어 보육원에 들어갔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차씨는 본격적으로 자립을 준비하면서 보육원 측에 “실용음악과 입시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예산이 없기 때문에 너만 따로 학원에 보낼 수 없다”였다. 차씨는 고등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원비를 한 푼 두 푼 모았다. 그는 “음악을 배워야 하는데 돈은 없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보육원 통금이 밤 12시였는데 밤 10시에 알바가 끝나면 12시까지 연습하며 입시를 준비했다”고 돌이켰다. 그렇게 서울의 한 대학으로부터 실용음악과 합격증을 받았지만 막상 자립을 하려고 보니 막막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차씨는 “임대주택 지원, 장학금 등으로 주거와 등록금 일부는 어떻게든 해결됐지만 당장 생활비에 쪼들렸다”며 “1년 정도 대학을 다니다 휴학하고 건설 현장에 뛰어들었다”고 전했다.차씨는 중장비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작곡에 미련이 없냐’고 묻자 한참 뜸을 들이던 차씨는 망설임 끝에 이렇게 답했다. “하고 싶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당장 몸값을 높이는 게 저한텐 절실해요.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시설 바이 시설’로 달라지는 진로 차씨의 사례처럼 보호대상아동은 보육원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꿈을 키우기 어려운 현실에 놓인다. 정부는 직업훈련비 명목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보호아동 1명당 분기별로 60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수도권의 한 보육원 관계자는 “한 달로 나누면 20만원인데, 학원비로 쓰기엔 모자라다”며 “학원비는 대부분 후원금으로 보충한다”고 말했다. 보육원에서 지내는 아동은 일반 가정 아동에 비해 외부 활동과 사회 경험의 기회가 제한되고, 이에 진로를 탐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보호아동의 의사와 관계없이 보육원의 분위기와 방침에 따라 진로 방향이 결정되기도 한다. 보호종료아동인 윤정훈(23·가명)씨는 “원장님이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면 진학하는 경우가 많고, 먹고사는 게 우선이라고 여기면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야말로 ‘시설 바이(by) 시설’(시설에 따라 다르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많은 보호아동이 진로를 찾지 못하고 길을 헤매고 있다. 서울신문이 서울 지역 아동양육시설 34곳의 중·고등학생 1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9명(30.0%)이 ‘현재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노력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서’(76.9%),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12.8%) 순으로 나타났다. 성인이 됐을 때 가장 걱정되는 것으로는 ‘경제적인 부분’(33.8%)을 꼽았다. ●막연한 두려움 안고 사는 보호아동 아무리 자립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보호아동은 늘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산다. 의료과학특성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보호아동 이지예(18·가명)양은 “의료기기 관련 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성인이 된 뒤에 어떻게 살지, 무슨 일을 하고, 어디에서 살지가 막막해 고민이다”고 말했다.성악을 공부한 자립 4년 차 조규환(23)씨 역시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다섯 살 때 광주의 한 보육원에 입소한 조씨는 예쁜 단복과 아름다운 멜로디에 반해 초등학생 시절부터 합창단 활동을 했다. 조씨는 “초등학생 때는 보육원 합창단 활동이 자랑거리였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니 친구들이 보육원에 사는 것을 빌미로 따돌렸다”면서 “처음으로 음악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특성화고에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 중이었던 조씨는 고3 때 성악으로 진로를 틀었다. 그는 “서울에서 한 선교단체가 콩쿠르 대회를 여는데 대상을 받으면 해외에 무료로 보내 준다는 소식을 듣고 대회에 참여했다”고 돌이켰다. 당시 대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심사위원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조씨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터라 대학 입시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며 “광주역에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조씨는 취업 등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중국어과로 전과했지만 아름다운재단의 ‘열여덟 어른’ 캠페인 중 하나인 ‘땡큐 버스킹 공연’을 통해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섬세한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관리비 납부·청약통장 개설처럼 사소한 데서 막막… “생활밀착형 교육을”

    관리비 납부·청약통장 개설처럼 사소한 데서 막막… “생활밀착형 교육을”

    아동양육시설(보육원)을 퇴소한 보호종료아동은 당장 생활비부터 주거 문제까지 수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특히 이들은 관리비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 청약통장은 어떻게 만드는지 등과 같은 일상생활의 사소한 부분에서조차 막막함을 느낀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보호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생활밀착형 자립 교육과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29일 서울신문이 만난 보호종료아동들은 고지서 납부, 세탁기 고장 등 예기치 못한 다양한 상황에서 애를 먹었다고 입을 모았다. 보호종료아동 박강빈(24)씨는 “취업을 해서 돈은 넉넉하게 있었지만 수도요금 고지서를 받고도 내야 하는지를 몰랐다”며 “어느 날 물이 안 나와 알고 봤더니 수도요금이 밀려서였다. 당시엔 이러다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조규환(23)씨는 “모르는 게 많은데 누구한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막막했다”며 “새벽에 아파 응급실에 가야 했는데 병원비가 얼마가 나올지 몰라 비상약을 먹고 버틴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앞서 정부는 보호아동 본인이 원하면 만 18세에 자립하지 않고 만 24세까지 보육원에 머무를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럼에도 보호아동 대부분은 집단생활을 마치기 위해 자립을 선택한다. 경제관념이 부족해 500만원인 자립정착금 등을 금새 써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도의 한 보육원 총무팀장으로 일하는 안재영(38·가명)씨는 “아이들은 자기 이름 앞으로 모아진 돈(후원금과 자립정착금 등)을 하루빨리 찾고 싶어하지만, 경제관념이 없어서 흥청망청 쓰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그는 “자립을 해도 멀리 못 가고 보육원 인근에서 지내면서 일종의 ‘퇴소생 네트워크’의 꾐에 넘어가 사기를 당해 뒤늦게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보호대상아동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자립 관련 교육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호종료아동 차민솔(24)씨는 “부모님이 안 계시다 보니 사소한 것들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며 “정부가 단순히 금전 지원을 해 주는 데 더해 관리비는 어떻게 내고, 적금은 어떻게 하는지 등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가장 절실하다”고 했다. 보호아동 스스로의 의지도 중요하다. 안씨는 “보호아동들을 옆에서 지켜보니 자립을 곧 닥칠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며 “세탁기를 돌리는 방법을 알려 줘도 시설에서 다 해 주니까 ‘나중에는 혼자 해야 해’라는 말이 와닿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단독] 심리치료비 157만원 vs 12만원… 지자체 사정 따라 ‘또 다른 차별’

    [단독] 심리치료비 157만원 vs 12만원… 지자체 사정 따라 ‘또 다른 차별’

    전국의 아동양육시설(보육원)은 운영 비용과 종사자 임금 등을 전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에 의존한다. 그러나 지자체 사정에 따라 지원 규모는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하는 보호아동 1인당 심리치료 지원비는 시도별로 최대 13배 차이가 났다. 가뜩이나 일반가정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어느 지역에 맡겨지느냐에 따라 또 다른 차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신문이 27일 정보공개청구 및 아동복지협회를 통해 전국 아동양육시설 242곳(전체의 92.7%)을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예산 기준으로 시설 한 곳당 보조금이 가장 많은 지자체는 서울시(평균 24억 8410만원)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지자체는 경남으로 시설 한 곳당 9억 6784만원을 지원했다. 정부 예산이 포함된 아동 심리치료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광주가 지난해 기준 56명에게 8811만원을 지원, 평균 보조금이 157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대전은 207명에게 2565만원을 지원해 평균 보조금은 12만원에 그쳤다. 보호대상아동에게 심리상담 치료비를 지원하고 경계선지능(지능지수 71~84) 아동에게 사례관리비, 심리검사비 등 각종 지원책을 쏟는 서울시는 1인당 평균 82만원을 보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자체마다 돈을 쓸 곳이 많은데 아동양육시설과 보호대상 아동에게는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지 않는다”면서 “아동보호시설 운영비 및 종사자 인건비 지원 체계를 국비에서 일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단독] 한글떼기서 미용실습까지… 학업도 취업도 출발선부터 뒤처졌다[남겨진 아이들, 그 후]

    [단독] 한글떼기서 미용실습까지… 학업도 취업도 출발선부터 뒤처졌다[남겨진 아이들, 그 후]

    코로나19는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 머무는 아이들에게 더 가혹했다. 지난 2년여간 아이들은 자유롭게 나갈 수도 없고, 외부인이 들어올 수도 없는 외딴섬에 갇혀 있었다.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애꿎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화풀이하는 아이도 늘었다. 서울신문이 설문조사한 결과 보육원 종사자의 64.3%가 코로나19 이후 가장 어려운 점으로 ‘외출 제한에 따른 아동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꼽았다. 학습의 간극은 점점 더 벌어졌다.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시설일수록 피해는 더 심각했다. 오미크론 대확산 가운데 새학기를 맞아 분주한 보육원들을 찾아 실태를 살펴봤다. 겨울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달 23일 찾은 영남 지역의 A보육원. 고등학교 1학년 경환(16·가명)이가 컴퓨터실에서 머리를 싸매고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었다. 5평 남짓한 공간에 컴퓨터 8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 방은 원래 직원들의 휴식 공간이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은 17명이었는데 컴퓨터는 9대뿐이어서 직원 휴게실을 제2컴퓨터실로 급조한 것이다. 사무를 관리하는 장민수(38·가명)씨는 “부랴부랴 휴게실을 개조하고 컴퓨터를 추가로 들여 급한 불을 껐다”고 했다. 생활실(아이들이 지내는 방)에서는 방학 숙제를 놓고 딴청을 피우는 호영(9·가명)이와 선생님이 한창 줄다리기하는 중이었다. 호영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온라인 수업에 잘 적응하지 못해 또래보다 한글과 구구단이 뒤처지는 편이다. 같은 시각 태권도복을 차려입은 무리가 들뜬 표정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나 노란 띠도 땄어요. 이제 제일 높은 띠도 딸 거예요.” 성민(12·가명)이가 태권도 학원에 오랜만에 가는 게 신이 난 듯 한껏 자랑을 늘어놓았다. 코로나19는 모두의 일상을 뒤흔들어 놨지만 특히 보육원 아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시설아동은 학원 등 사교육을 받기 어려워 학교 수업이 중요한데 옆에서 공부를 도와주는 인력과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보육원 측이 여유가 있거나 후원을 통해 학원에 다닐 수 있다고 해도 정부 지침으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발이 묶였다. 장씨는 “이미용, 컴퓨터그래픽 등 취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지침을 어기고 학원 외출을 허용했다”며 “방역 지침이 왔다 갔다 하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가됐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 ‘위드 코로나’에 맞춰 외출 금지 조치 등을 일부 완화한 정부의 아홉 번째 지침이 내려온 뒤에야 숨통이 트였다고 장씨는 전했다. 충청 지역에 있는 B보육원엔 학습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한글과 축구, 미술, 피아노 등을 가르쳤는데 코로나19 이후 발길이 뚝 끊겼다. 그러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은 당장 한글을 떼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모든 학습의 출발선인 한글에서부터 뒤처지는 것이다. 보육사 손민지(38·가명)씨는 “공격적인 아이는 축구, 태권도 등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곤 했는데 학교 수업뿐 아니라 예체능에서도 차이가 나는 느낌”이라며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은 갈수록 학습 격차가 벌어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유치원 휴원에 누리과정도 못 마쳐 학교뿐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도 휴원을 거듭하면서 일부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 배워야 할 것들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경기도의 한 보육원에서 영유아와 초등학생을 돌보는 김선희(36·가명)씨는 “유치원이 문을 닫았을 때 시설은 긴급돌봄도 신청할 수 없어 아이들이 누리 과정(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며 “공교육의 출발선에서부터 불공평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게 너무 속상했다”고 말했다.여러 명의 아이가 다 같이 모여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땐 보육사들이 아무리 신경 써도 역부족인 상황이 벌어졌다. 일반 가정처럼 보호자가 일대일로 챙겨 주지 못하다 보니 학습 분위기도 금방 흐트러진다. 서울신문의 보육원 종사자 1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온라인 수업 지도 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41.1%가 ‘아이들이 지루해하고 딴짓을 하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손씨는 “한 번에 5~6명이 동시에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 같은 학년이라도 반마다 출석체크 방식, 퀴즈, 진도가 다 다르다”며 “책장 하나 넘기는 것까지 챙겨 줘야 하는데 동시에 여러 명을 맡다 보니 혼란스러웠다”고 전했다. ●“공익근무요원까지 온라인 수업 보조” 설문조사에서 학습 격차와 관련해 가장 타격이 큰 연령대로는 초등학교 저학년(38.4%)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김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바로 옆에서 보육사들이 지도해야 했다”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반마다 공지가 달라 혹시나 공지를 놓치면 ‘시설아동이라서 관리가 안 된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더 꼼꼼하게 살폈다”고 했다. 그는 “생활지도원만으로는 부족해 사무 인력과 공익근무요원까지 아이들에게 일대일로 붙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수업 과정에서 화면에 보육원 배경이 노출돼 원치 않는 ‘고밍아웃’(고아임을 밝히는 것)을 우려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씨는 “아무리 가리려고 해도 뒷배경에 보육원임을 유추할 수 있는 문구가 보여 다른 아이들이 눈치챌까 봐 노심초사했다”며 “이런 이유로 중고등학생들은 개인 노트북을 지급해 달라고 하지만 여건상 쉽지 않다”고 했다. ‘코시국’이라는 긴 터널이 이어지는 동안 아이들은 지쳐만 갔다. 서울시의 ‘코로나19 관련 보호대상아동 인권보장 수요조사’ 용역 결과 보고에 따르면 보육원 아이들이 등교 외 모든 외출이 금지된 기간은 평균 337일이다. 원가족(원래 가족)과 때때로 만나던 아동들도 코로나19 이후 교류가 끊겨 그리움이 커졌다. 서울신문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은 “외출을 못 해서 친구들과 자유롭게 진로 얘기도 못 한다”, “가족이랑 못 본 지 2~3년 정도 됐다”는 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현경 연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팬데믹 이후 시설보호아동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방과후 특별 학습 지도반, 놀이와 학습 병행 프로그램 등과 같은 학습 격차 해소 방안이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 [단독] 한글떼기서 미용실습까지… 학업도 취업도 출발선부터 뒤처졌다[남겨진 아이들, 그 후]

    [단독] 한글떼기서 미용실습까지… 학업도 취업도 출발선부터 뒤처졌다[남겨진 아이들, 그 후]

    코로나19는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 머무는 아이들에게 더 가혹했다. 지난 2년여간 아이들은 자유롭게 나갈 수도 없고, 외부인이 들어올 수도 없는 외딴섬에 갇혀 있었다.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애꿎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화풀이하는 아이도 늘었다. 서울신문이 설문조사한 결과 보육원 종사자의 64.3%가 코로나19 이후 가장 어려운 점으로 ‘외출 제한에 따른 아동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꼽았다. 학습의 간극은 점점 더 벌어졌다.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시설일수록 피해는 더 심각했다. 오미크론 대확산 가운데 새학기를 맞아 분주한 보육원들을 찾아 실태를 살펴봤다. 겨울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달 23일 찾은 영남 지역의 A보육원. 고등학교 1학년 경환(16·가명)이가 컴퓨터실에서 머리를 싸매고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었다. 5평 남짓한 공간에 컴퓨터 8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 방은 원래 직원들의 휴식 공간이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은 17명이었는데 컴퓨터는 9대뿐이어서 직원 휴게실을 제2컴퓨터실로 급조한 것이다. 사무를 관리하는 장민수(38·가명)씨는 “부랴부랴 휴게실을 개조하고 컴퓨터를 추가로 들여 급한 불을 껐다”고 했다. 생활실(아이들이 지내는 방)에서는 방학 숙제를 놓고 딴청을 피우는 호영(9·가명)이와 선생님이 한창 줄다리기하는 중이었다. 호영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온라인 수업에 잘 적응하지 못해 또래보다 한글과 구구단이 뒤처지는 편이다. 같은 시각 태권도복을 차려입은 무리가 들뜬 표정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나 노란 띠도 땄어요. 이제 제일 높은 띠도 딸 거예요.” 성민(12·가명)이가 태권도 학원에 오랜만에 가는 게 신이 난 듯 한껏 자랑을 늘어놓았다. ●코로나19로 시설아동 학습 결손 빨간불 코로나19는 모두의 일상을 뒤흔들어 놨지만 특히 보육원 아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시설아동은 학원 등 사교육을 받기 어려워 학교 수업이 중요한데 옆에서 공부를 도와주는 인력과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보육원 측이 여유가 있거나 후원을 통해 학원에 다닐 수 있다고 해도 정부 지침으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발이 묶였다. 장씨는 “이미용, 컴퓨터그래픽 등 취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지침을 어기고 학원 외출을 허용했다”며 “방역 지침이 왔다 갔다 하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가됐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 ‘위드 코로나’에 맞춰 외출 금지 조치 등을 일부 완화한 정부의 아홉 번째 지침이 내려온 뒤에야 숨통이 트였다고 장씨는 전했다. 충청 지역에 있는 B보육원엔 학습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한글과 축구, 미술, 피아노 등을 가르쳤는데 코로나19 이후 발길이 뚝 끊겼다. 그러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은 당장 한글을 떼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모든 학습의 출발선인 한글에서부터 뒤처지는 것이다. 보육사 손민지(38·가명)씨는 “공격적인 아이는 축구, 태권도 등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곤 했는데 학교 수업뿐 아니라 예체능에서도 차이가 나는 느낌”이라며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은 갈수록 학습 격차가 벌어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공교육의 출발선에서부터 뒤처지는 아이들 학교뿐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도 휴원을 거듭하면서 일부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 배워야 할 것들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경기도의 한 보육원에서 영유아와 초등학생을 돌보는 김선희(36·가명)씨는 “유치원이 문을 닫았을 때 시설은 긴급돌봄도 신청할 수 없어 아이들이 누리 과정(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며 “공교육의 출발선에서부터 불공평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게 너무 속상했다”고 말했다. 여러 명의 아이가 다 같이 모여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땐 보육사들이 아무리 신경 써도 역부족인 상황이 벌어졌다. 일반 가정처럼 보호자가 일대일로 챙겨 주지 못하다 보니 학습 분위기도 금방 흐트러진다. 서울신문의 보육원 종사자 1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온라인 수업 지도 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41.1%가 ‘아이들이 지루해하고 딴짓을 하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손씨는 “한 번에 5~6명이 동시에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 같은 학년이라도 반마다 출석체크 방식, 퀴즈, 진도가 다 다르다”며 “책장 하나 넘기는 것까지 챙겨 줘야 하는데 동시에 여러 명을 맡다 보니 혼란스러웠다”고 전했다. ●“공익근무요원까지 달라붙어 온라인 수업 보조” 설문조사에서 학습 격차와 관련해 가장 타격이 큰 연령대로는 초등학교 저학년(38.4%)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김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바로 옆에서 보육사들이 지도해야 했다”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반마다 공지가 달라 혹시나 공지를 놓치면 ‘시설아동이라서 관리가 안 된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더 꼼꼼하게 살폈다”고 했다. 그는 “생활지도원만으로는 부족해 사무 인력과 공익근무요원까지 아이들에게 일대일로 붙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수업 과정에서 화면에 보육원 배경이 노출돼 원치 않는 ‘고밍아웃’(고아임을 밝히는 것)을 우려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씨는 “아무리 가리려고 해도 뒷배경에 보육원임을 유추할 수 있는 문구가 보여 다른 아이들이 눈치챌까 봐 노심초사했다”며 “이런 이유로 중고등학생들은 개인 노트북을 지급해 달라고 하지만 여건상 쉽지 않다”고 했다. ‘코시국’이라는 긴 터널이 이어지는 동안 아이들은 지쳐만 갔다. 서울시의 ‘코로나19 관련 보호대상아동 인권보장 수요조사’ 용역 결과 보고에 따르면 보육원 아이들이 등교 외 모든 외출이 금지된 기간은 평균 337일이다. 원가족(원래 가족)과 때때로 만나던 아동들도 코로나19 이후 교류가 끊겨 그리움이 커졌다. 서울신문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은 “외출을 못 해서 친구들과 자유롭게 진로 얘기도 못 한다”, “가족이랑 못 본 지 2~3년 정도 됐다”는 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현경 연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팬데믹 이후 시설보호아동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방과후 특별 학습 지도반, 놀이와 학습 병행 프로그램 등과 같은 학습 격차 해소 방안이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 [단독] 툭하면 책상 뒤엎던 ‘보육원 금쪽이’… 온기 품은 눈맞춤에 달라졌다[남겨진 아이들, 그 후]

    [단독] 툭하면 책상 뒤엎던 ‘보육원 금쪽이’… 온기 품은 눈맞춤에 달라졌다[남겨진 아이들, 그 후]

    사소한 일에도 버럭 화내고 예민 일대일 상호작용 없는 것이 원인 불안한 마음에 관심 끌려는 행동   36개월 미만 영아 정서발달 중요 초교 저학년까지 문제 행동 잦아 중앙정부는 예산 문제 나 몰라라 모든 아이는 금쪽같이 귀하다. 가족과 보호자로부터 분리된 보호대상아동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 남겨진 아이들의 ‘마음 건강’은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정서적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만 3세까지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해 싹튼 ‘마음의 병’은 과격한 행동이나 언어 지연, 불안 등 문제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런 시설보호아동을 보듬는 ‘금쪽 처방’은 무엇일까. 보육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전문가 진단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 수도권의 한 보육원에서 일하는 권지애(39·가명)씨는 돌보는 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으로부터 “또래에 비해 예민하다”는 소견을 들었을 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품었다. 그러나 유독 아이가 사소한 일에도 버럭 화를 내거나, 관심을 주지 않으면 책상을 엎어 버리는 일이 잦아지자 전문가에게 데려가 상담을 받아 보기로 했다. 아동심리센터에 다니며 나아지는 듯했던 아이의 상태는 코로나19 사태로 2년여간 모든 외출이 금지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권씨는 “아이와 양육자가 일대일로 상호작용이 어렵다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며 “관심을 끌고자 하는 심리도 문제 행동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불안 때문”이라고 말했다. #2. 아동발달치료 전문가 이연 이연아동발달센터 소장은 8여년 전 처음 아이들을 만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소장이 다가가자 일부는 과도하게 불안해한 반면 일부는 매우 반가워하면서 와락 안겼다. 낯선 사람을 보면 피하거나 우는 방식으로 낯가림을 표현하는 영유아의 정상 발달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 도와주지 않으면 이 아이들의 생애가 전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들어 만 36개월 미만 영아의 정서 발달에 주목했다. 그는 “문제 행동은 보통 만 3~4세 때 발현되는데 그 이전에 개입해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본격적으로 2020년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한화생명이 진행하는 아동심리치료 지원 사업 ‘맘스케어’에 참여하고 있다. 처음엔 주뼛주뼛했던 아이들이 놀이 치료가 진행될수록 점점 마음을 열고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는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말을 하도록 유도해 언어 지연을 예방하곤 한다”며 “집단으로 생활하는 시설에선 이마저도 어렵다”고 했다.●“하루 1회 이상 문제 행동 경험” 61% 보육원 종사자 대부분은 시설아동의 정서·심리적 문제를 직접 마주한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15~22일간 서울 지역 보육원 34곳의 종사자 1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5.7%가 ‘돌보는 아동 중 60% 이상이 심리·정서적 문제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문제 행동이 주로 발생하는 연령대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이 각각 25.9%로 조사됐다. 빈도는 하루 1회 이상이 40.2%, 하루 3회 이상이 20.5%로 나타났다. 유형은 아동 간 괴롭힘(폭력 포함)이 57.1%로 가장 많았다. 문제 행동 대응 방안으로는 전문적인 치료(39.3%)나 지속적인 관심(33.9%) 등이 손꼽혔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외출 제한 조치 등으로 시설아동들의 스트레스도 늘었다. 응답자의 64.3%가 코로나19 이후 아동의 문제 행동이 심해졌다는 데 동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아동양육시설’ 자료에 따르면 아이들 간 폭행은 2019년 26건에서 2020년 33건으로 26.9% 늘었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이면서 제때 치료받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가 곪아 간 것이다. 이 소장은 “특히 언어 지연 등이 방치되면 인지 지연, 경계선 지능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원석(16·가명)이도 경계선 지능 판정을 받은 경우다. 센터에서 원석이의 언어 치료를 담당하는 김슬기(32)씨는 “자립에 대비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언어를 중점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보육원 안에 전문적으로 언어 치료 인력이 배치되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체계적 지원 없어 현장선 어려움 호소 시설에 남겨진 아이들이 앓는 ‘마음의 병’은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몫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시설아동에 대한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보육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문제행동 대처방안’ 관련 교육조차 일반 아동의 사례가 중심이 된다. 한 보육원 종사자는 “시설아동에 대한 이해 없이 원리만 갖고 접근하다 보니 보육사 한 명이 다수를 돌보는 시설에선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육원마다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지원받는 심리치료 관련 예산이 한정적이다 보니 결국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그나마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각종 심리치료 프로그램 지원에 신경을 쏟고 있지만 관심과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지방일수록 사정은 더 열악하다. 정부는 아동양육시설 및 보호아동 예산은 지방이양 사업이라는 이유로 보호아동 문제 대응에 소극적이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심리·정서적 문제를 겪는 보호아동은 체계적으로 의사와 연계돼 심리 지원을 받아야 한다”면서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시설아동의 정신건강 실태에 대한 현황 파악도 하지 않은 채 방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위원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적절한 개입과 치료가 진행되는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아이는 금쪽같이 귀하다. 가족과 보호자로부터 분리된 보호대상아동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 남겨진 아이들의 ‘마음 건강’은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정서적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만 3세까지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해 싹튼 ‘마음의 병’은 과격한 행동이나 언어 지연, 불안 등 문제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런 시설보호아동을 보듬는 ‘금쪽 처방’은 무엇일까. 보육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전문가 진단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보호아동 문제 행동, 치료보다 이해가 먼저”[남겨진 아이들, 그 후]

    “보호아동 문제 행동, 치료보다 이해가 먼저”[남겨진 아이들, 그 후]

    “그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공평하지 않았고, 우리 사회는 이를 보완해 줘야 합니다. 하지만 현 시스템은 오히려 그 아이들을 더 불공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육원에 맡겨진 보호대상 아동 지원과 관련해 “그 아이들만을 위한 지속적이고 특화된 시스템을 국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원장은 세월호 참사를 겪은 경기 안산 단원고의 ‘스쿨 닥터’였다. 김 원장은 “보육원 선생님들은 3교대인데 처우는 형편없고, 아이들은 잘 키워야 하는데 문제 행동을 일으키고, 그 안에서 상처를 주고받으며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을 종종 목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아이를 버리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미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며 “종사자들이 그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잘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치료’보다는 ‘이해’에 방점을 뒀다. 그는 “아이들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해도 없이 ‘일단 증상이 있으니 해결해야 한다’는 병리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며 “영아기의 혼란 등 그 아이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국가가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시설아동 지원을 위한 과제로 ‘지속성’을 꼽았다. 그는 “정부부처는 보호아동의 평생 건강에 관심을 갖는 대신 ‘바우처로 1년간 20번 치료받게 하겠다’, ‘2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식의 태도만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육원 선생님과 약을 처방하는 의사, 그리고 심리치료사가 한 아이를 최소 3~4년 지켜봐야 한다”며 “보육원 주변의 아동심리센터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상담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폭력 아동 피해자를 위해 ‘해바라기센터’를 만든 것처럼 보호아동을 위한 특화된 시스템을 정부 차원에서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정서적 안정 주는 가정위탁, 지원 늘려 인식 키워야[남겨진 아이들, 그 후]

    정서적 안정 주는 가정위탁, 지원 늘려 인식 키워야[남겨진 아이들, 그 후]

    여러 보육사가 영유아부터 청소년까지 다양한 연령을 돌보는 보육원의 환경은 시설보호아동의 심리·정서적 불안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에 ‘모든 아동은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 아래 2003년 가정위탁제도가 도입됐지만 가정위탁 비율은 여전히 20%대에 머물러 있다. 2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가정위탁제도는 보호자와 함께할 수 없는 만 18세 미만 아동을 성범죄, 가정폭력 등의 전력이 없는 가정에 일정 기간 맡겨 보호·양육하는 제도다. 집단생활이 아닌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자라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복지부는 위탁가정 활성화를 위해 2004년부터 5월 22일을 ‘가정위탁의 날’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가정위탁은 ▲조부모를 포함한 친인척, 그 외 혈연관계가 없는 일반 가정이 양육하는 ‘일반가정위탁’ ▲만 36개월 미만이나 학대 피해, 장애를 가진 아동 등 전문적이고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을 양육하는 ‘전문가정위탁’ ▲보호대상아동을 3개월에서 최대 6개월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일시가정위탁’ 등으로 나뉜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20년 가정위탁보호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정위탁 보호율은 25.9%다. 보호대상아동 4120명 중 1068명이 위탁가정에 보내졌다. 가정위탁 보호율은 2003년 23.5%를 기록한 이후 2007년 38.1%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줄곧 20%대를 기록했다. 이에 복지부는 2020년 가정위탁 보호율을 2024년까지 37%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24시간 아이를 돌보는 위탁가정에 대한 지원을 현실화하기 위해 아동용품 구입비를 아동 1인당 100만원(최초 1회) 지급하고, 일괄적으로 지원했던 양육보조금도 연령대에 따라 차등 지급하도록 했다. 김현경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여전히 국내 아동보호체계는 시설 중심이고, 가정위탁보호 중 혈연 외 일반 가정 위탁 비율은 미미하며 가정위탁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낮다”고 지적했다.
  • [남겨진 아이들, 그 후]‘정서적 골든타임’ 놓치고 정서 사각지대 놓여

    [남겨진 아이들, 그 후]‘정서적 골든타임’ 놓치고 정서 사각지대 놓여

    모든 아이는 금쪽같이 귀하다. 가족과 보호자로부터 분리된 보호대상아동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 남겨진 아이들의 ‘마음 건강’은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정서적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만 3세까지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해 싹튼 ‘마음의 병’은 과격한 행동이나 언어 지연, 불안 등 문제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런 시설보호아동을 보듬는 ‘금쪽 처방’은 무엇일까. 보육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전문가 진단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 수도권의 한 보육원에서 일하는 권지애(39·가명)씨는 돌보는 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으로부터 “또래에 비해 예민하다”는 소견을 들었을 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품었다. 그러나 유독 아이가 사소한 일에도 버럭 화를 내거나, 관심을 주지 않으면 책상을 엎어 버리는 일이 잦아지자 전문가에게 데려가 상담을 받아 보기로 했다. 아동심리센터에 다니며 나아지는 듯했던 아이의 상태는 코로나19 사태로 2년여간 모든 외출이 금지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권씨는 “아이와 양육자가 일대일로 상호작용이 어렵다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며 “관심을 끌고자 하는 심리도 문제 행동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불안 때문”이라고 말했다. #2. 아동발달치료 전문가 이연 이연아동발달센터 소장은 8여년 전 처음 아이들을 만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소장이 다가가자 일부는 과도하게 불안해한 반면 일부는 매우 반가워하면서 와락 안겼다. 낯선 사람을 보면 피하거나 우는 방식으로 낯가림을 표현하는 영유아의 정상 발달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 도와주지 않으면 이 아이들의 생애가 전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들어 만 36개월 미만 영아의 정서 발달에 주목했다. 그는 “문제 행동은 보통 만 3~4세 때 발현되는데 그 이전에 개입해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본격적으로 2020년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한화생명이 진행하는 아동심리치료 지원 사업 ‘맘스케어’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은 올해까지 전국 81개 시설, 548명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처음엔 주뼛주뼛했던 아이들이 놀이 치료가 진행될수록 점점 마음을 열고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는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말을 하도록 유도해 언어 지연을 예방하곤 한다”며 “집단으로 생활하는 시설에선 이마저도 어렵다”고 했다. ●보육원 종사자 61% “하루 1회 이상 문제 행동 경험” 보육원 종사자 대부분은 시설아동의 정서·심리적 문제를 직접 마주한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15~22일간 서울 지역 보육원 34곳의 종사자 1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5.7%가 ‘돌보는 아동 중 60% 이상이 심리·정서적 문제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문제 행동이 주로 발생하는 연령대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이 각각 25.9%로 조사됐다. 빈도는 하루 1회 이상이 40.2%, 하루 3회 이상이 20.5%로 나타났다. 유형은 아동 간 괴롭힘(폭력 포함)이 57.1%로 가장 많았다. 문제 행동 대응 방안으로는 전문적인 치료(39.3%)나 지속적인 관심(33.9%) 등이 손꼽혔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외출 제한 조치 등으로 시설아동들의 스트레스도 늘었다. 응답자의 64.3%가 코로나19 이후 아동의 문제 행동이 심해졌다는 데 동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아동양육시설’ 자료에 따르면 아이들 간 폭행은 2019년 26건에서 2020년 33건으로 26.9% 늘었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이면서 제때 치료받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가 곪아 간 것이다. 이 소장은 “특히 언어 지연 등이 방치되면 인지 지연, 경계선 지능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원석(16·가명)이도 경계선 지능 판정을 받은 경우다. 센터에서 원석이의 언어 치료를 담당하는 김슬기(32)씨는 “자립에 대비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언어를 중점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보육원 안에 전문적으로 언어 치료 인력이 배치되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체계적 지원 필요한데 현장선 어려움 호소 시설에 남겨진 아이들이 앓는 ‘마음의 병’은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몫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시설아동에 대한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보육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문제행동 대처방안’ 관련 교육조차 일반 아동의 사례가 중심이 된다. 한 보육원 종사자는 “시설아동에 대한 이해 없이 원리만 갖고 접근하다 보니 보육사 한 명이 다수를 돌보는 시설에선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육원마다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지원받는 심리치료 관련 예산이 한정적이다 보니 결국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그나마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각종 심리치료 프로그램 지원에 신경을 쏟고 있지만 관심과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지방일수록 사정은 더 열악하다. 정부는 아동양육시설 및 보호아동 예산은 지방이양 사업이라는 이유로 보호아동 문제 대응에 소극적이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심리·정서적 문제를 겪는 보호아동은 체계적으로 의사와 연계돼 심리 지원을 받아야 한다”면서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시설아동의 정신건강 실태에 대한 현황 파악도 하지 않은 채 방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위원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적절한 개입과 치료가 진행되는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베이비박스 담긴 2000명… 열에 일곱은 입양 아닌 시설로[남겨진 아이들, 그 후]

    베이비박스 담긴 2000명… 열에 일곱은 입양 아닌 시설로[남겨진 아이들, 그 후]

    “여자아이고요. 키우고 싶어 옷이며 나름 준비했지만 임신 5개월부터 아기 아빠는 연락도 두절되고, 그 부모님을 찾아 뵙기도 했지만 나몰라라 하시고요. 혼자라도 키우려 해 봤지만 당장 아기 병원비도 해결하기 어려워 이런 선택을 하게 됐어요. 부디 저 말고 좋은 부모님 만나서 행복해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영아 임시 보호 공간인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고 간 여성이 쓴 편지다. 2009년부터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고 있는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남긴 위기 아동이 잠시 머무르는 곳이다. 2014년부터 경기 군포시 새가나안교회도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이다. 20일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지난 2월까지 서울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이는 총 1956명이다. 지난 한 해만 113명의 생명이 맡겨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이를 놓고 간 사람의 74.3%가 미혼이고, 11.5%는 기혼(양부모 또는 이혼)이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을 비롯한 보호대상아동은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없을 때에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해야 한다. 보호대상아동을 보호할 때 양육시설(보육원)보다 입양이나 가정 위탁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베이비박스 아동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일시 보호소로 옮겨져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머물며 입양 절차를 밟게 되지만 보호 정원이나 보육사 인력, 후견인 지정 문제 등으로 보육원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15년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 1333명 중 74.6%(995명)가 시설로 보내졌다. 입양된 아이는 10.7%(14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4.6%(195명)는 상담을 통해 친부모에게 돌아갔다. 이에 최근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관악구 등은 베이비박스에 남겨져 출생신고도 못한 아이가 시설로 바로 옮겨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침을 마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베이비박스 아동이 가정형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우선 아동양육시설에서 일시적으로 보호하면서 시설장이 후견인으로서 입양 절차를 빨리 밟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 [단독] 잡을 손 없는 아이들 늘어나는데…건네는 사랑은 N분의1뿐입니다[남겨진 아이들, 그 후]

    [단독] 잡을 손 없는 아이들 늘어나는데…건네는 사랑은 N분의1뿐입니다[남겨진 아이들, 그 후]

    세상에 태어나 축복 대신 버림받은 아이들이 있다. 부모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가난해서 더이상 집에서 클 수 없는 아이들도 있다. 매년 5000여명이 이런 이유로 ‘보호대상아동’이 된다. 아이는 안정된 가정에서 자라는 게 좋지만, 보호아동 대부분은 보육원과 같은 시설에 맡겨져 여럿이 함께 생활한다. 국가와 사회가 아이 한 명 한 명의 운명을 바꿀 순 없다. 그러나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적절하게 돌봐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그래야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절망하지 않고, 자립의 순간 당당하게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신문은 시설아동들이 성장 단계별로 마주하는 현실을 조명하고 개선 방향을 찾고자 한다. 1회에서는 국내 언론 최초로 아동양육시설 전수조사 및 보육사 심층 인터뷰를 통해 영유아기 아동이 처한 어려움을 짚어 본다.아이가 더이상 부모와 함께할 수 없는 이유는 다양하다. 국가 통계는 그 원인을 학대·유기·빈곤·이혼 등 10가지로 나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부모가 이혼하거나 결혼하지 않고 낳은 아이들이 주로 홀로 남겨졌다. 최근 10여년 동안은 서울을 중심으로 유기, 즉 버려진 아이 비중이 늘고 있다. 서울신문이 20일 서울시를 통해 서울의 아동양육시설(보육원) 34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시설아동 10명 중 6명은 부모가 아이를 내다 버렸거나 부모를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0~2세 젖먹이일수록 이 비율은 10명 중 8명으로 높아졌다. 지난 1월 말 기준 현원 1784명 가운데 1030명(57.7%)이 기아(棄兒) 또는 미아(迷兒)였다. 부모가 징역살이를 하거나 가난해서 시설에 맡겨진 아동은 397명(22.3%), 학대를 받은 아동은 357명(20.0%)이었다. 영아(만 0~2세) 229명 가운데 181명(79.0%), 유아(만 3~6세) 501명 중 364명(72.7%)이 유기 등의 이유로 보육원에 보내졌다.국가 통계도 조사 결과를 뒷받침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보호아동 발생 원인 가운데 유기 비율은 2010년 1.5%에서 2020년 12.1%로 뛰었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도 유기 비율이 2.2%에서 4.2%로 증가했다. 이는 2012년 8월 친부모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입양특례법 개정의 영향이 크다. 친부모에 의해 출생신고가 된 아이만 입양이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면서 출생신고를 꺼리는 전국의 미혼부모 등이 서울에 있는 베이비박스의 문을 두드렸다. 정선욱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언론에 베이비박스가 알려지면서 2013년부터 베이비박스 아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아동이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분리된다면 시설이 아닌 작은 규모의 일반가정과 유사한 곳에서 자랄 수 있도록 아동보호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베이비박스 운영 시설과 지방자치단체는 유기 아동을 되도록 태어난 가정으로 돌려보내거나 입양, 가정위탁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하지만 결국 70~80%가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이렇게 베이비박스 등을 통해 유기된 아동의 비율이 점점 늘면서 시설아동 대부분은 생애 초기부터 불안정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영유아를 돌보는 보육사들의 고민도 깊다. 서울의 한 보육원에서 11년째 보육사로 일하고 있는 손혜리(35·가명)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영아들이 인근 보육원으로 바로 보내졌다”며 “당시는 신생아가 매달 2명씩 들어오곤 했다”고 회고했다. 손씨는 ‘핏덩이’였을 때 맡은 아이들에게 아직도 죄책감을 갖고 있다. ‘아기방’이라고 불린 보육원의 영아반에는 신생아 8~9명이 있었는데, 손씨는 다른 보육사와 둘이 매일 허덕이면서 신생아들을 돌봤다. 여기에 초등학생 아이들까지 맡아 손이 부족했다. 그는 “유기 아동은 1대1로 애착관계를 형성해야 하지만 여러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정서적인 교류가 부족했다”며 “‘양육’이 아닌 ‘사육’을 하는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깝고 미안했다”고 돌이켰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크고 작은 문제 행동을 보여 치료를 받게 되자, 손씨는 전부 자기 탓이라는 자책감이 깊어졌다. 그는 “선생님이 아무리 100%, 200% 사랑을 준다고 해도 한번에 많게는 8~9명을 보기 때문에 애정이 N분의1로 돌아가고, 영아들은 표현은 잘 못해도 정서적으로 확실히 힘들어한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 [남겨진 아이들, 그 후]“사랑이 N분의 1로 나뉜다…핏덩이도 불안을 느낀다”

    [남겨진 아이들, 그 후]“사랑이 N분의 1로 나뉜다…핏덩이도 불안을 느낀다”

    세상에 태어나 축복 대신 버림받은 아이들이 있다. 부모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가난해서 더 이상 집에서 클 수 없는 아이들도 있다. 매년 5000여명이 이런 이유로 ‘보호대상아동’이 된다. 아이는 안정된 가정에서 자라는 게 좋지만, 보호아동 대부분은 보육원과 같은 시설에 맡겨져 여럿이 함께 생활한다. 국가와 사회가 아이 한명 한명의 운명을 바꿀 순 없다. 그러나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적절하게 돌봐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그래야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절망하지 않고, 자립의 순간 당당하게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신문은 시설아동들이 성장 단계별로 마주하는 현실을 조명하고 개선 방향을 찾고자 한다. 1회에서는 국내 언론 최초로 아동양육시설 전수조사 및 보육사 심층 인터뷰를 통해 영유아기 아동이 처한 어려움을 짚어본다. 아이가 더 이상 부모와 함께할 수 없는 이유는 다양하다. 국가 통계는 그 원인을 학대·유기·빈곤·이혼 등 10가지로 나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부모가 이혼하거나 결혼하지 않고 낳은 아이들이 주로 홀로 남겨졌다. 최근 10여년 동안은 서울을 중심으로 유기, 즉 버려진 아이 비중이 늘고 있다. 서울신문이 20일 서울시를 통해 서울의 아동양육시설(보육원) 34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시설아동 10명 중 6명은 부모가 아이를 내다 버렸거나 부모를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0~2세 젖먹이일수록 이 비율은 10명 중 8명으로 높아졌다. 지난 1월 말 기준 현원 1784명 가운데 1030명(57.7%)이 기아(棄兒) 또는 미아(迷兒)였다. 부모가 징역살이를 하거나 가난해서 시설에 맡겨진 아동은 397명(22.3%), 학대를 받은 아동은 357명(20.0%)이었다. 영아(만 0~2세) 229명 가운데 181명(79.0%), 유아(만 3~6세) 501명 중 364명(72.7%)이 유기 등의 이유로 보육원에 보내졌다. 국가 통계도 조사 결과를 뒷받침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보호아동 발생 원인 가운데 유기 비율은 2010년 1.5%에서 2020년 12.1%로 뛰었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도 유기 비율이 2.2%에서 4.2%로 증가했다. 이는 2012년 8월 친부모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입양특례법 개정의 영향이 크다. 친부모에 의해 출생신고가 된 아이만 입양이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면서 출생신고를 꺼리는 전국의 미혼부모 등이 서울에 있는 베이비박스의 문을 두드렸다. 정선욱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언론에 베이비박스가 알려지면서 2013년부터 베이비박스 아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아동이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분리된다면 시설이 아닌 작은 규모의 일반가정과 유사한 곳에서 자랄 수 있도록 아동보호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베이비박스 운영 시설과 지방자치단체는 유기 아동을 되도록 태어난 가정으로 돌려보내거나 입양, 가정위탁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하지만 결국 70~80%가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이렇게 베이비박스 등을 통해 유기된 아동의 비율이 점점 늘면서 시설아동 대부분은 생애 초기부터 불안정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영유아를 맡아 돌보는 보육사들의 고민도 깊다. 서울의 한 보육원에서 11년째 보육사로 일하고 있는 손혜리(35·가명)씨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영아들이 인근 보육원으로 바로 보내졌다”며 “당시는 신생아가 매달 2명씩 들어오곤 했다”고 회고했다. 손씨는 ‘핏덩이’였을 때 맡은 아이들에게 아직도 죄책감을 갖고 있다. ‘아기방’이라고 불린 보육원의 영아반에는 신생아 8~9명이 있었는데, 손씨는 다른 보육사와 둘이 매일 허덕이면서 신생아들을 돌봤다. 여기에 초등학생 아이들까지 맡아 항상 손이 부족했다. 그는 “유기 아동은 1:1로 애착관계를 형성해야 하지만 여러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정서적인 교류가 부족했다”며 “‘양육’이 아닌 ‘사육’을 하는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깝고 미안했다”고 돌이켰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크고 작은 문제 행동을 보여 치료를 받게 되자, 손씨는 전부 자기 탓이라는 자책감이 깊어졌다. 그는 “선생님이 아무리 100%, 200% 사랑을 준다고 해도 한 번에 많게는 8~9명을 보기 때문에 애정이 N분의 1로 돌아가고, 영아들은 표현은 잘 못해도 정서적으로 확실히 힘들어 한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 [남겨진 아이들, 그 후]‘시설보다 가정 보호’ 원칙이지만…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 70% 시설로

    [남겨진 아이들, 그 후]‘시설보다 가정 보호’ 원칙이지만…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 70% 시설로

    “여자아이고요. 키우고 싶어 옷이며 나름 준비했지만 임신 5개월부터 아기 아빠는 연락도 두절되고, 그 부모님을 찾아 뵙기도 했지만 나몰라라 하시고요. 혼자라도 키우려 해 봤지만 당장 아기 병원비도 해결하기 어려워 이런 선택을 하게 됐어요. 아기 좀 잘 부탁드립니다. 부디 저 말고 좋은 부모님 만나서 행복해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영아 임시 보호 공간인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고 간 여성이 쓴 편지다. 2009년부터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고 있는 베이비박스는 이 여성처럼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남긴 위기 아동이 잠시 머무르는 곳이다. 2014년부터 경기 군포시 새가나안교회도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이다. 20일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지난 2월까지 서울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이는 총 1956명이다. 지난 한 해만 113명의 생명이 맡겨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이를 놓고 간 사람의 74.3%가 미혼이고, 11.5%는 기혼(양부모 또는 이혼)이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을 비롯한 보호대상아동은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없을 때에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해야 한다. 보호대상아동을 보호할 때 아동양육시설(보육원)보다 입양이나 가정 위탁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베이비박스 아동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일시 보호소로 옮겨져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머물며 입양 절차를 밟게 되지만 보호 정원이나 보육사 인력, 후견인 지정 문제 등으로 보육원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15년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 1333명 중 74.6%(995명)가 시설로 보내졌다. 입양된 아이는 10.7%(14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4.6%(195명)는 친부모에게 돌아갔다. 이에 최근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관악구 등은 베이비박스에 남겨져 출생신고도 못한 아이가 시설로 바로 옮겨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침을 마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베이비박스 아동이 가정형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우선 아동양육시설에서 일시적으로 보호하면서 시설장이 후견인으로서 입양 절차를 빨리 밟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 허위 부패신고시 처벌, 보호대상 제외

    허위 부패신고시 처벌, 보호대상 제외

    무고나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허위 부패신고를 하면 형법으로 처벌되고 법적 보호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증거 자료가 명백하지 않으면 신고를 당한 피신고자에게 소명기회가 주어진다. 그동안에는 조사 대상이 신고자로 한정돼 피신고자가 명예훼손 등으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7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18일부터 개정 부패방지권익위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처리절차와 피신고자의 소명기회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신고 접수 단계에서는 피신고자 사실확인 제도를 신고자에게 안내한다. 무고나 명예훼손 등의 소지가 있는 허위 신고시에는 형법 등에 따라 처벌되고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른 보호대상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권익위는 신고의 오남용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거자료가 명백하지 않거나 부패행위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피신고자가 소명할 수 있도록 했다. 피신고자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할 때는 비밀보장 위반과 불이익 조치시 처벌 조항을 안내해 신고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신고자의 신분 노출이나 증거인멸·도주 등의 우려가 있을 때는 피신고자에게 소명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부패방지권익위법상 신고자 신분 비밀보장 의무와 신고를 통한 부패 적발 기능의 중요성을 감안한 것이다. 신고자 신분 비밀보장 의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권익위가 신고사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신고자에게 사실확인을 요청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가 새로 도입된 것”이라면서 “신고자의 일방적인 신고로 인한 무고나 명예훼손 등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고자를 색출하거나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고자 지위를 신속히 인정하고 보호하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접수·처리된 부패신고는 9690건으로 전년 대비 3587건, 58.8% 늘었다. 9690건 가운데 고발 이첩된 사례는 128건, 행동강령 위반은 361건, 관계기관에 송부된 사례는 2152건 등이었다. 또 부패신고자 비밀보장 의무 위반으로 접수·처리된 사건 가운데 인용된 사안은 지난해 7건, 2019년과 2020년 각 6건씩 이었다. 지난해의 경우에는 채용비리 의혹 신고자의 신분을 유출한 모 재단이사장이 고발됐고, 2020년에는 지자체 공공기관 직원이 지방공기업 임직원의 인사 비리 신고자 신분을 유출해 징계 요구와 함께 고발조치 됐다.
  • 정진철 서울시의원 “‘위험작업 거부권’, 모든 현장 노동자에게도 적용 보호해야”

    정진철 서울시의원 “‘위험작업 거부권’, 모든 현장 노동자에게도 적용 보호해야”

    제305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서울시설공단에 대한 업무보고 현안 질의에서 정진철 시의원(더불어민주당, 송파6)은 “공단은 작년 12월부터 공공부문에서 전국 최초로 ‘위험작업 중지권’보다 강화된 ‘위험작업 거부권’을 도입해서 서울시 도로·교량, 터널, 지하차도, 옹벽 및 절토사면 등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으나 정작 보호대상은 현장 하청 용역 노동자가 아닌 관리·감독하는 공단직원에만 적용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하청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원청(도급권자)에게도 책임이 돌아가는 만큼 모든 현장 노동자에게도 적용 보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정 의원은 “현재 기준 상 거부권이 제기된 후 판단 곤란 및 미승인 시에는 최초 제기 시점부터 총 2차례 심의, 최소 72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절차를 보다 간소화하고 조속히 심의 절차를 완료하여 완전한 안전조치 후 작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설공단은 작년 12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도로, 교량 등 공중이용시설 221개소를 대상으로 위험작업중지권보다 강화된 위험작업거부권을 공공부문 최초로 도입하여 예측치 못한 위험요인을 노동자 판단하에 스스로 제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러 “정의가 승리” 미 “실망”…발리예바 출전 허용에 엇갈린 반응

    러 “정의가 승리” 미 “실망”…발리예바 출전 허용에 엇갈린 반응

    러 올림픽위 “발리예바 많은 눈물 흘렸을 것”미 올림픽위 “공정한 경쟁할 권리 부정 당해”타라 리핀스키 “우리 스포츠에 영구적 상처”세계선수협회 “발리예바 도핑은 미성년자 학대”도핑 규정을 어긴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16)가 2022 베이징 올림픽 여자 싱글 경기에 출전하게 되자 러시아와 미국, 캐나다 등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러시아 스포츠계는 그동안 발리예바가 겪은 마음고생을 언급하면서 “상식과 정의가 승리했다”며 기뻐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등 서방국가들은 스포츠는 공정하고 깨끗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어긋나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4일 발리예바가 15일 열리는 피겨 쇼트프로그램에 예정대로 출전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25일 열린 러시아선수권대회에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으나 CAS 결정으로 극적으로 은반 위에 설 수 있게 됐다. 해당 성분은 협심증 치료제로 흥분제로 사용될 수 있어 2014년 금지약물로 지정됐다.CAS는 발리예바가 만 16세 이하로 정보공개 보호대상자이며, 베이징 올림픽의 도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출전을 금지할 경우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CAS 판결 이후 “이 모든 미친 상황 때문에 카밀라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도덕적 부담감을 안겼는지 우리는 헤아릴 수 없다”며 “카밀라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면서 매일 나가서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고 밝혔다. 위원회 측은 15일과 17일 열리는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프로그램에 출전하는 발리예바를 온 힘을 다해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연맹의 알렉산더 고르쉬코프 회장은 “공정과 상식이 승리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의 사라 허시랜드 위원장은 “이번 결정이 주는 메시지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은 공정한 경기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지만 불행하게도 오늘 그런 사실이 부정됐다”며 “러시아는 또다시 깨끗한 스포츠의 원칙을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무시했다”고 말했다.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미국의 타라 리핀스키는 “이번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발리예바의 출전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이 우리 스포츠에 영구적인 상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샤 스미스 캐나다올림픽위원회 위원장도 “선수들에게 매우 불행하고 슬픈 상황”이라며 “우리는 도핑이나 다른 부패행위에 연루된 사람이 올림픽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CAS의 결정이 공정하게 진행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극도로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세계선수협회는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은 미성년자 학대의 증거”라며 “스포츠는 선수들을 보호해야지 해쳐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이번 사건이 모든 팬과 부모, 선수들이 함께 모여 개혁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취중생] 위험성 알고도 방치했는데…‘김용균 사망’ 원청 대표 무죄

    [취중생] 위험성 알고도 방치했는데…‘김용균 사망’ 원청 대표 무죄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우리 아들 억울하게 죽은 거, 진상 규명해서 밝히고 싶습니다. (중략) 그렇게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위험한 곳인지 알았다면 제 아들을 (그곳에)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다른 청년들도 같은(똑같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습, 저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2018년 12월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일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한 날로부터 4일 뒤인 이날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그의 배우자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고인은 2018년 12월 10일 입사 3개월 만에 협착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고인이 일하던 작업 환경이 동영상과 동료의 증언 등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에서 컨베이어 벨트 운전 및 낙탄 제거 작업을 하던 고인의 평상시 작업 환경은 조명이 어두웠고, 3~4m 앞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만큼 탄가루가 자욱했습니다. 또 설비 운전시 점검구를 통해 배출되는 다량의 분진과 소음 때문에 점검구 바깥쪽에서 육안으로만 설비를 점검하기에는 곤란함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고인이 하던 일은 사고 위험이 높았던 만큼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인이 사망할 당시 고인은 혼자 근무했습니다. 기자회견 전날 사고 현장을 다녀온 김미숙씨는 “탄가루가 바닥에 많이 쌓여 미끄러웠고 (컨베이어 벨트가 있는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어서 일을 하는데, 저렇게 머리를 쑥 집어놓고 손을 집어넣고 일을 하다가 옷깃, 살집이라도 집히면 (회전하는 벨트에) 바로 딸려가서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용균씨 사망 1년 6개월 후 원·하청 책임자 기소 이후 김미숙씨는 태안과 서울을 오가며, 그리고 청와대 앞과 국회, 광화문광장을 다니며 “생명을 앗아가는 곳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게 해달라”고 외쳤습니다. 그 외침은 2018년 12월 27일 원청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이어졌습니다. 더 나아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 무겁게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되는 일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고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약 1년 6개월 뒤인 2020년 8월 검찰은 한국서부발전의 김병숙 전 사장과 소속 임직원 등 총 8명,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전 사장과 소속 임직원 등 총 6명과 각 법인(피고인 총 16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한국발전기술은 고인이 속했던 회사로,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의 상·하탄 설비 운전·점검, 낙탄 처리 등의 설비 운전 관련 업무를 하는 협력업체입니다. 즉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은 원·하청 관계입니다. 이 중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의 공소사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 전 사장은 노동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발전소 9·10호기 컨베이어 벨트 부위에 덮개 등 방호설비가 전혀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들로 하여금 설비 점검 작업을 하도록 하고, 설비 개선 및 인력 증원을 통해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각종 보고 및 현장 방문을 통해 방호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사실과 2인 1조 근무 지침이 준수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습니다.“구체적 위험 몰랐다, 고용관계 아니다” 무죄 이유 그런데 이 사건을 심리한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지난 10일 선고공판에서 김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형과 벌금형 등 유죄 판결을 받은 다른 피고인과 달리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김 전 사장이 유일합니다.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전 사장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선고받은 것과 대조적입니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이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발전소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컨베이어 벨트 일부 구간을 방문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피고인의 현장 방문은 주로 사무실에서의 현황 보고, 대표이사 당부 말씀, 현장 순시, 식사 등으로 구성됐고 방문 성격이 안전 점검이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면서 “피고인이 현장 방문을 했을 때 현장운전원 작업 방식이나 방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이 사건 컨베이어 벨트의 모습을 확인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김 전 사장이 안전사고 발생 위험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했다고 볼 수 있지만 컨베이어 벨트의 위험성이나 현장운전원의 개별 작업에 관한 구체적인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입니다. 재판부는 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고인을 포함한 한국발전기술 소속 운전원들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김 전 사장이 사업주로서 작업 중 노동자에게 위험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한국발전기술이 석탄취급설비 운전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독자성과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고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이 원청 노동자들의 업무를 대체하지 않은 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일상적인 업무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원청이 작업 지시했는데…“‘위험의 외주화’ 부추겨” 그러나 피해자 변호인 측은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이 한국서부발전으로부터 받은 통지에 따라 노동자를 작업에 투입하거나 보직을 변경한 점, 한국서부발전 간부들이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서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에게 설비 점검 및 낙탄 처리와 같은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소속 노동자 간에는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정식으로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민법상 고용계약이든 도급계약이든 근로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그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여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볼 것이다”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피해자 변호인 측은 “여기서 ‘근로자’라는 표현은 문언상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의 근로자를 의미하는 것이지 원청 소속 근로자인지 하청 소속 근로자인지에 따라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 사건의 경우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근로자들 간에는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존재한다. 이렇게 해석하지 않을 경우 ‘원청은 하청 소속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하지만 하청 소속 근로자가 그 지휘·명령을 수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사망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곧 ‘위험의 외주화’와 ‘생명과 안전의 사각지대’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조장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피해자 변호인 측의 설명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총 59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단 2명을 제외한 나머지 57명은 모두 한국서부발전과 도급 또는 위탁용역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습니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사용자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업체로 떠넘기는 일을 말합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전날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재판부는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의 실질적인 원인을 외면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법원 판결 중 사용자에게 유리한 판결만 취사선택해 ‘법 위반은 있으나 대표이사는 무죄’라는 판결을 만들어 냈다”면서 “김 전 사장이 2018년 3월 한국서부발전 사장으로 취임한 후 9개월이 지나는 동안 발전소의 대표적인 위험 설비인 컨베이어 벨트의 위험성을 몰랐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으며, 몰랐다는 것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를 면할 수 없는데도 김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적했습니다.원·하청이 업무상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인 점을 고려하면 다른 피고인들도 무거운 처벌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고인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취재진에게 “사람이 죽었으면 (그 책임이 있는 사람은)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왜 원청은 잘 몰랐다는 이유로 빠져나가고 집행유예만 받는 것인가”라면서 1심 판결선고 결과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법인 등을 처벌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재해 등을 예방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됐습니다. 노동자와 시민이 재해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시에 있는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토사가 붕괴해 매몰된 노동자 3명이 사망했고, 이달 8일에는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의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승강기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또 전날 전남 여수시 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여천NCC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도 중대산업재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법원이 원청의 산업재해 발생 책임을 무겁게 인정하지 않는 식의 판결을 계속 이어간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는 더욱 빛이 바랠 것입니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게 해달라”는 김미숙 이사장의 외침은 곧 우리 모두의 바람입니다.
  • 이영실 서울시 보건복지위원장 “양육시설 아동, 외부전문가와 1:1 상담 제도화해야”

    이영실 서울시 보건복지위원장 “양육시설 아동, 외부전문가와 1:1 상담 제도화해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영실·더불어민주당·중랑1)는 지난 10일 제305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제2차 회의를 열어 소관 안건을 심사하고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및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2022년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회의 개회 후 먼저 개정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 따른 보육정책위원회 정수 확대와 어린이집 영유아 건강관리를 위한 간호사 지원 및 사무위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김경우 보건복지위원(더불어민주당·동작2)이 대표발의한 「서울특별시 보육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등 4건의 조례안와 2건의 민간위탁 동의안을 심사하고, 6건 모두 원안 가결했다. 이어진 업무보고와 질의 과정에서 보건복지위원들은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200명 이상의 아동들이 생활하는 대규모 양육시설은 인간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침해할 수 있는 위험한 구조라면서, 2022년에 서울시가 이러한 대형 생활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장애인 영역과 마찬가지로 보호대상아동 역시 대형시설 보다는 소규모시설, 탈시설화를 지향해 소규모시설인 아동그룹홈이나 가정위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반복적인 새일센터 1월 인건비 지연 지급 문제 및 현행 생활임금 이하 인건비 기준의 현실화를 위한 여성가족부와의 적극적인 협의 및 개선방안 마련 요구, ▲외국인아동 유치원 유아학비 지원으로 인한 어린이집 이탈 및 형평성 문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다문화·외국인 직원 대한 자치구간 처우 격차 해소 필요,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키움센터 이용편의성 및 접근성 강화 방안 요구, ▲교사대아동비율 개선 시범사업에 인건비 미지원 시설 제외로 인한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차별 초래 상황 등을 지적하면서, 그간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은 산적한 문제들에 대한 여성가족정책실과 여성가족재단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꿈나무마을처럼 양육시설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의 경우 시설에서만 생활해온 아이들이 학대나 인권침해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그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최소 연 1회이상 시설에서 완전히 분리된 별도의 외부 공간에서 외부 전문가와 1:1로 상담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통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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