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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포럼] ‘오만한 제국’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가 불타고 있다.미국의 공격으로 거대한 화염과 검은 연기가 지옥의 불길처럼 솟아오르고 있다.바그다드의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을 때 지구촌 곳곳에서는 격렬한 반전시위가 벌어졌다.이라크 공격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오만함의 하이라이트다.‘미국은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오만한 제국(Arrogant Empire)으로 낙인찍혔다.’고 뉴스위크가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바그다드의 화염은 불안한 국제질서의 전조일지 모른다.국제적 합의나 명분·도덕은 무시되고 자국 이기주의와 힘의 논리가 지배할 것으로 우려된다.냉전시대와는 반대로 미국이 위협의 대상이 되고 세계가 다시 분열되는 국제질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냉전시대 자유세계의 최대 위협은 소련이었다.그렇지만 냉전시대에는 그 나름의 독특한 국제질서가 작동했다.미·소의 힘이 서로 견제하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공존했다.그러나 냉전이 끝나며 국제질서의 권력구조도 바뀌었다.냉전이라는 분열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합의 시대가 열렸다.통합의 구심력은 시장경제와 자유 민주주의였다.미국 주도의 세계화는 통합을 가속화시켰다.인터넷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막강해졌다.세계화는 곧 미국화로 통했다.그러나 이라크 전쟁으로 세계는 다시 분열하고 있다.러시아와 중국은 물론이고 전통적 우방인 프랑스·독일 등 유럽국가들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 기준의 도덕주의를 바탕으로 세계를 선과 악의 2분법으로 나누고 있다.미국이 선한 천사의 편이므로 미국에 줄서야 한다고 강요한다.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라는 ‘악’을 공격하는 것은 신의 뜻이라고 말한다.미국의 헤게모니는 선이며 미국적 가치가 정의라는 일방주의를 강조하고 있다.미국의 일방적인 공격은 이라크를 제압할 것이다.그러나 그것은 이라크 문제의 미국적 해결이다.미국의 승리는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는 ‘충격과 공포’로 다가올 것이다.이러한 두려움은 미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이기 때문에 더 크다.‘미국은 지구 위에 걸터앉은 거대한 괴수와 같다.’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어떤 세력이 지배적인 힘을 가지면 다른 나라들이 연합했다.20세기 전반에는 독일이,20세기 후반에는 소련이 견제 대상이었다.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을 견제하는 연합세력은 없었다.그런데 소련과 공산주의라는 자유세계 공동의 위협이 사라지고 미국의 일방주의가 오만해지며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오늘의 반미는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과거에는 정치 지도자들이 일부 반미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지지했다.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미국을 지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모험이 되고 있다.반미주의자들의 ‘길거리 권력’이 강력해졌기 때문이다.미국의 맹방인 터키 국회의원들은 반미여론 때문에 미군의 터키 기지 사용을 거부했다.노무현 대통령의 당선도 반미성향의 젊은 네티즌에 힘 입은 바 크다.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반미주의로 인기 높은 강력한 지도자가 됐다. 부시 대통령은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감안해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각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외교정책을 펴야 한다.미국의 오만함이 계속되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아무리 미국의 힘이 막강하다 해도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이나 테러 등 다양한 문제를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바그다드의 화염은 결과적으로 미국에 악마의 불길이 될 수도 있다. 이 창 순 cslee@
  • 퍼즐 같은 과학 연극...노벨상 소재 ‘산소’ 새달 공연

    때는 노벨상 제정 100주년을 맞은 2001년.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엉뚱하게도 노벨상이 생기기 이전 뛰어난 공을 세운 과학자를 대상으로 제1회 ‘거꾸로 노벨화학상’을 제정한다.위원회가 꾸려지고,현대 화학 혁명의 근원인 ‘산소’의 발견과 연관된 18세기 화학자 3명이 후보에 오른다. 산소를 처음 발견한 셸레,산소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프리스틀리,산소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립한 라브와지에.자,이들중 누가 수상의 영광을 안을 것인가. 새달 3∼20일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산소’는 과학을 소재로 한,흔치않은 작품이다. ‘과학 연극이라고? 어려운 용어에 따분한 내용이겠군.’지레짐작하기 쉽지만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퍼즐게임처럼 한명의 수상자를 가려내는 과정은 어떤 드라마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히 배합한 이 희곡의 작가는 놀랍게도 실제 과학자이다.경구용 피임약을 개발한 칼 제라시 교수(미국 스탠퍼드대)와 8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알드 호프먼 교수(미국 코넬대)가 함께작품을 썼다.둘다 세계적인 화학자인 동시에 소설,희곡,시집 등을 발간해 작가로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둔 공통점을 지녔다.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기쉽게 소개하는 ‘목적성’에 무게중심을 둔 희곡과 달리,공연은 등장인물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연극적 재미를 배가했다.연출자 김광보씨는 “과학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개인적 욕망이 타인과의 충돌과정에서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탐구하는 인간 내면의 보편성에 관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거꾸로 노벨상위원회’의 세 교수는 각자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가 수상자가 되어야 한다고 고집을 피운다.신경전이 벌어지고,서로가 서로를 헐뜯는 추한 꼴을 보인다.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산소의 발견을 둘러싸고 저마다 자신의 업적을 주장하는 세명의 화학자가 있다. 두 그룹의 구성원은 기막히게 닮아 있다.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은유한 것이다.남편의 명예를 위해 음모와 암투를 마다하지 않는 여성들의 얘기도 흥미롭다. 시공을 넘나드는 스케일(?) 큰 구성이지만출연배우는 딱 6명.연기생활 25년만에 처음 연극무대에 서는 탤런트 안정훈과 중견 배우 박용수,정규수 등 남자배우 3명이 위원회 교수와 화학자의 두가지 역할을 동시에 소화한다.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를 쥔 라브와지에 부인역은 전현아가 맡았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연극 제작비 지원 방식의 영역을 넓혔다는 것.문예진흥원,서울시의 지원금 의존에서 벗어나 한국과학문화재단,주한영국문화원 등을 후원단체로 끌어들였다.한 산소청정기 제조회사의 후원으로 공연장에 산소청정기를 설치,관객 서비스에도 신경을 썼다.1만∼2만원. (02)744-0300 이순녀기자coral@
  • [편집자문위원 칼럼]여론조사는 보편·타당한 과학이다

    신문에서 여론조사를 보도하는 경우는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하나는 자체기획으로 이루어진 조사결과를 보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기관,조사회사,시민단체 등 외부기관이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도하는 것이다.각기 다른 보도행태를 보이는데 자체기획조사는 지면도 크고,자세하게 보도하는 편이다. 대한매일에서는 지난 3월11일자에 ‘수평사회를 만들자’라는 기획기사의 일환으로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에 의뢰한 전화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였다.또 3월 중 타기관의 조사결과 보도는 5일자에 실린 전경련의 기업경기실사지수 등 7건이 있었다. 먼저 타기관의 조사결과를 보면,한국마케팅여론조사협회(KOSOMAR),한국조사연구학회,유럽마케팅여론조사협회(ESOMAR)등에서 제안한 여론조사 보도의 필수사항들이 누락되는 경우가 많았다.조사방법,조사대상,표본추출방법,조사항목,조사기간,조사수행기관,조사실시기관 등을 공개하도록 권유하고 있는데 대부분 이런 항목들이 일부만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과학이다.과학이란 보편·타당해야하며,다른 사람이나 기관이 재생할 수 있어야 한다.그러므로 정확한 보도를 지향하려면 위의 요소들을 모두 밝혀야 할 것이다.그러나 현실적으로 독자들의 관심이 낮고,지면 제약 등으로 권유사항을 모두 지키기 어렵게 된다.이럴 때 인터넷(www.kdaily.com)을 활용하면 어떨까 한다.사이버와의 연계를 통해 두 지면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으며,양쪽 매체의 유용성도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자체 기획조사로 이루어진 ‘학벌에 대한 여론’을 검토해 보자.자체조사였기 때문에 조사전문가들이 권유하는 보도 유의사항들을 모두 담고 있다.또한 학벌과 관련,1000명 이상의 표집을 통해 조사하여 학벌문제의 심각성을 제시한 점도 돋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 심각성만큼이나 구조와 내용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고 따라서 국민들의 사고 속에 다중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리라 여겨진다.이럴 경우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기획의도를 잘 살릴 수 있는 조사설계가 요구된다. 10여년전 필자가 미국 시카고대학의 의뢰를 받아 실시했던 취업,결혼에 대한 국제비교조사를 하나의 예로 제시하고 싶다.그 조사는 대졸,고졸로 대상을 구분하여,대졸은 입학성적을 중심으로 세 집단으로 나누고,고졸은 졸업 이후 바로 진학하지 않은 집단으로 나누어 실시했다.졸업 후 10년 동안 취업,이직,재취업,결혼,교육,훈련의 실태와 각각의 경우 정보수집,의사결정 과정에 작용하는 네트워크,기제 등을 조사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3연(혈연,지연,학연)의 실태와 의식을 파악해 보는 대기획이었다. 3연과 관련해서는 그 구조나 작용 방식이 심연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 여론조사로 파악할 수 없는 측면이 크다.현실적으로 우리 피부에 크게 와닿는 3연의 작용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낮게 나타나는 경우는 단순 여론조사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언론의 역할이 사회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은 성공적이라고 판단된다.그러나 좀더 심층적으로 문제를 인식해야 문제제기는 물론,여론형성을 통한 대안제시까지 나아갈 수있지 않을까.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적을 하는 것은 정말 훌륭한 도구인 여론조사와 언론의 사회적 소임이 크기 때문에 더욱 발전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이 상 경
  • [사설] 준법서약제 폐지 옳다

    지난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당시 사상전향서 제도 대신 도입됐던 준법서약제가 폐지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하다.강금실 법무부장관은 최근 국회 상임위 답변을 통해 “사상·양심과 관련된 범죄의 경우 준법서약제를 통해 뭔가 맹세를 요구하는 것은 필요없다고 본다.”고 말해 준법서약제 폐지를 시사한 바 있다.준법서약제는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안보 현실을 감안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헌법에 규정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유엔 인권위와 국제 앰네스티 등 국내외 인권단체 외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도 준법서약제의 폐지를 요구했다. 우리는 참여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표적인 냉전의 산물인 국가보안법의 개·폐 문제와 함께 준법서약제도 시대 상황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고 본다.특히 ‘침묵의 자유’조차 제한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준법서약제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준법서약을 거부한 미전향 장기수들조차 북으로 돌려보낸 마당에 형식적인 절차 문제로 본질적인 자유 영역을 구속하는 것은 명분도 약할 뿐더러 형평성에도 어긋난다.준법서약서로 유·무죄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석방 후 다시 법을 어길 때 처벌하면 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누구라도 생각 때문에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라틴 법언(法言)이 보편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선진국의 다양성은 바로 이같은 가치에 근거하고 있다.우리 국민들은 지난 반세기에 걸친 이념 갈등을 통해 자유와 인권이 사상적 편협성보다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준법서약제 폐지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명실상부한 ‘인권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되기를 기대한다.
  • [사설] ‘1급 사표’ 객관적 기준 있어야

    공직 사회가 술렁대고 있다.차관보나 실장 등으로 행정 부처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온 1급 관리관의 상당수가 본의 아니게 공직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해양수산부에 이어 행정자치부의 1급 11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후배를 위한 용퇴 혹은 일신상 이유로 포장되었지만 사실상 사표 제출을 강요받은 것이라고 한다.특히 정부의 인사와 총무 업무를 주관하는 행정자치부 사례는 다른 부처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상당수 1급 공무원의 인위적 퇴진은 세대 교체로 이어져 공직 사회 개혁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일부는 출퇴근 시간만 지키며 버티다 보면 승진도 되고 자리도 보존된다는 철밥통 의식에 젖어 있기도 하다.자질이나 능력을 개발하는 대신에 복지부동과 무사안일로 고비를 넘기려 하기도 한다.공직 사회의 인사 적체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직급을 승진시겨 놓고도 걸맞은 보직이 없어 복수 보직제를 편법으로 운용해온 게 한두 해가 아니다. 그러나 진퇴를 선별하는 과정에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주위의신망이나 평판,실력과 같은 주관적인 지표는 기준이 될 수 없다.선별 기준의 불투명은 공직 사회의 길들이기나 줄 세우기로 비쳐지기 십상이다.공무원의 신분 보장 정신을 무시한다는 오해를 면할 수 없다.원칙 없는 면직은 자칫 공직 사회의 잘못된 관행이 될 수 있으며,공직 사회의 동요도 불러 올 것이다. 여론이 비등하자 청와대의 정찬용 인사보좌관은 18일 “청와대에서 지침을 준 것이 없다.”고 밝혔다.이어 적재적소,실적주의,투명과 공정 등이 인사 원칙이라고 강조했다.그러나 주관적이고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행자부에선 차관의 고시기수가 기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지 않은가.국가공무원법 68조는 ‘1급 공무원은 그러지 않는다.’고 단서를 두면서 공무원 신분은 포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급도 공무원이다.특례 규정을 적용할 때에는 객관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
  • LG 구자홍회장 CTIA 기조연설“한·일이 세계 IT산업 선도”

    LG전자 구자홍(具滋洪·사진) 회장은 18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에서 개막한 이동통신 국제전시회(CTIA 와이어리스 2003) 기조연설에서 “한국,일본 등 아시아권 업체들이 전세계 이동통신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최근 2∼3년간 유럽의 단말기 제조 업체들이 음성통화 위주의 기본 기능을 중시한 반면 한국과 일본 업체들은 새로운 기능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바라는 고객의 욕구에 재빠르게 부응하는 길을 택해 크게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세계 이동통신 시장은 한국,일본과 마찬가지로 VOD(주문형비디오),MMS(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LBS(위치기반서비스),무선상거래,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가 보편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국 CTIA(셀룰러 이동통신 및 인터넷산업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는 전세계 90여개국의 1000여개 업체가 참가,첨단 이동통신 단말기와 기술,무선인터넷 콘텐츠 등을 출품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 문학평론가 이남호교수 ‘옛우물에서의 은어낚시’

    문학평론가인 이남호 고려대 교수가 90년대 단편소설의 고갱이를 모은 ‘옛우물에서의 은어낚시’(작가정신)를 펴냈다. ‘1990년대 한국 단편 소설선’이란 부제가 말하듯 엮은이가 89년부터 2001년 사이에 발표된 단편소설 가운데 22편의 월척을 낚은 것이다.이 교수는 “1부는 보편적인 기준으로 선별한 것이고 2부는 시대적 성격이 강한 작품들”이라고 설명한다.그의 의도는 ‘옛우물’과 ‘은어낚시 통신’을 합친 책 제목에 그대로 드러난다. ‘옛우물’의 작가 오정희는 감도 높은 문체로 ‘문학 입문생의 교과서’로 불린다.‘옛우물’은 여성성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탁월하게 그렸다는 평을 받는다.이런 보편적인 문학적 결실의 대열에 조성기의 ‘통도사 가는 길’,이윤기의 ‘숨은 그림 찾기1-직선과 곡선’등이 뒤를 잇는다 한편 윤대녕의 ‘은어낚시 통신’은 90년대 문학정신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교수는 “새로운 시대의 인식과 감수성을 보여준 작품”이라며 가볍고 경쾌한 문체를 치켜세운다.이 계보에 신경숙의 ‘배드민턴 치는여자’,은희경의 ‘아내의 상자’ 등이 10년 전의 문단풍경을 돋을새김해준다. 엮은이는 90년대가 내면성과 일상성에 대한 탐구와 더불어 신세대적 감수성의 거침없는 표출로 21세기 문학의 지평을 열어젖힌 시대로 ‘옛우물에서의 은어낚시’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1만 5000원.
  • 주택·학자금 20~30년 장기대출,정부출자기관 세운다

    학자금이나 주택담보대출채권을 전문으로 사들여 조기에 현금화해주는 정부 출자기관이 설립될 전망이다.이렇게 되면 장기대출을 취급하는데 따른 금융회사의 부담이 줄게 돼 고객들은 학자금과 주택구입자금 등을 20∼30년간 장기로 빌릴 수 있게 된다. 17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의 ‘샐리매’(Sally Mae)나 ‘패니매’(Fannie Mae)처럼 가계대출 전문 유동화회사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중에 있다.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이르면 상반기중에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자본금은 1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재원 마련을 놓고 기획예산처가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다소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제3의 유동화회사 설립외에도 정부가 보증을 서 국책은행 등이 가계대출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는 방안과 국내 유일의 주택담보대출 유동화회사인 ‘코모코’(한국주택채권유동화)에 증자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정부출자회사 신설을 포함해 여러가지 대안을 재경부,예산처 등과 협의중에 있다.”면서 “28일께구체적인 방안을 확정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 ‘샐리매’ 벤치마킹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가계대출 전문 유동화회사는 미국의 ‘샐리매’나 ‘패니매’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샐리매는 학자금대출,패니매는 주택담보대출을 전문으로 유동화하는 회사다.당초 정부기관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민영화됐다.매출액이 50조원을 넘을 정도로 ‘성업’중이다. 원리는 간단하다.기업이 물건을 사고파는 것처럼 대출채권을 사고판다.은행·카드·보험 등 금융회사로부터 각종 대출채권을 사들인 뒤 대출금 성격·잔존 만기·신용도 등에 따라 재분류,이를 바탕으로 다시 채권을 발행(기관투자가나 개인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학자금·주택구입자금 20∼30년 장기대출 가능해져 예컨대 은행이 개인에게 30년짜리 주택담보대출을 해줬다 하더라도 유동화회사에 이 대출채권을 매각하면 30년 만기 이전에도 언제든 조기 현금화가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20∼30년짜리 장기주택담보대출이 나와있지만 판매가 부진한 것은 금리가 높은 데다 금융기관이 취급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면서 “국가보증이 붙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정부출자 유동화회사가 생기면 대출채권 매매가 활발해져 장기대출상품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신규대출은 물론 기존대출금도 유동화회사에서 흡수해 ‘대출만기 장기화’라는 근본적 처방이 가능해진다. 국내 가계대출금의 만기는 대부분 3년 안팎이다.학자금·병원비 등 생계형 카드대출금 역시 대출채권 매각을 통해 중장기 대출로의 전환이 가능해진다.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회사들은 숨통이 트이게 되고,고객들은 단기상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관계부처 이견,재원마련 걸림돌 주택대출 유동화회사로 ‘코모코’가 있지만 자본금이 1200여억원에 불과해 100조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을 흡수하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이다.따라서 정부는 코모코에 증자하는 방안보다는 제3의 회사 신설 쪽에 기울어져 있다.하지만 기획예산처가 제도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예산 배정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부처간 조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대 이창용 경제학과 교수(한국채권연구원 이사)는 “정부출자회사가 만들어지면 교육부의 장학금 지원·건설교통부의 주택구입 지원제도 등을 대체하게 되는 만큼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관련예산으로 재원을 충당하면 된다.”면서 “자본금 없이 민간회사로 설립한 뒤 정부가 발행채권에 보증을 서주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안미현기자 hyun@
  • 관객들 입맛 미리 맞추기 “”이 뮤지컬 성공할까요””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지하연습실.창작 뮤지컬을 준비 중인 제작진과 인터넷 다음카페의 ‘아트문’등 뮤지컬동호회 회원 50여명이 마주 앉았다.제작진은 공연의 기획의도와 제작방향,스토리 등을 소개하고,뮤지컬에 삽입될 몇곡의 노래를 공개했다.회원들은 작품의 의미와 주제 등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극적 구성과 노래의 장단점 등에 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 오는 6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페퍼민트’의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워크숍 현장.프리프로덕션은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기전 관객들에게 ‘이러이러한 작품을 만들겠다’고 시범발표를 하고,관객의 반응을 미리 감지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단계이다.외국의 경우 보편화된 작업 과정이나 국내에선 여러 여건상 거의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 이유리(SMG파이 대표)씨는 “해외 뮤지컬의 수입으로 공연시장이 확대됐으나 지나친 의존은 자생적인 문화산업의 기반을 한계지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배우,스태프 등 전문가그룹과 비전문가 그룹인 관객과의 교감을 거쳐 제대로 된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리프로덕션은 제작비 5억원을 전액투자하는 SJ엔터테인먼트의 요구사항이었다.이상호 대표는 “관객의 반응이 최악일 경우 투자 자체를 물릴 수도 있음을 제작진과 사전에 합의했다.”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창작뮤지컬 시장을 개척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 조광화가 처음으로 뮤지컬 연출에 도전하고,그룹 ‘다섯손가락’의 이두헌이 음악을 맡은 ‘페퍼민트’는 2년여의 사전 준비기간을 거쳐 현재 대본과 음악이 90%가량 진행된 상태.워크숍의 반응을 반영해 일부를 다시 손질할 예정이다. 한집에 사는 터주 귀신과 톱가수 여자 주인공간의 순수하고 애절한 사랑이 소재.뮤지컬 스타 남경주와 그룹 ‘SES’에서 솔로로 전환한 가수 바다가 주연배우로 출연한다. 이날 초대된 뮤지컬 팬들은 공연 전날까지 작품 모니터를 맡아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국내 뮤지컬계에 새롭게 도입된 프리프로덕션 과정이 제 역할을해낼지 기대를 모은다. 이순녀기자 coral@
  • 이색직업/우리는 기적 낳는 소리꾼...음악치료사 김진아씨,사운드디자이너 김영씨

    ◆음악치료사 김진아씨 환자와 노래 부르며 병 말끔히 외국선 조산아·에이즈도 치료 “대구 지하철 참사로 말 못할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음악 치료는 마음의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음악치료사 김진아(35)씨는 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영국에서 음악 치료를 배웠다.2년간 영국에서 음악으로 환자들을 치료한 뒤 96년 한국으로 돌아와 숙명여대와 원광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서울 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김씨가 음악치료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은 중학생 때 프로이드의 ‘꿈의 분석’을 읽는 등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음악치료는 음악뿐 아니라 정신분석학적 측면도 중요하다. 음악치료사로 일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일은 아버지에게 성학대를 받은 자폐아의 닫힌 마음을 음악을 통해 서서히 열게 했던 것이다.음악치료를 할 때는 환자가 가만히 누워 음악만 듣는 것이 아니라 치료사와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감정을 전달한다. 음악치료는 세계적으로 194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입은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서 음악을 연주한 것이 시작이다.우리나라는 40∼50년쯤 역사가 짧다. 현재 국가공인 자격증은 없다.이화여대,숙명여대,한세대,명지대,원광대 등 5개 대학원에서 매년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우리나라의 1세대 음악치료사들이 외국에서 공부해야만 했던 것에 비하면 상황은 좋아진 셈이다. 직업으로 따지면 아직은 개척 단계다.졸업 후 진로도 스스로 ‘발굴’해야 한다.음악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임상 실습이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실습 기관도 학생들이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음악치료사는 개인병원처럼 개인의 이름을 걸고 음악치료소를 내거나 병원,기관 등에서 근무할 수 있다.보수는 그리 많지 않다.김씨는 “돈을 잘 버는 직업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사람들을 돕고 싶고 봉사하는 마음이 강한 분들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현재 서울에 있는 개인 음악치료소는 3개 정도다. 외국에서는 음악치료사가 하는 일이 다양해 에이즈 환자,인큐베이터의 조산아 등도 음악치료를 받는다.치료의 모든 분야에 음악치료가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음악치료사가 진출할 분야가 많이 남아있는 셈이다.음악치료를 포함한 물리치료,놀이치료 등의 광범위한 치료 분야는 외국에서는 매우 전망좋은 직업으로 꼽히고 있다. 김씨는 “20년쯤 지나면 음악치료사가 안정된 직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수기자 geo@ ◆사운드 디자이너 김영씨 사운드 디자이너 김영(30)씨는 영화,광고,게임,연극,무용 등 소리가 필요한 곳에 꼭 들어맞는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영화 속에서 공이 날아가는 장면이 있다면 관객의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슈욱∼’하는 소리가 지나가는 느낌이 나도록 만드는 일을 한다. 영남대 작곡과를 졸업한 김씨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영화음악을 만들었던 진규영 교수로부터 작곡과 전자음악을 배웠다.연극,무용 등의 음악 작곡을 하다가 사운드 디자인을 하는 스튜디오에서 일을 배운 뒤 광고음악,어린이 영어교재,휴대전화 벨소리,선거방송 등의 다양한 사운드를 제작하고 있다. 사운드 디자이너란 직업이 국내에 등장한 것은90년대 중반 이후다.영화,광고 분야에서 세련된 영상과 함께 고급스러운 소리가 필요해지면서 나타난 직업이다. 사운드 디자인이란 용어는 미국 할리우드의 조지 루카스감독이 영화 ‘스타워즈’를 제작할 때 사운드 부문에 많은 인력과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가 사운드 디자인을 공부할 때의 일화 한가지.풀밭을 걷는 소리를 만들어 오라는 과제를 받고,밤에 몰래 한강둔치에 가서 진짜 잔디를 훔쳐 왔다.그런데 아무리 잔디 위를 걸어도 영화에서 듣던 소리가 안 나더란다.결국 신문을 잘게 찢어서 바닥에 널어 놓고 녹음을 했는데,그 소리가 바로 영화에서 듣던 잔디 위를 걷는 소리였다고 한다. 사운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컴퓨터음악과 음향에 대해 학원이나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에서 배우는 것이 좋다.본격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스튜디오나 업체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는 것이 낫다고 김씨는 추천한다. 나중에는 스튜디오나 업체에서 근무하거나 컴퓨터,프로그램,악기 등을 갖추고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다.김씨는 현재 대구시 수성동에서 프리랜서로 뛰고 있다.혼자 일하려면 최소한 2000만∼3000만원어치의 장비를 갖춰야 한다.대구에 ‘첨단의 예술적인’ 직업의 수요가 있을까 싶지만 서울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지방에 잠재적인 수요가 많다고 한다.한달 수입은 200만∼300만원. 김씨는 직업 전망을 아주 밝게 보고 있다.DVD가 많이 보급되고,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면서 입체음향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꿈은 영화 ‘마지막 황제’와 같이 괜찮은 사운드를 만드는 것.영화 장면과 딱 맞아떨어지는 소리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다. 윤창수기자
  • [LOOK아시아] 1부 新장보고 루트 르포 (10) 베트남.타이완의 성장전략

    |타이베이·하노이·호치민 김성수특파원|타이베이시의 중심가인 신의루에 가면 하늘을 찌를듯이 우뚝 솟은 건물 하나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타이베이 파이낸스센터’로 현재 70층까지 공사가 진행됐다.지난해 3월 리히터 규모 6.8의 강진으로 타격을 받았지만 내년 2월 예정대로 목표인 102층까지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콸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452m)보다도 56m나 높은 508m가 된다.심심치않게 지진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초고층건물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타이완 사람들의 ‘자부심’을 충족시켜 줄 ‘명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마천루와 달리 최근 타이완의 경제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만성적인 경기침체에다 본토(중국)로 거점을 옮기는 기업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첨단산업의 이전을 막기 위해 타이완 정부가 제동을 걸고 있지만 지난 1월에는 타이완 최대의 반도체업체인 TSMC도 중국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타이완 정부의 예비승인을 받은 상태다. 이런상황이 지속되면 내수시장이 침체되면서 수많은 중소기업이 무너지고,고용불안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타이완은 성장을 위해 기술개발보다는 OEM(주문자 생산방식)쪽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인건비가 훨씬 싼 중국시장을 선호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더구나 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인 타이완에서는 기업간 네트워크를 이용한 활동이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한 기업이 옮기면 관련기업도 따라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더 문제다. ●상하이·홍콩등 연계 중화경제 주도 노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반드시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 적극적인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타이완이 ‘제2의 홍콩’ 역할을 하면서 중국을 외부 세계와 연결시키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상하이-심천-홍콩-타이완’으로 연결되는 중화권 경제벨트를 활성화시키면서 타이완이 이를 완성시키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고속서비스망 관련 국내 업체인 네온 게이트 타이베이지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서효정(徐涍挺)씨는 “언어와 문화가 같은 데다,외국기업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받기 때문에 타이완 기업의 중국 진출은 훨씬 유리하다.”면서 “타이완 기업은 적응력이 빠르기 때문에 중국을 또다른 성장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경제적으로는 ‘양안(兩岸)’ 통합의 길에 들어섰다.최근 타이완에서는 중국 인민폐(人民幣) 통용을 본격적으로 허용하는 문제도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본토 투자액 1000억달러 넘어 KOTRA 타이베이 무역관 정민영(鄭敏永) 차장은 “타이완의 대중국 투자는 100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데,이같은 타이완 기업의 중국진출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타이완은 중국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 세계 국가의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와 무역협정후 수출 50% 껑충 타이완이 중국을 지렛대로 경제회복의 계기로 삼는다면 베트남은 미국을 발판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유일한 나라’라는 자부심이 모든 국민에 널리 퍼져있는 게 사실이지만 2001년 12월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뒤 대미(對美)수출이 50%나 급증했다는 현실적인 인식이 강해졌다.베트남의 대미수출은 2001년 18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5억달러로 늘었다. 외국인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베트남을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우회 창구로 외국기업들이 선호한다는 판단도 한몫했다.우리나라도 의류·신발류·봉제완구류 등 노동집약적 상품에 대한 베트남 투자를 늘려 미국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다.중화학·IT·서비스분야의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美우회수출 노린 외국기업들 몰려 여기에다 아세안국가간 수입관세를 0∼5%로 내리는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가 지난 1월 출범하는 등 아세안 국가끼리 경제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베트남은 아시아 경제의 리더로 부상할 수 있는 지리적인 여건도 갖추고 있다.중국의 운남성과 캄보디아,태국 방콕과 라오스 등을 연결하는 인도차이나 크로스 로드의 동쪽 기착점이 베트남의 다낭으로,이 고속도로가완성되면 동남아물류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값싼 인건비와 높은 교육수준도 매력적인 투자요인이다.영국계 IT업체인 아틀라스는 4년 전부터 호치민시에서 영업하고 있는데 이런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컴퓨터를 이용한 건물설계가 주업무인 이 회사는 영국 본사보다 비용을 3분의1 수준으로 줄이면서 수익성을 크게 높였다.영업담당 짐 테일러 이사는 “우리의 고객은 베트남이 아니라 미국·일본·영국 등에 있다.”면서 “베트남의 통신망 등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지만 물가가 싸고 10% 정도인 현지 직원들의 교육수준도 높아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가 올해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국영기업의 민영화도 성장계획의 골자다.국영기업의 비효율성을 떨어내기 위해 4000여개 국영기업의 민영화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노이에 있는 컴퓨터 조립·판매 민영업체인 투안 의 응우엔 빗 투이 사장(여)은 “관리체계가 잘돼있고 일한만큼 벌기 때문에 우리 같은 민영업체의 생산성이 훨씬 높다.”면서 “외국기업들이 투자처를 물색할때 국영기업만 선호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 베트남 대사관의 남기만(南基萬)상무관은 “베트남은 다른 어떤 아시아 국가보다도 성장잠재력이 높은 국가”라면서 “다만 호치민·하노이 등 일부 주요 도시로 집중돼 있는 투자를 골고루 분배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지적했다. sskim@ ◆팜반떤 VINATEX 수출이사 “미국으로의 수출이 꾸준하게 늘면서 베트남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봅니다.” 베트남 최대의 국영업체인 VINATEX의 팜 반 떤 수출이사는 “지난해 수출액 6억 5000만달러의 25% 이상을 미국시장이 차지했다.”면서 “올해는 이보다 15∼2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노이에 본사를 둔 VINATEX는 방적·의류·섬유업체로 64개의 계열회사가 있다.직원은 10만명에 이른다.내수는 5000만달러에 불과하며 거의 전량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미국·유럽·일본이 주요 고객이다. 그는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이후 베트남이 강점을 지닌 섬유업종의 대미 수출이 급증하면서 미국이 ‘효자시장’으로 급부상했다.”면서 “봉제업종은 세계시장에서 중국과의 대결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품질면에서는 중국제품에 뒤지지 않지만 중국은 자체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다 지방의 값싼 노동력이 풍부해 힘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현재까지 방적분야는 뒤지지만 의류·봉제에서는 중국에 앞서 있다는게 그의 자평이다. 그는 몇년전부터 진행중인 국영기업의 민영화작업이 베트남 섬유산업의 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낙관했다.일부 기업은 민영화가 된 이후 전보다 최고 30% 이상 영업실적이 개선된점 등이 이를 입증한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AFTA(아세안자유무역지대)의 미래에 대해서는 “베트남이 적어도 섬유·봉제분야에서만큼은 이 지역에서 확고하게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경공업 위주의 성장에 대한 한계에 대해 묻자 “베트남 정부도 점차 산업구조를 중화학·IT업종으로 바꾸고,관련 인력양성에도 치중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장기적인 투자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닮은점 많은 두 나라 베트남과 타이완은 같은 한자 문화권으로 젓가락을 쓴다는 것 말고도 우리나라와 여러면에서 닮은 꼴이다. 올초 한국에서 ‘로또 광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지만 타이완은 이미 지난해 초 똑같은 홍역을 치렀다.주 2회 추첨한다는 게 우리나라(주1회)와 다를 뿐이다. 국민들의 정서도 비슷하다.지난 92년 8월 단교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타이완 공중파 방송의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가을동화’,‘호텔리어’,‘겨울연가’ 등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한류열풍’의 발원지로 꼽힌다. 민진당의 천수이벤(陳水扁) 총통이 2000년 국민당의 50년 장기집권을 무너뜨리며 정권교체에 성공한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쓰레기종량제,정치의 전국구제도,PC방도 우리나라에서 타이완으로 수출한 것이다.비디오방은 타이완에서 먼저 시작돼 한국에 들어왔다는게 현지 교민들의 설명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부모와 스승을 존경하는 유교적 전통을 지닌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술마시기를 즐기고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점도 닮았다.자녀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아 다소 의외지만 ‘과외’도 성행하고 있다.우리나라의 몇몇 교육사업업체는 베트남시장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이미 현지 시장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트남은 특히 한국을 성장모델로 삼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본뜬 경제개발 10개년 계획을 마련,오는 2010년까지 평균 7%의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국립 하노이외국어대학의 한국어학과는 4∼5년전부터 영어과 다음으로 인기학과로 급부상했다.
  • 남과 여/허무한 마흔...40대男 80% 우울함 느껴 마음이 성장한다는 징표

    ●한 남자(48세) 대기업의 이사로 안정된 가정을 가진 그는 타고난 머리와 승부욕으로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치열하게 살았다.직위,경제력은 물론 쑥쑥 일류대학을 들어간 아이들로 자식농사도 성공했다.아내와도 별 문제없다.허리에 살이 붙었지만 아직 보기 나쁘지 않은 아내에게 불만없다.그런데 요즘 그가 살 맛이 없다.우울하고 헛살았다는 생각이 든다.별것도 아닌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다 눈물이 흘러 아내 몰래 얼른 닦았다.‘봄을 타나?’‘내가 늙었나?’ ●또 한 남자(42세) 며칠 전 15명 부원들과의 회식 중 그는 정면에 앉은 단 한 사람의 부원만이 자신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귀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15년전 자신이 끔찍하게도 싫어했던 부장 앞에 앉은 자신,바로 그 모습이었다.“옛날에 말야,내가…” 별 실력도 없고 인정도 받지 못했던 부장의 물고 늘어지듯 이어지던 이야기는 정말 고문이었다.스스로 늙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맞춘 눈길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자신이 더할 수 없이 비참해졌다.“아,내가 ‘꼰대’가 다 됐구나.” 아,옛날이여. ●또 다른 남자(51세) 아내가 차가워졌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그전에는 토라진 아내를 며칠 무시했다가 외식이라도 하면서 풀어줬다.부부싸움중 “나는 당신과 아이들을 위해 죽도록 일했다.이만하면 됐지 뭐가 불만이야?”라고 소리칠 때만 해도 아내가 평소처럼 물러설 줄 알았다.그러나 놀랍게도 “그∼래.대단하게 남편노릇,애비노릇 잘했다.이젠 그만해도 돼!”라고 아내가 되받아치는 게 아닌가.직장에서도 ‘실세’라는 소리를 듣는 그가 “아내가 미워죽겠다.”라고 말하며 초라해진 자신의 변화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갖출 만큼 갖췄다는 잘 나가는 남자들이 허무를 배우고 있다.남자들이 ‘울고 싶다.’고 말한다.울고 싶은 남자,울게 하라.그것이 뭐 대순가. 그러나 문제는 울고 싶은 남자가 정작 입을 앙다물고 눈물을 참고 있다는 사실이다.스스로 ‘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음이다.태어날 때는 우렁찰수록 좋았다지만 더이상 남자는 울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아니 그렇게 세뇌됐기때문이다.“사내자식이 울면 안돼.”“남자가 말야….”로 이어지던 부모님과 인생선배,직장선배들의 잔소리를 기준으로 ‘괜찮은 남자’ 축에 들었던 그가 마흔 중턱에서 그만 ‘형편없는 남자’로 전락할 수는 없지 않은가. ●40대,무의식 속에서 감성적인 성장이 시작된다 그러나 걱정할 것 없다.이는 남자 10명 가운데 8명에게서 나타나는 보편적 변화다.외형적 목표만을 향해 달렸던 남자들이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기,40대는 성숙으로 가는 길목이다.‘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이라 시인은 노래했던가.이제는 돌아와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기를 맞은 40대의 남자,당신 자신을 향해 축배하라.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그 흔들림,혼란에 당혹하지 말라.40대에 찾아든 회의는 외적 가치가 아니라 내면적인 가치에 더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즉 다시 마음이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징표다.축복이다.”라고 말하며 “이 시기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위해 투자한 남자는 부드럽고,열려있는 매력적인 남자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처음 겪는 혼돈과 방황의 시기를 성찰의 시기로 삼은 사람만이 자신의 인생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강한 남성’을 좇을 것이 아니라 ‘사려 깊고 따뜻한 남성’이란 새로운 가치에 눈뜨고,파도를 타듯 그 변신에 올라탄다면 ‘나도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라,남자여.굳은 얼굴로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면,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달라진다면 이상하게 볼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 침잠(沈潛)하라.내적인 자각을 경험하지 못하고 단지 청년기의 목표,도전에만 매달린 채 인생을 끝낸다면 60대에는 허무의 나락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지적 통찰력이 아니라 감정적인 통찰력을 찾아라.감정을 꼭꼭 눌러온 당신,40대 남자의 마음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개화(開花)를 기다리며. 허남주기자 yukyung@
  • [씨줄날줄] 메시아니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거의 매일 새벽에 일어난다.그의 하루는 기도와 성경 읽기로 시작된다.그는 매일 오스월드 체임버스가 쓴 복음주의 묵상집 ‘나의 최고의 것을 주님께’를 읽는다고 한다.부시에게 종교는 절대적이다.그는 대통령이 된 것도 주님의 은혜로 생각한다.부시는 신앙의 힘으로 술을 끊지 못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고 말한다.그는 40세가 되던 1986년 술을 끊었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의 정기적인 성경공부 모임에 측근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백악관 내부는 신앙으로 충만해 있다고 한다.부시 대통령의 유명한 ‘악의 축’ 발언 배경에도 종교적 영향이 있다.처음 연설문에는 이라크·이란·북한이 ‘증오의 축’으로 돼 있었다.그런데 백악관 고위 인사가 좀더 신앙적 색채가 나는 말로 바꾸라고 하여 ‘악의 축’이 됐다고 연설문 담당자였던 데이비드 프럼은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을 ‘악’으로 보는 배경에는 미국 외교의 메시아니즘이 있다.메시아니즘은 세계를 미국적 가치와 제도에 맞게 교화해야 한다는 미국 외교의 전통이다.메시아니즘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강조한다.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단극체제가 정착되며 메시아니즘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미국은 이라크와의 전쟁도 메시아니즘적 관점에서 ‘정의의 전쟁’이라고 부른다.미국이 자비와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믿는 경향이 미국인들에게는 보편화돼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오만한 일방주의적 태도는 세계적인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반전시위가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미국과 유럽의 전통적인 동맹관계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반전시위와 프랑스·독일 등 많은 나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공격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많은 미국인과 세계는 부시 대통령을 자신의 믿음에 눈이 가려져 복잡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미국은 일방주의적인 자신의 렌즈만 고집하지 말고 세계적인 보편성의 렌즈로도 세상을 봐야 한다.미국적 정의만이 옳다고 하는 것은 오만이다. 이창순 논설위원
  • TV드라마 삼각관계등 뻔한 소재 리메이크까지 많아 볼거리 제한

    “이 드라마 어디서 본 듯한데….”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들 하지만,TV드라마는 속도에 무심하다.도박,신부의 사랑,두 명의 아내 등 소재만 봐서는 각양각색이지만,그 맛을 보면 대부분 지나간 드라마의 양념 그대로다. MBC ‘러브레터’는 곁가지를 다 치고 나면 두 남자(안드레아·정우진)가 한 여자(은하)를 사랑하는 이야기.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와 맺어지지 못한다.셋의 부모 역시 비슷한 운명이다.과거 안드레아·정우진의 아버지는 안드레아의 어머니를 동시에 사랑했다.하지만 안드레아의 어머니가 남편의 죽음으로 재혼하면서 자식들의 운명도 엇갈린다. 이쯤되면 한 드라마가 뇌리에 떠오를 터.지난해 큰 인기를 얻은 ‘겨울연가’와 완전 판박이다.준상·유진·상혁을 안드레아·은하·우진으로 옮겨 직업만 바꿨고,얽히고설킨 부모의 삼각관계도 똑같다.삼각관계·출생의 비밀을 다뤘다는 점에서 ‘가을동화’와도 비슷하다.모두 오수연 작가가 쓴 작품이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이다.‘러브레터’의 게시판에는 “연기자가 바뀐 ‘겨울연가’를 보는것 같다.”는 식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드라마들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느낌이 더 드는 건 리메이크작이 많은 데도 이유가 있다.출세밖에 모르는 남자가 여자를 버리는 내용의 KBS1 ‘노란 손수건’은 80년대 방영됐던 ‘내일 잊으리’를 약간만 손봐 다시 방영하고 있다.7년간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남자와 두 아내를 다룬 KBS2 ‘아내’는 82년에 화제를 낳았던 드라마 ‘당신’을 리메이크했다.리메이크작은 아니지만 ‘올인’ 역시 ‘모래시계’와 배경과 인물설정이 닮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도 인물설정이 엇비슷하기는 마찬가지다.MBC가 ‘눈사람’ 후속으로 12일부터 방영하는 ‘위풍당당 그녀’는 재벌가의 숨겨진 딸의 인생을 언니가 바꿔치기하는 내용으로,이미 ‘유리구두’ 등에서 신물날 정도로 봐왔던 인물들이다. 물론 비슷한 설정이나 리메이크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인물의 성격이나 배경에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보편적인 얼개로 시청자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지고지순한 여인이던 주인공을 당당한 사업가로 변화시켜 호평을 얻고 있는 ‘아내’가 좋은 예. 하지만 다수의 드라마는 스테레오 타입을 고수하고 있기에 비판받는다.경실련 미디어워치 김태현 부장은 “이미 검증된 갈등구조와 인물구도를 그대로 끌어온 드라마가 많아 시청자의 다양한 볼거리를 제한하고 있다.”면서 “검증됐다는 이유로 경험이 한정된 몇몇 젊은 작가들을 잇달아 기용하다보니 소재의 폭이 좁아지는 것도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이 사람/ 탈북자 기획망명 운동가 독일 의사 출신 폴 러 첸

    “독일에선 의료 제도 혁신을 주장해 급진 공산주의 의사로 불렸는데 한국에선 오히려 극우로 분류돼 기분이 묘합니다.” 독일인 의사인 노베르트 폴러첸(45)씨.대북 의료지원 운동을 벌여온 평범한 의료인에서 탈북자 기획망명 운동가로 변신한,우리 사회에 이미 친숙해진 그를 9일 만났다.검은색 가죽 점퍼에 청바지 차림.배낭 하나 달랑 메고 프레스센터의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폴러첸씨는 한국 사회가 자신을 그다지 따뜻한 눈빛으로만 맞이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미친 놈’이라고 부르는 소리도 들리지만 비난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권위주의 군사정부 시절엔 북한 인권 유린에 대한 정보가 넘쳐났는데 오히려 지금은 다루지를 않는다.인권은 인류보편적 가치다.진보된 사회일수록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데 한국 사회는 왜 점점 더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북한 인권을 이야기하면 어느덧 한국 사회의 보수 세대의 목소리로 분류된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의 말은 굉장히 빨랐다.1시간여 진행된 인터뷰 내내 잠시도 쉬지않았다.의사인 자신이 왜 정치인처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풀어놓았다.자연스레 햇볕정책을 얘기하면서 동독의 포용정책 과정도 소개했다.“독일 통일에 결정적 역할을 한 헬무트 콜 총리는 구 소련을 방문,고르바초프와 정상회담에서 베를린 장벽을 넘는 사람을 총살한 동독정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고 언론들은 매년 동독 인권보고서를 만들어냈다.” 그는 배낭 속에서 사진 두 장을 꺼냈다.2000년 10월 북한 평성의 한 어린이 병동에서 직접 찍은 것이었다.그는 “아프리카,아시아 여러 곳을 다니며 의료봉사 활동을 했다.하지만 그곳엔 웃음이 있고,감정이 있었다.북한의 아이들은 표정이 없었다.아이들은 외국인 앞에서 실수를 할까봐 말을 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1년 반 북한에 체류한 기간은 자신의 인생에서 최악의 경험이었다고 한다.“의약품을 기부한 병원에 1주일 뒤 찾아가 보니 의약품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지원한 물품들은 가격표가 다시 붙어 면세점에서 팔리고 있었다.” 새로 출범한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표시했다.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출신이란 점,핍박받는 사람들에게 온정을 갖는 대통령으로서 강건한 대북 포용정책을 펼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좋은 환경을 위해선 햇볕도 중요하지만 비도 필요하고,때로는 거친 바람도 필요한 것이다.” 우리 말로 ‘음(陰) 앤드 양(陽)’의 조화를 강조했다. 사실 그는 주한 중국 대사관이나 중국 정부로선 무척 골칫덩어리다.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임시 중국 대사관 앞은 최근 그의 1인 시위 장소가 돼 버렸다.이른 아침 외신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출근하는 리빈(李濱) 중국대사와 접촉을 시도하다 제지당하기를 반복한다.정문에서 스스로를 수갑에 채운 뒤 구호를 외친다.“중국은 주중 탈북자들의 유엔난민 지위를 인정하라.”고.퍼포먼스를 보는 듯하다. “미디어를 통해 계속 알려야 하고 알리는 게 주중 탈북자들의 목숨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서울과 워싱턴,도쿄를 오가는 그는 주로 서울에 머물지만 정착한 숙소는 없다.이메일로만 연락이 닿을 뿐 휴대전화도 없다.공공기관의 전화번호만 사용한다.안전상 문제다.독일외무성과 정보 기관에서도 ‘요주의’ 정보를 한국 경찰에 알려왔다고 귀띔한다.북한측의 신변위협보다는 중국 마피아나 국경지대 인신 매매단의 위협이 크다는 얘기다. 평양에 다시 자유롭게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북한 주민을 돕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는 폴러첸씨.그것이 전범국가 독일 출신인 자신이 인권 사각지대 북한 주민을 위해 할 의무라고 거듭 다짐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플러첸은 누구 58년생.뒤셀도르프에서 의학공부를 한 뒤 87년부터 90년까지 알코올 중독 전문의로 활동했고,90년부터 99년까지 개업의로 일했다.99년 7월 독일 응급의사단인 캅아나무어의 일원으로 북한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했다.자신의 허벅지 살을 도려내 북한의 환자에게 피부이식을 시킬 정도로 헌신적인 봉사를 했다.2000년 9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일행과 동행한 미국 기자에게 북한에 불리한 시설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같은 해 12월 추방당했다.
  • 편운 조병화시인의 시와 삶 ‘고독으로의 긴 여정’ 떠난 詩壇의 거목

    이제 머리 위에 베레를 얹고 명상의 파이프 연기를 흩날리던 편운(片雲) 조병화 시인을 볼 수 없게 됐다.“시인은 모름지기 시간을 이끌어야 한다.”는 가르침도 다시 듣지 못한다. 시인은 83년동안 부대낀 번잡한 세속의 욕진을 모두 털고 ‘고독으로의 긴 여정’에 들었다.그는 평생 ‘고독’이라는 존재론적 주제를 중심으로 미완의 사랑과 죽음,삶의 희열을 결부시켜 온 ‘고독의 시인’이었다.그가 시를 통해 다다르고자 한 곳도 ‘절대고독’의 세계였다.그러나 ‘사랑’에 대한 그의 정신적 탐닉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가 그려온 고독과 허무의 그림도 한낱 흩어지는 안개에 불과하다.그가 사람과 물상에 쏟은 사랑은 그만큼 열렬한 것이었다.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여덟살 나던 1929년 서울로 이사와 평생 서울 인근을 떠나지 않았다.1943년 경성사범학교 보통과를 마치고 일본에 유학해 도쿄고등사범학교에 입학했으며,이때부터 문학적 소양을 발휘하기 시작했다.학창시절 그는 문학뿐 아니라 미술과 운동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경성사범 시절,미술활동은 물론 조선 럭비대표로 선발됐는가 하면 노후에도 짬짬이 유화전을 열만큼 그림에서도 일가를 이뤘다. 공부를 마친 그가 처음 교단에 선 것은 1947년.인천중학교(현 제물포고)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해 2년 뒤인 49년 서울중학교(현 서울고)로 옮겨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을 펴냈다.평생 ‘고독의 바다’를 표류한 시인의 삶은 그렇게 막이 올랐다.이후 그는 거의 해마다 시집을 펴내는 왕성한 창작열을 보였다. ‘하루만의 위안’(50년) ‘패각의 침실’(52) ‘인간고도’(54) ‘사랑이 가기 전에’(55) ‘서울’(57) ‘석아화’(58)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59) 등이 그 즈음 그가 펴낸 시집들이다.지난해 ‘남은 세월의 이삭’을 펴낼 때까지 시인으로 산 50여년 동안 무려 52권의 시집을 남겼다. 그의 시세계는 주로 모더니즘에 뿌리를 박은 것이었다.그러나 결코 모더니즘 감각에만 머물렀던 것은 아니다.철저하게 일상에서 얻어지는 보편적 정서를 탐닉했다. 문학평론가인 중앙대 임헌영 교수는 “그는 모더니즘이니 뭐니 하는 문학이론을통해 수업을 한 게 아니라 생활 자체로 시에 접근해 갔으며,이것이 대중적 친근감을 갖게 하는 오묘한 비의였다.”고 설명한다. 지적 기교보다 정감 어린 호소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의 시는 당대의 제약을 벗어나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소외,이기주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고독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껴안음이 되었다는 것이다. 문학과 문인에 대한 그의 사랑은 참으로 돈독했다.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성취에 대한 격려’라며 지난 90년 편운문학상을 제정,이듬해 첫 수상자를 낸 이후 지난해 12회까지 이 땅에서 힘겹게 시를 쓰는 가난한 시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심재억기자 jeshim@
  • 요즘 어떻게/ 광주항쟁 산 증인 송기숙 前 전남대 교수

    “광주는 그가 있어 광주였다.”(시인 고은),“교육 민주화의 맨 앞줄에 선 사람”(평론가 백낙청),“한 대학에서 함께 숨쉰다는 것 자체가 설렘”(전남대 독문과교수 김용대). 3년 전,36년 동안 가르치던 일을 접고 물러난 송기숙(68·전 전남대교수·국문학)에 대한 평가다.대학가에서는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 이 시대의 스승이자 사회운동가,소설가 등 삼위일체로 지난한 삶을 버텨왔다고 서슴없이 말한다.지인들은 어쭙잖은 옛날의 명성을 팔아 돈과 권력에 자신을 내맡긴 배반의 역사를 경험했던 현실에서,들고 날 때를 정확히 알고 스스로 실천하는 지성인으로 자리를 내줬다. 임 2년 전인 98년부터 광주에서 가까운 전남 화순에 거처를 마련하고 부인 김영애(65)씨와 못다한 오붓함을 즐기고 있다.알맹이 없는 형식에 넌더리를 내는 그이기에 정년 퇴임식도,명예교수직도 마다했다.글을 쓰면서 지인들과 한 달에 한 두번 맥주집에서 만나 소회를 푼다.황석영의 ‘황구라’처럼 그의 별명도 ‘송구라’다.양의 동서를 넘나드는 천변만화로 좌중을 압도하는입담이 걸쭉하다. ●나무꾼은 불이 나면 불부터 꺼야 현대사에서 70년대는 유신독재,80년대는 군부독재로 점철됐다.교정과 거리는 최루가스로 뿌옇고 교단은 무너지고 감옥은 학생들로 넘쳐났다.그는 이 때 두번에 걸쳐 2년 동안 투옥된다.유신독재가 독이 올라 있을 즈음인 78년 6월27일.“교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자체에 모욕감을 견디지 못하겠다.”며 떨쳐 일어선 그는 ‘교육지표’ 사건 주동자로 붙잡힌다. 백낙청에게 부탁해 기초한 선언문을 연세대 해직교수인 성내운에게 전달하고 동료교수 50여명의 서명을 받아 해외 언론과 대학가에 배포한 죄목이다.선언문 내용은 국가주의적 교육사상을 더 이상 강요하지 말라는 것.자유실천문인협의회(민족문학작가회의 전신)의 지지 성명과 전국 대학가 시위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됐다.훗날 이 사건은 교육현실의 모순과 교육사상의 흐름을 되짚는 이정표로 자리매김된다.스스로도 “참 대단한 사건이었다.광주민중항쟁의 전사(前史)”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이 때 해직되면서 6년만인 84년에야 교단에 돌아온다.두번째 체포는 80년 광주민중항쟁 때 학생수습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한 죄목이다.이 대목에서 그는 담배에 불을 붙여 절반 가량 태운 뒤 말문을 열었다.“분을 삭이지 못할 때였지.일주일 내내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어.오죽이나 술을 마셨으면 고은 선생이 ‘소주 1000병’이란 별명을 나에게 붙였겠어?” 그는 지독한 애주론자다.말술을 먹고도 건강한 비결을 선친의 덕으로 돌렸다.어쩌면 술만이 지쳐 있던 그의 심신을 지탱해줬을 것이란 생각이 스쳤다.이야기 내내 곧추세운 노익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 그의 젊은 날 혈기가 묻어나온다.“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기를 펴고 살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스승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는 5·18 민중항쟁 이후 관련 연구소를 만들어 자료를 정리하고 책으로 엮어냈다.영·호남 지방사회연구회 연합회(현 지역사회학회)도 교수 200여명으로 구성해 지역의 벽을 깨뜨리고자 했다.또 94년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을 맡아 문단에서 할 일을 밀어붙였다.오늘의 교육풍토를 묻자,대번에 위기상황으로 진단했다.대학에서는 교양과목 대신 영어회화가 차지하고 있고 기능인만을 길러내면서 보편적 가치가 홀대받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초등학교는 민주 시민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기본자질을 가르치는 데 뒷전이라고도 했다.교수란 모름지기 사람답게 살면서 시대에 맞는 가치를 찾아 의로운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정의를 내렸다. 하지만 우울한 터널에서 빛을 보듯 그는 20∼30세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찾았다.그는 컴퓨터 도사다.하루에 2시간 가량 인터넷 바다로 들어가 축약된 언어,막힘 없는 쌍방식 토론에 미소짓는다.심지어 이들이 내뱉는 거친 언어도 카타르시스 순기능으로 이해했다.“컴퓨터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로 올라서면 지역감정이 눈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도 이들의 격의없는 토론과 건강함을 이유로 들었다.투쟁의 역사가 적잖은 한총련이 일본의 적군파(赤軍派)류로 전락하지 않고 균형감각을 찾아가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젊은이들에게는 개인적 관심보다 사회적 관심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은 역사적 시각이 바탕이다 기숙은스스로도 교수냐,작가냐의 물음에는 즉답을 망설인다.평론가 임환모씨가 “그의 작품은 현실과 인간적 진실 사이의 대립을 바탕에 깔고 전일적 인간에의 열망을 강하게 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시피 때로는 글로써 저항했고,때로는 교육변혁 현장의 맨 앞줄에 섰다. 그는 64년 평론가로 출발했으나 66년 이후 소설가로 각인된다.작품마다 민중의 저력을 담았다.‘자랏골 비가',‘암태도',‘녹두장군'(12권),‘5월의 미소' 등 분단의 애환을 담은 단편작은 가짓수에서 단연 으뜸이다.현장을 중시하는 그가 녹두장군을 쓸 때 일화를 들려줬다.백산전투에 참가한 농민군이 1만명이었으나 전주봉기에서는 그 절반으로 줄었다. 역사학자 누구도 이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백산전투는 음력 4월 말로 보리가 필 때다.민중의 배고픔이 극에 달할 때였다.전주전투는 보리죽이라도 먹을 수 있을 때였다.”라고 결론을 내려 지금도 학회에서 정설로 통한다.‘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도 민중의 한이 스며 있다.풀죽으로 연명하다 보면 변이 굵어져 실제로 똥구멍이찢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철저하게 역사적 인과관계를 두고 글을 쓴다.그는 얼마전 틈틈이 써오던 단편집 2권의 퇴고를 마쳤다.앞으로 2년을 잡고 국내 설화(說話)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소설적 재미로 덧칠하는 일에 매달리고자 한다.설화에는 민족정신과 의식이 녹아 있고 민족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아름다운 존재로 기억되고 있는 그는 마지막까지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화순 남기창기자 kcnam@
  • 등단 30년 첫시집 내는 소설가 박범신 “문학은 목 매달아도 좋은 나무”

    소설가 박범신(57)이 등단 30주년을 맞아 첫시집 ‘산이 움직이고 물은 머문다’(가제)를 비롯,장편소설 ‘내 책상 네 개의 영혼’(가제)과 산문집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을 3월 중 펴낸다.자신의 꿈인 ‘영원한 현역’에 걸맞게 왕성한 글쓰기를 과시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시집 발간.간헐적으로 시를 발표한 적은 있지만 시집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떠벌일 일이 아니다.”라며 계면쩍어하는 그를 억지로 불러내 지난달 28일 오전 평창동 북한산 자락에서 만났다. “거창하게 뭘 벌이려는 게 아니다.작가 제자(명지대 문예창작과)들과 글친구들이 ‘글상’을 차리자기에 ‘쑥스럽다’며 거절하자 ‘술 한잔 사란 뜻’이라고 우겨 ‘조용한 자축’삼아 시작했다.” 문학동네에서 낼 기념시집엔 시인 김승희가 발문 겸 해설로 덕담을 건네고,‘73그룹’(73년 등단 작가모임)멤버였던 시인 정호승과 김명인,소설가 이경자가 각각 책표지 글로 품앗이한다.‘꽃’‘달팽이에게’등 70편의 시를 수록할 예정이다. 박범신은 평생 소설로 밥(?)을 먹어왔지만 정작 문학과 첫만남은 시였다.“데뷔 전 습작시절엔 주로 시를 썼다.”는 그에게 첫 시집은 어찌보면 수구초심의 심정으로 못다한 시인의 꿈을 피우는 것이다.93년 절필선언 후 3년 동안 용인에 칩거할 때 외롭고 심심해 짧은 글을 썼다.문예지에 발표한 것도 있다. 자연스레 화제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79년 ‘죽음보다 깊은 잠’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후 그는 내리 15년 동안 ‘잘 팔리는’작가였다.그러다 삶과 문학세계에 공허함이 몰려왔다고 한다.‘문학주의’란 원칙을 고수하려면 한번은 겪어야 할 업보였다.“상상력의 우물이 말랐다.”며 미련없이 용인으로 내려갔다.‘한터 산방(山房)’에서 보낸 3년은 생의 전환기였다.10일쯤 나올 산문집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이룸 발간 예정)은 이 시기 새로 뜬 마음의 눈으로 쓴 글이다. “경제성장 제일주의의 관성을 버리지 않고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삶에 대한 새 컨셉트를 만들어야 합니다.170평 밭뙈기에 채소 키우고 그림 그리며 삶을 반추하던 시절의 깨달음을 모은 것이지요.” 붓을 꺾을 당시의 마음 속 풍경은 문단복귀 작품 ‘흰 소가 끄는 수레’(96,창작과비평사)로 풀어냈다.3년뒤 그의 눈부신 부활에 당시 문단은 상찬으로 응답했다.“자연 속 고행을 통해 달관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백낙청)“이처럼 생산적인 결과로 나타난 작가의 침묵을 감동없이 읽어낼 수 없다.”(김치수). 그에게 문학은 삶의 전부였다.그의 삶을 인간답게 만든 ‘방부제’였고 물질 만능주의가 가져오는 인간 소외에 맞서는 버팀목이었다.문학과 함께 울고 웃은 30년 동안 그는 행복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이달 말 새로 선뵐 장편소설 ‘내 책상 네 개의 영혼’(문학동네 출판 예정)은 그의 의욕을 오롯이 보여준다.감성이 한창 예민하던 시절인 16∼20살 때 내적으로 겪었던 다양한 인물상을 통해 인간의 보편성을 그려낸다.이어 21살부터 25살까지의 경험도 소설로 만들 계획이다. 어느덧 이야기는 ‘그의 30년’에 이르렀다. “곡절은 많았지만 문학 곁에서 한결같이 살았다.내가 좋아하는 그 길만을 걸어온 것은 행복이고 행운이다.영원한 ‘청년 작가’의 자세로 계속 걸어갈 것이다.” 제자들이 꾸며준 그의 홈페이지(www.wacho.net)에서 손님을 맞는 문구는,그의 지난 30년과 앞으로의 인생을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문학,목 매달아도 좋은 나무’ 이종수기자 vielee@
  • [관가 돋보기] 내부발탁 ‘훈풍’… 설레는 관가

    공직사회는 3일 단행된 차관·차관급 인사에 따른 후속 ‘훈풍’을 기대하고 있다.차관 인사에서 행정고시 14∼24회의 직업관료들이 내부승진함에 따라 후속 승진의 폭이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장관 인선에서도 나타났듯이 간부인사에서도 상당한 폭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공산이 적지 않다.물론 부처간 희비의 편차도 있다. ■ 경제부처 *재정경제부=‘13회 장관·14회 차관시대’를 맞자 우울한 분위기다.13·14회 1급 간부 처리난에 고심하고 있다.13·14회만 6명이 버티고 있고 김용덕 국제업무정책관과 하동만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이 관세청장과 특허청장으로 각각 승진했지만 김병기·오갑원 전 청와대 비서관이 ‘인공위성’ 상태에 있다.이래저래 17회 이상 1급 후보군(1급 보직자 포함)만 20명이 버티고 있다.치열한 보직경쟁에서 탈락하는 1급 간부들은 공직을 그만 둬야할 판이다.재경부 관계자는 “당장은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몇달내에 산하기관 등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총재·자산관리공사사장 등의 자리가 빌 것으로 점치지만 한정된 자리로 소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국·과장급은 “윗선에서 인공위성 등으로 정체현상이 심각한데 아래까지 후속인사가 가능하겠느냐.”며 “재경부는 초상집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획예산처=1급 3명 가운데 2명이 차관으로 승진했기 때문에 인사숨통이 확 트이게 됐다.1급 자리는 배철호 민주당 전문위원이 맡고 본부 국장 가운데 최고참 국장인 박인철 재정기획국장의 1급 승진이 유력시된다.변재진 공보관 등이 주요보직 국장으로 약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건설교통부=1급 6명 가운데 2명이 차관급으로 승진해 짭짤한 후속인사 잔치가 예상된다.1급 승진 후보는 4∼5명으로 압축된다.건설분야에서는 이춘희 주택도시국장이 유력하고 양성호 육상교통국장,김창세 수자원국장,남인희 도로국장 등도 후보에 속한다.차관보에는 장동규 기획관리실장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지만 차관이 건설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점에서 차관보는 교통·기술 분야에서 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항공안전관리본부장은 함대영 현 본부장이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변재일 기획관리실장이 차관으로 승진함에 따라 같은 1급인 김창곤 정보화기획실장과 개방형으로 3월에 임기가 끝나는 이교용 우정사업본부장도 어떤 형태로든 자리이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이렇게 되면 1급 세 자리가 비게 된다. 기획관리실장을 포함한 1급승진 후보군은 구영보 통신위원회 상임위원(행시 19회),황중연 부산체신청장(20회),노준형 정보통신정책국장(21회),이성옥 전파방송관리국장(〃),유영환 정보보호심의관(〃),석호익 서울체신청장(〃),한춘규 정보통신진흥국장(77년 특채) 등이다. *산업자원부=김칠두(14회) 차관과 유창무(13회) 중소기업청장이 승진함에 따라 행시 13·14회의 퇴진과 현재 국장급에 포진한 17회의 약진이 예상된다.하명근(13회) 무역위 상임위원과 김재현(14회) 무역투자실장·김동원(14회)무역정책실장 등은 어떤 식으로든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소기업청의 장지종(14회) 차장은 퇴진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고속승진을 거듭해온 특허청의 정태신(16회) 차장은 본청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승진 후보군은 행시 17회에서 김종갑 산업정책국장,이원걸 자원정책심의관,박봉규 무역정책심의관 등이다.김 산업국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통상·산업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베테랑’이라는 별명을 얻었고,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파견된 바 있다. *농림부=행시 17회 김정호 차관의 승진으로 내부에서 대체로 능력을 인정받은 17회의 동반 승진이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차관보에는 손정수 기획관리실장의 승진이 유력하며 소만호(18회) 농업정책국장의 발탁 1급 승진도 점쳐진다. ■ 비경제부처 *통일부=조건식 남북회담사무국 상근회담대표가 차관으로 승진한 통일부의 1급 공무원은 이종렬 기획관리실장,이봉조 통일정책실장,강도원 통일교육원장,신언상 남북회담사무국장,홍흥주·김경웅 남북회담사무국 상근회담대표,박성훈 전 청와대 통일비서관 등 8명이다.부내에서는 공석이 된 남북회담사무국 상근회담대표 한 자리를 채우기보다는 1급 전체에 연쇄적인 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행정자치부 차관보에는 김지순민방위재난통제본부장이 유력시되고 있다.김 본부장 후임으로는 김광진(18회)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박상홍(14회)·권욱(21회) 소청심사위원 등이 거론된다.현재 인사적체가 극심한 옛 총무처 출신들 가운데는 1급인 박명재 기획관리실장이 소청심사위원장으로 승진하면 이성열(17회) 중앙인사위 사무처장과 권오룡(16회) 청와대 전 행정비서관 등이 후임자로 옮겨올 것으로 점쳐진다. *국방부=유보선 기획관리실장(육사 24기)이 차관에 발탁됨에 따라 후속 인사에서는 1급 2∼3곳을 보강하는 수준의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다.국방부의 1급 자리는 기획관리실장,차관보,국립현충원장 등 3곳.기획관리실장과 차관보는 통상 예비역 중장·소장급 장성으로 채워 왔으며 현충원장은 일반직으로 보임해 왔다. 후보로는 김희중 전 항공작전사령관,선영제 전 육군 참모차장,김승광 전 국방개혁위원회 부위원장,정중민 전 군수사령관,안광찬 전 한미연합사 부참모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보건복지부=강윤구(16회) 사회복지정책실장이 차관으로 내부승진하면서 인사요인이 생겼다.문경태(18회) 기획관리실장의 거취가 인사폭을 결정지을 전망이다.송재성(16회) 기초생활보장심의관,이형주(17회) 식약청 차장,김창순(22회) 전 청와대 복지노동비서관이 경합중이다. 송 심의관은 복지부 최고의 브레인이라는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난해 의약분업 추진과 관련해 받은 징계가 걸림돌이다.김 전 비서관은 ‘기수파괴’가 보편화되는 분위기에서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참여복지’를 총괄하는 자리에 전격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부=공석이 된 기획관리실장 자리에는 지난 2001년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던 전남 장흥 출신인 박대문(22회) 전 청와대 환경비서관이 유력후보로 거론된다.박 비서관은 환경정책국장과 대기보전국장을 지내면서 원칙주의에 입각한 신중한 일처리로 정통 행정전문가란 평을 듣고 있다.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지내다 지난 2001년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 자리를 옮긴 신창현 위원장이 자리를 옮기거나 김영화 자연보전국장의 승진도 점쳐진다. *문화부=오지철 차관의 내부승진으로 공석이 된 기획관리실장 후임이 관심이다.후임에는 신현택(18회) 국립중앙도서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노태섭(16회) 문화재청장,이승규 문화정책국장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국무조정실=하동만 경제조정관이 특허청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누가 후임이 될지 관심사다.개방형 직위인 이 자리는 일반 공모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국무조정실 출신인 박남훈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법제처장으로 성광원 현 차장이 승진함에 따라 차장 자리를 놓고 박세진·유병훈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
  • 대형사고로 본 우리사회/ 고도성장 ‘채찍’… 안전장치 ‘파열’

    대구지하철 참사는 방화범이 저지른 것이지만 그 대처과정에서 보여준 미숙함은 과거 숱하게 빚어진 우리 사회의 대형사고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안전무시의 성장위주 사회가 또한번 총체적 안전 불감증을 드러낸 것이다.서울대 사회학과 장경섭 교수가 한국을 ‘복합위험사회’로 규정하고 그 해결책과 함께 안전 확보에 따른 딜레마를 진단해봤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는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확률적 가능성이 현실화된 사건이다.방화범 문제는 접어두더라도,객차의 의자·바닥·천장을 온통 가연재로 설치한 일,화재가 났을때 승객 대피를 오히려 차단하는 지하철 역사,화재 경보를 무시한 상황통제실,화재 이후 기관사와 상황통제실이 함께 보여준 무대책 등이 겹쳐 일어났다.화재 경고를 무시한 또다른 열차의 진입과 실질적 승객 감금 행위,상황통제실의 계속된 무대책과 기관사 도주 유도 등도 가세했다.이 가운데 한가지만 막았어도 200여명이 극도로 비참하게 목숨을 잃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런 비(非)상식적인 일들이한꺼번에 터진 것을 그저 대구 시민들만의 불운으로 돌릴 수는 없다.한국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비상식의 확률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는 대구지하철 화재뿐 아니라 그동안 끊임없이 발생한 대·소형 안전사고들에 의해 입증되었다.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대구·서울지하철 공사장의 폭발사고 등 초대형 구조물 사고가 잇따랐으며 교통사고율,산업재해율 등 일상적 안전사고 발생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가 있다.일전에 인천 씨랜드 화재참사로 어린 자녀를 잃은 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어 메달을 반납하고 외국으로 이주하기까지 했다. 이런 갖가지 위험요소로 시민의 안전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위협받게 되자,서구의 ‘위험사회’(risk society) 논의가 한국 지식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서구에서도 두 세기를 넘는 지속적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얻은 물질적 풍요의 이면엔 사고와 재난의 일상화라는 반갑지 않은 현상이 나타났다.서구인들은 원자력 관련 사고에서 유전자조작 식품까지 발전의 결과로 치러야 할 엄청난 비용에 직면해 있다.사고와 재난들이 더이상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일정한 확률로 발생하는 ‘일상성’의 한 부분이라는 지적이 위험사회론이다. 초고속산업화를 통해 단기간에 선진국 대열에 발을 들인 한국은 위험사회 증후군 역시 앞당겨 경험하고 있다.그런 한편 초보적 안전관리의 미비로 후진국형 재해들도 계속된다.장마때면 하천관리가 소홀한 도시들이 수중에 잠기고,난개발로 인한 산사태로 마을들이 흙더미에 묻히는 일이 반복된다.건설만 하고 관리는 하지않는 수많은 죽음의 도로들에서 만취 기사가 과속 운행한 대형버스들이 전복,수십명의 사상자를 내는 일이 이어진다. 일상화된 비리와 탈법 속에서 부실시공된 건축·구조물이 붕괴되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날림 사회형’ 재해가 널려있다.무엇이든 단기간에 최대한 건설·생산하고 소비하려다 보니 갖가지가 압축적으로 경험되는 ‘폭증 사회형’ 재해도 잇따른다.이런 재해들은 한국의 독특한 발전경험과 결부된 ‘한국형’ 재해다.한국은 선진국형,후진국형,나아가 한국 특유형의 갖가지 위험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위험사회’가 돼가고 있다.이 가운데 한국형 재해들이 특히 문제이다. 증사회형 위험은 한국의 근대화가 ‘외연적 경제성장’ 아래 짧은 기간 엄청난 경제·사회적 변화를 거치면서 이뤄진 때문이다.생산과정의 효율성·안전성을 개선하기 보다 노동력과 자연자원을 착취하는데 급급하다보니 재난과 오염이 급증한다.외연적 성장전략이 주효해 생산·건설·소비·교환활동이 세계에서 유례없이 급증했다.경제 활동량에 대한 안전사고의 발생확률이 일정하다면 경제활동이 늘어난 만큼 안전사고도 늘 수 밖에 없다.그런데도 안전문제 대처는 뒤로 미루고 경제성장에 따른 이윤·소득·세수 증가만 누리겠다는 일종의 ‘선(先)성장,후(後)안전’의 태도가 만연해 있다. 제·사회활동의 폭증에 따라 위험이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막으려면 활동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물리적 시설과 장치의 확충뿐 아니라 조직·문화적 관리역량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그러나 이 관리역량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일종의 ‘문화지체’(cultural lag)다.이는 생산라인처럼 가동시간을 늘리거나 속도를 높여서 일시에 보강될 수 있는게 아니다.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상당기간의 학습·훈련·적응이 필요하다.조직·문화적 역량이 갖춰진 상황에서도 활동이 증가하면 안전사고도 따라 늘 수밖에 없는데,역량도 갖춰지지 못한 한국사회에서는 안전사고의 더욱 심각한 폭증이 우려될 수 밖에 없다.위험폭증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급격한 산업구조 및 생활양식의 변화 자체가 위험과 재난의 폭증을 추가로 야기한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형성된 독특한 ‘속도 효율(speed efficiency)’ 문화의 이면에는 일종의 날림사회형 위험이 급증하게 됐다.일정 수준의 국가경제 성장과 국민소득 향상,특정한 국가시설의 건설을 최단시일내에 이룩하는 것이 집권정부 업적의 증표가 되면서 속도 효율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나타났다.기업 차원에서는 폭발적 경제성장과 산업구조변화에 대응해 가급적 개별 사업들을 최단시일내에 마무리짓고 서둘러 다음 사업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기업 성장전략이 만연했다.무모한 납기 및 공사기간 단축을 최선의 경영성과로 여기는 속도 효율의 문화였다. 정부와 기업의 속도 효율에 대한 집착이 안전문제에 대한 담합적 부실을 야기했다.국가적 수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생산업체들이 산업안전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풀(full)가동되는 것을 정부는 규제는 커녕 은근히 독려했던 것이 사실이다.심지어 대형교량 등 기간시설을 앞당겨 완공하기 위해 기업들을 재촉하는 것이 정부의 관행이었다.기업들도 이를 싫지 않게 받아들였다.설사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인등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언제나 ‘산업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령 만능주의 풍토 속에서 주로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법령과 규정들은 제대로 지켜지기만 한다면 산업 및 생활 현장에서의 안전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대목도 많다.하지만 현실적으로 무시되거나 느슨하게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령과 규정들이 엄격하게 준수될 때 이또한 여러가지 예기치 못한 문제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업조직과 사회체계의 맹점을파악한 버스 운전사,지하철 노동자,통신회사 노동자 등은 준법투쟁이라는 상징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투쟁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려 했다.그런데 준법투쟁을 통한 노동자들의 목표가 작업 안전성의 제고보다는 임금인상 등 다른 권익의 확보에 더 치중한다는 데 사회적 딜레마가 있다.결국 노사는 탈법 운행에 담합한 셈이다. ◆해결책 없나 한국인들은 선진국형,후진국형,한국특유형 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적인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따라서 안전사고의 예방과 대처가 어느 사회에서보다 중요하다.국가의 안전보장 및 관리업무가 국정의 최우선 사안의 하나이며,시민들과 기업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함과 동시에 자체적인 안전제고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생산노동자,농민,여성,아동,노인 등 자기보호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안전사고의 피해도 집중적으로 입게 되는 이중적 불평등의 문제도 국가적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이들은 그동안의 보수적인 정치·경제질서 속에서 자신들의 권익을 보상받기는 커녕 최근 발생한 각종 안전사고의 집중적 희생자가 되는 또다른 고난에 직면했다. 안전문제는 사회정의적 차원에서도 국가의 핵심적 공공사업의 영역인 것이다. 오염되지 않은 물과 공기를 마시고,안전하게 출퇴근·등하교를 하고 공공시설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국민복지적 차원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보편적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국가관료,기업인,전문가,시민 개개인의 도덕적 각성과 문제의식 확립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발전이념을 재정립하는 것이 요구된다. 각종 사회적 위험 요인은 급속한 외형성장 등 물질적 팽창에 치중한 나머지 안전관리 소홀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안전복지 차원에서 경제발전의 공과를 재평가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노력을 재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최근 환경운동에서 제기한 ‘녹색 국민소득’(green GNP),‘녹색 급부’(green payments) 개념처럼 안전국민소득,안전급부 개념의 도입을 정책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경제활동에 수반되는 심리적·육체적 안전의 위협을 감안,국민소득의 변화를 재산정하는 것이 안전국민소득이다.사회의 여러부문과 집단이 수행하는 안전제고 역할을 파악,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안전급부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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