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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천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부장가아사나

    [현천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부장가아사나

    부장가(Bhujanga)는 뱀, 코브라를 뜻한다. 이 자세에서 마루에 반듯하게 엎드려 얼굴을 아래로 향하게 한 상태에서 몸통을 위로 들고서, 머리는 공격태세에 있는 뱀처럼 뒤로 젖힌다. 1. 얼굴을 아래로 하고 엎드린다. 발을 모으고, 다리를 쭉 편다. 무릎에 힘을 주고, 발가락은 펴서 뒤를 가리킨다. 손바닥은 양 어깨 옆에 둔다(사진1). 2. 숨을 들이마시며, 손바닥으로 마루를 힘있게 누르면서 몸통을 치켜세운다. 이때, 팔을 2/3정도 펴고 시선은 정면을 향한다. 정상 호흡을 한다(사진2). 3. 숨을 내쉬며 몸을 아래로 내리고 얼굴을 아래로 한 다음, 양 손을 뒤로 더 보낸다. 4. 다리를 모은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시며, 머리와 가슴, 복부를 들어 올리고 팔을 곧게 편다. 치골이 마루에 닿을 때까지 몸통을 뒤로 젖히고, 하중을 다리와 손바닥으로 지탱하면서 이 자세를 유지한다. 항문과 엉덩이를 수축시키고, 넓적다리에 힘을 준다. 목을 수축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 고르게 호흡하면서 20∼30초 동안 이 자세를 유지한다(사진3). *고급단계로 나아가기:어깨를 뒤로 젖히며 흉곽을 앞으로 내민다. 꼬리뼈와 천골은 아래로 내린다. 요추 부분에 하중이 너무 많이 실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척추가 고르게 휘어지게 한다. 5. 숨을 내쉬며 몸을 아래로 내린다. 6. 초보자일 경우:다리를 어깨 너비 정도 벌리고 위의 4번 자세를 취하면서 지나치게 무리하지 않도록 한다(사진4). ■ 자료제공: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 053)753-1737 www.iyengar.co.kr아사나:김교영 효과:이 자세는 척추의 부상에 있어 만병 통치약이고, 약간 어긋난 디스크의 위치는 원래의 위치에 가도록 한다. 척추 부위는 좋은 상태가 되고, 가슴은 완전히 펼쳐지게 된다. 요가교실:전 인류에 공통되는 보편적 도덕률, 야마(Yama)가운데 두 번째 덕목 사트야(Satya)는 진실, 불망어를 뜻한다. 진실은 우리 행동이나 도덕적 규범의 최고봉이다. 불이 불순물을 태우고 금을 정제하는 것처럼, 진실의 불꽃은 요기(Yogi)를 정화시키고 그 안에 있는 불순물을 없애준다. 마음이 진실을 생각하고, 혀는 진실을 말하고 삶 전체가 진실 위에 있다면, 인간은 신과 드디어 결합할 수 있다. *요가 보조 기구(큰 베개, 벨트 등)는 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서비스업계 이젠 ‘공중전’

    인터넷 서비스업계 이젠 ‘공중전’

    국내 항공업계에 기내 인터넷 이용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인터넷 서비스업계의 ‘공중 서비스전’도 시작됐다. 데이콤 자회사인 데이콤MI는 지난 7일 자사 포털사이트 천리안을 통해 12개 항공사와 ‘기내 인터넷’ 서비스 계약을 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하나로텔레콤,KT의 서비스 시작에 이어 모든 초고속인터넷업체가 기내 인터넷 서비스에 나서게 됐다. 초고속인터넷 업계는 인천국제공항 이용 고객이 한 해에 1200만명(한달 100만명) 정도여서 이 상품이 보편화되면 또다른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세계 항공사와 계약 기내 인터넷은 인터넷 설비가 장착된 항공기에서 무선랜을 이용, 사무실·집과 같이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다. 아직은 무선랜 기능이 지원된 노트북PC를 갖고 타야 가능하다. 비행 중에도 인터넷전화, 검색, 이메일, 메신저와 게임, 영화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최초 기내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하나로텔레콤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루프트한자, 싱가포르항공, 일본항공 등 11개사와,KT와 데이콤MI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JAL, 루프트한자, 싱가포르에어라인, 에어차이나 등 12개사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하나로텔레콤의 경우 8월 현재 20여대(대한항공 20대, 아시아나항공 2대, 루프트한자 1대)에서 서비스가 가능하고, 올해 말까지 주요 국제선 노선의 80%가량인 40대를 증설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천공항 입·출항 기준으로 비행기당 10∼20명이 이용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경우 LA, 뉴욕, 시카고, 호주 시드니는 매일 기내 인터넷이 가능한 비행기가 운항하고 워싱턴, 시애틀, 카이로도 기내 인터넷이 가능한 비행기를 자주 운항 중”이라고 말했다. ●후불제-기존 ID, 선불제-이용권 구매, 현금 이용 요금은 일반 초고속인터넷 가격에 비해 비싸지 않다. 천리안의 경우 3시간 미만 1만 5500원(부가세 포함),3∼6시간 2만 1500원,6시간 이상 3만 2500원이며,KT는 천리안보다 구간별로 5000원씩 비싸다. 하나로는 전노선 정액제로 표준 가격이 3만 6000원(부가세 포함)이지만 보잉사와 협조,45% 할인한 1만 9800원에 제공하고 있다. 이용 방법은 후불제인 KT의 경우 메가패스, 코넷 가입자는 쓰던 ID로 접속하면 된다. 천리안도 후불제여서 기존 ID로 이용 가능하다. 선불제인 하나로는 ‘하나포스에어’ 홈페이지에서 가입후 온라인으로 이용권을 사면 된다. 포털 하나포스닷컴의 회원은 기존 ID와 패스워드로 가능하다. 데이콤MI(천리안) 관계자는 “경쟁이 시작된 만큼 업체에서 다양한 요금제가 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잘못된 관행 이젠 깨자] 대담 “나쁜 관행 바로잡기 사회공동체의 용기 필요”

    [잘못된 관행 이젠 깨자] 대담 “나쁜 관행 바로잡기 사회공동체의 용기 필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논문 파문을 계기로 사회 전반에 만연한 그릇된 관행에 대해 짚어보는 ‘잘못된 관행 이젠 깨자’ 기획시리즈가 지난 1일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됐다. 서울신문은 서울대 박효종(국민윤리교육과) 교수, 아주대 강명구(행정학) 교수와 함께 우리 사회의 관행들을 종합적으로 짚어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담은 지난 3일 서울신문 사회부 박현갑 차장의 사회로 본사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사회 관행은 어느 사회에나 있는 것인데 유독 우리 사회에서는 좋지 않은 의미가 강한 것 같습니다. ●강명구 교수 관행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전부터 하던 습관을 따라하는 것’이라고 돼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풍습, 규범, 전통, 상식, 묵인, 자율 등이 있지요. 반면 웹스터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주어진 상황에서 흔히 하던 대로 행동하는 것’‘오랫동안 행해져서 거의 법률화된 것’이라고 뜻풀이가 돼 있습니다. 실제 우리 생활에서 전관예우, 기부, 자원봉사, 급행료, 촌지·떡값, 성 상납, 낙하산 인사 등 법률보다 관행이 우리의 삶을 규제하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관행이라고 하면 ‘불법은 아니지만 용인되는 것’‘통용되는 행위이지만 외부에 알려지면 도덕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 등 우선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박효종 교수 관행은 영어로 ‘컨벤션(convention)’이라고 합니다. 라틴어가 어원인데 ‘함께 온다.’, 즉 협력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다 보면 관행이라는 것이 필요하게 됩니다. 관행은 누가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아도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것이 많습니다. 좋은 관행과 좋지 않은 관행을 나누는 기준은 효율성과 정의성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풍습 속에서도 씨받이는 정의성에서 인정받을 수 없고, 조상을 모시는 일도 호화분묘를 만들면 효율성에서 지탄을 받게 됩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관행이 문제되는 이유는 행위자 본인이 특별히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효율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관행에 대해서는 문제 삼아야 합니다. 관행은 의식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법으로도 규제하기 어렵습니다. 일례로 음력설을 쇠지 말라고 강제적으로 조정을 시도했던 것이나 허례허식이라고 결혼식장에서 음식을 제공하지 말라고 했던 것은 법으로 규제하려고 해도 불가능했지 않습니까. 관행이 가지고 있는 힘의 논리 근거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나쁜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이 사회적으로 만연한 온정주의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강 교수 온정주의 때문에 잘못된 관행이 퍼지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관행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법률로 제한할 수 없는 영역을 관행이 대신하는 기능, 그리고 기득권 수호의 기능입니다. 두번째 기능이 외부로 드러났을 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데 내부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자칫 부패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능적 측면에서 온정주의가 영향을 많이 끼치기는 하지만 온정주의가 반드시 관행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박 교수 맞는 말씀입니다. 관행을 잘 표현하는 속담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말인데 과연 관행이 누이와 매부 외의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일일까요. 법은 모든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인 관행을 법제화한 것입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연고주의는 일정한 틀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관행입니다. 모교 출신을 교수로 임용하는 관행은 교수나 학교에는 좋은 일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의 이익을 봤을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의 관점에서 정당화되지 못하는 관행은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자기반성과 자기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 ‘나는 관행대로 해도 공직에 있는 사람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식의 이중적인 잣대가 국민들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강 교수 이중성은 확실히 있습니다. 관행이라는 것이 오랜 세월 동안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나에 대해서는 관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집권층에 대해서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신이 근저에 있기 때문에 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게 되지요. 여기에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지도층의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박 교수 높은 권력이나 권위를 차지한 사람들은 뭔가 다를 걸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 않다는 데서 온 실망감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요. 그간 지도층들이 이에 걸맞은 역할 모델을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고위 공직자들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공직자가 되면 어떤 희생을 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생각하지 못하고 명예만 앞세우니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사회 우리 사회의 이른바 ‘국민정서법’이 나쁜 관행을 더 조장하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강 교수 관행은 법에 추가로 여유분을 주는 것입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보편성의 입장에서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증을 줄 수 없지만 관행적으로, 국민 심정적으로 그렇게 해왔던 것이죠. 그러나 이번 김 전 부총리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다릅니다. 논문 베끼기는 절대로 학계의 관행이 아닙니다. 김 전 부총리는 자기가 말한 관행과 학계에서 통용되는 관행간에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국민정서라는 것이 일반적 국민들의 정서라기보다는 사건에 대한 단기간의 여론인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얼마나 성숙된 여론으로 발전시키느냐, 또 어떻게 보편화시키느냐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겠지요. ●박 교수 여론에는 확고한 정의감과 도덕성이 담길 때도 있지만 감정이나 정서가 더 강하게 작용할 때도 있습니다. 여론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다가 자기와 맞지 않으면 매를 들이대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다원주의 사회에서 형성되는 여론을 존중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생존 방식입니다. 여론이 늘 올바르진 않지만 최선의 판단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집권층은 일반 국민들과 의견을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다만 여론을 형성하는 국민이 더 나은 판단력을 갖추고 감성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문제 제기는 계속돼야 합니다. ●강 교수 여론 형성과정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학습효과가 뛰어납니다. 냄비근성도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자기 정화기능이 활발해졌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뛰어나게 됐습니다. ●박 교수 한국사회의 여론이 흑백논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 좀더 정교화하고 관용능력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사회 좋은 관행은 이어가고, 나쁜 관행은 끊어버리는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힘써야 할 부분들이 참 많을 듯한데요. ●강 교수 우선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고발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합니다. 내부비리를 고발했다가는 ‘왕따´가 되는 사회분위기를 바꿔야 합니다. 두번째는 내부 민주화 문제입니다. 관행은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자율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부조리에 대해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자정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박 교수 나쁜 관행은 악순환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바뀔 때 좋은 관행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악순환의 고리는 매우 단단해서 지도층이 힘을 발휘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습니다. 일반인의 노력은 큰 빛이 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흔히 하는 말로 ‘더 나은 사회(Better Life)’라는 게 있습니다. 후손들이 현재보다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말합니다. 우리는 나쁜 관행 속에서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우리 후손들에게는 나쁜 유산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의식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특권적 관행을 고치려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 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 왔던 게 사실 아니었습니까. ●사회 지도층의 각성을 말씀하셨지만 막상 그런 일이 내게 닥치면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강 교수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가운데 “열정이 너를 사악하게 하지만 이해관계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된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문제는 상치된 이해관계를 어떻게 공동체 정신으로 바꾸느냐, 이걸 어떻게 제도화하느냐입니다. ●박 교수 나쁜 관행을 깨기 위해 이해관계가 바뀔 때 사회가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자기 동기화나 자기 이익이 반드시 연결돼야 관행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제도화에 앞서 이에 대한 가치의 공유도 교육을 통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강 교수 유신시대 때 생긴 시민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이를 저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그 정도의 판단능력은 있다고 봅니다. 외국에서 초등학교를 보내보면 줄서기, 친구돕기, 길건너기 같은 걸 먼저 가르칩니다. 경쟁을 뒷받침하는 시민교육이 없으면 사회는 엉망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정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언론계 뜨거운 8월

    오랜 장마 뒤에 찾아온 무더위로 더운 숨이 헉헉 차오르는 지금, 언론계의 수은주는 그보다 더 높다. 핫 이슈들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고 있어서다.‘핫’하다는 것은 이제 불거져나온,아주 새로운 이슈들이어서가 아니다. 장외에서 뜨 겁게 논의되던 사안들이 드디어 제도권으로 들어와서 다. 그렇게 말 많고 탈 많았던 사안들도 어찌보면 이제부터 ‘진검’승부다.   오랜 장마 뒤에 찾아온 무더위로 더운 숨이 헉헉 차오르는 지금, 언론계의 수은주는 그보다 더 높다. 핫 이슈들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고 있어서다.‘핫’하다는 것은 이제 불거져나온,아주 새로운 이슈들이어서가 아니다. 장외에서 뜨 겁게 논의되던 사안들이 드디어 제도권으로 들어와서 다. 그렇게 말 많고 탈 많았던 사안들도 어찌보면 이제부터 ‘진검’승부다.●이슈의 중심, 방송통신추진위 아무래도 가장 큰 관심은 지난달 출범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 쏠린다. 주장만 난무했던 방통융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말까지 총대를 멘 기구여서다. 그러나 출발부터 심상치 않다. 추진위와 전문위원 구성문제를 두고 방송쪽에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서다. 인선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방송위·정통부·문화부에다 재경부와 공정거래위가 참가했다는데 있는데, 방송계는 사실상 산업논리쪽에 손을 들어주고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지상파쪽은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먼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 방송통신특위 이상요(KBS기획팀장)위원장은 “영국의 ‘Digital UK’처럼 방통융합 자체보다 지상파의 디지털전환이 먼저 국가적 이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료·보편 서비스인 지상파 대신,IPTV와 같은 유료서비스를 먼저 논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얘기다. 케이블TV쪽에서도 “IPTV처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서비스를 어떻게 허용할 것이냐가 아니라 ‘방송이 무엇이냐.’는 큰 틀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진위측은 말을 아끼면서도 이런 반응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시작도 하기 전에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주저앉히겠다는 얘기와 무엇이 다르냐.”면서 “방송대표, 통신대표가 각각 나와 대리전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국익의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10일 기초회의를 거쳐 17일 첫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내년말까지 논의할 기본 주제들이 정리되는 자리인 만큼 이 회의는 이래저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자리다. 또 신문·방송 겸영도 추진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끈다.●신문법 개정과 잇따른 방송계 인사 문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시행 1년여만에 개정대상에 오른 신문법의 향후 진로도 관심이다. 문화관광부는 대부분 합헌결정이 난 만큼 몇몇 조항만 고쳐 17일 공청회에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시장지배적사업자 규정’이다. 워낙 첨예한 조항이라서다. 헌재가 구체적으로 이 조항의 문제를 지적한 만큼 공정거래법을 따라가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측은 “헌재가 지적한 점은 %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설정 등에 있어서 구체적인 기준의 문제”라며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여기에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정기국회 전에 독자적인 입법안을 제출할 방침이어서 논쟁은 식지 않고 계속될 전망이다. 방송위원회·KBS이사회·방송문화진흥회 인사에 이은 정연주 KBS사장의 연임문제도 계속 논란을 빚을 분위기다. 방송위 인사부터 ‘정치적인 지분 가르기’라는 비판이 쏟아지더니, 이에 이은 KBS이사회와 방문진 인사는 방송위탈락인사 구제용이라는 둥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두 인사는 KBS와 MBC사장 선임문제와 이어져 있어 계속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당장 KBS이사회 관계자는 “전례에 따르자면 이사회가 제 궤도에 오르는 데만도 2∼3주가 걸리는 데다, 이사회가 공모절차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사장추천위’ 등을 구성할 경우 새 사장 선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신문·방송 모두에 이래저래 뜨거운 8월이 될 전망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베리타스·한국법학교육원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상황판단 실전연습

    [베리타스·한국법학교육원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상황판단 실전연습

    문 1) 애니메이션 비즈니스는 원작의 존재 유무와 OSMU(One Source Multi Use:캐릭터 상품 판매나 라이선스 제공 등 극장 상영 이외의 다양한 사업 경로) 사업전개 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이에 따를 때, 다음 중 비즈니스 사례와 유형이 바르게 연결된 것만을 모두 고르면? (1)제 3유형:1983년 출판만화 ‘둘리’가 연재된 뒤 애니메이션이 제작됐다. 이후 ‘둘리바’ 등 1500여종의 캐릭터상품이 생산되어 연간 20여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등 처음 등장한 지 20년이 지났으나 상품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2)제 1유형:‘센과 지히로의 행방불명’은 출판만화의 원작 없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기획 및 제작되어 2001년 일본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이어 디즈니에 의해 북미지역에 배급되어 흥행에 성공하였다. (3)제 4유형:‘라이온 킹’은 1994년 개봉된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이다. 극장 개봉 이전 테마파크, 캐릭터 머천다이징 등을 통해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대중에게 노출하는 등 제작단계부터 상품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계열사들을 동원하여 전략적으로 사업을 전개하였다. (4)제 1유형:한국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포트리스’는 게임 콘텐츠의 원작을 TV 애니메이션화한 보기 드문 사례다. 애니메이션 제작 전에 TV방영과 머천다이징, 라이선싱 사업에 대한 전략을 기획하여 3개월 동안 완구 판매로 45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5)제 2유형:일본의 ‘포켓몬스터’는 게임을 원작으로 제작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높은 흥행기록을 수립하였고, 캐릭터 상품의 판매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미디어믹스 전략으로 단기간에 여러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여 시너지효과를 창출하였다. 해설) (1)‘둘리가 연재된 후 애니매이션이 제작’의 내용으로 보아 적극적이고, 종합적이지 못하므로 제 3유형이라고 할 수 없다. (2)원작이 없으므로 제 1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 (3)제작 단계부터 상품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계열사들을 동원하여 전략적으로 사업을 전개했으므로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OSMU를 전개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제 4유형에 속한다. (4)점진적인 진행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제 1유형에 속하지 않는다. (5)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므로 원작이 없는 제 2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 정답)(3) 문 2) 다음에 제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판단한 것 중 적절한 것을 고른 것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오늘날에는 착취당하고 욕을 먹지만, 돼지는 많은 문명의 상징학(The Study of Symbols)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명예로운 역사를 갖고 있다. 많은 수의 새끼를 낳고 젖이 잘 나오는 덕분에 암퇘지는 고대 세계 전역에서 풍요의 상징이었다. 이집트인은 하얀 암퇘지는 위대한 어머니 이시스 여신에게 바쳐진 것이라고 믿었다. 몇몇 그리스 전설에 따르면 제우스는 자기 아버지 크로노스로부터 피해 숨어 있는 동안 한 암퇘지의 젖을 먹고 자랐고, 땅의 생식력의 여신인 케레스와 데메테르에게 정규적으로 돼지를 바쳤다. 힌두교도 역시 돼지를 공경했고, 돼지가 비슈누신(神)의 여성적 모습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았다. 불교도는 돼지를 무지와 탐욕의 상징으로 보았다. 유대 전통에서도 돼지는 부정한 음식을 나타냈다. 기독교도는 호색과 육체의 죄악을 나타내는 표시로 돼지를 택했다. 신약성서에서 그리스도는 부정한 영혼을 가다레네(Gadarene) 돼지 몸속으로 몰아넣는데, 이 돼지는 남자와 여자들이 자기들의 미천한 본성을 눌러 이겨야 할 필요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가.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돼지가 나타내는 이미지는 점차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갔다. 나. 오늘날과 달리 고대 세계에서 돼지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동물로 여겨졌다. 다. 종교적 관점에서 돼지는 탐식을 상징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이 보편적이다. 라. 지역에 따라 돼지를 모성의 상징으로 여겨 숭배하기도 했을 것이다. 마. 오늘날 힌두교인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에는 종교적 이유도 작용할 것이다. (1)가, 다 (2)가, 나, 마 (3)가, 라, 마 (4)나, 다, 라 (5)나, 라, 마 해설) 논점:돼지가 갖는 다양한 상징적 이미지 가. 제시된 내용으로부터 판단할 수 없다. 다. 힌두교에서는 돼지의 이미지가 긍정적이므로 옳지 않다. 라.‘많은 수의 새끼를 낳고 젖이 잘 나오는’ 특성으로부터 돼지를 모성의 상징으로 여겨 숭배시하기도 했을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마. 힌두교에서 돼지를 공경했다는 것에서 판단이 가능하다. 정답)(5) 에듀PSAT 연구소 이승일 소장
  • [주말탐방] 한옥의 재발견

    [주말탐방] 한옥의 재발견

    최근 한 TV 광고에 흥미로운 문구가 등장했다.‘집이란 무엇일까’. 기실 우리네는 점심 한 끼도 허투로 먹지 않는다. 옷 한 벌 고르는 데 백화점에서 한나절을 허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집에 대한 고민은 인색하다. 우연과 필연의 교집합으로 세상에 나와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겪다 저 너머 세상으로 떠나는 순간까지 우리를 둘러싸는 게 바로 집이다. 집은 삶과 죽음의 공간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네 집에서 ‘5000년 역사’의 흔적을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삶의 공간에는 정작 뿌리가 없다. 한옥에 관심을 갖는 요즘 분위기도 너무나 서구풍 일색인 데 대한 반작용은 아닐까. 민족을 앞세운 얄팍한 상업주의나 편협한 국수주의가 아니다. 우리의 삶의 원형(原型)을 재현하는 작업이다. 한옥의 재발견, 우리에게 다시 주어진 숙제이다. “어이 김씨, 좀 더 세게 내리쳐 봐라. 그래가꼬 수백년 동안 지붕 하중을 견디겠나?” 지난 25일 오후 충남 부여군 합정리 백제역사재현단지 건축 현장.10여명의 목공 기능인들이 400여평 넓이의 금당의 기둥에 매달려 있다.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으려 하늘을 가린 함석 지붕 아래로 들어서니 뜨거운 공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오랜만에 내리쬐는 햇살에 함석이 한껏 달궈진 탓이다. 인부들의 이마에는 땀이 비오듯 한다. 큰 비로 열흘남짓이나 공을 친 터라 쉴 틈이 없다. 서너명이 한꺼번에 달라붙어 지붕의 하중을 땅으로 분산하는 포부재를 떡매로 연방 내리친다. 공사를 총지휘하는 최기영(63) 대목장(大木匠)의 목소리가 건물 안을 쩌렁쩌렁 울린다. 단추를 풀어헤친 셔츠 사이로 언뜻 내비치는 검게 그을린 어깨 근육. 경복궁 중건 이래 최대 한옥 건축현장이라는 백제역사재현단지에 매달리면서 얻은 ‘훈장’이다. 이들의 손길로 한옥의 숨결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한옥의 원형 백제 한옥 재현 공사가 시작된 것은 2001년. 충남도가 3771억원을 들여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하고 있다. 전체 면적은 100만평 정도.83만평의 백제역사재현촌과 17만평의 연구교육촌으로 나뉜다. 역사재현촌은 ▲백제건국 초기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개국촌 ▲왕궁 ▲전통민속촌 ▲풍속종교촌으로 이뤄진다. 이곳에 들어설 한옥은 모두 166동. 사용되는 나무는 18t 트럭 500대 분량으로 160억원어치다. 강원도 산도 있지만 주로 러시아와 캐나다에서 들여왔다. 기와 82만 2000장, 화강석 8400t, 흙 500t도 들어간다.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은 ‘기능촌 5층 목탑’. 바닥면적은 16평에 불과하지만 높이는 38m에 이른다.12층 아파트와 맞먹는다. 세심하고 빼어난 건축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곳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환중(62·충남 홍성군 형산리)씨는 “5년째 더위와 삭풍과 싸우며 일하고 있지만 후손에게 천년 넘게 남을 집을 내 손으로 짓는다는 것은 목수로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밝게 웃었다. 재현단지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단지 규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백제가 부여를 도읍으로 삼았던 서기 600년대 한옥을 되살렸다는 의의가 더 크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건축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안동 봉정사 극락전이나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은 모두 12∼13세기 것. 국내에서는 백제 건축 양식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중국 뤄양, 일본 교토 등 백제와 활발하게 교류한 지역을 중심으로 20여차례의 답사를 거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백제 한옥 양식을 복원할 수 있었다. 최 대목장은 “백제 한옥은 처마의 길이가 짧고 집을 한 덩어리로 받쳐주는 들보인 하앙이 강조되면서 조선 한옥보다 좀 더 고급스럽고 근엄한 것이 특징”이라면서 “우리 시대의 한옥 양식을 만드는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반영구적, 친환경적 한옥 한옥이 단순히 전통시대의 유물만은 아니다.‘전통의 재발견’이라는 최근 추세에 따라 한옥은 새로운 주거의 형태로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 얼마 전 임기를 마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서울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에 거처를 마련했다는 소식도 별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한옥식으로 내부를 개조한 아파트도 적지 않다. 향교나 사찰에 가면 조선 시대 한옥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는 30년만 지나도 곳곳에 금이 가고 물이 새기 일쑤다. 한옥의 내구연한은 150년이다. 제대로 짓고 틈틈이 수리하면 500년 이상 간다. 한옥은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주 재료인 소나무와 회벽은 건조하면 습기를 내뿜고, 축축하면 공기 중의 습기를 빨아들인다. 외부와의 공기 소통도 원활하다. 요즘 유행하는 아토피성 피부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친환경적’이라는 면에서 지상의 어떤 건축물도 따라갈 수 없다. 전용면적이라는 개념 없이 100평이면 100평 다 건물로 쓸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다. 하지만 한옥이 보편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돈’ 문제다. 한옥의 평당 건축비는 1000만원 이상. 아파트의 서너배나 된다. 서민들로서는 엄두도 내기 힘들다. 땅값이 비싼 도시에서 마당까지 갖춘 한옥을 지으려면 1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자재의 표준화로 건축비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 도시민들도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한옥의 풍취를 일상에서 누릴 수 있다.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건축학과 장헌덕 교수는 “기술과 자재를 표준화하고 비교적 저렴한 목재를 사용하면 평당 건축비가 700만원 선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서구식 건축물에 흙벽을 치거나 한지를 바르는 등의 리모델링도 현대 한옥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여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재현공사 규모는 ▲면적 100만평 (개국촌·왕궁·전통민속촌·풍속종교촌) ▲공사비 3771억원 ▲완공시기 2010년 ▲동 166동 ▲나무 18t ▲트럭 500대분160억원 ▲기와 82만 2000여장 ▲화강석 8400t ▲흙 500t ▲기타건축물 (기능촌5층목탑) 바닥면적 16평·높이 38m 12층아파트 규모 ■ 최기영씨가 말하는 대목장이란 대목장은 설계, 치목, 건설, 감리 등 나무로 집을 짓는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문짝, 난간 등 작은 목공일을 하는 소목장과 구분된다. 조선시대에 대목장의 지위는 상당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엄격한 위계 질서 속에서도 세종 때 남대문 재건 사업을 총괄한 대목장은 중인 신분으로 정5품의 벼슬에 올랐을 정도다.1982년부터는 대목장을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로 지정해 놓고 있다. 현재 최기영, 신응수, 전흥수씨가 일가를 이룬 대목장으로 꼽힌다. 대목은 철저하게 도제식으로 계승된다. 따라서 나름의 기문(技門)이 형성돼 있다. 신 대목장은 구한말 경복궁 중건 때 활약했던 도편수 최원식을 시조로 1960년대 초 남대문 중수 작업의 도편수인 조원제-이광규로 이어지는 기문을 계승했다. 최 대목장은 일제 말 수덕사 대웅전 해체 복원을 지휘한 도편수 김덕기-김중희의 맥을 이었다. 문화재청은 실력있는 목수를 양성하기 위해 문화재수리기능자를 자격시험으로 관리한다. 석공과 화공, 와공, 미장공 등 18개 직종이 있다.2006년 1월 현재 문화재수리기능자는 모두 3766명으로, 목수는 683명이다. 비슷한 직종은 문화재수리기술자를 꼽을 수 있다. 기능자가 특정 분야의 실무를 맡는다면 기술자는 공사 현장 전반을 관리하고 기능자를 지도·감독한다. 모두 933명이 있다. 기능자와 기술자 자격시험은 매년 한 차례 치러진다. 기능자는 필기와 실기, 기술자는 필기와 면접 등으로 이뤄져 있다. 기능자는 실무 경력 5년 이상이면 응시가 가능하다. 현장에서 뛰는 만큼 실기 평가가 훨씬 중요하다. 문화재 관련 자격증을 따고 싶은데, 옛날 방식대로 현장경력을 쌓는 것이 어렵다면 한국전통문화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기술자는 한국문화재기술자협회가 해마다 강좌를 연다. 부여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21세기 감수성 깃든 한옥 짓고파” 충남 부여 백제역사재현촌 옆에 자리잡은 한국전통문화학교는 전통문화 교육의 산실이다. 지난 2000년 ‘우리 문화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교육 기관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4년제 국립대학으로 문을 열었다. 문화재관리학 등 6개 전공이 개설돼 있다. 서효원, 홍경화씨는 이제 졸업을 앞둔 스물네살 동갑내기로 나란히 전통건축학과 4학년이다. 서씨는 전통건축학과 1회, 홍씨는 2회 입학생이다. 이들이 한옥 건축을 진로로 잡은 것은 ‘고(古)건축이 비전이 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3년 넘게 우리 옛집을 만나면서 ‘한옥 다시살리기’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전통건축학과의 교과 과정은 일반 건축과보다 범위가 넓다. 기본적인 서구 건축과 더불어 나무를 다루는 치목과 복원 설계 등 한옥 건축에 대한 이론과 실기를 가르친다. 설계 중심인 서구 건축과는 달리 실제 집을 짓는 기술도 배운다. 홍씨는 “한옥은 안과 밖, 마루와 정원 등을 구분하지 않아 전체가 하나의 생물”이라면서 “차가운 콘크리트가 아닌 따뜻한 나무와 흙의 질감은 어떤 화려한 서구 건축물도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늬만 한옥’인 최근의 열풍에는 단호하다. 홍씨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쉴 수 있는 공간이 한옥”이라면서 “독립기념관이나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보듯 기와만 올렸다고 한옥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서씨는 “우리 옛 건축이 명맥을 이었다면 서구 건축의 르 코르뷔지에 같은 거장을 낳았을 것이고, 우리도 지금보다 훨씬 현대적인 한옥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면서 “한옥이라는 틀 안에 삶의 편리함과 21세기의 감수성이 함께 녹아든 ‘대한민국식 한옥’의 모범을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밝게 웃었다. 부여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0) 일심(一心)과 일즉일체(一卽一切)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0) 일심(一心)과 일즉일체(一卽一切)

    지난주에 나는 차연(差延=differance=상관관계를 짓는 차이)의 사상이 동기(同氣)의 사유를 이끈다고 말했다. 동기라는 것은 삼라만상이 다 형제간과 같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미 11세기 중국 북송 유학자인 장재(張載)가 그의 논설 ‘서명(西銘)’에서 인간과 사물을 우주적 일기(一氣)의 다양한 나눔으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효(孝)의 덕을 확장해서 건곤(乾坤)을 우리의 부모처럼 모셔야 하고, 사람들을 우리의 형제로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재는 ‘백성은 나의 동포고 만물은 나의 짝’(民吾同胞 物吾與也)이라고 천명했다. 본디 유학사상은 도가사상과 달라서 사회의 인륜적 가치를 아주 강조한다. 장재의 사상이 도가적인 요소와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유가로 인정되는 것은 그가 효제충신과 같은 인륜적 가치를 사회생활에서 실천해야 할 덕목으로 내세우면서 도가와 불가의 인륜성의 부재를 비판하였기 때문이다. 장재의 유가사상이 비록 도가적 자연철학을 함의하고 있어도, 그가 유가인 한에서 맹자가 말한 별애(別愛)사상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맹자의 별애사상은 기원전 5~4세기경으로 추정되는 중국 춘추시대 묵자(墨子)의 겸애(兼愛)사상을 비판한 데서 기인한다. 단적으로 묵자의 겸애사상은 인류에 대한 평등한 사랑의 실천을 강조한 사상이다. 맹자는 그런 겸애가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공소한 이론이라고 비판하고, 자기와 가장 가까운 부모형제부터 효제하는 차등적 사랑의 실천을 주장했다. 이 차등적 별애사상은 모든 유가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사상적 특징이겠다. 이 별애사상은 세월의 흐름을 타고 결과적으로 자기 혈연과 비혈연, 자기가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을 차별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굳힌 계기가 되었다. 이 친/소와 혈연/비혈연의 차별은 삼라만상을 동기로 느끼는 차연(差延)의 철학과 같이 가지 않는다. 맹자의 별애사상은 양자택일의 논리와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친/소와 혈연/비혈연에서 선/후와 중심/주변을 따진다는 점에서 결국 그 사상도 선택의 사상을 은닉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사유는 결국 호/오와 선/악을 분별하는 지성의 판단을 벗어나지 않는다. 주자학이 도덕판단을 중시하는 주지(主知)주의의 철학이론의 경향을 띠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겠다. 주자학은 지성의 철학이다. 주자학은 물활론(animism)을 미신에 가까운 것으로 경멸했다. 삼라만상에 다 살아 있는 정령이 있다고 여기는 물활론은 원시인들의 무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유하는 존재론에서 보면, 물활론은 엄청난 의미의 옷을 입고 다시 나타난다. 물활론은 생명이 있는 일체가 다 공명체계를 이룩하고 있어서 너와 나의 차별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내가 남에게 끼친 불행과 기쁨은 결국 나의 것으로 되돌아온다는 일체동기(一切同氣)의 사유는 단지 도덕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나온 덕담이 아니다. 내 개인이나 계급의 이익만 챙겨 남들에게 손해만 입히는 투쟁행위는 결국 몇 배로 더 큰 손해의 파고를 나와 내 계급이 다시 받게 된다는 것을 일체론적 물활론이 가르쳐 준다. 세상에 나와 남의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가 상관적 차이지 대립각을 세워야 할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 일체론적 물활론은 말한다. 이것은 존재론적 사실이지, 교훈적인 덕담이 아니다. 이 우주의 존재방식은 노자가 말한 바와 같이 자/타(自/他)가 같이 병작하는 공동유대인데, 이것을 장자는 만물일지(萬物一指·만물은 한 손가락), 만물일마(萬物一馬·만물은 하나의 말)라 불렀다. 그는 이런 사상을 만물제동(萬物齊同·만물의 일체평등)이나 영녕( 寧·연계되어 있는 편안)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장자가 말한 ‘만물일지’나 ‘만물일마’ 그리고 ‘만물제동’의 의미는 만물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을 가리킨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만물이 서로 다양하게 다르지만, 하나의 그물 망처럼 서로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장자가 말한 ‘영녕’의 뜻이다. 이 영녕은 우리가 이 앞에서 본 차연(差延)(14,28,29회 글)의 의미를 연상시킨다. 장자는 ‘작은 풀줄기와 큰 기둥, 문둥병자와 미인 서시 등이 다르지만 도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 상통한다’고 ‘제물론’에서 설파했다. 다르기에 서로 상관적이라는 것을 뜻하는 차연의 의미와 저 장자의 말이 다르지 않다. 원효가 공(空)과 불공(不空)을 역공(亦空)의 이름 아래에 한 쌍으로 읽고, 하이데거가 진리와 비-진리를 동전의 양면으로 보듯이(29회), 장자도 ‘작은 풀줄기’는 ‘비-큰 기둥’,‘문둥병자’는 ‘비-미인 서시’로 동시에 읽기를 제의했다. 이것은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을 생각하는 사유이지, 별애처럼 나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따지는 선택적 사고가 아니다. 차연은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을 생각하는 사유다.7세기 당나라 화엄학의 3조인 현수 법장(賢首 法藏)이 그의 논술 ‘화엄금사자장’(華嚴金獅子章)에서 말한 황금사자상의 비유가 여기에 해당한다. 황금사자상을 보면서 그것을 황금이라고 생각하면 사자라는 생각이 숨고, 이것이 사자라고 여기면 황금이라는 생각이 조금 후퇴한다. 황금과 사자는 비동시적 동시성의 구조를 지닌다. 이 법장의 비유는 장자의 저 비유와 다른 구조라고 여길는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황금사자는 한 물건인데 비하여, 풀줄기/큰 기둥, 문둥병자/미인은 각각 떨어진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의 대조는 대/소의 상관적 차이고, 뒤의 것은 미/추의 상관적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한쪽의 생각이 없으면, 다른 쪽의 것도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장자와 법장의 비유가 다 같은 차연적 사유를 의미한다. 장자와 법장의 사유에는 어떤 중심도 없다. 그러나 맹자가 말한 별애는 자기 혈연부터 사랑한다는 중심이 있다. 이것이 유가적 사유의 역설이다. 맹자는 인의예지의 사단(四端)을 사회도덕의 기축으로 생각하면서 성선의 실현을 역설했다. 거기에는 사해동포의 보편성이 깃들어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것의 실현방식은 자기 혈연에서부터 중심을 잡고 서서히 물결처럼 넓혀 간다는 것이다. 유가의 고상한 도덕명분에도 불구하고 늘 혈연 중심주의를 역사적으로 유가가 초탈해 본 적이 있었던가? 장자의 철학은 삼라만상이 다 다르지만, 다 서로 그물처럼 얽히고설켜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이것이 장자의 평등론적인 제물(齊物)사상이다. 그의 평등사상은 일체가 다 같다는 동일사상이 아니고,7세기 신라의 고승 의상이 ‘법성게’(法性偈)에서 말한 ‘일즉일체 다즉일’(一卽一切 多卽一·하나의 개체가 곧 일체, 다양이 곧 통일)의 화엄사상과 아주 닮았다. 삼라만상은 존재론적으로 완전히 평등하게 서로 주고받는 상응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나의 행위는 가역(可逆)작용을 통하여 나에게로 언젠가 되돌아온다. 이것이 불교의 화엄사상과 노장사상이 공통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체주의(holism)다. 의상은 ‘조그만 먼지가 온 우주를 머금고 있고,(…)한없는 긴 시간이 곧 한 생각’(一微塵中含十方,(…)無量遠劫卽一念)이라고 갈파했다. 조그만 먼지를 내 밥그릇의 밥알 한 개라고 생각해보자. 밥알이 된 쌀 한 톨은 농부의 수고로움으로 영글어졌다. 그와 동시에 햇볕과 비와 적절한 구름의 덮음과 땅의 힘 등이 또 다른 것들과 어울려 다 공동 작용했다. 내 밥으로 여기 놓여 있기까지 물류를 도운 운전자와 도소매상인과 내 아내의 노력이 모두 가미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쌀 한 톨은 그 전의 볍씨 한 개가 낳은 결과다. 그 볍씨는 우주 일체와 사람들의 협동으로 형성되었고, 또 벼의 벼로 자연과 인사의 무한 상응 속에서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게 보면 내가 먹는 밥알 한 개가 엄청나게 많은 다른 것들과 상입상즉(相入相卽·상호개입과 상호연계)의 존재양식을 띠고 있다. 지금 내가 이 원고를 쓰기 위해 생각하고 있는 일념은 지난날 내가 바쳤던 많은 공부시간의 응축이기도 하고, 그 시간은 또 무의식적으로 나로 하여금 철학공부를 좋아하게 한 전생 기(氣)의 작용과 상관적이기도 하다. 내가 마시는 이 한 방울의 물은 그동안 무수한 재생의 순환을 밟고 온 흔적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 한 방울의 존재가 지구상 무시 이래로 있어 온 일체의 물과 상입상즉의 연관성을 지니고 있듯이, 사회생활에서 한 개인의 생각과 행동은 전체 사회의 분위기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또 사회전체 분위기는 자연환경과도 연관을 맺는다. 서로 미워서 적대감으로 엉킨 사회는 맑고 고운 자연을 일구지 않는다. 투쟁장으로 엉망이 된 일터가 정돈되어 있던가? 우리의 살길은 투쟁을 통한 미움과 한(恨)의 발산이 아니라, 네 일이 곧 내 일이라고 여기는 일심(一心)의 사상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인격들이 서로 있으나, 결국 그 다양한 인격들은 서로 직간접적으로 의존해서 통일된 그물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개인주의는 전체주의만큼 망상이고 허상이다. 사회 속에 개인이 독립된 단위가 아니듯이, 개인은 전체를 위하여 강압적으로 희생되어도 좋은 하찮은 부품이 아니다. 개인은 일심이다. 그 일심이 일체적인 일심을 돕는 일심일수도 있고, 일체적인 일심을 파괴하는 일심일 수 있다. 차연적 사유는 일체적인 일심을 돕는 길이다. 일체주의(holism)는 전체주의(totalitarianism)와 다르다. 전자는 서로 다르기에 교응하는 자연적 사실주의와 닮았고, 후자는 모든 차이를 지우고 중심주의를 조작하여 그 중심을 열광적으로 경배하게 한다. 남은 나와 전혀 동떨어진 별개의 인물이 아니고, 타자는 비-자기(非-自己)고 자기는 비-타자(非-他者)다. 이 자/타의 차연이 상처를 받으면, 자/타가 다 병들고 불행해진다. 그런 사회생활은 지옥을 방불케 한다. 마음에 정치적, 종교적, 계급적, 민족적, 성별적 생각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으면, 어떤 것도 바로 들리거나 보이지 않는다. 투사는 또 다른 적대적 투사를 낳는다. 투사의 문화가 투쟁적인 만큼 편파적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자. 우리는 투사의 말에 흥분하기보다 한 떨기 들꽃의 하찮은 모습도 고요히 응시하는 평정심을 귀하게 여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환경·생명] 진돗개 놀라운 귀소본능 단서 찾았다

    [환경·생명] 진돗개 놀라운 귀소본능 단서 찾았다

    동물들의 신비로운 귀소(歸巢)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수백∼수천㎞를 걷거나 날아서 제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회귀능력이 어디에 근원을 두고 있는지는, 국내외 생물학계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다. 태양의 각도나 별자리·지형지물 등을 이용한다거나, 지구의 자기장 혹은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는 저음파를 감각적으로 활용한다는 등 제각기 다른 연구결과들만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귀소본능 연구 제각각 이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지구 자기장을 활용하는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지빠귀 나이팅게일’이란 철새가 북유럽에서 아프리카 중남부까지 1500여㎞나 날아갈 수 있는 것은 “남북으로 흐르는 자기력선을 감지해 이용할 수 있는 생체 시스템을 자기 몸안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카리브 해의 바닷가재 역시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한 뒤 수십㎞ 떨어진 자기집을 찾아간다는 등의 연구논문이 과학전문지(誌)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보편적 진실은 아니다. 다른 각도에서 진행한 연구결과도 마찬가지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비둘기의 귀소본능을 조사한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2004년 “지구 자기장이나 태양의 위치로 방향을 파악하기보다는 사람이 만든 길을 기억해 뒀다가 집을 찾아가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당시 비둘기에 소형 카메라를 부착하고 인공위성으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장비 등을 이용해 이동경로를 조사했는데,“비둘기들이 일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는데도 교차로를 따라도는 등 우회로를 이용하거나, 특정 건물을 보고 방향을 잡는다.”는 등의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야생동물의 놀라운 회귀능력은 국내에서도 여러 번 관찰됐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장군’이와 ‘반돌’이는 수년 전 야생에 방사됐을 때 본능적인 귀소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리산 속에 놓인 양봉 꿀통을 수없이 털던 이들 반달곰은 직선거리로 최고 16㎞ 떨어진 장소로 네 차례나 옮겨졌었다. 하지만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원래의 지점으로 번듯이 되돌아와 다시 꿀을 털곤 했다. 반달곰관리팀은 당시 “곰을 마취시켜 차에 실은 뒤 바깥 풍경을 볼 수 없도록 한 상태에서 이동했는데 어떻게 돌아왔는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엔 본래의 서식처에서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지리산 야생 삵이 30㎞ 떨어진 곳에서 치료받은 후 보름여 만에 제 살던 곳을 정확하게 되찾아간 사실이 서울대 로드킬조사팀의 위성추적시스템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서울신문 2005년 2월28일자 1면 참조>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건 ‘돌아온 백구’ 진돗개다.1995년 진도에서 대전지역으로 팔려간 이후 7개월 동안 무려 300㎞를 헤매다 천신만고 끝에 제집으로 되돌아왔다. 진도 돈지마을은 수년 전 백구의 동상을 만들어 아직도 이를 기념하고 있다. ●처음 이뤄진 진돗개 행동연구 진돗개(천연기념물 53호)의 귀소본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감각을 활용해서 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는 다른 야생동물의 사례처럼 여전히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런 귀소성의 연유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단서 하나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경희대 동물생태학연구실 유정칠 교수(생물학)팀은 23일 진돗개가 다른 품종에 비해 훨씬 우수한 귀소본능과 강한 영역방어 본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오줌이나 배변으로 빈번하게 자기 영역을 표시하는 행동에 힘입었을 것”이란 요지의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유 교수팀은 지난해 5월부터 1년 동안 진돗개 한 쌍을 사육하며 야외에서의 오줌·배변·땅긁기·구르기 등 각종 냄새행동 패턴을 기록해 왔다. 이 가운데 오줌 속에 섞인 독특한 페로몬을 통해 자신의 위치나 영역 등을 표시하는 행동은 개 과(科)동물의 전형적인 냄새표시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 결과, 진돗개의 오줌표시 행동은 야생동물보다 훨씬 더 습성화된 것으로 관찰됐다. 한 차례에 한 시간씩 진행한 야외 관찰조사에서 수컷 진돗개는 모두 695번, 암컷은 85번의 오줌표시 행동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컷은 시간당 18.8차례, 암컷은 2.5차례꼴이다. 이는 그동안 국제학계에 보고된 연구조사 결과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야생화한 암캐·수캐에 대한 연구에서는 시간당 0.1차례(암컷)와 0.3차례(수컷)에 불과했고, 야생 코요테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 코요테의 오줌표시 행동도 시간당 5.1차례인 것으로 보고됐었다. 진돗개 수컷의 경우 야생 코요테보다 네 배 가까이 빈번하게 영역표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팀은 “예로부터 진돗개가 영역방어 본능이 강하고 귀소본능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왔지만 지금까지 이를 실제적으로 관찰한 동물행동학적 연구는 없었다.”면서 “진돗개의 빈번한 오줌표시 행동은 이런 본능을 설명하고, 뒷받침해 주는 자료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실의 박소라 연구원은 “자기의 냄새를 빈번하게 남김으로써 원래 살던 곳에서 멀어졌을 때 다른 품종보다 더욱 쉽게 본래 장소로 되돌아 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진돗개의 다른 행동 패턴도 밝혀냈다.▲성(性) 성숙기 이후의 오줌표시 행동이 강아지 때보다 다섯 배가량 많으며 ▲수컷은 성장하면서 오줌표시 자세를 달리하는 반면 암컷은 생후 13개월에 이르기까지 앉아서 누는 자세만 고수하고 ▲발바닥의 향기샘에서 나는 냄새를 땅에 묻히는 땅긁기 행동이 수컷에서만 나타났다는 점 등이다. 박 연구원은 “진돗개가 최근 세계애견연맹이나 유수한 국제애견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등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우리의 고유한 동물자원인 진돗개의 동물행동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기초자료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팀은 이런 연구내용을 다음달 17일 서울 한양대에서 열리는 한국생물과학협회 학술대회에서 ‘한국 고유품종 진돗개의 냄새행동 표시’라는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파르스보타나아사나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파르스보타나아사나

    파르스바(Parsva)는 측면 또는 옆구리를, 우타나(Uttana)는 강하게 뻗는다는 뜻이다. 이는 몸통을 위로 먼저 뻗은 다음, 두 손을 등 뒤로 돌려 기도 자세로 합장하여 다리 위로 몸을 내려 뻗는 자세이다. 효과:다리와 엉덩이 근육의 경직을 풀어주고, 엉덩이의 관절과 척추를 유연하게 해준다. 머리가 무릎 위에 놓여 있는 동안 복부 기관들은 수축되고 좋은 상태가 된다. 손목은 자유로이 움직이고 좋은 상태가 모든 뻣뻣함이 사라진다. 굽고 처진 어깨를 바로 잡아준다. 요가교실:요가의 8단계 중 1단계에 해당하는 야마(Yama)는 전 인류에 공통되는 보편적 도덕률을 지키는 것으로 신조, 국가, 연령과 시대를 초월한다. 아힘사(ahimsa, 비폭력·불살생), 사트야(satya, 진실·불망어), 아스테야(asteya, 불투도), 브라마차리아(brahmacharya, 절제·금욕), 아파리그라하(aparigraha, 불탐)가 그것들이다. ● 요가 보조기구(큰 베개, 벨트 등등)는 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자료제공: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 (053)753-1737 www.iyengar.co.kr 아사나:김교영
  •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준결승 2국] 새로운 형태 등장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준결승 2국] 새로운 형태 등장

    제2보(18∼32) 백18로 젖힌 수에서 강동윤 4단의 실리 취향이 잘 드러난다. 본선2회전 김동희 2단 대 진시영 초단(백)의 대국 때 진 초단은 (참고도1)과 같이 뒀었다. 백1,3으로 끼워 이으면 우변 백돌의 연결고리에 약점이 없기 때문에 하변 흑진을 삭감하기가 용이하다. 그렇지만 흑4를 허용했기 때문에 우하귀 흑집은 실전보다 훨씬 크다. 실전은 백18, 흑19를 교환함으로써 실리로는 백이 좀더 벌었다. 그렇지만 중앙은 흑이 21로 끼워 이었기 때문에 흑 세력이 더 강하다. 그렇다고 백20으로 23의 곳에 끼워 잇는 것은 안된다. 그것은 흑이 선수이기 때문에 하변을 흑이 먼저 지키게 되기 때문이다. 실전은 백24로 머리를 내밀면 흑25의 보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백26의 요처를 백이 차지할 수 있다. 백26은 어정쩡한 삭감처럼 보이지만 언제부터인가 하변 흑진 삭감에 있어서 절대수처럼 여겨지고 있다. 다음의 보편적인 진행은 (참고도2)와 같다. 흑1,3이 평범한 진행인데 백4의 수가 좋은 곳이어서 실전 백26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원성진 7단은 흑27로 약간 비틀어 받았다.(참고도2)의 진행이라고 해서 흑이 나쁠 것은 없지만 새로운 길을 가보기로 한 것이다. 흑이 수순을 꼬았기 때문에 백32까지 선악을 떠나서 새로운 형태가 등장했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뮤지컬 ■ 가위손 30일까지 LG아트센터.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주연의 흥행영화를 무대에서 만난다.‘백조의 호수’‘호두까기 인형’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의 2005년 신작으로, 대사없이 춤과 노래로 진행되는 댄스 뮤지컬의 진수를 선보인다. 화∼금 8시(20일 3시·8시), 토·일 3시·7시 4만∼10만원.(02)2005-0114. ■ 키스 미 타이거 8월6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호랑이 처녀에게 반해버린 순박한 남자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 로맨틱 뮤지컬. 삼국유사의 ‘김현 감호 설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장유정 작·연출, 김혜성 작곡, 이경준 이연경 등 출연.2만5000∼3만원.(02)399-1114. ■ 까미유 클로델 무기한 화∼금 8시, 토 3시·7시, 일 4시 신시뮤지컬극장. 조각가 로댕의 연인이자 19세기 최고 여류 조각가였던 실존 인물 카미유의 비극적인 인생 기록. 현악과 건반이 조화된 서정적인 음악과 탄탄한 드라마가 돋보인다. 배해선 김명수 등 출연.3만∼3만 5000원.1544-1555. ●미술 ■ 김동원 작품전 2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전프라자 갤러리.철, 모터, 체인, 한지 등 다양한 매재를 사용한 설치조각 작품전. 주제는 ‘형태는 재미를 따른다’. 작가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장식미술학교 출신의 중견 조각가로, 온양 성당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 백남준 소장전 9월9일까지 서울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 지난 1월 타계한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의 비디오 조각, 로봇 시리즈, 드로잉, 판화 등 50여점과 함께 작가의 퍼포먼스, 인터뷰를 편집한 영상자료 등 미술관이 소장중인 작품과 자료들을 선보인다.(02)547-9177. ■ ‘그림엽서’‘꿈의궁전’ 19일부터 8월7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쌈지. 김동욱과 박흥순의 개인 사진전.‘나포리’‘베니스’‘캐슬’ 등 서구 고유한 건축양식을 표방한 조악한 건물들인 전국의 모텔과 예식장, 카페 등의 풍경을 흐릿한 이미지를 통해 키치적으로 미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02)736-0088. ●어린이 ■ 엄마는 안 가르쳐줘 21일∼8월20일 화∼일 2시·4시30분(수 11시·3시)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가르치는 성교육 뮤지컬.2만원.(02)744-7304. ■ 어린이 연금술사 8월27일까지 화∼일 11시·3시(토 11시·2시)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꿈을 찾아 떠나는 소년 산티아고의 모험담. 파울로 코엘류의 베스트셀러를 어린이용으로 각색했다.1만 3000∼2만 3000원.(02)764-8760. ●클래식 ■ 제23회 한국의 소리와 몸짓 2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대문 문화회관 대극장. 김지원 ‘소고춤’, 송진수 ‘지전춤’, 임영화 ‘가야금 산조’, 한애영 ‘살풀이춤’등 우리 전통의 춤과 소리의 맥을 잇는 예인들의 무대. ■ 아시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창단 10주년 기념공연 8월 4일 7시30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같은 달 5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과 레너드 번스타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교향 무곡, 모리스 라벨 ‘라 발스’등 연주. ●연극 ■ 우리 읍내 21일~8월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손튼 와일더의 퓰리처상 수상작을 국립극단이 한국적으로 재해석했다. 두 남녀가 사랑하고, 결혼하고, 죽음을 맞는 평범한 일상을 통해 인생의 보편적 가치를 일깨운다. 오태석 번안, 김한길 연출, 장민호 권성덕 등 출연. 화∼금 7시30분, 토 4시·7시30분, 일 4시.1만 5000∼2만원.(02)2280-4115. ■ 가을날의 꿈 30일까지 월·수·목 7시30분, 금·토 4시30분·7시30분, 일 3시 아룽구지극장.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의 국내 초연작. 두 남녀가 오랜 세월이 흘러 고향에서 다시 만난 뒤 겪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다룬다. 송선호 연출, 예수정 김윤석 출연.1만 8000∼2만 5000원.(02)744-0300. ■ 날 보러와요 9월3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공소 시효는 만료됐지만 범인 추적은 끝나지 않았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 연극. 김광림 작·변정주 연출, 최정우 민복기 등 출연.1만 5000∼2만 5000원.1588-7890.
  • 와일더 퓰리처 수상작 ‘우리 읍내’ 2色 대결

    미국 극작가 손튼 와일더의 퓰리처상 수상작 ‘우리 읍내(Our Town)’를 연극과 뮤지컬로 만난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의 모습을 그린 ‘우리 읍내’는 1938년 초연 이후 전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며 ‘일상의 위대함’이라는 보편적인 진리를 전파하고 있다. 탄생과 사랑, 결혼, 죽음에 이르는 인생의 순환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떠들썩한 과장 없이 잔잔한 시선으로 풀어놓는다. 원작의 배경인 미국 중서부 소읍을 경기도 가평으로 바꿔 향토색 짙은 작품으로 재구성한 국립극단의 ‘우리 읍내’가 21일부터 8월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릴 적 친구인 영희와 준기는 어느새 자라 사랑을 하게 되고, 읍내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한다. 영희는 둘째 아이를 낳던 중 목숨을 잃는다. 죽은 영희는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 세상에 잠시 돌아오는데 그제서야 살아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생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참된 가치를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우리 읍내’는 극의 보편성과 사실성을 위해 필요한 소품외에는 모든 장치를 생략하는 독특한 기법으로도 유명하다. 텅 빈 무대를 통해 관객들이 각자의 경험에 비춰 각자 다른 느낌으로 극을 받아들이도록 고려한 것이다. 국립극단이 처음 공연하는 이번 작품은 오태석 예술감독이 번안을, 그의 제자인 김한길(서울예대 극작과)이 연출을 맡았다. 극을 열고 닫는 해설자 역할을 비롯해 여러 역할을 오가는 무대감독 배역에는 장민호와 권성덕, 두 원로배우가 나서 연륜있는 연기를 선보인다.(02)2280-4115. 극단 나무와물의 뮤지컬 ‘우리 동네’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흥겨운 탭 댄스, 리드미컬한 마임으로 연극과는 또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지난 4월 초연 이후 탄탄한 원작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관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25일∼8월27일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물.(02)745-212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박정희 평전(전인권 지음, 이학사 펴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사상과 행동에 관한 전기적 연구. 박정희의 삶과 사상을 ‘심리적 고아’라는 개념으로 분석했다. 책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그리는 권위체로의 투신을 통해 정신적 고아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한 박정희의 행동은 존경할 만한 선배, 역사적 위인, 국가, 단체 등에 대한 존경과 숭배, 동일시로 나타났다고 해석한다. 박정희가 지닌 심리적 고아의 특성은 5ㆍ16 쿠데타와 유신 추진 등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으며, 그의 국가주의적 정치사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1만 6000원.●욕망과 지혜의 문화 사전(샤오춘레이 지음, 유소영 옮김, 푸른숲 펴냄) 한위육조 시기의 하안은 얼굴에 하얗게 분을 바르고 걸을 때마다 자신의 그림자를 돌아봤다. 그런가 하면 송나라의 매순은 향기가 주는 관능적인 즐거움에 빠져 매일 아침 화로 가득 향을 피워 관복을 훈증한 후에야 집을 나섰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키워드는 욕망. 욕망의 모호한 대사으로서의 몸, 살아 있는 유적지로서의 몸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류의 문명사를 읽는다.1만 3000원.●레비나스 평전(마리 안 레스쿠레 지음, 변광배·김모세 옮김, 살림 펴냄) 타인의 고통을 끌어안은 ‘이타성의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네 문화의 철학자’로 불린다. 러시아의 변방 리투아니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독일 철학을 공부했고, 프랑스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전형이다. 책은 레비나스의 ‘타자의 철학’이 나올 수 있었던 사상적ㆍ종교적 배경을 살핀다. 탈무드 해석학자이자 유대인으로서의 삶과 유대주의의 보편성 확보를 위해 쏟아부은 노력 등을 소개.2만 5000원.●독일 여성운동사(로제마리 나베-헤르츠 지음, 이광숙 옮김, 지혜로 펴냄) 독일의 여성운동은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늦은 1840년대에 시작됐지만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책은 독일 여성운동의 흐름을 네 갈래로 정리한다. 독일 여성운동의 창시자 루이제 오토-페터스로 대표되는 인도적이고 계몽적인 방향, 클라라 체트킨과 무산계급 여성운동 세력들이 추구한 마르크시즘과 과격한 사회주의 방향, 여성들의 주적을 가부장제도로 규정한 과격한 페미니즘 방향, 여성의 평등권을 주장하는 20세기 초의 시민여성운동 등이 그것이다.1만 5000원.●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세기의 눈(피에르 아술린 지음, 정재곤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20세기의 눈’ ‘사진미학의 교과서’ ‘사진의 톨스토이’ 등으로 불리는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전기. 그는 평생 연출사진은 찍어본 일이 없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일본의 미나마타 마을에서 중금속에 몸이 마비된 아이를 엄마가 품에 안도록 하고 사진을 찍은 유진 스미스처럼 현실을 왜곡하느니 차라리 사진을 포기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던 것. 또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을 콘서트장에서 권총을 쏘는 것만큼이나 무례한 행동으로 여겼다.2만 5000원.●도시계획의 신조류(마쓰나가 야스미쓰 지음, 진형환 등 옮김, 한울 펴냄) 지속가능한 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도시이론으로 ‘콤팩트 시티(compact city, 압축도시)’의 개념을 소개. 이를 구체화한 도시설계이론으로는 미국의 ‘뉴 어버니즘’과 ‘영국의 ‘어번 빌리지’가 있다. 저자(가고시마대 교수)는 이런 계획기법이 선진국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최근 동향을 살핀다.1만 5000원.
  • [Book Review] 너무나 우쭐한 영국인 자화상

    ‘근대 서구문명의 어머니’. 사람들은 흔히 영국이라는 나라를 이렇게 인식한다. 일찌감치 근대국가를 이룩한 영국은 많은 분야에서 서구문명을 선도하고 가꾸어왔다. 정치적으론 의회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탄생시켰고, 경제적으론 산업혁명을 일으켜 자본주의 사회를 열었으며, 사회적으론 복지국가의 실험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문화적으론 ‘셰익스피어의 나라’라는 한 마디로 충분할 만큼 찬란한 문학과 예술의 금자탑을 쌓았다. 유라시아 대륙 끝자락에 붙어 있는 섬나라. 우리는 이 작지만 큰 나라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영국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우리 주위엔 여전히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는 같은 나라인데 왜 축구경기를 할 때는 각각 나오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잉글랜드 바로 옆에 있는 아일랜드가 아직도 영국의 식민지인 ‘슬픈 아일랜드’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지향 교수가 쓴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기파랑 펴냄)은 영국인들의 국민 정체성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논의되고 재구성됐는가를 살핀 책이다. 저자의 전작 ‘영국사:보수와 개혁의 드라마’(1997)가 영국의 정치·사회·경제에 치중한 정통 역사서라면, 이번 책은 영국인의 문화에 초점을 맞춘 문화교양서다. 책은 환경, 몸, 신화, 정신 등 네 개의 범주로 나눠 영국적인 것(Britishness)의 본질을 밝힌다. “신은 영국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국인의 자부심과 자기 확신은 하늘을 찌른다. 그것은 때로 ‘너무나 영국적’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야말로 영국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단면이다.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며 내성적 성향과 겸양의 미덕을 가지고 있는 영국인. 그들의 심성은 종종 기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미국 사람들이 돈을 벌 때 영국인들은 날씨와 씨름한다는 말도 있듯, 날씨는 무엇보다 영국인의 국민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저자는 “차갑지만 아주 춥지는 않은 기후, 따뜻하지만 너무 덥지는 않은 날씨, 비가 자주 오지만 넘쳐흐를 정도는 아닌 강수량 등 영국의 날씨가 영국인들의 가장 중요한 자질인 ‘중용’을 가르쳐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후보다 더욱 확실하게 잉글랜드적인 이미지를 지닌 상징은 풍경이다. 영국인들에게 풍경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국가적 가치관의 표징이다. 영국 사람들만큼 풍경을 소중한 유산으로 여기는 민족도 드물다.‘전원적인 잉글랜드’라는 이상은 영국인들에겐 영원히 변치 않는 향수로 작용한다.20세기 전반 두 차례나 총리를 지낸 스탠리 볼드윈은 “잉글랜드는 시골이고 시골이야말로 잉글랜드”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영국은 근대 스포츠를 탄생시킨 나라다. 축구, 럭비, 크리켓, 골프, 테니스, 경마 등 인기 스포츠들은 거의 다 영국인들에 의해 발명되거나 체계를 갖췄다.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은 영국의 경우 ‘스포츠가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사회통합의 역할을 한다.’는 명제가 반드시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의 스포츠는 상위개념인 영국(Britain)과 하위개념인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의 문화가 때론 부딪치고 때론 화합하면서 빚어내는 복잡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場)이다. 스포츠는 연합왕국 내 하위집단들의 충성심을 확인하는 한편,‘켈트 변두리’ 지역에선 문화적 민족주의를 재생산하기도 한다. 저자는 영국에서 축구가 노동계급의 스포츠이고 럭비가 중간 계급의 스포츠라면, 크리켓은 보편적인 스포츠이자 ‘국민적 게임’으로서 잉글랜드와 동일시되고 있음을 밝힌다. 제국주의 시대를 주도한 영국은 영광의 역사 못지 않게 추악한 이면의 역사를 지닌 ‘야누스 국가’다. 미개한 인종을 문명화하는 것은 ‘백인의 책임’이란 미명 아래 제국주의적 침탈을 일삼은 야만의 역사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선 자랑스러운 얼굴만 보인다. 일그러진 자화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쉬운 대목이다.2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8)세상사를 보는 법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8)세상사를 보는 법

    불교사상은 세상의 사실 즉 세상사를 다 환영(幻影)으로 보게 한다. 이런 불교사상이 그 동안 허무주의나 염세주의로 오해되어 왔으나, 불교사상은 세상사를 있는 그대로 여여하게 보게 하는 사실주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세상사라고 말하면, 우리는 그것을 객관화시켜야 옳다고 연상한다. 그만큼 우리는 그 동안 객관과 사실을 하나의 동의어처럼 여기는 사고관습에 길들여져 왔다. 객관은 인간의 의식에 의하여 대상화된 사실을 가리킨다. 객관적 사실만 가치가 있고 나머지는 무시되어도 좋다고 여겨질 정도다. 이 글은 정반대로 세상의 근원적 사실은 객관적 대상이 아니고, 오히려 환영이라는 것을 말하려한다. 사람들이 객관적 사고를 신뢰하는 까닭은 자의적인 개인의식과 달리 보편의식으로 상징되는 ‘누구든지’(whoever)가 꼭 같은 생각을 펼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주관적 사고는 나중심(자아)이고, 객관적 사고는 ‘누구든지’(보편적 자아)의 생각이라고 여기면서 사람들이 서로 이질적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인간은 먼저 누구나 주관적 사고를 한다. 이것은 나 중심으로 세상을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도구적 생각이다. 객관적 사고는 주관적인 도구적 생각에 문제가 생겨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그 문제를 대상화할 때에 생긴다. 하이데거가 전기의 대표작인 ‘존재와 시간’에서 논한 바를 말한다. 내가 망치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이것이 너무 나의 팔에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망치를 다시 바꾸거나 고치기 위하여 내 팔 힘과 망치의 무게와의 사이에 적합성을 발견하기 위하여 수학적 정밀성에 의존하여 사고한다. 돌출한 문제를 풀기 위하여 나는 제삼자가 되어서 내 팔 힘과 망치무게를 수학적으로 검토한다. 내가 그 문제를 적절히 해결했다면, 그 해결의 과정에 생긴 수학적 정밀성의 데이터는 나와 같은 조건을 가진 ‘누구든지’에게 다 적용된다. 객관적 과학적 사고는 결국 세상사를 주관적 도구적 사고로 보는 것의 우회적 표현이다. 세상사를 도구적으로 이용하려는 나의 생활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것은 세상을 도구적으로 이용하는 나의 소유욕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 경우에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제삼자의 입장에서 그 문제를 대상화한다. 이 대상화는 객관적 문제해결로서 수학적(이론적) 정밀화의 수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과학적 객관적 사고의 가장 깊은 밑바닥에 나의 소유론적 욕망이 숨어 있다. 객관적 사실은 ‘누구든지’ 꼭 같이 보는 사실인 것 같으나, 세상을 도구적으로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나의 소유욕이 ‘누구든지’의 이름 아래에 깊숙이 은닉되어 있다. 이것이 하이데거가 본 객관적 사고의 본질이다. 수학적 문제해결일수록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누구든지’ 다 소유가능한 해결책이 된다. 정밀성은 과학의 핵심이고, 과학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전문성은 범위가 좁을수록 더 정밀해진다. 객관성은 실용성의 이론화(수학화) 작업이다. 하이데거는 ‘강연과 논문집’에서 ‘과학은 현실적인 것(the real)의 이론’이라고 표명했다.‘현실적인 것’은 사회적인 실용성의 다른 이름이다. 실용적인 것을 더 고급화하기 위하여 과학은 정확성과 정밀성을 추구한다.‘현실적인 것의 이론’은 다 지적 소유욕의 소산이겠다. 과학 전문가는 세분된 문제를 푼 전공지식을 소유하고 있으나, 자기 전공분야를 벗어나면 그는 거의 까막눈이다. 무엇이 객관적 사실인가? 그것은 소박한 실용적 소유욕을 우회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하여 세분화되고 계량적으로 측정가능하며, 증명가능한 방향으로 작위된 데이터를 말한다. 이런 객관적 사실을 극단화시키면, 심장 전문의사는 위장 전문의사와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미세한 정밀과 전공의 극치를 달릴 수 있겠다. 이미 철학분야에서도 이런 현상이 부분적이나마 대두되어 이 분야 전공자와 저 분야 전공자가 서로 대화가 안 되는 단절이 도래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이미 철학은 끝난 것이다. 철학이 과학을 어쭙잖게 닮아 전문가행세를 하는 꼴이다. 객관화된 대상적 사실과 그 지식은 세상사를 미세하게 쪼개서 서로 회통되지 않는 고도(孤島)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만다. 전문가는 아주 유식하나 동시에 세상사를 그 전체에서 유기적으로 보지 못하는 장님이기도 하다. 철학적 사유는 세상사를 그 전체에서 존재론적으로 보려 한다. 그토록 세분화된 지식들을 통일하는 과학을 어떻게 수립하나? 과학의 본질에서 그것은 불가능하겠다. 하이데거가 그의 후기 저작인 ‘무엇이 사유라고 불려지는가?’에서 ‘과학은 사유하지 않는다.’라고 언명했다. 이 말은 과학이 존재를 망각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사유는 오직 존재론적 사유를 의미한다. 과학은 비록 소박한 소유욕을 떠났으나, 지성적 소유욕을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존재론적 사유는 소유론적 사고와 구별된다. 존재론적 사유는 자연의 자연성(physis)과 상통한다. 자연성에는 인간의 사회생활이 펼치는 진/위와 정/사의 판단선택 없이 자동사적으로 생멸의 순환이 반복된다. 생멸의 순환 속에 자연성은 신진대사의 존재방식을 저절로 엮어간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론적 사유는 생멸하는 자연의 순환을 보면서 우주를 그 전체에서 유기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불변적 존재방식의 깨달음을 뜻한다. 실용을 위한 객관적 사고에 얽매인 과학은 소유를 초탈한 철학의 존재론적 사유를 모른다. 하이데거는 상기의 책에서 다시 과학을 ‘일방통행적’(one way-passing)이라고 진단했다. 즉 과학은 자연처럼 쌍방이 서로 왕래교역하는 관계를 표현하지 않고, 오직 의식이 대상에게 일방적 방향으로 가는 통로만을 띤다는 것이다. 의식이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만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길이 곧 소유와 실용의 길이다. 세상사가 오직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여겨온 문명의 습관은 인간의 소유론적 사고방식의 인습에 기인한다. 과학은 소유론적이고, 소유론은 객관적인 것만이 사실이라고 집착하게 한다. 이제 우리는 전문적으로 세분화된 소유론적 사실 이외에 유기적인 세상사를 그 전체에서 보는 존재론적 사유가 있음을 깨달아야 하겠다. 원효의 이중부정과 이중긍정의 사고방식(27회 글)은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론적 사유와 이웃하고 있다. 그것은 객관적 사고가 근거해 있는 판단적(택일적) 사고방식에 대한 거부와 같다. 이중부정의 사유는 세상사에 대한 의식의 소유론적 생각을 소멸시키는 역할을 한다. 객관적 과학적 사고는 개인의 소유론적 사고와 무관해 보이나, 그것은 문제를 느낀 개인적 소유의식을 추상적으로 상정된 의식일반(누구든지)의 소유의식으로 일반화한 것이다. 추상적 소유의식은 지성의 판단을 통해 ‘진/위’와 ‘정/사’의 택일을 구성한다. 앞 항에 대하여 옳다는 소유적 집착은 동시에 뒷 항에 대하여 그르다는 배척적 집착을 낳는다. 소유와 배척은 같은 집착의 두 모습이다. 양자택일은 집착의 산물이다. 이중부정은 세상에 대한 소유와 배척의 이중적 집착을 초탈하는 길이다. 이중부정의 초탈을 비현실적인 도피의 길이라고 읽어서는 안된다. 소유와 배척의 집착은 하이데거가 말하고 있는 ‘일방통행적’ 사고와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이런 사고는 객관적 대상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사고와 유사하여 객관에서 의식에로 역행하는 사고가 불가능하다. 이런 사고는 결국 서구의 지성이 줄곧 주장해 온 지배적 권력의지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하겠다. 권력의지는 진리의지와 동격으로서 판단적(객관적) 지성이 진리라고 표상한 것은 최고의 존재자가 되어서 난공불락의 권위를 향유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하이데거가 갈파한 바처럼, 서구의 자연과학이 끊임없는 진리의 투쟁사로서 앞 이론을 늘 부정하는 새 이론의 개발 극복사에 다름 아니고, 사회과학은 자가성(自家性)의 진리를 옹호하고 다른 진리를 허위로 배척하는 투쟁적 택일의 논리를 강화시켜 온 것과 다르지 않다. 원효가 갈파한 이중부정은 결국 세상에 인간이 일방적으로 설립하고자 하는 지성적 사유로서의 진리의 소유와 허위의 배척과 같은 그런 택일적 판단을 초탈하고자 하는 의미를 상징한다. 그런 이중부정은 세상을 보는 인간의 생각을 한없이 자유스럽게 한다. 어느 한 곳에 걸리지 않는 마음의 자유가 세상사를 도구적 실용으로 보게 하는 것을 중단한다. 그런 이중부정의 자유는 세상사를 인간에 의하여 대상에 일방적으로 매겨진 가치가격인 ‘진/위’의 택일로 보지 않고, 자연의 자연성처럼 세상사를 만물의 기적(氣的) 상호거래의 존재방식처럼 읽도록 한다. 이것이 이중긍정이다. 만물은 서로 다르므로 각각 상호 의존한다. 나무의 존재는 비목(非木=흙/물/공기/햇볕/바람)의 존재와의 차이와 동시에 상호교섭에서 존재하므로 나무의 존재는 고유성(=自家性)이 없고, 나무는 비목과의 잡종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나무는 이미 비목과의 이중적 사실로서 인식된다. 나무는 개념이지만 그 개념은 인간이 지성적으로 매겨놓은 명사고, 실제로 나무는 비목들과 서로 얽히고 설키어 자동사적으로 일어난 생기적 사건(Ereignis=event)이나 또는 사라지는 사건(Enteignis=dis-event)에 불과하다. 하이데거는 나무와 같은 존재를 명사적으로 보지 않고 자동사적인 ‘사건’으로 해석한다. 이 해석은 모든 존재의 여실한 사실이 명사적으로 인간이 판단하기 위하여 의식 앞에 세워놓은 고착적 대상이 아니라, 서로 돌고도는 회전문을 가능케 하는 ‘돌쩌귀’(樞)와 같다고 장자가 설파한 사상과 상통한다 하겠다. 돌쩌귀는 문을 돌거나 여닫게 하는 이중적 장치다. 모든 소유는 진/위와 정/사의 선택적 구조를 갖고 있으나, 모든 존재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오로지 생멸처럼 여닫는 이중성으로 엮어져 있을 뿐이다. 이것이 세상사를 환영으로 보려는 원효의 이중긍정이다. 세상사를 환영으로 보는 법은 자연성의 존재방식에 집착이 없고 일체가 흔적으로 오고 가고, 가고 오듯이, 사회생활을 그렇게 읽기를 종용하는 사상이다. 원효의 사유는 소유론적으로는 영구히 풀리지 않는 인간사회의 고통과 불행을 아침이슬처럼 사라지게 하는 자연성을 관조하는 마음의 법이겠다. 그러면 세상에 진리와 비진리가 없는가? 다음주에 보기로 하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美 대학 ‘위기의 남학생들’

    미국 ‘남학생의 위기’가 대학에서도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대학 입학률이 낮은 남학생들은 대학에 와서도 여학생보다 성적이 처지고 졸업비율이 뒤떨어진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대학에서의 ‘성별 격차(gender gap)’를 분석했다.●남학생, 입학에 이어 졸업도 처져 올봄 하버드대 여학생의 55%가 제때 학위를 받고 졸업한 반면 남학생은 50%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디킨슨대는 여학생의 83%가 졸업장을 받았으나 남학생은 75%만이 정상적으로 학업을 마쳤다.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은 올해 졸업생 중 64%가 여성이었으며 우수생은 75%, 최우수생은 79%가 여성 몫이었다. 대학 입학 당시 여학생은 2년제와 4년제를 통틀어 58%를 차지한다. 공대를 제외하고 작은 인문대나 대형 공립대는 6대4 비율로 여학생이 많다. 오랫동안 남자들의 보루였던 하버드대 역시 52%가 여학생이다. 때문에 몇몇 사립대는 ‘은근슬쩍’ 남학생을 우대하기도 한다. 브라운대는 남학생이 40%가량 지원했지만 합격한 남학생의 비율은 47%다. 컴퓨터 과학이나 물리학, 공학 등 남학생들이 좋아하는 과에 투자를 늘리고 입학 안내서에는 풋볼 등 스포츠 클럽의 활동을 홍보하는 대학들이 늘어났다. 여학생들의 두각은 저소득층에서 두드러진다. 저임금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인종에서 남녀 격차가 더 심하다. 가난한 집의 중·고교 남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여학생에게 유리한 학교 환경에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정서적 문제로 중퇴하거나 자살하는 경향이 높다.●여학생보다 성취 동기 낮은 탓도 남학생들은 대학에 와서도 여학생보다 공부를 덜 한다.연방 교육부가 지난해 530개대 학생 9만명을 조사한 결과 남학생은 여학생보다 1주일에 11시간을 더 많이 쉬거나 사교활동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석도 잦고 과제물도 안 하거나 제때 내지 않는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지난 반세기 여성운동으로 성취 동기가 하늘을 찌른다. 또한 대학 졸업 여부가 여성의 진로에는 핵심적인 것도 한 이유다. 펜실베이니아대 로라 퍼나 교수는 “여성은 대학을 나와야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남학생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거나 트럭 운전 등으로 먹고 살 수 있어 굳이 대학에 갈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또 대학 성적이 안 좋아도 취직하거나 승진하는 데 큰 문제가 없으며 출산으로 경력에 손상을 받지도 않는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고교평준화 30년 그후] 결산 좌담

    [고교평준화 30년 그후] 결산 좌담

    고교 평준화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33년째다. 틀이 어느 정도 잡혔을 기간이지만 평준화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서울신문에서는 그동안의 평준화 시책을 둘러싼 각종 쟁점을 재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고교 평준화 30년, 그 후’라는 탐사보도를 5회에 걸쳐 내보냈다. 탐사보도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6일 본사 4층 대회의실에서 학계 전문가들로부터 우리나라 중등교육이 추구해야 할 바를 들어봤다. ●박현갑차장(이하 박) 그동안 평준화 정책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강영혜박사(이하 강) 30년 전에 비해 (우리 교육은) 상당히 상향 평준화됐다. 중학교 교육과정 파행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했다. 서울신문 탐사보도에서도 확인했지만 인력 풀이 다변화되고 있다. 다만 평준화 제도에서는 이질적인 학생 집단을 전제한 합당한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교육을 획일적으로 일반화시킨 점은 문제다.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은 주기 어렵다.75~80점이다. ●성기선교수(이하 성) 보편적인 대중 교육의 토대를 마련하고 전반적인 학교 질을 균등화한데는 기여했다. 반면 제도에 맞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방법을 만들려는 노력이 없어 틀만 바꿨지 경쟁방식은 (30년 전과) 그대로다. 그렇다고 교육열이 높은 상황에서 모든 교육 문제원인을 평준화에만 돌린다면 고교 교육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82∼83점을 주고 싶다. ●양정호교수(이하 양) 70년대 도입초기에 90점대였다면 10년 단위로 10점씩 떨어져 80년대에는 80점,90년대 70점, 현재는 60점이라고 본다. ●강 평준화 지역 가운데 서울을 제외하고 다른 지방은 다 변신했다. 평준화에 대한 많은 불만이 서울을 정형으로 생각하고 나온다고 본다. ●박 지금부터는 평준화 정책 개선방안에 대해 말씀해 달라. 우선 학교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는데? ●양 최대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선택 범위를 넓혀 줘야 한다. 단 정보가 소수에게 독점될 수 있으니 객관적인 정보를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을 최대한 열어 줘야 한다. ●박 선 지원 후 배정 비율 확대가 가져올 부작용은 없나? ●양 선택권을 확대하면 반드시 선택되지 못하는 학교가 나온다.(교육 당국은)기피학교가 생기는 원인을 모색한 뒤 지원방안을 찾아야 한다. 선택권을 완전히 푼다고 해도 실제로 갈 수 있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다. 우선 수요 조사를 통해 학교선택 비율을 정해야 한다. ●성 서울강남의 경우 지역 내 중학교 졸업생들이 10% 정도 부족하다고 한다. 따라서 10%는 지금도 외부에서 선 지원으로 풀어 줘도 의미가 없다. 선 지원으로 한다면 20%까지 풀 수 있을 것이다. 이 비율이 만약 30% 이상 넘어가면 강남 학생이 쫓겨간다. 이는 큰 문제다. 아울러 선택권을 확대하려면 학교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인 정보는 대학 진학률 하나다. 결국 진학률이 높은 학교로만 지원할 것이다. 때문에 선택권이 필요하다면 가까운 곳에서 가고 싶은 학교 순위를 매겨 이에 따라 일정정도 배정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학군 범위를 넘어 광역학군이나 단일학군으로 가는 것은 난센스다. 공공정책이 지나친 방임형으로 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강 특정 부류가 아닌 보편적인 대다수에게 선택권을 어떻게 주는가가 중요하다. 선택권의 의미를 살리려면 학교를 특성화해서 집중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특목고가 아니라 일반고를 특성화, 차별화하면서 선택권을 줘야 한다. 학교 정보는 입학 이후 얼마나 성적이 올랐는지를 보여 주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성 개인의 노력이 중요한 예전과 달리 지금은 가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반 고교간 차이는 학교 차이가 아니라 가정 변인간 차이다. 결국 교육이 사회경제적 배경의 차이를 전수하는 과정을 심화시킨다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학교 기능은 교육을 통해 가정 변인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입시 때문에 학교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입시와 함께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평준화 시스템에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해야 한다. ●양 공립만 평준화하던 일본 사례를 연구하다 우리는 사립까지 평준화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는 사립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제한을 풀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독립하는 사립이 나와야 한다. 언제까지 평준화 틀 안에서 사립을 끌고 가야 하나? 현재 중등교육이 사실상 의무화됐는데 (사립고가 공립고보다 훨씬 많은) 상황을 역전시켜야 한다. ●강 대다수의 사학이 원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이는 현실과 다르다. 교사나 학부모 모두 사립고의 경우, 평준화 적용을 공립보다 높게 원하고 있다. 비평준화로 돌아가면 다시 예전의 공립 명문고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 교육부는 공영형 혁신학교를 하나의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데? ●강 예외적인 경우의 학교는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 전체 학교의 모델을 제시한다면 몰라도 예외적으로 차별 운영한다면 평준화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기반을 흔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특목고가 같은 사례다. ●성 보편 교육으로서 기본 틀이 불안하니까 다른 것으로 가는 것이다. 이제 ‘깜짝 쇼’는 안된다. 한두 개 학교 형태를 만든다고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현재 고교를 유지하면서 질적 향상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양 두 분이 비판적으로 접근하니 난 우호적으로 말씀드리겠다.(웃음)혁신학교에는 교육 격차 해소 방안이 많이 포함돼 있다. 학업능력 향상을 계약에 포함하고, 교장에게 인사·예산상 자율권을 준다는 것이다. 이게 제대로 시행되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추진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보면 성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조바심을 낸다. 아마 2008년 대선을 의식해 시행 첫 해인 2007년부터 성과 평가에 들어갈 것이다. 결국 보여주기식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예산 확보에도 회의적이다. ●강 교육부 말대로 하면 (저소득층 지역에 짓는 공영형 혁신학교에)어떤 지자체가 저소득층을 위해 목소리를 내겠는가. 복지적 성격을 띤 것들이 얼마나 연착륙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혁신학교는 뭔가 창의적인 학교 운영과 선발 등이 필요하다. ●성 눈 가리고 아웅식이다.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을 때는 특이 유형의 학교를 만드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문제 투성이는 놔두고 샘플을 만든다고 되겠는가. 상승작용이 아니라 상쇄작용이다. 보편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할지 마스터 플랜과 청사진이 나와야 하는데 정치적 목적과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정책을)불쑥 내미는 것은 그야말로 교육을 수단화하는 전형이다. 혁신학교의 취지는 좋지만 현실의 복잡한 논리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얽혀 버린다. ●박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과후 학교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양 방과후 학교가 사교육비를 조금 줄이겠지만 공교육을 강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떤 교사가 자기 여가 시간을 투입하겠나?우수 강사를 부른다는데 금액에 맞는 강사가 오게 돼 있다. 취지가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강 획일적 적용보다는 지역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 전교조에서 교과 교육을 비판하지만 지금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이 뭔가. 학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교과 중심으로만 계속 가는 것은 곤란하다. ●박 일부에서는 대입에만 매달리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대학 평준화를 주장하기도 하는데. ●성 국립대를 네트워크화하자는 것인데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다. 고교까지는 공통교육으로 평준화 원리가 지배하는 것이 좋지만 대학은 경쟁력이다. 어느 정도 경쟁을 유지해야 세계 수준의 대학도 나온다. ●강 문제가 되는 것은 성과나 노력과 상관없이 대학이 서열화된다는 점이다. 좋고 나쁜 대학간 서열이 이뤄지는 것은 문제삼기 어렵다. 많이 달라진 이공계처럼 인문계도 쟁쟁한 대학들이 나와야 한다. ●양 대입 위주의 분위기를 바꾸는 방법은 딱 하나다. 주요 대학들이 성적으로 학생을 뽑지 말고 대학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뽑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아이들을 키워야지 공부만 하는 아이들을 길러봐야 필요 없다. ●박 끝으로 김병준 신임 부총리 내정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 지금처럼 서울의 강남북이나 도농간 교육격차가 고착화되면 이질적인 요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평준화의 장점이 위협받을 수 있다. 보완해야 한다. 단기간에 뭔가 보여 주겠다는 성과주의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추구해야 할 원칙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양 많은 것을 하려고 하기보다 가장 잘 하는 것만 하면 된다. 현 정부의 남은 기간 교육부의 불필요한 권한을 과감히 지역 교육청이나 대학에 넘겨 줘야 한다. 이런 문제는 이 정부에서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성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책 시점을 어떻게 조정할지 계획에 따라 해야지 놀래키는 방식은 곤란하다. 예측가능한 정책과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전체 틀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 사회 박현갑 차장·정리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생각나눔] 우체국보험 ‘한·미FTA 핫이슈’ 등장

    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우체국보험이 핫이슈로 등장했다. 우체국보험은 국내 보험시장의 9%(20조원) 정도를 차지, 업계 4∼5위권에 위치한다. 미국측은 공적 기관인 우정사업본부의 보험업이 특혜적 요소가 있다는 입장인 반면 우정본부는 특혜보다는 제약 조건이 상당해 특혜는 없다며 맞대응을 준비 중이다. 사안의 관점이 상반되는 가운데 6일에는 진동수 재정경제부 제2차관이 “미국 측에서 우체국의 보험영업에 대해 민간 보험사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밝혔다. 진 차관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당사자인 우정사업본부는 걱정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FTA 금융부문 개방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도 ‘보편적 서비스’(농어촌 보험 할인),‘보험 액수 상한선’(1건당 4000만원 이하) 등 일반 보험업체에 비해 불이익이 많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 美“세금·금융감독 없어” 미국측이 제기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우정본부가 보험영업을 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고, 금융당국의 감독을 안 받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민간 보험사와 비교, 형평성에 어긋나며 특혜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우정본부의 견해는 미국측과 사뭇 다르다. 오는 10∼12일로 예정된 한·미 FTA 금융서비스분과 협상에 참여하는 김재영 우본 보험기획과장은 “협상 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미국측의 주장은 수용불가”라고 못을 박았다. ●우정본부 “국가기관… 별도감사” 우정본부는 미국측에서 지적한 2가지 문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체국보험은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만큼 법인세를 내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금융감독원은 법률상 민간기관이며, 민간 금융기관을 감독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란 주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국가기관이 민간기관의 감독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난해 말 우체국 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정보통신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했을 때는 재무 건전성 등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에 검사를 요청할 수 있어 감시·감독 통로는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감사, 중앙인사위, 행정자치부, 정통부 등의 감독을 받고 있어 민간 보험사보다 유리할 게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험업계는 AIG 등 미국 보험업체들이 ‘우정청’ 개청 등 우정본부의 민영화 행보를 우려해 어떤 형태로든 협상에 영향을 줘 이슈화된 것으로도 풀이한다. 김 과장은 “우체국보험은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가 저렴한 보험료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이같은 취지를 미국 측에 잘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낼지는 관건이다. 진 차관의 발언도 이같은 어려움을 알리는 측면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절대음’의 하모니 이시스터즈(1)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절대음’의 하모니 이시스터즈(1)

    밝고 경쾌한 하모니에 고음이 특히 매력적이었던 3인조 여성 트리오 이시스터즈. 마치 ‘톡’쏘는 콜라 맛처럼 매우 짜릿짜릿한 하모니를 구사하던 이시스터즈의 등장은 ‘소리의 변화’로 대변되는 1960년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심지어 이들의 화음에 대해 작곡가 이봉조씨는 ‘절대음’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세계적인 인기그룹 ‘맥과이어시스터스(McGwire sisters)’의 영향을 받아 출발했던 이들 멤버는 세살 터울의 친자매 김천숙, 김명자씨와 멜로디 이정자씨. 처음 김씨 성을 가진 멤버 둘, 그리고 이씨 성을 가진 멤버 한 명으로 결성되었다. “우리가 데뷔하기 전에 국내엔 이미 대단한 인기를 누리던 김시스터즈가 있었어요. 김해송-이난영 부부, 그리고 이난영씨 오빠인 작곡가 이봉룡 선생의 딸들로 구성된 김시스터즈는 김씨 둘, 이씨 한 명으로 구성되었는데, 그래서 우리 팀은 김씨 성이 둘이었지만 이들을 피하기 위해 이시스터즈란 이름으로 출발했지요. 이 것은 미국의 맥과이어시스터스나 앤드루시스터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당시엔 성씨를 붙여 그룹명을 정하는 것이 보편적인 추세였던 것 같아요.” # 美 ‘맥과이어시스터즈´ 따라 그룹명 얼마 전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이시스터즈의 맏언니 김천숙(68)씨의 설명이다. 이들 이시스터즈는 김천숙씨의 모처럼 고국 나들이에 즈음해 지난 5월, 브라운관을 통해 오랜만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 것은 18년 만에 TV에 등장했던 지난 90년부터 또다시 16년만이다. 그러나 이들은 늘 곁에 있었던 것처럼 여전히 친숙한 모습 그대로였다. 이들이 일반 대중들 앞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64년 번안곡인 ‘워싱턴 광장’으로부터이지만 이들의 결성은 이보다 앞서 미8군 쇼 연예인 공급업체 ‘화양’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먼저 친자매 중 동생인 명자씨가 수도여고를 막 졸업하자마자 미8군 가수 오디션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어 서울대 출신의 작곡가 겸 연주인 박선길씨로부터 여성보컬그룹을 제의받는다. 그래서 가세한 멤버가 당시 철도청에 근무하던 언니 김천숙, 그리고 그의 직장 후배였던 이정자씨다. 둘은 함께 철도청에 근무하면서 ‘철도의 날‘을 비롯한 교통부 행사 때마다 무대에 섰을 만큼 노래실력에 관한 한 정평이 나 있었다. 충북 영동 출신의 두 자매는 학창시절부터 각종 콩쿠르를 휩쓸던 소문난 재주꾼들. 또한 함흥 태생의 ‘함경도 또순이’ 이정자씨 역시 한국전쟁 기간 중 ‘경찰어린이합창단(단장 정세문)’에서 일찌감치 활동했던 재원이다. 이들은 ‘화양’에 전속되면서 쇼단 ‘어라운드 더 월드’를 거쳐 박선길씨가 ‘쇼 오브 쇼’ 단장으로 독립하자 전속가수로 합류, 미8군 장교클럽을 통해 무대 활동을 시작한다. 이 무렵인 62년, 이들은 당시 서울 중앙방송국(현 KBS) 연말 톱싱어대회 연말 결선에 출전하기도 했다. 월말 예선을 거쳐 최종 결선을 벌인 이 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한 한 여성보컬 팀이 연락이 두절되자 방송국 측에서 긴급히 박선길씨에게 섭외, 이들의 출전을 요청해온 것. 방송국 전속가수 자격이 주어지는 이 대회서 이들 이시스터즈는 평소 레퍼토리인 ‘신시어리(Sincerely)’를 불러 2위로 입상한다. 이 대회 1위는 이재성,3위는 차도균씨가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 이시스터즈는 이미 미8군쇼단 소속이었기 때문에 방송국 전속가수로 활동하지는 않았다. 미8군 무대에서 출발한 이시스터즈, 그러나 이들의 첫 음반 취입은 63년 두 자매만으로 구성,‘허니-김스’라는 이름으로 먼저 LKL음반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당시 작곡가 이봉룡씨가 운영하던 음반사 LKL은 이봉룡, 김해송-이난영 부부 이름의 이니셜을 따 지은 이름. # 1964년 ‘워싱턴 광장´으로 급부상 “사실 ‘이시스터즈’로 이미 미8군 무대에서 활동할 때였는데 어떤 연유로 우리가 ‘허니-김스’라는 이름으로 따로 음반을 취입했었는지 기억이 어렴풋해요. 아마도 당시 절친하게 지내던 김시스터즈의 남동생들인 김보이스 멤버 김영일씨가 음반 취입을 제안했고 역시 김보이스 멤버였던 김영조씨가 곡을 만들어줘 우리가 ‘허니-김스’라는 이름으로 음반만을 취입한 것 같아요.”-김명자(65)씨의 회고. 이들은 ‘쇼 오브 쇼’단의 주축이 되어 활동하던 중 이시스터즈 이름으로 64년,‘워싱턴 광장’을 발표하며 급부상한다. 서울대 음대 출신의 작곡가 박선길 단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은 이들의 성공에는 먼저 결혼한 언니 천숙씨의 부군 장준기(68)씨의 외조도 한몫 했다. 당시 KBS 전속악단의 기타리스트였던 그는 이들 노래에 대한 모니터는 물론,‘워싱턴 광장’의 1절 가사를 직접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그래서 당시 해외로 진출했던 김시스터즈,‘아리랑 목동’의 김치켓,‘새드 무비’의 정시스터즈, 그리고 ‘워싱턴 광장’의 이시스터즈 등장으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비로소 여성보컬 전성시대가 개막된다. 이시스터즈는 이후 번안곡인 ‘레몬트리’를 비롯해 ‘울릉도 트위스트’ ‘남성금지구역’ ‘서울의 아가씨’ ‘목석같은 사내’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 ‘날씬한 아가씨끼리’ ‘별들에게 물어봐’ ‘모래 위에 적어본 이름’ 등 창작 곡들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전성기를 한껏 구가했다. 아울러 66년, 동갑내기 김명자, 이정자씨가 각각 결혼,9개월 만삭의 몸이 되어 무대 활동을 잠시 접을 때까지, 불과 2년 동안 무려 스무 장이 넘는 음반을 발표했다. 출산과 함께 6개월 정도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멤버 이정자씨가 솔로로 전향하며 그룹을 탈퇴한다. 이 빈 자리에 65년 KBS 톱싱어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등장한 김상미(63)씨가 1년간의 방송국 전속가수 활동을 끝내고 새롭게 멤버로 가세했다. 이 때가 67년 2월. 이로써 이시스터즈는 김천숙, 김명자, 김상미씨로 구성된, 말하자면 이씨가 한 명도 없는 김씨들로만 구성된 ‘제2의 이시스터즈’가 탄생된다.(계속) sachilo@empal.com
  • 대졸근로자 10명중 3명 “고졸이면 될일 한다”

    대졸근로자 10명중 3명 “고졸이면 될일 한다”

    대졸 직장인 10명 가운데 3명은 현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대학교육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또 국내 대학이 기업에서 필요하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직장인은 10명 중 겨우 1명에 불과하다. 이는 근로자의 학력과잉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방증이며, 국내 대학이 틀에 박힌 교육을 고집해 수요자인 기업과 학생들로부터 동시에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01∼2006년 대학을 졸업한 전국 남녀 근로자 1019명을 대상으로 최근 ‘대학교육의 만족도’를 조사해 4일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대졸 근로자 10명 가운데 6명(60.3%)은 대학교육이 기업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람은 10명 중 1명(9.6%)에 지나지 않았다. 사무직(9.1%)보다 생산직(15.2%), 일반대 출신(7.7%)보다 전문대 출신(14.5%)이 대학교육에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또 대졸 직장인 28.2%는 현재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굳이 대학교육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남성(24.2%)보다 여성(32.7%), 대기업(21.7%)보다 중소기업(32.2%), 사무직(27.7%)보다 생산직 근로자(32.6%)가 비율이 더 높았다. 대학의 전공과목과 관련, 대졸 근로자의 55.4%는 다시 대학을 다닌다면 다른 전공과목을 택할 것이라고 답변한 데 반해 29.9%만이 동일 전공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해 대조를 이뤘다. 이는 근로자들이 전공 교과목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공과목을 바꾸겠다는 근로자는 전공 계열별로 교육계열이 66.7%로 가장 많았다. 예체능계열 64.0%, 공학계열 61.6%, 자연계열 53.5%, 인문계열 50.8%, 사회계열 49.0% 등으로 대졸 근로자 사이에서도 이공계 기피 현상이 엿보였다. 대한상의 전무 노사인력팀장은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풍토와 교육열 등으로 대학교육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대졸 근로자들은 대학 교육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우리 대학이 수요자인 기업과 학생의 요구를 반영해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인적자원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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