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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영상전화의 힘을 아십니까/조영주 KTF 사장

    [CEO칼럼] 영상전화의 힘을 아십니까/조영주 KTF 사장

    정조는 왕에 즉위한 후,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 화성에 능을 조성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 치안을 위해 임금이 80리 밖으로 나가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는데, 한양에서 사도세자의 융릉까지 길은 100리(약43㎞)가 넘었다. 융릉을 자주 찾고 싶었던 정조는 멀쩡한 100리 길을 80리 길로 부르게 하여,12년 동안 13번을 찾았다고 한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순종도 고종이 돌아가시자 아버지의 능에 전화를 설치하고, 아침저녁으로 곡을 했다. 예전 임금들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뭉클하게 느껴지는 일화들이다. 요즘은 참 그리움이 많은 시대다. 예전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학교나 직장 때문에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돌아가신 부모님도 그립고 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살아 있는 가족들과 헤어져 있는 안타까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그리운 가족을 만나기 위해 고속도로는 주차장이 되고,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은 귀향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만약 그리움을 저축하는 은행이 있다면, 그 은행이 아마 우리나라 최대 은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은 이렇게 커져가는 그리움 때문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유선 전화의 경우도 18세기 말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지만, 보편화된 서비스는 아니었다. 물론 장비가격이 비싸고, 통신망이 좋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답보를 거듭하던 유선 전화는 1970∼80년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산업화로 고향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났고, 매번 많은 비용을 들여서 고향을 찾을 수도 없는 사람들에게 전화는 그리움을 메우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역할을 해 왔다. 올해 3월 듣는 전화의 시대를 넘어,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영상전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비스 개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가입자는 이미 100만명을 훌쩍 넘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간 듣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던 수 많은 그리움들이 영상전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 본다. 나 또한 예전에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만족했지만, 이젠 영상전화를 통해 얼굴을 뵈며 안부를 여쭐 수 있게 됐다. 영상전화 서비스는 이렇게 사랑과 정을 깊게 할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도 바꾼다. 이제까지 청각장애우들은 이동통신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었지만, 이젠 영상전화를 통해 만나고 싶은 사람, 하고 싶은 말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게 됐다. 건설현장이나 지방 사무소의 현황을 파악할 때나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도 직접 가서 확인하는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을 영상전화 서비스를 통해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시각은 사람 감각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래서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옛 속담도 있다. 지금은 영상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이 전체 이동통신가입자의 3%에 불과하지만, 이제 영상전화 서비스는 고객의 일상속에서 튼튼하게 자라날 것이다. 앞으로 영상전화가 가족, 연인, 친구들간의 정과 사랑을 더욱 깊게 하는 ‘사랑의 서비스’는 물론 고객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생활의 필수품’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여 고객의 더 큰 사랑을 받게 되길 기대한다. 조영주 KTF 사장
  • [경제불평등 이제 그만] (9) 변호사와 의뢰인

    [경제불평등 이제 그만] (9) 변호사와 의뢰인

    # 사례 1 경남 창원시에 사는 A씨는 지난해 12월 대구에 있는 한 법률사무소에 이혼소송을 의뢰하면서 선임료로 300만원과 부가세 30만원 등 330만원을 체크카드로 지불했다. 소송비용 명목으로 65만원을 더 냈다.A씨는 변호사가 없어 사무장과 사건위임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착수금 불반환 조항을 삭제해줄 것을 요구했다가 사무장이 형식적인 절차이며 패소하면 착수금을 돌려줄 수도 있다는 말을 믿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동안 변호사는 한번 10분 정도 만나 상담했다. 사무장이 소장작성 및 취하, 가압류 설정 및 해제 등을 처리했다. 경위서, 초안작성, 증거자료 수집, 고소장 제출과 공탁금 납부 등을 A씨가 직접 했다. 업무 누락과 서류 오타로 소송이 지연됐다. 소송비용 65만원에 대해 영수증을 요구하자 간섭이 소송을 어렵게 한다는 말만 돌아왔다. 그러다 남편과 화해가 이뤄져 올 2월 초 소송을 취하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든 실비를 뺀 선임료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 사례 2 경기도 부천에서 건설업을 하는 B씨는 2004년 5월 서울의 개인변호사 C씨와 공사대금 4억 8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선임료로 3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가까이 소송을 대리해오면서 변호사가 의뢰인 B씨와 사전 협의 없이 일을 처리하고 개인적인 사유로 외국 출장을 가면서 복대리인을 참석시키거나 재판에 불참하자 불만이 쌓여갔다. 급기야 지난 3월21일 본안 소송 때에는 변호사가 늦게 출석하는 바람에 재판에 연기되자 더 이상 사건을 C변호사에게 맡길 수 없다며 위임계약 해지와 소송관련 서류를 되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C변호사가 위임계약서상의 승소 간주 조항을 들어 성공보수 3%를 달라고 요구하자 소비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계약서 시정권고 안지켜져 변호사들의 의뢰인에 대한 요구는 횡포에 가깝다. 과다한 수임료가 그 첫째다. 형사사건의 경우 가벼운 것이라도 최소 몇백만원에서 천만원대 이상까지 요구하며 궁박한 의뢰인들의 처지를 파고 든다. 성공보수를 요구하는 사례는 보편화되어 있다. 위의 사례와 같이 불공정한 위임계약서를 강요하는 일도 흔하다. 그렇다 보니 의뢰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변호사들의 요구를 따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5년 한국소비자원의 심사청구에 따라 45개 변호사 사건위임계약서의 일부 조항에 대해 시정 권고를 내렸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위임계약서를 쓰는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1999년 이후 매년 400∼500건의 상담이 접수되고 이 중 15∼20%가 피해구제를 신청한다. 공정위의 변호사약정서상 착수금 불반환조항과 성공간주조항, 조정청구강제조항 등에 대한 시정권고 이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사건위임계약서 예시안을 마련한 뒤로 상담건수가 조금 줄기는 했지만 별 차이가 없다. 올해에도 5월 말까지 소비자원에만 139건의 상담이 이뤄졌고 22건의 피해구제가 접수됐다. 피해구제 유형은 변호사 선임료와 변호사의 불성실 변론 등이다. ●변호사들 조정보다 소송 선호 소비자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3%만이 보수금 약정을 체결하고, 그것 53%만이 서면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정서의 보수란을 공란으로 두는 경우도 60%가 넘었다. 약정서를 받지 않는 경우는 62%나 돼 의뢰인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비자원의 고광엽 분쟁조정2국 일반서비스팀 부장은 “여전히 약정서에 의뢰인에게 불리한 조항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피해구제가 신청된 사건들 중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20% 정도로 낮은 편”이라며 “변호사가 조정보다는 소송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태형 대한변협 대변인은 “예시안을 회원들에게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착수금을 반환하지 않거나 성공보수 간주 조항은 계약할 때 분명히 할 수 있도록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개선책은 없나 대한변호사협회는 한국소비자원 등의 의견을 수렴해 변호사 수임료와 불성실 변론 등을 둘러싼 분쟁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최태형 대한변협 대변인은 보수와 관련해 “현재의 총액(정액)제와 시간제가 모든 의뢰인들에게 바람직한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변협 차원에서 시간제 보수제도를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착수금 환급기준과 성공보수 관련 분쟁을 줄이기 위해 계약체결 때 이를 분명히 하도록 회원 변호사들에게 권고할 계획이다. 다음달부터는 변호사들에 대한 윤리교육을 강화한다. 또 변협내에 변호사윤리장전개정 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변호사법에 따른 조치로 변호사들은 올해부터 1년에 한번씩 반드시 윤리 관련 연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수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윤리교육은 대한변협의 회원이사가 담당한다. 채근식 대한변협 회원이사는 “의뢰인들의 진정사건을 보면 변호사들의 불성실 변론을 문제삼는 경우가 많은데 추상적일 때가 많다.”면서 “특히 변호사들이 사건 수임과정과 관련된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잘 모르는 경우도 있어 사례 중심의 교육을 통해 분쟁을 줄이고 법률서비스의 길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원은 선임료를 둘러싼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보수지급 방식을 총액 일시불 방식에서 단계별 지급 방식으로 개선 ▲변호사 보수 환급시 정산 기준 마련 ▲변호사 보수 및 소송비용에 대한 투명성 확보 ▲윤리규칙 준수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변호사들은 소득과 관계없이 모두 현금영수증가맹점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영수증을 둘러싼 분쟁은 다소 줄 것으로 보인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낮은 수임료=낮은 서비스 편견 안타까워” “변호사 비용을 낮추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람이 없다. 하지만 아직도 의뢰인들 사이에 수임료가 싸면 일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생각이 팽배해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올해 1월2일 경남변호사회 소속 동료 변호사 3명과 함께 창원에서 ‘서민들을 위한 경남 소송지원 변호사 연대’를 발족한 이영인(46) 변호사가 털어놓은 6개월간의 소송지원 활동에 대한 소감이다. 소송지원 연대에는 민태식(43), 이종륜(48), 이재웅(45) 변호사가 함께 하고 있다. 이 변호사 등은 2000만원 이하 민사 소액사건, 가사사건, 개인파산 면책과 회생사건, 형사 단독사건 등 주로 서민들이 제기하는 사건들에 대해 최고 50만원의 선임료를 받고 있다. 인지대와 송달료, 공고료 등 통상 20만원 정도의 직접 비용은 의뢰인이 부담한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300만원 정도가 든다. 적은 비용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낮을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변호사 업계 최초로 소송 AS제도를 도입했다. 변호사에 대해 1차 불만이 접수되면 시정하고 2차 불만이 접수되면 다른 변호사로 변경하며, 그런 뒤에도 불만이 들어오면 선임료 전액을 환불해준다. 현재까지 접수된 사건은 민사·가사 206건, 형사 47건, 개인회생 및 파산 45건 등 298건이며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은 민사·가사 50건, 형사 20건, 개인회생·파산 24건 등 99건이다. 이 변호사는 1인당 최대 4∼5건만 맡긴다. 아직까지 변호사 선임에 불만을 표시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전관예우를 기대하고 빚을 내 500만원의 변호사 선임비를 냈는데 아들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며 찾아온 노모나 의료사건을 의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변호사 선임료=서비스 질’이라는 높은 현실의 벽에 맞닥뜨릴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소송지원제도(www.knsos.com)가 다른 변호사들의 이익에 배치되는 면도 있어 변호사회의 협조를 구하기 어렵기도 하다. 제대로 되겠느냐는 동료들의 냉소적 반응도 부담스럽지만 이 변호사 등의 의미있는 ‘작은 실험’은 계속된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종교건축 이야기](31) 천도교 발상지 경주 ‘용담정’

    [종교건축 이야기](31) 천도교 발상지 경주 ‘용담정’

    경주시내에서 북동쪽으로 10㎞쯤 떨어진 구미산 자락에 앉은 용담정(경주시 현곡면 가정리).7평 남짓 크기의 아담한 단층 목조 건물이지만 천도교 1세 교조인 수운 최제우(1824∼1864) 대신사(大神師)가 득도해 동학 천도교를 일으킨 천도교의 발상지이자 최고 성지이다. 지금은 교적 교인 10만명에 불과한 군소 종단으로 쇠락했지만 1919년 3·1만세운동이 있었던 무렵엔 교인이 300만명이나 됐을 만큼 번창했던 민족종교 천도교. 그 대표 성지인 용담정엔 역사의 숨결과 민족혼을 느끼려 찾아드는 교인은 물론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람은 물론 이 세상 만물이 모두 한울님을 모시고 있다.’는 시천주(侍天主).‘사람을 한울님같이 섬기자.’는 사인여천(事人如天). 그리고 ‘모든 사람이 곧 한울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동학 천도교는 바로 이 세 가지의 기본 교리를 근본으로 삼는다. 최제우 대신사는 득도 후 원래 ‘무극대도(無極大道)’란 이름으로 동학을 세웠지만 훗날 유림과 관가의 탄압을 피해 살던 중 “내가 동에서 태어나 동에서 도를 받았으니 도인즉 천도(天道)요, 학인즉 동학(東學)이라.”고 천명한 다음부터 동학이란 이름이 널리 통용됐다고 한다. 용담정은 바로 이 ‘무극대도’를 낳은 천도교의 발상지. 지금의 경북 경주 현곡면 가정리의 몰락한 양반가에서 태어난 수운은 19살 때부터 10년간 전국을 떠도는 구도행각 끝에 처가가 있던 울산 유곡동에 은거, 수도에 들었다. 여우가 자주 나타난다고 해서 ‘여시바윗골’이라 불렸던 외진 유곡동에 초가와 초당을 마련해 구도하던 중 을묘년인 1855년 금강산 유점사에서 왔다는 한 스님으로부터 기이한 책(天書)을 받고는 그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구도와 수련방식을 택한다. 이른바 천도교가 ‘을묘천서’라 부르는 큰 사건으로, 수운은 이때부터 “세상을 떠돌며 도(道)를 구할 것이 아니라 기도를 통해 내 안에서 도를 얻을 것”이라며 구도의 방법을 바꾼 것이다. 국가 발간자료인 ‘비변사담록’과 ‘고종실록’에서 수운이 5∼6년간 울산에 기거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만 ‘을묘천서’와 관련한 내용은 전하지 않는다. 천서의 흔적 역시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천도교단 초기 내부 자료인 ‘수운실록’(1865년)과 ‘도원서기’(1879년)에 내용이 전할 뿐이다.“을묘년 봄잠을 즐기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밖으로부터 주인을 찾는 사람이 있었다.(중략)…노승을 초당에 오르게 했더니 책을 한 권 내놓고 그 내용을 알 수 있느냐고 물었다. 사흘 뒤 선생이 ‘이 책의 내용을 알았다.’고 말하니 그 스님이 ‘부디 책의 내용대로 하옵소서.’라 말하며 떠났다.” 이 천서를 놓고 천주학서인 ‘천주실의’였을 것이란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됐지만 천도교는 10년간 세상을 주유했던 수운이 당시 그 유명한 ‘천주실의’를 보지 못했을 리가 없고 을묘천서를 받은 뒤 인근 내원암과 적멱굴에서 수도한 점을 들어 천주교와는 무관하다며 부인하고 있다. 아무튼 수운은 이 천서를 받고 4년 후 고향인 용담정으로 돌아와 6개월간 수도 끝에 한울님으로부터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의 심법과 천도교 상징인 영부(靈符), 주문(呪文)을 받아 ‘무극대도’ 즉, 동학을 세웠다. 용담정은 원래 복령이란 스님이 지은 작은 암자였는데 수운 대신사의 할아버지가 암자와 인근 땅 수백평을 사들여 아들, 즉 수운의 아버지인 근암공 최옥에게 학업을 닦게 했다고 한다.30여년의 세월이 흘러 폐허가 되었다가 최옥이 글공부를 하도록 서사(書社) 네칸을 만들어 용담서사란 이름을 지었다. 용담전 위쪽의 사각정에는 최옥의 문집인 근암집 목판원본이 보관되어 있다. 결국 수운은 울산을 떠나 처자와 함께 이곳에 정착,“도를 깨닫기 전에는 구미산 밖으로 나가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리라. ”고 맹세한 지 꼭 6개월 만에 이곳에서 무극대도인 천도(天道)를 얻은 것이다. 수운은 1863년 관군에게 체포되어 이듬해 3월 조정에 맞서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었다는 ‘좌도난정률(左道亂正律)’의 죄목으로 대구 장대에서 순도했는데 그 후 용담정 네칸과 살림집 다섯칸이 모두 헐렸다. 조정의 서슬이 무서워 아무도 용담정을 복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1914년에 가서야 재건작업을 벌여 용담정이란 현판을 붙였다고 한다. 그 후로도 40여년간 인적이 끊겼다가 1960년 천도교 부인회가 창도 백주년기념사업으로 중창했으며 지금의 건물은 1975년 옛 건물을 헐고 다시 지은 것이다. 할아버지가 동학에 깊이 관여했던 때문인지 박정희 전대통령은 이 용담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대한민국은 천도교에 큰 빚을 졌다.”는 말을 자주 했던 박 전대통령은 실제로 용담성지를 경주국립공원에 편입시키도록 지시했으며 용담정(龍潭亭)과 용담성지의 정문인 포덕문(布德門), 중문인 성화문(聖化門), 용담수도원의 편액 글을 직접 썼다. 정문 포덕문을 들어서 왼쪽에 수운 최제우 대신사 동상을 바라보며 300m쯤 숲길을 관통하면 오른쪽에 수도원과 사무실이 나타난다. 바로 앞 중문 성화문을 넘어 다시 숲길을 오르면 돌다리 용담교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 오른쪽에 선경(仙境)이라 새겨진 바위틈에 석간수가 흐른다. 수운이 기도할 때 쓰는 청수(淸手)를 받던 곳으로 지금도 교인들이 아주 신성시한다.2005년 영남대 석좌교수에 임명돼 이곳을 찾은 김지하 시인은 “나처럼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감히 용담정에 오를 수 있겠느냐.”며 용담교에 무릎을 꿇은 채 절만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용담정 정면에는 수운 영정이 모셔져 있고 양옆에 천도교 상징인 영부가 걸렸다. 수운이 득도할 때 눈에 나타났다는 그 영부이다. 왼쪽 벽면에는, 남아 있는 수운의 유일한 친필인 거북 ‘구(龜)’자가 걸려 있다. 수운은 생전에 후학들의 마음급함을 질타하며 조급해하지 말라는 뜻에서 ‘龜’자를 많이 써주었다고 한다. 이 ‘龜’자 밑 8폭병풍의 글귀가 눈길을 끈다.‘不知明之所在 遠不求而修我’(밝음이 있는 바를 알지 못하겠거든 멀리서 구하지 말고 나를 닦아라). 한울님과 문답 끝에 득도의 경지에서 남긴 천도교 1세 교조의 일침이라지만 ‘남 아닌 나부터 제대로 보라.’는 수신(修身)의 보편적인 교훈이 아닐까. kimus@seoul.co.kr ■천도교의 발자취 몰락한 양반가에 태어난 수운이 구도행각에 나선 것은 기울어가는 가세와 조선말 불안정한 사회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유교의 폐습에 불만을 가졌고 10년간의 주유천하에 나서 인간과 우주,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시천주(侍天主)’를 세웠던 것이다. 이 시천주는 2세 교조 해월 최시형에 이르러 ‘사람이 곧 한울님’이라는 인시천(人是天)으로 발전하며 3세 교조 의암 손병희에 이르러서는 ‘사람이 이에 한울’이라는 인내천(人乃天)으로 이어져 천도교의 종지가 되었다. ‘사람이 곧 한울이니 사람 섬기기를 한울님 같이 하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은 센세이션을 몰고 왔고 이를 못마땅히 여긴 조정에서 결국 ‘서학(西學)’‘이단(異端)’이라 하여 탄압의 칼을 뽑았다.1세 교조 수운은 포교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대구 장대에서 참형으로 순도했고 도통을 이어받은 2세 교조 최시형도 지하포교에 나서 삼남지방에 형성된 교세에 힘입어 동학혁명을 주도하다 원주에서 체포되어 서울에서 처형되었다. 최시형의 수제자였던 3세 교조 손병희가 동학을 천도교로 개칭했는데 민족대표 33인의 대표로 3·1운동을 주도하고 경찰에 체포되어 서대문 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출감한 뒤 곧바로 사망했다. 결국 천도교의 1·2·3세 교조는 모두 순도한 셈이다. 천도교의 종교행위는 수행과 신앙을 겸하는데 그 방법으로 주문(呪文), 청수(淸水), 시일(侍日), 성미(誠米), 기도(祈禱) 등 오관(五款)을 택하고 있다. 주문은 ‘한울님을 지극히 위하는 글’로 수련할 때 반복해서 외우며 청수는 매일 오후 9시의 기도식을 비롯해 모든 의식에 쓰인다. 시일은 일요일 오전 11시에 봉행하는 집회를 말하며 성미는 매일 밥을 지을 때 식구마다 한 숟가락씩 정성으로 떠놓은 쌀을 모았다가 한달에 한번씩 교회에 헌납한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의 중앙총부를 중심으로 전국에 130여개의 교구와 전교실이 있으며 현재 김동환 교령이 교단을 이끌고 있다.
  • [대입 ‘기회균등할당 전형’ 도입] 문제는 예산… 年2조원 어떻게?

    [대입 ‘기회균등할당 전형’ 도입] 문제는 예산… 年2조원 어떻게?

    26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고등교육의 전략적 발전방안’의 배경에는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무성과 다양성 확대, 사회적 배려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사회적 약자인 소외계층을 배려하고 다양성을 인정해 이를 국가 경쟁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비율 11%는 의무 아닌 대학 자율로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관련 보고회에서 “지식이 보편화되고 정보 공유 수준이 높아진 시대에 엘리트 수준으로만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 부분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고등교육 차원의 기회 균등은 도덕적 가치는 물론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당연히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발표의 핵심인 기회균등할당 전형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사회적배려 대상자 전형이 주를 이루는 2006학년도 4년제 대학의 정원외 특별전형 현황을 보면 법정 비율은 11%지만 등록률은 75.4%에 불과했다. 소외 계층이 대학 가는 길은 마련돼 있지만 학비 등 여건이 안돼 제대로 공부하기는 어렵다. 입학한 뒤 2년 동안 기초 교육 프로그램을 받도록 하고, 그동안 국가가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는 진학 단계에서도 적용된다. 이 전형을 통해 지원하는 학생들은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해당 학생들끼리만 경쟁하도록 했다. 특히 수능이나 내신 등 시험 성적보다는 개인환경이나 잠재력,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발하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활용하더라도 일반전형에서 활용하는 기준보다 1∼2등급 낮은 수준으로 설정해 뽑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08학년도부터 도입하는 입학사정관제를 적극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이 기존 제도와 다른 점은 학생들을 뽑기만 하고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나랏돈으로 적극적으로 학비를 대 주고,‘보충학습’까지 시켜 경쟁력을 갖추도록 발판을 마련해 준다는 점이다. 이번 정책은 의무 사항이 아니라 대학 자율로 결정할 수 있다. 단 이 전형을 도입하는 대학에는 해당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특히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 전형이나 연세대의 한마음 장학 전형처럼 현재 대학들이 정원내 특별전형으로 장학금을 줘 가며 뽑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이 전형을 통해 국가가 지원, 대학들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정이다. 연간 2조원 안팎씩 들어가는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정 문제는 고등교육 정책의 발목을 잡아왔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예전에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방법을 찾았다. 다음달 발표할 국가재정배분계획에서 구체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은 이와 관련,“고등교육 예산 문제가 해결됐다면 다행”이라면서 “사회적으로 없는 자들에 대해 외국처럼 배려해줄 수만 있다면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대도시 대학에만 집중 지원 부작용” 그러나 기회균등할당 전형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다. 서울대 이장무 총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대는 이미 지역균형선발 등으로 다양한 학생을 뽑고 있지만 성적이 정시모집 합격자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급격히 실시하기보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영산대 부구욱 총장도 “이미 대학 진학률이 82%에 달하는데 기회균등할당제 도입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정원외로 뽑으면 학생들은 세칭 일류대로만 지원한다.”면서 “농어촌 특별전형을 만들 때도 학생들이 대도시 대학으로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신중한 검토를 제안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e환전’ 전성시대

    인터넷 뱅킹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이버 환전을 찾는 고객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수수료 할인과 부가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인기 비결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인터넷 여행경비 환전서비스인 ‘인터넷 사이버환전’과 ‘환전클럽서비스’ 이용 고객 수는 21일 현재 7만 9000여명. 환전액은 8300만달러 정도다. 지난해 6월 말에 비해 고객 숫자는 1만 4000명(21.5%), 환전액은 1600만달러(23.9%) 늘어났다.2005년 6월 5만 6000명,5500만달러에 비해서는 50% 가까이 급증했다. 다른 은행들 역시 사이버환전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우리은행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환전 건수와 환전액은 21일 현재 7697건,630만달러. 건수는 2005년 6월 말 1353건, 지난해 6월 말 4215건 등으로 2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신한은행 사이버 고객도 21일 현재 6697명으로 1년 만에 배로 늘었다. 환전액은 944만달러다. 사이버 환전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인터넷 뱅킹의 보편화. 창구보다 수수료가 최고 70%까지 저렴한 만큼, 인터넷 뱅킹 이용고객이라면 굳이 창구에서 환전할 필요가 없다. 또 인터넷 상에서 환전한 뒤 창구에서 현금을 찾으면 되기 때문에 시간절약과 함께 도난 우려를 줄일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이버 환전 고객에게 해외여행자보험 무료 가입, 항공 마일리지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특히 요즘 같은 환전 성수기에 창구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8) ‘공룡’ 대형마트에 재래시장 ‘신음’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8) ‘공룡’ 대형마트에 재래시장 ‘신음’

    지난 주말 오후 경기 광명시 광명네거리에 있는 광명시장. 골목을 따라 400여개의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지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광명시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7번째 규모를 자랑하던 재래시장이다. 반면 6개월 전 시장 옆에 생긴 380평 규모의 할인매장(슈퍼슈퍼마켓:SSM)인 ‘이마트’ 안은 쇼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유통공룡’이 골목 상권을 완전히 장악, 재래시장이 고사하고 있는 현장이다. ●광명시장 점포수 600개서 400개로 급감 광명시장에서 아내와 함께 8년째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45)씨는 “대형할인점 때문에 재래시장이 다 죽어간다.”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정씨는 “‘이마트’가 들어오고 난 뒤 손님을 싹쓸이해가면서 매출이 40% 가까이 뚝 떨어졌다.”면서 “세 아이 등록금과 학원비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정씨 가게의 현재 월 매출은 150만원 수준. 이마트가 들어선 뒤 50만원 이상 줄면서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씨는 “이마트에서 생활필수품과 과일, 야채 등 식료품까지 모두 취급하고 있어 갈수록 일반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외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이마트가 입점하기 전 2억원을 넘던 광명시장 전체의 하루 매출도 1억 5000만원 이하로 40%나 곤두박질쳤다. 가게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600개에 이르던 점포도 400개로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씨는 “주로 식료품을 팔던 대다수 점포들이 이마트와의 경쟁을 피해 저가 대중식당 등으로 바꾸면서 서로 ‘출혈 경쟁’을 해 다같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상당수가 빚에 시달리고 있어 두세 달 안에 폐업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규제에 나서기는커녕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핑계삼아 대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상가끼리 출혈경쟁→빚더미→폐업 ‘도미노´ 경기 성남시 중앙시장 골목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박모(47)씨는 요즘 잠이 안 온다. 가게 500m앞 옛 인하병원 자리에 지난해 말부터 건립 중인 주상복합건물에 대형마트 입점이 가시화되면서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이웃 가게 주인들은 “도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앞다퉈 가게를 정리했다. 그러나 박씨는 폐업조차 여의치 않다. 그는 “당초 업종을 바꿔보려고도 했지만, 어느 업종이나 대형마트와의 경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면서 “대형 마트 입점 소식에 가게를 임차하러 오는 사람도 없어 가뜩이나 사정이 안좋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내주기 힘든 형편’이라고 호소한다.”고 토로했다. 신근식 성남중앙시장연합회 부회장은 “올해 들어 시장 점포 25%가 폐업을 하고 떠난 상태”라면서 “대형마트는 재래시장 상인의 생계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고 말했다. ●동네 슈퍼마켓·문구점도 직격탄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30여평 규모의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4)씨도 대형 할인점의 기세에 눌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씨 가게는 인근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대형할인점과 불과 500∼600m 떨어진 곳에 있다. 김씨는 “외환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임대료를 내기 위해 빚도 여러번 냈고, 대학생 아들의 학자금 대출까지 받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서울 구로동 롯데마트 인근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이모(39)씨는 “우리 가게에서 마진을 감안해 500원 이하로 팔기 어려운 학용품을 할인점에서는 ‘초특가’ 판매로 400원대에 팔고 있어 경쟁이 안 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공룡 마트’ 10년새 10배 급증 대형마트의 성공 뒤에는 소상인들의 눈물이 있다. 국내 재벌계 대형할인점은 지난 10년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유통공룡’으로 급성장했다. 재래시장은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대형할인점 96년 28곳서 작년 342곳으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1996년 점포수가 급격히 늘어났다.96년 28곳에 불과하던 것이 2000년에 163곳,2006년에는 342곳으로 급증했다. 매출액도 2000년 10조 5000억원에서 2006년 25조 4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형마트 개점은 등록제로 돼 있어 건축법상 하자가 없으면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형마트들의 수도권 집중과 상위 4곳의 과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대형마트의 48.3%인 160개가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다. 매출액으로는 서울이 57%(13조 2000억원)에 이른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홈에버 등 대형마트 상위 4곳의 점포수는 245개로 전체의 71.6%. 이들의 매출은 17조 7000억원으로 75.3%다. ●재래시장 총매출 2004년 35조서 1년새 3조 급감 전국 재래시장은 2005년 1660곳이었다. 대형마트의 영향으로 최근 1년간 재래시장의 94%는 영업 상황이 악화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2004년 35조 4000억원이던 재래시장 매출액은 1년새 2조 7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이는 재래시장 약 137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같은 해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 2조원에 잠식된 것으로 추정된다. 점포당 하루 매출액도 1년새 4만 2000원 줄었다. 시장당 고객수도 하루 146명씩 감소했다. 대형마트 확산은 대형업체들의 주장과 달리 신규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시장경영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2005년 새로 생긴 대형마트는 33개로 신규 고용자 수는 1만 8800명 늘었지만, 같은 기간 재래시장 종사자는 2만 6000명이 실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형마트들끼리의 가격인하 경쟁은 재래시장은 물론 중소유통업체도 위축시켜 유통산업 양극화를 초래하게 된다.”면서 “지역경제 침체로 인한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지역간 불균형 발전의 요인도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상인들은 지역상권의 슬럼화를 가장 우려했다. 상가정보 제공업체 ‘상가114’가 지난달 상인 23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44.8%가 ‘재래시장이나 주택가 상권이 심각하게 슬럼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대형마트 규제·재래시장 자생력 확보 관건 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8개 대형마트들은 추가 출점을 자제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미니 할인점’인 슈퍼슈퍼마켓은 계속 확장하고 있다. 전국시장상인연합회는 “일정 인구당 대형마트의 출점 제한 등 법적인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WTO 협정 위반’이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 “국내자본과 외국자본간에 차별이 아닌 영세상인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으며, 이는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슈퍼마켓연합회는 “대형 마트가 포화상태여서 새 탈출구를 찾은 것이 슈퍼슈퍼마켓”이라면서 “도심 반경 수㎞ 이내 출점을 못하게 하거나 시간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는 정형근·이원영·심상정 의원 등이 10여개의 대형마트 규제 및 중소상인 법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이들 법안은 ▲대형마트 신설시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취급품목 제한 ▲영업시간·일수 제한 ▲중소유통업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전국시장상인연합회는 “대규모 점포 매장면적 기준을 3000㎡(900여평)에서 1000㎡(300여평)로 강화하는 한편 대형유통업체의 SSM(슈퍼슈퍼마켓) 진출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에 밀려 신음하던 재래시장이 시설을 현대화하고 고객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자발적 노력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전국시장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재래시장의 위기는 편의시설 및 고객 서비스 의식의 부족, 소비자의 기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곡동 중곡제일골목시장은 최근 활기를 되찾았다. 시장 주변에 수년새 대형마트 세 곳이 들어서 시장의 존폐 위기를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은 돈을 모아 골목에 비와 햇볕을 막는 지붕을 씌웠다. 간판도 깔끔하게 정비했다. 주부팔씨름대회나 노래자랑, 대학생 댄스동아리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었다. 그러자 끊겼던 손님이 다시 찾아왔다. 예전보다 매출이 50% 이상 늘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9)학습된 무기력 vs 학습된 낙관성·근면성

    “그럼 그렇지! 역시 난 안 돼.” “그럼 그렇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어.” 시험을 보고 난 후 학생들의 반응은 대략 몇 가지로 나뉩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시험을 잘 본 아이는 의기양양해하고 시험을 못 본 아이는 의기소침해할 것 같지만 시험을 잘 본 학생들이 모두 다 만족하는 것도 아니고 시험을 망친 학생들이 모두 다 절망하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시험 결과가 나쁜 학생들은 심기일전해서 다음 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겠지만 그중에는 노력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에 아예 공부와는 담을 쌓아 버리는 학생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낙관성과 비관성의 차이가 한 원인입니다. 낙관성과 비관성의 차이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일이 일시적 원인에 의한 것인지, 영속적 원인에 의한 것인지와 그 일이 보편적 원인에 의한 것인지, 상황특수적 원인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 다르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낙관적인 아이들은 시험을 잘 못 치러도 절망하지 않고 다음 시험을 준비하고 시험을 잘 본 경우에는 그 결과에 충분히 만족해하며 즐깁니다. 비관적인 아이들은 시험성적이 매우 우수해도 별로 행복해하지 않고 시험성적이 나쁜 경우에는 절망하며 시험성적이 좋든 나쁘든 다음 시험에 대한 준비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위 그림은 수학 시험을 잘 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낙관적인 학생과 비관적인 학생들이 각각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비관적인 사람은 좋은 일은 일시적 운으로, 나쁜 일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그 반대로 해석합니다. 그럼 비관적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할까요? 바로 학습된 무기력 때문입니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할까요? 학습된 낙관성과 학습된 근면성 때문입니다. 지난주 심리학자 셀리그만의 실험을 기억하시지요. 실험 첫날, 어떤 개는 스스로 통제가능한 전기충격을, 어떤 개는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통제불가능한 전기충격을 경험하게 한 뒤, 다음날에는 가운데 낮은 칸막이가 있는 셔틀 박스의 한쪽 칸에 넣고 전기충격을 줍니다. 첫날 통제가능한 전기충격을 경험한 개는 옆 칸으로 도망가지만 통제불가능한 전기충격을 경험한 개는 옆 칸으로 도피하거나 회피하는 것을 배우지 못합니다.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었던 무기력을 학습한 뒤에는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렇지 못하게 됩니다. 무기력이 학습된다면 무기력을 극복하는 것도 학습이 가능하겠지요. 셀리그만은 처음부터 개를 셔틀박스에 집어넣고 전기충격을 피하는 것부터 학습을 시켰습니다. 다음으로는 통제불가능한 전기충격을 준 뒤(처음부터 이렇게 한 경우에는 학습된 무기력이 나타났지요.) 다시 셔틀박스에 집어넣고 전기충격을 피하는 것을 학습할 수 있는지 검사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개들은 한 번도 전기충격을 받아본 적이 없는 개처럼 전기충격을 피하는 법을 배웠답니다. 면역훈련이 효과를 발휘해 학습된 낙관성이 나타난 것입니다. 다음 실험에서 보듯이 학습된 낙관성의 효과는 대단하답니다. 먼저 통제불가능 조건과 통제가능 조건, 면역조건에서 전기충격을 준 다음 개를 셔틀박스에 집어넣습니다. 이 셔틀박스는 아무리 뛰어넘어도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습니다. 통제불가능 집단은 바로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고 통제가능 집단은 서서히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데 반해 면역집단은 몇 백번이나 계속해서 칸막이를 뛰어넘었습니다. 왜냐하면 면역훈련을 통해 포기하지 않는 방법, 즉 학습된 낙관성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결코 포기하지 않는 집단에 (전기충격을) 거부하려는 노력 자체에 보상을 주게 되면 다른 혐오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학습된 근면성을 보입니다. 시간과 장소가 달라져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특성이 학습된 것이지요. 신은 사람들에게 빵만 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돌멩이도 줍니다. 돌멩이를 받은 사람의 일부는 화가 나서 그 돌멩이를 걷어차다 다리를 다치지만 일부는 그 돌멩이를 가져다 집을 짓는 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똑같은 돌멩이를 걸림돌이 되게 하느냐 주춧돌이 되게 하느냐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은 그가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하느냐, 학습된 낙관성과 근면성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그 경험의 많은 부분은 부모가 질책하느냐, 칭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내 아이가 인생의 어떤 질곡에서도 내일은 오늘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기를 바란다면, 지금 상황이 좋다고 안주하기보다는 더 나은 상황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통제불가능한 처벌은 가능한 한 적게, 극복 노력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 지지를 해주십시오.
  • LG전자-대우일렉 ‘세탁기 특허 전쟁’

    LG전자-대우일렉 ‘세탁기 특허 전쟁’

    가전업계에 때아닌 ‘세탁기 싸움’이 벌어졌다. 특허권을 둘러싼 분쟁이다. 공방의 주체는 LG전자와 대우일렉이다.LG전자는 2년 전에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싸움을 벌였었다. 대우일렉은 법원이 자사 드럼세탁기 ‘클라쎄’ 18개 모델에 대해 판매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린 다음날인 21일 즉각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LG전자는 “대우일렉의 클라쎄가 LG의 트롬 세탁기 특허를 침해했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대우일렉측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반박자료를 이날 내놓으며 법적 맞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대우일렉측은 “LG전자가 주장하는 특허 기술은 이미 국내외 가전회사들이 보편적으로 쓰는 범용 기술”이라며 “특허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LG전자가 제기한 4가지 항목 중 3가지는 기각하고 한 가지 항목만 특허성을 인정했다. 대우일렉측은 “특허성이 인정된 항목도 세탁기 모터를 돌리는 데 직접 필요한 기술이 아니라 모터를 세탁기에 부착하는 부품의 단순한 형상에 관한 것”이라며 “이번에 문제된 직결식 모터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본안 판결까지 가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특허가 인정된 기술은 세탁기의 소음과 진동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라는 반박이다.LG전자측은 “이번에 우리가 특허권을 제기한 기술은 모터 자체가 아니라 그 모터를 드럼에 단단하게 연결시키는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이 독특한 결합 구조 덕분에 드럼 세탁기의 소음과 진동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설명이다. LG전자측은 “대우일렉이 이 특허를 도용한 제품을 해외에서 우리의 히트상품인 트롬 세탁기보다 30% 이상 싼값에 파는 바람에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기술 개발에만 주력했지만 이번 소송을 계기로 특허 문제에도 엄격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드럼 세탁기 시장은 전체 세탁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몇년새 급성장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 현재 LG전자(51%)가 앞선 가운데 삼성전자(39%)와 대우일렉(10%)이 뒤를 쫓고 있다. 대우일렉측은 “법원이 인정한 LG전자의 특허기술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클라쎄 드럼세탁기의 대체 모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설계를 조금만 바꾸면 되는 간단한 문제여서 제품의 생산 판매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속은 그리 편치 않다. 지난 3월 가전제품 유통망인 하이마트와의 공급 계약이 끝나면서 가뜩이나 국내 영업망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대우일렉측은 “LG전자가 2005년에도 똑같은 기술로 삼성전자 하청업체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며 “한번 졌던 싸움을 왜 또 시작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LG전자측은 “그때는 특허 대상이 직결식 모터였고 이번에는 모터와 드럼을 연결시키는 구조”라며 “전혀 다른 소송”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대우일렉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면 왜 재설계 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은 ‘회피 설계’야말로 특허 침해 사실을 자인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李 “한강 900만평 남북경협 場으로” 朴 “평화정착→경제통일→정치통일”

    李 “한강 900만평 남북경협 場으로” 朴 “평화정착→경제통일→정치통일”

    한나라당은 19일 대전 평송 청소년 수련관에서 대선 경선 후보 5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5명의 후보들은 이날 대북정책, 북핵해법, 후보 이념성향 등을 놓고 지난 두 차례의 토론회와 달리 뜨거운 공방전을 펼쳤다. 이명박(얼굴 왼쪽) 후보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 공동으로 한강 하구 900만평 부지를 조성해 남북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으로 만들겠다.”면서 “이렇게 하면 10년 안에 북한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3000불이 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집집마다 냉장고와 세탁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경제 통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비핵, 개방,3000구상´을 확실히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박근혜(오른쪽) 후보는 “저의 목표는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과 북의 7000만 겨레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통일을 이루는 것”이라면서 3단계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핵무기를 완전 제거하고 군사적 대립을 해소하는 평화정착의 첫 단계,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경제통일의 두 번째 단계를 거쳐, 자유와 인권·복지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통일의 마지막 단계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어 “북한의 모든 핵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도록 보상과 제재를 적절히 사용하고, 철저한 국제공조로 북한을 반드시 비핵화의 길로 끌어내겠다.”고 다짐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28일 서울에서 마지막 종합토론회와 집권비전 선포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광삼 한상우기자 hisam@seoul.co.kr
  • [홍콩 반환 10년 현장을 가다] (상) 안정과 민주사이의 홍콩인들

    [홍콩 반환 10년 현장을 가다] (상) 안정과 민주사이의 홍콩인들

    오는 7월1일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금융·무역의 허브, 동양의 진주 홍콩의 밤거리는 계속 불야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코스모폴리탄 홍콩인은 과연 중국의 공민(公民)에 머물고 말 것인가. 사회주의 중국에 맞선 민주의 보루는 어찌 될 것인가.1997년 전반 중국 회귀를 앞두고 쏟아진 이런 질문들에 10년이 지난 오늘 몇 개의 답변은 가능할 듯하다. 현지 탐방을 통해 3회에 걸쳐 홍콩 특집을 싣는다. 2005년 12월 홍콩에서 중대 사건이 발생한다. 막강 홍콩 경찰의 방어벽이 세계무역기구(WTO)체제 반대에 나선 한국의 원정 시위대에 무너졌다. 예고된 시위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을 사전답사까지 했던 홍콩경찰이지만, 시위대의 노련한 작전에 맥없이 1차 저지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시위대의 ‘밀기’에만 신경쓰다가 ‘밀었다, 당겨’는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고 한다. ‘유도의 원리’에 우르르 앞으로 넘어진 홍콩 경찰들 위로 한국인 시위대의 진격 모습이 TV로 생생하게 전달되자 홍콩 사람들은 경악하고 만다.“한국 사람이야 ‘그 정도 갖고 뭘’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홍콩인들의 충격은 컸습니다. 그 일 이후 한국인에 대한 인상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몰라요.” 홍콩 한인회 김구환 부회장의 말은 ‘안정’에 대한 홍콩인들의 집착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홍콩인의 안정에 대한 집착은, 곧 ‘혼돈’에 대한 불안감의 반영이다. 홍콩의 최근 역사는 안정희구 성향을 잘 보여준다.1967년 노동 파업으로 시작돼 반식민지 운동으로 번졌던 반영(反英)폭동 때도 노동자 탄압이나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보다는 결국 시위대만이 혼란의 주범으로 각인된다. 사회 질서가 불안해지고, 자본이 홍콩을 빠져나가자 홍콩인 대다수는 시위대를 원망하게 된다. 이는 홍콩인들이 ‘안정’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실제 안정이 흔들리면 홍콩인들도 크게 흔들렸다. 홍콩 반환이 결정된 1984년 중국과 영국의 연합성명 발표 이후 본격화된 홍콩인의 해외 이주는 1989년 천안문 사건으로 중국이 혼란에 빠져들자 절정을 이루게 된다. 캐나다 서부도시 밴쿠버가 돈 많은 홍콩인들의 집단 이주로 ‘홍쿠버’로 불리게 된 것도 이후의 일이다. 현재는 상황이 변했지만…. 굵직한 사건 때마다 ‘안정’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된다. 홍콩인의 중국 본토 자녀 흡수 문제의 분수령이 됐던 2000년 홍콩 입경처 방화사건을 보자. 심사과정 등에서 심하게 모욕을 당한 일부 ‘대륙인(중국본토 사람)’들이 우발적으로 불을 지르며 난동을 부린다. 그러나 홍콩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홍콩을 혼란에 빠뜨릴지도 모를 ‘대륙인의 폭력’에 시선을 집중한다. 그 결과 대륙인이 홍콩에서 당한 인권모독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한 해 전만 해도 ‘홍콩인들이 본토에서 낳은 자녀는 홍콩인이 될 수 있다.’는 종심(終審)법원의 판결로 대륙에 남은 홍콩 자녀들의 입경이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위 난동으로 ‘폭도’,‘홍위병’ 등의 단어가 들먹여지자 여론은 험악해져 갔고, 판결은 허망하게 뒤집힌다. 안정이 기준이었다. 2003년 홍콩에서는 50만명이 모여 시위를 벌인다. 영국 식민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홍콩 정부가 국가전복행위를 금지한 국가안전법을 입법화하려 하자 회귀 기념일인 7월1일 시민들이 반대시위를 통해 이를 무산시킨다. 많은 이들은 여기서 민주주의의 단초를 찾는다. 행정수반 둥젠화의 하야와 직선제 요구가 본격 제기된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4년 국회의원 선거는 예상과 달랐다. 친중파(親中派)의 승리.“시민들이 중국과의 대화를 통한 ‘안정’을 바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언제 홍콩에 자유와 민주가 있었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영국 식민시기의 자유도 결국은 민주주의 없는 ‘시장의 자유’ 또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자유일 뿐인데, 보편적 자유인 양 찬양됐다는 얘기다. 주로 중국쪽 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1997년 반환을 앞두고 영국 식민정부에 의해 진행된 정치개혁을 식민통치의 잔재를 남기려는 술책이었다고 비난한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정치전문 대기자 크리스 영은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의 민주는 중국과 영국이 홍콩문제를 해결한 80년대 중반 무렵에 싹이 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 식민정부는 홍콩 반환이 확정된 1984년부터 반환 직전까지 상당한 자치권과 국제적 자율성을 부여한다. 선거권·피선거권·정치참여권은 중국 반환 결정 이후 부분 도입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명예로운 퇴각을 위한 정치개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홍콩에서 만난 상당수 홍콩인들은 ‘민주화’에 대한 질문 자체에 민망한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그들은 대체로 “우리는 안정속의 번영을 원한다.”고 답했다.‘민주’라는 가치에 집착하지 않아 보였다. 진정한 민주와 자유가 없던 영국 식민 시절부터 ‘안정’된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번영을 누려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글 사진 홍콩 이지운특파원 jj@seoul.co.kr ■ ‘一國兩制’ 일거양득 효과 |홍콩 이지운특파원|‘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는 홍콩 반환을 앞두고 홍콩인뿐 아니라 영국 등 서방 세계를 안심시키는 주요 기제로 작용했다. 이는 나아가 대(對) 타이완 통일 원칙으로도 적용되고 있다. 눈엣가시와도 같은 티베트 문제에도 마찬가지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 귀국을 종용하는 당근,‘고도의 자치’도 일국양제의 변형이다. 왕전민(王振民) 칭화대 법학원 부원장은 “일국양제를 통한 통일 구상은 중국인의 통일관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게다가 이는 아무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 통일 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만큼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의 성공은 중국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이번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정치선전이 진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국양제는 개혁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것이다. 그는 1978년 중국 공산당 11기 3중전회에서 ‘사회주의를 핵심으로 하되 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두 체제를 병행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당초 선전(深) 등 경제특구에서 적용했던 것이다. 일국양제 10년에 대해서는 일단 좋은 평가가 우세하다. 마거릿 베킷 영국 외무장관은 최근 홍콩을 방문,“지난 10년간 정치·경제적으로 약간의 부침이 있었지만 당시의 불길한 예언은 결코 실현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12년 전 홍콩에 대한 전망 보도가 잘못됐다고 시인하면서 홍콩 반환 10년의 변화상을 전하며 “홍콩은 아직 죽지 않았고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전했다. jj@seoul.co.kr
  • “M&A 가치 있는 상장사 257개사”

    국내 상장사중 인수·합병(M&A) 가치가 존재하는 기업은 257개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우증권 이원선 수석연구위원은 15일 ‘M&A 빅뱅’이라는 보고서에서 대주주 지분율이 3분의1 미만이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5배 미만인 기업은 M&A가치가 존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해당하는 기업은 1526개 상장사의 16.8%인 257개사다. 이사해임은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 사안으로 전체 주식의 3분의2가 동의해야 한다. 따라서 대주주 지분율이 전체 주식의 3분의1보다 낮으면 적대적 M&A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PBR가 낮을수록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주가가 싸다는 의미이므로 자본 이득을 목표로 하는 M&A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 시장에서 M&A가 아직 보편적 투자수단으로 쓰이지 않지만 시장에서 M&A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 근거는 우선주 괴리율이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보통주보다 값이 싸다.50%였던 차이가 최근 들어 가격이 더 낮게 평가돼 60%대에 이른다. 이는 M&A에 대비해 기업의 본질가치 이외에 의결권 프리미엄이 주가에 더해져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열린세상]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인가/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열린세상]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인가/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오는 8월17일이면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만 3년이 된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산업연수생’으로 위장하여 채용해 온 산업연수제를 대체한 제도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노동법상 ‘근로자’ 신분을 부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국제이주 전공 학자들과,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등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전지구적 인권규범’을 준수하는 선진적 제도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어느 정도 제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개발국가들의 논리를 탈피하여,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보편적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국내 일부 사회단체에서는 고용허가제를 ‘현대판 노예제’라고 폄하하고 있다.3년을 단위로 한 생산기능직 이주노동자의 교체순환, 사업장 이동 제한 등으로 인해 실질적 노동권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사회단체들의 주장이다. 사회단체들은 또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을 ‘인간 사냥’이라고 비난하며,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불법체류자 사면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ILO) 등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국제기구에서는 ‘이주노동자 교체순환 원칙’에 대해서 시비를 걸지 않는다.‘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제한’은 한국인 노동자의 일자리 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조항으로, 그 요건과 절차가 분명히 정해져 있다. 다시 말해, 이주노동자에 대해 가해지는 일정 정도의 제약은 ‘국내 노동시장 보호’와 ‘외국인노동자 인권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방책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외국인들을 단속하여 강제 퇴거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정당한 권리 행사이지,‘인권 침해’가 아닌 것이다. 출입국관리법에 정해진 절차의 준수 여부를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불법체류자 단속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흔히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외국인 미등록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에서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이익단체로서의 속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프리먼과 제임스 메도프가 ‘노동조합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What Do Unions Do?)’에서 명쾌하게 밝힌 것처럼, 노동조합은 자기 조직원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조직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과 사회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불안정한 체류자격을 가진 미등록노동자들이 ‘사면’을 절실히 바라고 있으므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그러한 발언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국내 몇몇 사회단체에서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미국 정치학자 게리 프리먼의 ‘고객 정치’ 개념을 대입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상담소의 경우 그곳을 찾는 주요 고객이 미등록 노동자들이므로, 그 단체들은 미등록 노동자의 이익을 반영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개념을 활용하면, 국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불법체류자 사면’을 몇 년째 반복하여 외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익집단이 이해관계를 위하여 다른 견해를 비판하며 자신의 주장을 하는 행위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근거 없는 억지 주장을 방치해서도 안된다. 과연 고용허가제가 현대판 노예제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비난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회를 막론하고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나라들 모두의 몫일 것이다. 시민사회의 냉철한 판단이 절실하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 [사법연수원 24시] (하) 연수원 수료생들의 진로 고민

    [사법연수원 24시] (하) 연수원 수료생들의 진로 고민

    “80년대에는 상무급,90년대에는 부장급 대우를 해줬다는데 지금은 과장 1호봉에서 대리 말호봉이 보편적인 대우죠.” 일반 기업에 취업한 한 변호사의 말이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해도 대리로 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A증권사가 연초에 변호사 1명의 채용 공고를 내자 80명의 연수원 수료 예정자들이 몰렸다. 연수원생들은 기업 가운데서도 증권·은행·보험 등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금융권을 선호한다. ●올 수료생 975명 중 4명 아직 ‘백수´ B은행에서 과장으로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연수원 수료생들은 은행의 과장이나 대리로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나마 은행마다 1∼2명밖에 뽑지 않아 입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수원생들은 불과 몇년 전 ‘대리로는 가지 말자.’고 외쳤지만, 대리로라도 취업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올해 연수원을 수료한 36기 975명 가운데 아직까지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경우는 4명(5월말 기준). C변호사는 지난해 연수원을 수료하고 법률사무소 취업이 확정되기까지 한 달 동안의 스트레스를 잊지 못한다.“고시생 때는 백수처럼 트레이닝복 입고 슬리퍼 끌고 다녀도 시험만 합격하면 된다는 생각에 괜찮았는데, 연수 기간이 다 끝나도록 진로가 확정되지 않았을 때의 중압감이란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라면서 “부모님 뵐 면목이 없어서 친구 집에서 지낸 날도 많았다.”고 말했다.D변호사는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가면 사장이 변호사를 비서처럼 부리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연수원 수료생들의 진로가 최근 들어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998년 연수원을 마친 27기 315명 가운데 판·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직역을 제외한 분야로 진출한 연수원생은 2명뿐이었다. 졸업생이 두배가량인 678명으로 늘어난 30기에서는 40명이 비법조 분야로 나섰다. 올해 2월 연수원 문을 나선 36기 975명 가운데 124명(12.7%)이 비법조 직역에 진출했다. ●공공기관 진출 매년 증가세 비법조 분야 가운데 공공기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안정적인 데다 법조계 진출 가능성과 플러스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진출은 1999년(28기) 10명에서 2005년(34기) 58명으로 6년 만에 5배 증가했다. 지난해(35기)에는 63명, 올해는 72명이다. 기업의 법무팀 진출은 지난 2004년(33기) 이후 꾸준히 40∼5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E변호사는 “기업 법무팀에 근무하다 로펌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로펌으로 갔다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기업 법무팀으로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회사 변호사는 출퇴근 시간이 정확하고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쓰며 ‘웰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수원 1년차인 38기 이정원(38)씨는 “연수원을 마치고 바로 임관하는 것이 개인 경쟁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하는 연수원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연수원 내 취업센터 개설 추진 연수원은 조만간 취업센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윤식 기획총괄교수는 “일단 홈페이지에 취업 관련 자료를 모아놓는 취업센터를 개설하고, 연수원 내에 취업 전문가가 상주하는 사무실 문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11월 하순쯤 열던 취업설명회도 올해부터는 취업박람회 형식으로 바꿔 대규모로 치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로스쿨 법안이 통과되면 연수원이 사라질 판이다. 연수원은 기존 법조인 연수기능 강화, 연구기능 강화 등의 대안을 검토 중이다. 이윤식 기획총괄교수는 “국내외 대학 등 각종 연구기관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기초로 학계와 실무 법조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박지윤기자 wisepen@seoul.co.kr
  • 신용카드도 ‘보험’ 드세요

    신용카드도 ‘보험’ 드세요

    조그만 술집을 운영하는 박성철(32·가명)씨는 얼마 전 새벽 집 앞 건널목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승용차에 치이고 만 것이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2개월은 병원에서 푹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장 생활비도 급했지만 500만원의 신용카드 대금이 더 걱정이 됐다. 그러나 신용카드사의 신용보장서비스가 ‘구세주’가 됐다. 이 서비스로 카드 이용대금을 면제받고 자칫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에서 벗어났다. 각종 사고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질병 역시 언제 암초로 떠오를지 모른다. 신용보장서비스는 예기치 않은 어려움에 부딪힌 고객이 신용카드 사용액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선진 서비스다. ●금융당국 “보험업법상 문제 없다” 카드사의 신용보장서비스(DSDC)는 일종의 카드 대금 보험이다. 고객이 매달 보험료를 납부하면 불의의 사고나 병에 걸렸을 때 대금을 면제하거나 납부를 미뤄준다. 보험금으로 카드 대금을 대신 갚아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신용보장서비스는 보험사의 고유업무와 겹친다는 논란으로 활성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보험업법상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본격적으로 고객들에게 선보일 전망이다. 현재 업계의 신용보장서비스는 삼성카드의 ‘S 크레디트 케어(S Credit Care) 서비스’와 현대카드의 ‘크레디트 세이프(Credit Safe) 보험’ 등이다. ●결제금액 0.5% 정도로 대금 면제 S 크레디트 케어 서비스는 매달 청구금액이 확정되는 시점에 카드 결제대금의 0.26∼0.53%를 내면 불의의 사고나 질병, 사망, 장기입원(2∼6개월) 때 최고 5000만원까지 카드이용액이 면제된다. 결제 금액이 100만원이면 2600∼5300원을 내면 된다. 단기입원이나 실직, 자연재해 등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최장 12개월까지 이자 없이 카드대금 결제를 연기할 수도 있다. 현대카드의 크레디트 세이프 보험도 비슷하다. 카드 회원이 예기치 않은 사정으로 카드 대금이나 대출금 상환이 어렵게 되면 이를 대신 갚아주는 서비스다. 현대해상화재보험과 제휴, 회원이 사망하거나 질병, 상해로 한쪽 눈 실명 등 영구 후유장애를 입게 되는 경우가 대상이다. 매달 내는 보험료는 해당월 카드대금 청구 금액의 0.486%로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현대카드는 또 올 1월부터 LIG손해보험과 제휴, 카드대금의 대신 결제뿐 아니라 별도의 보험금도 지급하는 ‘크레디트 쉴드(Credit Shield) 보험’도 판매하고 있다. 크레디트 세이프 보험과 마찬가지로 5000만원까지 카드 대금을 대신 갚아준다. 여기에다 상해로 사망하거나 후유장해가 발생하면 최고 3억원까지 보험금으로 지급받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유사 서비스는 현대캐피탈의 대출금 상환 면제제도다. 교통사고, 질병 등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거나 중증 장애인이 됐을 때 대출 상환을 면제해준다. 다만 현대캐피탈이 고객 대신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고, 고객의 부담은 없다는 게 다르다. ●업계 전체로 일반화될 것 다른 카드사들도 금융당국의 유권 해석에 따라 신용보장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2005년 3월 시행했다 중단된 신용보장서비스를 조만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신한카드는 매달 카드 이용액의 0.1%를 내면 사망이나 1급 장해 때 최대 5000만원 한도에서 카드대금을 전액 갚아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불상사에 대비할 수 있고, 카드사는 불가피하게 연체한 고객을 상대로 추심 절차 등을 밟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서 “금융당국의 공식적인 지침이나 언질 등이 내려오면 카드업계 전체적으로 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빌 게이츠 “인간의 위대한 발전은 불평등 줄일 때 온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인류의 위대한 진보는 ‘발견’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발견들이 얼마만큼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기술 발전은 부와 보건, 교육 등 다양한 불평등을 해소할 때 비로소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7일(현지시간) 중퇴한 지 30년 만에 하버드대 졸업장을 받은 자리에서 졸업생 및 동문들에게 불평등에 도전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그는 연설에서 “공교육과 공중보건, 광범위한 경제 기회 등이 민주주의를 통해 확산돼 수 있었다.”면서 “인터넷도 사회 구성원들이 보편적인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위대한 발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성취”라고 역설했다. 그는 “대학 시절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불평등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를 깨닫는 데 수십년이 걸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졸업생들이 30년후 이 자리에 다시 돌아와 일의 성취로서만 아니라 불평등을 바로잡는 데 기여한 공로로서 자신을 평가하기를 바란다.”말했다. 또 에이즈 등 인류 당면 문제를 거론하면서 “문제해결 접근법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영향력, 당신의 성공 및 실패에서 다른 사람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회장은 연설문 준비를 위해 반 년 이상 공을 들이며 워렌 버핏 등 지인들과 의논해 왔다. 이를 위해 조지 마셜 전 미 국무장관이 1947년 6월5일 역시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마셜플랜의 내용을 발표할 당시 연설문을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후 붕괴된 유럽사회의 재건을 목표로 작성된 마셜의 연설문이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자신의 메시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이츠는 1973년 법학과에 입학한 뒤 수학과로 전과했다.3학년 재학 중 MS를 창립하고 사업에 몰두하기 위해 77년 자퇴했다.MS는 세운 지 3년 만인 1980년에 세계 굴지의 IBM사와 거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게이츠는 내년부터 MS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아내 멜린다 게이츠와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새로운 도전인 ‘불평등과의 전쟁’을 위해 인도주의 사업에 몰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dawn@seoul.co.kr
  • 베일 속 ‘하얀 거탑’ 거침없는 폭로들

    모든 권력의 공통적인 속성은 장막으로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열어젖히기 힘든 장막의 하나가 고도의 전문성으로 포장된 전문가 영역이다. “모르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다.”는 자괴감 위에 은폐와 기만은 싹을 틔운다. 의료분야는 대표적인 전문 분야다. 진단 결과만을 통보받는 환자들은 정작 진단과 치료과정이 궁금하지만, 의사들이 쓰는 암호 같은 언어는 의사의 권위만을 강화할 뿐이다. 생명과 질병의 영역조차 종종 권모술수의 쟁투장이 된다는 사실을 내부고발자의 용기 없이 일반인들이 알아차리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두 명의 내부고발자가 있다. 모두 의사다. 한 명은 외과 의사, 다른 한 명은 가정의학과 의사다. 한 명은 병원 내부의 숨기고픈 진실을, 다른 한 명은 제약계의 검은 로비실태를, 가명 혹은 실명으로 거침없이 폭로했다. ‘인턴X’(양정현 옮김, 김영사 펴냄)의 저자 ‘닥터X’는 1960년대 자신이 인턴생활 1년간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일기 형태로 써내려갔다. 궤양성 대장염에 걸린 75세 광부 노인을 수술비가 없다며 외면하는 선배 의사들의 놀랍도록 무서운 침묵과 가혹한 방관을 목격하며 닥터X는 치를 떤다. 저자는 20대 여성의 심각한 대퇴동맥 질환을 오진한 의사들이 서로 쉬쉬하며 진실을 숨기자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경악을 느끼면서도 “나 또한 진실에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는 의사의 한 사람”이라며 괴로워한다. 환자를 다리, 머리, 복부 등 환부로만 파악하는 의사들 틈바구니에서 일개 인턴인 닥터X는 의사 세계를 지배하는 비밀스러운 장막의 속살을 기록하고 또 기록했다.80년대 초 번역돼 94년 절판될 때까지 ‘인턴X’는 수많은 의로운 의학도들을 외과의사로 이끌었다. 하지만 재출간된 지금까지도 닥터X의 실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레이 스트랜드는 ‘약이 사람을 죽인다’(이명신 옮김, 웅진리빙하우스 펴냄)라고 잘라 말한다.30여년간 가정의학과 의사로 활동해온 저자는 신약이 개발돼 환자의 입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둘러싼 ‘장막의 뒤편’을 공개한다. 초대형 제약회사와 미국식품의약국(FDA)간의 검은 파트너십이 장막 뒤편의 실체다. 미국 제약회사들은 신약개발에 쏟아 부은 엄청난 돈을 뽑기 위해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FDA 신약 승인 기간을 최대한 줄여 특허기간을 조금이라도 연장 받고자 압력을 행사한다.FDA는 제약회사로부터 승인 절차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고 승인기간을 줄여준다. 결국 임상실험 기간이 단축되고, 치료제가 예방제로 둔갑되기도 한다. 이런 약이 일으킬 화(禍)는 고스란히 환자들 몫이다. 한국의 황우석 사태에서도 목격되듯 ‘신약개발=떼돈’이란 논리는 늘 이해관계자들의 조급증을 부추긴다. 그 조급증은 결국 “신약 부작용의 최종 임상실험 대상은 소비자인 당신이다.”라는 저자의 섬뜩한 경고로 이어진다. ‘하얀 거탑’이 가리고 있는 진실이 장막 밖으로 노출되기 위해선 누군가의 두려움 없는 용기가 필요하다. 의사 혹은 그 어떤 전문가에게도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자질은 고도의 전문성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애다. 두 권의 책은 그 같은 체험적 진실을 뜨겁게 웅변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Seoul In] 가족영화 ‘아들’ 무료 상영

    서초구(구청장 박성중) 오는 8일 서초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온가족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가족영화 ‘아들’을 상영한다.15년 만에 만난 아버지와 아들이 하루동안 벌이는 에피소드를 보편적 감성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최근 극장가에서 성황리에 상영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오후 7시 30분 등 2회 상영된다. 상영시작 30분 전에 선착순 800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구민회관은 최신 음향시설과 대형 스크린을 갖추고 있다. 문화행정과 570-6628.
  • 시간의 문화사/앤서니 애브리 지음

    우리는 시간이란 거스를 수 없고, 누구도 그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여긴다. 사람들은 시계와 달력이 자신의 생활을 통제하는 것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와는 다른 종류의 시간 개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 그도 무리가 아닌 까닭은 우리의 근대사가 서구화의 역사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서양 문명의 소산인 서구적 시간관에 머리끝까지 물들어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 시간을 다룬 많은 연구들이 소위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선형적(線形的) 시간관을 뒷받침하고 강화시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시간에 화살표를 부여하는 가장 확실한 과학적 근거로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의 법칙이 꼽힌다. 엔트로피란 무질서의 정도를 뜻하며, 집이 오래되면 무너지듯 모든 것은 질서에서 무질서로 이행한다. 비슷한 기반을 갖지만, 우주 탄생의 표준 가설로 받아들여지는 빅뱅 이론도 태초 이래 우주가 계속 팽창한다는 팽창 우주론으로 역시 시간에 거스를 수 없는 선형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천문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앤서니 애브니는 ‘시간의 문화사’(최광열 옮김, 북로드 펴냄)에서 이런 과학법칙들만으로 오늘날 세계를 단일한 척도로 지배하는 시간관을 모두 설명하거나 정당화할 수 없다는 신선한 주장을 펼친다. 이 책의 장점은 여러 가지이다. 고대 천문학과 고고학, 인류학에 대한 깊은 지식과 치밀한 설명은 우리에게 지금의 시간과는 다른 이른바 비서구적 시간과 그 기록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독자적인 궤적을 그려온 잉카, 아스텍, 그리고 중국 문명이 순환적 시간관과 선형적 시간관을 어떻게 접목시키면서 제각기 ‘시간의 제국’을 건설했는지 비교문명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애브니는 이 책의 원제인 ‘시간의 제국들’이 자신들의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의 정치성과 사회성, 문화성을 빚어냈다는 사실을 예리하게 들추어낸다. 우리를 지배하는 서구적 시간관도 그리스에 그 뿌리를 두면서 기독교를 거쳐 보편적인 법칙성을 강조하는 근대과학의 정량적·기계론적 세계관에 의해 기본 틀을 갖추고, 진화론의 영향을 받은 ‘진보의 사다리’라는 이념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 우리를 옭죄는 선진국병이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강박도 서구적 시간관과 그 속에 각인된 진보 이데올로기와 무관치 않은 셈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 우리에게 열어주는 가장 깊숙한 창문은 시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나일강 상류에 거주하는 누에르족의 생활양식을 통해 ‘시간의 제국’을 벗어난 다른 종류의 시간이 있음을 보여준다. 누에르족은 자연의 주기와 인간의 활동을 조화시킨 생태적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생태적 시간은 그들의 생활에서 중심이 되는 비, 가뭄, 범람 등의 리듬과 연관된다. 그러나 이 시간은 자연의 주기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의 인간 활동을 중심으로 삼는다. 그런 면에서 인간 활동과 동떨어져 그 자체가 실체인 서구적 시간과는 근본적 차이를 가진다. 또한 누에르족에게는 시간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 지루한 우기의 하루가 활동이 많은 건기와 같지 않다는 인식은 시간의 질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양적 개념을 고집하는 서구 시간관에 비해 합리적이지 않은가? 결국 그는 서구적인 시간관만이 유일하게 과학적이지는 않으며, 똑같이 과학에 기반하는 다른 시간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동광 (과학저술가)
  • [책꽂이]

    ●평화의 얼굴(김두식 지음, 교양인 펴냄)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의 명령’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국가의 가치와 개인의 신념이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파고들어 한국 사회의 오늘을 진단한 책.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가 남의 문제, 이단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보편적인 인권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군법무관과 검사 등 법무공무원을 지낸 뒤 경북대 법대에서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모든 폭력을 거부하는 ‘평화주의’ 입장으로 돌아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관용의 정신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1만 4000원.●여행자:하이델베르크(김영하 지음, 아트북스 펴냄) 2004년 동인문학상,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한꺼번에 거머쥐며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대열에 합류한 저자가 작심하고 도시 여행을 시작했다. 첫 번째 여행지는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앞으로 일곱개 도시를 더 여행하고, 일곱권의 책을 더 낼 예정이다. 전문가 못지 않은 사진 실력이 돋보인다. 일반 여행기와 달리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읽는 맛도 넘친다. 소설과 사진, 그리고 에세이를 합쳐 놓았다고 할까. 삶과 죽음을 생각하기에 좋은 도시, 하이델베르크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9800원.●여럿이 함께(프레시안북 펴냄) 신영복, 김종철, 최장집, 박원순, 백낙청 등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지식인 다섯 사람이 정치·사회·경제·언론·통일 등 각 분야에 걸쳐 소통과 공존을 이야기 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6월항쟁 이후 20년, 민주주의는 과연 완성됐는지, 그럼에도 민중들의 삶은 또 왜 이렇게 팍팍해졌는지,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많은 딜레마를 안고 있는지….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창간5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이들 다섯 명의 연속 강연과 토론을 엮은 책이다.1만원.●잊혀진 전쟁 왜구(이영 지음, 에피스테메 펴냄) 고려, 조선시대에 우리 해안 지역을 노략질한 일본인 해적집단. 왜구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다. 하지만 왜구 연구를 주도해온 일본 학계에서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고려인, 조선인과 중국인들도 포함된 다국적 해적’이라는 식으로 역사왜곡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대 일본학과 교수인 저자는 고려사 등의 사료 검증과 철저한 현장 조사를 통해 일본 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왜구상을 바로잡는 시도를 했다. 저자는 고려말의 왜구를 당시 일본 국내의 남북조 내전 상태가 국경을 넘어 고려와 중국까지 확대된 것으로 그 100년전의 여몽연합군의 일본 침공에 대한 보복의 성격도 있다고 주장한다.2만 2000원.●다른 곳을 사유하자(니콜 라피에르 지음, 이세진 옮김, 푸른숲 펴냄) 비판적 사유는 떠돎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이주한 지식인들의 삶과 사유를 통해 보여준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자 사회과학고등연구원 다학문연구센터 공동책임자인 저자는 노마드(또는 디아스포라, 또는 호보 등) 지식인들의 이같은 비판적 성찰을 통행, 이주, 이동, 이산, 혼합, 전환 등의 ‘키워드’로 정리하면서 자신의 세계에 안주하는 지식인들에게 “이미 만들어진 길에서 벗어나 다른 곳을 사유하러 떠나자.”고 제안한다. 게오르그 짐멜, 한나 아렌트, 시몬 베유, 다니엘 보야린, 샤히드 아민, 조르주 발랑디에 등 획일주의를 거부하는 비판적 지식인 20여명의 삶과 사유를 담았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이주는 단지 공간적인 이동뿐만 아니라 신분·계층의 이동, 학문의 이동 등을 모두 아우른다.1만 4000원.●풍경의 쾌락(나카무라 요시오 지음, 강영조 옮김, 효형출판 펴냄) ‘경관공학’을 창시한 원로학자가 제시하는 ‘좋은 풍경론’을 담은 책. 저자는 ‘풍경’이라는 단어에 ‘바람(風)’이 들어 있는 사실에 주목한다. 바람이 손에 잡히지 않듯 풍경 또한 항상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의 풍경론에서 중요한 것은 ‘대지’와 ‘사람’이다. 자연과 인간이 만났을 때 비로소 풍경이 탄생한다. 다시 말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올바를 때 아름다운 풍경이 나온다는 얘기다. 저자는 일본이 버블붕괴로 인해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것은 행운이라고 역설한다.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장, 생태계와 공존하는 인류에 눈을 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만 3000원.●나는 세종대왕의 아버지다(고사리 지음, 일월문학 펴냄) “아들아 천하의 오명을 내가 다 짊어지고 가겠다.” 두차례의 ‘왕자의 난’ 끝에 권력을 쟁취한 뒤 재위 18년동안 끊임없는 개혁정책을 펴 조선왕조 500년의 탄탄한 기틀을 세운 태종 이방원의 고뇌와 고독을 그린 장편 역사소설. 세종대왕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한글창제를 비롯한 수많은 업적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태종이 철권통치를 통해 권력의 기틀을 다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준다.9500원.
  • [이젠 포스트 BRICs] (17) 취재기자 방담

    [이젠 포스트 BRICs] (17) 취재기자 방담

    서울신문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기획물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를 연재,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칠레 등 신흥국가로 성장하고 있는 8개국을 소개했다. 현장 취재에 나섰던 기자들은 방담을 통해 이제 우리나라도 우리가 최고라는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서로를 인정하고 공생하는 지혜를 익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기자들의 방담 내용을 간추린다. -무엇보다 이번 취재는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힘이 놀랄 만큼 폭발적으로 늘고 있음을 확인한 계기가 됐습니다. 세계는 이들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에 깜짝 놀라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들 시장을 더 확보할까, 어떻게 투자하고 이들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할까에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기자 스스로 세계 경제와 지구촌 부의 지도를 역동적으로 재편하고 있는 나라들의 변화에 너무 무지했구나 하는 반성도 했습니다. 이번 기획이 이들의 놀라운 성장과 부상을 확인하고 한국경제 활력의 방안을 궁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취재를 통해 느낀 것은 한국사람들 스스로 좀더 겸손해져야겠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 대한 홍보가 더욱 강화돼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멕시코와 칠레의 경우 한국을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삼성과 LG의 첨단제품을 사면서도 한국이란 나라를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저 LG란 회사, 삼성이란 회사의 물건을 사는 것일 뿐인데도 일부 한국 기업인들은 그들을 한수 아래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대도시는 땅투기하는 한국인들로 넘쳐났습니다. 한국 식당에서 한국인들끼리 즉석에서 거래가 되기도 하더군요. 성공한 한국인은 땅장사 잘한 사람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입니다. 그런 한국인들의 속성을 이용해 “대통령과 친하다, 총리랑 친하다.”면서 한국인에게 접근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남아공 한인사회에 나도는 소문중 하나는 움베키 대통령이 한국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부통령 시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괄시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한국인들의 남아공 및 아프리카에 대한 태도와 시각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국제사회에서의 매너, 그리고 길게 보고 장기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태국 장관급인사 홀대하다 되레 당해 -우리나라가 겉모습만 따지다가 큰코를 다친 적도 있답니다. 몇 년전 태국 장관급 인사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가 공항에서 쫓겨났답니다. 그 인사가 점퍼에 청바지 차림이었는데, 공항에서 불법노동자라고 판단, 입국이 거부된 것이지요. 그후 태국에서 한국기업이 활동하는 데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베트남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미국, 일본, 중국보다 훨씬 좋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한국의 경제성장을 매우 부러워하고 아직도 하노이에서는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이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LG, 삼성, 포스코, 오리온제과 등이 다른 외국브랜드를 제치고 한국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동남아 진출시 우리와 불가분 맞부딪치는 일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이 없으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일본과 엮여 있습니다. 예속이라기보다는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봉제, 원목가공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이제 IT(정보기술)산업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저임금으로 원하는 것만 빼먹으려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분석적인 접근도 배울 점인 것 같습니다. 제트로(JETRO·일본무역진흥공사)에서 얻은 자료가 코트라나 대사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준 자료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자세했습니다. -태국에서는 외국인 소유주식의 지분·의결권을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외국인 기업법을 개정할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에 JETRO는 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 7000여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대다수 기업들은 외국인 기업법이 개정되면 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고 응답했습니다. 결국 설문조사로 태국정부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한 셈이지요. 반면 우리 기업들은 “외국인 기업법을 개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외에는 별다른 대응 전략이 없더군요. 위기 대처법도 한국과 일본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려는 현지화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상당수 멕시코인들은 ‘빨리 빨리’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국인 주재원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채근을 당하면 돌아서서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혀를 차곤 한답니다. -베트남은 유교권 국가인 데다가 얼핏 한국과 많이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베트남 사람만큼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도 없습니다. 전쟁의 기억 때문인지 동포애, 민족애도 매우 강합니다.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게 현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나라를 접근할 때 한덩어리로 보면 안 됩니다. 종족이 다양하고 소득수준과 성향도 다릅니다. 기업가들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그들에게 주입하려고 하기 보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기반을 다지는 작업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진출때 위축도 문제지만 과신도 문제 -현지 진출때 해당국 정보가 너무 없어 지레 위축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잘 안다고 과신하는 것도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터키는 한국전 참전국가로, 우리나라와는 ‘형제의 나라’라고 불립니다. 그러다보니 터키 사람들의 ‘선호 외국인 1위’도 한국인이지요. 문제는 한국사람들이 이를 악용, 터키와 터키사람들을 은근히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사업이든, 이민이든, 별다른 준비도 없이 “형제의 나라인데 (터키에) 가면 어떻게 되겠지.”하며 만만하게 보고 덤빈다는 겁니다. 터키의 한인협회장은 “그러다가 쓴맛을 본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며 “그래놓고는 터키의 행정절차가 복잡하다느니, 취업 허가증을 잘 안내준다느니 터키 탓만 한다.”고 혀를 찼습니다.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가들은 하나같이 수하르토 군부정치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민주화과정은 부정한 채 “옛날엔 군부만 잘 다루면 쉽게 성공했는데….”라면서 옛 군부세력과 결탁해 노조를 억압한다든지,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을 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기업가들의 생각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취재대상이 됐던 대부분의 국가들은 양극화 현상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우선 빈부격차가 극심했고 교육기회의 불평등도 심각했습니다. 나라가 좀더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현지의 지식인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기업이 진출할 때 이런 방식으로 현지 사회 공헌도를 높이는 것이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차이를 우리 기준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 등 보편화된 가치 방향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듯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이나 의료분야에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와주는 한국에 고마워하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협회의 안내를 받아 도서관에 갔더니 ‘한국에서 보내주었다´면서 자랑하듯 책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80년대에나 봤음 직한 책들인 데다 워낙 자료가 빈약해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양극화는 터키에서도 심각한 문제였습니다.CJ의 사료공장이 있는 이네겔을 방문했을 때 건너편 섬유공장의 사장만 해도 자가용 헬기를 두 대나 갖고 있을 만큼 부자들은 돈이 넘쳐납니다. 인구가 7500만명이나 되는 데다 부유층이 이렇듯 확실하다 보니 터키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거지요. 하지만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약점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각국의 빈부격차 해소에 도움주길 -카자흐스탄도 대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아스팔트길이 흙길로 변하고 담이 없는 양철지붕집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빈부격차 현상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0년 가까이 집권 중입니다. 일부에선 부정축재를 많이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보내고 있는데 현지인에게 ‘왜 대통령을 바꾸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새 사람을 세워서 또 부정한 부를 축적하느니 현재 대통령을 일하게 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의식이 참 신기했습니다. -맞습니다. 빈부격차보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재밌습니다. 태국에선 에어컨 없는 300원짜리 버스에서부터 3000원짜리 지상철, 더 비싼 택시까지 각자 주머니 사정에 따라 골라 타고 다니는데 이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없었습니다. 태국인들이 분노할 때는 오로지 국왕을 모독할 때뿐이라고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좀 다릅니다. 수하르토 이후 부정부패와 싸워가며 여러번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공공의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하지만 개인적인 문제로 돌아서면 낙관적입니다.30평이 넘는 집에 하인이 먹고 자는 방은 2평 남짓했습니다. 한국인 집 주인이 큰 방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스스로 거절을 하더랍니다. -종교의 영향도 큰 것 같습니다. 대부분 동남아는 이슬람국가인데 이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지 않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역시 베트남은 좀 다르다는 얘기인데 유교국가인 덕분에 열심히 일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의식이 매우 강합니다.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은 마치 우리나라 1960∼70년대를 방불케 합니다. 젊은이들은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대학, 어학학원을 다니면서 자기개발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은 베트남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터키 등 이슬람국 투자의 가장 큰 애로점은 역시 ‘인샬라(신의 뜻대로)’로 모아지더군요. 투자협상을 진행할 때나, 현지 근로자들을 다룰 때나, 뭔가 일이 꼬이거나 벽에 부딪친다 싶으면 어김없이 이 인샬라를 외치는 통에 복장이 터진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터키에서 만난 한 자영업체 한국인 사장이 이슬람권 적응과정은 곧 인샬라 적응과정이라고 했겠습니까. ●이슬람국가선 ‘인샬라(신의 뜻대로)´가 애로점 -아프리카의 경우 가장 특징적인 것은 검은 자본가, 검은 중산층, 검은 기업 등 블랙파워의 빠른 성장과 확산입니다. 시장확보는 물론 전략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도 현지 흑인기업들과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만들어 나갈 때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합니다. 눈에 띄게 성장한 블랙파워의 부상은 아프리카 지역뿐 아니라 지구촌 차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블랙파워의 부상에 어떻게 편승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미국 같은 큰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게 아니라 우리와 가까이 있는 동아시아, 그 다음 큰 나라로 확대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우리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남아공을 취재하면서 우리 경제, 우리의 생존이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해 있으면서도 이를 절실하게 느끼지 않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특히 자원전쟁시대 아프리카의 중요성과, 그 관문이자 교두보인 남아공의 위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국가적인 장기계획이나 대책이 정말 있기나 하는지 반문하게 됐습니다.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다른나라를 제치고 올해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각국이 앞다투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이미 보이고 있습니다. 현지 기업인들이 베트남을 ‘엘도라도(황금의 나라)’라고 칭송하면서 우르르 몰려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기회의 땅인 것은 맞지만 시장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열려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 국가들의 성장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쟁상대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도 합니다. 어느새 급속도로 성장해 한국을 일본과의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처럼 만든 중국의 예에서도 분명히 나타납니다. 해당 국가들이 어떤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발전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면밀히 분석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칠레의 경우 핀란드를 모델로 해서 IT 생명공학(BT)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네트워크 연동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들과 경쟁관계가 되든 협력관계가 되든 상대국가들의 발전모델을 우리나라의 이익에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대한 분석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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