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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45) 세계일주 나선 역관들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45) 세계일주 나선 역관들

    세계가 둥글다는 지식이 보편화되고 교통이 발달하면서 서양에서는 세계일주가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유럽에서는 세계일주에 나선 귀족들이 많았으며, 누가 더 빨리 세계일주를 하는지 내기를 걸기도 했다. 그런 소재로 1870년대에 쓴 작품이 바로 쥘 베른이 쓴 동화 ‘80일간의 세계일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관들도 1880년대부터 세계일주 여행길에 올랐으며, 일기나 시집, 기행문 등의 작품을 남겼다. 세계 각국의 언어는 저마다 달라서 세계일주를 하려면 당연히 여러 명의 통역이 필요했다.1883년에 보빙사로 미국에 파견된 민영익은 변수(일본어), 고영철(중국어, 영어) 등의 통역과 퍼시벌 로웰(미국인), 우리탕(吳禮堂·중국인), 미야오카 쓰네지로(宮岡恒次郞·일본인) 등의 외국인 수행원들을 데려갔다.1896년에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참석한 그의 사촌아우 민영환은 김득련(중국어), 김도일(러시아어), 윤치호(영어)를 데려갔다. ●청계천 해당루에 모였던 역관들의 ‘육교시사´ 청계천 주변에 모여 살았던 역관들은 아들이 10여세가 되면 가정교사를 모셔 역과 시험준비를 시켰다. 역관 변진환(邊晋桓·1832∼?)은 광교 옆에 해당루(海棠樓)를 짓고 자기 아들 변정(邊 ·1861∼1892)과 조카 변위(邊·1857∼?)의 시험공부를 위해 위항시인 강위(姜瑋·1821∼1884)를 초청하였다. 원주 변씨는 대대로 역관으로 이름난 집안인데, 변진환은 1855년 역과에 합격한 뒤에 한학 역관으로 압물주부가 되어 많은 재산을 모았다. 강위는 평생 집 하나 없이 떠돌아다니던 시인인데, 가을 소리를 듣기 위해 상상 속에 집 하나를 세우고 자신의 호를 청추각(聽秋閣)이라 하였다. 그럴 정도로 마음은 언제나 넉넉한 시인이었다. 강위가 청계천 해당루에 입주해 역관 자제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자, 의원 변태환의 아들인 변위는 17세 되던 1873년 역과에 합격하고, 변정만 계속 공부하였다. 이 일대에는 변위의 위당서실을 비롯해 김석준의 홍약관, 김경수의 인재서옥, 박승혁의 용초시옥, 김한종의 긍농시옥, 황윤명의 춘파시옥, 이용백의 엽광교사 등이 잇달아 있어 자주 오가며 시를 지었는데, 강위의 시집 ‘육교연음집(六橋聯吟集)’의 제목을 따서 이들의 모임을 육교시사(六橋詩社)라고 부른다. 광교가 청계천에서 여섯 번째 다리이기 때문이다. 문과에 급제하여 승지 벼슬까지 했던 이원긍(李源兢)도 육교시사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양반이었던 그가 아들 이능화에게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을 배우게 하여 국학자로 활동하게 했던 것도 이 시절 역관들과 가깝게 지내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육교시사에는 역관들이 많아서 그들이 중국이나 일본에 갈 때마다 송별회가 열렸는데, 추사 문하의 동문인 김석준이 중국으로 갈 때에 강위가 홍약관에 찾아가 이런 시를 지어주며 전송하였다. 노당(김석준)은 천하의 선비라서 옛책을 탐독하여 갈고 닦았네. 젊은 나이부터 북학에 뜻을 두어 나라 바깥을 마음껏 달렸네.(줄임) 지난번 내가 다시 중국에 갈 때 처음으로 수레를 나란히 했었지. 나그넷길 밤 새워 이야기 듣노라고 몇 차례나 외로운 등불을 밝게 켰었지. 우리 함께 완당선생의 문하에서 나왔지만 그대 혼자 칭찬받을 만큼 뛰어났었지. 중국을 드나들면서 서양 제국의 침략 아래 신음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고 위기를 느낀 강위는 이제 청나라를 통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하는 북학파의 시대가 다했다고 보았다. 그래서 김옥균 등의 개화파와 어울렸으며,1880년에 수신사 김홍집이 일본에 갈 때에 김옥균의 소개로 따라갔다. 스승격인 강위까지 중국과 일본을 다 돌아보고 돌아오자 육교시사의 역관 동인들은 거의 모두 개화파가 되었다. ●서재필보다 2년 먼저 美 대학 졸업한 변수 강위는 중국에 두 차례, 일본에 세 차례 다녀왔는데, 벼슬이 없던 그는 언제나 비공식 수행원이라 친지들이 여비를 마련해 주었다. 김옥균이 1882년에 일본으로 가게 되자, 강위도 따라나서며 제자 변수에게 여비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변수(邊燧)는 호가 양석(養石)인데, 변정이 고친 이름이다. 변수는 스승과 함께 일본을 여행하게 된 것이 기뻐서, 변진환이 예전에 빌려 주었던 돈을 돌려 받으러 대구까지 내려갔다. 대구감영에 있던 채무자가 마침 서울로 올라가버린 바람에 빚을 받지 못하자, 다른 제자에게 융통해 부산까지 가서 김옥균 일행을 만났다. 강위는 이때 기록한 ‘속동유초(續東遊艸)’에서 “변수는 내가 그의 집에 머물면서 5년 동안이나 글을 가르쳤던 제자”라고 밝혔다. 김옥균 일행의 일본 방문은 3월 중순에서 8월 하순까지 다섯 달 걸렸다. 변수는 그동안 교토에 남아서 화학과 양잠 기술을 배우고 있었는데, 고국에서 임오군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중도에 급히 귀국하였다. 군란이 가라앉고 제물포조약이 체결되자 조정에서 다시 수신사를 일본에 보냈는데, 김옥균과 변수가 정사 박영효를 수행하고 갔다. 변수는 김옥균과 함께 도쿄에 남아서 차관교섭을 하였다. 1883년 7월에 보빙사 민영익이 최초의 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하게 되자 변수도 육교시사의 동인인 고영철과 함께 수행하게 되었다. 아더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는 공식적인 일정이 10월 중에 끝나자, 변수는 민영익을 따라 유럽여행을 떠났다.12월 1일에 뉴욕에서 배편으로 떠난 이들은 그 이듬해인 1884년 5월에야 조선으로 돌아왔다. 갈 때에는 태평양을 건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으니,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일주를 한 것이다. 일본과 미국을 돌아보며 견문을 넓힌 변수는 갑신정변의 주역으로 나서서 외국 공관과의 연락을 맡았는데, 삼일천하로 끝나게 되자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하였다. 베어리츠 언어학교를 마친 뒤에 1887년 9월 메릴랜드주립농과대학에 입학하여,1891년 6월에 이학사 학위를 받았다. 최초의 미국 유학생은 보빙사의 수행원으로 함께 미국에 왔던 유길준인데, 그는 거버너 더머 아카데미(대학예비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갑신정변 때에 귀국했으므로 대학에 진학하지는 못했다. 변수는 컬럼비아의과대학(현 조지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서재필보다 2년 앞선 최초의 대학 졸업생이다. 미국 농무성에 취직해 공무원까지 되었지만,4개월 만에 모교 앞에서 열차에 치여 죽었다. 개화의 의지를 펼쳐보지 못하고 32세에 세상을 떠난 것이 아쉽다. ●고씨 역관 4형제 중국어 역관 고진풍의 네 아들 고영주, 고영선, 고영희, 고영철이 모두 역과에 합격해 역관으로 활동하였다. 중국어 역관인 세 아들은 육교시사에 참여해 시를 지었고, 왜어에 합격한 고영희는 독립협회 발기인 14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참여하며 개화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다가, 일본세력을 등에 업고 법부대신이 되었다.1910년 이완용내각의 탁지부대신이 되어 한일합병조약에 서명하고 일본정부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았다. 변수와 함께 첫 번째 세계일주를 한 사람은 넷째 아들인 고영철(高永喆)이다.1876년 한어 역과에 합격한 고영철은 1881년에 영선사 김윤식을 따라 중국 천진에 유학했는데,25명 가운데 7명이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수사국(水師局)에 있는 중서학당(中西學堂)에 입학시험을 치렀다.3명이 합격했지만 2명이 곧 자퇴하였고, 고영철만 끝까지 남아 열심히 공부했다.1883년에 보빙사를 파견하게 되자,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그가 자연스럽게 수행원으로 합류했다. 한·미 교섭에서 주로 사용한 언어는 일본어였으므로, 미국인 로웰은 영어에 유창한 일본인 미야오카 쓰네지로를 개인 비서로 채용했다. 조선어를 일본어로 통역하면, 일본어를 다시 영어로 통역하는 식으로 의사를 소통했다. ●세계일주 시집을 일본에서 출판한 김득련 1896년에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한 민영환은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 ‘해천추범(海天秋帆)’이라는 기행문을 정리했는데, 실제로는 2등참서관으로 동행했던 역관 김득련(金得鍊·1852∼1930)이 중국·일본·미국·영국·네덜란드·독일·폴란드·러시아·몽고 등의 9개국을 거치며 기록한 것이다. 이때 세계일주를 같이 했던 일행 가운데 민영환과 김득련은 한문으로 기록을 남겼고, 윤치호는 영어로 기록을 남겼는데, 민영환과 김득련의 기록은 거의 비슷하다. 수행원 김득련의 기록이 공식적으로 전권공사 민영환의 이름으로 정리된 것이다. 김득련은 역관을 93명이나 배출한 우봉 김씨 집안 출신으로,21세 되던 1873년 역과에 합격하였다. 육교시사에 드나들며 강위의 지도를 받았는데, 모스크바 공관에서 시를 지으면서도 육교의 모임을 그리워했다. 러시아어를 모르던 중국어 역관 김득련이 민영환을 따라가게 된 것은 공식 기록을 한문으로 남기기 위해서였으며, 민영환과 한시를 주고받기 위해서였다. 러시아 사람들과의 대화는 김도일이 맡았기에, 그는 상대적으로 한가하게 시를 지을 수 있었다. 그는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감회를 한시 136수로 읊었는데,‘환구음초(環 艸)´라는 제목으로 출판하였다.“지구를 한 바퀴 돌며 읊은 시집”이라는 뜻이다.‘환구음초’에 그려진 신세계의 모습은 다음 회에 소개하기로 한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영혜.“남편이 고르고 고른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 영혜는 밤마다 꿈을 꿨고, 한 얼굴을 봤다. 피투성이일 때도 있었고, 썩어 문드러진 시체 같기도 했다. 물컹한 날고기를 씹는 이빨 감촉이 생생했다. 아버지가 죽인 개 흰둥이의 희번덕이는 눈이 선명했다. 영혜는 고기 먹기를 거부했다. 땀구멍 하나하나에서 고기냄새가 난다며 남편의 몸을 멀리했다. 빠르게 살이 빠졌고, 아프게 말을 잃었다. 억지로 고기를 먹이는 아버지에게 저항하며, 영혜는 손목을 긋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영혜는 동물 아닌 식물로 살고 싶었다. 햇빛과 물로만 견디고 싶었다. 영혜는 나무가 되려 했다. 그렁그렁 눈물 맺힌 언어로 말하는 소설가, 한강(38)은 10년 전 나무가 되고 싶어 결국 나무로 화분에 심긴 여자 이야기(‘내 여자의 열매’)를 썼다. 그 여자가 마음에 맺혀 7년 뒤 연작소설로 되살려냈다. 한강은 여자에 관한 세 편의 중편(‘채식주의자’ 2004,‘몽고반점’ 2004,‘나무불꽃’ 2005)을 발표했고, 최근 소설을 묶어 늦은 책 ‘채식주의자’(창비)를 펴냈다. ●‘기름진 폭력’에 대항하는 담백한 생명뿌리 여자 영혜는 식물 같은 마음을 지녔다.‘식육’(食肉)의 잔인함은 영혜의 여린 줄기에 생채기를 냈다. 줄기는 딱딱한 등걸로 마르지 못했고, 생채기는 옹이로 굳지 못해 늘 아팠다.‘고기를 먹어야 정상인 세계’는 먹힌 목숨들이 영혜의 명치에 끈질기게 달라붙게 했다. 한강은 ‘왜 정상(正常)은 동물성이어야 하는가.’를 물으려 영혜의 ‘식물적 비정상’을 극한으로 몰아갔다. 소설 ‘채식주의자’는 영혜의 초상화이자, 영혜와 함께 우는 작가의 속울음이며, 영혜가 견디지 못한 세상 밑바닥에 대한 폭로다. 연작 두 편째 중편제목이자 영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그 푸릇푸릇한 ‘식물성 낙인’은 작가가 파악하는 세상의 시원이며 근원이다.‘기름진 폭력’에 반대되는 ‘담백한 생명의 뿌리’다.‘고기=육식=동물성=남성성=폭력=파괴’에 대비되는 ‘채소=채식=식물성=여성성=비폭력=구원’의 정점이다. 육식은 욕망이고, 욕망은 폭력의 원천이며, 폭력은 ‘힘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의 에너지원이다. 한강은 영혜를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그래서 욕망과 폭력의 대상이 되고, 영혼이 파괴될 수밖에 없는 존재로 그렸다. 한강은 나무의 식물성을 지극한 여성성에 겹쳐 투사한다. 브래지어를 차지 않아 속박 받지 않는 영혜의 가슴은 작가가 소설에 설치한 또 하나의 몽고반점이다. 영혜는 말한다.“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나는 괜찮아(‘채식주의자’ 중에서).” 영혜의 바람과 달리 영혜는 괜찮지 않았고, 영혜의 젖가슴은 자꾸만 여위어 찌르듯 날카로워졌다. 자신을 온전히 보전할 수 없는 식물성이 처한 현실이다. ●동물적 잔인함에 맞서는 ‘퇴행적 진화’ 정신병원 복도 끝에서 영혜가 물구나무 서는 행위도 상징적이다. 땅을 짚은 손에서 뿌리가 돋아 흙을 파고들거라 영혜는 믿는다.‘동물 영혜’가 감행하는 식물로의 ‘퇴행적 진화’는 현 세계에서 ‘보편’을 획득한 ‘고기=동물성=남성성’과 싸우는 한강의 작가의식이다. ‘나무’가 된 영혜가 피우는 꽃은 ‘불꽃’이다. 불꽃은 아름답지만 자기파괴적이다. 자신을 방어하지 못한 영혜는 자해를 통해 자신의 식물됨을 지키려 한다. 현실에 뿌리박고 하루를 살아내는 식물은 내상이 깊다. 영혜가 다시 말한다.“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나무불꽃’ 중에서).” 세상을 떠받치는 건 동물성의 잔인함이 아니다, 생명을 지탱하는 건 식물성의 싱그러움이다, 물구나무선 영혜가 새빨갛게 피 몰린 얼굴로 하고 싶은 말인지도 모른다. 젊어서 죽은 가수 김광석은 “한결같이 빗속에 서서 젖는 나무”(‘나무’)를 노래했다.‘빗속에 서서 젖는 나무’ 영혜는 정신병원에서 비를 맞았다. 땅속으로 녹아들어가 다시 거꾸로 돋아나려고,‘나무 영혜’는 비를 맞으며 오늘도 그렇게 서 있다. 아프고 강렬하게.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카펫 선택 이렇게

    ▶아파트 크기를 기준으로 100㎡ 이하일 경우 통상 160×230㎝의 크기를,100㎡ 이상이라면 200×300㎝의 크기를,120㎡ 이상이라면 240×340㎝ 크기를 선택하세요. 주상 복합이나 새로 지은 아파트의 경우는 거실이 넓게 설계되는 추세로 한 사이즈 큰 것을 선택하세요. ▶▶카펫이 부담스러워 러그를 여러 장 구입하는 경우, 같은 공간에 3개 이상은 깔지 마세요. 침대 발치, 화장대, 콘솔 밑 등에 깔아 포인트를 줄 경우 약간 작은 듯하게 깔아주는 센스도 잊지 마세요. ▶▶▶거실용 카펫을 선택할 때는 벽지, 소파,TV 등의 가구 색깔 및 문양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선택하세요. 보편적으로 카펫의 컬러와 문양은 벽지나 커튼, 가구와 일체감을 주는 것이 무난합니다. 색상 선택이 어렵다면 자연스러운 베이지, 그레이, 브라운, 골드, 와인 등 톤다운 된 차분한 색을 선택하세요.
  • [외환위기 10년 그리고 미래] (4) 달라진 기업, 직장인 문화

    [외환위기 10년 그리고 미래] (4) 달라진 기업, 직장인 문화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3분기(7∼9월) 기업설명회(IR)를 앞두고 윤종용 부회장에게 결재서류를 내밀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1조 4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윤 부회장은 꼼꼼하게 훑어본 뒤에 서류에 서명했다. 주우식 부사장은 지난달 12일 IR때 이 사실을 발표했다. 예전 같으면 그룹의 승인을 받아야 할 사안이었지만 그런 절차는 생략됐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2일 “과거에는 그룹 비서실이 시시콜콜 계열사의 모든 일에 간여했지만 이제는 투자만 해도 금액이 엄청 크거나 신규투자일 때만 그룹에서 타당성 심사를 한다.”고 밝혔다. 추가 투자는 보완 투자에 해당돼 각 계열사에서 알아서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비공식적으로는 그룹에 사전 보고를 했겠지만 그룹의 원격 조종이 약화되고 각 계열사의 독립 경영이 강화된 것만은 명백한 변화다. 그 변화의 중심에 외환위기가 있다. ●생존방식 변화…“내 돈으로 잘 아는 분야만 한다”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점으로 기업들은 재무·소유·사업구조의 변화를 공통적으로 꼽는다. 우선 재무 구조가 건전해졌다.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의 부채비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347%에서 지난해 83%로 급격히 떨어졌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도 상당부분 끊어냈다.SK·LG·두산 등 주요 그룹들이 잇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은 그 변화의 결과다. 사업구조는 ‘문어발’에서 전문적 다각화로 옮겨갔다. SK그룹의 한 임원은 “생존의 방식이 변했다.”면서 “외환위기 전에는 남의 돈 빌려 잘 모르는 분야까지 손댔지만 지금은 내 돈으로 잘 아는 분야만 한다.”고 전했다. 경영 형태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과거에는 ‘오너(회장)-그룹 비서실(명칭은 그룹마다 다름)-각 계열사 경영진’의 역삼각형 구조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황제 경영’,‘독단 경영’이 뭇매를 맞으면서 이사회 위주의 계열사 독립 경영이 강화됐다. 삼성그룹만 하더라도 한때 400명에 이르렀던 비서실(현 전략기획실) 규모가 지금은 100명으로 줄었다. 대신 사외이사 숫자가 늘었다. 준법감시인도 생겼다. 윤리강령도 잇따라 도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사외이사 수가 사내이사보다 많다. 이는 인사 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졌다.LG그룹의 한 임원은 “과거에는 그룹이 인재를 한꺼번에 그물로 떠올려 각 계열사에 배치했지만, 지금은 각 계열사가 필요한 부문에 각자 원하는 인재상을 낚아올린다.”고 말했다.‘그물형’에서 ‘낚시형’으로 바뀐 것이다. 팀간·개인간 성과보수 체계가 도입된 것도 외환위기가 가져온 변화다. ●“또 주범 몰릴라”…투자 소극적 과다한 빚과 과잉 투자가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기업들은 너도나도 유상증자를 단행, 현금자산 불리기에 나섰다.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의 내부 유보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현재 총 364조원이다. 유보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유보율은 616%다. 자본금의 6배를 쌓아놓고 있다는 얘기다.1997년(259%)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의 유보금은 무려 51조원이다. 포스코는 19조원, 현대차는 15조원,LG전자는 4조 7000억원,SK에너지는 4조 6000억원의 유보금이 있다. 손영기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은 “유보금이 많다는 것은 돈 쓸 데를 못 찾았거나 돈 쓸 곳이 있는데도 쓰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는 “투자보다는 부채비율 하락을 우선시하는 보수적 경영전략이 위환위기 발생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미래 성장잠재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대그룹의 한 임원은 “한번 호되게 덴 탓에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것도 사실이지만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경영권 방어가 불안해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털어놓았다. 정부가 차등 의결권(지배주주나 우호주주에게 의결권을 더 많이 부여) 등 제도적인 방어 장치를 보장해주지 않다 보니 비상시에 대비해 실탄(현금)을 축적할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특별취재팀 ■ 달라진 직장문화 언제부턴가 하나의 사회현상을 설명할 때 외환위기를 기준으로 삼곤 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 ‘이전’과 ‘이후’를 갈라 변화의 폭을 얘기한다. 외환위기가 사회에 가져다준 변화는 그만큼 깊고 넓다. 외환위기는 완전고용과 평생직장 시대의 종언(終焉)이었다. 압축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성숙단계에 접어든 경제구조에서 비롯된 측면까지도 사람들의 뇌리에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기억된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불안이 심해졌다.‘삼팔선’(38세 퇴직),‘사오정’(45세 정년),‘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남아 있으면 도둑) 등에 구조조정의 그늘이 녹아있다면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구백’(20대 90%가 백수),‘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가 될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낙바생’(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직한 취업생),‘삼일절’(31세면 취업길 막힌다) 등은 오라는 곳 없는 청년실업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채용 때마다 사상 최대의 경쟁률 기록이 새로 씌어진다.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9급 공무원 시험(부산·울산·경남·제주) 공채의 경쟁률은 7명 모집에 1만 3984명이 응시, 무려 1998대1을 기록했다. 비정규직의 일반화도 외환위기 이후 보편화됐다. 올 8월까지 정부 추산 비정규직은 570만명(노동계 추산은 최대 900만명)으로 전체 근로자 1588만명의 36%를 차지한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2년(384만명)의 1.5배다. 직업선택에서도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한 결혼정보업체 조사에서 ‘공무원’이 남녀 모두 배우자의 직업 선호도 1위라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기업은 능력과 효율을 중시하고 개인들 역시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약해지고 이직도 급증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4차례나 옮긴 회사원 박모(37)씨는 “내가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는 내가 당장의 급여보다도 장기적으로 오래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결과”라면서 “나의 발전 가능성에 따라 언제든 새로운 직장으로 옮길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는 연공서열 문화가 능력과 효율성 중심으로 바뀌는 인식의 변화도 가져왔다. 거의 대부분 회사원들이 업무성과에 상관없이 똑같은 만큼을 나눠 갖던 시대가 끝나고 연봉제에 추가 성과급제로 전환했다. 그러다보니 직장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스스로 재력을 쌓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억대 연봉받기 위한 십계명, 몸값 올리기 비법,1억 연봉의 조건, 도전 1억 연봉, 부동산·주식 투자 비법 등 서적들이 서점가 베스트셀러를 장악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 일어서는 벤처 서울 강남 테헤란로는 한때 ‘벤처밸리’로 불렸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벤처회사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헤란로에는 벤처기업들을 찾는 것은 쉽지않게 됐다. 벤처기업들이 있던 자리에는 삼성·현대·애플·포스코·퀄컴 등 이름있는 회사들이 들어와 있다. 외환위기로 경제가 힘들어졌을 때 ‘벤처’들은 우리 기업의 ‘희망’이었다. 일자리 측면에서도 벤처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1998∼2005년 대기업 일자리는 5.8% 줄었지만 벤처 일자리는 23.9% 늘었다. 하지만 긍정적 기능만큼이나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벤처기업이라면 기업도 알 필요가 없다는 ‘묻지마 투자’의 광풍이 지나자 벤처기업들은 투자난에 시달렸다. 결국 많은 기업들은 문을 닫았다. 벤처에 투자했다 돈을 날린 많은 투자자들은 ‘벤처’라는 단어에도 거부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국내 1호 벤처’로 불리던 메디슨.96년 코스닥에 등록해 한때 시가총액이 당시 현대자동차보다 많은 3조원을 기록했다. 한때 5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던 이민화 회장의 메디슨은 벤처거품이 꺼진 뒤 자금난으로 2002년 1월 부도처리됐다. 메디슨뿐 아니라 ‘1세대 벤처스타’라고 불리던 장흥순 터보테크 사장과 김형순 로커스 사장 등도 각각 분식회계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2000년 당시 주가가 30만원까지 올랐던 황제주 새롬기술의 오상도 사장은 허위공시로 구속됐다. 거품은 꺼졌지만 2003년을 기점으로 벤처업계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한 메디슨은 국내외 초음파 진단기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터보테크도 차량용 매연 저감장치사업에 뛰어드는 등 사업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3년 7702개였던 벤처기업수는 지난해 1만 2218개로 늘었다. 벤처투자액은 2003년 7870억원에서 2006년에는 1조 231억원으로 뛰었다. 특별취재팀
  • [월척 樂漁 웰빙 樂漁] 씨알 굵은 붕어 수초 속에 있다

    [월척 樂漁 웰빙 樂漁] 씨알 굵은 붕어 수초 속에 있다

    절정에 달한 가을빛은 산과 들을 곱게 물들이며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찬서리 내린 가을 들녘은 막바지 수확의 손길로 분주하다. 연중 가장 많은 대물붕어를 낚아내는 시즌답게 연일 4짜급 붕어들을 쏟아내는 물가에는 겨울이 오기 전 가을 대물붕어를 만나려는 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1월로 접어들며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져 해만 떨어지고 나면 수면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물안개는 이슬과 함께 주변을 온통 눅눅하게 만들어 놓아 그 만큼 밤낚시의 어려움도 많아졌다. 기온이 떨어지며 부들대가 꺾이면 수로나 둠벙쪽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수초낚시로 수초속을 공략해야 씨알좋은 붕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기다리는 낚시가 아니라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다니는 낚시가 대물급 붕어를 만나는데 효과적이란 얘기다. 번잡하지 않은 채비로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신속하게 포인트를 옮겨가며 공략하는 수초낚시는 빠른 시간에 대상어를 낚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점차 마니아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수초낚시 채비를 살펴보자. 우선 낚싯대는 뻣뻣한 경질대가 편리하다. 얼기설기 엉켜 있는 수초속으로 채비를 드리워야 하는데, 후들거리는 연질대로는 수초와 수초 사이로 채비를 넣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물급 붕어를 낚아 올릴 때에도 수초속에서 채비가 들어간 위치대로 위로 뽑아 올려야 하므로 뻣뻣한 낚싯대가 용이하다. 낚싯대의 길이는 대체로 3.0대 이상 긴 낚싯대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원줄도 수초나 잡목에 쓸려 상처가 생기면 끊어지기 쉬우므로 5호 이상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목줄은 합사 3호 정도면 무난하다. 수초용 찌는 일반형과 관통형이 있으나 어떤 찌를 사용하든 부력이 많이 나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봉돌의 무게를 무겁게 사용하기 위함인데, 수초속을 뚫고 들어가 바닥에 채비를 안착 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바늘의 크기는 씨알 큰 붕어가 낚여도 견딜 수 있도록 붕어 9∼11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미끼는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를 사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입질이 빠른 지렁이미끼를 사용한다. 포인트 선정은 부들과 갈대가 군락을 이루는 곳이면 더 없이 좋다. 뗏장 언저리나 수초가 있는 곳이면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수온에 따라 수심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영하의 혹독한 추위가 없는 11월의 날씨라면 작은 찌도 세우지 못할 정도의 낮은 수심에서도 대물급 붕어가 자주 낚이는 것으로 보아 큰 폭의 기온 하락만 없다면 수심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주 입질 시간대는 해가 떠 수온이 오르는 시간부터 해질녘까지. 아침 10시∼오후 4시 사이에 최고의 조황을 보인다. 김원기 붕어낚시전문가
  • [문화마당] 학력위조 斷想/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금년 한해를 장식한 말을 찾는다면, 학력위조란 어휘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숱한 의혹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검찰이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수사를 마친, 신정아 사건의 발단은 학력위조였다. 신정아는 미국 명문대의 가짜 박사학위를 제출하여 대학 교수가 되고, 거짓이 들통 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학위가 진짜라고 강변하였다. 위조 사실을 인정했다는 기사를 보지 못했으므로 본인은 여전히 브로커를 통해서 산 학위가 진짜라고 믿는 모양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학력을 속이며 행세를 해온 적지 않은 유명인이 위조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고, 예상외로 많은 사례가 드러났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 전체를 들쑤셔 놓았지만, 아무래도 대학 사회가 받은 충격이 가장 컸을 것이다. 지금 대학 사회에서는 학위 검증과 논문표절 방지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런 노력이 잘 수행된다면, 이 사건은 학위의 신뢰와 권위를 무너뜨리기는 했지만, 쉬쉬하던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를 만든 점에서 공이 없지 않다. 이번 여름에 소설 한 편을 읽으면서 내내 신정아 사건과 우리 지식인 사회를 떠올렸다. 내가 읽은 것은 학력위조가 소설의 발단이 되는, 전종서(錢鍾書)가 쓴 ‘포위된 성(圍城)’이다.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학력위조 행위가 지식인 사회에서 어떻게 가능하고 통용되는가를 되새겨보았다. 소설에서 위조행위는 발단에 불과하지만 실은 인물의 행동방식 전반을 아우르며 소설의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1930년대 중국 지식인 사회의 가식과 허위를 폭로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아마도 우리 사회의 한 모습과 겹쳐지는 부분도 있고, 어쩌면 인간 보편성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어서 그럴 게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대개 외국에 나가 공부한 유학생 남녀들이다. 주인공 방홍지엔은 엉겁결에 유럽에 유학을 했으나 공부에는 관심이 없다. 돈이 떨어져 귀국하려니 박사학위가 필요해졌다. 마침 크레이튼이란 미국 가짜 대학의 학위를 파는 브로커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그 브로커까지 농락하여 500달러짜리 학위를 10달러에 사는 기지를 발휘한다. 사실 그는 가짜 학위를 이용하여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은 없었으나 그 학위는 그에게 직업과 사랑을 가져다주었다. 주인공에게 “학위증서는 아담과 이브 아랫도리의 나뭇잎 같이 부끄럽고 추한 것을 가려주는 기능이 있다. 학위증서가 없으면 마치 정신적으로 벌거벗은 것과 같았다.” 그런 귀중한 가짜 학위로 그는 산뤼 대학의 교수가 되고, 좋아한다는 확신도 없는 여자와 엉겁결에 결혼한다. 결국에는 무엇이 잘못인지 알지만 고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못하고, 그렇다고 가식과 허영에 적극적으로 타협하지도 못한 채 파국을 만나지만…. 문제는 그의 주변에 존재의 근거인 학문보다는 권력과 돈벌이, 가식과 연애에 빠져드는 지식인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다. 그를 연적으로 오해한 차오신메이란 자는 애인으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그를 지방 대학 교수로 추천한다. 어이없게 그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자 차오신메이도 같은 대학 교수가 되고, 거기서 주임교수의 아내와 추문을 일으킨다. 재주가 좋아 나중에는 중경에 가서 관리가 된다. 또 방홍지엔이 가짜 학위를 산 브로커로부터 학위를 산 한쉬에위란 교수도 있는데 그는 가짜 학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출세가도를 달린다. 이렇듯이 소설은 지식인들의 허영과 사기를 폭로하여 1930년대 중국을 해부한다. 전종서의 소설을 읽으면 지식인의 허위와 허영이 내뿜는 처량함을 한없이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소설적 상황이 지금도 우리 눈앞에서 생생하게 벌어진다는 것이 너무도 씁쓸하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 [CEO칼럼] 가치의 판단기준인 수치화의 착각/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CEO칼럼] 가치의 판단기준인 수치화의 착각/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사물이나 현상을 수치로 나타내는 수치화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 가장 합리적이며 보편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잘 사는 나라를 말할 때 국민소득이라는 수치가 등장하고 고령화 사회를 말할 때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따진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들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수치화에도 속도감이 실리고 있다. 광화문에 위치한 A마트의 하루 매출이 얼마이고 어떤 상품군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지 시시각각 집계될 정도다. 주판을 튕기던 시대가 계산기를 두드리는 시대를 지나 각종 디지털 기기로 대체되는 사이 수치화를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느냐의 고민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수치화된 데이터를 어떻게 재가공하느냐의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수치화는 내용면에서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2050년쯤 전 세계 80세 이상 인구가 얼마나 되고, 통일이 되면 몇 만 채의 아파트가 필요한지 등 흥미로운 미래 주제에 대한 접근을 가능케 함으로써 미래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가늠하는 중요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치화는 이제 단순히 우리 주변의 눈에 보이는 삶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삶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 만족과 불만족, 기쁨과 슬픔 등을 수치화함으로써 결혼, 출산, 대인관계, 건강 등 인간의 삶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큼지막한 사건들을 화폐적 가치로 환산하며 인류의 삶을 다른 각도로 재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화를 통해 본 세계가 꼭 편리하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치화가 지나칠 경우 개념을 단순화하거나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게 되고 불가피하게 서열중심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할 우려가 있다. 부자의 개념을 단순히 경제적 관점으로만 바라보면 돈의 출처와 조성 과정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 설 자리는 없다. 또한 올림픽에서 1등을 한 선수와 2등한 선수에게 우리가 똑같은 박수와 갈채를 보내지 못하는 것은 수치화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그릇된 인식 때문이 아닐까 한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수치화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결혼생활이 주는 만족감이라든지 첫 아이의 출산, 배우자와의 사별, 건강하게 사는 삶 등을 화폐적 가치로 환산하는 것은 인간의 다양하고 복잡한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을 경제적 관점이라는 한 가지 잣대로만 그려냈다는 점에서 나눠 보기가 필요한 대목이다. 온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을 정확히 수치화시킬 수 있다면 의사결정 과정은 간단해진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을 택하고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을 버리면 그만이다. 모든 사물과 현상에 값이 매겨지고 이것을 돈이라는 화폐로 거래할 수 있다면 자유와 평등 정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인류가 그토록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했을까 싶다. 아무리 수치화하는 기술이 발달해도 수치화될 수 없는 삶의 소중한 가치들은 아직도 유효하다. 이는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의 안전판인 동시에 인류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이정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2007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다. 거기서 나온 평화와 통일, 남북화해와 공존번영이라는 메시지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수치화 그 이상의 소중한 삶의 가치로 인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 [29일 TV 하이라이트]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EBS 오후 8시20분) 에밀리 브론테의 ‘워더링 하이츠’를 읽어본다. 이 작품은 황량한 들판 위의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무대로 벌어지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비극적인 사랑, 에드거와 이사벨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복수를 그리고 있다. 악마적인 격정과 증오, 현실을 초월한 폭풍 같은 사랑이 펼쳐진다.   ●KBS 대선후보 초청토론회(KBS1 오후 11시) KBS는 지난 10월29일, 본선행이 확정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초청해 ‘2007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를 갖는다.90분 동안 생방송되는 이번 토론회는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이른바 ‘타운 홀 미팅(Town Hall Meeting)’방식으로 진행된다.   ●미녀들의 수다(KBS2 오후 11시5분) 김장훈이 외국 남자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던 쇼킹한 사실을 털어놨다. 몇 년 전 아는 동생들과 함께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낯선 남자가 여동생에게 선물을 주며 김장훈에게 전해 달라는 말을 했다는 것. 또 앞으로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래도 좋아(MBC 오전 7시50분) 명지는 효은에게 자기가 태주를 빼앗고 싶다고 말한다. 명지는 태경을 찾아가 자기를 도와 달라고 부탁하고 태경은 빚을 해결해 주면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명지는 태경이 더 고생하고 좀 더 태주의 가슴을 아프게 해야 태주의 효은에 대한 마음이 무너진다며, 좀 더 도와주면 해결해 주겠다고 말한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멕시코에서는 초콜릿에 매콤한 고추를 섞어 만든 몰레라는 소스가 있다. 이 특별한 음식을 위해 해마다 축제까지 열고 있다. 몰레 축제는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행사이며 지방마다 천차만별이다. 몰레는 오래된 전통 음식일 뿐 아니라 멕시코인이 직접 만든 음식이다. 마을 경제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김미화의 U(SBS 오후 1시) 불우했던 유년 시절, 어린 동생 곽충근씨를 데리고 집을 나왔던 형 곽충완씨. 추위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들어간 대구 어느 시장의 앵벌이 집합소에서 구타로부터 동생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시작했다. 결국 어두운 세계로 빠져 소년원부터 청송교도소를 거치며 형제는 어느덧 지하세계의 ‘큰형님’이 되어 있었다.
  • [일요 영화] 내 남자의 유통기한

    [일요 영화] 내 남자의 유통기한

    ●내 남자의 유통기한(EBS 일요시네마 오후 2시20분)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과연 얼마나 될까. 사랑을 하고 있는 연인이라면 한번쯤 자문해봤을 만한 주제다. 일본을 여행하던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 이다(알렉산드라 마리아 라라)는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오토(크리스티안 울멘)와 레오(지몬 페어회펜)를 만난다. 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다 두 남자의 관심을 동시에 받게 된 이다. 그녀는 레오보다 외모나 조건이 훨씬 못 미치지만, 순수한 마음씨를 지난 수의사 오토를 선택한다. 간소한 일본식 결혼식을 올린 이들은 독일 뮌헨으로 돌아와 오토가 왕진하러 다니는 캠핑카에 신접살림을 차린다. 이다는 한 패션회사에서 임신과 동시에 비단잉어를 보고 영감을 얻은 손뜨개 스카프 실력을 인정받아 물량을 대거 주문받는다. 첫눈에 반해 시작되었지만, 이미 현실이 돼버린 이들의 결혼생활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오토는 아이와 잉어를 키우며 사는데 그럭저럭 만족하지만, 이다는 최고 디자이너로 성공해 비루한 현실을 벗어나겠다는 생각에만 빠져 있다. 이들이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사이 이다에게 일본여자 요코(김영신)와 결혼한 레오가 접근하고, 요코는 오토에게 접근한다. ‘내 남자의 유통기한’은 로맨틱 코미디로 동화에서 판타지 요소를 차용했다. 도리스 되리 감독이 영감을 얻은 동화는 ‘마법의 물고기’다. 내용은 어부가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물고기를 잡았는데, 한 가지만 바라는 남편과는 달리 그 이상을 원하는 아내 때문에 모든 걸 잃게 된다는 것. 감독은 여기에서 나타난 남자와 여자의 역동적인 심리에 착안해 오토와 이다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작품 초반에 잉어들의 화려한 유영과 독특한 화면 삽입은 판타지의 서막을 알린다. 잉어는 일차적으로 물고기 전문가인 남자주인공 오토의 직업과 관련이 있지만, 중요한 소품이자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마법에 걸린 물고기 부부는 보편적인 여성과 남성의 모습이자 이다와 오토의 분신이기도 하다. 일에 대한 욕심과 변함없는 사랑을 꿈꾸는 이다는 평범한 잉어에서 화려하게 변모한 금잉어로, 현실에 순응하는 소박한 오토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주황빛 잉어로 표현한 감독의 통찰력이 돋보인다.101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자이툰 쟁점 점검] (하) 경제·군사 실익론

    [자이툰 쟁점 점검] (하) 경제·군사 실익론

    ‘자원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자이툰부대의 주둔을 연장해야 한다는 24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발언에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한국군이 세계 용병 공급원이 돼도 좋다는 것이냐.”고 맞불을 놓으면서 자이툰부대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파병 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무게중심이 ‘동맹론’에서 ‘국익론’으로 옮겨가는 형국이다. ●2건뿐인 재건 수주가 자이툰 효과? ‘국익’ 논란은 정부가 파병 연장의 핵심 논거로 ‘자원확보와 재건사업 진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이른바 ‘자이툰 효과론’이다. 국방부 송봉헌 국제협력관도 23일 “올해 1월부터 쿠르드 지역에 한해 방문을 허용하면서 기업 진출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구체적 근거로 지난해까지 2000만∼3000만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건설수주액이 최근 3억 5000만달러로 증가한 사실을 꼽았다. 하지만 수주액이 증가한 것을 ‘자이툰 효과’로 보긴 어렵다. 현지에서 병원과 발전시설 사업을 수주받아 공사를 진행 중인 유일한 국내업체 ‘유아이이엔씨’는 파병 전인 2004년부터 현지활동을 벌여 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업체가 사업을 따낸 데는 대표인 최규선씨의 국제적 인맥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최씨도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후세인 정부 시절 런던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탈라바니 현 이라크 대통령과 친분을 쌓은 게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KRG와 계약을 체결한 시기도 정부가 입국 제한을 풀기 전인 2004년 8월과 지난해 12월이다. 최근 또 다른 국내 개발업자가 13개 국내기업과 컨소시엄을 맺고 KRG와 23조원 규모의 재건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자금회수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 때문에 거론된 대기업 대부분 참여계획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산자부 등 정부 일각에서 제기하는 석유개발권 확보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중앙정부의 석유법 통과 전망이 불확실할 뿐 아니라, 현지의 산유능력이 떨어져 당분간 큰 폭의 생산 증대는 기대하기 힘든 탓이다. 이라크 국민들이 석유개발권을 외국기업에 넘기는 것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파병, 잉여 군사력 해소 수단” 군과 국방부가 주장하는 ‘군사실익론’도 논란거리다. 군은 원거리 작전경험과 외국군과의 연합작전 능력을 축적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했다. 실제 자이툰부대가 2004년 현지 부대전개를 위해 펼친 ‘파발마 작전’은 다국적군 사이에서도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다국적군과의 긴밀한 공조로 연합작전 능력을 키운 것도 성과다. 하지만 군이 파병에 적극적인 데는 또 다른 속사정이 있다. 조직과 예산문제다. 당초 3000여명 규모였던 자이툰부대는 병력 면에선 연대급보다 조금 큰 수준이지만 편제는 사단 사령부로 출발했다. 장성 2명과 영관장교 수십명의 자리가 새로 만들어진 셈이다. 자이툰부대의 방대한 참모조직은 병력 규모가 1090명으로 감축된 현재까지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예산도 군이 파병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2005년 1609억원에 달했던 자이툰부대 예산은 병력감축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2만여명을 거느린 웬만한 육군 사단보다 많다. 군으로선 예산과 고급장교 보직을 확보하는 데 해외파병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는 얘기다. 2003년 청와대의 파병계획 수립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슬림화 압박에 시달리는 군엔 해외파병이 물자와 인력 등 잉여 군사력을 해소하는 출구 역할을 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같은 사정은 전 세계 모든 군조직에 통용되는 ‘보편법칙’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금강산아난티-NH농협오픈] 생소한 북한골프용어 눈길

    “타격대에서 제일 긴 나무채로 친 공이 그만 잔디구역 오른쪽으로 달아났다. 공이 물방해물 둥글통에 걸려 있고, 구멍 바로 앞 모래웅덩이까지 선수를 갈겨보고(아니꼽고 미운 마음으로 쏘아보고) 있지만 정착지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 빠로 마치는 건 일없어 보인다.” 북녘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금강산아난티-NH농협오픈 경기를 북한 캐스터가 중계한다면 이쯤 되지 않을까. 새삼 북녘의 골프 용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 골프 용어는 여전히 생경한 감이 있지만 어느 정도 알려진 용어는 있다. 대표적인 건 그린을 뜻하는 ‘정착지’.“정착지에 안착했다.”는 말은 “그린에 공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아이언은 ‘쇠채’라고 하고, 롱아이언은 ‘긴 쇠채’라고 한다. 우드는 ‘나무채’, 드라이버는 ‘제일 긴 나무채’가 된다. ‘굿샷, 나이스샷’은 ‘잘 친 공’이 되고 티는 ‘못’이라고 부른다. 페어웨이는 ‘잔디구역’이라고, 벙커는 ‘모래웅덩이’로, 워터해저드는 ‘물방해물’이라고 한다. 파3홀은 ‘짧은 거리’, 파4홀은 ‘중간 거리’다. 물론, 홀은 예상대로 ‘구멍’으로 통한다. 버디나 보기 등은 마땅한 말이 없어 그대로 부르고 있지만 파의 경우 ‘빠’로 강하게 발음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한편 26일 대회 2라운드에서는 김형태(30·테일러메이드)가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쳐 중간합계 3언더파 141타로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지난해 몽베르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김형태는 이로써 시즌 첫 승과 함께 통산 2승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김상기(23·삼화저축은행)는 1타를 줄인 합계 2언더파 142타로 단독2위에 올라 김형태를 1타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사설] 임기말 말뚝박기 후유증 우려한다

    ‘참여정부 정책이 차기정부에서도 바뀌지 않도록 하겠다.’노무현 대통령의 한결같은 집념이다. 그래서 임기 말까지 ‘말뚝박기’에 한창이다. 종합부동산세, 로스쿨,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북방한계선(NLL) 논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참여정부가 지역균형개발 사업으로 애착을 보여온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는 조기 착공을 독려하기 위해 수백억원의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그제 충남 태안기업도시 착공식에서는 위헌 결정이 난 행정수도를 되살리려는 채근까지 나왔다. 임기 중 공약을 지키겠다는 노 대통령의 집념은 탓할 바가 못된다. 말뚝박기 사업 중 상당수는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 속에서 추진돼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차기정부의 운신의 폭을 과도하게 제한할 정도면 문제다. 토지보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식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 곳곳을 삽질하다 보니 이들 지역의 공시지가는 4년새 58%나 치솟았다. 차기정부까지 떠맡아야 할 토지보상금만 100조원을 웃돈다. 그럼에도 기업도시와 혁신도시에 입주할 기업과 공기업들은 말뚝박기에 상관없이 정권이 바뀌기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정책이란 말뚝만 박는다고 생명력이 지속되는 게 아니다.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경제성과 보편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이나 직역의 이기주의를 볼모로 대못질을 해서는 아까운 혈세만 낭비할 수 있다. 지방에 재량권을 대폭 부여한 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이러한 정도를 무시한 채 지방 이전만 강제한다면 경쟁력 약화에 따른 손실을 결국 국민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말뚝을 박더라도 시장원리 작동이라는 큰 틀을 깨트려선 안 된다고 본다. 정책 결정을 정권의 전유물로 치부하는 소아병적인 자세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 62회 유엔의 날 기념행사

    유엔한국협회가 주최한 제62회 유엔의 날 기념행사가 24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주한 외교단 및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등 관련기관 임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주한 외교단장인 비탈리 V 펜 우즈베키스탄 대사는 한국어로 행한 축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당선된 이후 약 1년간 유엔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그것은 반 총장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기후 변화, 수단 다르푸르 사태, 중동문제 등 도전들이 복잡하고 심오하다.”며 국제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의 역할을 강조했다. 송민순 장관은 기념 연설에서 “평화유지 활동의 성공을 위해서는 신속한 유엔 평화유지군(PKO) 파병이 중요하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PKO 신속파병 관련 법안에 대해 “가까운 장래에 구체적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이어 “유엔의 적실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지만 유엔은 국제규범을 수립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왔으며 보편성과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국제문제 해결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에는 공로명·유종하 전 외교장관, 박재규 전 통일장관 등 전직 고위 관료,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등 주한 외교단 등이 참석했다. 유엔한국협회 회장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불참하면서 부회장인 선준영 전 유엔 대사가 인사말을 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화장실 자동차’ 전세계 누빈다

    다음달 21∼25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등을 홍보하기 위해 ‘화장실 자동차’가 전세계를 누빈다.24일 세계화장실협회창립총회 조직위원회(WTAA)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막시노프(51) 러시아화장실협회장 등 화장실 자동차 일주단이 25일부터 한 달여 동안 이색적인 세계 일주에 나선다. 일주단이 사용할 차량은 운전석에 변기 시트를 부착하고, 우주선 화장실의 정화 원리를 적용한 이동용 화장실까지 탑재하고 있다. 창립총회 준비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막시노프 회장은 “화장실을 쾌적하고, 위생적으로 바꾸자는 `화장실 혁명’의 취지를 알리고, 세계화장실협회라는 국제기구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라면서 “화장실이 보편적인 인간 존엄의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亞문학 ‘보편제국주의’ 탈피 민족적 특색 살려야”

    “亞문학 ‘보편제국주의’ 탈피 민족적 특색 살려야”

    한국의 고은(74) 시인과 중국의 문학평론가 장종(張炯·74)이 만났다.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 위치한 대산문화재단에서였다. 두 사람은 한·중 수교 15주년을 기념해 11∼17일 열리는 ‘한·중문학인대회(한국문화예술위원회·대산문화재단·중국작가협회 공동주최)’의 양국 작가단 단장을 맡고 있다. 두 나라 문학계를 대표하는 원로 작가들이다. 고은은 올해도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후보로 거론된 세계적 시인이고, 중국작가협회(중국공산당 산하기구인 전국 문인협의체) 명예부주석이자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장종은 사회주의 문학론의 탁월한 이론가로 평가받는다. 장종은 국제 케임브리지 전기센터에서 수여하는 ‘20세기 성취상’과 은상 포장을 받은 바 있다. 고은과 장종은 1933년생 동갑내기다. 두 사람이 밟아온 지난 시간은 전쟁과 분단,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점철됐다. 유사한 시대적 격랑을 헤치고 살아온 두 사람은 역사라는 큰 퍼즐 속에 찍어온 각자의 발자국을 확인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은 과거 양국 문학이 담당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역할과 현재 문단이 직면한 과잉 시장주의의 위협을 서로를 통해 거울처럼 비춰봤다. 통역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학과 BK21사업단 권영실 연구교수가 도왔다. 사회 및 정리 이문영기자 ●“역사가 우리 몸과 문학에 새긴 상처” -장종 고은 선생을 매우 존경합니다. 나와 동갑인데도 그토록 많은 작품을 쓰셨다는 사실이 놀랍기만합니다. 선생께서 불교에 귀의했던 동기와 문학을 택해 환속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고은 저의 산중생활은 전적으로 한국전쟁 탓입니다.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 죽음 속에서 제가 살아남았습니다. 그때까지 절 행복하게 했던 모든 가치들이 파괴됐습니다. 땅 위의 모든 것들이 초토화됐고, 살아남은 제 마음까지 폐허가 됐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인간됨을 부정하는 모습에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산에 들어가 방황하며 10년을 보냈고, 문학은 다시 저를 산에서 내려오게 만들었습니다. -장종 전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때 서구 민주주의 사상을 처음 접했어요. 그후 자유와 혁명의 가치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48년 공산당에 가입했습니다. 당시 공산당 활동은 비밀리에 이뤄졌기에 드러내놓고 움직이진 못했습니다. 지하에서 글을 인쇄해 전단지를 만들고 거리에서 몰래 뿌리는 식으로 선전작업을 하곤 했지요. -고은 48년이면 15살 소년입니다. 당시는 나이 어린 소년까지 역사를 정면 대결토록 만드는 시대였지요. 억압받는 식민지 소년에 불과했던 저 또한 한국전쟁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는 시련의 시간이었고, 우리 두 사람의 인생엔 각기 자기 나라의 아픔이 새겨져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만남을 통해 두 나라 현대사의 아픔이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장종 선생의 말씀처럼 우리에게 새겨진 시대적 아픔은 우리 문학의 아픔으로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1919년 5·4운동 이후 로마·그리스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서구 문예사조가 한꺼번에 밀고 들어왔습니다. 심지어 일본과 소련문학의 영향까지 받으면서 당시 중국문학엔 다양한 문학사조가 한 시대에 공존하는 특징을 보였습니다. 루신 선생의 작품만 봐도 ‘축복’과 ‘아큐정전’은 현실주의에 가까운 반면,‘고사신편’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성격을 띱니다. -고은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는 서양의 고대문학조차 근대에 와서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중세문학, 르네상스시대 문학도 마찬가지에요. 우리는 서구문학이 오랜 시대를 거치며 쌓아온 변화의 흐름을 한꺼번에 만나버린 겁니다. 단테는 옛날 사람인데 근대에 만났기 때문에 단테조차도 근대의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혼란이라 명명하는 게 당연합니다. ●“시장주의에 종속된 문학의 위기” -장종 양국 문학에 정치색이 강한 것은 그런 혼란과 무관치 않습니다.1919년 태동된 중국 ‘신문학’ 이후 약 50년간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면 ‘대혼돈’‘정치·계급투쟁’‘내우외환’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문학은 순수문학의 길만 가라는 목소리가 생겼습니다. 개혁·개방 이후엔 ‘문학은 문학으로 족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강해져서 정치색 없는 작품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지요. 하지만 창작을 하면 어떤 현상과 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 정치성과 철학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고은 한국문학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때론 정치노선을 아예 배격하는가 하면, 때론 지나치게 정치에 밀착되기도 했습니다. 정치 때문에 문학이 죽기도 했고, 정치가 문학을 살리기도 했지요. 민주화 이후엔 물질적으로 풍요해지면서 중국처럼 문학이 내면화 경향을 걷고 있어요. 그러나 내면화 경향이 오래 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린 작가입니다. 작가는 마치 딱따구리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쪼아대야 합니다. 자신의 아픔만을 투시하던 문학으로부터 타자의 아픔을 바라보고 그 아픔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야 합니다. 전 향후 문학의 전망을 ‘타자읽기 문학’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래야 문학이 타자와의 합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장종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중국문학은 생산과 소비에서 유사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어떤 책은 1000만부 이상을 찍기도 합니다. 중국문학 전대미문의 번영기라 할 수 있지요. 그래도 문제는 있습니다. 이전엔 정치에 종속돼 있던 문학이 이젠 시장에 종속돼 있습니다. 원고료에 집착한 작가들이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일회성 통속문학에 치중하면서 작품성이 떨어졌고, 지나치게 사회문제를 등한시하면서 사상성과 도덕관념이 쇠퇴하고 있습니다. 우려할 일이지요. -고은 한국도 진즉에 겪어온 일입니다. 시대·경제상황이 변하면서 무한한 문학적 가능성을 개척해 왔지만 시장적 가치에 의해 문학의 가치가 좌우되는 현상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역적 색채 강할수록 세계성 강해” -장종 중국과 한국문학이 세계화되려면 민족적 특색을 살려야 합니다. 루신 선생은 지역적 색채가 강할수록 세계성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중국인이 서양인의 문화와 생활을 작품에 쓴다면 서양인이 딱히 읽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수한 번역인력 양성도 시급합니다.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이뤄져 있는데, 특히 서부 신강성엔 13개의 민족이 모여 삽니다. 위구르족 하자크족엔 이미 상당 수준의 장편소설이 창작돼 사랑받고 있지만,10억 이상의 중국인들이 이들 작품을 독해도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고은 몇 년 전에 나이지리아 노벨문학상 수상자 윌레 소잉카와 대담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전 ‘보편성’을 믿지 않는다고 단적으로 말했습니다. 특히 아시아문학이나 아프리카문학에 세계적 보편성이 결여돼 서구문학에 뿌리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럴 듯 해보이지만, 보편성엔 무서운 함정이 있어요. 한마디로 ‘보편제국주의’입니다. 장 선생 말씀처럼 자기 자신의 특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가치가 있습니다. 소잉카도 동의하더군요. 자기 언어와 목소리, 생각을 담지 않으면 서구 문학을 흉내내는 것밖에 안 됩니다. -장종 베이징에서 서울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밖에 안 걸립니다. 아시아문학의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라도 이번 문학인대회를 계기로 양국의 문학교류가 더 풍성해지길 바랍니다. -고은 한·중 양국은 그간 각자가 너무 아팠습니다. 이웃을 돌보고 쳐다볼 겨를이 없었지요. 장벽도 높았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만났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몰랐던 서로를 적극적으로 알아나간다면 분명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문학을 태동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2moon0@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 (5) 중년 남성의 적 전립선 비대증

    [한국인의 질병] (5) 중년 남성의 적 전립선 비대증

    7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본 원정 수술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비교적 건강 관리를 잘 했던 김 전 대통령조차 고생 끝에 결국 수술을 택했던 질환, 바로 전립선 비대증이다. 요도(尿道)를 둘러싸고 있는 밤톨만한 크기의 ‘전립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빚어진 문제이다. 전립선은 정액과 정자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요도를 눌러 배뇨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로부터 속설과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고 있는 ‘전립선 비대증’에 대해 알아봤다. ●찔끔거리는 소변, 나도 혹시? 아직도 전립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원인을 규명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다만 나이가 들수록 전립선 비대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통해 노화가 전립선 비대증의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남성에게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는데, 이 무렵이 되면 전립선 비대증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노년기에 들어서면 고환이 노화돼 이곳에서 분비되는 남성 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줄어들고, 이것이 전체적인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 결국 전립선 비대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백 교수의 설명이다. 전문의들은 50대 이상 남성의 절반 이상이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전립선 비대증은 50대 후반부터 전체 남성의 절반 가량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60대가 되면 전체의 60%,70대에는 70%,80대가 되면 무려 85% 이상이 이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다. 올해 통계청 집계 자료를 토대로 하면 국내 50대 이상 남성은 약 560만명이며, 이 가운데 280만명 이상이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식습관과 환경 영향으로 40대부터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배뇨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전립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증상은 노화로 체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주로 발생합니다. 동맥경화증이나 감염 등이 이 질환의 발생에 관여한다는 설이 있지만 아직 확증은 없어요. 단, 사춘기 이전에 수술이나 외상으로 고환이 거세돼 남성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환관증’ 환자에게는 전립선 비대증이 없다는 점을 볼 때 호르몬과의 상관성이 큰 것으로 추측할 수는 있지요.” ●방치하면 신장 이상 정상적인 전립선은 크기가 3.5∼4㎝, 무게가 15∼20g 정도다. 전립선의 크기가 정상치를 벗어나 방광을 자극하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소변을 참지 못하는 ‘요절박’ 증상이 나타난다. 소변의 굵기도 가늘어지고, 배뇨 후에도 방광에 소변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며, 심지어는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거나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또 소변이 좁아진 요도를 통과하지 못해 위쪽의 신장을 팽창시키는 ‘수신증’과 요산이 과도하게 체내에 남아 발생하는 ‘요독증’ 등의 합병증도 생긴다. 전립선 비대증은 정상 전립선 세포의 일부가 커진 상태로, 전립선암과는 전혀 별개의 질환이다. 그러나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신장의 기능 이상을 불러와 치료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다행히 전립선 비대증은 진단이 간단하다. 환자가 허리를 90도로 구부린 자세에서 항문에 손을 넣어 전립선을 만져보는 ‘직장수지검사’와 배뇨장애를 진단하는 ‘요속검사’,‘직장 초음파검사’만으로도 90% 이상을 찾아낼 수 있다. “50세 이상의 남성이라면 배뇨장애가 없더라도 1년에 한번씩은 비뇨기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합니다. 과거에는 노화의 일부로 치부해 고통을 참아내는 환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삶의 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들 여기지 않습니까. 이제는 전립선 비대증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에 관심을 쏟아야지요.” ●병을 키우는 민간요법 환자 대부분은 적절한 약물요법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등에 범람하는 그릇된 의학정보들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믿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는 ‘생약’을 요도로 집어넣어 치료하는 엽기적인 방법까지 등장해 많은 환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러나 약물요법과 간단한 수술만으로도 배뇨장애 증세를 억제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약물 치료에는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항호르몬제’와 요도의 압력을 낮추는 ‘항고혈압제’가 주로 사용됩니다. 약물치료법은 이미 보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질환의 관리도 중요하다. 일단 전립선이 정상치보다 비대해진 상태라면 전립선 부종을 유발할 수 있는 음주와 과도한 성생활, 과로를 주의해야 한다. 또 소변을 자주, 오래 참는 것도 금기다. 방광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 배뇨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물로 목욕하면 말초 혈액의 순환을 촉진시켜 증상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감기약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성분이 포함되기도 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혈관이 수축되면 전립선도 수축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약물로도 차도가 없거나 계속 혈뇨가 보이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요도가 완전히 막혀 소변을 한 방울도 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최근에는 복부를 절개하는 종래의 절제술이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수술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10∼20%는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기 때문에 전립선 절제술을 받아야 합니다. 최근에는 내시경, 레이저, 극초단파, 초음파 등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이 도입돼 아예 입원이 필요없거나 하루만 입원하는 것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상황이 됐지요. 하지만 개인의 상황에 따라 치료법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의사와 사전에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KTP 레이저 치료법 의학기술의 발달로 전립선 수술법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는 전립선 질환을 일으키는 환부만 제거할 수 있어 ‘정밀 폭격기’로 불리기도 한다. 근래에 국내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KTP레이저’는 시술이 간단하고 부작용이 적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 선호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곽철 교수는 “기존 레이저수술은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응고시켜 자연스레 떨어져 나가도록 하지만,KTP레이저는 80W의 고출력 레이저로 병소 조직을 태워 제거하는 기화(氣化)방식을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인 절제술이나 기존 레이저 방식은 주변 전립선 조직에 영향을 미쳐 출혈, 부종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수술 후 4∼5일의 입원 기간이 필요하지만 KTP레이저 치료술은 출혈이 거의 없고, 주변 조직도 손상시키지 않아 바로 퇴원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시술법은 전립선 비대증이 초기일 때 적용하기 때문에 일부 한계도 있다. 곽 교수는 “일반적인 전립선 절제술과 비교해 부작용이 적은 것은 분명하지만 중증 환자에게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비대해진 조직을 기화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전문의의 숙련도가 수술 성패를 좌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머잖아 KTP레이저의 단점을 개선한 새로운 레이저 기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전립선 치료제 부작용 1970년대까지 가장 흔하게 사용된 전립선 비대증 치료법은 환자의 하복부를 절개해 전립선을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지금도 중증 환자인 경우에는 이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는 극히 드문 사례로, 요즘 대부분의 환자는 약물이나 간단한 수술로 배뇨장애 증세를 치료한다. 여기에는 주로 ‘항호르몬제’와 ‘항고혈압제’를 사용하는데, 두 약제 모두 전립선의 크기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항호르몬제는 사춘기 이전에 거세된 남성에게 전립선 비대증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개발됐다. 즉, ‘내시’는 전립선 비대증을 앓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고환이 제거된 남성의 경우 체내에서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항호르몬제는 장기 복용하면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나라 남성은 서양인과 달리 전립선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이런 종류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지는 개개인의 증상을 보고 판단하는 게 옳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할 경우 성욕을 감소시키거나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고혈압제는 전립선의 크기를 줄이지는 못하지만 요도의 압력을 낮춰 소변을 편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약물은 혈압강하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고혈압 환자에게 유용하다. 그러나 혈압이 내려가면 두통과 어지러움증을 느낄 수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Local] 日 구마모토현과 문화 교류

    충남도는 12일 부여 백제역사문화관 대강당에서 일본 구마모토현 장식고분관(관장 오오다 유키히로)과 문화교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기관은 양해각서에서 지역여건에 맞는 문화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두 지역 문화의 정체성 확립 등을 위해 공동 연구·조사·전시를 활발히 하기로 했다. 또 두 지역문화의 보편적 가치와 독창적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전통문화 창달을 위해 민간협력 저변의 확대·강화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 [대선후보 공약 검증] 鄭·李 ‘이명박 大入자율’ 반대…孫은 본고사만 찬성

    [대선후보 공약 검증] 鄭·李 ‘이명박 大入자율’ 반대…孫은 본고사만 찬성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지난 9일 대학입시 자율화 방침 등 교육공약을 발표하면서 교육정책을 둘러싼 정책대결이 본격화하고 있다. 교육정책은 정당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에 교육양극화를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후보들의 교육정책을 실현가능성·내적 일관성·구체성 등으로 나눠서 분석해 보면 전체적으로 자신의 기본방향이나 철학·이념에 부합하는 내적 일관성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예산 확보 등을 통한 실현 가능성은 회의적이어서 선심성 정책수준에 머물고 있다. 구체성도 떨어진다. 복지 정책의 근본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다. 복지 분야의 공약은 후보의 이념적 정체성과 바람직한 사회상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전반적으로 후보들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 교육분야 ●이명박, 특성화고 확대·대학입시 자율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특성화 고교 확대와 대학입시 자율화 공약은 참여정부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불가)의 뿌리를 흔드는 것이다. 고교 다양화를 위해 자율형 사립고 100개 육성, 직업 전문화고 50개 육성, 기숙형 공립고 150개 육성을 내놓았다. 영어수업 확대와 3단계 대입자율화, 교원경쟁 유도 등도 주요 공약이다. 연간 30조원의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이 후보의 교육 정책은 본고사 및 고교등급제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조치로, 사교육을 강화하고 대입 위주 교육을 부추겨 교육 및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최상위층을 위한 정책”이라면서 “귀족형 사립고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져 사교육비가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한국교총과 보수단체들은 “고교평준화에 의존하지 않고 고교 유형을 다양화하고 대학입시를 자율화하는 것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며 반긴다. 논란 여부를 떠나 중도보수 성향을 보이고 있는 이 후보가 자율과 경쟁이라는 보수적 가치를 교육정책의 근간으로 삼은 것은 공약의 내적 일관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손학규, 학생선발 대학 자율에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후보는 큰 틀에서 이명박 후보와 궤를 같이한다. 고교등급제에 대해 ‘약한 부정’, 본고사 부활에는 ‘약한 긍정’의 입장을 내세운다. 손 후보의 세계 100대 대학 10개 육성과 글로벌 인재 10만명 양성 공약은 실현하기에 벅찬 면이 있다. 본고사 등 학생선발을 대학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데는 일관성이 높다고 하겠다. 하지만 현행 대입제도의 골간이 과거 한나라당 정부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과 비판에는 이명박 후보와 함께 자유롭지 못하다. 사교육비 부담 없는 교육 공약은 구체성이 약하다.3불 정책과 사교육비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는 부분도 구체성을 떨어뜨린다. ●정동영, 교육예산 40조원 증액 정동영 후보는 교육예산을 40조원가량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중앙정부의 교육예산이 모두 43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원마련에 대한 문제제기에 봉착한다. 국공립대 등록금 지원 공약은 사립대와 차별을 낳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 후보는 0세부터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기본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체성을 띠고 있다. 정 후보는 3불 정책에 대해 유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해찬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해찬, 졸업-취업 연계 이해찬 후보는 교육부 장관 시절 모의고사, 야간자율학습 폐지 등의 개혁조치로 인한 ‘이해찬 세대’의 학력저하 논란과 교원정년 단축 등으로 인해 교육계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교육 한국 21(EK21)’을 내세우고, 졸업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체제구축을 내세운다. 하지만 교육 한국 21의 세부내용과 재원마련 방안이 없다.‘두뇌한국 21(BK21)’을 연상케 하지만 두뇌한국은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평가에서 A∼E 5개 등급 가운데 D등급을 받았다. 졸업이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공약은 공허한 감을 주고 있다. 중도진보 성향의 정동영·이해찬 후보는 투명성, 책임, 평등과 같은 진보적 가치에 비중을 두는 교육정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찾을 수 있다. ●권영길,3불정책 법제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논술 폐지, 대학 평준화 등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어 사교육비 지출을 막는 데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연간 22조원,5년간 114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권 후보는 교육재정의 국내총생산(GDP)의 7% 확보와 부유세 신설, 군축에 따른 국방예산 활용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실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는 하지만 공교육의 정상화와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대학 평준화와 논술폐지 같은 정책은 구체성을 띠고 있다고 진단된다.3불 정책은 우리 사회의 기본 원칙이자 룰에 해당되기 때문에 법제화돼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 복지분야 복지분야에서 ‘돌봄이 119 유비케어 시스템’ 구축(이명박), 치매·중풍 같은 노인성 질환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손학규), 유아에서 대학까지 무상교육 실시(권영길) 등은 어느 정도 구체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예산확보 등의 방법론은 취약해 실현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후보마다 각종 무상 의료·교육 등을 제안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선언적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사회복지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까지 늘릴지에 대해서도 당위적 필요성을 제기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영유아 보육과 저소득층·노인 복지에 많은 비중을 두면서, 노인들이 항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돌봄이 119 유비케어 시스템’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이 후보의 복지 정책을 달성하려면 한 해에 4조 5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후보 측은 “불요불급한 낭비성 예산을 한 해 20조원가량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재원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감세정책을 주장하면서 어떻게 복지공약을 달성할지 의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후보는 근본적인 개혁보다는 현 체제를 유지하며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손 후보는 복지예산 확보를 위한 증세에는 부정적이다.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세제상 인센티브 등 민간의 역할 강화를 통한 예산확보를 주장하지만 실현성은 떨어진다. 이명박-손학규 후보는 분배보다는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복지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겠다. 정동영 후보는 ‘OECD 평균 수준으로 예산 대비 복지비 증액´을 정책적 판단이 아닌 사회적 변화의 흐름으로 제시하고 있어 구체적 근거나 계획, 전략이 부족하다. 정 후보와 이해찬 후보는 성장보다 복지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지만 강도면에서 차이가 많다. 정 후보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사회안전망 구축을 발전 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해찬 후보는 정 후보에 비해 사회안전망 구축과 관련해 개혁적 성향이 강한 편이다. 국방비 축소 등 예산비율의 조정을 통한 복지예산 확보 방안을 제시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총리 시절 양극화 폐해를 줄이는 정책을 제시해 왔다는 점에서 복지개혁 마인드가 많다고 여겨진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공약들은 한마디로 돈을 벌기보다 쓰는 일에 집중돼 있다. 대학 진학률이 82%인 우리나라에서 유아∼대학 무상교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단순한 복지 투자확대를 주장하지 않고 복지국가에 대한 철학을 갖고 복지정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상당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 난타 10년 ‘신나는 성적표’

    총매출 700억원, 공연 횟수 9957회, 관객 346만 2735명.10일 열번째 생일을 맞은 논버벌(non-verbal) 퍼포먼스 ‘난타’의 빛나는 성적표다. ‘난타’는 사물놀이 가락에 주방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코미디로 풀어낸 비(非)언어극.1997년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첫선을 보인 뒤 1999년 한국 공연물로는 처음으로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했다.2003년에는 아시아 공연물 최초로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공연을 본 해외관객만 114만명.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과 홍콩 배우 장궈룽(張國榮)도 ‘난타’의 관객이었다. 제작사인 PMC프로덕션 송승환 대표는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10주년 기념행사에서 “ ‘난타’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난타’ 덕분에 큰 희열을 맛봤다.”고 감회에 젖었다. ‘난타’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기획단계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 점을 들 수 있다. 비언어극이라 외국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우리 고유의 리듬으로 신명과 한국적 색채를 더한 것 또한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이제 ‘난타’는 대표적인 한류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여세를 몰아 7일(현지시간)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코믹 무술극 ‘점프’도 한국 문화상품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송 대표는 비보이 공연 등 최근 양산되고 있는 논버벌 퍼포먼스와 관련,“한국적인 소재를 보다 고급화할 수 있는 기획력과 세계시장에 통하는 보편성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난타’의 해외시장 진출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내년 3월 이스라엘 공연을 비롯, 중국 20개 도시 순회공연과 미국 공연도 예정돼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 헤드킥] K리그 대표팀 소집 원칙 만들자

    축구의 나라 아르헨티나. 탱고의 나라이기도 하다. 탱고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유럽 음악의 바탕 위에 탱고를 올려놓았다.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양식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오늘날 피아졸라의 음악은 무도회에 가지 않고서도 탱고의 미묘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그가 활동했던 70년대에 아르헨티나 축구는 어려움을 겪었다.78년 월드컵을 개최해 우승도 했지만, 편파 판정으로 얼룩졌고 군부 통치라는 암울한 그림자 탓에 요한 크루이프 같은 선수는 참가를 거부했다. 이때 아르헨티나 축구가 침체에 빠진 대표팀을 무리하게 ‘유럽식’으로 바꾸려고 했다.장신 선수를 뽑아 ‘킥 앤드 러시’를 구사하였는데 팬들은 ‘아르헨티나 축구의 실종’이라며 실망했다. 이때 작은 새가 나타났다. 그는 유럽식 축구를 그 작은 몸으로 가볍게 무너뜨리며 황금 시대를 창조했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그 새의 이름이다. 축구를 최고의 스포츠로 확산시킨 유럽의 오랜 전략들을 기반으로 삼되(보편) 구체적인 전술에서는 자국의 신체 리듬에 맞는(특수) 세계를 열어젖힌 것이다. 지금 한국 축구도 보편과 특수의 성장통을 앓고 있다. 첫째는 안정환 선수 파문이다.2군 경기에 참가한 안정환에게 상대 팀 팬들이 심한 야유를 퍼부은 사건 말이다. 일부는 ‘유럽에서는 더 심한 야유도 한다.’고 했다. 이는 절반만 맞는 얘기다. 유럽에서는 악명 높은 팬들을 블랙리스트를 통해 ‘관리’한다. 벌금도 부과한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유럽에서 그렇게들 하니 우리도 그렇게 해도 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유럽 축구가 보편성을 갖고 있지만 잘못된 행태는 우리의 특수성이라는 여과지로 걸러내야 한다. K-리그 플레이오프 역시 마찬가지다. 시즌 내내 ‘리그’를 치르다가 최후의 결정전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보편’에 어긋난다. 리그 6위 팀이 리그 1위 팀을 꺾고 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모순이 있다. 하지만 축구의 ‘보편’인 유럽과 달리 K-리그는 팀 수가 적고 1,2부 승강제도 없다. 플레이오프는 고육책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막바지의 긴장과 흥행을 유발하고 있다. 물론 이 ‘특수’한 제도는 언젠가 보편의 원리에 맞게 바꿔가야 한다. 이처럼 보편과 특수의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 마지막 문제가 있다. 대표팀 소집이라는 ‘시한폭탄’이다. 연내 대표팀의 새 감독이 부임하고, 그가 외국인이라면 내년 상반기에는 이 시한폭탄의 안전핀이 뽑히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또 한번 홍역을 앓게 될 것인데, 바로 지금 ‘보편’의 원리를 명확히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그 무렵의 ‘특수’한 상황 논리에 끌려가기보다는 지금 ‘보편’의 원리를 명확히 한다면 신임 감독과 K-리그 구단이 치를 홍역은 최소화될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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