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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공연예술과 공주/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문화마당] 공연예술과 공주/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공주에 관한 에피소드는 공연예술에서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아온 소재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누구나 소중한 존재로 대접받기를 바라고,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여자들이 스스로 매우 아름답고 고귀하다고 착각하는 증상을 두고 공주병이라고 한다. 그것은 자신이 공주만큼 소중하게 여겨지기를 원하는 본능에서 출발한 것인데, 그만큼 자기 자신이 사회에서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늘어나는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다. 한편, 오랜 남성 중심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나약해진 남자들이 공주의 미모와 후광을 얻으려 노력하는 현상을 발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주를 둘러싼 다종다양한 사회적·심리적 현상은 인간의 보편적 본능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주가 극적인 소재로 흥미를 끄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이런 추측이 크게 빗나가지 않음을 실제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오페라의 나라 이탈리아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리아는 푸치니의 ‘투란도트’에 나오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라고 한다. ‘투란도트’는 타타르의 왕자 칼라프와 중국의 공주 투란도트에 관한 이야기다. 동양적인 정서와 선율로 가득한 이 작품은 푸치니의 오페라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로린 마젤이 이끄는 스칼라 오페라단이 선보였던 ‘투란도트’와, 장이머우 감독의 연출로 2003년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상연되었던 ‘투란도트’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하나, 세계 어느 곳에서 상연되든 흥행이 보장되는 베르디의 ‘아이다’ 역시 소재가 공주이다. 이집트의 무장(武將) 라다메스와 포로 신분인 에티오피아의 공주 아이다,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의 비극적인 삼각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장중하고 화려한 음악과 호화로운 무대장치 등으로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힐 만큼 유명한 대작이다.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설화는 비극적인 사랑 때문에 공연예술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공주 이야기이다. 이번 달에도 국수호의 춤극 ‘낙랑 공주’와 국립발레단의 창작 발레 ‘왕자 호동’이 무대에 올려진다.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이야기 역시 인기 있는 소재다. 하얀 눈처럼 희고 아름다운 공주가 계모의 계교로 독약이 든 사과를 먹고 죽어서 유리관 속에 들어갔지만, 왕자가 나타나 공주를 되살리고 계모는 벌을 받는다는 백설 공주 이야기는 공주를 소재로 한 공연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 중 하나이다. 1937년 월트 디즈니가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라는 제목으로 각색한 장편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이 이야기를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13일에는 현대 과학 문명의 첨단을 대표하는 로봇이 배우가 되어 무대에 선다. 세계 최초로 인간을 닮은 지능형 로봇 ‘에버’가 ‘로봇 공주와 일곱 난쟁이’에서 백설 공주 역할을 맡았다. 공주라는 소재는 신분과 현실의 벽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꿈과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의 본질을 가장 무리 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완벽한 극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영원한 꿈과 상상의 산물인 로봇과 공주와의 만남은 첨단 과학과 예술의 새로운 극적 만남이 될 것이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 佛 첫 이혼박람회 성황

    파리 이혼 박람회 성황… 사르코지 효과?프랑스 파리 외곽 회의센터에서 8~9일(현지시간) 첫 이혼박람회가 열려 4000명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름의 박람회 고객 대부분은 여성이었고 헤어스타일과 몸매관리 등을 조언하는 건강관리와 이혼 관련 법률 자문 코너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또 박람회 기간 중에 ‘이미지 재창조를 위한 성형수술의 역할’, ‘상대방을 다시 유혹하는 방법’, ‘웹(Web)에서의 만남’, ‘이혼:변호사의 역할’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도 열렸다. 이외에 자립을 위한 심리 상담, 미래 운세를 보기 위한 타로점 등의 이벤트에 60여업체가 참여했다. 박람회를 조직한 브리지트 고메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고메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2007년 취임한 지 몇달 만에 두 번째 아내와 이혼할 정도로 이혼이 보편적이고, 매년 많은 결혼박람회가 열리는데 왜 이혼박람회는 안 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국립인구학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에서는 결혼한 두 쌍 가운데 한 쌍꼴로 이혼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여성 대상 ‘핑크영화제’ 性대담회 가보니…

    여성 대상 ‘핑크영화제’ 性대담회 가보니…

    “남자들은 시작하면 ‘질주본능’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직 젊은 남자들과 연애하시나 봐요? 나이 들면 그렇게 못합니다.” 극장에서 한바탕 야한 얘기가 오갔다. 젊은 여성이 대부분인 관객들은 대화를 주도한 남녀 칼럼니스트, 김태훈과 박훈희의 말에 웃고 짜증내고 공감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일본 핑크영화를 상영하는 ‘핑크영화제’의 특별 순서 중 하나인 ‘핑크 브런치’ 대담회가 지난 8일 열렸다. 자유롭고 건강하게 성(性)에 대한 담론을 나누면서 남녀의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순서다. 영화제 상영작 ‘야리망’(や∙り∙ま∙ん)을 함께 본 뒤 바로 이어진 이 자리에는 연애 카운슬링으로 유명한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과 섹스 칼럼니스트 박훈희가 대담자로 나섰다. 핑크영화제는 여성 관객들만 입장이 가능하지만 이 날은 특별히 남성 관객의 입장이 허용돼 남녀가 함께 참석한 커플들이 많았다. 대담회 전 상영된 영화 ‘야리망’이 바람을 피우는 남성과 그를 이해해가는 여성의 이야기인 만큼 시작부터 “남자들은 다 그래?” “여자들은 달라?”라는 수근거림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여성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남성대표’ 김태훈을 향해 발칙한 질문들이 쏟아졌다.“잠자리에서 짜증나는 여성 유형이 있나요?” “남자들은 속옷을 신경 써서 입어도 왜 몰라주죠?” 등이 그나마 기사에 쓸 수 있는 수준의 질문들이다. 여성 대담자 박훈희도 “남자들의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은 거지, 공부하러 온 게 아니다.”라며 철학적인 표현으로 에두르는 김태훈을 몰아세웠다. 여성들의 공격(?)에 김태훈은 “섭외를 잘못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없이 강연을 해봤지만 이렇게 땀을 흘려보긴 처음”이라고 난처해하면서도 특유의 달변으로 맞받아쳤다. 남성을 자신에 맞춰 일반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에는 “이 자리에 부른 이유가 남성을 대표하라는 것”이라며 “여성분들이 남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저는 그들과 술을 마시고 목욕탕을 다녔다. 남자에 대해선 더 잘 안다.”고 농담을 섞어 반박했다. 자체 심의기준과 보편적인 인식에 비추어 허용 가능한 수준의 발언 일부를 소개한다. “남자들의 바람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요? 사회적으로 결혼이란 제도나 ‘간통법’이라는 법 등 여러 제약들이 있다는 건, 의지적으로 그걸 지켜내기 어렵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이란 성악설에 기초하는 거잖아요. 여러 제도가 있다는 건 그만큼 힘들다는 거죠.” (김태훈) “남자들이 바람을 피우는 것처럼 여자들도 피우고 싶죠. 사회적 시선이나 의리로 안 그러는 거고… 최소한의 예의가 있잖아요.”(박훈희) “‘원나잇스탠드’라고 하죠? 가장 솔직해질 수 있지만, 가장 배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양면성이 있는 것 같아요. 배려는 없고 그 행위에만 집중하니까.”(박훈희) “성적으로 적극적일수록 남자들은 의처증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남자들이 구속하려는 행동을 보이면 불안해졌다는 거예요. 이게 딜레마죠. 나한테는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게 영 불안하단 말이죠.”(김태훈) “이런 걸 ‘남자들이 이렇다.’라고 생각하지만 말고, 여자들도 좀 즐겼으면 좋겠어요. 무언가 했을 때, 어디를 만졌을 때 그런 것의 반응을 보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어요.”(박훈희)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잠실에서 동대문운동장을 가는 동안 남성들이 얼마나 많이 ‘그 생각’을 하는지 알면 여자들이 절대 우리와 같이 살지 않을 겁니다.”(김태훈) 글·사진·동영상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 * 핑크영화제 ‘핑크 영화’는 일본의 독자적인 영화 시스템이다. 제작비 300만엔, 촬영기간 3~4일, 35mm 필름촬영, 베드신 4~5회, 러닝타임 60분이라는 기준이 적용된다. 50여 년간 일본 영화의 실험 정신을 유지해왔으며 연간 80편 이상이 제작돼 일본 영화 총 제작편수의 1/3을 차지한다. 지난 5일 개막한 ‘핑크영화제’는 올해로 3년째다. 여성들만의 축제를 표방해 개막일인 5일과 첫 주말인 8일을 제외한 영화제 기간에는 남성 관객의 입장을 금지한다. 오는 11일까지 서울 씨너스 이수에서 진행된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회적 이견에 귀 기울여라

    사람들은 법치(法治)를 ‘인간이 아니라 법에 의한 통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과 달리 어떤 경우에도 통치가 법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법 자체가 사람에 의해 운용되며, 법 해석도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를 보자. 모두가 같은 법복을 입고 있지만 어느 정당에서 누가 임명했느냐에 따라 이들의 판결은 크게 달라진다. 당연히 판사 조직에서도 결정의 쏠림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쏠림현상이 집단편향성을 낳고, 이는 사회적 공포의 과장이나 극단적인 견해의 대립으로 이어진다. 이런 사회가 다른 의견을 긍정적인 가치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사회적 이견(異見)에 주목한 새 책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카스 R 선스타인 지음, 박지수·송호창 옮김)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는 국가든, 사회든 아니면 기업이나 투자조직 혹은 가정 등 사람의 조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견의 가치에 주목한다. 이견을 말하고, 강요를 거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이견의 관점에서 그는 동조, 다른 사람 따라하기, 복종과 불복종, 무리짓기, 이웃의 생각과 언론의 자유 등 민주주의에서 발현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그렇다고 그가 동조나 (법적 판결에 대한)복종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책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전체주의적 가치 때문이다. ‘총화단결’, ‘국론통일’이 그렇고 ‘모난 놈 정 맞는다.’는 의식이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견 없는 사회나 갈등 없는 조직을 만들려 하기보다 이견과 갈등을 좋은 사회, 좋은 조직의 제도적 원리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지금 누구도 안데르센의 동화에서, 보는 대로 말하는 한 소년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외침을 가당찮은 이견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처음엔 그 외침이 이견이었고 이단이었지만 이제 그 소리는 진리다. 이렇듯 이견이 항상 ‘턱없는 생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1만 5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대타요원’ 이승엽…하라 감독은 왜?

    ‘대타요원’ 이승엽…하라 감독은 왜?

    이젠 다시 원점이다. 니혼햄이 일본시리즈 4차전에서 요미우리를 8-4로 물리치고 시리즈 전적 2승2패를 기록했다. 4차전에서 이승엽은 니혼햄 좌완투수 야기 토모야가 등판하는 바람에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7회말 대타로 나왔지만 병살타를 기록하며 의미없는 한타석을 소화했다. 1-6으로 요미우리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수타석때 대타로 출전한게 아쉬운 대목이다. 시즌때부터 ‘신주단지’ 모시듯 적용됐던 하라의 ‘플래툰 시스템’은 일본시리즈 들어 더욱 심해진듯 하다. 물론 선수기용은 누구도 침범할수 없는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그 권한이 보편적인 상식선을 벗어나면 비판의 목소리는 감독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날 4차전 이승엽의 대타기용이 특히 그랬다. 7회말 1사 1루때 다음 타자는 9번 카네토 노리히토. 카네토는 올시즌 단 5이닝만을 던진 패전처리용 투수나 다름없는 선수다. 이미 승패가 기운 상황에서 당연히 대타가 나와야할 시점. 이순간 하라는 이승엽을 선택했는데 문제는 상대 투수다. 이날 경기 선발투수가 좌완 야기라는 이유로 이승엽을 선발라인업에서 제외 시켰던 하라는 상대투수가 좌완 미야니시 나오키였음에도 이승엽을 대타로 기용한 것이다. 그동안 이승엽에게 좌완투수란 곧 타석제외를 의미했다. 도대체 하라 감독이 어느 곳에 중심을 잡고 있는지 도무지 알수 없는 선수기용이었다. 또한 전날 3차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타자를 다음날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은 점도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상대 선발이 좌완이기에 자신의 신앙과도 같은 그 믿음을 나무라 할수는 없다. 하지만 타격이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공존한다. 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지금 이승엽은 타격상승세인 상태다. 정규시즌때의 기록은 이렇게 큰 경기에선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의 컨디션이 단기전 승패와 직결되기에 이점을 첫번째 기준으로 해서 선수기용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이것 역시 이승엽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다. 올해 이승엽은 시즌중반 허리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2군에 머물러 있다 지난 10월 8일 1군훈련에 합류했었다. 당시 요미우리는 3년연속 리그우승을 확정한 상황이었으며 남은 정규시즌 경기는 단 2경기. 하지만 하라 감독은 이미 승패와 상관없는 남은 2경기동안 이승엽을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야구선수에겐 1군 감각이란 것이 있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감독이 이런 결정을 했다는게 이해할수 없었다. 낮경기가 많은 2군과 저녁경기가 대부분인 1군은 타자가 공을 보면서 판단하는 감각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결국엔 일본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던 이승엽을 감안하면 더더욱 이해할수 없는 선수기용이다. 이런식으로 이승엽을 배재해 놓고 일본시리즈 엔트리 등록은 왜 했는지 모르겠다. 이승엽을 1군으로 불러들인 이유가 일본시리즈를 대비해 1군 감각을 회복하라는 배려차원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본시리즈 4차전까지 오는동안 이승엽이 선발로 출전했던 1,3차전은 요미우리가 모두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승엽은 이 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쳐냈다. 한가지 우려할만 것은 하라 감독을 제외한 일본의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이승엽의 존재를 두려워 하고 있다는 점이다. 1차전 해설을 맡았던 노무라 카츠야나 왕년의 인기스타인 신조 츠요시, 그리고 키요하라 카즈히로는 중계중에 이승엽이 타석에 서면 지금 타격컨디션이 아주 좋다고 칭찬을 했다. 안에서 보는 이승엽과 밖에서 보는 이승엽은 큰 차이가 있는 듯 하다. 금일 5차전 니혼햄 선발은 1차전에 등판했던 좌완 타케다 마사루가 될 가능성이 높다. 4차전에 이어 5차전 역시 이승엽이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심이 들면 쓰지말고 썼으면 믿어라’ 라는 격언이 지금 하라에겐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구조주의 대가 레비 스트로스 타계

    서구인의 눈에 비친 브라질 원주민은 그저 야만인이었고 길들여야 할 대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슬픈 열대’ 이후 그들은 비로소 인격체로 인식됐다. ‘슬픈 열대’로 서구인의 사상체계를 흔들었던 세계적 석학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지난 1일(현지시간) 타계했다고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100세. 고인에 이어 콜레주 드 프랑스 인류학 연구소장에 부임한 필리프 데콜라는 “2년 전 대퇴골이 부서진 뒤 만성피로에 시달리다 노환으로 사망했다.”면서 “장례식은 리녜롤의 코트도르에서 이미 치렀다.”고 말했다. ●대퇴골 골절이후 만성피로 시달려 세계 지성사에 큰 자취를 남긴 고인의 별세 소식은 오는 28일 101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어서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특히 프랑스는 충격에 빠진 듯 추모사가 잇따르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인본주의자였고 그 덕분에 우리는 브라질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고 애도했다. 프레데릭 미테랑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그는 예술가였고 과학자였고 지식인이었다.”고 조의를 표했다. 1908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고인은 프랑스 파리로 건너와 1927~32년 대학에서 철학과 법학을 전공했다. 이후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장 폴 사르트르 등과 지적인 만남을 이어 갔다. 그러다 1934년 브라질 상파울루대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문적 전환기를 맞았다. 브라질 원주민의 생활상을 현장조사한 뒤 본격적으로 인류학에 뛰어든 그는 뉴욕 시의 사회연구학교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의 저작을 접하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구조주의를 인류학에 적용, 문화체계와 관련된 엄청난 양의 정보를 핵심 요소들 사이의 형식적 관계들로 환원시키는 방법론을 제창했다. 이를 바탕으로 1949년 최초의 저서 ‘친족의 기본구조’를 출간하면서 구조주의 인류학의 탄생을 알렸다. ●사르코지 “지칠 줄 모르는 인본주의자” 특히 1955년에 대표작 ‘슬픈 열대’로 세계 지성사에 널리 알려졌다. ‘슬픈 열대’는 브라질 오지탐험을 토대로 문화와 인간의 보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다. 그는 이 저작으로 원주민들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서구인들의 선입관을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1년 방한한 바 있는 그는 이후 왕성한 학문 활동을 하면서 ‘구조인류학’ ‘야만적 사고’ ‘토테미즘’ 등 다수의 저서를 발표했다. 특히 ‘날것과 요리된 것’ 등 4권으로 집대성한 대작 ‘신화’를 출간하면서 인류학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최근까지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최고령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뉴스다큐시선’이 보여준 가능성/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과 4년

    [옴부즈맨 칼럼] ‘뉴스다큐시선’이 보여준 가능성/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과 4년

    옴부즈맨 칼럼을 맡게 되면서 변화된 것이 있다면 ‘책임감’을 가지고 서울신문 기사를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 모자란 지식과 밑천을 총동원해 잣대를 대어 보고, 수업시간에 배우거나 책에 나열된 기준들을 이리저리 견주어 본다. 그 과정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일도 많지만, 오히려 칼럼을 쓰면서 그 과정 자체가 스스로에게 배움의 기회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듯 매번 기사를 읽으면서 칼럼의 주제를 생각해 내고, 필요에 따라 생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나 참고서적을 찾아봤다면, 이번에는 정반대의 경험을 했다. 책을 읽다가 불현듯 읽었던 기사들이 생각났다. 며칠 전,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다시 읽었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불안’에서 속물근성을 이야기하다가 사회에서 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는 것은 신문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른바 속물들은 독립적 판단을 할 능력이 없는 데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갈망하기 때문에, 언론의 분위기가 그들의 사고를 결정해 버리고, 그 수준은 위험할 정도”라고 경고한다. 또한 윌리엄 새커리가 1848년 쓴 책을 인용해 영국인이 높은 지위와 귀족계급에 매달리는 원인은 매일 작위가 있는 사람과 유명한 사람이 존엄한 존재라고 역설하는 신문 때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름 있는 자들의 부각이 결국 작위가 없는 보통 사람들은 시시하다고 역설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160여년 전의 새커리가 특히 걱정했던 것은 신문의 ‘궁정란’으로, 여기에는 이른바 상류사회 사람들의 파티, 휴가, 죽음을 주로 다루었다고 한다. 알랭 드 보통은 새커리의 우려에 동조하며 “신문들이 유명 인사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버리고 대신 보통 사람들의 삶의 의미에 조금이라도 더 초점을 맞추어만 준다면 지위에 대한 불만 또한 얼마나 많이 줄어들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언론의 보도경향이 개개인의 의식 활동이 사회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보편적 상관관계인 것이다. 책 속에서 크게 길지도 않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서울신문의 ‘뉴스다큐, 시선’ 기사들을 떠올렸다. ‘뉴스다큐, 시선’은 지면 속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시도된 편집과 함께 그 주인공 또한 진부한 유명인사가 아니라 우리네 이웃들의 친근하고 따뜻한 이야기다. 지난달에는 지면을 통해 사라져 가는 청계6가와 이태원의 헌책방을 지키는 아저씨들의 추억과 남다른 자부심(10월7일자)을 엿볼 수 있었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수능 준비에 한창인 고3 수험생들의 초조하고 힘들어도 멈출 수 없는 희망가(10월21일자)를 들을 수도 있었다. 활자로 접한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은 상상력과 결합돼 비디오로 접한 다큐멘터리 한 편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줬다. 함께 게재되는 동영상 기사 역시 흥미로웠다. 3분여 길이의 동영상은 기사를 읽으며 상상했던 현장의 분위기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 반가웠다. 현재의 미디어 시장은 이미 한 가지 소재와 정보를 가공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내보내는 ‘원소스 멀티유즈’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욱 욕심을 내서, 지금의 단순한 인터뷰 형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한층 깊이 있는 취재와 다양한 촬영, 편집 기법을 동원한다면, 동영상 기사 그 하나만으로도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함을 이끌어 내는 또 하나의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바깥의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아침마다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도 바깥바람을 머금어 제법 싸늘한 온도로 내 손에 들어온다. 이러한 신문 지면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은 바로 그 안에 담긴 우리네 이웃들의 평범하지만 또 누구보다 특별한 ‘세상사는 이야기’다. 이번 주말에는 시간을 내서 지면 속 청계6가, 이태원의 헌 책방에 한 번 들러볼 생각이다. 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과 4년
  • “원불교는 정보사회 걸맞은 애니콜사상”

    “원불교는 정보사회 걸맞은 애니콜사상”

    “원불교는 세계 보편원리를 만들어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겁니다.” 원불교의 중앙 행정수반인 이성택(66) 교정원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새달 9일로 3년 임기를 마치고 원광학원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 원장은 지난 26일 교단이 운영하는 실버타운인 서울 용산 하이윈빌리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불교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생활불교 표방… 시간 장소 구애 안받아 그는 “한국 사회는 불교·유교·기독교 등 각 문화의 핵심을 정착시켜 이를 바탕으로 보편윤리를 만들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 중 앞으로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원불교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원불교는 충돌 가능성을 내재한 교조 신앙이 아니라 진리 자체를 모시기에 문화간 화합이 쉽다는 설명이었다. 원불교는 1916년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창종한 민족종교. 여기서는 교조나 부처를 모시는 게 아니라 우주의 근본원리를 도상화한 ‘일원상’(一圓相·○모양)을 신앙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고 있다. 또 원불교는 ‘생활불교’를 표방해 수행에도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이 원장은 “원불교는 지식정보사회에 걸맞은 ‘애니콜(Anycall)’ 사상”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을 말하는 원불교는 언제·어디서든 수행이 가능합니다. 또 모든 것이 부처라는 생각에서 나온 상생(相生) 이념은 물질만 윤택해지고 정신이 아둔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그는 이 애니콜의 콜(call)을 “사람을 부르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모든 부처 중 제일은 사람 이며, 지식정보사회에서도 인간 존중의 사상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같은 맥락에는 이 원장은 원불교의 미래도 바로 사람에 달렸다고 한다. 그는 “원불교는 100년이란 짧은 역사에서 아직 초창기에 있는 종교지만, 이념적 바탕은 불교·유교·기독교를 나란히 할 만큼 단단히 자리 잡았다.”면서 “이제는 사람을 키워야 할 때”라고 했다. ●새달 9일 원광학교 이사장으로 자리 옮겨 그가 교정원을 떠나 새로 맡게 될 원광학원 이사장이 바로 그런 자리. 그는 아직 아무런 업무 파악이 안 된 상태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법들을 여러 가지로 고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며 이 원장은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꺼냈다. 그는 “정권교체 이후 특히 남북 분위기 변화가 가장 아쉽다.”면서 “최근 물밑 접촉 등으로 이 정부도 새로운 방향을 잡아 가는 것 같다.”고 남북화해 무드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그러면서 원불교도 10여년 전부터 평양에 국수공장을 세우고 밀가루를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절대 감사가 우리사회 위한 상생 실천 오래전부터 ‘절대 감사’를 좌우명으로 살고 있는 이 원장. ‘절대 감사’가 우리 사회를 위한 ‘상생의 실천’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잘해 주면 감사하는 게 당연하지요.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마음을 비운 뒤에 찾아오는 그런 감사가 바로 상생을 실천하는 길입니다.” 한편 이 원장의 후임 교정원장으로는 중앙종도훈련원 김주원 원장으로 결정됐다. 원불교 교정원장은 교단 최고 지도자인 종법사가 지명하고 의회 격인 수위단회(首位團會)에서 이를 추대해 결정한다.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사설] 황우석 유죄, 생명공학 발전의 이정표 되길

    3년4개월을 끌어온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의혹 사건’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어제 1심 공판에서 줄기세포 논문조작 및 지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황 전 교수에게 “논문 중 일부가 조작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기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황 전 교수는 2004년 ‘사이언스’지에 기고한 가짜 논문을 이용해 농협과 SK로부터 20억원의 연구비를 받았고 민간 후원금 중 6억 4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8월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 받았다.‘황우석 사건’은 워낙 쟁점이 복잡하고 전문지식이 필요한 생명공학 분야라 그동안 43차례의 공판이 열렸고 검찰의 수사 기록만 2만여쪽에 이를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학자로서의 연구 윤리와 생명 윤리의 소중함을 일깨웠고 ‘과학의 생명은 진실성’에 있다는 보편 타당한 진리에 손을 들어준 의미가 크다. 다만 향후 생명공학과 미래 의학의 판도를 좌우할 배아 줄기세포 연구분야에서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에 미국 등 선진국들에게 따라잡힌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110만여명이 줄기세포 분야의 독보적 권위자인 황 전 교수를 위해 탄원서에 서명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황우석 사건을 통해 국내외 안팎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아픔도 있었지만 엄정한 생명공학의 잣대가 돼 세계 속으로 뻗어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 첫 장편 ‘피아노 교사’로 세계를 놀래킨 한인2세 소설가 재니스 리

    첫 장편 ‘피아노 교사’로 세계를 놀래킨 한인2세 소설가 재니스 리

    “주제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니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다음 작품은 한국이 소재, 또는 배경이 될 것입니다. 한국(사람)에 대해 쓴다는 생각만으로도 많은 부담이 되고 떨리네요.” ● 24개국 출판… 美서 10만부 넘게 팔려 첫 장편소설 ‘피아노 교사’(문학동네 펴냄·김안나 옮김)를 내기 전부터 전 세계 24개국에서 출판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초대박을 터뜨린 한인 2세 소설가 재니스 리(36)가 한국 출간에 맞춰 모국을 찾았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재니스 리는 자신의 첫 소설이 한인이 등장하거나, 한국의 정서를 담지 않은 것 같다는 질문에 “그동안 대학원 시절 썼던 단편 소설에서는 한국인이나 코리안-아메리칸의 얘기를 많이 담았다.”면서 이같은 향후 계획을 밝혔다. ‘피아노 교사’는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한 1940~1950년대 홍콩에서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엇갈린 사랑의 관계를 그린 소설이다. 단편소설을 들고 찾아간 출판사마다 번번이 퇴짜를 맞던 재니스 리는 2007년 가을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인생 역전을 이룬다. 5년에 걸쳐 쓴 ‘피아노 교사’가 픽션 부문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뒤 미국, 영국은 물론 유럽, 남미,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출판 제안 쇄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된다. 게다가 지난 1월 미국에서 출간된 직후 10만부가 넘게 팔리며 뉴욕 타임스 집계 전미 베스트셀러에 5주 동안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전례없는 일이었다. ● 홍콩 출생… 하버드대서 영문학 전공 그는 “이렇게 큰 반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꿈같은 일”이라면서 “과거(1940~50년대)와 낯선 공간(홍콩)이라는 경험하기 어려운 배경에서 사랑과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것이 주효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준비된 재원에 가까웠다. 재니스 리는 한국인 부모가 사업차 홍콩으로 건너간 뒤 태어났고 15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엘르 USA’에서 출판 담당 기자로 일하며 한 달에 15권씩 책을 보고 서평을 썼다. 그러다가 스물여덟 살에 아예 기자 일을 내던지고 헌터 대학원에서 재미 소설가 이창래 교수로부터 소설 창작법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모국어 소통이 능란하지는 않지만 그의 바람은 모국에서 그의 작품이 사랑받는 것, 단 하나다. “모국인 한국에서의 책 출간은 내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 독자들이 많이 읽고 성원해주시길 바랍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10·26 30주년] 산업화·독재의 功過 넘어 ‘박정희 리더십’ 재평가

    [10·26 30주년] 산업화·독재의 功過 넘어 ‘박정희 리더십’ 재평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 시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사후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신중하게 접근했다. 내로라는 학자들조차 박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섣불리 재단하지 않으려 했다. 다만, “지금껏 평가 작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으며, 이제는 본격적인 평가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또한 30년 세월은, 연구와 관심의 영역도 확장시켜왔음을 보여줬다. 그 대상은 과거처럼 성장이나 독재, 민주주의라는 ‘주제어’에만 얽매이지 않고, 통치이념이나 국민 정신, 교육에서부터 구체적 정책으로까지 광범위해졌다. ‘산업화냐 민주화냐.’라는 이분법적인 평가에도 새로운 시각이 더해졌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교수는 25일 “박 전 대통령은 자연사가 아니라 특수한 형식으로 운명했기 때문에 여러 감상에 젖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단순히 부국강병과 경제 성장으로 만족하는 시대가 아니고, 민주주의나 인권 등 보편적 가치 추구가 강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은 지금도 남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한 교수는 “지금은 부정적 유산을 철저히 연구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양면성이 있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운 국가 건설의 물질적 토대를 박정희 정부 시기에 만든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며, 그 시기를 지나면서 경제적 도약을 할 수 있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과거를 좀 더 여유있는 눈으로 보고 싶은 욕구도 있는 만큼 앞으로 좀 더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의 방법으로 “1973년부터 시작했던 종합정책, 근대화 과정에 미친 영향을 촘촘히 다시 연구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동노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정책을 보면 상당히 평등지향적인 것들이 있다. 흔히 박 전 대통령은 경제개발에만 관심을 쏟은 지도자라고 평가되지만, 당시 정책 가운데 국가사회주의적인 요소들이 꽤 있었다.”는 평을 내놓았다. “예컨대 의료보험 정책에서 시장지향적이 아닌 국가주도적 체제를 도입했으며, 교육분야에서 중·고등학교 평준화를 시행한 것은 대표적인 국가사회주의적인 시도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시도했다면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컸지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를 힘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김한종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 정신교육과 전통정신을 내세우며 한국의 가부장적 사고를 미화한 측면도 있다.”면서 “국민 정신에 관한 부분을 통해 국가적 교육을 어떻게 이끌려고 했는지 등을 다시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국립대 김형아 교수는 “한국인의 국민성은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 벌였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캠페인에서 나온 산물이며, 이 정신의 유산이 여러 단점이나 모순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적 입장에서 약점보다는 강점을 대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당시 근대화 과정에서 개발독재가 불가피했던 점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우리 국민에게 자신감을 줬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때문에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풍토가 생긴 측면도 있다.”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민주주의는 과정이 중심인데도, 결과 위주의 정치·사회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경희대 정외과 윤성이 교수는 산업화를 박 전 대통령의 ‘공’으로, 민주화 지체를 ‘과’로 보는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각각 ‘공’과 ‘과’가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산업화를 이루며 경제성장을 한 것은 ‘공’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인권 탄압, 정경유착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면서 “빠른 성장을 하기 위해 사회적 규범과 절차가 무시된 것도 지금까지 계속 영향을 주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독재정권을 이끈 것은 ‘과’가 되지만, ‘경제성장 없이는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정치학적 시각에서 보면 중산층을 만들어낸 것을 비롯해 ‘공’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는 “‘박정희 독재’가 가능했던 것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동의했기 때문이며 동의를 얻어내는 데에는 도덕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류 교수는 “당시의 리더십은 “‘잘 살기 위해 부정부패 안 하고 열심히 할테니, 국민도 잘 따라오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전반적으로 국가와 기업의 유착도 있었지만, 국가를 위한 것이었다는 측면에서 동의를 얻었던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함재봉 박사는 “‘성공적인 근대 국민 형성’이라는 최종 결과는 바람직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법이 없었던 시대였다.”면서 “그 국민 형성 작업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것이었고, 도덕적으로 모호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라고 총평했다. 이지운 허백윤기자 jj@seoul.co.kr
  • 中언론 “부모에게 성형수술 ‘선물’ 하는 자녀 증가”

    중국의 공휴일인 중양절(重陽節, 음력 9월 9일로 양수(陽數)가 겹친 날을 의미)을 맞아 자녀들이 부모에게 이색적인 선물을 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석간지인 ‘신원완바오’는 26일 “주말과 겹친 올 중양절을 맞아, 많은 자녀들이 부모에게 ‘성형수술권’을 선물했다.”면서 “부모에게 성형수술을 권하거나 성형수술을 할 수 있는 티켓을 선물하는 자녀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미 많은 자녀들이 부모세대가 원하는 성형수술과 효과를 문의하고 있으며, 선물할 수 있는 ‘성형수술카드’가 출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선물은 대부분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유행하고 있다. 특히 성형수술의 보편화에 따라 이를 보는 60세 이상의 어르신들도 심리적인 부담을 덜 느껴 시술횟수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들과 며느리의 권유로 성형수술을 받게 됐다는 한 여성은 “퇴직한 이후로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거나 식사하는 등 외출할 일이 더 잦아졌지만, 예전과는 달리 늙어버린 얼굴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자식들의 성형수술을 권했고, 수술 후 삶의 질이 더 높아졌다.”고 만족해했다. 성형외과 원장 런톈핑은 “부모와 함께 병원을 찾거나, 부모에게 드릴 선물용으로 성형수술권을 끊는 자녀들이 많아졌다.”면서 “이는 성형수술에 대한 사회의 관념이 변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대통령 기념관 세워 功過 생생히 남겨야

    오늘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꼭 30년이 되는 날이다. 때맞춰 박정희 시대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다. 한 세대가 지난 지금,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의 역사성을 성찰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에 대한 논의는 으레 산업화냐 민주화냐의 이분법적 사고로 귀결된다. 이른바 산업화세력은 경제성장을 위한 개발독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한편 민주화세력은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의 훼손에 무게를 둔다. 그 같은 진영논리에 갇혀 있는 한 박정희 논쟁은 원점을 맴도는 동어반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과상반(功過相半)이다. 박정희 시대에 대한 평가는 그런 전제에서 거리를 두고 냉정히 이뤄져야 한다.우리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엇갈린 평가로 말미암아 그를 역사화하는 작업조차 소홀히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건국 60년, 9명의 전직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변변한 대통령 기념관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 상암동에 건립 예정이던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은 2002년 착공됐지만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정부가 국민모금 실적 부진을 내세워 국가보조금 교부 결정을 취소한 데 대해 올해 대법원이 기념사업회 측 손을 들어줬지만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이제라도 대통령 기념관을 만들어 전직 대통령의 공과 과를 생생히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건국의 기초를 세운 ‘국부(國父)’ 이승만에서 탈권위주의의 가치를 실현한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명실상부한 역대 대통령 기념관을 세워나가야 한다. 부(負)의 유산마저 당당히 우리 역사의 한 자락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역사의 산 교육장인 대통령 기념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한층 높아진 것은 다행이다. 새로 출범하는 사회통합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테러·화재 등 역사적 실패사례 분석

    누구에게나 실패의 기억은 고통이다. 더러는 악몽 같은 실패의 기억 때문에 삶을 망치기도 한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그 실패가 선택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일임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이 크든 작든 실패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옳다. 예를 들어 보자. 부모는 한사코 애들에게 잔소리를 늘어 놓는다. “함부로 차도에 뛰어들지 마라.”거나 “학교에서 나쁜 친구를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고. 직장 상사도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당연히 가족이나 직장의 안위를 위해 실패했던 경험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실패가 개인적인 일만은 아니다. 역사를 바꾼 실패도 많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타이타닉호 침몰,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항공기 테러로 사라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등등 사례를 모두 열거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실패의 경험을 다룬 새 책 ‘실패 100선’(나카오 마사유키 지음, 김상국·조덕래·박윤호·강신규 옮김, 21세기북스 펴냄)은 엄선한 실패 사례를 들고 그 원인을 이론적·공학적으로 분석한다. 이를테면 실패의 경험을 통해 실패하지 않는 법을 깨우치게 하기 위해 저술된 기술적·공학적 실패학 교본인 셈이다. 물론 실패의 경험을 단순한 기억의 범주에 두지 않고 학습의 자료로 활용한다고 해서 모든 실패를 다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있지만 누구도 이런 테러를 근절할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 테러의 불가측성, 예외성을 단순한 실패의 경험만으로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패의 경험은 값지다. 사람은 끊임없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우리가 향유하는 문명이 실은 숱한 실패와 패배의 결과임을 안다면 책이 다루고 있는 실패의 기억이 단순한 고통의 반추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세계적인 대실패를 다루고 있는 책에는 1983년에 소련 공군기에 격추된 대한항공 007편, 2003년의 대구 지하철 화재,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 국내 사례도 다수 포함돼 있다. 3만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자진모리 장단 맞춰 적벽에 불길 ‘훨훨’

    자진모리 장단 맞춰 적벽에 불길 ‘훨훨’

    “아무리 미물인들 제 목숨 귀함을 알거늘, 내 오늘 패전에서 조 승상께 입은 은혜 어찌 가벼이 잊으리까.” / “고맙구려. 이 못믿을 세상. 간만에 의리에 닿는 말 들었소.” 조조과 관우가 차분한 대화를 주고 받는 중에도 연출의 손짓은 쉬질 않는다. 공명이 남병산에 올라 비나리를 하자 자진모리의 빠른 음악이 흐르며 애크러배틱과 무예가 뒤섞인 현란한 군무가 펼쳐진다. 적벽대전에 앞서 군사들이 신세 한탄을 하는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배역에 제대로 몰입하며 흐느끼면서도 익살을 부려 웃음바다를 만든다. 지난 20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의 국립창극단 연습실에서 미리 만난 ‘적벽’은 기존 창극과 다른 모습이었다. 소리에도 정가와 시조를 섞고 다양한 움직임을 넣어, 연습일 뿐인데도 역동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민중의 소리·해학도 담아내 이 작품은 ‘우리시대의 창극’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으로, 판소리 다섯바탕 중 가장 호방하고 힘찬 ‘적벽가’를 기반으로 했다. 판소리 중 유일하게 민간설화가 아닌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을 차용한 ‘적벽가’를 창극으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일단 작품의 핵심은 비장함이 묻어나는 공연 포스터에 나타난다. 칼을 들이댄 이와 그 칼 끝에 목이 닿은 이, 바로 관우와 조조이다. 여기서 조조는 흔히 알고 있는 ‘조조 같은 놈’의 간신이 아닌, 한때는 영웅이었고 결국은 인간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이런 조조와 대결구도에 있는 관우는 넉넉하고 충성스러운 덕을 갖춘 장수로 비춰진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인간관계 외에 민중의 소리와 해학도 담았다. 군사들이 신세 한탄을 하는 대목, 가족과 이별하는 장면 등에서 이름없는 군사의 노래를 통해 민중의 고단함을 드러낸다. 유영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다양한 전통예술과 조명, 무대, 무술 등을 조화시켜 장대한 규모의 호방한 드라마로 만들었다.”면서 “하이라이트는 역시 불타는 적벽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10m가 넘는 절벽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장면을 연출하고, 5척의 배가 무대를 누빈다. 불길을 표현하기 위해 붉은 조명으로 무대를 불타오르게 해 역동적이고 화려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판소리 사설 훼손 하지않고 변화 꾀해 ‘적벽’의 연출은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 연출가인 이윤택이 맡았다. 연습을 끝내고 만난 그는 ‘적벽’에 대해 “종합예술로서 다양한 조건을 갖춘 음악극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적벽’은 판소리의 사설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변화를 꾀했다. 소곡들을 웅장하거나 우아하게 편곡하고, 강렬한 장단을 주며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했다. “연출가로서 우리가 잃어버린 소리 체계를 그대로 갖고 있는 판소리를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확대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그런 실험의 하나입니다. 어떤 장르가 될지는 공연을 해봐야 알 수 있지만 토종 뮤지컬, 한국형 오페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늘 같습니다.” 그는 또 “창극이나 판소리를 볼 때 대사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사람이 많은데 ‘적벽’은 대사의 90% 정도가 들리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출연하고, 공명과 방통 등 책사 역을 여성이 맡는다.”면서 “폭넓은 배우들이 창극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라고 강조했다. ‘적벽’은 29일부터 새달 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02)2280-4115~6.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열린세상] 성매매 단속보다 성폭력 예방 치중해야/김진 울산대 철학과 교수

    [열린세상] 성매매 단속보다 성폭력 예방 치중해야/김진 울산대 철학과 교수

    입법 취지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성매매방지법, 세종시특별법, 미디어법 등 우리 사회의 매트릭스를 뒤흔들 수 있는 거대 담론체계들이 충분한 토론이나 구성원들의 합의 도출 없이 당파적 이해관계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처리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전 국민에게 전가되는 것은 국가적 낭비이기 때문이다. 최근 흉악무도한 아동 성폭행 사건의 잇따른 발생과 관련하여 현행 성매매방지법처럼 국가 공권력을 일반적인 성욕 제어장치로 운용하는 것보다는, 치명적이고 위해적인 성폭행 범죄를 보다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철저하게 색출할 수 있도록 규제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성적 욕망을 제어·차단하는 것과, 아동과 장애인 등 약자에 대한 성폭행범을 색출·처벌하는 것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국가법의 적용 대상은 후자에 한해야 하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 두 여성장관이 주도해서 만든 성매매방지법은 성 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 성 구매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둠으로써 성적 자기 결정성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성욕을 통제하는 모든 정책들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성욕 규제장치는 공권력만을 소모하는 너무나 비효율적인 방식임에 틀림없으며, 성 범죄를 차단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변태적 확산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크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우리 사회는 해외 원정 성매매단 사건 등을 통하여 국제적 망신과 국가적 위상의 추락을 경험했다. 이와 함께 현행 성매매방지법은 공권력의 나태와 타락의 중요한 요인이 되어 왔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경찰이 굳이 위험을 무릅쓴 수사 활동을 할 필요가 없으며, 그물을 쳐놓고 기다리는 함정수사만으로도 엄청난 실적을 양산할 수 있다. 그와 반대로 국민들은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서, 흉악범들이 의도할 경우에는 언제 어디서나 희생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빠져 있다. 법조인들 역시 은근히 이같은 범죄 확산 사태를 즐기는 눈치이다. 출산 목적 이외의 모든 성 행위를 범죄시한 기독교는 16세기 무렵 가정의 침실에 대해서는 엄격하지만 외도에 대해서는 관대한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성적 욕망을 제어하고자 했다. 그러나 17세기 자본주의의 확산과 더불어 교회는 가정의 침실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그 반대 영역인 외도와 불륜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했다. 성적 욕망 제어의 방향이 역전된 것이다. 성적 욕망은 가장 보편적인 현상이다. 매연가스를 내뿜는 자동차가 환경법에 위배된다고 해서, 그런 버스에 탑승한 사람들까지 처벌하는 것은 일반적인 법 제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인간 생활은 성적 욕망체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성적 매혹은 인류의 역사에서 특별한 상품 가치로 평가되어 왔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사회제도로 정착된 것이다. 결혼만큼 성적 매혹에 대하여 그토록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성적 매혹을 상품화한 여러 사회적 행위들 가운데서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성매매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처벌하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을 현실적인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국민의 성생활을 국가가 전면적으로 감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단속에 의하여 적발된 사람들만이 시범적으로 처벌되는, 이른바 요행의 원리에 의한 법 적용은 인간 상식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가 자유의사에 의한 성매매를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성적 매혹과 관련하여 공권력이 가장 우선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경우는 성 정체성이 자기의사에 관계없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침해당했을 때이다. 국가 공권력은 특정된, 치명적 위해로부터 국민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한다는 목적 하에서만 행사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진 울산대 철학과 교수
  • [문화마당] 전족과 ‘초정상 자극’/양세욱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화마당] 전족과 ‘초정상 자극’/양세욱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상하이 인근의 수향 우전(烏鎭)에는 ‘삼촌금련관’(三寸金蓮館)이라는 박물관이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이곳은 중국 최대 규모의 전족 전문 전시관으로, ‘세 치의 황금 연꽃’은 전족의 다른 이름이다. 지난 주말 상하이에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가 주최 측의 안내로 이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박물관 측의 설명에 따르면, 1000여년 전인 중국 오대(五代) 시기에 무희들이 발끝으로 추는 춤에서 유래된 전족은 시간이 지나면서 궁중에서 귀족 계층으로, 다시 기방과 민간으로 퍼져나갔다. 최고 전성기인 청대 중·후기에는 중국 전체 여성 인구의 80% 이상이 전족을 할 정도로 크게 유행하기에 이른다. 발의 크기는 점점 작아져 “세 치는 금 연꽃, 네 치는 은 연꽃, 다섯 치는 철 연꽃”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세 치는 대략 10cm이다. 전족한 발은 신부가 마련해가는 최고의 예물이었고, 여성의 제3의 성기로까지 여겨졌다. “남자들의 질펀한 연회를 위해 마련한 한 접시의 안주”라는 설명이 시선을 사로잡는다.뼈가 너무 무르지도 너무 단단하지도 않은 다섯 살에서 여덟 살 무렵의 여아에게 시술되는 전족이 끔찍한 고통을 수반하는 행위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오죽하면 “작은 발 한 쌍에 눈물 한 항아리”라는 속담까지 나왔을까. 박물관을 둘러보고 상하이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인류 역사에서 최장 시간 동안 최대 규모로 유행한 이 여성 신체의 개조 행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극히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전족이라는 행위가 사실은 생물계에서 보편적인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us)의 한 사례이다. 생물계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선호되는 자극과 신호들은 흔히 평균치를 멀리 벗어난다. 생물계의 수컷들은 암컷들을 인식하는 자극들에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번식기에 이른 큰흰줄표범나비 수컷들은 독특한 빛깔과 날갯짓으로 자기 종의 암컷을 감지하고 좇는다. 생물학자들은 기계적으로 날개를 퍼덕이는 플라스틱 모형들로 수컷들을 유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욱 놀라운 현상은 수컷들이 진짜 암컷들을 외면하고 가장 크고 밝고 빠른 모형 암컷들을 좇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초정상의 암컷들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어놀리 도마뱀의 수컷들이 동종의 다른 도마뱀 사진들을, 심지어 작은 자동차 정도로 큰 이미지들을 선호한다거나, 재갈매기에게 색칠이 잘 되고 덩치가 큰 나무 갈매기 모형을 보여 주면 자기 알도 내팽개친다거나 하는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식의 초정상 자극은 인간 사회, 특히 여성들이 신체적 매력을 발산하는 방식에서도 흔하게 발견된다. 조선시대에 여성들의 머리에 얹는 가채의 크기가 점점 커져 목이 부러지는 일이 빈번했다거나, 중국에서 점점 가는 허리가 선호되면서 굶어죽는 이들이 속출한 것 등이 두드러진 사례이다.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통찰대로, 미용 산업 전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초정상 자극들의 제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아이섀도와 마스카라는 눈을 크게 보이게 해주고, 립스틱은 입술을 도톰하고 밝게 만들며, 매니큐어는 혈액 순환이 손끝까지 이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런 행위들은 젊음과 생식 능력이라는 자연적인 생리 신호들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을 넘어 초정상적인 자극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작고 가늘고 뾰족한 발에 대한 선호는 어느 정도 문화 보편적인 현상이다. 현대 여성들이 발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신는 하이힐이 이를 상징한다. 전족은 작고 가늘고 뾰족한 발에 대한 이런 선호가 정상을 넘어선 방식으로 실현된 문화 현상인 셈이다. 이제 전족의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전족을 만들어낸 초정상 자극에 대한 선호는 문화 유전자의 일부이다. 양세욱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객원칼럼] 남해와 코트다쥐르/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객원칼럼] 남해와 코트다쥐르/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경상남도 남해군. 아름다운 해안과 계단식 논, 방풍림이 펼쳐지는 다도해의 절경이다. 연평균기온 15.2도로 축구국가대표팀의 합숙 훈련지로 유명한 사계절 내내 온화한 축복받은 땅이다. 몇 년 전 프랑스 남부의 휴양지 코트다쥐르를 방문했을 때 남해와 너무도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꾸불꾸불 이어지는 해안선을 돌아서면 한가득 펼쳐지는 쪽빛 바다, 녹색 산과 바다를 경계 없이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헷갈릴 정도로 닮았다. 그런데 그토록 닮은 풍경의 두 고장에 확실하게 다른 점이 있다. 코트다쥐르는 일 년 내내 외국인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유럽 관광의 메카이고, 남해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박물관, 미술관 같은 문화시설이나 축제, 영화제 같은 볼거리의 차이도 물론 있다. 리조트 호텔이나 아름다운 별장들이 들어서 있어야 할 풍광 좋은 언덕마다 무덤이 들어서 있는 장의(葬儀) 문화 탓만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남해엔 먹을 것이 없다. 오해 마시라. 외국인이 즐길 음식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한 외국대사와 국제기구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막걸리와 한식을 대접했다. 한국음식의 맛과 멋을 대통령 스스로 앞장서서 알린 훌륭한 이벤트였다고 본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정부가 민간합동의 한식세계화 추진단을 꾸렸다. 김윤옥 여사가 명예회장으로서 관심을 갖고 직접 챙길 정도라니 든든하다. 그러나 뿌듯하면서도 가슴 한편으로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세계인에게 한국음식을 먹으라고 요청하기 전에 우리부터 빗장을 풀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 16일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음식점 안내서’인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가 일본의 지방도시인 교토와 오사카의 식당가에 총 189개의 별을 퍼부었다.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식당도 7곳이나 된다. 생선초밥식당이나 선술집 같은 일본 전통요리식당도 포함되었지만 다수는 서양식 레스토랑이다. 일본만 해도 어느 지방도시나 산골의 관광지를 가더라도 서양음식을 먹을 수 있다. 시골의 조그만 비즈니스호텔에서도 인스턴트가 아닌 제대로 끓인 커피와 홍차를 마실 수 있고, 미국식이나 유럽식 조식을 제공한다.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의 어느 지방도시에서도 여행객은 ‘보편화된 세계 음식’을 골라 즐길 수 있다. 한식의 세계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내의 음식 세계화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단 안심하고 먹을 게 있어야 쇼핑이든 비즈니스든 맘 놓고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나라 명승지나 관광지에는 토속음식 일색이다. 보이느니 횟집이고 한식집이다. 만약 어떤 외국인이 남해에서 2박 3일을 지내고자 한다면 그는 적어도 6~7번의 식사를 해야 한다. 생선회, 매운탕이야 그곳만큼 맛있는 데가 또 있을까. 인정한다. 그러나 사흘 내내 그것만 계속 먹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식사가 아니라 고문(拷問)일 것이다. 남해뿐 아니라 전국의 관광지, 경승지에 외국인이 먹을 음식이 없다. 영어로 된 변변한 메뉴판도 없다. 원두커피 한 잔 마실 곳을 찾기 힘들다. 이래 놓고서 한국음식 맛있으니 먹으라는 건 면목 없는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 관광공사는 간단한 서양음식 표준 메뉴와 레시피를 개발하여 관광지의 식당과 여관 호텔 등에 권장할 일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국가 품격을 높이는 아주 좋은 기획이다. 이 기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국내의 ‘음식 세계화’부터 이루어야 할 것이다.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사진으로 보는 지구촌 유산

    사진으로 보는 지구촌 유산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유네스코가 1972년부터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유산을 인간의 부주의로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유산협약을 통해 보호하고 있는 것들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매년 6월 전체회의를 열어 여러 국가들이 신청한 세계유산을 선정하는데, 분야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문화와 자연의 특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복합유산 등 3가지다. 문화유산은 조선왕릉이나 창덕궁처럼 유적·건축물·장소로 구성되고, 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 등 자연의 형태나 지질학적·지문학(地文學)적 생성물,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서식지 등이다.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들이다. ●조선왕릉 등 108점 28일부터 서울갤러리에서 전시 한국의 경우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를 시작으로, 해인사 장경판전(藏經板殿:1995), 종묘(1995), 창덕궁(1997), 수원화성(1997),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2000), 경주 역사유적지구(2000), 조선왕릉(2009) 등 8건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자연유산으로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이 등재됐다. 북한은 2004년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현재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은 148개국 850건. 자금과 시간이 충분하다면 전세계를 유람하며 눈과 마음과 머리로 인류의 유산을 즐길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 전시를 학수고대할 필요가 있겠다. ‘세계유산 및 조선왕릉의 신비특별전’이다. 서울신문사와 한마음실천연대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한다. 서울 태평로 서울갤러리에서 10월28~12월31일까지 약 2달 넘게 진행되는 사진전이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5개 대륙의 특징을 드러내면서 신비로운 느낌이 강한 사진 99점과 한국의 세계유산 9점을 대형 사진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총 108점. 이 사진들은 일본출신의 사진작가 토미 요시오가 30여년에 걸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을 쫓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이다. 각 나라마다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지정을 신청하면서 촬영한 사진들이 있지만, 전세계를 대상으로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을 촬영한 작가는 요시오가 거의 유일하다. 요시오는 1977년 도쿄사진전문대를 졸업하고, 1982년 일본사진가협회에 등록한 작가. 세계유산사진전 전시는 1999년부터 웹사이트에서 처음으로 시작해, 2006년 일본 도쿄와 2007년요코하마에서 각각 세계유산사진전을 개최했다. ●日출신 사진작가 토미 요시오 30년간 찍은 작품 대표적인 사진으로 중국 다쭈암각화(1999년 등재), 프랑스 몽쉘미쉘만(1979, 2007), 미국 옐로우스톤국립공원(1978), 호주 울루루카타추타공원(1987, 1994), 캐나다 록키산맥공원(1984), 노르웨이 베르겐의 브리겐지역(1979), 체코의 체스키크룸로프역사센터(1992), 중국 이허위엔(1998), 아르헨티나 우마우카협곡(2003), 스위스 베른 구시가지(1983), 모르코 마라케쉬의 메디나(1985), 호주 시드니오페라하우스(2007) 등이다. 한국의 세계유산은 마애석가상(2000), 종묘(1995)와 불국사, 수원화성 등 9점. 사진들은 대체적으로 유물 전체를 보여주기 위해 부감을 줘서 찍어서 시원한 맛이 있다. 컬러 사진 특유의 화려한 색채도 자랑한다. 전시의 구성은 세계유산 108점을 제1전시실에서 모두 보여주고, 2전시실에서는 대형 사진으로 한국의 세계유산 9점을 특별히 전시한다. 2전시실에서는 태조 건원릉 모형을 똑같이 재현해 놓고, 40기의 조선왕릉과 순종 국장의 장면을 슬라이드 쇼로 상영한다. 관람료 성인 7000원. (02)3676-7845.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희망 UP 현장을 가다] (21) 유한킴벌리 김천공장

    [희망 UP 현장을 가다] (21) 유한킴벌리 김천공장

    유한킴벌리 김천공장에서는 요즘 노랑머리 외국인이 낯설지 않다. 지난 5월 들여놓은 ‘빨아 쓰는 키친타월’ 설비에 관련된 기술 이전을 위해 킴벌리클라크 미국 본사에서 파견된 기술진들이다. 이 설비는 미국과 콜롬비아에 이어 국내에 설치됐다. 전 세계에 단 3대뿐인 기계가 김천공장에 들어오면서 일본과 동남아시아 지역 수출길도 열리고 있다. 설비 가동이 본격화되면 예상되는 연매출 1000억원 가운데 3분의2를 해외에서 책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피가 커서 수출용으로는 부적합했던 화장지 업계에서 새로운 유형의 수출용 제품이 탄생한 셈이다. 부직포 위에 펄프를 붙여 만드는 공법을 쓰는 ‘빨아 쓰는 키친타월’은 행주문화를 바꿀 제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키친타월은 일회용이라는 개념을 넘어 물에 적셔서 사용해도 찢어지지 않게 했다. 행주처럼 여러번 빨아서 재사용할 수 있다. 오랫동안 사용해 세균이 번식하게 되는 행주보다 위생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선진국에서 먼저 보편화된 제품이다. 일본 주부들 역시 남미에서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면서 제품에 친숙하다. 물류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유한킴벌리가 일본 수출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이다. 김천공장장 임영화 전무는 18일 “빨아 쓰는 키친타월처럼 신제품 제조 설비가 늘어야 수출길도 열리고 수요도 창출돼 성장의 동력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천공장에서는 화장실용 화장지 ‘뽀삐’와 부직포로 만든 흡착포·방제복 등을 생산한다. 미국 본사가 김천공장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임 전무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이 공장에서 도입한 근로자 교육 시스템을 지적했다. 4개조 2교대로 나흘 동안 12시간씩 일하고, 나흘 동안 쉬거나 교육받는 체제가 구축된 뒤 직원의 숙련도가 높아지고 공장의 전체적인 효율성이 개선된 점을 본사가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클라크 본사가 전 세계 공장에 설치된 기계의 제품 생산량을 비교했을 때 김천공장을 비롯해 한국에 설치된 기계의 생산량이 상위 10% 안에 모두 들었다고 했다. 제조 과정에서 나온 화장지의 마지막 찌꺼기까지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등 공정 전 과정에서 쓰레기가 없게 하는 환경친화적 제조 과정이 정착되는 데에도 교육의 힘이 발휘됐다. 한편 직원 식당에서 자발적으로 결식아동을 위해 모은 성금이 매년 1500만~2000만원에 이르는 등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김천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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