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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올림픽 비판 시위자 구금… 러, 언론탄압 심화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이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림픽 개최 준비 과정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 언론인과 활동가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탄압 조치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러시아 지방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비판한 개인과 단체를 탄압한 구체적 사례를 수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HRW가 수집한 사례들에 따르면 언론인 및 비정부기구 소속 활동가들은 올림픽 경기장을 건설하는 데 고용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지역 당국의 부당한 처우, 관련 시설물 건설로 인한 주변 환경 오염, 경기장 건립에 편입되는 토지 보상 문제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러시아 경찰은 원칙적으로 올림픽 관련 문제에 대한 평화로운 집회나 시위를 허용한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집회에 참여한 개인이나 단체는 경찰의 수색, 구금을 당하거나 이메일 계정 등을 감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HRW가 지적한 문제는 단지 일부 사례일 뿐 소치 지역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소치 동계 올림픽 개최 준비는 국제적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림픽에 대한 출판·보도의 자유를 규정한 올림픽 헌장을 러시아 정부가 침해하는 것과 관련, HRW 유럽·중앙아시아 지역 담당자인 제인 부캐넌은 “올림픽을 개최하는 데 있어서 보장받아야 하는 조건 중 하나가 언론의 자유”라며 “대중의 비판을 막기 위한 러시아 당국의 이 같은 시도는 명백한 원칙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사설] 욱일승천기, 국제사회에선 ‘戰犯旗’다

    일본 정부가 욱일승천기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산케이신문은 그제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욱일기는 일장기와 함께 일본을 상징하는 깃발로 자위대도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욱일기를 나치당 깃발과 같은 수준으로 보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무례한 얘기라고도 했다. 최근 우경화 행보를 더욱 노골화하며 세계의 보편적 가치와 상식에서 멀어지고 있는 일본이 ‘국제적’ 운운하는 것 자체가 소가 웃을 일이다. 과거 침략전쟁에 동원된 군함마다 자랑스럽게 달고 다니며 세력의 성대함을 과시하던 그 잔인한 침략의 깃발이 바로 욱일기다.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 깃발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 상식에 딴죽을 거는 것이야말로 역사에 대한 만용이요 무례다. 욱일기는 일본에서는 자연스럽고 심지어 경사스럽기까지 한 깃발일지 모르지만 국제사회, 특히 일제의 피해 당사국들엔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戰犯旗)일 뿐이다.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선 이후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고 망언을 밥먹듯 하는 자폐적 국수주의 행태가 도를 더해가고 있다. 급기야 현직 부총리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치식 개헌’ 수법을 배우자는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일본 집권세력에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을 기대하는 건 애당초 무리인지 모른다. 일본은 이제라도 ‘침략의 깃발’을 만방에 흔들어대겠다는 망상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미국·유럽 등 국제사회의 공조가 절실하다. 우경화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욱일기 사용 공식화 움직임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반역사적 퇴행임을 가르치고 타이르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역사의식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최근 일부 청소년들이 무슨 패션이나 되는 양 욱일기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다시금 강조하거니와 일본이 진정으로 ‘해 뜨는 나라’가 되고자 한다면 ‘욱일기 유세’가 아니라 침략의 과거사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사죄부터 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탕자’로 남을 것인가, 책임 있는 일원이 될 것인가. 일본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 “종교 권력·불평등에 국민들이 맞서야”

    “종교 권력·불평등에 국민들이 맞서야”

    “우리 사회에서 종교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확인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종교 인권과 종교 자유에 관한 일반의 인식에 훨씬 못 미치는 종교지도자며 국가기관, 공권력의 변화가 절실합니다.” 서울시를 상대로 사랑의교회 도로점용허가처분 직권취소 국민청원 운동에 돌입한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 박광서(64·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대표. 최근 행정법원 재판부가 공공도로 지하를 점용한 사랑의교회에 서초구청이 도로점용허가처분을 낸 것은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판결하자 국민 연대운동에 돌입했다. 서울시는 서초구청의 허가처분이 위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거대 종교집단의 위세에 무기력한 사법·행정부의 위상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일상 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종교의 영향을 받고 살아야 하는 국민들이 당당하게 맞서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사랑의교회 건은 결국 종교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를 절실하게 보여준 극단의 사례라고 거듭 강조했다. 종자연은 2004년 학내 종교 교육을 거부하다 제명된 대광고 강의석 군 사태를 계기로 그 이듬해 생겨난 단체. 이 사태에 문제를 제기한 참여불교재가연대의 팀과, 이미 활동하고 있던 기독교계 ‘학내 종교자유를 위한 시민연합’이 합쳐 태동했다. 박 대표는 창립 때부터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종교계엔 불평등과 위법, 폭력의 사례가 적지 않아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거대한 물결에 종교계의 권리 침해와 폭력이 묻혀버린 것뿐이죠.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까.” 종자연은 참여불교 재가연대라는 불교단체에서 시작된 만큼 기독교계의 비판과 화살을 유독 많이 받아왔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학내 종교 차별 조사’와 관련한 용역을 받은 이후엔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라며 개신교계의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다. “종자연엔 개신교 목회자며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연합단체인데 여전히 편견이 심한 것 같아요. 특히 왜 개신교의 사안만 집중적으로 문제 삼느냐는 지적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개선해야 할 중대 사안이 개신교계에 많은 것뿐입니다. 종교의 자유와 관련한 사안이라면 불교나 다른 종교도 똑같이 문제 삼아야지요.” 이해득실을 따지는 종교계의 편견과 이기주의야말로 가장 먼저 바꿔야할 해악이란다. “올해 야당 국회의원들이 발의해 추진하려던 ‘차별금지법’이 무산된 것은 우리 사회의 종교 이기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를 보여준 셈이지요.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담은 보편적인 조치인데 교리나 교의를 핑계로 거부하는 실상이 안타깝습니다” 박 대표는 내년 2월 정년퇴직과 함께 종자연 대표직에서도 물러날 예정이라고 한다. 대표직에서 물러나기 앞서 임의단체인 종자연이 시민사회단체로 등록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박 대표는 “위상의 변화만큼 종자연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고 귀띔한다. 인터뷰 말미에 지난달 중순 중국의 조선족자치구를 돌아보면서 느꼈던 소회를 털어놓았다. “동강난 땅에서 사는 우리 정치, 사회, 종교 지도자들이 걸핏하면 입에 올리는 남북 통일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어요. 반쪽의 사회통합도 못하면서 외치는 통일이 말입니다” 글·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is@seoul.co.kr
  • 아랍문화엔 없는 ‘때밀이’…서양어에선 엄격한 쉼표…번역할때 정말 죽겠어요

    아랍문화엔 없는 ‘때밀이’…서양어에선 엄격한 쉼표…번역할때 정말 죽겠어요

    “한국 문학을 번역할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쉼표예요. 서양어에서는 쉼표 사용이 훨씬 엄격하잖아요. 작가님 글은 쉼표가 무척 많아서 계속 벽을 만나는 것 같았어요.” “의식하지 못했는데 한국어로만 가능한 문장을 생각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번역이 불가능한, 한국어의 특수한 구조에서만 나오는 문장이요. 본의 아니게 죄송하네요.”(웃음)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 장편 ‘불가능한 동화’와 소설집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등을 발표한 한유주(31) 작가 옆에 한국 문학 번역가 8명이 둘러앉았다. 이들은 올해로 7회를 맞은 한국문학번역원의 원어민 번역가 초청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다. 이집트와 독일, 스페인, 중국, 이탈리아, 스웨덴 등 세계 각국에서 활동 중인 이들의 손을 거치고서야 한국 문학은 해외의 독자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이날 한 작가의 단편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를 두고 대화를 나눴다. 번역원이 이날 행사를 준비한 것은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다양한 지원 사업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학 번역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꾸준히 성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창립 이후 번역원이 출간 지원 사업을 통해 펴낸 한국 문학 작품은 28개 언어 603권에 불과하다. 한 작가는 황석영과 박완서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주로 접해 온 해외 번역가들에게 생소한 편이다. 전통적인 서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대신 이야기 구조를 무너뜨리는 글쓰기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다소 난해한 작가다. 하지만 번역가들은 오히려 그런 면에서 작가의 글에 반가움을 표한다. 남편 안데시 칼손(47)과 스웨덴어로 한국 문학을 번역하고 있는 박옥경(47)씨는 “남북 관계나 역사 문제를 다룬 소설은 많지만 젊은 작가들의 책은 접하기 어렵다”면서 “해외 에이전시에서도 신진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고 말했다. 번역가들이 무엇보다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문화적 차이다. 주 이집트 한국 대사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디나 예히야(26)나 이탈리아에서 온 안드레아 데 베네디티스(35) 같은 원어민 번역가는 물론이고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한 김혜정(53)씨나 윤선영(45)씨도 빠르게 바뀌는 한국 문화를 모두 따라잡지는 못한다. 이날 행사에서 취업난과 ‘잉여’ 세대,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대화가 오간 것도 그 때문이다. 예히야는 “아랍 문화에는 없는 ‘때밀이’ 같은 단어를 번역할 때면 정말 난감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번역가들은 작가들과 여러 번 대화를 나눈다. 데 베네디티스는 “문체가 낯설어서 혼자 번역하기는 만만치 않은데 작가의 말을 들으니 새롭게 이해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번역가로도 활동 중인 한 작가는 “단어의 뉘앙스를 살리면서 원문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는 게 쉽지 않다”며 번역의 어려움에 공감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번역은 차이를 뛰어넘어 보편에 닿는 지난한 작업이다. 작가가 프랑스 작가 모리스 블랑쇼를 인용하며 글쓰기의 자세를 언급한 대목은 묘하게 작품을 대하는 번역가들의 태도로도 읽힌다. “내가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이 나를 이해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서 다가가려는 시도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하잖아요. 시도 자체가 중요하니까. 뻔한 말 같지만 안 될 거라고 생각만 하는 것과 일단 해보는 건 다르죠.”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크리미널 마인드 2(FOX 밤 12시) 10대 소녀를 감금한 살인마가 나타나고, 범인은 조각난 단서를 남기며 FBI 범죄 행동 분석반을 조정한다. 기디언은 각자에게 주어진 단서에 초점을 두지 말고, 다른 사건을 수사하듯 피해자 유형부터 프로파일링할 것을 팀원들에게 지시한다. 리드는 이 단서를 바탕으로 살인마가 말한 책이 무엇인지 밝혀내는데…. ■낚시왕 강바다(FTV 채널 밤 9시 15분) 서울 생활에 익숙한 강바다는 미니 자동차 트랙 하나 없는 시골 촌구석으로 이사 가기를 싫어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이사를 하게 된다. 한편 시골의 모든 것이 불만이었던 강바다는 물을 긷기 위해 찾아간 개울물에서 무언가 두려운 존재를 감지하고 두려워하지만, 그곳에서 미라클 짐을 만나 루어낚시를 처음으로 알게 된다. ■후아유(tvN 밤 11시) 은색 가방을 찾으러 온 남자. 가방을 건네주려던 시온은 심한 한기를 느끼고, 그 순간 떨고 있는 여자의 영혼과 마주하게 된다. 황급히 가방을 찾아 도망가듯 사라지는 남자를 보며 수상함을 느낀 건우. 그리고 여자의 영혼을 보며 의문을 품은 시온. 둘은 가방을 들고 사라진 남자를 쫓기 시작하고, 은색 가방을 둘러싼 두 번째 영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상한 쇼(SBS MTV 오후 5시) 디저트가 점점 보편화되는 추세인 요즘, 그 종류도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그렇다면 20대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는 과연 무엇일까. 가로수길에서 20대 여성에게 물었다. 상상만으로도 짜릿해지고 행복해지는 디저트. 폭로와 트집이 난무하는 수상한 식구들과 함께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아지게 하는 디저트의 세계로 초대한다. ■나치 비밀보고서(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0시) 히틀러의 엑스레이 사진, 건강검진 결과 등 진료 기록과 함께 발견된 그의 코카인 사용 기록을 찾는다. 1936년부터 그의 주치의였던 테오도르 모렐 박사는 히틀러의 곁에서 수상쩍은 진료를 하며 매일 최대 8가지 약을 처방해 줬는데, 그중에는 독성이 강한 스트리크닌도 포함돼 있었다. 과연 모렐 박사는 히틀러를 독살하려고 했던 것일까. ■포켓몬스터DP 3기(애니맥스 오후 3시) 지우와 친구들은 다음 포켓몬 콘테스트가 열리는 으름 마을로 향하는 배를 탄다. 배 안에서 팽도리와 피카츄가 놀고 있던 중 지우 일행이 잠시 눈을 뗀 사이에 배 안에 숨어 있던 로켓단에게 납치된다. 그런데 갑자기 바다가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로켓단은 피카츄와 팽도리를 놓쳐버린다. 한편 피카츄와 팽도리는 어느 무인도에 도착한다.
  • 부처홈피 오류투성이… 마이너스 ‘정부 3.0’

    정부의 얼굴인 부처별 인터넷 홈페이지 곳곳에 오기와 맞춤법 오류, 일부 정보 누락 탓에 국정 과제로 추진하는 ‘정부 3.0’ 비전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이 1일 주요 부처별 인터넷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가장 공신력이 있어야 할 정부 기관 소개 홈페이지 곳곳에서 오기가 발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현병철 위원장의 기관 소개 인사말에서 “우리나라가 개개인의 보편적 인권이 존중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껴안는 진정한 인권선진국으로 발돋음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라는 구절에서 ‘발돋움’을 ‘발돋음’으로 잘못 표기했다. 현 위원장의 맞춤법 실수를 인권위 내 어느 직원도 바로잡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경찰청은 홈페이지 내 경찰의 상징물을 소개한 부분이 문제로 지적된다. “미 군정하에 제작(1964년)되어 그간 정체성의 논란이 있었던 독수리의 상징물을 과감히 한국 수리인 참수리 형상으로 새롭게 표현…”이라는 구절에서 제3공화국 시절인 1964년을 미군정기(1945~1948년)로 잘못 표기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1946년을 오기한 단순 실수로 바로 시정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부처 홈페이지에는 역대 장관을 소개하는 사진이 누락돼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교부 홈페이지의 경우 역대 장관 소개란에서 지난 3월 퇴임한 김성환 장관의 사진 부분이 여전히 공란이다. 또 9대 최덕신 장관(1961~1963년) 사진은 이미지 준비 중으로 표시돼 있다. 공보처에서 공보부, 문화공보부, 문화체육부 등으로 부처 이름이 바뀐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역대 장관 46명을 소개하며 초대부터 20대까지의 장관 사진들을 빠뜨렸다. 기획재정부는 홈페이지에 역대 장관 소개란이 아예 없어 정보 제공에 인색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 밖에 지난 3월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부처 이름이 변경된 교육부는 홈페이지 영어 소개란에 한동안 교육과학기술부로 소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부처의 이 같은 행태가 홈페이지 이용객인 국민을 외면하고 여전히 공급자인 정부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방증으로 진단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각종 기관 홈페이지의 구성이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홈페이지의 구동 속도 등 전자정부의 기술적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아도 실제로 얼마나 많은 국민이 정부 홈페이지를 찾아볼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홈페이지의 정보 오류와 누락은 오프라인의 오류보다 파급효과가 더 크다”면서 “홈페이지 정보의 정확성이나 오기 여부 등을 부처 평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진주시 “베꼈다” 서울시 “보편적 문화”… 등축제 갈등 법정가나

    진주시 “베꼈다” 서울시 “보편적 문화”… 등축제 갈등 법정가나

    ‘등축제’를 놓고 서울시와 경남 진주시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이창희 진주시장이 서울 등축제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비난 수위를 높이자 서울시도 아시아는 물론 우리나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보편적’인 축제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한문철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31일 설명회를 열어 “진주시의 모방 주장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으나 그동안 진주시의 노이즈 마케팅 전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판단해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했다”면서 “지자체들과 아시아 전역에서 보편적으로 열리는 등축제를 마치 진주시의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등축제는 불교의 영향을 받아 중국에서 시작됐다. 일본과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에서 널리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삼국사기’에 따르면 진주시가 주장하는 임진왜란보다 훨씬 앞선 통일신라시대(9세기)에 등축제가 열렸다. 또 부산과 대구, 순천, 제주 등 우리나라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에서도 1988년부터 1993년까지 한강에서 유등행사를 열었다. 한 본부장은 “서울 등축제 때문에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쇠퇴하고 지역경제가 위협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면서 “개최 시기와 지리적 장소, 전시 내용이 확연히 구분돼 있어 관람 수요가 겹치지 않고 실제로 서울 등축제가 개최된 2010~2012년 진주남강유등축제 관람객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민도 진주시 주장을 억측이라고 비난했다. 이병근(42·양천구 목동)씨는 “전국의 축제들이 다 비슷비슷하다”면서 “특히 서울과 진주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데 이 시장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상진(39·중랑구 묵동)씨도 “이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선거운동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서울시를 물고 늘어지는 것 같다”면서 “서울시가 더욱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이날 오전 1시간여 동안 서울시 신청사 앞에서 서울시 등축제 중단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시장은 ‘진주남강유등축제 베낀 서울 등축제 중단’,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진주 등축제는 64년 동안 가꿔온 고유의 축제인데 서울시가 베꼈다”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당하게 나와서 입장을 밝히라”고 말했다. 또 그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고 오는 11월 1일부터 열리는 청계천 등축제에 대해 중지가처분 신청도 내겠다”고 덧붙였다. 진주시는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 때 쓰인 통신신호에서 유래한 남강유등을 발전시켜 지역축제를 해오다가 2000년부터 진주남강유등축제라는 이름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오는 10월 1~13일 열린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미래의 먹거리’ UHD 방송 선점 경쟁 뜨겁다

    ‘미래의 먹거리’ UHD 방송 선점 경쟁 뜨겁다

    ‘초고화질’(UHD·Ultra High Definition) 방송을 둘러싼 방송업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지상파 방송의 700㎒ 대역을 활용한 UHD TV 실험방송을 놓고 통신업계와 지상파 방송 간 한바탕 신경전이 벌어진 가운데 최근 방송업계 내에서도 UHD 방송 선점을 위한 기싸움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방송업계는 UHD 방송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 UHD 방송은 기존 HD 방송보다 음질과 화질이 4배가량 뛰어난 차세대 방송으로, 사람의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한계 수준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이미 유수의 세계 가전업체들이 80인치대의 UHD TV를 출시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도 55~65인치의 보급형 UHD TV로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이에 방송업계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KBS는 지난해 10월 UHD TV의 실험방송을 개시, 관악산 송신소에서 채널 66번을 통해 여의도 KBS까지 100W의 신호를 전송 중이다. KBS 관계자는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무료 보편 서비스를 지향하는 공영방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KBS의 실험방송은 오는 10월까지 이어지며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가를 거쳐 본방송 여부가 판가름 난다. 문제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TV의 방송 주파수 대역으로 지난해 디지털 방송 전환 뒤 반납한 700㎒ 대역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방통위는 유휴 주파수 대역인 700㎒(108㎒폭) 가운데 40㎒폭을 이동통신용으로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기술 추세를 고려해 향후 이용 계획을 내놓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방통위는 700㎒ 대역을 지상파 방송이 아니라 미국·일본과 같이 3G 이상의 이동통신용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개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방통위가 급작스럽게 지상파 방송에 UHD TV의 실험방송을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방통위는 “지상파 실험방송과 향후 본방송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뒤 미래부는 통신,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으로 업무 영역이 갈린 것이 변수다. 안팎에선 방통위의 팔이 지상파 방송 쪽으로 굽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KBS 등 지상파 방송은 이명박 정부 시절 케이블TV 등의 반대로 무산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앞당기게 된다. 이 와중에 케이블 방송은 추가로 주파수 대역을 배정받지 않고도 기존 유료방송망을 통해 UHD 방송을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다며 UHD 방송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상파 방송은 UHD 방송 송출을 위해 전용 채널 확보와 통신 표준 개정이란 난제를 갖고 있지만 케이블TV는 채널에 여유가 있어 별 문제가 없다. 이에 케이블TV협회는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선포식을 갖고 5개 복수유선방송사업자(MSO)의 권역을 중심으로 최초의 전국 시범방송에 돌입했다. 협회는 올 연말까지 상용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상파 방송은 물론 위성방송, IPTV를 견제할 방침이다. 시청자 입장에선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지상파 방송의 UHD TV를 선호하지만,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90% 이상이 케이블·위성·IPTV 등을 통해 재전송되는 상황에서 보편 서비스의 명분은 약화된 상태다. 업계에선 향후 UHD 방송을 둘러싼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의 싸움은 콘텐츠 확보에서 우위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KBS 이외의 지상파 방송은 UHD용으로 제작한 콘텐츠가 거의 없는 데다 기술적으로 생중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케이블TV 측은 주문형비디오(VOD) 업체인 홈초이스와 향후 콘텐츠 수급 협약을 맺으면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리위안차오, 김정은에 “비핵화” 촉구

    중국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나 우회적으로 북핵 포기를 촉구했다. 6·25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평양을 방문한 리 부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하며 한반도 비핵화 방침을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리 부주석은 지난 25일 평양에 도착해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오늘날 어렵게 찾아온 평화를 갑절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한 뒤 “중국은 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평화·안정 수호,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방침을 견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관련 각국들과 6자회담을 재개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을 실현하고자 한다”며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리 부주석은 또 김 위원장에게 6·25전쟁의 중국 측 공식 용어인 ‘중국인민지원군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돕다) 전쟁’ 대신 ‘조선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이 ‘조선전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매운 드문 일이다. 이는 6·25전쟁을 북·중 특수관계의 틀에서 보지 않고 보편적 국제사회의 시각에서 북·중 관계를 관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김정은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라며 북에 핵 포기를 요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조선은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에 힘쓸 것이며 이를 위해 안정적인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면서도 중국이 요구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전직 국회의원 1111명 모인 ‘대한민국 헌정회’ 무슨 일 하나

    [주말 인사이드] 전직 국회의원 1111명 모인 ‘대한민국 헌정회’ 무슨 일 하나

    대한민국 헌정회(憲政會). 전직 국회의원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단법인체다. 헌정회는 국민들로부터 ‘원금도 내지 않고 고액의 연금을 받는 특권 집단’이라는 원성을 자주 들어 온 것이 현실이다. 헌정회원들은 안타까워하고, 억울하다고 하지만 어쩌랴. 헌정회는 국가의 주요 현안이 있을 때 최종적으로 목소리를 내 사회 통합을 위해 힘을 보태거나 정책 개발 활동 등도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헌정회는 1968년 창립된 국회의원동우회가 1979년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뒤 1989년에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1991년에 제정 공포된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에 따라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받는다. 그런데 지난 2일 법률이 개정되면서 연금 수혜 대상자가 대폭 축소됐다. 또 한 차례 연금 수혜 파동을 겪은 것이다. 일부 회원이 반발했지만 수위는 낮아 차분히 정리될 듯하다. 헌정회는 연금 문제로만 주목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고흥길 헌정회 대변인은 26일 “헌정회는 국가의 큰 현안이나 외교적인 일이 있을 때 원로로서 목소리를 내고 정책도 개발하고 있다”면서 “연금 문제만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은 잘못됐다. 나도 밖에 있을 땐 곱지않게 본 적이 있었지만 연금은 생활이 어려운 회원들에게는 단비이고, 부유한 회원들에게는 나라가 주는 훈장 같은 삶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실제 헌정회는 사회의 주요 현안이나 외교 문제가 있을 때 집단 목소리를 내 국익에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일본이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과거사 지우기가 한창이던 지난 4월 헌정회는 일본 측의 과거사 왜곡 규탄 성명을 채택했다. 회원들은 “일본 정치인들의 침략전쟁 부인과 역사적 과오 은폐는 일본국민들의 돌이킬 수 없는 수치”라고 일갈했다. 헌정회는 또 올해 들어서만 10차례 가까운 포럼과 세미나, 강연회를 개최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5월 14일에는 헌정회 회관에서 세종대왕 616돌 탄신기념 학술강연회를 개최했고, 7월 9일에는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정책포럼을 열어 ‘7·27 휴전협정 60년 남북한과 중국의 어제·오늘’에 대해 조명했다. 출판사업으로 월간 ‘헌정’(憲政·7월 통권 373호)을 발행한다. 동호회 활동도 활발하다. 헌정회에는 서화회, 기우회, 골프회, 조우회, 산악회, 걷기모임과 종교모임 등의 동호회가 있다. 동호회 가운데 헌정회관으로 출근하는 회원들이 쉽게 할 수 있고, 바둑실까지 갖추어져 있어 기우회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주로 월, 수, 금요일에 바둑을 둔다. 걷기모임도 활발해 주로 토요일에 한강변 등을 골라 걷는다. 헌정회 총 회원수는 26일 현재 2781명이지만 이 중에서 6·25납북자나 숨진 회원이 1370명이고, 현재 회원수는 현역 국회의원 300명을 포함해 1411명이다. 현역의원은 특별회원이다. 전직 의원들로 구성된 정회원은 1111명이다. 목요상 회장은 “우리 회원들은 의정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들이 제기될 때마다 정파를 떠나 우국충정의 목소리와 정책대안을 제시해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임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회장은 4선 의원 출신 목요상 전 의원이다. 회장 선출 경쟁은 여느 선거 못지않게 치열하다. 부회장은 김동욱(4선)·김종기(4선)·송현섭(3선)·신경식(4선)·이윤수(3선)·주양자(재선)·유용태(재선) 전 의원이다. 감사는 박희부·구종태 전 의원이다. 정책연구위원회 의장 류경현·홍보편찬위원회 의장 이민섭·복지위원회 위원장 왕상은·여성위원회 위원장 양경자·사무총장 권해옥·연로회원진료비지원심사위원장 박성태·법및정관개정특별위원장 함석재·헌정회발전특별위원장 정문화 전 의원이다. 원로회의도 있어 의장은 7선 의원을 지낸 이철승 전 의원이다. 부의장은 정재호(재선)·김봉호(5선) 전 의원이 맡고 있다. 올해 91세인 이 의장은 지난 4월 의장에 재선출됐으며 현재도 정력적으로 활동 중이다. 이 의장은 신민당 총재를 지냈고, 제18대 대한체육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헌정회는 젊은 층에게 다가가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젊은 사이버 세대들의 동참을 쉽게 하기 위해 각종 활동상과 정책 대안을 홈페이지에 수록해 운영하고 있다. 목요상 회장은 “선대들이 세우고 키워 온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더욱 발전시켜 남북통일을 앞당기고 세계 속에 우뚝 선 선진조국 건설을 위해 대한민국 헌정회가 그 중심에 설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 일부 개정 법률안 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의원인 19대 의원들부터는 앞으로 월 120만원인 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다만 내년 1월 1일 현재 만 65세 이상인 전직 국회의원들은 이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전직 의원이라도 단 하루라도 65세에서 미달되면 연금 수혜를 할 수 없다. 65세 기준에 따라 연금수혜를 못하게 된 전직 의원만 모두 267명이라고 헌정회 측이 밝혔다. 한 회원은 1개월 반이 모자라 수혜 대상에서 빠지자 허탈해 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헌정회원들은 연금절벽이다. 헌정회 이규담 사무차장은 “아쉬워하는 분들이 적지않다”고 전했다. 또 국회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유죄 판결로 의원직을 잃었을 경우에도 연금지급이 중단된다. 2인 가족 기준으로 월소득이 294만원을 넘어도 연금지급이 끊긴다. 부동산 등 자산이 많아도 연금 자격이 없어진다. 구체적 기준은 헌정회 측이 자체적으로 만들지만 다수 국민들로부터 눈총을 받아온 국회의원 연금 수혜 대상자는 절반 정도로 확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 수혜 회원들도 최종 수령액이 내년부터 조금 줄어들게 된다. 헌정회 측에 따르면 현재 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회원은 연간 20만원의 회비를 강제로 내고 있다. 이것이 내년에는 개인당 매월 3만원으로 인상된다. 현역의원 300명은 매월 2만원씩 회비를 낸다. 65세 이하로 연금을 받지 못하는 회원들은 연간 5만원을 내도록 되어 있지만 내는 회원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 한쪽에 있는 헌정회에는 하루 수십명의 회원들이 출근한다.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하는 회원들도 있지만 다수는 요금이 들지 않는 지하철 국회의사당입구역을 통해 회관에 나온다. 바둑을 두거나 정보를 교환하고, 식사도 함께 한다. 헌정회에서 식권을 주면 국회 주변 지정식당 5곳에서 주로 한가한 시간을 골라 식사한다. 하루 35~40명 정도가 7000원짜리 식권을 이용한다. 식권을 둘러싼 일화도 있다. 헌정회관이 현재 위치로 이동해 오기 전 서울시청 을지로별관 시절 한 회원은 극심한 생활고 속에 부인과 함께 살면서 식비가 모자라자 식권을 모았다가 부인과 함께 지정식당에 가 식사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이것이 “생활고에 시달린 일부 회원은 식권을 모아 현금으로 바꿔 생활비로 활용하기도 했다”는 소문으로까지 비화됐다고 알려졌다. 헌정회 측이 헌정회원들의 생활수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해 놓은 것은 없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회원들의 정보를 입소문으로 수집하는 정도다. 통상 야당출신 회원이 가난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회원은 “나도 셋방 생활을 하지만 많은 헌정회원들이 셋방을 전전하고, 심지어 회원 다수가 컨테이너 집에서 살고 있다. 소재 파악이 안 되는 회원도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지난해 숨진 한 전직 국회의원은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입원비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신을 기증하는 것으로 대신했다고도 한다. 이 의원은 생전에는 국회의원으로서 맹활약했으나 자녀들이 사업을 하다 재산을 날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유사한 사례가 더 있다고 한다. 자신이 보증을 잘못 섰거나, 밝히기 힘든 사연으로 재산을 빼앗기다시피 한 회원도 있다. 전직 국회의원 중에는 다선 의원을 지냈다가 마지막에 두세 차례 선거에 떨어지면서 자신과 가족은 물론 친척들에게까지 거액의 부채를 떠안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화려한 의정생활과 달리 노년이 힘들게 되는 원인이다. 지금은 선거 있는 해에 상한 3억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 있고, 법정선거비용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보전해주는 선거공영제가 확대되면서 ‘선거 폐인’은 줄어들고 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서동철의 시시콜콜] 성공이 몰고 온 사물놀이의 위기

    [서동철의 시시콜콜] 성공이 몰고 온 사물놀이의 위기

    사물놀이를 처음 만난 것은 1979년 서울 원서동의 ‘공간사랑’이었다. 그 전 해, 같은 곳에서 출범한 사물놀이는 이미 적지 않은 팬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날 밤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소리뿐만 아니라 울림까지, 귀는 물론 온몸으로 전해지는 공연이란 뜻밖의 경험이었다. 서양음악에서도 관악기가 4개씩 동원되는 말러나 브루크너의 교향곡 연주회에서는 금관악기군(群)에서 내뿜는 진동이 희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150석 남짓한 소극장에서 꽹과리, 북, 장고, 징이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전투적 울림은 차원이 달랐다. 육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분명한데도, 네 사람이 끊임없이 두드려대는 퍼포먼스의 시각적 효과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정교하게 짜여진 가락이 더해지며 절정으로 몰고 갔으니 음악의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 같았다. 이후 사물놀이가 전례 없는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비슷한 엑스터시를 공유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사물놀이는 1983년 드디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진출했다. 4000석 남짓한 초대형 극장이었던 만큼 공간사랑에서와 같은 물리적 울림은 없었다. 대신 소극장에서는 불가능했던 상모돌리기 같은 판굿이 등장한 것은 새로운 볼거리였다. 객석 한복판에서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땋은 색동저고리 금발 소녀가 끝없이 기립박수를 치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사물놀이가 세계적 보편성마저 갖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고, 실제 그렇게 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남사당 출신의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 김용배가 만든 타악 앙상블 사물놀이는 어느 사이 보통명사가 됐다. 그렇다고 사물놀이가 찬사만 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민속학계는 무대와 관객을 분리시킨 사물놀이가 두레패와 구경꾼이 한데 어울리는 풍물굿의 생명력을 쇠퇴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공동체의 신명을 풀어내던 풍물굿의 전통은 사라지고 무대에서 관객을 내려다보는 사물놀이만 남지 않겠느냐는 걱정이다. 공간사랑의 사물놀이는 풍물과 무속의 음악적 요소를 타악사중주단의 무대 공연 레퍼토리로 정밀 가공한 것이었다. 본질을 더욱 가다듬고 변두리 활동에 눈을 돌리지 않은 채 풍물굿과는 분명히 다른 독자적 영역을 유지했다면 비판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체성이 모호해지면서 수도 없이 많은 사물놀이 단체가 생겨났음에도 본질에 충실한 공연은 이제 눈을 씻고도 찾기 어렵다. 무지한 사물놀이는 자기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민속학계의 걱정처럼 전통문화에 해악을 끼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사물놀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위기다. 실상을 점검하고 궤도를 수정하는 데 원조 사물놀이 멤버들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 dcsuh@seoul.co.kr
  • [구본영 칼럼] 복지는 좋지만 내 지갑은 못 연다는데…

    [구본영 칼럼] 복지는 좋지만 내 지갑은 못 연다는데…

    작금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복지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면 여야 모두 가면을 벗고 정치적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가급적 다수가 단계적으로 복지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게 현 시점에서 선택가능한 차선의 대안일 듯싶다. 막연한 선입견과 달리 유럽에서 사회보장제도 확대에 시동을 건 쪽은 대개 보수정당 지도자들이었다. 국민연금을 도입한 이는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였다. 영국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기치로 사회보장 확대 보고서를 낸 ‘베버리지 위원회’를 구성한 총리도 보수당의 처칠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에 나온 베버리지 보고서는 당시까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편중해 제공하던 사회복지 혜택을 전체 국민에게 제공하려는 지향점을 담고 있었다.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가는 레일을 깐 셈이다. 이후 노동당 정부에서 구체화된 무상의료체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영국의 자랑(?)인 공공의료서비스가 끝내 한계를 드러낸 것인가. 최근 영국 사회가 시끌시끌하다. 지난 7년간 ‘건성건성 공짜 치료’를 한 탓에 숨진 환자가 1만 3000여명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다. 한마디로 여건은 안 되는데 전 국민에게 제공하려다 ‘무늬만 무상 치료’가 된 꼴이다. 역설적이지만, 베버리지 사후 40년인 올해 보수당 정부가 베버리지 식 복지제도의 대수술에 나선 배경이다. 하긴 멀리 볼 것도 없다. 우리의 반쪽인 북한주민의 평균수명이 남한 주민보다 12년 이상 짧다고 한다. 영양 결핍에다 기초 치료약조차 턱없이 모자란 탓이다. “전 인민에게 100% 무상 의료를 제공하는 지상낙원”의 남루한 실상이다. 절대빈곤의 늪에 빠져 있는 북한이야 그렇다 치자. 선진국에서는 복지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른바 ‘눔프(NOOMP, Not Out Of My Pocket) 현상’이라고 한다. 복지 시책은 적극 환영하지만, 이에 필요한 세금은 내지 않으려는 심리다. 어쩌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정부가 싸워야 할 유령도 바로 눔프일 듯싶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민심잡기 경쟁을 벌이면서 복지 확대가 시대적 화두처럼 됐지만, 이를 감당할 재원이 막막하다면 말이다. 누구나 스웨덴 등 북유럽국의 복지수준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국민이 세금과 사회보장기금으로 소득의 거의 절반을 부담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우린 어떤가. 지하경제 양성화 드라이브 등으로 세원 포착에 안간힘을 썼건만, 올해 세수는 4월 말 현재 이미 8조 7000억원이나 펑크가 난 상황이라지 않은가. 눔프 현상은 개인 차원을 떠나 지자체에도 팽배해 있다. 올해 무상보육 예산 증가분 부담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 간 핑퐁게임을 보라. 16개 지자체 중 살림살이가 그나마 넉넉한 편인 서울시마저 전체 보육예산 가운데 부족분 3500억원을 부담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듯하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지방세 수입이 줄었다”는 핑계와 함께. 박원순 시장 역시 2011년 보선에서 공공 무상보육 실현을 공약했건만, 부담은 정부에 떠넘길 기세다. 이처럼 “복지는 좋지만, 내 지갑은 노 터치”라는 심리가 만연하는 한 보편적 복지는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베르디의 오페라처럼 중세 유럽사회에서는 ‘가면무도회’가 유행했다. 상대를 대충 짐작하지만, 짐짓 모른 체하며 짜릿한 일탈을 즐기던 풍속이었다. 당시 상류사회의 위선이 읽힌다. 여야가 확실한 재원조달 대책 없이 무상복지 경쟁에만 매달리는 것은 가면무도회와 무엇이 다른가. 무상보육이든 무상급식이든, 아니면 기초노령연금 지급이든 지속가능하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 보편적 복지를 소리 높이 외치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문제는 역시 정치다. 허위의식에서 벗어나 문제를 정직한 눈으로 들여다봐야 올바른 해결책도 나오는 법이다. 작금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복지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면 여야 모두 가면을 벗고 정치적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국민들 중 국가의 부조(扶助)가 절실한 계층 순으로, 가급적 다수가 단계적으로 복지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게 현 시점에서 선택가능한 차선의 대안일 듯싶다. kby7@seoul.co.kr
  • “외국인 교수 50명 영입 경쟁력 강화 수도권 서남부 거점 대학 만들 것”

    “외국인 교수 50명 영입 경쟁력 강화 수도권 서남부 거점 대학 만들 것”

    “지난 1년은 참으로 바쁘고 변화가 많아 저 자신도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1월 시립대에서 국립대로 거듭난 인천대를 이끌고 있는 최성을 총장이 오는 29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는 24일 “인천대가 국립대 법인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면서 “2020년까지 수도권 서남부 거점대학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국립화 첫해인 만큼 국립대학으로서의 기반을 다지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 총장은 나아가 대학의 국제화 추세에 맞춰 인천대가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인천대가 자리 잡은 곳도 인천 송도국제도시다. 이를 위한 우선 과제가 외국인 교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교수를 대폭 채용할 계획입니다. 역량 있는 외국인 석학을 모시기 위해 주택 무상제공과 같은 파격적인 혜택도 구상 중입니다.” 현재 인천대 교수는 389명이며 이 중 외국인은 3명에 불과하다. 대학은 외국인 교수 채용 추진단을 구성했으며, 최대 50명의 외국인 교수를 초빙하기로 했다. 외국인 교수가 늘면 정부 대학평가에서 비중이 큰 글로벌화 지표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치·경제·과학·문화 등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하고 인류의 보편가치를 실천할 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최근 발표된 ‘인천대 송도 비전’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와 목표를 담고 있다. 학생들이 교육과 현장을 연계해 혁신적인 교육체제를 수립하도록 하고, 교수 상호 간에도 자극되는 연구 전통을 확립해 교수들의 연구력이 국공립대 상위권 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 총장은 “학문의 다양성은 충분히 배려하겠지만 경쟁주의와 성과주의를 원칙으로 상시적 구조조정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와 인천시의 재정 상황이 어려운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미래에 투자하는 밀알을 심는 심정으로 인천대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대로 실천해 주면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여성 1억 2500만명 성기 강제 훼손 당해”

    전 세계 29개국 여성 1억 2500만명 이상이 성기 훼손을 당했으며, 향후 10년간 이런 위험에 노출될 여성의 숫자가 3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여성의 성욕을 감퇴시키고 부정을 막아 준다는 믿음에 따라 여성의 성기 일부를 절제하거나 절개하는 ‘할례’라는 의식을 행하고 있다. 22일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아프리카와 중동 29개국의 지난 20년간 자료를 분석,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할례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아직도 일부 나라에서는 보편적인 관습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할례가 인권을 침해하는 폭력 행위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해지는 이유는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할례를 사회적 의례 및 풍습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별로는 소말리아의 15~49세 여성 98%가 할례를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니(96%), 지부티(93%), 이집트(91%)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할례 감소율이 가장 큰 국가는 케냐와 탄자니아다. 이 지역에 사는 15~19세 여성의 할례 건수는 40대 여성의 할례 건수의 3분의1 정도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응답하라, 노르웨이 2013

    응답하라, 노르웨이 2013

    대자연 속 일상을 누리는 시간 응답하라,노르웨이 2013 산이 깊다는 역사학자 유홍준의 표현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산세가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바닷물과 거의 직각을 이루며 굽이굽이 이어졌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산속 작은 마을에는 사찰 대신 작은 교회가 어김없이 서 있었다. 신의 작품 앞에서 신음만 번지는 인간은 몸과 마음으로 자연의 위로를 받아들였다. FIORD 피오르 몸과 마음이 깨어나다 두어 해 연속 어렵게 만든 휴가를 서운하게 마쳤다. 무슨 영문인지 세계적인 도시에서 내도록 하품을 하며 멍하니 서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 멋진 상징물 앞에서도 시큰둥하고 줄이 긴 전시장에선 기다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여행에 관한 한 공항부터 조증에 걸린 양 들뜨는 사람에겐 퍽 당황스러운 증상이었다. 뜬금없이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 건 그에 대한 진단을 이곳 노르웨이 피오르에서 내리게 된 탓이다. 출발 전 과로나 장거리 비행, 빡빡한 현지 스케줄 등 조건은 다를 게 없는데 현장을 대하는 마음과 정신이 놀랍도록 명료하다. 그러니까 여행도 인연 못잖게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한 법이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전후 사정은 생각도 않고 무리해 대도시를 찾은 게 화근이었던 듯하다. 노르웨이는 복지와 행복지수, 국민소득 등의 선두주자로 대단히 익숙한 이름이지만 여행지로 따지자면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 국민이 아는 노르웨이어가 있다. 지리 시험 주관식 문제의 정답으로 꼭 한번은 등장했던 바로 그 이름 ‘피오르fjord’가 노르웨이 단어다. 그러니까 노르웨이로 향한다는 건 사전적 정의 그대로 ‘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서 생긴 좁고 기다란 만’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수도 오슬로부터 북단의 트론하임까지 노르웨이에는 수많은 피오르가 존재한다. 그 어디를 택하더라도 후회 없는 여정을 보장하지만 굳이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송네피오르Sognefjord나 하당에르피오르Hardangerfjord를 추천한다. 피오르에 몸을 맡기다 미르달Myrdal역에서 플램Flam행 열차에 탑승했다. 산악 지역 주민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건설된 이 철로는 무려 20년의 공사 기간이 소요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르달에서 플램까지 거리는 20km에 불과하지만 해발 차가 860m에 달한다. 과장을 보태면 굽이굽이 산세를 거의 수직으로 내려가는 셈이다. 각종 매체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이라 찬사를 보낸 곳답게 열차 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다. 기차는 숱한 터널을 지나며 지그재그로 회전하느라 천천히 달리는 데 비해 객차 안 다국적 승객들은 왼쪽과 오른쪽 창문을 오가느라 분주하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도 카메라를 내려놓지 못하는 승객들을 위해 중간에 5분간 정차 구간이 있다. 해발 699m 청명한 쿄스포센Kjosfossen폭포 앞에서 잠시 내려 선 여행자들은 감탄사를 내려놓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찰나의 여운을 만끽한다. 해발 2m 플램역에 도착하면 지나온 풍경이 꿈이었나 싶게 몽환적이다. 기차역에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고풍스런 건물이 프레타임Fretheim호텔로 플램 철도와 더불어 플램의 상징이 되는 곳이다. 인구 500명 남짓의 이 조그만 마을로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까닭은 바로 피오르의 비경을 목도할 수 있는 ‘피오르 사파리’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프레타임 호텔은 피오르를 찾아오는 여행자와 함께 성장해 현재는 전통과 모던 객실 중에서 선택해 머물 수 있다. 객실 번호 대신 노르웨이의 대표적 이름이 붙은 전통 객실이든, 비스듬한 삼각 지붕이 매력적인 모던 객실이든 플램 특유의 푸근함만은 다르지 않다. 전통을 중시하는 마을답게 노르웨이 고어古語를 포함한 독특한 책을 소장한 자체 도서관을 운영하며, 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훈제용 스모킹룸이 남아있는 것도 흥미롭다. 이제 드디어 피오르에 몸을 맡길 차례다. 구명조끼를 겸하는 큼직한 방한복을 입고 배에 오르는 마음이 자못 두근거린다. 놀랍도록 잔잔한 물 위로 미끄러지듯 배가 나아가면 좌우로 우뚝 솟은 절벽의 단면이 펼쳐진다. 배가 속도를 높일수록 절벽과 천연 스키 슬로프, 순도 백프로의 폭포와 알록달록한 마을, 뾰족한 첨탑이 있는 교회 등이 다가왔다가 뒤편으로 멀어진다. 머리 위에는 천사의 머리띠마냥 구름이 살포시 걸려 있고 산봉우리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봉우리들이 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플램에서 출발한 배가 닿는 이곳은 풍광이 특히 빼어난 네뢰피오르와 아울란피오르로 노르웨이 최대 피오르인 송네피오르의 지류다. 물 위를 날 듯 달리노라면 서울에서 가져온 문젯거리들은 어느새 툭툭 바다 밑으로 털어 버리게 된다. 피오르 여행의 최고 시즌으로 꼽히는 7월과 8월 사이에는 보다 다양한 피오르 사파리 구간과 하이킹 코스가 열리므로 원하는 루트를 선택해 즐기는 호사도 부릴 수 있다. 육지에 발을 딛고 다시 펼쳐 본 노르웨이의 지도는 배를 타기 전과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이처럼 노르웨이의 주인공은 단연 대자연이다. 하지만 이 자연이 위대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건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조국을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애인 보듯 사랑하며 가꾸는 노르웨이 사람들 덕분일 게다. 보기에 따라선 더없이 척박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동시에 즐기고 또 사랑하는 노르웨이 사람들로 인해 노르웨이는 오늘도 반짝반짝 빛난다. 일상이 풍요로운 노르웨이의 도시들 노르웨이의 대자연에서 가슴 속 고민들을 툭툭 털어냈다면 이제 발길은 사람의 흔적을 찾아 도시로 향할 차례다. 불황에 허덕이는 이웃 유로존과 달리 보편적 복지와 호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노르웨이의 도시들 속으로 들어가 보자. OSLO 오슬로 불황을 잊은 노르웨이의 심장 오슬로는 노르웨이 제1의 도시이자 수도지만 숨 막히는 인파나 위압적인 마천루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런던의 빅벤 같은 상징물로 연결되는 장소나 건축물도 없다. 그래서 순위 놀이에 익숙한 관광객들은 오슬로의 지도를 펼치고 잠시 머뭇거린다. 그런 서열을 매기기에 오슬로는 지극히 수평적인 도시다.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현지인의 삶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300개가 넘는 호수와 200여 개의 공원이 있는 오슬로에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찾는 것은 무의미한 일 같다. 그래서 오래도록 오슬로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로 유럽 전역에 알려져 왔다. 한데 최근 몇년 사이 오슬로는 이런 자연 위에 예술적 색채를 깊게 덧입고 있다. 오슬로 시정부가 펴낸 2013년 가이드북에서 안내하는 52개의 어트랙션 중 대부분이 ‘뮤지엄’ 등 예술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만 봐도 이들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인구 50만의 작은 도시 규모를 생각해 보면 대단한 비율이다. 게다가 시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이런 예술 공간은 여행자만을 위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공간이다. 매일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일상에 여행자가 슬쩍 발을 들여놓는 셈이라고 할까. 실제로 만만찮은 무게의 예술가들이 이곳 오슬로를 배경으로 삶과 예술을 고민했다. 화가 에드바드 뭉크Edvard Munch와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드Gustav Vigeland 그리고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등이 대표적이다. 특별히 올해는 뭉크 탄생 150주년으로 오슬로 전역이 떠들썩하다. 이를 기념해 뭉크박물관과 국립박물관은 특별전 준비가 한창이다. 유년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어머니와 형제들의 죽음을 차례로 지켜봐야 했던 뭉크는 불안과 고독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격렬한 색감과 왜곡된 형태로 표현해냈다. 6월2일부터 시작된 뭉크 특별전은 1903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 작품은 국립박물관에서, 이후 작품은 뭉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특별전은 오는 10월13일까지 계속된다. 오슬로의 햇살을 만끽하기 가장 좋은 곳은 도심의 북서쪽에 위치한 비겔란 조각 공원이다. 로댕의 영향을 받았지만 특유의 섬세함으로 인간의 고뇌를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작품 200여 점이 정문에서 후문까지 길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주제로 작업한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탑 모양의 ‘모노리스Monolith’. 제작 기간이 13년이나 걸린 것으로 전해지는 이 대작은 121명의 남녀노소가 위로 올라가려 애쓰는 모습이다. 태어나 성장하고 늙어 가는 인생을 표현했다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어찌 되었든 조급증에 지친 사람이라면 이 앞에서 잠시 서성이게 될 것이다. 이 공원에서 시선과 마음을 훔치는 것은 비단 비겔란의 작품뿐이 아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이곳에선 오슬로 시민들의 행복한 일상을 쉽게 엿볼 수 있다. 2008년 개장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노르웨이에서 드물게 호들갑스런 화제를 낳았던 곳이다. 설계자 스뇌에타의 유명세나 고가의 대리석과 화강암,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 시설 등 호사스런 부연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노르웨이의 상징인 피오르를 형상화한 구조는 이방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비스듬한 경사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지붕 위에 서게 되는 독특한 구조의 오페라하우스는 유리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내부 시설만큼 바다를 향한 전망도 아름답다. 여름 기운이 더 완연해지면 오슬로 시민들은 이곳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발레와 오페라 등을 만끽할 게다. 오페라하우스 인근인 오슬로 중앙역에서 왕궁에 이르는 칼 요한슨 거리가 오슬로 최대 번화가다. 이 번화가를 중심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열리는 시청사와 수상 만찬이 열리는 그랜드 호텔, 그리고 국회의사당과 오슬로 대성당, 국립극장, 입센 뮤지엄 등이 조밀하게 자리하고 있다. 매년 12월이면 이 조용한 도시는 노벨평화상 수상식으로 소란스러워진다. 헛갈리는 이들을 위해 잠시 짚고 넘어가자면 평화상을 제외한 여타의 노벨상 시상식은 모두 스웨덴에서 거행된다. 오직 노벨 평화상만 이곳 오슬로에서 진행된다. 그 까닭을 두고는 설이 분분한데, 이유야 어찌 되었든 매년 세계 평화에 공헌한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분명 가슴 벅찬 일일 게다. 그래도 명색이 수도인데 조금은 더 왁자한 자극을 원한다면 도심 북동쪽에 위치한 마탈렌Mathallen을 추천한다. 마탈렌은 건축자재 공장과 타이어 공장을 거친 뒤 방치되었던 낡은 건물을 레노베이션해 음식 백화점으로 살려낸 ‘잇플레이스’다. 3층 구조물인데 1층에 30여 개 상점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2·3층은 테두리에만 독특한 성격의 업장을 배치했다. 산업시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나 다채로운 음식의 변주를 보고 있노라면 흡사 뉴욕의 첼시 마켓이 떠오른다. 각각의 가게들은 좋은 품질의 식재료와 음식을 판매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또 요리강습과 실습, 푸드 페어 등 음식에 관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 중이다. 공원에서, 뮤지엄에서, 레스토랑에서 마주친 오슬로 시민들이 빠뜨리지 않고 언급한 몇 개의 단어가 있다. 가족, 자연, 오늘 그리고 행복. 너무 당연해서 자주 잊고 사는 그것들에 콕콕 방점을 찍는 이 현명한 도시. 우리가 오슬로를 여행할 때 놓지 말아야 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BERGEN 베르겐 과거의 영화는 지금도 계속된다 세상 어디나 있는 라이벌 도시는 이곳 노르웨이에도 있다. 오슬로보다 먼저 수도였던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 도시 면적은 비슷하지만 인구로 보면 오슬로의 절반 규모인데도 베르겐 사람들은 오슬로를 마치 철없이 혈기 넘치는 어린 동생 보듯 한다. 상주인구가 25만에 불과한 이 작은 도시는 그러나 연중 문화 행사가 빼곡해 유럽 전역에서 밀려드는 문화 탐욕가들로 넘쳐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매년 5월 말 열리는 ‘국제 페스티벌’로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노르웨이 최대 문화 축제다. 노르웨이 국왕이 참석해 개막 테이프를 자르는 이 축제를 직접 즐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반년 전에 호텔을 예약해야 할 정도란다. 실제로 이곳은 14~16세기 런던, 브뤼헤 등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한자 동맹의 주요 거점이자 북유럽 최대의 물류 무역항이었다. 특히 대구와 소금 거래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당시 이곳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북유럽 최고였다니 베르게너의 자부심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선원과 상인으로 넘쳐나는 왁자한 부둣가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브리겐Bryggen, 삼각형의 뾰족한 지붕이 열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사실 본래의 목조 건축들은 수차례의 화재로 소실과 복원을 반복했다. 특히 1702년 대화제로 일대는 완전히 잿더미가 되었는데, 20세기 들어 사료를 바탕으로 세심하게 복원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브리겐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과거 말린 대구를 보관하던 창고 자리는 현재 다양한 예술가들의 공방과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화 같은 브리겐의 예쁜 정면 얼굴을 볼 수 있는 곳은 항구 건너편 어시장이다. 시장이라고 부르지만 세련된 건물 안에 자리한 쾌적한 공간이다. 바닷가재와 대구, 캐비아까지 다양한 해산물이 요리하기 좋게 손질되어 있다. 해산물뿐 아니라 질 좋은 노르웨이 치즈와 버터, 수공예품도 판매한다. 또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따뜻하고 고소한 생선스프와 짭조름한 생선튀김도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이 도도한 도시는 어느 계절에 방문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을 안고 돌아갈 수 있겠다. 연중 270일이나 비가 내리는 이 도시는 하루에도 먹구름이 끼었다가 햇살이 반짝였다가 우박이 내렸다가 다시 청명하게 개는 변덕스런 일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잦은 비 덕분에 베르겐은 청정한 노르웨이에서도 유난히 깨끗한 도시로 명성이 높다. 이 깨끗한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려면 플뢰엔FlØyen 산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산의 경사면을 따라 놓인 레일 위를 날아오르듯 부드럽게 이동하는 푸니쿨라Funicular에 몸을 실으면 약 7분여 만에 320m 높이 정상에 다다른다. 탁 트인 전망대의 시야는 그야말로 ‘파노라마 뷰’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듯하다. 호수와 항구, 피오르와 도심이 한데 어우러진 베르겐의 모습이 그야말로 거칠 것 없이 펼쳐진다. 오슬로에 에드바드 뭉크가 있다면 베르겐에는 에드바드 그리그Edvard Grieg가 있다. 물론 이런 이분법적인 구분은 바람직하지 않다. 뭉크 역시 이곳 베르겐에서 상당 부분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그리그가 베르겐을 떠나 있었던 시간도 제법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겐에서 그리그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는 누구보다 노르웨이적 색채가 짙은 음악가로 명성이 높은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페르귄트 모음곡’ 중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어 보면 당시 식민 상황이던 조국에 대한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리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원하는 만큼 음악을 공부하고 작업하면서 오페라 가수였던 아내 니나와 평생을 해로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었으니 어린 딸을 잃고 그 아이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리그 부부가 30대 중반부터 여름철에 지냈던 생가가 바로 베르겐 외곽에 있는 트롤하우겐이다. 북유럽에서 요정을 가리키는 ‘트롤하우겐’은 노르웨이 사람으로는 눈에 띄게 단신이었던 그리그의 별명이기도 했는데, 그의 집이 지금도 요정의 정원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리그 부부가 합장된 묘가 있는 이곳에는 그들이 사용했던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악보, 편지, 초상화 등의 흔적이 남아있다. 집에서 바다로 스무 걸음쯤 내려간 곳에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작은 오두막이 하나 있는데 바로 복원한 그리그의 작곡실이다. 그리그는 바다로 향한 창문을 중심으로 피아노와 책상, 오선지와 펜 등 최소한의 물건을 비치해 두고 곡을 썼다. 그리그 사후 이 작곡실을 복원할 때 전해지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아내 니나에게 최종 점검을 받는 중에 니나가 갑자기 집으로 뛰어가더니 두꺼운 악보집을 가져다 피아노 의자에 놓았다고 한다. 이것 없이 그리그의 작곡실은 완성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153cm의 단신이었던 그리그는 피아노를 칠 때 두꺼운 악보집을 깔고 앉아야 편하게 건반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곡실과 함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을 갖춘 2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과 예술이 이렇게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곳에서 어떤 음악이 울려 퍼진들 감동적이지 않을까. 글 Travie writer 김정은 사진 Travie writer 김정은, 트래비CB,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노르웨이관광청 www.visitnorway.com ▶travie info 항공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르웨이까지 직항 정규 노선은 없다. 핀에어, KLM 등 주요 유럽 항공사가 1회 경유로 오슬로와 베르겐을 당일 연결한다. 언어 공용어는 노르웨이어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1~2개의 외국어에 익숙하다. 영어가 가능한 여행자라면 노르웨이에서 언어 때문에 불편을 겪을 일은 거의 없다. 전기 220V이며 한국과 플러그 모양도 동일하다. 화폐 노르웨이 크로네Krone를 사용하며 공식적인 표기는 NOK이나 줄여서 kr로 표기한다. 1크로네가 약 200원 정도. 유로존이 아닌 만큼 유로화는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여행자가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상당히 비싼 편이라 카페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이 약 1만2,000원, 편의점에서 구입한 생수 한 병이 약 6,000원이었다. 날씨 백야가 시작되는 6월부터 10월 초까지는 날씨가 화창하고 청명해 그야말로 노르웨이 여행의 황금시즌이라 할 만하다. 오슬로의 7월 평균 낮 최고기온은 21.5도. 음식 바이킹의 후예답게 생선을 즐겨 먹는데 식탁에 자주 오르는 메뉴가 대구와 청어, 연어 등이다. 이와 더불어 빵과 감자의 소비량이 높다. 농지 비율이 낮기 때문에 야채나 과일의 생산량이 미미한 대신 목축업이 발달해 버터와 치즈 등 유제품의 품질이 좋다.
  • 독일 과학자 “우주는 팽창하지 않는다”

    독일 과학자 “우주는 팽창하지 않는다”

    독일의 한 과학자가 지금까지 정설로 여겨왔던 ‘우주 팽창론’에 반기를 들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지 네이처가 운영하는 네이처뉴스(Nature News)는 16일(현지시간) 최근 온라인 논문 초고 사이트(arXiv.org)에 공개돼 화제와 논란을 낳고 있는 새로운 우주론을 소개했다. 네이처뉴스는 “우주는 빅뱅(태초의 대폭발)으로 시작됐으며 그 이후로 계속 팽창해 왔다. 거의 한 세기 동안 이는 보편적인 우주론이었다”면서 “지금 한 우주론자가 우주는 전혀 팽창하지 않았다는 근본적으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고 전했다. 이런 주장을 펼친 이는 독일의 이론물리학자인 크리스토프 베테리히(Christof Wetterich) 하이델베르크대학 교수. 그는 우주는 팽창하지 않지만 모든 물질의 질량이 계속 증가해 왔다는 우주론을 내놨다. 베테리히 교수는 “내 해석이 학자들에게는 빅뱅의 ‘특이점’(singularity)으로 불리는 문제가 많은 이슈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이점은 빅뱅이 일어나기 직전 부피가 없고 온도와 밀도가 무한대인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 매체는 “아직 과학자들이 검토(리뷰) 중이기는 하지만 누구도 이 논문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며 일부는 이 이론이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자들은 원자가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특유의 색과 주파수의 빛을 분석함으로써 천제가 지구로부터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질이 멀어지면 주파수는 낮은 대역으로 이동해 스펙트럼 상에서는 붉은색으로 변하는 ‘적색이동’(red shift)을 한다. 이는 구급차가 멀어질 때 사이렌 소리의 음높이가 낮아지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1920년대 조르쥬 르메트르나 에드윈 허블과 같은 천문학자는 은하 대부분이 스펙트럼 상에서 적색이동하며 먼 은하일수록 더 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관측으로부터 우주론자들은 우주가 반드시 팽창하고 있다고 추론했다. 그러나 베테리히 교수의 지적처럼 원자가 방출하는 특유의 빛 또한 전자와 같은 원자를 구성하는 기본입자의 질량에 지배받는다. 만일 원자 질량이 증가하면 원자가 방출하는 광자 에너지는 증가할 것이다. 한때 모든 질량이 지금보다 적었고 그후 항상 증가해 왔다면 은하의 색상은 현재 주파수보다 적색이동한 것으로 보일 것이며 그 정도는 지구와의 거리에 비례할 것이다. 따라서 적색이동은 마치 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는 것처럼 여기게 하는 것이라는 게 이 매체의 설명이다. 이러한 식으로 적색이동을 수학적으로 보면 모든 우주론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베테리히 교수에 따르면 초기 인플레이션(초팽창)에 앞서 빅뱅에는 우주의 밀도가 무한해지는 특이점이 없을 것이다. 대신 빅뱅은 본질적으로 무한의 과거에 발생한 사건이 돼 버리며, 현재의 우주는 정적이거나 수축이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그 이론은 그렇듯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고 한다. 바로 실험으로 검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질량은 차원을 갖는 양이라서 다른 것과 비교해야만 측정할 수 있다. 그 예로 지구 상의 모든 질량체는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있는 국제도량형국(International Bureau of Weights and Measures)에서 정의한 질량표준 즉 1kg을 비교한 것에 정의해 비교해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만일 모든 물질의 질량이 함께 증가해 질량표준도 함께 증가한다면 질량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베테리히 교수는 “실험적으로 내 이론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은 주제를 벗어난다”면서 “내 해석법이 우주모델을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을 수학적으로는 일치하지만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또 베테리히 교수는 “내 이론에서 빅뱅의 특이점이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워털루 페리메터 연구소의 천체물리학자 니야예시 아프쇼르디 박사는 “그의 이론이 갖는 장점과 참신함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프쇼르디 박사에 따르면 우주론자들이 우주가 팽창한다고 말하는 것은 단지 은하의 적색이동을 해석하기에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학자들은 그의 해석이 한가지 생각에만 너무 사로잡혀 있는 우주론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물리학자 아준 베레라 박사는 “오늘날 우주론 분야는 인플레이션과 빅뱅 이론에 중심을 둔 표준적인 모델에만 국한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너무 편해지기 전에 알려진 모든 관측 결과와 일치하는 다른 설명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안선영vs네티즌 ‘100만원’ 논쟁…결국 안선영 사과

    안선영vs네티즌 ‘100만원’ 논쟁…결국 안선영 사과

    방송인 안선영이 ‘100만원 발언’에 대한 해명에도 불구, 네티즌의 비난이 계속되자 결국 사과했다. 안선영은 17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연하남을 별로 안 좋아했다. 난 좀 속물이라 나보다 100만 원이라도 더 벌지 않으면 남자로 안 보인다”고 밝혀 네티즌의 비판을 초래했다. 안선영은 또 “재벌 2세, 좋은 집안 하나도 안 따지고 내 연봉보다 100만 원이라도 많다 벌면 존경심이 생긴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네티즌의 비난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남성을 재력이나 능력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안선영은 트위터를 통해 “방송 제대로 보신건지? 전 집안에서 물려준 재산보다 본인의 능력을 우선시할 뿐,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엔 제 능력이 더 많았지만 과정을 보고 참고 기다려준 사람이었기에 결혼이 가능했다는 건 안 들으셨나 봐요? 왜 본인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딴소리심?”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네티즌의 공격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무조건 내 의견이 맞는데 단면만 보고 나를 판단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왜 보편적 다수가 안선영씨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잘 한번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정말 팬이었는데 너무나 실망이 커서 그렇습니다. 수고하세요”라고 지적했다. 이 글을 본 안선영은 “다큐도 내 중심의 토크콘서트도 아닌 주제에 맞춘 예능프로임을 감안해주시고, 설사 자극적이고 실망스런 멘트가 있었다면, 진심 팬 심에 상처를 드렸다면 고개 숙여 사과드릴게요”라며 사과글을 게재해 논란이 일단락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털 80만개 고릴라… 4년 전엔 불가능해 연출 거절했죠”

    “털 80만개 고릴라… 4년 전엔 불가능해 연출 거절했죠”

    “사람의 눈은 기가 막히게 예민해서 0.1%만 어색해도 금방 알아차립니다. 진짜 같은 고릴라를 만들고 싶었어요.” 국내 최초의 100% 3D 영화 ‘미스터 고’로 올여름 극장가를 기대와 긴장으로 채우고 있는 김용화(42) 감독. 제작비 225억원, 제작 기간이 4년이나 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개봉(17일)을 앞둔 그에게선 남김없이 정열을 쏟아낸 이의 여유가 느껴졌다. 3D로 만들어진 고릴라 링링은 마치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바람에 날리는 털 한올한올까지 생생하다. 그를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국영화에선 전례가 없는 프로젝트였다. 도전한 계기는. -영화 ‘국가대표’(2009)를 막 끝낸 뒤 원작 만화 ‘제7구단’의 판권을 갖고 있던 절친한 대학 동기에게서 연출 제의를 받았다. 아이템은 마음에 들었지만 당시는 합성하는 수준의 국내 기술로는 살아 움직이는 고릴라를 3D로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거절했다. 그런 사연이 있었는데, 나중에 거짓말처럼 투자사(쇼박스)에서 다시 의뢰가 왔다. 그때 이건 ‘김용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용화 영화’란 무슨 뜻인가. -적당한 감정의 깊이를 갖고 있고 기술적인 완성도가 있는 영화다. 야구하는 고릴라를 떠올렸을 때 관객의 절반은 재밌다고 생각하고 나머지는 그 방법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을 거다. 비주얼로 생생히 재현하면서 시각적 쾌감과 정서적 체험을 한 번에 주고 싶었다. 물론 적절한 풍자도 함께다. →80만개의 털로 둘러싸인 고릴라는 100% 순수 자체 기술로 완성됐다. 사재(30억원)를 털어 3D 촬영 및 제작이 가능한 전문 스튜디오까지 차렸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고릴라는 1000컷이나 된다. 스크린에 활용할 수 있는 퍼(털) 제작 기술을 보유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픽사 등 단 3곳이다. 하지만 이곳들도 500컷 이상은 꺼리는 데다 이미 유명 감독들의 3D 영화 라인업이 꽉 차 있었다. 그래서 아예 3D 회사를 직접 차렸고, 4년여의 기술개발을 거쳐 직접 디지털 퍼 제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덕분에 할리우드 예산의 10분의1(120억원)로 3D 고릴라를 만들 수 있었다. 고릴라가 입고 있는 옷의 질감을 살리고 3만명의 관중이 타이밍에 맞춰 각각의 동작을 조절하는 시스템도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해 구현했다. →3D로 만들 때 가장 초점을 둔 부분은. -적정한 부피감과 자연스러움이다. 두 개의 카메라로 찍는 리그(rig) 방식을 활용해 3D로 인한 시각적 피로감을 덜게 했다. 육중한 고릴라가 뛸 때나 중력에 가속도가 붙었다가 섰을 때 바람의 영향에 따라 변화하는 털의 움직임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특히 한낮의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웠다. 털의 밀도에 따라 난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고릴라가 등장한 기존의 할리우드 영화 ‘킹콩’과 ‘혹성탈출’보다는 기술적으로 더 나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고릴라와 인간의 교감을 부각시킨 영화다.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나. -고릴라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관객과 교감하고 싶었다. 영화는 15세 소녀 웨이웨이(쉬자오)와 고릴라 링링의 성장기가 주를 이룬다. 소녀는 자신이 고릴라를 먹이고 키웠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고릴라가 자신의 곁에 있어 준 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웨이웨이에 감정이입을 하기 쉽지만 링링의 관점에서 보면 더 슬픈 이야기다. →링링과 성동일이 마주 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연출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한 컷에 3000만원이 드는 3D 고릴라를 여러 번 찍을 수는 없기 때문에 입체적으로 콘티를 만들어 최대한 누수를 막았다. 고릴라 대역 배우가 모션 캡처 수트를 입고 높이를 맞춘 뒤 부피를 감안해 한 장면을 최소 두 번씩 찍었다. 관객에게 가상의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드는 건 모험이기도 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지금은 특별한 시점이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타성에 젖지 않고 한국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전작 ‘미녀는 괴로워’(2006)도 중국에서 흥행했다. 이번에도 중국에서 5000개의 스크린에 걸릴 예정이다. -중국과 합작 단계부터 고민을 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동시 배급이 목표였기 때문에 한국적 정서를 강조하기보다는 보편성을 가장 큰 목표로 잡았다. 이 때문에 과도한 감정 표현이나 신파 요소는 자제했다. →극장가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강한데 자신 있나. 앞으로 국내 3D 영화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입체 효과와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할리우드와 비교해도 자신 있다. 돈이 많다고 3D로 1000컷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양적인 정서도 적절히 내포돼 있다. 3D 입체 영화를 당장의 돈벌이 아이템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산업적으로도 잘 접목시켜 완성도 있는 영화를 선보여야 미래가 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씨줄날줄] 씁쓸한 하루키 열풍/문소영 논설위원

    무라카미 하루키(64)의 신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로 출판계가 몇 달째 북새통이다. 이 책의 국내 판권과 관련, 22억원의 선인세를 적어 낸 출판사가 탈락하자 선인세가 25억원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하루키 열풍’에 한몫했다. 선인세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250만권은 팔아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국내 출판을 맡은 민음사에 따르면 이 책은 판매 보름 만에 30만권이 팔려 나갔다. 출판계 일각에서는 베스트셀러 ‘상실의 시대’( 원제 ‘노르웨이의 숲’)의 판권을 비교적 싼값에 가져왔으니 그 책의 판매까지 포함하면 얼추 ‘본전’을 맞추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식지 않는 하루키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루키에게 다소 짠 점수를 주고 있다. 50대의 한 문학평론가는 “너무 난리라서 좀 두었다가 읽으려고요”라고 답했고, 40대의 출판평론가는 “읽다가 중간에 내려놓았다”고 했다. “‘상실의 시대’를 읽지 않은 20~30대 독자에게 매력적인 것 같은데, 두 책은 너무 닮았다”고 지적한 출판컨설턴트도 있다. 1990년대 ‘상실의 시대’를 소비한 20~30대 독자들은 386세대였다. 비틀스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에서 차용한 원제처럼 이 소설은 남자 주인공 와타나베의 연애와 개인사를 중심으로 한 청춘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에 등장하는 1960년대 일본 전공투(全共鬪) 세대와 자신들을 동일시했기 때문일까. ‘운동의 시대’가 저물고 민주화 시대가 펼쳐졌지만, 형편없는 학점과 빈손으로 사회에 진출한 386세대는 그것을 일종의 운동권 후일담 소설로 읽었다. 요즘 386세대는 종종 ‘기득권의 화신’으로 손가락질당하지만 대다수의 386세대에게 1990년대는 문자 그대로 상실의 시대였다는 얘기다. 취업 호황이라던 그때 386세대에게 한두 해 취업 재수는 기본이었다. 한때 혁명을 꿈꿨던 전공투의 흔적을 지닌 1987년 와타나베와 달리 2013년 건축설계사인 다자키는 철저히 개인사에 몰입한다. 20대 초 자살을 꿈꾼 다자키는 ‘자신에게 선명한 색채가 없다’고 자책한다. 하지만 그는 마법이 풀린 개구리 왕자 같은 멋들어진 인물로 묘사된다. 하루키는 독자가 어느 나라 사람이 됐든 36살 다자키의 섬세한 내면의 궤적을 보편적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실감 나게 그린다. 한국의 작가들은 여전히 역사에 대한 문학의 사명과 도덕적 엄숙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시대와 함께하는,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읽히는 하루키 같은 ‘스테디 작가’를 우리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7월에 생각나는 것들

    [김일수 樂山樂水] 7월에 생각나는 것들

    7월은 고향 마을 청포도만 익어 가는 계절이 아니다. 우리 헌법의 의미를 되새기는 제헌절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비록 지금은 공휴일도 아니지만, 제헌절을 통해 헌법적 가치의 울림을 가슴속에 되새기는 일은 시민사회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헌법을 구성하는 두 기둥은 권리장전과 통치기구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이미 오래된 국가철학에 따르면 통치기구의 구성과 역할 분담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물론 헌법이 제정된 지 반세기를 훨씬 뛰어넘었고, 그 사이 한 세기는 가고 새로운 세기가 도래했다. 정치적·경제적 역학관계의 변화에 따라 수차례의 헌법 개정이 있었고, 개정의 필요성은 오늘도 정치적 현안 중 하나다. 비교적 변화가 없어 보이는 기본권의 의미조차 시대의 흐름을 좇아 강조점이 변하고 있다. 계몽기 이전 종교 권력이 지배하던 시대를 제외한다면 이 땅 위에 절대적인 것은 없어 보인다. 인권 내지 기본권의 역사에서 큰 줄기는 절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확립하는 일이었다. 그 맥락에서 기본권의 중점은 그 후로도 주로 국가권력에 대한 개인의 방어권에 치우쳐 왔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발전하고 민주정치가 성숙하면서 개인의 자유에 바탕을 둔 사회질서가 확립되자 시민들은 점차 국가권력을 더 이상 시민적 권리들에 대한 위협인자로 간주하지 않게 됐다. 오히려 국가권력을 대내외적인 위협으로부터 시민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힘으로 인식하게 됐다. 지난 수십년간 전 세계적으로 생산과 시장의 글로벌화, 노동시장과 사회적 관계의 유연화, 핵가족화로 인한 전통적 유대와 보편적 공동체 정신의 약화 그리고 고도의 개인주의 및 다원주의의 확산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더 많은 안전을 향한 노력들이 이젠 안전을 다른 사회적 가치나 목표의 우선순위에 놓고, 시민생활과 정치생활의 일상을 지배하는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안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계몽기 이래로 법치국가 전통에서 우위를 점했던 개인의 자유에 특별 희생이 요구되기도 한다. 헌법적 가치관에 나타난 이 같은 변화는 헌법의 구체화 규범인 형사법의 영역에서도 더욱 세차게 소용돌이 치고 있다. 전통적인 근대 형법은 자유의 틀 안에서 안전을 추구해 왔지만, 후기 현대의 안전형법·예방형법은 안전의 틀 안에서 자유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김영란법’을 예로 들면 더 실감이 갈 것이다. 이 법안은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도 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스폰서로부터 대가 없이 금품을 받더라도 처벌받게 된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청렴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이 법안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안전형법·예방형법의 틀에서 보면 그와 같은 주장도 일리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전통적인 법치국가 형법은 개인의 자유를 위해 국가형벌권을 최소한·최후수단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형법은 피해자 없는 일탈행동이나 사회윤리 위반을 형법의 소관 사항에서 배제한다. 혹여 개인의 자유적 기본권의 포기할 수 없는 본질적 한계선을 넘어갈까 두려운 탓이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형사법을 이 한계선 너머로 팽창시키려는 시도가 빈발하고 있다. 외교, 학문, 예술, 윤리, 사적 영역에까지 형법 수단을 과도하게 투입하려 한다. 청렴의 도를 확립하기 위해 형법을 전진 배치하려는 시도는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행정법적 징계벌을 강화하고 엄격히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면 형법 수단의 투입은 절제돼야 한다. 안전·예방에 몰입한 이들은 자유의 울림에 귀 기울여야 하고, 자유의 정신에 심취한 이들은 안전의 울림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느 일방의 절대화는 헌법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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