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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치광장] 시민이 예술가가 되는 생활문화시대/이성희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자치광장] 시민이 예술가가 되는 생활문화시대/이성희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서울시는 우리나라 지역내총생산(GRDP)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력이 집중된 도시다. 인구수는 1000만명에 가깝고, 이 중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도 700여만명으로 다른 도시보다 높은 비율을 보인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경제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분권 이후 서울시는 인구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기반시설 및 문화시설도 훨씬 늘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 모리재단의 도시전략연구소 도시경쟁력 조사 결과를 보면 문화적 측면을 대변하는 ‘예술가’ 지표가 서울시의 도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의 문화정책이 시민의 삶 속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몇몇 엘리트 예술가에게 집중되는 데 그쳐 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예술 활동의 기회와 일자리 부족 등으로 많은 예술가가 예술계를 이탈하는 현상은 서울시의 세계적인 경제력이나 높은 위상과 반대되는 어두운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는 문화와 예술이 몇몇 엘리트 예술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수도와 전기, 가스, 전파와 같은 ‘보편적 서비스’로 인식될 수 있도록 시민을 문화의 주체자로 끌어들이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술가들이 생계에 대한 걱정 없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단기적인 정책을 벗어나 꾸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는 지난 6월 ‘서울문화플랜 2030’을 발표하고 ‘모두를 위한 모두의 문화로 시민의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문화시민 도시 서울’을 비전으로 발표했다. 시민에게 문화가 일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생활예술인 육성 및 지원, 생활문화지원센터 구축 등이 주요 내용이다. 서울 예술인의 복지와 사회 참여 확대 정책도 포함됐다. 이러한 정책 추진에도 대부분 시민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서울시 생활예술 정책이 생활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을 지원해 주는 차원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문화플랜 2030은 앞으로 시민 스스로 문화를 생산하고 즐기는 ‘문화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생활문화’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공공정책은 국민 혹은 시민의 행복한 삶을 공통 목표로 한다. 따라서 생활과 문화, 복지와 교육 등 시민 삶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게 ‘생활문화’ 정책이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민의 전반적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생활문화 정책이 확장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감시할 예정이다.
  • “21세기에도 유교는 보편적 가치로 통용”

    “21세기에도 유교는 보편적 가치로 통용”

    하버드대 종신직… 유학 권위자 “21세기에도 유교는 여전히 보편적 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공자의 ‘인‘(仁)은 곧 타인에 대한 공감을 의미합니다.” 유학사상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두웨이밍(76)이 17일 오후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숭실석좌강좌’ 강단에 섰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 중국학 종신교수이자 전통 유학의 현대화를 선도해 온 대표적인 신(新)유가 학자다. 두웨이밍은 이날 ‘인류의 미래를 위한 유학의 지혜’를 주제로 1시간가량 강연했다. 그는 유교의 진정한 물음은 ‘구체적으로 살아 있는 지금 여기의 사람 되기’(the concrete living person here and now)라고 했다. 이는 사회 속의 관계를 통해 타인을 공감하고, 사회에서 바람직하고 필요로 하는 인간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일상 속에서 맺는 관계 속에서 공감 능력을 학습하면 비로소 인(仁)을 갖춘 인간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은 동물과 달리 인간답게 학습해야 하는 존재”라며 “유학의 격언 중에 ‘인학(仁學)이 곧 인학(人學)’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 되기를 배우는 학문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두웨이밍은 “배움을 통한 ‘사람 되기’를 유학의 출발점으로 삼고 나아가, 인간다움의 특성인 공감 능력을 확장해 세계와 소통해야 한다”며 “유교는 가치를 상실한 것도 아니고 생명력이 사라진 것도 아니며 유학은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공감할 수 있는 정신으로 오늘날 여전히 통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년 한 차례 숭실대가 개최하는 숭실석좌강좌에는 201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를 시작으로, 2013년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2014년 마이크 샌델 하버드대 교수, 지난해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가 초청됐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특권만 누린 상층의 민낯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특권만 누린 상층의 민낯

    한국에 상층이 있는가. 이렇게 물으면 모두들 의아해할 것이다. 상층이 없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국에 ‘구조화된 상층’이 있는가 물으면, 그건 또 무슨 소리냐고 되물을 것이다. ‘구조화’(構造化)는 그 얼개가 잘 짜여져서 오래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10년, 20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수십 년 혹은 수수 세대를 가는 것을 이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는 상층은 있는데 ‘구조화’된 상층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시각에 따라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상층의 구조화’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이나 일본 서구 같은 상층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지난 세기 1900년대 이래 100년이 훨씬 넘는 동안 한국 사회는 그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격동의 1세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 격동의 1세기는 사회 구조가 밑뿌리째 바뀌는 가장 과격(radical)하고도 가장 급격(sudden)한 1세기였다. 그 변화의 과격성과 급격성은 해마다 반복되는 우리 사회의 시위대가 잘 말해 준다. 어느 사회 없이 상층은 그 사회의 가장 중요한 희소가치를 점유한 사람들이다. 그 희소가치는 재산(property)과 권력(power)과 위신(prestige)이다. 영어로 모두 앞에 ‘p’ 자가 들어 있어 ‘3개의 p가 사람들의 역사’라고 이르기도 한다. 여기서 재산은 소득을 낼 수 있는 자원이고, 권력은 주요 제도의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 곧 정치권력이다. 위신은 명예와 신망과 존경, 남으로부터의 선망 등 한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의 총합이다. 사회에 따라 이 세 가지를 모두 함께 차지하고 있는 상층도 있고 이 세 가지 중 2개만 가진 상층도 있다. 그러나 어느 사회든 이 세 가지 중 오직 한 가지만 점유하고 있는 상층은 없다. 교육적 성과를 중요시하는 유교사회도 교육적 성과라는 위신을 통해 고위직에 오름으로써 자동적으로 권력도 함께 차지했다. 이 중첩적 소유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재산을 수단으로 권력도 함께 갖는 것이고, 그다음이 권력을 가짐으로써 부(富)도 함께 갖는 것이다. 앞의 대표적인 예가 영국, 미국 등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이고, 뒤의 대표적인 예가 오늘날 중국, 옛 소련, 동구 등 공산주의 국가들이다. 문제는 남의 나라 아닌 우리나라, 바로 한국 사회의 상층은 이들 나라와 어떤 다른 특징이 있는가이다. 첫째로 구성상에서 우리 상층은 부를 가진 기업가층과 권력을 가진 고위직층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미국, 영국 등 서구 상층의 경우 고위직층은 대체로 상층에서 제외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통령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최상층(top most class)이 아닌 중상층(upper middle class)이 된다. 물론 케네디나 부시 대통령은 원래 상층 가문이었다는 점에서 예외다. 우리의 경우 고위직층이 부를 가진 층보다 훨씬 더 위세 등등한 상층 행세를 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의 우리 상층 수명이 어떠했던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둘째로 시간상에서 우리 상층은 세대간(世代間) 상층이 아니라 세대내(世代內) 상층이다. 다른 말로 누세대(世代) 상층이 아니라 당대(當代) 상층이다. 아버지 대 아니면 바로 내 대(代)에 만들어진 상층이다. 상층에 이른 역사가 지극히 짧다는 것이다. 이는 다음 회의 ‘뉴리치·뉴하이’에서 보다 상세히 논의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당대 상층의 특징을 ‘고잉 콘선’(going concern)에 비유해 보기로 한다. ‘고잉 콘선’은 지금 성업 중인 현행기업(現行企業)을 이른다. 모든 현행기업은 ‘살아남는 것’이 목표이고, ‘진행체’(進行體)로 계속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고, 그리고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획득하는 것이 소망이다. 대기업가층이나 고위직층이나 다 같이 시장으로부터 그리고 현직으로부터 오로지 쫓겨나지 않기만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러기 위해 아래 사람들에게도 언제나 ‘하라면 해’ 하는 횡포며 오만(傲慢) 갑질이 일상화된다. 지금은 인권이며 사회적 지탄, 그리고 아랫사람들의 높은 학력과 자격 능력 등으로 옛날과는 같을 수 없다 해도 당대 상층이 하루아침에 누대 상층이 될 수 없는 한 우리 상층의 타자 인식은 서구나 미국, 일본처럼 그렇게 긍정적이 되기는 여전히 힘들다. 셋째로 사회 관계상에서 우리 상층은 아직도 그들만의 혹은 그들 특유의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공동체는 그들 내부에 그들끼리의 긴밀한 사회관계망을 가질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세습이 안 되는 고위직층은 말할 것도 없고 세습적인 기업가층도 거의 대부분 ‘그들끼리’가 아니고, 그들 ‘각자 뿔뿔이’가 돼 있다, 이는 일본 기업들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과 한국 기업들 단체인 ‘전경련’(全經聯)의 차이와 같다. 일본의 게이단렌은 우리 전경련과는 전혀 달리 단순 협업이나 거래를 넘어 그들끼리만 갖는 공동의 사회적·유기적 연결망과 관계망을 갖고 있다. 상층이 그들끼리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다른 층의 잘난 사람들을 선택적으로 포섭하고(coopt) 흡수(absorption)해서 그들 상층의 양과 질 그리고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면서 다른 층과 구별하고 차등지우는 그들 자녀들만 다니는 학교를 세우고, 그들 자녀들끼리만 결혼하는 통혼권(通婚圈)을 구축하고, 그리고 그들끼리만 참가하는 클럽(clup)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람직하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이고, 중요한 것은 상층의 그런 공동체 형성이 그들 자신의 그릇된 사고와 의식 그리고 그들 사회 행동에서 나타나는 비리를 감시하고 제재하는 엄격한 감시 기구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그들의 명예와 존경, 지지를 유지하는 주요 기제가 된다. 넷째로 기능상에서 우리 상층은 그들 지위에 상응하는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 없이 상층은 체제 유지의 중추 기능을 한다. 마찬가지로 그 사회질서 안정의 근간이 되는 것도 상층이다. 그 사회 체제가 무너졌다는 것은 상층이 무너졌다, 혹은 상층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사회질서가 안정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졌다는 것도 상층이 바로 무규범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과 같은 소리다. ‘두터운 중산층이 사회 유지의 버팀목’이라고 말하지만, 이 중산층을 두텁고 안정되게 만드는 것도 상층 기능 중 하나다. 그런데 우리 상층은 어떤가. 우리 사회 통합이 잘 안 되는 것도 실은 상층의 책임이다. 상층 스스로 내부적으로 통합이 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갈등이 만연해 있는 것도 원천적으로는 상층이 분열해 내부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불만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것도, 계층 간 상대적 박탈감이 날로 증대하는 것도 모두 상층 책임이다. 상층이 지금 그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만큼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적기 때문이다. 갈등이며 불만, 박탈감은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이며 심리적인 것이 훨씬 더 강하다. 상층이 제 기능을 하면 이 모두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섯째로 위신상에서 우리 상층은 모두 추락해 있다. 그들은 신뢰받지도 존경받지도 못한다. 그들의 지위만큼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만큼 명예롭지도 않다. 그들은 서구의 상층처럼 일반 국민의 모범생도 아니고 지표(指標)도 아니다. 왜 그러한가. 다른 모든 것에 앞서 그들은 일반 국민보다 더 높고 더 많은 애국심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갖는 애국심은 그들 지위에서, 그들이 지금 수행하고 있는 그 직무에서 내 본분을 다한다는 그 정도일 뿐이다. 그것은 일반 국민들도 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절대로’ 그 이상이어야 한다. 이유는 일반 국민들이 받지 못하는 특혜를 그들은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혜받는 것만큼 애국해야 한다. 특혜받은 것만큼 확고한 국가관, 높은 소명 의식과 공익 그리고 국가 이익을 위해 ‘내 한 몸’ 바친다는 충정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상층이 된다. 연세대 명예교수
  • 서울시의회 김혜련의원 “여성발전-인력개발센터 성과 향상 위한 지원 필요”

    서울시의회 김혜련의원 “여성발전-인력개발센터 성과 향상 위한 지원 필요”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 동작제2선거구)은 11월 15일 제271회 정례회 여성가족정책실 행정사무감사에서 여성발전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 기관의 차별화된 사업의 필요성과 일자리의 안정성 평가를 통한 예산지원의 필요에 대하여 지적했다. 여성발전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여성인력개발 기관으로서 여성의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교육․취업․창업지원 및 복지증진과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여기회를 확대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김 의원은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하여 “보편적 서비스를 지역마다 균형 있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사업의 추진이 필요하지만 기관별로 차별화된 특화사업이 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중복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일자리도 여성발전센터의 경우 △계약직 55% △일용직 29% △상용직15%로 조사 되었고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상용직 45% △계약직 28% △일용직 25% 순으로 조사되어서 일자리의 질과 안정성, 지속성의 문제를 초래할 뿐 아니라 서울시정 4개년 계획 중 ‘청년과 여성 일자리를 더 늘리겠습니다’ 핵심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여성발전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여성일자리 10만개 창출 및 일자리의 질 개선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여성발전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 모두 사업성과가 반영되지 않는 예산지원 방식의 문제를 제기하며 “취업률과 같은 평가와 센터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성과 향상을 위해 예산 지원 체계를 마련하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고] 협동, 더불어 잘살게 하는 힘/김재균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장

    [기고] 협동, 더불어 잘살게 하는 힘/김재균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장

    우리나라에는 힘을 합쳐 일하는 ‘협동농기구’들이 매우 발달했다. 한꺼번에 7~8명이 함께 흙을 퍼 나르고 땅을 고르는 가래라든지,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 물을 퍼 올리는 맞두레, 역시 두 사람이 발판을 밟아 곡식을 찧는 디딜방아가 그렇다. 심지어 혼자 사용해도 되는 삽에 줄을 매어 효율성 높은 협동의 도구로 만들어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협동은 모든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유독 두드러진 현상이다. 왜 우리는 협동의 방식으로 농사를 지었을까? 협동의 가치와 효과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야생에서 사자의 무리는 자신들보다 덩치가 몇 배나 큰 코끼리를 쓰러뜨리고, 작은 물고기들이 뭉쳐 크게 보이게 해 큰 물고기를 물리친다. 조상들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여 작은 힘이라도 합치는 것이 좋고, ‘개미가 절구통 물어 간다’고 할 정도로 협동의 위력을 대단하게 평가했다. 1970년대 농촌 근대화를 앞당긴 새마을운동의 기본 정신도 결국 협동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호소하면서 민족 생존의 길을 협동에서 찾기도 했다. 협동이 농업 사회에서 가장 잘 표출된 것이 두레다. 두레 정신은 협동의 바탕 위에 양보와 배려심이 녹아 있는 공동체 문화의 정수다. 농사일의 고됨을 협동으로 극복하고 아름다운 공동체 문화를 형성했다. 두레 정신은 농촌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밑거름이 됐고 가족 간, 이웃 간 갈등을 예방하는 역할을 했다. 놀이문화로 즐기기도 했는데, 줄다리기를 하면서 단순한 힘의 합보다 조화와 화합의 힘이 크다는 것도 깨달았다. 협동의 미덕은 역사 기록에도 자주 등장한다. 조선 후기 농촌사회를 노래한 정학유의 ‘농가월령가’는 ‘이웃집 사람들이 힘을 모아 제 일 하듯 한다’고 협동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렸다. 세종실록 17년 기록에는 ‘협동주제’, 즉 협동하고 구제해 기근을 면하게 한 자에게는 관직을 주겠다면서 협동을 독려하는 내용도 있다. 고려 후기 학자인 이곡의 문집 ‘가정집’에는 ‘협동하고 화목하는 기풍이 일어나면 너그럽고 아름다운 풍속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협동이 사회를 아름답고 조화롭게 한다고 적었다. 농경사회에서 요구된 협동이 주로 육체적인 것이었다면 요즘 시대에는 지식과 기술, 정보, 사고 등 무형 자산의 협동이 필요하다. 학문 간의 융복합, 학교와 산업현장의 협력,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 도시와 농촌의 협력, 농업의 1·2·3차 역할을 아우르는 6차 산업화 등이 새로운 형태의 협동이라 하겠다. 우리가 각종 단체 운동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원인을 분석해 보면 모두 고도의 협동 시스템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는 오랜 농경 역사를 통해 축적한 아름다운 협동의 DNA가 있다. 즉 우리는 더불어 일하고 즐길 줄 아는 협동 민족이다. 시대가 변했다고 협동의 가치마저 변한 건 아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속담은 지금도 유효하다. 수확의 계절을 맞아 옛 농촌 들녘에 퍼졌던 협동의 메아리가 다시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기 바란다. 그렇게 함께 멀리 가고 더불어 잘사는 세상이 오기를 소망한다.
  • “예산 심의도 아는 게 힘이죠” 동작구의회는 지금 열공 중

    “예산 심의도 아는 게 힘이죠” 동작구의회는 지금 열공 중

    내년 예산안 심의 앞두고 ‘공부’ 낭비 절감·효율적 지출 집중 논의 “자치구마다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이 줄고 있어요. 그럴수록 꼼꼼한 예산 심의가 필요합니다.”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의회 4층 회의실은 학구열로 불타올랐다. 구의원 10여명이 모여 ‘예산 정례워크숍’을 열고 있었다. 구 집행부가 짠 내년 살림살이 계획인 2017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함께 공부하는 자리였다. 서울신문의 ‘지방재정포럼’ 강사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예산 심의법을 설명했다. 강의에서는 열악한 지방 재정 현실에서 어떻게 낭비성 예산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구 살림을 꾸릴 수 있을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보편적 복지가 중시되면서 자치구가 부담해야 하는 각종 보조금 등이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은 많이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이 위원은 “이럴 때일수록 구 의원들이 구정 전반에 대해 관심을 두고 세외수익을 늘리는 등 창조적으로 예산 확대와 집행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임대나 매각 가능한 자치구의 공유재산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 재정수입을 늘리거나 무단점유 중인 국공유지를 활용해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등 세금 밖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또, 예산 심의 때 관행적으로 지급해 온 민간보조금을 꼼꼼히 살펴보거나 불법 행위 단속 후 이행강제금을 제대로 걷는지 등을 따져 보면 재정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눈먼 돈이 되기 쉬운 재난 관리 예산을 잘 살펴보고 보육 예산 등에 낭비적 요소가 없는지 등도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태철 의원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예산이 8대2 비율로 짜인 상황에서 각 지자체가 더욱 알뜰하게 예산을 써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 “오늘 교육 내용을 참고해 복지와 일자리, 개발 예산 등 역점 사업 관련 예산을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벽돌로 쌓은 도시… 다른 듯 닮은 어울림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벽돌로 쌓은 도시… 다른 듯 닮은 어울림

    쿠알라룸푸르는 ‘흙탕물(lumpur)이 만나는 곳(kuala)’이라는 뜻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구도심의 중심에서 곰박과 클랑이라는 이름의 두 탁한 강줄기가 만난다. 그 교차점에는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말레이시아의 수도답게 자멕 모스크가 자리 잡았다. 국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돼 있다는 것 또한 다민족, 다종교 사회인 말레이시아의 특징, 그리고 고민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하다. 자멕 모스크의 동남쪽 일대가 쿠알라룸푸르의 구도심이다. 동남아시아의 상가주택(숍하우스)에 관심이 있다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그만큼 숫자도 많고, 건축 양식도 다양하다. 싱가포르에도 상가주택이 많이 있지만 쿠알라룸푸르가 양적으로, 그리고 다양성 면에서 앞서는 것 같다. 쿠알라룸푸르라는 도시와 상가주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인물이 있다. 그 하나는 얍 아 로이라는 광둥 출신의 중국인이고, 또 다른 하나는 프랑크 스위튼햄이라는 영국인이다. 얍 아 로이는 다수파인 말레이족과 대별되는 이 지역 중국인의 지도자로서 인근 주석 광산의 배후 지역에 불과했던 쿠알라룸푸르의 근대화를 추구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도시 근대화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공한 인물이 쿠알라룸푸르가 위치한 셀랑고르 주의 외국인 고문 스위튼햄이었다. 1882년 고문이 되자 그가 처음으로 한 일은 거리를 청소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도시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마침 그 전 해인 1881년 쿠알라룸푸르에 대화재가 발생,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는 우선 초기 주석 광산 시대의 유산인 목구조의 초가 지붕 건물 대신 벽돌과 타일로 건축할 것을 법으로 정했다. 이렇게 해서 건물의 물리적인 수명을 늘리고 무엇보다 화재에 대비하려 했다. 벽돌 수요가 대대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얍 아 로이는 넓은 지역 하나를 인수해서 여기에 도시 재건을 위한 벽돌 공장을 설립했다. 그것이 지금 쿠알라룸푸르의 ‘리틀 인디아’로 불리는 ‘브릭필즈’다. 이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였을지 모르지만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쿠알라룸푸르를 근대 도시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제도가 만들어지고 산업 인프라도 갖췄다. 이렇게 해서 집단적으로 출현한 것이 1880년대 중반의 과도기형 상가주택이다. 구도심 중심가로의 하나인 툰에이치에스리(Tun H. S. Lee)가(街)는 당시의 상가주택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스위튼햄이 만든 또 다른 규정은 가로에 면한 1층의 전면에 대한 것이었다. 상점의 전면을 5피트, 즉 1.5m 정도 후퇴해 일종의 아케이드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상가주택은 벽을 공유하는, 소위 합벽건축이어서 이 아케이드는 가로 전체로 확대될 수 있었다. 이것은 곧 사람들이 비가 와도 젖지 않은 채로 거리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오척가로(five-foot way)다.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쓰면 사유재산에 대한 제도적인 개입을 통해 공공의 선을 확장한 정책인 셈이다. 스위튼햄이 이러한 제도를 처음 고안한 것은 아니었다. 싱가포르를 세운 스탬퍼드 래플스 경이 이미 1822년에 이 규정을 도시 계획에 포함시킨 바가 있었다. 오늘날 동남아시아의 도시적 전통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알고 보면 유럽인 식민지배자들에 의해 제도로 정착됐다. 초기 상가주택은 2층이었으나 이어 3층으로 수직 확장됐다. 그러나 대체적인 폭은 20피트, 즉 6미터 정도를 유지했다. 정면이 좁은 대신 안쪽으로는 깊었다. 너무 깊어지면 채광과 환기를 위한 중정이 추가되는 것 또한 공통점이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다양한 건축 양식이 반영됐다. 중국, 말레이 양식이 도입된 것은 당연했고 거기에 다양한 유럽의 영향, 즉 신고전주의, 네덜란드, 심지어 아르데코와 모더니즘의 영향까지 발견된다. 초기에 소박했던 상가주택이 본격적으로 화려해지기 시작한 시기의 모습을 쿠알라룸푸르 구도심의 거점 중 하나인 구시장 광장에서 볼 수 있다. 구시장 광장을 찾아간다. 열대지방치고는 비교적 견딜 만한 날씨다. 여기에도 상대적인 4계절이 있어서 이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는 중이다. 두 개의 강이 만나는 지점 일대에서는 한창 강변 미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사장이나 다름없는 거리를 지나, 현대 건축물과 오래된 건물이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듯한 업무 지역을 빙 돌아가자 한눈에 봐도 반듯하게 정리가 된 광장이 나타난다. 광장 서쪽에는 고층 오피스가 가지런히 서 있었지만 그 반대편인 동쪽은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 제과점의 쇼윈도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다채로운 색상의 상가주택들이 한 줄로 서 있다. 흰색, 하늘색, 노란색, 붉은색…. 하지만 명도가 높아 서로 싸우지 않는다. 마치 자로 잰 듯이 모두 3층이고 정면의 폭도 일정해서 가로의 연속성이 잘 유지되고 있다. 세부 디테일은 조금씩 차이가 나서 창문은 창문대로, 옥상의 페디먼트 장식은 장식대로 모두 저마다의 특성이 있다. 몇 가지 요소들에 차이를 주고 그것과 색상 몇 가지를 조합한 결과 단 한 채도 같은 건물이 없는 것이다. 통일성과 다양성을 잘 겸비하고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1층은 모두 상점인데 위에서 설명한 오척가로의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 누군가는 자기 상점의 면적을 늘리겠다며 전면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인데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제도와 문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결과가 아닌가 싶다. 다만 간판이 어지럽게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삶의 구석구석까지 그런 생각이 침투하지는 않은 듯하다. 다시 길을 걷시 시작해서 툰에이치에스리가를 따라 내려간다. 건축 양식이 또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감한 색상을 사용한 건물도 보인다. 간판만 좀더 정리되면 유럽 어디의 거리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곳’이라는 곳이라는 표현은 한국보다는 이런 곳에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쿠알라룸푸르가 이렇게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는 도시인 것은 미처 몰랐다. 다만 그 수많은 다양성 중에 이슬람 문화가 상가주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치 않다. 짧은 일정 동안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은 당연히 한계가 있고 관련 자료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은 아직 보지 못했다.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어도 그것의 발현은 선택적인 것인가. 쿠알라룸푸르의 구도심은 꽤 넓고 게다가 도시적 연속성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길모퉁이를 돌면 또 다른 분위기의 거리가 나오는 것이 아주 흥미롭다. 차이나타운에 가까워질수록 상업의 밀도는 점점 더 높아진다. 그중에서도 차이나타운의 중심가로라고나 할 페탈링가는 전체 가로 위에 거대한 유리 지붕을 덮어 놓았다. 고풍스러운 상가주택과 현대식 유리 지붕이 대비를 이루면서 거리의 풍경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이 지역에서 다시 상가주택의 층수는 2층 정도로 통일된다. 그러면서 벽돌 혹은 목재의 중국풍 장식들이 추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쿠알라룸푸르의 상가주택과 한국의 2층 한옥 상가를 비교해 본다. 일단 시기로 보면 1900년 무렵 등장한 한옥 상가가 다소 늦었다. 게다가 목구조 건축술의 한계, 그리고 아마도 경제적인 이유 등의 이유로 2층을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쿠알라룸푸르의 상가주택도 당초 목조였으나 얍 아 로이와 스위튼햄의 지시에 따라 벽돌조로 전환했다. 지난번 연재에서 잠시 다룬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의 역사박물관 건물은 기둥과 보 등 주요 구조부가 아예 콘크리트였다. 하지만 대체로 이 지역에서는 이것을 시대의 변화에 따른 당연한 건축술의 진보로 보는 듯하다. 즉 일부 문화재 건물을 제외하고는 목구조 자체의 물리적 ‘진정성’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 반대다. 목구조 이외의 한옥은 상상할 수 없다. 그것이 낳은 결과의 차이는 크다. 쿠알라룸푸르의 상가주택은 벽돌이라는 새로운 구조 방식을 받아들인 결과 3층 이상의 층수를 확보하면서 근대화가 야기하는 도시적 밀도의 압박을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었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그 이상의 밀도가 요구되면서 도시 건축의 보편적 유형으로서의 상가주택이 갖는 의미는 점점 더 사라지고 있으나, 적어도 상당한 기간 동안 그 역할을 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 2층 한옥상가는 애초에 보편적 유형으로 보급되지도 못했고, 근대화 과정에서 도시적 밀도가 금방 2층 그 이상을 요구해 왔기 때문에 유효 기간이 길지도 않았다. 결국 현재 한국 도시에서 2층 한옥 상가는 지극히 희귀한 존재다. 최근 화제가 된 남대문로의 2층 벽돌 한옥상가처럼 문화재 대접을 받으며 가까스로 파괴의 위험을 벗어난 것은 정말 보기 드문 예다. 얼마 남지도 않은 그 나머지는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정면을 뒤덮은 간판과 가벽 뒤에서 자기 정체성을 숨긴 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도시란 결국 밀도와 복합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구성되는 인간의 정주 형태다. 도시 건축의 유형이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만 무시해도 결국 도시적 보편성을 상실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종종 그 유형 자체가 아예 송두리째 사라지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밀도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그래서 문화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상당한 제도적·경제적 보호를 받지 못하면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특수 용도의 건축물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다. 이것은 우리의 한옥이 밟아 온 과정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도 상가주택의 미래에 대해 수많은 고민이 쏟아져 나온다. 싱가포르, 그리고 같은 말레이시아의 도시 중에는 말라카 등이 모범 사례로 종종 제시된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가 이런 역사적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들이 힘을 모아 쿠알라룸푸르 구도심의 한 가로를 ‘더로’(the Row)라는 이름의 매우 매력적인 상가주택 지역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런 현상이 이미 2000년대의 한국에서도 시작되고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무수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북촌과 서촌, 그리고 전주와 경주 등의 한옥 마을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이를 증거한다. 역설적이지만 전통의 미래는 젊은 세대에게 달려 있다. 이렇게 몸은 이국의 거리에 서 있으나 생각은 한국을 향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 지리산 자락 하동·산청, 지리산 자랑 ‘청정 공기’ 수출한다

    지리산 자락 하동·산청, 지리산 자랑 ‘청정 공기’ 수출한다

    연내 시제품… 내년 초 상품화 산청군, 지역건설사와 협약 체결 포집지역 주변 매입·관리 계획 “공기 사먹는 시대… 사업 유망” 깨끗한 생수를 구입해 마시는 것처럼 청정한 공기를 사서 흡입하는 것도 보편화될 수 있을까. 지리산을 낀 경남 하동군과 산청군이 대한민국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 청정 공기를 캔에 담아 중국 등 국내외에 판매하는 공기 상품화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 관심이 쏠린다. 청정한 공기를 갖고 다니면서 수시로 흡입할 수 있도록 공기를 압축해 캔에 담은 상품을 만드는 사업이다. 13일 하동군과 산청군에 따르면 두 지자체는 각기 다른 민간사업자와 협약을 맺고 내년 상품화를 목표로 공기 상품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동군은 지리산 속에 있는 탄소 없는 목통·의신·단천 등 마을 일대에서 포집한 청정 공기로 공기캔을 만들 계획이다. 군은 지난 8월 24일 군청에서 캐나다 공기캔 생산·판매 전문 회사인 바이탤러티 에어(Vitality Air)사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윤상기 하동군수와 모세스 람 사장은 공기캔 사업을 공동으로 독점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바이탤러티 에어사는 캐나다 로키산맥 밴프 국립공원에서 포집한 공기를 캔에 담아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바이탤러티 에어사는 이 상품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자 두바이·인도·베트남·멕시코·한국 등으로 판매 시장을 넓히기 위해 영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공기캔은 3ℓ가 압축된 캔 한 통이 23달러(약 2만 5645원), 8ℓ가 압축돼 담긴 한 통은 32달러(약 3만 5680원)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람 사장과 황병욱 한국·일본 마케팅 담당 사장을 비롯한 회사 임원과 하동군 관계 공무원 등은 의향서를 체결한 다음날 공기 포집 예정 지역인 지리산 산골 마을을 둘러봤다. 바이탤러티 에어사는 탄소 없는 마을 주변의 공기 성분 분석을 비롯해 기초 조사와 타당성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공기 포집 예정 지역인 목통·의신·단천마을은 지리산 해발 700~800m 첩첩산중에 있다. 200여년 전부터 물레방아를 돌려 전기를 생산했던 탄소 없는 청정 마을이다. 김종영 하동군 환경보호담당은 “바이탤러티 에어사에서 하동군이 산소 상품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업을 먼저 제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사업비는 바이탤러티 에어사가 모두 투자하고 군은 상품 생산·판매 사업에 따른 각종 인허가 등 행정 지원을 하기로 협약했다. 람 사장은 “타당성 검토를 거쳐 올해 안으로 공기캔 상품 생산시설을 설치해 시제품을 생산하고 내년 초부터 상품화해 국내외에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동군은 바이탤러티 에어사가 이미 캐나다에서 공기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전문 회사로 기술력이 탄탄해 5~6개월 안에 상품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기캔 공장은 공기 포집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설치하고 공기는 전용 차량을 이용해 포집한 뒤 공장으로 운반한다. 공기 판매 사업 수익은 군과 투자회사 측이 적정 비율로 나눌 계획이다. 윤 군수는 “공기캔 생산과 판매에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가 지리산 청정 공기를 상품으로 만들어 국내외에 판매하는 사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청정 환경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산청군은 지난 7월 미래전략산업의 하나로 ‘지리산 내추럴 청정 에어 캔’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인근 진주시에 있는 중견건설회사인 중원종합건설과 사업투자 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은 공기 상품화 사업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화학·기상·기류 등 각 분야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시로 자문한다고 밝혔다. 자문위원장인 박정호(51) 경남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공기 상품화 사업은 사업 수익성을 떠나 환경이 오염된 지역과 청정한 지역이 비교되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청군이 공기를 모을 지역은 지리산 중에서도 계곡이 깊어 물과 공기가 깨끗하기로 소문난 삼장면 ‘무제치기 폭포’ 주변이다. 군은 공기 포집 지역 주변 임야 등도 매입해 청정 지역으로 보호·관리할 계획이다. 무제치기 폭포는 치밭목대피소 아래에 있다. 기관지가 좋지 않아 재채기를 자주 하는 사람이 폭포 주변에 잠시만 머물러도 재채기가 멈출 정도로 공기가 맑고 깨끗해 무제치기로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폭포 주변에는 숯을 굽던 가마터도 있다. 공기 정화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숯층이 폭포 주변 땅 밑에 형성된 모습이 발견된다. 또 편백나무와 구상나무 등이 군락을 이뤄 공기에 피톤치드 함유량이 높아 청정한 공기를 생산하기에 최적의 환경조건을 갖춘 지역으로 꼽힌다. 허기도 산청군수는 무제치기 폭포 주변의 이 같은 지리·환경에 착안해 공기 상품화 사업을 시작했다. 군은 공기 상품화 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하고 무제치기 폭포 주변의 청정한 환경과 공기에 관한 스토리텔링도 개발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산청군은 공기캔 포장 공장을 지으면서 주변에 청정 공기·환경 체험시설도 함께 조성해 지리산 청정 환경을 체험하는 관광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투자회사 측은 당초 사업비를 30억~40억원으로 예상했다가 체험시설 조성 등을 위해 100여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군과 투자회사 측은 내년 상반기 안으로 시제품을 개발해 상품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정욱진 산청군 기획감사실 미래전략 담당은 “대기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 가운데 국민 건강에 기여하고 청정한 산청 지역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공기 상품화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공기 상품 가격은 최대한 저렴하게 책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허 군수는 “공기를 판다고 하면 지금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공기도 생수처럼 사 마시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청정 공기 상품화 사업이 당장은 수익성이 부족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대표 청정 지역인 산청과 지리산의 브랜드 및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해 공기 상품화를 선점하고 기술 축적을 하면 유망한 미래전략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의료 전문가들은 산업 발달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발 황사 등으로 대기오염이 심각해지고 있어 맑은 공기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공기 상품화 사업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하동·산청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녹내장 치료하는 ‘비타민 콘택트렌즈’

    국내 연구진이 콘택트렌즈 착용만으로 녹내장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녹내장은 안압이 상승하면서 시신경이 눌려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질환이다. 노안이 시작되는 40대 이후 성인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국내의 경우 40대 이상 성인의 녹내장 발생률이 5~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부 권인찬 교수팀은 일반 소프트 콘택트렌즈에 비타민을 첨가해 녹내장 치료제가 효과적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한 녹내장 치료용 콘택트렌즈를 개발하고 기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에 발표했다. 녹내장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높아진 안압을 낮추는 것이 핵심으로 점안액, 먹는 약, 레이저 치료, 수술의 방법이 있다. 점안액을 이용한 방법이 가장 보편적인데 문제는 규칙적으로 점안해야 하며 눈물 때문에 쉽게 제거돼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시중에 판매되는 소프트 콘택트렌즈에 주목했다. 소프트 콘택트렌즈는 친수성 하이드로젤이라는 물질로 만들어져 치료약물을 쉽게 흡수·저장할 수 있으며 착용했을 때 농도 차에 따라 방출돼 지속적으로 약효를 발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 콘택트렌즈는 치료에 적합할 정도로 약물이 흡수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콘택트렌즈에 비타민A와 비타민E를 첨가시켜 약물을 좀더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렇게 만든 녹내장 치료용 콘택트렌즈는 점안액을 안구에 직접 투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약물을 안구에 전달했다. 권 교수는 “치료용 콘택트렌즈는 녹내장처럼 지속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안구질환을 효과적으로 고칠 수 있는 차세대 치료법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며 “비타민이 갖는 안구보호 효과까지 더해져 녹내장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서구 ‘개인’은 기독교 문명의 발명품

    서구 ‘개인’은 기독교 문명의 발명품

    개인의 탄생/래리 시덴톱 지음/정명진 옮김/부글/588쪽/2만 5000원 지금 서양에서는 많은 이들이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지 않거나 기독교 교리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를 기독교인으로 인식하는 성인 수는 지난 7년간 8%나 급감했다. 비종교화와 종교 썰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여기며 살아간다. 그런 간극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영국 정치철학자가 쓴 이 책은 바로 그 의문에 답을 제시하고 있다. 기독교 사회인 서구 정체성의 핵심, 즉 자유주의 전통을 고대로부터 무려 2000년의 긴 시간을 샅샅이 훑어 풀어내 흥미롭다. 서양에서 도덕적 신념의 근본적인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어떤 험난한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개인’을 탄생시켰는지를 깊이 들여다본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는 ‘개인’을 단위로 한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뚜렷이 구분한 채 개인의 양심과 선택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회이다. 저자는 그 개인 개념,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한 양심이나 자유는 서구 2000년 역사의 ‘발명품’이라고 명쾌하게 주장한다. 있던 것을 찾아낸 ‘발견’이 아니라 없던 것을 만들어낸 ‘발명’이라는 것이다. 그 지론대로 책에서는 개인의 도덕적 힘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또 광범위한 법적 권리에 의해 보호를 받는 결실을 이루기까지의 역사를 세밀하게 풀어헤친다. 그리고 그 이야기 풀어내기의 중심에 기독교적 신념을 두고 있다. 책에는 통념을 뒤집는 역사 새로 쓰기의 노력들이 수두룩하다. 우선 고대사회를 보자. 고대사회는 흔히 자유롭고 세속적인 정신이 지배했던 시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저자는 그 가설을 보기 좋게 뒤집는다. 고대의 가족은 구성원들을 터무니없을 만큼 강하게 억압했던 ‘하나의 교회’였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모든 조상들을 대표하는 아버지는 한 사람의 예비 신”이었다고 쓰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아버지는 성직자이자 치안판사였다. 그리고 재산은 한 개인 남자의 것이 아니라 가족의 소유였다. 저자는 기독교 사도 바오로가 그런 흐름을 뒤집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기독교에서 신과의 관계는 모든 인간이 평등한 도덕적 지위를 요구하도록 했고 그 요구를 정당화했다는 저자는 “기독교의 보편성이 개인의 도덕적 신분과 기본적인 사회적 역할이 존재할 바탕을 제공했다”고 딱 부러지게 말한다. 르네상스에 대해서도 “르네상스가 ‘중세’의 종말이라는 견해는 틀렸다”며 색다른 주장을 편다. 개인이 가족과 계급의 사슬로부터 풀려나 우뚝 설 바탕은 12~15세기 신학자 등에 의해 다져졌다는 것이다. 흔히 르네상스는 개인적 자유의 과정에서 결정적인 걸음을 뗀 전환점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르네상스 인본주의자들은 고대의 불평등 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미학적으로 고대를 찬양하고 원천으로 삼았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 가족 중심에서 이뤄진 대로 공통의 조상을 인정하고 공통의 신앙을 구축하면서 부족으로, 다시 고대 도시로 확장됐다. 행정과 군사는 단지 왕의 종교적 권위의 부속물이었으며, 법률은 당연히 종교적 신념의 결과물이었던 시기엔 현대적 의미의 주권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BC 6세기부터 세상이 바뀐다. 근본적으로 성직 중심이었던 사회가 낮은 계급들로부터 공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부터 로마제국의 출현까지 도시 국가들의 역사는 계급 갈등으로 점철됐고 사회구조에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장자상속권이 무너지고 예속 평민들은 자유민이 됐다고 한다. 책은 결국 서양에서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 개인이 사회를 조직하는 역할을 맡기까지의 긴 여정의 이야기이다. 아무런 구속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주의의 역사 이야기인 셈이다. 긴 여정을 마무리한 저자는 “서양의 역사에서 지금은 이상하게 소란스러운 순간”이라며 이렇게 쓰고 있다.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전통의 뿌리와 연결을 끊은 채 종종 확신을 갖지 못하는 듯 보인다. 대서양의 양쪽 어디에서도 자유주의적 세속주의와 기독교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발빠른 日 아베, 트럼프에 전화해 하는 말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발빠른 日 아베, 트럼프에 전화해 하는 말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0일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를 했다. 두 사람은 17일 미국 뉴욕에서 회담을 하는 쪽으로 조율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통화에서 “공고한 미일 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하는 불가결한 존재”라고 강조했다고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장관이 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미일동맹을 평가한다”며 “미일관계는 탁월한 파트너십이다. 이 특별한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는 향후 두 사람간에 민감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주일미군 경비 분담금 등의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9일 미국 대선 개표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축사를 발표해 “보편적 가치로 연결된 미일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日 ‘미·일동맹’ 초긴장… 中 “미국판 문화대혁명”… EU도 비상

    日 ‘미·일동맹’ 초긴장… 中 “미국판 문화대혁명”… EU도 비상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전을 보내며 관계 강화의 기대감을 표시했지만, 일본 정부는 내부적으로 대선 결과의 영향 등을 숙의하면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및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 향후 움직임을 주시하며 현안에 대처하겠다는 자세다. 또 트럼프 측 인맥과 접촉을 서두르는 등 새 권력과 연락 통로 점검 등 관계 구축에 부심했다. 트럼프는 “일본이 미국에 안보를 무임승차해 왔으며 무역협정도 불공평하다”면서 주일미군 분담비 전액 부담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등을 주장해 왔다. 아베 총리는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미·일은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흔들림 없는 동맹”이라면서 “당선자와 손을 잡고 세계가 직면하는 과제를 함께 해결해 가고 싶다”는 내용의 축전을 바로 보냈다. 또 “당선자가 유례없는 능력으로 비즈니스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미국 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치겨세우며 아·태 평화와 번영를 위해 미·일이 주도적 역할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거 결과의 충격과 불안감은 이날 증시 등 금융시장으로 표출됐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엔화 가치는 올랐다. 도쿄증시 닛케이평균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36% 하락한 1만 6251.54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 요동에 재무성과 일본은행, 금융청 등은 긴급 회의를 열고, “투기 행동에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친근감 표시 등 친러적인 태도를 보여온 트럼프의 당선에 러시아 측은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NHK 등은 전했다. 푸틴은 트럼프의 당선 확정 소식이 알려진 뒤 곧바로 축하 전문을 보냈다.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낸 전문에서 “위기 상황에 처한 미·러 관계 개선, 국제 안보 도전에 대한 효율적 대응 방안 모색 등에서 공동 작업을 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에는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의 승리가 EU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인 무역 자유화 등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큰 탓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트럼프 정부가 나토 내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동력을 잃은 미국과 EU 간의 무역협정도 종지부를 맞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유럽에선 트럼프의 당선이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의 10배의 충격을 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백지화 위기에 처했다. 국내 생산품의 80%를 미국에 수출하는 멕시코 경제는 큰 위협을 받게 됐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ATM기 1년 반 만에 1900여대 줄어든 이유

    ATM기 1년 반 만에 1900여대 줄어든 이유

    ‘4만 7015대(2014년 12월)→4만 5070대(2016년 6월).’ 국내 은행에서 사양길에 접어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현황이다. 은행권은 “모바일뱅킹 등에 밀린 자연도태”라고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ATM 업계는 “은행들의 후려치기로 더 급격히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반박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은행권의 불공정 ATM 입찰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ATM 업계는 이 자리에서 은행들이 ‘역경매 입찰’과 ‘타행 낙찰가 확인’을 결합한 방식을 써 ATM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경매 입찰’은 가장 싼값을 부른 곳에 일감을 주는 구조다. 가격을 제시한 순간 순위가 실시간 공개되기 때문에 2등 업체는 낙찰을 받으려고 가격을 더 낮추게 된다. ‘타행 낙찰가 확인제’는 ATM을 구매할 때 다른 은행의 낙찰가를 입찰에 반영하는 것이다. ATM 업계는 “은행들이 연중 최저가로 구매하려고 ATM 입찰을 의도적으로 계속 연기해 재고 부담과 출혈 경쟁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업계에 따르면 ATM 평균 낙찰가는 2009년 1950만원에서 지난해 1200만원, 올해 1100만원 정도로 떨어졌다. 은행권은 “사양산업 손실을 전가하려는 속셈”이라고 맞선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ATM 가격 하락은) 은행의 갑질 때문이 아니라 관련 기술 보편화와 (모바일뱅킹 확산 등으로) 이용률 하락에 따른 가치 저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B국민, 우리, 신한, 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가입 고객(중복 포함)은 2014년 말 3132만 6504명에서 2016년 8월 4102만 3469명으로 1000만명 가까이 늘었다. 16개 은행 중 역경매 입찰 방식을 쓰는 곳은 7군데(우리, SC, 기업, KEB하나, KB국민, 부산, 씨티)다. 이들 은행은 국가가 인정하는 공정한 거래 방법이라고 말한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수신제도부장은 “제품 간 기술 차별성이 크지 않고 구매 단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구매 비용 절감을 위해 역경매 방식을 쓴다”면서 “오히려 ATM 1대당 은행 연간 손실액이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주장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무지개떡 천국’ 싱가포르, 다민족의 얼굴 닮은 이곳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무지개떡 천국’ 싱가포르, 다민족의 얼굴 닮은 이곳

    본격적인 싱가포르의 역사는 19세기 초인 18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동인도 회사의 토머스 스탬퍼드 래플스 경이 국제무역항을 개발한 것이 그 시초로, 아직도 그의 이름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1867년에는 대영제국의 정식 식민지가 됐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이후 다시 영국령이 됐다가 1963년 말레이시아의 일부로 독립했다. 그러나 인종과 사상 등의 차이로 인해 1965년 8월 9일 초대 총리 리콴유, 초대 대통령 유소프 빈 이스학 등이 주도해 말레이시아로부터 분리 독립, 현재에 이른다. 작년인 2015년, 독립 50주년을 성대히 기념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다. 면적은 719.1㎢로 605.25㎢인 서울보다 넓고, 인구는 2015년 말 기준 567만 명으로 990여만 명인 서울의 절반이 넘는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인구밀도가 서울의 절반 정도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서울 정도의 면적에 한 국가가 들어가다 보니 국가로서의 인구밀도는 엄청나게 높다. 국가로서의 싱가포르 인구밀도는 무려 6801.63명/㎢로 단연 아시아 최고다. 대한민국 전체의 인구밀도가 505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물론 동등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면적이 작은 국가의 인구밀도는 별도로 취급한다). 흔히 싱가포르 하면 고층 건물들이 숲을 이룬 모습만 상상하게 되지만 사실 나라 전체가 이런 것은 물론 아니다. 도심지나 교외의 신개발지를 벗어나면 의외로 저밀도 지역과 녹지가 많다. 싱가포르의 별명 중 하나가 ‘가든 시티’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드물지만 리콴유 전 총리의 사저가 있는 옥슬리처럼 단독주택이나 저층 공동주택이 자리잡은 지역도 있다. 게다가 간척 사업을 활발히 해 건국 이후 지금까지 국토 면적을 무려 23%나 늘려왔다. 좁은 국토에 민간용, 군사용을 포함해 공항이 6개나 되는 것도 특이하다. ●중국식 상가 주택, 상업 밀도 높이는데 유리 국토가 극히 제한적인 나라이다 보니 싱가포르에서 공동주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개국 이후 주택정책은 정부의 최우선 핵심 사업의 하나였다. 2015년 4월 2일자 연합인포맥스 기사에 의하면 싱가포르 정부는 한국으로 치면 토지주택공사(LH)에 해당하는 주택개발위원회(HDB)를 주축으로 해 전체 주택 시장에서 공공주택의 비율을 무려 85%까지 끌어올렸다. 게다가 그중에서 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3%에 불과하다. 리콴유 전 총리 이후 강력하게 실행해 온 자가소유확대 방침의 결과다. 사회적, 경제적 조건이 여러모로 다른 대한민국과의 단순 비교는 섣부르겠지만, 싱가포르 국민의 거의 대부분은 정부 주도로 지어진 자기 집에 살고 있는 셈이다. 상업 및 교역을 경제력의 근간으로 삼아 온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이전부터 다양한 유형의 주거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비교했을 때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상가주택이다. 현지에서 ‘숍하우스’라고 부르는 이 유형은 기본적으로 3층이며 전체적으로 좁고 긴 대지에 자리 잡고있다. 짧은 변이 거리에 면하기 때문에 (이를 ‘frontage’라 한다) 상업의 밀도를 높이는 데 매우 유리하다. 중국에서 기원한 유형으로서, 건물에 대한 세금을 도로에 면한 폭으로 매겼기 때문에 이렇게 좁아진 것이라는 설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상업 시설이 밀집한 거리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다. 사실상 이런 유형은 싱가포르뿐 아니라 전 세계의 상업이 발달된 도시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 특히 많으며 일본의 ‘나가야’(長屋) 또한 이런 유형이다. 다만 한국에는 이런 유형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대지의 긴 변이 거리에 면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이런 유형의 건물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싱가포르의 어퍼 크로스 스트리트 일대다. 가로의 남쪽 면에 잘 보존된 상가주택이 줄 지어 서 있다. 넓게 보면 차이나타운에 속한다. 중국계가 대다수인 싱가포르지만 그래도 차이나타운은 엄연히 따로 존재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붐비는 골목의 하나인 파고다 스트리트의 한복판에 있는 ‘차이나타운 역사박물관’은 3층 상가주택을 복원한 것이다. 내부의 가구, 집기까지 잘 갖춰 놓아 당시의 생활상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단면 모형을 보면 좁고 긴 평면 안에 중정이 두 개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정을 중심으로 환기가 필요한 두 개의 시설, 즉 주방과 화장실이 바로 인접해 있는 것이 특이하다. 아마 많은 고민 끝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론이었을 것이다. ●1973년 완성된 두 건물… 관광 명소로 변화 이 상가주택들은 이제 일종의 역사 유물이 돼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통해 형성된 복합 건축의 전통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싱가포르를 위시한 동남아시아 일대는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건축이 보편화돼 있다. 그야말로 ‘무지개떡 천국’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싱가포르 거대 주상복합의 대명사는 바로 ‘골든 마일’(Golden Mile Complex)과 ‘국민 공원’(People´s Park Complex)이다. 두 건물 모두 1973년에 최종 완성됐을 뿐 아니라 건축가 또한 같았다. 싱가포르 근대건축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윌리엄 림과 그가 이끄는 설계회사인 DP 아키텍츠였이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싱가포르 주택개발위원회의 주도로 진행된 공공 프로젝트라는 공통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 연재에 등장했던 세운상가 등 한국의 상가아파트들에 비해서는 다소 연도가 늦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윌리엄 림이 유럽과 미국에서 공부한 해외파인 데다가 싱가포르의 지정학적 성격이 겹쳐 국제적인 지명도는 비교하기 어렵다. 두 건물과 윌리엄 림에 대한 자세한 영문 정보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골든 마일은 당시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일련의 건축적 사고들, 즉 메가스트럭처, 일본의 메타볼리즘, 브루탈리즘 등 중에서 실제로 지어진 거대 사례의 하나로 평가받으면서 국제 건축계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이는 동시에 당시의 한국 또한 일정한 동시대성을 확보하고 있었음을 역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사선 외관의 미학, 강남고속터미널과 비슷 골든 마일은 상업과 업무, 주거의 다양한 기능이 거대 구조물에 들어가 있는 건물이다. 아래서부터 순차적으로 500개의 주차공간, 411개의 상점, 226개의 사무실, 68개의 주거 가구가 있다. 멀리서 보면 반포의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을 연상케 하는 외관이다. 경사 구조물로 된 본관과 그 옆의 고층 타워 두 동으로 돼 있는데, 타워에는 북한 대사관이 입주해 있다고 들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태국어 간판이 여럿 눈에 보인다. 오가는 사람들 또한 싱가포르의 화교들이나 말레이족들과는 다소 다른 외모다. 싱가포르의 태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어서 ‘미니 방콕’으로 불린다는 소문대로다. 건물 한쪽에 태국식 불교 제단이 있고 사람들이 향을 피우며 경배를 올리고 있다. 건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상당히 경비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촬영금지’라는 푯말도 보였으나 마음속으로 사과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최고층인 16층에서부터 계단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의외로 건물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 1960~70년대 한국 상가아파트들이 예외 없이 벽에 금이 가 있고 페인트가 벗겨져 있는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그나마 이 건물도 싱가포르에서는 일종의 슬럼으로 간주된다고 하니, 한국의 건물 관리 문화가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주거 부분은 기본적으로 개방형 편복도 구조라 환기나 채광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게다가 정면은 계단식, 혹은 테라스 식으로, 그 앞에 펼쳐지는 마리나 베이 일대의 풍광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주거 부분의 최하층에는 일종의 운동장이 있다. 기둥을 밝은 노란색으로 칠해 분위기가 경쾌하다. 원형의 창문이 건물 여기저기에 나 있는 것도 특이하다. 계단실 바닥이 작은 모자이크 타일로 돼 있는데 계단코 부분의 타일 높이를 달리해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논슬립을 만들고 있는 등, 디테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테라스 증축 덕지덕지… 다소 음울한 내부 그러나 아래로 내려갈수록 분위기는 다소 음울해진다. 특히 사무실이 밀집된 중간 부분은 거대한 사선의 공간으로서, 건축의 기계미학을 경험하기는 좋으나 결코 쾌적하다고는 할 수 없는 곳이다. 저층부의 상가는 층고가 높아서 시원시원한 공간이기는 하나 이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다만 이것은 건물 자체의 본질적인 문제라기보다 현재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형태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다. 내부를 좀더 잘 정리하고 조명, 간판 등을 업그레이드하면 훨씬 더 좋은 분위기가 될 것이다.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물론 세운상가 등에 비하면 관리 상태나 사용 형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그러나 외부에서 바라보는 골든 마일은 왜 싱가포르에서 툭하면 이 건물을 헐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테라스를 불법 개조, 증축하지 않은 가구가 거의 없다. 국민을 심지어 물리적으로 때려가면서 교육시킨 것으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건물들이 말쑥한 싱가포르에서 불법 증개축이 판을 치는 건물이 존재한다니? 그것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건물이. 오죽하면 의회에서 이 건물 주민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을 통렬하게 비판할 정도다. 다민족 국가로서 싱가포르는 특정 민족의 전통이나 문화를 우선하기 어렵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일찍부터 지역주의를 벗어나 국제적인 건축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경향을 보여 왔다. 현대건축의 대부 격인 렘 쿨하스는 싱가포르의 이러한 탈맥락적 특징을 ‘포괄적 도시’(The Generic City)라는 명칭으로 설명했다. 다만 싱가포르 사람들에게 이 건물은 본격적인 국제화가 이루어지기 전, 소위 ‘싱가포르적’ 문화를 담는 노력을 한 사례로 종종 인용된다. 이 건물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그간 다양하게 진행돼 왔으나 여전히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한국의 세운상가가 겪었던 것처럼 극적으로 재생의 길을 걷게 될지, 아닐지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져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아온 한국과 싱가포르의 두 건물이 맞게 될 운명은 어떤 것일까.
  • 쇠락하는 ATM “숙명인가” “야합인가”

    쇠락하는 ATM “숙명인가” “야합인가”

    ‘4만 7015대(2014년 12월)→4만 5070대(2016년 6월).’ 국내 은행에서 사양길에 접어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현황이다. 은행권은 “모바일뱅킹 등에 밀린 자연도태”라고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ATM 업계는 “은행들의 후려치기로 더 급격히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반박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은행권의 불공정 ATM 입찰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ATM 업계는 이 자리에서 은행들이 ‘역경매 입찰’과 ‘타행 낙찰가 확인’을 결합한 방식을 써 ATM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경매 입찰’은 가장 싼값을 부른 곳에 일감을 주는 구조다. 가격을 제시한 순간 순위가 실시간 공개되기 때문에 2등 업체는 낙찰을 받으려고 가격을 더 낮추게 된다. ‘타행 낙찰가 확인제’는 ATM을 구매할 때 다른 은행의 낙찰가를 입찰에 반영하는 것이다. ATM 업계는 “은행들이 연중 최저가로 구매하려고 ATM 입찰을 의도적으로 계속 연기해 재고 부담과 출혈 경쟁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업계에 따르면 ATM 평균 낙찰가는 2009년 1950만원에서 지난해 1200만원, 올해 1100만원 정도로 떨어졌다. 은행권은 “사양산업 손실을 전가하려는 속셈”이라고 맞선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ATM 가격 하락은) 은행의 갑질 때문이 아니라 관련 기술 보편화와 (모바일뱅킹 확산 등으로) 이용률 하락에 따른 가치 저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B국민, 우리, 신한, 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가입 고객(중복 포함)은 2014년 말 3132만 6504명에서 2016년 8월 4102만 3469명으로 1000만명 가까이 늘었다. 16개 은행 중 역경매 입찰 방식을 쓰는 곳은 7군데(우리, SC, 기업, KEB하나, KB국민, 부산, 씨티)다. 이들 은행은 국가가 인정하는 공정한 거래 방법이라고 말한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수신제도부장은 “제품 간 기술 차별성이 크지 않고 구매 단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구매 비용 절감을 위해 역경매 방식을 쓴다”면서 “오히려 ATM 1대당 은행 연간 손실액이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주장했다. 2011년 ATM 업체들이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것도 단가 하락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In&Out] 4L 시대, 한국 금융투자산업의 대응은?/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In&Out] 4L 시대, 한국 금융투자산업의 대응은?/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고령화(longevity)와 저성장(low growth), 저금리(low interest rate), 저수익(low return). 지금 전 세계 주요 금융회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L’로 시작하는 4개의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다. 고령화와 저성장은 대다수 선진국이 겪는 경제사회적 과제로 이에 따른 저금리와 저수익 상황이 많은 금융회사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제30차 국제자산운용협회 연차총회에서도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최대 고민이 4L 시대 대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펀드가 보편적 투자 상품으로 자리잡은 선진국 자산운용산업은 4L 상황 타개를 위해 투자자의 금융웰빙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금융상품이 투자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펀드 투자 대상부터 운용·자문 서비스, 판매채널 등 기존의 금융생태계를 혁신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수료가 낮은 패시브펀드 확산이 세계적 추세이지만, 액티브펀드도 인공지능(AI)이나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수수료를 낮추는 등의 전략이다. 기본 수수료는 낮추되 성과보수를 도입하고 투자자 맞춤형 상품과 혁신적인 투자 솔루션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퇴직연금 운용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일본 공적연금(GPIF)이 최근 수립한 연금시장 중장기 계획을 보면 보수적 운용 원칙은 지키되 해외투자를 늘리고 패시브와 액티브의 절충형인 스마트베타 전략 같은 새로운 전략도 활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 IFA는 특정 금융회사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기에 객관적인 포트폴리오 자문이 가능, 투자자의 실질적 수익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은 선진시장의 사례를 참고하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공모펀드 성과보수 도입과 사모펀드 시장 규제완화 속도를 높이고 연금의 기금화 등 국민 자산 증대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연기금의 해외투자 및 대체투자를 확대해 수익률을 높이고, 연기금 운용 시 국내 자산운용사에도 위탁운용 기회를 줌으로써 한국에서 글로벌 자산 운용사가 나올 수 있는 여건 마련도 필요하다. 자산운용 업계는 고객의 요구를 고려한 상품과 질 높은 자문 서비스로 무장하고 투자자에게 최적의 자산배분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과 최접점에 있는 펀드 판매사의 역할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에 독립투자자문업자 제도가 도입되면 펀드 투자자들은 수수료와 실적 등 수익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펀드 판매회사는 기존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리스크 관리를 기반으로 고객의 생애 자산 관리를 지원한다는 고객 중심의 판매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투자자도 ‘스마트 인베스터’가 돼야 한다. 생애 전반에 걸친 자산 관리와 운용에 관심을 두고 스스로 찾아서 금융투자 공부를 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투자자가 공부하려고만 마음먹으면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에서 펀드 수익률부터 운용 정보까지 다양한 공시 정보와 투자자 교육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서점으로 일본 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쓰타야서점의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은 저서 ‘지적 자본론’에서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객 가치의 창출과 라이프스타일 제안 능력은 소프트웨어적 발상을 통해 전 국민 자산 형성의 지원자가 돼야 할 자산운용산업에도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투자자들이 평생 자산 관리를 금융투자회사들에 믿고 맡기는 수준이 될 때쯤이면 금융 분야의 삼성전자가 한국 자산운용산업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 [2016 공직열전] ‘소통·IT행정’ 기치… 온·오프라인 서비스 향상 주도

    [2016 공직열전] ‘소통·IT행정’ 기치… 온·오프라인 서비스 향상 주도

    행정자치부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그해 11월 단행된 조직개편 당시 ‘안전’과 ‘인사’를 떼내 재탄생했다. 특히 제1차관 소속으로 핵심이었던 게 창조정부조직실과 전자정부국이다. 국민들에게 최상의 행정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최적화된 정부를 조직하는 게 공통의 임무이다. 각각 오프라인 관점에서 ‘정부3.0’, 사이버 공간에서의 ‘전자정부’라는 단어로 줄여 표현할 수 있다. 정부3.0이란 정부 주도의 일방향 정책인 1.0, 국민들의 요구를 받고 응답하는 쌍방향을 지향하는 2.0에서 진일보해 필요한 곳을 찾아가 국민 개개인에게 맞춘 정책을 꾀하는 것이다. 부처끼리 ‘개방·공유·소통·협력’을 4대 키워드로 삼는다. 전자정부도 국민 편의를 꾀하기 위해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행정업무를 혁신하는 방식이다. IT초강국의 면모를 앞세운 전자정부국은 행자부 직제상 1급(관리관) 조직에 버금가는, 2급(이사관)과의 사이에 위치한 ‘1.5급’ 조직으로 불리고 있다. 전성태(54) 창조정부조직실장은 경기도 경제투자실장과 행자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면서 중앙과 지방의 다양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정부3.0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윤리복무관 시절에는 민간 기업을 앞질러 공직사회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공직문화 개선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직정책관 재임 땐 고용과 복지 문제를 한곳에서 해결하는 ‘고용복지 플러스(+)센터’를 도입하는 등 유능한 정부 조직 관리에도 남다른 능력을 보여 줬다. 강한 정책 추진력과 함께 ‘선이 굵은’ 리더십으로 평가받고 있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축구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어 행자부 축구동호회를 중앙부처 최상위 팀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인재(54) 전자정부국장은 행자부 공공서비스정책관, 지방행정정책관 등 핵심 요직을 두루 역임했으며 제도와 정책에 능숙하다. 지난 3월 전자정부국을 맡은 지 한 달여 만에 행정학적 프레임과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분야를 보완해 향후 5년간 전자정부 추진 방향과 실행 거버넌스, 즉 ‘전자정부2020 기본계획’ 및 ‘전자정부추진위원회’ 발족 등 굵직한 정책을 신속히 마련했다. 또 전자정부 분야의 국제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범정부적 협업을 이끌어 내기 위해 ‘범부처 전자정부 성과관리 개선 추진단’을 신설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범정부 데이터 관리체계, 차세대 인증관리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보편타당한 의사를 결정하는 집단지성 방식과 사회 현안 해결에 필요한 전략적 사고를 강조하는 업무 방식을 강조해 ‘일벌레’로 통한다. 서울신문 오피니언 필자로 활약하는 등 글쓰기에도 능통하다. 박성호(50) 창조정부기획관은 자치제도과장, 대통령 소속 지역발전위원회 연계협력국장, 울산시 기획조정실장 등 다양한 지방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3.0의 지방 확산과 착근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직원들에게는 관대하고 소탈하면서도 업무는 신속하고 명확한 판단력으로 추진해 ‘따뜻한 카리스마’라는 말을 듣는다. 이재영(50) 조직정책관은 뛰어난 친화력과 합리적인 업무 지시로 직원들에게 신망을 받는다.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 운영을 관장하는 부서다. 제도총괄과장, 정책기획관과 창조정부기획관 등을 거치며 부처 내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 특히 정부3.0 체험마당 개최 등 정부3.0 성과의 국민체감 확산에 큰 몫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정부3.0 전도사’ 역할을 해 온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정부조직이 운영, 관리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 갈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장수완(53) 공공서비스정책관은 소탈하고 청렴한 성품으로 늘 독서하고 공부하는 모범 공무원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고품질 보고서 작성, 매사 치밀한 업무 처리로 상관들의 신망도 두텁다. 김형묵(59) 행정서비스통합추진단장은 조직 분야에 오랜 경험을 갖춘 전문가다. 추진단에서는 행정서비스 통합·연계 구축 기본계획 수립 및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사항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후배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문서 작성 요령, 업무처리 절차, 기타 인문 지식 등을 수시로 전수하고 있다. 조용하면서도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뚝심’이 센 업무 스타일을 자랑한다. 전자정부국 소속인 장영환(57) 개인정보보호정책관은 정보보호정책과장, 정보자원정책과장, 한국지역정보개발원 기획조정실장, 광주정부통합전산센터장 등 핵심부서를 거치면서 전자정부 및 정보보호 분야에서 30년 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탁월한 업무 능력,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전자정부를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시킨 IT 전문 관료이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1시간도 안돼 10만 모여…박근혜 대통령 담화 후 더욱 격해진 광화문 민심

    1시간도 안돼 10만 모여…박근혜 대통령 담화 후 더욱 격해진 광화문 민심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2차 주말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서 대규모로 열렸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준)은 이날 오후 4시 광화문 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를 시작했다. 참가 인원은 지난 주말(10월 29일) 1차 집회보다 크게 증가해 더욱 격해진 여론을 추측케했다. 주최 측 추산 인원은 시작 시점에 5만명이었다가 1시간도 안 돼 10만명으로 바뀌었다. 경찰 추산 인원도 2만 1000명에서 시작해 4만 3000명까지 늘었다. 이날 광장에는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 대학생, 가족 단위 시민, 종교인들이 한데 모였다. 시민들은 현 정부를 향해 격한 불만을 나타내는 발언을 쏟아냈다. 전국 69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의 안드레 공동대표는 “과거 일제 치하의 항일투쟁과 4·19 혁명에 앞장선 대학생 정신을 이어받아 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반드시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찾겠다”고 말했다. 세 아이의 어머니라는 한 시민은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착하게 살지 않으면 천벌 받는다’고 가르쳤는데 아이들에게 더는 보편적 가치를 말할 수 없다”며 “아이들이 제게 ‘최순실이 누구냐’, ‘누가 대통령이냐’고 묻는데 대답할 수가 없다. 저는 이러려고 부모가 된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1부 행사를 마치고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을 돌아 광화문 광장으로 복귀하는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이 끝나면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각계 발언과 공연 등으로 2부 행사를 시작한다. 경찰은 애초 행진을 금지 통고했으나 이날 법원에서 ‘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 해당 구간 행진은 허용됐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220개 중대 1만 7600여명을 배치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4류 정치로는 2류 기업 유지도 어렵다/김성수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4류 정치로는 2류 기업 유지도 어렵다/김성수 산업부장

    어제 아침 출근길, 운전을 하던 아내가 불쑥 묻는다. “최순실은 재산이 수백억원이나 된다면서 왜 자기 딸 승마하는 데 드는 돈을 삼성한테 받은 거야?” “글쎄. 돈 많은 사람들도 어디 자기 돈 쓰려고 하나. 더구나 공짜로 지원받을 길이 뻔히 있는데….” 일단 대답은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상적인 일이다. 진짜 왜 그랬을까. 최순실 이름 석 자가 알려지면서 처음 보는 요상한 일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이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고는 있지만 거꾸로 ‘비정상의 보편화’로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잇따라 일어날 리가 없다. ‘대통령 퇴진’은 야권이나 진보 시민단체의 단골 구호로만 여겼다. 보통 국민들은 어지간한 잘못을 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이 임기도 못 채우고 중간에 쫓겨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엔 국민의 절반(48.2%)이 대통령이 물러나야(하야 또는 탄핵)한다고 생각한다. 극우 성향인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가 이 정도다. 임기가 1년 4개월이나 남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이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청와대 수석이 물러나자마자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고 사흘 만에 긴급 체포되는 모습도 낯설다. 개인 비리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서 한 사건인 만큼 검찰이 대통령을 직접 조사해야 할 상황까지 몰린 것도 처음 보는 일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등장하는 기업들의 행태도 정상과는 거리가 있다. 최순실이 개입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한테서 774억원이나 뜯기고도 제대로 항변조차 안 했다. “기업이 봉이냐”고 따질 만도 한데 오히려 자진해서 낸 것이라고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호스트바 출신이라고 알려진 최순실의 최측근 인사가 “기업인들이 날 보면 굽신굽신하더라. 기업인들 별것 아니더라”라고 떠들고 다녔다는 말까지 들린다. 기업들은 억울하겠지만 망신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권에 바라는 게 있으니 앞다퉈 ‘보험’을 드는 심정으로 돈을 냈다. 총수 사면이 절실하니 1조 4000억원씩 통 큰 투자를 했고,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기대하는 바가 있으니 지원할 승마 선수라고는 정유라 한 명뿐인데도 수십억원을 직접 갖다 줬다. 권력의 요청을 거부하면 ‘보복’이 뒷따르기 때문에 섣불리 노(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정이 이해는 된다. 실제로 스포츠재단에 추가로 돈 내기를 거부했던 재벌 총수는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곧바로 쫓겨났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사람을 자르고 있는 기업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을 열었다. 미르재단 등에 돈을 낸 60여개 대기업들은 이제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그렇다고 기업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볼 수는 없다. 1970년대 개발독재 시대부터 지속돼 온 정경유착의 검은 커넥션이 여전히 상존하는 것은 기업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머니를 털리고도 일정한 혜택을 받았기에 입을 다물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는 물론 기업 브랜드 역시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5년 베이징에서 “정치는 4류, 행정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했다. 발언 이후 엄청난 후폭풍을 겪었지만, 여전히 옳은 지적이다. 4류 정치가 사라져야 그나마 2류 기업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 sskim@seoul.co.kr
  • 혼밥·혼술·혼커… 半외식 다양화… 패스트 프리미엄

    내년 외식업 키워드로 혼밥·혼술과 반(半)외식, 패스트 프리미엄, 퓨전한식의 대중화 등이 꼽혔다. 올해 혼밥 횟수는 지난해보다 32%가량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외식 전문가 20명과 소비자 30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외식 트렌드로 ▲나 홀로 열풍 ▲반외식의 다양화 ▲패스트 프리미엄 ▲모던 한식의 리부팅(퓨전한식 대중화) 등 4개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나 홀로 열풍’은 혼밥과 혼술, 혼커(혼자 커피)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6.6%가 ‘홀로 외식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올해 혼밥 횟수는 월 3.7회로 지난해(2.8회)보다 32.1%(0.9회) 늘었다. 월평균 외식횟수(15.0회)의 24.7%로 외식 4번 중 1번은 혼밥이었다라는 얘기다. 외식 비용은 월 31만원(혼밥 식사 4만 2000원, 동행인과 식사 26만 8000만원) 수준이었다. 집에서 나만의 레스토랑을 즐기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포장 외식의 하나인 ‘반외식’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다. 고급화된 가정간편식 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배달대행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간편하고 빠른 식사 형태이면서 알차고 몸에 좋은 이른바 ‘패스트 프리미엄’ 상품을 찾는 소비자도 많아지고 있다. 패스트푸드점들이 앞다퉈 ‘프리미엄 수제 버거’를 출시하고 고급 식재료를 쓴 도시락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식뷔페와 퓨전한식 등도 외식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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