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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기세포, 고대 힌두교가 발견한 것”…印과학자들 주장

    “줄기세포, 고대 힌두교가 발견한 것”…印과학자들 주장

    인도 과학자들이 줄기세포 연구의 기원 및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반박하는 주장을 내놓아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BBC 등 해외 언론이 6일 보도했다. 지난 3일부터 열린 제 106회 인도과학회의(India sceince congress 2019)에 참석한, 타밀나두 지역에 있는 한 대학 소속 과학자는 이번 연례회의에서 “아이작 뉴턴과 알버트 아인슈타인 모두 중력파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 그들의 이론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과학자는 “줄기세포는 수 천 년전, 인도의 고대 힌두교에서 발견한 것”이라며 힌두교의 2대 서사시 중 하나인 '마하바라타'가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줄기세포라는 용어를 처음 제안한 것이 1908년 러시아 생물학자 막시모프, 줄기세포의 이론이 처음 확립한것은 1961년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진이라고 보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BBC는 “인도 과학계 일부에서 힌두교의 신화와 종교를 바탕으로 한 이론은 점차 일반화 돼 가고 있지만, 올해에는 그러한 발언이 평소보다 훨씬 강하게 나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현지 과학자이자 안드라대학의 부총장은 비행기가 인도의 대서사시이자 힌두교의 경전처럼 여겨지는 ‘라마야나’에 등장한 만큼, 고대 인도에서부터 존재해왔다고 주장했었다. 또 2014년부터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5년 당시 한 병원에서 가진 공식석상에서 코끼리 머리와 인간의 몸을 가진 신인 ‘가네샤’를 증거로 들며 “고대 인도에서부터 성형수술이 존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인도의 고등 교육부 장관이 다윈의 진화론이 잘못됐다면서, 이를 반영하기 위해 전국 학교 커리큘럼을 변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과 관련해 현지 과학계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도과학의원회의 사무총장인 프레멘두 P. 마투르는 AFP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책임있는 사람들의 그러한 발언에는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비난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위기에 처한 갈매기에게 전해진 따뜻한 손길

    위기에 처한 갈매기에게 전해진 따뜻한 손길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에 봉변을 당한 갈매기가 한 여성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지난 2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한 선착장에서다. SNS 정보편집 웹사이트 스토리풀은 지난 3일 해당 사연이 담긴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에는 한 여성이 선착장 나무 기둥에 올라선 채 갈매기 한 마리를 잡고 있다. 갈매기의 목에 감겨 있는 비닐을 풀어주는 상황. 여성은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갈매기를 한 손으로 꼭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녀석의 목을 죈 비닐을 침착하게 벗겨 낸다.해당 영상은 지난 2일 페이스북 이용자 에밀리 크라우스가 공개했다. 그는 “타라 러셀이 새를 구했다”며 여성의 선한 행동을 알렸다. 사진 영상=Storyful Rights Management 유튜브 채널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자치광장] 역사에 대한 존경, 어르신 공로수당/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자치광장] 역사에 대한 존경, 어르신 공로수당/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폭염 특보, 겨울 한파 때마다 회현동 쪽방촌, 중림동 호박마을, 다산동 문화시장 뒷골목, 황학동 중앙시장 뒤 여인숙촌 등을 방문한다. 주거와 생계 빈곤으로 삶이 벼랑 끝에 내몰린 이분들에게 한파 대비를 당부하는 것은 한가한 소리다. 젊음을 바쳐 경제 발전에 헌신했지만 벼랑 끝에 몰린 노년의 모습을 보면서 서글펐다. 어르신들이 좀더 나은 삶을 보낼 수 있도록 할 수 없을까. 그런 고민 끝에 ‘어르신 공로수당’을 만들었다. 중구가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노인 복지 정책인 어르신 공로수당은 관내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및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매월 10만원씩을 추가 지급하는 것으로, 1만 3000여명이 수혜 대상이다. 관내에서만 쓸 수 있는 카드형 지역화폐로 지급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2013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한 중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노령화지수 1위, 85세 이상 초고령층 빈곤율 1위, 노인 고립 및 자살 우려 비율 1위의 지역으로 노인 생활 안정이 시급하다. 하지만 기초연금 등 정부 지원 정책만으론 노인 빈곤 해결에 한계가 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으면 소득으로 파악해 그만큼 수급자로서 받던 지원액에서 공제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올해 소득 하위 20%를 시작으로 2021년부터 모든 수급자에게 기초연금 30만원을 지급하는 등 어르신 사회보장급여 확대는 대세다. 2014년 기초연금제도 도입 후 서울시 65세 이상 자살률 감소 등 사회보장급여 효과도 검증된 바 있다. 공로수당은 중구 전체 예산의 3.6%인 156억원이다. 불필요한 토목사업 등을 줄여 마련했다. 지난해 연말 구의회도 통과했다. 남은 관문은 진행 중인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다.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이나 무상급식·청년수당처럼 지자체에서 제안해 보편적 복지 제도로 자리잡은 정책들을 볼 때 지자체가 맞춤 복지를 펼치도록 물꼬를 터 줘야 한다. 복지는 못 하는 게 아니고 안 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를 불문하고 의지만 있다면 불요불급한 예산 조정을 통해 얼마든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역사에 대한 존경’을 담은 어르신 공로수당이 고달픈 어르신들의 삶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 서울 학교 밖 청소년 수당 3월부터 月 20만원 지급

    서울의 ‘학교 밖 청소년’에게 오는 3월부터 교육 수당이 지급될 전망이다. 6일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와의 협의가 이달 중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당은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지난해 10월 야심 차게 내놨던 ‘학교 밖 청소년 교육지원정책’의 하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취학을 미뤘거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 고교를 자퇴했거나 제적·퇴학당한 청소년 등에게 일정액을 지원하는 제도다. 교육청은 원래 올해 1월부터 20만원을 지급하려 했다. 하지만 발표 당시 공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청이 ‘탈학교‘를 부추긴다는 논란이 빚어진 데 이어 사회보장 성격의 수당 신설을 위해 현행법에 따라 복지부와의 협의 과정을 밟으며 세부 내용이 다소 바뀌었다. 먼저 지급 방식이 청소년 명의 통장에 현금을 입금해주는 방식에서 초·중학생 연령대 청소년은 여성가족부가 발급하는 청소년증, 고등학생 연령대 청소년은 유해업소 사용 제한이 있는 클린카드에 충전해주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특히 사용처 확인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바뀌었다. 사전교육을 거쳐 사용계획을 제출받은 뒤 실제 수당을 어떻게 썼는지 설명하는 ‘셀프보고서’를 받기로 한 것이다. 보편적인 수당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정식 명칭도 ‘학교 밖 청소년 교육기본수당’에서 ‘학교 밖 청소년 교육참여수당’으로 변경됐다. 지급 시점을 3월로 미룬 것도 탈학교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고려해서다. 반면 부모 소득이나 학교를 떠난 이유 등을 따지지 않고 교육청 산하 학업중단학생지원센터 ‘친구랑’에 등록된 학생이면 수당을 지급한다는 기준은 형평성 논란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1인 가족이 대세 시대인 일본

    1인 가족이 대세 시대인 일본

    일본의 ‘헤이세이(平成) 30년’동안 가장 달라진 것은 가족, 가족 형태의 변화였다. “부부와 자녀가 가족을 이룬다”는 전통적인 개념은 무너졌고, 1인 가족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변화는 사회에 충격과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헤이세이’란 아키히토 현 일왕이 즉위한 1989년 시작된 일본의 연호로, 5월부터는 나루히토 왕세자가 일왕에 오를 예정이다. 헤이세이 시대가 끝나고, 새 시대가 시작되는 시대적인 변화로 일본인들은 받아들인다. 남편과 아내, 아이들로 구성된 표준적인 가족과 가정의 개념이 헤세이 30년를 거치면서 무너지면서, 부부와 아이로 구성되는 가정은 이제 일본 가족의 “표준”이 아니다. 1인용 간편식, 나홀로 여행, 1인용 세탁기 등 각종 상품 등 나홀로 사는 것이 이미 자리잡은 대세가 됐다. 일본공영TV인 NHK는 최근, 내각부 발표 등을 인용, ‘부부와 아이로 구성된 가구’의 비율은 헤세이 2년인 1990년에는 37%였지만, 헤세이 27년, 2015년에는 27%까지 줄어들면서 전체 가구의 3분1에도 못미치게 됐다고 전했다. 반면, ‘1인 생활자·1인 가족’은 23%에서 35%까지 늘면서, 일본 가족 형태의 대세가 됐다. 일본에서 지금 가장 보편적인 가족 형태는 혼자 사는 것이다. 가족 형태의 변화는 사회에 커다란 과제와 심각한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홀로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장 크게 대두한 문제는 가족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독신 고령자들의 급증이다. 헤이세이 시대에 급증한 1인 생활자의 3분의 1은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리츠메이칸 대학의 카라카마 나오요시 특임교수는 혼자서 사는 고령자의 반수는, 수입이 일정한 수준을 밑도는 “빈곤 상태”라고 NHK에 밝혔다. 연금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생활보호를 받는 고령자도 급증하고 있다. 헤세이 29년도(2017년)에는 83만세대로, 헤이세이 30년동안 3.6배가 늘었다. 이 가운데 90%는 1인 생활자들이다. NHK는 몇몇 연금생활자의 예를 들었다. 도쿄에 사는 오가와 히로시(74)는 아내와 사별하고, 딸은 출가해서 10년 이상 혼자 살고 있다. 오가와의 주된 수입은 연금이지만, 비정규직 고용 기간도 길어, 받는 금액은 월 9만엔(약 93만원)에 불과하다. 식비나 광열비 등을 빼면 수중에는 거의 남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생활에 보탬이 되도게 하려고, 주 4일, 1일 2시간씩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역시 도쿄도내에 거주하는 키무라 요시에(84)는 62세 때 이혼해 혼자 살고 있다. 전업 주부 기간이 길어 받을 수 있는 연금은 월 4만엔(약 41만원) 남짓이다. 의지할 사람도 없어 생활보호 수급 대상자가 됐다. 집세 1만 5000엔의 시영 주택에 살고, 집세, 수도비, 전기료 등을 내면 생활비는 항상 빠듯하다고 NHK에 말했다. 야마토 총합연구소의 코레에다 ?고 연구원은 “연금 제도가 가족 형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국가연금제도는 부부 두 사람의 연금으로 지탱해 나가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국민연금 1인분 생활비로는 살림살이를 하기도 어렵다. 지난 30년 사이에 가족 형태가 크게 바뀐 것을 감안해, 다양한 세대 구성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 보장 제도나 세제로 바꾸어 갈 필요가 생긴 것이다. 지방자치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와사키시에서는 5년전부터 연금만으로 살 수 없다고 호소하며 상담을 요청하는 단신 고령자가 많이 찾고 있다. 시는 이들에게 가능한 한 일을 하도록 권고하면서, 취업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가와사키시 생활보호·자립 지원실의 요시하마 사토시 담당 과장은 “1인 생활의 고령자가 한층 더 늘고 있어, 취업 지원을 확대해 나갈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고령자의 생활을 지탱하는 연금 가운데 비정규직자나 자영업자 등이 가입하는 국민연금을 보면, 수급액은 평균 월 약 5만 5000엔(약 57만원)이다. NHK는 “혼자 사는 고령자를 어떻게 지탱해 나갈지, 계속 불어나는 사회 보장비나, 한정된 재원 등을 어떻게 관리할 지가 난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일본의 상황은 머지않아 우리에게 닥칠, 10년후의 우리의 미래란 점에서, 심각한 함의를 던진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손성진 칼럼] 서로 보듬는 한 해를 기대하며

    [손성진 칼럼] 서로 보듬는 한 해를 기대하며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인 이상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건전한 갈등, 선의의 갈등은 서로 다름을 확인하는 과정이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좌우 갈등, 보혁 갈등 또한 어느 한쪽의 이념에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한 견제 장치가 될 수 있다. 정권 교체기에 갈등은 증폭되기 마련이고 어느 정권에서도 다르지 않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그렇다 하더라도 작금의 사회 갈등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이념 갈등, 지역 갈등, 노사 갈등, 세대 갈등, 남녀 갈등, 님비(NIMBY) 갈등….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자고 나면 새로운 갈등이 돌출하듯 나타난다. 상대방을 잡아먹지 못해 분노하는 맹수처럼 우리는 갈등의 정글에 갇혀 약육강식의 리그전을 벌이고 있다. 갈등을 촉발하는 막무가내식 아집에 빠지는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신에게 해가 되거나 이롭지 않은 타인의 주장과 생각을 절대 수용하지 않는 자기중심주의다. 극도의 자기중심적 사고에 도취하면 상대가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철의 장막 같은 방어막을 치게 된다. 보편타당한 논리조차도 자신의 입장과 이익에 배치된다면 무조건 배척하는 판단력 상실의 지경에 이른다. “내 남편은 민주화의 아버지”라는 이순자 여사의 말이 그 예다. 치매에 걸렸다는 전직 대통령 남편에 대한 부인의 마지막 비호일 뿐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다. 그것이 법적 절차를 거친 보편타당한 판단이다. 그럼에도 판단력 상실에서 비롯된 주장에 동조하고 옹호하는 사람들이 엄연히 적지 않게 존재한다. 그 시절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았던 개인의 이기주의에 빠진 결과다. 이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익과는 무관한 정치적 악행은 알 필요도 없는, 하찮은 가치가 된다. 다른 하나는 폭넓고 심대한 사유를 할 줄 모르는 사고의 편협성이다. 일반 대중에게 공명정대한 정의감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 무리일 수 있다. 대중은 각자의 처지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들의 이익이란 때로는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주말이면 쏟아져 나오는 시위대를 마냥 나무랄 수만은 없다. 분신도 불사하는 이들에게 공동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통방해, 소음 같은 불편쯤이야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자기중심주의, 사고의 편협성에 함몰되지 않고 갈등의 치유를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집단이 있다. 국가, 정부, 정권, 정치권, 사법부, 언론, 오피니언 리더 같은 조직이나 사람들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조직이나 사람들이 갈등 완화를 위해 앞장서서 노력하기는커녕 자신이 애꾸눈을 뜨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니 미래가 어둡다. 나만 옳고 당신은 무조건 나쁘다는 사고는 발전을 정체시킨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합의가 쉽게 도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쁜 의미의 갈등이다. 독립운동을 이끈 임시정부 시대의 어두운 단면이 좌우 갈등이다. 많은 독립운동 지도자들이 좌우 갈등의 희생자가 돼 목숨을 잃었다. 김동삼 선생과 같은 중도 통합파가 있었지만, 통합에 실패했다. 통합의 실패는 광복 후 심각한 좌우 갈등을 유발했고 결국에는 국토 분단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그 시절의 리더들처럼 현시대의 식자들도 한 발짝도 나아진 게 없다. 시대의 횃불이 돼야 할 언론이 영리의 과실을 탐하고 일방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침소봉대, 아전인수적 해석은 갈등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막말과 삿대질이 일상이 돼 버린 정치권은 어쩔 도리가 없는 절망감으로 표현해도 충분하지 않다. 믿고 기댈 곳이 없는 국민으로선 스스로 정치에 뛰어들어야 할 판이다. 기해년 새해는 언론과 정치권부터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극단적 사고가 끼치는 해악은 국가의 존망도 결정할 수 있음을 역사는 증명한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관용과 양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국익과 국민 전체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본다면 판단의 잣대를 찾기 쉽다. 희망 속에 새해를 맞았지만, 전망이 장밋빛은 아니다. 경제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최저임금, 남북 대화를 둘러싼 갈등은 최고조다. 위기의 순간에 늘 국민이 있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보듬을 줄 아는 아량을 베푸는 한 해가 돼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 12월 31일생, 하루 뒤 2살… ‘글로벌 시대’ 한국만의 셈법

    12월 31일생, 하루 뒤 2살… ‘글로벌 시대’ 한국만의 셈법

    中·日·북한까지 ‘만 나이’ 쓰고 있는데 한국만 연 나이·만 나이 등 함께 사용 빠른년생 “족보 꼬인다” 비난받기도‘27세, 28세, 29세, 30세.’ 1991년생 직장인 김은송씨는 나이가 4개다. 상황에 따른 나이 계산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씨는 최근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김씨는 “미국에서의 나이와 한국에서의 나이가 다르다 보니 손 위아래 족보가 꼬이는 일이 다반사”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한국인이 유독 나이 계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라는 독특한 셈법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1살로 세고, 해가 바뀌면 한 살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새해가 되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인식도 한국식 나이 셈법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12월 31일에 태어난 신생아는 하루 만에 2살이 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빠른년생’이라는 우리 사회만의 독특한 문화 때문에 ‘사회적 나이’가 생겨났다. 1~2월에 태어난 아이가 전년도에 태어난 아이와 같은 해에 입학하는 것을 허용했던 교육제도 탓이다. 따라서 1월에 태어난 김씨의 한국식 나이는 29세이지만, 30세인 1990년생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김씨의 ‘사회적 나이’는 30세가 된다. 또 법적으로는 ‘연 나이’와 ‘만 나이’가 쓰인다. 연 나이는 생일은 상관없이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숫자로,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은 연 나이를 적용한다. 청소년보호법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술·담배 등을 구매할 수 없는데, ‘만 19세가 되는 해를 맞이한 사람’은 해당되지 않는다. 같은 해에 태어난 또래를 대상으로 생일에 따라 술·담배 제한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민법·형법은 생일이 지나야 나이가 한 살이 더해지는 ‘만 나이’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관공서나 병원도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만 나이 셈법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현재 만 나이 문화가 정착됐다. 일본은 1950년대 연령을 세는 방법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중국에서는 1960~1970년대 문화대혁명 때부터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로 나이 셈법을 통일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한국식 나이 폐지 관련 청원이 수십 건 쇄도하고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올해도 나 혼자 산다] “네가 혼자 사니까 그렇지” 문제아 취급받는 싱글족

    [올해도 나 혼자 산다] “네가 혼자 사니까 그렇지” 문제아 취급받는 싱글족

    1인 가구는 이제 한국 사회에 보편화된 가구 형태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뭐가 부족해 아직 혼자 사느냐’는 시선에 시달리기 일쑤다. 제도와 정책 역시 아직은 1인 가구보단 전통적 형태의 4인 가구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노인, 중·장년, 여성 등 1인 가구를 유형별로 세분화해서 접근해야 함은 물론, ‘혼자’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이들에 대한 포용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여자가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싸돌아 다니는 건 보기 안 좋아.” 교사 신희정(41)씨는 외부 강연을 갔다가 60대 수강생으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다. 생면부지의 사람만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신씨는 학교에서도 동료들에게 비슷한 얘기를 듣는다. 업무상 스트레스 등을 토로하면, “결혼을 하면 나아질 거다”라는 말을 듣는 식이다. 대학원 진학 탓에 결혼 시기를 놓쳐 친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신씨는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박사 학위까지 따면서 삶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는 높아졌는데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면서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나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혼이나 출산보다는 개인의 삶을 더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신씨와 같이 스스로 1인 가구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사회적으로 이들에 대한 시선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신씨 역시 “인식 개선은 시간 싸움인 것 같다”며 “‘혼밥’이 예전엔 이상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고, 이혼에 대한 비난도 과거보다 줄어든 것처럼 나와 같은 선택도 존중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적 인식을 넘어 정책 역시 1인 가구보다는 전통적 가구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과거에 비해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은 다양해졌다. 주거 빈곤에 시달리는 청년 1인 가구를 위해 서울시에서 시도하는 맞춤형 임대주택 ‘청신호’나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프로그램 등이 한 예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 보면 1인 가구가 실질적 혜택을 보는 정책은 많지 않다. 월세나 대출 이자, 공과금 등을 합해 매달 65만원 정도를 지출한다는 직장인 조모(27)씨는 “임대주택이 많으면 좋겠는데 좋은 위치에 있는 물량은 신혼부부 위주여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해당이 잘 안 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1인 가구는 국민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 입주대상자 선정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청약가점제 때문이다. 청약가점제는 동일순위 내에서 경쟁이 있을 경우 점수를 산정해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때 점수 산정 기준이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및 청약통장 가입기간이다. 평균 가점을 채우려면 무주택 기간은 만점인 15년 이상(32점)이어야 하고 자녀를 적어도 2명(배우자 포함 부양가족 3명, 20점)을 둔 세대주여야 한다. 또 4~5년(6점) 동안 청약통장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심지어 무주택 기간은 30살 이후부터 계산된다. 20~30대 청년 세대가 청약에 당첨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를 향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세밀한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1인 가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다수가 하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여겨지는 우리나라의 집단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과거보다 다양해진 가치관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인 가구를 위한 제도와 정책에 대해서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전문가들은 청년, 노년 등으로 각 세대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주문했다. 이태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현 정책들이 청년층의 욕구에 정확히 부합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당장 주거 대책이 어렵다면 교통수당을 청년에게 제공하는 등 다른 정책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영국은 지난해 ‘외로움 부서’를 따로 만들어 복지 정책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서 “그간 정부는 물론 가족들의 돌봄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현황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 1인 가구와 관련된 정책에 있어서는 성인지 감수성 등을 고려해 정책을 개선하고 보다 적극적인 홍보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경혜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인 택배 시스템은 여성들에게 호응도가 높지만 설치 지역이 한정돼 있는 등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서 “과거보다 성인지 감수성이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제도가 부족한 만큼 하루빨리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12월31일생 하루 지나면 두살, ‘코리안 에이지’ 이대로 좋나요

    12월31일생 하루 지나면 두살, ‘코리안 에이지’ 이대로 좋나요

    中·日·북한까지 ‘만 나이’ 쓰고 있는데 한국만 연 나이·만 나이 등 혼용 사용 빠른년생 “족보 꼬인다” 비난받기도‘27세, 28세, 29세, 30세.’ 1991년생 직장인 김은송씨는 나이가 4개다. 상황에 따른 나이 계산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씨는 최근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김씨는 “미국에서의 나이와 한국에서의 나이가 다르다 보니 손 위아래 족보가 꼬이는 일이 다반사”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한국인이 유독 나이 계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라는 독특한 셈법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1살로 세고, 해가 바뀌면 1살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새해가 되면 1살을 더 먹는다”는 인식도 한국식 나이 셈법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12월 31일에 태어난 신생아는 하루 만에 2살이 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빠른년생’이라는 우리 사회만의 독특한 문화 때문에 ‘사회적 나이’가 생겨났다. 1~2월에 태어난 아이가 전년도에 태어난 아이와 같은 해에 입학하는 것을 허용했던 교육제도 탓이다. 따라서 1월에 태어난 김씨의 한국식 나이는 29세이지만, 30세인 1990년생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김씨의 ‘사회적 나이’는 30세가 된다. 또 법적으로는 ‘연 나이’와 ‘만 나이’가 쓰인다. 연 나이는 생일은 상관없이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숫자로,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은 연 나이를 적용한다. 청소년보호법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술·담배 등을 구매할 수 없는데, ‘만 19세가 되는 해를 맞이한 사람’은 해당되지 않는다. 같은 해에 태어난 또래를 대상으로 생일에 따라 술·담배 제한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민법·형법은 생일이 지나야 나이가 1세가 더해지는 ‘만 나이’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관공서나 병원도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만 나이 셈법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현재 만 나이 문화가 정착됐다. 일본은 1950년대 연령을 세는 방법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중국에서는 1960~1970년대 문화대혁명 때부터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로 나이 셈법을 통일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한국식 나이 폐지 관련 청원이 수십 건 쇄도하고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이재무의 오솔길] 라면 예찬

    [이재무의 오솔길] 라면 예찬

    우리 세대에게 라면은 구황식품이었다. 1960~70년대 시골에 처음 들어온 라면은 단박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라면은 중독성이 강한 음식이었다. 당시엔 라면이 국수보다 훨씬 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어머니는 여름날 특식으로 국수에 라면을 섞여 끓이곤 했는데, 아버지의 사발에는 항상 더 많은 양의 라면 사리가 들어 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라면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게 돼 서민들이 즐겨 먹게 됐다. 너나없이 궁핍한 시절 라면이 서민들 식생활에 기여한 공로가 실로 적지 않았다.지금에 와서도 라면은 서민들이 일용하는 양식 중 하나다. 나 역시도 라면을 즐겨 먹는 편이다. 58년생인 내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라면을 먹는 셈이니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 허기질 때 먹고, 적적할 때 먹고, 슬플 때도 나는 라면을 먹는다. 외국 여행에서 돌아와 가장 먼저 찾는 음식도 라면이다. 매콤한 라면 국물을 들이켜면 타국에서 먹은, 느끼한 음식 때문에 더부룩했던 속이 거짓말처럼 말끔하게 가시는 기분이 드는 것은 결코 나만이 아닐 것이다. 서민 음식 중 라면 앞에 서는 것이 과연 몇이나 될까? 라면의 원조가 중국이다, 일본이다 분분하지만 그거야 어쨌든 박래품인 라면이 우리 맛의 과정을 거쳐 서민과 함께하는 보편적 음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여름 나는 시골집에 내려가 밤을 기다려 물을 반쯤 채운 냄비에 뜬 별에 라면을 넣고 끓여 먹었다. 또 낮에는 시골집 평상에 앉아 지나가는 구름 한 장을 냄비에 띄워 라면과 함께 끓여 먹었는데 냄새를 맡고 온 바람이 얼굴을 사납게 할퀴어 댔다. 그 여름 막바지 주말에는 바닷가에서 끼룩대는 갈매기 울음 서너 송이를 따 냄비에 넣고 끓여 먹다가 바다가 흰 목젖을 내밀어 오는 통에 사리 몇 가닥을 적선한 적도 있다. 몇 해 전에 나는 심야에 라면을 끓여 먹다가 사색에 잠긴 적이 있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라면이 한 소식을 안겨 준 셈이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늦은 밤 투덜대는, 집요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나는 신경이 가파른 아내의 눈치를 피해서 도적처럼 몰래 주방에 갔다. 사기 그릇들이 눈을 크게 뜨고는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침묵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자극보다 반응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구석에서 곤한 잠에 든 냄비를 깨워 물을 채운 뒤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점화를 했다. 적요의 천에 구멍을 내는, 냄비 속 물 끓는 소리가 어릴 적 들었던 한여름 밤의 개구리 울음소리 같았다(고요 속에는 저렇듯 호들갑스런 소리가 숨어 있는데, 물체 안쪽에 박혀 있는 소리들은 언제든 들킬 준비가 되어 있고, 그리하여 계기만 주어진다면 잽싸게 몸 밖으로 소리를 토해 놓는다). 찬장에서 라면 한 봉지를 꺼냈다. 라면의 표정은 딱딱하고 각이 져 있었다. 사리들이 짠 스크럼의 대오는 아주 견고하고 단단해 보였다. 누구도 저들의 몸통을 부러뜨리지 않고서는 깍지 낀 결속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사리를 끓는 물 속에 넣었다. 딱딱하고 각이 져 있고, 한 몸으로 뭉쳐 있던 사리들은 펄펄 끓는 물 속에 들자마자 금세 표정을 바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는 각자 따로 놀며 흐물흐물 흩어지며 풀어지고 있었다. 저 급격한 표정 변화는 우리 시대의 슬픈 기표였다. 도마 위에 양파, 호박, 파 등속을 가지런히 놓아 두고 집 속에 든 칼을 불러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그의 눈빛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그는 세상을 나누고 자르기 위해 태어난 자였다. 놓여진 것들을 다 자르고도 성이 안 찬 노여운 그는 늦은 밤을 이기지 못한 내 불결한 식욕을, 지난한 허기의 관성을 푹 찔러 올는지 몰랐다. 냄비 속 부글부글 끓는 것은 그러므로 라면만은 아니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라면 한 그릇 앞에서 자못 느낌이 무겁고 진지했다. 하지만 그해 늦은 밤 라면이 정색하고 내게 준 충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허기의 관성을, 라면의 유혹을 이겨 내지 못하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한단 말인가.
  •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추진단 고령에 새 둥지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추진단 고령에 새 둥지

    2021년 유네스코 등재 위해 집중 보편적 가치 인정돼 가능성 커져‘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이하 추진단)이 새해 벽두 경북 고령에 새 둥지를 틀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경북도 관계자는 30일 “현재 경남 창원에 있는 추진단이 2019년 1월부터 고령으로 옮겨 지산동고분군을 비롯한 7개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결성된 추진단은 가야의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국제학술대회, 해외전문가 자문, 연구자료집 발간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독립 기관이다. 산하에는 등재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 사무국을 뒀다. 이번에 고령으로 이전하는 추진단은 경북도, 경남도, 전북도 관계자와 학예연구사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추진단은 문화재청과 함께 2020년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등재 최종신청서를 제출하고 2021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추진단은 애초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등 3개 고분군을 대상으로 세계 유산 등재를 추진했으나 이후 문화재청이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적 가치의 완전성 확보를 위해 경남 창녕 교동·송현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두락리고분군 등 4개 고분군을 추가했다. 지금까지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는 2011년 경북도와 고령군이 가야사 관련 학술대회를 개최해 2년 뒤 고대사회의 순장 문화를 담은 지산동고분군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리는 결과를 끌어냈다.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회는 지난 21일 심의회를 열고 영호남 3개 도와 7개 시·군에 산재한 가야고분군 유산에 대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해 세계유산등재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또 고분군의 배치와 부장유물 등을 통해 중앙집권화를 이루지 못하고 해체된 가야 문명의 사회구조를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추진단이 대가야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고령에서 새롭게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최대호 안양시장, 2019 기해년 시정운영 구상과 방침 밝혀

    최대호 경기도 안양시장이 2019년 신년사를 통해 복지와 고용, 교육, 주거 등 부문별 시정운영 구상과 방침을 밝혔다. 최 시장은 “변화의 기회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기꺼이 도전할 때 비로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해년 주요 시정계획을 소개했다. 먼저 출마 공약인 ‘시민이 주도하는 활력있는 도시’를 내세웠다. 그는 “시민이 시정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참여위원회’, 재정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주민참여 예산제’는 열린 시정을 구현하기 위한 근간”이며 “‘주민참여 원탁회의’, 정책제안플랫폼 ‘안양행복 1번가‘, ‘시정현장평가단’은 시민의 시정참여 폭을 넓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정책으로는 ‘차세대위원회’를 운영하고, 청년공동체 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시는 중소기업 청년 채용을 지원하는 ‘안양형 청년일자리 두드림’, 공약 사업인 ‘청년창업펀드 300억원 조성’, 전통시장 내 ‘청년야시장 조성’ 등을 주요 사업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5060세대인 신중년 재취업과 소득 보전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도 펼친다. 소상공인을 위한 시책으로는 ‘안양상권활성화재단’을 설립해 안정적인 경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역화폐 안양사랑상품권을 ‘카드’로도 발급 이용 편의성을 높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복지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시책도 추진한다. 안양형 복지모델 ‘복지상담콜센터’,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운영 등 꼼꼼하게 복지정책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임산부에게 축하금을 지급하고 산모에게는 건강관리사를 확대 지원한다. 권역별 24시간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교육복지 보편화를 위해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는 지난해에 이어 교복구입비를 지원한다. 장애인을 위한 대책으로는 장애인복합문화회관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로당을 친목도모와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성화하고, 가족센터로 확대해 소통공간으로 활용한다.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도시 구축을 위한 구상도 내놨다. ‘안전귀가앱’을 운영 시민 귀갓길을 책임지고, ‘안전폴리스단’을 구성해 여성안전과 학생 등하교 교통지도를 맡는다. 박달, 비산 권역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지하철’을 안양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관련 부처와 적극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시외버스 공영터미널 건립 실시설계, 박달스마트밸리와 스마트시티 종합계획 등 용역도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할 스마트시티 구축 구상으로 옛 농림검역축산본부 부지에 스마트시티 거점 역할을 할 4차 산업 융복합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인덕원 관양고 일원은 친환경 주거단지와 청년스마트타운을 조성하는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한다. -민선 7기 첫해 주요 성과 소개 민선 7기 취임 후 첫해 주요 성과도 소개했다. 먼저 장애인의 자립기반과 취업문제를 예로 들었다. 시는 지난 3일 안양·과천상공회의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사와 장애인 고용증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최 시장은 “3개 기관이 정보를 공유해 장애인 취업을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긍정적 결과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화성시에서 5개 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조성 참여도 주요 성과로 소개했다. 비산동 경로당에는 ‘마을공동체 사랑방’ 1호를 개소했다. 지역주민이 모여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소규모 커뮤니티 공간이다. 노인을 위한 공간을 일반 주민에게도 개방해 활용 폭을 넓혔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최 시장은 “측정·분석장치 분야 세계적 기업을 석수 스마트타운에 유치해 청년 일자리를 다소나마 해결했다”고 평했다. 한국과학기술원과 협약을 맺고 시가 참여하고 있는 정부의 ‘복합인지기술개발사업’ 현장 실증도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이 기술은 아동, 치매환자 등 실종자 신분을 신속·정확하게 확인해 안전한 귀가를 돕는 새로운 인지기술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내 최초로 성결대에 확장현실(XR)센터 개소, 청년실업률을 해소하고 창업 및 스타트업을 지원한 2018 안양창업페스티벌 개최도 주요 성과로 내놓았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필연인 역사는 없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필연인 역사는 없다

    현대사 몽타주/이동기 지음/돌베개/422쪽/2만원유대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학살 수용소로 보낸 나치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의 1961년 재판을 취재한다. 재판장에 선 아이히만은 어수룩하기 그지없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상부에서 지시한 사항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이를 ‘악의 평범성’이라고 이름 붙였다.●“악의 평범성보다 능동적 폭력 주목해야 아렌트의 생각은 옳았을까.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각종 사료와 자료, 증언에 기초하면 아이히만은 유대인 절멸을 지지했던 신념에 찬 나치였다. 그는 1941년 나치 지도부가 유대인 절멸을 결정했을 때 학살 현장을 수차례 답사하고, 더 효율적으로 학살할 수 있도록 아랫사람들을 지도했다. 나치가 패망한 뒤 신분을 숨긴 채 살며 옛 친위대 동료에게 “1000만명의 유대인을 죽였으면 만족했을 것이다. 난 일반적인 명령 수행자가 아니었다”고도 말했다.이동기 강릉원주대 사학과 교수의 신간 ‘현대사 몽타주’는 다소 도발적인 책이다. 책의 부제로 붙인 ‘발견과 전복의 역사’라는 말이 심상찮다. 현대사 사건에서 새로이 사실을 ‘발견’하고, 인습적인 역사 해석을 ‘전복’한다는 뜻에서 붙였다. 쉽게 말해 우리가 아는 현대사 사건들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권유하는 책이다. 예컨대 저자는 그동안 세상의 한켠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관해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법정 연극에 속았다고 해서 악의 평범성 자체가 무의미하지는 않다. 아렌트의 주장대로 전체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압도하고 보편적 판단 능력을 앗아간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근대 관료제나 악의 평범성 문제보다 지배 체제와 다양한 폭력 행위자들이 능동적으로 펼치는 상호작용을 통한 과격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유대인 구한 나치 대위 ‘선의 평범성’ 사례로 저자는 악의 평범성을 뒤집는 다른 사례로 ‘선의 평범성’을 제시한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는 저서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나치 수용소에서 살 수 있었던 이유를 이탈리아인 로렌초에게서 봤다. 로렌초는 여섯 달 동안 그에게 매일 빵 한 조각을 가져다주었고, 옷과 엽서를 건네주기도 했다. 레비는 “선행을 행하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범한 그의 태도를 보면서 수용소 밖에는 아직도 올바른 세상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믿었다”고 서술한다. 카를 플라게 나치 대위는 나치의 학살에 충격받고 독일 점령지 리투아니아에서 약 1000명 이상의 유대인을 구했다. 플라게는 나치 패망 이후 자신을 의인으로 내세우기는커녕 “나는 나치 동조자”라며 부끄러워하며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 책에서는 제1·2차 세계대전, 1945년 종전, 1955년 반둥회의, 1968년 청년봉기, 1989년 독일 통일을 비롯해 주로 전쟁과 냉전 시대의 현대사 여러 사건을 제시하고, 기존 역사와 다른 시각에서 해석한다. 이를 몽타주(조합)하면서 저자는 “역사에서 구조와 필연이 아닌, 인간의 의지와 선택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역사는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필연적 결과’임을 강조하는 E.H 카의 역사 인식론에 관한 반박이기도 하다. 예컨대 1차 세계대전은 유럽 열강의 구조적 대립과 갈등의 산물이었다는 게 기존의 평가다. 저자는 “유럽 열강의 안보동맹이 약했기 때문에 동맹끼리 신뢰하지 못했고, 정치 지도자들의 오판으로 전쟁의 방아쇠가 당겨졌다”고 주장한다.●저자의 물음… “당신이 생각하는 역사란” 우리의 역사 인식에 관해 던지는 냉혹한 질문도 다시 생각해볼 만하다. 저자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국정 한국사 교과서에 관해 “1920년대 이탈리아 파시즘이 권력을 장악한 뒤 역사 교육을 통제하고, 1933년 독일의 나치가 권력을 잡고 나서 시도했던 행위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건국을 둘러싼 좌우 진영의 대립에도 날 선 비판을 날린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뉴라이트 진영 주장을 놓고는 “친일 부역 세력에게 건국공로자의 역사적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서”라고 꼬집는다. 1919년 상하이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자는 반대 의견에 관해서도 “국민 주권의 기본적 조건과 실천 없이 국가 건설이라 부를 수 없으며, 독립운동단체나 망명정부 탄생을 건국이라 하는 사례도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1919년 건국론, 1948년 건국론, 그리고 건국론 무용론을 교과서에 그대로 싣고 학생들이 토론해 스스로 견해를 세우도록 보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국에 의미 없이 세워지는 위안부 소녀상과 우후죽순 난립하는 역사박물관에 관해서도 좀더 면밀하게 따져볼 것을 제안한다. 400여쪽이 넘는 책에서 결국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역사란 무엇인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문화마당] 살아 있는 한 인생은 열린 결말/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살아 있는 한 인생은 열린 결말/강의모 방송작가

    미세먼지로 시야가 뿌옇던 평일 점심 무렵이었다. 집 근처 한적한 4차선 길로 접어드는데, 맞은편에서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오토바이 한 대가 급정거를 했다. 중앙선 너머 길바닥엔 누군가의 따뜻한 점심이 됐을 밥주발, 국대접, 반찬그릇들이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망연자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의 뒷모습이 슬펐다. 뒤따르는 차가 있었으면 큰 사고가 생길 수도 있었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그때 조용히 다가온 승용차에서 중년 남자 둘이 내렸다. 한 사람은 뒤따르는 차들에 신호를 보내고, 또 한 사람은 오토바이 주인의 어깨를 한번 툭 치더니 그릇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이내 신호가 바뀌며 자리를 떴으니 다음 상황은 알지 못한다. 아마도 두 귀인의 도움으로 수습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으리라.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생각한다. 식당 주인이었을 수도 있고, 전문 배달인이었을 수도 있는 아저씨에게 그날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억세게 운수 나쁜 날이었을까, 따뜻한 친구를 만난 행운의 날이었을까. 물론 과거는 하나의 모습이 아니다. 현실이란 거울에 따라 다르게 비춰진다. 그래서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는 말은 어느 정도 진리일 게다. 연말이면 한 해를 잘 갈무리하자는 강박이 은근히 생긴다. 오래 전 써놓은 단상 중에 이런 글을 발견했다. ‘삶은 만만해졌다 싶으면 곧 막막해지고, 막막해서 주저앉고 싶으면 다시 만만한 구석이 보인다. 그래서 계속 산다. 살아지고…, 살아 낸다.’ 8년 전 고백한 그 심정은 지금도 유효하다. 다만 그땐 내 삶에 집중했다면 이젠 다른 이들의 변화에서 보편의 삶을 읽는 쪽이다. 예를 들면 불과 1년 전만 해도 노처녀의 불안한 미래를 토로하던 한 동료는 그새 결혼을 했고, 2세 출산을 앞두고 있다. 누군가의 옆자리에서 잘나가던 지인은 그 누군가의 잘못을 떠안아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 건강을 자신하던 오라버니는 올해 생사를 넘나드는 대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회복 중이다. 다시 나로 돌아오면 한가한 노후 진입을 대비하던 즈음에 다시 늘어난 일거리로 정신이 혼미한 채 연말을 보내고 있다. 미래는 종종 예상하고, 계획하고, 기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새로운 시간과의 만남에 설레고 싶다. 그것이 살아 있음의 증거이므로. 한 달에 한 번 녹음을 하러 오는 한 시인이 지난가을 스태프들에게 고등학생인 아들 걱정을 털어놓으셨다. 성적은 부진한데 도통 공부에는 뜻이 없어 한심하다는 아들. 아침마다 학교 앞에 내려주고 출근을 하는데, 하루는 아들이 콧노래를 부르며 이렇게 말하더란다 “아빠, 난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워요.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설레고 기다려져요.” 듣던 우리는 입을 모아 항의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보다 더한 아들 자랑이 어디 있다고. 일에 치여 독서가 게을러진 올해 마지막 책으로 리베카 솔닛의 ‘길 잃기 안내서’를 골랐다. ‘미지를 향해 문을 열어 두는 것, 어둠으로 난 문을 열어 두는 것. 그 문은 가장 중요한 것들이 들어오는 문이고, 내가 들어 왔던 문이고, 언젠가 내가 나갈 문이다. … 우리가 삶에서 원하는 것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무언가다. 그런데 우리는 변화의 건너편에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지 모르거나, 모르는데도 안다고 생각한다.’ - 1장 ‘열린 문’ 중에서 몇 해 전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지나 변화의 삶을 선택한 이들을 인터뷰하고 책을 엮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결론을 얻었다. ‘살아 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이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세고비아의 새끼 돼지 요리와 ‘호세 마리아’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세고비아의 새끼 돼지 요리와 ‘호세 마리아’

    여행을 하다 보면 언제 다시 가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풍경과 마주칠 때가 있다. 내게는 체코의 체스키크룸로프, 스페인의 톨레도, 그리고 세고비아가 그런 곳이다. 사는 사람에게는 답답한 일이겠지만 낡고 오래된 것들을 새롭게 바꾸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계승하고 유지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게 살아남은 유무형의 유산들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기 마련이다.마드리드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작은 도시인 세고비아를 찾을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동화 속에서나 봄직한 알카사르성이다. 디즈니 영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성의 모티프가 된 곳으로 흔히 세고비아성으로 불린다. 다른 하나는 기원전 1세기 때 로마인들에 의해 지어진 수로교다. 만들어진 지 천년이 넘는 건축물이라는 생각을 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근사하다. 마지막은 세고비아가 자랑하는 전통요리 ‘코치니요’다. 스페인을 찾는 식도락가들이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음식으로 꼽히는 코치니요는 생후 3주 미만의 젖먹이 돼지를 통째로 구워내는 요리다. 물을 담은 도기에 새끼 돼지를 눕혀서 90분 동안 한 번 굽고 엎어서 같은 시간 동안 한 번 더 구워내는데 이렇게 조리하면 껍질은 바삭하면서 살은 부드럽게 익는다. 바삭거리는 껍질과 사르르 녹아내리는 속살의 식감 대조가 재미있다. 북경오리를 먹어 본 이들이라면 익숙한 식감이다. 비빔밥이 전주를 너머 한국의 대표음식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세고비아의 코치니요도 스페인 대표 요리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다고 세고비아를 코치니요 ‘원조’로 보는 건 곤란하다. 돼지를 통째 굽는 방식은 원초적인 조리법이다. 인류가 돼지를 키우기 시작한 시점부터 돼지 통구이는 가장 보편적인 요리였다. 아마도 키우던 돼지가 너무 일찍 죽었거나, 돼지가 클 때까지 참지 못한 성질 급한 이에 의해 새끼 돼지요리가 탄생했을 것이다.카스티야 지방의 별미로 꼽히는 코치니요는 세고비아 말고도 인근의 마드리드, 아빌라 등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째서 세고비아가 코치니요의 성지가 됐을까. 18세기와 19세기 사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향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세고비아는 마드리드로 향하는 길목 중 하나였다. 세고비아는 늘 순례자와 여행객으로 붐볐다고 한다. 여관이나 주점에선 이들에게 식사를 팔았는데 카스티야 전통요리인 코치니요도 그중 하나였다. 세고비아 시내엔 저마다 최고라 자부하는 코치니요 식당이 있다. 수로교 인근에 1884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곳도 있지만 그중에서 ‘호세 마리아’를 빼놓고는 코치니요를 논할 수 없다. 이 식당의 오너이자 셰프인 호세 마리아 루이즈 베니토는 ‘코치니요의 아버지’로 통한다. 단순히 전통요리를 계승했다는 차원을 넘어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코치니요를 세고비아를 대표하는 산업이자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1972년 밀라노에서 열린 첫 번째 세계 소믈리에 대회 동메달 리스트이기도 한 호세 마리아는 1982년 고향인 세고비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식당을 열었다. 그는 세고비아의 음식 유산 중 코치니요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그의 주된 관심사는 전통의 답습이 아니라 코치니요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개선시킬까였다. 코치니요의 맛은 새끼 돼지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데 당시에는 종이나 크기를 구분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생산됐다. 무엇보다 품질과 위생관리가 엉망이었다. 이렇다 보니 결과물의 품질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호세 마리아는 코치니요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생산 단계부터 관여했다. 그는 생산자들과 협업해 코치니요 요리에 적합한 품종을 찾고, 최적의 상태로 고기를 출하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힘을 썼다. 다른 식당의 셰프들과 코치니요 요리를 완벽하게 만드는 방법을 상의하는 한편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 위해 포도밭을 인수하는 등 열정을 보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세고비아는 2002년 새끼 돼지에 대한 품질 인증 마크를 얻어냈고, 코치니요 요리에 대한 주도권을 완전히 거머쥘 수 있었다. 식당에서 코치니요를 썰어주는 호세 마리아를 보고 있자니 일흔셋 나이가 무색할 정도였다. 그의 눈과 표정에서는 아직도 현역임을 과시하는 충만한 열정이 엿보였다. 호세 마리아를 보며 생각해 본다. 전통유산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전통유산이 앞으로도 힘을 갖게 하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먹음직스럽게 놓인 새끼 돼지요리 한 접시를 두고 많은 생각이 오갔다.
  • 영국인들은 왜 8900㎞ 건너와 한국 도왔을까

    영국인들은 왜 8900㎞ 건너와 한국 도왔을까

    쇼, 자신의 배로 독립운동가·무기 운송 매켄지 ‘을사늑약 무효 밀서’ 지면 게재 “한국인 독립정신에 감동받아 진실 알려”국가보훈처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한민족의 항일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의 생가를 보훈시설로 지정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영국인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8900㎞ 떨어진 동양의 나라까지 왔던 영국인들은 처음에는 일본과 더 가까웠지만 한국인의 독립정신에 감화돼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서게 된 경우가 많았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학과 교수는 26일 “당시 국력이 셌던 영국인들은 동양에 많이 왔고 사실 일본과 가까웠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상을 접한 결과, 한국인의 독립심을 동경하거나 일제강점을 인류보편적 가치에 비추어 옳지 않다고 본 이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인정한 외국인 독립유공자는 총 70명이다. 이 중 영국인은 6명으로 한국 독립운동의 해외 기지였던 중국(33명)과 미국(21명)에 이어 세 번째다. 베델은 1872년 영국 브리스틀에서 태어나 1888년부터 일본에서 사업을 했다. 하지만 실패했고 형제간 불화가 겹치며 1904년 영국 데일리크로니클 내한 통신원으로 한국(대한제국)에 왔다. 같은 해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창간했고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폭로하는 고종 황제의 밀서를 보도했다. 1909년 일본의 추방 소송에 대응하던 중 건강이 악화돼 사망했다. 당시 ‘나는 죽을지라도 신보는 영생케하여 한국 민족을 구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사업가 조지 루이스 쇼는 중국 단둥에서 운영하던 무역회사 이륭양행 안에 대한민국임시정부 교통사무국을 설치토록 했다. 또 자신의 배로 한국인 독립운동가, 무기, 출판물, 자금 등을 운송했다. 1920년 7월 일제에 의해 체포돼 내란죄로 기소됐고 4개월간 옥고를 치른 뒤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멈추지 않았다. 쇼는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한국의 독립운동에 더 쉽게 공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프레더릭 아서 매켄지는 1907년 고종 황제의 강제 퇴위로 일어난 정미의병의 사진, 베델의 재판 사진 등을 통해 일제침략을 고발했다. 영국 트리뷴지의 특별통신원이던 더글러스 스토리는 고종 황제가 을사늑약의 무효를 알리려 건넨 밀서를 지면에 게재했다. 대한매일신보의 보도는 이 내용을 전재한 것이다. 미국 정부의 한국임시정부 승인을 지원한 프레더릭 브라운 해리스 목사, 제주 서홍천주교회 신부로 재직하며 신도들에게 항일 교육을 하다 2년간 징역을 살았던 어거스틴 스워니도 영국인이다. 한편 영국 런던의 서리 공사였던 이한응 선생은 1905년 일제에 의해 한국공사관이 폐쇄되자 유서를 남긴 채 음독으로 순국했다.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당시 순국한 외교관은 이한응 선생 혼자였다”며 “그가 근무하던 런던 얼스코트의 주영 한국공사관 건물은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공기업] “2030년 세계 최고 조폐·인증·보안 서비스 기업이 목표”

    [공기업] “2030년 세계 최고 조폐·인증·보안 서비스 기업이 목표”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됐고 가상화폐까지 등장해 지폐와 동전을 쓰는 소비자는 점점 줄고 있다. 돈을 만드는 한국조폐공사로서는 설립 이후 최고의 위기이다. 하지만 조폐공사는 지난해 477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최근 5년 연속 최고 매출을 경신했다. 단순히 돈만 찍는 기업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한 정품 인증 사업과 해외 수출, 모바일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화폐사업 정체에 대비한 그간의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취임한 조용만(57)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지난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조폐·인증·보안 서비스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고 2030년에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난 30여년간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며 주로 재정 분야 업무를 맡았던 조 사장은 공기업 설립 목적에 맞게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도 신경 써야 하지만 정부와 같이 공공성이 크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동반성장 등 주요 정책을 구현하면서 기업을 경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현금 없는 사회’의 도래는 조폐공사에 큰 위기이다.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화폐를 매개로 이뤄지는 거래에 신뢰를 부여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3대 전략사업을 추진 중이다. 짝퉁을 가려내 제품이 진짜임을 증명하는 ‘브랜드 보호 사업’이 대표적이다. 주화 제조 기술을 활용한 메달 사업과 해외 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조폐공사는 주로 지폐와 동전을 만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수표와 상품권, 증권·채권 등 유가증권, 우표 등 110여종의 제품을 만든다.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등 각종 메달도 제조한다. 정부에서 주는 훈장과 포장도 우리 몫이다. 공신력과 보안기술을 바탕으로 첨단 보안칩이 내장된 전자여권이나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등 신분증도 만든다. 가짜가 생기면 큰일 나는 제품들을 만든다. →조폐공사 사업은 위·변조 방지가 핵심인데 어떤 기술이 있나. -5만원권 한 장에만 22가지 위조 방지 기술이 들어간다. 위조하려는 사람들은 이 기술을 계속 뚫으려고 하고 우리는 새 기술을 계속 개발한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우리나라는 위조지폐 발견이 세계 최저 수준인데 조폐공사가 방패를 잘 만들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에는 위조 방지 기술로 정품 인증을 한다. 브랜드 보호 사업이다. 2016년부터 화장품 패키지와 라벨에서 시작해 특수포장용지, 홍삼 및 성주참외 등 특산물 보안라벨까지 다양하다. 문서 위·변조를 막는 복사 방해 용지, 주유기 조작을 차단하는 보안모듈, 가짜 휘발유 판별용지도 만든다. 브랜드 보호 사업 매출은 2016년 21억원에서 올해 161억원으로 급성장했고 내년에는 19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력량계와 수도계량계 원격 검침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검침원들이 일일이 집에 찾아갈 필요가 없고 계량기에 검침 모뎀만 설치하면 되는데 계량기 수치를 속이지 못하게 하는 보안모듈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중요한 위·변조 방지 기술을 매년 기술설명회를 열어 공개하는데 이유가 뭔가. -우리 기술을 중소기업이 상품화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이다. 지난 10월에도 특수 감응 플라스틱과 잠상 인쇄기술, 다중 형광기술, 4방향 금속잠상, 안전 QR 등을 공개했다. 특수 감응 플라스틱은 특수물질을 첨가한 플라스틱인데 전용 감지기를 갖다 대면 소리와 진동이 울린다. 예를 들어 이 플라스틱으로 화장품 용기를 만들면 감지기를 써서 정품 여부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조폐공사가 개발한 기술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종이 빨대 기술이다. 최근 환경오염 때문에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쓰는 커피숍 등이 늘고 있다. 그런데 종이 빨대는 물에 넣으면 1시간가량밖에 못 쓴다. 화폐를 만드는 면 펄프로 종이 빨대를 만들었다. 섬유라서 내구성이 뛰어나 물 속에서도 3일이나 쓸 수 있다. 종이 빨대는 3일씩 갈 필요가 없고 오래 가도록 만들면 가격이 비싸진다. 반나절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 기술의 수준을 조금 낮춰 비용을 맞추면 중소기업에서 충분히 상품화할 수 있다. →메달 사업 매출도 많이 커졌다. -메달 사업 매출이 지난해 510억원을 기록했는데 2022년 1000억원 돌파가 목표다. 그동안 호랑이와 치우천왕 등 불리온 메달과 조선의 어보,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등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4월 한류 케이팝 스타 엑소(EXO) 메달을 출시해 예약 접수 첫날 완판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BTS)이 우리나라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는데 이를 기념하는 메달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화폐 등 해외 수출도 적지 않다. -2016년 4606t 규모의 인도네시아 은행권 용지를 공급했다. 지난해 태국 정부로부터 5바트 및 10바트 주화 3억 7000만개를 수주해 올 연말까지 모든 물량을 수출한다. 화폐뿐이 아니다. 키르기스스탄에는 전자주민증,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는 전자여권도 수출한다. 주민증용 칩셋이나 위·변조 방지 특수 잉크와 안료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576억원의 해외사업 매출을 올렸는데 앞으로도 보안제품 품목을 다각화해 수출 시장을 확대하겠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LCC ‘제2의 도약’… 차세대 항공기로 중거리 노선 난다

    LCC ‘제2의 도약’… 차세대 항공기로 중거리 노선 난다

    이스타항공 국내 최초 B737 맥스8 운항 티웨이·제주항공도 보잉사와 계약 체결 에어부산·에어서울, 최신형 항공기 도입 싱가포르·타슈켄트 등 중거리 노선 취항 올해 항공산업 1만 4000개 일자리 창출지난 21일 카메라를 든 항공기 애호가들이 김포공항 근처로 모여들었다. 이스타항공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미국 보잉사의 B737 맥스(MAX)8를 보기 위해서다. 26일 도입 기념 행사 참석 신청자는 벌써 1000명을 넘어섰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보잉의 차세대 주력 기종인 B737 맥스8에 태극기와 국적 항공사 도장이 새겨진 모습을 보려는 항공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신기종을 향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기대가 남다르다. 중국과 일본, 베트남 등 단거리 노선에 머물렀던 LCC가 신기종으로 중거리 노선에 진출함으로써 ‘제2의 도약’을 이뤄 내겠다는 구상이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에 이어 티웨이항공도 내년 6월 B737 맥스8을 들여온다. 내년 4대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1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보잉사와 2022년까지 B737 맥스8을 최대 50대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기종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적사가 체결한 항공기 계약 중 최대 규모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에어버스사의 차세대 항공기인 A321 네오(Neo)를 도입한다. 에어부산은 이에 앞서 내년 말 A321 네오보다 항속거리가 800㎞ 긴 A321 네오 롱랜지(LR) 2대를 들여온다. B737 맥스8은 항속거리(이륙부터 연료를 전부 사용할 때까지의 비행거리)가 6500㎞로 LCC들이 주로 운용해 온 B737-800NG보다 1000㎞ 더 비행할 수 있다. A321 네오 LR은 추가 연료탱크를 결합하면 7400㎞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이 기종들은 기존 기종보다 연료 효율도 14~20% 높다. LCC들은 이 신기종들을 통해 싱가포르와 쿠알라룸프, 발리, 타슈켄트 등 중거리 노선 취항에 나설 계획이다. LCC들의 중거리 노선 경쟁의 첫 승부처는 부산~싱가포르 노선이 될 전망이다. 내년 초 국토교통부가 부산~싱가포르 노선의 운수권을 배분할 계획으로,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은 내년 1월 이 구간의 부정기 노선 운항을 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펼친다. 대형항공사(FSC)들이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가운데 LCC들이 중거리 노선에서 다양한 신규 노선을 개척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 항공업계의 경쟁 구도 재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외여행 수요의 성장 둔화를 극복하고 중거리 노선에 걸맞은 서비스를 확충하는 것 등은 LCC가 넘어야 할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LCC가 보편화되면서 항공여행의 대중화를 이끌어 냈던 것처럼 LCC의 중거리 노선 진출 또한 관광 등 항공과 연계되는 산업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올해 항공산업 성장에 힘입어 이 분야에서 총 1만 4000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9개 국적 항공사의 신규 채용 규모만 4142명이다. 지난해(3375명)와 비교하면 22.7% 증가한 수치다. 또 인천공항 2터미널 개장과 복합리조트·물류단지 운영에 따른 채용 4245명, 드론 관련 산업 고용 2000여명, 인천·김포·김해 등 공항의 시설 확충 인력 채용 3013명 등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현장 행정] 미세먼지 없는 친환경 놀이터…새해도 생활밀착 동작

    [현장 행정] 미세먼지 없는 친환경 놀이터…새해도 생활밀착 동작

    이창우 서울 동작구청장이 이끄는 ‘사람 사는 동작’의 변화는 새해에도 계속된다. 구는 일상 곳곳에 포진한 문제를 촘촘히 해결하는 ‘생활밀착형 사업’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대폭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구는 내년도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정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조직을 새롭게 개편해 변화를 위한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었다. 이 구청장은 “민선 7기는 구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안전, 일자리, 환경 등의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구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구민 업무를 펼쳐 생활 속 행복한 변화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24일 밝혔다.동작구의 내년도 예산은 총 5635억원으로 올해보다 11.3% 늘어났다. 이에 따라 1인당 예산도 올해보다 19만원 증가한 142만원에 이른다. 이번 예산 편성은 미세먼지와 청소 등 쾌적한 환경 조성과 주민들의 오랜 요구에 따른 문화, 체육 시설 확충에 특히 집중됐다. 민간 어린이집 차액 보육료 지원, 아동수당과 무상급식 지원 등 보편적 복지 예산도 대폭 늘렸는데 보육 분야에 투입되는 비용만 1100억원에 이른다. 구는 내년 4월부터 격일제로 운영됐던 쓰레기 수거를 매일 함에 따라 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비에 180억원, 음식물 쓰레기 및 재활용 폐기물 처리비에 70억원을 투입한다. 보라매 쓰레기 적환장의 소음과 악취 등으로 구민들의 숙원이 된 동작·관악 공동자원순환센터(가칭) 건립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 2억원도 편성됐다. 연일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을 덜어 주기 위해 서울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구민들에게 친환경 보일러 설치비도 일부 지원한다. 2023년까지 초미세먼지 28% 감축을 목표로 하는 ‘동작구형 미세먼지 저감 종합계획’의 하나다. 미세먼지 때문에 집 안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역동적인 신체 활동이 가능한 친환경 실내놀이터(사당동 초대교회 1층)도 꾸며 준다. 구민들이 삶을 더 풍요롭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도록 문화·체육 시설도 마련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상도동의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이 ‘주민개방형 공공도서관’으로 거듭난다. 구 관계자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자 우리 구 대표도서관으로 조성하기 위해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도서, 자료 등을 갖출 예정”이라며 “내년 2월 설계 공모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3월에는 사당동 167-19 일대에 사당권 주민들이 요구해 온 공공수영장, 삼일수영장이 문을 연다. 지하 1층~지하 3층, 연면적 2333.11㎡ 규모로 지하 2층에는 수영장, 유아풀, 지하 1층에는 커뮤니티실, 지상에는 소규모 공원까지 갖춰 전 연령대 주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랜드마크보다 삶의 질/주현진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랜드마크보다 삶의 질/주현진 사회2부 차장

    횡단보도를 기다릴 때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 버스를 기다릴 때 찬 바람을 막아 주는 텐트와 몸을 녹여 주는 벤치…. 서울 서초구는 최근 ‘올 한 해 서초를 빛낸 10대 뉴스’로 겨울철 버스 정류장에 설치한 온기 텐트인 ‘서리풀 이글루’가 주민들에게 공감을 받은 정책 뉴스 1위로 뽑혔다고 발표했다. 서초구는 2015년부터 매해 말이면 지역 주민들에게 구가 한 해 동안 내놓은 정책의 우열을 가려 달라며 지역 10대 뉴스를 선정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가 2007년부터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자체 우수 정책을 조사해 발표하는 ‘내 삶을 바꾼 서울시 10대 뉴스’를 본떠 만든 것인데 자치구 중에서는 서초구 등 일부만 정책 경쟁 의지를 내세우며 실시하고 있다. 서초구가 내세운 뉴스 중에서는 슈퍼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개발 공사보다 작지만 주민 불편을 덜어 주는 생활밀착형 아이디어로 널리 인정받은 사례가 적지 않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지난해 1위 뉴스로 뽑힌 햇볕 그늘막인 ‘서리풀 원두막’이 대표적이다. 교통섬이나 횡단보도에서 주민들을 땡볕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이 그늘막은 구가 2016년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 12월 현재 지역 내 154곳에 설치한 것은 물론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히트를 쳤다. 맨 처음 시범 출시 때 도로법상 적합 여부 논란을 일으켰으나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되면서 서울시가 별도의 그늘막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배포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지난해 유럽 최고 친환경상인 그린애플어워즈를 받았다. 이 그늘막은 겨울에는 크리스마스트리로 변신한다. 그늘막과 트리는 기후변화에 맞춰 공공디자인을 적절히 해석했다는 이유로 ‘2018 대한민국공공디자인대상’ 최고상인 국무총리상도 받았다. ‘거주자 우선주차 공유제 전국 확산’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가 지난 4월 거주자 우선 주차장 공유를 통해 주차난 해결에 나선다고 발표했지만 서초구는 이미 지난해부터 공유주차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차 공유를 많이 할수록 다음해 주차구획 배정이 더 잘 되도록 가점으로 보상을 해 주는 것도 서초구가 처음 시작했다. 화룡점정은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기 위한 시스템을 부단히 구축해 온 것이다. 정부는 이달 초 500가구 이상 신축 아파트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했는데, 서초구는 이에 앞서 2016년 5월 관내 대형 재건축 단지에 300명 정원의 대형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하는 ‘학교형 국공립어린이집’ 사업을 출시한 바 있다. 그 결과 2017년 9월 반포동 1·2·4주구(5335가구) 재건축 인가 과정에서 학교형 국공립어린이집을 건립하기로 했다. 이어 한신4지구(3685가구) 재건축에도 학교형 국공립어린이집을 넣기로 협의를 마쳤다. 서초구 국공립어린이집이 2014년 32개에서 이달 현재 74개까지 비약적으로 늘어난 데에는 이 같은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는 것이다. 랜드마크나 대형 시설은 일반 시민의 삶과 큰 관련이 없다. 그늘막, 어린이집, 주차장 등 우리 생활과 관련 있는 시설이야말로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한 야당 후보로 당선된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승리의 비결로 “이념이 아닌 정책에 승부를 걸었다”고 말한 것을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내년에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작지만 반짝이는 정책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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