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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어 약하면 취직 못한다?/문화부 ‘국어능력 인증시험’공무원 선발시험 반영 추진

    작가나 기자·방송인들이 가장 꺼릴 시험은 무엇일까.아마 ‘국어능력 인증시험’이 될 것 같다.직업의 ‘밑천’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아직은 ‘그런 시험도 다 있나.’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보통사람들에게도 운전면허 시험처럼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모른다.문화관광부가 이 시험의 성적을 공무원은 물론 민간기업의 사원 선발시험에 반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험이 ‘영어공용화론’이 보여주듯 위기에 처한 국어를 보전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언어능력을 향상시키는 기폭제 구실을 할 것으로 정부와 학계는 기대한다. 이에 따라 국립국어연구원은 먼저 민현식·백순근(이상 서울대) 박영목(홍익대) 김창원(인천교대) 교수 등 7명으로 ‘국어능력 인증시험 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국어능력을 평가하는 신뢰성 있는 시험으로 정착시키려는 정부 차원의 첫 단계 노력이다. ‘국어능력 인증시험’은 비영리재단법인인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이사장 이기문)이 주관한다.지난해 5월20일 첫 시험을 치렀고 8월11일 제6회 시험이있다.올해 마지막 시험은 11월3일로 예정되어 있다. 시험 성적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산출한다.1∼5급,무급으로 자신의 국어 사용 능력을 알 수 있다. 1급은 ‘매우 우수한 국어 사용 능력 소유자’로 고급 독해능력을 지니고,국어 관련 어문 규정을 거의 완벽하게 숙지한 사람이다. 지난해 9월9일 치른 제2차 시험에 1급이 한번 나왔을 뿐 나머지 시험에선 한사람도 없었을 만큼 높은 수준이다. 2급은 ‘우수한 국어 사용 능력의 소유자’,3급은 ‘기초적인 국어 사용 능력을 충실하게 갖춘 사람’이다.4급은 ‘일상적인 언어 생활에 장애가 없는사람’,5급은 ‘우리 말과 글에 대한 기초지식과 사용능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수준’이다. 200점 만점에 120점 이하인 무급은 ‘우리말 사용 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수준’이다. 문화부가 추진하는 대로 공무원 선발시험에 이 시험성적이 반영된다면 아마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성적이될 것이다. 시험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언어문화연구원 홈페이지(www.kolang.or.kr)나 국립국어연구원 홈페이지(www.korean.or.kr)를 찾으면 된다.8월11일 시험의 원서접수 마감은 16일이다.(02)882-3066. 서동철기자 dcsuh@
  • [굄돌] 서해바다에 평화를

    서해 교전이 있던 날 지방의 불교대학에서 재가불자들이 가정에서 조상님 제사를 어떻게 지낼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 달라고 해서 전주에 다녀왔다.강의 시간보다 훨씬 전에 도착했는데 학생중의 한 분인 노 거사님이 서해교전 소식을 전해 주었다.미국 방송에서는 오전에 이미 보도했는데 우리는 오후에서야 알리기 시작했고 바보스럽게도 우리 젊은이들이 30명 가까이 사상 당했는데 어찌 그리 대응이 미온적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지난 99년에 당한 것을 보복이나 하듯이 하필 월드컵열기가 막바지까지 뜨겁게 타오르는 마당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안타까워했다.그래서 주변에 모여 있던 불자들과 보통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수준의,작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재미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뭐 하지만 그래도 재미를 느낄 만큼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그 중에서 솔깃했던 것은 99년에는 북한 경비정이 너무나 힘없이 무너져서 오히려 우리 쪽에서 마음 상할 북측의 입장을 고려해 격침 장면을 여러 번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야기와,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이야기였다.이미 6·25때부터 수없이 많은 피해를 서로 간에 보았으니 이번 월드컵에서도 남북이 하나되었더라면 4강이 아니라 우승까지도 넘보았을 지도 모르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계기로 이번 사태를 승화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이번 사태에서 불귀의 몸이 되어버린 젊은 청춘들의 넋을 위로하고 다시는 그러한 죽음에 오열하는 이들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남과 북이 마주한 모든 전선에서 서로에게 도움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그 방법중 하나가 어찌할 수 없는 전쟁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해바다와 임진강어구 등,공동 활용이 필요한 지역을 설정해 진지한 논의를 거쳐 자유로운 왕래와 공동 산업활동 가능 지역이 되게 하는 것이다. 더더욱 범위를 넓혀서 휴전선 전지역을 평화지대로 선포하고 우선적으로 군사작전이나 전쟁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의 상호 활동을 허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일도 바람직할 것이다.그것이 가능하게 되면 세계평화에도 도움이 되고 통일의 그 날도 머지 않아 우리 겨레의 앞에 찾아 올 것이다.현재 논쟁을 벌이고 있는 정치 세력들도 하루 빨리 그 가능성을 찾는 데 서로의 지혜를 모으고,그러기 위해 마음을 활짝 열고 방안을 찾는 데 앞장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서로를 인정하고 감싸는 자비심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법 현 (불교종단협의회사무국장·스님)
  • 새영화/ 판타스틱 소녀백서

    열여덟.세상에 왠지 시비를 걸어보고 싶은 나이.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판타스틱 소녀백서’(Ghost World·21일 개봉)는 주인공 이니드의 독설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대량소비와 인간소외에 찌든 현대 미국사회를 ‘유령도시’로 비판하는 원작만화에 비해 영화는 18세 소녀 이니드의 성장과정에 초점을 맞춘다.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이니드는 단짝 친구 레베카와 함께 주변 사람들에게 갖가지 딴죽을 건다.구인광고를 보고 장난전화를 하거나,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골탕 먹이고,오지 않을 버스를 매일 같이 기다리는 노인에게는 “여기 버스가 서지 않아요.”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면서. 그러던 어느날 잡동사니나 모으고 허리에는 초강력 보안대를 차고 다니는 순진한 40대 미혼남 시모어(스티브 부세미)가 이니드의 삶에 우연히 끼어든다.처음엔 장난처럼 시작했지만,이 어울리지 않는 듯한 한쌍은 서로에게 서서히 빠져든다. 획일적인 문화라는 거대한 괴물에 길들어 살아가는 사람들 틈새에서 무턱대고 세상을 조롱하고 냉소하던 이니드.비록 보통사람들에게는 ‘별종’처럼 보이지만 오래된 원판을 소중하게 모으는 시모어의 진지함은 그런 이니드의 마음을 움직였던것. 사랑을 통해 고통스러운 성장의 터널을 통과한 이니드는 이제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일이 바보같은 일만은 아님을 안다.‘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짜’란 진실이 담긴 인간의 마음이 아닐까.영화는 고통스럽지만 진정성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세상의 아웃사이더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아담스 패밀리’‘아이스 스톰’의 크리스티나 리치를 빼닮은 도라 버치의 맹랑한 연기와 ‘파고’‘바톤 핑크’등에서 독특한 조연을 도맡은 스티브 부세미의 순진무구한 표정연기가 돋보인다.감독은 ‘크럼’으로 95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테리 지고프. 김소연기자
  • [취재석에서] 좌석찾아 삼만리

    11일 오후 인천시 남구 문학동 월드컵경기장.프랑스와 덴마크의 경기를 보러 이곳을 찾은 주요인사(VIP)와 관중들은 표지판을 따라 경기장으로 걸어 들어가다 황당함을 느껴야했다. 거꾸로 그려진 화살표 때문이다.VIP와 취재진(MEDIA)의 전용 출입구인 북문으로 들어서면 곧바로 왼쪽으로 가라는 안내문과 만난다. 친절하게도 20m 간격으로 촘촘히 붙여 놓았다.그러나 안내문을 수십 개나 지나쳐도 찾으려는 좌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상황은 이렇다.오른쪽으로 가면 훨씬 거리가 가까운데도 어째서인지 반대로 표시해놓은 것이다.표지판만 믿고 좌석을 찾아나선 이들은 500∼600m만 걸어도 될 길을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1∼1.5㎞나 돌아가는 불편을 겪었다. 관중들도 안내판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북문 쪽에서 보면 서문은 당연히 오른쪽으로 가야 가깝다.그러나 화살표는 이런 상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왼쪽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와 인천시가 경기장 안에서 사람들을 꼭 시계방향으로 일방통행시키려 하는 데는보통사람이 알지 못하는 무슨 ‘깊은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뜻이 무엇이든지 관중에게 불편을 끼치는 방법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더구나 아무런 이유도 없이,다만 무관심이 빚어놓은 결과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는 14일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가 열린다.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의 16강 진출여부가 결정나는 날이다.나라 안팎에서 큰 관심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조직위와 인천시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 송한수기자 onekor@
  • [2002 길섶에서] 가마 멘 고통

    ‘人知坐輿樂 不識肩輿苦’ 다산 정약용 선생의 글로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면서 가마를 멘 사람의 고통은 모른다.’는 내용이다.편하면 더 편한 것을 찾고,권력을 손에쥐면 더 큰 권력을 탐하려 드는 게 보통사람들의 세상 사는 이치다.각종 비리나 일상에서의 사소한 다툼도 크게 보면 ‘가마 멘 고통’을 소홀히 한 탓이다. 다산은 원래 이 글을 공직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썼다.이런 자세를 갖고 산다면 민심의 원망은 듣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경계를 한다고 해도 ‘실세’임을 과시하며 압력을 넣거나 봐주기를 하고,또 그를 통해 이권을 챙기는 일은 생기게 마련이다.달콤한 유혹이 뒤따르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런 연고가 없는 사람에겐 원망이 쌓일 수밖에 없다.어떻게든 끈을 만들려고 나서니 공정한 게임의 룰이 자리잡지 못한다. 다산의 가르침은 꼭 공직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그동안 가마 탄 즐거움에 심취해 이웃의 고통에 둔감한 사람들도 경구로 삼아야 할 지혜다. 양승현 논설위원
  • 대선여론조사 진실과 허상/ 기관별 지지율차 이유

    최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었다는 언론의 보도와 함께 대통령 선거전은 더욱 흥미진진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각 언론들은 조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문제는 각 언론마다 발표하는 지지율이 서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가 10% 이내로 줄어들었다는 5월8일자의 모 신문사의 기사가 나오기 하루 전에는 두 후보간의 격차가 23%가 넘는다는 발표가 다른 신문사에서 나왔다.이런 상황에서 지지율 차이가 크게 감소되었다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물론 선거 조사라는 것이 적게는 1000명에서 보통 1500명정도의 표본으로 수천만명의 지지율을 예측하는 것이기에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따라서 각 조사기관의 결과도 당연히 달라진다.그래서 각 조사마다 오차의 한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여러 조사의 오차를 인정하더라도 납득할수 없는 차이를 보이는 조사 결과들이 많다는점이다. 먼저 최근의 사회변화가 전화 조사의 정확성을 떨어뜨리고있다.1980년대 전화 보급률이 거의 100%에 이르면서 전화조사는 여론조사를 위한 효과적인 조사 방법으로 자리잡았다.하지만 최근에는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하여 전화번호를 비등재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발신자 전화번호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비등재율은 더욱 급격히 늘고 있다.문제는 전화번호가 비등재된 사람들은 전화조사에서 제외되고,이렇게 제외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전화조사의 정확성은 떨어진다는 사실이다.더욱이 최근 휴대전화의 급속한 보급으로 가정용 전화 없이 휴대전화만을 사용하는 젊은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전화조사의 정확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조사 결과의 차이는 전화조사에 대한 응답률과 관련이 크다.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전화조사를 통해 1000명의 응답자를 얻기 위해서 조사기관은 보통 그 다섯 배가 넘는 5000∼6000개의 전화번호를 뽑는다.그렇게뽑힌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면 보통 60%는 결번,통화중,부재등의 이유로 통화에 실패한다.통화에 성공한 나머지 40% 중에서도 실제로 조사에 응하는 사람은 많아야 반 정도이므로,전화조사 응답률은 처음에 뽑힌 전화번호의 20%를 넘지 못한다. 비록 뽑힌 전화번호들은 전체 국민을 대표할 만한 것이라 하더라도 응답한 20%의 사람들은 어쩌면 보통사람들이 아닌 뭔가 특이한 사람일 수 있다.이것은 결국 그들이 국민 전체를대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처음 뽑힌 전화번호의 사람들 모두로부터 응답을 받아내야 한다.그 대표적인방법으로 재통화 시도를 들 수 있다.실제 미국의 여론 조사기관은 대개 3회에서 5회까지 재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여기서 국내의 열악한 조사환경을 지적하고 싶다.우리나라의 조사 단가가 중국이나 필리핀의 그것만큼 싸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이렇듯 싼 단가로 조사하면서 충실하게 재통화 원칙을 지키기는 매우 어렵다.조사 기간도 문제가 된다.재통화 원칙에 따라 충실히 조사하려면 보통 5∼7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언론기관들은 조사의 경제성과 신속성보다 신뢰성을 중시해야 신뢰성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장원호 서울시립대 교수 ■필진 약력 ◆이남영(李南永·50) 숙명여대 정외과 교수,고려대 정외과졸업·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한국선거연구회 회장·한국정치학회 총무이사 역임,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소장 ◆김형준(金亨俊·45)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한국외국어대 중국어학과 졸업·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장원호(張元皓·40)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서울대 사회학과 졸업·서울대 사회학 박사,한국사회학회 이사·한국조사연구학회 총무이사 ◆안순철(安順喆·40) 단국대 정외과 교수·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단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미국 미주리대정치학박사
  • 선문대 박재연교수 ‘中朝大辭典’ 출간

    한자를 국어처럼 썼던 조선시대 한자 어휘의 사용실례를집대성한 ‘中朝大辭典’(중조대사전·선문대 출판부)이선문대 중어중문학과 박재연(朴在淵·44) 교수에 의해 완성됐다. 이 학교 중한번역문헌연구소장인 박 교수가 15년간의 작업 끝에 완성한 이 ‘조선시대의 중한대사전’은 한자어휘를 한글로 설명하는 단순한 사전이 아니라 중국 문헌의 한글번역본 내에서의 한자어휘 사용례를 결집해 놓은 용례수집 사전이다. 이 사전은 우선 규모의 방대함에서 전문가들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총 9권,1만여 쪽에 달하는이 사전 편찬에 사용된 텍스트는 15∼19세기 조선시대에발간된 한자관련 자서,중국어 학습서·회화교재,그리고 번역 문학작품 등 각종 문헌 230여 종,1000여 책이다. 문헌들은 조선 초기 한글로 번역된 전문가(역관)용 중국어 학습서 ‘노걸대’(老乞大)와 일반인용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訓蒙字會),중국 현실 표준음을 반영한 학습서‘사성통해’(四聲通解),한시 번역본인 ‘분류두공부시언해’(分類杜工部詩諺解)와 ‘고문진보언해’(古文眞寶諺解),중국소설 번역물인 ‘삼국지통쇽연의’‘후슈요뎐’‘형셰언’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특히 주자학이나 중국 소설 번역물에 흔히 나타나 연구자들에게 어려움을 주었던 ‘백화’(白話·구어체 중국어)어휘를 상세히 다루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방대한 자료의 원문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1만 2814자의 한자를 사전 표제자로 삼은 뒤,이 표제자에서 나온 어휘 6만 9352개를 용례수집 기준어(표제어)로했다.그러고나서 표제자 및 표제어가 쓰인 용례를 시기별로 정리해 수록했는데,그 수가 42만 5918개에 이른다. 마지막 9권은 표제자와 표제어를 가나다 순으로 배열한 색인 및 인용문헌 해제 등을 수록한 부록을 담았다. 이 사전은 15세∼20세기 초까지의 한자·한문의 한글 번역자료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중국어는 물론 한국어의변천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박 교수는 “특히 중국어 구어체(백화어)가 차용되면서중국음과 우리말 한자어 독음이 혼합돼 일부는 완전히 고유어화하면서 차용어라는 의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선시대 중한대사전을 완전 복원하면 어원을 확인할 수 없었던 일부 어휘들이 중국어 차용어였음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영(鄭在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과거와 현재의한어 자료들을 통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고,조선시대의 한자어 사용 실태,우리말 고어 및 중국어 어휘의 변천사 파악 등에 꼭 필요한 귀중한 사전”이라고 평가했다. 임동석(林東錫) 건국대 중문과 교수는 “보통사람이라면그 방대한 분량의 언어자료를 모으는 데만 평생을 바쳐도모자랄 것”이라며 “그것들을 사전이라는 큰 그릇에 담은 것은 ‘파천황(破天荒)의 대발상(大發想)’이라고 극찬했다. 박 교수는 지난 87년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낙선재문고)에 소장된 중국 소설류번역물을 검토하게 되면서 ‘중조대사전’ 편찬의 필요성을 느끼고 준비에 들어갔다.처음엔 근대 중국어 백화어에한정해 작업을 하다가 고문으로까지 범위를 넓혀 사전을 내게 됐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씨줄날줄] 부패 경관

    1994년 국내에서 상영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인기 높았던 영화가 ‘투 캅스’다.서울에서만 86만여명을 동원했으니 지난해 상영작을 기준으로 보면 8위쯤에 불과하지만,그때까지만 해도 ‘서편제’에 이은 역대 2위의 흥행작이었다.‘투 캅스’가 이처럼 인기를 끈 까닭은 부패한 경찰의 모습을 생생하고도 코믹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당시는영화의 소재에 관해 권력이나 직업집단의 압력이 적지 않은 세월이었기에,관객들은 ‘투 캅스’가 그려내는 경찰상을 보면서 낄낄대는 한편으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맛보았다. 노련한 선배 형사(안성기 분)와 갓 입문한 후배 형사(박중훈) 둘이서 엮어가는 ‘투 캅스’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늘 돈만 밝히는 선배 형사가 의외로 허술한 집에서 살기에 후배가 며칠을 미행해 보니 결국은 호화로운단독주택에서 ‘잘 먹고 잘 살더라’는 내용이다.영화를볼 때는 재미는 있지만 과장이 심하다고 여겼는데 그 상황이 꼭 창작만은 아닌 모양이다.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와 대책회의를 가진 뒤 비밀 출국해 지금은 미국에 있는 최성규 총경(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만만찮은 재산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지난해 6월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70평짜리 아파트로 이사해 살면서 주소는 그 전에 살던 서울 상도동의 다세대주택에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최 총경은 지난 연말 경찰청이 인사카드 기록을 일제정리할 때도 주소지를 옮기지 않았으니,허술한 집에 주소를 정해 놓고 호화저택에서 사는 영화 속 부패 형사의 모습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경찰은 최 총경의 재산이 남양주의 아파트,상도동의 다세대주택을 포함해 9억원 정도일 것이라고 추산했으나 3억 7400만원에 분양받은 아파트의 시가가 5억∼6억원에 이른다고 하므로 실제 재산 규모는 더욱 클 것이다. 하긴 최 총경뿐이겠는가.한 재미 유학생은 100만 달러짜리 집에 살면서 소송 합의금으로 56만 달러를 내겠다고 했고,큰 꿈을 꾼다는 한 정치인은 12억원짜리 빌라에서 임대료 없이 살았다고 한다.사회에서 내로라 하는 인물들이오히려 구린 돈냄새를 풍기는데 보통사람들이 청렴하게살기는 힘들다.“작두를 대령하라.”고 호령하는 포청천의 목소리가 그리운 시절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 [기고] 고교 평준화 위헌론

    고교 평준화제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칠 전한 세미나에서는 위헌론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3월 몇몇 학부모들이 “이 제도는 헌법에 보장된 교육을 받을 권리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고교 평준화제도는 고교 입시열풍과 그에 따른 사회적 폐해를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중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꾀하고,소위 일류·삼류 고교 등의 위화감을 해소하기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지금도 소위 ‘비평준화지역'에서 평준화지역으로 전환할 땐 늘상 나오는 소리다.아울러 지역주민의 대략 70∼80%가 평준화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된다.하지만 비평준화 지역에서 소위 명문고에입학하지 못하는 학생의 비율이 평준화 찬성 비율과 비슷하다는 사실은 교육당국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여론조사결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평등이란 ‘다른 것을 다르게,같은 것을 같게' 다루는 것이지,같은 것이든 다른 것이든 모두 똑같이 다루는 것이 아니다.내 자식이 못 들어가는 명문고는 없어져야 한다거나,우열반 편성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우격다짐이 ‘평준화'라는 구실로 합당화될 수 없다. 고교 평준화는 당초 ‘학력'의 평준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실제로도 그렇게 시도하였을지 모르겠으나, 이것은 달성 불가능한 허구이다.그것은 다양한 개성과 능력을 지닌 인간을소위 ‘군대식'으로 획일화시킬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지만,그런 가정이 증명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평준화된 고교 학생들의 상당수가 학교에 가기는가되, 공부를 하지 않는 현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심지어 선생님들조차 수업에 관심 있는 중간 정도 성적의일부(?) 학생들을 위해 우수한 학생은 적극적으로 수업으로부터 소외시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평준화'란 학력의 평준화가 아니라,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적극적 의미의 애정의 평준화를 의미한다.즉,학생에 대한 무관심의 보편화 내지 관심의 영(零)으로의 수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무한(無限)으로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다.이것이 가공한 초보적 전문지식을 돈을 받고 전달하는학원 강사와 학교 선생님의 본질적 차이이다. 그런데 이것은 선생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교육시스템의문제이다.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선생님들은 결코 신이 아니며,우리의 가까운 이웃이고 보통사람들이기 때문이다.대학의 문을 ‘입학은 쉽고 졸업은 어렵게'로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현재의 고교 평준화는허울좋은 가식일 뿐이며,교육 주체인 선생님과 학생 모두를각자로부터 소외시킬 뿐이다. 고교 평준화는 학교 밖에서 국외자들로 하여금 모든 학생들을 외견상 똑같게 다루게 하는 데는 성공하였을지 모르나,학교 내에서는 학생들과 선생님 모두를 서로 고립되게 하고 소외시키고 말았다.근본 대책은 대학입시제도를 바꾸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국내 대학에 입학생 선발의 자율권을주어 그 문호를 대폭 개방하게 하되,외국 유수 명문 대학의국내 대학 설치를 과감히 허용하여 그들과 치열하게 경쟁을시켜야 한다. 대입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고교 평준화제도의개선을 진지하게 모색할 때다. 민홍기 변호사
  • [사설] 병역특례는 사후관리가 중요

    국무총리실과 병무청 합동조사반이 밝혀낸 벤처기업 등 26개 병역특례 지정업체의 불법·부당 운영은 국민의 분노를 살 만한 사건이다. 어떤 산업체 업주는 자신의 아들을 병역특례 요원으로 편입시킨 뒤 경영 수업을 시키거나 출근은 커녕 해외여행을 시키면서 대체복무로 보고했다고 한다. 꼬박꼬박 병역의무를 이행한 보통사람들이 이 보도를 접했을 때 심경이 어떨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현대사회의 국방은 단순히 영토방위의 소극적 개념에서 벗어나 국가의 지식기반 확장,산업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등으로까지 확대 해석되고 있다. 병역특례제도는 이처럼 확대된 국방의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공공서비스 확대,산학협동을 통한 산업발전,지식기반사회의 구축에 필요한 이공계·유전공학 석·박사,인터넷등 벤처기업 전문인력에게 주는 대체복무인 것이다. 이처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련된 특례제도를 악용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불행하게도 그런 사례가 전에도 있었고,지금도 이런 편법이 통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병무행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깊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교육부에서는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공계 석·박사의 대체복무를 현행 5년에서 기능요원과 같이 3년으로 축소하고,3천명인 특례자를 더 늘리는 병역특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이공계 학문은 물론 국가 산업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병역 의무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 특례제 활용으로 이공계뿐 아니라 국가가 필요로 하는 특수분야 전문인력 양성에 매우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제도의 투명한 운영은 국방뿐 아니라 국가발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물론 병역대상자의 감소로 병역특례도 축소되는 추세라고 하지만 잘만 운영하면 남북 긴장해소 이후에도 준병역의무처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확대나 축소가 아니라 더욱 합리적인 운용방법의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제도를 지능적인 병역기피로 악용할수 없도록 관리·감독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 사후 엄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아버지 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막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취업의 자유와 배치된다면 관련법을 고쳐서라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편법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기능요원의 경우 병역특례자라는 점을 악용해 부당한 지시,임금 착취를 일삼아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업주의 불법도 근절돼야 한다. 불시 점검으로 적발된 업체의 세무조사는 물론 일정기간 대체복무자의 교육도 필요하다. 특례를 특혜로 생각하는 의식에서 편법이 싹트기 때문이다.
  • [씨줄날줄] 전문 신고꾼

    전통사회에서는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일러바치는 행위,곧 고자질을 가장 나쁜 짓거리의 하나로 여겼다. 그래서 고자질을 잘 하는 사람이 대상자보다 더 큰 해를 입는다는, ‘고자(告者)쟁이가 먼저 죽는다.’는 악담에 가까운 경구도 생겨났다. 이처럼 한 사람 또는 한 조직 내의 잘못을 폭로하는 일을 극도로 꺼린 까닭은 무엇일까. 농촌이나 가문 중심의 공동체사회에서는 내부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미덕일 터요, 이를 외부에 까발리는 일은 공동체 전체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또 실질적인 피해를 가져왔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역모를 고발하는 ‘고변(告變)’에 연루되면 죄 없이도 3족이 멸문하는 화를 입었고 한 고을의 지위가 강등당하기도 했다. 연좌제가 시퍼렇게 살아 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민주주의가 만개한 요즘 세상에서도 누군가가 ‘양심 선언’을 하면 일단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꺼림칙하게 여기는 게 보통사람들의 정서다. 그러던 것이 최근 몇년 새에는 법규 위반 사항을 신고해 그에 따른 포상금으로 생활을 꾸려가는전문신고꾼까지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3월 시행한 ‘교통법규 위반 신고보상금제’를 노린 꾼들로, 지금 전국에서는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관련 조직이 열이 넘는다고 한다. 담배꽁초 버리는 일만 전문으로 고발하는 신고꾼, 미등록 자판기를 집중적으로 캐는 신고꾼이 따로 있을 만큼 그 분야도 다양해졌다. 누군가가 몰래 지켜보다가 내 잘못(또는 실수)을 고발한다면 불쾌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신고꾼을 무조건 사갈처럼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신고가 어쨌거나 법규 위반을 줄이는 실제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그 전해에 견줘 건수가 10·3%,사망자수 20·9%,부상자수가 40% 줄어들었다. 경찰은 주원인의 하나로 법규위반 신고 보상금제를 꼽고 있다. 올 6월 지방선거에서도 전문신고꾼이 큰 ‘활약’을 하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불법 선거운동에 따른 신고 포상금이 최고 1000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전문신고꾼이 존재하는 현상은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그들의 존재를 가능케 한,일상적인 위법 행위의 만연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모두가 법규를 준수하면 전문신고꾼은 스스로 사라질 것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 [임영숙 칼럼] 결혼식에 누굴 초대할까?

    부산국제영화제의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몇년 전 하와이영화제 집행위원장의 결혼식에 참석했다.신랑 신부의 집이 있는호놀룰루 근교 와이키키 해변에서 해뜨는 시각에 열린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50명 정도.양가 친척 20여명과마을 사람들,그리고 김 위원장처럼 외국과 미국 본토에서 비행기를 타고 찾아 온 가까운 친지들이었다.축하객들은 각자의자를 들고 나가 결혼식에 참석한 후 간단한 음료와 다과를 먹고 헤어졌다가 오후 9시 호놀룰루 시내에서 열린 ‘파인댄싱 퍼포먼스’에 다시 참석했다.하와이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신부가 제작하고 파푸아뉴기니 출신인 신랑이 연출한 이공연은 하와이와 파푸아뉴기니 원주민 춤으로 구성된 1시간짜리 무료공연이었다.초청된 사람은 신랑 신부의 공식적인업무와 관련된 이들을 포함해 200여명이었다.일몰 의식으로시작된 공연은 밤을 새우는 댄스 파티로 이어져 흐드러진 결혼 피로연이 됐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멋진 결혼식이구나.”하고 생각했다.그러나 요즘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대한민국의 보통사람들에겐 그렇게 ‘멋진 결혼식’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것을 느끼게 됐다.무심코 다니던 결혼식을 이제유심히 살피게 됐는데 우리 아이들이 커가면서 조만간 결혼식을 주관하게 될 상황을 염두에 두게 된 탓이다. 결혼식에 누구를 초대하는가에 따라 결혼식 모습이 대체로결정되는 듯싶다.그래서 최근 자녀 결혼을 치렀거나 앞두고있는 친지들에게 초청범위를 어떻게 결정했는지 물어 보았다.대답은 각양각색이었다.“걱정할 것 없다.그동안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보낸 사람들에게 결혼 청첩장을 보내면 된다.”“축의금이나 부의금을 냈다고 청첩장을 보내면 세금고지서와 무엇이 다른가.청첩장을 받고 기쁘게 결혼식에 참석할 사람들에게만 보내겠다.”“한달에 한번 이상 만나는 친구나동창들로 초청범위를 정했다.한번 이상 만나는 사이라도 공식적인 일 관계로 만나는 사람들은 제외했다.” 사회적으로 화제가 될 만큼 특이한 결혼식을 치른 경우는어떨까.광고계의 원로인 ㅇ씨는 둘째 아이 결혼식을 전혀 광고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교회에서양가 50명씩의 하객만 앉혀 놓고 축의금 사절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첫 아이 결혼식은 청첩도 하고 축의금도 받고 음식도 대접하는 보통 결혼식으로 치렀는데 셋째 아이 결혼식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광고하지 않은 두 번째 결혼식의 부작용 때문이다.초청받지 못한 친척과 친구들로부터 “나는 친척이 아니냐?”“나는 네 친구가 아니냐?”는 비난에 시달린 탓이다. 하와이의 멋진 결혼식을 구경한 김 위원장은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막내딸을 출가시키면서 초청범위를극소수로 한정하고 2주일 전에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결혼식 이야기는 전혀 내비치지 않은 채 그날 “점심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가.”를 타진해 보고 가능하다는 사람들에게만 청첩장을 보내고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대접하며 결혼식을 치른것이다.친척은 직계 형제 가족까지만 초청했다. 결혼식을 어떻게 치를지는 각자의 형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상부상조가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도 혼례에는 상대가 있는 만큼 한쪽에서만 축하객의 규모를 줄이거나축의금을 거절할 수 없는 때도 있을 것이다. 결혼식을 간소하게 한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번거롭고 유난스러운 일이 돼 인간관계에 주름이 잡히는 것을 피하고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어떤 불편이 있더라도 우리나라 결혼식의 낭비적 관행과 병폐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유력한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은축하객의 규모로 자신의 세를 과시하고 뇌물성 축의금을 긁어 모으려는 의도가 없는 한 여기 동참해야 할 것이다. 하와이의 결혼식이 일깨우는 것은 결혼식은 결혼 당사자들의 뜻에 따라 연출돼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결혼식을 ‘자녀의 일’이라기보다 ‘부모의 일’로 흔히 생각한다.바로 이 점에 우리 결혼문화의 복잡한 문제들이 자리잡고있다.우리 아이 결혼식을 어떻게 치르고 누굴 초대할까 하는 고민은 사실 안 해도 돼야 할텐데…. 임영숙/ 공공정책연구소장 ysi@
  • 설특집-영화·비디오 “”기다렸다 설 연휴””

    설 연휴를 후회없이 알차게 보낼 방안으로는 어떤 게 좋을까.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넉넉잡아 대여섯시간만 짬을 내 극장으로 걸음해보자.액션 마니아라면 더 신나겠다.올 설 연휴 극장가는 볼만한 대형 액션물들로 유난히 활기차다.애써 다리품 팔아 붐비는 극장 인파를 뚫을 자신이 없다면 일찌감치 볼만한 비디오를 ‘찜’해놓는 것도 묘안.황금연휴를 겨냥한 새 비디오들이 많다. ◆볼만한 영화. [공공의 적] 강우석 감독이 3년 반만에 내놓아 한창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형사액션물.아시안 게임 권투 은메달리스트 자격으로 경사로 특채된 철중(설경구)은 마약을 빼돌려팔아먹을 생각까지 하는 부패형사다.그러나 노부부를 죽인살인 용의자 규환(이성재)과 맞닥뜨리면서 철중은 ‘공공의적 처단’을 삶의 목표로 정한다. 논리라고는 없는 철중의 막가파식 수사는 경쾌한 코미디를,규환의 비인간적 살인행태와 철중과의 대결은 하드보일드 액션을 연상시킨다.더러 엽기적 장면까지 선사하는 설경구의능청스런 연기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18세 이상 관람가.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서기 2009년의 가상역사 공간을 무대로 잡은 SF액션.서울 광화문 네거리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둔갑해 있는 등 조선은 일본의 속국이다.한·일 역사가 이처럼 소름돋게 뒤바뀐 건 일본인 이노우에가 ‘영고대’라는 시간의 문을 열어 1909년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막았기 때문. 영화는 시간의 문을 다시 여는 열쇠를 되찾으려는 조선해방전선 조직원들과 일본에 동화된 조선계 형사 사카모토(장동건)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세트의 위용이나 총격전에서의기술이 할리우드 액션물에 버금간다.사카모토의 오랜 친구이지만 막판에 갈등 대상으로 바뀌는 일본인 사이고 역에 나카무라 도루.12세 이상 관람가. [디 아더스] 니콜 키드먼이 주연하고 스페인의 알레한드로아메나바르 감독이 연출한 심리공포.남편을 전쟁으로 잃고홀몸으로 어린 남매를 키우는 여인 그레이스의 저택에 세명의 새 하인들이 들어오면서 기이한 일이 잇따른다. 햇빛을 쬐면 생명이 위독해지는 남매의 희귀병,망자(亡者)들의 마지막 모습이 찍힌 다락방의 흑백사진 등 영화의 결말을 점치게 하는 대목대목의 복선들이 섬뜩하고도 흥미롭다. 키드먼의 강인한 모성애 연기와 공포에 질린 표정연기도 압권.전체 관람가. [콜래트럴 데미지] 테러범의 손에 가족을 잃은 폭약 전문가겸 LA 소방관이 혈혈단신으로 테러리스트 응징에 나선다는줄거리.그 주인공이 다름아닌 ‘액션 영웅’ 아놀드 슈워제네거이다.하루아침에 아내와 아들을 잃은 소방관은 미국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불만을 품고 테러범을 쫓아 목숨걸고 콜롬비아 정글로 들어간다. ‘미국인 1인 영웅주의’가 거슬릴 수도 있다.하지만 이렇다할 특수효과에 기대지 않는 슈워제네거의 ‘맨몸 액션’이 담백해서 오히려 좋다.15세 이상 관람가. [블랙 호크 다운]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하고 리들리 스콧감독이 연출한 전쟁액션.한창 내전 중인 소말리아의 수도로최정예 미군 유격부대가 투입된다.그들의 임무는 소말리아반군 수뇌부 납치.그러나 천하무적의 전투기 블랙호크가 줄줄이 격추되면서 에버스만 중사(조시 하트넷)가 이끄는 부대원들은 사지로 내몰린다. 피비린내나는 전장(戰場),죽음의 공포에 짓눌린 병사들의심리 등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됐다.이완 맥그리거가 화끈한 전투를 꿈꾸는 군사 서기관으로 등장한다.15세 이상 관람가. [반지의 제왕] 아직도 못봤다면 막내리기 전에 명성을 확인해볼 좋은 기회다.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총 3편이 동시 제작됐다.난쟁이 종족의 프로도(엘리야 우드) 일행이 악의 무리가 만든 ‘절대 반지’를 찾아 없애기 위해 모험길에 나서는 이야기.컴퓨터 그래픽으로 착각될 만큼 스펙터클한 야외세트가 판타지 영화의 묘미를 더해준다.상영시간 2시간 58분.12세 이상 관람가. [디 톡스]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액션스릴러.‘디 톡스’란 이름의 요양원에서 형사와 연쇄살인범이 두뇌게임을 벌인다. 동료 형사들이 살인범의 손에 잇따라 죽자 실의에 빠져 술에 절어 살던 FBI요원 말로이는 급기야 요양원 신세를 지게된다.요양원은 눈보라와 폭설로 뒤덮여 외부로부터 완전히차단된 곳.말로이가 입원한 첫날부터 환자들이 하나둘 의문사하자 요양원 내부는 공포에 짓눌려 서로를의심하는 눈초리들로 가득하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짐 길레스피 감독.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 ◆새 비디오. [와이키키 브라더스] ‘세 친구’의 임순례 감독이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라고 조용히 역설하는 드라마. 남성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나이트 클럽의 불황으로 전전하다 팀의 리더인 성우(이얼)의 고향 수안보로내려간다.영화는 이들이 새 둥지를 튼 수안보에서의 고달픈생활과 갈등에 초점이 맞춰졌다.그러나 신기하게도 궁색하거나 초라한 느낌이 없다.전작에서처럼 바닥인생을 바라보는감독의 시선에는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극중 밴드의 노래로70년대 인기가요들을 감상하는 것도 큰 재미다. [잔다라] ‘낭낙’ 등 화제작으로 최근 태국영화의 중흥기를 이끈 주역인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신작.지난해 연말 국내 개봉 당시 흥행재미를 보진 못했다.그러나 태국영화의 현주소를 읽는 바로미터 같은 에로드라마이다.아버지의 지독한 미움을 받고 자라난 남자 잔다라가 그토록 증오했던 아버지의 섹스편력을 그대로 답습하는 과정이 기둥 줄거리.섹시스타 중리티가 잔다라에게 성(性)을 가르쳐주는 요염한 새 엄마로 나온다. [너티 프로페서 2] 에디 머피가 ‘북치고 장구친’ 1인극 같은 코미디.에디는 96년 흥행한 1편에서 그랬듯 뚱보 과학자셔먼 클럼프 역을 다시 맡았다.노화방지용 신약을 연구하던클럼프 교수의 몸속에는 자신이 개발한 다이어트 약을 잘못먹는 바람에 또다른 자아 ‘버디’가 생기고 말았다.불쑥불쑥 몸밖으로 삐져나오는 망나니 버디 때문에 그의 생활은 하루아침에 뒤죽박죽이 된다.특수분장술이 놀랍다.클럼프의 연인 역에는 재닛 잭슨. [나비] 35㎜ 단편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문승욱 감독의디지털 장편영화.망각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미래의 가상도시를 무대로 아픈 기억을 영원히 털어버리려 몸부림치는 여자(김호정)의 이야기를 담았다.검푸른 톤의 흔들리는 화면은 모든 것이 낯설고 모호하기만 한 SF영화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안성맞춤이다. [바운스] 벤 에플렉과 기네스 팰트로가 호흡맞춰 눈길을끄는 멜로. 광고회사 간부로 승승장구하던 바람둥이 버디(벤 에플렉)는 폭설로 비행시간이 뒤죽박죽되자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각본가 그레그에게 자신의 티켓을 넘긴다.비행기 추락사고로그렉이 죽자 죄책감에 시달리던 버디는 그레그의 아내 애비(기네스 팰트로)를 찾아가고,애비를 향한 동정심은 서서히 사랑으로 바뀐다.모처럼 화장기 없는 수수한 차림새의 기네스팰트로가 남편잃고 홀로서기하는 억척여인 역을 멋지게 소화해낸다. [예수의 마지막 유혹] 신성모독을 이유로 종교계가 통째로발끈하는 통에 지난 98년 이후부터 상영이 미뤄져온,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영화. 영화속 예수는 유대인 처형에 쓰이는 십자가를 만들어 로마인들에게 바치는 목수이다.로마에 대항해 혁명을 노리는 유다가 겁쟁이라고 비난하면 “솔직히 두렵다.”는 말까지 한다.그뿐만이 아니다.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는‘보통사람’이다. 연기파 배우 윌리엄 데포가 보통사람을 닮은 예수로 변신했다.유다 역에는 하비 케이텔.
  • ‘예수의 마지막‘ 상영금지 기각 영화계 반응

    “성숙한 사회에 걸맞은 결정이다.”“우리 영화의 다양성 추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4일 법원에서 예수의 인간적 면모를 그린 ‘예수의 마지막 유혹’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되자 영화계를 비롯한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번 영화 제작사인 코리아준 정준일 사장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그는 “등급심의기구인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영등위)가 정상적으로 통과시킨 것을 법정까지 끌고 간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되풀이된다면 영등위가 존재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지난 99년 영화 ‘노랑머리’에서 파격적인 섹스 묘사로등급보류 조치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유시네마의유희숙 대표는 “표현의 자유,창조성,허구성은 영화를 비롯한 모든 예술창작의 필수 요소”라며 “이번 결정은 영화의 표현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말했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의 이동연 사무처장은 “이번영화엔 감독의 비판적 철학이 담겨 있다.”며 “영화가꼭 역사적 사실과 부합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말했다.이 사무처장은 또 “이번 문제는 관객의 볼 권리와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기각결정은성숙한 사회에 걸맞는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은 특히 사회적 파장이 큰 종교 소재의 영화와관련,법원이 영화인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주목을끌고 있다.지난 98년 월드시네텍에서는 불교 성철스님을소재로 한 영화(감독 박철수)를 제작하려고 했으나 이를안 유가족 등이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항의하는 통에 제작이 무산된 바 있다. ‘예수의 마지막 유혹’은 그리스의 니코스 카잔차키스원작소설을 1988년 미국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영화화한작품.파격적 상상력이 곳곳에 깔려 있다.이번 재판에 앞서 98년 기독교 단체들의 반발로 첫 국내상영 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는 보통사람으로,욕망에 집착하는 인간으로 그려진다.유대인 처형에 쓰이는 십자가를 로마인에게 바치기도한 예수는 로마에 대항해 혁명을 노리는 역인 유다가 겁쟁이라고비난하자 “솔직히 두렵다.”는 말까지 한다. 그러나 몇몇 대목들에 촉각을 곧두세우지만 않는다면 고통과 두려움에 갈등하는 인간 예수의 내면을 들어다본 감독의 ‘용기’을 높이 살 만하다.영화는 예수의 참회로 결론이 나는데,십자가에 못박힐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수호천사가 악마였음을 깨닫고 예수는 인류구원을 위해 다시 십자가에 매달리는 것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사라지는 것을 찾아] 꽃상여

    오색 종이꽃이 예뻐서 슬픔은 더 깊었습니다.슬픔은 심연에서 곰삭아 마침내 모골이 송연한 귀면(鬼面)의 두려움으로다가오곤 했지요.이렇듯 상여(喪輿)는 범접할 수 없는 외경과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이 상여가 마치 혼백(魂魄)과 자분자분 정담을 나누듯 앉아있던 곳,바로 상엿집입니다. 해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상여골쪽으로 아예 걸음을 못했습니다.장에서 돌아오는 사람들도 아예 먼길을 돌아 귀가하곤했지요.상엿집 때문이었습니다. 상엿집은 뒷산 어름에 있었습니다.그곳에 상엿집이 생기고나서 이름도 상여골로 바뀌었지요.나즈막한 초가에 토담을두른 서너평 남짓한 집 속엔 죽은 자를 구천(九泉) 너머 저승으로 태워가는 예쁜 꽃상여가 사자(使者)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었죠.그곳엔 상여뿐 아니라 굴건제복과 만장 등 갖가지 장례용품이 들어 있었습니다. 농투산이로 평생 뼈시리게 땅만 판 사람들,살아서야 어디 가마 타고 위세부릴 일이 있었겠습니까. 해서‘사는 일 원통한 농공상민(農工商民)들’ 죽어서나 저승길 편히 가라고 마을사람들이 추렴해 마련한 공동 장례용품입니다. 이랬으니 살아선 언감생심 꿈도 못꾼 ‘가마 타고 깨춤추는’ 보통사람들의 원(怨)과 한(恨)이 상엿집 곳곳에 지전(紙錢)처럼 널릴 밖에요. 대갓집 혼례 가마야 2인교,4인교가 고작이었지만 ‘상것’들 타는 상여는 상두꾼만 12명에 많으면 20명이 나서기도 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2기통 경운기와 12기통 리무진의 차이라고나할까요.하찮은 신분이었지만 죽어서는 대원군 부럽지 않았지요.공동상여와 상엿집은 이렇듯 지금의 연금보험보다 더 든든한 노후보장이요,복지 아니었겠습니까.다행인 것은 완고했던 조선 양반들도 죽은 넋이 가마 타는 일만은 눈감아 줬다는 점입니다. 상엿집이 세워지고 그 안에 새 꽃상여를 들이던 날,마을이때아닌 잔치로 질펀했던 기억이 납니다. 노인네들은 “인자 낼 죽어도 걱정 ?졀慣만蘿굼繭窄? 흐뭇한 표정들이었습니다.“이눔아,그러면 니가 저 가마 일번으루타볼티여”라며 농을 건네던 그 어른도 지금은 세상에 안계십니다. 상엿집이 ‘왜놈 순사’ 못잖게 두려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오죽했으면 새신랑 달아먹을려고 상엿집 죽장을 꺼내오라고 시켰을까요.이쯤되면 신랑은 파랗게 질려 군말없이 쌈지를 열거나 주안상 올리라는 고함으로 우인들을 달래곤 했지요.이랬으니 코흘리개들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상엿집이 전혀 무섭지 않은 사람이있었습니다.여든을 넘겨 망령이 든 춘배네 할아버지였습니다. 하루는 이 어른이 휘청거리며 상엿집으로 들어가더니 먼지앉은 꽃상여를 이리저리 살피며 매만지는게 아니겠습니까.그땐 무심히 넘겼는데 며칠 후 그 노인네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아,그분이 먼 길 떠날 채비를 하셨구나”라시며 혀를 끌끌 차셨습니다. 기억나시지요.아득한 들길 멀리 너울너울 꽃상여가 떠나고마침내는 ‘어화널 어화너얼 어화리 넘자 어화너얼’ 애잔한 상두꾼들 소리조차 가물가물 아지랭이에 먹힐 즈음이면 뜸부기 우는 들 가운데 서서 까닭없이 눈물을 훔쳤던 콧잔등싸한 추억이. 심재억기자 jeshim@
  • [편집자문위원 칼럼] 선거 보도, 군소정당에도 관심을

    올 한 해 사람들의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릴 두 단어를꼽으라면 아무래도 ‘선거’와 ‘월드컵’이 될 것이다.특히 올해는 지자체 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선거의해다.아무리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하루에몇 차례씩 선거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야 할 듯하다. 흔히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하지만 따지고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선거라는 대의제 정치는 고대 아테네처럼 모든 시민들이(물론 여성과 노예는 제외되긴 했지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해져 선택한 차선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물론 체육관에 모여 박수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보다야훨씬 진일보한 것이기는 하지만,선거라는 제도가 가진 한계는 분명히 있다.그 중 대표적인 것이 유권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우리 사회를 보더라도 마찬가지다.많은 정치인들이 대권의 꿈을 안고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모두가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심지어 정치 혐오를 초래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인물들이다. 게다가 자신이 적임자라고 자임하는 정치인들 중에서 다른이들과 뚜렷하게 차별화된 정치 철학이나 정책을 제시하는 사람도 아직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그러다 보니 국민들은,큰 틀에서 별로 다를 것 같지 않은 후보들 중에서자신의 선택권을 행사하거나,지연,학연의 노예가 되거나,이도저도 아니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우리 사회에서는 기존 정치세력 이외에 국민들의 선택의 폭을 좀더 넓혀 줄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싹이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민주노총,전국연합 등과 단일 진보정당을 건설해 양대 선거를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그리고 최근 민주노동당과의 통합논의를 진행 중인 사회당 등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녹색당의 깃발을 올리려는 환경운동가들,견제와비판을 넘어 새로운 인물과 정책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민사회단체들도 척박한 한국 정치판에 새 싹을 틔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기성 정치의 벽을 넘어서는데 있어 가장큰 걸림돌 중의 하나가 바로 언론의 무관심이다.물론 어느교수의 지적대로 진보정당을 준비하는 이들도 좀더 보통사람들의 삶에 다가가고,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전략을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하지만 조직력이나 인력,자금력등 모든 면에서 거대정당들에 상대가 되지 않는 진보정당을 언론마저도 철저히 외면하거나 소수의 목소리라고 해서마냥 경시한다면 스스로의 힘만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독립언론으로 거듭나는 대한매일에 기대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대한매일은 얼마전 ‘3당 대표에게 듣는다’라는 신년기획을 실었다.진보정당의 올 한 해포부와 전망을 다루는 기사도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언론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보다 힘있는 정치인에게 ‘세(勢)배’ 다니는데 더 열심인 구시대정치인들의 움직임을 알리는데 더 큰 비중을 두었던 게 사실이다.노동자,서민을 위한 참신한 정책정당이 이 땅에 하나둘씩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눈을 돌리는 데 대한매일이 앞장 설 것을 당부한다. 최재훈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 [사설] 검은 거래 판치는 학교 공사

    울산지검이 각급 학교의 시설물 공사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학교장·행정실장 등 73명을 적발해 11명을 구속한 일은 매우 충격적이다.학교사회는 그래도 다른 분야보다 깨끗하리라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기대인데 이번 수사 결과를 보면 그추악함이 도리어 더 심한 듯하다.몇몇 교장·행정실장은 후임자에게 뇌물받는 수법까지 전수해 주었으며,뇌물의 일부를 교육청 예산배정 담당자가 상납받는 비리사슬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심지어 뇌물을 거부하다가는 후환을 겪을까 두려워 가담한 사례가 있다니 교육현장의 공사 관련 비리가 오랜 세월 구조적으로 저질러져 왔음이 명백해진다. 이같은 부패구조에 물든 교육행정자들이 있는 학교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또 검은 돈을 주고 받으며 지은 학교 시설물이 얼마나 부실해졌을까,그 부실공사 탓에 어린이·청소년들에게 큰 사고라도 생기면 어쩌나라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번 수사가 울산지역에 국한됐지만 부패구조가 그 지역만의 특수현상이 아님은 분명하다.게다가 교육당국은 학급당학생 수를 줄이고자 2004년까지 학교 신설,교실 증축을 비롯한 각종 공사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그 소요예산이 10조원을 넘어서는 마당에 지금처럼 일선학교에서 각종 뒷거래가 성행한다면 세금이 낭비되는 것은 둘째 치고 부실한 시설물에 아이들을 내맡기는 꼴이 될 것이다.따라서 이번 수사를 계기로 학교 현장에서 공사 관련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 검찰은 즉시 전국적으로 수사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아울러 이번에 비리가 밝혀진 교장·행정실장들은 모두 교직사회에서 추방되어야 한다.울산지검은 수뢰액이 1,000만원 이하인50명의 비위 사실을 교육청에 통보한다는데 우리는 해당 교육청의 조치를 주목하고자 한다.가령 이들에게 가벼운 징계만을 내려 교육계에 남겨 둔다면 교육청은 국민적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 새영화/ 나쁜남자

    김기덕 감독의 새 영화 ‘나쁜 남자’(내년 1월11일 개봉·제작 LJ필름)가 국내 개봉도 하기 전에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아 화제다.데이비드 코슬리 베를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난 18일 내년 2월 열릴 제52회 영화제의 장편경쟁부문에 이 영화를 공식 초청했다. 김 감독의 작품이 언제나 그랬듯 이번 영화도 보통사람의보통정서로 바라볼 때는 아주 극악스럽고 저열하다.‘극악’과 ‘저열’은 감독 스스로가 자신의 영화를 평할 때 입버릇처럼 상용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섬짓할 정도의 극악스러움은 첫 장면부터 노출된다.거리의군중들 틈새로,첫눈에도 깡패로 뵈는 남자가 다소곳이 벤치에 앉은 건너편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본다.한순간에 깡패의눈에 들어버린 여자는 인물화 속 모델처럼 곱다.스물한살의꽃다운 미대생 선화(서원)와,백주에 그에게 강제로 입맞춤하는 깡패 한기(조재현).둘의 이미지는 빛과 어둠처럼 대각선모서리에 놓였다. 줄거리는 단순하고 극단적이다.사창가 뒷골목에 빌붙어 살던 한기는 멀쩡한 애인까지 있는 여대생과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선화를 창녀로 만들기로 한다.지갑을훔쳐 달아나다 괴한들에게 ‘신체포기 각서’를 써주면서도선화는 그 모든 것이 한기가 놓은 덫인 줄 까맣게 모른다. 그러나 선화가 사창가로 끌려들어간 이후로 영화는 더이상한기를 속물인간으로 내몰진 않는다.선화가 삶을 포기해가는 모습을 한기는 거울 뒤에 숨어 연민 가득한 눈으로 참을성있게 지켜보고 돌봐줄 뿐이다. 세세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여지도 많다.선화가 납득될 만큼의 처절한 저항없이 창녀로 전락해가는 과정,이렇다할 동기없이 한기를 사랑하게 되는 선화,화해를 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던 종결 부분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다시파는 한기와 그를 묵묵히 따르는 선화의 심리 등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에 대한 감독의 해명.“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얘기를하고 싶었다.그림으로 치면 반추상화다.” 적나라한 구토,날카로운 유리조각이며 둘둘 감아 만든 종이칼로 몸을 찌르는 장면 등은 빼고 보탤 것 없는 ‘김기덕 표’이다. 황수정기자 sjh@
  •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열풍 맞설수 있을까

    영화가에 휘몰아치고 있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열풍에 맞설 수 있을까. 오는 1월4일 국내 개봉되는 판타지 블록버스터 ‘반지의제왕’(The Lord of the Rings)이 벌써부터 ‘해리 포터…’와 쌍벽을 이룰 외화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작단계에서부터 ‘해리 포터…’와 끊임없이 비교돼온 이 영화는 같은 제목의 소설이 원작(J.J.R 톨킨)으로 총 3편이 한꺼번에 만들어져 더욱 화제가 됐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은 제1편 ‘반지 원정대’(The Fellowship of the Ring). 주인공 일행이 악의 무리가 신에게 맞서려고 만든 ‘절대 반지’를 없애버리기 위해 모험길에 나선다는 줄거리다. 영화는 이래저래 ‘해리 포터…’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 이유 4가지.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둘 모두 장르가 판타지라는 점,그래서 이미 엄청난 마니아층을 거느렸다는 점,판타지물로는 드물게 상영시간이 3시간에 가깝다는점이다. 인간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악이 깃든 ‘절대반지’를 만든 악의 신 사우론은 오랜 세월이 흐르고서도 야욕을버리지 못했다.그 옛날 빼앗긴 절대반지를 되찾기 위해 다시세력을 동원할 즈음 난장이 종족의 프로도(엘리야 우드)가 삼촌에게서 영문도 모른 채 문제의 반지를 물려받는다.마법사 간달프(이안 맥컬린)의 귀띔으로 반지의 비밀을 알게 된 프로도는 악의 씨앗인 반지를 영원히 녹여 없애려고간달프의 인도로 친구들과 ‘불의 산’에 있다는 용암을찾아나선다. 소설을 이미 읽은 관객에게도 커다란 감상포인트가 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오해할 만큼 시원하게 펼쳐지는 절경과 함께 동화속 장면을 연상케 하는 난장이 종족 마을은 뉴질랜드에 실제로 지어진 대형 야외세트이다.특수효과에도대단한 공을 들였다.보통사람을 1m도 안되는 난장이로 눈속임한다든지 모험길 곳곳에서 마주치는 고대 악마와의 결투장면 등은 SF블록버스터로서도 손색없다. 그러면 ‘해리 포터’와는 뭐가 다를까.‘해리 포터’가동심을 유혹하는 영화라면 ‘반지’는 어른들을 위한 모험동화이며 ‘해리 포터’가 아기자기한 정물화라면 ‘반지’는 대형 걸개그림같다.카메라가 아래로 내려보는 부감법(俯瞰法)을 즐겨쓴 것도 웅장한 화면에 자신감이 있어서인 듯하다. 미국 할리우드의 메이저급 제작사인 뉴라인 시네마는 2년6개월에 걸쳐 1,2,3편을 동시에 만들었다.내년과 후내년크리스마스 시즌에 차례대로 한편씩 내놓겠다는 별난 계획에서다.제작비는 ‘해리 포터’의 1억9,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2억7,000만 달러. 긴 이야기에는 사족도 많아지는 법.원작에 지나치게 충실한 탓일까.아니면 후속편을 위해 이야기를 너무 아껴둔 탓일까.2시간 58분짜리 영화에는 촘촘하게 짜여진 긴장미가없다.느린 화면 전개는 지루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뉴질랜드 출신의 피터 잭슨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미국에서는 19일 개봉된다. 황수정기자 sjh@
  • 퍼블릭/ 한마디

    ●정부가 연근해 구조조정에 대해 힘쓰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허가 어업들간에 서로 잡는 어종이 무너지고 있다. 어획강도가 높은 트롤어선들은 규격 그물 안에 속그물을넣어 멸치나 어린 갈치를 잡아 사료로 위판하고 있으며 멸치를 잡아야 할 권현망어선들은 옆구역의 멸치자원이 풍부함에도 조업구역 제한으로 인해 넘어가지 못하고 휴업을하거나 기름만 때고 돌아다니고 있다. 어떤 선단들은 다른 병어나 갈치 어종을 잡아 위판하고,서해안의 일부 안강망 어선들은 회유길목에서 멸치를 잡아육상이나 선상에서 자숙건조해 위판하는 행위를 하는 등어민들이 도산하지 않으려고 불법을 저지르는 우리 수산업의 현실을 해양수산부는 아는지…. 감척을 하고 어업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문제는 이제 어민의 손을 떠나 정부에 달려 있다.(해양수산부 자유게시판에김덕성씨가 올린 글). ●나 자신과 주변에서 일하는 공무원 대다수에게 비리는남의 일이다.그러나 보통사람들은 모든 공무원이 다 비리공무원인 것처럼 말한다.세상 모든 부정과 부패가 공무원들이 저지른 양 연일 사정이 거론된다.또 모든 개혁 정책의 실험 대상은 공무원이다.모든 혜택을 공무원이 우선 누리는 것처럼 일반 국민의 시기와 질투를 한몸에 받는다.공무원은 동네북이다.만만한 게 공무원이다.(‘공뭔’이 행정자치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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