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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운명 아래서만 죽을 수 있다”

    “60년 평생에 가장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았다. 억지로 떠밀어 보내야 하는 사람의 모습은 너무나 비통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안경환 위원장이 8일 인권위 사내게시판에 ‘동료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편지를 남겼다. 정부의 조직축소 방침과 이로 인해 떠나는 직원들에 대한 심경을 담았다. 안 위원장은 편지에서 “2006년 10월30일 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3년 임기를 채우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지금 이러한 현실이 닥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결자해지라는 말이 오늘처럼 야속한 적이 없었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안 위원장은 “누구를 선택하기도, 버리기도 힘든 인사권자로서 ‘사람은 운명 아래서만 죽을 수 있다.’는 비장한 수사를 떠올린다.”면서 “내가 여러분에게 강요하는 희생은 후일 우리의 인권사에 장엄한 순교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최근 인권위 조직축소 과정에서 사퇴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그는 편지에서 “정권이 교체됐지만 독립기관 수장으로 의연하게 소임을 다할 것으로 믿었다.”면서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마땅히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장이 공석이 될 경우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며 모두들 만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기발령을 받은 팀장들조차 안 위원장의 편지에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일반직 직원들에 대한 인사발령을 마치고 직제령에 따른 조직개편 절차를 마무리했다. 축소대상 44명 가운데 팀장급 11명은 보직발령을 받고, 나머지 11명은 대기발령을 받았다. 직원 33명도 대기발령 조치됐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프로야구 2009] 초반돌풍 특급신예 “눈에 띄네”

    18만여 팬들이 몰린 프로야구 주말 2연전은 두 명의 예비스타를 낳았다. 두산의 마무리 이용찬(사진 오른쪽·20)과 삼성의 유격수 김상수(왼쪽·19)이다. 팀당 133경기 가운데 겨우 2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이들의 활약은 ‘일회성’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졸 3년차 투수 이용찬(185㎝, 85㎏)은 KIA와의 개막 2연전에서 거푸 세이브를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0’. 편안한 세이브는 아니었다. 4일에는 7-5, 5일에는 3-1로 앞선 상황. 하지만 이용찬은 처음 마무리 보직을 맡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침착했다. 최고 시속 151㎞의 묵직한 직구를 뿌려댔다. 많이 던질 필요도 없었다. 4일 7개, 5일 9개의 공을 던졌을 뿐. 특급 마무리의 자질을 드러낸 셈.어린 나이지만 그의 프로 생활은 곡절이 많았다. 장충고 시절 주목받았던 이용찬은 2007년 두산에 1차 지명을 받아 4억 5000만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동기생 김광현(SK·5억원), 임태훈(두산·4억 2000만원)과 비슷한 대우. 하지만 첫해 팔꿈치 통증에 수술대에 올랐다. 꼬박 1년을 쉬었다. 피나는 재활 끝에 지난해 복귀해 8경기에 나서 14와 3분의2이닝을 던졌다. 1승무패에 방어율 1.23. 김경문 감독은 지난 시즌 막판 “정재훈을 선발로 돌리고 이용찬을 마무리로 쓰겠다.”고 공언했고, 이용찬은 개막 2연전에서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경북고 출신 새내기 김상수(175㎝, 68㎏)는 삼성의 고졸 1차지명 선수 가운데 역대 두번째로 많은 2억 8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했다. 대구 홈팬들 앞에서 치르는 데뷔전이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톱타자 겸 유격수로 나선 김상수는 기대 이상이었다. 타석에선 9타수 4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4안타 가운데 2루타가 2개일 만큼 파워도 겸비했다. 김상수의 재능이 돋보인 것은 4일 LG와의 개막전 세번째 타석. 앞선 두 타석에서 김상수는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세번째 타석에서 ‘의사’ 봉중근에게 우중간 안타를 친 뒤 ‘국민외야수’ 이진영이 공을 더듬는 새 2루까지 내달렸다. 수비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수비 폭과 송구 동작, 타구 판단 모두 합격점을 줄 만했다.김상수는 “데뷔전에서 봉중근 선배의 커브에 연속 삼진을 당해 자신감을 잃었는데 세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종범(KIA) 선배를 모델로 삼고 있다. 또 박진만 선배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군청 주민생활지원 과장들 뿔났다

    “같은 서기관인데 누구는 ‘인삼 대접’받고, 누구는 ‘무 취급’ 받아서야 되겠습니까.”전국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생활지원과장들이 기획감사실장과 동등한 직급(4급)인데도 보직 명칭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1일 전국 군에 따르면 2007년 말 참여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전국 86개 군과 인구 10만명 미만인 경기 과천·동두천, 강원 태백·속초, 충남 계룡시 등 6개 시의 주민생활지원과장 직급을 종전 5급에서 ‘4급 또는 5급’으로 보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군 지역 인사적체 문제 해소, 사회안전망 구축 및 주민생활지원서비스 확대 방침에 따라 주민과 밀접한 사회복지 부서 등을 통합해 주민생활지원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이들 시·군은 주민생활지원과장을 기획감사실장과 직급이 같은 4급으로 보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보직 명칭은 현재도 사무관(5급) 때와 마찬가지로 과장에 머무르고 있다. 이 때문에 군청의 서기관 이하 공무원과 민원인들은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한 주민생활지원과장의 호칭 문제를 놓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렇다고 군이 이들의 보직 명칭을 ‘주민생활지원실장’ 등으로 마음대로 변경할 수도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행정안전부의 규정 때문이다.군청의 한 하위직 공무원은 “상향된 직급에 걸맞은 명칭을 부여하는 것이 행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캠퍼스 라이프] 남녀고용평등 우수 기업에 선정

    ●대구보건대학 노동부가 주관하는 20 09년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전체 교직원 265명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107명이 여성으로 채용부터 급여, 승진 및 인사, 신분보장, 복지, 보직 등 전 분야에 걸쳐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인사 관리를 해온 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노동부의 이번 우수기업 선정에는 전국에서 모두 17개 기관이 포함됐지만 교육기관으로는 대구보건대가 유일하다.
  • 합참 조직개편 육군 편중 논란

    합참 조직개편 육군 편중 논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합동참모본부의 1단계 조직 개편이 완료됐다. 합참은 1일부터 개편된 체제로 전환한다. 2단계 조직 개편은 2011년 10월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전작권은 2012년 4월17일 이전에 전환된다. 합참은 31일 “1단계로 합참의장(대장)과 합참차장(대장) 산하에 합동작전본부, 전략기획본부, 전력발전본부 등 3개 본부로 편제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본부장은 중장이 맡는다. 기존의 인사군수본부는 작전본부가 확대 개편된 합동작전본부에 통합된다. 3개 본부 가운데 핵심 부서인 합동작전본부는 한반도 전구(戰區·단일의 군사전략목표 달성을 위해 지상, 해상, 공중작전이 실시되는 지리적 지역) 작전지휘 업무를 맡게 된다. 산하에 7개의 전투참모단(참모부)을 편성했다. 그러나 7개 전투참모단(J-1~J-7) 가운데 육군 소장이 작전, 정보, 작전기획, 군수, 지휘통제 등 5개 참모부장를 맡게 돼 육군 편중이라는 지적도 있다. 인사참모부장은 공군으로 편성됐으나 현재 해군이 보직돼 운영되고 있다. 공병참모부장은 일단 연합사의 공병참모부장이 겸직한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필리스 팬들 “5선발 박찬호, 올바른 선택”

    필리스 팬들 “5선발 박찬호, 올바른 선택”

    ‘원조 코리아특급’ 박찬호(36.필라델피아)가 3년 만에 선발투수로 복귀한 가운데 필라델피아 팬들도 흥미로웠던 5선발 경쟁에서 승리한 노장 투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필라델피아 루벤 아마로 주니어 단장은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박찬호가 J.A.햅을 이겼다.”며 박찬호의 선발 합류를 기정사실화 했다. 박찬호의 선발진 진입 소식이 알려지자 필라델피아 팬들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기대감을 표했다. 구위와 성적에 따른 ‘적합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네티즌 ‘pricebe’는 “스프링캠프에서 그의 체인지업은 타자들에게 끔찍할 정도였다. 올해 그는 엄청난 해(monster year)를 보낼 것 같다.”는 의견을 썼고 ‘oresteus’는 “그가 리그를 지배했던 때를 기억한다. 그가 2009 월드시리즈까지 페이스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phils143b’는 “그는 5선발을 위해 자국 대표선수까지 포기하며 모든 걸 던졌다.”며 “그에게 불펜으로 가라는 것은 도의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맞지 않는 일”이라며 박찬호의 노력을 높게 샀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박찬호의 적지 않은 나이와 팀의 불펜 부족 상황을 이유로 들며 “박찬호는 곧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될 것”(redneckeagl) “선발로 몇 번 어려움을 겪으면 분명 불펜투수로 돌아갈 것”(danjsport) 등 부정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한편 필라델피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5선발로 확정된 박찬호는 빠르면 오는 13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시즌 첫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사진=필라델피아 홈페이지 캡처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포스코의 ‘業·場·動’ 혁신

    포스코의 ‘業·場·動’ 혁신

    포스코가 1일 창립 41주년을 맞았다. 포스코는 31일 경북 포항 본사에서 창립 41주년 기념식을 갖고 제2의 도약을 다짐했다. 이날 정준양 회장은 ‘업(業)·장(場)·동(動)’이라는 3대 혁신 키워드를 제시했다. 정 회장은 “지금은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비장한 마음으로 새로운 각오와 자세를 다져야 할 때”라면서 “더 큰 생각으로 우리의 사명(業)을 생각하고 더 넓은 시야로 새로운 영역(場)을 개척하며,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動).”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쇼트트랙 론’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세기적 패러다임 변화는 쇼트트랙 경주의 코너를 도는 것과 같다.”면서 “지금은 속도를 줄이고, 자세를 낮추며, 순간 스퍼트를 위한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순환보직 강화를 통한 ‘혁신 인사’를 단행한다. 정 회장은 “한 부서에서 3년 이상된 직원들은 모두 이동 배치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정체된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오는 13일부터 사무직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자리 이동이 시작된다. 포스코는 이날 ▲비상경영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 ▲고객 지향형 마케팅 체제 구축 ▲원료자급도·구매경쟁력 제고 등 위기 극복을 위한 10대 전략과제와 100대 실천과제를 발표했다. 정 회장은 또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면서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33개로 압축한 ‘퀵윈(Quick Win)’ 과제를 내놓았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부모가 솔선수범 보여줘야”

    “부모가 솔선수범 보여줘야”

    “부모가 자식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차관보급에 나란히 지명된 고경주(하워드 고·57), 고홍주(해럴드 고·54) 형제를 키워낸 어머니 전혜성(80) 박사의 부모관이다. 경주씨는 보건부 보건담당 차관보에, 삼남인 홍주씨는 차관보급인 국무부 법률고문에 지명돼 상원의 인준 청문회만 통과되면 한인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 행정부에 차관보직 동시 입성이라는 신기원을 열게 된다. ● 4남2녀 모두 예일·하버드 졸업 전 박사는 26일(현지시간) “하워드의 지명 소식은 어제, 해럴드의 지명은 23일 알았다.”면서 “남편이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 박사의 남편은 장면 정권 당시 주미 전권공사를 지낸 고(故) 고광림 박사로 1989년 별세했다. 전 박사는 이번 발표 이전에도 자식 농사를 잘 지은 것으로 유명했다. 예일대 교수를 지낸 그는 슬하에 4남2녀를 두었다. 이들 가운데 차남인 동주씨는 의사로 일하고 있고, 정주씨는 미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녀 경신씨는 중앙대 자연과학대학장을 지냈고, 차녀 경은씨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다. 자녀들은 모두 예일대나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부부 함께 기르며 ‘한국 정신’ 불어넣어 전 박사는 “남편은 한국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게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아이들을 직접 가르쳤다.”면서 “남편과 번갈아 가면서 자녀들을 돌봤는데 부부가 같이 자녀를 길렀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직하고 도덕적·윤리적 기준을 지키면서 여러 모로 세계적인 안목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것과, 동시에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 정신’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박사는 이런 점에서 자신이 일하고 있는 동암문화연구소의 역할도 강조했다. 남편이 1952년 설립한 한국문화연구소를 동암문화연구소로 이어가고 있는 전 박사는 “연구소를 통해 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을 자식들이 일생 동안 봐왔다.”면서 부모의 솔선수범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뉴헤이븐에 위치한 동암문화연구소는 차세대 지도자 양성과 한국학 연구를 통한 한국 알리기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박사는 90년대 중반 미국 유학생활에 대한 소회 등을 담은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책을 펴낸 데 이어 자녀 교육 스토리를 담은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 여성들의 리더십을 제시한 ‘여자야망사전’ 등을 출간했다. 뉴욕 연합뉴스
  • [만나고 싶었습니다] 원로시인 김남조

    [만나고 싶었습니다] 원로시인 김남조

    ‘말 없음의 시’라고 할까. 침묵 너머의 소리를 전하는 ‘깨달음의 시’라고 해야 할까. 한국 여성 시단의 최고 원로인 김남조(82)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묵시(默詩)’라는 화두를 던졌다. “세월 깊어져 지금은 침묵이 더 좋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할 말들이 그치진 아니합니다.” 60년 가까이 시업(詩業)을 이어온 이 노성한 시인에게 아직도 시로써 할 말이 남아 있는 것일까. 이제 시인은 하고 싶은 말들을 침묵, 아니 그 이상의 언어로 전하려 한다. 서울 효창동 비탈의 하얀 단독. 창밖 백목련 그림자가 우련히 비쳐 드는 2층 응접실에서 만난 시인은 예의 단아한 모습 그대로였다. 1953년 첫 시집 ‘목숨’ 이후 지금까지 열여섯 권의 시집을 내며 불굴의 시혼(詩魂)을 살라온 천생 시인. 얼마 전에는 한지에 요즘 보기 드문 납활자를 사용한 수제 시선집 ‘오늘 그리고 내일의 노래’를 펴내기도 했다. “시는 땀과 눈물의 수제품”이라고 믿는 그이기에 이처럼 공력이 든 활판시집이 더없이 맞춤해 보인다. 시집에는 그동안 써온 1000여편의 시 중에서 가려 뽑은 100편의 작품이 실렸다. “무릇 좋은 시란 영혼성이 깃들어 있는 시, 예언적인 시라고 생각해요. 시의 하늘은 종국에는 그런 데까지 이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는 최근 젊은 시를 호명하는 용어로 굳어진 ‘미래파’ 시에 대해서는 사뭇 마뜩잖은 표정이다. “‘형의 두개골을 파먹고… ’ 이런 식으로 나아가는 게 이른바 미래파라는 건데, 요즘 시가 점점 기괴한 쪽으로 흘러가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불온한 서정의 섬뜩한 시가 아닌 순연한 정조(情調)의 따뜻한 시를 지켜 나가자는 것이다. 김 시인에게 시는 영혼 혹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그 영혼이란 육체와 따로 노는 영혼이 아니다. 늘 육체와 함께하는 영혼, 육체를 입은 영혼이다. 그렇기에 그의 시는 사변적일지언정 공허하지 않다. 좀처럼 관념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삶에 대한 유정함, 종교적인 경건함, 만유에 대한 감사, 세상과의 화해·용서의 마음”이 생생한 시어로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참담한 영혼의 고통을 맛본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절대 긍정의 세계다. ●자신의 시대 업신여기는 건 모순 시인은 혹독한 일제 강점기를 거쳤고 한국전쟁의 참화도 몸소 겪었다. 처녀 시집 ‘목숨’은 그 전쟁의 와중에 탄생했다. 표제시 ‘목숨’에는 시인의 고단했던 삶의 한 자락이 그대로 녹아 있다. “아직 목숨을 목숨이라고 할 수 있는가/꼭 눈을 뽑힌 것처럼 불쌍한/산과 가축과 신작로와 정든 장독까지//(중략)반만 년 유구한 세월에/가슴 틀어박고/매아미처럼 목태우다 태우다 끝내 헛되이 숨져간/이 모두 하늘이 낸 선천의 벌족(罰族)이더라도/돌멩이처럼 어느 산야에고 굴러/그래도 죽지만 않는/목숨이 갖고 싶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시름겨운 시산혈해(屍山血海)의 참혹한 상황, 시인은 오죽하면 ‘벌족’이라는 말을 썼을까. “지금 우리 삶이 힘들지만 식민지 시절보다 슬프고 6·25때보다 더 가혹하겠어요.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시대를 업신여기는 건 의미 없는 일입니다. 자기부정이에요. 인생의 수틀에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색상과 잘못 기워진 자국도 남지만 그것까지 포함해 산다는 건 그 자체가 축복입니다.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진보니 보수니 좌(左)니 우(右)니 하며 분열을 앓고 있다. 상생의 길은 없을까. “어린 아이들이 빨갛고 파란 예쁜 자동차를 보면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돌을 던지게 만드는 세상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문학 쪽도 마찬가지예요. 이수익·신달자 같은 괜찮은 시인도 성향이 어떠어떠하다고 한국 대표시인 목록에서 빼고 그랬지요. 편 가르고 증오하는 마음의 자리에 사랑이 들어서야 합니다.” 시인에게 사랑의 대상은 무궁하다. 사랑의 총량 또한 무한하다. “떫은 사랑일 땐/준 걸 자랑했으나/익은 사랑에선/눈멀어도 못다 갚을/송구함뿐이구나”(‘사랑초서’ 53)라는 시인의 시구처럼 더욱 넉넉한 사랑이 필요한 때다. 사회의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사랑 밖엔 길이 없음’을 설파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결코 무력하지 않다. 진리는 지극히 평범한 데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남(男)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서 일까. 시인의 시에는 굳이 ‘페미니즘적’이랄 게 없다. 스스로도 페미니즘 운동엔 별 관심이 없다고 고백한다. 이 또한 사랑의 프리즘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가장 여성적인 여성은 인간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남성적인 남성 역시 인간적인 남성이고요. 양쪽 모두 인간성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서로 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 아니겠어요. 여성이 여성이기에 받는 사랑의 몫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퍽이나 선명한 논리다. ●부권 상실 풍조에 아쉬움 시인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지적해온 부권(父權)상실 풍조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TV 드라마에서도 여걸형 가모장(家母長)이 뜨는 시대. 하지만 시인의 생각은 좀 달랐다. “부권의 역조현상이 점점 가속화하는 것 같아요. 아버지를 아버지의 자리에 앉혀 줘야 합니다. 뒷방에 내앉거나 머슴이나 문지기의 자리에 있어선 안 되지요. ‘기눌림’을 풀어줘야 해요. 남자에게는 큰 틀을 세우는 능력이 있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요즘 시류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남 탓 하지 말고 각자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뜻의 원로의 충고로는 충분한 값을 지닌다. 우리 사회에 원로가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원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그들의 말을 들을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지금 헨리 키신저(86) 전 국무장관 등 7080세대 원로그룹이 정부 대외정책의 ‘선봉’에서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성격은 다르지만 최근 우리에게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원로회의가 생겼다. 김 시인은 공동 의장을 맡았다. 어떤 형태의 세속정치와도 절연된 삶을 살아왔기에 나라를 걱정하는 그의 말에서는 한층 진정성이 느껴진다. “38년간 대학에 있으면서 어떤 보직도 맡지 않았어요. 내 문학에 상처를 줄까봐서였지요. 지난 독재정권 시절엔 전국구 의원을 하라고 찾아온 이에게 ‘날 빼주면 평생 은인으로 삼겠다.’며 통사정해 돌려보낸 적도 있어요. 지금도 그때와 똑같은 심정입니다. 식민지 시절을 생각하면 나라가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인데, 정치도 국민 노릇도 너무 미숙하기만 하니….” ●감성에도 이성에도 치우치지 말라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시가 그의 후기작에 속하는 ‘좌우명’이다. “잎이 아닌 뿌리에서 더욱 봄답기를,/능금 익히듯 사람들 마음에 공들이고/충직한 농부에서 모범을 취하여라/백지를 능가하는 글을 쓰고/침묵보다 나은 말일 때 말하여라/살고 있는 이와 살다간 이를 동일하게 경애하며/다수의 복지를 섬기는 이에게/앞자리를 대접하고 아울러 그 줄에 서거라/감성에도 이성에도 치우치지 말며/행복에 앞서 가치를 생각해라…” 삶의 잠언, 나아가 우리 사회의 좌우명으로 삼아도 좋을 ‘국민교육헌장’ 같은 시다. 김 시인은 그의 애제자인 신달자 시인이 첫 시집을 냈을 때 ‘봉헌문자’라는 제목을 지어 줬다. ‘평생 문자를 받들며 살라.’는 뜻이다. 봉헌문자는 결국 그의 명제가 됐다. “시를 쓰는 건 살점을 뜯어내는 것과 같은 고통이지만 그 측은한 길동무와 언제까지 함께하리라.”고 지금도 다짐하고 있으니 말이다. 2007년 만해대상 수상 시집 ‘귀중한 오늘’ 출간 이후 80줄이 넘어 새로 쓴 시만 30여편. 60편쯤 모이면 내년에는 열일곱 번째 시집을 낼 계획이다. “문학은 내게 병이면서 치유”라고 말하는 노시인. 그의 바람은 시의 언어가 사회 구석구석 스며들어 미움으로 얼룩진 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다. 사랑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위해 시인은 오늘도 변함없이 뜨거운 기도의 문을 연다. 글 김종면 편집위원 jmkim@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27년 대구 출생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서강대 명예문학박사 ▲숙명여대 교수(1955∼93년), 한국시인협회·한국여성문학인회의 회장 역임 ▲예술원상, 영랑문학상, 만해대상 등 수상. 국민훈장 모란장·은관문화훈장 받음 ▲저서:‘목숨’ ‘나아드의 향유’ ‘정념의 기’ ‘풍림의 음악’ ‘바람 세례’ ‘마음 안의 마음’ 등 16권의 시집과 ‘잠시 그리고 영원히’ ‘먼 데서 오는 새벽’ 등 12권의 수필집 등 다수 ▲현재 숙명여대 명예교수, 예술원 회원, 국민원로회의 공동의장
  • 말뿐인 공무원 전문화

    정부가 공무원의 전문성 확보를 내세우면서도 막상 전문인력에 대한 대우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 자격증을 가졌다고 해도 그에 맞는 부서 배치나, 진급· 수당 등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는 것. 2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특수기술직을 제외한 다수의 행정직 공무원들의 경우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승진, 인사 등에 거의 반영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 인사담당 관계자는 “승진 등에 적용되는 자격증은 거의 없다.”면서 “부처에 따라 자율적으로 승진 가산점을 100점 만점에 최대 5점까지 부여할 수 있지만 자격증 소지자의 경우 일부 분야에 한해 1점 정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1점을 부여한다 해도 다른 경력 등을 합해 5점을 채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령인 공무원 성과평과규정에는 승진후보자 명부 작성시 직무 관련 자격증 소지자, 특정 직위 및 특수지역근무 경력자 등에 대해 가점을 줄 수 있도록 돼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격증 등 가산점은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외국어가산점의 경우 관세청 등 일부 부처에서만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토해양부에선 국가기술자자격증 등이 인정되고 있으나 행안부, 검찰청 등에서는 승진상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증이 아예 없다. 이와 함께 현직에 있으면서 자기 분야의 학문적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취득한 석·박사 등 학위 도 혜택이 전혀 없다. 때문에 공무원들에게는 전문성 확보에 대한 동기 부여가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마땅한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부서마다 전문성 기준이 다른 데다 순환 보직, 장기 보직 등 직무 특성에 따라 전문성을 키우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 공무원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중앙부처의 한 계장급 공무원은 “일반 행정부서는 여기저기 돌면서 폭넓은 경력을 쌓는 게 전문성인 반면 기술직은 한 군데 있으면서 깊은 지식을 쌓는 게 전문성일 수 있다.”고 획일화된 전문성 지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 국장급 공무원은 “공직사회에서 공무원 전문성과 관련해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이 없다.”면서 “공무원들이 자기계발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이를 자연스럽게 인사와 부서배치에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데스크 시각] 대법관 자리/최용규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대법관 자리/최용규 사회부 차장

    늘 선두를 달렸던 신영철 대법관도 물 먹을 때가 있었다. 대법관 자리를 다툴 때였다. 유력하게 거론되다 두어 번 미끄러졌다. 실력 있는 판사로 인정받던 그다. 초조했을 법하다. 신이 아닌 그는 ‘무리수’를 뒀다. ‘촛불 개입 이메일’ 결과는 참담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회부’ ‘위증혐의 고발’ ‘검찰 수사’. 신 대법관은 상상하지 못했을 터이다. 그렇지만 이런 꼬리표는 주홍글씨처럼 그를 따라다니게 됐다. 현재 그는 거취를 두고 장고 중이다. 하지만 법관으로 수명은 다했다고 본다. 법관의 생명은 신뢰이며, 이를 상실한 법복은 무거운 짐일 뿐이다. 주위의 시샘을 받을 정도로 잘나가는 판사였고, 내성적인 성격의 그가 왜 이같은 강수를 뒀을까. 신 대법관은 “사법행정 차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줄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대법관 자리’ 때문이라는 법조계의 해석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는다. ‘친전’ ‘대내외비’라는 보안등을 켜면서까지 위험천만한 이메일을 보낸 것은 기실 대법관 자리가 눈앞에서 어른거렸기 때문이 아닐까.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껏 판결한다.’는 다짐도 ‘승진 제도’라는 벽 앞에서는 맥을 못추는 게 현실이다. 제도 개선 없이는 제2, 제3의 신영철 대법관은 언제든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의 문제다. 제도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인사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 사법부 관료화의 근원으로 지목된 ‘제왕적 대법원장’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모든 것이 대법원장으로 통한다.’고 할 정도로 사법부 내 대법원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전체 2400여명 판사의 승진·보직이 대법원장 손에 달려 있다. 판사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대법관 전원의 임명제청권도 대법원장이 갖고 있다. 판사 세계가 대법원장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판사들에게 승진은 법원에 남느냐 옷을 벗느냐, 곧 생사의 문제다. 고등부장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평생법관을 거론하는 이도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관료화가 결과적으로 신 대법관의 이메일 파동을 낳았다. 서강대 임지봉 교수는 “대법관 자리가 판사들의 최종 코스이기 때문에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법원 밖의 다양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대법관을 뽑아야 한다는 법조계의 주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인사제도의 수술은 간단하면서도 쉽지 않은 이중적 속성을 갖고 있다. 인사권자가 칼자루를 포기할 때만이 가능하다. 선망의 대상인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提請)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형식적으로 대법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에 의해 거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사전조율은 있을 수 있다. 이 끈을 끊지 않으면 개혁은 요원하다. 근무평정 제도도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법시험이나 연수원 성적이 아닌, 승진의 또 다른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출발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판사들에겐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성실성, 조직 적응력, 건강, 균형감각 등 기준이 지극히 자의적이다. 비밀주의도 문제다. 판사들은 자신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평가 결과에 대한 반박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견제장치도 없다. 판사들을 순치(馴致)시키는 도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다. 근무평정 제도가 폐지되면 몰라도 존속된다면 개선책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법조계에서 거론되는 법관회의의 내실화도 검토해 볼 만하다. 소장 판사들과 고참 판사들의 소통의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 흉금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다면 사법부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최용규 사회부 차장 ykchoi@seoul.co.kr
  • 현대건설 임원진 대폭 물갈이

    현대건설이 김중겸 사장 취임을 계기로 조직개편과 함께 창사 이래 최대 폭의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건설은 조직개편과 함께 9본부·1원·5실의 임원 보직인사를 단행했다고 23일 밝혔다. 조직은 신사업 발굴과 디벨로퍼 역량·신재생에너지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인사는 김 사장이 주로 몸담았던 주택분야와 비주류에 있던 인물들이 대거 중용됐다. 본부장 9명 가운데 설평국 토목본부장을 뺀 8명이 물갈이됐다. 설 본부장도 올 1월 임명된 점을 감안하면 모두 바뀐 셈이다. 사장 자리를 놓고 경합했던 김종학 현대도시개발 사장과 정수현 건축사업본부장은 퇴진했고 김선규 국내영업본부장은 계열사인 현대도시개발 사장으로 나갔다. 그동안 주류에 있던 임원들도 2선으로 후퇴했다. 대신 김 사장과 인연이 있는 휘문고와 고려대, 건축·주택본1본부 출신을 중용했다. 정옥균(고려대) 사업지원본부장, 김경호(고려대) 경영지원실장, 조수곤(주택영업본부 근무) 경영진단실장, 정상락(고려대) 외주구매실장, 김영수(주택영업본부 근무) 주택사업본부장 등이 주인공이다. 국내영업과 해외영업에는 이수열 국내영업본부장, 김호상 해외영업본부장 등 휘문고 출신으로 투톱을 구축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21일 TV 하이라이트]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오전 10시) 중미 국가 중 가장 큰 면적을 가진 니카라과는 화산과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호수의 나라다. 반복되는 전쟁과 자연재해, 그리고 미국 등 서방세계에 거리를 둔 정치현실의 결과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주민들은 반대로 때묻지 않은 순박함을 간직하고 있다. 인재와 천재가 역설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순수함을 지켜준 땅, 니카라과로 떠나본다. ●과학카페(KBS1 오후 7시10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 대신 전차를 더 많이 이용하는 도시. ‘독일의 환경수도’로 불리는 프라이부르크다. 독일 정부가 2005년부터 쓰레기 매립을 전면 금지시킨 이후 이 도시는 쓰레기 재활용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알고 보면 소중한 자원이자 환경지킴이 역할을 하는 쓰레기, 쓰레기의 자원화 현장을 취재한다. ●스펀지 2.0(KBS2 오후 6시25분) 칙칙하게 변해가는 얼굴빛. 스펀지처럼 움푹 움푹 파이는 피부. 뱀파이어도 아닌데 검게 변해가는 입술. 라면 먹은 것처럼 점점 더 커져만 가는 얼굴선. 시계마저 거꾸로 돌리는 10년 젊어 보이기 프로젝트. FT아일랜드와 스매시가 직접 보여주는 미녀의 비밀에서 그 비법을 확인해 본다. ●내사랑 금지옥엽(KBS2 오후 7시55분) 인순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상견례장에서 할머니를 기다리는 일남을 몰래 불러내고, 일남은 전설의 할머니가 죽은 진수의 어머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 사실을 모르는 인호는 다시 상견례 날짜를 잡자고 재촉하고, 일남은 결국 전설의 할머니를 찾아가 사죄부터 청하기로 결심한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오후 11시10분) 일반 병원들은 간단한 시술시 환자의 고통을 줄여준다는 목적으로, 의료 소비자는 전신마취에 비해 수면마취가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수면마취 시술은 계속 늘고 있다. 관계부처의 관심 부족과 의료계의 침묵, 그 결과 발생한 허술한 관리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오남용 되고 있는 수면마취제의 실태를 살펴본다. ●잘했군 잘했어(MBC 오후 7시55분) 영순과 강주는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던 은혁이 공부 대신 아이를 낳아 몰래 귀국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기절 일보직전이 된다. 오히려 은혁은 자신의 사랑이 가장 소중하다면서 영순과 강주를 설득한다. 한편, 정자는 수희를 찾아와 더 이상 상훈과 함께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토마토(YTN 오전 8시25분) 남성 건강의 신호등인 전립선. 전립선염, 전립선 비대증, 그리고 전립선암에 이르기까지 성인 남성 두 명 중 한 명은 전립선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과연 남성은 전립선의 공포에서 평생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일까? 현대 남성들의 숨은 고민, 전립선 질환에 대해 낱낱이 밝혀본다.
  • [사법개혁 이것만은 고치자] (하) 제왕화된 대법원장

    “궁극적으로 한 사람, 대법원장님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7일 국회 법사위에서 사법행정권 행사와 재판 개입의 경계를 규정하는 일,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는 일, 이메일 유출 경위를 조사하는 일 등 앞으로 남은 법적 판단은 오롯이 ‘대법원장의 몫’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사건을 회부 것은 대법원장이 최종 결정을 앞두고 널리 의견을 구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재판 관여라 볼 수 있다.”는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발표도 대법원장이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단다. 검사가 “범죄를 저질렀다.”며 기소해도 법원이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처럼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제왕적 존재’다. ●전국 판사 2400명 인사권 독점 전국 2400명 남짓한 판사의 승진·보직 등 인사권을 독점하고, 대법관 전원(13명)의 임명제청권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3분의1(3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3분1(3명)의 지명권을 갖고 있다. ‘무소불위’의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피라미드 관료 조직’이 탄생하게 됐다. 배석판사는 부장판사에게, 부장판사는 법원장에게, 법원장은 대법원장에게 ‘충성’하는 조직이 만들어진 것이다. 관료적인 법원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은 자취를 감추고 상명하복만 기승을 부린다. 잘못된 승진제도가 법원 관료화를 부추긴다. 승진은 법원에서 ‘생존’의 다른 말이다. 후배에게 밀리면 옷을 벗는 게 관행이기 때문에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사법연수원 수료성적이 승진을 좌지우지했다. 처음 법원을 배치받을 때부터 근무지를 지방으로 옮길 때,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로 승진할 때 연수원 수료성적이 ‘노비문서’처럼 따라다녔다. ‘성적 지상주의’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대법원은 2000년 근무평정의 반영비율을 대폭 강화했다. ●사법의 지방 분권화 바람직 근무평정이란 1995년부터 법원장이 매년 한 차례씩 소속 판사의 실적, 성실성, 균형감각, 자질, 책임감 등을 A부터 E까지 다섯 등급으로 매겨 인사에 반영하는 제도다. 문제는 평가 내용이 모호해 법원장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법관들이 법원 수뇌부의 눈치를 살피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해법은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대법원장의 권력을 나누는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사법행정 권한을 대법원장에서 고등법원장에게로 분산시켜 사법의 지방 분권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판사들을 고등법원 권역별(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로 임명하고 평생 그 권역에서 일하도록 하는 제도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대법원은 새달 초에 전국 법원장 회의를 열어 근무평정 및 인사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CEO 칼럼] 어깨동무 경영의 힘/김언식 삼호건설 회장

    [CEO 칼럼] 어깨동무 경영의 힘/김언식 삼호건설 회장

    ‘그대 없이는 못 살아~~.’ 따라 부르기 쉬운 경쾌한 멜로디에 인기 가수 패티 김이 히트시키면서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러브송이다. 이 노래를 따라 만든 기업 홍보 TV광고 한편이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골목길의 사나운 개를 막아서주는 친구 없이는 못 산다는 초등학생, 단골 없으면 못 산다는 장사하는 할머니, 애인 없으면 안 된다는 연인의 사랑 얘기가 정겹게 다가온다. 불황으로 주눅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꿈을 실어주고,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광고다. 아름다운 기업이 되기 위한 기업의 실천 과제를 담고 있는 이 광고는 일상생활 속의 ‘상생’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광고를 보면 외환위기 때 어려움에 처한 두 기업이 서로 의지하고 도와가며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떠오른다. 잘나가던 대그룹이 무너지자 계열 건설사도 돈줄이 끊기면서 쓰러졌다. 건설사는 일감을 충분히 확보하고도 한번 땅에 떨어진 신용을 되찾지 못해 따놓은 공사도 추진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최근의 상황과 너무나 흡사했다. 이 회사에 시공을 맡긴 부동산개발업체에도 덩달아 위기가 찾아왔다. 시공사 브랜드를 믿고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이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고 급기야 무더기 해약 요구로 이어진 탓이다. 사업 자체가 날아가기 일보직전에 이르렀다. 하지만 개발업체와 시공사는 ‘어깨동무’를 하는 것만이 사업을 이끌고 나갈 수 있다고 판단, 입주예정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분양 대금은 건축비로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자금 집행 과정에 입주자 대표를 끌어들여 한푼의 돈도 새나가지 않도록 자금 집행의 투명성도 보여줬다. 개발업체는 약속대로 공사 진척에 따라 또박또박 공사비를 지급했다. 그 결과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시공사 역시 제때 공사비를 받아 재기에 큰 보탬이 됐다. 공사를 주고받는 갑을관계가 아닌 진정한 ‘상생의 동반자’로서 손을 잡은 것이 두 회사가 위기에서 탈출하는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두 동반자는 그후 10년 넘도록 어깨동무 경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필자도 부동산 개발사업을 펼치면서 한번 맺은 시공사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0년 넘게 주택 개발사업 공사를 한 회사에 맡겼다. 시공사로서는 경쟁을 거치지 않고 일감을 따낸 것이다. 오랫동안 신뢰를 쌓다 보니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상대방을 재거나 의심하지 않고 사업 방향만 결정되면 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필자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경기도 일산에서 펼쳐 놓은 대규모 주택사업이 금융권의 돈줄죄기와 경기침체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하지만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서 벗어나는 데 시공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시공사는 물론 그룹계열사가 적극 나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는 바람에 금융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어깨동무 경영은 두 기업이 발전하는 상생의 경영이다. 어깨동무는 동등의 지위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도와주거나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최악의 경제위기라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어깨동무 경영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대 없이는 못 산다는 노래가 연인관계 러브송을 넘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경영 현장에서 널리 불렸으면 한다. 김언식 삼호건설 회장
  • 밤잠 설치는 입학사정관들

    “특정 교과목 우수자 선발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학교측이 ‘어느 한 과목이 우수한 학생은 눈여겨보라.’고 권고할 뿐이죠.” (경기 소재 모 대학 입학사정관) “특화된 인재상은 사실상 없습니다. 대학 서열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서울 소재 모 대학 입학사정관) 13일 서울에서 열린 대학 합동 입시설명회에서 만난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잠을 못 이루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앞다퉈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입학사정관들은 쏟아지는 관심에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수도권 소재 A대 입학사정관 김모(34)씨는 “뽑는 인원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주위에서 ‘너한테 잘 보이면 우리 애 대학 보낼 수 있는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괜히 입시부정 같은 구설수에 휘말릴까봐 지난해부터 학생선발 단계에서 일어났던 일을 모두 적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일선 대학들은 제도 초창기인 만큼 개선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서울 C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6개월 정도 준비해서 실시했는데 평가는 괜찮았다.”면서 “사정관들의 노하우가 쌓이면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도 완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이 대학 입학사정관은 “뽑은 학생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입학사정관제가 대학가에 급속하게 번지면서 진원지이자 롤모델로 거론되는 카이스트(KAIST) 측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학교 서남표 총장은 “우리 학교 문제에만 집중하고 싶다. 다들 잘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내놓았다. 그러나 카이스트 보직교수들은 입학사정관제 이상열풍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입학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한 교수는 “대학 선진화 없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면 오히려 사회에 불신만 쌓일 가능성이 크다.”며 “카이스트는 미 MIT와 비슷한 학풍을 갖고 있고 극소수의 우수한 학생만 지원하기 때문에 미국 제도를 그대로 도입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건형 이재연기자 kitsch@seoul.co.kr
  • 정부 조직개편에 ‘서러운 찬밥’ 신세

    정부 조직개편에 ‘서러운 찬밥’ 신세

    ■ 이공계는 자리 줄고 이공계가 공직사회에서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 방침에 따라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일반직 이공계 인력이 10% 이상 감축되는 등 이공계 공무원들이 된서리를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4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 가운데 기술직과 행정직 내 이공계 전공자는 2007년 말 2172명에서 정부 조직개편의 칼바람이 불던 지난해 5월 1957명으로 10% 이상(215명) 급감했다. 이에 따라 일반직 공무원 중 이공계 비중도 6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재 4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 6274명 가운데 기술직·이공계 비중은 31.2%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 특히 업무특성상 상당수가 전문계약직으로 채용돼 있던 이공계 인력들은 지난해 8월 공무원 감축 당시 별정·계약직 해고와 함께 대거 공직 사회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계약직은 일반행정직이 아닌 이공계 석·박사 등 기술전문인력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에 따르면 2007년 말 이공계를 포함한 일반계약직은 1300명, 전문계약직은 532명이었지만 지난해 조직개편 이후 실시된 5월 조사에는 각각 1274명, 498명으로 5% 줄었다. 하지만 정원조직 등을 총괄하는 행안부에서는 공무원 정원 외로 분류되는 전문계약직 가운데 이공계 인력은 별도 집계를 하지 않아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상태다. 따라서 계약만료로 인한 대량 퇴출이 진행됐던 지난해 8월 말 이후를 합치면 퇴출된 이공계 인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함께 5급 기술직 신규채용도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005년 50.4%에 달했던 기술직 신규채용 비율은 2006년 34.7%, 2007년 29.2%, 2008년 26.8%로 수직 하락했다. 개방형 직위(국·과장급)도 마찬가지다. 2005년 52.2%(전체 146명 중 76명)였던 개방형 직위 임용자 내 이공계 비율은 2006년 47.6%, 2007년 43.4%, 지난해는 36.5%(85명 중 31명)까지 추락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올해 끝나는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방안 5개년’ 계획을 새롭게 세우고 관련 수요조사에 착수했다. 정부 관계자는 “계약직 가운데서도 전문기술을 요하는 이공계 계약공무원들의 상당수가 잘려나간 상태”라면서 “공무원전문성 강화 차원에서도 충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부 조직개편 와중에 보직이 크게 줄면서 갈 곳 없는 기술·이공계 공무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통일부는 할일 줄고 지난해 조직개편으로 인해 정원은 물론 기능이 크게 축소된 통일부가 새 정부의 순탄치 못한 남북 관계와 북한의 연일 계속되는 대남 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대북 관련 업무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통일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통일부는 새 정부 출범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업무 추진이 사실상 ‘스톱’됐다. 통일부 공무원들의 업무 집중도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통일부는 지난해 정원을 552명에서 472명으로 줄이고 과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남북교류사업과 한반도평화체제 관련 업무의 주도권과 역량을 대폭 상실했다. 남북협력본부와 사회문화교류본부를 통폐합한 남북교류협력국은 기존 57명에서 40명으로 급감했으며, 업무도 총괄기획이 아닌 종합지원으로 격하됐다. 한반도평화체제 업무도 국내만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남북한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통일부는 대북 사업 등에 대해 주도적으로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존재감 상실에 따른 소속 공무원들의 피해의식까지 겹쳐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조직기능과 정원 축소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고 추진력도 떨어진 상태”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인력이 줄었어도 지난해부터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인 데다 일이 많지 않다 보니 인력이 부족하거나 바쁘지는 않다.”고 전했다. 강주리 김정은기자 jurik@seoul.co.kr
  • [씨줄날줄] 북극의 경고/함혜리 논설위원

    북극이 지구의 기상, 기후, 해류의 순환 등 지구의 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북극해에 떠 있는 해빙(海氷)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결과 북극해의 얼음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국립빙설데이터센터(NSIDC)에서는 위성 이미지로 북극해의 빙하 변화를 관찰한다. 관측 결과 1980년 780만㎢이던 북극 빙하 면적은 1990년 620만㎢에서 2005년 532만㎢로 줄었고 2007년에는 413만㎢에 불과했다. 과학자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얼음의 두께가 빠르게 얇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록적인 해빙이 관찰된 2007년 여름 이후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런던대학교 북극관찰 모델링센터 연구 결과 2008년 겨울 얼음두께는 전년보다 19%나 줄었다. 북극빙하 전문가인 케임브리지 대학의 피터 웨드햄즈 교수 연구팀은 2007년 겨울 해군잠수함을 타고 수중음파탐지기의 도움으로 북극해의 빙하 두께를 측정한 결과 1976년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북극의 얼음은 지금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북극의 해빙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를 과학자들은 ‘빙하 알베도(태양열의 지표반사율) 순환효과’로 설명한다. 지구의 온도 상승으로 빙하가 녹으면 빙하의 반사율은 그만큼 줄어든다. 빛을 흡수한 바닷물은 더욱 따뜻해져 얼음을 빨리 녹이는 것이다. 극지의 빙하가 녹으면 극지에서 해양심층수가 만들어지지 않아 해류 순환작용이 중단될 수밖에 없고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 지구 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북극 툰드라 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면 그곳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가 공기중에 다량방출돼 온실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강한 온실가스다. 지난 10년 동안 북극의 여름을 관찰해 온 캐나다 라발대학 노던연구소의 워릭 빈센트 국장은 캐나다의회 보고에서 “북극해 얼음이 가장 비관적인 예측모델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오는 2013년 북극의 빙산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극의 빙산이 사라지면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북극곰이 사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인류생존이 위협받을지도 모른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사설] 경찰 물갈이 인사 소동 한심하다

    서울경찰청이 강남·서초·수서경찰서 민원부서에 8년 이상 근무한 경위급 이하 경찰관을 대거 전보한다고 공표한 뒤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방침을 정한 까닭은, 그 직전에 강남 일대 경찰관들이 성매매를 알선하는 안마시술소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단속 무마를 미끼로 금품을 받는 등 유착관계를 맺은 의혹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선 경찰관들은 억울하다면서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여 왔고, 급기야는 서울경찰청이 이번주 매듭짓기로 한 관련인사가 이달 말 이후로 늦춰졌다. 인사권을 쥔 경찰고위층과 인사대상인 일선 경찰관이 책임을 떠넘기는 한심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우리는 일선 경찰관들에게 먼저 한마디 하고자 한다. 근무지를 바꾸는 순환보직 원칙은 경찰관뿐만이 아니라 교사·군인 등 공무원 일반에게 두루 적용된다. 민간기업에서도 근무지 변경은-더구나 서울시내에서-시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다른 경찰서로 발령낸다고 해서 집단반발까지 하는 건 기본적으로 옳지 않다. 경찰 고위층도 잘한 건 없다. 강남 일대 경찰관이 비리에 노출돼 있으면 감찰 활동을 강화해 예방하고, 그러고도 의혹이 남으면 대상자를 조용히 전출시키면 될 일이다. 떠들썩하게 대규모 인사 방침을 발표해 지휘 책임을 면하려는 행태는 우스꽝스럽기만 하다.유흥업소당 경찰 상납액이 연평균 269만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어제 나왔다. 경찰은 네탓, 내탓을 할 게 아니라 지금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마음을 합쳐야 할 때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 이공계 장학금 줬더니 醫師 공부

    카이스트(KAIST) 생명공학과의 한 교수는 5일 석사과정 학생으로부터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오는 8월에 의학전문대학원 시험을 볼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생물학 관련 수업 중에 졸업 이후의 계획을 물어본 적이 있는데, 5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의학전문대학원을 생각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카이스트의 현주소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이공계 성적우수자=치의학·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진학’이 갈수록 공식화되고 있다. 카이스트의 올해 졸업생 620명 가운데 약 13%에 해당하는 82명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이공계 육성을 명목으로 카이스트 학생들이 매년 지원받는 장학금은 136억원이 넘는다. 이공계를 지원하는 돈이 예비 의사를 육성하는 자금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국가 과학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 지원 특별법’의 수혜자들이 졸업하기 시작하면서 상당수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움직임도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사 직전의 이공계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이스트측은 학생들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에 대해 ‘개인의 선택’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서남표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의사가 되는 것도 사회에 공헌하는 것인 만큼 구태여 막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의 위기감은 심각하다. 2005년 31명이었던 카이스트 졸업생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은 2006년 35명, 2007년 49명, 2008년 50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카이스트의 한 보직교수는 “학기말이면 의학전문대학원 준비 학원 광고와 스터디 모집을 알리는 포스터로 학교가 도배된다.”면서 “10년을 연구에 투자한 박사과정 학생들조차 이 흐름에 동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공계 출신의 불투명한 장래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학생은 “생물학, 화학 전공자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의학전문대학원 합격은 따 놓은 당상인 만큼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카이스트가 ‘세계 최고의 의과중심대학’으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이공계 국비장학생을 키워 의료인력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4년 제정된 ‘이공계지원특별법’ 수혜자들의 의학전문대학원 진출도 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는 불가능하지만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자 중 특별법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상당수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수한 신입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향후 특별법 장학생들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별법에 따라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매년 3800여명 규모로 올해 예산만 897억원에 이른다. 교과부 측은 “재학중에 자퇴하거나 과를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제한조항을 두고 있지만,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선택하는 부분은 사실상 무방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공계특별법의 효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은 “1학년 때부터 장학금을 주면, 그 후의 선택에 대해서는 통제 불가능”이라며 “전공과 향후 진로를 확실히 정한 고학년을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건형 박창규 박성국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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