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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주중 외교사절 현장 데려간 中 “올림픽 반드시 한다”

    주중 외교사절 현장 데려간 中 “올림픽 반드시 한다”

    미국 등 서구세계를 중심으로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외교장관이 장하성 중국대사 등 외교사절을 불러모아 올림픽 준비 현장을 참관하며 개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1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장 대사를 포함해 일본, 러시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등 30여개국 중국 주재 외교사절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초청으로 지난 13~14일 올림픽이 열리는 장자커우를 참관했다. 이 자리에 미국과 영국은 없었다. 기념사진에는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바로 옆에 장 대사가 서 있었다. 중국 정부가 201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한국을 각별히 배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왕 국무위원은 이날 외교 사절들에게 중국 정부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현재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1년을 앞두고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각종 준비도 잘되고 있다”면서 “중국은 각국과 함께 안전하면서도 멋진 올림픽을 성대하게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왕 국무위원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잘 개최하는 것은 전 세계인에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주고 운동선수들의 기대와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면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하나의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춘제 기간에 중국 정부가 외교부장과 주요국 외교사절까지 동원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현장을 찾는 것은 최근 미국과 영국 중심으로 터져 나오는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초 180개의 국제인권단체는 신장 위구르족 탄압 등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보이콧하자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공개서한에서 “중국 지도부가 올림픽을 개최하면 인권을 탄압하고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행위를 더욱 조장하게 된다”면서 참가 거부를 요구했다. 미국 상원의원 일부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철회 결의안을 제출했다. 릭 스콧 의원 등 공화당 의원 6명은 결의안에서 “중국은 신장에서 위구르족을 학살하고 홍콩의 민주주의를 탄압했으며 대만을 위협했다”라며 “동계올림픽 개최 신청을 다시 받아 인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국가가 개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중국에서는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때도 티베트 시위 유혈진압이 이슈로 떠올라 보이콧 움직임이 거셌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불붙는 영국-중국 ‘방송 전쟁’

    불붙는 영국-중국 ‘방송 전쟁’

    영국과 중국간 ‘방송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이 갈등은 BBC가 최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수용소에서 고문과 조직적 성폭행이 자행됐다는 증언을 보도한 뒤 격화됐다. 인권을 강조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였고, 국제 인권단체들과 미 상원의원들이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을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나선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발병 기원에 대한 보도도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주영 중국대사관은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기자 문답 형식의 입장 발표를 통해 “BBC는 중국의 보도 관련 규정을 위반했고, 언론사가 지켜야 할 진실과 공정에 대한 요구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BBC의 중국 관련 보도는 세기의 거짓말을 만들어 냈고, 중국 국가 이익과 중국 민족의 단결을 훼손했으며, 중국 인민의 큰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언론의 자유는 이미 서방 언론이 뉴스를 조작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려 다른 국가를 욕되게 하는 구실이자 방패가 됐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은 언론에 대해 필요한 감독 관리를 하고 있으며 광전총국의 BBC에 대한 제재는 합법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제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BBC도 성명을 내고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의 이야기를 전 세계 어디에서나 그렇듯 진실하고 공정하게 보도했다”면서 “부정확하고 이념적 편견에 기반한 비난을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맞받았다. 본토에 이어 홍콩에서까지 방송이 금지되자, 논란은 홍콩의 언론자유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훼손으로까지 이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홍콩 공영 방송이 중국 당국의 금지 결정을 따라 영국 BBC의 프로그램 플러그를 뽑아버린 것은 도시에 경종을 울렸다”며 “분석가들은 언론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고 보도했다. 침례대 언론학과의 브루스 루이 교수는 “과거에는 베이징이 특정 개인이나 언론 조직을 겨냥해도 홍콩에는 그들을 위한 공간이 있었다”며 “이번 사건은 언론과 관련해 ‘일국’만이 있을 뿐이지 더는 ‘양제’가 존재할 공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김종인 “핵무기 재료될 원전, 北 건설 계획 사실로”…與 “최악 국기문란”(종합)

    김종인 “핵무기 재료될 원전, 北 건설 계획 사실로”…與 “최악 국기문란”(종합)

    金 “120조 북한 원전 초대형 프로젝트를공무원의 습작? 범죄행위 할 이유가 없다”“회담 후 김정은 경수로 점검이 우연이냐”“산업부 삭제된 자료 전부 공개하라”산업부 “아이디어 차원서 검토 후 종결”김태년, ‘北 원전 의혹제기’ 金 연일 비난산업부 월성감사 직전 삭제 530건 중 원전 내부 자료에 ‘北 원전 추진’ 포함2018년 1·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 작성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핵무기 재료가 될 수 있는 원전을 우리나라에서는 폐기하자고 하더니 북한에는 새로 지어주는 안보상의 계획이 사실로 드러났다”면서 “대북원전 게이트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악의 국기문란 행위”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김종인 “공무원들이 인생 건범죄행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에 “국정조사 요구에 응하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 차원에서 진상규명특위를 가동해 진실 규명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5월 신포 경수로 점검과 이듬해 신년사의 원전활용 발언 등이 있었다며 “일련의 사건을 모두 우연이라고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의 아이디어 차원이었다는 해명에는 “공무원들이 인생을 건 범죄 행위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건설비만 수조원, 경제적 효과가 12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실무 공무원이 습작품으로 문서를 만들었다는 말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김 위원장은 산업부가 지난 1일 공개한 보고서와 관련해서는 “함경남도 신포에 신형 원전인 APR1400 건설은 물론 송전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담겼다”면서 “삭제됐다던 자료를 어디에서 구해서 공개한 것인지, 최종 수정본으로 보이는 다른 자료는 왜 공개하지 않는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 문서를 포함해 17건의 북한 원전 관련 문서가 감사직전 무단 파기된 이유와 함께 삭제된 문서 전체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김종인 “국민 공감대 없이 극비리 추진사유 밝혀야…정상회담 성사 보답 의심”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에도 현 정부의 ‘북한 원전 추진’ 의혹에 대해 “경천동지할 만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원전 의혹 긴급 대책회의’에서 “(정부는) 먼저 누구의 지시에 따라 추진된 것인지, 국민 공감대 없이 극비리에 추진한 사유가 무엇인지 밝히라”면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정권 차원 보답으로 북한 원전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원전 추진 문건을 감사 하루 전 휴일 심야에 근무자가 몰래 숨어들어서 무단 파기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고, 복원된 자료 원문을 즉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유엔과 국제사회 제재 대상인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감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데다가 한미 원자력협정에도 어긋난다”면서 “일부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검토했다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김태년 “김종인, 망언 공개 사과해”文 “구시대의 유물 정치” 野 맹비난 앞서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원전 건설 의혹을 제기하며 “이적 행위”라고 비판한 김 위원장에 대해 “혹세무민으로 묵과할 수 없다”며 법적으로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정부가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짓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야당의 주장을 ‘구시대의 유물정치’로 규정하며 이례적인 맹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야당을 향해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켜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종인 위원장을 향해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의 망국적 선동은 거짓임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면서 “제1야당 대표가 거짓 정보를 가지고 정부와 현직 대통령을 향해 ‘이적행위를 했다’는 발언은 헌정 사상 최악의 국기문란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정치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자신의 망언에 책임지고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 “김 위원장은 야당 혁신을 위해 비대위원장을 맡고 정강 정책은 물론 당명까지 바꿨다”면서 “추구하는 혁신과 변화가 구태정치로의 회귀라면 이제 정치적 소임을 내려놔야 한다”고 지적했다.보고서에 北 원전 시나리오 3가지 제시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北 송전 삭제된 문건 6쪽, 산업부 컴퓨터에 남아 있어함경남도에 원전 2기 건설…DMZ 원전 건설 산업부는 지난 1일 감사원 감사 직전 폐기된 530건에 포함돼 논란이 된 ‘북한 원전 건설 문건’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산업부는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라면서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고 밝혔다. 삭제된 줄 알았던 파일은 원전 파일을 삭제해 구속된 담당 서기관이 아닌 산업부 원전산업과 내 다른 동료 컴퓨터에서 발견돼 의문을 낳기도 했다. 공개된 자료는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이라는 제목의 6쪽짜리 문건이다. 보고서 첫머리에는 “향후 북한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명시돼 있다. 보고서는 본문에서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1안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부지인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원전 2기와 사용후핵연료 저장고를 건설하고 방폐장 구축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2안은 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내용이며, 3안은 백지화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한 후 북한으로 송전하는 방안이다. 보고서는 말미에 “북한내 사용후핵연료 처분이 전제될 경우 1안이 소요시간과 사업비, 남한 내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불확실성 높아 현 시점선 추진 한계”삭제 530개 중 文정부 작성 272개 이어 “다만 현재 북미간 비핵화 조치의 내용, 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현 시점에서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되고 원전 건설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추진체계, 세부적인 추진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공개된 원문은 삭제된 문건과 동일한 자료로, 산업부 내부 컴퓨터에 남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산업부는 공개된 530개 삭제 파일 목록을 확인한 결과, 이전 정부에서 작성된 자료가 174개이고 현 정부에서 작성된 자료가 272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 외 작성 시기 구분이 어려운 문서는 21개, 문서가 아닌 자료(jpg 등)는 63개로 파악됐다고 했다.아울러 산업부는 북한 원전 관련 자료로 예시된 17개 파일 중 산업부에서 작성한 자료가 이날 원문을 공개한 ‘북한 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과 공개하지 않은 ‘에너지분야 남북경협 전문가’ 등 2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자료들은 1995년부터 추진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관련 공개 자료와 전문가 명단이라고 산업부는 전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1995년 3월 설립된 북한의 핵무기 개발 포기 조건으로 북한의 전력 공급을 위한 경수로 사업 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된 한미일 국제 컨소시엄이다. 삭제된 줄 알았던 원전 문건,같은 부서 옆 동료 컴퓨터서 발견 앞서 산업부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서도 “정부가 북한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야당을 중심으로 ‘원전게이트’ 논란이 지속되자 관련 보고서 전문을 공개, 종지부를 찍기 위한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감사원 감사 직전 삭제된 줄 알았던 문건이 같은 부서 내 다른 동료 공무원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 내부망에 공유하다가 내려받기가 된 건지, 담당 서기관이 직접 옮긴 건지, 중요 문건이라 후임자를 위해 향후 발전시키기 위해 참고용으로 남겨둔건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핀란드어 북쪽의미 ‘뽀요이스’ 폴더‘북한 원전 추진’ 줄인 ‘북원추’ 폴더 검찰 등에 따르면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를 받는 A(53)씨 등 산업부 공무원들은 감사원 감사 직전 530건의 원전 관련 내부 자료를 삭제했다. 이 중에는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등 북한 원전 관련 자료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대전지검 공소장에 나와 있다. 핀란드어로 ‘북쪽’이라는 뜻의 ‘뽀요이스’(pohjois)라는 핀란드어 명의 폴더와 ‘북한 원전 추진 방안’ 줄임말로 읽히는 ‘북원추’ 명의 폴더 등에는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나 북한 전력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사례 파일 등이 들어 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작성 날짜로 추정되는 파일 이름 숫자상으로는 ‘2018년 5월 2∼15일‘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4월 27일)과 2차 남북정상회담(5월 26일) 사이다.작성시점은 2018년 5월 2~15일1·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 작성 530개 삭제 파일 목록에는 1차 정상회담이 열린 지 5일만인 2018년 5월 2일자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hwp’ 파일, 5월 14일과 15일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hwp’ 등이 포함돼 있다. 공소장에 적시된 삭제된 북한 관련 문건 17건 가운데 6건이 남북정상회담 사이에 만들어졌다. 삭제된 파일은 검찰이 복원한 결과 모두 ‘60 pohjois’라는 상위 폴더 밑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핀란드어로 ‘Pohjois-Korea’다. pohjois 폴더에는 ‘북원추’라는 하위 폴더도 있었다. 이에 대해 북한 원전 추진 계획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보안에 철저히 신경을 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폴더에는 ‘북한 전력산업 현황 및 독일 통합사례.pdf’,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PDF’,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hwp’, ‘KEDO 관련 업무경험자 명단.XLSX’등의 파일도 있었다. 산업부가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 10여건을 만든 시점이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5월 초·중순인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2018년 5월 당시 북한의 부족한 전력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원전을 북한에 지어주는 방안을 검토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北 원전’ 실무자 아이디어 차원인데 왜 지웠나… 檢서 규명 필요

    ‘北 원전’ 실무자 아이디어 차원인데 왜 지웠나… 檢서 규명 필요

    정부가 북한 원전 지원을 검토한 정황이 검찰 공소장에 드러나면서 청와대·여당과 야당 간 정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들은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북측에 전달했지만 여기에는 원전 관련 내용이 없었고, 논란이 된 문건은 한 달 뒤에 산업통상자원부가 검토 차원에서 작성했다고 일관되게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의 해명에도 여러 가지 의문은 남는다. 쟁점별로 여야의 입장을 따져 봤다. ①USB에 북한 원전 내용이 없나 가장 큰 쟁점은 북한에 건넨 USB에 담긴 내용이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1일 YTN 라디오에서 “신경제 구상이 담긴 USB를 전달한 곳은 정상회담이 진행됐던 판문점 평화의집 1층”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된 자료는 에너지 협력이 포함된 이른바 신경제 구상”이라고 밝혔다. 일각의 주장처럼 도보다리 정상회담에서 전달한 것이 아니며, 원전 내용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여권에 따르면 여기에는 풍력·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다만 USB에 담기지 않았더라도 청와대 지시로 산업부 문건이 작성됐을 가능성은 남아 있고, 청와대에 보고됐을 여지도 있다. ②왜 남북 정상회담 직후에 작성했고, 삭제했나 산업부 공무원이 삭제한 북한 원전 건설 관련 파일명에는 연·월·일로 추정되는 숫자가 등장한다. 예컨대 ‘북한 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V1.1’ 문건 앞에 적힌 180514는 2018년 5월 14일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감안하면 산업부 공무원이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문건은 월성 원전과 관련된 감사원 감사를 앞둔 2019년 12월 2일 새벽 삭제됐다. 민감한 문서를 삭제하는 과정에서 이 문건도 포함됐는데 삭제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만큼 검찰 수사 등에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③북한 원전 지원은 오래된 구상인데 검토만으로 문제가 되나 북한 원전 지원은 1994년 제네바 협의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된 이야기다. 김영삼 정부부터 20년 넘게 비핵화 협상 카드로 쓰였다. 설령 현 정부가 북한 원전 지원을 검토했다고 해도 이전 정부의 사업을 답습하는 차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과거와 달리 북한은 유엔 등 국제 제재 대상이고,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적도 없는 만큼 검토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단순 검토가 아닌, 청와대의 승인·지시가 있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일부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검토했다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④북한 원전 건설 가능한 이야기인가 한국 정부 독자적으로 북한에 원전을 짓는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우선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형 경수로는 미국이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미국 독자 제재 등을 종합하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나 원자력 발전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이나 부품의 대북 반입은 전면 금지된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북한과의 핵 협력 역시 금지돼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룰’을 위반할 시 야당의 주장대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감수해야 될 수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관련 업무를 10년 이상 해 본 공무원이라면 남북 간에 단독으로 (원전 건설을) 할 수 없다는 걸 충분히 알 것”이라면서 “미국,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의가 되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⑤국내는 탈원전인데 북한에 원전 추진은 맞나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선포하고 북한 원전을 추진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 탈원전 정책과 북한의 원전 건설이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2차 대북 경수로 지원을 통해 원전의 해외 수출과 같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원자력 산업 인프라와 고급 인력을 활용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원전 건설에는 수십조원이 들어가고 대부분 한국 정부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국내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 원전을 짓겠다고 하면 누가 동의하겠나”라며 “경수로 말고 우리가 직접 전력을 송전해 주겠다는 안도 있는데 쉬운 방법을 놔 두고 어려운 방법을 추진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USB와 산자부 문건 별개? 그래도 남는 의문점…북한원전 쟁점 총정리

    USB와 산자부 문건 별개? 그래도 남는 의문점…북한원전 쟁점 총정리

    USB와 산자부 문건 별개라도 청와대 지시·보고 가능성 있어 남북 경협 위한 단순검토라면 왜 감사 앞두고 삭제했나 규명돼야 북한 원전 지원은 1994년부터 비핵화 협상 카드로 사용 미국, IAEA 등 국제사회 협의 없이 북한 원전 지원은 어불성설 탈원전 정책추진하며 북한 원전 지원은 국민 동의 얻기 어려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북한 원전을 검토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청와대·여당과 야당 간 정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산자부, 더불어민주당의 설명을 종합하면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긴 USB를 북측에 전달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해당 USB에는 원전 내용은 없었다며 공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와 별도로 산자부는 정상회담 한달 뒤에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 등 북한 원전 지원 관련 문건을 작성했는데,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한 아이디어 검토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USB와 산자부 문건은 별개라는 의미다. 북한 원전이 한국 정부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만큼 납득되는 해명이지만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해명이 전부 진실이라고해도 산자부가 북한 원전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산자부가 해당 문건을 작성하고 삭제하는데 청와대는 관여하지 않았는지, 한국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에는 원전을 검토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양측의 주장을 따져봤다.    ①USB에는 북한 원전 내용이 없나.  가장 쟁점이 되는건 북한에 건넨 USB에 담긴 내용이다. USB에 북한 원전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해명이다. 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언급하며 USB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1일 YTN 라디오에서 “신경제구상이 담긴 USB를 전달한 곳은 정상회담이 진행됐던 판문점 평화의집 1층”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된 자료는 에너지 협력이 포함되어서 이른바 신경제 구상이라고 하는 자료”라면서 “남북이 경제협력을 잘해서 한반도의 새 성장동력을 만들자는 그런 내용으로 2018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때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도보다리 정상회담에서 전달한 것은 아니고, USB에는 원전 내용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여권에 따르면 ‘한반도 신경제구상 USB’에는 풍력·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USB 내용 공개를 검토하는만큼 조만간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USB에 원전 내용이 없더라도 산자부가 작성한 문건이 청와대 지시로 만들졌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지시와 별개로 청와대에 보고됐을 여지도 있다. 야권은 청와대 지시 없이는 산자부 문건이 작성됐을리가 없는만큼 USB와 산자부 문건이 별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자부가 작성한 북한 원전 문건은 모두 ‘60 pohjois(뽀요이스)’라는 폴더에 담겨 있었다. ‘pohjois’는 핀란드어로 ‘북쪽’이라는 뜻인데, 핀란드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보안에 신경을 쓴 거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②왜 남북정상회담 직후에 작성했고, 왜 삭제했나.  산자부 공무원이 삭제한 북한 원전 건설 관련 파일명에는 연·월·일로 추정되는 숫자가 등장한다. 예컨대 ‘북한 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V1.1’ 문건 앞에 적힌 180514는 2018년 5월 14일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감안하면 산업부 공무원이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진정성이 있는 것처럼 여겨졌고, 북한의 전력 상황을 감안하면 비핵화 ‘보상책’의 하나로 원전도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전날 북한 원전 관련 문서와 관련해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 자료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해 5월 6일 일본 언론에서는 북한 당국이 2006년 건설 도중 폐기됐던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 경수로의 상황에 대해 점검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신포의 경수로를 미국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교섭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공무원이 북한 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문건을 작성하기 직전이다.  그러나 이 문건은 실현이 안 됐고 산업부 컴퓨터 내에 저장돼 있다가 월성 원전과 관련된 감사원 감사를 앞둔 2019년 12월 2일 새벽 삭제됐다. 월성 원전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를 보면 북한 관련 문건은 가장 마지막에 삭제됐다. 민감한 문서를 삭제하는 과정에서 이 문건도 포함됐는데 삭제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③북한 원전 지원은 오래된 구상인데 추진 아닌 검토도 문제되나.  북한 원전 지원은 1994년 제네바 협의로 거슬러 올라갈만큼 오래된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북한 원전 건설은 김영삼 때 미국 주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주도 사업으로 시작됐다”며 “이명박, 박근혜 때도 있었지만 남북 양자협력사업으로 거론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여권의 주장대로 북한 원전 지원은 20년 넘게 비핵화 협상 카드로 쓰였다. 설령 현 정부가 북한 원전 지원을 검토했다고 해도 이전 정부의 사업을 답습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과거와 현재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과거 정권과 달리 현재 북한은 유엔 등 국제 제재 대상이고,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적도 없는만큼 검토나 추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북한 원전을 지어준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감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데다가 한미 원자력협정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 산자위원장을 지낸 이종구 서울시장 후보는 “우리 선진 기술을 북한에 팔아넘기려는 이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④북한 원전 건설 가능한 이야기인가  한국 정부 독자적으로 북한에 원전을 짓는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우선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형 경수로는 미국이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전면 개정된 신(新)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르면 미국산 핵물질, 원자력 장비, 부품 등을 자유롭게 재이전할 수 있는 국가는 한미 양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 국가로 한정돼 있다. 북한은 이른바 ‘포괄적 동의’ 대상국이 아니어서 미국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촘촘한 핵물질 통제 감시망을 피할 길도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미국 독자 제재 등을 종합하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나 원자력 발전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이나 부품의 대북 반입은 전면 금지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북한과의 핵 협력 역시 금지돼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룰’을 위반 시 야당의 주장대로 세컨더리 보이콧를 감수해야 될 수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관련 업무를 10년 이상 해본 공무원이라면 남북 간에 단독으로 (원전 건설을) 할 수 없다는 걸 충분히 알 것”이라면서 “미국,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의가 되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⑤탈원전인데 북한에 원전 추진하는 것이 맞나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선포했는데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서는 탈원전 정책과 북한의 원전 건설이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2차 대북 경수로 지원을 통해 원전의 해외 수출과 같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원자력 산업 인프라와 고급 인력을 활용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원전 건설에는 수십 조원이 들어가고 대부분 한국 정부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국내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탈원전를 표방한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짓겠다고 하면 누가 동의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경수로 말고 우리가 직접 전력(200만KW)을 송전해주겠다는 안도 있는데 쉬운 방법 놔두고 어려운 방법을 추진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 외에 2018년 이전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한 사례가 없다”며 추진 자체를 부인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데자뷔/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데자뷔/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2020도쿄올림픽의 어젠다는 여럿이다. 일본의 통산 네 번째이자 두 번째 하계올림픽에 대한 도전은 물론 10년 전 3월 11일 열도의 허리를 강타했던 동일본 대지진의 생채기를 온전하게 봉합하고 재건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온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도가 깔렸었다. 리우데자네이루 폐회식에서 ‘아베 마리오’를 자처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야망도 빠질 수 없다. 그러나 대회 개막일인 2020년 7월 24일은 재앙처럼 ‘팬데믹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속에 도쿄올림픽의 연기설이 솔솔 흘러나온 건 지난해 2월 중순부터다. 그러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도쿄올림픽은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며 연기설을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하시모토 세이코 일본 올림픽 장관은 올림픽 성화 봉송 리허설이 끝난 직후인 3월 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IOC와의 계약 문구를 해석하면 연기는 가능하다”고 복선을 깔더니 마침내 3월 24일 IOC와 일본 정부는 1년 연기를 전격 발표했다. 그런데 연기 발표 6일 전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참의원 재정위원회에서 “1940년 삿포로에서 열려야 했던 동계올림픽이 (중일 전쟁 때문에) 취소됐고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도 서방 국가의 보이콧으로 반쪽이 날아갔다. 40년 뒤인 올해 도쿄대회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저주받은 올림픽”이라며 40년 만에 돌아온 ‘올림픽 데자뷔’를 한탄했다. 데자뷔는 처음인데도 예전에 한 차례 이상 겪어 본 상황이나 경험인 것처럼 느껴지는 기시감(旣視感)을 말한다. 현대 의학에서는 과거에 매우 보고 싶어 했던 것, 경험했던 상황 등이 잠재돼 있다가 한순간에 현실과 겹쳐지는 ‘기억의 착오 현상’으로 파악한다. 개막일 기준 364일이 미뤄져 오는 7월 23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막을 올릴 예정인 도쿄올림픽이 이번엔 ‘1년짜리 데자뷔’에 휘말리는 모양새다. 11개월 전 온갖 ‘설’과 추측, 억측 끝에 결국 1년 연기 결정을 내렸던 일련의 상황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 지난 22일 영국 일간 런던타임스가 ‘일본이 올림픽에서 도망칠 길을 찾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로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일본 정부가 비밀리에 도쿄올림픽 취소를 결정하고 대신 2032년 대회 개최를 IOC와 물밑 교섭 중이라는 게 요지다. 매체는 일본 연립여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년 연기된 올림픽의 정상 개최는 이미 절망적이다. 지금의 유일한 목표는 가능성을 남기는 형태로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취소 발표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반응의 속도와 세기도 지난해와 흡사하다. 바흐 위원장은 곧바로 “7월에 대회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는 없다. 따라서 플랜B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29일 세계경제포럼(WEF) 회의에서 “코로나19를 상대로 한 세계 단결의 상징으로서 도쿄올림픽 실현을 결의했다”고 강조했다.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으로 망가진 일본의 복구와 부흥이라는 도쿄올림픽의 어젠다를 ‘세계 단결’로 한층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모리 요시로 대회조직위원장도 “무관중 대회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가세했다. 고비는 이달 열리는 바흐 위원장과 모리 위원장, 하시모토 장관,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 간의 4자 회담이다. 3월 IOC 총회에서 도쿄올림픽의 생사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앞서 이 4자 회담에서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두 해 연속 지켜보는 이들에겐 데자뷔이겠지만 이 네 사람에게는 ‘자메뷔’(미시감·익숙하지만 처음 경험한 느낌)일지도 모를 일이다. cbk91065@seoul.co.kr
  • 與 “USB에 원전의 ‘원’자도 없어”… 野 “당당하면 국감서 밝혀라”

    與 “USB에 원전의 ‘원’자도 없어”… 野 “당당하면 국감서 밝혀라”

    USB, 도보다리 회담 아닌 환담장서 전달조한기 “전 세계 생중계… 왜곡 기가 찰 뿐”윤건영 “원전 의제에 없어 야당이 소설 써”김종인 “정상회담 성사 보답 의구심 든다”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이 북한 원전 관련 파일을 삭제한 것을 두고 야당은 연일 청와대의 비밀 원전 지원 의혹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민 감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과의 ‘원전 뒷거래’ 의혹이 얼마나 휘발성이 큰 사안인지 잘 아는 여권은 사생결단식 방어막을 치고 있다. 특히 31일에는 2018년 4월 27일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한반도 신경제 구상 USB’를 놓고 진실 공방이 격화됐다. 이 USB에 발전소 내용이 포함됐고,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산자부의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문건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은 ‘북한 원전 지원’에 확신을 갖는 분위기다. 일부 보수 언론도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도보다리 회담’ 때 ‘발전소 USB’를 건넸다고 보도했다. 이 USB에 북한 원전 건설 내용이 담겼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당시 나와 북의 김창선 부장이 함께 현장에 있었다”며 “전 세계에 생중계된 장면을 이리 왜곡하다니 기가 찰 뿐”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조 전 비서관의 말처럼 도보다리 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USB를 주고받는 장면은 없다. 다만 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4월 30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발전소 내용이 포함된 USB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여권은 ‘한반도 신경제 구상 USB’에 발전소 내용이 포함되긴 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원전’ 건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넨 USB 안에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 관한 포괄적 내용만 있을 뿐 원전의 ‘원’자도 없다”며 “원전은 그해 정상회담 의제조차 아니었는데 (야당이)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다. 또 윤 의원은 USB는 도보다리가 아닌 정상회담 1층 환담장에서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여권 인사도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때 남북 관계 개선을 전제로 당장 협력이 가능한 수력·화력·신재생 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비밀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원하려면 미국 주도의 촘촘한 국제 감시망을 뚫어야 하고 자칫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으로 한국 경제가 거덜날 수 있는데 상식적으로 이를 추진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그렇게 자신 있으면 특검과 국정감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라고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정권 차원의 보답으로 추진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스스로 수사와 감사를 의뢰하지 않으면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에 당력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美,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갑론을박’

    美,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갑론을박’

    신장 무슬림 인권 문제에 美 “집단학살”미국 내에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논란1922년 이후 스포츠·정치 연계 부정적CNN “서방 지도자들 불참할 가능성”NYT 칼럼 “시진핑·중국 분리 대응해야”중국 신장 지역의 이슬람족 인권 문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집단 학살’이라고 명명하면서 내년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퇴임 전인 지난 10일 신장 지역에서 중국이 “웨이우얼족(무슬림)과 다른 소수민족을 상대로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언급한 데 이어 토니 블링컨 신임 국무장관도 지난 27일(현지시간) “집단 학살이 자행됐다는 판단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가 ‘집단 학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2016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의 이란·이라크 공격 이후 5년만이다. 그만큼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표현이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 논란 역시 집단학살 등 중국 내 인권문제가 직접적 이유다. 이미 릭 스콧 미 공화당 상원의원 등 12명은 지난해 3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 결정을 재고하라’는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영국, 호주, 캐나다 정치권도 공개적으로 보이콧을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의 결정이 ‘민주주의 진영 대 공산주의 국가‘의 진영 싸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여러 국가의 올림픽 보이콧은 1922년 이후 실제 발생한 적은 없다는 게 미 언론의 설명이다. 4년간 준비한 선수들에게 피해만 갈 뿐 보이콧이 곧 정치적 문제의 해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정치를 연계하는 데 부정적인 시각도 높기 때문이다. 다만 CNN은 올림픽 관련 전문가를 인용해 “서방의 정치지도자들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개·폐회식에 불참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전했다. 올림픽 자체는 보이콧 하지 않으면서 정치적인 압박을 행사하는 방식인 셈이다. 미중 간 무력 전쟁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은 비판해야 하지만 중국 전체를 모욕해 위험을 키우지 말라는 식이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칼럼니스트는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신장의 집단 학살은 비판하되 베이징 올림픽은 보이콧 하지 말고, 대만과의 관계는 강화하되 쓸데없이 시 주석의 눈을 찔러대서는 안된다”고 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국민의힘 “24일 박범계 ‘국민청문회’ 열어 의혹 파헤칠 것”

    국민의힘 “24일 박범계 ‘국민청문회’ 열어 의혹 파헤칠 것”

    국민의힘은 25일 예정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여당이 증인 채택을 모두 거부했다면서 독자적인 ‘국민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박 후보자의 여러 의혹과 관련된 증인 채택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으로부터 ‘단 한 명도 채택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24일 자체적인 국민청문회를 열어 사법시험 준비생 폭행 의혹과 대전 지역 공천 헌금 파동 방조 의혹 등을 살펴보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택이 거부된 증인 가운데 사시존치 모임 대표 이종배 씨와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이 이미 국민청문회 출석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다만 자체적인 국민청문회를 진행하더라도 2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선원 억류’ 이란 “자금 동결은 불법”…입장 차만 확인(종합)

    ‘선원 억류’ 이란 “자금 동결은 불법”…입장 차만 확인(종합)

    우리 측, 신속한 억류 해제 요구이란 “환경오염 증거 제출 노력” 한국과 이란의 외교당국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된 한국 선원과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금에 대해 10일(현지시간) 교섭을 벌였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11일 외교부와 이란 정부에 따르면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전날 오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회담하고 양국 간 주요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지난 4일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선박 억류 6일 만에 고위급 교섭이 이뤄졌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은 선박과 선원의 조속한 억류 해제가 가능한 방향으로 적극 교섭에 나선 반면, 이란 측은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약 70억 달러(약 7조 6000억원) 자금 문제에 집중해 대화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측은 줄곧 선박 억류 문제가 이란 동결자금과 관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국대표단의 이란 방문 역시 선박 억류 전 예정된 일정이었으며 이란 동결자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 차관은 한국 선원들의 신속한 억류 해제를 최우선으로 협상하면서 그들의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 이란 측의 한국 선박과 선원 억류에 대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취하며 이란 측이 억류 이유로 주장하는 한국 선박의 환경오염 혐의와 관련한 구체적 증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최 차관은 한국의 은행 2곳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 해법을 제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이란 외교당국은 한국 측 요구사항을 관련 기관에 전달했다며 관련 증거가 신속하게 제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락치 차관은 이 자리에서 자금 동결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의 행동은 미국의 몸값 요구에 굴복한 것일 뿐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라며 “이란과 한국의 양자 관계 증진은 이 문제(자금 동결)가 해결된 뒤에야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를 ‘무고한 이란 국민을 인질로 한 불법적이고 비인도적 행위’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몸값 요구’라는 언급은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아락치 차관은 “이란은 한국과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화했지만, 결과가 없었다”라며 “한국에서 이란의 자금이 동결된 것은 잔혹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과라기보다는 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한국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한국의 자금 동결은 ‘불법적’이라고 언급했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 정부는 이란과 관계에서 최우선 사안(동결 자금 해제)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찾는 데 진지하게 노력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최 차관은 12일까지 이란에 머물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과 이란 최고지도자실 고위 당국자 등과도 만나 억류 선원의 조속한 석방을 거듭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억류 당사자인 혁명수비대와는 직접 만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언론들에 따르면 한국 정부 대표단은 11일 이란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동결자금 해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한국의 은행 2곳(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 석유 수출대금이 예치됐다. 한국과 이란은 미국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 2010년부터 이 계좌를 통해 달러화로 직접 거래하지 않으면서 물품 대금을 결제했다. 한국의 대이란 수출 규모보다 이란의 한국에 대한 석유 수출 대금이 크기 때문에 이 계좌에 잔고가 쌓였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2018년 5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이 계좌의 운용이 중단돼 이란의 자금이 동결됐다. 이 계좌를 계속 운용하면 한국의 두 은행은 미국의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에 저촉돼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이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내 영업은 물론 미국의 금융망 사용과 외화 거래가 차단돼 사실상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선원 억류’ 이란 “자금동결 불법”…입장 차만 확인

    ‘선원 억류’ 이란 “자금동결 불법”…입장 차만 확인

    우리 측, 신속한 억류 해제 요구이란 “억류는 사법부 문제” 일축 한국과 이란의 외교당국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된 한국 선원과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금에 대해 10일(현지시간) 교섭을 벌였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11일 외교부와 이란 정부에 따르면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전날 오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회담하고 양국 간 주요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지난 4일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선박 억류 6일 만에 고위급 교섭이 이뤄졌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은 선박과 선원의 조속한 억류 해제가 가능한 방향으로 적극 교섭에 나선 반면, 이란 측은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약 70억 달러(약 7조 6000억원) 자금 문제에 집중해 대화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측은 줄곧 선박 억류 문제가 이란 동결자금과 관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국대표단의 이란 방문 역시 선박 억류 전 예정된 일정이었으며 이란 동결자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 차관은 한국 선원들의 신속한 억류 해제를 최우선으로 협상하면서 그들의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 이란 측의 한국 선박과 선원 억류에 대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취하며 이란 측이 억류 이유로 주장하는 한국 선박의 환경오염 혐의와 관련한 구체적 증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최 차관은 한국의 은행 2곳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락치 차관은 이 자리에서 자금 동결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의 행동은 미국의 몸값 요구에 굴복한 것일 뿐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라며 “이란과 한국의 양자 관계 증진은 이 문제(자금 동결)가 해결된 뒤에야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를 ‘무고한 이란 국민을 인질로 한 불법적이고 비인도적 행위’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몸값 요구’라는 언급은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아락치 차관은 “이란은 한국과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화했지만, 결과가 없었다”라며 “한국에서 이란의 자금이 동결된 것은 잔혹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과라기보다는 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한국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한국의 자금 동결은 ‘불법적’이라고 언급했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 정부는 이란과 관계에서 최우선 사안(동결 자금 해제)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찾는 데 진지하게 노력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최 차관이 한국 선박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 아락치 차관은 “이란 영해에서 발생한 선박 억류는 오직 기술적, 환경 오염 문제다”라며 “이란 사법부가 이 사건을 다루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란 언론들에 따르면 한국 정부 대표단은 11일 이란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동결자금 해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한국의 은행 2곳(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 석유 수출대금이 예치됐다. 한국과 이란은 미국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 2010년부터 이 계좌를 통해 달러화로 직접 거래하지 않으면서 물품 대금을 결제했다. 한국의 대이란 수출 규모보다 이란의 한국에 대한 석유 수출 대금이 크기 때문에 이 계좌에 잔고가 쌓였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2018년 5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이 계좌의 운용이 중단돼 이란의 자금이 동결됐다. 이 계좌를 계속 운용하면 한국의 두 은행은 미국의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에 저촉돼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이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내 영업은 물론 미국의 금융망 사용과 외화 거래가 차단돼 사실상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여기는 남미] 베네수엘라 국회부의장 “해외로 떠난 배신자 부동산 몰수하자”

    [여기는 남미] 베네수엘라 국회부의장 “해외로 떠난 배신자 부동산 몰수하자”

    야권이 후보를 내지 않고 보이콧하면서 지난해 총선에서 일방적으로 승리, 입법부마저 장악한 베네수엘라 정부와 여당이 이민자 부동산 몰수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5일(현지시간) 출범한 새 의회의 1부의장으로 취임한 이리스 바렐라 의원은 최근 "빈 집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관련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바렐라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의장 취임 전) 과리코 주지사와 만나 현안을 논의하다가 부동산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며 "(부동산 몰수는) 새 의회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가 어렵다고 베네수엘라를 등진 '배신자'들의 부동산을 몰수해 국가재산으로 전환하고 임대나 복지시설 등으로 활용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바렐라는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재화를 손에 넣은 사람은 그가 누구든 생산적 활동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며 이민을 떠난 사람들을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인이 외국에 나가 있는 부동산을 하루빨리 몰수해 생산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는 건 새 의회가 추진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몰수가 현실화한다면 베네수엘라 정부와 여당은 특히 부자들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바렐라는 "베네수엘라에 저택을 버려두고 유럽으로 넘어가 스페인 부유촌에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부자들이 이민길에 오르면서 남긴 부동산을 몰수 대상 1호로 지목했다. 그는 "대규모 저택을 몰수하면 작은 병원 등 의료시설로도 사용할 수 있다"며 '생산적 활용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제이주기구(OIM)에 따르면 경제위기 심화로 조국을 떠난 베네수엘라를 떠난 국민은 450만 명을 웃돈다. 국제이주기구는 "2021년 말에는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이민자가 640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이미 남미에선 베네수엘라발 이민 대란이 시작됐고, 이젠 특정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콜롬비아(150만 명), 페루(86만), 칠레(37만), 에콰도르(33만) 등 남미 각국에선 경제난을 피해 입국하는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수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등지면서 이에 비례해 빈 집이 늘어나고 있지만 엄연히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있다"며 베네수엘라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몰수를 강행한다면 심각한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바렐라는 임기가 끝난 야권 의원들을 매국노로 몰아세우며 전원 체포해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공개 주장하는 등 극단적인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中, 쓰레기 수거함도 안면인식… ‘CCTV 지옥’ 탈출 나선 시민들

    中, 쓰레기 수거함도 안면인식… ‘CCTV 지옥’ 탈출 나선 시민들

    전국 2억대 CCTV로 14억명 얼굴 확보무단횡단땐 전광판·인터넷에 신원 공개공공화장실선 얼굴 스캔해야 휴지 나와‘위구르 경보’ 등 소수민족 탄압 우려도시민들 “정보 유출·사생활 침해” 반발항저우, 생체정보 등록 거부권 첫 도입중국에서 ‘주민 통제용’으로 활용되는 안면인식 폐쇄회로(CC)TV에 대한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민이 동의하지 않은 CCTV 설치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에서 주택단지 입구에 설치된 CCTV에 대한 보이콧이 확산되고 있다고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자매지 글로벌타임스(GT)가 지난해 12월 30일 보도했다. 이곳 주민들이 “집에 출입한 시간과 머문 시간 등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싫다”며 CCTV를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주민 린(林)모는 “우리 단지 관리당국이 주민 의견을 묻지 않고 안면인식 장치를 설치했다”며 “은행자료도 가끔 유출되는 마당에 지역사회에서 수집한 얼굴 정보가 제대로 보호될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는 지난해 10월 공동주택 출입관리를 위해 관리사무소 측이 주민들에게 얼굴과 지문 등 생체정보 등록을 강요할 수 없다는 내용의 ‘도시공동주택관리조례’ 개정안이 인민대표대회에 제출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국에서 처음으로 주민들에게 안면인식 등록을 강제하지 못하는 법규가 도입된다. 법률 전문가인 스위항은 “정보가 유출되거나 오용될 위험이 있는 탓에 이유 없이 주민의 안면인식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내년 1월 발효되는 민법에서는 개인정보 수집이 수집된 정보의 목적, 방법, 범위를 명시적으로 명기하는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설치율 세계 톱20위 중 18개가 중국 도시 전국 2억대의 CCTV를 통해 인구 14억여명의 얼굴 사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서 ‘얼굴’은 신분증이나 다름없다. CCTV 카메라에 비친 인물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정하는 안면인식 기술은 대형 마트와 지하철 개찰구, 짐 보관소, 초중고 교육시설, 관공서, 심지어 쓰레기 분리수거함까지 중국의 일상 속에서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쇼핑할 때 본인 인증은 물론 결제까지 얼굴로 가능하다. 비행기나 기차를 탈 때 얼굴만 카메라에 비추면 1초 안에 신분 확인이 끝난다. 얼굴만으로 승차권도 사지 않고 지하철을 탈 수 있다. 현금지급기(ATM)도 얼굴을 알아보고, 베이징대 등 대학들은 얼굴 출입시스템을 통해 무단 방문자를 막고 있다. 범죄 단속과 범인 검거에도 요긴하다. 2018년 5만여명이 모인 유명 가수 콘서트장 입장 때 얼굴 확인으로 지명수배자 수십명이 체포됐고 상하이 고속도로 검문소에서는 17년 전 살인범이 붙잡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컴패리테크에 따르면 중국에는 전 세계에서 작동되는 CCTV의 54%가 설치돼 있다. 베이징에 CCTV가 115만대로 가장 많고. 상하이가 100만대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산시(山西)성 타이위안(太原)과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 인구 1000명당 119.57대와 92.14대가 각각 설치돼 1·2위를 차지했다. 중국 18개 도시가 세계 상위 20위권 안에 들었다. 서울의 경우 4.1대다. 컴패리테크는 CCTV가 범죄 예방 목적이지만 범죄율과 설치율 간에 큰 상관관계가 없다며 과도한 CCTV 활용을 우려했다. 중국 안면인식 기술의 고속성장은 정부의 지원 덕분이다. 지난해 5월 중국 정부는 향후 5년간 5세대 이동통신(5G)·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 인프라에 10조 위안(약 166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부터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통해 IT와 신(新)에너지, 로봇, 바이오의약 등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마당에 이번 계획을 더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첨단산업 육성 의지가 엿보인다. 중국은 안면인식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이 세계 1~5위를 휩쓸고 상탕커지(商湯科技·SenseTime)을 비롯해 쾅스커지(曠視科技·Megavii), 이투커지(依圖科技·YITU) 등 안면인식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안면인식은 권력이 개인을 감시·통제하는 ‘빅브러더’의 공포도 키운다. 광둥(廣東)성 선전(深)·상하이 등에서는 무단횡단을 하면 길 건너 전광판에 얼굴과 신원이 뜨고 인터넷에 공개된다. 베이징·충칭(重慶)에서는 공공 화장실에 얼굴 스캔을 마쳐야 휴지를 뽑을 수 있다. 더욱이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감시하는 데 쓰이는 AI 소프트웨어를 시험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12월 9일 화웨이와 알리바바가 위구르족을 포착했을 때 ‘위구르 경보‘를 공안당국에 알리는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했다는 내부 문건을 미국 영상감시연구소(IPVM)로부터 입수해 폭로했다. ●“화웨이·알리바바, 인종 구별 기술 시험” 대표 서명이 들어간 이 문서에는 화웨이가 2018년 쾅스커지와 군중 속에서 특정 인물의 나이와 성별, 인종을 구별할 수 있는 안면인식 기술을 시험했다고 적혀 있다. WP는 “이 문서에 따르면 시스템이 이슬람 소수민족을 발견했을 경우 ‘위구르 경보’가 울린다”며 “이는 (소수민족에 대해) 탄압을 진행한 경찰에게 알림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문서는 화웨이 웹사이트에 올라왔다가 금세 삭제됐다”고 전했다. 안면인식 기술이 소수민족의 차별과 탄압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존 호노비치 IPVM 설립자는 “이 문서가 이러한 차별적 기술이 얼마나 위협적이고 일반적이 됐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이는 개별 회사의 활동이 아닌 체계적인 통제”라고 비판했다. 화웨이와 쾅스커지는 해당 문건의 존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의 활용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글렌 슐로스 화웨이 대변인은 “해당 보고서는 단순한 시험일 뿐 실제 적용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쾅스커지 대변인도 “시스템은 인종 집단을 대상으로 하거나 구별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중국에서 CCTV의 남용 논란과 함께 이를 둘러싼 소송이 시작돼 시민들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항저우시에 사는 궈빙(郭兵)은 2019년 소비자 권익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항저우 야생동물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그해 4월 1360위안을 내고 항저우 야생동물원의 연간 입장권을 구매했다. 당시 동물원은 연간 이용권을 발급하며 “지문만 등록하면 1년 동안 무제한 입장이 가능하다”고 안내를 했다. 하지만 그해 9월 동물원 측은 연간 이용권 고객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오늘(17일)부터 동물원 입장 방식이 변경됐다”며 “기존의 방식으론 입장이 불가하니 고객센터에 들러 얼굴 정보를 등록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인증 방식 변경에 놀란 그는 동물원을 찾아가 따졌다. 동물원 관계자는 “안면인식 인증을 거부하면 동물원 입장이 불가하다”며 “안면인식 시스템 거부에 따른 이용권 환불도 불가하다”고 말했다. 궈는 결제 및 사회 각종 영역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얼굴 정보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기업에 맡기는 것에 불안함을 느꼈다. 혹시라도 유출되면 피해가 너무 큰 까닭에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방식을 변경한 점도 문제가 있다고 여겨 소송을 낸 것이다. 중국 소비자권익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용하려는 자는 수집 목표와 사용 범위를 명시하고 대상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수집된 정보는 목적 외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동물원 측은 “기존 지문 인증 시스템의 인식 효율이 떨어져 입장 지연 등의 문제가 빈번히 발생했다”고 안면인식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빅 브라더’ 거부 움직임 확산되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빅 브라더’ 거부 움직임 확산되는 중국

    중국에서 ‘주민 통제용’으로 활용되는 안면인식 장치에 대한 거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자신의 동의 없이 얼굴 정보와 출입기록 등을 수집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에서 주택 단지 입구에 설치한 안면인식 장치에 대한 보이콧이 확산하고 있다고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GT)가 지난 30일 보도했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주민 린모는 “우리 주거단지 관리 당국이 주민 의견을 묻지 않고 안면인식 장치를 설치했다”며 “은행자료도 가끔 유출되고 있는 마당에 지역사회에서 수집한 얼굴 정보가 제대로 보호될지 우려가 된다”고 털어놨다. 이곳 주민들은 집에 출입한 시간과 머문 시간 등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싫다며 안면인식 장치를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는 지난해 10월 공동주택 출입관리를 위해 관리사무소 측이 주민들에게 얼굴과 지문 등 생체정보 등록을 강요할 수 없다는 내용의 ‘도시공동주택관리조례’ 개정안이 인민대표대회에 제출됐다.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중국에서 처음으로 주민들에게 안면인식 등록을 강제하지 못하는 법규가 도입되는 셈이다. 법률가인 스위항은 “정보가 유출되거나 오용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유 없이 주민의 안면인식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내년 1월 발효되는 민법에서는 개인정보 수집이 수집된 정보의 목적, 방법, 범위를 명시적으로 명기하는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중국에서 ‘얼굴’은 신분증이나 다름없다. 중국 정부가 전국 2억대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인구 14억여명의 얼굴 사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카메라에 비친 인물을 특정하는 안면인식 기술은 이에 따라 대형 마트와 지하철 개찰구, 짐 보관소, 초중고 교육시설, 관공서, 심지어 쓰레기 분리수거함까지 중국의 일상 속에서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쇼핑할 때 본인 인증은 물론 결제까지 얼굴로 가능하다. 비행기·기차 탈 때 얼굴만 카메라에 비추면 1초 안에 신분 확인이 끝난다. 승차권도 사지 않고 얼굴만으로 지하철을 탈 수도 있다. 현금자동인출기(ATM)도 얼굴을 알아보고. 베이징대 등 대학들은 얼굴 출입 시스템을 통해 무단 방문자를 막고 있다. 범죄 단속과 범인 검거에도 요긴히다. 2018년 5만여명이 모인 유명 가수 콘서트장 입장 때 얼굴 확인으로 지명수배자 수십명이 체포됐고, 상하이 고속도로 검문소에서는 17년 전 살인범이 붙잡혔다. 중국 안면인식의 고속성장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 덕분이다. 지난해 5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5세대 통신(5G)·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 인프라에 10조 위안(약 1667조원)을 투자해 이들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부터 ‘중국제조 2025’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IT기술, 신(新)에너지, 로봇, 바이오의약 등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계획을 더해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의지가 읽힌다. 중국이 안면인식 기술의 세계 최선두를 달리게 된 이유다. 중국 안면인식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이 세계 1~5위를 휩쓸고 있고 세계적 인공지능(AI)기업 상탕커지(商湯科技·SenseTime)을 비롯해 광스커지(曠視科技·Megavii), 이투커지 (依圖科技·YITU) 등 안면인식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안면인식 기술은 거대 권력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통제하는 ‘빅브라더’의 공포도 키운다. 광둥(廣東)성 선전(深?)·상하이 등에서는 무단횡단하면 길 건너 전광판에 얼굴과 신원이 뜨고 인터넷에 공개된다. 베이징·충칭(重慶)에서는 공공 화장실에 ‘솨롄’(刷臉·얼굴 스캔)을 마쳐야 40~80㎝의 휴지를 뽑을 수 있고, 더 많이 받으려면 9분을 기다려야 한다. 휴지 도둑을 막기 위한 당국의 조치다.특히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감시하는데 쓰이는 AI 소프트웨어를 시험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9일 화웨이와 알리바바가 위구르족을 포착했을 때 ‘위구르 경보‘를 공안당국에 알리는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했다는 내부 문건을 폭로했다. 대표 서명이 들어간 이 문서에는 화웨이가 2018년 광스커지와 군중 속에서 특정 인물의 나이와 성별, 인종을 구별할 수 있는 안면인식 기술을 시험했다고 적혀 있다. WP는 “미국 영상감시연구소(IPVM)가 입수·제공한 이 문서에 따르면 시스템이 이슬람 소수민족을 발견했을 경우 ‘위구르 경보’가 울린다”며 “이는 (소수민족에 대해) 탄압을 진행한 경찰에게 알림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문서는 화웨이 웹사이트에 올라왔다가 금세 삭제됐다”고 전했다. 안면인식 기술이 소수민족의 차별과 탄압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인권운동가 역시 이 기술이 중국의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탄압에 적극 활용됐다고 주장한다. 존 호노비치 IPVM 설립자는 “이 문서가 이러한 차별적 기술이 얼마나 위협적이고 일반적이 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개별 회사의 활동이 아닌 체계적인 통제”라고 비판했다. 화웨이와 광스커지는 해당 문건의 존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의 활용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글렌 슐로스 화웨이 대변인은 “해당 보고서는 단순한 시험일뿐 실제 적용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광스커지 대변인도 “시스템은 인종 집단을 대상으로 하거나 구별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이런 까닭에 중국에서 안면인식 장치의 남용논란과 함께 이를 둘러싼 소송이 시작돼 시민들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저장성 항저우시에 사는 궈빙(郭兵)은 2019년 10월 항저우 야생동물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비자 권익이 침해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궈는 그해 4월 1360위안을 내고 항저우 야생동물원의 연간 입장권을 구매했다. 당시 동물원은 연간 이용권을 발급하며 “지문만 등록하면 1년 동안 무제한 입장이 가능하다”고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그해 9월 동물원 측은 연간 이용권 고객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오늘(17일)부터 동물원 입장 방식이 변경됐다”며 “기존의 방식으론 입장이 불가하니 고객센터에 들러 얼굴 정보를 등록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인증방식 변경에 놀란 그는 동물원을 찾아 따졌다. 동물원 관계자는 “안면인식 인증을 거부하면 동물원 입장이 불가하다”며 “안면인식 시스템 거부로 인한 이용권 환불도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궈는 얼굴 정보는 결제 및 사회 각종 영역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기업에 맡기는 것에 불안함을 느꼈다. 혹시라도 유출되면 피해가 너무 크다. 더군다나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방식을 변경한 점도 문제가 있다고 여겼다. 그는 관할법원인 항저우시 푸양(富陽)구 지방법원에 해당 동물원을 ‘소비자 권익 보호법’ 위반으로 소송을 냈다. 중국 소비자권익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수집, 사용하려는 자는 수집 목표와 사용 범위를 명시하고 대상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수집된 정보는 목적 외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동물원 측은 “기존 지문 인증 시스템의 인식 효율이 떨어져 입장 지연 등의 문제가 빈번히 발생했다”며 “안면인식 시스템 도입으로 효율이 크게 향상 됐다”며 안면인식 도입 이유를 해명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美의회 “트럼프의 거부권을 거부한다”

    美의회 “트럼프의 거부권을 거부한다”

    하원, ‘주한 미군 유지’ 국방수권법 재의결거부권 첫 무효화… 상원도 재의결할 듯트럼프 “새달 6일 보자” 불복 집회 예고바이든 “안보 정보 못 받아” 작심 비판친트럼프 매체도 “미친 짓 멈춰라” 비난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레임덕’을 인정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각종 몽니와 이를 막기 위한 의회의 반격,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의 정권인수 작업 보이콧 등으로 세밑 워싱턴 정가에 혼돈이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의 마지막 절차로 의회의 선거결과 인증이 나오는 다음달 6일에 맞춰 대규모 집회까지 예고하며 순순히 백악관을 떠날 의향이 없음을 다시 한번 보여 줬다. 미 하원은 28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찬성 322명, 반대 87명’으로 재의결했다. 앞서 의결했던 NDAA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행사한 거부권을 무효화한 것이다. 상원도 29일 본회의에서 같은 결정을 내리면 거부권은 완전 소멸된다. 하원이 ‘트럼프의 거부권’을 무효화한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축소에 제동을 건 규정의 부당성, 이용자 콘텐츠에 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면책특권(통신품위법 230조) 폐지 등을 주장하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의 2만 8500명 밑으로 줄이지 못하게 한 규정도 들어 있다. 초당적으로 마련된 법안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있어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에서도 무난하게 재의결될 전망이다. 이날 하원은 코로나19 지원금을 1인당 최대 600달러(약 66만원)에서 2000달러(약 218만원)로 상향하는 법안도 통과시켜 상원으로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뜻이 일치한 드문 사례지만, 공화당은 재정 적자를 우려하며 반대해 왔던 사안이어서 상원 통과 여부는 확실치 않다. 공화당이 이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반대하면 확실히 선을 긋게 된다. 최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은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악착같이 대선 불복 싸움에 나서지 않는다고 비난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의 고의적인 정권이양 작업 방해도 여전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설에서 국방부와 백악관 예산관리국이 정권 인수 과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며 “주요 국가안보 영역에서 필요한 정보 전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건 무책임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작심하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바이든 당선’을 인증하는 취임식 전 마지막 절차까지 지지자를 동원해 막아 보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전날 트위터에 “이번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커다란 사기극이었다. 1월 6일 워싱턴DC에서 만납시다”라고 썼다. 이에 대해 AFP통신은 극우 성향의 ‘프라우드 보이스’를 포함해 전국 각지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 주변에 집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폭력사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의 행보에 보수성향 매체인 뉴욕포스트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1면 트럼프 사진과 함께 ‘대통령…미친 짓을 멈추라’는 제목으로 직격탄을 날렸으며, 사설을 통해 대선 불복 행보는 “비민주적인 쿠데타를 응원하는 것이며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은 파멸”이라고 질타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중국인 태우지 마라”…인도 정부, 비공식 지시 내린 이유

    “중국인 태우지 마라”…인도 정부, 비공식 지시 내린 이유

    인도 정부가 각 항공사에 자국 내로 들어오는 여객기에 중국인을 태우지 말라고 비공식으로 지시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 문제로 갈등 중이다. 28일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인도 국내외 항공사는 지난 주말 동안 당국으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았다. 일부 항공사는 탑승 금지의 근거가 필요하다며 관련 지시 사항을 문서로 전달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현재 인도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 대한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대신 국내선, 자국민 귀국용 및 각국 자체 특별기, 특정 국가와 양자 운항 등만 허용하고 있다. 양자 운항의 경우 ‘에어 버블’(Air Bubble) 합의에 따라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유럽 일부 국가 등과 이뤄지고 있다. 이에 중국인도 인도와 양자 운항이 허용된 나라를 통해 인도로 입국할 수 있다. 인도 정부의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는 중국이 지난달 초부터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인도 선원의 입항 등 인도인 입국을 금지하자 보복에 나선 것이다. 이 신문은 “중국 측의 조치로 인해 외국 상선에 탑승한 인도인 약 1500명이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인도에서는 지난 6월 국경지대 갈완계곡 ‘몽둥이 충돌’ 이후 중국산 제품 보이콧, 각종 프로젝트 취소 등 중국 퇴출 목소리가 커진 상태다. 인도 정부도 비관세장벽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막으려는 분위기다. 인도 정부는 주권, 국방, 공공질서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동영상 플랫폼 틱톡 등 중국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260여 개도 금지한 바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국민의힘 “박병석 의장, 중립 의무 저버려...본회의 사회 거부”

    국민의힘 “박병석 의장, 중립 의무 저버려...본회의 사회 거부”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에 대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방해를 위한 반대토론) 종결투표에 참여해 중립 의무를 저버렸다면서 보이콧을 선언했다. 15일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적을 이탈해 중립을 지켜야 할 의장이, 더구나 법안 내용도 아니고 의사 진행에 관해 특정 정당을 편들어 의장석을 비우고 (투표를 위해) 내려간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이틀이나 의장석에서 걸어 내려온 건 의장직을 포기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의장직을 스스로 포기한 박 의장을 인정하지 않고, 박 의장이 진행하는 (본회의) 사회는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장은 지난 13일부터 이틀에 걸쳐 국정원법 개정안,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에 각각 참여했다. 특히 가결 요건인 180표를 간신히 채운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는 박 의장의 참여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킨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더불어도 아니고 민주도 아니다. 나홀로 독재당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 요 며칠 사이 정권의 오만과 폭주를 보면서 ‘다음 선거에는 어떻게 해야겠다’고 서서히 마음을 잡아가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힘 실어주는 文 “공수처 통과 다행, 국민과 약속…새해벽두 출범 기대”(종합)

    힘 실어주는 文 “공수처 통과 다행, 국민과 약속…새해벽두 출범 기대”(종합)

    “공수처장 후보 임명 등 남은 절차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하라”야 피켓 항의 속 여 손뼉 자축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여당이 숫적 우위를 앞세워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늦었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게 돼 감회가 깊다”면서 “공수처가 신속하게 출범할 길이 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를 신속하고 차질없이 진행해 2021년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하기를 기대한다”고 속도전을 강조했다. “기약 없이 공수처 출범 미뤄져 안타까웠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이러한 소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과 특수관계자를 비롯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 사정·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부패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오랜 숙원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를 생각하면 야당이 적극적이고 여당이 소극적이어야 하는데, 논의가 이상하게 흘러왔다”면서 “기약 없이 공수처 출범이 미뤄져 안타까웠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는 비판도 있다’는 질문에 “절차를 거쳐 국회에서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본다”고 일축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현재 6명 이상(총 7인)의 찬성을 3분의 2인 5명 이상로 바꾸며 야당 추천위원 2명의 비토권을 무력화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표결로 처리했다.野 “‘공수처 1호’ 수사대상 윤석열 될 것” 민주, 1년 만에 공수처장 후보 의결정족수7명 중 6명 → 5명 이상으로 변경야당 몫 2명 반대 ‘있으나마나’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은 군소야당과의 ‘4+1’ 공조로 ‘7명 중 6명’ 정족수 규정을 마련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로 법을 제정했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를 고치게 됐다. 지난 4월 총선을 통해 원내교섭단체가 3개에서 2개로 줄어들었고,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을 모두 가져간 제1야당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공수처 출범이 지연되는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민주당이 ‘야당의 비토권 보장’을 명분으로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해놓고는 말을 뒤집었다고 지적한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7월 15일 공수처법 시행 후 5개월이 지나도록 국민의힘이 발목잡기로 일관하는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개정법에는 추천위 절차 지연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국회의장이 요청한 지 10일 안에 교섭단체가 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을 경우, 의장이 직권으로 한국법학교수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위촉할 수 있도록 했다. 야당이 위원 선정부터 보이콧해 추천위 구성 자체가 안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공수처 검사의 요건 역시 완화된다. 기존 규정은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한 자로서 재판·수사·조사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명시했지만, 변호사 자격 보유기간은 7년으로 낮아졌고 재판·수사·조사 실무 경력 부분은 아예 삭제됐다. 민주당은 법조계에 기존 요건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며 불가피하게 문턱을 낮췄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민변’ 출신 등 정권에 우호적인 법조인으로 공수처가 채워지고 1호 수사 대상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될 것이라는 정치적 편향성 우려를 제기한다.靑 “공수처법 일방 처리라니?국회서 절차 거쳐 개정안 마련한 것” 이에 따라 여야 간 이견으로 차일피일 미뤄져 온 국회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등 공수처 출범 절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밝혀왔다. 공수처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야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신청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까지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면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입법이 마무리된다.안철수 “朴탄핵 때보다 더 불행한 날”“독재 불복종 강력 투쟁 총대 메겠다” “거꾸로 돌린 역사 수레바퀴에 압사할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된 이날 “4년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불행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의회민주주의 정신을 휴짓조각으로 만드는 만행”이라며 “야권은 스스로 혁신을 바탕으로 독재정권에 대한 불복종과 강력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자는 결국 그 수레바퀴에 깔려 압사할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며 “법치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바랐던 국민들을 배신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는 데 저 안철수가 총대를 메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180석에 달하는 거대의석을 힘으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일사천리로 통과시키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보수진영 정당과 사회단체 대표들은 민주당의 독주를 막자며 이날 연석회의를 열고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를 출범시켰다. 비상시국연대를 고리로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모색하면서 조기 정권 퇴진을 위해 대동단결한다는 데 뜻을 모으기로 했다.주호영·안철수 등 ‘반문연대’ 손잡아‘정권퇴진’ 비상시국연대 출범 “지분 싸움·노선투쟁 잠시 접읍시다” 비상시국연대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국민통합연대 이재오 집행위원장, 자유연대 이희범 대표,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김태훈 회장, 신문명정책연구원 장기표 원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7인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연석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 개인 한 사람이 전체를 다스리는 독재가 시작됐다”면서 “70년 헌정사 최초로 더불어민주당이 모든 정당을 압도하는 소위 ‘단일정당 국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을 조기 퇴진시키고 국가를 정상화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일치단결할 것”이라며 “폭정세력과의 결사항전을 위해 한가로운 지분 싸움과 노선 투쟁은 잠시 접어두자”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현실 인식과 처방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문재인 정권이 조기 퇴진하고 폭정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데는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 없는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김태년 “공수처는 시대요청, 필연적 개혁” 與 박수 자축본회의 통과 때 추미애 미소 반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는 시대 요청에 따른 필연적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순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힘찬 박수가, 국민의힘에서는 성난 구호가 터져 나왔다.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에 일제히 찬성표를 누른 민주당 의원들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법안 가결을 선포하자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손뼉을 치며 자축했다. 공수처 출범의 교두보를 놓은 순간을 기억하려는 듯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본회의장 스크린을 촬영하는 의원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국무위원석에 앉아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활짝 미소짓는 장면도 목격됐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민주주의는 죽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모두 기립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한 사람이 ‘독재로’라고 선창하면 다른 의원들이 ‘망한다, 망한다, 망한다’를 반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수처법 개정안의 부수 법안이 처리되는 도중에도 투표에 거의 참여하지 않은 채 ‘문재인은 독재다’라는 구호를 외쳤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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