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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태백산맥’에 대한 검찰의 딜레마/송호창 변호사·민변 국보법TF 팀장

    지난 10여년간 학문·사상의 자유를 옥죄던 대표적 국가보안법 사건들에 대해 연이어 무죄 판결과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3월11일 대법원은 경상대 교재인 ‘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해 무죄판결을 하였고,3월31일에는 검찰이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과 최장집의 저서 ‘한국 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에 대해 잇달아 이적성이 없다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반갑고도 반가운 소식이다. 검찰은 이번 무혐의 결정을 계기로, 수사기관이 ‘이적성 판단을 정확히 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남용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식으로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번 결정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라는 도마위에 발가벗겨진 채 올려져 이적성의 칼질을 당한 작가의 11년간의 고통이 씻겨질 수 있을까. 진정 학문사상의 자유에 대한 ‘이적성 논란’은 종결되었고, 국가보안법의 남용여지는 없어진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NO”이다.‘한국사회의 이해’와 ‘태백산맥’은 11년간이나,‘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은 7년 동안 재판과 수사를 받아야 했다. 그 긴 시간 동안, 저자들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정래씨와 출판사는 1990년 ‘태백산맥’을 출간한 이후 수많은 협박전화와 위협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11년 동안 수사 그 자체보다는 처벌 대상이 된 이후 마음대로 집필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경찰 수사를 받는 동안에는 ‘아리랑’을 집필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한강’을 쓰고 있었는데,‘이적성’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대목에서는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고 있더란다.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에 재갈을 물린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니, 무죄와 무혐의 판단만으로는 그 긴 세월 동안의 고통스러운 상처가 치유될 리 만무하다. 검찰의 이번 결정이 ‘국가보안법의 남용문제’ 또는 ‘이적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법원과 검찰은 이번 결정에 대해 종래 40년 이상 적용해오던 ‘이적성의 판단기준’이 바뀐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번 검찰의 결정은 종래 ‘이적성’의 기준에 따르면 백번 처벌해야 하나 처벌의 후과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마지못해 내린 결정에 불과하다. ‘태백산맥’의 경우, 수사기관에 의해 ‘이적성’여부를 놓고 조사를 하던 같은 시기에, 역설적이게도 경찰대를 포함한 전국의 각 대학은 이 책을 권장도서로 지정했고 평론가들은 우리시대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려 600만부가 팔려 나갔다. 검찰이 11년 동안 위법성 판단을 보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태백산맥’에 ‘이적성’이라는 낙인을 찍는 순간, 최소한 600만명을 ‘이적표현물 소지죄’로 처벌해야 하고, 권장도서로 추천한 대학의 관계자들, 평론가들 역시 처벌해야 하는 사법사상 최고의 코미디를 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결정을 두고 ‘검찰의 전향적 결정’ 운운하며 확대 해석할 일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검찰이 11년 동안이나 최종 결정을 미뤄온 것과 종래의 ‘이적성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에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하였으나 제2의 태백산맥에 대해서도 다시 무혐의 결정을 할 수 있을까. 검찰의 ‘이적성 판단기준’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법원과 검찰이 지금까지 ‘이적성’이라는 모호하고 낡은 잣대로 인권을 함부로 짓밟았던 모든 사건에 대해 그 판단의 잘못을 인정하고, 또한 종국적으로 이런 과오를 반복되게 한 국가보안법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는 한, 검찰은 태백산맥과 똑같은 딜레마에 다시 빠질 수밖에 없고, 수사과정에서 제2의 조정래에게 도마위에 서서 발가벗기를 다시 강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송호창 변호사·민변 국보법TF 팀장
  • 한나라-한총련 맞장토론…극과 극이 통한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학생들이 ‘맞장 토론’을 벌인다. 양자의 공식적인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도저히 이뤄질 수 없을 것으로 여겨져온 ‘극과 극’의 만남이기에 토론 내용에 관계없이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나라당의 중도성향 의원모임인 푸른정책연구모임(푸른모임) 소속 의원들은 오는 8일 경북 경산시 소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영남지역 한총련 소속 16개 대학 360여명의 학생들과 난상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토론에는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와 권영세 전략기획위원장, 박진 전 국제위원장을 비롯해 초선인 나경원·최경환·정두언 의원 등 1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푸른모임 소속 의원들은 이어 5월 12일 쯤에는 전남 목포 소재 목포대학교나 대불대학교에서 한총련 최강의 정예조직인 남총련(광주·전남지역대학 총학생회연합) 소속 대학생들과도 ‘맞장토론’을 벌이기로 하고 남총련측과 세부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른모임 관계자는 “주제도 없고, 특정 토론자도 없는 그야말로 난상토론이 될 것”이라며 “아무리 원수지간이라 하더라도 자주 만나 툭 터놓고 얘기하다 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애정도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이번 토론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이젠 학생들도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한나라당의 개혁 의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며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한총련 학생들과의 토론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학생들의 현실적 관심사인 청년 실업과 대학구조조정 문제를 비롯해 북핵문제와 6자회담, 한·미·일동맹, 남북 경제협력, 북한인권문제와 탈북자대책, 정치개혁, 국가보안법을 포함한 3대 입법 등 정치 전반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누고 입법활동에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당내 외교통인 박진 의원은 “그동안 한나라당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기득권 세력’을 뛰어넘어 ‘재벌옹호당’‘노인당’‘차떼기당’ 등 최악의 이미지로만 인식돼 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부터라도 그간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함께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의 향후 비전과 실천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더이상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이번 토론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영세 의원도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면서 “이번 토론을 통해 이땅의 젊은이들이 무슨 문제로 고민하고 있고, 무슨 일에 열정을 쏟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한나라당의 개혁 의지와 변화의 몸부림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6) 경희대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6) 경희대

    경희대 법대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경희 법대는 동북아 법률 허브를 구축하는 데 앞장선다는 옹골찬 포부를 감추지 않는다. 단순히 국내 법대와 경쟁해 로스쿨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북아의 법률시장에서 한 몫을 톡톡히 해내겠다는 계획이다. 자칫 ‘대외홍보용’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경희 법대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내실을 다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성화 살린 국제법무대학원 경희 법대의 경쟁력은 국제법무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일반법학 전공 외에 국제법무학 전공을 설치해 특성화를 꾀하고 있다. 경희 법대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국제법무학은 타 대학의 국제법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통상법·지적재산권법·조세법·미국법무학·중국법무학·인터넷법 등 실용 법과목을 다양화해 일반 법 전공과 확실히 차별화시켰다. 설립 10주년을 앞둔 국제법무대학원도 경희 법대의 자랑이다. 이정규 법대 행정과장은 “이미 10년 전에 헌법·민법·형법 등 기본법에서 탈피해 실용법 과목 중심의 대학원을 일반 법학대학원과 차별화해 설치했다.”면서 “그 대학이 바로 국제법무대학원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제법무 분야를 특화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법무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의 특화로 대학원 정원의 3분의 2가 현직 법조인들일 만큼 반응이 좋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 ●중국·미국 대학과 연계 경희 법대가 국제법무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세계화·개방화·정보화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법조시장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국제교역이 증가할수록 법률분쟁도 증가해 국제법무를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경희 법대는 특히 우리와 교역량이 많은 일본과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에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인민대학과 이미 연계체제를 갖췄다. 교환학생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민대학에 지망하는 중국 학생들이 경희대에 유학을 올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에서 법학석사학위(LLM) 과정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학생들의 미국변호사 시험 준비를 위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미국헌법, 미국민사소송법, 미국계약법 등 미국변호사 시험에 필요한 과목을 개설해 시험대비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최첨단 교육시설 신설 국제법무 분야를 특화시키는 만큼 경희 법대는 원어 강좌에 비중을 두고 있다. 법무영어를 공통과목으로 개설한 데 이어 외국인 교수를 4명 정도 추가 충원해 원어 강좌를 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로스쿨을 대비한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1100여평의 법학관을 4000여평으로 증축하고 있다. 제2 법학관에는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강의실을 포함한 첨단 강의실 8개와 6개 세미나실, 연구실, 모의 법정 등이 들어선다. 또 원격시스템을 도입한 전자법정 등 최첨단 교육시설이 총동원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의대, 한의대, 치대, 약대, 간호대를 바탕으로 한 의료법무 연구센터와 IT법무 연구센터 등 분야별로 연구센터를 신설해 전문 분야의 다양화를 꾀하는 등 내용면에서도 내실을 쌓는다는 게 경희 법대의 계획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이영준 법대학장 “법률시장 개방에 발맞춰 국내 법조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영준 경희대 법대 학장은 로스쿨 유치도 중요하지만 외형적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내실을 공고히 하겠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국제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할 법조인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이 학장은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맺어지는 등 국제환경이 변화되고 있는데 우리 국내 법조인들의 경쟁력은 법조인들 스스로가 인정할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해외에서 우리 기업들의 활동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법조인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현재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이 5만개를 넘어섰고 이들 기업 상당수가 법적분쟁에 휘말리고 있지만 국내 법조인들로부터는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 학장은 “국제법무와 관련된 법률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도 국내 법조인들로부터는 도움을 기대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도 손실이 크다.”고 덧붙였다. 경희 법대가 국제법무 분야를 특화해 집중 육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 학장은 “우리가 해외에 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많이 배출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 학생들이 한국의 로스쿨로 유학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법문화를 체득한 외국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법조인은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말로 로스쿨의 교육목표를 제시했다. 이 학장은 “법조인은 어디까지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이지 법률 지식을 앞세워 군림하려 해서는 안 된다.”면서 “로스쿨 도입이 법률 서비스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출발한 만큼 교육도 법조인의 기본자세에 중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문재인수석등 300여명 배출 경희대 법대는 작은 규모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300여명의 법조인을 배출했다. 법대 정원이 250명으로 늘어난 지는 불과 3년째다. 규모에 비해 배출된 법조인이 많은 편이다. 첫 합격자는 고시 사법과 7회에 합격한 임병옥(54학번) 변호사. 그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매년 20여명이 사시에 합격하고 있다. 이들 경희 출신 법조인들은 사회 각계에 진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조성래(59학번)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대표격이다. 사시 8회로 서울지법 판사,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 대학 67학번이다. 사시 22회에 합격, 변호사로 활동하다 1988년 한겨레 신문 창간위원으로 활동했고 2003년부터 대통령비서실에 몸 담고 있다. 이태훈(68학번) 변호사는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 사시 14회로 법무부 국제법무심의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부봉훈(73학번·사시 20회) 서울고검 공판부장은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된 송두율 교수의 수사를 맡아 유명해졌다. 전원책(75학번) 변호사도 잘 알려져 있다. 군법무관 4회 출신인 전 변호사는 시인이라는 특이한 이력과 연예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1977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그는 변호사 활동과 병행해 대학에서 문학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밖에 김우찬(81학번·사시 30회) 서울중앙지법 판사 등 13명의 판사와 9명의 검사가 재직 중이고, 변호사로 활동하는 경희 출신 법조인도 180여명에 달한다. 또 조선제(63학번) 전 교육부 차관, 강동석(중퇴) 전 건교부 장관 등 관가 인사들도 배출해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1년만에 국보법 무혐의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 인터뷰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1년만에 국보법 무혐의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 인터뷰

    1930년 프랑스의 앙드레 모루아가 대하소설(大河小說,roman-fleuve)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대하’의 흐름처럼 계속된다는 뜻이다. 유럽에서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하지만 세계 문학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기록이 한국에 있다.1질도 힘들다는 대하소설을 무려 3질이나 썼다.‘태백산맥’(10권)에서 시작돼 ‘아리랑’(12권)을 부르며 ‘한강’(10권)에 이르렀다. 등장인물만 하더라도 1200명이다. 실타래처럼 풀어놓은 삶의 희로애락, 켜켜이 쌓여진 원고지 높이가 7m30㎝에 이른다. 과연 몇명이나 읽었을까. 팔린 부수로 계산해보자. 태백산맥 600만부, 아리랑 350만부, 한강 200만부, 합치면 1150만부에 달한다. 태백산맥의 경우 인세수입은 30억원이며 아직도 대학도서관 대출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기록깨기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1질도 힘든 대하소설 3질이나 집필 최근에는 태백산맥을 원고지에 베껴쓰는 독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번역돼 세계로 무대를 넓혀간다. 사람들은 작가를 가리켜 ‘접신(接神)’이라고도 한다. 조정래(63)씨. 빨치산과 분단문학가로 대표된다. 서울 서초동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났다. 태백산맥으로 11년만에 굴레를 벗었다. 그래서일까. 꽃이 만발한 들판에서 뛰노는 아이같은 느낌이 풍겨왔다. 인사말이 오고갔다. 먼저 태백산맥의 보안법 무혐의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그는 “검찰의 용단에 감사한다. 목에 감겨 있던 쇠사슬이 풀린 기분이다. 빼앗긴 창작의 자유를 되찾아 홀가분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그동안 동료작가들의 심리적 위축이 많았다. 이제는 후배작가들이 추구하려는 분단문학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은)검찰의 성숙된 변화이며 진정한 통일의 길을 한가닥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빼앗긴 창작의 자유 되찾아 홀가분” 누가 가장 반가워했느냐는 물음에 주저없이 “온갖 고초를 함께 겪어온 아내”라면서 “(아내는)‘여보, 당신 이젠 자유야.’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대답했다. 순간 11년의 굴레가 생각났는지 잠시 창밖을 응시한다. 회한이 교차했을 법하다. 그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히는 듯했으나 금방 웃음으로 바꾼다. 차 한잔을 마신다. 순천 벌교에 들어설 ‘태백산맥문학관’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했다.“문학관사업은 원래 9년전 구체적으로 진행되다가 자유총연맹과 공안당국의 방해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해 다시 구체화됐다.”면서 “최근 착공됐으며 내년 5월에 개관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설계는 건축가 김원씨가 맡았다. 김씨와는 지난해 6월 사단법인 남북어린이어깨동무에서 주관한 평양어린이병원 개원과 관련해 방북 때 동행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문학관에는 육필원고와 태백산맥의 사건 일지, 협박편지, 방송녹화자료 등 고통의 흔적들도 전시할 예정이다. 특히 2편의 유서도 선보인다. 조씨는 태백산맥으로 늘 미행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까닭에, 어느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끝에 94년 2월과 97년에 유서를 썼다. “태백산맥 2회분을 쓰고나서 공안당국의 협박에 시달렸죠. 하루는 아내한테 ‘아이 데리고 견딜 수 있겠느냐.’고 했지요. 그랬더니 아내는 ‘작가가 두려워서 글을 못쓰면 작가도 아니다.’고 했어요. 아울러 ‘어차피 작가의 영욕(榮辱)은 반반’이라고 하더군요. 제겐 큰 위로가 됐습니다.” 조씨 부인은 시인 김초혜씨다. 둘은 문단에서 소문난 캠퍼스 커플이다. 조씨와 함께 동국대 2학년때 문학서클 ‘용운문학회’ 멤버로 만나 결혼했다. 둘은 문학적 논쟁 외에는 부부싸움 한번 안할 정도로 40년동안 잉꼬부부로 살아오고 있다. ●하루평균 원고지 30매는 반드시 메워 대하소설을 3질이나 쓴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즉각 “험난하고 처절한 역사가 힘이 됐다. 분단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작가의 책무요, 알면서 안쓰면 비겁한 것이고 기피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작가적 사명감으로, 자신과 외롭게 싸우면서 수없이 구슬을 뀄다. 또한 부친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부친은 일제 때 한용운 선생의 청년승려 비밀조직인 ‘만당’(卍黨)에 참여해 불교개혁과 일제에 항거했다. 조씨는 “선친의 문학비가 낙산사와 고흥에 세워져 있으며 유품 몇점이 아리랑문학관에 전시돼 있다.”면서 “(자신이)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맑은 풍경소리와 목탁소리가 곧 태교음악이었다.”고 회고한다. 불교소재의 글을 쓸 때에는 (원고지)파지 하나 없이 생득(生得)적 일사천리로 쓰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원고지로 글쓰기를 고집한다. 컴퓨터나 핸드폰 같은 것을 싫어한다. 기계에 얽매이는 것이 싫단다.‘글발’을 받을 때에는 하루 150매까지 쓴다. 하루평균 30매는 꼭 쓴다. 이 대목에 이르자 “혹자들은 ‘돈을 많이 번 작가’라고 하지만 ‘글감옥’에 갇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설 집필때마다 수차례 병원신세 예를 하나 든다. 어느 대학에서 작가 지망생들을 상대로 강의했을 때였다. 처음에는 조씨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던 학생들이 ‘조정래의 삶’(TV녹화자료)을 감상한 뒤에는 다들 “생각을 바꾸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작가론이 이어진다.“농부의 호미가 녹슬 겨를이 없듯이 작가 또한 열심히 밭고랑을 일구는, 인생을 끊임없이 경작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유했다. 이러는 동안 그는 세가지 병마와 싸웠다고 고백했다. 태백산맥을 집필할 때에는 위궤양으로 고생했다. 또 아리랑을 쓸 땐 오른팔 마비, 한강 땐 탈장 등으로 수차례 병원신세를 졌다. “피가 증발해버리고 하얗게 표백되는 현상이 거듭되고, 침대에 누우면 온몸이 조각난 것처럼 혼미해지고 ‘이대로 죽을 수도 있구나.’하며 잠에 빠지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창밖을 응시한다. 목소리가 낮아진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태백산맥’을 쓰기 시작했어요.‘한강’을 끝내고 나니 어른이 되어 장가를 가겠다고 하더군요.‘글감옥’에 갇혀 지내느라 아들과 대화도 못해 어찌나 미안한지…, 글을 쓸 때에는 아내도 아들도 접근을 못하거든요.” 그래서 손자들한테는 무척 다정다감한 할아버지로 대해준다고 했다. 주말마다 손자의 손을 잡고 나들이하며 더할 수 없는 행복에 빠져든다.“초록빛 잔디밭에서 하늘이 주는 최고의 선물을 만끽한다.”며 어린 아이처럼 활짝 웃는다. 특히 요즘에는 6살된 첫째 손자가 “할아버지, 저도 태백산맥을 쓸게요.”하는 재롱에 몇번이고 감동을 받는다. 조씨의 아들 도현(34)씨와 며느리 이민경(31)씨가 최근 4년5개월만에 ‘태백산맥’을 베껴쓰는 일을 끝마쳤다. 손자가 그런 모습을 지켜봤던 것이다. 조씨는 향후 10년 계획을 밝히면서 동화 2편을 반드시 쓰겠다고 강조했다. 손자와 지내다보면 동화쓰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했다. 톨스토이도 말년에 동화를 썼다고 덧붙인다. 아울러 장편 3권과 역사속의 인물 10명을 택해 전기를 쓰는 것도 이미 기획돼 있다고 했다.“글이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할 수 있는 예술의 한 장르”라면서 한번밖에 없는 생애에 언어의 여력을 계속 쏟아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1943년 전라남도 승주군 선암사에서 4남4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주로 순천과 벌교에서 지내면서 여수·순천사건과 6·25전쟁을 겪었다. 이 경험은 훗날 중요한 문학적 토양으로 작용한다.1970년 ‘현대문학’에 ‘누명(陋名)’과 ‘선생님 기행’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월간문학’ 편집장,‘소설문예’ 발행인으로 활동했다.78년에는 도서출판 민예사를 설립했으며 ‘한국문학’ 주간을 지냈다. 이후 83년부터 ‘대하’에서 ‘소설’이란 배를 홀로 타고 노를 젓기 시작했다. “반야심경을 자주 외며 내공의 힘을 쌓지요. 또 건강을 위해 집(경기 분당) 주변 율동공원을 매일 한시간씩 산책합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3년 전남 벌교 출생 ▲62년 서울 보성고등학교 졸업 ▲66년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70년 현대문학 ‘누명’으로 데뷔 ▲73년 월간문학 편집장 ▲75년 소설문예 발행인 ▲77년 민예사 대표 ▲83년 태백산맥 집필 ▲86년 태백산맥 전10권 발간 ▲94년 아리랑 전12권 발간 ▲2001년 한강 전10권 발간 ▲이밖에 산문집 ‘누구나 홀로 선 나무’(2003년), 조정래 문학전집 전9권,‘시간의 그늘’ 등 문학지에 소설 50여편 발표. ■ 상훈 제27회 현대문학상(유형의 땅), 대한민국문학상(인간의 문), 단재문학상(태백산맥), 노신문학상(아리랑). 제7회 만해대상 등
  • 문희상의원 “국보법 대체입법 합의땐 반대안해”

    문희상의원 “국보법 대체입법 합의땐 반대안해”

    열린우리당 문희상 신임 의장은 3일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어려움을 달래주는 것”이라면서 민생 및 실용정치에 중점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문 의장은 이날 취임 후 첫 행사로 서울 종로소방서를 방문, 소방공무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해장국처럼 국민의 속을 확 풀어주는 정치를 계속 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그는 2일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에 대해 “여야의 위임을 받은 지도부에서 대체입법에 합의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혀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의 논의과정이 주목된다. 문 신임 의장은 2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차 정기전당대회에서 당의장에 선출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보법 폐지에 한번도 반대한 사실이 없고, 대체입법에 찬성한 적도 단 한번도 없지만 여야가 합의하는 절차는 존중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개혁입법은 이 시대의 절체절명의 과제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 빨리 처리할수록 좋으나 (대체입법으로) 여야가 합의한다면 내 개인적 소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합의에 따를 것”이라며 “4월 (임시국회에서)다루거나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문 신임 의장은 대의원 1만 3461명 중 1만 478명(78%)이 참석한 가운데 후보 2명을 선택하는 연기명 투표에서 4266표(43%)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2등은 염동연(3339표),3등은 장영달(3092표),4등은 유시민(2838표) 후보가 당선됐다.8위를 한 한명숙 후보도 여성 몫으로 상임중앙위원으로 선출됐다. 문소영 김준석기자 symun@seoul.co.kr
  • 장기미제 공안사건 잇단 무혐의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의 ‘기회입국설 사건’과 ‘국가정보원 도청의혹 사건’ 등 그동안 검찰의 장기미제로 남아 있던 공안 사건들이 잇따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구본민)는 2003년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를 모종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내로 초청했다는 ‘기획입국설’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박형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 이사장과 방송을 통해 송 교수를 민주인사로 미화, 찬양했다며 보수단체에 의해 고발된 정연주 KBS사장 등 6명을 무혐의 처리했다고 1일 밝혔다. 김수민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박 전 이사장 등이 송 교수의 노동당 입당사실 등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학계 등의 평가를 근거로 송 교수를 초청, 지원했던 것으로 조사돼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임정혁)는 이날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던 ‘국정원 도청 의혹 사건’과 관련, 신건 당시 국정원장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감청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기술적 난이도나 막대한 비용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의혹을 제기한 정 의원은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공판전 증인신문’에도 끝내 응하지 않아 과태료 50만원 처분을 받았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사설] 권력으로부터의 검찰 독립 계속돼야

    김종빈 검찰총장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무난히 통과함에 따라 당초 일정대로 오는 4일 검찰 총수자리에 오른다. 그는 차기 총장에 내정된 직후 국민을 위한 참봉사자가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기대 못지않게 우려 또한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전임 송광수 총장 때처럼 그의 앞에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등 험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송 총장이 권력과 끊임없이 부딪치며 개척한 ‘검찰 독립’은 되돌릴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김 총장은 송 총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검찰을 독립의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김 총장이 검찰 독립이라는 송 총장의 창업을 수성으로 연결시키려면 외압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수시로 천명해야 한다.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권력의 압력이 강하다면 2년 임기에 미련을 갖지 말고 자리를 훌훌 털 수 있어야 한다. 검찰총장만 마음을 비운다면 어떤 외풍도 검찰을 흔들 수 없다는 게 과거 경험이 일깨워준 교훈이다. 권력에 당당하고 약자에 대해서는 인권을 존중하는 섬세한 수사를 펼친다면 검찰이 그토록 갈망하던 ‘국민의 검찰’은 절로 이뤄진다. 총론에서 방향을 올바로 잡는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신설문제나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에서는 훨씬 더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김 총장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때면 정치권에 휘둘리다가 후배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중도 퇴진한 전임 총장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영광의 자리’가 가문과 검찰의 명예로 이어지느냐 여부는 김 총장이 외압에 얼마나 당당하게 맞서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최장집교수도 7년만에 ‘무혐의’

    최장집교수도 7년만에 ‘무혐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구본민)는 자신의 저서에서 한국전쟁의 성격을 ‘민족해방전쟁’으로 규정,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고발된 고려대 최장집 교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31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학 교수로서 한국현대사의 연구 결과를 개진하면서 기존의 학설이나 주장과 다른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전체적 내용과 집필 당시 상황으로 미뤄 학문 연구의 일환으로 판단되고 북한을 이롭게 할 인식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무혐의 처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의 적시가 아닌 학문적 견해표명에 불과하고 비방 목적도 인정키 어럽다.”면서 역시 무혐의 처분했다. 건국회 회장 등 16명은 1998년 11월 “최 교수가 저서인 ‘한국 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에서 한국전쟁을 민족해방전쟁으로 규정하고,6·25 참전군인들을 비방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최 교수를 고소·고발했다. 한편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994년 고발된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씨에 대해서도 이날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함께 고발된 한길사 김언호 사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김수민 2차장검사는 “독자와 평론가로부터 예술작품으로서 객관적·미학적 가치를 획득했고, 그런 표현들은 자유토론과 상호 비판 과정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충분히 여과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실용·개혁’ 3:2냐 2:3이냐

    ‘실용·개혁’ 3:2냐 2:3이냐

    2일 전당대회 이후 열린우리당 지도부 구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실용 VS 개혁’의 싸움으로 압축된 전당대회에서 실용지도부냐, 개혁지도부냐에 따라 당의 노선 및 대야관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당의장 선거전은 일단 문희상 ‘대세론’이 막판까지 중심에 서 있는 형국이다. 최근 ‘반 정동영, 친 김근태’ 선언이라는 유시민발 폭풍과 문 후보의 지원을 등에 업은 염동연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큰 흐름을 바꿔 놓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문 후보가 당의장에 오르더라도 변수는 있다. 개혁의 첨병을 자임한 유시민 후보의 선전 여부는 당의 노선 및 향후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문희상 후보가 당의장에 오르는 것을 전제로 유시민 후보가 2위에 오르는 경우. 이렇게 되면 선출직 상임중앙위원은 실용노선 3명(문희상 염동연 한명숙)과 개혁노선(유시민 김두관) 2명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겉보기로는 실용노선이 3대2의 비율로 앞선다. 여기에다 당의장이 지명하는 상중위원(2명)까지 합치면 실용노선이 수적으로 압도한다. 그러나 2위에 오른 유시민 후보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당 노선은 항상 실용 대 개혁 노선이 첨예한 갈등을 빚는 형국이 될 듯하다. 대야관계도 혼선이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후보가 상중위원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 그의 튀는 발언에 따른 역풍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경우다. 실용(문희상 염동연 한명숙) 대 개혁(김두관 장영달)의 구성비율 역시 3대2가 되지만 노선은 확실한 실용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야파인 장영달 후보가 입성하더라도 유시민 후보의 탈락으로 개혁노선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듯하다. 일정 부분 견제가 있을지 모르지만 민생과 경제위주의 실용노선이 탄력을 받게 되고 대야관계도 다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개혁지도부 구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개혁(김두관 장영달 유시민)이 실용(문희상 한명숙)을 수적으로 앞서는 형국이다. 이때는 개혁노선의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보안법 등에 대해 강공입장을 취함으로써 정국은 또다시 가파르게 대치할 가능성이 높다. 유시민 후보가 당의장이 될 가능성도 논리적으론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질풍노도의 개혁정국으로 돌입할 수 있다. 그러나 개혁당 출신인 김두관 후보와 유시민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아서 이미 ‘유시민=당의장’ 가능성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검찰총장 청문회 공수처 논란

    검찰총장 청문회 공수처 논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0일 김종빈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후보자의 자질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지 등을 검증했다. 이날 청문회예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서울 배재고 교사 답안지 대필사건 때 관련 학생의 아버지인 정모 전 검사가 담임인 오모 교사와 수십 차례 통화를 하는 등 대필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혀졌는데 검찰이 축소·은폐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앞서 정 전 검사는 “관련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주장이 인정돼 아들의 편입을 위해 위장전입한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이에 김 후보자는 “검사가 대필 자체를 몰랐다고 검찰이 발표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앞으로 검찰 내부의 비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답변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법사위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공수처 설립에 대해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없애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수사기관으로서 중립성 논란, 업무중복으로 인한 비효율성, 수사경쟁으로 인한 부작용, 기타 법리적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국가보안법 등을 놓고 다른 입장에서 질의했다.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은 “검찰이 자체 감찰이나 자정작용을 통해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처벌하겠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다.”며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은 “공수처는 검찰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검찰을 길들이려는 수단으로 검찰의 독립을 수포로 돌리겠다는 발상”이라고 맞섰다. 김 후보자는 이에 “검찰이 권력형 부패에 대처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니 의원들이 판단해달라.”고 에둘러 답변했다. 또 김 후보자는 ‘사형제 폐지’에 대한 질의와 관련,“여러가지 폐단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강력 범죄가 빈발하고 국민들이 사형제 폐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폐지는 시기가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검찰 독립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검찰수사를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지켜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법사위는 이날 청문회 결과를 바탕으로 31일 전체회의에서 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뒤 국회의장에게 보고한다. 이종수 박지연기자 vielee@seoul.co.kr
  • [뉴스플러스] 野 “3대법안 새달 합의처리”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30일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여야간 논란이 되고 있는 3대 쟁점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 [사설] 3대 입법 한나라당 변화 반갑다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반갑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3대 쟁점법안을 다음달 임시국회에 상정해 심의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확정키로 했다고 한다.17대 국회 개원 이후 계속 걸림돌이 되어왔던 쟁점법안들을 이제는 매듭지을 때가 됐다. 물론 쟁점법안들에 대해서는 여야간 이견뿐 아니라 당내 이견들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마냥 싸우고 미룬다면 국회와 정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다음달 임시국회는 변화된 여야구도 속에서 열리게 된다. 잇단 의원직 상실 판결로 여대야소가 무너지고 여소야대의 판도가 형성됐다. 또 4월30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앞두고 있어 여야가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행여 선거를 겨냥한 힘겨루기나 법안협상 과정에서 충돌이 생긴다면 쟁점법안의 처리전망도 밝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야가 과거처럼 막무가내식으로 싸우고 팽개친다면 선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쟁점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다루기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여소야대에 고무된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대든, 야대든 간에 당당하게 협상에 임하고 합의처리가 안 된다면 각자 대안을 놓고 표결처리하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해결방법이다. 한나라당은 행정도시특별법 처리과정에서도 갈팡질팡한 바 있다. 반대쪽도, 찬성쪽도 한나라당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다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쟁점법안뿐 아니라 독도 등 외교문제, 비정규직 관련법안 등 민생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국정의 절반을 책임진 제1야당의 변화가 말뿐이 아니기를 바란다.
  • ‘태백산맥’ 11년만에 무혐의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놓고 검찰이 11년째 법리 검토를 해 온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처리 방침이 다음달 초 마침내 불기소 쪽으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태백산맥의 저자인 조정래씨와 출판사 대표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구본민)는 지난해 국보법 개폐 논의가 본격화된 뒤 대검 공안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남북관계의 변화 등을 감안한 결과 무혐의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송광수 검찰총장이 퇴임하는 4월 2일 전에 공식 발표키로 했다. 이 사건 수사는 1994년 4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모씨 등이 “태백산맥이 이승만 정권을 친미 괴뢰정부로 묘사하고 빨치산의 활동을 미화했다.”며 조씨와 출판사 대표를 국보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국보법 개폐 논의가 가속화하자 처리를 미루는 것이 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해지면서 불기소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마찬가지 맥락에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공방을 야기했던 국가정보원 휴대폰 도청 의혹을 둘러싼 6건의 고소·고발사건도 다음달 초 일괄 불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정래씨는 ‘태백산맥’에 대한 국가보안법 고발사건이 무혐의 처리된 것에 대해 “대단히 기쁘며, 분단의 비극이 다시는 창작의 올가미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 10년을 짊어져온 짐을 벗은 심정을 “날개를 단 것같다.”고 표현한 조씨는 “3인칭 기법으로 분단과 좌우 이념대립의 현실을 진솔하게 표현했을 뿐 소설 속 등장인물의 말과 행위를 놓고 이적성을 논한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지난 일들을 모두 과거의 사실로 수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전남 보성 벌교읍에 세워지는 ‘태백산맥 문학관’에 이 사건과 관련된 10여년의 기록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박경호 황수정기자 kh4right@seoul.co.kr
  • 인권위 ‘이라크 파병 생명권 침해’ 진정 각하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이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했다며 시민단체가 낸 진정에 국가인권위원회가 ‘각하’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시민단체 및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냈던 인권단체들은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인권위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과 전국중증장애인 독립생활대책협의회가 지난해 6월과 8월 “김선일씨가 무장단체에 납치·살해되는 등 정부의 이라크 파병 정책이 국민의 생명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낸 진정에 지난 14일 소위원회를 열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인권실천시민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19개 시민·사회단체도 같은 시기 “김선일씨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자행된 국가의 인권침해를 조사·발표하고 이라크 파병 결정 철회 의견을 표명하라.”는 ‘의견서’를 인권위에 냈다. ‘각하’는 진정사건이 인권위법상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조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으로, 조사를 했으나 인권침해가 발견되지 않거나 판단을 유보할 때 내리는 ‘기각’과 구분된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진정은 개별 인권침해보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결정을 요구하는 것이라 조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파병문제는 2003년 3월 ‘정부와 정치권이 이라크전 지원에 대해 반전·평화·인권 원칙을 준수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권고한다.’는 의견서를 낸 만큼 재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존립 이유를 의심케 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김선일씨 사건은 납치부터 피살까지 파병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면서 “끝까지 파병철회를 거부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권을 경시, 명백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안”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파병 1년을 넘기면서 국민의 생명권이 구체적으로 침해된 전혀 새로운 사안인데도 ‘예전에 권고했다.’는 이유로 각하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여 당권주자들 ‘개혁-실용’ 대결 팽팽

    열린우리당 의장 경선 후보들간에 ‘진정한 개혁과 실용’이 뭐냐를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16일 밤부터 17일 새벽까지 이어진 SBS TV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8명의 후보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법 처리 등 쟁점법안을 둘러싸고 ‘개혁·실용’ 공방을 치열하게 전개했다. 특히 ‘실용진영’ 후보들은 실용과 개혁이 분리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과거사법의 4월 국회 처리’를 밝힌 장영달 후보는 문희상 후보에게 쟁점법안 처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며 공격을 가했다. 문 후보는 “여야 합의정신이 존중돼야 하며 개혁입법 처리는 빠를수록 좋다.”고 답했다. 이어 문 후보는 장 후보에게 “당은 17대 국회 운영을 개혁적 실용주의라고 정리했는데 장 후보는 개혁만이 정체성인양 비쳐지는 말을 여러번 했다.”며 역공했다. 장 후보는 “개혁이 민생과 직결되므로 개혁을 주창하는 것”이라면서 “당은 그동안 개혁을 관철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실용도 제대로 못했다.”고 평가했다. 문 후보는 “개혁은 원칙이고 실용은 전략으로, 전략이 없는 말뿐인 개혁은 소용없고 개혁을 나만큼 한 사람도 없다. 이분법은 의미가 없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그러자 장 후보는 “개혁을 한다고 민생이 어려워진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재반박했다. ‘분열의 개혁론을 대신할 정통개혁론’을 내세운 송영길 후보는 ‘국보법 폐지 강경론자’였던 유시민 후보를 겨냥해 “연말 국보법 폐지안을 전원위원회를 소집해 자유투표하자고 한 것은 폐지 당론을 접는 것으로 모순”이라며 공격했다. 이에 유 후보는 “지도부가 뾰족한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전원위원회 절차로 매듭짓자고 제안했던 것”이라며 “그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맞받아쳤다. 개혁 진영의 김두관 후보는 ‘정통개혁론’의 송 후보에게 “오히려 분열을 조장한다.”고 공격을 가했다. 염동연 후보는 재야파의 장영달 후보에게 자신의 ‘민주당과의 통합론’ 공약과 관련,“장 후보가 주장한 모든 민주개혁세력 결집에는 민주당도 포함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이승만의 이상한 ‘반공과 반일’

    이승만의 이상한 ‘반공과 반일’

    반공과 반일의 이상하게 얽힌 관계를 드러내는 두가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이 문제되자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장기를 찢고 불태우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묘한 것은 그들 가운데 일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가보안법 수호를 위해 인공기를 불태우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동시에 역사교과서 왜곡을 분석한 시민단체는 ‘일본 우익이 반공을 강조해서 한국 우익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어찌보면 앞뒤가 잘 안 맞는 반공과 반일의 희한한 동거의 원형은 이승만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때에 한국 현대사 연구에 천착해온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가 ‘이승만의 정치이데올로기’를 통해 이승만의 머리 속을 낱낱이 해부했다. 서 교수는 이승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담론 자체가 빈약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정통성과 정체성’이라는 정치적 편싸움의 소재로만 이용됐기 때문이다. 물론 해방 이후 50년대까지의 정국이 워낙 역동적이어서 이승만을 ‘주변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측면도 있었다. 이 때문에 서 교수는 이승만의 ‘일민(一民)주의’ 사상을 집중 분석했다. 일민주의를 통해 반공주의와 반일운동을 어떻게 결합했는지 추적했다.‘하나의 백성’이라는 일민주의와 파시즘의 유사성문제, 반공주의를 내걸면서 자유당 내에 우익 민족주의자들을 청산한 뒤 다시 반일운동으로 대중을 동원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 교수는 ‘반공·반일’ 외에 ‘유교적 심성’ 문제까지 거론해 이승만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를 시도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국사회 이해’ 11년만에 무죄 확정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상대 교양교재 ‘한국사회의 이해’ 집필교수들이 11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지난 11일 북한 체제를 고무·찬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상대 정진상·장상환 교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주창하지 않은 이 교재가 학문·표현의 자유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선전활동에 동조하거나 노동자계급의 폭력혁명을 통해 사회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등 국가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이 없다.”면서 “이적표현물이 아니다.”라고 결론냈다. 정 교수 등 경상대 교수 10명은 1989년 3월∼94년 6월 경상대 일반교양과목인 한국사회의 이해를 개설하고, 교재를 공동집필했다. 검찰은 1994년 11월 이 책자가 이적표현물이라는 이유로 기소했고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與 경선 ‘기선잡기’ 치열

    열린우리당 지도부 경선은 ‘문희상 대세론’의 강세 속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의 급상승이 감지되면서 “역시 선거는 끝나봐야 안다.”는 정치권의 속설을 실감케 하고 있다. 예비선거가 후보자간의 노선 경쟁으로 밋밋했다면, 본선거를 앞두고는 후보자들끼리의 ‘맞장’ 움직임이 일면서 격렬해지고 있다. 또 서울시당 여성위원들은 ‘한명숙 배제투표’가 불공정 행위라며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등 경선은 각종 이슈로 뜨거워지고 있다. ●‘문희상 대세론’ 안심 못해 문희상 후보는 예비선거에서 2위인 염동연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리고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선거에 ‘왕도’는 없다. 하루에 1000명 이상씩 악수를 하는 등 철저하게 바닥표를 훑어야 한다.”고 말한다. 캠프에서도 “이인제 의원 등 과거 대세론에서 추락한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절대 안심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열린우리당 한 의원은 “실용이 반(反)개혁이 아닌데도, 선거구도가 계속 ‘실용’대 ‘개혁’으로 전개된다면 실용으로 분류된 문희상 후보의 대세론이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한명숙,‘배제투표’ 뛰어넘을까 한명숙 후보의 가장 큰 고민은 남성후보 캠프에서 “한 후보는 선거가 다 끝났다.”면서 대의원들의 표심에 접근하는 것이다. 오히려 각 후보 캠프에서는 전체 대의원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표를 잡기 위해 한 후보측에 적극적 구애를 하고 있다. 한 후보측은 여전히 “당의장으로서 여성, 한명숙을 고려해 달라.”며 버티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15일 이경숙 의원 등 서울시당 여성위 간부 30여명이 “여성우대 조항을 악용해 배제투표의 반사이익을 누리고자 한다면 당의 수치”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배제투표가 심화될 경우 한 후보가 본선사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사퇴가 5위 안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이라면 실패할 것이고, 진짜라면 여성우대정책을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영길 ‘독선적 개혁론’ 정면 비판 지난 11일 유 후보는 문 후보를 “지난해 연말 국가보안법을 대체입법하려고 했던 중진”이라고 반개혁적 세력으로 직접 공격하고 나섰다. 이어 15일 초·재선 단일후보인 송영길 후보는 “정통개혁만이 우리당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며 “더 이상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탈당’ 운운하면서 당과 동지들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유 후보에게 각을 세우고 나왔다. 송 후보는 “개혁을 말하면서 편을 가르거나 당을 깨겠다는 독설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이른바 ‘독선적 개혁론’을 비판했다. 이는 같은 ‘실용’으로 분류된 문 후보를 엄호하면서 유 후보를 공격하는 것으로, 앞으로 송 후보와 문 후보의 협력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에서는 “선두주자와의 ‘맞장’은 인지도·지지도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한나라 TK투톱 거꾸로 간다

    한나라당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 데 이어 당직개편을 하는 등 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당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 투톱에게 주어진 과제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당을 개혁하고, 책임정당,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것이다. 박 대표와 강 원내대표는 이른바 TK(대구·경북) 출신이다. 선출직을 놓고 지역편중이라고 평가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지도부의 지역적 기반이 겹침으로 해서 당의 노선이 일방통행식 보수화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벌써 그런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강 원내대표는 상생정치를 강조하면서도 여당의 양보를 전제로 내세웠고, 쟁점법안에 대해서도 여야합의나 지금까지 수렴된 한나라당의 당론보다 후퇴한 발언을 쏟아놓고 있다. 강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의 기본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개정해야 한다면서 대체입법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립학교법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국가보안법은 여야가 지난해말 대체입법쪽으로 의견이 접근했고, 사립학교법도 합의처리키로 약속한 사안이다. 벌써 이런다면 당론결정이나 여야협상에서 상생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협상대표가 바뀌었다고 그동안의 협의나 진전을 부정하는 것은 공당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행정도시법만 해도 한나라당은 합의해 놓고 뒤늦게 나자빠지는 행태를 보이지 않았는가. ‘개혁적 보수’라는 한나라당의 노선은 누가 봐도 어느 쪽인지 애매모호하다. 시대 흐름을 주도하지 못할 바에는 따라가기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은 먼저 양보하면 상생하겠다는 투가 아니라, 우리는 합심해서 이런저런 정책을 밀고나가겠다고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한나라당 ‘박·강 투톱체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당을 대표할지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다.
  • 與 후보 정견발표회 개혁4 vs 실용4

    與 후보 정견발표회 개혁4 vs 실용4

    예비선거 통과의 기쁨도 하루뿐이었다.11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장 및 상임중앙위원 후보자 정견발표회에서 8명의 후보들은 다시 득표를 위한 치열한 신경전에 몰입했다. 10일 예비경선에서 개혁파인 신기남·임종인 의원이 낙마함에 따라, 본선 진출 후보간 성향은 묘하게도 ‘개혁’ 대 ‘실용’이 4(문희상·한명숙·염동연·송영길)대 4(장영달·김두관·김원웅·유시민)의 팽팽한 수적 대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정견발표회에서 후보들은 ‘진검’(眞劍)을 감춘 채 ‘눈치작전’을 구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가장 민감한 사안인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는 실용 쪽으로 분류되는 문희상·한명숙 의원이 ‘적극 폐지’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한명숙 후보는 “나는 국보법 폐지 의식이 남다르다. 엄청난 피해자였기 때문이다.”라면서 상반기내 법안처리 추진을 주장했다. 유시민 후보는 “우리 당이 강자여서 함부로 힘을 쓰면 역풍을 맞는 만큼 국민이 보기에 어쩔 수 없구나 싶을 때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대체입법을 추진했던 사람들이 당에 지도력을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특정후보에게 공세를 취했다. 반면 송영길 후보는 “국보법을 인권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뒤 “북한과 윈윈해야 하는 시점에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서는 ‘윈윈’이 될 수 없는 만큼 국보법 폐지는 북핵문제 돌파 후 처리될 수 있다고 본다.”고 온건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장영달 후보는 “4월 임시국회에서 미룰 명분이 없는 만큼 처리됐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김원웅 후보도 “대체입법은 제2의 국보법”이라며 “그대로 놔두면서 싸우는 것이 낫다.”고 가세했다. 문희상 후보는 “개혁은 생존의 문제이고, 개혁입법 처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전제한 뒤 “국보법 폐지에 찬성하고 대체입법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염동연 후보는 “국보법은 죽은 법으로, 책임있게 원내지도부가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두관 후보는 “국보법은 빨리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신·정 붕괴되나 한편 예비경선에서 신기남 전 의장이 탈락된 것과 관련 당내에서는 구(舊) 당권파의 핵심인 ‘천·신·정’그룹이 붕괴될 조짐이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그룹의 주축인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신 의원이 예비경선을 계기로 등을 돌렸다는 내용이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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