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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플리증후군?…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피고인 ‘무죄’

    리플리증후군?…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피고인 ‘무죄’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으로 관심을 끌었던 제주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17일 오후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는 1999년 11월5일 새벽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공동정범) 혐의로 기소된 김모(56·사진)씨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받는 살인 혐의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을 협박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돼 징역 1년6월에 처해졌다. 김씨는 1999년 11월 5일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이승용(당시 44세) 변호사 살해를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찰은 차량 내부, 도로에서 혈흔이 발견된 점으로 보아 이 변호사가 누군가에 의해 공격을 당한 후 스스로 차에 타서 운전대를 잡으려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부검한 결과도 흉골을 관통한 흉기가 심장을 공격한 것이 사인으로 확인됐다.장기 미제 사건으로 끝날 것 같았던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은 그러나 지난 2020년 6월 2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김씨가 살인을 교사했다고 자백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씨가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조직폭력배 두목의 지시를 받고 범행을 계획, 같은 조직원이자 속칭 ‘갈매기’로 불리는 동료에게 범행을 교사했다’ 증언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경찰의 재수사가 시작되고, 검찰 기소가 진행되자 김씨는 스스로의 진술을 수 차례 번복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자신이 ‘리플리 증후군’(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을 앓고 있어 방송 인터뷰가 거짓이라며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결국 이번 판결로 22년 만에 풀릴 것 같았던 ‘장기 미제 사건’이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 측은 “1심 판결문 전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심을 통해 범죄사실을 충분히 입증하겠다”며 “범죄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 출신인 이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4회에 합격해 검찰에 입문했다. 서울지검 등에서 검사로 재직하다 1992년 제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지만 제주에 내려온 지 7년 만에 살해당했다.
  • [영상] 백로 무리서 발견된 희귀 새의 정체

    [영상] 백로 무리서 발견된 희귀 새의 정체

    멸종위기종 노랑부리저어새가 대전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됐다. 대전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이 단체 소속 이경호 사무처장은 지난 15일 갑천 조류 모니터링을 하던 중 원촌교 상류 300m 지점에서 노랑부리저어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백로 무리와 함께 물가에서 휴식과 채식활동을 하고 있었다.노랑부리저어새는 천연기념물 205-2호,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노란 주걱 모양의 긴 부리로 습지나 하천 등에서 먹이 찾기 활동을 한다. 유라시아 대륙 중부, 인도, 아프리카 북부에 서식하는데,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겨울 철새로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개체 수가 200여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한 마리에 불과하고 백로 무리에 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 월동지를 찾는 과정에서 백로류와 무리를 이뤄 잘못 찾아왔을 가능성이 높다”며 “갑천의 생태 건강성이 호전된 지표로 보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노랑부리저어새의 지속적인 월동을 위해서 하천의 인공적인 시설물 설치 등을 제한하여 자연과 사람의 공존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서울포토]병·의원 비대면 진료

    [서울포토]병·의원 비대면 진료

    지난 10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중 ‘집중관리군’ 위주로 유선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일반관리군은 동네 병·의원 비대면 진료를 받는 새 재택치료 체계에 돌입한 가운데 17일 서울 중구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어제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있다. 2022. 2. 17
  • 어린이가 인신공양 제물로…페루서 1000년 전 미라 14구 발견

    어린이가 인신공양 제물로…페루서 1000년 전 미라 14구 발견

    페루의 한 고고학 유적지에서 800~1000년 전에 묻힌 총 14구의 미라가 새롭게 발견됐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페루 수도 리마에서 약 25㎞ 떨어진 유적지 카자마르킬라에서 어린이 미라 6구를 포함 총 14구의 미라가 발굴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연말 처음 발견된 이 미라들은 잉카문명 이전의 것으로 6구는 어린이이며 나머지는 성인, 이중 2구는 여성으로 확인됐다. 특히 발굴팀은 어린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이 미라들이 인신공양의 제물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곧 당시 이 지역의 계급이 높은 저명한 인물이 사망하자 그를 기리기 위해 어린이와 성인을 희생해 사후세계의 동반자로 봉사할 수 있게 했다는 것. 실제로 잉카 제국과 그 이전에 형성된 와리 문명은 순수하고 완벽한 존재이자 신께 바칠 귀한 존재로 어린이들을 인신공양의 제물로 삼았다.연구에 참여한 산 마르코스 국립대학 피터 반 달렌 루나 고고학 교수는 "당시 이 지역 사회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자 평행세계로의 전환이라고 믿었다"면서 "장례 의식의 일환으로 다른 사람들이 그(저명한 인물)를 기리기 위해 희생되었으며, 이들은 죽은 자의 길을 따라갈 수 있도록 무덤 입구에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이에앞서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지역에서 웅크린 상태로 밧줄로 몸이 꽁꽁 묶여있는 젊은 남성의 미라가 발견돼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특히 자신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이 미라는 25~30세의 남성으로 최소 800~1200년 전에 묻혀 잉카문명 이전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 [2030 세대] 페이 투 윈(Pay to Win)/김도은 IT 종사자

    [2030 세대] 페이 투 윈(Pay to Win)/김도은 IT 종사자

    하고 싶은 일이 할 수 있는 일보다 많았던 어린 시절엔 몰래 해야 하는 일이 참 많았다. 게임은 그 대표주자였는데 어쩌다 숨어서 하는 것을 들킬 때마다, 돈을 버는 성인이 되면 부모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게임하리라 다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제법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 되고 나니 이제 내 지갑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판국이 됐다. 우리 세대가 부모님의 눈을 피해 게임을 하던 시절에는 게임을 위한 가장 큰 소비는 컴퓨터나 게임기 정도였다. 이를 하나 장만해 두면 2만원 정도 하는 게임 타이틀 하나로도 몇 달은 행복하게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온라인 게임들이 활성화되면서 다달이 돈을 내는 월 정액제 게임들도 있었지만, 그 이상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게임사의 수익모델은 더 발전해 최근 나온 많은 게임들은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P2W(Pay to Win)의 게임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P2W란 사용자들이 지불하면 할수록 승리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형태의 게임 설계를 의미한다. 어느 정도의 돈을 내면 게임이 쉬워지거나 나의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을 바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주저 없이 ‘결제’ 버튼을 반복적으로 누르게 만든다. 비용을 지불하면 이길 수 있다는 P2W의 가상세계적 인과관계는 현실세계의 상술 논리로 옮겨져, 우리는 이것에 쉽게 현혹되곤 한다. 결핍의 원인을 소비의 부재라 주장하며 돈만 내면 이를 채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광고는 대중을 설득한다. 그래서 유명 요리사가 사용하는 프라이팬만 사면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음식을 바로 만들 수 있게 될 것 같고, 시간당 10만원 가까이 하는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으면 5㎏은 쉽게 감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데이터만 수정하면 바로 달라지는 게임과 달리 현실세계에서 소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성가시게도 품을 들여야 한다. 맛있는 요리를 위해선 프라이팬을 쥐고 불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져야 할 것이고, 다이어트 성공은 트레이너가 아닌 내가 흘린 땀에 달려 있는 일이다. 물론 열전도율이 높다는 그 프라이팬과 경력 있는 트레이너의 지도는 우리가 원하는 바를 쉽게 이룰 수 있게 도와줄 것이 분명하나, 그것이 절대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 역시 가끔은 돈만 좀 써서 이 부족한 마음이 진정되길 바란다. 소비행위는 필요한 물건을 사는 본질적 목표를 잃고,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는 진통제로 바뀌어 버린다. 그러나 게임의 그것과 달리 현실세계 결제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기에, 다시 이 불안을 내몰기 위해 무의미한 소비를 반복하기도 한다. 마침내 진통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순간, 소비는 합리적이고 동시에 허무하다. 당연하게도 현실세계에서는 승리를 위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 승격팀에 대패한 ‘디펜딩 챔프’ 뮌헨

    승격팀에 대패한 ‘디펜딩 챔프’ 뮌헨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0시즌 연속 우승을 넘보는 바이에른 뮌헨이 승격팀 보훔에게 졌다. 그냥 진 것이 아니라 47년 만의 기록을 세우며 대패했다. 뮌헨은 13일(한국시간) 독일 보훔의 보노비아 루르슈타디온에서 끝난 2021~22 분데스리가 2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보훔에 2-4로 졌다. 지난 시즌까지 분데스리가 9연패를 달성하고 올 시즌에도 선두를 질주 중인 뮌헨이 1부 승격팀 보훔에 일격을 당했다. 보훔은 2010~11시즌부터 11년을 2부 분데스리가에서 보내다 지난 시즌 1위를 차지하고 이번 시즌 1부로 복귀했다. 뮌헨은 전반에만 무려 4골을 내줬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뮌헨이 분데스리가에서 전반에만 4골 이상 허용한 것은 1975년 11월 이후 약 47년 만의 일이다. 당시 뮌헨은 프랑크푸르트에 전반에만 5골을 얻어맞고 결국 0-6으로 참패했다. 뮌헨은 무릎 수술을 받은 주전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대신 슈벤 울라이히를 내보냈다. 전반 9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선제골이 터질 때만 해도 지난해 9월 보훔과 시즌 첫 대결에서 7-0 대승을 거둔 뮌헨이 다시 한번 무난하게 승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보훔은 전반 14분 페널티킥 지점 앞에서 크리스토퍼 안트위-아드제이가 왼발로 찬 공이 뮌헨 골문 구석에 꽂히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보훔은 전반 38분 뮌헨 수비수 다요 우파메카노의 핸드볼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위르겐 로카디아가 성공해 역전에 성공했다. 불과 2분 뒤 보훔은 파트리크 오스테르하게의 힐패스를 받은 크리스티안 감보아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대각선으로 날린 오른발 슛이 다시 한번 뮌헨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44분에는 게리트 홀트만이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에서 오른발로 감아 찬 공이 뮌헨 골문 구석에 꽂혔다.전반을 1-4로 끌려간 채 마친 뮌헨은 후반 30분 레반도프스키의 만회 골이 나왔지만 더는 추격하지 못하고 결국 무릎을 꿇었다. 리그 3연승에서 멈춘 뮌헨은 승점 52(17승1무4패)로 2위 도르트문트에 9점 앞선 1위를 유지했다. 4경기 만에 승리를 맛본 보훔은 승점 28(8승4무10패)로 11위다.
  • 태종에게 쏜 화살이 꽂혔나… 백성 분노 달래던 곳, 황량함만 스치네

    태종에게 쏜 화살이 꽂혔나… 백성 분노 달래던 곳, 황량함만 스치네

    한양 사방 어귀에 자리잡은 ‘院’조선시대 민간 숙박소이자 쉼터학교 앞 표석만 남은 ‘전관원 터’한강서 잘 버텨낸 살곶이다리잊힌 역사와 애통한 전설만이■전관원터-성동구 왕십리로 189, 행당중학교 정문 왼쪽 보도 ■이태원터-용산구 두텁바위로 60, 용산고등학교 정문 오른쪽 보도 ■보제원터-동대문구 약령시로 2, 안암오거리 이화수전통육개장 앞 보도(우신향병원 방면 101·1017 버스 정류장 옆) ■홍제원터-서대문구 통일로 416, 새마을금고 홍제2동지점 앞 보도 ‘여행과 이야기를 즐겼던 조선 사람들’ 1874년 파리에서 ‘조선천주교회사’라는 이색적인 책 한 권이 출간된다. 프랑스 신부 클로드 샤를 달레가 조선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다블뤼(한국명 안돈이) 주교의 비망록과 보고서, 편지들을 바탕으로 펴낸 자료집 겸 소개서였다. 책 내용 중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조선 사람들이 “천성적으로 여행과 이야기를 즐긴다”는 대목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문맹률이 78%에 달하는 지경에 이야기를 즐기는 게 가능한 일인지, 막강한 신분제에 얽매인 이들이 어떻게 여행을 즐겼다는 것인지? 그나마 이야기는 전기수(傳奇叟) 같은 전문 낭독가를 통하거나 구전으로 접했다 치고, 거의 평생을 향촌 사회의 붙박이로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여행을 즐겼다는 것일까? 오늘날 관광사회학이 전근대의 여행(travel)과 근대의 여행(tourism)을 구별하듯 다분히 시기적 특성이 반영된 표현일 테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 엮은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에 따르면 18세기는 동서양 할 것 없이 여행 붐이 일어났던 시기다. 조선 중기까지는 과거길, 유배길, 암행어사 행차길 등 목적이 뚜렷한 행차가 고작인 데 비해 후기 들어 양반 계급이 아니더라도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욕망이 싹텄기 때문이다. 예인들이 스승과 무대를 찾아 방랑길에 오르는가 하면 상업의 발달로 보부상의 장삿길이 넓어진다. 견문을 넓히고 비경을 즐기고자 떠나는 유람도 흔해져서 화보와 기행문이 쏟아졌고 14세의 원주 소녀 김금원이 남장을 하고 팔도를 누비기도 한다. 18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금강산에 가 보지 못한 사람은 사람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말까지 있었다니, 우리 조상들이 고립되고 가난하고 억압당한 ‘한(限)의 민족’이라는 해석은 코끼리의 코나 다리만을 더듬어 생긴 오해일지 모르겠다.갈 곳이 많다. 동선도 길다. 4개의 원이 있던 자리가 지방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사방의 어귀이기 때문이다. 중종 25년(1530) 펴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제원은 흥인문 밖 3리, 홍제원은 사현(모래재) 북쪽, 이태원은 목멱산(남산) 남쪽, 전관원은 살곶이다리 서북쪽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말하자면 동대문 밖에 보제원, 서대문 밖에 홍제원, 남대문 밖에 이태원, 그리고 동대문 아래 남소문(南小門)인 광희문 밖에 전관원이 있었던 게다.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지만, 소설가는 사람들 사이에 길이 있다고 말하련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길 위에서 사람살이의 이야기가 빚어진다. 새로운 길이 생기고 있던 길이 넓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뜻이고, 이야깃거리가 많아졌다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욕망과 삶의 양상이 다양해졌다는 뜻이렷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도로가 발달하면서 역(驛)과 원(院)의 중요성도 커졌다.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역이 중앙의 공문을 지방에 전달하고 벼슬아치에게 마필을 제공하는 등 공무와 관련된 관영기관이었다면, 고려 때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 원은 일반 여행자들에게도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는 민간 숙박소였다. 한양의 4원은 그 외에도 외국 사신을 쉬게 하고 병자를 치료하고 빈자를 구휼하고 은퇴한 관리들을 위한 기로연을 베푸는 등 다양한 쉼터의 기능을 담당했다.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교통편과 숙소지만, 보통의 조선 여행자라면 여벌의 짚신 외에 준비할 교통편이 따로 없었을 게다. 최저가 검색을 통한 숙소 예약도 불가능했다. ‘하멜 표류기’에 묘사된 바로는, 여행하다가 날이 저물면 아무 집에나 들어가 자기가 먹을 만큼 쌀을 내놓으면 집주인이 그 쌀로 밥을 지어 반찬과 함께 차려 내놓았다고 한다. 그토록 고단했을 조선의 여행길에서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한양 어귀에 다다랐을 때 멀리서 반짝거리는 원의 불빛은 얼마나 반가웠을까? 무용담과 객소리가 뒤섞여 왁자지껄했을 이야기의 경연장, 발 냄새와 걸쭉한 팔도의 입담이 뒤엉켰을 그곳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 궁금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한양대입구역 4번 출구로 나와 육교를 내려오면 덕수고등학교와 나란한 행당중학교가 보인다. ‘전관원 터’ 표석은 바로 행당중학교 정문 왼편에 있다. ‘전관원 터: 조선 시대 일반 길손이 머물 수 있던 서울 근교 네 숙소(四院)의 한 곳’낙엽 따위를 넣은 쓰레기 자루 두 개가 표석에 기대어 있다. 대단한 우대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잊힌 역사에 대한 홀대가 씁쓰레하다. 겨울방학을 맞은 학교 운동장에는 축구를 하는 아이들 몇뿐인데, 그들에게 이 터가 조선시대 무엇이었는지 아냐고 물으면 정신이 온전치 않은 아줌마 취급을 받을 게다. 나보다 나어린 이들에게는 무어라도 함부로 말하지 않으련다. 자신이 오른 삶의 여행길이 어디를 향하는지도 알 수 없는 사춘기에는 그냥 열심히 공이나 차면 된다. 열심히 차다 보면 데굴데굴 구르다가 어느 수풀엔가 공이 머물 날이 있으리라. 그때 행여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 오면 두런두런 길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만이다.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 나그네들이 전관원에서 만난다. 한강을 건넜지만 도성 문이 닫혀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을 게다. 서울이 낭이라더니 매일 일경삼점(오후 7시께)에 치는 인정(人定) 종에 따라 야멸치게 성문을 닫으니 어쩔 수 없다. 도성 문이 열리는 오경삼점(오전 4시께) 전에 강을 건너려는 사람들도 있을 게다. 그들은 꼭두새벽 전관원을 나와 살곶이다리를 건너 동으로 강릉에 가거나 송파에서 광주·이천을 거쳐 충주에 이르는 길에 오를 것이다. 설렘과 긴장으로 들떴을 여행자들의 마음을 떠올리며 표석을 뒤로하고 살곶이다리를 향한다. 전관원 위치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살곶이다리는 조선시대의 가장 길고 큰 다리이자 지난달 찾았던 낙천정 터의 주인공인 태종과 관련된 장소이기도 하다. 2011년 보물 제1738호로 지정된 살곶이다리는 한눈에 보아도 튼튼하고 멋진 다리다. 홍수 등으로 유실되어 원형 그대로 복구되지는 못했으나 최대한 조선의 석재를 살리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살곶이다리에는 함흥차사 고사와 맥락을 같이하는 전설이 있다. 도읍지를 떠나 떠돌던 태조가 다시 돌아오는 길에 이복형제들까지 죽이고 왕위에 오른 태종을 향해 쏜 분노의 화살이 꽂힌 장소로 알려져 있는데, 실록에는 그런 기록이 전무하다. 어쨌거나 화살이 꽂힌(살꽂이→살곶이) 내력 자체는 확실한지 ‘태종실록’에 ‘(태종이) 살곶이[箭串] 냇가에 술자리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일대의 강변이 너르고 풀과 버들이 무성해 말을 먹이고 군대를 훈련시켰다니 그 와중에 혹 누군가의 화살이 다리에 꽂혔던 것일 수도 있다.서민층의 집단 창작인 야사(野史)와 전설은, 동대문 일대가 단종과 정순왕후 송씨의 사연으로 뒤덮인 것처럼 사실을 말하는 일이 통제될 때 발설할 수 없는 비밀을 폭로하는 대체물이다. 어쩌면 백성들은 이런 은밀한 생각으로 애꿎은 다리에 태조와 태종을 끌어다 붙여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을까?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기세 좋게 스스로 왕이 되더니 천륜을 저버리고 골육상쟁까지 벌였구나. 그렇게 권력이 좋으면 아비가 자식에게 화살을 쏘는 일도 어렵지 않겠네. 에라, 이 콩가루 집구석!”(㉻에 계속)
  • “왜 한국·미국만…” 한복 논란에 싸잡아 비판한 중국

    “왜 한국·미국만…” 한복 논란에 싸잡아 비판한 중국

    ‘인권 탄압’·‘한복 공정’·‘편파 판정’ 논란 커지자中 “미국, 올림픽 핵심 사상 훼손” 주장“한국 내 일부 네티즌 주장”으로 일축하기도“한국 부처 대응 볼 때 이성적”“미국, 한중 관계 교란 말라” 주장중국 일부 매체가 한국 내에서 일어난 ‘한복 공정’을 두고 한국을 비판하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공세도 진행 중이다. 앞서 미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지난해 올림픽에 선수단만 파견하고 공식 사절단은 보내지 않겠다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었다. 공식적 이유로는 인권 유린 등을 들었으나 미중 패권 경쟁의 결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계베이징올림픽 개회식 중 56개 소수민족 퍼포먼스에 등장했던 한복 입은 사람의 등장을 두고 국내 여론은 ‘한복 공정’이라며 자극받았다. 퍼포먼스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했으나 중국이 수차례 한국 문화를 자국으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에 여론은 심상치 않았다. 여기에 7일엔 석연치 않은 편파 판정으로 국내 쇼트트랙 선수들이 실격당하자 반중 감정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은 공정 이슈와 엮어 해당 논란에 대한 발언을 연거푸 내놓았다. 중국은 이런 한국 내 반중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에 항의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나 논란이 이어지자 중국측의 “한복은 한국의 것”이라는 대답을 외교부를 통해 알리기도 했다.● 한국 내 반중 감정 인식한 중국미국 공격하며 싸잡아 비판 개회식이 있던 4일 이후 여전히 진행 중인 관련 논란을 두고 중국에서도 한국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의 반응도 언급했다. 미국측 일부 인사들은 중국의 올림픽 개최 이후에도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 해결 등을 두고 국제사회 대응을 언급하고 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마지막 주자로 위구르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6일(현지시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위구르인들이 고문당하고 중국에 의한 인권 침해 희생양이라는 실제 문제로부터 (중국이 올림픽 주자 선정을 통해) 우리 시선을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개회식에서 성화 봉송 최종 주자로 미국 등 서방이 인권 탄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신장 위구르자치구 출신 디니거 이라무장을 내세웠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신장 출신 디니거 이라무장 선수를 내세워 서방 인권 탄압 주장을 반박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은 지난해 신장 지역에 대한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었다. 대사는 이 지역 문제를 가리켜 “우리는 그곳에서 대량 학살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성화봉송을 참여하거나 목격한 이들이 현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우리는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우려를 계속 말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일부 매체는 이런 미국 움직임에 반응했다. 중국 청두TV는 7일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 전송한 기사에서 대사의 발언을 비판하며 “우리나라의 내정에 대해 근거없는 비난을 퍼붓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며 “인권 문제를 되풀이 중인데 이는 동계올림픽의 성스러운 성화식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올림픽 대의 핵심 사상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한국·미국의 개회식 관련 반응에 대해 “중국을 화나게 했다”며 다른 나라들은 “개회식을 호평했다”고 구분지었다. 그러면서 “미국이 반복적으로 되풀이한 신장 관련 거짓말들이 오랫동안 면전에서 폭로됐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미국이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을 도발할 마음을 드러냈다”며 “미군은 실제 테러리스트보다 훨씬 더 많은 살인을 저질렀다”고까지 주장했다. ● 美 대사 SNS 글에도 자극받은 중국“미국, 한중 관계 교란 말라” 중국을 자극한 건 또 있다.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한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라며 “김치, K팝, K드라마”를 언급한 후 “한복은 말할 것도 없죠”라고 강조했다. 이 게시물은 영어로도 적혔다. 코르소 대사 대리는 또한 자신이한복을 입은 사진 두 장도 게재했다. 글 마무리엔 “한국이 원류인 전총 한복(#OriginalHanbokFromKorea)” 해시태그도 붙였다. 중국 매체 월드와이드웹은 9일 바이두에 전송한 기사에서 코르소 대사 대리의 글을 두고 “악의적이며 고의적으로 논쟁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주한 중국 대사관 대변인이 전날 한국에 ‘중국은 한국의 역사·문화적 전통을 존중하며 한국도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내 모든 민족의 감정을 존중하길 바란다’고 했다”면서 “한국 기업인들도 정치인들이 반중 감정을 조장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주한 미국 관리들이 한중 사이 문화 분쟁에 소란을 피운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라며 2020년 12월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 미국 대사가 한국 김치를 촬영한 사진과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던 일을 언급했다. 해리스 대사는 당시 “한국산 원조 김치(#OriginalKimchifromKorea)”라는 태그를 단 글과 이혜정 요리연구가에게 김장을 배우는 사진 등을 두 차례 올렸었다. 당시 한국의 음식인 김치를 두고 원류 관련 논란이 불거졌던 것을 겨냥했던 것이다. 청두TV도 이날 온라인에 송고한 기사에서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한복 사건’과 ‘쇼트트랙 페널티’ 사건으로 미국이 (한국 내 반중 감정을 고조할) 일을 만들 기회를 잡고 논란을 키웠다”고 전했다. 매체는 “코르소 대사 대리가 한복을 입고 (한국 정서에) 아첨했다”며 “한국 내 정부 부처들이 나서 (반중 감정을 자극하는) 논란을 진압해야 했던 것과 다르다. 코르소 대사 대리의 발언은 한국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중 관계를 교란하고 있다”며 “주한미국대사 자리가 (대사 대리 외) 계속 공석인 점을 볼 때 미국은 한국에 그다지 예의를 갖추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이 표면적으로는 한국과 동맹을 맺으면서 은밀히 압박하고 있다”며 “해리스와 코르소 모두 의도적으로 개별 사건을 과장해 호도했다. 한국의 이익에 신경쓰지 않고 일부 비합리적인 한국 네티즌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미국의 속임수는 효과없고 무의미하다”며 “중국과 한국은 이웃으로서 평화와 친선을 주요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한국의 부처들이 한복 논란을 진정시키는 것으로 보아 한국은 여전히 이성적”이라고 적었다.
  • 장기요양기관 4개 단체, “연차휴가 선지급 행정처분 부당” 행정소송

    장기요양기관 4개 단체, “연차휴가 선지급 행정처분 부당” 행정소송

    장기요양기관 4개 법정 단체는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에 연차휴가 선지급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며, 연차휴가 선지급을 근무로 인정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8일 밝혔다. 장기요양기관 4개 단체인 한국노인복지중앙회(회장 권태엽),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회장 김양희),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회장 조용형),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회장 최장선) 등은 행정처분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하고 집단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최근 전국의 많은 노인장기요양기관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근로자에게 연차휴가를 미리 선지급했다는 이유로 월 근무시간을 충족하지 못해 적게는 몇 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급여 비용을 환수당하고 그로 인한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당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 연차휴가는 근로자의 피로를 회복시켜 노동력의 유지 배양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고,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와 편의를 위해 연∙월차휴가를 미리 가불 형식으로 부여할 수도 있는데도 선 지급한 연차휴가를 월 근무시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노인장기요양기관들이 월 근무시간을 위반해 인력배치기준을 위반했다고 수년간의 기간을 조사해 급여비용을 환수하고 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권태엽 회장은 “많은 노인장기요양기관에서 선 연차를 제공하였다는 것에 대해 해당 월의 전부를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환수 및 부당청구 등의 처벌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오히려 이를 처벌함으로써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질을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사람이 재산인 요양원 운영의 현실 또한 반영하지 못해 현장에서는 인력난에 허덕이게 만드는 형식적인 법 적용에 불과한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인장기요양기관들의 현실을 반영하여 연차 선지급을 근무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일본은 어쩌다 백신 3차 접종 ‘꼴찌’가 됐나...기시다의 ‘8개월’ 고집 [김태균의 J로그]

    일본은 어쩌다 백신 3차 접종 ‘꼴찌’가 됐나...기시다의 ‘8개월’ 고집 [김태균의 J로그]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률이 전체의 4.8%(일본 총리관저 집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 중인 가운데, 무엇 때문에 이런 상황이 초래됐는지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백신 수급 여력과 현장의 혼란 등을 이유로 지나치게 ‘느림보 접종’으로 일관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2000년 코로나19 사태 초기 바이러스 검사 수 부족과 감염자 집계 오류 등의 원인이 됐던 일본 특유의 행정 경직성이 이번에도 바탕에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민영방송 TBS는 6일 총리관저와 후생노동성(한국의 보건복지부)이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사람이 3차 접종을 받으려면 ‘최소 8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 없는 원칙에 지나치게 집착해 당국의 기민한 대응이 불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TBS는 이를 일본이 백신 3차 접종에서 주요국 꼴찌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라고 전했다. 정부의 판단 미스가 3차 접종을 촉진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백신 정책 담당부서가 있는 총리관저와 보건의료 주무부처인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백신 3차 접종을 결정하면서 ‘2차 접종 이후 8개월 이후’라는 기준을 정하고, 여기에 교조주의적으로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2차 접종 이후 항체의 급격한 감소를 감안할 때 8개월은 너무 길다”는 의견이 의료계와 지방자치단체 등 일선에서 잇따랐지만, 정부의 ‘8개월’ 철칙은 요지부동이었다. 지난해 11월 15일 후생노동성 백신분과회에서 “지역 실정에 따라 6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결정은 했지만 이는 단지 선언적 의미일 뿐이었고 현실에서 변하는 것은 없었다. 호리우치 노리코 백신접종담당상은 “2~3차 접종 간격 6개월은 예외적인 것으로, 접종을 앞당길 때에는 후생노동성과 개별 상담을 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2·3차 접종 간격을 ‘8개월’로 정한 데는 아무런 의학적 근거가 없었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지만, 당시 미국·유럽에서 8개월을 기준으로 삼고 있던 점, 접종 간격을 단축할 경우 백신 수급 불균형 등 일선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8개월 원칙을 고수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미국·유럽 국가들은 2차 접종후 간격 지침을 3개월, 6개월 등으로 속속 단축시켰지만, 그 나라들을 따라했던 일본에서는 오히려 조기 방향 전환이 이뤄지지 못했다. 간격 단축을 요구하는 후생노동성과 총리관저 사이에 이견이 나오기도 했다. 광역자치단체장 모임인 전국지사회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증가하기 시작하자 지난해 11월 21일 정부에 접종 간격 단축의 기준을 명확히 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같은달 29일 기시다 총리를 만나 “2차 접종 7개월이 지나면 항체가 상당히 줄어든다”며 방침 변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은 일본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의 전세계적인 확산에 따라 해외 입국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발표한 날이었다. 이렇게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한 정부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지자체들이 아우성을 치고 나서야 ‘8개월 원칙’의 수정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결국 후생노동성 백신분과회가 “8개월보다 앞당길수 있다”고 방침을 정한 지 1개월이 지난 12월 17일 새로운 3차 접종 지침이 발표됐다. 하지만 수정된 지침도 현장 요구에는 크게 못미쳤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의료 종사자나 고령자 시설 입소자들은 ‘6개월’, 일반 고령자는 ‘7개월’ 간격으로 접종한다는 내용이었다. 지자체들은 “연령대를 따지지 말고 조기 접종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원활한 백신 공급을 장담할수 없다는 등 이유를 들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12월 말부터 일본 내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부와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 3차 접종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기시다 정부는 새해 들어 3차 백신 지침을 다시 수정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13일 65세 이상 일반 고령자는 ‘6개월’, 18~64세 일반인은 ‘7개월’로 변경하는 것을 승인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접종은 이후에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6400만명에 이르는 3차 백신 대상자들에게 다음달 말까지 계획대로 접종을 완료하려면 앞으로 하루 100만회 이상씩 접종을 해야 하지만, 현재 하루 50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하루 10만~30만회에 그쳤던 지난달보다는 크게 개선된 것이다.기시다 총리가 3차 접종 속도를 서두르기로 결정한 데는 지난해 10월 이후 상승세를 거듭해 온 정권 지지율의 하락세가 결정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1월 정례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정권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59%로 전회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반대편 응답은 30%로 4%포인트 증가했다. 아베 신조와 스가 요시히데 등 2명의 전임 총리들이 사실상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물러난 것을 눈으로 직접 보아온 기시다 총리로서는 비상이 걸린 셈이다. TBS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계속되는 지금 무엇보다 정부에 필요한 것은 앞날을 내다보고 정책을 실행하는 힘”이라면서 “오미크론 변이 대책이나 출구전략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시다 정권이 과연 돌파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커다란 고비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 “수능날 도망가도 장학금”, “꼴통 학교” 조롱글 삭제 요청한 대학…결과는?

    “수능날 도망가도 장학금”, “꼴통 학교” 조롱글 삭제 요청한 대학…결과는?

    지방의 한 사립대학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글이 학교를 모욕하고 대외적인 명예훼손을 했다는 이유로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 삭제를 요청했지만 거절됐다. 지난 28일 KISO 정책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인터넷 게시글 임시조치 심의 결과에 따르면, KISO 정책위는 A사립대가 신청한 ‘게시글 삭제요청’ 심의 결과, ‘해당 없음’을 결정하고 삭제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앞서 A사립대는 “수능 9등급, 수능날 시험장에서 도망한 사람도 합격시켜 주고 장학금 50만원도 줌”, “대한민국 꼴통 대학교” 등 표현이 담긴 게시글에 대해 삭제 요청을 했다. 이 글이 학교를 모욕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명예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포털 등 인터넷 게시글을 자율심의하는 기구인 KISO 정책위는 신청인의 지위를 비교적 폭 넓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공직자, 언론인 등의 공인’으로 규정했다. 또 심의대상이 된 게시물이 대학의 신입생 모집요강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공적 관심사 및 공적 업무 영역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KISO 정책위는 이 심의의 핵심 쟁점은 해당 게시글이 명백한 허위의 사실인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지 등의 여부를 살펴봤다. 그 결과 KISO 정책위는 게시글 본문에 있는 ‘수능 9등급, 수능날 시험장에서 도망한 사람도 합격시켜 주고 장학금 50만원도 줌’이라는 내용이 명백한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해당 글은 A사립대의 신입생 추가모집 공지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뒤 두 줄 정도만 덧붙인 것으로, 해당 학교의 공지에도 ‘수능 미응시자 지원가능’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또한 공지에는 ‘50만원 장학금 학생계좌로 지급’이라는 문구도 나와 있다. 또 KISO 정책위는 정원 미달로 지원자 전원이 합격했으므로 만약 수능 9등급이나 수능 미응시자가 지원했다면 합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게시글 제목인 ‘대한민국 꼴통 대학교’라는 표현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이고 특정한 서열평가에서 꼴찌를 했다라는 표현이라면 ‘허위 사실 적시’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나, 해당 게시물과 같이 구체적이고 특정한 서열 평가에서 ‘꼴등’이 아니라 단순히 ‘대한민국 꼴등 대학교’라고 표현했다면 이는 단순 ‘의견’ 표명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 北 “미사일 시험발사는 주권 행사”…국제사회 ‘긴장’

    北 “미사일 시험발사는 주권 행사”…국제사회 ‘긴장’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자위권 행사” “조선의 모습은 5년 전과 다르다”국제사회, ‘모라토리엄’ 파기 지적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자위권 행사일뿐이며 이에 시비를 걸지 않으면 정세가 긴장될 일이 없다고 조선신보가 2일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도발에 긴장하고 있다. ● “국방력 강화는 주권 국가 권리일뿐” 일축 조선신보는 지난달 30일 오전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시험발사가 있었던 것과 관련해 “어느 나라든 조선(북한)에서 진행되는 미사일 시험발사나 검수자격을 걸고들지(시비 걸지)만 않는다면, 조선의 주권 행사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조선반도(한반도)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신보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로 북한 입장을 대변한다. 이 신문은 “발사 의도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별의별 주장이 나돌았다”며 “과거와 오늘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오판 원인이다. 국방력 강화는 원래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고 했다. 또한 “조선이 말하는 국력은 자기 존엄과 자주적 권리를 자체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힘이며 국방력도 그런 힘”이라며 “국방력 강화 사업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적이고 사활적인 중대 국사”라고 주장했다.신문은 북핵에 대해서도 “조선은 핵전쟁 억제력을 갖춘 다음에도 시간을 허무하게 잃거나 낭비함이 없이 계속 스스로 변하고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조선의 핵 무력 완성을 기점으로 조선반도를 둘러싼 세계정치 구도와 역량 관계에도 근본적 전환이 일어났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조선과의 선린우호 관계를 강화 발전하는 데 외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조선의 힘의 실체가 이 나라들의 국익에도 합치되는 구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편가르기식 대외정책에 기인하는 ‘신냉전’ 구도가 심화되고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국제 평화와 안정 근간을 허무는 현 정세 하에서 조선, 중국, 러시아 사이 공동전선이 더욱 다져지는 행세”라고 했다. 신문은 또한 “조선의 적대 세력들은 조선의 국방력 강화 조치에 ‘벼랑 끝 전술’이라는 낡아빠진 딱지를 붙이고 국제 여론을 오도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힘의 실체를 똑바로 보아야 한다”며 “조선의 모습은 5년 전과 다르다”고 전했다. ● 긴급회의 소집부터 규탄까지 미국은 북한의 IRBM 발사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비공개회의 소집을 요청하며 압박에 나섰다.  2일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3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보도에 따르면 회의 요청에는 영국과 프랑스도 동참했다. 회의 시간은 2월 안보리 의장국인 러시아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미국의 회의 요청은 북한이 지난달 30일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상으로 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데 따른 대응 조치다. 화성-12형은 미군 주요 전략 자산들이 배치된 괌까지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배포한 성명에서 “이번 발사는 지난 2018년 북한이 선언한 이런 종류의 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 조치) 위반이자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했다.총장은 또 모든 당사자를 향해 ‘평화로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도 북한이 IRBM을 쏘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약 1년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도에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또한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문 대통령 주재의 NSC 전체회의에 이어 별도로 소집한 NSC 상임위 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은 규탄 입장도 내놨다. 이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요구와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도전으로서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 [여기는 남미] 사람까지 공격하는 잡식성 도마뱀 출현…아르헨 주민들 ‘공포’

    [여기는 남미] 사람까지 공격하는 잡식성 도마뱀 출현…아르헨 주민들 ‘공포’

    아르헨티나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도마뱀이 주택가에 출몰,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도마뱀은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의 해변도시 마르델플라타의 한 주택 정원에서 31일(현지시간) 목격됐다.  도마뱀이 출현한 주택에 사는 여자는 "밖에서 놀던 아들이 도마뱀을 보고 놀라 고함을 치는 바람에 알게 됐다"면서 "즉시 문단속을 하고 외부출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들에게도 알려 외출을 하지 못하게 했다"면서 "한동안 동네가 공포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도마뱀의 출현에 여자와 가족들, 이웃들까지 화들짝 놀라 집으로 대피한 건 도마뱀 공격으로 이미 인명피해가 발생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마르델플라타에서는 75세 할머니가 도마뱀의 공격을 받았다. 할머니를 보자마자 덤벼든 도마뱀은 사람을 잡아먹겠다는 듯 할머니의 팔을 물어뜯었다.  부상한 할머니는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 5바늘을 꿰매야 했다.  할머니를 치료한 라페레그리나 응급치료센터는 "상처가 꽤 깊은 것으로 보아 도마뱀의 덩치가 상당히 컸던 것 같다"고 했다. 할머니는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웬만한 개처럼 도마뱀이 컸다"고 말했다.  도마뱀은 1월에도 주택가에 출현했다. 여름밤 자녀를 데리고 산책에 나선 젊은 여성이 도마뱀을 보고 혼비백산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 여성은 "도마뱀이 얼마나 큰지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공룡 새끼를 보는 것 같았다"면서 아기를 안고 집으로 달려가 피신했다고 말했다.  마르델플라타 당국에 따르면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도마뱀은 채찍꼬리도마뱀과로 현지에서는 오베로 도마뱀으로 불린다.  머리통과 다리가 긴 편인 오베로 도마뱀의 몸통 길이는 머리부터 항문까지 약 40㎝ 정도지만 꼬리를 포함하면 80㎝에 육박한다. 사람이 1대1로 마주친다면 공포를 느낄 만한 덩치다. 오베로 도마뱀은 잡식성이다. 물고기, 양서류, 곤충, 과일 등을 즐겨 먹지지만 작은 새와 포유동물을 잡아먹기까지 한다.  동물학자 알베르토 코토는 "도마뱀 중에서 오베로 도마뱀처럼 가리는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종도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마르델플라타는 할머니 공격 사건 후 계속해서 오베로 도마뱀이 목격되자 주의보를 발동했다. 마르델플라타는 여름이 한창인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바닷가다.
  • 이효리의 ‘서울체크인’ 통했다…공개 직후 ‘티빙 1위’

    이효리의 ‘서울체크인’ 통했다…공개 직후 ‘티빙 1위’

    가수 이효리가 2박 3일간 서울 스케줄을 소화하는 모습을 담은 티빙 파일럿 예능 ‘서울체크인’이 공개 직후 티빙 인기콘텐츠 1위에 올랐다. 30일 티빙에 따르면 전날 공개된 이효리의 ‘서울체크인’은 공개 직후 티빙 인기 콘텐츠 1위와 함께 당일 전체 콘텐츠 중 유료가입 기여 1위를 기록했다. ‘서울체크인’은 김태호 PD가 지난 17일 MBC를 퇴사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예능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됐다. 방송에서는 이효리가 지난해 12월 음악 시상식 ‘마마’(MAMA) 무대에 13년 만에 오르는 과정이 공개됐다. 또 엄정화·김완선·보아·화사와 만나 여성 댄스 가수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모습도 담았다. 이번 프로그램은 MBC ‘놀면뭐하니?’의 싹쓰리와 환불원정대 프로젝트를 위해 서울에 올라온 이효리가 “서울에 온 김에 누구를 만날까”, “어디를 가볼까” 등의 생각을 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됐다고 티빙은 설명했다.
  • ‘옆 차선 차량에 퉤’ 침 뱉었다가 벌금형…“몸에 묻지 않아도 폭행”

    ‘옆 차선 차량에 퉤’ 침 뱉었다가 벌금형…“몸에 묻지 않아도 폭행”

    옆 차선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을 향해 침을 뱉은 30대 운전자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가 2심에서 폭행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김춘호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폭행 혐의를 받는 A씨(39)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2020년 8월 25일 오전 8시쯤 서울 광진구의 도로 2차로에서 1차로로 끼어들기를 시도했다. 피해자가 양보해주지 않자, A씨는 차에서 내려 피해자의 차량 조수석을 향해 침을 뱉은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5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뱉은 침이 피해자의 팔에 묻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피해자 진술밖에 없고, 조수석 창문이 반밖에 열려있지 않았으며 설령 팔에 묻었다 해도 다소 우연한 사정으로 보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의 폭행 혐의를 유죄라고 봤다. 차량의 창문에 침이 묻은 사진이 증거로 인정된 데다 설령 피해자의 몸에 침이 묻지 않았더라도 폭행죄가 인정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우선 피해자 차량 창문에 침이 묻어 있는 사진을 증거로 인정하면서 “사진 속에서 침이 창문 유리의 상단에 묻어 있고,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넓게 분사된 것으로 보아 침의 일부는 피해자 차 안으로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A씨가 자신을 향해 침을 뱉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도 유죄의 증거가 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침이 몸에 묻지 않았어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설령 피해자에게 침이 닿지 않았다 해도 폭행죄는 그 도구가 피해자 신체에 접촉함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으며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 [핵잼 사이언스] 2000년 전 ‘28주 태아’, 미라로 발견… “유일한 태아 미라”

    [핵잼 사이언스] 2000년 전 ‘28주 태아’, 미라로 발견… “유일한 태아 미라”

    이집트에서 발견된 미라의 복부에서 미라화된 태아가 보존돼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 얼러트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바르샤바대학 연구진은 이집트에서 2000년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미라의 복부에서 태아를 확인했다. 임신부뿐만 아니라 태아까지도 완벽하게 미라화되어 있었고, 연구진은 밀폐된 자궁에서 태아가 어떻게 미라가 됐는지를 파헤치는 후속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태아는 임신 26~30주 사이에 사망했으며, 산모의 자궁 상태와 태아 위치 등으로 보아 산모가 분만 중 사망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또 CT촬영 및 X-레이 스캐닝 기술로 태아를 분석한 결과, 태아는 산모가 사망하자 혈액의 PH(물질의 산성과 알칼리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산성화되면서 미라화가 가능한 환경에 놓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사망한 산모의 시신 내부에 암모니아와 포름산(메탄올이나 포르말린의 산화로 생기는 물질)의 농도가 점차 짙어졌고, 태아는 산소의 접근이 거의 완벽하게 차단되는 밀봉 상태에서 미라화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밀폐된 공간과 높은 산성화 환경이 만나면서 숨진 태아는 서서히 미라가 되어갔고, 이는 (채소를 식초·소금물에 절인)피클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보여진다”면서 “태아가 처한 환경은 고대 인류가 인위적으로 미라를 만드는 환경과 매우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모의 시신이 산성화되는 과정에서 태아의 뼈가 염분이 제거되는 탈염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산모의 미라를 발견했을 초기에는 태아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고고학적 연구 가치가 있는 태아의 미라가 발견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다. 2000년 전 산모를 미라로 만들었던 사람들이 태아를 자궁에 남겨둔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이것이 내세에 대한 믿음과 환생 등 종교적 이유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사이언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것은 현재로서는 유일한 ‘임신한 이집트 고대 미라’임이 틀림없다”면서 “2000년 전 임신한 여인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와 함께 사망했고, 그녀가 무덤까지 가지고 간 ‘비밀’이 공개된 것”이라고 전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고고과학 저널(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 [2030 세대] 개한테 물렸다/임명묵 작가

    [2030 세대] 개한테 물렸다/임명묵 작가

    정말 우연한 계기로 새끼 강아지가 우리의 가족이 되면서 우리 집은 사실상 구원받았다. 강아지는 가족의 삶을 모두 바꾸어 놓았다. 가족끼리 더 자주 웃게 되었고, 바깥 활동이 늘면서 부모님의 건강도 좋아졌다. 가족끼리 서로 싸우게 될 때도 해맑게 웃고 있는 강아지를 보면 사람끼리의 앙금도 풀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강아지, 아니 어엿한 성견이 된 개가 나를 물었을 때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흡사 한 마리의 맹수가 사람을 사냥하는 기세로 몰아치며 내 팔을 물어뜯는 것 같았다. 그때 느낀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두운 시골의 밤에서 번뜩이는 안광, 내 살 속으로 이빨이 파고드는 느낌, 시키지도 않았는데 터져 나온 비명, 간신히 뗐나 싶더니 번개처럼 달려들어 또다시 반대쪽 팔을 물었을 때의 당혹감, 방으로 도망쳐 바닥에 피를 쏟을 때 다가온 이상한 안도감과 현기증. 나보다 더 놀란 어머니를 진정시키며 수건이나 좀 가져다 달라고 말할 때는 이 모든 일이 뭔가 비현실적인 것 같다는 붕 뜬 느낌도 들었다. 위급한 상황이 다 지나가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나는 이 사건을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저 때 내가 느낀,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감각이 과거 인간 사회에서는 몹시 보편적이지 않았을까. 포식자의 위협과 정신없이 펼쳐지는 위기 상황, 위험을 피하게 해 주는 안식처의 존재 등등.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딱히 과거의 인간 사회로 국한할 필요도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생각해 보면 오늘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저런 원초적 위협과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지금의 안락한 현대 사회는 그런 원초적 위협을 늘 마주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크게 빚지고 있다. 위험한 야생동물을 상대하는 사람들부터 격오지를 놓고 적군과 대치하고 있는 군인, 생명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병원의 의료진과 사회의 기반시설을 건설하고 늘 문제없이 작동시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까지. 문제는 이런 원초적 감각이 대다수 현대인에게 무척 어색한 감각이 되면서,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에 대한 예우와 보상의 필요성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문편지 논란을 보아도 그렇다. 자신이 공기처럼 느끼는 안락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타인의 무수한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정말로 알았다면, 자연, 기계, 적군 등 다방면의 위협에 노출되면서까지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구태여 그런 무례한 말을 보낼 수 있었을까. 위기 상황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사랑스러운 강아지와 이빨로 살을 찢는 맹수가 종이 한 장 차이였듯이 말이다. 위험에 맞서는 사람들을 예우하지 않을 때, 그런 위험을 모르는 이들끼리 도대체 어떻게 수많은 ‘맹수’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인가.
  • 文대통령, 한반도 해빙 카드 고심

    文대통령, 한반도 해빙 카드 고심

    아프리카·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22일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내 공들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물거품이 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는 모양새다. 북한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시사하고, 미국도 강경하게 맞서 한반도 정세가 얼어붙고 있는 만큼 당장은 ‘상황관리’가 시급하다. 다만 남북 소통채널이 유지되고 있어 대화재개 여지를 배제할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3일 “남북 소통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고, 북미 사이에도 접촉 기미는 있다”면서도 “대화 국면으로 반전할 만한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소통은 정보기관 채널을 통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선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 협상으로 넘어갈 만큼 밀도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복수 관계자의 설명이다. 새해 들어 4차례 무력시위를 감행한 북한은 지난 19일 핵실험 및 ICBM 모라토리엄(유예) 재고를 시사했다. 이르면 다음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0번째 생일(16일)을 맞아 열병식에서 신형 ICBM 등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도 21일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북측이 꺼리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를 적시하는 등 강 대 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임기 중 종전선언을 통한 평화프로세스 복원은 현실적으로 물 건너갔지만, 마지막까지 대화를 시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이와 관련, 한중 화상 정상회담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과 북한의 불참으로 문 대통령은 방중하지 않지만, 대신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화상으로 여는 방안을 양측이 조율 중이다. 성사된다면 북한의 무력시위 억제를 촉구하는 한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조속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가발사 가능성이 있는데 미국을 설득해 최대치의 긍정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게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선까지 40여일 남은 상태에서 북측이 의미 있는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최근 대남 비난메시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는 정도의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北 미사일 쐈지만…文 “평화 구축, 우리가 강하게 염원해야 이뤄져”(종합)

    北 미사일 쐈지만…文 “평화 구축, 우리가 강하게 염원해야 이뤄져”(종합)

    文 “임기 마지막까지 평화 구축 노력할 것”이인영 “어떤 상황서도 남북 대화 위해 책임”“한순간도 평화 포기·멈추는 일 절대 없어야”“북에 뽕나무 묘목 보내 원사 협력으로 번영”北 “불안은 남조선탓, 동족 대결자세 버려야”이집트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속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 “현 상황을 봤을 때 평화 구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평화는 우리가 강하게 염원할 때 이뤄진다. 앞으로도 평화 구축을 위해 진심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의 네 차례 미사일 도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소집 요청 등 압박에 나섰다. 文 “평화 가는 길 아직 제도화 안돼”‘종전 선언’ 쉽지 않다는 판단 추정 문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 일간지 ‘알 아흐람’과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평화로 가는 길은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한 뒤 “저의 대통령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이를 위한 정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초부터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나아가 2018년 이후 중단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속히 냉각 중이라는 점을 고려한 메시지로 보인다.문 대통령이 언급한 ‘평화의 제도화’는 종전선언을 가리킨 것으로 보이며, 이 역시 현재로서는 진전이 쉽지 않다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저는 임기 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었으며,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남북미 3자 회담을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8년 9월 19일에 이뤄진 군사합의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 선언 등 북한과의 관계 개선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이인영, 대북 진주 실크로드 사업 제안 이에 맞춰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정부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남북이 다시 대화와 협력으로 동행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겨레 잇는 디딤돌 진주 실크로드’ 출범식 영상 축사에서 “한반도 정세는 평화와 대결,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장관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평화는 대화 위에서만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순간도 평화를 포기하거나 멈추어 서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진주 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북한과 협력할 방안도 제시했다. 이 장관은 “우리가 북한에 좋은 뽕나무 묘목을 보내고, 다시 누에를 키워 만든 양질의 원사를 얻는 협력을 이룬다면 기존 실크 산업에 평화의 가치와 가격 경쟁력을 더하는 새로운 번영의 활로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장관은 “뽕나무 양묘를 위한 협력은 장기적으로 한반도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남북이 현재 실천 가능한 의제를 통해서 멈춰선 대화와 신뢰를 회복하고 본격적인 협력의 시간 또한 함께 열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北, 네 차례 미사일 쏘고도 언급 없이 “남조선 군부, 전쟁연습·군사대결 책동” 그러나 새해 들어 벌써 네 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적반하장으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진 이유가 남측 군부의 군사훈련 탓이라며 남측에 책임을 돌렸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전날 “1월의 낮과 밤이 흐를수록 겨레의 마음속에는 또다시 불안과 우려가 감돌고 있다”면서 “그것은 바로 새해의 동이 터오는 것과 함께 시작된 동족을 반대하는 남조선 군부의 전쟁 연습과 군사적 대결 책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해 문어구에 발을 들여놓기 바쁘게 또다시 동족을 겨냥한 자극적이고 대결적인 군사적 행위들을 매일과 같이 벌려놓고 있으니 이를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하겠는가”라고 비난했다. 매체는 연초 남측 군부대에서 진행한 포사격 및 야외 혹한기 훈련, 미국 7함대 주관으로 진행된 다국적 연합훈련 ‘시 드래곤’에 해군 해상초계기가 참가한 것 등을 비난의 이유로 들었다.그러면서 “남조선군부의 머릿속에는 동족 대결 의식이 꽉 들어차 있고 해가 바뀌어도 그릇된 대결적인 자세와 상습적인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족적인 동족 대결 의식은 북남관계 개선을 저애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를 해치며 민족공동의 발전과 번영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달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이나 지난 14일과 17일 각각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를 발사한 것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매체는 “동족에 대한 불신과 적대시 관념, 대결적인 자세를 버려야 북남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조국 통일운동의 전 역사와 경색국면에 처해있는 오늘의 북남관계가 실증해주고 있는 철리”라며 모든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 [열린세상] 기술보다 욕망, 유니콘의 비밀/이건호 에이빅파트너스 대표

    [열린세상] 기술보다 욕망, 유니콘의 비밀/이건호 에이빅파트너스 대표

    2010년 미국의 가난한 대학생 데이비드 길보아는 여행지에서 안경을 잃어버렸다. 700달러나 되는 안경을 새로 구입하기 어려웠던 그는 한동안 불편을 감수하며 지내다 ‘와비파커’라는 스타트업을 구상한다. 안경테의 제조·유통을 혁신해 가격을 5분의1 수준으로 낮추면서 동시에 전대미문의 판매 방식을 도입하는 승부수를 던진다. 소비자들이 마음에 드는 다섯 종류의 안경을 5일 동안 써 보고, 이를 SNS에 올려 가장 ‘좋아요’가 많은 제품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와비파커는 광고에 필요한 모델과 매체, 콘텐츠 등을 모두 무료로 확보하면서도 판매 가능성을 높이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결과는 시쳇말로 ‘완전 대박’이었다. 특히 식사를 할 때도 사진을 찍어 SNS에서 올려야 직성이 풀리는 젊은 세대들은 와비파커에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이런 기세를 몰아 와비파커는 창업 5년 만에 연매출 1억 달러, 기업 가치 12억 달러(약 1조 400억원)에 달하는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이 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성공한 스타트업들 중에는 혁신적 기술을 개발한 경우가 많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첨단기술을 개발해 유니콘에 등극하는 스타트업의 비중은 보통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10% 이하다. 나머지 90%는 인간의 심리 속에 숨겨진 욕망을 포착해 사업화한 경우라 볼 수 있다. 와비파커의 성공도 개인으로서의 ‘나’를 세상에 드러내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욕망을 포착한 덕분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당근마켓’도 마찬가지다. 중고품을 거래하는 유사한 온라인 플랫폼은 당근마켓 이전에도 있었다. 그런데 왜 후발주자인 당근마켓이 유독 성장하고 있을까? 중고 거래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것도 한 이유지만, 그것보다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이유는 6㎞ 이내 같은 동네 사람끼리만 거래할 수 있도록 구획을 한정했다는 것이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안심이 된다는 소비자의 심리를 포착하고 이를 사업 모델에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기업명인 당근마켓도 ‘당신 근처의 마켓’의 줄임말이다. 가히 혁명이라 불릴 만큼 빠른 속도와 현란한 양상으로 기술들이 발달하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기술에 올인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그 전에 소비자의 감춰진 욕망을 포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연구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단순 시장조사 등을 통해 겉으로 드러난 소비자의 니즈(수요)가 아니라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을 포착해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하는 소위 소셜이노베이션(social innovation)이 스타트업 성공의 핵심 역량으로 부상한 것이다. 일찍이 매슬로가 갈파했듯이 인간의 욕망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스탠퍼드대 교수인 와이겐드는 “아마존은 고객을 분류하는 대신 1명의 고객을 10분의1 단위로 구분해 각 개인의 변화하는 관심사까지 반영한다”고 했다. 이렇게 매 순간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망을 포착하려는 노력은 벌써 진행 중이다. 최근 소비의 주축이 되고 있는 MZ세대의 욕망은 뚜렷한 ‘개인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세계에서 유일한 존재, ‘온리원’(only one)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들도 이런 추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부기관이나 멘토링 기업들도 단순히 기술 혁신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이해를 통해 소셜이노베이션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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