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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니아] 사륜구동 오프로드 동호회

    [마니아] 사륜구동 오프로드 동호회

    “현재시간 11월14일 오후 5시40분.(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송추계곡에서 지프 한대가 전복되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윈칭(자동차를 수렁 등으로부터 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프 한대로는 힘이 모자라 스네치블럭(자동차를 견인할 때 방향을 맘대로 바꿀 수 있도록 만든 도르레 비슷한 장비)을 갖춘 차량이 있어야 한답니다.” 남이 가지 않는 곳을 자동차로 돌아다니며 스릴을 즐기는 마니아 사이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사고현장에서 무전기를 통해 황급하게 전해진 사고 속보다. ●빠져보지 않으면 모른다 진흙탕을 넘어 자갈밭 지나 바위들 틈새를 가르고….‘길 아닌 길’을 달리는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오프로드(Off-road) 동호회. 자동차 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주5일제 등 사회여건 변화로 레저 등 생활의 여유를 찾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생긴 모임이다. 힘이 센 ‘사륜구동’ 지프를 몰고 다닌다는 점이 이들의 닮음꼴이다. 인디스(인천 디스커버리) 오프로드클럽 이명수(37·대한지적공사 인천시 중구·옹진군지사 팀장) 회장은 “우리는 ‘폼생폼사’(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라는 의미)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소개로 말문을 열었다. 디스커버리(Discovery)라는 동아리 이름에도 신천지 개척의 뜻이 담겼다. 언뜻 생각하기에 ‘폼생폼사’라는 말엔 부정적인 의미도 다소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들 동아리 회원들의 대답은 ‘천만에’다. 이준상(40·학원 운영·인천시 계양구 계산2동) 총무는 “누가 보아도 자동차를 멋지게 꾸밀 수밖에 없어 부러움을 산다.”면서도 “진짜 마니아라면, 흔히 생각하듯 도심을 떼지어 누비며 소음을 내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을 배려할 줄도 알지요. 예컨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고가 난 차량을 보고 그냥 지나친 적이 없습니다.” 보통 승용차로는 엄두도 못낼 언덕배기 등 험난한 길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조난을 당할지 모른다. 따라서 구난용 장비 구비는 필수적이다. 언제나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밤낮 가리지 않는 이들에게 무전기는 필수품이다. 험로를 달리기 때문에 자동차에는 특수한 장치가 필요하다. 우선 바퀴가 보통과 다르다. 쉽게 말해 경운기 바퀴처럼 홈이 깊게 파였다. 승용차의 경우 지름이 26인치(66.04㎝)이지만 오프로드 차량은 32∼35인치짜리를 많이 쓴다. 큰 것은 1m 넘기도 한다고 이 회장은 귀띔했다. 또 차체를 높여야 하는 까닭에 특수 스프링을 단다. 하지만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특이한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이 꼭 마니아가 된다는 건 아니다. 지프가 적당하기는 하지만 험로라 하더라도 웬만한 곳은 오를 수 있으며, 자동차가 크게 상할 것이라는 염려도 붙들어 매라고 말한다. 이 회장은 자신의 지프를 가리키며 “97년부터 벌써 7년째 이 놈을 몰고 다니지만 보다시피 이렇게 깨끗하지 않습니까”라고 웃었다. ●삶에 있어서는 ‘길이 아닌 길’을 가지 않는다 그와 이 총무가 우연찮게 만나 인디스를 발족시킨 사연도 흥미 넘치는 오프로드의 세계를 엿보게 한다. 인천시내에 직장을 갖고 있던 이들은 평소 시내를 오가며 서로가 보기에도 오프로드 마니아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정도로 안팎을 꾸며놓은 상대방의 지프를 눈여겨 보게 됐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란히 신호를 기다리는 터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려서 얘기 좀 하자.”고 제안했다.1999년 여름 어느날 중부고속도로 인근 계산동 사거리에서였다. 당시 이 회장은 다음(Daum)카페의 온라인 동호회 ‘링스’(Lynx=스라소니를 뜻하는 영어단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간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에서, 이 총무는 인터넷 모임 ‘포휠러스’(Four-wheelers)를 통해 오프로드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알고 지내던 인근 마니아들을 소개해 정보를 주고 받았다. 정보란 ‘뛸 마당’이 어디 있으며 어디가 좋더라, 자동차 장비는 어디가 값이 싸더라는 등등…. 아직은 오프로드가 그리 활성화되지 않은 데다, 아무래도 남들이 보기에는 엽기적(?)인 취미여서 자동차를 끌고 스릴을 만끽할 만한 장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리고 두어달 흐른 뒤 이들에게는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인천 영종도에 국제공항을 건설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산악을 깎으며 파진 터가 비를 맞고 바람이 스쳐간 사이에 자연스레 진흙길이 됐고 원래 있던 바위와 어울려 오프로드에 안성마춤인 연습장이 생겼다. 마니아들은 이 ‘길 아닌 길’을 우연히, 그러나 너무나 반갑게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났다고 해서 ‘나그네길’이라고 불렀다. 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멀리서 찾지 말고 이곳을 메카로 해 동아리를 따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와 인천에 사는 마니아 8명이 뭉쳤고, 나중에 7명이 가세해 회원 15명의 당당한 동아리가 됐다. 연령은 28세부터 62세까지 고루 포진해 있다. 비록 적은 인원이지만 인디스 회원들이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아무리 흔해졌다고는 하지만 자동차와 관계된 취미라 큰 비용이 들고, 따라서 돈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착각”이란다. 원래 카센터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주축이었던 오프로드 마니아의 세계는 상업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하면서 달라지고 있다고 이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직업도 토목공사에서 폭파를 전문으로 하는 닉네임 ‘발파’와 포클레인 기사 등 변변찮은(?) 사람들이 소박하게 모였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 역시 “우리나라의 경우 산지를 측량하는 표준지점이 꼭대기에 있어 자동차를 몰고 고생고생 하며 오르다보니 취미가 이 쪽으로 따라왔다.”고 했다. 이들은 오토바이 폭주족과 ‘동급’으로 치는 사회인식을 바꾸고 취미에서 나오는 ‘특기’를 활용해 무언가 좋은 일을 해보자는 데 뜻을 모아 재난구조와 자원봉사에 나섰다.2000년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에 ‘인디스 봉사회’의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인천시 서구 신현동 등 보통 차량이 오르기 힘든 고지대에 쌀 등 각종 구호품을 실어나른 일은 가슴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2001년 여름 수해 때에는 부평구 부평4동 침수피해 지역을 찾아가 재해복구를 돕기도 했다고 뽐낸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뒤집힐듯 덜컹덜컹 “높은 산을 오르다보면 거의 눕다시피 해서 운전을 합니다. 내려올 땐 그 반대이지요” 인디스 회원들은 해마다 주로 여름에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사자평’과 지리산을, 겨울이면 강원도 인제·홍천으로 오프로드 투어를 떠난다. 이 회장은 “자동차판 크로스컨트리라 할 오프로드에 맛들이기는 10여년 됐는데 처음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싫어하더라.”면서 “그러나 99년 여름 강원도 인제군 방태산에 간 뒤부터는 언제 갈 거냐고 조르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숲과 개울을 헤치고 해발 1383m인 구룡덕봉 정상에 올라서니 쏟아질 듯 별들이 닿을락 말락 가까워진 풍경에 푹 빠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 여름에는 셋째아이가 태어난 지 채 두달이 안 됐는데, 떨어져 지내기는 싫고, 정상에 오르고 싶은 마음에 몸이 근질근질해져 부인과 동행했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놨다. 이 총무는 99년 여름 경기도 양주시 장흥으로 갔을 때의 경험을 들려줬다. 진흙과 잡초가 범벅이 된 길을 가다가 수렁에 빠졌다. 다른 지프가 3대 되돌아와 밧줄을 연결,1시간반 만에 겨우 빠져나왔다고 한다. 어려움 속에서 의지하는 사이에 우정은 절로 싹튼다고도 했다. 그해 겨울에는 인제 소뿔산(1127m)으로 갔다. 눈이 허리 높이까지 쌓였는데 ‘땅을 지지는’(이들은 오프로드로 달리는 일을 이렇게 부른다) 데 4시간 걸려 정상을 밟았다.“신을 신지 않았다.”고 말하고는 금방 “지형을 살펴보니 체인을 걸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체인을 신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들에게는 자동차가 자신의 분신이다. 그는 “언젠가 장흥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줄 모르고 지지다가 군인들이 빨간 깃발을 흔들며 ‘대포 쏜다.’고 해 혼비백산한 적도 있다.”면서 “그러나 전후좌우로 시시각각 출렁대는 가운데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다이어트에도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많은 종류의 마니아들이 있지만 잠시도 한눈을 팔면 안되기 때문에 오히려 덜 위험하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이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10년 넘도록 (오프로드를) 해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안전하면서도 진짜 스릴을 느끼지요.”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달걀 살때 항생제 과다사용 따져보세요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달걀 살때 항생제 과다사용 따져보세요

    요즘 아이들, 식성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도 있다. 바로 달걀이다. 예전에 달걀말이는 도시락 반찬으로 최고였고, 어쩌다 식탁 위로 달걀 프라이라도 오르면 그렇게 식탁이 풍성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건 요즘 아이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아무리 고기나 인스턴트 식품이 넘쳐나도 그 와중에서 달걀만은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달걀은 흔히 ‘완전식품’이라고 불린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단백질은 많으면서 칼로리는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육환경이 좋고, 영양 과잉섭취 걱정이 없었던 옛날에나 해당되는 말이 돼버렸다. 오염된 먹거리 환경은 달걀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사료가 문제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달걀은 대부분 수입 사료를 먹은 닭으로부터 생산된 것이다. 수입 사료의 경우 유전자 조작식품이 함유된 콩깻묵이나 옥수수를 넣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노른자 색깔을 진하게 하기 위해서 난황 착색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 외에 항생제, 성장촉진제, 산란촉진제, 신경안정제 등 각종 첨가물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사육환경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양계장은 24시간 전등이 켜져 있고, 숨이 막히도록 빽빽하게 닭을 사육한다. 그런 곳에서 ‘달걀을 낳는 기계’가 되어버린 닭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럴수록 약해지고 전염병 감염도 쉽기 때문에 더 많은 항생제와 살균소독제를 뿌리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런 사료와 사육환경의 문제는 달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모든 영양물질이 젖과 알에 모이듯, 모든 유해물질 역시 젖과 알에 가장 많이 농축되는 법이다. 또 한편, 달걀은 일부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일본에서 생후 0∼6개월 된 소아를 대상으로 알레르기 빈도를 조사한 결과, 달걀이 5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우유(34%), 밀가루(2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까닭에 아토피 피부염 등을 앓고 있는 아이라면 달걀을 먹일 때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달걀을 먹더라도 제대로 먹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닭이 낳은 달걀이냐.’의 여부다. 유기농 매장에서는 풀이나 곡물 등 좋은 사료를 먹고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을 판매한다. 무정란보다는 유정란을 먹는 게 좋다. 무정란과 유정란의 영양 차이가 있느냐, 없느냐는 아직 논란이 있다. 그러나 영양학적인 차이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대체로 유정란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유정란은 일반 양계 조건과 똑같이 기르면서 인공으로 정자만 주입해서 생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유정란이라는 상표보다는 건강한 환경에서 생산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유정란과 무정란 구별하는 방법은 쉽다. 손으로 달걀을 돌려보아 잘 돌아가지 않는 것이 유정란이며, 빙글빙글 잘 돌아가는 것이 무정란이다. 또 소금물에 넣어 밑으로 가라앉으면 유정란이고, 수면으로 뜨면 무정란이다. 이는 유정란에는 생명력이 있기 때문에 활동성이 높아 가라앉는 것이며, 반대로 무정란은 생명력이 정지되어 있어 뜨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달걀은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일본에서 성인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14년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달걀을 하루에 2개 이상 먹었을 때 사망률이 2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기도 했다.1주일에 1∼2개 정도 먹는 게 적당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하루 1개 정도는 괜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루에 너무 많은 양의 달걀을 먹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아토피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요리를 하더라도 프라이보다는 찜이나 조림이 낫다. 되도록 식용유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찜을 할 때는 센 불에 2분 정도 끓이다가 약한 불에 약 15분간 찌면 구멍이 생기지 않게 조리할 수 있다. 혹시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습관적으로 달걀요리에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 돌아볼 필요도 있다. 바른 먹거리로 식탁을 채우려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부터 체크해 봐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한국을 이해하고 싶지않은 사람들/임춘웅 언론인

    지난 10월27일자 이 난에 모 대학 교수가 ‘한국은 이해하기 힘든 나라’라는 글을 썼다. 사람들은 때때로 남의 눈을 통해 자기를 재발견하게 되는데 외국인들이 한국을 이해하지 못하는 몇가지 사례를 들어 주었다. 그런데 그 교수가 지적한 것들은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중에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첫번째는 한국인이 이라크전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반미적이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반미적이라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는 것인데 어떤 여론조사인지 적시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 한국은 이라크에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파병을 했고 그것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파병한 것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반미적”이란 근거가 빈약하다. 한국에서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 심한 반대가 있었고 아직도 이라크전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지식인들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도 이라크전을 두고 반반이 갈려 있는데 한국에서 반대자가 없을 리 없고 명백한 침략전쟁을 비판하는 여론마저 없다면 그런 나라는 죽은 나라일 것이다. 두번째로는 한국인들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비교적 태평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이 제기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이 태평하다면 그것은 미국이 한국사람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증거를 제시한 일이 없다.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인지 핵개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것인지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필요가 있을 때 불쑥불쑥 북한이 핵폭탄 4∼5개를 갖고 있다고 했다가, 또 어떤 때는 7∼8개를 갖고 있다고 한다. 어느 경우든 한국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증거를 제시해주어야 한다. 북한이 핵폭탄을 이미 갖고 있다면 그 연료가 되는 플루토늄이나 농축우라늄이 왜 새삼 문제가 되는지도 의문이다. 세번째는 북한의 인권문제였다. 최근 미국의회가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한국의 일부 여당의원들이 미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았는데 이해하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통일은 왜 하자는 것일까. 일차적으로는 분단된 국토의 통합이겠지만 보다 기본적으로는 북한에 사는 국민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남북관계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기 위해 화해 협력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걸음마 단계다. 인권문제는 그 기준이 애매하고 증거도 불충분해서 따지자면 삿대질부터 오가야 하는 성질의 것이다. 그런 문제를 들고 나오면 남북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여기에 인권 문제를 꺼내기 조심스러운 이유가 있는 것이다. 네번째는 연간 수출 2000억달러를 넘어선 한국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그런 문제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세계화가 무엇인지,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개념파악도 안 된 상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이미 세계의 지식인들이 누누이 지적해온 것이다. 그리고 수출 2000억달러가 세계화 때문이라는 논리도 비약이다. 국제무역은 신라때도 있었고 조선때도 했다. 그러나 지금 약소국가들은 세계화를 막을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긴 하나 세계화는 어떤 방법으로든 다스려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심히 대안을 찾고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본시 보고 싶은 것만 선택해서 보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외국사람이 그들의 잣대로 현상을 보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한국인마저 한쪽 눈을 감고 사물을 보려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임춘웅 언론인
  • [문화마당]타이타닉호의 침몰/김욱동 서강대 교수· 문학비평가

    몇 해 전 할리우드 영화 ‘타이타닉’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 영화가 그렇게 큰 인기를 끈 데에는 여러 까닭이 있을 터이지만 90여년 전에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의 뼈대에 화려한 로맨스의 옷을 입힌 것도 한몫을 톡톡히 하였다.1912년 타이타닉 호를 완성한 영국은 그야말로 성취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 이름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 장사 타이탄의 이름을 따서 타이타닉 호라고 붙였다. 이 배는 단순히 호화 대형 여객선의 의미를 떠나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한 과학과 기술의 승리요 개가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희도 잠깐 4월14일 대서양에서 처녀 항해를 하던 타이타닉 호는 뉴펀들랜드 근처에서 거대한 빙산과 부딪쳐 그만 침몰하고 말았다.1500명이 넘는 승객이 사망한 이 사고는 인류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해양 참사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한 영화나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환경 위기를 다룬 녹색 영화로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다. 타이타닉 호는 다름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이며, 이 호화 여객선을 마침내 대서양에 가라앉게 만든 거대한 빙산은 바로 환경 오염이다. 배는 바다 속으로 깊이 가라앉고 있는데 배에 타고 있는 승객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온갖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사랑에 빠진다. 마찬가지로 지구는 지금 온갖 환경 오염으로 종말을 향하여 치닫고 있는데도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환경 위기를 부르짖는 환경론자나 환경운동가는 종교적 열정에 들떠 있는 광신도의 혐의를 받기 일쑤이다. 이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은 시사하는 바 자못 크다. 타이타닉 호는 선실은 물론이고 이제는 갑판 위에까지 물이 차기 시작한다. 배의 악단은 ‘내 주를 가까이 하려함은’으로 시작하는 찬송가를 연주한다. 그런데 물이 차는 바람에 악단은 연주를 도중에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 환경 위기를 극복하는 데 종교도 큰 힘이 될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말해 주는 대목이다. 몇몇 학자들은 지구는 아직 자정능력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오염을 그렇게 두려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환경 위기에 따른 재앙을 부추기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환경 위기보다도 더 위험하다고 꾸짖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인류가 맞부딪쳐 있는 환경 위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지구가 앞으로 50년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줄잡아 2050년을 재앙의 해로 잡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2050년이란 아마존 유역을 비롯한 지구상에 아직 남아 있는 열대 우림이 모두 파괴되는 시점이며,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가 완전히 고갈되는 시점이다. 바닷가의 개펄이 지구의 온갖 노폐물을 정화시키는 콩팥이라면, 열대 우림은 지구의 허파와 같은 구실을 한다. 더구나 열대 우림에는 아직도 인간이 알지 못하는 수만 가지 식물과 동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또한 화석 연료가 완전히 고갈되고 나면 인류가 그동안 공들여 쌓아올린 문명의 탑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고 만다. 이 두 가지가 서로 맞물려 있어 2050년경에 지구는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바다 속으로 점점 가라앉고 있는 이 지구라는 배를 건져내야 한다. 건져낼 수 없다면 가라앉는 속도라도 좀더 늦추어야 한다. 배가 떠 있는 동안 인류는 지혜를 한데 모아 어떻게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스피노자는 일찍이 “비록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하였지만 지구가 멸망하는데 사과나무를 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사과나무를 심기 전에 사과나무가 자랄 수 있는 땅을 먼저 보살피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김욱동 서강대 교수· 문학비평가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7)울산 장생포 고래잡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7)울산 장생포 고래잡이

    7000원짜리 ‘고래탕’을 시켰다. 맛은 육개장과 흡사한데 방아잎을 넣어 향내가 비할 데 없이 진하다. 일행 중에 한 사람은 고래고기를 한 점 입에 물더니 더 이상 젓가락질을 못한다. 그런데도 길 안내를 도와준 지역 인사는 “역시 고래고기가 최고야!”를 연발한다. 음식은 어릴 적부터 먹어온 취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출신지에 따라 선호도가 분명히 갈리기는 고래고기도 마찬가지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고래생회 4만원, 수육 4만원, 육회 3만원, 모듬 7만원 등이다. 종잇장처럼 얇게 저며 깔아 놓은 터수라 상당히 비싼 고기다. 한 평생 고래고기만 팔아온 ‘왕고래집’의 주인장은 “비싼 게 문제가 아니라 없어서 못판다.”고 했다. 우연히 정치망에 혼획되는 밍크고래 따위가 들어올 뿐이다. 포유동물인지라 목살, 배, 대창, 갈비, 혓바닥, 대롱창 식으로 분류해 주문에 따라 따로 낸다.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잘라 파는 것에 견줄까. ●고래고기는 해방 당시까지 민중음식 해방 당시만 해도 장생포에서 고래고기를 지게에 짊어지고 멀리 대구까지 가서 팔았다. 쇠고기가 귀한 시절에 고래만한 대체육이 없었으니 ‘민중의 음식’이었음에 틀림없다. 보릿고개를 넘기자면 고래고기를 먹어야 했다. 겨우내 비실비실하던 개에게 고래 연골을 먹이면 금세 털빛에 윤기가 흘렀다. 그만큼 고단백에 불포화지방산이 많다는 증거. 우리 식생활사에서 고래고기 섭취는 선사시대로 소급된다.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와 장생포 고래잡이는 수천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양자의 내재적 연속성이 너무도 극명하다. 고래 문화의 장기지속성이 적어도 울산 땅에서만큼은 지금껏 입증된다.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상류에 깎아지른 절벽이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암각화가 있어 엊그제까지 살다가 방금 전에 떠난 듯한 선사인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곳이다. 반구대에 각인된 고래는 귀신고래,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따위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배의 밭고랑 무늬가 돋보이는 참고래, 배 타고 고래를 포획하는 선사인의 어로활동, 아기를 업고 가는 어미고래, 고래고기를 분육(分肉)한 듯한 분배 그림도 엿보인다. 캐나다 밴쿠버의 누트카, 알래스카의 에스키모, 쿠릴열도의 아이누, 태평양 알류트 등의 고래잡이와 비교되는 소중한 해양문화 유산이다. 동해안에 자주 회유해 오는 고래는 긴수염고래과(북극고래, 긴수염고래), 참고래과(브라이드고래, 밍크고래, 참고래, 보리고래, 돌고래, 흰긴수염고래), 향고래과(향유고래), 참돌고래과(흰옆돌고래, 돌고래, 참돌고래), 곱시기과(곱시기, 흑곱시기), 귀신고래과(귀신고래) 등이니, 대개 이들 고래가 포함된 것으로 여겨진다. 반구대 암각화는 우리 선조들의 주식이 고래였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암놈이 죽으면 수놈이 같이 잡히는 귀신고래 수많은 고래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고래는 역시 귀신고래이다. 우리나라 연안에는 예부터 귀신고래가 많아서 19세기 말 일본 선단에 잡힌 고래의 태반이 귀신고래였다. 세계 고래학명에서 우리 학명이 붙은 고래는 귀신고래를 뜻하는 ‘Korean Grey Whale’뿐이다. 일부일처제로 금실이 좋아 암놈이 죽으면 수놈이 곁을 지키다가 마침내 같이 잡혀 죽음을 맞는다. 새끼가 먼저 작살을 맞으면 암수 어미가 새끼 곁을 빙빙 돌다가 또한 같이 잡힌다. 동물의 정을 역이용한 인간의 야비한 사냥방식이다.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된 귀신고래의 어쩌면 인간보다도 진한 혈육의 정을 보면서 귀신고래를 멸종시킨 인간의 잔혹함에 미안한 마음을 저버릴 수 없다. 캄차카반도의 차가운 바다에서 귀신고래들이 유영하는 모습이 간혹 관찰되고 있으니, 행여 우리나라로 돌아올 날이 언젠가 올지도 모른다. 경상도에서 보편적으로 먹던 ‘민중의 음식’인 고래고기가 ‘귀족의 음식’으로 둔갑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1985년 ‘느닷없이’ 포경이 금지되면서 ‘고래 항구 장생포’도 몰락의 길을 걷는다.‘느닷없이’라고는 하였지만 국제적 반포경운동이 불러온 예정된 결과였다.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는데, 공급원이 사라지자 고래집도 거의 명맥을 잃게 되었고 고래도 ‘금값’이 되었다. 포경금지에 관한 국제협약의 파장이 장생포에도 강력하게 휘몰아쳤다. 포경선은 항구에 묶였고, 포신은 녹슬어 갔다. 이제 장생포에서 포경선은 찾아볼 수 없다. 사실 포경을 반대하는 구미 선진국은 본디 전세계적 규모로 포경을 주도해온 나라들이다. 한반도의 고래씨를 말린 나라들도 바로 이들이다. 어느 동물의 포살보다도 잔혹한 고래 포살을 보면서 동물애호가들이 전선에 나선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어제까지 세계를 주름잡던 포경국들이 반포경에 나선 것은 사실 역사의 아니러니다. 산업적 남획에 나섰던 구미열강, 그리고 후발 주자 일본 등은 고래기름과 부산물로 양초, 윤활유 및 수백가지의 공산품을 생산했다. 오로지 공산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고래들이 죽임을 당하였다. 석유가 발견되어 더 이상 고래기름의 필요성이 소멸될 즈음에는 이미 고래 자체가 희귀존재가 돼버렸고, 그들에 의해 포경금지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고래 멸종이 문제가 되자 상업포경은 금지하되, 본디부터 고래를 먹어온 이들의 원주민 포경은 용인한다는 결론이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도출되었다. 일본이나 노르웨이, 혹은 고래잡이를 해온 소수민족들 사이에 원주민 포경이란 이름으로 고래잡이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이런 국제적 관계의 산물이다. 과연 상업포경과 원주민 포경의 구분이 본질적으로 가능할까. ●1985년 포경금지로 몰락의 길 한반도는 ‘고래의 낙원’이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파악하고 있는 한반도 연해의 서식 고래류는 대형 고래류 9종, 소형 고래류 26종, 도합 35종이다. 전 세계 5대양과 강에 80여종이 분포하는 것에 비하면 한반도 고래분포의 다양성은 꽤 높은 편이다.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영일만 일대는 예로부터 고래바다, 즉 경해(鯨海)로 불렸다. 1849년 무렵 한반도 연안에서 조업한 미국 포경선의 포경일지에는 ‘많은 고래들이 보인다. 수많은 혹등고래와 대왕고래, 참고래, 긴수염고래가 사방팔방에서 뛰어 논다. 셀 수조차 없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포경은 근대에 이르기까지도 간혹 해변으로 몰아서 잡거나 기력을 잃고 떠내려온 놈을 생포하는 그야말로 ‘소박한 수준’이었다. 동해를 ‘피바다’로 만들었던 광란의 역사는 무능한 조선 정부를 무시하고 몰려든 일본과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등의 포경선에서 비롯되었다. 해방 이후에 대형고래는 거의 사라지고 어쩌다 등장하는 참고래, 그리고 예전에는 포경 대상에 끼지도 못했던 소형고래인 밍크고래 따위만이 남게 되었다. 미국, 일본, 러시아, 노르웨이 등의 남획이 불러온 비참한 결과였다. 해방 이전의 포경업은 전적으로 일본인 주관이었다. 고래고기집 주인 박경열(76·여)씨의 증언.“할배가 영덕에서 철공소를 했지요. 고향이 장생포라 해방되면서 고래잡이를 하려고 돌아왔지요.70㎜ 사제 대포를 만들고 뇌관은 일본인이 남긴 것을 썼어요.” 작고한 그의 남편 양원호씨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포경포 제작자이다. 장생포에서는 해방 직후에 200여명이 공동출자해 50t급 낡은 포경선 2척으로 고래잡이를 시작했다. 장생포 앞은 구로시오난류가 흐르니 연해주 쪽에서 내려오는 한류와 만나는 길목. 그래서 고래가 많았다. 동짓달까지 영일만 일대에서 잡다가 어청도까지 이동해 조업하곤 했다. 동해 고래가 유명하지만 서해와 남해 할 것 없이 흔했다. 고래잡이만큼은 장생포 사람들이 장악했기에 유독 동해 고래가 돋보일 뿐이다. 포경선에는 높다란 망통에서 목시(目視)로 망보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물색만 보아도 고래 종류를 알아맞혔다. 이제 그 때의 노련한 포수들은 거의 사망하고 없다. 남은 이들은 사실 후발주자들로, 전통적인 고래잡이를 증언할 만한 이들은 거의 없다. ●동해 ‘피바다’ 만든 외국인들이 포경금지 앞장 고래보호와 포경을 둘러싼 문제는 대단히 복잡 미묘한 국제적 사안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장인 김장근 박사는 “고래 연구는 이제 출발입니다. 일본 같은 고래 대국이 해놓은 연구와 정책적 비전을 따라잡자면 장기투자가 뒤따라야 합니다.” 내년 5월30일부터 울산시에서 열리는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를 계기로 ‘솎음포경’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찍부터 반구대유적과 장생포를 중심으로 전개돼 온 고래문화의 재현과 고래축제 등을 이끌어 온 울산시는 고래박물관과 고래 연구센터도 만들어 명실공히 ‘고래도시’로 발돋움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고래식용 재개의 전제로 역사문화 및 사회·경제적 사유를 국제사회에 입증할 필요성이 있다. 사실 돌고래같이 엄밀하게 따져서 ‘훼일(Whale)’이 아닌 ‘돌핀(Dolphin)’류에 속하는 고래 외에 바다 포유류에 관한 입장조차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니 이른바 ‘과학포경’은 요원한 형편이다. 김 박사는 서식지 교란, 혼획, 선박 충돌, 수중음파 교란으로 사망하는 고래를 지적하면서, 한편으로는 고래로 인한 어장 교란과 어구 피해, 어업자원과의 경쟁 등 고래와 인간의 마찰도 거론했다. 그의 말에서 ‘포경’과 ‘보호’라는 두 개의 과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육지를 마다하고 바다를 택하여 살아온 특이한 포유동물. 허먼 멜빌이 ‘모비 딕’에서 그렸듯 ‘고래등같이 큰’ 포유동물과 인간의 교감은 매우 복잡 미묘하여 고래와 인간의 갈등과 투쟁은 쉽게 종식되지 않을 전망이다.‘귀신고래가 돌아온다면 바다에도 평화가 깃들어 경해(鯨海)라는 옛 명칭이 부끄럽지않은 날이기도 할 것인즉, 행여 돌아올 수 있을는지.’하는 생각으로 장생포의 쓸쓸한 고래고기집 골목을 빠져 나오다가 다시 ‘고래도시 울산’이란 입간판과 마주쳤다.
  • “안 오르면 후회” 제주 오름 트레킹

    “안 오르면 후회” 제주 오름 트레킹

    육지에는 겨울이 오고있지만, 제주는 가을에 점령됐다. 도로가의 억새가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춤을 추고 돌담 안, 밀감밭에는 노랗게 익은 귤들이 이국적이다. 제주도에선, 그것도 가을의 제주도에선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그 유명한 성산일출봉도 아니고 우도, 섭지코지도 아니다. 바로 ‘오름’이다. 여기저기 야트막하게 솟아있는 제주도 오름에서 늦게 만난 가을은 아쉽게 떠나보낸 서울의 가을보다 더 감미로웠다. 가을 제주도의 오름에 올라보지 않고 제주도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그건 오만이다, 무지(無知)다. ●오름에서 맞이하는 아침 제주도에 있는 기생화산구인 오름은 제주사람들의 숨결이 묻어나는 곳이다. 이름없는 민둥산처럼 보일지라도 예로부터 부르던 이름이 있고 나름의 전설과 사연이 깃들여져 있다. 또한 오름은 사람들이 마을제사인 포제를 지내는 곳이며 땔감을 구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말과 소를 방목해서 기르는 천연목장이며 아이들이 여름에는 이름모를 야생화를 꺾고 노는 자연학습장이자, 겨울철에는 썰매를 타고 노는 놀이터다. 오름은 아직 관광지로 개발이 된 곳이 별로 없다. 찾아가는 길도 쉽지 않다. 그래서 포털사이트 다음의 ‘제주오름사랑’동우회 회원들과 함께 일출이 아름다운 밧돌오름으로 가기로 했다. 새벽 5시, 약속 장소인 대천동 사거리로 향했다. 숙소였던 중문에서 1시간 거리였다.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았건만 회원들은 모두 모여 있었다. 오명필(42)회장은 “오늘은 송당에 있는 안돌, 밧돌이란 2개의 오름을 올라 일출을 본다.”고 회원들에 이야기한 후 먼저 밧돌오름으로 향했다. 구불구불 비포장 나무숲을 따라 20분을 가자 오른 편으로 오름이 나왔다. 그러나 마땅히 등산로가 없었다. 산과 달리 오름은 내 발길이 가는 곳이 바로 길인 것이다. 삼삼오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발목까지 올라오는 풀들을 밟으며 걷는다. 자유롭다, 편안했다. 마치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부드러운 선을 닮은 길을 지나갔다. 발밑에 와닿는 풀의 폭신함과 새벽이슬의 신선함이 잠들어있던 나의 세포를 깨우기 시작한다. 평지를 지나는가 했더니 오르막이 시작됐다. 어느새 숨이 거칠어진다. 어슴푸레 보이는 봉긋한 봉우리는 내 손에 잡힐 듯 보였지만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았다. 아침 안개가 깔려있는 마을과 여기저기 솟아있는 오름이 만들어내는 제주의 새벽 풍경은 무채색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아름다웠다. 제주를 벌써 세번씩이나 다녀갔건만 이런 황홀함을 느껴보긴 처음이었다.‘그동안 제주의 겉모습만 보고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에 올랐다. 사방이 탁 트였다. 오름 아래로 모락모락 피어나는 안개는 마치 바닷물결이 일렁이듯 넘실댔고, 이름모를 섬처럼 안개 위에 솟아있는 수많은 오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조물주가 붓을 휘저어 그린 걸작이었다. 그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제주의 매력에 그만 넋을 잃었다. 어떠한 단어로도 표현이 불가능하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다.“해가 뜬다.” 새벽 여명이 붉은 빛을 가득 뿜으며 올라오고 있었다. 아쉽게도 구름에 덮여 완벽한 일출은 아니었지만 시시각각 변해가는 구름의 빛깔이 더해진 제주오름에서 맞는 일출은 감동, 감동 그 자체였다.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몇차례나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바로 앞에 있는 안돌오름으로 향한다. 내려오는 길에는 이름모를 야생화들. 하얀색 노란색 보라색 수줍은 듯 이슬을 가득 머금고 피어있었다. 꽃향유, 쑥부쟁이, 물매화…, 아니 계절을 잊은 진달래까지. 정말 오름은 야생화의 천국이었다. 안돌오름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놓여있는 쇠똥, 말똥들. 오름이 천연목장임을 실감케 한다. 오름의 풀들이 길게 자라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말과 소들이 풀을 뜯어먹기 때문이란다. 내려와 안돌을 오르니 어느새 7시30분이다. 회원들은 커피와 빵을 먹으며 앉아 오름의 아침을 맞이했다. 오름을 사랑하는 그들은 이야기한다.“여기는 산에서 느끼지 못하는 자유가 있어요”,“오름에서 느끼는 부드러움은 꼭 어머니 품 같아요.”,“비교적 짧은 시간에 올라 제주를 느낄 수 있어요.” 그랬다. 그들에게 오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동네 뒷산과 같은 존재였다. 8시가 가까워지자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오름을 내려왔다. 가는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냥 철조망을 넘었다. 정말 입구도 출구도 올라가는 길도 없다.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되는 곳이 오름이다. 2시간에 걸친 오름기행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오름 트레킹의 멋과 맛, 제주도의 일출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이런 행복한 고민에 빠져서. □오름이란 제주도에 산재해 있는 기생 화산구(寄生火山丘)를 말하며 그 어원은 ‘오르다’의 명사형이다. 제주도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는데 지질학적으로 보면 오름은 분화구를 갖고 있고 내용물이 화산 쇄설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산구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을 말한다. 제주도의 오름은 주로 100만년 전후의 화산 활동결과로 이루어진 화산도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의 화산 활동은 크게 5회의 분출 윤회로 구분되며 적어도 79회 이상에 달하는 용암 분출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오름은 단단한 암석이 아니고 스코리아라는 흙과 같은 것으로 되어 있으며 그 위에는 식생이 정착하여 있으므로 빗물을 머금어 물이 흐르거나 지하로 스며드는 것을 막아준다. 즉 하천이 메마르고 지하수를 얻기가 어려운 제주도에선 수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가세요 오름트레킹은 제주 에코 여행(064-763-6606)이 전문이다. 해안가 트레킹, 오름트레킹 모두 할 수 있는데 차량과 가이드비를 포함해 하루에 일인당 주말 6만원, 주중 5만 5000원이다. 고객이 원하는 코스를 만들어주는 맞춤서비스가 자랑이다. 제주도의 할인 항공권이나 숙박과 렌터카는 대장정여행사(1577-4241)를 추천한다. 일반 항공권요금에 1만∼2만원을 더하면 렌터카와 펜션을 2박 3일동안 빌릴 수 있는 다양한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 ■강추!!! 제주 오름 5곳 제주도는 386개의 오름이 있다.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 산굼부리 한곳이며 나머지는 자연 그대로 방치되어있다. 대부분이 목장으로 사용돼 오름주변에는 소나 말이 도망가지 못하게 철조망이 쳐져있다. 그래서 오름트레킹을 잘하려면 철조망을 잘 넘어야 한다는 우스개가 있다. 도로에서 멀지 않고 가족이나 연인들이 가 볼만한 오름을 소개한다. ●아부오름 일명 앞오름. 도로변 가까이에 있어 15분이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올라서면 입이 딱 벌어진다. 깊이 20m, 둘레 50m나 되는 굼부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제주민란을 소재로 한 영화 ‘이재수란’의 주요 촬영지가 되면서 유명해졌다. 안쪽 등성이는 바깥에 비해 가파른 편이고 넓은 바닥에는 삼나무가 심어져있다. 영화 촬영 당시에는 이 곳에 촬영 세트가 세워졌지만 촬영이 끝나자 모두 철거돼 지금은 흔적도 찾을 수 없다. 대천사거리에서 1112번 도로를 타고 구좌읍쪽으로 5분 정도 가다보면 삼거리를 만난다. 거기서 수산리쪽으로 우회전을 해서 3분 정도를 가면 삼거리. 거기서 좌회전을 해서 3분정도 가면 좌측편에 앞오름이라는 돌푯말이 나온다. 차는 길에다 주차를 하고 올라가면 된다. ●백약이오름 백가지 약초가 자생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백약이’이다. 멀찍이 서서 바라만 보아도 푸근함이 풍기는 오름이다. 밑에는 소황금이라는 야생화의 자생지로도 잘 알려져있다. 백약이는 표선면 성읍리에 위치하며 분화구는 둘레가 1500m 깊이 49m로 제법 큰 화산체이다. 오름의 한쪽으로는 삼나무 숲, 반대편은 풀밭을 이루고 있는데 이쪽으로는 완만하여 오르기 쉽다. 이곳에 오르다 보면 말이 뛰어 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정겹다. 백약이에 오르면 널찍한 분화구가 먼저 보이는데 내부가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어 마치 원형 돔 축구장을 보는 듯하다. 내려가서 둘러봐도 좋다. 분화구의 트랙이 올록볼록하게 높고 낮은 물결처럼 길을 이루고 있어 오르락내리락 걸어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백약이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솟아난 오름들을 볼 수 있는데 ‘송당’지역이 오름의 천국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아부오름을 가는것 처럼 1112번도로 대천동 사거리에서 구좌읍쪽으로 가다가 수산2리로 우회전을 해서 10여분을 달리면 오른쪽으로 시멘트 포장된 조그만 길이 나온다. 이기로 3분 정도를 들어가면 ‘소황금자생지’라는 푯말이 나온다. 여기가 백약이다. ●용눈이오름 능선의 곡선이 아름다운 오름을 꼽으라면 당연히 용눈이오름이다. 남북으로 비스듬히 누운 이 오름은 부챗살 모양으로 여러 가닥의 등성이가 흘러내려 기이한 경관을 빚어내며 오름 대부분이 연초록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풀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등성이마다 왕릉 같은 새끼봉우리가 봉긋봉긋하고 오름의 형세가 용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라는 데서 용논이(龍遊), 또는 마치 용이 누워 있는 형태라는 데서 용눈이(龍臥)라고 불린다. 오름 기슭에는 용암 부스러기로 이루어진 언덕이 산재해 있다. 송당 사거리에서 16번도로로 15분을 달리면 삼거리가 나오고 좌측으로 ‘화도’라는 이정표를 보고 죄회전하면 된다.10분 정도 달리면 돌로 테두리를 한 무덤들이 나온다. 바로 거기가 용눈이오름의 시작이다. 무덤들 앞을 잘 살펴보면 용눈이오름표지석이 보인다. ●수월봉 아름다운 제주바다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오름이 수월봉. 한라산과 차귀도, 당오름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수월봉에는 병든 어머니를 위해 약초를 캐러 왔다가 동생 수월이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자 오빠인 노꼬가 17일 동안 슬피 울었는데 그 눈물이 절벽 곳곳에 솟아나 샘물이 되었다는 애틋한 전설이 깃들여져 있다. 이 오름은 남쪽면에 기상대가 있어 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12번도로로 대정을 지나 한경으로 접어들어 고산사거리에서 죄측으로 수월봉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된다. ●산굼부리 천연기념물 제263호,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마르(Marr)형 화구 관광지로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오름이다. 관광지로 개발이 되어 입장료를 내고 가야 한다.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주차장에서 40분이면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입장료는 3000원. 조천읍 교래리 사거리(1112번 도로와 1118번 도로가 만나는 곳)에서 1112번도로 구좌읍쪽으로 15분 정도 달리면 오른쪽에 산굼부리라는 커다란 표지석이 나온다. □이곳도 가보세요 제주도의 11월은 노란색이다. 봄의 유채꽃보다 약간 짙은 색깔로 어딜 가도 노랗게 익은 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제주도 귤밭에서 가족들과 귤을 따는 것도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다. 제주도에는 많은 체험농장이 있지만 최남단 감귤농장(064-764-7759)은 사계절 내내 수확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수확한 귤은 자신이 직접 살 수 있는데 무농약 감귤이 5㎏기준으로 1만 5000원이다.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 가을에는 바다속 시야가 좋아 잠수함체험이 인기다. 특히 마라해양군립공원내 송악산부근 바다를 구경하는 남제주 안덕면에 있는 제주잠수함(064-794-0200)을 추천한다.30분간의 바다속 여행에 다이버들이 수백마리의 줄돔, 볼락 등 물고기를 몰고 다니는 아름다운 산호섬도 놓치면 섭섭하다. 어른 4만 9500원, 아이 2만 9700원. 잠수함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과 해저탐험증을 선물로 준다. 글 · 사진 제주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여선생 vs 여제자‘의 웃기는 염정아

    ‘여선생 vs 여제자‘의 웃기는 염정아

    섬뜩한 계모(‘장화, 홍련’)부터 도발적인 사기꾼(‘범죄의 재구성’)까지, 차가운 표면 안에 매혹과 열정을 숨긴 요부의 이미지로 뒤늦게 스크린에서 광채를 내뿜은 배우 염정아(32)가 코믹 연기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는 걱정부터 앞섰다. 괜히 어설프게 망가져서 지금까지 힘들게 쌓아온 자신만의 색채에 먹물을 확 뿌리는 건 아닌지. 하지만 영화 ‘여선생 vs 여제자’(제작 좋은영화·17일 개봉)를 보는 내내 기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염정아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내 몸엔 코미디의 피가 흐른다니까요. 호호.” 물 만난 고기처럼 화면 안에서 자유자재로 뛰노는 품새는 ‘인상적’이라는 한마디로 규정지을 게 아니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능청을 떨며 귀엽게 웃는 모습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단번에 뛰어넘는 힘을 가졌다.“보여지는 제 모습은 차갑지만요. 여선생의 모습들은 연기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라니까요.” 시원시원한 말투로 친한 언니처럼 재잘재잘 말하는 모습이 영화속 여선생을 닮긴 닮았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 180도 달라져야 하는 코믹 연기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처음엔 웃겨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주변에선 ‘너 하던대로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시나리오가 그녀의 마음을 끌었다.“여자가 혼자 끌어가는 영화가 드물잖아요. 코미디인데 탄탄한 드라마가 있는 것도 좋았고요. 또 장규성 감독의 전작인 ‘선생 김봉두’를 무지 좋아하거든요.” 사실 코믹 연기지만 그녀는 결코 망가지지 않았다. 망가졌다기보단 자연스럽게 그 배역에 녹아들었다는 말이 맞다.“좋아서 ‘앗싸라비아’를 외치는 장면이랑 뜀틀을 넘다가 날아가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오버’한 건 없어요. 일관된 감정선을 유지하면서 드라마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죠.” 그녀가 맡은 미옥은 갓 부임한 미술선생 상춘(이지훈)에게 ‘필’이 꽂혀 갖은 주책을 다 떠는 노처녀 교사. 그녀는 ‘푼수 덩이’노처녀를 그대로 표현해내기 위해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았다.“영화 보다가 몇 장면에선 ‘어∼, 심각한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름이 너무 흉하진 않았나요?” ‘괜찮다.’라고 말하자 “미모로 승부하는 것도 아니어서 별로 신경은 안 쓴다.”는 그녀. 오랜 연륜에서 건져올린 자신감이었다. #“노처녀여∼ 표정 정말 리얼하지 않나요?” 촬영지인 여수에서 3개월동안 먹고 자면서 촬영하다 보니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영화속 미옥처럼 변하더라는 그녀.‘미스코리아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는 온데간데 없고, 정말 철딱서니 없는 노처녀 미옥만 남았다.“감독님이 요즘 절 볼 때마다 ‘왜 이렇게 예뻐졌어?’그런다니까요.” 그래도 영화속 처절한 노처녀의 몸부림이 싫지는 않았을까.“‘노처녀여∼’하고 미남이가 시를 읊을 때 제 표정 못 보셨어요? 실제로 슬프고 절절했기 때문에 나온 표정이에요. 모든 노처녀들이 그 때 나하고 똑같은 표정을 지었을 걸요.” 영화속에서 한 미술선생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여제자 미남(이세영)은 실제론 미옥과 닮은꼴. 자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상대역이다.“나보다 어리고 예쁘고 미래도 밝고… 정말 부럽더라.”는 그녀는 “촬영 내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이성으로 늘 자제하면서 예뻐했다.”며 솔직 담백한 대답으로 웃음을 끌어냈다. #“늦다뇨? 이제라도 배우로 인정받아 다행이에요.” 그녀는 이번 코믹 연기를 대단한 도전이나 연기 변신으로 생각진 않는다.“영화를 보고 난 뒤 좀 더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왔으면”하는 바람 정도가 있을 뿐.“더 늦기전에 이렇게 돼서 다행”이라는 그녀의 막 피어오른 연기인생에서 아마도 이번 연기는 거쳐가는 한 단계에 불과할 것이다. 하고 싶은 연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으니, 코미디 연기는 이 작품으로 만족하고 싶단다. 그럼 가장 하고 싶은 역할은 뭘까.“‘화양연화’같은 스타일이 있는 멜로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요. 누구도 못 말리는 지독한 사랑에 빠진 여자도 돼봤으면 싶고요.” 그래도 어떤 한 장르에 자신을 한정시킬 생각은 없다. 이제야 훨훨 날아오를 날개를 단 그녀에게 연기란 넓게 펼쳐진 벌판처럼 끝없이 이어질 테니까.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아직 배우는 배우… 91년 미스코리아로 연예계에 데뷔한 뒤 10여년. 그동안 TV나 영화에서 사람들은 염정아의 얼굴을 ‘그냥’봐왔다. 그러다 지난해 영화 ‘장화, 홍련’으로 염정아는 단번에 도약했다. 하지만 사실 ‘단번에’란 표현은 그녀에겐 억울하다. 단지 운이 없었을 뿐 10여년동안 한결같이 자신의 연기를 갈고 닦았으니까.“늘 감성훈련을 해요. 생활 속의 모든 표정들을 연기라고 생각하면서 관찰하고요.” 10년이 지나도 연기를 못하는 사람은 늘 못한다며 자신의 연기력이 연륜에서만 나온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예쁘게 보이려하기보다는 캐릭터에 완전히 빠지는 것도 그녀만의 매력.“10년넘게 봐 오셨을 텐데 굳이 예쁜 척할 필요가 없잖아요.” 이 모든 게 쌓여서인지 올해 초 ‘범죄의 재구성’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흥행의 짜릿한 맛을 봤다.“‘범죄의 재구성’은 정말 놓치기 싫은 작품이었어요. 역할은 작았지만 도발적이고 도도해보이는게 정말 강렬했거든요.” 배역의 크기보다는 좋은 작품에서 하고 싶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염정아. 그래서 “그런 역을 어디서 해보겠느냐.”며 ‘쓰리, 몬스터’의 흡혈귀로도 선뜻 출연했단다. 이어 ‘여선생 vs 여제자’에서도 코믹과 진정성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가뿐히 성공시킨 그녀. 앞으로 선택할 작품, 캐릭터가 계속 궁금해지는 이유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해마다 100만건…낙태 처벌대상?

    해마다 100만건…낙태 처벌대상?

    낙태는 형법상 범죄 행위다. 그런데도 연간 공식적으로만 100만∼150만건의 낙태가 시술되고 가임기 기혼 여성 두 명 중 한 명은 낙태를 경험한다. 처벌을 받는 낙태 건수는 한 해 20∼50건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22건이 적발됐을 뿐이다. 검찰도 기소를 꺼려 낙태에 관한 형법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다. 이는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73년 모자보건법을 제정해 낙태를 양성화했기 때문이라고 조영미 동국대 여성학 강사는 말한다. 사회적·경제적 이유의 낙태는 금지돼 해당 여성들은 이중 일부 조항을 이용해 면죄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충돌하고 모순되는 낙태죄 관련 법들을 개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내 첫 낙태죄 학술회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연구센터(소장 정인섭)는 지난 3일 근대법학교육 100주년 기념관에서 ‘낙태죄에서 재생산권으로’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여성의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 보장이 법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논의한 첫 자리였다. 교수와 학생 100여명이 5시간 동안 열띤 분위기 속에서 토론했다. 지난 94년 유엔 카이로회의 등에서 정의된 바에 따르면 ‘재생산권’은 ‘모든 커플과 개인이 자녀 수, 터울 등을 자유롭고 책임있게 결정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 및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정보와 수단, 그리고 가장 높은 수준의 재생산적 건강권’이다. 낙태에 국한시키면 여성들이 출산 등에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관련 공공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를 의미한다. 원칙적으로는 법적·사회적 낙태 허용을 포함한다. 토론자들은 “낙태죄를 규정하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들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임기 기혼여성의 낙태는 196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 91년 가임기 기혼여성 낙태 경험 비율 54%, 평균 낙태 횟수 1.1번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 뒤에는 감소해 지난 2000년 각각 39%,0.65회를 기록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자료). 조 강사는 “기혼여성의 낙태율 감소는 피임 덕”이라면서 “그러나 미혼여성 낙태율은 성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낙태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국민들의 인식도 낙태를 인정하자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인영 한림대 법학부 교수가 지난해 4월 중순부터 한달간 16개 시·도 102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원하지 않는 임신의 낙태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19.6%, 중립은 3.4%였다. 또 ‘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도 응답자의 61.6%가 동의했고 반대는 35.1%, 중립은 3.3%였다. ●“상충되는 관련 법 개정 시급”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은 태아의 생명권과 임산부의 자기결정권 간의 갈등으로 압축된다. 생명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 인간의 존엄권 사이의 싸움이다. 헌법재판소 등 사법기관들은 일관되게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시 한다. 헌재는 “헌법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태아의 생명권은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 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법원은 판례에서 “태아가 생명과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인식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보호되는 것이 건전한 도의적 감성과 합치된다.”고 밝혔다. 이인영 교수는 “지금까지의 논의는 지나치게 두 권리의 충돌 관점에서만 보고 있다.”면서 “미 연방대법원 등 외국 사례처럼 조화를 꾀해야 한다. 양자택일적인 논리는 버리고 적절하게 낙태를 규율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희경 이화여대 법대교수는 “태아의 잠재적 생명을 생명권과 동일하게 보아 낙태권을 제한하려는 규제는 위헌적”이라면서 “여성의 결정권을 좀더 존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석윤 서울대 법대 교수는 “복잡한 현실에 상응하는 법 논리 개발과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 조성 등 관련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사유의 낙태도 합법화해야” 전문가들은 대체로 모자보건법에서도 허락하지 않는 사회·경제적 동기의 낙태도 허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 강사는 “낙태 관련 형법 조항들을 삭제하고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도 합법화해야 한다.”면서 “낙태 관련 상담, 낙태 시술비 보조 등 안전하고 효과적인 공공서비스를 정부에서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정부의 다양한 지원대책으로 오히려 낙태율이 월등히 낮다는 것이다. 양현아 서울대 법대 교수는 “형법상 낙태 금지는 실효도 없고 낙태의 음성화, 신체적·심리적 폐해 등만 낳고 있다.”면서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영란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낙태의 위법성을 제대로 규정하는 등 관련법을 개정해 현실과의 괴리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사설] 장애아 입학 거부한 교장

    대전의 한 사립 초등학교 교장이 최근 장애 어린이의 입학을 거부했다. 그 교장은 아이의 면전에서 “장애아는 몸이 불편하고 머리도 정상인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학업에 뒤처진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장애인이 비록 심신에 남다른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인간적인 존엄성 면에서 여느 사람에 뒤질 이유가 전혀 없다. 게다가 그 어린이는 이제 공교육에 첫걸음을 내딛는 참이었다. 그런데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머리가 정상인을 따라가지 못하리라.’는 억측 때문에 퇴짜를 맞았으니 그 아이로서는 이 세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겠는가. 문제가 불거지자 그 교장은, 특수교육진흥법상에 장애아 입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학교 행정의 총책임자인 교장이 관련 법규를 몰랐다는 점을 인정하기 힘들지만, 설령 그 해명을 받아들인다 쳐도 그의 장애인 인식과 교육관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으면, 이를 극복하고 다른 어린이들과 조화롭게 지내도록 더욱 관심을 쏟는 게 교육자의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 목적의 일부에 불과한 ‘학업 성취’에서 부진하리라는 예단을 갖고 입학을 거부했으니 그 교육관은 무엇에 바탕을 두었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에 그 학교가 사립이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더욱 문제는 심각하다. 열차에 치일 뻔한 어린이를 구하느라 두 다리를 잃은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씨를 보라. 장애인은 별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냥 ‘행동이 불편한’ 우리 이웃일 뿐이다. 행여 내 마음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지 않은지 스스로 되돌아 볼 일이다.
  • [열린세상] 검사직무대리 제도의 문제점/유중원 변호사

    법무부는 최근 검찰청법에 근거한 ‘검사직무대리 운영규정’을 마련, 입법예고했다. 이 법 32조 2항은 검찰총장은 필요한 경우 검찰수사서기관, 검찰사무관, 수사사무관 또는 마약수사사무관이 검사의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법무부는 검사는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중요 사건에 집중 투입하고, 단순하고 경미한 사건은 수사경험과 능력을 갖춘 검찰 일반직 공무원 중에서 선발된 검사 직무대리에게 맡겨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검찰수사 인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대국민 형사사법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에 비추어 합법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헌법 12조는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195조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검사가 범인, 범죄 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264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해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법관과 동일한 전문적 법률지식과 엄격한 자격을 갖춘 검사만이 피의자를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현행법은 검사 임명자격, 결격사유, 신분보장 등과 관련해 판사에 준하는 지위를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검사는 법무부에 속한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개개의 검사가 검찰권을 행사하는 단독제의 관청이어서 검찰총장 또는 검사장 등의 보조기관이 아니다. 반면 검찰사무관 등 일반 공무원은 단순한 보조기관에 불과하다. 따라서 검사직무대리 제도를 상설적으로 운영하면서 법률전문가가 아닌 사람을 검사직무대리로 임명,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및 기소절차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도록 하는 것은 검사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헌법과 법률이 요구하고 있는 것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법상 신체의 자유, 행복추구권, 법률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검찰청법 32조 2항은 “검찰총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검사의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 검사직무대리의 임명에 대해 아무런 제한이나 구체적인 기준도 없이 검찰청장에게 백지위임 또는 포괄위임하고 있다. 이 법 32조 4항은 “검사직무대리의 직무 범위와 운영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할 뿐, 대통령령으로 규정해야 할 검사직무대리의 직무범위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없이 포괄적으로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백지위임에 해당하여, 헌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검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였거나 아니면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 중에서만 임명이 가능하고, 검사의 임명 및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행한다. 아울러 검사 임용 및 전보시에는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검사로 임용된 뒤에도 정기적인 적격심사가 이루어진다. 한편 검사는 특정직 공무원으로서 정원, 보수 및 징계 등에 대하여 법률로 따로 정하고 있고,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면 파면·퇴직·정직 또는 감봉의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 그에 비해 검찰직원의 임용자격, 정원, 보수, 징계 등에 대하여는 특별히 법률로 규정한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직무대리가 검사의 직무 중 상당 부분을 처리하는 것은 검사의 임용자격, 정원, 보수, 징계 등에 대하여 법률로 따로 규정하게 한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다. 특히 검사직무대리의 무작정 임명은 검사정원법을 실질적으로 위반해 편법적으로 검사의 정원을 무제한적으로 증가시킬 염려도 있다. 따라서 법무부는 이 제도의 시행과 관련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유중원 변호사
  • [사설] 의병 제대 비리 리스트 덮지 말라

    육본 의무감 소모 준장이 연루된 ‘의병제대’ 비리 수사가 주목된다. 군 검찰은 구속된 소 준장에게서 400여명의 명단이 적힌 수첩을 확보했다. 경찰도 이미 구속된 브로커 최모씨로부터 14권 분량의 수첩을 압수했다. 여기에는 고위 외교관, 유명 병원 원장, 중소기업 대표, 현역 경찰관 등의 이름과 연락처 등이 담겨 있다고 한다.‘의병제대 리스트’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일각에서는 정·관계 연루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1999∼2003년 사이 2만여명이 의병제대했다. 연 평균 4000명꼴이다. 이 기간은 소 준장이 의병제대에 본격적으로 개입한 시점과 일치한다. 특히 소 준장과 최씨가 지방 명문 J고 동문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문끼리 향응과 금품을 주고 받으면서 비리를 저질렀던 만큼 여죄 개연성이 크다. 그럼에도 경찰은 4건의 의병제대 및 편의제공 외에 추가로 드러난 혐의는 없다고 밝혔다. 주로 피의자의 진술에 의존한 결과로 보인다. 경찰 수사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사회 각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 고교 동문들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찰이 곧 사건을 송치한다고 하니 검찰은 한 점 의혹없이 밝혀야 한다. 수첩에 오른 사람들의 명예를 위해서도 그렇다. 그냥 덮으려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철저한 계좌추적은 기본이다. 의병제대한 군인 가운데 수첩에 오른 사람의 자제가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 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 혐의가 드러나면 예외없이 엄벌하기 바란다. 국방은 국민의 신성한 의무다. 무엇보다 형평성을 잃으면 안 된다. 봐주기 수사, 축소 수사를 경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 12~14일 파주 ‘세계생명문화포럼’

    12~14일 파주 ‘세계생명문화포럼’

    한국적 생명사상에 기초한 ‘생명학’의 구축을 표방하는 학술문화행사 ‘세계생명문화포럼­경기 2004’가 12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다. 지난해 수원대회에 이어 올해로 2회를 맞는 이 대회는 환경학이나 생태학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생명에 관한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학술제.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인 김지하(63) 시인은 “이번 대회에서는 생명학 정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동시에 여기에서 논의된 생명담론을 동아시아, 나아가 태평양 지역 차원으로 확대하고자 한다.”고 행사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환경파괴와 기상이변 또는 전쟁이라는 전지구적 재앙은 흔히 환경학이나 생태학이라 불리는 서구 근대에 기반한 학문이나 운동으로는 근본 치유가 불가능하다.”며 “동아시아의 생명정신을 가미한 생명학을 수립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오문환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김재희 언니경제연구소 소장, 한면희 녹색대 교수, 건축가 승효상씨 등 모두 24명의 ‘생명담론’ 전문가가 논문을 발표한다. 행사는 크게 ‘생명사상과 생명학 정립을 위한 모색’‘생명의 문화적 통로-생명의 기억과 전승’‘생명의 각성, 살림의 물결’ 등 3개의 주제마당으로 진행된다. ●환경파괴·전쟁 근본치유책 찾아야 ‘동학의 생명·평화사상’이라는 주제로 발표할 오문환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생명사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불연기연(不然其然)’이라는 동학의 연구방법론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불연기연이란 사물의 그러한 측면과 그렇지 않은 측면, 즉 누구나 감각으로 쉽게 보고 듣는 유형적 측면과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무형의 측면을 동시에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생명을 과학의 시각이 아니라 동양학적 성심론이라는 독특한 인간론의 관점에서 다룬다. 건축가 승효상씨는 ‘흐르는 공간, 머무는 공간:하늘을 이고 땅에 선 건축들’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새로운 시대 우리의 도시와 건축에 대해 이야기한다.“이성에 대한 과신과 맹종으로 만들어진 ‘기념비적 건축시대’인 과거와 이제 결별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urban void(도시의 빈공간)’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말라케시나 페즈 같은 이슬람 도시들의 변화무쌍한 부정형 골목길과 하염없이 밝은 햇살이 떨어지는 이슬람 집 마당에 주목한다. 이런 ‘비움’이야말로 그들에게는 ‘생명’ 그 자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동학 연구방법론 ‘불연기연’ 활용을 행사 마지막 날인 14일에는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이기상 교수의 사회로 모든 주제마당의 토론 내용을 총정리하며 생명담론의 미래를 모색하는 종합토론 자리도 갖는다. 경기문화재단과 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 길’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는 한울맞이·열림굿·모심굿·신물맞이굿·길굿·탈굿 등 굿 공연과 ‘김영동과 함께 하는 생명의 소리 음악회’, 신당(神堂)전·생명담론 글그림전 등 미술전, 한강 하구 습지탐방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돼 있다. 종합적인 ‘학술문화축제’인 셈이다.(02)723-147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서울대 강연

    “‘기업을 아주 원수로 아는’ 국민들의 바르지 못한 기업관과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우리 기업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큰 원인입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4일 서울대 ‘관악초청강좌’ ‘우리기업의 미래와 현재’라는 강연에서 쏟아낸 쓴소리다. 박 회장은 50여명의 서울대생, 교수들을 상대로 한국 경제의 여러 문제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펼치며 예정된 1시간을 두배나 넘기는 열강을 펼쳤다. 박 회장은 “삼성전자 등 일부 스타플레이어들의 맹활약에 가려 국민들은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면서 “출자총액규제처럼 기업들의 투자활성화를 막는 지나친 규제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진 자’를 백안시하는 국민 마인드, 소비를 죄악시하는 풍토, 반기업 정서를 키우는 전반적인 경제 관련 교육도 바꿔야 한다.”면서 “그 바람에 가진 자들이 아무도 안 보는 해외로 나가서 돈을 쓴다. 그 결과는 내수경제 부진이라는 모두의 손해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아무리 서울대 졸업생이라도 기업들은 바닥부터 다시 교육시키고 있다.4년을 허송세월로, 사회가 쓸데 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대학이 전인교육의 장, 학문의 전당이라는 헛소리는 옛 이야기다. 지금은 ‘직업교육소’라는 점을 인정하고, 대학교육도 국가생산성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성매매 특별법에 대해서도 ‘하수구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어느 사회도 ‘하수구’는 있어서 찌꺼기가 빠져 나가야 되는데 그걸 막아 버렸다.”는 것. 그는 “정치가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직업계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음성적으로 더 크게 번질 것일 뿐”이라면서 “정부는 경제정책의 좌파 논란 등 쓸데없는 데 시간을 쓰지 말고 국가경쟁력의 근간인 기업들을 키우는데 좀더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시론] 종부세, 과세 형평성에 초점을/유경문 서경대 교수

    [시론] 종부세, 과세 형평성에 초점을/유경문 서경대 교수

    정부가 내년 시행을 목표로 가칭 ‘종합부동산세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부동산 보유세제를 이원화해 지방자치단체가 개별 토지 및 건물(주택)에 대해 1차 과세하고, 전국의 토지와 건물(주택)을 개인별로 합산해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나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는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새로운 조세제도를 도입할 때 납세자들의 생각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한국납세자연합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762명 중 85.3%가 조세부담이 불공평하다고 답했다. 따라서 새로운 조세제도를 도입할 때 조세부담의 공평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토지·주택 등 부동산 보유실태를 보면 소수의 특정계층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종합토지세 대상토지의 소유분포를 분석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토지 부동산 시장은 면적 기준으로 상위 5%의 가구가 종합토지세 대상토지의 71%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토지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독과점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 2002년 현재 주택보급률은 100.6%이지만 대도시의 집값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같은 해 주택의 점유형태별 가구분포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54.2%만이 자기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전세나 월세 등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는 누군가가 다수의 주택을 보유한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시정하는 방안은 직접적 행정규제 보다는 과다하게 토지·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부담을 높여 부동산 가격의 변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한 일부 사람들에게 종합부동산세를 통한 세금부담을 늘려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줄여야 한다. 또 부동산 과다 보유자가 가진 부동산의 상당부분을 포기토록 해 부동산 시장에서의 공급을 늘려 왜곡을 시정해야 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 이같은 점을 감안해 종합부동산세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부동산 보유와 관련된 세부담의 저항을 우려해 세금부과 대상의 과세표준을 너무 높여서는 안 된다. 자칫 과세 대상자가 급격히 줄어들어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개선할 수 없어 종합부동산세제 도입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도입초기에는 적용 세율을 더 낮췄다가 추후에 경제여건과 납세자의 적응 정도를 보아 세율을 점차 올린다 하더라도 과세표준을 너무 높게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납세자들의 급격한 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것과 부동산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조세저항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셋째, 부동산 거래세를 낮추게 되면 광역자치단체의 지방세 수입이 급감해 재정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종합부동산세 수입의 일부는 광역자치단체의 세수 부족을 보전하는 데 사용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넷째, 종합부동산세 실시 시기는 원래 2006년으로 계획됐다가 2005년으로 앞당기려 하고 있다. 정책 실시시기를 이미 한번 변경한 것이므로 세율을 낮춰 급격한 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시행시기를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섯째, 종합부동산세를 주택분과 토지분으로 나눠 합산과세를 하는 경우라도 세금을 납부할 때 납세자가 합산된 세금을 한꺼번에 내도록 하는 것은 납세자의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종전과 같이 2회로 분할납부토록 하는 것도 조세저항을 줄이는 한 방안이라고 본다. 유경문 서경대 교수
  • [뒷골목 맛세상] 가평의 자연과 맛

    [뒷골목 맛세상] 가평의 자연과 맛

    경춘선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남양주에서 가평으로 접어드는 어름에 ‘어서 오세요. 자연을 가슴에 담아가는 가평’이라는 선전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 아름다운 문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덜컥, 하고 가슴에 걸리는 느낌이었다. 자연을 가슴에 담아가라고?하기는 가평이야말로 산과 물 같은 자연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고장임에 틀림없다. 군내를 관통하여 흐르는 북한강과 그 강이 군데군데 빚어놓은 청평호반이며 남이섬, 그리고 대성관광지 같은 절경들, 거기에 어울려 함께 이어지는 유명산과 운악산, 축령산, 명지산 등의 장려한 산자락들은 얼마든지 둘러보아도 결코 싫증나지 않는 풍광이다. 그러나 내 가슴에 덜컥, 걸린 자연은 그러한 풍광들보다는 그 뒤에 숨어있는 또 다른 자연이었다. 일찍이 노자는 세상살이의 지혜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말하였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자면 ‘꾸밈이 없이 저절로 그러하게’이다. 그 무위자연에 노자는 덧붙인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살아가는 일을 물 흐르는 것처럼 해라. 아아, 단 한번이라도 나는 자신의 삶을 ‘꾸밈이 없이 저절로 그러하게’ 놓아둔 적이 있으며,‘물 흐르는 것처럼’ 흘려준 적이 있으랴. 계절마저도 가을이 깊어지고 어느 날 아침에 하얗게 무서리가 내린 끝에 저마다 제 빛깔이며 향기를 뽐내던 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시든 대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렇듯 무릇 생명 있는 것들의 마지막이란 시들어 말라붙다 못해 앙상한 형해(形骸)만으로 바둥대다가 끝내는 거친 시간의 바람 속으로 한 줌 먼지가 되어 사라지게 마련일 터이다. 불과 엊그제까지도 불붙듯 온 산에 붉고 혹은 노랗던 단풍들마저 낙엽이 되어 하릴없이 산야에 뒹굴고, 거기에 추수를 끝낸 빈 들판들도 덧없이 적막감에 싸인 채 보는 이의 눈을 시리게 한다. 언뜻 돌이키면 늙는다는 것은 저렇듯 적막한 늦가을의 풍경과 다름 없다. 비단 사추기(思秋期)의 여인만이 아니라, 자신의 살아낸 삶 속에서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것 없이 허방을 짚는 듯한 이에게는 늙어서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길이란 더더욱 적막하고 허무한 풍경이나 다름 없을 터이다. 그리하여 화려한 빛깔과 향기 대신에 시든 대로만 남은 저 많은 생명들 또한 자신의 삶처럼 처연하다 못해 추하게마저 여겨질지도 모른다. 만일 그대 또한 자신의 살아낸 삶이 처연하다 못해 추하게마저 여겨진다면,‘가슴에 자연을 담아가라’는 가평의 여행길에 나서기를 권하고 싶다. 가평에서도 운악산 가는 어름에 있는 ‘꽃무지풀무지’(031-585-4875)라는 야생 수목원에 들르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하여 한나절을 좋이 늦가을의 햇살 아래 수목원 여기저기 한가롭게 거닐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누가 알랴. 번쩍 그대의 눈이 열려 그대가 전혀 몰랐던 그대의 자연을 만나게 될지. 원래 꽃무더기 풀무더기라는 뜻인 ‘꽃무지풀무지’에는 지난 계절 내내 야생 수목원을 원색으로 한껏 장식했을 온갖 야생화들의 빛깔이며 향기는 더 이상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대신 수목원 가득히 펼쳐져 있는 것은 저마다 천명을 다하고 시들어 버린 꽃대들만이 지난 화려했던 시절의 증거처럼 남아서 잿빛 풍경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수생식물원을 지나고, 습지원을 지나고, 향기, 붓꽃, 나리원을 지나, 산채원이며 덩굴식물원을 지나도 그대를 기다리는 것은 역시 잿빛 풍경뿐이다. 어거지로 찾아낸다면 수목원 가장 위쪽 그늘진 곳에 숨어있는 국화원의 한 쪽에서 쑥부쟁이 몇 다발만이 애잔하게 보랏빛 잔명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야생 수목원의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대가 위안을 받을 만한 풍경은 없다. 동자꽃, 노인장대, 맥문동, 제비꽃, 은방울꽃, 둥글레, 용담, 앵초, 금불초, 초롱꽃, 비비초, 애기기린초, 금강초롱, 말나리, 하늘나리, 참나리, 털중나리, 꼬리풀, 금낭화, 노루삼, 산작약, 마타리, 패랭이, 구절초, 해국, 울릉국화, 한라구절초, 모싯대…. 그 모든 야생화들은 이제 한낱 푯말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뿐인가. 수목원의 뭇 야생화들은 정말이지 그대에게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않고 잿빛 풍경 속으로 속절없이 사라진 것뿐일까. 아니리라. 결코 그것뿐만은 아니리라. 그대가 흡사 자신의 처연한 삶이라도 어루만지듯 푯말과 함께 남아있는 야생화들의 시든 꽃대를 어루만지는 순간, 그대는 벼락처럼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시든 꽃대는 결코 시든 꽃대로만 끝나지 않는다. 시든 꽃대는 시든 꽃대대로 그 안에 길을 열고 있다. 그리하여 그대가 시든 꽃대가 안에 열린 길을 따라 어디론가 들어가게 된다면, 그대는 마침내 그대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연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만일 그대가 그대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연만 만나게 된다면, 그대는 다시 한번 깨닫게 될 터이다. 늙는 것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다, 늙어서 그대 또한 시든 꽃대가 되면, 그때에서야 그대는 비로소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알게 될 터이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현상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일이다.은방울꽃의 시든 꽃잎 안으로 들어가 보라. 안으로 들어가 보면 바로 거기에는 다가올 어느 봄날 아침에 그다지도 화려하고 향기롭게 피어날 수천수만의 새로운 은방울꽃들을 만나게 되리라. 하늘나리의 시든 대 속으로 들어가 보라. 거기에는 이미 내년 봄에 새로운 줄기로 살아날 수천수만의 하늘나리들이 더없이 아름답고 신비한 모습으로 벌써부터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터이다. 아아, 늙어서 시들어진다는 것이야말로, 그리하여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리하여 오래 잊었던 자신의 자연을 만나고, 마침내 ‘꾸밈이 없이 저절로 그러한’ 지혜의 물을 만나서 비단 그대만이 아닌, 모든 생명 있는 것들과 함께 영원한 강이 되어 흘러간다면, 어떠한 늙음이며 죽음이 더 이상 그대를 홀로 적막하게 하랴. 세상살이라는 것을 그대와 나는 자칫 저마다 가득히 채워야만 할 무슨 항아리 같은 것으로만 여겨오지는 않았을까. 그리하여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그대와 나는 애오라지 항아리를 채우는 일에만 애면글면하지는 않았을까. 남보다 더 많이, 남보다 더 넓게, 남보다 더 가득히…. 그것이 결국은 밑이 빠져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항아리라는 것조차도 모른 채.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마저도 잃어버리고 흡사 무슨 굶어죽은 아귀라도 씌인 것처럼 헛된 일에만 매달려 아등바등 하지는 않았을까. 아아, 무릇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비운 다음에야 비로소 더욱 가득히 채워진다는 것을 그대와 나는 왜 몰랐던 것일까. ‘꽃무지풀무지’는 11월 중순경까지는 문을 연다. 비록 겉보기에는 아무 것도 없는 적막하고 처연한 잿빛 풍경일 터이지만, 그 잿빛 풍경 안에서 만일 그대가 그대의 또 다른 자연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벌써 그대의 가을 여행은 온몸 가득히 충만해지리라. ‘꽃무지풀무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운악산 등산로 입구가 있고, 거기에 손두부집들이 올망졸망 촌락을 이루며 몰려있다. 그 중에서 할머니손두부가 유명하지만 어느 집을 들어가도 늦가을의 허기를 채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따끈한 손두부(5000원)에 묵은 김치를 가닥으로 싸먹는 맛도 일품이지만, 거기에 가평의 명산품 잣막걸리를 한 잔 곁들이면, 꽃무지풀무지에서 이미 충만해져온 그대에게 더 이상 무엇이 부족하랴. 손두부 이외에도 순두부(3000원), 두부버섯전골(1만 2000원), 순두부백반(5000원) 등이 있다. 꽃무지풀무지에서 포천으로 가는 길목에는 현리에 국수호박을 전문으로 하는 시골마당(031-585-2309)이 있다. 이 국수호박은 호박을 국수로 만든 것이 아니라 호박 자체가 삶으면 국수처럼 줄줄이 면발이 되어 나오는 것으로, 여기에 양념장만 곁들이면 그대로 요리가 되는 100% 천연국수인 셈이다. 물국수호박과 비빔국수호박이 각각 5000원인데, 가평을 지나다가 출출하다 싶으면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는 재미가 그야말로 별미일 터이다. 그대가 좀 더 가을 여행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번에는 신청평대교를 건너 유명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설악면의 들풀(031-585-4322)을 찾을 것을 권하고 싶다. 블루베리 스파랜드라는 온천으로 가는 쪽에 여유롭게 자리 잡고 있는 들풀은 된장이며 청국장을 직접 담가서 팔기도 하고 요리로도 만들어내는 청국장 전문집이다. 들풀은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람 키를 두 세배는 훌쩍 넘을 것 같은 콩 낟가리를 쌓아놓아 벌써부터 왠지 마음이 푸근해져오는 기분인데, 주인이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것이다. 콩 낟가리를 지나면 이내 항아리가 30,40개가 넘는 커다란 장독대에 다다르는데, 해마다 된장과 청국장 제조용으로 100여 가마씩 사용하고 있다. 들풀의 김용옥씨와 김안나씨 부부는 함께 주방일도 하고 서빙도 하면서, 주로 콩요리를 위주로 한 1만원짜리 정식을 한 상 차려낸다. 청국장찌개, 된장찌개, 생청국장, 두부부침, 된장부치미에 황태구이, 더덕구이, 잡채, 들풀무침 그리고 깻잎장아찌, 더덕장아찌, 황태장아찌에 각종 나물이 곁들여져 한 상 가득히 채우고 있다. 한 상 중에서도 특별한 맛을 내는 것은 생청국장으로, 고스란히 생으로 먹게 내온 것이다. 밑에 깻잎이나 머위, 상추, 김 등을 깔아 한 잎에 싸 먹게 되어있는데, 생청국장 위에 고명으로 얹은 보랏빛 오디가 주인의 살가운 마음씨를 엿보게 한다. 흔히 청국장이라면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우선 그 역한 냄새 때문에 먹는 것 자체가 고역스러운데, 여기에서는 매실을 넣고 검정콩가루를 섞어 발효시키는 비법으로 냄새를 해결한 것이다. ■ 된장찌개에 마늘은 ‘NO’ 들풀에서는 요리와 함께 청국장과 된장도 직접 판매한다. 청국장은 800g에 1만원, 된장은 3년 숙성된 것만으로 파는데,1㎏에 1만 5000원이다. 부부는 청국장과 된장을 팔기에 앞서 먼저 청국장이며 된장을 보다 맛있게 끓이는 법을 친절하게 일러주는데, 이들의 말에 따르자면 절대로 마늘을 넣지 말 일이다. 청국장에 무, 호박, 대파, 신김치, 양파, 청양고추, 두부를 준비해서 우선 무, 호박, 양파, 대파는 썰고, 신김치는 속을 털고 썰어서 꼭 짠 뒤 기름에 살짝 볶는다. 여기에 황태나 멸치를 우려낸 육수를 붓고 두부와 청양고추를 넣은 다음에 청국장을 알맹이 그대로 넣어서 걸쭉하게 끓이는데, 채소만 익었다 싶으면 금방 불을 끈다. 청국장은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처럼 장을 깨끗이 하는 작용과 면역력을 키우는 효과가 있는데 자칫 오래 끓이면 이런 좋은 효소와 균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된장찌개 역시 마늘을 넣지 않고 청국장에 들어가는 재료 외에 감자와 표고버섯을 곁들이는데, 된장을 체에 걸러 풀어서 청국장보다 2배 정도의 시간을 들여 푹 끓여내는 식이다.
  • 긴~ 그리움의 나라 칠레(하)

    긴~ 그리움의 나라 칠레(하)

    산티아고에서 칼라마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풍광은 온통 황토빛 세상이다. 메마른 사막. 개미보다 작게 보이는 차가 뽀얗게 꼬리를 드리우고 달린다. 그래도 고고학자들에겐 바싹 마른 이곳이 세계 어느 곳보다 귀중한 ‘풍요의 땅’이다. 또 수많은 화산의 흔적들, 지금도 수백개의 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물과 수증기, 조각 같은 암석과 거대한 소금들판, 황홀한 플라밍고의 자태…. 관광에 관한 한 칠레 북부 사막지대는 가히 보석 같은 존재다. 이같은 보석을 줍기 위해 사람들은 트레킹과 바이킹, 등산, 혹은 좀더 편안한 사륜구동 자동차 드라이빙에 나선다. 현재 트레킹에 이용되는 수많은 길은 예전에 사막에 드문드문 자리한 마을을 잇는 물물교환 루트였다. 산 페드로 아타카마는 칠레 북부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아지트와 같은 곳. 이 독특한 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여행과 탐험이 이루어진다. 이곳에 점포를 둔 수많은 여행자 오피스와 에이전시가 여행자들을 돕는다. ‘Catus Tour’(55-851-534),‘Southen Cross Adventure’(55-851-416) 등 여행 에이전시에 문의하면 관련 투어 및 가이드를 소개받을 수 있다. 숙박료 100달러 정도의 호텔도 몇 개 있지만 유스호스텔인 ‘Hostelling International’(55-851426) 등을 찾으면 30∼40달러에 싸게 묵을 수 있다. ●산 페드로 공항이 있는 칼라마에서 동쪽으로 차로 1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산 페드로 아타카마는 흙의 도시다.2만여명이 거주하는 도시지만 2층 건물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도회지라기보다는 시골의 큰 마을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듯싶다. 시내에 가득 들어찬 집과 점포, 담장 등 대부분은 흙벽돌로 지어진 것들이다. 대로든 골목길이든 포장이 안돼 역시 황토빛 일색이다. 처음엔 ‘예산이 없어 포장도 못하고 있구나.’하는 동정심이 일었으나, 이 모두가 의도된 것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됐다. 가능한 한 옛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면서 예전의 건축재료만 고집하고, 도로 포장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뽀얗게 날리는 먼지를 그대로 들이마시면서도 그 자체를 상품으로 생각하는 관광마인드가 참 놀랍다. 그래서 시내는 그냥 거닐기만 해도 즐겁다. 처음 보는 이국적인 골목과 집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시내엔 다양한 레스토랑과 환전소, 인터넷방, 토산품가게 등이 가득 들어서 있다. 그중 중앙 광장 맞은 편의 토산품 시장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 대부분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든 수천 종류의 공예품이 가득 쌓여 있어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다.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이 있다. 파드레 르 파이제 고고학박물관. 입구에 발견자 구스타포 파이제의 동상이 있다. 이 벨기에인 수도사는 1955년 이 마을 교구 책임자가 됐다. 이어 그는 귀중한 물건들의 수집 및 안데스의 고고학 연구에 착수했고, 이는 이 박물관의 토대가 됐다. 그는 1980년 사망했다. 아타카마인들, 즉 사막지대에 오랫동안 살았던 옛 거주자들은 이웃 문화, 특히 중앙 안데스의 큰 제국들인 잉카와 티와나쿠 제국의 영향을 받았다. 이같은 사실은 산 페드로의 오아시스에서 발견되는 고고학적 유물·유적들, 이를테면 BC 800년까지 연대가 올라가는 원형집들과 같은 것에서 발견된다. 박물관은 총 3만 80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모두 1만 1000년 역사를 가진 아타카마인들의 문화를 증언해 주는 것들이다. 그중 일부가 8각형의 중앙홀과 여덟개의 긴 전시 통로에 전시돼 있다. 그중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것들도 있는데, 특히 도자기류가 눈길을 끈다. 그들의 발전적 단계에 따라 3개의 컬렉션에 포함된 미라들과 의복, 생활도구 및 장신구, 금 유물들도 볼만하다. 첫번째 미라는 파드레 르 파이제에 의해 발견됐다. 두번째는 라라체서 발견됐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티와나쿠시대의 산페드로에 있는 교회구역의 중앙부에 있는 묘지에서 발견됐다. 수천, 수백년 전의 미라들과 유물들이 온전하게 발견되는 것은 순전히 사막 특유의 메마른 환경 덕분이다. ●툴러마을 툴러는 산 페드로 아타카마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의 흔적이다. 이곳은 BC 800년부터 A.C 500년까지 연대가 올라간다. 산 페드로에서 9㎞ 떨어져 있는 툴러는 마을을 덮은 모래에 묻혀 기적적으로 보전됐다. 모래 밖으로 간신히 노출된 곳에서 꼼꼼하게 묘사된 원형 그림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집을 지탱했던 벽으로, 둥그렇다. 현재 이 마을의 10%는 1982년 있었던 고고학적 발굴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상태다. 이곳에선 걸으면서 둘러보거나 오두막집 입장과 관람을 함께 할 수 있다. ●문밸리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27㎞ 떨어져 있다. 이곳은 직경 500m 정도의 자연보호구역으로, 소금기가 섞여 있고 날카롭게 각이 진 인상적인 언덕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또한 5467㏊에 달하는 거대한 국립 플라밍고 보존구역 내에 위치해 있다. 문밸리 구성물들은 지각변동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수위가 낮은 호수 바닥이 융기해 접히면서 일어난 이 현상은 코딜레라 라 살로 알려진 산맥을 낳았다. 문밸리는 마치 조각처럼 아름다운 모양의 암석과 땅을 갖고 있다. 또 소금이 암석처럼 굳은 층이 포함돼 있으며, 여러 개의 굴도 볼 수 있다. 침식현상에 의해 생긴 ‘죽음의 협곡’도 볼 만하다. 붉고 흰색의 대비가 특히 아름답고 신비하다. 문밸리는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트레킹 코스다. 비죽비죽 솟아 있는 암석이 이어지는가 하면 고운 모래언덕이 끝없이 펼쳐지며 발바닥을 간질인다. 제법 높아 보이는 언덕을 힘겹게 올랐는가 싶으면, 깎아지른 벼랑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벼랑 아래는 조각처럼 깎이고 닳은 붉은색 사막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사막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거센 바람에 행여라도 벼랑 아래로 떨어질라, 벼랑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주저앉은 사람들은 한동안 멍하게 바라보기만 할 뿐 말이 없다. ●솔트플랫 산페드로 아타카마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칠레의 가장 큰 소금지대로,2305m의 고도에 30만㏊의 거대한 규모다. 이곳은 수백만년 전에 일어난 지각변동 과정에서 바다가 호수가 되고,1만 1000여년 전 호수의 물이 증발하면서 생겼다. 이곳은 산페드로강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아 아직 군데군데 얕은 호수를 이루고 있다. 이 강물은 안데스의 산 위에 쌓인 만년설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산 밑에 형성된 수많은 수맥을 통해 솔트플랫까지 온다. 이곳에선 여러 성분이 섞인 소금을 생산하다가 1975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소금 생산도 중단됐다. 두께가 4m에 달하는 이곳 소금 침전물은 세계 리튬 매장량의 40%를 차지한다. 또 칼륨, 붕사, 기타 소금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솔트플랫 주변의 공기는 거의 절대적으로 건조하다. 그래서 거대한 솔트플랫 한쪽 끝에 서면 다른쪽 끝이 보일 정도로 시야가 맑다. 동틀 무렵 도착한 솔트플랫은 플라밍고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연한 핑크빛을 띤 플라밍고들. 사진으로만 보았던 것을 실제로 보니 아름다운 핑크 빛깔이 훨씬 고와 보인다. 총 5종류의 플라밍고가 있다는데, 이곳에 있는 놈들은 대부분 인디언 플라밍고라고 가이드가 설명해준다. 솔트플랫에만 3000여마리가 서식한다고. 핑크빛 몸체에 크기는 너비가 1.2m, 키는 90㎝ 정도다. 큰 몸집에 비해 무게는 2.5㎏으로 가벼워, 걷는 모습이 하늘하늘 춤추는 것 같다. ●게이저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즉 해발 4321m에 위치한 온천지대다. 이 온천들은 산 페드로 아타카마로부터 94㎞ 떨어져 있다. 그러나 험한 비포장길이다 보니 차로 2시간은 족히 걸린다.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엘 타티오 화산에 근접해 있다. 새벽 5시 숙소를 출발해 동트기 직전인 7시쯤 게이저스에 닿았다. 수많은 땅속 구멍으로부터 뜨거운 물이 뽀얀 김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풍경은 황홀경 그 자체. 구멍 주변의 흙엔 물에 섞인 소금과 구리 등 다양한 금속 성분과 미네랄이 침전돼 있다. 뿜어져 나온 물은 매우 뜨거워 가까이 다가가면 위험하다. 각종 성분이 섞인 주변의 흙은 부드러우면서 아름다운 색조를 띠고 있다. 특히 높이 뿜어져 나오는 물과 김이 어둠을 헤치고 나온 첫 햇살에 반사되면서 그려내는 영롱한 빛깔은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다. 온천지대 인근에는 사람들이 목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도 있는데, 대표적인 곳은 퓨리마타 핫 스프링이다. 특급호텔인 엑스플로라 내에 설치된 이 온천탕은 산페드로 아타카마로부터 28㎞ 떨어져 있다. 요금은 1만 페소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시설이 매우 고급스럽다. 산페드로 아타카마에서 게이저스로 가는 길은 메마른 사막이지만 풍광이 아름답다. 사막을 덮고 있는 식물의 주인공은 단연 ‘코이로아’란 풀. 메마른 환경을 뚫고 자라선지 그 억세기가 마치 철수세미 같다. 하지만 메마른 사막에 아름다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다. 멀리서 보면 코이로아가 덮고 있는 사막은 영락없이 황금빛을 띠며 환상적인 풍광을 뽐낸다. 코이로아 말고도 초록 카펫을 돌에 덮어놓은 듯한 차레타, 노란 꽃을 피운 빙고빙고, 스위티한 냄새와 맛을 내는 리카리카 등을 볼 수 있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강한 생명력을 품고 있어선지 이 식물들은 대부분 피를 맑게 하거나 위장병 등에 효과가 높은 약재로 쓰인다. ●마스칸티호수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1시간 정도 동쪽으로 이동하면 해발 4300m 높이의 고원지대에 호수 두 개가 있다. 면적이 15㎢에 달하는 광활한 라구나 미스칸티, 그리고 미스칸티의 10분의1 정도의 크기인 미니케 호수. 주변엔 높이 해발 5600m의 미스칸티 볼케이노와 미니케 볼케이노 등을 포함한 5개의 화산이 호수를 에워싸고 있다. 거울처럼 맑은 호수에 만년설이 덮인 볼케이노 봉우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고도가 4300m에 달해 고산증세가 나타날까 우려했는데, 별로 낌새가 없다. 경험상 3000m 이상 올라가면 증세가 나타났었는데, 어지럼증도 거의 없고 숨도 별로 가쁘지 않다. 현지 가이드 ‘알루’의 설명. 이곳엔 코이로아 등 억센 생명력을 가진 식물들이 사막을 덮은 채 산소를 내뿜고 있어 다른 지역의 고산지대보다 산소량이 훨씬 많다고 했다. 역시 이유가 있었다. ●산티아고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는 칠레의 중부에 위치해 있다. 지중해성 기후로 연중 온난하고 주변이 옥토로 둘러싸여 칠레 인구의 절반 가까운 600만명 이상이 모여 산다. 하지만 안개가 많이 끼어 연중 절반 이상은 오후에도 안데스의 눈 덮인 경관을 보기 어렵다. 시 중심부엔 근대 고층빌딩과 국립박물관, 시립극장, 대통령 관저 등이 정연하게 서 있다. 특히 산타루치아 언덕은 시 중심에 솟은 곳으로 16세기 초 스페인의 데드로 발디비아가 칠레 점령때 요새를 구축한 곳이다. 가장 훌륭한 시내 조망권을 제공한다. 시내관광은 구시가지의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광장 주변으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16세기 세워진 대성당 ‘더 캐더럴’을 비롯해 중앙우체국과 시청사,1808년 건축된 궁전을 이용한 국립역사박물관, 산티아고 박물관인 ‘카사 콜로라다’ 등이 볼 만하다. 특히 성당 ‘더 캐더럴’은 규모의 장대함과 독특한 외양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장식과 조각, 그림으로 가득한 내부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국립박물관엔 7만여점의 칠레 역사를 담은 유물이 전시돼 있다. 이밖에도 광대한 자연공원인 산크로스타발 언덕, 군사학교박물관, 중앙시장, 모네다궁전, 시립공원 등이 가볼 만한 시내 명소로 꼽힌다. 매주 일요일 아르마스광장을 기점으로 시내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시에서 주관한다. 여행 에이전시 및 여행자사무소로는 ‘Sernatur’(02-236-1420),‘Chillean Travel Serve’(02-251-0400) 등이 있다.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본 재미 있는 풍경 두가지. 개와 한국 자동차가 참 많다는 것이다. 거리나 골목, 특히 공원에 가면 웬놈의 개가 그렇게 득실거리는지. 작고 귀여운 것도 아니고, 한국이라면 ‘식용’으로나 적합할 것 같은 개들이 시내를 누빈다. 칠레의 도시는 꼭 한국차 박물관 같다.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포니부터 스텔라, 르망, 엘란트라, 엑셀 등이 용감하게 거리를 누빈다. 특히 칠레의 택시 중엔 르망이 유독 많다. ■ 안데스산맥 바라보며 칠레포도밭도 둘러볼까 ●칠레의 와인 칠레에서 와인이 빠질 수 없다. 칠레의 식도락 전통은 해물요리와 바비큐의 일종인 ‘패릴라다스’로 특징지어진다. 이같은 특별요리들은 대개 좋은 칠레와인을 곁들여 먹기 마련이다. 와인은 칠레의 국가적 상징 중 하나요, 칠레 전통의 한 부분이다. 또 국제적 명성을 얻은 뒤로는 국민적 자부심의 원천이기도 하다. 메를로트, 카베르네트 사우비그논, 사우비그논 블랑크, 샤로도나이 등 다양한 와인들이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와인 페어에서 상을 받았다. 칠레 포도밭의 역사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칠레의 가장 오래되고 전통이 있는 포도밭들이 생겼다. 당시 그들은 유럽인들로부터 기술적 가르침을 받았으며, 좋은 품종의 포도나무를 수입해 자체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칠레 와인이 실제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20세기 후반부이다. 그것은 칠레 산업에 있어서의 급격한 이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와인산업은 이때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국제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진입을 이루어냈다. 통계를 보면 칠레 와인의 폭발적 성장세를 알 수 있다.80년대 연간 1500만달러어치의 와인이 수출되던 것이 90년대 후반엔 5억달러를 넘었다. 산티아고 외곽지대는 와인의 주 생산지다. 이곳엔 과일이 널려 있고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다. 동쪽으로는 안데스산맥, 서쪽으로는 해안과 경계를 이루며 펼쳐진 광활한 계곡. 이 지대는 포도 재배에 지리적, 기후적으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중 콜차구아 계곡의 와인 순환로는 가장 유명하며, 이 길을 따라 하루코스의 투어도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 가면 포도밭의 다양한 모습을 즐기고,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또 콜차구아 또는 휴이큐박물관을 방문하고 지역 예술인의 작품들과 점심식사도 즐길 수 있다. 이 투어는 산티아고 아르마스광장에서 출발하며, 남쪽으로 170㎞쯤 가야 한다. 산페드로(칠레) 글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미리미리 오신 테마파크 산타

    미리미리 오신 테마파크 산타

    가을이 왔다고 호들갑을 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놀이동산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다. 트리가 곳곳에 세워지면서 때이른 크리스마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가을의 크리스마스를 놀이동산에서 흠뻑 취해보자. ●크리스마스 특별시로의 여행 온 가족이 크리스마스의 행복에 빠지고 싶다면 용인 에버랜드로 달려가면 된다. 역시 크리스마스특별시라고 칭할만큼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팬터지’는 규모가 크다. 정문 앞에는 ‘크리스마스 박람회’가, 독수리 요새가 위치한 지역은 ‘서부의 크리스마스’로, 눈 썰매가 있는 스노 버스터 지역은 ‘알프스의 크리스마스’ 등으로 이름 붙여져 아름다운 변신을 한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매일 밤 7시 30분에 펼쳐지는 ‘매직 인 더 스카이’다. 갖가지 특수효과와 다양한 기계들이 동원되어 펼치는 멀티 미디어 쇼로 북극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오로라’와 별똥별이 떨어지는 장면이야말로 ‘압권’이다. 이밖에도 6000평의 포시즌스 가든에 꾸민 산타클로스 마을 ‘산타 빌리지’, 에버랜드 공연단 80명과 어린이합창단 50명이 함께 참여해 만드는 ‘캐럴 팬터지’는 꼭 보아야 할 필수코스. 또한 매일 저녁 정문 입구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에는 인공 눈이 쏟아져 크리스마스를 느끼게 해준다. 또 수 만개의 전구가 매달린 아치형의 ‘빛의 터널’은 연인들에게 자연스럽게 팔짱낄 기회를 만들어준다.www.everland.com,(031)320-5000 ●눈사람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우∼와 눈사람이다.” 역시 크리스마스는 눈이 와야 제격이다.‘Everyday 크리스마스’가 한창인 과천서울랜드는 눈사람 축제로 아이들의 눈길을 잡고 있다. 세계 각국의 눈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좋아한다. 5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 뒤에 있는 세계광장은 눈사람들 천지.10개국 40개의 눈사람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전통 혼례복장을 하고 있는 예쁜 한국 눈사람, 기모노를 입은 일본 눈사람, 영국 근위병 눈사람도 있다. 또 꽃목걸이에 훌라춤 의상을 입은 하와이 눈사람에 이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눈사람과 악수도 하고 어깨동무한 채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또 주말 오후 6시에는 무용단과 고적대가 함께 출연해 라이브 연주와 특수효과가 어우러진 레이저쇼, 불꽃놀이 ‘크리스마스 팬터지’를 보여주고,27일부터는 하루에 4번씩 특별 뮤직컬 ‘마법성냥’도 공연한다. 무료. 삼성ㆍBC카드회원은 1만원으로 자유이용권을 구입할 수 있다.02)504-0011,www.seoulland.co.kr ●하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잠실 롯데월드에서도 ‘매직 크리스마스 팬터지’축제가 한창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반짝이는 200만개 전구가 마음을 설레게 하고 20m 높이의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에 눈이 번쩍 뜨인다. 매일 오후 2시와 7시30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는 유리돔 천장에서 하얀 눈이 떨어지는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 빠져들게 한다.200여 명 연기자들이 펼치는 퍼레이드는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느끼게 한다. 그외 빨간 산타옷을 입은 52인조 초대형 연주단들이 하얀 700평의 아이스링크 위에서 펼치는 아름다운 ‘캐럴 연주’(매일 오후 1시,7시), 외발자전거를 탄 산타, 루돌프 사슴, 얼음나라 요정 등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연기자들이 매일 3번(10시20분,11시30분, 오후 3시30분) 어드벤처 거리로 나와 아이들과 춤을 추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또 줄인형극 전문가가 펼치는 ‘마리오넷’공연도 매일 3번(12시30분, 오후 4시,5시30분) 펼쳐진다.www.lotteworld.com,(02)411-2000 ■ 일산 호수공원에도 산타가 오신대 크리스마스 테마파크인 ‘산타 킹덤’이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에서 오는 26일 문을 연다. 산타 킹덤은 크리스마스와 산타를 주제로 놀이와 전시, 체험, 공연 등이 어우러진 가족형 테마파크. 2만여 개의 전구로 장식되는 ‘크리스마스 터널’과 눈 덮인 크리스마스 트리로 미로를 만든 ‘마법의 숲’등 7개 전시 체험장과 눈썰매장 등 4개 놀이시설로 만들어진다. 또 뮤지컬 ‘산타와 할머니, 루돌프와 친구들’, 러시아 아이스댄서들이 펼치는 아이스발레 공연도 선보인다. 입장료는 주중 개인 2만 5000원·4인 가족권 9만원, 주말 개인 2만 9000원·가족권 10만원.(02)586-1748.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영화 VIP 시사회장 엿보기

    영화 VIP 시사회장 엿보기

    VIP 시사회장에 무슨 일이? 영화 홍보를 위해 애면글면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시사회장 이색풍경 하나라도 놓칠 리 없다. 스타와 유명인사들이 줄줄이 얼굴을 내미는 VIP 시사회는 따져보면 고단수 마케팅 전략의 하나다. 개봉을 앞두고 열리는 VIP 시사회는 영화에 대한 주변의 관심도를 우회적으로 웅변하는 절호의 홍보마당. 시사회장 안팎의 ‘그림’들이 방송 연예프로그램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터라 홍보 관계자들로서는 결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마케팅 프로그램인 셈이다. 개봉예정인 영화를 응원하러 오는 VIP 관객들 가운데서도 ‘꽃’은 뭐니뭐니 해도 연예계 스타들.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톱스타들이 몇시간씩 짬을 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일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시사회장에 걸음할 스타들을 물색하는 일차적 역할은 주연배우들 몫이다.TV드라마나 영화에서 함께 출연했던 친한 동료들을 ‘얼굴마담’으로 모시기 위해 영화촬영이 끝나갈 즈음부터 적잖은 신경전을 벌인다. 주인공이 연예계 마당발이면 시사회장이 대종상 시상식을 방불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최근 개봉한 미스터리 액션 ‘썸’(감독 장윤현). 홍보 담당자들은 진땀을 빼야 했다. 주인공인 고수에게 연예인 친구들이 워낙 없었던 데다 여주인공인 송지효도 신인이라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시간나면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고향친구”라고 인터뷰에서도 밝힌 적 있는 고수인지라 연예인 친구들은 급조(?)됐다.TV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 함께 출연중인 박정아 박예진 배수빈 등을 부랴부랴 불렀다. 출연배우들의 지인들은 물론이고 스태프진과 줄이 닿는 스타들도 최대한 동원되는 게 VIP 시사회장의 법칙이다.‘썸’ 때는 설경구 정진영 등이 장윤현 감독의 안면을 봐서 특별히 짬을 내기도 했다. 같은 소속사의 스타들이 ‘눈도장’을 찍어주는 것도 품앗이 관행으로 굳었다.‘주홍글씨’의 VIP 시사회장에 김주혁 소유진(주인공 이은주), 연정훈(주인공 엄지원), 김정은(주인공 성현아) 등이 얼굴을 내비친 식이다. VIP시사가 마련되는 극장은 주로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나 씨네시티. 연예인들이 걸음하기 편한 강남쪽으로 잡는 게 보통이다. 어렵사리 스타들을 동원하지만 홍보효과는 크다. 홍보사 래핑보아의 한 관계자는 “시사회장에 얼굴을 내민 스타들이 화려하면 그만큼 방송 연예프로그램들의 관심도도 커진다.”면서 “200만원 남짓한 극장 대관료를 투자해 그만한 홍보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지금 그곳은]의욕 앞선 소나기 마을

    [지금 그곳은]의욕 앞선 소나기 마을

    고(故)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의 배경마을인 소나기마을을 재현한다고 해 관심을 끌었던 양평 소나기마을 조성공사가 요원하다. 당초 2006년 완공예정이었으나 예산부족으로 10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조성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은 100억원가량이지만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워낙 낮아 전액을 국·도비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내년에 지원받기로 약속된 금액이 10억여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양평군은 지난 6월17일 ‘황순원 문학촌-소나기마을’ 조성사업 부지로 서종면 수능1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군과 자매결연을 맺은 경희대는 지금까지 30여곳을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지난 4월 후보지를 3곳으로 압축했으며 두달 뒤인 6월 15일 회의에서 군유지 2만 3000평이 있는 수능1리를 최적합지로 결정했다. 군은 당시 부지가 확정됨에 따라 100여억원의 사업비를 연차적으로 확보하고 실시설계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 공사에 착수,2006년 소나기마을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또 소나기마을에 소설의 배경인 자갈 깔린 개울과 갈대숲·징검다리·섶다리를 복원하며 허수아비 공원과 참외과수원·원두막·호두나무밭에다 작품에 나오는 마타리 등을 볼 수 있는 들꽃동산도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장밋빛 꿈은 최근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군 재정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경기도 예산지원에 보태 공기를 앞당겨 보겠지만 20%를 밑도는 재정자립도로서는 어림도 없는 일. 내년에 달랑 국비 7억원과 도비 3억 5000만원가량을 지원받기로 통보받았다. 이 상태로라면 수치로만 보아도 1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마저 액수가 줄지 않고 지원된다는 가정하에서다. 양평군은 이 예산으로 일단 내년에 실시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착공은 하겠지만 공사진척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경희대학교가 발벗고 나섰다. 경희대는 지난 9월부터 제1회 황순원 문학제를 11월30일까지 일정으로 경희대와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열고 있다.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건립 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문학제로 황순원 소설 다시쓰기와 황순원 소설 그림 그리기, 황순원 문학 다시보기, 황순원 도서 특별 전시로 이뤄지고 있다. 양평군도 내년에 세부설계가 끝나는 대로 시민단체들과 힘을 합해 기금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영세한 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로서는 한계가 있어 사회 각계각층의 협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티켓 중복판매 콘서트취소 3만명 환불요구·항의 소동

    31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던 콘서트가 입장권 중복판매로 취소되자 관객 3만여명이 환불을 요구하는 등 큰 소동이 일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열릴 예정이던 ‘라이브 패스트 2004’ 콘서트는 기획사 ‘에이븐’ 주최, 한국관광공사 후원으로 비, 보아,JTL 등이 출연할 예정이었다.2만명으로 예상했던 관객이 3만명이나 몰렸고 관객들은 콘서트가 취소되자 환불 요구 소동을 벌였다. 한류열풍을 경험하겠다던 일본관광객 1000여명과 기획사가 초청한 소년소녀 가장 등 300여명도 헛걸음을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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