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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오쯔양 사망] 실용노선 외길… 中개혁 ‘야전사령관’

    |베이징 오일만특파원|톈안먼(天安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중국 공산당 전 총서기가 17일 8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자오 전 총서기는 이날 오전 7시1분 베이징(北京) 시내의 한 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병인 호흡기와 심혈관 질환으로 숨졌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실각 이후 가택 연금돼온 자오 전 총서기는 결국 16년 만에 역사적 재평가는 물론 복권도 이루지 못한 채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자오쯔양의 사망으로 홍콩과 서방을 중심으로 톈안먼 사태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 요구가 제기되고 있지만 ‘반혁명 폭란(暴亂)’으로 규정한 중국 당국의 평가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그의 85년 삶에는 중국 현대사의 비극과 권력투쟁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허난(河南)성 화(滑)현 출신으로 중학 중퇴의 학력을 딛고 최고 권좌인 당 총서기에 올랐지만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운을 맞았다. 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무력진압을 지시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과 리펑(李鵬) 총리 등 강경파에 맞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다가 ‘당을 분열시켰다.’는 죄목을 뒤집어 쓴 것이다. 그해 5월19일 새벽 비가 뿌리는 톈안먼 광장을 찾아가 눈물로 학생들의 시위 해산을 호소한 것이 TV에 비친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학생 제군들은 아직 젊다. 살아서 중국의 4대 근대화를 실현하는 날을 직접 보아야 한다.…”는 간곡한 설득 장면은 아직까지 중국인들의 가슴 속에 각인돼 있다. 자오의 생애는 실각→복권→출세가도→실각이 반복되는 극적인 인생으로 점철된다.1967년 문화대혁명 당시 숙청됐다 4년만인 1971년 네이멍구 자치구 당서기로 복권, 폭넓은 실용주의를 익힌다.75년 쓰촨(四川)성 당서기 시절 ‘식량을 원하면 자오쯔양을 찾아라.’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로 농업개혁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가 도입한 자유시장의 일종인,‘가정생산청부제도(家庭生産請負制度)’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그는 중앙정치국 후보위원, 정치국위원, 상무위원, 부총리, 총리로 거침없는 출세가도를 달렸다. 물론 덩샤오핑의 전폭적인 지원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80년 총리,87년 당총서기에 올라 총설계사 덩샤오핑의 오른팔로서 개혁·개방의 ‘야전 사령관’으로 맹활약했다. 천윈(陳雲)과 리셴녠(李先念) 등 당 보수파들의 치열한 견제 속에서 폭넓은 정치·경제개혁을 도입하는 등 고도성장의 레일을 깐 인물로 통한다. 덩샤오핑은 평소 ‘하늘이 무너져도 자오쯔양과 후야오방(胡耀邦)이 있기에 안심할 수 있다.’는 말로 각별한 신임을 표현했지만, 결국 ‘톈안먼 사태’의 희생양으로 내몰았다. 실각 이후 베이징의 번화가 왕푸징(王府井) 부근 자택에서 연금생활에 들어간 그의 ‘자유’를 위해 각계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홍콩과 서방을 중심으로 연금해제를 촉구하는 서한은 100만통을 넘었고,1998년에는 홍콩 인권단체에 의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추천되기도 했다. 9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여행이 허가된 그는 베이징 인근의 순이(順義) 골프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말년에는 홍콩과 서방언론 사이에서 사망설이 제기되는 등 온갖 풍설을 겪었고 결국 “6·4운동은 재평가될 것”이라는 희망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 oilman@seoul.co.kr ■ 자오쯔양 연보 ▲1919년 11월 허난(河南)성 화(滑)현 출생 ▲1932년 중학 중퇴후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가입 ▲1938년 중국공산당 입당 ▲1948년 위어(予鄂)지구 당위원회 서기 ▲1951년 광둥(廣東)성 인민정부 토지개혁위원회 부주임으로 토지개혁 주도 ▲1956년 중국공산당 광둥성위원회 서기 겸 광둥성 군구(軍區) 제1정치위원 ▲1963년 광둥성 제1서기 겸 당 중앙 중남국 서기 ▲1967년 문화대혁명으로 비판·숙청 ▲1971년 복권 ▲1975년 쓰촨(四川)성 당위원회 제1서기, 혁명위원회 주임, 청두(成都)부대 제1정치위원으로 농업진흥과 기업자 주권확대에 현저한 성과 거둠 ▲1980년 당 중앙정치국 상임위원 및 국무원 총리 ▲1987년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선임 ▲1988년 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선임 ▲1989년 5월19일 톈안먼 광장에서 단식 농성중인 학생들 방문, 너무 늦게 온 것 사과. 마지막 공식행사 ▲1989년 6월24일 6·4 톈안먼 사태 때 시위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숙청, 공직 박탈당한 채 연금조치 ▲2005년 1월17일 지병으로 베이징에서 사망
  • [마니아]☆☆ 이름 다 보이네

    [마니아]☆☆ 이름 다 보이네

    ‘서지마’‘야미사’‘노노스’‘핸들포유나잇츠’‘주당마을’….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럴수록 비상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색 동호회가 성행하고 있다. 마라톤, 야구, 술로 인연을 맺은 이들 동호회는 내부결속을 다지고 밖으로 때깔(?)이 나도록 이름을 붙이는 데에도 온갖 머리를 굴린다. ●마라톤은 나의 인생 서울지하철공사 직원들의 마라톤클럽 ‘서지마’는 행복한 편에 속한다. 직장명과 마라톤을 결합시켜 이름을 만들었다.1000만 서울시민의 발 노릇을 해내는 달리기 전도사라는 슬로건에 딱 맞아 떨어지는 작명이다. 2000년 1월1일 ‘국토종단 이어 달리기’에 출전한 지하철공사 직원 5명이 새천년을 맞이한 감동을 마라톤 전도(傳道)의 계기로 삼자는 의견을 내 동호회가 탄생하게 됐다. ‘두발로’는 지난 2000년 11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20∼30대 젊은이들이 한데 어울려 마라톤뿐만 아니라 두 발로 할 수 있는 운동을 함께 즐기며 심신을 가꾸자.”는 취지로 모여 만들었다. 회원은 모두 493명으로, 지난 16일엔 회원 20여명이 한강둔치 선착장에 모여 달리기로 몸을 푼 뒤 관악산 등반대회를 가졌다.‘일요일 달리기’(일달)는 물론 연락이 닿는 회원끼리 평일에도 달리기 모임을 갖는다. ●야구에 미친 사람들 사회인 야구 동호회도 모이는 사람들의 부류별로 별나다. 2000년 서울지하철공사 동호인들을 모태로 탄생한 ‘야미사’(야구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사람들)는 지난 1997년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하는 이들이 모인 ‘야사스’(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를 업그레이드한 이름이다. 야사스 회원 가운데 야구에 미쳐 팀 운영에 온힘을 쏟아붓다가 끝내는 공부를 포기하고 야구와 관련된 사업에 뛰어든 경우는 잘 알려져 있다. 더 흥미롭고도 놀라운 것은 최고령 선수가 칠순을 훌쩍 넘긴 76세, 막내가 올해로 50세 되는 ‘노노스(No老s) 야구단’도 있다는 사실이다. 슬로건도 그에 걸맞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나이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 대환영’이다. 밤무대를 주름잡는 대리운전자들이 야구로 똘똘 뭉친 동호회도 있다. 이름하여 ‘핸들포유나잇츠’(Handle for U Knights)다. 모이기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천만에다. 야구 포털사이트 운영자인 권벽익(37)씨는 “경기 때마다 빠지지 않는 등 어느 동호회에도 뒤지지 않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술은 단지 술일 뿐 술 동호회도 있다. 따라서 흔히 양조(釀造)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회사원들이 브랜드 홍보를 겸해서 만든 동호회와는 그 차원이 사뭇 다르다. 이름부터가 진짜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걸맞게 ‘주당마을’이다.1999년 첫 출범이후 5년 만에 회원 2040여명을 자랑하고 있다. 슬로건을 ‘술 좋아하는 사람 치고 악한 사람 없다.’로 내걸었다. 행동강령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술을 사랑하듯 주당들을 사랑한다. 둘째, 절대로 술을 강권하지 않는다. 셋째, 술값은 더치페이로 계산한다. 넷째, 술을 마신 뒤 주당 상호간에 주사(酒邪)를 하지 않는다. 다섯째, 술을 잘 마신다고 뽐내거나 무리하지 않는다. 여섯째, 술은 인간관계에 있어 양념일 뿐 주(主)는 될 수 없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수도권 리그 곳곳 자체 구장 만들기 영하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추위에도 즐거운 새 봄을 맞으려는 ‘사야’(사회인 야구)의 발길은 바쁘다. 특히 리그마다 자체 경기장을 마련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팀들은 동계훈련 캠프로 솜씨를 갈고닦기에 여념이 없다. ●홈 구장들 잇달아 우뚝 먼저 코리아리그에서는 수도권에 구장 3개를 새로 짓는다. 기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제1구장 외에 2구장은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 구례리에,3·4구장은 양촌면 학운리에 들어선다. 현재 다가오는 각 리그전을 대비해 참가할 팀을 모집하고 있다. 리틀야구를 위한 구장도 함께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운영해온 일요리그를 통해 각 구장마다 21개 팀씩, 모두 84개 팀을 모집하게 된다. 야코리그에서도 강서구 방화동에 정식 규격의 ‘쌍둥이’ 구장 2개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구장 건설과 아울러 다음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면모를 달리한다는 각오로 주5일제 정착을 겨냥한 토요리그 운영계획도 마련했다. 이 밖에도 경기도를 근거지로 한 시화리그, 용인리그, 고양리그에서도 각각 1∼3개 구장을 건설 중이어서 ‘사야인’들에게는 올 시즌이 매우 뜻 깊은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현재 이들 뿐만 아니라 경기도 성남시, 안산시, 시흥시, 안양시 등에서 추가로 건설, 또는 건설을 검토 중인 곳은 수도권을 통틀어 10여개다. 이미 한 단계 오른 사회인 야구가 또 다른 도약기에 접어들었다는 반가운 사실을 엿보게 하는 사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코리아리그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가로 12m, 세로 27m짜리 하우스를 지어 주·야간 야구교실로 쓰고 있다. 다음달 유소년 팀도 창설한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출신 박동희, 현대 유니콘스 출신 김선일을 포함한 유명 선수들을 강사로 초청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일요일 100여명, 평일 20여명의 직장인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며, 인근 중학교 야구부도 이곳에서 선배들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다. ■ 팀들 ‘캠프, 캠프로’ 봄맞이 바쁜 나날 ●‘사야’의 중흥기 온다 학교 운동장을 눈치 봐가며 빌려 쓰던 시절에서 조금씩 벗어나 이처럼 자체 경기장을 잇달아 지으면서 사회인 야구가 차차 정비돼가는 분위기다. 축구 등 다른 종목의 동호회들 틈바구니에서 눈치도 눈치거니와 비용 문제도 간단찮아 경기장 건설은 마니아들에겐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웬만한 곳이면 학교 운동장 하나를 빌려 쓰는 데 한해에 많게는 4000만원이나 들어간다.10개 팀이라고 치면 팀당 400만원이라는 적잖은 돈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중·고교 운동장은 규격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운동에 불편을 주기도 한다. 야구경기를 하려면 최소한 타석을 중심으로 좌·우측 펜스까지 길이가 각각 95m, 중간 쪽은 100m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장 하나를 짓는 데 보통 부지 3500∼4000평, 돈으로 1억여원 든다.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사정이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가정 아래에서도 3년은 지나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야구에 대한 열정이 없고서는 여간 힘들지 않다는 것 또한 동호회 안팎에서 하는 이야기다. 코리아리그 송정환(38) 대표는 “1996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본격화된 사회인 야구의 열기가 10년째 접어들면서 제2 도약기를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엘리트 체육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다 동호회에 들어간 사례가 아주 많다.”면서 “이러한 사회인 야구의 저변 확대는 요즘 인기추락으로 몸살을 앓는 프로야구계에도 언젠가 지각변동을 몰고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사회인 야구를 한 전력을 인정받아 프로로 전향하는 사례가 적잖은 이유는 엘리트 스포츠로서가 아니라 진짜 야구를 좋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고 귀띔했다. ●소프트웨어 고민 따라야 그러나 경기장 증설 등 외형이나 선수들의 기량 성장에 발맞춰 각종 규정을 짜임새 있게 갖추는 등 기반을 튼튼히 하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지적도 만만찮게 나온다. 아무래도 각 리그전에서 출전이 허용되는 선수들의 자격범위 문제는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선수 몇몇으로 승부가 사실상 결정나 버리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오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선수로 뛴 동호인(선출=선수 출신을 줄여 가리키는 말)들을 어느 정도 경기에서 인정할 것이냐도 각 리그마다 다르다. 동호회가 활성화됐다고는 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기구를 바라보기에는 역부족인 탓이다. 초창기 때에는 팀이 그다지 많지 아 문제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지면서 실력 차이가 너무 뚜렷해 승부가 싱겁게 가려지는 경우가 늘면서 1·2부리그, 나아가서는 3부리그까지 구분을 두기 시작했다. 각각 ‘선출’을 몇명까지 투입할 수 있느냐로 1부부터 차례로 수준을 따진다. 이렇다 보니 전국적인 대회에서 간간이 시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선출이라면 어느 정도의 경력을 기준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도 이견이 많다. 체계의 통합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갈수록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반대론도 수그러들지 않는 추새다. 반대론자들은 “진짜 즐기는 야구를 하려는 것이 동호회의 가장 큰 목적인데 시스템 운운하다 보면 승부에 집착하기 십상이고, 그러다 보면 취미로 하는 회원들의 설 자리는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반면 찬성론자는 “즐기는 야구라도 결국 기량향상을 꾀해야 하고, 그러려면 수준이 높은 경기를 많이 치러야 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서울 S(41)감독은 “선수들이 내는 회비로 팀이 유지되기 때문에 대회마다 고루 기용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면서 “저변 확대와 함께 기량도 평균적으로 갈수록 늘고 있어서 길게 보아서는 ‘선출’ 문제만 아니라 모든 체계가 자연스럽게 다져질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동호인들은 선수 빼돌리기 등도 얼른 풀어야 할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삼각지로터리 일대

    [뒷골목 맛세상] 삼각지로터리 일대

    남산타워에 올라 남산 기슭에서부터 비롯하여 한강에 이르기까지 푸르게 치달려 내려가는 호로병 형태의 드넓은 녹지대를 바라다보면, 무심코 어어! 하는 탄성을 지르게 된다. 눈앞에 펼쳐진 경관이 얼핏 사실로 믿기지 않아서이다. 서울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녹지공간이 있다니! 울창한 숲과 잔디밭 사이사이로 드문드문 서양식 가옥들이 들어선 이국적인 공원 같은 경관은 분명히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운 녹지공간을 좀더 자세히 바라다보면, 시각적인 구도에 어딘지 모르게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다. 녹지공간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도로며 건물들이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 것이 너무 쉽게 눈에 뜨인다. 남산 기슭을 입구로 하여 호로병 형상인 녹지공간을 빙 둘러싸고 있는 도로며 건물들은 어쩔 수 없이 초라하고 볼썽사납다. 가운데 있는 녹지공간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반대급부로 호로병 바깥 공간은 더욱 흉물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60·70년대식 후진 골목… 개발 바람도 잠잠 아름다운 녹지공간은 다름 아닌 미8군사령부다. 용산 동쪽의 대부분을 차지한 채 헬리콥터장이며 골프장까지 갖춘 미8군사령부의 녹지공간을 다치지 않기 위해, 잠수교나 동작대교 같이 한강을 건너 서울 중심부로 달리는 도로들은 왜곡되어 호로병 형상 바깥으로 빙 둘러간다. 어디 도로뿐이랴. 주변의 건물들마저도 군사상 고도제한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불가능하게 되는 바람에 오래된 일본식 적산가옥 따위들만이 호로병 바깥에 무슨 부스럼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런 식이다 보니 삼각지 로터리 어름에 붙어 있는 국방부며 전쟁박물관도 어쩔 수 없이 미8군사령부의 그늘에 가린 것 같은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전쟁박물관은 육군본부가 들어서 있던 자리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녹지공간 바깥의 호로병 지역에서도 가장 흉물스러운 곳은 삼각지 로터리 부근이었다. 역시 군사상 고도제한에 묶인 데다 주변의 한남동이나 이태원 등은 주로 미8군 소속의 미군들이 즐겨 찾는데 반해, 삼각지 로터리 부근만은 주로 우리 육군본부 소속 군인들이 즐겨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거리며 건물 자체가 다른 곳보다 더 쇠락해진 것이다. 지하철 4호선의 삼각지역에서 내려 1번 출구를 빠져나와 단층짜리 우리은행 건물을 돌면, 바로 60,70년대식의 복고조 뒷골목이 나온다. 낡은 적산가옥 건물에 영빈관이라는 중국집이며 오래된 이발관이 있는 뒷골목의 어디에선가는 금방이라도 ‘친구’나 ‘효자동 이발사’ 시대의 주인공들이 뛰쳐나와 한판 싸움을 벌일 듯한 분위기인데, 여기가 바로 70년대 우리의 국민가수 배호가 낮고 흐느끼는 듯 특이한 음색으로 심금을 울린 ‘돌아가는 삼각지’의 본고향이다. 배호의 특이한 음색이 당장에 겨울바람을 타고 긴 꼬리처럼 귓바퀴에 맴돌 듯한 ‘돌아가는 삼각지’에만은 용산 일대에 거세게 불고 있는 개발 바람도 아직 다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여기가 또한 주민등록식 지번으로는 용산구 한강로 1가에 속하는 이른바 속칭 ‘대구탕골목’이다. 한때 육군본부나 국방부에 근무하는 장교들이며 사병들이 한번쯤은 들르지 않은 이가 없고 그렇게 이곳에 들렀다가 전후방으로 전출해 간 장·사병들 사이에 그 맛을 연연해한 끝에, 삼각지의 대구탕 골목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민간인들보다 군인들 사이에서 먼저 유명해진 골목이기도 하다. 얼핏 둘러보아도 원대구탕, 자원대구탕, 세창대구탕, 참원조대구탕, 등의 간판들이 골목 안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대구탕 골목이라고 해서 딱히 대구탕만 유명한 것은 아니다. 군데군데 양곱창이며 차돌박이를 주로 하는 평양집이며 봉산집이 있고, 이겹살이며 모소리살 같은 돼기고기 특수부위만을 전문으로 하는 삼각정이며 신가생태매운탕 같은 뛰어난 맛집들이 섞여 있다. 어떻게 보면, 고도제한이라는 불리한 지역적 특성이 오히려 서민적인 맛집들을 버려진 들판의 야생화처럼 아름답게 꽃피워낸 것인지도 모른다. ‘원대구탕’(02-717-8222)은 2001년에 작고한 손양원씨가 1979년에 이 골목에 처음으로 대구탕을 시작한 대구탕 골목의 원조격이다. 그러나 그이가 처음부터 이 골목에서 대구탕집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경북 의성 출신인 그이는 원래 같은 골목에 있는 이발소 주인이었고, 부인인 김명희씨가 지금의 ‘자원대구탕’ 자리에서 보신탕집을 했는데, 워낙에 장사가 안 되니까 대구요리로 메뉴를 바꾼 것이었다. 그런데 대구탕, 대구지리, 내장탕으로 대구요리 일색인 단순한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식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싼 가격에 비해 양이 많으면서도 맛 또한 뛰어나서 주로 육군본부 소속 군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진 때문이었다. ●군데군데 양곱창·차돌박이 등 서민적인 맛집 손양원씨는 이발소마저 때려치우고 부인과 함께 식당일에 매달렸고, 가게는 날로 번성해갔다. 그러자 원래 중국집을 하던 집주인이 계약기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게를 비울 것을 통고해왔다. 그리고 가게가 비자마자 바로 ‘자원대구탕’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대구탕을 시작했다. 이를테면 간판에 ‘자’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쓰고 ‘원’자를 크게 쓰는 식이었다. 그이가 낙담하고 있을 때, 뜻밖에도 바로 옆 가게가 전세로 나왔다. 그이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있는 돈 없는 돈을 모조리 모아 전세를 얻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원대구탕’이라는 간판을 내걸 수 있었다. 지금은 아들인 손석호씨가 원대구탕을 운영하고 있고, 딸인 손숙연씨는 금천구 시흥동에서 역시 같은 상호로 대구탕집을 운영하면서 2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양쪽 모두가 대구탕, 대구지리, 내장탕이 6000원씩인데, 대구탕이며 대구지리는 다 먹은 후 공기밥을 넣어 볶아먹을 수 있다. 지하철 삼각지역 2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신아트와 원아트라는 그림재료를 파는 가게의 간판이 보인다. 그 사이로 겨우 리어카 한 대 지나다닐 만한 길이 나 있는데, 그 길을 따라 들어가면 ‘옛집’이라는 국수집을 찾을 수 있다. 탁자가 겨우 4개뿐인 서너 평의 좁고 허름한 공간이지만,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주인할머니 되는 배혜자씨나 그이의 따님 되는 김진숙씨와 눈빛을 마주치는 순간 뭔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사로잡히고 만다. 세상에 이렇게 순하고 착한 눈빛을 지닌 이들이 또 있으랴. 그런 느낌으로 온국수를 시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국물과 함께 국수 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또 한번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세상에 이렇게 맑으면서도 진한 국물 맛이 또 있으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고백하건대 취재를 갔다가 온국수 국물을 훌훌 마시면서, 나는 몇 번이고 까닭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했다. 말하기 좋게 선의(善意)의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이렇듯 선의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선의의 음식을 맛본 적이 얼마만인가. 옛집의 두 모녀가 지닌 선의는, 음식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그 음식을 먹을 손님을 생각하고, 손님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손님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는 그런 선의이다. 나는 저녁이 늦어 이미 다른 집에서 식사를 한 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몇 번이고 눈시울을 뜨겁게 하면서 온국수 한 그릇에다가 김밥 한 줄까지 꾸역꾸역 다 먹어냈다. 만일에 조금이라도 남긴다면 자칫 벌이라도 받을 것 같은 그런 마음이었다. ●손님의 입맛·주머니 사정부터 헤아려 원래 국수집을 하던 가게를 인수받아 배혜자씨가 1981년에 국수집을 하며 다시 24년이 지났다. 그동안에 단골손님들이 어떻게 하면 그렇듯 맛깔스러운 국물 맛을 낼 수 있는가에 대해, 무슨 비법이라도 있느냐고 물으면, 그이는 한 마디로 대답했다.“비법은 무슨 비법이 있겄다요?있다면 손님을 생각하는 정성이제라우.” 큰 들통에 멸치와 다시마, 양파 등을 넣고 4시간 동안 은은한 연탄불로 오래 끓여낸 다음에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하여 국물을 만들어 낸다. 비단 겨울뿐만이 아니라 한 여름에도 연탄불에 끓여내는 것은 변함이 없다. 언젠가는 이제는 편하게 장사를 하라는 자녀들의 등쌀에 못 이겨 가스불로 바꾸었지만, 국물 맛이 나지 않아 당장에 다시 연탄불로 바꾸었다. 국물에 넣는 다데기는 해남에 사는 시누이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무공해로 기른 청양고추를 오래 곰삭혀서 재료로 사용한다. 이 집의 주메뉴인 온국수는 2000원이고, 비빔국수가 2500원, 칼국수가 3000원, 수제비가 3000원, 김밥이 1500원, 여름에만 하는 콩국수가 5000원이다. 손님이 원하면 얼마든지 무료로 사리를 더 준다. 얼마 전에 한 가지 메뉴를 추가했다. 이른 아침에 오는 단골손님들이 아무리 따뜻한 국물과 함께 먹는다지만 김밥을 먹는 것이 가슴 아파서,2000원짜리 우거지국을 팔게 된 것이다. 단 우거지국은 아침 9시까지만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 시내에서 4식구의 일가족이 외식을 할 수 있는 식당 3곳을 뽑는데, 옛집이 당연히 들었다. ● 걸인도 다독이는 따스함 옛집의 벽에는 모 방송국 PD가 쓴 글이 걸려 있다. 그 글 중의 일부분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삼각지 근처의 국수집 하나를 촬영했을 때의 일입니다. 멸치국물로 진하게 우려낸 국수와 속이 알차 보이는 김밥 정도가 메뉴의 전부이지만, 한 끼를 거뜬히 때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거기에 진짜 우리 할머니 같은 주인의 마음씨가 더해지면, 아무리 양이 많은 이도 그득해진 배와 벌어진 입을 추스르며 가게문을 나세게 되는 집이었습니다. 방송 다음날 무심코 제 앞의 전화가 울려서 받았습니다. 한 40대 정도의 남자가 간절한 목소리로 거기 갔다온 PD를 찾아서 당사자임을 밝혔더니 갑자기 귀가 따가워졌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그 할머니 때문에 인생이 뒤바뀐 사람입니다.” 황당한 서두였습니다만, 그의 이야기는 길었습니다. 그는 15년쯤 전,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털어먹고 설상가상으로 아내마저 그의 곁을 떠나버리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요즘 말로 노숙자가 되어 용산역 앞을 배회하는 서글픈 인생이 된 거죠. 하루는 배가 너무너무 고파서 용산역 앞에 늘어선 식당들 앞에서 밥 한 술을 구걸했지만, 그는 어느 곳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답니다…. 박절한 세상인심에 그는 반미치광이가 되어갔습니다. 용산역 인근 식당을 일일이 다 들어갔으나 모든 곳에서 박대를 받고나오며 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독한 마음을 먹었지요. 한 집 한 집 지나쳐가다가 작은 골목에 있는 할머니네 국수집까지 간 것입니다. 할머니는 그의 비루한 몰골을 보고도 환하게 웃으며 선선히 맞아주었습니다. 허겁지겁 국수를 퍼넣고 있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그릇을 뺐었다네요. 그러더니 할머니는 삶은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다시 가져다주더랍니다. 거의 두 그릇 양은 됨직한 국수를 다 털어넣은 뒤에야 할머니께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이 떠올랐습니다. 할머니가 국수를 삶는 틈을 타서, 그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습니다. 그때 “그냥 가, 뛰지 말어, 다쳐요!”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신을 속이기만 하던 세상, 자신을 버렸던 사람들이 쳐둔 얼음장 속에 숨막혀 가던 자신에게 할머니의 말 한 마디는 그야말로 따스한 불씨 한 조각이었다는 겁니다. 그는 얼마 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파라과이로 혈혈단신 이민을 떠났습니다.
  • [시황] 하향 안정세속 인천 하락폭 커져

    [시황] 하향 안정세속 인천 하락폭 커져

    수도권 서부지역 아파트 값은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침체다. 하락폭은 줄었지만 내림세는 지속됐다. 전세가는 내림세가 심해지고 있다. 이사 수요가 없는 비수기여서 역전세난이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인천시의 매매가는 0.51% 떨어져 지난 달보다 조정 폭이 컸지만 전세가는 큰 움직임이 없다. 만수동 주공아파트 25평형은 500만원 정도 내렸다. 부천시는 매매가가 0.15%, 전세가는 0.23% 내려 대체로 안정세를 보였다. 중동 삼보아파트 29평형 내림폭은 1000만원 안팎이었다. 시흥시는 매매가는 큰 움직임이 없었으나 전세가는 0.19% 하락했다. 안산시는 매매가가 0.18% 떨어졌고 전세가는 그대로다. 이동 주공그린빌 29평형이 600만∼700만원 오르고 사사동 현대아파트 28평형은 1000만원 정도 내렸다. 인천 송도 신도시에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실수요자는 길게 보고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김광성 한국감정원 정보조사팀장 ●조사일자 2005년 1월 12일
  • [문화마당] 내셔널 트레저/이보아 추계예대 영상문화학부 교수

    추석이나 설날 등의 명절이 오면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되고, 올해도 어김없이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영화 관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가운데 박물관 전공자인 나의 관심을 사로잡은 영화는 바로 ‘내셔널 트레저(국보)’이다.1974년 어린 소년 벤저민 프랭클린 게이츠가 할아버지로부터 미국 건국 초기의 대통령들이 감추어 놓았다는 고대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가문의 선조로부터 전해 오는 ‘비밀은 샬럿에 있다.’라고 쓰인 단서가 적힌 쪽지를 어린 벤저민에게 보여주고 벤저민은 후일 보물을 지키는 기사가 될 것을 할아버지에게 맹세한다. 벤저민은 템플 기사단의 보물을 찾기 위해 할아버지가 준 쪽지에서 실마리를 찾아 북극에 묻혀 있는 샬럿호를 발견하고, 그 속에 있던 담배 파이프로부터 다음 단서가 미국 독립선언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결국 이 영화의 종반부에서 악의 무리와 FBI의 추적을 따돌린 벤저민은 보물을 찾는 데 성공을 거둔다. 국내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물어보고 싶다. 어떤 이는 정열적인 고고학적 천재를 연기한 니컬러스 케이지의 열연이 돋보였다고, 혹은 마치 ‘다빈치 코드’를 연상케 하는 신비로 가득 찬 고고학적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전개 과정, 또는 느긋하게 쉬어가는 순간이 없는 액션 시퀀스가 재미있었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보나 잃어버린 문화재에 대해 언급하거나 우리나라의 국보를 보기 위해 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기는 관객이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한국 영화 관객을 과대평가하는 것일까? 이 영화는 허구의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우리에겐 실제로 수많은 문화재를 잃어버린 역사가 존재한다. 현재 정부는 해외로 유출된 우리나라의 문화재가 7만여점이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일본이 19세기 말부터 일제 강점기(1945년)까지 한반도에서 불법 유출한 문화재만 10만여점을 넘는다. 더욱이 개인 수집가의 소장품을 감안하고, 좀 더 면밀하고 방대한 연구조사를 거친다면 해외에 유출된 문화재는 수십만 혹은 수백만점을 넘을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었으며,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식민지 시대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고도 우리 민족은 동족의 가슴에 총을 겨누면서 전쟁이라는 혼란 속에서 귀중한 문화재를 잃어왔다. 한편으로는 문화재의 유출을 방관해 왔다. 신산(辛酸)한 시대를 통과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귀한 것을 귀하게 볼 줄 모르고, 보물을 보물로 볼 줄 모르는 ‘눈 뜬 소경’이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이런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시민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이다. 우리는 어떠한 액션 플랜도 마련하지 못한 채 너무나 안일하게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말을 남발해 온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문화의 세기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그동안 간과해 온 문화유산에 대해 우리 모두가 작은 관심을 갖는 데서부터 출발점을 삼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도 한낱 대리석 조각이나 고철 덩어리로 취급한다면 그건 더 이상 문화재가 아니다. 문화재는 우리의 역사를 투영해주는 거울이다. 우리에게 과거가 없다면 현재, 그리고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다.
  • 버스타고 ‘신의 걸작품’ 금강산 겨울여행

    버스타고 ‘신의 걸작품’ 금강산 겨울여행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수수 만년 아름다운 산 못가본지 그 몇 해/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금강산은 부른다.’ 고귀함이 묻어나는 금강산(金剛山), 녹음이 깔리는 봉래산(蓬萊産), 단풍으로 물든 풍악산(楓嶽山), 깎아지른 듯한 바위가 앙상한 뼈와 같은 개골산(皆骨山), 눈 덮인 설봉산(雪峰山)…. 때마다 철마다 모습과 이름을 바꿔가며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금강산. 특히 겨울이 아름답다는 이곳을 살짝 맛보고 왔습니다. 오색찬란한 화려함은 없지만 봉우리의 자태가 빼어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웅장함에 넋이 나가 돌아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새해 첫 여행으로 겨울에 더욱 아름다운 금강산이 어떨까요. 지금 바로 비무장지대를 거쳐 출발합니다. ●보이지 않는 남북의 선을 넘어 오후 4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있는 남측출입국관리소(CIQ)에서 간단한 출국 수속을 마쳤다.(한 나라의 땅인데도 ‘출국’이라니, 왠지 서글프다.) 비무장지대를 건너, 북녘을 향한다. 비무장지대의 임시도로로 33인승 미니 버스가 신나게 달렸다. 금강통문과 남방한계선을 지나 출발한 지 15분만에 군사분계선을 넘는다. 이제부터 북한이다. 함께한 ‘관광조장(관광가이드)’에게는 2003년 9월에 육로관광이 시작된 후 오늘까지 452번째로 넘는 군사분계선이란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우리민족을 갈라놓은 선은 없다. 그저 도로 구석에 철책도 아닌 녹슬어버린 표지 하나가 군사분계선을 나타내며 민족을 갈라놓고 있을 뿐이다. 북방한계선을 지나 구서통문에 차가 멈췄다. 겨울 찬바람에 빨갛게 언 볼과 오래된 듯한 군복의 북한군인 두 명이 버스에 올라 “모두 몇 명입네까.” 짧게 한마디 묻고는 내려버린다. 통관 절차다. 도로 옆 연두색 철책은 관광지역과 북측 마을의 경계다. 철책 너머로 북측 마을에 북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지만 갈 수는 없다. 개발되지 않은 모습이 오히려 정겹다. 고성 통일전망대를 떠난 지 45분만에 금강산에 도착했다. 정말 가까워졌다. 배로 무려 4시간이 걸린 길을 이렇게 단숨에 달려오다니. 벅찬 감흥을 가슴에 담고 북녘에서의 첫날은 지나간다. ●신의 걸작, 계절의 명산 개골산 둘째날 아침 8시30분에 금강산의 구룡연으로 출발했다. 금강산에서만 볼 수 있다는 미인송. 옆으로 늘어진 소나무가 아니라 하늘로 쭉쭉 뻗은 자태가 미인처럼 아름다워 미인송이라 이름 붙였다. 미인송 숲을 빠져나와 10여분만에 도착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북한 해설원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린다.“한반도의 3대 폭포중 하나인 구룡폭포와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는 상팔담을 볼 수 있으며 산행시간은 왕복 4시간입네다.” 맑은 공기가 가득한 계곡을 따라 걷는다. 고개를 들어 산을 바라보니 겨울 금강산을 개골산(皆骨山)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흙이라고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산. 그래서 인간의 뼈처럼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바위산. 그것이 개골산이다. 커다란 바위를 깎고 다듬어 만들어 놓은 신의 걸작품이라고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그 바위에 자라고 있는 ‘배지하늘솔’. 땅을 배신하고 하늘을 향하는 소나무란 뜻으로 바위를 뚫고 자라고 있다. 신기하다 신기해. 어찌 저렇게 단단한 바위덩어리에 생명이 자라고 있을까. ●아름다운 금강산을 눈에 가득 담으시라요 30분 정도 걸어가 도착한 양지대에서 여자 해설원이 말한다. “저 앞에는 거북선 모양의 거북선바위, 뒤에는 개구리 바위예요. 선생, 거기가 아니고 저기라요. 이쪽 보시라요.” 말투는 약간 퉁명스럽지만 정감이 느껴져 “원래 북측 여성동무들은 다 예쁩네까.”하고 묻자 “심한 농하면 안됩네다.”하고 정색이다.“죄송합니다.” 꼬리를 확 내리고 다시 걷는다. 삼록수는 추운 날씨에 얼어버렸다. 산삼과 녹용이 흘러내린다는데…. 마시지 못해 아쉽다. 땀으로 젖은 머리는 금세 얼어버린다. 진한 에메랄드빛부터 연한 옥빛까지 다양한 초록이 어우러진 유명한 옥류동계곡도 얼음으로 변해있어 물빛의 아름다움은 감상할 수 없다. 대신 굽이굽이 계곡을 돌아설 때마다 펼쳐지는 금강산의 비경을 눈에 담는다. 이래서 금강산을 느끼려면 사계절을 와야 한다는 건가. 1시간을 걷자 나타난 웅장한 비룡폭포. 얼어버린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던진 번개가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다. 중간중간 비석에 김일성교시를 적어 놓은 ‘표식비’와 봉우리마다 전설이 얽혀있는 바위들이 즐비하다.15분을 더 걸어 관폭정에 도착했다. 구룡폭포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정자다. 북측안내원들이 “수고하셨습네다. 여기가 조선의 3대 폭포중 하나인 구룡폭포입네다.”라며 설명한다. 이곳에서 파는 차 한잔에 1달러. 따뜻한 차를 마시며 얼어버린 웅장한 폭포를 감상하는데 ‘쩌억!쩍!’ 소리가 들린다. 계곡에서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다. 깊고 깊은 금강산, 이곳 아니면 또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언 몸을 잠시 녹이고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을 가진 상팔담으로 향했다. 가파른 절벽을 향하는 길에 ‘아휴, 다리야. 그냥 갈걸.’하는 후회가 간절하다. 도대체 뭐가 있기에 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오르려 했나.30분을 올라 도착한 구룡대. 아까의 후회는 사라진다. 커다란 바위로 발아래 계곡에 비록 얼어있지만 멋진 소와 담이 한눈에 들어온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고 내려오는 길에 점심을 먹으러 목란관에 들렀다. 아침에 10달러를 내고 산 표(식권)를 건네며 주문을 하는데 북한여성이 “여기는 무조건 냉면이라요.”라며 돌아간다. 추어탕, 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하더니만. 10분,20분이 지나도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인내의 한계를 느껴 냉면 언제 나오냐며 불평하자 “참고 기다리시라요.” 한마디하고 돌아간다.30분만에 나온 물냉면, 육수는 심심하고 면발은 그럭저럭이다. 양념이 적은 북한음식은 입맛에 잘 안 맞는다. 저녁에는 물이 좋다는 금강산 온천에 몸을 담근다. 반짝이는 별을 보며 향긋한 미인송의 냄새를 맡으며 금강산의 정기를 맨몸으로 느끼는 노천온천이야말로 최고다. 피로가 가시며 여유가 생긴다. 금강산에는 음기가 강해 한달에 한번씩 남탕과 여탕을 바꾸는데 오늘이 그날이란다. 내가 몸을 담그고 있는 곳이 어제는 여탕이었다! ●만물상을 품에 안고 셋째날은 만물상코스다. 미니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미인송이 가득한 길을 간다. 마치 옛날 대관령을 오르는 것 같다. 내금강과 외금강을 연결하는 온정고개는 모두 106굽이, 이중 만물상까지가 모두 77굽이다. 온정각에서 떠난지 30분만에 주차장에 도착한다. 왕복 2시간 코스. 구룡연과 다르게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깎아지른 절벽과 솟구쳐 오른 봉우리, 그 위에 아슬아슬 올라선 바위들. 토끼 호랑이 거북이는 기본이고 독수리 곰 허수아비 등 저마다 이름을 가진 바위들이 펼쳐져 ‘만물상’답다. 삼선암 귀면암 절부암을 지나 30분을 오르니 안심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발아래는 수길 낭떠러지이고 그만큼 또 위로 봉우리들이 솟았다. 울퉁불퉁 근육질 남자의 벗은 몸처럼 아릅답고, 힘이 느껴진다. 금강산을 보지 않고 산세를 논하는 것은 허무하다고 했던가. 역시 민족의 명산이란 칭송이 아깝지 않은 산이다. 철사다리를 의지하며 천선대에 오르자 눈 앞에 펼쳐지는 만물상에 또 한번 놀란다. 나도 모르게 조물주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만물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망향대까지 오르고 싶지만 일정이 여의치 않다. 그림같은 만물상을 가슴에 담은 채 발길을 돌렸다. 주차장에서 북한해설원들이 따뜻한 두부와 막걸리를 판다.5달러. 산행 뒤에 마시면 더욱 시원한 막걸리 한잔과 함께 금강산 일정이 끝났다. 몇 해전, 여름 금강산에서 “반드시 겨울에 오리라!”던 꿈을 이뤘더니, 또다른 욕심이 생긴다. 금강산은 바로 그런 민족의 산이다.‘언젠가 내 다시 너를 품으러 오마. 좀 더 자유롭게….’ ● 이렇게 가세요 금강산 관광 선택의 폭이 좀 넓어졌다.2박3일,1박2일, 당일 등 세가지의 형태로 진행중이다. 당일은 2월말까지 토요일만 출발하며 1인당 12만원.1박2일은 매주 토, 일요일 출발 1인당 20만원,2박3일은 매일 출발한다.29만원. 단 교예공연(25달러), 온천욕(12달러)과 식사(중·석식, 보통 10달러)비용은 별도 부담. 또한 통일부에 방북승인신청 등을 해야 하므로 출발일 기준 10일 전에 현대아산 영업부나 금강산관광에 예약해야 한다.(02)3669-3000,www.mtkumgang.com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해신’ 뜨고 ‘유리화’ 주춤 “이유있네”

    요즘 안방극장 수목 드라마를 보면 “잘 되는 집안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뒤집어 보면 “안되는 드라마는 안될 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현재 지상파 방송 3사의 수목 드라마는 KBS2의 ‘해신’,MBC의 ‘슬픈연가’와 SBS의 ‘유리화’. 모두 방영 전부터 톱스타들의 대거 출연, 해외 로케 등 화려한 볼거리와 상상을 초월한 제작비 등으로 화제를 모은 기대작들이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해신’은 지난주 시청률 집계(닐슨미디어리서치) 결과 전국 시청률 29.9%로 전체 프로그램 1위를 기록하며 안방극장 ‘지존’의 자리를 향해 내닫고 있다. 지난 5일 첫 전파를 탄 ‘슬픈연가’는 17.8%(2회 방영분)의 시청률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반면 ‘유리화’는 12.1%로 하향곡선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해신’은 모든 면에서 흠 잡을 데 없는 빼어난 조화미를 자랑하며, 시대극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소설가 최인호의 빼어난 원작을 바탕으로 호쾌한 무협과 가슴 저린 멜로 등 탄탄한 스토리라인, 영화 빰치는 영상미, 최수종·채시라 등 연기자들의 혼신을 다한 열연은 퓨전 사극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으며, 특히 10대 등 젊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유리화’는 극본·연출·배우들의 연기 등이 모두 따로 노는 듯한 양상을 보이며 회복하기 힘든 부진으로 빠져 들고 있다. 드라마 연출의 대가인 이창순 프로듀서가 지휘봉을 잡았고, 이동건·김하늘이란 최고 인기스타의 캐스팅, 게다가 일본 로케까지 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기존 드라마에서 지겨울 정도로 보아 온 재벌 2세와의 뻔한 삼각관계,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운 설정 남발 등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드라마 얼개에 출연 배우도, 연출가도 제 실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 시청자들은 “훌륭한 연출자와 배우들이 만나 고작 이같은 수준의 드라마밖에 만들지 못하느냐?”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류 스타’ 권상우·김희선 투 톱에 떠오르는 신예 연정훈을 투입, 뉴욕 현지촬영 등 화려한 볼거리에 공을 들인 ‘슬픈 연가’는 아직 초반이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치밀한 구성보다는 주제 음악 등 ‘부가적인’ 장치가 스타들의 힘을 방해한다는 평가다. 방송 전문가들은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기대치가 영화 이상으로 높아짐에 따라 드라마도 이제는 톱스타·해외 로케 등 ‘돈’만이 아닌 ‘완성도’로 승부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WE 발행1주년 축하 퍼레이드

    WE 발행1주년 축하 퍼레이드

    1년 전 한가인의 섹시한 표정을 기억하십니까. 미끈한 몸매의 은빛 갈치, 땅끝 마을 해남에서 맛본 솔잎차가 눈앞에 아른거리지 않나요?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가 첫 돌을 맞았습니다. 국내 최초의 타블로이드판 섹션으로 시작, 최고의 ‘웰빙 교과서’로 자리잡은 We. 독자 여러분의 사랑과 질책이 없었다면 짧은 시간에 이만큼 이뤄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We의 돌잔치에 7인의 ‘열혈 독자’를 모셨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We의 개성과 다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 지금부터 We의 매력에 한번 빠져 봅시다! 아차, 우선 생일 축하는 해야겠죠? Happy birthday to We! ●참석해 주신 독자 7인:강민저(53·주부) 곽용덕(34·밀레니엄서울힐튼 대리) 김재연(31·KPR 대리) 김호영(27·서울산업대 4년) 오승희(29·유치원교사) 이수연(28·한국다우코닝) 이태우(16·충암고 2) ●진행 한준규 최여경기자 우선,WE를 즐겨 보시는 이유를 들려 주세요. -곽용덕:저는 호텔에서 근무를 하니까 라이프 스타일이나 음식 기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WE와 관심사가 같죠.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전달방식까지 신경을 많이 쓰는 점이 좋아서 늘 보게 됩니다. 또 단 두줄짜리 기사도 철저하게 확인하는 기자들의 열성적인 자세를 보니까 기사에 대한 믿음도 커지더군요. -오승희:여행에 관심이 많은 저로선 버스로 몇 분, 택시비는 얼마, 어느 길이 잘 알려져 있지만 지름길은 여기라는 등 정확하고 충실한 정보를 전달하는 WE가 고맙기 때문입니다.‘WE만 있으면 처음 가는 길도 자신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김재연:WE는 월간지에 나오는 별책부록 같아요. 대부분의 언론이 명품 위주, 고급지향적인 것이 너무 많은데 WE는 포장은 고급스럽지만 내용은 서민적이라 더 좋아요. 또 하나, 주로 언론에 소개되는 맛집은 가보면 늘 실망하게 되는데 WE만은 달라요. 솔직하죠. 허름하면 허름하다, 다른 메뉴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 식이죠. 업무상 사람들과 식사할 때 WE에 소개된 맛집을 가면 늘 일이 잘 풀려요. -이태우:종이신문이 위축되고 있다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TV보다는 신문을 많이 봅니다. 전 여행기사를 오려 뒀다가 시험이 끝나면 부모님께 한번 가보자로 조르기도 합니다. -김호영:전 타블로이드판형인 게 특히 좋아요. 보관하거나 스크랩할 때는 물론 지하철에서 읽기도 좋죠. 참,WE가 나온 후 다른 언론에서도 타블로이드판형 섹션이 나왔죠. 앞서가는 감각이란 점에서도 WE가 좋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를 꼽는다면…. -이수연:‘5만원으로 코엑스 즐기기’라는 기사에서 독자기자로 활동했던 터라 제일 기억에 남아요. 친구와 함께 다니며 즐긴 것뿐이었는데, 어쩜 그렇게 맛깔스럽게 기사화가 됐는지…. 덕분에 저 스타됐잖아요. -김호영:저도 WE와 인연이 있어요. 휴가특집호에 ‘알찬 발리여행’을 썼는데 그 특집호의 꼼꼼한 휴가가이드는 압권이었어요. 올 여름휴가계획도 WE를 보고 짤 겁니다. -강민저:WE의 요리면 기사는 다른 매체와는 확실히 달라요. 정말 쉽게 따라할 수 있어요.‘우영희의 요리구조대’에 나온 깐풍기를 따라 만들었는데 아주 잘 됐어요.WE를 펴놓고 푸드채널의 요리프로를 보면 확실하게 배울 수 있으니까요. -오승희:‘파리의 연인’패션 따라 하기도 신선했었죠. -김재연:저도 그 기사 좋았어요. 또 홍익대 앞 옷가게나 이화여대 앞 수선집 점검기사, 휴가 떠나기 전 패션분야 종사자들이 말하는 여행에 꼭 필요한 아이템도 좋았어요. 올 여름 휴가를 스페인으로 정했는데 얼마전 개별자유여행(FIT)기사가 스페인이더라고요. 어찌나 고맙던지. -곽용덕:전 기자가 직접 경험한 갈치·개불·대게잡이 기사가 최고였어요. 레저와 음식을 접목했고, 생생한 체험부터 요리까지 다양하게 접할 수 있으니 더 좋았어요. 또 아빠 기자들이 뛴 당일치기 여행 기사도 좋았죠. 출발에서부터 시간대별로 움직임을 담아줘 마치 내가 갔다온 것 같더라니까요. 칭찬 감사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점도 좀 지적해 주세요. -오승희:늘 느끼는 것인데, 표지와 내용의 괴리감이 문제죠. 표지를 보면서 “아, 이 스타가 테마구나.”라고 생각하게 하는데 스타기사는 뒤편에 작게 있으니 정작 주제가 흐려지는 것 같아요. -김재연:맞아요. 연예판 타블로이드로 오해받을 수도 있어요. 칠레나 금강산 등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 표지가 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은데…. -곽용덕:2면의 ‘알아두면 편리해요’ 코너는 지면낭비인 것 같아요. 대표성을 가진 기관의 전화번호이긴 하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인데 일년 동안이나 면을 할애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수연:말장난 같은 제목도 너무 많죠. 예를 들면 대게와 과메기 기사 제목을 ‘음메 게살아, 음메 기살아’라고 했었죠.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늘 스타를 ‘★’로 표현하는 것도 식상해요. 아이디어는 좋은데 되풀이되면 너무 가벼워 보이거든요. -곽용덕:웰빙에는 먹고 노는 것뿐아니라 영혼을 살찌우는 부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음을 쉴 수 있도록 좋은 글과 사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말에 읽을 한 편의 책 소개도 좋고요. -이태우:낯뜨거운 사진이나 제목은 삼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가끔 부모님께서 WE를 못보게 하실 때가 있어요. 야한 사진이 나왔을 때예요. 늘 떳떳하게 WE를 볼 수 있게 해주세요. 그렇다면, 어떤 기사를 더 보고 싶으세요. -오승희:싱글이나 승용차가 없는 ‘뚜벅이’들도 갈 만한 곳을 다뤄 주세요. -이수연:회식할 수 있는 곳의 정보도 좋죠! 요즘 회식 분위기 달라져 재미있게, 싸게, 건전하게 회식할 수 있는 곳의 정보가 필요하거든요. -이태우:WE는 중·고등학생 독자도 많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가까운 곳에서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해 주세요. 양 많고 맛있는 음식점 소개도요. -강민저:전 건강에 관한 정보가 좋아요. 토종웰빙 시리즈처럼 전문적인 의학면이 아니라 쉽게 접할 수 있는 건강 코너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귀한 말씀을 모두 제작에 참고하겠습니다. -일동:WE 파이팅!! ■스타들도 축하해요 보아서울신문 주말섹션 WE의 첫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제가 표지를 장식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에요. 더욱 재밌고 알찬 정보 가득한 WE를 기대하겠습니다. 설경구서울신문 주말섹션 WE의 발행 첫돌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목요일 아침마다 풍부한 연예계와 영화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역도산’때도 함께했듯이 ‘공공의 적2’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요. 앞으로 WE가 더 즐겁고 훈훈한 정보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김태희서울 신문 주말 섹션 WE가 벌써 첫돌을 맞았네요. 정말 축하드려요. 정신 없이 돌아가는 촬영 현장에서 WE는 언제나 저에게 휴식 같은 친구가 되어주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연예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알찬 정보와 함께 빠르게 전달해 주세요∼. 리마리오안녕하세요.‘이태리 느끼한 혈통 마가린 버터 3세’ 리마리오(본명 이성훈·33)입니다. 서울신문 주말판 WE 창간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알차고 좋은 내용 변치 말고, 앞으로도 계속 즐거운 신문 만드시길 바랍니다. 본능에 충실하며, 미끄러지듯이 쭈욱∼. ■WE 셀프카메라 ○…‘WE’의 표지를 빛낸 스타 가운데 한가인을 빠트릴 수 없는데요, 대표작이자 영화 데뷔작인 ‘말죽거리 잔혹사’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풋내 폴폴 피우던 인터뷰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코멘트가 다름아닌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100% 자연산이지만, 짧은 코가 콤플렉스”라는 고백이었거든요. 근데, 요사이 인터뷰에서 그녀는 그 콤플렉스를 완전히 털었더라고요.“이젠 코가 제일 자신있다.”고 하네요. 그녀만큼 빨리, 경쾌하게 자기확신을 하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네요. ○…스타들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설 때 기자들의 감상도 다 다릅니다.‘뼈대있는 집안 자손이구나.’ 싶게 예의가 깍듯한 스타들은 언제 만나도 기분좋죠. 아무리 일정이 빡빡해도 사근사근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배우들이 몇 있는데, 김정은이 그 맨 앞줄에 서지 않을까 싶네요.‘인어아가씨’ 장서희도 ‘WE’를 즐겁게 빛내준 표지얼굴로 기억되네요.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날 깍쟁이같은데, 실제로는 무지무지 상냥하고 밝아서 다들 놀랐다는 거 아닙니까? 코믹영화 ‘귀신이 산다’ 개봉을 앞둔 어느 여름 오후 한때, 그녀는 편집국을 발칵 뒤집어놓고 떠났죠. ○…인기 드라마에 출연 중인 배우들과의 인터뷰에서 종종 사진 때문에 애로를 겪게 되죠.‘파리의 연인’의 이동건은 완벽한 ‘촬영모드’로 나타났지만 감정이 깨진다며 사진 찍기를 거부해 SBS 일산제작소까지 찾아간 기자를 허탈하게 만들었습니다. 반면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은 때마침 쉬는 중이어서 맘놓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죠. 그는 예상 외로 털털한 데다 꽤 달변가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내내 진지하게 답해 기자를 매우 흡족하게 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뒤끝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헌신적이고 반듯한 이미지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탤런트 A는 이미 세상에 다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 이야기를 썼다며 발끈, 매니저를 통해 기자에게 항의 전화를 했습니다. 문제는 그 매니저가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는 야심한 시각에, 게다가 술에 취해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죠. 그가 무차별적으로 퍼붓는 인신공격성 발언에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연예인들은 섭외하기가 힘들지 막상 같이 대화를 나눠보면 대부분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들이더라고요. 하지만 예외인 스타들도 있어요. 소박하고 털털하게 보이던 영화배우 이범수의 경우가 특히 그랬죠.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개봉 전이었는데 하필 하루종일 인터뷰에 시달리는 날 마지막 시간에 만나서였는지 처음부터 성의가 없어보이더라고요. 뭘 물어봐도 계속 단답형으로 대답해서 나중엔 속에서 화가 치밀었어요(물론 겉으론 계속 웃었지만요). 만날 똑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게 지쳤다나 뭐라나. 저도 만날 비슷한 인터뷰를 하는 게 힘들다고 ‘인간적으로’ 토로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쉽게 풀리더군요. ○…직업적인 관점에서 연예인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요, 인터뷰 기사 쓰기 편한 연예인과 그렇지 않은 연예인이죠. 대개 취재원이 ‘인터뷰를 얼마나 많이 해봤느냐.’는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요, 취재원이 능숙할수록 일목요연하게 기사가 되게끔 알아서 말을 해주니까 일하기는 편합니다. 우리끼리는 “말렸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웃음) WE 대중문화팀
  • 야! 토성이다…중미산 과학캠프

    야! 토성이다…중미산 과학캠프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 북극성은 그 빛을 타고 800년을 날아가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 신비의 별 북극성과 환상의 데이트가 대한민국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3리 중미산 천문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겨울철 야외 놀이도 체험할 수 있어 초등학생들에게 어린시절의 추억을 심어주는 별자리 캠프. 서울신문이 마련한 중미산 천문대 겨울방학 천문과학캠프를 동행취재했다. 체감온도 영하 15도. 서울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매서운 추위다. 두꺼운 내복에도 모자라 겉옷을 여러 벌 껴입고 장갑에 목도리로 완전무장한 ‘별 사냥꾼’ 70명이 지난 4일 양평 중미산 천문대에 모였다. ●행성·별·성단 등 배우고 보고 겨울바람은 찼지만 구름 한점없이 맑은 하늘은 별보기에는 안성맞춤. 별이 좋아 논산에서부터 한달음에 쫓아온 최연소 참가자 샘(6)도,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를 좋아한다는 오류초등학교의 ‘별 박사’ 병건(9)이도, 나란히 참가한 매송초등학교의 은중(8)·범중(7)이 남매도 모두 들뜬 모습이다.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면서 아이들은 숙소에 짐을 풀고 강당에 모여 2박3일을 함께할 팀을 짠다. 한 팀은 7∼8명으로 팀마다 1∼6학년을 고르게 구성했다. 형제없는 외톨이가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 언니나 형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동그랗게 둘러앉은 아이들은 팀 이름을 정하고 팀을 상징하는 깃발을 만든다. 매송초등학교 현우(8)는 깃발에 토성을 그려 넣었다. 능길초등학교 윤나(9)는 아름다운 우리별, 지구와 상상 속의 비행접시,UFO를 그렸다.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가득 담은 깃발을 앞세우고 아이들은 앞마당에 모였다. 오늘 첫 이벤트는 썰매타기와 비료포대 눈썰매 타기. 아이들은 꽁꽁 얼어붙은 40평 남짓한 연못 위에서 썰매를 타고 신나게 얼음을 지친다. 도심에서 이런 연못을 좀처럼 볼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썰매를 타본다고 했다. 아이들은 썰매의 매력에 푹빠져 “놀이동산의 범퍼카는 저리가라.”라고 입을 모았다. 비료포대 눈썰매의 재미도 쏠쏠하다.50m가량 되는 흙 비탈에 폭 1m 정도의 눈길을 냈다. 신남성초등학교 철홍(7)이는 TV에서 보았던 봅슬레이 선수의 자세를 흉내낸다. 비료포대 위에 앉아 등을 뒤로 바짝 붙이고 다리를 쭉 뻗어 최대한 몸을 일자로 만든 철홍이는 엄청난 스피드에 놀라 환호성을 지른다. 즐거운 겨울 놀이에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이른 저녁을 먹고나니 하늘은 금방 어둑어둑해졌다. 아이들은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오늘 밤 무슨 별을 볼 것인지 점검한다. 수성부터 명왕성까지 지구가 속한 태양계 식구들의 특징을 이해하고 오늘 관찰할 토성과 플레이아데스 성단에 대해서도 공부한다. ●낮엔 태양흑점 망원경 관측 이윽고 밤 하늘에 초롱초롱 별이 떠오르자 아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주 관측실로 들어선다. 원형돔이 자동으로 열리고 새까만 밤 하늘에 헤아릴 수 없이 반짝이는 별이 한눈에 들어온다. 능길초등학교 은지(10)는 8인치 굴절망원경에 눈을 대고는 토성을 찾아보았다. 은지는 “책에서만 보았던 토성의 고리를 직접 확인하니 너무 신기하다.”면서 활짝 웃는다. 원형돔 밖에서는 황소자리에 있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찾느라 법석이다. 우리말로는 ‘좀생이별’이라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북동쪽 하늘에 옹기종기 모여 신비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삼정초등학교 지윤(12)이는 “앞으로 과학시간에 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생각날 것 같다.”면서 “우주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도 많이 생겨 책을 많이 보아야겠다.”고 말했다. 중미산의 첫날 밤이 가고 새 아침이 밝았다. 오늘 아이들이 관찰해야 할 것은 태양의 흑점. 온도가 아주 낮은 태양의 흑점은 강력한 자기장으로 통신장애를 불러일으키는 등 지구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능길초등학교 한솔(10)이는 11년을 주기로 숫자가 늘었다 줄었다 한다는 흑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망원경으로 태양 중심 부위에서 작고 검은 점 3개를 관찰하긴 했지만 흑점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다. 한솔이는 “태양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아 앞으로 과학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눈썰매 타고 언덕길 질주도 즐거운 점심시간이 끝나자 태양계 체험활동이 펼쳐진다. 팀별로 우리 은하를 직접 꾸며보는 것이다. 백마초등학교 혜진(10)이는 은하계의 핵심인 태양을 맡았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 수성은 능길초등학교 예지(9)가 맡았다. 샛별이라고 불리는 금성은 신남성초등학교 동현(7)이가, 우리별 지구는 능길초등학교 융경(10)이가, 화성은 영본초등학교 항식(8)이 몫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은 응봉초등학교 민수(10), 고리가 아름다운 토성은 신흥초등학교 지은(9)이에게 맡겨졌다. 이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공전하는 모습과 스스로 회전하는 자전도 실험해본다. 혜진이는 “우리 은하계에 많은 별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면서 “이번 캠프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별에 관심 많아 캠프에 가게 해달라고 엄마를 졸랐다는 병건이는 “캠프에 와보니 우주에 대해 궁금한 것이 오히려 더 많이 생겼다.”면서 “미래에 훌륭한 천문학자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중미산천문대 천문과학캠프는 12∼14일 제5차 캠프로 겨울 일정을 마무리한다. 양평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중미산 천문대는 3000여개 별 육안관측 가능 중미산 자연휴양림 입구에 자리잡은 중미산 천문대는 서울 근교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이곳은 천문대가 문을 열기 전부터 ‘별 좀 본다.’는 아마추어 천문가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서울의 밤 하늘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별은 가장 밝은 1등성 20개 정도. 하지만 불빛과 공해가 없는 중미산 천문대에서는 북반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4000여개의 별 가운데 3000개가 보인다. 김학(50) 중미산 천문대장은 별보기 좋은 해발 437m 지점에 사비를 털어 2001년 천문대를 세웠다. 대지 1만 3000여평 규모의 중미산 천문대는 천문관측실과 과학실험교실, 숙박시설 및 자연체험학습장을 갖추고 있어 체험캠프 장소로 적합하다. 천체 관측 기구들의 성능도 좋다. 지름 6.6m로 360도 회전하는 주관측실은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원형돔이다. 독일 APM사의 8인치 굴절망원경으로는 성단, 달의 크레이터, 행성을 관측할 수 있다. 이밖에도 10여개의 굴절·반사·보조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50여명이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야외 관측소도 있어 여름에는 평상에 누워 별을 볼 수 있다.(031)771-0306 양평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별 재미있게 보는 법 별을 관측하는 데는 순서가 있다. 중미산 천문대 송한석(29)교육팀장은 무턱대고 하늘만 바라본다고 별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초보자가 별 보는 데 재미를 붙이려면 순서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초보자는 먼저 북극성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북극성은 나침반이 발명되기 오래 전부터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사람들이나 밤 길을 가는 이에게 방향을 일러주는 친근한 벗이었다. 북극성을 만나려면 북쪽 하늘에 떠 있는 북두칠성이나 카시오페이아를 먼저 찾아야 한다. 북두칠성은 잘 알려져 있는 대로 국자모양, 카시오페이아는 W모양이다. 북극성은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의 사이에 있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방향을 파악한 뒤에는 길잡이 별을 찾아야 한다. 매일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길잡이 별은 가장 밝은 1등성으로 별자리를 찾는 지표가 된다. 늘 한자리에 있는 북극성이 먼 길 떠나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듯 계절마다 이정표가 되어 준다. 봄철 길잡이 별은 목동자리 별 가운데 가장 밝은 아크투르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이다. 여름철 길잡이 별은 거문고자리의 직녀성, 독수리자리의 견우성,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이다. 한여름 밤 밝은 세 개의 별이 직각삼각형으로 놓여져 있어 여름철의 대삼각형으로 불린다. 가을밤이 깊어가면 하늘 한가운데에 거대한 사각형을 볼 수 있다. 페가수스 자리의 몸통 부분에 해당하는 이 사각형이 가을철 길잡이 별이다. 겨울에는 우주 축제라도 열린 듯 볼 수 있는 별이 많다. 오리온 자리의 리겔이 겨울철 대표적 길잡이별이다. 계절별 길잡이 별을 확인하면 자신이 알고 있는 별자리부터 찾는다. 송 팀장은 별자리 공부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밤 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별들을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선으로 이어보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와 별자리의 주인공을 함께 연관해 상상하며 별을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송 팀장은 “처음 별을 볼 때는 가로등이나 자동차 불빛 등 주변에 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 맨눈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면서 “별 관찰이 익숙해지면 쌍안경이나 망원경으로 어두운 별도 관찰하면서 서서히 성단과 성운까지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게 별을 보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송 팀장은 “하늘을 뿌옇게 가리는 공해와 별 보기를 방해하는 자동차·가로등 때문에 서울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별 관찰이 익숙해 지면 친구 또는 가족들과 서울 근교로 별소풍을 떠나면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양평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53)

    過恭非禮(과공비례) 儒林 253에는 ‘過恭非禮(지나칠 과/공손할 공/아닐 비/예도 례)’가 나오는데,‘지나치게 공손한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말이니, 정도를 넘어선 恭遜(공손)은 오히려 남에게 폐가 됨을 뜻한다. ‘過’의 본래 뜻은 ‘지나가다’였으나 점차 ‘지나치다’‘허물’의 뜻으로 類推(유추)되었다.用例(용례)로는 過渡期(과도기),過讚(과찬),過失(과실) 등이 있다. 恭은 의미 부분인 ‘心’과 발음 부호에 해당하는 ‘共(함께 공)’을 합하여 ‘공손하다’는 뜻이 되었는데,‘心’이 의미 요소로 쓰인 것으로 보아 공손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우선해야 함을 알 수 있다.用例에는 ‘恭儉(공검)’‘恭敬(공경)’‘恭遜(공손)’‘恭容(공용)’ 등이 있다. 非의 字源(자원)에 대해서는 ‘새가 날개를 편 모양’, 새가 날기 위해서는 양 날개를 서로 등져야 하기 때문에 ‘서로 어긋나다’가 원래의 뜻이라는 등의 異說(이설)이 분분하다.‘아니다’‘그르다’‘어기다’ 등과 같은 否定的(부정적)인 뜻의 類推는 후자의 설과 관련이 깊다.‘非難(비난)’‘非賣品(비매품)’‘非凡(비범)’‘今是昨非(금시작비)’ 등에 쓰인다. 禮는 본래 ‘示(보일 시)’가 없는 상태인 豊(례)로 쓰였다.‘豊’는 옥을 담은 그릇이냐, 술잔이냐라는 異說(이설)이 있으나 ‘신 앞에 바치는 제물’이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제사에는 여러 예법과 예의를 지켜야 했으니, 후에 ‘示’가 보태졌고,‘예의’‘예절’‘예법’ 등의 뜻이 類推(유추)되었다.‘禮法(예법)’‘禮遇(예우)’‘無禮(무례)’ 등에 쓰인다. 분명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謙讓(겸양)은 미덕이지만 지나치면 醜惡(추악)함으로 변한다. 일찍이 공자는 “공교한 언변(巧言), 꾸민 얼굴빛(令色), 지나친 공손(足恭), 좌구명은 이것들을 부끄럽게 여겼는데, 나 또한 이를 부끄럽게 여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足恭’은 두 가지 해석이 있다. 하나는 ‘다리의 움직임을 지나치게 겸손하게 하는 作態(작태)’의 형용이요, 하나는 그냥 추상적으로 ‘지나치게 공손함’을 말한다. 전자의 경우는 ‘족공’으로, 후자의 경우는 ‘주공’이라 발음한다. 겉으로는 겸손하고 공손하게 보이는 사람도 내면은 自慢(자만)과 無視(무시)로 가득 차 있을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종종 가슴속에는 ‘口蜜腹劍(구밀복검: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토해내면서 가슴속에는 비수를 품음)’의 凶計(흉계)를 품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의를 갖추면 상대방이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인간 대접을 받는다는 信賴感(신뢰감)을 갖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공손하거나 깍듯한 예절은 오히려 거북스럽다. 각종 放送(방송) 出演者(출연자)들의 무분별한 敬語(경어) 표현은 거북하다 못해 민망하다.‘우리나라’ ‘저희나라’는 잘 알려진 사례임에도 계속된다. 이제는 過剩(과잉) 존대 표현이 습관화되면서 본인에게 경어를 쓰는 愚(우)를 범하고 있다. 이것은 過恭非禮의 次元(차원)이 아니라 無禮(무례)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공자는 巧言,令色,過恭을 부도덕한 행위로 정의하여 비판하였다. 이제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조차 그리운 세상이다.人面獸心(인면수심)의 凶暴(흉포)한 인간들의 跋扈(발호) 소식이 들리지 않을 날은 언제쯤일까.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자연의 재앙, 인간/프란츠 부케티츠 지음

    ‘자연의 재앙, 인간’(프란츠 부케티츠 지음, 박종대 옮김, 시아출판사 펴냄)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답답하고 우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진화는 있을지언정, 진보는 없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진화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연속’이란 절망적 목소리뿐이다. 처음엔 ‘이렇게 극단적이고 병적인 비관주의적 사고의 소유자가 있을까.’ 하고 저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번득이면서 책장을 넘겨보지만, 거부하기 어려운 논리에 의문부호를 하나씩 내주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가슴 가득 차오르는 답답함뿐인 걸 어쩌랴. ●진화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연속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사실 인간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인류의 진보를 종교처럼 떠받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비례해 살육의 기술과 규모를 키우는 인류의 광기, 개발과 물질만능 뒤안의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자연재앙들만 보아도, 진보는 허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완전히 지워버리긴 어렵다. 책이 시작되자마자 저자는 묻는다. 최초의 인간이 석기나 맨손으로 짐승을 사냥하고 열매를 따먹다가 현대인이 슈퍼마켓에서 포장된 음식을 구입해 요리해먹게 된 것을 진보라고 할 수 있는가. 인간이 과학기술 문명의 혜택을 누린다는 이유만으로 석기시대의 선조들보다 나은 인간이라가 말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생물학적 진화와 사회문화적 진화 영역에서 진보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했는지를 해부하고, 이를 통해 진보사상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여지없이 파헤친다. 먼저 생물학적 진화를 과연 진보와 발전의 개념으로 연상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기생생물의 예를 들어 밝힌다. 바다에 사는 게에 기생하는 주머니벌레는 유충때 자유롭게 바닷속을 떠다니다가 숙주인 게의 몸속으로 구멍을 뚫고 들어간다. 일단 들어가면 눈과 다리, 신경조직은 완전히 퇴화하여 사라지고, 대신 앞쪽 끄트머리에서 가느다란나 관들이 나와서 벌레 자체가 생식선화한다. 이처럼 기생생물은 진화가 오로지 진보와 발전이 아닌 퇴행도 함을 잘 보여준다. 생물이 고도로 진화해 탄생했다는 포유류중 하나인 개 1마리에 얼마나 많은 기생생물이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진화에서 진보와 상승발전이 핵심이라는 주장은 정말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생물종들이 진화하다 멸종 지은이는 생물들의 진화는 근본적으로 크고 작은 재앙들의 연속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지구가 생긴 이후 수많은 생물종들이 진화하다가 멸종의 재앙을 맞았으며, 이는 인간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 만일 진화과정에서 중단 없는 진보가 존재한다면 이같은 재앙들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그 자체가 자연사에서 발생한 갖가지 재앙들의 한 결과물일 뿐이다. 한데도 그러한 사실을 잊은채,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더 나은 지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진화를 점점 더 큰 재앙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인간은 여전히 자연의 폭력 앞에 미약하고 무력한 존재이며, 정교하게 발달한 과학기술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자연재앙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지금까지 멸종을 맞은 수많은 생물, 아니 우리 선조인 구석기인들만 해도 막대한 재앙을 일으킬 능력이 애초에 없었지만 현대인 즉 ‘연미복을 입은 석기시대인’은 진보의 기치를 높이들고 대량소비와 환경파괴란 폭탄을 짊어지고 재앙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의 재앙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회문화적 진화는 진보성을 띠고 있는가. 지은이는 이 또한 단호히 거부한다. 진보의 증거로 내세우는 문명은 오히려 인간의 원시적 습성과 행위 충동, 즉 파괴본능을 더 조장한다. 파괴본능으로 무장한 인간의 원시적 행위 충동들이 쉽게 발현될 수 있도록 특별한 삶의 조건들을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문명인 것이다. 그 노골적인 예가 바로 국가간의 전쟁이다. 구석기시대의 무리들이 생존을 위해 사냥감을 놓고 싸움을 벌였다면, 현대 국가들은 이데올로기적 이유로, 국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이유로, 혹은 세계를 지배해야겠다는 신념으로 전쟁을 일으킨다. 문명화 과정은 오히려 갖가지 도구들의 축적과 함께 인간의 폭력적 잠재력을 체계적으로 확장시킨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문명은 인간의 파괴본능 되레 조장 이 책은 만물의 영장을 자임하고,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하면서도 지구의 황폐화를 향해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도 헛된 희망을 땅에 묻어버리라고 독자들에게 요구한다.‘인간이 우주조차도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오만을 버리고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한 곳에 사는 털없는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재앙을 향한 발걸음을 최소한 늦출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오만과 광기로 점철된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 또한 헛된 희망일 듯싶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사설] TV 중간광고 왜 또 들먹이나

    정동채 문화부장관이 엊그제 광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상파 TV방송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뜻을 밝혔다.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발상이다. 정 장관은 TV 프로그램 방영 도중에 광고를 내는 데 대해 국민이 얼마나 거부감을 갖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긴 정 장관만이 아니다. 방송위원회는 2001년과 2003년 두차례나 중간광고제를 도입하려 시도했고, 문화부는 앞서 2000년 초에도 방송법 시행령에 이 제도를 담으려고 했다. 그때마다 시청자 일반과 언론단체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좌절하곤 했다. 그런데도 잊을 만하면 중간광고제를 은근슬쩍 밀어붙이려고 하니 그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두말할 필요 없이 방송 전파는 공공재이고 그 주인은 시청자인 국민이다. 주인인 시청자는 지금 상태로도 지상파 방송에 광고가 너무 많다고 불평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정규 광고 말고도 인기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삽입하는 간접광고(PPL)가 지나쳐 짜증을 내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앞으로는 즐기는 프로그램 시청을 중단하면서까지 중간광고를 보아야 한다는 말인가. 정 장관의 발언에 이어 문화부 실무국장은 광고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린다는 점을 중간광고 도입의 이유로 들었다. 얼토당토 않은 논리이다. 불황에 시달리는 것은 지상파 3사와 광고업계만이 아니다. 방송광고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연간 수백억원의 이익을 각각 거두는 방송3사는 오히려 사정이 가장 나은 편이다. 신문·잡지·케이블TV 등 여타 미디어 분야는 더욱 힘든 상황에서 위기감마저 느끼는 게 현실이다. 광고를 지상파 3사에 더욱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중간광고제 도입 발언을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 책 많이 읽기보다 제대로 읽어라

    책 많이 읽기보다 제대로 읽어라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새 대입제도가 시행되면 논술시험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논술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독서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독서법에 대한 교육은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부모들은 그저 많이 읽기만 하라고 강요한다.‘더 빨리, 더 많이’ 읽히려고 심지어 속독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잘못된 독서 습관과 고치는 법을 살펴본다. 아이들의 독서에 대해 대부분의 부모들은 많이 읽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은 독서량은 많은데도 판단력, 상상력, 창의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의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열권 통독보다 한권 정독이 바람직 독서의 목적은 크게 보아 지식습득과 사고력 향상이다. 독서 습관과 창의력이 길러지는 시기에는 후자가 강조된다.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박선이 연구이사는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조하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 기회를 갖고 그 의미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면서 “통독이나 속독으로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지식 습득 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책을 빨리 읽는다는 것은 ‘대충 독서’를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사고력 향상은 물론 지식습득조차도 기대하기 어렵다. 흔히 글을 잘 쓰기 위해 다독을 강조한다. 하지만 책을 빨리, 많이 읽는 것보다는 한권이라도 생각을 하면서 읽는 것이 논술 등 글쓰기에 더 도움이 된다. 박선이 이사는 “논술시험에서 처음 도입 때와 달리 갈수록 창의성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책 열권을 빨리 읽는 것보다 한권을 제대로 읽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속독은 이해력·사고력 향상과 무관 최근 독서열풍과 맞물려 쏟아지는 각종 속독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한국독서지도연구회 임은정 회장은 “속독법을 통해 글을 읽는 속도는 향상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이해의 폭을 넓힐 수는 없다.”면서 “독서 속도는 이해력이 향상되면 자연히 빨라지는 것이지 편법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 남미영 원장은 “속독법을 배운 아이들을 보면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어휘력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키워드를 중심으로 줄거리 파악 위주로 책을 읽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언어 심리학에서는 독서능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속독을 위한 키워드를 뽑을 수 있다는 것 자체를 허구로 본다. 남미영 원장은 “독서능력이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속독을 배우면 독서습관을 망칠 수 있다.”면서 “필요에 의해 속독을 배우고자 할 때는 16세 이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독서습관 진단은 이렇게 속독을 가르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아이가 빨리, 대충대충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책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다른 만큼 단순히 ‘1권당 몇 시간’과 같은 기준으로 독서 속도를 진단할 수는 없다. 대신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집에서도 쉽게 아이의 독서습관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아이에게 그동안 읽은 책의 제목을 모두 쓰게 한다. 제목 옆에 각 책의 주인공 이름 등 관련된 단어를 적게 한다. 다시 그 옆에는 책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해 쓰게 한다. 제대로 독서를 한 아이라면 책 제목과 함께 관련 단어와 문장을 대부분 채워 넣을 수 있다. 반면 기억하는 책 제목 수에 비해 내용을 적은 수가 턱없이 적다면 아이가 ‘대충 독서’를 한 것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천운영의 소설세계)/차미령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천운영의 소설세계)/차미령

    진실이 나를 절망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면 나는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천운영,‘포옹’ 천운영 소설에 대한 보다 정확히 말해,‘바늘’이 출간되고 난 후 이 작가의 첫 소설집을 중심으로 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엽기성’,‘동물성’,‘야생성’,‘야수성’,‘육식성’,‘파괴성’,‘공격성’,‘관능성’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천운영 소설에 이르러 우리 문학은 “가부장적 질서를 난도질하는 육체적 질감을 지닌 현장(김양선,‘기이하고 낯선 가족과 여성이야기’)”을 갖게 되었다는 식의, 지난 연대의 여성 소설과 천운영 소설을 구획짓고자 하는 시도가 여러 평문에서 발견되는 것은 그러므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불감증, 거식증, 불임, 도벽 등과 같은 히스테리적 징후로서만 즉, 부정으로서만 여성 소설의 위반성을 거론할 수 있었던 지난 연대와는 달리,“맹수의 이미지를 띤 여성인물들(황종연,‘탈승화의 리얼리즘’)”은 유례없이 “전복적이고 파괴적인(황도경,‘환상 속으로 탈주하라’)”힘을 독자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신선한 살과 피를 원하는 이 짐승의 다음 먹잇감은 무엇이 될 것인가(남진우,‘늑대의 후예’)”쯤으로 표현되는 것이 지금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육체적 질감”,“신선한 살과 피” 등의 앞서 인용한 비평적 수사에서 은연 중 드러나듯, 천운영 소설이 보여 주는 이러한 특징은 무엇보다 그 생생한 현장감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이제는 잘 알려진 ‘발로 쓰는’ 이 작가의 스타일이나 그로 인한 생동감 넘치는 디테일의 창출에도 불구하고, 천운영이 정작 공들여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그가 취재한 세계, 바로 그 곳으로부터 도출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직접 회를 뜨고, 야나기상의 문신을 보고, 소머리 가르는 접칼을 쥐어도, 작가의 시선은, 장어를 다루는 횟집 주방장의 손놀림에서 텅 빈 수족관 앞에 망연히 앉아 있는 그의 ‘아내’에게로, 남자의 육체에 수놓아진 화려한 거미 문신에서 문신사의 자살한 ‘어머니’에게로, 뼈와 살이 갈려진 소머리에서 우시장 노동자의 ‘할머니’와 ‘연인’에게로 이동한다. 한 세밀한 묘사가 담고 있는 내용이 작품의 전체적인 의미를 좌우하는 데까지 미치지는 못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 앞에서, 우리의 포커스 또한 이동할 때가 된 듯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들;천운영 소설의 세밀한 묘사와 이에 기반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에 가려 미처 드러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저토록 야수적이고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인물들 내면에는 과연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가? 작가의 두 번째 창작집 ‘명랑’이 출간된 지금, 우리가 시도해야 할 작업은 엽기성과 파괴성의 이면 혹은, 공격성과 야수성의 연원을 추적해 들어가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그 그로테스크함으로 인해 앞서 언급한 비평적 키워드들의 시발점의 하나가 되었던 천운영 소설 인물들의 ‘몸’으로부터 출발해 보자.“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신체를 보여(심진경,‘아름다움과 추함을 가로지르는 섹슈얼리티의 모험과 위반’)”주면서 “몸의 해부학적 묘사라 할 만큼 유난히 신체에 대한 묘사에 집착(황도경, 앞의글)”한다고 평가받는 이 작가의 소설에서, 몸, 그것으로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목하는 몸의 일부는 얼굴이 아니다. 바로 ‘등’이다. 우리 중 누군가 자신의 ‘등’의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까. 등은 인간의 육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람들은 대개 죽을 때까지 자신의 등의 실제 모습을 모르고 산다. 심지어 거울 앞에서도. 그 실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무의식의 세계를 은유하고 있으며, 나조차 알지 못하는 이면을 타자는 볼 수 있다는 인식은 불안과 공포의 근원으로 자리한다. 만약 자신의 등이 “굽은 등”이고, 자신이 “곱사등이”이라면, 그 불안과 공포는 피할 수 없는 것이 된다.‘포옹’의 ‘나(인경)’는 “평면만을 보여주는 거울의 기만성(1:213, 이하 괄호안의 표기는 수록소설집:페이지수)”을 충분히 알고 있다.“그렇게 화장을 하고 차려 입으니 너무 예쁘구나(1:213)”라는 거울 속 어머니의 말은 그러므로 거짓이라는 것도. 일찍이 멜라니 클라인이 말한 대로 거울의 드라마가 막을 내릴 때 더 이상 엄마의 일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아이의 고통은 원초적인 것에 육박하지만, 거울이 제공하는 이 기만적인 나르시시즘은 자기정체성을 구성해 내고, 거울을 통과한 후에야 아이는 자신을 3인칭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굽은 등을 보기를 두려워하는 인경은 여전히 엄마의 일부일 때에만 완전하다고 느낀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진실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니, 그것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엄마 품에 안겨 거울 속 나를 바라보(1:213)”며, 자신의 뒷모습이 “백지”로 남기를 바란다. 진실이 절망을 가져다준다면 그 진실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 그것은 자신이 불완전하다고 믿는 그녀가 불우한 삶을 견뎌 내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포옹’에서 인경의 등은, 어머니를 제외한 그 누구도 손대기를 꺼려한다는 점에서는 나조차 어찌할 수조차 없는 내 안의 괴물―‘바늘’에서 곱추를 연상시키는 ‘나’의 등이나,‘숨’에서 육식동물을 연상시키는 할머니의 단단한 등뼈를 보라―이지만, 거꾸로 누군가의 손길을 간절히 요구한다는 점에서 소통을 불러오는 몸의 유일한 창구가 된다.“어느 누구도 자신의 등을 쓰다듬을 수는 없는 법이며, 타인만이 그 등을 쓰다듬고 보듬어 줄 수 있”(‘등뼈’)다는 소설 속의 한 전언은 천운영 소설에서 타인과의 소통이란 것은 곧 위무의 다른 말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자신은 볼 수조차 없지만 타자는 볼 수 있으며, 자신은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없지만 타자는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기 때문에,“아내의 굽은 등”“할멈의 굽은 등”(‘행복 고물상’)에서 번져 나오는 고독감은 남편과 이웃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지친 이를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편은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것(‘멍게 뒷맛’)이며, 위로받는 가장 좋은 방법 또한 “등을 내맡기는”(‘아버지의 엉덩이’) 것이다. 천운영 소설에서는 환상 속에 잠깐 이루어진 만남 또한 “등을 만졌던 것 만 같다”(‘월경’)라고 표현된다. 이런 식이라면 타인에 대한 분노나 타인으로부터의 외면은 등을 돌리거나, 등을 치는 것으로 그려질 성싶다. 마치 아버지를 경멸하는 아들이 제 아버지의 “등을 쏘아 보”고, 그 아버지의 “등짝을 후려”치고 싶어 하는 것(‘아버지의 엉덩이’)처럼, 친구들이 대항할 힘도 없는 ‘나’를 “등을 밀쳐 땅바닥에 넘어뜨리”던 것(‘세번째 유방’)처럼, 살인 장면의 마지막 기억이 “남자가 정말 당신 등을 밀었다”(‘멍게 뒷맛’)로 남게 되는 것처럼. 그러나 무엇보다 천운영 소설에서 등은 대부분 대상­타자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작중인물의 불안을 담고 있다. 등을 돌린 사람 혹은, 돌아선 사람의 등에 대한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사례들;“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남편 뒤에서 그의 아내는 “침묵하는 당신(남편)의 등”을 바라보며 그 “등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왜소한 그 등을 보이고 당신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당신의 바다’)며 견딜 수 없어 한다. 연인들의 연애의 끝은 또 어떠한가. 꿈 속에서 골목을 헤매던 여자는 길 모퉁이에서 “남자가 등을 보이고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지만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모퉁이만 계속해서 나타날 뿐이고(‘모퉁이’), 연인에게 입 맞추던 여인은 “등을 보이고 돌아”선 후 그로부터 “점점 멀어진”다(‘세번째 유방’). 이렇듯 도저한 상실감이 등의 이미지를 빌려 가장 성공적으로 형상화된 소설은 그 표제가 아예 ‘등뼈’이다. “여자가 떠났다”라는 간결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등뼈’는 자신에게 맹목적으로 집착하던 여성이 떠난 이후 전개되는 남성의 황폐한 내면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아무런 징후나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1:138)”라는 구절에서 강조되고 있듯이, 여자의 실종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남자에게 그것은 “떠난 것이 아니라 증발한 것(1:143)”에 가까우며, 남자는 당연히 여자의 그러한 증발에 대비할 수 있는 아무런 준비도 해 놓지 못한 채이다. 그러나 “그때 왜 여자의 등을 쓰다듬어주지 못했을까(1:148)”라는 소설 속의 한 구절을 제외한다면 남자가 여자의 사라짐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다. 대신 남자는 특이하게도 “여자가 떠난 뒤 살 속에 숨은 뼈에 집착하기 시작(1:150)”한다. 주위 사물들에서 뼈를 연상해 내고(1), 원인을 알 수 없는 요추디스크로 고통받다가(2), 급기야 뼈를 찍은 엑스레이 필름을 닥치는 대로 모으며(3), 결국 아무런 식욕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어 그의 몸엔 뼈만 두드러지게 된다(4). 여자가 떠난 후 이 남자가 보여주는 모든 증상((1)∼(4))은 그러니까 ‘뼈’에 대한 집착으로 수렴된다. 그런데 왜 하필 ‘뼈’일까? 등에 통증이 느껴졌다. 손을 돌려 등을 만졌다. 손끝에 등뼈 마디마디가 분명히 잡혔다. 남자는 욕조에서 기어 나와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서린 김을 걷어내자 남자의 퀭한 얼굴이 보였다. 광대뼈가 툭 튀어 나오고 눈이 쑥 들어간 낯선 사람이 거울 속에 들어 있었다. 남자는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거울에 등을 비추어보았다. 등골이 패고 뼈가 튀어나온 등이 어렴풋이 보였다. 여자가 그 등뼈에 숨어 남자의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었다.(1:158) ‘뼈’에 대한 남자의 집착은 그의 일상을 와해시키고 결국 그 자신을 말 그대로 뼈만 남게 만들어 버리는데, 사라진 여자가 등뼈는 말할 것도 없고 광대뼈, 턱뼈, 어깨뼈, 복사뼈까지 유난히 뼈가 도드라졌으며 식성도 특이해서 생선뼈, 닭갈비뼈, 조개껍데기와 같이 뼈에 붙은 살들만을 골라 먹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남자의 집착은 그녀에 대한 남자의 무의식적 동일시 즉, 사라진 대상을 불완전하게나마 보유하고자 하는 멜랑콜리적 동일시가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라지면 누구나 그 대상에 대한 집착을 어느 정도 유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현실적인 요구와 함께 대상에 투자되었던 리비도는 다시 회수된다(프로이트,‘애도와 우울’). 이것이 상실된 대상에 대한 상식적인 ‘애도’의 과정이다. 그러나 상실된 대상에 대한 리비도가 너무나 강해서 현실에서 상실된 대상을 대체할 만한 다른 대상을 찾지 못할 때, 주체는 상실된 대상을 내면화(internalization) 혹은 합체(내적 동일화,incorporation)함으로써 계속 보유하고자 한다(J 버틀러,‘멜랑콜리적 젠더/거부된 동일시’). 결코 재현될 수 없는 상실된 대상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살아 있는 현재로 끊임없이 소환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남자가 가까스로 거울에 비춰본 자신의 등에서 “여자가 그 등뼈에 숨어 남자의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환상으로 처리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맥락에서 음미해 볼 만하다.“뼈가 튀어나온 등”은 현재의 환상 속에서 과거의 상실된 대상과 남자가 조우하는 장소로 공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은 이처럼 상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 저항이 지극히 위장된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멜랑콜리적 주체의 성격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상실로 인한 슬픔이 애도로 승화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보다 이들이 도저한 상실감의 원인이 된 대상에 대해 ‘의식적으로는’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환상 속에서조차 대상과의 만남이 허락되지 않을 때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난폭한 짐승(2:119)”이 출몰하게 된다. 이 “난폭한 짐승” 혹은,“광포한 짐승” 혹은,“제 속에 든 짐승”은 인물들 특히, 여성인물들을 숨이 차도록 달리게 만들기도 하고, 그녀들에게 무서운 식욕을 부추기기도 한다. 다음을 보라:애도할 만한 죽음이 나타나면 여자 속에 숨은 짐승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슬픈 일이 일어나기를, 짐승을 다스릴 만한 제물이 나타나기를 여자는 빌었다(‘모퉁이’, 강조 인용자).“애도할 만한 죽음”이 여자 속 숨은 짐승을 사라지게 하고,“무언가 슬픈 일”이 그 짐승을 다스릴 것이라는 저 여자의 내면이 가리키는 것은, 자신의 상실감의 원인이 되는 대상이 앞에 있다면 그 상실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막한 기대이다. 통제 불가능한 내면은 분명 무언가의 상실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실된 대상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된 대상이 눈 앞에 있어 이를 애도할 수 있다면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내면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기억-내용은 이미 소실되었으되 기억-감정이 남아 있어 유사한 심리적 기제가 주어지면 어김없이 리비도가 투자된다. 그러나 그 대상이 상실된 바로 그 대상은 아니기에 상실의 흔적은 그녀들에게 애도해야 할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애초에 존재하지조차 않았던 남자의 유골을 뿌리러 제주도로 향하는 여자(‘포옹’)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또한 바로 그것이다. 천운영의 소설들에서 누군가의 죽음 혹은 (갑작스러운) 사라짐은 서사를 이끌어 가는 가장 기본적인 모티프이다. 이 작가의 어느 작품을 들춰 보아도 이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명랑’‘아버지의 엉덩이’‘세번째 유방’에서는 할머니가,‘바늘’‘명랑’‘월경’‘당신의 바다’에서는 아버지가,‘바늘’‘멍게 뒷맛’‘월경’‘아버지의 엉덩이’에서는 어머니가,‘숨’‘그림자 상자’에서는 양친부모 모두가,‘등뼈’‘멍게 뒷맛’에서는 여자가,‘모퉁이’에서는 연인이,‘당신의 바다’에서는 남편이 죽거나, 실종되거나, 아무런 예고 없이 주인공 곁을 떠난다. 이러한 상실이 대개 가장 기본적인 삶의 단위인 가족 관계에서부터 발생한다는 것은 이렇게 열거한 목록에서도 금방 포착되는데,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할머니)의 빈자리이다. 천운영 소설이 가족관계 안에서의 갈등을 그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모퉁이’‘그림자 상자’‘세번째 유방’을 제외하면 형제나 자매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소설들에서마저도 언니, 오빠, 동생은 화자를, 부모 특히 어머니 곁에 가까이 할 수 없게 만드는 경쟁자로서만 그 의미를 지닌다. 천운영 소설 속 주인공들의 어머니에 대한 집착 혹은 애증은 그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다. 최근 한 평론에서는 천운영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로 ‘부재하는 아버지’가 거론되었거니와(남진우, 앞의 글), 이 논자의 지적대로 무능하고 비루한 아버지의 초상은 이 시대 거세된 남성성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물론 아버지가 부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부재하는 아버지’는 실로 오랫동안 우리 소설의 한 테마였고,‘아비-부재’,‘아비-찾기’,‘아비-되기’,‘아비-부정’의 기나긴 순환 속에서 우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 정체성의 근거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존재론적 불안과 함께 지금껏 성장해 왔다고 해도 그리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운영 소설에서 아버지의 죽음, 그 부재의 효과는 말 그대로 그저 ‘없음’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특징적이다. 아버지의 위치가 지극히 주변화되어 있음에도, 이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아들들에게서는 그에 대한 어떠한 연민도, 이를 복권하려는 의지도, 스스로 가부장으로 전신하고자 하는 충동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천운영 소설에서 강력한 입법자로서의 아버지란 ‘세번째 유방’의 아버지를 빼고는 찾아보기 힘들며, 심지어 ‘아버지―법’은 “어머니를 닮은 부라보콘”에게까지 자리를 내준다(‘눈보라콘’);“오직 부라보콘만이 내 운명에 관여할 수 있는 존재(1:90)”다.‘∼하지 말라’가 사라진 자리에서, 가위를 든 “이발사” 아버지가 사라진 바로 그 자리에서,‘나’는 어머니를 마음껏 향유하고자 한다.‘눈보라콘’에서 부재하는 아버지는 그러므로 이후 도래할 어머니의 빈자리를 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그치게 된다. 또 다른 남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아버지의 엉덩이’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버지는 느낄 수 없을 만큼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텔레비전을 본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상을 내려놓고 아버지의 등을 쏘아 본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쇼핑호스트가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소개하고 있다. 앞치마를 두른 쇼핑 호스트는 크기가 각기 다른 밀폐용기를 쌓아놓고 얼마나 저렴한지에 대해 과장되게 말하며 전화주문을 유도한다.(……) 아버지는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관심도 없으면서 조금씩 내려가는 숫자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2:172) 위 장면의 등장인물의 성(性)을 여성으로 치환시켜 놓으면 즉, 아버지와 아들의 식사장면이 아니라 어머니와 딸의 그것으로 바꾸어 놓으면, 우리 눈 앞에 매우 익숙한 광경이 펼쳐진다. 늙은 어머니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딸이 “상”을 차려 들어간다, 어머니의 모습에 “신경질”이 난 딸은 그녀를 “쏘아 본다”, 텔레비전에서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선전하는 “홈쇼핑”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어머니는 숫자판에 넋을 놓고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의 주인공은 분명 아버지와 아들이다. 홈쇼핑 중독자인 아버지의 “게걸스런 주문과 반품”이 “외출”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히스테리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혹은 홈드라마의 역전된 판본이라 할 만한다. 그러나 이 장면을 언급한 것은 이 시대의 ‘아버지 부재’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존재한다. 아버지의 ‘엉덩이’라는 발칙한 상상력이 말해 주듯이 다만,‘어머니 부재’로 세계의 중심을 잃어버린 한 “엄마”의 아들로서만, 아버지는 그렇게 존재할 뿐이다. 이 소설의 아버지와 아들, 두 남성 주인공을 움직이는 숨은 작인은 아버지가 아니라 부재하는 어머니이다. 자신의 어머니 묘소 앞에서 “이제 막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온 갓난아이처럼 우는(2:166)” 아버지는 물론이고, 태어나자마자 잃어버린 “따뜻한 자궁(2:167)”을 그리워하는 아들 역시 포도나무 가지에서조차 “침묵하며 나를 바라보는 할머니(2:182)”를 발견한다. 이들 부자(父子)에게 ‘부재하는 어머니(할머니)’는 모성적 초자아(maternal superego)의 형상으로 그녀의 아들들을 조종한다. 남성인물을 움직이는 모성적 초자아의 형상은 ‘숨’에서는 ‘차가운 자궁’의 이미지를 빌려 섬뜩하게 변주된다. 할머니를 설득하는 마지막 방편인 송치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나’가 불법적인 물먹이기를 감행하다가 경찰에 발각되어 도망치는 대목에서, 단속반의 추격을 피해 숨어든 장소가 높이 2미터, 영하 20도의 “거대한 냉장창고”라는 점을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 추격의 장면이 마치 사냥의 한 대목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점―할머니가 “육식동물”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이 발각으로 인해 할머니의 의사를 거스른 미연과의 결혼이 틀어질 위기에 처한다는 점, 그 안에서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숨을 죽여(1:55)”야 한다는 점 등은 이 냉동고가 ‘나’에게는 공포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얼어붙은 자궁’이 물질화된 것임을 암시한다.‘숨’에서 아들을 숨죽이게 만드는 냉동고가 이처럼 은유적 차원에서 자궁의 부정적 이면을 함축하고 있다면,‘행복고물상’에서 그것은 “유산된지도 모르고 보름 동안이나 자궁 속에 죽은 아이를 넣고 다녔던(1:162)” 아내를 빌려 실체화되고 있기도 하다. 자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자궁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는 천운영의 소설들에서는 빈번하게 출물하면서 작품의 기저음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당신을 둘러싼 바다 밑바닥 같은 어둠”(‘당신의 바다’)과 같은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천운영 소설에서 어둠, 바다는 의미론적인 층위에서 긴밀한 연관관계 속에 놓이는 경우가 흔하며,“깊은 어둠(1:195)”,“어두운 바닷 속으로 깊숙이(1:139)”,“바다 깊숙한 곳(1:156)”,“물 속 깊숙이(1:158)”,“깊은 바다로 침잠(1:136)” 에서와 같이 곧잘 하강 혹은 침잠의 이미지와 함께 나타나는데, 이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최종지점에 어머니―모체―자궁이 자리한다.“탄생 이전의 따뜻한 양수 속으로 돌아가고 있는” 할머니(‘명랑’)나,“태아처럼 몸을 구부리”고 “어머니의 자궁처럼 포근해진 어둠”을 즐기는 아이(‘유령의 집’)는 천운영 소설의 주인공들에서 발견되는 모체―자궁으로의 회귀욕을 보다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천운영 소설에 등장하는 위와 같은 사례들에서 다음과 같은 해석들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무력한 아버지를 대체하는 어머니에게서 아버지-법에 내포된 헤게모니의 일시적인 전복을 읽어낼 수도 있고, 성적 관계의 절대적 방해자로 나타나는 할머니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손자의 서사를 아버지―질서의 외부를 꿈꾸는 딸의 서사의 역전된 판본으로 체감할 수도 있으며, 빈번히 등장하는 자궁 회귀욕으로부터 주체―대상의 이분법에 이전하는 원초적 충동으로서의 모체 회귀욕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 소설들에서는 그것이 의존성이건, 억압이건, 회귀이건 간에 어머니의 부재가 스토리―시간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며,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죽음(‘아버지의 엉덩이’)이나 재혼(‘눈보라콘’)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버려짐이나 내쳐짐의 쓰라린 감각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대상―타자의 상실을 ‘버려짐’으로써 격렬하게 경험하는 인물들은 무엇보다 ‘바늘’‘멍게 뒷맛’‘월경’‘모퉁이’에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이다. 울음보가 터졌다. 엄마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다락 계단을 기어오르면서부터 나는 이미 울고 있었다. 코피가 나올 것처럼 콧잔등이 매큼해지고 입술은 움찔움찔 울음을 품었다. 엄마는 내 울음소리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뒤도 안 돌아보고 걸었다. 내 울음이 엄마를 돌려세울 수 없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울음을 그칠 수는 없었다.(2:100) ‘모퉁이’는 주인공 ‘나’가 ‘엄마’와 헤어지는 인상적인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장면에서 엄마를 잃어 비통한 한 소녀의 심사는,14줄에 걸쳐 집요하게 서술된다. 마치 그것을 영원한 이별이라 예감하는 듯이 소녀는 줄기차게 울어댄다. 그러나 소녀가 그토록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엄마는 단지 아빠의 공장에 밥을 가져다주러 나선 길일 뿐이다. 매일 반복되었을 이 일상적인 엄마의 떠남 앞에서 소녀는 한참동안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를 자신으로부터 떼어놓는다고 생각되는 존재는 “뱃속의 아이”라도 저주하는 소녀,“엄마가 없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악을 쓰고 울었(2:112)”던 그 소녀,“우는 것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2:105)”이었던 바로 그 소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남자”에게는 여전히 “울음소리”로 존재한다.‘멍게 뒷맛’,‘바늘’에서 역시, 어머니와의 이별은 언제나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이며, 성장한 그녀들이 겪는 모든 상실의 밑그림이 된다. 엄마들은 결국 떠난다. 엄마가 떠난 길목을 바라보며 꼼짝도 못하고 있던 그날을 기억하는 ‘나’(‘바늘’)나, 좋은 옷을 차려 입고 기차에 올랐을 때부터 이미 엄마에게 “버려질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당신’(‘멍게 뒷맛’)은, 그런 점에서는 모두 닮은 존재들이다. 이 세 작품에 비해 어머니의 비중이 미미하게 그려진 ‘월경’에서조차, 주인공 ‘나’는 어머니의 화사한 보석함에, 손톱 자른 것, 빠진 머리카락, 상처에서 떼어낸 딱정이와 같이 제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을 모아둠으로써, 뿌리깊은 분리 불안을 드러낸다. 이 소설들에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들은 어린시절, 주로 어머니로 대표되는 대상-타자에게 강렬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되, 필연적으로 그 애착이 거부(혹은 금지)됨을 경험한다. 가령,‘모퉁이’에서 그것은 금지의 양상(“엄마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젖무덤을 헤치는 내 손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나는 엄마의 매정한 손이 야속했다. 엄마는 내게 동생이 생길 거라고 했다. 동생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나는 되우 맞은 사람처럼 휘청거렸다(2:109)”)으로,‘바늘’에서 그것은 거부의 양상(“엄마가 내민 보자기에는 꽤 많은 돈뭉치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스님의 옷을 들고 집을 나섰다.‘나는 그곳으로 가야겠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말이었다.(1:24)”)으로 전면화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금지/거부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욕망은 부인된 형태로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할머니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은 뒤 그녀의 뼛가루를 생전의 할머니가 명랑가루 먹듯 맛보는 손녀가 “내 내부에는 언제나 나를 바라보며 침묵하는 그녀가 있다(2:37)”고 고백하는 것(‘명랑’)처럼, 상실이 일어났을 때 상실을 부인하고 상실된 대상의 속성을 취하여 이를 내면화하는 것이 천운영 소설에 등장하는 멜랑콜리적 주체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면,‘바늘’과 ‘월경’의 ‘나’는 바로 그 길을 간다. ‘바늘’과 ‘월경’은 각각 그로테스크한 인물 묘사와 도착적인 섹슈얼리티로 인해 발표된 직후부터 유독 많은 평자들의 주목을 받아 온 작품들이다. 이 글의 관점에서 역시, 두 작품은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두 소설을 집중적으로 되짚어 보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 단서들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먼저 두 소설 모두 여성 화자들이 이미 유년기를 통과한 이후임에도 여전히 아동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으며 또한 공히 인물이 비성적인 단계―통상적인 의미로―에서 성적인 단계로 이행하는 순간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 인물들은 각각 어머니(‘바늘’) 혹은 아버지(‘월경’)와의 이별을 하나의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반대성(性)의 부모는 거의 무시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단서들로, 이로부터 우리는 천운영 소설에 나타나는 도저한 공격성(/도착성)의, 이면(/연원)을 다시금 집약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바늘’과 ‘월경’에서는 여성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한 쪽 부모의 상실이 그녀들의 자아정체성의 형성에 결정적인 기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바늘’에서는 그로테스크한 삽화가 여러 번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다음의 세 장면은 특히 문제적이다;(1)먼저, 죽어가는 새끼고양이. 간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절에서 살던 시절 ‘나’는 “어미고양이의 날카로운 울부짖음(1:20)”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새끼고양이를 변기통에 버리고는 그 변기통 속으로 고양이가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2)다음으로, 전쟁기념관에서의 상상. 전쟁기념관에서 ‘나’는 전시된 무기들을 하나씩 꺼내 스님을 공격하는 불온한 상상을 해보지만 스님의 심장이 관통당하고 내장이 갈가리 찢기고 발에서 피가 솟구쳐도, 그녀는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좀더 강인하면서 잔인한”“엄마가 할 수 있는 그런 방법(1:21)”이 아니었기 때문에.(3)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자살 소식 직후 행해지는 육식. 형사로부터 어머니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들은 ‘나’는 의연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고기 한 점을 집어 먹으며, 바위에 찢긴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보지만 ‘나’의 머릿속엔 “여자의 하얀 알몸만 떠오를(1:31)” 뿐이다;상식적인 수준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들이 무대화되고 있는 이 세 장면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러니까 ‘나’의 공격적인 행위의 메커니즘을 해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자. 첫 번째 장면에 대한 질문 하나. 어미고양이에게서 떨어져 나와 변기통 속으로 빠져 들어간 새끼고양이는 마찬가지로 버려진 ‘새끼’인 ‘나’의 분신과 다름 없을 터. 그렇다면 이 장면은 ‘나’에게 지극한 고통을 유발했을 것임에도 왜 ‘나’는 이를 스스로 자행하며 게다가 “오랫동안”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일까? 마조히스틱한 쾌감 때문에?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상실이 곧 결핍을 부른다는 오래된 통념은,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 앞에서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자아가 포기된 대상의 심리적 저장고이며 상실된 대상은 구성적 동일시의 하나로 자아 안에 거주하면서 자아와 함께 출몰한다는 사실은 일찍이 프로이트가 ‘자아와 이드’에서 기술한 바 있으며, 버틀러는 그러하기에 사랑하는 대상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대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위상을 외부적인 것에서 내부적인 것으로 전이하는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J 버틀러, 앞의 글). 즉, 상실에 대처하는 멜랑콜리적 전략은 역설적이게도 상실 자체를 무화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나’가 새끼고양이를 변기통 속에 버릴 수 있었던 까닭으로 이미 그녀의 자아 안에, 거부된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어머니가, 멜랑콜리적 동일시를 통해 그 자아의 일부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할 수 있을 듯하다. 어머니는 내 안에서 나와 함께, 숨쉰다! ‘나’의 행위에서 ‘나’의 위치와 어머니의 위치가 이중적으로 얽혀있는 것은 이러한 내면화의 결정적인 증거다. 버려짐과 버림을 동시에 구현하는 새끼고양이의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스님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상상이나, 자살 소식 직후의 육식 또한 마찬가지의 메커니즘 아래에서 작동한다. 스님을 공격하는 것은 자신으로부터 어머니를 빼앗아간 존재에 대한 응징이라는 점에서 그 일차적 의미가 있지만, 그 방식은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던 방법 혹은 어머니가 스님을 살해했던 바로 그 방법에는 미치지 못하기에 ‘나’는 그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수가 없다.‘나’가 공격으로부터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그녀의 내부에서 그녀와 함께 공존하는 어머니의 시선 바로 그것을 체현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기 한 점을 씹어 삼키면서 찢겨진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는 그녀로부터 우리는, 어머니가 여전히 ‘나’에게는 알몸의 여자로 현현하는 에로틱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유추함과 동시에,“상실하기보다는 차라리 조각내고 분해하고 자르고 삼키고 소화하고”자 하는 곧, 대상을 먹음으로써 그 대상을 제 안에서 부활시키고자 하는 멜랑콜리적 식인 행위의 환상(J 크리스테바,‘검은 태양’)의 한 풍경과 마주하기에 이른다. 정신이 아득해져온다. 가슴 한쪽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솟구쳐 올라온다. 나는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그리고 그가 했던 것처럼 팔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한다. 누구를 향해 팔을 휘둘렀는지 모른다. 푸른 모자가 튀어오른 것 같기도 하고 계집의 찢어지는 목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1:83) ‘바늘’에서와 같이 유년기를 통과한 이후에도 여전히 아동으로 남겨진 듯한 여성 주인공은 ‘월경’의 ‘나’로 재등장한다.‘월경’의 ‘나’는 스무살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월경(越境)하지 못한 채 바로 그 경계 위에 서 있다.‘나’의 말을 빌리자면 ‘나’의 “몸은 작정이라도 한 듯 자라기를 멈추었다(1:62).” 이 소설의 주된 관심사가 바로 그 경계를 넘어서는 한 순간에 있다는 것은 제목에서부터 암시되는 바다. 그런데 ‘바늘’과 마찬가지로 한쪽 부모의 상실을 초점화하고 있는 이 소설을 전작 옆에 나란히 놓고 따져볼 때 새롭게 부각되는 측면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그 상실이 ‘나’의 젠더 정체성 형성에 개입됨으로써 ‘나’의 젠더 정체성을 매우 불안정하게 구조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월경’에서는, 천운영 소설에서는 이례적으로, 어머니의 떠남이 아니라 아버지의 떠남이 ‘나’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나’가 떠나버린 아버지를 하나의 이성으로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 또한 수차례 등장한다. 그녀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칭하지 않고 ‘그’라고 지칭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인상을 강화하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소설은 일렉트라 콤플렉스의 천운영식 판본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울 듯하다. 그러나 프로이트에게 이성부모에 대한 근친상간적 욕망과 그 욕망의 금지가 여아에게 여성성을 최종적으로 선사하는 것과는 달리 이 소설에서 ‘나’의 젠더 정체성은 오히려 남성의 그것에 가깝게 드러나고 있어 차별적이다. 즉,“가슴도 가슴이지만 계집의 엉덩이는 정말 탐스럽다. 표주박 두 개를 나란히 놓은 듯 완만한 곡선을 이루다가 툭 불거지는 모습이 여간 아니다(1:70)”라는 구절을 비롯한 소설의 여러 대목에서 나타나듯이 ‘나’는 “은하수 계집”을 성인 남성의 시선으로 욕망하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여러 평자들로 하여금 ‘월경’을 도착적 섹슈얼리티가 전경화된 소설로 주목하게 한 주요한 요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함께 트럭 짐칸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면 온 우주가 우리를 중심으로 돌았고, 별들은 작은 이슬방울이 되어 우리의 배 위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1:63)”에서와 같이 지극히 감상적으로 또 지극히 여성적인 시선으로, 떠나버린 아버지를 기억하고 또 애타게 그리는 ‘나’가 어떻게 동시에 “은하수 계집”을, 그것도 저러한 시선으로 욕망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불균형은 작가가 도발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몰두한 나머지 그 일관성은 신중히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함에 불과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상실한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내면화하고자 했던, 그럼으로써 상실로 인한 상처를 무의식적으로 무화하고자 했던 ‘바늘’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월경’의 ‘나’ 역시 상실한 아버지를 그러한 방식으로 제 속에 부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즉, 그녀의 자아 안에, 상실된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아버지가, 그 자아의 일부로서 공존하고 있다고 말이다.“은하수 계집”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이에 대한 한 근거가 됨은 물론이거니와,‘나‘가 “은하수 계집”을 여러모로 ‘그녀(어머니)’와 견주어 보면서 ‘그녀(어머니)’의 분신처럼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설의 클라이맥스에 위치하는 사건 곧,“은하수 계집”과 “푸른 모자를 쓴 사내”의 정사장면을 ‘나’가 목격하고 그들을 공격하는 그 사건에서,‘나’가 ‘그(아버지)’의 위치를 그대로 반복함으로써, 과거의 ‘그(아버지)’―‘그녀(어머니)’―“낯선 남자”의 구도를, 현재의 ‘나’―“은하수 계집”―“푸른 모자를 쓴 사내”의 구도로 전이시키고 있다는 점은 그 결정적인 증거로 제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요컨대 ‘월경’에서 ‘나’는 아버지를 욕망하는 데서, 아버지의 욕망을 그리고 아버지가 욕망할 것이라 추정되는 대상을 욕망하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나’의 젠더 정체성의 혼란을 초래한 근본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메커니즘의 시발점에 현실에서의 상실을 절대로 수락할 수 없는 멜랑콜리적 주체의 내면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읽는 이를 순식간에 포박하는 천운영 특유의 자질 뒤편에 도사리고 있는 상실과 박탈의 어두운 그림자……, 누군가는 사라지고 그 사라짐이 가족 내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저토록 결정적인 흔적을 남긴다. 그리하여 이 작가에게 가족은 천운영식으로 표현하자면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 같은 유령의 집(‘유령의 집’)” 즉,‘아가리(구강기)’적 욕구에 충실한 “괴물”스러운 인물들이 집 안을 떠도는 “유령”의 “어두운” 그림자와 씨름하는 전쟁터나 다름없다.“핏줄”과 얽혀진 인간 욕망의 가장 원초적인 그래서, 들여다보고 싶으면서도 그러기에는 두려운 “하수도” 속 같은 “어둠”이야말로 이 작가의 해부 대상인 것이다. 이어지는 ‘유령의 집’의 다음과 같은 대목을 보라;“보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들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그 이면에 삶은 존재하니까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려고 해보세요. 그건 때때로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겁니다.” 천운영이 꾸며놓은 유령의 집을 방문한 독자에게 이 보다 더 친절한 안내가 또 있을까. 천운영은 이렇게 근본적인 상실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그것도 가족 내부에서 끈질기게 문제화한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문단에서는 매우 독특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배수아, 백민석 같은 바로 앞선 연배의 작가는 물론이고, 비슷한 연배이며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정이현이나 김윤영에 견주어 보아도 이는 이 작가 특유의 자질이다. 앞서 살펴본 작품들에서처럼 특히나 천운영은 가족 안에서의 상실을 한 인간을 배태해내는 결정적인 그 무엇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제 전환을 맞을 때가 온 것은 아닐까.‘늑대가 왔다’나 ‘그림자 상자’와 같은 비교적 근작들에서는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파괴적 욕구가 분출되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물론 가족이 부여한 운명으로부터의 탈출은 아직 환상 속에서만 가능하고 결국에는 처참한 결말을 맞지만 말이다. 앞으로 이 작가에게 “배꼽을 버리고자 하는(‘그림자 상자’)” 욕구가 앞설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운명론에 더 깊숙이 천착할 것인지, 우리는 이 작가를 계속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당선 소감 하루 평균 서른 통 정도의 전화를 받고 또 그만큼의 전화를 하며 두 해를 보냈다. 맞춤법을 묻는 전화부터 부고를 알리는 전화까지.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일도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하며 또 누군가의 수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 역시 그리 다르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누군가의 호소에 응답하는, 그러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마음껏 공부할 수 없어 애태우던 나날들이었지만 헛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족함을 스스로 잘 알기에 당선은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다. 응모한 글에 미덕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공이 아니라 주위 여러분들의 은덕이다. 국문과 은사님들과 조남현 지도 교수님,202호와 326호에서 동고동락했던 선후배 동료들, 이 분들께 더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다. 결점이 많은 글을 너그러이 감싸주신 김윤식 선생님과 정과리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결같이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언니, 동생, 오랜 벗들에게는 쑥스럽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고백하건대,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나는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이제는 다른 길을, 그것도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쓸쓸하다. 그러나 약속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세상을 향한 내 새로운 수화기를 함부로 놓지 않겠노라고. 그것이 지금 주어진 이 지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길인 것 같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약력 ▲1976년 대구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이번에도 평론의 기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 이론에 대한 지식을 과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설익은 개념들이 횡행하면서 작품을 파괴하거나, 작품과 겉도는 독무를 추는 글이 적지 않았다. 이론이 문학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니 배울수록 좋다. 그러나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니 작품 분석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작품은 네 편이다. 김수영의 시를 다룬 정경은의 ‘생활의 뒤란, 시’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김수영의 시를 장식해가면서 시의 변주를 다룬 재미있는 글이다. 그러나 그 상상력이 김수영 시의 이해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장욱과 김행숙의 시를 다룬 송승환의 ‘청동 방패를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은 동일성의 부정이라는 기본적인 전제 하에 새로운 시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한 글이다. 꼼꼼한 분석이 돋보이고 설득력도 있었다. 오랫동안 시를 써본 사람이라는 짐작이 간다. 다만 구도가 지나치게 단순한 게 흠이었다. 최윤의 세 장편을 분석한 허병식의 ‘진정성의 서사와 주체의 귀환’은 ‘기원의 부재’라는 현대 이론의 신화에 깊이 침윤된 글이다. 그래서 마치 소설이 그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씌어진 것처럼 읽었다. 그것이 약점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주체의 귀환이라는 명제를 끌어낸 것은 글쓴이만의 독창적 사유의 결과이다. 전체적으로는 대상 작품에 들어맞았지만 세목들에서는 무리한 적용이 많았다. 천운영의 소설 세계를 해부한 차미령의 ‘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은 ‘등뼈’ 이미지를 천운영 소설의 핵심 징조로 보고 그것으로부터 소설의 무의식의 ‘작업’과 변주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파고든 글이다. 분석과 해석이 요령을 얻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기존의 상식적인 해석을 뛰어넘으려는 패기가 돋보였다. 마무리를 서둘러 처리했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글 전체가 보여준 가능성은 그런 약점을 무시해도 좋게 하였다. 당선을 축하한다. 김윤식·정과리
  • [송두율 칼럼] 통일공간, 한반도의 꿈

    [송두율 칼럼] 통일공간, 한반도의 꿈

    지난해 한국 사회에 뜨거운 이념과 사상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경계인’ 송두율 교수의 칼럼을 싣습니다.‘송두율 칼럼’은 격주로 수요일자에 게재됩니다. 송 교수는 칼럼에서 분단의 현실, 진보와 보수, 통일문제 등에 대해 철학적이고 분석적인 시각을 전해줄 것입니다. 송 교수는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독일로 출국, 현재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았다. 우리의 삶을 항상 규정하는 시간과 공간개념 가운데 어느 것이 보다 더 본질적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이에 대하여 많은 학자들은 대체로 시간개념이 더 본질적인 것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파리에서 오랫동안 망명생활을 했고 또 그 곳에 묻힌 독일시인 하이네는 파리에서 기차를 처음보고 기차로 인해 공간은 살해되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역시 긴 망명생활 끝에 런던에서 생을 마감한 마르크스도 ‘정치경제학비판대강’속에서 교통수단에 의해서 공간은 이미 와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요히 정지하고 있는 ‘공간’에 대하여 역동적인 ‘시간’을 보다 중시해온 이러한 사고는 오늘날 ‘세계화’로 일컬어지고 있는 변화와 더불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빨리, 빨리”라는 말처럼 속도의 중요성을 극도로 강조해왔던 우리 삶의 양식은 ‘지구화’와 ‘정보화’ 속에서 시간에 의한 공간지배를 알게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국을 하루생활권으로 만들고 있는 고속철의 등장도 그러한 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원래 독일 말의 ‘공간(Raum)’은 울창한 숲 속에 삶의 터전을 세운다는 어원에 기초하고 있다. 즉 공간은 인간행위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공간은 그저 인간이나 사회를 담고 있는 ‘그릇’과 같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공간은 인간과 사회의 종합적 관계 속에서 적극적으로 설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공간’을 흡사 인간이나 사회를 담고 있는 ‘그릇’처럼 보고 있는 통념은 사실 정치적인 공간을 경제적 또는 사회적인 공간과 동일시했다. 이로 인해 ‘국민경제’와 같은 제한적 개념을 낳았고 이는 ‘지구화’라는 오늘의 변화를 이해하기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공간개념은 더 이상 무의미한 것인가. 그러나 정보화와 도시발전의 상관관계를 보면 ‘지구화’로 인해 형성된 오늘의 ‘그물망사회’에서 공간은 오히려 시간을 조직하고 있다. 전세계를 상대로 움직이는 ‘지구적 기업’들이 도사리고 있는 새로운 공간인 ‘정보도시(Informational Cities)’나 ‘지구적 도시(Global Cities)’는 지구의 여러 시간대의 존재를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런던, 도쿄와 같은 이러한 공간은 이제 ‘지구화’를 구체화하면서 또 지역화하고 있는 터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또 ‘지구화’의 과정이 구체적 ‘장소’가 지니는 사회적 삶의 관계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지구적 지역화(Glocalization)’라는 새로운 단어도 생겼다. 이는 구체적 사회적 공간이 ‘지구화’의 과정 가운데도 우리의 ‘집단적 기억’을 생산하는 특권을 여전히 누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지구화’가 요구하는 시간척도로 인해 한반도라는 기존의 공간개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처럼 역사를 통해 미래의 공간을 확충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이 오히려 오늘 우리 주위의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남북이 그동안 각각 구성해온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공간개념들을 서로 확인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남북이 이제 국토의 종합적 발전, 나아가 이를 동북아적 시야에까지 투영시키는 장기적 전망에 대해서 함께 지혜를 모으는 일이 그러한 출발의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우리는 이미 ‘메이드 인 개성’ 시대를 맞고 있지 않는가. 현대의 문턱을 들어서면서부터 인간은 공간보다는 시간에 의해서 지배되었다고 하지만 필자는 새로운 시간 단위인 새해를 맞으며 오히려 공간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공간에 대한 ‘집단적 기억’은 바로 그 사회의 꿈이다. 남북은 각각 60년 동안이나 훼손된 공간개념 속에서 살아 왔다.‘통일원년’이라는 시간개념과 함께 이제 ‘통일공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반으로 갈라진 한반도의 지도로부터 얻은 분단의 공간개념에서 우리는 통일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박기철의 플레이볼] 스카우트를 키우자

    [박기철의 플레이볼] 스카우트를 키우자

    2005년은 이 땅에 야구가 들어온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미국 최초의 스포츠 재벌인 앨버트 스폴딩이 야구 보급을 목적으로 자신의 프로야구단을 이끌고 세계 일주를 했던 것이 1888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 야구는 출발이 상당히 빨랐던 셈이다.100년이 지나면서 프로야구의 태동 등 급성장을 이룬 것이 사실이나 낙후된 시설, 경기 침체, 영화나 게임 같은 경쟁 오락, 스키나 골프 등의 경쟁 레저로 인해 국내 야구 인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아무런 제한없이 안방까지 침투하는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국제 스포츠와도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런 사태는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다. 일본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미국도 경쟁 스포츠에 유망주를 빼앗기기는 마찬가지다. 수 없이 쌓인 문제 가운데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선수 시장이다. 사실 선수의 기량을 파악하고 계약하기란 어려운 문제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매년 계약하는 선수중 정작 빅리그 무대를 잠깐이라도 밟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신인이다.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오는 선수는 훨씬 비율이 높고 거액을 들여서 모셔오는 FA는 80% 이상 제몫을 해낸다. 이들은 최소한 마이너리그부터 검증을 받아 성공 확률이 높다. 한국은 외국인선수 시장이 개방된 이후 우즈나 브룸바 같은 성공 사례도 있었고, 채 한 달도 못돼 보따리를 싼 사례도 있다. 성공 확률은? 투입 비용에 대비하면 아무리 좋게 보아도 50%가 못 된다. 한국에 온 선수들도 최소한 마이너리그 이상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기량 검증이 된 선수들이다. 실패한 선수들은 모두 문화 적응 실패인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 구단이 스카우트에 대한 투자 비중이 낮고, 특히 외국인선수에 대해서는 더하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메이저리그는 이미 1974년부터 구단이 공동으로 스카우트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1985년에는 피터 위베로스 커미셔너가 이를 커미셔너가 직접 관장하는 조직으로 흡수, 활동 영역을 세계로 넓혔다. 현재는 34명의 상근 스카우트와 13명의 비상근 스카우트가 전 세계의 선수를 대상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각 구단에 배포한다.6월에는 미국을 순회하며 트라이아웃 캠프를 열고, 매년 한두 차례 스카우트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애리조나 가을리그나 도미니카 겨울리그를 대상으로 이론과 실무 교육을 철저히 실시한다.600명의 졸업생 중 70% 이상이 야구에 종사하고 있다. 국내 적은 유망주도 놓치지 않아야 하고, 외국인선수도 귀중한 외화를 들이는 만큼 실패 사례를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능한 스카우트의 양성이 절실하다. 우리 스카우트의 파견 교육, 외국의 유명 스카우트의 초빙 교육, 공동 트라이아웃 캠프 운영 등은 야구 전체를 살리기 위한 일이다.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흔한 풍경/김미령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흔한 풍경/김미령

    흔한 풍경김미령 시청 앞 작은 연못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비단잉어가 산다몰락한 귀족처럼 느릿느릿 헤엄치면양귀비꽃 수면에 비쳐온다우리는 그걸 주홍빛 슬픔이라 부른다 허기진 햇빛이 정수리 위에 어른거린다메마른 광장의 오후 2시가 아가미 속을 들락날락하는지루한 염천(炎天)의 대낮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벽을 두드려보듯 지느러밀 움직여물의 파동을 느껴본다배에 와닿는 물의 감촉이 따스하다 눈앞이 침침해지고부터는 소리에 집착하게 된다 좁고 가늘어진 바람소리공중에 박음질하듯 이따금 지저귀는 새소리무수한 소문들이 물기를 머금고 부풀었다 사라진 벤치에빈 종이컵이 실신할 듯 입벌리고 있다 새우깡을 무심히 던지던 손이 오래 들여다보고 있었던 건 무엇일까生의 마지막 들숨을 쉬듯 물위로 솟구칠 때 무심코돌아서던 누군가의 하얘진 귓불을 보았을 수도 그때 잠깐 흔들린 듯눈을 깜빡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서로가 엿본 것은 아무 것도 들킨 것 또한 아무 것도 없다 다만 그 동안에도애초에 누구의 관심거리도 아니었다는 듯개미들이 떨어진 여치 다리를 십자가처럼 옮기고 있었고체인을 오래 매만지고 있던 자전거 옆으로 은색 승용차가서류뭉치를 신생아처럼 안고 급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모두 외로움을 흙먼지처럼 껴입고 있지만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벤치 밑에 조금 구부러진 쇠뜨기풀이 다시 일어서는 동안내 어슬렁거림은 어떤 사소함에 비유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보이지 않게 어긋나도록 돼있는 정교한 교차로 같은 일상 속에서도무언가에 열중하는 순간 누구나제 몸에 딱 맞는 표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므로 모두 서로에게 그림 속 배경일 뿐이라는 듯과자 부스러기들이 바람에 흩어진다 ■ 시 당선소감 막 외출하려던 참에 옷장에서 휴대전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전화를 깜빡 잊고 나가려던 참인데 간신히 받은 전화 속 상대방은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였다! 나는 실감을 도둑맞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했다. 무슨 일의 ‘기미’는 그렇게 희미하게 온다. 시가 내게 오는 방식도 그러하다. 시의 기미를 다행히 감지했을 때 나는 납작하게 엎드려 코를 벌름거리며 그 냄새의 방향과 거리와 크기를 탐색한다. 그리고 그것의 실체를 확실히 기억해둔 뒤에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유유히 사라진다. 며칠동안은 부단히 그 실체의 환영에 시달리다가 내림굿을 받듯 어느 날 정신없이 받아 적곤 한다. 그러나 날것의 실체를 온전히 내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해 좌절을 맛보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보편성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감동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평범한 감정들을 아름다운 충격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부터 내 시 쓰기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아웃사이더 같던 내 말들과 행동이 조금씩 보편성을 찾아가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점점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가 나를 세상에서 구원해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시가 내 속에서 나를 구원해 줄 것이라 확실히 믿고 있다. 오래된 일기장들이 꽂혀있는 책장을 보며 시 비슷한 것을 끄적거리기 시작한 10년 전 일이 생각난다. 그때 내 시를 처음 읽어봐 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주신 남송우 교수님, 한동안 외면했던 시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시기에 훌륭한 스승이셨던 손진은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든든한 후원자인 남편과 철의 여인 엄마, 가족들, 또 함께 기뻐해 준 선화, 희경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약력 1975년 부산 출생 부경대 국문학과 졸업 ■ 심사평 예심을 거쳐 두 선자에게 전해진 작품들은 다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응모작들에 결정적인 그 무엇이 모자란다는 인상을 주었다. 발상의 참신성이 돋보이는 작품은 흔히 언어의 밀도가 따라주지 않았고 감각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작품은 호흡이 짧다는 인상을 주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정신을 엿볼 수 있는 패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아쉬움을 주었다. 치열함이나 당돌함이 제거된 시적 수련이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상념에 젖게 했다. 결국 선자들은 최종적으로 당선권에 근접했다고 여겨지는 네 명의 응모자의 작품을 추려내 논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김미령의 ‘흔한 풍경’이 마지막으로 낙점을 받게 되었다. 얼핏 보아서 무더운 날의 나른한 도시 풍경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별 무리없이 부각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흔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 현실의 단면에 대한 담담한 소묘가 돌연 삶의 무상함을 환기시키는 절실성을 획득하고 다가온다.“공중에 박음질하듯 이따금 지저귀는 새소리”나 “보이지 않게 어긋나도록 돼 있는 정교한 교차로 같은 일상”같은 표현도 대범하게 씌어진 듯하지만 응모자의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짐작하게 한다. 함께 투고한 다른 작품들도 다 일정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어 한층 믿음이 갔다. 앞으로 자기만의 개성적인 시세계의 구축에 보다 신경을 쓴다면 한 뛰어난 신인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최종심에서 논의된 작품 가운데 김영수의 ‘들키지 않은 걸음걸이’나 ‘어두운 독서’는 선자들을 오랫동안 망설이게 했다. 시에 담긴 사유의 깊이가 만만치 않았으나 그것이 시를 너무 건조하게 만든 감이 있고 불필요한 추상어의 남발도 거슬렸다. 이밖에 ‘오징어 등불’을 투고한 이병일과 ‘사나운 연어떼가 밀려갔다’의 박성현도 숙련된 솜씨를 선보이고 있지만 충분한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하고 다른 응모자들에게도 분발과 정진을 부탁드린다. 김명인·남진우
  • [이승일의 PSAT 특강]언어영역

    ●문제 다음 글을 읽고 이해한 것으로 옳지 못한 것을 (보기)에서 모두 고르시오. 비정규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생활과 그 규모의 확산은 이 사회로 하여금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도록 할 것이고, 결국은 이 사회의 건강을 훼손하게 될 것이다. 미시적으로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안정적인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기업에 패널티를 부과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사회와 노동자 개개인에게 전가하는 악성기업들에 특혜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정부는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일변도의 정책을 철회하고, 일정한 수준의 규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 규제는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의 제반 권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특히 비정규 고용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그리고 기존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차별적인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제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한편으로는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발생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 노동자에게 배정된 특정한 업무영역의 보상수준을 정규 노동자에게 배정된 여타 업무영역의 보상수준보다 낮게 책정하는 것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21세기 한국노동운동의 현실과 전망(2002),p,154∼155, 이주희 엮음, 한울아카데미) (보기) ㄱ-비정규 노동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고비용 발생이라는 문제점이 야기되고 기업들은 노동자에 대한 인사관리와 관련하여 인과응보의 정당한 결과를 얻게 된다. ㄴ-필자는 비정규 노동자의 부당한 대우를 철폐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 대하여 취해 온 지금까지의 규제 중심의 정부의 정책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ㄷ-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구체화하기 위한 합리적 기준을 설정하여 노동시장에 원칙적으로 적용하면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모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ㄹ-비정규 노동자 문제에 대한 해결은 법률에 의한 것보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윤리성 함양을 통한 방법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ㄱ,ㄷ (2)ㄱ,ㄷ,ㄹ (3)ㄱ,ㄴ,ㄷ,ㄹ (4)ㄴ,ㄷ,ㄹ (5)ㄴ,ㄹ ●풀이 및 정답 ㄱ-‘미시적으로는∼악성기업들에 특혜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ㄴ-‘정부는∼정책을 철회하고’ ㄷ-‘다른 한편으로는∼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ㄹ-‘법·제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정답은 (3). ------------------- ●문제 제시문의 논리로 보아 홉스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진술을 고르시오. 홉스는 정신적 실체로서의 자아란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이 자기의 원인이 되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우리의 사유 안에 생겨나는 지각들의 모든 원인은 외부에 존재하는 물체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므로 외부의 물체에 의해 생겨나는 지각의 다발이 정신이라면 정신이란 단순히 운동하는 하나의 물체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중략) 홉스는 갈릴레오를 따라 세계를 구성하는 물체란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지를 자연적 상태로 하지 않으며 항상 운동 상태에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정지 또한 반대되는 운동과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운동의 한 형태로 이해하고 있다. 홉스가 말하는 운동이란 위치의 이동(local motion)으로서 “하나의 장소의 연속적인 포기와 한 장소의 연속적인 취득”으로 정의된다. 모든 물체는 그 자체에 아무런 운동의 원인을 지니고 있지 않기에 물체의 모든 변화와 운동은 다른 물체의 운동에 의한 우유성(偶有性·accident)의 생성과 소멸로 인해 일어난다. 이때 우유성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능동자(agent)이고 우유성의 변화를 겪는 것이 수동자(patient)인데 수동자의 우유성의 변화를 결과(effect)라고 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능동자의 우유성을 능동인(能動因·efficient cause)이라고 말한다. 바로 이같이 연속적으로 운동하는 물체들만이 유일한 실재라는 유물론적이며 기계론적인 세계관이 바로 홉스의 세계관이다.(자연과학에서 문예비평으로(1999),p.80~82, 이태하 지음, 프레스리) (1)인간 행위를 포함하는 자연계의 모든 현상은 인과 계열을 쫓아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2)철학이란 인간에게 실질적인 유용성을 줄 수 있는 운동의 발생적 원인을 밝히는 추상적인 인식활동의 산물이다. (3)인간이 이 세상에서 획득하는 지식의 일부분은 경험으로부터 유래하기도 한다. (4)‘정지’라고 하는 상태는 ‘운동’이라는 상태와는 완전히 상반되므로 둘 사이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5)인간은 외부의 자극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고도의 사고능력을 소유하며 살아간다. ●풀이 및 정답 (1)‘물체의 모든 변화와 운동은 다른 물체의 운동에 의한 우유성偶有性·accident)의 생성과 소멸로 인해 일어난다.’정답은 (1).
  • [부동산 어떻게 될까] ‘침체 터널’에 갇힌 집값…거품 더 빠질듯

    [부동산 어떻게 될까] ‘침체 터널’에 갇힌 집값…거품 더 빠질듯

    부동산 시장에는 언제쯤이나 따스한 햇볕이 들까. 지난해 내내 부동산 시장을 짓눌렀던 무거운 구름이 걷히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기를 정부나 투자자 모두 바라고 있다. 하지만 바람일 뿐 올해에도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비구름이 길게 드리워지면서 침체의 정도가 지난해보다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갖가지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짧은 시간에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시장은 일반 경기 흐름이나 정책의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일반 경기 침체는 곧바로 기업 투자 감소와 긴축 경영으로 이어지고 파장은 금융권의 돈줄 죄기로 번지기 마련이다. 불똥은 곧 부동산 시장 침체로 옮겨 붙는다. 때문에 일반 경기가 침체하면 부동산 시장은 바로 고꾸라지고 원상태로 되돌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일반 경기 침체는 외환위기 때와 다르게 해석된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친 내수부진, 기업 투자의욕 감퇴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겹쳐 일어난 침체로 보아야 한다. 갑작스럽게 맞은 KO펀치가 아니라 그로기상태에서 당한 타격이라서 회복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도 투기억제정책,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 세제 강화 등이 겹쳐 하루아침에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 주택 주택경기는 특히 일반 경기와 정책변화에 바람을 많이 탄다. 그런 면에서 새해 주택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깊은 불황이 점쳐진다. 지난해 워낙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쉽게 회복할 수 있는 기력을 잃은 데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옥죄기 주택정책 기조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아파트값은 새해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 하락 기울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외곽과 서울 변두리에서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순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새해 집값·전셋값의 동반하락을 점쳤다. 김 박사는 집값은 연간 3% 정도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과잉과 투기억제책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을 원인으로 꼽았다. 크게 증가한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격한 수요감소를 가져왔다고 보는 견해다. 올해 신규 입주 주택은 지난해 입주 물량(44만 8000가구)보다 많은 52만가구 정도로 예상된다. 무주택자가 줄어들어 수요는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증가한다. 지난해 15만 5000가구 수준이던 신규 아파트 물량이 새해에는 19만 5000가구로 4만 가구가 늘어난다. 공급 과잉은 투기억제 대책과 맞물려 가격 하락을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전셋값은 하락폭이 더 커 연간 4∼5%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신규 아파트 입주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과 역전세난 확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전략연구소도 올해 집값이 평균 3∼4%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매매가는 3.5%, 전셋값은 5.0%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의 변화도 집값 하락을 더욱 부채질한다.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실시 방침이 나오면서부터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곤두박질친 것만 보아도 집값이 정책의 흐름에 얼마나 민감한 지 알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주택가격 공시제, 과표 현실화 등도 아파트값 하락을 압박하는 수단이다. 다주택·고급주택 보유 자체만으로 무거운 재산세를 물리는 종부세는 수요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실거래 기반의 과표현실화 역시 아파트 거래를 오므라들게 하고 있다. 아파트를 사고팔 때 내는 거래세가 지금보다 3∼4배 올라가기 때문에 거래 자체가 끊긴다. 주택가격공시제 역시 집값을 실거래가에 맞춰 매기는 제도로 세금 줄이기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만큼 거래 욕구를 크게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청약시장도 불황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지방 아파트 시장 미분양은 그만두고라도 분양성이 좋다는 수도권까지 빈집이 늘고 있다. 수도권은 새해에 입주물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시장 침체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다만 판교신도시는 사상 최고의 청약경쟁률이 예상된다. 투기과열지구 해제, 분양권 전매금지 완화 정책의 변화가 따르는 지역도 청약시장이 다소 움직일 수 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토지 집값 하락 예상과 달리 토지 시장은 약보합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거래가 증가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호황은 기대할 수 없지만 주택보다는 거래 규제 강도가 느슨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토지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국책사업 착공, 택지지구 개발지구 주변은 소폭이나마 오를 가능성도 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새해 땅값을 지난해(3.0%)보다 둔화된 1∼2%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토지공사는 평균 0.6%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건설경제협의회는 전반적으로 땅값 상승률은 둔화되나 신도시 건설지역 및 지역균형발전계획에 따른 개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연간 3% 정도의 상승률을 점쳤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투자의욕이 감소하고, 충청권을 중심으로 불었던 사재기 바람이 진정되고 있는 것을 근거로 한다. 각종 지역개발 호재가 이미 반영돼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고 가격도 오를 만큼 올라 추가 상승 여력이 소진된 것도 더이상 가격 상승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하지만 국지적인 상승이 예상되는 곳도 있다. 충청권도 신행정수도 건설 후속대책이 최종 확정되면 주변 토지 시장이 다시 꿈틀거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당초 후보지로 예정했던 연기·공주지역 토지를 사들이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르면 2월말 행정수도의 윤곽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도시 주변, 공공기관 이전 예정 지역은 땅값 상승과 거래 증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 대규모 택지개발지역 주변 땅값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 농지, 임야 등이 빠지면서 유동 자금이 주택에서 토지로 이동할 가능성도 커졌다. 농지법 개정으로 도시민의 농지 소유 제한 완화도 땅 투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급등이나 거래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오피스 상가·오피스 시장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상가 부진을 예상하는 근거는 뭐니뭐니 해도 내수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음에 따라 문을 닫는 업소가 늘고 있는 추세다. 소형 상가뿐 아니라 대형 상가도 입점이 안 된 경우가 수두룩하다. 권리금은 그만두고 보증금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오는 4월부터 선시공 후분양제도가 도입되면서 분양규제도 따른다. 이에 따라 공급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법 개정에 따라 상가도 토지매입과 건축허가를 마친 뒤 공개분양을 실시해야 하므로 안전한 투자여건이 조성되겠지만 공급 비용을 증가시켜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 시장도 밝지 않다. 경기침체로 신규 창업이나 사업 확대를 꺼리는 바람에 사무실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무실 면적을 줄여 이사하는 경우도 흔하다. 빈 사무실 증가와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오피스 정보를 제공하는 샘스에 따르면 서울 중심권과 강남권 등 대형 빌딩이 밀집한 곳에서 공실률이 증가하고 임대료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 도심이나 강남권역도 공실률이 5%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흔히 연초에는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렸으나 파이낸스센터, 흥국생명 빌딩 등 대형 빌딩에도 빈 사무실이 늘어나고 있어 새해 임대료 상승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 외곽 빌딩들은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돌리면서 임대료를 깎아주고 있는 추세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역사속의 을유년] 60년전 한반도엔 ‘희망의 물결’

    [역사속의 을유년] 60년전 한반도엔 ‘희망의 물결’

    을유년(乙酉年)은 ‘희망의 해’다.60년 전 35년간의 일제 강점을 털어내고 광복을 맞은 것이 서력(西曆) 이후 서른두번째의 을유년이었고, 오늘 맞은 새해는 바로 서른세번째 을유년이다.60년 전 을유년에 온 나라 구석구석 넘실댔던 기쁨과 희망의 물결만 생각해도 새해 아침은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 이전에 지나간 서른한번의 을유년을 돌이켜보건대, 우리 선조들도 비교적 평화로운 한해를 보냈던 것으로 보아 새해는 커다란 희망을 가슴에 품고 시작해봄직하다. 세계적으로도 2차대전 종결 및 니케아종교회의 등 희망적인 해가 많았다. 을유년에 일어났던 역사적 주요 사건을 시대별로 살펴본다. ●325년 로마제국 니케아종교회의 기독교는 로마시대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유대교의 한 분파로 출발했다. 예수는 스스로 ‘하느님의 왕국’을 준비하기 위해 온 메시아를 자처하며 세력을 키웠으나 초기의 은 생애동안 성공했을 뿐 곧 혁명가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러나 이후 예수의 추종자들은 갖은 탄압과 박해에도 불구하고 로마제국의 몇몇 도시들에 기독교 공동체를 건설했다. 결국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313년 신앙관용령(밀라노칙령)을 선포한 데 이어,325년 니케아에서 모든 교회 대표자들이 모인 최초의 전 기독교 회의를 열어 모든 기독교인들의 신앙을 인정해 주었다. 이후 로마제국 전역에 교회조직이 발달했다. ●1225년 최우, 정방 설치 고려 무신정권 수장이었던 최우가 고려 고종때 자신의 집에 ‘정방’이란 관청을 설치했다. 무신들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았지만 국가의 행정실무를 무신만으로 처리할 수 없어 정방을 두고 젊은 문사들이 벼슬길에 오를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던 것. 이곳에선 문무백관의 인사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했는데, 인사 명부와 함께 고과를 매겨 왕에게 올리면 왕은 그것을 결재할 뿐이었다. 이를 통해 최씨 정권은 문무백관을 실제로 장악할 수 있었다. 최씨 정권 몰락후 정방은 궁중으로 옮겨져 국가기관이 되었다. ●1285년 일연, 삼국유사 완성 충렬왕 11년, 승려 일연이 삼국유사를 완성했다. 일연은 1277년 이후 청도 운문사에 머물 때 삼국유사를 편찬하기 시작해 5권2책으로 완성했다. 삼국유사는 왕명으로 편찬한 기전체 역사책인 삼국사기와 달리 자유로운 형식으로 단군신화에서 후삼국까지의 역사를 다루었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 외에 서민들의 생활상을 비롯해, 삼국사기에 실려 있지 않은 귀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일연은 나름대로 철저히 사실을 고증해 책을 편찬했다고 한다. ●1645년 소현세자 죽음 소현세자는 인조의 맏아들로 병자호란때 볼모로 청에 끌려갔다. 청에 9년간 머물며 청과 조선 외교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귀국할 때 천문·수학·천주교 서적 등을 갖고 왔다. 귀국하자 반청파들은 그를 친청적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가져온 서양서적도 불태워버렸다. 인조 23년 4월 세자는 귀국한 지 두 달만에 ‘오랑캐의 것이라도 배울 점이 있다.’고 주장하다가 화가 난 인조가 던진 벼루에 맞아 앓다가 나흘만에 죽었다. 이때 시신이 검게 변해 있었고, 피를 쏟고 죽었다는 기록이 있어 독살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후 소현세자 빈도 인조를 저주했다는 누명을 쓰고 이듬해 사약을 받았으며, 세 아들도 제주도로 귀양을 갔다가 막내만 살아남았다. ●1885년 거문도사건 발생 갑신정변(1884년) 이후 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조선에선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여 청·일 양 세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다. 러시아도 겨울에 얼지 않는 부동항을 얻기 위해 조선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세계 각지에서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던 영국이 러시아의 남방 진출을 막는다는 구실로 그해 3월 선제공격을 감행, 거문도를 점령했다. 거문도는 여수와 제주를 잇는 바닷길의 중간에 있어서 러시아 동양함대가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결국 조선을 제외한 러시아·청·영 3국이 교섭을 벌여 러시아는 조선의 어떠한 영토도 점령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1887년 2월 영국함대는 철수했다. 그해 8월엔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가 최초의 근대식 중고등 교육기관인 배재학당을 설립했으며, 한성전보국이 개국(서울∼인천간 전신 개통)했고 대원군이 청에서 귀국했다. ●1885년 인도국민회의 결성 영국에 의한 식민정부에 의해 교육받은 인도인들이 구성했다. 후일 간디의 지도아래 통치권을 되찾기 위해 영국과 전국적으로 싸우며 독립의 기틀을 마련했다. ●1945년 일본 항복, 한국 광복 8월15일 일본 왕의 항복선언과 함께 2차대전이 종결되고 한민족도 광복을 맞았다. 이에 앞서 5월2일엔 베를린이 연합군에 점령당했고,5월8일 독일이 항복했다. 9월2일 맥아더가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미소 양국의 한반도 분할 점령책을 발표했으며,9월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이 선언됐다.9월7일엔 미 극동사령부가 군정을 선포하고 9월16일 한국민주당(한민당)이 결성됐다.11월10일 미군정이 인민공화국을 비난했다는 것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매일신보’가 정간됐다가 11월25일 ‘서울신문’으로 이름을 바꿔 속간되었다. 조선일보(11.23), 동아일보(12.21)도 복간됐다.12월30일 송진우가 피살되고,31일부터 신탁통치 반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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