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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정치여, ‘山의 겸손’을 배워라/이용원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치여, ‘山의 겸손’을 배워라/이용원 논설위원

    정치권이 한창 들끓고 있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인 최연희 의원이 술자리에서 신문사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쫓겨나다시피 탈당을 하더니, 뒤이어 이해찬 총리가 3·1절에 ‘부적절한’ 사람들과 골프를 치는 바람에 낙마의 위기에 놓였다. 5선 국회의원에 역대 가장 큰 힘을 받고 있다는 총리와, 제1야당 지도부까지 오른 3선의원이 보통사람은 상상하지도 못할 이같은 행동을 한 원인은 무엇일까.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불손함에서 비롯됐을 터이다. 곧 겸손함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정치는 흔히 등산에 비유되고 실제로 정치인들은 등산을 즐긴다. 멀게는 엄혹했던 독재정권 치하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주산악회를 이끌며 정치적 기반을 유지했고, 요즘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함께 북악산에 오르며 때때로 속내를 내비치곤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17대 국회가 개원하기 직전인 2004년 5월 서울신문사가 정리해 출간한 ‘17대 국회의원 인물 정보’를 보면 당선자 299명 가운데 38.8%인 116명이 등산을 취미로 꼽았다. 이처럼 정치인의 산(山)사랑은 각별한데 정작 산의 품성을 제대로 받아들인 이는 거의 없는 듯하다. 동양의 전통사상에서는 산의 미덕 가운데 으뜸을 ‘겸손함’으로 친다. 지난 연말 사자성어 ‘상화하택(上火下澤)’으로 유명해진 주역의 괘에는 ‘地山謙(지산겸)’이 있다.‘땅과 산은 겸손하니 만사가 형통하다.’라는 뜻의 괘이다. 풀어서 얘기하면, 땅의 속성은 아래에서 위로 쌓아가는 것이고 이를 대표하는 게 우뚝 솟은 산이다. 하지만 산은 더이상 자라지 않는다. 도리어 비·바람에 스스로를 깎아 골짜기·웅덩이 등 주위의 낮은 곳을 메워준다. 또 산이 제 살을 깎더라도 그 높이가 실제로 낮아지지는 않으며 위엄 또한 잃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겸손함이니 만사가 형통할 수밖에 없다. 유학자들은 이 괘에서 군자의 덕(德)을 찾았다. 그래서 ‘사람이 겸손하면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빛나고 낮은 자리에 있더라도 누구도 허물하지 않는다.(謙 尊而光 卑而不可踰)’라고 했다. 2000년 넘은 중국의 고전에서만 산이 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설악산 백담사 옆 등산로 초입에는 고은 시인의 시비(詩碑)가 단출하게 서 있다. 제목도 없이 시인의 서명만을 새긴 이 시비의 시는 간단하다.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못 본/그 꽃’ 그렇다. 위만 바라보고 발걸음을 재촉할 때는 한송이 야생화가 외따로 피어 있는지, 풀잎이 바람에 얼마나 흔들리는지 보이지 않는 법이다. 정상에 서거나 중도에 좌절해 하산할 때에야 비로소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이는 보통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심성이다. 그렇더라도 정치인은, 특히 큰 정치를 하겠다는 인물은 산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실천해야만 한다. 큰 정치인이라면 정상을 향해 발길을 옮길 때에도 늘 주변을 살펴야 한다. 외로운 한송이 꽃을 보아도,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을 보아도 아픔을 공감해야 한다. 또 산꼭대기(정상)에 오른 뒤에는 끊임없이 제 살을 깎아 주변의 낮은 곳을 메워주어야 한다. 그것이 정상에 선 자의 의무이자,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하는 길이다. 이제 봄이다. 등산로는 형형색색으로 꾸민 상춘객들로 갈수록 붐빌 것이다. 그들 틈에 섞여 산을 오를 정치인들이여, 산의 겸손함을 배우기 바란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한국 특유의 예절 배웠죠”

    육군사관학교 제62기 졸업 및 임관식이 열린 3일 서울 태릉의 육사 연병장에서는 한눈에 보아도 확연히 다른 얼굴을 한 생도 한 명이 눈길을 끌었다. 사상 처음으로 우리 육사에서 4년간 위탁 교육을 받은 터키의 비르칸 생도가 주인공이다. 임관식에 맞춰 고국에서 날아온 가족들에 둘러싸인 비르칸 생도는 “낯선 새로움 속에서 동기생들의 고마움을 크게 느꼈고, 초코파이 하나에 행복을 느꼈던 훈련시절이 떠오른다.”면서 “터키로 돌아가려니 시원섭섭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특히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상급자를 존중하고 그들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해 한국 특유의 ‘예절’에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내비쳤다. 비르칸은 터키로 돌아가 육군 장교로 복무하게 된다.●김장수 육참총장 장남도 임관 비르칸은 터키에서 우리 육사 입교 테스트를 받을 때부터 한국어 구사 능력을 인정받아, 육사에서 수업을 받을 때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외국인 생도로는 비르칸에 이어 지난해 터키인과 태국인 생도가 추가로 우리 육사에 입교해 교육을 받고 있다. 이날 졸업식에선 미국, 프랑스 등 해외 육사에서 교육을 받은 한국인 육사 생도 4명도 임관을 했다. 이중 프랑스에서 유학한 김용우 소위는 김장수 육군참모총장의 장남이다.●`부자 육사동기생´ 3쌍 탄생 유준호·서진석·양희식 소위는 각각 29년 선배인 육사 33기 유경빈·서한필·양윤모 현역 대령의 아들로,‘부자(父子) 육사동기생’ 3쌍이 탄생했다. 오동진 소위는 오동환 대위(육사 57기)의 동생으로, 형제 육사 동문도 4명이 배출됐다. 육사는 이날 임관식에서 총 214명의 신임장교를 배출했는데, 이중엔 여성 장교 17명도 포함돼 있다. 서동현 소위와 문권 소위가 각각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받는 등 모두 25명의 신임장교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선생님과 함께하는 초등논술] (11) 찬반 논의형 논술

    [선생님과 함께하는 초등논술] (11) 찬반 논의형 논술

    오늘날과 같이 사회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문제들과 부딪치게 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진리를 파악하고 허위와 모순을 제거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력이 필요하다. ●문제에서 제시하는 글을 꼼꼼히 읽어야 찬반 논의형 논술은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상충되고 반대되는 두 가지의 견해를 보여준다. 이후 찬성이나 반대를 선택하는 유형과 문제에 대해 한 가지 견해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찬성·반대를 선택하거나 자기만의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제시하는 문제들의 유형을 살펴보면 첫째 ‘귀신은 있는가?’ ‘우리나라에 야생 호랑이가 있는가?’와 같이 사실에 대한 참이나 거짓을 분명하게 검증하는 문제 유형이 있다. 둘째 ‘초등학생이 휴대전화를 꼭 사용해야 합니까?’ 또는 ‘선생님의 일기 검사, 글쓰기 교육인가? 인권 침해인가?’와 같이 자기 나름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문제 유형이 있다. 과학적 논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논술 문제 유형은 자기가 사건에 대하여 논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가치를 판단하는 문제 유형이다.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문제에서 제시하는 글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읽어야 한다. 글쓴이가 주장하는 것이 무엇이고, 주장에 대하여 어떤 근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그 근거가 논리적이고 타당한지를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제시한 근거 중에서 비논리적이고 타당하지 못한 근거를 찾아야 한다. 특히 찬반 논의형 논술은 상대에 대한 비판을 근거로 나의 주장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 주장과 근거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정확하게 꼼꼼히 따지면서 읽어야 한다. ●비판을 바탕으로 주장 제기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한 다음에는 논술문을 쓰기 위하여 개요를 짜고 글을 써야 한다. 서론에서는 서로 대립되는 주제를 확인하고 자신의 입장을 제시한다. 본론에서는 상대 주장의 근거를 비판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찬반 논의형 논술의 특징은 자기주장에 앞서 상대 주장에 대한 근거를 비판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상대방이 제시한 근거 중에서 논리적이지 않고 타당성이 없는 근거를 찾아내어 상대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밝히는 것이다. 따라서 비판할 때는 이 근거가 왜 잘못된 것인지를 분명하게 밝혀 주어야 한다. 상대 근거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나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상대 근거에 대하여 자기가 비판한 내용을 극복할 수 있는 자기주장을 나타내고 이에 논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결론에서는 상대 근거들에 대하여 지적한 내용과 자기가 제시한 근거들을 간단하게 요약하고 다시 한 번 자기주장을 강조하면서 끝을 낸다. 논술문이 완성되면 ‘고쳐쓰기’ 과정을 실행한다. 작성한 논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읽어본다. 자기 입장이 확실하게 나타났는지, 상대 근거를 비판할 때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따져가면서 비판하였는지, 무작정 잘못되었다고 주장하지 않았는지, 내가 제시한 근거가 논리적이고 타당한지,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제대로 되었는지, 전체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는지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도록 한다. ■ 서울교대 부설초등학교 교사 박종달
  • [부고]

    ●김명식(서울신문 제작국 부장)씨 빙부상 유상완(중부대 교수)씨 부친상 28일 충남 당진장례식장, 발인 2일 오전 9시 (041)355-7980●이종명(유니넷 회장)씨 별세 승환(미국 변호사)씨 부친상 현기용(소하치과의원 원장)신석호(신석호정신과 원장)박주현(한화 무역부 팀장)씨 빙부상 장정안(롯데쇼핑 차장)씨 시부상 2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일 오전 7시 (02)3410-6924●강명호(현대인재개발원 전문교수)명수(뎀코컨설팅 이사)명옥(전 국가인권위원회 국제협력담당관)씨 부친상 김세웅(외교통상부 외무관)씨 빙부상 28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2일 오전 9시 (02)921-0899●김덕호(전 묵동초등학교 교장)씨 상배 광수(순천향대 교수)순미(충남대 〃)순경(순천향대 〃)씨 모친상 이한성(유니코USA 대표)씨 빙모상 2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일 오전 8시 (02)3410-6919●방윤준(동양시스템즈 금융영업본부장)씨 부친상 28일 인하대병원, 발인 2일 오전 8시 (032)890-3196●서인식(전 산업은행 대구지점장)씨 별세 진철(아이티엠감리단 이사)상철(전 지엘씨코리아 대표)대철(서울아산병원, 진단방사선과 교수)씨 부친상 민영근(전 부산부곡여중 교장)씨 빙부상 김혜경(한국화가)씨 시부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일 오전 8시30분 (02)3010-2631●이택준(동명종합건설 현장소장)택규(보아테크 대표)씨 부친상 장순호(변호사)정상호(세명이앤티 대표)씨 빙부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일 오전 10시 (02)3010-2294
  • [시론] 문화재 반환 ‘궁’을 꿈꾸며/ 이보아 추계예술대 영상문화학부 교수·박물관경영학 박사

    [시론] 문화재 반환 ‘궁’을 꿈꾸며/ 이보아 추계예술대 영상문화학부 교수·박물관경영학 박사

    최근 모 방송사에서 인기리에 상영중인 드라마 ‘궁’은 21세기 대한민국이 입헌군주국이라는 가정 하에 전개되는 팬터지적인 가상 역사물로서, 비록 고전적인 내러티브에서 출발했으나 그 방식은 다분히 21세기를 지향한다. 원작이 청춘만화이고 주인공들 또한 신세대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지만, 이 드라마가 나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방영 초기 ‘해외 불법 유출문화재의 반환’이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황제는 황태자에게 해외 불법 유출 문화재의 목록을 건네면서 이들 문화재의 반환이 그가 앞으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임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다. 중반 정도에는 대영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기사 진표리 진찬의궤’의 자발적인 반환을 위해 영국에서 윌리엄 왕자가 방한하여 상호양해각서를 교환하기도 한다. 이 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외규장각 도서와 함께 불법으로 가져간 7000여권 가운데 하나로서,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영국의 치즈 상인에게 10파운드에 매각되어 현재는 제3의 장소인 대영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의궤로 손꼽히는 이 고문서는 유일본으로서 저주지로 만든 일반 의궤와는 달리 최고급 초주지로 제작된 외규장각 도서와 같은 어람용 도서이다.1941년부터 엘긴 마블스라고도 불리는 그리스 최고의 문화유산 ‘파르테논 마블스’의 반환 요청을 시종일관 거부하고 있는 영국 정부가 ‘기사 진표리 진찬의궤’를 자발적으로 반환하다니…. 실로 꿈같은 일이 이 드라마에선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외규장각 도서반환 협상이 프랑스와 재개되고 있다.1993년 이래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진행되어 온 이 협상은 정부의 협상력, 전문가, 선행연구 등의 부재로 결국 ‘등가교환’이라는 결말을 낸 채 여전히 양국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문화재 반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문화주권에 대한 ‘정부의 의지’이다. 현재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 작업에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작년까지 5만여점을 반환받는 결실을 거두었다. 중국정부의 문화재 되찾기는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는 중국인 수집가들이 자신의 본토에서 열리는 경매뿐만 아니라 해외 경매시장에 참여해서 직접 고미술품을 수집한다. 둘째 중국정부가 몇 해 전 ‘문화재보호계획’을 발표하면서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을 각국에 요구하는 한편 미국정부에는 모든 중국 고미술품의 수입에 대해 규제를 취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시민단체 ‘중국문화재반환운동본부’도 아편전쟁이 발발하고 일본이 패망한 시기인 1840∼1945년 사이에 약탈된 문화재의 반환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문화재반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그동안 밀반출된 작품의 반환을 꾸준히 요청해왔다. 최근 이 미술관은 그리스 화가 유프로니오스의 작품이 그려진 2500년 된 도자기를 비롯, 소장품 20여점을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이탈리아 문화부에 전달했다. 앞의 사례처럼, 문화재 반환은 정부, 컬렉터, 시민단체, 해외박물관 등의 긴밀한 협조하에 이루어져야만 그 성과를 담보할 수 있다. 현재 구한말 불법적으로 도쿄대로 반출된 ‘조선왕조실록’의 반환이 논의되고 있다. 혹자에게는 문화재 반환이 오늘날과 같은 문화 다양성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문화재반환에 대한 발언권조차 포기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보아 추계예술대 영상문화학부 교수·박물관경영학 박사
  • 儒林(550)-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40)

    儒林(550)-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40)

    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40) 퇴계가 율곡에게 가르쳤던 ‘모든 것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이것이 바로 이(理)’란 말 중의 이는 서양철학에서는 이성(理性:reason)이라고 불린다. 이성이란 인간의 논증적 사고능력을 가리키며, 직관적 능력을 가리킨다. 또한 ‘사물을 판단하는 힘’을 의미하며 참과 거짓, 선과 악을 구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선과 진리를 가늠케 하는 이성은 욕망과 감정으로부터 해방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동물과 구별짓게 하는 순수한 정신능력인 것이다. 이로써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다.’라는 인간에 대한 고전적인 명제가 성립된다. 특히 이퇴계보다 약 100년 후에 태어난 데카르트(1596∼1650)는 처음에는 수학과 과학을 연구하여 ‘빛의 굴절법칙’을 발견한 당대 최고의 과학자였으나 점점 학문에서 확실한 기초를 세우려하면 적어도 조금이라도 불확실한 것은 모두 의심해 보아야 하는데, 모든 사물의 존재를 의심스러운 것으로 치더라도 이런 생각, 이런 의심을 하는 자신의 존재만은 의심할 수 없으므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ergo sum)’라는 근본원리를 확립한 근대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던 대사상가였던 것이다. 데카르트는 만인이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게 갖고 있는 이성능력을 ‘양식(良識)’ 또는 ‘자연의 빛’이라고 표현하였으며, 이성은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정의해 왔다. 이성으로 우주의 여러 사상(事象)을 어떤 비례적, 조화적 관계로 바라볼 때 어두운 혼돈(카오스) 속에서 일정한 법칙에 놓여 있는 조화로운 우주가 나타난다. 따라서 본래 그리스어인 로고스(logos:이성), 또는 라틴어인 라티오(ratio:이성)에는 조화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밝은 빛으로서의 이성에 대비해서 말하면 감정적 욕망이나 정념(情念)은 어둡고 맹목적인 힘이다. 기쁨, 슬픔, 노여움, 욕망, 불만들의 감정은 어둡고 비합리적인 힘으로 내부에서 폭발한다. 이것을 이성적인 의지로 통제할 수 없다면 정신의 자율성은 유지될 수 없다. 우리 마음 속에는 자율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결정하는 이성적 능력이 있는데, 그것에 의해서 도덕적 행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서양철학의 ‘이성론(理性論)’은 퇴계의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과 다르지 않음이니, 퇴계가 12살 때 황홀하게 깨달았던 ‘모든 사물에서 마땅히 그래야할 시(是)가 바로 이’라는 명제는 바로 데카르트가 주장하였던 이성론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퇴계는 서양철학에 있어 근대철학의 아버지인 데카르트보다 100여 년 앞서 ‘이기론(理氣論)’을 주장한 동양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퇴계의 위대한 점이며,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원효를 불교에 있어 우리민족이 낳은 대사상가라면 퇴계는 유교에 있어 우리민족이 낳은 대사상가이며, 해동공자(海東孔子)로 불리는 유가의 완성자이자 공자의 현신인 것이다.
  • 日 중장년의 보아 장은숙 새달 국내 복귀

    日 중장년의 보아 장은숙 새달 국내 복귀

    |도쿄 홍지민특파원|“함께 춤을 추어요∼, 행복한 춤을 추어요∼.”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던 콘서트가 절정에 이르렀다. 감기로 몸이 좋지 않은데도 무대에서 혼을 불사르던 한국인 가수가 훌쩍 관객들 사이로 내려온다. 손을 내미는 일본 팬들을 일일이 반갑게 맞아주며 ‘매혹의 허스키 보이스’를 뿜어냈다.1100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지난 26일 도쿄 시내 요미우리 홀에서였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가수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무대라고 한다. 젊은 층을 겨냥한 보아가 1만명, 그밖의 한류 가수가 2000∼3000명 규모의 공연을 꾸리는 것에 견줘 중장년층 심금을 울리는 가수로서 흔치 않은 일이다. 이날 주인공은 ‘창수’(chang-suu). 다름 아닌 장은숙이다. 국내에서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흥겨운 댄스곡 ‘춤을 추어요’, 김소월 시에 멜로디를 붙인 발라드 ‘못 잊어’,‘사랑’ 등을 히트시키며 사랑받았던 그녀다. 한국 팬들은 파격적인 미니스커트를 입고 ‘춤을 추어요’를 부르던 그녀의 20대를 오롯이 기억한다. 국내 성인가요 시장이 주춤하던 95년 일본에서 날아온 제의를 받고 훌쩍 바다를 건넜다. 국내에서는 서서히 잊혀졌다. 하지만 일본에선 보기 드문 허스키를 바탕으로 한 호소력 짙은 노래가 눈과 귀를 끌었다. 내놓는 싱글마다 유선방송(청취자 리퀘스트를 통해 음악을 트는 오디오 방송)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리콘 엔카 차트 상위권 점령은 기본. 지난해 10월 내놓은 싱글 ‘메꽃’(히루가오)은 엔카 차트 1위, 통합 차트 2위를 기록하며 일본 성인가요계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에서 선보인 싱글과 앨범은 모두 합쳐 17장이다. 공연이 끝나고 만난 장은숙은 자신의 히트곡을 앞세우지 않은 이유를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 가수로서 ‘코리아’를 알려야 한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래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언어의 장벽과 문화 차이를 극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는 3월 12년 만에 국내에서 15번째 앨범 ‘10년 만의 외출’을 선보인다. 일본에서 보낸 10년을 고려하면 의미심장한 타이틀이다. 신곡 2개, 일본 히트곡 6개, 한국 히트곡 3개 등을 담았다.30년에 다다른 노래 인생의 총정리이자 새로 3막을 여는 출발점인 셈이다. 장은숙은 “한국에서는 미니스커트와 댄스 이미지로만 각인돼 스트레스가 많았다.”면서 “오랜 공백을 뛰어넘는 성숙하고, 폭넓은 모습을 국내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설렘을 전했다. icarus@seoul.co.kr
  • [책꽂이]

    |유아·아동| ●동물(루시 믹클레스웨이트 글·그림, 허은미 옮김, 토마토하우스 펴냄) 처음으로 미술을 접하게 되는 유아용 그림책. 앤디 워홀, 마쓰모토 호지 등 18개 명화에 등장하는 개성 뚜렷한 동물 그림이 미술적 감식안을 키워준다. 보티첼리, 모네, 고흐 등의 그림을 통해 기본색의 개념을 일러주는 ‘색깔’이 함께 나왔다.4세까지.8000원. ●수학 너 재미있구나(그렉 탱 글, 해리 브릭스 그림, 신한샘 옮김, 달리 펴냄) 미국 하버대 출신 수학자가 쓴 어린이 수학개념서. 구구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림책처럼 대담하고 화려한 그림들에 눈이 즐겁다.7∼10세.9000원. |초등·청소년| ●재미있는 물질 이야기(박용기 글, 임근선 그림, 고래실 펴냄) ‘아빠가 들려주는 과학사 편지’시리즈 세번째. 딱딱한 과학적 사실들을 인물 위주로 풀어내, 흥미진진하게 호기심을 풀어준다. 바다는 왜 출렁일까, 높은 산의 바위는 무엇으로 이뤄졌을까 등 자연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초등3년 이상.8800원. ●단추와 단춧구멍(한상남 글, 김병남·신유미 그림,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한상남의 창작동화집. 단추를 미워하던 단춧구멍이 단추가 떨어져나간 뒤에야 비로소 더불어 사는 가치를 깨닫는 표제작을 비롯해 9편의 단편이 묶였다. 깨진 화분, 찌그러진 밀짚모자, 운동화 등 일상적 소재들이 정겹다. 초등생.8000원. |실용| ●신경섭, 곰같은 사나이 미국고시 3관왕 되다(신경섭 지음, 새로운사람들 펴냄) 미국에서 공인회계사, 변호사,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 시험에 차례로 합격,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법무법인 발해 대표 변호사)가 들려주는 아메리칸 드림의 겉과 속. 대학(고려대)에 입학하고 얼마후 미국으로 건너간 저자는 세탁소, 모텔, 흑인 마을의 옷가게 점원, 택시 운전 등 닥치는대로 막일을 하며 꿈을 이뤄간다. 책에는 스스로 곰이라 여기며 매사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로 임해 마침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저자의 체험적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9000원. ●행복한 돈 만들기(데이비드 보일 지음, 손정숙 옮김, 디오네 펴냄) 행복한 삶을 위한 대안 화폐시스템 구축 방안을 살폈다. 책은 ‘행복한’ 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테라’와 같은 화폐가치와 실물가치가 연동하는 새로운 통화를 창출하거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과 같은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 등과 같은 대안 화폐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채소화폐, 레츠, 아워즈, 타임뱅크, 타임달러 등 다양한 지역화폐운동들이 그 지역 사회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일러준다.9800원. ●위대한 리더들 잠든 시대를 깨우다(존 어데어 지음, 이윤성 옮김, 미래의 창 펴냄) 넬슨 만델라는 참혹했던 고난을 겪으면서도 백인사회를 단 한번도 비난하지 않았다. 심지어 수십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게 한 재판에서 그를 기소한 페르시 유타 검사를 훗날 만나서도 이젠 모든 일들이 과거가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관용의 리더십 사례다. 책은 지식형 리더(소크라테스), 봉사하는 리더(노자, 예수), 신사형 리더(워싱턴), 카리스마형 리더(아라비아의 로렌스) 등으로 나눠 리더십의 본질을 설명한다.1만 3000원. ●인생을 맛있게 사는 지혜(김홍신 지음, 해냄 펴냄) ‘난향천리(蘭香千里) 인덕만리(人德萬里)’ 난향은 아무리 그윽해도 천리를 가기 어려우나 사람이 베푼 공덕은 만리 밖에서까지 칭송하고 후대에까지 기억된다는 뜻이다. 자식에겐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 세상에 내보내고 부모의 삶이 자식에게 공덕이 되도록 해야 한다.1981년 ‘인간시장’으로 국내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저자가 들려주는 인생 지혜의 한 토막이다. 책에는 이같은 삶의 경구들이 실렸다.9000원. ●위대한 선택(대니얼 카스트로 지음, 변용란 옮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순간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만들어간다. 역사의 위인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어떤 위대한 선택을 했을까. 책은 몇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선택의 순간에는 한발 물러서서 전체 그림을 보라,‘지도’에 얽매이지 말고 끊임없이 ‘지형’을 관찰하라.‘닭의 30㎝ 시야’를 버리고 ‘독수리의 3㎞ 시야’를 가져라.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꼭 보아야 할 것을 보라.‘리허설 없는’ 인생에 방향타가 될 만한 책.9500원.
  • [儒林 속 한자이야기] (110) 不立文字(불립문자)

    儒林(530)에는 ‘不立文字’(아니 불/세울 립/글월 문/글자 자)가 나오는데,佛道(불도)의 깨달음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것이므로 말이나 글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不’은 나무·풀의 ‘뿌리’를 본뜬 象形字(상형자)였으나 ‘아니다’라는 뜻의 不定詞(부정사)와 發音(발음)이 같아 假借(가차)해 쓰면서 ‘아니다’라는 뜻으로 굳어졌다.‘不知其數(부지기수:헤아릴 수가 없을 만큼 많음),不遠千里(불원천리:천리 길도 멀다고 여기지 않음),不朽(불후:썩지 아니함이라는 뜻으로, 영원토록 변하거나 없어지지 아니함)’ 등에 쓰인다.‘立’은 서 있는 사람의 모양이다. 용례에는 ‘立身揚名(입신양명: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떨침),立錐之地(입추지지:송곳 하나 세울 만한 아주 좁은 땅),竪立(수립:꼿꼿하게 세움)’ 등이 있다.‘文’은 가슴에 文身(문신)을 새긴 사내가 버티고 선 모양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文券(문권:땅이나 집 따위의 소유권이나 그 밖의 권리를 증명하는 문서),文豪(문호:뛰어난 문학 작품을 많이 써서 알려진 사람)’ 등에 쓰인다. ‘字’는 ‘집’이라는 뜻의 ‘ ’(면)과 아이가 본뜻인 ‘子’(자)를 합쳐 ‘집안에서 아이를 기르다.’에서 ‘기르다’라는 뜻을 추출하였다.‘撫字(무자:어루만지듯이 잘 돌보아 기름),衍字(연자:글이나 문장에서,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는 자리에 군더더기로 들어간 글자),題字(제자:서적의 머리나 족자, 비석 따위에 쓴 글자)’등에서 쓰임을 알 수 있다. 선종(禪宗)은 ‘敎外別傳(교외별전),不立文字(불립문자),直指人心(직지인심),見性成佛(견성성불)’을 宗旨(종지)로 삼는다.敎外別傳은 말이나 문자를 쓰지 않고, 따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진리를 전하는 일이다.敎外(교외)의 법은 석가의 마음을 직접 다른 사람의 마음에 전하는 것을 말한다.不立文字(불립문자)는 문자로써 가르침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以心傳心(이심전심) 이루어짐을 의미한다.直指人心(직지인심)은 눈을 외계로 돌리지 말고 자기 마음을 곧바로 잡아서 자기 자신이 본래 부처였음을 파악하라는 것이며,見性成佛(견성성불)은 인간이 본성을 깨치면 누구나 부처가 된다는 말이다. 直旨人心과 관련하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金屬活字本(금속활자본) ‘直旨’에 대하여 살펴보자.‘直旨’는 1372년 白雲和尙이 성불사에서 편찬한 것을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하였다.‘直旨’의 체제는 상·하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흥덕사에서 간행된 금속활자본은 현재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 1책(총 38장)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전하고 있다.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후 초대 주한대리공사로 부임한 콜랭 드 플랑시가 우리나라에 근무하면서 수집한 것중 하나였다. 이것을 다시 앙리 베베르가 구입하여 소장하다가 遺言(유언)에 따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직지는 1901년 모리스 쿠랑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으나 실물과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1972년 ‘세계 도서의 해’를 기념하기 위한 ‘책’전시회에 출품됨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직지를 알리기 위한 충청북도의 노력으로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가치를 세계적으로 公認(공인)받았다. 김석제 경기도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정보 뱅크] 좋은 영어유치원 고르는 법

    최근 서울시내 영어유치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현재 어린이 영어 유치원은 141곳이나 된다.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만한 유치원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우선 전인교육이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영어유치원 커리큘럼이 수학 과학 미술 신체 생활면 등을 골고루 감안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조기영어교육 실시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5∼7세 때 뇌의 80% 이상이 형성되며 기초개념도 발달한다고 지적한다. 원장의 교육마인드와 강사능력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원장이 영어교육 전문가인지 또 원어민 강사가 교육에 관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한국사람이 한국어를 가르칠 수 없듯이 모든 원어민들이 영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는 없어서다. 유아전문가 상주 여부도 점검사항이다. 친구와 잘 지낼 수 있는 사회적 기술 등은 초등학교에 가서도 큰 영향을 미치며 유아기 때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밖에 간식이나 식사를 제대로 준비해주는지 여부도 점검대상이다. 하루 중 반나절 이상을 유치원에서 보내야 하는 만큼 책상이나 의자가 아이들 신체에 적당한지, 환기나 난방이 잘 되는지 등 환경도 빠뜨리지 말아야 할 점검대상이다. ■ 도움말:아이스푼 최윤정 원장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봄날의 感 좋아하세요?

    봄날의 感 좋아하세요?

    봄이 오는 길목, 문득 누군가가 기다려진다. 바람조차 싱그럽다.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진다. 여인의 분 냄새도 화사하게 달라진다. 노래가 생각난다.‘봄이 왔네 봄이 와, 그 처녀의 가슴에도….’ 이렇듯 봄은 가슴 설레는 찬란한 희망의 상징이다. 두꺼운 얼음을 녹이며 흐르는 경기도 양수리 시냇가에도, 부는 바람에 몸을 숙여 실개천을 어루만지는 버들강아지의 복실복실한 손끝에도 봄은 푸르게 일어서고 있다. 새벽녘 물안개에 싸인 북한강변 매화나무의 싸늘한 가지 끝에는 어느샌가 꽃망울이 부풀어 있지 않은가. 남쪽나라 제주에는 노란 유채꽃 내음이 못내 그리워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차가웠던 겨울을 서서히 떨쳐내고, 꽃잎처럼 화사한 봄을 만들어 보자. 겨우내 얼어 있던 마음속에 봄햇살을 가득 채워 꽃망울을 터뜨리듯 활짝 기지개를 켜보자. 아장아장 우리곁으로 다가오는 봄과의 멋진 만남을 상상해보자. 글 양평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법정 스님은 이런 얘기를 했다.‘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야 봄이 오는 것’이라고. 계절로 치면 지루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는 길목이다. 제주도에는 벌써 노란 유채꽃이 활짝 폈다. 늘 그랬듯 봄소식은 남쪽에서 사뿐사뿐 전해오고 있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이곳저곳에는 아직 겨울의 잔재가 남아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봄을 알리는 전령사 ‘고로쇠’ 채취에 한창이다. 또한 노래로 더욱 유명한 하동의 ‘화개장터’에는 싱싱한 봄나물을 캐고 파는 할머니의 손길이 분주하다.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지리산 고로쇠를 찾아 고로쇠 수액은 남도의 봄기운을 가장 먼저 전한다. 꽁꽁 언 땅이 차츰 풀리고 만물의 싹이 기지개를 켤 무렵이면 고로쇠나무는 수액을 통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수액채취가 한창인 지리산 현장을 찾았다. 전남 구례에서 승용차를 타고 40여분을 달리자 지리산 국립공원 매표소가 나온다. 바로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피아골 계곡. 연곡사를 지나자 2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조그만 산골인 ‘직전마을’이 나온다.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잔설과 골짜기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은 겨울의 한기를 느끼게 하지만 이상하게 마을은 봄처럼 활기가 가득하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지나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다가오자 마을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고로쇠 채취로 분주하다. 경남 거제, 전남 광양, 강원 인제 등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지만 특히 지리산 고로쇠 수액을 으뜸으로 친다. 해풍의 영향을 받지않고 깨끗한 공기와 좋은 물 등 청정 지역의 정기를 잔뜩 머금었기 때문. 나무에서 수액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알고 보면 오묘한 자연의 섭리가 숨어있다. 원리는 일교차로 인한 나무 줄기 안의 압력 변화 때문이다. 밤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줄기가 수축돼 뿌리로 물을 빨아들여 줄기 안을 가득 채운다. 낮에 기온이 올라가면 줄기 안의 물과 공기가 풍선처럼 팽창해 밖으로 밀려나오려고 한다. 이런 때는 나무껍질을 살짝만 긁어도 수액이 흐른다. 그래서 고로쇠 수액 채취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 변화를 알려주는 신호인 것이다. 밤 기온이 영하 5도, 낮기온은 영상 10도 정도 될 때가 수액이 가장 많이 나온다. 날씨가 너무 춥거나 따뜻해도 고로쇠는 잘 나지 않는다. 바로 이런 날씨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때가 경칩 전후 15일 내외. 피아골의 직전마을에서 고로쇠를 가장 오래 채취했다는 강만석(70) 할아버지를 만났다.“어르신 요즘 고로쇠가 어때요.”라는 물음에 “지금이 한창이여. 그냥 나무에 대기만 혀도 수액이 줄줄 흐른당께. 워쩌 한번 같이 가볼랑가.”라며 앞장을 선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피아골 계곡을 건너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계곡을 몰아치는 칼바람에 옷깃을 단단히 여몄다. 칠순이 지난 어르신들도 가뿐하게 바위를 밟고 건너는데 삼십대 중반을 지난 기자는 바위에 언 살얼음을 밟고는 그냥 곤두박질이다.“아따 카메라 괜찮은가.”라고 먼저 묻는 강 할아버지.“네”라며 짧게 대답을 하고는 신발 속에 들어간 물과 양말을 벗어 물기를 짜내고 다시 신었다.‘으∼미 차가운 거.’ 누구를 탓하랴. 무거운 카메라에 가방까지 지고 간 내가 잘못이지. 할아버지 말처럼 그래도 카메라가 물 속에 빠지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기며 축축한 발로 지리산 속으로 들어갔다. 마을 주민들은 익숙한 듯 길도 없는 산을 잘도 헤치고 간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 한두 개씩 나무에 달아 놓은 수낭들이 눈에 띈다.“여기서부터 고로쇠 나무들이 사는 곳입니다.”라는 한정환(46)씨.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 과에 속하는 활엽수로 해발 300m이상에서만 자란다. 그래서 지리산 중턱부터 정상 부근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단다. “이것 보쇼. 아따 맛있것지요.”라며 수낭에 가득한 고로쇠를 들어 보이는 김분례(63)씨.“이것이 새봄의 정기를 가득 머금은 고로쇠랑께.”라며 커다란 통에 따른다. “윙윙윙” 소리를 내며 익숙한 솜씨로 나무에 구멍을 뚫는 강 할아버지. 역시 60년 가까이 고로쇠를 채취한 내공이 역력하다.“어이 기자 양반. 이리 와 보랑께. 이것이 말이여 그 신비의 물인 고로쇠여.” 정말 신기하다. 지름 1㎝도 채 안되는 구멍으로 수액이 방울방울 맺힌다. 이내 하얀 고무관을 꽂자 관을 타고 수액이 흐른다.“햐, 이놈 봐라. 수액을 잔득 머금고 있고만.” 이라며 수낭에 연결을 한다. 관을 타고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고로쇠나무의 수액. 어찌 보면 나무가 좀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이거 이렇게 하면 나무가 크는 데 지장은 없나요.”라고 묻자 옆에 있던 한씨가 “거의 지장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요즘은 군에서 허가를 맡은 사람들만 고로쇠를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구멍을 8㎜ 내외로 뚫고 채취가 끝나면 구멍도 메워주어 나무가 자라는 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단다. “우리도 농사를 짓는 농사꾼마냥 여름철부터 나무 주변에 청소하고 거름도 줍니다.”라며 “이렇게 고로쇠 수액이 잘 나오도록 1년 내내 관리 하는 것이 농사꾼이 가을철에 벼베기를 하는 것과 똑같다.”고 강조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허가 없이 불법으로 고로쇠를 채취하고 구멍도 메워주지 않고 수낭이며 비닐 호스들을 마구 버려 자연과 나무를 망가뜨리는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는단다. 그래서 직전마을에서는 자체적으로 불법 채취를 감시하고 있다. # 고로쇠는 이렇게 먹는당께 고로쇠 수액은 고로쇠나무 냄새와 덤덤한 단맛이 나며 색깔 또한 조금 누런 색깔을 띤다. 너무 뿌옇게 보이며 단맛이 강하고 냄새가 진하거나 부유물들이 떠다니는 것은 이미 상한 것이다. 보통 실온에서 3~4일, 냉장보관을 해도 2주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고로쇠 수액에는 당분, 철분, 망간 등 미네랄이 일반 물보다 10배 이상 많이 포함되어 있어 위장병, 신경통, 비뇨기계 질환 등에 효험이 있으며 성인병 예방에도 좋고 몸속의 노폐물을 씻어준다고도 알려져 있으나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다. 다만 전라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은 1991년 고로쇠 수액을 분석해서 칼슘, 칼륨, 비타민 등 미네랄 성분과 에너지 공급원인 자당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로쇠 수액을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어른 3∼4명이 한 말(18ℓ)을 나누어 먹는다. 세숫대야 같은 커다란 그릇에 수액을 붓고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며 사발로 퍼먹는다. 많이 먹는 사람들은 둘이서 한말은 거뜬하단다. 이렇게 한 자리에 앉아 많이 먹어야 소변으로 나쁜 성분들이 배출되고 고로쇠의 좋은 성분들의 흡수가 빨라진다. 수액과 같이 오징어, 멸치 등 짭짤한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다. 보통 물을 이렇게 먹으면 먹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장에 탈이 나기 십상인데 고로쇠 수액은 아무리 먹어도 절대 탈이 나는 법이 없다. 찜질방에서 가족이 둘러앉아 땀도 내고 고로쇠도 마시면 더욱 좋다. # 고로쇠의 전설 고로쇠는 본래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라고 불렸다. 삼국시대 지리산 일대에서 일어난 백제와 신라의 전쟁 중에 어느 병사가 쏜 화살이 고로쇠나무에 꽂혔다. 갈증이 심한 병사가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마셨는데 갈증해소는 물론 오랜 노역으로 쑤시던 뼈마디가 씻은 듯 나았다고 한다. 또한 신라말 도선국사가 광양 백운산에서 오랫동안 좌선을 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무릎이 펴지지 않아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붙잡았다. 이때 가지가 부러지면서 물방울이 떨어지자 마침 갈증을 느낀 도선국사가 목을 축이고 일어나자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무릎이 펴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골리수라고 불렀고 뒷날 고로쇠가 됐다고 한다. # 고로쇠는 여기서 지리산 자락에서 고로쇠 수액을 파는 곳만 수백곳이 넘는다. 하지만 함부로 고로쇠를 사면 안 된다. 유통기한도 짧고 고로쇠를 희석해서 파는 곳도 많기 때문에 품질과 유통을 믿을 만한 곳에서 사거나 현지인에게 추천을 받는 것이 제일 좋다. 지리산 화엄사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 한화리조트를 추천한다. 인근 고로쇠 채취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납품을 받을 뿐 아니라 매일 매일 들어오는 고로쇠 수액의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1말(18ℓ)이 6만원,4.3ℓ로 포장된 작은 병 4개. 총 17ℓ가 6만 5000원이다.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주며 품질에 하자가 있을 경우는 항상 반품할 수 있다.(061)782-2171. 또한 지리산 한화리조트에는 고로쇠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도 선보였다. 국산 토종닭을 고로쇠 수액에 푹 삶아 낸 ‘고로쇠 약수 토종닭 백숙’은 닭의 비린내가 없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육질 또한 쫄깃한 것이 그만이다. 보통 4인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으며 가격은 3만 9000원이다. 고기를 다 먹으면 직접 죽도 끓여준다. 고로쇠 영양 솥밥(5000원), 고로쇠 갈비구이(1만 6000원)도 맛있다. 고로쇠 수액을 먹기 편하게 세트로 만들어 판다. 고로쇠 수액 2ℓ와 명태, 멸치 등 마른안주로 구성된 피아골 세트가 2만 5000원이다. ■ 고로, 고로쇠 축제를 맛보라! 늦기 전에 경기 양평 단월면에서 열리는 ‘소리산 고로쇠 축제’는 3월 중순에 열린다.(031)770-3191. 경남 하동 일대에는 청학동과 신심산 주변에서 고로쇠 축제가 2월 말에 열린다.(055)880-2114. 경북 산청 시천면과 심장면에서도 3월 초에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055)970-6541. 전북 남원의 ‘남원 고로쇠 축제’는 3월 초에 열리며 피아골 등반대회, 고로쇠 마시기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열린다.(011)464-3479. 강원 인제 미산면에서도 고로쇠 축제가 3월 중순 열리며 떡 메치기, 판소리 공연 등 여러 가지 문화행사가 펼쳐진다.(033)461-6797. ■ 화개장터, 그 5일장의 봄 노랗고 빨간 봄꽃이 아름다움을 뽐내기 직전인 2월 말 풍경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쓸쓸하다. 하지만 부지런한 아낙들이 펼쳐놓은 시골장터의 좌판엔 싱싱함과 따스함이 가득하다. 땅에서 캐고 바다에서 막 건져낸 봄의 먹을거리들이 구수한 사투리와 어우러져 만드는 정겨움, 흥겨움에 가슴이 넉넉해지고 따뜻해진다. 김이 무럭무럭 솟아나는 가마솥 국밥의 구수한 냄새와 엿장수의 질펀한 가위질에서 아련한 향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추억의 5일장 여행은 지금이 제맛이다. 그래서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에 다녀왔다. # 있어야 할 것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아따 봄 좀 사가랑께. 무쟈게 싸게 줄 텐께.” 쑥, 냉이 취나물 등 화개장터에서 나물을 파는 김옥례(65·하동 내리)씨는 “지금 땅에서 처음 올라오는 나물은 약이여. 맛도 그만이고.”라며 구수한 사투리를 쏟아낸다. “이 놈 곶감 좀 먹어봐. 우리 집에서 만든거여.”라며 인심 좋게 잘라주는 할머니. 이름 모를 흘러간 노랫가락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그런 곳이 시골장이다.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19번 국도를 따라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넘어서면 나룻배 하나가 오락가락할 듯한 나루터 자리가 나타난다. 바로 그곳이 구례 간전면 하천리와 그 유명한 하동 화개장터를 잇는 화개나루다. 전국에 수많은 장터가 있지만 하동군 화개면 탑리마을의 화개장터는 지리산 자락, 전남 평야에서 나오는 온갖 곡식과 남해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들이 섬진강을 따라 올라와 전국에서도 보부상들괴 장사치들이 많이 모이는 이름 난 5일장이었다. 이런 정겨운 시골장터에는 어린 시절 어머님 치맛자락을 잡고 돌아다니던 옛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가수 조영남이 목청 높여 불렀던 ‘화개장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한 30년 전부터 현대화에 밀려 5일장의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며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장이 서던 자리에는 버스터미널과 슈퍼마켓이 들어서고 주막자리는 다방과 식당이 차지하고 말았다. 몇 년 전에 비록 인위적이지만 화개장터가 복원됐다. 하동군에서 원래 화개장터 건너편에 화개장터의 옛모습을 재현해 놓은 상설 시장을 만들었다. 국밥과 막걸리 등을 파는 전통가옥 3동과 녹차 전시장, 대장간 등 옛 재래시장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고로쇠를 마시러 지리산으로 간다면 아이들과 함께 들러 옛날의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도 좋겠다. # 전국에 가볼 만한 5일장 경기도 안성의 안성장은 ‘서울에 없는 것도 이곳에는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갖가지 공예품과 보부상들이 북적대던 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옛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현대화된 시장분위기를 풍긴다. 장터는 안성시외버스터미널 뒤편 중앙시장과 인근 대로변에서 펼쳐진다. 그래도 풋풋한 인심이 아직 남아 있어 장이 서는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도시에 활기가 느껴진다. 장날은 2일과 7일. 충남 당진의 당진장은 서해대교 완공으로 한결 나들이가 쉬워졌다. 당진장은 읍사무소 맞은편 시장통에서 열린다. 장날엔 서산, 예산, 삽교 등지에서 400여명의 장꾼들이 모여들어 시끌벅적하다. 장터 골목마다 “아제 하나 사슈.”라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골 장터 여행의 재미가 느껴진다. 장날은 5일과 10일. 강원도 정선의 정선장은 때묻지 않은 자연과 시골장터의 향수를 그대로 간직한 장으로 ‘정선 5일장 관광열차’ 등 다양한 여행상품이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10시. 상인들이 좌판을 준비하는 모습부터 보려면 9시까지 장에 나와야 한다. 유명세와 달리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이것저것 구경하는 데 1시간이면 족하다. 장날은 2일과 7일. 전남 보성의 벌교장은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로 더 잘 알려진 벌교에서 열리며 30여년 전만 해도 인근의 고흥, 낙안, 보성의 장꾼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5일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벌교역전에서 제2부용교까지 300m 구간은 아침마다 장이 서는 매일장이지만 4일,9일 장날엔 벌교역 앞 도로와 골목이 모두 장터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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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논리 제시문 독해 올해 입법고시의 출제경향에서 볼 수 있듯이, 비교적 난해한 제시문에 대한 정확하고도 신속한 독해능력이 수험생에게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독해가 뒷받침된다면, 제시문의 서술상 특징에 따라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 일례로 다음의 글처럼 둘 이상의 대상을 두고 글이 전개되는 경우에는 대상 사이의 인과·대응관계가 제대로 연결되고 있는지, 두 대상을 하나의 기준에 의해 비교·대조하고 있는지를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문제유형 가운데 하나이므로 개념을 확실히 잡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문제-제시문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사실을 모두 고르시오. 근대 이후의 권력은 나병과 페스트에 대한 대응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두 개의 모델로 구분된다. 나병에 대해서는 추방, 자격상실, 유배, 거부, 박탈 등의 거리두기 메커니즘이 동원되었다. 반면 페스트에 대해서는 공중보건의학과 같은 앎의 시선, 앎의 권력을 통한 페스트 환자 끌어안기라는 통제의 모델이 채택되었다. 광기를 관찰하는 시선의 힘이 근대 정신의학의 출현을 가져왔듯, 전염병에 걸린 환자를 관찰하는 시선의 힘은 근대 공중보건의학의 출현을 가져왔다. 정신의학이나 공중보건의학 모두 사람의 생명에 관여하는 지식-앎 권력이다. 사람의 생명을 관찰하고 조절하고자 하는 생명권력은 이렇게 하여 출현하였다. 생명을 대상과 목표로 삼고 있는 생명권력은 종(種)으로서의 인간 전체, 국민 전체를 생물학적으로 조절하려는 권력의 야심을 의미한다. 과거 군주의 절대권력은 생명에 대하여 ‘살게 내버려두고 죽게 만드는’ 권력이었다. 앎-권력의 지배구조는 17∼18세기에는 인간의 육체를 감시하고 규제하는 규율권력(pouvoir disciplinaire)의 출현을 가져왔다. 규율권력은 페스트의 모델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전염병의 통제나 팬옵티콘(Panopticon)식으로 설계된 감옥에서 구현되는 감시와 훈련, 곧 규율에 입각한 권력이다. 생명권력은 ‘죽게 내버려두고 살게 만드는’ 권력이다. 생명 가운데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재량을 휘두르는 권리인 것이다. 생명권력은 인종주의의 외양을 지니게 된다. ㄱ:전염병에 걸린 사람을 관찰하는 시선의 힘이 근대 정신의학을 출현시켰고, 광기를 관찰하는 시선의 힘은 근대 공중보건의학의 출현을 가져왔다. ㄴ:과거 군주의 절대권력은 생명체에 대하여 죽음의 위협을 가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했다. ㄷ:페스트와는 달리 나병에 대해서는 거부, 박탈, 통제, 추방 등의 메커니즘이 사용되었다. ㄹ:생명권력은 절대권력보다 인종주의적 속성이 뚜렷하다. ㅁ:규율권력은 앎-권력의 지배구조를 탄생시켰다. (1)ㄱ,ㄴ (2)ㄴ (3)ㄴ,ㄷ (4)ㄷ,ㄹ,ㅁ (5)ㄹ,ㅁ ●해설 ㄱ:제2단락에서 ‘광기를 관찰하는 시선의 힘→근대 정신의학의 출현, 전염병에 걸린 환자를 관찰하는 시선의 힘→근대 공중보건의학의 출현’의 관계로 대응시키고 있다. ㄴ:제3단락에서 ‘절대권력은 생명에 대하여 살게 내버려두고 죽게 만드는 권력이며, 생명권력은 죽게 내버려두고 살게 만드는 권력이다.’ ㄷ:제1단락에서 ‘나병은 추방, 자격상실, 유배, 거부, 박탈 등의 거리두기 메커니즘이 동원되었고, 페스트에 대해서는 통제의 모델이 채택되었다.’ ㄹ:제3단락의 끝 문장에 생명권력은 인종주의 외양을 지닌다고 진술되어 있으나, 절대권력의 인종주의적 속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으므로 대조시킬 수 없다. ㅁ:제3단락에서 ‘앎-권력의 지배구조는 규율권력(pouvoir disciplinaire)의 출현을 가져왔다.’ 정답:(2)
  • [행복한 집은 안이 다르다] 서쪽에서 돈을 세어보아요

    사연: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주부(1972.9.27생)입니다.2년전 현재 집으로 이사오면서 교통사고와 유산으로 병원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아이(01.6.14)도 폐렴과 관절 이상으로 고통을 받았고요. 남편(70.7.14)은 거액의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재물운을, 부인과 아이에겐 건강운을 좋게 해주는 인테리어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주상으로 부부가 올해 건강과 재물이 나아지지 않을 우려가 있으니 항상 주의한다. 집안 분위기도 액운을 물리치고 좋은 기운을 최대한 살리도록 꾸며야겠다. 남편은 음(-)의 성질을 가진 불(火)의 기운이다. 재물운을 나타내는 금(金)을 키우고, 약화시키는 기운인 불(火)와 물(水)을 줄여야 한다. 방향은 서쪽이 좋고 남쪽과 북쪽이 좋지 않다. 침대의 머리 방향, 금고, 집문서 등을 서쪽으로 두는 게 좋다. 색상은 흰색이 좋고 붉은색과 검정색이 불리하다. 타원형, 삼각형보다는 사각형이 좋다. 침구, 커튼, 시계, 거울 등 소품을 고를 때 참고하자. 부인도 음(-)의 성질을 가진 불(火)의 기운이다. 나무(木)의 기운을 키우는 것이 좋겠다. 머리를 둘 때 남쪽은 피한다. 초록, 파랑, 노랑 계열의 색상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붉은색은 해롭다. 베개, 이불, 속옷, 식탁보, 주방용품 등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겠다. 삼각형보다는 원형이 좋다. 노란꽃이 피는 작은 화분, 호랑이나 용 그림을 가까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의 기운은 양(+)의 성질을 가진 흙(土)인데, 사주상 불(火)이 강하고, 물(水)이 약해 오행이 조화롭지 못하다. 가습기를 잘 틀어주거나 작은 어항을 하나 방에 넣는 식으로 물의 기운을 보충해야 한다. 자주 물을 마시거나 목욕을 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사진이나 그림을 두는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 방에 노란색은 줄이고, 검정색 소품을 눈에 잘 띄게 놓아둔다. 강아지, 용, 소, 양의 인형이나 그림들은 가급적 멀리하도록 한다. ■ 도움말 드림젠(www.ffile.com) 혜원(慧原) 태어난 생년월일시(生年月日時)를 이메일(we@seoul.co.kr)로 보내주세요. 매주 한 분을 선정해 혜원 선생이 사주에 따른 인테리어 제안을 해드립니다. 보내실 때는 특별히 바꾸고 싶은 공간과 이유, 대략의 구조 등을 적어주세요.
  •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본선1회전] 완벽한 타개의 맥점,백96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본선1회전] 완벽한 타개의 맥점,백96

    제7보(82∼96) 이제 우변 백 대마의 사활이 곧 승부이다. 백 대마가 살면 백이 이기고, 백 대마가 잡히면 흑이 이긴다. 지금은 타협의 여지도 없다. 우상귀 일대의 흑집이 전부 깨진 상황이기 때문에 공격을 통해서 이득을 보는 것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초읽기에 몰리는 가운데 수를 읽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원용 3단은 전보에서부터 타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김형환 3단은 공격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마 사냥에 나선 것이다. 백82를 선수한 뒤에 86으로 붙인 수가 최3단이 보아둔 타개의 맥점이다. 이후 실전의 진행에서 나타난 것처럼 백96까지 크게 수를 내며 살아갔으므로 흑이 중간에 다르게 받는 방법은 없었는가를 살펴보자. 우선 흑87로 (참고도1) 흑1,3을 선수하고 5에 둬서 우상귀를 살리는 길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백도 6까지 같이 살면 그만이다. 흑89로 (참고도2) 흑1로 단수 치면 백이 자체로 사는 길은 없어진다. 그러나 백2로 빠지면 흑3을 선수하고 5에 두더라도 6의 치중으로 귀가 잡힌다. 결국 어떻게 두더라도 이미 흑이 안되는 것이다. 백96을 보고 김3단은 돌을 거뒀는데, 왜 이 장면에서 항복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내일 소개한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열린세상] 동의보감과 줄기세포의 상관관계/이성낙 가천의대 총장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특히 자연과학은 수학적 논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반면 인문사회학은 감성적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학문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면 서양 사람들은 수학적 논리에 충실하고, 동양 사람들은 좀 더 감성적 논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황우석 사건을 놓고도 서양 문화권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무리 획기적인 과학적 결과물이라도 윤리성이 배제된 것이라면 결코 더이상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줄기세포 관련 ‘원천기술’만 있다면 황우석 연구팀의 비윤리적 연구 접근도 너그러이 이해하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해 놀랍기 그지없다.‘원천윤리’가 망가졌는데 ‘원천기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과정보다도 결과가 중시되는 우리의 사회적 풍토가 실로 염려스러울 뿐이다. 이번 줄기세포 관련 사건이 불거진 후 서울대학교가 자체 조사위원회를 신속히 가동한 것은 순발력 있는 조치로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여기서 그 내용을 일일이 밝힐 수는 없지만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결과는 지극히 과학적인 근거의 산물이다. 그런데 여론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20%만이 이 결과에 동의하고,80%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이 사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는 많은 사람이 과학적 결과와는 상관없이 황우석 사건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이처럼 과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인 결과보다 감성적 논리로 접근한 주관적인 결과가 많은 사람에게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00여년간 거세게 몰아닥친 서양화의 물결 속에서 과학교육이 미친 영향은 오늘날 우리사회의 현대화와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사회 저변에 형성된 의식세계는 여전히 과학보다는 비과학, 수학적 논리보다는 감성적 논리, 냉정한 윤리의식보다는 주관적인 윤리의식에 지배를 받는 것 같다. ‘좋은 것이 좋다.’라면서 용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 풍토는 근래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하는 부정부패에 대한 불감증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애매모호한 온정은 넘쳐흘러도 냉철한 이성은 찾아볼 수 없다는 얘기다. ‘동의보감’은 조선시대인 1613년경에 간행된 저서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문제는 400년전 이런저런 약초들을 배합하여 만든 처방을 오늘날에도 온 국민이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는 데 있다.‘동의보감’에 나온 처방이 워낙 절대적이라 이를 자연과학적 논리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동의보감’에 명기된 약초로 만든 것도 어쨌든 약이기 때문에 우리 신체에 어떠한 형태로든 작용하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면 약이 아닐 것이다. 즉 작용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반작용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수학적 또는 추리적 논리이다. 세종대왕 때에 창안한 측우기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국보이지만, 오늘날 강우량을 측정할 때 그 측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역사물은 역사물로 보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동의보감’을 냉철한 비판적 분석 없이 맹신하는 감정적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동의보감’에 대한 일편단심과 황우석 사건의 경우에서 나타난 ‘그래도 나는 믿어.’라는 사고방식에는 이러한 감정적 논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하고 정의롭게 나가려면, 좀 더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이성낙 가천의대 총장
  • [열린세상] 미국의 탈석유 에너지 구상/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시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습관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 지적은 국가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는 국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재원 중 하나이다. 새삼스럽게 에너지의 국가적 의미나 중요성을 지금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고, 다만 최근 새해 초 이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변화가 미국을 중심으로 나타나서 이 의미를 우리 입장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달 31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006년 미국의 국정운영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국정연설에서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탈석유 구상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대체에너지 정책(AEI)’을 제시하였다. 한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파격적인 정치적 행위를 감행하여 국제 사회를 놀라게 하였고,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에너지 협력각서를 체결하는 등 에너지를 둘러싼 강대국의 운신이 심상치 않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주목하는 것은 미국 에너지정책의 중대 전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AEI 선언이다. 이는 미국이 지나치게 소비하고 있는 석유중독 현상을 치유하고 중동 석유의존을 줄이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석유보다 값싼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자 향후 대폭적인 기술연구비를 투자하여 2025년까지 중동 수입 석유의 75%를 대체연료로 해결하고자 하는 계획이 주 내용이다. 이에는 태양열, 풍력 관련 신기술부터 핵에너지의 응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그리고 향후 6년 안에 재생 가능한 옥수수 등 식물로부터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여 자동차 대체연료로 실용화하도록 하는 구체적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6년 전 취임 즉시, 딕 체니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7개장관 6개기관장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여 ‘국가에너지 정책(National Energy Policy)’을 구상한다. 이 정책은 텍사스 석유 명문가 출신인 부시 대통령이, 행정부 내 차관보급 이상의 고급관료에 다수의 에너지 전문가를 포진시킨 뒤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그 무게가 크게 실렸음은 물론이다. 이 정책의 핵심 사항은 “에너지 안보를 통상 및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을 천명한 것이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2006 미국의 대체에너지 구상 선언’은 미국의 세계에너지 전략의 최대 수혜자로 무임승차(안정적 원유확보가 가능했다는 측면에서)해온 우리로서는 일본과 함께 매우 유념해야 할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 AEI 정책은 오일달러를 중심으로 순환하는 세계 자유경제 체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세계경제는 오일, 무기, 자동차 등을 매개로 중동, 미국, 한국과 일본 등으로 오일달러가 순환하는 축에서 운영되었다. 사실 대체에너지의 개발은 에너지의 과학적 기본 특성에 비춰보아도 예전부터 예견되어왔고 원칙에 부합된 당연한 수순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우수한 효율을 갖는 원유의 제한성 때문에 이 개발 계획과 그 실행은 시기 선택의 문제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지금도 치르고 있는 부시 정부에서, 막대한 재정수요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서 이 정책이 구체화되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 곧은 아니겠지만 원유가의 불안정, 안정적 수급확보의 어려움이 강대국 패권주의와 맞물려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우리도 국제 자원의 흐름과 우리의 개발능력을 고려한 세밀한 에너지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할 긴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에너지 관련 정책의 우선순위, 안정적 에너지 확보 의지,1% 내외에도 못 미치는 대체에너지 등의 현실을 감안 할 때 더욱 그러하다. 미국의 대체에너지 구상이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한다. 정치적으로 시급하지 않다고 이 정책과 예산 마련에 소홀함이 있다면 큰일이다. 치솟는 고층건물, 넘치는 자동차를 보면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궁금하고 불안하다.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 [토요일 아침에] 정신개벽과 마음공부/박맹수 원광대 원불교학과장

    일제강점기인 1916년에 큰 깨달음을 이룬 소태산 박중빈 선생은 ‘물질이 개벽(開闢)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기치 아래, 세상의 개벽 즉 후천개벽의 이상사회를 이 땅에 건설하고자 했다. 이같은 소태산 선생의 꿈을 요약한다면 물질개벽을 선도할 수 있는 정신개벽(精神開闢)의 일꾼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정신개벽의 일꾼 양성을 위한 소태산의 모색과 실천은 그가 열반에 이르는 1943년까지 28년동안 줄기차게 전개되었으며, 그 구체적 실천 방향은 소태산 선생이 생전에 편찬하여 남기고 간 경전 속에 잘 나타나 있다. 관련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현하, 과학의 문명을 따라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의 정신은 점점 쇠약하고 사람이 사용하는 물질의 세력은 날로 융성하여, 쇠약한 사람의 정신을 항복받아 물질의 노예생활을 하게 하므로, 모든 사람의 생활해 가는 것이 무지한 노복에게 치산의 권리를 상실한 주인같이 되었으니, 어찌 그 생활해 가는 데에 파란고해(波瀾苦海)가 없으리오. 이 파란고해를 벗어나서 광대무량한 낙원의 생활을 건설하기로 하면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물질을 사용하는 정신의 세력을 확창(擴昌)하여 날로 융성하는 물질의 세력을 항복받아 파란고해에 노예 생활하는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려 함이 그 동기니라.” 오늘날 자동차와 인터넷, 휴대전화와 각종 첨단 디지털기기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 즉 물질개벽의 수준은 가히 천지개벽이라고 할 만큼 그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첨단 과학기술이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종교보다도 오히려 더 크다. 예를 들면 현재 세계 과학계가 다투어 매달리고 있는 줄기세포 수립문제는 난치병 환자 및 그 가족에게는 첨단 과학기술이라는 신이 보낸 구원의 사자로 받아들여지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무리 첨단 과학기술이 천지가 개벽되는 것처럼 발달하고 또 발달한다 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신이 개벽되지 못하면 결국은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년 연말 내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 줄기세포 조작 문제는 물질개벽에 따른 사람들의 정신개벽이 지체되고 있는 현실을 ‘여실’하게 보여준 사건이라 할 만하다. 물질개벽은 되고 정신개벽이 되지 않은 이 세상은 결국 어떻게 될까? 소태산 선생은 그같은 세상을 일러 파란고해의 세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파란고해의 세상이란 태풍이 휘몰아치는 바다 위에서 일렁이는 파도처럼 수많은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이 파란고해가 되는 것을 바라만 보아야 하는가? 소태산은 파란고해의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비전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가지 비전은 물질개벽에 사람들의 정신개벽이 따라가지 못해서 생긴 파란고해라는 사회적 위기 현상, 즉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을 선도할 만한 사람들의 정신개벽이 미처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사람들이 물질의 노예생활을 면하지 못하는 세상을 치유하기 위한 소태산 선생의 처방이었다. 소태산 선생의 정신을 계승한 원불교에서는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음 공부를 적극 권장한다. 마음공부라는 말은 원래 소태산 선생의 수제자이며 원불교 제2대 최고지도자를 역임한 정산 송규(1900∼1962) 종법사가 열반에 즈음하여 제자들에게 “마음공부 잘하여서 새 세상의 주인 되라.”라고 당부한 데서 유래한다. 원불교에서 권장하고, 정산 종법사가 강조한 마음공부는 개개인의 삼독심(三毒心) 제거를 뜻하는 좁은 의미의 마음공부가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소태산 선생이 평생 강조했던 정신개벽을 실현하는 마음공부, 즉 물질개벽에 사람들의 정신개벽이 따라가지 못해서 생긴 파란고해의 세상을 능히 치유할 수 있는 대승의 마음공부를 뜻한다. 소태산 선생과 정산 종법사가 강조한 대승의 마음공부가 널리 널리 퍼져나가 물질개벽을 능히 선도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날을 꿈꾸어 본다. 박맹수 원광대 원불교학과장
  • 사회 정의 세우는 ‘인생의 낙오자’들

    재일동포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39)의 신작 ‘SPEED’(양억관 옮김, 북폴리오 펴냄)가 국내 출간됐다. ‘레볼루션 No.3’‘플라이, 대디, 플라이’에 이어 3류 고등학교를 다니는 문제아들의 모임 ‘더 좀비스’의 활약을 그린 3번째 작품이다. 빠르고 유쾌한 전개방식과 단순명료한 주제의식 등 전편들에서 보아온 가네시로의 장기를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다. 일당에게 납치된 여고생 가나코를 극적으로 구해낸 ‘더 좀비스’멤버들은 사건의 배후에 일류대 법학과 모범생 나카가와가 연관돼있음을 알게 된다.가나코를 멤버로 받아들여 격투기를 훈련시킨 ‘더 좀비스’는 나카가와의 대학축제가 벌어지는 날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나카가와가 그동안 범했던 온갖 범죄들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비열한 방법으로 권력과 부를 장악하려는 악당을 소탕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이들이 바로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거부당한 인생의 낙오자들 ‘더 좀비스’라는 사실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세상은 어차피 부조리하고, 모순적이니까. 가네시로 가즈키는 1968년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에서 태어났다. 일본 학교를 다니면서 심한 차별을 느낀 그는 한때 인권변호사를 꿈꾸기도 했지만 대학 1학년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졸업과 동시에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오히려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무국적 글쓰기의 장점으로 치환시킨 그의 작품들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대중문학상인 ‘나오키문학상’을 수상한 ‘GO’는 한·일 합작영화로 만들어져 성공을 거뒀다. 딸의 복수를 꿈꾸는 무력한 중년 남성의 인생역전기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국내에서 이문식, 이준기 주연으로 영화 제작 중이다.이번 ‘SPEED’출간과 더불어 ‘연애소설’등 전작 4편이 개정 증보판으로 함께 나왔다. 각권 85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졸업·입학식땐 꽃 크고 화려해야

    졸업·입학식땐 꽃 크고 화려해야

    봄이 향기로운 이유는 꽃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새 출발을 하는 친구에게, 함께 봄을 맞는 가족에게 향기를 선물하자. 늘 손이 가던 안개꽃에 장미 꽃다발보단 색다른 컨셉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혼자 감을 잡기 어렵다면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보자. 올 봄엔 파스텔톤의 핑크 컬러가 인기라고 한다. 꽃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우체국 쇼핑에서는 “집안에는 푸른 담쟁이와 향기로운 로즈마리, 연인에겐 층층이 꽃대를 모아 만든 백합 한 다발”을 추천한다. 특히 아이보리색과 보라색, 라임색의 꽃을 매치시키면 최고로 사랑스러운 꽃 선물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빈혈이 있는 사람 곁엔 국화를 두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센스있는 꽃 선물이 준비됐다면, 예쁜 쪽지 한 두장을 마련하자.‘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는 보관법’을 적어 꽃 사이에 꽂아 보내면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미지근한 물에 하루정도 담가 두세요.’,‘줄기가 썩지 않도록 미지근한 물에 김빠진 사이다를 조금 섞으세요.’ 등의 메시지에서 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올 봄엔 어떤 꽃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해줄까?’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는 큰 기쁨이 될 것이다.‘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예쁜 꽃 고르는 법, 보관하는 법 등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요즘 꽃 시장에서는 강렬한 색조보다는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꽃이 잘 팔리고 있다. 은은한 파스텔톤의 핑크 컬러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크림이나 아이보리색에 대비되는 보라색이나 라임 그린색을 매치시키면 사랑스러운 느낌을 준다. 사랑을 고백할 땐 팔에 앉는 듯한 카라나 백합, 글라디올러스 등 꽃대가 긴 꽃부터 층층이 꽃대를 모아 만든 스타일을 추천한다. 졸업이나 입학식 때는 크고 화려한 꽃이 ‘정석’이다. 학사모와 학위복의 색이 어둡기 때문에 오렌지나 핑크 계열로 꽃송이가 큰 꽃을 섞은 꽃다발이 사진을 잘 나오게 해준다. ●실내 악취 제거엔 백합·수험생 방엔 장미 집안 인테리어로 꽃을 활용할 때는 담쟁이 등 푸른색을 띠는 부재료를 잘 섞어야 한다. 전체 꽃의 색감에 통일감을 주는 것이 좋다. 색을 다채롭게 하고 싶다면 같은 종류로 꽃으로 맞추는 게 낫다. 집 천장이 낮을 경우 화분은 큰 것보다 작은 것을 고르고, 탁자 위보다는 아래쪽에 두어야 공간이 넓어 보인다. 꽃의 향을 이용하면 건강한 집안을 꾸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백합은 향이 강해 집안의 잡냄새를 없애준다. 로즈마리는 신경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어른들이나 산모들이 있는 집에 놓아 둘 만하다. 수험생이나 불면증이 있는 사람의 방에는 장미를, 눈의 피로가 심하거나 빈혈이 있다면 국화를 꽂아보자. ●예쁜 꽃 오랫동안 보려면 꽃을 색다른 느낌으로 오래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물에 띄우는 방법도 있다. 시들어 가는 꽃이나 꽃대가 꺾인 꽃을 머리만 잘라 물에 띄우면 열흘 정도 꽃을 더 두고 볼 수 있다. 딸기, 사과 같은 과일이나 아스파라거스 같은 야채로 장식을 하면 독특한 멋을 더할 수도 있다. 꽃을 오래두고 보려고 아직 활짝 피지 않은 봉오리꽃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너무 피지 않은 꽃을 사면 피기도 전에 시들어 버릴 수가 있다. 따라서 봉오리 꽃보다 반 정도 핀 싱싱한 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꽃집에서 다 핀 꽃의 바깥쪽 잎을 따내고 덜 핀 것처럼 꾸며 파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잘 살펴보아 구입해야 한다. 꽃잎이 찢어지거나 꽃대가 무른 것은 피하도록 한다. 구입한 꽃을 꽃병에 꽂기 전에 신문지로 싸서 미지근한 물에 하루정도 담가 놓으면 보관 기간을 더 오래 싱싱한 모습이 유지된다. 차가운 물보다 미지근한 물이 산소 함유량이 높기 때문이다. 꽃병의 물은 꽃의 줄기가 썩지 않도록 매일 미지근한 물로 갈아 주도록 하는데, 김빠진 사이다를 조금 섞어 넣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꽃대가 짧을수록 꽃이 오래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꽃대를 잘라 꽃꽂이용 스펀지에 꽂아 놓는 것도 오래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어디서 구입할까 양재동 화훼공판장(02-579-8100∼9)은 국내 최대의 꽃시장. 생화 도매 시장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새벽 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영업한다. 화분류와 기타 자재류는 전체 휴무일이 없으며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문을 연다. 화환, 꽃다발, 부케류 매장은 오전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영업하며 전체 휴무일 없이 매장별로 돌아가며 쉰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2∼4층에 있는 강남 꽃 도매상가(02-535-9898)는 새벽 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열고 일요일만 쉰다. 남대문 꽃 도매상가(02-777-1709)는 평일은 새벽 3시부터 오후 3시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은 오후4시까지 영업한다. 우체국 꽃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우체국쇼핑(www.epost.go.kr,1588-1300)에서 운영 중인 우체국꽃배달 서비스는 전국의 화훼농가와 연결돼 110여종의 꽃을 방방곡곡으로 배달해 준다. 철에 상관없이 연중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는게 장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주문자에게 선물한 꽃의 도착 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이주미 우체국 쇼핑 마케팅팀
  • [실전논술] 바람직한 법을 만드려면…

    ● 다음은 ‘한비자´에서 발췌한 글이다. 이 글에 나타난 오기와 상앙의 법 제정과 시행에서의 문제점을 밝히고, 이와 관련하여 현대 사회에서 바람직한 법을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무왕이 죽고 문왕(文王)이 즉위했다. 화씨는 두 발이 잘려 왕궁으로 갈 수 없었으므로 돌모양으로 된 옥덩어리(璞玉)를 가슴에 품고 매일같이 초산의 기슭에서 엎드려 울었다. 사흘 낮 사흘 밤을 계속 울고 나자, 눈물은 마르고 눈에서 피가 흘렀다. 이 때 문왕이 이 소문을 듣고 사신을 보내어 까닭을 묻게 했다. “이 세상에는 죄를 범하여 발을 잘리는 형을 받은 자가 많은데, 그대는 어찌하여 그렇게도 슬프게 울고 있는가?” 화씨는 대답했다. “나는 다리가 잘린 것이 원통해서 우는 것은 아닙니다. 이 보석이 그저 돌덩이 취급을 당하고, 정직한 사람이 거짓말쟁이가 되었으므로 그것이 슬퍼서 우는 것입니다.” 문왕은 즉시 옥인에게 그 박옥을 갈아서 감정을 하게 하니 과연 그것은 희귀한 보옥(寶玉)이었다. 이로부터 그 보석은 그의 이름을 따서 화씨의 옥, 즉 ‘화씨(和氏)의 벽(壁)’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 옥은 당시의 진나라 왕이,“바라건대 열다섯 성으로 그것과 바꾸고 싶다.”고 제안했을 정도로 유명한 옥이 되었다. 원래 보옥이란 것은 목구멍에서 손이 내밀어질 정도로 임금이 탐내는 것이다. 또한 화씨가 헌상한 박옥(璞玉)이 설사 보석이 아니었더라도, 임금으로서는 아무런 손해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화씨가 두 발을 잘리운 다음에야 그 구슬돌이 보석이란 것을 인정받게 되었다. 임금이 탐내는 보석조차도 그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오늘날 임금에게 있어 법술(法術)의 경우를 살펴보면 화씨의 벽처럼 시급히 갖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렇게 임금은 법술을 펴는 것을 급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신하들이나 백성들이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그릇되어도 금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법술을 주창하는 신하나 사람이 아직 임금에게 주지 않은 것은 다만 그가 법술이라는 구슬들(보옥)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임금이 법술을 쓰게 되면 대신은 국정을 제 마음대로 못하고, 측근은 임금의 위엄을 빌릴 수 없게 된다. 법이 나라에 행해지면 떠돌이 백성 따위는 모습을 감추어 마침내는 모든 백성들이 농사일로 돌아가게 되며, 전쟁이 있을 때면 싸움터에 나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법술은 신하에게는 세력을 마음대로 부리지 못하게 하고, 백성들에게 있어서는 생명을 요구하기도 하기 때문에 둘 다에게 재난이 되기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임금이 대신들의 반대와 백성들의 비난을 물리치면서까지 법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한, 법을 주창하는 어떤 신하가 설사 목숨을 걸고 의견을 말해 보았자 그 법술이 임금에게 채택될 희망은 없다. 다음과 같은 사례가 그와 같은 경우를 잘 말해 준다. 옛날 오기(吳起)는 초의 도왕(悼王)에게 초나라의 풍속을 혁신할 것을 건의했다. “대신은 지나치게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영지를 가진 신하는 너무 많습니다. 이대로 가면 그들이 위로는 국왕의 권력을 침범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나라는 가난해지고 군사는 약해질 뿐입니다. 영지를 가진 신하에게는 손자 삼대만으로 그 작록을 반환시키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모든 관리들의 봉급을 깎고, 불필요한 벼슬을 폐지시키고 그 녹을 선발되어 훈련받은 사병들에게 돌려야 되옵니다.” 도왕은 이 말을 실천하였으나 불과 1년 만에 죽고 말았다. 도왕이 죽자 평소에 오기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지만 임금의 총애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꼼짝 않고 있던 구귀족들이 들고 일어나 오기를 손과 발을 잘라 피살하였다. 오기의 법을 시행하였을 때는 국력이 튼튼하고 나라도 안정되었으나, 오기가 죽자 초나라의 토지는 줄어 버리고 나라는 어지럽게 되었다. 상앙은 진의 효공(孝公)에게 정치의 요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다섯 집과 열 집을 한 조로 만들어, 서로가 서로의 잘못을 고발하여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문학이니 역사니 하는 책들을 불살라 버리고 법령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대신들의 청원을 듣지 말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소중히 해야 합니다. 백성이 집을 떠나 벼슬을 찾아 다니는 것을 금지하고, 변이 있을 때 병역(兵役)에 종사하는 농민을 표창해야 합니다.” 효공이 상앙의 말을 듣고 이를 실행하자, 얼마 안 가서 임금의 지위는 매우 높아져 안정되었고, 나라는 풍족하여 군사가 강하게 되었다. 그러나 효공이 팔 년 뒤에 죽자 너무나 가혹한 법령에 숨이 막히던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상앙은 곧바로 거열형(車裂刑)을 받고 죽었다. 다시 말하면 초나라 오기가 말한 정책을 폐지한 것만으로도 외환에 위협당하고 내란에 시달렸다. 진나라는 상앙이 말한 법을 실행하였으므로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 따라서 두 사람이 한 말은 모두 정당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초나라에서는 오기를 죽여 손발을 끊고, 진나라에서는 상앙을 수레로 찢어 죽이고 만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오늘날 세상은 당시의 진나라, 초나라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대신은 세력을 뻗고 있고, 백성들은 전쟁과 난에 익숙해 있다. 그런데도 오늘날의 임금은 초의 도왕이나 진의 효공과는 달리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래 가지고는 오기나 상앙의 재판(再版)이 되고 말 위험을 무릅써 가면서 법을 말할 사람이 나올 리 없다. 이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할 패왕(覇王)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문의 분석 한비는 중국 전국 시대 말기의 사상가이자 한의 왕족으로 젊어서 순자에게서 배워서 뒷날 법가(法家)의 사상을 대성하였다.‘한비자´에서 발췌한 주어진 제시문은 지배층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 법의 제정과 지나치게 강한 법과 불필요한 법의 제정은 실패하게 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한비자´는 공자의 덕치주의를 비판하고 법치주의를 내세운다. 그는 도덕보다 법률을 중시했기 때문에 법 제정 역시 엄격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법 제정에 있어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이 글은 법 제정이 실패할 수 있는 두 가지 경우를 보여 주고 있다. 첫째, 오기의 경우는 어느 한 쪽(지배층)에게 불리한 법을 제정함으로써 실패를 하였으며 둘째, 상앙의 경우는 일반 백성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게 법을 적용하였고, 또 왕권 강화만을 위해 백성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불필요한 법을 제정함으로써 실패하였다. 법을 시행하게 되면 비록 나라가 부강하게 되고 국민이 잘 살게 될 수는 있지만 저항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이 법을 제정하는 데 있어 실패한 원인으로 지적되어야 한다. ●출제 의도와 생각하기 주어진 제시문은 오기와 상앙의 법 제정이 실패한 원인을 밝히고 있다. 먼저 오기가 법을 제정한 것이 실패한 원인은 신하들의 권력가로서의 위치를 약화시켰고, 모든 관리들의 봉급을 깎았고, 벼슬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였고, 영지를 가진 신하의 기득권을 포기하게 함으로써 기득권 계층인 특권 계층에 불리한 법을 제정함으로써 그들의 반발을 사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상앙이 법을 제정한 것이 실패한 원인은 백성들에게 생명을 요구하기도 하였고, 서로가 서로의 잘못을 고발하여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하여 백성들을 지나치게 감시하였고, 백성들의 지적 욕구를 막았고, 신하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백성들의 참정권을 제한하여 일반 백성들에게 너무 가혹하거나 빈틈이 없어 그들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또 특정 법규가 정의에 반하는 법을 제정하였기 때문에 백성들의 저항을 받게 됨으로써 실패하게 되었다. 단순히 두 사례에 나타난 특수한 경우를 밝히는 것은 자칫 다른 길로 논술을 이끌 수 있다. 분석을 한 뒤에 분석한 것을 문제점으로 삼아 자기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법 제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시하여야 한다. 바람직한 법 제정에 대해서는 앞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의 구체적인 해결책이 되어도 되고, 더 크게 일반화시켜 논의를 전개해도 된다. 어쨌든 앞에서 분석한 내용과 자기의 견해를 펴는 것이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문제는 먼저 주어진 제시문에 나타나 있는 사례를 분석하여 법 제정이 실패한 원인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찾아내야만 다음 단계의 논의가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분석을 할 때에는 발문에서 전제하고 있는 법과 관련지어 언급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평소 사회, 정치, 경제 등에 대해서 배울 때 나름대로 정리해 두어야 하는 문제이다. 또 이와 관련된 문제로는 자유와 정의, 평등 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개념을 염두에 두고 생각을 심화시켜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어떻게 쓸까 주어진 논제인 현대 사회에서 바람직한 법의 제정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제시문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논술문의 주제를 국민들의 저항을 받지 않는 법 제정을 위한 노력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법을 제정할 때는 그것이 다수의 행복이나 질서 유지에 필요한 것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논지를 펼치되 지나치게 피상적인 내용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먼저 서론은 법의 제정과 그에 관한 국민의 저항에 관해서 언급하며 글을 시작하면 자연스럽다. 올바른 사회 질서와 정의를 위해 법은 필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법을 준수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음을 밝히는 내용 정도가 적당하다. 본론의 첫 번째 단락에서는 주어진 제시문에 나타난 오기와 상앙의 법 제정이 실패한 원인을 들면 좋다. 그 둘이 제정했던 법은 모두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옳았다고 할 수 있으나, 지나치게 특정한 계층에 불리한 법을 제정하거나, 일반 백성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제정했기에 백성들의 저항을 받았다는 내용을 제시문의 요약과 분석으로 얻어낼 수 있다. 이어서 본론의 두 번째 단락에서는 앞서 제시한 실패의 원인을 근거로 법을 제정하는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주면 된다. 국민 전체의 이익에 반하거나 필요 없는 법은 제정해선 안 되며, 법이 비록 몇몇 특권층에 불리하게 제정되어 저항을 받더라도 이의 시행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논지를 펼치면 좋다. 법을 제정할 때에는 법의 본래 취지를 살려 어느 단체의 이익이나 저항에 급급해하지 말고 국민 전체의 이익에 합당하는가를 염두에 두고 제정해야 함을 제시해주면 좋다. 본론의 마지막 단락에서는 다수의 행복과 질서 유지를 위한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자연스럽게 본론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법을 제정할 때 따져 보아야 할 것들, 즉 그것이 다수의 행복이나 질서 유지에 필요한 것이지, 운용할 때에는 현실에 맞는지 등에 대한 사항을 언급하면 더 좋은 논술문이 될 수 있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는 법 제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국민적 감시 기능을 강조하면 나름대로 훌륭한 논술문을 작성할 수 있다. 특히 이 부분은 피상적인 내용에 그치기 쉬우므로 공청회나 시민 법률 감시단과 같은 제도적 장치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더욱 훌륭한 논술문이 될 것이다. 이석록 서울 메가스터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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