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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쓰레기통 조물주로 변신한 ‘반쪽이’ 최정현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쓰레기통 조물주로 변신한 ‘반쪽이’ 최정현씨

    모든 것은 버려진다. 세상에 나와 쓰임새가 끝나면 폐기처분되는 게 자연의 섭리일 터.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그럴진대 사물의 목숨이야 더욱 가혹하게 끊어지고 내동댕이쳐 쓰레기 하치장으로 버려진다. 하지만 아닌 게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말 그대로 볼품없는 고·폐물들에게 생명을 ‘훅’ 하고 불어넣었더니 실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워진다. 또한 해학과 웃음까지 깊숙이 내장돼 있어 보는 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신비의 세계에 ‘쏙’ 빠지게 한다. 아마 ‘천지창조’의 미켈란젤로조차 새로운 탄생의 경이(驚異)에 한참 입을 다물지 못할 것 같다.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내 중심가에서 2㎞ 정도 떨어진 한 아파트 공사현장 인근의 허름한 작업실.30여평 규모의 실내에는 마치 철공소처럼 산소 용접기 몇대가 보이고 주변에는 폐기처분 직전의 고·폐물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6·25 당시의 전황소식을 전했음직한 고물 라디오가 눈에 들어오더니 바로 옆에 괴상망측한 스피커가 앙증맞게 놓여 있었다. 다 쓰고 버려진 음식점용 큰 세제통 중간에 구 멍을 뚫어 헌 스피커를 끼워 맞춘 모습이었다. 음질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탁자 위의 포스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코브라 뱀이 살아 있는 것처럼 빨간 혀를 날름거렸기 때문이다. 배밑에는 수십마리의 쥐가 달려드는 모습이었다. 자세히 봤더니 다 쓴 컴퓨터 자판기와 마우스를 촘촘이 엮어 만들어낸 ‘네티즌’이라는 작품이었다. 실물은 부산 해운대의 컨벤션센터(BEXCO)에 전시(2월4일까지) 중이라고 작업실 주인은 설명했다. 아울러 2005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6일까지 뉴질랜드에서 열린 ‘일상의 연금술’ 전시에서 세계적 정크아티스트 26명이 참가했는데, 여기에서 가장 주목을 끈 작품이라고 귀띔했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백개의 단추구멍으로 만든 올빼미, 버려진 의자를 이용한 코끼리 모습, 삽과 젓가락으로 엮어진 모기, 철도핀과 스프링으로 탄생시킨 ‘어린왕자의 보아뱀’, 그리고 도끼자루와 자동차 부품을 이용한 ‘맞벌이 부부’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또한 늘렸다 폈다,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면 침대와 의자, 책상과 가구 등으로 변모하는 ‘요술쟁이 쭉쭉이상’도 눈길을 잡았다.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 더해 작업실 주인과 마주 앉았다. 최정현(47)씨. 정크아티스트, 즉 ‘고·폐물 예술가’이다. 전에는 만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대표작은 ‘반쪽이의 육아일기’.15년전에 책으로 발간했는데 지금도 전국 서점에서 팔리고 있다. 이중 일부는 중3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다. 그는 서울대 학보사를 거쳐 1980년대의 운동권 유인물에 그림을 그렸으며 ‘말’지와 한겨레신문 초창기 만평을 그리기도 했다.‘여성신문’에서 자신의 딸을 소재로 ‘육아일기’를 연재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다시 이력을 정리하면 1981년부터 2001년까지 20년 동안 만화가로, 이후 3년 동안은 목공예 예술가로,3년전부터는 고·폐물 예술가로 활동 중이다.‘종이-나무-철기’로 이어지는 흔치 않은 예술가의 삶이다. 특히 ‘철기시대’에 선 요즘, 고철이나 산업 폐기물들에게 새로운 생명과 이미지를 불어넣어 ‘조물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9월 서울 북촌미술관에서 3000여점의 작품을 전시했는데 생존작가로는 보기 드믈게 입장료 수입만으로 이익을 남길 정도로 많은 관람객(1만 5000여명)이 몰려 ‘조물주’임을 실감케 했다. “여기 있는 것들 중 90%는 버려진 물건들을 주워온 것입니다. 나머지는 고물상에서 돈을 주고 구입했지요. 용접으로 다리와 날개, 눈과 귀, 코를 만들어주면 다시 살아 움직이지요. 이 얼마나 뿌듯한 일입니까. 만화는 백지상태에서 창조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다 쓴 철은 어떻게든 한때 사용됐던 물건이기에 작품 힌트를 얻기에 좋습니다.” 그가 고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5년전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영국의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새의 부리 등 자연물을 모아 일상생활 도구와 비교해 놓은 모습을 보고 ‘저걸 고물로 바꾸면 여기보다 관람객이 더 많이 오겠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단순 재활용이 아닌 메시지와 생명을 넣은 ‘고물 자연사 박물관’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것이다. 귀국한 뒤 딸은 여행기를 책으로 펴냈고 아버지 최씨는 고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울러 기계제작소에서 용접기술 등을 익혔다. 그의 작업실 주변과 수원 변두리 일대의 단골 고물상만 12군데나 된다. 갈 때마다 되도록 완전 폐기물 위주로 골라 무게당 몇십원씩 값을 더 얹어주기 때문에 고물상 일꾼들에겐 VIP고객이다. 그렇게 고·폐물들을 모아 새 생명을 불어넣기 작업을 하다 보니 3년 만에 3000여점에 이를 정도로 열성을 쏟았다. “버려진 철물에는 그 자체의 이야기가 있어요. 여기에 만화를 집어넣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안 웃고는 못배기는 것 같아요. 또 쓰던 물건을 이용해 이리저리 내용을 맞춰주면 역사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고들 해요.” 뿐만 아니라 종이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고철로 바뀌면서 재기 넘치는 해학으로 부조리를 신랄하게 꼬집어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안겨준다. 최씨는 대구 출신. 어릴 적부터 혼자 그림을 그리고 뭔가 만드는 일에 무척 흥미를 느꼈다. 초등학교 다닐 때 각종 ‘제작대회’때마다 상을 휩쓸었다. 고1때에는 동네에서 우연히 초상화 그리는 사람을 알게 돼 잠깐 배우더니 곧바로 돈벌이에 나설 만큼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가정방문 온 담임선생한테 적발(?)당한 것이 계기가 돼 학교 미술선생에게 순수미술을 배우게 된다. 이후 서울대 서양화과에 진학한 그는 학보사에서 만평을 그렸다. 이때 운동권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교분을 쌓았다. 또한 대학때 교내에서 투신자살하는 스토리의 만화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군 제대후에는 대학 친구들의 권유로 이른바 ‘지하 유인물’ 작업에 참여했다.5공화국 시절인 당시만 해도 검열이 엄격했던 터라 몰래 숨어서 그렸다. 이름도 밝힐 수 없어 대신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계란 반쪽이’의 그림으로 저작을 표시했다. 이어 ‘말’지에서 2년6개월 동안 삽화를 그렸는데 주로 미국 관련 내용이어서 ‘반미 만화작가’로 소문났다. 그러던 1988년 12월 지인의 권유로 ‘여성신문’에서 ‘육아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딸 아이를 낳은 터여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연결됐다. 경상도 출신 남자가 육아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창피했으나 반응이 좋아 계속 그려나가게 됐다. “만화를 그만 두고 철공으로 넘어갈 때 무척 힘들었지요. 남들이 왜 거꾸로 가느냐고 하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잘 결정한 것 같아요. 한국인의 손놀림은 정말 훌륭하잖아요.” 필생의 역작 이야기가 나왔다. “2년후 산업 폐기물로 만들어질 집을 기대해 달라.”며 활짝 웃었다. 고물상이나 쓰레기통을 뒤지며 다시 생명을 불어넣기에 분명 그는 ‘아름다운 조물주’였다. ■ 그가 걸어온 길 ▲1960년 대구 출생 ▲80년 영남고 졸업 ▲84년 서울대 서양화과 졸업 ▲85년 20대 ‘힘’ 전(아랍미술관) ▲89년 개인전 ‘그림마당 민’(서울) ▲94년 개인전 반쪽이 만화전(오사카) ▲95년 제1회 평등부부상 수상 (제2정무장관실) km@seoul.co.kr
  • 무기수의 신부(新婦)-그 여자의 15년

    무기수의 신부(新婦)-그 여자의 15년

    무기징역을 받고 옥살이하는 남편을 찾아 교도소 문턱을 드나들기 15년. 산천도 변해버린 오랜 세월이었지만 꿈을 되찾으려는 「열녀」의 고행(苦行)은 변함이 없었다. 서울영등포교도소 기결수 1329호의 아내 장일자(張一子)여인(39·가명). 신혼생활 1개월만에 살인, 사체유기라는 끔찍한 죄명으로 남편 최상희씨(42·가명)가 수감된지 15년, 이미 가버린 젊음이었지만 장여인의 강한 의지와 사랑의 불길은 남편 최씨가 받게된 감형(減刑)과 귀휴(歸休) 은전으로 딸 희자(熙子)양(생후 5개월·가명)을 낳게되자 더욱 타오르고 있다. 교도관들은 물론 1천여명의 재소자들마저 망부석(望夫石)이라고 부르는 장여인의 비극이 시작된 것은-. 지금부터 15년전인 1955년 4월 29일 당시 K대학 3학년이던 최씨는 가정불화로 1년동안 학교를 나오지 못했던 급우 이모씨가 복학운동을 부탁하며 준 교제비 1만1천5백환(구화)이 탐나 이씨를 죽인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검찰이 분석한 살인동기는 6·25동란 당시 S의대 1학년이던 최씨가 피난길을 전전하다가 8240부대에 입대, 18개월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K대에 복교했으나 가정형편으로 등록금을 낼 수 없었고, 군번없이 군복무를 했기 때문에 징집연기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급우 이씨를 죽이고 돈을 빼앗았다는 것. 최씨는 사고가 난 날, 심한 가정불화로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이씨로부터 복학운동을 부탁받고 스승인 안(安)모 교수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한 뒤 이씨의 청에 못이겨 술병을 사들고 학교 뒷동산에 올라가 신세타령이 섞인 술잔을 나눴다는 것이다. 날이 어두워 학교로 내려오는 길에 최씨는 술에 취해 벗어던진 최씨의 웃옷을 주워 들고 뒤늦게 내려와 보니 이씨가 길가에 있는 깊이 3m의 우물속에 빠져 죽어있었다고 말했다. 검시결과 이씨가 추락사한 것이 아니라 외상(外傷)으로 보아 심한 타격을 받아 죽은 것으로 나타나 최씨는 살인범으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대법원 판결이유와 함께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이가 사람을 죽였다니…그럴수가…』-어릴때 소꿉친구였던 남편을 생각하며 장여인은 결혼 1개월만에 살인자의 아내가 돼버린 엄청난 비극앞에 몸부림쳤다. 고향인 충북음성에서 소꿉동무로 자라던 두사람이 헤어진 것은 최씨가 11세때 아버지를 따라 상경하게 됐을때였다. 6·25동란뒤 군복무를 마친 최씨가 고향에 내려가 여고(女高)를 졸업한 장여인을 만났을 때 장여인은 보랏빛 꿈을 꾸던 24세의 아리따운 처녀였다. 무기징역을 받은 남편-그러나 남편에 대한 사랑의 힘은 무엇보다 강했다. 여필종부의 낡은 관념때문도 아니었다.『비록 같이 살지는 못하더라도 남편이 살아 있는 한 내가 바치려는 정(情)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면회날이 되면 장여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최씨를 찾아 위로했다. 모든 것을 스스로 포기해야만 했던 최씨가 장여인의 면회를 거절한 2년동안 장여인은 매일같이 교도소 정문을 찾아 비참해 있을 남편을 마음속으로 위로하며 눈물로 날을 보냈다. 「살아있는 망부석」-2년동안 장여인의 정성을 지켜보던 교도관들의 입에서 저절로 흘러 나오게 된 말이었다. 지난 60년 10월, 당국의 특별감형혜택을 받아 형기가 20년으로 줄자 장여인은 벅찬 기쁨에 최씨를 부둥켜 안고 울음을 그칠줄 몰랐다. 5년전 늙은 시부모를 모시고 벅찬 생활속에 폐결핵에 걸린 장여인은 남편과 면회를 할때마다 나오는 기침을 감기 때문이라고 속였다. 어느날 장여인은 남편앞에서 끝내 피를 토하고 실신했다가 깨어난 적이 있었다. 복역중인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걱정을 끼쳐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었지만 오랫동안의 번민으로 몸이 쇠약해져 버렸던 것이었다. 아내의 지성에 감동한 최씨는 그동안 자포자기하던 마음을 버리고 새삶의 의욕을 보이기 시작, 지난 67년 7월 1일 재소자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새싹상」을 받은 1급 모범수가 되었다. 68년 6월 17일 5·16혁명의 은전인 귀휴시행규칙(현형법제44조)에 의해 장기복역수로는 처음으로 5일간의 휴가를 맡아 사회구경을 하게 된 최씨는 두 어깨를 마음껏 젖히며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토록 오랜 기간을 기다리던 아내 장여인과 함께 잠시나마 교도소를 떠나는 이들 부부에게 1천여명의 재소자와 교도관들은 갈채를 보내며 부러워했다. 복역수에 대해 좀처럼 없는 귀휴조치가 모범수 최씨에게 내려지자 다른 장기수들도 활기를 띠며 성심껏 일하게 됐다. 최씨가 2차 귀휴를 받은 지난해 4월, 장여인은 바라던 임신을 하게 되었으나 3개월만에 유산했다. 지난해 4월초 장여인은 산부인과 의사의 진찰에 따라 수태기일을 맞춰 찾아가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늙기전에 혈육을 하나 보게 해달라는 장여인의 눈물어린 호소에 교도소장 최형수(崔亨洙)씨는 최씨의 당일귀휴를 허락했다. 지난 1월 21일 장여인은 그토록 원하던 예쁜 딸 하나를 낳았다. 경사를 전해 들은 교도소안에서는 보기 힘든 인정에 모두들 흐뭇해 했다. 딸이 백일을 맞은 지난 5월 1일 장여인은 푼푼이 모은 돈으로 백일떡을 마련, 1천여명의 재소자들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교무과장 허병_(許炳_)씨(50)는 『20년만에 처음 맛본 보람스런 모습이었다』면서 감격했다. 최씨의 형기종료일은 76년 3월 19일. 교도소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은 형량의 3분의1이 지난 모범수에게 주어지는 가석방 은전(형법 제 72조)이 하루 빨리 최씨에게 찾아오기를 안타깝게 바라고 있다. 우홍제(禹弘濟)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6월 7일호 제3권 23호 통권 제 88호]
  • [열린세상] 잡탕정당,정책으로 개편하라/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요즘 정치판에 기다렸다는 듯이 고질적 병폐가 또다시 재발하고 있다. 대통령선거가 다가오자 정당마다 이합집산과 정체성 논란이 한창이다. 먼저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보자. 이 정당은 이미 폐기처분될 정당으로 기정사실화되는 듯하다. 당 사수파라는 사람들까지도 리모델링에는 찬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운명을 다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할까. 직접적인 계기는 지지율이 폭삭한 데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처음부터 ‘잡탕’정당이었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최근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김근태 의장에게 ‘좌파적’이라고 공격했고, 김의장측은 ‘그러면 당신은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공격했다. 정당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은 그야말로 코미디같은 일이다. 도대체 김 의장이 좌파적이라는 지적에 발끈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 강 의장이 우파를 자처한다면 한나라당과 다른 구석은 무엇인가. 최근에도 정권이 진보적 개혁에 실패했다며 탈당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좌파로는 안 된다며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그렇다면 맨처음 창당할 때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말인가. 다음으로 한나라당을 보자. 대체로 보수적인 노선을 가진 정당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 밖에서 손학규 전 지사에게 한나라당에 있을 사람이 아니니 탈당하고 나오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명박·박근혜와는 노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손학규의 노선은 도대체 무엇인가. 한나라당에도, 누가 보더라도 아닐 듯싶은 이들이 그 안에 있다. 그들 사이에 지금은 조용한데 언제 갈등이 불거질지 모를 일이다. 이나라 정치사에서 이런 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있었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논의, 그 전 선거에서 있었던 DJP연합 등 그런 사례는 늘 있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런 야합은 반드시 깨진다는 사실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잇속을 챙기기 위해 일시적 연대를 하지만 그 본색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동자들은 득표에 보탬이 된다면 우선 급한 대로 노선과 관계없이 명성이나 득표력, 지연·학연 등 연줄에 기대 사람들을 긁어모은다. 또 당사자들은 자신과 노선이 다르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리 욕심에 혈안이 되어 뛰어든다. 이런 저질적 행동들은 결국 정당정치의 기본을 파괴하고 우리 정치를 패거리 작당 정치로 전락시켜 왔다. 본래 정당이란 정치적 견해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결사체다. 그리고 국민은 그 정당의 정강정책을 보고 투표를 한다. 그런데 도무지 이 나라의 양대 정당이라는 정당은 죄다 ‘잡탕’이다. 그러니 국민은 혼미스럽고, 또 툭하면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움질을 하게 된다. 그동안 이 나라 민주주의는 독재로부터 해방되고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해 정책을 통해 정당을 선택하고 정당이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해나가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생산적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매니페스토 운동은 먼저 정당에 대해 정책정당이 될 것을 요구한다. 정당이 문서화된 정책을 내놓고 국민은 그것을 보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 정당도 늦었지만 정책정당으로 대변신을 해야 한다. 인물 따라, 지역 따라 몰려다니는 패거리 작당 정당이 아니라 보수면 보수, 진보면 진보, 우파면 우파, 좌파면 좌파, 정책에 따라 헤쳐모여가 시급히 전개되어야 한다. 국민은 요구한다. 정치인들은 제 정치적 신념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라. 그리고 그 번지수에 맞는 정당을 찾아가라. 더이상 ‘위장취업’은 안 된다. 또 ‘한지붕 여러가족’도 안 된다. 정당들은 이번 대통령선거에 나서기 전에 제 정체성부터 분명히 하라. 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1회전(6국)] 유행 포석,유행 정석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1회전(6국)] 유행 포석,유행 정석

    제1보(1∼21) 윤준상 4단은 잘 나가는 신예기사이다.2006년 상금랭킹은 10위, 통합랭킹은 11위였다. 올해 1월 현재 랭킹은 12위이다.4천왕에는 못 미치지만 거의 바로 뒤까지 추격하고 있는 정상급 신예기사인 것이다. 윤4단은 1987년생으로 권갑룡 7단의 문하생으로 2001년에 입단했다. 입단 초기에는 괴력의 힘바둑을 구사했는데, 최근에는 세밀한 바둑을 구사하며 완숙의 경지에 들어선 모습이다. 주형욱 3단은 바둑팬들에게 다소 생소한 기사이다. 1984년생으로 허장회 9단의 문하생이며 2000년에 입단했다. 입단한 지 벌써 7년 가까이 됐으면 성적을 냈어도 벌써 냈어야 하는데 이렇다 할 만한 실적이 없다. 다만 최근 군에서 제대한 뒤에 심기일전하여 다시 바둑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돌을 가리니 윤준상 4단의 흑번이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실력이 센 기사일수록 흑번의 승률이 더 좋다고 한다. 흑을 쥔 쪽은 초반 포석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 사전에 연구한 자신만의 포석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바둑에서 윤4단이 준비하고 나온 포석은 무엇일까? 흑1,5,7의 미니중국식이 윤4단이 준비해 온 수이다. 너무 많이 보아온 포석이기에 다소 식상할 수도 있는 진형이지만 이 포진을 펼치면 초반부터 급전이 벌어질 확률이 높다. 따라서 시원한 전투바둑을 구경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의미에서 바둑팬에게는 만족감을 주는 포석이라고 하겠다. 이어서 백8부터 21까지 역시 흔하디흔한 요도정석이 등장했다. 백20으로 (참고도) 1에 지키면 흑도 2로 하변을 지키는 정석이 완성된다. 그러나 요즘 그렇게 두는 프로기사는 거의 없다. 백20으로 빠지고, 흑21로 끊으면서 복잡하게 변화하는 포석을 모두 즐기고 있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특파원 칼럼] 프랑스를 보는 두 극단적 편견/이종수 파리 특파원

    생 텍쥐페리의 명작 ‘어린 왕자’의 화자가 여섯살 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렸다. 그런데 모든 어른들은 그 그림을 모자로 생각했다. 뜬금없이 ‘어린왕자’ 얘기를 꺼낸 것은 화가가 되려던 화자의 꿈을 질식시킨 편견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다. 5년만에 다시 찾은 프랑스는 많이 바뀌었다. 유럽연합(EU) 출범이 주된 배경이다. 프랑화 대신 유로화가 쓰인다. 그 과정에 물가가 많이 올랐다. 월세를 내거나 장을 볼 때 체감하는 ‘바구니 물가’가 단적인 예다. 그러나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게 있다. 불법체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입학을 허가하는 학교 등의 이른바 ‘배려의 문화’다. 도착한 뒤 5개월동안 기자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바뀜과 바뀌지 않음의 공존이 아니다. 프랑스에 대한 여전히 바뀌지 않은 극단적인 편견이다. 출장 등 업무상 방문한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이런 멋진 곳에 살아서 너무 좋겠다.”고. 그때마다 “살면 또 다르죠.”라며 반론을 제기한다. 몇가지 사례를 곁들이면 고개를 끄덕인다. 영화·책·입소문 등으로 갖게 된 환상 혹은 ‘그들만의 프리즘’이 약간 달라진 표정이다. 정작 더 곤혹스러운 것은 두번째 부류의 편견이다. 프랑스에서 3∼5년 정도 살다갔거나 산 이들의 ‘일그러진 시선’…. 그 가운데 하나가 ‘프랑스에 살아봤더니 톨레랑스(관용)가 없다.’는 단정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톨레랑스가 없다.’는 단정은 논리학에서 말하는 두 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흑백 논리의 오류다. 혹자는 톨레랑스가 없어졌다는 주장의 논거로 인종차별을 든다.2년 전 프랑스 전역을 불태운 파리 등 대도시 교외지역의 소요 사태도 거론한다. 그러나 인종차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도시외곽 빈민지역 이른바 ‘비동빌(Bidonville·빈민가)’ 문제와 대책도 1970년대부터 공론화됐다. 이 문제가 부각된 것은 극우파나 우파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악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에 오래 산 교포들의 시각이다. 기자가 만난 정책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인종차별이 심해진 것이라기보다 물가 상승, 취업난 등 살기가 힘들어진 이들의 불평에 편승한 우파의 공세가 통했다는 것이다. 톨레랑스가 없다는 단정은 이런 맥락을 놓친 결과로 보인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자. 끝내 톨레랑스가 없어 보인다는 주관적 판단을 고집하려면 ‘없다.’가 아니라 ‘줄었다.’고 말하자. 한 사회의 시스템이나 관행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주거지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이른바 ‘대항력 있는 주거권’을 입법화했다.‘돈키호테의 아이들’이란 시민단체가 지난해 말 파리 센강가에 150개의 텐트를 설치한 뒤 투쟁한 결과다. 만성적 주택난에 시달리면서도 소외된 이들을 배려해 이런 법을 채택하는 사회를 향해 ‘톨레랑스 실종’ 운운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프랑스에 살게 되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불편한 일화가 있다. 한달이 더 걸리는 전화 연결이나 인터넷 설치, 살갑지 않은 서비스 정신…. 대개 유럽 특유의 비효율·비경쟁 문화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효율성·경쟁·성장보다는 분배나 배려를 중시해온 그들만의 가치 모델이 존재한다. 남을 배려하다 보니 경쟁심은 약해지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다 보니 사회보장제도가 튼실해졌고 자연스레 근로 의욕이 낮다. 이런 맥락은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미국식 문화에 익숙한 우리 시각에는 낯설다. 그렇다고 ‘배려’의 문화가 지닌 미덕 자체를 부정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주관적 경험을 확대하거나 부분적 사례를 일반화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어린왕자’의 화자를 질식시켰던 ‘어른’이 되지 말자. 물론 기자도 그 어른일 수 있다.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 대단한 보아

    가수 보아(에스엠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다섯번째 앨범 ‘메이드 인 트웬티’가 23일 발표된 일본 오리콘 위클리 앨범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1집부터 5집까지의 정규앨범과 베스트앨범 등 6개 앨범이 연속으로 오리콘 위클리 앨범차트 정상에 등극한 쾌거. 오리콘 차트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보아의 정규 5집 앨범이 위클리 차트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오리콘 위클리 차트에서 보아가 1위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월 발매한 4집 앨범 ‘아웃그로우’ 이래 1년 만의 일로, 베스트 앨범 포함 총 6번째 1위 기록이다. 아의 5집 앨범은 24일 국내에서도 발매된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국립극장은 개점휴업중?

    국립극장은 요즘 낮이면 발레인형극 ‘호두까기 인형’을 보러온 어린이들로 달오름극장이 활기에 차고, 밤이면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해오름극장이 북적인다. 하지만 이렇듯 ‘공연장 대관 사업’이 호황을 누리는지 모르지만, 이름처럼 ‘국가대표 극장’으로 존재는 두 달 가까이 실종상태이다.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중앙 인형극장의 ‘호두까기 인형’은 취학 전후의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물로는 보기 드물게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고,‘런던 오리지널 팀’이라는 ‘토요일 밤의 열기’ 또한 어떤 품위있는 무대에 오른다고 해도 시비를 걸지않는 시대에 접어든지 벌써 오래이다. 그렇지만 지난 12일 공연을 시작한 ‘토요일 밤의 열기’는 3월3일에야 막을 내릴 예정이고, 지난 10일 첫 공연을 한 ‘호두까기 인형’은 새달 18일에 끝난다. 이 기간에 사실상 유일한 기획공연인 26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현악의 밤’은 ‘대관 공연에 밀려났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현악의 밤이 열리는 별오름극장은 74석짜리 실험무대이다. 물론 자체 공연이나 기획 공연이 아니라고 해서 국립극장이 꼭 ‘기능정지’ 상태에 빠졌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고객인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 정신의 부재(不在)일 것이다. 겨울이면 국립극장이 대관으로 무대를 채우는 것은 그동안에는 어느 정도 양해될 수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1000원으로 수준높은 무대를 맛볼 수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천원의 행복’이 뜨거운 호응을 얻는 등 경쟁 공연장들은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그럼에도 국립극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전속단체와 명성높은 단원을 보유하고 있어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국립극장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해외 흥행물에 장기 대관이 이루어지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사실 국책 공연장이라도 공연 주최자들은 대관료에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세운 극장이라면, 대관료는 훨씬 비쌌을 것이다. 국립극장 관계자나 해외 공연물의 프로모터들은 정당한 비용을 주고받는 거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시장원리와 국책 공연장 대관료의 차액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립극장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한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립으로서 최고 수준 공연장의 입지를 더욱 다지기 위해 예술성 강화와 관객 서비스 강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겨울엔 과연 어떤 대목을 실천하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아! 그곳] 순천만 갈대숲

    [아! 그곳] 순천만 갈대숲

    글 양동식 경희한의원 원장, 시인 사진 윤종근 사진작가 순천(順天)은 문자 그대로 순(順)한 하늘(天)이다. 순천은 기후도, 인심도, 산천도 순하여 모든 사물에게 평안과 생명력을 안겨준다. 가끔 강남으로 돌아가야 할 제비가 이곳의 따뜻한 날씨에 머뭇거리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한겨울에 월동하는 나비와도 마주친다. 그리고 순천만의 갈대숲은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순천만은 갈대의 군락지로서 람사협약에 가입된 세계 5대 연안습지로 그 아름다운 경관 때문에 한국관광공사에서 10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순천만의 갈대는 새싹이 돋아 꽃이 피고 질 때까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순천만에는 사시사철 이름 모를 새들이 들끓는다. 겨울철 갈대숲은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황새,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도요새, 청둥오리가 점령한다. 나는 지천으로 널린 갈대로 배를 만들어 순천만에 띄우고 싶은 꿈을 꾼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몇 해 전에 볼리비아 여행객에게 티티카카호에서 파는 갈대배의 사진과 모형갈대배를 사오도록 했다. 신문에 <순천만에 갈대배를 띄우자>라는 칼럼도 발표하고 그 취지를 순천시청의 인터넷 제안방으로 보내기도 했으나 아직 채택되지 못한 모양이다. 공해도 없고 철새가 놀라지도 않을 갈대배를 순천의 명물로 만들면 어떨까? 순천에 가면 갈대배를 탈 수 있다는 꿈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지금 순천은 갈대축제(10월 14일~22일)로 한창이다. 손바닥만큼 한 갈대배, 갈대빗자루를 만드는 체험도 즐기고 울타리 만들기, 갈대책갈피, 갈대액자도 볼 수 있으며 갈대숲의 미로(迷路)에서 유년시절로 돌아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모를 심고 제일 먼저 햅쌀이 나오는 곳도 순천이다. 동물과 식물이 살아가기에 알맞으면 사람에게도 좋을 것임에 틀림없다. 순천은 교통의 중심지로 지방철도청이 들어섰던 도시다. 순천에서 기차를 타면 서울, 부산, 목포, 여수까지 못갈 데가 없다. 더구나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여수공항이 있어 순천으로 오가기에 더욱 편리하다. 순천에서는 놀랄 만한 장관이나 기기묘묘한 풍물 따위를 기대할 일이 아니다. 그저 평범하고 온화하며 순박한 인심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고 볼거리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른 곳에 비하여 결코 손색이 없으면서도 인공적인 손길이 적은 낙안읍성과 음식축제, 승보종찰 송광사, 고색창연한 선암사, 작설차의 명산지 명도다원 이외에도 주암호, 고인돌공원, 승주골프장, 월등 복숭아단지 그리고 순천만의 생태체험관 등 헤아릴 수 없이 볼거리가 많다. 이곳에 오래 살다 보니 순천은 오묘한 데가 많은 도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선 순천시의 남쪽은 바다로 트여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며 그 풍광 또한 아름답다. 예컨대 와온 갯벌에서 나는 꼬막, 그것을 삶아 소주를 한 잔 들이키며 저녁노을을 바라보면 혀와 눈이 한껏 즐겁다. 어디 그뿐인가. 눈이 검어서 눈게미로 불리우는 새끼숭어를 회치거나 국을 끓여 먹으면 별미도 별미려니와 건강식품으로도 최고다. 그리고 별량에서 잡히는 짱뚱이에 갖은 양념을 해서 전골을 끓이면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순천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들판에는 각종 농산물이 풍부하다. 쌀은 물론 무, 배추, 오이, 미나리, 토마토 등등…. 해룡면 월전 사거리의 순천농산물 도매시장이 그 실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가지의 변두리 야산에는 철따라 쑥이며 냉이, 고사리 등 각종 산나물이 넘쳐난다. 인접한 여수에서 잡히는 정어리와 순천의 고사리를 함께 끓여 밥상에 올리면 숟가락이 휘어지고, 볼따구니가 미어터진다. 이와 같이 순천은 바다와 야산과 들판이 어우러져 풍부하고 다양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기후가 온화하고 물산이 풍부한데 어찌 인물이 나오지 않겠는가! 자고로 순천에 가서는 인물 자랑을 하지 말라고 했다. 여인들의 미색이 뛰어나서 순천으로 장가들려는 총각들이 줄을 섰다. 어디 그뿐이랴. 한국 문학의 금자탑으로 평가하는 소설가 김승옥을 필두로 조정래, 서정인, 아동문학가 정채봉은 물론 시인 송수권, 서정춘, 허형만도 모두 순천의 토양이 길러낸 문인들이다. 심지어 미국에서 건너온 린튼가의 3세로서 선교와 의료로 헌신하는 인요한도 순천의 토박이가 되었다. 잠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마라톤 선수 남승룡, 《강남악부》를 펴낸 조현범이 모두 순천사람이다. 조선시대 이곳으로 유배를 왔던 조위는 옥천에 임청대를 쌓고 옥처럼 맑은 시냇물에서 건져 올린 피리탕에 탁주를 마시며 <만분가>를 지었다. 또한 제주도에 표류했던 화란 선원 하멜 일행이 서울에 억류되었다가 지방으로 내려온 곳도 순천, 강진 등이었다. 그들은 따뜻하고 인심 좋고 먹을거리 많은 순천에서 품을 팔며 잘 먹고 잘 살았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탈옥수 신창원이 몸을 숨긴 곳도 순천이었다. 이와 같이 순천의 하늘, 땅, 사람은 누구에게나 평안과 여유를 주는 곳이다. 그래서 제비도 나비도 철새도 하물며 사람까지도 순천에만 오면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얼마 전의 신문 보도에 의하면 장수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순천이 꼽혔다. 미물조차 오래 머무는 이곳, 천수를 누리려면 순천에 와서 사시라고 권하고 싶다.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문화마당] 신시(神市)의 새벽을 열자/최동호 시인 고려대 국문과 교수

    삼국유사를 읽지 않고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말할 수 없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되풀이해 다시 읽어야 하는 책이 삼국유사이다. 삼국유사에는 한국인의 원형적인 사고와 생활 감정이 담겨 있다. 오늘의 한국인들이 천년전 또는 그 이전의 자기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삼국유사를 다시 거울처럼 들여다보아야 한다. 최근에 간행된 이어령 선생의 ‘삼국유사 이야기’에서 우리는 새롭게 해석된 삼국유사의 신화적 코드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에게 우리 것을 돌아보기 위해 삼국유사를 다시 읽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왜 우리에게는 서양의 것과 같은 신화가 없느냐고 아쉬워하는 젊은이들은 ‘삼국유사 이야기’를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서구의 신화와 한국의 신화의 차이를 명쾌하게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신화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군신화’이다. 서양의 신화가 대립과 투쟁의 역사를 보여 주는 것이라면 한국의 신화는 고행과 조화의 역사를 보여 주는 것이다. 동굴 속에 들어가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호랑이와 곰이 인간이 될 것이라는 금기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인간이 되려는 동물의 자기극복 과정을 보여 주는 통과의례이다. 동굴 속에서 호랑이와 곰이 서로 싸워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금기를 지키는 인내심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문화적 코드가 단군신화의 첫머리에 담겨 있다. 곰에서 변신한 웅녀가 매일같이 신단수 아래 와서 환웅에게 빌어 인간의 몸으로 변신한 환웅과 관계를 가져 아들을 낳으니 그가 바로 단군이다. 한국인의 역사가 바로 단군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여기서 되짚어 보고 싶은 것은 신들의 역사에서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천제의 아들 환웅이 인간을 이롭게 할 땅을 찾아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신시를 열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신시는 신과 인간이 만나는 자리이면서 하늘과 땅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한국인의 역사의 시원을 거슬러 올라가 만나게 되는 최초의 지점이 신시이다. 하늘과 땅이 인간과 어우러져 최초의 역사가 시작된 신시를 지금 우리가 돌이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현실의 상황이 복잡하고 미래가 어둠이 덮인 새벽처럼 불투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는 마치 신시가 다시 열리는 것과 같은 환호와 축제의 날을 맞이한 적이 있다. 역사의 전개란 항상 기쁨과 희망으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20세기 한국사는 그야말로 다른 어느 세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난의 연속이었다. 거의 기적적으로 이를 극복하고 이제 바야흐로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려는 이 순간, 역사는 우리에게 또다시 새로운 시련을 부여하고 있다. 이때 우리는 단군신화에서 곰이 역경을 극복하고 인간으로 탈바꿈하여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였던 것처럼 견인의 정신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 역사를 개척해 나가는 민족은 시련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어떤 민족이나 국가든 시련과 도전을 이겨내지 못하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우리는 단군으로부터 오천년의 역사와 더불어 국내외의 모든 역경을 극복해 왔다. 그러한 경험이 우리 민족을 강인하게 만들어 왔던 것이다. 비단 단군신화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이어령 선생의 ‘삼국유사 이야기’는 처용, 김유신, 수로부인, 바보 온달 등 풍요롭고 흥미 있는 이야기들을 새로운 문화적 코드로 읽어내면서 한국인의 원형적 캐릭터와 서사의 근원을 심도 있게 밝혀 준다. 날카로운 통찰과 예지에 빛나는 그의 이야기들은 오늘과 내일의 우리가 나갈 길을 밝혀 주는 확실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최동호 시인 고려대 국문과 교수
  • ‘환상선’ 눈꽃열차 594.6 km

    ‘환상선’ 눈꽃열차 594.6 km

    환상선 눈꽃 순환열차!겨울 눈꽃을 소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m의 태백선 추전역, 하늘도 땅도 세평이라는 오지 중 오지 영동선 승부역, 그리고 우리나라 인삼 일번지 중앙선 풍기역 등을 돌아볼 수 있는 겨울철 대표적인 기차여행 상품이다. 연계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수한 기차여행이라 부를 만하다. 왜 하필 이름이 환상선일까. 차창 밖의 눈꽃이 환상적이어서가 아니라, 열차 운행코스가 둥근 고리모양처럼 보여 환상선(環狀線)이라고 한다. 총 594.6㎞를 운행하는 동안 통과하는 터널은 210여개, 지나가는 교량은 500여개, 그리고 총 140개의 역과 만나게 된다. 경부선(서울~용산), 경원선(용산~청량리), 중앙선(청량리~제천~북영주), 태백선(제천~백산), 영동선(백산~북영주) 등 이용하는 철길만도 다섯개에 이른다. 글 사진 태백·영동·풍기 박준규 철도여행가 서울역 플랫폼. 여행사의 플래카드앞에 집결해 일정표와 좌석표를 배부받았다. 07시40분 개찰구를 나와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 오늘은 사람이 많은지 무려 12량(카페객차 1량 포함)이나 연결되어 있다. 맨앞에 디젤기관차 2량을 붙여 놓았지만, 과연 열차가 움직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버거워 보인다. 07시50분 열차가 천천히 승강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잠시 한강을 따라 달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청량리역이다. 08시14분 청량리역을 출발한 열차 창 밖으로 시골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의 모습이 볼 만하다. 마술사들이 객실을 돌아다니며 마술쇼를 벌이는 가 하면, 이벤트 담당자들이 게임으로 승객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열차 탑승시간이 긴 편이어서-거의 하루 종일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다소 힘든 여정인 듯하다. 객실에서 벌어지는 각종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카페객차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를 잡아보기도 하면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여행지를 구경하면 더욱 즐겁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기차 안에서 밖으로 보이는 설경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함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지나온 시간을 돌이킬 수 있는 여유, 순백의 순수함을 느끼게 한다. 꿩과 구렁이의 전설이 서려 있는 상원사가 떠오르는 원주역, 뱀이 똬리를 틀 듯 한 바퀴를 돌아 나오게 되는 루프형 터널(금대2터널), 월악산국립공원, 역사 문화의 교육장 청풍문화재단지, 선비 박달과 금봉 처녀의 슬픈 전설이 서려 있는 ‘울고 넘는 박달재’로 알려진 제천역 등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제부터는 태백선 구간. 열차의 속도가 더욱 느려지며, 창 밖으로 멋진 경치가 펼쳐졌다. 연당역을 지나 영월역에 들어서기 전, 왼편에 비운의 왕 단종이 기거하던 청령포가 보였다. 오른쪽으로는 서강(평창강)과 동강이 만나 남한강이 되어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미원역을 지날 때는 높이 올라와서 그런지, 마치 비행기를 타고 넘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왼쪽 아래로는 증산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운행하는 정선선 철길. 정선 아리랑과 함께 기차여행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강원랜드 카지노와 새로 개장한 하이원 스키장이 있는 고한역을 지나면 정암터널과 만난다. 길이 4505m.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터널이다. 터널을 통과하는 데만 무려 8분 정도 소요된다. # 여름에도 역무실에 난로 피워 정암터널을 빠져 나오면 드디어 첫번째 정차역인 추전역.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m에 위치해 있다. 정차시간은 20분정도. 여름에도 선풍기나 에어컨이 필요없고, 연중 난로를 피워야 할 정도로 평균기온이 낮은 곳이다. 몇해 전 여름에 추전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역무실 안에서 난로를 피우는 신기한 모습을 보기도 했다. 대합실에는 열차 시각표와 운임표와 함께 멋진 기차사진,100주년 기념 고무인 날인 책과 방명록(방명록에 한마디 적고 가시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쉼 없이 물을 뿜고 있는 추룡소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대합실 밖에는 석탄을 연료로 이용하던 시절 열심히 탄을 날랐던 광차, 추전역 기념석 등이 있다. 저 멀리 7기의 매봉산 풍력발전기는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두어명의 시골사람들이 도시인을 상대로 먹거리를 팔고 있다. 너무도 달아 쓴 맛을 못느끼는 당귀동동주와 각종 나물, 그리고 취나물로 만든 취떡 등이다. 특히, 한 할아버지가 만든 취떡은 어찌나 맛이 좋던지, 잠깐 사이에 금방 동이 나 버렸다. 12시39분 추전역을 뒤로 한 열차는 두번째 정차역인 승부역을 향했다. 13시30분. 상하행 통틀어 하루 6회만 기차가 서는 승부역에 도착했다. 하늘도 세 평, 땅도 세평, 마당도 세평이라 불릴 정도로 열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외진 곳. 첩첩산중의 지형으로 알려진 봉화군에서도 험준한 영동선 철길에 자리잡은 시골 오지역이다. 승강장 앞 쉼터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적혀 있다. “작은꽃밭 애처로워 / 세평하늘 되었는지 작은꽃밭 넘친정에 / 세평하늘 되었는지 세평꽃밭 님의마음 / 하늘만큼 넓었으니 님의마음 승부역은 / 하늘꽃밭 만들어서 님과함께 정을주네” 오른쪽으로 뒤뚱거리며 냇가를 건너갈 수 있는 흔들다리가 놓여져 있다. 태풍과 수해를 겪으며 3번째 다시 태어난 사연을 간직한 다리다. 다리를 건너면 청아하게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오솔길 코스, 옛 선조의 생활상을 표현한 농기구 전시관 등이 있다. 냇가쪽으로는 마을 아낙네들이 직접 경작한 산나물, 콩, 꽈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깎아 달라는 도시인과 안된다는 시골 아낙네간 흥정을 보노라니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듯하다. # “멋지다” 감탄사 연발 승부역을 나서면 이제 국내에서 가장 험준한 산악, 협곡지역을 지난다. 창 밖의 경치가 멋지다 못해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돈 주고도 보기 힘든 설경을 편안한 열차 안에서 실컷 볼 수 있으니, 영화제목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렇게 설경을 보며, 오순도순 정겨운 이야기를 하고, 계란을 까먹으며 부모님은 옛 추억을, 자녀들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차여행. 얼마나 좋은 것인가? 눈 덮인 고요한 산과 들을 굽이굽이 돌고, 스쳐 지나가는 이름 모를 간이역과 시골풍경을 바라보면 눈이 즐거워진다. 17시00분 한눈 팔 시간이 없을 정도로 계속되는 멋진 경치에 “우와! 멋지다∼”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동안 열차는 세번째 정차역인 중앙선 풍기역에 도착했다. 인삼으로 유명한 곳. 인삼향에 취해 역앞 인삼시장에서 인삼을 사기도 하고, 재래시장에서 사과, 고추, 참깨, 무, 파 등 신선한 농산물을 사기도 했다. 풍기역 앞 인삼모형에 얼굴을 대고 사진을 찍으면, 아쉽지만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 18시00분 풍기역을 떠난 기차는 단양팔경과 고수동굴, 구인사, 남한강 물줄기가 보이는 단양역으로 향했다. 19시00분 카페객차에서 오늘의 마지막 이벤트 디스코 타임이 벌어졌다. 그동안 객실에서 조용히 여행을 했다면, 이곳에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잠시 몸을 흔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디스코음악도 멈추고 열차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피곤한 하루를 정리하기 좋은 시간. 원주, 양평 등을 지나 21시 53분 서울역에 도착한 열차는 긴 한숨을 내쉬며 14시간에 걸친 기차여행을 마무리했다. # 여행정보 청량리역에서 다음달 11일까지 매일 출발한다. 주관여행사는 경인관광여행사(www.ktx7788.co.kr)(032)343-7788,(080)343-7788. 주중에 어른 3만 6000원, 어린이 3만 3000원. 주말에 어른 3만 9000원, 어린이 3만 6000원. 회원 가입 후 인터넷 예매시 2000원 할인(주중 출발에 한함). http:///www.traintrip.wo.to http:///cafe.daum.net/traintripwrite 참조
  • 피아노록으로 ‘오리콘’ 강타…‘제2의 보아’ 윤하

    피아노록으로 ‘오리콘’ 강타…‘제2의 보아’ 윤하

    작은 체구지만 가슴에 뜨거운 불 하나를 숨겨 놓은 소녀가 있었다. 둥글고 초롱초롱한 눈망울, 다부진 입가에 항상 착해 보이는 웃음을 달고 있던 그 소녀의 꿈은 가수가 되는 것. 자신이 느끼고 상상하는 모든 것들을 담은 노래로 무대에서 청중들을 빨아들이는 ‘표현자의 삶’을 살고 싶었다. 비교적 규모가 큰 가수 오디션에 응모한 것만 20차례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때로는 창문옆 가스밸브를 타고 내려가 오디션에 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번번이 탈락.‘노래솜씨는 좋은데 외모가 처진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 때문이었다. 어느날 자신의 데모 테이프를 받아 본 일본의 한 연예기획사에서 연락이 왔다.2004년 1월.16세의 소녀는 부모님과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의 만류를 뿌리친 채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일본에서 데뷔한 지 10개월 만인 2005년 6월. 자신의 두 번째 싱글 ‘호우키보시(혜성)’가 일본 오리콘 차트 1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당당히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올랐다. 팬들은 그에게 ‘오리콘 혜성’,‘제 2의 보아’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가수 윤하(19·본명 고윤하)얘기다. 일본열도를 점령했던 그의 시선이 이제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 윤하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노래는 ‘오디션’. 자신만의 독특한 록 음악 시대를 열겠다는 뜻에서 ‘타임 투 록(Time2Rock)’이란 부제를 달았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피아노 록-펑크 록에 가깝다­장르의 노래.5살때부터 갈고 닦은 피아노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됐다.“전통적인 록 사운드에 피아노 솔로를 덧입혀 만들어 낸 화려하고 강력한 사운드가 듣는 이들에게 청량감을 안겨 줄 거예요.” 하지만 ‘모두 삐딱한 채로 내 얼굴 본척만척 한대도 주눅들지 않아/나에겐 이루어질 미래가 있어/너 그렇게 날 무시하지마/내일은 내가 별이 될 테니까’란 가사 내용이 예사롭지 않다.“수많은 오디션에서 탈락했던 시절의 오기와 정신을 담은 노래이기 때문이죠. 가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제 노래가 힘이 됐으면 좋겠네요.”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는 피아노 록을 국내에 소개한 그는 앞으로도 피아노를 토대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생각이다.“약혼후 헤어졌던 제 부모님께서 김수희의 ‘너무합니다’란 노래를 듣고 다시 합치셨다죠. 음악으로 사람의 일생을 바꿀 수 있는 멋진 싱어 송 라이터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윤하는 현재 일본에서만 총 7장의 싱글과 1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제 2의 보아’라는 별명에는 다소 경계심도 느낀다.“영광스러운 별명이긴 하지만, 보아 선배와 전 추구하는 장르가 달라요. 보아 선배가 노래하며 춤을 춘다면, 전 노래하며 피아노를 연주하죠.”서로의 개성이 다르다는 말이다. 2∼3월쯤엔 국내 첫 정규앨범도 선보일 계획이다.“일본에서 발표한 1집앨범과는 완전히 다른 노래들로 채울 거예요.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서 활동한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일본에서 가수의 꿈을 이뤘을 때보다 훨씬 크네요.” 글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기고] 공공투자 확충이 국민의 삶 바꾼다/변재진 보건복지부 차관

    국민의 삶이 편안하지 않으면 나라가 편안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가족기능의 약화, 소득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가 이제는 국민 개개인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인구에 대한 가족의 부양부담이 증가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이 기쁨과 즐거움이기보다는 부담과 고민이 되었다. 가정환경이 자녀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지고, 실질적 교육소외계층이 늘면서 빈곤과 불평등의 세습이 심각한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더 이상 가족보호와 부양의 책임을 대문 안쪽으로 가둬 둘 수만은 없다. 그동안 일부 취약계층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졌던 국가의 역할과 기능은 보다 적극적으로 전체 국민의 삶을 보살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올해 예산에 사회서비스 확충을 위한 재원을 크게 늘려 편성해, 총 40여개 사업에 1조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사회서비스 관련 예산의 확충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기상조이며 선심성 예산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머뭇거려 국가 대사를 그르치는 사례를 역사 속에서 수없이 보아왔다. 격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해 모든 국민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국가 역할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다음 세가지 원칙을 갖고 이루어진 사회서비스분야에 대한 공공투자의 확충은 국민의 복지서비스 욕구를 충족시켜 생활 속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우리 사회의 생산성을 높여 새로운 국가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첫째, 사회서비스의 확충을 통해 여성 및 중고령층의 자녀양육과 가족부양, 노인 수발 등의 가사부담을 경감시킨다. 동시에 이들에게 적합한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고용창출과 경제활력을 촉진한다. 둘째,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인해 인적자본의 개발·형성과정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해소하여 미래 성장잠재력을 제고한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인적자본은 지속성장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 따라서 정부는 인적자본의 초기 형성단계인 아동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려 모든 아동의 생애 균등한 출발을 보장하려고 한다. 셋째, 저소득 취약계층에 사후적 현금 이전지출을 통한 소득보장 중심의 국가보호 역할을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해 보강함으로써 복지재정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제고한다. 선진국의 경험에서도 현금 지원과 사회서비스 공급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제비교 연구에서 사회서비스 지출과 치안 지출이 반비례하는 것으로 입증되었듯이 사회서비스가 부족할 경우 사회문제의 증가는 물론 향후 사회적 비용이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의지를 갖고 이루어진 사회서비스 부문에 대한 공공투자의 확충으로 올 상반기부터 장애인·노인·산모 지원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확대 제공될 예정이다. 또한 지역사회가 스스로 지역실정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평가해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개발·제공 체계가 마련된다. 특히 기존의 서비스 공급자 중심 정책에서 탈피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공급자들간의 경쟁을 통해 질좋은 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도록 수요자에게 서비스 이용권(voucher)을 지급하는 방식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철저히 평가하고 모니터링해 양질의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한치의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다. 변재진 보건복지부 차관
  • 실내악, 부산바다 적신다

    실내악, 부산바다 적신다

    부산은 이제 ‘영화의 도시’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음악제가 결정적 공헌을 했다. 외지의 문화예술 애호가들에게 부산은 가끔 한 차례씩 찾아보는 ‘영화의 도시’로 충분하다. 하지만 부산시민들 쪽에서 보면 오로지 영화만으로 문화적 욕구가 충족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블랙홀’처럼 각종 문화예술 지원금을 빨아들이는 동안 부산 음악인들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음악회 숫자가 오히려 줄었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오는 23일부터 2월3일까지 열리는 ‘2007 부산국제음악제’가 의미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2005년 첫번째 축제는 ‘설익음 혹은 위태로움’이라는 지적이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3회째를 맞는 올해는 ‘아시아 최고의 실내악 축제’라거나,‘화려한 스타 군단으로 이뤄진 실내악 드림팀’이라는 수식어가 그렇게 큰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음악제가 주는 신뢰감은 첫회부터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비올리스트 최은식과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의 한 사람이자 그의 부인인 백혜선으로부터 나온다. 이들이 있기에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피에르 아모얄과 백주영, 피아니스트 올리비에 갸르동 같은 뛰어난 국내외 연주자의 참여도 가능했을 것이다. 피아노 클라우디오 마르티네즈 메너와 주희성, 바이올린 루시 스톨츠만과 교코 다케자와, 비올라 오야마 헤이치로와 폴 콜레티, 클라리넷 찰스 나이디히, 혼 김영률 등도 참여한다. 프로그램을 보아도 음악제의 수준은 간단치 않다.25일 ‘오프닝 콘서트’에선 헨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듀오’와 슈만의 ‘2대의 피아노,2대의 첼로와 혼을 위한 안단테와 바리에이션’, 도흐나니의 현악3중주, 브람스의 피아노5중주가 연주된다. 실내악의 깊이와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래밍의 기조는 27일 ‘가족음악회’와 30일 ‘축제음악회’,2월1일 ‘피날레 콘서트’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어느 날을 골라도 후회하지 않을 듯하다. 앞서 23일 열리는 부산신포니에타 연주회에는 클라우디오 마르티네즈 메너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3번을 협연한다.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는 31일 ‘떠오르는 별’ 시리즈에는 스트라빈스키 국제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젊은 피아니스트 오현정이 나선다. 2월3일에는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식사를 즐기며 백혜선과 교코 다케자와, 정명화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3중주 ‘유령’을 들을 수 있는 ‘후원자를 위한 디너 콘서트’도 있다. 부산국제음악제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과 중극장에서 나눠 열린다. 디너 콘서트를 제외한 티켓값은 2만∼6만원.(051)747-1536.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3)송석원시사의 인재 장혼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3)송석원시사의 인재 장혼

    위항시인들이 주관하는 백일장인 백전(白戰)에 수백명이나 참석할 수 있었던 까닭은 송석원시사의 중심인물이었던 천수경이나 장혼이 한양 인왕산에서 커다란 서당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항시인 이경민이 편찬한 위항인들의 전기집 ‘희조질사(熙朝 事)’의 천수경편에 의하면 “한달에 60전을 내게 하니…(줄임)배우는 아이가 많게는 30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제자 가운데)나은 자가 못한 자를 가르쳤다.”고 했으니, 조를 나누어 가르칠 정도로 체계를 갖춘 기업형 서당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장혼의 서당에도 아들과 손자 또래의 제자들이 모여 글을 배웠다. ●교정 보고 책 만드는 일로 반평생을 보낸 장혼 장혼(張混·1759∼1828)의 아버지 장우벽(張友壁)은 날마다 인왕산에 올라가 노래를 불렀다. 사람들이 그가 노래 부르는 곳을 가대(歌臺)라고 불렀다. 장우벽 자신은 글을 웬만큼 알았지만, 총명한 아들 장혼을 서당에 보내지 않았다. 문장을 잘 지어도 쓸 데가 없는데다, 오히려 중인 신분의 한계를 탄식하며 처절하게 세상을 살아갈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혼의 어머니 곽씨가 집에서 글과 역사를 가르쳤다. 아버지는 떠돌아다니며 노래를 불러 가난한 집안 살림은 장혼이 도왔다. 여섯살 때에 개에 물려 오른쪽 다리를 절었지만, 나무하고 물 긷는 일을 도맡아 했다. 학문을 좋아하던 정조가 1790년에 옛 홍문관 터에 감인소(監印所)를 설치하고 여러가지 책들을 인쇄하여 반포하려고 하자, 오재순이 장혼을 사준(司準)에 추천하였다. 교정 보는 일을 맡은 사준은 정9품 잡직이었는데, 기술직 중인들이 맡는 말단 벼슬이었다. 그는 “원고와 다른 글자를 살피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솜씨가 마치 대나무를 쪼개는 것 같았다. 규장각의 여러 고관들 가운데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어 모두 그에게 일을 맡겼다.”고 한다. 책 한권을 다 만들면 의례 품계를 올려주는 법인데, 그는 번번이 받지 않고 사양하였다. “적은 봉급은 어버이를 모시기 위해 받지만, 영예로운 승진은 제가 욕심내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이유를 밝혀, 정조가 봉급을 더 많이 주었다. 모친상을 당한 3년을 빼고는 1816년까지 줄곧 사준으로 일하며, 사서삼경을 비롯해 ‘이충무공전서’ ‘규장전운(奎章全韻)’ 등의 책들을 간행하였다.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弘齋全書)’도 장혼이 교정을 보았다. 장혼이 교정을 잘 본다고 소문이 나자 궁중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그에게 교정을 부탁하였다. 금속활자를 만들려면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 민간에서는 대개 목판으로 인쇄했는데, 재산이 넉넉하고 인쇄할 책이 많은 집안에서는 개인적으로 활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기 문중의 책을 다 찍은 다음에는 그 활자를 남에게 빌려주며 돈을 받기 때문에 처음에 많은 자본을 들이면 어느 정도 상업성도 있었다. 돈암(敦岩) 박종경(朴宗慶·1765∼1817)은 누이가 순조의 생모 수빈 김씨였다. 순조가 즉위하고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하면서 지극한 총애를 입어 호조판서에 오르고 훈련도감을 맡았다. 그는 가통을 세우기 위해 5대 이하의 유고를 모아 ‘반남박씨 오세유고(潘南朴氏五世遺稿)’를 편집했으며,1816년에 정교한 금속활자를 직접 만들어 세고와 함께 아버지의 문집 ‘금석집(錦石集)’을 인쇄하였다. 청나라 취진판(聚珍版) 전사(全史,二十一史)의 글자를 자본으로 인서체(印書體) 동활자 20만자를 주조한 것이다. 박종경이 개인적으로 만든 활자를 전사자(全史字), 또는 그의 호를 따서 돈암인서체활자(敦岩印書體活字)라고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주변에 빌려줘 여러 종류의 책이 만들어졌다. 박종경의 활자로 인쇄한 초기 십여종의 책은 대부분 장혼이 교정하였다. ●목활자 만들어 서당 교재를 인쇄 인왕산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장혼은 ‘천자문’ 말고도 여러가지 교과서의 필요성을 느꼈다. 자기 서당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직접 찾아와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도 좋은 교과서가 필요했다. 중국의 역사와 인물 위주로 만들어진 ‘천자문’이 좋지 않은 교과서라는 점에 대해서는 다산 정약용을 비롯해 많은 학자들이 이미 비판해, 나름대로 대안 교과서를 만들고 있었다. 장혼이 처음 만든 교과서는 ‘아희원람(兒戱原覽)’이다. 제목 그대로 아이들이 보아야 할 내용을 가려뽑은 책이다. 정리자체 철활자를 빌려 1803년에 인쇄하였다. 그런데 남의 활자를 빌려오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불편했다. 그래서 인쇄 전문가였던 장혼은 스스로 필서체(筆書體) 목활자를 만들었다. 웬만한 책을 만들려면 금속활자를 10만개 넘게 주조해야 했는데, 장혼의 재산으로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나무로 활자를 만들었던 것이다. 윤병태 교수(전 충남대문헌정보·작고)는 이 목활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장혼이 만든 목활자는 폭 12mm 내외, 높이 8mm 내외의 비교적 폭이 넓은 납작한 평면을 가진 활자로 보인다. 그 자체(字體)는 필서체로 되어 있으며, 다른 관주활자(官鑄活字)에 비해 약간 작은 아름다운 글씨체로 보인다. 활자의 자본(字本)을 누가 썼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록도 보이지 않으나, 김두종은 초예(草隸)에 능한 장혼의 의장(意匠)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장혼이 처음 목활자로 인쇄한 교과서는 ‘몽유편(蒙喩篇)’과 ‘근취편(近取篇)’ ‘당률집영(唐律集英)’ 세권이다. 모두 “경오활인(庚午活印)”이라는 인기(印記)가 있다. 경오는 1810년이니 그가 송석원시사의 중심인물로 활동하던 시기이다. 목활자는 금속활자보다 빨리 닳아서 찍을수록 글씨가 뭉툭해지는 단점이 있는데,1810년에 인쇄된 책들은 글자체가 비교적 정교하다. 장혼이 만든 목활자는 크기가 작지만 만든 솜씨가 정교하면서도 글자 모양이 예뻐서, 이 활자로 찍은 책들은 금속활자본과 달리 부드러운 맛이 있다. 장혼이 직접 짓거나 편집한 책은 위항시인 333명의 시 723수를 천수경과 함께 편집한 ‘풍요속선(風謠續選)’에서부터 우리나라 역사를 요약한 ‘동사촬요(東史撮要)’까지 24종이다. 그는 자신의 책만 인쇄한 것이 아니라 1816∼1818년 위항시인들의 책 5종을 자신의 목활자로 인쇄해 주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최성환이 이 활자를 인수해서 장혼의 제자나 후배 문집 5종을 인쇄했다. 그의 문집인 14권 분량의 ‘이이엄집(而已集)’은 끝내 간행되지 못해 필사본으로 남아 있다. 그가 편집 인쇄한 책들을 통해 위항문화가 널리 퍼졌으며, 그의 서당 제자들이 금서사(錦西社)와 비연시사(斐然詩社)로 인왕산 시사의 대를 이었다. ■ 아희원람이란 ‘아희원람(兒戱原覽)’은 고금의 사문(事文) 가운데 아이들이 찾아보아야 할 내용을 열가지 주제로 가려뽑은 책이다. 1803년에 제작된 본에는 동국(東國)·수휘(數彙)·보유(補遺)가 더 실렸다. 몽유편(蒙喩篇)은 낱글자로 배웠던 천자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어휘집이다. 상권에는 신형(身形)·연기(年紀)·칭호(稱號)·위분(位分)·명물(名物)의 기본어휘 1049개에 동의어나 유사어가 붙어 있다. 우리말 어휘도 383개나 실렸다. 하권은 인명록인데 덕행(德行)부터 이단(異端)까지 일곱 부류 1 441명의 이름을 실었다. 근취편(近取篇)도 어휘집인데 13장까지는 네글자로 된 속담과 고사숙어 1046개, 그 다음에는 세글자로 된 고사숙어 98개, 그 다음에는 두글자로 된 숙어 192개를 실었다. 아희원람은 윤병태 교수가 확인한 판본만도 7종이나 될 정도로 자주 인쇄돼 널리 읽혔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데스크시각]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강동형 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인은 정치가 제일 썩었다고 침을 뱉으면서도 기존 정치판의 문화에 저항하는 정치인은 ‘지도자감’이 아니라고 배척하는 사기극을 천연덕스럽게 저지르고 있다. 그렇게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아 놓고서도 개혁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진 않는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100% 전가시킨 다음에 다음 쇼를 기다린다. 나는 이러한 국민 사기극을 끝장낼 것을 제안한다.’(강준만 지음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 중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에 대한 담화를 발표하던 날 먼지가 쌓인 책장을 다시 펼쳤다. 노 대통령 후보 시절에 나온 책이지만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남은 시점에서도 그 내용이 구구절절하다. 우리 동네 횟집 사장님은 장사가 안 되거나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육두문자를 동원해 대통령을 나무란다. 계절적으로 장사가 안 되는데도 대통령 탓이다. 이치에는 맞지 않지만 확신에 찬 모습이다. 횟집 사장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 우리의 자화상이다. 누구도 이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변에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구가 더러 있는데 모임에서는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아이스 맨’으로 통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맹목에 가까울 정도의 불신과 냉소가 대통령에 대한 일상적인 표현 방식이 돼버렸다.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진실을 보고 있으며,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아니면 노력은 하고 있는지 한번쯤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많은 시민사회단체 및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의 개헌 발언에 대해 “공감하지만 시기가 부적절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은 옳은데 시기는 다음 정권이 적절하다는 이야기다. 논점이 ‘개헌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헌 시기’에 맞춰져 있다. 개헌 내용과 개헌 시기는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내용에 대한 토론은 배제되고 시기만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톨스토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와 중요한 사람, 중요한 일에 대해 ‘지금 내곁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듯이 우리에게 ‘지금’은 가장 소중한 시간이요, 시기이다.‘적절한 시기’,‘다음 정권’은 상대적 개념이다.‘국민의 정부’에서 개헌 문제가 나왔을 때 “개헌은 다음 정권에서 하는 것이 순리다.”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결국 이 말은 반대를 위한 반대의 논리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개헌의 성패 여부를 떠나 개헌 내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시에는 10년 이상 해결하지 못한 현안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원회수시설의 광역화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 가까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시설 인근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하지만 다수의 주민들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동안 ‘내용’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덕분이다. 이밖에도 용산기지 활용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서울시, 현대차 노사문제, 화장장 건설을 둘러싼 주민간 갈등, 개발과 환경보전 등 우리 사회에는 서로 이익이 상반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과 방식이다. 반목과 질시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마침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이석연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대표 등 입장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지난 10일 한자리에 모여 “시대정신을 앞장서 구현해야 할 종교 시민사회지도자들이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한다.”고 고백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와 같은 관용과 이해의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강동형 지방자치부 부장 yunbin@seoul.co.kr
  • 시인 문태준 ‘지독한 詩사랑’

    2004~2005년 연속 ‘문인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인’으로 선정된 시인 문태준(37)이 자신이 지독히 사랑한 69편의 시를 뽑아 시집을 냈다.‘포옹-당신을 안고 내가 물든다’(해토 펴냄). 시인은 “제 사랑의 과거였으며 현재이자 미래인 이 시들을 ‘꽃을 기르는 마음으로’ 보아달라.”고 말한다. 또 “꽃이 피어나듯, 해서 붉은 꽃잎이 ‘당신’의 마음을 물들이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2004년), 미당문학상(2005년), 소월시문학상(2006년) 등 5개의 문학상을 휩쓴 시인은 우리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대표시인이다. 그런 만큼 시인이 뽑은 시들은 서정이 물씬 넘친다.‘그 처음에 사랑이 사랑을 만나’(제1부) ‘기다림이라는 말의 대륙이여’(제2부) ‘따뜻하고 넉넉하고 느슨하게’(제3부) ‘나는 수선화 핀 것을 보았네’(제4부) 등으로 분류됐다. 시집에는 장석남의 ‘낮은 목소리’, 정끝별의 ‘물을 뜨는 손’, 나희덕의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류시화의 ‘소금인형’ 등 시인이 사랑한 ‘은하’와 같은 시들이 한데 펼쳐져 있다. 각각의 시에 시보다 더 시적인 시인의 산문이 실려 있어 감상하는 즐거움도 배가된다. “아내의 몸에 대한 신비가 사라지면서/그 몸의 내력이 오히려 애틋하다//그녀의 뒤척임과 치마 스적임과/그릇 부시는 소리가/먼 생을 스치는 것 같다”로 이어지는 장철문의 ‘신혼’에 대해 시인은 “사람이 다른 내력으로 입때껏 살아온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비단을 만지는 일만 같은 게 아니다.”라면서 “연민이야말로 부부가 나눌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포옹”이라고 적었다. 신현림의 ‘사랑이 올 때’에 대해서는 “사랑은 뼘으로 재는 것이 아니다. 자벌레처럼 한 뼘 두 뼘 재며 가는 게 아니다. 하여 사랑은 화선지가 먹물을 받듯 당신을 받아 물드는 것이다.”라고 썼다.160쪽,8500원.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할머니 시인·작가 댕기머리 처녀 되어

    할머니 시인·작가 댕기머리 처녀 되어

    그들에게 그런 열정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40대에서 80대인 열아홉 사람의 시인과 작가들이 지난 9월 29일부터 30일, 이틀 동안 남산자락에 있는 <문학의 집·서울>에서 공연한 문인극 <맹진사댁 경사>에서 자신의 모습을 던져버리고 극중 인물에 빠져 관객들의 흥을 돋우었다. 필자는 이 연극의 스태프로 기획단계부터 마지막 쫑파티까지 참여하면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한 연극의 늪 속으로 다시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번 연극을 통해 새롭게 연극이라는 늪 속에 빠진 문인이 몇 사람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문인극은 오래 전에 몇 번 공연된 바 있지만 최근 10여 년 간은 볼 수가 없었는데 지난해 <산림문학관>을 개관하면서 김후란 이사장이 문인극에 관심을 가져 이번 <문학의 집·서울> 개관 5주년 기념행사로 서울시와 유한킴벌리의 지원을 받아 공연이 이루어졌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맹진사댁 경사>는 1943년 오영진 작가가 발표한 때부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공연되고 있는, 대학에서나 기성극단에서 선호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돈으로 진사를 산 천민이 더 대접받는 양반이 되고 싶어서 가문에 혹해 사윗감을 보지도 않고 혼사를 결정하고는 그 사돈댁에 어울리는 가문이 되어야 한다며 맹씨네 족보를 거짓으로 바꾸는 등 법석을 뜬다. 그러는 중 사위가 병신이라는 소문을 듣는다. 아무리 가문이 탐난다 해도 하나뿐인 딸을 병신한테 시집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맹진사는 궁리 끝에 딸의 몸종을 대신 시집보낸다. 그런데 초례청에 나타난 신랑은 외모가 준수했다. 이에 놀라 밤 피신을 시킨 딸을 데려다 놓지만 신랑은 대신 시집온 착한 이뿐이를 진정한 아내로 맞겠다고 공포하여 맹진사 내외와 그 딸은 하늘이 무너지는 허탈감에 빠진다는, 인간의 욕심이 지나치면 화가 됨을 보여주는 풍자극이다. 몇 번을 보아도 새로운 재미로 공감할 수 있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내용이어서 <문학의 집·서울> 개관 다섯 돌을 맞는 잔치 분위기에 적합한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연출을 맡은 극단 미추의 강대홍 상임연출가는 출연을 희망하는 문인들이 모인 첫날, 대본을 한 번씩 읽어보게 한 후 사흘 후에 배역을 결정하기로 하고는 걱정에 빠졌다. 문인들이라 감성이 있어 책 읽기는 좀 하는 것 같은데, 나이 드신 분이 많아 대사 외우는 것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주최측에서 원래 문인극이란 전문극단 공연과 달리 실수하기 마련이고 관객들도 실수를 애교로 보아준다고 편안하게 생각하라고 했지만, 손님을 초대해놓고 실수하고 장난처럼 공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연출가와 출연자 모두가 열심히 연습들을 했다. 그러기는 해도 으레 대사는 까먹을 테고 실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막을 올리고 보니 입석까지 꽉 메운 관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극에 빠져들어 재미있어 하며 놀라워할 정도로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연극이 어설플 줄 알았는데 너무 잘했다” “얼마나 연습했느냐?” “현실에 맞는 풍자 몇 마디 감칠맛 났다”는 등 칭찬이 줄을 이었다. 맹 노인 역의 황금찬 시인은 여든아홉이며, 열세 사람이 6~70대여서 전체 출연자의 평균 연령은 일흔에 가까웠다. 그리고 주인공 맹 진사 역의 유자효 시인을 비롯해서 상당수의 출연자가 무대에 처음 서는 것이고 보면 그만큼의 성과 뒤에는 부단한 노력이 따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처녀 역을 맡은 박순녀 소설가, 김여정 시인, 박정희 시인, 최금녀 시인, 지연희 수필가도 모두 할머니이다. 이 할머니들이 댕기머리 처녀가 되어 봄놀이 나와 두어 마디하고 퇴장하는데, 그 몇 마디를 위해서 보름 동안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대사가 입에 붙지 않아 어색했지만 자꾸 연습을 하니 자신이 붙고 욕심이 생겨서 공연이 임박해서는 연출자에게 한 번 더 나오게 해달라고, 그게 안 되면 대사라도 한마디 더 달라고 조르기도 했단다. 누군가가 “연극은 모르핀 같아서 한번 맛을 알게 되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서도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모두 나름대로 무척 바쁜 사람들이 출연료도 거의 없이 겨우 20여 일 연습기간 동안 오가는 교통비 정도인 데도 불구하고 연극에 대한 호기심과 매력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고, 공동체 작업에 맞도록 서로 위하고 배려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연습에 몰두하여 공연의 성공을 가져오게 하였다. 연극이 끝나고 쫑파티라는 것을 했다. 연습하는 동안의 에피소드도 얘기하고 미진함도 털어놓으며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모두가 아쉬움을 가슴 가득 안은 채 문인극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헤어졌다. <맹진사댁 경사>에 출연한 문인 배우들은 다음과 같다. 맹노인 : 황금찬 시인 맹진사 : 전 SBS이사 유자효 시인 맹진사 부인 : ‘시마을문학회‘ 대표 홍금자 시인 갑분이 : 장안대학 교수 김유선 시인 이쁜이 : 박미경 수필가 삼돌이 : 전 한국시인협회장 이근배 시인 미언(신랑) :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회장 이길원 시인 미언의 삼촌 :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성춘복 시인 박참봉 : 박정기 희곡작가 김규은 : 김규은 시인 텁석부리 : 장안대학 교수 정승재 소설가 처녀 I : 동남대학 교수 지연희 수필가 처녀 2 : 최금녀 시인 처녀 3 : 전 세륜중학교 교장 김여정 시인 처녀 4 : 박순녀 소설가 처녀 5 : 전 한양여대 교수 박정희 시인 농민1·친척 갑 : 한국희곡작가협회장 김흥우 희곡작가 농민2·친척 을 : 한국시문학연구소 소장 김경식 시인 농민3·친척 병 : 동덕여대 명예교수 조병무 평론가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佛畵 명칭에 ‘탱’자 안쓴다

    탱화(幀畵)는 불화(佛畵)만큼이나 친숙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이 당분한 불화에 ‘탱’이나 ‘탱화’라는 명칭을 쓰지 않기로 결정해 그 배경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중앙박물관은 지난 8일 미술사 전시용어 개선작업 결과를 공개하면서 불화의 제목에 나오는 ‘탱’을 ‘도(圖)’로 고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통 ‘정’으로 읽는 ‘幀’을 왜 ‘탱’으로 읽는지 명확한 근거를 찾아내지 못한 데다, 불화에서 ‘탱’이 같은 뜻으로만 쓰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앙박물관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불화를 탱화로 부르게 됐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극히 미진하다고 설명한다. 탱화가 티베트의 탕카(Thang-ka)에서 유래했다는 추정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 ‘탱’의 의미도 모호하다. 일본 네즈(根津)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불화에서 보이는 ‘신화성미타일탱(新畵成彌陀一幀)’이라는 문구에서 ‘탱’은 ‘서화를 세는 단위’로 본다. 그러면 이 문구는 ‘아미타여래도 한폭을 새로 그렸다.’는 뜻이 된다. 그런가 하면 17세기 이후 조선시대 불화에는 장곡사 아미타후불탱에서처럼 ‘탱’이라는 글자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여기에 나오는 ‘탱’은 ‘거는 그림’이라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미가 밝혀질 때까지 불화에서 ‘탱’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불회탱은 ‘설법하는 네 부처, 사불회도’로 ▲제석탱은 ‘제석과 여러신, 제석신중도’ ▲괘불탱은 ‘야외의식용 불화, 괘불도’ ▲산신탱은 ‘산신과 호랑이, 산신도’로 쓰기로 했다. 중앙박물관은 이번 미술사 용어 개선작업에서도 탱화의 명칭 문제를 명확히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더불어 족자형, 액자형, 두루마리형의 불화와 변상화 등을 구별하는 명칭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도 지속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1849년 골드러시를 이룬 황금의 땅 캘리포니아. 남자들은 한줌의 사금에 영혼을 팔고, 여자들은 한숨 잘 곳을 위해 몸을 팔았다. 노다지를 찾아 헤매는 남자들의 욕정을 채워주는 창녀들이 필요악처럼 존재하던 시기, 먹고 살 길이 없어 창녀가 된 이들은 ‘더러운 비둘기(soiled doves)’‘주홍 아가씨(scarlet ladies)’ 등으로 불리며 굴욕의 삶을 살았다. 미국의 여성작가 프랜신 리버즈의 소설 ‘구원의 사랑’(김지현 옮김, 김영사 펴냄)의 주인공 엔젤도 그런 삶의 멍에를 짊어진 아름다운 창녀다. 저주받은 운명 속에 살아가는 엔젤은 남자, 아니 이 세상 어떤 것도 믿지 않는다. 그런 어느날 미가엘 호세아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첫눈에 알아본 자신의 반쪽. 그러나 창녀의 몸으로 호세아의 순수한 영혼을 더럽힐 수 없다고 여긴 엔젤은 사랑을 애써 피한다. 그때마다 엔젤을 보듬어 주는 호세아. 둘은 결국 하나님의 품안에서 하나가 된다. ‘구원의 사랑’은 구약성경 ‘호세아서’에서 소재를 빌려온 기독교 소설이다. 기독교 소설은 우리에겐 아직 낯선 장르지만 미국에선 로맨스, 추리, 판타지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성경 구절을 모티브 삼아 글을 써온 리버즈는 로맨스 작가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리타(Rita)상을 세차례나 받은 미국 최고의 감성작가. 작가는 로맨스 소설기법을 활용해 성경 속 인물을 재창조해 냈다. 아담과 하와, 이삭과 리브가, 야곱과 라헬, 보아스와 룻, 다윗과 알비가일,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 호세아와 고멜…. 위로와 인내, 성숙과 존경, 믿음을 보여준 성경속 사랑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커플의 사랑이 바로 창녀를 사랑한 호세아의 사랑이다. ‘호세아서’에서 강조하는 것은 이단을 좇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무궁한 사랑이다.‘구원의 사랑’에는 그런 거창한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한 남자의 순애보를 다룬 이 소설은 인스턴트식 사랑이 난무하는 이 시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1만 2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미리 본 새해 영화계 거장 아니면 찍지 마라

    미리 본 새해 영화계 거장 아니면 찍지 마라

    영화계 관계자들은 “2007년이 거품이 빠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두 편이나 나와 겉으론 대박난 것처럼 보이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전체 개봉작의 20%도 안된다. 전반적으로 흥행에 실패한 것. 재미를 못 본 투자사들은 돈줄을 죌 수밖에 없고 제작사들도 편수를 줄이고 내실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아이엠픽쳐스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된 영화는 모두 108편. 한국영화 점유율도 역대 최고치인 60.6%를 기록했다.‘왕의 남자’(1230만),‘괴물’(1301만),‘투사부일체’(631만) 등 흥행에 크게 성공한 몇몇 작품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대박을 터뜨린 소수영화에만 관객이 몰려 전체영화의 80%가 적자를 봤다. 한국영화 편당 평균관객은 27만 5319명으로 2005년에 비해 6.7%나 감소했다. 스크린 수와 개봉영화 편수가 증가한 것 만큼 관객수가 따라가지 못한 것.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벌어져 제작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화시장의 수익구조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영화제작이 활황을 이뤘던 이유는 원활한 자금유입에 있다. 최근 2∼3년새 쇼박스,MK픽쳐스 등 관련 회사들이 잇따라 코스닥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SKT나 KT 등 대기업이 영화판에 뛰어든 것도 돈이 많이 풀린 이유다. 그러나 투자성적표는 기대에 못미쳤다. 때문에 올해 투자사들의 돈줄이 줄어들 것은 확실하다.‘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심산으로 투자하는 과정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올 제작편수는 많아야 80편 정도로 예년 수준. 편당 총 제작비도 30억원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제작사들은 안정적인 기획을 통해 작품성에 더욱 치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용을 과도하게 들여 덩치를 키우고 비주얼 효과를 주었지만, 드라마로 승부하지 못해 관객으로부터 외면받았다는 자성에서이다. 지난해 영화계는 신인 감독들의 경연장이었다. 유달리 후해진 영화판에서 “이번에 데뷔 못하면 바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그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조적으로 관록 있는 감독들의 복귀가 대거 이뤄질 전망이다.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이 상반기에 개봉된다.‘서편제’의 속편 격으로 오정해·조재현이 출연했다. 이명세 감독은 새 영화 ‘엠(M)’으로 관객과 만난다. 전작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강동원이 주인공이다. 박광수 감독은 박신양·예지원을 기용해 ‘눈부신 날에’를 들고 나온다. 문화관광부 장관 출신인 이창동 감독은 전도연·송강호 주연의 ‘밀양’으로 화려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김상진 감독의 차기작은 ‘권순분여사 유괴사건’으로 나문희·유해진·박상면 등을 캐스팅해 벌써부터 화제다. 봉준호 감독도 차기작 ‘엄마’의 올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장윤현 감독은 송혜교와 손잡고 ‘황진이’를 선보인다. 황정민·임수정이 주연한 허진호 감독의 ‘행복’은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올 여름 극장가도 할리우드 영화가 휩쓸 것으로 보인다. 새달 개봉을 앞둔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로키 발보아’를 필두로 오는 5∼8월까지 대작 속편들의 공세가 이어진다.5월 ‘스파이더맨3’ ‘캐리비안의 해적3’에 이어 6월 ‘슈렉3’ ‘오션스13’ ‘판타스틱포2’ ‘브루스올마이티’의 속편 ‘에덤올마이티’가 관객을 찾는다.7월엔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 ‘다이하드4’,8월에는 ‘본아이덴티티’의 속편 ‘본얼터메이텀’이 흥행 바람을 이어간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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