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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테크 칼럼] 개별공시지가 발표일 따라 증여세 달라

    서울 청량리에 상가와 지방에 토지를 갖고 있는 A씨는 지난주 토지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비 15% 정도 오른 2008년 개별공시지가 열람통지문을 받고 토지가격 증가로 늘어날 보유세 부담이 걱정이다.A씨는 이참에 출가한 자녀들에게 생전에 미리 증여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데, 언제 증여하는 게 세금을 줄일 수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는 시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양도와는 달리 대가 없이 소유권을 넘겨주는 무상거래인지라 법전에 명시된 것처럼 상속·증여시의 시가를 계산해 내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아파트처럼 동일면적, 동일구조를 띠고 있는 비교대상 물건이 있는 부동산이라면 인근지 거래시세 등을 이용, 시세를 대신할 수도 있지만 비교대상 물건도 없이 시가가 모호하거나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엔 법상 다른 평가방법에 따라 증여재산 가치를 따지게 되는데, 이를 보충적 평가방법이라 한다. 보충적 평가방법은 구체적으로 부동산 종류별로 주택은 4월에 공시되는 개별 주택가격, 주택 이외의 건물은 연초 국세청에서 정한 산식에 의거한 기준시가, 토지의 경우에는 매년 5월 말 발표하는 기준가격의 형태로 고시되는데, 도로의 접면이나 개별 위치·형상에 따라 가격차가 크고 용도나 모양이 유사한 토지를 발견하기 어려운 토지의 경우엔 실무상 개별공시지가를 이용한다. 또 토지 평가시의 개별공시지가는 증여 당시 현재 고시된 개별공시지가의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공시기준일이 매년 1월1일이라도 올해분 공시가액은 공시일인 5월 말 이후 거래분에만 영향을 미쳐 올해 기준가격이 고시되지 않은 5월 말 이전 증여한 경우라면 지난해 공시된 개별 공시가격에 따라 증여세를 계산한다. 가령 A씨가 올 5월 초 증여를 하면 올해 개별공시가격이 없어 지난해 개별공시가격으로 평가 세금을 계산하는 식이다. 토지의 기준가격이 되는 개별공시지가는 연초에 인근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표준지를 선정, 감정 등을 거쳐 매년 2월쯤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발표한 후 개별토지의 특성을 감안, 지번별 예정가액을 4월 말쯤 토지소유자에게 열람시켜 이의 여부를 확인한 뒤 5월 말에 개별지번의 공시지가를 발표한다. 표준지의 고시가격과 이를 근거로 한 개별 토지의 예상 열람가격은 개별 증여대상 토지의 증여시기를 판단하는 중요자료가 된다. 즉, 개별 지번의 공시열람가격 등이 전년보다 높게 결정된 경우에는 개별공시지가 발표일인 5월 말 이전에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고 역으로 표준지 공시가격이 낮게 결정된 경우엔 5월을 넘겨 증여하는 것이 증여세를 아낄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보유세 감소를 위해 보유토지의 증여를 생각 중인 A씨도 같은 연도에 보유 부동산을 증여한다고 할지라도 개별공시지가 발표일인 5월 말 이전에 증여하면 지난해 공시가격을 증여가액으로 보아 금년 열람통지문상 늘어난 토지가액에 따른 추가세금을 줄일 수 있다. 이신규 하나은행 세무사
  • MB “친일문제 공과 균형있게 봐야”

    MB “친일문제 공과 균형있게 봐야”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4776명의 친일인명사전 수록인물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우리가 일본도 용서하는데 친일문제는 국민화합 차원에서 공과(功過)를 균형있게 보아야 할 것 같다.”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국내 7대 종단 대표들과 오찬을 갖는 자리에서 “지금 이런저런 과거청산 위원회 분들이 과거 정부에서 임명됐는데,(과거사위원회를) 정비하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친일 논란에 휘말린 미당 서정주 선생의 생가를 후손들이 매각해 빌라를 짓겠다고 하자 이를 사들여 복원하도록 지시한 사례를 소개하면서,“(친일 인사이더라도)잘못은 잘못대로, 공과를 균형있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일본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단어 한 마디로 몇 달씩 (갈등을 빚고)조율했지만, 이번엔 ‘사과는 (일본)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맡겼다.”면서 “다만 국내에서는 모든 일을 정치적으로 내 편이냐 아니냐를 갖고 따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최근덕 성균관장이 “새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강조하다 보니까 자칫 인성교육, 윤리도덕에 대한 강조가 덜 된 듯한 느낌”이라고 지적하자,“공교육을 살리고 강화하겠다는 것의 기본은 인성교육 강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 정부가 가정복원 운동을 벌이려 하는데 종교계도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공기업 민영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공기업 기관장이 연봉 9억∼10억 받는다고 하더라. 민간기업에서 받기 어려운데 그만큼 효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롄잔 中방문 29일 후 주석과 회담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타이완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간 이른바 3차 국공(國共) 합작의 주역인 롄잔(連戰·72) 국민당 명예주석이 28일 열흘간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롄 명예주석은 이날 천윈린(陳雲林) 중국공산당 타이완판공실 주임의 영접을 받고 자칭린(賈慶林)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회담을 가졌다.29일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그간 타결된 양안 관계 개선안을 재확인하는 한편, 차기 마잉주(馬英九) 정부와의 양안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타이완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으로 내정된 장빙쿤(江丙坤) 국민당 부주석은 “롄 명예주석이 차기 타이완 정부의 양안 채널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05년 4월 3차 국공합작의 막을 올린 이후 2006년 4월, 지난해 4월에 이어 네번째다. 롄 명예주석은 29일 베이징 올림픽공원에서 후 주석과 함께 타이완 조각가 양잉펑(楊英風)의 대형 청동조각 ‘수수(水袖·경극 의상의 덧소매)’ 개막식에 참석한다. 이 조각은 후 주석이 판다 한 쌍을 보내기로 한 것에 대한 답례로 롄 명예주석이 2006년 중국측에 선물로 보낸 것이다. 중국과 타이완은 지난달 보아오포럼에서 후 주석이 샤오완창(蕭萬長) 차기 부총통과 역사적 만남을 가진 데 이어 장 국민당 부주석도 중국진출 타이완 기업인에 대한 당선 사례차 중국을 방문하는 등 양안 인적교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jj@seoul.co.kr
  • [지방시대] 새만금이 ‘동북아 두바이’ 되려면/원도연 전북발전연구원 지역발전정책연구소장

    [지방시대] 새만금이 ‘동북아 두바이’ 되려면/원도연 전북발전연구원 지역발전정책연구소장

    새만금은 지금 어느 때보다 호사를 누리고 있다. 푸른 바다가 창창하지만 그 위에 장밋빛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어떤 날은 골프장 150개가 그려졌다 사라지고, 어떤 날은 우주 왕복선이 뜨고 내리기도 한다. 백가쟁명(百家爭鳴),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초국적 아이디어가 경합한다.2008년은 새만금 상상력의 절정이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만금을 ‘경제’의 관점에서 보겠다고 선언하고, 농지와 복합용지의 비율을 역전시키면서 새만금은 다른 국면에 들어서 있다. 새정부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첫째는 전북의 새만금이 아니라 한국의 새만금으로 보겠다는 것, 둘째는 세계경제자유기지, 즉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 새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복합용지 비율을 70%대로 확대하고 사업 기간도 2020년으로 앞당기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의 새만금에 대한 입장은 분명히 진일보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업가 정신과 실용주의는 새만금 문제를 풀어가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문제는 새만금에 대한 국가전략상의 평가와 국민적 합의다.‘왜 새만금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된 입장을 갖지 않으면 새만금은 다시 ‘정치문제’가 되어버릴 것이다. 새만금은 어느 지역도 갖지 못한 넓고 자유로운 땅을 갖고 있다. 땅이 넓다는 것 자체만으로 경쟁력이 되기는 어렵지만 ‘자유’가 더해지면 문제는 확 달라진다. 중국의 동해안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기반이 새만금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새만금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떠오른 ‘두바이 모델’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허를 찌르는 기발한 프로젝트의 연속, 새로운 도시 모델, 최고들만을 위한 두바이의 매력 등 두바이는 분명 사막에서 피어난 장미꽃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가 진정으로 보아야 할 것은 두바이의 겉모습이 아니라 속 깊은 곳에 있는지 모른다. 장미를 위해 존재하는 가시가 두바이의 핵심일 수 있다. 두바이는 누구를 위해 그 높은 빌딩을 짓고 바다 위에 수많은 섬을 만들고 있는 것인가. 두바이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두바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부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기업이 아닌 자본에 철저한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바이가 착안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들만의 리그다. 기업이 아니라 기업의 모태인 자본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두바이는 자동차 공장이 없지만 세계 최고로 값비싼 자동차가 다니고, 세계 최고의 조선소가 없지만 최고급 크루즈가 이곳에 머무른다. 두바이에 버즈 두바이와 팜 아일랜드가 먼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세금 정책과 외환 관리와 무규제 정책이 생기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부자들을 위해 그것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새만금이 착안하고 준비해야 할 지점이 여기가 아닐까. 새만금에 땅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 땅에 최고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목표다. 새만금에 세계경제자유기지를 만들겠다고 할 때의 그 ‘자유’는 자본의 유치가 될 것이다. 우리가 두바이에서 봐야 할 것은 버즈 두바이가 아니라 우리의 법 상식을 넘어서는 금융과 자본의 관리 시스템이다. 자본의 운동력 그 자체에 주목하겠다는 ‘실용’의 결단이 있을 때 새만금은 새로운 땅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새만금특별법이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새만금특별법 개정의 방향과 국제공모 방향은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전북도는 새만금 내부개발을 위한 국제공모를 발주시켜 놓고 있다. 세계적인 아이디어 뱅커들이 내놓을 그림과 숨은 뜻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원도연 전북발전연구원 지역발전정책연구소장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9) 강원도 태백시 태백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9) 강원도 태백시 태백산

    태백산은 백두대간이 태백시를 에두르며 지나는 산줄기 위에서 금대봉, 함백산에 이웃하여 솟은 해발 1567m의 산이다. 정상인 장군봉을 비롯하여 영봉, 문수봉, 부쇠봉 등 1500m급 봉우리들을 여럿 거느리고 있어 산세가 자못 당당하다.1989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근래에는 국립공원 지정이 논의된 적도 있는 산으로 경관과 생태 모두 빼어나다. 봄 숲을 파랗게, 노랗게, 하얗게 물들이며 피는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산으로서 봄맞이 산행지로 인기가 높다. 정상에 서면 굽이져 흐르는 백두대간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와 대간 산행의 맛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가지괭이눈 등 대부분 북방계 고산식물 태백산은 주목과 철쭉나무가 유명한 산이다.3000여 그루나 되는 주목들이 사시사철 푸름을 자랑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손꼽히는 철쭉제가 매년 열려서 상춘객들을 불러 모은다. 이곳의 주목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한대성 고산침엽수인 분비나무·전나무와 함께 자라고 있는데, 이들 침엽수가 낙엽활엽수들과 섞여서 특이한 경관을 연출한다. 고도가 높은 산인 만큼 북방계 고산식물이 많이 자라는 게 이 산의 특징이다. 이들 가운데 봄에 꽃이 피는 것만 꼽아보아도 가지괭이눈·나도옥잠화·두루미꽃·매발톱나무·연령초 등이 있으며, 여름과 가을에는 꽃개회나무·만년석송·민둥인가목·산마늘·찝빵나무·털쥐손이 등의 북방계 식물들이 꽃을 피운다. 멸종위기에 놓인 식물들도 자라고 있는데, 기생꽃·노랑무늬붓꽃·자주솜대·한계령풀 등 4종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식물을 비롯하여 들바람꽃·땃두릅나무·만병초·모데미풀·좀미역고사리·태백바람꽃 등이 보호해야 할 식물이다. 나뭇가지에 잎이 나지 않은 이맘때, 태백산에서는 갈퀴현호색·선괭이눈·얼레지·피나물·털개별꽃처럼 군락으로 자라는 습성을 가진 식물들이 꽃을 피워 산상화원을 연상케 한다. 이들은 한 종씩 따로 무리를 지어 푸르고, 노랗고, 하얗고, 붉은 꽃밭을 만들기도 하지만 몇 종이 함께 어울려 울긋불긋한 꽃밭을 빚어내기도 한다. 푸른빛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갈퀴현호색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꽃을 가까이서 살펴보면 앞쪽은 노래하듯 입술을 벌리고 있고, 뒤쪽은 노래에 맞추어 춤이라도 추는 듯이 꽃뿔이 길게 발달되어 있다. 또한 꽃통을 갈퀴처럼 가늘게 갈라진 꽃받침이 감싸고 있는데, 이 점이 다른 현호색 종류들과 구별할 수 있는 주요 특징이다. 강원도, 경상북도, 경기도의 일부 지역에서 자란다. 이들에 뒤질세라 이른 봄 숲 바닥을 샛노랗게 물들이며 피는 귀한 손님이 한계령풀이다. 환경부가 보호종으로 지정한 희귀식물로서 남한에서는 이곳을 비롯한 몇몇 곳에서만 발견된다. 러시아·중국 등지에도 자라서 분포영역이 넓어 보이지만, 이들 지역 어디에서나 자라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몇몇 곳에서만 생육하는 세계적인 희귀식물이다. 태백산에서도 한 지역에만 큰 무리를 지어 자라서 이 종의 세계적 분포특성을 가늠할 수 있다. 눈이 녹자마자 꽃을 피우고 열매를 익힌 후,6월이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생태적 습성도 예사롭지 않다. ●한계령풀 6월까지 꽃피우고 사라져 봄에 꽃을 피우는 바람꽃 종류도 7종류나 자란다. 이들 중 꿩의바람꽃·나도바람꽃·너도바람꽃·홀아비바람꽃·회리바람꽃 등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특별한 것도 있다. 북방계 식물 들바람꽃은 남한에서는 생육지가 몇 곳 되지 않는 희귀식물이다. 또한 태백바람꽃은 더욱 특별한 종류라 할 수 있는데, 바로 이곳에서 최근에 발견되어 새로운 종으로 기록되었다. 키 작은 떨기나무와 풀꽃으로 이루어진 태백산 정상 일대의 풍광은 여느 산과 다른 모습이다. 이 능선에는 철쭉나무와 털진달래가 많이 자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기앉은부채·노랑무늬붓꽃·노랑제비꽃·얼레지·양지꽃 같은 풀꽃들도 자라고 있다. 정상 부근의 백두대간 능선 숲 속에서는 5월 초순이 되면 얼레지가 꽃밭을 이루고, 이어서 큰앵초가 큰 무리를 이루어 만발한다. 태백산 정상 능선에 자라는 철쭉나무는 6월 초순이 되어서야 피어난다. 철쭉제가 열리려면 아직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철쭉꽃이 피기 전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 숲의 진객들을 만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요즈음이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中 대화재개 배경은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이 25일 달라이 라마측과 대화를 가지기로 한 것은 일단 대외적인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달라이 라마측과 대화에 나섰다고 해서 단기간에 티베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는 지난달 14일 티베트(시짱·西藏)자치구 라싸(拉薩)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중국과 국제사회에 생겨난 일련의 마찰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당장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선택인 셈이다.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국제사회도 대화 진행 과정에서만큼은 더이상 중국을 향해 손가락질하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를 촉구하는 외국의 요구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해 왔지만, 사실 이번 결정으로 크게 자존심 상할 일도 없다. 중국은 그간 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해왔기 때문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일 보아오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달라이 라마측이 조국 분열 책동과 폭력선동 계획, 베이징올림픽 방해 활동을 중단하면 우리는 언제라도 협상을 할 수 있다.”고 했었다. 중국은 마침 대규모 유럽연합(EU) 대표단의 방중을 기회로 삼은 듯 보인다. 인민일보, 신화사 등 관영 언론들은 이에 앞서 ‘이성적인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등 방향 전환을 모색해 왔다. 프랑스 등 유럽과 중국간 상호 불매운동이 본격화하는 등 갈등이 정점에 달하기 직전이다. 중국은 티베트 망명정부와 지난 20여년간 상당히 많은 횟수에 걸쳐 달라이 라마측과 물밑 협상을 벌여 왔다. 한 전문가는 “티베트 자치권 부여,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망명 티베트인들의 복귀 등이 주요 의제였다. 그러나 티베트의 영토 범위 문제로 회담은 매번 시작부터 결렬됐다.”고 이날 전했다. 양측의 간극이 너무 커서 달라이 라마와 직접 상대하기 전에는 협상 타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jj@seoul.co.kr
  • ‘국악 뮤지컬’ 감동이야!

    ‘국악 뮤지컬’ 감동이야!

    창극(唱劇)은 서양의 오페라나 뮤지컬에 견줄 수 있는 전통 공연 장르지만, 그 역사는 생각보다 짧아서 100년을 조금 넘는다. 북재비를 동반하여 소리꾼 혼자서 부르던 판소리가 관현악 반주에 도창(導唱)이 줄거리를 이끌어 가고 여러 소리꾼이 배역을 나누어 부르는 창극으로 발전한 것이다. 문제는 판소리가 부채 하나를 손에 쥐고 상황에 맞게 몸짓을 하는 발림으로 연기적인 요소를 해결한 정적인 장르인 반면 창극은 무대 전체를 활용하는 폭넓은 연기가 필요한 동적인 공연형태라는 데 있다.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의 경극(京劇)이나 17세기 초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가부키(歌舞伎)는 오랜 역사를 거치며 뚜렷하게 연기의 양식화가 이루어졌지만 창극은 그런 양식이 자리잡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따라서 창극은 오늘날에도 소리는 옛 것을 유지하되 연기는 서양 연극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창극이 귀로는 지극히 전통적으로 들리지만, 출연자들이 한복을 입고 있음에도 몸짓으로는 국적을 알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풀기가 쉽지 않은 과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통 공연을 표방하는 본격 창극이 아니라 창극적인 요소를 극의 효과를 높이는 재료로 사용한 연극이나 뮤지컬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연극이나 뮤지컬 쪽에서 보면 창극적 요소를 도입하여 내용이 풍요로워지고, 국악 쪽에서 보아도 창극 형태의 다변화라는 긍정적인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창극원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제목부터가 창극적이라기보다는 연극적이다.1997년 TV 미니 시리즈로 방송됐던 드라마작가 노희경의 작품을 박종철이 연출했다. 이 작품은 당초 ‘드라마 창극’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이제는 ‘국악 뮤지컬’을 자처한다. 실제로 ‘창극’을 내걸었다면 지나치게 연극적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했겠지만 ‘창극적 요소를 수용한 뮤지컬’로 성격을 정리함으로써 기대에 걸맞은 공연물이 될 수 있었고 관객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21일 서울 돈화문 앞 국악로 창덕궁소극장의 개관 기념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100석 남짓한 객석에 매회 70∼80명의 관객을 꾸준히 불러 모으면서 5월12일 막을 내리기로 했던 계획을 바꾸어 5월 말까지 연장해서 공연하기로 했다. ‘세상에서’는 창극과 뮤지컬은 물론 TV드라마의 요소까지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다. 반주는 가야금의 김나영과 장구의 신동선이 맡는데, 두 사람은 노래 반주뿐 아니라 TV드라마처럼 배경음악과 효과음도 넣는다.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 상주댁을 지극 정성으로 모시면서, 의사로 무뚝뚝한 남편 정 박사와 두 자식을 뒷바라지하느라 여념이 없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 인희가 어느날 말기 자궁암을 진단받고 가족 모두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한다는 줄거리이다. ‘국악 뮤지컬’답게 출연진도 국악인과 연극인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인희 역은 판소리 이수자로 다양한 무대를 경험한 김안순, 상주댁과 딸 역의 조수예와 남편의 의사후배인 윤박사 역의 박자영, 그리고 망나니 도박꾼이었지만 누나의 죽음을 앞두고 마음을 잡은 남동생 근덕의 아내 역의 백희정은 국악인이다. 남편 정박사 역의 한승환과 근덕 역의 김정호, 아들 정수 역의 임창혁은 연극배우이다. 죽음이 주제인 만큼 빠른 장단의 밝은 가락은 쓰기 어려웠을 것으로 이해하지만, 그래도 느리고 슬프면서 감정의 기복도 별로 없는 소리 일변도인 것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어머니 역을 맡은 김안순 정도의 실력이면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질펀한 ‘아리아’ 하나쯤은 있어도 좋았겠다. 그럼에도 어머니의 죽음이 가까워지면서 여성은 물론 남성 관객까지도 손수건을 펴들고 훌쩍이게 된다. 아무리 최루성있는 원작이라도 연출과 연기가 제대로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세상에서’는 우리 창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여기에 국악적인 바탕으로 가진 뮤지컬도 ‘롱런’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것이 뜻깊다. 국악로에 전통 공연에 적합하도록 꾸며 놓은 새로운 소극장이 하나 생겼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 화·수요일 쉼. 일반 2만원, 학생 1만 5000원.(02)742-7278.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경주 월정교 235억원 들여 내년 복원

    신라 왕궁인 월성을 연결하는 주통로였던 경주 월정교가 내년까지 복원된다. 경북 경주시는 24일 경주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으로 추진 중인 월정교(사적 제457호) 복원사업을 오는 28일 착공키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 말까지 총 235억원이 투입돼 준공될 예정인 월정교는 지붕이 있는 길이 66.15m 폭 9m 높이 8.25m의 대규모 교량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1984년 발굴 결과를 토대로 지금까지 나온 유구와 석재 등을 기본자료로 하고 옛다리에 관한 국내·외 사례 조사를 거쳐 복원설계안을 마련했다. 또 이를 토대로 수차례에 걸친 관계 전문가의 자문 등을 받아 지난 12월 문화재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통과했다. 월정교는 통일신라 최전성기인 경덕왕 19년(760년)에 조성된 뒤 고려 충렬왕 6년(1280년)에 중수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최소 520년 이상 왕궁인 월성에서 남단으로 연결하는 주 통로로 이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여대생의「프리·섹스」와 무전 취식

    H=지난 1주일동안은 강도살인범 박원식(朴元植)과 장마비 피해 등 취재로 상당히 바빴겠군, 지난주의 사건 뒤안길은 어떠했는지. E=「프리·섹스」를 즐기던 여대생 2명이 무전취식으로 경찰에 걸렸지. W대학 영문과와 가정과 2년생인 두여대생이 21일밤 11시쯤 C「호텔」「고고·클럽」에 1천5백원씩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지. 거기서 남자 2명을 만나 즉석「데이트」가 시작되고, 새벽4시까지 어울려 몸을 흔들었는데 여대생들은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광란에 젖어들게됐고「핑크·무드」에 빠져버린 거지. 4시가 되자「홀」안이 터져라고 울려퍼지던「고고」도 그치고 문을 닫게됐는데 이때가 되자 남자친구(?)가 청진동으로 가 해장국이나 먹자고 제의. 그길로 가 소주 1병을 4명이 나눠마시고 해장국 한그릇씩을 먹었지. 밖으로 나오니 또 길이 막연하더라는 것. 다시 남자친구들이「호텔」로 가서 몇시간 쉬다 돌아가자고 제의. 여대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따라 N「호텔」로 간 것. 두쌍이 방두개에 나눠들어갔다가 8시쯤되자 두 남자들만 약속이나 한듯이 잠깐 나갔다가 올 테니 기다리란 말을 남기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지. 남았던 여대생들, 아침 점심까지 시켜먹곤 남자들 오기만 기다렸는데 종래 무소식.「호텔」종업원들은 돈내라고 아우성, 그러나 아무리 뒤져보아도 무일푼이었지. 결국 끌려간 것이 경찰서. B=잘하는 짓들이군. D=결국 무전취식이겠지. 총각들 걱정 많이 시키는군.(웃음) [선데이서울 71년 8월 1일호 제4권 30호 통권 제 147호]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괴로운 편자 박기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괴로운 편자 박기

    조선시대 문집에서 말에 관한 이야기, 특히 마정(馬政)의 개혁을 주장하는 글이 숱하게 나온다. 하지만 말을 생명의 차원에서 논한 것은 이익의 글이 거의 유일하다. 짐승을 부리되, 고통을 주지 말라는 말은 지금도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김홍도의 그림 ‘편자 박기’다. 말의 편자를 박고 있다. 편자의 이름은 여럿이다. 말편자, 말굽쇠라고도 하고, 한자어로는 제철(蹄鐵), 영어로는 ‘horseshoe’라고 한다. 나는 말의 편자는 대장간에서 서 있는 말의 발을 들게 하고 박는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면 말의 발을 모두 묶어 땅바닥에 자빠뜨리고 편자를 박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하면 말이 무척 괴롭지 않겠는가. ●중국에선 말을 세워둔 채 발굽 갈아 조영석의 그림 ‘편자 박기’ 역시 편자를 박는 것이다. 두 그림을 보건대, 조선시대에는 말의 네 발을 묶어 땅바닥에 자빠뜨리고 편자를 박았던 것이 확실하다. 그러면 말을 타는 모든 문화권에서는 모두 이런 식으로 편자를 박는 것인가. 이게 늘 궁금했는데, 이덕무의 에세이집인 ‘앙엽기’에 편자 박기에 관한 글을 읽고 보다 정확한 사정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말의 네 다리를 묶어 하늘을 보게 눕히고 칼로 발굽의 바닥을 깎아낸 뒤 못을 박는다. 중국에서는 말을 세워두고 고르지 않은 발굽을 끌로 깎아낸 뒤에 말굽을 들어 무릎에 얹고 못을 박는다.” 중국에서는 말을 세워둔 채 발굽을 갈고 그 뒤에 편자를 박지만, 조선에서는 말 다리를 묶어 하늘을 향하게 하고 박았던 것이다. 말은 발굽이 있는 짐승이다. 발굽은 발가락에 있는 발톱의 한 종류다. 발굽이 있는 짐승은 여럿인데, 말은 발굽짐승 가운데서도 첫 번째, 다섯 번째 발굽은 퇴화하여 없어지고 3번째 발굽만 발달한 짐승이다. 당연히 편자를 박는 것도 3번째 발굽이다. 편자는 발굽이 닳는 것을 막고, 몸의 균형을 잡아, 걷거나 뛰는 데 편리하게 하는 도구다. 편자를 박을 때 쓰는 못을 대갈 또는 다갈,‘징’이라고 한다. ●태종 때에도 편자가 있었다는 기록 편자는 언제 생긴 것인가.19세기의 문헌인 이유원의 ‘임하필기’에 편자(대갈)에 대한 그럴싸한 유래가 있다. 이유원에 의하면,“옛날에는 말의 발굽에 쇠편자를 박지 않아서 얼음 위에서 말이 잘 걷지 못해 칡의 줄기로 말의 발굽을 쌌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종 때 윤필상이 여진족을 정벌하러 갔을 때 얼음 언 땅을 말이 디딜 수가 없었으므로 쇠로 발굽 모양의 편자와 편자를 고정시키는 대갈을 고안해 냈다는 것이다. 이 놀라운 기술로 여진족과의 전투에서 이길 수 있었고, 이후 이 방법을 따라 여름이나 겨울이나 말의 발굽에 편자를 붙이고 대갈을 박았다는 것이다. 칡은 한자로 ‘갈(葛)’인데, 그것을 대신하게 되었기에 그 못을 대갈(大葛)이라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성종실록’ 10년 윤10월 4일조를 보면 윤필상이 여진족을 정벌하러 떠나기 전에 평안도 관찰사와 절도사에게 전다갈(錢多曷) 2000부(部)를 요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임하필기’의 주장이 그럴듯도 하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앞서 ‘태종실록’ 18년(1418) 3월 21일조에 사헌부에서 진주목사 유염이 백성들에게 군량과 가죽, 마제철 등을 징수한 것을 탄핵하는 기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마제철, 곧 편자는 성종 이전에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편자가 있으면 곧 편자를 고정시키는 못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대갈이 성종 이전에 있었던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편자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인가. 이익은 ‘성호사설’의 ‘마제(馬蹄)’라는 글에서 중국 요동은 우리나라와 접해 있어 우리나라 말의 대갈을 분명 보았겠지만, 대갈을 채용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1832년 청나라에 갔던 김경선은 자신의 여행기인 ‘연원직지’에서 중국의 말에 튼튼한 쇠로 만든 편자가 있었다고 증언하고 또 편자는 전국시대 조나라의 명장인 이목이 고안한 것이라 하였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덕무의 ‘앙엽기’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말굽에 징을 박지 않고 짚신을 신긴다 하였다.1811년 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왔던 유상필의 ‘동사록’을 보면 5리나 10리마다 말의 짚신을 갈아 신겨야 하기 때문에 짚신을 짊어진 사람이 따라 다닌다 하였다. 편자는 말에 신긴 쇠신발인 셈인데, 과연 이게 말에게 좋은 일이었을까? 이익은 ‘성호사설’ ‘마제(馬蹄)’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말을 기르는 것과 부리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말을 부리는 일은, 그 뜻이 오직 사람을 편하게 하는 데 있기 때문에 기구들을 아름답게 꾸민다. 재갈이며 굴레, 안장, 뱃대끈, 채찍 따위는 옛날부터 있던 물건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기다 편자와 대갈까지 더 박는다. 장사꾼들은 ‘말이 잘 달리는 것은 본래 그런 것이 아니고, 편자의 대갈이 있어 잘 달리는 것´이라고 한다. 말이 길을 잘 가는 것은 편자의 대갈이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말을 기르는 것으로 말하자면, 모름지기 말을 편하게 해 주어야만 싹이 트듯 자라나는 본성을 잘 길러줄 수가 있는 법이다.‘장자’에 이르기를,‘말에게 해로운 것을 없애야 한다.’고 했는데, 말에게 해로운 것으로 말하자면, 편자의 대갈보다 더 심한 것이 없다. 만약 말에게 물을 수 있고, 말이 대답할 수가 있다면, 반드시 편자의 대갈이 가장 해롭다고 할 것이다. 말이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길을 오래 가면, 발굽에 구멍이 나고 발굽에 구멍이 나면 쉬어야 하는 법이고, 사람의 힘으로 도와줄 수가 없는 것이다. 대갈이란 물건이 나오고부터는 가깝거나 멀거나, 춥거나 덥거나, 편하거나 험하거나에 관계없이 며칠도 편히 쉬지 못하니, 말이 어떻게 지치고 여위며 노쇠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대갈로 편자를 고정시켰기 때문에 말이 잘 달린다고 하지만, 이익은 그 일반적 상식에 반대한다. 길을 오래 걸으면 말의 발굽은 닳기 마련이다. 발굽이 다 닳으면 살과 땅이 맞닿으니, 말은 더 이상 걸을 수가 없다. 발굽이 자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고, 사람은 발굽이 자라나는 그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 말 역시 쉴 수가 있다. ●말을 쉬지 않고 부릴 수 있게 만든 편자 인간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다른 존재의 고통은 고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대상을 파멸시키고, 자신의 이익도 잃고 만다. 말에게서 최대한의 노동을 짜낸다. 곧 “놓아먹이는 말을 보면, 배가 부르면 누워 자는 것이 사람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말을 몰아 부릴 때면 낮에는 길에서 내달리다가 밤이 되어서야 겨우 여물을 먹으니, 편히 쉬며 잠을 잘 틈조차 없다.”는 것이다. 말을 이렇게 부릴 수 있는 것은 모두 편자와 대갈 때문이다. 이익은 또 말이 채 자라지 않아 힘이 여물기도 전에 무거운 짐을 날라야 하는 것 역시 대갈을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조선시대 문집에서 말에 관한 이야기, 특히 마정(馬政)의 개혁을 주장하는 글이 숱하게 나온다. 하지만 말을 생명의 차원에서 논한 것은 이익의 글이 거의 유일하다. 짐승을 부리되, 고통을 주지 말라는 말은 지금도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끝으로 말편자에 관한 이야기 한 토막. 백사 이항복 선생이 어렸을 때 젊은 대장장이 사내가 살았는데, 어린 눈에도 좀 멍청하게 보인다. 소년 항복은 글방을 다녀올 때 식히느라 늘어놓은 말편자 위에 앉았다가 편자를 엉덩이에 끼고 나온다. 대장장이는 대갓집 도련님에게 말은 못하고 어느 날 불에서 꺼낸 지 얼마 안 되는 말편자 하나를 던져 놓는다. 항복이 모르고 앉았더니 살이 타는 냄새가 난다. 대장장이는 다시는 훔쳐가지 않을 것이라 여겼지만, 여전히 편자는 없어진다. 세월이 흘러 대장간이 망하고 말았다. 밥을 굶고 있는데, 항복이 찾아와 다시 대장간을 열라며 말편자 한 자루를 내놓는다. 깜짝 놀라 물으니, 그렇게 망할 줄 알고, 도와주려고 하나씩 편자를 훔쳤다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어릴 적에 짐을 끄는 조랑말을 졸졸 따라다녔다. 그 말은 우리 동네 대장간에서 편자를 박았다. 김홍도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007 괴담과 베이징올림픽

    007 괴담과 베이징올림픽

    영국 비밀첩보부의 살인면허소지자 007 제임스 본드를 만들어낸 작가 이언 플레밍 탄생 100주년이 5월로 다가왔다. 또한 이달은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최초의 본격 007 영화 <닥터 노>가 미국서 개봉된 지 45주년이 되는 달이다. 티베트 폭동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8월에는 중국 베이징올림픽이 열릴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옛 소련·동구권을 붕괴시켰다는 주장이 있다. 생중계된 한국의 발전상에 자극받아 민중이 “공산주의 때문에 서유럽은 몰라도 한국보다 더 못살게 됐다”는 분노를 느꼈다는 것이다. 주요 언론이 다룬 이 말이 실감나는 것은 바로 그 때 나 자신 해외를 누비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올림픽 직후 경제 시찰단원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예컨대 산동성장과 요령성장이 베푸는 만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식사를 같이한 중국의 지식인들 입에서 한국에 대한 찬사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었다. 나는 이후 비즈니스로 우크라이나,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러시아 등 구소련 권에 수십 차례 왕래를 하였으며 아예 1995년부터 5년간 이들 나라에 주재하면서 합작투자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는 CEO를 한 경험이 있다. 1997년 우크라이나 키에브에 대우지역본사 사장으로 한창 근무할 때에는 러시아계 마피아가 나를 습격할지 모르니 주의하라는 우리 대사관 정보담당 서기관의 주의를 받고 있었다. 마침 남아공에 주재하는 권 사장이 괴한이 쏜 흉탄에 맞아 목숨을 잃자 키에브 신문에 누군가가 이 기사를 크게 실었다. 나를 위협한 셈이었다. 나는 출퇴근길을 번갈아 바꿔가며 움직였고 항상 가스총을 호신용으로 차에 두고 다녔다. 대우자동차가 합작 투자한 ‘아우토자즈’사가 한국 승용차를 조립해 팔기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 중고차수입 마피아들이 수입이 크게 줄면서 판매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들은 러시아 킬러들의 원정 지원을 받아 얼마든지 보복하는 일을 꾸밀 수 있는 입장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 나는 우크라이나의 쿠츠마 대통령 산하 경제개발전략회의에도 참석하고 있었다. 그는 소련 시절 핵무기미사일제조 공장장 출신이었다. 나의 사업 파트너 중에는 소련 KGB출신도 몇몇 있었다. 당시 소련권의 기업가를 포함한 지식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흥미 있는 부분이 있었다. 소련의 붕괴에 007영화 시리즈가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는 한탄이었다. 왜냐하면 소련인들도 소련이라는 국가조직과 소련 첩보원을 악당시 하는 그 영화들을 비디오로 즐겼다는 것이다. 007시리즈는 속속 영화화되어 전 세계에 폭발적인 인기를 몰고 다녔다. 그 원천인 제임스본드를 처음 등장시킨 소설 《카지노 로얄》을 출간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난 해인 1953년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하여 작가가 숨을 거두고 나서 2년 뒤인 1966년까지 14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해마다 한 권씩 007 시리즈를 소설로 출간하는 왕성한 작가활동을 하였다. 신문기자 경력은 있다 하지만 2차 대전 때 영국 해군 정보부장의 부관으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소설가로 변신, 약 10년간 혼자서 14권의 방대하고 복잡한 007 추리소설들과 다른 3권의 책을 줄기차게 출판해냈다는 데 그의 괴력이 있다. 그 후에 자료를 보니 적어도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1965)는 작가가 사망한 후 다른 이가 써서 완성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라는 것을 알았다. 1962년의 <닥터 노>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007영화 시리즈가 벌어들인 총 극장수입은 현재 시세로 111억 달러로서 한화로 치면 10조 원이 넘는다. 그밖에 비디오게임과 DVD, 유사소설의 홍수로 엄청난 부대수입을 올렸다. 007유사소설도 쏟아져 나와 그 수가 50편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007의 저주, ‘그가 찍으면 죽는다’ 제임스 본드의 적은 누구인가. 대표적인 인물의 하나가 블로펠드라는 악당이다. 그는 스펙터라는 NGO(민간기구)의 책임자로서 테러와 살인, 복수, 고문 등을 자행한다. 독일인과 그리스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인물로 폴란드 바르샤바대학에서 경제학, 철학, 공학을 전공한 인텔리로서 세계 슈퍼 파워를 이간질하여 야심을 성취하려 한다. 그는 6권의 본드 시리즈에 등장한다. 또 다른 악당이 닥터 노(노 박사)이다. 중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처음엔 공산 치하의 중국대륙 범죄조직 ‘통(堂)’의 재무부장이었다가 나중에 스펙터 테러조직의 간부가 된다. 소련의 정보부(KGB)나 소련 방첩부대인 스머시(SMERSH)와 협조하면서 영미의 정보조직에 대항하여 서방세계를 괴롭힌다. 소련 스머시의 멤버들도 직접 등장한다. 위장 간첩 골드핑거, 살인 여간첩 로자 클렙 대령, 부두교 교주를 겸한 악당 미스터 빅, 전쟁광 코스코브 장군, 남미의 마약조직 두목 산체즈, 매춘과 도박으로 007과 대결하는 르 시프르 등이다. 소련 KGB출신으로는 건당 백만 달러씩 받는 살인마 파코,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지진으로 붕괴시키려는 맥스 조린, 석유재벌의 상속녀와 미묘한 사랑에 빠지는 살인마 레너드 등. 제3의 부류로는 영국을 배신하고 소련으로 넘어간 알렉스, 중국과 영미의 전쟁을 유발하려는 언론 마피아 엘리엇 카버, 미소 간의 핵전쟁을 유도하려는 스트롬버그, 소련의 지원을 받아 핵미사일을 런던으로 겨냥하려는 휴고 드랙스, 마약 딜러이며 소련의 이중간첩인 CIA요원 크리스타토스, 소련의 전쟁광 올로브 장군과 짜고 서유럽에서 핵폭탄을 폭발시키려는 아프간 출신 카말 칸, 아프간의 아편 밀수에 관여하는 친 소련 무기상 브래드 휘타커, 석유 파이프라인 폭파 음모의 여주인공 엘렉트라, 특수 무기로 휴전선을 무력화시키고 남한을 정복하려는 북한군 문 대령 등이다. 모두 광범위한 국제적 배경을 가진 첩보전의 악역들인데 그들은 소련은 물론이고 아프가니스탄 등 유라시아 대륙의 여러 나라와 도시, 동남아, 서인도의 자메이카, 이슬람 국가들, 나아가 북한 등을 거점으로 한다. 007영화 16편이 파상적으로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할 즈음 그 주술(呪術)이 통했음인가, 1990년 소련은 급기야 붕괴된다. 007의 무대로 아프간 소재가 뜨는가 하자 이번엔 아프간의 탈레반정권이 축출된다. 2008년 3월 6일 소련 KGB출신으로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며 악명을 날리던 세계 최대의 무기 밀매상 빅토르 부트(41세)가 태국에서 체포되었다. 이제 크게 보아 007의 주적(主敵)은 테러 NGO의 잔당이 일부 남아 있으나 대상국가로는 북한이 남은 셈이다. 과연 북한은 ‘007의 저주’를 피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북한인들이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바깥세상을 어느 정도로 보고 어떤 자극을 받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올림픽 개막과 때맞춰 007 시리즈 제22탄인 <퀀텀 오브 솔러스>가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할 예정이다. 결국 모스크바올림픽을 치르고 나서 11년 만에, 서울올림픽 이후 3년 만에 소련은 15개 공화국으로 해체되었다. 이제 남은 건 중국이 그 숱한 내분을 이겨내며 민주화로 가느냐, 이념고수에 머무느냐, 그것이 가장 궁금한 일이 되고 있다. 글 최정호 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의 저자 월간 <삶과꿈> 2008년 5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한·미 정상 회담] “사무소대표 직보할 인물로”

    [한·미 정상 회담] “사무소대표 직보할 인물로”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이명박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서 도널드 그레이엄 워싱턴포스트 회장 등과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문제와 북핵 협상, 한·미 동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진행중인 6자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6자회담의 진척이 더디게 진행된 게 사실이다. 현재 북·미 간에 협상이 진행 중이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대응해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의가 있나. -취임 후 50일이 지난 시점에서 북한은 남한의 과거 10년간 정권과는 다른 새로운 정권과 접촉하고 조정하는 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정기간 동안 다소 대화가 끊겨 있을 수 있고, 또 서로에게 강경해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시기에 남한이나 북한이나 새로운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북한에 처음으로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와 같은 상설대화기구를 제안하려 한다. ▶연락사무소 대표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최고 책임자에게 말을 직접 전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우라늄농축 핵프로그램과 시리아에의 핵확산 의혹에 대해 미국이 우려를 표명하고 이를 북한이 인정한다는 북·미 잠정합의안을 수용하나. -북한이 어느 정도 인정했는지 최종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으나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라도 시인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의 특수성으로 보아 그 정도가 되면 시인한 것으로 보고 한 단계 넘어가는 게 하나의 방법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이 더 이상의 핵 확산을 하지 않는 것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북한에 올해 최대의 식량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본격적인 경제협력 문제는 비핵화 진전에 연계되지만 북한 주민들의 식량위기는 인도적 지원 문제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제협력과 구분돼야 한다. ▶북한에서 아직 쌀과 비료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할 건가. -한국의 정치 일정 때문에 북한이 쌀과 비료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 있더라도 실제로 제안을 할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본다. 누가 먼저 요청하느냐와 관계없이 북한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고, 필요성이 커지면 우리가 북한에 대한 지원문제를 논의할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도발적 발언들의 의도가 무엇이며,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새 정부와 나 이명박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했겠지만 4·9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본다. 우리 국민들은 동요하지 않는다.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북한이 이를 알아야 한다. ▶이전 정권들과 대북정책의 차이점은. -과거 정권은 남북관계를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보다 중요시했고 새 정부는 한반도 핵을 포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6자회담 협상과 보조를 맞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관계국들과 협력해 북한을 설득시켜 핵 포기가 북한에 도움이 되고 경제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 관계가 이전 정권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는데. -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해 나가기 위해 세계 인류 공통의 관심사에 참여하고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마약·질병·빈곤퇴치, 지구온난화 등 공통관심사에 미국과 함께 참여하겠다. ▶미국의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모두 반대하고 있다. 비준되지 않을 경우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은. -FTA로 미국은 동아시아 시장에 교두보를 만들 수 있다. 일자리 증대 등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한·미 동맹을 포괄적으로 만드는 효과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 미국 소비자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 한·미 FTA는 반드시 비준돼야 하며 비준될 것이라고 믿는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선 북한이 붕괴할 경우 중국이 군대를 파견해 통제 하에 둘 것이라는 관측도 하는데. -북한 정권이 머지않은 시일 내에 급작스럽게 붕괴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시나리오를 들었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중국 정부도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주변국들과 관계가 악화될 것을 잘 알고 있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첫 회견 때도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임기 중 남북 통일이 가능하다고 보나. -내가 남북간 진전을 기대한다고 하면 북한이 오해할 수 있어 그런 표현은 하지 않겠다. 남북통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는 항상 이에 대비할 것이다. kmkim@seoul.co.kr
  • [삼성특검 수사 발표] 경영승계 李회장 관여 확인

    [삼성특검 수사 발표] 경영승계 李회장 관여 확인

    삼성특검이 99일간의 활동 끝에 최종 수사결과를 17일 발표했다.3대 의혹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와 사법처리 내용을 간추린다. 1 경영권 의혹 - CB·BW 고의 저가발행·배정 그룹 구조본서 주도 밝혀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된 특검팀의 주된 수사대상은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고소·고발 사건 4건이었다. 이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인터넷 벤처기업 e삼성 사업에 실패하자 삼성 계열사들이 지분을 인수, 손해를 떠맡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e삼성 사건’은 지난달 불기소 처분됐다. 나머지 3건은 삼성이 계획적으로 비상장계열사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발행해 이 전무 등에게 배정하는 방법으로 계열사 지배권을 획득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이 가운데 에버랜드 CB 및 삼성SDS BW 헐값 발행 사건에 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가 발행에서부터 배정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미리 계획, 주도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건희 회장도 기획 단계에서 이를 보고받고 승인했거나,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 특검팀은 사실상 구조본을 지배하고 있는 이 회장과 구조본의 책임자인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을 모두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구조본은 경영지배권 행사를 위한 조직으로 그 행위의 효과는 이 회장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에버랜드 사건의 경우, 당시 구조본 재무팀장이었던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이 관련 기획안 작성을 총괄,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CB 발행 당시 에버랜드 감사였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도 공범으로 인정됐다. 김홍기 당시 삼성SDS 대표이사는 의도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혀 업무상 배임 혐의로, 박주원 당시 경영지원실장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하지만 특검팀은 CB와 BW 발행 및 배정을 의결한 에버랜드와 삼성SDS 이사진 등 다른 피고발인은 사전에 위법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 전무에 대해서도 단순 수혜자라는 이유로 사법처리할 수는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로써 에버랜드를 시작으로 하는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이 전무가 그룹을 지배하는 경영권 구도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2 비자금 조성 - 계열회사 불법증거 못찾아 李회장 세금포탈 혐의 적용 비자금 불법 조성·관리 의혹의 시발점은 김용철 변호사 등 삼성 전·현직 임원 명의의 차명계좌였다. 특검팀은 계좌추적과 금융감독위원회의 협조 등을 통해 486명 명의의 차명계좌 1199개를 확보했다. 차명계좌에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930억원의 예금과 4조 1009억원 상당의 주식,978억원 상당의 채권과 456억원 상당의 수표가 들어 있었다. 보유주식은 대부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이었다. 하지만 특검팀은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한 재산이 계열사에서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특검팀은 대신 차명계좌와 계좌에 든 돈, 주식 등을 이건희 회장의 개인재산이라고 보고 세금 포탈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했다.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 7개 계열사의 주식거래가 있는 계좌는 258명 명의의 341개였다. 특검팀이 파악한 이 회장의 포탈액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의 공소시효 7년 동안 1128억 7000만원에 이르렀다. 특검팀은 이 회장 일가의 차명재산 관리가 구조본 주도 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또 주식 변동에 따른 지분 변동을 신고하지 않은 이 회장에게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도 추가했다. 유일하게 계열사 차원에서 비자금 9억 8000여만원을 조성한 삼성화재에 대해서는 황태선 사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삼성화재 본관 압수수색 등의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지시해 수사를 방해한 김승언 삼성화재 전무는 특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3 정·관계 로비 - 명단 존재여부 불확실 판단 지목된 인사들 모두 불기소 정·관계 불법 로비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은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뇌물 수수자로 지목한 임채진 검찰총장,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장, 이귀남 대구고검장, 김성호 국정원장,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 대해 뚜렷한 혐의를 찾지 못하고 내사종결했다. 특검팀은 김 변호사가 제출한 삼성의 로비담당 임원 명단을 토대로 소환조사를 벌이고, 김 변호사가 직접 뇌물을 전달한 정황도 확보했다. 또 당사자들로부터 소명자료를 제출받았지만, 혐의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이건희)회장님 지시문건´에 돈을 받지 않는 정치인으로 언급된 추미애 통합민주당 의원도 서면조사했다. 추 의원은 “2000년 총선 때 삼성에서 온 사람이라며 캠프 관계자에게 접근,1억원 정도를 전달한 사람이 있었는데 돌려보내라고 했다.”고 진술했지만, 돈을 준 사람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준웅 특검은 “김 변호사가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체계적 로비 의혹을 주장하면서도 로비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명단이 실재하는지도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지난 2002년 삼성이 한나라당에 제공한 국민주택채권 325억원어치 가운데 사용자 및 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채권 82억여원어치의 유통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이 가운데 13억여원을 김영일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사용한 사실을 밝혀냈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검법이 수사대상으로 규정한 ‘비자금이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도 불기소 처분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시론] 북핵협상과 북·미관계/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시론] 북핵협상과 북·미관계/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북핵문제 2단계 불능화조치와 관련된 북·미 협상과 타협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2단계 조치를 교착에 빠지게 했던 북핵 신고에 관한 이견을 북·미는 지난 수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조정, 지난 8일 싱가포르 양자회동에서 사실상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북한은 외무성 발표를 통해, 미국도 의회 청문회과정을 통해 싱가포르 합의를 공식화했다. 현재 분위기로 보아 곧 북핵 신고문제는 일단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관계국가들의 분위기는 이번 기회에 북핵 신고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6자회담이나 북·미관계 그리고 미국내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북핵문제 해결과정의 모멘텀을 상실하여 상당 기간 표류할 것으로 본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우려도 있어 양측이 이번 기회를 허비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그러나 싱가포르 회담의 성과는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이제 막 본 게임에 선수들이 입장했음을 알리는 팡파르와 같은 것이다. 지난 2·13합의와 10·3합의, 경제에너지 지원 등은 오픈 게임, 개막 행사와 같은 것이다. 북핵 신고의 내용은 3가지로 요약된다. 북한이 추출했던 플루토늄, 비밀리에 개발했던 농축우라늄 그리고 북한과 시리아의 핵협력 등 확산문제이다. 북한은 현재 플루토늄에 대해서는 내역을 신고하였으나 농축우라늄과 핵확산에 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유보한 채 미국이 제기한 신고 내역에 대해 도전하지 않는 선에서 간접 인정하는 수순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싱가포르 합의가 이행되기 위해서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조치가 완료되고 신고된 각 부문에 걸쳐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검증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싱가포르 합의가 묵시적으로 승인되더라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북한이 요구한 보상이 구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미국이 북한에 대해 취했던 테러지원국지정을 해제하고 적성국교역금지법이 해제되어야 한다. 현재 러시아와 일본은 각기 자국의 입장과 처지 때문에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나 2단계 조치의 완료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에너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불완전하고 미흡하더라도 2단계 북핵 불능화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북핵 폐기를 위한 새로운 협상이 시작될 것이다. 검증을 토대로 미흡할 경우 추가 협상을 통해 폐기 대상이 밝혀져야 하고, 폐기된 부분에 대해서 최종적인 검증 절차가 남아 있다. 북한이 3단계 폐기작업에 상응한 보상을 요구할 경우 이를 이행하여야 최종적인 핵폐기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경수로 건설과 대규모 경제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으며 북·미, 북·일관계의 정상화도 이루어져야 한다. 마무리 과정에서 한반도의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도 구축되어야 한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미협상과 6자회담의 진행과정을 보면 앞으로 남은 본 게임은 정말 지루하고도 험난한 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 게임의 성패는 북핵문제와 관련된 진실게임에 달려 있다. 미국이 과연 북한 정권의 붕괴를 도모하는지 아니면 북한이 체제 존속을 위해 핵무기를 끝까지 고집할는지 양단간의 결단이 본 게임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나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와 관련해 한 단계 진전된 새로운 이정표를 긴 호흡을 갖고 마련하기를 바란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미스·건설부」송인자(宋仁子)양-5분 데이트(142)

    「미스·건설부」송인자(宋仁子)양-5분 데이트(142)

    서글서글한 눈매와 다정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송인자(宋仁子)양(21). 건설부 도로국장실에 근무하는 싹싹하고 명랑한 아가씨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손님을 맞지만 언제 보아도 즐거운 표정. 『직장일이 재미있어요. 때로는 보람도 느낀답니다』마냥 즐겁기만 한 모양이다. 지난 해에 수도여사대 부고를 졸업했다. 요즘은 일이 어찌나 바쁜지 「데이트」할 시간조차 없다고 귀여운 불만. 홀어머니 노진분(盧眞分)여사(55)의 3남4녀중 막내. 막내라고는 하지만 집안이 엄해서 별로 어리광을 부려보지 못했단다. 『직장 일이 재미있긴 하지만 너무 오래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도 앞으로 2년동안만 하고 결혼할 생각이에요』 그러나 막상 결혼한다고해도 한 가정의 주부라는 벅찬 일을 감당해 낼지 좀처럼 자신이 서지 않는단다. 앞으로 2년동안 직장 일을 충실히 하면서 주부수업도 차근히 쌓아두어야겠다는 송양의 섬세한 계획. 『저를 사랑해주는 믿음직한 남성이면 신랑감으로 부족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한마디로 자신있게 얘기할만큼 깜찍한 아가씨. 음악감상과 등산을 좋아하는 그녀는 집안 살림도 알뜰히 보살피는 착한 숙녀다. [선데이서울 71년 7월 25일호 제4권 29호 통권 제 146호]
  • 타이완 親中정권 중국엔 천군만마?

    |베이징 이지운특파원|‘59년 만의 최고위급 회담이 양안(타이완-중국) 정상회담의 길을 닦았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샤오완창(蕭萬長) 타이완 부총통 당선인이 지난 12일 중국 하이난(海南)성 보아오(博鰲)포럼에서 회동을 갖고 경제협력과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샤오 당선인은 후 주석에게 ▲직항의 신속한 실시 ▲중국인의 타이완 관광허용 ▲경제무역의 정상화 ▲양안 협상 틀의 복원 등을 제안했다고 타이완 중앙통신이 타이완 대표단 왕위치(王郁琦)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회동은 1949년 국공(國共)내전이 종결되고 국민당 정권이 타이완으로 쫓겨난 이후 최고위급 지도자 간의 만남이다. 정부 당국자 간 접촉도 99년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를 통한 공식 대화가 중단된 이래 9년 만에 처음이다. 거름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마잉주(馬英九) 타이완 총통 당선인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석 의사를 밝혔고, 중국을 방문해 ‘평화협정 체결’ 등을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 그는 “이번 회동은 양안의 미래 대화를 위한 좋은 준비작업이 될 것”이라며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총통 취임 전에, 그것도 대선이 끝난 지 불과 20여일 만에 양안 지도자 간 회담이 이뤄진 ‘속도’에 주목했다. 또 정기 직항노선 개통 방안 등이 처음으로 중국 최고지도자에게 공식 제안됐다는 점에서 각종 협력방안이 조기에 물꼬를 틀 것으로 보고 있다. 샤오 당선인은 회동 뒤 “솔직하고 진지했으며 우호적이었고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마 총통 당선인의 친서나 메시지를 후 주석에게 전달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샤오 당선인은 보아오 포럼에 ‘양안공동시장 재단 이사장’이라는 민간인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중국측은 외국 수뇌급에 준한 ‘의전’을 베풀었다. 개막식에서 샤오 당선인은 외국정부 수뇌들과 함께 가장 앞자리에 앉았다. 하이난성 정부가 주최한 만찬에서도 샤오 당선인을 각국 정상 및 정부 수뇌들과 나란히 주빈석 식탁에 앉혔다. 만찬이 끝난 뒤 후 주석은 문 밖으로 먼저 나가 샤오 당선인을 배웅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샤오 당선인을 ‘양안 경제전문가 샤오완창 선생’으로 불렀다. 민간인임을 강조한 것은 타이완의 외교·정치적 존재를 부각시키지 않기 위한 의도다. 후 주석은 샤오 당선인으로부터 타이완 대표단을 소개받고 일일이 악수한 뒤 20분간 면담했다. 후 주석은 “양안 경제협력은 역사적인 계기를 맞고 있으며 양측이 공동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샤오 당선인도 “양안의 경제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라면서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2000여명의 정·관·재계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7차 보아오포럼 총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13일 폐막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 자리를 빌려 티베트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후 주석은 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 만나 “티베트 사태는 민족 문제도, 종교 문제도 아니며 인권 문제는 더더욱 아니며,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라고 말해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항의시위와 올림픽 불참 움직임에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jj@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내 손목을 쥐여이다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내 손목을 쥐여이다

    신윤복의 그림 ‘손목’이다. 그림부터 꼼꼼하게 살펴보자. 장소는 으슥한 후원이다. 왜냐고? 오른 편에 허물어진 담장이 있지 아니한가. 담장 위에 풀까지 듬성듬성 자라 있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양반가의 으슥한 후원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양반가인가. 아낙네의 손을 잡아끄는 사내의 얼굴을 보자. 아직 수염도 안 자란 앳된 사내다. 그런데 사내는 사방관을 쓰고 있다. 지난번 ‘우물가의 사랑’에서도 말했지만, 사방관은 점잖은 양반네들이 주로 실내에서 쓰는 관이다. 집 주변은 쓰고 돌아다닐 수 있지만, 그렇다 해서 먼 곳으로 나들이할 때 쓰는 것은 아니다. 이 젊은 사내는 지금 후원 으슥한 곳에서 여자를 꼬드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누구인가. ●“봄의 생명력은 곧 성적인 힘이다” 여자의 신분 처지를 아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여자의 입성이다. 위에는 흰 저고리를, 아래는 푸른 치마를 입었다. 이 역시 앞의 ‘우물가의 사랑’에서 나온 옷차림이다. 삼회장은 어림도 없고 다만 고름만 자주색으로 했을 뿐이다. 여기에 신발을 보라. 짚신이 아닌가. 입성으로 보아 보잘것없는 양반가의 계집종인 것이다. 하기야 입성을 따지지 않아도 후원에서 남정네에게 손목을 잡힌 사람이라면 알 만하지 않은가. 아무리 간 큰 양반이라 해도 같은 양반 부녀자의 손목을 이렇게 거만한 얼굴로 덥석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여자는 앳되고 고운 얼굴이고, 손목을 잡히자 엉덩이를 뒤로 잔뜩 빼고 얼굴에는 수줍음이 가득하다. 손목을 잡는다는 것은 성적 행위의 시작을 알리는 징표다. 남녀의 사랑은 결국 성행위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그 단계는 어떤 동물보다도 복잡하다. 얼굴을 바라보고 눈을 맞추다가 손을 잡고 어깨에 손을 올리고 껴안고 가슴에 손을 대고, 그리고 최후로는 관계를 맺는다. 즉 손을 잡는 행위는 최후의 행위에 도달하기 위한 최초의 행위다. 말하자면 그것은 애정의 시작이요, 상징이다. 예컨대 이미 상대에게 익숙해진 연인들이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을 보라.‘우물가의 사랑’에서 소개했던 고려가요 ‘쌍화점’은 예외 없이 손목을 잡는 것으로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그 첫 부분을 모아서 읽어보자.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가고신댄 회회아비 내 손목을 쥐여이다 삼장사에 불 혀러 가고신댄 그 절 사주 내 손목을 쥐여이다. 두레우물에 물을 길러 가곡신댄 우물 용이 내 손목을 쥐여이다 술 팔 집에 술을 사러 가고신댄 그 집 아비 내 손목을 쥐여이다 과연 사랑은 손목을 잡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다시 그림을 보자. 그림의 오른쪽 하단과 왼쪽에는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피우고 있다. 봄은 일시 죽었던 천지에 다시 생명의 기운을 돌게 하는 계절이다. 봄이 되면 처녀 총각이 바람이 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그림의 오른쪽 상단의 화제를 옮기면 이런 뜻이 된다.“빽빽한 잎사귀 푸른 빛을 쌓아가고/ 무성한 잎사귀에 붉은 꽃잎 조각조각 떨군다(密葉濃堆綠,繁枝碎剪紅)” 봄의 생명력은 곧 성적인 힘이다. 꽃은 식물의 성기다. 그런 고로 그림 속에 붉은 봄꽃을 그린 것은 성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신윤복의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자, 이제 배롱나무 옆에 있는 거대한 괴석을 보자. 괴석을 정원에 두는 것은 오래된 풍습이지만, 이렇게 거대한 괴석은 쉽게 보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그림 속에서 괴석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크다. 거기다 괴석은 땅에 뿌리를 박고 위로 치솟아 있다. 직선으로 솟은 것이 아니고, 왼쪽 뿌리 부분이 옆으로 불룩 나와 있다. 그리고 괴석의 윗부분의 몸체는 무언가 흰 액체가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나게 그려 놓았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것은 남성의 성기다. 그렇다면 이 그림의 의미는 분명하다. 이 그림의 꽃과 괴석은 각각 여성과 남성의 성욕을 상징하는 것이다. ●서얼의 탄생을 알리는 그림 현실로 돌아오면, 양반 남성이 자기 집안의 계집종을 건드리는 것은 허다하게 있는 일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자란 그렇게 해서 나는 것이었다. 즉 양반 남성이 정식 아내가 아닌 양인의 여성과 관계하여 자식을 낳으면 서자가 되고, 만약 관청이나 사가의 여성과 관계하면 얼자가 된다. 그 둘을 합쳐서 서얼이라 한다. 조선시대의 무수한 서얼들은 바로 그렇게 세상에 나왔던 것이니, 이 장면은 바로 그 서얼의 탄생을 알리는 그림이기도 한 것이다. 양반들은 계집종을 건드리는 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성여학이 지은 ‘속어면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떤 선비가 계집종을 건드리는 데 능란했는데, 어느 날 아내에게 들키고 말았다. 선비는 계집종을 건드리고 그 흔적을 감추고자 하였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오래된 친구에게 그 고충을 토로하였다. “한밤중에 종년을 덮치는 것보다 재미있는 것이 없지만, 마누라에게 들킬까봐 이게 가장 큰 걱정이야.” “묘한 방법이 있으니, 한 번 시험해 보지 그래.” “그래, 제발 좀 일러 주어.” “계집종을 건드리는 데 열 가지 격식이 있어. 첫째, 굶주린 범이 고깃덩이를 탐하는 격이니, 계집종을 건드리겠다는 마음을 먹는 단계지. 둘째, 해오라기가 물고기를 엿보는 격이니, 목을 빼고 계집종을 몰래 살피는 단계지. 셋째, 늙은 여우가 얼음 아래 물소리를 듣는 격이니, 마누라가 잠이 들었는가를 살피는 단계지. 넷째, 매미가 허물을 벗는 격인데, 이불 속에서 몸을 빼는 단계지. 다섯째는 영리한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격이니, 여러 방법으로 계집종을 희롱하는 단계지. 여섯째는 푸른 매가 꿩을 덮치는 격이니, 재빨리 계집종을 덮치는 단계지. 일곱째는 옥토끼가 약을 찧은 격이니, 그 환희의 순간을 형용하는 단계지. 여덟째는 용이 여의주를 토하는 격이니, 비유컨대 정(精)을 토하는 단계지. 아홉째는 소가 달을 보고 헐떡이는 격이니, 피곤하여 숨을 몰아쉬는 단계지. 열 번째는 지친 말이 집으로 돌아오는 격이니, 몰래 자기가 자던 방으로 돌아오는 단계지.” ●수신 교과서 ‘소학´은 남녀 분리 강조 다음날부터 선비는 이 방법을 써서 다시는 들키지 않았기에 마음속으로 무척 다행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다시 신윤복의 그림 ‘봄날’을 보자. 나뭇가지에는 연녹색 잎이 솟아나오고 있다. 그림 왼쪽의 남자와 여자를 보자. 남자가 입고 있는 옷은 철릭이다. 주로 무관이 입던 옷이니, 이 남자는 무반에 속한 양반으로 보인다. 여자는 짚신을 신고 앞치마를 두르고 봄날 나물을 캐러 갔으니, 양반이 아닌 계집종이거나 민간의 여염집 여자다. 그런데 웬일인가. 사내가 나물바구니에 슬쩍 손을 대고 있지 않은가. 사내의 얼굴을 보라. 벌겋다. 이 사내는 낮술에 취해 있다. 봄날 어디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다가 아는 계집종(혹은 동네 여자)을 만났다. 캔 나물을 보자며 말을 붙이고 손을 바구니에 댄다. 여자가 해사하게 웃고 있으니 싫지 않은 눈치다. 이 둘은 이미 감정의 교환이 일어난 상태다. 남녀의 일은 이렇게 해서 시작된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철석같이 믿고 따랐던 수신교과서 ‘소학’은 남자와 여자의 분리를 거듭거듭 강조하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물건을 건넬 때도 직접 주고받지 않는다. 남자가 물건을 내려놓고 가면 여자가 와서 그것을 집어가야 한다는 것이 ‘소학’의 주문이다. 한데 어떤가. 이 그림을 보면 양반은 후원에서 계집종의 손을 덥석 잡고, 낮에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나물 뜯는 아낙네의 바구니에 손을 대면서 수작을 건다. 어떤 것이 양반의 리얼리티인가.‘소학’의 지시를 따라 사는 것이 양반의 실제 모습의 한 축이라면, 그 축이 배제했던 욕망의 지시대로 사는 것도 한 축이다. 다만 나는 후자가 보다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 도덕은 사라질 수 있지만, 인간의 욕망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그것을 말하고 있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채무 면하려 상속 포기하고 ‘면책’

    Q2006년에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토지 1억원 상당을 남겼습니다. 저는 부채가 많아 상속을 포기하고 동생이 전액 상속 받았습니다. 그 후 저는 개인파산신청을 하여 2007년 5월 면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채권자 가운데 A기금이 ‘채무를 면하기 위해 상속을 포기했으니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면책 취소를 신청했습니다. 이런 경우 취소가 된다는 판례가 있다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인수(가명·39세)- A채무자의 재산상 처분행위가 일반 채권자에게 불이익한 영향을 주는 사해행위의 효과는 여러 가지입니다. 첫째, 민법상 채권자는 사해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송을 수익자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회복된 재산에 관해 채권자가 상계권을 행사하거나 경매를 거쳐 채권을 일부나마 회수할 수 있습니다. 둘째, 채무자가 파산절차에 들어갔을 때는 파산관재인이 위 행위를 부인하고 재산을 회수해 그것을 파산재단에 가산합니다. 파산절차에서 배당이 이뤄지게 됩니다. 셋째, 이와 같은 행위가 있을 때는 파산재단에 속할 재산을 감춘 때 및 재산상태에 대하여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 해당해 면책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넷째, 경우에 따라 강제집행면탈죄 또는 사기파산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에 대한 제재는 치명적입니다. 파산제도의 기본적 규칙은 채무자가 가진 재산을 모두 내놓아 이것으로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것인데 사해행위는 게임의 규칙을 어긴 것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파산제도는 원칙적으로 채권자들의 권익을 위해 발달해 왔으며, 채무자를 면책하는 것은 이와 같은 채권자들의 권익보호에 협조한 것에 대한 보상일 뿐입니다. 한편 이미 행해진 면책결정도 취소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즉 면책을 받은 채무자가 사기파산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채권자의 신청에 의해 면책결정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유죄판결을 받지 않더라도 채무자가 허위의 진술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면책을 받은 경우에는 면책일로부터 1년 안에 채권자의 취소 신청이 있을 때 면책결정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과거 상속을 포기하는 것은 재산상의 행위라기보다 개인의 신분상·친족상의 지위를 포함한 포괄적 권리관계를 승계하지 않는 의사결정으로 보았습니다. 때문에 가령 상속재산이 있었더라도 법원에 공식으로 포기신고를 내는 것이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상속재산이 어느 정도 있어서 채무를 공제하고도 남는 것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속인 가운데 한 명인 채무자가 다른 형제에게 상속재산이 귀속되게 하려고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사해행위에 해당된다고 보아 원래 상속분 만큼을 반환하라고 한 사례가 눈에 띕니다. 따라서 질문하신 사안의 경우에는 면책이 취소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 한들 개인회생제도 또는 통합도산법 제2편에 규정된 일반의 회생 절차를 이용할 수 있으니 너무 절망하지는 마십시오.
  • 보아오포럼, 양안협력 물꼬 틀까

    보아오포럼, 양안협력 물꼬 틀까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이 양안 관계의 전기를 만들어낼까. 11일부터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 보아오(博鰲)에서 열리는 보아오 포럼 제7차 연차총회가 다른 때보다 여러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환경 문제 논의 지난달 타이완 총통선거에서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후보 당선으로 순풍이 불고 있는 양안 관계에 최고위급 접촉이 기대되고 있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샤오완창(蕭萬長) 타이완 부총통 당선자는 이번 포럼 기간중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전이지만 중국의 국가주석과 사실상의 타이완 부총통의 첫 접촉이란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후 주석은 샤오완창에 단독 회담을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향후 마 총통 당선자의 방중을 위한 기초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민진당 8년 집권동안 중국과 타이완 관계는 틀어져왔고 경기침체기에 들어간 타이완 국민들은 양안 관계회복 및 경제회복을 내세운 국민당의 마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티베트 사태로 궁지 몰린 중국으로서도 오랜만에 중국에 긍정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를 만들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번 회의는 ‘녹색 아시아;변화를 통한 윈-윈으로 가기’란 주제를 채택, 세계적 이슈에 보폭을 맞추려 노력했다.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부부장은 “에너지, 환경, 기후변화 및 세계금융위기 등을 주제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은 보아오포럼과 아시아협력대화(ACD)를 바탕으로 ‘아시아 국가연합’ 창설을 주창했던 만큼 회의의 동력을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과의 ‘교류의 장’이란 점을 활용, 그동안 주춤한 영향력 확대에 주력한다는 자세다. 중국과학원은 ‘2008 현대화보고’를 통해 아시아 국가간에 유엔과 유사한 국제기구를 창설하고 사무국을 하이난다오에 두자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보아오포럼을 아시아연합의 토대로” 올해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수장으로 참석했던 지난해보다 격을 높였다. 양제츠(楊潔) 외교부장,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 등 장관급 주요인사들이 뒤따른다. 해외에서는 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 스웨덴 존 라인펠트 총리,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등 11개국 정상이 참여했다.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 밥 호크 전 호주 총리,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 등 세계 각국의 전직 지도자들과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 등 1500여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jj@seoul.co.kr
  •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16강전 5국]중국 천원전 6연패 달성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16강전 5국]중국 천원전 6연패 달성

    제10보(132∼143) 구리 9단이 중국 천원전 6연패를 달성했다.8일 중국 장쑤성 퉁리에서 열린 제22기 중국 천원전 도전3번기 최종국에서 구리 9단은 도전자 저우허양 9단을 백불계승으로 물리쳐, 종합전적 2승1패로 타이틀을 방어했다. 현재 명인전에서도 4연패를 기록 중인 구리 9단은 천원, 창기배,NEC배 등 중국 국내 4관왕에 올라 있다. 이번 우승으로 구리 9단은 통산 23번째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러나 중국 국내 최다우승기록은 마샤오춘 9단이 보유하고 있는 33회다. 백132로 머리를 내밀었을 때 흑133으로 따낸 것은 정수. 감각적으로는 (참고도1) 흑1로 씌우는 수가 한눈에 떠오르지만, 백이 2로 가만히 따낸 뒤 6까지 한눈을 만들면 A로 집을 내는 수,B로 단수치는 수 등이 남아있어 흑은 더 이상 공격이 어려워진다. 백134로 밀고 나와서는 우변 백대마 역시 한숨을 돌린 모양. 흑135는 백136과 교환되어 약간 아까운 의미가 있지만, 어차피 (참고도2)의 흑1의 노림수는 백2의 호구가 선수로 듣고 있어 거의 실현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흑137,139는 끈덕지게 백대마를 물고 늘어지겠다는 수. 이렇듯 상대가 거칠게 나오면 보통 승리를 눈앞에 둔 쪽에서는 온갖 근심걱정거리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원성진 9단은 오히려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식으로 손을 빼고 우변을 백142로 가일수한다. 과연 흑이 143으로 이은 다음 백은 사는 수를 보아둔 것일까? 최준원 comos545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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