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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광촌 화가’ 황재형 3년만에 개인전… “흙은 본질적 생명력 지녀”

    ‘탄광촌 화가’ 황재형 3년만에 개인전… “흙은 본질적 생명력 지녀”

    28일까지 가나아트센터서 ‘쥘 흙과 뉠 땅’ 전 황재형(58)은 아무 데나 앉아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강원도 태백에선 ‘똥물화가’라고 불린다. 민중 미술이 사라졌다고 여겼다면 28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황재형 개인전 ‘쥘 흙과 뉠 땅’전에서 나이프로 그린 그림들을 보아야 한다. 스스로 똥물 바닥도 가리지 않는 똥물화가라고 소개했지만 실제로 광부생활을 했고 태백에 작업실이 있는 황재형은 ‘광부 화가’나 ‘탄광촌의 화가’로 인식됐다. 전시회를 앞두고 만난 작가는 평범하지 않은 삶의 이력을 유머로 요약할 만큼 재치가 넘쳤고, 아내의 웨딩드레스와 자신의 작업복을 직접 만들 정도로 세심했다. ●태백에 작업실… 재봉도 수준급 하지만 그가 재봉을 배운 이유는 화가로 살려면 다른 직업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황재형이 초등학교 5학년 때 홀로 되어 5남매를 키운 어머니는 아들이 화가가 되는 것을 절대 반기지 않았다.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한 황재형은 민중미술 운동단체 ‘임술년’의 창립 회원으로 활동하다 1983년 태백으로 내려갔다. “철학과 예술의 시발점은 노동입니다. 도대체 왜 사는가란 의문에 대한 답을 야학교사와 공단 노동자로 일하면서 찾아보려고 했지요. 처음 광부로 일하러 갔을 때는 노동 운동을 하는 프락치로 오인당해 얻어맞기도 했습니다.” 젊었을 때는 가는 손가락을 지닌 ‘꽃미남’이었다는 황재형은 유부녀와 간통 사건을 일으켜 먹고살려 탄광촌에 왔다고 얼버무려 태백에 정착했다. 광부는 안경을 낄 수 없어 콘택트렌즈를 꼈는데 렌즈에 석탄 먼지가 흡착되어 실명 위기가 오는 바람에 1년 반 만에 광부 생활을 접어야 했다. 대신 16년째 전국의 미술 교사 연수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모든 작품이 팔린 2007년 개인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쥘 흙과 뉠 땅’은 “쥘 흙은 있어도 누울 땅은 없다.”는 뜻으로 1984년 첫 개인전 이후 줄곧 쓰는 전시 제목이다. 황재형이 미술계에 처음 주목을 받은 작품은 1980년 중앙미술대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황지 330’이었다. 광부복을 극 사실 기법으로 그린 작품이었다. 최근 그의 작품은 사실적인 밑그림 위에 나이프로 물감을 발라, 보이는 사실성보다는 내면의 진실을 드러내려 한다. ●작품 ‘철암역’ 22년만에 완성 캔버스 하나를 붙잡고 고치고 또 고쳐 그린다. 그래서 ‘철암역’ 같은 작품은 1984년에 시작해 22년 만에 완성했다. 양철 도시락을 먹는 광부(‘한 숟가락의 의미’), 소비사회를 상징하는 가짜 미끼를 쳐다보는 광부(‘메탈지그와 선탄부’) 등 광부의 모습을 그린 작품 외에 따뜻한 겨울 햇살이 내리쬐는 골목이나 텃밭 등을 그린 풍경화도 이번 전시에서는 많이 등장한다. 물감뿐 아니라 지역의 흙과 석탄가루, 모래, 톱밥 등으로도 색을 낸다. “처음에는 쌀 살 돈도 없어 유화 물감을 아끼려고 흙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우리나라 흙에는 본질적 생명력이 있더군요.” 물감을 두껍게 바르는 임파스토 기법 등은 손가락으로 강원도 사북 풍경을 그리는 스타작가 오치균과 비슷한 점이 많다. 황재형은 오치균에 대해 “탄광촌 소재가 비슷할 뿐 나와 갈 길이 다르다. 그의 기량은 내가 인정하는 작가”라고 평했다. 두 사람은 실제 매우 절친한 사이다. 오치균이 사북 시리즈를 그릴 때 황재형이 많은 도움을 줬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오치균의 조형목표가 보편적 서정으로의 전환이라면 황재형은 명확히 내면적 진실성의 획득을 추구한다.”고 비교했다. ●“서울은 탄광… 실업자는 광부들” 작가는 “그림을 통해 너무 편한 잠을 자는 사람에게는 불편함을, 불편한 잠을 자는 사람에게는 안식을 주고 싶다.”며 “서울이 더 탄광 같고, 이 속에서 시름하는 실업자들 가운데 광부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3년 전 개인전 때는 두 세 번은 물론이고 열 번 넘게 전시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이번 전시 역시 그 절절함에 그림 앞을 쉽사리 뜨기 어렵다. (02)720-1020.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형 스마트파워가 절실하다/조화순 연세대 국제정치 교수

    [열린세상] 한국형 스마트파워가 절실하다/조화순 연세대 국제정치 교수

    아이티 지진 참사 이후 세계의 각국 정부가 서로 돕겠다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진국이 유엔에 약속한 아이티 긴급 구호 자금은 이미 12억달러를 넘었고 아이티 재건을 돕기 위한 ‘제2의 마셜 프로그램’이 언급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증가하는 것은 아이티와 지구공동체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선진국들이 서로 돕겠다고 다투는 배후에는 21세기 국제사회에서 군사력, 경제력을 넘어 스마트 파워(smart power)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있음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재난구호나 원조와 같은 인도주의적 지원은 선진국이 국익 추구의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비판적 여론을 극복하고 세계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2005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2007년 파키스탄 지진 등 세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곳에 유독 많은 원조가 몰리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선진국은 저개발국 지원 확대가 세계무대에서 다양한 정치경제적 국가이익을 확보하는 데에도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지도력 상실의 위기에 놓인 미국이 노골적인 군사적, 경제적 이익추구를 넘어 질병, 환경, 빈곤과 같은 지구적 도전을 극복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이티 지진은 카리브해 지역에서 미국의 위상을 높일 기회이다. 이미 미국은 아이티의 질서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프랑스 역시 아이티 재건 프로그램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구호활동과 치안 유지를 위해 1000만달러의 지원금과 함께 200명으로 구성된 유엔 평화유지군(PKF)을 아이티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한국은 선진국이 국제사회에서 구축하고 있는 스마트 파워 전략에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동참할지에 대한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에는 선진국이 구축하는 새로운 질서와 국제규범을 그대로 추종해서는 선진 강국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하고, 경제규모가 세계 14위이지만 해외원조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나선 나라의 국격(國格)에는 한참 못 미친다. 한국의 2008년 공적개발원조(ODA) 지출은 8억달러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네덜란드, 스위스에도 못 미치는 17위 수준이다. 아이티의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한국의 해외재난 대응 체계와 원조가 선진국과 비교해 민망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명박 정부는 작년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에 정식으로 가입하는 등 국제사회에 원조 공여국으로 등장할 것을 천명하고 2015년까지 국민총소득의 0.25%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어떠한 스마트 파워 전략 속에서 ODA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점검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원조 관련 정부 기관 역시 방만하게 흩어져 있어 유기적인 협조가 원활하지 못하며 ODA 자금 역시 지역안배 등의 국내적 고려에 의해 분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정부는 한국의 국제사회 공헌노력을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무상원조 홍보단’을 출범시켰다. 자칫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자랑하는 소리만 요란하게 늘어놓고 정작 국제사회에서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까 걱정스럽다. 아이티 재난지원을 계기로 중견국 한국은 국제사회와 비전을 공유하면서 우리의 국제정치 목표에 맞는 체계적인 스마트 파워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식민지, 전쟁을 경험하고 산업화와 정보화에 성공한 세계유일의 국가인 우리는 가난과 내전, 부패의 사슬에 갇혀 있는 저개발국들에 실질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ODA의 목표, 추진체계, 추진방식, 전문 인력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점검을 통해 아이티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국형 스마트파워 전략을 기대한다.
  • ‘9세 中소녀’ 아이 출산 충격

    아홉살 밖에 되지 않은 중국 소녀 한 명이 지난 25일 아이를 출산한 일이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관영지인 인민일보 인터넷판은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이 소녀가 임신 8개월 만에 장춘시의 한 산부인과에서 2.75㎏의 아들을 낳았으며, 아이의 건강상태는 양호하다고 보도했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9세 산모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편이지만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해 가족 이외의 어떤 면회도 허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아이가 출산한 시기로 보아 지난해 초 임신한 것으로 추정되며, 아이의 부모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경찰에 조사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딸이 성적 접촉이나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부모의 주장에 따라, 산모에게도 조사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이 이슈가 된 까닭은 일반적으로 여아의 발육과정에 따라 월경이 시작됨과 동시에 임신이 가능한 시기는 11세 전후로 알려져 있지만, 이 아이의 경우 이보다 훨씬 빠른 8세 임신, 9세에 출산했기 때문이다. 현지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아이를 낳고 임신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렇게 어린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한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슬람 건축문화의 정수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

    이슬람 건축문화의 정수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기억 나십니까. 제목은 아스라할망정, 듣고 나면 무릎을 치며 반색할 클래식 기타의 명곡이지요. 스페인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프란시스코 타레가(1852~1909)가 작곡한 이 노래에는 타레가 자신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당대를 풍미하던 기타리스트 타레가는 ‘콘차’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는 이미 결혼한 처지. 그녀가 집으로 돌아간 밤이면 타레가는 기타를 들고 알람브라 궁전을 찾아 아름다운 사랑의 세레나데를 만들어 냅니다. 애틋한 사랑이 켜켜이 쌓여 명곡을 만든 셈입니다. 그 곡이 잉태된 곳이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있는 알람브라 궁전입니다. 이슬람 건축문화의 정수로 꼽히는 곳으로, 스페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보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빼어나지요. 그러나 명곡이 탄생한 진짜 이유는 이와 다르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현지 가이드 백인철씨는 “알람브라 궁전에 ‘알박기’하듯 르네상스 양식의 거대한 건축물을 세운 가톨릭 교도들의 행태에 대한 회한과 반성을 담은 노래”라고 주장합니다. ‘카를로스 5세 궁전’이 ‘문제의’ 건축물입니다. 얼핏 보아도 주변 건물에 견줘 크고 위압적이지요. 이슬람 왕조를 무너뜨린 가톨릭 정복자의 오만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이슬람 잔향(殘香) 가득한 그라나다 │그라나다 손원천특파원│그라나다를 품고 있는 안달루시아는 스페인에서 가장 비옥한 땅이자 남부 최대의 자치주다. 유럽이지만 유럽 같지 않은, 이방(異邦)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역사를 되짚어 올라가면 그 까닭을 쉽게 알 수 있다. 기원전에는 페니키아와 카르타고, 이후에는 로마와 반달, 그리고 사라센 등이 차례로 지배했다. 안달루시아란 이름도 ‘반달족이 살던 땅’이란 뜻. 특히 사라센은 8세기부터 800년 동안 통치했는데, 사라센이 곧 이슬람이자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무어인이다. 더욱이 그라나다는 지중해 너머 북아프리카와 인접한 탓에 이슬람의 잔향이 한결 진하게 배어 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5시간가량 내려오면 이슬람 왕조의 옛 영토, 그라나다에 닿는다. 알람브라 궁전은 그라나다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당당한 자태로 서 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성’이란 뜻으로, 13세기 가톨릭 세력에 코르도바를 뺏기고 남하한 무어인들이 그라나다에 나스르 왕조를 세우면서 알람브라 궁전도 함께 축조했다. 이후 나스르 왕조 마지막 왕 보압딜이 에스파냐 통일을 완성한 부부왕, 카스티야왕국의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왕국의 페르난도 왕 연합 세력에 패배, 알람브라 궁전을 내줄 때까지 260년 가까이 유럽 내 이슬람 최후 보루 역할을 담당했다. ●알람브라 절정은 술탄들이 놀던 ‘사자의 정원’ 겉에서 보는 알람브라 궁전은 놀랄 만큼 수수하다. 하지만 안으로 한발짝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화려함은 더해간다. 이슬람 건축양식의 특징이다. 알람브라와의 첫 만남은 ‘카를로스 5세 궁전’에서 시작된다. 부부왕에 이어 스페인 왕위에 오른 카를로스 5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궁전을 알람브라의 정수리에 세운다. 밖에서 볼 때는 정사각형 형태.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원형경기장처럼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여태 미완성이란 게 이채롭다. 카를로스 5세 궁전에서 본궁으로 접어들면 한순간에 가톨릭과 이슬람 문화가 교차하는 묘한 시각차를 경험한다. 우선 벽면에 새겨진 아랍 문자와 문양들이 시선을 끈다. 수많은 기둥과 벽, 천장마다 아라베스크 문양과 ‘코란’ 문장으로 빈틈없이 장식돼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알맞은 색채가 곁들여진 것은 물론이다. 인간의 손길이 어디까지 섬세해질 수 있는지 가늠조차 어렵다. 술탄(이슬람 정치 지도자)이 외교관 등을 접견했던 ‘대사의 방’ 앞은 ‘아라야네스 안뜰’이다. 하얀 대리석 바닥과 아치형 조각 기둥이 조화를 이루고, 작은 연못 물위에 비친 맞은편 건물은 수중도시처럼 느껴진다. ‘아라야네스 안뜰’은 인도의 타지마할 조성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현지 가이드는 전했다. 알람브라의 절정은 ‘사자의 정원’이다. 술탄의 후궁들이 머물던 내밀한 공간. 정원 중간에는 유대인이 선물했다는 12마리 사자상이 저마다 분수처럼 물줄기를 내뿜는다. 현재 복원 공사중이어서 실물을 볼 수는 없다. 알람브라 궁전 어디서고 이처럼 크고 작은 수로를 볼 수 있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발원한 물줄기를 궁전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식수는 물론 한여름 40℃까지 치솟는 열기를 식히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모든 물줄기는 사자의 정원으로 집결된 뒤 다시 분산돼 거미줄 같은 수로를 따라 궁전 곳곳으로 흘러간다. ●우울한 중세의 기억 남은 알바이신 마을 궁전 외곽의 알카사바 요새에서 내려다보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바이신 마을이 눈에 들어 온다. 아랍인 거주지역이었던 곳으로 우울한 중세의 기억이 깔려 있는 마을이다. 이슬람 왕조 멸망 뒤,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보호해 주겠다는 항복 조건을 내팽개친 스페인 병사들은 닥치는 대로 마을을 약탈하고 잔혹한 살육을 저질렀다. 그들의 종교적 신념 앞에 한 문명이 무참히 스러진 것. 그리고 요새 성벽에 세워진 무슬림의 초승달 첨탑도 십자가와 종이 들어선 생경한 모습으로 바뀌고 말았다. 알람브라 북쪽의 ‘헤네랄 리페’도 놓쳐서는 안 될 진귀한 볼거리. ‘건축가의 정원’이란 뜻으로, 알람브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건축가’는 예의 이슬람 유일신 ‘알라’다. 업무에 지친 술탄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칼리프(이슬람 최고 통치자)들이 애첩들과 밀회를 나누는 장소로 이용됐다고 한다. 현재는 두 개의 작은 궁전만 남아 그 시대를 웅변하고 있다. 글 사진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알람브라 궁전은 하루 8260명의 관람객만 받는다. 따라서 관광객이 몰렸을 경우, 입장권을 잃어버리면 사실상 그날은 관람이 어렵다. 또 일정 구역을 정해진 시간에 지나야 한다. 한 구역을 지날 때마다 관리인이 바코드를 꼼꼼하게 찍어 확인한다. 입장료는 1인 13유로(약 2만 2000원). →스페인은 한국보다 8시간 늦다. 수도 마드리드는 우리나라와 날씨가 비슷하지만, 그라나다 등 남부 지방은 초겨울처럼 포근하다. →콘센트 형태가 우리와 같다. 어댑터 없이 국내 전자제품을 쓸 수 있다. →카타르항공(02-3708-8571, www.qatarair ways.com/kr)은 카타르 도하 경유 마드리드행 항공편을 운항한다. 3월부터 도하 직항노선이 개설돼 한층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다. 페가수스코리아(02-733-3441)는 뛰어난 현지 가이드들과 함께 다양한 일정의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 UFO 출현?…아르헨서 미확인 비행물체 촬영

    UFO 출현?…아르헨서 미확인 비행물체 촬영

    아르헨티나 지방에서 연이어 UFO(미확인 비행물체)가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주민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를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 유투브에 올렸다. UFO를 봤다는 주민이 여럿 나온 곳은 아르헨티나의 지방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주(州)의 로레토라는 곳이다. 27일(현지시간)디아리오 리베랄 등 현지 지방 신문에 따르면 로레토에선 지난 24일 낮 다수의 주민이 하늘에 떠 있는 이상한 물체를 목격했다. 일부 주민은 재빨리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를 렌즈에 담았다. 동영상을 찍어 지방 언론사에 전한 현지 남자주민 다빗 소리아는 “오전 11시20분 쯤 태양을 중심에 이상한 검은 물체가 이상한 빛을 번쩍이면서 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다.”면서 “평생 보지 못한 현상으로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에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주의 또 다른 도시 플로리다에서도 UFO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우연히 남편과 함께 비행물체를 목격했다는 한 여자주민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다가 멈추는 동작을 여러 번 한 후 최소한 3개 물체로 쪼개지더라.” 면서 “물체는 빛을 내면서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은 “약 3~4분 동안 빛을 내는 물체가 하늘에서 이동하는 걸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에선 UFO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UFO연구재단 관계자는 “동영상을 촬영해 재단에 신고한 것만 세어보아도 지난해만 최소한 10회 이상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에서 UFO로 추정되는 물체가 목격됐다.”고 말했다. 사진=유투브 캡쳐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애프터스쿨, 日빌보드 선정 ‘최고의 韓신예’

    애프터스쿨, 日빌보드 선정 ‘최고의 韓신예’

    애프터스쿨이 일본 빌보드로 선정 ‘지난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한국 신예’로 선정됐다. 소속사 플레디스 측은 27일 “애프터스쿨이 빌보드 재팬 뮤직 어워즈에서 ‘케이-팝 뉴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 2009’(K-pop New Artist of the Year 2009)’를 수상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애프터스쿨은 오는 31일 도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초대됐다. 애프터스쿨은 “이렇게 멋진 자리에 초대된 것만도 영광인데 상까지 받게 돼 기쁘다. 시상식에서 최고의 무대를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애프터스쿨 외에도 일본의 인기 밴드인 비즈(B’Z), 에그자일(EXILE)을 비롯해 보아가 참석할 예정이고 후지TV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방송된다. 한편 빌보드 재팬 뮤직 어워즈는 미국 4대 대중음악상 가운데 하나인 빌보드 뮤직 어워즈의 일본판으로 올해 처음 개최된다. 사진 = 플레디스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아일랜드 상공에 뜬 삼각대열 UFO 정체는?

    아일랜드 상공에 뜬 삼각대열 UFO 정체는?

    아일랜드 밤하늘에서 미스터리 비행물체가 포착돼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영국 대중지 더 선에 따르면 지난 22일 밤(현지시간) 더블린 리피 강 근처에서 반짝이는 의문의 불빛 다섯 개를 시민들이 목격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의문의 불빛들이 삼각대열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탄성을 질렀으며 이중 남성 한명은 야간식별 카메라로 이 광경을 영상으로 담았다. 영상을 찍은 남성은 “처음에는 하늘에서 움직이는 불빛들이 반짝이는 별들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몇 초 뒤 삼각대열을 이루며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의문의 불빛 다섯 개는 반짝이는 별 사이로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아갔다. 목격자들은 “비행 속도가 굉장했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 국방부에서 21년 간 몸담은 바 있는 UFO 전문가 닉 포프는 “순항 상태로 보아 여객기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견본 비행기이거나 무인항공기, 아니면 우주에서 온 비행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UFO의 존재를 믿는 네티즌들은 “난해한 구도를 유지하면서 불빛이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 것으로 보아 지구 정찰용 우주선일 확률이 높다.”고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시민이 포착한 영상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출렁이는 금융시장] “일시 충격… 오래가지 않을 것”

    [출렁이는 금융시장] “일시 충격… 오래가지 않을 것”

    안정된 흐름을 보여온 국내 금융시장이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지난 12일)과 미국의 은행규제 강화방침 발표(21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외 요인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특성이 다시금 확인됐다. 해외발 요인들이 우리 경제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의 강도와 깊이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두 차례의 충격에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중국이 지준율을 0.5% 포인트 올린 다음날(13일) 코스피지수는 27.23포인트 하락했다. 22일에는 미국의 은행 규제책 발표의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37.66포인트 하락하고 환율은 13.90원 뛰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장 크게 우려할 것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은 미국·중국 발 요인 말고도 시장 자체에 등락의 조정압력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내 증시는 조정 없이 연초 랠리를 거듭하며 1720선까지 고점을 높였기 때문에 어차피 조정을 받을 상황이었고, 환율도 역외 달러 매도와 원화 매수로 대세 하락기조를 지속해 한 번쯤 크게 뛸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경기과열 조짐이 나타나면 지준율 인상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가 시장이 냉각되면 바로 환원시키는 관행을 보였다.”면서 “지금까지 전례에 비춰봤을 때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거나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의 은행 규제책도 그대로 될지 여부를 두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야당인 공화당의 반발로 중간 수준에 절충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앞으로 투자행태가 급격히 보수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의 긴축이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지준율을 인상한 이면에는 수출 확대를 위해 선진국들의 위안화 절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면서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것은 최종 소비재보다 중간부품이 많기 때문에 중국이 수출 확대에 역점을 둔다면 오히려 우리나라에는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출구전략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금리를 올린 호주 등에 이어 중국이 출구전략에 가세하면서 우리도 조기 대응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로 인해 세계경제가 냉각될 수 있으니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된다.”고 말했다. 현재로는 그 영향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백용호 국세청장 “납세 정보망 상상이상… 탈세땐 꼭 잡혀”

    백용호 국세청장 “납세 정보망 상상이상… 탈세땐 꼭 잡혀”

    “지난 6개월간 ‘인사’와 ‘조사’ 분야에서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합니다. 그러나 청렴성(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문제는 아쉬운 대목입니다. 가끔씩 직원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 마음이 참담해집니다.” 백용호 국세청장이 1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임 6개월의 소회를 말했다. 백 청장이 취임한 것은 지난해 7월16일. 전임 청장 등이 추문에 연루되면서 국세청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을 때였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간담회에서 공정한 조직운용과 법 집행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국세청 업무로 정치적인 오해를 살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면서 “한 정권이 누릴 수 있는 기간이 짧은데,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정권이 바뀐 뒤)어떤 부작용이 나타났는지 그동안 충분히 보아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백 청장은 “인사 청탁을 배제하고 공정성을 지켜냈다.”면서 “인사 불만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수긍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백 청장은 취임 후 인사 기준을 만든 뒤 미리 공개해 인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고 인사 권한을 지방청장 등에게 이양하고 책임도 함께 지도록 했다. 세무조사의 경우 대기업은 4년 주기로 순환 조사하고 중소기업은 납세 성실도에 따라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이 마련됐다. 부당한 세무조사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납세자보호관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경제학자로서 민주화된 시장을 만들고 그 전제로서 세법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특히 시장경쟁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승자와 패자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치유하기 위해서도 공평과세는 더없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 청장은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탈세를 다 잡을 수는 없겠지만 전산망 등 인프라는 충분히 갖춰져 있다.”면서 “납세자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탈세를 하면 결국 잡히고 만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이지혜-태연 닮은꼴?”…황당 마케팅 실소

    “이지혜-태연 닮은꼴?”…황당 마케팅 실소

    “이지혜와 소녀시대 태연이 닮았다?” 4년 만에 솔로 앨범을 들고 가요계에 컴백한 이지혜의 소속사 홍보 방식이 황당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지혜 소속사 케이피 컨텐츠는 “이지혜가 인기정상의 그룹인 소녀시대 태연과 빼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실제로 태연이 이지혜의 과거 모습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닮은 꼴”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19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같은 내용이 기사로 그대로 확대 재생산 되자 “앨범 홍보효과를 노리고 일부러 논란을 일으키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 도를 넘었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실제로 이지혜 측은 보도자료에 태연의 사진을 함께 배포하는 등 음악적인 변화나 앨범내용이 아닌 확인되지 않은 태연과의 닮은꼴 주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신인 가수들이 ‘제 2의 비’, ‘제 2의 이효리’, ‘제 2의 보아’ 등 인지도가 훨씬 높은 스타들을 이용해 관심몰이 하는 것이 가요계에서 더이상 특별할 게 없으나 일부러 팬들을 자극해 앨범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씁쓸하다는 것. 네티즌들은 “한 때 이지혜의 팬이었는데 선배가 후배 명성을 업고 가려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 “안티팬을 만들려고 하는 지능적인 수법“ 등 부정적인 의견을 달았다. 한편 이지혜는 타이틀곡 ‘눈물아 제발 멈춰줘’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오는 23일 KBS-2TV ‘스타골든벨’에 출연, 그간의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사진=케이피 컨텐츠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고교선택 결과 확인된 지역격차 깊이 새겨야

    서울 지역에서 처음 실시된 고교선택제가 특정 지역과 전통 명문고의 쏠림 현상을 피하지 못했다. 강남, 목동, 노원을 비롯한 사교육 밀집지역에 대한 높은 선호가 예상대로 확인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주장대로 특정 지역, 학교로의 쏠림이 모의배정 때보다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학부모, 학생들이 내신성적이라는 실리를 따졌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2단계 추첨배정서 인기지역 학교의 지원자를 학군내 인근 거주자 우선으로 제한한 것도 한몫했다고 봐야 한다. 서울 전역에서 모집정원의 20%를 뽑는 1단계 전형은 강남군이 6.2대1로 지원율이 가장 높았고 다음은 북부군 5.5대1, 강서군 5.4대1의 순이었다. 사교육 밀집지역이자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3대 교육특구가 1, 2, 3위를 휩쓸었다. 쏠림 현상은 타 학교군 지원자 비율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중부학교군이 1위를 차지했다지만 이 지역은 거주자는 적지만 학교가 많아 다른 곳에서의 유입이 불가피한 곳이다. 2, 3, 4위를 강남, 북부, 강서학교군이 차지했으니 시행 전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단위지역 학교별로도 최고와 최하위 지원율이 17배 가까이 됐고 7개 학교는 미달 사태까지 빚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건 예상을 깨고 기존 교육특구의 선호학교가 아닌 일부 학교의 지원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1, 2단계 경쟁률 상위 10개 학교 중 교과교실제와 같은 특색 있는 수업을 알차게 진행한 S고나, 젊은 교사들이 직접 교재를 만들어 학생들을 지도하는 열의로 소문난 S여고, 학생 눈높이에 맞춰 수업을 해온 K고 등의 선전이 돋보인다.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이 이룬 성과가 돋보이는 이례적인 사례들이 아닐 수 없다. 고교선택제는 경쟁을 통해 공교육 정상화를 이룬다는 원칙 아래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지난 36년간 시행된 평준화의 폐단을 메우려는 땜질처방으로 고교선택제를 보아서는 안 된다. 교육특구라 통하는 선호도 높은 지역과 학교 쏠림현상이 지속된다면 이 제도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 지역, 학교에 편중된 수요를 우수학교 특성화 교육이나 우수교사 적극 지원책을 통해 흡인해야 한다. 우열을 보이는 학교들을 나눠 지원과 제재를 병행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클릭하면 우리동네 건축정보 한눈에

    클릭하면 우리동네 건축정보 한눈에

    구로구가 주민들이 안방에서도 편안하게 건축관련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통합시스템 ‘아키누리’를 선보인다. 개별공시지가와 개발정보, 건축물대장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첨단시스템이지만 시스템 정착까지는 풀어야할 문제도 남아있다. 구는 11일 서울시 서소문 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온라인으로 관내 건축 관련 정보를 통합해 조회할 수 있는 ‘아키누리’시스템을 12일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집에서 개인PC 통해 열람 가능 아키누리는 인터넷에 접속된 개인PC를 통해 전자지도를 보면서 해당 주소지의 건축물대장과 토지이용계획, 개별공시지가, 도시개발정보, 건축허가 현황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주소지가 재건축, 재개발, 주거환경개선사업, 주거중심형 정비사업 등 각종 사업지에 포함돼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각 동에 어떤 건축사무소가 있고 신축 공사장의 공사 허가일자와 착공일자, 공사규모, 연락처 등도 알 수 있다. 주민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건축계획이 있는 곳의 용적률과 건폐율, 층수 등 정보와 토지이용계획 등을 입력해 해당 지역에 어떤 용도와 규모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지 모의설계도 해 볼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시스템을 통해 주민들은 구청사까지 오는 수고를 아끼고 집에서 간편하게 건축 관련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는 현재 건축관련 민원 수요를 하루 300여건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건설게임인 ‘심시티’를 연상시키는 모의설계 기능은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는 대상 토지가 사각형 등 천편일률적 모양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건축현장에선 게임과 달리 다양한 형태의 토지가 존재해 건축모델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보유출·표준모델 정착은 과제 또 구는 시스템 정착 뒤 예상되는 비용절감 효과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1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한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편익을 민원인과 구에 가져올지 아직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다. 국정원의 보안성 심사를 거쳤다지만 잦은 자치구 홈페이지 정보누출사건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불안감도 풀어야할 과제다. 양대웅 구청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향후 아키누리 시스템을 표준모델로 삼아 전국 지자체에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구가 공개한 시스템 자체도 마포구의 ‘원클릭도시 정보아이시스템’과 종로구의 ‘원스톱 건축행정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개량형 모델이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다른 기관의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이를 개량해 독자 모델로 내놓아야 홍보효과를 높일 수 있다. 2007년 구축된 마포구 시스템이 이미 행정안전부로부터 명품으로 선정됐지만 보급이 늦춰진 이유다. 아키누리 기획에 참여했던 한 IT업체 관계자는 “3곳의 자치구 시스템 모두 건축관련 정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선 별반 차이가 없다.”며 “다만 구로구는 종로구 시스템에 없는 GIS지도검색 기능을 첨부하고 마포구시스템의 단점인 지구단위계획에 한정된 열람기능을 보강한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北, 평화협정회담 제의

    북한이 11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제의했다. 북한 외무성은 “조선전쟁(6·25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정중히 제의한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성명 형식을 통해 “위임에 따라 제의했다.”고 밝혔다. 제안 내용이 북한 최고기구인 국방위원회나 최고통치권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정임을 시사한 것이다. 성명은 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은 9·19 공동성명에 지적된 대로 별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 그 성격과 의의로 보아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조·미(북·미) 회담처럼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그러나 정부 고위당국자는 ”한국은 정전협정 당사자“라며 평화협정 논의의 당사국임을 분명히 하면서 “평화협정 논의는 9·19 공동성명에 나오는 대로 비핵화의 진전이 추동력을 얻을 때 6자회담과는 별도의 포럼에서 논의할 수 있으므로 (평화협정의 우선적 논의를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과거에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제의했으나 그때에는 한국은 정전협정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6자회담 당사국인 한국이 포함된 회담형태로 제의한 것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박수근·이중섭… 현대미술의 역사를 본다

    박수근·이중섭… 현대미술의 역사를 본다

    대한민국 최초의 현대식 화랑은 1959년 세워진 반도화랑이지만 본격적으로 그림을 판 상업화랑은 1970년 서울 인사동에 들어선 현대화랑이다. 지금의 롯데호텔 자리에 있던 반도호텔 안의 반도화랑은 외국인들에게 한국 작가의 그림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으며, 여기에서 화랑 경험을 쌓은 박명자씨는 현대화랑을 차린다. 이제는 갤러리 현대로 불리는 우리나라 근·현대 회화사의 중심이 40주년을 맞아 12일부터 2월10일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에서’ 전을 연다. 인사동에서 시작한 갤러리 현대는 현재 사간동에 신관과 본관의 전시장 2곳을 두고 있으며 신사동에 아트타워 전시장이 있다. 총 3곳의 전시장에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원로, 중견작가 68명의 대표작 140점을 선보인다. ●원로·중견작가 68명 대표작 140점 전시 전시가 열리는 동안 갤러리 현대의 신관 1층은 한국 근대 미술 교과서의 집약판으로 변한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도상봉 등 미술 교과서에서 익숙하게 보아 온 작고 작가들의 작품이 한데 걸려 있다.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처음 현대화랑이 생겼을 무렵에는 신문 문화면 한구석에 ‘그림을 팝니다’란 신종업종 소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며 갤러리 현대의 40년 세월을 회고했다. 정중헌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은 “현대화랑 이전에 화가는 환쟁이 취급을 받았고 그림은 얻어 가지는 것으로 인식됐다.”면서 “그런 시절에 화랑을 열어 그림을 걸어주고 팔아서 돈까지 주니 화가들에게 현대화랑은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었다.”고 갤러리 현대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40년 역사의 화랑인 만큼 기념비적인 전시 또한 셀 수 없다. 1970년 개관한 갤러리 현대의 첫 초대전은 박수근전이었고, 1972년에는 이중섭 사후 최초의 유작전을 열어 이중섭 신화의 모태를 만들었다. 1973년 열린 천경자 초대전은 그녀 특유의 화려한 화풍에 반한 관람객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지금의 박수근, 이중섭 신화는 박명자라는 안목이 뛰어난 화상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오랜 세월 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활약했던 정중헌씨는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미술의 세계화 과제로 백남준이 1990년 흰 도포에 갓을 쓰고 절친한 친구였던 요제프 보이스(1921∼1986)의 추모 굿을 벌인 곳도 갤러리 현대 뒷마당이었다. ‘거간꾼’은 ‘물방울 시리즈’로 유명한 원로 화가 김창열씨다. 김 화백은 “백남준과 박명자를 묶어준 구실만으로도 나는 (미술사에) 이름이 남을 것”이라며 “마침 백남준도 파리에 오고 박명자도 파리에 체류 중이어서 몽파르나스 우리 집에서 화기애애하게 백남준이 피아노 치고 노래를 부른 이후 현대화랑은 백남준과 전속계약을 맺었다.”고 추억을 돌이켰다. 박명자 회장은 40주년을 맞아 “돈벌이로 화랑을 하지 않았다.”면서 “예술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갤러리 현대는 이화익갤러리의 이화익 대표와 아트파크의 박규형 대표 등의 전시 기획자를 길러내기도 했다. 2006년 갤러리 현대는 2세인 도형태 대표가 취임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2002년 개관한 두아트 갤러리를 통해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온 갤러리 현대는 40년 전통과 새로운 트렌드를 조화시켜야 할 지점에 서 있다. 한국의 미술시장을 태동시키고 발전시켜 온 갤러리 현대 40주년 앞에는 이제 한국 미술의 성숙과 세계화란 또 다른 주문이 놓여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시네도키, 뉴욕’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시네도키, 뉴욕’

    코다드는 한적한 교외에 살며 작은 연극무대를 이끌고 있는 중년 남자다. 라디오방송이 가을을 알리던 어느 날, 그는 우울한 표정으로 깨어난다. 이제 인생의 가을에 들어선 그는 자기 삶에서 두려움과 허전함을 느낀다. 곧 그의 불안은 여러 징후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 질병과 고통이 하나씩 그의 몸과 마음을 방문하고 시간이 부지불식간에 후다닥 지나가는가하면, 주변의 누군가가 차례차례 죽음을 맞으며 아내와 딸과 친근한 사람들이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다. 그런 그에게 큰 기회가 찾아온다. 맥아더 재단으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얻은 그는 일생의 연극을 준비한다. ‘시네도키, 뉴욕’의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찰리 카우프먼은 각본가로 먼저 이름을 날렸다.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이터널 선샤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신선한 이야기꾼으로 인정받았다. 마음과 머리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들로 꽉 채운 그의 이야기는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전개와 무관하기 일쑤였다. 그 결과 혹자는 그의 이야기를 지적이라고 높이 평가하는 반면, 대중은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들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카우프먼식 이야기의 특성을 더욱 깊이 파고든 ‘시네도키, 뉴욕’은 풀리지 않는 실타래 혹은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도입부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숫자들을 유심히 보아야만 ‘시네도키, 뉴욕’의 첫 번째 테스트를 통과하는 게 가능하다. 신문의 날짜는 오늘에서 곧바로 며칠 뒤, 이듬달로 넘어가고, 다음날 주인공은 6개월 뒤의 신문을 읽는다. 헝클어놓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코타드는 중년과 노인, 그리고 청년의 모습 사이로 순식간에 오간다. 시간의 구성보다 더 흥미로운 건 인물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한 인물과 그의 또 다른 현현들이 서로를 연기하고 지시하고 반영하면서 영화의 어지러움은 극에 달한다. 도대체 감독이 의도한 건 무엇일까? ‘시네도키, 뉴욕’은 입체파 화가의 자화상과 같은 작품이다. 카우프먼은 코타드라는 대상을 분해하고 세우고 조립하는 과정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처음 접하면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지만, 부분과 전체를 끼워 맞추고 조목조목 따져볼 때에야 한 존재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창작과 소멸의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코타드는 자기 인생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던 일곱 여성과 다양하게 관계한 끝에 홀로 선 자리에서 삶의 진실과 창작의 비밀을 깨닫는다. 그런 점에서 ‘시네도키, 뉴욕’은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에 바친 헌사일지도 모른다. 며칠 전 저명한 영화평론가인 로저 이버트는 ‘시네도키, 뉴욕’을, 21세기의 첫 10년간 나온 영화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꼽으면서 ‘인간이 삶을 구성하고 현실을 규정하는 방식에 관한 영화’라고 평했다. 주인공이 사는 도시인 ‘스키넥터디’에서 따온 제목 ‘시네도키’는 영화가 은유의 결정체임을 밝힌다. 극중 인생이 무대이고, 허구가 인생이었던 것처럼 ‘시네도키, 뉴욕’의 전체는 인생의 다양한 형태, 본질, 신비를 은유하고 있다. 거기에서 관객이 자신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제몫을 다한 것이다. 영화평론가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할머니가 사라졌다. 노인정과 공판장을 지나 경찰서로 뛰어가던 엄마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뭐라고? 할머니가, 어디? 엄마, 잘 안 들려요! 모퉁이를 돌아서자 팀장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얼결에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 재빨리 칸막이를 닫았다. 어느새 전화가 끊어져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 전부터 기숙사에 와 잔소리를 해대는 팀장과 이러저러한 일들이 겹쳐 오후 두 시가 다 되도록 한 번도 자리에 앉지 못했다. 내친김에 변기 위에 걸터앉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옆구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가 울렸다. 곧 리허설을 시작하겠다는 팀장의 목소리였다. 그건 안 됩니다. 코끼리들 상태가 좋질 않아요. 오늘은 무조건 쉬게 해야 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팀장은 무전기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장 달려오라고 했지만 당장은 가기 싫었다. 무전기의 전원을 끄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어디 가셨다는 거지? 몸도 안 좋으시면서.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삼촌의 이름이 전광판에 떴다. 울고 있던 가족들이 황망히 수골실로 내달렸다. 나는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삼촌의 유골은 대리석 탁자 위에 새카맣게 탄 못들과 뒤엉켜 있었다. ‘냉각’을 거쳤다고는 하나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유골이었다. 할머니가 탁자 모서리에 가슴을 짓찧었다. 망연히 서 있던 아버지가 서둘러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려 했을 때, 나는 할머니가 작은 뼛조각 하나를 움켜쥐는 것을 보았다. 탁자 옆에 서 있던 나도 얼른 새카맣게 탄 못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무도 못 본 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고모들은 아예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내내 울음을 참던 아버지도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못을 내 몸에 박아두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쥐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나는 공항에서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나를 데리러 온 사촌 동생의 차를 탈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도 어쩐지 집으로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장례식장 앞에서 선뜻 안으로 들어서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는 나에게 둘째 고모가 내 몫의 상복을 내밀었다. 장례식장 안팎에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은 삼촌이 왜 죽었을까 답답해했고 삼촌의 동료와 친구들은 경찰서를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무당이라도 불러 알아볼 수 없을까? 사촌 동생이 불쑥 꺼낸 말이었다. 삼촌의 방에 널브러진 술병들, 불에 탄 이부자리, 종류가 다른 담배꽁초들. 어떤 추측은 가능할 테지만 진실은 아무도 몰랐다. 그날 밤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삼촌은 각기 다른 이유들로 죽고 또 죽었다. 효원 장례식장 국화실에 놓인 영정사진 속 삼촌은 너무나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릎에 올려놓은 상복이 자꾸 무겁게 느껴졌다. 할머니는 삼촌의 죽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서 삼촌의 시신을 보았다는데도. 거의 녹아내린 새카만 못과 유골을 분리하는 일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뼈가 상하지 않게 하려는 아버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그만 잠에서 좀 깨어나라고 흔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데 나는 어쩌려고 못을 집어든 것일까. 할머니가 두 주먹을 옹골차게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덩달아 나도 주먹에 힘을 주었다. 내 손이 못과 함께 타들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원내 방송이 들려왔다. 잠깐 눈만 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재빨리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숫자를 거꾸로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득달같이 일어나 문을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달라는 방송은 계속 되었다. 운영실이 가까워질수록 방송이 더 자주 들려왔고, 느려터진 두 발은 점점 더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내가 도착하기만 하면 저 공손한 팀장의 말투는 야수로 변해 나에게 돌진할 것이었다. 그때 가로수 사이로 한 여자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남색 기지바지와 연두색 스웨터, 복고풍의 파마머리까지. 혹시 할머니인가 싶어 가던 방향을 바꿔 전속력으로 달려갔다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팀장이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두루마리 휴지가 창문 쪽으로 날아갔고, 내 가슴팍에 내리꽂힌 전화기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원내 방송 담당 아나운서가 시디 데크를 만지작거리는 게 보였다. 팀장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사무실 안을 둘러보니 악단장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악단장의 발치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나비넥타이가 떨어져 있었다. 기어이 팀장과 한바탕 한 것 같았다. 오전에 병원으로 실려 간 러시아 무용수는 응급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하혈이 심해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악단장과 팀장의 관계를 가장 잘 알고, 더듬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러시아 말을 할 줄 알았던 내가 그 ‘중요한’ 시기에 사라졌다는 것이 팀장이 화를 내는 이유였다. 앞으로 바짝 다가온 팀장의 손이 내 뺨을 향해 날아왔다. 그때 태국인 조련사 푸앙이 운영실 안으로 들어왔다. 푸앙은 코끼리들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퍼레이드를 취소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코끼리의 설사 따위는 팀장에게 먹혀들 만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나는 푸앙의 손을 잡아끌고 코끼리 우리로 갔다. 쏘냐는 계속 설사를 했고, 아프리카 산 일 년 생 코끼리 튀라는 쏘냐의 엉덩이 쪽에 대가리를 박고 누워 있었다. 제때 검사를 하며 건강을 돌보아 주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야생과는 달리 동물원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잔병치레가 잦았다. 그래서 예방 접종, 먹이, 변의 상태 등을 확인하여 제때 사료 혹은 건초 더미를 바꾸어 주는 것들은 무척이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일들이었다.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팀장은 번번이 동물원의 재정 상태를 운운하며 우리가 올리는 건의사항들을 묵살했다. 이하설, 오늘 제대로 하지 않으면 너부터 자를 줄 알아!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팀장님, 직접 오셔서 코끼리들을 살펴보시란 말이에요! 무조건 데리고 나가는 일이 능사가 아니란 말입니다. 뭐야? 푸앙이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코끼리 나가지 마, 나 죽어. 푸앙,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어떻게 되겠어. 그러니 나한테 제발 좀 이러지 마! 그러나 푸앙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삼촌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내가 아는 한 삼촌은 아픈 동물은 절대로 퍼레이드에 내보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외국인 조련사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었고, 윗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그 사람이 원하는 선에 맞추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못을 만졌다. 잠깐이지만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울고 있는 푸앙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오늘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퍼레이드의 리허설이 열리는 날이었다. ‘우리를 나온 동물들의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 한 달 전부터 신문 및 지역 방송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나날이 쇠락해가는 테마랜드의 혁신을 위해 팀장이 삼 개월 넘게 심혈을 기울인 행사였다. 만약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삼촌은 일급 코끼리 조련사이자 동물 쇼의 사회자였다. 공휴일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기 한 달 전이면 삼촌의 얼굴이 실린 포스터가 동네 곳곳에 나붙었다. 지역 방송국에서는 매일 테마 랜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또 어떤 쇼가 진행 중인지 보도해 주었다. 삼촌은 방송에도 자주 나왔다. 나도 삼촌에게 꽃을 건네는 어린이 중 한 명으로 텔레비전에 나온 적이 있었다. 십 년이 지나 스무 살이 된 나도 테마 랜드에 조련사 보조로 들어왔다. 그러다 조련사가 되었지만 그 삼촌에 그 조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내내 업무에 허덕이다 시간이 되면 퇴근하기에만 급급한 나날이었다. 삼촌처럼 되기를 원했지만 그를 뛰어넘을 재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동물 구입 차 태국과 러시아에 출장을 간 사이 삼촌은 직원 기숙사 방문 손잡이에 목을 맸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할머니는 삼촌의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하루가 지난 뒤 실신한 채 삼촌이 있는 병원으로 실려 왔다. 어린이 날 행사를 며칠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바쁘게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악단장과 팀장 사이에 생긴 일들을 조율하고 동물원 곳곳의 문제들을 해결하며 별 탈 없이 생활을 했다는 진술들이 이어졌다. 내가 아는 바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장례식 도중, 나는 삼촌이 행사를 진행할 때 입던 붉은색 조련복을 챙겨두었다. 팀장은 동물원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이유가 사육사들이 동물 관리를 잘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 구입의 명목으로 예산을 타갔지만,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단란주점에서 여자애들과 놀아났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어느 날에는 실내 경마장에서 누군가와 게임을 했다는 말도 들렸다. 건의서를 제출하면 가지고 있는 동물 관리나 잘하라며 번번이 우리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동물이 죽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후 사체처리비로 외유를 떠났다. 이사장이 바뀌고 줄을 잘 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 후 악단의 인원이 대폭 감소되었다. 게다가 이러저러한 꼬투리를 잡아 악단장의 연봉도 삼십 퍼센트나 감봉시켰다. 대부분이 계약직인 연주자들은 불만을 표시할 수가 없었다. 곧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하나 둘, 동물원을 떠나는 연주자들이 늘자 참다못한 악단장이 팀장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악단장은 내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소주를 마시고, 매일 두 갑의 담배를 피웠다. 테마랜드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병든 짐승들과 관리되지 않은 채 잡풀이 번다한 식물원, 날만 흐리면 전기가 오르는 범퍼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놀이기구만 모아 놓은 부상 랜드였다. 사육조장에게선 늘 술 냄새가 났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는 이유로, 날이 더우면 덥다는 이유로, 동물들이 발정이 나면 수컷이 없다는 이유로 그는 늘 술을 마셨다. 나도 간간이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곤 했지만 어쩐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그는 술만 취하면 내게 삼촌의 이야기를 하려고 들었다. 삼촌의 성격과 그와의 관계, 동물들을 아끼던 마음, 은밀하게 나누곤 했던 농담들. 하지만 나도 다 아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반쯤 마신 매실 주스에 소주를 타먹곤 하는 버릇이 있었다. 오늘도 그는 코끼리 우리를 나오면서 빈 매실 주스 병 두 개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많이 진정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없어진 할머니를 이곳에 있는 내가 어찌해 볼 도리는 없었다. 엄마,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요, 지금 좀 바빠! 통화를 끝내자마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조장님, 홍학 우리에 고양이가 들어와 새끼들을 물어뜯고 난동을 부렸어요. 뭐라고? 홍학 한 마리가 다리를 크게 다쳤어요. 알았어, 곧 갈게. 안 그래도 행사 준비 때문에 신경이 무척 곤두서 있는 홍학무리였다. 허겁지겁 바쁘게 뛰어가다 보니 남색 기지바지가 또 눈에 띄었다. 오늘은 동물원에 남색 기지바지가 유난히 많았다. 그 바지들은 여기서도 나타났고 저기로도 지나갔다. 동물원에 온 할머니들은 대부분 남색 기지바지 혹은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모두들 엇비슷한 파마머리를 한 채 손차양으로 햇빛을 가리고 느릿느릿 걷거나 그늘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납골당은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치고 있는 공원을 지나 한참 더 올라가는 산 중턱의 후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적한 공터인 줄 알았던 공원도 지나가며 살펴보니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있었다. 그물이 벗겨진 하나밖에 없는 축구 골대, 녹슨 시소, 줄 끊어진 그네. 곳곳에 놓인 페인트칠이 벗겨진 벤치와 그곳에 누워 있는 사람들. 공원을 지나 한참을 걸었는데도 납골당이 나오질 않아 잘못 찾았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나와는 달리 할머니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산길을 따라 삼십여 분쯤 더 걸어가다 보니 자그마한 분지 위에 지어 놓은 건물이 하나 보였다. 우리는 곧장 유골 안치실로 들어갔다. 삼촌의 위패에 쓰여 있는 이름이 낯설었다. 이선빈이 아닌 고(故) 이선빈은 내게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수학공식 같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저쪽 세계의 풀 수 없는 문제 같은 것인가. 돌아갔으나, 되돌아 올 수는 없다는 낙인? 오늘만큼은 할머니가 글자를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퍽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할머니는 귀신같이 아들 있는 곳을 찾아냈다. 가져간 술과 포를 놓고 준비되어 있는 향을 피웠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훌쩍이는 소리에 혹시나 싶어 뒤돌아보니 할머니는 대꾼한 두 눈을 슴벅이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계시라 해도 한사코 일어서서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술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잔을 쥐고 향 위에 세 번을 돌린 후 상에 올렸다. 두 뺨이 경련이 이는 것처럼 제멋대로 움직였다. 옆 칸에서 제를 지내던 사람들이 담배에 불을 붙여 제상 위에 올려놓는 것이 보였다. 분향실의 향내에 짓눌려 있던 나는 생담배 타는 매캐한 냄새가 차라리 반가웠다. 우리도 한 대 필까, 삼촌? 부검 결과 별다른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악단장과 몇몇의 연주자들, 팀장에 대한 조사가 차례대로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알지 못하던 우울증이 새로 생겨났으며,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알코올 중독이란 말이 덧붙여졌다. 추측성 발언들이었지만 조서에 쓰인 것들은 그대로 사인(死因)이 되었다. 분개한 가족들이 사건 수사를 계속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곧바로 장례 일정이 잡혔다.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발인 날짜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발인 전날 신발도 신지 못하고 영안실로 달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납골당 쪽을 다시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쉽게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가 저쪽의 삼촌을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할머니의 어깨가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듬성듬성하던 머리칼은 그 사이 더 빠졌는지 머릿속이 훤히 다 보일 지경이었다. 올라오는 길을 잘 찾았던 할머니가 돌아가는 길을 헷갈렸다. 납골당에 들어서는 길은 우리가 걸어온 길 하나밖에 없는데도 할머니는 분향실에서부터 출구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맸다. 내가 앞장서 걸을 수도 있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그렇게 이끌고 있는 것만 같아 가만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지난 주말에 할머니와 내가 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할머니가 납골당에 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내가 만약 그곳에 할머니를 모시고 간 것을 알면 크게 혼이 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버지의 기억에는 할머니가 한 번도 삼촌에게 다녀온 적이 없다는데, 처음이라는 할머니는 삼촌의 자리를 잘도 찾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홍학 우리 안의 소동이 잠잠해진 뒤였다. 고양이에게 물려 다리를 다친 홍학은 다행히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이 아니라 두 달 전에 알에서 깬 새끼였다. 놀란 홍학들을 진정시키느라 껍질 깐 호두와 아몬드를 두 자루나 뿌려주었다. 어느샌가 팀장도 홍학 우리 앞에 와 있었다. 그는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들을 좀 더 밝은 빨간색 형광 안료로 칠하라며 조련사들을 다그쳤다. 나는 홍학들에게 빨간 안료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보았지만 팀장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았다. 나는 물끄러미 팀장과 조련사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제 여기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삼촌을 보내고도 꿋꿋하게 나오던 곳이고, 그가 하던 일만은 내 손으로 이어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조련사들이 빨간 형광 안료 통을 들고 사육실 안으로 들어갔다. 퍼레이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나는 옷장에서 삼촌의 조련복을 꺼내 입었다. 오랫동안 묵혀둔 것이라 혹시 곰팡이라도 슬었으면 어쩌나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의자 위에 놓아둔 전기 총을 집어 들자 푸앙이 비명을 지르며 울어댔다. 미안해,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우리 얼른 끝내버리자. 나는 입을 앙다문 채 쏘냐의 뒷다리에 총을 쏘았다. 쏘냐가 움찔하며 왼쪽 다리를 들었다. 재빨리 엉덩이에도 총을 갖다 댔다. 한참 만에 쏘냐가 일어섰다. 푸앙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다 울부짖으며 내 왼팔에 매달렸다. 쏘냐의 몸에 멋을 내느라 발라놓았던 노란색 형광안료가 설사에 섞여 줄줄 흘러내렸다. 바닥에 형광 선을 긋는 것 같았다. 무전기에서는 팀장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무전기 소리를 무시하니 그 뜻 없는 말들은 점차 행진곡 풍으로 변해갔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괜찮다고, 얼른 끝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호두를 쪼아 먹고 있던 홍학들이 코끼리 우리 앞에 나와 있었다. 온몸에 빨간색 형광 안료를 잔뜩 바른 홍학 무리였다. 등에 홍학을 둘씩 태운 코끼리들이 정문으로 출발했다. 붉고 노란 머리들이 공중에다 점을 찍었다. 휴대전화와 무전기에서 팀장과 사육조장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어차피 코끼리들이 도착하지 않으면 행렬을 완성할 수 없고 또 사회자인 내가 가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동물들의 건강을 살피는 것 역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뺐다. 팀장님, 지금이라도 리허설을 취소해 주세요. 뭐, 뭐야? 이대로 가단 코끼리들이 죽습니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얼른 데리고 나와! 시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지켜보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니가 나한테, 대든 거냐? 쏘냐와 튀라는 절뚝이고 비틀거리면서도 앞만 보고 걸었다. 푸앙이 코끼리 배에 손을 얹고 함께 걸었다. 저렇게라도 가주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쏘냐는 설사를 하고 있었다. 코끼리, 죽어. 나도 죽어. 푸앙이 울며 말했다.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잖아, 미안해! 니가 살려! 푸앙, 죽어가는 것들을 일으키고 이미 죽은 것도 살려낼 수만 있다면야 오죽이나 좋겠니. 푸앙이 이를 악물고 우는 소리와 코끼리들의 거친 숨소리가 마치 한 덩이처럼 느껴졌다. 정문 쪽에 노란 나비넥타이를 한 악단장의 모습이 보였다. 전보다는 풀이 죽은 모습이었지만 잘 다려진 연미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심벌즈 연주자가 그만두는 바람에 탬버린을 담당했던 사람이 심벌즈를 잡고 있었다. 다섯 명이던 작은 북 담당 연주자들은 둘밖에 없었고 심지어 트럼펫 연주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행렬이라도 완성해야 한다는 팀장의 고집 때문에 음악은 녹음해둔 것으로 대체되었다. 연주자들이 항의했지만 오늘은 ‘리허설’ 날이니 그렇게 해도 된다는 악단장의 말에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연주자들의 얼굴 표정은 괜찮아진 것 같지 않았다. 안 그래도 불안한 처지인데 악단장마저 번번이 자신들 앞에서 팀장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에 익지도 않은 악기를 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갔다. 악단장은 연신 나비넥타이만 고쳐 맸다. 동물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정문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환호성을 지르거나 직접 코끼리를 만지려고 다가갔다. 놀란 사육사들이 그들을 말리는 사이, 나는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이었다. 눅눅한 공기와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 동물들의 우는 소리들이 마구잡이로 내 가슴속에 맺혔다. 그 사이 ‘시’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이 정문 쪽으로 다가왔다. 행사를 하는 날도 아닌데 무슨 일로 온 거지? 팀장은 ‘시’ 사람들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시’ 사람들은 악단장에게도 다가갔다. 팀장이 활짝 웃으며 악단장의 오른팔을 잡아끌었다. 팀장에게 이끌린 악단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엉거주춤하게 그들과 악수를 했다. 허리를 제대로 굽히지 않은 채 인사를 하는 악단장을 바라보는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팀장은 악단장에게 당장 연주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악단장은 시디를 틀기로 되어 있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빨리 하라니까! 팀장 자신도 모르게 나온 큰 소리에 본인이 더 놀라고 있는 사이, 악단장이 뒤돌아섰다. 그러나 내내 굽실거리거나 팀장에게 할 말을 다 못하고 돌아서던 악단장의 얼굴이 아니었다. 악단장은 맨 앞줄의 연주자가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넘겨받았다. 지휘봉을 연미복 허리춤에 찔러 넣은 악단장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축배의 노래였다. 멍한 얼굴의 팀장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악단장의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다른 연주자들의 악기도 조금씩 리듬을 탔다. 때마침 비가 내렸다. 당황한 팀장이 재빨리 ‘시’에서 나온 사람들을 이끌고 자리를 벗어나는 와중에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절정으로 향해 갔다. 어느새 굵어진 빗방울들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원숭이와 코알라, 나뭇가지에 걸쳐 놓은 채 들고 나온 나무늘보들을 적셨다. 문제는 코끼리 등 위에 빨간 형광 안료를 덕지덕지 바르고 올라 앉아 있는 홍학들이었다. 진회색의 코끼리 등에 붉은 물이 들어갔고,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열심히 연주를 하는 악단장과 ‘시’ 사람들을 서둘러 본관으로 끌고 가는 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바람이 거세지자 동물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작은 소란이 일었다. 그때 푸앙이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홍학의 다리를 잡아챘다. 푸덕, 푸흐드덕! 홍학이 거센 날갯짓을 했지만 푸앙의 손아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푸앙이 정문과 반대쪽을 향해 뛰었다. 마치 홍학 연을 타기라도 한 것처럼 재빠른 속도였다. 홍학 한 마리가 사라지자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다른 홍학 네 마리도 푸앙이 사라진 쪽을 향해 날아갔다. 푸앙은 홍학의 습성도 잘 알았다. 아마도 어미를 데려갔을 거였다. 홍학이 날아가면 코끼리들은 그 자리에 앉아 무릎을 굽혀 반쯤 앉거나 선 채 왼발을 들어 쇼의 시작을 알리게끔 훈련되어 있었다. 내가 말려볼 틈도 없이 정문에서가 아니라 정문으로 가는 도중에 코끼리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붉은 꽃 한 송이를 등에 얹은 코끼리들이 추는 군무가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와 함께 어우러졌다. 그때까지도 정문 앞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거나 사진을 찍어댔다. 쏘냐와 튀라는 설사를 좍좍 갈기면서도 춤을 추었다. 코를 양 옆으로 흔들면서 왼발과 오른발을 차례대로 접고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며 엉덩이춤을 추었다. 코를 하늘 위로 높게 치켜세웠다가 쿵쿵 땅을 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왼쪽 오른쪽으로 두 차례씩 긴 코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빗줄기를 쏟아붓는 하늘을 향해 코를 쏘아 올리기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 번 쇼를 시작하면 끝이 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게 훈련된 코끼리들이었다. 홍학과 함께 한 군무가 오 분, 코끼리만 하는 쇼가 십오 분이었다. 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코끼리들 옆에 전기 총을 든 채 무력하게 서 있었다. 코끼리의 군무가 점점 더 활기를 띠기 시작할 때쯤 다시 축배의 노래가 들려왔다. 악단장은 마치 무한 반복이라도 할 것 같은 완강한 표정이었다. 코끼리들은 덜렁덜렁 코를 흔들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었다. 차례대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 후 푸앙이 쏘냐의 어깨 위에 올라가 커다란 횃불을 치켜세우는 것으로 끝이 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푸앙이 없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홍학들은 왜 하나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본관으로 갔던 팀장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정문을 가로지르는 팀장의 뒤쪽으로 익숙한 남색 기지바지가 지나갔다. ……할머니? 축배의 노래에 맞춰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할머니였다. 나는 재빨리 할머니를 향해 뛰었다. 할머니, 할머니이! 그러나 할머니는 멈춰 서지 않았다. 내 등 뒤에서 악단장이 연주하고 있던 바이올린이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뒤따라 전기 총을 쏘는 소리도 들려왔다. 코끼리들이 거세게 날뛰며 질러대는 울음과 구경하던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였다. 돌아서서 잠시 주춤하던 나는 다시 있는 힘껏 할머니 쪽을 향해 뛰어갔다. 빗물이 자꾸 눈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삼촌의 뼛조각을 손에 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어서인가. 내 손은 자꾸만 할머니의 몸을 움켜쥐려고 했다. 아버지가 못을 골라내자 화장장 직원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바로 삼촌의 뼈를 유골함에 넣어주었다. 고모들은 자신의 혈육이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막힌 듯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촉망받던 조련사였으며, 사람 좋던 막내 삼촌은 그렇게 몇 줌의 유골이 되었다. 옥색 유골함 위에는 삼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삼촌은 옥함 겉면의 금박 이름으로만 남게 될 모양이었다. 할머니가 움켜쥐고 있던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크게 우시려는가 싶어 나는 고개를 돌려 유골함 쪽을 쳐다보았다.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단단히 쥐고 있던 두 주먹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두 손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는 사이 할머니는 천천히 입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수골실의 모든 것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할머니는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하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가 갑자기 상체를 숙였다. 입 속의 것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가.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오랫동안 할머니 뒤쪽의 흰 벽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잘 움직이지 않았고 무엇을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셔가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지 말고, 동물원에 가보자. 집으로 돌아온 후 할머니가 우리들에게 처음으로 한 부탁이었다.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했지만 그것은 분명 동물원이라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동물원에 데려다주지 않자 할머니는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모든 행위들을 다시 거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기세와 할머니의 고집 사이에서 가족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나는 밤마다 할머니 방으로 가서 할머니의 몸을 쓰다듬었다. 여기 어디쯤 삼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할머니의 몸이 무척 단단하게 느껴졌다. 삼촌은 할머니의 쇄골 위에 올라 있었다. 할머니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 속에서도 삼촌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어느 날엔가 삼촌은 할머니의 팔목을 그러쥔 채 죽이 담긴 숟가락을 할머니의 입 속으로 밀어 넣어주기도 했다. 먹은 음식이 어쩌다 얹히기라도 하면 조용히 할머니의 등을 쓸어주었다. 나는 삼촌이 그렇게라도 여기서 할머니와 함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삼촌, 좋아? 나는 탄 못과 할머니의 무릎을 번갈아가며 만졌다. 할머니는 오래 울었다. 가족들 모두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상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할머니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새벽에 홀로 깨어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물에 만 밥 한 그릇을 다 먹고 난 뒤에도 삼촌의 베개를 쓰다듬으며 울었다. 어쩌다 밥상에 삼촌이 좋아하던 창란젓이라도 올라오면 그걸 바라보며 오래 울었다. 눕거나 앉거나 간신히 일어서거나 벽에 등을 기대거나. 언제 어디에서건 어떤 자세로든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속으로 울고 있었지만 나는 할머니가 울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어쩌면 울다 지쳐 손으로 몸을 짚기라도 하면 어디에서건 삼촌이 만져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러는 것인지도 몰랐다. 살아 있는 유골함이 되는 일은 무척 힘겨워 보였다. 그래도 할머니는 식구들 앞에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고,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오늘 할머니는 혼자서 동물원에 온 거였다. 우리가 걸음을 멈춘 곳은 식물원 입구였다. 할머니를 막 따라잡으려다가 도대체 왜 동물원에 왔고 또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궁금해 뒤를 따랐던 참이었다. 할머니의 남색 기지바지 속에서 끊임없이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원내 방송이 나왔다. 이하설 조장님,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식물원 뒤쪽에는 고사한 나무들이 즐비했다. 희귀한 꽃이나 과실수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팔려가거나 누군가가 빼돌린 뒤였다. 테마 랜드를 재정비한다면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할 곳도 여기였다. 할머니는 왜 하필 이곳으로 온 것일까. 마침내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고 단풍나무 둥치에 기대앉았다. 집에서 동물원까지 걸어왔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텐데……. 나는 천천히 할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집으로 모셔 갈 작정이었다. 그때 할머니가 손을 뻗어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뭇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내 새끼손가락만 한 나뭇조각이었다. 주저할 새도 없이 할머니는 그것을 입에 넣은 후 가슴을 쳤다. 그러다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크으헉, 으흑. 그것은 그동안 가슴에 쌓였던 울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다가가 말리지 않았다. 할머니도 얼마간은 큰 소리로 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주먹으로 툭툭 땅을 쳤고, 나무 둥치에 등을 짓찧었다. 돌로 만든 조형물에 얼굴을 갖다 박았고 두 손으로 머리채를 쥐어뜯었다. 할머니는 그동안 속으로만 쌓였던 울음들을 모조리 뱉어내려는 것 같았다. 그때 식물원 어디선가 커다란 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푸앙? 그는 나에게 다른 한국인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향기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자기를 찾는 거라 여기고 또 달아나버리면 어떡하지? 푸드덕거리는 새소리와 할머니의 울음이 식물원 안을 가득 채웠다. 죽은 나무들도 잔잔한 바람을 타며 울음소리와 박자를 맞췄다. 나는 할머니가 울고, 푸앙이 새들과 함께 마음을 삭이고 있는 여기가 아주 잠깐 동안만이라도 누군가에게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눈물을 그친 할머니가 다시 걸었다. 나는 할머니를 뒤따라갔다. 할머니는 여전히 뒤에 있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참 동안 동물원 곳곳을 걷던 할머니는 코닥 필름 사진관 앞에서 멈춰 섰다. 우두커니 서서 문 닫힌 사진관의 창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코끼리 등에 올라 탄 삼촌이 붉은 조련복을 입고 활짝 웃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테마랜드 30년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된 사진들이었다. 오래되어 빛이 바랬을 뿐, 사진 속의 모든 것들은 충분히 식별이 가능했다. 할머니는 손을 뻗은 채로 창가에 바짝 다가섰다. 삼촌의 사진이 언제부터 저곳에 걸려 있었던 걸까. 테마랜드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저 사진을 그곳에 걸어 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할머니! 그제야 내가 큰소리로 할머니를 불렀지만 할머니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코끼리 등 위에 앉아 밝게 웃고 있는 삼촌과 그것을 향해 말 없이 손을 뻗는 여인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쓸쓸히 바라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사진 속으로도 빗방울들이 쏟아져 내렸다. 정적을 깬 것은 다름 아닌 푸앙이 우는 소리였다. 푸앙은 팀장에게 멱살을 잡힌 채 이쪽으로 끌려오는 중이었다. 여전히 홍학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야, 이하설! 나는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에 놀라 나도 모르게 할머니!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내내 그렇게 멈춰 있을 것만 같던 사진 속 초로의 여인이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여인의 핏발 선 두 눈이 멈춘 곳은 내가 입고 있는 삼촌의 조련복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단추를 달고 솔기를 여며준 이 옷을 할머니는 단번에 알아차린 것 같았다. 어느새 창틀에서 떼어 낸 삼촌의 사진을 안고 있는 할머니가 다른 한 손으로 내 옷을 가리키며 다가왔다. 팀장과 푸앙도 이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코끼리 울음소리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쏘냐와 튀라는 우리로 돌아갔을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못을 꺼내 쥐었다. 나는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했다. 누군가 먼저 잡아당기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서 있을 것만 같았다. <끝> ■ 당선소감 -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타슈켄트 동물원에는 코끼리 두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초원을 훑어야 할 우묵한 눈들이 녹슨 푸슈킨 동상을 바라보고 있지요. 어느 날 저도 모르게 코끼리 우리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늙고 병든 코끼리의 두툼하고 너덜너덜한 귓불을 한참 동안 쓰다듬어 주었어요. 그 코끼리들이 저와 함께 아랄 해를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요즘 노인정에서 한글을 배우고 계십니다. 손녀가 쓴 글을 읽겠다고 약속을 하셨어요. 저는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글을 써나갈 작정이므로 할머니는 기필코 200세 장수하셔야 합니다.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도 기뻐해주신 ‘동인, 그 섬’의 대장 임철우 선생님(‘그 섬에 가고 싶다’를 필사하던 그 순간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잘 견디고 천천히 나아가겠습니다.), 치열하고 엄중한 소설쓰기가 일상의 진부함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시해주신 최수철 선생님(선생님의 조언과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마음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살고, 쓰겠습니다.), 검룡소에서 풀솜대를 뜯어주신 최두석 선생님(돌아가지 못하는 시의 자리가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글 쓰는 손가락은 절대적으로 겸손해야 함을 일깨워주신 서영채 선생님(밤새 꺼지지 않던 선생님 연구실의 불빛을 바라보며 술 취한 저는 도서관에서 잠들곤 했지요.), 사물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신 주인석 선생님(아, 이제 오디오 튜닝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10년 전 홍성여고 문예반 수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겁니다, 이정록 선생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행운입니다. 그 운명을 결정지어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제가 무너지려 할 때마다 옆에서 바로잡아주고 격려해준 권오영 시인께는 미처 다 갚을 수도 없는 마음들을 받았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동안 내내 소설 쓰기의 치열함을 온몸으로 가르쳐주던 김도연 선배께 맥주 한 잔 사드리고 싶습니다. 철없는 저를 뒤치다꺼리해 주느라 고생한, 제일 먼저 축하해준 이진희 시인. 정말 고맙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끝까지 손에 들고 계셨던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같이 힘들어도 조금 더 기운을 낼 수 있는 뚝심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얼른 ‘리보통(Ly-botong)’으로 달려가 그곳에 계신 분들과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약력 -본명:이미선. 1983년 충남 보령 출생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소설전공 수료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 세계언어대학 한국어 강사 역임 ■ 심사평 - ‘현대인 삶의 축도’ 동물원… 상징적 압축미 탁월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모두 열 편. 이 가운데 다시 세 편의 작품을 어렵게 추려 놓고 생각했다. 신춘문예가 필요로 하는 소설은 어떤 소설인가? 우리 소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단편소설은 산문 양식임에도 언어의 경제성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는 이 짧은 언어로는 ‘모든 것’을 쓸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양식은 이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한다. 어떻게? 수사학, 즉 기교가 우리를 지상적인 삶에서 초월적 의미의 세계로 순간이동시켜 준다. 그러니 기교가 모든 것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다. 상징적 깊이나 환유적 지시 체계를 갖추지 못한 훌륭한 단편소설이란 일종의 형용모순과도 같다. 하이준씨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현대적 일상을 사건으로 만들어 가는 문체가 돋보였다. 강남의 한 미장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조그만 사건은, 일상의 소소함이 그 한계 내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만든 장점도 갖추었다. 김명진씨의 ‘뷰티플 원데이’는 베트남에서 온 아버지와 아버지의 젊은 여인과 ‘나’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나’의 내면의 섬세함이 다문화라는 문제를 사회성 이상의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의미를 구성하는 사건이 너무 희박하고, ‘뷰티플 원데이’는 사건을 보편적인 의미로 상승시키는 힘이 부족하다. 이은선씨의 ‘붉은 코끼리’는 상징적 압축미가 뛰어나다. 동물원 코끼리 조련사의 이야기 안에 많은 것을 담았다. 동물원이라는 배경 자체가 어떤 상징성을 띤, 현대인의 삶의 축도로 이해하게 한다. 여기서 동물원을 지배하는 어떤 메커니즘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세계의 어떤 축도와도 같다. 이 작품은 쓴 것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면서 독자에게 시적인 울림을 선사한다. 재능과 생각을 겸비한 이은선씨에게 축하의 말씀과 함께 정진을 당부 드린다.
  • ‘아이돌 왕국’ SM, 제2의 ‘소녀시대’ 찾는다

    ‘아이돌 왕국’ SM, 제2의 ‘소녀시대’ 찾는다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대규모 오디션을 통해 제2의 보아, 소녀시대 발굴에 나선다. SM은 오는 16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약 한 달간 대규모 전국 오디션 ‘2010 SM 엔터테인먼트 글로벌 오디션 인 코리아’를 개최한다. 이번 오디션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인천, 일산, 수원, 원주, 전주, 마산 등 전국 11개 도시에서 지역별로 치러진다. 지원 부문은 가수, 연기자, 모델, 댄서, 작곡(작사)의 5개 분야로 국적과 연령의 제한 없이 아시아인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SM측은 2006년부터 시작한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그간 슈퍼주니어-M의 멤버 헨리(2006년)와 f(x)의 엠버(2007년)를 발굴했다. SM 측은 “한국을 시작으로 향후 아시아 및 미주 지역에서도 오디션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연예인 지망생들의 열띤 참여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지원을 희망하는 사람은 간단한 개인 정보를 적어 이메일(2008SM@smtown.com)로 각 지역별 오디션 전날까지 사전 접수하거나, 오디션 당일 현장접수를 통해 응시하면 된다. 2010 SM엔터테인먼트 글로벌 오디션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SM 공식홈페이지(www.smtown.com)를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10년 주목받는 ‘호랑이띠’ 연예인들은?

    2010년 주목받는 ‘호랑이띠’ 연예인들은?

    2010년 호랑이해가 밝았다. 용맹스럽고 모험심이 강하며 승부욕이 있는 동물이 바로 호랑이, 그것도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백호랑이띠’의 해다. 과연 올해 연예계에게 기대되는 ‘호랑이’들은 누가 있을까. 많은 호랑이띠 연예인들 중 가장 큰 활약이 기대되는 이들은 1986년생 신세대 스타들이다. 우선 남자 연기자로는 현재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출연중인 최다니엘과 윤시윤에 시선이 쏠린다. 둘은 극 중에서 러브라인의 두 축을 담당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어 올 한해도 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 기대된다. 여기에 MBC 드라마 ‘인연만들기’에서 악역을 맡아 열연중인 이성민과 ‘보석비빔밥’의 착한 며느리 정유미, 그리고 tvN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에서 꽃사슴녀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해인과 백종민 등도 주목받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박쥐’와 ‘여배우’로 두각을 드러냈던 김옥빈이 1986년생. 김옥빈은 오는 2월 베를린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것을 시작으로 활기찬 2010년을 맞이한다. 이밖에 지난해 SBS ‘찬란한 유산’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문채원, 그리고 박민영, 홍수아, 이채영, 강은비, 김별, 민효린 등도 올해 활약을 예고한 젊은 스타들이다. 가요계에서는 SS501 멤버인 김현중과 허영생을 비롯해 동방신기 멤버인 믹키유천 영웅재중 유노윤호, 슈퍼주니어 멤버인 은혁과 성민, 2AM 이창민과 SG워너비의 이진호, 보아, 쥬얼리의 김은정과 하주연 등의 아이돌이 지난해의 활약을 이어갈 태세다. 올해 나이 37살을 맞는 1974년생 범띠 스타들도 연예계 곳곳에 포진해 있다. MBC ‘선덕여왕’의 중심축을 이뤘던 김유신의 엄태웅, ‘쌍화점’의 주진모, 신하균 등이 대표적으로 주목받는 스타들. 주진모는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송해성 감독의 영화 ‘무적자’에 출연하고 신하균은 영화 ‘카페 느와르’와 드라마 ‘풍년빌라’ 등에 출연해 깊이있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절친노트3’의 새 MC로 기용된 신정환과 ‘남자의 자격’에서 이미지를 탈바꿈하고 있는 김성민, 최근 대학로에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는 김제동 등을 비롯해 가수인 자우림의 김윤아와 김동률, 이적, 드렁큰타이거의 타이거JK 등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어 2010년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한편 1962년생으로는 최근 SBS 특집드라마 ‘아버지의 집’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최민수와 함께 최민식과 정보석, 최수종, 최명길,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최양락 등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분위기다. 서울신문NTN 김진욱 기자 action@seoulntn.com / 사진=이규하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점프 코리아 2010-3대 스포츠이벤트]남아공월드컵 남북한 16강 동반진출 가상 시나리오

    [점프 코리아 2010-3대 스포츠이벤트]남아공월드컵 남북한 16강 동반진출 가상 시나리오

    새해는 스포츠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동계올림픽과 월드컵축구, 아시안게임이라는 스포츠 3대 빅이벤트가 올 한 해에 몰려 있다.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2010동계올림픽엔 ‘피겨퀸’ 김연아가 출전해 피겨사상 첫 금메달을 노린다. 현재 기량상태로 보아 무난하게 금을 따내 경기침체로 꽁꽁 언 국민의 가슴을 녹여줄 것이 확실시 된다. 한국의 전통적 메달밭 쇼트트랙에서도 금메달을 쏟아내기 위해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이규혁과 이강석 등이 금빛 전망을 높이고 있다.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국민의 흥분이 잦아들 즈음인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극전사들이 밴쿠버의 열기를 되살린다. 이번 남아공월드컵 본선엔 북한까지 진출했다. 사상 처음으로 남북한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에서 뛰는 모습은 뜨거운 감동을 자아낼 것이다. 11월12일부터는 중국 광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 펼쳐진다. 98년 방콕대회부터 2006년 도하대회까지 중국에 이어 2위를 지켜온 한국이 절치부심해온 일본의 2위 탈환 야망을 어떻게 저지할 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회다. 새해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될 3대 스포츠 이벤트를 전망해본다. 공은 둥글다. 그래서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기도 한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8강에 오른 기적도 있었다. 대한민국은 월드컵 본선 사상 첫 원정 16강을 꿈꾼다. 때마침 역대 최상의 대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44년만의 드라마 재현을 꿈꾼다. 16개국이 나선 당시와 달리 32개국이 겨루는 리그 통과는 험난하다. 더욱이 최악의 조 편성이다. 하지만 물고 물리는 상황에서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호랑이의 해, 한반도 형제가 나란히 조별 리그를 뚫고 16강에 오르는 가상 시나리오를 써본다. 6월23일 오전 5시25분(한국시간) ‘산소 탱크’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나이지리아 문전 오른쪽에서 공을 잡았다. 기성용(21·셀틱)이 미드필드를 넘어서자마자 왼쪽에서 띄운 크로스를 받은 것. 수비수 타예 타이우(24·마르세유)와 조셉 요보(29·에버턴)를 잇달아 제치고 강슛. 공은 몸을 날린 나이지리아 골키퍼 빈센트 엔예야마(27·텔아비브)의 손끝에 살짝 걸렸지만 워낙 강력해 오른쪽 골네트를 흔들었다. 그리고 5분 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길게 울려 퍼진다. “아~ 경기 끝났습니다. 대한민국이 나이지리아와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에 진출합니다. 여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스타디움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진 이날 새벽,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사 광장의 붉은 물결은 춤추듯 요동쳤다. 아나운서의 숨가쁜 목소리와 함께 전광판에는 ‘대한민국, 원정 첫 16강 진출’이란 글씨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한국은 그렇게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새로 썼다. 전반 44분 나이지리아 골게터 미켈 존 오비(22·첼시)에게 먼저 골을 내주며 끌려가던 한국은 1-1로 비겼고, 결국 1승2무(승점 5)로 16강이 겨루는 토너먼트에 나섰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2득점 1실점)은 아르헨티나(3득점 1실점·이상 1승2무)와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에서 밀려 B조 2위를 기록했다. 12일 그리스와의 첫판에서 1-0으로 이겼지만, 17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선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에 2-0 승리를 거뒀다. 따라서 마지막 한판에서 한국은 최소한 비겨야 하는, 안심할 수 없는 처지였다. 4년 전 독일 월드컵 때처럼 첫판에서 토고를 잡은 뒤 프랑스와는 극적인 무승부를 이루고도 스위스를 맞아 뼈아픈 패배로 발길을 되돌려야 했던 쓰라림을 자칫 되풀이할 수도 있었다. 한국이 나이지리아에 진다면, 이날 동시에 열린 그리스-아르헨티나 경기 결과로 경우의 수를 따져야만 했다. 아르헨티나는 그리스를 2-1로 눌렀다. B조에서는 아르헨티나(2승1무·승점 7)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 한국(1승2무·승점 5)이 2위, 17일 나이지리아를 3-2로 꺾었던 그리스(1승2패·승점 3)와 꼴찌 나이지리아(1무2패·승점 1)는 탈락의 쓴맛을 봤다. 북한은 더 극적이었다. 16일 G조 첫판에서 최강 브라질에 0-2로 무릎을 꿇은 뒤 닷새 뒤 포르투갈과 맞서 2-0으로 승리를 거두는 사상 최대의 이변을 연출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본선에서 8강에 올라 3-5로 역전패했던 빚을 고스란히 되갚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고비가 남았다. 마지막 코트디부아르를 눌러야 자력으로 16강을 진출할 수 있었다. 북한은 전반 선제골로 앞서 갔지만 후반 통한의 동점 골을 내주며 1-1로 마쳤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북한에 미소를 보냈다. 포르투갈이 브라질과 역시 1-1 무승부를 기록한 것. 21일 코트디부아르를 2-1로 누른 브라질은 조 1위(2승1무·승점 7), 코트디부아르(1무2패·승점 1)는 4위를 확정했다. 15일 아프리카 복병 코트디부아르에 1-0으로 승리했던 포르투갈(1승1무1패)이 북한과 동률을 이뤘다. 결국 골 득실을 따진 끝에 북한 2위(3득점 3실점), 포르투갈(2득점 3실점)은 3위로 결정났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2009 ‘비운의 대중가요 앨범’ 베스트5

    2009 ‘비운의 대중가요 앨범’ 베스트5

    듣기 좋은 음악, 잘 만든 영화, 재미있는 드라마라면 대중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는 해 볼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인기는 마케팅과 ‘운때’의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이다. 2009년에도 많은 기대작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지나갔다. 한해의 끄트머리에서 지난 작품들을 돌아보며 ‘운 없는’ 기대작들을 향한 예의라도 차려보자. 대중음악 시장은 이전 몇 해와 다름없이 불법 음원과 전쟁을 치렀다. 정식 앨범으로 성공하기는 더욱 어려워졌고 자본은 걸그룹들을 비롯한 일부 아이돌에 집중됐다. 그러나 아무리 척박한 환경에서도 꽃은 피는 법. 올 한해 아쉽게 스쳐지나간 ‘꽃 같은’ 앨범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남들보다 조금은 더 많은 음악을 들었을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 휘성 6집 ‘Vocolate’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잡아낸 휘성. 그러나 직전 미니앨범에서 이미 대중들의 기대치가 낮아진 탓인지 전과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묻혔다. - 대중문화 블로거 ‘서교수’ 김범수, 홍경민, 나윤건, 테이 등 보컬실력을 내세운 가수들의 신보가 대부분 아이돌에 밀리는 분위기였는데, 휘성이 가장 아쉽다. 타이틀곡 ‘주르륵’은 디지털 싱글 ‘인섬니아’의 성공을 이어가기에 충분한 노래였다. - MC한새 (가수·프로듀서) ● 윤상 6집 ‘그 땐 몰랐던 일들’ 승승장구하던 뮤지션의 유학. 그리고 컴백! 적어도 나에겐 반가웠던 재회였다. 성공적인 트렌드에 줄 서 주기를 바라는 건… 그를 너무 얕잡아 보는 게 아닐까? 쉼표와 블랭크로 대변되는 듯 한 모탯(motet) 사운드 위에 익숙한 그의 음성, 멜로디. 누군가를 붙잡아 앉혀놓고 들어보게 하고 싶은 2009년의 완소 트랙들. - 박상현 (밴드 ‘자보아일랜드’ 보컬) ● 러브홀릭스(Loveholics) ‘In The Air’ 국내 메이저 모던록의 대표주자 러브홀릭이 여성 보컬리스트 지선을 내보내고 러브홀릭스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나름의 데뷔앨범. 배우 신민아를 비롯해 이승열, 클래지콰이, 마이앤트메리, W&Whale, 박혜경, 박기영 등의 매머드급 게스트 라인을 생각하면 앨범 차트에 2주 정도 머물다 사라져버린 성적이 아쉽다. 영화 ‘국가대표’의 OST가 사랑 받았던 것으로 위로가 될까. - 이용지 (대중음악 평론가) ● 이수영 9집 ‘Dazzle’ 성적은 좋았지만 발전이 없다는 악평을 들은 직전 싱글과 EP앨범 이후 절치부심하고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잡아낸 모습. 그러나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올해의 ‘비운의 음반’이 아닐까. - 대중문화 블로거 ‘서교수’ ● 문샤이너스(The Moonshiners) ‘모험광 백서 (冒險狂 白書)’ 남성 4인조 로큰롤 그룹 문샤이너스의 데뷔앨범. 인디씬에서는 실력파 그룹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같은 레이블 루비살롱에서 발매된 스왈로우, 검정치마, 갤럭시 익스프레스, 국카스텐 만큼의 인지도를 만들어 내지 못해 아쉽다. 로큰롤이라는 특색 있는 장르를 보여주면서도 펑크의 시원함과 블루스의 깊이를 함께 담아내는 매력 만점의 그룹. 노브레인 출신 기타리스트 차승우의 기타가 역시나 돋보인다. - 이용지 (대중음악 평론가)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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