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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성년후견제가 ‘도가니’ 막는다/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전 복지부 장관

    [시론] 성년후견제가 ‘도가니’ 막는다/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전 복지부 장관

    만일 자신에게 신체적 위험이나 경제적인 손해와 같은 불리한 상황이 닥쳤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방어기제를 작동하여 어려움을 피해가거나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지적장애인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설령 인지하더라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여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성남시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20대 청년이 길을 잃고 헤매던 중 경찰이 묻는 말에 잘못 대답하여 집 근처 시립정신병원에서 6년 동안이나 입원해 있다가 과실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또 의정부의 16세 여성 지적장애인이 30대 남자에게 속아서 강압적으로 5년간 동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부산에서는 한 지적장애인 청년이 꾐에 빠져 술을 먹고 빚을 진 후 목포로 팔려갔다가 낙도에서 갖은 고생과 폭행에 시달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딱한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지적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나 가족들의 불안한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들 가족의 공통적인 걱정은 “내가 죽으면 내 아이는 누가 돌보아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의 유일한 소원이 있다면 이 아이보다 딱 하루 더 사는 것”이라던 한 어머니의 탄식 속에서 그간 이런 어려움을 가정에만 맡긴 채 소홀했던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장애인 가정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성년후견제도’가 올 2월 국회를 통과하였으며 2013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성년후견제도는 판단 능력이 불충분한 장애인 등이 계약 체결 등 법적 행위를 함에 있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으로서, 현행 민법에서 다루는 한정치산 제도와 금치산 제도를 보완한다. 또한, 단순히 재산 관리와 신상 보호 차원을 넘어 사회 복지적 관점에서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도록 맞춤형 보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제도가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피후견인을 능력에 따라 성년후견인·한정후견인·특정후견인으로 구분하고, 장래를 대비한 임의후견인 제도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적 제약 등으로 말미암아 지속적으로 후견인이 필요한 성년후견인과 달리 한정 및 특정후견인은 생활의 일부분 또는 원하는 일정 기간에만 후견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한 명이 아닌 복수의 후견인을 선임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제 피후견인은 자신의 재산 관리 및 신상 보호를 가정법원에 요청할 수 있고, 가정법원이 전문가의 의견 등을 통하여 피후견인의 요청에 적합한 후견인을 선정하면 그 후견인으로부터 필요한 서비스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실제 적용하는 일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특히 자격 요건을 갖춘 후견인을 어떤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선정할 것인지, 후견인에 대한 교육과 관리·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서비스의 제공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과 같이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시행 방법이 정해져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제도가 서비스를 받게 될 장애인의 처지에서 만들어지고 또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광주 인화학교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장애인들의 사회적 보호와 미성년 장애인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성년후견인 제도는 꼭 필요하다. 이제 장애인계의 숙원이었던 이 제도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 및 관련 기관에서는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보다 합리적인 제도로 운용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계에서는 전문가들이 이 제도 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민 또한 관심을 두고 장애인들에 대한 적극적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성년후견인 제도가 장애인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신뢰받는 제도로 하루빨리 뿌리내리길 기원해 본다.
  • [열린세상] ‘도가니법’을 넘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도가니법’을 넘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지난 9월 상영된 영화 ‘도가니’는 말 그대로 온 나라를 용광로처럼 들끓게 만들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장애인의 인권침해 방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고, 지난달 28일 장애 아동과 장애 여성에 대한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도가니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정부 또한 이례적으로 여러 부처가 합동으로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를 방지하는 종합대책을 서둘러 발표하였다. 사건의 발원지인 인화학교는 학교뿐 아니라 기숙시설과 근로시설을 포함한 법인의 모든 시설이 폐쇄되는 조치가 취해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애 학생뿐 아니라 장애인 전체에 대한 사회의 부조리를 일소하겠다는 제도권의 강력한 의지를 보는 것 같다. 필자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반갑게 생각하지만 도가니처럼 끓어오르는 사회의 분노를 넘어 과연 우리 사회가 장애 청소년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떠한 관심을 보여 왔는가를 한번 되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인화학교는 학교와 생활시설, 보호작업장이 같이 운영되는 전형적인 복지시설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마치 비리의 온상이 제거되는 듯하나 부모나 연고자가 없는 학생들은 오갈 데가 없다. 이렇게 생활시설에 거주하면서 특수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 생활실태가 어떤지 아직 변변한 통계자료조차 없다고 한다. 아무리 인권을 침해당해도 자립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학생들이 쉽게 생활시설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2011년 현재 전국의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그리고 일반학급에 재학 중인 특수교육 대상자는 8만 3000명 가까이 된다. 이 중 55%인 4만 5000명의 학생이 지적장애인이다. 자폐성 장애인도 7000명 가까이 된다. 이러한 장애학생이 고등학교 교육까지 받고 난 이후의 진로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2011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약 5500명의 학생이 고등부를 졸업하고, 약 17%인 930명 정도가 전문대나 4년제 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약 27%인 1500명 정도가 취업에 성공하고 나머지 3000명 중 1500명은 직업훈련을 하는 특수학교 전공과로 그리고 1500명은 진학도, 취업도 못한 채로 남게 된다. 더군다나 취업자 1500명 중 약 300명은 포장·조립·운반 등의 단순노무직에서 일하고 있고, 약 480명은 복지시설이나 보호작업장에서 최소한의 급여를 받고 일하는 직업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형편이다. 비장애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장애청소년들에게도 진로와 직업교육은 중요하다. 또 실제 고용으로의 전환은 더욱 중요하다. 특수교육의 목표가 성인사회로의 성공적인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면 말이다. 장애청소년들이 졸업 이후 단순한 허드렛일 정도가 아니라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는 괜찮은 일자리에서 고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및 공공기관과 기업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10여년 동안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 등의 장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직업영역개발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주유소 세차, 바리스타, 우체국 우편물 분류, 대학도서관 사서 보조, 요양병원 노인 시중, 헬스장 세탁물 관리 등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성실히, 묵묵히 해내는 그들의 역량은 오히려 무궁무진하다. 2009년엔 국회에 이러한 지적·자폐성 장애인 7명이 고용되었고, 지난달에는 공단과 서울시 교육청의 연계를 통해 서울시내 고등학교 평생학습관과 도서관에 장애학생 100명이 인턴사원으로 배치되어 실습 중이다. 이들의 실습결과를 평가하여 내년에는 정식근로자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러한 모델이 모든 공공기관과 기업, 학교에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인권을 침해당하는 일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을 침해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한 기반은 청소년기부터 다듬어져야 한다. 수능일이 1주일 남짓 남은 시점, 비장애 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유능한 사회인으로 서고 싶은 그들의 소망을 우리 사회가 보듬어 주길 기대해 본다.
  • [EPL 전술 리뷰] 런던 더비에서 8골이 터진 이유

    [EPL 전술 리뷰] 런던 더비에서 8골이 터진 이유

    지난 주말 아스날과 첼시의 ‘런던 더비’에서 무려 8골이 터졌다. ‘맨체스터 더비’에서 7골이 나온 지 1주일만의 일이다. 아스날과 첼시는 런던 더비가 맨체스터 더비보다 더 화끈하고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우연한 실수일까? 런던 더비를 복기해보자. 런던 더비가 공격적으로 매우 화끈했던 이유는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와 첼시의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모두 수비적인 선택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보통 빅 클럽들 간의 경기는 한쪽이(보통 원정팀이) 수비적인 자세로 경기에 나설 경우 매우 지루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올 시즌 리버풀과 맨유전이 그랬다. 하지만 이번 런던 더비에선 그러한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첼시는 홈 팀답게 공격적인 자세로 나섰고 원정팀 아스날도 승점 3점을 확보하기 위해 맞불작전을 택했다. 두 팀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선발진을 내보냈다. 그리고 이것은 런던 더비에서 8골이 터진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① 첼시의 전진 압박과 높은 수비라인 올 시즌 비야스-보아스 첼시 축구의 가장 큰 변화는 전진 압박과 그로인해 수비라인이 상당히 높이 올라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지만 좌우 풀백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존 오비 미켈이 후방으로 내려오면서 공격 시에는 마치 바르셀로나처럼 변형 스리백의 형태를 띠기도 했다. 문제는 이것이 수비적으로 첼시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애슐리 콜과 조세 보싱와가 높이 전진할수록 아스날의 윙포워드인 제르비뉴와 시오 월콧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다. 전반 12분 제르비뉴의 결정적인 찬스가 대표적이다.(양 팀의 결정력이 더 좋았다면 더 많은 골이 터질 수도 있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의 전진압박과 풀백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은 분명 첼시를 좀 더 공격적인 팀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수비가 불안해진 것 또한 사실이다. 선수단 구성도 문제다. 좌우 풀백이 올라갈 경우 상대 윙포워드의 돌파를 견제할 발 빠른 센터백이 필요하지만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와 존 테리는 이 부분에 문제점을 노출했다. ② 윙포워드 vs 풀백 이날 경기는 중원보다 측면의 윙어와 풀백의 대결에 많은 초점이 맞춰졌다. 첼시와 아스날 모두 수비 라인을 올리면서 측면에서 상대 수비라인을 파고드는 윙어와 풀백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양 팀의 득점 상황을 다시 살펴보자. 전반 프랑크 램파드의 첫 골은 후안 마타와 안드레 산투스의 일대일 대결에 의해 터졌고, 로빈 반 페르시의 동점골은 첼시 수비라인을 파고든 제르비뉴의 발끝에서 나왔다. 아스날이 후반에 2골을 추가하며 3-2로 경기를 뒤집은 것도 모두 측면에서 나온 골이다. 다니엘 스터리지는 수비가담에 늦었고 보싱와는 위치 선정에 실패했다. 덕분에 산투스는 페트르 체흐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다. 윙어들의 소극적인 수비 가담도 측면에서 많은 득점이 나온 이유 중 하나다. 아스날의 제르비뉴와 월콧의 경우 본래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아니다. 이날도 수비보다는 상대 라인을 무너트리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첼시의 경우 마타는 풀백 수비 지원보다 중앙으로 이동해 플레이를 펼쳤다.(미켈이 수비진영으로 빠진 자리를 메워 아스날 중원에서 3 대 3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③ 선수교체 그리고 말루다의 실수 아스날이 3-2로 경기를 뒤집은 뒤 수비 라인을 내리자 첼시는 아스날 수비라인을 무너트리는데 애를 먹었다. 다행히 마타의 개인 능력에 의해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으나 교체 투입된 플로랑 말루다의 치명적인 패스 실수로 경기는 또 다시 아스날 쪽으로 기울었다. 말루다의 실수는 사실상 이날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 테리는 넘어졌고 반 페르시는 체흐를 제친 뒤 첼시의 골망을 흔들었다. 다급해진 첼시는 라인을 더 높이 올리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고 결국에는 추가시간에 또 다시 반 페르시에게 쐐기골을 내주며 홈 무패 기록을 마감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날 런던 더비의 경기 스타일이 이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띠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두 팀의 경기는 아스날이 패스게임을 통해 경기를 지배하고 첼시가 역습을 통해 승리하는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은 정반대였다. 첼시가 아스날보다 높은 점유율과 많은 패스를 기록했지만 승리는 효과적인 카운터 어택을 선보인 아스날의 승리로 끝이났다. 아마도 이것은 두 가지 변화 때문인 듯하다. 첫째는, 비야스-보아스 감독의 공격적인 스타일 때문이고 둘째는, 지난여름 아스날에서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사미르 나스리가 팀을 떠나고 현재 잭 윌셔가 부상 중인 까닭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2011/2012시즌 첫 런던 더비에서 8골을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사진=아스널 홈페이지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버릴수록 행복해진 ‘귀농 검사’

    덕수궁 돌담길 긴 줄을 4시간 기다려 길바닥에 차려진 분향소에 고개를 숙였다. 아내와 함께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근처 막걸리집에 들렀다. 그리곤 말했다. “검사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아내는 잠시 침묵하더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그렇게 10년 검사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2009년 7월의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진 지 두 달 뒤였다. 문학동네가 최근 펴낸 ‘검사 그만뒀습니다’는 ‘국민참여재판 1호 검사’ ‘귀농 검사’ 등으로 불리는 오원근(44) 변호사의 이야기다. 그는 “평소 흠모하던 분의 비극에 내가 몸담고 있던 조직의 ‘모욕 수사’가 한몫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고 사표를 던진 이유를 털어놓았다. 검사를 그만둔 뒤 그는 전북 부안의 변산공동체에 들어가 3주간 농사 일을 했다. 검사를 그만둔 궁극적 이유는 “농사짓는 삶을 살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그는 변호사로 개업한 지금도 “평생 소원은 불교 수행과 완전 귀농”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매일 아침 108배로 하루를 여는 독실한 불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책이 귀농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6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던 국민참여재판에 공판검사로 참여한 이야기, 초임검사 시절 벌금 100만원을 깎아달라는 젊은 구멍가게 주인의 통사정을 “검사가 한번 뱉은 말을 바꾸면 권위가 안 선다.”는 이유로 야멸차게 거절했다가 뒤늦게 ‘정의란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러움’임을 깨닫고 두고두고 후회한 이야기, 아내와 함께 경북 문경의 정토수련원에 100일간 출가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곡물 노점상 어머니를 ‘버린’ 이야기는 코끝이 찡하다. 충북 청원에서 소작 일을 하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했다.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는 한겨울 눈발이 날리는 장터에서 쌀이며 콩을 팔아 ‘고시생’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공부하는 책 위로 자꾸만 쪼그리고 앉은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괴로워하던 그는 어느날 무심천 꽃다리(청남교)를 걷다가 불현듯 “그건 어머니의 팔자”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죽 흘러내렸다. 그날 이후 그는 어머니의 잔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들이 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되고 변호사가 된 뒤에도 그 어머니는 노점을 계속 한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좋아하는 일만 하려고 해서는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오 변호사는 금강경의 차제걸이(次第乞已)를 인용했다. 부처님이 제자들과 함께 걸식을 할 때 어느 집은 가고 어느 집은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발길 닿는대로 차례로 밥을 구했다는 이야기다. “내 기준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그는 “버릴수록 행복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1만 3000원.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데스크 시각] K팝 열풍과 국가브랜드/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K팝 열풍과 국가브랜드/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팝 시장의 판세만 놓고 보자면 대한민국은 연일 상종가를 치는 중이다. ‘K팝’을 연호하는 들뜬 목소리가 세계 무대를 흔들어댄다. 이번 주는 미국 신문들이 흥분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SM타운’ 공연에 뉴욕타임스가 대문짝만 한 리뷰를 실었다.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 우리 가수들에게 보내는 극찬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미국의 10대 팝은 전성기 때도 이처럼 생산적이지는 않았다.” “(미국의)메이저 레이블이 한국 스타들을 발굴하려 안달할 정도로 (K팝이) 가치 있다.” 등의 상찬이 이어졌다. 또 다른 미국 일간지 뉴욕데일리뉴스는 특집판까지 냈다. ‘K팝 스타의 공격’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앞세운 채 1면을 걸그룹 소녀시대의 사진으로 도배했다. 미처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피부색이 제각각인 미국 팬들이 타임스 스퀘어 전광판에 생중계되는 무대를 보며 피켓을 들고 열광했다. 상상 속 장면들을 짜깁기한 합성사진처럼 낯설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K팝 원정대의 ‘점령’이다. 그러나 이 짜릿한 현실을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걱정 많은 사람들은 앞질러 딴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왜일까. 거품으로 끝나지 않기를, 어느날 가뭇없이 사라지는 신기루가 아니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예서 제서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에게는 그럴 만한 기억이 있다. 1990년대 후반 드라마를 기반으로 범아시아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 뜨겁던 한류열풍도 정점을 찍은 뒤엔 썰렁하게 자맥질을 했다. 물론 급전직하로 열기가 식어간 건 한류열풍만은 아니다. 한국 영화팬들을 영원히 홀릴 것 같던 홍콩 누아르도 90년대 들어서는 맥을 못 추고 기가 꺾였다.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무차별 확산에 힘입어 대중문화가 오늘처럼 예민하게 시시각각 얼굴색을 바꾸는 ‘생물’로 대접받은 적이 또 있었던가. 파닥이는 생물이라면 보존관리도 그만큼 까다롭게 마련이다. 그래서 걱정 많은 사람들의 걱정은 더 많아진다. K팝 열풍을 놓고도 비판적인 시선은 엄존한다. 그 시선의 중심에 국가의 역할 부재론이 있다. 지금의 K팝 열풍을 만들어 가는 건 엄밀히 말해 대형 연예기획사의 기획력이지 정작 국가의 역량은 찾아볼 수 없다는 데 많은 사람들은 공감한다. 거짓말처럼 매섭게 치솟는 K팝 인기를 국가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연결하는 건 결국 정책의 몫이다. 최근 만난 브랜드 관리 전문가는 “어영부영하다 K팝 열풍은 잦아들어갈 것이며, 그때쯤이면 ‘판을 벌여줘도 못 챙겨먹은’ 국가의 정책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K팝의 뒷심을 국가브랜드로 연결해 국익으로 환원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셈법은 누가 봐도 옳은 것이다. 방법론은 복잡하게 따져볼 것도 없다. 당장, K팝의 본산지가 궁금해 물 건너 걸음해 온 해외 팬들에게 우리는 뭘 보여줘야 할 건가. 요즘 들어 벽안의 K팝 마니아들을 부쩍 자주 상대한다는 서울 무교동 택시기사의 전언에 뜨끔해졌다. 딱히 관광거리가 없으니 낮에는 푹 자뒀다가 한밤에 쇼핑을 나서는 올빼미족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였다. ‘K팝 열풍=코리아 브랜드 가치 상승’의 공식이 성립되는 데는 정부의 노력과 세심한 전략이 관건이다. 이 대목에서 눈 밝고 걱정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은 또 고개를 든다. 얼마 전 미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차려진 백악관 만찬장의 식탁을 기억하는지. 홍색 식탁보 위에 온통 눈이 부시게 금장된 접시 행렬은 속속들이 중화풍이었지, 아무리 봐도 우리의 것은 아니었다. 대외적 국가 이미지를 관리하는 창구가 없으니 요령부득이라고 탄식한 국민이 없었을 리 없다. 우리에게는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되는 국가브랜드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의 조직도 있다. 어떤 기구를 어떻게 움직이든, 세계 이목이 쏠린 꽃놀이패를 손에 쥐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sjh@seoul.co.kr
  • 무비컬 비켜! 이젠 드라마컬이 대세

    무비컬 비켜! 이젠 드라마컬이 대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컬’(드라마+뮤지컬) 열풍이 거세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싱글즈’를 필두로 ‘미녀는 괴로워’ ‘라디오 스타’ ‘웨딩싱어’ ‘드림걸즈’ 등 영화(무비)를 옮긴 ‘무비컬’(무비+뮤지컬)이 대세였다면 올해는 단연 드라마컬이다. 한류 열풍의 원조로 ‘욘사마’(배용준), ‘지우히메’(최지우) 등을 낳은 대한민국 대표 드라마 ‘겨울연가’의 뮤지컬 버전이 우선 눈에 띈다. K팝 스타인 ‘소녀시대’ 수영의 친언니 최수진(25)이 주인공을 맡은 뮤지컬 ‘겨울연가’는 원작 드라마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주목받고 있다. 원작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인 만큼 일본 관객의 비중이 높다. 케이블 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다큐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도 뮤지컬로 제작됐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외모, 학력 등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5년째 싱글인 영애씨의 애환과 일상사를 대변하며 시즌 9를 맞이한 인기 드라마다. 드라마의 주인공 김현숙(33)이 뮤지컬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오피스 뮤지컬’을 표방하는 ‘막돼먹은 영애씨’는 상사 대하는 법, 승진, 정리해고, 이직 등 샐러리맨의 생활을 오롯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직장 동료와의 로맨스 등 애정 문제를 현실적으로 짚어낸 것도 장점이다. 지난달에는 주지훈과 윤은혜 주연의 드라마 ‘궁’을 토대로 한 뮤지컬 ‘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공연됐다. K팝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그룹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의 지난해 뮤지컬 데뷔작이었던 ‘궁’은 올해 또 다른 한류 스타인 김규종(SS501 멤버)을 캐스팅해 해외 공연에 나섰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주연 한예슬, 오지호의 통통 튀는 캐릭터가 강점이었던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도 뮤지컬로 만들어져 인기를 얻었다. 내년에도 드라마컬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기야, 가자’ 등의 명대사를 쏟아낸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송승헌과 김태희가 주연으로 나선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도 내년 3월 뮤지컬로 변신해 관객과 만난다. 시청률 50%를 넘기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빵왕 김탁구’도 무언극 창작 뮤지컬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렇듯 드라마컬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뮤지컬 ‘모비딕’ 등을 연출한 조용신 대중문화평론가는 24일 “뮤지컬은 동시대성, 특히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면서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예전에는 시와 소설, 영화였다면 지금은 드라마”라고 지적했다. 드라마가 ‘킬러 콘텐츠’로 부상하면서 뮤지컬계도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조 평론가는 “지난 10년 동안 영화를 원작으로 한 무비컬이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드라마가 한류 열풍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원작 콘텐츠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미 검증된 콘텐츠라는 점도 ‘무비컬’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겨울연가’ 내년 3월 18일까지 서울 중구 초동 명보아트홀 하람홀. 전석 5만원. (02)2274-2121. ●‘막돼먹은 영애씨’ 11월 18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 4만~6만원. (02)3415-6789.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매일 신문지 씹어먹는 中 10세 소년 충격

    최근 중국에 신문지를 간식으로 먹는 희귀병 10세 소년의 사연이 소개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사는 샤오싱(10)은 지난 1년 전부터 식사 외에 신문지를 씹어 먹어 가족들의 염려를 샀다. 하루에도 수 장을 먹는다는 샤오싱은 “신문지를 먹으면 열이 나고 몸이 불편해지지만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집안에 있는 신문지를 모두 버리거나 아무리 꾸지람을 해도 샤오싱의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도리어 어른들 눈을 피해 몰래 신문지를 먹는 일이 늘기까지 했다. 샤오싱을 진찰한 담당의사는 “이상섭취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 증상은 석탄이나 페인트, 모래 등 먹으면 안되는 것들에 식욕을 느끼는 증상”이라면서 “대부분 정신불안이나 빈혈 등을 겪는 사람에게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샤오싱의 경우 특별한 신체적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심리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샤오싱은 2년 전 부모가 이혼한 뒤 할머니의 손에 키워졌는데, 아버지가 생계를 책임지느라 대면기회가 적어지면서 점차 내성적인 아이로 변해갔다. 한 아동심리전문가는 “신문지 등을 먹는 증상이 지속되면 건강상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면서 “아이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독일 여행자 ‘먹은’ 식인족 수배사진 보니…

    여행지에서 실종된 독일 여행객이 식인종에게 먹힌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해외 언론들이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여행 가이드 앙리 아이티의 사진을 공개했다. 스테판 레이민이라는 이름의 이 독일 여행객은 최근 여자친구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누쿠히바섬을 찾았다가 실종됐다. 당시 레이민은 현지 여행 가이드인 아이티와 전통 염소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으며, 함께 섬을 찾았던 레이민의 여자친구는 가이드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조사단은 깊은 숲 속에서 다 탄 장작과 일부 뼈, 재 등을 발견했다. 여기에는 사람의 턱 뼈와 치아, 치아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봉(Falling)등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이것이 사람을 난도질 해 조각을 낸 뒤 불에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장한 몸집과 부리부리한 눈매를 가진 용의자 아이티는 카이오이 부족(Kaioi tribe)으로, 왼쪽 어깨에 눈에 띄는 문신을 가지고 있다. 이 문신은 마이오이 부족의 전사들이 주로 하는 문신으로 보인다고 독일 타투 전문가는 밝혔다. 식인종 전문가인 건돌프 크루거 박사는 “현재의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기독교를 믿고 글을 쓸 줄 아는 만큼 교육을 받은 이들”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범죄는 부족의 오래된 종교적 의식 때문에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현장의 흔적으로 보아 사람을 난도질 해 조각을 낸 뒤 불에 태운 것으로 추정하고, 증거물을 수집해 레이민의 신원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칠 것으로 알려졌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1500년 전 손잡고 잠든 남녀유골 발견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살아서도 죽어서도 함께인 남녀의 감동적인 모습이 1500년 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주 모데나에 있는 로마시대 성곽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손을 잡고 포옹한 채 묻혀있는 남녀유골을 공사장 인부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일간 가제타 디 모데나(gazzetta di modena)가 최근 전했다. 이들은 성벽 안쪽 지하 2~3m에 나란히 묻혀 있었다. 인류학자 바니아 밀라니는 “세부적인 조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오른쪽 여성유골이 왼쪽에 있는 남성유골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포옹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로마제국이 쇠락하기 시작한 약 1500년 전 같은 시기에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수많은 추측이 가능하지만 묻힌 장소로 미뤄 두 사람이 귀족신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남성유골의 머리위치로 보아 베개를 베고 있다가 옮겨졌을 가능성이 높다. 죽음도 초월하며 영원을 맹세하고 있는 남녀유골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으며 실사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됐다. 고고인류학자들 역시 “매우 희귀하고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손꼽았다. 한편 4년 전 이탈리아 만투아 인근 발다로 마을에서도 비슷한 유골이 발견된 적 있었다. 포옹한 채 잠든 신석기 시대 18∼20세 사이의 청춘남녀 유골이 600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 이 유골은 만투아 고고학박물관에 옮겨져 일반에 공개됐다. 사망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고 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서대문구, 명품 숲속 산책길 조성

    서대문구 안산도시자연공원 숲속길이 명품 산책로로 탈바꿈한다. 구는 노약자와 장애인들이 유모차와 휠체어로 산책이 가능하도록 경사 8도 미만으로 완만한 무장애 자락길 7.7㎞를 2013년까지 완공한다고 18일 밝혔다. 시비 30억원을 들인다. 시민아파트 철거지~홍제사 390m는 이미 개방됐다. 문석진 구청장은 “내년 말까지 서울시로부터 13억원을 지원받아 홍제사~한성과학고 1.98㎞를 우선 조성한다.”면서 “메타세쿼이아 숲길~벚꽃길~허브동산~무악정 코스와 연계해 누구나 쉽게 산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안산도시자연공원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자연사박물관 등을 품고 있어 역사의 숨결도 느끼게 한다. 단풍철을 맞아 오는 30일 오전 7~9시 주민 2000여명과 함께하는 ‘이야기가 있는 숲속길’ 걷기대회가 열린다. 연희숲속쉼터~안산자락길~봉화약수터~메타세쿼이아 숲~옥천약수터~무악정을 거쳐 만남의 광장에서 되돌아오는 4.5㎞ 구간이다. 길마다 스토리를 들려준다. 연희숲속쉼터에서 너와집쉼터를 잇는 자락길에선 박노해 시인의 ‘너의 하늘을 보아’를 읊고, 층층나무·잣나무·자작나무 숲을 품은 길에선 자연의 소중함을, 무악정 역사길에선 온갖 풍운을 견딘 산 이야기를 접한다. 걷기만으로 가을 정취를 맛보기엔 아쉽다면 295.9m로 나지막해 어머니 품 같은 산 정상에 올라 서울 전경에 빠져도 좋다. 정상에는 봉수대가 우뚝 서 있다. 조선조 624년 인조반정의 논공행상에 발끈한 이괄(1587~1624)이 난을 일으켜 궁궐을 점령했을 때 패잔병들과 대치했던 곳이다. 북쪽에는 울긋불긋 가을을 타는 인왕산과 서울성곽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멀리 북한산 자락이 아른거린다. 동쪽으로는 남산, 남쪽으로는 한강과 여의도, 멀리로는 인천 앞바다까지 건너다 보일 듯하다. 아침햇살 운동 길에선 신라 51대 진성여왕 때인 889년 도선(道詵) 국사가 부유한 신도의 집을 희사받아 창건했다는 고즈넉한 사찰 봉원사와 마주친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공산성 출토 황칠갑옷, 백제 아닌 中장수의 것”

    “공산성 출토 황칠갑옷, 백제 아닌 中장수의 것”

    충남 공주 공산성에서 출토돼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백제의 갑옷 ‘명광개’(明光鎧)가 백제 장수가 아닌 당나라 장수가 입었던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도학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는 17일 “갑옷 비늘에 중국 당나라 연호가 보이고,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 이름이 확인되는 점 등으로 미루어 백제 장수가 사용했다는 주장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명광개’는 황금빛으로 적의 눈을 부시게 했다는 전설적인 백제의 가죽 갑옷으로, 지난 12일부터 충남 공주 공산성(사적 제12호) 성안 마을 유적에서 고급스럽고 화려한 옻칠이 양호한 상태로 발굴됐었다. 저수시설 바닥이 인접한 곳에서 출토된 가죽 갑옷은 검게 옻칠이 되어 있으며 붉은색 글씨가 쓰여 있다. ‘○○行貞觀十九年四月二十一日’이란 글씨를 통해 645년(당 태종 정관 19년)이란 정확한 연대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 밖에 ‘王武監’ ‘大口典’ ‘○○緖’ ‘李○銀○’ 등의 글자가 확인됐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갑옷 비늘의 ‘정관’(貞觀)은 중국 연호로, 백제에서 당나라 연호를 사용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6~7세기 백제에서는 연호 자체를 사용한 일이 없다.”며 “갑옷에서 ‘李○銀’과 같이 중국인으로 보이는 인명도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당나라군이 공산성 출토 갑옷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갑옷에 새겨진 ‘貞觀十九年四月二十一日’은 645년 4월 21일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이때 당 태종이 고구려를 침공했다. 지금의 랴오닝성 심양 부근에 있는 개모성을 함락시킨 당나라 군대는 고구려인 1만명을 생포했다. 이때 당 태종의 군대가 확보한 전리품에 대한 기록은 없는데, 같은 해 6월 안시성을 구출하기 위해 출동한 고구려군 15만명의 병력을 격파하고 나서 확보한 전리품 가운데는 ‘명광개’ 1만벌이 있었다. 따라서 이 교수는 고구려군도 명광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당나라군이 개모성을 함락하고서 확보한 전리품 가운데 명광개가 포함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부원구’에 따르면 당 태종이 백제에 사신을 보내 황칠을 채취해 오게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백제 황칠로 만든 명광개를 착용한 당나라 장군이 백제 침공에 나섰다가 백제를 멸망시킨 뒤 주둔한 공산성에 어떤 연유로 명광개를 떨어뜨리고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주대학교 박물관의 이현숙 학예연구사는 “명광개 특유의 빛나는 단추 모양 장식이 없어 명광개는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며 “백제의 뛰어난 공예기술로 보아 백제 장수의 갑옷으로 추정될 뿐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억압정권 붕괴 北도 예외 아니다”

    “억압정권 붕괴 北도 예외 아니다”

    버락 오바마(얼굴)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양자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중동·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사태가 북한에서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독재 정권에서 민주화로 가는 과정에는 항상 불안감도 있고 위험도 따르지만 우리가 보아 온 것은 인간 정신이 결국은 억압정권을 물리친다는 것”이라면서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사람들이 한국의 성공을 본다면 시장경제와 민주화와 자유가 그들의 후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신문에 안난 뉴스=도둑무대 독점하려 한 패거리 밀고(密告)

    신문에 안난 뉴스=도둑무대 독점하려 한 패거리 밀고(密告)

     <형사(刑事)들의 사건비화(事件秘話)><제1화=구의동(洞) TV 전문 절도단의 자폭 전말기>  C=「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는 것」이라지만 도둑의 경우는 더욱 지독한 것이더군요. 도둑 무대를 독점하려다가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 된 김(金·29·뜨내기)모 이야기인데···.  A=오늘 아침(26일)에 구속이 집행된 그 능청스런 전과 5범 이야기군.  C=며칠 전 하오 6시쯤이었어요. 사환 아이가 나를 찾는 전화라기에 받아 보았더니 낮도 코도 모르는 바로 그 김(金)이었어요. 중요한 할 말이 있다면서 곧 S다당(다방의 오타)에서 만나자는 거예요.  A=10분안에 나오지 않으면 대규모 절도단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겁까지 주었다면서요.  C=겁 주었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아뭏든(아무튼) 꼭 나와 달라는 것이었어요. 제법 점잖은 차림을 하고 있더군요. 용건을 말하라고 했더니 구의동(지금 서울 광진구) 일대를 쉽쓰는 TV 절도단을 잡게 해준다면서 자기를 정보원으로 써달라고 애원합디다.  B=그래서 쾌히 승낙했나요?   <말씀해 주신 분> 왼쪽으로부터 동부경찰서 김주영(金奏榮) 형사, 박창규(朴昌圭) 형사, 신두규(申斗奎) 형사, 장태석(張泰錫) 형사   C=일단 써보겠다고 대답은 했죠. 그리고 나서 일당이 누군지 아느냐고 캐어 물었더니 이름과 주소를 알아올테니 내일 다시 만나자는 거예요. 전화 연락처만 알아 놓고 헤어지면서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야릇한 느낌이 들었어요. 무엇 때문에 정보원이 되고 싶어하는 지가 수상쩍었어요. 그래서 그 길로 김(金)을 추적해서 은밀히 신원을 알아 보았더니 자그마치 절도 전과 5범이었어요.  A=김(金)은 그 일에서 손을 씻고 바르게 살려 했던 모양이군.  C=그런 게 아니었어요. 뒤에 밝혀진 일이지만 그들과 같이 도둑질을 하는 한 패거리였어요.  A=노리는 게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어리석은 놈이 있나.  C=어리석은 게 아니고 더 큰 욕심 때문이었지요. 김(金)의 목적은 1년 가까이 구의동 일대의 신 개발지 주택가를 무대로 함께 도둑질을 해 온 동료 3명을 깡그리 잡아 넣고, 그 공로로 자신만이 용서를 받게 되면 마음 놓고 혼자서 무대를 독차지하려 했던 거예요.  다음 날 만나 이야기해 주려 했던 김(金)은 마음이 밤새 달라졌던지 약속대로 나와 주지 않았어요. 도망칠까보아 형사를 긴급 동원하여 김(金)을 먼저 잡아들이고 나머지 3명을 잡아 대질을 시키니까 서로 죄를 낱낱이 폭로하더군요. 이들 일당은 구의동에서만도 그동안 10여대의 TV를 훔쳤어요. <제2화=바캉스 자금 만들려 타자기 욕심낸 소년>  A=부모들이 자녀에게 너무 인색해도 안되겠더군요. 바캉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을 했다가 쇠고랑을 찬 소년이 있어요.  B=정말 안됐어. 박(朴·18)군 집안도 꽤 잘 사는 편이더군요.  A=어저께 밤이었어요. 관내 T여관에서 수상한 소년이 도둑질을 한 물건을 팔려는 것 같다는 신고가 있었어요. 급습해서 문을 열고 보니까 타자기를 장사꾼 송(宋)모씨에게 팔려는 순간이더군요.  D=신고한 여관 종업원은 사람을 보는 눈이 보통은 넘었던 모양이야. 박(朴)군은 누가 보아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곱살한 용모에 단정한 복장이었거던.  A=박(朴)군은 초범이었기 때문에「나, 경찰서에서 나왔다」니까 그 자리에서 얼굴색이 파랗게 변하면서 실토를 하더군요.  자기딴에는 제법 치밀하게 범행을 꾀했더군요. 열쇠 가게에서 웬만한 문은 모두 열 수 있는 열쇠 20여개를 마련해 가지고 숙직원을 두지 않은 사무실을 노린 거예요. 23일 밤 8시쯤 박(朴)군은 열쇠로 청진동(지금 서울 종로구) D빌딩 2층에 있는 K회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 책상 위에 있던 타이프라이터 1대와 넘버링 등 싯가(시가) 12만원어치를 훔쳤어요.  C= 아니, 회사의 숙직원은 없었다 하더라도 빌딩의 경비원은 있었을 게 아냐.  A= 경비원이야 엄연히 있었지요.  박(朴)군의 이야기로는 경비원이 길 옆에 야전용 침대를 펴고 자더라는 거예요. 경비가 허술한 바람에 거침없이 드나든 거죠. 경찰서로 데려와서 자초지종을 캐어 물어 보았더니 범행 동기가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어요.  C=친구들과 제주도에 놀러 가기로 한 자기부담금 3만원을 만들기 위해서였나요.  <제3화=무더위 속 입씨름 끝에 동료 때려 숨지게>  A=무더위는 사고를 불러요. 얼마 전 잠을 이룰 수 없이 무덥던 날 밤 음료수병으로 머리를 얻어 맞고 그 자리서 숨진 폭행치사 사건이 발생했어요. 함께 있었던 목격자들은 때린 차(車·21)모군이 장난기 섞인 자세로 힘주어 때리는 것 같지 않았다는데 얻어 맞은 설(薛·19)모군은 죽고 말았거든.  D=급소를 맞았던 모양이군요. 그러한 사고가 간혹 있었지요.  A=이날 밤 이들 친구 5명은 공장의 숙직실에서 쉬고 있었어요.  성수동2가(현재 서울 성동구)에 있는 M공장 직공이었읍(습)니다. 더워서 잠이 안오니까 모두들 신경질적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고 죽은 설(薛)군은 전화를 걸고 있었어요.  이 때 차(車)군은『신경질 나게 무슨 전화를 그렇게 오래 쓰느냐』며 욕을 퍼부었지요. 평소엔 말대답을 안하던 설(薛)군이 이 날은 날카롭게 말대꾸를 했던 모양이에요.  순간적이었대요. 그것도 무더위 바람에 사다 마신『미린다』의 빈 병을 집어「쬐끄만 게 까분다」며 머리를 때렸는데 그 자리에서 거꾸러진 설(薛)군은 영영 숨을 거두고 말았읍(습)니다. <정리 배기찬(裵基燦) 기자> [선데이서울 73년 8월5일 제6권 31호 통권 제251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안동-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아서

    안동-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아서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아서 안동 여행은 ‘내 나라 여행’의 절정이다. 고리타분한 것으로 오역되곤 하는 전통은 안동에서 비로소 제자리를 찾고 있었다. 하회탈, 고택 모두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가까이에서 본 ‘옛 것’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안동 여행은 선비정신을 강조하는 유교의 고고함과 자연과 하나 되라는 도교의 온화함을 배우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곳을 지나간 개개인의 발자취가 조상들이 흩뿌려놓은 과거의 시간과 공존한다. 글 구명주 기자 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PnJ 커뮤니케이션즈 www.pnj21.com 탈 일상을 뒤집는, 해학의 美 민중의 삶을 위로하다 안동 하면 탈, 탈 하면 안동이다. 한국 탈의 진수를 느껴 볼 참이면 ‘안동 하회별신굿 탈놀이’의 공연장인 하회마을 내 탈춤 전수관으로 곧장 달려가야 한다. 공연 전 만난 선비 역할의 권순찬 연출국장은 “탈을 딱 쓰면 본연의 나를 버리고 탈의 캐릭터에 도취되는데, 이게 중독인기라. 일단 보이소”라며 명당을 지정해 준다. 공연장 곳곳에는 일본인, 중국인은 물론이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에서 온 서양인도 보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관객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시선을 집중시키던 사회자가 사라지자, 사물놀이가 울렸다. 강신, 무동마당, 주지마당, 백정마당, 할미마당, 파계승마당, 양반·선비마당 등으로 이어지는 공연 내내 야외 공연장을 이러저리 누비는 광대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오리나무를 곱게 도려내 깎은 반달 모양의 인자한 미소는 보는 이의 마음을 치유해 준다. 특히 턱밑이 미완성된 이매의 웃음은 사실적일 뿐더러 그의 대사 또한 코믹해 등장만으로도 공연장은 웃음바다가 된다. “이매 이놈아야, 니 여서 머하노. 내가 아까 니보고 선비 데리고 오라 안 카더나” 초랭이의 핀잔에도 이메는 연신 “머라꼬 히히히 흐흐흐”라 받아칠 뿐이다. 탈놀이가 가장 성행했던 때도 신분질서가 사람 위에 군림했던 조선 중기가 아니었던가. 기존 질서에서 권위를 내세우는 양반, 선비, 중은 탈놀이에서 희화화의 대상에 불과하며 가부장제, 신분제 등으로 억압받던 할미, 초랭이, 백정 등은 오히려 주도적으로 제 할 말을 당차게 내뱉는다. “분홍치마 눈물 되고 다홍치마 행주 되네, 삼대독녀 외동딸이 시집온 지 사흘 만에 저 양반집 씨종살이, 씨종 살고 얻은 삼을 짜투리고 어울쳐도 삼시세때 좁싸래기” 할미의 한 서린 타령부터 “중놈이 부네하고 요래요래 춤추다가 중이 부넬 차고 저짜로 갔잖니껴”라는 간들간들 초랭이의 주접까지 대사 하나하나가 압권이다. 민중의 삶을 긍정하고 위로했던 우리네 탈의 힘이다. 양반들도 평민들의 탈놀이를 암묵적으로 인정했다고 하는데, 탈놀이로나마 억압됐던 감정을 표출하고 다시 순응하는 삶으로 돌아올 것을 종용했기 때문이란다. 탈춤이 끝나고 누구는 다시 안동 여행길로, 누구는 집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촐랑촐랑 초랭이 역할을 했던 서봉교씨의 얼굴에는 땀이 흥건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배운 탈놀이를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하고 있다. 고향인 안동을 훌쩍 떠났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 봉교씨에게 탈놀이는 숙명이 되었다. 그는 안동을 지키며 춤을 출 거라 말했다. 그날의 탈놀이는 끝났지만 내일도 모레도 새 공연의 막이 오를 것이다. 1 한국적인 멋은 ‘조화’라는 단어에 응축된다. 특히 안동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다 2 ‘초랭이’ 서봉교씨 3 ‘선비’ 권순찬 연출국장 4 가부장제를 꼬집는 할미의 타령 5 턱밑이 미완성된 이매탈은 웃음이 사실적이다 가장 한국적인 탈이 세계적이다 탈의 신비로움을 일찌감치 알았던 인간들은 문명이 발달하기 전부터 탈을 이용했다. 탈은 전세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세계인의 유산’인 셈이다. 그러나 세계 공통으로 얼굴에 쓰는 ‘탈’이라 할지라도 저마다 생김새와 기능은 천차만별이다. 탈을 절대적이고 상대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하회마을 입구에 위치한 하회동 탈 박물관을 가야 한다. 총 3개의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는 탈 박물관을 둘러보면 ‘세계 속의 한국 탈’이 보인다. 탈은 악귀를 쫓거나 자신이 믿는 신을 향한 일종의 의식에 이용됐다. 박물관 제2전시실의 아시아 탈이 이를 반증한다. 중국의 ‘나희가면’이 붉은 기운을 담아 역병과 잡귀를 몰아내는 역할을 했는가 하면 티벳, 몽골 등지의 챰가면은 라마교 사원에서 연행되는 종교 의식 때 활용됐다고 한다. 서양의 탈은 아시아의 탈과도 약간 다른데, 귀족문화를 반영해 겉이 상당히 화려하지만 정작 표정은 추상적이고 밋밋하다. 제1전시실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던 한국 탈은 달랐다. 한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탈 역시 다른 나라의 탈처럼 잡귀를 쫓거나 장례의식에 이용되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본주의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의 탈은 종교적으로 편향돼 있지 않을 뿐더러 단지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형상화한다. 그것은 계층과 계급을 뒤집고, 양과 음의 융합을 이루는 ‘조화’를 추구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 clip. 2011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속으로 따라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가 4년 연속으로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축제’다. 올해 축제에서도 신명나게 놀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탈을 쓰고 행진하는 ‘미친 퍼레이드’에 어울리거나, 총 상금 7,000만원이 걸려 있는 세계 탈놀이 경연대회의 우승을 노려 봐도 좋겠다. 일시 매년 9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열흘간(2011년 9월30일~10월9일) 주최 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 장소 안동 시내, 탈춤공원, 하회마을 등 문의 054-841-6397 www.maskdance.com 고택 불편해서 매력적인 역설의 美 고택古宅을 한자어 그대로 직역하면 옛 집이다. 옛 것이라면 손을 저으며 새 것을 찾는 사람들이 갑자기 왜 고택을 찾는단 말인가. 안동의 어느 고택 주인은 도시인들이 고택에 대한 환상으로 숙박을 시도했다가 벌레, 화장실 등을 이유로 하루도 안 돼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에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새로 지은 고택도 많지만, 고택을 잘 꾸며진 한옥 펜션 정도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불편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불편해도 끌린다. 무섭게 하늘로 치솟은 아파트 숲에서 살던 도시인에게 고택은 가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넉넉하게 터를 잡고 옆으로 널찍하게 들어서 있는 ‘고택의 아우라’. 그저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택의 본고장 안동에는 몇백년에 걸쳐 제 자리를 지켜 온 ‘명품 고택’이 있다. 1 ‘간재정’은 간재종택의 정자로 투숙객들의 인기 휴식처다 2 간재종택의 종손인 변성렬씨 가문의 향기 ‘원주 변씨 간재종택’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의 마을은 금제琴堤, 검제黔堤라는 별칭과 더불어 영원히 재앙이 없는 땅으로 불려 왔다. 안동 3대 성씨인 안동 김씨, 권씨, 장씨의 시조묘가 들어선 이곳에 간재종택도 마을을 지키고 있다. 원주 변씨 간재종택은 임진왜란의 공신이자 ‘하늘이 내린 효자’로 불렸던 조선중기의 학자, 간재 변중일의 종택과 정자다. 종손인 변성렬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매 주말 종택을 찾고 있었다. 11남매와 그 가족들이 다 모이는 날에는 종택이 꽉 찬다. 제사만 14번이다. 반복되는 하행길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그는 “종손의 삶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 했다. 간재종택은 투숙객들이 원할 경우 다도시간을 마련한다. 방문했던 날에도 때마침 일일 차茶교실이 열리고 있었다. 차를 연구하며 경주에서 찻집을 운영 중인 강청원 선생은 1인 다기로 차를 우려먹는 방법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차 뚜껑을 열 때는 안에서 밖으로, 잎차를 뜰 때는 항아리 벽을 향해 왼쪽으로 틀면서, 거름망을 뺄 때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떨어뜨린 후에….” 규칙의 연속이었다. 차 예절이 낯설기만 한 간재종택 투숙객들도 자신의 앞에 놓인 1인 다기를 이용해 잎차를 우려냈다. 1분30초. 차가 가장 맛있게 우려내지는 시간이란다. 1분30초라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다. 티백 차에 익숙한 탓이기도 했지만 종택에서는 유독 시계바늘이 느리게 걸었다. 종택에 머무는 동안은 느리게 가는 시간을 그저 즐기면 된다. 종택 구경 자체가 타지인에게는 하나의 볼 거리였다. 간재종택은 정침, 별당, 사당, 정자가 하나를 이룬다. 가옥은 ㅁ자형으로 ‘근심을 없앤다’는 뜻의 무민당無憫堂과 안채, 사랑방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당이 안채 뒤쪽에 서 있다. 종택을 나오면 바로 앞에 국화 다랑이 밭이 있다. 선비의 기상을 빼닮은 국화꽃뿐만 아니라 분홍빛 흠뻑 머금은 백일홍이 마을 곳곳에서 하늘하늘 가지 손을 흔든다. 마치 백일홍이 몸을 간질간질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국화밭을 따라 올라간 끝에 호젓이 앉아 있는 간재정은 투숙객들의 이색적인 쉼터가 되고 있다. 객실료 큰방 4실 4~5인 기준 10만원, 작은방 4실 2~3인 기준 5만원 찾아가는 길 | 자가용 서안동 톨게이트→송야사거리(봉정사, 서후 방면)→원주 변씨 간재종택 대중교통 안동 초등학교 정문 서쪽편 버스 정류장에서 51번 버스 이용(30분 소요) 주소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 162 문의 054-852-2345 www.간재종택.com 3 간재종택은 주변 경관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4 병산서원의 만대루나 입교당에 올라서면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5 부용대 층길에서는 하회마을과 줄기차게 흐르는 낙동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 폭의 그림 속 ‘병산서원 주사’ 병산서원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권율 등 명장을 등용한 문신 겸 학자 서애 류성룡 선생이 후학들을 양성하던 곳이다. 서애선생이 세상을 뜬 후 제자들이 ‘존덕사’를 지어 위패를 모셨다. 병산서원은 유생들이 선생의 가르침을 받았던 입교당, 기거하며 공부하던 동재와 서재, 행사를 치르던 만대루, 인쇄 목판을 보관하는 장판각 등으로 이뤄져 있다. 만대루나 입교당에 올라서면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병산이 이름 그대로 병풍처럼 자리하고 있고 낙동강이 그 앞을 잔잔하게 흐른다. 병산서원의 우측에 들어선 것이 바로 병산서원 주사廚舍다. 병산서원 주사는 서원이 지어질 때부터 병산서원 관리인의 집이었다. 병산서원의 현 관리인도 본래 이곳에서 생활을 했으나 지금은 병산서원에서 가까운 곳에 따로 기거 중이다. 일반인이 고택을 찾기 전 이곳은 빈집인 셈이다. 사람의 온기가 없어서인지 병산서원 주사는 적막하다. 적막을 깨는 것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였다. 대청마루에서 주전부리를 즐기며 피우는 ‘이야기 꽃’은 평소보다 더 소중하다. 도시보다 빨리 찾아오는 시골의 밤, 잠자리에 들면 한옥 특유의 향이 코 끝을 미세하게 자극하고 풀벌레 소리가 귀에 맴돈다. 방에 놓인 작은 TV에는 온갖 채널들이 나온다. 타임머신을 타고 고택을 갔건만, 속세의 시끄러운 소리에 자유롭기란 힘들다. 실제 낯선 온돌방에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리모컨을 돌리다 자신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든다고 한다. 3칸 대청이 마당과 바로 마주하고 있으며 큰 방 하나, 작은 방 3개가 있다. 마당을 기준으로 좌우가 정확히 대칭을 이뤄 안정감을 준다. 객실료 큰 방 4~5인 기준 8만원, 작은 방 3~4인 기준 5만원, 전체 대여 28만원 찾아가는 길 | 자가용 서안동 나들목→34번 국도(예천 방향)→하회마을 방면→병산서원 대중교통 안동시외버스터미널 길 건너편에서 46번 버스 이용 주소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 30 문의 054-853-2172 www.byeongsan.net T clip. 안동 음식 4대 천황 1. 헛제사밥 각종 나물이 아삭아삭 씹히는 비빔밥과 삼삼한 탕국이 일품이다. 헛제사밥은 제사음식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2. 간고등어 내륙지방까지 생선을 옮기다 보니 염장처리가 필수였다. 안동 간고등어 한 마리면 밥 한 공기 뚝딱. 3. 버버리찰떡 버버리찰떡의 버버리는 벙어리의 안동 방언이다. 1920년대 김노미 할머니가 안동시 안흥동 철길 밑에서 찰떡에 고물을 묻혀 팔던 것이 원조로 지금도 손으로 직접 떡메를 치고 고물을 일일이 붙여 만든다. 4. 안동찜닭 찜닭의 고유명사가 되어 버린 안동찜닭. 간장이 배인 한입 크기의 닭과 감자, 대파, 시금치가 잘 어울린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JAPAN Tottori 돗토리 넌 여유롭고 만만해~

    JAPAN Tottori 돗토리 넌 여유롭고 만만해~

    1 네코무스메 열차 2, 3 요괴 라떼를 마실 수 있는 요카이 라쿠엔 입구 JAPAN TOTTORI Tottori 돗토리 넌 여유롭고 만만해~ 돗토리의 열차는 단선 궤도를 달린다. 선이 하나이니 급행열차가 지날 때면 완행열차는 역에 서서 무작정 기다린다. 시간은 돈이고, 돈은 곧 시간이라 급행열차의 요금은 완행열차의 두 배도 넘는다. 돗토리에서 급행열차를 타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돈이 이유겠지만 한편 돈보다는 도시와 시골의 모습을 적당히 두루 갖춘 돗토리의 여유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일본 여행이 처음인 지나와 정주에게도 돗토리는 여유롭고 만만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글 Travie writer 이진경 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Travie photographer 김경현 취재협조 내일여행 www.naeiltour.co.kr, 돗토리현 진행협조 인페인터글로벌 기사를 시작하기 전에 *실제 여행시기는 8월30일부터 9월2일까지, 3박4일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돗토리현에서의 일정과 취재는 독자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기자가 이를 소개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번 여행의 독자는 트래비와 내일여행이 함께한 도전자유여행 이벤트에 당첨돼 다녀왔기 때문에 내일여행의 ‘금까기’ 상품 내역에 해당하는 왕복항공권 및 호텔 숙박비 등에 대한 경비부담은 제외됐다. 단, 식비 및 입장료 등 개인지출 비용은 독자가 개별적으로 부담했다. *전통 료칸 숙박이 포함된 내일여행의 ‘돗토리현 미사사온센 금까기’는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며 83만9,000원부터(세금 및 유류할증료 제외, 항공사 및 여행사 사정에 따라 변동 가능). *기사에서는 편의상 독자의 존칭을 생략했다. 도전자유여행 33탄 돗토리현의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이지나 새치름한 외모와는 달리 털털한 웃음소리를 지녔다. 대박 쇼핑으로 일본을 휩쓸 것 같았는데 의외로 먹고 보는 데 열심이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도 쿠폰을 끊어 미용실에 가는 알뜰 처자다.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와 영어를 좀 한다. 장점은 착하다는 것. 이정주 첫 해외여행이다. “비행기가 뜰 때 엄청 무서웠다”고 한다. 솔직한 청년이다. 누나에게 “제발 영어를 쓰지 말라”고 직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본인은 정작 말을 잘 안 한다. 다이어리에 일본어 회화를 잔뜩 써 왔음에도. 장점은 착하다는 것. 1st day 두근두근 일본 첫 나들이 인천 공항에서 돗토리의 요나고 공항을 잇는 하늘 길은 1시간20분 거리다. 짧은 시간, 기내식으로 도시락까지 챙겨 먹으니 비행기가 말 그대로 뜨자마자 내린다. 입국에서 출국 수속까지 3~4시간이 일사천리라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기에 돗토리만한 곳이 없다. 1 요나고 공항역으로 들어오는 네코무스메 열차. JR 사카이선에서는 하루 15회 정도 요괴 열차를 운행한다 2, 3, 4, 5, 6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게게게노 기타로>의 세상이다. 800m 거리에는 요괴 동상이 가득하고, 요괴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요괴 열차 타고 사카이미나토로 고고~ 돗토리현 서부 끄트머리에 자리한 사카이미나토. 미즈키 시게루 로드가 자리한 사카이미나토까지는 요나고 공항에서 JR 사카이선을 타고 15분 정도면 간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남매가 탄 열차는 오후 2시39분에 요나고 공항역을 출발하는 ‘네코무스메 기타로 열차鬼太郞列車’. JR 사카이선에서는 기타로, 메다마오야지, 네즈미오토코, 네코무스메 등 네 종류의 열차를 하루 15회 정도 운행한다. 기타로, 눈알 아저씨, 간사한 쥐, 고양이 소녀가 그려진 열차는 운이 좋거나 일부러 시간을 맞추면 탈 수 있다. 열차 외관은 물론 내부 천장과 의자 등에 캐릭터가 가득하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水木しげる一ド 애니메이션 <요괴인간 타요마>로 한국에 소개된 <게게게노 기타로>는 요괴의 대가라 불리는 미즈키 시게루의 작품이다. 돗토리현 출신인 그 덕분에 요괴 공항에 내려 요괴 기차를 타고 요괴 역을 지나 마침내 요괴의 고향인 미즈키 시게루 로드로 이어지는 여정은 늘 요괴와 함께한다. 사카이미나토역에서 800m 가량 뻗어 있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게게게노 기타로>에 등장하는 요괴 캐릭터 동상과 요괴 캐릭터를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가 늘어선 거리다. 열쇠고리에서 귀이개, 장식품, 문구, 술, 심지어는 화투까지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하는 캐릭터 상품은 다양하다. 하나밖에 없는 캐릭터 상품을 구입하고 싶다면 직접 나무를 깎아 캐릭터를 만드는 가게에 들르면 된다. 투박하지만 개성 넘치는 기념품을 살 수 있다. 100엔 스탬프 책자를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스탬프 공간을 채우며 이 가게, 저 가게를 돌다 보면 어느새 2~3시간이 훌쩍 지난다. 시게루 로드에서는 ‘꼭’ 선물로도 그만! 똑딱 지갑 요카이 가마구치妖怪がまぐち 비슷비슷한 기념품을 파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서 단연 눈에 띄는 가게다. 가마구치란 물림쇠가 달린 돈지갑. 똑딱 하고 열리는 동전지갑을 생각하면 쉽다. 요괴 가마구치라는 가게 이름 그대로 이곳에서 판매하는 가마구치에는 <게게게노 기타로>에 나오는 요괴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작은 동전지갑 외에도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의 가마구치를 선보인다. 주소 鳥取?境港市松ヶ枝町14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문의 0120-375-639 이런 젓가락은 어때요? 유젠遊膳 미즈키 시게루 로드의 끄트머리, 아케이드 근처에 자리한 젓가락 전문점이다. 몇백엔부터 몇천엔에 이르는 다양한 가격대의 젓가락을 단아하게 선보인다. <게게게노 기타로>의 캐릭터를 단 젓가락이나 젓가락 받침 등은 기념품으로도 그만이다. 주소 鳥取?境港市本町34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문의 0859-21-8200 요괴 라떼 한잔 요카이 라쿠엔妖怪樂園 요괴 캐릭터로 꾸며진 공원과 기념품 가게가 자리한 곳으로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 근처 골목으로 50m 가량 들어간 곳에 자리했다. 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파는 곳에서는 초콜릿 가루로 요괴 모양을 만들어주는 요괴 라떼를 마실 수도 있다. 네 가지 모양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350엔. 주소 鳥取?境港市?町138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6시, 계절에 따라 다름 문의 0859-44-2889 지나 신기한 요괴 조형물과 인형들과 함께 찰칵~! 작은 마을에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도 즐비해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친구 생일 선물로 고른 ‘방아 찧는 토끼 지갑’ 득템! 정주 어떤 가게의 셔터에 내가 좋아하는 만화 <원피스>의 밀짚모자 해적기가 페인팅되어 있어서 흥분되었다. 구라요시역 일대 탐방기 지나와 정주가 이틀 밤을 묵은 아크21 호텔은 JR 구라요시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자리했다. 1시간에 1~2대 꼴로 기차가 다니는 데다가 막차가 일찍 끊기는 돗토리의 현실을 감안, 이틀간의 저녁식사는 구라요시역 근처에서 해결하기로 결정! 하지만 적당히 시골스러운 구라요시에는 식당과 이자카야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시끌벅적 구라요시 최고 인기 이자야카 로바타 카바?端かば 구라요시 사람들은 모두 모이는 듯한 활기찬 분위기를 자랑한다. 계절 메뉴를 비롯 고기, 해산물, 전골 등 메뉴가 다양하며, 요일별 이벤트도 많다. 따로 요구하면 한국어 메뉴를 준비해 주지만 메뉴에 사진이 있어 주문이 어렵지는 않다. 주소 鳥取?倉吉市上井町 2-10-7 영업시간 월~목, 일 오후 5시~새벽 2시 금, 토 오후 5시~새벽 3시 문의 0858-27-0100 온갖 종류의 라멘이 한자리에 토멘보東麵房 구라요시역 남쪽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자리한 라멘 전문점. 추천 메뉴는 쇼유 라멘으로 그 밖에 미소, 돈코츠, 규코츠 등 다양한 라멘과 교자를 판매한다. 체인점이지만 구라요시역 인근에서는 인기 있는 편. 주문은 자동판매기로 하면 된다. 700~1,000엔. 주소 鳥取?倉吉市山根 618-3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2시, 저녁 6시~새벽 3시 문의 0858-48-9518 일본 토종 햄버거 모스 버거Mos Burger 구라요시역 앞에서 KFC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패스트푸드점. 구라요시역 남쪽 출구 방면 179번 국도변에 자리했다. 주소 鳥取?倉吉市上井町 359-1 영업시간 | 월~토 오전 8시~새벽 2시 일 오전 8시~밤 12시 문의 0858-26-6023 390엔 라멘? 사쿠라さくら 아크21 호텔 1층에 자리한 식당. 늦은 밤까지 영업을 해 이용할 만하다. 라멘이 390엔으로 저렴한 편이며, 맥주와 안주 세트 메뉴도 있다. 밥과 미소시루, 생선구이, 밑반찬 등이 나오는 조식은 700엔. 주소 鳥取?倉吉市上井町2丁目 4-6 영업시간 오전 7~9시, 점심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저녁 오후 5시부터 문의 0858-26-8579 지나와 정주의 선택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쇠고기 타이헤이몬大平門 아, 언어의 장벽에 부딪힌 곳이었다. 처음에 ‘고기! 고기!’라고 외치며 고기를 달라고 했는데, 점원이 ‘코~기?’ 하면서 전혀 알아듣지 못함을 체감. ‘스페셜 메뉴’인 듯한 그림도 없는 안내장을 보고 무턱대고 ‘okay’라고 외쳐 버린 우리. 850엔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1인분에 정말 적어 보이는 쇠고기 여섯 점…? 하지만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에 추가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 바삭한 식감의 지짐이도 Good choice! 주소 鳥取?倉吉市?谷町2丁目40 영업시간 | 월~토 오전 11시~밤 11시, 일 오전 11시~밤 10시 30분 문의 0858-26-4468 2nd day 돗토리 가이드! 버스투어 돗토리에서의 첫째 날, 버스투어 정보를 입수한 지나와 정주는 둘째 날의 일정을 일찌감치 정했다. 단돈 2,000엔으로 만만치 않은 교통비를 해결하는 건 물론 입장료, 점심식사에 후식까지 준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 것. 버스투어는 월, 수, 토요일에만 출발하므로 투어에 참가하고 싶다면 미리 계획하는 게 좋다. 지나 2,000엔으로 드라마 <아테나>의 여러 촬영지와 코난 박물관을 돌아보고 특제 라멘, 젤라또까지 맛볼 수 있는 버스투어! 교통비가 비싼 시내에서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특히 더울 때 시원하게 먹은 복숭아 맛 젤라또의 맛은 아직까지 생각난다. 시라카베도조군 일대는 일본 전통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이국적인 느낌이 났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맛있는 과자도 맘껏 시식하고 특히 맛있던 만주도 샀다. 주변에는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아 더 구경하고 싶었다. ‘비 오면 꽃무늬가 생기는 분홍 우산’을 사오지 않은 것은 아직도 가장 후회된다. 누가 대신 사다 주실 분 없나요~ 정주 버스투어로 <아테나> 촬영지인 간장공장, 절 앞의 빨간 등 거리, 인면어가 살고 있는 수로, 묘지, 백조와 오리가 있는 호수, 코난 박물관 등을 방문했는데 모두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들이었다. 점심으로 버스투어에서 제공하는 라면을 먹었는데 소 뼈로 육수를 내서 그런지 맛이 괜찮았다. 후에 아이스크림도 먹었는데 특히 가이드 누나가 추천해 준 복숭아 맛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 <아테나> 촬영지 만끽 투어 요금 2,000엔 출발일 매주 월, 수,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 출발장소 JR 구라요시역 남쪽 출구 버스 정류장 코스 구라요시역→구라요시시(시라카베도조군아카가와라)→고토우라정(규코츠 라멘 점심식사)→하나미가타 묘지(후로시키 만주)→호쿠에이정(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호조 오토 캠프장 휴게소 (‘코다’ 젤라토)→유리하마정(도고코 린카이 공원→하와이 보코로 온천)→미사사정(미사사 온천)→구라요시역 1 돗토리 고토우라정의 하나미가타 해안 묘지. 바다를 향해 2만 기 이상의 묘가 조성된 곳으로 독특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2 시라카베도조군의 다카다슈조.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술도가다 3 도고코 린카이 공원 4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 <명탐정 코난>의 아가사 박사가 탄 차가 기념관 마당에 전시돼 있다 5 미사사 오스나히키 자료관에 전시된 산부쓰지 나게이레도 불당의 모형. 해발 520m 절벽에 세워진 건축 방식으로 유명한 절이다 구라요시시 시라카베도조군, 아카가와라는 하얀 벽의 건물과 붉은 기와를 얹은 전통적인 건축 양식의 창고가 자리한 거리다. 대부분의 창고는 기념품 가게나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쓰임새를 바꿨지만 겉모습만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산책하듯 천천히 거리를 걸으며 옛 정취를 느껴 보자. 시라카베도조군 유일무이 양조장 다카다슈조高田酒造 1875년에 창업한 양조장이다. 일대에 자리했던 수많은 술과 간장 제조장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덕분에 다카다슈조에서는 드라마 <아테나>의 총격 장면이 촬영됐다. 버스투어의 가이드가 각종 장난감 총을 준비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다. 잘 익은 스기다마가 매달린 다카다슈조의 대표 술은 시쿤北君. 1,000엔에 구입할 수 있다. 주소 鳥取?倉吉市西仲町2663 문의 0858-23-1511 신용카드도 받아요~ 아카가와라 1호관赤瓦1?館 창고를 개조해 만든 토산품, 기념품 가게로 선보여지고 있는 아카가와라의 창고 중 유일하게 신용카드로 계산이 가능한 곳이다. 돗토리현이 자랑하는 20세기 배를 비롯해 과자, 떡 등 먹거리를 주로 판매하는데 시식만으로도 배가 부를 정도다. 주소 鳥取?倉吉市新町1丁目 영업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문의 0858-23-6666 귀여운 아기 붕어빵 린린야りんりんや 한입 크기의 귀여운 붕어빵을 판다. 팥소를 사용하는 건 물론 검은콩, 고구마, 크림 등을 넣은 붕어빵도 있다. 비에 젖으면 숨겨진 꽃 모양이 나타나는 우산도 판매한다. 주소 鳥取?倉吉市魚町2570 영업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6시 문의 0858-23-1996 고토우라정 바다와 산의 혜택을 고루 받아 식재료가 발달한 고토우라정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고르메 스트리트Gourmet Street라 불린다. 소 뼈를 우려내 육수를 만드는 규코츠 라멘과 아고카츠 카레, 해산물 덮밥인 카이센동 등 군침을 돌게 하는 먹거리가 많다. 고토우라정에 자리한 하나미가타 해안 묘지는 독특한 볼거리다. 2만 기 이상의 묘가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곳으로 묘지가 왜 볼거리가 되는지는 가 보면 안다. 이곳 또한 드라마 <아테나>의 촬영지로 선보여졌다. 시원한 사골 국물 라멘 이자카야 카즈居酒屋和 버스투어가 들르는 이자카야로 JR 우라야스 역 앞에 자리했다. 규코츠 라멘을 짜지 않게 잘 끓이며, 반찬으로 나오는 깍두기도 맛있다. 620엔. 주소 鳥取?東伯郡琴浦町?万276-3 문의 0858-53-0006 돗토리현 대표 간식 후로시키 만주 ふろしきまんじゅう 143년 전통을 자랑하는 만주 가게. 일본 전통 설탕인 와삼봉과 흑설탕을 섞어 쫀득쫀득하고 달지 않은 만주를 선보인다. 방부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므로 후로시키 만주는 유통기한이 3일밖에 되지 않는다. 선물로 구입한다면 공항에서 사는 게 낫다. 주소 鳥取?東伯郡琴浦町八橋348 영업시간 오전 6시30분 ~오후 5시 문의 0858-53-2345 호쿠에이정 호쿠에이정에는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山剛昌ふるさと館’이 자리했다. 만화 <명탐정 코난>의 작가인 아오야마는 돗토리현 출신 작가. 그를 기념하기 위해 2007년에 세워진 이곳에는 아오야마의 어린 시절 자료와 물건을 비롯해 <명탐정 코난>의 번역판 등이 전시돼 있어 전세계 팬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배가된 재미를 느끼려면 퀴즈에 도전해 보자. 퀴즈의 답이 기념관 곳곳에 숨겨져 있어 전시물을 세심하게 보게 된다.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자신의 수준에 맞는 퀴즈를 선택해 모두 풀면 인정증도 준다. 마당에 전시된 노란색 차도 흥미롭다. <명 탐정 코난>에서 아가사 박사가 타는 차를 재현한 차로 아오야마의 아버지가 부품 하나하나를 모아 직접 제작한, 세상에 하나뿐인 차다. 주소 鳥取?東伯郡北?町由良宿1414 찾아가기 JR 유라역에서 걸어서 20분 이용요금 어른 700엔, 청소년 500엔, 초등학생 300엔 관람시간 4~10월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11~3월 오전 9시30분~오후 5시 문의 0858-37-5389 유리하마정 석양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도고코에서는 드라마 <아테나>의 많은 장면이 촬영됐다. 정우성과 수애는 도고코와 푸른 잔디가 어우러진 린카이 공원을 거닐며 데이트를 즐기고 하와이 온천의 ‘보코로望湖?, 0858-35-2221’에서 사랑을 확인했다. 보코로에서는 촬영 당시 배우와 스태프의 일정표며 정우성과 보아가 먹었던 라멘 그릇 등 사소한 것까지 전시해 놓았다. 보코로는 호수 가운데에 떠 있는 노천 온천으로 유명하다. 본 건물과 다리로 연결된 노천 온천 건물에는 노천탕과 족욕탕이 자리했다. 온천의 평균 온도가 55도인 하와이 온천에서는 달걀 표면에 예쁜 그림이나 기원을 담아 온천에 삶는 온센 타마고 체험도 가능하다. 미사사정 9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말해 주듯 미사사 온천 마을에는 옛 정취가 가득하다. 허리 굽은 백발 노인이 지키고 있는 약국이며 오래된 사진관까지 이름이 없는 가게들조차 온천 마을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남녀 구분 없이 노천 온천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가와라 노천탕은 미사사 온천의 명소 중 하나다. 족욕탕과 구분된 위태로운 칸막이 너머로는 밤낮 없이 동네 어른들이 노천욕을 즐긴다. 진쇼 축제 때 사용하는 진쇼(줄)를 전시한 오쓰나히키 자료관도 볼 만하다. 드라마 <아테나> 촬영 당시에 7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진쇼를 전시 중이다. 3rd & 4th day 한낮의 모래, 온천으로 씻다 돗토리 사구를 찾기로 한 날, 지난 밤부터 내린 비는 그칠 줄 모른다. 그래도 ‘돗토리 하면 사구’를 외치며 지나와 정주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구라요시역에서 돗토리역까지는 1시간 가량 거리. 덜컹덜컹 단선 궤도로 기차는 열심히 달린다. 돗토리 사구鳥取砂丘 센다이강은 바람에 쪼개지고 갈라진 주고쿠산지의 화강암을 바다로 흘러 보내 해안선까지 밀어냈다. 하루는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은 1년이 됐다. 1년의 시간을 거듭하길 10만번. 10만년이라는 세월 동안 조류와 바람이 쉬지 않고 나른 모래는 해안선을 따라 16km, 육지를 향해 2km에 이르는 사구를 만들어냈다. JR 돗토리역에서 20분. 돗토리 시내를 빠져 나오기 무섭게 사구는 거대한 몸집을 드러낸다. 신발을 신고 있어도 사구의 부드러운 모래 결이 느껴지는 건 딱딱한 아스팔트와 시멘트 바닥에 익숙해진 발 때문이다. 1,000엔 택시가 지나와 정수를 내려준 건 사구의 동쪽 입구다. 저 너머 동해를 먹어 버린 해발 48m의 말의 등(제2 사구열)이 눈앞에 펼쳐진다. 모래 언덕을 오르길 15분. 말의 등에 올라타 바다를 향해 깎아지른 사구의 모습을 조망한다. 사구와 맞닿은 동해는 역시 푸르다. 육지 쪽으로 눈을 돌리면 모래에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 통보리사초 군락지가 펼쳐져 동해와는 또 다른 푸르른 기운을 선사한다. 밥도 먹고, 기념품도 사고 사큐카이칸 砂丘?館 사구 동쪽 입구 맞은편에 자리한 식당과 기념품 가게로 끼니때라면 들르는 게 좋다. 돗토리 사구와 우라도메 해안 일대에는 마땅한 음식점이 없다. 자루소바 840엔, 아고카츠 카레 850엔. 주소 鳥取?鳥取市福部町湯山2164 영업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 문의 0857-22-6835 지나 택시로 사구와 우라도메 해안을 둘러보았는데 사구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정말 낙타가 있는 사막이라니! 낙타가 너무 타고 싶었지만 비가 보슬보슬 내려서 ‘낙타와의 이동’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사막을 오르느라 힘이 들긴 했지만 마치 사우디의 여인이 된 것 같아 즐거웠다. 모래도 고와 경사진 언덕을 내려올 때도 무섭기는커녕 정말 신나게 내려왔다. 점심식사 시간! 메뉴에 그림이 없어 앞의 조형물을 보고 겨우 시켰지만 카레와 야끼소바의 맛은 일품이었다. 카레가 유명하다더니 정말 Good! 점심 식사를 하고 둘러본 우라도메 해안의 경치도 멋있었다. 저녁에 노을이 질 때 와도 좋을 것 같다.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고 시내로 오니 3시간이 약간 지났지만 영국 신사 같았던 택시 아저씨는 추가 요금을 받지 않고 친절히 데려다 주셨다. 아저씨 감사해요~ 미사사칸三朝館 지나와 정주가 돗토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 곳은 미사사 온천의 미사사칸이다. 둘째 날, 버스투어를 통해 미사사 온천 마을은 둘러본 터. 마지막 남은 시간은 온전히 료칸에서 보내기로 한다. 미사사 온천. 물이 참 좋은 곳이다. 900년이라는 세월 동안 온천 마을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물 덕분이다. 라듐 성분이 다량 함유된 미사사 온천은 건강에도 그만이라 미사사 온천 지대 주민들의 암 사망률은 일본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한 미사사 온천은 동맥경화, 천식, 당뇨병, 피부병, 부인병 등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크다고 한다. 미사사 물은 곧 미사사칸의 물이라 미사사칸에서의 온천욕 한 번에 온몸이 상쾌하다. 몸뿐만이 아니다. 미사사칸에서는 몸과 더불어 눈이 맑아진다. 로비와 대욕탕, 식당 등 미사사칸의 발길 닿는 곳곳에는 정갈한 정원이 자리했다. 우거진 숲 사이로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정원이 있는가 하면, 바위를 세우고 모래를 곱게 깔아 참하게 빗어 놓은 정원도 있다. 같은 정원이라 하더라도 보는 장소에 따라 모습을 달리해 지겨울 틈이 없다. 식당과 온천으로 향하는 길, 정원이 있어 마냥 행복하다. 미사사칸의 대욕탕은 아침 저녁으로 남탕과 여탕이 바뀐다. 아침 저녁, 각각 다른 멋의 온천을 즐기라는 뜻일 테다. 커다란 노천온천이 딸린 대욕탕 외에 가족이나 커플이 따로 이용할 수 있는 두 개의 작은 노천온천도 마련돼 있다. 작은 노천온천은 체크인 후에 예약해 이용하면 된다. 문의 0858-43-0311 www.misasakan.co.jp 1, 2 돗토리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돗토리 사구 3 돗토리 사구 입구에 전시된 모래 조각 4 단아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미사사칸의 정원 5 미사사칸 노천온천 입구 6 미사사칸의 조식 7 미사사칸 식당으로 가는 길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지나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곳! 다른 곳도 모두 좋았지만 마지막 피로를 풀기에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유카타로 갈아입고 맞이한 감동의 석식! 돗토리현에서 유명하다는 게다리와 새우 맛이 특히 일품이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온천! 밤에는 사람이 많지 않은지 혼자였는데 정말 선녀가 된 기분이었다. 시원한 밤공기를 맞으며 따뜻한 온천에서 몸을 녹이니 그 동안의 피로도 말끔히 풀렸다. 아침잠이 많지만 다음날에도 아침을 먹고 간단히 온천을 즐겼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아침 온천도 떠나기 싫을 정도로 감동이었다. 온천만 하기 위해서 일본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이제는 100% 공감이 간다. 다음을 기약하며 떠나는 순간에도 떠나기 싫었던 미사사칸. 정주 미사사칸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미사사칸으로 향하였다. 미사사칸에서 우리는 마지막 1박을 묵었는데, 일본 전통의상인 유카타도 입어 볼 수 있었다. 특히 아름답게 꾸며진 온천이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였다. 저녁식사는 회, 대게, 샤브샤브, 튀김 등이 나왔는데 한결같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다음날 아침 정갈한 아침식사와 마지막 온천욕을 마치고 우리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요나고 공항으로 향하였다. Travel to Tottori ▶가는 방법 인천과 요나고를 잇는 아시아나항공이 화, 금, 일요일, 주 3회 운항된다. 인천발 요나고행 항공편은 화, 일요일 오후 12시30분, 금요일 오전 9시30분에, 요나고발 인천행 항공편은 화, 일요일 오후 3시, 금요일 낮 12시에 출발한다. 요나고 공항 인, 아웃으로 3박4일 여정을 꾸린다면 화요일 출발만 가능한 것. 2박3일 등 기타 일정이라면 요일 선택이 자유롭다. ▶현지교통 이렇게 저렴한 택시가~ 돗토리시를 여행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돗토리역에 자리한 관광안내소에서 이름, 숙소 등 간단한 정보만 작성하면 4명이 3시간 동안 1,000엔에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3시간을 이용한다면 시내에서 20~30분 가량 거리인 돗토리 사구와 우라도메 해안 등지를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우라도메 해안 대신에 돗토리 시내를 돌아봐도 괜찮다. 1,000엔 택시 이용자는 와타나베 미술관, 간논인 정원 등의 입장료를 할인 혜택이 있는 쿠폰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30분 문의 돗토리시 국제관광객 서포트 센터(한국어) 0857-36-3767, 돗토리시 관광안내소(일본어) 0857-22-3318 웬만한 곳은 다 서요~ 공항버스 미사사 온천에서 요나고 공항으로 간다면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자. 돗토리현 여기저기를 돌고 돌아가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온천 송영버스와 기차를 몇 번 갈아타는 것보다는 편리하다. 1,500엔. 코스 미사사 온천 관광상공센터 앞→08:25 미사사 온천 입구(미사사칸 앞)→08:30 미사사 로얄 호텔 앞→08:45 구라요시역→09:00 하와이 온천→광장 10:00 가이케 온천→10:30 요나고 공항 ▶호텔 아크21 ア―ク21 일반적인 비즈니스호텔과 비교해 비교적 넓은 객실을 지녔다. 한국어로 된 호텔 설명서와 주변 안내도를 나눠주며, 한국 티브이 채널도 있다. 음료, 주류 자동판매기와 전자레인지를 이용할 수 있으며, 6층 전망대 목욕탕이 무료다. 목욕탕은 오전 6시~오전 9시, 오후 1시~오후 5시에는 여성, 오후 6시~자정에는 남성이 이용한다. 일회용 카드 키를 사용해 이틀 이상 묵는다면 매일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며 별도의 체크아웃이 필요 없다. 문의 0858-48-1021 ▶지나의 말 8월 말, 느지막이 간 여름휴가. 동생과 함께한 첫 해외 여행이어서 어느 때보다 의미 있고 뜻 깊은 시간이었다. 처음 당첨 소식을 듣고 동생이 한 말이다. “누나는 정말 타고난 운이야~” 그런 동생에게 나 역시, “이런 누나 덕에 너도 같이 갈 수 있잖아~” 라며 웃었다. 기다림에 더 설레였던 돗토리현 여행! 평소 티격태격할 때도 있긴 하지만 사소한 고민까지 털어놓을 정도로 친한 동생이기에 때로는 친구 같기도, 철없는 나를 다독일 때는 오빠 같기도 한 동생과 함께한 즐거운 기억이 오래 여운에 남았으면 한다.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 드린다. 돗토리현은 정말 천천히 다시 걸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도시다. 친절한 사람들과 깨끗한 거리. 그곳에서 느껴지는 여유. 한 순간, 한 순간이 영화 같았던 도시. 다음을 기약하며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본다. 1 요나고 공항 2 돗토리시에서 이용할 수 있는 1,000엔 택시 3 아크 21 비즈니스호텔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한국불교 중흥 대토론회… 간화선 세계화·대중화 제언 봇물

    한국불교 중흥 대토론회… 간화선 세계화·대중화 제언 봇물

    1700년 역사의 한국불교는 선불교의 전통을 오롯이 갖춘 유례없는 수행의 불교로 간주된다. 특히 화두를 들고 참구하는 간화선은 한국 선불교의 요체로 불린다. 국내 선방마다에는 참선을 통해 ‘참 나’를 찾으려는 대중이 북적이고 간화선을 배우려는 푸른 눈의 수행자들이 한국 사찰과 선원을 찾아 몰려든다. 그러면 한국불교는 이 같은 간화선의 세계화며 대중화의 물결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을까. 한국불교의 간화선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세계화와 대중화의 흐름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자성과 개선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달 2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현대 명상문화와 한국 선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다. 참석자들은 무엇보다 간화선 수행의 현실적인 실천방법 찾기를 비롯해 수행자의 자세와 지도법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개선 노력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우선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은 ‘현실적인 간화선 수행법’을 거듭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수불 스님은 “고도로 발달한 정보통신이 참선수행을 대중화, 생활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실제로 증명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불 스님은 “최상승 수행법인 간화선이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는 보편적 언어와 개념으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일상에 바쁜 재가자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일 내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수행법을 제시하고 일상과 수행이 둘이 아님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무조건적인 믿음과 기복만을 추구하는 신앙형태는 설 자리가 없으며, 조계종이 공부인들을 깨달음의 대도로 인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제열 유마선원 원장은 수불 스님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 원장은 “간화선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간화선을 둘러싼 제반 상황과 문제점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특히 “일반적으로 재가 수행자들 사이에는 화두 수행의 용이성에 회의적이며 염불, 주력, 위파사나 수행을 더 쉽게 생각한다.”며 “수불 스님이 지도한 간화선 수행자 중에 생사해탈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수행자가 나왔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산사 용성선원장인 월암 스님은 “간화선이 문제가 아니라 간화선 수행자가 문제”라며 수행 풍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월암 스님은 “간화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확신한다.”면서도 “간화선 수행자들이 간화선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철저히 간화방법론에 의해 수행과 깨달음을 실천하며, 아울러 교화의 방편을 시설하고 있는지 반추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암 스님은 특히 “적정무사에 안주하여 선미를 탐착하는 일부 수행 전문가의 생활방편으로 전락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가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월암 스님은 간화선 본래의 가풍을 진작시키고 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선의 종지에 입각한 전 종도의 교육이나 교화 ▲간화선 전문인력 양성기구 설립 ▲선원의 특성화 ▲안거형식주의를 탈피해 안거기간과 방식 및 내용의 차별화와 다양화가 있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힙합 전설’ 투팍의 생전 ‘섹스비디오’ 나올까

    ‘힙합 전설’ 투팍의 생전 ‘섹스비디오’ 나올까

    미국 힙합의 전설로 남아있는 투팍(Tupac Shakur)이 사망 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은밀한 섹스비디오의 공개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예사이트 티엠지(TMZ)는 투팍이 생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5분짜리 섹스비디오를 최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은 투팍이 사망하기 5년 전인 1991년 자신의 집에서 팬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MZ에 따르면 이 영상의 배경이 된 곳은 투팍의 집에서 열린 파티였다. 투팍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가 이후 방에서 영상을 촬영했다. 투팍이 손에 든 칵테일 잔을 누군가와 부딪치는 것으로 보아 제 3의 인물이 영상을 촬영한 뒤 보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영상에는 미공개 트랙을 배경삼아 투팍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장면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5년 동안이나 이 영상을 보관한 사람이 누구이며, 최근에야 영상을 공개하려는 이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TMZ는 덧붙였다. 한편 서부를 대표하는 래퍼 겸 배우였던 투팍은 1996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권투선수 타이슨의 경기를 보고 돌아오던 중 달리는 차안에서 의문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당시 미국 동부와 서부 힙합 세력 간 갈등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이 사건을 둘러싼 숱한 루머가 나왔으나 아직까지 진범은 밝혀지지 않았다. 투팍은 전 세계에서 앨범 7700만장 이상을 팔아치워 힙합계에서 에미넴과 더불어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한 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살 발라내 먹는 ‘식인부족’ 흔적 최초 발견

    살 발라내 먹는 ‘식인부족’ 흔적 최초 발견

    멕시코 북부의 작은 동굴에서 서로를 잡아먹는 풍습을 가진 식인종족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보도했다. 엘 살토 지역의 동굴의 한 은신처에서는 요리에 쓰인 다양한 도구와 함께 사람의 뼈가 발견됐는데, 이는 1425년 경 살았던 ‘시시메스 부족’(Xiximes Tribe)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이 이곳에서 발견한 40조각이 넘는 뼛조각은 당시 이 부족이 돌칼을 이용해 사람의 살을 발라내 요리한 흔적으로 보고 있다. 이 부족은 당시 적을 먹어치움으로서 적의 영혼을 흡수할 수 있다고 여겼으며, 흡수한 타인의 영혼이 더욱 풍성한 수확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었다. 따라서 종종 가족 구성원이 모두 이웃집의 가족을 먹은 뒤 그들의 뼈를 나무에 걸어 영혼을 받아들이는 의식을 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미개하고 야생적인 부족’으로 불려왔지만 실제로 식인 풍습을 유지했었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를 이끈 멕시코인류학국립연구기관의 호세 루이스 푼조 박사는 “이들은 사람의 뼈에서 살을 잘 발라내 신선하게 보관하려 했으며, 이 같은 의식이 있는 날에는 가족들이 모여 노래와 춤을 추는 파티가 이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을 먹은 뒤 그 뼈를 내걸고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한 것으로 보아, 내 재산과 타인의 재산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허허벌판에 10m ‘괴물고래’의 죽음…무슨 일?

    허허벌판에 10m ‘괴물고래’의 죽음…무슨 일?

    사방에 풀이 무성하게 난 들판 한가운데에서 몸길이가 10m에 달하는 고래가 발견돼 영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 29일(현지시간) 해변에서 무려 800m 떨어진 요크셔 주 험버강 유역 습지에서 정어리 고래로 추정되는 동물사체가 발견, 전문가들이 원인 파악에 나섰다. 사체가 발견된 지점은 누군가 고래를 바다에서 건져서 옮겼을 법한 지역이지만, 전문가들은 “고래가 먹이를 찾으려다가 높은 조류에 좌초된 뒤 이곳에서 질식해 죽음을 맞이했다.”고 결론 지었다. 고래가 죽음을 맞이한 곳은 육지에 깊숙한 곳으로 바닷물이 흘러드는 지점에 주로 발달하는 이른바 염성습지식생(塩性濕地植生). 무리에서 떨어진 뒤 자초된 고래가 수심 1.2~1.6m에 불과한 해안까지 떠밀려왔다가 물이 빠지면서 사체가 밀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요크셔 주 야생동물 보호단체의 앤디 깁슨 연구원은 “이 근처는 고래가 헤엄을 칠 수 없는 매우 얕은 바다로 둘러싸여있다. 사체가 옆으로 누워있는 것으로 보아 고래가 떠밀려 온 뒤에도 마지막까지 호흡을 하려고 시도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어리고래 좌초사례가 매우 희귀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년 간 영국에서 단 3차례만 보고됐을 뿐이다. 북해에서는 이달 초 어린 핀고래가 좌초된 채 발견됐으며 며칠 전에는 이 지역 하구에서 죽은 고래가 목격됐다. 북해에 고래들의 이상죽음이 잇따르는 기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대서양 한류가 조류를 바꾸면서 고래들이 좌초돼 수심이 얕은 북해로 떠밀려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목했다. 사진=데일리메일 강경윤기자 @seoul.co.kr
  • [서울시장 보선] ‘黨黨한’ 늦바람… 도전받는 시민정치 실험

    [서울시장 보선] ‘黨黨한’ 늦바람… 도전받는 시민정치 실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정당 후보들이 막강한 조직력을 등에 업고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시민 후보들은 아마추어 티를 미처 벗지 못한 채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범여권 시민 후보를 자처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28일 사실상 불출마 결심을 굳혔다. 이 전 처장 측 관계자는 “이 전 처장이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이헌 변호사 등 범보수 시민사회단체 대표 모임인 ‘8인 회의’에 불출마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처장은 빠르면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불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불출마 배경은 정체된 여론조사 지지율과 무상급식 문제를 둘러싼 시민단체들과의 갈등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특히 이 전 처장이 “서울시의 낭비성 예산을 추스르면 무상급식 비용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무상급식을 수용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한 데 대해 그를 지지했던 반(反)포퓰리즘 지향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8인 회의’는 이날 오후 5시 서울시내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이 전 처장의 불출마 의사를 수용하면서도 나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이갑산 변호사는 회의 도중 브리핑을 통해 “이 전 처장이 투표까지 가기를 원했지만 본인의 불출마 의사가 확고한 것으로 보아 이를 수용하는 것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처장의 불출마로 사실상 범여권 단일 후보가 된 나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준표 대표로부터 후보 추천장을 받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었고, 선거전은 3각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박 이사장을 포함해 이 전 처장을 지지했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한나라당 김정권 사무총장과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 신지호 의원 등과 긴급 회동을 갖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왜 독자 후보를 내세우게 됐는지, 한나라당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격론을 주고받았다. 김 사무총장은 모임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전 처장의 불출마 여부와는 무관하게 29일 ‘자유·민주 가치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양측에서 각각 5명씩 10명의 토론자가 참석하는 ‘끝장 토론’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끝장 토론’은 표면적으론 정책 토론회로 진행되겠지만 쟁점은 후보 단일화 논의가 될 것 같다. 한나라당이 보수 진영의 날 선 목소리들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나 후보를 사실상 범여권 단일 후보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정당 후보들의 뒷심은 범야권에서도 나타나고 잇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안철수 바람’을 타고 범야권 시민 후보로 급부상한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맹추격하고 있다. 민주당과 박 전 상임이사 측이 이날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 규칙에 합의함에 따라 다음 달 3일 둘 중 한 사람만 웃게 된다. 박 전 상임이사마저 박 후보에게 역전을 당한다면 보수 진영에 이어 진보 진영의 ‘시민정치’ 실험도 아마추어라는 한계만 드러낸 채 허무하게 막을 내리게 된다. 전광삼·윤설영·이재연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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