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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A SK전 1회에 11득점, 역대 한 이닝 최다 득점은?

    KIA SK전 1회에 11득점, 역대 한 이닝 최다 득점은?

    KIA 타이거즈가 1회에만 11점을 뽑아냈다. KIA는 12일 인천 SK행복드림 구장에서 열린 SK와의 KBO리그 경기 1회 상대 선발 앙헬 산체스를 상대로 홈런 세 방을 뽑아내는 등 11점을 뽑아냈다. 선두 타자 버나디나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한 뒤 이명기의 우전 안타로 무사 1, 2루 기회에서 최형우의 2루수 방면 병살 타구를 SK 2루수 최항이 송구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 안치홍이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린 데 이어 김주찬의 우전안타로 다시 1, 3루를 만들었고 1사 후 이범호의 3점 홈런이 나오며 6-0으로 달아났다. KIA는 김민식의 볼넷에 이은 도루, 김선빈의 우중간 안타, 버나디나의 3점 홈런, 이명기의 백투백 홈런까지 나오며 단숨에 10-0으로 달아났고, 산체스는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3분의 1이닝 동안 홈런 세 방 등 7안타와 볼넷 2개를 내주고 10실점(9자책)이나 기록해 KBO리그 한 이닝 최다 실점 타이 기록을 썼다. 산체스가 역대 네 번째다. 이 가운데 3분의 1이닝 10실점은 kt wiz 소속이던 돈 로치가 지난해 7월 8일 수원 KIA전에서 기록한 데 이어 산체스가 두 번째다.SK는 이날 1군에 올라온 신인 최민준을 두 번째 투수로 올렸으나 KIA는 최형우가 우중간 2루타로 다시 포문을 열었고, 2사 2루에서 김주찬의 3루 땅볼 때 3루수 나주환이 공을 뒤로 흘리며 다시 1점을 추가했다. KIA는 지난해 7월 6일에도 같은 구장에서 SK 상대로 5회 초 12점을 뽑아냈지만 끝내 17-18로 분패하며 눈물을 떨궜다. KBO리그 한 이닝 최다 득점 기록은 13점으로 네 차례나 있었고 1900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는 1953년 6월18일 디트로이트를 상대로 보스턴이 기록한 17득점이 한 이닝 최다 득점이다. KIA는 2회초에도 이범호가 연타석 홈런을 날린 데 이어 3회초에도 나지완의 3점 홈런을 뽑아 3회초 1사 상황까지 12-0으로 앞서다 선발 헥터가 3회말 김강민에게 시즌 9호 3점 홈런을 내줘 12-3으로 앞서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신들린 흥행 ‘신과 함께-인과 연’…감독·주연 배우에게 듣다

    신들린 흥행 ‘신과 함께-인과 연’…감독·주연 배우에게 듣다

    그야말로 ‘신들린 흥행’이다. 개봉일 최다 관객(124만명)에 일일 최다 관객(146만명), 개봉 일주일 만에 700만 관객 돌파까지. 연일 한국 영화의 흥행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신과 함께-인과 연’(이하 신과 함께2) 얘기다. 이르면 이번 주말 1000만 돌파가 예상되는 ‘신과 함께2’와 지난 겨울 1441만 관객을 모은 ‘신과 함께1’의 여정은 한국 프랜차이즈 영화의 새로운 도전이자 경계 넓히기이기도 하다. 영화를 지휘한 김용화 감독과 이야기의 감정선을 능란하게 조율한 주연 배우 하정우에게 도전의 어려움과 쾌감에 대해 들었다.‘신’ 넘어 한국의 디즈니 꿈꿔요국내 첫 쌍천만 시리즈 눈앞 김용화 감독 ‘미스터 고’ 참패 딛고 프랜차이즈 영화 개척 부모님과의 경험 바탕 진심 담아 모두가 공감 어느 나라서도 볼만한 보편성 있는 영화 준비어떤 영화의 기승전결보다 더 극적인 도전과 재기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300억원을 쏟아부은 ‘미스터 고’로 흥행 참패를 겪은 김용화(47) 감독. 그가 ‘신과 함께-죄와 벌’에 이어 ‘신과 함께-인과 연’으로 국내 최초 ‘쌍천만 시리즈 영화’를 내게 됐다. ‘미스터 고’로 초대형 고릴라만 선보이고 끝날 뻔했던 그의 시각특수효과(VFX) 회사 덱스터스튜디오가 ‘신과 함께’로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새 장을 연 것이다. ‘신과 함께’의 흥행 질주에 그는 “날씨도 더웠고 1편의 수혜도 많이 입었다”며 “무엇보다 배우와 제작진 모두 한국 영화에 새로운 장르로 도전하고 있다는 것에 응원을 보내 주신 것 같다”고 얼굴에 한껏 피어난 설렘을 애써 지워 보였다. 배우 하정우는 ‘신과 함께’ 1, 2편의 여정에 대해 “감독님이 ‘미스터 고’를 끝내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온 힘을 다해 정성껏 영화를 만든 진심이 통했다는 걸 경험한 작업”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영화에는 부모님과의 경험을 녹여낸 김 감독의 ‘진심’이 담겨 있다. 1편의 주제가 애끓는 모성애라면 2편은 웅숭깊은 부성애를 담아냈다. “1, 2편 모두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와의 관계, 경험에서 진솔하게 풀어냈어요. 부모님들은 자식의 허물 앞에 벙어리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고, 때문에 ‘신과 함께’는 세상의 모든 아들 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던 셈이죠. 다만 2편은 1편처럼 눈물 폭탄에 의지하지 않고 전편의 이야기를 확대재생산해 울림과 갈등, 유머를 촘촘히 심어 놨어요.” 데뷔작 ‘오! 브라더스’(2003)에 이어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로 이미 흥행 감독이었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대중들의 정서를 제대로 꿰뚫었다. ‘기술 전시용’, ‘뜬금없다’ 등의 지적을 받는 공룡 등장 장면도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철학 때문에 탄생했다. “할리우드, 특히 마블 영화들을 보면 상상을 뛰어넘는 기술들이 곳곳에 보여요. 저승이라고 해서 피상적인 걸 집어넣기보다 오락적이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마침 (관객들이)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을 한창 볼 때이기도 했고 공룡을 들여보냄으로써 ‘우리도 못해서 안 하는 건 아니야’라는 걸 보여 주고 싶었죠. 제가 지향하는 건 노골적이고 말초적인 영화도 아니지만 작가주의 영화도 아니거든요. 남녀노소 다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거죠.” 하지만 그는 “대중들의 감성을 맞춘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영화 감독들은 불행할 수 있다”고 했다. 시장이 작아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하니 감정적으로 소진이 크다는 것. 그래서 그는 시장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로 있는 덱스터스튜디오를 통해 후배 감독들의 영화 제작 지원에 나서는 것도 그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저는 대중 영화 감독의 최고봉인 로버트 저메키스, 스티븐 스필버그 등을 평생 흠모만 하다 끝날 것 같아요. 후배 감독들에겐 제가 못하는 걸 잘하게 해 주고 싶어요. 대중 영화 감독으로서 갖춰야 할 미덕을 진솔하게 얘기해 주고 싶고 후배들의 영화가 아시아에서 동시에 개봉했으면 해요. 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볼만한 보편성이 있는 영화를 내기 위해 기획부터 배급까지 하는 스튜디오로 다 열어 놓고 준비하고 있어요. 한국의 워너브러더스, 이십세기폭스, 디즈니, 파라마운트를 목표로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신’ 덕에 뻔뻔함·연기도 늘었죠흥행 견인 저승 차사 역할 하정우 블루 스크린 앞 상상 속 연기, 민망함 극복해 ‘크라잉협회 회원’ 될 만큼 감정 조절 힘들어 3·4편 기대감 더불어 세 번째 연출작도 준비예외는 없다. ‘추격자’(2008)의 섬뜩한 연쇄살인마부터 ‘신과 함께’에서 이승과 저승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저승 차사까지. 배우 하정우(40)는 늘 캐릭터와 착 붙어 있다. 그의 출연작이라면 관객들이 믿음을 갖는 이유다. 최근 ‘신과 함께2’의 흥행 가도에 이 배우의 ‘지분’이 적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영화계에서 드문 판타지 대작으로 시각특수효과(VFX) 기술력이 총동원돼 이승과 저승, 현재와 과거가 촘촘히 맞물린 ‘신과 함께2’는 배우들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으로, 촬영장의 광활한 블루 스크린과 그린 매트에서 상상 속 괴생명체들과 싸워야 했던 하정우는 “덕분에 더 뻔뻔해지고 연기도 는 것 같다”며 특유의 농 섞인 화법으로 입을 열었다. “촬영 현장에 가면 낯섦과 부끄러움이 교차했어요. 공룡이 나오는 지옥 장면은 사방에 블루 스크린이 펼쳐진 데서 마구 뛰는데 사실 공룡 한 마리 없거든요(웃음). 시선이라도 두게 인형이라도 있었으면 할 정도로요. 공룡의 공격을 막으려 칼로 원을 그리고 휘두르는데 그게 또 너무 민망하고 부끄러운 거예요. (나이) 오십 넘으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형님이 혼자 뛰어다니는 ‘어벤져스’ 메이킹 영상을 찾아보곤 ‘나보다 나이 많은 형님들도 이러고 있는데’ 하며 위안을 많이 받았어요(웃음). 어금니 꽉 깨물고 ‘이게 진실이다. 그냥 믿자’ 하면서 밀고 갔죠.” 1, 2편을 동시 제작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빚어진 감정의 격차도 어려운 숙제였다. 1, 2편 합쳐 4시간 40분짜리 영화를 세트장 중심으로 한 번에 찍다 보니 시간 순서와 상관없이 서사가 점프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는 “감정 소모가 많아 나중엔 진이 다 빠지더라”고 돌이켰다. “예를 들어 ‘살인 지옥’ 재판정은 1부에선 제일 초반에 등장하지만 2부에서는 마지막 절정을 이루는 장면이에요. 사흘은 1부의 인물 태현이 형(자홍 역의 차태현)이랑 찍고, 끝나면 이틀을 동욱이 형(수홍 역의 김동욱)과 2부 마지막을 찍는 거죠. 그러면 엄청 혼란스럽죠. 5일간 감정이 절정이라 눈물이 마를 시간이 없었어요. 저희끼리 ‘세계 크라잉협회 회원’이라고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요.”(웃음) 2편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3, 4편 제작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 역시 “제의가 온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며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먼저 출연이 예약된 작품도 포진해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PMC’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캐스팅된 작품만 세 편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클로젯’은 9월에, 백두산 화산 폭발을 다룬 재난 영화 ‘백두산’은 연말에 촬영에 들어간다. 1947년 보스턴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강제규 감독의 신작 ‘보스턴 1947’에도 주연으로 나선다. 감독이기도 한 그는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에 이은 세 번째 연출작도 준비하고 있다. 언론사 기자를 다룬 코미디 영화로 지난 5월부터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하정우는 2010년부터 10회 이상 전시를 열어 온 화가로 화폭에서도 자신만의 개성과 사유를 펼치고 있다. “배우로 관객과 교감하지만 캐릭터는 사실 감독의 분신이지 온전한 저는 아니잖아요. 그림을 그리는 건 오롯이 하정우를 읽어 주길 바라기 때문일 거예요. 영화로든 그림으로든 (대중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오르지 못할 나무’여서 더 끌린다고?

    [달콤한 사이언스] ‘오르지 못할 나무’여서 더 끌린다고?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옛말이 있지만, 온라인 데이트 시장에서는 이 말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남성은 여성의 나이를 주로 따지고, 여성은 남성의 학력을 주요 포인트로 여겼다. 미국 미시건대 복잡계연구센터·물리학과·사회학과와 세계적인 복잡계 연구기관인 뉴멕시코 산타페연구소 공동연구팀이 미국의 대표적인 대도시 뉴욕, 보스턴, 시카고, 시애틀 4곳의 온라인 데이트 웹사이트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남녀 모두 자신보다 능력이나 외모가 나은 사람과 데이트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9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014년 1월 한 달 동안 4개 도시에서 운영되는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를 이용해 이성으로부터 데이트 신청 메시지를 받은 횟수, 이들의 인기도 등을 정량분석했다. 분석 결과 남성은 자신의 인기도보다 26%, 여성은 23% 높은 이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자신보다 인기도가 낮은 이성에게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온라인 데이트 시장에서 여성은 ‘연령’, 남성은 ‘학력’이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경우 1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다양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기는 떨어졌으며, 남성은 40대부터 50대 초반에 인기의 정점을 찍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에는 대학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의 인기가 가장 높았으며 여성은 대학원 졸업자보다 대학 졸업자의 인기가 더 높았다. 한편 남녀 모두 자신이 선호하는 이성에게는 문자 메시지를 좀더 길게 보내고 단어도 신중하게 고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엘리자베스 브루흐 미시건대 박사는 “온라인 데이트 신청은 직접 얼굴을 마주 보는 대면 상황보다 쉽고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그룹이 아닌 보다 나은 사람에게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월드 Zoom in] 美 ‘고율관세 부메랑’ 철강 가격 33% 급등…소비자·기업 직격탄

    [월드 Zoom in] 美 ‘고율관세 부메랑’ 철강 가격 33% 급등…소비자·기업 직격탄

    일부 업체 생산공장 해외 이전 검토 오토바이·콜라·맥주 값 줄줄이 올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관세 부과 조치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고율관세 부과에 따른 원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소비 욕구를 꺾는 데다 생산자 물가 상승을 우려한 미국의 일부 업체들이 ‘해외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소비자들이 오토바이를 시작으로 콜라, 맥주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관세 부과 충격을 체험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 3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 부과를 강행함으로써 미국 내 철강, 알루미늄 가격이 올 들어 33%, 11%나 치솟았다. 이에 따라 철강·알루미늄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소비재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캠핑카 등 레저(RV)용 자동차 제조업체 위네바고 인더스트리는 가격 인상과 함께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아이오와주 포레스트시티에 소재한 이 회사는 젊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힘입어 몇 년 동안 RV 판매량이 급증해 생산량 확대를 위해 2500만 달러(약 281억원)를 투자했다. 마이클 해프 위네바고 최고경영자(CEO)는 “관세 부과로 인한 비용 상승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떠날까 두렵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고율관세 부과에 따른 생산자 물가 상승은 소비자 가격 인상을 불러오고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꺾으며 기업순익 감소로 연결되는 경제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 물가는 6개월래 최고치인 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생산자 물가는 수년래 최고치인 3.4% 급등했다. 이 때문에 오토바이 업체들은 생산 공장의 해외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할리데이비드슨은 지난 6월 말 생산공장의 해외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할리데이비드슨의 결정을 미국 제조업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맹비난했지만 이 회사 CEO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네소타주 소재 오토바이업체 폴라리스는 철강·알루미늄제품 가격 인상과 함께 유럽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생산라인을 폴란드로 옮기는 계획을 추진 중이고 인디언 모터사이클도 생산공장의 해외 이전을 검토 중이다. 고율관세 부과의 부정적 효과는 음식료 업체에도 상륙했다. 코카콜라는 알루미늄 가격 상승으로 캔 콜라를 만드는 데 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해 이달부터 탄산음료 도매가격을 인상했다. 맥주업체인 샘 애덤스와 보스턴 비어도 하반기에 가격을 2%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무용 가구업체인 스틸케이스는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6월 가격을 인상하는 등 3월 이후 2차례나 가격을 올렸다.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는 “고율관세 부과는 미국에는 재앙적인 조치”라며 “음식료 업체들은 올 3분기에 본격적으로 가격 인상 러시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법원의 속사정] 소액사건 집중심리 위해 법원장급 투입 ‘고군분투’

    “혹시 소액재판에서 안 좋은 일 겪으셨어요?” 지금은 3000만원인 소액재판 소송 기준이 2000만원이던 시절 한 학회에서 우리 기준이 세계 유례없이 높다고 지적한 법학자에게 휴식시간 판사 몇 명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법학자가 “그런 적 없고, 제도적인 문제점을 학자로서 지적한 것”이라고 답하자 질문한 판사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재판을 어디에도 뒤지지 않게 신속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는 법원을 격려하지 못 할망정 소액재판 기준을 낮추라는 비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면 어떡하느냐는 못마땅함이 판사들의 표정에서 읽혔다. 만일 소액재판 가액을 획기적으로 낮추면 단독 재판부에서 다룰 수 있는 최대 소가 기준인 2억원 기준도 연쇄적으로 낮춰야 하고 결국 2억원 이상 사건만 다루는 민사 합의부 재판까지 황폐화될 수 있다는 데 법원의 고민이 있다. 지난해 1심 민사재판 중 소액재판 비중이 76.1%에 이른 반대급부로 합의부 재판 비중은 4.2%로 묶였다. 소액재판은 신속하게, 민사합의부 고액사건은 신중하고 공정하게 재판할 수 있는 핵심 장치가 대법원 규칙으로 높게 정한 소액재판 기준에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서민 상대 무더기 소송이 전체 70% 민사 청구가 늘어나는 것 또한 법원 탓으로 돌릴 순 없다.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뒤 금융기관이 서민을 상대로 대여금·양수금·구상금·신용카드 이용대금을 무더기로 청구해 집행권원(채무 회수를 강제 집행할 권리)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삼는 소송이 소액재판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법원은 오히려 금융기관 필요에 이용당하는 피해자일 수 있다. 재경지법의 한 소액전담판사는 “소액사건의 3분의2 이상이 금융기관이 청구하는 사건”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에 지난해 접수된 소액재판 20만 9745건 중 14만 530여건은 금융기관 대출집행 내역을 확인한 뒤 승소 판결 도장을 찍으면 되는 사건이다. 나머지 6만 9215건을 이 법원에서 소액사건을 우선 배당받는 소액전담재판부 약 40개에 나눠 주면 한 단독 재판부마다 신건(계류된 사건을 뺀 새로 접수된 사건)만 평균적으로 연 1730건, 한 달에 144건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5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시법원 통계 분석 결과 신건과 계류 사건을 모두 포함해 소액재판부 한 곳이 처리한 사건은 연 826건, 한 달에 약 70건이었다. ●대법원 소액재판 개선 연구반 운영 법원이 소액재판을 허투루 다루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 면도 있다. 생활형 분쟁은 가능하면 원고·피고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조정으로 해결하자며 조정 활성화 정책을 꾸준히 폈다. 유광희 서울중앙지법 총괄 조정위원은 “재판 당일에 하는 조정은 성공률이 75%로 높다. 법원에서 판단만 내려주는 게 아니라 흐트러진 인간관계를 복원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장까지 지낸 연륜 있는 법관을 다툼이 큰 소액사건을 재배당받는 ‘소액사건 집중심리재판부’ 재판장으로 모시기도 했다. 대법원은 또 지난해 수도권 소액 전담 재판장 10명으로 ‘소액재판 개선 연구반’을 운영했다. 소액재판의 가장 큰 문제로 트위터(140자)보다 짧게 이유 없이 주문만 적는 판결문이 지적됐다. 향후 항소심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이유를 적자고 권고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소액전담 판사는 “판결문에 이유를 쓰는 게 원칙이 돼 버리면 연 수천건에 달하는 사건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한정된 사법 자원 안에서 판사들의 혹사로 겨우 유지되는 제도의 효율성이 작은 변화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판사 증원 등 대안 마련 논의 시작도 못 해 한정된 사법 자원, 즉 판사 수를 늘리면 어떨까. 한 번 판사가 되면 파면할 수 없도록 신분이 보장된 직업이란 점 때문에 당장 급하다고 검증이 안 된 판사를 신규 임용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시급한 판사 증원 논의마저 난항인 와중에 다툼이 덜한 소액재판을 판사 대신 법조 경력을 갖춘 가칭 사법보좌관에게 맡기는 개혁, 소액재판 대상을 금액뿐 아니라 사건의 성격에 따라 분류해 재판방식을 다르게 하는 방법, 소액재판 기준 내 금액을 세분화하는 방안 등의 대안 논의는 시작조차 안 되고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윤후, 유기견 임시 보호 결정 “좋은 환경 마련해주고 싶다”

    윤후, 유기견 임시 보호 결정 “좋은 환경 마련해주고 싶다”

    윤후가 유기견 미미를 임시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MBN ‘우리 집에 해피가 왔다’에서는 가수 윤민수 아들 윤후가 유기견 임시보호소를 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윤후는 ‘우리 집에 해피가 왔다’ 방송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보면, 이런 걸 알게 되는 사람들이 많을 것 아니냐. 이 프로그램을 하면 많은 개들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기견 보호소를 찾은 윤후는 보스턴테리어 미미를 보고 첫눈에 반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후는 미미를 처음 봤을 때 “되게 떨렸다. 3초 동안 찌릿찌릿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후는 미미와 산책을 한 뒤 임시보호를 하기로 결정했다. 윤후는 “(미미가) 유기견 보호소에 있었으니까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다. 그래서 미미가 다른 집에 입양을 가도 그 분이 최대한 힘들지 않게 임시 보호를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MBN ‘우리 집에 해피가 왔다’ 방송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최고가액 韓 3000만원 vs 美 560만원… 법원 직원·원로 판사도 활용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최고가액 韓 3000만원 vs 美 560만원… 법원 직원·원로 판사도 활용

    우리나라의 소액재판 최고가액인 3000만원은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일반 법관이 다루는 소액사건 중 매우 높은 편이다. 또 명예훼손·위자료 소송처럼 다툼이 첨예한 사건도 소송가액(소가)에 따라 획일적으로 소액전담재판부에 배당된다. 나라별로 소액재판 구조와 절차에 차이가 있지만, 각국은 다툼 없는 재판의 신속 처리와 다툼 있는 재판의 공정 처리를 목표로 소액재판 관련법을 정비하고 있다. 일부에선 직업 법관이 아닌 사람들이 심리를 맡고, 소액재판으로 다룰 사건 종류를 제한한 국가도 있다.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초 발간한 ‘민사 소액재판의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각 주에는 소액사건을 처리하는 법원이 설치돼 있고 부판사(magistrate)가 심리를 한다. 워싱턴DC, 뉴욕 주 등 16개 주에서 5000달러(약 560만원) 이하를 소액사건으로 다룬다. 켄터키, 로드아일랜드 주가 2500달러 이하로 가장 낮고, 테네시 주가 2만 5000달러(약 2840만원)로 가장 높다. 미국 여러 주에선 퇴거청구 사건과 같은 비금전적 청구나 소액재판 소가 기준을 넘겼더라도 보증금 반환청구처럼 신속 해결해야 할 사건을 소액재판으로 다룬다.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시법원의 경우 2015년 접수 소액사건은 3304건으로 1명의 부판사가 1년 동안 평균 826건, 한 달에 약 70건을 처리했다. 독일에서는 소송가액이 5000유로(약 650만원) 이하 민사소송은 간이법원이 다루는데, 이 가운데 600유로(약 80만원) 이하 사건을 소액재판으로 진행한다. 간이법원에서 다루는 소송 종류는 주택임대차 분쟁, 숙박료·수하물 관련 분쟁, 야생동물 피해로 인한 분쟁, 종신연금·보험계약 등으로 제한된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상반기까지 퇴직한 법원 직원, 변호사, 감정평가사 등 법률 관련 직업군 중 임명된 근린판사가 4000유로(약 520만원) 이하 사건을 심리했다. 근린판사의 정년은 75세로 퇴직한 원로법관들이 민생사건 위주인 소액재판을 담당할 수 있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소법원의 경우 2015년 7명의 일반 판사와 2명의 근린판사가 1년 동안 약 4000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부터 1만 유로(약 1300만원) 이하 채권이나 동산 관련 민사사건을 다루던 소법원에서 모든 민사사건을 심리했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 재판 절차를 따르되 국경을 넘는 민사 분쟁이 일어난 경우에 선택할 절차를 마련해뒀다. EU 소액사건 기준은 5000유로(약 660만원)이다. 일본에선 2015년 현재 438개 간이재판소가 140만엔(약 1400만원) 이하 사건을 맡는데, 이 중 60만엔(약 600만원) 이하 사건이 소액사건이다. 간이재판소 판사는 전직 판사, 검사, 변호사, 법원 일반직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임명된다. 약 80%가 법원 일반직원 출신이다. 주요국들은 소액사건 최고가액·사건 종류를 법률로 정했다. 소액사건 최고가액 등을 대법원 규칙으로 둬 사법부가 관장할 때 각종 기준을 ‘공급자’(법원) 편의에 맞추게 될 여지를 없앤 셈이다. 광범위한 ‘수요자’(소송 당사자) 실태조사를 거쳐 입법과정을 통해 소액재판 기준을 정하기 때문에 다툼이 없는 사건은 직업 법관이 아닌 이들에게 맡기거나 정년이 지난 법관들을 소액재판 법관으로 재임용하는 유연한 정책이 구현됐다. 그 결과 주요국들의 전체 민사재판 대비 소액재판 비중은 10~20%대로 70%대인 한국보다 현저하게 낮게 관리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지구를 보다] 다가온 화성, 아름다운 빛줄기를 남기다

    [지구를 보다] 다가온 화성, 아름다운 빛줄기를 남기다

    15년 만에 다시 지구에 가까이 접근한 화성이 우리에게 멋진 풍경을 선물한 듯싶다. 미국 아마추어 사진작가 압둘 드레말리(29)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로드아일랜드에서 밤하늘에 떠오른 화성이 북대서양 앞바다에 밝은 빛을 비추는 광경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최근 그가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개해 화제를 모은 사진 속 화성의 모습은 은하수가 펼쳐진 밤하늘에서도 밝은 주황색으로 눈길을 끈다. 이는 화성이 점점 지구에 가까워지면서 밝기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현상은 지구의 바다 위에 아름다운 한 줄기 빛을 그려냈고, 그 모습을 밤하늘의 천체를 찍던 드레말리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보스턴에 있는 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서 마케팅·혁신 부문 책임자로 일하는 드레말리는 “천체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해 항상 밤하늘을 따라다닌다”면서 “화성은 내가 다섯 번째로 좋아하는 행성으로 여름 내내 화성을 촬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화성은 이달 말까지 지구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다. 이른바 ‘화성 대접근’으로 불리는 이 현상으로 지구와 화성까지의 거리는 5759만 ㎞까지 좁혀진다. 가장 멀어졌을 때의 거리인 4억100만 ㎞와 비교하면 화성의 크기는 7배, 밝기는 16배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화성 대접근은 2003년 이후 15년 만이며 당시 지구와 화성까지의 거리는 5576만 ㎞였다. 다음 화성 대접근은 오는 2035년에 일어난다. 이에 앞서 오는 28일 새벽에는 개기월식도 일어난다. 개기월식은 보름달이 지구 그림자를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평균적으로 1년에 1, 2번 나타난다. 이번 개기월식은 지난 1월 이후 올해 두 번째이다. 사진=압둘 드레말리/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자급자족 도시로 전환 목표”…서울시, 국내 첫 팹시티 동참

    서울시가 지난 12일 개막한 프랑스 파리 국제팹시티서밋(Fab City Summit)에서 국내 최초로 팹시티 도시에 가입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팹시티 프로젝트는 2050년 세계 인구의 75%가 도시에 거주할 것이라는 유엔(UN) 전망에 따라, 자원을 소비하는 도시가 시민 주도로 자체 생산력을 갖춘 도시로 전환을 추진하는 운동이다. 바로셀로나시를 중심으로 카탈루냐 고등건축연구소(IAAC)와 미국 MIT의 씨비에이(CBA)연구소, 팹랩 네트워크와 팹랩 재단이 협력해 주도하기 시작했다. 팹랩 네트워크는 2002년 MIT에서 시작돼 현재 세계 100개국, 1천개의 물리적 인프라를 갖춘 글로벌 네트워크다. 주요 활동은 회원 도시가 식량, 에너지, 생활용품 등 도시 내 생산성을 높이고 세계 도시들과의 교류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바르셀로나(스페인), 보스턴(미국), 서머빌(미국), 케임브리지(미국) 등 18개 도시가 팹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번 파리 서밋에서는 서울을 포함해 오클랜드(미국), 멕시코시티(멕시코) 등 10개 도시가 신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는 지속가능한 자원 순환 구조와 자체 생산력 강화를 위해 은평구 ‘서울혁신파크’를 도시계획 실험지인 팹시티 지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도시 실험을 시작한다. 2054년까지 생산성을 높여 파크 내 에너지와 식량 자급자족률 50%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식량, 에너지, 쓰레기, 안전, 건강 등 세부 분야를 선정하고 시민 발명가를 주축으로 하는 시민 참여단을 모집해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팹시티 사업은 서울의 미래 도시를 재구조화하는 실험”ㅇ라면서 “이런 실험을 하기 위해 서울혁신파크는 최적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4차 산업혁명 현장을 가다] 동시에 7가지 요리 뚝딱·손맛까지… 셰프 로봇에 ‘엄지 척’

    [4차 산업혁명 현장을 가다] 동시에 7가지 요리 뚝딱·손맛까지… 셰프 로봇에 ‘엄지 척’

    미국에서는 물류 창고에서 물건을 옮기는 단순 작업을 하는 로봇이 인공지능(AI)을 만나면서 불과 몇 년 전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술의 진화를 보여 주고 있다. 볶음밥과 피자 등을 만드는 셰프 로봇은 기본이다. 월스트리트에서 활약하고 있는 로봇 ‘켄쇼’는 연봉 50만 달러(약 5억 5000만원)의 금융맨이 40시간 걸려 하는 기업 실적과 경제 수치 분석을 2~3분 만에 끝낸 후 골드만삭스로 보고서를 보낸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을 대신해 현장에 투입되는 재난로봇, 교육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한 코딩로봇, 사람의 손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부위나 상황에서 정교한 치료를 해내는 의료로봇 등 상상을 초월한 진화가 우리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다. AI 로봇과 함께 사는 우리 세상을 엿봤다.“믿을 수 없네요. 이 음식을 로봇이 만들다니….” 1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옛 주청사 뒤쪽에 자리잡은 로봇 레스토랑 ‘스파이스’(Spyce)에서 만난 메이슨 스컬릿은 “로봇이 음식을 만든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면서 “직접 타이 볶음밥을 만드는 과정을 보니 신기할 따름”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른 테이블에서 닭고기 볶음밥을 먹던 올리브 밀러는 “로봇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니 믿을 수 없다”면서 “우리 아내의 요리 실력보다 훨씬 낫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난 5월 3일 매사추세츠공대(MIT) 졸업생인 마이클 페이리드 등 4명에 의해 세상에 첫선을 보인 스파이스의 주방장이자 설거지 당번인 로봇 ‘마티’는 AI 덕분에 미국의 유명 셰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마티는 손이 7개인 자동화된 로봇이다. 7개의 손에는 원통형 프라이팬이 장착됐다. 따라서 한번에 7개의 음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마티는 3분에 볶음밥 한 그릇, 1시간에 최대 200인분의 음식을 만들어 낸다. 주문 방법도 간단하다. 식당 내의 터치 패널에서 7가지 볶음밥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이나 별명을 적어 넣는다. 그러면 바로 마티의 7개 팔 중 한 곳 위쪽 패널에 자신의 이름이 뜨면서 주문한 볶음밥이 만들어진다. 뜨겁게 달궈진 마티의 팔인 원통 프라이팬에 밥이 자동으로 들어간다. 마티가 프라이팬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밥을 적당히 볶는다. 이어 양념이 담긴 빨간 박스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메뉴에 맞게 조미료 등을 넣는다. 그렇게 3분여가 지나면 마티가 밑에 있는 일회용 그릇에 맛있게 조리된 볶음밥을 쏟아낸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마티는 스스로 자신의 팔을 밑쪽으로 내려서 조리된 팬을 깨끗이 씻고는 다음 주문을 기다린다. 이렇게 그릇에 담긴 볶음밥은 직원이 토핑을 얹고 뚜껑을 덮어 고객에게 전달한다. 마티는 단 1분을 쉬지 않고 온종일 일해도 ‘불평’ 한마디 없다. 또 주 ‘52시간’ 근무라는 기준도 필요 없다. 팁도 받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면서 봉급을 요구하지 않는 주방장을 둔 주인과, 팁 없이 싼값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고객은 이런 마티가 고마울 따름이다. 창업자인 페이리드는 “기존 식당은 이윤이 적고 직원들의 이직률도 높은 데다 손님들이 느끼는 팁 부담도 만만찮지만 스파이시는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고 팁도 안 받기 때문에 7.5달러(약 8500원)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면서 “주인과 고객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식당”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음식 가격이 싸다고 하더라도 맛이 없으면 고객이 찾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마티는 유명 스타셰프인 대니얼 불러드와 샘 벤슨에게 요리를 배웠다. 스파이스의 메뉴 구성, 재료와 맛, 조리시간을 이들 스타세프가 설계했다. 또 다른 창업 멤버인 루크 슐레터는 “주방 로봇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고, 사람이 없으면 로봇 주방은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인간과 로봇이 어울려 사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로봇 스타셰프는 지난달 27일 캘리포니아 햄버거 가게인 ‘크리에이터’에 등장한 ‘햄버거맨’이다. 햄버거맨은 미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크리에이터가 개발한 로봇으로, 20개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350개 센서로 사람의 도움 없이 주문부터 재료 손질과 고기 패티 굽기 등 햄버거를 혼자서 만들어 낸다. 피클과 토마토, 양파, 치즈 등의 재료 두께를 ㎜ 단위로, 각종 소스의 양을 ㎎ 단위로 정확하게 넣어 준다. 맛과 품질은 수제버거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맥도널드 빅맥과 비슷한 6달러다. 알렉스 바르다코스타스 최고경영자(CEO)는 “로봇은 요리의 맛이 일정하고, 만드는 속도도 빠르다”면서 “무엇보다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화·수요일만 영업 중인 크리에이터는 이미 7월 주문 예약이 모두 끝났을 정도로 인기다.‘카페X’의 로봇 바리스타, ‘줌 피자’의 ‘존’과 ‘페퍼’ 로봇 등도 커피와 피자 등의 맛을 책임지고 있다. 글 사진 보스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50경기 연속 출루 추신수... 대기록을 향해 전진 中

    50경기 연속 출루 추신수... 대기록을 향해 전진 中

    50경기 연속 출루라는 대기록을 진행 중인 추신수에 대해 미국 언론이 찬사를 쏟아 냈다. 야후스포츠는 15일(한국시간) “죽음과 세금, 그리고 추신수의 출루만큼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고 보도했다. 추신수는 이날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2타수 1안타 2볼넷으로 50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1923년 베이브 루스(뉴욕 양키스)가 작성한 개인 최장 연속 출루 51경기에 1경기 차로 다가섰다. 야후스포츠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올스타(추신수)는 50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며 “1908년 이후로 거슬러 올라가도 이 정도의 기록을 세운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50명뿐”이라고 했다. 이어 “그 명단에는 조 디마지오, 테드 윌리엄스, 루크 애플링, 배리 본즈, 타이 콥, 트리스 스피커가 포함된다”며 “이들은 모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을 뿐만 아니라 50경기 이상 연속 출루를 두 차례 성공한 선수들”이라고 소개했다. 야후스포츠는 “50경기 연속 출루를 한 번 하는 것도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추신수에게는 목표가 또 하나 생겼다”고 덧붙였다. 추신수의 50경기 연속 출루는 2007년 케빈 밀라(52경기) 이후 최장 연속 출루 기록이기도 하다. 추신수는 50경기 연속 출루 기간에 멀티 히트 경기를 18차례 만들어냈다. 무안타에 그친 것은 단 7경기뿐이다. 이 부문 메이저리그 최장 기록은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1949년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수립한 84경기다. 야후스포츠는 “연속 안타 기록과 연속 출루 기록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며 “다만 연속 안타 기록이 좀 더 극적이라는 할 수 있겠다. 투수가 타자와의 승부를 피해버리면 기록이 끊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연속 출루 기록을 길게 이어갔다는 것은 타자가 그만큼 참을성이 있고, 안타를 치지 못하는 날에도 팀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두 기록 모두 훌륭하고 가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토] 샤니아 트웨인, 50대에도 여전한 미모와 각선미

    [포토] 샤니아 트웨인, 50대에도 여전한 미모와 각선미

    가수 샤니아 트웨인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TD가든에서 열린 ‘Shania Now Tour’ 콘서트에서 옆이 트인 드레스를 입고 50대의 나이가 무색한 탄탄하고 매끈한 각선미를 자랑했다. 사진=AP 연합뉴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촉각만으로 걷는 4족 보행 로봇 ‘치타 3’

    촉각만으로 걷는 4족 보행 로봇 ‘치타 3’

    시각이 아닌 촉각만으로 계단을 오르는 4족 보행 로봇의 모습이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김상배 교수팀이 개발 중인 ‘치타 3’(Cheetah 3)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치타 3’는 그 생김새로만 보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스팟 미니’(SpotMini)와 비슷하다. 하지만 시각 센서가 아닌 촉각 센서로만 주변을 감지해 움직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지난 5일 MIT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서 ‘치타 3’는 4개의 다리 관절을 사용해 몸을 크게 비트는가 하면 빠르게 달리거나 제자리 점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계단을 안정감 있게 오르기도 하고 잔디밭이나 자갈밭도 문제없이 걷는다. ‘치타 3’는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한 공간에서 탐색, 구조 등의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만큼 시각에 의존하지 않는 특징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구조 환경에서 특히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트럼프, 대입 소수인종 우대 철폐...‘실력대로’ 하면 한국인에 유리?

    트럼프, 대입 소수인종 우대 철폐...‘실력대로’ 하면 한국인에 유리?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인종의 다양성을 고려하도록 한 소수계 우대 지침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내에서는 인종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처사로 논란이 격화되고 있지만 그동안 흑인 등에 밀려 학업 성적이 우수했음에도 ‘역차별’을 당해온 아시아계가 반사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법무부와 교육부는 성명을 통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대학입시에서 소수 인종 우대 전형을 권고한 지침을 철회한다”면서 “행정부가 의회와 사법부를 우회하는 초법적 지침을 제시했던 것은 잘못”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이 지침 때문에 대학들이 필요 이상으로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미국 대학이 연방대법원이 명시한 원칙에 부합하는 범위내에서 소수인종 우대 입시전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권고했다. 당시 권고안은 “고등교육기관들이 다양한 학생 집단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하는 데 강한 관심을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고 명시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 정책이 법적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방정부의 공식 입장이 되는 것”이라며 “대학들이 기존 지침을 유지하면 조사를 받거나 소송을 당할 수도 있고,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잃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소수 인종우대 정책은 1961년 존 F 케네디 행정부 시절부터 등장해 대입 전형시 소수인종 출신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입학정원의 일정 비율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실시돼왔다. 하지만 역차별 논란도 끊이지 않아 2008년에는 불합격한 백인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이는 흑인(미국 인구의 13%)과 히스패닉(17%)을 위한 우대 조치로,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 기반인 백인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이들보다 교육열이 높지만 인구의 5% 수준인 아시아계 학생들도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은 지난달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에 대한 긍정적 성향, 호감도, 용기, 호의 등 개인적 특성 점수를 지속적으로 낮게 매겨 입학 기회를 줄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보스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학 입학사정 과정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하버드대에 따르면 지난해 입학생 가운데 아시아계 비율은 22.2%, 흑인은 14.6%, 히스패닉 11.6%로 나타났다. SFFA의 주장은 아시아계가 학업 성적 외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미국 대입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이 2009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총점이 2400점이었던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점수를 고려하면 아시아계 지원자는 백인보다 140점, 히스패닉보다 270점, 흑인보다 450점을 더 받아야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입학 전형때 인종적 요인을 고려할 수 없도록 법제화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아시아계 학생 비율이 1992년 25%에서 2016년 42%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실력대로’ 하면 더 많은 아시아계가 명문대에 입학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동안 아시아계의 권리에 별 관심도 없던 백인 보수층이 ‘눈엣가시’였던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을 폐기하기 위해 아시아계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흑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3만 6900 달러로 아시아계(7만 7000달러)나 백인(6만 3000달러)보다 현저히 낮다.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명문대일수록 백인이 입학하기 유리한 구조적 환경을 무시한채 소수인종 우대를 폐지하면 흑인 등에게 고등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법무부에서 소수 인종 우대 지침을 담당했던 아누리마 바르가바는 “학교는 지속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하고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면서 “(기존 지침 철회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커즌스, 골든스테이트 전격 합류…1년간 530만 달러 FA 계약

    커즌스, 골든스테이트 전격 합류…1년간 530만 달러 FA 계약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다마커스 커즌스(28·211㎝)를 영입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3일(한국시간) “골든스테이트가 커즌스와 1년간 530만 달러(약 59억 3000만원)에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커즌스는 지난 시즌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에서 정규리그 48경기에 출전, 평균 25.2점을 넣고 12.9리바운드, 5.4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다. 뉴올리언스에서 활약했던 커즌스는 FA 자격을 얻고 다음 시즌에는 골든스테이트로 옮기게 됐다. NBA에서 최근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골든스테이트는 기존에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랜트, 클레이 톰프슨 등 ‘빅3’에 리그 정상급 기량을 보유한 커즌스까지 보강해 3년 연속 우승의 꿈을 키워갈 수 있게 됐다. 2006년 보스턴 셀틱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론도는 이후 댈러스 매버릭스, 새크라멘토 킹스, 시카고 불스, 뉴올리언스를 거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보행로가 어지럽다

    [노주석의 서울살이] 보행로가 어지럽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올려’ 봤다. 걷기 시작한 이후 보도를 더 많이 ‘내려다’보게 됐다. 자동차를 타면 시선이 건물을 향하지만, 걸을 때는 거리에 눈높이가 맞춰지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띄었다. 노면표지라고 불리는 바닥 안내 표지판이다.서울의 보도환경은 낙제점이다. 불편하고 다분히 위협적이다. 가게에서 내놓은 물품과 홍보물들이 보행로를 3분의1쯤 차지하는 건 예사고, 지하철 환기구가 버티고 있고, 노점상이 난립 중이다. 각종 생활적폐가 도심을 점령하고 있는데도 걷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젠 노면표지까지 등장해 걷기를 방해한다. 얼마 전 북촌에서 시청까지 걷는 동안 발아래 상황을 체크해 봤다. 보행로에는 금연, 걷자 서울, 도심보행길, 한옥길, 인권서울 동판, 한양도성 순성길, 통역존, 보행주의 표시, 자전거길 등 10여종의 노면표지가 부착되고, 설치되고, 그려져 있었다. 여기에 교통, 통신, 전기, 수도관련 기반시설물까지 가세한 도심 보행로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다.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 부과’라는 무시무시한 문구가 적힌 금연 안내판은 사이즈나 디자인 면에서 공포감을 준다. 한때 세계 디자인수도를 선언했던 도시의 위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권위주의 시대 반공관련 표시판을 보는 기분이다. 사람 인(人)자가 디자인된 도심보행길(Urban walkway) 사인은 보행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용도가 궁금하다. 내·외국인에게 이곳이 서울의 도심이며, 보행길이라는 ‘엄청난 정보’를 제공하려고 설치한 건 아니길 바란다. 서울도보관광(SEOULWALKING TOURS)이라는 발자국 두 개가 찍힌 원형 동판도 마찬가지다. 밑도 끝도 없다.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 동판이 왜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른 노면안내판이나 관광안내판 등과 연계되지 않아서 생긴 일일 것이다. 4대문을 둘러싼 한양도성 순성길 지도가 그려진 동판은 그나마 직관적이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북촌 길바닥은 더 어지럽다. 여러 종류의 ‘한옥길’ 노면표지가 뒤섞여 있다. 한옥길이라는 길을 안내하는 것인지, 한옥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것인지 식별할 길은 없다. 삼청동의 한옥길 표지는 차도에 설치돼 있다. 보도용 안내판이 도로까지 진출한 셈이다. 자동차에서 보이지도 않는 안내판을 왜 차도에다 붙였을까? 청계천 광장에서 청계천으로 들어가는 터널식 입구 바닥에는 ‘Language Free Zone’이라는 요란한 바닥글자가 그려져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통역이 된다는 이 안내판은 휴대전화 지도와 통역기로 전 세계를 누비는 시대에 걸맞지 않은 후진국형 편의물이다. 시민의 눈길이 닿는 보행로를 선점하려고 정부부처, 서울시, 자치구가 각축전을 벌이는 듯하다. 그 와중에 서울 도심은 안내표지판 천국이 됐다. 보스턴은 레드라인 한 줄이 도시의 보행안내체계를 상징한다. 런던의 건널목에는 자동차의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RIGHT’ 와 ‘LEFT’ 가 존재할 뿐 보도엔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다. 로마의 보도를 구성하는 검은 사각돌에는 안내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은 첫 임기를 ‘보도블록 10계명’과 함께하면서 성과를 올렸다. 2016년 1월에도 “저는 보도블록 시장입니다”면서 수구초심을 외쳤다. 세 번째 임기는 걷기 좋은 보행길 조성에 걸어 성공하길 바란다. 쾌적하게 걷고 싶다.
  • 글로벌 유통 공령 아마존, 의약품 유통시장 진출에 라이벌 업체 주가 곤두박질

    ‘인터넷 유통 공룡’ 아마존이 온라인 약국인 필팩(PillPack) 인수를 통해 의약품 유통시장에 진출한다. 미국 의약품 유통 시장은 연간 3280억 달러(약 365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28일(현지시간) “미리 분류된 처방약을 가정에 배달하고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약국 필팩을 인수하는 계약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하와이를 제외한 미 49개주 전체에 의약품 유통 면허를 가진 필팩은 만성 성인병 환자처럼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처방약 가정 배달에 특화한 의약품 유통 업체다. 필팩은 매일 정해진 양의 투약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정확한 양의 약품을 포장해 배송하는 것을 강점으로 한다. 지난해 매출액 규모는 1억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수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2013년 설립된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의 스타트업(신생벤처) 필팩을 10억 달러에 인수하는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과 필팩 합병은 관련 규제기관 승인을 받아 올해 하반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아마존의 필팩 인수 조건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아마존이 미 최대 유기농 식품 체인 홀푸드를 인수하는 데 137억 달러 넘게 쏟아부은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적은 투자다. 아마존 월드와이드 컨슈머의 제프 윌키 CEO는 “필팩의 미래전략팀은 제약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기술의 핵심을 결합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생명을 연장하고 시간을 절약하며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의미있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이 필팩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미국 내 대형 의약품 유통 업체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장중에 월그린은 9%, CVS는 8%, 라이트에이드는 11% 추락했다. 대형 의약품 유통 3사 시가총액 중 120억 달러가 증발했다고 미 경제매체 CNBC는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비행 중 시청각 장애 앓는 승객 도운 10대 소녀의 사연

    비행 중 시청각 장애 앓는 승객 도운 10대 소녀의 사연

    “아마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 주 미국 보스턴에서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향하는 알래스카 항공편에 엄마와 함께 탑승했던 10대 소녀가 다급한 기내 방송을 들었다. 기내 승객 중 수화를 할 줄 아는 분, 시청각 장애를 가진 승객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분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클라라 댈리(15)가 손을 들고 나섰다. 댈리는 난독증 때문에 1년 전 쯤부터 미국식 수화(ASL)를 배우기 시작한터였다. 당시 보스턴에 사는 여동생을 만나고 포틀랜드로 돌아오는 길이었던 팀 쿡(64). 선천적 시청각 장애를 앓고 있던 쿡은 보호자도 없이 홀로 비행에 나서 다소 불안한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댈리가 다가와 선뜻 손을 내밀었다. 댈리는 통로에 무릎을 꿇고 앉아 쿡의 손을 잡고 대화를 시작했다. 그의 손에 수화 알파벳(finger spell)을 한 자 한 자씩 적으며 “컨디션이 어때요? 필요하신 건 없으세요?”라고 물었다. 쿡은 댈리와 한시간 넘게 수화를 하며 비행시간과 도착 시간, 그 외 정보들을 습득했고, 조금씩 활기를 되찾았다. 사실 댈리는 이 비행기를 탈 예정이 아니었다. 보스턴에서 LA로 가는 직항편이 취소되면서 오리건주를 경유하는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어쩌면 운명이었던 셈이다. 댈리는 “너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쿡 아저씨와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된 건 운명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아저씨를 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쿡 아저씨는 필요한게 없었다. 단지 적적했고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필요했다. 누구라도 했을 일을 내가 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쿡 역시 “아마 우리는 만날 인연이었다. 그럴지도 모른다”면서 “댈리의 친절함에 크게 감동 받았다. 6시간의 비행 동안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가장 좋았다”고 고마워했다. 한편 같은 항공편에 탑승했던 승객 리네트 스크립너(56)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스크립너는 “그녀의 선행은 세상에 아직 타인을 돌볼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줬다”는 글도 함께 남겼는데, 해당 게시글은 71만 건이 넘게 공유됐다. 사진=페이스북(Lynette Scribner, Jane Daly)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존경받는 기업들엔 4가지 비결이 있다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존경받는 기업들엔 4가지 비결이 있다

    애플 11년째 1등인데… 삼성은 외면받는 이유?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은 올해 1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애플은 배터리 게이트, 성능 저하 업데이트에 따른 집단 손해배상 소송 등 각종 논란에 시달렸지만, 11년째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포천은 매년 세계 30여개국 7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임원, 애널리스트 등 3900여명의 평가자 설문을 거쳐 순위를 매긴다. 기업별로 혁신과 인사관리, 자산활용, 사회적 책임, 품질 관리, 재정 건전성, 장기 투자가치, 제품·서비스 품질, 글로벌 경쟁력 등 9가지 항목을 두루 평가한다. 애플은 올해 9개 항목 모두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기업의 위기 속에서도 존경받는 기업 1위를 고수한 애플의 비결은 ‘혁신에 기반한 끊임없는 도전’으로 집약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17일 “애플의 현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달리 ‘혁신보다 관리에 치중한다’는 비판에 봉착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에서 ‘페이스 ID’ 같은 새로운 생체인식 기술을 공개하고 아이폰 기기에만 치중했던 회사를 콘텐츠 회사로 변신시키는 등 ‘애플은 혁신의 대명사’라는 명제를 충실히 지켜냈다”고 진단했다. 애플이 강조한 ‘사회적 가치’ 역시 1위 선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1월 당시 애플은 “향후 5년간 미국 경제 회복, 일자리 창출을 위해 3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해외 페이퍼 컴퍼니의 현금을 다시 가져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동시에 380억 달러에 이르는 세금도 정상 납부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애플의 경쟁사로 꼽히는 삼성그룹은 2016년 35위에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순위에서 사라졌다. 혁신 분야만 놓고 보면 삼성의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수위를 다툰다. 최근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지난해 기준으로 발표한 ‘세계 50대 혁신기업’에서 애플은 1위,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던 삼성은 5위에 랭크됐다. ‘혁신 기업’ 삼성이 유독 존경받는 기업 부문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경영권 승계 및 노조 설립 와해 의혹, 국정농단 사태까지 사회적 신뢰 측면에선 장기간 점수를 잃어 온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투명한 기업경영 면에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재붕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단기간 압축 성장을 겪은 우리나라는 유독 대기업에 대해 ‘정당한 경쟁 대신 정경유착 등 불공정한 수단으로 재벌이 됐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면서 “과거엔 사실인 측면도 컸지만, 이제 이런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고 기업 역시 경영의 글로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 활동의 순수한 결과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결국 사회 전체에도 선순환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이 경영활동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법적 의무를 철저히 지키는 대신 기업활동 영역은 자유롭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윤리연구소인 에티스피어 재단은 매년 ‘윤리적인 기업’ 리스트를 발표하는데, 지난 2016년 흥미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갈수록 직원들의 부정행위 및 소송 건수, 자사의 대응 정보를 자진해 공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재단 측은 “예전 같으면 기업들이 이런 문제들을 기밀로 취급했다면 이제는 투명하게 우려를 표명해 가는 경향”이라고 전했다. 윤리 경영이 결과적으로 경영 성과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단에 따르면 ‘윤리적인 기업’에 선정된 기업들의 경영 성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보다 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관계자는 “시민의식(citizenship), 진실성(integrity), 투명성(transparency) 같은 분야에서 리더십을 입증한 기업은 투자자, 지역사회, 고객 및 직원을 위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 자산’을 1회용으로 취급하지 않고 혁신의 원천으로 삼는 것도 존경받는 기업의 비결이다. 기업의 목적과 철학이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중소기업청이 2016년 모범 기업으로 선정했던 신화철강의 경영철학은 ‘직원은 가족’이다. 경남 창원에서 철강재를 생산하는 이곳은 직원 1인당 해외연수, 포상휴가를 평균 네 차례 다녀왔을 정도로 직원 투자에 적극적이다. 김재판 이사는 이에 대해 “지출 비용 대비 효과를 양적으로 측정하긴 힘들지만 사업 경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지역 기반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인 만큼 직원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할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김 교수는 “결국 인적 자원이 혁신을 가져온다. ‘기업이 곧 사람’이라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우리 기업 활동은 창업주 혹은 기업가 혼자 회사를 만들어 성장시켰다는 ‘신화’에 바탕을 뒀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기업 구성원 스스로 혁신·성장하고 이를 위해 고용 안정과 복지, 사회 기여가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고용주와 종업원이 꿈을 함께 공유하고 직원에게 권한 부여 및 성과 공유가 이뤄져야 기업이 선순환한다는 논리다. 애플의 기업 철학이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기술에 기반한 인류애’인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이폰은 시각 장애인이 마라톤을 하게 하고 아이패드는 자폐증 앓는 아이를 세상과 연결시켜 준다. 윤리활동을 하는 기업의 ‘진정성과 지속성’ 역시 존경받는 기업의 충분조건으로 꼽힌다. 운동화 제조회사 ‘베자’(Veja)는 2004년 창립 이후 지난해까지 전 세계 40개국 1500여개 매장에서 2800만 달러 매출을 올리며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베자는 친환경 유기농 소재 제조와 공정무역에 집중하기 위해 광고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창업자인 세바스티앵 콥과 프랑수와 지슬랭은 “우리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면 늦더라도 제대로, 그리고 뚜벅뚜벅 걸어가자”고 내세우는데, 기업 경영에서 진정성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단면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그래픽 김예원기자 yean811@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라거 같은 에일맥주 vs 에일 닮은 라거맥주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라거 같은 에일맥주 vs 에일 닮은 라거맥주

    “가볍고 청량한 라거 vs 묵직하고 풍미가 짙은 에일.”어떤 스타일의 맥주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대체로 두가지로 좁혀집니다. 맥주의 미덕이 물처럼 술술 들어가는 음용성에 있다고 여기는 이들은 라거 맥주를, 짙은 홉향이나 다양한 맛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에일 맥주를 좋아한다고 대답합니다. 특히 최근 크래프트맥주(수제맥주)가 대중화되면서 “심심한 맛의 라거보다는 ‘에일 맥주’를 더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라거와 에일은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요. 가벼운 맛을 내는 맥주는 무조건 라거이고 묵직한 풍미를 갖춘 맥주는 모두 에일에 속하는 것일까요. 라거와 에일은 풍미와 청량감 등의 ‘맛’이 아니라 발효 방식의 차이에 따라 나뉘어집니다. 발효와 숙성에 관여하는 맥주의 원료는 ‘효모’인데요. 라거는 발효 과정에서 아래쪽으로 가라앉는 성질을 가진 효모를 사용해 발효시킨 맥주를 뜻합니다. 라거를 ‘하면발효’(下面醱酵·Bottom Fermentation) 맥주로도 부르는 이유입니다. 또 라거 효모는 8~12도 이하의 저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라거 맥주를 발효·숙성하려면 효모가 활동할 수 있도록 저온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냉장 기술이 없었다면 라거 맥주는 오늘날처럼 대중화되지 못했을 겁니다. 1300여년 전 독일 뮌헨 근처의 수도사들이 에일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추정되는 라거 맥주를 인류가 19세기 이후에나 즐겨 마실 수 있게 된 것도 그 시기 냉장고가 발명됐기 때문입니다. 반면 에일 맥주에 들어가는 효모는 라거보다 높은 온도인 15~24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또 에일 효모는 활동을 하면서 아래로 가라앉는 라거와는 반대로 위로 떠오르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에일 맥주를 ‘상면발효’(上面醱酵·top fermentation) 맥주라고 하기도 합니다. 에일 맥주는 맥주의 원형이기도 한데요. 인류가 빵에 물을 적셔 맥주를 만들어 마셨던 원시 시대엔 효모의 개념도 없었을 때이니 맥주가 당연히 상온에서 발효됐겠죠. 공기 중에 떠다니는 각종 균들이 ‘빵죽’을 술로 만들어 주었을 것입니다. 이 고대 맥주의 스타일을 분류하면 에일에 속합니다. 이처럼 에일과 라거는 맛이 아닌 발효 방식에 따라 구분되기 때문에 라거같이 뛰어난 청량감을 가진 에일 맥주가 있는가 하면 에일 맥주 못지않은 풍미를 내뿜는 라거 맥주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맥주가 독일 쾰른 지방의 지역 맥주 ‘쾰슈’입니다. 쾰른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세계 3대 성당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웅장한 쾰른 대성당과 그 앞에 펼쳐진 ‘쾰슈하우스’에서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요. 쾰슈는 500㎖가 들어가는 보통의 맥주잔과 달리, 200㎖ 사이즈의 작고 날렵한 원통형 잔에 서빙돼 관광객들의 시선을 더욱 잡아끕니다. 쾰슈의 황금빛 외관과 풍성한 거품을 보면 당연히 라거 맥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쾰슈는 에일 효모를 사용해 만든 엄연한 에일 맥주입니다. 라거 못지않은 음용성 때문에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수십 잔을 금방 비우게 되는 아주 위험한 맥주이기도 합니다. 쾰슈 특유의 깔끔한 뒷맛과 청량감은 라거와 비슷하지만 에일 효모에서 오는 특유의 과일향은 에일 맥주라는 쾰슈의 정체성을 일깨워 주기도 합니다. 에일은 청량함과 깔끔함에 있어 라거를 따라오지 못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다면 쾰슈를 마셔 보세요. 마침 한국에는 독일 ○○사의 ‘○○ 쾰슈’가 저렴하게 수입되고 있어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습니다.에일같이 풍미가 있는 라거를 원한다면 ‘비엔나 라거’ 스타일을 추천합니다. 호박색 외관 때문에 ‘앰버’ 라거라고도 불리는 비엔나 라거는 살짝 볶은 맥아를 사용해 달콤하면서 고소한 풍미를 갖췄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매년 10월 열리는 세계 최대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 기간에 이 비엔나 라거를 즐겨 마십니다. 비엔나 라거는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홉 풍미가 더욱 진해졌는데요.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새뮤얼애덤스’의 보스턴 라거와 뉴욕 ‘브루클린브루어리’의 브루클린 라거가 대표적인 미국식 비엔나 라거입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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