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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민의 막론하고] 박정희와 비스마르크/북유튜버

    [정승민의 막론하고] 박정희와 비스마르크/북유튜버

    한국 현대사에서 10월은 정치적 포연으로 매캐하다. 대구 10·1사건, 여순 10·19사건과 같이 이념적 대립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헌정 사상 첫 번째로 국회의원직에서 쫓겨난 김영삼 제명이 4일에 이뤄지고 곧바로 부마민주항쟁이 16일부터 일어났다. 불과 열흘 뒤 ‘박정희 대통령 유고’라는 시커먼 제목이 모든 신문 1면을 도배했다. 오곡백과가 풍성한 가을철에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공교롭게도 이 모든 정치적 사건은 박정희와 무관하지 않다. 대구사건에서 친형 박상희가 숨졌고 여순 사건의 여파로 숙군 대상이 됐다. 야당 의원 제명과 부마항쟁은 정권의 몰락과 그 자신의 죽음을 가져왔다. 철옹성 같던 박정희 유신체제를 붕괴시킨 사건이 부마항쟁이다. 직접 현장을 돌아본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살해하는 방아쇠가 됐지만 10·26의 후폭풍에 휩쓸렸다. 게다가 몇 달 뒤 광주에서 참극이 벌어졌다. 광주의 비극이 너무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더욱이 부마항쟁의 도화선이 된 김영삼이 3당 합당으로 지역 기반을 보수화시키면서 잊혀진 민주화 운동이 됐다. 흥미로운 것은 항쟁이 일어난 부산, 마산이 박정희 정권 지지기반인 경상도라는 점이다. 당시 보안사령부는 부산을 대표한 정치인 김영삼의 제명으로 소(小)지역감정이 불거져 시위가 극렬해졌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중앙정보부는 세금과 고물가 등으로 분노한 시민들이 데모대에 합세해 전국적으로 저항이 확산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연행자 중 대학생은 10% 남짓했다. 시민들은 시위대에 주먹밥과 콜라를 주고 집이나 상점에 숨겨 줬다. 가난의 사슬을 끊어냈다는 ‘단군 이래 최고 성군’에게서 민심은 완전히 척을 진 것이다. 왜 박정희는 역사의 무대에서 강제퇴장당했을까.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비스마르크 비판이 단초가 될 수 있겠다.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19세기 후반 독일을 통일하고 제국을 건설한 민족영웅이다. 30년 가까이 수상으로 군림하면서 철혈정책으로 부국강병을 달성했다. 그러나 베버는 바로 비스마르크의 통치가 독일 역사에 종말을 고할지 모르는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독일의 문제는 언론이나 다수결이 아니라 철과 피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비스마르크의 독단과 독선은 의회의 기능을 무력화시켰다. 보호관세 정책으로 경제를 신장시켰으나 지주귀족과 군부에 의한 정치적 구태는 개혁하지 않았다. 그의 집권 기간 동안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발전한 공업국이 됐지만 내정은 억압과 강압 일변도였다. 비스마르크는 정치인들의 상호 반목도 조장했다. ‘임자 뒤에 내가 있어’를 거듭하며 2인자를 키우지 않았다. 국민을 훈육 대상으로 보고 비판의식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통일이 되고 제국으로 커진 마당에 통치의 철학과 방법을 달리해야 하지만 여전히 권위주의, 관료주의, 군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무리 비스마르크가 산업화를 완성하고 강대국을 만든 업적이 위대하더라도 국민의 자유와 의지를 억누르는 일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 베버의 지적이다. 왜냐하면 시민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정치적 모델을 형성하지 못하는 국가는 언제든지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력증강에만 치우친 비스마르크의 실적은 독일에 독이 됐다. 무지한 벼락부자처럼 반대세력을 억누른 정치적 미성숙은 제1차 세계대전의 패망과 뒤이어 나치 정권을 낳게 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박정희 정권 18년은 근대화와 독재가 부딪치는 한국판 비스마르크의 시간이었다. 역사적 공과는 계속 검증돼야겠지만 그의 정치 유산은 여전하다. 엊그제 뽑힌 여당 대선후보의 수락연설에서도 박정희는 호명되고 있다. 좋으나 싫으나 박정희가 빚은 통치 경로를 수십 년이 지나서도 답습하는 한국 정치의 무기력증이 안타까울 뿐이다.
  • [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인종·민족·젠더 따라 갈라진 집단… 나와 다르면 ‘적’일 뿐!

    [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인종·민족·젠더 따라 갈라진 집단… 나와 다르면 ‘적’일 뿐!

    정치적 부족주의/에이미 추아 지음/김승진 옮김/부키/352쪽/2만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했다. 2001년 9·11 테러를 기화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지 20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전쟁을 “반복해서는 안 되는 실수”라 규정하면서도, 철수의 주요 이유로 아프간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들었다. 정권을 잡은 탈레반은 혼란상을 극복하고자 이슬람법에 따른 엄격한 사회 통제와 여성 억압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실천은 미지수지만, 어쨌든 아프간의 운명은 이제 그들의 손으로 돌아갔다. 국제분쟁 전문가 에이미 추아는 어쩌면 낡은 키워드가 되어 버린 부족주의를 세계 변화의 전면에 내세운다. 물론 앞에 붙은 ‘정치적’이라는 단어가 이 책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이긴 하다. 미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로 세계를 바라봤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대립과 혐오는 좌우 이념 대립이 아니다. 이념은 사회주의 국가 몰락 이후 거의 사라졌다. 집단 혹은 소속 본능이 이를 대체했다. 적절한 사례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다. 미국은 두 종류의 정치적 부족이 존재한다. 하나는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인식하는 도시, 연안 지역 엘리트 계층’이고, 하나는 ‘교육 수준이 낮고 애국적인 농촌, 중서부, 노동자 계급의 백인’이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던 러스트 벨트 지역 사람들이 후자의 부류다. 두 정치적 부족을 확실하게 나눈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을 견인하는 것을 ‘번영 복음’(prosperity gospel)이라 한다. 부자가 되는 것은 신의 뜻이라는, 한참 오래된 이념 아닌 이념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번영 복음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가진 것 없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신의 축복이 함께하는, 희망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어젠다와 교묘하게 연결된 이 번영 복음은 보수주의자들에게 표를 몰아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호재다. 정치적 부족주의는 미국 내에서만 끝나지 않고 세계를 향해 돌진한다. 인종, 민족, 젠더, 성적 지향 등에 따라 집단 정체성은 더욱 세분화하고, 세계 곳곳에서 이들은 대결 구도를 만든다. 언론은 그 대결구도를 밑천 삼아 기사 팔기에 여념이 없다. 저자는 책을 통해 미국적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지만, 세계 어디에 적용해도, 심지어 우리나라에 적용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들을 보여 준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 지나치게 부족을 강조하다 보니 사회가, 나아가 세계가 온통 극과 극의 대결 장처럼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 부산한 비탈길 골목길 하늘길…테스형 경규형 맛있는 이바구

    부산한 비탈길 골목길 하늘길…테스형 경규형 맛있는 이바구

    서울신문은 13일부터 ‘이우석의 미시(微視)여행’을 3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국내 여행지를 매우 좁게 설정해 현미경처럼 샅샅이 훑어보자는 취지의 코너입니다. 연재를 담당할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은 ‘언어유희의 달인’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여행전문가입니다. 글 곳곳에 심어 놓은 저자 특유의 ‘유머 코드’에 즐겁고 놀라운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부산에 초량동이 있다. 부산역 바로 앞이다. 서울로 따지면 서울역 앞 청파동, 아니 산비탈로 올라서야 하니 후암동쯤 되겠다. 가파른 건 비슷하다. 생각해 보니 목포역 앞에도 유달산이 있다.(왜 역 앞엔 늘 산이 있을까.) 아무튼 초량에 올라가면 부산 역사를 볼 수 있다. 부산역 역사(驛舍)도 보인다. 지명에 산(山)자가 들어가는 부산의 속살이 초량이다. 목포가 항구라면, 부산은 산이다. 부산은 도시 곳곳이 바다에서 수직으로 치솟은 산들이 빼곡하기 때문이다. 부산 산복도로는 그 산(山)의 배(腹)를 가른다. 천국의 계단(stairway to heaven)이랄까. 고개를 들고 엉덩이는 빼고 하늘을 향한 계단을 딛고 하염없이 걸어야만 오를 수 있던 동네에 차로 오르내릴 하늘길이 생겨났다. 산복도로는 멀리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산을 휘휘 감으며 마을을 가르고 하늘과 땅을 나누고 있다. 약 반세기 전 생겨난 부산의 허리띠 산복도로, 그중에서도 초량의 이야기다. ●왜구 침입 잦던 목초지서 19세기말 개항도시 초량은 부산의 원도심이다. 근대도시 부산이란 곳이 생겨나면서 가장 먼저 발달한 마을이다. 지금이야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국제도시로 위용을 당당히 과시하고 있지만 부산은 확실히 조선시대까지는 변방이었다. ‘가마메’란 이름의 부산이 조선 성종 때 부산(釜山)이란 이름으로 문헌에 처음 등장했고 동래(동래, 해운대, 수영 등)와 동평(지금의 부산 도심), 기장현으로 나뉜, 그야말로 촌구석 취급을 당했다. ‘왜구’랬을까? 잦은 왜구의 침입 탓이었다. 16세기 동래도호부로서 경상좌수영과 왜관이 부산포에 설치된 다음에야 부산(사실은 동래)은 뭔가 그럴싸한 도시 기능을 하게 됐다. 조선 후기 들어 조정은 사중면 초량에 왜관과 객사를 세웠고 이곳에서 왜와 외교를 했다. 초량은 그저 교통이 좋은 목초지대일 뿐이었지만 19세기 말 갑자기 주목받았다.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개항장에 속했던 까닭이다. 일제(메이드 인 재팬이 아니다)와 청(효녀 아니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초량은 국제도시의 이미지를 줄곧 지켜오고 있다. 팽창을 노렸던 일제는 철도와 선박편으로 한반도, 대륙과 연결하기 위해 부산을 주목했고 교통 주거 인프라 등 도시개발을 서둘렀다. 간척을 통해 넓어진 초량 일대는 항만(북항)과 철도를 연결하는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가 됐다. 청 역시 중앙부두와 철도 건설로 생겨난 일자리를 찾아온 자국민 ‘쿨리’(苦力)를 위해 청관을 세웠다. 지금도 초량 부산역 앞에는 차이나타운이 남아 과거 조계지 시절의 근대사를 엿볼 수 있다. 처음엔 ‘남의 문화유산답사기’였지만 지금은 우리 역사가 됐다. 한국전쟁은 부산에 인구가 대거 유입되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10만여명에 불과하던 부산에 피란민이 몰려들며 무려 140만명이 모여 사는 대한민국 임시수도가 되니 당장 거주지가 태부족이었다. 산기슭밖에 없었다. 너도 나도 산에 올라가 판잣집을 지었다. 물론 초량 뒷산에도 올라갔다. 하늘까지 층층 이어진 달동네가 생겨나게 된 사건이다.●백제병원·남선창고… 사람·돈 돌던 이바구길 높이 올라가면 그 역사가 자세히 보일까 싶어 초량을 올랐다. 해발 0m 근처인 부산항, 부산역에서부터 400m 남짓한 구봉산으로 오르는 길. 그 옆이 초량(草粱)이다. 부산역에서 길을 건너면 ‘초량 이바구길’이 시작된다. 부산시와 동구청이 부산의 옛 ‘이바구’(이야기의 사투리)를 들으며 시티투어를 하는 관광 코스로 지정했다. 재미나고 놀라운 이야기가 많이 숨어 있다. 지금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가 득실한 해운대와 비교하자면 낡은 원도심 마을이겠지만 애초 초량은 사람도 돈도 돌던 곳이다. 한국전쟁 전에는 함흥과 원산 바다에서 내려온 배가 초량(그때는 이 일대가 바다였다) 앞에 대고 명태며 고등어를 쏟아냈다. 그래서 이곳에 있던 수산물 창고를 북선(北船) 창고라 불렀다. 선창 일거리만 해도 넘쳐났다. 전국에서 생선 장수들이 몰려들고 청요릿집엔 손님들로 바글바글했다. 전쟁 후 북선 창고는 남선 창고로 이름이 바뀌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최대 수산물 유통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일제가 물러가고 미군이 상륙하면서 ‘빠’니 ‘비어-홀’이라고 부르는 술집들이 가득한 ‘텍사스촌’이 초량에 생겨났다. 말하자면 서울 이태원 격이다. 이곳을 통해 나온 달러와 군수물자가 부산 국제시장은 물론 전국을 돌았다.‘이바구길’은 초량 외국인 골목에서부터 출발한다. 차이나타운 아래로 러시아 키릴문자와 필리핀 간판이 가득한 유흥가를 그냥 지나치려고(정말이다) 했지만 이곳에 ‘이바구’가 숨어 있다. 1927년 최용해가 지은 첫 근대식 개인종합병원 구 백제병원(국가등록문화재 제645호)이 초량 외국인 거리에 있다. 김해 출신인 최용해는 일본에서 의대를 나와 일본인 아내와 함께 부산으로 건너왔다. 동양척식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당시 부산에서 최고 높은 5층 벽돌건물을 짓고 백제병원(그런데 왜 신라병원이 아닐까?)을 열었다. 처음엔 병원이 잘됐지만 돌연 사건이 터졌다. 관리들이 데려온 행려병자 시체를 병원 4층에 보관했던 것이 들통났다. ‘돈 없는 환자가 가서 죽으면 시체를 병원에 두고 표본으로 쓴다’는 소문이 돌았다. 겁을 먹은 환자들이 외면하며 급격히 상황이 어려워졌다. 결국 최용해는 일본으로 야반도주했다. 이후 백제병원은 대형 청요릿집과 예식장 등으로 바뀌었지만 모두 사라졌다. 그나마 여지껏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차라리 다행이다. 현재는 1층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건물은 일부 허물어진 역사의 잔흔 그대로이지만 그 안을 채우는 커피향만큼은 세련되고 파릇하다. 부산시는 백제병원을 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때 부귀영화를 누렸던 남선 창고는 현재는 사라지고 없다. 창고를 가득 채웠던 명태처럼 온데간데없지만 상업과 물류의 지력(地歷)만큼은 여전하다. 우연인지 그 자리엔 현재 할인마트가 생겼는데 옛 창고의 담벼락 일부만 남았다. 1900년대 생겨난 국내 최초의 근대 물류 창고였던 남선창고는 노르웨이 베르겐의 ‘브뤼겐’(한자동맹 중심지)처럼 당시로선 엄청난 규모의 물류조합을 운영하며 명성을 떨쳤다. 전국에 명태를 공급하던 곳이지만 직접 명태를 서울로 공급하는 경원선이 개통되고, 초량 앞바다가 매립된 후 해운 물류 중심이 부산항으로 옮겨가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 누가 알았으랴, 바다가 사라질 줄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반대가 되니 좋은 뜻만은 아닌 듯하다. 여기까지만 평지다. 이제 산길을 올라야 한다. 초량초등학교 담벼락에는 옛 마을의 서정성을 노래한 이야기들이 그려져 있다. 초량초교는 전통이 오랜 곳이다. ‘소크라테스의 아우’인 가수 나훈아와 코미디언 이경규, 음악감독 박칼린이 이 학교를 다녔다. 아, 나훈아의 ‘테스형’은 다른 곳을 나왔다. 아테네 아고라에서 토론을 통해 공부했다. 초량초교 동문 선후배인 이들은 각각 1947년생, 60년생, 67년생이니 시대는 달랐지만 초량의 변화 속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며 꿈과 재능을 키웠을 것이다. 대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초량에는 ‘명태 눈깔을 빼먹으면 노래를 잘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남선 창고가 있던 곳이니 예능인을 많이 배출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노래를 잘 부르는 미래의 가수를 위해 누군가는 눈깔이 없는 명태를 먹었다.●168계단 줄기 삼아 작은 골목 가지처럼 연결 길가에는 1893년 지어진 초량교회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신사 참배 반대를 이유로 죽임을 당했던 주기철 목사가 있었던 교회로 개신교에선 뜻깊은 장소로 알려졌다. 한강 이남 최초의 교회로 무려 130년 가까이 됐다. 초량은 얼마나 신식 문물이 빨리 들어온 곳이었나. 길은 가파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이따금씩 부는 바닷바람이 땀을 식혀 준다. 제주 올레길처럼 이바구길에는 곳곳에 쉼터가 있다. 쉼터 역시 옛 분위기가 오롯이 남아 있다. 딱 추억 속 ‘점빵’ 풍경이다. ‘이바구 정거장’에선 국수나 음료를 팔고 ‘168 도시락국’에선 시락국밥과 추억의 도시락을 판다. 쉬어 가며 감성도 충전할 수 있다. 168이란 숫자의 의미는 가게에서 나오면 바로 알 수 있다. 하늘까지 뻗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높은 계단길이 쉼터 앞에 펼쳐진다. 고개를 끄덕여야 할 만큼 눈에 꽉 들어찬다. 우물가부터 산복도로까지 이어진 계단이 아찔하다. 168개의 계단이다. 페루 마추픽추의 계단과 닮았다.계단을 큰 줄기 삼아 양옆으로 작은 골목이 가지처럼 이어진다. 초량사람들이 물을 긷기 위해 오르내리던 168계단은 초량 마을을 이어 주는 동맥이며 소통의 통로다. 지금은 모노레일이 생겨나 ‘도가니’에게 미안하지 않다. 기계 레일 탓에 정취는 덜하지만 인정은 여전하다. 이곳에서 만나는 이웃들은 어김없이 인사를 나눈다. 관광객들도 인사를 하지 않으면 어색할 만큼 모노레일 캐빈 속 공간은 따스하다. 소통이란 이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 중간에 내리면 168빵카페가 있다. 고소한 빵과 커피 향에 이끌려 저절로 내리게 된다. 일명 ‘홍신애빵집’이라 불리는 곳이다. 요리연구가 홍신애씨가 차렸다. 홍씨는 초량 여행을 많이 다닌 듯하다. 테라스에 의자를 놓고 갓 구워 낸 빵 조각을 씹는 그 순간이 초량 이바구길 여행의 딱 중간쯤 된다. 영락없는 전망 휴게소 역할이다. 옆길로 새면 김민부 전망대가 나온다. 고교 1학년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천재 시인 김민부를 기린 이름이다. 그는 이 집에 살았다. 전망대는 실로 근사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푸른빛을 띠는 바다를 두고 아래에 다닥다닥 이어진 작은 집들의 지붕을 통해 ‘부싼 싸람’의 진면목을 내려다볼 수 있다. 그는 지금 보이는 저 바다를 그리며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라고 ‘기다리는 마음’을 노래했을 것이다.●블록 쌓아 올리듯… 만화같은 산동네 지붕들 옥상마다 놓인 파란색 물탱크, 허공을 가르는 목욕탕 기둥들 사이로 하늘을 향해 난 계단, 블록을 쌓아 올린 듯 차곡차곡 이어진 집들이 만화 같은 산동네 풍경을 이루고 있다. 우리 집 지붕이 남의 집 마당이 되고 또 우리 마당은 아랫집 지붕으로 이어진 길이 되는 반도체처럼 집약된 집 더미. 전란을 피해 내려와 산에 살기 시작한 사람들, 반세기가 지나니 말씨도 마음씨도 진짜 부산 사람이 되었다. 높이 오르니 부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보였다. 여기서 좀더 오르면 산복도로가 나온다. 수직적인 길로 이뤄진 산동네를 모두 수평으로 꿰는 넓은 신작로. 비행기처럼 높은 길을 달리는 버스는 뒤뚱뒤뚱거리며 부산의 허리를 연결한다. 산복도로 곳곳에 수려한 전망이 펼쳐진다. 산복도로에서 바라본 경치란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하다. 바다와 항구, 마을과 철도, 교량과 배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란 것은 어디서 또 찾을 수 있을까. 여기다 ‘유치환의 우체통’ 등 곳곳에 깃든 이야깃거리는 서정성과 낭만까지 곁들여 있다. “여봐요, 백신은 맞았나요?” 1년 후 나의 미래로 보내는 편지를 썼다. 과거 추억이 서린 풍경을 바라보며 현실 속 걱정을 함께 적었다. 세상을 내려다보며. 좀더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면 마음속 무엇이 현실에 투영돼 겹쳐 보인다. 산복도로에서 보는 세상은 초고층 마천루 호텔방에서 담는 ‘근사한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우체통 앞에선 상상의 나래가 활짝 펴진다. 늘 힘들게 오르내리지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먼 바다를 바라보며 꿈을 키웠을 어느 이름 모를 초량의 아이를 떠올려 본다. 그 아이는 어떤 감상을 마음속에 쌓아 가며 자랐을까. 부산에 대한 추억이란 것이 전혀 없다 할지라도, 무슨 영화 속 이야기일지라도 상관없다. 연인과, 가족과 함께 이곳 이바구길을 함께 걸으며 초량이 지켜온 반세기의 이야기들을 듣고 살며시 뭔가를 상상해 본다면? 그 포근한 이야기란 차가운 유리투성이 도시의 것보다는 썩 좋을 듯하다. 바다로 열린 청마의 우체통에선 많은 상상들이 미래로 전송되고 있다. 글 사진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초량 여행 체크리스트 뭘 먹지? 50년 부산 중심지 초량엔 먹거리가 많다. 부산에 사는 이도 부산을 오가는 이도 초량을 찾아 대선 소주잔을 기울여 온 세월이 켜켜이 쌓인 까닭이다. 산복도로에서 더 올라가면 360도 전망의 구봉산 초량공원, 길을 따라 내려오면 돼지불고기를 파는 기사식당 거리와 만난다. 일명 ‘불백거리’인데 값싸고 푸짐한 식사를 즐길 수 있어 택시 기사뿐 아니라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찾는다. 좀더 내려오면 이름난 초량 돼지갈비 골목도 있다.은근히 잘하는 고깃집이 많은 곳도 부산이다. 그렇다. (서울 사람들이 생각하듯) 부산 사람은 아침에 회를 먹고 점심에 생선구이, 저녁에 곰장어 등 생선만 먹고 살진 않는다. “집이 부산이세요? 그럼 집에 배 있겠네요?” 식으로 사고하는 것에 대해 부산 시민들은 매우 어이없어 한다. 구석구석에는 돼지국밥집, 시락국밥집, 유명한 밀면집도 있다. 전국 민물 양식장에서 ‘부산 갈메기’들을 죄다 쓸어 왔는지 문전성시를 이루는 메기탕집도 있다.168빵카페=부산 동구 영초길 191번길 8-1. (010)9330-8544. 168도시락국=부산 동구 영초길 191. (051)714-2619 소문난불백=부산 동구 초량로 36. (051)464-0846 초량밀면=부산 동구 중앙대로 225. (051)462-1575. 은하갈비=부산 동구 초량중로 86 (051)467-4303. 우리돼지국밥=부산 동구 초량로 27-1번길 (051)468-5623. 초량메기탕=부산 동구 초량로 15. (051)464-3398. 어딜 가지? 초량은 범일동, 보수동, 중앙동 등과 이어진다. 영화 ‘아저씨’ 촬영지로 유명한 범일동 매축지 마을은 좌천역에서 나와 육교를 건너면 된다. 격렬하게 매운 떡볶이와 조방낙지로 유명한 곳도 범일동이다. ‘범죄와의 전쟁’ 촬영지인 중앙로는 부산역 쪽으로 건너면 나온다. 어쩐지 익숙하다 할 거다. 맞은편에는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등장한 보수동 계단이 있다. 헌책방 거리와 자그마한 카페들이 있어 요모조모 둘러볼 것이 많다. 여행상품은? 반값 할인을 뜻하는 ‘반할부산’은 열차와 연계한 다양한 부산여행상품 ‘진짜부산트레킹’을 판매한다. 원도심투어를 비롯해 흰여울마을과 달맞이고개, 황령산 등 다양한 지역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1899-2550. 초량 이바구길 투어는 부산여행특공대(busanbustour.co.kr)에서 당일(반나절) 버스투어 상품으로 판매한다. 일정은 오전 9시 50분 부산역 이바구버스 정류소 앞 집결 후 증산전망대, 유치환의 우체통, 초량 168계단&모노레일 탑승, 초량 1941, 초량전통시장(불백골목) 경유 낮 12시 30분 부산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2만원. (051)469-4113.
  • 국힘은 ‘도로 새누리당’? 초선 반발에도 역주행

    국힘은 ‘도로 새누리당’? 초선 반발에도 역주행

    홍준표 “역사 단절시킨 집권은 위선”김재섭 “쓴소리 굉장히 많이 들었다”초선 김웅 당권 도전하며 주호영 비판“김종인 쫓겨났다는 모욕 느꼈을 수도”‘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맞은 국민의힘에서 보수 몰락의 씨앗이 됐던 탄핵 부정과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초선 김웅 의원이 당대표 도전에 나서는 등 소장파들이 ‘도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흐름을 견제하는 모양새이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복당을 타진하고 있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부끄러운 부모도 내 부모”라며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공과를 안고 더 나은 모습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을 생각을 해야지, 그분들과 단절하면서까지 집권을 꿈꾸는 것은 위선이고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옛 친박(친박근혜)계인 서병수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많은 국민들은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며 탄핵을 부정하는 듯한 주장을 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도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사면을 정식 건의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탄핵과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민심 회복과 반복되는 보수 분열을 막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당을 떠나자 사면과 탄핵 부정 주장이 터져 나오며 혼란상을 연출하고 있다. 청년 정치인인 김재섭 비대위원은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 불과 일주일이 지나서 사면론을 꺼내는 건 ‘저 당이 이제 좀 먹고살 만한가 보다’라는 인상을 준다”며 “국민의힘이 과거로 돌아가려 한다는 쓴소리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탄핵 부정 및 사면론이 분출되자 소장파가 직접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초선 대표 주자인 김웅 의원은 전직 의원 모임인 마포포럼 강연에서 “당대표가 되면 100억원 자금부터 구해 오겠다”며 “그 자금으로 서민 교수, 김경률 회계사, 진중권 전 교수 등을 끌어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 지역 5선이자 가장 강력한 당권 후보인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퇴임 과정과 관련해 “쫓겨났다는 모욕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면서 “다시 모시는 일 없게 하겠다면서 박수쳐 버리고 갔다.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 앞에서 주 원내대표가 자강론을 강조하며 ‘다시 모실 일이 없게 하겠다’고 말한 일을 거론한 것이다. 김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해 마포포럼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무모한 도전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다만 김 전 대표는 “우리를 꼰대 수구꼴통으로 보지 말라”면서 “초선들은 우리가 누군가를 내세워 배후조종하려 한다고 비판한다는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책 속 한줄] ‘진보’는 왜 팔리지 않았을까/최여경 문화부장

    [책 속 한줄] ‘진보’는 왜 팔리지 않았을까/최여경 문화부장

    나는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그런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럴 리가 있는가. 하지만 나는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거짓 정치 슬로건으로 전락한 ‘민생 개혁’의 내실을 기하는 계기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정치가 답습하고 있는 최대주의는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 간의 이론적 결속력을 공고히 해주는 반면, 이성적 비판에 열려 있지 않은 폐쇄적 사고 체계를 낳는” 원흉이다. 10개 중에 1개만 생각을 달리해도 타도해야 할 적이 되는 정치, 그게 바로 최대주의가 생산해낸 ‘분열과 증오의 정치’다.(231~232쪽) 4·7 재보궐선거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문재인 정권 말기 민주당의 참패를, 진보의 몰락과 보수 가속화로도 해석한다. 우리나라 정치를 보수와 진보로 가를 수 있긴 한가. 보수를 이익 추구 집단으로 몰고 ‘공정’과 ‘공익’을 얘기하면서 뒤로는 똑같은 모습을 보인 그 집단을 ‘진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확실해진 건 지금 유권자는 그 집단을 더 소비할 생각이 없다는 거다. 이념적인 소비를 일컫는 ‘정치적 소비자 운동’으로 한국의 사회 현상을 분석한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인물과사상사)는 1년 사이 극명하게 갈린 유권자의 판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 “야 이 ××들아!” 익산시의원, 공무원에 욕설·막말 파문

    “야 이 ××들아!” 익산시의원, 공무원에 욕설·막말 파문

    전북 익산시의회 조규대 의원이 시청 직원들에게 욕설과 막말을 퍼부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익산시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김태권)은 16일 익산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소집과 더불어 조 의원의 공식 사과 및 사퇴를 촉구했다.익공노는 이날 “올해 초 익산시가 공고한 공동주택 지원 사업에 대한 선정 결과에 불만을 품은 조규대 의원이 관련 업무 직원들을 불러다 놓고 ‘개××’, ‘후레××들’, ‘야 이 ××들아! 고따위로 행정을 해?’, ‘시장실 가서 난리를 피울 테니까, 나쁜 놈들이야 이거’라며 쌍욕을 포함한 막말을 쏟아냈다”고 사퇴 촉고 이유를 밝혔다. 조 의원은 욕설과 막말 파문은 익산시가 추진 중인 노후 공동주택 환경개선사업에서 비롯됐다. 시는 올해 신청 접수 및 현장 조사와 공동주택 지원 심사위원회(공무원 9명, 민간인 2명) 등을 거쳐 20개 단지를 선정했다. 노후 공동주택을 선정해 도로·가로등·놀이터·체육시설 등 주민 공동 이용 시설에 대한 보수·정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 사업비는 총 3억원이다. 이에대해 조 의원은 담당 부서 직원들을 불러 지원대상이 일부 동지역에 편중됐다며 단지 선정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조 의원은 지난 12일 오전 의회 3층 산업건설위원회실에서 담당 계장과 주무관, 과장을 차례로 불러 질타했고 급기야 부시장까지 불러 호통을 쳤다. 이에 대해 익공노는 “해당 사업은 세부심사 기준표에 의해 공정히 채점되고 객관적으로 선정됐다”면서 “본인이 거주한 지역의 공동주택이 적게 선정됐다고 직원들에게 쌍욕을 포함한 막말을 해댄 것은 의사결정 시스템에 외압을 가하려는 시도로 범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태권 위원장은 “선출 권력의 끝을 모르는 오만은 시민과 공직자에게 고통을 주고 시를 위기에 빠뜨리며 결국 자신도 그 오만의 부메랑에 맞아 부패하고 몰락하게 될 것임을 기억하기 바란다”면서 “익공노는 해당 직원들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과는 별도로 행정의 의사결정 과정에 외압을 가하려는 행태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전체 3억원 중 1억 2000만원이 일부 동지역에 편중되는 등 공동주택 지원사업의 대상 선정이 읍·면지역에 대한 배려 없이 균형성과 공정성을 잃었고 심사위원장인 부시장은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질타한 것”이라며 “직원들 면전에 대고 욕설을 한 것이 아니라 전부 나가라고 한 뒤 혼잣말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오세훈 “박근혜 시절 180석 건방 떨다 우파 몰락”

    오세훈 “박근혜 시절 180석 건방 떨다 우파 몰락”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7일 자신에 대해 제기되는 이른바 ‘우파 몰락 책임론’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시절 총선에서 180석 한다고 건방을 떨다가 지면서 몰락한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보수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TV’에 출연해 “어느 정당이, 어느 보수 우파가 싸우다 쓰러진 장수에게 책임을 묻나. 동의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원순 10년 시정’ 책임론에 대해서도 “시장 임기가 10년이었나. 그 사람이 2번 이겨서 10년을 한 것 아니냐”며 “생계형 유튜버들이 그런 식으로 오세훈을 폄하할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말했다. 시장직 사퇴의 계기가 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서는 “당시 당 대표는 홍준표 의원이었고, 실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손톱만큼도 안 도와줬다”고 서운함을 나타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총선 때 경합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광진을 주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했음에도 조건부 정치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 제가 요즘에 그렇게 조롱당하고 산다”고 말했다. 총선 패배 “변명하고 싶지 않다” 총선 패배에 대해서는 “변명하고 싶지 않다. 지명도가 있고 좀 센 사람이 거기 가서 붙으라고 한 게 당의 방침이었고, 철옹성을 깨보고 싶었는데 죄송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 ‘조건부 서울시장 출마’를 둘러싼 비판에 대해선 “그래서 제가 스스로를 ‘정치 초딩’이라고 그런다”며 “만약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제 제안대로 과감하게 들어왔으면, 지지율은 2배로 뛰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서울광장] 난세의 시대정신과 대선/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난세의 시대정신과 대선/오일만 논설위원

    다시 선거 시즌이다. 내년 4월엔 서울·부산 시장 보궐 선거가 있고 2022년 3월에는 20대 대통령을 뽑는다. 시장직의 꿈을 키우는 여야 후보군은 자신의 특장을 살린 ‘정치 상품’을 선보이고 있고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인들도 서서히 몸을 푸는 단계다. 아직 예선전도 치르지 않은 상황이지만 역대 선거에서 봤듯이 당시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는 자가 승리를 거머쥔다. 헤겔은 ‘역사 속에서 스스로 전개시켜 나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신세계’를 시대정신(Zeitgeist)으로 규정했다. 당시 국민 대다수가 가장 염원하는 ‘그 무엇이’ 바로 시대정신이고 이는 국내외 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인 것이다. 우리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6번의 대선을 치렀다. 1992년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은 ‘군정종식’이란 시대의 요구를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이뤄 냈다. 정권교체의 시대적 열망은 1997년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의 성과로 매듭을 지었다. 지역주의에 기댄 3김시대 청산과 권위주의 타파라는 시대적 요구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부자의 꿈’을 실현시키겠다는 경제전문가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에, 경제민주화와 통합의 깃발을 든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에 각각 당선됐지만 모두 구속 수감되는 비운을 겪고 있다. 공정사회 실현이란 촛불혁명의 에너지를 토대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22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의 시대정신은 어떨까. 여야 잠룡들이 저마다 다양한 시대정신을 중구난방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 혼돈 그 자체라는 의미다.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해일이 몰려왔고 잇따른 자영업의 몰락과 실업률 상승 등 경제적 불안정성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수요공급의 논리를 벗어난 부동산정책은 주택가격 급등과 전세난으로 이어져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주도했던 ‘트럼프 시대’의 종언과 함께 바이든 시대가 도래했다.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 역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난세(亂世)나 다름없는 혼란에 직면해 있다. 사회 내부적으로 급격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고 코로나19는 전쟁에 준하는 사태다. 역사학자인 토인비의 말을 빌리면 사회 내부적, 외부적인 혼란을 ‘도전’으로 보고 그에 대한 수습 과정을 ‘응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난세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치·경제 문법으로는 어림도 없다. 4차 산업혁명이 휘몰아치는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 기존 교과서적인 해법으로는 비상한 시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민심을 오독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건 전 국무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선거 1년 전에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사례다. 전대미문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민심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어설픈 통합의 구호가 먹히지 않았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구시대와 단절하고 새로운 희망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대신 서민정치나 흉내 내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유사 시대정신’은 결국 허공의 메아리가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21세기 난세는 통섭(統攝)의 시대다. 기존의 단선적인 해법 대신 서로 다른 정책들을 이종 교배해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포퓰리즘으로 공격받던 기본소득이 코로나 재난지원 과정에서 의미 있는 정책으로 발돋움한 것이 대표적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서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는, 창의적이고 참신한 정책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1930년대 대공황에 직면한 절체절명의 시기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통념을 뒤엎은 그의 뉴딜정책은 인기영합의 포퓰리즘으로 비난당했고 심지어 ‘사회주의 정책’으로 매도됐다. 당시 루스벨트는 “부자들을 더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나의 정치철학”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루스벨트와 같은 결기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이끄는 인물이 시대정신을 장악할 수 있다. 국민들은 진보와 보수로 갈린 이분법적 진영 논리의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지지 세력을 볼모로 하는 ‘적대적 공존의 정치’는 더이상 시대정신이 될 수 없다. 작은 목소리라도 국민의 마음을 울리는 그런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oilman@seoul.co.kr
  • 고통 분담vs희생 강요… ‘공정 임대료’에게 묻다

    고통 분담vs희생 강요… ‘공정 임대료’에게 묻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상공인 임대료 공정론에 물꼬를 트자 ‘임대료 멈춤법’부터 ‘세금 멈춤법’까지 극과 극으로 치닫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바로 ‘임대료 감면법’ 추진을 공식화했고, 정의당은 한술 더 떠 ‘대통령 긴급재정명령으로 임대료를 즉시 경감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야당인 국민의당은 또 국민을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나눠 편가르기한다고 비판했다. 인터넷에서도 임대인은 봉이냐, 재난지원금도 받는 임차인만 이중 지원하는 게 맞냐며 역시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약자인 임차인은 선(善), 강자인 임대인은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에 근간을 두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15일 임대료 공정론이 ‘선택적 공정’이 안 되려면 정부와 임대인, 금융권을 비롯해 이해관계자들이 고통 분담을 함께 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당 법안에 담긴 것처럼 임대인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겨 희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정부가 우선 임대인을 위한 과감한 세금 인하나 임대료 직접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캐나다와 일본, 덴마크 정부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임대료를 직접 지원했다. 특히 캐나다는 수입이 70% 이상 줄면 임대료를 65%까지 보조해 줬고, 봉쇄 조치로 타격이 심할 땐 90%까지 임대료를 지원했다. 정부는 그간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추면 세액공제를 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펼쳐 왔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생색내기일 뿐 임대인의 동참과 협조를 요구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세제 지원뿐 아니라 직접 지원이나 융자 차원에서도 추가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남의 일’로 여겼던 금융권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 중소상공인들이 몰락하면 대출을 해준 은행들도 결국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융자가 있는 상가엔 이자 유예로 지원해 주고, 생활형으로 임대료를 받는 사람들은 직접 지원해 줘야 한다”며 “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대인들에게 임대료를 못 받게 하면 역으로 불공정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코로나 전쟁’에서 자영업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임대인의 양보도 필요해 보인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외국에는 외부 원인 때문에 임대료를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를 깎아 주도록 의무화하는 제도가 있다”며 “우리도 임대료를 인하해 주는 미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전월세 세입자를 위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임대차 3법’이 되레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더군다나 임대료 강제 인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만약 이런 제도(임대료 감면법)가 시행된다면 부동산 임대인은 임대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만큼 임대료를 올려서 계약하게 된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대료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코로나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재정으로 직접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정책 효과도 낮고, 경제 왜곡 현상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진중권 페이스북 활동 중단하나…“정권 비판 지식인 많이 생겨”

    진중권 페이스북 활동 중단하나…“정권 비판 지식인 많이 생겨”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페이스북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 활동 시작할 때 계획했던 것은 민주당의 ‘프로퍼갠더 머신’을 파괴하는 것”이었다며 “서민, 김근식, 윤희숙, 조은산 등 이제 정권 비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퇴장했고,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뉴스공장’은 남아있지만 그와 함께 활동했던 나꼼수(김어준, 김용민, 주진우)는 자기들끼리 싸운다고 진 전 교수는 덧붙였다. 김용민 이사장이 주진우 전 기자에게 공개적으로 ‘윤석열 총장편’이라며 문제 제기를 했다. 이어 그는 진보지식인들 가운데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 오래 전에 민주당 정권에 등을 돌렸고, 이미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진 전 교수는 선전선동에 능한 민주당의 ‘프레임’을 파괴하는 것이 중요하며, 프레임의 모순을 지적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밖에서 프레임 자체를 드러내야 한다면서 그동안 자신이 한 정권 비판 활동의 목적을 강조했다.또 프레임 공작을 시작하면 여기저기 바람잡이들이 등장해, 여론에 방향을 주려 하는데 시작 단계에서 신속하게 대응해 여론을 특정방향으로 몰아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제는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정권 비판하는 분들은 많으니, 그 일은 다른 분들께 맡겨놓고, 대안 프레임을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하려고 한다”면서 “그 동안 ‘진보의 재구성’이라 불러왔던 작업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의 최종적 형태는 ‘대안’이라며, 프레임 비판의 최종적 형태 역시 ‘올바른 프레임’이 되어야하니 무너진 산업화서사, 민주화서사 다음 이야기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이 시대에 적합한 진보의 상을 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여전히 민주당을 ‘진보’라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올바른 진보’의 프레임이 있어야 민주당의 수구성이 선명히 드러날 것”이라며 앞으로 활동 계획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한국 보수를 향한 바깥의 시선)’,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저들은 대체 왜 저러는가?)’, 일명 조국흑서라 불리는 ‘한번도경험해보지못한 나라’ 등의 책을 잇따라 펴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안철수 “현 정부, 한마디로 부끄러움 모른다”(종합)

    안철수 “현 정부, 한마디로 부끄러움 모른다”(종합)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세연 국민의힘 전 의원이 만나 ‘야권 혁신 플랫폼’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며 보수에 변화를 촉구했다. 22일 안 대표의 유튜브 채널 ‘안박싱’은 이날 ‘안철수x김세연 혁신 토크 1편 -야권 혁신 위해 함께한다’ 영상을 공개했다. 김 전 의원은 대담에서 “지금의 보수정당이라면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심화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보수정당의 이념이었던 데서 훨씬 확장해서 가령 생태주의, 페미니즘까지도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근본적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런 얘기를 들으면 기존 보수정당 주류에선 격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것. 이런 대목에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고, 지금이 몰락의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 대표는 “여야 대결 구도는 호감 대 비호감, 신사 대 꼰대, 민주 대 적폐로, 이 구도가 유지되는 한 이길 수가 없다”며 “소통과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건 양쪽 다 비슷하다. 어떻게 소통과 공감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면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게 야권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혁신 플랫폼 필요성 ‘의견 일치’ 김 전 의원은 “국민 삶으로부터 멀어져 있다고 보이는 정치가 가까이 가서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주는 협력자, 친구 같은 대상이 돼 경쟁하자는 취지로 첫인상을 받았다”고 말했고, 안 대표는 “굉장히 정확하게 말해줬다”고 반색했다. 안 대표는 “현재 제1야당만으로는 정부 여당을 견제하거나 선거에서 승리하기 힘드니까, 그러면 야권 전체가 결국 힘을 합해야지 겨우 비등비등한 정도가 될 것”이라며 “즉, 제1야당뿐 아니라 중도, 합리적 개혁을 바라는 진보적인 분들까지도 다 협력할 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혁신 경쟁 또 혁신 협력을 하기 위한 큰 플랫폼을 만들어서, 이걸 무슨 당을 하나로 합치기보다는 대화, 협력 플랫폼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은 우리 정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응했다. 또 “그 플랫폼에서 추구하는 연대의 수준이 사안별 협력이 되든, 아니면 상시 협의체가 되든, 아니면 주요 선거에서 연합공천이 되든, 아니면 가장 강도가 높은 합당이 되든 여러 가지 협력 수준을 놓고 사안별로 다르게 할 수도 있는 것. 결과보다는 대화 과정에 더 중점을 두고 간다면 지금보단 훨씬 다원적, 합리적 정치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야권 혁신을 위해 안 대표와 힘을 합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김 전 의원은 “정치권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라서 우리나라 공동체 발전을 위해 좋은 마음, 생각으로 임하는 그런 노력에는 항상 힘을 보탤 생각”이라며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훨씬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정치권에서 한발 물러난 입장이다. 구체적인 특정 캠프만을 위해 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나라와 공동체 전체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좋은 방안을 찾아내고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어떤 거든 응원하고 마음을 함께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영향력 있는 분이 생각이 같다는 게 굉장히 큰 힘이 된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분이 한 분 한 분 많아지면 결국은 변화라는 것이 막연하거나 절망적이지 않은, 변화를 바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안 대표 “한마디로 부끄러움 모르는 것” 이날 김 전 의원은 “촛불혁명이라고 하는 탄핵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국민적 여망을 담아 출범한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이후 보인 행태는 이전 정부와 방식이 조금 다를 수는 있을지 몰라도 본질이 과연 다른가 하는 의문을 낳게 한다”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나아가 “예전 정권과 (현 정권이) 다른 면이 하나 있다. 보수 정권에선 국민적으로 많이들 갖고 있는 인식(을 공유하거나), 그로 인한 최소한의 양심에서 우러나는 부분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우린 아무 문제 없다’고 큰소리치진 않았다. 그런 위선의 면이 훨씬 지금 상태선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안 대표도 “한마디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뭔가 능력이 부족해서 일을 잘못하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진보 정권이든 보수 정권이든 ‘잘못됐다’ 사과하고 조치를 취하고 부끄러움을 알지 않았나. 이번 정권만은 그런 모습이 안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권력에 취해 길 잃은 진보의 몰락” 반기 든 진보 논객들 따끔한 일침

    “권력에 취해 길 잃은 진보의 몰락” 반기 든 진보 논객들 따끔한 일침

    “文대통령은 ‘내 사람이 먼저’인 인물”“文정권 정치 프레임은 적대적 공생”진보 세력을 향한 진보 논객들의 따끔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권력을 잡은 진보가 독선에 빠진 채 특권을 누리고 반칙도 버젓이 저지른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신간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천년의상상)에서 문재인 정부에 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책은 올해 1~7월에 일어난 일들을 소재 삼아 30편을 실었다. 진 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말에 그동안의 지지를 내려놨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사람이 먼저’가 아닌 ‘내 사람이 먼저’인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집합 개념을 이용해 “법이 작은 원이라면 윤리는 그것을 포함한 큰 원”이고 작은 원을 뺀 여집합인 윤리적 판단의 영역에서 “지도자의 도덕 역량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사태에서 보듯, 문재인 정권에선 이 부분이 증발했다고 지적했다. 윤미향 의원의 거취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범법만 없으면 문제없다”고 판단한 점을 비슷한 사례로 짚었다. 그는 과거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386세대가 기득권을 쥔 586세대가 됐고, “무능하나 순결했던 진보는 어느새 유능하나 부패한 보수로 변신했다”고 꼬집었다.진보 논객으로 꼽히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도 진보가 권력에 취해 갈 길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지난달 26일 출간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인물과사상사)에서 문재인 정권이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우고 ‘아예 DNA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기본적인 국정 운영과 정치 프레임을 가리켜 ‘적대적 공생’으로 설명했다. 강경한 독선과 오만을 저지름으로써 반대편의 강경한 극우보수 세력을 키워 주고, 이런 구도하에서 다수 대중이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 행태를 낡아빠진 극우보수 행태에 비해 사소한 것으로 보이게끔 해 다수의 지지를 얻어내는 셈법이라는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진보, 권력에 취해 몰락”…논객들의 따끔한 비판

    “진보, 권력에 취해 몰락”…논객들의 따끔한 비판

    진보 세력을 겨냥한 진보 논객들의 따끔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논객들은 권력을 잡은 진보 세력이 자신들만이 정의라는 독선에 빠져 특권을 누리고 반칙을 버젓이 저지른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진보 세력이 그간 비난하던 보수 세력의 모습마저 닮아간다고도 우려했다. 이는 진보 세력의 몰락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신간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천년의상상)에서 문재인 정부에 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책에는 올해 1~7월에 일어난 일들을 소재로 삼아 모두 30편의 글을 실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 등을 거론하고, 이를 두둔한 문재인 정권과 맹목적인 지지자인 ‘문빠’, 그리고 뒤에서 기생하는 정부와 의회 권력을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문 대통령에 관해 “작년까지만 해도 여전히 지지했다. 조국 사태 이후로도 한동안은 그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다. 못된 참모들이 착한 대통령 눈을 가려서 생긴 일이라 믿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말에 지지를 철회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사람이 먼저’가 아닌 ‘내 사람이 먼저’인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이를 윤리와 법의 문제로 풀어 설명했다. 그는 “법이 작은 원이라면 윤리는 그것을 포함한 큰 원인데, 큰 원에서 작은 원을 뺀 여집합이 법적 판단과 별도로 존재하는 윤리적 판단의 영역”이라며 “여기에서 지도자의 도덕 역량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서는 이 부분이 증발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이를 가리켜 “‘법=윤리’라는 ‘야쿠자 도덕’”이라면서 “사업을 합법적으로 한다고 야쿠자가 윤리적인가?”라고 되물었다. 정의기억연대 회계 비리 의혹이 불거진 윤 의원의 거취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범법만 없으면 문제없다”고 판단한 점도 비슷한 사례로 짚었다. 그러면서 “잘못을 해놓고 외려 적발한 이들에게 성을 낸다. 그냥 비리만 저지르는 게 아니라 그 행위가 잘못이라 말해주는 윤리 기준을 건드린다”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과거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386세대가 기득권을 쥔 586세대로 됐는데도, 여전히 착각하고 있어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전히 운동가’라는 이 착란은 나를 지키는 게 곧 운동의 대의를 지키는 것이라는 독선으로 이어진다”며 “무능하나 순결했던 진보는 어느새 유능하나 부패한 보수로 변신했다”고 꼬집었다.진보 논객으로 꼽히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도 진보가 권력에 취해 갈 길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지난달 26일 출간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인물과사상사)에서 ‘부패는 권력의 숙명’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개코원숭이를 대상으로 벌인 실험으로 권력의 중독성을 강조한 로버트슨의 실험을 예로 들었다. 로버트슨은 이 실험에서 “권력이 강할수록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고, 자신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는 성격이 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독단적 교리에 사로잡힌 사람들처럼 대화를 거부하면서 욕설과 모욕 중심의 언어를 구사한다. 그래야 열성 지지자들이 열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를 문재인 정권에 적용해 비판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권이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우고 ‘아예 DNA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권력에 취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은 ‘선한 DNA’를 앞세워 정권 권력을 옹호하며, 그 과정에서 비판자들에게 온갖 모멸적인 딱지를 붙여대는 ‘도덕적 폭력’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좌표 찍고, 벌떼 공격’으로 대변되는 일부 지지자들의 전투적 행태가 문재인 정권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기본적인 국정 운영과 정치 프레임을 가리켜 ‘적대적 공생’이라고도 했다. 강경한 독선과 오만을 저지름으로써 반대편의 강한 극우보수 세력을 키워주고, 이런 구도하에서 다수 대중이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 행태를 낡아빠진 극우보수 행태에 비해 사소한 것으로 보이게끔 해 다수 지지를 얻어내는 셈법이라는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열린세상] 거인의 퇴장/김세연 전 국회의원

    [열린세상] 거인의 퇴장/김세연 전 국회의원

    나는 애플빠다. 2009년 12월 KT가 애플 아이폰 3GS를 출시한 이후 한 번도 아이폰이 아닌 휴대전화를 쓰지 않았다. 1991년 애플의 일체형 PC ‘매킨토시 클래식’을 쓰게 됐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 있었지만, 오리지널 ‘매킨토시’의 3세대 보급형인 ‘클래식’을 쓰는 것은 잡스의 혁신 에너지를 받는 느낌을 들게 했다. 한국 PC시장의 절대 소수자인 맥 사용자로서 겪는 호환성 문제는 늘 감수하면서도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절대 강자 콤비에 대한 무언의 저항을 하면서 뿌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난달 어느 세미나에서 발표자가 자신의 ‘맥북’ 노트북과 빔 프로젝터의 연결이 원활치 않자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애플 쓰면 안 돼’라는 자조 섞인 얘기를 내뱉는 것을 들었다. 환경이 다변화된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하물며 1990년대에는 출판과 그래픽의 전문 디자이너 말고는 애플 기종은 쓰면 안 되는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절대 강자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또 혁신의 아이콘이자 나의 우상이었던 잡스를 응원하기 위해 계속 애플 컴퓨터를 써 왔다. 요즘엔 쓰지 않는 단어가 된 ‘장거리 전화’나 ‘PC통신 서비스’도 한국통신(현 KT)의 독점적 시장 지배에 대한 반항심리가 작동해 줄곧 데이콤과 천리안만 고집했다. 미국 렌터카 업계의 절대 강자인 ‘허츠’를 뒤쫓는 2위 ‘에이비스’의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합니다”라는 광고문구를 보고 마음으로 격하게 박수를 쳤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잘난 사람, 잘나가는 사람에 대한 시기와 질투는 늘 깃들어 있기 마련이라 삼성에 대해서 왠지 호의적인 생각이 잘 들지는 않았다. 삼성이 과거에도 잘나가긴 했어도 지금과 같이 이렇게 압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많은 재벌이 몰락하고 결과적으로 삼성은 국내에서는 비교 불가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 한편 가전시장에서의 삼성ㆍLG의 선의의 경쟁, 자동차시장에서의 현대ㆍ기아차의 선전으로 세계 곳곳에 한국 기업의 광고판이 걸리기 시작했다. 아이폰 쇼크와 노키아의 몰락에 자극받은 삼성이 갤럭시 시리즈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면서 외국인들이 자신의 핸드폰이 삼성 갤럭시라고 덕담과 자랑을 건네면서 내 핸드폰이 아이폰인 걸 보고는 의아해하며 왜 삼성 폰을 쓰지 않느냐고 물을 때에도 ‘한국 사람은 다 삼성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늘 맴돌았다. 요즘엔 무상급식 가지고 논쟁을 안 하지만, 2011년에는 무상급식 논쟁이 뜨거웠다. 대한민국이 고도성장국가에서 성숙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진통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이건희 회장뿐만 아니라 애꿎은 손자까지 이 논쟁에 예외없이 소환돼 수시로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데도 이들에 대해 ‘안됐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2012년 19대 국회에서 남경필 전 의원을 비롯해 뜻 맞는 동료 의원들과 함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구성했다.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막는 제1의 문제가 재벌들의 시장지배력 남용이라 볼 수 있었고, 보수정당에서도 근본 해법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우리 경제의 절대강자인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진보의 과격한 처방보다는 많이 완화시켰지만 이전에 보수정당에서는 내놓지 않던 안을 내놓았다. 절대강자인 삼성에 대해 우리가 동정심을 발휘하진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별세 소식을 접하고도 첨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다음 날, 한 전직 삼성 임원의 추도사를 읽게 됐다. 읽는 내내 계속 울컥하며 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도 그에게 졌던 빚이 있다는 걸 몸의 반응이 알려준 것일까. 후발주자로서 ‘산업의 쌀’인 반도체 산업을 평정한 것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대한민국도 압도적인 세계 1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우리 국민 뇌리 속에 깊이 심어 국가공동체의 DNA를 바꾸어 냈다고 할 수 있다. 한 거인의 집념과 결단이 나라 전체 운명의 경로를 바꾼 것이다. 그가 떠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 난장판 전락한 미국 대선 토론에 “미국 민주주의 위기”

    난장판 전락한 미국 대선 토론에 “미국 민주주의 위기”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처음으로 열린 TV 토론이 난장판으로 얼룩진 광경에 세계 각국이 혀를 내둘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 때도 없는 끼어들기로 토론 진행이 엉망이 된 데다 두 후보 사이에 오간 토론 내용도 꼬투리 잡기 수준을 보인 데 대해 미국의 민주주의가 몰락하는 징조 아니냐는 탄식까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백인우월주의를 배척하지 않고, 대선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미국이 뭔가 잘못됐다’는 진단을 쏟아냈다. “미국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의 슈테판 비에링 국제정치학 교수는 “미국은 언제나 민주주의의 롤모델이었다”며 “민주주의의 모국이 위험한 경로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인 독일마셜펀드의 울리히 스펙 연구원은 “미국 상황이 통제 불능이 돼간다는 게 유럽의 공감대”라며 “이번 대선 토론은 미국 민주주의의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미국 외교관 출신인 존 샤피로 유럽외교협회(ECFR) 국장은 외국인들이 이번 토론을 미국 민주주의 퇴화의 또 다른 신호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각국의 언론도 미국 대선 토론을 보고 우려를 표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사설을 통해 “지난 4년간 트럼피즘(트럼프 대통령의 정치행태)이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하나가 약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이는 다른 모두에게 타산지석”이라고 지적했다. “길거리 싸움 수준”, “고대 로마 격투 수준”각 후보가 정상적인 발언을 거의 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토론 방식도 비판 받았다. 전날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불복 시사, 백인우월주의 세력을 두둔했다는 논란 외에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발언 기회마다 끼어들었다. 사회자의 제지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선토론위원회는 진행자가 후보자의 마이크를 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비롯해 토론 방식을 변경하는 방안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끼어들기에 끌려다닌 토론 사회자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는 인터뷰에서 “밥을 멋지게 잘 지어놓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거기에 재를 뿌렸다”면서 토론회 파행이 미국의 손실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보리스 존슨(보수당) 영국 총리와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의 작년 토론 때 사회를 본 BBC 방송의 언론인 닉 로빈슨은 이번 대선 토론을 “모욕, 방해, 소음”으로 요약하며 ‘길거리 싸움’으로 불렀다.스위스의 일간지인 노이에취르허차이퉁은 “미국이 현재 어떤 상황에 빠져있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은 그 90분(토론이 이어진 시간) 동안 알게 됐을 것”이라며 “전통이 싸구려 TV 리얼리티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언도 “두 후보의 토론이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 격투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이종격투기에 더 가깝다”고 혹평했다. 중국도 “미국 분열상 드러내” 미국의 난장판 같은 대선 토론은 중국에게도 비웃음을 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토론에서 미국이 분열되고 혼란스럽다는 점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의 대변인처럼 행세하고 있는 후시진 글로벌타임스 편집장은 자기 트위터를 통해 “미국 사회의 분열과 걱정, 미국 정치체계가 그 우월성을 점점 더 빨리 잃어간다는 점이 이번 토론에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아프가니스탄 첫 여성 감독 사바 사하르 총격 받고도 목숨 건져

    아프가니스탄 첫 여성 감독 사바 사하르 총격 받고도 목숨 건져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사바 사하르(45)가 수도 카불에서 영화 작업을 하러 이동하던 중 총격을 받고 다쳤지만 목숨에 지장이 없다고 남편 에말 자키가 전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이면서 인권운동가이기도 한 사하르는 25일(이하 현지시간) 카불 서쪽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 중 세 명의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았다. 남편은 사하르가 복부에 총상을 입었지만 수술이 잘 끝났다고 전했다. 피격 당시 사하르의 차량에는 두 경호원, 한 어린이, 기사가 함께 탑승하고 있었는데 경호원들은 총상을 입었지만 어린이와 기사는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까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고 나선 단체는 없다. 사하르가 집을 떠난 지 5분 뒤에 총성을 들었다고 자키는 말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총격을 받고 배에 총알을 맞았다고 말했다고 했다. 현장에 달려갔더니 모두들 다친 채였다. 아내가 응급처치를 받은 뒤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가 나중에 경찰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녀는 경찰관 교육도 받았고 여전히 내무부 소속으로 일하면서 영화 일도 한다. 자신의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일관되게 정의와 부패를 다룬다.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정치 활동가나 인권 옹호자들을 겨냥한 공격이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한편 8년 전 영국 일요신문 옵서버는 사하르가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푸른색이 감도는 눈에 뾰족하고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코에 피어싱한 채 촬영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난 아프간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보수주의자들이 자기 딸들과 아내를 집에 가둬두지 말고 교육을 받거나 돈을 벌거나 나라의 재건을 돕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하르는 작품마다 여자 주인공으로 등장해 탈레반이나 반군들, 마약계 거물 등 악당들에 맞서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우고 있다. 전통의상을 입고는 쿵후 식의 높은 발차기를 구사하고 희생자들을 어깨에 메고 안전한 곳으로 옮기며, 오토바이를 타면서 총을 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살해하겠다’는 식의 협박이 그치지 않고 여배우를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사 배역과 장비, 스태프, 자금을 모두 갖추더라도 여전히 일터는 진짜 전쟁터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매일 아침 집을 떠날 때마다 죽을 수 있고 가족들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덧붙였다. 사하르는 1996년 탈레반이 권력을 쥐고 영화 상영마저 불법화하자 파키스탄으로 피신했다. 그 뒤 미국에 망명을 신청해 2001년 비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탈레반이 몰락하면서 카불로 돌아와 영화사를 설립했다. 2004년 첫 영화 ‘법(THe Law)’ 시사회를 할 때는 소요가 우려돼 영화관 소유주가 경찰들을 부르기도 했으나 소란은 없었고 영화는 뜻밖에 흥행을 했다. 남편과 아이 등 개인사는 말하려 하지 않지만 이미 이혼을 했고, 자신의 직업을 지원하는 가족이나 친지도 엄마를 비롯해 자매 등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고 말한 점을 보면 자키는 새 남편으로 보인다. 사하르는 ”나는 사람들에게 아프간에 전투와 마약, 테러 이상의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다른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울 수 있도록 노력하다가 내가 죽게 된다면 기꺼이 그렇게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설] 지지율 역전 이룬 통합당, 극우세력과 거리 둬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3년 10개월 만에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어제 나왔다. 리얼미터의 지난 10∼14일 주간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0.3% 포인트 내린 34.8%, 통합당은 1.7% 포인트 오른 36.3%였다.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0% 포인트) 안이긴 하지만,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통합당(전신인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포함)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된 2016년 10월 3주 차(새누리당 29.6%, 민주당 29.2%) 이후 처음이다. 정당 지지도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민주당이 더이상 ‘탄핵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에서 통합당(39.8%)이 민주당(31.3%)을 오차범위 밖으로 앞선 대목이 범상치 않다. 일희일비하기 일쑤인 대통령 지지율에 비해 정당 지지율은 느리게 변하는 특성이 있다. 이번 통합당의 지지율 역전이 거의 4년 만에 이뤄진 게 그 방증이다. 이처럼 정당 지지율은 상당 기간 고착화하기 때문에 앞선 정당은 오만에 빠지기 쉽다. 과거 새누리당이 오랫동안 지지율에서 앞서자 ‘총선 공천 옥새 파동’으로 자멸하기 시작한 게 단적인 예다. 민주당이 이번에 지지율 역전을 당한 것도 지난 4월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보여 준 오만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데도 당내에서는 대통령이나 정부를 향한 ‘쓴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하지 않는다면 수년 전 오만으로 몰락의 길에 접어든 새누리당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통합당이 중도층의 민심을 얻은 것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정강정책 1호로 기본소득을 명문화하는 등 좌클릭하면서 ‘보수 꼰대정당’ 이미지를 탈피하려 노력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는 여권의 오만과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통합당은 겸손한 몸가짐으로 철 지난 이념 논쟁보다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민생을 우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면 중도층이 혐오하는 극우세력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 코로나19 전염 우려 속에 지난 15일 열린 광화문 집회에 통합당에서 홍문표 의원과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이 참석한 것은 벌써 민주당에 반격의 빌미를 주고 있다. 비상식적 주장을 일삼고 공동체의 안전을 위험에 빠트리는 세력과 절연하지 못한다면 중도층 민심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음을 통합당은 명심해야 한다.
  • 민주주의는 ‘투쟁·통합’ 두 얼굴 가진 야누스의 정치

    민주주의는 ‘투쟁·통합’ 두 얼굴 가진 야누스의 정치

    이변이 발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던 미래통합당의 정당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질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고한 대세론을 유지하던 이낙연 전 총리의 지지율을 앞섰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으로 40% 이하로 떨어졌다. 이 상황을 호사다마(好事多魔)로 해석해야 할까? 이 상황은 민주당이 넉 달 전 4·15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과 대비되고 두 달 전 60~70%대를 유지하던 대통령의 지지율과도 대비된다. 민주당, 대통령, 이낙연 전 총리의 지지율이 한배를 탄 양상이다. 총선 후 오거돈 사건, 박원순 사건, 윤미향 사건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문제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이 강력한 것인가, 아니면 정당체제가 취약한 것인가?● 한국, 해방 후 75년간 투쟁 일변도 정치 지속 프랑스가 낳은 20세기의 실천적 석학 모리스 뒤베르제가 창안한 이론에 ‘뒤베르제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정당정치에서 소선거구제는 양당제에 가깝고 비례대표제는 다당제에 가깝다는 법칙이다. 현실정치에 잘 맞아떨어지는 말이다. 그러나 소선거구 양당제 정치나 비례대표 다당제 정치의 어느 쪽이 정치 안정에 더 기여하는지에 대해서는 만족할 만한 설명이 없다. 정당정치는 시민혁명 이후 유럽에서 먼저 발달해 근대의 정치 발전과 정치적 안정화에 기여했다. 봉건제가 무너지고 근대가 시작되던 혁명기에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이해관계의 갈등을 조절하는 데 정당과 의회와 선거라는 기제가 유용하게 작용했다. 정당은 좌파와 우파, 자본가와 노동자, 지역과 종교, 언어와 문화를 대표했고 정당정치는 이들 간의 차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사회통합과 정치 발전에 기여했다. 이것이 오늘날 유럽 정치의 모습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이에 비견되는 근대정치의 유산을 만들지 못했다. 유럽이 봉건제의 모순을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으로 해결하면서 근대를 열어 나갈 때 조선은 왕조체제의 내적 모순으로 자멸하면서 결국 일본에 의한 식민지 근대를 강요당했다. 우리에게서 근대는 굴절이자 몰락이었다. 우리는 식민지 근대 위에 해방 후 미국식 현대가 수입돼 중첩되는 제3세계의 보편적 과정을 거쳤는데, 여기에 분단과 전쟁이라는 예외적 사건이 부가되면서 한국 정치의 특수성이 만들어졌다. 그 후 해방 75년이 분단 75년이 됐다. 우리는 해방이 곧 분단인 비극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해방 정국은 근대에서 현대로의 과도기였고 한국전쟁은 그 과도기 정치의 결정판이었다. 한반도는 동포와 형제를 절대 악으로 간주하는 절멸의 정치를 구사했다. 절멸의 정치가 남한에서는 우편향의 극단적 이념 대결로 나타났다. 이념 대결은 군사독재를 낳고 군사독재는 지역 대결을 낳았으며, 부조리와 몰상식과 폭력을 낳았다. 이것이 얼마 전까지 보았던 한국 정치의 원형이다. ● 의회는 투쟁에 대한 ‘백신’ 역할 하는 장치 1987년 6월항쟁은 몰상식한 한국 정치를 혁명적으로 바꾸어 버린 대사건이다. 이 사건의 여파가 노태우 정부의 자유화, 김영삼 정부의 탈군사화,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 노무현 정부의 탈권위주의화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출범으로 역사적 반동화가 시도됐지만 반동의 물결이 6월항쟁의 벽을 넘지는 못했고, 다시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면서 원상회복됐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문제가 있다. 역사적 탈군사화로 독재가 몰락하고 극단적 이념 대결의 시대가 퇴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는 여전히 분단에 기초한 우편향적 이념 구조와 내면화된 지역 대결 구조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구조는 한반도에서 분단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분단국가의 유전자와도 같은 것이다. 그저 분단 구조 위에서 국내외 정세의 영향을 받아 남북 대결과 이념 대결의 강도가 달라지는 정도에 따라 정치적 대결의 양상이 달라지는 정도의 부수적인 변화가 있을 뿐이다. 이것이 한국 정치의 기본틀이다. 한국 정치에 작용하는 최근의 대표적인 국내외 정세는 밖으로는 미중 대결이고 안으로는 대통령 탄핵이다. 미중 대결은 과거의 미소 대결처럼 한국 정치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절대 변수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외생 변수의 특성상 미중 대결이 아직은 한국 정치에 직접 작용하지 않고 다만 미래의 파급력을 미루어 유추할 뿐이다. 반대로 내적 변수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상황은 최근 3년간 우리 정치에 직접 작용하고 있다. 이것을 탄핵정치 혹은 탄핵의 후폭풍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인데 대결정치, 막말정치, 장외정치 등 최근 보았던 동물국회와 식물국회는 탄핵정치의 생생한 사례들이다. 이것은 보수도 아니고 실용도 아닌, 이념도 없고 철학도 없이 그저 편협한 지역주의에 근거한 극우 화풀이 정치 그 자체였다. 탄핵을 인정하지도 않고 탄핵에 반성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미래통합당의 정당 지지율이 올랐다. 오비이락 격으로 몇 가지 정책에서 진보에 버금가는 정책적 선회를 감행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정책적 선회가 어떻게 될지 쉽사리 결론을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미래통합당이 탄핵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우리 정치가 탄핵정치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기에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싶다. 정당 지지율 1위 정당이 앞장서서 동식물 국회를 만들지는 못할 것 아닌가. 뒤베르제는 서구 민주주의를 야누스의 두 얼굴에 빗대서 투쟁과 통합의 정치로 설명했다. 투쟁이 없는 통합은 사기성이 짙다. 반대로 통합 없는 투쟁 일변도의 정치는 자기 파괴적이다. 인간사회에서 이익이 대립하는 한 갈등과 투쟁은 불가피하겠지만 시대와 상황에 따라 갈등의 방식과 투쟁의 장소는 선택할 수 있다. 적벽에서 칼로 싸울 것인지 여의도에서 말로 싸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에서 역사적 진보의 결정적인 증거는 칼을 말로 바꾸고 폭탄을 투표용지로 바꾼 후 의회라 불리는 유연한 상설 전쟁터를 설치해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에 백신이 있는 것처럼 의회는 투쟁에 대한 백신 역할을 하는 장치인데 이 속에서는 투쟁과 통합이 일거에 이루어진다. 중세가 저물어 가면서 신에 대해서 인간이 주목받고 속박에 대해서 자유가 부각되던 인류사 격동의 시절에 뒤베르제가 자유에 대한 논란을 “한 사람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가 시작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끝난다”는 말로 정리했다. 뒤베르제의 자유론은 그보다 200년 앞선 계몽주의 시대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승계한 것인데, 유럽에 비해 자유를 위한 투쟁의 경험이 제한적인 우리로서는 깊이 경청할 만하다. 특히 절대자유를 방종으로 경계하는 제한자유론이 절대권력의 등장을 몰락의 서막으로 간주해 차단하고자 한 제한권력론에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분단·반공 기억 넘어 ‘통합’의 정치 시도 기대 우리는 해방 후 75년 동안 투쟁 일변도의 정치를 했다. 우리 정치사의 투쟁은 남북 대결의 연장이었고 미소 냉전의 그림자였다. 그 와중에도 통합의 정치가 시도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냉전과 분단과 지역주의가 넘사벽이었고 몰상식과 부조리가 장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도 있었다. 미소 냉전구조가 사라졌고 남북 관계도 예전과 다르다.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도 많이 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분단과 반공과 과거의 기억에 기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마침 미래통합당의 정당지지율이 크게 오르고 당의 정강정책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이니 이참에 투쟁 일변도의 정치가 투쟁과 통합의 두 얼굴의 정치로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신화 속의 비판적 야누스가 우리 정치에는 희망일 수도 있겠다. 상지대 총장
  • 마크롱 베이루트 찾아 “개혁 안하면 침몰” 경고가 불편한 이유

    마크롱 베이루트 찾아 “개혁 안하면 침몰” 경고가 불편한 이유

    “오늘 거리의 민심을 들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폭발 참사가 발생한 뒤 6일 각국 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 이렇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적잖이 쌉사래했다. 인도적 지원을 약속하며 인류애를 나누는 차원을 넘어 그의 이런저런 발언들이 지나치게 레바논 내정에 간섭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서다. 옛 식민지로 거느렸던 땅과 민족에 대해 군림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또 하나,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사실은 레바논 국민들이나 베이루트 시민들이 그의 힘을 빌어서라도 무능한 정권을 실각시키는 일이 급선무라고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독립한 지 70년이 훌쩍 넘었지만 오랜 내전과 종파 갈등으로 국가는 몰락의 길로 급전직하하고 있다. 경제는 엉망이고 실업률은 치솟고 있는 판국에 자신들의 힘으로는 이런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여전히 프랑스가 정치경제적으로 작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마크롱 대통령은 베이루트 항구의 폭발 현장을 찾았고, 베이루트 대통령궁에서 미셸 아운 대통령, 하산 디아브 총리, 나비 베리 의회 의장 등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발언 수위가 높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그는 “새로운 정치 질서가 필요하다”거나 “레바논을 위해 구호 기금을 모을 수 있지만 그 전에 지도자들이 개혁을 수행해야 한다”, “은폐되거나 의심스러운 일이 남지 않도록 국제 조사를 벌이겠다”, “(레바논) 중앙은행의 회계감사가 없다면 몇달 안에 더 이상 수입도 이뤄지지 않아 석유나 먹거리도 부족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심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레바논에 대한) 원조가 부패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다”며 “난 새로운 정치적 약속을 제안하려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 ‘데일리스타’가 전했다. 시위대는 그를 에워싼 채 “우리를 도와달라, 당신이 유일한 희망이다. 부패한 우리 정부에 돈을 주지 말라. 우리는 더 이상 이 정권을 감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취재진에게 레바논에 대한 프랑스의 연대는 조건이 없다면서도 “개혁이 이행되지 않으면 레바논은 계속 침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프랑스는 신속한 지원에 나섰다. 참사 다음날 두 대의 군용기와 한 대의 민항기에 수색요원과 응급요원, 위생 및 의료장비 등을 싣고 와 제공했다. 수색요원들은 잔해 제거 및 구조 전문가들이며, 의료요원들 역시 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하다고 프랑스 정부는 설명했다. 네 번째 항공기와 프랑스 해군의 헬리콥터 구축함이 뒤따르고 다음주에는 더 많은 보급품들이 당도할 예정이다. 지난 4일 오후 6시께 베이루트 항구에서는 창고에 장기간 안전하지 않게 보관된 2750t 분량의 질산암모늄이 폭발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해 지금까지 137명이 사망하고 500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재민이 30만명 가량 발생해 각국의 인도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지 통신에 따르면 군사법정에서 정부를 대리하는 파디 아키키 판사는 18명의 항만 및 세관 관리와 유지보수 근로자들이 연행돼 심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레바논 국민들은 6년 이상 질산암모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폭발할 위험성이 높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는데도 이를 방치한 정부당국이 책임을 돌리기 위해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진중권 “윤희숙 연설은 보수의 업그레이드, 한국 사회 진보한 것”

    진중권 “윤희숙 연설은 보수의 업그레이드, 한국 사회 진보한 것”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저는 임차인입니다” 연설과 관련, 보수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3일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희숙 의원이 던진 긍정적 변화에 대해 “보수가 저런 식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가 한 걸음 더 진보한 것”이라며 “바람직한 방향이다”고 했다. 그는 “(윤희숙 의원이 찬사를 받는 이유가) ‘수사학’의 문제로 플라톤의 ‘고르기아스’와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 세 가지 설득의 방식 에토스(말하는 자의 진정성), 파토스(대중의 심리상태), 로고스(논리)가 나온다”며 “민주당의 몰락 역시 먼저 수사학의 몰락으로 나타난다”라고 했다. 여권이 대중의 마음과 점점 떨어지는 메시지를 연발하고 있다는 것.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윤희숙이 모처럼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했고 저쪽에서 전세 없애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서민들 염장에 불을 질러주고 있는데 주호영은 낙동강에 오리알 줍기(위해 움직이는 꼴이 됐다)”며 “빨갱이 타령하는 사람들, 보수의 업보다”고 혀를 찼다. 이어 “이제 누구를 ‘빨갱이’로 낙인 찍어 봐야 잡아가 줄 세력도 없는데 그 짓을 뭐하러 하는지”라며 “국대떡볶이 사장 보라, 애먼 사람한테 빨갱이라 했다가 외려 잡혀가게됐다”고 주호영 원내대표가 ‘빨갱이’ 타령으로 윤 의원이 벌어놓은 점수를 까먹고 있다고 질타했다.진 전 교수가 지적한 ‘주호영의 빨갱이 타령’은 주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올린 페이스북 글을 말한다. 해당 글에서 주 원내대표는 “우리의 국가 권력과 행정 권력은 규제와 과세로 부동산, 특히 강남 아파트 가격을 때려잡겠다고 기세등등하다”면서 “강남 부동산을 잡는데 헌법이 방해된다면, 헌법도 고치겠다는 것이 여당의 책임 있는 분이 내놓은 해법으로 대한민국의 시스템, 헌법을 파괴하는 집권 세력…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우리 세대에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주 원내대표는 “‘내 손과 발로 노동하여 벌어들인 노동 수익만 인정해야 한다’, ‘사적 소유는 모두 국가가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은 150년전 칼 마르크스가 던진 과감한 사회개혁 방안, 공산주의다”고 정부여당의 부동산 임대차3법을 공산주의 정책에 빗댔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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