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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크스·촘스키… 인류사를 바꾼 유대인의 힘

    마르크스·촘스키… 인류사를 바꾼 유대인의 힘

    100명의 특별한 유대인/박재선 지음/메디치/562쪽/2만 1000원 인류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유대인 두 명을 꼽는다면? 하나는 예수일 것이다. 다른 한 사람은? 아마 칼 마르크스일 것이다. 2005년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설문 조사를 통해 마르크스를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선정했다. 마르크스는 철학자·사상가이자 경제·역사학자로 19세기 중반 공산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사상 체계를 창시한 인물이다. 그의 이론은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으로 계승되고 이후 공산주의는 70여년간 맥을 이었다. 영국의 학술지 프로스펙트(Propect)는 현세 최고의 지성인으로 놈 촘스키를 2005년 선정했다. 촘스키는 자신의 전공인 언어학은 말할 것도 없고 철학, 정치학, 역사학, 사회학, 심리학, 수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가를 뛰어넘는 식견을 보인다. 그가 지성인으로 명성을 얻은 또 다른 이유는 전문지식을 쉽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촘스키는 지식을 충분히 소화해 고도의 전문적 식견이 요구되는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어내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역시 유대인이다. 핵무기를 개발해 핵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펜하이머, 조지 W 부시 정부 8년간 미국의 외교와 국방 정책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미국 신보수주의자들의 시조 격인 레오 슈트라우스도 유대인이다. 그 외에도 걸출한 유대인은 셀 수 없이 많다. 영국 제국주의 팽창을 이끈 장본인으로 대영제국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 국제질서의 큰 판을 기획한 20세기 최고의 외교관 헨리 키신저, 세계 경제·금융 대통령 벤 버냉키, 여론과 언론을 움직인 조지프 퓰리처…. “1600만명에 불과한 유대인이 오늘날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하면 과장일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현재 유대인들은 미국을 배경으로 정치·경제·학술·문화·예술 등에서 세계를 이끌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유대인의 족적은 뚜렷하다. 중세 르네상스 운동, 지리상 발견, 국제 금융망 구축, 공산주의 창안 등 세계사의 결정적인 변혁에는 항상 유대인이 있었다. 1901년부터 시작된 113년 노벨상 역사에서 개인 수상 가운데 유대인은 무려 193명(전체의 23%)에 이른다. 책은 각 분야에서 역사·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유대인 100명의 인물 분석을 모은 것이다. 글을 쓰는 데 방대한 자료가 동원됐고 오해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 사실 확인을 거듭했다는 게 전직 외교부 대사를 지낸 저자의 설명이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따뜻한 보수 ‘엄마 리더십’ 통했다

    따뜻한 보수 ‘엄마 리더십’ 통했다

    ‘독일판 철의 여인’(메르켈)이 진짜 ‘철의 여인’(대처)을 제칠 수 있을까. 지난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59) 총리가 3선에 성공함으로써 2017년까지 12년간 총리직을 수행하게 됐다. 이로써 11년간 총리를 지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기록을 깨고 최장수 여성 총리에 이름을 올리게 될 전망이다. 1954년 서독 지역인 함부르크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난 메르켈 총리는 동독으로 이주해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일하다 동독 민주화운동 단체에 가입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정치 입문 15년 만에 2005년 첫 여성 및 첫 동독 출신이자 전후 최연소로 총리직을 거머쥐며 독일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다. 지난 8년간 ‘조용한 카리스마’로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무난히 넘기면서 당파를 초월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굳혀 국민의 지지를 받아 왔다. 특히 대처 전 총리와 달리 노조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사회적 시장주의를 지향하는 ‘따뜻한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도 편안한 ‘엄마 리더십’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그들의 속셈

    뉴딜 정책이 한창이던 1933년만 해도 똑똑한 젊은이들은 공익 또는 평등을 위해 워싱턴으로 몰려들었다. 이런 기조는 1968년 최고조에 이른다. 그러나 레이건이 집권하던 1980년을 기점으로 워싱턴은 부자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우파의 도시’로 변신한다. 저자는 “우파는 좌파의 무능에서 미국을 구하겠다고 하지만 국가를 수익모델로 활용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장사꾼”이라고 말한다. 책의 원제는 ‘난파선원’을 뜻하는 ‘더 레킹 크루’(The Wrecking Crew)로, 자신이 만든 정부를 스스로 파괴하는 보수주의자를 상징한다. 저자는 이전에 내놓은 책 ‘왜 가난한 자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등에서 보듯 보수주의에 비판의 칼날을 높인 진보 논객이다. 보수 행정부는 감세, 규제철폐, 민영화를 통해 정부의 효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임금삭감 또는 동결을 통해 우수 공무원을 내쫓고 업무를 민간에 아웃소싱한다. 정부 업무를 맡게 된 업체들은 보수주의 정치를 위해 거액을 기부하고 이 과정에 부패한 보수 정치인들은 로비스트로 나선다. 1975년까지만 해도 연방 공무원들은 민간 부문보다 10%가량 임금이 적었지만 1987년에 와서는 격차가 30% 가까이 벌어진다. 정부 각료들이 민간으로 이직하고 반대로 민간부문에서 정부로 이동하는 ‘회전문현상’에 가속도가 붙은 것도 ‘레이건 혁명’이 워싱턴을 휩쓴 1981년부터였다. 한발 더 나아가 보수 정부는 아웃소싱 업체를 감독하는 기관을 없애고, 연방기관의 업무에 적대적인 인물을 해당 기관의 장으로 임명하는 교묘한 수법까지 개발해 낸다. 저자는 이러한 부패구조와 생산성, 효율 우선주의 등의 문제가 축적돼 터져 나온 것이 2000년대 발생한 엔론 사태, 리먼브러더스 사태라고 주장한다. 보수의 부패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담합 등의 의혹이 제기돼 4대강 공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고위 공무원을 그만둔 뒤 로펌에서 한 달에 수억원을 받은 인물이 장관으로 임명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에 대한 비판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흘러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도 발견된다. 저자는 연방 공무원들이 1968년 이후 의약품 분야에서 노벨상을 일곱 번이나 수상했는데 보수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았던 기간에는 한 번에 그쳤고, 이는 보수정권이 우수 공무원을 내쫓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 예수도 부처도 더 아끼는 제자 있었다

    예수도 부처도 더 아끼는 제자 있었다

    화염에 휩싸인 건물 안에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17세기 프랑스 대주교이자 사상가인 프랑수아 드 페늘롱. 장차 영향력 있는 인권 옹호서가 될 소설 ‘텔레마크의 모험’을 막 쓰려던 참이다. 다른 한 사람은 평범한 가정부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가정부가 내 어머니라는 사실이다. 철학자 윌리엄 고드윈(1756~1836)의 유명한 ‘사고 실험’의 한 장면이다. 딱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할 것인가. 고드윈은 ‘공리주의 원칙’(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따라 어머니보다 대주교를 먼저 구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연로한 아버지에게 들어갈 비싼 의료비로 굶주리는 아프리카의 아이 10명을 구할 수 있다면 아버지의 생명을 포기하는 편이 윤리적이라는 이야기와 같다. 저자인 스티븐 아스마 미 컬럼비아대 철학과 교수는 “누구를 구할지 뻔하지 않은가”라고 되묻는다. ‘나’라는 단어 속에 소중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한발짝 더 나아가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목을 졸라야 내 아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단언했던 한 윤리학 토론회의 경험담을 늘어놓는다. 농을 던진 저자와 달리 옆에 앉은 가톨릭 사제는 공포로 낯빛이 싹 변했고,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자기 목에 손을 갖다대며 저자를 째려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스마 교수는 자신의 농담이 진심이었음을 깨닫는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남의 죽음보다 내 손가락의 상처가 더 아픈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스마 교수는 ‘무조건적인 공정(fairness)’을 질타한다. 그렇다고 ‘능력에 따른 보상’(보수주의자)에 동의하지도 않는다. “‘공정’이란 말의 개념은 참 종잡을 수 없다”며 “편애가 정말 이기적인 것인가?”라고 화두를 던진다. 달리 말하면 “인간에게 편애는 본능”이란 이야기다. 저자는 예수와 부처의 사례도 언급한다. 예수는 밑바닥의 창녀와 세리, 부랑자들과 함께 식사하며 차별 없는 사랑을 설파했지만 성경에 따르면 가장 사랑하는 제자가 한 명 있었고 측근도 세 명이나 있었다. 부처라고 달랐을까. 사심 없는 자비심에다 하찮은 벌레조차도 공평한 가치의 생명체로 여겼던 부처도 아난다라는 제자를 오른팔처럼 아꼈다. 저자는 “편애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또 포유류의 어미와 새끼가 유대감을 쌓아가는 과정, 옥시토신이란 뇌분비 호르몬의 역할, 감정을 공유하는 집단의 특성에 이르기까지 생물학, 뇌과학, 인류학, 사회학을 두루 섭렵하며 우리가 어떻게, 왜 편애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역설한 공정사회론의 대척점에 놓인 듯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철저히 계산된 이성적 판단이 인간의 삶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기에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독교에선 죄, 불교에선 집착으로 설명하는 시기심이야말로 공정의 이면에 자리한 또 다른 모습이라며, “평등은 시기심에 근거한 구호”라는 프랑스 철학자 토크빌의 말을 인용한다. 저자는 효나 가족애에 바탕을 둔 족벌주의나 부족주의도 잘 활용하면 효율적인 편애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족벌주의(가족)기업의 일처리 능력이 더 뛰어나며,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일반화된 부족 중심의 편애적 자선활동이 생판 모르는 남에게 베푸는 서구의 자선활동보다 더 따뜻하다는 이유에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아이 구했다고 해고… 法의 판단은?

    아이 구했다고 해고… 法의 판단은?

    “아이를 구한 죄로 해고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월마트에서 해고된 셜리 개스퍼의 일성이다. 개스퍼는 사진 현상소에서 일하다가 대마 잎사귀와 마리화나가 나뒹구는 곳에 아기가 기어다니는 사진을 현상했다. 직감적으로 아기의 위험을 감지하고 지역 경찰에 문제의 사진을 제공했다. 경찰이 찾아낸 아기는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아이는 구제됐다. 그런데 개스퍼는 월마트에서 해고됐다. 특정 사진을 경찰에 넘기기 전에 먼저 매장 매니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재판에 선 두 당사자는 모두 ‘이유있는’ 항변을 했다. 개스퍼는 “분명히 아기가 위험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즉시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월마트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규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직원이 문제가 없는 사진도 충동적으로 경찰에 신고할 우려가 있다”고 대응했다. 이런 복잡하고 난처한 사건을 해결하고 이해관계를 풀어내기 위해 마련된 장치가 사법체계이다. 그런데 바로 그 법 테두리 안에서 결국 개스퍼는 직장을 잃었다. 법원 배심원단이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월마트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명백한 선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딜레마를 웅변한 사례다. 미국의 법학자 스티븐 러벳 노스웨스턴 법학대 교수는 신간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조은경 옮김, 나무의철학 펴냄)에서 “정의의 실현과 법의 역할이 과연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진단한다. 러벳 교수는 ‘법과 정의의 딜레마’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으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적시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많다.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하며 젊은 시절 영재로 주목받았고,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투지를 보여주었다. 문화계 보수주의자들에게는 퇴폐적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성을 무분별하게 탐닉했다. 애정행각이 발각된다 해도 자신의 매력과 기지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법정에서 상대보다 자신들이 한 수 위라고 생각했고 자신들이 한 거짓말을 변호사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폴라 존스는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로 일할 당시 자신을 성희롱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클린턴은 능력 있는 변호사 로버트 베넷에게 변호를 맡겨 공격적인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존스 측 변호인단도 만만찮았다. 그들은 의외의 인물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모니카 르윈스키다. 베넷은 르윈스키가 증인으로 나선 것에 대해 클린턴에게 물었으나 “모른다”는 답으로만 일관했다.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증언 선서를 한 클린턴은 모니카 르윈스키와 단둘이 있은 적도, 성관계를 맺은 적도 없다고 차분히 거짓말을 했다. TV에서도, 대배심 증언에서도 거짓말로 위기를 벗어나려고 했다. 결국 르윈스키와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클린턴은 1년간 정치적으로 추락했고,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 오스카 와일드의 실수는 더 치명적이었다. 당시 금지됐던 동성애로 법정에 서게 된 그는 자신의 변호사에게서 남색과 관련해 “엄숙하게 맹세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오스카 와일드가 그런 거짓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재판도 없었고 중노동 2년형을 선고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2006년 10월 지나 무하마드는 미시간주 햄트랙 법정에 들어설 때만 해도 자신의 종교 때문에 소송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법원에서 진실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은 엔터프라이즈 렌터카가 무하마드에게 2750달러 규모의 트럭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에서 핵심 문제는 보수적인 무슬림인 무하마드가 쓴 니캅이었다. 파룩 판사는 “배심원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 니캅을 벗으라고 요구했지만, 무하마드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버텼다. 결국 사건은 기각됐다. 러벳 교수는 학교 교실과 법정을 떠들썩하게 만든 명왕성 논쟁, 작은 소란을 인종차별로 부풀린 하원의원 매키니, 사소한 오리사냥에서 에너지 정책 로비 의혹을 부른 딕 체니 부통령, 보스턴 대교구 성직자 성추행 사건 등 논쟁을 불러일으킨 역사적 재판들을 나열했다. 그리고는 “사법체계에서 주요 참여자로 활동하는 의뢰인, 변호사, 판사 등이 선의를 갖고 있다 해도 올바른 정의란 실현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어느 것이 선이며 악인지, 어떤 가치를 더 우선시해야 하는지 명쾌한 견해도 덧붙였다. 한편의 법정드라마를 보여주듯 화제 사건의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책의 갈피갈피에 ‘법과 정의의 딜레마’가 어떻게 줄타기를 하는지,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숨겨져 있다. 1만 6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식물도 보고 듣고 느끼고 기억한다…그들의 어깨춤이 보이지 않을뿐

    식물도 보고 듣고 느끼고 기억한다…그들의 어깨춤이 보이지 않을뿐

    흔히들 하는 얘기다. ‘식물은 알고 있다’(대니얼 샤모비츠 지음, 이지윤 옮김, 다른 펴냄). 그런데 저자 약력을 보니 주말 아침 클래식 틀어놓고 베란다에 앉아 난 한 촉씩 정성들여 닦으며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도 아니고, 환경문제를 다룬 신문기사를 읽고 상처받은 가이아의 영혼을 위해 울어줄 만한 사람도 아니다. 이스라엘 출신 유전학 박사로 미국과 이스라엘 등지를 오가며 강의하는 과학자다. 그러니까 여기서 ‘안다’란 심미적인, 영적인, 시적인 표현이 아니다. 엄격한 과학적 표현이다. 과학의 외피를 쓴 고등 사기는 또 얼마나 많던가. 그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가지 치기 한번 더 한다면, 엄청난 연구비용이 괜찮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한 선전, 내용이야 어찌 됐건 그날그날 섹시한 리드와 헤드라인에 집중하는 신문쟁이들의 타는 목마름, 과학을 빙자한 정치적 구호와도 궤를 달리한다. 이런 특성은 4장 ‘식물은 어떻게 듣는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 장에서 저자의 타깃은 1973년 출간된 도로시 리탈렉의 ‘음악과 식물의 소리’, 같은 해에 나온 피터 톰킨스와 크리스토퍼 버드의 ‘식물의 정신세계’다. 클래식, 그것도 모차르트를 틀어줬더니 식물이 잘 자라더라는 류의, 그래서 사람들 태교에까지 영향을 끼친, 오늘날 식물 좀 키운다는 사람들이 식물의 신비 운운할 때마다 늘 그 근거로 제시하는 그 책들이다. 저자는 이 책들이 대중적으로 성공했는지는 몰라도, 과학적으로는 ‘꽝’이라 명백히 못 박아뒀다. 그러니까 신문에 나고 대중들은 아주 중요한 연구결과라고 알고 있지만, 과학학술지에서는 외면당하고 ‘과학’이 아니라 ‘뉴에이지 문학’으로 분류되고서야 책 출간이 이뤄졌다는 점을 콕 집어 지적한다. 아니, 식물은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책을 내는 입장이라면 거기에 걸맞은 소재들이나 모아 쓸 일이지 왜 굳이 듣지 못한다는 말을 해놓느냐고? 없는 사실 그럴 듯하니 듣기 좋게 포장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더 재미있는 건 관련 실험에 대한 설명이다. 아, 과학 얘기라고 긴장하기보다 음악 얘기니까 일단 어깨를 가볍게 털자. 음악이니까 그 음악가나 밴드의 대표곡을 속으로 흥얼대면서 읽어 나가면 배꼽 빠질는지 모른다. 리탈렉이 클래식 음악과 ‘대조’한 것은 레드 제플린과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이다. 톰킨스와 버드가 클래식 음악과 ‘비교’한 것은 인도의 시타음악이다. ‘대조’와 ‘비교’가 키워드다. 당연히 록 음악은 식물들에게 해를 끼쳤다. 반면, 영적인 느낌이 충만한 인도의 시타는 클래식과 비슷한 효과를 냈다. “시끄러운 록 음악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반사회적 행동과 연관 있다고 보는 사회적 보수주의자”와 “음악과 물리와 모든 자연이 성스러운 조화를 이룬다는 영성주의자”의 기묘한 만남이다. 이들 만남의 키워드는 과학이나 실험이란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엉성함이다. 1960~1970년대 시대 영향에다, 앞서 언급한 두 책의 대중적 성공 때문에 이후에 이런 종류의 책들은 쏟아져 나온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 딱 꼬집어 지적해 뒀다. “이런 유형의 실험들이 실험자들이 가진 음악적 취향을 말해준다는 것이 참 놀랍기 그지없다.” 그럼 진짜 과학적인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모차르트, 데이브 브루벡, 데이비드 로즈 오케스트라, 비틀스의 음악을 틀어주고 식물을 키웠다. “더 스트리퍼(데이비드 로즈 오케스트라의 연주곡)의 영향으로 추적할 수 있는 잎의 절단이나 비틀스에 노출되어 야기된 가지의 회전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른 실험에서는 모차르트와 미트 로프를 틀어줬다. 안 틀어준 것보단 나은 결과가 나왔지만, 모차르트와 미트 로프 간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모차르트 팬으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겠지만, 그래도 이 실험은 어쨌거나 음악이 영향을 끼친다는 뜻 아닌가? “음악을 틀어준 스피커가 공교롭게도 열기를 발산해” 따뜻하게 데워 주는 바람에 식물이 더 잘 자랐다는 게 최종 결론이었다. 이렇게 엄격한 저자이건만 1980년대 초반 일련의 실험을 통해 식물들이 ‘대화한다’는 추론이 등장하고 그걸 각급 언론들이 대서특필한 데 대해서는, 그 이후에 진행된 여러 실험 결과를 봐서도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본다. 물론 과학자답게 ‘식물 간 대화’라는 표현이 의인화 기법이라는 지적을 빼놓진 않지만.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식물이 보고, 듣고, 느끼고, 알고, 기억한다는 주장들을 둘러싼 수많은 실험과 검증은 책에서 재밌게 읽으면 된다. 읽고 나면 감수를 맡은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식물인간’, ‘식물국회’라는 표현은 식물에 대한 모독이라 주장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거실 구석 화분 속 식물이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건 아니다. 식물의 활동은 식물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식물 얘기다 보니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과일, 채소 얘기도 등장하고 덕분에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서 전해 들은 소소한 삶의 지혜가 어떻게 과학적 사실과 연결되는지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만 3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오늘의 눈] 서해5도민에게 배워라/김학준 메트로부 차장급

    [오늘의 눈] 서해5도민에게 배워라/김학준 메트로부 차장급

    북한의 도발로 위기감이 고조될 때마다 우리나라 최북단 백령도나 연평도를 찾는 보도진들이 접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다. 자신들은 불안해하지도 않고, 불안하다고 기자들에게 말한 적이 없는데도 막상 방송이나 신문을 보면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지역에는 기자를 믿지 못할 존재처럼 여기는 정서가 형성돼 있다. 부당한 취급이라고 탓할 일만은 아니다. 자업자득이다. 기자들이 “분위기가 평상시 같으면 기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민 실정을 과장 보도한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뻔한 얘기는 의미가 없다”는 데스크의 종용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러다 보니 서해5도발 기사는 실제 사정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10년이 넘게 되풀이돼 온 일이다. 이런 원죄(?)가 있어서인지 백령·연평도에서 주민들을 인터뷰하기란 쉽지 않다. 운 좋게 한 기자가 인터뷰에 응하는 주민을 만나면 다른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기도 한다. 하지만 원하는 대답 대신 ‘평소와 다름없다’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다. 제1, 2연평해전, 대청해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연평도 피격 당시에는 주민들이 많이 놀라기는 했지만 전원이 다시 돌아와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알고 있다. 현재 북한이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섬 주민들이 진짜 걱정하는 것은 생계와 자식 학비를 대는 일이다. 한 주민은 “설사 전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불안·초조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굳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처하는 당국의 태도가 과연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들어서다. 북한이 위협의 강도를 높일 때마다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말폭탄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죽하면 ‘치킨게임’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거친 말이 연쇄 반응하면서 오가다 보면 행동으로 옮겨질 수도 있다. 말에는 최면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로 압박하는 상대에게 일일이 대꾸하는 것은 또 다른 억지의 빌미가 된다. 때로는 무시하는 게 오히려 상대의 처신을 어렵게 한다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체제 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처해 손해를 보는 일은 좀처럼 없다. 북한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약자로 비춰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국방력은 약하지 않고 국제정세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계속되는 전쟁 위협에도 주말 나들이객이 줄을 잇고 사재기가 일어나지 않는 등 국민 대다수가 동요하지 않는 것을 두고 안보불감증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평소 무책임하게 ‘전쟁 불사론’을 외쳐온 보수주의자들의 궤변이다. 6·25전쟁에서 활약한 백선엽 장군은 “실제 전쟁터에서 용감한 병사는 평소 용감한 척 떠들어대던 병사가 아니라 말 없던 병사들이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에게 권한다. 서해5도민을 위로한답시고 가서 말의 성찬을 늘어놓고 사진이나 찍지 말고 그들의 배짱부터 배워라. kimhj@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6. 민주화의 사제(하) 함세웅

    [명사가 걸어온 길] 6. 민주화의 사제(하) 함세웅

    우리 나이로 일흔둘. 오랜 삶의 길을 걸어온 함세웅 신부지만 지난 일보다 지금의 일에 대해 더 들려주고 싶어 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들이 많다.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숨 고를 틈조차 없이 활동하는 이유다. 함 신부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핍박받는 이들이 널려 있다는 증거다. 그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박종철군 고문 사망 사건(1987년)의 진실을 세상에 알려 정치 민주화를 이끈 지 올해로 26년이 됐지만, 경제민주화, 남북 화해·통일, 역사 바로 세우기 등 그가 나서야 할 일들은 수북이 쌓여 있다. 이 때문에 노(老) 신부의 마음은 바빠 보였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인권의학연구소에서 함 신부를 다시 만나 민주화 이후의 삶에 대해 인터뷰를 이어 갔다. 민주화 이후 함 신부와 사제단에 전국민적 시선이 다시 쏠린 건 2007년 10월 김용철(55)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사건 때였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정치 민주화의 물꼬가 터진 지 꼬박 20년째 되던 해다. 삼성그룹 구조본부 법무팀장 출신인 김 변호사가 “내 이름의 계좌에 삼성 비자금 50억원이 관리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며 시작된 사건은 17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한국 사회에 큰 소용돌이를 몰고 온다. 10월 29일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 사제단은 “김 변호사의 양심선언을 계기로 경제정의민주화 운동을 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사제단의 고문인 함 신부도 회견 자리를 지켰다. 그는 김 변호사를 처음 만난 그해 10월 18일 당시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김 변호사가 가까운 친구 등과 저를 찾아왔어요. 그는 자신이 삼성 탓에 당했던 고통을 쏟아냈어요. 예컨대 삼성에서 나온 뒤 검사 출신 선배와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했는데 삼성이 압력을 가한 까닭에 사건을 못 맡고 있다는 등의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비자금 조성 등 삼성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 털어놨어요. 얘기를 다 듣고는 저와 동료 사제들이 김 변호사를 나무랐어요. ‘삼성에서 간부를 지낸 당신도 결국 공범자인데 이런 문제를 가지고 왜 왔느냐’고 했죠. 그랬더니 ‘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해요. 삼성을 위해 일하면서 잘못한 일은 인정하지만 삼성이라는 기업과 그 책임자가 저지른 범죄가 워낙 크니까 자기고백을 통해 삼성의 범죄도 고발하고 싶다는 거예요. 우리 사회가 이러한 문제를 모두 알아채고 정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취지였어요. 김 변호사는 당시 삼성이 자신을 해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제가 물었죠. ‘김 변호사, 당신 감옥 갈 각오 돼 있소?’라고요. 그랬더니 ‘돼 있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럼 같이 하자’고 했죠.” 이후 사제단은 김 변호사를 보호하며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사회 전방위로 진행된 불법 로비의 수법, 검찰·언론계·관계와의 유착 의혹 등 파괴력 있는 폭로를 이어 갔다. 함 신부와 사제단은 이 사건이 단순히 거대 재벌의 비리를 폭로하는 차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경제민주화의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우군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검찰과 언론은 물론 믿었던 노무현 정부까지도 사건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삼성 돈의 힘이 컸어요. 부끄럽게도 노무현 정부는 삼성에 이미 예속돼 있었어요. 노 대통령은 물론 그 아래 참모진도 몇 명 빼고는 모두 삼성 편에 서 있었습니다. 어렵게 특검까지 끌고 갔지만 특별검사가 삼성에 종속된 사람이었어요. 특검은 의혹 대부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일부 조세포탈 및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했어요. 결국 우리가 폭로한 삼성의 불법 행위는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나고 삼성 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에 대해서 이건희 회장의 배임 혐의를 인정해 유죄판결을 내리는 등 법의 심판이 일부 있었지만 이마저도 넉달 만에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해 줬습니다. 삼성이 우리 사회 전반을 다 돈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체감했어요. 그때가 기업민주화와 경제민주화를 할 절호의 시기였는데…. 몇몇 기자들이 비아냥대며 ‘신부님이 이건희 회장 비자금을 오히려 찾아준 셈이에요. 이건희씨에게 감사받아야 해요’라고도 했어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계나 법조계, 언론계와 달리 자본권력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천주교단은 사제단에 큰 힘이 돼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함 신부의 설명은 달랐다. “교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자 가운데 삼성에 다니는 간부들이 많고 대기업으로부터 사회복지 후원금을 많이 받으니까 기업의 불법성을 고발하지 못해요. 어찌 보면 교회는 기업이 흘리는 떡 부스러기를 집어먹고 사는 거죠. 정진석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이었을 당시 김 변호사를 도왔던 전종훈(57) 신부에게 안식년을 명분으로 3년이나 성당을 맡기지 않았어요. 권한을 남용한 것이고 부끄러운 일이죠. 신부들이 삼성비리 폭로에 앞장서니까 거북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함 신부와 사제단은 정계 등의 인사들로부터 ‘왜 삼성 같은 기업을 몰아세우느냐’는 원성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함 신부는 “우리도 국제적 기업인 삼성이 잘되길 바랐다. 다만 건강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희망한 것이다. 불의한 오너 일가가 적은 자본으로 기업을 사유화하면 안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김 변호사의 양심선언 결과는 사제단의 애초 계획과는 엇나갔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자신의 회고록에 “열병같은 진실을 끌어안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만나면 나는 말한다. ‘사제단이 있다’고…”라고 적을 만큼 함 신부와 동료 사제들에 게 깊은 경의와 신뢰를 표했다. 함 신부가 지난해 8월 사제 생활에서 공식 은퇴한 뒤 가장 공을 들이는 프로젝트 중 하나는 ‘김근태 기념 치유 센터’ 건립이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인권의학연구소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사업인데 고문 등 잘못된 공권력 탓에 정신적 상흔을 껴안고 사는 이들을 위한 치유 시설을 만들려는 계획이다. 함 신부와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장의 노력 속에 건립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고문 피해자이자 ‘민주화의 대부’인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이름을 내걸었다. 함 신부가 고문 피해자 문제에 다시 관심을 가진 것도 김 전 의원 때문이다. “1970~1980년대에는 정부기관으로부터 고문당한 분들 이야기를 듣고 마음 아파 밤잠을 설친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수십년을 들으니까 저도 고문 피해의 무서움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거예요. 김 전 의원한테도 마찬가지였어요. 김 전 의원과는 1980년대 만나 30년을 가깝게 지냈거든요. 우리들은 그에게 ‘민주화 선봉가로 앞장서라, 더 뛰어라’, ‘왜 그렇게 행동에 신중하냐’라고 채근하고 등을 떠밀었어요. 그런데 2011년 12월 30일 김 전 의원이 돌아가신 뒤 그가 서울 남영동의 경찰 대공분실에서 전기 고문 등을 받아 평생 후유증을 앓은 사실이 재조명됐잖아요. 그제서야 ‘아, 우리가 김 전 의원이 고문당한 사실을 잊고 지냈구나. 사선을 넘나든 분께 위로와 치유를 주기보다는 너무 가혹하고 모진 주문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문을 견뎌 냈던 김 전 의원같은 분들 덕에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열매를 맛보고 있잖아요. 동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이 김 전 의원 같은 분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공권력 피해자와 그 자녀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센터 건립을 위해 힘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는 또 지난 1월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역사 바로세우기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함 신부는 진보정치 진영의 원로다. 지난해 18대 대선 때도 재야원로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측에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 결과는 그가 바랐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대통합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대(大)자가 들어가면 항상 거짓이 있어요. 통합은 진실과 정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해요. 신학적으로 예수님의 구원론을 통합원리와 해체원리로 설명하거든요. 통합원리는 사랑, 용서, 자비, 은혜, 상생 같은 것이고 해체원리는 회개, 갈등, 뉘우침, 고발 같은 것이에요. 둘 다 예수님의 가르침이지요. 큰 집을 지으려면 잘못 지어진 집을 허물고 땅을 파야 해요. 이것이 해체 기능이에요. 그런데 아무런 기초작업 없이 큰 집만 짓겠다는 것은 거짓이죠. 다시 말해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된 과거를 뉘우치고 청산해야 화합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거예요. 구호는 구호일 뿐 정치가 될 수는 없어요.” 함 신부는 야권에도 애정 어린, 그러나 따끔한 질책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저에게 이런 얘기를 했어요. ‘열린우리당 의원의 절반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과 똑갚습니다’라고요. 성향과 관계없이 정치꾼인 거예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야권 내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정신 못 차리는 것이 가슴 아프죠. 정치인 본연의 소명대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야당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정권교체는 저절로 이뤄지겠죠. 한 시민으로서 저도 야당 의원들을 달래고 채찍질하며 끌어가야겠죠.” 함 신부에게 “세간의 평가처럼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진보, 보수로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일 수밖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모순된 답변인 듯 들려 재차 물었다. “보수와 진보를 지금처럼 나누는 언론의 인식이 잘못됐어요. 원래 보수라는 단어는 뜻이 좋아요. 한자로 ‘보전하고 지킨다’는 것이니까요. 즉 그리스도인으로서는 하느님의 진리를 지키고 보전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하느님 가치를 지키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돼 있어요. 결국 참된 진리를 지키고 보전하면 진보주의자가 되는 거죠. 언론이 말하는 보수는 수구라고 생각해요. 역사를 왜곡하고 친일·반민족 행위를 칭송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수겠어요.” 사회 약자의 편에 서서 한평생을 산 함 신부에게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행복해질 수 있는 비책이 없느냐”고 물었다. “우선 ‘어려움아, 놀자’라고 생각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요. 요즘 신학에서는 하느님을 근엄하고 초월적인 존재로만 인식하지 않고 인간과 함께 뛰어 노시는 하느님,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신 신으로 인식하거든요. 두 번째로는 우리보다 어렵고 억울한 사람을 생각해 보는 거예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을 바라보면 ‘벌거벗겨진 채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 가는 것이 얼마나 수치스러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분이 사회에 주신 메시지는 아마 ‘그래, 나 억울한 사형수다. 네가 힘들고 억울해도 나보다 억울하냐. 난 죽었잖아. 넌 그래도 살아 있잖아’ 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청년들 가운데 피자를 10분 빨리 배달하려다 사고로 숨진 이도 있고 제철소에서 일하다가 용광로에 빠져 세상을 떠난 이도 있잖아요.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찾아나서야 할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친 뒤 젊은 기자는 “종교·사회의 원로에게 살아가면서 힘이 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곧바로 함 신부의 답이 돌아왔다. “원로? 나 원로 아녜요. 아직 청춘이지(웃음).”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미주통신] 이란 언론, 미셸 오바마 야한 의상 ‘포토샵’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49)가 지난 24일(현지시각)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화려한 의상으로 깜짝 출연한 것이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이날 미셸 오바마는 가슴골까지 파진 다소 야한 화려한 금속성 의상을 입고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 벤 애플렉 감독의 ‘아르고’ 라고 백악관 외교룸에서 발표했다. 화상으로 생중계된 퍼스트레이디의 아카데미 시상식 카메오 출연은 숱한 화제를 낳았으며 미국의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이란의 공영 매체인 파스 뉴스(Fars News)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관련 뉴스를 전하면서 미셸의 야한 의상을 포토샵 처리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더하고 있다. 파스 뉴스는 미셸의 가슴과 팔이 드러나는 의상을 목만 드러나도록 하고 짧은 소매의 의상으로 바꾸어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영화 ‘아르고’가 반이란적인 성격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여성들에 대해 엄격한 이슬람권 문화에 맞추기 위해 이 같은 조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박근혜 첫 내각 인선 완료]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 북한 연구 20년… 신뢰 프로세스 입안

    [박근혜 첫 내각 인선 완료]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 북한 연구 20년… 신뢰 프로세스 입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성안을 도운 북한 전문가로, 학계에서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통한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외교안보분야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와 북한연구학회 회장으로 20여년간 북한 연구라는 한 우물을 파 왔다는 평가다. 그는 남북관계에서 원칙적 입장을 중시하면서도 대화의 필요성도 강조하는 균형감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북한의 3차 핵실험 대응과 관련해 끈질기고 강인하게 비핵화를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유연한 대북 접근을 선호한다. 평소 대북 발상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중시해 왔다. 그는 이날 “북한과 대화와 교류협력으로 신뢰를 쌓은 뒤 대규모 경제지원 프로젝트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꼼꼼한 업무 스타일로 때로는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평이다. 학계 후배들의 신망이 높다. 작고한 부친이 5·16 쿠데타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교육고문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이은복(50)씨와 2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총기 규제하자는 오바마, 사격사진 공개한 이유는?

    미국 내 총기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백악관이 사격을 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이 실제로 총을 쏴 본 적이 없을 것이라는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공개됐지만 논란도 만만치 않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댄 파이퍼 백악관 공보국장은 트위터에 오바마 대통령이 사격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지난해 8월 4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스키트사격(클레이 사격의 일종)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강도 높은 총기규제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시사주간지 ‘뉴리퍼블릭’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취미 중 하나로 스키트사격을 꼽았으며 “사냥 전통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항상 스키트사격을 한다”면서 “나는 미국인들의 전통인 사격을 깊이 존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기규제 강화에 대한 총기업계의 불만 여론을 잠재우고, 총기 소지를 주장하는 보수주의자들을 달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됐다. 이 같은 내용의 인터뷰 이후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까지 사냥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고, 사격을 하는 모습도 공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언의 진실성을 문제 삼았다. 공화당의 마샤 블랙번 하원의원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사격을 할 줄 안다면 왜 우리는 이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고, 사진을 본 적도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불신을 불식하기 위해 백악관이 오바마 대통령의 사격 사진을 전격 공개했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총기협회(NRA) 측은 “한 장의 사진이 그동안 모든 총기를 금지하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총기규제 대책을 지지해 온 오바마 대통령의 경력을 지울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미국 스키트사격협회(NSSA) 관계자도 “사진 속 오바마 대통령의 사격 자세는 그가 평소에 사격을 자주 하지 않는 ‘초보자’임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현재 한국 보수주의자 중 인정할 만한 사람 몇 안돼”

    “현재 한국 보수주의자 중 인정할 만한 사람 몇 안돼”

    1910년 한일합병이 체결된 곳은 남산 자락에 있는 통감 관저 응접실이었다. 이 자리에서 데라우치 마사타케 통감과 이완용 내각총리대신이 서명을 했다. 이 자리에는 신소설 ‘혈의 누’로 유명한 이인직이 유일하게 배석했다. 그럼 우리는 이인직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단순히 ‘신소설의 아버지’로만 기억해야 할까. 아니면 대표적인 지식인이었지만 친일파가 된 인물로 기억해야 할까.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24일 청중들에게 이인직 사례를 통해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거듭 되물었다. 이 자리는 여섯 차례에 걸쳐 열리는 ‘사진으로 보는 한국근현대사’ 첫 강연이었다. 일부 극우단체에서 “종북적 역사관을 가졌다”고 비난하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청중 200여명이 서울 노원구청 소강당을 가득 메우는 등 열띤 분위기 속에서 두 시간 넘게 강연이 이어졌다. 첫 강연은 조선 말기 세도정치 시기부터 시작해 경술국치까지였으며 앞으로 매주 목요일 다섯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한 교수는 일부 비난을 의식한 듯 많은 시간을 할애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나는 결코 내가 객관적, 중립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역사에서 중립이란 말처럼 쉽지 않다”면서 “다만, 나처럼 ‘내 입장은 이렇다’라고 밝히고 상대방 입장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편향된 역사관을 갖고 있으면서 중립적이라고 자처하는 것,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 것, 사실 자체를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것, 그것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보수주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에서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분들 중에 내가 인정해 주고 싶은 사람이 몇 없다”면서 “그건 보수주의자들 중에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세도정치에 맞서 강력한 개혁정책을 편 흥선대원군이나 경술국치에 항의해 자결한 민영환과 황현, 전 재산을 털어 독립운동을 벌인 이회영 집안 등을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높이 평가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필리핀, 13년 논란 ‘콘돔법안’ 승인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콘돔 등 피임기구 무료 배포와 가족계획 등을 골자로 하는 일명 ‘콘돔 법안’(출산보건법)을 승인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국교인 가톨릭의 반대로 13년 동안 의회에 계류돼 있던 필리핀 사회의 오랜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아비가일 발테 대통령궁 부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출산보건법 가결로) 그동안 분열됐던 역사의 장이 막을 내리고 협력과 화해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밝혔다. 이어 “아키노 대통령이 상·하원이 법안을 가결한 지 4일 만인 지난 21일 서명했으며,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뒤늦게 공표한다.”고 덧붙였다. 법안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필리핀의 인권 단체들은 “여성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반면 가톨릭과 보수주의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톨릭 교계는 “법안이 통과되면 도덕성 위기와 풍기문란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필리핀 주교회의 전 의장인 오스카 크루즈 대주교는 “이 법안은 ‘출산보건’이 아닌 사실상 ‘인구조절’ 정책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사기”라고 주장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그들의 찬조연설에 표심이 움직인다

    대선이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찬조 연설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후보와의 인연을 통해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하면서 정책, 비전 등을 대신 알리는 연설자들을 향한 유권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막바지에 접어든 TV연설에서 여야는 각각 중량감 있는 인물을 앞세워 더욱 무게를 실었다. 새누리당에서는 13일 밤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이 초등학교 동창인 박근혜 대선 후보를 위해 연설했다. 정 위원장은 “박 후보와 때로 다른 목소리를 낸 적도 있고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는 경쟁도 했다.”면서 “그러나 나라 발전과 정치 개혁이라는 큰 뜻에서는 함께 힘을 모아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박 후보는 평소에는 부드럽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 스스로의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원칙과 약속을 지키려는 태도는 박 후보가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이배용 전 국가브랜드위원장도 “대학교육협의회장 시절 박 후보가 교육에 대한 해법과 비전을 얘기하는 것을 듣고 남다른 관심과 해박한 지식에 더 없는 신뢰를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알고 보면 따뜻한 리더십의 소유자”, “가슴 깊숙한 곳에 사랑과 헌신을 보여 준 어머니의 DNA가 내재돼 있다.”는 등 여성 대통령 후보로서의 강점을 설명했다. 첫 연설자였던 박 후보의 성심여고 동창 박봉선씨는 전차, 도시락, 어머니 옷 등 추억을 통해 박 후보가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다는 점을 알렸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12일 밤 방송된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의 연설이 단연 화제다. 윤 위원장은 지난 9월 문 후보가 자신을 영입하기 위해 만났던 2시간 동안의 대화를 소개하며 “보수주의자인 내가 본 문재인은 달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민주주의를 더 잘 실천할, 통합을 더 잘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판단했다.”는 점을 밝혔다. 윤 위원장은 “문 후보의 말은 화려하지도 매끈하지도 않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울리는 그런 진정성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앞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북악산 개방에 힘쓴 뒷이야기를 소개하며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문 후보는 우리나라의 첫 문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저녁에는 가수 이은미씨가 찬조 연설자로 출연해 “문 후보는 책에서 본 것, 누가 전해준 말, 텔레비전에서 본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직접 느끼고 경험하고 보통 서민들처럼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서민의 꿈과 고통을 아는 후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혁신’의 경제학자 슘페터도 궁금해했다…그래서, 혁신이 뭔데?

    ‘혁신’의 경제학자 슘페터도 궁금해했다…그래서, 혁신이 뭔데?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의 일생을 다룬 ‘혁신의 예언자’(토머스 매크로 지음, 김형근·전석헌 옮김, 글항아리 펴냄)에서 눈에 띄는 점은 세 가지다. 하나는 1942년 내놓은 슘페터의 말년 대작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해석 문제다. 이 책은 흔히 슘페터와 마르크스주의의 대결로 꼽힌다. 마르크스주의가 폭력 혁명을 통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말했다면, 슘페터는 폭력 혁명보다 고도의 관료화와 비판적 사회여론에 따른 점진적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내세웠다고 해석된다. 역사의 무대에서 자본주의는 마침내 비참하게 살해당하는 배역이 아니라, 악전고투 끝에 문득 자신의 얼굴이 사회주의로 이미 바뀌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배역이라는 것이다. 가령 1947년 슘페터는 바실리 레온티예프의 사회 아래 폴 스위지와 자본주의 미래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이 논쟁을 지켜본 폴 새뮤얼슨은 이렇게 정리해 뒀다. 스위지가 마르크스 이론에 따라 “자본주의라는 환자가 암으로 죽어 가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슘페터는 “자본주의라는 환자가 죽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게 인정”했지만 “그 병은 암이 아니라 노이로제”라고 반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혐오로 가득 찬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환자는 사실상 삶의 의지를 잃었다.”는 주장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유의 해석은 슘페터 특유의 아이러니한 어투와 풍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오해라고 비판했다. 저자는 사회주의에 대한 미묘한 환상이 있던 시절 슘페터가 ‘걸리버 여행기’의 조너선 스위프트처럼 아주 세련된 풍자 기법을 구사했다고 본다. 슘페터가 책이나 이런저런 주장에서는 ‘민주주의적 사회주의’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상 엄청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음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뒤에는 “이걸 정말 할 수 있기는 한 거냐?”라는 반문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예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읽은 사람 가운데 한 비평가는 슘페터를 사회주의자라고 결론 내렸을 정도다. 그리고 분명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이들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을 것이다. 그들은 책을 자본주의에 대한 정면 공격이라고 여겼을 것이다.”라고까지 해 뒀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좌파의 오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다른 하나는 ‘혁신’, ‘창조적 파괴’, ‘기업가 정신’ 같은 용어들이다. 슘페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은 이 구호를 말 그대로 조금 ‘색다르게’ 활용한다. 시기와 질투로 범벅된 반기업 정서, 포퓰리즘, 종북 좌파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슘페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대선 이슈로 떠오르는 게 못마땅한 이들은 이미 ‘경제도 어려운데 돈 벌어다 주는 사람 기 좀 그만 죽이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이 입들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대선 공약 따위는 잊으라.’고 속삭이기 시작할 것이다.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 정신’은 정말 그런 것이던가. 슘페터가 대기업을 옹호한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은 그들이 벌어들인 이윤으로 기본적인 총액을 부담할 수 있고, 외부 금융시장으로의 접근이 더 쉽기 때문에 은행 대출은 덜 중요하게 된다.”고 했다. 선단식 경영을 했기에 모험적 분야에 엄청난 자본 출혈을 감당하면서 진출할 수 있었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재벌옹호론이 떠오를 법하다. 또 케인스가 대공황의 해법으로 총수요를 강조한 데 비하자면,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는 분명 기업가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정작 슘페터는 자신의 보수적인 측면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냉소를 보냈다. “나는 내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오히려 내 입장이나 생각이 과연 정말로 타당한 것인지 다시 의문을 갖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 무슨 차이인가. 그가 말하는 기업가는 ‘4227개 기업이 인수합병을 거쳐 257개의 대기업으로 재편’되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그 시절의 기업가다. 그래서 슘페터는 “19세기 중반 사회를 이끌던 부유한 가문 대부분이 3세대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경제는 세습 계급을 적대시하는 능력주의로 진입”했고 “기업가 정신은 계급의 표시가 아니라 기능”이 됐으며 따라서 “거대한 회사의 기업가들은 가족이 더 이상 회사 경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대신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에게 기대게 된다.”고 해 뒀다. 그래서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잘 발휘한 인물들로 구성된 상류층의 상황을 ‘호텔 로비’에 비유했다. 자신이 거둔 성공에 자부심 넘치는, 잘 차려입은 교양 넘치는 신사숙녀들이 오가는 곳이지만,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은 그곳의 화려함이 아니라 드나드는 사람이 늘 바뀐다는 점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니까 ‘창조적 파괴’라 하면 다들 창조를 쳐다보지만 그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파괴이고, 그 파괴의 대상은 다름 아닌 기득권층인 것이다. 마지막은 저자의 이런 관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대목이다.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다. 2007년 출간된 이 책은 2007~2008년 미국에서 이런저런 출판상을 휩쓸었다.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상 받은 이유가 느껴진다. 슘페터처럼 학계의 중심에서 역사적 급변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주변 인물들 얘기만도 무궁무진하다. 대가를 다루는 책들은 대개 중심을 한두 번쯤 잃고 다른 얘기에 빠졌다가 비틀대며 본론으로 되돌아 오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런 법이 없다. 슘페터와 주변 인물들의 일기와 편지, 연방수사국(FBI)의 슘페터 내사자료 등 1차 사료에 충실하면서도 문체는 간결하고 이야기 전개 속도는 빠르다. 저자는 중부유럽(오스트리아) 귀족 스타일의 수려하고 장황한 문체 때문에 슘페터가 실력에 비해 영미권에서 비교적 덜 주목받았다고 지적하는데, 그런 지적을 할 만한 솜씨를 보여 준다. 670여쪽의 본문이 술술 넘어갈 뿐만 아니라 각주까지 읽는 맛이 쏠쏠하다. 그런데 이 책이 그토록 박수받는 것은 정말 이런 이유뿐일까. 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출간됐다. 그리고 책을 읽어 나가는 내내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이라 쓰고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이라 읽으려는 저자의 모습이 엿보인다. 이 책이 서 있는 정확한 맥락은 어디쯤일까. 판단은 독자 몫이다. 4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IQ가 왜 중요? 50년간 연구에 대한 추론

    사람들은 왜 그렇게 숫자에 연연할까. 아이큐(IQ) 숫자는 과연 중요할까. 예를 들어서 자신의 아들, 딸에게 그렇게 물어볼 수 있을까. 사람들은 흔히 곧 IQ가 학업 성적이나 업무 능력, 창의력 등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런던 정경대 부교수이자 버크벡 컬리지 심리학과 명예연구원인 가나자와 시토시는 지능에 대한 기존의 개념에 반기를 든다. 진화 심리학의 관점에서 지능을 탐구한 그의 연구에 따르면 지능은 개인의 정치 성향과 종교 생활부터 연애, 식성, 수면 습관처럼 우리의 일상 생활 아주 은밀한 곳까지 손을 뻗친다. 신간 ‘지능의 사생활’(가나자와 사토시 지음, 김영선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지능을 문제해결 능력 같은 학습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던 기존의 시각을 넘어 인간의 선택과 지능의 관계를 밝힌 최초의 시도이다. 이 연구는 ‘뉴욕타임스’ ‘사이콜로지 투데이’ 등 유수 언론이 소개하면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저자는 합리적인 추론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전체 10만여명, 50년 간의 다양한 연구 결과와 실증 사례를 인용한다. 현대인들의 지능과 일상생활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 종합사회조사(GSS), 미국청소년건강연구, 영국 어린이발달연구 등에서 실시한 추적 조사를 치밀하게 분석했다. 또 진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조상의 가치관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세계문화 백과사전’과 전 세계 전통 사회(수렵채집, 목축, 원예)들에 관해 기술한 민족지(民族誌)를 참고해 과거에서 현재까지 진화한 지능과 취향의 관계를 면밀하게 추적한다. 이 책은 사람들이 지능의 본질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오해에 이의를 제기한다. 지능이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며 어디에 소용이 있을까. 사람들은 인격과 지능을 동일시하고, 지능이 한 개인이 갖는 가치의 궁극적인 기준이라고 믿는 경향을 다룬다. 적어도 어떤 식으로든 지능이 뛰어나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믿는 부분도 섬세하게 다룬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생활 곳곳에서 벌어지는 선택과 지능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평균적으로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보다, 무신론자들은 종교인들보다,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들보다 지능이 높다고 얘기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생활 영역을 ‘진화적으로 익숙한 것’과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으로 나눠 눈길을 끈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의 선호와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1만 5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개혁으로 성공한 ‘보수’ 사회 현실 수용한 ‘진보’

    ‘위기를 극복한 세계의 리더들’(강원택 등 지음, 북하우스 펴냄)은 대선을 앞둔 한국 상황에서 한번 챙겨볼 만하다. 모두 8명의 정치인을 다뤘는데 그 가운데 벤저민 디즈레일리 영국 총리와 페르 알빈 한손 스웨덴 총리가 눈에 띈다. 디즈레일리 총리에게서 보수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한손 총리에게서 진보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각각 그려볼 수 있어서다. 영국 보수주의와 스웨덴 사민주의를 연구해 온 강원택 서울대 교수와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가 집필자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우선 보수주의자 디즈레일리 총리. 그의 경쟁자는 자유당의 글래드스턴이다. 글래드스턴은 4차례 총리를 역임하면서 각종 개혁 정책을 성사시킨 거물 정치인이다. 디즈레일리는 이에 맞서 어떤 전략을 썼던가. 색깔론? 지역감정? 그게 아니라 “상대보다 더욱 개혁적인 법안을 통한 당의 외연 확대”를 승부수로 택했다. 개혁적인 글래드스턴의 자유당에서조차 너무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보류되거나 논란이 됐던 사안을 과감하게 입법화했다. 이런 디즈레일리를 두고 보수당 내부에서도 “우리 의회 역사에서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적 배신”, “일개 정치적 도박꾼”이라는 극렬한 비판이 들끓었으나 지금은 ‘일국 토리주의 원칙을 확립한 보수당의 아버지’라는 평을 듣는다. 다음은 진보주의자 한손 총리. 그는 일방적 군축안을 비현실적이라고 봤다. 급진파의 주장에 동조하는 노동자 정당이 아니라 중산 계층의 이익까지 포괄하는 국민 정당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가들의 협력이 필요했기에 이들을 되도록이면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기회주의의 화신” 등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한손은 지금 스웨덴 사람들에게 ‘국부’라 불린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보수는 더 많은 개혁성을, 진보는 더 많은 현실적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 진보 이분법에 갇힌 사람에게는 회색분자 같은 소리겠지만 현실 정치는 언제나 회색의 영역에 있는 법이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Young Man/이도운 논설위원

    2005년 6월 3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매우 이례적으로 미국에 우호적인 논평을 했다. “미국 대통령 부시가 우리 최고 수뇌부에 대해 ‘선생’이라고 존칭했다.”면서 “우리는 이에 유의한다.”는 것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사흘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거명하면서 ‘미스터’(Mr)라는 경칭을 붙인 데 대한 일종의 화답이었다. 그 효과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한때 순풍을 타는 듯하기도 했다. 북한은 ‘최고 지도자’에 대한 외부의 호칭에 유난히 민감하다. 김일성보다는 김정일 통치 시기로 넘어오면서 그런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정통성 없는 권력 세습과 핵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따가운 질타가 가져온 반작용이었을 것이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을 앞세운 부시 정권은 북한을 ‘정권 교체’의 대상으로 인식했다. 그러한 인식은 김정일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호칭에 그대로 담겼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5월 16일 의사당을 방문, 공화당 지도부와 환담하는 자리에서 김정일을 ‘피그미’라고 불렀다. 원색적인 표현에 함께 있던 공화당 의원들이 놀랄 정도였다. 부시는 이후에도 김정일을 ‘독재자’, ‘위험한 인물’, ‘국민을 굶기는 사람’ 등으로 표현하며 줄기차게 공격했다. 2005년 4월 29일 기자회견에서는 아예 ‘폭군’이라고 대놓고 비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부시의 김정일 호칭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효과 없는 대북 압박정책에 변화가 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미국인들이 피로감을 느끼자 새로운 외교적 업적을 만들어 보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했다. 그런 맥락에서 ‘미스터 김정일’이 나온 것이다. 당시 대북 외교를 실무적으로 총괄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아예 김정일을 ‘미스터 체어맨’이라고 호칭했고, 2007년 부시도 그런 표현을 썼다. 지난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김정은을 ‘영 맨’(Young Man)이라고 호칭했다. ‘Young Man’은 우리말로 직역하면 ‘젊은이’이지만, 미국에서는 하대하는 뉘앙스로도 쓰인다. 군대 고참이 신참을, 야구 감독이 선수를 타이르거나 할 때 입에 올리곤 하는 말이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나 김정은을 ‘새 지도자’(New Leader)라고도 지칭했다. 권력의 3대 승계 이후 ‘최고 존엄’에 대한 평가에 한층 민감해진 북한이 클린턴 장관의 어느 호칭에 더 관심을 둘지 주목된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좌파들 애국가 못 부를 이유 있나”- 조지 오웰

    “좌파들 애국가 못 부를 이유 있나”- 조지 오웰

    “애국주의가 보수주의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점유되는 것이야말로 천부당만부당. 보통 사람들은 이미 사회주의에 경도”되어 있음에도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고 말해서 문 앞에까지 온 지지자들을 되돌려 내보내는 좌파의 멍청함이다. 보통 사람들의 “가장 평범한 정서도 이해 못 하는 계몽된 좌파 지식인”보다는 “유니언 잭을 보고 가슴 뛰는 보통 사람”이 되라. ‘존 메이너드 케인스’(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번역 등을 통해 영국 정치 경제사에 대한 수준 높은 얘기를 들려주고 있는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두 사람을 더 다루고 싶다 했다. ‘동물농장’과 ‘1984’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 조지 오웰(1903~1950), 그리고 우리에게 낯설지만 영국 노동당의 핵심 이론가인 리처드 토니(1880~1962)다. 케인스가 현대 세계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면 오늘날 한국의 현실에서 이 두 명의 삶은 참고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그 가운데 ‘조지 오웰-지식인에 관한 한 보고서’(한길사 펴냄)가 먼저 나왔다. 타이밍도 기막히다. 진보 논쟁이 한창이라서다. 오웰은 평생 외롭고 가난하게 살았다. “최초의 상업적 성공을 안겨 준 ‘동물농장’의 인세가 밀려들기 시작할 무렵 마지막 소설인 ‘1984’가 거둘 놀라울 성공을 미처 누리지 못한 채” 폐결핵으로 숨졌다. 외롭고 가난한 것보다 오웰을 더 괴롭힌 것은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이해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동물농장’을 반공 우화로만 생각하는 세태에 슬퍼하기도 했다. 물론 소련을 비판한 것은 맞다. 2차대전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스탈린의 패악에 눈감고 심지어 아첨까지 하는 좌파 지식인들을 못 견뎌 했다. “거짓을 말하고 진리를 억압하는 것이 정치적 대의를 진전시키는 길이라는 사고”와 “독재 방식, 비밀경찰, 역사의 체계적 조작을, 자기 편인 한 수용할 태세를 완벽히 갖춘 상태”가 파시즘보다 더 무서운 유럽 위기의 뿌리라 봤다. “히틀러가 책을 불태웠다면 스탈린은 책을 다시 썼다.”는 엄연한 진실을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오웰이 보기에 “좌파 지식인이 스탈린을 숭앙”하는 꼴은 “글래스고 빈민가 아이들이 알 카포네를 숭배”하는 것과 똑같다. 1943년 11월부터 영국 노동당 내 좌파그룹 기관지 ‘트리뷴’에 소련 공산당을 극렬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쓰는가 하면 소련에 아첨한 지식인들에게 아예 대놓고 “한번 창녀는 영원한 창녀”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1949년에는 소련 공산당의 선전 공세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영국 외무부의 정보조사처(IRD)에다 영국 내 공산당 비밀 당원과 동조자들 35명의 명단을 넘기기도 했다. 이런 전력들 때문에 오웰은 좌파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노동계급을 동경했으나 자신의 출신 성분을 배반할 수 없어 결국 중간계층으로 되돌아갔고 그 뒤 비뚤어진 선입관으로 사회주의를 비난한 배신자로 취급받았다. 그의 생각을 이해해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받쳐주지 않을 때면 그의 글과 책은 늘 인쇄가 미뤄지거나 거부당했다. 후대 좌파에게도 비판 대상이었다. 문화 연구로 유명한 마르크스주의 문화 이론가 레이먼드 윌리엄스도 오웰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저자는 오웰이 ‘비판자들의 상상 이상으로 더 뿌리 깊은 신념을 지닌 사회주의자’였다고 본다. 실제 오웰은 평생 사회주의 혁명을 염원했다. 결혼 6개월 만에 ‘반(反)파쇼’를 위해 트로츠키 민병대원으로 스페인내전(1936~1939)에 참가, 목에 관통상을 입기도 했다. 전간기와 2차대전을 겪으면서 영국에서 사회주의혁명이 일어나는 것이 모든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이라 믿었다. 이를 위해 오웰은 영국 노동자들이 식민지 보유로 인한 이득을 포기하고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하락하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도 산업국가의 모든 좌파 정당은 실제로는 가짜”라는 질타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서구 좌파들에게 ‘노동자 국제 연대 운운하면서 잘난 척 그만하고 식민지부터 먼저 포기해 보시지.’라고 말한 것이다. 저자가 오웰을 두고 “사회주의를 국제적 맥락에서 보려 했던, 제국주의 문제를 정직하게 대면하려 했던 마지막 사회주의자”라고,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정직한 우파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이라면 오웰의 내부 고발 행위에 함부로 박수를 쳐댈 수 없을 것”이라 평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영국 전통에 뿌리 박은 사회주의’에 대한 얘기들이다. 오웰은 거창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남을 깔보는 중간 계급적 우월감이라는 최악의 흔적”을 지닌 좌파 엘리트 지식인들을 경멸했기에 노동자 스스로 결정하는 민주적 사회주의, 윤리적 사회주의를 주장했다. 이는 ‘좌파 애국주의’로 이어진다. 애국주의, 하면 벌써 좌파들은 눈꼬리가 올라간다. 그런 단어는 극우 맹동 세력, 반동분자나 쓰는 말 아니던가. 해서 애국가를 그토록 거부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웰은 “애국주의가 보수주의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점유되는 것이야말로 천부당만부당”하다고 말한다. 그가 답답해한 것은 “보통 사람들은 이미 사회주의에 경도”되어 있음에도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고 말해서 문 앞에까지 온 지지자들을 되돌려 보내는 좌파의 멍청함이다. 보통 사람들의 “가장 평범한 정서도 이해 못 하는 계몽된 좌파 지식인”보다는 “유니언 잭을 보고 가슴 뛰는 보통 사람”이 되라고 주문한다. 6장 ‘좌파 애국주의를 위하여’에 등장하는 “늙은 보수주의자의 뼈 위에 사회주의를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이란 말은 두고두고 음미해 볼 만한 묵직한 표현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붙이자면, 1949년 영국 정부에 공산당 동조자 35명의 명단을 넘긴 사건은 ‘세작질’이 아니다. 오웰은 명단만 넘긴 게 아니라 소련 공산당의 선전 선동에 맞설 수 있는 ‘진정한 영국의 사회주의자들’을 정부에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전후 영국에서 미국과 같은 매카시즘 광풍이 몰아닥치지 않은 것은 오웰의 그런 세심한 배려 덕분이었다는 평가는 거기서 나온다. 이 평을 누가 했을까. 바로 크리스토퍼 히친스(1949~2011)다. 추악한 독재자들과 거래했다며 마더 테레사에게 독설을 퍼붓는 등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여기저기서 희화화되곤 하는 바로 그 다혈질 좌파 히친스 말이다. 2만 4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Forward” 오바마, 대선 6개월 앞두고 출정식… 경제회복 위해 지지 호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6일 치러지는 대선을 꼭 6개월 앞두고 5일(현지시간) 재선 고지를 향한 공식 출정식을 가졌다. 대표적인 부동층 지역인 오하이오주와 버지니아주를 잇따라 방문한 그는 지지자들을 상대로 완전한 경제회복을 위해 자신에게 4년을 더 투자해 달라고 호소했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 때 이들 주에서 승리했다. 오바마는 오하이오주립대를 찾아 새로운 선거캠페인 슬로건으로 선정한 ‘앞으로’(Forward)를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바마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겨냥, “롬니는 부자 감세, 사회보장 프로그램 지출삭감 등과 같은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의 나쁜 생각을 무조건 찬성하는 ‘고무 도장’(예스맨)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인 미셸 여사도 연설을 통해 오바마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설명하며 서민층을 파고들었다. 미셸은 “버락은 싱글맘의 아들이고,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직장에 다녔던 여성의 손자였다.”면서 “버락은 ‘가족이 고생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다.”고 했다. 최근 퀴니피액대가 오하이오주에서 실시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롬니가 오바마를 2% 포인트 앞선 반면 워싱턴포스트가 버지니아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오바마가 7% 포인트 앞서는 등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오하이오와 버지니아의 3월 실업률은 각각 7.5%, 5.6%로 전국 평균(8.2%)보다 훨씬 낮았는데도, 이들 지역에서 오바마가 확실한 우세를 점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오바마의 재선 전망이 불투명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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