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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마니아 두 소녀 납치 용의자 살해 자백 “주검 불태워버렸다”

    루마니아 두 소녀 납치 용의자 살해 자백 “주검 불태워버렸다”

    15세 소녀의 상세한 납치 신고 전화에도 루마니아 경찰이 늑장 대처해 살인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65세 남성 용의자가 15세 소녀와 18세 소녀 둘을 살해하고 시신들을 불태워 버렸다고 진술했다. 정비공인 게오르게 딩카의 변호인 보그단 알렉산드루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취재진을 만나 의뢰인이 지난 24일 납치한 알렉산드라 마체사누(15)와 지난 4월 실종 신고된 루이사 멜렌쿠(18) 둘을 살해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완강히 진술을 거부하던 딩카는 입을 열어 둘을 주먹으로 때리자 이들이 대드는 바람에 격분해 마구 때려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변호인은 전했다. 마체사누는 남부 도브로슬로베니아에서 귀가하다 낯선 이의 승용차에 올라탄 뒤 자취를 감췄다. 다음날 아침 112에 납치 용의자의 휴대전화로 세 차례나 신고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을 태워주겠다고 한 남자에게 납치돼 있다며 갇혀 있는 건물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줬다. 그리고 “그가 오고 있어요. 그가 오고 있어요”라고 외친 뒤 마지막 전화가 끊어졌다. 가족들은 경관들이 구조 전화에 진지하게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찰은 그녀의 소재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경찰이 딩카의 집을 에워싼 것은 26일 새벽 3시였다. 먼저 두 집을 허탕친 뒤 세 번째 만에 딩카의 집을 확인했다. 그런데 수색 영장을 발급받는 데 시간이 또 걸렸다. 그나마 적법한 절차를 통해 발급받은 것도 아니었다. 아침에야 딩카의 집을 수색할 수 있었다. 소녀가 마지막 구조 전화가 다급하게 끊겼을 때부터 따지면 무려 19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다. 그의 집 마당에서 뼛조각들이 대거 발견됐다. 마체사누가 지녔던 보석류도 발견됐다. 니콜라에 모가 내무장관은 이온 부다 경찰 총수를 해고했다. 경질한 이유에 대해선 “간절한 조치가 요구됐는데” 이를 방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그단 리쿠 검찰총장 대행은 안테나 3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찰이 시간을 끈 이유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모든 것을 알려준 소녀는 구조될 수 있었는데 숨지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실종 3개월 만에 뼛조각으로 돌아온 딸의 죽음 앞에서 멜렌쿠의 부모들도 할말을 잃었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관 한 명이 “예뻐서 집을 나간 것 같다”고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해대 화가 치밀었다고 털어놓았다. 루마니아 국민들은 27일과 다음날 저녁 부쿠레슈티의 내무부 청사 앞에 꽃과 촛불을 바치며 애도하는 한편 수백명이 거리 행진을 하며 공권력과 사회민주당 집권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는 등 전국에서 비슷한 시위가 이어졌다. 비오리카 던칠러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유럽연합(EU)의 사법개혁 요구를 묵살해 이런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15세 소녀 세 차례 전화 걸어 장소 일러주며 “구해달라”, 경찰은 “장난인줄”

    15세 소녀 세 차례 전화 걸어 장소 일러주며 “구해달라”, 경찰은 “장난인줄”

    납치된 소녀가 세 차례나 전화를 걸어 피랍된 장소를 알려주며 구해달라고 애원했는데 경찰관은 장난인 줄 알고 묵살했다. 소녀는 끝내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 루마니아 내무장관은 경찰 총수를 경질해야 했다고 영국 BBC가 2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15세 소녀 알렉산드라가 납치된 것은 지난 24일이었다. 카라칼이란 남부 도시에서 귀가하는 중에 낯선 이의 승용차에 올라탔다. 다음날 아침 112에 세 차례나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을 태워주겠다고 한 남자에게 납치돼 있다며 어디에 갇혀 있는지 자세히 알려줬다. 그리고 “그가 오고 있어요. 그가 오고 있어요”라고 외친 뒤 마지막 전화가 끊겼다. 가족들은 경관들이 구조 전화에 진지하게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찰은 그녀의 소재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이 납치범의 집을 에워싼 것은 26일 새벽 3시였다. 그런데 수색 영장을 발급받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적법한 절차를 통해 발급받지도 못했다. 아침에야 영장을 발부 받아 65세 남성의 집에 들어가 수색할 수 있었다. 소녀가 마지막으로 구조 전화를 걸어왔을 때로부터 무려 19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용의자의 집에서는 알렉산드라의 주검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뼛조각과 함께 그녀가 평소 지니고 다니던 보석류가 발견됐다. 지난 4월 실종 신고된 18세 소녀의 유류품도 함께 발견됐다. 일단 뼛조각은 18세 소녀의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는 한사코 알렉산드라를 만난 적도 없다고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휴대전화로 신고 전화를 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변호인 말을 인용해 전했다. 니콜라에 모가 내무장관은 경찰 총수를 경질한 이유를 “간절한 조치가 요구됐는데” 이를 방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그단 리쿠 검찰총장 대행은 안테나 3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찰이 시간을 끈 이유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모든 것을 알려준 소녀는 구조될 수 있었는데 숨지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판깨스트] 어머니 살해한 조현병 20대, 징역 30년→12년으로 감형…법원의 고민으로 떠오른 ‘치료적 사법’

    [판깨스트] 어머니 살해한 조현병 20대, 징역 30년→12년으로 감형…법원의 고민으로 떠오른 ‘치료적 사법’

    어머니를 살해하고 동생까지 살해하려다 다치게 한 20대가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무려 18년이나 감형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유기징역의 최고형인 징역 30년에서 절반도 안 되게 대폭 형이 줄어든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요. 최근 법원에서는 정신질환자들을 무조건 사회에 격리하고 응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원인이 된 정신질환을 먼저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치료적 사법’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18년이나 감형하며 치료감호명령을 유지한 재판부의 판단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에서 이러한 취지의 판결과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어 사법의 역할, 교정제도의 방향을 다시금 고민해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차문호)는 존속살해 및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8)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1심에서 선고된 치료감호와 위치추적장치(전자발찌) 부착 30년 명령은 유지됐습니다. ●“어머니랑 동생은 뱀파이어” 흉기 휘두른 20대…재판부 “매우 심각한 심신 미약” A씨는 지난해 10월 5일 인천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어머니(당시 55세)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이를 말리던 여동생도 찔러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돼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고, 6명이 징역 30년을, 3명이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22년의 의견을 내 징역 30년으로 선고가 됐습니다. A씨는 중학생 때 부모의 이혼으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서 조현병 증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병원 진료를 계속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고 아파트에 뛰어내리려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무렵부터는 망상, 환청 등의 증세와 함께도 나타나면서 비논리적인 사고를 보이고 현실에 대한 검증력이 매우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이유도 “뱀파이어들이 이빨이 밖으로 튀어나온 것을 보고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였다고 말했습니다. 1심에서 진행된 정신감정에서 “법적인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은 모두 뱀파이어지만 기억조작 때문에 가족이 됐다”, “나라 전체와 전세계가 나를 죽이려고 했다”, “어머니는 현재 살아있다. 뱀파이어라 죽지 않는다”는 등의 말을 하며 자신이 저지른 범행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항소심에서는 이름과 주소 등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도 답하지 못했습니다. 아주 심각한 조현병 증세를 갖고 있는 겁니다. 따라서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완전히 상실된 것은 아닐지라도 매우 미약한 상태에 있었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판단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에서 가족인 피해자들이 뱀파이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범행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형법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인 ‘책임주의’를 판결에 언급했습니다.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사람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는 형법 규정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에서 ‘정상적인 판단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에서의 가족 살인’을 ‘참작 동기 살인’으로 분류해 다른 살인죄보다 형의 범위를 낮게 정하고 있는 것이 모두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해야 한다”는 책임주의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조현병으로 인한 망상 등으로 정상적인 판단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에서 일어난 A씨의 범행에 대한 형량을 정할 때도 책임주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법원 “치료 종결 후 사회복귀로 해결돼야” 18년 감형, 치료감호 명령 유지 재판부는 “피고인과 같이 중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 등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만을 받고 출소함으로 인한 사회안전의 위협 우려는 치료감호 제도 등을 통해 정신질환자 등에 대해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도록 돌보고, 치료가 종결된 이후에서야 사회복귀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사회안전의 위협 우려를 이유로 피고인에게 그 책임을 초과한 무거운 형벌을 가해 사회에서 장기간 격리시킬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살인미수 범행의 피해자인 여동생이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A씨의 아버지가 선처를 호소하며 A씨가 출소한 뒤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돌보겠다고 다짐한 점도 감형의 근거가 됐습니다. 이 형이 확정되면 A씨는 공주치료감호소에 수용됩니다. 치료 경과에 따라 교도소로 옮겨질 수도 있고 치료감호소에서 12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심신장애에 대한 치료감호는 최대 15년까지인데 살인 범죄는 2년씩 세 차례 연장할 수 있어 최대 21년까지도 구금할 수 있습니다.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무조건 사회에 격리시켜야 할까, 더 나아가서 범죄의 원인이 된 정신질환을 치료받게 해야할까. 치료 뒤 사회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 또 다른 범죄를 막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치료적 사법’에 대한 생각들이 최근 법원에서 여러 사건들에 담기고 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법원에서는 최초로 ‘치료 구금’이라는 제도를 시도해보기로 하고 진행 중입니다. 중증 치매와 피해망상 증상으로 아내를 살해한 B(67)씨가 치매와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재판부에 제출하면 병원을 주거지로 하고 병원에서만 머물며 치료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조건부 보석을 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정신질환으로 가족의 생명을 잃게 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B씨가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5년간 교도소에 수감돼 있기만 하면 상태가 오히려 악화되고 출소 후 다른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고, 치료비를 부담하는 것은 모두 가족들의 몫이기 때문에 가족들의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같은 재판부에서 술만 마시면 아내를 폭행하고 아내가 일하는 식당에서 업무방해를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C(64)씨에 대해서도 알코올중독을 치료할 수 있도록 치료 구금을 시도하려 했지만 가족들이 “형편상 어렵다”며 뜻을 모으지 못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C씨는 법정에 설 때마다 눈물을 보이며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이제 법이 무섭다는 것을 압니다”라며 재판부에 호소하고 있지만, C씨는 술을 마시고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3일 만에 또 술을 마시고 아내를 찾아가 결국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에 올라온 것이었습니다. ●“정신질환자 치료가 우선” 공감 확산… “치료감호 제도 보완해야” 지적도 정신질환자들이 저지를 범죄 그 자체 뿐 아니라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방향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큽니다. 치료감호제도가 있지만 조현병이나 자폐, 치매와 같은 중한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법원에서도 나왔습니다. 지난 5월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구회근)는 자폐성 장애와 조현병 증세 등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유 없이 4세 아이에게 상해를 가하고 이에 항의하는 아이 아버지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D(20)씨에게 원심과 같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는데요. 재판부는 특히 선고와 함께 “판결 집행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대해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시설 설립 및 운영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가 확인한 결과 현재 국내 유일의 치료감호소인 공주 치료감호소에는 약물복용 외에 자폐장애를 위한 치료과정이 운영되지 않고 특수재활치료 과정도 없다는 지적에서입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치료감호를 명령하는 것이 형식적으로는 법 규정에 부합할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단지 일시적인 자유의 박탈에 그치는 것에 불과하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치료감호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 본 사건들을 비롯해 많은 안타까운 사건들은 ‘가족의 돌봄’의 중요성도 크게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사춘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학교에서 왕따까지 당해 조현병 증세가 생긴 A씨, 치매 증상을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하고 상태가 악화돼 결국 아내를 살해하게 되고 구치소에 면담 온 자녀들에게 “엄마는 왜 안 왔느냐”고 묻는 B씨, 술을 절제하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화풀이를 해온 C씨. 가족으로 인해 아픔이 생겼고 그 아픔으로 가족을 고통에 빠뜨리게 한 이들은 또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들이 다시 가족과 회복할 수 있도록 가족과 사회가 돌봐야 한다는 것이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17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숨지게 한 E(25)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7년으로 감형해 선고했습니다. E씨는 중증 정신질환은 아니었지만 전문심리위원과의 면담을 통해 성장과정에서 정신적인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확인돼 감형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이 어릴 때부터 부모의 잦은 다툼을 목격하였고, 피해자로부터 체벌과 폭언 및 감금 등의 학대를 당했으며 이로 인해 중학교 때 가출을 하기도 했고 정신적 문제로 치료를 받기도 했다. 피고인이 청소년기에 자신이 간호하던 장애 1급 남동생의 사망 후 그로 인한 죄책감 등을 해소하고자 충동적이고 무절제한 생활로 과도한 채무를 부담하게 됐으나 그 과정에서 어머니에게 별다른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피고인이 범행 며칠 전 어머니에게 과도한 채무로 인한 문제를 솔직히 털어놓았으나 ‘함께 죽자’는 말을 들은 것을 비롯해 언어적·정서적·신체적 폭력을 당하고 질책이 계속되자 범행 무렵 해리장애와 유사한 스트레스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어려서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모, 특히 어머니로부터 제대로 된 정서적 돌봄을 받지 못한 것도 범행의 일부 이유가 됐다는 것입니다. 정신질환으로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이들을 무조건 세게 벌을 주고 사회에 동떨어져서만 살게 하는 것이 맞을까, 치료를 받고 다시 돌아가서 남은 생이라도 잘 살아보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여러가지 고민이 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과연 어디까지,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DJ·盧 측근 뒷조사’ 前국정원 간부들 1심 실형…법정 구속

    ‘DJ·盧 측근 뒷조사’ 前국정원 간부들 1심 실형…법정 구속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 특수공작비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조사 등에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가정보원 간부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송인권)는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국고손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에게는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가 지난해 보석으로 풀려났던 이들은 이날 법정 구속됐다. 최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은 대북 업무 목적으로 써야 하는 대북공작금 10억원 상다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된 풍문성 비위 정보를 수집하는 데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국정원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미국에 감춰져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데이비드슨’이라는 작전명을 붙여 뒷조사에 나섰고, 국세청 등에도 공작비와 뇌물 등으로 5억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의 비리 의혹을 추적하기 위해 대북공작금 8000여만원을 쓴 혐의도 있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의혹은 애초에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실체가 없는 풍문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서울 시내의 한 특급 호텔에 국정원 ‘안가’가 있는데도 별도로 스위트룸을 빌리는 등 28억원의 공작금을 쓴 혐의도 받았다. 이 스위트룸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사적 용도로 주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원세훈 전 원장과 공모해 ‘가장체 수익금’ 등 대북공작국의 특수활동비를 불법으로 유용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 사람이 받은 혐의와 관련해서는, 공범인 원 전 원장이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므로 국고손실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최 전 차장에 대해 “부하 직원의 반대도 무시하고 적극적으로 위법행위를 지시했고, 지침까지 개정해 국정원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배제했다”면서 “공작사업의 정당성만 주장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국장에 대해서도 “범행의 내용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럼에도 자신이 추진한 공작사업의 정당성만 주장하고, 납득 어려운 변명으로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성매매’ 억만장자 엡스타인, 교도소서 의식 잃은 채 발견

    ‘성매매’ 억만장자 엡스타인, 교도소서 의식 잃은 채 발견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교도소에서 거의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25일(현지시간) CNN 등이 보도했다. 엡스타인은 수감 중이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의 감방 바닥에서 목에 상처를 입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외신들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거나, 다른 수감자에게 폭행을 당했을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또 감방에서 나가기 위한 계략을 시도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엡스타인의 정확한 상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20여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를 한 혐의로 지난 6일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그와 친분이 있는 인물들까지 거론되며 워싱턴 정가로 파장이 일었다. 그는 2008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 혐의로 종신형에 처했었지만, 검사와의 플리바게닝(감형협상)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연방검사장이었던 알렉산더 어코스타 노동부 장관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논란이 일며 지난 12일 결국 사임했다. 그는 앞서 최대 1억 달러(약 1180억원)를 지불하고 보석을 하려 시도했지만 맨해튼 연방법원은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연방법원은 “이번 사건의 미성년 피해자들과 예비 피해자들 모두에게 위험이 있고 엡스타인이 많은 재산을 이용해 해외로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45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8회]양승태 보석 후 첫 재판··· 46분 만에 종료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8회]양승태 보석 후 첫 재판··· 46분 만에 종료

    양승태 전 대법원장 17차 공판 지상중계증인도 안 나오고···증거조사도 반대하고‘법잘알’들의 끝 없는 재판 지연 릴레이재판부는 팔이 안으로 굽는 공판 진행 지난 1월 24일 전직 대법원장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7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하루 만인 23일 오전 자택에서 다시 법원으로 향했다. 전날 재판부의 직권 보석 결정에 따라 석방된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 40분쯤 변호인과 함께 법원 청사 입구를 걸어서 들어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보석 후 첫 재판 소감이 어떤가”, “고의로 재판을 지연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법정에서 직접 변론할 생각 있는가” 등의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았지만 입을 굳게 닫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17회 공판이 열린 417호 대법정에 들어선 양 전 대법원장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동안은 교도관들과 법정 옆 구치감에서 재판이 시작되길 기다렸다가 재판이 시작된 뒤 피고인을 입정시키라는 재판부의 명령에 따라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 법정에 들어서야 했다. 석방된 바로 다음날, 가장 먼저 피고인석에 앉아 대기하고 있던 양 전 대법원장은 다른 변호인들과 두 전직 대법관이 도착할 때마다 연신 웃는 표정으로 반갑게 악수를 했다. ●구치감 아닌 집에서…가장 먼저 도착해 다른 피고인들 활짝 반긴 양승태 양 전 대법원장이 석방되면서 앞으로 재판 진행이 더욱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가 불구속 상태에서 처음 재판에 출석한 이날 재판은 시작한 지 46분 만에 별다른 진척 없이 끝났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열리던 재판이 이날 열린 것은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28일 재판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한 박 부장판사는 이날도 본인이 진행해야 할 재판 일정과 겹친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이날로 증인신문 일정이 다시 잡힌 것을 지난 15일에서야 재판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면서 재판 일정을 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통상 증인의 경우 1회 불출석하면서 증인출석 가능 날짜를 재판부에 고지했다면 재판부가 신문기일을 다시 정할 때까진 그 날짜에 재판을 잡지 않고 증인 출석을 준비하는 게 당연한 도리”라면서 “그런데 재판부의 연락이 없었다는 이유로 미리 고지한 날짜에 본인 재판을 또 잡았다는 것은 과연 정당한 불출석 사유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증인 출석요구서가 송달되는 시점에 재판부가 증인에게 연락을 하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는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해주시면 소환장을 발송할 때 증인과 연락해 주신다면 원활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는 건의사항을 덧붙였다. 지난 19일 증인신문을 한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와 각종 보고서, 이메일 등에 대한 서류증거 조사도 무산됐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측에서 김 부장판사에 대한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312조 4항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사람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그 조서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돼 있음이 원 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등에 의해 증명되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해 원 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는 규정이 있다. 김 부장판사가 검찰 조사 당시 진술한 내용이 담긴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해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김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자신이 검찰 조사 당시 한 진술이 사실이라는 점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법정에 나와 검찰의 주신문과 고 전 대법관 측의 반대신문을 통해 피의자 진술조서 속 내용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 그러나 재판이 밤 11시를 넘기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갑자기 “머리가 빠개질 것처럼 아프다”며 퇴정 명령을 내려달라는 요구를 했고 김 부장판사를 다음달 5일 법정에 한 번 더 부르기로 하고 재판이 마무리됐다. ●박상언 증인 또 불출석… ‘김민수 피신조서’ 서류증거 조사도 불발 그러자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이 아직 자신들이 신문하지 못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해 증거조사를 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지난 신문 과정에서 본인이 진술한 대로 기재된 게 맞다고 진술했지만, 저희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원 진술자인 김 부장판사의 증언이 전체든 일부든 본인이 진술한 대로 기재가 안 돼있다, 또는 일부가 그렇다는 취지로 진술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저희가 포괄적으로 반대신문을 할 기회이기 때문에 개인적 소견으로는 증거능력 인정 요건이 되는 진술자의 진술도 아직 완전히 진술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과 고 전 대법관 측의 신문 과정에서 했던 말을 김 부장판사가 번복할 수도 있고 또는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 전 대법관 측의 신문 내용에 따라 검찰 조서와는 다른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증인신문을 모두 마친 뒤에 서증조사를 해달라는 요구다. 만약에 김 부장판사가 검찰 조서의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번복하거나 부인할 경우 그 부분은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못한다. 검찰은 “312조 4항 가운데 ‘원 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원 진술자의 신문기회가 보장됐냐는 점이 증거 채택 여부의 요건이고 그렇다면 지난 기일에 원 진술자에 대한 신문이 이뤄지는 기회를 (피고인 측이) 제공받았는지가 쟁점”이라면서 “재판장님은 분명히 반대신문을 진행하겠다고 소송 지휘를 했으니 피고인들에게 반대신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됐는데 양승태 피고인이 재판에 계속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들에게 충분히 반대신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피고인 측에서 원하지 않아 진행이 되지 못한 것이니 법에서 정한 ‘신문할 수 있었던 때’가 이미 충족됐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의 조서 양이 상당히 많아 서증조사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늘 그런 이유로 심리 기일이 또 바뀌어서 서증조사를 마치지 못하면 그만큼 일정이 또 지연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재판부에 예정대로 서증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지내며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보고서를 작성한 김 부장판사는 검찰에서 피의자 신문만 14차례 받았고 각 조서가 모두 증거로 신청됐다. 재판부는 “검찰에서 얘기했듯 ‘원 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라고 해서 신문 기회가 부여되면 되는 것이지 실제로 반대신문까지 되어야 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면서 “지난번 기일에 원 진술자가 출석을 했으면 이미 원 진술자에 대한 신문 기회는 부여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실제로 피고인 측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하지 못했고,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가 검사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됐는지부터 다툴 여지가 있다,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변호인이 주장한다면 진정성이 문제될 여지가 있어 오늘 증거로 채택해 서증조사하면 나중에 절차가 논란이 되고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부장판사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는 다음달 5일 증인신문을 모두 마친 뒤에 증거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례적으로 한 시간도 안 되 끝난 재판, 양 전 대법원장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빠른 발걸음으로 법정을 나가 집으로 향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179일 만에 석방된 후 첫 재판 출석

    ‘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179일 만에 석방된 후 첫 재판 출석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부의 직권으로 보석 결정이 내려져 석방된 후 처음 재판에 출석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속행 공판을 연다. 22일 구속된 지 179일 만에 풀려난 양 전 대법원장은 이제 불구속 상태로 법정에 서게 된다. 지난 2월 1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구속 기한(6개월)이 다가오자, 재판부는 구속 만기 전에 전제 조건을 붙여서 보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재판과 관련된 이들과 어떤 방법으로도 접촉해선 안 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도주나 증거인멸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 또 양 전 대법원장은 사전에 정당한 사유를 신고하지 않는 한 법원이 요구한 날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고,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할 때도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은 주 2∼3차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자택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를 오가며 재판을 받게 된다. 전날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신병이 어떻게 됐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구속 상태에서도 주 2회 재판에 불만을 드러냈다”면서 “앞으로 재판 횟수를 더 줄이자며 심리를 지연시킬 것 같아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이정수의 원픽] BTS 닮은 청춘 성장통… 스키즈가 전하는 공감

    [이정수의 원픽] BTS 닮은 청춘 성장통… 스키즈가 전하는 공감

    해마다 수백 명의 아이돌이 데뷔하지만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 대중의 주목을 받는 아이돌은 극히 소수에 그친다. 케이팝이 전 세계로 뻗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아이돌 음악을 평가절하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아이돌 음악 중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숨은 보석’을 찾아 4주마다 소개한다.방탄소년단 뒤를 이어 케이팝 대표 가수로 성장할 아이돌은 누구일까.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금세 되풀이될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조금이나마 근접할 잠재력을 지닌 차세대 주자는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시점 ‘원픽’을 고르자면 9인조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방찬, 우진, 리노, 창빈, 현진, 한, 필릭스, 승민, 아이엔)를 거론하고 싶다. 데뷔 1년여 만에 거두고 있는 가파른 성장세 때문만이 아니라 방탄소년단이 그랬듯 고뇌하는 청춘의 성장통을 가장 정교하게 그려내고 있는 까닭이다. 스트레이 키즈가 지난달 발표한 스페셜 앨범 ‘클레 2: 옐로 우드’는 이들의 ‘가능성’에 오롯이 집중한 결과물이다. 타이틀곡 ‘부작용’은 케이팝신에서의 도전정신과 완성도를 동시에 보여준다. 다른 아이돌 그룹들이 가장 쉽게 채택하는 메인스트림의 팝적인 음악을 벗어나 사이키델릭 트랜스 장르의 강렬한 EDM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영역에 도전한다. 케이팝에 있어서 음악 못지않게 중요한 퍼포먼스에서도 최고의 것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멤버 9명과 댄서 9명이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가 된 듯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동작들은 완벽한 ‘칼군무’ 이상의 실험적인 현대무용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동시에 선택의 갈림길에 선 청춘의 고민과 걱정을 끊임없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움직임으로써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데뷔 때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그 이면의 희망을 꾸준히 노래해 온 이들의 세계관은 시각적으로는 이번 ‘부작용’ 뮤직비디오를 통해 가장 뚜렷해진다. 평탄한 길 대신 아무도 밟지 않은 길에 덜컹거리는 트럭을 직접 몰고 가는 소년들은 어느 순간 서로가 격렬히 대립하는 ‘부작용’을 경험하지만, 다시 손을 잡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그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 세계 청년들이 케이팝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전하는 공감과 긍정의 메시지 때문이다. 때로는 아이돌이 밟아가는 성장 스토리가 자신들의 경험으로 치환되기도 한다. 리더 방찬을 중심으로 매 앨범 작사·작곡에 적극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는 스트레이 키즈의 진정성에 기대를 걸게 된다. tintin@seoul.co.kr
  • 양승태 사실상 무제한 석방… 무기한 재판 되나

    양승태 사실상 무제한 석방… 무기한 재판 되나

    주거지·연락 제한 등 확인할 방법 없어 가택연금 수준 MB와 달리 운신 폭 넓어 양 “달라진 것 없어… 재판 성실히 응할 것” 檢 “재판 횟수 줄이는 등 심리 지연 우려”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으로 석방됐다. 지난 1월 24일 구속된 뒤 179일 만이다.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이 붙었지만 ‘가택 연금’ 수준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 아직 갈 길이 먼 재판의 속도가 더욱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22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으로 보석 결정을 내렸다. 양 전 대법원장은 다음달 10일 1심 구속기간(6개월)이 끝나 11일 0시 석방될 예정이었지만 20일 먼저 풀려나게 됐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를 경기 성남시로 제한하고 제3자를 통해서라도 재판과 관련된 이들, 그 친족과 어떤 방법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아선 안 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도주나 증거인멸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 전 대통령과 달리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외출 제한도 없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이 출석을 요구한 날과 장소에 미리 정당한 사유를 신고하지 않는 한 반드시 출석해야 하고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할 때도 미리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건만 주어졌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경찰과 매주 또는 2주에 한 번꼴로 회의를 갖고 보석 조건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지만 양 전 대법원장에겐 이런 절차가 없어 그가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보석 보증금 역시 이 전 대통령의 경우(10억원)보다 훨씬 적은 3억원으로 결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변호인을 통해 3억원의 0.4%가량인 129만원을 내고 보증보험증권을 발급받은 뒤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을 어긴다면 보석을 취소하고 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고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그동안 “보석이 아닌 구속기간 만료로 인한 구속 취소가 돼야 한다”며 사상 초유의 보석 거부 가능성도 드러냈다. 그러나 예상보다 까다롭지 않은 조건으로 보석이 결정되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5시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양 전 대법원장은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니까 신병이 어떻게 됐든 제가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응할 것”이라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그는 재판 지연 전략을 쓴다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비켜 주시겠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낸 채 대기하던 차량에 탑승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건이 너무 추상적이고 잘 지키는지는 본인에게 맡긴 꼴”이라면서 “구속 상태에서도 주 2회 재판에 불만을 드러냈는데 앞으로 재판 횟수를 더 줄이자며 심리를 지연시킬 것 같아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인사] 기획재정부, 전북 익산시, 한국환경공단

    ■ 기획재정부 ◇ 과장급 인사 △ 정보통신예산과장 이성원 △ 차세대예산회계시스템 구축추진단 총괄기획과장 김완수 △ 차세대예산회계시스템 구축추진단 시스템구축과장 이용안 △ 차세대예산회계시스템 구축추진단 재정정보공개과장 황병기 ■ 전북 익산시 ◇ 4급(서기관) 승진 △ 의회사무국장 이명희 △ 미래농정국장 최봉섭 △ 상하수도사업단장 김용조 △ 안전환경국장 신승원 ◇ 4급(서기관) 전보 △ 기획행정국장 전종순 △ 경제관광국장 조창구 △ 복지국장 김용주 ◇ 5급(사무관) 승진 △ 금마면장 직무대리 김재준 △ 농촌활력과장 직무대리 김태환 △ 동산동장 직무대리 나영근 △ 용안면장 직무대리 배규진 △ 망성면장 직무대리 주영석 △ 시립도서관장 직무대리 탁덕남 △ 아동복지과장 직무대리 정경숙 △ 춘포면장 직무대리 조남우 △ 교통행정과장 직무대리 황희철 △ 위생과장 직무대리 김윤숙 △ 도시개발과장 직무대리 유원향 △ 함열출장소장 직무대리 조규석 △ 주택과장 직무대리 임문택 ◇ 5급(사무관) 전보 △ 미래농업과장 김완수 △ 교육정보과장 김병재 △ 하수도과장 이옥섭 △ 도로과장 원석연 △ 징수과장 김문혁 △ 보석박물관장 박인곤 △ 마동장 김남북 △ 낭산면장 박종수 △ 의회사무국 전문위원 권혁 △ 차량등록사업소장 서미덕 △ 오산면장 정원섭 △ 평화동장 변명숙 △ 송학동장 박종석 △ 웅포면장 김용수 △ 청소자원과장 채수경 △ 세무과장 황재택 △ 경로장애인과장 전병희 ■ 한국환경공단 ◇ 본부장 임명 △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본부장 김은숙
  • ‘조건부 석방’ 받아들인 양승태…구속 179일 만에 풀려나

    ‘조건부 석방’ 받아들인 양승태…구속 179일 만에 풀려나

    ‘사법농단’과 관련한 각종 혐의들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원의 보석 결정을 받아들여 구속 179일 만에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22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으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월 24일 구속된 지 179일 만에 석방됐다. 그의 구속 만기일은 다음달 11일이었다. 단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을 풀어주는 대신 그의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재판과 관련한 사람들과의 연락을 제한했다. 직접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전화나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 전송, 소셜미디어를 통한 연락도 금지했다. 또 3억원의 보증금을 납입하도록 했다. 또 법원의 소환을 받았을 때에는 미리 정당한 사유를 신고하지 않는 한 반드시 정해진 일시·장소에 출석해야 하고,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하는 때에도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변호인들과 구치소에서 논의한 끝에 법원의 조건부 보석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구속 만기일까지 있다가 풀려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왔을 테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의 보석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양승태, 재판부 직권으로 179일만에 석방 결정

    양승태, 재판부 직권으로 179일만에 석방 결정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보석 결정은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구속기한(최장 6개월)이 가까워진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22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 보석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올해 1월 24일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은 179일 만에 석방된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지난 2월 11일 구속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취소 예정일은 내달 11일 0시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최근에야 본격적인 증인신문이 시작된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긴 심리를 남겨두고 있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이 석방 후 경기도 성남시의 자택에만 주거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또 제3자를 통해서라도 재판과 관련된 이들이나 그 친족과 어떤 방법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아서는 안 되며, 도주나 증거인멸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법원의 소환을 받았을 때에는 미리 정당한 사유를 신고하지 않는 한 반드시 정해진 일시·장소에 출석해야 하고,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하는 때에도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금은 3억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배우자나 변호인이 제출하는 보석보험증권으로 갈음할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이러한 각종 제한 조건을 준수해야 하는 보석을 거부할 소지도 남아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구속기한이 가까워진 만큼 보석이 아닌 구속 취소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양 전 대법원장과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접견을 통해 이를 수용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만약 보석을 거부하기로 결정한다면 보증금 납입과 같은 조건 준수를 거부해 보석이 취소되도록 하거나 재판부 결정에 대해 일반항고를 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양승태는 일찍 풀려나고 싶지 않다?

    양승태는 일찍 풀려나고 싶지 않다?

    새달 석방 앞둬 조건부에 노골적 반감 전례없는 불복 땐 많은 비판 쏟아질 것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여부가 22일 결정된다. 그러나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더라도 조건부 보석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이에 불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지난 19일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권 보석 여부를 22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보석을 결정하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월 24일 구속된 뒤 179일 만에 풀려나게 된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재판부의 직권 보석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 11일 구속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은 다음달 10일로 1심 구속기간(최대 6개월)이 끝나 11일 0시 석방될 예정이었다.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면 어떠한 제약도 없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심리할 내용이 워낙 방대한 데다 검찰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을 매우 강하게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라 재판부로서는 양 전 대법원장을 완벽한 자유의 몸으로 두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때문에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신청하지도 않았음에도 직권으로 석방하는 대신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재판 출석 및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3월 항소심 재판부가 2심 구속기간 만료 한 달을 앞두고 보석을 허가하면서 주거지 및 외출 제한, 가족·변호인 외 접견 금지 등 사실상 가택 연금 수준으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 양 전 대법원장도 유사한 조건으로 보석될 가능성이 높자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구속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구속기간 만료에 따른 석방이 이뤄져야 하고 설령 보석이 결정되더라도 구속 만료와 비교해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지난 19일 재판장이 양 전 대법원장 측에 주거지와 보증인 신원을 확인해 달라고 하자 변호인이 “저희가 (보석) 신청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부가 가능한 방법으로 확인하라”며 거부하기도 했다. 만약 재판부가 보증금 납부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보증금을 내지 않거나 재판부가 제시한 조건을 지키지 않는 방법으로 보석이 취소되도록 유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재판부의 보석 결정에 피고인이 불복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전직 사법부 수장이 이러한 선례를 만들어 낸다면 많은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7회] 야간 재판하자 양승태 “머리 빠개진다”며 퇴정 명령 요청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7회] 야간 재판하자 양승태 “머리 빠개진다”며 퇴정 명령 요청

    “오늘 재판할 때 원만하고 효율적으로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재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6번째 재판을 이렇게 시작했다. 이날 재판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역할을 한 심의관 출신 4명의 현직 법관들 가운데 처음으로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법정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청석을 채웠다. 핵심 증인 중 한 명이 법정에 나오게 됐으니 재판은 시작부터 갈 길이 멀어 보였다. 결국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5월 29일 첫 재판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입을 열었다. 오전 10시에 재판이 시작됐고 첫 현직 법관 증인인 김민수 부장판사가 10시 27분에 증인석에 섰다. 검찰의 주신문이 오후 7시를 넘겨 끝났다. 김 부장판사는 검사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배경설명과 자신의 생각을 아주 자세히 풀어놨다. 김 부장판사가 심의관으로 일하던 때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밤 11시까지 계속되자 11시 5분쯤 양 전 대법원장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침 10시부터 13시간째 재판을 하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제 체력이 따라가지 못해서, 지금 13시간째 증인의 증언을 듣고 판단하다 보니까 판단력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여기 앉아있을 수가 없고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빠개지는 것 같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반대신문을 다 하더라도 최소한 5시간 이상은, 예정 시간만 해도 3시간씩입니다. 그 때까지 제 체력이 견딜 수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재판부가 하시는 이 재판을 방해하기는 싫습니다. 제가 없어도 변호인도 있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따가 법정에서 오히려 폐를 끼칠 것 같습니다. 제가 없어도 여기 공판에 아무 지장받지 않고 재판을 계속할 수 있는 만큼 재판장께서 퇴정 명령을 해 주시면 일단은 퇴정을 하고 재판은 계속할 수 있습니다. 일단 지금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이 체력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퇴정 명령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양승태 “13시간째 재판…머리아파 못 앉아있는다, 내보내달라” 오후부터 변호인들이 잇따라 “반대신문을 오늘 다 마치지 못할 것 같다”며 재판 일정을 고려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입을 열기 바로 전 그의 변호인은 재판부가 휴정을 잠시 하겠다고 하자 “진행에 대해 알려주시긴 해야 하지 않나. 오늘 일정이 어디까지 하실 예정이신지를 알려주셔야 그걸 가족에게도 연락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호소했다. 그리고는 양 전 대법원이 직접 요구를 한 것이다. 10분 가까이 휴정을 한 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퇴정 명령을 할 수 있는 경우인지가 좀 불분명한 것 같다”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이 건강을 이유로 호소한 만큼 증인신문을 다음 재판을 한 번 더 잡아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형사소송법 277조의 2를 보면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도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면서 “갑자기 이렇게 재판을 거부하면서 증인신문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하는 이상 피고인이 없는 상태로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여지고 실제로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출석을 거부해 증인신문 등 여러 공판절차가 진행된 전례가 있다. 양승태 피고인의 주장의 부적절성에도 공판절차가 흔들림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만 법정에서 나간 뒤 김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계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아파서 몸이 안 좋다 그래서 퇴정하게 배려해 달라고 말하는 게 그게 재판 거부인지 상당히 의문스럽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변호인은 이어 재판부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피고인 몸이 설령 건강하다 하더라도 재판을 지금, 밤 11시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소한 소송관계인들의 동의가 있어야만 야간재판이 진행되는 거라고 저는 지금까지 알아왔다. 만약 재판장님의 지휘대로 소송관계인의 반대가 있더라도 강행하시는 게 가능하다면 검사님들은 야간 조사에 대해 피의자 동의를 왜 받나? 재판장님은 그럼 앞으로 우리나라 피의자들은 조사 동의 안 받고 검사들의 판단에 의해 피의자 신문권이 있으니 밤새 조사해도 된다는 취지이신가? 동의할 수 없다.” ●검찰 “양승태의 ‘재판 거부’” vs 변호인 “야간 재판 시 동의받아야” 감정이 섞인 발언이 이어졌다. “검사가 ‘재판 거부’니 이런 말 붙이는 것 자체가 그럴 상황도 아니고, 한 가지 팩트를 지적해 드리면 오늘 검찰의 주신문 예정 시간은 3시간이었다. 아까 아무리 늦게 잡아도 오전 11시에 시작됐다. 몇 시에 끝났나? 저녁 7시에 끝났다. 증인신문이 이렇게 늦어진 거에 대해서 검찰이 이렇게 얘기하실 수 있는 상황인가?” 검찰은 “‘재판 거부’라는 표현 때문에 이의제기를 하셨는데, 재판장님께서 증인신문을 어디까지 하겠다고 분명히 소송지휘를 하셨다. 그런데 양해를 구하는 것을 넘어서 퇴정 명령을 내달라고까지 발언했다. 이런 피고인을 제가 본 적이 없다”고 다시 반박했다. 그러나 박·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들도 모두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하는 것에 반대해 결국 재판은 끝나게 됐다. 김 부장판사는 다음달 5일 다시 법정에 나오게 됐다. 변호인이 재판부를 향한 불만을 쏟아내고 자정을 앞두고 끝난 이날 재판은 시작부터 양 전 대법원장 측과 재판부의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다. 지난 17일 재판에서 “보석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같은 입장을 반복해 밝혔다. “양승태 피고인에 대해서 구속기간 만료가 얼마 안 남은 상황이어서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는 자체에 대해서도 검찰도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법률 규정상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든지 아니면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되는 게 타당하다는 게 저희 의견입니다. 구속 취소로 인한 석방 결정에 비해 특별히 불이익이 되지 않는 내용으로 석방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되고 설령 보석결정을 하더라도 재판부가 조건 여부를 판단할 때 그와 같은 부분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여러가지 피고인의 사정을 혜량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거지 외의 외출 제한이나 보증금 납입 등의 조건을 내건 보석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재판부 “22일 보석 관련 결정” 변호인은 주거지·보증인 확인 안 해줘 재판부는 “구속 피고인 신병에 관한 쌍방 의견은 충분히 진술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양 전 대법원장 측에 주거지가 첫 공판기일에 확인한 경기 성남시 자택 주소가 여전히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변호인의 입장을 헤아려 주시면 좋겠다”며 답을 피했다. “변호인 의견은 충분하게 들었다고 보고 재판부도 거기에 대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물어보는 것”이라면서 “(확인을 해달라고) 지난번 공판에 말씀드렸는데 이번 의견서에 없어서 보증금에 갈음하는 보증을 서줄 사람의 인적사항을 확인해 달라”고 다시 재판부가 물었지만 변호인은 “재판부께서 적절한 방법으로 확인하실 방법이 있으면 변호인 입장에서는 (보석을) 신청을 한 게 아니라 확인 가능한 방법으로 특히 직권으로 어떤 결정을 한다면 재판부가 적절한 방법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게 타당하다는 게 변호인의 의견이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정보제공을 명하시거나 협조요청을 하신다면 피고인과 상의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주거지 제한 및 보증금 납입 등의 조건을 내건 석방 가능성이 높아보이자 아예 주거지와 보증을 서줄 가족의 인적사항조차 확인을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재판부는 “최대한 협조해주시고, 구속 피고인의 직권 보석 여부를 심리해 왔는데 다음주 월요일(22일)에 구속 피고인에 대한 직권 보석에 관해서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등 이 재판의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세 명의 전직 사법부 고위법관들은 16회에 이른 재판 과정에서 각종 증거능력을 문제삼으며 거듭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을 재발견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인 형사재판에서 다뤄지지 못한 각종 원칙과 규정들을 꺼내 재판의 정석을 새삼 알리고 있다. 22일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이 이번에는 보석과 관련해 어떤 새로운 선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이 재판의 증인석에 선 첫번째 현직 법관인 김 부장판사는 오전부터 밤까지 이어진 증인신문에서 매우 차분했다. 그는 피고인석으로 눈길을 주지 않고 곧바로 재판부를 바라보고 서 양 전 대법원장과는 마주치지 않았다.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한 김 부장판사는 상고법원 입법 추진 및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의 폐지 추진 방안 등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짙은 보고서들을 작성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 징계위원회로부터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날 검찰이 진정성립(문건의 작성자인지, 조서의 진술자인지 등을 확인하는 것)을 하는 데만 한 시간 남짓이 걸렸다. 피의자 신문조서만 14회. 그리고 김 부장판사가 작성한 각종 보고서와 이메일이 모두 그가 진술하고 작성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만 긴 시간이 소요됐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이 연구회의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 대한 제재 방안을 비롯해 대법원의 긴급조치 판례에 반하는 하급심 판결을 한 김기영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현 헌법재판관), 사법행정위원회 추진에 대해 반대를 한 송모 판사에 대한 대응방향 검토 등 이른바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추진하는 사법행정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판사들에 대한 ‘전략’을 세워 보고서에 담은 배경과 그에 대한 김 부장판사의 생각이었다. 법원 내부에서 행정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판사들과 관련, 김 부장판사는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다음의 보고서들을 작성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차OO 판사 게시물 관련’(2015년 8월 18일자) -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판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담은 보고서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대책(대외비)’(2015년 9월 22일자) -긴급조치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김기영 당시 부장판사의 판결에 대한 대책을 담은 보고서. (※보고서 중 ‘대응 방안’으로 항소심에서 심리가 지연되면 사회적인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신속한 처리가 되도록 ‘사건 신속처리 트랙(패스트트랙) 개발’ 방안을 담음. 또 ‘법관연수 강화’ 방안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자신의 개인적 양심을 앞세워 대법원 판례를 위반한 하급심 판사들에게 자신의 판결이 법관연수에서 강의 및 토론자료로 사용된다는 사실 자체를 일정한 ‘시그널’로 줄 수 있음’이라고도 기재) ·‘송OO 판사 건의문 검토’(2016년 2월 2일자) -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법관들의 사법행정 참여를 확대하는 취지의 사법행정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공지글이 코트넷에 올라간 뒤 이에 대해 반대하는 글을 올린 송 판사에 대해 분석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 ·‘사법행정위원회 개선 요구에 대한 대응방안’(2016년 2월 24일자) -송 판사 이후에도 위원회 구성을 반대하는 글들이 올라오자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담은 보고서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후보자 검토’(2016년 3월 28일자) ●첫 현직 법관 증인신문 “임종헌 차장님 지시, 임종헌 차장님의 생각” 김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문건을 작성했고 주요 내용들도 임 전 차장이 불러준 그대로를 적은 게 많다고 했다. 또 애초에 지시를 받을 때부터 임 전 차장 윗선에 보고될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법행정위원회 관련된 보고서들의 작성을 임 전 차장이 지시한 배경을 설명하는 그의 발언이 유달리 들렸다. ‘사법행정위원회 개선 요구에 대한 대응방안’ 가운데 ‘핵심그룹의 조직적 활동으로 사법행정위원회 출범 의의가 크게 반감될 우려 존재. 소수 핵심그룹의 조직적 활동이 다수 일반 판사들의 호응을 얻는 것을 차단하고 핵심그룹을 고립시킬 필요가 있음’이라는 내용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임종헌 차장님 생각에는 같은 정책이라도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에 한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 양승태 대법원장님이 하시는 정책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당시 생각했던 것 같다. 임종천 차장님 입장에서는 이게 너무, 현 대법원장님께서 하시는 정책은 전부 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당시 생각하셨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같이 모여서 그런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을 핵심그룹이라고 생각하신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치밀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문구의 대상이 누구냐는 질문에 “임종헌 차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는 현재 대법원장님께 자꾸만 대립하려는 분들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아닐까 했다”고 답했고, 그게 국제인권법연구회였냐는 물음에도 “그런 분들이 주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어떤, 임종헌 차장님이 보시기에 문제되는 행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했다. ‘(위원회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선출되는 게 아니라 특별한 목적·의도가 있는 사람이 선출되는 결과가 우려됨. 특정 소수세력이 장악할 우려가 있음’이라는 기재 중 특정 소수세력이 뭐냐는 질문에는 “일단 기존의 다른 보고서가 하나 있는 것을 내용이 임종헌 차장님께서 좋아하실 만한 내용이 있어서 복사해서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헌 차장님 생각으로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님께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법행정위원회 반대글에 대해) 임종헌 차장님께서 취지가 좀 순수하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는 식의 답변들이 이어졌다. 동료 판사들에 대한 ‘대응 전략’을 문건으로 만들어낸 그의 판단과 생각이 잘 들리지 않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밤낮 없이, 로맨틱한, 프라하… 황금빛, 설렘, 나 즈드라비!

    밤낮 없이, 로맨틱한, 프라하… 황금빛, 설렘, 나 즈드라비!

    체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여행지는 프라하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프라하만 보고 다른 나라의 도시로 넘어가지만 근교에 돌아볼 만한 도시가 많다. 쿠트나 호라와 플젠이 대표적인 곳인데, 모두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 한때 유럽에서 가장 번성했던 도시와 현대 맥주의 역사가 시작된 도시다.●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카를교를 걷다 프라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힌다. 로맨틱하면서도 웅장한 건축물로 가득하다. 찾는 여행객도 많다. 연간 1억명이 찾아든다. 프라하를 가장 잘 여행하는 방법은 딱 하나. 바로 걷기다. 코스도 단출하다. 우리에게 ‘프라하의 봄’으로 유명한 바츨라프 광장에서 출발해 구시가 광장을 거쳐 블타바강을 가로지르는 카를교를 건넌다. 그리고 프라하성까지 건너가면 대부분의 명소를 섭렵할 수 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구시가의 돌길을 따라 수백년 된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중세의 시간 속으로 들어선 듯하다. 이 코스는 꼭 새벽에 걸어 보기를 권한다. 낮 동안 바글대던 관광객도 이때는 별로 찾지 않는다. 낭만적이면서도 로맨틱한 프라하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보헤미안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으리라. 지금의 체코 서쪽에 보헤미아 왕국이 있었는데, 우리가 ‘보헤미안’이라고 부르는 자유로운 민족의 땅이었다. 프라하는 이 보헤미안의 수도였다.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보헤미안은 오스트리아 제국의 핍박과 지배를 받으면서도 그들이 사랑하는 음악과 춤만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잊어버리지 않았다. 이 보헤미아의 감성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예술로 승화시킨 작곡가가 바로 스메타나다. 그는 ‘체코 국민음악의 아버지’로 불린다. 보헤미아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스메타나는 프라하에서 음악공부를 하다 1848년 일어난 혁명운동에 큰 감화를 받고 체코 민족 음악에 투신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평생 체코 민족의 정서를 담은 음악을 작곡하는 데 온 힘을 쏟은 그는 6곡으로 이뤄진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을 작곡한다. 1883년 작곡된 이 교향시는 비셰흐라드, 블타바, 사르카, 보헤미아의 숲과 초원에서, 타보르, 블라니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을 들으며 아침 해 뜰 무렵 카를교에 서보자. 유유히 가로지르는 블타바강을 바라보며 ‘나의 조국’ 2악장 ‘블타바’를 듣다 보면 뭔가 가슴속에 뜨거움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놀라운 사실은 스메타나가 교향시 ‘나의 조국’을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50세 때였는데 당시 그는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고 한다. ●아름다움과 그로테스크의 공존 ‘쿠트나 호라’ 쿠트나 호라라는 도시가 있다. 프라하에서 기차를 타면 40분 정도 걸리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해발 254m의 쿠트나 호라 고원지대의 브르흘리체 만 급경사면에 자리한 이 도시는 13세기에 엄청난 양의 은이 매장된 광산이 개발되면서 성장한다. 최고로 번성했던 14~15세기에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 한 도시 가운데 한 곳이기도 했고, 중앙 조폐국에서 최초의 은화인 ‘프라하 그로셴’을 주조하기도 했다. 당시 쿠트나 호라는 프라하에 버금가는 도시였고 보헤미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16세기 이르러 은광이 바닥나면서 도시는 쇠락의 길을 걷지만, 15세기 말까지만 해도 도시의 시청과 거대한 귀족 저택이 속속 들어섰다. 블라슈스키드부르 궁전, 성 바르바라 대성당, 성 야고보 성당, 스톤 하우스, 고딕 양식의 분수대 등은 보헤미아의 아주 값진 유적들이며, 유럽 건축 양식에서 보석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지금의 쿠트나 호라는 마을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조용하다.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프라하를 빠져나와 마을 골목길을 여유롭게 거닐다 보면 이곳에서 며칠 정도 숨어서 지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쿠트나 호라에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은데,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성 바르바라 대성당이다. 마을 입구에서 보면 멀리 고딕식 첨탑을 송곳처럼 두르고 있는 거대한 성당이 위용을 뽐내며 서 있다. 1380년대에 건축이 시작돼 150년 뒤에 완성된 이 성당은 외관의 웅장함도 보는 이를 경탄케 하지만 내부의 갖가지 장식도 보는 이를 감탄케 한다. 15세기에 그려진 프레스코화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천장에는 보헤미아 왕가와 길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왕국의 문장들이 새겨져 있다.●‘해골성당’ 성 바르바라에서 발길을 멈추다 성 바르바라 성당이 아름다움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매혹시킨다면 기이함과 그로테스크함으로 홀리는 곳도 있다. 주인공은 일명 ‘해골성당’이라 부르는 코스트니체 세드렉 성당이다. 한창 은광산이 성업 중이던 14세기 무렵 유럽을 휩쓴 흑사병에 이어 후스 전쟁(1419∼1434)으로 수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성당 부근에 매장됐는데, 더이상 시신 안치가 힘들어지자 성당의 한 맹인 수도사가 죽은 이들의 뼈와 해골로 만드는 성당을 고안해 낸다. 이후 체코 조각가가 성당 내부에 해골과 사람의 뼈를 정교하게 쌓았고 여러 장식을 덧붙였다.성당은 으스스하고 오싹하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입구부터 사람 키 높이보다 높은 해골 탑이 방문객을 맞는다. 천장에는 해골과 뼈를 엮어 만든 2m 높이의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언뜻 보면 마늘 타래를 엮어 걸어놓은 것 같기도 하다. 해골로 만든 제단도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보기만 해도 무서운데 이 모든 걸 일일이 손으로 만든 조각가의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달콤 쌉싸름한 필스너의 도시, 플젠 플젠이라는 도시는 맥주를 좋아하는 주당이라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다. 프라하에서 약 90㎞ 정도 떨어진 곳으로 기차로 한 시간 반이면 닿는다. 우리는 흔히 맥주 하면 독일을 떠올리지만, 체코는 독일 못지않은 맥주 강국이다. 전 세계에서 개인 맥주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체코다. 국민 1인당 연간 150ℓ의 맥주를 소비한다. 한국인의 식사에 김치가 빠지지 않듯, 체코인의 식사에는 결코 맥주가 빠지지 않는다.체코 맥주의 대표선수는 ‘필스너’다. 라거 계열 맥주를 대표하는 필스너는 전 세계 맥주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맥주인데, 필스너가 처음 만들어진 곳이 바로 이곳 플젠이다. ‘필스너’라는 맥주의 이름은 플젠이라는 지명에서 나온 것으로 프랑스 샴페인 지방에서 처음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샴페인)처럼 원산지에 대한 표기가 전체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명사로 자리잡은 경우다. 체코인들은 플젠에서 생산된 원조 필스너 맥주의 명성을 보호하고자 오리지널을 뜻하는 우르켈을 더해 오늘날의 필스너 우르켈이라는 맥주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즉 ‘필스너 우르켈’은 ‘오리지널(원조) 필스너 맥주’라는 뜻이다. 플젠이 처음부터 맥주로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플젠에서 맥주가 처음 생산된 것은 1295년, 지금으로부터 700여년 전이다. 당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도시였던 플젠은 250여 가구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250여 가지의 각기 다른 맥주를 생산했다. 여러 제조 공법으로 만들어지던 맥주는 품질이 매우 낮았고 맛은 형편없었다. 그러다 1838년 일대 혁명이 일어나는데, 플젠의 시민들이 맛없는 맥주를 더이상 마실 수 없다며 약 5700ℓ의 맥주를 광장에 쏟아버렸다. 지역의 양조업자들에게 제대로 된 맥주를 만들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이에 위기를 느낀 양조업자들은 독일 바바리안 지역의 전설적인 브루 마스터였던 요셉 그롤을 초빙했고 그롤은 플젠 지역의 물과 홉, 보리를 사용해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는 하면발효식 맥주를 개발한다. 그리고 1842년 드디어 현대 맥주의 시작이자 최초의 라거인 필스너 우르켈이 탄생한다.●19세기 지하터널 오크통 맥주 맛본 순간, 캬~ 당시 만들어진 필스너 맥주는 뮌헨에서 먼저 만들어진 다크 라거와 달리 밝고 투명한 황금색을 띠었다. 맛 역시 중후함보다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이 강했다. 이는 플젠 특유의 좋은 물 덕분이었다. 이후 플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필스너를 생산해 기차로 운반하며 맥주의 중심지가 됐고 필스너 우르켈은 현재 우리가 가장 널리 마시는 라거 맥주의 기원으로 자리 잡게 됐다. 필스너 우르켈의 제조 과정은 현대화됐지만 그 제조법은 1842년 처음 탄생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동일하게 지켜지고 있다. 병, 캔 등 어느 용기에 담기든 전 세계 어디에서나 처음 만들어진 그 맛 그대로다. 굳이 맥주 한 잔 마시러 플젠까지 간다고? 이런 의문을 가진 이들도 일단 우르켈 공장에 들어서는 순간 오길 잘했다며 입맛을 다신다. 연간 25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 공장은 53개국으로 수출되는 필스너 우르켈의 실제 공장이자, 맥주 양조 과정을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을 겸하고 있다. 우르켈 공장 앞마당에는 기찻길이 남아 있는데, 여기에서 출발한 기차가 유럽 전역으로 맥주를 수출했다고 한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면 맥주병과 캔, 맥주를 실제로 만들고 있는 과정을 커다란 유리벽을 통해 볼 수 있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효모가 살아있는 상태 그대로의 맥주를 시음하는 순서다. 필스너 우르켈 지하 터널 저장고에서는 전통방식 그대로 나무통에서 숙성되고 발효된 필스너 우르켈을 맛볼 수 있다. 맥주 공장은 한여름에도 영상 8도로 유지된다. 19세기 처음으로 만들었을 때의 원류 그대로다. 오크통에서 바로 따라 주는 맥주는 홉의 진한 향과 구수하면서도 상쾌한 맛이 환상적이다. 갓 따른 맥주는 눈부신 황금색을 자랑하며 풍부한 거품은 시간이 지나도 꺼지지 않는다. 한 모금 쭈욱 들이키면 ‘캬아~’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살균도 여과도 하지 않아 효모가 그대로 살아 있고 맛과 향이 풍부하다. ‘아침부터 맥주를?’ 했던 사람도 금세 한 잔을 비우게 된다. 우리가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마시는 맥주는 장기 유통을 위해 맥아 성분을 필터로 걸러내고 열처리해 효모균의 활동을 정지시킨 맥주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맥주의 풍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플젠 양조장에서 시음하는 맥주는 풍미가 100% 남아 있다. 이 맥주의 유통 기간은 5일에 불과하다고 하니 플젠 현지 공장 투어에서 맛보는 맥주는 투어에 참여한 사람만 경험할 수 있는 귀한 맥주인 셈이다.맥주에 어울리는 음식이 콜레뇨다. 돼지를 만 하루 맥주에 재운 뒤 오븐에서 바삭하게 만든 음식으로 족발과 비슷하다. 돼지고기 냄새가 없고 담백한 것이 특징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아참, 체코를 여행 할 때 체코어로 다른 것은 몰라도 ‘나 즈드라비’(Na zdravi)라는 표현 정도는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건배!’라는 뜻이다.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 여행수첩 대항항공의 인천~프라하 노선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프라하 공항은 한국인 이용객이 많아 한글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인천~프라하 비행 시간은 11시간. 프라하에서 인천으로 올 때는 9시간 30분 걸린다. 체코를 비롯한 동유럽에서는 유레일패스(www.eurail.com/kr)를 이용하는 것이 여행을 손쉽게 하는 방법이다. 프라하 중앙역에서 쿠트나 호라 중앙역까지 기차가 운행한다. 플젠까지는 프라하 중앙역에서 기차로 갈 수 있다. 필스너 공장은 역에서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체코 음식은 고기로 시작해서 고기로 끝난다. 대표적인 전통 음식, 족발과 비슷한 콜레뇨를 꼭 맛볼 것.
  • 안태근 항소심서 징역 2년 유지… 보석신청도 기각

    안태근 항소심서 징역 2년 유지… 보석신청도 기각

    법원 “서지현, 사과 못 받고 명예 실추” 여성계 “조직문화 변화 큰 지표 될 것”지난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이성복)는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안 전 검사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안 전 검사장 측이 낸 보석 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검찰 인사권을 사유화하고 남용해 공정한 인사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피해자인 서 검사는 성추행과 인사상 불이익 외에도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본질과 무관한 쟁점으로 검사로서의 명예가 실추돼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추행 문제가 계속 불거져 누구보다 검사로서 승승장구한 본인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서 검사에게 사직을 유도하거나 검사로서의 경력에 치명타를 가하려 한 것”이라면서 “엄중한 양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이 같은 사실이 검찰 내부에 알려지자 2015년 8월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당시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지위를 이용해 서 검사에게 인사 보복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항소심에서도 “지난해 1월 언론보도 전까지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추행을 목격한 검사가 다수로,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진상조사를 벌였고 이후 임은정 검사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검찰과 법무부 주요 보직을 계속 맡은 피고인의 ‘전혀 몰랐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고 경험칙에 명백히 반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계는 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대법원에서도 형이 유지되길 바란다”면서 “서 검사는 우리 사회에 최초로 미투운동을 촉발한 인물이라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의 조직 문화가 바뀌는 데 큰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서 검사처럼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2차 피해까지 감수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이번 판결이 가해자와 이들을 감싸는 조직에 경고를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6회]양승태 “구속 만기 채우겠다...(조건부) 보석 안원해”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6회]양승태 “구속 만기 채우겠다...(조건부) 보석 안원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15차 공판 지상중계법원 직권 보석 가능성 놓고 줄다리기 팽팽 17일을 기준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구속 기한이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 앞으로 남은 날들은 24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법원의 직권 보석 가능서이 높아지자 검찰은 이날 재판이 시작하자 마자 재판부를 향해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수준의 엄격한 보석 조건을 붙일 것을 요청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얼마 남지 않은 구속기간을 꽉 채우고 아무 조건 없이 석방될 수 있도록 보석을 원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5회 재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지난 14회 재판에서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가능성을 언급하며 구속기간 만료와 관련한 의견을 내라고 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영장전담판사가 증거인멸 우려를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재판부도 증거인멸 우려가 타당하고 적시재판(신속히 재판을 해야하는 사건)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구속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피고인 측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고 구속기간(2개월)도 갱신했다”면서 “구속 기간 갱신의 사유인 증거인멸 우려는 현재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피고인이 재판 단계에 이르러 수사 과정에서 다투지 않은 서류증거들의 동일성까지 다투는 것을 보면 진술조작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더욱 높아 피고인을 보석으로 석방할 사유는 찾기 어렵고 남은 구속기간에라도 최대한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보석조건 MB처럼 엄격하게” vs 변호인 “그냥 석방되도록” 검찰은 “다만 피고인을 석방하되 증거인멸의 우려를 최소화할수 있는 합리적 조건을 부과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에서 그렇게 보석 석방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고, 그렇다 하더라도 20여일 남은 시점에서 핵심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신속히 진행한 다음 구속기간 만료에 근접했을 때 보석을 허가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준비 절차만 석 달이 걸렸고, 정식 재판이 열리고도 서류증거 조사 및 검증절차 등으로 재판이 지연되면서 지금까지 법정에 나와 신문절차를 가진 증인은 겨우 두 명에 불과하다. 앞으로 나와야 할 증인은 210명이 더 있고,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현직 판사들은 자신들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거듭 법정에 나오길 미루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을 보석하더라도 증거인멸을 방지할 수 있는 엄격한 조건을 걸 필요가 있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외출 제한 뿐 아니라 사건 관련자들과 일체 연락을 금지하는 등 엄격한 조건을 걸었는데 피고인도 증거인멸 가능성과 재판 관계자들과의 만남이나 연락을 할 수 없는 조건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변호인을 통한 제3자 접견 금지 및 재판 출석을 당부할 장치로 주거 및 출국제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가 가장 걱정되지만 피고인 측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한다면 어떤 보석조건도 제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향후 신속한 재판을 진행하는 것 뿐이 대안이라고 생각해 그동안 주 2회 재판이 진행됐지만 다수의 증인들의 출석 기피로 미뤄지고 있으니 주 3회 재판을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양승태 측 “구속기한 다 채우고 아무 조건 없이 나오겠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최종 의견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형사소송법상 규정이나 취지에 비춰 현 상황에서 보석 결정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라면서 “어떤 조건이 붙든 안 붙든 구속기간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검찰이 지적한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변호인은 “지난 3월 보석심문 기일 당시 피고인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블랙박스 SD카드를 없애려고 시도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핵심이었는데 분실경위 등 검찰이 파악한 기록을 검찰이 열람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면서 “재판부에서 검사가 주장하는 증거인멸을 했는지, 아니면 검사가 그런 상황을 이용해 피고인이 마치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견강부회식 무리한 주장을 했고 피고인이 구속까지 이르게 된 게 아닌지를 검토해주시는 게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구속 피고인의 신병을 해지하는 방법이 반드시 직권 보석이어야 된다는 걸 염두에 두고 말씀드린 건 아니고 여러 방법이 있다”면서도 “구속해지 방법으로는 직권 보석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이달 말에서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재판부가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관련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 형사재판에서는 1심 구속기간(6개월)이 다 끝나기 전 7~10일 정도 전에 보석을 하기도 한다. 유죄 판단 시 법정 구속을 하게 되면 항소기간인 일주일간의 구속기간도 1심의 구속기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보석을 결정해도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음달 10일까지 구속기간을 꽉 채우고 어떠한 조건도 붙지 않은 자유의 몸으로 석방되는 게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가장 좋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보석 조건과 이를 양 전 대법원장이 받아들일지가 앞으로 재판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으로도 보인다. 보석조건을 두고 날이 선 검찰과 변호인은 곧바로 증거를 놓고 또 한 차례 부딪혔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과 한상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에게 제시할 문건 가운데 이메일 출력물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증거능력을 문제삼으며 이메일 원본과 대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서였다. 검찰은 “(한 변호사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지난 12일에 다뤄졌어야 했는데 그 때는 안 했던 증거능력 주장을 또 하는데, 계속 끊임없이 새로운 주장을 하는 부분에 대해선 제지해 주시는 게 타당하다”고 재판부에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원본과 대조를 해봤으면 하는 게 못할 주장인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새로운 게 아니고 당연한 권리”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원본이 아닌 증거들에 대해선 변호인이 원본 확인을 요구하면 확인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정리했다. ●법원행정처·외교부 면담 배석한 사무관 “법정 밖 소통 너무 놀라워” 이날 오후 3시에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외교부 국장의 면담에 배석한 김모 전 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사무관은 변호사로 일하다 2013년 민간경력자 채용을 통해 2016년까지 외교부에서 근무했다. 그는 2016년 9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외교부 청사에서 조태열 당시 외교부 2차관과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면담을 갖는 자리에 배석했다. 임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 관계자 3명, 조 전 차관 등 외교부 관계자 3명이 모인 자리에서는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 외교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 전 사무관은 당시 면담 자리에 대해 검찰 조사 때부터 “매우 놀라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보통 재판을 하면 법원에 의견을 낼 게 있으면 양해를 구하고 제출을 한다든지 하는 과정이 대부분 법정 안에서 이뤄지지 않나. 그렇게 알고 있었고, 그래서 직접적인 당사자라든지 관계인과 만남이 있는 것이 그냥 좀, 뭐라고 할까요.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만남의 자리가 일종의 사건 절차에 대해 진행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것을 제가 알게 됐고 기존의 일반적인 재판할 때 과정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이제 법정이 아닌 곳에서도 협의들을 하는구나’ 하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 기존에 제가 갖고 있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좀 놀랍다고 생각했다.” 김 전 사무관은 검찰 조사에서는 “그날 자리는 쌍방향 소통 자리였고 제 기본 관념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어른들 말처럼 세상이 이랬구나 하고 무너지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정에서 다시 묻자 김 전 사무관은 “기본적으로 어떤 사건에 대해 공개되지 않은 자리에서 만남이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제 상식에서 벗어난 것 같아서. 제가 전후사정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단편만 봤을 때 법원 같은 경우 공정하고 그런 식의 노력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본 것 같아 그렇게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사건의 당사자 또는 관계자들과 법정 밖에서 ‘소통’을 한다는 것이 법조인인 그의 상식을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된 업무의 담당자는 아니고 당시 배석만 했던 김 전 사무관은 원래 담당자였던 정모 사무관에게 면담자리에서의 논의내용을 전달해주며 “나는 더 이상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차례 배석한 실무진의 ‘기본 관념’을 무너뜨린 일. 그러나 그날의 면담은 강제징용 사건의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 가운데 극히 일부분일 뿐이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스페인 北대사관 습격’ 크리스토퍼 안, 보석으로 석방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혐의로 구속됐던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38)이 보석으로 석방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전직 미 해병대원인 크리스토퍼 안은 16일(현지시간) 석방돼 가족과 함께 로스앤젤레스(LA) 동부 치노힐스 자택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은 현재 의뢰인의 신변에 상당한 위협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의뢰인의 거주 장소 등은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알렸다. 앞서 3일 LA 연방지방법원 진 로젠블루스 판사는 보석 재판에서 “북한 정부가 크리스토퍼 안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연방수사국(FBI)이 확인했다. 그는 독재정권의 명백한 살해 표적”이라고 밝혔다. 반북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에 소속된 크리스토퍼 안은 다른 회원 6명과 함께 지난 2월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직원들을 결박하고 폭행한 뒤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와 USB 등을 탈취해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18일 LA에서 미 사법당국에 체포됐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정두언, 보수 정치 발자취 남겼는데…”

    “정두언, 보수 정치 발자취 남겼는데…”

    17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정두언 전 의원의 빈소에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빈소를 찾고서 기자와 만나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큰 발자취를 남기신 훌륭한 정치인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간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남아 있는 우리가 제대로 된 보수정당의 면모를 굳히겠다”고 했다. 김 전 원내대표와 함께 빈소를 찾은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TV를 켜면 바로 볼 수 있는 선배였는데 이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내년 총선에 우리 원내에 들어와 합리적 보수를 세울 수 있는 주춧돌 역할을 해 주길 바랐는데 속절없이 떠나 정신이 멍하다”고 했다. 정 전 의원과 경쟁을 벌이던 상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들도 이날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정오를 넘겨 빈소를 찾은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어지럽고 세찬 풍파를 묵묵하게 부딪치기에는 어려운 인간적인 심성을 갖고 계셨다”며 “정치가 아니더라도 다양하게 이야기가 통하는 그런 분이었다”고 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조문을 마친 뒤 감정이 북받치는 듯 언론 인터뷰를 고사했다. 보석 상태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재오 전 의원을 통해 유족에게 ‘안타깝다’라는 내용의 조문과 근조 화환을 전달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이명박, 정두언 빈소에 메시지 “할 일 많은 나이에 안타깝다”

    이명박, 정두언 빈소에 메시지 “할 일 많은 나이에 안타깝다”

    “보석 조건 때문에 직접 문상 못 가 유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고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 측에 “할 일이 많은 나이인데 안타깝다”는 조문 메시지를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날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과 통화해 빈소에 가는 이재오 전 의원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강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 조건 때문에 외출이 안 돼 직접 문상을 가지 못해 유감’이라는 말도 유족 측에 함께 전달해달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문상 가려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재판부가 재판으로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문상 여부에 대한 의중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법원은 지난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석방하면서 주거지를 제한하고 변호인과 직계 혈족 외에는 접견·통신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최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 등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직접 통화는 할 수 없다. 이재오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정두언 전 의원의 빈소를 방문한 뒤 취재진에게 “(이 전 대통령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본인이 그렇게 그 영어의 몸이 되지 않았으면 한 번 만나려고 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다”고 밝혔다.이재오 전 의원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두언 전 의원을 만나겠다는 이야기는 감옥에 가기 전에도 수시로 했다”면서 “저를 비롯해 정두언 전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은 우리와 가까웠던 점, 우리와 함께 일했던 점, 서로 힘을 모아서 대선을 치렀던 그런 점, 그런 점만 기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을 맡는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의 인사 전횡 등을 폭로하며 갈라섰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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