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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들 몰래 선물 준비했죠”

    “선생님들 몰래 선물 준비했죠”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동숭동 노들장애인야학 공부터에선 깜짝 파티가 열린다. 이 학교에 다니는 중증장애인들이 교사 26명에게 줄 스승의 날 선물을 몰래 준비했기 때문이다. 평소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움직이기조차 힘든 이들이지만, 이번 선물만큼은 불편한 몸을 스스로 움직여 직접 고른 것이어서 더 의미가 깊다. 야학 친구들의 쌈짓돈을 모은 건 학생회장인 뇌성마비 1급 중증장애인 임모(37)씨. 임씨는 최근 친구들에게 1만원씩 모은 돈으로 머그컵 26개를 샀다. 공부도 공부지만, 임씨에겐 2년 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야학에 등교하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의 기억 때문에 교사들이 더욱 특별하다. 교사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12시간 교대로 임씨를 보살폈다. “종이컵 줄이기 차원에서 개인컵을 선물로 하나씩 마련했는데, 이것만은 활동보조인의 도움없이 직접 샀어요. 일년 동안 우리를 위해 고생했는데 이 정도밖에 준비하지 못하는 게 미안할 따름이죠. 아, 꼭 비밀 지켜 주세요.”더듬더듬 말하는 그의 어눌한 말투가 유난히 진지했다. 3년 전 어느 날에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사연을 보내면 조용필콘서트 티켓을 보내 준다.”고 해 교사들에게 사연을 보내 달라고 졸랐다. 하지만 교사들은 겉으로는 시큰둥했다. 마음이 상했지만 며칠 뒤 교사들은 이씨 몰래 사연을 보내 받아낸 콘서트 티켓 2개를 불쑥 내밀어 이씨를 감동시켰다.“가르치느라 바쁠 텐데, 세심한 것까지 신경써줄 줄 정말 몰랐는데 정말 재밌게 콘서트를 구경했답니다. 서로 이름을 부르며 격의없이 지내지만 선생님은 선생님이죠.”이씨가 환하게 웃었다. 글 사진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맨유 둥팡줘 “팀우승에 보탬안돼 우울”

    맨유 둥팡줘 “팀우승에 보탬안돼 우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둥팡줘(董方卓)가 지난 11일 밤(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이 끝난 뒤 최초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심경을 토로했다.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박지성은 각종 언론에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반면 둥팡줘는 단 1분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중국 언론과 팬들의 실망은 컸다. 둥팡줘는 13일 163.com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이 우승해 매우 기쁘다. 같은 팀원으로서 자랑스럽다.” 면서 “그렇지만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사람의 축구 선수로서 팀의 우승을 위해 어떤 힘도 보태지 못해 우울하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둥팡줘는 “부상을 입었지만 많이 회복돼 이번 주부터 훈련에 복귀할 것”이라며 “맨유의 치료 시스템과 시설은 전세계에서 최고다. 이곳 팀 관계자들이 잘 보살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퍼거슨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서 “훈련이 있을 때는 매일 본다. 얼굴을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정도의 사이”라면서 “퍼거슨 감독은 팀이 우승한 후 매우 바빠 보였다. 하지만 언제나 내게 웃으며 밝게 인사한다.”고 밝혔다. 둥팡줘는 또 “나는 분명 우승컵을 거머쥔 팀의 정식 일원”이라며 “부상으로 경기에 참가하진 못했지만 앞으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반드시 함께 뛸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중국 매체들은 둥팡줘가 잉글랜드 리그에서의 부진한 성적을 베이징 올림픽에서 만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둥팡줘는 “요즘에는 사람들이 모두 올림픽 준비 상황에 대해 물어온다.”면서 “맨유는 중국에 매우 우호적이며 내게 ‘베이징 올림픽에서 뛰는 모습을 보길 바란다’며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163.com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인정많은 야단법석 진오스님

    석가탄신일을 맞아 EBS는 부처님의 뜻을 실천하고 있는 스님을 만나본다. 이번에 만난 스님은 소외된 이웃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진오스님. 특집 ‘야단법석 진오스님’은 12∼13일 이틀에 걸쳐 오후 10시40분에 방송된다. 진오스님(46·법랍 25년)은 신라시대에 지어진 천년고찰 경북 구미 대둔사의 주지이다. 스님은 철인 3종 경기와 마라톤을 하는 ‘별난 스님’으로 이름났지만, 사실 이 지역에서는 1인 3역을 하는 스님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역 복지관 부관장인데다 외국인 근로자 쉼터, 결혼 이민자 지원 센터 업무까지 맡고 있는 것. 여기다 최근에는 일거리 하나가 더 보태졌으니 바로 ‘아빠 노릇’이다. 스님의 하루는 이른 아침 현준(14)과 재호(13)를 깨우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이 학교로 가고 나면 15년된 낡은 자동차를 타고 맨 먼저 구미의 마하붓다 센터를 찾는다. 이곳은 낯선 타국에서 아프고 외로운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쉬어가는 쉼터. 정부 지원도 없어 절 살림은 늘 빠듯하기만 하지만, 벌써 8년째 자력으로 버텨내고 있다. 얼마전에는 젊은 외국인 노동자 한명이 기찻길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했다. 힘 없는 외국인 노동자이기에 기본적인 사고조사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스님은 가슴이 아프다. 때때로 외국인노동자들까지 신경써줄 여력이 어디 있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군 법사 시절 사고로 한 쪽 눈을 잃은 스님은 이들의 아픔이 마치 자기 일인양 안타깝게 다가온다. 지난 3월 문을 연 김천의 결혼 이민자 지원센터도 자주 들른다. 국제결혼한 이주여성들을 위해 마련한 곳으로, 스님은 여기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바닥 청소, 유리창, 창틀 닦기 등은 물론이고 ‘임시 아가방’을 만들어 손수 아기까지 돌봐준다. 재호와 현준을 보살피는 일도 만만치 않다. 스님은 재호네 학교에 불려가기도 하고, 현준이의 엄청난 휴대전화 요금에 충격을 받기도 한다.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아이들이지만,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엄하게 꾸짖는 스님. 하지만 반항기 넘치는 사춘기 아이들 앞에선 스님의 카리스마도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더라도, 찰나의 인연조차 중요하게 여기는 스님에게 아이들과의 남다른 인연은 더없이 소중하기만 하다. 스님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08배를 시킨다. 현준이와 재호는 ‘스스로 깨달아 부처가 되는’ 108배 수행의 의미를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성남시, 중학생 야학 운영

    중학생을 모아 저녁시간에 공부를 가르치고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신개념 야학’이 경기 성남에서 운영된다. 성남시 분당의 이우학교가 설립한 사단법인 ‘함께 여는 교육연구소’는 11일 중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에 무료로 학습지도, 심리 치료, 문화예술 활동 지원 등을 하는 ‘함께 여는 청소년학교’를 13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성남지역 중학교와 지역 아동센터의 추천을 받은 중학교 1학년생 가운데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소년·소녀가장 등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수업은 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 3∼4시 시작해 오후 9시까지 진행된다. 저녁 급식과 간식도 지원된다. 성남시 중·고교 교사 10명이 교과별 지원교사단을 구성,1주일에 한번씩 국어·수학·과학 등을 가르친다. 교사들은 또 학생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연극, 영화·음악 등 문화·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고민도 상담한다. 이 학교는 1970년대 정규교육에서 소외된 도시 빈민·노동자를 야간에 모아 대학생·사회 사업가가 수업을 했던 야학과 기본 성격을 같이 한다. 하지만 대상이 중학생이고 가르치는 선생이 현직 교사란 점이 다르다. 연구소측은 “사회단체 등에서 ‘방과후 학습’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 초등학생과 달리 정규 학교 수업이 끝나면 사회적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저소득층 중학생을 껴안아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사랑의 아침 밥상’

    ‘사랑의 아침 밥상’

    “엄마, 고맙습니다.” 7일 오전 8시30분 서울 강서구 가양동 A초등학교 3층 방과후교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아이들이 ‘어머니’ 품에 안겨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희(가명·9)는 “엄마, 그동안 매일 따뜻한 아침 차려줘서 고마워요.”라고 속삭인다. 어머니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지희를 꼭 껴안는다. 10여명의 아이들이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아침을 먹고 있다. 아이들 앞에는 된장국, 참치김치볶음, 버섯돼지불고기, 김 등이 담긴 식판이 놓여 있다. 왁자지껄 떠들며 맛있게 먹는다. 아이들 얼굴이 하나같이 해맑다. 어머니는 연신 아이 사이를 오가며 반찬과 물을 챙겨준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 숫자가 늘고, 어머니들의 손놀림도 빨라진다. 아이들의 집에는 ‘어머니’가 없다. 소년소녀가장이거나 편부·조손 가정의 아이들이다. 이들이 부르는 ‘어머니’는 나눔누리회 소속 회원들이다. 나눔누리회는 가양동 주민 50여명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자원봉사단체다. 지역 내 결손가정 아이들을 보살피고자 1993년 결성됐다. 초기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집을 찾아가 쌀이나 김치 등 먹거리를 지원했다.2006년 6월부터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양해를 얻어 학교에서 직접 90여명의 아이들에게 매일 아침식사를 차려주기 시작했다. 모임 회장인 김규철(61)씨는 “우리 동네에서 돈이 없어 아침을 굶고 등교하는 아이가 많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회원들과 상의해 아침을 챙겨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먹거리는 요일별로 다양하다. 주먹밥, 김밥, 샌드위치, 가정식 백반, 과일 등 영양가 높은 음식을 정성껏 마련한다. 나눔누리회는 각 가정에서 나오는 폐품을 모아 판 돈과 매년 봄에 개최하는 일일찻집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금, 동네 주민들의 후원금으로 밥상을 차리고 있다. 지금은 회원 수가 50여명으로 늘었다. 이날 아침을 마련한 이상옥(49·여)씨는 “아이들이 품에 안기며 ‘엄마, 고맙습니다.’라고 할 때 가슴이 찡해요.”라고 했다. 이금화(57·여)씨는 “아주 작은 정성이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해, 아이들의 어둡던 표정이 나날이 밝아지는 걸 볼 때면 보람을 느껴요.”라고 했다. 오전 9시쯤 대부분의 아이들이 교실을 빠져나갔다. 식탁 모서리에 조용히 앉아 있던 은지(가명)에게 “왜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라고 부르며 안기지 않니.”라고 물었다. 은지는 “아무리 그래도 우리 엄마가 아니잖아요.”라며 고개를 떨궜다. 은지 집에는 아버지만 있다. 엄마는 3년 전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리움을 숨기기엔 열한 살 은지의 5월이 너무나 간절해 보였다. 글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Seoul In] ‘통장 행동 강령’ 선포식

    중구(구청장 정동일) 8일 주민 ‘보살피미 통장 행동강령’ 선포식을 개최한다. 행동강령은 통장의 역할과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지역 사회와 주민 봉사를 내용으로 한다.15개 동 통장협의회장에게 통장 사진과 인적사항, 임무 등을 표시한 통장 신분증을 수여한다. 자치행정과 2260-1313.
  • 코끝이 찡해지는 특별한 사모곡

    코끝이 찡해지는 특별한 사모곡

    가장 큰 효도는 정말 돈일까. 어버이날이 가까워지면 으레 ‘경제적 도움이 제일 큰 효’라는 설문조사 결과들이 보도를 통해 쏟아진다.KBS 1TV 휴먼다큐 ‘사미인곡(思美人曲)’은 어버이날인 8일 오후 7시30분 부모의 존재와 진정한 효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첫 번째 만나는 코너는 ‘동자승과 아빠스님’편. 충청북도 괴산군 감물면 박달산의 무심사. 깊은 산 속에 자리한 이 사찰에는 5명의 동자승과 지광 스님이 살고 있다.1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 묘덕 스님, 무심사 최고의 ‘얼짱’ 묘정 스님, 카리스마의 화신 묘각 스님, 살인미소가 일품인 여자 동자승 묘법 스님, 축구광인 막내 묘성 스님…. 이들이 가족이 된 지도 어느새 4년이 흘렀다. 이들을 마치 친자식처럼 보살펴 주는 이가 있으니, 바로 지광 스님이다. 지광 스님은 부모의 이혼, 부모와의 사별 등 아픈 사연을 지닌 아이들을 자신의 호적에 올려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맺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품어 주고 있는 이 여섯 식구의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두 번째로 만나는 건 ‘서울 종손의 안동 낙향기’편이다. 홀로 종갓집을 지키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4년 전,30여년간 해오던 기자직을 그만두고 낙향한 이준교씨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본다. 안동 예안 이씨 충효당에는 90세 노모와 17대 종손 이준교(65)씨, 그리고 그의 아들 우진(26)씨 등 3대가 살고 있다. 이씨의 어머니는 현재 귀가 어두워지고 나날이 조금씩 거동이 불편해지는 상태. 그런 어머니가 마당을 거닐다 넘어지시지나 않을까, 이씨는 온종일 노심초사다. 낮에는 어머니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고 밤이면 밤새 편찮으시지는 않을까 어머니를 꼭 끌어안고 잠을 청한다. 환갑이 넘어서도 어머니 사랑에 지칠 줄 모르는 이씨의 특별한 사모곡에 코끝이 찡해진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기고] ‘병역의무 이행’ 존경받는 사회로/박종달 병무청장

    [기고] ‘병역의무 이행’ 존경받는 사회로/박종달 병무청장

    예로부터 우리는 국민을 기본으로 하고, 섬기는 민본주의(民本主義)를 국가통치의 최고 덕목이자 기본 이념으로 삼았다.‘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앞세운 고조선 시대부터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국민을 보살피고 섬겨 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민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고 핍박하며 학정을 일삼던 나라는 예외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군주나 귀족 등 지배계층의 탐욕과 학정은 국민의 원망을 사게 되고 급기야 폭동 또는 혁명세력에 의해 나라의 기틀이 송두리째 뽑혀질 수 있음을 역사는 증명해 왔다. 우리도 지난 반만년 동안 여러 차례 나라가 바뀌었던 수난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한민족으로서의 뿌리를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민(民)을 존중하고 사랑한 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민을 사랑한 국가에 대하여 국민은 충(忠)으로서 보답하였다. 국가에 대한 충성은 세금의 납부나 노역 등 다양한 형태가 있었으나 그중 가장 으뜸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너나할 것 없이 앞장섰던 민초들의 헌신적인 병역 이행이었다. 지금도 그 헌신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고 계승되어 수많은 젊은이들이 인생의 가장 소중하고 값진 시간을 병역의무 이행에 할애하고 있다. 병무청에서는 국가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분들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희생과 헌신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자 지난 2004년부터 병역이행 명문가 선양사업을 시작하였다. 올해로 벌써 다섯 해를 맞이하게 된 이 사업은 3대 가족이 모두 현역 복무를 성실히 마친 가문을 그 대상으로 한다. 특히 금년도에는 그동안 계속하여 제기되어 오던 선정대상의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고자 현역 복무의 범위를 의무경찰과 해양경찰 등으로 확대하게 되었다. 그동안 총 289가문이 명문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으며 올해는 254가문이 신청하여 133가문이 선정되었다. 그중 20가문을 선발하여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시상식을 개최하고 표창할 예정이다. 그분들의 희생에 비해 명문가 행사가 다소 모자란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 숭고한 정신을 명예로 지켜 주고자 하는 마음만은 부족함이 없다고 자족한다. 불합리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탈하고자 하는 안타까운 사건을 접할 때마다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이 더욱 고귀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병무행정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들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지난 1999년 ‘군가산점제도는 위헌이다.’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가산점 비율을 종전보다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병역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상정되면서, 여성계의 반발과 함께 찬반 논란이 다시금 재현되고 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한 것에 대한 보상도 이루어지면서, 여성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합의점이 찾아지길 희망해 본다. 건국 60주년인 올해는 우리나라가 세계 속으로 뻗어 나가는 선진화의 원년이다. 그 추진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우리 국민에게서 나온다. 선진화로 가는 길에서 국가와 국민이 서로 다를 수 없다. 국가는 국민을 아끼고 존중하는 섬김의 자세로, 국민은 국가를 위한 희생과 봉사의 자세로 서로가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할 때 우리의 밝은 미래는 그만큼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우리 병무청은 앞으로도 병역을 이행한 사람이 자긍심을 갖게 되고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덧붙여 사회지도층이 적극적으로 병역을 이행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으로 전 국민이 함께 하는 건강한 병역문화가 꽃피워지길 기대한다. 박종달 병무청장
  • [사설] ‘어린이 지키기’ 구호만으론 의미없다

    오늘은 여든여섯번째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바르고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제정한 이 날을 맞는 마음은 그러나 편치 않다. 최근 드러난 혜진·예슬양 납치 살해 사건의 진상과 뒤이은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알려진 대구의 초등학생 집단성폭행 사건 등 듣기에도 끔찍한 일이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린이들은 여러가지 유형의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어린이들이 유괴와 실종, 성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번 어린이날을 ‘어린이 지키기 원년’으로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성폭력예방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새삼스러울 것 없는 구호나 쳇바퀴 대책으로는 상황이 개선될 리가 없다.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제대로 보살피는 데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동안 사회의 양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이번 대구 집단성폭행 사건에서 보듯이 어린 학생들은 인터넷, 케이블TV 등의 영상매체로 성인용 음란물을 쉽게 접하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이를 모방해 성폭력을 저질렀다. 가해 어린이들조차 기성세대가 방치한 음란물의 피해자임을 부인하기 힘든 것이다. 아이들의 문제이기에 앞서 어른들의 문제로 보고 어른들부터 각성해야 한다. 어린이는 미래의 주역이자 사회의 희망이다. 어린이들이 밝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와 어른들의 몫이다.1년 365일 어느 하루도 빼놓지 말고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고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 어린이 새 애니메이션 ‘호튼’

    어린이 새 애니메이션 ‘호튼’

    “살려줘.” 코끼리 호튼은 어느날 ‘룰루랄라 숲’에서 작은 외침을 듣는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호소에 주변을 둘러보니 민들레 홀씨에 겨우 붙을 만한 작은 티끌이 공중을 날아다닐 뿐이다.‘설마 저 티끌 속에 사람이?’ 설마는 기우가 아니었다. 그 티끌 속에는 마을이 있었던 것.1남 96녀의 자녀를 둔 시장이 살림을 보살피는 ‘누군가 마을’이다. 1일 개봉한 어린이 애니메이션 ‘호튼’(수입 이십세기 폭스코리아)은 ‘나와 다른 것도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라.’는 교훈부터 박아놓고 시작한다. 현미경으로도 보일 것 같지 않은 작은 먼지 속 ‘누군가 마을’은 고딕풍의 건물과 놀이기구 같은 도로가 자유자재로 뻗은 도시다. 호튼의 코만 의지해야 하는 마을은 마을의 존재를 믿지 않는 숲속 친구들로 인해 위기를 맞는다.“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호튼의 필사적인 노력은 갖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산만 한 덩치가 깎아지른 절벽, 아슬아슬하게 흔들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익숙한 반복’이라면, 누군가 마을 천문대 속을 채운 기기묘묘한 악기 연주는 아이들의 상상을 넘어서는 볼거리다. 하나 지적할 것은 더빙이다. 더빙 버전에서 시장(유세윤)은 호튼(차태현)에게 말한다.“이거 차태현 목소리인데, 너 호튼 아니지.” 극의 흐름을 깨는 이런 ‘얕은’ 농담은 두세 번 반복된다. 요즘 유행하는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가 등장하는 것은 ‘애교’라 해도 극중에서 돌연 더빙 배우를 상기시키는 것은 무례한 ‘장난’이자 ‘불필요한 한국화’다. 몰입을 깨는 불쾌감마저 준다면 ‘훼손’에 가깝다. 지난달 25일 열린 ‘호튼’ 시사회에서는 어린이 관객도 들어찼지만 웃음, 감탄 등 반응의 농도는 묽었다. 교훈이 넘치는 영화라고 해서 설득력 있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를 보는 눈은 어른과 아이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전체관람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경기도 24시간 보육시설 9월부터 운영

    경기도는 2일 맞벌이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학교와 학원 기능은 물론 집처럼 24시간 보육까지 할 수 있는 ‘다기능 학교’를 9월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우선 수원과 성남, 고양, 부천, 안산, 안양, 남양주, 의정부, 광명, 시흥 등 맞벌이·저소득층이 많은 10개 시에서 1개 학교씩 정해 내년 2월까지 시범 운영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학교별로 2∼3개 교실을 다기능 학교 전용교실로 꾸며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이 방과후 학교가 끝나는 오후 5시부터 밤 9시까지 보육교사의 보살핌 속에 집에서처럼 식사와 놀이,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 어린이가 귀가할 때는 부모가 동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필요할 경우 학교별로 차량을 이용해 학생들을 이동시키도록 해 어린이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또 부모의 출장 등으로 오후 9시 이후에도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해 지역 종교시설이나 지역아동센터 등을 ‘어린이 쉼터’로 지정,24시간 보육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다기능 학교 교실 운영비,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비, 저소득층 어린이 쉼터 이용료 등에 도비와 시비 등 모두 22억 39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도는 이와는 별도로 다기능 학교 이용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자태그시스템을 활용해 부모가 휴대전화로 자녀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하굣길 안심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맞벌이 가정의 어린이들이 방과후 방치돼 각종 사건·사고에 노출되고 학원 수강 등으로 사교육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서울 대표유물 한눈에

    서울 대표유물 한눈에

    서울역사박물관은 가족과 함께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5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28일 밝혔다. 우선 29일부터 6월까지 두 달 동안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서울시박물관협의회와 공동으로 ‘서울이 아름답다´는 주제의 특별전을 갖는다. 서울에 있는 국·공립, 사립, 대학박물관 등 총 35개 박물관이 소장한 ‘삼양동 금동관음보살입상´,‘월인석보´,‘대동여지도´ 등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유물 400여점을 전시한다. 또 다음달 5일 어린이날에는 박물관을 무료로 개관해 어린이들이 전시와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서울역사박물관 로비에서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우광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세계 음악, 세계 악기´ 공연을 펼친다. 광장과 로비에서는 예술풍선 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성동구 청계천로 청계천문화관도 어린이날에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이다. 가족 만화영화를 상영하고, 전시실 탐험, 옛책 만들기 등을 준비했다. 이와 함께 클래식을 즐기는 ‘문화가 흐르는 청계천의 밤´(15일), 세종문화회관 국악단의 ‘함께해요, 나눔예술´(16일), 아리랑을 주제로 한 뮤지컬 ‘아리달이별이´(30일) 등을 마련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선화의 대가’ 수안 스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선화의 대가’ 수안 스님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던가. 이제 ‘그분’과 만날 시간이 왔다. 아침 찬물로 세수하고 맞이하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고 한다. 천지사방이 푸르름으로 가득하고 퍼붓는 정열의 햇살로 온통 찬란해진다.98세에 작고한 피천득 시인은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라고 찬미했다. 어디 이뿐이랴. 어버이, 스승,‘나를 닮은’ 아이들이 새삼 생각나게 한다. 그럴 것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석가탄신일, 성년의 날 등 기념적인 날들이 이어진다. ‘마음을 모아 고요히 생각하는 일’(禪), 그리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축하(奉祝)하는 일이 더욱 많아진다. 5월과 무관치 않은 한 스님을 만나보자. 곧 칠순임에도 여전히 ‘개구쟁이 어린이’처럼 지낸다. 무장무애(無障無), 아무 거리낌 없이 ‘하하하’ 크게 웃어대는 모습은 영락없는 천진한 부처 같다. 그는 어머니와 어린이들을 ‘말할 수 없도록’ 그리워해 그림(禪畵·선화)을 그리고 시를 쓴다. 내공이 워낙 깊은지라, 주위에서는 ‘선화의 대가’라고 칭송한다. 10년 전쯤이다. 스님이 양저우(揚州)박물관장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하루는 양저우시장이 저녁자리를 마련했다. 때마침 선화의 대가가 양저우에 왔다는 소문을 듣고 글씨와 그림에 관한 한 ‘무림의 고수’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어릴 적 은사도 참석했다. 술잔이 몇순배 돌고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중국의 한 원로화가가 붓을 잡더니 즉석에서 물소그림을 그렸다. 이어 그 화가는 붓을 한국의 스님에게 건넸다.‘화답’을 청했던 것. 뒤질세라 스님은 주먹쥐듯 네 손가락으로 붓을 잡았다. 원래 악필(握筆)인 스님은 창호지에 원을 그리고 점을 몇군데 쓱쓱 찍었다. 불과 몇분 후 붓을 내려놓자 약속이나 한 듯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발그레한 볼에, 미소짓는 복덩이 동자상이었다. 양저우시장이 즉석에서 “공부 잘하도록 우리 아들 방에 걸어놓으면 너무 좋겠다.”고 하자 스님은 기꺼이 선물했다. 그러자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줄을 섰다. 스님은 이날 밤 새도록 붓을 잡았다. 스님과 관계된 일화는 많다. 프랑스 상원의장 초청으로 뤽상부르궁전 의장공관에서 전시회를 열어 프랑스와 우리나라 화가들을 놀라게 했다. 이밖에도 베를린, 카사블랑카, 남미 등 세계 각지의 유서 깊은 도시를 돌며 전람회를 열어 많은 화제를 뿌렸다. 얼마 전에는 유니세프(UNICEF)에서 발행하는 엽서에 그의 작품이 소개되기도 했다. 스님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팬들도 적지 않다. 법문 스타일도 독특하다. 야단법석(野壇法席)에서 마무리할 때 ‘우리의 소원은 성불’을 불러 신도들을 울리기도 한다. 국내 불교계에서는 중생을 연민하고 구제하는 일에 남달라 ‘관세음보살’이라고 표현한다. 스님이 머물고 있다는 통도사(通度寺)의 축서암(鷲棲庵)을 찾았다. 조선 숙종 때 창건된 암자로 영축산(靈鷲山·혹은 영취산)의 옛 이름 축서산에서 비롯된다. 400여년이라는 축서암의 세월 가운데 근래 30년을 문제(?)의 스님이 살아서인지 축서암은 거대한 화실처럼 느껴졌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붉게 핀 자목련이 원숙한 여인처럼 금방이라도 유혹할 듯 낯선 손님을 맞이한다. 암자 뒤로는 온갖 푸른나무들이 병풍처럼 쭉 늘어서 넋을 놓게 했다. 그렇게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기자양반인가? 읍내(서울)에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촌구석까지는 뭐할라고 왔노.”라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온다. 선화의 대가 수안(殊眼) 스님이었다. “차나 마시고 가게.” 합장을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쥐 두마리가 ‘입춘대길’이라는 글을 떠받치는 그림이 창문에 붙여져 있었다. “왜 ‘수안’이라고 했습니까?” “내 속가의 성이 ‘문(文)’이야. 그리고 문수보살(文殊菩薩)의 수(殊)에다 ‘문수의 안목을 키워라’해서 안(眼)을 넣었지.” “만화방창, 이 봄에 유혹을 느끼지 않나요?” “허허허, 봄이 되면 관광버스 타고 놀러가는 사람들 많지.” 연근차 몇잔을 마셨다. 스님은 평소 길을 떠날 때 차보따리를 끼고 다닌다. 스님이 마실 차, 그리고 스님과 만날 사람을 위한 차를 준비한다. 그게 바로 풍류의 시작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수무향(眞水無香)의 ‘풍류차’를 권하면서 ‘어차피 인생살이가 다반사(茶飯事)이지요.’라고 한다. 차를 마시던 스님이 갑자기 기자의 얼굴을 보더니 “어라, 머리만 안깎았군.”이라고 했다. 전생이 스님인가? “호 하나 지어주랴? 고을 제(濟)에서 삼수는 빼버리자, 그리고 산에 기대 살아야 하니 산(山)을 넣어 제산(齊山)으로 해삐리라.‘재산’으로 들릴 수도 있으니 기분이 좋다. 하하하.” 얼핏 ‘개구쟁이 스님’의 장난기로 들려올 법도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토굴생활 등 혹독한 수행으로 ‘대긍정(大肯定)’의 경지까지 오른 ‘큰스님’의 말씀 아닌가. “대긍정은 어떤 것인가요?” “별거 아니야, 긍정과 부정도 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야. 부정이 많다 보면 그림자가 많아져. 캄캄한 방에 전깃불 켜는 것도 수행이지. 스위치 하나로 어둠과 밝음, 즉 긍정과 부정이 생기거든. 흐르는 물이 굴곡을 탓하는 거 어디 봤는가?” “요즘 세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너무 바빠, 그렇게 살 필요 없어. 별로 들 것도 없으면서 왜 무겁게 짊어지고 쫓기면서 살아? 아나 다 놓아삐리라. 집착은 곧 노예인 것이야. 장독대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는 어머니를 생각해봐. 요즘은 어머니도 고향도 다 잊고 살아가. 지혜는 없고 지식과 정보의 노예로 다들 전락했어. 그러니까 고급인력들이 빈둥빈둥 놀고 자빠졌지.” 스님의 시 중에 ‘사모곡’이 있다.‘누가 지었을까 어머니 이름 석자/기쁠 때 불러도 어머니 슬플 때 불러도 어머니/아무리 불러도 싫지 않은 그 이름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아기가 됩니다.’ 스님은 ‘진리는 곧 어머니’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자비원’을 통해 무의탁 노인을 돕는다. 또 부산 지역 지체장애아동들에게 매년 휠체어 100대씩 사서 선물하는 등 수십년째 선행을 베풀고 있다. 길을 가다가 거지를 만나면 주머니를 뒤져 몇푼의 돈을 꺼내 건네주는 일도 다반사이다. 스스로 ‘수행화가’라고 표현하는 그는 17세 때 출가 직후부터 석정 스님을 스승으로 전각과 선화를 익혔다. 그의 그림은 어린이, 어머니, 초가집 등 토속적 냄새가 짙게 담겨 있다. “출가한 지 50년 됐습니다. 그동안 후회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나요?” “비바람이 부는데 파도가 안 일어날 물이 어디 있겠어. 성불하려면 비워야 해. 가득차 있으면 뭘 담겠나?” 인터뷰를 마치면서 석가탄신일을 맞아 법문 하나를 정중히 부탁했다.“춘래초자청(春來草自靑), 봄이 오면 풀이 절로 푸르기 마련인데 괜히 욕심 보탤 거 없어. 심청사달(心淸事達)이야. 마음이 맑으면 모든 일이 잘 풀려. 부정과 긍정도 다 흑백논리야. 최선을 다해도 나중에 부끄러운데 눈속임을 하면서 살면 얼마나 영혼이 부끄럽겠나. 내 자식이 귀하면 이웃 자식도 귀하고, 사회와 국가도 귀하지 않겠나?”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수안 스님은 1940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57년 석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64년 월하 스님에게 비구계 수지하고 이후 통도사 송광사 백련사 묘관음사 등에서 수선안거에 정진했다. 77년 이리역 폭발사고 때 이재민돕기 선화전을 열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85년 파리 초대전,86년 중앙승가대건립기금마련 전시회,89년 두달간 유럽순회전 등 유럽과 러시아, 남미 등에서 전시를 가져 독특한 수행력을 과시했다. 특히 불우어린이와 장애인, 무의탁노인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내놓는다. 그림전시도 ‘중생돕기’ 차원이다. 이달 초에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세상을 담는 그릇-발우전’에 공동전시를 가졌다.
  • [씨줄날줄] 몰자비(沒字碑)/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스스로 ‘황제’라는 칭호를 만들어 사용한 뒤 2000여년, 중국 역사에서 여성 황제는 단 한 명이었다. 측천무후이다. 무후는 원래 ‘정관의 치’로 유명한 당 태종의 후궁이었으나, 당 태종 사후 그의 아들 고종에게서 거듭 사랑을 받았다. 이를 기화로 황후를 죽여 그 자리를 차지하고는 병약한 고종 대신 권력을 휘둘렀다. 고종이 죽자 무후는 고종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셋을 차례로 황태자·황제로 세웠다가 내쫓고는,690년 국호를 주(周)로 바꾸고 자신이 황제로 즉위했다. 무후는 이처럼 중국사를 대표하는 여걸이자 악녀였다. 제 아들이건, 선대의 중신이건 뜻을 거스르는 인물은 여지없이 숙청하는 공포정치로 권력을 유지했다. 반면 민생을 잘 보살펴 백성들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무후가 권력을 휘두르는 동안 당의 황족들이 여러차례 반란을 일으켰지만 민간의 호응은 전혀 없었다고 기록돼 있다. 고종이 죽어 묘소인 건릉을 조성할 때 무후는 고종의 덕을 기리는 현덕비 옆에 거대한 석비를 나란히 세웠다. 자신이 훗날 고종과 함께 묻히면 그 비에 업적을 새겨주리라 믿은 것이다. 하지만 무후가 병석에 들자 주나라 대신 당 왕조가 다시 섰고, 당나라가 망할 때까지 그 비석은 문자를 새기지 않은 비, 곧 몰자비(沒字碑)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아울러 ‘몰자비’는 ‘허우대는 멀쩡한데 교양 없고 글 모르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인구에 회자되었다고 한다. 자고로 돌이나 쇠에 글을 새기는 까닭은 그 기록이 천년, 만년 남기를 원해서이다. 그러나 절대권력을 휘두른 측천무후조차도 몰자비의 수모를 당한 것은 당시에 이미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임기 만료를 눈 앞에 둔 제17대 국회가 광개토대왕비(높이 6.39m)보다 더 큰 7m짜리 거석을 최근 본관 후문 쪽에 세웠다. 국회 관계자 말로는 정치권 인사에게서 기증받은 것이라는데, 그 큰 돌이 어떤 구실을 하게 될지 걱정된다.17대 국회가 국민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 국회의원들은 모르는 걸까. 행여 그 돌에 본인 이름 석자를 새기길 원하는 이가 있다면,‘몰자비의 우화’를 다시금 되새겨 보길 바란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공무원이 지켜야 할 ‘최소’ 버리면 나라가 타락”

    “공무원이 지켜야 할 ‘최소’ 버리면 나라가 타락”

    81세의 노학자 머리 위로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소정(小丁)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가 빗방울을 피해 한 그루 느티나무 아래 섰다.“35년 전 명상할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어 심은 나무”라고 했다. 느티나무를 심었을 즈음, 그는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생애 첫 번째 해직을 당했다. 여린 느티나무 묘목이 튼튼한 나무로 자라는 동안, 그도 험한 세월을 거치며 한국 사회의 거목으로 우뚝 섰다. 최근 그가 자신의 삶과 학문역정을 담은 회고록 ‘겁 많은 자의 용기’(삼인 펴냄)를 출간했다. 회고록은 옹골찬 나이테를 갖기까지 그가 헤쳐온 시대와의 분투기다.23일 서울 쌍문동 그의 자택은 물기 머금은 잎새들로 푸르렀다. ●벌벌 떨면서도 해야 할 말은 하고만 사람 이 교수는 스스로를 ‘겁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시험지만 보면 떨었다.”고 했고, 교수가 돼서도 “회의 때면 떨면서 발언했다.”고 했다. 그는 벌벌 떨면서도 해야 할 말을 하고 맡아야 할 역할을 마다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1970∼80년대 함석헌, 문익환, 김대중 등과 민주화운동을 선두에서 이끌었고 미국 행정학이 휩쓸던 60년대에 1세대 행정학자로서 한국적 행정학의 기초를 닦았다.17번 잡혀가 3번에 걸쳐 5년간의 옥살이를 했고,3번의 해직으로 9년 8개월간 강단에서 내쫓겼다.59년 고려대 최초의 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해 73년까지 거의 모든 전공과목을 도맡아 가르쳤고, 독재정권을 뒷받침하던 주류 ‘발전행정학’을 거부하고 ‘일하는 조직’과 ‘개인을 존중하는 조직’을 탐구하는 비주류 행정학을 택했다. 그는 “민주화운동가와 행정학자란 각기 다른 두 역할이 상하간, 경쟁적 정당간 협력을 통해 사회의 가장 비참한 노동자와 농민을 보살피는 ‘협력형 통치’란 학문적 화두를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회고록의 부제는 ‘지켜야 할 최소에 관한 이야기’다. 이 교수는 ‘정도를 넘어선 최대’가 아닌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를 고집하는 최소주의자다. 그는 “지켜야 할 최소를 지킨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지킨다는 뜻”이라고 말한다.“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을 버리는 일은 자신을 타락게 하고, 공무원이 지켜야 할 최소를 버리는 것은 나라를 타락게 한다.”는 지적이다. 어렸을 땐 장남으로서 동생을 때리지 않겠다는 결심이 최소였다면,3·1민주구국선언(1976)으로 투옥됐던 추운 겨울날엔 몸 녹일 수 있는 더운 물 한 모금이 최소였다. 최소를 지키는 자세는 그에게 정당성 없는 현실정치에 부딪히게 하는 동력이자 행정학 이론을 성찰케 하는 거울로 작용해 왔다. 그 자신 ‘행정의 최소조건 5부작’(‘북한 행정권력의 변질요인에 관한 연구’‘자전적 행정학’‘논어·맹자와 행정학’‘인간·종교·국가’‘협력형 통치’)이라 부르는 연구 결실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 교수는 “통치자의 자의적인 지배로 사회가 왜곡될 때 이를 바로잡고 올바른 상태로 관리해나가는 것이 행정학의 역할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행정학 교육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설정이 필요하다.”며 조직이 아닌 인간 위주의 행정학을 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켜야 할 최소에 관한 이야기’ 이번 회고록 집필은 이 교수가 생애 마지막 책으로 계획한 ‘새 문명에서의 공직자’(‘새 문명’)를 쓰기 위한 준비작업이다.‘새 문명’은 그 자신 살아온 일생의 삶을 반추해 행정학과 통합시키는 작업으로, 책을 쓰기 위해선 회고록 집필이 필수적이었다는 설명이다. 그가 보기에 새 문명에서 공직자가 지향해야 할 바 역시 ‘최소’다.“새 문명에서는 최소자가 최대로 돋보여야 하고, 공직자는 전체 공동체의 구성원들 중에서 최소자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현 정부 정책과 이를 실행하는 공직자들을 향한 쓴소리도 ‘최소’의 관점에서 날이 서 있다. 이 교수는 “영어몰입교육을 둘러싼 현 정부의 우왕좌왕과 최근의 학교자율화 조치는 아이들을 일류대에 많이 보내는 걸 교육이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라면서 “경쟁, 일자리, 돈을 우선에 놓는 경제제일주의 행정은 결코 올바른 행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직자란 행정의 미시 현상”이라면서 “사람이 하는 것이 행정이며 행정의 최종 생산물도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회고록 말미에서 “나는 93세까지 살 작정”이라고 공언했다. 처음 구속됐을 때가 46세였으니, 꼭 그만큼의 삶을 살고 한 해 더 살면 93세가 된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12년, 그동안 그는 세 가지 질문을 놓고 끊임없이 자문할 생각이다.‘너는 왜 마지막을 중요시하는가?’‘너는 어떠한 죽음을 가장 의미 있는 죽음으로 보는가?’‘너는 왜 책을 쓰다가 죽고 싶은가?’ 글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65·끝) 불상없는 불전 정암사 적멸궁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65·끝) 불상없는 불전 정암사 적멸궁

    강원도 정선 사북에서 만항재를 넘어 영월 상동으로 가는 길은 별빛이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코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발 1330m의 만항재는 포장도로가 놓인 고갯길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고 하지요.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1573m의 함백산과 1567m의 태백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옵니다. 카지노와 스키장이 있는 사북에서 고한을 거쳐 414번 지방도에 접어든 뒤 만항재로 오르다 보면 왼쪽 산기슭에 정암사(淨巖寺)가 나타납니다. 그저 퇴락한 산골의 작은 암자처럼 소박한 모습이지만, 내력을 살피고 나면 오염되지 않은 별빛을 찾아나선 여행이 더욱 뜻깊어질 것입니다. ●진신사리 모신 인근 수마노탑에 예배 드리기 위한 공간 정암사에는 적멸궁(寂滅宮)이 있습니다. 흔히 영취산 통도사와 오대산 중대, 사자산 법흥사, 그리고 태백산 정암사를 4대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고 하지요. 여기에 설악산 봉정암을 더하여 5대 적멸보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보배 보(寶)’자로 화려하게 장엄한 다른 적멸보궁과는 달리 정암사 적멸궁은 이름부터 과장이 없습니다. 정암사 적멸궁을 그저 보이는 대로 설명한다면 불상이 없는 절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일반적인 전각과는 달리 부처님 자리에는 연꽃을 수놓은 붉은 방석이 하나 놓였을 뿐입니다. 대신, 적멸궁의 뒤로 돌계단이 놓여진 가파른 산길을 100m쯤 오르면 7층짜리 수마노탑(水瑪瑙塔)이 나타납니다. 적멸궁은 이 탑에 예배를 드리기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마노란 붉은색, 검은색, 흰색이 곱게 어우러진 석영의 일종이라고 하지요. 신라의 자장법사(590∼658년)가 당나라에서 수도하고 645년 귀국할 때 그의 불도에 감화된 용왕이 건넨 수마노로 탑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탑은 고려시대에 수마노가 아닌 석회암을 벽돌처럼 다듬어 쌓아올린 모전석탑(摸塼石塔)이지요. 정암사의 옛 이름은 석남원(石南院)입니다. 자장은 석남원을 창건하면서 중국에서 가져온 진신사리를 수마노탑에 봉안했다고 하지요. 진신사리란 부처님의 유골입니다. 부처를 수마노탑에 모셨는데, 부처의 모습을 흉내낸 불상을 적멸궁에 두는 것은 무의미하겠지요. 적멸궁은 우리나라에서 창안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요.7세기 신라불교가 이미 외래의 교리를 주체적으로 소화하여 새로운 상징체계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만큼 성장했다는 증거입니다. ●외래 교리 주체적 소화… 신라불교 성장 증거 적멸(寂滅·Nirvana)은 번뇌의 불꽃을 지혜로 꺼서 일체의 고뇌가 소멸된 상태를 가리킨다고 하지요. 부처가 깨달음을 이룬 보리수 아래는 그래서 적멸도량(寂滅道場)이 됩니다. 적멸도량을 우리 나름대로 건축적으로 구현한 것이 적멸궁입니다. 법왕(法王)이 머무는 곳이니 궁(宮)이지요. 정암사 적멸궁은 불교의 본질이 깨달음이라는 것을 웅변하고 있지만, 그 깨닫는다는 것이 또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동시에 일러주고 있습니다. 자장법사는 우리나라 문수신앙의 선구자이기도 하지요. 그가 634년 당나라로 건너갔을 때 가장 먼저 찾아간 곳도 문수보살이 머물고 있다는 오대산이었습니다. 귀국한 뒤에는 오늘날의 평창 일대를 오대산으로 삼아 문수보살의 정토세계를 재현하려 했지요. 문수보살은 지혜를 형상화한 존재라고 합니다. 지혜 없이는 깨달음도 없으니 문수보살은 곧 깨달음을 상징하지요. 그런데 ‘삼국유사’의 ‘자장정률(慈藏定律)’에는 자장이 석남원에서 남루한 도포를 입고 칡으로 만든 삼태기에 죽은 강아지를 담은 문수보살을 알아보지 못하고 내쫓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문수보살은 ‘잘못된 깨달음(我相·아상)을 가진 자가 어떻게 나를 알아 볼 수 있겠느냐.’고 자장을 꾸짖지요. 문수보살이 사라진 뒤 자장이 몸을 던져 죽으니 화장하여 바위구멍(石穴·석혈)속에 모셨다는 줄거리입니다. 바로 정암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자장이 문수보살을 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깨달음을 얻지 못했음을 뜻하고,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었음을 일러줍니다. 깨달음을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깨달음이란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단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장과 정암사, 그리고 적멸궁이 일깨워주고 있는 듯합니다. dcsuh@seoul.co.kr
  • 초선 당선자 민생속으로

    한나라당은 21일 18대 국회의원 초선 당선자 82명으로 구성되는 민생대책특별위원회를 발족키로 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특히 어려운 계층과 지역에 있는 국민들을 더 많이 보살피도록 의식적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이런 활동을 위한 준비를 미리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특위는 ▲규제개혁 ▲서민경제Ⅰ ▲서민경제Ⅱ ▲취약계층 ▲교육대책 ▲농어민대책 ▲국민건강안전 등 7개 분과로 구성되며, 활동 기간은 18대 국회 개원 전인 5월말까지다. 초선 당선자들은 장애체험, 택시기사 체험, 일일 1만원 생활체험 등 민생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상임위별 정책현안 및 당 주요정책을 학습하고 의정활동 계획 보고대회 개최로 특위 활동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장체험 등의 특위 활동이 ‘부자내각’,‘부자정당’을 불식시키 위한 일회성 행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열린세상] 반쪽짜리 제18대 국회/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반쪽짜리 제18대 국회/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신기록이 수립됐다.1948년 건국 이래 60년 동안 전국 규모의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이 탄생한 것이다. 월드컵 열풍이 휩쓴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의 투표율인 48.9%보다도 낮은 46.0%의 투표율이다. 유권자의 절반이 넘게 투표하지 않은 셈이다. 그 와중에 30∼40% 득표로 당선된 사람이 부지기수다. 선거구의 20%도 채 안 되는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뽑힌 사람의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누구를 대표해서 지역일을 보살피고 나랏일을 경영할 것인가. 이런 상황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부지런히 대책을 세웠다. 일반적으로 투표참여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투표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이거나, 투표함으로써 혜택을 높이거나, 또는 투표하는 시민의식을 함양시키는 접근법이 있다. 선관위는 2008년 총선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여 투표하는데 드는 시간적·경제적·육체적 비용을 줄일 것을 추진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 대신 부재자투표를 확대하여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그러나 이율배반적으로 대학에 설치한 부재자 투표소가 제17대 총선의 12개에서 3개로 축소되고 부재자 신고기간이 고작 이틀에 그쳤다. 형식적이어서일까? 부재자투표의 이용률이 갈수록 줄고 이에 따라 전체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을 막지도 못했다. 이번에 선관위는 두 번째 접근법에 집중했다. 투표하는데 이른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 다 걸었던 것이다. 투표확인증으로 2000원짜리 국공립 공원이나 주차장 이용할인 혜택을 베풀었다. 그러나 투표율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유권자의 반응도 폭발 일보직전이다. 연장자들은 이미 여러 혜택이 공짜이고 저연령층 유권자에게 주차장 할인권은 소용이 없다. 그리고 2000원짜리 할인혜택을 누리고자 고궁을 나선 유권자는 황당한 경험을 피하지 못했다. 기대와 달리 할인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립중앙박물관과 지방박물관은 선거일 당일에만 혜택이 적용되고 서울의 미술관 중 서울시립미술관 하나만 혜택 대상이었다. 한마디로 국가의 말이라면 뭐든지 잘 믿고 따르는 선량한 유권자들만 골탕먹은 셈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른바 인센티브제는 2000년대 초부터 재보궐선거에서 실험적으로 이용되었고 투표율을 향상시키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 반복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는 것이다. 찍을 사람도 없고 공약이나 정책도 모르며 정치가 나아지는 것도 없는데 달랑 2000원 준다고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나서겠는가. 이른바 인센티브제와 같이 천박한 제도 말고 투표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그간 영국은 우편투표와 전자투표 등을 동시에 실시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 총선에서 61%라는 저조한 투표율을 경험하고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절감하여 영국은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의무투표제의 도입이다. 이러한 영국의 사례가 달랑 46.0%만 투표하여 반쪽짜리 대표성밖에 확보하지 못한 제18대 국회에 시사하는 바는 지대하다. 제18대 국회는 투표율의 하락을 막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정치를 개혁시켜 국민에게 불신감과 혐오감을 거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과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의무투표제의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의무투표제는 현행 헌법체계와 국민정서에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무투표제는 벨기에, 그리스, 이태리, 호주 등에서 길게는 100년 전부터 이용되었다. 의무투표제에도 정치적이나 개인적인 사유를 소명하면 투표를 안 할 수 있다. 이른바 페널티를 금전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강하게 매기는 사례도 없다. 다만 투표는 신성한 권리이며 의무로서 시민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주목적인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64)계유명 전씨 아미타불 삼존석상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64)계유명 전씨 아미타불 삼존석상

    1960년, 백제의 옛 땅인 충남 연기 출신의 동국대 학생 이재옥씨는 고향의 작은 절에서 부처님이 새겨진 돌을 탁본하여 불교미술을 강의하던 황수영 교수에게 리포트로 제출했습니다. 당시까지 우리 미술사학계에 전혀 보고되지 않았던 불비상(佛碑像)이 분명했지요. 황 교수는 곧바로 학생들을 이끌고 연기 전의면으로 내려가 차령산맥 기슭 비암사(碑岩寺)의 삼층석탑 위에서 사방에 부처와 보살이 새겨진 불비상 3점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렇게 발견된 계유명 전씨(癸酉銘全氏) 아미타불 삼존석상은 당장에 국보 제106호로 기축명(己丑銘) 아미타여래 제(諸)불보살석상과 미륵보살 반가사유석상은 보물 제367호와 제368호로 각각 지정되었습니다. ●신라시대 만들어진 백제 불비상 이뿐만이 아닙니다. 추가 조사를 벌인 결과 조치원 서광암(瑞光庵)에서는 계유명 삼존천불비상이 발견되어 국보가 되었지요. 또 연기 서면 월하리의 연화사(蓮花寺)에서는 무인명(戊寅銘)석불비상과 칠존석불상을, 이웃한 공주 정안면에서는 납석제 삼존불비상을 찾아내어 모두 보물로 지정했습니다. 이렇듯 백제 부흥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 연기 일대에서는 한반도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7점의 불비상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불비상을 역사학계에서 크게 주목한 것은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에서 점령지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움직임을 짐작케 해 주는 명문(銘文)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계유명 전씨 아미타불 삼존석상이지요. 명문은 마멸되어 전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라고 합니다. ‘계유년 4월○일에 공경되이 발원하여…국왕, 대신, 칠세부모, 모든 중생을 위하여 절을 짓는다.…계유년 5월15일 한 마음으로 아미타불상과 관음·대세지보살상을 조성한다.’ 그러고는 발원한 사람의 이름을 나열했는데, 전씨를 비롯하여 달솔(達率) 신차원, 진무 대사(大舍), 목○ 대사(大舍), 상차 내말(乃末) 등이 보이지요. 문제는 달솔이 백제의 관직인 반면 대사나 내말은 신라의 관직이라는 데 있습니다. 학계는 ‘계유년’을 일반적으로 신라 문무왕 13년(673년)으로 봅니다.671년 신라가 당나라 장수 유인원(劉仁願)을 오늘날의 부여인 사비에서 몰아내자 당나라의 웅진도독이었던 의자왕의 아들 융(隆)도 당나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지요. 이후 신라는 사비에 소부리주를 설치하고 실질적인 삼국통일의 기초를 다지게 됩니다. 신라는 백제의 옛 땅에 살던 사람들이 당나라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당면과제였는데,673년 백제 인사들에게 신라의 관직을 준 것도 유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취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계유명 삼존석상에 나타난 ‘대사’나 ‘내말’은 불만스럽지만 회유책에 순응해가기 시작한 사람들인 반면 ‘달솔’ 신차원만은 백제에 의리를 지키고 신라 벼슬을 받지 않은 사람으로 볼 수 있겠지요. ‘국왕, 대신’이라는 표현에는 학자들 사이에도 논란이 없지 않습니다. 새로운 지배자인 신라의 국왕, 대신인지, 그동안 충성을 바친 백제의 국왕, 대신인지, 아니면 불사(佛事)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한 국왕, 대신인지 분명히 드러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점령군 통치로 핍박받은 중생의 넋 달랜 듯 하지만 이 불비상은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좌우에 협시하고 있는 삼존불입니다. 아미타불은 서방정토의 구세주로 인식되면서 죽음과 마주칠 수밖에 없는 중생에게 위안을 주고, 관세음보살은 세상 사람들의 고통에 자비를 베푸는 존재이지요. 백제가 멸망하고, 부흥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죽거나 핍박받은 중생의 명복을 빌고자 절을 짓고, 불비상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이 불비상은 미술사에서도 독특한 존재입니다. 아미타삼존불과 광배, 그 양쪽의 인왕상과 사이사이에 보이는 나한상, 옆면의 주악천인상에 이르는 모든 조각에는 작은 원이 구슬처럼 연결된 연주무늬 장식이 화려하고, 보살의 가슴에는 일종의 목걸이인 영락(瓔珞)이 늘어뜨려지는 등 백제시대 불교조각에서 흔히 보이는 수나라(581∼619년) 양식의 특색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명문이 없었다면 이 불비상은 백제시대 것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겠지요.‘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졌지만 백제의 옛 땅에서, 백제의 미의식을 담아놓은 불교조각’이라는 성격만큼이나 이 불비상에는 점령군의 통치 아래 살아가야 했던 패망국 사람들의 복잡한 심사가 담겨 있는 듯합니다. dcsuh@seoul.co.kr
  • 강남구 자치외교 ‘글로벌 구정’ 현장

    강남구 자치외교 ‘글로벌 구정’ 현장

    강남구가 ‘글로벌 구정’을 펼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행정지원을 하면서 외국 오지와 해외동포에게 온정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서울시를 대표해 일종의 ‘자치외교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셈이다. 강남구는 15일 다음달초 구청 1층 민원상담실 옆에 외국인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공간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외국인에 풀서비스 행정 이를 위해 영어, 중국어, 일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자원봉사자 60명을 이미 확보했다. 봉사자들은 젊은 대학생보다 50대 이후 노인층이 많다. 외국인이 별다른 준비 없이 구청을 방문해도 인감증명, 체류지 변경, 거주사실증명 등 민원서류를 편리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의료보험증 발급, 신용카드 발급대행, 휴대전화 신청 안내, 운전면허증 발급대행 등 구청 민원외 서비스도 함께 제공받는다. 이 4종의 민원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살면서 꼭 필요하지만 갖추는 데 여러 가지 불편을 주는 사안이다. 법률·세무·관광 안내도 곁들여진다. 외국인전용 주민센터도 만들었다.17일 오후 3시 역삼1문화센터 5층에 ‘역삼글로벌 빌리지센터’가 문을 연다. 전기, 수도, 가스 등의 신청을 대행하고 편안하게 살도록 보살피는 업무를 한다. 빌리지센터의 ‘촌장’은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 중인 이탈리아 미녀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사진 맨 오른쪽·27)가 맡았다.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외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청의 안내문과 주요 거리의 표지판도 3개 외국어를 병행해 게시했다. 해외 구호활동도 활발하다.14일 오후 구청 앞에서는 화물차 8대에 가득 실은 도서 12만여권이 해외와 국내 벽지로 출발하는 발송식을 가졌다. 주민들이 한두 권씩 내놓은 참고서, 소설, 만화 등이다. ●고국의 온정을 느끼도록 배려 책은 다음달 19일을 전후해 미국 애틀랜타와 베트남 호찌민, 중국 지린성 등 4개국 6개 도시에 도착할 예정이다. 비록 낡은 책이지만 해외 및 중국 동포에게는 고국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한글 책이다. 이에 앞서 일부 책은 충북 영동군 등의 국내 10개 벽지의 68개 초등학교에 전달된다. 지난해 4월에는 카자흐스탄 고려인 학교에 1만 5000권의 한글 책을 전달했더니, 한 고려인 어린이가 ‘한국 친구야 너무 재미있는 책을 보내줘 벌써 몇번째 읽고 있다….’라고 적은 편지를 보내왔다. 말라리아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우간다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 수시로 모기장과 치료제 등을 보내고 있다. 구호품은 주민들의 성금으로 마련되는데, 모금액이 점점 늘고 있다. 맹정주(사진 가운데) 구청장은 “우리 구에는 외국인 8300여명이 살고 있고,2161개의 기업체가 진출해 있다.”면서 “이제는 해외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여겨 ‘글로벌 구정’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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