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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 TV 하이라이트]

    ●환경스페셜(KBS1 오후 10시) 73년 만의 폭설로 시작된 2010년. 추석 연휴에는 100년 만의 폭우로 2만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속출했다. 그리고 잇따른 이상기후로 배춧값은 한 포기에 1만 5000원까지 폭등했다. 한반도의 기온이 더 상승하게 될 미래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리고 우리는 기후변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 살펴본다. ●프레지던트(KBS2 오후 9시 55분) 대통령 선거를 한달여 앞둔 시점, 새물결 미래당의 대선 후보 장일준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이뤄진다. 장일준은 그 배후에 아내 조소희가 있음을 직감하고 대국민 선언을 하려 하지만, 어디선가 날아든 저격수의 총탄에 쓰러진다. 한편 정치에 회의적이던 유민기는 장일준의 수행비서인 장인영의 설득에 연회장으로 향한다. ●방방곡곡 해피트레인(MBC 오후 5시 10분) 명사와 함께 떠나는 기차 여행 해피트레인. 다섯 번째 주인공은 바로 인간 복사기 개그맨 최병서. 고향인 대전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펼쳐진 토크에서는 개그 콘테스트에서 대상과 인기상을 받아 화려했던 데뷔 시절과 ‘병팔이의 일기’ ‘따따부따’ 등 추억의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수목드라마 대물(SBS 오후 9시 55분) 가벼운 뇌진탕 증세란 얘기를 들은 도야는 가끔 멍해지는 몸 상태가 걱정된다. 대선 후보 TV 토론회 후 혜림은 지지율이 오르고 민동포는 하락한다. 한편 리서치 결과 서혜림이 단일 후보로 결정되자 민우당은 긴장하고, 암초를 만난 강태산은 민동포의 대선 자금 문제를 거론하며 민 후보를 압박한다. ●60분 부모(EBS 오전 10시 10분) 시은이는 33개월 또래들보다 말도 잘하고 노래 부르며 율동하는 것도 좋아하는 쾌활한 아이다. 스스로 해보려는 것은 시은이의 장점이지만, 엄마의 도움을 거부할 때 시은이는 예민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시은이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엄마와 아기의 장점 자아 찾기를 전문가와 함께 시도해 본다. ●메디컬다큐 생명(OBS 오후 11시 5분) 5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경숙씨. 삼 남매 중 둘은 만성 신부전증으로 투병 중이다.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병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경숙씨는 밝은 모습으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경숙씨와 삼 남매의 힘겨운 겨울나기가 탤런트 이현경씨의 목소리를 통해 방송된다.
  • 시민 56.6% “가족관계에 만족”

    서울시민 절반 이상이 가족 관계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13일 서울서베이와 통계청 등의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서울시민 가족생활 통계’에 따르면 15세 이상 시민 중 ‘전반적인 가족 관계에 만족한다’는 응답자가 56.6%였다. 반면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은 4.5%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38.9%는 ‘보통이다’라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59.1%로 여성 54.3%에 비해 만족도가 높았다. 가족 관계별로는 자녀 관계 만족률이 72.6%로 가장 높았고, 배우자 관계 69.1%, 부모 관계 65.6% 등의 순이었다. 10세 이상 시민들의 가족과 관계된 생활시간은 지난해 하루 평균 2시간 45분으로 2004년 2시간 40분보다 소폭 증가했다. 성별로는 평균 4시간 11분인 여성이 1시간 18분에 그친 남성의 3배가 넘었다. 이는 여성이 청소 등 가정을 관리하거나 가족을 보살피는 데 쓰는 시간이 3시간으로 남성 30분보다 훨씬 길기 때문이다. 또 결혼관으로는 시민의 63.3%가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33.3%는 ‘선택사항’으로 여겼다. 2008년과 비교할 때 ‘해야 한다’는 4.7%포인트 줄고, 선택사항은 5.1%포인트 늘었다. 초혼 연령은 남성의 경우 1999년 29.4세에서 지난해 32.0세로 10년 만에 2.6세 상승했고, 여성도 같은 기간 27.0세에서 29.6세로 높아졌다. 이와 함께 노부모 부양은 65세 이상 시민 77.9%가 ‘자녀와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답해 2006년 71.1%보다 6.8%포인트 증가했다. ‘노부모의 생계는 정부·사회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2006년 29.1%에서 지난해 51.0%로 늘어나는 등 노부모 부양 관련 의식이 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은평의 마을’ 안주인 교체

    은평구는 우리나라 최대의 부랑인 시설인 시립 ‘은평의 마을’ 운영을 30여년간 맡아온 ‘마리아 수녀회’에 오는 29일 감사패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은평의 마을’은 1961년 중구 주자동에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부랑인시설인 ‘시립 갱생원’의 후신으로, 이후 은평구로 옮긴 뒤 1981년부터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해 왔다. 2005년과 2007년에는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인 ‘평화로운 집’과 정신요양시설인 ‘은혜로운 집’으로 각각 기능을 분화해 부랑인과 장애인의 보금자리로 거듭났다. 당시 마리아수녀원 수녀들이 정년퇴직하면서 보살필 인력이 부족해진 데다 지원금도 줄어들자 지난 8월 서울시 공모를 통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산하 사회복지법인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로 운영 주체가 바뀌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내년부터 2013년까지 ‘은평의 마을’과 ‘평화로운 집’, ‘은혜로운 집’ 등 3개 복지시설을 운영할 예정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MLB] 秋 ‘클리블랜드 ★’…2년연속 팀 최고선수에

    ‘추추트레인’ 추신수(28·클리블랜드)가 2년 연속 팀 내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 미국 오하이오주 지역 더 모닝저널은 12일 추신수가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클리블랜드 지부가 뽑은 ‘올해의 인디언스 선수’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추신수는 지난해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상을 2년 연속 받은 선수는 1991~92년 카를로스 바에르가와 1998~99년 매니 라미레스밖에 없다. 추신수가 세 번째다. 추신수가 이 상을 받게 된 배경으로는 올 한 해 주요 공격과 수비 부문에서 팀 내 1위에 올라 있는 점과 아메리칸리그 외야수 중 가장 많은 14개의 보살을 기록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이는 1998년 케니 로프턴(19개) 이후 구단 최고 기록이다. 추신수는 또 2000년 라미레스 이후 처음 출루율 4할 이상(.401)을 기록했다. 이 신문은 “그래디 사이즈모어, 카를로스 산타나, 아스드루발 카브레라 등 키 플레이어들의 부상으로 집중 견제를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신수의 2010시즌은 더욱 눈부시다.”고 전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확에 앞장서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된 추신수는 다년 계약이 아닌 1년 계약 쪽으로 무게를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계약 시 연봉은 최소 300만 달러(약 34억 2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승짱’ 이승엽의 화려한 부활을 응원하자

    ‘승짱’ 이승엽의 화려한 부활을 응원하자

    이승엽(오릭스)이 10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입단기자 회견을 했다. 이승엽은 기회를 준 오릭스 구단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5년간 뛰었던 요미우리 구단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오릭스 구단은 지난 2일 이승엽과 1년간 연봉 1억 5천만엔에 계약, 일본 입단식에 앞서 오늘 한국에서 입단식을 열며 이승엽을 예우했다. 그런데 입단식 이후 요미우리와 관련된 이승엽의 발언이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날 버린 요미우리가 후회하게 될것”이란 확인되지 않은 이승엽의 멘트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건 사실과 다르다. 이승엽은 ‘요미우리에서 5년을 뛰었다. 좋은일 나쁜일도 있었지만 5년간 보살펴준 요미우리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요미우리에서 나를 살리려고 노력했다는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주변에서는 기회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자신이 기회를 못잡은것’이라며 이제 그 아쉬움은 묻고 새로운 팀에서 더욱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그 어디에서도 요미우리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그리고 이승엽은 요미우리를 탓할 입장에 서 있는 선수도 아니다. 물론 경기장 밖에서 보는것과 안에서 보는 시선은 일치할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라 타츠노리 감독은 이승엽에게 많은 기회를 준것만은 분명하다. 요미우리에서 이승엽은 일본 최고의 연봉을 받았던 선수다. 더군다나 이승엽은 1년도 아닌 3년연속(2008-2010)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쯤되면 이승엽의 부진 원인을 다른곳에서 찾으려 한다는 그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이걸 이승엽이 모를 선수도 아니다. 올 시즌 중 이승엽의 부친 이춘광씨도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다’ 라며 이승엽이 부진한 것을 남탓으로 돌리는걸 경계했었다. 언제부터인가 이승엽은 일부 팬들의 질타의 대상이 돼 버렸다. 그 이유는 확인 되지도 않은 잘못된 사실들의 오류도 큰 몫을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이번 입단기자 회견도 마찬가지다. 설사 이승엽이 요미우리에게 섭운한 감정이 있을지라도 공식석상에서 함부로 말할 정도로 사람 됨됨이가 부족한 선수가 아니다. 오해는 오해를 낳고 또 그 오해는 부풀려지기 마련이지만 피해는 이승엽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최근 몇년간 이승엽이 부진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승엽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프로는 값어치가 없으면 방출당하는 것이고 값어치가 있으면 타팀에서 얼마든지 뛸수가 있다. 오릭스가 이승엽을 잡은 것은 아직도 그의 기량을 높이 사는 구단 수뇌부 이하 현장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 때문이다. 이것이면 충분하다. 이승엽의 입단기자 회견 전날인 어제(9일) 일본의 ‘데일리스포츠’에서는 오카다 감독의 내년시즌 클린업트리오에 대한 의견을 내보냈다. 오카다 감독은 4번은 T-오카다가 확실하며 비록 알렉스 카브레라가 없지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내년엔 요미우리에서 뛰었던 이승엽이 가세, 충분히 클린업트리오의 한축을 맡아줄것으로 기대한다는 멘트 역시 빼놓지 않았다. 벌써부터 이승엽은 ‘안돼’ 라고 일축할 필요도, 그렇다고 해서 저주를 퍼부을 이유도 없다. 프로팀 감독이 원하며 기대하고 있다는데 대체 무슨 이유로 이승엽의 미래를 함부로 단정 짓는지 일부 팬들에게 묻고 싶을 정도다. 이젠 이승엽을 응원해야할 시점이다. 이승엽의 활약유무는 오릭스 버팔로스 팀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한국야구의 자존심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억울한 기초생활수급 중단 불이익 막는다

    억울한 기초생활수급 중단 불이익 막는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인 양모(47·여·강동구 성내동)씨는 이달 들어 갑자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동네 골목을 돌며 빈 병이나 폐지를 주워다 겨우 끼니를 때우던 그였다. 답답한 김에 뛰어든 한 식당에서 주방장 보조 일을 한 게 뜻밖의 결과를 낳을 줄 새까맣게 몰랐다. 저녁 짬짬이 하루 4시간 돈벌이에 나서 한달 40만원을 손에 넣었는데 수급권자 명단에서 빠지는 덫이 됐다. 영등포구가 이처럼 억울한 사례를 줄이도록 제도를 마련해 주목된다. 구는 이런저런 사유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 사후관리를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중지자에 대한 3개월 리콜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일시적인 수급 탈락자를 돌보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복지정책과 통합관리팀장 등 8명으로 모니터링단을 만들었다. 양씨의 경우 월소득 50만 4000원 이하의 1인 가족에게 주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신세다. 종일 빈 병과 폐지를 모아도 월 10여만원 채우기 빠듯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이 거꾸로 불이익을 안겨다 준 셈이다. 양씨와 같이 수급 대상자였다가 소득 기준을 초과하거나, 교정시설을 출소해 환경적응 기간(3개월)을 마치는 등 이유로 보장 중지된 경우, 이후에도 향상된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 현장방문 등으로 파악해 어려움을 덜어 줄 참이다. 확인될 때까지 필요하면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 등을 통해 복지안전망 안에 둠으로써 심리적·경제적 안정을 돕는다. A씨의 경우 오래 전 사업에 실패하면서 부동산을 팔아치웠는데 재산이 8억원이라는 잘못된 사실조회로 수급중지 대상에 올랐다. 이런 경우 재산내역을 상세히 파악해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수급자로 다시 올려야 한다. 출입국 금지처분을 받았던 입국자에겐 보장중지 사유를 안내한 뒤 수급권 재책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주소지를 둔 채 거주지를 떠나 ‘미거주’로 분류돼 수급 대상에서 빠지면 거처를 마련해 재청구한다. 또 실제와 달리 가족 부양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정받은 중지자에게는 급격한 환경변화를 막기 위해 틈새계층 특별보호로 3개월간 급여를 지원한 후 추가대책을 찾는다. 조길형 구청장은 “법정 서비스 중지를 이유로 멀리 할 게 아니라 꾸준히 보살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면서 “나아가 리콜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 연계해 다양한 인적·물적 지원도 곁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독자의 소리] 농촌 홀몸노인 점검시스템을/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이은경

    홀몸노인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있는 지인의 동네에서는 치매를 앓고 있는 홀몸노인이 집을 나갔는데도 주변에서는 가출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가 엉뚱한 들녘에서 발견돼 무사히 귀가한 사실도 있다고 한다. 특히 홀몸노인 가운데는 자식이 있어도 객지에 나가 있고 무관심으로 방치됨으로써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되어 있는 사례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고령의 홀몸노인이 굶거나 건강상태 악화로 돌연사하는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은 정말 안타깝다. 정부 차원에서 조치가 필요하다. 관할 읍·면·동사무소 등 행정기관에서 더욱 확실하게 정기점검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락수단을 마련해 홀몸노인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겨울철을 맞아 이웃 주민들도 주변의 홀몸노인들을 내 부모처럼 생각하고 관심과 보살핌으로 대한다면, 고령화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훈훈한 정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이은경
  • [사설] 인천 시장은 생색내고 부시장은 윽박지르고…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피란 중인 섬 주민들에 대한 인천시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특히 송영길 시장의 부적절한 행보와 윤석윤 행정부시장의 오만한 언행은, 이들이 과연 시민의 선거로 뽑힌 단체장이고 주민을 위한 공직자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송 시장은 엊그제 연평도 초등학생 100여명을 백화점에 데리고 가 옷과 운동화를 20만원어치씩 사주었다. 급히 섬을 떠나느라 옷가지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아이들을 보고 마음이 아파 그랬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비용을 개인 돈도, 시의 예산도 아니고 기부금으로 지불했다고 한다. 더구나 기부자를 밝히지도 않고 마치 자신이 선물을 사준 것처럼 홍보했다니 어이가 없다. 뒤늦게 백화점 측으로부터 2800만원을 결제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기부자 이모(46·외과전문의)씨는 매우 씁쓸해했다고 한다. 피란 중인 연평도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보내려고 옹진군청에 5000만원 기부 의사를 밝혔는데, 엉뚱하게 송 시장이 미리 성금의 절반 이상을 뚝 잘라 생색을 냈기 때문이다. 송 시장은 그러잖아도 연평도 피폭을 “우리 군의 훈련 탓”이라고 주장하고, 피폭 현장에서는 포염에 그을린 술병을 보고 “이거 진짜 폭탄주네.”라고 농담을 해 많은 국민을 화나게 했다. 준전시 상황을 앞장서서 헤쳐나가야 할 피폭지역 단체장이 이래도 되는 건지, 참으로 실망스럽다. 그제 연평도 피란 주민 앞에 나타난 윤 부시장의 언행도 공손하고 믿음직해야 할 공직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김포 미분양 아파트 등 4곳을 임시거처로 제시하면서 “합 리적 선택을 기대한다.”며 주민에게 강요하듯이 말했다. 주민의 요구대로 연안 가까운 공터에 수용시설을 지으려면 한달 넘게 걸린다며 시의 방안을 선택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는 어조였다. 오만하기까지 한 그의 태도는 가뜩이나 열흘 이상 피란생활로 고달픈 주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 피란 주민을 우선 급한 대로 따뜻하게 보살피고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야 할 인천시장과 부시장이 이런 식이라면 연평도 주민들이 어떻게 그들을 믿고 의지할 수 있을지 큰 걱정이다.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 이야기]⑩ 논산 갈산리 쌍군송 마을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 이야기]⑩ 논산 갈산리 쌍군송 마을

    나무가 견뎌내기에는 늦가을의 바람이 지나치게 매웠던 것이 분명하다. 단풍에도, 낙엽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거늘, 그 지당한 자연의 순서가 이 가을에 바뀌었다. 큰 나무들이 유난히 그렇다. 겨울 오기 전에 나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줄기 속에 담아두었던 물을 덜어내야 한다. 생명의 물이건만 자칫 몸 안에서 얼어붙으면 하릴없이 동해(凍害)를 입을 수 있어서다. 단풍은 나무가 수분을 덜어냈다는 증거다. 낙엽은 그 다음에 따라와야 맞다. 그런데 간간이 불어온 매운 바람은 나무들을 놀라게 했다. 수천의 가을을 겪었건만, 이 가을 바람에 든 추위가 뜻밖이었던 나무들은 채 단풍도 들지 않은 초록의 나뭇잎들을 서둘러 땅 위에 내려놓았다. 충남 논산시 광석면. 앞들에서는 쌀이 많이 나오고, 뒷산에서는 칡이 많이 자란다 해서 갈미(葛米) 마을이라고 부르던 갈산(葛山)리. 한눈에도 풍요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 마을에서 사람살이를 지켜주며 정확히 355년을 살아온 나무가 있다. 독야청청 늘 푸른 소나무다. 쌍군송(雙君松)이라는 이름의 갈산리 소나무는 나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나무다. 대개의 경우, 300년쯤을 넘게 산 나무의 나이는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나무는 낡은 세포 조직을 덜어내고, 해마다 새로운 세포를 키워낸다. 오래된 세포는 나무 줄기 안쪽에서 서서히 썩어 없어지기 때문에 오래된 생명의 흔적은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갈산리 쌍군송은 정확히 355살, 틀려봐야 고작 두세살쯤의 오차가 있을 뿐이다. 누가 언제 심은 나무인지가 전해지기 때문이다. 나무가 이곳에 처음 자리 잡은 건 1655년이다. 당시 이 마을에는 권육(1587~1654)이라는 선비가 살았다. 병자호란 때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호위하기 위해 청나라에 따라 들어갔던 그는 중국의 앞선 문물과 과학서를 접했고, 고국에 돌아와서는 이를 바탕으로 요긴한 생활품과 병기를 만들어냈다. 나중에 예조판서까지 지냈던 그가 67세에 세상을 떠나자, 효종은 손수 소나무 두 그루를 골라, 그의 묘 앞에 심도록 했다. 그것이 1655년의 일이다. ●효종, 신하 권육 죽자 손수 보내 마을 사람들은 임금이 내린 한쌍의 소나무가 황송했고, 임금의 뜻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 임금 군(君)자를 내세워 쌍군송이라 불렀다. 그 소나무가 여태껏 푸르게 살아 있는 것이다. 처음에 튼실한 묘목을 심었을 테니, 당시 대략 3년쯤 된 묘목이었을 것이다. 나무의 나이를 360살쯤으로 추정하는 근거다. 소나무라 했지만, 정확히는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송(海松), 우리말로는 곰솔이다. 최근 몇 해 동안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던 아름다운 곰솔들이 벼락을 맞거나 도시화의 피해로 잇달아 쓰러져 죽었다. 전주 삼천동 곰솔을 비롯해, 서천 신송리 곰솔, 익산 신작리 곰솔이 모두 생명을 잃었다. 오래된 곰솔을 보는 마음이 유난히 각별해지는 이유다. 더구나 임금이 손수 보낸 나무라니 더욱 각별하다. 쌍군송은 1982년 충청남도에서 지방기념물 제27호로 지정한 두 그루의 곰솔이다. 그중 한 그루는 16m의 키에 둘레가 3m 가까이 되고, 자람이 조금 늦은 다른 한 그루는 12m의 키에 둘레가 2m가 넘는다. 같은 시기에 심은 나무지만, 바람과 햇살에 따라 자람에 차이가 생겼다. 마을 안쪽 동산에 10여m의 거리를 두고 서 있는 한쌍의 곰솔은 제가끔 마을의 살림살이를 보살피듯 허리를 마을 쪽으로 살짝 굽혔다. 살아온 연륜에 비하면 규모가 큰 나무라 할 수야 없지만, 오랫동안 마을의 자존심으로 지켜온 만큼 여느 큰 나무 못지않은 도도한 기품을 갖췄다. 쌍군송은 지난 36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마을의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이다. 나무 곁으로는 나무가 넉넉히 자랄 수 있는 생육 공간을 두고, 둘레에 울타리를 쳐서 엔간한 사람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울타리 한쪽에 여닫이문이 있지만, 커다란 자물쇠가 입을 앙다물고 나무를 지키고 있다. ●도도한 기품으로 사람살이 지키다 “나무 보러 왔어? 이게 임금님 나무야. 임금님!” 옛 선비와 그를 추모한 임금의 배려를 떠올리며 넋을 놓고 있는데, 지팡이에 의지해 더듬더듬 다가오던 노파가 말을 걸어온다. 쌍군송 바로 앞 집으로 시집 와 60년 넘게 살았다는 노파다. ‘나무 앞에서 마을의 특별한 행사는 지내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노파는 들은 체하지 않고 제 이야기만 풀어 놓는다. 귀가 어두운 탓도 있겠지만, 60년 동안 보아온 나무의 사연이 많은 탓이 더 클 것이다. “얼마 전,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큰 나뭇가지 하나가 부러졌어. 그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좋았지. 좋았고 말고. 그때까지만 해도 저 뒤에 있는 집에 살던 사람이 나무를 보살폈는데, 지금은 떠났어. 이제는 시(市)에서 나무를 봐 주지.” ‘어디 가실 참이냐’고 어두운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묻자, 머리가 아프고 허리도 뻑뻑해서 병원에 가는 길이라 한다. 동구 밖으로 향하던 노파가 갑자기 나무 곁에 다가가려면 울타리 뒤로 돌아가야 한다며 나그네의 손을 잡아끌었다. 혼자 가도 된다고 만류했지만, 노파는 굳이 ‘내가 보여줘야 한다.’며 울타리 뒤편으로 접어드는 모퉁이로 나그네를 이끌었다. 어떻게든 나무를 잘 보여주려는 마음이 주름투성이의 깡마른 손아귀에 한가득 담겼다. 나무 줄기 바로 앞에까지 다가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노파는 동구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갈산리 쌍군송은 그렇게 사람과 나무가 서로 보살피고 자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침묵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기야 사람살이를 지켜주는 나무가 어디 갈산리 쌍군송뿐이겠는가. 나무 없이 세상의 어떤 생명체가 살아남을 수 있으랴. 글 사진 논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충남 논산시 광석면 갈산리 산 26-22. 천안 논산 간 민자고속국도의 서논산나들목으로 나가서 셋으로 나뉜 갈림길의 가운데 길로 들어서야 갈산리로 들어갈 수 있다. 입체교차로를 한 바퀴 돈 뒤, 곧바로 오른쪽으로 난 마을 길로 들어선다. 100m쯤 가서 좌회전하면 700m쯤 앞에 옹기종기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보인다. 쌍군송은 마을 뒤편에 있어서, 마을 밖에서는 안 보인다. 골목 길 300m쯤 안쪽에 마을회관이 나오고 그 앞에 쌍군송이 있다.
  • 급식 봉사자마저 철수…“이젠 끼니도 걱정해야 하나”

    급식 봉사자마저 철수…“이젠 끼니도 걱정해야 하나”

    서해의 차가운 바닷바람이 연평도에 겨울이 왔음을 실감케 했다. 30일 이른 아침, 보일러를 단열재로 감싸는 등 방한 준비를 하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포격으로 불타 무너져 내린 가옥의 종잇장처럼 구겨진 슬레이트 지붕은 연방 ‘끼익, 끼익’거리는 기괴한 마찰음을 만들어 냈다. 포격 8일째, 어디에서도 사람의 말소리를 듣기 어려운 아침. 얼핏 조용하고 차분하게 하루가 시작된 것 같아 보였지만 그것은 ‘공포의 고요’일 뿐, 말을 잃은 주민들의 속은 불 탄 서까래처럼 타들어 가고 있었다. 준전시 상태의 연평도는 그렇게 두려운 아침을 열고 있었다. 오전 8시, 인천적십자사가 배식을 시작하자 군인·경찰·공무원·취재진들이 모여들었다. 통합방위령 을종, 일종의 ‘전시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금의 연평도에서 주민을 찾아보기란 좀체 쉽지 않았다. 따뜻한 쇠고기 국밥 한 그릇에 몸을 데우며 간간이 웃음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따뜻한 급식도 이날 아침이 끝이었다. 위생 장갑을 끼고 밥을 나눠주던 자원봉사자 조명자(44·여)씨는 일일이 인사를 건네며 “저희 오늘 떠나요. 점심 때부터는 식사 못 해드려서 어떡하죠.”라고 말했다. 일회용 국그릇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던 한 주민은 “그럼 이제 끼니도 걱정해야 하나.”라고 말하며 헛헛하게 웃었다. 마지막 남은 상점이 지난 29일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급식마저 끊겼으니…. 이날 삶의 터전인 연평도로 되돌아온 주민은 18명. 하지만 대부분 생활이 목적이 아니라 옷가지 등을 챙기기 위해 잠시 들른 사람들이었다. 인천에서 피란 중인 주민 박도근(70)씨는 “인천 찜질방에서 일주일째 생활하다 짐 좀 챙기러 잠시 들어왔다.”면서 “언제 폭탄 맞을지 모르는데 어떻게 사느냐.”고 말했다. 29일 인천 옹진군청이 통합방위법에 따라서 연평도 전역을 통제구역으로 설정하자 취재진들도 회사별로 철수를 서둘렀다. 방송사 취재진·외신기자 140여명이 가장 먼저 연평도를 떠났다. 한 방송사 기자는 “지금은 전시와 같다. 군 작전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고 떠나는 이유를 말했다. 하지만 서울신문 취재진은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는 역사의 현장 연평도를 떠날 수 없다.’고 뜻을 모으고 잔류를 결정했다. 이날 낮 12시에는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HID) 회원 100여명이 여객선을 타고 연평도에 들어왔다. 정병호(47) 조직부장은 “순찰이나 재난구조 등의 자원봉사를 할 계획”이라면서 “어수선한 치안을 틈탄 간첩 침투를 막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평초등학교에 숙소를 꾸린 뒤 운동장에 모여 큰 소리로 애국가와 군가를 불렀다. 한 주민은 “주민들 불안해 할까 봐 포사격도 취소되는 마당에 군가를 불러 오히려 불안감만 키운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활빈단 관계자 2명도 같은 배편으로는 연평도에 들어왔다. 이들은 곧바로 연평면사무소로 가 주소지 이전신청을 했다. 그러나 면사무소 관계자는 “연평면이 통합방위법에 따라 통제구역으로 정해져 주소 이전을 해 줄 수 없다.”며 신청을 반려했다가 받아들이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주인이 떠난 집에 홀로 남겨진 동물들을 구호할 수의사 2명과 동물보호단체 회원 2명이 연평도를 찾았다. 허주형 인천수의사회 회장은 “주인이 떠나 굶주렸거나 다친 개들을 보살피러 왔다.”면서 “마을을 살펴 실태를 파악하고 사나운 큰 개들을 격리하는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평도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길섶에서] 반려동물/함혜리 논설위원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어휴, 저런!” 소리가 나왔다. 연평도의 주민 한명이 황급히 섬을 빠져나가면서 키우던 개를 위해 밥을 여러 그릇 챙겨 주는 장면이었다. 가족처럼 아끼던 반려동물이지만 데리고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밥이라도 여러 끼니 차려주고 떠나는 주인의 마음은 미어졌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개는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아침 신문에 난 사진을 보니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생후 2개월 된 강아지 한 마리가 큰 개에 물려 신음하는 것을 다른 개가 애처로운 듯 바라보는 사진이었다. 지금 연평도에는 주민들이 키우던 개와 고양이들이 방치돼 있다고 한다. 추위와 굶주림, 외로움에 고통 받고 있을 반려동물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능력만 된다면 당장에 달려가 보살피고 싶은 심정이다. 동물구호단체와 수의사협의회 회원들이 연평도에 들어가 동물들을 보살핀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반려동물도 귀한 생명체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주말 영화

    ●오만과 편견(EBS 일요일 오후 2시 40분) 아름답고 매력적인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는 운명처럼 사랑하게 될 사람과 결혼할 거라 믿는 자존심 강하고 영리한 소녀다. 조용한 시골의 부유하고 명망 있는 가문에서 자란 신사 빙리와 그의 친구 다아시(매튜 맥파든)는 여름 동안 대저택에 머물게 되고, 대저택에서 열리는 댄스 파티에서 디아시는 엘리자베스를 처음 만난다. 서로에게 눈을 떼지 못하지만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와 무뚝뚝한 다아시는 만날 때마다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사랑의 줄다리기만 한다. 다아시는 아름답고 지적인 그녀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 비바람이 몰아치는 언덕에서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둔 뜨거운 사랑을 그녀에게 고백한다. 결혼의 조건은 오직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그의 친구 빙리와 자신의 언니 제인의 결혼을, 제인이 명망 있는 가문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한 것을 알게 되자, 그를 오만하고 편견에 가득 찬 속물로 여기며 외면하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눈이 멀어 있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과연 서로의 진심을 알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SBS 토요일 밤 1시 10분) 최호 작가는 첫사랑을 만나러 한 시간 뒤면 폭파될 구파발의 동네로 달려간다. 그의 첫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자신의 어머니, 이영희 여사다. 어머니는 밀전병을 구울 때도 예쁜 꽃을 올려놓고, 집안에서도 항상 고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편도 없이 혼자 하숙을 치며 자식 셋을 키워낸 억척스러운 아줌마였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것을 빼면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최호는 신춘 문예에 등단해 작가로 데뷔한다. 아들이 작가가 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쁜 어머니. 맏딸과 큰아들이 집을 떠난 뒤에도 막내 아들 호는 항상 어머니의 곁에 있었다. 그러나 영원히 애틋할 것 같던 막내 아들 호가 어느 날 어머니 곁을 떠나서 혼자서 살겠다고 한다. ●달마야 놀자(OBS 토요일 오후 11시 20분) 업소의 주도권을 놓고 반대파와 일대 격전을 벌이던 재규 일당은 예상치 못한 기습을 받고, 보살펴 줄 조직과 끊긴 채 고립된다. 숨을 곳이 사라진 그들은 자비와 진리를 수행 중인 스님들이 살고 있는 절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동안의 모든 일상을 뒤집는 느닷없는 이 인연은 고요했던 산사를 흔들기 시작한다. 막무가내로 들이닥친 재규 일당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스님들은 약속한 일주일의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고, 보스의 연락을 기다리는 재규 일당의 심정도 편치만은 않다. 절 생활의 무료함과 초조함을 달래기 위한 재규 일당의 일과는 사사건건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고 이들을 내쫓고 평화를 찾기 위한 스님들의 눈물겨운 대책은 기상천외한 대결로 이어지는데….
  • [문화마당] 화쟁(和諍), 산신각, 예배당/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화쟁(和諍), 산신각, 예배당/신동호 시인

    바람이 부니 파도가 인다. 파도가 일렁이니 바람 탓인 듯하지만 파도는 말이 없다. 바람도, 파도도 한때 고요한 세계에 숨죽이고 있었으니 누가 누구에겐지 모르게 이끌리고 품어버린다. 신라 고승 원효는 그래서 “파도와 바다는 둘이 아니다.”라고 했던가.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세간(世間)이라고 다를 수 없다. 손을 뻗어오니 마음이 동한다. 흘리고 지나가니 줍는 이도 있다. 간혹은 뒤돌아서 가지만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에 안심한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 ‘너’가 내 이름을 불러줄 때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요즘 신을 외경하는 이들이 그 숭고한 태도를 잊고 ‘너’를 부정하고 있다. 바람은 바람대로 절집의 풍경을 마구 흔들어대고 파도는 파도대로 성난 표정으로 겁을 준다. 둘이 아니었던 것들이 마주 서니 마치 한판 싸움이라도 날 듯 어깨가 곤두서 보인다. 애당초 싸움은 종교의 본질이 아니건만 자주 불안하다. 자신이 믿는 신의 영토가 좁다고 여겨서일까. 이슬람의 정복 포교도 그런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땅 밟기’라는 행위는 자칫 그렇게 비쳐질 수 있다. 잃어버린 예루살렘을 되찾자고 벌인 십자군 전쟁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지루한 반목의 시작일 뿐이었다. 보스니아의 거리를 보라. 소녀의 찢어진 치마가 세르비아계 군인들의 웃음 속에서 속살을 드러내며 휘날렸다. 팔레스타인의 뒷골목에 굴러다니는 운동화의 주인은 누구인가. 민족적 갈등에 종교 대립이 결합되어 낳은 불행들이다. 조금만 세월을 거슬러 가면, 같은 하나님을 믿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전쟁도 만난다. 위그노, 후스라 불리는 기득권 다툼이었다. 그들의 하나님이 서로에게 다른 마음을, 부정한 믿음을 주셨을 리 없다. 공존하지 못한 건 단지 믿음을 저버린 자들의 자기욕심 때문이다. 화쟁은 고집하지 않는다. 차가움이 있어 비로소 뜨거움을 안다고 겸손해한다. 대립하는 것들이 서로 어울리고 모순이라 여겼던 것들이 서로 기댄다. 여기서는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 깨끗함과 더러움, 그도 모자라 부처와 토속신까지 한마당에서 어우러진다. 풀어서 합치고(和解) 두루 모아(會通) 화쟁이다. 원효는 이 화쟁을 중심사상으로 신라 불교를 꽃피웠고 우리 불교의 전통으로 깊은 세계관을 형성했다. 우리 땅의 모든 절집에서 우리는 원효의 화쟁과 마주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산신각이다. 산신각이 없으면 절집이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통사찰에는 어디나 산신각이 있다. 그 안을 들여다보자. 낯익은 얼굴의 할아버지가 그려져 있는데, 하얀 수염의 산신령이다. 도교의 영향을 받은 산신 사상의 흔적으로, 우리 토속 신앙의 하나였다. 간혹 삼성각을 두기도 한다. 토속신인 칠성신과 독성을 함께 모시는 경우다. 이런 묘한 동거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화쟁기호학자 이도흠은 풍류도의 어울림과 아우름을 설파하고 있다. 최근 발간한 소설 ‘이사부’를 통해서다. 울릉도를 정벌한 장군으로 유명한 이사부, 그는 풍류도의 우두머리로 신라사회가 불교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도록 완충 역할을 했다. 이렇게 손을 잡은 두 종교는 긴 세월 융화되어 오늘 대립하는 우리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절집 한쪽에 예배당을 짓자.”라고. 보통 부처를 모신 곳에는 전(殿)을, 그 외에는 각(閣)을 붙이는 전통이 있으니 ‘예배각’이란 현판을 달고 십자가를 모시는 것은 어떨까. 이사부의 어울림과 아우름을 통해 세 종교가 한 마당에서 공존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산속 깊이 경치 좋은 절집을 찾은 기독교인이 ‘땅 밟기’ 대신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장소. 더불어 보살님들의 넉넉한 인심을 맛볼 수 있는 화쟁의 공간을 만든다면 무릇 종교의 갈등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대립과 반목도 치유되지 않을까 싶다. 바람이 부니 파도가 일고, 파도가 이니 포말이 부서진다. 본디 셋으로 나눌 수 없거늘…,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줄 때이다.
  • 데이케어센터 연내 250곳으로 확충

    서울시가 치매 걱정없는 서울을 목표로 설치·운영 중인 치매 어르신 주·야간보호시설인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를 연내 250개소로 확충한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내 5000여명의 치매노인이 시설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사회복지 최악의 사각지대로 손꼽히는 노노(·)가정의 보호자까지 포함하면 2만여명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시는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이 늘어남에 따라 자치구별로 10개, 집에서 10분거리에 있는 치매시설을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3-텐(ten)’계획을 세우고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9988프로젝트’(99세까지 팔팔하게)의 하나이다. 시는 서비스의 질을 높여 안심하고 어르신들을 맡길 수 있도록 지난해 7월 전국 처음으로 데이케어센터 인증제를 도입했다. 영양·식사·조리공간·치매대응법 등 맞춤케어, 안전설비·재해방지·신체청결·투약 등 안심케어, 이용권보장, 기본요건 등 4개조건을 두루 갖추면 인증해준다. 인증받은 센터는 시로부터 환경개선비 최고 1000만원, 야간운영비(최소 3명이상 보호) 연간 3430만원 등 최고 52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시는 지난해 78개소에 이어 올해도 72개소를 인증해 모두 150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까지 인증받은 센터는 135곳이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부고] 中 ‘부랑아 대부’ 정청전 사망

    [부고] 中 ‘부랑아 대부’ 정청전 사망

    가출 청소년과 고아들을 돌보는 데 헌신했던 ‘중국 부랑아의 대부’ 정청전(鄭承鎭)이 지난 14일 천식 등 병환으로 숨졌다고 산동신문이 15일 보도했다. 63세인 그는 1987년부터 23년간 산둥성 성도 지난(濟南)에서 길거리를 떠도는 어린이 400여명을 친자식처럼 보살피며 가정과 사회로 돌려보냈다. 병석에 누운 지난 6월 이후에도 마지막까지 9명의 어린이를 챙겼다. 30㎡가 채 안 되는 그의 단칸방은 언제나 아이들로 넘쳐났다. 폐지 등을 주워 생활하면서도 길에서 떠도는 아이들을 만나면 일단 집으로 데려와 설득해 집으로 돌려보내고, 천애고아들은 직접 거둬 쪽방에서 함께 지냈다. 학교를 찾아다니며 아이들이 학비를 면제받아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부족한 생활비는 자신의 피를 팔아 충당하기도 했다. 결혼을 하면 아이들을 돌보는 데 소홀해질 것을 우려, 아예 독신을 고집했다. 생전의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만약 반려자를 찾는다면, 그녀는 반드시 이 일을 지지해 줘야 한다. 아이들 문제로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의 아낌없는 보살핌 속에 이상도 꿈도 없었던 부랑 청소년들은 건강하게 사회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에게는 산둥성 ‘제1의 미성년자 보호인’이라는 칭호가 따라붙었다. 선행이 알려지면서 이웃들도 음식을 나눠주는 등 힘을 보탰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서울 G20회의-문화외교] ‘리움’ 소장품 1만5000여점… 전통·모던 ‘공존’

    [서울 G20회의-문화외교] ‘리움’ 소장품 1만5000여점… 전통·모던 ‘공존’

    11일 저녁 G20 정상회의의 정상 부인 공식행사가 열린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Leeum)은 삼성문화재단이 2004년 10월 설립한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이다. ●세계적 건축가 3명이 설계 삼성그룹 창립자 호암 이병철의 성(姓) ‘Lee’와 미술관을 뜻하는 영어 ‘museum’을 합성해 이름을 지었다. 소장품 규모는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통틀어 1만 5000여점에 이른다. G20 준비위가 장소 선정 이유로 “한국적 특색과 모던한 이미지를 동시에 갖췄다.”고 평가한 대로 리움미술관은 외관부터 외국 정상 부인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예술적 가치를 자랑한다. 3개의 건물로 구성된 미술관은 스위스의 마리오 보타, 프랑스의 장 누벨, 네덜란드의 렘 쿨하스 등 세계적 건축가 3명이 한국적 미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118호), 가야금관(국보 제138호), 태환이식(보물 제557호), 금제환두태도(보물 제776호) 등 다수의 국보와 보물을 비롯해 이우환, 박서보, 이중섭 등 국내 대가들과 아니시 카푸어, 루이스 부르주아, 제프 쿤스 등 외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 등 소장품도 화려하다. 호암이 수집한 고미술과 한국 근·현대 작가들의 방대한 컬렉션 위에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인 홍라희 전 관장이 수준 높은 안목으로 고른 해외 현대미술품까지 더해져 국내 최고 수준의 컬렉션으로 이름높다. 외국 정·재계 인사들이 개인적인 관심으로 미술관을 방문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다수의 해외 정상들이 참여하는 정부 공식행사 장소로 활용된 것은 처음이다. ●가구박물관엔 2000여점 빼곡 12일 정상 부인들이 오찬 행사를 갖는 한국가구박물관은 성북동의 전통 한옥 10여채에 목가구를 중심으로 옹기·유기 등 전통 살림살이 2000여점을 선보이는 전문 박물관이다. 박물관이 설립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아 정식 개관은 하지 않은 상태다. 구겐하임미술관장 등 외국 귀빈들이 비공개로 관람한 뒤 호평한 것으로 알려져 정상 부인들에게 한국의 주거문화와 전통 가구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도심속 최적의 공간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명품문화재 ‘M20’ G20 정상 맞는다

    명품문화재 ‘M20’ G20 정상 맞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엄선한 명품 문화재 ‘M20’(Masterpiece 20)이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G20 정상들을 환영하는 ‘문화사절단’으로 나선다. G20 정상회의 첫날인 11일 환영 리셉션과 업무 만찬이 열리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 문화재의 보고. 박물관이 소장한 약 25만점의 문화재 중에서 1만 2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20건, 26점의 문화재가 20명의 참가국 정상들에게 우리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오후 6시 열리는 환영리셉션에는 G20 정상 내외는 물론 재무 장·차관, 외교장관 등 150여명이 참석한다. 정상들은 리셉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역사의 길’에 설치된 국보급 문화재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역사의 길’에 상설 전시 중인 경천사십층석탑을 제외하고 빗살무늬토기, 간돌검, 오리모양토기, 백제금동대향로, 기마인물형토기, 황남대총 황금유물일괄, 반가사유상 등 11건 13점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이동해 정상들을 맞는다. 정상들의 이해를 돕고자 갤럭시탭을 비치해 8개 국어로 유물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 윤성용 학예연구관은 “M20은 한국인의 혼과 정신을 담고 있으면서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독창적인 것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G20 참가국과 인연이 있거나 이미지가 어울리는 작품들을 선정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일본 국보인 목조반가사유상과 닮은꼴이어서 간 나오토 총리를 위해, 선덕여왕을 배출한 신라의 황금대총 금관은 같은 여왕의 나라인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환영하기 위해, 백제 유물의 걸작 백제금동대향로는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위해 선택됐다고 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생후 10일 아기 세탁기에 돌린 ‘엽기母’

    생후 10일 아기 세탁기에 돌린 ‘엽기母’

    태어난 지 10일 밖에 안된 여자아기가 약에 취해 정신 나간 어머니의 손에 끔찍한 죽음을 맞아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의 한 경찰서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얼마 전 출산한 조카가 제 딸을 살해한 뒤 현재 기절해 있다.”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경찰관들이 이 집에 도착했을 때 아기 어머니인 린제이 피들러(26)는 약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피들러의 이모가 가리킨 세탁기에는 빨래더미 속에 파묻힌 채 숨져 있는 작은 아기가 발견됐다.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작동되는 세탁기에 넣어져 이미 40분이나 흐른 뒤라서 아기의 피부는 흉측하게 주글주글한 모습이었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안타까워서 수사관들은 물론 구조요원 몇명이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피들러는 생후 10일 된 딸 매기 메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아기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그녀가 약물을 복용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아기를 세탁기에 넣고 죽인 것으로 보고 있다. 피들러는 몇 년 전부터 크리스탈 메스(Crystal Meth)란 신종 마약에 중독됐다. 지난 4월 피들러는 매기를 임신한 상태에서 약물을 복용했다가 체포된 바 있다. 불과 얼마 전 그녀의 가족은 피들러로부터 매기의 양육권을 빼앗으려고 법원에 신청해둔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피들러의 4세와 3세 아들은 사회복지시설로 옮겨져 보살핌을 받고 있다. 사진=매기 메이와 어머니 린제이 피들러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주말 데이트] ‘된장 담그는 첼리스트’ 무당 됐다

    [주말 데이트] ‘된장 담그는 첼리스트’ 무당 됐다

    ‘메주와 첼로’ ‘된장 담그는 첼리스트’ 등으로 유명한 도완녀(56)씨가 무당이 됐다. 서울대 음대 출신의 첼리스트, 식품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가 무당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이 주목을 끈다. 그는 지난 9월 14일 서울 둔촌동에 ‘도완녀 신당’을 마련, 무당의 길로 들어섰다. 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굿도 해주고 점도 봐준다. 그동안 음악과 함께 해 온 된장 만드는 일을 접고 본격적으로 신과의 대화에 나선 것.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그랬을까. 서울신문이 그 사연을 처음 들었다. 데이트 요청을 그는 흔쾌히 받아준다. 지난 2일 ‘도완녀 신당’으로 향하면서 3년 전 강원도 정선에서 도씨와 만났던 때가 문득 생각났다. 음대 졸업 후 독일 유학 시절 브람스 음악원에서 강사로 있었을 만큼 잘나가던 그는 돈연 스님과 결혼한 뒤 방향을 확 틀어 정선 산골에서 콩농사 짓고, 메주 쑤고 된장 담그는 일에 몰두했다. 콩을 키울 때도, 메주를 쑬 때도, 항아리에서 숙성시킬 때에도 매일같이 첼로를 연주할 만큼 열의를 보였다. 그렇게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등의 장독만 3280개에 달해 장류 전문 기업으로도 성공한 모습이었다. 아울러 국내 최초로 ‘된장 명상센터’를 열어 전국의 아픈 사람들이 조용한 산골에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비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된장 컨셉트’의 일들을 차근차근 벌여 나갔다. 그렇게 왕성했던 ‘된장 일’에서 왜 손을 떼고 갑자기 무당이 됐을까. 그가 만든 장 브랜드는 최근 시중의 일반 고추장을 섞어 팔았다는 비난에 휩싸인 바 있다. 3년 전 도씨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불교의 ‘고집멸도’(苦集滅道)를 인용하며 “고통은 모이게 마련이며 모인 것은 또 사라진다. 참기 어려운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없어질 고통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훈련을 한다.”라고. 어쩌면 이미 그때부터 자신의 몸속에 내재돼 있는 영성(靈性)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다. ‘도완녀 신당’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더니 반갑게 맞이한다. 안으로 들어서자 50평 정도 돼 보이는 깨끗한 공간에 부처와 관세음보살을 비롯해 여러 신들이 엄숙하게 좌정하고 있었다. 도씨는 외부 손님이 왔으니 일단 신에게 절을 하란다. 3배를 했다. 이어 녹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신당 안 여기저기에는 옛날 궤짝 등 고색창연한 가구들이 쭉 놓여 있었다. 도씨는 정선 집에 있던 것들이라고 했다. 고풍스러운 실내 분위기였다. “아이들은 어디 있나요.” “우리 애들은 참 잘 커줬어요. 큰딸 여래는 디자인을 전공하기 위해 관련 고등학교에 진학할 준비를 하고 있지요. 둘째 문수는 중학생인데 소설을 참 잘 써요. 앞으로 작가가 되겠다고 합니다. 셋째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다 컸습니다. 큰딸은 서울에 있는 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에 곧 저와 같이 살게 될 것이고 나머지는 정선에서 아빠랑 같이 지내고 있지요.” “돈연 스님은요.” “정선에서 어린이대장경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모두 48권짜리인데 당분간 그 일에 몰두할 것입니다.” “정선을 떠나올 때 가족과 이별하기가 어렵지 않았나요.” “애들한테 이렇게 말했지요. ‘엄마가 18년 동안 너희들을 키우고 밥해줬으니 이제는 남을 위해 살아야 할 것 같다. 인생에 있어서 한번 치열하게 살아보는 것도 굉장한 축복이 아니냐’고 했더니 아이 셋 다 기꺼이 이해를 해주더군요. 남편도 (불교) 공부하신 분이라 그런지 제가 100일기도를 떠난다고 했더니 망설이다가 ‘어떻게 막을 수가 있겠느냐, 당신은 닦지 않은 흙 속의 보석이나 마찬가지이니 잘 다듬어서 훌륭한 일을 해보라’고 격려를 해줬습니다. 마음이 든든하고 편해지더군요.” 도씨는 가족의 이해와 남편의 후원이 너무 고맙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무당의 길로 들어선 까닭은요.” “2005년 미국에서 13박 14일 동안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끝날 때 ‘옴마니밧메훔’(불교 천수경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의 진언)을 여러 번 외쳤습니다. 그때 산신령 할아버지가 갑자기 제 앞에 나타났는데 수염이 길고 하얀 도포를 입고 토굴 속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제게 ‘밖으로 나갈까’라고 자꾸 하시더군요. 제 마음의 상태를 다 알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난 후 작년 8월 ‘된장 찜질과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공부하고 기도할 때였습니다. 다시 그 할아버지가 나타나더니 ‘밖으로 나가자’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저절로 따라 나섰는데 온몸이 새털같이 가볍고 가슴이 무척 시원한 느낌이었어요. 이때부터 세상 밖으로 나가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어야겠다는 강렬한 기운 같은 것을 느꼈지요.” 이 일을 겪은 후 ‘메주와 첼로’에 대한 20년의 노하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콩 심는 방법에서부터 메주 쑤고 장 담그는 법, 마케팅 방법까지 모두 망라했다. 책으로도 낼 생각이었다. 때마침 이 무렵 경희사이버대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자 그는 100일기도 떠나기 직전인 올 3월 중순까지 강의용 촬영 작업을 모두 마쳤다. 첫 학기에만 140여명의 수강생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 일들을 마치고 올 3월 27일 지리산으로 100일기도를 떠났습니다. 처음하는 일이라 잘 몰랐지요. 그래서 ‘신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으며 고통의 일정을 잘 소화해냈습니다. 지리산과 계룡산을 거치면서 내림굿과 가리굿 등 무당이 되는 통과의례도 무사히 거쳤지요.” 막상 무당이 되고 보니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100일기도할 때 명예를 버리는 것, 미안해하는 사람 등 모든 것을 버려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래야 남을 도울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된장으로 다른 사람의 육체 건강을 도와주었다면 이제는 많은 사람들한테 정신 건강을 전달할 때”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무교’(巫敎) 정신과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도완녀는 1954년 서울 출생. 77년 서울 음대 졸업. 85년 독일 뤼벡음대 수료. 독일 브람스음악원 강사. 귀국 후 충남대·전북대 강사, 한국예술기획 대표 등 역임. 1993년 돈연 스님과 결혼하면서 강원도 정선 된장 마을에 정착. 2008년 2월 강릉대 식품과학과 대학원(석사과정) 졸업. 현재 이 대학 박사과정 중. 2010년 3월 경희사이버대 외래교수. 2010년 9월 14일 ‘도완녀 신당’ 점안식. ●주요 저서 ‘메주와 첼리스트’, ‘남편인 줄 알았더니 남편이 아니더라’, ‘된장을 연주하는 여자’, ‘도완녀의 된장요리’ 등.
  • 25년 하숙집 주인이 대학에 1억 쾌척

    25년 하숙집 주인이 대학에 1억 쾌척

    고려대 인근에서 25년간 하숙을 치면서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에게 넉넉한 인심을 베푼 하숙집 아주머니가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면서 고려대에 1억원을 쾌척했다. 고려대는 3일 오전 10시 본관 총장실에서 ‘하숙집 아주머니’ 최필금(54)씨가 고려대에 발전기금으로 써달라며 1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최씨는 30살 때부터 고려대 인근에서 방 7개짜리 건물을 세내 학생 10명을 하숙치며 고대생들과 인연을 맺었다. 최씨는 하숙집 건물세를 내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생들 보살피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 빚을 내 건물을 지어 자신의 하숙집을 차렸다. 최씨는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남아있지만, 매달 30만원씩을 모아 고려대 학생들을 위해 내놓았다. 고려대는 기부한 돈을 일반 발전기금과 운초우선교육관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교내 운초우선교육관 308호를 ‘유정 최필금 강의실’로 명명, 현판까지 걸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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