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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억대 고려 향로 등 해저유물 도굴단 검거

    바다 밑에 묻혀 있는 고려시대 보물급 ‘향로’를 비롯해 도자기 34점을 도굴한 한패 1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해삼과 어패류 등을 채집하는 잠수부가 대부분인 이들은 우연히 문화재를 건진 뒤 수년간 바닷속을 뒤졌다. 특히 의심을 피하기 위해 어민들이 조업하지 않는 한밤중에 해안경비 초소가 없는 포구를 중심으로 작업한 데다 바다로 나가면 휴대전화 전원까지 꺼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조모(55)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임모(50)씨 등 10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남 진도군 고군면 인근 해역 등지에서 ‘청자양각연지수금문방형향로’(靑磁陽刻蓮池水禽文方形香爐)를 포함, 도자기류를 캐내 팔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굴한 도자기류는 고려 중기인 12~13세기에 제작된 것들이다. 특히 향로는 연꽃과 물새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으며 문양이 섬세하고 아름다워 고려중기 청자 원형으로서의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문화재청 측은 설명했다. 입건된 문화재 매매업자 박모(60)씨는 감정가만 40억원이 넘는 향로를 헐값인 1억원에 팔려고 도자기 애호가들과 접촉하다 덜미가 잡혔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野 “기댈 곳은 민심뿐…”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저지를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외투쟁을 통한 대국민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17일 의원총회에서 ‘한·미 FTA 조속 처리’로 가닥을 잡은 이상 표결 처리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여론을 야당 편으로 돌리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물리력을 동원할 경우 몸싸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등 시민사회단체,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들과 대규모 집회를 주최하고, 지난 4일부터 시작한 거리 홍보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19일 시청 앞에서 열리는 한·미 FTA 반대 촛불문화제에는 지도부에서 정동영 최고위원이, 서울·경기·인천시당에서 5000여명이 참석하기로 했다. 24일에는 여의도에서 한·미 FTA 3차 범국민대회를, 26일에는 청계·서울광장 일대에서 촛불문화제를 범국본과 공동 주최할 예정이다. 전국의 지역위원회도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 폐기와 한·미 FTA 비준 저지 등의 내용을 담은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매일 나눠 주고 있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지금부터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이 함께하는 집회와 홍보전은 한나라당이 한·미 FTA 강행처리 방침을 밝힌 뒤 진행되는 것인 만큼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시민사회와 야 5당이 결합된 장외투쟁을 통해 야권 대통합의 의미도 살릴 계획이다. 원내에서는 한나라당을 상대로 ISD 재협상을 압박하는 투트랙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ISD는 노무현 작품’이라는 한나라당의 공세에 맞서 ‘한·미 FTA는 이명박 정부의 FTA이지, 노무현의 FTA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여론전도 펴고 있다. 이용섭 대변인은 “참여정부가 서명한 한·미 FTA협정안에는 그렇게 반대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의회가 MB정부가 재협상한 협정문에는 기립박수까지 쳐가며 일사천리로 통과시키지 않았느냐.”며 “MB정부의 재협상이 미국의 이익에 충실했다는 데는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씨줄날줄] 러브레터/주병철 논설위원

    나이가 지긋이 든 분들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고목나무에도 꽃이 핀다고.’ 늙어도 청춘이요 사랑이란 얘기다. 청춘,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고 했다. 사랑, 죽음처럼 강한 것이라고 한다. 편지가 인생의 보물이라면 그중에서도 러브레터는 최고의 보물이란다. 러브레터는 인생의 숭고한 절차 중 하나다. 러브레터는 나이가 들면서 연인에서 소중한 사람으로 바뀌는 야릇한 속성이 있다. 러브레터 쓰기 캠페인을 벌인 오타 구신은 ‘인생에서 최고의 러브레터’라는 책에서 “최고의 러브레터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사의 편지”라면서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는 것은 당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15살 소녀에서 95세 할머니까지의 러브레터가 있다. 일본의 유명한 가인(佳人) 사이토 모키치는 예순 때 서른살 연하의 연인에게 “지하 다방에서 커피를 한잔 시킨 뒤 (곱게 종이에 싸서 지갑에 넣어둔) 당신의 사진을 꺼내어 빨려들어갈 듯 바라보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1875년 파리의 화가 마르셀 레쿠루르가 애인인 마드렌에게 보낸 러브레터는 세계에서 가장 길고 간단한 것이었다. 편지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흔해 빠진 말을 180만 5000번이나 되풀이해 쓴 것이었다. 이 숫자는 그해의 연호에다 1000을 곱한 것이었고 대서인을 시켜서 쓴 것이었다. 그러나 이 말을 180만 5000번 써달라고 부탁한 게 아니라 이 사랑의 말에 혹한 레쿠루르가 한마디씩 입으로 말한 것을 대서인이 그때그때 받아 적은 것이었다. 사랑의 속삭임이 이렇듯 많은 시간과 노력 끝에 고백된 일은 이제까지 한번도 없었다(R L 리플레/믿거나 말거나). 독신주의자요 마흔에 가까운 노처녀인 B사감이 가장 싫어하고 미워하는 게 러브레터였는데, 기숙생에게 온 러브레터를 들고 감미로운 연애장면을 혼자서 연출하는 모순된 성격을 사실적으로 그린 현진건의 단편소설 ‘B사감과 러브레터’는 러브레터의 지독한 패러독스를 보여준다. 북한이 지난 8월 세계 전직 국가수반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The Elders)에 남북정상회담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고 한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남쪽 몰래 디 엘더스에 러브레터를 보낸 것이다. 러브레터는 보내는 사람의 진정성과 받는 사람의 수용성이 중요한데, 북한이 남한을 제쳐두고 굳이 디 엘더스를 통한 게 생뚱맞아 보인다. 이래저래 북한의 러브레터는 우리에게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국립중앙도서관 ‘열두 서고 열리다’

    국립중앙도서관 ‘열두 서고 열리다’

    국립중앙도서관이 개관 66주년을 맞아 16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도서관 특별전시장에서 ‘열두 서고, 열리다’ 특별전을 연다. 도서관이 소장한 국보·보물은 물론, 근대 잡지 창간호와 대한제국기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1897~1953)에 이르는 시기의 정부 간행물, 근대 교과서, 일제강점기의 딱지본 등 12개 컬렉션의 대표자료 원본 또는 영인복제 자료 등 총 300여점을 선보인다. 잡지 서고에서는 청춘(왼쪽·1914), 개벽(1920) 등 1900년대 이후 해방 전후기까지 간행된 주·월간지, 문예지 등의 창간호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잡지인 소년(1908) 등 36점이 나온다. 신문 귀중본 서고에서는 대한매일신보(오른쪽·현 서울신문), 황성신문, 부인신문, 어린이신문 등 1945년 이전에 발행된 중앙일간지 17점의 원본과 디지털 영상이 전시된다. 교과서 코너에는 개화기 이래의 근대 교과서 중에서도 특색 있는 자료 40종이 선정됐으며, 19세기 말 신식 활판 인쇄술 도입 후 발간되기 시작해 책 읽기의 대중화와 근대화에 기여한 딱지본 소설 32종 서고도 마련된다. 아울러 도서관 소장 한국 고지도와 16세기 중반 이후 서구에서 제작한 지도, 서양인의 눈에 비친 한국을 보여주는 자료,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간행물, 북한문서 컬렉션, 족보 관련 자료 등도 별도 코너를 통해 선보인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도전에서 성공까지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도전에서 성공까지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2008년 12월이다. 뉴세븐원더스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 7곳을 뽑기 위해 전 세계 네티즌이 추천한 440곳을 대상으로 인터넷 1차 투표(2007년 7월∼2008년 12월)를 한 결과 제주도를 포함한 261곳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제주도관광공사는 본격적인 참여를 위해 2008년 12월 뉴세븐원더스 재단에 공식후원기관으로 등록했다. 그런데 인터넷 2차 투표(2009년 1∼7월)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2009년 7월 21일 세계 7대 자연경관 최종 후보지 28곳에 포함될 때까지만 해도 제주관광공사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제주도는 우근민 지사가 2010년 7월 취임하면서 비로소 발벗고 나섰다. 그해 하반기부터 제주를 7대 자연경관에 올려놓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고, 같은 해 12월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이하 범국민위·위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도민추진위원회’(위원장 부만근)가 출범했다. 결선 투표가 시작된 지 1년여가 지나서야 투표참여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제주도는 다른 후보지에 비교해 상당히 불리했다. 하지만 범국민위와 제주도가 지난 1월 13일 내외신 기자 100여명을 초청, ‘세계 7대 자연경관 도전 선포식’을 열어 불을 지피고 국내외 유명인사와 재외동포, 기업,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참여 열기가 이어지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한국계 미국 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오페라 가수 폴포츠, 아시아태평양지질공원 의장 이브라힘 코무 등 여러 분야의 유명 외국인들까지 제주 홍보대사로 나섰다. 미국 LA와 샌디에이고, 캐나다 토론토,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에도 7대 경관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등 국내외에서 제주를 지지하는 운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삼성물산, 대림산업, 대한통운, KT그룹, LG그룹 등 대기업과 한국야구위원회,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불교 조계종,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등 각계의 지원활동도 뜨거웠다. 각계각층의 염원에 힘입어 제주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세계지질공원 인증,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등 유네스코 자연환경 분야 3관왕을 휩쓴 데 이어 마침내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명성을 더해 그야말로 ‘보물섬’으로 거듭나게 됐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이제 세계인 관광명소” 靑·與·野 ‘환영’ 한목소리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데 대해 청와대는 물론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미국 하와이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면서 “(제주도가)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는 이미 생물권 보전과 자연유산, 지질공원 분야에서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 유일의 3관왕”이라면서 “전 세계 누리꾼들의 직접 투표로 뽑은 것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축하했다. 제주 서귀포시가 지역구인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가 한 단계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전쟁, 분단, 한강의 기적에서 ‘아름다운 나라’로 바뀌기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 제일고 출신인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자연경관 선정이 제주의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좋은 보약이 됐으면 한다.”면서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도 트위터에 “제주가 한국의 관광지에서 세계인의 관광명소로 우뚝 섰다.”면서 “한국인으로서, 제주명예도민으로서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응원했다.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우리나라의 보물, 제주도가 한국 관광사를 넘어 세계 관광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쓰게 되었다.”면서 “한나라당은 제주도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선진당도 “제주도를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관광명소로 만들어 금수강산의 탁월한 아름다움을 모든 사람이 감탄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김성수·구혜영기자 sskim@seoul.co.kr
  • 물개 잡는 5m ‘괴물’ 백상아리 포착

    물개 잡는 5m ‘괴물’ 백상아리 포착

    마치 먹잇감을 가지고 놀듯 바닷물 위로 솟구쳐 오르며 물개를 사냥하는 백상아리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대중지 더 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 타운 인근 폴스만에서 날카로운 이빨로 먹이를 잡는 굶주린 5m짜리 거대 백상아리가 포착됐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글래스고의 야생동물 사진작가 데이빗 야로(45)는 그 놀랍고도 끔찍한 장면을 얻기 위해 전세보트를 타고 바다 위에 누워 27시간 이상을 보냈다. 데이빗은 “썩 기분 좋은 사진은 아니다. 배에서 겨우 1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극적으로 일어난 순간”이라면서 “백상아리의 물개 사냥은 약 3분동안 혼돈 속에서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상아리의 생생한 사냥 모습은 내가 살아있는 한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이 사진은 내가 5만 마일 이상을 날아가 찍은 보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상어 중에서도 최상위 포식자에 속하는 백상아리는 대부분의 삶을 물속에서 보내기 때문에 이번에 포착된 모습은 보기 드문 장면으로 알려졌다. 사진=멀티비츠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훈민정음 해례본 은닉 배모씨 재판서 침묵… 행방은?

    훈민정음 해례본 은닉 배모씨 재판서 침묵… 행방은?

    10일 오전 11시 35분 대구지법 상주지원 1호 법정. 국보급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절취하고 은닉, 훼손한 혐의로 구속 기소(문화재보호법 위반)된 배모(48)씨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이날 재판은 3년 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곧바로 사라진 또 하나의 훈민정음 해례본 행방이 밝혀질까 하는 기대에서 주목됐다. 하지만 1시간가량 진행된 재판에서 배씨는 끝내 이 책의 행방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방청석에선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 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간송미술관 소장본(이하 간송본)이 3년 전까지 유일무이했다. 그러다 2008년 상주본이 발견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상주본이 간송본과 동일 판본인데도 더 가치 있다고 평가되는 이유는 간송본에 견줘 보존 상태가 좋은 데다 표제와 주석 모두 16세기에 새롭게 더해져 학술적 가치가 비상하기 때문이다. 고서적 감정의 권위자인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한장 한장 찍은 영상물을 본 결과 붓으로 발음에 관해 글씨를 써놓는 등 공부한 흔적까지 있으며 표지를 ‘오성제자고’라고 바꾸는 등 훈민정음 반포 이후 정착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라고 평가했다. 상주본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은 소유권 다툼 탓이다. 2008년 7월 27일 골동품 수집을 하던 배씨가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자신이 소유한 고서적을 국보로 지정받고 싶다는 글을 올렸고 한국국학진흥원과 남 교수는 “틀림없는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 감정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주의 골동품상 조모(66)씨가 자신의 골동품 가게에 처박아 둔 고서적 두 상자를 배씨가 30만원에 사가면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훔쳤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검찰이 조씨의 형사 고소를 기각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해 2월 조씨가 제기한 소유권 이전 민사소송을 담당한 대법원은 지난 6월 “배씨는 해례본을 조씨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배씨가 불응해 해례본을 회수하려는 강제 집행은 실패로 돌아갔으며 검찰의 압수수색에서도 꽁꽁 숨겨진 상주본은 나오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배씨가 낱장으로 분리한 상주본을 비닐봉투에 싸서 모처에 은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간행된 지 565년 된 책이라 습기와 빛에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어 전문적인 보존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훼손될 우려가 크다. 또한 상주본의 해외 유출을 저지한 바 있는 문화재청은 배씨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문화재청 사범단속계 강신태 반장은 “배씨든 조씨든 후손에 물려줘야 할 국가적 보물을 하루빨리 세상에 내놓고 보존에 필요한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주 글 황성기 기자 marry04@seoul.co.kr [용어 클릭] ●훈민정음 해례본 세종 28년(1446년) 훈민정음 반포와 동시에 출간된 한문 해설서. 세종의 명을 받아 창제 동기, 의미, 사용법을 정인지 등 집현전 학사들이 엮었다. 33장 1책의 목판본인 해례본은 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값을 따질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로 평가되며,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 직지심체요절’이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된 전례에 비쳐 그 이상으로 매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사라지기 전 상주본을 58억원에 사겠다는 골동품상이 있었다. ■11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 ‘TV 쏙 서울신문’ 방영
  • [10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올해 서남해 바다는 조기가 풍년이다. 그물을 걷기 무섭게 조기들이 한가득 올라온다. 조기는 예로부터 우리 밥상의 귀한 생선이었다. 풍부한 수산자원 덕분에 보물섬이라 불리는 제주도에 위치한 추자도는 바다가 곧 농사다. 조기가 한창인 요즘, 추자도 사람들의 밥상에 올라오는 조기요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호루라기(KBS2 밤 8시 55분) 술로 하루를 보내느라 딸을 끈에 묶어두고 방치했던 무책임한 아빠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리고 매일 끈에 묶인 답답한 생활을 참지 못하고 끊임없이 가출을 일삼았던 딸 지희. ‘인권 수사대’는 알코올 중독 아빠 밑에서 방치된 지적 장애 소녀, 지희를 만나 아이가 보다 안전하게 보살핌을 받을 방법을 알아본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MBC 오후 7시 45분) 종석은 학교에 붙은 ‘D-2’의 뜻이 낼모레 수능 시험일이란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가족들과 같은 반 후배들은 종석이 수능을 본다며 챙겨주고, 그게 은근히 좋은 종석은 수능이 싫지 않다. 한편 야자감독을 맡은 하선이 학교에서 귀신 울음 소리를 듣고 무서워하자, 지석은 무서움을 이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스캔 2고(SBS 오후 4시) ‘스캔2고’팀에 속해 있는 주인공 새찬과 친구들은 최강의 레이서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드넓은 우주로 모험을 떠난다. 한편 그라오 입학 후 첫 훈련날, 교관인 다일은 새벽부터 훈련생들을 깨운다. 트레드는 다일이 훈련생들을 쫓아내기로 유명한 악명 높은 코치라고 충고해주고, 다일은 당장 혹독한 훈련에 들어간다. ●EBS 다큐 프라임(EBS 밤 9시 50분) 여기 가장의 역할이 버겁기만 한 두 명의 남편이 있다. 한 명은 결혼 24년 차, 다른 한 명은 결혼 3년 차다. 결혼 24년 차 남편은 자신을 늘 채근하는 아내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밤 시간 대리운전을 시작했고, 결혼 3년 차 남편은 둘째를 임신한 아내와 밤낮없이 계속되는 싸움에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데…. ●검색녀(OBS 밤 11시 10분) ‘Ref’ 멤버 이성욱은 활동 당시 소복 귀신과 조우했던 오싹한 경험을 털어 놓는다. 늦은 밤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길을 가는 길에 어디선가 사람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 순간 룸미러를 통해 소복 귀신이 보였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문희준은 영혼과 대화를 통해 해체시기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3일 TV 하이라이트]

    ●현장르포 동행(KBS1 밤 11시 40분) 아빠와 엄마, 그리고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외동딸 금선이는 서울의 한 여관에서 7년째 살고 있다. 한때 잘나가는 강력반 형사였던 아빠는 경찰직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부하 직원이 회사 돈을 횡령해 잠적하는 바람에 사업이 기울었고, 빚쟁이에 쫓기면서 시작한 여관 생활은 올해로 7년째 접어들게 됐는데…. ●TV 특강(KBS2 밤 12시 35분) 서울대 건축학과 김광현 교수와 함께 미래를 위한 큰 기술 ‘공공건축’에 주목해 본다. 건축을 하는 것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현대 건축의 의미는 크게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과연 미래의 주인을 위한 건축이란 어떤 것일까. ●공감 특별한 세상(MBC 오후 6시 50분) 중국의 ‘보물섬’ 하이난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2대 청정지역이다. 동양의 하와이라 불린다. 육안으로도 깊은 바닷속 열대어를 감상할 수 있다. 또 맑은 바다와 산호 빛으로 둘러싸인 연인의 섬, 오지주도와 2000마리의 원숭이들이 집단 거주하며 원숭이 전용 수영장부터 구치소까지 있는 원숭이 섬을 소개한다. ●스캔 2고(SBS 오후 4시) ‘스캔 2고’ 팀에 속해 있는 주인공 새찬과 친구들은 최강의 레이서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드넓은 우주로 모험을 떠난다. 그라오 입학을 위한 경주에서 새찬이는 타이거를 만난다. 타이거는 자신만만해하며 새찬이를 가소롭게 여긴다. 그 모습에 오기가 생긴 새찬은 타이거에게 지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해서 달리기 시작한다. ●다큐 10+(EBS 밤 11시 10분) 엘리베이터는 현대생활의 필수품이다. 초고층 건물의 등장과 인구 밀집은 엘리베이터가 있기에 가능했다. 현재 전 세계 엘리베이터 이용자 수는 매주 100억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면서도 밖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무심코 탑승하는 엘리베이터, 과연 문제는 없을지 ‘다큐 10+’와 함께 알아본다. ●김구라, 문희준의 검색녀(OBS 밤 11시 10분) 제국의 아이들의 성형돌 광희와 개그맨 양배추가 초대됐다. 광희는 미녀 패널 검색녀들에게 “다들 신상이시네요.”라는 칭찬과 함께 시작한다. 그리고 성형인들을 만났을 때 지켜야 하는 에티켓과 아이돌의 연예법까지도 공개한다. 한편 양배추는 아버지와의 진한 사랑이 묻어나는 에피소드를 털어놓는다.
  • 제주목장 2일부터 가을축제

    KRA 제주경마본부는 2일부터 13일까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제주목장에서 ‘마구 마구 가을 축제’를 연다. 행사 기간에 제주목장을 방문하면 수십억원의 가치가 있는 메이저급 씨수마와 관상마 관람, 어린이 승마, 먹이 주기 등 다양한 체험을 공짜로 할 수 있다. 목장을 둘러보는 투어버스가 하루 4회(오전·오후 각 2회) 운행된다. 경마본부는 일요일인 6일과 13일 두 차례 보물찾기 행사를 마련해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선사한다. 행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각종 행사와 체험 참가비는 무료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지금&여기] 나는 오늘도 줄타기를 한다/박건형 사회부 기자

    [지금&여기] 나는 오늘도 줄타기를 한다/박건형 사회부 기자

    “교수님들이 연구성과를 쉽게 쓰는 걸 싫어하세요. 막 화도 내신다니까요.” ‘은·는·이·가’를 빼고는 어느 나라 말인지조차 알기 힘든 연구성과 자료를 받았다. 연구비를 지원한 한국연구재단 담당자에게 “왜 이렇게 어렵냐.”고 묻자 오히려 하소연을 한다. 쉽게 쓰면 ‘의도가 왜곡됐다’거나 ‘너무 앞서나간 자료’라는 식으로 항의를 한다는 거다. 교수에게 전화하자 “얘기한다고 알겠느냐.”는 반응이다. 기자들이 가장 궁금한 것 역시 독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체기전을 밝혔다’ ‘중간체를 규명했다’ ‘초신성을 찾았다’는 것은 쓰는 사람이나 읽는 독자 모두에게 전혀 와 닿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연구가 어떤 결과로 이어져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또는 우주와 자연의 신비에 얼마나 더 가까이 가느냐다. 그래서 과학기자들은 매일 줄타기를 한다. 있는 그대로 결과만 전할 것이냐, 아니면 향후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냐. 가능성은 어디까지 적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수십년간 하루가 멀다 하고 암치료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거나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왜 암은 아직 불치병의 영역에 있을까. 기사를 만들기 위한 언론의 과장이 지나친 기대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언론 때문에 웃음거리가 되고 항의에 시달린다는 과학자들의 억울함이 괜한 것만은 아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쌓여 만들어진 불친절인 셈이다. ‘과학과 언론’에 대해 과학저널 ‘네이처’는 이렇게 답했다. “과학과 저널리즘은 같은 기초 위에 있다. 두 집단은 모두 직업적으로 의문을 품는 (그리고 확인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결국 과학자와 기자는 서로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이라는 얘기다. 과학이 어렵기만 한 학문이 아니고, 과학자가 불친절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다. 그래서 대답하기 싫어하는 과학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과학자들도 질문하는 기자를 좋아했으면 한다. kitsch@seoul.co.kr
  • 만추 그윽한 ‘新부여 8景’ 찾아 떠나볼까요

    만추 그윽한 ‘新부여 8景’ 찾아 떠나볼까요

    책 한 권 들고 떠난 여정입니다. ‘윤재환의 신부여팔경’입니다. 세월이 흘렀으니, 백제의 옛 도읍지 부여에도 그에 걸맞은 새 ‘부여 8경’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책을 따라 부여를 돌아봤습니다. 패자의 역사가 퀴퀴하고 낡은 유물 위에 덧씌워져 있을 거란 선입견도 함께 가지고 갔지요. 그런데 옛것들을 되짚어 가는 길에서 뜻밖에 놀랍고 아름다운 풍경들과 만났습니다.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되 결코 누추하지 않은’, 백제의 향기 오롯한 그런 풍경 말입니다. ●꽃이 진다고 역사를 탓하랴 잊혀진 왕도(王都)는 처연하다. 육당 최남선은 1948년 ‘조선의 고적’을 통해 부여를 이렇게 묘사했다. “평양은 적막한 중에 번화가 드러나고, 경주는 번화한 중에 적막이 숨어 있는데, 백제의 부여는 실시(失時)한 미인같이, 그악스러운 운명에 부대끼다 못한 천재같이, 대하면 딱하고 섧고 눈물조차 그렁거리”는 곳이라고. 부여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적확한 표현은 없지 싶다. 고을마다 대표적인 여덟 경치는 있게 마련이다. 부여 또한 마찬가지. 1경은 백제탑의 저녁 노을, 2경 저녁 무렵 부소산에 내리는 부슬비, 3경 고란사의 새벽 종소리, 4경 낙화암에서 망국의 한을 우짖는 소쩍새, 5경 구룡평야에 내려앉는 기러기떼, 6경 백마강에 고요히 감겨드는 달빛, 7경 수북정에서 바라보는 백마강 아지랑이, 그리고 8경 규암나루로 들어오는 돛단배 등이다. 그러나 세상은 바뀐다. 사라진 것도 있고, 보탤 것도 있다. ‘신(新) 부여 8경’은 부여 읍내를 기준으로 내 4경과 외 4경으로 나눴다. 그중 제1경은 금성산 조망이다. 2경은 부소산 산책, 그리고 3경 백제탑 석조와 4경 궁남지 연꽃, 5경 무량사 매월당, 6경 장하리 삼층석탑, 7경 대조사 미륵보살, 8경 주암리 은행나무가 뒤를 잇는다. 으뜸가는 경치를 ‘금성산 조망’으로 꼽은 것은 부여와 백제를 바로 보자는 뜻에서다. 금성산에 오르면 부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그에 견줘 2경 ‘부소산 산책’은 옛것의 향기를 좇자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외지인들에겐 부소산이 사실상 1경이다. 널리 알려진 부여의 아이콘들은 죄다 부소산에 몰려 있다. 낙화암, 고란사, 백마강 등 귀에 익은 관광지는 물론, ‘삼천 궁녀’의 원혼을 위로하는 궁녀사 등 덜 알려진 유적지도 빼곡하다. 부소산은 낮다. 높이 106m에 불과하다. 남쪽 기슭은 성왕 16년(538년) 이후 123년 동안 백제의 왕궁지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북쪽 사면은 낙화암을 통해 백마강과 접해 있다. 산책로는 부소산 전체를 에둘러 조성돼 있다. 오르막 내리막은 있지만, 험하지 않아 2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부소산의 핵심은 낙화암이다. 패망한 백제의 궁녀 3000명이 꽃처럼 몸을 날려 자결했다는 곳. 부소산 들머리에서 채 20분이 안 걸린다. 낙화암 정상엔 육각형의 정자 ‘백화정’이 세워져 있다. 궁녀들의 원혼을 추모하기 위해 1929년에 지어졌다. 백화정 아래로 백마강이 흐른다. 멀리 신무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공주에 이르러 금강이 되고, 부여에 닿으면 백마강이라 불린다. 호암리 천정대 앞에서 세도면 반조원리까지, 약 16㎞ 정도를 흐르는 ‘금강’이 바로 백마강이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의 흔적 가득한 무량사 국보 제9호 백제탑(정림사지오층석탑)과 궁남지까지 살피면 내 4경은 모두 돌아본 셈. 이제 외 4경을 돌아볼 차례다. 그 첫걸음은 무량사다. 고란사와 마찬가지로 개창 시기는 불분명하다. 다만, 9세기말 통일신라시대 때 처음 지어졌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견해다. 100년 넘은 싸리나무를 깎아 만든 일주문과 사천왕문을 지나면 절의 중심 건물인 극락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보물 제356호. 그런데 이 건물, 문외한이 보기에도 범상치 않다. 단풍 든 나무 아래 떠억하니 버티고 섰는데,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자태로 단박에 이방인의 눈을 사로잡는다. 극락전은 중층 불전으로 지어졌다. 겉으로는 2층인데 내부는 트여 있는 형태다. 배흘림 기둥이 든든하게 건물을 받들고, 네 모서리마다 활주를 세워 균형감을 더했다. 단청은 있는 듯 없는 듯 벗겨졌다. 하나, 색이 바랬다고 본연의 아름다움이 사라지지는 않을 터. 세월의 깊이는 외려 더 무겁게 전해 온다. 무량사는 조선 세조 때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최후를 마친 곳이기도 하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항거하며 비승비속의 몸으로 떠돌던 그의 영정이 우화당 뒤편 전각에 봉안돼 있다. 그의 절개처럼 곧은 부도탑은 일주문 오른편에 세워져 있다. 여기서 순서를 바꿔 8경 주암리 은행나무를 먼저 찾는다. 무량사와 가깝기 때문이다. 녹간마을 은행나무는 백제 성왕 16년(538)에 심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천연기념물 제320호. 풍파를 딛고 살아낸 세월이 1000년을 넘는데, 전해오는 이야기 한자락 없으랴. 나무는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이를 알렸다고 한다. 백제와 신라, 그리고 고려와 조선이 망할 때마다 칡넝쿨이 은행나무를 감아 나라의 망조를 예언했다. 제 몸은 물론, 마을 사람들을 돌보는 데도 신묘한 재주를 펼쳤다. 전염병이 창궐해도 이 마을만은 화를 입지 않았고, 1910년 구제역 같은 괴질이 이웃 마을 소들을 삼켰을 때도 이 마을 소들은 끄떡없었다. 고려시대 때 인근 절집 주지가 암자 중수를 위해 자신의 가지를 베자, 급사시켜 응징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현재 나무는 부분적으로 노랗게 물들었다. 11월 초면 1158㎡에 달하는 몸피 전체가 노란 옷으로 갈아 입는다. ●너른 부여 뜨락 품은 가림산성 6경 장하리 삼층석탑과 7경 대조사 미륵보살도 인접해 있다. 장하리 삼층석탑은 고려시대 때 제작된 것으로, 백제탑과 많이 닮았다. 백제 불교의 향기가 고려시대까지 이어진 셈. 대조사는 황금빛 큰새(大鳥)가 현신한 자리에 세워졌다는 전설을 안고 있다. 높이 10m의 미륵보살은 절집 위쪽에 세워져 있다. 미래 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바로 그 보살이다. 인체비례를 무시한 게 특징. 얼굴은 각진 데다, 귀는 크고 눈은 작다. 신체 비율도 4등신에 가깝다. 어느 모로 봐도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운 외모다. 하지만 백제 멸망 이후 신라에, 후백제 멸망 이후엔 고려의 지배를 받아야 했던 부여 사람들에게 미륵 보살은 일종의 메시아와 같은 존재였을 게다. 신 부여 8경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대조사를 품고 있는 가림산성(옛 성흥산성)은 반드시 오르는 게 좋다. 백제시대의 대표적인 산성으로, 확인된 것만 1500m 정도 된다. 가림산성의 자랑은 시원한 조망이다. 백제 도성을 따라 흐르는 금강 하류 일대의 드넓은 뜨락이 한눈에 담긴다. 가까운 논산과 강경은 물론, 익산의 미륵산과 멀리 장항까지 굽어볼 수 있다. 글 사진 부여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 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 간 고속도로→공주~서천 간 고속도로→부여 나들목 순으로 간다. 서해안고속도로→대전~당진 간 고속도로→공주~서천 간 고속도로→부여 나들목 순으로 갈 수도 있다. 고속버스는 서울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여까지 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맛집 구드래 선착장 주변에 맛집들이 몰려 있다. 구드래돌쌈밥(836-9259)은 다양한 종류의 쌈밥이 주 메뉴다. 향우정(835-0085)은 한정식, 장원 막국수(835-6561)는 충청도 특유의 막국수로 입소문이 났다. ▲잘 곳 부소산성 맞은편에 깔끔한 숙박업소들이 많다. 숙박료도 3만~4만원으로 싼 편.
  • 선관위, 박원순 공보물 학력 정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박원순 범야권 후보의 선거공보물에 기재된 학력을 정정하는 내용의 결정문을 26일 서울 2206개 전 투표소에 게재하기로 했다. 현재 박 후보의 벽보 등에는 ‘서울대 문리과 대학 1년 제적’으로 표기돼 있다. 선관위는 이 가운데 ‘문리과 대학’을 ‘사회계열’로, ‘제적’을 ‘제명’으로 정정하라고 결정했다. 서울대 전산 오류로 인한 정정이라는 사유도 명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박 후보의 선거공보물에 기재된 학력이 허위라며 선관위 측에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박 후보 측 송호창 대변인은 “서울대 측의 실수로 발생한 일로, 등록 당시 문제 삼지 않았던 선관위가 이제 와서 문제가 있다며 선거 당일 정정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토마토저축銀 회장 영장 청구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부장 권익환)은 24일 2300억원대 부실대출을 한 토마토저축은행 최대주주인 신현규(59)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 회장은 이 은행 지분 47.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또 신 회장의 지시로 1600억원대 불법대출을 한 여신담당 남모 전무를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날 기소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신 회장은 2004년부터 최근 영업정지 직전까지 무담보 또는 부실담보 상태에서 법인 등 차주들에게 1600억원을 대출하고, 자신에게 700억원을 차명대출하는 등 총 2300억원을 불법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도의 한 골프연습장 운영비로 400억원을 차명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의 경영진단때 대출채권의 담보물이 부족하자 차명으로 300억원의 주식을 산 것으로 밝혀졌다. 합수단은 두 사람이 최근 영업정지 직전 담보로 잡혀 있던 유가증권 10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보강조사한 뒤 추가로 기소할 예정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도봉 “숨은 보물 각석군 관광상품으로”

    도봉 “숨은 보물 각석군 관광상품으로”

    “조선 후기 집권 세력이었던 노론의 집권 이념과 학맥을 수려한 도봉산 계곡의 자연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서울의 유일한 곳이 도봉산에 있습니다.” ●도봉산에 선비들 소신 쓴 바위 15개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지난 19일 도봉산의 숨은 보물 각석군을 방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각석군이란 쉽게 말해 바위에 글을 새겨 놓은 무리가 모여 있다는 것이다. 도봉산에는 17세기에서 구한말까지 선비들이 자신들의 학문적 소신 등을 글이나 시구로 새겨 놓은 바위가 15개 있다. 내년부터 복원하기로 한, 조광조를 기리는 도봉서원과 함께 조선 후기를 만나볼 수 있는 역사문화 탐방 코스로 제격이다. 도봉산 초입에서는 어른 키보다 큰 바위에 노론의 태두 우암 송시열(1607~1689)이 쓴 ‘도봉동문’(道峯洞門)이 우선 눈에 띈다. 도봉동 영역을 설정하는 기준으로 잡는 이 각석은 우암이 62세 때 경기 양주 선산에 왔다가 개성 송도의 박연폭포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도봉산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가면서 남겨 놓은 글이다. 당시 도봉서원의 선비들이 글을 적어 달라고 해 가장 큰 붓으로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봉문화원 홍기원 사무국장은 “충북 괴산 화양구곡에 있는 송시열의 글 ‘화양동문’과 견줄 수 있는 것으로, 여기에서 동문(洞門)이라는 것은 파라다이스”라고 귀띔했다. 홍 국장은 “화양구곡 각석군을 최고로 치는데, 도봉동문은 화양동문 각석군과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수려한 도봉계곡에서 산행하며 인문학적 가치도 가져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이런 곳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단풍이 붉게 물드는 도봉산에서 이 구청장을 만난 등산객들은 “등산로에 있는 화장실에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며 민원도 하고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는 등 친근하게 구청장을 대하고 있었다. ●“최고 각석군 화양구곡과 견줄 만해” ‘도봉동문’에서 시작하는 각석을 다 둘러보려면 걸어서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중요한 글로는 공자의 말에서 인용된 만절필동(萬折必東)에 어원을 둔 ‘필동암’(必東岩)이 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물은 반드시 동쪽으로 흐른다는 자연현상을 노래한 것으로 보이지만, 조선후기 집권 세력인 노론파의 집권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황하가 만번 꺾어져도 동쪽으로 흐른다는 말이지만 선조의 어록인 ‘만절필동재조변방’과 연결하면, 청나라가 들어섰더라도 망해가는 조선을 구해준 명나라에 대해 의리와 지조를 지키자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복호동천’(伏虎洞天)은 선비들이 파라다이스에서 때를 기다리며 수양하고 있다는 뜻이다. 곡운 김수증(1624~1701)이 쓴 ‘고산앙지’(高山仰止)도 도봉서원에서 배향하는 조광조의 선비 정신을 기린 것이다. ‘제월광풍갱별전료장현송답잔원’(霽月光風別傳聊將絃誦答潺湲)은 우암의 글로 주자의 도덕적 품성을 기르고 절대로 출세를 위한 과거공부나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망상을 하지 말도록 한두 편의 시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구청장은 “자연에 인문학적 가치를 부여한 조선 후기의 역사·문화적 보고를 잘 보전하고, 역사 문화 코스로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 역사적 의미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강북구 무허가 건축 예방책 통했다

    서울 강북구는 지난해 10월부터 무허가 건축물 발생 예방대책을 추진한 결과 위법 건축물 발생건수가 전년 대비 35.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무허가 건축물이란 건축허가나 신고·승인 등을 거치지 않고 건축, 대수선, 용도변경을 한 것을 말한다. 적발됐으면서도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인·허가 제한, 건축이행강제금 부과, 건축주 고발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구는 위법행위 예방을 통한 건축물의 안전 확보와 올바른 건축문화 정착을 위해 위법 건축물 사례, 적발 시 행정조치 사항 등을 담은 홍보물 5만부를 제작하기도 했다. 각종 직능단체와 자생단체 회의 때도 홍보물을 배포하고 소식지 등 매체를 통한 홍보에 애썼다. 특히 디자인건축과, 보건위생과, 부동산정보과 등 불법 건축물 발생 가능성이 높은 부서에서는 민원 접수처리 때 취지를 적극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1년간 발생한 무허가 건축물은 538건으로 전년의 833건보다 35.4% 감소했다. 관련 민원 접수 건수와 행정처분에 따른 이행강제금 부과 건수 역시 각각 12.2%(223건→196건), 25.9%(143건→106건) 줄었다. 반면 자진정비율은 35.8%(2223건 중 80건)에서 54.2%(166건 중 90건)로 18.4% 높아져 주민 의식 변화에도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강대형 주택과장은 “간단한 증·개축의 경우 주민들이 위법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강제금 부과 등 사후행정보다 사전홍보를 통해 주민과의 마찰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파랑새저축은행장 구속… 토마토저축銀 회장 소환 조사

    1000억원대의 부실 대출을 해준 파랑새저축은행 손명환(51) 행장이 19일 구속, 수감됐다. 손 행장은 2008년부터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부실한 담보를 대가로 1000억원대 부실대출을 해주는가 하면, 개별 차주에게 자기자본 20% 이상을 대출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1300억원 상당의 동일인 한도 초과 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토마토저축은행 신현규(59) 회장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은 이 은행 최대주주인 신 회장을 이날 소환해 늦게까지 조사했다. 합수단은 이날 신 회장을 상대로 은행이 무담보나 부실 담보물로 1100억원대 자금을 부실대출한 혐의를 캐물었다. 안석·최재헌기자 ccto@seoul.co.kr
  • 마포구 中企, 남미시장 넘본다

    마포구 中企, 남미시장 넘본다

    “우루과이, 아르헨티나와 같은 남미시장은 베트남, 인도 등에 비해 한국 기업 진출이 드뭅니다. 그래서 해외 진출을 원하는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수출 유망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관내 유망 중소기업을 이끌고 남미 지역을 다녀온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남미시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18일 마포구에 따르면 ‘남미지역 해외시장개척단’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8일까지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 남미지역에서 해외수출상담회를 열고 모두 5440만 달러(약 652억원)의 수출 상담 실적을 거뒀다. 개척단은 중소기업 해외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포구와 중소기업진흥공단 서울지역본부가 2005년에 처음 공동 조직했다. 올해에는 바이어 반응과 시장성 평가를 거친 중소기업 10개 업체가 참여했다. 마포구와 중소기업진흥공단 서울지역본부 등은 상담장 임차비, 통역비, 홍보물 제작비 등을 지원했다. 박 구청장은 올해 처음 개척단 단장을 맡아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지난해 베트남, 인도에서는 2400만 달러의 수출상담실적을 올렸는데 이번에는 실적이 144%나 상승했다.”며 “남미에서 우리 기업 제품들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참여업체 중 로봇 제조·개발업체인 ㈜SRC는 교육용 로봇을 내놓아 현지 바이어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SRC는 현장에서 1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현지에 알려지지 않은 신소재 원단, 첨단 리모컨, 욕실 용품도 큰 호응을 얻었다. 박 구청장은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수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을 위해 개척단을 지속적으로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WHO&WHAT] 현대 고고학의 레이저 레이더·로봇에 존스 박사 ‘깜놀’

    [WHO&WHAT] 현대 고고학의 레이저 레이더·로봇에 존스 박사 ‘깜놀’

    “존스 박사. 우리 대학은 당신에게 테뉴어(종신 교수)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니. 나만큼 명성을 떨친 고고학자가 어디 있습니까? 최소한 1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내 활약을 지켜봤어요.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알려진 것도 순전히 내 공인 것 같은데요.” “물론 지금의 고고학이 당신에게 빚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테뉴어 심사가 강화되는 추세라 어쩔 수가 없어요. 논문도 없고, 강의 일수도 다 못 채워서 교수평가는 바닥이에요. 특히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당신에 대한 비판이 많아요. 더 이상 ‘채찍’의 시대가 아니라고들 하던데요.” “보물지도를 찾고 악당과 싸우는 게 뭐가 나쁩니까.” “그래서 당신은 학자가 아닌 탐험가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고고학자들은 더 이상 오지를 무작정 탐험하지도, 피라미드를 부수고 들어가지도 않아요. 훨씬 과학적인 수단들이 많이 있다고요.” “결국 내 시절은 갔다는 얘기인가요?” “아니죠. 당신 같은 유명인을 놓치는 것은 우리에게도 엄청난 손실인걸요. 당신의 모험심과 열정에 현대의 기술을 살짝 얹어보는건 어떨까요. 한 가지 더.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자만심은 버리셔야 할 겁니다. 당신 아들이 등장한 마당에 아버지가 죽고 그 아들이 복수를 하는 시나리오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일단 고고학 연구실을 한번 둘러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수도 있습니다.” “흠. 썩 내키지는 않지만, 저를 밀어낸 첨단 기술이라는 게 뭔지 궁금하기는 하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보기나 합시다.” 이번 주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인디애나 존스 박사의 현대 고고학 연구실 탐방을 따라가봤다. 열심히 뛰는 것만이 진실과 역사에 가까이 가는 것이라 믿고 있던 늙은 고고학자의 앞에 놓인 문화적 충격은 어떤 것일까. 큐레이터 어서오세요, 박사님. 학교 측에서 연락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 이 박물관에서 학생들을 안내하는 큐레이터입니다. 박사님께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시니,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리죠. 먼저, 이쪽 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여긴 미라를 연구하는 곳이죠. 존스 오. 이건 고대 이집트의 미라군요. 그런데 겉을 감싼 천이나 관 장식을 봤을 때 왕이나 왕비의 것은 아닌데, 뭘 이런 걸 쌓아놓고 연구를 하는 거죠. 큐레이터 이 이집트 미라의 주인공은 기원전 1580년에서 1550년 사이에 살았습니다. 10대에 죽은 걸로 추정되죠. 그리고 사인은 심장병인 것으로 보입니다. 존스 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나요. 혹시 기록이라도 찾은 건가요? 큐레이터 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이용하면 알 수 있습니다. 치아 구조나 뼈 크기 등을 통해 나이를 알 수 있고, 각종 질환의 유무도 알 수 있습니다. 굳이 미라를 훼손하지 않아도 되고요. 이 옆에 있는 시료는 중세 피렌체 귀부인의 묘에서 채취한 DNA입니다. DNA를 분석하면 이 여인이 누구의 조상인지, 어떤 가문인지도 알 수 있죠. 이탈리아에서는 같은 방법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리자 게라르디니를 찾고 있습니다. 존스 그럼 혹시 미라가 아니라 뼈만 있어도 분석이 가능합니까. 큐레이터 박사님은 해골을 들고 뛰거나 무기로 쓰시겠지만, 요즘 고고학자들은 해골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뼈에서 질소나 탄소 함량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당시의 영양상태는 어땠는지를 쉽게 알 수 있어요. 심지어 어떤 물을 마셨는지도요. 특히 이런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사람들의 식습관이나 국가 간의 교류 여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페인에 묻혀 있는 유해의 출생지가 이탈리아였다는 점을 밝혀낼 정도까지 데이터베이스가 쌓였습니다. 존스 그럼 혹시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이 언제 죽었는지도 알 수 있나요? 큐레이터 물론이죠.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이용하면 됩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고 동물은 그 식물을 섭취하기 때문에 모두 탄소가 쌓이게 됩니다. 그중 탄소14는 방사성물질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그 양이 반씩 줄어드는 반감기가 생깁니다. 과거의 동물이나 식물은 모두 현재의 것들과 조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탄소14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측정하면 시간의 경과 정도를 알 수 있는 원리죠. 너무 많은 걸 들어서 얼떨떨하신 것 같은데, 다음 방으로 가시죠. 존스 앗, 여기 이렇게 뱀처럼 꿈틀거리는 것들은 뭐죠? 큐레이터 박사님. 만약 처음 보는 커다란 무덤이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존스 일단 들어가봐야죠. 큐레이터 채찍 하나 들고요? 영화에서처럼 박혀 있는 창칼이 날아올 수도 있고, 뱀이 가득할 수도 있잖아요. 거기에 발을 디뎠다가 물리면 누가 책임지죠? 그래서 만들어진 것들이 이 로봇들입니다. 존스 그럼 얘들이 대신 들어가나요? 고작 이런 조그만 것들이 뭘 할 수 있죠? 큐레이터 조그만 틈만 있으면 기어들어가서 내부가 어떤지를 생생하게 찍어 올 수 있죠. 위험은 없는지 미리 살필 수도 있어요. 그뿐이 아닙니다. 무덤이나 건물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구멍을 넓혀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오랜 기간 갇혀 있던 내부 공기가 사람에게 유해하지는 않은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 거대한 강이 흘러도 얘들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거든요. 아직까지는 사람이 조종을 해야 하는 단계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로봇도 등장할 겁니다. 존스 위험을 다 제거하고 사람은 그 후에 움직인다는 거네요. 정말 재미없는 일이군요. 앞에 어떤 원시부족이 튀어나올지, 어떤 기관이 작동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목숨 걸고 들어갈 때의 짜릿함을 한번 맛보면 확실히 생각이 달라질 텐데 말이죠. 큐레이터 사실 저도 박사님의 활약상은 잘 알고 있지만, 그런 생각으로 고고학을 대하시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박사님이 성배도 찾고, 누르하치 유골도 찾았지만 그게 결국 남아 있나요? 좌충우돌하시다가 다 없어지거나 묻어 버렸잖아요. 그리고 자기 조상의 것을 지키려는 원시부족이 타도해야 할 대상인가요? 그럼 잉카문명을 멸망시킨 스페인의 피사로와 박사님이 다를 게 없는 것 아닐까요? 존스 (외면하며)그나저나 여기에 보물지도도 있나요? 큐레이터 안 그래도 그 방으로 모시려고 했어요. 이쪽 방은 보물지도를 그리는 곳입니다. 존스 누가 그려 놓은 보물지도를 찾는 게 아니라 지도를 그린다고요? 큐레이터 ‘지구의 끝’ ‘세 개의 바다가 만나는 곳’ 뭐 이런 식의 지도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지구 어디든, 사람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태초의 원시림이나 폭포 속까지도 이젠 들여다볼 수 있고 그려낼 수 있거든요. 대표적인 것이 최신 기술인 LIDAR입니다. 레이저 레이더라고도 하죠. 레이저를 대기중에서 발사해 반사돼서 돌아오거나 퍼지는 모습을 보고 지형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지도를 그리기 위해 연필을 들고 측량을 하는 것은 옛날 얘기입니다. 하늘을 날면서 이 장치를 쓴다면 거대한 나라도 몇 년 내에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죠. 지난 5년간 잉카와 마야문명이 자리잡았던 중앙 아메리카 지역의 3차원 지도도 완벽하게 구현해 낸 상태입니다. 존스 그런데, 그런 지도가 실제로 길을 찾거나 유적을 찾는 데 효과가 있나요? 땅 위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일은 알기 힘들 것 같은데 말이죠. 큐레이터 그래서 저희는 위성 이미지를 함께 사용합니다. 현재의 위성기술을 이용하면 지상 40㎝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선명도로 전세계 곳곳을 살필 수 있습니다. 극지를 탐험하거나 밀림을 헤치고 지나갈 때, 오늘 무슨 일이 앞서 일어났는지도 다 알 수 있죠. 말 그대로 지구를 ‘스캔’하는 겁니다. 전설속의 아틀란티스 대륙이 최소한 지상에 존재하지는 않고, 얕은 바다에는 없다는 것도 위성으로 확인할 수 있었죠. 이런 기술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지구 속의 모습까지 알 수 있습니다. 표정을 보니 문화적 충격이 크신 것 같군요. 오랜 시간 고고학계에 몸 담으셨는데, 시대의 흐름에도 좀 민감하셔야죠. 존스 원래 인디애나 존스는 그렇게 생겨먹은 캐릭터라고 해 둡시다. 채찍이 아니라 금속탐지기를 들고 모래밭이나 헤매는 나한테 누가 열광하겠어요. 이미 과거처럼 모험을 떠나기에는 앉은 자리에서 알 수 있게 된 것들이 너무 많긴 하군요. 결국 난 과거 속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이곳을 둘러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큐레이터 그럼 이 새로운 기술들을 배우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존스 그건 스필버그 감독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스필버그가 처음 날 탄생시킬 때 지나치게 강인한 고고학자의 이미지나 원시부족과의 싸움 같은 부분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는 얘기가 있긴 하죠. 혹시 또 압니까. 나이 들어서 은퇴 후에 첨단 과학기기로 무장한 인디애나 존스 박사의 모험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어차피 전 영화 속에서 사는걸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이노베이션뉴스데일리 2011년 6월 10일 ‘고고학의 10가지 현대식 기술’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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