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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 강공… ‘무상보육 광고’ 박원순 고발

    새누리당이 서울시의 무상보육 광고에 대해 박원순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앞서 지난달 노량진 배수지 인명사고의 책임소재를 놓고 양측이 충돌한 데 이어 2라운드격이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2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과 홍보 관련 담당자는 공직선거법 86조 5항을 위반했다”면서 “서울시가 지난 13일부터 지하철 동영상·게시물, 시내버스 안내 방송을 통해 관련 광고를 여러 차례 게시한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를 무상보육 대란의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86조 5항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지방자치단체 사업계획, 활동 상황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을 분기별로 1종 1회를 초과 방송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가 게시한 포스터에는 ‘대통령님 통 큰 결단’ 문구와 함께 “대통령님,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하셨던 그 약속, 꼭 지켜주십시오. 무상보육비 국비지원 비율을 높이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에 힘을 모아 주십시오”라는 내용이 담겼다. 새누리당은 고발장에서 “박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부각될 무상보육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불법광고를 하고 있다”면서 “서울시는 아무런 책임이 없고 마치 국회의원, 대통령만이 무상보육에 무한책임이 있는 것처럼 서울시민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홍 총장은 “(무상광고에 따른) 배임 혐의도 짙다. 자체 법리검토를 해서 (형사고발 등)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사전선거운동과는 거리가 먼 일반적인 정보제공 사항이고 광고 게시 전 충분히 내부 검토를 거쳤다”며 반박했다. 이창학 서울시 대변인은 “무상보육은 서울시 사업계획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공약”이라면서 “재정분담률을 확인하고 무상보육도 정부 시책이니 하늘이 두 쪽 나도 이행돼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에 대한 정보제공 차원일 뿐 선거법에서 제한하는 실적사업 홍보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한국인만 모른다, 한국의 위대함

    아프다. 우리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는 벽안의 외국인이 여유만만하게 웃는 얼굴로 잘못을 콕콕 집어 댄다. 앞서 저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통해 스스로의 문화유산을 경시하는 한국 사회를 비판했던 바로 그이다. 이만열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졌을 만큼 ‘한국통’이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 지적하는 건 명료하다. 당신 내면의 보물을 보라, 그리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라는 거다. 저자의 눈에 비친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자신의 위상에 대해 모순적인 태도를 가졌다. 여러 면에서 한국은 1등 국가에 바짝 다가섰다. 내면에 국가 브랜드로 내세우기 충분한 ‘엄청난’ 역사와 전통도 가졌다. 한데 여태껏 제대로 자신을 알리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 한국 정부 스스로도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어떤 면에서는 되레 부끄러워하거나 하찮게 여기면서 그것들을 점점 없애고 있다. 그 배경 중 하나가 이른바 ‘새우 콤플렉스’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세계 최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이 ‘고래들’이 힘겨루기를 벌이는 와중에 등 터지는 아픔을 감내해야 했던 건 한국이었다. 그 탓에 ‘새우는 튀어 봐야 새우’란 생각이 암암리에 국민을 지배하게 됐다는 거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정체성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삼성·LG가 만든 TV 보고, 현대·기아가 만든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그걸 만든 나라가 한국이라고 하면 “고뤠?”라고 되묻는다. 그러다 보니 부당한 대접도 받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은 B급 국가 아냐?’란 세계의 시각 때문에 당하는 불합리한 대우를 뜻한다. 저자는 한국이 ‘당하는’ 디스카운트 비율이 평균 9.3%에 이른다고 했다. 이 수치를 2011년 한국 총수출액(약 625조원)에 대입하면 무려 58조원에 달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탓에 날려 버린 액수치고는 너무 크다. 대중문화 용어로 비유하자. 저자의 주문은 ‘캐릭터 설정’을 제대로 하라는 거다. 그가 제시한 몇 가지 대안 가운데 하나가 ‘선비 정신’이다. ‘대한민국 대표 가방끈’을 맨 이들에게 공자왈 맹자왈 하라고 멍석을 깔아 주자는 게 아니다. 지식인의 염치, 사회적 책임감 등을 강조하자는 뜻이다. 되짚어 보면 여태 그렇지 않았다는 준엄한 지적일 터다. 옛 선비들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고 참여적이었다. 최고의 지식을 쌓기 위해 갈고 닦길 게을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부정을 마주하고 눈 돌리는 걸 수치로 여겼다. 이쯤 되면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서도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가치가 아닐까.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크리미널 마인드 2(FOX 밤 12시)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시카고로 돌아간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모건. 오랜만에 가족과 재회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모건에게 과거 앙숙이었던 고딘스키 형사가 찾아와 그를 체포한다. 지난 15년간 세 차례 발생한 아동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모건을 지목한 것이다. 모건은 자칫 억울한 누명을 쓸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 ■계절의 식탁(올리브 밤 9시) ‘양식은 자연산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깬 전복에 대해 방송한다. 예부터 귀한 음식으로 여겨졌던 영양 만점 전복이 양식되면서 그 맛과 영양이 한층 더 향상됐다는 사실을 전한다. 전복의 알짜배기 맛, 전복 내장 요리부터 전복의 영양이 함축된 말린 전복까지. 바다의 보물, 달콤한 전복의 세계로 초대한다. ■에볼루션(FTV 밤 11시 15분) 무더운 날씨는 물고기와 낚시꾼 모두를 힘들게 한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지금, 배스를 밀착 탐사하기 위해 에볼루션 서승찬은 경기 안성의 고삼지를 찾았다. 높은 수온의 영향권에서 배스들이 모인 새물 유입구, 수몰나무 등의 포인트를 찾아본다. 고삼지 배스의 생활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파파로티(캐치온 밤 11시) 성악 천재 건달이 큰 형님보다 더 무서운 적수를 만났다. 한때 잘나갔던 성악가였지만 지금은 촌구석 예고의 음악 선생인 상진(한석규). 교육열은 식어 있고 까칠하기만 한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미션이 떨어진다. 천부적인 노래 실력을 지녔으나 일찍이 주먹 세계에 입문한 건달 장호(이제훈)를 가르쳐 콩쿠르에서 입상하라는 것인데…. ■케이팝 히어로2(MTV 오후 5시) 그룹 빅뱅의 리더이자 솔로 가수로도 최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지드래곤의 솔로 활동 시간을 되짚어 본다. 혼자서도 독보적인 퍼포먼스를 선사한 솔로 무대와 그의 모든 것을 자세히 살펴보는 특별한 프로그램이어서 팬들에게는 더없는 희소식일 듯하다.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생활 속 이야기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벼락 맞은 문방구(투니버스 밤 8시) 천둥초등학교의 야외 여름 캠프 날. 박성광 선생님의 고향 마을인 대붕리로 떠난 아이들은 마을의 한 폐교에 묵게 된다. 여름 캠프의 첫 번째 일정인 보물찾기가 시작되고 아이들은 2인 1조로 짝꿍과 함께 보물을 찾으러 나선다. 하지만 폐교 곳곳에서 아이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 은행들 연체이자 내렸는데 근저당 설정비율 120% ‘요지부동’

    은행들 연체이자 내렸는데 근저당 설정비율 120% ‘요지부동’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근저당권 설정 비율이 120%로 너나 할 것 없이 동일한 데다 그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신문이 21일 기업, 농협, 씨티, 신한, 외환, 하나, KB국민, SC 등 시중은행의 근저당권 설정 비율을 파악한 결과, 모두 120%로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저당은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는 등의 상황에 대비해 은행이 담보물을 잡아두고 저당권을 미리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근저당권 설정 비율을 120%로 하고 1억원을 빌려줄 경우 은행은 향후 대출 부실이 발생해도 기존에 잡아놓은 담보를 통해 1억 2000만원을 회수할 수 있다. 문제는 근저당권 설정 비율의 산정 근거가 되는 연체이자율이 인하됐는데도 은행들이 설정 비율을 낮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지시로 시중은행들은 연체이자를 연 13~17%로 은행마다 약 2~5% 포인트씩 낮췄다. 그러나 근저당권 설정 비율을 낮춘 곳은 우리은행뿐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근저당권 설정 비율을 120%에서 110%로 10% 포인트 내렸다.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대출과 달리 담보물이 있는 데다 연체율, 부실률이 낮아 은행이 손해 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꼽힌다. 실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0.93%에 불과하다. 가계대출 평균인 1.28%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부실채권 비율도 0.5%에 불과해 가계여신 평균 1.2%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관례’라는 이유로 근저당권 설정 비율을 120%로 고집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이자, 대출금 회수 기간, 부대 비용 등을 감안해 설정 비율을 결정하는데 아무래도 다른 은행과 비슷하게 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근저당권 설정 비율을 낮춘 우리은행은 1년간 신규 대출 중 부실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근저당권 설정 비율을 낮출 경우 통상 은행이 부담하는 근저당권 설정비도 상대적으로 낮아져 은행 입장에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설정 비율을 120%에서 110%로 낮추면 비용을 6.3% 아낄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담보로 잡은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연체 이자, 법정 경매 비용 등을 감안하면 110%로도 충분히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절감한 근저당권 설정비로 상쇄된다”고 말했다. 근저당권 설정 비율을 낮추면 대출자 입장에서도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자금 활용이 쉬워진다. 담보설정액이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큰 경우 대출이 제한되거나 전세 임대에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1억원짜리 주택을 가지고 대출을 받을 경우 근저당권 설정 비율이 120%라면 약 8300만원만 대출받을 수 있지만 110%라면 9090만원까지 금액이 올라간다. 또한 근저당권을 설정할 때 내는 등기 비용인 ‘국민채권 매입비용’도 8.3%가량 아낄 수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문화재 관리부실, 더 이상은 안된다/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옴부즈맨 칼럼] 문화재 관리부실, 더 이상은 안된다/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역대 왕의 행적을 알려주는 인장이자 상징물인 조선왕실의 ‘어보’에 낙서 흔적이 발견되었다. 조선 제8대 예종의 어보에서 한글로 ‘예종’이라고 쓴 글씨 이외에 썼다가 지운 흔적도 확인됐다. 이 문화재가 우리나라가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유물인 것을 감안하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신문은 지난 16일 자(8면)에서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의 대표인 혜문 스님이 문화재청이 발간한 도록의 사진에서 예종의 어보에 낙서 흔적을 발견하고 문화재청에 훼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와 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은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주립박물관에 소장된 문정왕후 어보의 반환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미군이 불법 반출한 문정왕후 어보의 반환을 요구하는 입장에서 이미 국내 국립고궁박물관에 관리 중인 예종 어보에 낙서 흔적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이로니컬하지 않은가? 예종 어보 낙서사건을 계기로 서울신문이 낙서가 발견된 단편적인 상황 뿐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의 부실한 문화재 관리상황까지 짚었다면 더 생산적인 비판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문화재 당국은 언론 보도 이후 시민단체의 질의와 유물 훼손 여부에 관한 정보요청에 대응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어보에 한글로 ‘예종’이라는 글씨가 쓰인 것은 사실이나, 이는 낙서라기보다 이전에 유물의 관리를 위해 표기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글씨를 새긴 것이 아니고 필기구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보존처리 기술로 쉽게 지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러나 유물의 관리를 위해 사인펜 등으로 유물에 직접 표기를 한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이는 현재 문화재 부실관리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2012년 국정감사에 제출된 서울시 문화재 관리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시 소재 보물급 문화재 7건을 포함한 총 40건의 문화재가 훼손돼 26억원이 보수 예산으로 책정되었지만 유물 및 문화재의 상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법률소비자연맹 등 각종단체에서 저조한 목조문화재의 화재보험 가입률, 자연재해 위기대응 예방시스템과 실무 매뉴얼 부재, 문화재 안전관리 예산 감소, 잦은 도난과 7.2%에 불과한 회수율 등을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은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불과 5년 전인 2008년 국보 제1호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되다시피 했는데 문화재 관리의식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증거다. 우리나라 내 비종교적 전통 문화재의 90% 이상은 이미 소실된 상태라고 한다. 지난 6월 서울신문을 통해 보도된 경복궁의 엉성한 문화재 훼손기준을 지적하는 기사와 같이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문화재 관리 부실을 비판하는 글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서울신문은 앞으로 새로운 문화재의 발굴과 지정 못지않게 문화재의 관리·보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다뤘으면 한다. ‘문화재 기사는 따분하다’는 선입견은 진화하는 문화재 발굴과 보존·복원방법, 문화재와 지킴이들의 숨은 이야기 등을 통해 얼마든지 바꿔놓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문화재청은 어보 낙서 사례를 거울삼아 문화재·유물 보존·관리에 더욱더 심혈을 기울였으면 한다.
  • [학교 밖에서 배운다] ‘문화로 솔안(소란)스러운 우리 마을, 송내동’

    [학교 밖에서 배운다] ‘문화로 솔안(소란)스러운 우리 마을, 송내동’

    ‘쓱싹쓱싹’, ‘뚝딱뚝딱.’ 지난 17일 경기 부천시 송내동의 한 지하 공방(工房). 앳된 얼굴을 한 학생들이 망치와 톱을 손에 들고 연신 움직였다. 무서울 법도 하지만 거침없이 목재를 손질했다. 사포질도 쓱쓱 잘해 냈다. 곁에 서 있던 부모들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작업을 도왔다. 그렇게 2시간 정도 흘렀을까. 형태가 없던 나무가 탁상시계로 다시 태어났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하나둘 모여 만들어진 결과였다. 작업에 열중하던 김서진(8)양은 “하나도 안 무섭고 오히려 재밌다”면서 활짝 웃었다. 김양의 손에는 1㎏ 정도 돼 보이는 망치가 들려 있었다. 송내동이 소란스럽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후부터다. 사업 타이틀을 ‘문화로 솔안(소란)스러운 우리 마을, 송내동’으로 정하고 마을 사람들이 중심이 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체부에서 받은 지원금 3000만원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이날 진행된 ‘아빠와 함께하는 목공교실’ 수업 역시 이 사업의 일부다. 7월 처음 시작해 벌써 세 번째 기수를 받았다. 기수당 5가족, 10여명 정도를 뽑아 매주 토요일 3회에 걸쳐 시계, 솟대, 보물함 등을 만든다. 솟대는 마을 사람들의 안정과 평화를 기리기 위해 과거부터 만들어 온 긴 장대를 일컫는다. 수업은 현재 공방 대표인 곽계원(40)씨가 도맡아 진행한다. 1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10월 공방을 열었다. 곽씨는 “10년 전쯤 부모들끼리 마을에서 조합을 만들고 교사를 고용해 공동 육아를 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 경험을 통해 이웃 간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목공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목공교실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취미를 찾은 학생도 있다. 지난 7월 1기 수업을 수료한 김승주(11)군이 대표적 사례다. 이날도 아버지와 함께 공방을 찾은 김군은 요즘 목재 사다리를 만드는 데 열심이다. 아버지 김두영(42)씨는 “프로그램을 들은 이후로 매주 토요일이면 혼자 공방에 나가 깜깜무소식”이라면서 “대여섯 시간쯤 지나 저녁 먹을 때 돌아오는 걸 보면 재밌긴 한가 보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옆에서 오일 마감 작업을 하던 김군도 “토요일이면 집에서 게임밖에 할 게 없었는데 내 손으로 목재를 가공해 새롭게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 신기하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본적인 목적은 파편화된 지역사회 살리기와 아이들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다. 이윤철 마을사랑방 공동체 사무국장은 “오래 살아온 원주민들과 아파트 단지로 이사 온 사람들이 혼재돼 지역사회가 개인화된 부분이 있었다”면서 “여러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주민 간에 소통의 기회를 만들고 문화 욕구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송내 2동에는 전체 인구 중 유아·청소년이 30%에 이르고 초·중·고등학교가 6개나 있지만 그에 걸맞은 마을 공동체 프로그램이 없었다. 지역 주민들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목공교실에 참여한 조아영(7)양의 어머니는 “관공서 등에서 진행하는 체험학습은 돈이 많이 들어가고 거리도 멀 뿐만 아니라 경쟁률이 굉장히 높다”면서 “지역공동체 프로그램의 취지와 목적 모두 마음에 들고 이런 프로그램이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른 부모와 소통하는 기회도 되고 직접 아이가 개진하는 의견을 들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도 했다. 서진양의 어머니는 “몇 년 전 부산에서 송내동으로 이사 온 후 이웃사촌이 없었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낯설음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9월에는 ‘두근두근 가족 숲길 걷기’라는 새 프로그램이 시행된다. 송내 2동에 위치한 성주산의 낮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게 주요 내용이다. 참가자들은 불빛이 없는 밤에 숲길을 체험하고 마을 주변의 자연을 느끼게 된다. 김현미 부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사업담당자는 “앞으로도 많은 프로그램과 활동을 통해 주민들과 호흡할 것”이라면서 “동 주민센터와 협력해 연계점을 찾을 수 있는 일을 추진하고 홍보 효과를 높여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공익광고판 영어자막 필요시 확대노력

    서울시와 산하기관은 지난 7월 전달된 의정모니터 의견에 대해 향후 시책에 반영, 참고하거나 장기 사업으로 검토하겠다고 회신했다. 서울시내 대형 건물에 설치된 공익 광고판과 지하철 내 LED 전광판에 공익용 영상물을 방영할 때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을 위해 영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시민 최순화씨의 제안에 대해 서울시는 “현재 서울시 공익광고 제작 시 해당 부서의 의견을 바탕으로 홍보매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외국인을 대상으로 홍보가 필요한 홍보물에 대해선 영어 병기 또는 영어 자막의 형태로 홍보물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어 “다만 영상디자인의 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일률적으로 영어 병기를 적용하는 것은 이미지를 통한 홍보라는 본질적인 홍보의 목적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앞으로 해당 부서와 심의회 및 의회 모니터링 의견을 바탕으로 영어 병기 또는 영어 자막이 필요한 홍보물에 대해서는 외국인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알려 왔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이 주일의 어린이 책] 흰 민들레 바람 타고 온 마을에 피었네요

    [이 주일의 어린이 책] 흰 민들레 바람 타고 온 마을에 피었네요

    얼었던 땅이 녹을 무렵 엄마 손엔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꽃씨”라는 말에 명이는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귀한 흰 민들레 씨앗을 얻은 것이다. 명이는 문득 4년 전 흰 민들레를 보물찾기 하듯 찾던 유치원 선생님이 떠올랐다. 함께 온 동네를 쏘다니는 단짝 친구 연우도 생각났다. 명이는 엄마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도 씨앗 몇 개만 줘.” 엄마의 얼굴이 나무껍질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다. 찡그린 이마엔 ‘옆집이든, 앞집이든 누구에게도 절대로 주기 싫다’고 써 놓은 것 같았다. 엄마는 씨앗 대신 면박만 줬다. “넌 누굴 닮았니? 그저 남 주길 좋아하고.” 마당에 꽃씨를 뿌린 날은 꽃샘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명이는 매일 꽃밭에 나가 흰 민들레를 기다렸지만 노란 민들레만 노란 돗자리처럼 펼쳐졌다. 한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던 어느 날 명이는 미역 공장 근처 논둑에서 맑은 연두색의 꽃대에서 하얀 꽃잎을 피워 낸 민들레를 만났다. “우리 한 집 뿌리기에도 부족하다”던 엄마의 뜰에는 한 송이도 피지 않았던 흰 민들레가 연우 집 돌담 밑, 석이 집 마당, 도예학교 운동장 등 온 마을에 퍼져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나눔이란 내가 조금 덜 가지는 것, 누군가를 위해 내 것을 내놓는 일”이라며 “이 동화에선 엄마가 실천하지 못한 나눔을 바람이 대신 해 줬다”고 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개성 있는 화법과 색채 감각으로 산벚꽃, 모란, 민들레로 뒤덮인 시골 마을의 서정을 소담스레 담아냈다. 초등 전학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금 1만 kg 묻혀 있다” 보물 찾던 사람들 쇠고랑?

    “금 1만 kg 묻혀 있다” 보물 찾던 사람들 쇠고랑?

    금괴 대박을 꿈꾸며 마구 땅을 파헤친 사람들이 빈손으로 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파라과이 검찰이 금괴를 찾는다면서 도시에서 땅을 판 일단의 사람들을 환경훼손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들이 금이 땅에 묻혀 있다면서 땅을 파기 시작한 건 지난 2일이다. 파라과이 중부 카피아타의 한 도로 근처로 포크래인 등 장비와 인부들을 데려가 땅을 파기 시작했다. 보물이 묻혀 있는 곳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민들까지 몰려가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아무리 깊게 파들어가도 기대했던 금은 나오지 않았다. 15m까지 땅을 팠지만 금이 나오지 않자 금이 대량 묻혀 있다는 주장은 사실상 허위로 판명났다. 하지만 금을 찾던 사람들은 아직 꿈(?)을 접지 않고 있다. 금괴찾기에 참여한 한 사업가는 “첨단장치로 확인한 결과 분명 이곳 주변에 막대한 금이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50-100kg짜리 골드바가 묻혀 있는 게 분명하다” 면서 “숨겨진 금은 대략 1만 kg로 시가 4억 2300만 달러어치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라과이에는 지난 180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연합군이 자국을 공격했을 때 당시 독재자 프란시스코 솔라노 로페스가 막대한 금과 은을 땅에 숨겼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있다. 이번에 금을 찾다가 조사를 받게 된 이들이 찾던 금이 바로 100년 이상 숨겨져 있다는 이 금이다. 사진=ABC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전순옥 의원, 60대 만취 노인 3명에 맞아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3일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민주당 전순옥 의원을 폭행한 혐의로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회원 김모(69)씨 등 3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60∼70대인 이들은 이날 오후 6시 10분쯤 서울광장 인근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앞 도로에서 전 의원과 전 의원의 비서관 한모(33)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의원 일행은 당시 시민들에게 국가정보원 개혁을 촉구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 주는 거리 홍보전을 진행 중이었다. 김씨 등은 만취 상태에서 전 의원에게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일을 해야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느냐”면서 홍보물을 빼앗고 전 의원을 밀쳐 넘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공원서 1,600만원 짜리 ‘다이아몬드’ 주운 소년

    미국의 한 소년이 아칸소주(州) 다이아몬드 분화구 주립공원에서 5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주워 화제가 됐고 있다고 뉴욕데일리뉴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2세 소년 마이클 데트라프는 공원에 들어간 지 10분 만에 다이아몬드를 발견했다. 마이클이 ‘보물’을 발견한 다이아몬드 분화구 주립공원은 누구나 자유롭게 다이아몬드를 찾을 수 있게 해놓은 곳이다. 지금까지 약 2만 5,000개의 다이아몬드가 발견됐고, 1924년 발견된 40캐럿 다이아몬드가 가장 큰 다이아몬드로 기록되어 있다. 마이클은 “처음 주울 때는 다이아몬드인 줄도 몰랐다”며 “가방에서 이 다이아몬드를 꺼냈을 때 관리자가 이것을 들고 어딘가로 향했고,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라고 외쳤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마이클은 자신이 주운 5.16캐럿 짜리 다이아몬드를 ‘신의 영광’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1만 5,000달러(약 1,600만 원)으로 평가됐다. 사진=아칸소 다이아몬드 분화구 주립공원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부르카로 얼굴가린 여성 신분확인 어떻게 하지?

    “부르카로 얼굴을 가린 무슬림 여성, 신분확인은 어떻게 하나요?” “외국인 대상 공보물인데 번역을 지원하는 곳은 없나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용산구에서 ‘외국인 민원 길라잡이’를 발간했다. 5월 말 기준 용산구 등록 외국인은 1만 2154명으로 아시아, 미주, 아프리카, 아랍 등 국적이 다양하다. 이촌1동은 일본 국적자가, 이태원1동은 나이지리아 국적자들이 거주촌을 형성할 정도다. 이에 따라 용산구 민원여권과는 매년 증가하는 다양한 외국인 민원에 대한 공무원 이해를 돕고, 통일된 행정정보공개업무 처리 기준을 제시하고자 직접 책자를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자에는 용산구 등록 외국인 현황을 비롯해 외국인 등록자, 재외국민 국내거소신고자, 이중국적자 등과 관련된 사항, 법령 참고 자료 등이 담겼다. 구 관계자는 “실제 외국인 민원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 언어적 차이로 부딪힐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많이 다뤘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민원 담당자들이 꼭 알아야 할 외국인 민원 실무 처리 목록도 압축해 실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新 대한민국 24시] (3) 국내 최대 ‘군인 관사촌’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新 대한민국 24시] (3) 국내 최대 ‘군인 관사촌’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신흥종교 본거지에서 국방 중추도시로 탈바꿈한 계룡산. 정상 천황봉(해발 845m)에서 남쪽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다 수용추와 암용추를 지나면 계룡대(鷄龍臺)가 모습을 드러낸다.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한국 군의 심장부다. 북한의 주 공격 대상이지만 “경사가 가팔라 곡사포로도 타격이 불가능하다”는 곳이다. 작대기 하나부터 별 넷까지 군의 모든 계급이 빠짐없이 뒤섞여 있다. 명령에 죽고 사는 철두철미한 계급사회이지만 냇가(두계천) 하나를 건너 이들이 가족과 함께 사는 국내 최대 군인 관사촌으로 들어서면 계급은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주소는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주민은 전부 군인 가족이다. 용남초 4년 김모(10)양은 “친구들과 하루 종일 놀아도 아빠 계급은 물어보지 않는다”고 웃었다. 여기마저 계급화되면 얼마나 피곤할까. 이 마을에서 계급에 관한 질문은 ‘절대 엄금’이다. 그저 정을 나누는 이웃일 뿐이다. 9일 찾은 신도안면 최대 만남의 장소 계룡대쇼핑몰은 비교적 한가했다. 불볕더위 탓도 있지만 바로 앞 1500가구 규모의 군인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 주민들이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현재 주민은 1345가구 4735명으로 2066가구 7266명이었던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3분의1이 사라진 셈이다. 쇼핑몰 옆에 수영장과 중부상가가 있고, 주변은 아파트와 학교로 둘러싸였다. 관사는 100% 아파트, 이마저 면소재지에 몰려 있다. 이곳과 계룡대 영내 군인이 면 주민의 전부이지만 사병 등은 주소가 여기에 없다. 계룡대 안에 장군 관사가 있고, 이곳에는 영관급에서 부사관까지 거주한다. 대령이라고 해 봐야 대략 쉰살 전후이니 마을이 젊다. 주민 평균 연령이 28세, 전국 면(面) 가운데 최연소다. 학력도 무척 높다. 사관학교, 학사장교, 3사관학교 출신이 부지기수다. 부사관도 군 복무 중 대학을 많이 가 고졸 군인을 찾기가 더 어렵다. 이장은 모두 부인들이 맡는다. 남편이 군생활로 바쁘기 때문이다. 계급이 직접 충돌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속셈도 있다. 김세겸 신도안면장은 “이장이 전부 여자인 곳은 전국에서 여기뿐”이라며 “여성이 섬세하고, 꼼꼼하고, 감성적이고, 친절해 대민서비스가 우수하다”고 자랑했다. 관사 아파트단지 하나가 헐리면서 16명이던 이장이 절반인 8명으로 줄었다. 군인이 미인을 좋아해서인지, 미인이 군인을 좋아해서인지 이장뿐 아니라 신도안면에는 미남미녀가 많다. 섹시 가수 아이비가 이곳 학교를 나왔다. 아버지가 해군 군악대 출신이다. 다행히 이장이 할 일은 다른 곳보다 많지 않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가 한 명도 없다. 비슷한 월급에 생활 수준이 고만고만하다. 집단민원도 발생하지 않는다. 국방부가 자기 땅에 집을 지어 민원이 있을 수 없다. 학원은 인근 엄사면 금암동에 있다. 군인들은 그저 3.3㎡(평)당 6만원 정도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관리비를 내면서 살면 된다. 이장의 역할은 국·시정 홍보물을 주민들에게 배포하거나 알리고, 주민 불편사항을 면에 전달하는 게 거의 전부다. 범죄도 없다. 군인 집단촌에 들어가 도둑질하고 흉기를 휘두른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용남중 3년 정모(14)군은 “밤에도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점이 좋다”고 귀띔했다. 육해공군과 영관·부사관이 따로따로 있던 관사촌이 2009년 통합된 뒤 이질감이나 위화감이 사라지면서 주민 화합이 더 견고해진 분위기도 한몫한다. 이곳은 예부터 명당으로 꼽혀 왔다. 1983년 이른바 ‘6·20’ 사업이 있기 전까지 국내 최대 신흥종교촌이었다. ‘정감록’을 믿는 이들은 “신도안이 언젠가 천년왕국의 새 도읍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1924년 동학계인 시천교(侍天敎) 3대 교주 김연국이 교인 1000여명을 데리고 이곳에 터를 잡은 뒤 104개 신흥 종교단체가 몰렸다. 동학, 단군신앙, 풍수도참 등 다양했다. 6·25 전쟁 때는 피란처로 유명했다. 철거될 즈음에도 교주와 농민 등 1000여 가구에 5600여명이 살았다. 지금도 계룡시 하면 몰라도 ‘신도안’ 하면 대번에 알아듣는 외지인이 많다. 요즘의 사이비종교 같은 행태는 없었다고 하지만 정권마다 ‘나쁜 사상을 유포시킨다’고 눈을 흘겼다. 계룡대가 조성되자 1989년 3월부터 육군본부부터 이전을 시작했다. 당시 군무원이었던 최선국(67)씨는 “초기에는 편의시설이 없어 대전, 논산까지 가서 장을 봐왔다”면서 “술 먹을 곳도 없어 대전 유성까지 나갔는데 교통사고가 잦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육군은 백발백중 들이받았고, 공군은 차가 붕 날아올라 도로변 논밭에 처박혔다. 군 기질에 따라 사고도 다르게 나더라”며 웃었다. 최씨는 또 “옛날에는 논산이 깡패로 유명했는데 연산면 술집에 가면 어깨를 툭 치면서 ‘어이, 군바리’ 하고 시비를 거는 거야. 숱하게 싸웠지. 계룡대 헌병들이 출동하고…”라면서 “지금은 그때 그 친구들하고 얼마나 친한지 몰라. 도움도 많이 주고”라고 보탰다. 지금은 쇼핑몰이 잘 갖춰져 있고 인근 농민들이 직접 가꾼 농산물을 파는 ‘금요장터’도 열린다. 계룡대쇼핑몰은 시중보다 20~30% 싼 물건이 많아 대전, 논산, 공주 등에서도 찾아온다. 수영장 이용료도 저렴하다. 기이한 것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영업이 중단되다시피 한다는 점이다. 다른 곳과 달리 사재기가 없어서다. 신도안면 이장협의회장 강부자씨는 “가장이 전쟁터에 나갈 판에 나만 살겠다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군인들은 영내에 대기하고, 회식 등은 전면 금지된다. 강씨는 “개성공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석 달 넘게 그런 상황이 계속됐다”면서 “그럴 때는 관사촌도 서로 말조심하는 분위기라 긴장감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동일 직업촌락이어서 불편한 점도 많다. 부부싸움을 하면 곧바로 관리사무소에 ‘소원수리’가 들어가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는 이들도 있다. 밀집된 아파트에 동료 군인들이 모여 살다 보니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다. 김덕회 군인아파트관리소장은 “동질감 때문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입소문이 쏜살같다”고 말했다. 다양성이 부족한 것도 단점이다. 별의별 직업이 다 섞여 있는 딴 곳과 달리 세상 사는 얘기들이 단순할 수밖에 없다. 외부와의 연결 통로는 열악하다. 대전에서 버스 2편이 들어오지만 대전역까지 1시간 20분 걸린다. 대전으로 나가야 큰 병원이 있다. 집집마다 승용차가 있고, 부인들은 대부분 운전을 할 줄 안다. 문모(38·여)씨는 “대전으로 조조영화를 보려 가려고 아침 8시부터 버스정류장에 나와 있는 학생들을 보면 안쓰럽다”고 전했다. 계룡대가 1주일에 한 번 영내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날, 마을에 버스를 보낼 때도 학생과 주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선다. 그곳에는 영화 선택권도, 팝콘도 없지만 문화에 목 마른 그들에게 그런 수고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문씨는 “PC방 등 학생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어른용 나이트클럽 등이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사도 잦다. 2년쯤 살다가 전방 부대 등으로 발령이 난다. 고3 자녀 등 조건이 안 되면 더 머물 수 없다. 매년 가을 인사가 있을 때마다 주민 3분의1 정도가 이동한다. 정군은 “친구와 친해질 때쯤 헤어진다”고 아쉬워했다. 네 번째로 이곳에서 산다는 문씨는 “지금 고교 2학년인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할 즈음 남편이 국방부로 발령 나 서울로 이사를 가려는데 ‘여기에서 그냥 살면 안 되느냐’고 물었을 때가 가장 난처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용남초·중·고 동창회와 주민 친목단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잦은 이동 탓이다. 주민들의 바람도 학교 문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공주사대부고, 한일고 등 인근 명문고로 빠져나간다. 강씨는 “(학교 문제로 가족이 서울에 있어) 주말에 계룡역에서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갔다가 일요일 다시 내려오는 군인이 많다”면서 “관사촌 거주 조건을 완화하고 이곳에 군인자녀 전문 고교를 설립해 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계룡시도 전체 인구 4만 1000여명의 절반이 군인 출신 가정이다. 전역 후 계룡대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봉학 시 문화체육과장은 “고향에 가봐야 친구도 없고, 동료 군인들이 많고, 싼 값에 골프(계룡대·구룡대CC)를 칠 수 있는 세 가지 이유로 전역 후에도 계룡시를 못 떠난다는 말이 있다”고 웃었다. 그는 “골프는 군인들의 체력단련을 위한 운동이다. ‘계룡시에는 골프채가 파리채보다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군의 핵심 도시인데도 경찰서, 소방서, 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없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계룡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실전! 근접 전투 CQB(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0시) 냉전은 끝났지만 세계는 테러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근접 전투(CQB)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 도시전과 근접 전투에 특화된 기술과 무기를 활용, 근접전에서 적을 물리치기 위해 군대와 경찰이 실전에서 활용하는 CQB의 3요소인 기습, 속도, 과감한 공격에 대해 알아본다. ■아이칼리(니켈로디언 밤 9시) 소년원에 복역 중이던 샘의 친구 데이나가 출소한다. 출소 기념으로 파티를 기획하고, 빈집에서 닥치는 대로 물건을 때려 부수는 박살 파티를 연다. 파티의 실상을 모르는 칼리는 샘도 없이 그 파티에 가고, 파티의 폭력적인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한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샘이 파티에 나타나 위험에 처한 칼리를 구해낸다. ■한니발(AXN 밤 9시) 애비게일이 깨어나면서 홉스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애비게일의 치료를 맞게 된 알라나는 애비게일을 홉스와 공범으로 보는 세상의 시선과 크로포드 국장의 의심으로부터 애비게일을 보호하려 애쓴다. 다정한 아빠가 순식간에 살인마로 돌변했다는 사실에 매일 악몽에 시달리던 애비게일은 병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문화갤러리 예감(국회방송 밤 8시 30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극으로 만든 연출가 성재준의 야심작,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여행 판타지 뮤지컬 ‘뮤직박스’를 소개한다. 또한 할리우드의 두 거장 감독 조지 루커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두 감독 사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파헤쳐본다. ■필 스펙터(스크린 밤 11시) 필 스펙터는 1960~70년 미국 음악계를 이끌던 인물 중 한명인 미국 음반 제작자다. 그는 전설적인 영국 그룹 비틀즈의 ‘렛잇비’를 비롯해 펑키록을 세상에 알린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미국 밴드 레이먼즈 등의 음반을 제작한 인물이다. 하지만 수많은 영광을 뒤로하고 스펙터는 2003년 여배우 라나 클락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날아라 호빵맨 극장판-호빵맨과 숲 속의 보물(애니맥스 오후 5시 30분) 숲에서 동물들과 함께 생활하는 킨탄은 할아버지가 잼 아저씨한테 전해 달라고 한 숲의 보물을 전달하기 위해 세균맨, 짤랑이, 해골맨과 함께 길을 떠난다. 세균맨과 짤랑이는 보물을 빼앗으려고 계속 킨탄을 방해하지만 천하장사 킨탄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잼 아저씨의 빵 공장에 도착한다.
  • 지루한 장마 끝! 미뤘던 피서 떠나볼까

    지루한 장마 끝! 미뤘던 피서 떠나볼까

    장마 끝 무더위 시작이다. 아직 휴가 계획을 잡지 못한 가족들이라면 체험마을에 주목하시라. 한국관광공사에서 ‘동서남북 체험여행’을 주제로 추천한 마을들이다. 가서 무얼 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마을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 뒀다. 강원 인제군 월학리 냇강마을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가볼 만한 여름휴가지로 추천하면서 유명해졌다. 마을 앞으로 금강산에서 발원한 인북천이 흐르고 뒤로는 대암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2003년부터 이어 온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자랑이다. 옥수수 수확 등 농사 체험은 물론 솟대 만들기, 천렵 등 마을에 깃든 문화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가득 찼다. 주변에 둘러볼 곳도 많다. 백담사에서 설악산의 빼어난 풍경과 만해 한용운을 만나거나 내린천에서 번지점프와 집트랙, 래프팅 등 짜릿한 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033)462-5400. 경남 남해군 설천면 문항마을은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최고의 어촌체험마을로 선정한 곳이다. 개막이나 후리그물을 이용한 고기잡이, 횃불을 이용해 해산물을 캐는 횃불바래(홰바리), 돌굴 따기 등 아이들이 즐거워할 만한 체험 프로그램들로 가득하다. 최고 인기 프로그램은 쏙잡이다. 갯벌 구멍에 된장물을 넣고 붓 대롱을 살랑살랑 흔들면 쏙이 나온다. 이때 잽싸게 쏙을 낚아챈다. 인근에 마을 전체가 거대한 정원인 원예예술촌, 1.5㎞에 달하는 물건리 방조어부림, 독일마을, 드넓은 백사장이 아름다운 상주은모래비치 등 볼거리도 많다. (055)863-4787. 경기 양주 맹골마을은 수원 백씨 집성촌이다. 아직도 마을 주민의 60% 정도가 백씨다. 한 집 건너 일가친척이다 보니 유교적 전통이 여전하다. 전통 예절을 배울 수 있는 다도 체험, 목장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유가공 체험 등이 대표 체험 프로그램이다. 마을 안쪽엔 명성황후가 피난처로 활용하기 위해 지은 ‘백수현가옥’(중요민속자료 제128호) 등 볼거리가 많다. 마을 북쪽은 감악산이다. 맑은 날엔 북한의 개성 땅이 훤히 보인다. 양주의 역사를 대표하는 양주관아지, 조선 최대의 왕실 사찰이던 회암사와 회암사지박물관, 빛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조명박물관 등도 둘러볼 만하다. (031)863-6978. 전북 고창군 하전마을은 10㎞에 이르는 해안선에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이 자랑이다. 이 너른 갯벌에서 연간 4000t의 바지락이 생산된다. 전국 최대 바지락 산지다. 대표 프로그램 역시 갯벌 체험이다. 트랙터에 연결한 ‘갯벌버스’를 타고 드넓은 갯벌 한가운데로 나가 조개도 캐고 갯벌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도 만난다. 2004년부터 갯벌 체험을 시작한 만큼 장화 등의 갯벌 체험 도구는 물론 탈의실과 샤워장도 넉넉하게 갖췄다. 심원면 만돌과 고전리 일대에 조성된 바람공원, 해넘이 풍경이 아름다운 구시포 해수욕장, 모래가 고운 동호 해수욕장, 선운사와 미당시문학관 등 유명 관광지도 지척이다. (063)564-8831. 충북 괴산 조령산체험마을은 나는 새도 쉬어 간다는 조령산에 깃든 산촌마을이다. 마을이 속한 연풍면은 괴산의 관광 자원이 밀집한 곳. 연풍향교와 연풍향청, 풍락헌 등 괴산의 대표적인 유형문화재들과 만날 수 있다. 한지체험박물관이 체험 활동의 중심지다. 한지의 우수성을 알 수 있는 유물이 전시실을 가득 채웠다. 한지 공예와 한지 뜨기 체험 등도 즐길 수 있다. 옹기종기도예방의 도자 체험, 마을 옥수수 농장 체험도 재미있다. 마을에서 멀지 않은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보물 97호), 드라마 촬영 명소인 수옥폭포, 조령산자연휴양림의 백두대간생태교육장 등도 둘러볼 만하다. (043)830-3901.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씨줄날줄] ‘백제인의 얼굴’ 발굴한 일본인/서동철 논설위원

    군수리(軍守里) 절터는 부여 시가지에서는 조금 떨어진 궁남지 서남쪽에 있다. 지금도 절 이름을 알 수 없는 이곳에서는 1935년부터 이듬해까지 발굴조사가 벌어졌다. 중문과 목탑, 금당, 강당이 같은 축에 나란히 서 있는 1탑 1금당 구조가 확인됐는데, 이후 백제의 전형적인 가람 배치로 알려지게 된다. 군수리 절터가 유명해진 것은 무엇보다 보물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과 금동보살입상이 출토됐기 때문이다. 특히 높이가 13.5㎝에 불과한 석조여래좌상은 ‘백제인의 얼굴’로 알려지며 백제인의 미의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로 떠오르게 된다. 곱돌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에 방금 완성한 듯 조각칼 자국이 선명한 석조여래좌상은 6세기 백제 문화 전성기의 모습을 가감 없이 과시하고 있다. 석조여래좌상을 수습한 사람은 일본인 고고학자 사이토 다다시였다. 도쿄제국대학 출신으로 1934년 조선에 건너온 그는 총독부박물관 산하 조선고적연구회 연구원이었다. 석조여래좌상은 1936년 제2차 조사에서 나왔다. 사이토는 2005년 부여박물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절터 한가운데서 주변과는 종류가 다른 뻘흙을 발견했는데, 꽃삽으로 표면의 흙을 제거하고 손으로 파 내려가는 과정에서 손끝에 불상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부여고적보존회라는 동호인 단체가 지역 고적 보존에 매우 열성적이었다고 한다. 백제 와당이 흩어져 있고 건물 초석이 노출된 군수리를 조사해 달라는 회원들의 요청에 따라 발굴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부여박물관 강연에서 사이토는 97세 나이에도 기억이 또렷했고, 부소산 답사에서도 뒤처지지 않았다. 그랬던 그의 부음이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달 21일 105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이다. 사이토는 1940년 한국을 떠나기까지 총독부박물관 소속 경주박물관장을 맡으며 신라고분을 중심으로 발굴 조사에 주력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인물로 기록된다. 북한 관련 고고학 정보가 거의 없던 1996년에는 평양을 찾아 ‘북조선 고고학의 신발견’을 펴냈고, 2003년에는 두 차례 답사 여행 끝에 한국의 독특한 불교 유적 당간을 다룬 ‘당간지주의 연구’를 내놓았다. 모두 연구 일선에서 한참은 멀어졌을 나이의 성과로 학계에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사이토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한국의 옛문화 연구에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던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였다. 하지만 총독부 관변학자로 그가 거둔 성과의 한계 또한 너무나도 명확하다. 그의 죽음이 우리 학계에 식민사관을 떨쳐내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폭염·폭우에 취객·소음 ‘수난시대’…20여명씩 6개조로 나눠 천막 사수

    “어떤 어려움도 우리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민주당의 서울광장 ‘천막당사’ 체제가 장기화되고 있다.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3~4일이면 끝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6일로 장외투쟁 6일째이다. 8월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셔츠가 땀으로 흥건히 젖고,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로 천막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도 민주당은 요지부동 천막당사를 지키고 있다. 이날 오후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자 당직자들은 자동반사적으로 책상 위로 올라가 천막을 손으로 받쳤다. 자칫하면 천막이 빗물의 무게를 못 이겨 쓰러지거나 천막 안으로 빗물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당직자들은 일사불란하게 노트북과 선풍기의 전원을 껐다. 이제 임시 천막당사 생활에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게시판에는 ‘바닥에 놓인 멀티탭을 높은 곳으로 이동시킬 것’, ‘장우산 등을 이용해 천막 상단에 고인 빗물을 아래로 떨어뜨려 제거할 것’ 등 우천 시 행동요령이 빼곡히 적혀 있다. 임시 ‘비공개 회의실’까지 갖췄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천막으로 가린 공간을 본부 한편에 만들었다. 전날 신임 인사차 방문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준우 정무수석도 이곳에서 김한길 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고생은 일상화됐다. 불볕더위로 천막 안은 ‘가마솥’, ‘사우나’나 마찬가지다. 본래도 땀이 많은 체질인 김 대표는 회의가 끝나면 와이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지도부가 회의 때 하는 모두발언에 날씨 얘기가 ‘단골 손님’이 됐을 정도이다. 김 대표는 이날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우리를 시샘하는 한여름 땡볕과 비바람도 우리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고, 전병헌 원내대표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장마 속에 투쟁을 해오고 있는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4시간 운영되는 천막당사를 지켜야 하는 당직자들의 고충은 말할 것도 없다. 의원들은 20여명씩 6개 조로 나눠 오전·오후 순환 근무를 하고 있다. 오전 8시 천막당사로 ‘출근’, 당직자에게 출석체크를 한 뒤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국가정보원 개혁 관련 홍보물을 배포하거나 국정원 개혁을 위한 서명을 받는다. 정치적 노선이 다른 일부 보수단체 회원이나 취객 등 불청객들도 시시때때로 천막당사를 찾아 소동을 벌인다. 서울광장에서 연일 열리는 각종 행사로 인한 소음도 천막당사를 운영 중인 민주당으로선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해남 대흥사 천불전 보물 됐다

    해남 대흥사 천불전 보물 됐다

    문화재청은 전남 해남군 삼산면에 있는 대흥사 천불전(千佛殿)을 보물 제1807호로 지정했다고 5일 밝혔다. 1813년 중건된 천불전은 대흥사 남원(南原·금당천 남쪽)의 중심 건물이다. 1821년 풍계 현정 스님이 기록한 ‘일본표해록’(日本漂海錄) 등을 통해 건물의 중건과 천불 조성·봉안의 역사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공포의 구성과 세부적 조각 수법, 빗천장과 우물천장의 장식과 구성 등은 화려하지만 지나치지 않으며 견실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공포와 빗천장 등의 구성과 세부적 수법은 인근에 위치한 미황사 대웅전(1754년), 불갑사 대웅전(1764년), 불회사 대웅전(1808년) 등과 유사하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반가사유상의 외출/서동철 논설위원

    경복궁 안에 버티고 있던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한 것은 1995년이다. 논란이 뜨거웠는데, 존경하는 어르신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는 것이었다. “찬성하는 쪽도 옳고, 반대하는 쪽도 옳아. 그런데 없어지면 다른 건 몰라도 눈은 시원할 거야. 광화문 거리에서 북악산도 보이고….” 생각해 보면, 온갖 당위를 끌어 들였던 찬반 논리는 간데없고 지금은 어르신의 말씀만 진리가 되어 남았다. 국보 제83호 금동반가사유상의 미국 전시가 결국 불발됐다. 문화재청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리는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이 반출 허가를 신청한 목록에서 반가사유상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중앙박물관을 비롯해 반출에 찬성한 쪽은 한국 문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세계 문화 중심지인 뉴욕의 대표적인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무산됐다고 한숨짓는다. 반출을 반대한 쪽에서는 대체할 수 없는 국가대표급 문화재의 해외 전시에 신중해야 하는 만큼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고 반긴다. 총독부 청사 철거 때와 마찬가지로 누구 얘기는 맞고, 누구 얘기는 틀린 것이 아니다. 그저 사유상이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결론이 내려졌을 뿐이다. 전시를 추진하는 사람들조차 가정이지만, 사유상이 없는 중앙박물관이란 상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전시회 대표 유물의 반출이 좌절된 중앙박물관 심정도 이해가 간다. 전시가 확정된 문화재는 국보 9건과 보물 14건을 포함해 130점 남짓이다. 선산 금동보살입상과 금동약사여래입상이 불교 문화의 정수라면, 황남대총 북분의 금관을 비롯한 장신구들은 왕실 문화의 꽃이다. 특히 현대적 감각이 물씬 느껴지는 황남대총 남분의 금목걸이는 뉴욕의 멋쟁이들도 탐낼 만한 명품이다. 감은사터 서삼층서탑 사리장엄구와 경주 계림로 보검, 황남대총 남분 유리잔이 더해진 것은 신라의 황금 문화가 로마 및 페르시아 문화와 활발하게 교섭한 결과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반가사유상의 부재(不在)는 전시회가 현지 관람객들에게 던질 문화 충격을 감소시키고, 전시장의 구성마저 다시 손보아야 할 만큼 치명적이다.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과 중앙박물관·문화재위원회 모두 직분에 충실한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 이제 남은 것은, 달라진 여건에서도 중앙박물관이 메트로폴리탄 전시회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반가사유상 못지않게 뉴욕에 가는 문화재 하나하나가 중요한 문화 자산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훼손 우려… 금동반가사유상 해외전시 안 된다”

    “훼손 우려… 금동반가사유상 해외전시 안 된다”

    해외 전시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던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미국행이 무산됐다. 우리나라 문화재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반가사유상의 해외 전시가 최종 불허됨에 따라 문화재 보호와 해외 홍보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란이 재가열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오는 10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황금의 나라 신라특별전’을 위해 문화재청에 반출 허가를 신청한 문화재 목록 가운데 금동반가사유상과 기마인물형토기, 토우장식장경호 등 3점에 대해 반출 불허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전날 박물관에 보낸 공문에서 “다량 유물 및 장기 국외 반출 자제 권고, 서류 보완 제출”이라는 문화재위원회의 ‘조건부 가결’을 근거로 “문화재위 권고 사항에 따라 3건 3점을 조정(불허)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문화재위 동산분과는 격론 끝에 반가사유상 등의 해외 반출을 조건부로 가결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반가사유상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전시는 허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잦은 해외 전시로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문화재위의 반출 허가 결정을 뒤엎었다. 문화재 반출 허가의 최종 결정권은 문화재청장이 가지고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39조)은 국보, 보물, 천연기념물 등의 국외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국외 전시 등의 문화 교류 목적 반출은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박물관은 이번 결정으로 10월 29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세계 3대 박물관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국보 12점, 보물 14점을 포함한 대규모 전시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반가사유상은 보험 평가액만 500억원에 이르는 국내 최고의 문화재인 까닭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출 여부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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