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보물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770
  • [길섶에서] 들꽃/이경형 주필

    옅은 황사가 끼긴 했지만 강가 버드나무에 앉아 있는 가마우지의 윤곽은 보인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둑길을 따라 걷는다. 길섶은 온통 초록색이다. 그냥 지나치면 풀밭에 불과하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관찰하면 눈앞엔 작은 풀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자주색 꽃잎의 병꽃풀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한참을 걷다가 보물찾기라도 하듯 길섶을 살핀다. 노란색의 꽃다지가 흰 꽃을 피운 냉이와 어깨동무를 하며 속삭이고 있다. 게으른 봄날에 노란 꽃잎들을 날려 보낸 민들레는 벌써 갓털 씨앗을 머리에 이고 있다. 보라색의 제비꽃도 만난다. 성급한 애기똥풀은 노란 꽃망울을 몇 개씩 터뜨렸다. 앙증맞은 파란색 꽃잎에 노란 수술이 나 있는 꽃마리, 마치 광대가 부는 나팔 같은 진분홍의 꽃자루를 뽐내는 광대나물꽃들도 작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것들의 제 이름을 팽개치고 함부로 들꽃이라고 부르지 말자. 가까이서 보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가 넘쳐난다. 수수함 속에서도 야생화의 고집스러운 기품이 배어 있다. 나는 그동안 정말 가까이서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만이 지닌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노력한 적이 있던가.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 [‘문화재지킴이’를 찾아서] 소외된 문화유산 지킨다… 우리는 ‘문화재 의병’

    [‘문화재지킴이’를 찾아서] 소외된 문화유산 지킨다… 우리는 ‘문화재 의병’

    우리나라는 국가·시도지정문화재만 1만 건이 넘는다.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비지정문화재까지 헤아린다면 그 수는 엄청나다. 정부에서 모두 관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 관리하기 위해 시민과 기업이 ‘문화재지킴이’로 나섰다. 서울신문은 국내외에서 모범적으로 활동하는 문화재지킴이 현장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짚어 보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지난 23일 오후 12시 10분, 전북 전주시 덕진동의 조경단(肇慶壇·전북 기념물 제3호)에 노인 40여명이 들어섰다. 전주 지역 문화재 보호 자원봉사단체 ‘온고을지킴이’ 회원들이다. 손에는 저마다 집게, 빗자루, 낫, 호미 같은 도구를 들었다. 제단까지 이어진 신도에 촘촘히 앉아 돌 사이에 끼인 잡초들을 뽑아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몇몇 노인들은 담장 주위에 깊게 뿌리 내린 풀들을 뽑았다. 햇살이 따갑고 무더웠지만 잡초 제거와 청소에 여념이 없었다. 조경단은 214만 8760㎡(65만평) 규모로 조성된 전주 이씨 시조 이한(李翰)의 묘역이다. 지인 소개로 문화재지킴이 회원이 됐다는 김점례(80)씨는 “전주 토박이지만 조경단을 찾은 건 처음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내 지역 문화유산을 알게 됐고, 후손에게 잘 물려주기 위해 활동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온고을지킴이’는 정년 퇴직을 한 노년층이 주축으로, 평균 연령이 70세다. 지역 문화재를 보존·보호하고 관광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2009년 결성됐다. 최종배 총무는 “국보나 보물은 관리가 잘되는데 지방 문화재는 거의 방치 수준”이라며 “지역의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를 찾아내 주기적으로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경북 김천시 감천면 도평리의 청현사(淸顯祠·조선 전기 문신 박원형과 그 부인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 오래도록 적막만 감돌던 사당에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지역 문화재지킴이 시민단체 ‘우리문화봉사회’ 회원 100여명이 사당을 찾은 것이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었다. 이들은 조를 나눠 마당에 수북이 자란 풀들을 뽑거나 걸레로 사당의 마루에 쌓인 먼지를 닦았다. 처마 곳곳에 쳐진 거미줄도 제거하고 훼손된 창호지나 벽지도 교체했다. 회원들은 인근의 영모재(永慕齋·병자호란 때 활약한 이원영 장군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재실)도 찾아 깨끗하게 청소했다. 정수연(11)양은 “우리 고을 문화재를 청소하는 것도 보람 있지만 문화재에 얽힌 전설, 유래 등 옛이야기를 알게 돼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서울 ‘문화살림’ 등 자발적인 시민단체 수십여개 우리문화봉사회는 2013년 3월 20여명으로 출범했다. 회원들의 활약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가족 단위 봉사자들이 늘어 출범 3년 만에 회원 수가 350여명으로 급증했다. 주말 현장 정화 활동은 100여명씩 돌아가면서 한다. 이지응 사무국장은 “회원들이 고향의 문화유산을 모르고 있다가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하며 우리 고장 문화재를 알게 되고, 자신의 손으로 우리 지역 문화재를 지켜야겠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문화재를 내 손으로 지키자는 문화재지킴이 활동이 전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주말이면 지역 곳곳의 문화재 현장에 문화재지킴이 회원들이 모여 정화 활동을 하거나 사람들에게 지역 문화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문화재지킴이 활동은 지역별 단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 ‘문화살림’, 경북 안동 ‘안동문화지킴이’, 광주 ‘대동문화재단’, 제주 ‘제주문화지기’ 등 수십 개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각 단체는 자체적으로 교육도 한다. 회원들에게 지역 문화재에 어떤 것들이 있고 그 가치는 무엇인지를 소개하고 청소나 페인트칠 방법 등을 알려준다. ●“지역 소외된 문화재에 새 생명 불어넣는 역할” 20년 넘게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해 오고 있는 조상열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회장은 “문화재지킴이는 문화재 의병”이라며 “나라가 어려울 때 자발적으로 의병으로 나섰듯 한 나라의 국격(國格)인 우리 문화재를 우리가 지키자는 자발적인 시민운동”이라고 소개했다. 장영기 문화재청 활용정책과 전문위원은 “문화재지킴이는 지역의 소외된 문화재에 새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주·김천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현장 행정] ‘상상 놀이터’ 광진

    [현장 행정] ‘상상 놀이터’ 광진

    “어린이들 모여라” 동화축제 신데렐라, 피터팬, 오즈의 마법사…. ‘동화’는 어른과 아이 모두의 가슴에 지닌 특별한 보물이다. 아이들에겐 바쁜 엄마,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행복한 상상의 놀이터이고, 어른들에겐 각박한 현실에서도 꿈을 잊지 않게 해주는 유년시절의 끈이다. 동화를 통해 어른들과 아이들의 꿈을 이어줄 순 없을까. 그런 발상에서 출발한 ‘서울 동화축제’가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광진구는 다음달 5~7일 어린이대공원에서 ‘2016 서울 동화축제’를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어린왕자와 함께 떠나는 동화여행, 나랑 친구 할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30만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화축제는 2012년 처음 시작하고서 해마다 어린이날을 전후해 열렸다. 처음엔 구 차원의 행사로 시작했지만, 서울시의 대표 축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축제 기간 동안 어린이대공원 곳곳에선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 이벤트, 전시 등이 종일 시민들을 맞는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대공원 내부뿐 아니라 외부 도로까지 ‘동화 속 세상’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축제 첫날인 5일에는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사거리부터 대공원 정문 주차장 사이 왕복 6차로(총 420m) 구간을 전면 통제한다. 비워진 도로는 상상의 나래를 펼 대형 스케치북으로 변신해 시민 누구나 분필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개막식은 대공원 정문 무대에서 동화 속 캐릭터 의상을 입은 어린이 1000여명이 입장하며 시작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동화 캐릭터 분장을 하고 오면 선물을 나눠준다. 백설공주, 콩쥐팥쥐, 피노키오 등 다양한 분장을 한 배우들이 아이들과 전래놀이, 물총놀이 등을 함께 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축제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4시에는 ‘내가 동화 주인공’이 진행된다. 사전 예선을 거친 참가자들이 동화 속 캐릭터와 같은 모습의 모델이 돼 본선을 치른다. 그 밖에 다양한 동화를 콘셉트로 한 ‘업사이클 아트’ 전시, 동화 구연과 마술 콘서트 등도 눈길을 끌 전망이다. 서울 동화축제는 지난해 ‘대한민국 축제 콘텐츠 대상’에서 콘텐츠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기동 구청장은 “소중한 사람들과 최고의 추억을 선물 받는 세계적인 동화축제가 되도록 앞으로도 내실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서울 광진구에서 서울 최대 규모 아동축제 ‘서울동화축제’

    서울 광진구에서 서울 최대 규모 아동축제 ‘서울동화축제’

    신데렐라, 피터팬, 오즈의 마법사?. ‘동화’는 어른과 아이 모두의 가슴에 지닌 특별한 보물이다. 아이들에겐 바쁜 엄마,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행복한 상상의 놀이터이고, 어른들에겐 각박한 현실에서도 꿈을 잊지 않게 해주는 유년시절의 끈이다. 동화를 통해 어른들과 아이들의 꿈을 이어줄 순 없을까. 그런 발상에서 출발한 ‘서울 동화축제’가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광진구는 다음 달 5~7일 어린이대공원에서 ‘2016 서울 동화축제’를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어린왕자와 함께 떠나는 동화여행, 나랑 친구 할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30만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화축제는 2012년 처음 시작하고서 해마다 어린이날을 전후해 열렸다. 처음엔 구 차원의 행사로 시작했지만, 서울시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축제 기간동안 어린이대공원 곳곳에선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 이벤트, 전시 등이 종일 시민들을 맞는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대공원 내부뿐 아니라 외부 도로까지 ‘동화 속 세상’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축제 첫날인 5일에는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사거리부터 대공원 정문 주차장 사이 왕복 6차로(총 420m) 구간을 전면 통제한다. 비워진 도로는 상상의 나래를 펼 대형 스케치북으로 변신해 시민 누구나 분필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개막식은 대공원 정문 무대에서 동화 속 캐릭터 의상을 입은 어린이 1000여명이 입장하며 시작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동화 캐릭터 분장을 하고 오면 선물을 나눠준다. 백설공주, 콩쥐팥쥐, 피노키오 등 다양한 분장을 한 배우들이 아이들과 전래놀이, 물총놀이 등을 함께 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축제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4시에는 ‘내가 동화 주인공’이 진행된다. 사전 예선을 거친 참가자들이 동화 속 캐릭터와 같은 모습의 모델이 돼 본선을 치른다. 그밖에 다양한 동화를 콘셉트로 한 ‘업사이클 아트’ 전시, 동화 구연과 마술 콘서트 등도 눈길을 끌 전망이다. 서울 동화축제는 지난해 ‘대한민국 축제 콘텐츠 대상’에서 콘텐츠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소중한 사람들과 최고의 추억을 선물 받는 세계적인 동화축제가 되도록 앞으로도 내실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아이에게 그림책 어떻게 읽어주지?” 숙명여대, 제5회 창의교육개발 특강 실시

    “아이에게 그림책 어떻게 읽어주지?” 숙명여대, 제5회 창의교육개발 특강 실시

    #다섯살 배기 아들을 둔 주부 장희진(35·여)씨는 하루에 한 권 이상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게 목표다. 아들을 무릎에 앉혀 놓고 곧잘 책을 읽어주지만 아이가 급 흥미를 잃거나 딴청을 할 때가 많아 고민이 많다. 장씨는 “아이가 집중을 할 수 있게끔 재밌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재밌게 읽어주고 싶은 부모, 인형극을 선보이고 싶은 유·초등교사를 대상으로 한 공개 특강이 열린다.  숙명여대 원격대학원 아동문화콘텐츠 전공·창의교육비즈니스 전공은 ‘아이의 창의성을 깨우는 마법의 주문 –그림책과 인형극으로 노는 법’이라는 주제로 다음달 7일 오후 2시 숙명여대 진리관 B102호에서 공개 특강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콘텐츠 기획자, 발명가,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숙명여대 유택상 교수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기회로 유초등 교사나 아동 창의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 일반인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이번 특강에서는 숨겨진 보물과도 같은 그림책들을 발굴하고, 아동문화콘텐츠 전공 졸업생들의 작품을 통해 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세상을 창의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는지를 소개한다. 이 밖에 유튜브 등 다양한 영상매체를 가지고 접근 가능하면서도 숨겨진 인형극들을 보는 시간도 마련된다. 부모와 교사는 이 같은 매체로부터 영감을 받아, 아동들이 자신과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 강사로 나설 유 교수는 “이번 특강이 부모는 가정에서,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금까지 간과해왔던 그림책과 인형극이 가지고 있는 아동의 창의성을 효과적으로 정진시키는 도구로서의 잠재력에 주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숙명여대 원격대학원에서는 다음달 9일부터 19일까지 아동문화콘텐츠와 창의교육비즈니스 전공 석사과정 신입생을 모집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독자의 소리] 선거벽보와 공보물 중 하나는 폐지해야/장영식 서울 강서구 양천로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을 알리는 방법에 선거벽보와 각 가구로 발송되는 선거공보물이 있다. 20대 총선에서는 후보자들의 선거벽보가 전국 8만 7000여곳에 32만여장이 부착됐다고 한다. 선거공보물은 2100만여 가구에 8000만부 정도가 발송됐다고 한다. 둘의 내용은 거의 유사하다. 선거철만 되면 공무원들의 인력 낭비 실태가 두드러진다. 그중 하나가 경찰관의 선거벽보 훼손 여부 감독이다. 치안 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선거벽보를 훼손하지 않나 순찰을 돌고, 선거벽보가 찢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조사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동사무소의 선거 업무를 위탁받아 부착과 철거도 해야 한다. 후보자들은 선거벽보나 공보물이 아니어도 명함과 길거리 유세, 현수막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정보기술(IT) 시대에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에서 지역 및 후보자 이름만 쳐도 모든 정보가 나온다. 또한 선거벽보가 훼손되면 후보자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쉽다.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선거 관련 법을 개정해 선거가 있을 때마다 수천억원의 세금을 실효성이 떨어지는 선거벽보 제작 및 부착, 철거에 낭비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기 바란다. 같은 내용이 적혀 있는 선거벽보와 선거공보물 둘 다를 폐지했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둘 중 하나를 없애 남는 세금으로 청년 실업 지원금이나 일자리 창출 등에 사용했으면 좋겠다. 장영식 서울 강서구 양천로
  • [여기는 남미] 페루, 뒤늦은 지카바이러스 공포…콘돔 배포 캠페인

    [여기는 남미] 페루, 뒤늦은 지카바이러스 공포…콘돔 배포 캠페인

    지카바이러스 공포에 휘말린 페루가 콘돔을 뿌리고(?) 있다. 현지 언론은 21일(현지시간) "보건부가 지카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기 위해 콘돔 나눠주기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페루의 관문인 공항과 항만에서 대대적인 무료 배포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콘돔 배포 현장을 둘러본 페르시 미나야 페루 보건부 부장관은 "지카바이러스가 비단 모기뿐 아니라 성관계를 통해서도 전파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의외로 많다"며 콘돔 배포와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카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서도 전염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이미 오래 전이지만 페루에 비상이 걸린 건 최근 첫 사례가 나왔기 때문. 앞서 페루 보건부는 지난 16일 "32세 여성이 성관계를 통해 지카바이러스에 걸린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도 리마에 살고 있는 문제의 여성은 최근 베네수엘라 마투린을 여행하고 돌아온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진 뒤 지카바이러스 감염 판정을 받았다. 페루에선 그간 브라질이나 베네수엘라를 여행하면서 현지에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돼 귀국한 경우는 발견됐지만 페루 국내에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성관계로 인한 첫 감염사례가 확인되자 페루는 비상이 걸렸다. 페루 보건부는 "지카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서도 전염된다"는 홍보물을 부랴부랴 제작해 뿌리는가 하면 콘돔 무료배포를 시작했다. 미나야 부장관은 "전국의 주요 공항과 항구, 육로 국경 등지로 콘돔 배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에 대한 대응도 강화할 예정이다. 현지 언론은 "이집트숲모기에 물려 뎅기열에 걸린 환자가 발생한 적이 있는 362개 지역에 대한 감시가 특히 강화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페루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처음으로 확인된 건 1월 29일이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를 여행하고 페루로 돌아간 베네수엘라 남자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첫 사례였다. 사진=라카피탈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같은 하늘 아래 두 히어로 없다

    같은 하늘 아래 두 히어로 없다

    올해 미국 할리우드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오는 27일 한국을 비롯한 14개국에서 동시 개봉한다. 북미 상영은 다음달 6일이다. 맞수인 DC코믹스가 한발 앞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두 영웅의 맞대결을 보여 주며 선전포고를 하자, 마블은 아예 어벤져스 군단을 둘로 갈라 태그 매치를 벌인다. 시사회 뒤 호평이 잇따르고 있어 슈퍼 히어로 흥행사를 다시 쓸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에선 예매율이 70%를 오르내리고 있다. 호평은 화려한 볼거리는 기본이고, 묵직한 주제 의식에 원작과는 결이 다른 탄탄한 이야기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그간 마블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슈퍼 히어로가 출동한다. 원작 그래픽노블에 나오는 50여명을 추리고 추린 게 12명이다. 그래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인데도 사실상 ‘어벤져스 2.5’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헐크와 토르가 빠졌지만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중심으로 기존의 블랙 위도, 호크아이, 워 머신, 팔콘, 스칼렛 위치, 윈터 솔저, 비전에다가 앤트맨까지 건너와 대활약을 펼친다. 독자적 작품이 나올 예정인 블랙 팬서도 화끈한 신고식을 치른다. 뭐니 뭐니 해도 소니픽처스와의 영화 판권 문제가 해결되어 전격적으로 ‘이산상봉’한 스파이더맨의 활약이 돋보인다. 분량도 기대 이상이거니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와의 앙상블이 영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슈퍼 히어로들이 결집해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공항 격돌 시퀀스는 장관이다. 분열의 씨앗은 선한 의도에서 싹튼다. 지구 평화를 지킨다는 대의에 뒤따랐던 무고한 희생이 부각되며 슈퍼 히어로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유엔 소속 117개국이 소코비아 협정을 맺는다. 정부 통제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이른바 슈퍼 히어로 등록제다. 죄책감에 휩싸인 아이언맨 등은 이에 동의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등은 그럼에도 정부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 이런 설정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왓치맨’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나온다. 영화 팬들은 ‘엑스맨’ 시리즈를 통해 초능력자 등록 법안이나 치료제를 놓고 대립하는 뮤턴트들을 보아 왔다. 배트맨이 슈퍼맨을 경계하게 된 것도, 막강한 힘이 의도치 않게 빚어낸 희생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진부하지 않은 것은 원작에선 가치관과 신념에 따른 입장 차가 두드러졌던 반면 영화에선 누명, 우정, 의리, 가족까지 얽히며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슈퍼 히어로들의 극한 대립을 획책한 악당마저도 이유 있는 복수극을 펼치는 거라 연민을 일으킬 정도다. 전작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정치 스릴러를 결합시켜 진일보한 히어로 영화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앤서니, 조 루소 형제가 이야기에 충실하려고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번에는 심리 스릴러로 연출했다는데 ‘본 아이덴티티’ 같은 첩보물이 주는 긴장감을 심어 놓으면서도 마블 특유의 경쾌함과 유머까지 녹여내며 영화가 진지함에 매몰되는 것을 막는다.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지 않고, 뻔한 결말을 따라가지 않는 현명함도 빛난다. ‘어벤져스2’의 허술함에 실망했던 관객도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마블의 거대하고 복잡한 세계관과 앞선 이야기를 조금은 알아야 즐거움이 극대화된다는 게 함정이기는 하다. 평단의 호평에 이어 관객들의 지지까지 이어진다면 히어로 영화 대전에서 마블의 위상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DC의 야심작 ‘배트맨 대 슈퍼맨’은 최근에야 전 세계 흥행 수익 8억 달러(약 9213억원)를 넘어서며 체면치레에 그쳤다. 21일 현재 역대 49위다. 한국에서는 220여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마블 작품 중에는 ‘어벤져스’(5위), ‘어벤져스2’(7위), ‘아이언맨3’(10위)가 발군이다. DC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16위)와 ‘다크 나이트’(24위)가 가장 성적이 좋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공소시효 끝났겠지… ‘15년 숨겨둔 삼국유사’ 꺼낸 장물업자

    공소시효 끝났겠지… ‘15년 숨겨둔 삼국유사’ 꺼낸 장물업자

    장물취득은 처벌 못하지만 은닉죄는 사실상 시효 없어 문화재 판매상이 자기 죄의 공소시효를 착각하는 바람에 17년 전 도난으로 사라졌던 문화재 ‘삼국유사 기이(紀異)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문화재 매매업자 김모(63)씨를 문화재보호법상 은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삼국유사 기이편은 1999년 1월 25일 대전 소재 대학 한문학과 교수 조모씨의 집에 괴한 2명이 침입해 문화재 13점을 훔쳤을 때 함께 도난당했다. 당시 경찰은 장기간 수사를 했지만 사라진 문화재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삼국유사 기이편은 고려 승려 일연이 고조선부터 후삼국까지의 단편적인 역사를 57항목으로 서술한 역사서다. 이번에 되찾은 판본은 조선 초기에 작성된 것으로, 성암고서본(보물 제419-2호) 및 연세대 파른본(보물 제1866호)과 동일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00년 1월 대전의 한 골동품 매매상으로부터 9800만원을 주고 기이편을 사들여 자기 집 화장실 천장에 별도 공간을 만들고 15년간 숨겼다. 소장자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떼어 버리고 표지도 새로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김씨는 개인 빚을 갚기 위해 기이편을 3억 5000만원에 경매시장에 내놓았다. 하지만 원소유자인 조씨 집안의 신고로 도난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씨는 장물취득 등의 공소시효가 이미 2009년 1월로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은닉죄를 계산에 넣지 못했다. 문화재보호법상 은닉죄는 사실상 공소시효가 없고, 문화재가 처음 발견된 날부터 범죄행위가 성립된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이 물건의 판매책이라고 말한 업자도 이미 10년 전에 사망해 정확한 유통 경로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난된 삼국유사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며 수사가 종료되면 조씨 가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또 다른 올 최대 기대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개봉 박두!

    또 다른 올 최대 기대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개봉 박두!

     올해 미국 할리우드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오는 27일 한국을 비롯한 14개국에서 동시 개봉한다. 북미 상영은 다음달 6일이다. 맞수인 DC코믹스가 한발 앞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두 영웅의 맞대결을 보여 주며 선전포고를 하자, 마블은 아예 어벤져스 군단을 둘로 갈라 태그 매치를 벌인다. 시사회 뒤 호평이 잇따르고 있어 슈퍼 히어로 흥행사를 다시 쓸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에선 예매율이 70%를 오르내리고 있다.  호평은 화려한 볼거리는 기본이고, 묵직한 주제 의식에 원작과는 결이 다른 탄탄한 이야기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그간 마블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슈퍼 히어로가 출동한다. 원작 그래픽노블에 나오는 50여명을 추리고 추린 게 12명이다. 그래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인데도 사실상 ‘어벤져스 2.5’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헐크와 토르가 빠졌지만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중심으로 기존의 블랙 위도, 호크아이, 워 머신, 팔콘, 스칼렛 위치, 윈터 솔저, 비전에다가 앤트맨까지 건너와 대활약을 펼친다. 독자적 작품이 나올 예정인 블랙 팬서도 화끈한 신고식을 치른다. 뭐니 뭐니 해도 소니픽처스와의 영화 판권 문제가 해결되어 전격적으로 ‘이산상봉’한 스파이더맨의 활약이 돋보인다. 분량도 기대 이상이거니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와의 앙상블이 영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슈퍼 히어로들이 결집해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공항 격돌 시퀀스는 장관이다.  분열의 씨앗은 선한 의도에서 싹튼다. 지구 평화를 지킨다는 대의에 뒤따랐던 무고한 희생이 부각되며 슈퍼 히어로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유엔 소속 117개국이 소코비아 협정을 맺는다. 정부 통제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이른바 슈퍼 히어로 등록제다. 죄책감에 휩싸인 아이언맨 등은 이에 동의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등은 그럼에도 정부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 이런 설정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왓치맨’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나온다. 영화 팬들은 ‘엑스맨’ 시리즈를 통해 초능력자 등록 법안이나 치료제를 놓고 대립하는 뮤턴트들을 보아 왔다. 배트맨이 슈퍼맨을 경계하게 된 것도, 막강한 힘이 의도치 않게 빚어낸 희생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진부하지 않은 것은 원작에선 가치관과 신념에 따른 입장차가 두드러졌던 반면 영화에선 누명, 우정, 의리, 가족까지 얽히며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슈퍼 히어로들의 극한 대립을 획책한 악당마저도 이유 있는 복수극을 펼치는 거라 연민을 일으킬 정도다. 전작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정치 스릴러를 결합시켜 진일보한 히어로 영화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앤서니, 조 루소 형제가 이야기에 충실하려고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번에는 심리 스릴러로 연출했다는데 ‘본 아이덴티티’ 같은 첩보물이 주는 긴장감을 심어 놓으면서도 마블 특유의 경쾌함과 유머까지 녹여내며 영화가 진지함에 매몰되는 것을 막는다.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지 않고, 뻔한 결말을 따라가지 않는 현명함도 빛난다. ‘어벤져스2’의 허술함에 실망했던 관객도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마블의 거대하고 복잡한 세계관과 앞선 이야기를 조금은 알아야 즐거움이 극대화된다는 게 함정이기는 하다.  평단의 호평에 이어 관객들의 지지까지 이어진다면 히어로 영화 대전에서 마블의 위상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DC의 야심작 ‘배트맨 대 슈퍼맨’은 최근에야 전 세계 흥행 수익 8억 달러(약 9213억원)를 넘어서며 체면치레에 그쳤다. 21일 현재 역대 49위다. 한국에서는 220여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마블 작품 중에는 ‘어벤져스’(5위), ‘어벤져스2’(7위), ‘아이언맨3’(10위)가 발군이다. DC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16위)와 ‘다크 나이트’(24위)가 가장 성적이 좋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新 국토기행] 한옥의 멋… 한식의 맛… 한번에 通

    [新 국토기행] 한옥의 멋… 한식의 맛… 한번에 通

    <볼거리> 한국관광 으뜸명소·국제슬로시티·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통문화체험도시… 전국 어디서나 접근 용이한 사통팔달 전북도 도청 소재지인 전주시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는 도시다. 한옥, 한식, 한지 등 ‘한스타일 콘텐츠’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체험관광도시다. 2010년 ‘한국관광의 별’과 ‘국제슬로시티’, 2011년 ‘한국관광 으뜸명소’, 2012년에는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선정됐다. 전국 어느 곳에서도 빠르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망도 갖췄다. 호남·서해안고속도로,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익산~장수 간 고속도로, 전주~순천 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사통팔달이 됐다. 전라선 KTX도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다. 전주는 맛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전주비빔밥과 한정식은 한국을 대표하는 맛이다. 인구 65만명, 2개 구청과 33개 동으로 이뤄진 전주시는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미래 첨단산업 발전에도 주력하고 있다. 탄소산업은 전주가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분야다. ●랜드마크 전국 유일 한옥마을… 사람온기 품은 700여채 한옥마을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볼 수 있는 전주의 랜드마크다. 700여채의 한옥이 즐비하게 늘어선 한옥마을은 전국 유일의 도시 한옥군이다. 주민들이 실제 사는 한옥으로 사람의 냄새와 숨결, 온기를 찾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지난해 한옥마을 관광객은 900만명, 올해는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옥마을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전주성 안으로 진출하자 이에 반발한 전주사람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고 살면서 마을을 이뤘다. 1977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됐다. 고래등 같은 기와 능선과 키 작은 담장을 끼고 도는 골목길이 살아 있어 고향집 풍경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한옥마을 안에는 고려시대 창건된 전주향교, 최명희 문학관, 전통문화관, 한옥생활체험관, 한방문화센터, 강암서예관, 교동아트센터 등 곳곳에 볼거리가 풍성하다. 호남 최초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인 전동성당은 박신양·전도연 주연의 영화 ‘약속’ 촬영장소로 유명하다. 젊은이들 사이에 ‘한옥마을에서 만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 배경이다. 한옥마을과 서학동을 잇는 전주천 상류의 남천교, 승암산 기슭 절벽을 깎아 세운 누각 한벽당도 한옥마을과 연계된 볼거리다. 오목대는 태조 이성계가 남원 운봉 황산에서 왜구를 정벌하고 개경으로 돌아갈 때 야연을 베풀었다는 곳이다. 이성계는 이곳에서 한나라를 창업한 유방이 불렀다는 대풍가를 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옥마을 남동쪽 치명자산은 신유년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유항검의 가족 7명의 유해가 묻힌 곳이다. 입구에서 산 정상까지 꽃길이 이어진다. 정상 암벽에는 모자이크 벽화로 설계된 성당이 건립돼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조선왕조의 유산 품은 경기전 경기전은 조선왕조를 연 태조의 초상화를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태종 10년(1410년)에 지은 건물이다. 한옥마을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선조 30년(1597년) 정유재란 때 소실됐으나 광해군 6년(1614년)에 중건됐다. 입구에는 말에서 내리는 곳을 표시한 ‘하마비’가 눈길을 끈다. 계급의 높고 낮음, 신분의 귀천을 떠나 모두 말에서 내리도록 하고 외인들의 출입을 금한 표시다. 붉은 색칠을 한 홍살문, 외신문, 내신문, 어진을 모신 정전으로 구성돼 있다. 태조 어진(국보 제317호)을 모신 어진박물관도 있다. 현재 어진은 고종 9년(1872년)에 기존의 낡은 어진을 불태워 묻고 서울 영희전에 있던 태조 어진을 본떠서 그린 것이다. 어진은 임금이 정사를 돌볼 때 차려입은 곤룡포에 익선관을 쓴 모습이다. 경기전은 어진 봉안과 함께 전주사고가 설치됐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안고 있다. 경기전에 사고가 설치된 것은 세종 21년(1439년)이다. 경기전 내 수령이 400년에 이르는 은행나무, 그늘이 좋은 느티나무, 배롱나무, 대나무, 매화나무 등도 볼거리다. ●밤에 더 아름다운 풍남문과 남부시장 전주읍성 동서남북 네 곳의 성문 가운데 유일하게 보존된 보물 제308호다. 풍남문이란 이름은 중국을 처음 통일했던 한 고조 유방의 고향인 풍패(豊沛)에 빗대어 이성계의 관향인 전주를 풍패향이라 부른 것에 기인한다. 1층은 앞면 3칸, 옆면 3칸이고 2층은 앞면 3칸, 옆면 1칸이다. 문류의 1층에 앞뒤로 4개씩 세워진 높은 기둥이 위로 이어져 2층의 변두리 기둥이 되도록 했다. 이런 기둥 배치는 예가 많지 않아 건축학적인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3월부터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저녁 9시에 미디어 파사드 공연이 펼쳐져 야간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풍남문을 휘감고 형성된 남부시장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조선 3대 시장이었던 남부시장은 800여개 점포가 들어선 전통시장이다. 한복, 가구, 먹거리 등 다양한 상품이 판매된다. 젊은이들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뛰어든 청년몰과 예쁜 공방이 들어선 하늘정원은 배낭여행객들의 발길이 머무는 명소다. ●7월이면 10만㎡ 연못 펼쳐지는 연꽃의 향연… 덕진공원 덕진동 전북대 옆에 조성된 전주의 대표 관광지다. 10만㎡의 연못 중 절반이 연꽃 군락지다. 7월이면 매년 연꽃의 향연이 장관을 이룬다. 덕진연못은 고려 때 풍수지리 때문에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동국여지승람은 전주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북쪽만 열려 있는 탓에 땅의 기운이 낮아 제방으로 이를 막아 지맥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했다고 적고 있다. 대부분 저수지가 농사용으로 만들어진 것에 비하면 유래가 독특하다. 호수 주변 산책로와 잘 가꿔진 조경수가 어우러져 경관이 아름답다. 주변에 생태공원 오송제, 건지산 편백숲,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동물원, 체련공원 등이 있어 시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4월 마지막주 전주국제영화제 열려 관광객들은 한옥마을 일대를 많이 찾지만 전주의 젊은이들은 ‘걷고 싶은 거리’와 ‘영화의 거리’에 몰린다. 루미나리에를 따라 연결된 보행자 길로 전주의 중심 타운이다. 쇼핑, 영화, 먹거리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 매년 4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먹거리> 비빔밥의 본향… 반찬만 50가지… 황홀한 막걸리 ●30가지 천연재료 듬뿍… 전주 대표음식 비빔밥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콩나물, 고추장, 참기름 등 30여 가지 천연재료가 한 그릇에 들어가지만 어느 것 하나도 고유한 색깔이나 맛을 잃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룬다. 사골육수로 밥을 짓고 식지 않도록 데운 유기나 돌솥에 담아낸다. 구수하면서 알싸하고 쩍쩍 달라붙는 맛에 눈이 절로 감기고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각종 나물류와 하얀 쌀밥, 육회, 황포묵, 고추장, 참기름 등이 어우러져 풍미와 식감이 미각을 자극한다. 전주명인 1호로 지정받은 김년임씨가 운영하는 ‘가족회관’은 푸짐하면서 깔끔한 밑반찬이 특징이다. ‘성미당’은 고추장을 넣고 미리 비벼 유기그릇에 담아낸다. ‘고궁’과 ‘한벽루’는 깔끔하면서 소담스럽다.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푸짐… 육해공 산해진미 퍼레이드 전주 한정식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푸짐한 반찬이 특징이다. 백반 큰 상은 반찬이 50가지를 넘는다. 산, 바다, 강, 들에서 나오는 산해진미가 모두 모여 있다. 서해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 기름진 평야에서 생산된 풍성한 곡식과 채소, 산간지대에서 나오는 향긋한 나물류에 손맛이 더해져 상을 채운다. 신선로, 탕과 찌개, 나물류와 젓갈 등은 모두 전통의 맛을 자랑한다. 양념을 아끼지 않은 반찬류는 상큼하고 맛깔스럽다. 전주한정식은 풍성함에 훈훈한 인심까지 더해져 식도락가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상차림에 놀라고 맛에 놀라고 발길을 돌리며 아쉬워 눈물짓는다는 말이 전해온다. ●호남평야 쌀로 빚은 막걸리… 골목마다 막걸릿집 성업 전주막걸리는 푸짐한 안주가 특징이다.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의 속살로 빚은 막걸리 한 주전자만 시켜도 타지방 백반만큼 기본 안주가 제공된다. 주전자를 추가할 때마다 특별 안주가 코스별로 따라와 식사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전주 막걸리는 마셔도 취하고 마시지 않아도 취한다’는 말은 보기만 해도 황홀한 안주 세례 때문이다. 서신동, 삼천동, 경원동, 효자동 등에 막걸리 골목이 유명하다. 골목마다 50~70곳의 막걸릿집이 성업 중이다. ‘가맥’(가게 맥주)은 전주에만 있는 슈퍼형 카페다. 맥주와 안주를 슈퍼마켓에서 사 가게 한쪽에 마련된 탁자와 의자에서 술을 즐기는 문화다. 지갑이 얇은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가게에서 삼삼오오 모여 마시기 시작한 게 전주만의 술 풍속으로 자리를 굳혔다. 갑오징어, 황태, 계란말이 등 안주를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넣은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서목태로 키운 전주콩나물 아삭아삭한 ‘콩나물국밥’ 해장국으로 널리 알려진 음식이다. 콩나물을 주원료로 갖은 양념을 곁들여 끓여낸다. 얼큰하면서 개운하고 자꾸만 숟가락이 가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쥐눈이콩으로 불리는 ‘서목태’로 기른 전주콩나물은 아삭아삭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질기지 않고 연하며 숙취해소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뚝배기에 뜨겁게 끓인 전통 콩나물국밥과 밥을 뜨거운 육수에 말아서 내는 남부시장식 국밥이 있다. 계란은 뜨거운 콩나물국에 풀어서 함께 먹거나 수란을 선택할 수 있다. 수란은 스테인리스 공기에 참기름을 두르고 반숙 형태로 제공된다. 수란에 뜨거운 콩나물국밥 국물을 끼얹고 휘휘 저어 훌훌 마시면 영양에도 좋고 속풀이도 그만이다. 막걸리에 한약재를 넣어 끓인 ‘모주’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뚝배기에 민물고기 넣어 끓인 전주식 매운탕 ‘오모가리’ ‘오모가리’는 뚝배기의 전주 사투리다. 민물고기를 뚝배기에 넣어 끓인 매운탕을 오모가리탕이라 부른다. 메기, 피라미, 동자개, 모래무지 등을 시래기와 함께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다. 싱싱한 민물고기와 각종 채소, 다진 양념을 적당히 섞어 보글보글 끓인 오모가리탕은 비리지 않으면서 알싸하고 시원한 국물맛이 식욕을 자극한다. 양념이 배어 있는 물고기 맛도 담백하고 고소하다. 한옥마을 외곽 전주천변에 오모가리탕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세월호 2주년, 정부는 잊었다

    세월호 2주년, 정부는 잊었다

    세월호 참사가 지난 16일 2주기를 맞았다. 서울 광화문 광장과 안산 합동분향소, 진도 팽목항에는 굵은 빗방울과 강풍에도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국민은 잊지 않았다. 2년 전 대한민국을 비탄에 빠트린 참사와 피지도 못한 채 스러진 단원고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과 승객들을. 또 유가족들과 함께 울었다. 하지만 “잊지 않겠다”던 정부는 그날의 아픔을 벌써 잊은듯하다. 19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 공식 페이스북 등 SNS 계정에서 세월호와 세월호 참사 2주기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본 결과 세월호 참사를 언급한 정부 기관은 대법원 등 8곳에 그쳤다. 청와대, 국회, 헌법재판소, 행정자치부, 경찰청 등 주요 정부·공공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SNS에는 16일을 전후로 기관장 소식과 부처 사업 홍보 게시물만 있을 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청와대는 15일 SNS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노르웨이 총리의 정상회담 소식을 올렸다. 17일에는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홍보하는 게시물을 SNS에 담았다. 국회는 15일 SNS를 통해 정의화 국회의장의 제안으로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알렸다. 18일에는 정의화 의장이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에 참석한다는 내용을 게시했다.  세월호 참사와 가장 밀접한 부처인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15일 세월호 추모 사진을 SNS 계정 배경으로 설정했다가 17일 오후 해양수산부를 홍보하는 그림으로 바꿨다. 국민안전처는 16일 SNS를 통해 ‘국민안전의 날’ 국민안전다짐대회 관련 영상을 게시했다. 반면 대법원은 48개 정부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세월호 추모 게시글을 자체 제작했다. “이 기록의 높이와 무게.. 그 이상으로 그 날을 아프게 기억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세월호 사건 재판 서류가 180cm 높이로 쌓여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해당 사진에는 세월호 관련 대법원 판결 내용도 짧게 언급되어 있다. 이지연 인턴기자 julie31080@seoul.co.kr
  • [열린세상] 고령화와 고고학의 지혜/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고령화와 고고학의 지혜/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유명한 추리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는 나이 40에 14살 연하였던 고고학자 맥스 맬로완과 두 번째 결혼을 했다. 이후 범상치 않은 그들의 결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부부는 ‘고고학자는 오래될수록 흥미를 더 느끼니 여자에겐 최고의 남편감’이라는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실제로 크리스티가 85세로 죽을 때까지 이 부부는 금실 좋게 살았다. 게다가 상대방의 일에도 큰 도움을 주었으니, ‘메소포타미아 살인사건’을 비롯한 그녀의 여러 추리소설에 고고학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들 고고학을 값진 보물을 캐는 직업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고고학에서는 유물보다는 유물이 놓인 위치, 즉 층위를 기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유물이 아무리 귀하다 한들 발견된 위치를 모른다면 그 유물을 만들어 낸 인간들의 역사를 제대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고고학자들에게는 화려한 보물보다는 한 자리에서 살아온 수천 년 인간의 역사가 더 소중하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도 마치 고고학의 층위처럼 인생의 경험이 한층 한층 쌓여 가는 과정이다. 사람이 노화된다고 과거의 경험과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풀숲에 가려진 옛 유적처럼 그들의 지혜는 오히려 무의식의 저편에 묻혀 있다가 필요할 때에 발현되기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는 언제나 늙은이의 지혜를 믿어 왔다. 그렇지만 전근대 사회에서 인간의 수명은 매우 짧았기에 늙어 가는 것은 극히 소수에게만 주어진 기회였다. 동북아시아에서 최초의 청동기시대인 4000년 전 하가점하층문화의 무덤 유적인 다뎬쯔에서 700여기의 무덤에 묻힌 인골을 분석한 결과 그중 40대 이상은 10% 이하였다. 문명의 발생 이후에도 여전히 늙어 가는 것은 운 좋은 소수만 가능했다. 인생 100세를 넘보는 지금의 고령화 사회는 지난 수백만 년의 역사에서는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경지다. 더욱이 의학의 발달로 수명뿐 아니라 지적인 능력도 계속 유지가 된다. 예전에는 진즉에 은퇴했을 법한 백발의 전문가들이 녹슬지 않은 전문적인 지식에 연륜을 더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것을 그리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고고학의 층위처럼 쌓인 인간의 지혜와 경험이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늙어 가는 모습이 언제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젊을 때 경험과 생각을 앞세우며 막무가내로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는 일부 노년 세대도 있고, 반대로 늙은 세대가 자신들의 기회를 빼앗아 간다고 갈등의 각을 세우는 일부 젊은 세대도 있다. 이런 모순은 늙어감을 지혜의 축적보다는 생산성의 퇴보로만 생각하는 사회적 통념과도 관계 있다. 그러니 사람들은 늙음을 거부하려고만 한다. 동안 열풍도 결국은 쓸모없는 늙은이가 되기를 거부하려는 열망이 표현된 것이다. 흔히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한다. 원래 나이에 관계없이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라는 말이지만 요즘은 늙음을 거부하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사실 세상 모든 것을 바꾼다고 해도 나이는 바꿀 수가 없다. 매스미디어는 동안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경쟁적으로 비추어 주지만, 사실 수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노화를 늦추는 것일 뿐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영웅 길가메시도, 중국의 진시황도 찾지 못한 영원한 젊음의 길을 우리라고 찾을 수 있을까. 오히려 늙어감의 기쁨을 찾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100세 인생이라고 한다면 인생의 절반은 생식을 비롯한 육체적 그리고 사회적인 능력이 감퇴한 채로 산다는 뜻이다. 이 절반의 인생을 위해 물질적인 연금은 물론 노년의 지혜가 제대로 발휘되는 정신적인 연금을 쌓기 위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지난 세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탈식민지, 민주화와 그리고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다. 그 소중한 역사를 담은 세대들이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함께하며 그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앞날을 모색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축복이 아닐까. 유적의 층위 사이에서 인간의 역사를 찾아내면서 우리의 앞날을 모색하는 고고학의 지혜가 급격히 고령화되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 골목마다 보물 같은 이야기보따리… 이번 주 토요일 ‘을지유람’ 어떠세요

    골목마다 보물 같은 이야기보따리… 이번 주 토요일 ‘을지유람’ 어떠세요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골목은 좁고 허름해 생활하기에 불편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추억과 정감을 물씬 풍기면서 이색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이 장단점을 모두 품은 곳이 서울 중구 을지로다. 6·25전쟁 후 한국 산업화의 중심으로서 큰 역할을 했지만 유통 환경 변화에 따라 조금씩 생기를 잃었다. 을지로 부활을 고심한 중구는 개발 대신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을지로의 골목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을지유람’으로 관심과 애정을 끌어모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18일 “을지로는 한국 근대화의 역사를 바꾼 산업 역군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라며 “을지유람을 통해 을지로의 참멋을 느끼고, 새로운 방식의 도심 재창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3일부터 매월 둘째·넷째 토요일에 여는 을지유람은 구민해설사와 함께 을지로 골목을 누비며 볼거리, 이야깃거리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유람은 지하철 3호선 을지로3가역에서 출발한다. 140여개 타일·도기 상점이 모여 있는 특화거리가 유람단을 맞이한다. 6·25전쟁 당시에는 3개뿐이었던 타일가게가 도시 재건이 진행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돼 타일·도기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유람단은 전통 있는 중식당 ‘오구반점’과 80년 역사를 가진 수제화 업체 ‘송림수제화’(서울시 미래유산), 맥주축제가 열리는 노가리골목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골목 탐방을 시작한다. 골목에서는 손글씨로 쓴 간판과 단순하게 만든 포스터, ‘빠킹’(패킹)이나 ‘로구로’(도르래의 일본말) 같은 낯선 단어 등 색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피에타’(2012), ‘도둑들’(2013), ‘감시자들’(2013) 등 영화의 배경이 된 골목도 즐비하다. ‘설계도만 있으면 못 만들 것이 없던’ 공구거리, 온갖 디자인의 조명을 구경하면서 눈이 즐거운 조명거리를 거쳐 유람을 마무리한다. 유람 중에 을지로의 역사와 명칭의 유래를 듣고, 빈 점포를 창작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청년 예술가들의 작업실도 둘러볼 수 있다. 을지유람은 중구 홈페이지(www.junggu.seoul.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는 별도 재료비가 필요하다. 최 구청장은 “누구나 쉽게 찾고 즐길 수 있는 을지로를 만들면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 도심 산업이 유지,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新국토기행] 해 뜬다… 동해안 최대 휴양도시도 뜬다

    [新국토기행] 해 뜬다… 동해안 최대 휴양도시도 뜬다

    해 오름의 고장 강원 양양군이 지금의 지명으로 자리잡은 지 올해로 꼭 600주년을 맞는다. 고려시대(1416년)에 양주(襄州)에서 양양으로 지명이 바뀌었다. 수려한 동해를 끼고 있는 양양은 천년 고찰 낙산사, 조선 개국공신 하륜과 조준의 전설이 있는 하조대, 강원 지역 3대 미항 중 하나인 남애항, 요트의 산실 수산항 등의 관광 명소가 59.57㎞ 해안선을 따라 즐비하다. 울창한 산림과 바다, 계곡 등 다채로운 자연을 배경으로 국내 최고의 힐링과 휴양, 레저의 고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설악산국립공원에는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서울~양양을 잇는 동서고속도로, 속초~삼척을 잇는 동해고속도로가 교차되면서 양양은 동해안 최대 관광·휴양도시로 뜨고 있다. 양양국제공항도 오는 24일부터 중국 상하이 정기 항로가 다시 열리는 등 활성화되고 있다. 국제도시로, 지역 관문으로 톡톡히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600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전통과 자부심이 고스란히 남아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청정 자연 속 양양군의 속살을 찾아 봄 여행을 떠나 보자. >> 볼거리 ●희망의 서운이 깃든 천년 고찰 낙산사 신라 문무왕 676년 의상 대사가 홍련암에서 기도해 관음보살을 친견한 뒤 낙산사를 창건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처음 나온다.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풍광과 함께 부처님 진신사리가 출현한 보물 제1723호 해수관음공중사리탑, 보물 제1362호 건칠관음보살좌상, 보물 제499호 칠층석탑 등 소중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송강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낙산사 의상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상서로운 구름과 여섯 마리 용이 해를 떠받치는 듯, 바다에서 해가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고, 하늘에 해가 오르자 털끝이 보일 만큼 환하다”고 읊었다. 그만큼 낙산사는 일출의 명소이고 희망의 서운(瑞運)이 깃든 곳이다. 2005년 대형 산불로 소실된 뒤 단원 김홍도의 ‘낙산사도’를 기초로 7동의 주요 전각을 조선시대 초기 사찰의 원형 그대로 살려냈다. 큰 법당인 원통보전 입구에는 한국전쟁 때 소실됐던 빈일루(賓日樓)가 단원의 그림대로 복원됐고 설선당, 정취전, 응향각 등의 건물이 옛 문헌의 기록을 기초로 되살아났다. 웅장한 자태로 다시 태어난 원통보전에는 화재 당시 스님들이 지켜 낸 건칠관음보살과 칠층석탑 등의 보물도 옛모습 그대로 자리잡았다. ●산림 휴양 체험 공간 송이밸리자연휴양림 송이밸리자연휴양림은 2012년 양양읍 월리 일대 46㏊에 조성됐다. 산림휴양관, 숲속의 집, 목재문화체험장,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등 조용히 자연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복합 산림 휴양 체험 공간이다. 임도를 활용한 MTB 코스와 왕복 2시간 코스의 구탄봉 등산로에서 자전거, 트레킹은 물론 짜릿한 집라인(줄을 타고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목재문화를 체험하고 국산 목재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목재문화체험장은 건물의 아름다움과 내구성, 내실 있는 운영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굿 디자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1층 체험장에서 운영되는 목재 체험 프로그램은 목재체험지도사의 지도하에 산림 부산물을 활용해 액세서리, 솟대, 보석함 등을 만들어 보는 기초 프로그램과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담은 테이블, 서랍장, 수납장 등 원목 가구를 직접 만들어 보는 목공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 세계문화유산 추진 아이들과 함께라면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이 제격이다. 오산리선사유적은 남한 신석기 유적 중 최고(기원전 6000년경)의 연대를 나타내며 신석기문화의 전파 및 교류에 중요한 과학적 단서를 제공하는 유적이다. 유물 가운데 오산리형 토기와 오산리형 이음낚시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 고고학 사전에 등재됐다. 박물관에 전시된 덧무늬토기는 신석기시대 유물 중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박물관의 자랑거리다. 최근 서울 암사동 유적지와 함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오산리 출토 흑요석을 엑스레이 형광선으로 분석한 결과 그 성분이 남한 일대에서 출토된 흑요석은 한결같이 일본 규슈가 원산지인 반면 오산리 것은 400㎞ 이상 떨어진 백두산이 원산지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6000년 전 조상의 숨결을 느끼며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천년기념물 지정 주전골 입구 오색약수터 오색주전골에서 흘림골로 이어지는 길은 세속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 내는 아름다운 길이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 번뇌를 물리치고자 한다면 오색의 비경을 담아 갈 일이다. 주전골 입구에 있는 오색약수터는 2013년 물로는 처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맛이 짜릿하고 철분 냄새가 많이 나지만 예부터 아픈 곳을 낫게 하고 활력을 찾게 해 준다고 전해진다. 인근에 있는 오색온천에서 몸을 담근 뒤 더덕향이 그득한 산채비빔밥을 먹고 나면 그야말로 웰빙이다. 2018년부터는 오색온천 인근에서 오색 끝청까지의 3.5㎞ 구간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게 된다. 장애인, 노약자들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장엄한 설악의 비경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영동 최대 5일장, 양양 전통시장 4일, 9일에 열리는 양양 5일장. 사시사철 시골 할머니들이 나물이며 장아찌, 잡곡들을 장마당에 내어놓고 송천떡마을 부녀회에서는 새벽 일찍 만든 떡을, 임천리 마을에서는 전통 방식의 한과(과줄)를 내다 판다. 요즘 장터에는 봄바람 따라 산나물이 가득하다. 쑥, 냉이, 달래, 참두릅, 개두릅, 명이나물, 취나물, 곤드레, 고사리, 눈개승마, 얼러지 등이 제각기 향을 뽐내면서 입맛을 자극한다. 시장 안에는 갓 잡아 올린 문어, 임연수 등의 생선류와 지누아리, 돌김, 사과, 배 등 양양산 먹거리들이 즐비하고 남대천 둔치 쪽에서는 토마토, 오이, 가지, 수박 등의 과채류와 상추, 쑥갓 등의 채소류 모종, 어린나무들을 사고파는 손길이 분주하다. 어디를 가도 맛있고 정감 있는 양양시장의 밥집들과 시장을 가득 메운 먹거리들에서 봄의 원기를 듬뿍 느낄 수 있다. 양양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먹거리 ●명품 황금송이(松栮) 양양의 깊은 산과 울창한 숲, 수십년 된 소나무 아래에서 나는 양양송이는 그 향과 맛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른 버섯들은 죽은 나무에서 균이 발생해 버섯으로 자라지만 유독 송이는 살아 있는 소나무 뿌리에서 균이 발생해 버섯으로 자라는 것이어서 양양송이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2006년에는 양양송이가 생산지의 기후, 풍토 등 지리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계돼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인정받아 지리적 표시제 제1호로 산림청에 등록되기도 했다. 송이와 한우 등심을 넣어 만든 송이버섯전골은 송이의 향과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음식이다. ●바다의 맛 자연산 홍합 ‘섭’ 동해에서 나는 자연산 홍합을 ‘섭’이라 부른다. 자연산 홍합은 껍데기가 흑진주처럼 반들거리고 보랏빛이 감돈다. 양식보다 2배쯤 크고 값도 비싸다. 고단백 저지방 다이어트 식품으로,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 타우린이 풍부하다. 술꾼들이 술 마신 다음날 섭국을 찾는 이유다. 양양에서는 섭을 썰어 넣고 부추, 미나리, 양파, 마늘, 고추장, 된장 등과 함께 끓여낸 섭국을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는다. 기호에 따라 산초를 넣어 먹기도 한다. ●봄 산나물, 양양 산채 양양은 설악산, 점봉산,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지나는 산악지대여서 다양한 산채가 풍성하게 자란다. 산채 주 생육기인 2~6월의 평균 일조시간이 190시간으로 짧아 부드럽고 향이 진한 게 특징이다. 양양 대표 산채는 참두릅, 개두릅, 명이나물, 취나물, 곤드레, 고사리, 눈개승마, 얼러지 등이다. 요즘은 생채가 많이 나서 가격도 비교적 싸고 푸짐해 한꺼번에 많이 구입해서 말리거나 냉동실에 보관해 놓고 수시로 무쳐 먹으면 일년 내내 봄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남대천에 황어와 뚜거리탕 여름 밤, 더위를 쫓으려 냇가에서 멱을 감고 토속 어종을 잡아 고추장, 막장 풀어 얼큰하게 탕으로 끓여 먹던 추억의 뚜거리탕은 양양의 별미다. 바다와 이어지는 남대천 하구 한계목에는 봄이면 황어가 올라오고 가을이면 연어가 올라온다. 먼바다에서 유영을 마치고 모천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물 반, 고기 반이란 말은 봄마다 남대천에서 황어가 한창 상류로 올라갈 때 양양에서 많이들 하는 말이다. 임천보를 뛰어오르기 위해 황어가 떼 지어 있는 광경을 보면 이 말이 실감 난다. 연어와 달리 남대천에 오르는 황어는 그대로 회를 떠서 먹는다. 미나리, 양양 낙산 배, 깻잎 등 각종 채소를 넣고 초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춘곤증은 저만치 달아나고 정신이 번쩍 든다. 그리고 남대천 토속 어종인 뚜거리탕 한 그릇을 비우면 보양식이 따로 없다. 추억과 고향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양양의 봄맛이다. ●동치미 메밀국수 양양 메밀국수는 구룡령이 있는 서면 갈천리와 설악산 화채능선 아래 강현면 간곡리, 둔전리, 장산리 마을에서 많이 먹었다. 섬유질이 많아 옷감 재료로 쓰기도 했던 느릅나무의 껍질을 봄철에 벗겨 말려 뒀다가 곱게 가루를 내 부족한 메밀가루나 옥수수가루와 섞어 눌러 먹었다. 지금은 고기 육수와 동치미 육수 두 가지로 나뉘지만 당시에는 동치미 육수로 먹었다. 양양에는 메밀국수 전문점이 50여 곳 있다. 가장 많이 있는 곳은 장산리 일대로 동치미 메밀국수집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봄 햇볕이 따가운 날, 시원한 동치미 메밀국수 한 그릇이면 양양의 맛은 모두 섭렵했다고 할 수 있다. 양양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새우란에 반하다 난향에 취하다

    새우란에 반하다 난향에 취하다

    봄이 절정입니다. 매화, 산수유에 이어 벚꽃이 흐드러집니다. 한데 봄에 피는 꽃이 어디 이들뿐이겠어요. 이 땅의 야생란들도 봄에 화려하게 꽃을 틔웁니다. 그중 하나가 새우란(蘭)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대부분의 새우란들이 봄에 꽃술을 엽니다. 그 꽃 보러 충남 청양으로 갑니다. 나라 안에서 가장 크다는 한 식물원이 새우란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나라 안팎의 120여 종에 이르는 새우란과 만날 수 있답니다. 여기에 대웅전이 두 개인 장곡사며, 봄이 화사하게 내려앉은 장승공원, 황금 거북마을 등을 돌아보자면 하루해가 짧지요. 청양은 ‘충남의 허파’라 불린다. 그만큼 깨끗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청양엔 봄이 더디게 온다. 주변 지역보다 봄 평균 기온이 3~4도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 ‘벚꽃 엔딩’ 운운할 때 비로소 벚꽃이 절정에 이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청양의 봄은 바야흐로 이제 시작이다. ●섬새우란·금새우란·여름새우란·신안새우란·한라새우란 등 6종 고운식물원으로 먼저 간다. 새우란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다. 장길훈의 저서 ‘새우란’에 따르면 ‘새우란은 지구상 식물 가운데 가장 진화했다는 난과식물의 한 종’이다. 땅속에서 옆으로 기듯이 자라는 덩이뿌리가 새우등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천상화’라 일컬어질 만큼 화형과 화색이 다양하고 아름답다. 세계적으로 200여 종이 확인됐는데, 국내에는 제주와 남해안, 안면도, 울릉도 등지에 야생으로 자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새우란은 모두 6종이다. 섬새우란(꼬마새우란), 금새우란, 여름새우란, 신안새우란, 한라새우란 등 원종(교잡되지 않은 단일 품종) 5종과 교잡종(다른 품종끼리 교배해 새롭게 만든 품종)인 다도새우란 1종 등이다. 여기에 ‘고운 52’ 등 미기록종을 포함하면 8~9종에 이른다. 그 가운데 대부분이 봄꽃이고, 여름에 꽃을 피우는 건 여름새우란이 유일하다. 한때 새우란은 들녘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꽃이었다. 한데 요즘은 수목원에나 가야 볼 수 있을 만큼 귀해졌다. 일부 품종은 멸종위기까지 몰렸다. 이유야 뻔하다. ‘무분별한 남획’ 탓이다. 식물원 측에서 새우란 전시회를 연 것도 남획에 대해 경종을 울리겠다는 뜻에서다. 전시회는 오는 5월 20일까지 열린다. 희귀종인 신안새우란, 다도새우란 등 모두 120여 종의 새우란이 선을 보인다. 이 가운데 신안새우란은 2009년 전남 신안의 흑산도에서 처음 발견됐으나 남획으로 자취를 감췄던 종으로 최근 신안의 다른 섬에서 다시 발견됐다. 식물원 측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멸종위기에 있는 신안새우란과 다도새우란 등을 대량 증식해 복원할 계획이다. 가격이 수천만원에 이른다는 일본 원종 ‘남향의 신사’ 등 외국산 새우란도 마주할 수 있다. 고운식물원은 2003년 문을 열었다. 37㏊에 이르는 숲 전체가 다양한 테마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식재된 식물은 8800여종에 이른다. 잘 정돈된 정원이라기보다 풀과 나무들이 자연스레 얽혀 있는 숲에 가깝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서식지외보전기관’이기도 하다. 식물원 측이 맡고 있는 식물은 멸종위기 1급인 광릉요강꽃과 섬개야광나무, 독미나리, 진노랑상사화, 층층둥굴레 등이다. 이 가운데 광릉요강꽃과 섬개야광나무 등이 수수하면서도 단아한 꽃술을 열어 방문객을 맞고 있다. ●‘멸종위기 1급’ 털복주머니란을 비롯 복주머니란 등 희귀종 가득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종도 많다. 그 가운데 털복주머니란(멸종위기 1급)과 복주머니란, 노랑붓꽃, 산부채, 미선나무, 깽깽이풀, 흰진달래, 금테개나리 등이 꽃술을 열었다. 이어 풍란(멸종위기 1급)과 독미나리, 진노랑상사화, 층층둥글레 등이 5~6월에 줄지어 꽃을 틔운다. 청양 관광은 곧 칠갑산 관광이라 할 만큼 대부분의 관광명소가 칠갑산 주변에 몰려 있다. 특히 칠갑산을 에둘러 돌아가는 옛길 드라이브 코스는 봄철 청양 여행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대치터널 초입의 한치마을이 옛길 입구다. 울창하게 뻗은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팝콘처럼 부풀어 오른 벚꽃은 절정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옛길 중간의 칠갑산 휴게소까지는 승용차로 갈 수 있다. 면암 최익현 선생 동상, 칠갑산 노래비, 콩밭 매는 아낙네 상 등 볼거리도 많다. 칠갑산 휴게소 인근의 칠갑산천문대 스타파크는 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신비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낮에는 굴절망원경을 통해 태양흑점을 관찰하고, 밤에는 별자리를 관측한다. 다양한 보조 망원경까지 갖춰 많은 탐방객이 찾는다. 원형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관람하는 천체투영실, 3D 입체 영상을 관람하는 시청각실도 있다. 다만 주말과 휴일엔 방문객이 몰려 관람이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칠갑산 자락에 기댄 장곡사(長谷寺)는 1000년의 역사를 지탱하고 있는 절집이다. 장곡사 앞자락으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아흔아홉 굽이를 휘휘 돌아내린다 해서 아흔아홉계곡이라 불린다. 이렇게 ‘긴 골짜기’(長谷)는 곧 지명이 되고 절집 이름이 됐다. 장곡사는 대웅전이 두 개다. 정확한 기록이 없어 언제, 어떤 이유로 두 개의 대웅전이 들어서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비탈길 위는 ‘상대웅전’, 아래는 ‘하대웅전’이라 불린다. 경내에 문화재도 많다. 상, 하대웅전은 건물 자체가 문화재다. 각각 보물 162호, 181호다. 내부의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연화대좌는 국보 58호, 철조비로자나좌상 부석조대좌는 보물 174호로 각각 지정돼 있다. 장곡사 초입에 볼거리가 많다. 청양 읍내에서 장곡사로 향하는 벚꽃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가운데 하나다. 10리(4㎞)는 족히 넘는 길에 벚꽃들이 흐드러졌다. 꽃길 아래 서면 꽃우산을 받쳐든 듯하다. 장곡리 일대는 황금 거북마을로 변신 중이다. 백제시대 한 선비가 거북이 알을 나눠 받는 꿈을 꾼 후 대대손손 장수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이다. 2002년과 2013년에 마을 앞 개천에서 황금빛 자라가 발견되면서 황금 거북마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장곡사 아래엔 칠갑산 장승공원이 조성돼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칠갑산대장군’과 ‘칠갑산여장군’ 등 350여 개의 장승들이 재현돼 있다. 16~17일엔 청양칠갑산장승문화축제도 열린다. 글 사진 청양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청양은 어느 고속도로를 이용하든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국도와 지방도를 번갈아 이용해 한참을 들어가야 닿을 수 있다. 서천공주고속도로 청양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가장 간명하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홍성 나들목으로 나온다. 이어 29번 국도 청양 방향, 36번 국도를 번갈아 타면 된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정안 나들목이 낫다. 이어 23번 국도 공주 방향, 36번 국도 청양 방향으로 진입하면 된다. 고운식물원(943-6245)은 오전 8시~오후 6시 문을 연다. 간단한 도시락과 음료수 반입은 허용된다. 식물원 안의 ‘고운정’에선 들깨수제비 등을 판다. 숲 해설 프로그램을 상시 진행하지는 않지만, 4인 이상이 요청하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탐방로를 함께 걷고 숲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른 8000원, 청소년 5000원. →맛집:바닷골 순두부(943-6617)는 두부와 청국장으로 이름났다. 까치네 흥부가든(943-8640)은 민물매운탕, 참게탕을 잘한다. →잘 곳:고운식물원 안에 방갈로가 있다. 다만 TV, 가스레인지 등 ‘문명의 이기’는 없고 침구류 정도만 갖췄다. 딴생각 말고 맑은 공기 속에서 푹 쉬다 가라는 뜻이다.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으려면 식기 등 일체를 준비해 가야 한다. 4만 4000원부터. 호텔칠갑산샬레(942-2000)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인증한 ‘굿스테이’ 업소다. 칠갑산 옛길에 있다.
  • 새우란에 반하다 난향에 취하다

    새우란에 반하다 난향에 취하다

    봄이 절정입니다. 매화, 산수유에 이어 벚꽃이 흐드러집니다. 한데 봄에 피는 꽃이 어디 이들뿐이겠어요. 이 땅의 야생란들도 봄에 화려하게 꽃을 틔웁니다. 그중 하나가 새우란(蘭)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대부분의 새우란들이 봄에 꽃술을 엽니다. 그 꽃 보러 충남 청양으로 갑니다. 나라 안에서 가장 크다는 한 식물원이 새우란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나라 안팎의 120여 종에 이르는 새우란과 만날 수 있답니다. 여기에 대웅전이 두 개인 장곡사며, 봄이 화사하게 내려앉은 장승공원, 황금 거북마을 등을 돌아보자면 하루해가 짧지요. 청양은 ‘충남의 허파’라 불린다. 그만큼 깨끗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청양엔 봄이 더디게 온다. 주변 지역보다 봄 평균 기온이 3~4도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 ‘벚꽃 엔딩’ 운운할 때 비로소 벚꽃이 절정에 이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청양의 봄은 바야흐로 이제 시작이다. ●섬새우란·금새우란·여름새우란·신안새우란·한라새우란 등 6종 고운식물원으로 먼저 간다. 새우란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다. 장길훈의 저서 ‘새우란’에 따르면 ‘새우란은 지구상 식물 가운데 가장 진화했다는 난과식물의 한 종’이다. 땅속에서 옆으로 기듯이 자라는 덩이뿌리가 새우등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천상화’라 일컬어질 만큼 화형과 화색이 다양하고 아름답다. 세계적으로 200여 종이 확인됐는데, 국내에는 제주와 남해안, 안면도, 울릉도 등지에 야생으로 자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새우란은 모두 6종이다. 섬새우란(꼬마새우란), 금새우란, 여름새우란, 신안새우란, 한라새우란 등 원종(교잡되지 않은 단일 품종) 5종과 교잡종(다른 품종끼리 교배해 새롭게 만든 품종)인 다도새우란 1종 등이다. 여기에 ‘고운 52’ 등 미기록종을 포함하면 8~9종에 이른다. 그 가운데 대부분이 봄꽃이고, 여름에 꽃을 피우는 건 여름새우란이 유일하다. 한때 새우란은 들녘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꽃이었다. 한데 요즘은 수목원에나 가야 볼 수 있을 만큼 귀해졌다. 일부 품종은 멸종위기까지 몰렸다. 이유야 뻔하다. ‘무분별한 남획’ 탓이다. 식물원 측에서 새우란 전시회를 연 것도 남획에 대해 경종을 울리겠다는 뜻에서다. 전시회는 오는 5월 20일까지 열린다. 희귀종인 신안새우란, 다도새우란 등 모두 120여 종의 새우란이 선을 보인다. 이 가운데 신안새우란은 2009년 전남 신안의 흑산도에서 처음 발견됐으나 남획으로 자취를 감췄던 종으로 최근 신안의 다른 섬에서 다시 발견됐다. 식물원 측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멸종위기에 있는 신안새우란과 다도새우란 등을 대량 증식해 복원할 계획이다. 가격이 수천만원에 이른다는 일본 원종 ‘남향의 신사’ 등 외국산 새우란도 마주할 수 있다. 고운식물원은 2003년 문을 열었다. 37㏊에 이르는 숲 전체가 다양한 테마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식재된 식물은 8800여종에 이른다. 잘 정돈된 정원이라기보다 풀과 나무들이 자연스레 얽혀 있는 숲에 가깝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서식지외보전기관’이기도 하다. 식물원 측이 맡고 있는 식물은 멸종위기 1급인 광릉요강꽃과 섬개야광나무, 독미나리, 진노랑상사화, 층층둥굴레 등이다. 이 가운데 광릉요강꽃과 섬개야광나무 등이 수수하면서도 단아한 꽃술을 열어 방문객을 맞고 있다. ●‘멸종위기 1급’ 털복주머니란을 비롯 복주머니란 등 희귀종 가득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종도 많다. 그 가운데 털복주머니란(멸종위기 1급)과 복주머니란, 노랑붓꽃, 산부채, 미선나무, 깽깽이풀, 흰진달래, 금테개나리 등이 꽃술을 열었다. 이어 풍란(멸종위기 1급)과 독미나리, 진노랑상사화, 층층둥글레 등이 5~6월에 줄지어 꽃을 틔운다. 청양 관광은 곧 칠갑산 관광이라 할 만큼 대부분의 관광명소가 칠갑산 주변에 몰려 있다. 특히 칠갑산을 에둘러 돌아가는 옛길 드라이브 코스는 봄철 청양 여행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대치터널 초입의 한치마을이 옛길 입구다. 울창하게 뻗은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팝콘처럼 부풀어 오른 벚꽃은 절정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옛길 중간의 칠갑산 휴게소까지는 승용차로 갈 수 있다. 면암 최익현 선생 동상, 칠갑산 노래비, 콩밭 매는 아낙네 상 등 볼거리도 많다. 칠갑산 휴게소 인근의 칠갑산천문대 스타파크는 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신비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낮에는 굴절망원경을 통해 태양흑점을 관찰하고, 밤에는 별자리를 관측한다. 다양한 보조 망원경까지 갖춰 많은 탐방객이 찾는다. 원형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관람하는 천체투영실, 3D 입체 영상을 관람하는 시청각실도 있다. 다만 주말과 휴일엔 방문객이 몰려 관람이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칠갑산 자락에 기댄 장곡사(長谷寺)는 1000년의 역사를 지탱하고 있는 절집이다. 장곡사 앞자락으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아흔아홉 굽이를 휘휘 돌아내린다 해서 아흔아홉계곡이라 불린다. 이렇게 ‘긴 골짜기’(長谷)는 곧 지명이 되고 절집 이름이 됐다. 장곡사는 대웅전이 두 개다. 정확한 기록이 없어 언제, 어떤 이유로 두 개의 대웅전이 들어서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비탈길 위는 ‘상대웅전’, 아래는 ‘하대웅전’이라 불린다. 경내에 문화재도 많다. 상, 하대웅전은 건물 자체가 문화재다. 각각 보물 162호, 181호다. 내부의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연화대좌는 국보 58호, 철조비로자나좌상 부석조대좌는 보물 174호로 각각 지정돼 있다. 장곡사 초입에 볼거리가 많다. 청양 읍내에서 장곡사로 향하는 벚꽃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가운데 하나다. 10리(4㎞)는 족히 넘는 길에 벚꽃들이 흐드러졌다. 꽃길 아래 서면 꽃우산을 받쳐든 듯하다. 장곡리 일대는 황금 거북마을로 변신 중이다. 백제시대 한 선비가 거북이 알을 나눠 받는 꿈을 꾼 후 대대손손 장수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이다. 2002년과 2013년에 마을 앞 개천에서 황금빛 자라가 발견되면서 황금 거북마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장곡사 아래엔 칠갑산 장승공원이 조성돼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칠갑산대장군’과 ‘칠갑산여장군’ 등 350여 개의 장승들이 재현돼 있다. 16~17일엔 청양칠갑산장승문화축제도 열린다. 글 사진 청양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청양은 어느 고속도로를 이용하든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국도와 지방도를 번갈아 이용해 한참을 들어가야 닿을 수 있다. 서천공주고속도로 청양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가장 간명하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홍성 나들목으로 나온다. 이어 29번 국도 청양 방향, 36번 국도를 번갈아 타면 된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정안 나들목이 낫다. 이어 23번 국도 공주 방향, 36번 국도 청양 방향으로 진입하면 된다. 고운식물원(943-6245)은 오전 8시~오후 6시 문을 연다. 간단한 도시락과 음료수 반입은 허용된다. 식물원 안의 ‘고운정’에선 들깨수제비 등을 판다. 숲 해설 프로그램을 상시 진행하지는 않지만, 4인 이상이 요청하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탐방로를 함께 걷고 숲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른 8000원, 청소년 5000원. →맛집:바닷골 순두부(943-6617)는 두부와 청국장으로 이름났다. 까치네 흥부가든(943-8640)은 민물매운탕, 참게탕을 잘한다. →잘 곳:고운식물원 안에 방갈로가 있다. 다만 TV, 가스레인지 등 ‘문명의 이기’는 없고 침구류 정도만 갖췄다. 딴생각 말고 맑은 공기 속에서 푹 쉬다 가라는 뜻이다.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으려면 식기 등 일체를 준비해 가야 한다. 4만 4000원부터. 호텔칠갑산샬레(942-2000)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인증한 ‘굿스테이’ 업소다. 칠갑산 옛길에 있다.
  • 미래에셋대우 새 CI 공개

    미래에셋대우 새 CI 공개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가 14일 새 기업이미지(CI)를 공개했다. 미래에셋증권에 인수된 대우증권은 사명을 미래에셋대우로 바꾸고 영업점 간판과 홍보물, 온라인 콘텐츠 등에 새 CI를 쓸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미래에셋그룹의 CI를 응용해 새 CI를 만들었다”며 “글로벌 투자회사 도약 등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오는 10월 1일 합병할 예정이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길섶에서] 첫 투표/박홍기 논설위원

    첫 국회의원 투표다. 아침 9시쯤 아버지, 어머니가 “처음 하는 투표인데 기념해 줘야지”라며 함께 나서셨다. 새벽에 내린 비에 길은 젖어 있었다. 벚꽃과 개나리꽃은 여전히 자태를 뽐내는 듯했다. 바람에 꽃잎이 날렸다. 투표장 가는 길에 “준비됐니”라고 어머니가 물으셨다. “그럼…”, 짧게 답하자 미소를 지으셨다. 거실에 있던 선거 홍보물을 훑어봤다. 선거 번호도 확인했던 터다. 투표장은 멀지 않았다. 젊은 부부가 벌써 투표를 끝내고 나오고 있었다. 안내 표시대로 따라갔다. 한산했다. 기다림도 없이 본인을 확인하고, 선거인 명부란 곳에 사인하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에 들어갔다. “정치인을, 정당을 내 손으로 선택하는구나.” 내 한 표가 의원을 만들 수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생각하니 순간 긴장됐다. 신중해졌다. 염두에 둔 후보가 있었는데…. 투표를 마친 뒤 아버지, 어머니와 번갈아 가며 인증샷을 찍었다. “누구 찍었니”라고 던지는 아버지의 농담에 “비·밀·투·표”라며 웃어넘겼다. 대단한 일이라도 한 듯 뿌듯했다. “선택한 후보가 정말 훌륭한 정치인일까, 정치를 잘할까.” 꼭 지켜볼 작정이다. 처음 참정권을 행사한 만 19세 청년의 얘기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新국토기행] 함평천지가 나빌레라

    [新국토기행] 함평천지가 나빌레라

    나비와 한우의 고장인 함평군은 한반도의 서남단에 있는 전남도 서해안의 북서부에 자리잡았다. 동쪽으로 나주시와 광주시 광산구와 접해 있고 남쪽으로 무안군, 북쪽으로는 영광군과 장성군이 인접해 있다. 고속도로와 국도 등 교통 편의 시설도 좋아지면서 거리적 부담감도 훨씬 줄어들었다. 함평은 호남가(湖南歌) 첫머리가 ‘함평천지 늙은 몸이…’로 시작될 만큼 예부터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이름 높은 곳이다. 농경지가 많아 평온하고 풍요롭다. 또 비옥한 농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청정 갯벌이 선사하는 낙지와 숭어, 구제역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함평천지한우로 유명하다. 이렇듯 함평은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의 보고이다. 함평은 친환경농축수산업을 선도하면서 나비축제와 국향대전을 통해 군 단위의 한계를 넘고 있다. 최근에는 공정률 90%인 동함평일반산업단지 등 2500억원의 생산 효과가 기대되는 녹색산단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등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함평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볼거리 ●세계가 인정한 함평나비대축제 1999년 이래 매년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열리는 함평나비대축제는 전국 봄 축제 중 으뜸으로 손꼽히는 함평의 대표축제다. 올해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10일간 함평엑스포공원에서 열린다. ‘나비’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함평군은 ‘생태관광도시’, ‘친환경농업군’ 등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매년 30만여명이 찾는다. 나비축제는 온 가족을 위한 축제다. 아이들을 위한 야외나비날리기, 가축몰이, 미꾸라지 잡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큰 인기를 끈다. 재선인 안병호 함평군수가 단순한 축제를 넘어 경제축제로 지향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거듭, 나비축제는 대외적으로도 인정받는다. 세계축제협회에서 2011년 4개 부문 금상 수상, 2012년 7개 부문 수상 등 2년 연속 피너클어워드 분야에서 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세계축제협회로부터 ‘세계축제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최우수 축제로 선정됐다. 함평나비대축제는 금산인삼축제와 더불어 일몰제가 적용돼 앞으로 최우수 축제에 선정될 수 없어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순금 162㎏ 황금박쥐 빛나는 엑스포공원 나비대축제와 국향대전이 열리는 함평엑스포공원은 여름엔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자연생태관, 나비전시관, 황금박쥐생태관이 있다. 황금박쥐생태관은 693㎡ 규모로 멸종위기 희귀동물인 황금박쥐가 함평에서 서식하는 점을 활용해 박쥐의 생태체험 및 야생 희귀동물 보존 등을 알리기 위해 조성했다. 동굴처럼 디자인한 전시관과 함평 야산 동굴에서 162마리의 황금박쥐를 발견한 점에 착안해 만든 순금 162㎏의 황금박쥐 조형물은 세계에서 유일하다. 박쥐 분류와 생태, 박쥐의 응용분야 및 전통 속의 박쥐 등 박쥐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함평군립미술관과 주제관, 특별전시관 등도 관람할 수 있다. 엑스포공원을 껴안고 흐르는 함평천 생태하천에서는 봄에는 유채와 철쭉,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철 따라 아름다운 장관이 연출된다. 매년 10월 말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국향대전은 은은한 국화향기에 취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대표적인 가을축제다. 2014년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광역자치단체는 5억원, 기초단체는 3억원 이상 쓴 전국 395개 축제 가운데 국향대전은 투자 대비 가장 높은 78% 수익률을 거둬 평균 28.2%의 2.8배가량이나 됐다. ●666마리 양서·파충류 보금자리 생태공원 함평자연생태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랗게 똬리를 튼 황구렁이가 알을 품은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리잡은 커다란 뱀 모형 전시관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높이 16m, 너비 48m의 이 뱀 모형은 함평군이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양서·파충류 생태공원 전시관이다. 이곳은 8만 5000㎡의 부지에 연면적 2673㎡ 규모로 별관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2층의 전시관을 갖췄다. 능구렁이, 까치살모사 등 국내 종과 함께 킹코브라, 사하라살모사, 돼지코뱀 등 89종 666마리의 양서·파충류를 볼 수 있다. 특히 별관에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초록색과 노란색 애너콘다 2종 7마리가 보금자리를 틀었다. ●섬마을 선생님’ 한자락 흥얼거릴 안악해변 국민가수 이미자씨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세운 안악해변은 5월이 되면 월천방조제를 따라 수만 그루의 희고 붉은 해당화 꽃잎들이 옛 여인의 고운 치맛자락처럼 해풍에 살살 팔랑거린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다. 서정적인 분위기의 한적한 안악해변은 황혼 무렵의 해넘이가 일품이다. 함평만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무안 해제반도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이 짙은 감흥을 선사한다. 아름답게 조성된 해당화 꽃길을 따라 들어간 안악해변에 처음 발을 들여 놓으면 길이가 100m 정도 되는 은빛 백사장이 가장 먼저 눈에 보인다. 백사장을 에워싼 울창한 소나무 숲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줘 여름철 피서객들의 휴식공간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함평만 갯벌에서 나오는 싱싱한 숭어, 세발낙지, 보리새우 등은 여름철 미각을 돋군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까닭으로 깨끗하고 조용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매년 해변 개장 기간에는 바닷가의 솔밭과 바로 옆에 펼쳐진 너른 갯벌 속에 어린이 풀장을 만들어 무료 개방한다. 월촌 어촌계에서 660㎡ 뻘웅덩이에서 진행되는 뱀장어잡기행사 또한 흥미진진하다. 야유회나 친목회 등을 위해 축구장·족구장·배구장·농구장이 항상 열려 있다. 저녁에는 손전등만 가지고 지천에 깔린 게를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려 돌다리 원형 간직한 고막천 석교 일명 ‘똑다리’로 불리기도 하는 보물 제1372호인 고막천 석교는 우리나라 돌다리 원형을 가장 잘 간직했다. 고려 원종 14년(1273년) 고막대사가 도술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돌 자르고 짜 맞춘 솜씨가 뛰어나 선조의 기술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수 세기 동안 거센 물살과 태풍, 홍수도 이겨내고 옛 모습 그대로 버티고 있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中청사 재현한 함평 상해임시정부 청사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중국 상하이에서 조직된 후 활동하다 1940년 일제의 탄압을 피해 충칭으로 이전했다. 함평 상해임시정부청사는 중국의 청사를 그대로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책상, 침대, 각종 소품 등을 중국 현지에서 그대로 제작했다. 청사 1층 내부로 들어서면 임시정부 회의실과 빛바랜 태극기, 당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부엌과 화장실을 볼 수 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2층에 올라가면 조국 광복을 위해 애썼던 김구 선생의 집무실과 요인들이 근무하던 정부집무실이 있다. 3층에는 이봉창,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들이 임시숙소로 이용했던 침실을 재현했다. 임시정부 청사 옆에 있는 독립운동역사관에서는 그 시대 생활과 사회를 엿볼 수 있는 각종 사진과 기록들을 볼 수 있다. 당시 일제가 자행한 야만적인 고문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고문도구와 사진기록을 볼 수 있어 목숨을 걸고 우리나라를 되찾기 위해 힘쓴 독립운동들의 뜻을 되새길 수 있다. 청사 바로 옆 김철기념관은 호남을 대표하는 김철 선생의 애국정신을 재조명하고 호국충절 정신을 계승하는 교육의 장이자 문화의 장이다. 김철 선생은 백범 김구 선생과 함께 이봉창·윤봉길 의사 의거를 주도하고 김구·안창호 등과 시사책진회·한국독립당 등 독립운동 단체를 조직해 활동하다 1934년 중국 항저우에서 48세 일기로 타계했다. 임시정부 청사 뒤편에는 김철 선생의 부인 김씨가 “부군이신 선생께서 가족 걱정 없이 오로지 독립운동에 전념토록 하기 위해서는 죽는 길밖에 없다”고 결심하고 목을 매 자결한 단심송(또는 순절소나무)이 서 있다. >> 먹거리 ●나비만큼 ‘유명 인사’ 함평천지한우 요즘은 함평 하면 ‘나비축제’를 먼저 떠올리지만 원래 한우로 유명하다. ‘함평 큰 소장이 전남 소 값을 좌우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지금도 비교적 큰 규모를 유지하는 우시장이 있다. 함평에는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함평천지한우가 있다. 2006년부터 매년 우수축산물 브랜드로 선정됐다. 특히 우수축산물 브랜드 선정을 시작한 2005년 첫해를 제외하고 광주·전남 지역에서 매년 선정된 것은 함평천지한우가 유일하다. 함평군축협이 직접 만든 섬유질사료, 발효사료로 사육해 육즙이 풍부해 감칠맛이 나고 부드러운데다 담백해 최고급육으로 평가받는다. 이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생고기 비빔밥을 추천한다. 육회의 부드러움과 고소한 참기름이 어우러진 맛이 최고다. 철분과 칼슘이 풍부한 선짓국이 곁들여져 나오는 게 특징이다. 2008년 전국 최초 한우특구인 ‘함평 천지한우산업특구’가 내년까지 5년 더 연장돼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반도 마련했다. ●새끼 우렁이 농법으로 키운 함평 쌀 함평 쌀은 새끼우렁이 농법으로 키워 맛과 품질이 뛰어나 고품질 브랜드 평가에서 전국 2위를 달성했다. 4년 연속 총 8회에 걸쳐 전남 10대 고품질 브랜드쌀에 선정됐다. 서울과 광주 등 대도시 초·중·고에 학교급식으로 납품하는 등 친환경농업 입지도 굳히고 있다. 군은 단지별로 농가계약 재배로 우수한 종자를 보급하고 지속적으로 농가 재배교육, 기술지원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친환경농업 강화에도 힘써 3년 연속 친환경 농업 평가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친환경 농법 재배·엄선한 복분자 레드마운틴 함평은 다른 지역보다 일조량이 10% 정도 높다. 토양이 중성 또는 약산성으로 작물 재배에 적합하다. 이곳에서 자란 복분자 당도가 타지역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마운틴은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이 복분자를 엄선해 만든 복분자 와인이다. 1년 이상 클래식음악과 함께 숙성시켜 만들어 풍미 있고 감미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12도로 순해 여성들도 좋아한다. ●해외로 수출하는 단호박 함평은 전국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단호박 주산지다. 달콤하지만 칼로리가 낮은데다 비타민과 섬유소 등 영양분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요즘에는 전자레인지에서 5분 남짓 익혀 껍질째 바로 먹을 수 있는 미니밤호박도 영양간식 및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다. 일본·싱가포르·뉴질랜드 등에도 수출한다. ●세계 5대 갯벌서 채취한 낙지와 낙지 물회 함평지역은 리아스식 해안이 아름다운 곳으로 갯벌이 발달했다. 세계 5대 갯벌로 게르마늄이 함유된 함평만에서 잡히는 낙지는 신선함과 맛이 살아 있어 함평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낙지 물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즐겨 먹었을 정도로 일품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