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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이슈] 충북도,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 폐지 논의… 불교계와 ‘온도 차’

    [이슈&이슈] 충북도,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 폐지 논의… 불교계와 ‘온도 차’

    문화재 관람료에 대한 불만 여론이 거센 가운데 충북도와 보은군이 손을 잡고 국립공원 속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법주사의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추진해 결과가 주목된다. 4일 충북도와 보은군 등에 따르면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위해 도와 군, 법주사 등 3자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 첫 회의를 가졌다. 도는 내년 1월 폐지를 목표로 올해 말까지 협상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법주사 측이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이 변수다. 도는 문화재 관람료를 한푼도 받지 않을 경우 법주사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 도와 군이 일정 부분 손실을 보전해 주는 방안을 제안하기로 했다. 법주사의 1년 문화재 관람료 수입은 15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현재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는 성인기준 1명에 4000원이다. 법주사 내에는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18개와 충북도 지정문화재 21개 등 총 39개의 문화재가 있다. 문화재보호법에는 ‘문화재 소유자가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에게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고 관람료는 문화재 소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관람료를 소유자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보니 사찰마다 문화재 관람료가 다르다, 불국사 4000원, 화엄사 3500원, 해인사 3000원, 월정사 2500원 등이다. 현재 전국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사찰은 60여개에 이른다. 도가 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법이 보장하는 법주사의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추진하게 된 것은 침체된 속리산관광을 살리기 위해서다. 1980년대 한 해 속리산 방문객은 250만명에 달했지만 관광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2000년 120만명, 2007년 68만명, 지난해 60만명 등 해가 갈수록 급감하고 있다. 이승엽 군 관광정책팀장은 “다른 관광지에 비해 감소하는 폭이 무척 큰 편”이라고 말했다. 도와 군은 문화재 관람료가 폐지되면 속리산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유건상 충북도 관광항공과장은 “부산 도심에 위치한 범어사의 경우 2008년부터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했더니 18만명에 그치던 관람객이 1년 만에 100만명을 넘어섰다”며 “관람료 폐지는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속리산 일대 상인들은 문화재 관람료가 관광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이번 폐지 추진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우창제 속리산관광협회장은 “폐업한 채 방치된 숙박업소 등이 여러 곳 있다”며 “케이블카 설치와 함께 관람료 폐지는 속리산 일대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은이 지역구인 김인수 도의원은 “청주~상주 간 고속도로가 개통돼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다 한동안 관광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역경기가 최악”이라며 “손님이 없어 평일에는 대로변 식당들만 문을 열고 뒷골목 식당들은 아예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법주사가 속리산 관광 활성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광활성화가 아니더라도 문화재 관람료는 일종의 ‘통행세’로 불리며 오래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 속리산의 경우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경북 상주시 화북면에 위치한 등산로를 이용하는 등산객은 공짜로 속리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들은 법주사 쪽으로 하산해 문화재도 그냥 볼 수 있다. 하지만 법주사 쪽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등산객들은 문화재를 구경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도 법주사 입구에 마련된 매표소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한다. 한 등산객은 “문화재를 보려고 온 게 아닌데 관람료를 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통행세와 같은 무분별한 관람료 징수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은 화북면 등산로의 한 해 이용객을 12만명으로 보고 있다. 군은 이 가운데 80% 이상이 문화재 관람료를 내기 싫어 화북면 등산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송까지 제기됐다. 강모씨 등 74명은 2010년 관람료를 징수하는 지리산 천은사를 상대로 통행방해 금지 등 청구소송을 제기,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도로 부지 일부가 사찰 소유라 해도 지방도로는 일반인의 교통을 위해 제공된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박모씨 등 105명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내 동일한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천은사가 박씨 등의 통행을 방해할 경우 천은사는 박씨 등에게 방해행위 1회당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2009년 경기도 동두천에서도 소요산 자재암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 반발하는 시민단체의 소송이 제기됐다. 이 갈등은 양측의 합의로 원만하게 해결됐지만 1심 법원은 “등산객에게 거둔 문화재 관람료를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법주사 측은 폐지 여부와 관련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문화재 관람료의 사용처 정도만 얘기할 뿐 연간 문화재 관람료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법주사 안춘석 종무실장은 “전체 문화재 관람료의 17%는 종단분담금, 30%는 종단 공동예치금으로 쓰고 나머지 53%는 사찰과 문화재보수 및 경비근무자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다”며 “문화재유지관리를 위해 관람료는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폐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종단 관람료위원회와 문화재청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행정적으로 진행된 게 아직은 없다”며 “현재로서는 폐지 여부와 관련해 법주사가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도와 군의 문화재 관람료 폐지 추진을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충북경실련 최윤정 사무처장은 “시민들의 불만이 큰 문화재 관람료는 폐지하는 게 맞다”며 “폐지를 하면 도와 군이 법주사의 손실금을 어느 정도 보전해 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법주사가 문화재 관람료의 연간 수입과 사용처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주사의 문화재 관람료 4000원이 적절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관람료를 문화재 소유자가 마음대로 정하도록 규정하는 문화재보호법도 손질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은의 상징인 법주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5교구 본사다. 신라 진흥왕 14년(553)에 의신조사가 창건했으며 절의 이름은 ‘부처님의 법이 머문다’는 뜻을 가졌다. 고려 공민왕, 조선 태조와 세조가 들른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수많은 탑 가운데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유일한 목탑인 팔상전(국보 제55호) 등이 자리잡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화려한 시절도 한 줌의 먼지로…화염 속 홀로 견딘 철불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화려한 시절도 한 줌의 먼지로…화염 속 홀로 견딘 철불

    남원 출신인 청계(靑溪) 양대박(梁大樸·1543~1592)은 아버지가 종3품 사헌부집의를 지냈지만 서자라는 한계로 벼슬길을 포기했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를 바탕으로 명산대천을 유람하고 시를 쓰면서 유유자적 살았다. 한편으로 낮에는 말타기와 활쏘기를 익히고 밤에는 병서를 읽었다. 남원부가 선조 16년(1583) 광한루를 중건하자 “십 년 안에 불타 버릴 테니, 성밑에 도랑을 파거나 진지를 쌓느니만 못하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의병 일으키고 허균 찬사받은 문인 결국 임진왜란이 일어나 영남 일대가 순식간에 왜군의 수중에 떨어지자 청계는 의병을 일으킨다. 그리고는 담양의병장 고경명을 흔쾌히 상장군(上將軍)으로 세우고 스스로는 부장(副長)으로 몸을 낮추었다. 이들은 임실 운암에서 왜군과 대적해 무려 1300급을 베는 대승을 거둔다. 하지만 청계는 음력 6월 무더위에 병을 얻어 진중에서 세상을 떠난다. 정조 20년(1796) 병조참서가 추증되고 충장(忠壯)이라는 시호도 더해졌다. 뛰어난 문학적 감식안을 자랑한 교산(蛟山) 허균(許筠·1569~1618)으로부터 ‘시를 안다’(知詩)는 찬사를 받은 청계가 지은 시는 1만편이라고도 하고, 1000편이라고도 한다. 남원부윤으로 있던 남언경이 시첩을 빌려 갔다가 왜란통에 잃어버렸다. 아들 형제가 외우던 70수 남짓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작품을 모두 모았지만 320편에 그쳤다. 청계에게 지리산은 고향의 어머니품이나 다름없다. 지리산을 유람한 것은 모두 네 차례인데, 명종 15년(1560) 섬진강을 따라 화개로 접어들어 쌍계사와 청학동, 신흥사, 의신사를 돌아본다. 5년 뒤에는 백장사를 거쳐 천왕봉에 올랐고, 선조 13년(1580)에는 연곡사에서 출발해 지리산 일대를 둘러봤다. 선조 19년(1586)에는 곡성 청계동을 출발해 운봉과 황산, 인월, 백장사를 거쳐 실상사와 군자사, 용유담을 지나 천왕봉에 오르는 지리산 유람에 나선다. 친구인 춘간 오적과 삼촌인 양길보에, 소리꾼 애춘, 아쟁과 피리 잡이 수개와 생이도 11일 동안의 여정에 동행했다. 이때 ‘두류산기행록’과 다음의 ‘폐허가 된 실상사 옛터’(實相寺廢基)를 비롯한 일련의 기행시를 남겼다. 흥망은 한결같이 참 사유의 지침이요/밝고 어두움은 천 겁 세월의 먼지네 용천(龍天)들도 또한 사라져 없어지고/금지(地)는 이미 잡목 숲이 되었네 이끼 낀 비석에는 글자 하나 남지 않았고/텅 빈 산에 불상만 혼자 앉아 있네 흐르는 시내 다정도 하여/울며 불며 가는 길손 전송하네 ●한국 선풍 발상지… 부도·부도비 등 보물도 10점 실상사는 신라 흥덕왕 3년(828) 창건된 것으로 전한다. 우리나라 선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구산선문(九山禪門)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세워졌다. ‘한국 선풍(禪風)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과장이 아니다. 중요한 문화재도 많다. 실상사 사역(寺域) 자체가 국가지정 문화재인 사적이다. 실상사를 창건한 증각대사 홍척의 부도와 부도비를 비롯해 보물도 10점에 이른다. 산내 암자인 백장암의 삼층석탑은 국보로 지정됐다. ●병화로 소실된 실상사… 옛 절터만 덩그러니 역사가 화려한 절이지만 ‘두류산기행록’에서 청계는 ‘실상사는 100년 전쯤 병화로 소실되었다고 하는데, 깨진 비석은 길옆에 쓰러져 있었고 전각은 모두 불타 버려 철불도 벌판의 대좌 위에 그저 앉아 있다’고 했다. 철불을 모신 약사전은 세조 14년(1468) 불탄 이후 효종 10년(1659) 중창됐고 숙종 27년(1701) 삼창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오늘날 실상사로 들어가려면 만수천에 놓인 해탈교를 건너야 한다. 만수천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발원하여 달궁계곡을 거쳐 남강으로 흘러들어 낙동강에 합류한다. 폐허가 된 실상사를 안타까워하는 길손을 전송하던 만수천 물길은 지금도 여전하다. 청계가 묘사한 대로 벌판에 덩그라니 앉아 있던 실상사 철불은 보물로 지정된 철조여래좌상일 것이다. 높이가 269㎝에 이르는 당당한 모습으로 2014년 해체 보수한 약사전에 모셔졌다. 지난해는 ‘지리산 생명 평화의 춤’이라는 후불탱도 새로 조성했다. 기존 불교 미술의 범주에서 완전히 벗어난 후불탱의 불모(佛母)는 동양화가 이호신이다. 이 화백은 “아프고 병든 이를 치유하는 약사여래와 ‘내 손이 약속이오’ 하던 어머니 마음을 품은 지리산 마고할멈의 만남을 시절 인연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화개장터와 운조루, 서천리 장승, 산천재 같은 의미 있는 주변 지역 모습도 담았다. 새 후불탱은 전통을 잃어버린 시대, 불교 미술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 또한 작지 않다. dcsuh@seoul.co.kr
  • [新국토기행] 춘향의 고장 남원… 광한루엔 연인들의 ‘사랑가’ 한 자락

    [新국토기행] 춘향의 고장 남원… 광한루엔 연인들의 ‘사랑가’ 한 자락

    전북 남원시는 예로부터 ‘천부지지 옥야백리’(天府之地 沃野百里)라고 했다. 천부지지는 하늘이 고을을 정해준 땅이라는 뜻이고 옥야백리는 넓고 비옥한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다는 의미다. 살기 좋은 곳으로 유명했던 것이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전북 5소경의 하나로, 고려시대는 남원부로, 조선시대에는 남원도호부로 전라도와 경상도를 아우르는 중요한 위치였다. 전북의 동남권으로 소백산맥과 노령산맥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동으로는 경남 하동, 남으로는 전남 구례, 북동부는 경남 함양과 인접해 있다. 춘향전의 무대로 역사의 숨결이 담긴 문화유산이 풍부하고 먹거리도 풍성하다.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을 끼고 있어 경관이 수려하다. 신명 나는 우리 가락 동편제의 본향이기도 하다. 현재 행정구역은 23개 읍·면·동(1읍 15면 7동)으로 구성돼 있고 인구는 8만 5000명이다. 볼거리 ●남한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지리산 지리산은 남한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산이다. 1967년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됐다. 해발 1915.4m의 천황봉을 중심으로 총면적이 440.4㎢이다. 능선의 길이가 동서로 40㎞에 이르는 거대한 산악군을 형성한다. 높이 1500m 이상 봉우리가 18개, 1000m 이상 봉우리는 40개나 된다. 큰 산줄기는 15개, 아름다운 골짜기가 20여개다.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피아골, 뱀사골, 칠선, 한신 등 4대 계곡은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한다. 국보와 보물을 간직한 대사찰과 수많은 암자가 지리산 자락에 안겨 있다. 화엄사, 쌍계사, 연곡사, 실상사 등 대사찰을 비롯해 많은 암자가 남아 있다. 문화재는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국보 12호)을 비롯한 국보 8점, 보물 56점이 있다. 800여종의 식물이 분포하고 400여종의 동물이 서식한다. 천연기념물은 반달가슴곰(329호), 수달(330호), 하늘다람쥐(328호) 등이다. 지리산의 절경은 필설로 다하기 힘들다. 무수히 많은 비경이 사시사철 펼쳐진다. 지리산 둘레길은 3개도(전북·전남·경남) 5개 시·군(전북 남원시, 경남 함양·산청·하동군, 전남 구례군)에 걸쳐 있는 274㎞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정겨운 숲길, 논두렁길, 마을길을 환형으로 연결한다. 남원시에는 둘레길의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4개 구간이 있다. ●춘향전 배경·한국 대표 누각 광한루원 남원은 춘향의 고향이자 춘향전의 발상지다. 광한루원은 춘향전의 배경이 된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원이다. 명승 제33호. 경회루, 촉석루,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에 들어갈 만큼 만듦새가 뛰어나다. 우리 선조들이 자연을 닮고자 하는 생각을 표현해 낸 정원으로 신선이 사는 이상향을 지상에 건설했다. 하늘나라 월궁을 광한루라 했고 그 아래 천상의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와 오작교를 놓았다. 오작교는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깃든 아름다운 돌다리다. 이곳에서 사랑을 약속하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신선들이 산다는 전설 속의 삼신산을 연못 가운데 조성했다. 전체적인 구성이 천체우주를 상징한다. 인간이 천상의 세계를 꿈꾸며 달나라를 즐기려고 지었다는 완월정을 비롯해 춘향사당, 춘향관, 월매집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그네 등 전통놀이 체험장도 다양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남원 상징물·위락시설 모인 관광단지 한국관광공사가 남원의 모든 상징물과 위락시설을 모아 놓은 종합관광단지다. 남원시 어현동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춘향전과 관련된 춘향테마파크, 춘향문화예술회관, 국립민속국악원, 남원향토박물관 등 문화시설이 들어서 있다.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전의 스토리를 따라 5개의 장으로 꾸몄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곳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전’ 세트장도 이곳에 있다. 단심정에서는 남원시를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숙박업소와 음식점도 잘 갖춰져 있다. ●천년 고찰 실상사와 중요 역사 유적들 남원은 역사를 품 안에 가득 채울 수 있는 여행이 가능한 지역이다.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민족정신이 응집된 역사의 고장이다. 천년 고찰 실상사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창건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선종 사찰이다. 백장암 삼층석탑(국보 제10호)을 비롯한 국가지정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만인의총은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 전투에서 순절한 1만명의 넋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이성계 장군이 왜구를 물리친 황산대첩비와 피바위, 유구한 세월을 버티며 그 옛날 영화를 말해주려 하는 만복사지는 빼놓지 말아야 할 유적이다. 이 밖에도 용담사 석불입상, 대복사 동종, 선원사 칠조여래좌상 등 많은 유적이 보존돼 있다. ●정겨운 우리 가락 울리는 동편제 본향 우리 가락과 관련된 볼거리도 풍부하다. ‘남원 가서 소리 자랑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남원은 국악을 낳고 소리를 키운 고장이기 때문이다. 춘향가, 흥부가 등 판소리 동편제 본향으로 국악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보고 즐길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 악성 옥보고는 지리산에서 거문고를 완성했다. 조선시대 가왕 칭호를 받은 송흥록의 생가도 보존돼 있다. 송흥록은 민속음악 가운데 가장 느린 진양조를 응용해 극적이면서 예술적인 판소리를 완성했다. 지방무형문화재 류명철씨의 전라좌도 남원농악관과 국립민속국악원이 있어 어딜 가나 정겨운 우리 가락과 풍류를 즐길 수 있다. 최명희의 장편 소설 ‘혼불’의 배경이 된 남원시 사매면 ‘혼불문학관’도 문학기행 코스다. 남원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먹거리 ●‘가을 보양식 으뜸’ 얼큰 구수한 추어탕 남원 먹거리의 으뜸은 추어탕이다. 광한루원 주변에 추어탕거리가 형성될 정도로 유명한 토속 음식이다. 남원 추어탕이 유명한 것은 섬진강 지류인 요천 등 청정 하천 곳곳에서 미꾸라지가 많이 잡혔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추수가 끝나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미꾸라지를 잡아 시래기와 토란대를 넣고 끓여 먹은 전통음식이다. 추어탕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새집’ 등이 각기 다른 조리법과 맛을 보여준다. 추어탕은 가을 미꾸라지를 최고로 친다. 미꾸라지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이면 몸속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하기 때문이다. 여름 더위에 지친 원기를 회복시켜 주고 추운 겨울을 든든하게 버틸 힘을 주는 보양식으로 통한다. 남원 추어탕은 미꾸라지와 시래기 등으로만 시원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된장, 들깨 불린 물, 다진 양념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다. 미꾸라지는 길이가 짧고 몸통이 동글동글한 ‘동글이’를 고집한다. 맛이 좋고 비린내가 적다. 지리산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추어탕 전용 무청도 남원 추어탕의 맛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입맛에 따라 향신료인 제피가루(초피가루)를 뿌려 먹는 것도 특징이다. 추어튀김, 추어숙회도 유명하다. ●‘탱글탱글 감칠맛’ 흑돼지 버크셔K 남원에서 생산되는 흑돼지는 ‘버크셔K’라는 특별한 품종이다. 미국계 버크셔 품종을 들여와 한국 기후에 맞게 육종했다. 2004년 미국에서 유전자원을 도입·개량해 국제식량기구(FAO)에 새로운 품종으로 등재했다. 해발 500m 고랭지에서 기르기 때문에 일반 돼지보다 육질이 부드러우면서 씹는 맛이 고소하다. 탱글탱글한 육질에 부드럽게 녹는 듯 씹히는 비계의 식감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낸다. 백색 돼지와 달리 근섬유의 단면적이 작으면서 수가 많아 촉촉하면서 탄력 있는 식감을 주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비계도 다른 돼지에 비해 수분이 20% 정도 적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부드럽고 잡내가 없다. 운봉읍 등 4개 읍·면 흑돼지 사육농가들이 생산하고 있다. 농가들은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법인을 설립하고 공동출하, 공동판매를 하고 있다. 관광산업과 연계시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리산 나물 풍성’ 한정식·산채정식 남원은 예로부터 음식이 발달한 맛의 고장이다. 지리산을 끼고 있어 다양한 산채가 연중 생산되고 남해안에서 건져 올린 생선류도 전라선을 타고 곧바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한정식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30여 가지의 반찬이 상을 가득 채운다. 고기와 생선은 물론 나물류가 다양하다. 무·배추·파·고들빼기, 물김치 등 여러 종류의 김치와 꼬막, 새조개, 굴 등 다양한 어패류가 상에 오른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얇게 저며 석쇠에 구운 숯불구이가 유명하다. 산채정식은 지리산에서 채취한 향기로운 산나물이 주재료다. 고사리, 취, 미나리, 도라지, 뽕잎, 시래기, 명이, 쑥부쟁이, 곰취, 곤드레, 비비추, 원추리, 땅두릅, 엄나물, 두릅 등을 데치고 말려 고소하게 볶아낸다. 남원시 근교는 물론 지리산 자락인 주천면 고기리 일대에 산채정식 집들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건배 전통주 ‘황진이’ ‘황진이’는 각종 주류 품평회에서 크고 작은 상을 휩쓴 전통주다. 지리산 자락 농가에서 빚어 오던 오미자 약주를 발굴 계승한 순수 발효주다. 2006년 남북정상회담 건배주, 2007년 전통주품평회 대상, 2007년 제1회 대한민국주류품평회 금상, 2013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대상 등 화려한 수상 이력을 자랑한다. 청정지역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한 오미자와 산수유를 쌀과 누룩으로 발효시켜 빚는다. 깊고 풍부한 맛, 환상의 붉은색이 조화를 이뤄 남녀 모두가 즐겨 찾는 남원의 대표 전통주로 통한다. 남원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김영탁의 시식남녀] 시인은 속초 물소리 속으로 들어갔다

    [김영탁의 시식남녀] 시인은 속초 물소리 속으로 들어갔다

    물소리를 아시는지. 설악에서 발원하여 산과 계곡을 타고 논밭을 적시며 냇가를 이루다가 속초 앞바다까지 흐르는 물이 내는 소리. 그 소리엔 고 이성선 시인의 음성이 흘러내리는 듯하다. '구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산길을 걸으며/ 내 앞에 가시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들의 꽃 피고 나비가 날아가는 사이에서/ 당신 옷깃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당신 목소리는 거기 계셨습니다/ 산안개가 나무를 밟고 계곡을 밟고 나를 밟아/ 가이없는 그 발길로 내 가슴을 스칠 때/당신의 시는 이끼처럼/ 내 눈동자를 닦았습니다// 오래된 기와지붕에 닿은 하늘빛처럼/ 우물 속에 깃들인 깊은 소리처럼/ 저녁 들을 밟고 내려오는 산그림자의 무량한 몸빛/ 당신 앞에 나의 시간은 신비였습니다// 돌담 샘물에 떨어진 배꽃의 얼굴을 보셨습니까/ 새벽 산에서 옷을 벗는 새벽빛을 보셨습니까/ 당신은 나의 길을 이렇게 오십니다// 산사로 향한 따뜻한 길처럼/ 하늘에 새 날려 보내고 서 있는 나무처럼/ 내 앞에 당신은 그렇게 계십니다'(이성선의 '당신이 나를 스칠 때') 강원도를 향해 가는 두 시간 남짓으로 짧아진 그 길 위에서 왜 문득 이성선 시인이 떠올랐을까. 늘 말이 없던, 서늘한 물 안에 따뜻함을 가졌던 시인. ‘물소리시낭송회’에서 만났던 게 족히 20년은 되었을 터. 그때 그에게 느낀 건 물의 이미지였다. 잡아도 잡히지 않는 그의 손이 그랬고 말이 그랬고 음성이 그랬다. 그렇게 흐르는 물과 늘 함께했던 은자(隱者) 최명길 시인의 온화한 미소가 떠오른다. 고 이성선 시인이 세상을 뜨고 난 이후 속초의 산과 물을 지키는 이였다. 그 역시 이성선 시인의 뒤를 따라 2014년 5월 백두대간 심연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설악산에 걸린 흰 구름 조각/ 그가 내게 보낸 편지인가/ 내용은 날아가 지워지고/ 지워지다 한 줄만 남아 청봉에 걸려 있다'('구름편지') 고 최명길 시인과 시를 생각하면 은자와 미륵이라는 이미지가 겹쳐진다. 생전에 숨어있곤 하는 그를 찾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연락이 되다가 한동안 연락이 두절되기 일쑤다. 미륵 같은 그의 미소를 생각하면 그냥 기다리는 게 상책일지 모를 일이다. 그러다 바람에 실린 물소리를 타고 문득 나타나 평화로운 미소를 말없이 건넬 것 같은 부질없는 생각이 든다. 20분 가량 늦게 도착한 버스가 속초 동명동 터미널에 멈추니 최근에 시집 '바람의 독서'(황금알)를 펴낸 채재순 시인과 부군인 최재도 극작가가 마중을 나왔다. 이곳은 무슨 몬스터인지, 괴물인지를 사냥하겠다며 전국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명소가 됐다지만 새삼스러운 일이다. 속초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그 자체로 시(詩)와 식(食)의 명소다. 곤드레밥상을 한상 앞에 앉으니 이미 건강해진 기분이다.척박하고 부족한 농토에 산이 많은 데서 난 감자와 산나물이 시대를 돌고 돌아 이제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밥상을 압도하는 무쇠돌솥의 곤드레밥은 묵직하고 튼실한 강원도의 힘이다. 슴슴한 간장을 넣어 비빈다. 비빈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고, 나물 반찬을 입맛대로 젓가락으로 당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채재순 시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식량이 모자라 늘려 먹던 시절에는 곤드레 나물을 많이 넣고, 쌀을 조금 넣어 죽이나 밥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허기를 기신기신 때워야 했던 곤드레밥이 이제 어엿한 건강식이 됐으니 세상의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텃밭에서 금방 따온 나물이나 채소로 만들어낸 음식들은 마음을 살찌우는 밥상을 만들어낸다. 이 집에서 곤드레 밥상을 앞에 놓고 축하할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종종 이야기와 정에 취해 있곤 한다. '산 중 솔바람과 구름이 안으로 들어오네/ 곤드레 꺾어 한 아름 안기던 친구의 얼굴 아른거리고/ 그윽한 이야기와 정에 취해 빙그레 웃음이 이는 오후/ 눈동자엔 산나리 피어나고, 마음 가득 퍼지는 산내음'(채재순 '곤드레밥') 솔바람과 구름까지 끌어당겨 비벼 내놓았으니 참 맛나겠다. 거기에 곤드레를 보내온 친구까지 끌어온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청정무구한 밥이 이루어진다. 낙산사 양양에서는 뭐든지 주면 먹어라 양양으로 가는 길목 해맞이 공원에 들려서 황금찬 시인의 '설악의 아침'시비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요즘 노 시인은 자주 고향 속초를 찾는다고 했다. 몇 년 전에 아들 황도제 시인이 세상을 뜨고 난 후, 수유리 마을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났다. 조금 야윈 듯한, 쓸쓸한 모습이 눈에 밟혀왔다. 황도제 시인이 세상을 뜨기 전 공간시낭송에서 함께 시낭송을 하고 뒤풀이 때 소주 한잔 하면서 시집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가 세상을 뜨고 난 이틀 후에 그의 '겨울새가 물어온 시 한 편'시집이 도착했다. '별이 묻어나는 이슬과의 이별/ 가을은 겨울을 예감하였다./ 시를 모르는 짐승/ 두려움에 떨었다.// 그런데/ 눈이 내렸다./ 겨울새가 물어온 시 한 편/ 꽃보다 아름다운 눈/ 희고 고운 서정시였다' 2009년 1월이었다. 설악 소공원을 소요할 때는 어둑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해맞이 공원에 오고 나니 아직 해 떨어지려면 한참 남았다. 일행은 낙산사와 홍련암을 향하여 차를 몰았다. 낙산사는 신라 화엄종의 종조인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동해의 명산인 오봉산에 창건한 사찰이다. 낙산사라는 사찰명은 관음보살이 상주하는 보타낙가산補陀洛迦山에서 유래한 것이다. 대표적인 관음도량으로서 우리 민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간직된 사찰로 인정되어 2009년 사적 제495호로 지정되었다. 홍련암 및 의상대 주변 해안 일대가 독특하고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보유하고 있어 2007년 명승 제27호로 지정되었다. 창건 이래 여러 차례 걸쳐 화재와 전쟁 등으로 파괴와 중건이 계속되었다. 858년 범일국사의 중창 이후 몽골군 침입,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파괴된 것을 그때마다 재건하였다. 특히 2005년 4월 5일 양양지방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보물 제479호였던 낙산사 동종이 녹아내리고, 원통보전을 비롯한 많은 전각이 소실되었다. 불길에 재만 남은 흔적 위에 불심은 불처럼 일어나 낙산사는 다시 새살이 돋아나고 있다. 양양 뚜거리탕과 은어 낙산사 문을 나서자 벌써 밤기운이 몰아왔다. 수미산을 떠나 환속한 세속의 밤은 반짝이는 전기 불빛이 현실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었다. 양양에서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기다리고 있는 시인들과 음식 때문일 것이다. 양양 '강촌식당'에 도착했다. 시인들의 단골집이었다. 잠깐 헤어졌다가 미리 와서 기다린 노금희 시인이 반갑다. 이곳 양양에서 태어난 노 시인은 이곳에서 직장생활 하며, 결혼해 살면서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오면 통과의례같이 한 번씩 먹는 음식이 뚜거리탕이라고 한다. 뚜거리, 뚝저구, 꾹저구 등 동해안의 마을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 이 민물어종은 돌과 모래의 색깔과 비슷한 보호색을 가지고 있는 어종이다. 작지만 아귀를 닮은 입만 커서 못 생겼지만 맛이 좋다고 한다. 양양에서는 뚜거리라 하는데 보드랍게 갈아 만들거나, 혹은 통째로, 또 툭툭 썰어서 끓인다. 여기에 고추장과 막장(해풍에 익은 구수한 강원도 토속장)을 적절히 맞춰 섞어서 끓인 후 수제비를 넣거나 부추, 파를 밀가루에 살짝 버무려 함께 한소끔 끓여내는 음식이다. 자주 접하는 추어탕이나, 섭국(홍합국), 뚜거리탕 모두 장맛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음식이니 집집마다 손맛을 가늠케 하는 음식이다. 최명길 시인이 생전에 무거운 입을 열어 칭찬했던 뚜거리탕을 한 숟가락 떠서 먹어 보니 아득한 느낌이다. 70년대 배고팠던 가난한 냄새가 난다.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 오면 정성 어린 손길로 해주는 어머니 음식이다. 청정무구한 뚜거리와 쫀득한 수제비의 감촉에 더해 토속장이 배어 있는 질감은 눈이 감길 정도다. 주인공인 뚜거리와 찬조 출현하는 파와 부추 등속이 적절하다. 과장이 되겠지만 여기서 석 달 정도 살면서 뚜거리탕만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 은어는 섬진강에서도 많이 살지만, 양양 남대천으로 회귀해 올라온다.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와 물살 빠른 하구에 서식하는 일년생 회귀 어족이 은어다. 은어는 맑은 물에 서식하며 돌의 이끼를 먹고 자란다. 은어는 회, 구이, 튀김, 조림, 탕 등 여러 가지 요리법이 있다. 단백질이 풍부한 은어, 자연산만 쓰는 이곳 양양 남대천의 은어 요리는 귀한 재료임에 비해 비교적 값이 싸다. 제철이 아니면 회를 먹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잡은 후 급속냉동을 시킨다고 하니 회를 제외한 어느 요리도 사철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뚜거리탕을 먹고 나니 은어 튀김이 들어왔다. 은어 튀김은 입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빙설이 녹듯 사라졌다. 비린내나 기름 냄새는 흔적도 없고 수박향이 은은하다. 너무 빨리 입속에서 사라지는 은어는 투명한 몸 때문일까. 양양의 은어 튀김은 만년빙설이다. 어려서부터 남대천을 끼고 살아온 양양 남자들의 은어낚시와 뚜거리 잡는 일은 인이 박힌 추억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 어린아이가 오십이 넘어 늙고 늙어서도 남대천을 서성거린다고 한다. 봄이면 민물 벚굴과 재첩을 채취하고, 황어와 은어, 가을에 연어까지 고향을 찾아 남대천으로 돌아온다. 양양의 시인들은 여름이면 멱을 감고 율구(해당화 열매)로 간식을 대신하고, 남대천에서 은어와 뚜거리, 지금은 사라진 칠성장어와 함께 놀았다고 한다. '남대천 유유히 흐르다 멈칫,/ 사람들 품에 흘러들었다/ 뚝배기의 붉은 기운, 어머니의 품'(노금희, '뚜거리탕') 뚜거리탕을 감싼 뚝배기는 어머니 품이 되었다. 넉넉하고 따뜻하다. 간밤 허기진 배를 달래는 때늦은 아침, 혹은 이른 점심. 식사가 시작되기 전 반지르르한 감자전이 식탁에 놓였다. 양은술잔의 구기자 막걸리가 식욕을 당긴다. 다들 허기진 뒤라 조용한 가운데 먹는 데 열중이다. 식탐일까 마는 그래도 배고픈 건 어쩔 수 없다. 황태구이가 상위로 올라오자 구기자 술이 더 당긴다. 고성의 김진희 최문석 최광호 백형태 황연옥 시인 등이 자리에 합류했다. 산채비비빔밥이 들어왔다. 강원도 산나물이 오늘 여기 다 모여서 우리 몸과 함께하게 되었다. 정갈하고 담백한 비빔밥을 모두 다 비운 식객들은 배를 두드리고 있다. 그래도 구기자 막걸리는 잘 들어간다. 속초는 포켓몬인지, 무슨 괴물인지 아니라도 속초는 이리 맛있다. 글·사진 김영탁 시인 tibet21@naver.com
  • 조선경국전·정조 어찰첩 보물 지정

    조선경국전·정조 어찰첩 보물 지정

    조선시대 법전의 토대가 된 ‘조선경국전’, 정조가 신하에게 보낸 임금의 편지 ‘정조 어찰첩’ 등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30일 ‘조선경국전’, ‘정조어찰첩’, ‘부산 복천동 출토 금동관’, ‘양산 금조총 출토 유물 일괄’, ‘고창 문수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고창 문수사 목조지장보살좌상 및 시왕상 일괄’, 서울 양천구 본각사에 있는 ‘묘법연화경 권5~7’, 서울 은평구 심택사가 소장한 ‘묘법연화경 권4~7’, ‘봉화 청량사 건칠불’ 등 9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조선경국전은 조선의 개국 공신인 정도전이 1394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의 통치 방향을 정리한 책이다. 개인이 편찬한 서적이지만 후대에 조선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의 모체가 됐다. 정조 어찰첩은 조선 후기 르네상스를 이끈 군주인 정조가 1796~1800년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 300통으로, 대부분 정사(政事)와 관련된 내용이어서 당시 정국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또 한글과 이두식 표현, 속담과 구어 등 실용적 문체가 사용돼 조선시대 서간문 연구에도 도움이 되는 자료다. 한편 제작 연대 논란에 휩싸였던 통일신라 시대 불상 ‘청량사 건칠불’은 4년 만에 다시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2009년 청량사가 보물 지정을 신청해 2012년 보물로 예고됐으나 20세기에 통용된 제작 기법으로 만들어졌다는 반론이 제기돼 지정이 보류됐다. 문화재청이 최근 미국 베타연구소에 의뢰해 건칠불 안쪽에 있는 직물의 절대연대를 분석한 결과 직물 제작 시기가 8~9세기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나와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진해운 추가지원 불가…법정관리 밟으면 대한항공 8000억↑ 손실

    한진해운 추가지원 불가…법정관리 밟으면 대한항공 8000억↑ 손실

    한진해운이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자금 지원을 못 받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물론 대주주인 대한항공의 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이 주축이 된 한진해운 채권단은 30일 만장일치로 추가 자금 지원 불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기존 채무는 모두 동결돼 한진해운이 발행한 무담보 회사채를 가진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자칫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영구채 제외)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모두 1조 1891억원이다. 공모사채가 4210억원, 사모사채가 7681억원 규모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전체 회사채 중 개인 투자자 보유액은 600억원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진해운 회사채 투자자 현황을 파악해 봤더니 개인 비중이 낮고 기관도 한 곳으로 쏠린 것이 아니라 분산돼 있어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투자가 중에선 신용보증기금(신보)의 손실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관측된다. 신보는 한진해운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4306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에 대해 보증했다. 한진해운의 채권가격은 현재 2700~2900원대로 액면가(1만원)의 3분의1도 안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지분 33.2%를 보유한 대주주 대한항공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되면 대한항공 손실액은 한진해운 잔여지분 손상차손 4448억원, 신종자본증권 손상차손 2200억원, 영구 EB TRS 차액정산 1571억원 등 모두 8219억원에 달한다. 나중에 한진해운이 상장폐지돼 주식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고 가정하면 대한항공은 보유지분에서 1634억원의 추가손실이 날 수 있다. 이를 항목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2814억원의 손실분을 더하면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지분 손실 규모는 4400억원대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보유 주식을 한진인터내셔널 차입금(4400억원 상당) 관련 담보로도 제공한 상태여서 담보 자산 훼손으로 추가 담보를 내놔야 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 은행 등 채권자가 대한항공에 한진해운 주식 대신 다른 담보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뉴에서 “채권자가 4000억원대 상당의 추가 담보물을 요구하면 대한항공은 자산 매각 등 다른 자구 방안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은 대한항공 재무 상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선경국전, 정조어찰첩 보물 된다

    조선경국전, 정조어찰첩 보물 된다

     조선시대 법전의 토대가 된 ‘조선경국전’, 정조가 신하에게 보낸 임금의 편지 ‘정조 어찰첩’ 등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30일 ‘조선경국전’, ‘정조어찰첩’, ‘부산 복천동 출토 금동관’, ‘양산 금조총 출토 유물 일괄’, ‘고창 문수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고창 문수사 목조지장보살좌상 및 시왕상 일괄’, 서울 양천구 본각사에 있는 ‘묘법연화경 권5~7’, 서울 은평구 심택사가 소장한 ‘묘법연화경 권4~7’, ‘봉화 청량사 건칠불’ 등 9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조선경국전은 조선의 개국 공신인 정도전이 1394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의 통치 방향을 정리한 책이다. 개인이 편찬한 서적이지만 후대에 조선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의 모체가 됐다. 정조 어찰첩은 조선 후기 르네상스를 이끈 군주인 정조가 1796~1800년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 300통으로, 대부분 정사(政事)와 관련된 내용이어서 당시 정국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또 한글과 이두식 표현, 속담과 구어 등 실용적 문체가 사용돼 조선시대 서간문 연구에도 도움이 되는 자료다. 한편 제작 연대 논란에 휩싸였던 통일신라 시대 불상 ‘청량사 건칠불’은 4년 만에 다시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2009년 청량사가 보물 지정을 신청해 2012년 보물로 예고됐으나 20세기에 통용된 제작 기법으로 만들어졌다는 반론이 제기돼 지정이 보류됐다. 문화재청이 최근 미국 베타연구소에 의뢰해 건칠불 안쪽에 있는 직물의 절대연대를 분석한 결과 직물 제작 시기가 8~9세기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나와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수억원대 공천 헌금’ 박준영, 첫 재판서 혐의 부인

    ‘수억원대 공천 헌금’ 박준영, 첫 재판서 혐의 부인

    수억원대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반정우) 심리로 30일 열린 박 의원의 첫 공판에서 박 의원 측 변호인은 “제기된 모든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박 의원은 4·13 총선을 앞두고 신민당 전 사무총장 김모(62)씨로부터 공천 헌금 명목으로 세 차례 총 3억 5천20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박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한 홍보업체로부터 선거홍보물 8천만원 상당을 납품받고도 선거관리위원회에는 3400만원으로 지출 비용을 축소 신고하고, 20대 총선 당일 574명에게 선거 운동 관련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도 받는다. 변호인은 “박 의원은 김씨로부터 신당 창당을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신민당 창당준비위원회 자문단장인 김씨가 스스로 돈을 사용한 것이지 박 의원에게 지급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 2차례 김씨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2억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박 의원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김씨가 건강식품이라고 박 의원의 배우자에게 건넸고 이를 다시 사무소 관계자에게 전달했다”며 “건네받은 관계자가 박 의원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고 선거자금으로 일부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러한 금품이 오간 것이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과 관련성이 있다는 검찰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박 의원은 김씨와 비례대표 관련해서 어떠한 이야기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홍보물 제작 지출 비용을 축소 신고 한 것에 대해서도 박 의원이 전혀 보고를 받지 못했고 이후 박 의원의 보좌관이 홍보업체에 2천만원의 미지급 대금을 준 것은 홍보업체가 돈을 주지 않으면 시위를 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총선 당일 문자메시지 발송과 관련해서는 “선거를 도와줬던 사람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낸 것인데 선거 운동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는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법정에서 “창당을 준비할 때 김씨가 가장 먼저 찾아와 도움을 줬고 후원회장을 맡겠다고 자청했다”며 “선거 운동을 하는 동안 돈이 없으면 빌려 쓰고 합법적으로 갚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법정 밖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며 “재판을 충실히 받겠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 의원을 포함해 6명 등을 불구속 기소하고 회계책임자 김모(52)씨 등 4명을 구속기소 했다. 이날 열린 다른 재판에서 검찰은 김씨로부터 돈을 받아 보관하고 사용한 혐의를 받는 박 의원 선거사무소 관계자 정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총선, 정당보다 인물

    지난 4월 13일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후보들이 정당 및 정책보다 자신의 이름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천 잡음으로 정당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 따른 선택으로 분석된다. ●공천파동으로 불신 커 당명은 숨기고 29일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학술지 ‘한국정치연구’ 최근 호에 이정희 이화여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선거 공보물에서 후보자 이름은 평균 14회, 정당 이름은 평균 6회 등장했다. 연구팀이 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 포털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제외한 253개 선거구의 모든 선거공보 933개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다. 공천 잡음으로 정당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후보자들은 정당명보다 자신의 이름을 강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인물·정책·매체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도 90%가 넘는 후보자들이 선거공보에서 주로 인물이나 추상적인 가치를 강조했다. 새로운 변화, 물갈이, 더 나은 사회 구현 등 추상적인 문구를 내세운 후보자가 약 46%, 인물을 강조한 후보자가 약 45%였다. 반면 정책을 강조한 경우는 7%에 불과했다. 정책 대결이 사실상 없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책을 강조하는 후보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여전히 정책 선거가 자리잡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보다 연예인과의 친분 강조 많아 공보물에서 대통령과 친분을 강조한 비율은 11.3%, 당 대표 및 선거대책위원장은 21.8%였다. 연예인 등 유명인(28.1%)이나 일반시민(83.1%)과 친분을 강조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선거공보에 이름을 자주 언급하면 득표율에 긍정적이었지만 당명을 자주 거론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책 중에는 정권심판이나 정치개혁보다 교통정책이나 교육정책 등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한 편이 득표에 도움이 됐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숨겨진 책을 찾아라!”…포켓몬 대신 책찾는 게임 화제

    우리나라에서도 시도해 볼 만한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 게임이 나왔다. 최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벨기에의 초등학교 교장인 에블린 그레구아르가 개발한 '책 찾기 게임'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바일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이 게임은 인기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잘 알려진대로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AR)과 위성위치항법(GPS)을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실제로 거리를 다니며 포켓몬을 잡는 게임이다. 그러나 벨기에 초등학교 교장이 거액의 개발비가 드는 게임을 개발했을리는 만무하다. 그레구아르판 '책찾기 고' 서비스는 이렇다. 먼저 페이스북에 '책 사냥꾼'(Chasseurs de livres)이라는 그룹을 개설한 그는 이곳에 시내 곳곳에 숨겨진 책을 찾을 수 있는 힌트 사진을 올렸다. 곧 책이 숨겨진 장소를 알 수 있는 사진을 올려 누군가 '보물'을 찾을 수 있게 한 것. 페이스북 계정은 이를 안내해주는 소통 창구인 셈으로 누구든지 자신의 책을 올려 게임에 동참할 수 있다. 몇주 전 개설된 이 계정에는 곧 4만 명이 가입해 서로서로 책을 숨기고 찾는 게임을 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레구아르 교장은 "내 책장을 정리하다 보관할 장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포켓몬 고 게임을 하며 아이들과 놀아본 경험이 있어 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숨겨진 책들은 동화책부터 공포소설까지 다양하다"면서 "아침 산책 중에 책을 찾는 것이 일과가 된 사람도 있다"며 웃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성추행 예방에 나선 대구경찰 버스 정류장에 홍보물 설치

    성추행 예방에 나선 대구경찰 버스 정류장에 홍보물 설치

    경찰이 이색 홍보물로 몰래카메라 촬영과 성추행 예방에 나섰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몰래카메라와 성추행 예방을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버스 정류장에 홍보물을 설치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우선 대구 서구 내당동 광장코아 앞 버스정류장에 성범죄 예방 홍보물을 설치했다. 대구 지하철 1호선이 통과해 시내버스 환승객이 많은 곳이다. 경찰은 지하철, 시내버스 안에서 다른 사람 신체를 만지거나 몰카로 신체 특정 부위를 촬영하는 게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확산하려고 이를 형상화한 클레이 인형(찰흙 공예품)을 만들어 비치했다. 또 정류장 벽면을 ‘경찰이 범죄행위를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가 담긴 포스터로 꾸몄다. 이성균 홍보계장은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성범죄 예방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하려고 이색 홍보물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에서 발생한 몰카 범죄는 2011년 46건에서 지난해 460건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대중교통이나 노상에서 발생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검찰,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구속영장 청구…“3억 뇌물 최종 수혜자”

    검찰,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구속영장 청구…“3억 뇌물 최종 수혜자”

    인천지검 특수부는 26일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교육감은 지난해 인천의 한 학교법인 소속 고등학교 2곳의 신축 이전공사 시공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건설업체 이사(57)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돈을 직접 받은 인천시교육청 간부 김모(59·3급)씨와 이 교육감 측근 2명 등 모두 3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시공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이들 사이에서 3억원이 오갈 무렵 이 교육감도 보고를 받고 관련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고 공범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구속 기소된 3명 중 한 명으로부터 “당시 이 교육감에게 (3억원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문제의 3억원이 2014년 교육감 선거 당시 진 빚을 갚는 데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교육감 측은 선거 당시 홍보물 제작 등에 쓴 전체 선거비용 중 수억원을 외상으로 결제했다. 선거가 끝난 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비용 보전을 받은 후에도 외상금을 갚지 못할 상황이 되자 자금을 담당한 캠프 사무장이 부천에서 요식업을 하는 사업가로부터 3억원을 이 교육감 이름으로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육감 참모들은 지난해 이 사업가에게서 “빌린 돈을 갚으라”는 압박을 받자 건설업체로부터 3억원의 뇌물을 받아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교육감은 뇌물로 제공된 3억원의 최종 수혜자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미 구속된 공범 3명과의 형평성도 고려해 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지난 24일 오전 검찰에 소환돼 14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으나 3억원이 오간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교육감 구속 여부는 오는 29일 오후 2시 30분 영장실질심사를 거친 뒤 결정된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10년 보물찾기…호주 남성 ‘2억 넘는 금덩이’ 발견

    10년 보물찾기…호주 남성 ‘2억 넘는 금덩이’ 발견

    호주에서 한 남성이 우리 돈으로 2억 원이 넘는 4.1kg짜리 금덩이를 발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5일(현지시간)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州) 센트럴빅토리아에 있는 골든 트라이앵글 인근에서 한 아마추어 금광 탐사자가 4.1kg짜리 금덩이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신원을 공개하길 거부한 이 남성은 발견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 금덩이에 ‘금요일의 기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금속탐지기 제조업체 마인랩에 따르면, 해당 금덩이의 가치는 25만 호주달러(19만 미국 달러)다. 이는 우리 돈으로 약 2억1000만 원에 해당한다. 놀라운 점은 그가 이 금덩이만 발견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하루 전날 같은 지역에서 255g짜리 테니스공 모양의 작은 금덩이를 발견했다. 그가 금덩이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마인랩의 주력 금속탐지기(GPZ 7000)를 사용하면서다. 그는 금속탐지기가 감지한 신호가 나오는 곳의 땅을 60cm 이상 파낸 끝에 금덩이를 꺼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땅을 약 30cm 팠을 때 무언가의 윗부분을 겨우 볼 수 있었다”면서 “처음에는 오래된 말굽과 같이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흙을 걷어내며 더 깊게 팠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건 오래된 철 조각이 아니었다. 인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거대한 금덩이를 발견한 것”이라면서 “이렇게 큰 금덩어리가 여전히 남아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주말마다 금속탐지기를 사용해 보물찾기를 해왔지만 동전 등 가치가 없는 것만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현재 금덩이는 은행 금고에 보관 중이며 경매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수익금은 예전부터 약속하고 함께 보물찾기를 다녀온 가장 친한 친구 부부와 나눌 것이라고 한다. 한편 호주에는 금이 나오던 금광 지역이 많아 이따금 금덩이가 발견되곤 한다. 지난해 또 다른 호주인은 멜버른에서 225km 떨어진 웨더번 근처에서 2.4kg짜리 금덩이를 발견했고, ‘페어 딘컴’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금덩이는 경매에서 13만3000달러(약 1억4000만원)에 팔렸다. 사진=마인랩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데스크 시각] 로마는 지중해에 선을 긋지 않았다/이기철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로마는 지중해에 선을 긋지 않았다/이기철 국제부장

    남중국해 남쪽의 스프래틀리군도의 5개 섬에 베트남이 로켓 발사대를 설치했다. 여기에 사정거리가 150㎞대인 이스라엘의 로켓 시스템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활주로와 항공기가 있는 중국 인공섬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고 로이터가 엊그제 보도했다. 베트남은 일전불사의 준비를 끝냈다. 남중국해에 중국은 9개의 선을 긋고 그 안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모래톱과 환초에 시멘트를 들이부어 만든 인공섬에 최신예 전투기와 조기경보기까지 수납할 수 있는 격납고를 건설 중이라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밝혔다. 이미 미사일과 전투기도 배치됐다. 이런 보도가 사실이라면 중국은 인공섬을 ‘불침 항모’로 바꾸고 있다. 군사력에서 밀리는 필리핀은 미국과 조약을 맺고 25년 만에 다시 불러들였다. 2012년 필리핀의 자존심인 바나나 35톤 분량이 중국 수출을 위해 나갔다가 통관을 못 해 부두에서 썩어 가는 일이 있었다. 통관 불허는 중국의 보복이었다. 필리핀의 요청으로 돌아온 미 해군 구축함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하는 동안 중국 군함이 팽팽하게 따라붙었다. 장병이 긴장할 정도의 위기가 몇 차례 있었다. 남중국해는 이제 가장 위험한 바다로 변했다. 남중국해 한가운데 참치는 중국 어부가 잡으면 중국산, 베트남 그물에 걸리면 베트남산, 필리핀 낚시에 잡히면 필리핀산이 됐다. 남중국해의 주인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20세기 초반까지는 인접국 모두가 공유하는 바다였다. 이런 바다에 금을 긋고 ‘내것 네것’으로 나눌 일이 아니다. 눈길이 닿는 끝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는 열린 공간이 바다다. 지난해 남중국해에서 세계 해상무역의 약 30%인 5조 3000억 달러어치의 상품이 오갔다. 수많은 나라가 이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90% 이상이 남중국해를 통과했다. 이곳에 포성이라도 울리는 날이면 우리 에너지의 수급은? 마냥 모르는 척할 수만 없는 문제라는 데서 심각성을 더한다. 중국은 고대 기록을 내세워 남중국해 대부분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지만 남중국해는 배타적 공간이 아니라 소통의 뱃길이었다. 문화와 종교가 오갔던 실크로드였다. 정화의 원정도 영토 정복이라기보다는 중국에 이익을 가져다주고 남방에서 보물을 가져오는 해상 교류였다. 신라 승려 혜초가 건너가고, 가야 김수로왕의 부인 허황옥이 건너왔을 문화 교류의 통로였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바다의 만리장성’을 긋고, 이웃 나라에 군사 근육을 과시하면 이를 문화와 무역이 흘러넘치던 통로로 이용했던 조상보다 못한 후손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과거 바다에 선을 그었던 적도 있었다.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1494년 토르데시야스조약을 맺고 세계 바다를 나눠 먹는 분할선을 그었다. 그 선을 긋고 난 다음 포르투갈은 쇠약해져 갔고, 스페인은 제해권을 영국에 넘겨 주고 말았다. 바다에 선을 긋지 않았던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됐다. 로마 역시 지중해에 선을 긋지 않았고, 천년의 영광과 함께 결국 지중해를 내해로 만들었다. 바다는 열려 있을 때 모두에게 공생의 길을 내 준다. 매캐한 화약 냄새와 핏발 선 민족주의 함성이 아른거리는 제국주의 패권 싸움에서 물정 모르는 주장이라도 어쩔 수 없다. chuli@seoul.co.kr
  • 일본서 보물급 ‘고려 거울걸이’ 발견

    일본서 보물급 ‘고려 거울걸이’ 발견

    일본 아이치현미술관에서 12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급 거울걸이(鏡架)가 발견됐다. 불교미술사를 전공한 최응천 동국대 교수는 아이치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기무라 데이조 컬렉션에서 높이 56.4㎝, 폭 42.1㎝인 고려 거울걸이를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거울걸이는 두 개의 사각 틀을 교차해 접고 펼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로, 고려 거울걸이는 국립중앙박물관에 3점, 국립전주박물관과 국립청주박물관에 각각 1점 등 5점밖에 없는 희귀한 문화유산이다. 연합뉴스
  • 주말 흥행1위 ‘터널’ 300만명 돌파

    주말 흥행1위 ‘터널’ 300만명 돌파

    올여름 국내 극장가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스크린에 걸린 한국 영화 ‘빅4’ 모두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밟는 진기록이 세워졌다. 15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재난 영화 ‘터널’(10일 개봉)은 12∼14일 관객 182만 270명(매출 점유율 40.4%)을 불러 모아 주말 흥행 1위에 올랐다. 터널에 매몰된 평범한 자동차 영업 사원이 벌이는 사투와 그의 구조를 둘러싼 터널 바깥 풍경을 그린 영화다. 이로써 좀비물 ‘부산행‘(7월 20일)을 시작으로 전쟁 첩보물 ‘인천상륙작전’(7월 27일)과 역사물 ‘덕혜옹주’(8월 3일)를 거쳐 ‘터널’까지 개봉 첫 주말 흥행 1위 바통이 차례차례 이어졌다. 경쟁작이 없었던 ‘부산행’이 개봉 첫 주말 가장 많은 321만 5748명을 동원했다. 이어 ‘터널’, ‘인천상륙작전’(179만 4808명), ‘덕혜옹주’(117만 382명) 순이었다. CJ엔터테인먼트(인천상륙작전), 쇼박스(터널), 뉴(부산행), 롯데엔터테인먼트(덕혜옹주) 등 국내 메이저 배급사가 성수기를 겨냥해 내놓은 텐트폴 영화(흥행 기대작)가 모두 인기를 끈 것은 드문 일이다. 가장 이례적인 흥행 레이스를 보인 것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덕혜옹주’. 개봉 첫날 1위의 기세가 주말까지 이어지는 게 보통인데, 선행 주자인 ‘인천상륙작전’과 할리우드 신작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밀려 3위로 출발한 ‘덕혜옹주’는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뒷심을 발휘했다. 지난 14일 기준 누적 관객은 ‘부산행’(1079만 1384명), ‘인천상륙작전’(622만 9731명), ‘덕혜옹주’(354만 9281명), ‘터널’(258만 553명) 순이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에서는 ‘부산행’이 5위를 차지하며 한국 영화 빅4 모두 톱5에 포진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이 이들 사이를 비집고 4위에 올랐다. 6위는 ‘터널’과 같은 날 개봉한 ‘국가대표2’가 차지했다. 한국 최초 여성 아이스하키 대표팀 이야기로, 수애와 오연수 등이 열연했으나 상대적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누적 관객 수는 40만 6502명. 홍지민 기자 icaus@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개·고양이 활용 임상실험 생쥐 실험보다 도움 클까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개·고양이 활용 임상실험 생쥐 실험보다 도움 클까

    신약 개발자나 생물학 연구자들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은 뭘까요. 바로 ‘쥐’입니다. 실제로 전 세계 동물실험의 97~99%가 쥐를 이용하고 있습니다.●세계 동물실험 97% 이상 쥐 이용 가장 큰 이유는 쥐 한 마리 값이 2만~3만원 안팎으로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이한 유전자를 지니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쥐는 수천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쥐는 주로 시궁쥐로 불리는 집쥐(rat)와 생쥐(mouse)인데 쥐를 실험에 많이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왕성한 번식력 때문입니다. 쥐는 한번에 5~10마리의 새끼를 낳고, 이들 2세가 다시 3세를 낳기까지 9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수백년에 걸쳐 이뤄져야 하는 후대에 대한 영향 실험을 1~2년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 임상실험에 쥐 대신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들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도 최근 ‘개나 고양이를 이용한 임상실험이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심층 분석을 내놨습니다. 일반적인 신약개발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쥐를 이용해 최초 신약 테스트를 한 뒤 원숭이 같은 대형 동물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하고 사람에게 임상실험을 하게 됩니다. 신약후보물질이 생쥐-대형동물-사람의 실험 과정을 거쳐 시장에 출시될 때까지 평균 16년 이상 걸리고 20억 달러(약 2조 2090억원) 정도의 연구비가 투입되는데도 약으로 만들어져 환자에게 도달하는 것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항암제의 경우 쥐에게 효과가 있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사람에게 사용 허가를 받은 것은 11% 정도에 불과합니다. 암을 금방이라도 정복할 것처럼 알려진 물질들이 수 없이 쏟아지다가도 대개 조용히 사라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려동물을 임상실험에 쓰자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쥐보다 고양이나 개가 사람이 앓는 질병을 더 잘 드러낸다고 주장합니다. 인간과 똑같은 환경에서 살고 간혹 똑같은 음식을 먹고 비슷한 질병을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위한 신약과 의학기법까지 개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반려동물들은 사람과 비슷한 관절염, 근육퇴행위축증, 각종 암에 걸립니다. 고양이가 앓는 유방암 중 하나는 사람과 똑같은 유전자가 관여돼 있고 개가 앓는 골육종은 임상적으로나 유전적으로 사람과 거의 유사하다고 합니다. ●개·고양이 생애 길고 새끼 적어 단점 더군다나 수의과학의 비약적 발달로 신장이식은 물론 줄기세포치료까지 다양한 치료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개와 고양이의 유전체 염기서열도 발표돼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이용하면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생쥐 실험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아이디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증명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대 간 나타날 수 있는 신약의 부작용을 알아보기에는 개나 고양이의 생애주기가 길고 낳을 수 있는 새끼가 많지 않아 충분한 연구를 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죠. 생명과학 분야에서 동물실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에게서 추출해 배양한 세포나 동물에게서 추출한 장기나 조직, 세포를 실험에 이용하는 동물대체시험법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기는 하지만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동물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도 인류가 현재 누리고 있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 생각만큼 쉽지 않은 문제 같습니다. edmondy@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맨발 황토 ‘힐링길’… 천년의 숲 ‘명상길’

    [명인·명물을 찾아서] 맨발 황토 ‘힐링길’… 천년의 숲 ‘명상길’

    강원 평창 오대산 ‘천년의 숲길’은 국내 최고 명품 숲길이다. 울창한 전나무숲으로 이어진 길을 걸으면 향기로운 피톤치드와 고요한 불교성지 오대산 바람이 몸과 마음을 씻겨 준다. 이 길을 따라 음악회와 설치미술전이 열리고, 스님들의 3보 1배가 이어진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찾은 불교 단기 출가자들과 체험 관광객들에게는 걷기 명상의 필수코스다. 14일 평창군에 따르면 길은 오대산 초입 일주문에서 시작해 월정사 금강교까지 1.1㎞에 이른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 들으며 숲길을 걷다 보면 도시에서의 찌든 때가 어느덧 말끔히 씻긴다. 폭 7~8m의 황토길로 말끔하게 단장돼 맨발로 걷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오래전 버스가 다니던 아스팔트길을 걷어 내고 황토에 마사토를 섞어 배수가 잘 되는 걷기 전용길로 만들었다. 월정사 전나무숲길로도 불리는 천년의 숲길은 아름드리 전나무가 좌우로 에스코트하듯 뻗어 있다. 장쾌하게 솟은 전나무는 짙은 그늘을 만들지만 침엽수 특유의 잎 새로 볕이 잘 들어 음습하지는 않다. 전나무는 머리가 맑아지는 피톤치드 향기와 몸에 유익한 음이온까지 배출돼 숲길 전체가 싱그럽고 상쾌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걷고 싶은 길’ 가운데 하나로 꼽힌 월정사 전나무숲길의 나무들은 평균 나이가 80~100년에 이른다. 숲 전문가들은 최고령 나무를 370여년으로 점쳤지만 수년 전 태풍 때 쓰러진 전나무는 65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져 이곳 전나무숲의 역사를 대변했다. 숲길에 얽힌 전해오는 얘기도 재미있다. 고려 말 오대산에서 수행하던 무학대사의 스승인 나옹선사는 매일 월정사에 들러 부처님에게 공양을 드렸다. 그런데 어느 겨울날 소나무 가지에 있던 눈이 떨어져 공양이 못 쓰게 됐다. 이에 나옹선사는 부처님에게 드리려던 공양을 망치게 한 소나무를 크게 꾸짖었고, 호통을 들은 소나무는 참회하듯 자리를 비켜났고 그 자리에 소나무 대신 전나무가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때 이곳에 자리를 잡은 아홉 그루의 전나무가 천년이 넘는 시간 오대산과 월정사를 지키며 씨를 뿌리고 숲을 이뤘는데 사람들에 의해 이곳이 천년 숲길, 전나무 숲길로 불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자란 아름드리 전나무들은 보통 성인 2~4명이 팔을 벌려 안아야 닿을 만큼 장대하다. 어림잡아 300여 그루가 황토길을 따라 뻗어 있고, 주변에도 높이 10~15m의 전나무숲이 군락을 이룬다. 전나무숲은 언젠가 길을 따라 가로수처럼 심어졌지만 어느새 씨앗이 주변에 떨어져 군락을 이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무 밑동에는 푸른 이끼들이 붙어 자라고, 숲길 주변에는 수달과 노랑무늬붓꽃 등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340여종이 살고 있어 이곳이 생태가 완벽하게 살아 있는 보기 드문 청정 힐링 산책 코스임을 알리고 있다. 숲길 중간쯤에는 월정사와 역사를 같이하는 ‘부도 밭’이 있다. 고승들이 입적할 때마다 종(鐘) 모양의 부도탑이 하나씩 생겨나 지금은 밭을 이루는 모습이 장관이다. 사찰의 깊은 역사만큼 부도탑들도 이끼가 끼고 닳아 전나무숲과 어울림이 자연스럽다. 길섶에는 곳곳에 쉼터도 마련됐다. 걷기 명상을 하거나 자연풍광을 고즈넉하게 느끼고 싶은 누구나 쉬면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 숲길을 찾은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 우선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는 전나무숲의 웅장한 모습에서 놀라고, 황토길과 깔끔하게 단장된 주변 옛 시설들의 모습에서 놀라고, 숲속에서 펼쳐지는 정제된 불교행사와 음악회·자연설치미술전에서 또 놀란다. 자연설치미술전은 ‘선 지식을 찾는다’를 주제로 지난해 처음 13점을 선보이며 시작했다.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사슴, 풀로 엮어 걸어 놓은 줄 등 나무·풀·흙 같은 친자연 소재로 만들어 숲속에 설치했다. 4~5년 뒤면 자연스레 썩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설치미술전이다. 숲길에는 야간 걷기를 위한 조명시설도 마련됐다. 해가 져서 밤 9시까지 길을 걷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은은한 불빛을 길섶마다 설치했다. 한여름에는 푸른 숲속의 야경을 즐기고 한겨울에는 눈 덮인 순백의 숲속을 걸으며 명상할 수 있도록 했다. 건강한 숲을 간직하기 위해 사계절 밤 9시가 넘으면 소등한다. 천년의 숲길을 걷다 더 걷고 싶은 사람들은 상원사로 오르는 ‘선재길’을 걸을 수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10㎞에 이르는 선재길은 비포장 트레킹코스로 인기다. 암반수가 흐르는 계곡과 폭포를 옆으로 두고 이어지는 3시간 코스 길이다. 상원사에 오르면 조선 세조와 문수동자에 얽힌 전설 같은 얘기가 전해진다. 부스럼(종기)으로 고생하던 세조가 상원사 계곡물에서 목욕하면서 문수동자를 만나 병이 나았고, 그 은혜를 고맙게 여겨 문수동자상을 만들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세조가 입었던 피고름 묻은 옷이 문수보살상 복장유물로 발견돼 현재 월정사 성보박물관 수장고에 보물로 지정돼 보관 중이다. 6·25전쟁 때 월정사 등 주변 사찰들이 불이 탄 가운데 상원사만을 오롯이 지켜낸 뒤 앉아서 입적한 방한암 선사, 1300년 동안 이어져 온 한국 불교 화엄경을 완역한 탄허 스님 등 걸출한 고승들의 숨결도 느낄 수 있다. 상원사에서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길도 좋다. 3㎞ 남짓 1시간 동안 오르는 길은 순례길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을 만나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받아 모셨다는 적멸보궁은 오대산 산세 가운데 용의 정수리에 해당하는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오르는 중턱, 중대사자암에 들러 약수인 용안수 한 모금을 마시며 갈증도 풀 수 있다. 이곳에는 방한암 선사가 꽂아 놓은 단풍나무 지팡이가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 적멸보궁으로 이어지는 산길 옆에는 5대 암자가 자리잡아 스님들의 도량터전이 되고 있다. 북대 미륵암과 남대 지장암, 동대 관음암, 서대 수정암, 중대 사자암이 그곳이다. 이들 가운데 지장암은 비구니 선방으로 유명하고, 수정암은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된 한강의 발원지 우통수가 있는 곳이다. 일주문에서 시작된 전나무숲길과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숲길은 1960년대 말 도로가 나기 전 상원사까지 불교신도들의 순례길이었다. 지금도 해마다 봄이면 ‘천년숲 선재길 걷기’ 행사를 열고 있다. 월정사 행정실장 두엄 스님은 “오대산은 최고 명품길인 ‘천년의 숲길’을 비롯해 상원사 중창권선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등 국보급 보물들이 많아 명상과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는, 추억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평창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미켈란젤로도 반한 ‘미술 보물창고’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미켈란젤로도 반한 ‘미술 보물창고’

    ‘신성한 마리아의 새로운 성당’이라는 뜻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은 겉보기에는 참 심플하다. 피렌체 역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이 성당은 도미니크회 최대 규모의 성당으로 1278년 착공해 1350년 건물이 완공됐다. 파사드(건물 정면)는 100년이 지난 1456년 피렌체의 거부인 루첼라이 가문의 지원을 받아 공사가 시작됐다. 1470년 완성된 성당의 파사드는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가 설계를 맡았다. 알베르티는 금융업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쌓은 알베르티 가문의 서자로 태어나 볼로냐 대학에서 24살에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수재이면서 음악, 수학, 희곡, 그림, 건축을 섭렵한 르네상스형 인간이었다. 그는 두 개의 유명한 저서를 남겼다. 피렌체 대성당의 두오모를 완성한 브루넬레스키에게 헌정한 ‘회화론’에서는 2차원 화면 위에 3차원 공간을 보여 주기 위한 수학적인 설명과 함께 회화와 조각에서 어떻게 이를 구현하는지를 세세하게 설명했다. 최초로 건축이론을 정립한 비트루비우스의 책을 참고로 쓴 ‘건축론’에는 조화와 균형, 비례의 규칙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로마네스크·고딕·르네상스 양식 조화 이룬 건물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파사드에는 군더더기 없는 형태만으로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알베르티의 건축철학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파사드에는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양식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 이런 조화로운 배치를 통해 알베르티는 간단명료하면서도 장식성이 있는 독특한 화면을 만들었다. 은은하고 정결한 아름다움을 지닌 이 성당을 미켈란젤로는 “나의 신부여” 라고 부르며 특히 사랑했다고 전해진다. ●원근법 정수 ‘성 삼위일체’ 벽 뚫은 듯 착시 일으켜 안으로 들어가 보자. 바실리카 양식의 성당에는 마사초의 ‘성 삼위일체’, 조토의 ‘십자가형’, 기를란다요의 ‘마리아와 성 요한의 생애’, 보티첼리의 ‘ 동방박사의 경배’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마사초(1401~1428)의 ‘성 삼위일체’는 브루넬레스키가 발명한 수학적 선원근법을 적용한 혁신적인 작품으로 르네상스 회화의 문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토스카나 지방의 산조반니 출생인 마사초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피렌체와 로마에서 후원자들의 가족 예배당 프레스코화를 제작하거나 성당의 의뢰로 제단화를 그리던 그가 2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건축에서 브루넬레스키, 조각의 도나텔로와 함께 회화에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출발한 르네상스 양식의 창시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마사초는 착시 현상을 이용한 중앙 원근법을 능숙하게 구사해 2차원의 평면이지만 물체는 3차원의 공간에 있는 듯이 보이도록 했다. ‘성 삼위일체’는 완숙한 원근법의 정수를 보여 준다. 이 작품은 교회당의 왼쪽 벽 중간쯤에 그려져 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자연광의 효과까지 계산에 넣은 이 그림은 평면에 그렸음에도 가장 안쪽처럼 보이는 천장의 아치모양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어서 마치 벽을 뚫어 놓은 듯 착시를 일으킨다. 기품이 넘치는 부드러운 색조에 화면 전체는 완전한 대칭을 이루며 가운데에 위치한 그리스도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를 소실점으로 삼아 그리스도의 뒤에 서 있는 하느님으로부터 빛이 퍼져 나가는 효과를 냈다. 그림 속 건물 안쪽에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발 아래에는 마리아와 요한이 있다. 이들은 마리아와 요한이 입은 것과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이다. 마사초는 당시 이탈리아 남자의 평균키 162㎝에 맞춰 눈높이(약 153㎝)를 기준으로 그렸다고 한다. 그 높이가 기증자 부부가 무릎을 꿇고 있는 면과 일치한다. 그림 하단 양쪽(화면 속 예배당 바깥쪽)에는 이 그림을 주문하고 기증한 도메니코 렌지와 그의 아내가 무릎을 꿇고 있다. 그림 아래쪽에는 해골이 누워 있는 석관이 그려져 있다. 해골 위에는 이탈리아어로 이렇게 적혀 있다. ‘나는 과거에 현재의 당신이었으며, 당신 또한 나와 같이 되리니.’ ●한가운데 걸려 있는 조토의 십자가도 볼거리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한가운데 걸려 있는 조토의 십자가 맞은편 벽에 걸린 브루넬레스키의 십자가도 눈여겨볼 거리다. 발길을 붙잡는 또 다른 작품은 도메니코 기를란다요(1449~94)의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다. 질서와 균형이 돋보이고 우아하고 고요한 아름다움이 볼수록 매력적이다. 기를란다요는 미켈란젤로의 스승으로 이탈리아 전역에서 귀족들로부터 부름을 받을 정도로 인기 절정의 화가였다. 메디치가와 사돈 관계인 토르나부오니 집안에서도 최고 인기 화가에게 예배당을 장식할 벽화를 외뢰했다. 기를란다요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중심으로 위쪽에는 성모마리아의 대관식 장면을, 오른쪽에는 마리아의 일생을, 그리고 왼쪽에는 세례 요한의 일생을 그려 넣었다. 인물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 뛰어났던 기를란다요의 손끝을 통해 완성된 프레스코화에는 르네상스 여성들의 우아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lotus@seoul.co.kr
  • 한화그룹 창업 조력자… 김승연 회장 모친 강태영 여사 별세

    한화그룹 창업 조력자… 김승연 회장 모친 강태영 여사 별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모친이자 창업주 고(故) 김종희 전 회장 부인인 아단(雅丹) 강태영씨가 11일 별세했다. 90세. 1927년 경기도 평택 팽성면에서 태어난 강씨는 김 전 회장이 한화그룹을 창업하는 과정을 묵묵하게 내조하고 자녀교육에 힘쓴 현모양처로 불린다. 1981년 김 전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김승연 회장이 그룹을 이어받자 김 회장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 그룹이 흔들리지 않게 도왔다. 1990년대 초 차남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재산권분할 소송을 제기하면서 형제가 31차례나 법정에서 맞서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자신의 칠순잔치에서 두 아들의 화해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강씨는 문인들과 함께 문학동인을 만들어 문단활동을 펼치며 한국 고전과 근현대 문학을 수집해 2005년 재단법인 아단문고를 설립했다. 아단문고는 현재 국보 3점, 보물 28점 등 총 8만 9150점의 고문헌, 근현대 희귀 단행본, 잡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성공회 신자였던 강씨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성 안나의 집’과 ‘성 보나의 집’을 후원하기도 했다. 유족은 김영혜(전 제일화재해상보험 이사회의장), 승연, 호연 등 2남1녀다. 빈소는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1호실이며 발인은 13일 오전 7시다. 장지는 충남 공주시 정안면 선영이다. 한편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머물던 김 회장의 세 아들도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김 회장의 3남인 김동선(27·갤러리아승마단)씨가 한국 승마 선수로는 유일하게 리우올림픽 마장마술 경기에 출전하자 첫째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도 응원차 브라질에 머물고 있었다. 이들은 12일 중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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