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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談餘談]고독의 영토를 위하여/황수정 문화부 기자

    지난 주말, 적이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탔다. 밀쳐뒀던 번다한 생각의 잔가지들을 말끔히 한번 잘라내 보리라, 며칠을 별렀던 두시간이었다. 욕심이 과하단 걸 알면서도 시집이며 산문집이며 책도 두 권이나 챙겼다. 하지만 기차에서의 계획은 시쳇말로 ‘꽝’이 됐다. 옆자리 대학생들의 수다로 일관한 휴대전화 소음이 서울에서 대전이 가깝도록 이어졌다. 언제부턴가 출퇴근길 광화문 대로의 횡단보도를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손에 들려진 사물을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남녀노소 없이 신종병기처럼 불끈 거머쥔 휴대전화들. 분초를 다툴 일이 저리들 많을까, 우울하고 민망한 살풍경같아 내 손의 병기를 가방 속으로 슬며시 밀어넣곤 한다. 휴대전화의 첨단능력이 나날이 찬미의 대상이 되는 판에 이 무슨 뒷북 감상이냐고 핀잔할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고독해지려야 고독해질 여지가 없는, 침묵을 저당잡힌 세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안쓰럽다. 자기와의 내면대화에 갈수록 서툴러지고 있는 책임을, 단발성 전방위 소통창구인 첨단문명들에 돌려버린다면 그건 억지일까. 최근 한 광고기획사의 면접조사 결과가 흥미로운 뉴스였다. 요즘 중·고생들은 회초리보다 휴대전화 뺏기는 걸 더 두려워한다는 조사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면 몇달전 중학생 조카에게서 들은 우스갯소리가 현실이었던 셈이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건 ‘악플’(악의적 댓글), 악플보다 더 무서운 건 ‘무플’(인터넷에 올린 글에 답글이 없는 것), 무플보다 더 무서운 건 휴대전화 없는 세상? 밖으로의 소통에만 목마른 삶을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다는 바로 그 얘기이다. 실다운 논쟁이 없는 것도, 그릇 큰 논객이 사라진 것도 모두 고독과 침묵을 거세해버린 문명 탓은 아닐까. 어느 시인의 말대로 고독한 이들의 영토가 시(詩)라면, 문학이 시들고 있는 현실 또한 그 때문은 아닐까. 혐연권만큼이나 ‘혐통권’도 똑같이 존중돼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휴대전화 금통(통화금지)구역은 언제쯤이나 생길까. 사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고독의 영토를 돌려줄 시간이다. 황수정 문화부 기자 sjh@seoul.co.kr
  • [책꽂이]

    ●숨겨진 복음서 영지주의(일레인 페이절스 지음, 하연희 옮김, 루비박스 펴냄) 1945년 이집트의 한 농부가 발견한 초창기 기독교 분파의 성서인 영지주의 복음서 ‘나그함마디’에 대해 설명. 영지주의는 정통파와 달리 창조주 하느님의 속성에 부권 이외에 모권도 같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또 정통파는 예수가 인간으로서 고난 받고 십자가에서 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수의 육체적 고통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영지주의는 예수는 신성의 모습을 지녔기 때문에 고통과 고난을 받았지만 그 고통은 보통 사람들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간주한다. 이단과 정통파 사이의 갈등을 단순히 교리해석상의 차이에서 생긴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1만 800원.●중국 산서성 고건축 기행(김홍식·조유전 지음, 고즈윈 펴냄) 중국 불교 4대성지인 오대산 주변엔 중국 3대 석굴 가운데 하나인 운강석굴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인 남선사 대전(782년)이 있다. 또 현존하는 목탑 중 가장 오래되고 높은 응현목탑과 화엄사 등 요·금 시기의 절들이 많이 있다. 오대산은 화엄경에 의해 성립된 문수신앙의 중심지로, 우리나라 오대산의 문수신앙도 이를 모방해 시작됐다. 이 때문에 이곳엔 우리나라 고승들도 많이 다녀갔다. 신라의 혜초가 대표적인 인물로, 그는 이곳 건원보리사에서 여생을 마쳤다. 오대산에서 운강석굴까지 낱낱이 답사.1만 2500원.●나를 숲으로 초대한 새들(V N 쉬니트니코흐 지음, 이경아 옮김, 다른세상 펴냄) 러시아의 동물학자인 저자가 60여년 동안 자연 속에서 마음으로 보고, 사랑으로 관찰한 새 이야기. 성대모사의 고수 흰점찌르레기, 사냥의 고수 벌잡이새,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유럽쏙독새(일명 염소젖 짜는 새)와 쇠부리물떼새, 모성으로 충만한 서방갈까마귀·솜깃털오리 등 진귀한 새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사람에 대한 동물의 태도는 사람이 동물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1만 2000원.●호랑이(스티븐 밀스 지음, 이상임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200만년전 중국 북부 또는 시베리아 동부에 처음 등장한 후, 눈 덮인 고산지대부터 말레이시아와 인도차이나 반도의 빽빽한 열대우림에 이르기까지 한대·열대 기후에 모두 성공적으로 적응하며 살아온 호랑이. 지상 최고의 카리스마를 뽐내는 호랑이의 생태와 습성을 밝힌다.2만 3000원. ●이토록 행복한 하루(이종승 지음, 예담 펴냄) 도심속 열린 공간 길상사의 사계를 담은 포토명상집. 길상사에는 여느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문을 지키는 무시무시한 표정의 사천왕이 없다. 경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온화한 자태의 관세음보살상이 반긴다.300점의 사진이 화합과 평화가 공존하는 길상사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전해준다.1만원.
  • 인천 아암도 유채꽃밭 개방

    인천시 연수구는 19일부터 이달 말까지 옥련동 아암도 해양공원 일대 1만 4000평의 유채꽃밭을 개방한다. 구는 지난해 10월 이곳에 유채꽃과 보리 씨앗을 파종해 현재 유채꽃이 만발하고 곳곳에 보리 이삭이 패어 농촌의 정감을 자아내고 있다. 구 관계자는 “아암도는 토지가 척박해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데 강한 생명력의 유채꽃이 만발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2집이 맛있대] 서울 삼청동 케이크전문점 ‘아루’

    [2집이 맛있대] 서울 삼청동 케이크전문점 ‘아루’

    달콤하지만 달지 않고, 부드럽지만 질척대지 않는 케이크. 잘생긴 매니저가 타주는 꽃차와 함께 입속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케이크가 먹고 싶다. 어디 없을까. 있다. 대∼한민국은 없는 게 없는 곳. 서울 삼청동의 케이크전문점‘아루’가 바로 그런 집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조각케이크들이 특별한 맛을 원하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집의 케이크는 모두 김원선(34)사장이 직접 디자인한다. 김사장은 일본 도쿄제과학교에서 케이크만드는 법을 제대로 익힌 ‘케이크의 달인’.3년동안 양과자 본과에서 케이크만드는 법만 연구했단다. 단정한 외모속에 깔끔한 맛을 감추고 있는 것이 이집 케이크의 특징. 종류는 25가지 정도된다. 하나하나 직원들의 정성이 깃든 수제 ‘작품’들이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레어치즈 케이크. 아이보리색 치즈크림 위에 후람보아잼 등을 올려 상큼한 맛을 강조했다. 크림치즈 무스가 주재료지만 느끼하지 않고 부드럽고 상큼하게 입안을 감싼다. 요즘처럼 때이른 더위가 찾아왔을 때는 파숑이나 키리쉬, 후랑보아 무스 등을 많이 찾는다. 파숑은 레몬맛나는 패션 프르츠가 주재료. 키리쉬는 체리, 후랑보아 무스는 산딸기가 주재료다. 모두 더위를 잊기에 딱좋은 상큼한 과일들이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맛차슈나 퓨티슈 등의 슈크림을 많이 찾는다. 기초적인 재료외에 중요한 재료는 모두 외국에서 들여온다. 녹차류는 일본에서, 과일의 과당이 첨가된 퓨레는 프랑스 등에서 수입해 사용한다. 국내에서 이런 재료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제고장에서 생산된 재료로 제맛을 내는 케이크를 만들겠다는 의도에서다. 주인의 정성에 감동해서일까. 한번 이집 케이크맛을 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는단다.1∼2주에 한번씩은 꼭 들르는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돌아왔다는 한 대학교수는 꼭 티라미슈 케이크만 고집한단다. 현지에서 먹었던 케이크맛을 제대로 냈기 때문이라나. 재고가 전혀 없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그날 만든 제품은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무스류의 케이크들은 보관하기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오래되면 제맛을 잃기 때문이다. 물론 폐기처분하지는 않는다. 고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케이크들은 모두 수거해서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기증한다. 김사장의 마음씀씀이가 여간 곱지 않다. 일반 빵집에서처럼 식빵이나 샌드위치 등은 만들지 않는다. 생일케이크 같은 대형 케이크들은 사전에 주문해야 한다. 상호인 아루는 일본말로 ‘있다’는 뜻. 이 집에 가면 맛있고 정성이 담긴 케이크가 ‘있다’. 물론 멋지게 생긴 매니저도 ‘있고’. 글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춘향·몽룡의 여름나기 배워볼까

    춘향·몽룡의 여름나기 배워볼까

    오는 31일은 단오. 지금은 아스라해진 우리네 고유명절. 조상들은 이날 보양식을 먹고 한바탕 신나게 놀면서 다가올 무더위에 대비해 몸을 추슬렀다. 오늘날. 에어컨을 사는 것 말고 여름을 이기기 위해 우리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무얼까. 물질문명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명절이 아니라 명절속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가 아닐까. 건강한 여름나기를 준비했던 조상의 슬기를 찾아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향단이가 준비해놓은 창포물 앞에 앉은 춘향. 솜털이 보송보송한 귀밑머리까지 한올한올 정성들여 머리를 감는다. 행여 한방울이라도 흘릴세라 여간 조심하지 않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머리를 매만지며 이번엔 화장대앞에 앉아 분을 바른다. 예사로운 분이 아니다. 아침 해뜨기전 텃밭의 상추잎에 맺힌 이슬을 모아 개어 놓은 분이기 때문. 얼굴에 바르면 버짐이 피지 않고 피부가 아기의 그것처럼 고와진다. 분단장 마친 춘향.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머리를 찰랑대며 어서 나가자고 향단이를 채근한다. 오늘은 단옷날. 집안에만 갇혀 지내다 모처럼 자유롭게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다. 이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왔던가. 은근한 눈초리로 힐끔대는 뭇남정네들의 시선을 한껏 즐기며 신나게 그네를 탄다. 옷고름이 휘날리는 모양새가 마치 하늘에라도 닿을 듯하다. 저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몽룡. 마치 그네를 타는 선녀라도 보듯 넋이 빠져있다. 저고리 앞섶이 보일 듯 말 듯 나풀거리는 모습에 애간장이 탄다. 하릴없이 허리춤에 괸 창포뿌리만 매만진다. 단옷날 남정네들은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녔다. 사악한 기운을 쫓는 효험이 있다는 믿음 때문. 단오선(端午扇)을 부쳐대며 안달복달하는 이몽룡을 보다 못한 메신저, 방자가 춘향에게 다가가 수작을 걸어본다.“아씨, 저희 도련님께서 호젓한 곳에 가서 수리떡이나 같이 드시자고 하십니다요.” 아마도 이몽룡과 성춘향은 이렇게 단옷날을 즐기지 않았을까. 예로부터 단오는 추석과 설에 버금가는 명절이자 축제날. 모내기를 마치고 잠시 쉬며 다가올 뜨거운 여름을 준비하는 날이었다. 이날 먹었던 음식이나 행했던 풍속들을 보면 여름을 이기기 위한 조상들의 슬기가 가득 배어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며 잃어버린 우리의 소중한 전통. 단오를 제대로 알면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도움말 김흥술 강릉시청 학예연구사, 김경남 민속학자, 조규돈 강릉단오보존회 회장 단오가 지나면 곧바로 무더위와 장마가 이어진다. 단오에 벌어지는 풍속들은 더운 여름철에 건강을 유지하는 지혜와 재액을 멀리하고 풍농을 기원하는 습속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 창포물에 머리감기 창포는 기름의 유화작용과 분산작용이 뛰어난 천연세제. 해마다 단오무렵이면 논주변이나, 연못 등에 무성하게 자라났다. 머리카락의 때를 빼고(샴푸), 부드럽게 해주는 것(린스)은 물론, 영양을 공급(트리트먼트)해주는 다양한 기능을 가졌다. 그래서 단옷날이면 부녀자들이 창포뿌리 삶은 물을 희석시켜 머리를 감았던 것. 비듬이나 피부병을 없애주는 효과도 있었다. 또 머리를 감은 다음엔 은은한 향을 발산해 향수대용으로도 그만이었다. ● 단오장(端午粧) 화려한 외출을 위해서, 또 나쁜 귀신을 쫓는다는 주술적인 의미에서 여인네들은 단옷날 아침 공들여 치장을 했다. 먼저 아침해가 뜨기전 창포나 상추에 맺힌 이슬을 모아 분을 개 얼굴에 발랐다.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 것은 물론, 얼굴에 버짐이 피지 않고 피부가 고와진다고 믿었기 때문. 창포뿌리를 잘라 비녀를 만들어 꽂기도 했다. 두통을 없애 머리를 맑게 하고, 서캐 등의 기생충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었던 것. 비녀에 수(壽)와 복(福)자를 새겨 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요즘도 강릉단오제 때에는 할머니들이 머리에 창포비녀를 꽂고 나오기도 한다. 남자들은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녔다. 물론 재액을 멀리한다는 주술적인 의미에서다. ●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농촌에서 설날이나 정월대보름에 과일나무 시집보내기를 하듯, 단옷날 오시(午時, 오전 11시30분∼낮12시30분)에는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행사를 벌였다. 단오는 대추가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계절. 여성을 상징하는 대추나무 가지사이에 남성을 상징하는 둥근 돌을 끼워넣어 풍년과 다산(多産)을 기원했던 것이다. ● 단오부채 선물하기 부채는 더위를 식히고 파리나 모기 등의 해충을 쫓는데 유용한 도구. 조선시대에는 국왕으로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단오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5월부채 동지책력’이라 해서 왕은 단오선이란 부채를 신하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고, 영호남의 지방관리들은 각지역 특산부채를 왕에게 진상하기도 했다. 재료는 달랐지만 평민들도 단오부채를 주고받았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라는 의미를 담았음은 물론. ● 기타 단옷날 오시에 목욕을 하면 무병한다고 해서 단오물맞이를 하고 모래찜을 하기도 했다. 부녀자들은 음식을 장만해 창포가 무성한 못가나 물가에 가서 물맞이 놀이를 즐겼다. 또 설날이나 추석처럼 어른아이할 것 없이 모두 단오빔을 해 입기도 했다. 단오를 앞두고 밀린 공사대금 등은 모두 정리했고, 머슴들에게는 동짓날 ‘겨울살이’처럼 옷과 용돈 등 ‘여름살이’가 지급됐다. 노인들은 모아놨던 용돈을 이날 하루에 모두 써버리기도 했다.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쑥과 익모초 등을 뜯는 날이기도 했다. 익모초는 더운 여름날 즙을 내 마시면 입맛을 돋우는 효능을 가진 식물. 이맘때 나는 단오쑥은 특히 약효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슬 맺힌 쑥을 캐다 막걸리를 뿌려 말린 다음 환으로 만들어 먹으면 식중독이나 배탈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마당에 쑥불을 피워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 등의 해충을 쫓기도 했다. 소에게는 코를 뚫는 ‘성년식’의 날. 간장을 소의 코에 뿜어 소독한 다음, 날카로운 나무로 소의 코를 뚫었다. 천방지축 날뛰던 송아지가 비로소 양순하고 일 잘하는 어른소가 되었던 것. ■ 강릉단오 29일 절정 경산·영광서도 열려 # 단오놀이 그네뛰기는 여인네들이 즐겼던 대표적인 놀이. 누가 더 멀리 뛰는가를 겨뤘다. 멀리 뛸수록 하늘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었다. 춘향전에서 보듯, 그네를 타는 곳은 일종의 남녀간 미팅장소이기도 했다. 모처럼 외부출입이 자유로웠던 단옷날, 여인네들은 그네를 타며 남자들과 수작을 벌이기도 하고, 세상밖을 구경하기도 하며 해방감을 만끽했던 것. 강릉지역에서는 파리와 모기 등의 해충을 쫓기 위해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는 일화도 전해온다. 반면 남정네들은 씨름을 즐겼다. 각희, 각력이라는 별칭처럼 다리의 힘을 주로 겨루는 경기. 농번기를 앞두고 다리힘을 기르는데 씨름처럼 좋은 놀이가 없었다. # 단오음식 단옷날 먹는 음식들은 미각을 돋울뿐만 아니라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는 영양식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음식이 수리떡.‘수리’는 태양을 상징하는 고어(古語)다. 즉, 양기가 가장 성한 날 태양모양의 떡을 만들어 먹었던 것이다. 주재료는 산에서 뜯어온 쑥. 솜털이 나있어 솜쑥이라고도 불린다. 들에서 나는 쑥보다 뛰어난 약효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님은 이날 제호탕을 마셨다. 제호탕은 여러 한약재를 달여 꿀을 섞은 것으로 여름철 건강을 유지하는데 탁월한 효능을 보였다. 팥죽도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진다. 예로부터 붉은색의 팥은 귀신을 쫓는데 사용한 곡식. 대문이나 장독대 등에 널어두었던 팥으로 단오팥죽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이밖에 송홧가루에 꿀을 섞어 갈증해소를 위해 마셨던 송화밀수나 초여름 보양식 준치만두, 그리고 앵두화채, 수리취떡 등도 단오때 먹던 제철음식들이었다. # 가볼 만한 단오행사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된 강원도 강릉단오제(danoje.festival.org)는 최대의 단오축제. 신주빚기 등 사전 행사가 열리는 5월2일부터 6월2일까지 강릉시 남대천변 단오장과 지정행사장에서 열린다. 영신제 등 본행사가 열리는 5월29일부터가 절정. 창포 머리감기, 그네타기 등의 체험행사는 물론, 관노가면극과 학산 오독떼기 공연 등 놀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하다. 정동진 등 유명관광지가 인근에 산재해 있어 5월 나들이코스로는 제격이다. 문의 강릉단오제위원회 (033)641-1593.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된 경북 경산시의 자인단오제(gyeongsan.go.kr)도 가볼 만하다.3m에 달하는 화려한 화관을 들고 추는 여원무와 가장행렬인 호장굿 등이 장관.5월31일부터 6월2일까지 자인면 계정숲에서 열린다. 문의 경산시청 문화관광과 (053)810-6062. 전남 영광의 법성포단오제(yeonggwang.jeonnam.kr)는 5월28부터 31일까지 법성포 숲쟁이공원 주변에서, 충남 대전의 금강단오제(dano.or.kr)는 6월3일 대청댐 잔디광장에서 각각 열린다. 서울의 국립민속박물관(nfm.go.kr), 남산골 한옥마을(hanokmaeul.org)등에서도 단오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 단오의 유래 입하(立夏)를 지나 태양의 열기가 뜨거움을 더해가는 음력 5월5일. 모내기를 마치고 첫번째 김매기를 앞둔 사이에 거행된 단오는 여름철 세시풍속의 중심적인 명절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설과 추석, 한식 등과 함께 4대명절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음양사상에 따르면 오(五)가 두번겹치는 5월5일은 일년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 홀수를 양의 수라 하여 길수(吉數)로 여겼던 전통사회에서 단오는 길일중의 길일이었다.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는 날이기도 했지만, 신분의 높낮음에 관계없이 모두가 일상의 시름을 털고 한바탕 신나게 노는 축제의 날이기도 했다. 머슴이라 할지라도 배불리 먹고 즐기는 해방된 날이었던 것. 단오제로 유명한 강릉지역에서는 “단오장에서 돌베개 베고 안 자본 사람 없고, 안 망가진 보리밭 없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음주가무가 어우러진 질펀한 축제의 장이었다. 특히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부녀자들에게는 모처럼 외부출입이 허용된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남쪽으로 갈수록 추석을 성대히 치른 반면, 단오는 북쪽으로 갈수록 더 큰 명절로 여겨지기도 했다. 원인은 기후.5월이 되어서야 추위가 사라지는 북쪽지역에서 내복을 벗는 날인 단오는 가장 경사스러운 날이었던 것. 단오의 유래에 대해서는 중국 유입설이 유력하다. 초나라의 충신 굴원이 멱라수에 몸을 던져 자결한 날이 5월5일. 중국인들이 굴원을 기려 제사를 지내던 풍습이 우리나라의 단오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견도 만만치 않다.‘수릿날’이라고도 하는 단오는 고대 마한시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마한시대의 습속을 다룬 ‘위지(魏志)’에 기록된 ‘5월제’가 단오의 시초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명절이자 농사와 관계있는 절기인 단오를 특정인의 제삿날과 연관짓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특히 강릉단오제는 지난 2005년 중국의 공동등재 요청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유네스코(UNESCO)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지정됐다. ■ 남녀노소·빈부귀천 없이 단오엔 모두가 한마음 강릉의 단오제를 지켜본 유네스코 심사위원들이 “아직도 인류에 이런 축제가 남아 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듯, 단오는 모든 사람들이 상하귀천 없이 함께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었다. 거나하게 술이 오른 사람들은 너나없이 돌베개를 벤 채 흐드러지게 잠을 자고, 그새 눈이 맞은 남녀들은 단오장 주변 보리밭이 남아나지 않을 만큼 질펀하게 놀곤했다. “창포꽃 피는 단옷날이 오면 동네 어귀에 있는 송백수 가지에/ 높이 높이 그네줄 매어놓고 붉은 댕기 비단치마 바람에 나부끼며/ 그네뛰던 옛고향이 그리워지기도 한다.”는 어느 시인의 탄식처럼 이제는 세인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단오. 기억 저편으로 보내기엔 너무도 소중한 전통이다. 단오와 관련된 자료사진들을 모아봤다. 아스라해진 기억의 한 자락을 되돌아볼 겸 잊혀져가는 우리의 고유명절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 자료제공 강릉시청·강릉문화원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0) 한국철학과 그 교육의 필요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0) 한국철학과 그 교육의 필요성

    지난주의 글(19회) 말미에 나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철학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번뇌가 보리를 찾는다는 불가의 말처럼, 현실의 어려움이 철학의 길을 가게 한다.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은 철학과 보리를 구하려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부터 철학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한국인이 마음의 풍토병을 깊이 앓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철학은 의술도 아닌데 마음의 풍토병을 고칠 수 있나? 이 병은 약에 의해서 고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병은 한국인의 마음의 역사가 공동운명처럼 남긴 흠결이고 습기를 말한다. 그 역사는 국사학자들이 말하는 연대기적인 역사기술이 아니라, 한국인의 마음이 표출한 구체적 욕망들이 공동의 무의식적 성향을 형성한 것을 말한다. 지난주에 다루어진 열광의식과 추상의 정신도 한국적 풍토병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앞사람들이 쌓은 업적과 공로를 인정하지 않고 다 무시하고 허물어 버리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정치에서도 앞 정권이 해놓은 것은 다 부정하고 다시 새롭게 출발하려 한다.‘제2의 건국’ 등과 같이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를 일소하고 새롭게 건국하자고 역설한다. 개인적으로 학자들이 선대의 덕을 안 보고 혼자 자수성가한 것처럼 떠드는 경향이 있다. 자수성가의 위험성은 독불장군(獨不將軍)의 태도와 같다. 한국인들은 독불장군의 행세를 하는 일반적 풍토병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혼자서는 장군이 안 되는데, 혼자서 장군이라고 하며 크게 떠들지만 힘이 없다. 해외에서도 어떤 장사로 재미를 보면 다 같이 그 장사를 하는 바람에 결국 모두 망하게 된다고 한다. 그 사람은 그렇게 돈을 벌게 하고 나는 다른 방식으로 길을 찾지 않는다. 또 해외 한인들의 약점을 잡아 가장 괴롭히는 것이 같은 동포라는 말을 나는 들었다. 한국인들이 적수공권의 찌든 가난에서 출발하여 지금 세계 11대 무역국가의 반열에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왜 자기 나라에 대한 긍지를 못 갖고 틈만 나면 해외 선진국으로 이민 가고픈 마음을, 그것도 중산층 이상에서 내는가? 한국은 세계사에서 드물게 종합적으로 성공한 나라다. 과거를 뭉개는 풍토병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절실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속물주의자들은 자기 개인의 이기적 출세밖엔 관심이 없고, 급진주의자들은 단박에 완벽한 사회가 이루어질 것을 요구해서 우리가 쌓은 업적은 눈에 안 보인다. 세상에 한꺼번에 다 달성되는 사회가 어디에 있는가? 왜 한국인들은 정이 많으면서 모르는 사람들에 대하여 불친절한가? 마치 예절이 없는 것처럼. 애국심은 있으나 애국의 구체적 방법을 모르는 것 같고, 인정은 풍부하나 다른 이들을 구체적으로 친절하게 배려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우리끼리 서로 흑백심리로 이전투구를 하는 바람에 다른 나라와 대처할 능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없다고 못하겠다. 마음의 병은 마음이 알아야 고쳐진다. 마음의 병은 무명(無明)에서 온다. 무명은 무지의 다른 이름이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자기 마음의 병을 모르고 날뛴다. 각자가 자기 마음을 가장 잘 안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를 정당화하려는 어리석은 마음의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누가복음(23:34)에서 예수님이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의 하는 짓을 알지 못하나이다.’라고 십자가상에서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하는 짓이 얼마나 탐욕과 화의 독성으로 어리석은 짓을 하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의 스타일이 너무 자연스러우므로 자기 체취를 모르듯이 자기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른다. 이처럼 무명이 가장 커다란 마음의 병이다. 자기를 모르는 무명은 자기의 성격에 대하여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다. 의식의 모든 활동은 이 성격의 무의식적 스타일을 통하여 표출되기에 인간은 자기의 성격이 지닌 흠결과 습기를 모른다. 이것이 무의식적 업장이다. 그 업장은 같은 역사적 환경에서 산 사람들에게 비슷하게 형성된 공동습기와 같으므로 이것을 하이데거는 공동운명(destiny)이라고 불렀다. 각자는 다 개성을 띠고 있지만, 한국인이라는 공통적인 성격의 창문과 그 틀을 통하여 세상을 보고 판단하므로 그 공통 성격은 한국인의 의식 활동을 제약시키는 집단무의식의 구조와 다르지 않다. 이것을 불교에서 공동업(共同業)이라 부른다. 이 공동업은 한국인의 의식활동을 움직이게 하는 습기의 경향과 같고 저장된 심적 기질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 공동업의 장애를 반성해서 씻어내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기획과 구상이 있더라도, 그것은 사상누각의 공사에 불과하겠다. 한국철학은 한국인의 공동업의 무명을 깊이 자성케 하는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저 공동업이 풍토병이 되어 우리를 부자유스럽고 불행케 한다. 그것이 한국인의 말과 생각과 행동을 어떤 색깔로 채색한다. 그 동안 나는 철학자로서 책을 통해 익힌 철학이론과 한국인으로서 삶에서 느낀 경험과의 어긋남으로 철학적 초점 불일치를 겪어 왔었다. 이론으로 익힌 철학일반의 논리적 보편성과 한국적 삶의 경험이 말하는 실존적 특수성과의 괴리로 늘 자신 없이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나는 방황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때로는 주자학의 용어대로 종본이언(從本而言=본질에 따라 말하기)으로 철학의 보편적 본질을 우선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종사이언(從事而言=사실을 먼저 생각해서 말하기)으로 한국적 사실의 인식을 먼저 사유의 중심으로 잡기도 했다. 그러나 종사이언으로 철학을 전개하면, 나는 어딘지 모르게 보편적 철학의 엄청난 권위의 무게에 눌려 목소리가 자신 없이 기어 들어가는 형국을 안 느낄 수 없었다. 나의 대학시절 은사인 박종홍(朴鍾鴻)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철학은 한국인의 행복을 구가케 하는 길을 보여주는 정신의 작업이라고 나는 늘 생각했었다. 내가 한국인의 행복을 구가하는데 도움이 되는 철학적 길닦기에 몰입하면 할수록, 나는 나의 몰입이 보편적 이론의 승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 늘 유치한 감상주의적 주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답답한 심정을 가눌 수 없었다. 인생의 후반부에서 나는 극적인 전환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서양 해체철학의 도움으로 불교와 노장사상의 철학적 진수를 알게 되었다는 데 있다. 그리고 늘 이론적으로만 타당하다고 여겼던 율곡의 이통기국(理通氣局=보편적 理는 氣의 작용으로 특화됨)의 사상(13회 글)을 이제 내가 나의 진리로 계합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나는 불교와 노장사상의 가르침에 의지해서 마음의 철학을 이통기국화(理通氣局化)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옛날처럼 철학적 진리의 논리적 보편성과 주어진 한국적 사실로부터 철학하기와의 사이에 어떤 괴리도 느끼지 않는다. 철학은 결국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길을 닦아가는 것이고, 그 마음의 병은 보편적인 것과 특수한 것의 어떤 차이도 없고 결국 시공적 인연의 차이에서 생긴 다양한 마음의 병들이 실존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철학은 그 마음의 무의식적인 공동운명의 무명을 자각케 하는 ‘길닦기’(opening-way)와 같다는 것이다.‘길닦기’는 하이데거 후기철학의 용어로서, 그것은 고향인 존재의 본성이 사는 마을로 되돌아가는 마음의 길을 닦는 것을 뜻한다. 심적인 습기로 응어리진 병은 가장 급선무로 무명의 자각과 함께 본성에의 길로 나아가는 ‘길닦기’에서 치료가 시작된다.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마음의 무의식적 병은 그 병을 자각하는 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병은 사람들의 마음이 미혹해서 생긴 환상이기 때문이다. 환상의 악몽이 우리를 괴롭히듯이 환상이라 하여 힘없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물론 그 환상의 자각은 남이 알려주는 정보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스스로 뼈저리게 부자유와 불행의 공동질곡을 참회하면서 일어나는 깨달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본성의 길닦기로 우리가 회심하게 된다. 공동업은 즉 한국인의 마음의 공동습관과 같다. 이것은 우리의 마음이 역사 속에서 인연 따라 지은 반복적인 마음의 경향이므로, 그것을 지우는 것은 그 업을 깊이 인식하면서 참회하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다고 불교의 유식학은 가르치고 있다. 그러기 위하여 고요히 우리를 깊이 반조(返照)하게 하는 철학교육이 급선무다. 무엇이 철학이고, 어떻게 철학교육을? 동서고금의 제 철학이론의 진열이 철학인가? 철학은 어떤 특정한 정치이념의 주입이 결단코 아니다. 이것은 인간을 어떤 특정한 가치관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동서고금의 제 철학이론의 진열이 자료로는 좋으나, 구체적으로 우리의 살(13회 글)이 느끼는 실존적 아픔을 풀어주지 않는 이론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까지 국사학은 있었지만, 한국사에서 한국인이 반복적으로 느낀 마음의 현재완료적 업을 진솔하게 말해 본 적이 있었는가? 우리는 우리의 숙업(宿業)을 위선적 가식없이 구체적 사실로서 솔직히 숙고해 보려고 하지 않고, 명분상 추상적 가치관의 캐치 프레이즈로서 정치권력을 등장시킨다. 그래서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한바탕 한(恨)의 칼바람이 일어난다. 이것이 다 공동업의 멍에가 되어서 우리를 짓누른다. 한의 칼바람 앞에서 피고가 되지 않으려고 정치투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수단방법을 안 가린다. 한국철학은 먼저 반복되는 한국인의 공동업을 깨뜨리도록 마음의 자각과 ‘길닦기’를 하는 학문이고, 그 교육은 마음에서 참회와 ‘길닦기’를 실행하는 데에 있겠다. 그러기 위하여 역사적 무명의 자각과 그 자각이 마음에 깊이 새겨지도록 마음의 격정을 다스리는 평정의 지혜를 초등생부터 점진적으로 내면화시켜 나가는 데 있겠다. 하이데거의 철학은 전기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역사적 운명에 대한 자각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는 편년체적인 역사학(Historie)과 역사적인 공동운명의 자각으로서의 역사학(Geschichte)을 엄밀히 구별했다. 한국철학도 한국인의 공동운명의 업이 우리를 억누르는 질곡이 아니라, 우리를 향상시키는 비약의 근거로 작용케 하는 ‘길닦기’가 되어야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사회공헌 기업’ 이미지 심기

    국내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적잖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이런 활동에 대한 국민 만족도가 25.3%에 불과하다는 조사가 나왔다. 일본 기업들보다 사회공헌 지출이 많으면서도 평가는 야박하다. 한 경제연구원은 “그동안의 사회공헌 활동이 이벤트성이거나 위기 탈출용으로 활용돼 왔다.”며 “사회 공헌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는 ‘투자적’ 관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서 기업의 특색을 살린 사회공헌 광고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론 우리나라 환경 광고의 시초인 유한킴벌리의 나무심기 운동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들 수 있다. 올해로 23년째 계속된 캠페인은 지난 95년부터 산에서 도심으로 내려왔다.‘학교숲 만들기’ 등 도심속 자연 가꾸기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신 자녀의 학교엔 숲이 있습니까?’편의 광고에서 학교 운동장에 바람이 잠시 머물다 지나가고 멀리 아파트를 배경으로 학교의 황량한 담장이 보인다. 이때 아이들의 즐거운 노랫소리와 함께 학교 담장이 서서히 없어지면서 푸른 나무로 변한다. 운동장은 잔디밭으로, 학교 안은 나무와 꽃들이 가득 찬 공간으로 바뀐다. 푸르게 변한 학교와 해맑은 아이들을 배경으로 ‘학교숲이 아이들과 미래를 푸르게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광고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붓으로 꾹꾹 눌러 그린 듯 먹선이 배어나는 동양화풍의 동화 같은 느낌이 든다. 삼성그룹 ‘해피 투게더’의 ‘희망 리포터가 전하는 밝은세상 이야기’도 사회봉사 활동상을 전달하고 있다. 실제 수혜자가 직접 광고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 특징. 의료 손길이 절실한 낙도 전남 완도군 금일도에서 고된 자맥질로 지친 몸을 진찰받는 해녀 아주머니들의 진솔한 삶등을 보여준다. 의료사각지대인 낙도보건소, 장학금 지원등 수혜자가 등장함으로써 사회공헌 활동의 실체와 의미를 더욱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다. SK그룹은 인형극 봉사모임 ‘채널비’, 자사 장학퀴즈 출신 모임 ‘수람’, 농어촌홈페이지 제작 봉사모임 ‘나누미’ 등의 자원봉사 활동을 소개한 ‘당신을 만나서 행복합니다.’라는 광고를 내놓았다. 수혜자보다는 봉사자의 보람과 즐거움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화재는 시각 장애인과 맹인견을 직접 등장시켰다. 시각 장애인이자 단국대 졸업생 김형섭씨는 대학교 2학년 때 학교 앞에서 맹인 안내견 ‘보리’를 분양받았다. 맹인견의 안내를 받은 그는 보험업의 의미이자 이 광고의 카피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대학 졸업을 이룰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광고를 통해 나타나는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의 소명과 역할을 곰곰이 곱씹어보게 한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씨줄날줄] 유엔 총장 캠페인/이목희 논설위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방한했다. 반기문 외교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출사표를 던져 놓은 시점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반 장관은 순방·초청 외교를 통해 후보 이미지를 각인시켜 왔다. 외국 언론들이 반 장관을 유력후보로 보도하고 있으니 1차 홍보에 성과가 있었던 셈이다. 과거의 사무총장 선거전에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특히 미국의 입김이 절대적이었다. 안보리 비공개회의에서 신임 총장을 선정하면 총회가 그대로 추인하는 절차를 밟아 왔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일반 회원국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물론 캐나다·스웨덴 등 중견국이 청문회, 세미나의 사전 개최를 요구했다. 거수기 노릇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출과정에서 아직 미국의 영향력이 크지만 친미(親美)의 딱지가 붙으면 다수에게 배척당하는 상황을 맞는다. 그래서 정부가 택한 방법이 ‘조용하게 바닥 훑기’이다.5대 상임이사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지지국을 늘리는 전략이다. 이제 결판의 시기가 임박했다. 지금 기조를 유지하는 게 최종 승리를 담보할지 따져볼 시점에 이르렀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탄생은 개인이나 외교부 차원을 넘는 국가의 경사다. 일부 주한외교관 사이의 ‘반사랑’ 움직임을 기업이 포함된 범국민 차원으로 확대함으로써 막판 총력전을 펼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외교 노력에서도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 아난 총장은 “차기는 아시아 국가에서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후임 총장이 아시아 몫이 된다고 보고,‘아시아권 단일후보’ 추대작업을 본격화해야 한다. 단일후보를 논의하면 아세안에 속한 태국의 수라키아트 사티아라타이, 싱가포르의 고촉통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으나 검증이 안 된 의견일 뿐이다. 경제규모, 동북아 분쟁 해결 경험을 내세우면 반 장관에게 희망은 있다. 반 장관이 최근 들어 프랑스어 심화 학습에 나섰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유엔 개혁 역량의 과시가 중요하다. 미국·영국이 원하는 바는 유엔 개혁이다. 유엔 개혁의 적임자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아프리카·남미 몇 개국 순방보다 효과가 있다고 본다. 북핵·독도분쟁 등 국가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렇다 해도 차관 이하 외교부의 다른 관리들이 분발해 반 장관에게 공부할 시간을 줘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숲을 읽어 마음 살찌울까!

    산으로, 들로 나들이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숲에서 만날 나무들, 오솔길에서 마주칠 작은 동물들, 들길에서 무심코 꺾어들 잡풀…. 그들 하나하나에도 다 소중한 이름과 고유의 생활습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미리 귀띔해 준다면 좋겠다. 이번주 신간들 중에는 초등생을 겨냥한 생태교양서가 많다. 사진으로 그림으로 생태공부가 절로 될 것같다.# 세밀화로 그린 동물흔적 도감-박인주 글, 문병두·강성주 그림, 보리 펴냄 세밀화 생물도감을 고집스럽게 출간해온 보리의 책이어서 신뢰가 더한다.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갈피갈피에서 역력하다. 육식 또는 초식을 하는지에 따라 산짐승들의 똥 모양이나 냄새가 달라진다는 요지의 ‘동물이 남긴 흔적’편을 머릿글로 소개한 뒤 책은 크고 작은 산짐승들의 생태를 세밀화로 설명해준다. 흙이 봉긋이 솟아 있다면 그건 두더지가 지나간 자리, 한곳에 무더기로 똥을 눴다면 그건 너구리, 네발의 자국이 한줄로 나란히 찍혀 있으면 수달이 산다는 증거…. 중국동포인 글쓴이는 40년 넘게 야생동물 연구에 매달려온 생태전문가.3만원.# 도시에서 생태 감수성 키우기-최원형 글, 이강협 사진, 김지현 그림,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도심 아파트 숲에서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비법이 어디 없을까. 일년 열두달을 다달이 쪼개 각 달의 자연특성을 소개하고 달라지는 생태환경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5월이라면 어떨까. 생각 없이 걸었던 발 밑의 땅을 새삼 관찰하고, 공원 잔디밭의 잡초를 도감으로 만들어 봐도 근사하겠다. 선생님 손을 잡고 현장학습 나온 듯한 기분이 들 듯하다.1만 5000원.# 처음 만나는 나무 이야기-글 이동혁, 이비락 펴냄 주택가 담벼락에서도 흔히 보게 되는 정겨운 우리 나무 186종이 컬러사진과 함께 등장한다. 나무 이름의 유래, 열매의 모양 등 생태특징들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됐다.186종 모두 초등교과 과정에 나오는 나무들이란 사실! 지루하지 않게 하루 한두 그루씩 꾸준히 공부할 수 있게 배려한 편집이 돋보인다.1만 38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강화군 강화 인삼센터

    강화군 강화 인삼센터

    몸이 나른하고 입맛이 떨어져 산해진미도 시답지 않은 요즘 보양에 최고라는 인삼을 찾아 인삼의 고장 강화도로 떠나보자. 강화인삼은 한약의 본고장인 중국에서조차 가장 품질이 좋은 인삼으로 쳐주는 고려인삼의 맥을 잇고 있다. 강화도는 해풍이 깃든 특수한 기후와 풍토 등이 인삼이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6년근이 재배되며,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강한 데다 인삼의 주성분인 사포닌이 풍부하다. 강화읍 입구에 있는 ‘강화인삼센터’는 강화인삼의 집산지로 강화인삼협동조합에 가입한 53개 점포가 입주해 있다. 이곳 상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송해·하점·불은·길상면 일대에서 직접 재배한 인삼을 시중보다 싼 가격에 판매한다. ●인삼은 수삼·백삼·홍삼으로 나뉘어 수삼(水蔘)은 인삼밭에서 재배한 자연상태 그대로의 것으로 ‘생삼’이라고도 한다. 인삼 가운데 효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화인삼센터에서 판매되는 인삼의 대부분은 수삼이다. 수삼은 9월 말에서 이듬해 3월까지 출하되는데 수확량이 많은 가을이 봄보다 5∼10% 정도 싸다. 백삼(白蔘·건삼)은 수삼의 잔뿌리를 따고 껍질을 벗겨 말린 것으로 인삼에 흠집이 많거나 장기보관이 필요할 경우 이 방법을 취한다. 홍삼(紅蔘)은 수삼을 껍질째 증기로 쪄서 말린 붉은 빛깔의 인삼이다. 한국인삼공사에서 인삼을 수매한 뒤 이 방식을 통해 여러 가공식품을 만들어낸다. ●수삼은 굵을수록 높은 가격 수삼은 굵을수록 가격이 높은데 채(750g)당 5∼6개 들이가 6만원,7∼8개 들이 4만 5000원,9∼12개 들이 3만 8000∼4만원,13∼15개 들이 3만∼3만 5000원이다. 선물용으로는 채당 7∼8개 이하인 것이 적합하다. 삼계탕용 잔삼은 1채에 40∼70개 든 것이 2만 7000원, 차를 끓이는 데 쓰는 파삼은 2만∼2만 2000원이다. 백삼은 한 근(300g)에 4년근 4만 5000∼5만원,5년근 6만원,6년근 6만∼11만원이다. 가장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6년근은 가을에서 봄 사이에 나온다. 올해는 이미 동이 났다. 일부 점포에서 파는 것은 지난해 재고품(6만∼7만원)이다. 홍삼은 한 근(300g)에 5년근 6만∼9만원,6년근 6만∼15만원이다. ●흠집 없고 뿌리 많아야 상품 인삼의 상태가 무르지 않고 흠집이 없이 깔끔한 것이 좋다. 색깔은 흙빛깔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효능과는 직접 관련이 없으나 적변삼(붉은 빛깔을 띤 인삼)은 질이 조금 떨어진다. 인삼은 뿌리의 상태가 중요한데 뿌리가 잘 뻗어 있고 개수가 많은 것이 좋다. ●꿀·쑥·인삼 원액 가공품도 눈길 강화인삼센터에서는 꿀·쑥 등 건강식품과 각종 인삼 가공식품도 판매한다. 꿀은 1.2ℓ에 8000원,2.4ℓ는 잡꿀 1만 5000원, 아카시아꿀 2만 5000원이다. 뜸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강화쑥은 500g 포장에 1만 3000원이며 지방간에 좋다는 인진쑥(500g)은 1만원이다. 강화인삼협동조합은 강화읍 옥림리에 인삼가공공장을 세워 인삼 가공식품을 만들어낸다. 홍삼원액은 240g 8만원,1㎏ 28만∼30만원이며 홍삼골드(60팩) 7만원이다. 이밖에 인삼차 7000원, 홍삼차 1만 3000원, 강화쑥환 1만 5000∼3만원, 인삼절편 1만 8000원이다. ●광장엔 특산물 순무김치·곡물 행상 인삼센터 앞 광장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22곳의 행상도 장보기를 돕는다. 여기서는 찹쌀·보리쌀·콩·수수·기장 등 각종 곡물을 파는데 중국산이 판치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대개 강화산이다. 또 강화 특산물인 순무김치(5000∼1만원), 밴댕이젓(3000∼5000원), 새우젓(1만 5000원) 등도 판매한다. 글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2집이 맛있대] 서울 마포 대현빌딩 ‘박대박’

    [2집이 맛있대] 서울 마포 대현빌딩 ‘박대박’

    미군부대에서 나온 재료들을 모아 만든 부대찌개. 먹기도 간편하고, 맛도 좋아 경기도 의정부시의 특산물(의정부찌개)이 됐을 정도로 많이 찾는다. 하지만 보통 서울에서 먹는 부대찌개의 맛과 실제 의정부 부대찌개의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포에 자리잡은 ‘박대박’은 의정부 부대찌개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딱 봐도 무거워보이는 넓고 검은 무쇠솥에 각종 햄과 야채, 양념장이 올려져 있다. 이 무쇠솥은 이 집이 얼마나 노력하는 곳인지 알게 하는 요소. 식당에서 쓰는 모든 무쇠솥에 들기름을 발라 달구는 작업을 하는 데 무려 2박3일을 쏟아부었다. 일반 솥은 몸에 좋지 않은 금속성 물질이 스며나올 우려가 있지만, 무쇠솥에는 철분과 탄소가 적당량 들어 있어 해롭지 않고, 기름을 잘 흡수하는 장점이 있다. 박병선(34) 사장과 그의 남편이 팔에 덴 상처를 남기면서까지 무쇠솥을 만든 이유다. 무쇠솥에서 팔팔 끓는 찌개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먹으면 입 안에 깊고 풍부한 구수함이 돈다. 평상시에 먹은 매운 부대찌개의 맛이 아니다. 비밀은 양념장에 있다. 의정부 부대찌개의 맛을 살리기 위해 사장이 유명 부대찌개집에서 배워온 방법. 일반적으로 쓰는 고춧가루 양념장과 달리 보리고추장과 된장을 절반씩 섞은 보리장을 풀어 매콤함과 함께 된장의 깊은 맛을 살렸다. 그때 그 시절의 부대찌개 맛을 내기 위해 햄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제품이 아니라 수입제품을 쓴다. 조금 짠 편이지만 풍성한 햄 맛이 국물과 어우러져 풍미를 더한다. 3개월을 숙성시킨 김치도 부대찌개와 잘 어울린다. 의정부 김치공장에서 젓갈이나 조미료를 쓰지 않은 김치를 직접 관리한다. 대접에 소시지, 햄, 각종 야채와 찌개 국물을 넣고 쓱쓱 말아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맛있게 떠먹고, 밥이 모자라면 원하는 만큼 밥을 추가해 먹어 보자.“밥집이 밥 주는 데 인색해선 안 된다. 밥은 무조건 공짜”라는 나름의 운영 철학을 가진 박 사장이 정성을 쏟아 만든 부대찌개에 대한 ‘성의 표시’이다. 이 집의 또 다른 주력 메뉴는 스테이크. 한우 1등급 소고기를 써 부드럽게 씹히고 깊은 맛이 난다. 스테이크 소스와 겨자, 핫소스, 다진 마늘을 넣어 만든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매콤달콤, 고소한 맛이 입안에 확 퍼진다. 아이들은 주식으로, 어른들은 술안주로 좋아하는 메뉴. 소시지, 햄이라는 재료 자체가 웰빙 경향에 맞지 않지만, 대신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이용해 고객의 건강을 신경쓴다.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쟁기자국 농지에 軍천막·굴착기

    9일 하늘에서 헬기를 타고 내려다본 평택 미군기지 이전 부지는 거대한 군사작전 지역의 면모가 역력했다.논둑길 군데군데 주저앉아 있는 헬기와 트럭, 굴착기 등은 이곳이 ‘처녀 군용지’임을 웅변하고 있었다. 부지의 북서쪽을 휘감고 도는 안성천변에는 군 장비를 실어나르는 ‘뗏목형 선박’ 2대가 정박해 있는 모습도 들어왔다. 하지만 바둑판 모양의 전답 자체는 아직 훼손되지 않은 채 농지의 외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지이전에 반대하는일부 농민이 쫓겨나기 직전까지 갈아놓았던 쟁기자국이 여전히 가지런했으며, 드문드문 미리 파종작업을 해놓았던 보리밭이 푸른빛의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박종달(중장) 수도군단장은 “시위대와의 충돌 때문에 아직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취재진을 실은 군용 헬기가 둑길에 착륙했을 때 가장 먼저 마중나온 것은 ‘뙤약볕’이었다.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농경지 평야에서 장병들은 한여름에 버금가는 폭양에 고스란히 살을 태우고 있었다. 둑길에 흙더미를 덮어놓은 듯한 낮고 작은 천막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는데, 놀랍게도 장병들이 잠자는 텐트였다.3∼4명이 겨우 기어들어가 새우잠을 잘 만한 크기였다. 아직 급수가 제대로 안돼 3000여명의 장병들은 맘껏 씻을 수 없다. 인근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에서 지원받는 ‘물탱크 차’가 오면 거기에 달린 수도꼭지로 세수를 하는 정도다. 전기도 아직 없는데, 곧 캠프 험프리에서 끌어올 예정이다.식사는 각 부대별로 직접 지어 먹는다. 이동용 화장실 90개가 설치돼 있으며, 군의관 14명과 간호장교 3명도 지원병력으로 상주하고 있다. 민가와 인접해 있는 곳에는 철조망이 두겹 세겹 둘러쳐져 있고 그 중간에 해자(垓子) 역할을 노린 참호가 파여 있다. 철조망 안으로는 보호장구를 착용한 군인들이, 그 바깥에는 전경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시야에 없는 시위대보다는 연신 내려 꽂히는 뙤약볕이 더 힘에 겨운 듯 장병들의 표정은 기진해 있었다.평택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市長한테 가지 말고 市場으로 가라/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농가월령가에도 나와 있지만 요즘은 못자리를 만드는 시기이다. 볍씨가 싹이 트고 자라면 모내기를 할 것이다. 기술발달로 농작물을 뿌리고 거두는 일이 시도 때도 없이 이루어지지만 논농사만은 때를 맞춰야 한다. 가을의 수확을 꿈꾸며 희망을 심는 계절인데 일손 구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농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다. 관세를 낮추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 값싼 수입농산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농민들은 시장 개방에 따른 대책을 제시해줘야 비전을 세울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맞는 말이다. 이에 맞춰 정부도 시장 추가 개방에 따른 소득 감소분은 보전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 보조만으로 농업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는 없다. 품질과 안전성이 소비자의 인정을 받아야 정부 보조도 힘을 받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국산 농산물을 수입 농산물에 비해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 농업이 가지는 유리한 측면이다. 우리 국민의 농산물 소비는 몇 가지 뚜렷한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우선 쌀을 비롯한 곡물 소비는 감소하는 대신 축산물, 과일 및 채소의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가공식품과 외식 및 배달식품의 소비가 증가하여 수입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려는 유혹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여 유기농산물 등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높은 지불의사를 가지고 있다.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세심히 읽어야 한다. 과거에 많은 소비자가 보리밥과 수제비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보리밥과 수제비가 건강식으로 등장하였다. 생산해 놓으면 팔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팔릴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새로운 이치다. 통상협상마다 관세가 인하되고 이에 따라 시장 개방이 심화되다 보니 농업계에는 시장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다. 또한 시장경쟁에 취약한 영농 주체가 많은 것이 우리 농업의 현실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행복한 식생활을 책임지겠다.’는 영농주체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농업 희망의 원천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직후 중국 정부는 농민들에게 ‘시장(市長)한테 가지 말고 시장(市場)으로 가라.’는 말로 농민 교육의 화두를 삼았다.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시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호주의 비육우 목장 경영주나 미국의 오렌지 과수원 주인은 일본과 한국의 소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농업으로 성공한 우리나라의 농기업인들이 가진 공통점도 시장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마케팅 방법을 개발한 데에 있다. 우리 농업의 현장은 소비자를 향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벤처농업인들은 콩, 연근, 쌀눈, 순무, 도라지를 이용해서 기능성 식품을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가고 있다. 전통적인 농산물 원료가 그들의 손을 거쳐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업은 식량안보와 소규모 가족농 경영 때문에 시장원리와는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을 관리하는 데에는 국제규범의 제약이 심하다. 따라서 농업의 근본적인 희망은 시장을 통한 소비자의 선택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는 충격을 완화하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을 움직여야 농업이 산다.’는 말은 이제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농업에 희망이 있다.’는 말로 바꿔야 할 때이다. 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 국방부 “농작물 보상 못자리 제외”

    박경서(육군 소장) 미군기지 이전사업단 창설준비단장은 5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 내에서 자라고 있는 농작물 보상문제와 관련,“모내기를 위한 못자리(모판)를 제외한 농작물은 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이날 국방부 청사 기자실에 들러 “4일 대집행을 하면서 피해를 입힌 마늘 등 농작물에 대해서는 위로금을 지급하고 철조망 내 보리작물에 대해서도 보상하겠지만 모내기의 전단계인 못자리 설치는 불법 영농활동이기 때문에 보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이어 “다음 주부터는 측량 등 그 동안 미뤄왔던 (기지이전)계획들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대화는 대화대로 하고 조치할 것은 법절차에 의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파주 출판도시 어린이 책잔치

    5월 파주는 책 향기 그윽한 놀이동산이 된다.5일부터 14일까지 열흘동안 펼쳐지는 ‘2006 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잔치’. 수백여종의 아동도서들이 전시되는데다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까지 마련돼 가족나들이 코스로 실속 만점이다. 4회를 맞은 올해 행사의 주제는 ‘출판도시에 놀며 배워요’. 출판도시에 입주한 출판사별 도서 전시전인 ‘북시티 프로므나드(출판도시 산책)’가 다채로운 부대행사들과 함께 진행된다. 주요 프로그램인 ‘북시티 프로므나드’에는 국민서관 느림보 다섯수레 문학동네 보리 사계절 창비 파랑새어린이 등 40여개의 아동출판사들이 참여한다. 각종 연극·영화제, 동화 동시 낭송회, 심포지엄 등 유익한 행사들이 많다. 옹기민속박물관 주최로 ‘독짓는 늙은이-옹기 만들기 시연’이 5일부터 사흘동안 하루 두차례 열린다.(031)955-0063 www.pajucbf.org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전남특산품 세계입맛 유혹 월드컵때 독일서 특판행사

    전남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이 오는 6월 독일 월드컵 대회기간 동안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전남도는 오는 6월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한국과 토고전이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동양계 식품마켓 19개 매장(한국계 12개소, 중국계 5개소, 일본계 3개소)에서 특판전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도는 그동안 미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서는 농수산물 판촉활동을 펴 왔지만 유럽지역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행사 대행은 유럽지역에 유통망을 갖춘 전남도 명예수출 에이전트인 한양유통이 맡는다. 참가업체와 품목별로는 ▲광양 다압농협(녹차 등 차제품)▲보성 정원산업(기능성 맥류)▲나주 가보농산(꿀차)▲담양 안복자한과, 보성 녹차식품 개발원(녹차국수 등)▲완도 혜미원(국수, 우동소스)▲진도 정미소(보리쌀)▲강진 황금물산(미역)▲전남무역(참기름) 등이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함평군 꽃사슴 애물단지로

    함평군 꽃사슴 애물단지로

    ‘꽃사슴을 잡아라.’ 전남 함평군이 방목한 꽃사슴이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면서 애물단지로 변했다. 1일 함평군에 따르면 지난 1999년 ‘친환경 함평’을 알리기 위해 군청 뒤쪽 기산봉 일대에 암컷 4마리와 수컷 1마리 등 모두 5마리의 꽃사슴을 방목했다. 이들 꽃사슴은 이후 번식을 거듭해 현재 20∼30마리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사슴은 무리를 지어다니며 밭 등에 심어진 농작물을 마구 뜯어 먹거나 묘지를 파헤치는 등 피해가 극심한 실정이다. 특히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는 읍내 관음사 입구까지 내려와 차밭·보리밭 등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군은 이에 따라 최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1㎞에 이르는 보호망을 설치했다. 그러나 사방이 탁 트인 야산과 들판이 연결돼 있어 보호망은 ‘무용지물’이다. 군은 꽃사슴들이 훼손한 묘지를 공무원을 동원, 복구하고 일부 농민에게는 보상금까지 지급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2월에는 전문엽사를 동원해 사살에 나섰으나 1마리를 포획하는 데 그쳤다. 주민 나모(56·함평읍)씨는 “앞으로 꽃사슴의 개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농작물 피해와 민원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한 주민은 “친환경을 내세워 사슴을 방목했다가 갑자기 사냥꾼을 동원해 ‘사살작전’을 펴고 있는 것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졸속행정의 표본”이라며 비판했다. 군 관계자는 “피해가 커질 경우 꽃사슴을 ‘유해조수’로 지정, 수렵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30년 반상회 존폐 논란 확산

    “지역발전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로 이웃과 서로 돕는 미풍양속을 계승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정부 시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국민 참여를 반강제한 도구로도 이미 수명이 다했으니 폐지해야 한다.” 반상회가 30일로 서른돌을 맞았다. 하지만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행정구역의 최소 단위인 반(班)의 의미도 퇴색하면서 반상회가 더이상 존속해야하는지 논란도 본격화하고 있다. 반상회는 1976년 4월30일 태동했다. 이날 당시 내무부(현 행정자치부)는 매달 말일을 ‘반상회의 날’로 지정했다. 홍보를 거쳐 다음달 말일인 5월31일에는 전국 25만 5000여개 반에서 일제히 반상회가 열렸다. 당시는 지역에 따라 반상회 주제도 달랐다. 도시지역은 ‘장발단속’이나 ‘뺑소니 차량 신고협력’ 등이, 농촌지역은 ‘모내기 일찍 하기’,‘제 때 보리베기’ 등이 최고 관심사였다. 반상회로 시대상도 엿볼 수 있다.1976년 9월에는 ‘인구증가 억제’,1977년 1월에는 ‘대통령 각하 연두기자회견’ 등이 의제로 올랐다. 반상회는 1995년 이후 운영이 중앙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졌고, 주거형태와 생활 양식의 변화와 함께 위상과 성격도 크게 달라졌다. 최근엔 인터넷 시대답게 전북 진안군 진안읍 중앙2동은 ‘사이버 반상회’를 열고 있고, 부산 영도구청은 홈페이지에 ‘e-편한 반상회’를 개설해 기존 반상회와 함께 운영한다. 그 만큼 반상회 폐지론도 거세지고 있다. ‘존속론자’들은 지난해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분장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반상회가 주민 동의를 끌어냈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 최근 청와대 뒤편 숙정문 일대 북악산이 일반에 공개된 것도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3년 청와대 이웃 반상회에서 주민들의 건의를 들은 것이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반면 젊은층은 반이 별 의미가 없는데 반상회가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도 적지 않다. 이런 자리에 참석을 강요하고, 불참하면 벌금을 물리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것이다. 행정자치부 자치행정팀 관계자는 “반상회 운영을 이미 오래전에 지방에 넘긴 마당에 중앙 정부가 간섭할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 “앞으로 지역 실정에 맞게 반상회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2015년 주식용 곡물자급률 54%

    2015년 주식용 곡물자급률 54%

    2015년 쌀·보리 등 주식용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54%로 설정해야 한다는 대정부 건의서가 제출됐다. 도하개발어젠다(DDA)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의 여건 변화를 감안한 것으로 2004년 65.3%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아진 수치다. 쌀 자급률은 2004년 96.5%에서 2015년 90%로 권고됐다. 농림부 장관 자문기구인 식량자급률 자문위원회는 23일 농업·농촌발전기본계획에 2015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기 위한 대정부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건의서는 ▲품목별 자급률 ▲칼로리 자급률 ▲주식용 곡물자급률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 등 4가지 목표치를 제시했다. 자문위는 시장개방의 폭이 확대되더라도 주식용 곡물자급률은 50% 이상,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03∼2004년 수준을 넘도록 생산자와 소비자, 정부 등의 역할분담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식용 곡물자급률은 54%,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9%로 권고했다. 자문위는 쌀의 자급률을 90%로 제시하면서 쌀 공급과잉 완화를 위해 가공제품의 개발과 ‘생산조정제’ 재도입, 특별재고 처분대책 등의 수급조절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리와 밀 등 맥류의 자급률은 2004년 7.6%에서 2015년 4%로 낮췄다. 반면 콩 등의 두류는 25%에서 42%로, 쇠고기는 44.2%에서 46%로 늘려잡았다. 쌀을 대신한 축산물과 콩 등의 소비 증가로 국민들의 섭취 열량을 높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 결과 열량 기준으로 식량자급률을 나타낸 ‘칼로리 자급률’은 2004년 46.7%에서 48%로 높게 제안했다. 일본의 45%보다 높다. 자문위는 지난해 4월 농업계의 요구에 따라 농정의 중장기지표로 활용될 자급률 목표치를 제시하기 위해 구성됐다. 농림부는 부처간 의견 조율과 추가적인 여론 수렴을 통해 이르면 상반기 중 2015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이름도 모양도 별난 농기구들

    곰박, 남태, 뒤웅박, 만보, 말코지, 태, 부뚜…. 이름만 듣고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들은 모두 우리 조상들이 농사를 짓거나 생활 속에서 사용하던 별난 도구들이다. 농업박물관이 25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개최하는 ‘이색 농기구전-별난 농기구, 똑똑한 생활용구’에는 박물관 소장 유물 5000여점 가운데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특이한 농기구와 생활용구 40여점이 전시된다. 농사 도구로는 흙을 고르고 파종 후 씨앗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하는 데 쓰인 ‘남태’를 비롯, 보리밭골 사이에 난 김을 매고 흙을 돋우는 ‘보토괭이’, 논의 물꼬를 트는 데 사용한 ‘살포’, 수확 후 탈곡할 때 쓴 ‘개상’, 탈곡 후 먼지와 지푸라기 등을 가려 정제하는 데 쓴 ‘부뚜’, 수확한 벼의 껍질을 벗겨내는 데 사용한 ‘매통’ 등이 있다. 생활용구로는 솥에서 건더기만 건져낼 때 사용한 ‘곰박’, 통풍이 잘돼 달걀의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도록 짚으로 만든 ‘달걀망태기’, 부엌이나 서까래 밑에 매달아 채소 등을 걸어둔 ‘말꼬지’, 쌀이나 보리쌀을 씻는 데 사용한 ‘이남박’ 등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백중날이나 추석, 칠월칠석 때 태평과 풍년을 기원하며 힘을 겨루는 데 사용한 ‘들돌’, 소를 길들이고 힘을 길러 일소를 만드는 데 쓰인 ‘돌’ 등도 흥미롭다. 입장은 무료.(02)2080-5727∼8.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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