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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 고흐는 지금 태백에 있다

    반 고흐는 지금 태백에 있다

    항상 계절이 바뀌어 갈 때쯤,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을 안고 강원도 태백의 고원자생식물원으로 떠나보자. 초록의 도화지에 노란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한 아름다운 해바라기밭이 기다린다. 굳이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말하지 않더라도 강렬하고 애잔한 노란 물결로 비어있는 가슴 한쪽을 노란물로 덧입혀 보자. 삶에 대한 강렬한 희망과 의욕으로 당신의 몸과 마음이 채색될 것이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며 화폭에 담아냈던 노란 해바라기. 광기어린 눈으로 생명과 태양을 바라보며 그려낸 걸작으로 노란색이 그토록 강렬하다는 것을 세상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그 후로 노란 해바라기는 강렬한 생명을 의미하게 되었다. 또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소피아 로렌이 전쟁터에 끌려간 남편의 흔적을 좇아 헤매던 영화 ‘해바라기’에서 펼쳐진 광활한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밭.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그녀의 눈망울을 닮은 ‘해바라기’는 이젠 애잔함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마찬가지다. 태양신 아폴로를 사랑한 요정 크리티에가 9일 동안 자신이 흘린 눈물만 마시며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해바라기가 됐다. 그래서 꽃말은 ‘열정과 그리움’. 역시나 이런 가슴 아픈 전설 때문인지 더욱 해바라기의 바다가 그리워진다.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을 가로지르는 삼수령 아래 위치한 강원도 태백의 ‘구와우’(九臥牛)마을. 아홉마리 소가 배불리 먹고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붙여진 편안한 마을의 구봉산자락에 고흐의 사랑이 가득 담긴, 소피아 로렌의 애잔함이 잔뜩 묻어 있는 ‘노랑’의 물결이 가득하다. # 노란 천국으로 떠나는 여행 태백 시내에서 검룡소 이정표를 보고 들어선 마을에서 어렵지 않게 식물원을 찾았다.12만평이나 되는 식물원 전체에 해바라기밭은 아래쪽 2만평, 위쪽 3만 5000평. 도대체 감이 오지 않는다.12만평은 얼마나 크고 3만평은 또 얼마나 되나. 하여간 무지하게 넓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어선 식물원 입구. 처음 만난 것은 코스모스였다. 하늘하늘 화사한 웃음이 보는 이의 마음을 밝게 만든다. 빨강, 파랑 등 형형색색의 가녀린 코스모스의 위태로운 몸짓은 언제 보아도 오래된 누이를 만난 듯 정겹고 반갑다. 관람로를 따라 식물원에 들어서자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 ‘쑥대밭’이 된 해바라기밭이 눈에 들어온다. 한창 해바라기가 피어 있을 때인데 이게 웬일인가. 놀란 마음으로 다가서니 주인장의 ‘속상한 소리’가 노란 해바라기를 대신해서 서 있었다. “긴 장마에 자식 녀석들이 제대로 태양 빛을 보지 못하고 시들더니 지난주의 태풍 ‘우쿵’ 때문에 녀석들 대부분이 누워버렸습니다. 관람객 여러분께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가슴이 ‘찡’해온다. 그래도 위쪽 해바라기밭은 분지여서인지 아직 쓰러지지 않고 노란 잎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한여름 꽃구경은 뜨거운 땡볕과 무더위로 고생을 하는데 역시 계절이 바뀌고 있어서인지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시원하고 날씨마저 선선해 꽃구경을 하기에는 ‘딱’이다. 쓰러져 있는 해바라기를 뒤로하고 산등성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르자 여기저기서 야생화들이 눈에 띈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구절초, 편안한 연보랏빛의 벌개미취의 모습에 걷는 고생은 씻은 듯 사라진다. 잣나무가 우거진 호젓한 숲길이 끝나니 노란 해바라기가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온다. # 감동의 노란 물결 숲을 빠져나오자 해바라기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원두막이 있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쉬라고 지어놓은 모양이다. 원두막 앞에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노란 물결이 출렁인다.“우∼와”하는 탄성과 함께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이 물밀듯 밀려온다. 눈앞에 일렁이는 노란 물결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그림으로 보았던 고흐의 해바라기보다 더욱 강렬함을 준다. 오두막에 앉아 불어오는 노란 바람에 온몸을 맡기며 세상 시름을 잠시 내려놓는다. 참 평화롭다. 크고 부드러운 능선의 굴곡을 따라 난 산책로. 손을 꼭 잡고 걷는 중년의 부부, 어깨를 감싸고 사진을 찍는 연인,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가족들이 지나간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니 너무나 신기하고 좋았다.3만평이 넘는 밭의 절반에 피어 있는 노란 해바라기는 한 방향만을 향해 머리를 들고 있다. 참 이상하다. 어찌 저 수많은 해바라기꽃이 한결같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 여행정보 태백 고원자생식물원(www.guwow.co.kr)의 해바라기 축제는 아마 이번 주말이 마지막일 듯싶다.‘자연의 일을 인간이 어떻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겠느냐.’는 김남표 원장은 9월12일까지 축제를 열고 싶은데 긴 장마와 태풍 때문에 다음 주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어린이 2000원. 식물원 관람로를 따라 한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30분∼2시간이면 넉넉하다. 식물원에서는 해바라기 다음으로 인기있는 것은 해바라기 산야초 비빔밥. 더덕, 당귀, 메밀 새싹 등에 밥과 고추장, 해바라기씨 기름을 넣고 비비면 매콤달콤한 비빔밥이 완성된다. 밥이 진짜 박으로 만든 바가지에 따로 나와 이색적이다.15년 묵은 된장으로 끓여낸 장국도 시원하다.7000원. 각종 산나물과 약초, 해바라기씨를 넣고 노릇노릇 붙인 산야초전도 별미.5000원. 이밖에도 동동주, 메밀전, 도토리묵 등과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 “내년엔 유채바다 만들터” 누가 첩첩산중에 이렇게 광활한 해바라기밭을 만들었을까. 얼마나 해바라기를 좋아했으면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했을까. 고원자생식물원 김남표(41)원장이 직접 가꾸고 심었다. 인테리어 사업을 접고 5년전 고랭지 배추를 재배했다가 수지가 맞지 않자 친구와 함께 식물원을 차렸다. “뭐 큰 뜻이 있어서는 아니고요. 배추 농사보다 낫겠다 싶어 해바라기를 심은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머리는 길어 늘어뜨렸지만 검게 그을린 얼굴, 마디 굵은 손가락을 보면 고생했던 세월이 쉬 느껴진다. “식물원을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일을 해도 끝이 없어요. 저기 보이는 언덕 돌담, 불과 1㎞도 안 되지만 혼자서 3개월을 고생한 끝에 만든 거예요. 처음에는 40㎏짜리 해바라기씨 10포대를 아주머니 30명이 열흘동안 심었어요.” 이 많은 해바라기는 어떻게 할까. 일단 해바라기씨를 전부 채취해서 기름도 짜고 다음해 심을 종자로 쓴다. 또 간단하게 음식도 만든다. 씨를 빼고는 모두 밭을 갈아 엎는다. 해바라기는 단년생으로 내년에 또 다시 씨를 뿌려야한다. 내년 봄에는 유채꽃 씨를 뿌려 다시 자생식물원을 노란 바다로 만들 작정이다. “뭐 사람이 산다는 것이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희망과 웃음을 주면 그게 제일 아닌가요.”
  • [산이 좋아 산으로] 전북 진안 마이산

    [산이 좋아 산으로] 전북 진안 마이산

    ‘무진장’의 고을 전북 무주, 진안, 장수 3개 군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길도 잘 나지 않아 물어물어 찾아오던 시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여전히 옛 정취가 흠뻑 묻어나는 진안에 들어설 즈음,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오롯이 솟은 마이산(馬耳山·673m)의 자태다. 나란히 솟은 암마이봉(673m)과 숫마이봉(667m)이 마치 말의 두 귀와 같다 하여 이름 붙은 마이산. 신라시대에는 ‘섰다’ ‘솟다’의 한자음 표기로 서다산(西多山), 고려시대에는 ‘솟아오르다’는 뜻의 용출봉(湧出峰)이라 불렸다. 마이산 산행은 종주 코스의 들머리인 합미산성 입구를 찾아내는 일부터 녹록지 않다. 그 옛날 진안 일대의 가장 큰 곡창지대였다는 마령벌을 지나 제멋대로 자란 수풀을 헤치고 야트막한 언덕에 올라섰는데도 산길은 제 몸뚱이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도 넓은 잎을 가진 칡덩굴, 산딸기나무, 보랏빛 싸리꽃이 뒤엉킨 채 떨궈내는 아침이슬을 온몸으로 맞으며 여름내 우거진 잡목 숲을 걷는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다. 20분쯤 지나자 거의 무너져 내려 바닥에 돌무더기만 여기저기 흩어진 합미산성터.1시간쯤 호젓한 오솔길을 더 걸어 덕천교와 만나는 지점에 다다를 즈음부터 오르막이 험해지고 철계단이나 바위에 단단히 고정시킨 굵직한 로프가 더러 눈에 띄기 시작한다. 급한 경사를 타고 오르면 간간이 나오는 전망 좋은 바위는 잠시 마령평야를 내려다보며 숨 고르는 여유가 되어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드러나는 마이산 종주의 참맛은 이제부터다. 들머리에서 3.3㎞쯤 떨어진 광대봉(609m)에 올라서는 순간, 암마이봉 숫마이봉이 찬연히 솟아오르고 저 멀리 덕유와 남덕유의 능선이 아스라이 흐르고 있다. 금남호남정맥 가운데 떡 버티어 서서 운장산으로 차고 오르는 금남정맥과 영취산에서 덕유산으로 장쾌하게 뻗어나가는 백두대간을 한번에 껴안는다. 풍경에 취해 1시간 남짓 걷는 사이 일행은 어느새 옛 금당사 자리, 고금당 나옹암과 조우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고려 말 고승 나옹선사가 읊었다는 시. 하지만 나옹선사의 수도처로 전해오는 자연암굴 주변에 그 고귀한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짓다 만 사찰의 붉은 철골조만 흉물스럽게 서 있을 뿐이다. 쓸쓸히 나옹암을 뒤로 하고 40분쯤 걸어 바위 위에 있던 나무를 거의 베어내지 않고 지었다는 누각 비룡대(527m)에 올라선다. 암마이봉 수마이봉이 성큼성큼 걸어온 듯 가까이에 있다. 암마이봉 왼쪽으로 봉우리 네 개가 차례로 이어진 삿갓봉도 눈에 들어온다.360도 한 바퀴를 휘돌아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인간의 눈으로도, 사진으로도 그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 삿갓봉 삼거리에서 봉두봉(540m)을 지나면 곧 마이산 정상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거대한 두 몸뚱이를 내밀지만 두 군데 모두 통제구역이라 올라갈 수는 없다. 서로 마주볼 뿐 서로 기댈 수 없는 두 봉우리, 우리 역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하산은 돌탑 80여 기가 모여 있는 유명한 탑사,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절이라는 은수사를 거쳐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 되는 천황문과 화엄굴을 지나 북부주차장으로 하면 된다. 글 정수정 사진 남영호월간 MOUNTAIN 기자 (www.emountain.co.kr) # 여행정보 대진고속도로 무주 나들목으로 나와 30번 국도를 타면 진안까지 30분, 진안 시내에서 마이산까지는 4㎞다. 물 좋은 진안의 먹을거리로는 돼지고기가 유명하다. 북부 주차장 내에 있는 일품가든(063-433-0825)에는 10년 넘게 축산업에 종사한 염기찬 사장이 직접 칼로 썬 환경살을 맛보러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 많다. 진안 시내에는 애저찜의 원조 진안관(063-433-0651)이 유명하고, 전원일기(063-433-1666)의 삼겹살도 인기가 좋다.
  • [24일 TV 하이라이트]

    ●글로벌 코리안(YTN 오후 8시20분) 동남아에서 한국산 담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짜 담배가 유통되고 있다. 라오스에서 유통되고 있는 한국산 가짜 담배는 한국내의 절반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가짜 담배는 한국산 담배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유해물질이 들어있어 호흡기 질환 등 건강에 치명적이다.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EBS 오후 11시55분) 마케팅 혁명가 세스 고딘의 화제작 ‘보랏빛 소가 온다’를 소개한다. 보랏빛 소(Purple Cow)로 상징되는 ‘리마커블’(Remarkable) 이란 새로운 마케팅 개념.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품·서비스 시장에서 최종 승자가 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 한다. ●김미화의 U(SBS 오후 1시) 화장 안한 맨얼굴을 가리키는 일명 ‘쌩얼(生+얼굴)’열풍이 얼짱, 몸짱, 동안 신드롬을 훌쩍 넘었다. 방송사상 최초로 ‘쌩얼’미인들이 총출동했다. 피부미인 5인방이 밝히는 초특급 비밀을 공개한다. 또 ‘쌩얼’메이크업의 절대강자 김청경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통해 연예인들의 일명 ‘쌩얼’메이크업을 배워본다. ●오버 더 레인보우(MBC 오후 9시55분) 다른 여가수와의 기습키스로 렉스의 좋지 않은 기사가 나오고, 최사장은 렉스에게 당장 희수와 갈라서라고 한다. 렉스는 희수에게 영화보러 가자고 하고, 희수는 대형스크린에서 자신의 모습이 들어간 뮤직비디오가 나오자 감동한다. 렉스는 희수에게 기자회견에서 진심을 말하라고 한다. ●해피투게더(KBS2 오후 11시5분)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아서 남자친구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던 김지호가 초등학교 시절 짝사랑하던 선생님을 만난다. 김지호의 어린 시절 일화들이 공개된다. 순정만화 주인공 같았던 이지훈. 지훈이 윤상의 ‘이별의 그늘’을 부르면 그 자체가 한편의 뮤직비디오였다는 초등학교 시절 추억을 털어놓는다.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신형은 국화에게 모진 말이라도 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윤후를 보고 기가 막힌다. 국화는 라면박스를 들고 찾아온 윤후에게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못을 박고, 윤후는 섭섭한 마음에 울컥해서 진심을 털어놓고 만다. 한편, 홍영감은 일도에게 경찰에 알리지 않을 테니 혜숙에게서 떠나라고 한다.
  • 2006 소비 트렌드 확 비싸거나 아예 싸거나

    2006 소비 트렌드 확 비싸거나 아예 싸거나

    “딸에게 어울린다면 가격은 문제가 안돼요.” 11일 오후 2시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서관 5층 아동복 매장인 ‘디올 베이비’. 유모차를 끌던 이모(31·여)씨가 세살배기 딸을 위해 27만원짜리 티셔츠를 골랐다. 매장에는 20만원짜리 유아용 바지와 30만원대의 바지가 진열돼 있었다. 이 날 오후 3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1층의 루이뷔통 매장. 매장에는 벌써 가을 코트가 걸려 있었다.“보랏빛 원피스가 너무 예쁘다.”며 50대의 한 여성 고객이 계산대에서 지갑을 열고 카드를 꺼냈다. 오후 4시를 넘긴 시간, 비교적 가격이 싼 명동 아바타몰 5층에 위치한 다이소 매장도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1000∼3000원에 물건을 파는 대표적인 균일가 매장이다. 파란색 바구니를 하나씩 든 쇼핑객이 붐볐다. 다이소아성산업은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매출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0%가 증가한 570억원”이라고 전했다. 강소미(33·여)씨는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어 자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수억원짜리 수입 자동차와 명품이 날개돋친 듯 팔리는가 하면 수천원에 물건을 파는 저가 매장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반면 중상층이 이용하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매출은 올해 처음으로 지난달 0.1%씩 감소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동안 국내에 들어온 수입자동차는 3586대로 전년 같은 기간의 2627대보다 36.5%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는 2만 193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2930대보다 무려 56.2%나 증가했다. 실례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2억 6600만원짜리 ‘S600’은 지난해 6월 두 대가 나갔으나 올 6월에는 무려 60대가 팔렸다. 또 아우디의 1억 2000만원짜리 ‘A8 3.2 FSI LWB’(3123㏄)는 11대가,BMW의 1억 7120만원짜리 ‘650i’는 올해 처음 2대가 나가는 등 고가 수입 자동차 판매가 고속질주하고 있다. 롯데 에비뉴엘의 4∼7월 평균 신장률은 38%에 달했다. 이같은 비율은 22개 롯데백화점의 평균 7%를 5배 이상 신장한 것이다. 이 가운데 명품매장인 루이뷔통은 월 17억∼19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도 올 2·4분기 매출이 9.3%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명품 아동복은 무려 23%, 세살 이하의 명품 유아옷은 19%가 각각 신장했다. 특히 유아복에선 한 벌에 7만∼8만원 하는 ‘쇼콜라‘ ‘밍크뮤’ 등이 많이 팔렸으며, 아동복에선 20만∼45만원짜리 ‘베이비 디올’,‘D&G 주니어’의 티셔츠와 바지, 카디건이 많이 나갔다. 신세계백화점이 5월말 도입한 국내 최고가인 129만원짜리 노르웨이산 유모차 ‘스토케’는 지금까지 15대 가량 팔렸다. 서울·수도권 5개 백화점에 입점한 어린이 색조 화장품 전문업체인 파라코 관계자는 “2·4분기 매출이 1·4분기보다 30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최고급 가전제품도 잘 팔리고 있다.LG전자는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PDP와 LCD TV의 판매 비중이 지난해의 10%에서 40%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또 일반 냉장고보다 2배 이상 비싼 양문형 냉장고는 50%, 일반 세탁기보다 3배 가량 비싼 스팀트롬 세탁기의 판매 비중이 55%에 이른다.LG 관계자는 “1대 가격이 8000만원 가량 나가는 71인치 금장 PDP도 한 달에 수십대씩 나간다.”고 말했다. 이기철 류길상기자 chuli@seoul.co.kr
  • [신나는 과학이야기] 태안 오키드타운을 찾아

    [신나는 과학이야기] 태안 오키드타운을 찾아

    지루했던 장마도 끝나고 드디어 여름 휴가 시즌이다. 바다로 갈까, 산으로 갈까 망설여진다면 오키드타운으로 가면 어떨까.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있는 오키드타운(www.orchidtown.co.kr)에서는 갯벌 체험, 오키드식물원 관람, 조개잡이 등 여러 가지 코스를 경험할 수 있어 바다의 내음과 식물의 싱그러움을 동시에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갯벌이란 무엇일까?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리면 오키드타운의 갯벌에 도착한다. 서해안은 조석 간만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갯벌이 잘 발달했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은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 강 유역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불린다. 갯벌은 조류에 의해 운반된 미사나 점토 등의 작은 입자가 퇴적된 평평한 땅을 말한다. 만조 때는 물 속에 잠기고 간조 때는 그 모습이 드러난다. 갯벌은 육상과 해양의 생태계가 접하는 곳으로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사람이 바다로 보내는 각종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갯벌에서는 간조 때 간단한 도구가 있으면 쉽게 조개나 굴 등을 채취할 수 있다. ●동양란과 서양란은 어떻게 다를까? 약 1500평 규모의 오키드식물원은 난과 허브가 주종을 이룬다. 오키드(orchid)는 난이라는 뜻이다. 식물원에 들어서면 아주 큰 온실에 들어온 것 같은데,1년 내내 난과 허브를 즐길 수 있다. 난은 동양란과 서양란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동양란은 서양란에 비해 왜소하고 소박하며 대부분 향기가 나지만, 서양란은 꽃이 크고 화려하며 대부분 향기가 없다. 동양란에는 춘란, 풍란, 소심란 등이 있다. 서양란에는 카틀레야, 덴파레, 심비디움 등이 있다. 식물원에서는 난을 가꾸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허브는 어떤 효능이 있을까? 허브는 여러 가지 효능이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식물원에서 난은 손으로 만지면 안되지만, 허브는 손으로 마음껏 만질 수 있다. 여러 가지 허브 향을 맡으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솔잎 모양으로 생긴 로즈마리는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주고, 보랏빛의 꽃잎을 가진 라벤더는 소화 불량이나 편두통에 도움이 된다. 또, 식물원에서 빠뜨리면 안되는 중요한 코스가 있다. 바로 갓 자란 새싹과 허브꽃을 넣은 허브꽃밥을 먹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밥과 함께 비벼서 먹는 것이 어색할지도 모르겠지만, 허브꽃밥의 모습과 맛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허브비누는 어떻게 만들까? 식물원에서는 허브비누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베이스 오일에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 수용액을 붓고, 걸쭉해질 때까지 젖는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의 색소와 허브 오일을 조금 넣고 다시 저어준 다음 다양한 모양의 틀에 담고 기다리면 나만의 허브비누가 완성된다. 이번 주말에는 오키드타운에서 바다 냄새, 난과 허브의 향을 맡고, 그 속에 숨어있는 과학에 흠뻑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경은 영동중 교사
  • [생활의 지혜] 포도로 염색하자

    옷이나 가방, 이불 등 오래되어 싫증난 천 소재의 물건들에 포도 껍질을 이용해 예쁘게 염색해보자. 포도 껍질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들어 있어 천을 예쁜 보랏빛으로 물들여준다. 냄비에 포도 껍질과 적당량의 물을 넣어 끓인 후 체에 밭쳐 포도물만 걸러낸다. 걸러낸 포도물에 염색할 천이나 옷을 넣고 5분 정도 주무른 후 맑은 물에 헹궈 그늘에서 말리면 된다.
  • [2집이 맛있대] 서울 신사동 일식 ‘아리마’

    [2집이 맛있대] 서울 신사동 일식 ‘아리마’

    서울 강남 신사동에 자리잡은 일식당 아리마에 가면 다른 데서 보기 힘든 일본의 정통 가정식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매실을 밥 위에 얹은 우메차 덮밥에 닭튀김, 소고기튀김 등을 반찬 삼아 먹다 보면 식당음식 같지 않고 어머니의 정성이 들어간 상차림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이 집 음식이 소박하냐면 그건 아니다. 요즘 뜨고 있는 일본식 청국장 낫도를 이용한 애피타이저 ‘아보카도 낫도 무침’ ‘오징어 낫도 무침’은 보기에도 화려한 퓨전 요리. 낫도와 과일, 생선의 만남은 예상외로 잘 어울린다. 특히 향긋한 아보카도의 맛과 고소한 콩의 묘한 조화는 감탄을 자아낸다.‘낫도 영양솥밥’도 이 집만의 독특한 요리다. 보랏빛 가지가 예쁘게 변신한 ‘가지튀김’도 환상적인 맛을 자아낸다. 집에서 간장 양념에 쪄낸 가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살짝 기름에 튀겨 땅콩버터 소스 같은 것을 찍어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요리의 창의성이라는 화두를 던져주는 만큼 주부라면 특히 한번 먹어 볼 것을 권한다. 100여 종류에 이르는 다양한 일식메뉴는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일식당을 운영하는 홍준성(32) 사장이 10여년간 일본에서 공부하면서 일본의 전통맛을 찾아 맛집 200여군데를 다니며 발품을 판 덕분이다. 이 집이 내건 슬로건은 ‘수제 갓포 요리 전문점’. 홍 사장은 “수제는 즉석에서 주문한다는 뜻이고, 갓포는 단품요리라는 뜻”이라면서 “이미 짜여진 코스 요리가 아니라 즉석에서 하나씩 주문해서 나만의 ‘DIY’ 코스 요리를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튀김, 초밥을 먹고 싶지 않다면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주인의 뜻대로가 아닌 ‘내뜻’대로 먹을 수 있어 좋다. 요즘 일본에서는 이처럼 수제 갓포 요릿집이 유행이란다. 홍 사장은 또 정통 일식을 고집하지 않고 한국식 요리도 가미했다. 도미 조림을 하더라도 일본식 간장에 조리기도 하지만 한국식으로 고춧가루를 넣고 조리기도 한다. 곳곳에 고객에 대한 배려가 숨어 있다. 이 집에 들어서면 밝은 빛 나무 소재로 꾸며져 편안해서 좋다. 보통 일식당 하면 갖게 되는 다소 무거운 이미지를 훌훌 털어버린, 산뜻한 가족 레스토랑 분위기다. 그렇다면 가격은? 이만한 위치에 인테리어를 감안하면 무지 비쌀 것이라고 생각할텐데 예상외로 ‘합리적’이다. 싼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비싸지도 않다.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감안한다면 기꺼이 가족들과 한끼 먹을 만한 곳이다. 글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케이블TV “채널광고로 시청자 잡자”

    ‘채널 광고가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인기 배우 장동건과 차승원이 ‘맞짱’을 뜬다.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다. 영화에서도 아니다. 영화채널 맞수 OCN과 채널CGV의 채널 광고를 통해서다. 차승원이 새달 1일부터 채널CGV가 내보내는 채널 광고에 등장한다. 채널CGV를 소유하고 있는 CJ미디어가 스타를 기용해 블록버스터급 채널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명천, 서정완, 김종원 등 CF 감독 3명이 한 편씩 담당하며 호주 올로케이션을 통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2003년 북을 두드리는 장동건 광고로 사상 처음 채널 광고를 등장시켰던 온미디어의 OCN도 지난 5월부터 제작비 15억원을 투입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 영화 ‘와호장룡’ 촬영지인 중국 우루무치 지역을 배경으로 말을 달리는 수많은 장동건을 보여주는 등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앞서 온미디어의 슈퍼액션은 현빈을 앞세워 시청자를 공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월드컵 중계방송을 앞두고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에서도 본격적인 채널 광고는 아니지만 ‘월드컵 채널’임을 강조하는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장동건이나 차승원, 현빈처럼 블록버스터급 채널 광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론칭 당시 장진영을 모델로 내세웠던 온스타일은 요즘 하얀 발레 의상을 입은 무용수 사이에 보랏빛 의상을 입은 발레리나를 등장시키는 등 궁금증을 자아내는 티저 광고 형식으로 ‘스타일은 개성’이라는 채널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모티프를 따온 ‘버로우’,‘뉴클리어’,‘실드’ 등 온게임넷 채널 광고 시리즈도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으며 동영상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채널 광고의 뿌리는 방송국이나 채널의 이미지와 이름을 알리기 위해 제작되는 10∼30초짜리 영상물 ‘스테이션 아이디’다. 당초 채널 이름 철자를 활용한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이나 영화 장면을 편집한 스테이션 아이디가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서는 온미디어 등 복수채널사용업자(MPP)를 중심으로 일반 CF 수준을 뛰어넘는 채널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케이블에서 채널 광고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100여개나 되는 채널을 시청자가 일일이 기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온미디어 이영균 PR팀장은 “채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지도가 시청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자기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심상덕의 서울야화] (10) 땡땡이 무늬와 물방울 무늬

    [심상덕의 서울야화] (10) 땡땡이 무늬와 물방울 무늬

    벌써 민소매 옷차림이 한창입니다. 예년보다 더위가 더 빨리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이고 말이죠. 그런데 우리가 지금도 ‘땡땡이 무늬 옷’과 ‘물방울 무늬 옷’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그 차이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땡땡이’ 무늬라는 것은 ‘점점’, 점이 찍힌 무늬를 뜻하는 일본식 발음입니다. 차이점이 있다기보다는 ‘땡땡이 무늬’란 일본식 표현인 거죠. 앞으로는 ‘물방울 무늬’라는 우리말로 바꿔 썼으면 좋겠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패션의 진원지는 아직도 서울의 ‘명동’입니다. 명동은 ‘날 일(일)’자와 ‘달 월(月)’자가 합쳐진,‘밝을 명(明)’자 명동입니다. 해와 달이 함께 떠있는 동네인 겁니다. 그러니 ‘명동’이라는 동네가 낮과 밤 할 것 없이 환하게 밝지 않을 수가 없는 거겠죠. 특히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사이, 그 시절 명동에 나가면 시인인 ‘공초 오상순’을 만나기 위해 문학청년들이 담배연기 자욱한 ‘청동다방’으로 몰려 들었습니다. 그리고 명동에는 ‘동방싸롱’ 또 ‘은성’이라는 술집,‘르네상스’와 ‘돌체’같은 음악 감상실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지금은 명동 거리에 대형 구두점들이 더 많이 눈에 띄지만 과거 전성기 때의 명동 큰길 양쪽에는 양장점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었던 양장점은 ‘송옥 양장점’입니다. 그 시절의 연예인들 중에서도 ‘백치 아다다’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나애심’이 이곳의 단골이었습니다. ‘장벽은 무너지고 강물은 불려 어둡고 괴로웠던 세월도 흘러 끝없는 대지 위에 꽃이 피었네 아 꿈에도 잊지 못할 그립던 내 사랑아 한 많고 설움 많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 나애심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는 이런 노래도 불렀던 가수 겸 영화배우였습니다. 나애심뿐만 아니라 그 당시 대부분 연예인들이 단골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히는 디자이너 중에도 지난날 이 ‘송옥 양장점’에서 출발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 시절만 해도 시집가는 신부가 신혼여행 때 입을 옷 한 벌 새로 맞춰 입을 경우에도 그렇고 또 해마다 철이 바뀔 때면 새 옷 한 벌 마련하기 위해 명동의 양장점을 찾아 나서는 게 큰 행사 중에 하나였던 겁니다. 그 시절엔 자기가 입을 옷을 선택할 때 그 양장점 진열장 속에 있는 마네킹이 입고 있는 견본을 보고 그 옷 그대로 맞춰달라고 주문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고 또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고 그리고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명동의 모든 양장점들은 일감이 밀려서 밤 12시 통금 직전까지, 아니면 또 밤을 새워 가며 일을 했죠. 그 시절엔 한번 유행을 했다 하면 자기의 개성적인 멋에 맞추지 못하고 ‘저 사람이 입었으니까 나도 저 사람하고 똑같이 한벌 해입자.’ 이런 식이었거든요. 짧은 치마가 유행할 땐 전부다 짧은 치마 또 긴치마가 유행일 땐 전부다 긴치마. 말로는 유행 따라 옷을 해 입는다지만 결과적으로는 획일적인 의상이었어요. 마치 젊은 여성들이 단체로 유니폼을 해 입은 것처럼 말이죠. 그 시절엔 주로 여성들에게 유행하는 옷차림에 대한 패션쇼를 할 때도 지금은 옷에다 꽃을 수놓는다면 이건 뭐 당연히 ‘장미’나 ‘튤립’같은 꽃이 등장하겠지만 1950년대 중반부터 60년대 사이 그 무렵엔 패션쇼를 할 때 아래위 예쁜 옷을 걸친 모델들이 장미꽃 대신 연보랏빛 ‘무 장다리꽃’이나 노오란 ‘배추 장다리꽃’을 가슴에 듬뿍 안고 나오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서양식 장미꽃보다 명동의 패션쇼에서도 ‘무장다리꽃’이나 ‘배추 장다리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던 그런 소박함과 순수함이 있었던 겁니다.‘장다리 꽃’, 이름부터 정답고 아름답지 않습니까.
  • ‘5·31’ 촌철살인 입담대결

    내년 대선을 앞두고 5·31지방선거의 정치적 함의는 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주요 고비마다 ‘촌철살인’의 입담이 이어졌다. 병상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2일 참모에게 던진 “대전은요?”라는 한마디는 격전지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정치적으로 오버하지 말라.”는 박 대표의 당부와 달리 정치권에선 “박근혜 대표님, 고맙습니다.”(오세훈 서울시장 후보),“60바늘을 꿰맸다니 성형도 함께한 모양이다.”(노혜경 노사모 대표) 등 설화가 빚어졌다. 유례없는 여당의 고전은 “한나라당의 싹쓸이만은 막아 달라.”는 정동영 의장의 읍소를 낳았다.하지만 상대 정당들은 “우리당 해체선언부터 하라.”(민주당 유종필 대변인),“개평·구걸 정치에 동정은 없다.”(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며 비꼬았다. 선거 초반 열린우리당에선 ‘집토끼 타령’이 불거졌다. 우상호 대변인은 “집토끼(전통지지층)가 나갔지만, 산(한나라당)으로 간 게 아니라 집 주변에 머물고 있다.”며 지지세 결집을 호소했다. 그러나 갈수록 선거구도가 나빠지자 강금실 서울시장·진대제 경기지사 후보의 선거참모들은 “당이 발목을 잡아 미안하다.”며 공개편지를 띄웠다. ‘보랏빛 바람’을 기대했던 강 후보는 TV토론에서 “정치에 정말 속은 것 같다.”며 기존 정치권에 불만을 드러냈다. 선거 막판 강 후보가 “진실은 승리한다.”며 72시간 불면 유세에 나서자, 오세훈 후보는 “마지막 순간까지 뼈가 으스러지도록…”이라며 걷기·달리기·자전거타기 등 철인 3종 유세로 맞불을 놓았다.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분석] 이념 : 중도층 두터워지고 진보 與 이탈

    서울 시민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이념 성향은 과거에 비해 중도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이념 성향별로 살펴 봐도 예상과 달리 진보계층에서 강 후보의 지지율이 32.6%로, 한나라당 오 후보의 32.8%에 비해 오히려 0.2%포인트 낮게 나타났다.2004년 총선 때는 진보계층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반면 보수계층은 50.2%가 오 후보를 지지해 13.4%에 그친 강 후보를 4배 가까이 앞서도록 했다. 이처럼 여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진보계층에서는 강 후보가 크게 앞서 나가지 못하고 있는 데다 보수층에서는 한나라당 오 후보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보여 결국 둘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강 후보는 초기에 보랏빛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진보·보수계층의 선호가 뚜렷하게 나뉠 수 있는 대립쟁점을 제기해서 이슈로 선점하는 것엔 실패했다.그가 던지는 메시지도 전통적인 지지층인 진보층을 겨냥한 것이 없다.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운 서울시청 청사 이전문제도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문제가 아니어서 쟁점화하지 못했다.
  • [열린세상] 이미지 정치와 매니페스토 운동/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각각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오세훈 전 의원이 확정되면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이미지 선거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두 후보 모두 정책(내용)보다는 이미지(겉포장)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이미지 정치’란 부정적인 것이라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다. 그러나 이미지 정치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 사실 필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정적이지 않다는 말은 이미지가 실제 내용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필연적이란 말은 이미지를 통해 내용을 추론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의 한계임을 의미한다. 겉다르고 속다르다는 말이 있다. 사실 물건 중에는 겉모습만 반질거리고 내용이 부실한 것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책이다. 그러나 생명이 없는 물건과 달리 살아 있는 생물체의 경우 겉과 속이 확연히 다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왜냐하면 생물체의 겉과 속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양자가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침팬지 사회에서의 우두머리는 누가 보아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우두머리의 겉모습에는 다른 침팬지에게서 볼 수 없는 내적 자신감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위풍당당해 보이던 놈이 우두머리 자리를 뺏기고 나면 겉모습도 함께 위축되고 만다. 적어도 침팬지 사회에서 이미지와 실제 내용은 상당히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침팬지에 비해 위장전술이 뛰어나다. 따라서 겉모습과 이미지에 속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고, 일반적으로 한 인간의 표정이나 행동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총체적으로 표현한다. 흉악한 범죄자의 표정은 존경받는 종교인의 표정과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 정치는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미지 정치를 현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산물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넓은 의미의 이미지 정치는 인간 정치의 역사와 그 시작이 같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인간이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미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TV 등 현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이 이미지 창출의 가능성과 그 효과를 증대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정치인들도 나름대로 이미지를 활용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이미지 정치의 필연성에 공감한다면, 이미지 정치 그 자체에 대한 비난 공방은 무의미하다. 정말 중요한 과제는 겉다르고 속다른 후보와 정치인을 가려내는 일이다. 이것이 곧 후보 검증이며, 그 수단의 하나가 최근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매니페스토 운동을 통해 이미지 정치를 불식시킬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견해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반(反)이미지 정치 운동이 아니다. 단지 한 후보의 전체 이미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요소인 정책적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겉만 번지르르한 후보를 가려내자는 운동이다. 후보 이미지가 그 후보의 (정책을 포함한) 총체적인 내용물의 반영이라고 할 때, 정책의 구체성을 강조하는 매니페스토 운동 또한 바람직한 이미지 창출의 한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떤 후보가 보랏빛 스카프를 두르든 검은색 바지를 입든, 또 어떤 후보가 녹색 넥타이를 매든 그냥 내버려 두자. 그에 혹하여 표를 던질 유권자는 별로 없다. 유권자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스카프나 넥타이 색깔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 사람의 내적 자신감, 정치적 신념 그리고 과거 행동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강금실 브랜드 실체…자유분방·배짱의 절묘한 조화

    2일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정치적 자산은 다양한 프리즘을 갖고 있다. 사법개혁 과정에서 보여준 ‘강단과 배짱’, 그리고 정치인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자유분방함’이 절묘하게 결합돼 있다. 지난달 5일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강 후보는 ‘보랏빛’으로 상징되는 탈 이데올로기와 통합, 생활정치 등 3대 모토로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로 만들었다. 기존 정치인에 환멸을 느꼈던 유권자들은 강 후보에 환호했고 이른바 ‘강풍(康風·강금실 바람)’의 진원지가 됐다. 당 지도부가 그에게 ‘구애 공세’를 펼친 것도, 이날 경선에서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인 이계안 의원을 압도적인 차이로 이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등장으로 상황이 돌변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는 오 후보에게 10∼20% 포인트 뒤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변하는 기류다. 여당으로서 서울시장의 선거 결과는 ‘5·31 지방선거’ 전체 승패를 가늠하는 잣대다. 강 후보가 패할 경우 열린우리당은 엄청난 혼란과 함께 정개 개편의 소용돌이로 빨려들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강 전 장관은 이날 후보 선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포용력 있고 전문화된 성숙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실망했다.”며 강도높은 여당의 반성을 촉구했다.
  • 현장 투표율 4.8% ‘썰렁’

    이변은 없었다. 보랏빛 돌풍이 1차 관문을 넘었다.2일 여론조사, 현장투표할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집권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이제부터 황야에 던져진 셈”이라며 5·31 본선 걱정부터 앞서는 눈치였다. 무기는 ‘반성’과 ‘진심’이라고 했다. 개혁정당의 본질을 잃어버린 반성을 토대로, 일꾼 시장을 다짐했다.‘교육특별시장’을 전면에 내걸고 ▲강남·북 격차 해소 ▲경제활성화·일자리 창출 ▲안전한 서울 ▲복지 서울을 약속했다. 지난 한달여간 ‘대세론’과 ‘대안론’이 교차했던 경선 레이스였다. 막판 표심을 향한 두 후보의 현장 슬로건도 “희망이 일하게 하자.”와 “이계안이 이겨야 우리당이 이긴다.”였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았다. 현장 투표율은 전체의 4.8%에 불과했다. 이날 국회에서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인 탓도 있겠지만 ‘그들만의 리그’에 그친 흥행 참패였다. 행사 초반 300여명만 자리를 지켰다. 열성 당원을 경선으로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선거인단 2만 5000명은 당원 18여만명 가운데 무작위 추출로 정해졌다. 당의 근간인 대의원 2500명과 운영위원 500명이 선거인단에 포함될 확률은 극히 낮은 셈이다. 두 후보의 이슈도 대립각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목표부터 달랐다. 강 후보가 ‘포스트 경선’이라면 이 후보는 ‘뒤집기’였다. 강 후보는 전반적으로 느긋해보였다. 당선이 확정되기도 전 수락연설문을 배포할 정도였다. 이 후보는 ‘구원투수론’을 내세우며 전략적 선택을 역설했다 오후 3시쯤 “직권상정 법안이 통과됐다.”는 국회발 통신이 전파되자 분위기가 고무되기 시작했다. 당원 수가 1000명을 웃돌았다. 한 시간여쯤 뒤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김혁규 최고위원, 염동연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현장을 찾아 뒤늦은 격려를 보냈다.오일만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5·31 지방선거-유권자가 희망이다](6)유비쿼터스 활용기법 백태

    “‘내 이미지 메이킹이 뭐냐.’고 묻는 후보들이 많다. 최근엔 피아이(PI:President Identity) 컨설팅이라고 해서 후보들의 말, 코디네이터, 제스처 등을 직함에 맞게 트레이닝한다.”(이윈컴 김능구 대표)“어떤 인식을 갖고 어떤 이슈를 제기해야 대중에게 어필하는지 자문해 준다. 장점을 최대로 살려 주고 실무적으로 홍보까지 이어지게 돕는다.”(민기획 박성민 대표),“돈·조직 중심에서 정책·비전 등으로 중심이 이동했다. 사이버 공간은 후보자들에게 필수다.‘선거일기 올리기’도 급증하고 있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정창교 이사) 유권자의 힘이 거세다. 그들의 ‘코드’를 못 읽거나, 감성을 파고들지 못하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최근 불어닥친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의 보랏빛 ‘강풍(康風)’이나 한나라당 서울시장 오세훈 후보의 녹색 ‘오풍’(吳風)’은 단적인 예다. 특히 오풍은 여론조사의 힘으로 당원·대의원의 표심도 바꾸면서 경선 합류 16일 만에 서울시장 후보로 떠오르는데 원동력이 됐다. ●변화 원인:‘대중 정치’의 힘 이런 역동적 변화의 핵심에는 유권자가 자리잡고 있다. 미디어환경의 변화에 힘입어 그들은 ‘수동태’에서 ‘능동태’로 당당하게 나섰다. 불법선거 감시에서부터 자신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엄격해진 개정 선거법의 영향도 주요 원인이다. 합동연설회, 정당연설회 등은 금지됐다. 유권자에 밥을 샀다가는 50배 벌금을 내야 한다. 게다가 조직을 동원할 돈을 구할 방법도 많지 않다. 남은 것은 TV토론회·언론 등 오픈된 선거 방식뿐이다. 자연스레 운동주체도 브로커라는 ‘음지’에서 컨설턴트라는 ‘양지’로 나왔다. 이런 변화에 대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대중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며 “이제 ‘대중 정치인’의 시대가 아니라 대중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반영하는 ‘대중 정치’ 시대여서 후보들에게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해졌다.”고 진단한다. ●적응:다양한 선거 전략 등장 변화된 선거 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선거 방법이 등장했다. 후보자들에게 홈페이지 제작은 기본이고 블로그·미니홈피 등도 필수 조건이다. 한국사회연론연구소 정창교 이사는 “공천비리 파문 등은 더 이상 돈·조직 중심의 선거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후보자들도 합법적인 전략과 다양한 홍보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어 “기초 의회 의원들도 홈페이지·블로그·미니홈피 이용률이 급증하고 있고 후보들의 선거캠프의 구성도 조직·자금 동원 전문가보다는 정책 전문가나 기획·인터넷 능력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100표 안팎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곳이 517곳. 후보자들은 남은 ‘2%’를 메우기 위해 인터넷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또 감성정치를 위해 선거운동 기간에 매일매일 맛보는 희로애락을 자신의 홈페이지 등에 ‘선거일기’ 방식으로 올리는 경우도 급증했다. 아울러 정책 공약을 열심히 준비하고 매니페스토(참공약선택하기)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것도 두드러진 변화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후보자 2만여명의 홈페이지를 한꺼번에 담은 웹사이트가 개발됐다.IT전문업체 ‘선택 531’(www.choice531.co.kr)이 개발한 사이트 ‘선택 531’은 한번의 클릭으로 지역 후보자들의 경력·정책·지역·선거유형 등 모든 정보를 상세히 비교할 수 있어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도움을 준다. 아울러 직접 질문과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어 후보자와 토론도 가능하게 하면서 ‘유권자 참여시대’를 가속화했다. 한편 최근 주요 선거운동으로 자리잡은 TV토론을 위해 컨설팅 회사의 자문을 구하는 이들이 즐비하다. 이윈컴 김능구 대표는 “시선은 어디에 두고 대답 포인트는 뭐냐 등 다양한 준비를 한다.”며 “예컨대 정답을 말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자기 메시지를 전달하면 된다, 동문서답도 전술적으로 필요하다는 등의 방법을 숙지하게 한다.”고 들려준다. 이종수 황장석기자 vielee@seoul.co.kr
  • [열린세상] 신문은 국어 교과서다/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학생들에게 기사 작성 연습을 시키면서 보면, 신문이 나쁜 교과서 노릇을 하고 있다. 기성 기자들이 잘못 쓰는 것을 학생들이 따라 쓴다. 그래서 기자들에게, 그리고 기자들이 쓰니까 맞겠거니 여기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예를 일러 주고 싶다. 요즘 자주 나오는 ‘사법처리’가 맞게 쓰이는 말일까.“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결과 발표가 임박한 26일 현대차그룹은 폭풍전야를 방불케 할….” “정몽구 회장 부자의 사법처리 여부가 검찰총장의 고심만 남겨놓았다.” ‘사법처리’는 사법부, 즉 법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고, 판결로써 해야 할 일이다. 검찰이 해 버리고 나면 법원은 뭘 할까. 구속영장 신청할까 말까 한다는 이야기를 꼭 이렇게 어렵게 해야 하나. 관청이 쓰는 말을 그대로 기자가 받아써서 굳어 버린 말들로는 지난 시절의 것이지만 ‘원천봉쇄’가 있다. 독재 정권이 민주화 요구 시위를 막던 때 걸핏하면 경찰 수뇌가 ‘원천봉쇄하겠다’고 으름장 놓았다. 기자들 스스로 기사 쓸 때도 별 생각 없이 썼지만, 따져보면 우스운 일이었다. 시위의 원천이 바로 독재정치였으니까. 선거철이 다가오면 ‘던지는’ 사람들이 나온다.“오세훈 전 의원이 드디어 출사표를 던졌다.” “통영에도 민주노동당 후보가 시의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열혈청년이 출사표를 던졌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5일 정동극장에서 서울시장을 향한 ‘보랏빛’ 출사표를 던졌다.” ‘출사표’는 옛날 제갈공명이 출정하면서 임금인 유현덕에게 올린 글이다. 군대 끌고 전장에 나가면서 임금께 아뢰는 글을 적어 신하가 던질 수 있나. 이제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니까 국민에게 아뢰는 것으로 치더라도, 던지지 말고 공손하게 올려야 할 것이다. 낡아빠진 이 말은 다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포츠나 연예 기사에 흔하게 나오는 ‘유명세’는 ‘有名稅’다.‘유명하기 때문에 당하는 불편이나 손해’를 뜻하므로 ‘유명세를 치렀다’고 써야 하는데도 기자들은 ‘有名勢’로 잘못 알고 ‘유명세를 탔다’고 쓰기 일쑤다.“지난해 김 감독은 꼴찌 후보 한화를 포스트시즌까지 진출시키면서 유명세를 탔다.” “덕분에 그(김명곤씨)는 대통령과 총리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연봉을 받는 공무원으로 유명세를 탔다.” 다음은 제대로 쓴 기사다.“안해경의 미니홈피가 해킹을 당하면서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가 노출됐고, 개인 사진 1800여장이 삭제됐다. 프리랜서 선언 후 드라마와 CF에서 승승장구하던 안혜경이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사사’(師事)라는 말도 자주 잘못 쓰인다. “유희경 전 이화여대 교수에게 복식이론을 사사했다.” “루슬란 나크미비다 코치에게 발차기를 집중적으로 사사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게 지휘와 작곡을 사사했다.” 모두 틀렸다.‘스승으로 섬겼다’라는 뜻의 ‘사사했다’ 앞에는 목적어로서 사람이 와야 한다. 다음 것은 바로 썼다.“이씨는 이탈리아 요리학교를 졸업한 뒤 궁중요리 전문가 황혜성씨와 일본요리전문가인 구리하라 하루미 등을 사사했다.” 가끔 ’사사‘(師事)를 ’사숙‘(私淑)과 혼동하기도 한다.‘사숙’은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 없는 어떤 분을 늘 마음속에 두고 그 분을 본 삼아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뜻한다. 쉬운 말인데도 틀리게 쓰는 것도 있다. 가령,“강원도내 택시요금이 10일부터 운송원가를 기준으로 평균 18.3% 인상된다.” 같은 예가 그렇다.‘10일부터’라면 이날부터 날마다 또는 분초마다 평균 18.3%씩 인상된다는 뜻이 되고 만다. 신문은 기자 지망생뿐만 아니라 신문을 읽는 온 국민의 국어 교과서다. 기자가 자신도 잘 모르는 말을 쓰지 말고 쉬운 말로 기사를 쓰면 독자가 읽기에 좋다. 물론 쉬운 말도 잘 살펴서 써야 한다. 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 강금실·이계안 후보 첫 TV토론 ‘용산지역 16만호개발’ 등 설전

    한편 이날 강 후보와 이계안 후보는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서 서울시장의 리더십과 시정 구상 계획 등을 놓고 첫 TV 토론을 벌였다. 두 후보는 ‘용산지역 개발’과 ‘시청 이전’등 논란이 됐던 사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강 후보가 최근 내놓은 ‘용산지역 16만호 개발’에 대해 이 후보가 “현실성 없는 공약”이라고 몰아붙여 날선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최근 이미지 중심의 선거라는 비판을 받았던 강 후보는 “빨강과 파랑을 섞은 보랏빛은 내 철학이다. 서울의 강·남북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것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신차 효과’를 예로 들며 “새 차를 살 때 처음에는 호기심이 작동하지만 품질이 좋지 않으면 새 차를 사지 않게 된다.”며 이미지 중심의 선거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본인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강 후보는 “법무부장관을 하면서 사회의 기본질서를 바로잡는 데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시민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경제와 일자리 창출이다. 내가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자신했다. 두 후보는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한나라당 후보로 공히 맹형규 전 의원을 꼽았다.오일만 구혜영기자 oilman@seoul.co.kr
  • ‘이미지정치’의 明暗

    ‘이미지정치’의 明暗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공약보다는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가 힘을 얻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강풍(강금실 바람)’과 한나라당의 ‘오풍(오세훈 바람)’은 ‘이미지 정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 기성 정치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참신성을 갈구하는 유권자들의 입맛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후보자가 내세우는 정책이나 업무 능력보다는 개인적 호불호(好不好)로 선택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후보에 대한 정보 부족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 후보 당내경선 참여포기를 선언했다.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소유한 데다 청와대에서 실무경험까지 쌓은 그가 대중성 확보에 실패해 끝내 꿈을 접은 것이다. ●맹형규·홍준표 연합전선 구축태세 후보간 합종연횡도 본격화할 참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선두 다툼을 벌여온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은 갑자기 불어닥친 오풍에 맞서 ‘반 오세훈 연합전선’을 구축할 태세다. 당내 일각에선 맹·홍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내 중도성향 모임인 ‘국민생각’ 소속 의원 13명은 이날 서울시장·경기지사 경선에 개입 중인 소장파들을 겨냥,“당 질서와 경선 구도를 흐리지 말라.”고 경고, 세력 다툼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에 도전하는 강금실 진대제 전 장관측은 인기없는 당과 일정 정도 거리를 둔 후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참신한 이미지를 내세운다.‘보랏빛 후보’ 전략이나 자발적인 시민 참여로 이뤄지는 ‘시민위원회’ 출범도 기성 정치권과의 차별성을 겨낭한 것이다. 진 전 장관도 여당의 열세가 두드러지는 선거전이라는 점을 감안, 가급적 당색(黨色)을 옅게 하려 한다. 그는 자신의 색깔을 한나라당의 파란색과 비슷한 짙은 파란색으로 정했다. ●이계안 이미지바꾸려 파마 강 전 장관에 맞서 당내 경쟁 중인 이계안 의원은 최근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고민 끝에 생전 처음 파마를 한 것.‘젊고 참신한’ 강 전 장관과 겨루기 위해 이마 쪽에 머리 숱이 적어 나이들어 보이는 점을 커버하기 위해서였다. 동갑내기 친구인 가수 이수만씨의 권유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미지 정치´ 논란에 대해 당사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다른 후보에 비해 출마가 늦어져 정책과 공약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콘텐츠 부족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강 전 장관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시민들한테 전달하고 싶은게 있고 그것이 이미지로 보인다면 이미지 정치일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도 “‘이미지냐, 아니냐.’는 표현은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본선에서는 결국 정책으로 판가름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세훈 “탄핵찬성 판단 옳았다” 오 전 의원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를 보면 저를 찍겠다는 이유가 잘 생겼기 때문이란 것은 10%도 안 되고, 깨끗하고 개혁적이란 것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것과 관련, 지금도 그 때 판단이 옳았던 것으로 생각한다는 등 대중적 인기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라 ‘소신’에 따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전광삼 황장석기자 hisam@seoul.co.kr
  • [서울시장 선거 각당 움직임] 민노 “색깔 대신 정책 승부”

    민주노동당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가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뚜렷한 정책적 색깔로 주류정당들의 ‘이미지 정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김 후보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강금실 전 장관이 보랏빛 물결로 열린우리당을 물들이더니, 한나라당에서는 오세훈 전 의원이 녹색을 내세우며 출마했다.”면서 “민주노동당의 이름으로 정책선거의 중심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돈 없으면 서러운 서울을 서민행복특별시로 바꾸겠다.’는 슬로건을 내건 김 후보는 양극화 해소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보육·주거·의료·에너지 등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구에 공공임대주택 20% 쿼터제 도입, 공공 주치의제도 실시, 강북지역에 교육재정 집중 투자, 비정규직·여성 노동자 차별업체의 공공부문 입찰 금지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해 공사가 끝난 길음 뉴타운 내 2구역에서 새 집의 30%를 강남 사람들이 차지했다.”며 공공영역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을 비판했다.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사설] 여야, 유권자를 우습게 아는가

    ‘5·31’ 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정당과 예비후보들의 행태가 걱정스럽다. 여야 모두 감성과 이미지를 앞세워 표를 얻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쇼와 이벤트가 선거판에 범람하면서 정책선거 약속은 실종되고 말았다. 유권자의 수준을 낮춰보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빚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치문화를 천박하게 만들고,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것에 이어 오세훈 전 의원이 어제 한나라당 경선출마 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은 모두 호감도 높은 인물로 꼽힌다. 강 전 장관은 보랏빛 공세, 어릴적 사진 인터넷 공개 등 감성적인 선거운동에 치중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역시 꼭짓점 댄스 행사 등 젊은 유권자 잡기에 부심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정도의 차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으로 간다. 오 전 의원이 예비선거전에 뛰어듦으로써 여야간 이미지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감성적인 접근으로 득표에 도움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1960년 존 F 케네디의 대통령 당선이래 이미지선거 전략이 정착되었다. 정치인에게 이미지는 중요하고, 감성호소도 유효한 득표 전략이 된다. 하지만 내용이 함께하지 않을 때가 문제다. 정책능력보다 이미지를 우선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져선 안 된다. 특히 자질미달을 허구적인 이미지로 감추는 것은 유권자를 속이는 행위다. 정책과 비전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라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여야는 이제라도 선거전략을 재고하길 바란다. 투표연령 19세 인하, 인터넷 확산을 감안해 이미지선거에 몰두한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연령을 따지기에 앞서 유권자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 덕에 강·오 두 예비후보의 이미지가 지금은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정책의 뒷받침이 없이 표피적 이미지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는 지지도가 급락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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