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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2) 전남 장성 백암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2) 전남 장성 백암산

    전라남도 장성군에 있는 백암산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백암산은 하나의 산봉우리가 아니라 백양사를 둘러싸고 있는 산군 전체를 일컫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고찰 백양사를 품은 백양계곡을 중심으로 도집봉, 사자봉, 상왕봉, 백학봉 등이 산줄기를 이루고 있는데 이 전체를 백암산이라 한다. 백암산은 백양사에서 이름이 유래한 백양꽃의 자생지로 유명하다. 백양꽃은 잎과 꽃이 평생 만나지 못해 서로 그리워한다는 상사화의 일종으로서 이곳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한때는 세계적으로 백양사에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근래에 경주, 거제도 등지에서도 발견되었으며, 쓰시마섬을 비롯한 일본에도 생육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늦가을에 돋아나기 시작한 잎이 겨울을 난 후 여름에 스러지면 초가을에 꽃이 핀다. 이곳에 자라는 또다른 상사화의 일종인 진노랑상사화는 환경부가 법으로 정해 보호하는 멸종위기식물이다. ●비자나무숲도 백암산의 큰 자랑거리 비자나무숲도 백암산의 큰 자랑거리다. 백양사 위쪽에 자리잡은 비자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153호로 지정되어 있는데,5000여그루가 빼꼭하게 들어차 있다. 이곳의 나무들은 하나같이 키가 8∼10m에 이르고, 둘레가 한 아름이 넘는 노거수들이다. 사자봉 동쪽의 운문암 일대에는 아열대성 상록활엽수인 굴거리나무가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백암산과 이웃한 내장산이 생육의 북쪽 한계선이 되므로 학술적으로 중요하다. 비자나무는 산자락 마을과 백양사 부근에도 많은 개체들이 자라고 있고, 굴거리나무는 주차장이나 상가 화단에서도 심어 키우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백암산을 해마다 찾아간다. 백양꽃을 보러 가을이 시작될 무렵에 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맘때 봄꽃을 맞으러 간다. 가인마을, 사자봉, 운문암, 백양사로 이어지는 국립공원 탐방로를 따라 산행을 하며 봄꽃들을 만난다. 한나절 거리의 산행도 함께 하니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풀기에도 좋다. 겨울을 지내고도 생기를 잃지 않은 백양꽃 잎들을 볼 수 있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나무 군락지를 지나서 더욱 좋다. 낯선 타향에서 잎이 축축 늘어진 채 힘겹게 겨울을 지낸 아열대성 굴거리나무의 생태를 관찰하는 것도 뜻 깊다. 산중에서 윤기 가득한 검푸른 잎을 달고 있는 야생 차나무를 만나는 기쁨도 만끽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변산바람꽃 하지만, 이른 봄 백암산 꽃산행에 나서는 진짜 이유는 변산바람꽃을 만나기 위해서다. 변산바람꽃은 눈길을 끌만한 특징이 많다. 남해안에서는 2월 하순부터 꽃을 피우므로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식물 가운데 하나이고, 세상에서 오로지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국특산식물이다. 꽃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꽃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것이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라는 것도 재미있다. 꽃받침이 꽃잎처럼 크고 화려하며, 정작 꽃잎은 작고, 수술에 섞여 있어 눈길을 끌지 못한다.1990년대에 뒤늦게 우리 학자의 눈에 띄어 새로운 식물로 등록되었다. 변산바람꽃이 질 무렵, 흰털괭이눈과 보춘화가 꽃망울을 터뜨린다.3월 중순쯤이다.‘봄을 알리는 꽃’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보춘화(報春化)는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다. 그 파란 잎 사이에서 누런 꽃싸개를 뚫고 나와 푸르스름한 꽃을 피워 올린다. 처음 필 때는 꽃줄기가 짧기 때문에 가까이 있어도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등산로 가에서는 둥근털제비꽃이 수줍은 듯 꽃을 피우고 있다. 제비꽃 종류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이 가녀린 제비꽃을 발견해 ‘꽃을 일찍이도 피웠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달콤한 꽃냄새가 바람에 실려 온다. 백양사 부근의 길가에서도 아주 멋진 꽃을 만날 수 있다.‘이처럼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토종 꽃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노란 꽃을 피운 지 오래 된 복수초가 연초록 잎을 키우고 있고, 현호색 종류들도 푸른보랏빛 꽃을 뽐낸다. 꿩의바람꽃, 생강나무, 얼레지, 자주괴불주머니의 꽃봉오리들도 한껏 부풀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하다. 이제 봄이 무르익기 시작한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新모계사회 젊은이들의 사랑

    소설가 김유정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가 열리는 가운데,KBS 1TV ‘HD TV문학관’은 3일 오후 10시부터 김유정의 ‘봄봄’을 원작으로 한 ‘봄, 봄봄’(연출 이건준)을 방송한다. 소설 ‘봄봄’은 데릴사위와 장인 사이의 갈등을 그린 김유정의 대표작으로, 드라마는 ‘봄봄’이 2008년에 재현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상상을 유쾌하게 담고 있다. ‘봄봄’은 원작의 시대배경(1930년대)을 떼놓고 본다면, 핵가족 사회에서 부계보다 모계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현상,‘신모계사회’라고 불릴 만큼 남녀평등의 수준이 높아진 오늘의 시대상 등과 맞닿아 있다. 드라마는 데릴사위로 처가에 들어간 우직한 청년 병수(윤희석), 이를 이용하는 그의 장인(박근형), 그리고 주인공을 배후조종하는 점순이(이경진)의 이야기 속에서 ‘신모계사회’의 모습과 젊은이들의 사랑 등을 적나라하게 펼쳐보일 예정이다. 한편,100편 방송을 목표로 2005년부터 방영돼온 ‘HD TV문학관’은 그동안 숱한 명작들을 영상으로 그려왔다. 지금까지 ‘소나기’‘역마’‘메밀꽃 필 무렵’‘등신불’‘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 10여편이 시청자들을 찾았다.‘봄, 봄봄’에 이어 4일 밤에는 소설가 정미경의 단편소설 ‘나의 보랏빛 사진’ ‘밤이여 나뉘어라’ ‘나의 피투성이 연인’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나의 피투성이 연인’(연출 이응진)이 방송된다. 지고지순한 사랑이 어떻게 변해가는지가 내용이다. 하반기에도 김훈 원작의 ‘언니의 폐경’(연출 김형일)과 이문열 원작의 ‘사람의 아들’(연출 이원익)이 차례로 방영될 예정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영화리뷰] 왕가위 첫 영어작품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알싸한 보랏빛 블루베리잼에 새하얀 우유와 크림이 뒤엉켜 흐른다. 스크린을 한 입 떠먹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이다. 손님 중 누구도 찾지 않는 ‘블루베리 파이´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걸 ‘중경삼림´ ‘화양연화´의 왕가위 감독이 그대로 잡아냈다. 그의 신작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6일 개봉)에서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은 출연배우의 이름만 들어도 솔깃하다. 연기로 첫 데뷔한 노라 존스를 비롯, 주드 로, 나탈리 포트먼, 레이첼 와이즈가 포진해 있다. 엘리자베스(노라 존스)는 헤어진 남자친구의 열쇠를 맡기기 위해 뉴욕의 작은 카페에 들른다. 카페 주인 제레미(주드 로)는 실연의 상처를 주체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블루베리 파이를 권한다. 카페 문을 다시 들어서려는 순간, 엘리자베스는 훌쩍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나고 제레미는 블루베리 파이를 남겨두며 여자를 기다린다. 영화는 뉴욕-멤피스-라스베이거스-뉴욕이라는 로드무비의 설정을 따른다. 그러나 왕 감독은 이 영화를 “여행(journey)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거리(distance)에 관한 영화”라고 말한다. 영화는 사람간의 거리인 사랑의 단면을 쪼개 스크린에 떨군다. 엘리자베스가 1년간의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사랑에 아파하고 또 아련해한다. 남편에게 이별을 고한 수 린(레이첼 와이즈)은 사고사한 남편의 죽음 후에야 뒤늦게 애통해하고, 포커광 레슬리(나탈리 포트먼)는 한심해 하던 아버지가 떠난 뒤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만다. 왕 감독의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면모는 홍콩이 아닌 뉴욕에서도 건재하다. 유리창에 쓰인 색색의 글씨 위로 들여다 보이는 두 남녀의 만남, 해지는 사막의 황량함마저 지우는 세련미가 시야에 차오른다. 느낌표처럼 던지는 특유의 경구도 그대로. 그러나 외국어인 영어 표현과 덜 숙성된 시나리오 때문인지 영상미에만 올인하기에는 리듬은 늘어지고 관계는 낡아 보인다.12세 이상 관람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자연생태 우수마을 23곳 새로 지정

    자연생태 우수마을 23곳 새로 지정

    지구상에서 사라질 뻔했던 ‘동강할미꽃’을 되살린 강원도 정선군 할미꽃마을이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환경부는 지역주민의 노력으로 자연환경을 잘 보전한 할미꽃마을 등 20곳을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한 전북 임실군 대정마을 등 3곳을 자연생태복원 우수마을로 지정했다고 28일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번에 선정된 23개 마을 가운데 강원도 정선군 동강 할미꽃마을(53가구 138명 거주)은 동강 생태·경관보전지역 내에 위치해 자연경관이 우수하고 동강할미꽃축제와 전통문화 보전활동 등 마을 주민 전체가 자연생태계 보전에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 마을은 무분별한 채취로 자취를 감췄던 동강할미꽃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강변 석회암지대로 다시 옮겨 심어 동강변 정취를 되살렸다. 보랏빛 꽃잎에 노란 꽃술이 돋보이는 ‘동강할미꽃’은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꽃이 피는 희귀식물로 전 세계적으로 동강 주변 석회암 지대에서만 자라는 특산종이다. 일반 할미꽃과 달리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피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1998년 처음 발견된 뒤, 불법 채취꾼에 의해 한때 자취를 감췄었다. 이 밖에 전남 영광군 상정마을(55가구 119명)은 녹색체험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는 등 우수한 자연경관을 지역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보전·이용한 점을 평가받았다. 자연생태(복원)우수마을 지정제도는 지역주민의 노력으로 우수한 자연환경과 경관을 잘 보전한 마을이나 훼손된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복원한 사례를 적극 발굴·지원하기 위해 2001년 처음 도입됐다. 올해 23개 마을을 추가해 모두 96개 마을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연환경 보전 활동을 위해 환경부장관 명의의 지정서를 수여하고 보전활동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멸종위기 양서류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멸종위기 양서류는?

    최근 영국 런던동물원(Zoological Society of London·이하 ZSL)은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양서류’(world’s most extraordinary creatures threatened with extinction)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있다. 가장 먼저 인간의 보호가 절실한 희귀 양서류는 ‘허파 없는 미주 도롱뇽’(Lungless salamander)이 뽑혔다. 이 양서류는 허파로 호흡하는 다른 도롱뇽들과 달리 허파가 없고 피부호흡을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지난 2005년에 한국에서도 발견돼 세계 생물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또 ZSL이 선정한 희귀 양서류에는 다리달린 ‘와와어’(Chinese Giant Salamander)가 뽑혔다. 조금만 수질이 악화되면 사라지는 이 생물체는 120년에서 최고 300년간 살 수 있다. 아울러 10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생존 가능한 올름(동굴도롱뇽붙이ㆍOlm)과 수컷 개구리가 입속에서 새끼를 보호하는 칠레 다윈 개구리(Chile Darwin’s frog)도 희귀 양서류 리스트에 올랐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조나단 발리에(Jonathan Baillie)대표는 “양서류가 가장 보호받지 못 하는 생물체들”이라며 “양서류 멸종은 새나 다른 포유류의 멸종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이 양서류들은 기후의 변화와 환경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해 조금만 잘못해도 멸종으로 치닫을 수 있는 생물체”라며 “이 양서류들을 잃게된다면 다른 종의 생물체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ZSL가 꼽은 ‘보호조치가 시급한 양서류 10’ ▲허파 없는 미주 도롱뇽 ▲와와어 ▲올름 ▲칠레 다윈 개구리 ▲사갈라 무족영원류(Sagalla Caecilian·4다리가 없는 양서류로 머리부분에 지각기관인 촉수가 달려있다) ▲퍼플 개구리(Purple frog·보랏빛 색소를 갖고있는 개구리로 지난 2003년에 딱 한번 발견된 바 있다. 생의 대부분을 4m 깊이의 땅속에서 보낸다) ▲남아프리카 고스트 개구리(Ghost frogs of South Africa·인간 사체를 묻은 남아프리카 매장지에서 발견된 종) ▲말라가시 레인보우 개구리(Malagasy rainbow frog·화려한 색의 외피가 특징적이며 적의 공격을 받을 때 변화한다) ▲산파개구리(Betic midwife toad·두꺼비와 비슷하지만 눈이 크고 동공은 수직으로 긴 타원형이다) ▲ 가드너 세이셸 개구리(Gardiner’s Seychelles frog·지금까지 알려진 양서류 중 가장 작은 개구리로 몸길이가 11mm에 불과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女談餘談] 초록빛 나비/최광숙 정치부 차장

    “이모 얼굴에 예쁜 보라색 나비가 앉았네. 나비 날개는 오렌지색이네.∼” 최근 유치원 방학을 맞아 이모네 집에 놀러온 네살짜리 조카 유빈이가 이모인 기자의 안경을 보고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읊었다. 보랏빛 프레임에 오렌지 빛 다리를 가진 나의 안경은 유빈이 덕분에 훨훨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예쁜 나비가 됐다. 조카가 최근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안경을 쓰는 것이 험악한 어른들의 세계에 일찌감치 발을 들여 놓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안경이 깜찍한 조카의 얼굴을 망치는 흉물로 비춰질까 안쓰럽기까지 했다. 나이는 어려도 여자라고 벌써부터 미의식이 하늘을 찌르는 아이라서 걱정이 더욱 앞섰다. 유치원에 갈 때 분홍색 옷만 고집해 여동생과는 늘 실랑이를 벌이는 애다. 더구나 감수성이 남다른 아이인지라 안경이 큰 ‘족쇄’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유빈이가 집에서는 여동생의 성화에 안경을 쓰더니만 정착 유치원에 갈 때는 “친구들이 놀린다.”며 살짝 벗어 놓고 갔다는 얘길 듣고 안타깝기만 했다. 그러던 유빈이가 이젠 안경을 자랑스럽게 쓰고 우리 집에 나타난 것이다. 여동생에게 물어봤더니 “유치원 친구들이 예쁘다.”고 칭찬을 했다는 것이다. 여동생이 유치원 선생님께 미리 상담을 하고 아이들이 놀리지 않길 당부한 덕이다. 선생님의 따뜻한 한마디가 철없는 어린아이의 걱정을 눈녹듯 녹여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다. 학교 졸업 후 언제부터인지 사라져 버린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조카 덕분에 울컥 되살아 났다. 자칫 상처 입고, 평생 안경 쓰길 두려워할 수 있는 어린 조카에게 희망을 안겨 준 것 같아 참으로 고마웠다. 물론 여동생도 “유빈이 얼굴에 예쁜 초록색 나비가 앉았어요.”라며 유빈이의 미모가 초록색 안경으로 더욱 빛나도록 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선생님과 엄마의 배려로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하는 유빈이를 보면서 새 정부에도 그런 기대를 해 본다. 내 말만 옳다고 국민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설득해 국민 스스로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도록 해 주는 ‘예쁜 나비’가 됐으면 좋겠다. 최광숙 정치부 차장 bori@seoul.co.kr
  • 지구 닮은꼴 행성 ‘글리제 581’… 구름무늬 표범…

    지구 닮은꼴 행성 ‘글리제 581’… 구름무늬 표범…

    미국의 일간 USA투데이는 27일 인터넷판에서 올해 최고의 과학분야 뉴스 일곱 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1)지구온난화 과학자들이 ‘가설’이 아니라 ‘사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사진은 바다의 얼음이 얇아지고, 토양이 침식된 알래스카 슈스마레프 마을 해안의 모습. 이곳 주민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2)가장 밝은 초신성 폭발 천문현상이 기록된 이래 가장 밝고 가장 거대한 별의 폭발이 지난 5월부터 관측되기 시작했다. 사진은 지구로부터 2억 4000만광년 떨어진 NGC1260 은하에서 일어난 초신성 SN2006gy의 폭발과 거기에서 뿜어져 나온 빛을 그린 상상도. 초신성의 질량은 태양의 150배 정도다. 폭발 절정기에는 태양 500억개를 합친 것과 같은 빛을 내뿜었다. (3)사라진 꿀벌 전 세계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업자들은 양봉장마다 적게는 30%, 많게는 90%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꽃가루를 모으는 꿀벌의 모습. (4)깃털 달린 공룡 발견 중국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높이 5m, 몸무게 1400㎏이나 되는 7000만년 전의 깃털 달린 공룡 화석 사진. 몽골에서 발견됐다. 이 공룡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큰 티라노사우루스와 몸집이 비슷하다. 그 전까지 가장 큰 공룡인 오비랩터의 몸 크기는 말 정도였다. (5)지구와 같은 행성? 유럽 과학자들은 지난 4월 지구와 가장 비슷한 외부 행성을 찾았다. 지구로부터 20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의 적색왜성 글리제 581 주위를 도는 행성 글리제581c는 바다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암석 성분의 ‘슈퍼지구’라고 한다. 사진은 행성글리제 581c와 붉게 빛나는 글리제 581을 그린 상상도. (6)수많은 신종생물 발견 동아프리카의 고원 지대에 사는 수생(樹生) 영장류 ‘하일랜드 망가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및 수마트라에 사는 구름무늬 표범, 수리남의 보랏빛 고리 무늬의 검은 두꺼비, 코끼리 귀처럼 생긴 거대한 지느러미를 가진 심해 오징어, 뉴기니의 고양이 크기의 쥐 등 올해 수천종의 새로운 생물이 발견됐다. 그러나 이 동물들은 온난화로 안타깝게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7)줄기세포 연구 돌파구 전문지 ‘사이언스’에 실린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준잉 유, 제임스 톰슨 교수팀의 연구와 ‘셀’(Cell)에 실린 교토대학 야마나카 신야 교수팀의 연구는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 성체 피부세포만을 이용,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게 돼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최대 난점이었던 난자와 배아 파괴에 따른 윤리논쟁을 피할 획기적 성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인간 배아줄기세포가 신경세포(붉은색)와 신경세포를 지지하는 아교세포(초록색)로 분화한 모습.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李 당선자 총각때 中처녀와 보랏빛 사랑”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총각 때 중국 처녀를 좋아했다는 사실에 중국 언론이 큰 관심을 보였다. 신화통신은 24일 이 당선자가 자신의 저서 ‘신화는 없다’를 통해 25세 총각 시절인 1966년 태국 티파니 나라티왓에서 겪은 러브 스토리를 스스로 공개했다고 소개했다. 경리부 말단사원이던 이 당선자는 당시 태국 남부 열대우림 지역인 이곳에서 고속도로 공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현장사무소 옆 중국음식점 주인 딸인 여주인공과는 우물에 마실 물을 뜨러 갔다가 만났다.‘신화는 없다’ 284쪽에는 여주인공 첸링(錢玲)에 대해 “물을 긷다가 마당 한쪽을 보니 스무 살 안팎의 백옥 같이 생긴 처녀가 몰래 나를 바라보더니 눈이 마주치자 집 안으로 사라졌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당선자는 저서에서 “나도 넋을 잃고 처녀가 사라진 쪽을 향해 멍하니 서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점점 물을 뜨러 가는 횟수가 잦아졌으며 첸링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접근을 해왔다.”면서 “그녀와 몇 차례 만나자 우리는 거리의 찻집에서 만나는 단계로 발전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나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내가 못생겼다는 것이 괴로웠다.”면서 “특히 나는 눈이 작아 당신과 어울리지 않으니 방콕에 가서 수술을 받고 싶다.”고 털어 놨다. 이에 첸링은 “당신 얼굴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위가 바로 맑은 눈”이라며 “도대체 누가 당신을 못 생겼다고 했느냐.”며 이 당선자를 격려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찻집에서 만난다는 사실을 안 첸링의 아버지가 딸에게 금족령을 내렸으며 이 당선자에게는 마당 출입 금지령을 내리는 바람에 두 사람의 보랏빛 사랑은 사그라졌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영화 리뷰] 싸움

    [영화 리뷰] 싸움

    여자의 휴대폰에 남자는 ‘shit’이라고 저장돼 있다. 남자의 휴대폰에 여자는 ‘fuck’으로 기억돼 있다. 영화 ‘싸움’(제작 시네마서비스·13일 개봉)에 나오는 남녀 이야기다. 모든 연인들이 그랬듯 너 없으면 죽는다 했던 연인이 결혼·이혼을 거치며 적이 된다. 연애지사는 아니다. 진아(김태희)와 상민(설경구), 두 사람은 죽도록 싸우다 ‘어른답게 이별하는 법’에 도달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늘 “사과해”라고 하지만 남자는 뭘 사과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의 공식이다. 우주에서 홀로 욕조를 박박 닦고 있는 설경구와 우주에서 홀로 보랏빛 가발을 쓰고 엉엉 우는 김태희의 모습은 그 공식이 영화에 투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초 ‘싸움’이 기대를 모은 이유는 세 가지였다. 김태희가 망가졌다. 설경구는 소심해졌다. 드라마 ‘연애시대’의 한지승 감독이 만들었다. 그러나 영화는 일단 ‘왜’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서 영화 안에서뿐 아니라 관객과도 막무가내 싸움에 돌입한다. 대체 왜 저렇게 죽고 못 살 정도로 싸우는지, 이유가 겉도니 자연히 감정이입이 안 된다. 김태희의 변신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이다. 검은 마스카라 국물이 무참히 가로지른 얼굴로 전 남편을 죽일 듯이 몰아대는 모습이나 그가 아끼는 사슴벌레 ‘우혁이’를 졸도시키는 괴기스러운 표정은 확실히 ‘변화’다. 그러나 금세 회복하는 예의 그 ‘CF 미소’는 장면장면 걸쳐 있고 우는 연기는 농도가 약하다. 날선 눈빛에 육중한 무게감으로 부딪치는 캐릭터를 주로 빚어온 설경구는 힘을 알맞게 뺐다. 그는 시계추 하나에 전전긍긍하고 바닥에 부스러기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편집증에 신경증까지 지닌 듯한 소심남을 가볍게 날리는 잽처럼, 시답잖은 농담처럼, 편하게 보여준다. 주변인들을 활용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웃음 혹은 감동의 파문을 던지는 감독의 능력은 ‘싸움’에서도 여전히 돋보인다.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손예진이 감우성에게 “밥 먹어”라고 소리치자 허겁지겁 밥을 퍼먹던 주변인들은 ‘싸움’에도 그대로 옮겨 왔다. 엉뚱하고 비정상적인 ‘4차원 조연’들의 내공도 크다. 젖소를 사랑하는 축산과 교수 서태화의 에피소드와 김태희의 상대역이자 원군으로 나서주는 전수경의 입말은 극에 탄력을 더했다. 그러나 작은 일상과 연애 심리 묘사에 탁월한 한지승 감독의 재기가 도돌이표 같은 영화적 설정에 짓눌린 것은 한숨으로 남는다. 차량 두 대를 박살내는 자동차 추격전, 의례적인 공항 장면, 느닷없는 화재 장면 같은 도식은 과감히 버리는 게 외려 용기가 아니었을까.15세 관람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3色 변신’ 우면·청계산이 부르네

    ‘3色 변신’ 우면·청계산이 부르네

    경치 좋고 오르기에도 부담 없는 청계산과 우면산은 체력소모가 많아지는 겨울산행의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도심 가까이 있으면서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도 재조명을 받는 이유다.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우면산 소망탑은 서울시 ‘우수경관 조망명소’로 선정될 만큼 서울 강남의 빌딩 숲부터 한수 이북의 북한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어둠과 빛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도심의 야경이 아름답다. ●서초약수터 옆 고풍스런 정자 세워 서초구는 범바위 입구 돌계단과 돌수로를 정비하고 튼튼한 목재 울타리를 새로 놓아 안전도를 높였다. 울퉁불퉁해진 표면에는 나무 톱밥을 깔아 갓 떨어진 낙엽을 밟는 듯한 느낌의 편안한 산행이 가능하다. 등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서초약수터 옆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고 고풍스러운 정자를 세웠다. 약수터를 따라 붉은 빛 영산홍과 보랏빛 비비추 등 초화 4500여포기가 줄지어 심어졌다. ●매봉전망데크 보수 국립공원 못지않은 산행의 묘미를 안겨주는 청계산은 주말이면 10만여명의 등산객이 찾는다. 서울을 굽어보면서 잠시 마음의 여유로움을 갖게 해주는 매봉 전망데크를 보수했다. 어린이들도 안전하게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나무로 울타리를 놓았다. 가장 험준한 지점인 매바위에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철재계단 50단을 설치했다. 그 옆에는 안전로프를 설치해 암벽을 오르는 듯한 흥미로운 산행이 가능하게 했다. 눈이나 비가 오면 질퍽거리던 땅은 마사토 모래로 포장돼 늘 쾌적한 산행이 가능하게 됐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김석의 Let’s wine] 가을 와인·샴페인

    [김석의 Let’s wine] 가을 와인·샴페인

    가을 향기를 싣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스며든다. 추억이 어린 곳을 찾아 낡은 만년필을 쥐고 학창 시절 연분홍빛 수줍은 사랑을 꽃피우던 이성 친구에게 편지를 띄우고 싶은 계절이다. 그리움이 아름다울 수 있는 가을에 빛깔을 선물하자면, 빛 바랜 추억처럼 불그스레한 낙엽이 떠오른다. 그러나 포도밭에서 검붉은 포도들이 한아름 수확되는 와인의 계절, 가을을 떠올린다면 보랏빛을 선사하고 싶다. 알알이 꽉찬 포도송이들이 우리의 가을에 ‘보랏빛 낭만’을 보태준다. 첫사랑을 추억하며, 혹은 곁에 있는 연인과 와인 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기대보는 순간들로 가을과 와인의 하모니를 즐겨봐도 좋을 듯하다. ‘가을 와인’이라고 하면 단연 자연의 향을 전하는 레드 와인이다. 와인을 즐기는 실속파 연인들은 대개 ‘3만원 이하 고품질 와인 리스트’를 만들어 두었을 법하다. 의외로 저렴한 가격이지만, 애호가들에게 검증된 품질을 자랑하는 와인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주요 레드 와인 품종인 ‘루피노 키안티’는 2만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좋은 구조감과 적당한 피니시가 잘 조화된 맛을 보여준다. 달콤한 바이올렛과 과일향을 띠며 꽃향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느낌이 훌륭하다.‘트리오 카베르네 소비뇽’은 와인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세가지 품종의 완벽한 블랜딩을 통해 만든 프리미엄 칠레 와인으로 사랑받고 있다.‘슬로 라이프’ 컨셉트로 여유로운 가을을 전하는 ‘몰리나 카베르네 소비뇽’도 실속있는 가을 와인이다. 가을 생일을 맞은 연인을 위해 지갑을 조금 더 열 생각이라면,‘왕의 와인’ 또는 영국 왕실에서 즐기는 ‘라로즈 드 그뤼오’를 추천할 만하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퍼스트 와인의 풍미를 전하면서 왕과 같은, 여왕과 같은 하루를 담아줄 수 있다. 짙은 체리 컬러가 아름다운 ‘샤토 브리에’는 옅은 나무 향과 부드러운 타닌으로 인해 우아하고 강렬한 기억을 선사한다. 사랑하는 연인과 기쁨을 나누기 위해 샴페인을 선택할 경우 로제 샴페인이 제격이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이 생전 즐겨 마시던 샴페인 브랜드 ‘폴로저’의 ‘로제 빈티지’는 향 후 몇 년 간 숙성하면 더욱 발전된 미감을 얻을 수 있다. 샹파뉴 특유의 발랄함과 피노누아와 샤르도네의 하모니를 느낄 수 있다. 레드 와인에 익숙지 않다면 가을에 잘 어울리는 풍부한 미감의 화이트 와인이나 너무 달지 않은 로제 와인을 추천한다. 실버 뉘앙스를 띤 밝고 투명한 골드 컬러를 자랑하는 ‘마스카롱 보르도 화이트’는 풍성한 과일향에 아로마를 형성해 중후한 가을 분위기에 어울린다.‘터닝리프 화이트 진판델’은 로제 와인의 대표적인 품종 ‘화이트 진판델’로 만들어졌으며, 불그스레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 ‘블러시 와인’이라고도 불린다. 레이블에 그려져 있는 낙엽 무늬가 가을을 절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 인상적이며, 약한 탄산의 상큼한 맛에 가격대도 합리적이어서 작은 파티에도 좋다. 한국주류수입협회 부회장 (금양인터내셔널 전무)
  • [어린이 책꽂이]

    ●나 때문이야(고정욱 지음, 아이앤북 펴냄)“너네 엄마는 장애인.” 현주는 문 앞 바닥에 적힌 낙서를 한참 바라봤다. 현주의 엄마는 장애인이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으스러졌다. 현주는 엄마가 다친 게 자기 때문인 것 같아 점점 말수가 줄어든다. 엄마는 현주가 자신에게 무심해진 것 같아 섭섭하기만 하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황혜경씨의 실화를 토대로 한 동화. 황씨는 지난해 보험회사와 10년간 소송을 벌여 받아낸 보상금 10억원을 공익 재단에 기부해 화제가 됐다.8000원.●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풀꽃 이야기(현진오 지음, 뜨인돌어린이 펴냄)귀화 식물들이 밀어낸 우리 풀꽃들의 생태를 담았다. 새봄, 보송보송한 털을 뒤집어 쓴 잎 사이로 노란 꽃을 피우는 꽃다지, 햇살 쏟아지는 숲에서 올망졸망 연보랏빛 꽃을 피우는 깽깽이 풀 등 세밀화와 친절한 설명으로 풀꽃과 사귀는 법을 알려준다. 씨앗을 채집하고 식물을 돌보는 법, 관찰노트 쓰는 법을 배워 미래의 풀꽃 박사가 되어보자.9000원.●영재들의 과학 노트(정창훈 지음, 봄나무 펴냄)미국에 사는 교포 이선경씨는 먹기대회 챔피언이다.45㎏의 갸냘픈 그녀는 어떻게 그런 기록을 낼 수 있을까. 표면적의 과학을 통해 생쥐와 코끼리 중 누가 많이 먹는지 밝힌다. 나무 토막을 물 위에 뜨게 하는 힘의 원리와 달은 어떻게 빛나는지 등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질문들을 그림을 통해 설명한다.9500원.●환경아, 놀자(환경교육센터 지음, 한울림 펴냄)환경 지킴이 푸름이네 집에 6명의 친구들이 찾아왔다. 친구들이 자신과 놀고 나면 아파한다는 오염된 빗방울 방울이, 보금자리인 숲이 엉망이 되어 울먹이는 아기곰 반달이, 땅 속 친구들이 하나 둘 이사를 떠나는 빛고운 언덕에 남고 싶은 두더지 등 친구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왔다. 푸름이는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보여주며 실천 방법을 놀이로 알려준다.1만 2000원..
  •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아름다운 돌연변이 ‘변종’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아름다운 돌연변이 ‘변종’

    생물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수학이나 물리학의 법칙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되는 것이 수학이나 물리라면 생물학은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기도 하지만 하나이기도 하고 셋 이상이기도 하다. 이것은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며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생물들이 진화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생물이 살고 있는 어떤 장소가 따뜻하게, 춥게, 바람이 많은 곳으로, 염분 농도가 높은 곳으로 변했을 경우에 생물들은 이에 반응한다. 자신이 살기에 알맞은 곳으로 이동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성질을 바꾸기도 한다. 물론 더 이상 적응해 살지 못하고 죽기도 한다. 사는 곳을 옮겨가는 방식의 적응은 식물보다 동물에게 더 유리한 방법이다. 식물도 씨앗을 퍼뜨리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새로운 장소로 이동해 가기는 하지만, 환경 변화에 따른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이동에는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착생활을 하는 식물은 어떤 방법으로 환경 변화에 자신을 맞추어 갈까?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가능하다. 이 변화는 돌연변이 등 유전자 수준에서 먼저 일어난다. 유전자의 변화가 어떤 경우에는 겉모습의 변화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대부분은 비슷하되 모습이 조금 바뀌는 정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이 변화가 더 커지면 완전히 다른 식물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조금만 바뀐 상태가 된 새로운 변이체를 식물학에서는 품종이나 변종으로 구분한다. 많은 특징이 어미종과 비슷하지만 몇몇 성질이 다른 것들이다. 이들 가운데, 꽃 색깔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인공적인 방법을 이용한 의도적인 변이체 유도가 아니라 자연계에서 저절로 일어난 꽃빛깔의 변화는 귀하기도 하여 산과 들에서 만날 때마다 흥이 난다. 어미종과 꽃빛깔만이 다를 정도로 변이가 일어났을 때, 보통은 새로운 종으로 구분하지 않고 같은 종 내의 품종 정도로 자리를 매긴다. 대표적인 동양란 가운데 하나인 춘란은 꽃 색깔에 따라서 소심 등으로 변이를 구분하여 어떤 것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한다. 물봉선이나 산구절초처럼 여름과 가을에 꽃 피는 식물 가운데서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봄꽃들 가운데 어미종과 꽃빛깔이 다른 식물이 특히 많다. 자줏빛 꽃을 피우는 얼레지나 하늘색 꽃을 피우는 갈퀴현호색 가운데 매우 드물게 순백색 꽃을 피우는 게 있다. 어린이날 전후에 피는 붉은빛 금낭화도 때로 흰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 산천에 흐드러지게 피는 진달래 중에도 흰 꽃이 피는 것이 있다. 깊은 계곡에서 검은 보랏빛 꽃을 피우는 미치광이풀은 매우 드물게 노란 꽃을 피우기도 한다. 이처럼 식물들 가운데는 자신을 조금씩 변화시켜가며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것이 있다. 식물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이 변화가 인간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이건호의 뷰티풀 샷] 겨울속 ‘꽃’ 분위기 연출하기

    [이건호의 뷰티풀 샷] 겨울속 ‘꽃’ 분위기 연출하기

    바야흐로 꽃 피는 봄이 왔다. 항상 시즌을 앞서가는 잡지판에서는 한창 봄에 대한 비주얼들로 지면을 채워 나가야 하는 시기임과 동시에 촬영장소에 대한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는 때이기도 하다. 필자에겐 2,3월의 제주도 촬영은 가장 추운 로케이션 중의 하나로 기억된다. 늦은 겨울, 초록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제주도는 그나마 손바닥만 한 초록색이라도 어거지로 찾아 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다만 기온은 여전한 겨울 이라는거~. 2월의 찬바람에 속이 다 비치는 얇은 봄옷을 무방비 상태인 모델에게 입혀서 추위속에 내모는 잔인한 짓을 매년 계속하기를 십수년. 행여 눈이라도 올라치면 와들와들 떨고 있는 모델의 모습이 안쓰러워 차라리 대신해주고 싶은 스태프들의 마음은 부모님의 마음 그것이었다. 최근에는 아예 봄의 나라를 찾아 가는 경우가 더욱 많으니 제주도의 겨울은 추억속의 이야깃거리가 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올봄의 단골주제는 단연코 ‘꽃’이다. 모든 잡지가 앞을 다투어 꽃을 주제로 화보를 기획했다.2년간 ‘W지’의 전속 계약이 만료된 후 잡지 ‘Bazzar’에서 실로 오랜만에 화보를 의뢰받았다. 주제는 역시 ‘꽃’. 첫 촬영의 주제로는 매우 희망적인 느낌이었다. 다만 문제라면 언젠가 말했듯이 모든 잡지는 신문으로 따지면 논조에 해당하는 고유의 스타일이 있기에 그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촬영을 해야 하는데 오랫동안 쉬어온 잡지인지라 스타일감을 되살리는데 다소 신경이 쓰였다. 머리로는 되는데 마음으로는 안 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운좋게도 때마침 잡지가 새로운 비주얼의 변신을 시도하려는 시점이라 오히려 사진가가 과민반응을 하는 형국이 되었다. 아무튼 하던 대로 하면 되는 상황. 한 고민은 덜었고, 촬영장소는 스튜디오. 꽃 프린트가 된 의상으로 스타일링을 하고, 꽃을 형상화한 물감의 터치를 가미해서 꿈결 같은 꽃과 봄의 이미지를 완성하였다. 화보 전체에서는 꽃만으로 구성된 페이지를 간간이 편집해 꽃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오후 늦게 시작된 촬영은 자정을 훌쩍 넘겨서야 끝이났고, 한창 바쁜 마감 때라 스태프들은 쉬지도 못하고 또 다른 촬영 미팅을 위해 뿔뿔이 헤어져야만 했다. 사진에서는 부드러운 간접조명으로 꿈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얕은 심도로 부드러운 느낌을 더하였다. 마지막으로 가미된 보랏빛 아이리스를 형상화한 붓터치는 ‘꽃’이라는 주제를 더욱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진작가
  • 무기수의 신부(新婦)-그 여자의 15년

    무기수의 신부(新婦)-그 여자의 15년

    무기징역을 받고 옥살이하는 남편을 찾아 교도소 문턱을 드나들기 15년. 산천도 변해버린 오랜 세월이었지만 꿈을 되찾으려는 「열녀」의 고행(苦行)은 변함이 없었다. 서울영등포교도소 기결수 1329호의 아내 장일자(張一子)여인(39·가명). 신혼생활 1개월만에 살인, 사체유기라는 끔찍한 죄명으로 남편 최상희씨(42·가명)가 수감된지 15년, 이미 가버린 젊음이었지만 장여인의 강한 의지와 사랑의 불길은 남편 최씨가 받게된 감형(減刑)과 귀휴(歸休) 은전으로 딸 희자(熙子)양(생후 5개월·가명)을 낳게되자 더욱 타오르고 있다. 교도관들은 물론 1천여명의 재소자들마저 망부석(望夫石)이라고 부르는 장여인의 비극이 시작된 것은-. 지금부터 15년전인 1955년 4월 29일 당시 K대학 3학년이던 최씨는 가정불화로 1년동안 학교를 나오지 못했던 급우 이모씨가 복학운동을 부탁하며 준 교제비 1만1천5백환(구화)이 탐나 이씨를 죽인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검찰이 분석한 살인동기는 6·25동란 당시 S의대 1학년이던 최씨가 피난길을 전전하다가 8240부대에 입대, 18개월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K대에 복교했으나 가정형편으로 등록금을 낼 수 없었고, 군번없이 군복무를 했기 때문에 징집연기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급우 이씨를 죽이고 돈을 빼앗았다는 것. 최씨는 사고가 난 날, 심한 가정불화로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이씨로부터 복학운동을 부탁받고 스승인 안(安)모 교수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한 뒤 이씨의 청에 못이겨 술병을 사들고 학교 뒷동산에 올라가 신세타령이 섞인 술잔을 나눴다는 것이다. 날이 어두워 학교로 내려오는 길에 최씨는 술에 취해 벗어던진 최씨의 웃옷을 주워 들고 뒤늦게 내려와 보니 이씨가 길가에 있는 깊이 3m의 우물속에 빠져 죽어있었다고 말했다. 검시결과 이씨가 추락사한 것이 아니라 외상(外傷)으로 보아 심한 타격을 받아 죽은 것으로 나타나 최씨는 살인범으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대법원 판결이유와 함께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이가 사람을 죽였다니…그럴수가…』-어릴때 소꿉친구였던 남편을 생각하며 장여인은 결혼 1개월만에 살인자의 아내가 돼버린 엄청난 비극앞에 몸부림쳤다. 고향인 충북음성에서 소꿉동무로 자라던 두사람이 헤어진 것은 최씨가 11세때 아버지를 따라 상경하게 됐을때였다. 6·25동란뒤 군복무를 마친 최씨가 고향에 내려가 여고(女高)를 졸업한 장여인을 만났을 때 장여인은 보랏빛 꿈을 꾸던 24세의 아리따운 처녀였다. 무기징역을 받은 남편-그러나 남편에 대한 사랑의 힘은 무엇보다 강했다. 여필종부의 낡은 관념때문도 아니었다.『비록 같이 살지는 못하더라도 남편이 살아 있는 한 내가 바치려는 정(情)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면회날이 되면 장여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최씨를 찾아 위로했다. 모든 것을 스스로 포기해야만 했던 최씨가 장여인의 면회를 거절한 2년동안 장여인은 매일같이 교도소 정문을 찾아 비참해 있을 남편을 마음속으로 위로하며 눈물로 날을 보냈다. 「살아있는 망부석」-2년동안 장여인의 정성을 지켜보던 교도관들의 입에서 저절로 흘러 나오게 된 말이었다. 지난 60년 10월, 당국의 특별감형혜택을 받아 형기가 20년으로 줄자 장여인은 벅찬 기쁨에 최씨를 부둥켜 안고 울음을 그칠줄 몰랐다. 5년전 늙은 시부모를 모시고 벅찬 생활속에 폐결핵에 걸린 장여인은 남편과 면회를 할때마다 나오는 기침을 감기 때문이라고 속였다. 어느날 장여인은 남편앞에서 끝내 피를 토하고 실신했다가 깨어난 적이 있었다. 복역중인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걱정을 끼쳐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었지만 오랫동안의 번민으로 몸이 쇠약해져 버렸던 것이었다. 아내의 지성에 감동한 최씨는 그동안 자포자기하던 마음을 버리고 새삶의 의욕을 보이기 시작, 지난 67년 7월 1일 재소자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새싹상」을 받은 1급 모범수가 되었다. 68년 6월 17일 5·16혁명의 은전인 귀휴시행규칙(현형법제44조)에 의해 장기복역수로는 처음으로 5일간의 휴가를 맡아 사회구경을 하게 된 최씨는 두 어깨를 마음껏 젖히며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토록 오랜 기간을 기다리던 아내 장여인과 함께 잠시나마 교도소를 떠나는 이들 부부에게 1천여명의 재소자와 교도관들은 갈채를 보내며 부러워했다. 복역수에 대해 좀처럼 없는 귀휴조치가 모범수 최씨에게 내려지자 다른 장기수들도 활기를 띠며 성심껏 일하게 됐다. 최씨가 2차 귀휴를 받은 지난해 4월, 장여인은 바라던 임신을 하게 되었으나 3개월만에 유산했다. 지난해 4월초 장여인은 산부인과 의사의 진찰에 따라 수태기일을 맞춰 찾아가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늙기전에 혈육을 하나 보게 해달라는 장여인의 눈물어린 호소에 교도소장 최형수(崔亨洙)씨는 최씨의 당일귀휴를 허락했다. 지난 1월 21일 장여인은 그토록 원하던 예쁜 딸 하나를 낳았다. 경사를 전해 들은 교도소안에서는 보기 힘든 인정에 모두들 흐뭇해 했다. 딸이 백일을 맞은 지난 5월 1일 장여인은 푼푼이 모은 돈으로 백일떡을 마련, 1천여명의 재소자들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교무과장 허병_(許炳_)씨(50)는 『20년만에 처음 맛본 보람스런 모습이었다』면서 감격했다. 최씨의 형기종료일은 76년 3월 19일. 교도소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은 형량의 3분의1이 지난 모범수에게 주어지는 가석방 은전(형법 제 72조)이 하루 빨리 최씨에게 찾아오기를 안타깝게 바라고 있다. 우홍제(禹弘濟)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6월 7일호 제3권 23호 통권 제 88호]
  • [희망 2007 새벽을 여는 사람들] (6) 도시철도 막내 기관사 임경섭씨

    [희망 2007 새벽을 여는 사람들] (6) 도시철도 막내 기관사 임경섭씨

    “이번 역은 행복∼, 행복역입니다.” 도시철도공사 소속 막내기관사 임경섭(35·답십리 승무관리소 소속)씨는 이런 안내방송이 울려 퍼지는 세상을 꿈꿔 본다. 새벽녘부터 보랏빛 5호선 열차에 노곤한 생을 지고 탄 승객들을 ‘행복’이란 종착역에 살포시 내려주는 상상이다. 7일 오전 5시 정각. 그는 매서운 겨울 추위를 뒤로하고 인적 없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차량 기지로 들어섰다. 육중한 몸매의 5호선 열차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켜는 순간이다. 출발역인 상일동역에서 종착역인 방화역까지 41.5㎞를 주파할 운명의 동체들. 상쾌한 새벽 공기 속에선 열차의 설렘이 느껴지는 듯하다.44곳의 플랫폼에서 오늘은 어떤 손님들을 맞이할까…. ●사람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 기관사 지원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그는 전동차 5014호에 올라 기기판을 점검하고 출입문 개폐 여부, 안내방송 이상 여부 등을 확인한다. 점검팀을 이미 거친 작업이지만,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빼놓지 않는다. 오전 5시35분. 출발을 알리는 관제소 지시가 떨어지자, 운전석에서 대기하던 그는 ‘마스콘’(속도를 조절하는 핸들)을 조종해 거대한 열차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전 5시42분 상일동역. 하루의 첫 운행을 시작했다. 역에 도착하자 평소와 다름없이 첫 열차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열차를 기다리고 서 있다. 그는 난방계의 온도를 높였다. 열차를 타고 가는 동안만이라도 따뜻하게 쉬어 가게 하려는 그의 배려다. “대학 졸업 후 1998년 철도청 검수일을 시작했습니다. 기계 만지는 걸 좋아해서 보람이 컸지만 사람의 체온을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2004년 4월 마침 도시철도공사의 기관사 모집공고가 났고 이거다 싶어 바로 지원을 했습니다.” 당시 경쟁률은 10대1을 웃돌았지만 그는 바늘 구멍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이렇게 시작한 기관사의 길엔 보람도 컸지만, 위기도 적지 않았다. “하루는 길동역에 들어서는데 한 아저씨가 갑자기 뛰어들어 선로 사이에 드러누웠어요. 재빨리 급정거를 해서 사고는 면했지만 곧 일어난 아저씨가 아무말 없이 가버려 허탈했던 당시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소주로 손 닦아 주며 사고 동료 위로 주변에서 예기치 않은 사상 사고를 겪은 동료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한번 사고를 겪으면 그 역을 지날 때마다 사고 상황이 떠올라 무척이나 괴롭단다.“사고를 겪으면 동료들이 돌아가면서 소주로 직접 손을 닦아 주는 의식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위로를 해주고 싶은 거지요.” 보람도 많다. 한번은 올림픽공원역에 정차해 있는데 8세가량의 어린이가 까치발로 서서 운전실 내부를 빤히 들여다 보더란다. 자세히 보니 발달 장애아동이었다.“배차 시간에 여유도 있고 해서 아이를 운전실로 데려와 이것저것 구경시켜 주었어요. 신기해하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철도분야 최고의 ‘장인’ 되는 게 꿈 그의 꿈은 ‘철도 장인’이 되는 것이다. 기관사뿐만 아니라 관제소, 안전방제소, 본사 운전처 등 철도 전 분야를 섭렵하는 것이 장차 목표다. 새해 소망을 물으니 역시 믿음직한 기관사답게 ‘무사고 운전’을 제일로 꼽는다. 그것 말고 한 가지만 더 얘기해 달라고 하니 쑥스럽다는 듯 덧붙인다. “아들이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과외나 학교 공부 등 답답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지혜로운 학부모가 되는 준비를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다음 정차역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에선 새벽을 여는 첫 전철만큼이나 희망찬 박동 소리가 느껴졌다. 글 사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고성, 라벤더 향수마을로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일명 꽃대마을이 라벤더 향수 테마마을로 조성된다. 14일 고성군에 따르면 농촌의 활력을 위해 새로운 전략작목의 발굴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꽃대마을을 보랏빛 라벤더 꽃과 향기가 가득한 향수 테마마을로 육성키로 했다. 라벤더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로, 자체에서 좋은 향기가 나고 꽃을 증류해 향수와 향료로 사용하는 약용식물이다. 군은 라벤더는 내한성이 강해 남향이면서 경사진 곳이 많은 고성군의 기후 특성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라벤더는 향수, 차 등 다양한 활용가치가 있는 반면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일부 허브농장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관상용으로 재배하고 있을 뿐 대단위 재배와 상품화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고성군은 꽃대마을 3㏊에 라벤더와 허브, 초화류 등의 농장을 조성하고 건조시설과 하우스 등을 설치해 화장품과 목욕용품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2008년 6∼7월쯤에 라벤더축제도 개최한다. 함형구 고성군수는 “프랑스 프로방스와 일본 홋카이도 등 주요 라벤더 산지가 고성군과 비슷한 위도의 해안지”라며 “라벤더를 새로운 작목으로 발굴해 관광상품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생활의 지혜] 옷을 고르는 지혜

    옷을 고를 때도 상식이 있다. 옷감을 가로와 세로로 잡아당겨 신축성이 없는 것은 나중에 줄어들기 쉽다. 색깔은 햇빛보다 백열등 아래에서 보면 붉은색이 더 있어 보인다. 또 형광등 아래에서는 불그스름한 빛이 거무스름한 보랏빛으로, 노랑무늬는 푸른빛으로 보인다.
  • [패션 단신]

    랄프로렌 여성향수 ‘랄프핫’ 랄프로렌 향수는 원색의 보랏빛 병에 달콤한 향이 은은한 여성향수 ‘랄프핫’을 내놓는다. 랄프핫은 시나몬의 달콤알싸함, 모카크림의 부드러움, 메이플의 향긋함을 담고 있다. 오는 9월16일까지 서울 도심에서 랄프핫을 비롯해 랄프, 랄프쿨까지 모든 랄프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랄프버스’를 운영할 계획. 오드뚜왈렛 4만 7000∼8만 6000원, 보디로션 4만 3000원, 샤워젤 3만 8000원.080-022-3332,www.ralphhot.co.kr 스킨알엑스,세계 화장품 기획전 뷰티 전문쇼핑몰 스킨알엑스(www.skinrx.co.kr)는 세계 각 나라를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와 특색을 소개하는 ‘월드 와이드 코스메틱 기획전’을 진행한다. 미국의 바이오큐는 전 제품을 50% 할인하고, 영국 러쉬의 오로마 워터·스킨즈 샹그릴라 세트를 구매하면 러쉬 비누 샘플을 증정한다. 또 호주 쥴리크를 구매하면 인텐스 모이스처 기프트세트를 준다. 에스콰이아,명동점 45% 할인 올해로 창립 45주년을 맞는 에스콰이아는 서울 명동본점을 새롭게 단장하고, 리오픈 기념 행사를 연다.9월1∼3일 매일 선착순 45명에게 여화, 핸드백을 45% 할인판매한다. 또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사랑의 장미’를 주는 행사를 함께 진행한다. 매장 오픈은 오전 11시30분. 옴므 매장은 제외된다.
  • 반 고흐는 지금 태백에 있다

    반 고흐는 지금 태백에 있다

    항상 계절이 바뀌어 갈 때쯤,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을 안고 강원도 태백의 고원자생식물원으로 떠나보자. 초록의 도화지에 노란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한 아름다운 해바라기밭이 기다린다. 굳이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말하지 않더라도 강렬하고 애잔한 노란 물결로 비어있는 가슴 한쪽을 노란물로 덧입혀 보자. 삶에 대한 강렬한 희망과 의욕으로 당신의 몸과 마음이 채색될 것이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며 화폭에 담아냈던 노란 해바라기. 광기어린 눈으로 생명과 태양을 바라보며 그려낸 걸작으로 노란색이 그토록 강렬하다는 것을 세상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그 후로 노란 해바라기는 강렬한 생명을 의미하게 되었다. 또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소피아 로렌이 전쟁터에 끌려간 남편의 흔적을 좇아 헤매던 영화 ‘해바라기’에서 펼쳐진 광활한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밭.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그녀의 눈망울을 닮은 ‘해바라기’는 이젠 애잔함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마찬가지다. 태양신 아폴로를 사랑한 요정 크리티에가 9일 동안 자신이 흘린 눈물만 마시며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해바라기가 됐다. 그래서 꽃말은 ‘열정과 그리움’. 역시나 이런 가슴 아픈 전설 때문인지 더욱 해바라기의 바다가 그리워진다.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을 가로지르는 삼수령 아래 위치한 강원도 태백의 ‘구와우’(九臥牛)마을. 아홉마리 소가 배불리 먹고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붙여진 편안한 마을의 구봉산자락에 고흐의 사랑이 가득 담긴, 소피아 로렌의 애잔함이 잔뜩 묻어 있는 ‘노랑’의 물결이 가득하다. # 노란 천국으로 떠나는 여행 태백 시내에서 검룡소 이정표를 보고 들어선 마을에서 어렵지 않게 식물원을 찾았다.12만평이나 되는 식물원 전체에 해바라기밭은 아래쪽 2만평, 위쪽 3만 5000평. 도대체 감이 오지 않는다.12만평은 얼마나 크고 3만평은 또 얼마나 되나. 하여간 무지하게 넓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어선 식물원 입구. 처음 만난 것은 코스모스였다. 하늘하늘 화사한 웃음이 보는 이의 마음을 밝게 만든다. 빨강, 파랑 등 형형색색의 가녀린 코스모스의 위태로운 몸짓은 언제 보아도 오래된 누이를 만난 듯 정겹고 반갑다. 관람로를 따라 식물원에 들어서자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 ‘쑥대밭’이 된 해바라기밭이 눈에 들어온다. 한창 해바라기가 피어 있을 때인데 이게 웬일인가. 놀란 마음으로 다가서니 주인장의 ‘속상한 소리’가 노란 해바라기를 대신해서 서 있었다. “긴 장마에 자식 녀석들이 제대로 태양 빛을 보지 못하고 시들더니 지난주의 태풍 ‘우쿵’ 때문에 녀석들 대부분이 누워버렸습니다. 관람객 여러분께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가슴이 ‘찡’해온다. 그래도 위쪽 해바라기밭은 분지여서인지 아직 쓰러지지 않고 노란 잎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한여름 꽃구경은 뜨거운 땡볕과 무더위로 고생을 하는데 역시 계절이 바뀌고 있어서인지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시원하고 날씨마저 선선해 꽃구경을 하기에는 ‘딱’이다. 쓰러져 있는 해바라기를 뒤로하고 산등성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르자 여기저기서 야생화들이 눈에 띈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구절초, 편안한 연보랏빛의 벌개미취의 모습에 걷는 고생은 씻은 듯 사라진다. 잣나무가 우거진 호젓한 숲길이 끝나니 노란 해바라기가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온다. # 감동의 노란 물결 숲을 빠져나오자 해바라기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원두막이 있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쉬라고 지어놓은 모양이다. 원두막 앞에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노란 물결이 출렁인다.“우∼와”하는 탄성과 함께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이 물밀듯 밀려온다. 눈앞에 일렁이는 노란 물결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그림으로 보았던 고흐의 해바라기보다 더욱 강렬함을 준다. 오두막에 앉아 불어오는 노란 바람에 온몸을 맡기며 세상 시름을 잠시 내려놓는다. 참 평화롭다. 크고 부드러운 능선의 굴곡을 따라 난 산책로. 손을 꼭 잡고 걷는 중년의 부부, 어깨를 감싸고 사진을 찍는 연인,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가족들이 지나간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니 너무나 신기하고 좋았다.3만평이 넘는 밭의 절반에 피어 있는 노란 해바라기는 한 방향만을 향해 머리를 들고 있다. 참 이상하다. 어찌 저 수많은 해바라기꽃이 한결같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 여행정보 태백 고원자생식물원(www.guwow.co.kr)의 해바라기 축제는 아마 이번 주말이 마지막일 듯싶다.‘자연의 일을 인간이 어떻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겠느냐.’는 김남표 원장은 9월12일까지 축제를 열고 싶은데 긴 장마와 태풍 때문에 다음 주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어린이 2000원. 식물원 관람로를 따라 한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30분∼2시간이면 넉넉하다. 식물원에서는 해바라기 다음으로 인기있는 것은 해바라기 산야초 비빔밥. 더덕, 당귀, 메밀 새싹 등에 밥과 고추장, 해바라기씨 기름을 넣고 비비면 매콤달콤한 비빔밥이 완성된다. 밥이 진짜 박으로 만든 바가지에 따로 나와 이색적이다.15년 묵은 된장으로 끓여낸 장국도 시원하다.7000원. 각종 산나물과 약초, 해바라기씨를 넣고 노릇노릇 붙인 산야초전도 별미.5000원. 이밖에도 동동주, 메밀전, 도토리묵 등과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 “내년엔 유채바다 만들터” 누가 첩첩산중에 이렇게 광활한 해바라기밭을 만들었을까. 얼마나 해바라기를 좋아했으면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했을까. 고원자생식물원 김남표(41)원장이 직접 가꾸고 심었다. 인테리어 사업을 접고 5년전 고랭지 배추를 재배했다가 수지가 맞지 않자 친구와 함께 식물원을 차렸다. “뭐 큰 뜻이 있어서는 아니고요. 배추 농사보다 낫겠다 싶어 해바라기를 심은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머리는 길어 늘어뜨렸지만 검게 그을린 얼굴, 마디 굵은 손가락을 보면 고생했던 세월이 쉬 느껴진다. “식물원을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일을 해도 끝이 없어요. 저기 보이는 언덕 돌담, 불과 1㎞도 안 되지만 혼자서 3개월을 고생한 끝에 만든 거예요. 처음에는 40㎏짜리 해바라기씨 10포대를 아주머니 30명이 열흘동안 심었어요.” 이 많은 해바라기는 어떻게 할까. 일단 해바라기씨를 전부 채취해서 기름도 짜고 다음해 심을 종자로 쓴다. 또 간단하게 음식도 만든다. 씨를 빼고는 모두 밭을 갈아 엎는다. 해바라기는 단년생으로 내년에 또 다시 씨를 뿌려야한다. 내년 봄에는 유채꽃 씨를 뿌려 다시 자생식물원을 노란 바다로 만들 작정이다. “뭐 사람이 산다는 것이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희망과 웃음을 주면 그게 제일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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