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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4 지방선거 인물 대해부]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 시장

    [6·4 지방선거 인물 대해부]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 시장

    “복사하다가 쓰러져 봤나요?”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인 기동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박 시장의 인물평을 묻는 기자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다. 박 시장이 1992년 하버드대 법대 객원 연구원 시절 대학 도서관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닥치는 대로 복사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박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는 당시 하버드대 도서관에서 박 시장이 가져온 책을 복사하다가 탈진해 병원에 실려가기까지 했다고 한다. 박 시장과 함께 시민운동을 하며 15년 동안 지켜봤다는 한 지인은 “박 시장의 장점은 집요하고 끈질기다는 것”이라면서 “어떤 사안을 마주했을 때 필요한 에너지의 두 배를 투입해 ‘디테일’까지 철저히 챙긴다”고 했다. 박 시장이 당선된 이후 보수단체들의 우려를 불식시킨 과정 역시 그의 집요함을 잘 보여 준다. 보수단체들이 처음에 박 시장을 보는 시선은 삐딱했다. 좌파 성향의 시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박 시장은 취임 이후 보수단체를 수시로 방문하고 지자체 최초로 ‘보훈종합계획’을 만드는 등 보수단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박 시장에 대한 보수단체의 편견이 상당부분 사라졌다는 게 박 시장 측의 주장이다. 이런 집요함은 추진력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취임 후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시민단체 또는 시민들과 얼마나 소통했는지 실적을 담은 ‘체크 리스트’를 만들도록 했다. 일선 공무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체크리스트를 꾸준히 이행한 일선 공무원이 실제로 승진을 한 사례가 나오면서 지금은 박 시장의 ‘현장 중시 및 소통형’ 업무 스타일이 많이 정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시장의 책상은 그야말로 서류철들의 무덤이라고 할 만하다. 사람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서류들이 쌓여 있다. ‘꼼꼼 원순’이라는 별명답게 박 시장이 취미로 꼽는 것 중 하나가 ‘서류철 펀칭’이다. 기 부시장은 “(박 시장은)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 차곡차곡 모아 둔 신문을 빠짐없이 읽은 뒤 중요한 기사는 전부 스크랩해 둔다”고 했다. 놀라운 것은 스크랩해 둔 내용을 전부 기억한다는 것이다. 손님들이 방문하면 시장실에 스크랩해 둔 내용들을 설명하면서 2~3시간 넘게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고 한다. 박 시장은 다변(多辯)에 메모광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박 시장이 주재하는 회의의 별칭은 ‘받아 회의’다. 박 시장이 수시로 메모한 것들을 비서관 회의 등에서 쏟아 놓으면 직원들이 전부 받아 적느라 기진맥진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직원이 보고하러 한번 시장실에 들어가면 수첩 한 권분의 추가 지시사항을 받아 온다는 말이 있을 만큼 직원들 사이에서 ‘지시사항의 홍수’라는 악명을 떨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 본인도 하도 많은 얘기를 해서 정작 기억을 못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제는 요령이 생긴 서울시 직원들이 박 시장의 지시를 못 들은 척 시치미를 떼다가 두번 정도 지시가 반복됐을 때야 비로소 챙기기 시작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시장은 ‘워커 홀릭’(일 중독자)의 면모도 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서울시장직을 맡은 현재에도 해외에 나가는 일이 잦다. 하지만 측근들은 “아무리 먼 곳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와도 시차 때문에 힘들어하는 박 시장의 모습을 본 일이 없다”고 한다. 박 시장은 해외 출장 때 비행기 안에서는 잠을 안 자고 출장 업무를 정리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집무실에 샤워실까지 구비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4시간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박 시장의 이런 성향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인색한 평가를 내린다. 한마디로 “답답하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들을 행정에 계속 반영하면서 기존 안들이 수정되는 작업이 반복되다 보니 일처리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천구에서 여의도로 연결되는 도로 건설이 1년째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것도 박 시장의 행정 스타일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현시욕이 강해 실무진을 곤혹스럽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2의 서울 촬영이 논의되던 지난달 중순. 영화 촬영 유치를 주도했던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진흥위원회와 경찰청, 서울시 등이 최종 촬영지 선정 및 교통통제 등에 대해 ‘극비리에’ 논의 중이었다. 논의 결과는 정부와 경찰이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서울시 소관 부서에서 올린 관련 보고서를 박 시장이 그대로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면서 두 기관은 김이 새버렸다. 발끈한 두 기관이 서울시에 강력 항의하는 바람에 해당 실무 부서에서는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올해 초 국장급 및 주요 과장에 대한 보직 인사 때에는 부시장 회의까지 통과한 인사안을 시장이 모두 뒤집는 ‘소동’이 있었고, 이에 실무진은 ‘패닉’에 빠졌다고 한다. 박 시장의 화법이 지나치게 직설적이라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주변 인물들은 박 시장에 대해 정치인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화법을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고언한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과의 설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이 되면 연봉 1만원만 받겠다”고 하자 박 시장은 “나는 그렇게 받으면 부도난다”고 직설적으로 받아쳐 감정 대립이 격화된 적이 있다. 지난 10일 출입기자들과의 만찬 간담회에서는 공공개발정책을 한참 설명하다가 불쑥 “정 의원에게 이런 걸 물어보면 아무 내용이 없을걸요. 서울의 어디를 딱 짚어서 얘기하라면 하겠나요”라고 했다. 그래 놓고는 바로 “아, 이거 얘기하면 네거티브인가요? 그럼 취소해야겠네요”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정치인으로서 주변 인맥을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다. 과거 인연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한다. 조직과 출신 성분을 나눠서 분파를 만들지 않다 보니 새정치민주연합 내에 특별히 친한 인사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나는 굳이 말하자면 시민파”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서울시장 재선 이후 대권 도전 가능성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 박 시장이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주변 인맥 관리가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뉴스 플러스] 보따리상 절도 스마트폰 2500대 中 밀반출

    부산 연제경찰서가 8일 훔치거나 습득한 스마트폰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절도 등)로 손모(35)씨 등 중국인 2명과 박모(56)씨 등 4명을 구속했다. 스마트폰을 훔치거나 습득해 이들에게 팔아넘긴 일당 116명과 중간 매집상 33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손씨 등은 중국에서 ‘고가에 스마트폰을 매입한다’는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광고하고 이를 보고 연락해 온 중간 매집상으로부터 스마트폰을 사들여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밀반출한 스마트폰은 모두 2500여대, 시가로 20억원이나 된다.
  • “르노 삼성, 2년내 내수 넘버3 탈환”

    “르노 삼성, 2년내 내수 넘버3 탈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최고경영자(CEO) 카를로스 곤 회장이 2년 안에 르노삼성자동차를 내수 3위 업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판매 실적을 70% 이상 늘려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밝힌 셈이지만 신차 추가 배정 등 기대했던 선물 보따리는 없었다. 지난해 말 리바이벌 플랜(회생 프로젝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르노삼성차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2일 방한한 곤 회장은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새 비전 선포식을 열고 르노삼성차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곤 회장은 먼저 2016년까지 한국 시장 3위를 탈환하겠다고 밝혔다. 곤 회장은 “연내 모든 제품에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고 상품성을 개선하는 한편 SM5 디젤 모델을 출시하는 등 기존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라면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을 르노·닛산그룹의 글로벌 수출 기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국내외 판매 실적을 지난해(13만 1010대)보다 70% 이상 확대해 2년 후 20만대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QM3처럼 해외에서 완성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르노삼성의 순위를 올리지는 않겠다고도 했다. 곤 회장은 “완성차를 들여와 파는 것은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이라면서 “수입을 통해 개선된 판매 실적은 오래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표인 20만대 안에는 부산에서 생산하기로 한 수출용 차량 로그가 포함된 것”이라고 밝혀 이번 방한에 추가 선물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르노삼성은 오는 8월부터 부산공장에서 북미시장 수출용 차량인 ‘로그’를 연간 8만대가량 생산할 계획이다.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부산공장은 르노·닛산의 전체 공장 내에서 평균 이상이지만 그렇다고 최상은 아니다”면서 “적어도 10% 정도는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영자 입장에선 더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는 더 똑똑하게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르노삼성차는 2012∼2013년 회생 프로젝트에 돌입해 지난해 매출 3조 3000억원, 영업이익 445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판매 실적은 5개 완성차업체 중 꼴찌다. 지난해 내수 점유율은 4.4%(6만 27대)에 그쳤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佛서 248억弗 돈보따리 시진핑 통큰 ‘머니 외교’

    佛서 248억弗 돈보따리 시진핑 통큰 ‘머니 외교’

    유럽을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에서 돈 보따리를 풀며 중국 특유의 ‘머니 외교’로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성명 발표식에서 “시 주석이 프랑스를 방문하는 기간에 양국은 약 180억 유로(약 248억 달러· 약 26조 7100억원)에 달하는 50건의 경제·무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고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가 27일 보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 둥펑(東風) 자동차가 자금난에 시달리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PSA 푸조 시트로앵의 지분 14%를 11억 유로에 인수하기로 한 사실을 밝힌 뒤 이를 높이 평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은 프랑스의 에어버스 여객기 70대도 100억 달러에 구매했다. 중국은 유럽연합(EU)이 회원국 공항을 쓰는 여객기에 배기가스 배출비를 부과키로 하자 에어버스 기종의 구매 거부로 맞섰다가 시 주석 방문을 계기로 이를 해제하고 에어버스 중형 A320 43대, 대형 A330 27대를 샀다. 에어버스는 또 중국항공공업그룹과 향후 20년 동안 1000대의 민간 헬리콥터를 공동 생산하기로 했다. 총 계약금액은 80억 달러에 달한다. 시 주석의 ‘돈 보따리’는 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 성장률로 사면초가에 빠진 올랑드 정권에 단비 같은 존재다. 올랑드 대통령이 공동성명에서 “180억 유로에 달하는 계약은 취업과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향후 수년간 경제 발전 전망이 밝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중국 언론들은 프랑스가 시 주석을 위해 파리 앵발리드에서의 의장대 사열, 개선문에서의 헌화 의례, 엘리제궁의 국빈만찬 등 최고의 의전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올랑드 대통령에게 “양국은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관심사를 존중하자”고 말했다. 시짱(西藏·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거나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에 대해 침묵하라는 압력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2008년 12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접견하자 프랑스와 진행 중이던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 협상을 중단하며 실력 행사에 나선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아프리카, 중남미, 중앙아시아, 동남아 등을 순방할 때마다 대량의 구매 및 투자 계약으로 돈을 풀며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티셔츠에 새겨진 숫자들… 어떤 역사일까요

    티셔츠에 새겨진 숫자들… 어떤 역사일까요

    “1931년은 일본군이 위안부 제도를 도입한 첫해입니다. 아시아 곳곳으로 팔을 뻗친 일제는 무려 20만명의 여성에게 위안부란 이름으로 성폭력을 휘둘렀죠. 그래서 저는 ‘1950’ ‘1982’ 등 이후 83년간의 한 해 한 해를 뜻하는 숫자를 티셔츠에 새겨 입고 다닙니다. 일본 정부가 명백한 범죄를 인정할 때까지 계속할 겁니다.” 2002년 광주비엔날레의 큐레이터로 활약한 민영순(61) 어바인주립대 교수는 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50년 넘게 미국에 살아 외형은 한국인이지만 이제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익숙하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재외 여성 작가라는 혼란스러운 정체성은 역설적이게도 위안부 문제와 이주자, 이민자 등 약자들의 ‘디아스포라’(이산)에 천착하면서 탈출구를 찾았다. 오는 5월 18일까지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2014 SeMA 골드 노바디(Nobody)’전에선 작가가 2006년부터 5년간 작업한 설치작품 ‘역사를 입다’를 만날 수 있다. 형형색색의 티셔츠 수십 장에는 연도를 뜻하는 다양한 숫자가 적혀 있다. “1992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만난 한국인 위안부 할머니 두 분은 무척 용감했어요. 여자로서 부끄러운 과거를 당당히 밝히고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2006년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위안부 생존자인 롤라 버지니아 할머니도 만났죠.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릴 방법을 찾다가 티셔츠에 숫자를 새겨 입는 퍼포먼스를 시작했어요.” 이후 작가는 기회가 날 때마다 해외 원정 시위에 나선 위안부 할머니들 곁을 지켰다. 그럴 때면 늘 다른 조력자들과 함께 숫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다. 이 같은 인간에 대한 관심은 이번 전시에서 자기 자신, 이전 부모 세대로 확장됐다. 가변 설치작품인 ‘어머니의 보따리’는 가로, 세로 90㎝인 5개의 작은 보따리들을 오브제로 삼았다. 첫 번째 보따리(비닐봉지)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남긴 유품을 담았고, 두 번째 보따리에는 1992년 4월 미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의 사진들을 새겼다. 한인 사회의 정체성에 대해 되물은 것이다. 이어 세 번째 보따리에는 여성 속옷과 신발, 네 번째 보따리에는 군복, 다섯 번째 보따리에는 구한말 조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담아 정체성 문제를 깊이 파고든다. 영상 복합물인 ‘움직이는 목표물’은 반대로 해외에서 국내로 온 이주자들의 문제를 건드린다. 바닥에 동그란 까만 공들을 놓고 벽면을 훑고 돌아가는 영상을 더했다. 공과 영상을 통해 이주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자신들을 ‘타깃’이라고 느끼는 소외감을 표현했다. 작가는 “이주민들의 ‘코리안 드림’으로 만들어진 ‘메이드 인 코리아’란 상품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상품은 보호되나 노동자는 보호되지 않는 현실을 고발했다”고 말했다. 작가의 도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미군 군무원인 아버지가 먼저 미국으로 건너간 뒤 어머니 손에 이끌려 갔어요. 서울 혜화동에 살았는데 1960년 4·19 의거 때 의대생들이 시위하던 모습이 생생해요.” 미 UC버클리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휘트니미술관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작가는 민족주의 성향의 한인단체에 몸담으면서 점차 후기 식민주의와 복잡한 정체성 문제에 눈떴다. 다른 해외 거주 한인 작가들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노바디로서 예술가가 어떻게 세상과 또 자신과 대면해 왔는지에 대한 예술적 기록들을 남겼다. 작가는 추후 한류 드라마 속 여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세계를 다룬 영상 작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 전시에는 역시 캐나다와 미국에서 거주하며 활동 중인 윤진미(54)·조숙진(54) 작가도 참여했다. 윤 작가는 캐나다에 이민 온 이민자들이 캐나다를 상징하는 회화 앞에서 찍은 사진들로 구성한 ‘67그룹’ 등을 선보였고 조 작가는 200개의 버려진 액자를 모아 구성한 ‘액자’ 등을 내놓았다. 이들은 “노바디는 가장 중요한 생명과 삶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흔적이자 열쇠”라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개콘 ‘드라마의 제왕’도 울고 갈 구글판 ‘사랑과 전쟁’

    개콘 ‘드라마의 제왕’도 울고 갈 구글판 ‘사랑과 전쟁’

    이 정도면 구글판 ‘사랑과 전쟁’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40)과 사내 불륜을 맺은 것으로 지목되는 여직원 아만다 로젠버그(26)의 스토리가 점입가경이다.  미국의 유명월간지 ‘베니티페어’가 4월호에 브린과 로젠버그를 둘러싼 전모를 공개해 관심을 끌고있다. 해외 IT업계는 물론 현지 연예매체들까지 들썩이게 만든 이 사건은 지난해 여름 한 언론을 통해 세간에 처음 알려졌다.지난 2007년 앤 보이치키(40)와 결혼한 브린은 슬하에 두 자녀를 둔 대표적인 잉꼬부부로 소문이 자자했으나 결국 사내 여직원과 불륜 소문이 나서면 조강지처와 갈라섰다. 브린의 새로운 연인으로 지목된 여성이 바로 로젠버그(26). 현지언론에 따르면 구글글래스 사업을 진행하던 브린은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던 로젠버그를 만났고 이후 연인관계로 발전해 오랜시간 몰래 만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로젠버그의 남자친구가 당시 구글 안드로이드 사업부를 지휘하던 휴고 배라 부사장이란 사실. 이후 그는 로젠버그에게 중국 스마트폰 회사 샤오미(小米)로 함께 떠나자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혼자 보따리를 싸 정든 구글을 떠났다. 이번 베니티페어의 보도를 보면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한자성어가 딱 떠오르는 일들이 벌어진다. 먼저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레리 페이지는 불륜 사실을 들은 이후 브린과는 말도 섞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레리는 윤리적으로 매우 엄격한 사람으로 불륜 소문을 듣자마자 불같이 화를 냈다”고 전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원수’처럼 지낼 것 같은 브린의 전 부인 보이치키와 로젠버그가 서로 친구가 됐다는 사실이다. 보도에 따르면 로젠버그는 구글글래스와 관련된 충고를 듣기위해 정기적으로 보이치키와 만나다 친구가 됐으며 지난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선물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빅이어’ 앞에선 작아지는 맨시티

    결국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시티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꾼 셈이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홈 1차전을 0-2로 내주고도 원정 2차전에서 뒤집은 전례는 없었다. 그래서 맨시티가 대담한 도전에 나섰다. 2008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석유 재벌 셰이크 만수르가 돈 보따리를 풀어 초호화 스쿼드를 꾸린 맨시티니까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맨시티는 1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16강 2차전에서 리오넬 메시(27)가 오래간만에 득점한 FC바르셀로나에 1-2로 졌다. 3주 전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0-2로 완패했던 맨시티는 1, 2차전 합계 1-4로 새 역사를 쓰는 데 실패했다. 메시는 후반 22분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상대 수비수 졸리언 레스콧의 헛발질에 굴절된 공을 왼발 슛으로 연결해 골대 왼쪽 아래를 뚫었다. 후반 44분 맨시티의 뱅상 콤파니가 동점골을 뽑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니 알베스가 추가 골을 집어넣었다. 만수르가 인수한 뒤 3년 만에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한 맨시티는 다음 목표를 ‘빅이어’(챔스리그 우승컵)로 잡았지만 2011~12시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다음 시즌에는 아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손흥민(22)의 소속팀인 독일 프로축구 레버쿠젠도 파리 생제르맹(PSG)과의 경기에서 1-2로 역전패해 1, 2차전 합계 1-6으로 역시 탈락했다. 교체 명단에 포함됐던 손흥민은 후반 22분 곤잘로 카스트로와 교체 투입돼 23분 남짓 뛰었지만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개콘’ 박대표도 울고 갈 구글판 ‘사랑과 전쟁’

    ‘개콘’ 박대표도 울고 갈 구글판 ‘사랑과 전쟁’

    이 정도면 구글판 ‘사랑과 전쟁’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40)과 사내 불륜을 맺은 것으로 지목되는 여직원 아만다 로젠버그(26)의 스토리가 점입가경이다.  미국의 유명월간지 ‘베니티페어’가 4월호에 브린과 로젠버그를 둘러싼 전모를 공개해 관심을 끌고있다. 해외 IT업계는 물론 현지 연예매체들까지 들썩이게 만든 이 사건은 지난해 여름 한 언론을 통해 세간에 처음 알려졌다. 지난 2007년 앤 보이치키(40)와 결혼한 브린은 슬하에 두 자녀를 둔 대표적인 잉꼬부부로 소문이 자자했으나 결국 사내 여직원과 불륜 소문이 나서면 조강지처와 갈라섰다. 브린의 새로운 연인으로 지목된 여성이 바로 로젠버그(26). 현지언론에 따르면 구글글래스 사업을 진행하던 브린은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던 로젠버그를 만났고 이후 연인관계로 발전해 오랜시간 몰래 만나온 것으로 드러났다.더욱 놀라운 사실은 로젠버그의 남자친구가 당시 구글 안드로이드 사업부를 지휘하던 휴고 배라 부사장이란 사실. 이후 그는 로젠버그에게 중국 스마트폰 회사 샤오미(小米)로 함께 떠나자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혼자 보따리를 싸 정든 구글을 떠났다. 이번 베니티페어의 보도를 보면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한자성어가 딱 떠오르는 일들이 벌어진다. 먼저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레리 페이지는 불륜 사실을 들은 이후 브린과는 말도 섞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레리는 윤리적으로 매우 엄격한 사람으로 불륜 소문을 듣자마자 불같이 화를 냈다”고 전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원수’처럼 지낼 것 같은 브린의 전 부인 보이치키와 로젠버그가 서로 친구가 됐다는 사실이다. 보도에 따르면 로젠버그는 구글글래스와 관련된 충고를 듣기위해 정기적으로 보이치키와 만나다 친구가 됐으며 지난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선물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대형 기획사, 언더 키워 콘텐츠 확장… 승자독식은 우려

    가요 기획사의 몸집 불리기는 가요계라는 울타리 내에서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형 가요기획사들이 레이블(음반제작사)을 설립하거나 중소 규모 기획사에 전략적 투자를 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 규모 기획사 및 인디 뮤지션들이 대형 기획사와 ‘윈-윈’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와 동시에 대형 기획사로의 의존도 심화 등 우려도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8월 인피니트와 넬 등이 소속된 울림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합병해 자회사인 SM C&C 산하의 레이블로 뒀다. 아이유가 소속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9월 로엔트리 레이블과 콜라보따리 레이블로 나누는 ‘멀티 레이블’로 체제를 개편했다. 포미닛, 비스트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에이큐브와 큐브DC, 뮤직큐브 등의 레이블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씨스타, 케이윌 등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스타쉽 엑스라는 레이블을 설립해 매드클라운, 정기고 등 힙합 가수들을 영입했다. 중소 규모 기획사나 레이블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0%에 투자해 협력 관계를 구축했으며,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사랑과 평화, 장호일의 프로젝트 밴드 ‘이젠’ 등이 소속된 신생 레이블 ‘발전소’에 지분을 투자했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가요계에 ‘윈-윈’ 관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게 기획사들의 설명이다. 중소 규모 기획사나 인디 음악인들은 글로벌 홍보망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대형 기획사를 통해 음악을 알릴 수 있고, 대형 기획사 또한 콘텐츠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서울 홍익대 근처에서 열린 ‘발전소’의 출정식은 SM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으며, 매드클라운과 정기고 등 스타쉽 엑스 소속의 가수들은 씨스타 소유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인지도를 높였다. 로엔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대형 기획사가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투자하고 사업 역량을 활용해 K팝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위주의 대형 기획사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대한 중소 규모 기획사와 인디 레이블의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인디 레이블의 이사는 “인디 가수들이 대형 기획사의 네트워크를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지금껏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 온 가수들에게 아이돌의 음악을 만들 듯 기획사나 프로듀서가 개입하는 식으로 인디 음악인들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접근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작지만 강한 도서관’ 없는 동네가 없다

    ‘작지만 강한 도서관’ 없는 동네가 없다

    강서구가 ‘도서관 천국’으로 탈바꿈했다.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도시’를 표방한 노현송 구청장이 구립도서관뿐 아니라 작은도서관까지 4년 동안 20여개 도서관을 새로 만든 덕분이다. 구는 지난해 구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이용객이 130여만명을 넘어섰다고 4일 밝혔다. 주민들의 도서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서관 확충에 힘을 쓴 결과로 풀이된다. 노 구청장은 “모든 주민들이 걸어서 10분 이내에 도서관을 접할 수 있도록 도서관 인프라 구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2010년만 해도 구립 도서관은 4개에 그쳤다. 2012년 등촌동 등빛도서관과 화곡4동 강서영어도서관, 지난해 화곡8동 곰달래도서관까지 3개의 구립도서관을 줄줄이 열었다. 또 지난달 26일 화곡3동 책마루도서관을 개관함으로써 지역 20개 모든 동에 작은도서관을 갖췄다. ‘1동 1작은도서관’ 조성에 노력한 결과다. 도서대출과 열람에만 머물던 모든 동 주민문고를 작은도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볏고을작은도서관이 처음 문을 열었고 아리향기와 생각열매, 등마루골, 큰마음 작은도서관 등 모두 20개의 작은도서관이 탄생했다. 동 주민센터 건물 내에 자리한 만큼 접근성도 빼어나 주민들의 호응도 매우 높다. 특히 작은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에서 벗어나 지역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도서관의 고유기능은 물론 세미나, 연주, 상영, 전시회까지 가능하다. 또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소통과 쉼터 역할을 한다. 어린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놀이터다. 작은도서관들은 각 특성에 따라 도서에 얽힌 여름방학 특강, 작가와의 만남, 부모와 함께하는 종이접기, 네일아트. 독서논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글벗누리 도서관에서는 매주 화요일 어르신과 아이들의 독서 프로그램인 ‘실버 이야기 보따리’를 운영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뒤 소감문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가족들에게 큰 인기를 누린다. 또 매주 금요일엔 영유아를 대상으로 ‘구연동화’를 소개한다. ‘나도 할 수 있어요’ ‘아기 나무 초록이’ 등의 동화를 음성으로 들려줘 언어에 대한 감성 개발에 많은 힘을 싣는다. 구는 2018년까지 공공도서관 40곳 확충을 목표로 잡았다. 구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을 합쳐 27개를 가지고 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5년간 20곳 이상을 늘린다는 것이다. 노 구청장은 “크고 작은 지역 도서관이 사랑방과 공동체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주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쉽게 책을 접하는 강서구를 만들겠다”며 지역 지도를 되짚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숨겨진 한국정치 이면사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숨겨진 한국정치 이면사

    남재희가 만난 통 큰 사람들/남재희 지음/리더스하우스/288쪽/1만 4500원 “정치에서 이론서를 읽는 것은 마른 풀을 씹는 것과 같다. 자전이나 전기를 읽는 것은 싱싱한 풀을 씹는 것이다. 이론서보다는 자전이나 전기들이 정치의 지혜에 관해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2006년 ‘아주 사적인 정치 비망록’에 수록된 내용) 언론인 출신의 진보적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아주 사적인 정치 비망록’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책 ‘남재희가 만난 통 큰 사람들’을 최근 펴냈다. 그러나 이번엔 ‘아주 사적’이지만은 않다. 전반부에는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역대 대통령 8인, 후반부에는 유진산에서 이회창까지 대권에 근접했거나 2인자 역할을 했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저자와 직접 교유했던 민기식·김상현·윤길중 등 정치인, 선우휘·천관우·이영근 등 언론인, 그리고 종교계 강원룡, 소설가 이병주, 여류 인사 전옥숙·김정례 등과의 일화들을 흥미롭게 끄집어냈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중심에서 언론인으로 20년, 정치인으로 20년 가까이 살아온 저자가 그동안 숨겨놓았던 한국 정치 이면사의 보따리를 풀어놓은 ‘걸물 열전’이자 ‘정치 인류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인간적인 풍모와 삶의 뒤안길, 역경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낭만과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마음의 풍경, 고비를 이겨내는 용기 있는 행동 등을 인간적으로 솔직하게 들여다보면서 역사의 흐름 속에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신문 기자 시절에는 선술집에서 그들과 삶을 이야기하고 정치를 논했으며, 정치 현장에 몸을 던진 이후에는 그 자신 정치인으로서 치열하게 세상과 호흡했다. 이제까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일화와 역사·정치적인 의미로 새롭게 주목해야 할 사실들이 책에 역사적 가치를 더한다. 책이 다루는 시기는 195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전반까지이다. 1~2세대 전의 이야기이지만 당시의 정치적 과제들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완으로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오늘날 정치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를 던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20세기 후반부 우리 정치·사회의 풍속도를 나름대로 그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한국 현대사를 옆에서 본 것이다”라고 담담히 말하면서 후배 세대에게 통 크고 저돌적인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우크라, 조기 대선전 돌입… 서구 지원 받아 디폴트 타개 수순

    우크라, 조기 대선전 돌입… 서구 지원 받아 디폴트 타개 수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에 서방과 러시아가 재정 지원을 무기로 정치적 선택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과도정부는 25일 조기 대선의 후보 등록 시작을 선포했다. 유럽연합(EU)은 돈 보따리를 풀 테니 민주화 개혁·권력 이양을 제대로 마무리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우크라이나 내 영향력을 잃을까 염려하는 러시아는 가스 공급가 할인을 중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대선 국면을 앞당겨 서방과 유럽의 지원을 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임명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신임 의회 의장은 전날 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해 내년까지 모두 350억 달러(약 37조 657억원)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는 당장 오는 6월 만기인 10억 달러 상당의 유로 채권을 청산해야 한다. 또 국영 에너지 회사 나프토카즈가 발행한 16억 달러 규모의 유로채권도 9월에 만기가 돌아온다.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지원 없이는 디폴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의회는 실각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측근인 이호르 소르킨 중앙은행장을 해임하고 시중 은행 회장 출신인 스테판 쿠비브를 신임 중앙은행장으로 임명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중책을 떠맡겼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IMF 차관 외에 별도 지원은 없다’는 견해를 바꿔 지원 의사를 밝혔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파트너 국가들과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동참했다. 올리 렌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우크라이나에 6억 1000만 유로(약 9000억원)를 즉각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EU와 미국 등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조건부’다. 올리비에 바일리 EU 대변인은 “5월 25일 조기 대선 이후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새 정부와 지원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IMF도 자금 지원을 약속했지만 대기업 가스 보조금 지급 중단, 부가세 인상 등의 경제개혁 조치 등을 선행 조건으로 걸었다. 러시아는 아예 강경 모드다. 리아노보스티 등에 따르면 트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반란의 결과를 합법으로 판단하는 것은 정신착란이다.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든 채 키예프를 박살 내고 있는 사람들을 정부라고 인정한다면 러시아는 그런 정부와 협력하기 어렵다”면서 “(우크라이나와 합의한) 가스 공급가 할인 기한이 끝나고 난 뒤에 우크라이나 기업 및 정부 대표들과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가를 30% 이상 인하하고, 우크라이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15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중 30억 달러는 이미 집행됐으며, 20억 달러의 집행은 반정부 시위로 연기됐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후보 등록 시작은 조기 대선을 불법으로 보고 있는 러시아를 밀어내고 선거전을 일찍 시작해 대선 국면에 바로 돌입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후보등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의회 결의로 출소한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의 출마설도 유력했지만 티모셴코 측은 그가 대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입학선물로 준 운동화는 여기 있는데…예쁜 내 딸 어디갔니”

    “입학선물로 준 운동화는 여기 있는데…예쁜 내 딸 어디갔니”

    “우리 딸 한번 보세요, 얼마나 예쁜지…. 대학 간다고 (오리엔테이션에) 간 딸을 어떻게 이리 허무하게 보내요.” 박주현(18·비즈니스일본어과 신입생)양의 어머니는 잠시 울음을 멈춘 채 딸의 사진을 보며 잠깐 미소 지었다. 어머니가 건넨 휴대전화 화면 속에서 박양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18일 울산 북구의 21세기좋은병원 장례식장. 전날 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숨진 10명의 희생자 가운데 6명의 학생 시신이 안치된 이곳에 임시 빈소가 마련됐다. 장례식장에서는 비보를 듣고 새벽녘에 달려온 부모들이 금쪽같은 자식들의 이름을 부르는 비통한 울음과 흐느낌이 그치질 않았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사고를 당한 학생들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일본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비즈니스일본어과에 지원한 박양은 이해심 많고 성실한 딸이었다. 고교 때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면서도 꿈을 이루겠다며 열심히 공부했다. 박양의 어머니는 “이날도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대학 생활의) 첫날이라고 기대에 부풀어 갔다”면서 “건물이 무너졌을 때 허리가 아파 빨리 빠져나가지 못했을 것”이라며 흐느꼈다. 박양의 옷가지와 소지품을 담은 보따리에는 대학 입학 기념으로 새로 산 점퍼와 흙이 거의 묻지 않은 운동화가 나왔다. 언니 제희(22)양은 박양의 지갑을 손에 쥔 채 “지난달 29일이 동생 생일이었다”면서 “동생한테 선물한 지갑은 여기 있는데 동생은 어디 가고 이것만 돌아왔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빈소 옆 안치실에서도 통곡이 끊이질 않았다. 고혜륜(18·아랍어과 신입생)양의 고교 동창 한모(19)양은 “울산에 있는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혜륜이가 대학을 부산으로 간다며 놀러 오라고 했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다”며 “편지도 자주 주고받고, 친구들의 고민 상담도 잘 들어주던 어른스러운 친구였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숨진 이성은(20·베트남어과 재학생)양의 남동생은 “누나를 좀 데려오라”고 소리치다가 실신하기도 했다. 부산 금정구 침례병원에 빈소가 마련된 양성호(25·미얀마어과 4학년)씨는 체육관이 무너진 후, 후배를 구하러 다시 들어갔다가 숨진 사실이 전해지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학과 학회장이었던 양씨는 사고 당시 신입생들에게 뛰라고 외치며 함께 대피했다. 하지만 몇몇 후배가 보이지 않자 다시 사고 현장으로 들어갔다가 무너진 구조물에 깔려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편 사고 직후 가족들에게 즉각적으로 알리지 않은 학교 측의 대응에 화가 난 유가족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고양의 어머니 신모(47)씨는 “사고가 난 지 6시간이 지나서야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사고 현장 리조트에 눈이 그렇게 많이 왔다는데 사전답사도 안 하고 행사를 강행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 인터넷 카페에 고양이 남긴 “합격시켜 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이 네티즌 사이에 회자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숨진 김정훈(20·미얀마어과 신입생)군의 큰 이모인 이금자(67)씨는 “해마다 사고가 나는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정해린 총장을 위원장으로 유족 등이 함께하는 임시 장례위원회를 꾸려 장례 절차를 논의 중이다. 당초 숨진 6명의 학생의 임시 빈소가 마련됐던 울산 21세기좋은병원에 합동 빈소를 차릴 예정이었으나, 안치 장소 부족으로 시신을 부산 침례병원 등으로 분산 안치해 각각 빈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교내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학생과 교직원 등이 조문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유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장례는 학교에서 모든 절차를 주관하는 학교장으로 치를 계획이며 구체적인 일정은 장례위원회가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열린세상] 한글전용시대의 언어교육 문제/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열린세상] 한글전용시대의 언어교육 문제/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1970년에 한글전용화 정책이 시행된 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자어의 의미 소통에 문제가 생겼다. 한글전용세대에겐 상당수의 한자어들이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암호처럼 돼 버린 것이다.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 그렇지만 무조건 한자를 가르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한자의 분석적인 의미를 가르치지 않으면 그것은 또 하나의 암호가 되기 십상이다. 모국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국어교육이 바뀌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한자교육만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한자는 종종 낱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자로 쓴 기차(汽車)는 요즈음 자주 타는 기차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디젤기관차나 전동기관차를 타고 있는데, 기차는 옛날의 증기기관차를 의미한다. 중국에서 기차는 버스를 말하고, 우리말의 기차는 화차(火車)로 불린다. 중국에서도 한자는 낱말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주지 않는다. 의미를 제대로 알려면 낱말이 가리키는 대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기차는 처음엔 증기기관차를 가리켰지만 요즈음 디젤기관차와 전동기관차를 가리킨다. 기차는 처음에 왜 증기기관차를 가리켰을까. 그런 까닭은 기(汽)가 본래 증기를 의미하고 차(車)가 바퀴 달린 수레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석적으로 원초적 의미를 추적하지 않으면 낱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다. 그런데 한자는 종종 원초적인 의미를 분석해내기 어렵게 한다. 동녘 동(東)을 보자. 동은 흔히 목(木)과 일(日)이 합성된 글자로 여겨져 왔다. 동은 해(日)가 나무줄기(木)를 타고 떠오르는 모습을 묘사한 글자라는 것이다. 그럴싸하지만, 100여년 전에 발견된 갑골문은 전혀 다르다. 갑골문의 동은 보자기로 물건을 싸서 양쪽 끝을 묶은 보따리를 상형한 글자다. 그러니 한문의 동은 동녘을 나타내기 위해서 차용한 다른 의미의 동음글자인 셈이다. 한자를 익혀도 한자어의 의미소통문제는 이처럼 풀기 어렵다. 한자를 익힐 필요가 없는 고유어의 경우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은 고유어인 무더위의 의미를 잘 모른다. 무더위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무지무지하게 더운 더위라고 대답하기 일쑤다. 하지만 본래 그런 뜻이 아니었다. 무더위는 물과 더위가 합성된 말이다. 합성과정에서 ㄹ이 탈락됐다. 물기 많은 더위, 또는 습도 높은 더위를 뜻한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독도가 왜 독도(獨島)로 또는 죽도(竹島)로 표기되는지 잘 모른다. 일본사람들은 죽도(竹島)라고 표기한다. 죽도라면 대나무가 많을 법한 섬인데 대나무는커녕 나무랄 것조차 거의 없다. 온통 돌로 된 섬이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본래 대섬이라고 불렀다. 대섬의 대는 대낮이나 대머리의 대와 같다. 대낮에는 그림자가 없고 대머리에는 머리털이 없다. 대는 표면에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섬은 나무가 자라지 않는 대머리 바위섬을 의미한다. 일본인들은 우리말의 대섬을 죽도로 잘못 훈역하고는 자기네 섬이라고 우긴다. 언어학적으로 보아도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독도를 지금은 독도(獨島)로 쓰고 있지만 예전에는 독도(禿島)로 썼다. 독도(獨島)라면 사실상 어딘가 좀 어색하다. 독도는 홀로(獨) 있는 섬(島)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도에는 암섬과 숫섬이 사이좋게 어울려 있다. 본래 독도는 독도(禿島)로 쓰였는데, 여기서 독(禿)은 독수리의 첫머리 글자이다. 독수리는 머리에 털이 없는 대머리 새이다. 독도(禿島)는 대섬의 정확한 훈역이었던 셈이다. 한글전용시대의 의미소통 문제는 낱말의 분석적인 의미를 정확하게 교육하지 않으면 풀 수 없다. 한자만 가르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한자어든 고유어든 심지어 외래어까지도 낱말의 어원적인 또는 분석적인 의미를 정확하게 깨우치도록 교육해야 한다. 국어수업에서 어원사전과 한자사전을 널리 사용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자병용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한글전용시대의 언어문화를 정교하고 풍성하게 발전시키자는 얘기다.
  • “15~16세인데 하루 15시간 중노동… 일제, 혹시 도망칠까 봐 외출도 제한”

    “15~16세인데 하루 15시간 중노동… 일제, 혹시 도망칠까 봐 외출도 제한”

    “아침 6시에 점호 끝나면 나가서 식사하고, 7시에 작업 들어가요. 일이 끝나면 매일 3시간씩 또 잔업을 해요. 그러니까 한 10시에 끝나죠. 나는 만으로 한 15살 되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기숙사 생활하는 여자고 남자고, 외출을 제한해요. 외출이 아니라 도망가거든…혹사시키니까.”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서울 영등포 방직공장 지대에서 일했던 노동자와 기술자들의 삶을 담은 책이 나왔다.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는 구술자료집 ‘영등포 공장지대의 25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위원회는 2009년부터 서울 시민들의 다양한 서울 체험과 기억을 채록·정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이 여섯 번째 자료집이다. ‘어느 식민지 소년의 대일본방적 취직 이야기’(김영환)가 눈길을 끈다. 당시 수많은 면방직업 노동자들은 15~16세 어린 나이에 미숙련공이나 임시공으로 하루 15시간 노동을 했다고 한다. 반강제적으로 동원된 이들은 감시탑과 철망이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영등포 선반 기술자의 이직과 삶’(전을원), ‘경성공업학교 학생의 기억과 추억’(민석기)에서도 탈출했다가 영등포 역전에서 붙잡힌 이야기, 늘 배고팠던 식사 이야기, 일본 군대에 징집돼 자살특공대원이 된 이야기 등 격변기를 견뎌내야 했던 사연들이 절절하다. 이 밖에도 ‘16세 소년, 임시공으로 경방에 들어가다’(노진수), ‘태창방직 노조위원장의 이야기 보따리’(이종수), ‘공장의 일상과 방직 기술 이야기’(양낙섭) 등 모두 6명의 목소리가 실려 있다. 자료집은 서울도서관 2층 북카페와 정부간행물센터를 통해서 구입하거나 위원회 홈페이지(historylib.seoul.go.kr)에서 전자책으로도 열람할 수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北, 접촉 주체 청와대 직접 지목… 남북관계 중대 분수령

    북한은 지난 8일 오후 5시 서해 군통신 채널을 통해 고위급 접촉을 전격 제의했다. 우리 정부가 남북 간 접촉을 공식 발표한 건 사흘 뒤인 11일 오후 5시로 만 72시간 동안 남북은 비밀 협의를 통해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정부는 이번 당국 간 회담의 공식 명칭을 ‘고위급 접촉’으로 규정했다. 이는 합의 도출의 정치적 부담이 있는 공식 회담보다는 격(格)을 낮추되 2, 3차 등 후속 대화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이번 고위급 접촉 제안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확인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주장해 온 국방위원회 ‘중대 제안’ 등의 수용을 압박하는 등 큰 틀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특히 북한이 고위급 접촉 주체로 ‘청와대’를 지목한 건 남북 간 현안에 대한 청와대 의중을 직접 확인하는 동시에 상호 합의가 필요한 의제에 대한 빠른 의사결정을 기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으로 대표되는 청와대가 대북 접촉의 전면에 나선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흔하지 않은 사례”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남북 간 접촉이 향후 남북관계의 개선이냐, 악화냐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북한이 오는 24일 시작되는 키리졸브 등 한·미 군사훈련을 이번 접촉의 주요 의제로 삼아 담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돼 결렬될 경우 그 책임을 청와대로 전가시킬 수 있다. 이번 고위급 접촉이 남북 간 현안 전반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게 된다는 점에서 탐색전 양상이 크다. 그러나 북한이 국방위 간부와 인민군 대좌를 대표단에 포함한 것에서는 군사적 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의 핵심 관심사인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도 논의될 여지가 있다. 아울러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13일 방한에 앞서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대화 의지를 부각시키고,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방중 환경을 우호적으로 조성하는 대외적 성격도 짙다는 평가다. 우리 측은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향후 정례화 방안을 주요 의제로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핵 해결이 관계 개선의 전제라는 점을 분명히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접촉을 통해 남북이 ‘의제 보따리’는 풀어 놓되, 구체적인 합의보다는 2차 접촉 등 후속 대화를 합의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상호간 뿌리 깊은 이견만 재확인된다면 관계 냉각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미 훈련 중단 등 요구 사항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앞으로 대결 국면으로 가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며 “자칫 이산가족 상봉을 틀어버리는 상황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길섶에서] 설 택배/문소영 논설위원

    설날 연휴를 앞두고 책 몇 권을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했다. 책은 약속한 날짜에 배달되지 않았다. 살짝 짜증이 나려는 참에, 누군가가 주말 자정쯤 초인종이 울려 놀랐는데 엄동설한에 땀을 흘리는 택배사 직원이 설 선물 배송을 위해 그 시간까지 일하고 있어 가슴이 찌르르했다고 말했다. 아차! 설날 특수가 몰리는 때에 개념 없이 책 배달을 시키다니…. 반성했다. 최근 몇 년 째 국회의원회관에 쌓여 있는 설·추석 선물 사진을 본다. 명절선물도 빈익빈부익부로, 돈 많고 힘있는 사람에게 더 쏠린다. 비리에 연루될 것을 염려한 공직자가 아파트 경비실에 ‘설선물 사절’을 붙여 놓고 안 받았다는 사례는 옛말인가보다. 역대 대통령은 설·추석 선물을 각계 주요 인사 등에게 보냈다. 조선시대 왕이 신하들에게 명절에 선물을 보내던 관례를 이은 것이다. 올해는 여당의 설 선물로 대통령 시계가 화제가 됐다. 3만원짜리 사과상자, 2만원짜리 김세트 등등 선물 보따리가 국회의원회관이 아닌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산처럼 쌓이는 인심 좋은 명절을 맞이하고 싶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길섶에서] 설 택배/문소영 논설위원

    설날 연휴를 앞두고 책 몇 권을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했다. 책은 약속한 날짜에 배달되지 않았다. 살짝 짜증이 나려는 참에, 누군가가 주말 자정쯤 초인종이 울려 놀랐는데 엄동설한에 땀을 흘리는 택배사 직원이 설 선물 배송을 위해 그 시간까지 일하고 있어 가슴이 찌르르했다고 말했다. 아차! 설날 특수가 몰리는 때에 개념 없이 책 배달을 시키다니…. 반성했다. 최근 몇 년 째 국회의원회관에 쌓여 있는 설·추석 선물 사진을 본다. 명절선물도 빈익빈부익부로, 돈 많고 힘있는 사람에게 더 쏠린다. 비리에 연루될 것을 염려한 공직자가 아파트 경비실에 ‘설선물 사절’을 붙여 놓고 안 받았다는 사례는 옛말인가보다. 역대 대통령은 설·추석 선물을 각계 주요 인사 등에게 보냈다. 조선시대 왕이 신하들에게 명절에 선물을 보내던 관례를 이은 것이다. 올해는 여당의 설 선물로 대통령 시계가 화제가 됐다. 3만원짜리 사과상자, 2만원짜리 김세트 등등 선물 보따리가 국회의원회관이 아닌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산처럼 쌓이는 인심 좋은 명절을 맞이하고 싶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中도 고향가기 힘드네…매고 진 ‘여장부들’

    中도 고향가기 힘드네…매고 진 ‘여장부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춘제·春节)을 맞아 대대적인 이동이 시작된 가운데, 일명 ‘여장부’라 불리는 주인공들의 사진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고향에서 설을 맞이하기 위해 기차나 버스를 타려는 여성들인데, 이들은 마치 이민이라도 가듯 거대한 짐 뿐 아니라 아이를 짊어지다시피 한 채 이동하는 등 ‘남다른 힘’을 자랑한다. 지난 16일 중국 산둥성 지난기차역에서는 한 여성이 앞뒤로 아이를 매고 또 아장아장 걷는 아기까지 돌보는 모습이 포착됐고, 21일 충칭기차역에서는 젊은 여성이 어른 두 세명은 들어갈 법한 커다란 보따리를 짊어지고 기차를 기다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긴 시간 여행에 대비해 어린이용 나무의자를 챙긴 여성도 있고, 아예 바구니를 등에 지고 그 안에 아이를 넣은 채 양 손에 가득 짐을 든 젊은 엄마도 있다. 한 여성은 마치 가방을 들 듯 6~7세 정도 된 딸아이를 한손으로 번쩍 들고 바삐 계단을 내려가기도 하고, 안후이성 기차역에선 나이가 지긋한 중년여성이 옛날 지게꾼처럼 긴 나무 막대기 양 끝에 짐을 주렁주렁 매달고 고향으로 가는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현지 언론은 춘절을 맞은 위의 여성들에게 ‘여장부’(女汉子)라는 별칭을 붙이며, 각양각색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한편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16일부터 시작되는 춘절연휴에 역대 사상 최다인 36억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아름다운가게, 홀몸 어르신들에게 나눔보따리 전달

    아름다운가게, 홀몸 어르신들에게 나눔보따리 전달

    설날을 앞두고 아름다운가게가 주최한 ‘제11회 아름다운 나눔보따리’ 행사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이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출발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생필품을 담은 5000여개의 나눔보따리를 싣고 전국 독거노인 등 소외이웃을 찾아가 전달할 계획이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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