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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예산 사과/서동철 수석논설위원

    충남 예산이 과거의 대구를 넘어서는 사과의 고장으로 발돋움한 것은 벌써 오래전이다. 예산에 간다거나 갔다 왔다고 하면, 으레 “사과 맛이라도 보고 와야지”라거나 “사과 맛이나 좀 보고 왔느냐”는 인사가 뒤따른다. 지난 주말 예산은 글자 그대로 사과 천국이었다. 예당평야 너머로 이어진 느릿한 구릉길을 달리고 있으면 어디를 봐도 사과밭이다. 가지마다 수확 직전의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에 마음마저 넉넉했다. 지나치는 길손이 이럴진대 여름내 땀 흘린 과수밭 주인은 얼마나 흐뭇하겠나 싶다. 화암사 가는 길도 온통 사과밭이었다. 추사 김정희의 체취가 어린 곳이다. 길가로 내민 가지의 사과는 차창 밖으로 손만 내밀어도 딸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장난으로라도 따 간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예산읍내에 가로수로 심어 놓은 사과나무도 마찬가지였다. 예산역 앞에서는 전통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좋은 사과는 산지에서도 제값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조금 허술해 보이고 크기도 제각각이면 반의반 값이다. 한 보따리를 받아 들고 작은 놈으로 골라 깨물었더니 새큼한 단물이 입안에 퍼진다. 그래 이 맛이지….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씨줄날줄] 다시 열리는 북·중 호시(互市)/서동철 수석논설위원

    “구룡정에 이르니 곧 배 떠나는 곳이다. … 깃대 셋을 세워 문을 삼고 금물(禁物)을 뒤지니, 중요한 것으로 황금·진주·인삼·초피(貂皮·담비 종류의 짐승 털)와 포(包), 그리고 남은(銀·한도를 초과하는 은)이 있고, 별것 아닌 품목이라도 새것이나 옛것을 통틀어 수십 종에 달하므로 이루 셀 수 없었다. … 하인들에게는 웃옷을 풀어헤치게도 하고, 고의(袴依·남자의 바지) 아래를 훑어보며 비장이나 역관에게는 행장을 끌러 보이게 한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유명한 ‘열하일기’의 일부이다. 연암 일행은 의주에서 압록강을 건너 지금의 단둥(丹東) 외곽 구련성(九連城)에서 묵었다. 다시 압록강 지류인 애라하를 건너야 본격적인 청나라 땅이다. 애라하 강변에서 관원들은 일행의 짐 보따리를 수색했다. 규모를 초과하거나 교역을 금지하는 물건을 찾는 것이다. 역관과 하인들은 매우 심하게 몸수색을 당했던 것 같다. 연암은 이 장면을 “이불 보따리와 옷 꾸러미가 강 언덕에 너울거리고 가죽 상자와 종이 상자가 풀밭에 어지러이 뒹군다”고 묘사했다. 한반도와 중국 대륙 사이의 상거래는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후 계속됐다. 하지만 국가 개념이 생기고 국경이 갈리면서 가까운 지역이라도 교역이 어려운 때도 있었다. 고려와 송나라가 조공무역과 민간무역으로 활발하게 교역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조공무역은 송나라에 보내는 조공품(朝貢品)과 고려에 돌려주는 회사품(廻賜品)이라는 상징적 차원의 교환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두 나라가 교환한 물목은 30가지가 넘고 물량도 막대하여 사실상의 국가 간 공무역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인식이다. 정종은 여진족에 대한 친화정책으로 국경 지역에 호시(互市)를 허용하기도 했다. 일종의 자유무역지대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가 되면 교역에 신중해진다. 초기에는 명나라와의 제한된 조공무역과 일본과의 소규모 공무역이 잠시 있었을 뿐이다. 왜란 직후 부산 왜관의 동래 개시(開市)는 최초의 본격적인 무역의 시작이었다. 호란 이후에는 청나라의 요구로 압록강 연안의 중강과 두만강 연안의 경원, 회령에 호시를 열었지만 폐단이 드러나면서 오래지 않아 철폐된다. 이후 사행길에 동행한 역관과 하인의 비공식 교역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아진다. 연암 일행이 심하게 몸수색을 당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사행길의 밀무역으로 상당한 재산을 챙긴 역관도 적지 않았다. 북한과 중국이 신의주와 국경을 맞댄 단둥에서 호시무역을 15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양쪽의 접경 지역 주민으로 하루 148만원 이하 물품이면 관세 없이 교역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북·중은 1997년과 2005년에도 접경 지역에 호시를 허용했지만, 곧 문을 닫아걸었다. 이번만큼은 활성화해 북한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혜택이라도 돌아갔으면 한다.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사설] 돌아온 유커 다시 놓치지 않으려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발길이 끊겼던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다시 걸음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추절부터 국경절로 이어지는 황금 연휴에 우리나라를 찾는 유커는 지난해보다 30%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들린다. 메르스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 6~7월만 해도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까지 방문객이 줄어 걱정이 태산이었다. 연휴 특수를 노려 백화점 등 유통업계와 호텔, 관광특구 업체들은 때맞춰 다양한 행사와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도 메르스 사태 이전으로 관광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취지에서 다음달 초 ‘외국인 관광객 환대주간’을 따로 만들어 운영한다. 관광 수요가 지금처럼 계속 이어진다면 5년쯤 뒤에는 유커 1000만명 시대가 올 수 있을 거라는 예측도 있다. 침체된 내수 경제에 단비 역할을 했던 유커 행렬이 다시 이어진다니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유커들의 관심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한류 열풍에 기댄 관광객 유치가 이미 한계라는 우려가 터져 나오는 마당이다. 그런 걱정은 실제로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실이다. 서울만 하더라도 유커들이 몰리는 곳은 시내 백화점이나 면세점, 대형 마트나 시장 주변이 대부분이다. 우리만의 문화와 체취를 전해 주는 고궁이나 유적지 주변에서 유커들을 만나기가 어렵다. 관련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유커의 한국 재방문은 2011년 14.8%에서 지난해 11.6%로 줄었다. 같은 기간 체류 기간도 10.1일에서 5.7일로 거의 반 토막이 난 수준이다. 우리의 관광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가볼 만한 곳은 제주, 서울 정도인 데다 관광 프로그램도 보따리 쇼핑 위주이니 다시 찾을 마음이 생기기 어렵다. 유커들 사이에서는 “한국 패션은 2년, 화장품은 5년이 유통기한”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한다. 관광자원과 인프라 개발을 더 늦출 수 없다. 저렴한 화장품과 옷의 쇼핑 천국, 여행사들의 옵션 관광 바가지, 성형 사기 등의 이미지로는 안 된다. 유커 붐의 불씨가 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서울에 오면 꼭 봐야 한다고 입소문 난 문화공연 하나가 제대로 없다. 중앙과 지방이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 여행상품 품질 높이기, 숙박시설 확충 등 당장 손써야 할 정책이 한둘 아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도록 서둘러야 한다.
  • 박수관 YC-TEC회장, 고향 여수에 1억5000만원 상당 기부

    박수관 YC-TEC회장, 고향 여수에 1억5000만원 상당 기부

     전남 여수 출신의 박수관 ㈜YC-TEC 회장이 올 추석에도 고향을 찾아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박 회장은 지난 23일 여수시청 대회의실에서 ‘2015년 추석맞이 사랑의 쌀 및 장학금 전달식’을 하고 지역 대학생 14명에게 각각 200만원, 고등학생 72명에게는 100만원씩 총 1억원을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또 장애인 가정 359가구에 718포, 저소득 가정 359가구에 718포, 장애인 시설 15곳에 157포, 고향 남면 340가구에 680포의 백미(20㎏)도 전달했다. 이날 전달한 장학금과 사랑의 쌀은 총 1억 5000만원 상당이다.  전달식에 앞서 박 회장은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허정 회장에게 1억원 후원증서를 전달하는 등 ‘아너 소사이어티’(5년 이내 1억원 이상 기부자 클럽)에 가입했다. 주철현 여수시장은 “지난 20여년간 120억원 상당을 기부한 박 회장은 우리 여수의 큰 자랑”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박 회장은 1990년대 초 사업장을 둔 부산 지역과 고향인 여수 주민들을 위해 25년째 명절마다 사랑의 쌀을 트럭에 가득 싣고 찾아온다.  박 회장은 부산에서 세계적인 신발 메이커인 ‘나이키’ 운동화의 주요 부분을 생산하는 ㈜YC-TEC와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현지 YC-TEC법인을 운영한다. 2009년부터는 부산·경남 지역 베트남 명예총영사직을 맡아 민간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아칸서스 잎 모양에 숨겨진 참뜻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아칸서스 잎 모양에 숨겨진 참뜻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아칸서스라는 식물은 주로 열대지방에 많으나 지중해 연안이나 인도네시아·아프리카·브라질·중앙아메리카·한국 등 전 세계에 분포돼 있다. 약 250속 2500종이어서 모양도 여러 가지다. 바늘 모양이나 톱니 모양의 엉겅퀴와 비슷한 잎이 달리고 가시가 많다. 지중해 연안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라 해 아칸서스 잎의 모양은 고대 그리스 이래 고전주의 미술의 주요한 장식 모티브의 하나가 됐다. ●아칸서스 문양 코린트식 건축 주두 장식에 주로 사용 특히 건축에서는 코린트식의 주두(柱頭) 장식에 두드러지게 사용됐다. 아칸서스는 근대에 이르도록 주두 장식에 계승됐을 뿐 아니라 유럽의 대부분 공예 의장(意匠)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칸서스 문양은 그리스, 로마에서 이란과 인도로 퍼졌다. 한편 간다라를 통해 중국과 한국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는 사이 많은 변형이 이뤄졌고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와서 고도의 완성을 보게 됐다고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세계적으로 많은 아칸서스의 조형에 대해 왜 아칸서스여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 사람은 세계에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보잘것없는 관목이 세계 조형예술의 숨통을 막아 버리고 있어도 답답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용의 조형적 본질을 파악하면서 아칸서스라고 부르는 식물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용은 물을 상징하는 제1영기싹과 보주로 이뤄졌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해 왔는데, 바로 이것이 용성(龍性)이다. 아칸서스 모양이 물을 상징해 제1영기싹과 보주와 함께하는 아칸서스는 현실에서 보는 특정의 식물일 수 없다. 이것을 깨닫는다면 세계의 그 수많은 아칸서스 조형이 순식간에 영기문이 돼 일체 조형이 영기화생(靈氣化生)하는 경이적인 광경으로 변할 것이다. 아칸서스 모양의 조형을 분석해 보면 제1영기싹 및 무량보주와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서양의 조형예술에서는 아칸서스 모양의 영기문에서 일체가 화생한다. 그 첫 예를 들어 보기로 하자. ●프랑스 직물박물관 소장 ‘달마티카’ 영기문 생성 원리 표현 15세기 달마티카의 무늬다(①). 달마티카는 시리아에서 기원한 동양계 T자형 겉옷으로 크로아티아의 달마티아 지방에서 착용한 것을 3세기 이후 로마에서 도입했다. 6세기 이후에는 종교 예복이 돼 오늘날 가톨릭과 그리스정교회의 신부복으로 사용되고 있다. 프랑스 리옹의 직물박물관이 소장한 달마티카의 ‘아칸서스 무늬’를 살펴보자. 필자는 조형언어를 문자언어로 읽으려 한다. 조형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고구려 벽화의 영기문이라는 생명 생성의 전개 원리와 똑같다. 맨 밑의 중앙에 출발점인 작은 영기잎이 있다. 그 위로 제3영기싹이 솟아오른다. 갈래 사이에서 나온 것이 이른바 아칸서스다. 그런데 팔메트 같기도 하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아칸서스가 팔메트에서 비롯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오류가 오류를 낳는 또 하나의 예다. 좌우대칭이므로 왼쪽 것만 설명하면 모두 설명한 것이 된다. 작은 아칸서스 모양 좌우로 제1영기싹이 발산하고 있다. 그리고 좌우로 뻗어 나간 긴 영기잎은 곧 밝혀지겠지만 잎이 아니고 연이어진 제1영기싹 영기문이다. 그 끝은 제1영기싹이고 거기에서 다시 무수한 제1영기싹 모양의 파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한번 접힌 아칸서스 사이에서 네 개의 영기문이 나오고 있다. 즉 처음에 가장 간단한 제1영기싹이 1개. 그다음에는 긴 강낭콩 같은 것이 나오는데 무량보주다. 그 끝에서 제1영기싹이 발산한다. 그다음 영기문은 길고 굵은 새싹이 제1영기싹처럼 뻗어 나가고 끝은 제1영기싹으로 마무리 짓고 제1영기싹 모양의 파동이 세 번 일어나나 무한히 파동을 이루는 것과 같다. 좌우로 연이어 같은 영기문이 전개해 나가는데, 세 번째 잎은 아칸서스 모양을 띠기 시작하며 그 갈래 사이에서 영기줄기가 나와 중앙의 하얀 아칸서스 모양을 거쳐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아칸서스 모양의 영기잎을 낸다. 거기에서 먼저 하얀 아칸서스 모양 영기잎들이 나오다가 역시 하얗고 둥글둥글한 보주가 연이어 나오며 제1영기싹으로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잎에서 다시 잎이 나오면서 좌우로 전개해 나가며 제1영기싹 파동이 일어난다. 끝은 아칸서스 모양을 이루며 처음에 밑으로부터 전개해 나간 영기문과 서로 걸친다. 좌우대칭이므로 아래에서 양쪽으로 전개한 영기문이 위 중앙의 흰 아칸서스 모양을 거쳐 다시 양쪽으로 뻗어 나가며 중앙에서는 하얀 영기잎에서 작고 노란 영기잎이 양쪽으로 뻗어 나가고 다시 각각 제1영기싹이 좌우로 발산한다. 독자 여러분은 인내를 가지고 필자의 설명에 따라 그림을 자세히 보면 아칸서스가 아칸서스가 아님을 아는 감격을 누릴 것이다. 조형언어를 문자언어를 한 자 한 자 읽듯이 읽어 보기 바란다. 우리가 문자언어로 된 문장을 한 자 한 자 읽듯이 조형언어도 한 자 한 자 읽어 나가야 한다. ●용처럼 물 상징하는 제1영기싹·보주로 이루어져 있어 그러는 사이 아칸서스 모양의 실체를 자연히 알 수 있다. 용은 제1영기싹과 보주로 이뤄졌다. 마찬가지로 여래의 광배도 제1영기싹과 보주로 이뤄져 있다(②, ③). 14세기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금선(金線)으로 그린 화엄경 권12 그림의 주인공인 비로자나불의 광배를 보자. 맨 가의 것을 불꽃무늬라고 부르지만 그려 보면 연이은 제1영기싹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이은 제1영기싹은 물, 즉 생명 생성의 근원을 상징한다. 그 안쪽으로는 보주와 제1영기싹 사이에 다시 영기문이 나오는 제3영기싹으로 돼 있다. 독자 여러분도 문자언어를 쓰듯이 조형언어를 그려 보면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 이후 코린트식 주두의 지붕의 한 부재를 떠받치고 있는 아칸서스 모양의 구성을 그려 보면 여래의 연이은 제1영기싹과 똑같음을 알 수 있다(④).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연이은 제1영기싹을 그려 봐도 어느 경우든 같은 조형언어다. 즉 어느 특정한 아칸서스가 아니라 물을 상징하는, 대(大)생명력을 상징하는 영기잎을 그리스인은 창조한 것이다. ‘영기잎’이란 말은 무량한 보주를 발산하는 잎이라는 뜻이다. 꽃에서만 무량한 보주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잎에서도 나온다는 것을 알았을 때 보주의 본질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서는 느낌이었다. ●프랑스 ‘샤토 메종의 쇠창살’ 영조가 화생하는 조형 보여 그런데 가장 큰 충격을 준 작품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샤토 메종(어느 고위층의 집)의 쇠창살’이다(⑤). 1670년쯤 작품이다. 정교한 쇠창살에 독수리같이 생긴 영조(靈鳥)가 화생하는 조형이 있지 않은가. 자세히 보면 맨 위에 독수리 모양이 있지만 현실에서 보는 독수리가 아니다. 마치 용이 항상 분노하는 눈 모습을 띠듯 영조도 분노하는 눈이다. 그리고 영조의 입에서 얼굴 없는 뱀처럼 길게 전개하며 덩굴 모양과 얽히며 올라가다가 끝맺음하고 있는데 바로 그 끝을 영조가 물고 있다. 즉 영조가 입에서 발산하는 보주줄기다. 영조 머리 뒷부분을 보면 아칸서스잎 모양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갈래 사이로 매우 굵은 기둥 같은 것이 나오고 그 속에서 다시 큰 아칸서스잎 같은 것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길고 다른 하나는 짧다. 그것은 영기문이 방향을 틀 때 그런 조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짧은 것은 제1영기싹으로 끝나지만 긴 것은 전개가 끝없이 뻗어 나가 이뤄진다. 잎이 아니라 힘찬 물줄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그 갈래 사이에서 가는 영기문이 바로 둥글게 꼬부라져 강력한 제1영기싹을 이루며 줄기가 끝에서는 영기잎으로 변하면서 끝을 맺는다. 한편 굵은 기둥 같은 것이 동시에 나오며 영기잎이 다시 나오면서 갈라지고 그 사이에서 영기문이 끝없이 전개해 나간다. 그런 가운데 입에서 발산하는 긴 영기문은 머리는 확실하지 않으나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가는 용 같은 강력한 영기문이 함께 얽혀 있어서 이 조형에 역동성을 준다. 아랫부분에서는 제1영기싹의 끝에 영기꽃이 핀다. 이 그림은 샤토 메종 쇠창살의 3분의1 부분으로 위에 있는 한 단위의 영기문을 택한 것이다. 다시 거시적으로 이 그림을 보면 그 긴 S자 모양은 영조의 꼬리에 해당한다. 조형예술에 나타나는 영조나 영수는 모두 꼬리에서 영기화생한다. 그러므로 꼬리 부분이 엄청난 영기문으로 이뤄져 있다. 방향으로 보면 영조 머리에서 아래로 향하고 있으나 조형언어를 읽을 때에는 끝에서부터 시작해 영조로 가야 한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엄청난 힘을 가진 영조의 초자연적인 탄생이다. ●14세기 피렌체파 역시 무량보주 상징하는 작은 꽃 그려 피렌체에서 일어난 새로운 양식의 조형을 살펴보자. 흔히 플로렌스파(派)라고도 하는데 피렌체를 영어로 플로렌스라 부르고 있으나 피렌체라는 말을 써야 한다. 피렌체파는 14세기 피렌체에서 발달한 명암법과 원근법 등 자연주의 양식의 영향을 받은 화가들을 말한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도나텔로,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마사초 등 르네상스의 쟁쟁한 화가들과 그 화풍을 가리킨다. 아칸서스가 아니라는 것을 강력히 보여 주고 있는 참으로 놀라운 조형이다(⑥). 피렌체 예술가들은 어떻게 아칸서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까. 그러면서 왜 계속 아칸서스라 불렀을까.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뤄진 조형은 실로 충격적이다. 양옆이 좁은 공간 안을 보면 맨 밑의 붉은 띠로 맨 노란 보따리 아래로 영기잎이 발산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아칸서스란 말을 쓰지 않기로 한다. 중간의 영기잎에서 위로 노란색으로 칠한 부분이 부풀어 오르고 있는데 이 조형이 그림의 중심적 역할을 한다. 그 아래로 영기잎이 퍼지면서 발산해 노란 보따리를 감싸고 있다. 보따리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 위로 세 갈래 넓은 영기잎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무량한 빨간 보주들을 감싸고 있다. 그 사이사이로 가는 영기줄기가 나오면서 작은 영기꽃을 피우고 있다. 즉 영기꽃은 무량보주를 상징하니 비록 작은 꽃이나 ‘큰 영기잎들이 감싼 무량보주’와 같은 값을 지닌다. 더 놀라운 것은 최근 보여 드린 사방으로 확산하는 무량보주가 무량한 보주를 감싼 영기잎들에서 발산하고 있지 않은가. 서양에서 장미창이라 부르는 것이 무량한 보주가 사방으로 확산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다음에 이 조형을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12세기 창건한 프랑스 중부 부르주 교외의 ‘생 위르생 예배당’에는 돌로 만든 문 장식이 있다. 아랫부분에 영기문띠가 있으며 ‘아칸서스 당초문’이라고 부른다(⑦). 채색 분석해 보면 절묘한 영기문을 이루며 갈래 사이에서 보주가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영기문 전개 원리에 충실하다. 그 아래 영기문을 간략화해 그려 보니 필자가 발견한 영기문의 전개 원리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가. 천재라고 불리는 대표적 근대 예술가인 윌리엄 모리스는 아칸서스를 주제로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미치고 있다. 그런데 그는 과연 아칸서스의 본질을 알고 창작했을까, 아니면 그저 옛날 것들을 모방하되 다르게 변형시켰을 뿐인가. 그러나 만일 그가 그 본질을 알았다면 놀라서 자세히 설명했어야 한다. 그는 끝내 가장 많이 창작했던 아칸서스의 상징과 조형원리를 알지 못하고 타계한 셈이다. 이제 아칸서스는 더이상 아칸서스가 아니다. 만물 생성의 근원인 영기잎이다. 용이 제1영기싹과 보주로 이뤄진 것처럼 아칸서스도 제1영기싹과 보주로 이뤄져 있다. 저 오랜 그리스의 코린트식 주두에 표현됐다고 하는 아칸서스는 반드시 보주들과 보주로 이뤄진 제3영기싹으로 표현된 이래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는데, 이제 모두 더이상 아칸서스라고 부르지 말자. 인류의 고귀한 조형의 올바른 이해와 창작을 위해 만천하에 선언한다.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 요즘 북한에선 ‘남쪽 액세서리’ 유행

    최근 북한의 도시 여성들 사이에 한국산 액세서리가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속 인기 ‘아이템’(품목) 수요가 높아지자 국가 무역기관까지 나서 수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전문 인터넷매체 데일리NK는 14일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요즘 평양의 시장들에서 여성용 귀걸이나 목걸이 장사가 늘어나고 있다. 값싼 중국산 제품뿐 아니라 ‘남쪽 물건’이라고 불리는 고가의 한국산 제품도 많이 팔린다”고 했다. 이어 “이게 모두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 탓 아니겠느냐”면서 “또 원수님 부인(리설주)도 멋을 내며 군중 앞에 나서는 경우가 많으니 평백성들도 따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여성들이 화려한 옷과 액세서리를 착용하면 비사회주의적 행위로 간주해 금지시켰다. 하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화려한 의상에 갖가지 명품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대중 앞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이를 모방하며 발생한 현상이란 설명이다. 북한 내 다른 지역보다 주민들의 소비 수준이 비교적 괜찮은 것으로 알려진 평양의 경우 중국에서 들여온 한국산 제품의 인기가 높아 중국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과거엔 북한과 중국 국경 부근의 보따리 밀무역상들이 소량으로 들여와 판매하던 것을 최근에는 국가무역 기관까지 가세해 세관을 경유해 공식적으로 수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해찬들 고추장, 쿠쿠밥솥, 롯데껌, 케라시스샴푸 등 한국산 제품들의 인기가 높아 항상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해외여행 | 타이완-이란宜蘭의 품에 안겨 쉼표

    해외여행 | 타이완-이란宜蘭의 품에 안겨 쉼표

    타이완의 북동쪽 끝자락, 산과 바다에 가로막혀 고즈넉하게 자리한 이란. 공기가 좋고 인심도 좋다. 푸르름이 넘실대는 건강한 땅, 이란으로 떠난다. ●이란의 바다 돌고래를 품다 꾸이샨을 헤엄치는 돌고래 타이베이의 타오위엔 공항에서 내려 이란으로 간다. 타이베이 외곽을 두르는 고속도로는 이내 설산산맥을 뚫은 터널로 이어진다. 터널의 길이는 12.9km. 아시아에서 두 번째,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긴 이 터널을 10분가량 달려 마침내 빛을 맞이하면 이란현의 땅을 밟게 된다. 타이완의 북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이란은 동쪽은 태평양, 서쪽과 남쪽, 북쪽은 설산산맥과 중앙산맥에 가로막힌 땅이다. 돌산을 깨 부셔 터널을 만든 후 사정이 나아졌지만 과거 이란과 타이베이를 오가는 유일한 통로는 산길이었다. 두 명이 겨우 다닐 만한 좁은 산길을 따라 이란의 상인들은 그날 잡은 생선을 타이베이로 지어 날랐다. 물리적으로는 그리 멀지 않았던 까닭에 다행히 하루 만에 왕복할 수 있는 길이었다. 새로운 길이 난 지금에도 옛 길은 그대로다. 조금은 걷기 좋게 정비한 길을 따라 타이베이 사람들은 3~4시간을 걸어 이란으로 향한다. 좁은 길을 오가던 옛 상인들의 보따리에는 생선으로 대변되는 삶이 존재했다. 이란의 동쪽, 태평양이 길러낸 해산물은 이란 어민들의 생계가 달린 삶의 창고였다. 예부터 그들은 이란 앞바다의 작은 섬, 꾸이샨龜山을 수호신이자 정신적인 지주로 받들었다. 꾸이샨은 지금도 이란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꾸이샨은 거북 모양의 섬이다. 둥근 머리에 얇은 모가지, 두터운 등껍질과 자그마한 꼬리까지 딱 거북의 형상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꾸이샨 인근은 돌고래들의 훌륭한 서식지가 된다. 좀 더 가까이에서 꾸이샨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터우청 우스항에서 떠나는 꾸이샨 유람선에 몸을 싣는다. 항구를 떠난 유람선이 섬을 향해 내달린다. 가는 내내 마이크를 쥔 선내 가이드 아저씨의 중국어 설명이 이어진다. 언어만 다를 뿐 우리나라 다도해의 유람선 풍경 그대로다. 30분가량 바닷길을 달린 배는 조금 속도를 낮춰 섬 주변을 돈다. 돌고래를 찾기 위해서다. 이란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꾸이샨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는 확률은 99%’에 이른다. 대단하다. 사실 바다에서 돌고래를 관찰하는 일이란 순전히 하늘의 뜻이자 운이다. 돌고래를 떼로 만나게 될 수도 있지만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할 수도 있어 지레 기대하거나 실망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99%라니! 곧 한마디가 덧붙었다. ‘만약 돌고래를 못 본다면 당신은 1%에 속하는 귀한 사람’이라고. 운 좋게도 곧 돌고래를 발견했다. 저 멀리 돌고래들이 수면 위로 깡충깡충 뛰어오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꾸이샨의 돌고래 관찰 프로그램은 기존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돌고래 곁으로 몸을 붙인 배는 돌고래와 속도를 맞춰 달린다. 아니, 배의 속도에 맞춰 묘기에 가까운 돌고래의 유영이 시작됐다. 천천히 움직이다가도 배가 속도를 올리면 돌고래도 무섭게 속도를 낸다. 난간에 매달린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를 누르며 환호성을 지르고,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박수를 보내거나 휘파람을 불며 환호했다. 이날의 돌고래는 어림잡아 수십여 마리, 공식적으로 백여 마리에 달했다. 개인적으로는 하늘의 뜻을 들먹이지 않은 유일한 돌고래 관찰 경험이었다. ●이란의 들 쌀과 파를 품다 소박한 들녘에서 모든 것을 내려 놓으리 이란은 ‘타이베이의 공원’이다. 바다와 산으로 길이 막힌 탓에 이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공장은 꿈꾸지도 못할 일. 삶을 이어가기 위해 농사 외에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던 이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요즘 사람들은 로망이라 부른다. 삶을 위한 논과 밭은 도시 사람들의 눈에 푸르름 가득한 낭만의 공원으로 이름을 달리했다. 이란의 자랑거리를 물으면 이란 사람들은 공기와 인심을 첫 번째로 꼽는다. 좋은 공기는 농작물을 건강하게 기른다. 핵심 농작물은 이란평야에서 재배되는 쌀. 일 년 365일 중 300일은 비가 내리는 이란에서 쌀보다 적합한 농작물을 찾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체험 농장을 운영하는 터우청 농장에서도 모를 내거나 벼를 베는 체험은 언제나 가능하다. 한 해에 네 번 벼농사를 짓는 덕분이다. 쌀 외에 이란의 주요 농작물은 싼싱三星 지역에서 재배하는 ‘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싼싱의 파는 매운맛이 덜하고 달기까지 하다는 게 이란 사람들의 주장이다. 도로변 작은 노점에서는 파를 묶어 판매하고, 파가 들어간 빵과 과자 등이 특산품으로 팔린다. 뤄동 야시장에 싼싱 파를 넣은 총요빙蔥油? ·한국의 파전이나 호떡과 비교되는 타이완의 간식거리 가게가 특히 많은 것도 다름 아닌 이유다. 종합하자면 이란은 ‘공기 좋고, 인심 좋으며, 먹거리가 건강한’ 고장이다. 입을 맞춘 듯 모든 이들이 말하는 이란의 자랑거리는 별 볼일 없는 시골 마을의 그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리하여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란에서 며칠을 보내면 이 자랑 같지 않은 자랑이 입 밖으로 자동 재생된다. 좋은 공기 때문일까, 소박한 인심 때문일까. 정체를 알 수 없는 편안함에 취해 여행이 주는 작은 긴장감마저 놓고 만다. 결론은? 잘 먹고 잘 논다. 낯선 장소, 낯선 이에 대한 긴장이 환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 분노로 표출되는 게 여행이지만 긴장 없는 여정은 더욱 좋다고 떠들어댄다. 일상인 듯 일상 아닌 일상 같은 여행도 끝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말이다. ●이란의 산 원주민과 숲을 품다 노래를 선물하는 원주민 타이완은 원래 원주민이 살아가던 땅이다. 푸젠성에서 타이완으로 한족이 건너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한족과의 갈등으로 목숨은 물론 삶의 터전마저 잃은 원주민들은 대부분 산으로 은신해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의 산 속에 터전을 내린 타이야족도 마찬가지다. 3,000m의 고지대에 살던 타이야족은 1979년 큰 태풍으로 그나마 1,500m의 산으로 내려오게 됐다. 타이야족의 터전인 따통르수이 마을로 가려면 외길에 가까운 산을 올라야 한다. 대형 버스로는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길은 비바람에 취약해 공사 중인 구간이 허다하다. 변명인지 칭찬인지 이란 사람, 정확히 말하자면 이란의 한족은, 타이야족은 ‘착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강조했다. 타이완 정부에서는 원주민이 사라질까 교육 등의 혜택을 주지만 그들은 교육이나 돈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술을 마시고 즐기기만 한다는 것이다. 100여 년 전, 100명가량만 남은 타이야족은 현재 400여 명으로 수가 늘었다. 생계를 위해 도시로 내려간 이들도 꽤 되지만 매년 12월, 추수 감사 축제에는 모든 부락민이 모인다고 한다. 마을로 돌아온 젊은이들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타이야족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기 위해 어렵게 선택한 길이었다. 마을에 남은 초등학교는 교육의 끈을 놓지 않고자 폐교하지 않았다. 그래서 졸업생 단 한 명이 모든 상을 싹쓸이 했다는 어느 해의 에피소드는 조금 씁쓸하다. 타이야족 사람들은 마을을 찾은 외지인들에게 가장 먼저 노래를 선물한다. 첫 번째는 환영의 노래. 일제 강점기 당시 출입이 통제돼 고요한 마을에 가끔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불렀던 노래다. 문자가 없는 타이야족은 노래를 외워 입에서 입으로 전한다. 문자는 없지만 그들의 말은 참으로 아름답다. 한 예로 타이야족의 말에는 ‘화장실’이 없다. 낮에는 ‘태양을 보러 간다’고 하고, 밤에는 ‘달을 보러 간다’고 한다. ‘남편’이나 ‘부인’이라는 단어도 없다. 단어가 주는 작은 오해나 편견이 있을까 그저 ‘내 옆에 누워 있는 남자(혹은 여자)’로 배우자를 칭한다. 사라졌다면 들을 수 없었던, 타이완의 일부인 원주민 문화다. 따통르수이 마을에서 차로 1시간가량 산을 오르면 오랜 수령의 편백나무 군락이 펼쳐진다. 이란, 타오위엔, 신주현이 교차하는 이곳은 일제 강점기 당시, 돈이 된다는 이유로 무참히 베어진 숲이다. 그나마 목숨을 부지한 나무들은 타이완 정부의 보호 아래 숲으로 남았다. 옅은 안개가 감싼 축축한 공기와 한낮에도 짙은 그늘을 드리운 숲은 몽환적이고 신비롭다. 쓰러진 채로 300년이 지나도 썩지 않은 편백나무, 수백 년을 살며 아들과 손자까지 둔 편백나무 등 숱한 세월을 머금은 그들의 향기가 진하다. 따통르수이 마을大同樂水部落 이란의 원주민 중 하나인 타이야족이 살아가는 마을이다. 타이야족은 7개 언어의 민족으로 구분되는 타이완 원주민 중 하나. 이란은 화롄의 타이야족과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마을에서는 전통 의상 체험, 주통판竹筒飯 대나무 밥 만들기, 활쏘기 등 타이야족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체험할 수 있다. 이곳의 편백나무 군락은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해야 한다. 宜蘭縣大同鄉樂水村智腦路21號 +886 0912 712 142 www.leshui-atayal.org.tw ▶travel info Taiwan Yilan HOW TO GO 이란으로 가려면 우선 타이베이로 가야 한다. 중화항공을 타면 인천에서 타이베이까지 2시간 30분이 걸린다. 타이베이의 공항은 타오위엔과 송산 두 곳. 타오위엔에서 타이베이 시내까지는 공항버스, 송산에서 타이베이 시내까지는 MRT로 이동 가능하다. 타이베이에서 이란까지는 기차 혹은 버스로 가면 된다. 소요시간은 기차가 1시간 20분~2시간. 버스는 기차보다 빠르다. 타이베이역 버스 터미널에서 70분, 시정부 버스 터미널에서 60분가량 소요된다. 공항에서 이란으로 바로 가는 기차나 버스는 없다. 공항에서 이란으로 바로 간다면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NT$2,000 정도로 요금이 비싸다. TRAVEL TO YILAN 화폐는 뉴 타이완 달러NT$를 사용한다. 한국보다 1시간 느리며 중국 표준어를 사용한다. 전반적으로 연중 따뜻한 기온이라 여행하기에 아주 좋지만 3~5월에는 흐리고 비가 많아 반드시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맑고 화창한 날이 지속되는 10~11월경이다. 타오위엔 공항에서 와이파이용 에그를 대여하면 하루 NT$100로 최대 10명까지 무제한으로 와이파이를 공유할 수 있다. 중화항공 탑승권 소지자는 ‘Dynasty Package’ 이름패가 있는 상점에서 할인이나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PLACE & ACTIVITY 꾸이샨 유람선 화산섬인 꾸이샨 일대를 돌아보는 유람선. 꾸이샨을 한 바퀴 돌며 돌고래 등을 관찰한다. 거북 머리 인근 바다 속에는 116℃에 달하는 유황 온천이 자리해 유황 냄새가 진동한다. 돌고래를 관찰하고 섬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은 2~3시간 소요된다. 꾸이샨 트레킹이 포함된 프로그램도 있다. 宜蘭縣頭城鎭港口路15-7號 08:00, 10:30, 13:00 NT$1,200 +886 0980 307 569 터우청 농장頭城農場 농사, 낚시, 천등 날리기, 가마 피자 굽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하루 혹은 이틀 코스로 선보인다. 약 1,300만 평방미터의 넓은 땅에 조성돼 방문 때마다 다른 체험이 가능하다. 농장 레스토랑에서는 직접 기른 유기농 재료로 요리를 선보이며, 양조장에서는 금귤과 같은 이란의 특산물을 이용해 술, 식초 등을 담근다. 宜蘭縣頭城鎭更新路125號 +886 03 977 8555 www.tcfarm.com.tw 팡위에 다원芳岳茶園 농장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차를 이용해 녹차 펑리수鳳梨?, 타이완식 파인애플 케이크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녹차 가루를 첨가한 반죽에 파인애플과 동과를 섞은 소를 넣어 둥글게 만든 펑리수를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든 다음 오븐에 구워 낸다. 직접 만든 펑리수는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다. 宜蘭縣冬山鄉中山村中城路193號 +886 03 958 5259 moon.eland.org.tw 뤄동 야시장羅東夜市 편백나무 집산지로 예부터 인구 밀도가 높았던 이란현 뤄동진에 자리한 시장. 야시장이라 이름했지만 일부 가게는 낮에도 문을 연다. 싼싱 파를 이용한 간식 외에도 소 혀 모양 과자인 이란삥, 타이완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이란 금귤 등이 유명하다. 중국 요리의 향기에 반감이 없다면 오리고기도 괜찮다. 비가 많은 이란은 닭보다는 오리를 많이 키운다. 쟈오시 온천礁溪溫泉 크고 작은 100여 개의 온천 호텔이 모여 있는 온천 마을. 타이완에서도 보기 드문 평지 온천이자 대규모 온천 단지다. 온천수는 무색, 무취, 무향으로 미네랄이 풍부하다. 온천 마을에는 무료 노천탕, 족욕탕 등이 다양하며 저렴한 요금의 닥터피시 족욕탕도 인기다.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중화항공 www.china-airlines.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15kg 소시지부터 1000억원까지… 널 위해 준비했어

    15kg 소시지부터 1000억원까지… 널 위해 준비했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를 언급하는 트윗 건수가 무려 110만건이나 됐다. 그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으로 갈아입네 마네 입방아가 많은 시점이었다(결국 그의 이적 서류가 마감을 28분 넘겨 접수돼 이적은 불발됐고 두 구단은 며칠째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더 정확히는 유럽 축구의 여름 이적 시장(트랜스퍼 윈도)이 닫히기 전 24시간 동안 발생한 양이었다. 마감일인 지난 1일에는 아스널 입단이 점쳐지는 선수가 이동할 것이라며 런던 히스로공항부터 에미리트 스타디움까지의 경로를 표시한 지도가 6000건 이상 리트윗됐다. 그렇게나 유럽 축구 팬들이 뜨거운 관심을 쏟는 여름 이적 시장이 닫히자 무성한 뒷담화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 팬들은 독일 레버쿠젠에서 EPL 토트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손흥민의 이적료(2200만 파운드·약 400억원)가 전체 9위를 차지하자 예년과 다른 폭발적인 관심을 쏟아냈다. 트랜스퍼 윈도와 이적료에 얽힌 궁금증을 10문 10답으로 풀어 본다. ●이적료란 무엇인가?  소속 클럽과의 계약 기간이 6개월 이상 남은 선수가 이적할 때 영입하는 클럽이 소속 클럽에 지급하는 일종의 보상금이다. 연봉이나 대우의 잣대가 되기 때문에 선수의 몸값으로 간주된다. 여러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이동이 자유롭고 시장도 방대하며 선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잘 갖춰진 프로축구에서는 다른 종목이나 직종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거액이 이적료로 오가게 된다. 유럽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EPL의 올 여름 이적료 총액은 8억 7000만 파운드(약 1조 5000억원)로 추정된다. 겨울 이적 시장까지 합치면 10억 파운드가 넘는다.   ●왜 이적 시장을 인위적으로 정하나?  트랜스퍼 윈도란 열리고 닫힌다는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미디어가 붙인 별칭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각국 연맹, 축구협회 등이 쓰는 ‘등록 기간’이라는 명칭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원칙은 단순하다. ‘각 축구협회는 1년에 두 번 정해진 등록 기간에만 선수를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이동은 물론 국내 이동도 같은 기준에 따른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감독 등은 이렇게 이동 기간을 못 박으면 선수와 구단이 사적으로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고 프리미어리그 등 상위 리그와 클럽들에만 유리하다며 반발하지만 리그와 클럽 운영을 안정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존중되고 있다.   ●여름과 겨울, 어떻게 다른가?  한 시즌 종료 이후 다음 시즌 개막을 전후하는 시점까지의 첫 등록 기간(여름)과 시즌 중 열리는 둘째 등록 기간(겨울)으로 나뉘는데 FIFA는 여름은 12주, 겨울은 4주를 지키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아무래도 시즌이 시작하는 시점에 열리는 여름 이적 시장이 스쿼드를 안정적으로 꾸릴 수 있어 훨씬 규모가 있고, 겨울 이적 시장은 부상 선수나 팀에 적응이 어려운 것으로 판명된 선수를 대체하는 기회로 활용된다. 회계법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2002년 트랜스퍼 윈도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누적 지출액은 무려 73억 파운드(약 13조 2500억원)이며 이 중 80% 이상이 여름 이적 시장에서 발생했다.   ●사상 첫 이적료는 언제 누가 얼마나?  종주국이자 가장 먼저 프로 리그가 출범한 영국에서 1893년 윌리 그로브스가 웨스트브로미치에서 애스턴 빌라로 옮기면서 당시로는 거금이었을 100파운드를 받은 것이 기록으로 입증되는 최초의 이적료였다. 1세기가 흐른 뒤인 1995년 앤디 콜이 700만 파운드를 돌파했고 그 뒤 20년이 흐른 지난해 앙헬 디마리아가 5970만 파운드를 챙겼으니 얼마나 짧은 기간 폭발적으로 늘었는지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돈 대신 물품이 오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루마니아 리그에서는 소시지 15㎏과 육류 1t을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해당 선수가 은퇴해 버렸다며 소시지를 건넨 구단이 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일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이적료 한 푼 없이 팀을 옮길 수 있나?  물론 가능하다. 자유계약(FA) 신분이라면 어느 때라도 다른 구단과 협상해 이적료 한 푼 받지 않고 팀을 옮길 수 있다. 1990년 벨기에 리에주 소속이던 장마르크 보스만이 계약이 끝났는데도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 구단을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해 승소한 뒤 보스만법이 제정된 덕분이다. 지난해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소속이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라이벌 구단인 바이에른 뮌헨으로 옮기며 이적료를 한 푼도 받지 않아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런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FA가 아니더라도 이적료 한 푼 없이 영입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대한민국의 상주 상무다. 선수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병역 문제를 해결하며 운동할 수 있는, 뿌리칠 수 없는 매력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서 돈이 나서 펑펑 쓰나?  2016~2017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EPL의 TV 중계권료는 이전 같은 기간의 30억 1800만 파운드에서 51억 3600만 파운드로 껑충 치솟았다. 덕분에 한 시즌을 마치고 EPL에 잔류하는 구단들은 엄청난 금전적 보상을 챙긴다. 리그 바닥을 헤매는 구단이라도 시즌 종료 뒤 9900만 파운드를 챙기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만 따도 1억 5000만 파운드를 손에 쥔다. TV에 중계가 편성되면 따로 떨어지는 부수입은 별도로 쳐도 그렇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스포츠 비즈니스 담당 부(副)매니저 알렉스 소프는 “유럽 전역으로 눈을 돌리면 EPL 구단들의 여름 이적 시장 지출액은 다른 유럽 리그 구단들의 곱절이 넘는다”며 “이를 추동하는 것이 중계권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라고 설명했다.  수입과 비용 구조를 재조정해 1999년 이후 처음으로 EPL 모든 구단들의 세전(稅前) 수익률이 전체적으로 개선됐다며 올해도 이적료 역대 최고 기록이 경신됐지만 재능 있는 선수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었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마감일에 대박이 터지는 이유는?  당연한 얘기지만 극심한 눈치작전 때문이다. 맨유는 AS모나코의 10대 선수 앙토니 마르샬을 3600만 파운드에 영입하며 그를 세계에서 가장 비싼 19세 선수로 만들었는데 계약서에 서명한 것이 마감일이었다. 그의 이적료는 확정된 게 아니어서 5800만 파운드로 뛸 수 있지만 3600만 파운드로도 EPL 역대 최다를 기록한 앙헬 디마리아(5970만 파운드)와 후안 마타(3710만 파운드)에 이어 구단 내 세 번째로 많은 이적료가 된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수비수 라미로 푸네스 모리가 950만 파운드를 받고 리베르 플라테를 떠나 에버턴의 품에 안긴 날도,피르힐 판데이크가 1150만 파운드를 받고 사우샘프턴에서 셀틱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날도 마감일이었다. 그들 덕에 지난해(8억 3500만 파운드)보다 이적료가 4% 늘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가장 엉뚱하게 챙긴 이는?  앞의 마르샬도 있지만 라힘 스털링을 영입한 맨체스터 시티가 리버풀에 지급하는 이적료도 여러 팬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리그 100경기도 뛰지 않은 만 20세 공격수에게 영국 선수 최다 이적료의 영광을 안기는 게 올바르냐는 것이다. ‘레전드’ 앨런 시어러는 “4900만 파운드라니 까무러치겠네. 이렇게 되면 감독들은 토종 대신 외국인을 쓰지”라고 트위터에 비아냥댔다.   ●출신 초등학교까지 한몫 챙겨?  손흥민이 2200만 파운드를 챙기면서 그가 몸담았던 팀들과 출신 학교들까지 ‘연대 기여금’을 챙긴다. FIFA는 선수가 12~23세 사이에 뛰었던 팀들에 이적료의 5%를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축구협회 선수 등록일을 기준으로 12~15세 사이 소속팀은 1년치 기여금의 5%씩을, 16~23세 사이 소속팀은 10%씩을 받는다. 그러나 손흥민의 춘천 부안초등학교와 원주 육민관중학교 축구부가 해체돼 기여금은 대한축구협회에 귀속되며 유소년 축구 지원에 쓰이게 됐다. 후평중이 2억원, 동북고가 1억원, 함부르크 유스팀이 7억원, 레버쿠젠이 8억원을 챙길 것으로 추정된다.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제 역할 했나?  맨유와 맨시티가 앞다퉈 돈 보따리를 풀었지만 그래도 FIFA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FFP 덕에 지난해보다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맨시티와 맨유, 첼시, 아스널 등 빅 4의 이적료 총액은 3억 4000만 파운드에 그쳐 20개 구단 총액의 40%에 머물렀다.  EPL 고위층은 여러 구단들의 이적료 출혈 충동을 억누르는 데 FFP가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맨시티는 지난해 4900만 파운드를 지출했다가 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630만 파운드를 벌금으로 토해낸 전력 때문에 많이 자제했을 것이다.  EPL 구단 중 가장 많은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올 시즌 승격한 왓퍼드로 15명이나 됐다.  리버풀은 스털링을 팔아 챙긴 돈으로 크리스티앙 벤테케(3250만 파운드), 호베르투 피르미누(2900만 파운드), 너새니얼 클라인(1200만 파운드) 등 7명을 영입해 가장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분단의 상징이 평화의 공간으로

    분단의 상징이 평화의 공간으로

    “이곳에 아트마켓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 “음… 난 공방이 생겨서 목공 같은 걸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 서울 도봉구 도봉동 도봉산역 근처의 대전차 방호시설 앞에서 3일 도봉구 주민들은 이 장소에 무엇이 들어서면 좋은지 각자의 희망을 얘기했다. 주민합창단의 ‘아리랑’ 노래가 퍼지는 가운데 각자 가지고 온 음식 보따리를 풀어 나눠 먹으면서 말이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이날 “전쟁과 ‘분단의 상징이던 군사시설이 문화·예술·평화의 공간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시민공유 작은 음악회는 도봉구와 서울시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대전차 방호시설 공간재생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2004년 시민아파트 철거 이후 12년째 흉물로 남아있던 8662㎡(2624평) 규모의 대전차 방호시설은 시민문화예술촌으로 바뀌게 된다. 구는 대전차 방호시설을 중심으로 체육시설 등도 조성할 예정이다. 근처에 창포원이 조성돼 있다. 이달 중 설계용역을 마치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전차 방호시설은 1950년 6·25전쟁 당시 이 일대가 북한군의 탱크진입로가 되면서 세워진 구조물이다. 길이 300m의 콘크리트 위에는 군사시설임을 숨기고자 시민아파트를 올렸다. 조선시대에는 관원과 상인들의 숙소로 사용되던 ‘다락원’이 있었다. 한양으로 들어오던 길목으로 민간 도매상들과 물자를 실어 나르던 관리들 위한 술집과 식당 등이 번창했다. 장이 들어서 물자를 교류하고 소식도 나눴다. 2004년 노후화된 시민아파트가 안전상 등의 문제로 철거되고서 대전차 방호시설만 남게 됐다. 시민문화예술촌에는 시민동과 문화예술창작동, 카페테리아 등이 들어선다. 시민들을 위한 교육장과 체험장, 문화·역사·건축·생태 등을 주제로 한 혁신학교, 예술가를 위한 창작 작업장과 주거시설, 사무실 등을 조성한다는 ‘막연한’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대략적인 구상은 나왔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 가기 때문에, 이 공간이 딱 어떻게 쓰인다고 아직 말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구 관계자는 “창포원과 연계해 생태텃밭, 체육시설도 설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도봉구는 행정력을 앞세우기보다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김낙준 도봉구 정책특보는 “2014년 7월 시민추진단을 구성한 이후 사업을 끌고 가는 데 주민들이 더 적극적이었다”면서 “서울시에서 예산 26억 5000만원을 따낸 힘은 민관 협치였다”고 강조했다. ‘대전차 방호시설 재생 프로젝트’가 도봉 역사문화관광벨트의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구는 기대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최근 개관한 둘리뮤지엄과 함석헌 기념관, 간송 전형필 가옥, 김수영 문학관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문화관광벨트에 평화를 주제로 한 예술공간이 생긴다면 한국 역사 100년을 아우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도봉구민뿐 아니라 서울시민과 한국인에게 모두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현장 행정] 발로 뛰고 귀로 듣고… 떴다, 노인고충 해결사

    [현장 행정] 발로 뛰고 귀로 듣고… 떴다, 노인고충 해결사

    “바닥이 차면 즉시 연락해 주세요. 예비비를 사용해서라도 바로 뜯어버리고 따뜻하게 고칠게요.” 유종필(58) 관악구청장은 재작년부터 구의 111개 경로당을 모두 찾아다니며 건의사항을 듣고 매주 회의를 열어 직접 해결한다. 하루에 8곳의 경로당을 도는 강행군이지만, 유 구청장은 일단 경로당에 들어서면 어르신에게 큰절부터 올린다. 일일이 손을 잡고 악수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할머니들에게는 외모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는다. 자신은 야당도 여당도 아닌 경로당이란 농담으로 어르신들을 웃겨 드리고, 때로는 유일한 애창곡인 ‘빨간 구두 아가씨’를 부르기도 한다. 관악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재정자립도는 꼴찌에서 3~4번째지만 운영비, 부식비, 중식비, 난방비, 냉방비 등 경로당 지원은 자치구 중 4위 수준이라고 유 구청장은 설명했다. 3일 성현동 구립 구암경로당을 찾은 그는 선물 보따리도 풀어놓았다. 경로당은 회원으로 가입하면 한 달에 3000원 정도 회비를 내고, 경로당 회장은 다시 월 5만원씩 경로당 지회에 낸다. 유 구청장은 월 5만원의 회비를 구가 내년부터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경로당 회비를 지원하는 구는 관악구밖에 없다. 유 구청장은 “지난 5년간 4900건의 주민 건의사항을 받아 90%를 해결했다”며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상반기에는 통장과 반장을 직접 만났고, 지금은 경로당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있는 사립 경로당보다 규모도 작고 시설도 열악한 구립 경로당에서는 여성 화장실 변기 숫자가 적다는 게 가장 큰 불편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면 할머니들이 화장실 앞에 줄을 선다고 경로회장이 고충을 호소하자 유 구청장은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을 증축할 공간이 있는지 확인했다. 유 구청장은 “노인복지청을 만들자는 논의도 있다”며 정부의 노인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이어 “구청에서는 어르신들을 잘 모시려 하니 건강관리를 잘하시라. 건강은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벌써 다가오는 겨울을 걱정하며 창문이 많은 경로당은 외풍이 없는지, 보일러는 잘 작동되는지 일일이 확인하고서 다음 경로당의 건의사항을 듣고자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이적팀 유니폼 입고 사진 찍었다고 안심마라”

    “이적팀 유니폼 입고 사진 찍었다고 안심마라”

    “떠나지 않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애스턴 빌라의 파비앙 델프는 지난달 11일 팀의 새 유니폼 모델로 등장, 자신을 둘러싼 이적 소문과 관련해 이렇게 말해 팬들과 구단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델프는 엿새 뒤 맨체스터 시티로의 이적을 발표하며 새 유니폼을 입고 사진 촬영에 나섰다. 만나고 헤어지는 게 인생사지만 자신의 몸값을 높이 쳐주는 구단으로 옮기고 싶은 선수들의 선택을 무조건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축구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의리 같은 덕목이 발붙일 자리는 없기 마련이다. 영국 BBC가 여름 이적시장의 마감이 다가오던 지난달 31일 전한 ‘15가지 교훈’을 이 대목에서 떠올리는 것도 대체로 열길 사람 속 모른다는 우리네 속담과 잇닿아 있다. 1. 팀내 입지가 흔들리면 외풍을 활용하라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세르히오 라모스는 지난 6월 구단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활용했다. 맨유가 2860만 파운드를 제안하자 마드리드 구단은 황급히 지난달 초 5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라모스는 “내 가슴과 머리는 늘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한다”고 말했다. 2. 팀 유니폼 촬영에 함께 했다고 안심하면 안된다 앞의 델프 얘기다.  3. 질질 끌면 이적 못한다 맨유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는 레알 마드리드 이적 소문을 비롯해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오랫동안 소문에 시달렸던 선수. 시즌 개막 때부터 방출된 빅토르 발데스, 후보 골키퍼 안데르스 린데가르드와 함께 관중석에 앉아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런데 레알와의 이적 계약을 성사시키고도 마감 시한을 20여분 넘겨 접수하는 바람에 데헤아는 결국 이번 시즌을 맨유에서 보내게 됐다. 4. 판할을 화나게 하면 안된다 발데스의 방출 사유는 명령 불복종. 2군 경기에 뛰라는 루이스 판할 맨유 감독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였다. 발데스는 그에 반박하기 위해 다음의 수수께끼 같은 트윗을 날렸다. 5. 비행기 안에서 찍은 사진 믿지 말라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 카림 벤제마는 인스타그램에 ‘과거를 떠나 과거로(Leave the past to the past)’ 문구와 함께 비행기 안에서 촬영한 사진을 올렸고 적지 않은 팬들이 아스널과 이적 계약을 하러 런던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벤제마는 트위터에 “내 팬들에게 뭔가 일어난 것처럼 믿게 하고 싶은 광대들에게, 내 홈은 레알이야”라고 적었다. 6. 영국 토종이라면 가치를 뻥튀기할 수 있다 리그 100경기도 뛰지 않은 만 20세 공격수에게 여름 이적시장 영국 선수 최다 이적료의 영광을 안기는 게 이 시장이다. 그는 맨시티와 4900만 파운드 계약을 체결하기 전 리버풀로부터 주급 10만 파운드를 제의받았지만 거절했다. 레전드 앨런 시어러는 “4900만 파운드라니 까무러치겠네. 이렇게 되면 감독들은 토종 대신 외국인을 쓰지”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7. 선수들은 라이벌 구단으로 옮겨도 행복해 한다.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11시즌을 보냈던 첼시 골키퍼 페트르 체흐는 런던 더비 상대였던 아스널로 이적한 뒤 새 팀이 커뮤니티 실드 경기에서 친정 팀을 무찌르는 데 힘을 보탰다. 아스널에 이적한 뒤 “이런 소식을 알리게 돼 매우 행복하다”고 적었다. 8. 전 세계 모든 선수를 끌어모을 것 같았던 맨유, 당연히 그럴 수 없지만 독일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이번 여름에 영입했더라면 맨유는 신문 지면을 요란하게 장식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해리 케인(토트넘),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 내다니엘 클라인(사우샘프턴에서 리버풀로 이적) 등에게도 집적거렸다. 다음은 맨유가 집적거린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죽 늘여 세워 본 것이다. 시쳇말로 어마무시하다. 9.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을 좋아한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셰르단 샤키리(스위스)는 구단 최고액인 1200만 파운드를 받고 마크 휴즈 감독의 스토크시티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했다.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은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에 새롭게 서는 선수는 샤키리 말고도 바르셀로나 출신 보야 크리키치, Moha El Ouriachi, Marc Muniesa and Ibrahim Afellay 등이다. 10. 사라지면 돌아오지 않는다 지난 7월 앙헬 디마리아가 맨유의 프리시즌 투어에 동행하지 않자 판할 감독도 그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중에 디마리아는 파리 생제르멩(PSG)으로 이적하기 전 메디칼 테스트를 보러 카타르로 비행한 것이 확인됐다. 레알 마드리드가 역대 영국 최고의 이적료 5970만 파운드를 지급하고 데려간 지 1년 만이다. 11. 크리스털팰리스가 PSG와 맞먹다 재정의 틀을 새롭게 짠 크리스털팰리스가 세계 최고의 부자 구단 중 하나인 PSG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증명했다. 가장 돋보이는 영입은 프랑스 대표팀의 미드필더 요한 카바예로, 구단 역대 최고액인 1000만 파운드에 PSG를 떠나 크리스털팰리스 품에 안겼다. 12. 첼시는 아슬아슬하게 영입에 성공한다  바르셀로나의 공격수 페드로는 맨유 안착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순간, 첼시에 의해 낚아채여 2100만 파운드에 이적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 첼시는 맨시티에 0-3으로 무릎꿇은 지 나흘 만에 페드로를 영입했고, 그는 첼시 데뷔전에서 한 골을 넣어 친정인 맨유 팬들의 속을 쓰리게 만들었다. 13. 로저스 감독은 계속 돈을 써댄다 브렌단 로저스 리버풀 감독은 부임 후 3년 동안 2억 8900만 파운드를 지출했다. 애스턴 빌라의 골잡이 크리스티안 벤테케를 3250만 파운드에, 브라질 대표팀의 미드필더 후베르투 피르미누를 호펜하임에서 2900만 파운드에 데려왔다. 벤테케는 리버풀 역대 두 번째 이적료를 기록했다. 14. 챔피언십(2부리그) 팀도 돈보따리를 푼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EPL에서 강등된 번리 구단도 브렌트퍼드의 골잡이 안드레 그레이를 데려왔다.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900만 파운드로 추정된다. 그레이는 브리스톨 시티의 제안도 받았지만 뿌리치고 번리를 택했다. 15. 일이 틀어지면 직접 이적 요청을 하라 존 스톤스부터 사이도 베라히노까지, 정말 당신이 팀을 떠나고 싶다면 이슈가 되도록 구단에 이적 요청을 하라. 물론 구단이 귀기울인다는 보장은 없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요금제 상담에서 AS까지 원스톱…우도 주민 “1년에 한번 와줘도…”

    요금제 상담에서 AS까지 원스톱…우도 주민 “1년에 한번 와줘도…”

    “여기가 전화기 고쳐 주는 데우꽝?” 지난 19일 제주도의 동쪽에 위치한 섬 우도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마을 노인들이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면사무소를 찾았다. 면사무소 앞에서는 SK텔레콤의 ‘찾아가는 서비스’ 간이 부스가 주민들을 맞이했다. 섬 안에서 이동통신사 현수막을 처음 보는 주민들은 “집에서 통화가 자꾸 끊긴다”, “휴대전화에 바닷물이 들어갔다”는 등 질문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지난해 2월 시작한 SK텔레콤의 ‘찾아가는 지점’ 서비스는 농어촌이나 도서 지역 등 사각지대와 병원, 기업 등 이용자가 많은 지역에 간이 지점을 설치해 이용객들이 지점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는 서비스다. 요금 상담과 임대폰 대여 등 지점의 일반적인 서비스뿐 아니라 스마트폰 활용 교육, 애프터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우도 역시 이 같은 서비스가 절실한 지역 중 하나다. 주민 2000명이 거주하고 연간 관광객 220만명이 찾는 곳이지만 이동통신 지점과 대리점이 한 곳도 없다. 김경철 우도 청년회장은 “우도 주민들은 휴대전화 요금제를 바꾸거나 수리하려면 매번 배를 타고 제주 시내로 나가야 한다”면서 “해상 경보 수신을 위해 주민들의 8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정작 작동법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김현종 SK텔레콤 매니저는 “필요 이상으로 비싼 요금제를 계속 쓰고 있거나 필요 없는 부가 서비스를 자신도 모르게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민 양희진(51)씨는 상담을 통해 3년 만에 요금제를 바꾸고 12년간 써왔던 부가 서비스를 해지해 매월 3만원 이상의 요금을 절약할 수 있었다. 김 매니저는 “주민들과의 상담을 통해 섬 내의 통화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하고, 섬 서쪽의 서빈백사 해안에 중계기를 새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우도에서의 ‘찾아가는 지점’ 서비스에는 주민과 관광객 등 1200여명이 찾았다. 김 청년회장은 “이 같은 서비스가 1년에 한 번씩이라도 우도를 찾아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찾아가는 지점’ 서비스는 지난 1년 반 동안 총 60여곳을 방문해 5만여명의 고객을 만났다. 제주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美레인저 스쿨 통과 여군 기자회견 “금녀의 벽은 없다”

    美레인저 스쿨 통과 여군 기자회견 “금녀의 벽은 없다”

    미 육군의 혹독한 특수부대 과정인 레인저 스쿨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졸업한 두 여성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CNN등 현지언론은 이들 두 여성 군인의 기자회견 장면을 생중계 했다. 다른 남성들과 함께 당당히 레인저 스쿨 과정을 마친 화제의 여성 군인은 헌병대대에 근무하는 크리스틴 그리스트(26) 대위와 아파치 헬기 조종사인 사예 하버(25) 중위다. 미국의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출신인 두 사람은 21일 다른 94명의 남자 군인들과 함께 레인저 스쿨을 졸업한다. 기자회견에 나선 두 사람은 "처음에는 여성으로서 62일 간의 악명높은 과정을 통과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들의 말처럼 레인저 스쿨은 혹독하기로 악명이 자자하다. 총 3단계로 이루어지는 레인저 스쿨은 체력훈련을 시작으로 산악훈련 그리고 독사와 맹수가 우글거리는 최악의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통과할 수 있다. 전체 훈련기간 동안 완전군장 상태로 이동한 거리만 무려 300㎞. 물론 여자라고 해서 봐주는 것은 전혀없다. 남자와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에 함께 입교한 다른 17명의 여성은 모두 중간에 보따리를 쌌다. 남자 역시 총 364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단 94명. 하버 중위는 "중간에 한 번이라도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 이라면서 "군대라는 남성이 지배하는 그룹에서 우리(여성)도 그 일원이 될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고 실제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특히 레인저 스쿨을 졸업한 자신의 사례가 많은 여군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크리스트 대위는 "여성들도 남성들과 똑같은 훈련과 스트레스하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면서 "더 많은 여성군인들이 전투병과와 높은 직위에서 활약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들 두 여성 군인이 실제로 제75 레인저연대 등 특수부대에서 근무할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이 때문에 만약 이들이 특수부대에 전출을 신청할 경우 육군 수뇌부로서는 전례없는 고민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를 계기로 시기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여성 특수전 요원 탄생도 얼마남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두 여성 군인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해군 특전단인 '네이비실' 역시 여성에게도 문호를 열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김정은, 이희호 여사 직접 초청하고 왜 면담하지 않았나

    김정은, 이희호 여사 직접 초청하고 왜 면담하지 않았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평양으로 직접 초청했음에도 끝내 만나지 않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북측이 처음부터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면담 불발은 인도주의적 지원 성격이 강한 방북단의 구성과 이 여사 방북을 ‘개인 자격’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무엇보다 북측에 현실성 있는 ‘선물 보따리’를 가져다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선 정부 메시지도 없는 민간인 신분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일 “이 여사가 우선 인도적 지원을 목적으로 민간인 신분으로 방북했기 때문에 김 제1위원장으로서는 절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김 제1위원장 입장에서 정부 공식 메시지가 없는 이 여사와의 만남은 실익이 없고 격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표단의 방북 목적이 영·유아, 노령자와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지원 등 인도적인 성격”이라며 “이는 김 제1위원장이 싫어하는 성격의 방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한 이 여사에 대해 최대한 예우를 갖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비춰 볼 때 김 제1위원장 자신이 직접 초청한 이 여사를 홀대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6·15 공동선언 및 김정일과 관련 있다고 무조건 우대할 수 없고 현시대에 맞는 새판을 짜겠다는 김 제1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제1위원장이 전 NBA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은 환대하면서도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주역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 여사를 만나지 않은 것은 그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와 외교력 부족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의 기대와 달리 북측은 이 여사의 방북을 약속했었기 때문에 이행했을 뿐 애초 면담을 가질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실제 준비 단계부터 북측은 적극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여사와 김 제1위원장의 면담이 남북 관계 개선의 기회였지만 불발에 그쳐 향후 남북 관계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오는 10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매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이희호 여사 직접 초청하고… 김정은, 왜 면담하지 않았나

    이희호 여사 직접 초청하고… 김정은, 왜 면담하지 않았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평양으로 직접 초청했음에도 끝내 만나지 않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북측이 처음부터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면담 불발은 인도주의적 지원 성격이 강한 방북단의 구성과 이 여사 방북을 두고 ‘개인 자격’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무엇보다 북측에 현실성 있는 ‘선물 보따리’를 가져다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선 정부 메시지도 없는 민간인 신분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일 “이 여사가 우선 인도적 지원을 목적으로 민간인 신분으로 방북했기 때문에 김 제1위원장으로서는 절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김 제1위원장 입장에서 정부 공식 메시지가 없는 이 여사와의 만남은 실익이 없고 격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표단의 방북 목적이 영·유아, 노령자와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지원 등 인도적인 성격”이라며 “이는 김 제1위원장이 싫어하는 성격의 방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한 이 여사에 대해 최대한 예우를 갖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비춰 볼 때 김 제1위원장 자신이 직접 초청한 이 여사를 홀대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6·15 공동선언 및 김정일과 관련 있다고 무조건 우대할 수 없고 현시대에 맞는 새판을 짜겠다는 김 제1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제1위원장이 전 NBA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은 환대하면서도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주역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 여사를 만나지 않은 것은 그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와 외교력 부족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의 기대와 달리 북측은 이 여사의 방북을 약속했었기 때문에 이행했을 뿐 애초 면담을 가질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실제 준비 단계부터 북측은 적극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여사와 김 제1위원장의 면담이 남북 관계 개선의 기회였지만 불발에 그쳐 향후 남북 관계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오는 10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매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열린세상] 김정은 제1위원장, 이희호 여사 만나야/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열린세상] 김정은 제1위원장, 이희호 여사 만나야/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5일 이희호 여사가 평양행 비행기를 탔다. 광복 70돌을 딱 열흘 앞둔 날이다. 방북 시점이 그래서 더 의미 있다. 이 여사의 방북에 대한 기대도 크다. 남북 관계가 오랫동안 대결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도 있다. 방북이 꽉 막힌 남북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 여사는 세 번째 방북 길에 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 낼 때가 첫 번째 북한 방문이었다. 두 번째는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 조문을 위한 평양 방문이었다. 이 여사는 당시 상주이자 후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직접 만나 위로했다. 남측에서 김 제1위원장을 최초로 만난 인물이 이 여사였다. 이 여사가 이번에 김 제1위원장을 만나면 재회다. 남쪽 인사 어느 누구도 김 제1위원장을 두 번 만난 사람은 없다. 재회한다면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온갖 억측이 난무한 남한 사회에서 그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사의 방북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여사의 방북 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남북 관계가 오랫동안 강대강(强對强)의 대결 구도를 풀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여사 방북길이 대결 구도를 푸는 밀알이 될 수 있기에 기대치가 있다 이 여사 방북의 포인트는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 여부다. 개인적인 일정보다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이 가장 중요하다. 본인이 직접 초청했기에 이 여사 방북은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 때의 인연이기에 이 여사 일행을 예우해야 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을 향해서도 아버지 때의 남측 인사를 잘 대접하는 모양새가 보기에 좋다. 대외적으로 이 여사와의 만남이 자신의 안정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기회도 될 것이다. 최고지도자의 동선을 미리 공개하지 않는 북측의 특성상 깜짝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제1위원장이 특정 시간에 이 여사가 머무르는 백화원초대소를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이 여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하길 바란다. 마침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사흘 전 동교동을 비공식 방문한 것을 주목한다. 김 제1위원장의 남북 관계 전환을 위한 메시지도 받아 오길 기대한다. 이 여사를 통해 당장 시급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한 남북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교환될 필요가 있다. 비공식 대북 접촉은 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 여사의 메신저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임기 동안 남북 관계의 실질적 성과를 거둬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북 제안을 담아야 할 것이다. 이 여사 방북을 징검다리로 해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의 광복절 경축사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고위급 회담 제안 등이 담기길 기대한다. 내년부터 총선과 대선이 줄줄이 있는 정치 일정상 남북 관계 개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간, 이른바 ‘골든타임’이 올 하반기밖에 없다는 것을 누누이 말해 왔다. 김 제1위원장 입장에서도 대내외적으로 안정감 있는 지도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여사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 관계의 일대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 94세 이 여사가 고령의 몸을 이끌고 평양을 다녀온다. 현실적으로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울 수 있는 방북이다. 그렇기에 이번 방북이 의미 있는 성과 속에 이뤄지길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은 고령의 이 여사가 평양 어린이들에게 목도리만 걸어 주고 오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행기로 오가는 아쉬움, 육로를 통해 휴전선을 넘는 기회가 무산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선물 보따리를 들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이 여사의 발걸음이 가볍길 바란다. 건강히 잘 다녀오시라.
  • “가슴으로 경찰을 폭행” 홍콩 여성 실형 선고

    최근 홍콩에서 경찰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거짓으로 증언한 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30세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홍콩 법원은 30일 자신이 여성임을 이용해 경찰관을 치한으로 내몬 피고 응 라이-잉(30)에게 징역 3월 15일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 사건은 여성이 자신의 가슴을 사용해 경찰관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 여성은 지난 3월 홍콩 신계 위엔롱구에서 일어난 중국인 보따리상인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그녀는 당시 상황에 대해 “경찰관이 나를 잡으려다가 그만 내 가슴을 만져 깜짝 놀라 ‘성추행한다’고 소리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판사들은 당시 찍힌 영상 등을 근거로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녀가 당시 상황을 꾸며낸 것이라고 질책했다. 판사는 판결에 앞서 피고에게 “자신이 여성임을 이용해 경찰관을 치한으로 내몰았다”면서 “경찰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악의적인 행위로 큰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비판했다. 피고는 보석 신청이 허가돼 상소할 때까지 풀려나게 됐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커버스토리] 외래벌레 2배 급증 농사 ‘쑥대밭’ 된다

    [커버스토리] 외래벌레 2배 급증 농사 ‘쑥대밭’ 된다

    ‘진영 단감’으로 유명한 경남 김해 농민들은 요즘 바짝 긴장해 있다. 미국선녀벌레가 날개를 퍼덕이며 감 과수원으로 달려들 때여서다. 감이 탁구공만 하게 자라 한창 관리가 필요할 때 이를 막아내지 못하면 올 농사는 결딴이 난다. 이 벌레는 감에 앉아 즙을 빨아먹는다. 분비물은 감을 시커멓게 변화시켜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1108㏊에서 단감을 키우는 김해 1050 농가는 2013년과 지난해 연속 미국선녀벌레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 외래 벌레들이 몰려오고 있다. 온난화로 날씨가 갈수록 더워지고 유입경로 다양화 등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더 손쉬워지면서 생소한 해외 벌레들이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24일 지난해 외래 동식물이 모두 2167종으로 2011년 1109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피해 또한 그만큼 늘고 있다. 미국선녀벌레는 2009년 경기 안성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 벌레는 조금씩 늘어나다 지난해 2349㏊로 급증했다. 전국 10개 시·도에서 발견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나라 전체로 퍼진 상태다. 이 벌레는 단감뿐 아니라 딸기, 복분자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미국 등 북미가 주 서식지로 수입 묘목에 붙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7월 말 기획 시리즈 ‘벌레들의 침공’으로 외래 벌레 피해를 지적한 뒤 6년 사이에 갈색날개매미충 등 다수의 새로운 외래 벌레들은 국내로 또 들어와 있었다. 외래종은 벌레에 그치지 않고 동식물 등 광범위해 자주 문제가 되기도 한다.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블루길 등은 국내에 들어온 지 오래고 영화나 TV에서 본 악어거북 등도 등장했다. 그런데도 검역 시스템은 여전히 허술하다. 남상호 대전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는 “환경부 등에서 유입됐거나 유입될 수 있는 외래종까지도 미리 관리할 수 있는 꼼꼼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외래종 벌레 왜 막기 힘들까  전문가들은 외래 벌레가 급증하는 이유로 지구온난화에 천적의 부재, 서식환경 변화, 유입경로의 다양화 등을 꼽는다.  기상청 관계자는 “과거 100년간 전 세계 평균 온도가 0.8도 상승했지만 우리나라는 1도 넘게 올랐다. 급격한 산업·도시화 탓인 것 같다”면서 “겨울 날씨도 갈수록 따뜻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겨울 날씨는 국내로 들어온 외래 벌레들이 죽지 않고 월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다. 김기수 농촌진흥청 지도관은 “올 평균 기온이 지난해보다 0.3도 높아졌다는 얘기도 있었다”면서 “해마다 가뭄이 극심해지는 것도 외래 벌레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7월 말까지도 비가 잘 내리지 않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가뭄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갈색날개매미충은 2010년 충남 공주 사과밭과 전남 구례 산수유 밭에서 처음 발견됐다. 2012년까지도 발생면적이 적어 문제가 될 것으로 보는 농민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듬해 718㏊로 확산됐고, 지난해는 4800㏊로 7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는 월동량 조사에서 1만 3000㏊까지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부산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전 지역이 점령 당한 것이다.  이 벌레는 1년생 사과나무 가지에 매달려 즙을 빨아 먹는다. 이듬해 2년생으로 한창 열매를 맺어야할 이 가지들은 고사하고, 그 해 과수 농사는 결딴이 난다. 갈색날개매미충의 유입지역은 설이 다양하지만 중국이 유력하다.  천적이 없거나 금세 출현하지 않는 것도 외래 벌레 퇴치에 애를 먹인다. 미국선녀벌레가 1970년대 유럽에 상륙했을 때 많은 나라가 골머리를 앓았다. 포도밭 등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단풍나무 등에 서식할 때는 ‘집게벌’라는 천적이 있어 문제가 안 됐다. 고민 끝에 유럽의 여러 국가가 미국에서 집게벌을 대량 수입해 풀어놓는 소동을 벌였다. 선녀벌레는 점차 사라졌고, 집게벌도 그 만큼 줄어들었다.  2006년 중국에서 처음 우리나라로 유입돼 정착한 꿏매미도 2010년 8400㏊, 2012년 6900㏊로 정점을 찍었다가 매년 줄어 지난해 1800㏊에 그쳤다. 올해는 월동란 조사에서 1600㏊로 나타나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끊임없는 방제 활동 덕도 있지만 ‘벼룩좀벌’이라는 토종 천적이 나타났고, 일부 새들이 잡아먹기 시작하면서다.  외래 벌레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내로 유입된다. 멸강나방과 혹명나방, 벼멸구 등은 중국에서 날아온다, 혹명나방은 베트남에서도 날아오기도 한다. 곡물 수입 증가와 함께 들어온 벌레도 많다. 골프장에 잠입한 ‘잔디왕바구미’, 포인세티아꽃을 탐하는 총채벌레 등 2009년 이후 5년간 10종이 새로 출현했다. 묘목 수입이 늘면서 줄기나 뿌리 등에 붙어 유입되는 벌레도 부지기수다.  묘목 수입이 느는 것은 우리나라 기후가 점차 아열대화하기 때문이다. 사과 주산지가 대구 등 남쪽에서 경기 포천과 강원 영월 등으로 바뀌고 있다. 남해안에서는 애플망고와 패션프루트 등 아열대 과일이 하우스 재배되고 있다. 현재 2304㏊의 국내 블루베리 밭을 짓밟는 혹파리도 미국과 유럽지역 수입 묘목에 숨어 잠입했다.  이상계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대량으로 이뤄지는 정식 수입은 검역이 어느 정도 되지만 문제는 보따리상들이 가지를 자른 뒤 줄기와 뿌리를 가방에 넣어 들어오는 것들”이라며 “검역을 한층 더 강화해 외래 벌레 유입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경찰관이 성추행” 주장한 홍콩 시위女 유죄

    홍콩의 한 여성이 자신의 가슴을 경찰관이 만졌다며 성추행을 당했다고 거짓 증언한 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고 응 라이-잉(30)은 지난 3월 1일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열린 중국인 보따리상인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16일 홍콩 툰먼 법정에 서게 된 피고 응 라이-잉은 “경찰관이 나를 잡으려다가 그만 내 가슴을 만져 깜짝 놀라 ‘성추행한다’고 소리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판사들은 당시 찍힌 영상 등을 근거로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녀가 당시 상황을 꾸며낸 것이라고 질책했다. 판사는 “당신은 경찰관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혐의를 조작하기 위해 여성의 신분을 사용했다”며 “이는 악의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경찰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등 큰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덧붙였다. 한편 피고는 오는 29일 형을 선고받기 위해 구치소에 머물게 됐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일하는 당신’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놔요

    ‘일하는 당신’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놔요

    ‘일하는 당신’에게 위로와 감동을 줄 소설집이 나왔다. 세계적인 작가 32명이 일을 주제로 쓴 32편의 단편을 모은 ‘일은 소설에 맡기고 휴가를 떠나요’(홍시)다. 201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단편소설의 대가 앨리스 먼로,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제임스 설터, 영어권 소설가 중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조이스 캐럴 오츠 등 쟁쟁한 소설가들의 작품이 실렸다. 1978년 흑인 작가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제임스 앨런 맥퍼슨을 비롯해 줌파 라히리,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등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도 수록됐다. 1940년대 대공황기의 외판원,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 시대의 불안한 화이트칼라 등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일자리가 없거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제임스 설터의 ‘이국의 해변’은 청년 실업자들이 많은 우리 시대의 현실과 겹쳐지면서 진한 울림을 준다. 출판사 측은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을 찾아내서 끝까지 지키는 방법, 도덕적 선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삼는 방법, 부양자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등을 여러 관점에서 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1995년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리처드 포드가 편저했다. 그는 서문에서 “결핍의 시대에, 삶을 위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기에 일하는 이들을 위해 일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들을 묶었다”며 “정시에 출근해 일을 끝내야 하고, 어떻게든 고용되어야 하며, 때로는 해고되고 승진하거나 좌천당하며, 구조조정을 당해서 집에 보내지고, 때로는 넌더리가 나서 보따리를 쌀 준비를 하지만 돈벌이를 해야 하는 복잡하고 곤혹스러운 문제들에 대해 문학에서 위안을 얻으려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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