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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당 “이재용 가석방은 문재인판 ‘정경유착’”

    정의당 “이재용 가석방은 문재인판 ‘정경유착’”

    정의당은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은 “문재인판 정경유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9대 대선 사유를 제공했던 국정농단 범죄자 일당인 이재용씨가 풀려는 건 지난 대선 사유가 사실상 정치적으로 부정되고 있는 것이고, 그 결과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여 대표는 “재벌을 사회적 특수계급으로 용인하고,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 문화를 만들어낸 행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면서 “자신이 선출된 대선 결과를 부정하면서, 헌정질서와 헌법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를 풀어주는 것은 ‘문재인판 정경유착’이라 부를 만하다”며 “지난 5월 대통령 방미 당시 삼성은 190억 달러 투자 보따리를 미국에 가져갔다. 투자를 대가로 총수를 풀어준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고, 정경유착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가 풀려나는 지금 이 순간은 국정농단 범죄자 박근혜씨 사면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며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는 말장난을 국민통합을 고려한다는 말장난으로 바꿔 박근혜씨 사면의 궁색한 변명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보따리]13억 보험금, 아들은 아버지를 바다에 밀어넣었다

    [보따리]13억 보험금, 아들은 아버지를 바다에 밀어넣었다

    8회 : 물놀이 익사사고로 위장한 살인 사건 우리가 낸 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사건을 조작하거나 사고를 과장해 타내려 하는 일이 흔합니다. 때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의 목숨까지 해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지죠. 한편으로는 약관이나 구조가 너무 복잡해 보험료만 잔뜩 내고는 정작 필요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든든과 만만, 그리고 막막의 사이를 오가는 ‘보험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을 보따리가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같이 물놀이하던 사람이 갯바위에서 미끄러져 물에 빠졌다.” 2017년 6월 22일 오후 4시 19분. 119로 전화를 건 여성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신고를 받고 충남 서천군의 한 갯벌로 출동한 해양경찰관은 갯바위에 엎어져 있는 A씨(당시 57세)를 발견했다. 해경은 응급조치를 했지만, 이미 A씨는 숨져 있는 상태였다. A씨가 숨진 지 한 달이 지나 밝혀진 사고의 진실은 비참했다. 물놀이를 하다 익사한 사고가 아닌 ‘13억원대의 사망보험금을 노린 가족의 살인 사건’이었다. 가족의 수상한 태도…감정의 동요가 없다 사건 당일 해경이 발견한 A씨는 갯바위에 엎어져 있었다. 목격자는 A씨의 전 아내(당시 53세)와 아들(당시 26세), 이들 가족과 함께 물놀이를 온 B씨였다. 신고자이기도 한 B씨는 아내의 지인이자 보험설계사였다. 목격자 진술 외에 폐쇄회로(CC)TV도 없는 갯벌에서 발생한 사고인 터라 사망 경위는 쉽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목격자 진술에만 의존하기엔 가족들의 태도가 의심을 자아냈다. 이들은 A씨가 구급차에 실려간 이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주변을 서성였고, 옷을 갈아입고 담배를 피우는 등 슬픔에 잠긴 척조차도 하지 않았다.해경은 사고가 발생한 장소가 수심이 얕고 물이 잘 빠지는 곳이라 익사 사고가 잘 일어나지 않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 갯바위에서 미끄러졌다는 목격자 진술과 달리 A씨 몸에는 갯바위 등에 긁힌 상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의아하게 여겼다. 해경이 갯바위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가정해 모의실험을 했더니 시신은 A씨가 발견된 위치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내려가 멈췄다.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해경은 A씨의 가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결국 “A씨가 경제적 능력이 없고 책임감이 없어 불만을 품다가 살해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10억원 빚지고도 매달 180만원 보험금을 낸 이유 해경의 조사 결과 드러난 사망 경위는 충격적이었다. 사건 당일 오후 3시 43분. A씨의 전 아내는 물놀이하다 A씨가 바닷물을 들이킨 이후 헛구역질을 하자 등을 두드려주는 척하다 그대로 바닷물로 밀었다. 이후 바닷물에 빠져 있는 A씨의 등을 누르면서 아들에게 “눌러”라고 소리쳤다. 이내 아들은 아버지의 등에 올라타 양팔을 붙잡고 온몸으로 짓눌렀다. 그렇게 3분이 지났고, A씨는 목숨을 잃었다. 잔혹한 살인은 이들이 경찰에서 진술한 대로 “경제적 능력이 없고 책임감이 없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품은 우발적인 살인”이 아니었다. 이들은 2007년부터 A씨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지급받는 사람은 아내와 아들이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9년 동안 8개 보험사, 16건의 보험계약을 맺었다. 10억원이 넘는 빚이 있으면서도 매달 16개 보험에 대한 보험금 180만원을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냈다. 13억 2000만원. A씨가 사망한 이후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은 상상을 초월했다. A씨가 사망한 지 2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2017년 7월 5일. 아들은 A씨가 자기 과실로 사망한 것처럼 작성한 보험금 지급청구서를 보험사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렇게 사망보험금 2932만원을 받아냈다. 다른 보험사에도 같은 수법으로 사망보험금을 받으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보험사의 지급 거절로 실제 사망보험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법원, “반인륜적 범행”…전 아내와 아들 모두 징역 25년 확정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재판 과정에서 “A씨의 무능력과 가정에 대한 무책임에 대한 미움, 모욕적인 언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발적으로 살해했을 뿐 사망보험금을 받을 목적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물놀이를 하던 중 범행이 일어난 짧은 순간에 A씨를 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갑자기 한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며 “생명을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 A씨를 살해했다”고 판시했다. 10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으면서도 16건의 보험에 대한 보험금을 내면서 보험계약을 유지한 점, A씨 살해 당시 역할을 분담하는 등 사전에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됐다. 이들은 범행 사실을 부인하며 항소했지만, 원심 판단은 뒤집히지 않았다. 2심 재판부도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이자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해 죄질이 매우 중하다. 반인륜적인 범행을 저질러 그 범행 동기와 수법이 매우 좋지 않다”며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도 상고가 기각됐고,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 경제·문화 1번지의 새 도약… 구민 위한 ‘새로고침 중구’

    경제·문화 1번지의 새 도약… 구민 위한 ‘새로고침 중구’

    인구 12만 5000명인데 법인 13만여개주민 희생으로 경제·문화 등 발전 견인도보 출근길 주민 만나 아이디어 발굴서울 중구가 지난 3년간의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정책백서를 지난달 말 발간했다. 백서에는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가진 서양호 중구청장이 바꾼 주민 중심 행정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 6일 구청에서 만난 서 구청장은 “정책백서와 5권의 성과집 주인공은 12만 5000명 중구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백서 제목이 ‘새로고침 중구’다. 의미가 뭔가. “중구는 교통과 상업·행정의 요지 역할을 해 왔다. 주민은 12만 5000명인데 법인 수는 13만여개다. 하루 유동인구 200만~300만명이 중구를 오가며 서울과 대한민국 발전을 가속화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 하수도 관리, 교통체계 지원 등 도시관리 제반은 중구가 뒷받침했다. 서울의 경제1번지, 문화1번지, 행정1번지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았지만, 그 안에 교육과 복지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주민의 희생이 있었다. 구정의 주인이지만 단 한번도 주인이 되지 못했던 구민을 위해 나는 행정체계를 변화시켜야 했다. ‘새로고침 중구’는 중구민을 위한 도시로 변해 온 과정과 앞으로 갈 방향이 함께 담겨 있다.” -양이 많지만 기존 관공서 발간물과 달리 읽어보고 싶게 생겼고, 잘 읽힌다.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편한 책이 되게 하고 싶었다. 직원들도 많이 고생했지만 나도 고생했다. 내가 고친 걸 다시 고치고, 또다시 고쳤다. 책도 그렇지만 공급자보다 수요자를 중심에 두자는 건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지켜 온 모토이자 철학이다. 3년간 중구를 꾸려 온 핵심 축이기도 하다. 백서 만드는 과정에서도 그런 철학이 녹아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료집을 보면 중구형 초등돌봄이 또 눈에 띈다. “교육·보육이야말로 중구민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다. 그만큼 취임 뒤 극적으로 변화시킨 부분이다. 부모가 7~8시에 퇴근하는데 돌봄이 5시에 끝나면 그게 돌봄이냐는 상식적인 생각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전국 지자체가 벤치마킹을 원해 50여곳이 다녀갔다. 교육부는 돌봄 시간을 오후 7시까지로 연장하는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백서에 나온 정책들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취임 뒤 지금까지 매일 아침 걸어서 출근하면서 만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적은 휴대전화 메모장이 아이디어 보따리다. 출근하면 아침마다 행정실장에게 50~100개의 메모를 전달하고 행정실장은 목록을 만들어서 지시사항으로 각 소관부서에 뿌린다. 행정 칸막이부터 근본적 해결이 안 되는 관료제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상식적인 구민의 한마디에서 출발해 해결되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시험공부가 벼락치기로 안 되는 것처럼 작은 일부터 열심히 하고 그게 쌓여서 주민 동의와 지지가 필요한 큰 사업을 추진하는 동력이 된다. 이번 백서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해 나가겠다는 약속의 의미로 발간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 노메달 조코비치 “3년 뒤 파리올림픽 도전”

    노메달 조코비치 “3년 뒤 파리올림픽 도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가장 오랜 시간(313주) 지키면서도 올림픽과는 제대로 인연을 맺지 못하던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이번에도 빈손으로 올림픽을 마감했다. 조코비치는 31일 도쿄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스페인)와 2시간 47분 접전을 펼쳤지만 1-2(4-6 7-6<8-6> 3-6)로 패해 짐보따리를 꾸렸다. 30일 4강전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에 1-2(6-1 3-6 1-6)로 패하며 ‘골든슬램(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등 4개 메이저대회+올림픽)’이 무산된 후유증이 계속된 것. 그래서 인지 같은 날 니나 스토야노비치와 호흡을 맞춰 출전하려던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도 어깨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호기만만하게 자신하던 역대 남자 선수 최초의 골든슬램이 물거품이 된 건 물론 노메달로 짐을 싸는 올림픽 악연이 이번에도 이어졌다. 조코비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단식에서 동메달을 따냈지만 처음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이후 출전했던 2012년 런던 대회에서 4위, 2016년 리우 대회 1회전 탈락에 이어 도쿄에서도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더욱이 남자복식에서는 2008년과 2012년 1회전 탈락, 2016년 2회전 탈락 등 세계 톱랭커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1987년생으로 올해 34세인 그가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출전할 수 있을 지 미지수로 남았지만 조코비치는 “올림픽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물론 결과는 아쉽지만 이런 과정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3년 뒤 파리올림픽까지 계속 도전하겠다”며 5번째 올림픽 출전을 약속했다.
  • 노메달 조코비치 “3년 뒤 파리올림픽 도전”

    노메달 조코비치 “3년 뒤 파리올림픽 도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가장 오랜 시간(313주) 지키면서도 올림픽과는 제대로 인연을 맺지 못하던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이번에도 빈손으로 올림픽을 마감했다. 조코비치는 31일 도쿄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스페인)와 2시간 47분 접전을 펼쳤지만 1-2(4-6 7-6<8-6> 3-6)로 패해 짐보따리를 꾸렸다. 30일 4강전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에 1-2(6-1 3-6 1-6)로 패하며 ‘골든슬램(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등 4개 메이저대회+올림픽)’이 무산된 후유증이 계속된 것. 그래서 인지 같은 날 니나 스토야노비치와 호흡을 맞춰 출전하려던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도 어깨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호기만만하게 자신하던 역대 남자 선수 최초의 골든슬램이 물거품이 된 건 물론 노메달로 짐을 싸는 올림픽 악연이 이번에도 이어졌다. 조코비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단식에서 동메달을 따냈지만 처음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이후 출전했던 2012년 런던 대회에서 4위, 2016년 리우 대회 1회전 탈락에 이어 도쿄에서도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더욱이 남자복식에서는 2008년과 2012년 1회전 탈락, 2016년 2회전 탈락 등 세계 톱랭커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1987년생으로 올해 34세인 그가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출전할 수 있을 지 미지수로 남았지만 조코비치는 “올림픽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물론 결과는 아쉽지만 이런 과정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3년 뒤 파리올림픽까지 계속 도전하겠다”며 5번째 올림픽 출전을 약속했다.
  • 셔먼 만난 中 셰펑 “美, 중국을 악마화한다” 또 말폭탄

    셔먼 만난 中 셰펑 “美, 중국을 악마화한다” 또 말폭탄

    4개월 만의 미중 고위급 대화도 냉랭바이든 정부의 압박·협력 병행 전략에中 “美, 삼분법으로 中 봉쇄하고 억제”미중이 4개월 만에 열린 고위급 대화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중국은 ‘대립과 협력’으로 대표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거세게 비난했다. 미국도 이에 질세라 코로나19와 사이버해킹, 홍콩 등 문제로 ‘돌직구’를 날렸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26일 중국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 및 셰펑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회담을 가졌다. 이날 셰 부부장은 “중미 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는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미국이 중국을 냉전시대의 소련이나 2차 세계대전의 일본처럼 대하고 중국을 “악마화”해 미국 내에 누적된 정치·경제·사회적 불만을 전환하려 한다고도 했다. 전날 미 당국자는 셔먼 부장관이 이번 회담에서 “(미중 간) 극심하고 지속적인 경쟁이 충돌로 치닫기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에 일종의 ‘가드레일’이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셰 부부장은 “미국은 중국에 원하는 것이 있으면 협력을 말하지만 자신들이 우세한 영역에서는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 중단, 봉쇄와 제재에 나선다.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온갖 충돌도 무릅쓴다”고 비난했다. 또 “미국의 ‘경쟁·협력·대항’이라는 삼분법은 실은 중국을 봉쇄하고 억제하려는 것”이라며 “대항과 억제가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담 이후 중국 기자들에게 “미국이 이행해야 하는 개선사항과 중국이 중점적으로 관심을 갖는 사안을 담은 리스트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개선 요구사항에는 중국 공산당원과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 철폐와 중국 관리와 기관에 대한 제재 해제, 공자학원과 중국 기업에 대한 탄압 중단, 중국 언론매체를 ‘외국 대리인’으로 폄하한 결정 취소,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미국 송환 요구 중단 등이 담겼다. 미국도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현안 보따리를 풀었다. AFP통신은 이날 회담에서 “셔먼 부장관이 중국 측과 솔직하지만 전문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중국의 사이버해킹과 홍콩의 고도자치에 대한 약속 위반, (신장지역) 인권 문제를 이해시키는 데 매우 단호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 억류돼 있거나 출국이 금지된 미국과 캐나다인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민들은 협상 카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 [보따리]당신은 보험사기꾼입니다, 휴먼

    [보따리]당신은 보험사기꾼입니다, 휴먼

    7회: AI 보험사기 탐지 시스템 우리가 낸 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사건을 조작하거나 사고를 과장해 타내려 하는 일이 흔합니다. 때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의 목숨까지 해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지죠. 한편으로는 약관이나 구조가 너무 복잡해 보험료만 잔뜩 내고는 정작 필요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든든과 만만, 그리고 막막의 사이를 오가는 ‘보험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을 보따리가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A(65·여)씨는 2000년 돌연 여러 보험사를 돌며 보장성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2002년부터 지인과 함께 입원이 쉬운 동네 의원을 찾아다니며 본격적으로 ‘보험금 수금‘에 나섰습니다. 무릎 관절 등을 치료한다는 이유로 허위 입·퇴원을 반복하며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을 썼지요. A씨는 과거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면서 쌓은 관련 지식을 이용해 교묘히 보험사기 의심을 피했습니다. 고액 보험금을 청구하고 장기 입원을 하면 보험사 현장 심사가 나온다는 점을 알고 2주 이내의 단기 입원만 반복했습니다. 한 보험사의 여러 상품을 가입한게 아니라 동일한 보장상품을 보험사 10여곳에서 1~2건씩 가입한 뒤 매번 다른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받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 보험사에서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타내지 않고 여러 보험사의 보험금을 번갈아 타내 보험금 지급 간격을 넓힌 겁니다. 사람이 기준을 정하는 기존 ‘룰 기반’의 분석 방식으로는 단기 입원이나 보험금 소액청구건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지요. 2002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보험금은 A씨에게 쏠쏠한 용돈벌이가 돼 줬습니다. 이렇게 A씨가 허위로 타낸 보험금만 모두 6억원을 웃돌았습니다. A씨의 행각은 2019년 교보생명의 인공지능(AI) 보험사기 분석 시스템 ‘K-FDS’(교보보험사기예측시스템)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개별 청구건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 가입 당시부터 전체 청구건에 대해 기존 보험 사기와의 유사 패턴을 찾아내는 AI의 분석망을 피하지 못한 것입니다. AI는 A씨가 다닌 병원의 입원 패턴까지 분석해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17년 이어진 입원비 보험사기 AI에 ‘덜미’ 점차 진화하는 보험사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보험사기 방지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보험사기 분석 매뉴얼은 통상 청구금액이나 보험 사고 목격자 유무, 가입금액 및 기간 등 각각의 지표 수준에 따른 점수를 만들고, 일정 지표가 소위 ‘튀는’ 모습을 보이면 의심건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은 새로운 형태의 사기 수법이 등장하면 파악하기 어려울뿐더러, 보험사기가 의심돼 현장실사를 진행했으나 사기가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 업무의 비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AI, 빅데이터 등의 정보통신(IT) 기술을 보험사기 방지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보험사기방지연합(CAIF)이 지난해 현지 주요 손보사 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5%는 AI가 향후 5년 안에 보험사기 방지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기술이라고 답변하기도 했지요. 보험개발원(KIDI)의 최근 브리프 자료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주요 보험사기 탐지 기법에는 이상탐지, 원격측정 데이터 분석, 이미지분석, 통화내용분석, 네트워크 링크 분석, 웹크롤링 등이 있습니다. ‘이상탐지’는 유사한 보험 청구건을 비교하고 모순된 패턴을 확인해 비정상적인 청구를 식별하는 방식입니다. ‘원격 측정 데이터 분석’은 텔레매틱스 장치를 통한 자동차 운전 정보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재난보험, 주택보험 등 범위가 넓고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경우의 손실 규모 측정 등에 활용됩니다. 드론 등의 기기가 원격으로 측정해 전송하는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보험사고 발생 당시 상황을 추정하고, 이를 청구된 피해 규모와 비교해 과잉청구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기술이지요.원격데이터·이미지 분석... 음성인식해 심리 파악도 ‘이미지 분석’은 사진 등의 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 피해 정도를 파악하고, 청구건과의 적합성을 검토하는 기법입니다. 전송된 이미지가 인터넷에서 내려받거나 포토샵 등을 거쳐 조작된 사진이 아닌 실제 보험금 지급 대상인지, 기존 보험금 청구건에 중복 사용된 적은 없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그런가하면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한 ‘통화 내용 분석’은 감정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보험금 청구자가 사용하는 단어, 목소리 및 억양 등의 패턴을 분석해 청구자의 심리 상태, 보험 사기 가능성을 판단해냅니다. ‘네트워크 링크 분석’은 수많은 청구 데이터를 통해 사람, 장소, 계정, 전화번호, 차량 식별 번호 등을 두루 분석해 숨겨진 관계를 찾아내는 기법입니다. 특히 조직적인 사기를 탐지하는데 효과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웹 크롤링’은 손쉽게 접근이 가능한 청구자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부정 청구의 증거를 수집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조직적인 보험 사기의 경우 SNS를 통해 공모자를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지요. 상해로 보험금을 타낸 사람이 SNS에 멀쩡히 놀고 있는 사진을 올리는 등 청구건과 괴리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적발하는데도 사용됩니다. KB·한화·신한행명 등 국내 보험사도 속속 도입 국내 보험사들도 속속 AI를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앞선 사례에 언급된 교보생명은 2018년 7월 베타 테스트를 거쳐 지난해 4월부터 K-FDS를 정식 출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험 계약, 사고 정보 등의 정보를 최신 머신러닝 기법과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통해 보험사기 의심사례 발생이 빈번한 질병·상해군을 자동으로 그룹핑합니다. 이를 토대로 AI가 스스로 보험사기의 특징을 학습하고 이와 유사한 행동패턴을 보이는 대상을 찾아내 보험사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관계형분석(SNA), 테마분석, 교차분석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공모 의심자까지 찾아내고, 관련 병원이나 보험설계사(FP)와의 연계 여부도 파악해 조직화된 보험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지요. 현재까지 모두 359건의 의심 사례를 찾아내 그 중 21건의 보험사기를 적발했습니다. 적발 금액만 약 14억 7000만원에 달합니다. 신한생명은 지난해 10월 웹크롤링 기법을 활용해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 SNS에서 특정 키워드를 수집·분석, 보험사기로 추정되는 단어를 추출해 보험금 부당청구를 사전에 예측하는 ‘소셜미디어 보험사기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에 앞서 같은해 5월에는 보험사기에 대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 혐의 입증 시간을 단축시키도록 한 ‘빅데이터 보험사기 혐의 자동분석 시스템’ 운영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한화생명은 지난해 10월부터 고객들의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AI를 활용한 ‘금융사고 예방 Alert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AI가 콜센터를 통해 접수된 고객의 소리 약 10만건의 내용을 분석·학습해 유사 위험건을 선별해내는 시스템입니다. 지난 5월까지 약 8개월 동안 모두 114건의 보이스피싱 및 명의도용 금융사고를 밝혀냈습니다.
  • [배민아의 일상공감] 옷에 대한 단상/미드웨스트대 교수

    [배민아의 일상공감] 옷에 대한 단상/미드웨스트대 교수

    어린 시절 외출에서 돌아오신 엄마의 손에는 가끔 커다란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한 해가 다르게 쑥쑥 성장하는 4남매의 계절별 옷 장만을 위해 지인의 자녀들에게 물려받은 옷을 수시로 싸 들고 오신 것이다. 엄마의 옷 보따리를 푸는 건 늘 내가 먼저였다. 무심함이 특기인 오빠에게 옷은 그저 몸을 보호하는 기능 이상의 의미는 아니었고, 남동생은 용돈을 안 쓰고 모아서 자기가 원하는 옷을 사 입길 원했으며, 체구가 작은 막내는 맞는 옷이 별로 없었기에 엄마의 보따리 옷들은 성별, 색깔, 크기에 상관없이 대부분 내 몫이었다. 다행히 그 옷들은 나쁘지 않았고, 심지어 어쩌다 한 번씩 사 주셨던 새 옷보다 더 고급스러운 옷도 많다. 비록 헌 옷이지만 두 번째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엄마의 보따리를 즐겁게 풀곤 했다. 여러 색 물방울무늬가 있던 큰 코트는 소매를 접은 채로, 또 펴서, 그 후에는 팔목이 깡충 나올 때까지 몇 해를 두고 가을이면 즐겨 입던 잇템이었다. 발목 위로 쑥 올라오는 짧은 바지는 허리만 맞으면 괜찮다며 다른 천을 바지 끝에 나팔 모양으로 덧댄 엄마의 바느질로 두 해 정도 입을 수 있었는데, 의외로 마음에 쏙 드는 패션이었다. 가끔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그때의 추억과 함께 옷에 얽힌 사연이 떠오르고, 나에게는 두 번째로 주어졌던 그 고급스러운 옷을 새 옷으로 처음 받았을 엄친딸이 내심 부러워 혼자 주눅 들기도 했던 소녀의 마음을 이제라도 살포시 토닥여 주기도 한다. 지난 1년 반 사이에 엄마와 아빠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후 남은 일 중 하나는 고인이 남기신 물건들을 정리하는 일이었는데, 그중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이 옷이었다. 같은 시골 마을에서 자라난 두 분은 고등학교 졸업 후 아빠는 서울, 엄마는 광주의 학교를 다니다 방학 기간을 이용한 엄마의 상경으로 애틋하게 사랑을 이어 가셨다. 오랜만에 만난 아빠가 엄마에게 가장 먼저 해 주는 일은 명동의 양장점에서 서울 대학생들에게 유행하는 의상을 맞춰 주는 일이었다. 덕분에 엄마는 고향에서 늘 멋쟁이로 통했으며 결혼 이후에도 엄마의 의상 선택권은 아빠의 몫이었다. 시골에서 올라와 고군분투하던 아빠에게 의상은 자존심이었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종의 무기였다. 그래서 늘 엄마에게도 상황과 격에 맞는 옷을 입기 권하셨고, 노후에 몸이 불편하실 때에도 옷에 대한 코치는 계속됐다. 어린 시절 내가 엄마의 옷 보따리에 아무런 불평이 없었던 이유도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옷에 대한 갈등을 무수히 지켜보았던 터라 그냥 부모님의 선택대로 입는 것이 착한 딸의 모습이라 생각한 데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두 번째 주인이었지만 여러 종류의 옷을 입어 본 덕에 내 신체의 장단점에 따라 개성껏 옷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생기고. 상황과 격에 따라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하는지도 알게 된 것 같다. 옷이란 몸을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옷이 날개라고 하는 이유는 잘 어울리는 옷이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는 뜻도 있지만, 하루 24시간 중 나와 가장 밀착돼 때와 장소에 맞춰 함께 움직이는 몸의 한 부분과도 같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옷을 정리하며 그중 꽤 많은 옷을 추려 왔다. 가끔 엄마의 옷을 코디해서 입는 날에는 엄마의 이야기가 하루를 따라다니고, 때로 아빠의 옷을 입어 주는 남편에게서 문득문득 아빠의 뒷모습이 보인다. 고인의 옷은 태워 버려야 한다는데 아직은 남겨진 옷으로라도 부모님의 흔적을 찾고 싶다. 더이상 세상에서의 날갯짓은 멈추었지만 부모님의 추억이 담긴 옷이 작은 날갯짓으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 부모님의 날개였던 옷을 통해 그분들의 삶을 다시 기억하며 오늘도 세상에서 나는 법을 배워 간다.
  • 佛 꺼진 유로

    佛 꺼진 유로

    세 번째 유럽축구 패권에 도전한 프랑스와 다섯 차례 출전 중 16강이 전부였던 스위스의 희비는 킬리안 음바페(23)의 오른발에서 갈렸다. 프랑스는 울었고 스위스는 웃었다. 프랑스가 29일(한국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아레나 나치오날러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16강전에서 스위스와 연장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해 8강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마지막 키커로 나선 ‘에이스’ 음바페가 골문 왼쪽 구석을 겨냥해 찬 오른발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1984년과 2000년 등 두 차례 유럽 챔피언 자리에 오르고 세 번째 정상을 바라보던 프랑스는 지난 대회(2016년) 준우승에 이어 올해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짐보따리를 쌌다. 프랑스가 유로 대회와 월드컵 등 축구 메이저대회에서 8강에 오르지 못한 건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11년 만이다. 반면 1996년 이후 5번째 본선에 출전한 스위스는 음바페의 실축 덕에 대회 사상 처음으로 8강 무대를 밟았다. 2016년 조별리그를 처음 통과해 16강에 오른 뒤 이번에는 8강 고지를 밟았다. 1954년 자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이후 67년 만에 처음으로 달성한 메이저대회 성적이다. 마지막 슈팅에 실패해 비운의 주인공이 된 음바페는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무득점(2도움)으로 침묵한 데 이어 결정적인 고비에서 실축하는 등 유로2020과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스위스는 이날 연장 끝에 크로아티아를 5-3으로 물리치고 8강에 합류한 스페인과 만난다.
  • 헛꿈 꾼 남아공 ‘다이아몬드 러시’… 빈곤·실업이 키운 ‘삽질’

    헛꿈 꾼 남아공 ‘다이아몬드 러시’… 빈곤·실업이 키운 ‘삽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남부의 너른 개활지가 사람들로 북적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삼삼오오 혹은 두엇이서 삽질과 곡괭이질을 하거나 파헤쳐진 구덩이를 세밀히 살피는 모습들. 누군가는 땅에서 캔 ‘보석’을 하늘에 비춰 보고, 여럿이 모여 손에 보석들을 올리고 기쁨에 겨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난주 남아공의 ‘다이아몬드 러시’가 벌어진 현장에선 이런 장면이 펼쳐졌다.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남동쪽으로 360㎞ 정도 떨어진 콰줄루나탈주 콰흘라티 들판에서 가축을 치던 누군가가 보석을 주워 횡재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난 12일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보석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자 현장엔 최대 3000명이 몰렸다. 어떤 이들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도로 양옆에 차를 대 놓고 다짜고짜 곡괭이와 삽을 꺼내 들어 여기저기 파헤치기 시작했고, 보따리에 식량을 지고 먼 길을 걸어와 포크 같은 도구로 땅을 파는 이들도 있었다. 여행 중에 일부러 들판을 찾은 사람들도 있었다. 두 아이의 아빠인 27세인 멘도 사벨로는 CNN에 작은 돌 몇 개를 들어 보이며 “이 발견이 인생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그는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없다. 돌들을 가지고 집에 돌아갔을 때 가족들이 정말 기뻐했다. 우리의 삶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실직자 스쿰부조 음벨레는 “평생 다이아몬드를 보거나 만진 적이 없다. 처음 만져 본다”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콰줄루나탈 주정부는 바로 지질학자 등을 파견해 광물을 조사했고,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곳에서 발견된 돌은 다이아몬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초기부터 다이아몬드는 아닐 것으로 예상했고 석영일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주정부 발표로 자신들이 캐낸 것들이 보석이 아니라 석영임이 드러났어도 상당수는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채굴하는 사람들 수는 500명 이하로 줄었다”고 한다. 그나마라도 팔아서 생활에 보태려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역의 한 관리는 “석영의 가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이아몬드에 비해 아주 낮다”고 했다. 일부는 현장에서 100~300랜드(8000~2만 4000원)의 돈을 받고 팔기도 했다. 지역의 한 관리는 가디언지에 “이번 일로 주민들이 직면한 사회경제적 과제가 드러났다”고 했다. 외신들은 남아공이 장기간 극심한 실업률로 생계 곤란자가 많고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가 끝난 후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다고 전했다. 수백만명이 빈곤 상태에 놓인 가운데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1분기 실업률은 32.6%까지 치솟았다. 콰줄루나탈 주정부는 채굴 때문에 사방 수천미터에 구덩이가 널려 있어 소들도 위험하고 사고가 발생하거나 코로나19가 확산할 것으로 우려하면서 몰려든 사람들을 퇴거시키려 하고 있다. 일주일 남짓 수천명이 기쁨 속에 지냈지만 결국 실업과 빈곤이 키운 허망한 일장춘몽이었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 [사설] 한미 북핵 수석, 대북 대화 유인책 필요해

    한국, 미국, 일본의 북핵 수석대표가 오늘 서울에서 3자 및 양자 협의를 가진다. 주목되는 것은 한미 협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대북 정책 검토를 끝내고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이후 처음 갖는 한미 양자 대면 협의다. 북한은 17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대결과 대화를 양립하는 한반도 정책을 발표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대회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중시한 만큼 북한의 방점은 대결보다는 대화 쪽에 실려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태도는 바이든 행정부의 유화적 대북 정책에 화답하는 성격을 띤다. 한미 정상이 확인한 북미, 남북 간 합의 존중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행동을 두고 보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문제는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다.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다. 대표적인 적대시 정책은 전략자산이 동원되는 한미 연합훈련이다. 8월로 예정된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의 실시나 축소 여부가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식량난을 인정한 바 있다. 한미가 대북 인도적 지원에 함께 도모할 수 있는 고리인 셈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대북 식량 협력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1년 이상 국경을 봉쇄하고 코로나19 비상방역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백신 공급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북미 협상에 여러 차례 관여한 적이 있는 노련한 성 김 미국측 수석대표가 한국에 들고 온 보따리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미국이 북한이 바라는 대북 제재 완화 등의 당근을 제시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북한과 대화도 시작하지도 않았고,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 조치가 행해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는 것은 한미의 책임이다. 한미 훈련, 식량, 방역은 현재 북한에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한미는 북한의 대화 유인책에 중점을 두고 협의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 발신을 통해 민생 살리기가 우선인 북한의 대화 의지를 자극하길 바란다.
  • [보따리]남편 못 잊어 이사도 안하는 줄 알았는데…그녀가 범인이었다

    [보따리]남편 못 잊어 이사도 안하는 줄 알았는데…그녀가 범인이었다

    6회 : 뺑소니사고로 위장한 의성 청부 살인 사건 우리가 낸 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사건을 조작하거나 사고를 과장해 타내려 하는 일이 흔합니다. 때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의 목숨까지 해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지죠. 한편으로는 약관이나 구조가 너무 복잡해 보험료만 잔뜩 내고는 정작 필요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든든과 만만, 그리고 막막의 사이를 오가는 ‘보험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을 보따리가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2003년 뺑소니사고로 남편을 잃은 아내 박모(당시 52세)씨는 끝내 사고를 낸 범인을 잡지 못했다. 남편을 잊지 못하는 듯 이사를 하지도, 재혼을 하지도 않았다. 뺑소니 사망사고의 공소시효 10년이 지났고, 사고는 그렇게 잊혔다. ●목격자도 CCTV도 없는 뺑소니 사망사고 박씨의 남편 김모(당시 54세)씨는 2003년 2월 23일 경북 의성군의 한 마을 진입로에서 차에 치여 사망했다. 김씨의 깨진 손목시계가 멈춘 시간은 오전 1시 40분. 마을 주민들이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시간은 오전 8시 50분이었다.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에서 사고를 목격하거나 수상한 차를 본 사람은 없었다.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김씨의 행적과 사고 현장을 살펴봤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이 사고는 영구미제로 남는 듯했다. 뺑소니 사망 사고가 계획된 살인 사건으로 밝혀진 건 김씨가 죽은 지 13년이 지난 2016년이다. 제보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2003년 김씨를 들이받은 차가 1톤 트럭이고, 당시 트럭 운전자가 “농사일을 가르쳐 달라”며 찾아온 이모(당시 43세)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씨는 사고 당시 이씨와 함께 술을 마시고, 이씨의 트럭을 타고 귀가했다. 김씨를 마을 입구에 내려다 준 이씨는 별안간 차의 라이트를 끄고 걸어가던 김씨에게 돌진했다. 이씨의 트럭에 치인 김씨는 뇌손상, 다발성 늑골골절, 폐 손상 등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13년 만에 드러난 진실은 보험금 노린 아내의 청부 살인 이씨의 범행은 혼자만의 계획이 아니었다. 남편의 보험금을 노린 아내 박씨, 박씨의 여동생(당시 39세), 여동생의 지인 최모(당시 44세)씨 등 4명이 얽히고설켜 벌인 살인 사건이었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박씨는 2001년 8월부터 지속적으로 여동생에게 “남편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박씨는 당시 자신을 수익자로 지정한 보험 2개를 남편 몰래 가입해놓은 상태였다. 무속인이었던 여동생은 형부를 죽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렸지만 통할리가 없었다. 결국 여동생은 평소 알고 지내던 최씨에게 “형부를 죽이면 언니가 5000만원을 준다고 했다”며 살인을 청부했다. 최씨는 자신의 친구 이씨에게 “돈을 나눠주겠다”고 제안했고, 벌이가 시원찮았던 이씨도 가담했다. ●보험금 한 푼이라도 더 타내려 일요일 새벽에 범행 김씨를 살인하기로 마음먹은 4명은 교통사고를 가장해 범행을 저지르기로 했다. 범행 이후 나눌 사망보험금을 조금이라도 늘리려고 범행 날짜는 일요일, 범행 시간은 자정부터 새벽 사이로 정했다. 김씨가 가입한 보험의 약관상 휴일·야간에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이 더 많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범행 일주일 전 김씨의 집, 김씨를 살해할 장소인 마을 진입로, 범행 이후 만나기로 한 장소를 답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행동책 역할을 맡은 이씨는 범행 전 “과수원 일을 배우고 싶다”며 김씨에게 접근했다. 일을 배우면서 김씨와 안면을 튼 이씨는 공범들과 계획한 날짜인 2003년 2월 22일에 맞춰 술 약속을 잡았다. 두 사람은 이날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는 시늉만 한 이씨는 술에 취한 김씨를 마을 진입로에 내려주고서 그대로 트럭으로 돌진했다.●완전범죄 꿈꿨지만, 술자리 실언에 발목 잡힌 보험사기 아내 박씨는 남편 사망 이후 보험사 3곳에서 보험금 5억 2000만원을 받았다. 이 가운데 4500만원은 이씨에게, 2억 7500만원은 여동생과 최씨에게 건넸다. 이른바 ‘수고비’를 주고받을 때도 이들은 의심을 사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박씨는 차명계좌를 통해 1년여의 기간동안 50만~100만원씩 수십 차례에 걸쳐 돈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공범 중 한 명이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당시 범행을 일부 이야기하면서 이들의 범죄는 꼬리를 잡혔다. 공범의 이야기를 들은 제보자가 금융감독원에 보험사기로 제보했고, 금감원은 경북경찰청 장기미제사건팀에 이 내용을 전달했다. 이후 경찰의 수사로 김씨가 죽은 지 13년 만에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아내 박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박씨의 여동생은 징역 10년, 최씨와 이씨는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살인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특히 이 사건은 보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범행 날짜와 시간, 방법 등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고, 현장을 미리 둘러보는 등 치밀한 준비를 거쳐 이뤄졌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씨 등은 범행 사실을 부인하며 항소했지만, 원심 판단은 뒤집히지 않았다. 박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징역 15년이 확정됐고, 나머지 3명은 2017년 5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열린세상] 달항아리와 모나리자/최준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열린세상] 달항아리와 모나리자/최준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와! 유럽 같다.” 이런 탄성은 우리가 매우 세련된 장소를 보게 될 때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말이다. 식당이나 카페의 실내나 정원이 잘 정돈돼 있으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왜 한국인들은 좋은 것이 있으면 서양 것 같다고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한국에도 좋은 게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다. 한국인이 이렇게 외국 문물을 동경하는 것은 역사가 길다. 예를 들어 조선조 때 모든 것의 표준은 중국이었다. 그래서 조선의 국토도 중국식으로 해석했다. ‘무이구곡’은 주자의 고향에 있는 아홉 굽이 골짜기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주자를 너무도 존경한 나머지 조선에도 구곡을 만들었다. 괴산에 있는 화양구곡이 그런 곳이고, 무주구천동도 그 개념으로 이름을 정했다. 그런데 아마 조선의 지식인 가운데 중국 푸젠성에 있는 무이구곡을 실제로 갔다 온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 보지도 못했으면서 무작정 중국(주자)을 동경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스페인 어딘가 있다는 순례길을 가는 한국인이 꽤 있다. 나는 그곳을 가 보지 못했지만 서양에 있는 순례길 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국내에도 순례길로 삼을 만한 게 얼마든지 있다. 가령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라 할 수 있는 경허 대사의 족적을 찾는 것도 대단히 훌륭한 순례길이 될 것이다. 또 일생을 관의 추적을 피해 도망만 다녀서 ‘최보따리’라는 별명을 지닌 천도교의 해월 선생이 도망 다녔던 길도 좋은 순례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한국적인 순례길은 별로 인기가 없다. 이처럼 한국인들은 좋은 것은 밖에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소중한 우리 것을 놓칠 때가 있다. 이런 것을 외국인이 지적해 주면 정신이 번쩍 난다. 한 예로 한국인들도 이제는 조선의 달항아리가 얼마나 좋은 그릇인 줄 안다. 그 비균제적(asymmetry)인 모습과 은은한 백색, 그리고 수준 높은 디자인은 많은 한국인을 매료시켰다. 특히 그 좌우가 조금 일그러진 것 같은 모습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좌우대칭의 완벽미를 살짝 허묾으로써 미와 추의 대립 관계마저 넘어선 것이다. 한국인은 거기까지만 알았다. 그러던 차에 세계적인 문명비평가라고 하는 프랑스의 기 소르망이 느닷없이 2015년에 이 그릇을 찬탄하고 나섰다. 그에 따르면 이 그릇은 ‘어떤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미적·기술적 결정체’다. 만일 이런 이야기를 한국인이 하면 또 ‘국뽕’에 취해서 하는 소리라고 폄하했을 게다. 나도 기 소르망의 의견에 동의하는데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즉 자신 보고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정하라고 한다면 달항아리를 심벌로 삼을 것’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설마 달항아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 이미지가 될 수 있을까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이 그릇이 보편적인 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한국인들은 평창올림픽 때 물이나 술을 넣던 이 그릇을 불을 담는 성화대로 활용하는 재밌는 발상을 보였다). 그의 얘기는 더 신랄하다. 한 국가의 문화적 이미지는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한국도 어서 빨리 걸맞은 이미지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조용한 아침의 나라나 다이내믹 코리아 같은 이미지에서 오락가락하지 말라’고 일침을 주었다. 그다음 이야기는 압권이다. 달항아리는 미적 가치 면에서 모나리자에 필적하는데 왜 한국인들은 활용하지 않느냐고 힐문했으니 말이다. 우리의 달항아리가 모나리자에 버금간다니…. 물론 이것은 그의 개인적인 견해겠지만, 그는 어떻든 프랑스의 권위 있는 지식인이니 허언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우리가 못 하고 외국인을 통해 확인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는 사이 2017년 스페인의 유명 브랜드인 로에베의 글로벌 스토어 곳곳에서 달항아리가 전시됐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 회사 관계자가 이 그릇에 반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전시한 것이란다. 한국에는 아직도 한국인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는 유물이 많이 있을 게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해 어차피 외국에 가기 힘드니 한국을 돌면서 이런 것들을 발견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 “젊다고 새 시대?… 산업·민주화 넘는 시대교체 해야”

    “젊다고 새 시대?… 산업·민주화 넘는 시대교체 해야”

    “젊다고 시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뛰어넘는 시대교체를 해야 할 때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에 불어닥친 ‘이준석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20년 만에 다시 정치벤처, 정치변동의 기회가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38살에 국정상황실장을 했던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길이 있듯이,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며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중산층이 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준석 바람’이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폭발한 것으로 민주당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우리도 20년 만에 정치벤처, 정치변동이 올 때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기성정치인들이 ‘이인제 대세론’에 합류하면서 태풍이 바다 대청소를 하는 것처럼 정치권에서 세력교체가 한 번에 일어났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세대교체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정치하는 사람이 바뀌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새로운 경제질서의 토대를 만드는 정치교체가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제가 정치교체의 주체가 되겠다.” -캐스팅보트가 된 2030세대의 표심을 잡을 복안은. “(2030에게) 선물보따리를 주겠다는 정치를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나라를 같이 만들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2030세대들은 ‘돈 준다는 이야기를 그만해라’, ‘나의 미래를 자꾸 나눠주려고 하지 마라’며 굉장한 거부감을 표현한다. 그보다 필요한 것은 일자리와 공정한 사회라는 것이다.” -대담집에서 86세대의 반성문을 얘기했는데, 86세대는 용퇴해야 하나. “영화감독 봉준호를 생각하면 쉽다. 학생운동을 했지만 부단한 자기노력으로 세계적 장르를 열었다. 민주화 세력도 다 도태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여는 새로운 도전과 자기 변신에 성공하면 살아남는 것이고 성공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선에 나오길 바랐다고 했는데. “저는 김 지사와 같이 국가를 경영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청와대에 같이 있었고, 둘 다 가급적이면 글로벌스탠더드를 갖고 일을 하고 이념적 편향성이 적다. 둘 사이에 깊은 신뢰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대권주자로서 처음 주장했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생각하게 된 것은 대한민국의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 대타협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차원이었다. 기업들이 쌓아 놓고 있는 돈을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대타협이 한번 일어나게 해야 한다.” -지난 14일 안희정 전 지사를 면회하려는 계획에 대해 비판이 많이 나왔다.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이 얼마 전 만났을 때 안 지사를 좀 위로해 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교황청 장관에 임명된 후 축하전화를 드리니 각별히 위로를 전해 달라고 하셔서 약속을 잡는 중이다. 그는 나의 친구다.” 황비웅·기민도 기자 stylist@seoul.co.kr
  • 이광재 “20년 만에 정치벤처, 정치변동의 주체가 되겠다”

    이광재 “20년 만에 정치벤처, 정치변동의 주체가 되겠다”

    “김경수 지사와 같이 국가를 경영한다고 생각…깊은 신뢰”안 전 지사 면회 “교황청 장관의 두번 요청…그는 나의 친구”“젊다고 시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뛰어넘는 시대교체를 해야 할 때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에 불어닥친 ‘이준석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20년 만에 다시 정치벤처, 정치변동의 기회가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38살에 국정상황실장을 했던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길이 있듯이,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며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중산층이 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준석 바람’이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폭발한 것으로 민주당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우리도 20년 만에 정치벤처, 정치변동이 올 때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기성정치인들이 ‘이인제 대세론’에 합류하면서 태풍이 바다 대청소를 하는 것처럼 정치권에서 세력교체가 한 번에 일어났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세대교체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정치하는 사람이 바뀌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새로운 경제질서의 토대를 만드는 정치교체가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제가 정치교체의 주체가 되겠다.” -캐스팅보트가 된 2030세대의 표심을 잡을 복안은. “(2030에게) 선물보따리를 주겠다는 정치를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나라를 같이 만들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2030세대들은 ‘돈 준다는 이야기를 그만해라’, ‘나의 미래를 자꾸 나눠주려고 하지 마라’며 굉장한 거부감을 표현한다. 그보다 필요한 것은 일자리와 공정한 사회라는 것이다.” -대담집에서 86세대의 반성문을 얘기했는데, 86세대는 용퇴해야 하나. “영화감독 봉준호를 생각하면 쉽다. 학생운동을 했지만 부단한 자기노력으로 세계적 장르를 열었다. 민주화 세력도 다 도태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여는 새로운 도전과 자기 변신에 성공하면 살아남는 것이고 성공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선에 나오길 바랐다고 했는데. “저는 김 지사와 같이 국가를 경영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청와대에 같이 있었고, 둘 다 가급적이면 글로벌스탠더드를 갖고 일을 하고 이념적 편향성이 적다. 둘 사이에 깊은 신뢰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대권주자로서 처음 주장했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생각하게 된 것은 대한민국의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 대타협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차원이었다. 기업들이 쌓아 놓고 있는 돈을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대타협이 한번 일어나게 해야 한다.” -지난 14일 안희정 전 지사를 면회하려는 계획에 대해 비판이 많이 나왔다.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이 얼마 전 만났을 때 안 지사를 좀 위로해 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교황청 장관에 임명된 후 축하전화를 드리니 각별히 위로를 전해 달라고 하셔서 약속을 잡는 중이다. 그는 나의 친구다.” 황비웅·기민도 기자 stylist@seoul.co.kr
  •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나의 상추 공급자/소설가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나의 상추 공급자/소설가

    두 개의 아파트 단지를 가르는 이차선도로 갓길에는 ‘찰옥수수 6개에 오천원, 카드 환영’이라는 종이 푯말을 붙인 트럭이 서 있다. 지난겨울과 봄에 내걸린 종이에는 땅콩과 말린 대추 계피 따위를 판다고 적혀 있었다. 똑같은 하얀색 1톤 트럭이고 글씨체도 비슷한 것 같다. 계절이 바뀌어 상품이 바뀐 것인가 생각하며 횡단보도를 건넌다. 도로를 건너면 아파트 상가를 양쪽에 낀 사각형 공간이 나타난다. 넓기는 넓은데 또 그렇게 넓지는 않고, 분명 사람이 오고 가는 길인데도 그냥 서성이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 광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각형의 오른쪽 귀퉁이에 전기 카트를 세워 놓고 유산균 음료를 팔던 중년 여성이 전동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초로의 남성에게 묻는다. “아저씨, 어디 가요?” “나? 아무 데도 안 가는데?” 상가 화단을 등지고 놓인 벤치에 앉아 있던 할머니들이 두 사람을 멀뚱히 바라본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는 순간부터 내 눈은 길 건너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그녀를 찾고 있었다. 생뚱맞게 빨간 장미 넝쿨이 우거져 있는 울타리 근처 아니면 상가 화단 바로 옆 중국단풍 나무 아래에서 보따리를 펼쳐 놓은 채 푸성귀가 담긴 바구니들을 늘어 놓고있을 그녀를. 작년 이맘때 처음 그녀를 보았다. 흔히 말하는 연예인급 미모인 젊은 여성이 길가에 상추, 열무, 아욱 같은 채소들을 펼쳐 놓고 앉아 있었다. 예쁜 사람은 채소 장사를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이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온갖 고정관념에 물든 사람이라 ‘저런 미인이 왜?’라는 생각을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살 생각도 없으면서 괜히 그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열무 한 단 가격을 물어보았다. “이거, 삼천원.” 그 순간 그녀의 짙은 눈썹과 커다란 눈망울이 매우 ‘이국적인’ 외모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 근처에 있는 대형 식자재 할인 매장에 들러 열무 한 단 가격을 확인해 보았다. 가격은 똑같았으나 싱싱함에서는 그녀의 열무를 따라갈 수 없었다. 겨우내 보이지 않던 그녀가 얼마 전 다시 나타났다. 밭에서 정신없이 푸성귀를 뜯기 시작할 즈음이다. 이제 사흘에 한 번쯤 그녀에게 상추를 살 수 있다. 아무래도 마트에서 파는 채소보다는 밭에서 직접 딴 채소가 훨씬 싱싱하다. 시골에서 농사를 접고 도시로 올라온 뒤 마트에 진열된 대파나 상추 같은 것을 보면 한숨이 나왔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풀기가 싹 가신 모습이 도무지 입맛을 돌게 하지 않는다. “이거 직접 농사지은 거예요?” 상추를 비닐봉지에 담아 주는 그녀에게 내가 짐짓 물어본다. “네. 농사예요.” “어디에서요?” “법곶. 저기, 대화동.” 쑥갓도 한 봉지 달라고 말하면서 잠시 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볼까. 엉거주춤 그녀가 내미는 쑥갓 봉지를 받으며 막 입을 떼려는 찰나 어디선가 할머니 한 분이 나타나 외쳤다. “애기 엄마! 저기 갔다 올 동안 이것 좀 맡아줘.” 무엇인가가 잔뜩 들어 있는 할머니의 카트가 그녀의 짐보따리 옆에 세워진다.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아, 그렇구나. 그냥 애기 엄마면 되는 거구나. 머릿속에서 분주하게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은 아닌 것 같고?’ 하던 내가 부끄럽다. 고유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애기 엄마나 아줌마로 부르는 게 무례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그게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거다. 지나다니며 이따금 상추 한 봉지 사면서 그녀에게 지나친 관심을 쏟은 것이 오히려 무례했을지도 모른다. 집에 와서 상추를 씻다 보니 푸른 것들 사이에 빨간 장미꽃잎이 한 장 섞여 있다.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거짓말처럼 예쁘다. 흥, 예쁜 것만 기억하는 치사한 세상.
  • [단독] 광주사고 감리자, 공사현장 한 번도 안 갔다

    [단독] 광주사고 감리자, 공사현장 한 번도 안 갔다

    언론에 처음 입 연 감리업체 대표 인터뷰사고 당일 핵심 단서 ‘감리일지’ 작성 안해“철거업체, 공사일정 공유 안 해줘 몰랐다”광주 붕괴사고가 일어난 철거현장의 감리를 맡았던 감리회사 대표 A씨가 사고 건물의 철거계획서가 통과된 후 사고가 날 때까지 보름간 한 번도 현장에 나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건물 붕괴의 원인을 밝힐 핵심 단서로 지목된 ‘감리일지’를 사고 당일 작성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사고 직후 잠적했다고 알려진 A씨가 언론에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1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고 당일 현장에 가지 않았다”면서 “철거공사가 언제 시작되는지 알지 못했다. 사고 당일에도 공사가 진행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청이 철거(해체)계획을 허가해 준 지난달 25일부터 붕괴사고가 일어난 9일까지 철거업체로부터 공사 일정을 공유받지 못했기 때문에 현장에 나갈 수 없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철거계획서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 현장을 관리·감독하고 안전점검까지 해야 하는 감리가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자체 보고할 감리일지 작성 안 한 듯 A씨는 사고 당일 감리일지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리일지는 감리업체가 공사 과정에서 감리업무를 진행하고 지적할 사항 등을 포함해 매일 기록하는 문서로 관할 지자체에 보고·제출해야 한다. 철거 공사가 규정대로 진행됐는지 확인하고 붕괴 원인을 밝혀줄 중요 단서이지만 A씨는 이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공사 일정을 몰랐다는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고 당일뿐만 아니라 공사 전반에 관한 감리일지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사고 다음날 감리사무소 등 5곳을 압수수색해 감리일지를 확보하려 했지만 사고 당일 감리일지를 포함해 공사 전반에 관한 감리일지 문건을 확보하지 못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A씨는 지난 11일 경찰 조사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에 챙겨나온 물품…“자료 은폐 아니다”이 때문에 A씨가 감리일지를 포함해 관련 자료를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가 지난 10일 새벽 자신의 사무실에 들러 자료로 추정되는 물품을 챙겨 빠져나가는 장면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사고 이전 CCTV를 보면 내가 들고 다니는 보따리는 항상 똑같다”며 “빼돌린 것이 아니라 다른 일과 관계된 자료 등 평소에도 갖고 다니는 물품들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철거업체가 계획서를 어기고 마구잡이식 철거를 한 것도 사실이라고 A씨는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철거계획서대로 공사를 하지 않았다”면서 “철거 건물 뒷편에 3층 높이의 잔재물을 쌓고 기계가 그 위에 올라가 5층과 4층을 차례대로 철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5층과 4층을 우선적으로 걷어내야 하는데 전면 부분만 먼저 철거했다. 사고가 난 도로 반대쪽 부분의 건물을 토막내듯이 자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주 감리, 현장 의무관리 규정 없어” A씨는 다단계 불법하도급 정황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뉴스를 보고 재하청 정황을 알았다. 저는 현장에 계속 상주하지 않는 비상주 감리로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만 계획서대로 됐는지 감리할 뿐 내부 안전·품질·공정 등은 현장소장이 총괄한다”고 책임을 돌렸다. 이어 “비상주 감리가 몇 회 감리를 나가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감리가 현장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철거하는 사람들이 감리를 무시하고, 제대로 된 상의는커녕 한 번도 부른적이 없다는 것이다. A씨는 “공사를 시작할 때마다 공문을 보내 달라고 수 차례 말했음에도 내게 보낸 적이 없다”면서 “현장에서는 감리자를 무시한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보따리]“내 사고 차량 ‘몸값’이 60만원이라고요?”

    [보따리]“내 사고 차량 ‘몸값’이 60만원이라고요?”

    5회 : 차량 수리비 ‘뻥튀기’ 이면엔… 견인차-공업사 ‘통값’의 검은 공생 우리가 낸 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사건을 조작하거나 사고를 과장해 타내려 하는 일이 흔합니다. 때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의 목숨까지 해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지죠. 한편으로는 약관이나 구조가 너무 복잡해 보험료만 잔뜩 내고는 정작 필요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든든과 만만, 그리고 막막의 사이를 오가는 ‘보험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을 보따리가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A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부천의 한 정비업체는 인근에서 ‘잘나가는’ 공업사로 유명했습니다. A씨의 숨겨진 사업 비법은 ‘통값‘이었지요. 통값이란 사고 차량을 견인해오는 대가로 정비업체가 견인차 기사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뒷돈을 말합니다. A씨는 사고 차량을 끌고 온 견인기사에게 1대당 약 60만원의 통값을 지급했습니다. 여기에 8대를 견인해오면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통 큰’ 인센티브도 내걸었지요. 차량 8대를 끌어다준 견인기사는 1대당 모두 72만 5000원의 통값을 받은 셈입니다. 사고차량 견인 1대당 ‘통값’ 60만원 제공해 A씨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차량을 집중적으로 끌어오는 견인기사들을 자신의 공업사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등록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통값이 아닌 직원 임금인 것처럼 위장한 것이지요. 한술 더떠서 교통사고 정보를 다른 업체보다 발빠르게 수집하기 위해 택시기사들을 대상으로 제보 콜센터까지 운영했습니다. 사고 현장을 먼저 알려준 택시기사에게는 1건당 포상금 7만원을 지급하는 형태였습니다. 2019년 경찰에 덜미가 잡힐 때까지 약 3년에 걸쳐 A씨가 이렇게 은밀하게 뿌린 뒷돈은 파악된 액수만 14억 4000만원을 웃돕니다. 이렇게 지급한 통값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A씨는 차량 수리비를 부풀렸습니다. 예컨대 사고차량의 멀쩡한 부분까지 사고로 인해 하자가 발생, 이번에 수리한 것처럼 판금작업 부위를 허위로 기재하는 등의 수법을 썼지요. A씨의 교묘한 범행은 사이가 틀어진 동업자가 보험사에 제보하면서 드러났습니다. A씨로부터 상습적으로 통값을 받아온 견인기사만 40여명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A씨를 비롯해 견인기사, 정비업체 관계자 등 48명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자동차관리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검찰은 A씨 등에 징역 3년을 구형한 상태입니다. 14억 뒷돈... 판금작업 위조 등 수리비 부풀려 충당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어디선가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견인차입니다. 한꺼번에 여러 대가 몰려들어 사고현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사고 차량을 정비업체로 끌고가는 숫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데다, 업계가 포화상태라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는 겁니다. 경쟁이 치열한 것은 정비업체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견인차가 사고 차량을 어느 정비업체로 끌고가느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까닭입니다. 이같은 ‘견인 생태계’를 파고드는 어두운 거래가 바로 통값이지요. 통값은 법으로 엄연히 금지돼있습니다. 자동차관리법 제 57조 1항에 따르면 “자동차 관리 사업자는 해당 사업과 관련한 부정한 금품의 수수 또는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무분별한 장거리견인·묻지마 수리비 금지해야” 그럼에도 이미 업계에서는 통값이 어두운 관행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입니다. 경기 하남시에서 20년째 정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아예 국산차와 외제차는 통값의 가격부터 다르게 책정된다”면서 “통값을 내지 않으면 견인차가 사고 차량을 입고시켜주지 않는데, 사고 차량을 받지 않으려면 자발적으로 정비를 맡기는 개인 고객에게만 의지해야해 정비업체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털어놨습니다. B씨는 “특히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업황도 나빠지고 차량 사고 자체도 줄어들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제는 통값이 오롯이 자동차 수리비에 포함돼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견인기사들이 통값을 많이 쳐주는 정비업체로 차량을 견인하다보니 사고 현장이나 운전자의 생활권에서 동떨어진 정비업체로 장거리 견인이 이뤄지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보험료 누수의 주범인 통값을 적발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긴 하지만 근절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장거리 견인이 상습적으로 이뤄지거나 사고 수리비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정비업체를 관리감독하는 정도지요. 하지만 A씨의 사례와 같이 통값 문화도 점차 조직화, 지능화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사고현장을 기준으로 일정 반경 이내의 공업사로 견인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차량 수리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中 ‘면세굴기’에 돈 냄새 맡은 명품의 변심

    中 ‘면세굴기’에 돈 냄새 맡은 명품의 변심

    중국면세품그룹 작년 매출 첫 세계 1위韓 면세점 7곳 철수 검토하는 루이비통내년까지 홍콩 등 中공항 6곳 입점할 듯 中 하이난 내국인 면세 특구 지정·육성1인당 한도 3배 늘리고 횟수 제한 폐지파격 지원에 올 하루 평균 매출 312억원“한국 면세 한도 확대·온라인 구매 필요”에르메스·샤넬과 함께 세계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프랑스 ‘루이비통’이 지난 3일 돌연 국내 시내면세점 철수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면세점이 ‘다이궁’(代工)이라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에 점령당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루이비통이 한국 면세시장을 떠나 중국 면세시장 진출을 검토한다는 풍문이 뒤따르면서 루이비통의 진의가 의심받기 시작했다. 최근 코로나19로 무너진 한국 면세시장 대신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꿰차며 새롭게 돈 냄새를 풍기는 중국 면세시장에 둥지를 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한국 면세시장이 중국에 역전당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끊기면서 롯데·신라 등 국내 면세 기업의 매출은 급감한 반면 중국은 정부가 나서 면세한도를 파격적으로 늘리고 내수 여행을 장려하면서 급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영국 유통·면세 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 중국면세품그룹(CDFG)은 지난해 66억 300만 유로(약 9조원)의 매출을 올려 중국이 처음으로 세계 면세점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전년 대비 9.3% 성장하며 4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롯데면세점 매출은 37.1% 하락한 48억 2000만 유로(약 6조 5000억원), 신라면세점은 39.1% 하락한 42억 9000만 유로(약 5조 8000억원)를 기록했다. 나란히 2, 3위를 유지했지만 성장률에서 중국 CDFG와 정반대 양상을 보이며 역전당한 것이다. 수년간 세계 면세점 시장 1위를 지키며 롯데·신라와 함께 ‘빅3’로 꼽혔던 스위스 듀프리그룹은 전년 대비 무려 70.9% 증발한 23억 7000만 유로(약 3조 2000억원)를 기록하며 4위로 미끄러졌다.CDFG의 급성장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한 지난해 4월 하이난섬에 방문한 내국인이 중국 본토로 복귀하고 나서도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7월에는 연간 1인당 쇼핑 면세 한도를 3만 위안(약 523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738만원)으로 크게 늘렸다. 쇼핑 횟수 제한도 없애고 택배 배송까지 허가했다. 외화가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1년 하이난을 내국인 면세 특구로 지정하고 육성해 온 중국 정부가 자국 면세 시장을 키우려고 파격적인 지원책을 펼친 것이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하이난 지역 내국인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327억 위안(약 5조 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급증했다. 올해 1∼2월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9% 증가한 84억 9000만 위안(약 1조 4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하이난 지역의 면세 관련 하루 평균 매출액은 2800만 달러(약 312억원)에 달한다. 이날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 4월 국내 면세점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월 최대액인 1조 5574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보따리상 유치 할인 혜택과 수수료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매출이 늘어도 순이익은 크게 늘지 않아 ‘속 빈 강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매출의 95%가 외국인 소비인데, 결국 중국 보따리상 구매액이 늘어난 결과다. 다른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모두 철수하고 중국 공략을 본격화한 뒤 루이비통 면세 매출이 신장한다면 다른 명품 업체들도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면세 시장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루이비통은 국내 시내면세점 철수 명분으로 공항면세점 집중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2022년까지 베이징, 상하이, 청두, 선전, 광저우, 홍콩 등 공항면세점 6곳을 오픈하는데 국내 시내면세점 7곳에서 철수하는 루이비통 물량이 결국 모두 중국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이런 배경에서 국내 면세 업계를 살리기 위한 제도 개선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공항 임대료 감면과 재고 면세품 내수판매 허용, 무착륙 관광 비행, 특허수수료 감면 등 면세업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매출 절벽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중국을 따라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면세 한도가 여전히 600달러(약 67만원)에 멈춰 있고, 면세품을 공항 인도장에서만 받게 돼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정재완(전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 대문관세법인 고문은 “미입국 외국인이 한국으로 입국하지 않아도 면세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배송받는 온라인 역직구는 면세점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우리나라 면세 업계의 경쟁력을 살리는 데 매우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명희진·오경진 기자 mhj46@seoul.co.kr
  • 한국 면세점 매출 중국에 역전당했다

    한국 면세점 매출 중국에 역전당했다

    에르메스·샤넬과 함께 세계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프랑스 ‘루이비통’이 지난 3일 돌연 국내 시내면세점 철수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면세점이 ‘다이궁’(代工)이라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에 점령당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루이비통이 한국 면세시장을 떠나 중국 면세시장 진출을 검토한다는 풍문이 뒤따르면서 루이비통의 진의가 의심받기 시작했다. 최근 코로나19로 무너진 한국 면세시장 대신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꿰차며 새롭게 돈 냄새를 풍기는 중국 면세시장에 둥지를 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한국 면세시장이 중국에 역전당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끊기면서 롯데·신라 등 국내 면세 기업의 매출은 급감한 반면 중국은 정부가 나서 면세한도를 파격적으로 늘리고 내수 여행을 장려하면서 급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면세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8일 영국 유통·면세 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 중국면세품그룹(CDFG)은 지난해 66억 300만 유로(약 9조원)의 매출을 올려 중국이 처음으로 세계 면세점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전년 대비 9.3% 성장하며 4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롯데면세점 매출은 37.1% 하락한 48억 2000만 유로(약 6조 5000억원), 신라면세점은 39.1% 하락한 42억 9000만 유로(약 5조 8000억원)를 기록했다. 나란히 2, 3위를 유지했지만 성장률에서 중국 CDFG와 정반대 양상을 보이며 역전당한 것이다. 수년간 세계 면세점 시장 1위를 지키며 롯데·신라와 함께 ‘빅3’로 꼽혔던 스위스 듀프리그룹은 전년 대비 무려 70.9% 증발한 23억 7000만 유로(약 3조 2000억원)를 기록하며 4위로 미끄러졌다. CDFG의 급성장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한 지난해 4월 하이난섬에 방문한 내국인이 중국 본토로 복귀하고 나서도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7월에는 연간 1인당 쇼핑 면세 한도를 3만 위안(약 523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738만원)으로 크게 늘렸다. 쇼핑 횟수 제한도 없애고 택배 배송까지 허가했다. 외화가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1년 하이난을 내국인 면세 특구로 지정하고 육성해 온 중국 정부가 자국 면세 시장을 키우려고 파격적인 지원책을 펼친 것이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하이난 지역 내국인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327억 위안(약 5조 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급증했다. 올해 1∼2월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9% 증가한 84억 9000만 위안(약 1조 4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하이난 지역의 면세 관련 하루 평균 매출액은 2800만 달러(약 312억원)에 달한다. 이날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 4월 국내 면세점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월 최대액인 1조 5574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보따리상 유치 할인 혜택과 수수료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매출이 늘어도 순이익은 크게 늘지 않아 ‘속 빈 강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매출의 95%가 외국인 소비인데, 결국 중국 보따리상 구매액이 늘어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 업체로선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보따리상 매출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지만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해 장기적으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이비통이 국내 시내면세점 철수 배경으로 거론한 대목이기도 하다. 다른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모두 철수하고 중국 공략을 본격화한 뒤 루이비통 면세 매출이 신장한다면 다른 명품 업체들도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면세 시장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루이비통은 국내 시내면세점 철수 명분으로 공항면세점 집중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2022년까지 베이징, 상하이, 청두, 선전, 광저우, 홍콩 등 공항면세점 6곳을 오픈하는데 국내 시내면세점 7곳에서 철수하는 루이비통 물량이 결국 모두 중국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이런 배경에서 국내 면세 업계를 살리기 위한 제도 개선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공항 임대료 감면과 재고 면세품 내수판매 허용, 무착륙 관광 비행, 특허수수료 감면 등 면세업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매출 절벽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중국을 따라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면세 한도가 여전히 600달러(약 67만원)에 멈춰 있고, 면세품을 공항 인도장에서만 받게 돼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정재완(전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 대문관세법인 고문은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겪던 시절에나 필요했던 내국인 구매 면세 한도는 이제 불필요하다”면서 “미입국 외국인이 한국으로 입국하지 않아도 면세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배송받는 온라인 역직구는 면세점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우리나라 면세 업계의 경쟁력을 살리는 데 매우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명희진·오경진 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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