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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율 데드크로스, 위기의 당정...尹 “지지율 의미없다”

    지지율 데드크로스, 위기의 당정...尹 “지지율 의미없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것으로 4일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4명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긍정 평가는 44.4%, 부정 평가는 50.2%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긍정 평가는 2.2% 포인트 줄었고, 부정 평가는 2.5% 포인트 늘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데드크로스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특히 대구·경북(TK), 70대 이상 등 보수 지지층의 하락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1.3% 포인트 하락한 43.5%, 더불어민주당이 0.8% 포인트 상승한 40.3%를 기록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데드크로스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선거 때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서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니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지지율 면에서 당정 모두 위기에 봉착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대형 이벤트 직후 대통령 지지율이 호전되는 ‘컨벤션 효과’마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미일 안보협력 복원과 세일즈 외교라는 순방 보따리를 풀어냈음에도 지지율 하락세를 멈추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이를 신경 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날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한 것도 인사 문제가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당도 민생을 챙기는 모습보다는 지방선거 압승 후 곧바로 당내 권력 투쟁에 매몰되면서 민심과 괴리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가 오는 7일 성상납 의혹 관련 윤리위원회 징계 심사를 앞두고 있는 등 국민의힘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민영·이혜리 기자
  • 전쟁 후 평화 바라는 심정 묘사… 자유당 무너뜨린 ‘노가바’ 유행… 시대의 아픔 함께하고 치유도 [이호섭의 트로트 숨결]

    전쟁 후 평화 바라는 심정 묘사… 자유당 무너뜨린 ‘노가바’ 유행… 시대의 아픔 함께하고 치유도 [이호섭의 트로트 숨결]

    전쟁과 정치인 혐오 은유적 가사민중의 심리 자극한 ‘신 귀거래사’이승만 독재로 ‘물방아~’ 더 인기작가 의도와는 상관없이 재해석 ‘유정천리’ 개사곡 급속도로 유포폭정에 대한 국민 저항·분노 표현“국민 힘 있으면 가짜 정치인 없어”‘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 정든 땅 언덕 위에 초가집 짓고/ 낮이면 밭에 나가 길쌈을 매고/ 밤이면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 새들이 우는 속을 알아보련다’ 가수 박재홍이 불러 지금까지도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손로원 작사, 이재호 작곡의 ‘물방아 도는 내력’은 부산에서 설립된 도미도레코드에서 1953년 발표한 노래다. 이 노래가 발표된 1953년은 6·25전쟁으로 삼천리 금수강산이 잿더미로 변해 버린 때로 너 나 할 것 없이 먹을 것, 입을 것, 잘 곳 없는 3무(無) 시대였다. 오랜 전쟁으로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 하루라도 어서 이 지긋지긋한 전쟁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시절을 되찾고 싶은 심정이 하늘에 닿던 때이기도 하다.‘물방아 도는 내력’의 1절에서는 ‘벼슬과 명예’, 2절에서는 ‘서울’, 3절에서는 ‘사랑과 황금’이 싫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으로 태어나 벼슬과 황금을 싫어할 자가 어디 있겠는가. 손끝에 흙 묻히는 시골보다 고대광실 휘황찬란한 서울에서의 삶을 그 누가 싫어하겠는가. 그렇다면 이 노래에서 말하는 ‘벼슬, 명예, 사랑, 황금, 서울’은 무고한 사람들을 전쟁이나 정쟁(政爭)에 희생시키는 특정인과 집단의 이념, 정치적 야욕에 대한 부정적인 은유법이자 일그러진 공간을 뜻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어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김일성과 공산당의 만행이 바로 그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1952년 7월 국회를 통과한 발췌개헌안 사건으로 불리는 ‘부산정치파동’처럼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소속 정당의 이익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의 작태도 이러한 부정적인 은유에 해당한다. 당시의 정치·사회적 분위기와 반드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침 이때 ‘물방아 도는 내력’이 발표되자 전쟁과 정쟁에 지치고 실망한 사람들은 저마다 초야로 돌아가 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샘솟았던 것이다. 즉 이 노래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과 그 속에서 아귀다툼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혐오로부터 평화로운 마음의 쉼터로 가고 싶었던 당시 민중의 심리를 자극한 ‘신 귀거래사(歸去來辭)’로 받아들여졌던 셈이다. 6·25전쟁 중에 발표된 황금심의 ‘삼다도 소식’ 등도 이와 같이 어서 전쟁 상황을 벗어나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고대하는 마음을 담은 곡이다. 6·25전쟁이 휴전으로 일단락되고 정부가 서울로 환도하자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3선 제한 철폐를 핵심으로 하는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으로 정국은 또 한 번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자유당의 독재에 민심의 이반이 이뤄지며 ‘물방아 도는 내력’의 인기는 더욱 높아져 갔다. 작사가 손로원과 작곡가 이재호가 정치적 비판의식을 갖고 이 노래를 창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1970년대 학생운동에서 ‘아침 이슬’이 작곡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운동권 가요로 가장 많이 불렸듯이 자유당의 독재 기간에 ‘물방아 도는 내력’이 많이 불렸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대중은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대중가요를 시류나 사건과 결부시켜 스스로 재해석해 부르곤 한다. 수용자의 이 같은 행위를 문학에서는 ‘재맥락화’(再脈絡化)라고 부르며,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중에 의해 의미 내용이 결정된다는 뜻에서 ‘의도의 오류’라고 말한다. ‘물방아 도는 내력’ 1절 가사 중 ‘길쌈을 매고’는 박재홍의 발음으로는 분명한 ‘길쌈’이지만 문맥으로 보면 ‘김을 맨다’는 뜻의 ‘기심을 매고’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1956년 손로원 작사, 박춘석 작곡, 손인호 노래로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발매된 ‘비 나리는 호남선’도 하나의 정치적 사건과의 관계 속에서 유명해진 노래로 기록된다. ‘목이 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옳으냐/ 돌아서서 피눈물을 흘려야 옳으냐/ 사랑이란 이런가요 비 내리는 호남선에/ 헤어지던 그 인사가 야속도 하더란다’ 1956년에 치러진 제3대 대통령 유세 도중 야당 후보였던 해공 신익희가 호남선 열차에서 갑자기 별세하자 ‘비 나리는 호남선’은 새로운 정치 개혁을 열망하던 민중들에 의해 순식간에 크게 유행하게 된다. 이 역시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대중이 이 노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재맥락화했기 때문이다.1959년 반야월 작사, 김부해 작곡, 박재홍 노래로 신세기레코드에서 발매한 ‘유정천리’는 원래 영화 주제가였지만 이 노래 역시 당시의 정치·사회적 영향으로 재맥락화된 가요다.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 아들 손을 잡고/ 감자 심고 수수 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 못 살아도 나는 좋아 외로워도 나는 좋아/ 눈물 어린 보따리에 황혼빛이 젖어드네’ ‘유정천리’가 발표된 이듬해인 1960년 3월 15일 제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였던 조병옥은 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가 1960년 2월 15일 워싱턴 소재의 한 병원에서 돌연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로써 선거를 통해 이승만 독재를 종식시키려 했던 대중들은 절망했고, 그 같은 마음을 담아 ‘유정천리’를 개사해 부르면서 개사곡은 전국적으로 급속도로 유포되기 시작했다. ‘가련다 떠나련다 해공 선생 뒤를 따라/ 장면 박사 홀로 두고 조 박사는 떠나간다/ 천리만리 타국 땅에 객사 죽음 웬 말이냐/ 자유당에 꽃이 피네 민주당에 비가 오네’ 이른바 ‘노가바’,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의 전형이 탄생한 것이다. 개사한 ‘유정천리’의 대대적인 유행이 말해 주듯이 민심은 자유당으로부터 돌아서게 되고, 이에 위기를 느낀 자유당은 3·15 부정 선거를 획책했다. 분노한 대중은 결국 4·19 혁명을 일으킴으로써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야를 선언했고 자유당 정권은 마침내 무너졌다. ‘유정천리’의 개사곡이 인기를 얻고 정권 교체까지 이루게 되자 신세기레코드는 이를 박재홍의 노래로 정식 음반으로 제작했지만 ‘유정천리’만 한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 이유를 대중음악평론가 이준희는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혁명 분위기에 편승한 상업 기획이라는 점이 오히려 거부감을 유발했던 것”으로 분석했다.폭정이 국민을 억압할 때 국민들은 그에 걸맞은 노래나 개사를 통해 저항하거나 분노를 공유한다. 위정자는 대한민국의 영토와 국체(國體) 및 정체(政體), 그리고 국민의 생명, 재산, 권리를 지키는 데 복무해야 한다. 비록 고대 그리스 철학자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고 말했지만 정의란 마땅한 것은 행하고, 부당한 것은 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권력자는 저마다 “이것이 정의다”라고 외친다. 그러나 진정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정의다. “검수완박이 정의다”, “경찰국 설치가 정의다”, “대장동 수사가 정의다”, “검찰공화국 저지가 정의다” 등의 구호들이 과연 국민 개개인을 얼마나 위하고 편하게, 여유롭게 할 것인가. 이 구호들이 진정 국민의 이익에 해당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치인 자신들의 이익에 해당하는 것인가. 1950년대나 지금이나 정치인들 스스로는 자기의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오히려 엉뚱하게도 비정치계 쪽에서 그들의 일그러진 초상을 잘 비춰 주고 있다. KBS ‘2020년 대한민국 어게인’에서 가수 나훈아가 던진 정문일침(頂門一鍼)이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僞政者)는 생길 수 없습니다.” 작곡가·문학박사
  •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낭산, 도리천 가는 길을 찾다/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낭산, 도리천 가는 길을 찾다/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서울은 비가 살짝 내리고 있었지만, 국립경주박물관의 정원은 쾌적하고 모든 것이 선명했다. 석가탑과 다보탑이 양쪽에서 지키고 있는 경주박물관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날은 특별전 ‘낭산, 도리천 가는 길’ 개막식을 하는 날이었다. 경주 남산은 모두 잘 알고 있지만, ‘낭산’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다. 월성 동남쪽에 위치한 경주 낭산은 신라인들에게는 마음을 달래 주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장소였다. 낭산은 7세기 선덕여왕이 묻히면서 불교적 세계관인 수미산으로 인식됐고, 사천왕사와 황복사ㆍ망덕사 등이 조성되면서 신라인들에게 중요한 진산이 됐다. 낭산에서 나당전쟁 같은 국가적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빌기도 하고, 부왕의 명복을 빌기도 했으며, 누구는 집안의 행복을 빌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던 낭산의 문화유산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전시다. 토착 신들의 진원지이기도 했던 낭산이 국가의 제사와 불교 의례의 공간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제작됐던 여러 출토 유물을 볼 수 있다. 경주박물관과 경주문화재연구소, 성림문화재연구원이 공동 개최했다. 전시장에는 389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그동안 여기저기 나뉘어 전시됐던 황복사지 출토 유물의 일괄 전시로 눈여겨볼 만하다. 이제는 파편으로만 남은 발가락, 소조불 좌상 등을 보며 원래 조성됐던 유물의 크기와 위엄을 짐작해 보는 것도 좋았다. 전시장에서 나와 우측으로 돌아가면 낭산이 보인다. 경주박물관에서 걸어서 15분에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일제강점기에 낭산을 가로지르듯 철길을 놓았다고 하는데, 얼마 전에 그 철길도 걷혀 이제 제 모습을 찾았다. 낭산의 유물은 특별전시실 외에도 여러 곳에 있다. 정원에는 관음보살이 전시돼 있다. 상설전시관에선 문무왕릉비의 상단부와 복원된 사천황사 터에서 출토된 녹유 신장상 벽전과 기와 등도 볼 수 있다. 아침 8시에 기차를 타고 서울을 출발해 오전에 언론 공개회, 오후 개막식에 참석한 뒤 저녁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피곤했지만 코로나 이후 첫 번째인 국립박물관특별전 개막식은 즐겁고 뜻깊은 자리였다. 경주관장은 이제 평생을 바친 박물관을 뒤로하고 떠난다. 많은 외빈과 관우들이 참석해 전시 개막을 떠들썩하게 축하하고 박수를 보낸 이유이기도 했다.
  • 말랑말랑 찰흙 같지만 ‘돌’… 생명력 넘친 반전의 트릭

    말랑말랑 찰흙 같지만 ‘돌’… 생명력 넘친 반전의 트릭

    석재 홈 자국 따라 노끈 묶어무생물, 유기체로 바뀌는 느낌캔버스에 머리카락 붙이기도실험미술 원로 이승택 작가의 작품은 꼭 손으로 만져서 확인해 봐야 할 것만 같다. 딱딱한 돌을 파고들듯 노끈으로 묶은 작품은 이 재료가 정말 돌이 맞는지 의심하게 하고, 캔버스에서 돋아난 것 같은 털은 그 정체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언)바운드’ 전시에선 구순의 나이에도 끊임없이 미술의 영역과 상상력의 범주를 확장해 나가는 이 작가의 실험 세계가 펼쳐진다. 함경남도 고원 출신의 실향민인 그는 홍익대 조각과를 졸업했는데, 1950년대 후반부터 서구의 근대 조각 개념에서 벗어난 ‘비조각’ 세계를 선보였다. 포스트모더니즘 개념이 국내에 전해지기도 전이다.조각은 나무나 브론즈로 하는 게 당연할 때 그는 옹기와 노끈, 비닐, 한지, 각목 등 일상적이고 토속적인 재료로 눈을 돌렸다. 그 출발점은 ‘고드랫돌’이다. 발이나 돗자리를 엮을 때 쓰던 돌인데, 대학 시절 우연히 덕수궁 미술관에서 고드랫돌을 접하고서 현재의 묶음 시리즈를 떠올렸다. 돌멩이를 쪼아 홈을 내고 그 자국을 따라 노끈을 묶으면 딱딱한 돌이 마치 찰흙처럼 말랑해 보이는 반전 효과를 준다. 노끈으로 묶인 돌, 도자기, 캔버스 등의 물체는 익숙한 물성을 잃고 무생물이 유기체로 바뀌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2020년 8월 세계적 전시 기획자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만나 “묶는다는 물리적인 힘의 자국을 남기는 일은 반전의 트릭을 즐겨 쓰는 내게 유용한 전략”이라며 “이 행위는 재료의 물성에 대한 착시를 일으키며 생명력에 대한 환영을 불러온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자신의 머리카락 등을 이용한 회화 연작에선 늘 시대를 예민하게 관찰하고 미술로 표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작가 특유의 면모가 드러난다. 언뜻 캔버스에 검은 잉크로 그린 것 같은 작품은 가까이서 보면 한 올 한 올 살아 있다. 1970년대 머리카락은 한국의 주요 수출품으로 귀하게 여겨졌는데, 1980년대 초 어느 날 작가는 “머리카락 파세요!”에서 “머리카락 사세요!”를 외치는 행상을 보게 된다. 머리카락 한 보따리를 사다가 직접 양잿물에 빨고, 말리고, 캔버스에 겹겹이 붙인 작품은 곧 시대 변화가 고스란히 담긴 기록이 됐다. 사물과 예술이란 무엇인가, 작가는 끊임없이 되물으며 낯설고 신비한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오는 7월 3일까지.
  • 3쿠션 레전드 이상천 외동딸 LPBA 투어 데뷔승 신고

    3쿠션 레전드 이상천 외동딸 LPBA 투어 데뷔승 신고

    ‘3쿠션의 전설’ 고 이상천의 외동딸 올리비아 리가 여자프로당구(LPBA) 데뷔승을 신고했다.올리비아는 20일 ]경북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LPBA 투어 2022~23시즌 개막전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LPBA 128강 26조 경기에서 1위로 64강에 진출했다. 박수아, 이향주, 김혜진(B)과 서바이벌 방식으로 경기를 펼친 올리비아는 첫 이닝 2득점에 이어 5이닝에서 9득점을 쓸어담아 1위로 올라섰고 이후 8이닝 5득점, 12이닝에서 9득점을 추가해 1위를 유지했다. 후반전에서도 올리비아는 16이닝에서 9득점을 보태 84점으로 2위 박수아(44점)를 멀찌감치 떨어뜨렸고 최종 75점을 기록 64강 진출을 확정했다. 경기를 마친 뒤 올리비아는 “같은 조 선수들이 너무 잘 하는 선수들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도 초반에 경기가 잘 풀려서 무난히 이겨낸 것 같다. 정말 기쁘다”고 첫 경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아빠와 닮지 않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최선을 다해 내 실력을 증명하고, 아버지 이름을 꼭 알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그러나 아마추어 랭킹 1위로 역시 데뷔전에 나선 김진아는 프로의 벽을 실감한 듯 첫 판에서 탈락했다. 27조에서 송민지, 이은경, 임혜원과 경기한 김진아는 경기 초반 8이닝 동안 득점을 빼앗지 못해 조 3위로 내려앉았다. 후반전 16이닝에서 8득점으로 한때 조 2위로 올라섰으나 최종 49점으로 임혜원(61점), 이은경(57점)에 밀려 49점으로 조 3위로 탈락, 일찌감치 보따리를 꾸렸다. 자신의 득점으로 상대방의 득점까지 빼앗는 경기 방식인 4인1조 서바이벌 방식으로 펼쳐지는 경기하는 LPBA 128강전은 총 27개 그룹으로 나뉘어 열렸다. 지난 시즌 랭킹 1위 ‘여제“ 김가영과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를 비롯해 지난 시즌 상위 32명은 저녁 7시부터 열리는 64강전에서 대회 첫 경기를 갖는다.
  • “서세원과 결혼 생활중 자궁척출, 이혼후 유방암”…서정희 고백

    “서세원과 결혼 생활중 자궁척출, 이혼후 유방암”…서정희 고백

    서정희가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가운데, 근황을 공개하면서 지난 삶을 되돌아봤다. 서정희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저는 8일 항암 3차 했어요. 9일에는 백혈구 떨어지지 않는 주사도 맞았구요. 한보따리 약을 들고 나와서 맛있는 외식도 하고요. 심한 구토와 통증이 있지만 강릉에 와서 이기는 중이예요. 오랜만에 좋은 공기를 쐬니까 통증도 없네요. 가발도 쓰고 너무 좋아요”라며 현재 상태를 알리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이어 “예전에는 ‘할 수 있어, 이겨내자’ 하면서 힘을 냈는데, 60이 넘어서니까 ‘안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눈 앞의 결과에 대해서 포기하면서 인생을 접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게 되고요. 아이들도 이제 할 거 다했다는 생각에 삶을 포기하고 싶은 느낌이 계속 있었어요. 그리고 갱년기도 저는 40되면서 일찍 왔지요. 여성으로서의 모든 것이 끊어진 상태에서 힘이 들기도 했고요. 무력감 때문에 외출하기도 싫고 폭식도 하고 그랬어요. 많은분들이 모르는 보여지는 부분이 아닌 골방에서의 나는 죽어가는 느낌이 있었어요. 신앙으로 견딘 세월이었죠”라며 지난 삶을 되돌아봤다. 서정희는 “유난스레 제 몸은 마음의 고통을 말하는거 같아요. 결혼생활 마지막 때 대상포진을 3번이나 앓고 자궁척출에 유방종양수술에 다시 이혼 후 7년 뒤 유방암까지 저의 삶이 몸으로 말하고 있었어요”라며 “그런데 이제는 패턴이 많이 달라졌죠. 들떠서 잠이 안 올 때도 많고요. 많은 일들에 호기심이 일어나는 걸 보면서 처음 50대를 맞았을 때 가졌던 극단적인 마음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해요”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가족의 소중함도 더 알게됐어요. 그런데 포기를 하든 그러지 않고 자신을 일으키든, 결국은 내가 선택하는 거잖아요. 자신을 일으킬 수 있는 계기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고요”라고 밝혔다.또 서정희는 “특히 요즘은 수많은 아픔을 이긴분들과 위로와 격려와 사랑의 글들을 보면서 매일 울며 기도해요. 이렇게 사랑받는게 너무 감사해서요. 저처럼 말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분들과 아픔을 같이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 마음이 불 붙이듯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가끔 안부전할게요. 일일이 피드백은 못하지만 읽고 또읽고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no pain no gain 의미가 제겐 답이죠”라며 유방암 투병 이후 쏟아지는 응원 메시지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앞서 서정희는 지난 4월 유방암 수술을 받았으며, 딸 서동주의 유튜브 채널 ‘오늘의 동주’를 통해 “유방암 선고를 받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게 됐다. 지금은 항암 치료를 들어갔고, 2차 치료를 앞두고 있는데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머리를 만질 때마다 한 움큼씩 빠지더라, 제가 이걸 마지막으로 기념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서정희-서세원은 지난 2015년, 결혼한 지 32년 만에 합의 이혼했다.
  • [보따리]구내염 치료에 보험금 ‘1억 2500만원’…수상한 영양제의 진실

    [보따리]구내염 치료에 보험금 ‘1억 2500만원’…수상한 영양제의 진실

    26회 : 실손보험 누수 숨은 공범 ‘미용주사’ 우리가 낸 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사건을 조작하거나 사고를 과장해 타내려 하는 일이 흔합니다. 때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의 목숨까지 해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지죠. 한편으로는 약관이나 구조가 너무 복잡해 보험료만 잔뜩 내고는 정작 필요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든든과 만만, 그리고 막막의 사이를 오가는 ‘보험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을 보따리가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 60대 부부 A씨와 B씨는 이명(귀울림), 구내염, 섬유근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장기간 병원을 찾았습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약 5년 동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주사 처방 등을 이유로 부부가 타낸 실손의료보험금만 약 1억 2500만원에 이릅니다. 부부는 한 병원에서 별다른 치료 없이 영양제만 반복적으로 처방받았습니다. 1회당 23만원에 달하는 소위 ‘세포면역주사제’라는 이름의 영양제는 성분조차 불분명했고, 해당 병원은 보험사에 성분 확인을 거부했습니다. 게다가 부부는 주사제 치료만 받아 입원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주사를 맞을 때마다 하루씩 입원을 했습니다. 통원치료 1회당 10만원까지 보장해주는 실손보험 상품을 가입했던 터라 주사 비용을 청구하기 어려운 반면, 입원 치료는 보장 한도가 최대 5000만원으로 훨씬 크다는 점을 악용한 겁니다.비타민주사, 마늘주사, 백옥주사 등 일명 ‘미용주사’라고 불리는 비급여 주사제 시장이 몸집을 키우면서 백내장, 도수치료와 함께 실손의료보험금 누수의 또다른 공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치료 효과가 입증된 식약처 허가 사항이 아닌 피로 회복, 미용 등의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된 뒤 치료 목적이라고 주장해 보험금을 타내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일부 병·의원의 경우 수익을 목적으로 과도하게 미용주사를 시술해 안전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비급여 주사제 시장 4년만에 2배↑… 실손보험금도 증가세 18일 손해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비급여 주사제 처방 규모는 약 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17년 1000억원 수준에서 4년 만에 두배가량 성장한 셈입니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금액에서도 비급여 주사제의 사용 증가가 두드러졌습니다.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 5곳(메리츠·삼성·현대해상·KB·DB)의 실손의료보험 지급보험금 현황에 따르면 이같은 주사제가 포함된 피부 관련 실손의료보험 지급 금액은 2019년 1008억원에서 2020년 1287억원, 지난해 1526억원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실손의료보험 누수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4세대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영양 공급, 피로 해소, 노화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한 영양제와 비타민 주사 등을 원칙적으로 보장하지 않도록 제도가 보완됐죠. 식약처 허가에 따른 효과를 보기 위해 치료받은 경우만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아직 4세대 실손의료보험으로의 전환률 자체가 높지 않은 데다, 심사자가 비급여 주사제 청구 영수증을 모두 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용 관련 주사제는 대부분 10만원 이하의 소액 건인만큼, 일일이 확인 후 면책을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보험사 측의 설명입니다.가격 부풀리기·과잉 처방 안전성 논란도 실손의료보험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일부 병·의원에서는 주사제 가격을 부풀리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급여 진료는 정부가 진료비의 가격이나 용량, 적정성 등을 통제하지만 비급여 진료는 사적 재화라는 이유로 의료기관에게 완전한 가격 결정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동일 진료, 동일 항목임에도 의료기관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해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안전성 논란도 끊이질 않습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당국에 보고된 미용주사 부작용 이상사례는 모두 1378건에 달했습니다. 이 중 116건은 패혈증 쇼크 등 중대한 건강 이상을 일으킨 사례인 것으로 집계됐지요. “접근성 높아 도덕적해이 가능성… 비급여 관리 시급” 업계와 전문가들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비급여 주사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비급여 진료비의 상한액을 설정하는 표준가격제도를 도입하고, 실손 비급여 청구에 대한 보험금 지급 심사 기준을 정하는 심의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정수은 현대해상화재보험 책임전문위원은 “비급여 주사제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의 주범인 백내장 수술보다 단가는 낮지만,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쉽게 도덕적 해이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결론적으로는 선량한 보험소비자들의 보험료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될 수 있는만큼, 비급여 관리는 민간 보험사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차원에서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파업 급한 불 껐지만 불씨 남아… ‘정부 개입 반복’ 풀어야 할 숙제

    파업 급한 불 껐지만 불씨 남아… ‘정부 개입 반복’ 풀어야 할 숙제

    화물연대 파업이 14일 밤늦게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정부와 화물연대 간 합의 내용을 놓고 양측의 생각이 달라 파업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물 운전자와 화주(기업) 간 운송비 다툼을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해 타결하는 ‘잘못된 학습’이 반복됐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은 15일 “쟁점이 됐던 안전운임제를 내년 이후에도 계속 시행하기로 하면서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혔다.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및 전 차종·전 품목 확대 요구안에는 못 미치지만, 정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내용은 합의해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 차관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화주 단체를 설득하는 과정도 남았다고 밝혔다. 반면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개선을 지속 추진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정부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안전운임제 확대 시행 역시 국토부는 충분한 연구와 검토,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화물연대는 확대 적용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 법률 개정 과정에서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화물연대가 다시 파업할 수 있는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화주 단체를 설득하는 과정도 남았다. 이번 협상에서 운임 결정의 당사자인 화주는 빠졌고, 국토부와 화물연대만 참여했다. 운임 인상은 제품 가격 인상과 경영수지 악화로 작용하기 때문에 화주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사업자 간 이해 다툼에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해야 파업을 철회하는 ‘잘못된 학습’이 반복됐다는 점도 정부와 화물연대 모두 되돌아봐야 할 숙제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의 주된 명분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적용 확대이다. 여기에 화물연대가 화주를 상대로 운송료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도 들어 있다. 법적으로만 따지면 운임은 엄연히 사업자 간 협상으로 결정될 문제다. 하지만 그간 화물연대는 대규모 파업을 강행할 때마다 정부·정치권으로부터 보따리를 얻었다. 2003년 파업으로 운임제도가 개선됐고, 2018년에는 안전운임제를 법제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파업도 올해 말로 끝나는 안전운임제 시행을 앞두고 벌인 파업이라는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화물 운전자의 법적 지위를 떠나 이들의 운임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회를 설득하고 법을 개정해 파업 빌미를 주지 않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역시 정쟁에 치우쳐 화물연대의 목소리를 외면해 파업을 불러 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는 아냐”....화물연대 파업 타결했지만 불씨는 여전

    화물연대 파업이 14일 밤늦게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정부와 화물연대 간 합의 내용을 놓고 양측의 생각이 달라 파업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우려한다. 화물 운전자와 화주(기업) 간 운송비 다툼을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해 타결하는 ‘잘못된 학습’이 반복됐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은 15일 “쟁점이 됐던 안전운임제를 내년 이후에도 계속 시행하기로 하면서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혔다.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및 전 차종·전 품목 확대 요구안에는 못 미치지만, 정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내용은 합의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에는 선을 그었다. 또 화주단체를 설득하는 과정도 남았다고 밝혔다. 반면,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개선을 지속 추진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정부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안전운임제 확대 시행 역시 국토부는 충분한 연구와 검토,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화물연대는 확대 적용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 법률 개정 과정에서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화물연대가 다시 파업할 수 있는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화주 단체를 설득하는 과정도 남았다. 이번 협상에서 운임 결정의 당사자인 화주는 빠졌고, 국토부와 화물연대만 참여했다. 운임 인상은 제품 가격 인상과 경영수지 악화로 작용하기 때문에 화주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사업자 간 이해 다툼에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해야 파업을 철회하는 ‘잘못된 학습’이 반복됐다는 점도 정부와 화물연대 모두 되돌아봐야 할 숙제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의 주된 명분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적용 확대이다. 여기에 화물연대가 화주를 상대로 운송료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도 들어 있다. 법적으로만 따지면 운임은 엄연히 사업자 간 협상으로 결정될 문제다. 하지만, 그간 화물연대는 대규모 파업을 강행할 때마다 정부·정치권으로부터 보따리를 얻었다. 2003년 파업으로 운임제도가 개선됐고, 2018년에는 안전운임제를 법제화 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파업도 올해 말로 끝나는 안전운임제 시행을 앞두고 벌인 파업이라는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화물 운전자의 법적 지위를 떠나 이들의 운임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정부가 정치권을 설득, 법을 개정해 파업 빌미를 주지 않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시끌벅적한 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시끌벅적한 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열린마당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건물 중간에 자리한 넓은 공간 열린마당은 전시동과 사무동 사이에 있다. 관람객들은 열린마당을 거쳐 상설전시관, 기획특별전시실, 어린이박물관 등으로 흩어진다. 박물관 전시실을 여는 시간은 오전 10시이지만 요즘은 그 전부터 열린마당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9시가 넘으면 기획전시실 앞 매표소에 줄이 생긴다. 고 이건희 회장 컬렉션 기증 1주년을 기념한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의 현장 입장권을 끊기 위해서다. 단체관람객들도 모이기 시작하는데 아침 일찍 오는 단체관람객은 대부분 학생들이다. 아이들은 활기가 넘쳐흐른다. 모이기만 하면 아이들의 수다가 시작된다. 큰 소리로 친구를 부르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학생 단체관람객은 2년여 동안 오지 못했다. 적막하기까지 했던 박물관에 학생들이 단체로 오면서부터 박물관은 떠들썩해졌다. 사실 조용했던 박물관을 제대로 일깨운 건 어린이박물관과에서 마련한 5월의 어린이날 주간 행사였다. 그동안 집안에만 있던 부모와 아이들이 박물관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들을 보며 신나게 즐겼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함성을 지르며 공연을 즐기고 춤을 추는 모습을 봤을 땐 뭉클하기까지 했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석조물공원을 걷다 아이들을 만났다. 푸르른 공원 사이 곳곳에 노란, 파란 옷을 입은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여기가 갈항사 삼층석탑이야. 사진 찍자”, “저쪽으로 가면 미르폭포가 있어~”라고 알려 주기도 했다. 손에 다들 뭔가를 들고 있어 자세히 보니 ‘박물관 야외정원을 거닐어 보자’라는 팸플릿이다. 전시장만 보고 돌아가는 관람객들에게 야외 석조물정원도 즐기라고 알려 주고 싶어 홍보팀에서 제작한 지도다. 지도에는 자작나무길, 이팝나무길, 경복궁 돌담과 모란 못, 작은 오솔길도 표시돼 있다. 석조물정원의 남계원 칠층석탑, 여러 탑과 탑비뿐만 아니라 옛 보신각종과 포토 스폿까지 알려 준다. 푸르름이 가득한 야외에서 보물찾기 놀이하듯 박물관을 즐기는 아이들을 봤다. 이런 멋진 답사 프로그램을 만든 선생님들께 박수를 보낸다. 시끌벅적한 박물관이다. 모두 모여 신나는 박물관이다. 조용한 박물관은 이제 안녕이다.
  • 中 다이궁 안 보이고 高환율… 면세점 ‘절반의 부활’

    中 다이궁 안 보이고 高환율… 면세점 ‘절반의 부활’

    # 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이 모처럼 인파로 북적였다. 면세점 관계자들은 손님맞이로 바쁘게 손을 놀리면서도 “오랜만에 붐비는 매장을 보니 뭉클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면세점을 찾은 이들은 한국 관광에 나선 150여명의 말레이시아 인센티브 단체(특정 기업이 자사 임직원에게 주는 포상 여행) 관광객. 면세점에 100명 이상의 대규모 단체 관광객이 방문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면세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일 무비자 해외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해외 단체 여행객들이 하나둘씩 한국 여행을 재개하면서다. 그러나 업계 속내는 마냥 편치만은 않다. 실적 회복의 핵심으로 꼽히는 중국 다이궁(보따리상)과 일본인 관광객의 입국이 더딘 데다 고환율로 내국인 고객도 면세 쇼핑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면세 전체 매출의 90%는 다이궁에서 나온다. 내국인(3%), 일본(1%), 기타 국가 비즈니스 고객의 매출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현재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사실상 봉쇄됐고, 일본도 입국 후 자택 격리기간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아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는 동남아 등 해외 관광객이 늘어도 본격적인 매출 정상화는 중국 수요가 살아나는 시점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지난 4월 외국인 방문객은 6만 5283명으로 전달 대비 30% 늘었으나 매출액은 1조 2745억원으로 오히려 19% 감소했다. 이성철 롯데면세점 판촉부문 팀장은 “중국 객단가가 평균 2000달러라면 동남아 고객은 100달러 수준이라면서 “본격적인 실적 회복은 중국 수요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로 나가는 국내 여행객의 면세점 쇼핑도 달러 강세로 인한 고환율 탓에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면세 대표 품목인 향수와 화장품은 백화점 가격과 비슷하거나 일부 제품은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는 실정이다. 한 면세 업계 관계자는 “이용객은 늘고 있지만 아직 터닝포인트를 잡지 못하는 상태”라면서 “이달 말 종료되는 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 정책이나 9년째 변함없는 600달러(75만원) 면세 한도를 조정하는 등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자 2020년 9월부터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를 매출과 연동하는 방안으로 부담을 덜어 줬다. 업계는 사실상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정 임대료 방식으로 임대료를 부담하기에는 버겁다는 입장이다. 한편 면세 업계는 중국·일본의 수요 회복만 기다릴 수는 없는 만큼 이에 앞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여행객 수요에 눈을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달에도 태국과 필리핀 단체 고객이 방문할 예정이고 하반기에도 수천명 규모의 단체 여행객을 모집하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2년 만에 해외 관광객 돌아왔지만…역시 ‘中 따이공’ 돌아와야

    2년 만에 해외 관광객 돌아왔지만…역시 ‘中 따이공’ 돌아와야

    #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이 모처럼 인파로 북적였다. 면세점 관계자들은 손님맞이로 바쁘게 손을 놀리면서도 “오랜만에 붐비는 매장을 보니 뭉클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면세점을 찾은 이들은 한국 관광에 나선 150여명의 말레이시아 인센티브 단체(특정 기업이 자사 임직원에게 주는 포상 여행) 관광객. 면세점에 100명 이상의 대규모 단체 관광객이 방문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면세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일 무비자 해외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해외 단체 여행객들이 하나둘씩 한국 여행을 재개하면서다. 그러나 업계 속내는 마냥 편치만은 않다. 실적 회복의 핵심으로 꼽히는 중국 따이공(보따리상)과 일본인 관광객의 입국이 더딘 데다 고환율로 내국인 고객도 면세 쇼핑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업계 등에 따르면 면세 전체 매출의 90%는 따이공에서 나온다. 내국인(3%), 일본(1%), 기타 국가 비즈니스 고객의 매출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현재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사실상 봉쇄됐고, 일본도 입국 후 자택 격리기간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아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는 동남아 등 해외 관광객이 늘어도 본격적인 매출 정상화는 중국 수요가 살아나는 시점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지난 4월 외국인 방문객은 6만 5283명으로 전달 대비 30% 늘었으나 매출액은 1조 2745억원으로 오히려 19% 감소했다. 이성철 롯데면세점 판촉부문 팀장은 “중국 객단가가 평균 2000달러라면 동남아 고객은 100달러 수준이라면서 “본격적인 실적 회복은 중국 수요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로 나가는 국내 여행객의 면세점 쇼핑도 달러 강세로 인한 고환율 탓에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면세 대표 품목인 향수와 화장품은 백화점 가격과 비슷하거나 일부 제품은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는 실정이다. 한 면세 업계 관계자는 “이용객은 늘고 있지만 아직 터닝포인트를 잡지 못하는 상태”라면서 “이달 말 종료되는 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 정책이나 9년째 변함없는 600달러(75만원) 면세 한도를 조정하는 등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자 2020년 9월부터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를 매출과 연동하는 방안으로 부담을 덜어 줬다. 업계는 사실상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정 임대료 방식으로 임대료를 부담하기에는 버겁다는 입장이다. 한편 면세 업계는 중국·일본의 수요 회복만 기다릴 수는 없는 만큼 이에 앞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여행객 수요에 눈을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달에도 태국과 필리핀 단체 고객이 방문할 예정이고 하반기에도 수천명 규모의 단체 여행객을 모집하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5년간 CJ 20조·코오롱 4조원 투자… 현대차는 국내 스타트업에 1000억

    얼마 전 ‘1000조원’을 돌파한 재계의 대규모 투자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30일 CJ그룹은 향후 5년간 20조원을 국내에 집중 투자하고 매년 5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5년간 2만 5000명에서 최대 3만명을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사업에 가장 많은 12조원을 투자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 K푸드 중심의 식문화 확산 노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물류, 거래 등 플랫폼 사업에는 인프라 확대 등을 위해 총 7조원이 투입된다. 이 외에도 바닷물에서 자연분해되는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등 미래형 신소재 사업에도 1조원을 쏟아붓는다. 앞서 63조원을 투자해 한국을 ‘글로벌 전동화 허브’로 만들겠다고 밝혔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새로운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차 정몽구재단은 2027년까지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지원을 통해 스타트업 250곳을 육성하고 6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일자리 창출을 넘어 스타트업 생태계도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현대차그룹과 정몽구재단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 오디션’, 지난해부터는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등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꾸준히 해 왔는데, 앞으로도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0년간 현대차그룹은 266곳의 스타트업을 육성했으며, 일자리 4588개를 만들었다고 했다. 친환경 대나무 칫솔과 비건 인증 치약을 개발한 닥터노아, 농수산물을 재활용해 친환경 반려동물 식품을 만드는 밸리스 등이 대표적이다. 코오롱그룹도 이날 첨단소재, 친환경에너지, 바이오 등 6개 분야에 5년간 4조원 투자를 공언했다.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섬유 생산 설비 증설과 2차전지 소재를 비롯한 첨단신소재 사업 분야에 총 1조 7000억원, 풍력발전과 연료전지 소재,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총 9000억원을 쓴다. 이 밖에도 바이오에 4500억원, 미래 모빌리티에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 수입원가 낮춰 물가 하락 유도… 식품업계가 값 안 내리면 ‘무용지물’

    수입원가 낮춰 물가 하락 유도… 식품업계가 값 안 내리면 ‘무용지물’

    정부가 30일 아침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6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전날 밤늦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단 10시간 만이다. 민생안정 대책이 시급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위급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6·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정부가 ‘대국민 선물 보따리’를 풀면서 ‘선거용’ 대책이란 의심도 나왔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치솟을 거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생활·밥상물가 안정 대책의 초점을 ‘수입 원가’를 낮추는 데 맞췄다. 밀·밀가루·돼지고기·대두유(콩기름)·해바라기씨유 등 식품원료 7종에 대한 관세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해 시중의 먹거리 물가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식품 할당관세를 적용하면 돼지고기 원가가 최대 18.4~20.0%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했다. 커피·코코아 원두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10%)를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해 원가를 9.1% 낮출 계획이다. 병·캔으로 개별포장된 김치·된장·고추장·간장 등 가공식품류에 대한 부가세도 내년까지 면제해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 하지만 원재료값이 낮아진 만큼 음식점과 카페 등 식음료 업계가 자발적으로 음식값과 커피값을 내리지 않는다면, 정부의 물가 대책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상승 분위기에 편승한 가격 및 임금 연쇄 인상은 물가 상승 악순환을 초래해 결국 당사자와 사회 전체의 어려움으로 귀결된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가 내놓은 생계비 부담 경감 대책은 교육·교통·통신비 절감과 취약계층 지원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올해 2학기 학자금대출 금리를 올해 1학기 수준(1.7%)으로 동결해 학비 부담을 완화하고 자동차를 살 때 내는 개별소비세의 세율을 올해 연말까지 5%에서 30% 인하된 3.5%로 유지해 소비자의 실부담액을 줄여 주며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해 통신비 부담까지 덜어 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개소세율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2020년 1~2월 두 달간 5%로 환원된 것을 제외하면 이미 2018년 7월부터 4년간 인하 혜택이 적용돼 왔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정책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5G 중간요금제 출시도 기존 5G 요금제가 워낙 고액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혜택이라기보단 정상화에 가깝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 지방선거 이틀 앞두고 ‘선물 보따리’ 푼 정부… “원가 낮춰 물가 잡겠다”

    지방선거 이틀 앞두고 ‘선물 보따리’ 푼 정부… “원가 낮춰 물가 잡겠다”

    정부가 30일 아침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6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전날 밤늦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단 10시간 만이다. 민생안정 대책이 시급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위급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6·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정부가 ‘대국민 선물 보따리’를 풀면서 ‘선거용’ 대책이란 의심도 나왔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치솟을 거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생활·밥상물가 안정 대책의 초점을 ‘수입 원가’를 낮추는 데 맞췄다. 밀·밀가루·돼지고기·대두유(콩기름)·해바라기씨유 등 식품원료 7종에 대한 관세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해 시중의 먹거리 물가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식품 할당관세를 적용하면 돼지고기 원가가 최대 18.4~20.0%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했다. 커피·코코아 원두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10%)를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해 원가를 9.1% 낮출 계획이다. 병·캔으로 개별포장된 김치·된장·고추장·간장 등 가공식품류에 대한 부가세도 내년까지 면제해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 하지만 원재료값이 낮아진 만큼 음식점과 카페 등 식음료 업계가 자발적으로 음식값과 커피값을 내리지 않는다면, 정부의 물가 대책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상승 분위기에 편승한 가격 및 임금 연쇄 인상은 물가 상승 악순환을 초래해 결국 당사자와 사회 전체의 어려움으로 귀결된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가 내놓은 생계비 부담 경감 대책은 교육·교통·통신비 절감과 취약계층 지원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올해 2학기 학자금대출 금리를 올해 1학기 수준(1.7%)으로 동결해 학비 부담을 완화하고 자동차를 살 때 내는 개별소비세의 세율을 올해 연말까지 5%에서 30% 인하된 3.5%로 유지해 소비자의 실부담액을 줄여 주며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해 통신비 부담까지 덜어 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개소세율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2020년 1~2월 두 달간 5%로 환원된 것을 제외하면 이미 2018년 7월부터 4년간 인하 혜택이 적용돼 왔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정책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5G 중간요금제 출시도 기존 5G 요금제가 워낙 고액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혜택이라기보단 정상화에 가깝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학예사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학예사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수요일 밤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 전시실에서는 수십 명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가 있다.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한눈에 받고 있는 이는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아스테카’ 특별 전시를 준비한 학예연구사다. 사람들은 곧 시작할 ‘큐레이터와의 대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 있다.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박물관 큐레이터들의 상세한 전시품 해설과 관람객들의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지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2006년 시작해 매주 수요일 저녁에 진행하던 이 프로그램은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열리지 못했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 학예사는 관람객들에게 미리 공지를 했다. “예정된 진행 시간은 30분입니다. 그런데 전 좀 길게 할 수도 있습니다. 설명을 듣다가 지루한 분들은 자리를 뜨셔도 좋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설명을 듣다가 궁금하면 바로 질문을 한다. 학예사는 관람객들에게 전시 설명을 하는 동안 그들의 진지한 눈빛을 보며 보상받는다. 그동안 전시를 준비하며 어려웠던 여러 가지 일과 시간들은 이미 저 멀리 가 있다. 이번 전시실의 벽에는 전시 해설을 위한 이미지가 다른 전시보다 많은 편이다. 낯선 아스테카의 문명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말을 잘 안 듣는 자녀의 얼굴에 매운 고추 연기를 쐬어 훈육하는 장면이 그려진 ‘멘도사 고문서’ 그림을 보며 학예사는 말한다. “그 시대가 아닌 지금 이곳에 태어난 것을 감사해야 합니다. 이런 훈육은 고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같은 시간 역사의 길에 있는 원랑선사탑비 앞에서 유물부장은 안전한 소장품 포장과 보관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6시 정각에 시작하는 2개의 프로그램이 끝나면 7시에도 2곳의 전시실에서 열린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현장에서 조금 더 마음에 드는 곳이나 궁금한 곳을 골라 참여할 수 있다. 특별전시실에서 진행한 아스테카 특별전 큐레이터의 대화 프로그램이 끝났다. 시간은 이미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먼저 자리를 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정권 바뀌니 기업 투자? 정부에 ‘고구마 줄기’ 과제 안긴 것”

    “정권 바뀌니 기업 투자? 정부에 ‘고구마 줄기’ 과제 안긴 것”

    최근 주요 대기업 그룹들이 ‘역대급’ 투자·채용 계획을 쏟아낸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새 정부를 위한 선물’보다는 ‘고구마 줄기’ 규제개혁 촉구의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민간 주도 성장’ 기조를 수차례 강조하며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 혁파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자 기업이 전례 없는 대형 투자 발표를 통해 정부와 여당에 ‘실행 독려’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다.2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기업의 투자 발표는 대부분 그 시기를 윤 정권 임기에 맞춘 5년으로 잡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기업들은 역대 정권별로 출범 초기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하며 새 정부 경제정책 기조를 뒷받침해왔지만 1년 단위 계획이 대부분이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기업들이 앞다퉈 천문학적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업이 보수정권에서만 돈을 푼다’는 반응도 나오지만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2003년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노무현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상근부회장단 회의를 열고 14대 대기업이 1년간 총 25조 9000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내놨다. 경제단체들은 이런 내용을 발표하면서 “정부도 최소 5조원 이상의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 4월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회의’에서 기업의 투자 보따리가 풀렸다. 당시 삼성 27조 8000억원 투자·2만 500명 채용, 현대차 11조 투자·4300명 채용 등 1년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그해 30대 그룹이 밝힌 총 투자 규모는 95조 6300억원이었고, 이는 모두 1년간 투자할 액수였다. ‘창조경제’를 국가 성장 전략으로 앞세웠던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3년 9월 경제5단체가 10대 그룹의 37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기업들은 재계 맏형격인 전경련을 중심으로 매 정권마다 투자·채용 계획을 정부 출범 첫해 선물처럼 안겼지만, 이런 흐름은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에 따른 ‘장미대선’으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끊겼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경련이 재계 서열별로 끊어 투자 계획을 정리해 발표하는 형식이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경련과 거리두기로 개별 기업들이 각자 상황에 맞춰 공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재계는 최근 11개 그룹이 총 1060조 6000억 투자·28만 7000명 채용 계획을 밝힌 것을 두고 숫자보다는 기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삼성 450조원, SK 247조원 등 그룹별로 최대 규모 투자 계획을 잡았지만 모두 그간 1년 단위가 아닌 5개년 계획으로 잡았기 때문에 당연히 규모 커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천문학적 단위의 액수보다는 왜 갑자기 기업들이 정권 임기와 같은 5년 단위 계획을 잡았는지 그 배경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자리 만드는 기업인은 업고 다니겠다는 대통령에 기업들이 ‘통 큰 선물’을 내왔다는 해석도 있지만, 기업의 속사정은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것”이라면서 “자기 정치기반이 없는 대통령으로서는 경기 회복과 고용창출이라는 가시적인 실적이 시급하고, 미·중·일·대만 등 경쟁 기업에 위협받는 국내 기업은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있는 국내 규제부터 뽑아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화답에 정부가 마냥 반길 수만은 없을 것”이라면서 “기업이 밝힌 투자와 채용을 현실화하려면 산재한 경영 규제를 풀어야 하고, 야당과의 협치라는 정치적 과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보따리]도로 위의 사기범들… 지난해 자동차공제 보험금 89억 줄줄 샜다

    [보따리]도로 위의 사기범들… 지난해 자동차공제 보험금 89억 줄줄 샜다

    25회 : 급증하는 자동차보험사기 이유는 우리가 낸 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사건을 조작하거나 사고를 과장해 타내려 하는 일이 흔합니다. 때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의 목숨까지 해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지죠. 한편으로는 약관이나 구조가 너무 복잡해 보험료만 잔뜩 내고는 정작 필요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든든과 만만, 그리고 막막의 사이를 오가는 ‘보험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을 보따리가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피의자 이모씨는 렌터카를 이용해 차선을 변경 중인 차량을 집중적으로 노려 고의로 자동차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뜯어내는 ‘전형적인’ 방식의 보험사기를 일삼았습니다. 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수익 알바가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공범을 무려 68명이나 모집해 판을 키웠지요. 사고차량 동승자 수에 따라 보험금액이 달라진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고의 사고를 무려 79회나 일으켜 이씨가 받아낸 보험금만 모두 5억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유사한 형태의 사고가 유독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의 조사에 덜미를 잡혔지요. 그런가하면 윤모씨는 버스에 탑승한 뒤 차량이 정차할 때 일부러 넘어지거나 차량 내부에 부딪친 뒤 고통을 호소하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버스공제조합의 보험금뿐 아니라 업무에 지장이 생길 것을 두려워한 버스운전기사가 건넨 개인합의금까지 모두 13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아챙겼습니다. 자동차공제조합 보험사기 적발액 2년만에 2.5배 증가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28일 지난해 국내 법인택시, 화물자동차, 버스, 개인택시, 전세버스, 렌터카 등 6개 자동차공제조합의 보험사기 적발금액을 약 89억원으로 집계했습니다. 2019년 36억원에서 불과 2년만에 2.5배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자동차보험사기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보험사기 적발 금액 9434억원의 약 94.1%에 달하는 8879억원가량이 손해보험사기, 그중에서도 자동차보험이 4199억원으로 절반 가까이(4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자동차사고 관련 보험사기는 전년 대비 722억원(28.8%) 늘어났지요.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 인원도 2019년 5만 3501명에서 2020년 5만 6418명, 지난해 5만 8367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진입장벽 낮은데다 유혹 경로 많아… 젊은 층 유입 늘어 자동차 사고는 평소에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보험사기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병원이나 자동차 정비소, 동승자 등 유혹에 넘어갈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기 때문이라는 해마다 사기 규모와 빈도가 증가한다는 분석입니다. 앞선 사례와 같이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유혹의 손길이 뻗치고 있지요. 그렇다보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업이 어려워진 젊은 층에게는 손쉽게 용돈벌이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적발된 보험 사기범의 경우 50대가 23%로 가장 많았지만, 50대는 3년 전 25.9%에서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반면 20대는 2019년 15.0%에서 2020년 16.7%, 지난해 19.0%로 매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20대의 경우 적발된 보험사기 중 무려 83.1%가 자동차보험 사기인 것으로 조사됐지요.자배원 전담 신고센터 운영·보험사 AI방지시스템 구축 여기에 역설적이게도 보험사기 수법이 진화하면서 보험사기 조사 방법도 함께 진화해 적발율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자동차공제조합들은 그동안 보험사 관련 보험사기 제보만 가능했던 금융감독원 보험사기 방지센터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자동차공제 보험사기 신고센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나섰습니다. 공제조합 보험사기 전담인력도 배치했지요. 민간 보험사들도 저마다 빅데이터나 AI(인공지능)을 활용한 보험사기방지시스템을 구축해 접수된 사고 등을 분석, 보험사기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김성완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전략기획부문장은 “보험사기 방지 및 적발은 자동차공제금의 누수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 선량한 다수 공제가입자와 교통사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면서 “올해는 차량 정비업체 허위청구나 SNS를 활용한 조직형 보험사기 등 보험사기 발생 가능성이 높거나 사건이 급증한 취약 분야들을 분석하는 기획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바이든 방한 계기 글로벌 주도권 강화… 민간 주도 尹정부 경제살리기에 화답

    바이든 방한 계기 글로벌 주도권 강화… 민간 주도 尹정부 경제살리기에 화답

    24일 삼성·현대차·롯데·한화 등 주요 그룹이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경쟁하듯 푼 것은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경제 분야 국정 목표로 내건 윤석열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발 맞춰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우리나라 경제가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앞으로의 성장성도 의심받는 상황이라 기업들이 투자와 채용을 통해 민간 경제의 활력을 높여 국가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새 정부가 기업 친화적 메시지를 연이어 낸 데다 기업들도 각자 국가 경제 성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한 결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발 맞춰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그룹들의 미국 투자 계획이 부각되면서 일각에서 비판이 나온 것도 이날 기업들이 국내 투자 부분에 화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하는 데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미국 주도의 공급망 구축에 협력하는 건 기업 생존을 위해 당연한 일이지만 외국 투자가 주목을 받으면 국내 투자나 고용 효과가 없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기업들로서는 새 정부가 기업을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 갈 여건이 됐다고 보고 국내 투자를 대거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 발표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직후라는 점에서 그의 방한으로 반도체 등 국내 핵심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도 기업들이 장기적 성장을 위해 과감한 투자로 본격 시동을 걸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바이든이 삼성으로 방한을 열고 현대차로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국내 기업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가 커졌다”며 “이런 분위기를 계기 삼아 국내 주요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강화를 위해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자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신기업가 정신을 발표한 것도 투자, 채용 확대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결국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로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고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넓은 개념의 신기업가 정신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대기업들의 투자 계획 발표는 긍정적인 신호이자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450조·63조… ‘민간주도 경제’ 시작됐다

    450조·63조… ‘민간주도 경제’ 시작됐다

    지난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에 맞춰 미국 투자를 부각시켰던 국내 주요 그룹들이 대규모 국내 투자, 채용 계획을 발표하며 “정부는 뒤에서 돕고 기업은 앞장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민간 주도 경제 성장 기조에 화답했다. 24일 투자 계획을 발표한 삼성·현대차·롯데·한화가 앞으로 3~5년간 국내에 투자할 총금액은 480조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2057조원)의 23%에 이른다. 삼성은 앞으로 5년간 450조원의 투자를 집행하면서 이 가운데 80%인 360조원을 국내에 집중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5년간의 투자와 비교했을 때 전체 투자 규모는 30%(120조원) 이상, 국내 투자는 40%(110조원) 이상 대폭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정보기술(IT) 등 신산업에 집중해 새 정부가 내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이끌고 바이오 분야에서는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은 또 일자리 창출을 위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며 앞으로 5년간 8만명 신규 채용에 나선다. 삼성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의 사업이 세계 1위로 성장하면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추가로 생기는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낼 것”이라며 “국가 경제 전체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인 지난 22일 1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3사가 2025년까지 3년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대미 투자액의 5배에 이르는 규모를 국내에 쏟아부음으로써 한국이 그룹의 미래 사업 중심지로 주도권을 굳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롯데그룹도 바이오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국내 사업에 3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도 앞으로 5년간 방산·우주항공, 탄소중립 등의 미래 산업에 국내 20조원을 포함해 37조 6000억원을 투자하고 2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SK와 LG그룹도 조만간 투자, 고용 계획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주도한 최태원 SK 회장은 “SK도 곧 투자·고용 발표가 나갈 것”이라며 “경제가 어려울 때 투자와 고용을 발표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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