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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속으로 재구성한 역동적 신체/ 조각가 김선구展

    조각가 김선구(작은 사진·45)는 독특한 모델링의 금속주물 인체조각과 말조각으로 잘 알려진 중견 작가다.그의 조형작업은 인체나 동물에 대한 해부학적 이해에서부터 출발한다.사람이나 동물의 몸을 몫몫이 나눈 뒤 새롭게 재구성하는 방식이 독특한 미감을 자아낸다.그의 조각이 로봇 혹은 사이보그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1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는 ‘김선구 조각전’은 회화와는 또다른 조각예술만의 역동성을 느끼게 하는 전시다.출발선에서 달리기 자세를 취하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위기’,활을 쏘는 사람의 동작을 담은 ‘전사’,저돌적으로 돌진하는 말의 모습을 묘사한 ‘질주’ 등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골격과 근육의 형상은 약동감이 넘친다.특히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의 ‘올 댓 재즈’는 동적인 자세에서 정적인 자세로 옮겨가는 변화의 변곡점을 순간적으로 잡아낸 작품으로 리드미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편 ‘도전’‘저력’‘거인 습작’‘폭격기’등 근작은 각면(角面)조각 양식을 띠어 눈길을끈다.작가 특유의 해부학적인 신체구조를 곡선의 형태로 처리했던 종래의 방식과는 달리 입체적인 각면 처리를 한 것.이러한 각면양식은 곡면조각에서는 맛볼 수 없는 차가운 추상의 힘을 전해준다.이번 전시에서는 청동,철,스테인리스 등을 재료로 한 20여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지난 89년 서울신문사(현 대한매일)가 주최한 서울현대조각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선구는 96년에는 일본 국제 말조각공모전에서 ‘선구자’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받음으로써 일약 ‘일급작가’ 반열에 들었다.그는 “구상만 붙들고 있으면 머리 나쁜 작가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이지만,나는 구상조각의 한계가 과연 어디인지 파헤쳐보겠다.”는 말로 작가적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02)734-0458. 김종면기자
  • 책꽂이

    ●지전(智典)2-전한·후한편(렁청진 지음,장연 옮김,한길사 펴냄) 양한(兩漢)시대,즉 유방이 통일한 전한과 왕망의 신(新)왕조 그리고 삼국지의 무대가 된 후한시대 영웅호걸들의 지혜를 담았다.건달이며 무뢰한이었지만 뛰어난 인재들을 얻어 천하를 통일한 한고조 유방,백만대군을 거느린 최고의 명장이었지만 자신보다 못한 임금을 섬기다 토사구팽당한 한신,융통성 없이 충성을 바치다 황제에게 제거당한 주아부 등의 이야기가 실렸다.2만 4900원. ●카산드라(마리 구도 엮음.정희경 옮김,이룸 펴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자 예언가 카산드라의 상징전통과 현재적 의미를 설명.카산드라는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와 헤카베의 딸이자 트로이전쟁을 일으킨 파리스의 누이.아폴론의 구애를 받기도 하고 트로이 전쟁 전리품으로 아가멤논의 정부가 되기도 한다.트로이 전쟁의 희생물로 그리스에 노예로 끌려온 그녀는 미래에 대한 탁월한 예지능력을 갖고 있었다.그러나 종국엔 카산드라의 예언은 불길한 일의 시초로 여겨지게 된다.1만 2000원. ●프리다 칼로(헤이든헤레라 지음,김정아 옮김,민음사 펴냄) 멕시코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의 전기.프리다는 디에고 리베라와 트로츠키의 연인이자 열렬한 스탈린주의자,아스텍 문화의 신성한 여사제였으며 오늘날엔 페미니스트의 우상으로 자리매김돼 있다.일곱 살 때 앓은 소아마비와 열여덟 살에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서른다섯 차례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프리다는 사람들에게 로자 룩셈부르크와 같은 혁명가에서 ‘보그’지의 표지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얼굴로 기억된다.이 책은 프리다의 전설 아래 감춰진 진실을 밝힌다.1만 5000원. ●삶의 정치,소통의 정치(박승관 등 지음,대화출판사 펴냄) 박승관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논문 ‘숙의 민주주의와 시민성’을 통해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인간의 개인성 개발과 공동체 건설에 기여하는 시민성 형성을 동시에 진행시키는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분석.박 교수는 이 숙의 민주주의를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로 이해하고,이의 균형적인 발전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9500원.
  • 책 / 미래생활사전

    페이스 팝콘·애덤 핸프트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게리보그(Geriborg)란 노인을 뜻하는 그리스어 게리(geri)와 사이보그(cyborg)의 합성어로,신체장애인을 돕는 로봇을 뜻하는 말이다.플라시보 폴리틱스(Placebo Politics),즉 위약(僞藥)정치는 정치인이 온갖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 심각한 국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의도가 전혀 없을 때 쓰는 말.영국에서는 이를 ‘제스처 정치’라고 한다.그러면 곤조골프(Gonzo Golf)란? 그것은 잔디밭에서 하는 골프가 아니라 산악이나 사막 등 보다 도전적인 환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한 극단적인 골프의 한 형태를 일컫는다. 최근 출간된 ‘미래생활사전’(페이스 팝콘·애덤 핸프트 지음,인트랜스번역원 옮김,을유문화사 펴냄)은 35개의 주제에 따른 1200개의 ‘미래 용어’를 담은 색다른 책이다.‘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저자 페이스 팝콘은 단순한 용어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미래 생활의 핵심어들을 통해 섬뜩하리만큼 달라질 미래의 모습을 내다보게 한다.그 사례는무수하다. 유연한 간부(Flexecutives)는 비행기에 있든 집에 있든 아니면 리틀야구장에 있든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회사간부를 지칭한다.이런 유연한 간부가 진정으로 성공하려면 시간과 투자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아는 지원팀을 개발해 ‘원거리문화’를 창조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 하층계급(Genetic Underclass)이란 유전자 검사결과 특정 질병이 일어날 확률이 높거나 지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진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미국의 생물학자 리 실버는 일찍이 그의 저서 ‘에덴동산 개조하기’에서 유전자 복제로 유전자 조작인과 자연인으로 나뉘는 사회가 형성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그는 지금의 인간이 침팬지를 대하듯 미래에는 ‘유전자 귀족’이라 할 유전자 조작인이 자연인을 대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언어는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대로 ‘존재의 집’이다.그것은 의사소통을 위한 기호체계일 뿐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행위를 규정하는 그릇이다.이미 만들어진 어휘만을 재료로 하는 언어생활,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사유의 세계란 비좁을 수밖에 없다.재기발랄한 상상의 미래어들로 가득한 이 책은 우리의 언어와 문자생활을 자극,사고의 지평을 넓혀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저자들이 미국인인 만큼 미국 사회와 문화 중심으로 씌어져 내용이 간혹 생경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 스크린 명대사

    #“애 새끼는 역시 가랑이 사이로 만들어지는 게 최고야.”-‘내츄럴 시티’에서.사이보그는 이래저래 문제가 많다며,사이보그를 통제하는 경무관이. #“도둑질의 핵심은 교란과 속도예요.”-‘방탄승’에서.방탄승의 후계자가 어느 집을 월담하기 직전에.
  • 한국 SF영화 ‘내츄럴 시티’/인간과 사이보그 , 사랑의 비극

    민병천 감독의 SF영화 ‘내츄럴 시티’(제작 조우엔터테인먼트·26일 개봉)는 사이보그(복제인간)를 소재로 한 최초의 한국영화란 점에서 시선을 끈다.78억원의 대규모 제작비를 들여 무려 5년에 걸쳐 만든 ‘블록버스터급’이란 사실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영화에서 받는 첫 인상은 오랫동안 공들인 작품답게 화면이 매우 세련되게 다듬어졌다는 점.사이보그가 사는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를 많이 삽입한 영화는 나른한 팬터지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시각적 이미지가 빼어나다. 때는 2080년.인간과 사이보그가 공존한다는 설정에서부터 드라마는 비극의 씨앗을 품었다.인간을 위협하는 사이보그를 소탕하는 게 임무인 MP요원 R(유지태)는 나이트 클럽에서 춤추도록 설계된 사이보그 리아(서린)를 사랑한다.리아에게 남겨진 수명은 단 사흘.리아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R는 사이보그 밀매자인 지로 박사(정은표)의 힘을 빌려 그녀에게 인간의 몸을 주려는 위험한 시도를 한다. 기술수준은 나무랄 데가 없어보인다.그럼에도 영화의 흡인력이 떨어지는 건 뼈대를 세우다 만 듯한 빈약한 이야기틀 때문이다.인간의 영혼을 사이보그로 옮기는 ‘영혼 더빙’실험에 혈안인 지로 박사가 R를 이용하려는 음모는 극의 긴장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효했다.하지만 인간과 사이보그의 비극적 사랑을 그리려는 영화의 의도를 부각시키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리아와 R가 어떻게 목숨을 버릴 만큼의 숙명적 고리를 엮었는지,손톱만큼의 설명도 없다.연인을 살리려고 목숨까지 거는데도 R의 애절한 감정이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건 그래서다. 아쉬움이 많다.가뜩이나 난해한 용어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배우들의 대사도 편치 않다.‘보여주기’로만 승부를 거는 뮤직비디오였다면 어땠을까. 영혼더빙 음모에 휘말리는 창녀 시온 역에 이재은.탁하게 가라앉은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거의 유일한 캐릭터다. 황수정기자 sjh@
  • 선거사범 170명 사면 “공명선거 퇴색” 지적/8·15특사 총15만명… 홍인길·김정길씨 복권

    참여정부 들어 두번째인 8·15 사면은 국민화합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지난 4월30일 단행된 첫 사면이 시국·공안·노동사범 등 1424명을 대상으로 삼았지만 이번에는 일반형사범과 징계처분 공무원 등 15만여명을 대상으로 잡았다. 그러나 170명의 선거사범을 사면해 공명선거 분위기를 퇴색시켰고 불과 4개월 만에 대규모 사면을 실시,사면권이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면 기준과 특징 이번 사면에는 현 정부 출범 이전에 징계처분을 받은 12만 5164명의 공무원이 들어있다.공무원 징계사면은 지난 98년 이후 5년만이다.그동안 다소 억눌렸던 공직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에서다.현직은 10만 7701명,전직은 1만 7463명이다.기관별로는 경찰청 2만 8099명,교육부 2만 6164명,국방부 2만 202명,법무부 1만 1890명,부산광역시 1만 362명,관세청 4415명,병무청 1427명 등의 순이다.사면대상 공무원은 앞으로 징계처분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에서 벗어날 전망이다.그러나 징계처분 가운데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공무원과 금품수수·비리에 연루됐거나 집단행동 공무원 등은 대상에서 빠졌다. 일반형사범 사면에서는 서민들이 일상생활중 순간의 실수로 어기기 쉬운 79개 행정법규 위반자와 부정수표단속법·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 생계난이나 실수로 위법행위를 저지른 초범 등에 대해 대거 사면특혜를 베풀었다. 중범죄자인 무기수에 대해서도 대부분 잔형집행을 면제하거나 감형조치해 재기의 기회를 줬다.무기수 207명 가운데 초범이나 행형성적이 우수한 수감자,60세 이상 고령자를 중심으로 20년 이상 복역한 22명의 잔형집행을 면제하고 185명을 징역 20년으로 감형시킨 것이다. ●주요 사면 대상자 면면 이번 사면에는 YS정부 당시 청와대 총무수석을 지냈던 홍인길씨가 사면·복권됐다.지병으로 수감생활이 어렵고,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 한보사건 관련들이 이미 사면된 점을 고려한 조치다.또 불법 선거물 발송으로 벌금 150만원의 형이 확정된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복권돼 피선거권의 제한이 없어졌다. 김재일 구리시민연대 대표도 법 위반정도가경미하고 선고형량(100만원)이 낮아 복권됐다.정부는 김 대표 등 낙선운동 선거사범 중 벌금 100만원 이상 집행유예형 이하의 형을 선고받은 사범 11명에 대해 모두 복권조치했다.가담정도가 경미한 점을 참작한 것이다.그러나 박원순 변호사나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대상에서 제외됐다. 민혁당 사건으로 형집행중인 이석기씨도 지난번 사면때 공범들이 모두 석방된 점을 참작해 가석방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공각기동대’등 日 애니메이션 걸작선

    방학을 맞은 호기심 많은 동심들을 채워줄 콘텐츠는 다양할 것이다.그중 가장 인기있는 볼거리는 단연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테마가 있는 극장 씨네큐브의 세계영화축제가 7탄으로 마련한 ‘일본 애니메이션 걸작선’.1일부터 일주일 동안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명작 애니메이션 6편으로 어린이들을 포함한 가족 단위의 발길을 기다린다. 대표작은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매트릭스’와 ‘제5원소’의 자궁 역할을 했던 작품으로,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 애니메이션 영화제’ 최고작품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다.2029년 지구를 배경으로 인간과 사이보그의 대결을 그려,SF액션물의 역사를 새로 쓰게 한 작품이라는 평을 듣는다. 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0년간 공을 들인 ‘이웃집 토토로’도 주목할 만한 작품.최고의 캐릭터를 낳으며 전체 연령이 골고루 즐길 수 있는 영화다.이밖에 미야자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키우라 히로유키의 ‘인랑’ 등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상영작과 시간표는 홈페이지(www.cinecube.net)에서 볼 수 있다. 이종수기자
  • 휴가철 볼만한 비디오 / 오싹… 까르르… ‘방콕’ 준비 끝

    산으로 바다로 모두들 자석에 이끌리듯 떠나는 휴가철이다.왁자한 행락행렬에 끼이지 않고서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손쉬운 아이템이 비디오다.여름휴가·방학을 맞아 동네 비디오 가게에 나온 신작들 가운데 온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볼 만한 것들을 추렸다. #엠퍼러스 클럽 ‘죽은 시인의 사회’류의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작품.인간의 품성과 예의에 관해 담담한 어조로 성찰했다.케빈 클라인이 말썽많은 제자들을 다독여 인간의 도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덕망높은 철학교수로 나온다.마이클 호프먼 감독. #파 프롬 헤븐 평소 외국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주부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가정에 헌신적인 중년의 여자가,남편이 동성애자란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뒤 우연히 빠져든 사랑에 갈등하고 방황하는 드라마.불륜,인종문제 등 1950년대 미국 중산층 사회의 취약성을 꼬집었다.연기파 배우 줄리안 무어가 열연했다.토드 헤인즈 감독. #시몬 알 파치노가 ‘원맨쇼’를 하다시피한 코믹드라마.캐스팅에 골머리를 앓던 영화감독이 가상의 사이버 여배우를 내세워 세상을 속이고 ‘농락’하다 그 이미지의 허상에 제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줄거리.비록 개봉관에선 큰 재미를 못 봤지만 상상력과 메시지는 충분히 유쾌하고 진중하다.‘트루먼 쇼’의 앤드루 니콜 감독. #투게더 ‘패왕별희’의 첸 카이거 감독의 남다른 감수성이 철철 넘치는 최근작이다.아들의 출세에 모든 걸 바치는 가난한 아버지와,바이올린에 인생을 거는 13세 소년이 엮는 감동드라마.중국 5세대 감독의 작품답게 자본주의에 멍든 중국사회를 은근슬쩍 꼬집기도 한다. “아이들이 보고싶대요” 어린 자녀들에게 괜찮은 비디오를 골라주는 건 생각보다 까다롭다.오래 전 TV에서 방영된 뒤 시리즈로 나온 낡은 비디오 말고 ‘따끈따끈한’ 신작을 골라 아이들 손에 쥐어주는 것도 알뜰피서의 한 방법. 최근 출시된 별나라 요정 코미(3탄)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의 어린이에겐 ‘안성맞춤’이다.TV에서 인기를 검증받은 일본 애니메이션.주인공 요정 코미의 마법여행길을 아이들이 넋을 쏙 빼고 따라다닐 듯하다. 영웅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좋아한다면,엑스맨 울버린과 사이보그로 변신한 연인 유리코의 맞대결을 그린 엑스맨-울버린의 전설과 스파이더맨이 제격.‘스파이더맨’에서는 밤이면 영웅 데어데블로 변하는 변호사 머독과 스파이더맨의 대결상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이들 모두를 앞지르는,된장냄새 폴폴 풍기는 국산 애니메이션 2편.민들레꽃을 피워내는 강아지똥을 통해 희생정신과 숭고한 자연의 질서를 일깨우는 점토애니메이션 강아지똥과,고아가 된 오누이의 눈물겨운 정을 그린 오세암은 이번 방학기간 중 꼭 보여줄 만한 것들이다. 황수정기자
  • [스포츠 라운지] 日대표팀 출신 용병 마에조노

    “황태자는 먼 옛날의 이름일 뿐,K-리그에서 다시 태어 나겠습니다.” 유난히도 잦은 봄비가 그치고 화창하게 갠 9일 경기도 구리시의 프로축구 안양 LG 훈련장.하늘 빛만큼이나 경쾌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 틈에 유난히 작아 보이는 마에조노 마사유키(30·170㎝)가 끼여 있다. 조노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가 한국 프로축구에 발을 들인 것은 지난해 12월.일본 선수로는 성남의 가이모토 고지로에 이어 두번째다.하지만 가이모토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돌아갔기 때문에 그는 현재 K-리그에서 뛰는 유일한,그것도 일본대표 선수를 지낸 특급용병이다. ●자존심을 건 한국행 그는 96애틀랜타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일본에 28년만의 본선 티켓을 안겨준 영웅이다.당시 최고의 스타 미우라 가즈요시의 대를 이을 재목으로 주목받으며 ‘황태자’라는 찬사를 받았다.그러나 그 화려한 이름은 ‘방랑아’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바뀐다.감독과의 불화 등으로 소속팀 도쿄 베르디에서 쫓겨난 뒤 포르투갈과 브라질을 전전하는 떠돌이로 전락한 것.2년전도쿄 베르디로 복귀했지만 전성기 때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또다시 팀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타향의 그라운드에 몸을 담은 그의 각오는 그래서 남다르다.“K-리그가 내 축구의 마지막 무대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 “돈 때문이 아니다.자존심을 되찾는 것이 한국을 찾은 이유”라고 털어놨다. ●그라운드 밖에선 팔방미인 팀에서 노장급에 속하는 그는 화려한 발재간을 지녔지만 골 욕심은 내지 않는다.공격수들의 뒤편에서 팀 플레이를 조율할 뿐이다.지난 주말까지의 경기에서 도움 1위(3도움)를 달리는 데서도 그의 ‘묵묵한 플레이’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의 ‘조용한 카리스마’와는 달리 주위 사람들과는 격의가 없다.좀 안다 싶으면 먼저 말을 건넨다.구리훈련장에서 마주치는 거구의 LG씨름단 김경수를 알아보고 장난을 거는 것도 그가 먼저다.김경수와는 학교 동창인 스모 선수를 통해 징검다리 친구가 된 사이다.말은 좀 늘었느냐는 질문에 “나 한국말 하나도 몰라요.”라고 유창하게 받아 넘겨 상대방을 웃길 줄도 안다.그의첫 한국 생활은 자못 힘들었지만 이제는 견딜 만하다.혹독하기로 유명한 팀의 합숙훈련도 견뎠고,언어와 문화 차이도 웬만큼 극복해 냈다. 그는 스파게티 광이다.처음 한국 음식이 맞지 않은 탓도 있지만 일본에서 공수한 소스로 스파게티를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였다.하지만 이젠 된장찌개,김치에도 혀끝을 길들였다.짬이 나면 직접 차를 몰고 압구정동으로 가 아이쇼핑을 즐기는 여유도 생겼다.가장 좋아하는 한국 가수 ‘보아’의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르면 가수라는 찬사를 받는다. 그는 가족들을 무척 챙긴다.가고시마의 홀어머니에게 월봉의 절반 이상을 꼬박꼬박 부치고,조카에게 어울리는 옷가지를 사기 위해 동대문시장에서 발품을 팔기도 하다.‘결혼’은 가족들의 마지막 바람이지만 그에게는 축구가 먼저다.“아직 임자를 못만났다.이 사람이다 싶으면 국적도 상관없다.”고 말하면서도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은 결혼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꼬리를 흐린다. 오랜 방랑에 종지부를 찍고 K-리그에 새 둥지를 튼 그를 잊지 못한 일본 팬들은 11일 방한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글·사진 최병규기자 cbk91065@ ■K리그 용병사 올 시즌 K-리그에서 뛰는 외국인선수는 모두 43명.광주 상무를 뺀 11개구단이 3∼5명씩 보유한 셈이다.외국인선수는 팀당 6명까지 보유할 수 있고,경기당 3명까지만 출전시킬 수 있다. 주류는 세계최강 브라질 출신들.히카르도(안양) 이리네(성남) 끌레베르(울산) 등 모두 22명이 현재 K-리그를 누빈다.쟈스민,싸빅(이상 성남) 메도,레오(이상 포항) 등 크로아티아 출신이 4명,샤샤(성남) 우르모브,시미치(이상 부산) 등 유고 출신이 3명. 지난 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 최초의 용병은 호세와 세르지우(이상 포항).가장 인기를 끈 선수는 태국 출신의 피아퐁(44).84∼86년까지 안양에서 뛴 피아퐁은 뛰어난 발재간을 앞세워 85년 용병 첫 득점왕과 도움왕을 석권했고,98방콕아시안게임 땐 태국 대표선수로 나서 한국에 1-2 패배를 안기기도 했다. 유고 출신의 보그다노비치 라데도 ‘특급 용병’.92∼96년까지 포항에서 뛴 그는 96시즌에 10득점-10도움을 올린 첫 선수로 이름을 올렸고,당시 최다 연속 도움 기록(6도움)도 작성했다.현존하는 최고용병은 단연 ‘우승제조기’ 샤샤.97년 당시 부산 대우에 첫 우승을 안긴 이후 98·99년 수원,2001·2002년 성남에 각각 2연패를 선물했다. 골키퍼 발레리 사리체프(43·안양·한국명 신의손)는 아예 국적을 바꾼 케이스.92∼98년 천안에서 뛰다 외국인 출전 제한 규정에 걸리자 2000년 안양으로 옮긴 뒤 귀화했다.
  • 만화·애니 복고바람 /태권V·독수리 5형제 다시 돌아왔다

    “빰빠라 빰빰∼”‘태권V’가 시작되자 촌스러운 멜로디와,그에 못지않게 민망한 가사(달려라 달려,로보트야…)의 주제가가 울려퍼진다.그런가 하면 ‘독수리 오형제’는 몸에 착 달라붙는 타이츠와 긴 부츠,망토를 두르고 뛰어다닌다.그러나 올드 팬들은 ‘태권V’의 주인공인 철이·영희가 입은 나팔바지만 봐도 만감이 교차하는 눈치고,젊은층은 그 촌스러움이 오히려 새롭다. 만화계에 복고바람이 거세다.99년 시작된 이 바람은 식을 줄 모른 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요즘 출판만화계의 지배적인 트렌드는 단연 복간·애장본 출시이고,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케이블 음악채널에서도 고전 애니메이션들을 앞다투어 방송한다.뿐만 아니라 고전 만화들이 PC·휴대폰용 게임으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태권V 대 독수리 오형제 게임포털 사이트 한게임(www.hangame.com)의 영화서비스 채널 한씨네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80년대의 대표적인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인 ‘태권V’시리즈 중 ‘슈퍼태권V’‘84태권V’‘스페이스 간담V’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이 중 ‘슈퍼태권V’는 현재 한씨네 인기순위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84태권V’와 ‘스페이스 간담V’도 10위권 안에 들어간다. 한씨네 관계자는 “기대 이상의 호응에 답하기 위해 새달 3일까지 이 시리즈 3편을 모두 본 이용자 중 100명을 추첨해 ‘태권V’ 복간 만화책 3권,‘뽑기’세트,‘꾀돌이’‘쫄쫄이’ 등 추억의 상품들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구 지킴이’ 대표주자였던 ‘독수리 5형제’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케이블 음악채널 MTV는 지난 21일부터 매주 월∼수요일 오후 4시에 ‘독수리 5형제’를 방송하고 있다.72년 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 ‘독수리 5형제’는 엄청난 인기를 업고 78년 2부,79년 ‘F시리즈’에 이어 94년에는 OVA(비디오용 애니메이션)로까지 제작됐다. MTV가 방송하는 작품은 78년 제작된 2부.30분짜리 52회로 구성되어 있다.전광영 MTV 제작팀장은 “음악채널의 특성을 살려 그룹 ‘체리 필터’가 주제가를 록 버전으로 다시 불렀고,이를 뮤직비디오로도 제작해 방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캔디,악동이,테르미도르…그 다음은? 올해 초부터 이희재의 ‘악동이’(전2권·바다그림판),이가라시 유미코의 ‘캔디캔디’(전5권·하이북스),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사이보그 009’(전2권·시공사),신문수의 ‘도깨비감투’(여명미디어) 등 추억의 만화책들이 대거 복간되고 있다. 80년대 모 스포츠신문에 연재되었던 고우영의 ‘가루지기’(전2권)도 최근 최초의 무삭제 완전판으로 ‘자음과 모음’에서 나왔다.순정만화가 김혜린의 대표작 ‘테르미도르’(전3권)도 도서출판 길찾기에서 곧 나온다.김혜린은 “80년대 후반에 나왔던 작품을 재출간해 감개무량하다.”며 ‘옛 사랑을 기억해준’ 출판사와 독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게임계,우리도 덕 좀 보자 만화 복고 바람에 힘입어 게임계도 70·80년대 만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만든 게임들을 대거 내놓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체 엔타즈(www.entaz.com)는 70·8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신문수의 ‘로봇찌빠’를 휴대폰용 게임으로 되살린 ‘로봇찌빠액숀점프’를 이달초 내놓았다.‘로봇찌빠 액숀점프’는 방향감각에 이상이 생겨 앞으로만 나가는 찌빠를,장애물을 피해 점프시켜 친구 팔팔이를 구출토록하는 내용의 액션게임.엔타즈는 일본 파트너인 NEC를 통해 한국·일본·중국시장에 ‘로봇찌빠’외에도 길창덕의 ‘꺼벙이’,이두호의 ‘머털도사’ 등 토종 캐릭터를 이용한 게임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무선인터넷 게임업체 가바플러스(www.gavaplus.co.kr)는 지난 21일 휴대폰용 게임 ‘건담 윙’을 내놓았다.가바플러스 관계자는 “‘건담 윙’은 지난 79년 시작된 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 ‘건담’시리즈 중 10번째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토미스정보통신(www.tomis.co.kr)은 ‘둘리 게임나라’라는 게임 브랜드를 이용해 휴대폰용 게임인 ‘둘리 제기차기’와 ‘둘리의 다이아찾기’를 제공하고 있다.이는 지난 83년 김수정이 만화잡지 ‘보물섬’을 통해 연재한 동명작을 소재로 삼았다.소프트엔터(www.softenter.com)가 제공하는 ‘날아라 슈퍼보드’ 역시 허영만의 동명원작을 휴대폰용 게임으로 만들었다. 채수범기자 lokavid@■복고바람 어떻게 볼까 ‘만화계 복고바람,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일본 열도는 지난 7일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 탄생 40주년을 맞아 떠들썩했다.일본 덴쓰 소비자연구센터는 “지난해 월드컵으로 인한 경제파급 효과가 4500억엔이었다면 아톰 관련 프로젝트는 5000억엔을 웃돌 것”이라고 경제효과를 분석했다. 여기에 덧붙여 전문가들은,고전 만화 콘텐츠의 가치는 단순한 경제적 효과만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한 세대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통해 그 가치를 입증한 대중 문화코드는 그 자체만으로 소중한 문화 자산이라는 것이다. 최근 박광현의 ‘그림자 없는 복수’를 두번째로 복간한 ‘한국만화걸작선’ 사업을 벌이고 있는 부천만화정보센터의 조관제 소장은 “(복간 만화는)우리의 역사적 배경 속 현실에 맞게 각색된 원작의 재미와 함께,시대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문화자산”이라고 설명했다. 허유심 NHN 미디어서비스팀장도 “복고 콘텐츠는 어른들에게는 향수를,젊은이들에게는 소박·진솔하고 참신한 감동을 전해,세대를 초월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과는 달리 불황의 늪에 빠진 만화계가 원작 각색·복간 등의 안일한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서찬휘 ‘만화인’(www.manhwain.com)지기는 “복간만화는 만화팬들이 대여점에서 만화를 빌려보는 경향을 벗어나 작품을 구입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고,절판된 작품을 다시 볼 수 있게 만드는 순기능을 가진다.”면서도 “그러나 현재의 대여점 체제에서는 총판 중심의 유통망을 따를 수 밖에 없어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성식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만화산업팀 과장도 “지난 99년부터 불기 시작한 복고 바람은 일시적인 불황 타개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창작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수범기자
  • [이경형 칼럼]대통령의 선택

    국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직무는 끊임없는 선택과 결단 그리고 설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대통령은 의회,보좌관,각료들로부터 많은 자문을 받는다.그러나 아무리 조언자들이 많다 하더라도 최종적인 ‘결정의 수렁’에서 이들과 함께할 수는 없다.오직 고독한 대통령 혼자만 있을 뿐이다.”(시어도어 소렌슨 ‘백악관의 의사결정’)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미합중국 보존’을 선택하고 노예 해방과 남북전쟁의 결단을 내렸다.중국의 마오쩌둥은 ‘신 중국 건설’을 선택하고 만리장정을 결행했던 것이다.역사의 진행과 전개는 이처럼 지도자의 결단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2일 국회에서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이 통과되기 앞서 행한 국정연설을 통해 파병 결정은 명분보다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겠다는 일념으로 한·미동맹이라는 현실론을 택했다고 설명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동안 이라크전 파병 문제를 둘러싸고 국민 여론은 찬·반 양론(찬성 48%,반대 45%·동아일보 2일 여론조사)이 팽팽히 맞서 왔다.이제 파병안이국회를 통과한 만큼 국민 통합 차원에서라도 파병 반대자들에 대한 노 대통령의 설득 작업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찬성론은 이번 파병이 향후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미국이 대북 군사적 수단을 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반대론은 명분 없는 전쟁에 파병하는 것은 나중에 북핵 문제와 관련한 군사 행동이 있을 경우,이를 반대할 수 없는 족쇄가 된다는 논리다.찬·반 양론이 모두 북핵 문제의 군사적 해결을 피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접근 방향은 정반대다.따라서 파병 문제를 옳고 그름의 2분법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지도자의 결단이다.일반적으로 대통령이 다루는 문제의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쉽게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는,갈등을 수반하는 문제를 두고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이럴 때 대통령은 역사에 대한 통찰력,국가를 이끌어 가는 비전 등을 토대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민주사회에서 지도자의 진정한 용기는 다수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서,동시에 잘못된소수에게 분명한 거부를 말하는 데서 드러난다. 노 대통령이 국회 연설 이전,그동안 보여준 파병 결정 과정은 결코 신념에 찬 결단의 모습이 아니었다.머리로는 파병을 선택하고,가슴에는 반전이 가득한 것으로 국민들의 눈에 투영됐기 때문이다.그래서 “파병도 맞고요,반전도 맞습니다.”라는 개그가 언론에 나왔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끈질긴 근성에 문제를 피하지 않고 맞부딪치는 정치 스타일이어서 관리형보다는 전사형(戰士型)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대통령 취임 후 서열 파괴 인사,평검사와 생중계 토론회,특검제 수용 등 개혁에 저항하는 이익집단과 맞서 초지를 관철하는 모습이 그런 것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자,정치적 코드가 같은 노사모,시민단체,네티즌,진보그룹 등의 파병 반대를 맞으면서 깊은 고뇌에 빠졌던 것 같다.노 대통령으로서는 착잡한 심경일지도 모르나 진정 용기 있는 지도자라면 이를 뛰어넘어 자신의 우군들을 상대로 맹렬하게 설득을 폈어야 했다. 만약 노 대통령이 파병 불가 결단을 내렸더라도 지금 파병 찬성의 중심세력인 한나라당과 우익 종교 단체,재향군인회 등을 상대로 불가론을 납득시켜야 했을 것이다. 외교안보문제에 있어 선택은 철저하게 현실을 바탕으로 한 국익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결단을 하기까지 수많은 조언을 듣더라도 결단 후 설득의 걸림돌이 될 말들은 안으로 삭여야 한다.그래서 지도자는 늘 고독한 것이다. 논설위원실장 khlee@
  • 디지털영화 ‘삼국지’한·일·이란 세감독 도전장 전주국제영화제 제작 지원

    박기용 감독,일본의 아오야마 신지 감독,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이 디지털영화에 도전장을 냈다.4월25일부터 열흘간 열릴 2003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은 최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디지털 삼인삼색’의 제작발표회를 가졌다.이 영화제 첫회부터 함께 한 ‘디지털…’은 세 감독에게 작품당 5000만원씩을 지원,각각 30분씩 제작한 디지털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영화제의 핵심 프로젝트다. 지난해 개봉한 ‘낙타(들)’로 프리보그 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박기용 감독은 이번이 두번째 디지털 작업.‘디지털 탐색(探索)’이라고 이름 붙인 이번 작품에는,디지털 작품 의뢰를 받은 뒤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는다. ‘유레카’로 2000년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일본의 신예 아오야마 신지 감독은 ‘처마 아래 무법자’를 선보인다. 제작발표회에 참여하지 못한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취한 말들의 시간’으로 2000년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과 황금카메라상을 거머쥔 실력파.영화제측은 예년과 달리,올해의 ‘디지털…’에서 상영된 영화의 일반 극장 개봉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 총리 인사청문회 증인 22명 채택/2大 쟁점사항

    국회총리인사청문특위는 12일 고건(高建) 총리후보 지명자 인사청문회 증인 22명을 채택했다.이들 대부분은 80년 5·17 민주화항쟁 당시 행적 관련자 7명을 비롯해 본인 및 장·차남의 병역 관련자 5명 등 병역 문제와 과거 행적을 검증하기 위한 인물들로 선정됐다.이에 따라 오는 20∼21일 열릴 새 정부의 첫 총리 인사청문회는 병역문제와 공직자로서의 일부 행적이 집중 검증될 전망이다. ●병역 문제 고 지명자와 차남이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고 지명자는 1958년 대학 재학 중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60년 대학 졸업 후 징집되지 않다가 개정 병역법에 따라 보충역에 편입됐다.33세였던 71년에는 고령으로 면제처분을 받았다. 차남은 84년 신검에서 1급 판정을 받았지만 87년 5월 재검에서 ‘현대사회적’ 질병으로 5급 면제 판정을 받았다.장남은 석사장교로 6개월 훈련을 받은 뒤 곧바로 전역했으며,3남은 체중미달과 시력저하로 4급판정을 받아 18개월 보충역 제대했다.고 지명자측은 “60년 4·19혁명과 5·16 군사쿠데타 등으로 (본인의)징집이 연기됐으며,차남은 86년 서울대 병원에서 1년간 입원치료를 받아 재신검에서 현역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해명한 상태다. ●과거 행적 80년 5·17과 10·26사태 당시의 행적이 쟁점이다.청문특위위원들은 10·26사태 당시 청와대 정무 2수석비서관으로서 3일 동안의 행적과 80년 5·17 민주화항쟁 과정에서 신 군부가 비상계엄 확대 조치를 할 때 당시 정무수석으로서 1주일간 출근하지 않은 데 대한 분명한 해명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무수석과 내무장관 재임 시절 부마사태와 87년 6월 항쟁이 일어나자 대통령에게 위수령 발동을 건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고 지명자측은 이에 대해 “5·17때는 비상계엄 확대에 반대해 사표를 낸 상태였으며,부마사태 때는 부산 지역 기관장들이 위수령 발동을 건의했지만 반대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고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보신(保身)을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할 경우 지도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97년 국무총리 당시 환란 발생 책임론도제기되고 있다.91년 한보그룹의 수서 비리 사건 당시 서울시장으로서 특혜분양에 개입했는지 여부도 검증될 예정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
  • NBA올스타전 10일 열려 /별들의 잔치 설레는 팬들

    사상 최대의 ‘별들의 축제’가 펼쳐진다.02∼03미국프로농구(NBA) 올스타전이 10일 오전 10시 미국 애틀랜타의 필립스아레나에서 막을 올린다. 동부와 서부콘퍼런스 ‘베스트 5’와 감독 추천 선수 등 최정상급 24명이 최고의 기량을 겨룰 이번 올스타전은 전세계 212개국,31억명에게 총 41개 언어로 생중계되는 등 사상 최대의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팬투표로 뽑는 ‘베스트 5’는 동부에선 득점 선두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올랜도)와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저메인 오닐(인디애나) 벤 월리스(포틀랜드) 빈스 카터(토론토) 등이 포함됐고,서부는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휴스턴)을 중심으로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스티브 프랜시스(휴스턴) 팀 던컨(샌안토니오) 케빈 가넷(미네소타)으로 짜여졌다. ‘베스트 5’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감독 추천 선수도 이들 못지않은 스타.‘영원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워싱턴)과 제이슨 키드(뉴저지)가 동부 선발로,야오밍에 밀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공룡 센터’ 샤킬 오닐(레이커스)과 게리 페이튼(시애틀)이 서부 선발로 각각 코트에 나선다. 가장 관심이 쏠린 것은 14번째이자 마지막 올스타전 무대가 될 조던의 올스타전 통산 득점 경신 여부. 세차례나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통산 242점을 기록한 조던은 역대 통산 최다득점 기록보유자인 카림 압둘 자바(251점)에 9점 뒤져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본 경기 외에도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8일에는 NBA 옛 스타와 연예인,여자농구(WNBA) 스타가 한 팀을 이뤄 경기를 펼친다.이 경기에서는 NBA 사상 최장신 선수인 매뉴트 볼(231㎝)과 최단신 선수 먹시 보그스(160㎝)가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출 예정이어서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줄 전망. 또 9일에는 3점슛 및 덩크슛 대결이 펼쳐진다.도전장을 낸 선수는 지난해 덩크왕인 제이슨 리처드슨(골든스테이트)을 비롯,데스먼드 메이슨(시애틀) 리처드 제퍼슨(뉴저지) 아메어 스타우더마이어(피닉스) 등 4명.지난해 위력적인 덩크슛을 뽐낸 리처드슨과 2년만에 덩크왕 복귀를 노리는 메이슨의 각축이 예상된다. 곽영완기자 kwyoung@
  • 고건 인사청문회 전망/병역등 7대의혹 ‘최대쟁점’한나라 자유투표 채택할듯

    국회는 이번 주 고건(高建)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 위원 인선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한나라당을 방문,어느 정도 여야 대화정치 분위기가 조성된 데다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인준 여부를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길 것으로 보여 인준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본인과 차남의 병역 문제 고 지명자는 대학시절인 1958년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입영이 미뤄지다 4년 뒤에 병역이 면제됐다.고 지명자는 60년 4·19혁명과 61년 5·16군사쿠데타 등으로 징집 자체가 연기됐고,62년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보충역으로 편입됐다고 해명했다.그러나 61년 행정고시에 합격,“미필적 고의에 의한 병역기피가 아니냐.”는 추궁을 받을 전망이다. 차남 고휘(高煇·40)씨는 84년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인 1급 판정을 받았다가 87년 재검사에서 면제 등급인 5급 판정을 받았다. ●과거 행적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속으로’는 지난 21일 “고건씨는 정부 요직이란 요직은 거의다 거친 인물로 무사안일의 표본”이라고 반대 성명을 내며,청문회에서 7대 의혹을 철저히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고 지명자는 임명직 서울시장 재직시절 한보그룹의 수서아파트 택지개발 인허가 과정에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이에 대해 그는 “3번 허가 신청을 취소했으며 외압을 거부하다 경질됐다.”고 해명했다.79년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사망했으나 3일간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았고,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 때에도 1주일간 출근하지 않아 공직자로서 기본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정무수석과 내무장관 재임시절,부마사태와 87년 6월 항쟁이 발생하자 대통령에게 위수령 발동을 건의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고 지명자는 “10·26 당시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5·17 때는 비상계엄 확대에 반대해 사표를 낸 상태였다.”면서 “부마사태 때는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위수령 발동을 건의해 왔으나 반대했다.”고 해명했다. ●인사청문회 전망 민주당측은 “병역문제 등은 이미 지난 98년 서울시장 선거 때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검증됐다.”면서 “고 지명자가 노련하게 야당의 공세를 피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한나라당은 개혁파 의원들이 인준을 반대하고 있으나,인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기엔 정권초반부터 ‘발목잡기’라는 인상을 줄 경우의 역풍이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김경운기자 kkwoon@
  • [열린세상] 디지털시대의 예술 읽기

    모든 정보를 0과 1의 두 가지 상태로만 생성하고,저장하고,처리하는 전자기술인 디지털이란 것을 사용하기 시작한 후 인류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디지털은 지금까지 역사를 이끌어온 모든 방식,정치·경제·사회·종교 등 전문적이며 부분적 분야를 비롯해 시간 공간의 개념마저 흔들어 놓는다.디지털방식·디지털개념은 종이,캔버스,인쇄물,심지어 비디오 영상매체까지 지금까지 사용돼온 아날로그식 모든 매체와는 완전한 차이를 가진다. 디지털 정보통신으로부터 시작된 이 혁명은 일상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디지털과 함께 사이버스페이스·연결·속도의 리얼타임·쌍방향·온라인·송수신·네트워크·사이보그 등 다양한 언어와 소통의 양식이 등장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디지털 매체로 동원되는 컴퓨터와 함께 지구의 수억 인류들이 이 매체를 통해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발전하고 있으며 그 발전의 가속 또한 우리가 상상하는 범위를 훨씬 뛰어 넘고 있다.그것은 무엇이,누가라는 주체적 개념마저 희미하게 만들어놓고 있다.불과 몇 십 년 전에 영화나 만화·애니메이션에서 등장했던 장면들,예를 들면 가상과 실제를 넘나드는 장면,전 세계적 정보공동체를 이용한 리얼타임 전쟁,인공지능과 인공기계를 부착한 인간과 사이보그,복제 인간을 비롯한 생명공학과 관련된 장면 등은 실제 현재 공간에서 경험되고 있는 세계로 나타났다. 이 새로운 기술은 근대의 산업혁명 시대보다 훨씬 시공간에 빠르고 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근대 이후 기계들의 등장이 농촌과 자연의 풍경을 도시의 풍경과 삶의 형태로 변화시킨 것보다 더 다층적이고 복잡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디지털혁명은 더욱 원본과 복사본의 차이를 비롯해 가상현실을 통해 진짜와 가짜의 구분뿐만 아니라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마저 혼돈시켜 모더니즘적인 예술가의 순수한 창작품이란 예술의 의미조차 없애버리고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구분 자체도 모호하게 만든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본을 수집하고 감상하는 기회보다 흘러다니는 이미지를 통해 쉽게 보고 또 조합해서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의 작품은 자연히 일회성과 순간성의 모자이크식 멀티미디어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시대의 기술이나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창조하려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다.그러나 항상 새로운 창조는 역사의 흐름 속에 곧 굳어진 것으로 자리잡아 하나의 법칙으로 기록되고 교육된다.오늘의 젊은 예술가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은 단순히 수동적 자세나 반응체가 아니라 바로 소통할 수 있으며 주체자로서 개입하고,서로 연결된 고리를 찾아 단선적 인과관계가 아닌 하이퍼텍스트(컴퓨터의 화면상에 표시된 문장이나 그림의 일부를 색인으로 표현해,그것을 마우스로 클릭해 관련된 문장이나 그림을 불러내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를 쫓아가 배선형 논리로 도달하는 것이다.그것은 여러 가지 정보를 동시에 주고받는 멀티미디어적이며 분리된 감각을 총체적으로 조합하는 것이다. 과정보시대의 이미지 생산자인 젊은 예술가들은 당연히 대중들이 원하는 욕구와 바로 부합되는 작업을 하게 된다.이들은 현대미술이 소홀히 했던 소통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경험의 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컴퓨터 안에서 여러 가지 다른 이미지들을 조합하거나 게임에서 주인공이 돼 상대와 대결하는 소통적 상호작용의 경험을 살려 회화·조각·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미디어적 전시를 연출한다.오늘의 예술가들은 일회성·순간성·즉흥성·멀티미디어 총체성으로 경험된 일상이 바로 주제가 돼 기존 시각예술의 시간적·공간적인 의미에 종말을 고한다.다시 말하면 오늘의 예술가들은 디지털이란 매체와 일상적 삶과 환경이 일치되는 것을 주제로 삼아 이 시대의 예술을 표현하는 것이다. 김 미 진
  • 고건, 무엇이 늘 그를 선택하게 하나

    고(故)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유신시절(4공)에는 만 37세의 나이로 전남지사를 지냈다.신군부의 위세가 높던 때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고있었다.또 전두환(全斗煥) 대통령 때에는 교통부·농수산부·내무부장관을,노태우(盧泰愚) 대통령 때에는 관선 서울시장을 각각 역임했다.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말기에는 총리로 발탁됐고,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국민회의(현 민주당) 총재를 겸했던 1998년에는 국민회의 후보로 출마해 민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초대 총리로 사실상 내정된 고건(高建)씨의 화려한 경력이다. ●명문가의 후손 고 총리내정자는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부친은 야당 국회의원도 지낸 고형곤(高亨坤) 전 전북대총장이다.아버지 형곤씨는 대표적인 철학자로 꼽힌다.명 수필가로 꼽히는 고 이양하씨는 연희전문 재직시절 동료였던 형곤씨의 집을 자주 드나들었고,그때마다 재롱을 피우는 두 아들 경이와 건이를 눈여겨봤다가 지난 40년 수필로 엮어냈다. ‘경이 건이’라는 제목의 이 수필은 지난 75∼83년 중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렸다.여기에 나오는 건이가 바로 고 내정자다. ●직업이 장관,시장,총리 고씨는 ‘행정의 달인(達人)’이라는 평을 듣지만,공직사회에서는 ‘기록제조기’로 통한다.그는 직업이 장관이고,서울시장이고,총리라고 해도 별로 지나치지 않다.고씨는 지난 75년 전남지사에 오른 뒤 30년 가까이 이처럼 경력을 쌓아왔다.61년 고등고시 행정과 13회에 합격해 인재가 많다는 내무부의 관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40여년을 ‘상승곡선’을 그리며 살아왔다. 관운(官運)이 좋기로 소문난 나웅배(羅雄培)·진념(陳)·한승수(韓昇洙) 전 경제부총리도 고씨에게는 명함을 내놓는 게 쉽지 않다.그는 보통 정무직으로 불리는 장·차관급(도지사와 수석 포함)을 이미 8번 지냈다.이번에 총리인준을 받으면 9번으로,우리 역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고등고시 행정과 14회 출신인 진념 전 부총리가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장관 등 8번의 정무직을 거쳐 고씨의 기록에 도전할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다. 고 내정자는 1985년 총선 때에는 민정당 후보로 고향인 전북 군산·옥구에서 출마해 금배지도 달았다. ●본인이 말하는 장수비결 고씨의 부친은 공직생활을 시작하는 아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돈 받지 말라,누구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지 말라,술 마신다고 소문내지 말라.’는 게 부친의 가르침이었다.본인도 시류에 따라 줄서지 않는 것을 장수비결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서울시 김우석 행정 1부시장도 “안정감과 청렴성이 고 내정자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돈 받지 말고,시류에 영합하지 말라는 것은 잘 지켰는데,술 문제는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한다.그는 술을 꽤 좋아한다.혼자서 폭탄주를 마시는 것도 취미 아닌 취미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시 고건 총리에게 “술을 많이 마신다는 소문이 있다는데….”라고 말할 정도였다. ●공사(公私)구별은 고 내정자의 고향 후배인 행정자치부 이승우 국장의 얘기다. 이 국장은 “지난 87년 당시 전북 순창 군수로 발령이 나 고향인 옥구 군수로 가고 싶은 마음에 고 내정자를 찾아가 부탁했으나,그는 ‘인사발령이 났으면 보내준 대로 가라.’고 단호하게 거절해 섭섭했다.”고 말했다.고씨는 87년 잠시 내무장관을 지냈다. 그는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동향이나 학교 후배를 챙겨주지 않기로 유명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공사구별과 관련해 물론 다른 의견도 없지 않다.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 임기가 끝날 무렵 호남 출신 후배 공무원들을 많이 챙기는 등 정실인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안정과 개혁 정권이 바뀌더라도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행정을 잘 알게 돼 무리수를 두지 않는 점이 장수의 이유로 꼽힌다.고 내정자는 개혁성이 뒤진다는 일각의 평에도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그는 서울시장 재직시절에 부패추방을 위해 구청별 민원실의 부패지수를 측정,공개하면서 부패지수를 없앴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씨가 지난 2001년 3월 국제투명성기구가 주는 ‘올해의 세계 청렴인상’을 받은 것은 이러한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복마전이라는 서울시의 오명이 자신의 부임 이후 차츰 사라지면서 이제는 ‘복마전 서울시’라는 명칭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좋아했다고 한다. ●소신도 있는 듯한 남산재(南山齋) 그는 대체로 모나지 않는 스타일이다.튀지도 않는 편이다.하지만 지난 80년 정무수석 시절에는 신군부의 5·17비상계엄 확대조치에 반대해 사임하는 ‘결단’도 보였다.정무수석을 그만두고 남산의 국토개발원에 고문으로 근무했다.고향사람이나 찾아오곤 하던 외로웠던 당시에 사무실 밖에 ‘남산재’라는 현판을 달았다.20층 사무실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말 좋아 호를 지으면 남산재로 하겠다고 지인들에게 밝히기도 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관선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한보그룹에 수서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주라는 외압을 끝까지 거부하다가 경질됐다. ●총대를 매지않는다(?) 고씨가 서울시장을 할 때 공보관이었던 박성중 서초구 부구청장은 “고 내정자는 정책을 결정할 때 자문위원회 개최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답답하게 보일 때도 있었으나 실수를 거의 하지 않고 안정적인 시정 운영을 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다른 정부 관계자는 “서울시의 주요 조달업무도 조달청에 아예 위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씨는 서울시장 재직시절 중요한 결정은 대체로 시정개혁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었다.물론 본인이 중요한 정책결정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고,위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으로 보는 곱지 않은 시각도 없지 않다.말많은 서초구의 화장장과 관련한 결정을 후임인 이명박(李明博) 시장에게 사실상 미룬 것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행태라는 지적도 있다. 노 당선자의 한 핵심측근이 “고 내정자는 중요하거나 본인에게 영향이 있을 듯한 결정은 하지 않는 경향이 있던 게 아니냐.”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일부에서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게 고건”이라고 혹평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곽태헌 박현갑 조현석기자 tiger@
  • 한전프라자 ‘일렉트릭 파워’전/예술이 된 전기에너지

    미술에서 전기에너지는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까.먼저 꼽을 만한 것으로는 1920년대에 시작해 1960년대에 절정을 이룬 키네틱 아트(kinetic art,움직이는 미술)와 네온이나 형광등 같은 인공의 빛을 이용한 라이트 아트(light art)를 들 수 있다.이후 ‘전기예술’은 비디오,컴퓨터,홀로그램 등으로 그 폭을 넓혀갔다.이러한 예술과 과학적 상상력의 만남은 곧 이미지의 모험으로 이어진다.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동 한전프라자갤러리가 마련한 ‘일렉트릭 파워’전은 시각 이미지로서의 전기와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색다른 기획전이다.전시를 꾸민 최금수씨는 “단순히 번득이는 빛과 이리저리 움직이는 동력장치로 공간과 시간을 현혹시키는 눈요기 전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전기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아울러 예술가들의 상상력이라는 콘텐츠의 변화도 읽어보자는 것이다. 전기가 보편화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1879년 토머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하면서 일상에 들어온 전기는 1887년 조선에 처음 선보였고,이어 1900년 종로에 3개의가로등이 켜지면서 우리 생활에 파고들기 시작했다.그러나 이번 전시의 초점은 물론 전기의 역사를 더듬는 게 아니라 전기의 시각이미지화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출품작가는 김주호 정인엽 안상진 백남준 등 13명.김주호의 ‘유쾌한 날’은 나무와 철판,합성수지 등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로 인물조각을 만들고 센서를 단 작품으로,관람객이 다가서면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는 일종의 움직이는 조각이다.자칫 냉소적으로 비칠 수 있는 테크놀로지 아트를 따스하고 생기있게 만들자는 게 작가의 의도다.정인엽은 거울 아래 숨겨 놓은 전자석으로 실에 묶인 바늘을 움직이게 하는 키네틱 아트 ‘원 그리기’를 출품했고,안상진은 사이보그처럼 움직이는 로봇이 큰북과 작은북을 차례로 연주하는 영상설치작품 ‘달리기를 위한 장단’을 내놓았다.백남준의 영상작품 ‘TV첼로’도 나와 있다.2월16일까지.(02)2055-1192. 김종면기자 jmkim@
  • [사설] 대통령사면권 제한 필요하다

    법원의 부장 판사가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비판하고 나섰다.판결이 확정된 지 열흘과 석달밖에 안 된 전 경제관료와 공직자를 사면했으니 사법부의 역할에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검사들도 마찬가지다.갖은 애를 써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냈는데,죄가 확정되자마자 풀어주니 어찌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국민들은 더 포괄적이면서 근본적인 의문을 품을 것이다.1997년 외환 위기의 고통을 몰고 오는 결정적 계기가 됐던 ‘한보사태’의 책임자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과 ‘기아사태’의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 등을 특별사면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이는 법률적으로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물론 정부는 고령에다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을 것이다.그러나 대통령 임기 말에,그것도 해가 바뀌기 바로 전에 허겁지겁 사면을 해준 것은 ‘연결고리가 있다.’거나 ‘봐주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과거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척결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사면권이 남용되면 부정부패 척결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언제든지 사면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사회의 기강이 제대로 설 수 없다.서민들은 법 집행이 평등하지 않다는 박탈감과 배신감마저 느낄 것이다. 노 당선자는 이미 대선 기간 중 임기말 봐주기 사면 관행을 비판하고 사면권 남용을 막겠다고 공약했었다.사면권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의 공청회를 거쳐 확정할 수 있을 것이지만,사면권은 사법 정의의 실현을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법 집행과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확산되면 그 사회는 뿌리부터 흔들려 아무 것도 이뤄낼 수 없다.
  • 사형수4명 無期로 감형 정태수씨등 122명 特赦

    정부는 30일 각종 대형 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강정훈 전 조달청장 등 기업인 및 고위공직자 122명에 대해 31일자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대상자는 ▲기업인 14명 ▲고위공직자 5명 ▲사형수 4명 ▲공안사범 40명▲선거사범 8명 ▲외국인근로자 51명이다. 주요 인사로는 ‘세풍’ 사건 등에 연루된 배재욱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을비롯해 전병민 전 청와대 정책수석비서관 내정자,김영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최일홍 전 체육부 차관,강위원 전 한총련 의장,석치순 전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 등이다. 김모씨 등 사형수 4명은 무기징역으로 특별감형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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