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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해 궁·능 관람 도우미 씨가 들려주는 ‘선정릉 이야기’

    김유해 궁·능 관람 도우미 씨가 들려주는 ‘선정릉 이야기’

    “가까운 궁·능에 들러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보세요. 궁·능에 얽힌 이야기를 조금만 알고 보면 우리 문화유산을 즐기는 감흥이 달라집니다. 물론 건강에도 좋지요.” 오랜만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심 속에 파묻힌 선정릉(사적 제199호)을 찾았다. 문화재청이 지난달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선발한 ‘궁·능 관람안내 지도위원’ 10명 중 이달 초 선정릉에 배치된 김유해(72)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서다.‘관람 도우미’로 일한지 한 달이 된 그의 점퍼에는 안내 마이크가 달려 있었다.2시간 동안 능을 함께 거닐며 나눈 그의 삶과 선정릉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한평생 우리 역사와 문화를 사랑한 할아버지의 연륜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교사에서 관람 도우미 ‘제2의 인생´ 1998년 덕성여고 역사교사를 끝으로 40년간 몸담은 교단을 떠난 그는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퇴직 후 시민대학, 사회교육원 등을 통해 고적답사를 다니며 이론이 아닌 현장 속의 역사를 체험하게 됐다. 내친 김에 문화재청 지도위원에 응시,1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었다.“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주로 가르쳤지만 이제는 현장에서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를 가르칠 수 있게 돼 보람이 큽니다.” 지난해 말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 자원봉사팀에 참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물 설명도 하고 있다. 그는 건강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매일 아침 선정릉에 일찍 나와 능을 2∼3바퀴 정도 돌며 쓰레기를 줍는 등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비법이라고 귀띔했다. ●성종·정현왕후·중종 묻힌 선정릉 동네 주민들과 근처 사무실 직원들이 주로 찾는 선정릉은 도심 속 작은 공원이다. 그러나 여기에 조선 제9대 성종(선릉)과 제2계비 정현왕후 윤씨(정현왕후릉), 성종의 둘째 아들인 제11대 중종(정릉)이 함께 묻혀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김 지도위원은 “능의 주인공과 그들의 관계, 능과 기와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조금만 알게 된다면 돌 하나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선정릉 입구인 홍살문에 섰다. 재미있는 선정릉 이야기가 펼쳐진다.“오른쪽에 놓인 돌은 ‘배위’라고 하는데 무덤에 절하는 자리이지요. 홍살문에서 뻗은 길이 왜 2개일까요? 신이 지나가는 길(신도)과 왕이 지나가는 길(어도)로 나뉜답니다. ”나도 모르게 신이 지나가는 길을 택했다. 왕의 길은 조심스럽게 걷기 위해 울퉁불퉁하게 만들어졌기 때문. 걷다 보니 제사를 지내는 정자각이 나왔다. 정자각을 오르는 계단도 역시 2개다. 그런데 내려오는 길은 1개. 신은 정자각에 모셔지고 왕만 내려오기 때문이다. 정자각 뒤편의 능으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길을 타다가 아래를 내려보니 정자각과 수복방, 신도비각 등 기와건축물에 달린 용이 보인다. 김 지도위원은 “용은 물과 가까워 화재 예방의 의미를 갖고 있어 기와마다 용 머리를 달았다.”고 말했다. 또 정자각 기와에 놓인 손오공·저팔계·삼장법사 등 서유기 주인공들은 잡신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왕릉 특징 모두 갖춘 모범적 무덤 마침 선릉이 개방되는 시간이 됐다. 선정릉측은 지난해 7월부터 관람객이 능을 가까이 볼 수 있도록 선릉에 한해 하루 3차례 개방하고 있다. 능까지 올라가는 길은 산책길로도 손색이 없었다. 선릉 앞 곡장의 문을 열고 능 앞에 서자 석양·석호·석마·문관석인·장명등 등 다양한 석조물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우람한 선릉을 받치고 있는 병풍석과 지대석, 난간석은 선릉의 역사를 말해주듯 일부 닳았거나 색깔이 바랬다. 병풍석에는 12개 각 면마다 연꽃과 십이지신이 새겨져 있다.“연꽃은 능 앞에 놓인 장명등과 함께 조선시대에도 불교적 요소가 이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머리가 아닌 엉덩이를 능쪽으로 향한 석양과 석호는 괘씸죄가 아니던가. 그러나 “머리를 밖으로 용맹스럽게 향하고 있어야 능을 수호할 수 있다.”는 김 지도위원의 말에 그들을 용서하기로 했다. 선릉은 조선 왕릉의 특징을 모두 갖춘 모범적인 무덤으로 손색이 없다는 설명이다. 중국 무덤들과 비교할 때 규모는 작지만, 조선 왕실의 검소함이 묻어난다고. 무덤 내 석실이 없어 도굴의 위험은 없지만 임진왜란 때 훼손되는 수모도 겪었다. 선릉에서 아래를 내려보니 층이 진 잔디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잔디를 넘어 홍살문까지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우리 조상의 기개와 숭배정신이 느껴지는 가장 좋은 자리인 것 같았다. 글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야호~ 놀토다! 봄 캐러 가자!

    야호~ 놀토다! 봄 캐러 가자!

    봄에 쑥국을 세번 먹으면 문지방도 못 넘는다는 말이 있답니다. 얼마나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르면 방문턱도 못 넘을까요? 그만큼 몸에 좋다는 것을 과장스레 표현한 얘기겠지요. 지금 우리네 산과 들엔 봄나물들이 그야말로 ‘제철’을 만났습니다. 시기가 조금만 지나도 뻣뻣해져서 먹을 수가 없다네요. 그냥 보내기엔 너무나 아깝지 않을까요?하루쯤 가족들과 들로 산으로 나가보세요. 봄나물들이 지천입니다. 경기도 양평의 생태산촌마을(ecosanchon.invil.org)로 봄나물을 캐러갔다. 산촌마을은 온갖 나물들이 많기로 유명한 통방산을 끼고 있어 봄나물 산행을 나선 행락객들이 많이 찾는 곳.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호위하듯 서있는 화서 이항로 선생의 생가를 지나 야트막한 고개를 넘고 나니 서울근교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만큼 산골냄새가 물씬나는 마을이 눈앞에 펼쳐졌다. 벽계천(檗溪川)이 휘돌아나가며 만들어 놓은 벽계구곡은 이 마을의 자랑거리. 아는 사람들만이 즐겨찾는 숨겨진 명소다. 글 사진 양평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산나물 많이 나는 곳을 안다며 앞장을 선 이장댁 김진호(10), 준호(8)형제 뒤를 따라 통방산에 올랐다. 간간이 나물캐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요즘 뜯을 수 있는 나물은 냉이와 씀바귀, 쑥 등 주로 들나물. 특이 냉이는 조금만 신경써서 보면 어디에서건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지천으로 널려 있다. 쑥은 이제 겨우 여린 잎 몇쪽을 내놓고 있어 뜯기엔 손이 부끄러운 크기. 동행한 남상림(71)할머니가 한마디 거든다.“쑥은 아직 일러.4월초 봄비 한번 내리고 나면 금방 올라오지.”두릅이나 더덕 등의 산나물은 4월 중순쯤이면 채취가 가능하단다. 1시간정도 캤을까. 준비해간 바구니엔 벌써 냉이가 수북하게 쌓였다. 저녁 반찬거리로는 충분한 양. 통방산 산나물에 대해 귀동냥이나 할 생각으로 남 할머니와 함께 산자락 한쪽에 앉았다.“예전엔 장어만한 도라지를 캔 적도 있었어.4∼5월쯤 통방산에 올라가면 산나물들이 널려있어.”참나물과 취나물, 두릅 등이 이 산에서 많이 나는 산나물. 더덕은 봄나물 체험차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을 위해 산중턱에 따로 식재해 놓기도 했다. 남 할머니가 특히 좋아하는 산나물은 혼잎나무로 알려진 화살나무의 어린 잎.“이파리를 삶아서 들기름에다 간장 넣어 무치면 그 맛이 일품이여.” 산촌마을은 봄나물체험은 물론, 다양한 농사체험을 해볼 수 있는 체험형 마을. 표고버섯이나 더덕, 장뇌삼 등은 내방객들을 위해 산 한쪽에 따로 심어놓기도 했다. 사전에 예약을 하면 두릅 등의 산나물이 많이 나는 곳을 안내해 주기도 한다. 예약번호는 (031)773-6440. 산촌마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것이 시골백반과 토속약주. 시골백반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동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 나는 청정 농산물이 주재료다. 가격은 5000원. 토속약주는 농사일 하는 홍성숙(54)씨가 제사상에 올리는 약주처럼 갖은 정성을 다해 만든다는 전통약주다. 오가피와 솔잎을 얹어 wldms 밥에 누룩과 엿기름, 효모 등을 첨가해 항아리에서 숙성시키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제조된다. 홍씨가 주장하는 ‘손익분기점’은 1.8ℓ짜리 한통에 2만원. 두가지 모두 예약이 필수다. 특히 토속약주의 경우 최소한 3주전에는 예약을 해야 제맛을 볼 수 있다. # 가는 길: 양수리 읍내서 삼회리 방향 우회전, 363번 지방도-문호리지나 수입교에서 노문리, 명달리 방향 우회전 # 나물캐기 체험마을 ▶ 경기도 포천 교동마을(pcs21.net) 문의 관인 농협 031-533-9082 ▶ 강원도 화천 토고미마을(togomi.invil.org) 문의 (033)441-2719 ▶ 강원도 삼척 너와마을(neowa.invil.org) 문의 (033)552-5967 ■ 독초 구별 이렇게 하세요 (1)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따서 냄새를 맡아 보면 나물은 향긋한 냄새가 나지만, 독초는 역겨운 냄새가 난다. (2) 꽃잎에 반점이 있거나 번뜩이는 광택이 있으면 일단 유독식물로 보아야 한다. (3) 식물에 상처를 내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불쾌한 짙은 빛깔의 즙액이 나오면 독초일 가능성이 많다. (4) 종류-진범, 미치광이풀, 앉은부채, 박새풀, 천남성, 동의나물, 투구꽃, 은방울꽃, 현호색, 애기똥풀 등. 특히 진범 등은 맹독성 식물이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 이 산에 봄나물 많아요 국내의 산들은 어디라 할 것 없이 봄나물이 많이 나지만, 그중 많이 알려진 산들을 모았다. 간혹 봄철 산불예방차원에서 입산통제를 하기도 한다. 출발에 앞서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또 지정된 등산로 이외의 곳에서 산나물을 채취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인천 강화도 마니산 수도권과 인접한 강화도 마니산에는 취나물과 고사리, 참나물 등이 많다.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등산도 하고 산나물도 뜯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상방리와 덕포리 등의 마니산 자락에 산나물들이 많이 자란다. 불은면 신현리, 덕성리 등의 작은 야산과 농로 등에서는 쑥이나 씀바귀, 냉이 등을 채취할 수 있다. 현재 입산통제는 안 되고 있지만 4월 초순에 부분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문의 강화군청(ganghwa.incheon.kr)환경녹지과 (032)930-3421∼2.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용문산은 가족단위로 산나물을 캐러가기에 좋은 곳.4월 중순쯤이면 계곡주변에 산나물이 지천으로 돋아난다.3시간 정도 걸리는 산행을 끝낸 뒤 양평장을 찾아가면 다양한 산나물을 살 수도 있다. 산더덕 등의 산나물로 유명한 양평장은 매달 3과 8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5일장. 백안리에서 새수골에 이르는 구간만 입산이 가능하고 다른 코스는 통제중이다.6월께 해소될 예정. 문의 용문산 관리사무소 (031)770-2710. ▶경기도 포천시 광덕산 광덕산은 산세가 완만해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는다. 해발 1046m에 달하는 정상에 가까울수록 참나물과 모시대 등의 산나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참나물은 곰취 등과 더불어 최고의 쌈거리로 사랑받는 산나물. 광덕리와 명월리 방향에 산나물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의 포천시청(pcs21.net, (031)531-4242. ▶강원도 인제 점봉산 점봉산으로 산행을 떠난다면 반드시 병풍취를 찾아볼 것. 병풍모양의 잎을 가진 병풍취는 ‘산나물의 여왕’으로 불릴 만큼 독특한 향과 맛을 자랑한다. 특히 곰배령 일대는 산나물밭으로 알려질 만큼 곰취, 신선초 등의 산나물들이 지천이다. 점봉산 인근의 방태산도 봄나물이 많기로 유명한 곳. 점봉산과 방태산 모두 입산통제 중이다. 오는 5월15일께 해소될 예정. 문의 인제군청(inje.gangwon.kr)산림녹지과 (033)460-2071. 이외에도 경기도 포천의 백운산, 청계산, 명성산, 가평의 명지산, 강원도 홍천의 공작산, 평창의 계방산 등도 산나물로 많이 알려진 명산들이다.
  • [이슬람 문명과 도시] (6)시리아 다마스쿠스

    [이슬람 문명과 도시] (6)시리아 다마스쿠스

    아침 비행기로 요르단의 암만을 출발한 지 1시간도 못되어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 착륙하겠다는 기내 방송이 나온다. 두 나라의 수도가 이렇게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안전벨트를 매라는 승무원들의 재촉을 받으며 창밖을 바라보니 뿌연 매연을 뒤집어 쓴 다마스쿠스 시가지가 내려다보이고 그 서쪽으로 안티-레바논 산맥의 눈 덮인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다마스쿠스를 감싸고 있다. 비행기는 한바탕 요동을 친 후 순조롭게 착륙해 활주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린다. #세계서 가장 오래된 ‘동양의 진주´ 소위 “인류가 계속해서 거주한 가장 오래된 도시” 다마스쿠스에 도착한 것이다. 다마스쿠스는 약3500년 전에 인류가 거주하기 시작한 후 한번도 폐허가 되지 않고 그 역사적 맥락을 이어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간주된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이 도시를 ‘동양의 진주(the Pearl of Orient)’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마스쿠스의 공식 명칭은 아랍어로 디마쉭 앗-샴(Dimashq ash-Sham)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줄여서 디마쉭이라고 부르지만 아랍인들은 앗-샴이라고 부르기를 더 좋아한다. 앗-샴은 북쪽을 의미한다. 아랍인들의 주요 거주지역에서 다마스쿠스는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택시는 총알처럼 달려 미리 예약된 신시가지의 호텔로 순식간에 나를 안내한다.1920년부터 1946년까지 4반세기를 프랑스의 신탁통치를 받으며 개척된 신시가지이기에 유럽식 건물들이 이방인처럼 여기저기 눈에 거슬린다. 한시라도 빨리 다마스쿠스 본연의 오리엔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여장을 풀자마자 바로 신시가지를 벗어난다. #다마스쿠스의 젖줄 바라다 강 동쪽의 구 시가지를 향하는 택시는 바라다 강을 끼고 달린다. 이 강이 다마스쿠스의 젖줄이다. 습기를 잔뜩 머금고 지중해에서 출발한 바람은 그 험한 레바논 산맥과 안티-레바논 산맥을 힘들게 넘으면서 땀처럼 비를 뿌린 후 정작 다마스쿠스에 도달하면 건조한 바람으로 변한다. 그래서 다마스쿠스와 그 동쪽은 온통 사막뿐이다. 하지만 이 바라다 강이 구타(Ghouta) 오아시스를 만들어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 것이다.“금강(金江)”이라는 의미의 바라다는 정말 다마스쿠스에는 금과 같은 존재이다. 교통 체증으로 잠시 짜증이 밀려왔지만 곧 다마스쿠스 구시가의 성곽이 보이자 정신이 번쩍 든다. 이 성곽 안에 2000년 이상의 역사가 숨쉬고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흥분이 밀려온다. 우선 동쪽에 위치한 기독교 지역부터 답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성곽의 동문(東門) 앞에 택시를 세웠다. 로마 시대에는 태양이 뜨는 쪽에 위치하고 있다 해서 태양의 문이라고 불렸던 동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그곳이 다마스쿠스에서도 가장 역사가 오래된 투마(예수의 제자인 도마의 아랍어식 표현) 지역이며 주로 기독교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다마스쿠스는 기독교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도시이다. 사도 바울이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예수의 환상을 보고 눈이 멀었으나 다마스쿠스 출신의 아나니아가 성안으로 바울을 데려와 치료해 주었다. 그 후 다마스쿠스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고 선교활동을 펼치던 바울이 유대인들의 위협을 받자 동료들이 그를 바구니에 넣어 성벽 아래로 내려 탈출시켰다. 동문 바로 북쪽 아나니아의 생가가 있던 자리에 기독교 교회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의 하나인 아나니아 교회가 있다. 로마의 기독교 박해 시절 비밀리에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에 교회는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사도 바울이 바구니로 탈출했던 자리에는 성-바울 기념 교회가 세워져 있다. #7세기 중반부터 기독교 공동체 인정 이슬람의 심장부에서 1350여년 동안 존속하고 있는 기독교 교회들을 둘러보며 새삼 우리가 얼마나 이슬람의 실체를 왜곡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7세기 중반부터 다마스쿠스를 지배한 이슬람의 아랍인들은 어느 정도의 차별은 있었지만 기독교 공동체를 인정하고 자치를 부여했다. 이 때문에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치면서도 오늘날까지 기독교 사회가 존속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이슬람의 강제적인 포교를 상징하는 ‘한 손에 칼, 한 손에 코란’이라는 표현이 왜곡이라는 사실을 반증해주고 있다. 더욱이 기독교 지역 바로 서쪽의 하랏 알-야후드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유대교 지역을 둘러보면서 아브라함 후손들의 종교가 사이좋게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보고 오늘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종교 간의 충돌이 더욱 아쉽게만 느껴진다. 이제 나머지 이슬람 지역을 둘러볼 차례이다. 다마스쿠스의 상징이나 다를 바 없는 우마이야 모스크로 통하는 길목에는 아랍어로 ‘쑤끄(souq)’라고 불리는 전통 시장들이 늘어서 있다. 페르시아-터키 문화권의 ‘바자르(bazaar)’와 같은 의미이다. 이슬람에서 모스크는 단순한 신앙생활의 공간만은 아니다. 주변에 병원, 학교, 도서관, 시장, 공중목욕탕 등의 공공건물도 지어 문화적, 경제적 공간을 함께 제공해 주고 있다. 특히 시장의 상점에서 얻어지는 임대수입은 모스크 운영과 복지를 위한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문화·경제공간 전통시장 ‘쑤끄´ 삶을 외치는 싱싱한 소리를 들으며 이리저리 사람과 짐과 부딪치며 어렵게 전진해 가니 향긋한 냄새가 나를 반긴다. 바로 향료 시장이다. 음식에 향료를 많이 사용하는 아랍인들이기에 향료도 형형색색으로 수십 가지가 된다. 시장 골목의 북쪽 끝에 가장 큰 규모의 하미디예 시장이 있다. 고대부터 다마스쿠스는 무역의 교차로에 위치하고 있어서 수많은 상인들과 엄청난 물자가 몰려들었다. 그러한 역사적 전통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 전통 시장들이다. 이스탄불이나 카이로의 전통 시장에서 느꼈던 소위 ‘삐끼’들의 지나친 강매행위나 버릇없는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환한 미소만 건네고 있다. 항상 시리아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참 순박한 아랍인들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사회주의 국가로서 대외에 개방되지 않았던 탓에 아랍의 순수성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나라가 시리아다. 누가 이 순박한 사람들의 나라를 테러 지원국으로 보겠는가? 우마이야 모스크는 그 자체가 하나의 다마스쿠스 역사이다. 다마스쿠스를 거쳐 간 다양한 문명의 성전들이 같은 자리에 계속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약 3000년 전에 이 지역에 거주했던 아랍인들은 폭풍과 번개의 신인 하다드 신전을 이 자리에 처음 건설했다. 로마인들이 지배하면서 하다드는 로마인들의 최고신인 주피터로 대체되었다. 그 후 비잔틴 시대인 4세기 말에 기독교의 교회로 바뀌어 세례 요한에게 바쳐졌다. 그 후 7세기 중반부터 아랍의 지배를 받으면서 모스크가 되었는데, 처음 다마스쿠스를 점령한 칼리드 이븐 왈리드 장군은 교회 건물의 동쪽을 모스크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나머지 서쪽 부분은 기독교인들이 계속 사용하도록 했다. 나중에 우마이야 제국의 통치자들은 이슬람 신자들의 수는 늘어나고 기독교 신자의 수가 줄어들자 기독교 공동체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단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우마이야의 칼리프 왈리드 1세가 705년부터 7년에 걸쳐 오늘날의 규모로 확장했다. #세례 요한 머리뼈 모스크에 보관 모스크 첨탑 가운데 하나를 ‘예수의 첨탑’이라고 부른다거나 예배실 한쪽의 성소에 세례 요한의 머리뼈를 보관하고 있다거나 하는 것이 모두 다마스쿠스에서의 전통적인 기독교와 이슬람의 친밀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7세기에 기독교인들과 이슬람 신자들이 같은 문으로 사이좋게 들어간 후 자신들에게 정해진 공간에서 각자의 신앙생활에 몰두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흐뭇한 마음으로 모스크를 나선다.
  • [열린세상] 도시는 다양한 모자이크다/이건영 중부대 총장·전 건교부 차관

    조선조의 어느 시인이 남산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조가비들이 엎디어 있는 것 같다고 묘사한 바 있다. 사방 부드러운 능선과 어우러진 도읍의 스카이라인은 고즈넉하고 안온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산에 올라 내려다보는 도시 풍경은 삭막하다. 획일적인 고층 아파트가 분지와 계곡을 따라 도열해 있고, 재개발 아파트들이 산허리를 기어오른다. 강변에는 회색 아파트의 병풍이 둘러쳐져 있다. 지금 강남과 서울 주변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빽빽한 아파트숲이다. 모양도 획일적이고 높이도 어슷비슷하다. 지난 20∼30년 사이의 변화다. 아마도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시가지가 조성된 예가 인류 역사상 또 있을까? 졸속이라면 졸속이었다. 그런데 재건축이란 이름 아래 고작 20년이 지난 아파트를 허물어 다시 짓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정작 개선되어야 할 달동네나, 노후하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단독주택 지역은 그냥 방치되어 있다. 우리는 짓고 부수는 일에 영일이 없다. 쉽게 짓고 쉽게 부순다. 낡고 손때 묻은 것에 대한 애정이 없다. 큰 그림이 없기에 서로 사업권을 선점하려고 아우성이고 이에 따라 아파트값이 춤추는 것이다. 나라 전체로 볼 때 우리는 열심히 집을 짓고 있지만 동시에 부수는 집도 많다. 연간 50여만가구가 지어지고 10만가구 가까운 집이 없어진다. 런던에는 지금도 빅토리아 시대에 지은 1백여년 지난 집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래된 집일수록 더 값이 나간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오래된 집일수록 견고하고 아름답다. 낡은 것들은 닦고 고쳐서 쓴다. 그래서 도시와 집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물의 수명은 쓰기에 따라 무한이다.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 중 성가족 성당은 백년이 지난 지금도 짓고 있는 중이다. 유럽에는 로마 사람들이 만든 교량 중 80여개가 지금도 쓰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10여년밖에 안 된 교량도 철거되었다. 자동차도 몇년만 지나면 바꾼다. 가전제품도 새 모델이 나오면 멀쩡한 쓰레기들이 거리에 쌓인다. 우리의 이같은 발빠른 변신은 아마 성장시대의 후유증일 것이다. 선진국의 한 세기 변화를 우리는 십여년 사이에 경험해 왔다. 그러는 사이 보존할 만한 것, 버릴 것 가리지 않고 새것만을 추구해 왔다. 도시는 다양한 모자이크다. 낮은 집도 있고 높은 집도 있다. 낡은 집도 있고 헌 집도 있다. 여기에 역사가 있고 개성이 있고 문화와 연륜이 있다. 이런 것들이 조화되어 도시 분위기를 만든다. 도시공간은 일단 지어지면 도시민들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강남 일대의 아파트 지구들은 도시계획에 따라 건설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재건축’에 의해 용적률이 부쩍 늘어나고 고층화되면 도시 경관도 문제지만 교통·상수도 등 기반시설이 오버로드될 것이다. 용적률 욕심은 아파트값과 비례한다. 강남 집값은 공급부족 탓이라고 재건축 촉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면 서울은 끝없이 점점 더 높고 빽빽한 아파트 숲으로 변해갈 것이다. 지금도 비대한 공룡도시인데, 과연 살 만한 곳이 될 것인가? 그동안 철학이나 미학보다는 경제논리나 정치논리에 밀려 만들어진 도시. 이제 양적으로만 팽창시키기보다 질적으로 재생시켜 나갈 때이다. 낡은 것은 리모델링하거나 리바이벌하고 싶다. 대도시는 대도시대로, 중소도시 또는 농촌의 취락지역도 그에 알맞은 재생 모델이 필요하다. 만든 지 얼마 되지 않는 ‘새 도시’ 강남에 불어온 ‘짓고 부수기’ 바람을 보며, 나는 유럽의 잘 보존된 고도(古都)들의 향취를 생각한다. 낡은 것도 아름답다. 누가 자꾸만 우리의 도시를 망치고 있을까? 이건영 중부대 총장·전 건교부 차관
  • 판교 모델하우스를 들여다보니…

    판교 모델하우스를 들여다보니…

    ‘밝고 넓은 아파트’‘40평 같은 30평’‘30평 같은 20평’ 최근 언론에 공개된 판교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대한 중평이다. 거실·방·부엌을 최대한 앞쪽 발코니 쪽으로 배치해 햇살이 잘 들도록 한 데다 확장형 발코니를 적용,7∼11평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그러나 발코니 확장을 하려면 1000만원 이상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확장을 전제로 설계해 발코니를 트지 않으면 집 모양이 이상하거나 공간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마감재는 대부분 평이한 수준이며 가전제품, 비데, 붙박이장 등은 대부분 옵션이어서 따로 돈이 든다. ●주공 33평B형, 5베이에 발코니 15.3평 주공이 제공하는 33평B형은 안방과, 작은 방, 거실, 부엌, 주방 등 5개 공간이 앞쪽 발코니에 접하도록 설계한 5베이 평면이다.33평형은 4·4.5·5베이,30평형은 3.5베이,24평형은 3베이 설계다. 안방, 거실, 부엌 등 공간마다 발코니를 확대해 공간을 늘렸다.33평B형은 발코니 면적이 모두 15.3평인데 이중 8평을 전용면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전용 25.6평에 8평을 더해 전용면적 33.6평 아파트처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안방과 거실의 경우 폭 2m 발코니중 1.2m는 확장했지만 나머지 공간은 화단·건조 등 공간으로 남겨두어 안정감을 살렸다. 그밖에 대형 드레스룸, 화장대, 장식장 등이 있으며, 붙박이장 안에 TV를 넣어 수 있게 했다. 거실도 발코니를 확장한 만큼 넓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벽 장식장의 폭이 넓고 거실 소파와 부엌 사이의 거리도 상대적으로 멀어 넓은 느낌을 준다. 거실과 부엌 사이의 공간도 다양하게 꾸몄다. 주공 33평형 중 일부는 거실과 부엌 사이에 병풍형 여닫이문을 둘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주공 24·33평형 중 일부는 포켓 발코니(발코니가 방이나 거실로 들어온 형태)에 원목바닥재를 깔아 놓기도 했다. 원목바닥재 설치비는 별도다. 부엌에 딸린 발코니를 확장해 냉장고, 김치냉장고, 보조 가스레인지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부엌 조리대는 인공 대리석을 사용했고,33평형의 경우 부엌 한 쪽 벽면에 붙박이 수납공간을 기본형으로 제공했다. ●한성건설 33평A형, 최상층에 14.5평 다락방 제공 민간이 지은 아파트도 활용도 있는 넓은 공간과 채광성에 초점을 맞췄다. 풍성주택(1147가구) 33평A형은 발코니 확장으로 늘어나는 서비스 면적이 7.68평으로 전용 면적 33.38평이다. 거실에 접한 작은 방을 터서 거실을 넓게 쓸 수 있는 가변형이다. 거실 바닥은 원목으로 시공한다. 안방 발코니쪽 선반과 보조주방, 가스오븐레인지, 주방액정TV, 안방 붙박이장 등은 별도 옵션. 옵션가는 300만원 정도다. 한림건설(1045가구)은 34평형을 전시했는데 발코니 면적이 9.6평이다. 현관에서 볼 때 침실을 오른쪽으로 몰아 거실 및 주방 공간과 분리했다. 냉장고, 김치냉장고, 드럼세탁기는 서비스 면적으로 배치해 주방을 넓게 쓰도록 했다. 이지건설(721가구) 모델하우스는 32평형 A·B타입이 있는데 주력 평면인 A타입은 방이 3개로 발코니를 확장하면 7.5평 늘어난다. 한성건설(268가구)의 33평A형은 거실폭이 4.8m로 집안에 들어서면 개방감이 느껴지는 게 장점이다. 최상층은 14.5평 정도의 다락방이 서비스 공간으로 제공된다. 건영(222가구)의 32평형은 거실, 안방 등의 발코니는 확장했는데 주방과 다른 침실쪽 발코니는 확장하지 않았고, 대광건영(257가구) 23평형은 판교 분양 아파트중 가장 작은 평형이지만 발코니 확장 면적이 무려 9평에 이르러 30평형대 부럽지 않다. ●안방 발코니 2개 임대주택도 4개사 중 대방건설, 모아건설, 진원이앤씨 등 3개사는 10년 후 분양전환에 대비해 발코니 확장과 마감재 옵션 등을 별도로 선택하도록 했다. 발코니 확장 비용은 임대기간을 채우지 않고 나가면 거주기간만큼 감가상각비용을 뺀 나머지를 돌려주지만 제값을 받긴 힘들다. 그런가 하면 광영토건은 발코니 확장, 마감재 옵션이 없는 기본형으로만 공급해 분양전환을 받을 사람은 개별적으로 공사해야 한다. 대방건설(266가구)은 24,32평A형이 모델하우스로 나왔는데 기본형과 기본 마감재에 발코니를 확장한 기본형 확장, 마감재 수준을 높이고 발코니도 확장한 풀옵션 등 3가지 타입이 있다.32평형 기준 풀옵션으로 꾸미면 3000만∼4000만원이 추가로 든다. 모아건설(585가구)은 23평과 33평A형을 선보였다. 안방 발코니가 2개여서 통풍이 좋고, 확장을 하면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 안방 드레스룸 가구와 보조주방 등은 별도 옵션. 광영토건(371가구)은 임대아파트중 유일하게 별도 옵션이 없는 완전 기본형으로만 나온다. 입주전 발코니 확장을 해주지 않고, 마감재도 한 가지로만 시공한다. 대광건설이 시공하는 진원이앤씨 아파트는 23·32평형을 전시했는데 모델하우스내 발코니는 확장하지 않았지만 입주자가 원하면 확장해준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마니아] 고덕2동 주민자치센터 동호회

    [마니아] 고덕2동 주민자치센터 동호회

    일상속에서 발견하는 자연 ‘민화’ “어머니, 어머니, 이것 좀 보세요.” 아들 율곡이 숨가쁘게 달려옵니다. 풀밭에서 산 채로 잡아온 방아깨비를 어머니에게 보여줍니다. 신사임당은 방아깨비의 뒷다리까지 꼼꼼하게 살펴본 뒤 놓아줍니다.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草蟲圖)’는 소박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맛이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사랑스러운 눈길이 묻어나오기 때문이지요. 신사임당은 자녀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그림은 단순히 손재주만으로 그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을 가다듬은 뒤 그릴 대상을 꼼꼼이 관찰해야 한다. 실체를 파악하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는 그림이 나올 뿐이다.” 그래서인지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를 보고 닭이 와서 쪼아댔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현대판 신사임당’들이 민화를 그리고 있는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지난 7일 강동구 고덕2동 주민자치센터 2층의 ‘민화방(民房)’.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민화에 푹 빠진 20여명이 몰려든다. 민화방은 고덕2동 동사무소에서 운영하지만 절반 정도는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온다. 민화방을 이끄는 한국민화작가회 회장 안종혁씨의 개인전 등을 접하고 찾아오는 이들이다. ●취미로 시작… 국내외서 전시회 열어 이날은 민화 경력 19년차인 ‘왕 언니’ 이정순(60)씨가 분위기를 한껏 띄우면서 시작됐다. 전날 저녁 제사 상에 올렸던 인절미를 가져온 것. 대개 이른 시간 집을 나서며 아침을 먹고 오지 않은 터라 인절미에 손이 갔다. 커피를 곁들이면서 이씨는 민화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 “민화는 서민들의 생활이 녹아든 과거의 민중 예술이었습니다. 궁중 화원이든, 떠돌이 작가든, 여인네든 민화를 그렸지요. 근대화 과정에서 민화는 무명작가들의 그림이라는 이유로 훼손당했지만 최근 회복되고 있지요.” 중학교 과학교사였던 이씨는 취미삼아 민화를 배웠다가 은퇴한 지금까지도 민화에 빠져 있다. 실력 또한 전문가 수준이다. 지난해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십장생도’ 등의 전시회를 열었으며, 강원 영월의 ‘난고 김삿갓 축제’의 민화 공모전에도 입상하기도 했다. ●일산서 왕복 4시간 걸려 오가기도 민화방의 ‘최고참’ 민춘례(73) 할머니도 거든다. “노인들이 시간을 보낼 게 마땅치 않잖아요. 집에서 잠이 안 오면 민화를 그리면서 잡념을 떨치고 집중할 수 있지요. 수다만 떠는 것은 싫어요. 틈만 나면 이렇게 붙잡고 있답니다.” 이런 열정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민 할머니는 민화방이 열리는 매주 화요일이면 꼬박 2시간 동안 서울을 가로지르는 ‘대각선 행진’을 한다. 집이 일산에 있는 탓이다.“민화방까지 오는 게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민 할머니는 “예전에는 관절이 좋지 않아 오래 걷는 게 힘들 정도였지만 이렇게 움직이니까 힘이 난다.”라고 대답했다. 원래 서예와 사군자를 시작한 민 할머니는 서예전에 갔다가 우연히 안종혁 회장의 작품을 접하고 민화방에 오게 됐다. 회원들은 어느새 자리로 가서 제각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각자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어서 꽃들을 그린 화훼도(花卉圖), 풀과 곤충이 담긴 초충도(草蟲圖), 꽃과 새를 화조도(花鳥圖), 문방사우(文房四友)가 있는 책걸이(冊架) 등 각양각색이었다. 이런 가운데 민화방의 ‘청일점’ 박민수(52·남)씨가 단연 눈에 띄었다. 평일 오전 민화방에 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올 수 있는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현직 경찰인 박씨는 3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아닐 때 짬을 내서 참석한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주 밑그림을 그린 산수화를 채색하다가 “근무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일찌감치 나서야 한다.”면서 서둘러 민화를 그렸다. ●세월 흐를수록 자연스러운 색감 민화방의 신혜영(50)씨는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현지 예술협회와 한국총영사관 등의 후원을 받아 오클랜드 대학 초청으로 신씨의 작품이 이역만리까지 가게 됐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신씨는 미술학도답게 민화의 성격을 분석했다. “민화는 실용예술로 분류되지요. 옛 조상들의 일상 생활의 일부였지요. 방안의 족자, 소반, 병풍 등에 모두 민화가 담겨 있었고, 여인네들이 애장하던 물품이었지요. 민화를 두고 회화인지 아닌지 논쟁을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민화가 우리 삶을 다루는 친근한 그림이라는 것입니다.” 우영숙(42)씨는 민화의 색감에 대한 예찬론을 폈다. “한지에서 물감이 피어나듯 우러나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러운 맛이 더해지지요. 민화는 돌가루·흙을 염색한 분말을 아교에 개어서 쓰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색감이 아름답게 배어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우씨는 민화의 이런 매력에 빠져 올해 명지대 전통공예학과 대학원으로 입학하기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김숙(49)씨는 신사임당이 즐겨 그린 ‘초화도’만 고집한다. 강아지풀에 오이 줄기가 얽혀 오이가 열려 있는 모습, 달개비꽃과 양귀비꽃 앞에 여치가 뛰어노는 모습, 개구리와 무당벌레가 연못가에서 노는 모습 등 온통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자연의 모습이다. 10개월 된 늦둥이를 포대기에 업고 그림을 그린 ‘신입생’ 김정현(40)씨는 오늘 처음 왔다. 신씨는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그리는 ‘까치 호랑이’ 민화에 정성스레 붓질하면서 “다음 민화방 마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안종혁 회장이 말하는 민화 고덕2동 ‘민화방’을 이끌고 있는 안종혁 회장에게 민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치 대중가요처럼 남을 의식하면 망설여지지만 여흥을 내는 분위기에서는 저명 인사도 대중 가요 한두곡을 불러야 속이 풀리고 일체감을 느끼는 것과도 같지요. 민화야말로 제대로 살아있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화는 궁중민화와 민중민화로 나누어지지만, 이런 점에서는 민화의 본질은 민중민화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민화가 민중에 가까워서인지 때로는 민화의 격을 낮춰 보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훈훈한 인정이 넘치며 재주와 기교를 자랑하지 않았고, 그림의 구도·기법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에 상식과 상상을 뛰어 넘는 파격적이고 해학적인 멋스러움이 배어나온다는 점은 민화만이 갖는 매력입니다.” 민화가 서민들의 소망이 녹아나는 매체라는 점도 독특한 매력 중의 하나이다. “민화에는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감성이 얽혀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순수하고 소박한 소망을 담아 장수, 부귀, 다남, 화합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렸고, 이를 곁에 두고 신앙처럼 기원하면서 살았지요. 기복 신앙에서 출발했다고 해야겠지요.” 민화의 소재는 화조(花鳥), 산수(山水), 동물, 인물, 책거리(冊架), 문자 등 다양한데, 각 소재마다 저마다 상징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물고기-다산(多産) ▲호랑이-잡귀를 막아주는 수호신 ▲모란꽃-부귀 ▲연꽃-군자(君子) ▲짝을 이룬 새·동물-부부간의 금실 등이다. 우리 조상들은 딸을 결혼시킬 때 물고기·새·동물 등이 들어간 민화를 혼수품으로 딸려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민화는 고구려 벽화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다 조선 후기에 활발하게 그려졌다. 일제 강점기에는 주춤하다 1970년대 전후로 다시 조명받기 시작해 1990년대 들어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가장 한국적인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시대에 걸맞은 창작품을 만드는 동시에 전승을 위한 재현 작업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대들이 자랑할 수 있는 21세기 문화재를 창출해 나가야 하지요. 세계로 펼쳐가는 한류 열풍에 민화가 단단히 한몫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덕2동의 민화방은 그 밑거름이 될 것이고요.”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WBC] 일본 공격 숨통 끊은 4회 그림같은 수비

    한국 ‘드림팀’의 마술같은 다이빙캐치가 ‘일본야구의 심장’ 도쿄돔을 침묵의 바다로 만들었다.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라운드 최종전.0-2로 일본에 끌려가던 한국은 4회말 2사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타석엔 이번 대회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는 니시오카가 들어섰다. 봉중근의 2구는 가운데로 몰렸고 니시오카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아갔다. 라인드라이브로 뻗어나간 타구는 우익선상을 완벽하게 꿰뚫는 것처럼 보였지만 우익수 이진영(26)은 전력질주를 한 뒤 그라운드에 몸을 날렸다. 바닥에 심하게 부딪힌 충격에 한동안 무릎을 꿇고 있던 이진영은 잠시 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고, 그의 글러브 속엔 공이 오롯이 남아있었다. 순간 도쿄돔을 가득 메운 5만 관중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쉽사리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수비에 일본팬 역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일 이진영이 타구를 잡지 못했다면 사실상 경기는 끝이었다.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아 0-5가 됐다면 한국 마운드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타자들도 의욕을 잃었을 터. 이진영 스스로도 지난 1년 여의 마음고생을 한 순간에 훌훌 털어버린 순간이었다.이진영은 2004년말 ‘병풍’에 휘말린 탓에 당초 29명 최종엔트리 합류가 유동적이었지만, 이날의 수비 하나로 김인식 감독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한국 야수들의 매혹적인 수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 타이완전에서도 2-0으로 앞선 9회말 2사 1,3루의 핀치에서 타이완 잔즈야오의 타구를 유격수 박진만(30)이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며 토스 아웃시켜 승리를 이끌었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광장] ‘아파트 중독증’ 에서 벗어나자/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아파트 중독증’ 에서 벗어나자/임태순 논설위원

    사정상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3층 건물의 2,3층에 전세든 것이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다가구주택으로 옮긴 것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줄곧 아파트에서 살아왔으니 20여년만에 아파트를 벗어난 셈이다. 우리들에겐 알게 모르게 ‘집’하면 ‘아파트’라는 고정관념이 배어 있다. 어느 새 아파트가 전체 주택의 60%를 넘어섰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사오기 전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다. 난방, 온수 등의 불편은 예견했던 일이지만 특히 일반주택에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아이들이 걱정이 됐다. 그러나 아이들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잘 지낸다. 아파트의 발전속도에는 못 미치지만 다가구주택도 많이 진화해 난방과 온수사용에도 큰 문제가 없다. 집 주변을 돌아본 아내도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기대감을 표시했다. 청과물 가게가 어디에 있고 세탁소 세탁물 가격은 얼마라면서 아파트에선 까맣게 잊고 있었던 ‘동네’,‘이웃’을 느끼게 돼 사람사는 맛이 난다고 했다. 불편한 점도 많다. 당장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보려면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아파트였으면 문앞에 떨어져 있는 신문을 살짝 집어 왔을 텐데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어야 한다. 방범도 걱정이 된다. 아파트는 경비가 있어 안심이 됐지만 이제 집의 도난, 도둑 등 안전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집 주변도 청소해야 하고 눈 치우기 조례에 따라 눈이 오면 눈도 쓸어야 할 것 같다. 국민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편리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웬만한 것을 다 해결해줘 주부와 가장의 손을 덜어준다. 재테크로서의 위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아파트 가격은 평당 2000만원을 넘어서면서 재산을 불리는 강력한 수단이 됐다. 전세시장도 아파트 우선이다. 세입자들도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보다는 시장이 넓어 구하기 쉽고 순환이 잘되는 아파트를 찾는다. 정보통신 강국이 되는 데 기여한 것도 아파트다. 공동주택이다 보니 초고속인터넷망을 깔기가 훨씬 수월하다. 단독주택으로 이사 와서 케이블 TV이용료가 비싼 것을 보고 깜빡 놀랐다. 설치비로 4만5000원을 내고 한달수신료는 3.5배 비쌌다. 아파트분양은 곧 주택정책이라 할 정도로 아파트 중독증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채권입찰제, 청약저축, 아파트전매, 국민주택규모, 아파트원가공개 등 그동안 쏟아져나온 각종 제도가 모두 아파트와 관련된 것이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도 아파트를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달동네나 단독주택 지역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실시할라치면 주민들이 돈이 되는 아파트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얼마전 도봉구에서부터 시내인 용산, 마포를 거쳐 은평구에 아파트를 대량 공급해 강북을 U자형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은 아파트 공화국이 되면서 도시의 건강성, 역사성을 잃어가고 있다. 공동체의식, 커뮤니티, 사람사는 재미 등은 찾아보기 어렵고 단절과 소외, 획일성이 가득하다.600년 역사의 서울은 아파트 열기에 밀려 고도(古都)의 향취를 잃어가고 있다. 내집값만 올라가면 그만이라는 현세대의 이기심과 탐욕심에 아무도 2,3세들이 살아갈 도시의 미래, 서울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멈포드는 “각 세대는 그 세대가 창조한 도시에 자신의 전기를 기록하게 마련”이라고 했다. 도시도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산을 아파트로 병풍처럼 에워싼 서울의 모습에 대해 후손들은 무엇이라고 할까. 우리 모두가 아파트중독증과 대세론, 만능주의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stslim@seoul.co.kr
  • 친일파후손 수년째 상속다툼

    일제 시절 거부이자 친일파로 알려진 선조가 남긴 단원 김홍도의 인물도와 오원 장승업의 8폭 병풍, 추사 김정희의 글씨 등 감정가 16억 7000여만원에 이르는 고미술품 35점을 놓고 후손들이 몇년째 상속권을 다투고 있다. 이 그림들은 손자인 민모씨가 보관하고 있었으나 민씨가 2001년 사망하자 재혼자인 김모씨와 자녀 2명, 그리고 전 부인의 자녀 3명 사이에서 재산분쟁이 일어났다. 전 부인의 자녀들은 고미술품들이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김씨는 자신의 친정으로부터 물려받거나 재혼한 뒤 공동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다툼은 곧 법정으로 이어졌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자녀 4명이 미술품들을 경매에 부쳐 대금을 나눠가져라.”고 판결했다. 김씨와 그녀의 아들 1명은 이미 민씨로부터 부동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상속대상에서 제외됐었다.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23부(부장 심상철)는 최근 “김씨에게 미술품 정산금액의 절반(8억 3000만원정도)을 주고 나머지 절반은 전처 자녀 3명과 김씨가 낳은 자녀 1명 등 4명에게 균등분할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김씨와 전처의 자녀들은 항소심 결과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또 미술품들의 실제 주인을 가려 지분을 확정해 달라며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 현재 2심 계류 중이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이재오 “2002대선 3대공작 특검”

    이재오 “2002대선 3대공작 특검”

    한나라당이 14일 ‘정치공작 특검’카드를 꺼내들었다. 가까이는 5·31지방선거, 멀리는 2007년 대선을 겨냥한 전략이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3대 정치공작에 대한 특별검사법안을 18일 이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3대 공작사건이란 ‘병풍(兵風·이회창 전 총재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의혹) 사건’과 ‘기양건설 사건’,‘20만 달러 수수사건’ 등을 말한다. 2002년 대선 때 터졌던 의혹들이다. 기양사건은 이 전 총재의 부인 한인옥씨가 기양건설로부터 10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다.20만달러사건은 설훈 전 의원이 한나라당 윤여준 전 의원이 20만 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세 사건 모두 최근 법원에서 무죄 또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특검법 제출 계획은 단순한 신원(伸)에 그치지 않겠다는 복안을 담고 있다. 이번 기회에 큰 선거를 앞두고 권력의 정치공작을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겠다는 계산이다. 이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이 5·31선거를 앞두고 권력을 이용해 선거판을 흐리게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여당에 이런 버릇이 남아 있는데, 차후에도 정치공작 재발 가능성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때 우리들이 고소·고발한 것을 사법부가 선거기간 중에 판결을 내렸다면 과연 노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겼겠느냐.”고 반문했다. 특검법 제출계획은 그가 이틀전 예고한 카드 중 하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둘러싸고 또다시 불거진 북풍(北風)논란을 차단하겠다는 ‘맞불전략’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또 선거 때 특정 후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경우 구체적 근거를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치공작 금지법안(가칭)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儒林(539)-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9)

    儒林(539)-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9)

    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9) 선조로부터 친서를 받은 퇴계는 어쩔 수 없이 그해 6월 한양으로 출발한다. 그러나 워낙 건강이 좋지 않았던 터라 도중에 쓰러진다. 이 소식을 들은 선조는 전의를 보내 치료토록 하였으며, 간신히 건강을 회복한 퇴계는 한양에 올라와 홍문관과 예문관에 대제학을 제수받는다. 그리고 경연에 나아가 선조에게 경서를 가르치기 시작하였는데, 이때 선조를 위해서 쓴 글이 바로 ‘무진육조소’인 것이다. ‘신 이황은 삼가 재배하고 두 손 모아 머리를 조아리며 주상전하께 아뢰나이다.’로 시작되는 이 ‘무진육조소’에는 선조가 임금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여섯 가지의 도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상소하고 있다. “첫째, 임금으로서 계통(繼統)을 중요하게 여겨 ‘어짐과 효도(仁孝)’를 잘 지켜나가야 합니다. 둘째, 간악한 말로 남을 모함하며 이간질시키는 것을 막아 양궁(兩宮:선조와 인순황후 심씨)이 친하게 지내야 합니다. 셋째, 성학(聖學:유교)을 돈독히 하여 임금으로서 학문을 충실히 닦아 정치에 근본을 세워 나가야 합니다. 넷째, 바른 도덕으로써 인심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다섯째, 공정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뽑아 널리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백성들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여섯 번째, 수양과 반성을 성실히 함으로써 하늘의 권애(眷愛)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퇴계로부터 받은 ‘무진육조소’를 선조는 크게 기뻐하며 그림으로 그려 병풍으로 만들고 항상 나랏일을 살피는 지침으로 삼았는데, 퇴계는 ‘바른 도덕으로써 민심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넷째 조항의 세부사항으로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순자가 말하기를 ‘임금은 그릇과 같으니 그릇이 모나면 그 속에 담긴 물도 모나고, 또 임금은 푯대와 같으니 푯대가 바르면 그림자도 곧다.’고 하였습니다. 어찌 참으로 그렇지 않겠사옵니까. 비록 그러하오나 보잘것없는 신의 삿된 근심과 지나친 생각으로는 인심을 방황케 하고 미혹되게 하는 학설에 대하여 느낀 바가 있습니다.” 퇴계는 특히 ‘인심을 방황케 하고 미혹되게 하는 학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부연설명하고 있다. “신이 감히 보건대 동방이단의 가장 심한 폐단은 불교이니, 고려는 이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 데에까지 이르렀사옵니다. 비록 아조(我朝)의 융성한 다스림으로도 오히려 능히 그 불교의 밑뿌리를 끊지 못하여 때때로 틈타서 침투하여 퍼지니, 비록 선왕께서는 곧 불교의 그른 것을 깨달으시고 빨리 씻어버리실 것을 힘쓰셨으나 그 여파와 유산이 아직도 남아 있사옵니다. 그리고 노장학(老莊學)의 허망한 망발을 혹 깊이 숭상하여 성인을 업신여기고 예법을 멸시하는 풍습이 더러 일어나고 관중(管中)과 상앙(商)의 학술과 사업은 다행히 전술하는 자는 없으나 공리를 계획하고 이익을 꾀하는 폐단은 오히려 고질이 되고 있습니다.”
  • 선자령·오대산 겨울 끝자락…

    선자령·오대산 겨울 끝자락…

    신(神)들의 정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눈가루 내려앉은 나뭇가지마다 영롱한 다이아몬드처럼 피어난 설화(雪花).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맞닿아 금방이라도 파란색으로 변할 것만 같은 눈부신 설원(雪原). 단순함과 여백의 미를 한껏 드러낸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겨울산을 떠도는 매 한마리는 화룡점정. 계절은 입춘을 지나 봄을 향해 가는데, 선자령(대관령 능선) 등 강원도 산간지역엔 아직도 겨울이 한창이다. 지난 7일 내린 폭설로 다시 절정을 맞고 있는 느낌이다. 회색빛 건물들 속에 갇혀 지내는 도시인들에게 순백의 설산(雪山)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 흰눈에 쌓인 채, 오는 봄을 마다하고 있는 강원 산간지역을 둘러보았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1 선자령 눈꽃 트레킹 한발짝 내디딜 때마다 뽀드득∼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눈알갱이. 적막한 설산속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가 더없이 정겹다.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간간이 내뱉는 소리는 추임새로 손색이 없다. 하늘에서 선녀가 가족까지 데리고 내려와 노닐고 갔다는 선자령. 강원도를 영동과 영서로 가르는 대관령의 능선상에 있는 봉우리다. 겨울철 대표적인 눈꽃 트레킹 코스로 많이 알려져 있다. 등산로가 완만해 초보자나 가족단위 등산객들도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선자령 정상은 해발 1157m로 무척 높은 편이다. 하지만 등산을 시작하는 대관령휴게소가 해발 840m이기 때문에, 실제 표고차는 317m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도상거리는 약 6㎞가량.4시간 정도면 왕복이 가능하다. 산행코스는 대관령 북부휴게소에서 시작된다. 양떼목장을 지나 대관령 기상관측소 방향으로 30여분 정도 걷다보면 왼쪽에 이정표와 함께 선자령 등산로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오르는 편이 수월하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사성황당을 지나 산불감시탑까지 약 1.5㎞의 오르막코스가 다소 힘겨운 구간. 입에서 헉헉대는 소리와 함께 단내가 풍겨나온다. 머리에선 술·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절규부터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까지 별별 생각들이 떠오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힘겹게 산불감시탑 능선에 오르니 발아래로 눈덮인 대관령이 펼쳐져 있다. 그야말로 일망무제다. 더 멀리는 강릉시내와 동해의 쪽빛바다. 해무(海霧)가 낀 탓인지 다소 검푸레했지만, 가슴이 탁 트일만큼 시원하고 아름다운 풍광이다. 능선 왼쪽으로는 삼양 대관령목장의 구릉지가 마치 여인의 가슴처럼 옹긋봉긋 솟아있다. 아늑(?)했던 숲길은 여기가 끝. 이곳부터 선자령 정상까지 평지처럼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지지만, 바람은 상상을 불허할 만큼 거세다. 관목이 드문드문 서있는 초원지대를 지날 때, 갑자기 광풍이 몰아닥친다. 휘잉∼하는 소리가 마치 내 땅에 왜들어왔느냐는 호통처럼 들린다. 얼마나 차고 세찬지, 살갗이 칼로 베이는 듯한 느낌이다. 고개를 숙인 채 한시간 남짓 걷다보니 어느새 산자령 정상. 살얼음이 언 물로 목을 축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깨를 맞댄 채 끝없이 펼쳐진 백두대간의 험산준령들. 한눈에 담기에 벅차다. 남쪽의 발왕산, 서쪽의 계방산, 서북쪽의 오대산, 그리고 북쪽의 황병산이 눈부신 파란 하늘아래 펼쳐져 있다. 선자령 산행의 백미라 할만하다. 하산길에 즐기는 눈썰매 타기는 산행의 또다른 재미. 강릉 초막골 방향 하산로에는 바람에 몰린 눈이 많이 쌓여 있는데다 경사가 완만해 눈썰매에 적합한 코스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나이도 잊은 채 눈썰매를 타며 즐거워하는 등산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마대자루를 준비한 사람도 있지만 그냥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대부분이다. 준비물 : 아이젠과 스패츠 착용은 필수다. 장갑과 방한모도 마찬가지. 모자의 경우 털로 짠 것보다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 진 것이 좋다. 바라클라바(안면가리개)나 목도리, 고글 등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옷은 가벼운 것을 여러벌 준비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입는 것이 좋다. 스틱은 특히 하산할 때 도움이 된다. 기타 보온병이나 비상약, 그리고 초콜릿 등 비상식량도 지참해야 한다. 찾아가는 길 : 선자령 산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산악회를 따라 관광버스 등을 타고가는 것이 편하다. 서울 상봉터미널(02-435-2122∼8)이나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강릉행 버스를 타고 횡계까지 간 다음, 대관령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횡계에서 대관령까지 택시요금은 3000원정도. 강릉까지 가서 대관령휴게소행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하루 3차례 운행된다.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북부휴게소까지 가면 된다. 자세한 현지상황 문의는 대관령휴게소 매점(033-335-2049). #2 오대산 상원사 - 고즈넉한 겨울 산사 영동고속도로 소사휴게소를 나서면서 펼쳐진 눈부신 은빛 세계는 진부IC에 이를 때까지 계속된다. 거리는 무려 60여㎞. 속사 등의 시골마을을 지날 때는 눈속에 파묻인 농가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기도 한다. 진부읍내를 벗어나 천천히 차를 몰아가기를 10분 남짓. 눈덮인 시골길 너머로 오대산의 준봉들이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형형색색의 화려했던 가을단풍을 벗고 온통 흰색차림이다. 청량산이 오대산의 또다른 이름이라던가. 월정사입구에 들어서자 가슴에 와닿는 청량한 공기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매표소 직원의 으르딱딱대는 말투 때문에 상했던 기분은 어느샌가 날아가 버렸다. 일주문에서 월정사 경내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은 겨울엔 눈꽃터널로 유명하다. 비록 며칠째 계속된 바람 때문에 기대했던 만큼 화려한 눈꽃터널을 볼 수는 없었지만 숲이 주는 청량감은 아쉬움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9㎞정도 떨어져 있다.‘부운종일행(浮雲終日行)’-뜬구름이 흘러 가듯 그렇게 산길을 걷는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새끼손가락만한 고드름을 만들어 놓았다. 하나를 따서 먹어 보았다. 오도독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얼음조각들이 제법 갈증을 없애준다. 한시간 정도 걸었을까. 눈속에 파묻힌 고색창연한 사찰이 나온다. 바로 월정사의 말사인 상원사.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과 국보 제221호 목조문수동자좌상이 보존된 유서깊은 사찰이다. 부처의 정골사리가 봉안된 상원사 적멸보궁은 전국의 5대 적멸보궁 중 하나. 천천히 경내를 둘러본다. 병풍처럼 둘러싼 오대산 자락에 등을 기댄 채,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선원에서 동안거 중인 스님들만 눈에 띌 뿐, 적막하기 이를 데 없다. 이따금 들려오는 풍경소리는 적막감을 더해준다. 주지인 나우(懶牛)스님께 가르침을 청했다.“산은 우리의 마지막 보배지요. 요즘엔 점점 산에 대한 경외감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일부 등산객들이 벌이는 무분별한 환경파괴행위를 꾸짖는 말이다. 산삼동호회나 산나물동호회 등의 회원들이 와서 산을 헤집어 놓고 가면, 복구되는 데 몇년이 걸릴지 모를 만큼 피해가 크단다. “탐내는 감정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알기 위해 스스로가 조금만 노력하면 그런 마음이 사그라집니다. 많은 생명들이 함께 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작설차를 따라주는 나우스님의 표정 어디에서도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없었지만, 목소리에는 다소 아쉬움이 묻어 있는 듯하다. 한때 유행했던 ‘웰빙’선식으로 점심공양을 마친 다음, 천천히 산을 내려온다. 수려한 풍경을 담아 눈이 즐거웠고, 단아한 음식은 입을 즐겁게 했다. 이에 더해 주지스님의 가르침마저 머리에 담았으니 이런 호사로운 산행이 따로 없다. “헛된 생각을 버리면 지혜가 깃들게 됩니다.”주지스님의 가르침이 하산길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찾아가는 길 : 승용차의 경우, 영동고속도로 진부IC~국도 6호선~446번 지방도로 순으로 진행하면 된다. 주차요금 4000원을 내면 상원사앞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진부터미널에서 상원사까지 하루 6회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문의 상원사 (033)332-6666. 평창운수 (033)335-6963. # 가볼 만한 곳 양떼목장-대관령 북부휴게소에서 도보로 5분거리. 넓게 펼쳐진 눈덮인 구릉들이 인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양들에게 건초주기와 추억의 비료포대 눈썰매 타기 등이 주요 놀거리. 입장료에 양들에게 줄 건초꾸러미 요금이 포함돼 있다. 입장료는 성인 2500원, 학생 2000원,5세이하는 무료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의 (033)335-1966. 빙등대축제(etoobee.com)-올해로 3회째인 빙등대축제는 횡계리 대관령 종고 별도부지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기간은 오는 28일까지. 얼음터널 체험, 대형 얼음미로 등 체험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빙등관에는 얼음속에 등을 넣어 제작한 각양각색의 빙등이 전시되어 있다. 화려한 오색 미끄럼틀도 설치돼 있다. 매일 오후 3시와 7시에는 평양예술단이 공연을 펼친다. 입장료는 성인 1만 5000원, 청소년(18세미만)1만 4000원, 어린이(4세∼13세 미만)1만 3000원. 주변식당이나 행사장 입구에 비치된 행사안내 리플렛을 가져가면 50% 할인된다. 삼성, 롯데,BC 등의 신용카드와 KTF,TTL 등 통신회사 카드도 50%할인된다. 운영시간은 오후 12시부터 저녁 8까지다. 어린이 단체의 경우엔 오전 11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문의 (033)336-1187. 승용차는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횡계시내 방향으로 3㎞정도 진행하면 왼쪽편에 행사장이 보인다. 시외버스는 동서울과 상봉터미널에서 강릉행 버스를 타서 횡계에서 내리면 된다. 횡계터미널(033-335-5289)에서 도보로 10분거리.
  • 남해군 ‘미국마을’ 만든다

    경남 남해군이 외국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교민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남해군은 이동면 용소리 일대에 ‘아메리칸 빌리지’를 조성, 귀향하는 재미교포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및 체류공간을 제공하고, 차별화된 관광자원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미국마을은 부지 7500여평에 74억원을 투입, 고급 펜션과 주거가 결합된 미국풍 전통 건축양식의 건물 25동을 건립할 계획이다. 기본계획 및 마을정비구역 승인을 받고, 토지매입도 완료돼 오는 15일쯤 기반공사를 착공키로 했다. 가구당 부지면적은 150∼300평으로 단지내 도로와 상·하수도 및 전기·통신시설, 오폐수 처리시설 등은 군이 부담하고, 주택은 입주자가 건립한다. 현재 21명이 입주희망 신청서를 냈다. 군은 주민들을 경남도가 추진하는 영어마을 조성사업과 연계, 전국적인 모델로 제시할 계획이다. 교민들을 1㎞쯤 떨어진 폐교에 조성되는 영어마을의 보조교사로 활용하고, 수강생을 이들의 주택이나 펜션에 입주시켜 생활영어를 가르친다는 구상이다. 용소리는 해안가로 앞에는 쪽빛 바다가 펼쳐져 있으며, 뒤쪽에는 남해의 명산 금산이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다. 군은 이미 조성된 상동면 물건리 독일마을과 함께 이번 미국마을 조성을 계기로 재정경제부에 귀향마을 특구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하영제 군수는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LA 등 교민 밀집지역을 순회, 미국마을 조성과 관련한 현지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입주희망자가 늘어나면 단지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남해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왕의 남자’ 원작가 겸 연극연출가 김태웅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왕의 남자’ 원작가 겸 연극연출가 김태웅씨

    누가 왜 그를 ‘광대’라 했나. 광대론을 처음 정리한 신재효(1812∼1884)의 ‘광대가’(廣大歌)를 살짝 들여다보자.‘…금상첨화 칠보단장 미부인(美婦人)이 병풍에 내리는 듯 삼오야 밝은 달이 구름밖에 나오는 듯 새눈 뜨고 웃게 하기 대단히 어렵구나.(중략)도도와 울리는 목 만장봉이 솟구는 듯 장단고저 변화무궁 이리 농락 저리 농락’ 요즘 ‘광대’가 새삼 화두로 떠올랐다.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무려 1000만명 가까이 불러내 희희낙락 ‘농락판’을 질펀하게 벌이고 있는 것. 천당과 지옥이면 어떠랴. 시공을 사뿐사뿐 뛰어넘는 재주, 미부인 뺨치는 여장남자의 색기 또한 범상치 않다.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걸쭉하게 놀아본 적이 있을까. 아무도 예상 못한 것을 마치 조롱이나 하듯 첨단 디지털 시대에 홀연히 나타나 새해 벽두부터 돌풍놀이를 실컷 즐기고 있지 않은가. 왕과 ‘맞짱’ 뜨는 광대의 모습은 절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어쨌거나 천의무봉의 이 광대는 마흔을 갓 넘긴 한 사나이에 의해 만들어졌다.‘왕의 남자’의 원작가 겸 연극 연출가 김태웅(41)씨.1999년 동아신춘문예 희곡 ‘달빛유희’로 당선, 연극계에 처음 명함을 내밀었다. 이듬해 희곡 ‘이(爾)’를 쓰고 극단 연우무대에서 직접 연출까지 맡았다. 이때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극협회선정 베스트5 작품상과 희곡상, 평론가협회선정 베스트3 작품상, 서울공연예술제 희곡상 등을 수상했다. 이처럼 광대 ‘공길’은 ‘이’를 통해 처음부터 화려하게 등장한 셈이다. 그러던 차에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왕의 남자’가 지난해 말 개봉되자 ‘공길’은 영화와 연극을 넘나들며 얼씨구 절씨구 덩실덩실 춤을 춘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원작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지만 ‘영화-연극’의 동시 ‘대박’이라는 새로운 문화 마케팅으로 성공한 케이스가 됐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극장 용’에서 상연중이던 연극 ‘이’는 매일 800여석을 모두 유료관객으로 채우는 이변을 연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영화 못지않게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두차례의 앙코르 공연을 거듭하면서 지난 2일 일단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김해 대구 부산 등 전국 투어에 나설 예정이어서 ‘공길’의 희희낙락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올 하반기 뮤지컬로 다시 무대에 올려질 예정인데다 일본에서 판권계약 제의가 오는 등 즐거운 비명이다.‘극장용’에서 김씨를 만났다. 먼저 소감을 물었다.“연극을 공연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관객들이 올 만하면 막을 내리곤 한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어 “영화 티켓을 가지고 오면 30% 할인혜택을 주었는데 영화와 연극을 비교하려는 관객들이 의외로 많아 놀라웠다.”고 설명했다. 심지어는 10회 이상 관람할 정도의 마니아들도 생겨났다고 귀띔했다. 수익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유료관객이 3만명정도 된다. 공연하느라 생긴 빚도 갚고 나머지는 배우들에게 개런티를 후하게 줄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원작의 배경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김씨는 평소 전통연희에 관심이 많았다. 서양은 드라마 중심이었지만 우리는 놀이문화였다는 점에 착안, 전통에 내장된 웃음을 집요하게 찾아들어갔다. 대학원 시절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한국공연예술연구’ 시간에 사진실(41·중앙대 음악극과)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궁중 광대놀음인 ‘소학지희(笑謔之戱)’였다. 김씨는 이어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일기를 꼼꼼이 뒤져 흙속의 진주 ‘공길’을 찾아낸다. 공길이가 임금 앞에서 군군신신(君君臣臣), 즉 ‘왕이 왕다워야 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니 어디 밥맛이 나겠는가.’하는 대목에 큰 감동을 받는다. 왕의 권력과 광대의 권력이 어떻게 다른지, 웃음과 놀이가 어떤 상황으로 몰고 가는지에 초점이 모아졌다. 아울러 공길과 장생이 당시 궁중 희락원에 소속된 광대임을 확인하는 등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이’를 쓰게 됐다. “영화가 비교적 원작에 충실했다고 봐요. 다만 영화에서 공길과 장생이 궁궐에 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이들을 통해 연산군이 피비린내를 불러들이는 장면을 새로 담은 것 같아요. 원작에는 연산이 일을 다 끝낸 후 밀려오는 허무를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두었어요. 놀아도 뒤끝이 늘 허해 공길과 장생을 불러들였지요.” 영화에서는 연극의 압축적 의미, 즉 연극무대에서 형상화하기 어려운 공간변화나 줄타기 등의 기교를 매우 흥미롭게 다뤘다고 설명했다.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과는 2001년 대학로에서 처음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영화감독을 제의받았지만 거절했다. 단지 내키지 않아서였다. 얼마 후 이 감독이 다시 찾아와 ‘이’를 영화화하자고 했다. 이때 김씨는 추진력이 강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이 감독의 성품과 스타일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둘은 ‘300만 관객’을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어릴 적 김씨는 연극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버지가 교회 장로여서 집안 분위기로 볼 때 장남인 그가 당연히 뒤를 잇는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목사가 돨 생각을 했지만 1년 재수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서울대 사범대 역사교육학과에 진학했으나 한문을 잘 몰라 곧 그만두고 다시 시험을 치러 서울대 철학과에 진학한다. 이때 후배들의 권유로 연극반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매력적으로 느꼈지만 곧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회의에 빠져 연극반 출입을 하지 않았다. 하루는 학교 도서관에 갔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하는 모습에 ‘어, 한국 사람들 왜 이러지.’하는 반성과 감명을 동시에 받았던 것. 이후 며칠동안 술만 퍼마시며 방황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배우? 아니야…. 고민끝에 결국 극작가의 길을 선택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전공인 철학공부는 뒷전이었다. 졸업논문 내용을 묻자 “지금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브레히트의 소외와 헤겔의 소외가 어떻게 다른가’였으니….”하며 피식 웃는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좋아한다는 김씨. 이번 ‘이’를 통해 느낀 바가 적지 않다. 글을 쓰는 것, 공연을 하는 것, 관객을 만나는 것에 대한 태도와 마음가짐에 어떤 깨달음을 느꼈다고나 할까. 관객의 수치가 곧 작품성의 잣대일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아울러 이번 ‘대박’을 계기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접목해 상승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도 실감했다. “지금 이 순간 대학로 후진 곳일지라도, 불과 10명의 관객만이 있더라도 얼마든지 작품성 높은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지요.”‘장생’과 ‘공길’이 연산군 권력에 항거한 것처럼 연극인의 역할도 이와 다름없지 않으냐는 의지가 엿보여진다. 어쩌면 ‘공길’은 자신의 분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벌써 신작을 준비 중이란다. 한국 근현대사의 과거청산 문제를 다룬 ‘반성’이란 작품을 하반기 무대에 올릴 예정. 비운의 일가족 5명을 통해 반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화해와 용서가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다룬다. 또한 올 4월까지 지방공연을 하면서 틈틈이 뮤지컬 각색작업에도 몰두할 예정이다.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65년 남양주 출생 ▲84년 문일고 졸업 ▲85년 서울사대 역사교육과 입학 ▲87년 서울대 철학과 재입학 ▲94년 동대학 철학과 졸업 ▲97년 연우무대 20주년 신예작가발굴 시리즈 ‘파리들의 곡예’ 작·연출. ▲99년 ‘동아신춘문예’ 희곡 ‘달빛유희’ 당선 ▲2000년 ‘이’ 작·연출(연우무대).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극협회선정 베스트5 작품상과 희곡상, 평론가협회선정 베스트3 작품상, 서울공연예술제 희곡상 등 수상. ▲01년 ‘풍선교향곡’ 작·연출(악어컴퍼니),‘불티나’ 작·이성열 연출(극단 백수광부). ▲02년 ‘꽃을 든 남자’ 작·연출(극단 우인 창단공연). ▲04년 ‘즐거운 인생’ 작·연출(예술의 전당) 등.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강사, 극단 우인 대표.
  • 우리 전통문화 느껴봐! 즐겨봐!

    우리 전통문화 느껴봐! 즐겨봐!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일반 아마추어들이 참여한 공예전시회와 박물관들이 마련한 역사·문화강좌 등이 눈길을 끈다. ●아마추어 공예작품전 열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동식)은 재단 산하 예비공예가의 배움터인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의 졸업작품전 ‘솜씨로 빚어낸 공예문화전’을 8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한옥 사랑방이나 안방에서 쓰인 생활용품인 서안, 자수병풍, 고비, 수보자기, 도자기, 함 및 부녀자의 장식품으로 사랑받던 매듭, 노리개, 염낭 등 200여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1995년 개설된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1년 과정의 공예실기 교육을 제공, 매년 300여명의 예비공예가를 배출하고 있다. 매듭, 침선, 도자, 소목, 자수 등 11개 공예분야 보유자와 명장 등이 기초부터 전문과정까지 수준별로 지도한다. ●‘박물관대학’ 다녀볼까?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과 한국민속박물관회(회장 임동권)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역사·민속문화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넓힐 수 있는 교양강좌인 ‘2006 민속박물관대학’을 다음달 6일부터 12월18일까지 개설한다. 올해로 4회째인 민속박물관대학은 31회에 걸친 민속·역사·문화예술 이론교육과 5회에 걸친 답사 등 현장실습 교육이 접목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론교육은 신석기에서 조선시대까지 역사·문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쉽고 재미있는 강연이 이뤄진다. 최몽룡·임효재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강우방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 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교수 등이 강사로 나온다. 또 여주·포항·섬진강·천안·태안 등 전국의 문화유적지 답사도 함께 제공된다. 교육은 매주 월요일 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진행되며, 수강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www.skfm.or.kr) 또는 전화(02-3704-3145∼6)로 할 수 있다. 선착순 200명. 올해로 제30기를 맞은 국립중앙박물관회(회장 유창종)의 ‘박물관 특설강좌(박물관대학)’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선착순 400명을 모집한다. 고고학·인류학·역사학·미술사 등 전통문화 전반에 대한 55개 강좌 및 전시실 교육,5회 고적답사 등이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진행된다.(02)2077-9790∼3.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서울시 이달의 문화재 ‘기성도병’

    2월 ‘이달의 서울시 문화재’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46호인 병풍 ‘기성도병(箕城圖屛)’이 선정됐다. 기성도병은 기성(평양의 별칭)을 조감하는 8첩짜리 병풍으로 평양성(城)과 대동강의 전경, 평양 감사의 선유(船遊·뱃놀이) 광경 등 성읍풍속도(城邑風俗圖)가 담겼다. 산수화이자 풍속도, 지도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 [27일 TV 하이라이트]

    ●특집다큐〈문화콘텐츠 강국으로 가는 길〉(EBS 낮 12시) 한류 열풍 속에서 콘텐츠 산업의 가치가 새롭게 각인되고 있다. 문화 콘텐츠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알리고, 해외 성공사례 취재를 통해 문화산업 강국 코리아로 성장하기 위한 요건들을 제시한다. 또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의 비전 등에 대해서 알아본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심해에는 알려지지 않은 생물체들이 최대 500만 종까지 서식하고 있다. 원유 사업에 있어 해저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무인잠수정이 이제는 새로운 생물들을 찾는 일을 돕고 있다. 무인잠수정으로 과학자들도 처음 보는 희귀 물고기뿐만 아니라 석유와 가스 발굴이 남긴 흔적 등을 촬영한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1시) 1975년 미국의 한 중년남자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황금 권총 하나를 구입했다. 구입한 권총을 닦던 중년 남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자신이 파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남자는 결국 새로 산 권총으로 자살을 하고 말았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황금 권총. 이 총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었을까.   ●설날특집 일요일이 좋다(SBS 오후 6시) 설날특집으로 다시 돌아온 2006년 新 좋은세상 만들기 ‘운수대통 쌀가마 퀴즈’를 선보인다. 어르신들의 구수한 입담과 인생의 에피소드가 담긴 장독대 퀴즈, 어르신들의 재치와 연예인들의 순발력으로 함께 하는 세대공감 쌀가마 스피드 퀴즈, 사랑방토크 코너 등을 선보인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담긴 10폭의 자수병풍. 농사를 준비하고 추수하는 모습들을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수놓았다. 특별한 용도를 위해 제작되었다고 하는 이 병풍에 담긴 궁금증을 알아본다.`춘첩´이라는 제목의 글씨 한 점이 의뢰되었다. 파란 꽃문양이 그려진 종이에 쓰여진 이 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맛있는 설날(KBS2 오전 8시)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설날 음식은 무엇일까?민족의 대명절 설. 설 음식에는 한해 액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와 함께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뜻까지 담겨 있다고 한다. 음식 하나하나에 특별한 맛과 의미가 담겨 있는 설 음식과, 한국의 대표 설 음식은 무엇인지 앙케트를 통해 알아본다.
  • 아리랑/이상배 글·김세현 그림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산이 있었다.‘아라’산이라고 했다.…고갯마루에 늙은 소나무가 우뚝 서 있다.…눈길이 가는 데까지 들녘이다.” 아이들에게 읽힐 창작동화 치고는 운을 떼는 품새가 범상찮다. 인기 동화작가 이상배의 ‘아리랑’(김세현 그림, 파랑새어린이 펴냄)은 첫장부터 우리말의 유려한 질감이 혀끝을 착착 감친다.‘우리 노래’ 아리랑의 유래를 작가 나름대로 재구성했으니 불끈불끈 서사의 힘줄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난한 소작농들이 많이 모여사는 작은 고을 구만리. 김 좌수의 집에서 대물림 종살이를 하는 고아 머슴 리랑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다. 그런 어느날 우물가에서 말뚝댕기를 한 반빗간(음식 만드는 곳) 소녀 성부를 만나는데, 이상하게도 그 아이에게선 그리운 어머니 냄새가 난다. 흉년이 극심해져 김 좌수가 곡식을 있는 대로 빼앗아가자 견디다 못한 리랑과 소작농들이 난을 일으킨다. 김 좌수에게 멍석말이를 당해 사경을 헤매는 리랑, 동변상련의 우정을 키우던 성부는 안타깝기만 한데…. 고만고만한 생활동화들 속에 우뚝 키가 커보이는 책이다. 조선후기를 배경으로 파렴치 벼슬아치와 소작농들의 대결을 그린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모처럼 색다른 글 소재의 향미를 만끽할 듯하다. 순우리말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달구비’‘똥탈’‘살꽃’ 등 토박이말의 향연에 배가 불러진다. 책 뒤쪽에 ‘우리말 찾아보기’가 따로 붙어 있어 학습효과를 챙기는 데에도 그만이다. 초등생.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강릉시 신사임당 표준영정 교체

    강원도 강릉시가 신종 화폐가 발행될 경우 신사임당 인물이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 표준영정을 교체키로 하는 등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강릉시는 정부가 추진중인 신종 화폐에 여성인물이 채택될 경우에 대비, 올해 3억원을 들여 신사임당의 표준영정을 교체하는 등 사전 준비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현재의 신사임당 표준영정은 친일화가로 알려진 김은호의 작품으로 교체 여론이 높아 신종 화폐 모델로 사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현 5000원권 화폐에 등장하는 신사임당의 아들 율곡 이이의 초상화를 그린 이종상 화백에 의뢰, 새로운 영정을 제작해 표준영정 지정을 신청키로 했다. 시는 이와 함께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가 등장하는 5000원 신권화폐 발행으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올해 안에 구입키로 했다. 초충도를 구입하게 되면 보존 및 활용가치 많을 것으로 보고 현재 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8폭 병풍 초충도를 구입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추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을 신청키로 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강릉 오죽헌박물관과 국립 중앙박물관, 개인 등에 의해 소장되고 있으나 정확한 작품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5000원권 화폐 신권 발행과 신종화폐의 모델로 거론되는 신사임당의 사전 분위기 조성을 위해 표준영정을 교체하고 초충도를 추가 구입키로 했다.”고 말했다.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儒林(514)-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4)

    儒林(514)-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4)

    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4) 그렇다면 퇴계와 율곡은 2박 3일 동안 도대체 무슨 얘기를 나누었던가. 무슨 얘기를 나누었기에 율곡은 훗날 스승 퇴계와의 만남을 ‘가시밭길의 거친 들에 있다가 방향을 고쳐서 옛길로 돌아오게 되었으니 이는 실로 퇴계선생의 계발에 힘입은 바이다.’라고 회고하고 있음일까. 훗날 퇴계는 명종이 ‘어진 사람을 불러도 오지 않음을 크게 탄식하노라’는 제목을 주고 글을 쓰도록 하자 도산서당 주위의 자연을 노래한 ‘도산12곡’을 써 올린다. 이 12곡의 잡영을 명종은 그림과 글을 쓰게 하여 병풍으로 만들어 자신이 거처하는 방에 걸어놓고 퇴계를 그리워하였다. 이 12곡의 시 중에 9번째 시는 특히 유명한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인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을 못 뵈었으니 고인을 못 뵈었어도 가던 길 앞에 있네. 가던 길 앞에 있거늘 아니 가고 어쩔꼬.” 퇴계가 쓴 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 시조는 비록 자신이 마음속으로 공경하는 공자와 맹자, 그리고 주자와 같은 고인(古人)들은 비록 뵈올 수는 없지만 그들이 남긴 ‘가던 길’은 앞에 있으므로 그 길을 끝까지 좇아가겠다는 학자로서의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보인 명시인데, 율곡이야말로 퇴계를 만남으로써 잠시 잃어버렸던 ‘고인들이 가던 옛길’을 발견한 셈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율곡은 무엇 때문에 학문의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던 것일까.23세의 청년 율곡은 참스승 퇴계에게 무슨 고민을 털어놓고 자문을 구하였음일까. 두 사람이 서로 무슨 얘기를 나누었던가 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지금까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2박 3일의 짧은 만남 이후 두 사람은 또다시 만난 적도 없다. 두 사람은 헤어져 퇴계가 죽을 때까지 12년간 서로 편지를 나누고 있었을 뿐이었다. 주로 율곡이 편지를 써서 퇴계에게 보내면 퇴계는 답서형식으로 된 편지를 보냄으로써 총 10통의 서찰을 남기고 있다. 이 내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해보면 율곡은 퇴계에게 우선 자신이 학문의 길을 잃고 불교에 귀의하였던 것을 고백하고 이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었던 듯 보인다. 특히 율곡이 퇴계에게 올린 첫 번째 편지는 본문은 없어지고 별지만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 내용은 자신이 한때 불교에 빠진 일에 대해서 반성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퇴계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답신을 보낸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율곡이 ‘불교서적을 읽고 거기에 꽤 중독되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실상을 감추려 하지 않고 그 잘못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으니, 도에 함께 나갈 만하다고 아니할 수 있겠는가.” 또한 퇴계는 상심해하는 율곡을 따뜻하게 격려한다. 이 내용은 율곡 자신이 지은 ‘쇄언(言)’에 비교적 상세히 나오고 있다. ‘쇄언’이란 ‘자질구레한 말들’이란 뜻으로 율곡이 겸양하게 쓴 잡기 중의 하나이다. 글의 내용은 그가 23살의 약관시절에 예안에 복거하고 있는 퇴계를 방문하여 여러 가지 학문에 관해 토론한 것들과 작별 후 강릉으로 간 뒤 서로 서신을 통해 유학을 논한 것들이 수록되어 있어 퇴계와 율곡 사이의 학문적 친분관계를 이해하는 좋은 자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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