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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 없어도 깊은 화음 ‘십시일반’ 주민 음악회

    스타 없어도 깊은 화음 ‘십시일반’ 주민 음악회

    “출연진이 화려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선율로 감동을 선사하겠습니다.” ‘수유2동 희망음악회’를 기획한 김성훈(53) 강북구 수유2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는 23일 이같이 말했다. 기획과 프로그램 구성, 무대 연출, 출연자 섭외, 공연비 마련 등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들이 발벗고 나서 만드는 색다른 공짜 음악회다. 25일 오후 7시 수유2동 주민센터 옆 성북교회에서 열린다. 출연진 섭외에 지인들과 아는 인맥을 총동원하는 모습에서 이번 음악회의 순수성을 엿볼 수 있다.김 간사는 성악 전공 대학생 아들에게 부탁해 출연자를 섭외하는가 하면 수유2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하사와 병장’의 가수 김호평씨를 찾아가 수차례 부탁 끝에 출연 승낙을 받아 냈다. 한때 남진쇼·문주란쇼 악단장을 지낸 노비오 악단장 섭외를 위해서는 날마다 찾아가고 등산을 하며 친분을 쌓기도 했다. 무대 세팅도 주민들의 몫이다. 현재 KBS에서 드라마 무대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김종명씨가 맡았다. 공연비(650만원)는 새마을부녀회 등 11개 직능단체의 후원으로 충당된다. 출연진도 모두 지역에 연고를 둔 사람들로 구성됐다. 테너 김남일, 바리톤 이형모, 소프라노 안은수 등 성악가와 함께 구립 실버합창단이 아름다운 화음을 선사한다. 관중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클래식은 물론 대중가요, 팝송,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정하는 배려도 눈에 띈다. ‘그리운 금강산’ 등 성악가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화음을 시작으로 ‘밤에 떠난 여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여행을 떠나요’, ‘그린 그린 그래스 오브 홈(Green Green Grass of Home)’, 영화 ‘화양연화’ 삽입곡 ‘퀴사스 퀴사스 퀴사스(Quisas Quisas Quisas)’ 등 친숙한 멜로디로 분위기를 달군다. 여성 전통 타악그룹 도도의 화려한 난타 공연과 비보이 공연은 덤이다. 김 간사는 “삼각산 문화예술회관 등 넓고 시설이 완벽한 장소에서 공연하는 것도 좋지만 수유동 주민들을 위한 화합 차원에서 순수하게 출발한 음악회인 만큼 수유동에서 공연하기로 했다.”면서 “비좁지만 따스하고 포근한 음악회가 될 수 있도록 무대연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공연을 이틀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정성을 다해 잔치상을 마련했는데 객석이 텅 빌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초청장을 만들고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홍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겸수 구청장은 “다른 동 주민들도 문화행사를 열려고 하지만 홍보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드는 희망 음악회가 뿌리를 내려 각 지역 문화행사가 활성화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웬 청천벽력이냐” 유족들 울음바다

    “웬 청천벽력이냐” 유족들 울음바다

    23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사망한 병사 2명과 부상을 입은 병사 16명 가운데 15명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 국군수도병원으로 들어오자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터졌다. 중상자 6명을 3명씩 태운 헬기 2대가 사건발생 6시간 만인 이날 오후 8시 27분쯤 병원에 도착했고 이들은 곧장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를 받았다. 이어 10시 35분쯤 사망한 서정우(22) 병장과 문광욱(20) 이병의 시신과 함께 나머지 부상자 9명을 태운 헬기 2대가 도착했다. 숨진 병사들의 시신은 이곳에 안치됐다. 다른 경상자 1명은 연평도 부대에 남았다. 문 이병의 아버지 영조(47)씨는 “어제 전화를 해 잘 있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냐.”며 비보에 넋을 놓았다. 병원엔 연평도 자주포 부대에 아들이 상병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박상규(53·성남시 분당구 거주)씨가 찾아와 안위를 묻기도 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현장사진] “온동네가 불바다” 연평도에 北 포탄
  • “배야 꼭 떠라” 말년휴가 코앞에 두고 참변

    “배야 꼭 떠라” 말년휴가 코앞에 두고 참변

    북한의 해안포 사격으로 숨진 서정우(22) 병장(24일자로 하사로 특진)이 남긴 마지막 일기가 많은 이들을 울리고 있다. 사망 전날인 22일 미니홈피에 올린 이 일기에는 “드디어 이사가 끝났다. 내 군 생활에도 말년에 침대를 써 보는군. 내일 날씨 안 좋다던데 배 꼭 뜨길 기도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법학과 1학년을 마치고 입대했던 서 병장은 말년 휴가를 앞두고 뜻하지 않은 죽음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 3일 적은 일기에는 “3주만 버티다가 13박 14일 말년휴가 나가자.”라고 써 휴가를 기다리는 병사의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미니홈피 초기 화면 제목도 ‘배야 꼭 떠라 휴가 좀 나가자’였다. 서 병장의 미니홈피 방문자는 23일 오후 8시 20분 현재 8만 5000명을 넘어섰으며 접속자 폭주로 한때 접속이 제한되기도 했다. 아들이 해병이라고 밝힌 홍성욱씨는 “며칠만 기다렸으면 그리워하던 사회인이 됐을 텐데 안타깝다.”며 “다툼 없고 평화로운 곳에서 태어날 거다. 이런 나라 만든 우리 또래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네티즌들은 서 병장의 게시물마다 근조 리본과 함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며 조의를 표시하거나 “미안하다.”는 댓글을 잇달아 달았다. 백기범씨는 “서정우 병장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면서 “이 땅에 더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인으로 보이는 김혜미씨는 “아니길 바라고 또 바랐는데, 매일 전화했었는데, 이제 못하는 거냐.”며 “좋은 곳으로 가기를 항상 기도할게.”라고 적었다. [현장사진] “온동네가 불바다” 연평도에 北 포탄 서 병장이 살던 광주시 남구 진월동 한 아파트는 현관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비보를 듣고 몰려온 이웃 주민들은 주변에서 아연실색했다. 아파트 상가의 한 업주는“서 병장이 어린 시절부터 크는 것을 지켜봤다.”며 “지난여름 건강한 모습으로 포상 휴가를 나온 모습이 선명한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 ‘포격’ 연평면사무소… 주민들 “어디로 대피해야 하나” <중앙일보 제공> ▲ 대피소에서도 끝나지 않은 대낮 ‘포격 공포’ <김준휘 군 제공> 서 병장과 함께 숨진 문광욱(20) 이병의 아버지가 해병대 홈페이지에 올린 애틋한 자식 사랑의 글도 네티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 문 이병의 아버지 영조(47)씨는 입대 보름여 만인 지난 9월 7일 ‘해병대 신병 1124기 소대별 사진’ 아래 “문광욱 울(우리) 아들 든든하고 멋지다. 멋진 해병이 되기까지 파이팅….”이라는 댓글을 달며 아들을 응원했다. 9월 19일에는 “4주차가 끝났는데 어떻게 변해 있을까. 구릿빛 얼굴에 눈빛은 강렬하게 빛이 나겠지. 잘 버텨 다오 문광욱. 힘내라. 파이팅”이라며 애틋한 부성애를 나타냈다. 신병 교육을 무사히 마친 뒤인 지난달 9일에 올라온 ‘1124기 수료식 사진’에 “광욱아, 무더운 여름 날씨에 훈련 무사히 마치느라 고생했다. 푸른 제복에 빨간 명찰 멋지게 폼나는구나. 앞으로 해병으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하면서 건강하게 군 복무 무사히 마치길 아빠는 기도할게. 장하다 울(우리) 아들. 수고했다. 내 아들”이라고 글을 띄워 읽는 이들의 코끝까지 찡하게 만들었다. 군산 임송학·서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영웅犬의 황당한 최후

    영웅犬의 황당한 최후

    미국 애리조나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50명이 넘는 미군의 목숨을 구한 군견 ‘타깃’이 동물보호소 직원의 실수로 안락사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적 영웅’으로까지 불렸던 타깃의 죽음을 놓고 동물보호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까지 거론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영웅의 안락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5일 2살 난 암컷 셰퍼드 잡종견 타깃이 애리조나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당했다.”고 전했다. 타깃은 지난 2월 폭탄을 들고 아프간 미군 기지에 침입한 자살폭탄 테러단을 감지해 짖음으로써 기지 내 수십명의 목숨을 살렸다. 일약 전쟁 영웅으로 관심을 모은 타깃은 지난 8월 귀국 후 오프라 윈프리쇼에 출연하는 등 유명세를 치렀고, 이 기지 출신의 예비역 병장 테리 영에게 입양돼 애리조나에서 지내왔다. 그런데 타깃은 지난 1일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영과 가족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타깃의 사진을 올리며 찾아 나섰다. 가족들은 타깃이 주 유기견 보호소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 15일 보호소로 갔지만 타깃은 이미 이날 아침 직원에 의해 안락사된 뒤였다. 당초 보호소 측은 타깃이 마이크로칩이나 이름표를 달고 있지 않아 유기견으로 간주, 동물보호법에 의해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호소는 타깃을 다른 유기견과 착각한 데다, 주인을 일정 시간 기다리는 등의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NYT는 “영이 타깃의 사진을 보호소에서 발견한 뒤 인수를 위한 돈까지 지불했지만, 보호소가 안락사를 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영은 타깃의 죽음에 대해 보호소를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터치 광저우] 군인선수들의 시대유감

    2002년 10월 14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드라마가 쓰여졌다. 한국 남자농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20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반 한때 17점까지 뒤졌고, 경기 종료 32.5초 전에도 7점차(90-83)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한국은 현주엽의 돌파와 문경은의 3점슛 등을 모아 연장에 돌입했고, 결국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기적이었다. 환호하는 선수들 중 바짝 깎은 머리가 인상적인 네 명이 있었다. 현주엽·신기성·조상현·이규섭. 당시 상무 소속이었다. 휴가 짤리는 것 말고 무서울 게 없었던 군인아저씨들은 안방 금메달의 일등공신이었다. ☞ [포토] 코리안號 ‘종합 2위 목표’ 순항중 ‘감동의 드라마’를 쓴 이들에 대해 조기전역 여론이 일었다. 농구를 포함해 금메달을 딴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 선수는 13명. 그러나 병역특례에 관한 규정만 있었고, 조기전역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전례도 없었다. 1984년 상무가 창설된 이래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병역면제 요건을 달성한 선수가 한명도 없었기 때문. 결국 유야무야 끝났다. 꽉 채운 2년 2개월 동안 짬밥을 먹었다. 김승현(오리온스)·방성윤(SK)·김주성(동부) 등 당시 막내들이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얻어 상대적 박탈감(?)은 더했다. 8년이 흘렀다. 이번 대표팀에도 군인아저씨 둘이 있다. 양희종과 함지훈이다. 7월에 바뀐 새 병역법에 따라 금메달을 따면 바로 보충역에 편입된다. 양희종은 병장을 달았지만, 함지훈은 4월 입대한 새파란 군번. KBL은 제대 즉시 프로농구 코트에 복귀시키기로 했다. 선수 등록정원과 샐러리캡에 예외를 뒀다. 함지훈은 “대표팀 합숙훈련이 워낙 혹독해서 군생활보다 힘들다.”며 엄살을 부렸다. 그러나 군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된 훈련을 꾹 참아냈으니 아이러니하다. 양동근(모비스)은 “군대 다녀온 게 억울해서 은메달만 따야겠다.”고 맘에도 없는 농담을 건넸지만, 함지훈과 함께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지난 시즌 영광을 재현하고자 더 뛰고 있다. 박찬희(인삼공사)·오세근(중앙대) 등 군 미필자들도 부지런하다. 한국은 16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03-54로 가뿐하게 승리했다. 함지훈(15점)과 양희종(13점)이 앞장섰다. 이 둘은 새 병역법의 첫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이번 국가대표 중에는 2002년 금메달을 따고도 만기전역한 이규섭(삼성)이 있다. ‘시대유감’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프로축구] 최성국 “전역 신고합니다”

    [프로축구] 최성국 “전역 신고합니다”

    프로축구 K-리그 28라운드 경기가 열린 지난달 30일 성남의 탄천종합운동장. 포스트시즌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이 경기를 벼르던 성남 신태용(40) 감독은 광주 상무와 2-2로 비긴 뒤 멍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6강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 연속 홈 2경기를 치를 수 있는 3위 자리를 놓치게 된 것. 그러나 그는 무언가를 염두에 둔 듯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은 두 경기 승리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이 가운데 먼저 치르는 3일 FC서울전. 광주에 받은 고춧가루 세례를 고스란히 2위 서울에 뒤집어씌우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서울은 제주와 승점 2점 차로 선두를 다투는 중이다. 신 감독의 머릿속을 꽉 채운 ‘비장의 무기’는 뭘까. 이날 경기를 끝으로 ‘말년 병장’의 군복을 벗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온 최성국(27)이다. 사실 그는 신 감독에게 승리의 ‘열쇠’나 다름없다. 그동안 성남은 부상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 등으로 전력상 공백을 드러내며 가까스로 4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그가 돌아왔다. 신 감독은 특유의 스피드를 뽐낸 최성국을 두고 “친정 팀을 상대로 뛰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이제 돌아왔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라면서 “최성국의 합류로 보다 다양한 공격 대형을 구상할 수 있게 됐다. 서울전은 물론,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활용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또 “최성국은 경험과 능력이 있는 선수다. 한건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고, 최성국 역시 “올해 성남이 한번도 서울을 이기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 더욱 이기고 싶다.”고 화답했다. 한편 최성국 외에 전역한 선수들은 원소속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출격 채비를 끝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일 “K-리그 소속 상무 제대 선수 19명 가운데 11명이 1일 선수 등록을 마쳤다.”면서 “이들은 3일 경기부터 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등록 선수는 최성국을 비롯해 성경일(경남), 황선필(대구), 강구남(대전), 배효성(부산), 최원권, 천제훈(이상 서울), 박병규(울산), 박진옥, 김태민(이상 제주), 장현규(포항) 등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금산 보석사 은행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금산 보석사 은행

    소리만으로 나무와 바람을 만난 적이 있다/두 귀와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워/헤아릴 수 없을 만큼/바람이 지나는 길을 따라갔다 돌아오면/어둠이 지친 몸을 오래도록 쓰다듬어주었다-조용미, ‘꽃들이 소리없이’에서. 그는 바람이 지나온 길을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금산 진악산 보석사 은행나무 앞에서 시인 조용미는 바람의 길을 짚어보려는 듯 눈을 감고 시를 쓰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큰 나무를 만나게 되면 ‘가슴이 뛰고 설렌다.’는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바람의 속내를 짚어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솔숲을 스쳐 왔는지, 굴참나무 가지를 휘돌아 나왔는지. 바람결에 담긴 향과 자취는 간절한 마음 앞에서 정체를 드러낸다는 이야기였다. 바람에 나무의 향이 배어든다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특히 보석사 은행나무처럼 천년의 세월을 살아온 나무라면 스쳐 지나는 모든 것들에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으리라. ●조구대사 심은 6그루, 하나의 나무로 보석사 은행나무는 충남 금산의 대표적 자연유산이자, 우리나라의 은행나무 가운데 가장 오래 살아온 나무다. 무려 1100살이나 된 이 나무는 보석사를 처음 지었을 때 이곳에 자리 잡고 절집의 역사와 이 나라의 역사를 지켜온 유서 깊은 나무다. 보석사는 통일신라 때 활동하던 조구대사가 885년(헌강왕 11)에 처음 지은 천년고찰이다. 금산 지역에 큰 가뭄이 든 해였다. 백성들의 고통이 심해지자, 조구대사는 가뭄을 해갈할 샘을 찾아 진악산에 올랐다. 대사는 산 기슭에서 커다란 바위를 찾아내고는 주장자(柱杖子)로 바위를 내리쳤다. 그러자 바위 아래에서 맑은 샘이 콸콸 솟아나왔고 이내 샘물은 금산 지방의 논과 밭으로 흘러들어 가뭄을 이겨낼 수 있게 했다. 대사는 그 영험한 바위를 지키고자 바위 옆에 암자를 짓고, 영원한 샘이 있는 암자라는 뜻으로 ‘영천암(永泉庵)’이라 했다. 제자들과 함께 수행하던 조구대사는 얼마 뒤, 암자 앞을 흐르는 개울을 건너편 산기슭에서 금을 캐내어 불상을 만들고, 절을 세웠다. 보석으로 지은 절이라는 뜻의 절집 이름 보석사(寶石寺)는 그렇게 지어졌다. 큰일을 이룬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보석사를 지은 조구대사도 나무를 심었다. 그는 다섯 제자와 함께 각각 한 그루씩, 모두 여섯 그루의 은행나무를 절집 앞의 언덕에 심었다. 여섯 그루는 불가에서 수행해야 하는 여섯 가지 덕목인 육바라밀을 상징하는 의미도 있었다. 무럭무럭 자라난 여섯 그루의 은행나무는 세월이 지나자, 한데 모여 한 그루의 나무로 합쳐졌다고 한다. 이는 굵게 자란 나무의 줄기를 놓고 사람들이 나중에 지어낸 이야기지 싶다. 실제로 두 그루의 나무가 한 그루의 나무로 붙어서 자라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다. 연리목, 연리지가 그런 경우다. 하지만 여섯 그루가 한 그루로 합쳐졌다는 건 믿기 어렵다. 다만 천년의 세월 동안 나무가 겪었을 생로병사의 속내를 일일이 짚어낼 수 없는 사람으로서는 그 전설을 믿는 수밖에. ●키 34m·둘레 10.7m·가지 길이 24m 세월의 깊이는 크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무의 키가 34m나 되는데, 이는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 다음으로 가장 큰 키의 은행나무라는 증거다. 말이 34m이지, 하나의 생명체가 이리 크게 자라났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층건물 11층과 맞먹는 크기다. 여섯 그루의 나무가 하나로 합쳐졌다는 줄기 또한 엄청난 규모다. 사람 가슴 높이에서 잰 줄기의 둘레는 무려 10.7m. 어른 여섯 명이 팔을 펼쳐야 겨우 맞잡을 수 있을 만큼 큰 것이다. 게다가 사방으로 펼친 가지는 동서 방향으로 24m, 남북으로는 21m나 된다. 천년을 넘는 세월 동안 나무는 모진 바람과 눈보라를 다 이겨냈다. 더 믿어지지 않는 건 왕성한 생식력이다. 암나무인 보석사 은행나무는 여전히 엄청난 양의 열매를 맺는다. 천년에 걸쳐 그는 이 세상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의 씨앗을 남겼고, 지금도 여전히 엄청난 양의 씨앗을 맺으며 생명체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이 천년 은행나무의 열매인 은행을 몸에 지니면, 무병장수의 덕을 얻게 된다고도 한다. 금산군에서는 해마다 이 은행나무 아래에서 대신제를 지낸다. ‘천년의 바람, 천년의 울림’이란 주제로 열리는 은행나무 대신제는 산신제, 목신제, 당산굿으로 펼쳐진다. 산신제와 목신제는 물론이고, 원형을 재현하여 보여주는 당산굿은 볼거리일 뿐 아니라, 오래도록 지켰으면 하는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이다. 처음에는 음력 2월 15일인 경칩에 대신제를 열었는데, 요즘은 오월 단오 즈음에 날을 잡아 금산군의 축제로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 대신제에 참가해 소원을 빌면 반드시 효험이 있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은 제가끔 정성껏 적어넣은 소원지가 되어 나무 줄기에 맨 금줄에 매달린다. 이 형형색색의 소원지는 이듬해 다시 대신제를 올릴 때까지 금줄에 매달려 휘날리며 나무의 영험함을 나타내는 표지가 된다. ●열흘쯤 뒤엔 노란 단풍 화려할 듯 가을엔 보석사 은행나무를 찾아볼 일이다. 큰 나무여서 단풍은 아직 이르다. 제 몸에 지녔던 물을 덜어내야 감추어두었던 고운 노란 빛을 드러낼 수 있기에 여느 작은 은행나무에 비해 조금 늦을 수밖에 없다. 아마도 열흘쯤 지나야 보석사 은행나무는 가을 단장을 마칠 것이다. 눈 감고 천년 은행나무의 화려한 단풍을 그려보는데, 산사 앞 개울가에 조그마한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와 선다. 나무 맞은 편에 세운 차에서 등산복을 차려입은 노부부가 내린다. 노부부는 먼저 나무 앞에 다가섰다. 남자는 물끄러미 나무 꼭대기를 바라보고 서있는데, 여자는 나무 앞에 서서 합장한 손을 가슴에 모으고 고개를 숙인 뒤, 기도를 올린다.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살풋 감은 눈가에는 간절한 마음이 담겼다. 바람결에 실린 나무의 향을 감지하려면, 간절해야 한다던 시인 조용미처럼. 글 사진 금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길 충남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 709 . 통영·대전 간 중부고속국도의 금산나들목으로 나가 금산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금산군청 쪽으로 간다. 금산 우체국 앞 사거리에서 금산종합운동장 쪽으로 난 국도 13호선을 타고 남쪽으로 6㎞를 더 가면 보석사길로 이어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우회전하여 석동2리 마을회관을 지나 1.5㎞ 더 들어가면 금산사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주차장에서부터 전나무 숲길로 걸어 들어가면 절집보다 먼저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 주말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OBS 토요일 밤 12시 20분) 로버트 딘(윌 스미스)이 마피아 보스 핀테로와 협상을 벌이고 있을 무렵, 국가안보국에서는 공화당 소속의 국회의원 필을 제거하려는 음모가 진행된다. 국가안보국의 감청 및 도청 행위를 법적으로 승인하자는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한편, 조류 사진 작가이자 로버트 딘과 대학 동창인 다니엘은 우연히 필의 피살 현장을 카메라에 담게 되고 그로 인해 국가안보국으로부터 제거당할 위험에 놓이게 된다. 아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란제리 숍에 들렀던 딘은 마침 쫓기고 있던 다니엘과 맞닥뜨린다. 다급한 나머지 다니엘은 딘의 쇼핑백에 디스켓을 집어넣고 도망치다가 차에 깔려 즉사한다. 딘은 다니엘이 자신의 쇼핑백에 뭔가를 집어넣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딘과 다니엘이 마주쳤던 순간을 란제리 숍의 감시 카메라를 통해 분석한 국가안보국은 이제 딘이 소지하고 있는 녹화 테이프를 강탈하기 위해 딘을 추격한다. 국가 안보국의 획책으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해고당하고 모든 금융거래마저 차단당한 딘은 아내한테도 의심받게 된다. ●공동경비구역 JSA(KBS1 토요일 밤 12시 45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돌아오지 않는 다리의 북측 초소에서 북한 초소병이 총상을 입고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이후 북한은 남한의 기습 테러 공격을, 남한은 북한의 납치설을 주장한다. 양국은 남북한의 실무 협조 아래 스위스와 스웨덴으로 구성된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책임수사관을 기용해 수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한다. 중립국 감독위원회에서는 책임수사관으로 취리히 법대 출신의 한국계 스위스인 소피를 파견한다. 한국에 입국한 소피는 남측과 북측의 피의자 인도 거부와 관계 당국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수사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어렵게 사건 당사자인 남한의 이수혁 병장과 북한의 오경필 중사를 만나 사건 정황을 듣게 되지만… ●풀프루프(SBS 토요일 밤 1시 10분) 보안 장치 해제가 취미인 샘과 케빈, 롭은 거액의 보석들을 손에 넣기 위한 보석상 털이, 일명 ‘풀프루프’ 작전 계획서를 도둑맞게 된다. 계획서를 훔쳐 간 도둑이 실전에 옮길까 걱정이 된 이들은 보석상에 직접 전화해 보안 장치 번호를 바꾸라 얘기한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이 꼬여만 간다. 그저 보안 장치 해제 게임을 펼치기 위해 세운 계획서였는데, 이를 훔친 레오에게 협박 전화 한통이 걸려온 것. 내용인즉, ‘풀프루프’를 훔친 그가 이미 45만 달러에 이르는 보석을 훔쳐 냈고, 그 계획서에는 세 사람의 지문이 남아 있으니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보석 털이범으로 신고하겠다는 것이다. 황당한 거래를 요구하는 레오 질레트의 게임에 과연 이들 멤버는 동참할 것인가.
  • [독자의 소리] 군 복무 폄훼 말았으면/권정규 경기 시흥시·예비역 병장

    최근 ‘장군의 아들’ 병역 특혜 의혹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아버지가 장군인 나로서는 무엇이 특혜이며, 어떤 근거로 이렇게 애기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2005년 8월 최전방 모사단 GP 총기사고로 매스컴이 떠들썩했던 때 그 부대의 전차병으로 보직을 받았다. 자대배치 후 신참 때는 아버지가 군인이라는 이유로 많이 어려웠다. 그러나 나 때문에 아버지가 비난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여 성실하게 군 복무를 마쳤다. 현재는 동생도 최전방사단에서 상병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버지가 장군인 병사는 어려움이 더 많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도 다른 병사보다 항상 더 움직여야 하고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병역을 기피하려는 사람들과는 달리 당당하고 성실하게 군 복무에 임한다. 근거 없는 특혜시비로 병사 사이에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고 국민의 군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 권정규 경기 시흥시·예비역 병장
  • 조인성 “월급 10만원 올라”…‘벌써’ 병장진급

    조인성 “월급 10만원 올라”…‘벌써’ 병장진급

    배우 조인성이 병장 진급에 대해 재치있는 소감을 밝혔다.공군 공식 블로그 ‘공감’은 6일 조인성이 병장으로 진급한 사실을 알리며, 소감과 근황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조인성은 “먼저 그 동안 건강하게 군대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오늘 진급하게 되어 기쁘다”고 즐거운 마음을 내비쳤다.병장이 되면 바뀌는 게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조인성은 “일단 계급장이 바뀌었다. 그리고 월급(97,500원)도 조금 올라 갈 것이다”고 재치있게 답변하며 “그 외는 특별한 것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생활하면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조인성은 병장 진급에 대한 책임감을 드러냈다.“공군병들의 세계에서는 병장진급을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말한다. 다른 군을 잘 알지 못하지만 공군병의 경우 복무기간이 길고 또한 병장으로 근무하는 시간도 길다”며 “더군다나 입대 전부터 자기가 할 분야(특기)를 선정해서 입대하기에 일병부터 상병까지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통해서 병장 때부터는 자기가 맡은 일에 집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더불어 조인성은 남은 군생활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그동안 경험을 통해서 습득한 일을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군악대 일원으로서 공군을 알리고 국민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줄 수 있는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마지막으로 조인성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군생활을 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조인성은 2009년 4월 공군에 자원입대해 공군 작전사령부 군악대에서 군악병으로 복무하고 있으며 공군 홍보대사로도 활동중이다.사진 = 공군 공식 블로그 ‘공감’서울신문NTN 강서정 기자 sacredmoon@seoulntn.com ▶ 류시원, 속도위반 결혼발표…9살 연하 무용학도▶ 이정현, 일상생활 사진서 여전한 동안미모 과시▶ ’여고생’ 윤다영, 168cm ‘역대 최단신’ 슈퍼모델 1위▶ 최홍만 눈물고백 "내 모든 것 걸어 그녀 되찾을 것"▶ 연기군, 절임배추 1년전 가격으로 선착순 한정 공급
  • 조권-민, 다정하게 찰칵…“가인 질투돋겠어”

    조권-민, 다정하게 찰칵…“가인 질투돋겠어”

    2AM의 조권과 미쓰에이의 민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공개돼 네티즌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한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조권과 민은 트위터에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돈독한 친분을 과시했다. 사진 속에서 조권과 민은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현재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과 가상부부를 이루고 있는 조권이 ‘다른 여자’와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에 팬들의 반응이 다채롭다. 이들은 “가인, 질투돋겠어...너무 다정하잖아”, “조권-민 꽤 잘 어울리는데?”, “가인도 곧 딴 남자와 찍은 사진을 올리겠군 ㅋㅋ”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조인성 “월급 10만원 올라”’벌써’ 병장진급▶ ’여고생’ 윤다영, 168cm ‘역대 최단신’ 슈퍼모델 1위▶ 최홍만 눈물고백 “내 모든 것 걸어 그녀 되찾을 것”▶ 이정민 아나, ‘뉴스데스크’ 방송사고…”내가 봐도 뻔뻔”▶ 연기군, 절임배추 1년전 가격으로 선착순 한정 공급▶ 레이디 가가·저스틴 비버, 유투브 10억 조회수 곧 달성
  • “마약 맞고 민간인에 수류탄 던졌다”

    “마약 맞고 민간인에 수류탄 던졌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 병사들이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순전히 재미 삼아 아무런 무기도 없는 민간인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했다는 증언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전리품을 수집한다며 시신 일부를 절단해 수집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 미군 수십명이 남베트남 미라이라는 마을에 들이닥쳐 347명에서 504명으로 추정되는 마을 주민들을 집단학살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 주둔하는 미 육군 스트라이커 여단 소속 병사들이 민간인을 살해하는 당시 상황을 진술하는 심문 비디오를 입수해 2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지난 5월 군 조사관이 아프간 민간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제러미 몰로크 상병을 심문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비디오에 담긴 심문 내용에 따르면 몰로크 상병 등은 올해 초부터 캘빈 R 기브스 병장의 지시에 따라 비무장한 민간인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모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문 영상에서 몰로크 상병 등은 캘빈 병장의 지시로 민간인들을 살해한 경위를 설명했다. 조사관이 “그들이 무장을 했느냐?” “당신들에게 위협을 가했느냐?”라고 묻자 몰로크 상병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군은 몰로크와 기브스, 아담 윈필드 상병과 마이클 왜그넌 상병, 앤드류 홈스 일병 등 모두 5명이다. 이들은 아프간 민간인 두 명을 총으로 쏴 죽였고 한 명은 수류탄으로 죽였다. 희생자 중 한 명은 이슬람 율법학자(물라)였다. 부대원 중 나머지 7명은 이 사실을 은폐하거나 동료 병사를 구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선임병인 기브스 병장은 희생자들의 손가락과 다리 뼈, 치아를 ‘기념품’으로 보관하고 있었으며 또 다른 병사는 두개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는 무고하게 죽은 시신 옆에서 찍은 사진도 갖고 있었다. 이와 관련 몰로크 상병 변호인인 마이클 웨딩턴은 CNN과 인터뷰에서 의뢰인이 재미 삼아 살인을 저지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아프간 저항세력이 설치한 급조폭발물(IED) 공격을 받아 몰로크의 뇌가 손상됐으며, 처방약을 투약하고 마약을 피우는 상태에서 기브스 병장의 압력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피의자들 역시 아편을 섞은 대마초를 매일 사용했고, 기브스 병장을 두려워했다고 증언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새달 표충사서 사명대사 400주기 추모대제

    새달 표충사서 사명대사 400주기 추모대제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으로 활약했던 사명대사(초상·1544~1610) 열반 400주기 추모대제가 경남 밀양 표충사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차원으로 열린다. 표충사 총무 선혜 스님은 14일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달 9~10일 사명성사 400주기를 맞아 추모법회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면서 “서울과 밀양에서 두 차례에 걸쳐 학술 세미나를 열어 사명성사 가르침의 현대적 의미와 계승 방안을 비롯해 구국 활동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평가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29개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과 중앙종회 의원들로 구성된 추모대제 봉행위원회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위원장을 맡았다. 또한 숭유억불 정책을 펼치던 조선시대에도 국가와 유생들이 직접 사명대사의 제사를 모셔온 전통에 따라 추모대제에서는 성균관유도회총본부에서 주관하는 유교식 다례제와 불교식 영산제를 함께 치르게 된다. 사명대사는 전쟁하는 장수 스님이라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 또는 민간 설화 속에서 도술을 부리는 스님 이미지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30여년 동안 참선한 선승이자 유려한 문체의 문장가,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전쟁을 막고, 인질로 잡혀있던 백성의 송환을 이끌어낸 외교가다. 특히 사명대사가 의승병을 상징하는 인물인 만큼 추모대제를 통해 임진왜란 당시 숨졌지만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은 800여 승병에 대한 명예회복 및 추모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NTN포토] 붐 ‘안병장님, 전역 축하해요’

    [NTN포토] 붐 ‘안병장님, 전역 축하해요’

    [서울신문NTN 현성준 기자] 가수 붐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홍보원에서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토니안을 축하해주고 있다.현성준 기자 gus@seoulntn.com
  • 세대별 입장 차 극명

    정부의 군복무 기간 연장 움직임과 관련, 입대 전인 남성과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들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예비역들은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복무기간을 늘려야 한다.”거나 “별 관심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군 복무를 앞둔 대학생들은 강력 반발했다. 대학생 김영훈(21)씨는 “군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줄인다고 이미 정책을 만들어 놓았는데 다시 기간을 늘린다고 하면 누가 반발하지 않겠느냐.”면서 “아마 세대별로 여론이 갈려 소모적인 논란이 극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우(20)씨도 “첨단 무기를 사용하는 시대에 단순히 군인들의 복무기간을 늘려서 머릿수만 유지하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면서 “청년들이 정부에 반감을 가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직장인 김연황(35)씨는 “병사들이 군대에서 절정의 실력을 보이는 시기가 ‘병장’ 때인데 18개월로 줄면 그 시기가 사라지게 된다.”면서 “군 전력 향상이나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복무기간을 조금 더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현용·김양진기자 junghy77@seoul.co.kr
  • 21년만에 나타나 보상금 챙긴 비정한 아버지

    “아빠, 언제 와?” 그렇게 두 살배기 남자아이가 엄마 치마자락을 잡고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21년 뒤 그 아이가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전사하자 슬며시 아버지라며 보상금을 타갔다.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전사한 고(故) 정범구 병장의 친아버지는 1주일 전 천안함 전사자 유족에게 지급하는 군인사망보험금 지급분 2억원의 절반인 1억원을 찾아갔다. 아버지는 정 병장이 돌을 갓 지난 두 살 때 어머니 심복섭(47)씨와 이혼해 연락을 끊고 지냈다. 정 병장이 어렸을 때 그렇게 애타게 찾았던 그는 21년 단 한 차례도 연락이 없다가 죽은 자식의 보상금만 챙긴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27일 정 병장의 어머니(강원도 원주 거주)가 정 병장의 미니홈피에 사연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범구야, 어떻게 지내는지 엄마가 속을 끓이다 도저히 안 되어 이렇게’라고 글을 시작한 어머니 심씨는 ‘이 나라의 상속법, 군인연금법이 잘못된 것인지, 인간이(너의 친부) 잘못된 것인지, 어리석게 당하고만 살아 온 이 엄마 탓인지 혼란스럽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돌 때 헤어져 양육비라는 것도 모르고, 위자료라는 것도 모르고 맨몸으로, 여자의 몸으로 아이를 길렀는데, 철저하게 외면하고 자식이라고 취급조차 안 했는데, 지금 조용해지니 보훈처에서 사망일시금을 받아 갔단다.’라고 개탄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부모 양측 모두가 자녀의 군인사망보상금과 군 사망보험금을 신청한 경우 사망 군인의 양친에게 각각 보상금의 절반을 지급하게 돼 있다. 따라서 양친이 별도의 합의 없이 각각 상속분을 신청하면 균등하게 배분을 받게 된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상병’ 조인성, 연예계 은퇴? “키조개잡이 하려고”

    ‘상병’ 조인성, 연예계 은퇴? “키조개잡이 하려고”

    오는 9월 진급을 앞둔 예비 병장 조인성이 갯벌에서 해맑게 노는 사진이 공개됐다.31일 공군 공식 블로그 공감은 최근 조인성이 충남 대천으로 동료들과 군내 팀워크를 다지는 행사인 SR(Self Revolution)에 참여, 키조개를 잡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사진들을 공개했다.사진 속 조인성은 부대원들과 갯벌에 들어가 팔과 다리에 진흙탕을 잔뜩 묻힌 채 키조개 잡기에 흠뻑 빠진 모습이다.공감 측은 사진과 함께 “키조개를 처음 잡아본다는 조인성 상병이 처음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곳에 맛소금을 뿌렸다”며 “그러다 10분 후 한 번에 하나씩 키조개를 잡더니 15분 후 정말 손대는 곳마다 그냥 건져 올렸다”고 밝혔다.조인성도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이거 직업삼고 연예계 은퇴해야 하나요?”라고 말했다고 공감 측은 전했다. 한편 지난해 4월 공군에 자원입대한 조인성은 작전사령부 군악대에서 군악병으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사진 = 공군 블로그 ‘공감’서울신문NTN 오영경 인턴기자 oh@seoulntn.com ▶ ’7kg 감량한’ 이시영, 다이어트 비결공개▶ 故 장진영 1주기 MBC ‘스페셜’ 방영…결혼식 최초공개▶ 신민아, 한국판 ‘섹시여전사’ 등극…"켈리후 못지않아"▶ 최희진, ‘정신적곤란?’ vs 이루는 ‘성적변태’ 초강수 맞대응▶ ’동이’ 연잉군 이형석, 천재성 발휘...숙종, 깨방정 작렬
  • [경술국치 100년]뮤지컬·특별전·순례로 부활한 3人의 우국충정

    [경술국치 100년]뮤지컬·특별전·순례로 부활한 3人의 우국충정

    한·일강제합병조약 체결 100주년인 올해는 일본의 식민통치를 거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국민들에게 항일정신을 일깨운 수많은 우국지사의 100주기이기도 하다. 경북 안동·영양 일대는 어느 지역보다 많은 자정(自靖·자결)순국자를 배출했다.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아 단식으로 순사한 향산 이만도 선생과 그의 조카 이중언 선생, 또 향산의 제자로 동해 바다에 스스로 걸어들어가 도해(蹈海) 순국한 벽산 김도현 선생 등 세 분 의병장의 역사 현장을 찾아가 본다. 지금 안동은 향산과 이중언 선생을 기리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향산의 우국충정은 ‘락’이라는 뮤지컬로 만들어져 안동댐 민속촌의 동산서원에서 오는 10월까지 공연된다. 때 맞춰 한국고전번역원은 ‘향산집’ 7권 가운데 1권을 먼저 번역해 내놓았다. 이중언 선생은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8월의 독립운동가’로도 선정됐다. 안동독립운동기념관에서는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안동선비’라는 주제로 그의 나라사랑 정신을 보여주는 특별기획전을 새달 30일까지 갖는다. 1842년에 태어난 향산은 퇴계 이황의 후손이다. 1866년 대과에 장원급제한 그는 ‘선비로 나라에 일신을 바친 자는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부친의 당부를 실천에 옮겼다. 향산은 1876년 병자수호조약 체결을 반대하며 상소를 올린 면암 최익현 선생을 변호하다 파직됐고,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이 일어나자 의병을 일으켰다. 1905년에는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상소를 올리기도 했다. 합병조약이 맺어지자 단식 24일 만에 순국했다. 퇴계종가와 묘소가 있는 안동시 도산면 토계동에 있던 향산의 종가는 안동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이르자 1975년 안동시 안막동으로 옮겨졌다. 선생의 순국을 기리는 가장 중요한 기념물이라고 할 수 있는 유허비는 시내에서 자동차로 40분 남짓 걸리는 예안면 인계리 청구마을 앞에 자리잡았다. 유허비각 주변에는 자그마한 크기의 향산공원이 조성됐다. 1949년 세워졌다는 유허비의 앞면 글씨는 백범 김구가 썼고 뒷면의 추도사는 위당 정인보가 지었다. 향산과 한 마을에서 1850년 태어난 이중언 선생은 1879년 대과에 급제하여 사헌부 지평 등을 지냈으나 외세의 발호를 목격하고는 낙향했다. 을미사변이 일어나자 예안의진(義陣)의 전방장으로 함창의 태봉전투를 이끌었다.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외교권이 박탈되자 ‘청참오적소(請斬五賊疏)’를 올려 을사오적의 목을 베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향산과 다르지 않은 궤적이다. 그는 향산의 부음을 들은 10월10일 선조의 사당에 참배하고 단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많은 친지와 제자가 중단할 것을 권유했지만 선생은 ‘모두 부질없는 소리’라며 들으려 하지 않았다. 11월5일에는 순사가 찾아와 단식을 중단시키려 하자 “쫓아내지 않으면 내가 칼로 베겠다.”며 물리친 뒤 옷매무새를 정돈하고는 숨을 거두었다. 단식 27일 만이었다. 그는 가족들에게 봉서를 하나 남겼는데 ‘나의 갈 길은 사생취의(捨生取義), 목숨을 던져 의로움을 택하는 것뿐이다. 동포들이여 오직 힘쓰고 또 힘쓰라.’는 ‘경고문’이었다. 향산의 흔적을 찾는 것도 그랬지만, 영양유생 벽산의 자취를 찾아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전국 곳곳의 작은 음식점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자동차 내비게이션도 순국지사의 유적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벽산은 1852년 현재의 영양군 청기면 상청리에서 태어났다. 마을에선 1580년 처음 지어진 벽산의 생가와 1958년 세워진 유허비를 비롯하여 그의 흔적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마을 뒷산의 검산성(劍山城)이다. 벽산이 사재를 털어 쌓은 것이다. 길이 200m 남짓에 불과하고 높이도 2m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뒷편으로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하천이 흘러 자연해자의 역할을 한다. 결코 간단치 않은 방어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벽산은 실천적이고 전투적이었다는 점에서 의병사에 특별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1896년 청량산에서 모병하여 8개월 동안 항쟁했고, 1906년에는 고종의 비밀명령을 받아 활동했으나 이듬해 2월 일본군에 체포되어 6개월 동안 대구감옥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의 구국활동은 무력항쟁에 그치지 않고 상소운동을 벌이거나 서양 각국의 공사관이 만국공법론에 의거해 포고문을 보내 지원을 요청하는 등 외교론적 방법을 병행했다. 벽산은 병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상례가 모두 마무리되기를 기다려 1914년 영덕군 영해읍 대진 앞바다에서 순국한다. 동포들에게 충의로서 일제에 복수할 것을 강조하고 자신은 죽어서라도 기어이 왜를 멸망시키겠다는 내용의 글 ‘우리동포에게(與國內同胞)’는 순사 전날인 11월6일 새벽 반송정에서 남긴 것이다. 죽어서도 왜적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겠다며 경주 감포 앞바다에 대왕암 수중릉에 묻혔다는 신라 문무왕의 염원과 닮은꼴이다. 벽산이 순국한 대진 산수암(汕水巖)에는 1971년 도해단(蹈海壇)이 세워졌고, 해마다 선생의 생일인 음력 7월14일 기념행사가 열린다. 산수암의 북쪽에는 대진해수욕장, 남쪽에는 대진항이 자리잡고 있다. 도해단을 찾아간 지난 23일에는 벽산의 96주기를 기념하는 ‘도해단 전례’가 있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35~36도의 뙤약볕 속에서 대구와 안동, 영양 등지에서 승용차며 전세버스를 타고 온 100여명의 사람들이 선생의 우국정신을 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글 사진 안동·영양·영덕 서동철부국장 dcsuh@seoul.co.kr
  • [경술국치 100년] 60여명 단식·할복·음독으로 일제 항거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에 따르면 한말의 자결순국은 1905년 5월 주영공사서리 이한응이 처음이었다. 그는 1904년 제1차 한·일협약으로 대한제국이 사실상 외교권을 빼앗긴 데 이어 영국의 인도 점령과 일본의 대한제국 점령을 상호 인정하는 내용의 제2차 영·일동맹이 추진되자 영국정부에 항의하다 음독했다. 이후 1919년 칠곡 유생 유병헌이 총독부에 세금납부를 거부한 채 옥중 단식자결을 하기까지 모두 60명이 다양한 방식의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했다. 2007년 작성된 이 기록은 그러나 북한지역의 통계는 제외된 것이다. 또 남한지역에서도 1920년 안동 유생 이명우와 권성 부부가 ‘나라를 잃고 10년 동안 분통함과 부끄러움을 참았으나 이제는 충의의 길을 가겠다.’는 ‘비통사(悲痛辭)’를 남기고 함께 음독한 사실이 최근 새로 밝혀지는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순절자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가보훈처도 새로 드러난 15명 안팎의 자결순국자를 유공자로 인정할 것인지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앞으로 조사 및 연구 결과에 따라 한말 자결순국자의 숫자는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한응이 순국한 1905년에는 영의정 조병세가 음독하고 민영환이 할복한 것을 비롯해 김봉학, 이상철, 홍만식, 송병선, 이봉환, 이봉학 등 9명이 목숨을 끊어 저항했다. 1910년에는 8월29일 강제합병이 공표되어 자결순국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9월29일 퇴직 관원과 군인, 노인 유생 등에게 이른바 은사금을 지급한다는 발표는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이해에만 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 성균관박사 김근배와 전 중추원 의관 송주면은 우물에 몸을 던졌고, 전 궁중내관 반하경은 할복했다. 청원의 김정환은 스스로 목을 베었고, 관인 정동식은 전주 공북루에 목을 매는 자경(自縊)을 택했다. ‘매천야록’으로 유명한 황현은 절명시 4편을 남기고 음독했다. 중추원 의관을 사직한 장태수 등은 곡기를 끊었다. 백정 황돌쇠도 순사했다. 1911년에는 유생 장기석이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 기념식 참석을 거부하여 투옥된 뒤 옥중 단식했고 1912년에는 을사오적을 성토한 ‘토오적문’을 쓴 송병순이 은사금을 거절하고 독배를 들었다. 1913년에는 창릉참봉을 지낸 노병대가 단식했고, 1914년에는 의병장 김도현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 1916년에는 대종교 초대 교조 나철이 구월산 삼성사에서 순절했다. 이렇듯 타협을 거부한 우국지사들의 자결순국이 이후 항일운동에 정신적 동력으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서동철 부국장 dcsuh@seoul.co.kr
  • [경술국치 조약체결 100주년] 망국의 암운속 한쪽선 의병항쟁… 다른쪽선 일어 배우기

    [경술국치 조약체결 100주년] 망국의 암운속 한쪽선 의병항쟁… 다른쪽선 일어 배우기

    1910년, 경술년 새해를 맞은 대한제국은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는 이미 망국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었다. 1월1일자 대한매일신보의 1면 논설 ‘융희(隆熙) 4년을 맞이하노라’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그대로 감지된다. 논설은 당시를 ‘고해에 빠지고 민족이 지옥에 휩쓸린 시대’로 정의했다. ‘한국의 영웅을 다시 일으키고 악마를 격퇴하여 국가가 다시 틀을 갖추고, 아시아 동방에 독립의 깃발을 높이 올리며 민족이 웅비하여 한반도 강산에 자유의 단을 크게 다시 세울지어다.’라며 재기를 축원했지만, 확신은 점차 옅어졌다. ●일본인 이권 좇아 서울에 몰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의병의 저항은 계속됐다. 3월6일자에는 ‘평산군 지방에서 이진용·한정만 의병장이 거느린 의병이 예성강 어귀로 나아가다 온정원주재소의 일본 헌병들을 보고 높은 언덕에서 습격했고, 일병은 30분동안 접전하다 탄환이 떨어지는 등 형세가 위급해지자 물러나 구원대를 청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일본의 득세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었다. 4월10일자에는 ‘최근 일어를 배우는 풍조가 갈수록 높아져 일어학교와 일어를 배우는 사람이 늘어만 간다.’면서 ‘물론 개중에는 정의를 세우고자 일어를 배우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노예의 성질을 양성하는 학교이고, 학생’이라고 개탄했다. 급기야 4월30일자에 ‘학부는 한글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여 국문연구회를 폐지하고 한문과 일문을 섞어서 일본 교과서와 같이 편찬한다고 한다.’는 기사가 나온다. 5월3일부터 5일까지는 일본에 주도권을 내주는 산업 생산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어업을 보면 ‘한국은 어선이 1만 2411척에 어부가 6만 8520명, 일본은 어선 3898척에 어부가 1만 6644명인데, 고기를 잡아 번 돈은 한국인이 314만 9100환인데 일본인은 341만 8850환으로 더 많다.’고 지적하면서 ‘이밖에도 정치적 영향으로 경제의 상황은 날로 곤란하여 전국 상업계의 이익이 필경 모두 일본인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니 이권을 따라 일본인들도 몰려들었다. 6월4일자에는 ‘5월 말 경성에 사는 일본인을 조사하니 8381호에 3만 2672명으로 호수는 전달보다 166호, 인구는 남자 510명, 여자 386명이 늘었다.’는 소식이 떴다. 5월29일 한일병탄조약의 당사자인 데라우치 마사다케가 제3대 한국 통감으로 임명됐다. 6월3일자에는 ‘통감이 갈렸다 하니 이완용, 조중응, 유길준 등은 어깨에 바람이 났고, 송병준, 이용구 등은 새같이 뛰고 살쾡이같이 웃으니 그 품행의 천박함은 자연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매국대신들의 모습을 전했다. 서글픈 한국인들의 군상은 이들 친일대신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데라우치와 병탄조약의 양대주역인 이완용은 1909년 12월22일 종현천주교회 앞에서 인력거를 타고 가다 이재명 열사에 피습됐다. 이완용은 요양차 온양에 머물렀는데, 6월21자에는 ‘총리대신 이완용이 온양에 내려간 이후 문병하러 가는 사람이 답지하여 차부와 마부들이 뜻밖에 많은 삯을 받는 까닭에 많은 사람이 총리가 그곳에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는 기사가 실렸다. ●병탄상보 8월28일자 끝으로 폐간당해 반면 이재명 열사는 ‘공평치 못한 법률로 나의 생명은 빼앗으나 나의 충성된 혼백은 빼앗지 못할 것’이라며 ‘생전에 이루지 못한 한은 죽어서라도 기어이 이루겠다.’고 일본인 재판장을 꾸짖고, 9월13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망국의 암운은 갈수록 짙어졌다. 6월18일자에는 ‘동경에서 보내온 전보를 받아보니, 한국에 대한 정책은 이미 결정되었으니, 그 결정을 실행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소동을 처리할 대책도 이미 마련되었고, 다만 이후 한국인을 어떻게 무마하며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 고심하고 있다.’고 병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를 알렸다. 마침내 8월28일자에는 ‘합병조약성립의 상보’를 싣고 ‘한일합병의 선언서와 조약 기타 관제는 29일에 발표하기로 결정을 하였다더라.’고 전했다. 이날자 신문을 끝으로 대한매일신보는 발행을 중단했고, 이튿날인 8월29일 대한제국도 막을 내렸다. 서동철 부국장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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