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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교직원 73대1 ‘최고 경쟁률’… “노무사 자격·토익 만점도 장담 못해”

    서울대 교직원 73대1 ‘최고 경쟁률’… “노무사 자격·토익 만점도 장담 못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비단 수험생들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대학 교직원 자리가 취업 준비생들에게 인기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서울대 신입 교직원 채용 경쟁률이 73.5대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채용 경쟁률이 200대1에 육박했다. 연세대도 매년 꾸준히 100대1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근무 조건이 좋고 직업 안정성도 높아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제2의 공무원‘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25일 서울대에 따르면 28명을 모집하는 올해 신입 교직원 채용 시험에 2059명의 지원자가 몰려 법인화(2012년) 이후 최고 경쟁률(73.5대1)을 기록했다. 2013년 57대1을 기록한 후 2014년 27대1, 2015년 42대1의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직업으로서 교직원이 각광받는 최대 장점은 근무조건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3년째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강모(31·여)씨는 “업무는 공무원과 비슷하고 정년이 보장되는 데다 연봉도 꽤 센 편”이라며 “연세대, 성균관대, 건국대 등 3개 대학은 초봉만도 500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 교직원은 “방학 기간에는 늦어도 오후 5시면 퇴근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에게 더없이 좋은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실적급을 제외하면 대기업에 버금가는 수입에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 무료 석사과정, 부속병원 병원비 혜택 등도 있다. 경쟁률이 높은 만큼 대학에서 요구하는 자격 요건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노무사를 비롯한 전문 자격증이나 만점에 가까운 영어 점수는 필수다. 세종대는 현재 진행 중인 일반 사무직 채용에서 영어 토익 950점 이상, 중국어 신HSK 5급 이상을 모두 충족해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홍익대는 지난해 ‘상장기업, 공기업 등에서 정규직으로 2년 이상 재직 중인 사람’을 지원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기업에 다니다 교직원이 된 백모(32)씨는 “최상위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을 상대한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실적 압박과 잦은 야근, 회식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백씨와 같은 ‘U턴형 입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찜질방 떠돌던 세 부녀, 동대문 배려로 보금자리 찾다

    3달째 찜질방을 떠돌던 윤(42)모씨 세 부녀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21일 서울 동대문구에 따르면 장애인 딸 등과 찜질방을 전전하던 재단사 윤씨 가족이 3개월 만에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했다. 재단사로 하루하루를 생계를 잇던 윤씨의 어머니가 지난해 8월 고혈압과 뇌졸중 등으로 갑자기 쓰러졌다. 두달여 병원에서 투병생활하던 어머니가 지난해 10월 사망하자 병원비 등으로 전세금마저 모두 날려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급한 대로 찜질방으로 옮겼지만 지체장애인인 큰딸은 지속적으로 돌봐야 했다. 절박한 이 가족에게 위기가정 통합사례관리에 주력해온 동대문구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12월 담당직원은 여기저기 도움을 청해 이문2동 전세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윤씨 세 부녀는 살림살이가 하나도 없어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웠다. 청소는커녕 빨래도 못하자 장애인 큰딸뿐 아니라 둘째 딸도 건강이 악화됐다. 더 세밀한 지원을 위해 구와 이문2동 희망복지위원회는 긴급지원을 결정했다. 희망복지위원회 기금으로 가장 시급한 전기밥솥과 세탁기 및 냉장고 등을 지원했다. 또 매주 희망복지위원들은 밑반찬 등을 갖다주면서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도왔다. 이문2동 적십자봉사회도 윤씨네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회원들은 아버지 윤씨가 일을 나가면 낮에는 단둘이 지내야 하는 큰딸(14세), 둘째 딸(8세)과 1대1 결연을 하고 돌봤다. 매주 목욕 등을 함께하면서 일상생활 훈련을 돕고 생필품 등도 정기적으로 후원할 예정이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아동학대 사건들이 큰 충격을 주는 가운데 가족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는 윤씨를 위해 지원의 폭을 최대한 넓혔다”면서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모든 지역 주민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충남 논산 영아매매 여자에게 아이를 판 여자들은?

    충남 논산 아기매매사건에서 아기를 판 여자들은 범인 임모(23)씨에게 돈을 먼저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임씨에게 아기를 판매한 여자는 대부분 미혼모이나 남편과 별거 중 불륜으로 낳은 아기를 판 여자도 있었다. 논산경찰서는 12일 수사 브리핑을 갖고 임씨가 사서 기르던 아기 6명의 엄마 등이 먼저 병원비와 위로비 명목으로 임씨에게 40만~80만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미혼모로 직업이 없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오다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그러나 남편과 별거 중 불륜으로 낳은 아기를 판매한 엄마 A(27)씨도 있었다. A씨는 지난해 3월 남편과 별거하던 중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 아이를 낳자 인터넷을 통해 아기를 사려는 임씨와 경기 평택에서 만나 150만원을 받고 아기를 넘겼다. A씨는 포털사이트에 “아기를 낳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렸고, 이를 본 임씨가 “내가 아이를 키우겠다”며 쪽지를 보낸 뒤 몇번의 연락이 오간 끝에 만남이 이뤄졌다. 범인 임씨는 이처럼 인터넷을 통해 아기를 팔려는 여자들과 접선하는 방식으로 2014년 3월 부산을 시작으로 지난해 3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아기를 데려왔다. 이 중 부산 아기 등 2명은 되돌려줬고, 4명은 자신과 고모가 키웠다. 부산의 아기는 생모가 출산 직후 산부인과병원 인근에서 20대 중반 여성에게 넘겨졌다가 임씨에게 팔렸으나 한 달쯤 지난 뒤 이 여성이 되돌려줄 것을 요구하자 다시 부산으로 돌려보내진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가 검거된 뒤 아이 6명 중 4명의 생모는 신원이 밝혀졌으나 모두 양육을 꺼려 돌려받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8세 미성년자부터 20대 중반이다. 현재 아기 4명 모두 논산 아동보호기관에 위탁됐다. 경찰이 투입한 범죄심리분석가(프로파일러) 2명은 임씨를 조사한 뒤 ‘임씨가 어릴 적 어머니를 잃고 모성애 결핍을 겪어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슷한 아이들에게 지나친 애착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경찰은 이날 임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임씨에게 아이를 판 엄마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임씨가 아기들을 출생신고할 때 허위 서류를 작성한 임씨의 고모(47)와 남동생(21), 사촌여동생(21) 등 3명을 공정증서원본 부실기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논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집에서 쫓겨나고 암 걸려” 카톡 채팅男에게 수천만원 뜯어낸 20대女

    “집에서 쫓겨나고 암 걸려” 카톡 채팅男에게 수천만원 뜯어낸 20대女

    20대 여성이 스마트폰 채팅으로 알게 된 남성에게 2년 가까이 사귀며 결혼 할 것처럼 속여 수천만원을 뜯어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김윤선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26·여)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12년 1월 무작위로 대화 상대를 고를 수 있는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남성 A씨를 알게 됐다. 이씨는 A씨에게 “부산에서 간호대학을 다니는데 계모에게 폭행을 당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추운 날 갈 곳도 없이 길바닥에서 자야할 처지”라면서 “찜질방에 가서 잘 돈도 없다”고 거짓말을 해 7만원을 계좌로 받았다. 이후 이씨는 카카오톡으로 A씨와 연락하며 점점 더 친밀한 대화를 나눴고 사귀는 사이처럼 이야기했다. A씨에게 결혼까지 언급하며 애인 행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씨의 대화 내용은 거짓말의 연속이었다. 계모에게 괴롭힘 당해 집에서 쫓겨났고 자신과 친어머니는 암에 걸렸다며 생활비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채까지 쓰면서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속였다. 생활비와 병원비, 유흥업소 선불금 빚을 갚는 데 쓸 돈을 보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다. A씨는 그럴 때마다 한 달에 몇 차례씩 돈을 보냈고 액수는 5만원, 10만원, 100만원 많게는 한 번에 700만원까지 보냈다. 이렇게 이씨가 뜯어낸 돈이 1년 10개월간 128회 총 5600여만원이다. 그러나 이씨는 이미 다른 남성과 약혼해 같이 살고 있었다. 심지어 임신까지 하고 있던 상태였다. 유흥업소에서 일하거나 암에 걸린 적도 없었다. 김 판사는 “채팅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피해자에게 혼인을 해줄 것처럼 말하고 1년 6개월 이상 반복적인 거짓말로 돈을 요구해 편취한 행위는 죄질이 나쁘다”면서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없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초범이고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며 어린 자녀를 양육해야 할 처지인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28] “영리병원 승인, 이게 최선입니까”

    우려했던 영리병원의 빗장이 풀리고 말았다. 그것도 너무 쉽게, 너무 허술하게 자물쇠가 풀렸다. 오래 전부터 징후가 있었지만 ‘설마’ 했던 일이다. 지금까지 모든 잘못된 정책이 그랬듯이 이제 이 황당한 정책 결정의 폐해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확대되고, 후대에 전가될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잘못된 정책이 그랬 듯이 시간이 지나면 정책 결정자는 책임질 일도 없이 잊혀질 것이고, 많이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그리고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서 의료 차별화의 간극만 커질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부의 독점, 그리고 불평등 분배의 도식과 꼭 같이 약 10∼20%의 부유층은 이제 병원에서도 마음껏 돈의 위력을 뽐내며 “잘 된 일”이라고 흡족해 할 것이고, 거기에 들지 못한 나머지 80∼90%는 ‘우수마발’로 남아 병원에서 치료에의 희망과 위로 대신 차별과 차등의 현실을 절감하며 상업의료의 실상을 절망과 울분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잘 짜여진 것으로 평가받는 우리 나라의 공공 의료보장제도가 영리병원 도입에 따라 해체되고 훼손되면서 나타나게 될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이것이 보건복지부의 결정 맞나”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불과 며칠 전에 “영리병원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 말의 온기도 식기 전에 국내에 영리병원 설립을 승인한다는 결정이 뒤따랐다. 전후 맥락을 따져보면, 이런 돌발적 상황에는 상당한 외력이 작용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묻는다. “이것이 정말 의사로서 존경 받아온 정진엽 장관의 결정 맞는가”라고. 영리병원을 두고 나타날 수밖에 없는 반발과 논란에 보건복지부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인 운영”이라거나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국한된 진료”라고 둘러대지만,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조차도 이 조치가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는 개미굴의 역할을 할 것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에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간단없이 나왔다. 영리병원을 도입하지 않아서 국내에서 의료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의료 신기술 도입이나 개발이 안 되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나온 곳은 엉뚱하게도 보건복지부나 의료계가 아닌 재정 관련 정부부처와 보험업계였고, 그들은 집요하게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식해 왔다. 그들은 겉으로는 ‘창조적 의료’니 ‘의료산업화’니 하지만, 이 거대한 ‘카르텔’의 의도는 물색 모르는 의료를 ‘돈 놓고 돈 먹는’ 자본의 투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고,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순간 한국 사회에서 의료가 갖는 ‘특성화된 공공영역’으로서의 가치는 끝이다. 단언컨대, 영리병원 승인은 부유한 기득권층의 돈과 경제의 논리, 국민들의 주머니를 샅샅이 털어내려는 수탈적 논리의 귀결일 뿐이며, 국민 일반의 건강과 보건에는 치명적인 퇴행이자 퇴보일 뿐이다. 그런데, 국민 건강과 복지를 책임진 보건복지부가 보편적 의료의 대척점에 있는 영리병원을 허용했으니 국민들은 당연히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영리병원 승인이 국민들의 보건복지를 위한 책임있는 결정이 맞나”라고.  ●미국의 실패를 답습하는 영리병원 제도 적어도 우리가 완벽하게 실패한 미국식 의료보장제도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미국의 의료보장제도를 그렇게 만든 요인을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의료보장제도는 ‘가장 이상적으로 시작해 가장 비이상적으로 망가진’ 제도로 손꼽히는데, 그 중심에 바로 민간 보험업계의 셈법과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식 의료보장제도를 ‘돈만 있으면 죽을 사람도 살고, 돈이 없으면 살 사람도 죽는’ 제도라고 규정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민이나 유학 등으로 미국에서 사는 우리 동포들이 겪는 가장 두려운 일은 몸이 아픈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미국에서는 절대로 몸이 아파서는 안 된다”고들 경계하는 것일까. 정답은 폭탄 수준의 의료비 때문이다. 만약 우리 국민이 미국에서 몸이 아파 병원을 찾는다면 비장한 각오를 하고 ‘돈줄’부터 챙겨야 한다. 일단 병원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된다. 먼저, 환자는 급한 김에 병원 엠뷸런스를 부르지 않은 일에 감사해야 한다. 만약 엠뷸런스를 불렀다면 뭉칫돈을 지불해야 하는 소위 병원비 계산이 이때로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환자는 자신의 병증에 맞는 진료과와 의사를 찾기 위해 전담 코디네이터와 상담을 해야 한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여기에서 간단하게 몇 백 달러가 날아가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런 다음 의사를 만나 문진 등 체계적인 진료가 시작된다. 다행히 이 의사가 담당하는 분야의 질환이라면 다시 조상에게 감사해야 한다. 이 의사가 환자를 살피더니 “내 분야가 아니잖아”라며 다른 진료과로 보냈다면 우리 식으로는 줄을 잘못 섰을 뿐인데, 여기에 또 몇 백 달러가 추가된다. 이렇게 치료할 의사 한 명 찾는 동안 환자가 얻은 건 아무 것도 없는데, 진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 환자가 그 정도의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돼있다면, 확실히 미국식 진료는 체계적이어서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는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이쯤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면서 계속 치료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병원 대신 집에서 기약없이 고통을 감당할 것인가를. 미국에 사는 우리 교민들이 가끔 한국으로 돌아와 여기 저기 아픈 곳을 몽땅 치료하고 다시 돌아가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더러는 그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축난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이국에서 고통을 참아가면서 ‘질병’을 모아두었다가 한국에 들어올 때 한번에 몰아서 치료해야 하는 그 심정을 누가 알기나 할까. 젖과 꿀이 흘러넘쳐도 부족할 미국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답은 간단하다. 미국의 의료는 철저하게 사보험 의존형이고, 그 기저에 영리병원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 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돈을 지불하면서 사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적 건강보험의 붕괴 시나리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공적 의료보장제도의 근간은 국민건강보험인데, 만약에 어느 순간 이 보장제도가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 의문의 여지없이 이는 국민보건 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런데 견고한 우리의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정말 붕괴되는 상황이 올 수 있을까. 상상하기 어려운 일 같지만, 영리병원 체제에서는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일이다. 절차적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제시할 수 있다. 영리병원이라고 특별한 치료를 하지는 않는다. 감기 환자든, 암 환자든 치료 프로토콜은 다를 게 없다. 의사도 특별할 것이 없으며, 진료 절차도 같고, 쓰는 약도 그 약이 그 약이다. 다른 것은 대부분 의료 외적인 서비스다. 우선 ‘비싸서 좋은’ 고급 병실을 주고, 역시 비싼 주치의와 전담 간호사가 배치될 것이며, ‘비싸서 좋은’ 밥에, 모두가 환자에게 친절하고 고분고분할 것이다. 당연히 이런 진료 외적인 서비스가 비용으로 환산돼 진료비는 서민들이 충분히 놀랄만큼 비싸게 정산될 것이다. 돈만 있다면 다 좋다. 실태가 이런데 지금의 의료보장제도는 이런 영리병원의 의료비를 특별히 보장해주지 않는다. 영리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그게 불만이다. 그들은 “비싼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데 이게 뭐냐”고 못마땅해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사보험으로 의료 보장성을 확대하려 할 것이고, 그런 부류에게 공적 건강보험은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이라면 사보험이 공적 건강보험의 기능과 영역을 잠식하는 건 시간 문제다. 보장성이 좋아 영리병원 진료비까지 보장하는 사보험이 빵빵한데, 공적 보험에 아까운 돈을 들이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공적 건강보험에서 부유층이 이탈하는 도미노가 확대돼 지금의 건강보험은 ‘없는 사람들’이나 의지하는 속 빈 강정이 되고, 그 피해는 사보험으로 갈아탈 수 없는 일반 가입자들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성 없는 가설’이 아니라 빤히 보이는 길이다.  ●“의사들은 줄을 서시오” 의사는 한국에서 대체로 갑의 지위를 누리는 직종이다. 그러나 영리병원에서 의사는 갑보다 을에 가깝다. 장기적으로 보면 자본에 고용된 전문 기술자가 될 수밖에 없다. 설령 돈 많은 의사가 자본주로 나서 영리병원을 운영한다 하더라도 자본을 조종한다면 그는 의사가 아니라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자본 운영자일 뿐이며, 그런 점에서 영리병원 체제에서 의사는 자본 앞에 도열해야 하는 피고용자에 불과하다. 정부가 승인한 제주 영리병원은 중국의 부동산 투기기업인 녹지그룹이 자본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고작 50병상의 그 병원 하나가 당장 우리의 의료 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중국 의료에 대한 대외적 신뢰도가 낮아 우리 환자가 당장 그곳으로 달려들지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중국 환자들을 끌어들이는 부수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작은 상징적 징후 하나가 1년 후, 10년 후에 어떤 변화를 견인할지를 예단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최소한 녹지그룹과 비슷한 조건이나 이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갖춘 제2, 제3의 영리병원을 승인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인천 송도에 외국계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던 게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이름표가 붙어있지 않은 게 돈이지만, 모든 돈은 ‘선한 돈’과 ‘선하지 않은 돈’으로 구분된다. 만약 악덕 투기기업이나 폭력조직이 그럴싸한 얼굴마담을 내세워 승인을 요청한다면 누가, 무슨 방법으로 그 선하지 않은 자본의 성격을 검증하며, 누가 무슨 방법으로 그 자본에 감춰진 의도를 판별할 것인가. 또 겉으로는 해외 자본의 형식을 취하지만 국내의 검은 돈이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해 우리나라에 역투자 형식으로 유입된다면 거기에서 배태될 폐해를 누가 막고, 감당할 수 있을까. 부동산 시장에서는 엄청난 윗돈이 붙은 영리병원 매각 정보가 떠돌아다닐 것이고, 영리병원을 둘러싼 투기경쟁은 의료의 본질을 심각하게 비틀어댈 게 자명하다. 돈줄에 따라 수많은 의사들이 우왕좌왕 몰려다니며 우리나라 의료인력 수급체계와 의료 전달체계의 지형을 바꾸는 심각한 교란현상이 발생할 것임을 아는 일은 오히려 초보적이다. 영리병원이 우리 사회 분열의 본질이기도 한 계층간의 갈등과 대립을 가속화하는 촉매가 되는 일도 두렵다.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의료분야에서 이런 갈등을 겪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영리병원에 의해 선보일 상업의료는 돈벌이에 단호할 것이며, 빈부와 지위를 가차없이 차등화할 것이다. 결국, 영리병원 도입의 귀결은 병원과 의료계를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으로 만드는 일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건백년지대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와중에 터져나온 영리병원 승인 소식이 세밑 국민들의 목덜미를 파고드는 칼바람보다 더 매서운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영리병원 승인을 거둬 들이라”거나 “이 한번의 불찰로 무모한 영리병원 실험을 끝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그런 쪽으로 마음을 굳혀버린 결정권자들이 다른 곳에 눈길을 줄 것 같지가 않다. 이번 조치로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상처가 너무 크고 깊을 것이기에 더욱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jeshim@seoul.co.kr
  •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1t 트럭 채운 폐지 4만 7000원… 그나마 운수 좋은 날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1t 트럭 채운 폐지 4만 7000원… 그나마 운수 좋은 날

    [동행1… 끌차 끌며 폐품 줍는 할아버지] “이런 육시럴. 도둑놈 잡아라. 저 노인네가 내 박스 다 훔쳐 간다.”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편의점 앞. 길 건너에서 폐지를 줍던 60대 할머니는 종이 박스를 챙기는 노인을 보고 고함을 치며 단숨에 6차선 도로를 무단으로 가로질렀다. 할머니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편의점 쓰레기를 정리해 주는 대가로 받는 폐지를 매번 누군가가 훔쳐 가는데 오늘 범인을 잡았다며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현행범’으로 지목된 할아버지는 “버려진 걸 주웠을 뿐”이라며 억울한 표정이다. 과자 박스 4개 때문에 시작된 두 노인의 언쟁에 순경 2명이 출동했다. “거리 위 폐지는 소유권이 없어요.” 경찰의 말이 할머니의 화를 더 돋운다. 그렇게 20여분. 결국 박스는 목소리 큰 할머니의 차지가 됐다. “이악스런 여편네 같으니라고. 7년 넘게 폐지를 주웠지만, 나는 남이 모아 놓은 건 절대로 안 건드려. 자네도 며칠간 봤잖아.” 이현복(82·가명) 할아버지는 적극적으로 역성을 들지 않은 기자에게 섭섭함을 드러냈다.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건 3일 전 인근 언덕배기에서다. 정확히 말해 눈에 들어온 건 위태위태 비탈길을 거슬러 오르는 폐품 더미였다. 산더미 같은 폐품 더미 속에 등이 굽은 백발노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자는 3일간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폐지를 주웠고 이날이 예정했던 마지막 날이었다. 노인은 하루 세 차례 힘겹게 끌차를 당기며 이 언덕을 오른다. 기력이 약해 많이 나를 수 없다 보니 끌차가 차면 4~5시간마다 한 번씩 폐품을 집에 내려놓는다. 주변엔 운동 삼아 하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고단한 밥벌이를 멈출 수 없다. 폐지 일이라도 안 하면 당장 먹고사는 것이 막막해진다. 부부에게 총 32만원이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약과 병원비를 빼면 딱 2만원 남는다. 3년 전 아내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지고 나서 늘어난 고정비용은 끌차처럼 늘 그의 삶을 뒤로 잡아당기기만 한다. “애들이 6남매가 있긴 한데 다들 형편이 그래. 자기들 먹고살기 힘든 걸 뻔히 아는데 부모랍시고 손 벌리기도 그렇잖아.” 폐지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재활용품이 많이 모이는 아파트 단지나 중소형 마트 등은 이미 민간업체와 정기 계약을 맺고 있는 터라 폐지 줍는 노인들은 모두 단독주택가 골목길로 몰린다. 멀쩡하고 깨끗한 박스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뭐 하나라도 건지려면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 남의 집 쓰레기 봉투에 팔을 넣어 빈병부터 캔, 페트병, 폐플라스틱 등 돈이 될 만한 것을 하나하나 골라내야 한다. 생각 없이 뱉은 가래침이나 도통 내용을 알 수 없는 구정물이 손에 묻고 몸에 튀는 것쯤은 감수해야 한다. 구역질이 나왔다. 쉬지 않고 다섯 시간을 꼬박 모은 덕인지 오늘은 아침나절에 대형 마대자루 4개를 가득 채웠다. 방금 이사 간 집에서 버리고 간 아이 장난감 등 잡동사니를 다른 노인보다 먼저 발견한 덕이다. “일진이 안 좋다 싶었는데 수지맞았어. 젊은 양반이 도와주니 일도 한결 수월하고.” 기를 쓰고 모은 폐품이 책상 3개를 쌓아 놓은 듯한 부피까지 늘어났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급하다. 재활용품 수거 트럭이 오는 시간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일주일을 꼬박 일해 모은 폐지와 재활용품이 1t 수거트럭 적재함을 가득 채웠지만 업자가 건넨 돈은 4만 7000원이다. 일당으로 치면 6700원. 새벽부터 나와 밤 11시에야 퇴근하는 할아버지의 고단한 노동을 생각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형편없지 뭐. 그나마 몇 해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점점 오르는 물가와는 반대로 재활용품의 값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리기만 한다. 4년 전만 하더라도 폐지는 ㎏당 200원 정도를 쳐 줬지만 이젠 60원까지 떨어졌다. 플라스틱류나 페트병, 알루미늄캔 가격도 ㎏당 70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할아버지에게는 최저생계비(2인 가구 102만 7417원, 일당 3만 4250원)를 번다는 것조차 남의 나라 이야기다. 실제 일당 3만 4250원을 벌려면 하루에 박스 570㎏(약 314개)을 주워야 한다. 페트병으로 따지면 하루에 1만 4487개를 모아야 한다. “겨울철엔 길이 얼어서 많이 미끄러워. 손도 곱아서 오랫동안 밖에서 일하기가 어렵고. 몸도 몸이지만 눈이라도 오면 폐지가 다 젖어 버려 낭패야. 업자들이 젖은 폐지는 수거를 안 해 가려고 하거든.” 빈곤층의 겨울은 뼛속까지 시리다. [동행 2… 지하철·버스 택배 할아버지] 김 노인에겐 ‘운수 좋은 날’이었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2시간 넘게 대기 중이던 김순우(80·가명) 할아버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을지로입구역 인근 B꽃집이다. 전날 1만 5000원밖에 벌지 못한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첫 주문이다. ‘선릉역에 있는 한 기업에 승진 축하 난을 배달해 달라’는 내용이다. B꽃집으로 가는 사이 바로 옆 C꽃집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이번엔 건당 1만 5000원을 받을 수 있는 경기도권이었다. 꽃배달 업계는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가 성수기다. 연말, 연초 인사이동 등으로 난 화분 등 주문이 쏟아진다. 이런 성수기에 할아버지는 한 달 평균 50만원을 번다. 나머지 8개월은 30만원 벌기도 힘드니 벌 수 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 11년 전 그는 구청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 갔다가 지하철 택배의 길에 들어섰다. 젊을 때 대기업에서 일한 이력이 도움이 됐다. 당시만 해도 지하철 택배는 노인 일자리로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질 낮은 일자리’의 대명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우후죽순 생긴 업체들이 경쟁하면서 배달비는 11년째 그대로다. 업체에서 일을 받으면 수입의 30%를 수수료로 떼줘야 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직접 영업을 뛴다. 두 곳에서 각각 동양란을 받아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은 할아버지가 집 다음으로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선릉역으로, 선릉역에서 다시 강남역으로 이동했다. 강남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탄 할아버지는 판교역 인근 배달을 마치고서야 겨우 햄버거로 끼니를 때웠다. 다시 충정로역 인근 D꽃집에서 용산 한강로 2가로 꽃다발 배송 주문이 들어왔다. “빨리 배달해 달라”는 요청에 할아버지는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선택했다. 무료인 지하철과 달리 버스를 이용하면 교통비 1200원을 내야 하지만 거래처와의 관계를 생각해 손해를 감수했다. “역에서 멀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꽃집 주인들이 버스비를 잘 안 줘. 버스비를 달라고 하면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지.” 버스에 오르는 노인의 움직임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지난 3월 그는 버스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승차하는 순간 버스가 급히 출발하는 바람에 뒤로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하지만 2주 만에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먹고살기 위해서였다. 젊은 시절 모았던 재산은 사업하는 사위 보증을 섰다가 모두 날렸다. “늙어서 꽃 배달하는 걸 창피해하는데 난 그렇지 않아. 되레 떳떳하지. 이게 뭐 도둑질도 아닌데….” 활짝 핀 백합과 이를 쥐고 있는 손에 핀 노인의 검버섯이 묘한 대비를 이뤘다. 다시 강남과 강북을 오가며 2건의 주문을 처리했다. 잘못 적힌 콘서트장 화환 리본을 갈아 주고 다시 화분 한 개를 배달하는 일이었다. 오후 8시 40분이 돼서야 모든 일이 끝났다.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났다. “저녁까지 사 먹으면 남는 게 없잖아. 자정에 들어가도 무조건 집에서 먹어.” 인천 남동구 구월동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밤 10시 30분. 평소 2~3건에 그치던 주문이 5건이나 들어온 덕에 총 3만 5600원을 벌었다. 하지만 그 돈을 위해 팔순의 노인은 한겨울에 노구를 끌고 11시간 50분 동안 110㎞ 이상을 이동해야 했다.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 특별기획팀 유영규 팀장 whoami@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단독]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 가족 장기요양, 재산 4분의1 날려… 가난은 도둑같이 찾아왔다

    [단독]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 가족 장기요양, 재산 4분의1 날려… 가난은 도둑같이 찾아왔다

    번듯하게 살던 사람들도 노년에 ‘불의의 악재’를 만나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쉬운 게 2015년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남편이나 아내 가운데 한 명이 몇년씩 긴 병치레를 하거나 준비 없이 사별을 하게 되면 빠르게 재산이 축나며 당장의 생계가 위태로운 지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황혼기 때 가난에 발 들인 노인 10명 중에서 빈곤에서 탈출하는 사람은 1명이 채 되지 않는다.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김재호 부연구위원)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유정미 책임연구원),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이봉주 교수팀) 등에 의뢰해 분석한 통계와 복지시설, 병원, 노인단체, 거리 등에서 만난 노인 43명의 사연을 바탕으로 ▲병환 ▲이혼·사별 ▲이른 재산 증여 ▲조기 은퇴 및 연금 공백 ▲자기 집에 대한 집착 등 ‘노인을 가난하게 만드는 5가지 경로’를 확인했다. 가난 탓에 생의 끝자락에서 힘겹게 버티는 노인들의 사연을 살펴봤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① 빈곤노인 71% 만성질환… 남편 건강 악화 땐 소득 11% 줄어 “병원비로 날린 재산이 집 한 채 값이야. 늙어서 아픈 게 죄지.”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학병원 재활치료실 앞에서 만난 김인수(70·가명)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아내 오가분(69·가명)씨의 치료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참이었다. 60세가 되던 해 건강하던 아내를 쓰러트린 뇌졸중은 9년 새 3번이나 재발했다. 중산층이었던 김씨 부부가 빈곤층으로 전락한 건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김씨는 “중환자실에 1주일만 입원해도 병원비가 1000만원씩 나왔다”면서 “아내를 돌봐야 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10년째 재산을 까먹고 살아왔다”고 했다. 평생 건설 기능공으로 일하며 마련한 서울 강북 지역의 112.4㎡(34평)형 아파트를 비롯해 모든 재산을 병원비로 날렸다. 지금은 아내와 월세 10만원짜리 장기임대주택에 산다. 노환은 평범한 노인을 빈곤의 늪으로 잡아당기는 가장 일반적인 ‘사건’이다. 유 연구원은 한국노동패널 4~15차(2001~2012년) 자료를 기반으로 국내 노인들의 삶 속에서 어떤 변수가 생겼을 때 자산이나 연소득이 감소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노인 가구주 가구(65~84세)는 가구원이 2년 이상 장기 요양을 하게 되면 발병 후 2년 내에 자산과 연소득이 각각 27%(조사 대상 평균 2억 1448만원→1억 5726만원)와 2%(2004만원→1421만원) 줄었다. 또 2년 이상 요양은 하지 않았지만 만성질환을 앓게 되는 등 남편의 건강이 나빠지면 발병 후 2년 안에 연소득이 11% 감소(평균 2698만원→2390만원)했다. 같은 경우 아내의 건강이 악화하면 연소득이 9% 감소(1884만원→1708만원)했다. 김재호 보사연 부연구위원이 국민노후보장패널 5차(2013년) 자료를 통해 노인의 경제상태별 만성질환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빈곤 노인 중 71.3%가 만성질환을 앓아 비(非)빈곤 노인(63.0%)의 비율을 웃돌았다. ② 관계 무너지면 여성 불리… 남편과 사별 2년 뒤 소득 29% 뚝 헤어짐이나 사망 등으로 가족 관계가 갑자기 무너져도 가난에 빠지기 쉽다. 특히 경제 활동 경험이 적은 여성은 이혼과 사별 등 악재에 더욱 취약하다. 유 연구원의 분석 결과,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여성 노인은 사별 후 2년 내에 자산은 17%(1억 3083만원→1억878만원), 연소득은 29%(2004만원→1421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숙희(80·여·가명)씨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 통계가 실감이 난다. 공기업 과장이었던 안씨의 남편은 1980년대 초 월급으로 30만원을 받았다. 4~5년을 꼬박 모으면 서울 잠실 지역에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심장질환을 앓던 남편이 쓰러져 숨진 뒤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46세 전업주부였던 안씨는 당장 아들 1명과 딸 2명을 먹이기 위해 무작정 거리로 나섰다. 노점상부터 청소, 신문·우유 배달 등 돈 되는 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자녀 3명을 어렵게 키워 모두 결혼시켰지만 안씨의 노년에 남은 것은 가난뿐이다. 팔순에 접어들었는데도 막일조차 하지 않으면 당장의 월세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안씨는 “한 달에 공공근로 임금 20만원, 기초 연금 20만 2600원 등 40만원 버는 게 전부인데 집세와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65세 이상 여성 중 근로 활동기에 일을 했던 사람들의 비율이 높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모아놓은 재산은 물론이고 국민연금 수급권 등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의 이봉주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국복지패널 9차(2013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노인 빈곤 가구 중 가구주가 여성인 비율은 68.8%로 남성인 비율(31.2%)보다 2.2배 높았다. ③ IMF 이후 재산 줬는데 부양 소홀 속출… ‘불효자식 방지법’도 노인 빈곤을 읽는 또 다른 키워드는 자녀에 대한 재산 증여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많은 부모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파산한 자녀들에게 재산을 일찍 증여했다”면서 “그 부모가 지금 60~80대인데, 자신들도 돈이 없고 자녀들도 여전히 어려운데다 20~30대인 손자들은 취업 못한 캥거루족으로 살아 기댈 곳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송인혁(78·가명)씨도 이른 재산 증여로 빈곤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는 31세 때 상경해 공사현장 잡부부터 건물 관리·경비원 등으로 쉴 새 없이 일했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정미소를 샀다. 남에게 정미소 운영을 맡기고 거기에서 세를 받아 노년을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먹고 살 게 없다”며 읍소하는 통에 정미소를 넘겨줬다. 그러나 아들의 미숙한 장사 솜씨 탓에 불과 1년 만에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손씨는 이후 폐지 줍는 공공근로로 월 20만원을 벌어 근근이 연명을 했지만, 최근 위암에 걸려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 부모가 재산을 물려줬는데 자식이 부모 부양을 소홀히 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정치권은 재산 증여 이후 부양 의무를 소홀히 한 자녀에 대한 증여를 환수하는 내용 등의 이른바 ‘불효자식 방지법’(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 대표 발의)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형편이 좋은 자녀가 가난한 부모를 돌보지 않는 사례도 있지만, 빈곤의 대물림 탓에 자녀도 돌볼 형편이 되지 않는 사례가 더 많다”고 말했다. ④ 연금 받아도 소득대체율 46%… 75세 이상 수급률은 14.3%뿐 법정 근로자 정년퇴직 연령은 만 60세로 늘어났지만 현실적으로 50대 초·중반이면 회사를 나가야만 하다 보니 준비 없이 소득이 끊겨 가난해지는 사례도 많다. 김 위원은 “국민연금은 만 60세부터 수급이 가능(1952년 이전 출생자 기준)해 50대 때 퇴직하면 소득이 끊기는 ‘소득 절벽’ 상태를 4~7년 견뎌야 한다”면서 “연금을 받기 전까지 임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먹고살 만한 좋은 자리는 많지 않다”고 했다. 퇴직금도 소득 절벽을 거치는 동안 동이 나고 만다. 국민노후보장패널 분석을 바탕으로 노인 가구주가 퇴직금을 어디에 썼는지 추적해 보니 ▲본인 생활비 58.0% ▲교육비·결혼·사업 자금 등 가족 지원 25.8% ▲부채상환 3.2% ▲자산 9.9% ▲기타 3.1% 등으로 나타났다. 돈 쓸 일이 집중되는 퇴직 뒤 50~60대 동안 가족의 장기 입원이나 사기 피해 등 예상 못한 지출이 생기면 빈곤층으로 추락한다. 또 연금을 받기 시작해도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소득의 비율)이 46.5%(2015년 기준)에 불과해 넉넉한 삶을 유지할 수 없다. 국민연금 수급률이 매우 낮은 75세 이상 고령 노인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후기 노인’(만 75세 이상)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14.3%로 ‘전기 노인’(만 65~74세) 수급률(42.7%)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유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초기에는 1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만 의무가입 대상이었기에 현재 70대 중에는 혜택을 받는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의 한 복지관에서 만난 김기선(76)씨는 “나 젊었을 때는 예순까지 일해 번 돈으로 10년쯤 살면 죽겠지’라고 생각해 노후 준비를 하지 못했다”면서 “평균수명이 길어진 것도 가난한 노인이 많아진 이유 같다”고 했다. ⑤ 빈곤 노인 65% 집 있지만… 非빈곤 노인 주택 가격의 절반 집의 소유가 역설적으로 노년을 가난하게 만들기도 한다. 국민노후보장패널 자료로 국내 노인의 거주 주택 형태를 분석해 보니 빈곤 노인 가구의 주택 보유율은 65.4%였다. 빈곤 노인 가구의 순자산액(평균 9049만 6200원) 중 97.7%가 부동산(8841만 3700원)인 것만 봐도 우리 국민의 주택 자산 선호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빈곤 노인에게 집은 허울뿐인 자산이기 쉽다. 김 위원은 “빈곤 노인이 보유한 집에 실제 가보면 시골의 허름한 수천만원짜리 집과 같이 자산으로서 실속은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빈곤 노인이 보유한 주택 가격을 분석해 보니 평균 1억 132만원으로 비빈곤 노인이 보유한 주택 가격 1억 9132만원의 절반 수준(53.0%)이었다. ‘최소한 집은 자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도 생활고를 겪는 노인들이 주택 자산을 팔지 못하는 이유다. 집이 있으면 자산 기준상 기초생활수급권을 얻기 어려워 오히려 집이 빈곤 노인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노인이 빈곤의 늪에 빠지기는 점점 쉬워지고 있다. 한국복지패널 1차(2005년)~9차(2013년) 자료 분석 결과 중산층 이상이었던 노인 가구가 1년 만에 빈곤층으로 추락한 비율(빈곤 진입률)은 2013년 14.5%로 2011년(9.5%)보다 5.0% 포인트 늘었다. 빈곤 탈출률은 2013년 9.8%였는데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 비율이 66.1%인 반면 여성은 절반인 33.9%였다. 여성 노인의 빈곤 고착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 특별기획팀 유영규 팀장 whoami@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보험사 ‘갑질’ 제동

    보험사 ‘갑질’ 제동

    췌장·간암 등 치료비가 많이 들고 예후가 좋지 않은 ‘중증암’을 보장해주는 암 보험에 가입한 A씨. 갑상선암에 걸린 후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지만 ‘중증암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를 더 당황하게 만든 것은 그 뒤에 나온 설명이었다. “전이위험 때문에 고객님은 암 보험을 갱신할 수 없습니다”. A씨는 “열거한 중증암이 아니라고 보험금은 안 주면서 기존에 이미 가입한 중증암까지 보험 갱신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내년부터 A씨처럼 ‘중증암’(4기암 및 치료비가 많이 드는 고액 암)이나 ‘2차암’(두 번째로 발생된 암)만 보장하는 보험에 든 가입자가 다른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보험사는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게 된다. 가입 1년이 안 되면 50%만 주던 태아 보험은 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 금융 당국이 보험사의 ‘갑질 행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자율상품 집중심사 결과 통보’ 공문을 최근 각 보험사에 전달했다. 자율상품이란 사전 인가 없이 보험사가 알아서 팔고 추후 판매 현황을 보고하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이 소비자에게 불합리하게 운용하는 부분이 없는지 당국이 1년에 두 차례 점검한다. 금감원은 “계약 소멸 사유도 아닌데 갱신을 막는 것은 ‘소비자의 합리적 기대에 반하면 안 된다’는 약관을 위배한 것”이라며 시정을 지시했다. 태아 보험 감액 기준도 바뀐다. 올 2월 출산한 B씨는 혈액암에 걸린 딸 병원비에 보태려고 암 보험금(100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보험 가입 기간이 1년 안 됐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절반만 줬다. 보험업계는 “초음파 등을 통해 아기 상태를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데도 계약자가 질병을 알리지 않고 가입할 수 있어 1년이란 시간을 정해 놨다”고 주장한다. B씨는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가 암에 걸릴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금감원은 감액설계가 보험사 고유 권한이라 하더라도 합리적인 사유 없이 보험금을 깎지 못하도록 약관 변경을 지시했다. 여러 질병 중 ‘처음 발생한’ 질병만 보장하는 계약도 퇴출된다. 예컨대 직장인 C씨가 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등을 하나의 계약으로 보장하는 상품에 가입했다고 치자. C씨가 암에 걸린 뒤 뇌출혈이 왔다면 암 진단비만 받을 수 있다. 보험금을 받고 나면 보험 계약도 종료된다. 심지어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보험금을 각각 지급하는 상품과의 보험료 차이가 불과 300원이다. 금감원은 ‘최초 1회 보장’과 ‘각각 1회 보장’ 중 계약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연금 미리 받는 종신보험’, ‘세 번 받는 CI종신보험’ 등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상품 이름도 쓸 수 없게 된다. 자칫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오인하거나 보험금을 세 번 받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계약과 연관성이 없는 특약을 강제로 들게 하는 관행도 사라진다. 암보험에 사망특약을 끼워 파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이는 불필요한 보험료 상승을 야기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접수된 보험 관련 민원은 2만 2892건이다. 해마다 4만건가량 접수된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보험사들이 소비자보다 손해율을 먼저 염두에 두고 상품을 만들다 보니 소비자에게 불리하고 불완전한 ‘반쪽짜리’ 상품이 적지 않다”며 지속적인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억지 부부’로 살 바엔… 늘어나는 혼인 파탄주의

    8년째 투병하는 아내를 돌보지 않은 남편이 낸 이혼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법원은 “장기간 별거생활과 투병생활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도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한 지난 9월 대법원 판결 이후 이를 적용해 이혼을 허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수석부장 민유숙)는 남편 A(54)씨가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한 1심과 달리 이혼을 허용한다고 9일 밝혔다. 18년 전 결혼한 두 사람은 친정과의 관계와 남편의 음주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2008년 아내 B(52)씨가 중국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부터는 별거생활을 했다. A씨는 아내를 간병하거나 병원비를 부담하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B씨는 친정 가족의 보살핌을 받고 생활해야 했다. B씨는 뇌 손상으로 현재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는 2013년 요양병원에 있는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보호자로서 아내의 투병을 돌본 흔적이 전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혼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지난달 6일 ‘혼인 생활 파탄의 책임이 이혼 청구를 배척할 정도로 남지 않았으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이혼을 허용했다. 재판부는 “A씨 부부는 장기간 별거 생활과 투병생활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됐고 B씨의 형제 자매가 의사, 약사로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아 축출 이혼의 염려가 없다”며 “혼인 생활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녀를 계속 부양해온 점과 친정 가족의 지나친 간섭이 부부의 관계 악화 원인이 된 점도 지적했다. 가족을 외국에 남겨두고 한국에 돌아와 무속인이 된 부인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라는 취지의 판결도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는 부인 C(49)씨가 남편 D(51)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이혼하라는 취지로 서울가정법원 합의부에 파기 환송했다. D씨 부부는 1998년 남미 엘살바도르로 이민을 갔으나 2004년 아내 혼자 귀국해 무속인이 됐다. C씨는 혼자 살다 2012년 이혼소송을 냈다. 아내는 남편의 불륜 정황을 주장했지만 1·2심은 “남편의 잘못으로 혼인이 파탄 났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인이 가정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지 못한 남편의 책임도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갈등 원인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가정환경을 조성하는 등 혼인생활의 장애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은 남편에게도 파탄의 책임이 있다”며 “부인의 책임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이후 관련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상대방과 자녀에게 보호와 배려를 한 경우 ▲시간이 흘러 상대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 등이 약화돼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페북에 광고 올려 30만원에 아기 판매한 엄마 체포

    페북에 광고 올려 30만원에 아기 판매한 엄마 체포

    이제 겨우 18살 된 여자는 왜 아기가 필요했던 것일까.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뜬 광고(?)를 보고 아기를 산 여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아기를 팔아넘긴 비정한 엄마도 나란히 철창행 신세가 됐다. 볼리비아 산타크루스 아동보호위원회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신생아를 거래한 혐의로 2명 여자가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친아들을 팔아넘긴 친모는 이미 자식 넷을 둔 엄마였다. 자식 넷을 둔 여자가 다섯이라고 키우지 못할까, 여자는 왜 아들을 팔아치운 것일까. 경찰이 조사를 해보니 여자는 아들의 아버지가 누군지 몰랐다. 여자는 평소 남자관계가 복잡했다. 게다가 출산을 하면서 병원비까지 빚진 상태였다. 여자는 아기를 팔아 빚을 청산하기로 하고 아기를 판다는 광고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여자가 요구한 돈은 251달러, 우리돈으로 29만 2000원 정도다. 페이스북에 광고를 올리자 바로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아기를 원한 사람은 18살 여자였다. 두 사람은 현찰을 주고받고 아기를 매매했다. 하지만 볼리비아 사이버수사망에 걸리면서 두 사람은 나란히 수갑을 찼다. 경찰은 "친모가 아기를 판 이유는 충분히 파악됐지만 18살 여자가 아기를 산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생아매매는 자주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특이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볼리비아에선 신생아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볼리비아에선 신생아매매 1340건이 경찰에 신고됐다. 그러나 관련자가 처벌을 받은 사건은 30건에 불과해 수사가 미흡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한 몸 공유한 쌍둥이’ 태어나 화제

    ‘한 몸 공유한 쌍둥이’ 태어나 화제

    방글라데시에서 ‘한 몸을 공유하는 쌍둥이’가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일 밤 방글라데시 브라만바리아에 있는 병원에서 머리가 두 개 달린 여아가 제왕절개술로 태어났다. 이들은 머리를 제외하고 한 몸에 양팔, 양다리를 완전히 공유한 결합 쌍둥이다. 아이들은 태어난 직후 호흡기에 문제가 있어 수도 다카에 있는 방글라데시 최대 병원의 중환자실로 이송됐으며 현재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의 부친인 미아 자말은 자신의 딸들을 봤을 때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딸들은 완전히 발달한 두 머리를 갖고 있었다. 두 입으로 분유를 마시고 두 코로 호흡하고 있다”면서 “아이들과 산모 모두 무사한 것에 알라 신께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아기가 태어난 의료기관의 이사장은 초기 검사에서 아기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신체 기관이 오직 1명분밖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머리가 두 개인 것을 제외하고는 그 외 신체 기관과 팔다리는 일반적인 신생아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결합 쌍둥이는 의학용어로 ‘두 머리 옆쪽 결합’(dicephalic parapagus)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몸의 어딘가가 붙어있는 샴쌍둥이와 다르다. 이런 결합 쌍둥이는 태어날 확률이 5만에서 10만 분의 1로 극히 낮다고 국제 학술지 ‘가족과 생식 건강’(Journal of Family and Reproductive Health)에서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결합 쌍둥이의 60%는 태어나기 전이나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사망한다. 이번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은 현지에서 급속도로 확산했고 병원으로 수천 명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예전부터 방글라데시나 인도와 같은 국가에서는 이런 신체 이상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는 '살아있는 신'으로 여겨져 왔다. 병원 관계자인 카우사르는 “도시 전체 사람들이 병원으로 몰려들었다. 그중 일부는 인근 여러 마을에서 온 수천 명의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아기를 다카로 옮긴 것은 좋은 생각이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군중을 통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기의 부친은 낮은 임금으로 겨우 먹고사는 농장 노동자로 추가 병원비가 필요하게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는 “딸을 생각하면 슬프다. 그들은 가난한 남자에게서 태어났다”면서 “심지어 난 아내의 병원비도 없다”고 말했다. 결합 쌍둥이는 똑같은 신체와 기관을 공유하므로 이들을 샴쌍둥이처럼 분리할 수 없다. 머리가 두 개인 결합 쌍둥이는 수정란 세포가 완전히 분할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달이 이뤄진 것으로 매우 드문 사례이며 대부분 남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인도에서도 머리가 두 개인 아기가 가난한 여성에게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 아기는 20일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방글라데시에서는 2008년 키론이라는 이름의 결합 쌍둥이가 태어났었다. 하지만 그 아이 역시 얼마 뒤 사망했다. 결합 쌍둥이는 서양권에도 사례가 있다. 2009년 영국 포츠머스에서는 리사 체임벌린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한 몸을 공유한 쌍둥이 조슈아와 제이든을 낳았다. 조슈아는 죽은 채 태어났고 그의 형제는 태어난지 32분 만에 리사 품에서 죽고 말았다. 또 미국에서도 결합 쌍둥이가 있는데 아비가일과 브리타니 헨셀라는 자매는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았다. 이들은 오프라 윈프리 쇼 등 여러 매체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AFPBBNEWS=NEWS1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한 몸 공유한 쌍둥이’ 방글라데시에서 탄생

    ‘한 몸 공유한 쌍둥이’ 방글라데시에서 탄생

    방글라데시에서 ‘한 몸을 공유하는 쌍둥이’가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일 밤 방글라데시 브라만바리아에 있는 병원에서 머리가 두 개 달린 여아가 제왕절개술로 태어났다. 이들은 머리를 제외하고 한 몸에 양팔, 양다리를 완전히 공유한 결합 쌍둥이다. 아이들은 태어난 직후 호흡기에 문제가 있어 수도 다카에 있는 방글라데시 최대 병원의 중환자실로 이송됐으며 현재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의 부친인 미아 자말은 자신의 딸들을 봤을 때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딸들은 완전히 발달한 두 머리를 갖고 있었다. 두 입으로 분유를 마시고 두 코로 호흡하고 있다”면서 “아이들과 산모 모두 무사한 것에 알라 신께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아기가 태어난 의료기관의 이사장은 초기 검사에서 아기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신체 기관이 오직 1명분밖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머리가 두 개인 것을 제외하고는 그 외 신체 기관과 팔다리는 일반적인 신생아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결합 쌍둥이는 의학용어로 ‘두 머리 옆쪽 결합’(dicephalic parapagus)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몸의 어딘가가 붙어있는 샴쌍둥이와 다르다. 이런 결합 쌍둥이는 태어날 확률이 5만에서 10만 분의 1로 극히 낮다고 국제 학술지 ‘가족과 생식 건강’(Journal of Family and Reproductive Health)에서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결합 쌍둥이의 60%는 태어나기 전이나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사망한다. 이번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은 현지에서 급속도로 확산했고 병원으로 수천 명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예전부터 방글라데시나 인도와 같은 국가에서는 이런 신체 이상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는 '살아있는 신'으로 여겨져 왔다. 병원 관계자인 카우사르는 “도시 전체 사람들이 병원으로 몰려들었다. 그중 일부는 인근 여러 마을에서 온 수천 명의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아기를 다카로 옮긴 것은 좋은 생각이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군중을 통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기의 부친은 낮은 임금으로 겨우 먹고사는 농장 노동자로 추가 병원비가 필요하게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는 “딸을 생각하면 슬프다. 그들은 가난한 남자에게서 태어났다”면서 “심지어 난 아내의 병원비도 없다”고 말했다. 결합 쌍둥이는 똑같은 신체와 기관을 공유하므로 이들을 샴쌍둥이처럼 분리할 수 없다. 머리가 두 개인 결합 쌍둥이는 수정란 세포가 완전히 분할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달이 이뤄진 것으로 매우 드문 사례이며 대부분 남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인도에서도 머리가 두 개인 아기가 가난한 여성에게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 아기는 20일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방글라데시에서는 2008년 키론이라는 이름의 결합 쌍둥이가 태어났었다. 하지만 그 아이 역시 얼마 뒤 사망했다. 결합 쌍둥이는 서양권에도 사례가 있다. 2009년 영국 포츠머스에서는 리사 체임벌린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한 몸을 공유한 쌍둥이 조슈아와 제이든을 낳았다. 조슈아는 죽은 채 태어났고 그의 형제는 태어난지 32분 만에 리사 품에서 죽고 말았다. 또 미국에서도 결합 쌍둥이가 있는데 아비가일과 브리타니 헨셀라는 자매는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았다. 이들은 오프라 윈프리 쇼 등 여러 매체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AFPBBNEWS=NEWS1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월드피플+] ‘안락사’ 직전 두 딸과 찍은 마지막 셀카의 사연

    [월드피플+] ‘안락사’ 직전 두 딸과 찍은 마지막 셀카의 사연

    얼마 전 스위스의 유명한 안락사 병원인 디그니타스에서 한 영국인 여성이 두 딸들이 지켜보는 가운에 독극물 버튼을 누르고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죽을 권리가 허용되지 않는 고국을 떠나 두 딸과 생의 마지막 여행에 나섰던 이른바 '안락사 여행자' 인 것. 그녀의 죽음이 고국에서 논란이 일고있는 것은 이 비용을 마련한 두 딸이 대중들을 상대로 모금을 했기 때문으로 귀국하면 그녀들은 경찰 조사를 받게된다. 사연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 딸의 어머니 제키 베이커(59)는 병원으로부터 운동신경원질환(motor neurone disease)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루게릭병으로 널리 알려진 이 병은 운동신경세포가 퇴행하며 소실돼 근력이 약화되는 질병이다.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던 그녀의 마지막 소원은 바로 안락사. 그녀는 자식을 불러 자신의 뜻을 밝혔고 이에 딸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 큰 딸 타라 오렐리(40)는 "처음 안락사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면서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생각이었기 때문" 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얼마 후 두 딸은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하루하루 상태가 더욱 악화되면서 혼자서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 그리고 두 딸은 우리 돈으로 약 1400만원에 달하는 스위스 여행과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사연을 알리고 모금을 시작했다. 이 모금은 곧 경찰에 알려져 중지 명령이 떨어지면서 사건 아닌 사건은 영국 내에 퍼지며 또다시 안락사 논쟁이 일었다. 이번에 현지언론에 공개된 사진은 지난주 베이커가 사망하기 직전 침상에 누워 두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뜨거운 논쟁 속에서도 두 딸이 결국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딸 타라는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엄마가 바람대로 세상을 떠나 행복했다" 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엄마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고통을 덜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유럽 내에서도 큰 논란이 일고있는 안락사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미국은 일부 주에서만 가능하고 프랑스에서는 현재 이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중 스위스의 경우 4곳의 안락사 지원 병원이 있는데 이중 유일하게 디그니타스에서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년간 죽을 권리가 허용되지 않는 고국을 떠나 디그니타스에서 생을 마친 사람이 무려 17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키 269cm’ 세계서 가장 큰 남성 26세로 사망

    ‘키 269cm’ 세계서 가장 큰 남성 26세로 사망

    세계에서 가장 큰 사람으로 추정되고 있던 태국의 한 남성이 숨을 거뒀다. 그의 나이 26세. 태국 유력 영자신문 방콕포스트 9일 자 보도에 따르면, 키 269cm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남성 뽄차이 사오스리(26)가 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태국 북동부 수린주(州) 반타케오에 있는 자택에서 사망했다. 모친 원 사오스리가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모친은 이날 오전 10시 5분 평소처럼 설거지를 마치고 방에 들어갔을 때 아들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뽄차이 사오스리는 성장 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인한 거인증이 원인이 돼 무릎 관절염과 왼쪽 눈 이상, 고혈압 등 여러 합병증을 앓고 있으며 스스로 거의 일어설 수도 없었다. 또한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뽄차이 사오스리의 몸무게는 225kg에서 153kg까지 총 72kg이 줄었고 키는 257cm에서 269cm로 총 12cm가 늘어나는 등 거인증으로 인한 병세가 악화됐다고 담당 의료진은 설명했다.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는 세계에서 키가 가장 큰 사람은 터키인 술탄 코젠으로 키가 251cm이지만, 뽄차이 사오스리는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우선 치료를 하고 기네스 세계기록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뽄차이 사오스리의 건강 상태는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고 최근 상태가 악화돼 병원에 8일간 입원해야 했었다. 이후 퇴원한 뒤 집에서 줄곧 지내고 있었지만, 갑자기 숨을 거두고 만 것이다. 가족은 그동안 태국 전역에서 보내준 기부금 총 11만 바트(약 354만원) 가운데 병원비를 지불하고 남은 5만 바트(약 161만원)로 장례식을 치를 계획임을 밝혔다. 사진=노파랏 킹캐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월드피플+] 몸 밖에 심장 달린 6살 소녀…“희망 잃지 않아요”

    [월드피플+] 몸 밖에 심장 달린 6살 소녀…“희망 잃지 않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플로리다 남부에 살고 있는 6살 소녀 버사비야 버룬입니다. 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어요. 제 심장은 몸 밖에 있거든요. 보통 사람들은 심장이 밖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제 심장은 가슴 아래, 바깥쪽으로 노출돼 있답니다. 외부는 얇은 피부막으로 쌓여져 있고요. 선천적인 질환으로, 의사선생님들은 ‘칸트렐증후군(Pentalogy of Cantrell)’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칸트렐 증후군은 선천성 심장질환과 흉골 기형으로 단단한 가슴근육과 흉골에 감싸있어야 할 심장이 밖으로 이탈하는 증후군이래요. 100만 명 중 5.5명에게서 나타나는 희귀 질환이죠. 지금 제 심장은 주먹크기 정도예요. 심장이 위치한 복근에 근육이나 이를 보호해 줄 골격이 없기 때문에 충격을 받으면 큰일나죠. 엄마가 저를 임신했을 때, 의사선생님은 제가 살아서 태어나지 못할 거라고 말했대요. 태어난다 하더라도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도 하셨고요. 하지만 저는 벌써 6살이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그림도 그리고, 비욘세 노래에 맞춰 춤도 추고요. 수술을 받아서 보통 친구들처럼 지내고 싶지만 아직은 그러지 못해요. 의사선생님이 말하길, 제 몸의 혈압이 너무 높아서 폐 대동맥에도 영향을 줄 수가 있대요. 안정된 수술을 위해서는 2년여를 더 기다려야 한답니다. 최근에는 이사를 했어요. 원래는 보스턴에 살았는데 플로리다로 옮겼죠. 면역력이 약하고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면 안되거든요. 따뜻한 플로리다로 이사 오고 난 뒤부터는 몸이 덜 아파요. 하지만 심장이 몸 밖에 있는 희귀한 증상 때문에 학교에 가지는 못해요.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은 마음을 그림이나 춤으로 달래고 있어요. 저는 제 심장이 왜 몸 밖에 있는지 알고 있어요. 그건 신께서 저를 매우 특별하게 만들어주셨기 때문이에요. 제가 더 많이 웃을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세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다 친척도 없기 때문에 병원비 부담이 크거든요. 더 자세한 사연은 ‘youcaring.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선천성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버사비야 버룬(6)의 사연을 토대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쇼핑할 때 가장 비싼 아시아 도시는 상하이…서울은?

    쇼핑할 때 가장 비싼 아시아 도시는 상하이…서울은?

    옷이나 신발 같은 상품을 쇼핑할 때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돈이 드는 도시는 중국의 상하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CNN머니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개인은행 ‘줄리어스 배어’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시아 11개 도시 가운데 상하이가 쇼핑에 있어서 가장 비싼 도시로 뽑혔다. 줄리어스 배어는 독자적인 기준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해 각 도시에서의 실제 가격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쇼핑 부문에서 가장 비싼 도시로 꼽힌 상하이에서 파는 남성용 정장은 아시아 도시 평균보다 34%, 여성용 신발은 24%, 와인은 21%, 손목시계는 16%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 몇 년간 중국은 세계 경제 발전의 성장 원동력이 돼 왔지만, 올해 여름 중국 시장은 크게 하락해 많은 사치품 가격이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싸다고 말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었다고 적고 있다. 또 상하이는 결혼 피로연 비용(최대는 아니지만 평균보다 38% 높음)이나 보톡스와 같은 성형시술(평균보다 61%), 병원비(평균보다 60%), 비즈니스석 항공권(최대는 아니지만 평균보다 15%)과 같은 서비스 비용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서비스 비용에서 가장 비싼 도시는 홍콩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품과 서비스 모두 가장 싼 도시는 인도의 뭄바이가 꼽혔다. 뭄바이에서 남성 정장은 평균보다 26%, 담배(시가)는 32%, 보석은 22%, 와인은 4%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또 비즈니스석 항공권(평균보다 9%)과 성형시술(평균보다 19%), 임플란트 시술(평균보다 35%)과 같은 서비스도 저렴했다. 또한 이번 보고서에서 서울은 상품 4위, 서비스 5위를 기록했다. 상품에서는 남성용 정장(평균보다 31%), 시계(평균보다 11%)가 비쌌고, 서비스에서는 비즈니스석 항공권(평균보다 31%), 임플란트 시술(14%), 결혼식 피로연(9%)이 비싼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핸드백은 세계 시장에서 아시아가 평균보다는 낮은 편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홍콩(평균보다 15% 낮음)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아시아에서 쇼핑할 때 가장 비싼 도시를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1. 상하이(중국) 2. 홍콩(중국) 3. 싱가포르 4. 서울(대한민국) 5. 방콕(태국) 6. 타이베이(대만) 7. 도쿄(일본) 8.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 9. 마닐라(필리핀) 10. 자카르타(인도네시아) 11. 뭄바이(인도) 사진=상하이(ⓒ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특수 휠체어로 우뚝...팔다리 없는 아기 ‘사랑’으로 일으켜세우다

    특수 휠체어로 우뚝...팔다리 없는 아기 ‘사랑’으로 일으켜세우다

    어린 나이에 뇌수막염으로 인해 팔다리를 모두 잃은 여자 아기가 이웃들과 전 세계 네티즌의 성원을 통해 만들어진 특수 보행기 겸 휠체어에 타고 우뚝 선 모습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에 감동을 주고 있다. 영국 바스 시에 살고 있는 아기 하모니-로즈 알렌은 지난해 9월 28일, 생후 9개월의 어린 나이에 뇌수막염으로 쓰러졌다. 그녀가 첫 걸음을 뗀지 겨우 10일 뒤의 일이었다. 아이가 쓰러지기 전 몇 주 동안 어머니 프레야 홀과 아버지 로스 알렌은 한밤중에 크게 아파하던 그녀를 데리고 두 차례에 걸쳐 인근 병원을 찾았었다, 그러나 병원 측은 큰 문제가 아니라며 이들을 돌려보냈다. 아이가 뇌수막염에 걸렸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그녀가 의식을 쓰러져 세 번째로 병원을 찾았을 때였다. 당시 하모니-로즈의 상태를 진단한 의사들은 아이의 감염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며 그녀의 생존 확률이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부모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껴야 했지만 놀랍게도 하모니-로즈는 이를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양 팔과 두 다리, 그리고 코끝을 절단해내야만 했다. 그 이후로도 총 10번의 수술을 받아가며 힘들게 건강을 되찾았다. 의사들에 따르면 다행히 이제 그녀는 다행히 큰 고비를 넘기고 안정을 찾아가는 단계다. 그리고 이번 특수 보행기를 선물로 받으며 자기 의지대로 서서 곳곳을 누빌 수도 있게 된 것. 어머니 홀은 페이스북을 통해 “물리치료사들이 이러한 장치를 고안하고 있다고 처음 말해줬을 때 우리는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하모니가 이 기계를 원치 않으리란 느낌도 가졌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모니-로즈는 장치에 잘 적응했다. 홀은 “그녀는 덕분에 이제 제자리에 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팔을 이용해 혼자 힘으로 돌아다닐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특수 보행기와 기타 병원비, 치료비를 마련하는 데에는 이웃들과 네티즌의 도움이 컸다. 우선 하모니-로즈의 친구들과 가족들, 지역 주민들은 그녀에게 뇌수막염 진단이 내려진 이후로 그녀를 돕기 위한 성금을 꾸준히 마련해왔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헬프포하모니’(Help4Harmonie)라는 이름으로 모금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으며 전 세계 네티즌들의 참여로 현재까지 13만8830파운드(약 2억 4000만 원)가 모인 상태다. 이 금액은 하모니-로즈의 재활치료와 생활 보조기구 구매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목표금액은 25만 파운드(약 4억 4000만 원)다. 홀은 “하모니가 겨우 10%밖에 되지 않는 희망 속에서 이렇게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며 “그 아이가 살아남기 위해 이토록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것은 내게 큰 의미”라고 전했다. 그녀는 이어 “우리는 그녀의 삶을 최대한 멋지고 풍족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하모니의 삶이 쉽지는 않겠지만 전 세계 사람들과 이웃의 이런 따듯한 도움이 있기에 최대한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30) ‘도긴개긴’ 韓·日 육아 환경…초저출산국 이유있었다

    [독박(讀博) 육아일기](30) ‘도긴개긴’ 韓·日 육아 환경…초저출산국 이유있었다

    해외에서 ‘독박육아’를 하고 있는 사촌 언니들 덕분에 다른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어떤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다. 그 중 일본에 사는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본의 육아 환경이 우리와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나가노현에 사는 언니 김경은(40)은 2006년 일본인 형부와 결혼해 2008년 남자 아이 한 명을 낳아 키우고 있다. “바깥 일은 남자가 하고 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깊게 박혀있는 형부와 살다 보니 진정한 ‘독박육아’를 했다고 토로한다. 나와 언니의 경험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보육환경을 비교해 본다. -일본: 일본도 요즘 한국처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아이를 키우는 데 정부의 지원도 부족한 편이고 경제적인 이유와 이혼율이 높아지는 이유 등으로 아이를 많이 낳고 있지 않다. (일본은 저출산 관련 대책 부서까지 마련했다. 지난 7일 아베 신조 총리는 ‘1억 총활약담당상’에 측근을 앉혔다. ‘1억 총활약담당상’은 50년 뒤에도 1억 인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현재 1.4%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1.8%로 끌어올리는 특명을 가진 장관이다.)-한국: 한국에서도 오랜 사회 문제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1명이었다. 갈수록 직장을 잡기 어렵고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결혼과 출산이 미뤄지고 있다. 나는 아이를 낳았지만 둘째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일본의 보육정책은 어떤가. 한국에서는 주로 아이를 집에서 키울 경우 양육수당을 매달 20만원씩 받고,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어린이집 비용(0세의 경우 40만 6000원)을 지원받는다. 나는 직장을 다니니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총 1년 3개월 동안 휴직했다. 출산휴가 3개월 중 두 달은 회사에서 기본급을 받았고, 육아휴직 기간 중 6개월은 기본급의 70%를 노동부에서 받았다. 하지만 돈과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아이를 맡기고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일본: 여기서는 정해진 출산휴가는 6~8주 정도에 불과하다. 육아휴직은 회사마다 정책이 다르다. 1~2년까지 가능하고, 휴직 급여도 회사마다 지급방법이 다르지만 매달 지급되는 방식이 아니라 대부분 복직한 뒤에 일부를 환급받거나 무급휴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본 엄마들은 몇 개월 되지도 않는 어린 아기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출산을 하면 지역별로 출산축하금을 주는데, 우리 동네의 경우 첫째가 5만엔, 둘째는 10만엔, 셋째는 15만엔이고 넷째 이상은 20만엔을 지급받는다. 또 출산 일시금으로 정부에서 42만엔 정도를 받는데 분만 자체가 보험이 안 되기 때문에 대부분 병원비로 전액 충당한다. 때문에 일부 한국인 부부들은 한국에 가서 출산을 한 뒤 일본에서 출산일시금을 받아 생활비로 충당하기도 한다.정부에서 지급되는 육아수당은 아이 한 명당 월 1만엔이다. 2월, 6월, 10월에 4개월치를 한꺼번에 받는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비용은 첫째 아이는 전액을 다 내야 하고 둘째부터는 할인을 받는다. 각 도시별로 부모 수입에 따라 원비 지원금이 1년에 한 번 나온다. -한국: 아이가 아프거나 기본적인 건강검진, 예방접종은 어떻게 하나. 한국은 필수 예방접종과 영유아 건강검진을 정해진 시기에 무료로 받는다. 나머지는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일본: 지역별로 정해진 병원에서 필수 전염병에 대한 예방접종은 무료다. 영유아 건강검진은 시청 가정복지후생과에서 받는다. 의료비는 기본적으로 의무교육대상(중학생)까지 지원받을 수 있고, 우리 동네의 경우 만 18세까지 무료다. 일단 병원이나 약국에서 의료비를 지출한 뒤 육아수당을 받는 통장으로 환불받는 방식이다. -한국: 나는 아기를 낳고 아는 것이 없는 데다 육아정보를 얻는 것도 너무 어려웠다. 임신과 출산에 관한 정보는 따로 책을 사 읽었고 보건소에서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더 구체적인 육아정보는 주로 인터넷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 다른 엄마들의 경험을 통해 접했다.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서 의사선생님들에게 가끔 물어보지만, 주로 아픈 증상과 관련된 것으로 제한됐다. -일본: 각 지역에서 무료로 육아상담을 받을 수 있고 또래 엄마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은 개인주의가 강한 곳이라 ‘내 아이는 내가, 나의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육아로 고민하는 엄마들도 많지만 별로 내색하지 않는다. 가까운 친구에게라도 고민을 잘 나누지 않는다. 주로 시청 상담사나 어린이집 선생님 등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편이다. 친한 친구가 잘못된 방식으로 육아를 하고 있더라도 간섭하거나 조언하지도 않는다.-한국: 육아에 대한 어려운 점이나 스트레스를 또래 엄마들과 나누는 것이 정말 큰 도움과 위로가 되었는데 가까운 사이라도 고민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하니 놀랍다.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며 가장 필요했던 것은 무엇인가.-일본: 누군가의 도움이다. 특히 아이를 맡길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 친정은 한국에 있고 시어머니는 연세도 많으신데다 멀리 떨어져 계신다. 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아이가 유치원을 마치는 시간 전에 퇴근을 해야하고 공휴일이나 주말에도 무조건 쉬어야 한다. 그런데 정규직으로 그런 일자리를 갖기가 어려웠다.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는 베이비시터를 구할 수 있지만 내가 사는 지역은 베이비시터를 거의 볼 수 없다. 친구나 지인의 집에 맡기는 것도 한 두번이지, 일본에서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불가능하다. 특히 몸이 아플 때에는 혼자 아이를 돌보며 내 몸을 추스려야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두 배 이상 힘들었다. -한국: 남편의 역할은 어떤가. -일본: 일본 남성들은 여전히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정을 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최근 들어 남성들도 육아를 돕고 실제로 육아휴직을 쓸 수도 있긴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주말도 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집에 있을 때에도 아이보다는 자신의 휴식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 남편이 생각하는 육아란, 엄마가 없을 때 아이를 몇 시간 돌봐주는 게 전부다. 그마저도 게임을 하거나 함께 텔레비전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게 고작이다. 아이와 운동을 하거나 만들기를 하는 것은커녕 아이의 공부를 봐주고 훈육을 하는 것까지 모두 나의 몫이다.-한국: 그럼 더욱 힘들었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아빠 육아’의 중요성이 점점 크게 인식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출산하면 남편 회사에서 사흘의 휴가가 주어지는 게 다였다. 운이 좋게 아기가 수요일에 태어나면서 일요일까지 닷새를 쉬었다. 지난해부터 ‘아빠의 달’이라는 제도도 도입됐고 아빠들도 법적으로 1년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 비율이 지난해보다 40%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빠들은 바쁘고, 일에 열중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휴직까지 행동에 옮기는 것은 ‘간 큰’ 일로 여겨진다. 그나마 휴일에는 아빠들도 육아에 많은 참여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같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고 놀아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엄마가 느끼기엔 턱 없이 부족하고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것’일 뿐이지만. -한국: 미국이나 호주의 육아경험을 들었다. 서구 국가의 엄마들과 한국 엄마들의 임신·출산·육아에서의 가장 차이점이 뭔지를 물었더니 공통적으로 ‘산후조리’를 꼽더라. 일본은 동양 체질로 한국과 비슷할 것 같은데 출산 이후 어떻게 산후조리를 하나.-일본: 여기도 산후조리의 개념이 별로 없다. 출산 후 일주일 정도는 병원에 입원하지만 산후조리원은 따로 없다. 각자 집에서 한 달 정도 외출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젊은 엄마들은 별로 구애를 받지 않고 갓난아기를 데리고 쇼핑하러 가는 것도 많이 본다. 일반적으로는 한 달 정도는 밖에 나오지 않고 생후 1개월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간 뒤에 남자아기는 31일째, 여자아기는 33일째 신사에 절하러 데리고 가는 풍습이 있다. 출산 후에 음식도 아무거나 좋아하는 걸로 먹는다. 찬 것을 바로 먹거나 출산 후 바로 샤워를 하기도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해야한다는 생각도 없다.  -한국: 엄마가 아이를 대하는 점은 한국과 비슷한가. -일본: 아니다. 일본은 가족중심적 사회라기 보다는 개인중심적 사회다. 아이에 대해서도 엄마의 소유물이라거나 강한 모성애를 드러내기 보다는 아이를 한 인간의 개체로 보고 객관적으로 대한다. 특히 아이들과의 스킨십도 한국 엄마들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특히 아버지와 아이의 스킨십은 아주 드물다. 사람들의 눈이 있는 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애정표현을 하는 엄마들도 적다. 우리 아들도 밖에서 뽀뽀를 하거나 꼭 안아주려고 하면 부끄러워하고 하지 말라고 한다. 그만큼 표현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아이에게 평소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고 스킨십도 많이 하려고 노력한 때문인지 다른 일본 아이들보다 엄마에 대한 애정이 더 강한 것 같다.또 일본에는 ‘일하는 엄마’들이 매우 많다. 오히려 내가 보기에 너무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이 왜 이렇게 빨리 일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다. 아이들의 인성을 양육하는 중요한 시기에 엄마와 떨어져 있어야만 하는 아이들이 많아 안타까울 때도 있다. 그러나 전업주부로 아이와 함께하든, 일을 하든 남의 가정사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적은 편이다. 도시에서는 아이를 맡기고 일하는 사람이 많지만, 지방의 경우에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고, 전업주부로 있는 것을 좋게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한국: 개인중심이라고 하니 아이와 엄마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궁금하다. -일본: 한국처럼 식당에서 아이가 떠드는데 방치하거나 테이블을 어지럽히고 그대로 나오는 엄마들에 대한 시선이 좋지는 않다. 하지만 누구도 대놓고 주의를 주지는 않는다. 뒤에서 “저 사람 왜저래?”하고 수근거리거나 종업원에게 넌지시 건의할 뿐이다. 한국은 ‘노 키즈존’이 생기기도 한다는데 일본 식당은 손님이 우선이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오지 말아달라거나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일본의 육아 경험을 접했을 때 처음에는 ‘그래도 우리나라가 훨씬 사정이 좋구나’라고 위안을 삼았다. 가장 큰 이유는 남편 때문이었고, 다음으로는 어쨌든 나도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친정엄마가 해외에 살고 있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정부 지원을 받아 보낼 수 있고, 가까이 사는 베이비시터를 구해 아기를 맡길 수 있다. 남편도 집에 늦게 들어오기는 하지만 자기도 육아에 많은 참여를 해야한다는 인식은 크게 하고 있다. 그런데 통계상으로는 우리가 일본보다 나은 점이 없어 보였다. 지난 19일 발표된 OECD ‘2015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48분으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짧았다. OECD 평균은 151분이다. 특히 한국 아빠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6분(OECD 평균 47분)이었고 아빠가 같이 놀아주거나 공부를 가르쳐 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고작 3분에 불과했다. 일본은 아빠와 함께 놀거나 공부하는 시간이 하루 12분으로 조사됐다. ‘언니는 도대체 어떻게 버티면서 육아를 했을까’라며 위로를 하던 내가 머물고 있는 현실이 오히려 숫자상으로는 더 암울했다.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24)깜깜한 초보엄마를 깨워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25)아들 딸 구별 말자던 세상, 정말 달라졌을까 (26)가끔은 그냥 ‘나’이고 싶다 (27)1년에 단 며칠인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요? (28)좋은 엄마 나쁜 엄마 따로 있나요 (29)1인실 쓰고도 출산비 ′0원′…호주·미국 육아맘에게 물었다 ▶1회부터 23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생각나눔] 자동차 압류돼도 책임보험료 계속 내야 하나

    4000만원의 빚을 내 화물차 운전을 시작한 A씨는 최근 영업이 어려워진 데다 건강까지 악화돼 운전대를 잡을 수 없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속 딱지’가 쌓여 과태료 ‘폭탄’이 됐고 결국 차도 압류당했다. 병원비조차 부족한 상황이 되자 A씨는 압류된 차량의 ‘자동차 의무보험’(책임보험)을 해지하고 해약 환급금을 일부라도 받을 생각으로 보험사에 연락했다. 그러나 보험사 측은 “자동차보험 의무보험은 현행법상 규정된 ‘예외사유’를 빼고는 임의해지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자동차보험은 운전자라면 100%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다. 상대방 피해(대인 1억원, 대물 1000만원) 등을 보장하는 게 목적이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르면 자동차 말소등록, 다른 의무보험 이중 가입 등의 경우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압류나 저당은 해당되지 않는다.이 때문에 경제적 이유로 차를 압류당했을 때도 보험료를 계속 내야 하는지를 두고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 당국 현장점검에서도 최근 이런 민원이 접수됐다. “돈이 없어 차를 압류당했는데 보험료까지 내야 해 서민들이 이중 부담을 겪고 고통이 가중된다”는 것이 민원인들의 주장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운행하지도 않는 차에 대해 사고 가능성이나 미래성 때문에 보험료를 내는 것이 합리적인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반면 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한다. 차주가 언제든지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는 권한을 받은 대신, 성실한 사용·관리의 의무 역시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압류 당사자가 ‘번호판을 뗀’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교통사고가 나면 상대방의 피해를 책임질 구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법은 주차장에 주차한 것도 운행으로 보고 있는 데다, 자동차 관련 법들은 우선으로 소유자 책임을 엄중하게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도 “보험사가 행정관청의 압류 사실을 확인하고 통보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고 지적했다.국토부는 ‘제재 적정성’ 측면에서도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행정기관이 범칙금을 내지 않는 사람에 대해 제재 수단으로 압류라는 ‘채찍’을 쓴 것인데 이를 예외적으로 봐주자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범칙금, 과태료를 안 낸 사람은 기본적으로 국가 정책을 수용하지 않는 것인 데다 과태료 등을 안 냈다고 반드시 경제적 약자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목숨 끊은 사람만 10여명… 강태용 잡자 수뢰경찰 검거망 작동

    목숨 끊은 사람만 10여명… 강태용 잡자 수뢰경찰 검거망 작동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4조원대 사기범 조희팔씨가 2011년 12월 중국에서 당시 나이 54세로 숨진 게 아니라 생존해 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검·경의 재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조씨 측근과 비호세력이 속속 검거망에 걸려들고 있다. 하지만 3만명이 넘는 이 사건 피해자들의 눈물은 여전히 마르지 않고 있다. 이혼 등으로 가정이 파괴되거나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피해자들의 고통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조씨 사건을 직접 담당하면서 조씨 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모(40) 전 경사를 중국에서 붙잡았다고 14일 밝혔다. 정씨는 2007년 8월 대구 동구에서 제과점을 개업하면서 조씨의 최측근 강태용(54·검거)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씨는 조씨가 중국으로 도피하자 2009년 중국 옌타이로 건너가 조씨 일당으로부터 골프 접대와 수십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1, 2심에서 모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경찰은 당시 정씨가 강씨 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정황을 확인했으나 강씨 등이 검거되지 않아 정씨를 조사할 수 없었다. 경찰은 최근 중국에서 강씨가 검거되면서 그동안 조사할 수 없었던 인물들을 다시 확인하던 중 정씨가 지난 13일 오전 9시 10분발 중국 광저우행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에 탑승한 사실을 이륙 20분 뒤 확인했다. 이에 중국 공안 등에 협조를 요청해 광저우 공항에서 입국을 불허하고 정씨를 돌려보내도록 했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같은 날 오후 8시 45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정씨의 신병을 넘겨받았다. 경찰은 정씨가 강씨 검거 소식을 듣고 급히 출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지능범죄수사대 내 2개팀 10여명을 ‘조희팔 사건 특별수사팀’으로 편성하는 등 수사 체계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정씨 검거로 지금까지 조씨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건 비호세력으로 적발된 검찰과 경찰 관계자는 7명으로 늘었다. 검찰 쪽은 강씨의 고교 동기 동창으로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억 4000만원을 받은 김광준(54)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와 조씨 측으로부터 15억 8000만원을 받은 오모(54) 전 대구지검 서부지청 서기관 등이다. 경찰 쪽 비호세력은 대구경찰청 강력계장으로 근무하면서 조씨에게 9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권모(51) 전 총경과 1억원을 받은 김모(49) 전 경위, 6억원을 운용 및 은닉한 대구경찰청 임모(47) 전 경사, 중고차 구입비 명목으로 5600만원을 받은 안모(56) 전 대구동부경찰서 경사 등이다. 하지만 조씨에게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사기 피해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가정 불화와 이혼, 심지어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두 아들을 낳고 38년을 함께 산 60대 노부부가 갈라섰다. 사이가 틀어지게 된 계기는 2007년 아내 박모(60)씨가 조씨의 다단계 회사에 투자하면서다. 박씨는 남편 퇴직금 8000만원에 시어머니의 집을 팔아 마련한 5000만원 등까지 더해 1억 6000만원을 투자했지만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후 남편(67)은 경비원으로, 박씨는 식품회사 직원으로 일했지만 사이는 회복되지 않았다. 남편은 경제적 어려움에 불만을 품게 됐고 우울증까지 걸렸다. 참다 못한 남편은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대구가정법원은 청구를 받아들였다. 암 투병으로 받은 보험금을 고스란히 날린 50대 여성 피해자도 있다. 2005년 유방암 수술을 받은 S(51)씨는 친구에게 속아 조씨의 다단계에 빠져들었다. 최소 투자금 440만원에 매일 3만 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제안에 보험금 2000만원을 투자했지만 돌려받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한 아들은 병원비와 생계비를 마련하느라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2004년부터 5년간 조씨 등의 사기에 속은 피해자들은 전국적으로 3만명, 피해 규모는 4조원대에 달한다. 또 이 사건으로 10여명이 자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대구고검은 이날 조씨 은닉재산을 관리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고철사업자 현모(53)씨 등 8명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씨의 은닉재산을 빼돌린 혐의가 있지만 최근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 무죄 선고로 대부분 감형을 받았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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