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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졸 후 어른 됐다는 마음에 흡연 가장 후회”

    “고졸 후 어른 됐다는 마음에 흡연 가장 후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담배를 처음 물었던 19세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구강암으로 지난 6월 혀의 3분의 1을 절제한 임현용(가명·55)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어른이 됐다는 우쭐한 마음에 담배를 피웠던 그 순간이 일생에서 가장 후회된다고 했다. 임씨는 32년간 하루에 한 갑 반씩 담배를 피웠으며, 3년 전 뒤늦게 금연했으나 올해 4월 구강암 확정 판정을 받았다. 건설공사 현장에서 노동하며 두 아이와 부인을 부양해온 그는 건강만큼은 자신 있었다. 친인척 가운데 암 병력자도 없어 자신이 암으로 고통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침을 삼킬 때마다 목에 통증이 왔고, 결국 청천벽력같은 암 선고를 받았다. 임씨는 22일 인터뷰에서 “구강암 확정 판정을 받는 순간 내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만약 지금의 기억을 갖고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담배는 절대 안 피우고, 다른 이들도 피우지 말라고 뜯어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염원으로 담배를 피우던 자신이 암에 걸리기까지의 얘기를 담은 증언형 TV금연 광고를 찍었다.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란 절절한 호소가 인상 깊은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씨 금연 광고에 이은 두 번째 증언형 광고다. 이 광고는 이날 저녁부터 송출됐다. 구강암에 걸리고 나서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임씨는 “밥을 먹을 때마다 입이 너무 아팠다. 울면서 눈물 떨어진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보험을 들지 않아 병원비로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다 썼다. 그는 “형제들이 조금씩 도와주고 있고, 둘째 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담배를 피운 32년간 임씨도 몇 차례 금연을 시도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일이 고될 때마다 담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는 증언형 광고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한 사람이라도 더 금연하게 해 나처럼 고통받는 사람이 없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눌한 발음으로 힘주어 “절대 담배를 피우지 마라”고 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병원비 2년간 청구 안 하면 실손보험료 10% 깎아 준다

    병원비 2년간 청구 안 하면 실손보험료 10% 깎아 준다

    지금보다 보험료가 25% 저렴한 ‘착한’ 실손보험이 내년 4월 나온다. 병원에 자주 안 가 의료보험 이용률이 낮은 사람은 보험료도 최대 10% 할인된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20일 이런 내용의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실손보험은 국민의 65%(3296만명)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지만 과잉 진료나 의료 쇼핑 등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다. 내년 4월 이후부터는 보험금을 적게 타가는 사람에게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된다. 실손보험 가입 이후 2년간 비급여 의료비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다음 1년간 보험료를 10% 깎아 준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을 의무적으로 ‘기본형’과 ‘특약형’으로 나눠 판매해야 한다. 실손보험료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 도수 치료(손 마사지 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증식 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 5가지 진료는 특약형으로 분리했다. 기본형만 가입하면 40세 기준으로 보험료가 26.4% 저렴해진다. 대신 특약 가입자의 자기부담비율은 20%에서 30%로 올라간다. 특약에 가입해도 보장 횟수와 한도가 설정된다. 예를 들어 도수 치료는 연간 50회, 연간 누적 35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2018년 4월부터는 실손보험을 암보험 등 다른 보험에 끼워 팔지 못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도 대폭 늘어난다. 현재 150병상 초과 병원에서 내년 4월부터 30병상 이상 모든 병원급(3739곳)으로 확대된다. 가격을 공개하는 비급여 항목 수도 52개에서 연내 100개까지 늘리고 내년에는 20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실손보험 인기에 편승한 비급여 진료비 급증세를 관리, 감독하기 위해서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월드피플+] 머리 붙은 샴쌍둥이 분리수술 후 ‘옹알이’ 기적 회복

    서로의 머리가 붙어 태어난 샴쌍둥이가 분리 수술 후 순조롭게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NBC 뉴스 등 현지언론은 두 아기가 서로를 쳐다보며 함께 옹알이하는 모습을 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이제는 서로의 몸을 잡고 옹알이하는 두 아이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서로의 머리가 붙어 있었던 샴쌍둥이였다. 지구촌에 큰 감동을 안긴 샴쌍둥이는 지난해 9월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이제는 생후 15개월 된 아기의 이름은 각각 아나이스, 제이든. 이 형제는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미 언론의 관심 속에 뉴욕 브롱크스에 위치한 종합병원에서 머리를 분리하는 목숨을 건 대수술을 받았다. 서로의 두개골과 두뇌조직을 분리하는 고난도 수술은 무려 27시간이나 이어졌고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머리를 분리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아니이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고 추가로 7시간의 수술이 이어졌다. 그리고 7주차에 접어든 형제는 의료진도 놀랄 만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중 제이든의 경우 활발하게 움직일 정도로 건강을 찾았으나 아직 아나이스는 발작과 바이러스성 질환을 겪을 만큼 상태가 좋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의료진은 아나이스도 회복이 더딜 뿐 건강을 찾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두 아기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역시 부모다. 특히 엄마 니콜은 병실에서의 쌍둥이 형제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네티즌들과 기쁨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권 온라인 공간에도 '악플'은 넘쳐나는 것 같다. 니콜은 "몇몇 네티즌의 경우 잔인한 내용의 댓글을 남겨 큰 상처를 주고있다"면서 "도를 넘어선 악담을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앞으로 쌍둥이 형제는 기나긴 회복과 재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서로 공유된 뇌 조직을 잘라낸 탓에 몸의 일부를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무려 250만 달러(약 29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병원비도 가족이 감당해야 할 숙제다. 현재까지 쌍둥이 부모는 병원 측과 네티즌들의 십시일반 온정으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월드피플+] 머리 붙은 샴쌍둥이 분리수술 후 ‘옹알이’ 기적 회복

    서로의 머리가 붙어 태어난 샴쌍둥이가 분리 수술 후 순조롭게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NBC 뉴스 등 현지언론은 두 아기가 서로를 쳐다보며 함께 옹알이하는 모습을 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이제는 서로의 몸을 잡고 옹알이하는 두 아이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서로의 머리가 붙어 있었던 샴쌍둥이였다. 지구촌에 큰 감동을 안긴 샴쌍둥이는 지난해 9월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이제는 생후 15개월 된 아기의 이름은 각각 아나이스, 제이든. 이 형제는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미 언론의 관심 속에 뉴욕 브롱크스에 위치한 종합병원에서 머리를 분리하는 목숨을 건 대수술을 받았다. 서로의 두개골과 두뇌조직을 분리하는 고난도 수술은 무려 27시간이나 이어졌고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머리를 분리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아니이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고 추가로 7시간의 수술이 이어졌다. 그리고 7주차에 접어든 형제는 의료진도 놀랄 만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중 제이든의 경우 활발하게 움직일 정도로 건강을 찾았으나 아직 아나이스는 발작과 바이러스성 질환을 겪을 만큼 상태가 좋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의료진은 아나이스도 회복이 더딜 뿐 건강을 찾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두 아기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역시 부모다. 특히 엄마 니콜은 병실에서의 쌍둥이 형제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네티즌들과 기쁨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권 온라인 공간에도 '악플'은 넘쳐나는 것 같다. 니콜은 "몇몇 네티즌의 경우 잔인한 내용의 댓글을 남겨 큰 상처를 주고있다"면서 "도를 넘어선 악담을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앞으로 쌍둥이 형제는 기나긴 회복과 재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서로 공유된 뇌 조직을 잘라낸 탓에 몸의 일부를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무려 250만 달러(약 29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병원비도 가족이 감당해야 할 숙제다. 현재까지 쌍둥이 부모는 병원 측과 네티즌들의 십시일반 온정으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머리 붙은 샴쌍둥이 분리수술 후 ‘옹알이’…기적적 회복

    머리 붙은 샴쌍둥이 분리수술 후 ‘옹알이’…기적적 회복

    서로의 머리가 붙어 태어난 샴쌍둥이가 분리 수술 후 순조롭게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NBC 뉴스 등 현지언론은 두 아기가 서로를 쳐다보며 함께 옹알이하는 모습을 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이제는 서로의 몸을 잡고 옹알이하는 두 아이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서로의 머리가 붙어 있었던 샴쌍둥이였다. 지구촌에 큰 감동을 안긴 샴쌍둥이는 지난해 9월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이제는 생후 15개월 된 아기의 이름은 각각 아나이스, 제이든. 이 형제는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미 언론의 관심 속에 뉴욕 브롱크스에 위치한 종합병원에서 머리를 분리하는 목숨을 건 대수술을 받았다. 서로의 두개골과 두뇌조직을 분리하는 고난도 수술은 무려 27시간이나 이어졌고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머리를 분리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아니이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고 추가로 7시간의 수술이 이어졌다. 그리고 7주차에 접어든 형제는 의료진도 놀랄 만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중 제이든의 경우 활발하게 움직일 정도로 건강을 찾았으나 아직 아나이스는 발작과 바이러스성 질환을 겪을 만큼 상태가 좋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의료진은 아나이스도 회복이 더딜 뿐 건강을 찾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두 아기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역시 부모다. 특히 엄마 니콜은 병실에서의 쌍둥이 형제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네티즌들과 기쁨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권 온라인 공간에도 '악플'은 넘쳐나는 것 같다. 니콜은 "몇몇 네티즌의 경우 잔인한 내용의 댓글을 남겨 큰 상처를 주고있다"면서 "도를 넘어선 악담을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앞으로 쌍둥이 형제는 기나긴 회복과 재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서로 공유된 뇌 조직을 잘라낸 탓에 몸의 일부를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무려 250만 달러(약 29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병원비도 가족이 감당해야 할 숙제다. 현재까지 쌍둥이 부모는 병원 측과 네티즌들의 십시일반 온정으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원칙·신뢰 무너진 사회… 우리는 지금 왜 ‘김사부’에 열광하나

    원칙·신뢰 무너진 사회… 우리는 지금 왜 ‘김사부’에 열광하나

    SBS 월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방영 8회만에 대박의 기준인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웬만해선 흥행 불패하는 의학 드라마라는 장르에 연기파 배우 한석규와 시청률 40%를 기록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강은경 작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시청률 한자리수 드라마가 속출하는 요즘 쉽게 성공을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 연출을 맡은 유인식 PD 역시 “생각 보다 반응이 빨리 와서 당황스럽다”고 말할 정도다. 화려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가 아닌 수수한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낭만 닥터 김사부’가 이같은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정의가 무너진 상황에서 분노와 상실감에 빠진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부패한 기득권 세력의 전횡과 황금 만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고통받는 ‘을’의 모습을 그리면서 그 속에서도 뚝심있게 소신을 지키는 김사부(한석규)를 통해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 SBS 드라마국 한정환 EP는 “이 드라마는 선택의 순간에 놓인 주인공을 통해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 즉 인생관과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드라마 속에서 올바른 사람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속 열혈 의사 강동주(유연석)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흙수저다. 어린 시절 VIP 환자에 밀린 아버지가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아픈 기억이 있는 어린 동주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전국 수석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병원장의 아들에게 이목이 집중된다. 출세와 성공을 위해 확률이 낮은 VIP 수술에 도전한 그는 이마저 실패로 돌아가 시골의 돌담 병원으로 좌천된다. 동주는 “내가 출세에 눈이 멀게 된 것도 꼰대들이 그렇게 만든 시스템 탓”이라고 항변한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연줄 없고 빽 없는 동주의 외침이 ‘흙수저의 비애’를 드러낸다”며 공감을 표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는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거대 병원과 돈보다 사람의 생명을 중시하는 돌담 병원의 대결을 둘러싸고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청년 시절 뛰어난 실력을 갖춘 김사부를 계략에 빠뜨려 쫓아낸 병원장 도윤완은 자신의 인사권을 쥔 재단 이사장의 수술이 김사부에게 돌아갈 기색을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해 또다시 그를 위기에 빠뜨린다.   하지만 김사부는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안위 보다 의사로서 사명감을 먼저 선택한다. 정의와 원칙에 따라 사는 것이 이제는 ‘낭만’으로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소신있고 인간적인 김사부의 말과 행동에 통쾌함을 준다. 그는 동주에게 “최고의 의사냐, 좋은 의사냐를 묻는다면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려고 한다”고 충고하거나 병원 경영을 강조하는 도원장에게 “환자가 살아야 의사가 사는거야. 그게 기본이고 원칙”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8회에서는 제자가 괴한에게 인질로 잡혀 위협 받는 상황에서 강간범을 수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지만 “일단은 사람은 살린다”는 자신의 원칙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강간범에게 피해를 당해 평생 대변 주머니를 달고 살아야 하는 괴한의 딸을 안쓰러워하던 김사부는 “아저씨가 아픈 사람 진짜 잘 고친다. 할 수 있는 것 전부 다 해서 싹 고쳐줄게. 물론 병원비는 다 공짜로”라고 속삭인다. 이밖에도 드라마는 심정지 환자에게 하는 목표 체온 유지 치료(TTM)가 비급여 처리가 되면서 영세한 환자들은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억울한 현실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영섭 SBS 드라마본부장은 “불공정, 차별, 부나 직업의 세습 등 부조리한 상황에서 진정한 의사의 길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긴장감 있는 에피소드로 몰입도를 높인 것도 인기 비결”이라고 짚었다. 첫 회때 동주의 서정(서현진)에 대한 돌발적인 고백과 키스, 서정의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 등 몰아치는 전개로 ‘막장 드라마’가 될 뻔했던 이 작품은 멜로에 치중하지 않고 의사들의 사명감과 정의를 강조하며 시청자들과 적극 소통했다. 특히 긴장된 순간에 흘러나오는 빌리 조엘의 ‘더 스트레인지’, 비틀즈의 ‘헤이 주드’ 등 올드팝 등은 극의 완급을 조절하며 서정적인 의학 드라마로 외연을 넓혔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자칫 의학 드라마가 멜로물로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한석규의 연기가 극의 중심을 잡고 있다”면서 “기득권에 굴복하지 않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김사부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권선징악을 바라는 대중의 심리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은행권 ‘이색’ 신탁상품 러시

    은행권 ‘이색’ 신탁상품 러시

    저금리 속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은행들의 관심이 신탁업으로 쏠리고 있다. 고객들 역시 자산관리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신탁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은행들은 최근 절세를 위한 증여신탁뿐만 아니라 치매나 사망 후 반려동물을 위한 고령화 특화 상품 등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1일 국내 금융사들 가운데 처음으로 ‘치매안심신탁’을 출시했다. 치매안심신탁은 향후 치매에 걸릴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은행에 돈을 맡기고 치매 판정을 받으면 병원비, 간호비, 생활비 등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자산관리 상품이다. 치매 노인이나 사고로 부모를 잃은 자녀의 재산을 다른 사람이 유용하지 못하도록 은행이 자산을 맡아서 관리해 주는 신탁 상품 ‘케어트러스트’에서 치매만을 따로 특화시켰다. 앞서 국민은행은 주인이 사망한 뒤 남겨질 반려동물을 위해 은행에 자금을 미리 맡기고, 본인이 사망하면 반려동물을 맡아서 돌봐줄 사람에게 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KB 펫 신탁’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절세상품으로 최근 증여신탁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우리은행이 ‘명문가문 증여신탁’을 처음 내놓은 이후 다른 은행들도 잇따라 같은 상품을 출시했다. 증여신탁은 부모가 은행에 한꺼번에 돈을 맡기면 6개월에 한 번씩 원금과 이자를 자녀 앞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신탁을 통해 정기적으로 분할해 증여하면 증여세를 계산할 때 10% 할인율이 적용돼 총 증여세액으로 따졌을 때 30% 이상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주식·ETF, 국내외 채권, 수익증권, 구조화 상품 등 다양한 투자자산을 운용하며 고객의 목표 수익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하나의 계좌에서 관리하는 ‘맞춤형 신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은행권의 신탁 자산 총액은 331조 7499억원으로 지난해 말(287조 7286억원)보다 15.3% 증가했다. 국내 금융권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와 저금리 기조가 진행된 일본 사례를 연구하며 금융상품을 벤치마킹하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고액자산가 중심의 수요가 많고 법률적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2013년부터 손주 교육비 증여신탁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하는 등 혜택이 많고 신탁업이 활발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신탁 구조도 다양하지 않고 광고나 홍보도 제한돼 있어 일반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죽은 아내 병원비 갚으려”…노인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죽은 아내 병원비 갚으려”…노인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한 노인의 사연이 인터넷상에 공개되자 기적이 일어났다. 수많은 사람이 할아버지를 돕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이 놀라운 일의 발단은 지난 20일 미국 미시시피주(州) 걸프포트에 사는 제시카 피트먼이라는 이름의 한 여성이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한 사진과 메시지로부터 시작됐다.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피트먼은 해당 게시물에 “만일 당신에게 불쏘시개용 나무가 필요하면 이 멋진 80세 남성에게 구매하길 바란다. 그의 이름은 케네스 스미스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해에도 그는 같은 곳에서 장작을 팔았는데 그때는 헬렌이라는 이름의 멋진 아내가 함께 있었다”면서 “그는 헬렌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장작을 팔고 있었지만 올해 그는 혼자인 몸이 됐다”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물에 올라온 사진 중 하나는 그녀가 미시시피에 있는 한 도로에서 촬영한 것으로, 거기에서는 모자를 가슴에 대고 기도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찍혀 있다. 제시카의 말로는 때마침 그 순간 거리에는 다른 누군가의 장례 행렬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쩌면 그의 마음속에 세상을 떠난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또한 그녀는 “할아버지는 내게 ‘헬렌이 몇 주 전 암과의 싸움에서 지고 말았다’면서 ‘지금까지의 의료비를 내기 위해 아직 이곳에서 장작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난 이 거리를 지날 때마다 보게 되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면서 “그는 지나가는 자동차마다 손을 흔들고 있었지만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케네스가 아내의 투병 생활 중 들어간 막대한 양의 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노후 대비책으로 모아놨던 모든 돈을 써 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현재 나라에서 연금을 받아 그것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절반은 의료비로 인한 빚을 갚는데 자동 상환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연을 담은 메시지는 지난 20일 게시돼 지금까지 9500명이 넘는 사람에 의해 공유됐으며 여러 외신에 소개될 정도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할아버지의 사연에 감동받은 많은 사람이 장작을 사러 갈 수 없으니 금전적인 기부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할아버지의 아들 레슬리 스미스가 사람들의 권유로 최근 개설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고펀드미 페이지에는 원래 목표 금액인 6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10만 1000달러(약 1억1800만 원)가 넘는 기부금이 지금까지 모였다. 사진=제시카 피트먼 / 페이스북 / 고펀드미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보험에 상속까지…고양이를 부탁해~

    보험에 상속까지…고양이를 부탁해~

    #1.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4년 전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 혼자 사는 이씨는 집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출근 후 고양이들이 잘 지내는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한다. 올해 초 고양이 한 마리가 상태가 안 좋다는 걸 느낀 이씨는 회사에 연차까지 내고 집으로 가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기도 했다. 날씨가 추워진 요즘 이씨는 고양이들이 감기에 걸릴까 봐 가스요금 폭탄을 각오하고 집에 보일러를 켜놓고 나온다. #2. 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은숙(62·여)씨는 12년째 시추(개)를 키우고 있다. 각종 예방접종과 사료, 간식 등을 챙기다 보면 매달 10만~20만원이 나간다. 사람으로 치면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여서 최근에는 병원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달에도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로 50만원의 병원비와 약값이 나왔다. 김씨는 “생활비가 빠듯해도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다”면서 “이럴 땐 사람처럼 보험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다섯 집 가운데 한 집꼴(457만 가구·약 1000만명)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이지만 자식을 하나 키운다고 할 만큼 비용도 만만찮다.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도 크게 늘어나면서 관련 용품이나 서비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반려동물 관련 업종과 동물병원(가축 포함)에서 결제한 카드 금액은 각각 3972억원, 66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 15.4%씩 증가했다. 정채중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인구 고령화, 핵가족화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동물을 키우고 관련 서비스에 관심과 비용을 쏟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지난해 1조 8000억원에서 2020년 5조 8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월 4만~5만원으로 비싼 병원비 보장 ‘애견보험’ 최근엔 금융권에서도 반려동물을 위한 금융상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라면 펫(Pet) 금융 상품을 눈여겨보는 것도 알뜰한 재테크가 될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 가장 부담스러운 점 가운데 하나가 동물이 아플 때 드는 병원비다. 보험처리가 안 되기 때문에 한 번 병원을 이용할 때마다 많은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이미 영국의 경우 반려동물 가정의 약 20%가 반려동물보험에 가입해 있고 독일과 미국 10%, 일본도 2~3%의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향후 동물보험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틈새시장을 노린 보험 상품들이 최근 우리나라에도 등장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달 ‘하이펫애견보험’ 상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생후 3개월(90일) 이상부터 만 7세(96개월)까지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개를 대상으로 한다. 한 달 보험료 4만~5만원 정도로 상해사고와 질병 1회당 100만원 한도로 70%까지(자기부담금 1만원 제외) 보상받을 수 있다. 특약을 통해 동물들이 자주 걸리는 피부질환도 보상받을 수 있다. 보험 가입 기간은 1년으로 해마다 갱신 가능하다.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은 개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수술·입원비를 담보하는 ‘수술입원형’과 통원진료까지 보장하는 ‘종합형’ 상품 두 가지가 있다. 수술 1회당 150만원, 입원 1일당 10만원을 담보하며 종합형은 통원 1일에 최대 10만원까지 추가 보장한다. 신규 가입은 7세, 갱신 시 11세까지 보장된다. 2마리 이상인 가정은 보험료가 10% 할인된 ‘다수확장 특약’에 가입할 수도 있다. ●맞춤형 신용카드로 할인받고 동물보호 기부도 반려동물에 특화된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동물병원이나 쇼핑몰 등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IBK기업은행의 ‘참! 좋은 내사랑 펫 카드’는 전국의 동물병원과 미용, 카페, 호텔, 훈련소 등 애완동물 업종으로 등록된 9000여개 가맹점에서 10% 할인 혜택을 준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마트와 반려동물 전용 장례식장 역시 5% 할인된다. 자신의 반려동물 사진을 넣은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KB국민카드의 ‘반려애(愛) 카드’ 역시 반려동물 업종에 특화된 카드다. 동물병원과 애견숍, 동물검사소·장례업체 등을 이용할 때 10% 할인받을 수 있다. 대형마트(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와 주요 온라인쇼핑몰(G마켓, 옥션, 인터파크, 11번가 등)에서는 5% 청구할인 혜택을 준다. 카드 이용금액의 일정 비율을 유기동물 지원을 위한 공익 사업에 사용한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말 ‘삼성카드 펫’(pet.samsungcard.com) 사이트를 열었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삼성카드 회원에게는 동물병원을 이용하거나 동물용품 구매 시 할인 및 적립 혜택을 준다. ●주인 사망 후 남겨질 동물위해… 신탁·예적금 출시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 앞으로 재산을 남기는 것도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최근 국내 은행에서도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상품이 나왔다. 혼자 사는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이들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본인이 사망 후 남을 동물들에 대한 걱정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처음으로 선보인 ‘KB 펫(Pet) 신탁’은 주인이 사망해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은행에 자금을 미리 맡기고, 본인이 사망하면 반려동물을 맡아서 돌봐줄 사람에게 자금을 은행이 지급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매달 1만원 이상 적립하거나 한 번에 200만원 이상 납입해 최대 1000만원까지 맡길 수 있다. 대상은 시·군·구청에 동물 등록을 한 개와 고양이에 한정한다. 생전에 자금이 필요할 경우 중도해지 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해지도 가능하다. HK저축은행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고객을 대상으로 우대금리를 주는 ‘마이펫정기예·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고객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통장에 자신의 반려동물 사진을 넣고 이름도 새길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펫신탁이 나온 일본의 경우 다양한 펫 금융 서비스가 결합한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생명보험 상품을 활용한 신탁 상품을 개발하거나 고령층 고객 관리 강화 차원에서 회원제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푸르덴셜생명보험과 공동으로 보험을 활용한 펫신탁상품을 만들었다. 주인이 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신탁은행과 계약을 맺으면 주인이 죽은 후 새 주인에게 보험금을 양육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이다. ●출장 중에도 원격으로 자동급식… 돌봄 사물인터넷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도 반려동물 분야를 새로운 성장 산업 가운데 하나로 보고 다양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반려동물 돌봄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출장이나 장시간 외출로 주인이 집에 없어도 원격 장치를 이용해 사료를 챙겨줄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반려동물 급식기 ‘펫스테이션’은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자동 급식기를 조절할 수 있다. 예약 급식 1분 전에 펫스테이션이 자동으로 주인의 스마트폰에 전화를 걸어오고, 카메라를 통해 반려동물이 제때 밥을 먹으러 오는지 관찰할 수 있다. 동물 전용 TV 프로그램도 있어서 하루 종일 집을 비우는 동안에는 동물이 심심하지 않도록 24시간 방송을 틀어줄 수 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김기춘, 日 차병원서 특혜… 병원비 4분의1만 내”

    “김기춘, 日 차병원서 특혜… 병원비 4분의1만 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본 차병원에서 면역세포 치료를 하면서 치료비 특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JTBC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지난해 3월 차움의원에서 혈액검사를 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면역세포 치료를 받고 446만원만 냈다. 이 병원의 면역세포 치료 진료비는 일본인의 경우 1회에 35만엔(약 380만원), 한국인은 45만엔(약 480만원)이다. 4회 치료를 받고도 한 차례 비용만 지불한 것이다. 면역세포 치료는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면역세포를 배양해 환자에게 다시 주사하는 치료법으로, 국내에서는 불법이지만 일본에서는 면역력이 약하거나 만성 피로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합법적으로 시술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 자매의 박근혜 대통령 대리 처방 의혹과 관련해 진료기록을 허위 작성한 혐의로 전 차움의원 의사이자 대통령 자문의 김상만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의료법 제91조 양벌규정을 적용해 차움의원의 개설자인 성광의료재단도 고발 조치했다. 양벌규정이란 법을 위반한 사람 외에 소속 법인에도 감독을 게을리한 책임을 물어 함께 처벌하도록 하는 제도다. 복지부는 서울 강남구보건소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으며, 김씨뿐만 아니라 최씨 자매를 진료한 차움의원의 모든 의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임무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임무

    임무(Commission)-에즈라 파운드 가라 내 노래여, 외로운 사람과 불만으로 가득한 사람들에게,신경쇠약에 걸린 사람, 인습의 노예가 된 사람들에게도,가서 내가 그들을 억압하는 자를 경멸한다고 전해다오,차갑고 도도한 물결처럼 가라,내가 폭군을 경멸한다고 전해다오, 의식하지 못하는 억압에 반대하라,상상력이 부족한 폭군에게 반항하라,속박을 물리치라고 말하라,지루해 죽을 지경인 부르조아지에게 가라,교외에 사는 부인들에게 가라,어쩔 수 없이 부부가 된 이들에게 가라,자신의 실패를 몰래 숨긴 이들에게 가라,불운하게도 짝을 잘못 만난 이들에게,팔려온 아내에게,한정 상속을 받은 여인에게 가라. 미묘한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가라,미묘한 욕망이 좌절된 이들에게 가라,…(중략)…자유로운 마음과 정신의 유대를 옹호하라,가서, 모든 형태의 억압에 반대하라. * Go, my songs, to the lonely and the unsatisfied,Go also to the nerve-racked, go to the enslaved-by-convention,Bear to them my contempt for their oppressors.Go as a great wave of cool water,Bear my contempt of oppressors. Speak against unconscious oppression,Speak against the tyranny of the unimaginative,Speak against bonds.Go to the bourgeoise who is dying of her ennuis,Go to the women in suburbs.Go to the hideously wedded,Go to them whose failure is concealed,Go to the unluckily mated,Go to the bought wife,Go to the woman entailed. Go to those who have delicate lust,Go to those whose delicate desires are thwarted,.........Speak for the free kinship of the mind and spirit.Go, against all forms of oppression. * 파운드가 이처럼 선동적인 시를 썼어? 의아해할 사람들이 많을 게다. 오래전, 나의 난삽한 독서 편력 중에 ‘가라, 내 노래여’를 발견하고 나도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한국에서 에즈라 파운드(1884~1972)는 20세기 초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로, 이미지즘 운동을 이끌었던 시인이며 문예비평가로 알려져 있다. 현대 시의 개척자, 탐미적인 개인주의자이며 나치에 협력했던 시인이 ‘임무’처럼 도발적인 시를? 믿기지 않았지만 인터넷이 없을 때라 진위를 확인하지 못해 답답했었다. ‘임무’는 파운드가 시 잡지 ‘Poetry’에 1913년 발표한 시이다. 그즈음 파운드와 그의 친구들은 이미지즘을 선언했다. 오로지 언어와 재현에만 관심을 두겠다. 낭만주의의 애매한 표현, 형용사의 과도한 사용에 반대한다. 뻔한 상투어를 피하며 현대적인 목소리를 지닌 시각적인 시를 옹호한다. 그가 1912년에 발표한 이미지즘의 세 가지 원칙은 아래와 같다. 1.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대상을 직접적으로 다룬다. 2. 표현에 기여하지 않는 단어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3. 리듬에 대하여: 메트로놈에 의지하지 않고, 음악적인 시구의 연속에 따라 시를 구성하기. ‘이미지즘 시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라는 글에서 그는 이미지를 “순간에 지적이며 감성적인 복잡성을 전달하는 무엇”이라고 정의했다. 이러저러한 문학적 업적보다 나는 파운드의 사람됨을 더 높이 평가하며 존경한다. 그는 동시대의 중요한 작가들-예이츠, 프로스트, 제임스 조이스, 헤밍웨이 그리고 TS 엘리엇-의 재능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데 자신의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파운드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작품은 더 훌륭하게 변모했다. 파운드의 인간성에 대해, 그의 관대함과 친절한 마음을 헤밍웨이는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친구들이 공격당하면 그들을 변호했고, 그들을 감옥에서 꺼내고 잡지에 글을 실어주었다.…그는 그들에게 (가난한 문인들에게) 부유한 여인들을 소개했다. 그는 그들의 책을 펴낼 출판업자들을 대주었다. 사경을 헤매는 친구가 있으면 밤새 앉아서 그의 곁을 지켰다.… 그는 그들의 병원비를 대신 내주었고, 누군가 죽고 싶다고 말하면 그를 설득해 살게 했다.” 파운드는 1885년 미국 아이다호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2년 공부한 뒤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여행하고 1908년 영국으로 건너갔다. 시인 예이츠의 연인이었던 소설가 올리비아 셰익스피어의 딸 도러시와 결혼하고, 문예잡지의 편집자로 일하며 영국과 미국의 문인들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외국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파운드는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과 중국의 한시를 영어로 번역했다. 1924년에 영국을 떠나 이탈리아로 이주한 파운드는 2차 세계대전 중에 파시스트에 동조해 미국을 비난하는 라디오 연설을 한 반역죄로 1945년 미군에 의해 체포됐다. 심한 스트레스로 정신이 이상해진 그는 미국으로 압송돼 워싱턴DC의 정신병원에서 12년을 보낸 뒤에 헤밍웨이를 비롯한 친구들의 탄원으로 1958년 석방됐다. 이탈리아로 돌아간 파운드는 1972년 죽을 때까지 베네치아에서 살았다. 엘리엇은 그의 야심작 ‘황무지’(원본은 약 800행이었는데 파운드가 433행으로 줄여 주었다)를 ‘나보다 나은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바쳤다. 한 시인이 다른 시인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였다.
  • 박근혜 대통령, 가명 ‘길라임’ 쓰고 차움의원 VIP 이용…“돈 안냈다” 증언도

    박근혜 대통령, 가명 ‘길라임’ 쓰고 차움의원 VIP 이용…“돈 안냈다” 증언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이후에도 차움의원의 VIP 시설을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쓰고 이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길라임’은 SBS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배우 하지원이 맡았던 극중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15일 JTBC 뉴스룸에서는 청와대와 차움의원 사이의 특혜 의혹을 파헤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차움을 이용한 건 2011년 초부터로 알려졌다. 이날 전 차움의원 관계자 A씨는 박 대통령이 병원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운동을 하면 언제 와서 몇 시간하고, 어떤 운동 어떻게 했는지 기록을 하잖아요. 본명으로 쓰지 말아 달라고 했나 봐요. 뭐로 할까 그러다가 ‘길라임’으로 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병원비를 내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다른 전 차움의원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30~40만원씩 들었던 것 같아요. 수납이 아예, 전혀 안 이뤄졌어요. 그게 가명으로 했거든요. 그 유명한 드라마. 오히려 (차 병원의) 차 회장이 레스토랑에서 식사 대접… 너무 상반되잖아요”라고 밝혔다. 차움의원의 VIP 회원권은 1억 50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가명으로 차움을 방문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 차움의원 관계자 A씨는 “‘길라임’이라고 기록에 있길래 물어봤더니 박근혜 대통령 왔다 갔다고... 대통령 되기 이전에 왔다 갔는지 모르겠고 되고 나서 왔다 간 건 확실해요”라고 말했다. 한편 차움의원 측은 JTBC에 “박 대통령이 2011년 1월부터 7월까지 가명으로 이용한 건 맞지만 그 이후에는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가 확보한 최순실 씨 자매의 차움 진료기록부에도 대통령 취임 이후 ‘청’이나 ‘안가’뿐만 아니라 ‘길라임’이라는 이름으로 처방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수료 빼고 보안 더하고… 블록체인, 금융을 바꾼다

    수수료 빼고 보안 더하고… 블록체인, 금융을 바꾼다

    # 2018년 직장인 A씨는 미국에 사는 조카에게 크리스마스를 맞아 20만원 용돈을 보낸다. 예전엔 수수료 걱정에 소액 해외 송금은 꿈도 못 꿨지만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보내면 기존의 5분의1 수준으로 해결된다. 보통 2~3일 정도 걸리던 송금 시간도 1시간 이내로 줄어 편리해졌다. # 같은 해 주부 B씨는 5살 자녀의 1만원 미만 병원비를 보장받는 소액 유아보험에 가입한다. 한 달에 1000원 정도만 납부하고 자녀가 다쳤을 때 간단한 진료비를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 방식으로 인건비를 절감한 보험사가 비싼 유아보험이 부담스러운 부모를 위해 출시한 상품이다. 블록체인은 금융과 정보기술(IT)의 결합을 뜻하는 핀테크 서비스 중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별도 중앙 서버가 아닌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거래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해외 송금, 주식 거래, 전자 결제, 소액 보험뿐 아니라 금융 서비스 전반에서 혁명적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의 편리함은 현재 금융 결제 시스템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고객이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신용카드를 긁기만 하면 결제가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뒤엔 복잡한 금융 시스템이 있다. 카드를 긁는 순간 카드 단말기는 결제 정보를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에게 전송한다. VAN, 카드사, 은행, 은행 간 중앙결제시스템을 거친 뒤에야 결제한 돈이 가게에 전달된다. 현재 금융 결제 시스템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고객은 수수료를 부담한다. ●은행 전통적 수익 모델 바꿔… 기술 선점에 혈안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거래 과정에서 VAN과 같은 불필요한 참여자를 제거할 수 있다. 해외 송금도 중개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가능하다. 모든 거래 참여자가 거래를 검증하고 장부를 보관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블록’이 만들어지고 이 내용을 거래 참여자들이 기존 장부에 사슬처럼 연결해 ‘블록체인’이 된다. 쉽게 말해 ‘장부 책임자가 없는 거래 시스템’이다. 검증을 위한 제3자가 없다면 자연스레 수수료도 낮아진다. 기술적으로 수수료는 거의 ‘0’까지 내려간다. 블록체인의 최대 강점이며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이 블록체인 도입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현재 개발 초기 단계인 블록체인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은 “전 세계 은행 80%가 내년까지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은행 중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5곳이 세계 최대 규모 블록체인 컨소시엄(협력단) ‘R3CEV’에 가입했다. 이들은 최근 R3CEV가 국내에서 처음 개최한 워크숍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국내 은행들끼리 공동으로 진행하는 첫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자금세탁 방지와 해외송금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도 해외 증권거래소들과 마찬가지로 장외주식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코스콤은 최근 블록체인 기반 장외시장 채권거래에 대한 개념 검증에 성공했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블록체인은 은행이 전통적으로 수익을 창출했던 모델을 완전히 바꾸는 기술”이라면서 “위협을 느낀 은행권에서 먼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체인 자체가 역사가 오래된 기술은 아니지만 잠재력이 워낙 크다 보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카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개인인증 시스템을 이달 중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은 고객이 모바일 앱카드에 로그인할 때나 30만원 이상 결제할 때 공인인증서를 통한 개인인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한 ‘간편 인증’ 서비스를 도입하면 고객들은 비밀번호 6자리만 입력하면 된다. 지금처럼 유효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을 필요도 없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인증 서비스를 추가해 고객들이 인증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금융 고객들은 더 안전한 서비스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참여자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비용과 중개 기관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절감된다. 모든 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져서 관리 감독 및 규제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또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데이터 위·변조가 어렵기 때문에 해킹 역시 불가능하다. 다수의 참여자가 분산 장부로 거래 정보를 공유해 해킹이 어렵다. 이는 IT 보안비용 절감 효과로도 이어진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스케일체인의 이관호 대표는 “비트코인(온라인 가상화폐)을 거래하기 위해 만든 기술인데 워낙 편리하다 보니 금융 거래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라면서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거래 취소 불가·오류 책임 물을 수 없어 한계 하지만 아직 도입 초기인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완전히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거래기록을 검증할 때 모든 장부를 대조해야 하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지금 기술로는 1초에 수천 건이 발생하는 주식시장의 대량 거래를 감당하기 힘들다. 모든 거래 기록을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블록체인의 용량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번 블록체인 망에서 집행된 거래는 되돌릴 수 없고 책임자가 없어 오류가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점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한계 극복에 더해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홍승필 성신여대 IT학부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하라는 법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은 지난 5월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는 법안을 마련했는데 우리는 아직 준비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국제 흐름에 맞춰 디지털 통화의 제도화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금융권 공동으로 연구·시범 사업을 진행할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만들 계획이다. 관련법 정비도 필요하다. 현행법상 해외 송금은 반드시 은행을 통하도록 돼 있는 등 걸림돌이 많다. 블록체인 기술검증에 참여한 코스콤 관계자는 “공인인증서도 원래 지금보다는 간단한 형태로 사용 가능하지만 여러 규제를 받다 보니 불편하게 됐다”면서 “금융 당국이 블록체인 같은 보다 효율적인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용어 클릭] ■블록체인(block chain) 별도 정보 관리자 없이 거래 참여자들이 실시간으로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보관하는 시스템. ‘디지털 공공 거래장부’라고도 불린다. 거래 내용을 중앙서버에 집중시키지 않고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거래 비용이 크게 절약되며 해킹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 사고 남긴 긴급 출동 상처뿐인 소방관들

    사고 남긴 긴급 출동 상처뿐인 소방관들

    도로서 추격·길 막는 차 여전 응급 상황선 곡예운전 불가피 중상자 발생 땐 면책 못 받아 “긴급 환자를 이송하던 119구급차가 교통사고로 전복됐다는 무전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전복된 차량에 탔던 소방관들이 자기 다리에서 피가 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살리려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결국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그런데 이 구급차를 몰던 소방관은 어떻게 됐을까요. 사이렌을 켜고 신호를 어겨 가며 환자를 신속히 옮기려 했던 그는 결국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11일 전북 전주 완산소방서 관계자는 안타까운 듯 말을 이었다. “다른 바람은 없습니다. 운전자분들이 조금만 더 소방차나 구급차에 신경을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아픈 사고가 줄어들 수 있게요.” 지난 8월 28일 오후 5시 17분, 전주 완산구 평화동의 한 사거리에서 행인 이모(54·여)씨가 시내버스에 치였다는 신고를 받은 이모(38) 소방관 등 구급대원 4명은 119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3분 뒤인 오후 5시 20분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이씨의 숨이 멈추기 직전임을 확인하고 사고 현장에서 2.7㎞ 정도 떨어진 예수병원으로 황급히 차를 몰았다. 이 소방관은 길을 양보하지 않는 차들을 피해 다급하게 차를 몰았고 병원을 800m 앞둔 사거리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좌회전을 했다. 1, 2차선에 있던 차는 구급차를 보고 급히 멈췄지만 3차선에 있던 스포티지 승용차가 구급차를 못 본 채 오른쪽 뒷바퀴를 들이받았다. 출동 8분 만인 오후 5시 25분쯤 구급차는 도로 한가운데서 전복됐다. 이 소방관은 무전으로 상황을 알렸고, 시민들의 도움으로 차에서 빠져나온 다른 대원들은 머리와 다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다른 구급차들이 수습을 위해 현장에 도착한 5분 뒤까지 응급조치는 계속됐지만, 이후 병원에 이송된 이씨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대원들은 병원 치료를 받고 다시 정상 근무를 시작했지만 구급차를 운전했던 이 소방관은 경찰 수사를 받고 이달 초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차량의 경우 경미한 교통사고는 면책이 되지만, 이번처럼 구급차와 충돌한 승용차에서 중상자가 발생하면 면책이 어려운 게 현행법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 소방관의 동료는 “운전자 부주의라고 주장한다면 일정 부분 책임은 져야겠지만, 긴급 출동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소방차, 경찰차, 구급차 등을 운행하던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낸 교통사고는 2012년부터 4년간 한 해 평균 689건이다. 특히 구급차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2년 159건에서 지난해 288건으로 81.1%나 늘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소방관 가운데 5.1%(395명)가 최근 2년간 교통사고 경험이 있고, 이 중 69.4%(274명)가 본인이 병원비를 부담하고 있었다. 경남의 한 소방관은 “응급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중앙선을 넘거나 과속, 신호 위반을 해야 한다”며 “물론 내 부주의로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겠지만 양보하지 않는 차를 피해 가거나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오다 생기는 사고까지 개인이 책임지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소방관은 “소방차를 뒤따라오며 레이스를 벌이거나 마이크로 양보를 부탁하는 방송을 하면 일부러 길을 막는 경우도 있다”며 “내 가족이 다쳤다는 생각으로 잠시 멈춰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더 싸다고 ‘콤보세트’…아이들 비만 부추긴다” (연구)

    “더 싸다고 ‘콤보세트’…아이들 비만 부추긴다” (연구)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단품을 주문하는 것보다 음료나 사이드메뉴가 포함된 콤보 메뉴가 더 싸다는 이유로 이를 선택하는 것이 비만을 부추기는 일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해외 연구진은 아이들이 패스트푸드점에서 할인가에 판매하는 콤보 세트를 사 먹을 경우 ‘집밥’을 먹을 때보다 최대 179칼로리(㎉)를 더 섭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대학교 연구진은 2013~2014년, 18세 미만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483명과 그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맥도날드와 버거킹, KFC, 서브웨이 등의 유명 패스트푸드점에서의 소비행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의 42%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콤보세트를 구매했으며, 이중 74%가 아이들을 위해 콤보세트를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이 구매한 콤보세트에 포함된 음료 중 49%는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였으며 38%가 주스, 2%가 우유, 1%가 생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품으로 콜라 등 탄산음료를 따로 구매할 경우 82㎉를 덜 섭취할 수 있는데, 이는 단품으로 나오는 탄산음료의 크기와 콤보 메뉴에 포함된 탄산음료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단품으로 햄버거와 콜라를 사 먹는 것보다 콤보 세트로 사 먹을 경우, 가격은 다소 저렴해질 수 있으나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 연구진은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 가이드라인에 고칼로리 패스트푸드 메뉴에 포함된 고칼로리 음료 및 사이드메뉴와 관련한 정보를 포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단품보다 탄산음료가 포함된 콤보 메뉴가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이를 사줬다가는, 병원비가 더 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 공중보건학회(APHA)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미국 공중보건학지’(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국가대표 꿈꾸던 고교생 복서, 경기 직후 쓰러져 한 달 만에…

    국가대표를 꿈꾸던 한 고등학생 복싱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뇌출혈로 쓰러져 한 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뒀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16)군이 9일 오전 5시 57분쯤 생을 마감했다. 충남 천안에 있는 단국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한 달여 만이다. A군은 지난달 7일 충남 청양 군민체육관에서 열린 ‘제48회 전국복싱우승권대회’ 고등부 64㎏급 8강전에서 0-3 판정패를 당했다. A군은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으로 가서 아버지 곁에서 휴식을 취하다 얼마 안 돼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곧바로 닥터 헬기를 타고 단국대병원으로 옮겼지만 외상성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 속에서 A군은 부모의 반대에도 “기필코 국가대표가 돼서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리겠다”며 자신의 주먹 하나에 인생을 걸었던 복싱 꿈나무였다. 대한복싱협회는 “병원비를 돕고자 1, 2차 후원 모금을 통해 2000만원 정도 모았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는데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 복싱의 링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비운의 복서’ 김득구는 1982년 11월 13일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레이 맨시니(미국)에게 14회 KO 패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나흘 만에 숨졌다. 이어 2007년 12월 25일에는 최요삼이 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털 타이틀 1차 방어전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허술한 사고 관리로 8일 만에 뇌사 판정을 받았다. 2010년 7월 17일에는 배기석이 한국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을 마치고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을 거두기도 했다. 복싱계 안팎에서는 한국 복싱이 대중에게서 더 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복싱은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상당한 인기를 누렸지만 이후 쇠퇴를 거듭했다. 44명까지 배출했던 세계 챔피언은 2007년 7월 챔피언 벨트를 반납한 지인진을 끝으로 명맥까지 끊겼다. 올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역대 최저 인원인 1명만 출전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중환자실서 분만실로…암투병 남성, 아이 탄생 순간을 공유하다

    중환자실서 분만실로…암투병 남성, 아이 탄생 순간을 공유하다

    그토록 기다리고 바라던 첫 아이가 태어날 시기가 불과 3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된 한 남성의 사연이 공개돼 많은 사람이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최근 미국 NBC 방송 투데이닷컴 등 현지매체는 위와 같은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26세 남성 캐그니 웨크를 소개했다.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 약혼녀 제시카 리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병원에서 악성 뇌종양 4기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진단을 받고 말았다. 특히 그가 진단받은 뇌종양은 진행이 빠르고 가장 악성인 교모세포종이어서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본 뒤 수술하려고 했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의료진의 말에 수술대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는 중환자실에서 회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약혼녀에게 산기가 왔고 언제라도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는 주치의에게 자신을 약혼녀가 있는 분만실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병원 측의 도움으로 의료 장비와 함께 그는 분만실로 옮겨져 아이의 탄생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9월 18일 오전 2시 12분, 3.85kg의 건강한 사내아이가 탄생했다. 이들 가족의 행복한 순간은 전문 사진작가 사라 보코루치가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촬영 비용은 병원과 제휴를 맺고 있는 비영리단체 ‘나우 아이 레이 미 다운 투 슬리프’(Now I Lay Me Down to Sleep)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실제로 당시 찍힌 영상에서 캐그니는 처음 아들과 만났을 때 “오 마이 갓”이라고 말하며 감격에 겨워했다. 그와 약혼녀는 아기의 이름을 레본 로비라고 지었다. 특히 로비라는 중간 이름은 그의 인생에 많은 교훈을 깨우쳐 준 소중한 사람의 이름이라고 한다. 작가는 당시 상황에 대해 “분만실은 매우 온화하고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 이들 가족은 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도 네 아이의 어머니라고 밝힌 그녀는 “하루하루가 선물이며 절대로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새로운 가족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기브포워드’(GiveForward)에서는 모금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명목은 웨크의 병원비와 치료비 등으로, 지금까지 모인 금액은 3만 달러를 조금 넘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첫 아이 탄생 순간 보고 기뻐하는 ‘암투병 아빠’

    첫 아이 탄생 순간 보고 기뻐하는 ‘암투병 아빠’

    그토록 기다리고 바라던 첫 아이가 태어날 시기가 불과 3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된 한 남성의 사연이 공개돼 많은 사람이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최근 미국 NBC 방송 투데이닷컴 등 현지매체는 위와 같은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26세 남성 캐그니 웨크를 소개했다.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 약혼녀 제시카 리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병원에서 악성 뇌종양 4기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진단을 받고 말았다. 특히 그가 진단받은 뇌종양은 진행이 빠르고 가장 악성인 교모세포종이어서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본 뒤 수술하려고 했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의료진의 말에 수술대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는 중환자실에서 회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약혼녀에게 산기가 왔고 언제라도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는 주치의에게 자신을 약혼녀가 있는 분만실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병원 측의 도움으로 의료 장비와 함께 그는 분만실로 옮겨져 아이의 탄생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9월 18일 오전 2시 12분, 3.85kg의 건강한 사내아이가 탄생했다. 이들 가족의 행복한 순간은 전문 사진작가 사라 보코루치가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촬영 비용은 병원과 제휴를 맺고 있는 비영리단체 ‘나우 아이 레이 미 다운 투 슬리프’(Now I Lay Me Down to Sleep)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실제로 당시 찍힌 영상에서 캐그니는 처음 아들과 만났을 때 “오 마이 갓”이라고 말하며 감격에 겨워했다. 그와 약혼녀는 아기의 이름을 레본 로비라고 지었다. 특히 로비라는 중간 이름은 그의 인생에 많은 교훈을 깨우쳐 준 소중한 사람의 이름이라고 한다. 작가는 당시 상황에 대해 “분만실은 매우 온화하고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 이들 가족은 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도 네 아이의 어머니라고 밝힌 그녀는 “하루하루가 선물이며 절대로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새로운 가족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기브포워드’(GiveForward)에서는 모금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명목은 웨크의 병원비와 치료비 등으로, 지금까지 모인 금액은 3만 달러를 조금 넘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잇단 검사 구속 ‘개인 일탈’ 치부하는 檢

    법조계 “반성 없이 檢 개혁 불가” 김수남 총장 뒤늦게 오늘 사과 예정 서로를 힐난하던 중·고교 동창이 결국 ‘비리 검사’와 ‘스폰서’로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됐다. 김수남(57) 검찰총장은 최근의 잇따른 검사 비리에 대해 30일 공식 사과에 나설 예정이다. 29일 서울중앙지법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준(46) 부장검사에 대해 범죄 사실이 소명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은 스폰서 동창 김모(46·구속)씨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금품·향응을 수수하고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하는 등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70억원대 사기·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김 부장과 김씨는 그동안 각종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우선 김 부장이 김씨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술 접대를 받았지만 실제로 그가 김씨의 사건을 위해 힘을 쓰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자신이 사건에 휘말리면 조력자가 돼 줄 것이라 믿고 김 부장이 요구하는 일들을 대신 처리해 줬던 것으로 보인다. ‘내연녀에게 돈을 보내 달라’, ‘내연녀의 오피스텔을 알아봐 달라’ 등 크고 작은 요구가 이어졌고, 김씨는 거절 없이 응했다. 그러나 김 부장은 앞에선 그를 달래고 뒤에선 “엄히 처벌해 달라”며 배신했다. 당초 김 부장은 김씨에게 빌린 1500만원의 용처를 ‘술값 변제와 부친 병원비’라고 둘러댔으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과 관련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김씨에게 7억원대 금품·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 올해 들어서만 진경준(49) 전 검사장과 김 부장 등 간부급 검사 2명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검찰 안팎에선 개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일부 검사의 개인적 일탈”로 선을 그어 왔다. 내부에서는 자살 검사 사건의 김대현(48) 부장검사와 김 부장에 대해 “운 나쁘게 후배가 자살해 옷을 벗었다”, “친구 잘못 만나 불쌍하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오만한 태도로 조직적 잘못에 대한 반성과 사과조차 없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결국 뒤늦은 사과에 나서게 됐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성 없는 개혁은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형식적 사과에 그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자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앞으로도 신뢰를 잃는 일을 가볍게 여긴다면 무소불위의 권한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더 거세질 것”이라며 “국민의 지지 없이 검찰도 존립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악인들의 출구없는 핏빛 지옥도

    악인들의 출구없는 핏빛 지옥도

    오는 28일 개봉하는 ‘아수라’는 김성수 감독이 자신의 건재함을 작심하고 과시한 영화로 요약된다. 10년간 충무로에서 한발 비껴 있다가 메가폰을 잡았던 ‘감기’(2013)는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장르 탓인지 그만의 향기가 옅었던 게 사실. 이번엔 장기이자 전공이나 다름없는 누아르를 택했다. 그리고 정의, 양심, 도덕성, 인간성 따위는 말끔하게 빼버린 악인, 아니 악귀 캐릭터만 잔뜩 빚어내 안남시라는 가상의 도시에 풀어놓는다. 브라질 빈민가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김 감독의 고담시인 셈이다. 이렇게 김 감독은 누아르를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온전히 악인만 등장하는 폭력의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다”는 게 감독의 변.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개발 이익을 챙기려고 혈안이 된 안남시 시장 박성배(황정민)는 증인 납치, 살인교사 등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뒤치다꺼리는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의 몫. 암 말기 아내의 병원비 때문에 아내의 이복오빠인 시장을 찾았다가 ‘악의 개미지옥’에 빠졌다. 경기지방검찰청(이 역시 가상이다) 특수부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이러한 한도경의 약점을 잡고는 시장을 잡는 데 협조하라며 무자비하게 린치를 가한다. 한도경은 자신을 잘 따르던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시장 수하로 들여보냈다가 갈등을 빚게 되고, 상황은 아수라장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1990년대 후반 남성미와 영상미가 넘치는 작품으로 한창 날렸던 ‘그 시절의 그 김성수’로 돌아간 분위기다. 그대로 회귀했다기보다 자신의 스타일을 21세기로 새롭게 갖고 오는 데 성공했다. 악덕 시장과 악질 검사 사이에서 난파한 정우성이 스트레스를 폭발시키는 빗속의 차량 추격 장면과 정우성, 주지훈이 장례식장 좁은 통로에서 벌이는 육탄전은 왕자웨이(王家衛)의 ‘열혈남아’ 등 홍콩 누아르에서 진일보한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돋보인다. 15년 만에 김 감독에게 호출받은 페르소나 정우성을 비롯해 악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내공을 갖고 있는 황정민, 곽도원, 정만식에다가 젊은 피 주지훈까지, 연기가 제대로다. 문제는 시종일관 으르렁거리며 물어뜯는 ‘아수라’의 영화 언어가 당대와 소통할 수 있을지 여부다. 영화 전체적으로 볼 때 폭력 수위가 과하게 느껴지는 관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관람 등급(청소년 관람불가)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피 칠갑에 난도질, 무자비한 폭행 장면은 몸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감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게 돼 영화가 끝나면 턱뼈가 뻐근할 듯. 김 감독은 “폭력 사회에 물든 사내가 폭력으로 인해 궤멸하는 과정을 멋진 싸움으로 묘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관객에게 쾌감이 아닌 통렬함, 충격을 주기 위해 관습적인 방식을 비틀어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자면 때리는 정만식이 아닌 두들겨 맞는 정우성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누가 살아남을지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가려다 다리가 잡혀 다시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듯 누구도 지옥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한낱 고깃덩어리로 널브러진 악귀들을 보여주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땐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그러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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