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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마리와 동고동락…자택을 ‘고양이 집’ 개조한 남자

    수백 마리 고양이들을 위해 자신의 거처까지 모두 내준 남성의 이야기가 화제다. 영국 일간 메트로는 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주 롱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고양이 아빠 크리스 아스널트(58)가 300마리 고양이와 함께 동거동락하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아스널트는 몇 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당시 24살이었던 아들 에릭을 한순간에 잃었다. 아들의 죽음 이후 큰 슬픔을 참으며 기차 차장으로 근무하던 그는 선로 옆에서 아픈 아기 고양이 무리를 발견했다. 그는 “아기 고양이 30여 마리가 아파 보였다. 이대로 떠나면 죽을 것만 같아 전부 집으로 데려왔다"면서 "나는 어려서부터 동물 애호가였는데 동물들은 항상 내게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아들이 떠나고 나서 이 고양이들은 내게 일거리를 만들어 주었다”고 밝혔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고양이를 통해 극복하게 된 그는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 더 많음을 깨달았다. 지역 자선단체와 보호시설에 연락해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를 찾았고, 점점 더 많은 수를 입양하다보니 300마리까지 늘어나버렸다. 결국 자신의 집을 고양이들을 위한 안식처로 바꾸기 위한 개조작업까지 벌였다. 아스널트는 2년 전 자신이 겨우 먹고 잘 수 있는 작은 침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양이를 위한 공간으로 자신의 집을 탈바꿈했다. 당시 음식과 공과금 8만 달러(약 8700만원), 약값과 병원비 2만 1000달러 (약 2300만원)를 포함해 10만 1000달러(약 1억 1100만원)가 들었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고양이들을 돌본다는 그는 “고양이가 아프지 않도록 안전과 위생을 최우선으로 한다. 고양이마다 앓고 있는 질병이 달라 각자에게 맞는 약을 챙겨주며, 내 선에서 해결이 안될 때는 수의사에게 데려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지만 학대당하거나 버려진 고양이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일은 정말 보람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돌보는데 평생을 바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모유 팔아요 .. 1분에 1730원”

    “모유 팔아요 .. 1분에 1730원”

    “딸 병원비 마련을 위해 모유를 팝니다. 1분 동안 소유하고 10위안(1730원)만 주세요”.중국의 젊은 부부가 딸 병원비 마련을 위해 광둥(廣東) 성 선전시 도심 거리에서 모유를 팔고 있어 중국 누리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5일 이들 부부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딸 병원비를 내기 위해 10만 위안(1730만원) 이상이 시급히 필요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페어비디오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의 동영상 앱인 먀오파이(秒拍)에 올린 동영상은 240만의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으며 댓글도 5000여 개가 달렸다. 이 동영상은 지난달 25일 선전시 어린이공원에서 촬영한 것으로 젊은 산모는 얼굴에 스카프를 두른 채 수유를 하고 있으며 남편은 돈 계산을 하고 있다. 이 산모(24)는 “쌍둥이 딸 가운데 한 명이 선전 바오안(寶安)구 인민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면서 “급히 돈이 필요해 모유를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남편은 “병원비 수십만 위안 이상을 빚지고 있다”면서 “의사는 딸아이 치료를 마치면 일단 최소한 10만 위안은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모유를 사서 아기를 살리자”는 글을 공유하는 등 동정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으며 행인들에게 돈을 기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만약 하층민이 중병에 걸리면 기본적 권리조차 없다”는 댓글에는 ‘좋아요’가 3000개 이상 찍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모유를 파는 것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저속한 방법”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00만 달러 복권 당첨된 남성, 얼마 후 암으로 사망

    100만 달러 복권 당첨된 남성, 얼마 후 암으로 사망

    복권 당첨으로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았던 남성이 뒤늦게 암에 걸렸단 사실을 알게된 후 사망했다.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는 100만 달러(약 10억 8000만원) 복권 당첨자 도날드 사바스타노(51)가 당첨금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지난 달 26일 말기 암으로 숨을 거뒀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미국 뉴욕 롱 아일랜드에서 목수로 일했던 도날드는 지난해 12월 동네 편의점에서 즉석 복권을 구매했다. 정기적으로 복권을 구매해왔던 그는 휴일에는 복권을 사지 않는 편이었데, 그날따라 한 즉석복권을 보고 ‘왜 안되겠어?’라는 생각에 지갑을 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처음에 도날드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어 주말내내 당첨 사실을 비밀로 부쳤고, 진짜라는 확신이 들때까지 몇번이나 복권을 꺼내봤다. 특히 그동안 미뤄뒀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모친인 아네트 사바스타노는 “아들은 전부터 등이 아프고 몸이 안좋다고 느꼈지만 비싼 병원비 때문에 검진을 미뤘다"면서 "복권에 당첨된 후 검사를 받았고, 아픈 이유에 대해 의사에게 답변을 들을 차례였다. 그런데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의사는 도날드가 말기 암에 걸려 살 날이 몇 주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한 것이었다. 모친은 “아들은 백만장자가 된 지 며칠 만에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형편이 됐는데 너무 늦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뉴욕포스트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마을 공동체 복원·에너지제로주택 성과…행복한 ‘노발대발’

    [자치단체장 25시] 마을 공동체 복원·에너지제로주택 성과…행복한 ‘노발대발’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은 민선 5~6기 동안 유독 다른 구에서는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을 많이 했다. ‘금연성공인센티브 지급’, ‘자전거 보험’ 등 구민의 실생활을 파고드는 정책에서부터 친환경에너지자립 단지인 ‘에너지제로주택’까지 굵직한 사업도 성사시켰다. 다음달에는 국내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 지역 화폐인 ‘노원’(NW)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구청장은 30일 노원구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정부에서 할 일과 자치단체에서 할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주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자치단체에서도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민선 5~6기를 돌아볼 때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마을 공동체 복원 운동’을 전개했다. 2012년 첫 번째 걸음인 ‘안녕하세요’ 운동을 시작으로 지난해 일곱 번째 걸음으로 ‘행복은 삶의 습관이다’ 운동을 펼쳤다. 우리 마음속의 이기심, 황금 만능주의 등 신자유주의가 낳은 삶의 방식을 서로 돕고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꿔 보자는 운동이었다. 어떻게 바뀌었는지 측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여러 가지 경로로 노원구민들의 마음이 따듯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큰 보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 제로주택도 큰 성과 중의 하나다. 지구를 살리는 건축 방식으로 건설산업에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마을 공동체 복원 운동에 힘쓴 이유는.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이다. 부자가 목표가 아니라 행복이 목표가 돼야 한다. 삶의 방식을 바꿔 보는 것이다. 국가나 광역 단위에서 하는 게 아니라 동네에서 해야 할 일이다. 열심히 인사하고, 칭찬하고, 같이 책 보고, 같이 기타를 치고 그런 일은 동네에서 하는 일상의 일이다. 그런 과정에서 삶이 바뀐다. 물론 국가가 도와줘야 하는 게 있다. 병원비도 줄여 주고, 아동수당도 주는 등 마을살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에너지제로주택은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하는 등 화제가 됐는데.  -주민들이 노원구에 에너지제로주택 단지가 지어진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절박한 문제 중 하나가 기후 변화이다. 생각보다 심각하다. 건축을 안 할 수는 없다. 에너지제로주택은 태양광과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체 단지 내 필수 에너지 사용량의 60%를 생산하도록 설계됐다. 지구에 부담을 주지 않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에너지제로주택에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단열이 너무 잘되다 보니 외부와 집 안의 온도 차가 37~38도까지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현관문 비밀번호 키가 자꾸 고장이 나고 있다. 어찌 보면 행복한 고민이다. 복도에 새시를 새로 달아서 온도 차가 너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할 계획이다.  →민선 6기 가장 아쉬운 점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사업 중 하나가 자살예방 사업이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살예방 사업 시행 후 2010년 인구 10만명당 29.3명이던 노원구 자살률이 서울시 평균 수준인 24명으로 떨어졌다. 본래 15~18명까지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시작했다. 자살 예후가 있는 분들을 최대한 돌보고 지원한다고 해도 쉽지 않았다. 국가적으로 관리가 필요하지만 동네에 행복한 이웃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함께 대화하고 차 한 잔 마시고, 슬플 때는 소주라도 마실 수 있는 동네 친구들이 있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게 아쉽다.  미세먼지 대책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중국에서 시행한 인공강우 방식으로 시도해 보려고 했다. 살수차가 공중에 물을 뿌려 물 분자가 떨어지면서 미세먼지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실험을 했다. 그러나 실제 이를 도입하기에는 아직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정책을 과감히 시도하는 도전의식이 남다른 것 같은데.  -두 번째로 냈던 책 제목이 ‘생각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마을에서’였다.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시행하는 게 개인적으로 재밌다. 남이 안 하는 것을 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담뱃값을 올릴 때 노원구는 담배를 끊을 시 최대 3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노원구 성인 남자 흡연율이 2013년 42.2%에서 2016년 35.3%까지 떨어졌다. 과태료로 인센티브를 지급했기 때문에 우리 구에서 따로 예산이 들지 않았다.  →다음달에 도입하는 지역화폐 노원(NW)도 새로운 도전인데.  -지역화폐 도입을 준비할 때만 해도 최근 불거진 가상화폐 문제가 도드라지지 않았었다. 11월부터 준비해서 본격 시행은 2월부터 한다. 노원에서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 기부하시는 분, 물품 교환에 앞장서는 분들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더 많은 사람이 그러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자원봉사는 시간당 700노원, 미용·수리 등 ‘품’도 시간당 700노원, 물품거래는 1000원이면 1000노원 등으로 가치를 매겼다. 그리고 이를 공공기관이나 가맹점에서 지역 화폐로 쓸 수 있도록 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얹히니 프로그램을 짜는 데 비용이 들지 않았다.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상화폐 기술을 긍정적으로 쓸 수 있다.  →구민과의 소통을 위해 추진한 일은.  -언로를 열어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온라인 ‘구청장에게 바란다’ 코너에 구청장이 직접 답변하게 돼 있다. 이게 부족하면 언제든 신청하면 구청장을 만날 수 있게 창구를 수요일 오후에 열어놨다. 어떤 안건이든 신청하면 그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제가 성격상 어떤 일이 있으면 그 현장에 반드시 나가 본다. 그렇게 직접 제안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 나가서 문제를 살펴보면 약간 무리한 요구도 있지만 합리적인 경우가 더 많다.  →대표적인 일자리 사업이 있다면.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어르신 택배’인 ‘실버택배’가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이 아침에 출근할 곳이 생겼고, 생활의 활력도 얻었다. 유사한 모델로 중계동에 ‘장애인 택배’도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면서도 부가가치를 생산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새롭게 시도하는 것 중 하나로 양봉 교육도 있다. 양봉교육 협동조합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지방분권이 개헌 이슈가 되고 있는데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제언이 있다면.  -촛불 시민을 보았듯 주권자인 일반 주민의 주인의식이 굉장히 커졌다. 주민들이 자기 마을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체계로의 지방분권 개헌을 할 타이밍이라고 본다. 역사 발전을 위해서도 주권자인 국민이 자치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 단순히 중앙 권력을 지자체로 넘기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상당 부분 넘기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6·13 지방선거에 불출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떤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사실상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노원구민에게 여러모로 감사하다. 제가 어른들 사이에서는 ‘효자 구청장’이라고 불린다. 노원구 경로당이 250곳 정도 있는데 2년에 한 번씩 경로당을 돌았다. 3번 정도 경로당을 돌았다. 제가 어르신들께 ‘아버지 어머니가 어르신들이랑 비슷한 또래니 효자 구청장이라고 불리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실제로 그렇게 불러 주셨다.  우리 구 슬로건이 ‘노발대발’이다. 노원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는 뜻이다. 부지런하게 일한 구청장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김성환 구청장은 盧정부때 靑행정관 등 역임…행복한 구 만드는 ‘정책통’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은 전남 여수 거문도 출생으로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해 노원구의원과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 정책조정 비서관을 역임하면서 ‘정책통’으로 불렸다. 2010년 민선 5기에 이어 6기 노원구청장으로 일하고 있다. ‘생각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마을에서’가 김 구청장의 구정 철학이다. 남은 임기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구를 만드는 게 목표다. ■노원구는 어떤 곳 범죄율 최저 ‘안전 도시’ 학교들 몰린 ‘교육 도시’ 노원구는 1980년 후반 주거 단지로 조성된 서울의 동북권 중심도시다. 수락산과 불암산이 뒤를 받쳐 주고 앞으로는 중랑천이 흐르는 자연환경을 갖췄다. 노원구는 교육도시다. 젊은층이 많이 거주해 중계동 은행 사거리 학원가 등 지역 곳곳에 우수한 학교가 몰려 있다. 중계동 우주학교, 하계동 서울시립과학관 등 청소년을 위한 교육시설을 갖췄다. 노원구는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범죄율이 가장 낮은 안전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지하철 1, 4, 6, 7호선이 지역을 관통하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창동차량기지 이전과 개발로 또 한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 노인 최저임금 올라도 기초연금 지원한다

    부산에 사는 이모(67)씨는 심부전증 등 질병을 앓는 남편 병원비를 대기 위해 건물 환경미화원으로 하루 8시간 일한다. 지난해까지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 135만 2000원을 받았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이 157만 3000원으로 오른다. 이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이 늘어나 기초연금 수급자에서 탈락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정부가 근로소득 공제액을 확대해 계속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독립유공자 후손인 이모(80)씨는 그동안 특별한 소득 없이 기초연금으로만 생활해 왔다. 올해부터는 국가보훈처로부터 생활지원금 33만 5000원을 추가로 받게 돼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기초연금 수급자격 박탈을 우려했다. 그러나 생활지원금은 소득에 산정하지 않게 돼 이씨도 기초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제도 개선사항을 담은 ‘기초연금 사업안내’ 개정을 완료했다고 22일 밝혔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이 소득인정액 이하 소득을 얻을 때 받을 수 있다. 올해 기초연금 대상자 선정기준액은 월 소득 노인 단독가구는 131만원 이하, 부부가구는 209만 6000원 이하다. 복지부는 우선 근로소득에 적용하는 근로소득공제액을 지난해 60만원에서 올해 84만원으로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하는 노인이 기초연금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또 소득인정액 평가 때 임대소득의 경우 부동산 수수료, 감가상각비 등 임대사업에 필요한 경비는 제외하고 산정한다. 국가보훈처에서 생활형편이 어려운 독립유공자 자녀·손자녀에게 올해부터 지급하는 생활지원금은 기초연금 소득인정액을 산정할 때 넣지 않기로 했다. 국가보훈처는 올해부터 생활이 어려운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면 월 46만 8000원을, 70% 이하면 월 33만 5000원을 지급한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수급희망 이력관리제’를 도입해 이렇게 새로 바뀐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노인을 찾아 기초연금을 신청하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올해 수급희망 이력관리 노인 중 6만 5000명이 새로 기초연금 수급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자동차 타면 집에 돌아가는 거 아니었어요?’

    ‘자동차 타면 집에 돌아가는 거 아니었어요?’

    펜션에서 지내고 있던 이 고양이는 손님들의 차만 보면 자꾸만 올라타려고 했다. 많은 집고양이들이 차에만 태우면 싫다고 애옹애옹 울어대는데, 이 아이는 이상하게 자꾸 차에 올라타고 싶어 했다. 그러다 급기야 정말로 어떤 손님의 차를 타고 서울까지 실려 오고 말았다.의도치 않게 고양이를 태우고 와 버린 손님은 대형마트 앞에 고양이를 내려놓고 가버렸다. 지나가다가 그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 그가 고양이를 유기한 줄 알고 일단 구조해서 병원에 데려갔다. 하지만 고양이를 병원에 맡긴 구조자와는 이내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짧은 시간 동안 몇 명의 사람이 정신없이 거쳐 간 것인지. 이리 저리 떠넘겨진 줄도 모르고 고양이 햅번이는 그저 해맑다. 사람만 보면 붙잡고 수다를 떨고 싶어 하는 애교쟁이다.사실 아이가 병원에 맡겨진 후 사연이 알려지면서 펜션 주인과도 연락이 닿았다. 알고 보니 햅번이는 누군가 그 펜션에 버리고 간 고양이였는데, 손님 차만 보면 그렇게 올라타려고 했다고 한다. 차를 타고 왔다가 버려져서 그렇게 다시 차를 타고 가족에게로 돌아가려고 한 거였을까……. 펜션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아이가 병원에 맡겨져 있다고 하니 그쪽에서도 병원비가 많이 나오면 곤란하다며 난색을 보였다. 결국 펜션으로는 돌아가지 못했다. “어차피 펜션으로 되돌아가도 또 다른 차를 탈 수도 있으니까요…….”햅번이의 사연을 알고 나서서 입양처를 알아보던 봉사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말했다. 그나마 병원까지 흘러온 것이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길에 버려지고 또 병원에 버려진 것이 기구하다고 해야 할지. 병원에서 갈 곳 없는 햅번이의 사정에 한 달 넘게 입원을 시켜주셨지만, 신체 건강하고 성격도 밝은 햅번이를 언제까지고 병원에 맡겨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중성화도 되어 있고, 스스로 가족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한 햅번이에게 언제쯤 완전한 내 집이 생길 수 있을까. 사람 손을 따라 이리저리 흘러왔지만 막상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아이. 하지만 햅번이는 언젠가 다시 가족을 만날 거라 믿고 있는 듯 예쁜 눈을 반짝이며 또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사랑을 듬뿍 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 가족이 되어 달라는 듯한 햅번이의 사랑스러운 희망이 하루 빨리 결실을 맺기를 응원한다. (입양 문의 : 카톡 leadsky) 노트펫(notepet.co.kr)
  • [소액 채무탕감, 삶을 바꾸다] 치매 노모 모시며 쌓인 2000만원 빚 절반 탕감·10년 상환으로 새 삶의 빛

    [소액 채무탕감, 삶을 바꾸다] 치매 노모 모시며 쌓인 2000만원 빚 절반 탕감·10년 상환으로 새 삶의 빛

    정부가 빚에 떠밀려 벼랑 끝에 서 있는 시민들의 빚을 탕감해 주기로 했다. 1000만원 이하 빚을 10년 이상 못 갚고 있는 소액장기 채무자들이 대상이다. 저신용·저소득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이자부담 완화, 장기연체자 재기 지원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든다는 ‘포용적 금융’의 실현을 위해서다. 소액장기채무자들의 채무를 ‘완전 면제’해 준다는 내용이 처음 들어간 문재인 정부의 채무탕감 정책이 이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긍정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국민행복기금 등 과거 정부의 채무 경감 정책의 성공적 사례와 역사적 배경, 해외의 다양한 빚 탕감 정책, 정책의 우려와 제언 등을 상하 시리즈로 짚어 봤다.쉰한 살의 총각인 황성현씨의 올해 소원은 결혼도, 재산을 불리는 일도 아니다. 직장 15분 거리 요양병원에 모신 여든넷 노모를 다시 집으로 모셔오는 일이다. 노모는 중증 치매를 수년 전부터 앓고 있다. 말기암인 큰형이 치매 아버지를 모셨지만 병원비, 부모의 치료비와 생활비까지 대느라 저축은 바닥을 드러냈다. 형과 아버지는 지난해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동안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생활비·병원비를 충당했던 탓에 빚은 대형 눈덩이처럼 남았다. ●“빚 조정되니 열심히 일할 의욕 커져” 원래 황씨는 대기업 계열사 구내식당 조리사였다. 하지만 치매인 어머니를 2015년 처음 집에 모시면서부터는 정시 출근하는 직업을 가질 수가 없었다. 간간이 밤에 대리운전을 했지만 병원비도 모자랐다. 더욱이 두어 시간에 한 번씩 집을 뛰쳐나가곤 하는 어머니를 찾느라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허둥지둥대기 일쑤였다. 집을 나간 어머니는 아들에게 ‘장안대 앞’이라며 공중전화를 뚝 끊고 연락이 두절되곤 했다. 하루종일 뒤져 찾고 보면 장안대가 아닌 장안대 소개 간판이 붙은 곳이었다. 화도 못 냈다. 그 흐릿한 정신 속에서도 아들이 사준 공중전화 카드비가 아까워 1초 만에 있는 곳만 말하고 끊는다고 어머니가 설명한 탓이다. 노모 부양으로 진 카드빚 1000여만원은 이자에 연체 이자까지 합쳐져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황씨는 2016년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 뒤 덤프트럭 운전을 시작했다. 국민행복기금를 찾아갔다. 행복기금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측은 채무 원금과 이자 등을 50%가량 면제하고, 남은 빚은 10년 분할상환하도록 했다. 그는 “수백만원을 탕감하고 나머지 빚도 분할상환이라는 도움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한 줄기 빛 같은 소식이었다”고 말한다. 황씨는 트럭을 몰면서 빚을 모두 청산했다. 성실하게 빚을 모두 갚자 캠코는 지난해 10월 일자리도 소개했다. 현재 그는 경기도 한 기초자치단체 시설관리공단 청소차 운전사다. 한 달에 받는 돈은 160만원. 이 중 절반가량을 노모 병원비로 쓰고 나머지는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다만 이번 달에 기간제 계약이 종료되는 게 아쉬운 점이다. “빚 2000만원이 조정되자 열심히 일할 의욕으로 몸이 가벼워졌어요. 올해는 더 돈을 많이 벌어서 어머니를 다시 모셔오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IMF 때 180도 변한 삶… 스리잡도 부족 “어렸을 적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우리 가족의 삶은 180도 변했습니다. 점점 불어나는 빚, 집안 곳곳에 붙어 있는 빨간 차압 딱지와 함께 평생을 살아갈 것 같았죠. 하지만 4년 전 ‘이자 삭감, 원금 분할상환’이라는 소식을 접한 뒤 문득 제가 이 빚을 해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재욱(30·가명)씨는 2013년부터 부모의 빚을 갚고 있다. 유년기까지는 은행원이던 아버지 밑에서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부친이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뒤 가세가 조금씩 기울었다. 정씨가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낙상 사고를 당했다. 정씨는 “이후 아버지가 힘 쓰는 일을 하기 어려운 몸이 된 데다 어머니도 아버지 간호를 하느라 일에 전념할 수 없게 됐다”면서 “결국 부모님이 운영하던 과일가게가 문을 닫게 되면서 가난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후 은행빚 상환은커녕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았다. 빚은 이자가 붙어 불어났다. 정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 진학은 포기한 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면서 “오후엔 도시락집 포장 아르바이트, 저녁엔 PC방 아르바이트, 주말엔 식당 아르바이트 등 ‘스리잡’을 뛰었지만 10대 학생이 벌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 군 제대 뒤에는 식당과 백화점 매장 등에서 일하고 새 가정까지 꾸렸지만 부모의 빚은 여전히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2013년 초 그는 지하철 광고판에서 국민행복기금 포스터를 보게 됐다. ‘이자 삭감, 원금 분할상환.’ 부모의 은행빚은 원금은 4800만원이었지만 10년 동안 7000여만원의 이자가 붙어 1억 2000만원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국민행복기금은 채무조정 심사로 대출원금 50%를 삭감하고 이자를 통째로 감면했다. 정씨는 “한 달에 20만원씩 10년 동안 갚아야 하고 세 번 연체되면 모든 게 취소된다고 해서 이 돈부터 갚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빚을 4년 6개월여 꾸준히 갚아 이제 곧 반환점을 돈다. 정씨는 “5년만 지나면 나도 남들처럼 살 수 있다는 꿈을 꾼다”면서 “막장 드라마 같았던 내 인생이 해피엔딩 영화처럼 느껴진다”며 미소를 지었다. ●신불자 과거 털고 복지 상담사 된 청년 “죄송합니다. 신용불량자는 은행 계좌 개설이 어렵습니다.” 20대 직장인 박승우(29·가명)씨는 7년 전 ‘그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여자친구와 커플통장을 만들러 갔다가 면전에서 거절당했다. 박씨는 “창피함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고 회상했다. 박씨는 자신도 모르게 신용불량자가 돼 있었던 것이다. 2007년 대학에 진학한 그는 아버지의 보증으로 학자금 대출 300만원을 받았다. 2년 뒤, 입대하기 전까지 900만원을 받았다. 입대할 때 학자금 대출 상환유예신청을 해야 했는데 이를 몰랐다. “당시 은행에서 아버지가 사는 집 주소로 안내 서류를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저와 어머니는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와 따로 나와 살던 시절이죠. 서로 왕래가 없었기 때문에 은행의 안내도 모르고 입대했습니다. 한때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꼼꼼하지 못했던 제가 바보처럼 느껴집니다.” 900만원의 등록금은 3년간 연체 이자가 불어나 원금의 두 배인 약 1800만원이 되었다. 박씨는 평일엔 학교에서 근로학생 아르바이트를, 주말이면 식당이나 술집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았지만 월세와 생활비, 대출이자를 내기도 빠듯해 원금을 갚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2013년 11월, 국민행복기금 정책을 학생지원과에서 들었다. 심사에서 이자를 감면받았고 원금의 약 90%만 갚도록 지원을 받았다. 그때부터 매달 약 22만원씩 3년을 꼬박 갚았다. “마침내 지난해 말 모든 빚을 상환했는데, 그 기쁨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죠. 여자친구가 지갑을 선물해 주며 ‘이젠 돈을 잘 모으라’고 하더라고요.” 2015년 2월 졸업한 박씨는 현재 한 지자체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업무 등을 맡고 있다. 그는 “과도한 빚을 지고 혼자서 앓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부 지원으로 본인이 안정을 찾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가난 포르노 (최고나)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가난 포르노 (최고나)

    무대 쪽방촌 느낌의 골방. 원근감을 주기 위해 사선으로 놓인 방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관객석에서 앞쪽 방은 들어찰 곳 없이 빽빽한 쓰레기(보기에 따라서 생활용품으로 보일 수도 있다)가 들어차 있으며 몸 하나 간신히 뉘일 정도로 좁은 공간이 쌓아 놓은 물건들을 중심으로 둥그렇다. 그 옆방은 그에 비해 제법 집의 형태를 갖추었다. 티브이도 있고 버너도 있고 조그만 냉장고와 작은 침대도 있다. 앞쪽 방 위쪽으로 CCTV가 연결되어 있다. 그 화면은 뒷방 티브이를 통해 볼 수 있다.남자, 휴대폰을 귀에 대고 옆집을 살피는 듯 창밖을 힐끔 본다. 남 (통화 중) 모르긴 해도 강남에 빌딩 두어 채는 가지고 있을 거라니까. 구라 아니야. 몇 달간 이 몸이 뭐빠지게 고생해서 알아낸 거지. 원래 있는 사람들이 지 꺼 꽉 쥐고 안 쓰잖아. 그 할매 골골거리는 꼴이 길어봐야 두 달이야, 두 달. 두 달 후면 여기 청산하고 우리 가족 넷이서 알콩달콩…. 만삭의 여, 양손 가득 짐을 가지고 들어선다. 손이 모자라 휴대폰은 어깨로 귀에 댄 채다. 여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남 얘기 다 끝났잖아. 나도 좋아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 그냥 우리 지금은(여자의 배 내려다 보며) 알콩이랑 달콩이만 생각하자. 여 알콩하고 달콩한 그 기간이 두 달 남았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구? 남 그럼! 당연하지! 여 (짐 내려놓고) 당연은 무슨! 지금 상황만 봐도 그래. 너랑 나랑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어라 살펴봐도 삼시세끼 꼬박 챙겨 드셔, 새벽기도 빠짐없이 참석하셔, 아침마다 정정하게 일 나가셔,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너랑 알콩달콩인데? 남 너 오빠, 못 믿어? 여 응. (사이) 그러다 천수해로 하면 어쩌려고? 남 확실하다니까. 걷는 폼이 골골한 게 먹는 약도 확연히 늘어났고, 새벽에 잔기침도 엄청나게 심해졌어. 길어봐야 올해 설까지야. 여 그래도…. 남 (여자의 말 막으며) 어쩔 수 없잖아. 여 (흘겨보며 짐 내민다) 이거나 받아. 남 (물건 받아들며) 이게 뭐야? 생활비도 없다면서. 여 복지관에서. 겨울이라고 이것저것 챙겨주네. 확실히 강남이 좋긴 좋아. 나눠주는 것부터가 격이 달라. 쌀 하나를 줘도 꼭 이천 쌀만 준다니까. 남, 문 옆으로 쌀가마니랑 받아 온 물건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여, 봉투 안을 뒤적거리다 과자 봉지를 꺼내든다. 여 (과자를 우적거리며 바닥 짚는다) 아직 한 겨울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바닥이 냉골이네. 남 수도관 동파가 올해는 좀 빨리 됐어. 그래도 나는 여기 몇 년 살았다고 금방 적응되는 거 있지. (걱정스러운) 자기, 많이 불편해? 여 아냐. 나도 전에 살던 고시원보단 백밴 나은데 뭐. 거긴 주방을 공동으로 썼는데, 꼭 내가 사놓은 김치만 훔쳐가던 놈이 있었어. 의심 가는 놈이 있긴 한데 확실하게 단정은 못 짓겠구. 그렇다구 무턱대고 범인으로 몰수도 없고. 그래서 나중엔 김치를 아예 안 샀었지. 자기, 김치 없는 라면 먹어 봤어? 진짜 (고개를 저으며) 사람이 할 짓이 못 돼. 남 그 자식은? 가만 뒀어? 여 가만 두긴. 나중에 여자 속옷 훔치다가 덜미 잡혀서 개망신 당하고 쫓겨났어.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남 미친놈이네. (침대 가리키며) 자기야, 여기 앉아. 여긴 좀 나을 거야. 여 (침대 위로 올라간다.) 할머닌 괜찮을까? 뜨거운 물은 고사하고 입 안에서 김이 나와. (호호 불며) 자기야, 이거 보여? 남 (옷장을 뒤적거려 커다란 점퍼를 뺀다. 이때 짐이 쏟아져 문 앞에 약간의 옷들이 쌓이게 된다. 자신도 입고 여자에게도 두꺼운 점퍼 하나를 건넨다) 이거 입어. 괜히 감기 걸리지 말구. 여 (점퍼를 입으며 침대 위 이불 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워낙 건강 체질이라 웬만한 추위에는 꿈쩍도 안 하는데 자기랑 살림 합치고부터 몸이 약해졌어. 임신 때문인가 아침부터 삭신도 쑤시고 목도 아프고 머리도 지끈거리는 게 조만간 감기가 올 것 같아. 남 (버럭) 감기? 그러게 독감예방접종 하랬잖아! 여 삼만 팔천 원이야. 그걸 어떻게 맞아? 남 그러다 약값이 더 나는 거 몰라? 그깟 돈 몇 푼 아끼려다가 병원비, 약값 더 나가는 거라고! 진짜 짜증 나게! (바닥에 쌓인 비닐봉지를 걷어찬다) 여 야! 남 뭐! 여 너 지금 뭐 하는 짓거리냐? 남 짓거리? 짓거리? 다시 한번 말해 봐. 남편한테 짓거리? 여 그래. 짓거리라 했다. 남 말하는 본새하곤. 그러니까 네가 어디 가서 고등학교 중퇴자란 소릴 듣는 거야. 여 고졸인 넌 뭐 얼마나 그렇게 대단한데? 남 이거 왜 이래? 나 전문대까지 휴학했어. 너하곤 완전 급이 달라. 이번에 네가 임신만 안 했어도 나 학교 복학했다. 여 얼씨구? 등록금은 있냐? 남 …. 까짓것 벌면 되지. 여 (코웃음 친다) 퍽이나 벌겠다? 지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게. 남 으이구! (자신의 머리 때리며) 그날 밤 내가 왜 술을 마셨는지 그날 밤이 내 인생 천추의 한이다, 한! 이래서 몸 굴리는 애들하곤 함부로 노는 게 아닌데. 여 (벌떡 일어나 노려본다) 그 몸은 나 혼자 굴렀냐? 애는 나 혼자 만들었고? 한 번만 자달라고 졸라 될 땐 언제고. (배 만지며) 알콩아, 달콩아, 봤지? 네 아빠가 저렇게 병신 같은 놈이란다. 남 (애써 누르며) 됐다, 됐어. 말을 말자, 말을 말아. 내가 저 고등학교도 못 나온 년이랑 무슨 얘길 하냐? 남, 옷을 추려 입고 밖을 나가려는데, 기계음이 들린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기계음은 내내 남과 여의 집에서만 들린다) 여, 재빠르게 리모컨 집어 티브이를 켠다. 남, 언제 그랬냐는 듯 잽싸게 달려와 티브이 앞에 선다. 티브이 화면 가득 노파의 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 (티브이 화면에서 시선 떼지 않는다. 언제 싸웠냐는 듯) 다리를 절고 있네. 남 (티브이 화면에서 시선 떼지 않는다. 언제 싸웠냐는 듯) 빙판길에 넘어졌나? 노파, 문을 열고 들어선다. 머리 위에 짐을 얹고 양손에도 한 가득 짐을 들고 있다. 다리를 절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여 (티브이 화면에서 시선 떼지 않는다.) 양 손에 짐이 한 가득이야. 남 (티브이 화면에서 시선 떼지 않는다.) 어디 폐지 같은 거나 주워 오는 거지. 남, 눈치 보며 슬금슬금 여의 옆으로 다가가 앉는다. 여, 기다렸다는 듯 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과자를 우적거리며 영화 감상하듯 나란히 모니터에 집중하는 두 사람 여 저런 건 도대체 어디에서 줍는 거야? 남 아파트 쓰레기통, 상가 앞, 식당 뒤, 구석구석 뒤지겠지. 여 저게 진짜 돈이 될까? 남 진종일 쌔빠지게 고생하면 끽해야 하루 5천 원 정도? 여 그렇게나 적어? 남 몸만 죽어나는 거지. 노파, 가져온 물건들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금방이라도 쌓인 물건들이 넘어질 듯 위태하다. (혹은 넘어져도 무방하다) 여 저러다 정말 큰일 나시겠다. 쓰러지면 어쩌려고. 남 저런 게 바로 궁상이야. 사는 거 자체가 민폐 인생. 여 너무 그러지 마. 찾아오는 가족도 없다는데 안 됐잖아. 남 아들이 하나 있긴 한데 연 끊은 지 꽤나 된 거 같아. 여 하나밖에 없는 자식새끼, 금이야 옥이야 길렀는데 머리 커서 귀찮다고 외면하고? 남 뻔한 스토리지. 여 사람들은 왜 늘 뻔한 것에 속는 걸까? 남 견디려고 그러는 거지. 그래야 견딜 수 있거든. 여 그래서 수집하나? 헛헛한 마음을 물건으로. 남 마음이 물건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그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거야? 여 오빠. 남 응? 여 난 저렇게 살기 싫어. 남 (여자의 배 쓰다듬으며) 내 자식도 저렇게는 살면 안 돼. 천장에서 쿵쿵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 (하늘 올려보며 남자의 곁으로 바짝 붙는다) 뭐지? 남 저놈의 쥐새끼들. 여 쥐야? 남 사람 없을 땐 내내 조용하다가 꼭 들어오면 저 난리지. (둘러보다 빗자루를 집어 천장을 하늘로 쿵쿵 찌르면 이내 조용해진다) 조용히 해, 새끼들아! 여 (번뜩 뭔가 생각난 듯 남자의 빗자루를 빼앗는다) 오빠, 줘 봐. (천장 환기구를 열어 그 안을 기웃거린다.) 남 뭐해? 여 (이내 뭔가를 손에 쥐고 내려온다) 잡았다! 남 (여자에게 멀찍이 떨어지며) 잡았다구? 쥐를? 여 (의기양양) 응. 남 뭐하려고? 여 할머니 갖다 주게. 남할머닐? 여 적을 알고 나를 알면 그때부터 백전백승! 게임 끝이야. 여, 남자가 말릴 새도 없이 후다닥 밖으로 나간다. 남 야! 자기야! 여, 어느새 옆집으로 넘어갔다. 노파 집 대문을 두드린다. 남, 티브이를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본다. 여 할머니! 노파 목소리 뉘슈? 여 저어, 옆집인데요. 잠깐 문 좀 열어주실래요? 노파, 절룩거리며 느리게 현관 앞을 걸어간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외출하셨습니다. 노파 (문 살짝 열고 고개만 삐죽 내민다. 경계하는 느낌이다.) 뭔디 그랴? 여 수도관이 동파 돼서 걱정 돼서 한 번 와봤어요. 많이 추우시죠? 노파 겨울인디 추운 건 당연하지. 여 그래서! (쥐 내밀며) 이거라도 가지고 계시라고요. 만져보세요. 노파 (떠밀리듯 받아들며) 이게 뭔디? 여 쥐요. 노파 쥐? 여 살아있어요, 아직 따뜻하구요. 노파 (의심스러운) 애기 엄만 안 춥가니? 똑같이 사람으로 태어난 몸땡아리, 애기 엄마도 솔찬히 추울 텐디. 여 전 괜찮아요. 옆에 남자친구도 있구, (배를 내려다보며) 뱃속에 아기도 있잖아요. (돌아가려면) 노파 (문을 처음보다 조금 활짝 연다) 저기, 색시! 여 (돌아보면) 네? 노파 나 그런 사람 아녀! 여 뭐가요? 노파 선물을 받았으면 은혜를 갚아야지. 쪼매만 기다려. 뭐라도 줄 거 없나 찾아 볼랑게. 난 천성이 신세 지곤 못 사는 성격이여. 노파, 집 안으로 들어간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노파, 물건들 사이를 뒤지기 시작한다. 둘러보다 한 묶음의 짐 보따리를 내밀며,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외출하셨습니다. 노파 이불 있어? 여 네? 노파 새댁 집에 이불 있느냐고? 여 (생각하다) 하나 있긴 한데 그게 사계절용이라 그렇게 따뜻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쓸 만해요.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잖아요. 추우면 우리 자기랑 꼬옥 껴안고 있기도 하고…. 노파 (자랑스럽게) 날도 추운디 한 사람당 두 개 정돈 덮어야지. 우리 집엔 이불 엄청 많아. 이것 말고도 여덟 개나 더 있는디? 여 (받아들며 감동이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할머닌 정말 마음이 따뜻하시네요. 노파 세상 혼자 살간? 서로 돕고 사는 기 세상이지. 추워. 얼른 가. 노파, 먼저 들어간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여, 자신만한 커다란 이불을 가지고 들어온다. 여 (한숨 길게 내쉰다) 아후, 안 되겠어. 도저히 못하겠어. 남 (이불을 받아들며) 왜 또 그래? 여 백퍼센트 코튼 마크잖아. 오리털도 아닌 거위털이야. 이게 얼마나 비싼 건지 오빠가 알기나 해? 남 할머니가 주신 거야? 여 그래. 저쪽 집에 엄청 많대. 남 자기야,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강하게 다져야 해. 생각해 봐, 저 할머니 돌아가시면 그게 전부 우리 거야. 이불 깔고 덮고 지지고 볶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니까. 여 몰라. 암튼 기분이 안 좋아.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서 도저히 그 일은 못하겠어. 이건 옳은 짓이 아냐. 우리도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취직 같은 거 해 보는 거 어때? 남 아니. 구직은 더이상 희망이 없어. 여 오빠, 그러지 말고 일용직이라도 구해 보자. 남 (여자의 배를 내려다보며) 이 몸을 해 가지고? 여 우리 사정 얘기하면 받아주는 데가 있을 거야. (남자의 손 잡으며) 오빠…. 남 …. 여 제발…. 남 …. 넌 그럼 빠져. 이번 일은 나 혼자서 할 테니까. 여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우린 한 몸이야. 이 아이들 낳기로 결정한 날 잊었어? 뭐든 함께하기로 약속했었잖아. 남 그랬었지. 여 우린 그때 너무 힘들었어. 남 알아. 여 집도 없고. 돈도 없고. 부모도 없고. 빽도 없고. 남 아무것도 없었지, 우린. 여 그래도 행복했었잖아. 남 사랑만이 전부였던 시기였지. 여 극복하자. 할 수 있어. 노력하면 어떤 일도 다 이뤄낼 수 있다니까. 남 개소리야. 여 오빤 옆집 할머니 보면 친할머니 생각 안 나? 오빠도 할머니가 키워 주셨다며? 남 그때 생각 따윈 하고 싶지 않아. 여 난 가끔 그 시절이 그립던데….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절,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가 나았던 거 같아. 너무 많이 아는 지금은…. 남 할머닌 나를 학대했어. 여 학대? 남 어린 꼬마였지. 아빠 손에 이끌려 왔던 날, 아빠 등 뒤로 숨었던 날, 할머니의 우악스런 손아귀가 나를 질질 끌고 갔어. 그리곤 내가 아빠 인생을 망쳤다며 끝없는 폭언과 폭력을 휘둘렀지. 여 오빠, 옆집 할머닌 오빠네 할머니와는 달라. 이렇게 이불도 주고 정말 좋으신 분이라고. 남 아무리 그래도 나쁜 점은 분명 있을 거야. 옆집 할머니의 나쁜 점을 한 번 생각해 봐. 여 할머니의 나쁜 점? (생각하다가) 예를 들면…? 남 예를 들면…. (생각났다) 저장강박! 저렇게 쓰지도 못할 거 쟁여만 놔서 이웃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잖아. 저것도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티비에서 본 거 같아. 기억 안 나? 전에 복지관에서 도배 새로 해준다고 했을 때…. 여 (조금 솔깃하다) 아, 그때! 난리부르스도 아니었지. 문 앞에 대자로 쫙 드러누워가지고. 남 그래! (좀 장황하게) 물건들 좀 치우려고 그러면, “차라리 날 밟고 가라! 이것들아! 내 두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저 물건들 못 뺏는다!” 아니, 지가 무슨 이순신이야? 잔다르크야? 저 중에 쓸 만한 물건이 어디 있다고 저 난린지. 저런 건 욕심이 많다는 반증이야. 여 욕심? 남 그래. 스크루지보다 더 지독한 짠순이. 집에 물건들은 숨기면서 정작 중요할 땐 나 몰라라 외면하지. 저러다 결국 저 쓰레기 더미에 깔려 돌아가실 거야. 자기 꺼 꽉 움켜쥐고 남의 거 야금야금 훔치면서. 여 (놀라) 저 물건들이 훔친 거야? 남 훔친 거지. 박스 뒤지고, 남의 물건 뒤지고, 더 가난한 사람들 기회 뺏으면서. 여 (동조됐다) 몰랐어. 할머니가 그런 사람인 줄. 남 (여자의 손 잡으며) 자기야, 그러니까 마음 약해지면 안 돼. 우리도 남들처럼 살아야지. 혼인신고도 제대로 하고, 애들 호적도 제대로 올리고. 남들 사는 만큼 딱 그만큼만 살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외출하셨습니다. 노파 (노크 소리) 색시, 안에 있어? 여 누구지? 남 할머니다! 노 파색시! 여 왜 온 거지? 혹시 우리의 계획을 눈치채신 건가? (남자를 쿡 찌르며) 오빠! 오빠가 나가봐. 얼른. 남 (경계하며 문 쪽으로 다가선다.) 누구시죠? 노파 옆집이외다. 색시 있슈? 여, 겁에 질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남 잠깐 이 앞에 나갔는데요. 왜 그러시는지…? 노파 구청에서 라면 한 박스를 선물로다 줬는디. 내가 밀가리를 먹으면 위가 쓰려. 남 (여전히 경계하며) 그래서요? 노파 색시 먹을랑가 물어볼라고 그러지. 남 무슨 라면인데요? 노파 진라면이랑 너구리랑 짜파게티랑 뭐 이것저것 섞였는디? 남, 여자를 바라보면 여,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남 (찜찜하지만 문을 살짝 연다) 뭘 이런 걸 다 주시고…. 노파 (고개 들이밀며) 애기 엄만 어디 멀리 갔수? 여 (잽싸게 이불로 머리를 덮는다) 남 슈퍼 갔어요. 라면 사러. 노파 아이고, 잘 됐고만. 내가 그 시간에 딱 맞춰 왔네. 얼른 전화혀서 라면 사지 말고 오라 그랴. 신혼부부들이 무신 돈이 얼마나 있다고. 얼른 전화혀. 남 네에. 그럴게요. 노파 (가려다가 돌아본다) 임신했을 땐 특히 남자가 잘해야 혀. 먹고 싶다는 거 있담 다 멕이구, 짜증내도 것도 일절 받아주고. 남편이 잘해야 그 기운에 평생 살아. 늙은이 말이라고 무시허지 말구 새겨들어. 알겄지? 남 네, 그럴게요. (하다가) 근데 겨울엔 딸기를 못 구하잖아요. 노파 색시가 딸기가 먹고 싶대? 남 네에. 노파 딸인가 보네. 딸기가 땡기는 걸 보니. 남 (헤벌쭉, 딸 생각에 기분 좋다) 딸이래요, 딸. 것도 쌍으로다. 노파 둘씩이나 들어 있어? 남 (헤벌쭉) 네에. 그렇다네요. 노파 아이고, 장해라. 장해. 참말로 장하네 그려. 남 (꾸벅 인사하며) 할머니, 라면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남, 라면박스를 입구 옆에 놓는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여 (뒤집어쓴 이불 밖으로 빠져나오며) 갔어? 남 (복잡하다) 응. 여 할머니 정말 나쁜 사람 맞아? 남 (찜찜하다) 그렇다니까. 여 이렇게 이불에 라면까지 주셨는데도? 남 (멈칫) 의도를 생각해야지. 왜 이런 조건 없는 나눔을 베푸는지. 여 조건 없는 나눔? 남 세상엔 공짜란 없는 법이야. 본디 그렇게 세상은 굴러가게 돼 있어. 근데 이거 봐봐. 할머니가 주신 것들. 이게 뭘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어? 여 (생각하다 머리를 쥐어 잡으며) 정말 모르겠어. 남 중졸인 네가 이해하기엔 좀 어려운 문제일 거야. 좀더 깊게 생각해 봐. 여 (생각하다) 할머니에게 실망했어. 남 (환희에 차) 생각났어? 여 임산부에게 라면을 먹으라니. 딸기는 못 줘도 라면을 먹으라고 권하는 건 아니잖아. 라면은 성인병 고혈압의 원인이야. 과다한 나트륨 함량으로 내 아이들이 아토피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지. 남 그래! 바로 그거야! 여 (여자 뭔가를 깨달은 듯 놀라 입을 막는다) 설마 할머니가 이 모든 걸 꾸민 거야? 남 그, 그런 거지. 여 꼴랑 라면 하나 주면서 생색은 있는 대로 다 내면서? 남 드디어 깨달았구나. 여 오빠 말이 맞았어. 저 할머닌 나쁜 사람이야. 남 그럼. 난 언제나 네 편이야. 여 내 앞에선 위해주는 척, 순진한 척하면서 뒤로는 엄청난 계략을 꾸미고 계셨던 거야. 남 이제 말이 통하는구나. 여 할머니 재산이 얼마라고? 남 한 십억쯤 되려나? 여 확실한 거야? 남 (당황스러운) 그냥, 사람들 얘기가…. 그러지 않겠느냐. 풍문이지, 풍문. 여 강남에 빌딩이 두 개라며? 설마 그것밖에 안 되겠어? 아아, 할머니가 빨리 뒈져버렸음 좋겠어. 남 걱정 마. 조만간 그렇게 될 테니까. 그전에 우리는 먼저 선수 치고 튀자. 할머니 재산 홀라당 챙겨가지고. 여 몇 주 후에나 발견되시겠지? 이참에 단단히 한몫 챙기자고. 남 우리가 먼저 발견한 걸 고마워할지도 몰라. 여 무연고니 찾아오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남 장례식은 고사하고, 저 많은 짐들 정리하려면 국가도 고생이지. 여 맞아. 저 중에 쓸만한 건 전부 처분하고 할머니 통장이랑 국가보조금 남은 거랑 이것저것 모아서 한몫 단단히 챙기자고. 남 그 돈으로 알콩이랑 달콩이 피아노랑 발레를 가르치는 건 어때? 여 피아노랑 발레? 남 내 오랜 로망이거든. 알콩이는 피아노를 치고 달콩이는 그 옆에서 발레를 하고. 나랑 넌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완벽하지 않니? 여 (상상하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죽이자! 남 (놀라) 뭐? 여 할머니가 죽을 때까지 도저히 못 기다리겠어. 지금 당장 죽이자! 시간이 얼마 없어. 좀 있으면 알콩이와 달콩이가 태어날 거라고! 남 그래도 지금은 너무 이르잖아. 여 이르긴 뭐가 일러? 당장에 실행에 옮겨야지. (찬장을 뒤져 식칼을 꺼낸다. 금방이라도 실행에 옮길 듯 위협적인 표정이다) 남 자, 자기야. 왜 그래? 여 시간이 얼마 없다니까. 우리 애들은 우리처럼 자라게 할 순 없잖아. 오빠. 남 그래도…. 여 일단, 최고급 산후조리원부터 예약해줘. 거기에서 인맥을 쌓아야지. 남 결심이 선거야? 여 응! 남 양심의 가책 같은 건 사라지고? 여 그딴 거 개나 주라 그래! 남 그래도 좀 그렇잖아. 살인과 고독사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여 (비장하다) 아니, 나는 해야겠어.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때야. 여, 성큼성큼 현관을 향해 걸어가는데 남, 급하게 현관문을 막아선다. 남 자! 잠깐! 여 왜 이래? 비켜. 남 어쩌면 우리 할머니보다 옆집 할머니가 조금은 더 나은 사림일지도 몰라. 여 무슨 소리야? 언제는 나쁜 사람이라며. 자기보다 가난한 사람 등쳐 먹는. 남 그건…. 그냥 내 생각인 거고. 여 아니. 아무리 자기가 진실을 외면해도 그건 명백한 사실이야. 남 자기야. 진정하고 조금만 기다리자. 여 뱃속의 아이가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 한다니까. 남 알아! 그건 나도 알지. 하지만 얼마 안 남았어. 금방 돌아가실 거야. 여 알콩달콩이도 시간이 없어. 남 그래도 애들은 어리니까 아직 세상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 어쩌면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믿을지도 몰라. 여 위선 좀 그만 떨어. 알콩이 달콩이도 우리처럼 살게 할래? 우리처럼 거지 같은 옷 입고 거지같은 방 안에서 지내면서. 입에서 김 나와서 겨울이면 끔찍하고. 여름이면 뜨거운 선풍기 끌어안고 지내면서. 거지 같은 학교 졸업해서 쥐꼬리만 한 월급 못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외식은커녕 맨날 돈돈 거리면서 지내겠지. 남들 다 다니는 학원 한 번 못 보내고, 학교도 간신히 졸업하고, 어쩜 못할지도 몰라. 그렇게 눈치 보며 살게 할 거야? 남 돈만 있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 우리 둘이 사랑하는 모습 보여주고 우리가 떳떳하면 자식들도 언젠간 알 거야. 언젠간 부모의 노력과 수고를 이해하는 날이 오겠지. 여 떳떳해? 우리가 뭐가 떳떳한데? 복지관에서 공짜밥 얻어오는 게 떳떳한 거야? 예방접종비용 비싸 못 맞는 게 떳떳한 거야?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떳떳한 지 알려줘 봐. 내 손에 싸구려 반지라도 하나 끼워주고 남들 하는 만큼 결혼식도 제대로 올리려면 그 망할 놈의 돈이 필요하다고 난! 네가 뭐라고 떠들던 간에 난 오늘 저 할머닐 죽여야겠어! 여, 남자를 밀어낸다. 남, 막았던 자리 무너지듯 자리를 비켜선다. 여, 밖으로 성큼성큼 걷는다. 거칠게 현관문을 두드린다. 한 손엔 칼을 숨기듯 쥐고 있다. 여 할! 머! 니! 노파, 느리게 현관으로 다가온다. 노파 옆집 색신가? 기계음 김분임 할머니가 외출하셨습니다. 노파 (문을 활짝 열며) 색시, 마침 잘 왔어. 들어와 봐, 어여. 여, 무시무시한 얼굴이다. 성큼성큼 노파 집 안으로 들어간다. 좁은 집 안, 서로를 마주 보고 간신히 선 노파와 여자 그 가운데 딸기 한 팩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여, 칼을 빼들고 찌르려다 딸기를 보고 멈칫하는데, 노파 먹고 싶었다며? 여 네? 노파 신랑한테 다 들었어. 딸기 먹고 싶다 그랬다며. 여 (냉랭한) 그런데요? 노파 요리하다 온겨? 여 뭐여? 노파 지금 칼 들고 서 있잔여. 여 (칼을 숨기며) 대파 있으세요? 노파 대파? 여 라면에 넣으려고 보니 대파가 마침 똑 떨어져서요. 노파 글씨. 대파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겄네. 혼자 사는 노인네라 집 안에 마땅한 게 없어. 배고프면 먹고 안 고프면 굶고 그러니께. 노파, 쭈그려 앉아 냉장고를 연다. 이것저것 뒤적거린다. 여, 딸기 팩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노파 (냉장고 뒤지며) 찬물에다 밥이나 말아먹지. 음식이 변변찮해. 대파가 있을라나 모르겄네. (돌아보며) 대파 대신 양판 안 되야? 여 그거라도 주시면 고맙구요. 노파, 양파를 한 망 건네준다. 계란, 버섯 이것저것 한 움큼 들려 있다. 여, 얼떨결에 받아든다. 노파 딸이라매? 여 네? 노파 남편이 많이 좋아하드라고. 여 그 자식이 임신한 걸 좋아해요? 노파 가장의 위치가 원래 그런 거여. 좋으면서 티도 못 내고 맘속 복잡허고. 섭섭하고 서운한 게 있더라도 자네가 넓은 맴으로다 이해혀야지. 여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노파 한 인간을 다른 인간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제. 용기 잃지 말구 악착같이 살어잉. 여 …. 노파, 딸기를 까 여자의 입에 넣어준다. 노파 어뗘? 맛이? 여 달아요, 아주. 노파 내가 샥시가 딸기 좋아하는 걸 우찌 알았겠어? 신랑이 챙겨주고 싶은디 맘처럼 되지 않응게 속상한 겨. 색시도 알지? 신랑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거. 여 네에. 노파 겨울엔 딸기가 없어. 비싸기도 하고. 우리 같은 사람은 먹기 쉽지 않제. 맴이야 그렇지 않겄지만 그래도 너무 서운해하덜 말어. 여 (맛있게 딸기를 먹는다) 할머닌 안 드세요? 노파 난 늙어서 식욕도 읍서. 뭐가 맛난지도 모르겄고 배만 차면 그만이여. (딸기 팩 건네며) 가져가서 신랑이랑 맛나게 나눠 먹어. 여 자꾸 이렇게 주시기만 하면 제가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잖아요. 노파 아녀, 아녀. 내가 뭐 바라고 그런 것도 아닌디. 여, 딸기 팩 챙겨들고 느리게 돌아서면, 노파 샥시. 여, 멈춰 선다. 노파 내가 쪼매난 부탁 하나만 혀도 될까? 여 (다시 경계한다) 부탁이요? 노파 뭐 거시기한 건 아니고. 내가 만약 죽거들랑 내 시신 처리 좀 해돌라고. 그냥 보다가 요 며칠 안 보이면 구청 같은데다 연락 좀 햐줘. 그 짝에서 알아서 잘 해줄 텐게. 여 할머니. 그런 말씀 마셔요. 오래오래 사셔야죠. 노파 암만 그래도 아가들도 있는디 시체 냄시 풍기며 마무릴 할 순 없지 않겄어? 죽는 날을 내가 택할 수 있으면 좋겄지만 살아보니 그것도 내 맘대로 안 되고. 시상에서 제일 나쁜 게 지 목숨 지가 끊는 거라 그럴 수도 없고. 얼마 안 되지만 이 콧구녕만한 집구석도 여기저기 뒤져보면 쓸 만한 게 있을 거여. 마지막 부탁 들어준 보답이다 생각하고 부담 갖지 말고 가져. 보니께 나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거 같더라고. 세상천지 아는 사람이라곤 자네가 준 요 쥐새끼랑 자네 집안 식구들이 전부니께. 여 할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그러면 저희가 너무 죄송하잖아요. 노파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내가 오히려 미안허지. 나, 한 번만 만져 봐도 되나? 노파, 여자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여자의 배에 손을 지그시 댄다. 노파 꼼틀거리는구만. 생명이. 한 생명이 가믄 또 다른 생명이 오겄지. 그것이 자연의 섭리니께. (여자의 배에 대고) 환영하네. 이 세상에 온 걸. 여, 노파가 준 딸기 팩을 가지고 도망치듯 그 집을 빠져나온다. 여, 급하게 집 안으로 들어선다. 남 어떻게 됐어? 여, 딸기 팩을 남자에게 집어 던진다. 너부러진 딸기들 남 뭐야, 이게? 여 입양 보내. 남 뭐? 여 그렇게 해. 남 뭔 소리야? 여 막달이라 지우진 못하겠구, 그냥 입양이나 보내자구! 남 지긋지긋하다, 정말. 또 그 소리냐? 여 네가 듣고 싶어 했던 말이잖아! 남 난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그런 거야. 여 (노려보며) 미친 새끼. 할머니가…. 할머니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김복임 할머니가…. 김복임 할머니가…. 김복임 할머니가…. 김복임 할머니가…. (반복 재생된다) 남과 여, 동시에 옆집을 돌아본다. (암전) >>등장인물 남자 여자 노파
  • 최서인 별세, 父 “난소암 발병 후 김준호-김준현 병원비 거금 맡겨”

    최서인 별세, 父 “난소암 발병 후 김준호-김준현 병원비 거금 맡겨”

    ‘코미디빅리그’에서 활약한 개그우먼 최서인(본명 최호진)이 난소암으로 별세했다.최서인은 2014년경 난소암 수술 후 병세가 호전됐지만 난소암 재발로 투병하다 18일 세상을 떠났다. 故 최서인의 아버지는 19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집에서 숨을 못 쉬는 딸을 발견하고 심폐소생술을 직접했다며 심경을 전했다. 최서인 아버지는 “어린 시절 건강하던 아이가 발병 후엔 정신력으로 버텼다”며 “개그우먼으로 몇 년만 고생했으면 분명히 더 큰 사람이 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고인의 아버지는 “난소암 발병 후 김준호, 김준현 등 개그맨 선후배, 동기들이 병원비에 보태라며 거금의 돈을 맡기기도 했다”며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서인은 SBS 공채 10기로 데뷔, 2011년부터 tvN ‘코미디빅리그’의 ‘썸&쌈’, ‘겟잇빈티’ 등에서 활약,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최서인의 빈소는 서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0일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난소암 투병 故최서인, 딸 먼저 보낸 아버지의 비통한 심정

    난소암 투병 故최서인, 딸 먼저 보낸 아버지의 비통한 심정

    난소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코미디언 최서인의 아버지가 비통한 심정을 전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18일 SBS 공채 10기 코미디언 출신 최서인(35·최호진)이 난소암 재발로 병마와 싸우다 끝내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의 아버지가 심경을 전했다. 故최서인의 아버지는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갑작스럽게 딸을 떠나보내고 허망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2014년 딸 최서인이 난소암 진단을 받았다”면서 “수많은 대학 병원을 전전했고, 수술도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조금씩 병세가 호전돼 ‘완치에 가깝다’는 말을 듣고 정말 기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딸의 죽음에 故최서인 아버지는 “그 후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망에 이르게 돼 허망하고 암담하다”고 전했다. 그는 “집에서 숨을 못 쉬는 딸을 발견하고 심폐소생술을 직접했다. 그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어린 시절에는 건강했던 아이였다. 발병 후 이제까지 정신력으로 버텼다”면서 “몇 년만 더 고생했으면 분명 더 큰 사람이 됐을 아이”라며 슬픔을 주체하지 못 했다. 이날 故최서인 아버지는 투병 기간 도움을 준 동료 코미디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딸이 첫 수술을 받았을 때, 그 후 병실에 있을 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개그맨 선후배·동기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김준호, 김준현 등 개그맨들은 조용히 병원비에 보태라며 거금의 돈을 맡기기도 했다. 두 사람 외에도 수많은 개그맨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최서인은 난소암 재발로 오랜 시간 투병한 끝에 결국 눈을 감았다. 최서인 빈소는 서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 발인은 오는 20일이다.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中 서민식당도 모바일 결제 척척, 깜짝 놀란 文… 술렁이는 IT업계

    中 서민식당도 모바일 결제 척척, 깜짝 놀란 文… 술렁이는 IT업계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평범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모바일 결제를 하더군요. 기분이 묘했어요. 불과 5년 전만 해도 중국의 정보기술(IT) 환경을 부러워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게임 개발자인 김모(33)씨는 15일 “대통령은 친서민 외교 행보였겠지만 업계 종사자 눈에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는 중국 IT 환경을 체험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대통령 일행은 전날 베이징의 동네 식당에서 꽈배기 같은 유탸오(油?)와 콩물 음료인 더우장(豆漿)을 먹고 스마트폰으로 밥값을 결제했다. 밥값은 1인당 28위안(약 4600원)이었다. ●中 정부 집중투자… IT 혁신 부러워 일반인들은 무심코 지나쳤던 이 풍경이 IT업계에서는 내내 화제였다. 거지도 알리페이나 위쳇페이로 적선을 받는다거나, 노점상에서 현금을 건넸더니 되레 모바일 결제를 요구하더라는 현지 경험담도 쏟아졌다. 결론은 ‘중국 정부의 집중투자와 네거티브 규제(안 되는 것 빼고 모두 허용)가 만들어 낸 혁신과 IT 저변이 부럽다’는 것이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모바일 결제 규모는 60조 위안(약 1경원)으로 미국의 50배에 이른다. 2011년(1000억 위안, 약 16조 5000억원)과 비교해도 5년 새 60배로 커졌다. 위조화폐가 많고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은 것도 모바일 페이 확산의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무현금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주효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6월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우한(武?)시에서 ‘무현금 도시’를 선언했다. 이곳에서는 교통비, 병원비, 공과금 등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결제한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난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솔로들의 날) 때는 하루 만에 1682억 위안(약 28조원)어치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해마다 4000억 위안(약 66조원)을 과학 부문에 투입한다. 중국에서 근무했던 한 벤처업체 직원은 “중국은 스타트업(신생기업)이 클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전략’을 구사한다”면서 “우리는 얼마 전 카풀 서비스 스타트업인 카풀앱풀러스가 경찰에 고발당한 데서 보듯 크기도 전에 규제로 제지당한다”고 아쉬워했다. ●낡은 규제가 발목… 국내 시장 뺏길까 걱정 게임업계 관계자도 “중국 업체가 한국 게임을 베낀다고 소송을 내지만 반대로 쉽게 모방할 정도로 발전한 기술력이 두렵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국내 시장을 (중국에) 언제 뺏길까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T기업의 한 임원은 “글로벌 전쟁터에서 규제는 곧 다른 나라 기업을 우대하는 역차별로 이어진다”며 “‘민간의 상상력을 낡은 규제와 관행이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는 문 대통령의 말을 공무원들이 새겨들었으면 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이니’ 밥값 4600원 中 식당서 모바일결제...IT업계 술렁

    ‘이니’ 밥값 4600원 中 식당서 모바일결제...IT업계 술렁

    업계 “대통령이 모바일 페이 체험했으니 나아지겠지···”“낡은 규제와 관행이 발목···중국에 시장 뺏길까 걱정”中 위폐 많고, 신용카드 보급률 낮아 모바일 결제 확산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평범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모바일 결제를 하더군요. 기분이 묘했어요. 불과 5년 전만 해도 중국의 정보기술(IT) 환경을 부러워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충격적이었죠.” 게임 개발자인 김모(33)씨는 15일 “대통령은 친서민 외교 행보였겠지만 업계 종사자 눈에는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있는 중국 IT 환경을 체험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대통령 일행은 전날 베이징의 동네 식당에서 꽈배기같은 유탸오와 콩물 음료인 더우장(豆漿)을 먹고 스마트폰으로 밥값을 결제했다. 밥값은 1인당 28위안(약 4600원)이었다.일반인들은 무심코 지나쳤던 이 풍경이 IT업계에서는 내내 화제였다. 거지도 알리페이나 위쳇페이로 적선을 받는다거나, 노점상에서 현금을 건넸더니 되레 모바일 결제를 요구하더라는 현지 경험담도 쏟아졌다. 결론은 ‘중국 정부의 집중투자와 네거티브 규제(안 되는 것 빼고 모두 허용)가 만들어낸 혁신과 IT 저변이 부럽다’는 것이었다. “우리 ‘이니’(문 대통령의 애칭)가 체험했으니 한국도 좀 나아지려나”하는 기대 섞인 바람도 나왔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모바일 결제 규모는 60조 위안(약 1경원)으로 미국의 50배에 이른다. 2011년(1000억 위안, 약 16조 5000억원)과 비교해도 5년 새 60배로 커졌다. 위조화폐가 많고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은 것도 모바일 페이 확산의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무현금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주효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6월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우한시에서 ‘무현금 도시’ 선언했다. 이곳에서는 교통비, 병원비, 공과금 등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결제한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난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솔로들의 날) 때는 하루 만에 1682억 위안(약 28조원)어치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해마다 4000억 위안(약 66조원)을 과학 부문에 투입한다. 중국에서 근무했던 한 벤처업체 직원은 “중국은 스타트업(신생기업)이 클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전략’을 구사한다”면서 “우리는 얼마 전 카풀 서비스 스타트업인 카풀앱풀러스가 경찰에 고발당한 데서 보듯 크기도 전에 규제로 제지당한다”고 아쉬워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도 “중국 업체가 한국 게임을 베낀다고 소송을 내지만 반대로 쉽게 모방할 정도로 발전한 기술력이 두렵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국내 시장을 (중국에) 언제 뺏길까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T기업의 한 임원은 “글로벌 전쟁터에서 규제는 곧 다른 나라 기업을 우대하는 역차별로 이어진다”며 “‘민간의 상상력을 낡은 규제와 관행이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는 문 대통령의 말을 공무원들이 새겨들었으면 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어른들 무관심 속 뺑소니 당한 아이 구한 소년

    어른들 무관심 속 뺑소니 당한 아이 구한 소년

    차에 치여 쓰러진 아이를 보고도 무관심한 어른들과 달리 이 아이를 도와준 7살 소년의 선행이 중국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9일(현지시간) 홍콩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천쥬이(7)라는 소년이다. 이 소년은 이달초 중국 광시성 위린시의 한 도로에서 삼륜차에 치여 쓰러진 아이를 발견하고는 도로로 뛰어들었다. 아이를 친 삼륜차 운전자는 그대로 달아나 버리고 어른들 역시 부상당한 아이를 보고도 수수방관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지폐를 꺼내 아이의 피를 닦아주고는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병원에 옮겨진 아이는 오른쪽 다리 골절과, 피부 찰과상, 치아 손상 등을 진단받고 현재 치료 중이다. 천쥬이 군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선생님에게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보면 도와줘야 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한편 당시 CCTV 영상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뺑소니를 친 삼륜차 운전자와 무심히 길을 지나던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졌다. 여론이 들끓자 삼륜차 운전자는 경찰에 자수하고 다친 아이의 병원비를 내기로 했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권익위 “입원약정서 연대보증인 없애라”

    권익위 “입원약정서 연대보증인 없애라”

    병원 10곳 가운데 7곳은 입원약정서에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국민권익위원회는 입원약정서에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없애는 내용을 담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지난달 14일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권익위가 공공병원 55개와 지역 민간 종합병원 63개 등 총 118개 병원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85개(72.0%) 병원에서 입원약정서에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두고 있었다. 특히 공공병원 가운데 연대보증인 작성란이 있는 병원 34개 중 33개는 실제로 입원환자로부터 연대보증인을 제출받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최근 3개월간 입원환자가 연대보증인을 작성한 비율이 100%에 이르는 병원은 총 14개(41.2%)다. 권익위 김원영 제도개선총괄과장은 “연대보증은 환자나 보호자 선택사항이며 연대보증을 이유로 병원이 입원을 거부하는 행위는 정당한 진료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병원이 입원약정서에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두는 건 환자가 입원비를 제대로 내지 못할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권익위가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삭제한 서울대병원 등 13개 병원의 병원비 미납률을 분석한 결과 삭제 전후에 미납률에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줄어든 곳도 있었다. 미납률이 증가한 경우에도 1% 미만에 그쳐 연대보증인과 미납률 간에 상관관계는 거의 없었다. 이에 권익위는 공공병원에 대해 내년 3월까지 입원약정서에서 연대보증인 표시란을 삭제하고, 민간병원은 내년 6월까지 이를 자율적으로 삭제하거나 ‘선택사항’임을 명시하도록 복지부에 권고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출산 중 기억장애…13세로 되돌아간 22세 여성

    출산 중 기억장애…13세로 되돌아간 22세 여성

    22세 여성은 그토록 원하던 둘째 아이를 가졌지만, 출산 중 심정지 상태에 빠져 뇌출혈까지 일으켰다. 가까스로 의식을 찾았지만 기억이 부분적으로 상실돼 13세 소녀 시절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영국 일간 미러 등 외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영국 웨일스 남부 권트 쿰브란에 사는 섀넌 에버렛. 그녀는 결혼을 약속한 예비 신랑 이오안과의 사이에 첫 딸 미카(3)를 두고 있지만, 아이를 한 명 더 낳길 원했다. 4번의 유산 끝에 겨우 임신에 성공한 그녀는 정기 검진에서 태아가 예정일보다 작은 데다가 갑자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약혼자 이오안, 그리고 어머니 니콜라(46)와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 그런 섀넌을 진찰한 담당 의사는 이미 그녀의 자궁 입구가 약 2㎝ 열려있는 상태를 확인하고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 다음날 오후 11시쯤 자궁 입구가 더 열리면서 섀넌은 분만실에서 드디어 출산의 순간을 맞이했다. 하지만 자정이 되기 직전 그녀의 용태가 급격히 변하면서 심장이 멈췄다. 의식불명에 빠진 그녀의 양수가 모체 혈액 안으로 유입돼 폐동맥 고혈압과 호흡 순환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양수 색전증 증상을 보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들로 확인된 둘째 아이는 무사히 태어났다. 그렇지만 의사들은 섀넌을 죽음 직전에서 회복시켰을 때 뇌출혈이 있어 섀넌은 깨어났을 때 기억 장애를 보였다. 자신이 임신하고 출산한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첫 딸 미카와 약혼자 이오안까지도 모두 그녀의 기억에서 사라진 것이다. 심지어 뇌 손상은 그녀의 시력에도 영향을 줘 앞이 거의 보이지 않고 움직이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태가 됐다고 한다. 섀넌은 6주 동안 입원한 끝에 겨우 퇴원했지만,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해 친정으로 돌아가 어머니 니콜라의 간호를 받고 있다. 섀넌은 기억이 13세 시절로 되돌아가 니콜라를 보고 “엄마”라고 부르고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13세 때 가족과 살았던 주소를 답했다. 둘째 아이의 탄생으로 기쁨도 잠시 갑작스러운 비극에 사로잡혔다. 섀넌의 친정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에 사는 이오안은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찾아가 섀넌에게 아이의 비디오를 보여주는 등 그녀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기억 대부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아 현재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며 식사하는 방법이나 걸음걸이 등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물리 치료를 받고 있다. 섀넌의 9세 막내 여동생 에비도 생후 6일째 산소 부족으로 지체 장애가 있다고 한다. 막내에 이어 섀넌의 간호까지 맞게 된 니콜라는 “우리 집은 이미 휠체어에 적합하게 돼 있으므로 이오안과 손주들의 집을 근처로 옮겨주고 싶다. 그러면 섀넌이 최대한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서 섀넌이 갓 태어난 둘째 아들을 돌보는 것은 어렵지만 가족의 노력은 물론 섀넌 자신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 딸의 모습에 니콜라는 “할아버지가 ‘잘하고 있다’고 말을 건넨 적이 있었는데, 새넌은 ‘아이들이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적지만 딸의 기억이 되돌아왔는지도 모른다”면서 “퇴원한 지 몇 주는 정말 힘들었지만 섀넌은 아주 완벽히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병원에서 섀넌이 치료를 받을 때 이오안에게 ‘딸의 곁을 떠나도 비난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그는 ‘섀넌을 사랑한다. 떠나다니 당치도 않다.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딸이 회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녀라면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가족은 섀넌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저스트기빙’을 통해 병원비에 필요한 기부금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에게서 “안타깝다.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다” “섀넌 가족에게 행운이 찾아오길”이라는 격려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박근혜 ‘허리디스크’ 판정…병원비 240만원 유영하가 대납

    박근혜 ‘허리디스크’ 판정…병원비 240만원 유영하가 대납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으로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근 허리 통증으로 서울구치소를 나와 외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병원 진료 결과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21일 전해졌다.이날 동아일보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피 검사를 했다. 그는 지난 7월 28일 발가락 부상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 MRI 촬영 등 정밀 검사를 받았고, 지난 8월 30일에는 수감 전부터 좋지 않았던 허리 치료를 이유로 다시 외부 병원에서 통증 진단과 소화기관, 치과 검사 등을 받았다. 하지만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중인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내에서 의사로부터 허리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허리 통증이 사라지지 않자 지난 16일 다시 촬영을 한 것이다. 세 번째 MRI 촬영 결과 담당 의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허리디스크가 생겼다고 판정했다. 앞서 두 차례 촬영 때 병원 측은 박 전 대통령의 허리 통증이 노화에 따른 퇴행 증상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후 증세가 악화돼 허리디스크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또 역류성 식도염 증세가 심각해 식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약 처방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 피 검사 결과에서는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달 변호인 사임계를 제출하기 직전 병원을 방문해 밀린 진료비 240만원을 대납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7월 진료비 220만원은 영치금에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변호사는 병원을 방문했을 때 “박 전 대통령이 병원을 오가기 힘드니 서울구치소에 왕진을 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형집행법에 따르면 수용자의 요청이 있으면 외부 의사가 구치소를 방문해 진료하는 것이 가능하다. 비용은 자부담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네팔 엄마의 눈물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네팔 엄마의 눈물

    온몸에 붕대를 감고 엄마 품에 안긴 아이는 상처가 쓰린지 인터뷰 내내 칭얼거렸다. 엄마 아르나(38?가명)는 울음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하는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내려다보며 간간이 한숨을 내쉬었다.아르나 부부는 네팔에서 온 불법체류자 신분의 이주노동자다. 한국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뜨거운 물에 데어 가슴과 팔,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첫날 병원비로만 80만원이 나왔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비 전액을 부담해야 했다. 한 달 수입이 150만원에 불과한 부부에게는 감당 못할 큰 비용이었다. 급한 대로 방 보증금을 빼 병원비를 마련했다. 아이가 사고를 당한 후 아르나는 직장까지 그만뒀다. 병원비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아이를 돌보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아이가 낫는 대로 네팔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자가 됐어요. 우리는 이렇게 살아도 아이만은 여기서 잘 자라게 해주고 싶었는데, 아이에게 아무것도 못해주는 부모가 됐어요. 너무 미안해요.” 아르나는 화상 병동을 바삐 오가는 보호자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병동 복도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2015년 8월의 취재 메모는 여기에서 끝이 난다. 그 후 아르나 부부가 실제로 아이와 함께 네팔로 돌아갔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 땅에 있더라도 삶은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르나의 아들과 같은 아이가 2만명(시민단체 추산)가량 있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한국 국적을 얻지 못해 존재 자체가 ‘불법’이 돼 버린 미등록 이주아동이다. 보육비, 의료비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국적을 불문하고 18세 미만 아동은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아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1991년 이 협약을 비준한 우리나라는 26년째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을 외면하고 있다. 부모가 불법체류자인 것은 아이의 죄가 아닌데도 말이다. 영국은 부모가 불법체류자이더라도 영국에서 태어나 10년 이상 거주한 아동에게 국적을 주고 있으며, 속지주의를 따르는 미국은 자국 영토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에게 국적을 준다. 우리나라도 불법체류자의 아이를 보호하고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그 근저에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깔려 있다. 탈출구 없는 증오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를 향한다. 지금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추방하라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오르내린다. “한국에 온 뒤로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하루에도 100번씩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살 수 있었어요. 우울증에 걸려 한 달에 한 명씩 이주노동자가 죽어요.” 아르나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어찌 돼도 좋으니 아이만이라도 지켜 달라고 했다. 그녀는 우리가 절대 포기해선 안 될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을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이 작은 생명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에서 누군들 소외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병원을 나서며 공존의 가치를 떠올렸다. hjlee@seoul.co.kr
  • [월드피플+] 딸 사산 부부, 같은 고통 겪는 이들 병원비 지원 활동

    [월드피플+] 딸 사산 부부, 같은 고통 겪는 이들 병원비 지원 활동

    딸을 잃은 한 부부가 같은 상처를 지닌 다른 가족들의 병원비를 대신 내줘 화제가 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미국 NBC에 따르면, 레베카 호스킨스와 그녀의 남편 랜디는 7년 전 딸 헤이든을 잃었다. 2010년 7월 레베카는 아기가 뱃속에서 움직임을 멈췄단 사실을 감지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날따라 기분도 좋지 않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는데, 결국 딸의 심장이 다시 뛰는 일은 없었다. 딸 헤이든이 사산된 후 몇 주 동안 레베카는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자원 봉사나 사회 활동을 통해 공허함을 채우고 싶었다. 특히 부부 앞에 나온 병원비 영수증을 받고난 뒤 자신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단 생각이 들었다. 레베카는 “아이를 잃고나니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어요. 반면 병원비는 가차없었죠. 병원비 1000달러(약 111만원) 전액을 지불하기까지 남편 계좌에서 매달 77달러(약 8만 5000원)가 빠져나갔는데, 그때마다 딸이 생각나 가슴아파 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아픔을 다른 가족들이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레베카는 친구들, 가족과 함께 비영리단체 ‘헤이든의 헬핑 핸즈’(Hayden’s Helping Hands)를 만들었다. 단체는 미국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 사산의 고통을 경험한 부모들의 분만비를 대신 내준다. 그녀에 따르면, 기본금은 1000달러이며 온라인으로 신청만하면 일주일내에 분만비용이 완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아기를 사산한 가족들을 위해 43차례 비용을 납부했다. 실제 ‘헤이든의 헬핑 핸즈’에게 도움을 받은 미쉘은 “이 단체는 단순히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것 외에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간 동안 희망을 주었어요. 그들로부터 소중한 지지와 격려를 받았죠”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에 레베카는 “그들을 위해 대단한 무언가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족들이 경험한 상실감에 비하면 우리가 준비한 건 매우 작은 걸요”라고 겸손함을 표했다. 또한 “부부의 삶에서 자식은 한순간에 사라졌지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슬픔을 남겼어요. 그 슬픔을 인정하기 쉽지 않지만 다른 엄마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사진=엔비씨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어린이집 스팀 청소기에 19개월 어린이 3도 화상…119 신고 안 해

    어린이집 스팀 청소기에 19개월 어린이 3도 화상…119 신고 안 해

    외부에서 원장 “기다려라” 뒤늦게 병원행…부모 “화상 악화시켰다” 어린이집 관리 소홀로 스팀 청소기에 19개월 어린이가 수술을 해야할 정도록 심한 화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이집은 외출한 원장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지시를 따르느라 119에 신고조차 안해 사태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31일 김해서부경찰서와 아이 부모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4시쯤 김해 모 어린이집 방에서 교사가 스팀 청소기로 청소를 하다가 문을 열어 놓고 자리를 비운 사이 19개월 A군이 청소기를 발로 밟아 2, 3도의 화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A군은 거실에 있다가 열린 방 안으로 들어가 호기심에 청소기를 발로 밟은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스팀 청소기는 전원이 켜진 상태였다. A군이 사고 당시 바로 발을 피하지 못한 채 심하게 울었고 뒤늦게 이를 교사가 발견했다. 영유아 보육법에 화기 등은 영유아의 손에 닿지 않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큰 어린이집 청소 때 별도의 교사가 아이들을 따로 모아놓고 돌보며 관리하게 돼 있지만 이 어린이집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 후 어린이집의 대처도 논란이 됐다. 해당 교사는 즉시 119에 신고하지 않고 외부에 있던 원장에게 먼저 상황을 알렸다. 원장은 자신이 어린이집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전한 뒤 뒤늦게 인근 병원으로 A군을 데리고 갔다. 어린이집 측은 A군 부모에게 병원 치료 과정에서 연락했다. 사고가 난 뒤 40여분이 지난 후였다. A군 부모는 “사고 후 곧바로 119 구급대를 불러 화상 전문 치료병원에 가지 않고 뒤늦게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붕대를 감아놓고 큰 상처가 아니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태가 심각한 것을 인식하고 사흘 후에야 화상 전문 치료병원으로 옮겼다”며 “붕대를 풀어 확인하니 2도, 3도 화상을 당했다고 해 참담했다”고 말했다. A군은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는 “퇴원을 하더라도 1년 이상 통원치료가 필요하고 성장하면서 운동장애가 발생해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부모는 사고를 야기한 어린이집 원장과 해당 교사를 지난 20일 경찰에 고소했다. 이 어린이집 원장은 “사고 당시 육안으로는 화상이 깊지 않아 일단 자체 응급조치를 취한 뒤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원장은 “관리소홀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안타깝고, 분명히 잘못했다”며 “화상 치료에 필요한 병원비는 물론 적정한 보상금을 지불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3일 피해자 조사를 했으며, 조만간 어린이집 원장과 해당 교사를 불러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법 “보이스피싱은 조폭급 범죄 단체” 첫 판결

    대법 “보이스피싱은 조폭급 범죄 단체” 첫 판결

    보이스피싱 조직에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해 총책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확정한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형법 114조 범죄단체 조직죄는 조직폭력배(조폭)를 무겁게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총책 박모(46)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박씨를 주축으로 한국인 70여명으로 구성된 보이스피싱 집단은 검거 직전인 지난해 12월까지 1년 3개월 동안 3037명에게 총 53억 9000만원의 보이스피싱 사기를 쳤다. 이 같은 사기를 칠 수 있었던 배경엔 조폭 수준을 넘어 중소기업을 방불케 하는 근태·성과 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 희망자를 대부업체에 소개시켜 주는 대부중개업을 하던 박씨는 2013년 중개수수료율 5% 상한 법령이 생겨 사업이 어려워지자 한국인 70여명을 모집해 보이스피싱 집단을 꾸렸다. 이들은 알음알음으로 무직자, 채무가 많거나 큰 병원비를 지출하게 된 사람, 결혼·육아 비용이 필요한 이 등 경제적 취약계층 중심으로 직원을 꾸렸다. 70여명은 본부, 콜센터, 현금인출팀 등으로 나눠 일을 분담했다. 특히 콜센터를 2개 그룹으로 나눴다.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1차 콜센터 상담원들은 ‘저금리 대출 안내전화’라고 꾀어낸 뒤 응답한 이들의 이름, 직업, 대출희망 금액 등의 개인정보를 얻어냈다. 개인정보를 받은 본부는 내용을 정리해 2차 콜센터로 전달했다. 2차 콜센터는 피해자에게 전화로 “사설 대부업체에서 소액 대출을 받아 수백만원을 지정 계좌로 보내면, 그 돈으로 신용등급을 높인 뒤 수천만원을 한층 더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겠다”며 사기를 벌였다. 1차 콜센터 상담원에겐 130만원의 기본급이 책정됐고, 개인정보 1건을 알아낼 때마다 1000원씩 수당이 붙었다. 기본급이 없는 2차 콜센터 상담원은 보이스피싱 사기로 갈취한 돈의 25~30%를 실적수당으로 받았다. 상담원들은 범행 매뉴얼을 1~2주 동안 교육받아 숙련된 뒤 투입됐다. 콜센터 실·팀장들은 팀원 9~15명의 근태를 철저하게 감독했지만, 아이가 갑자기 아픈 주부 상담원의 결근 통보를 수용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했다. 만약 범행이 적발됐을 때 직원 변호사비로 쓰려고 사기로 벌어들인 돈의 30%를 적립해 두기도 했다. 실제 검거 이후 70여명의 피고인 중 50여명이 사선 변호사를 두고 재판에 임했다. 1심 법원부터 박씨에 대해 사기, 개인정보보호법뿐 아니라 범죄단체조직죄를 유죄로 ㅂ인정했지만 조직원 대부분은 대법원까지 연거푸 항소했다. 결국 대법원은 이날 “사기를 목적으로 구성된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총책 중심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원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통솔체계를 갖춘 범죄단체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은 법리적으로 옳다”며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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