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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티 젤베거 “이젠 북한 가면 버선발로 맞아줘”

    캐티 젤베거 “이젠 북한 가면 버선발로 맞아줘”

    “오늘날 한반도의 긴장은 남북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의 문제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인내심을 갖고 북한 원조사업을 펼쳐나가겠습니다.” 가톨릭교회 사회사업의 총본산인 국제 카리타스 소속 홍콩 카리타스의 대북지원 책임자인 스위스인 캐티 젤베거(54) 국제협력국장. 한국 가톨릭 민간기금인 ‘지학순정의평화기금’(이사장 김병상 몬시뇰)이 제정한 ‘지학순정의평화상’ 올해 수상자로 6일 선정됐다. 올해로 9회째인 지학순정의평화상이 유럽인에게 수여되는 것은 처음이다.8일 열리는 시상식에 앞서 그와 e메일로 인터뷰를 나눴다. “상을 받는다고 하니 지난 1995년 봄 북한에 대한 정보도 없이 처음 북한 땅을 밟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해 11월 카리타스에서 쌀을 실은 첫 배가 북한에 도착했지요.” 젤베거 국장은 지난 10년간 50여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3200만달러 규모의 순수 종교적 지원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와 북한을 연결시키는 데 힘써왔다. 이 결과,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세계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78년부터 홍콩 카리타스에서 일해온 그가 북한과 인연을 맺은 것은 92년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 가족관련 회의를 통해 북한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 이듬해 열린 동아시아지역 카리타스 회의에서 북한 접촉계획이 결의된 뒤 북한과 인도적이고 평등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면서 뛰어난 협상력을 발휘, 국제기구 중 최초로 북한에 식량을 전달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젤베거 국장은 “95년 북한 대홍수를 기점으로 단기간 응급처방적인 접근이 아니라, 학교급식 제공이나 장애인 식량지원 등 지역의 생계와 수용력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서 “경직된 북한의 입장과 정서를 고려해 순수한 이웃사랑 원칙을 갖고 접근했더니 북한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후 북한 전역의 구호조직을 총괄하면서 효율적인 원조 및 체계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 대북지원의 모범사례를 만들었다. 식량지원 중심에서 의료·농업·교육 등 새로운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덕분에 ‘북한의 마더테레사’라는 별명도 얻었다.“이제는 북한에 갈 때마다 사람들이 버선발로 반갑게 맞이해주고 선물을 주거나 노래도 불러줘 너무 고맙게 생각해요.” 그러나 북한을 위해 일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고, 때때로 극복하기 힘든 딜레마도 많이 따랐다고 회고했다. 이 때마다 빈곤과 고통의 근본 원인을 찾아 궁극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이 국제기구의 역할이라는 사명감으로 무장했다.“우리의 원조가 북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끊임없이 자문했어요. 다행히 몇몇 탈북자들이 긍정적인 답변과 함께 격려해줘 힘을 얻었습니다.” 그는 “북한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한민족이 걸어온 질곡의 역사와 상황을 깊이 이해하게 됐으며, 어느 누구보다 한반도를 사랑하게 됐다.”면서 “남북이 하나가 되는 그날까지 헌신과 인내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남북이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도록 가교역할을 강화할 뿐 아니라, 북한이 궁극적으로 모든 면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지학순정의평화상은 사회정의와 민주화 실현을 위해 노력한 고(故) 지학순 주교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으며, 국내 유일의 순수 민간기금을 통한 국제 인권상이다. 전세계에서 인간의 자유·평등을 위해 헌신함으로써 인류의 정의평화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주어지며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비롯, 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파키스탄·태국 등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 등이 이 상을 받았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PVC 의료용품 ‘환경호르몬’ 유해성 논란 재연

    PVC 의료용품 ‘환경호르몬’ 유해성 논란 재연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상당수의 대형 병원들은 올 여름 큰 곤욕을 치러야 했다. 병원 환자들과 가족들의 항의가 빗발치거나 진료예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대부분의 대형 병원들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PVC 재질의 수액백(bag)을 사용하고 있다.”는 한 환경단체의 고발성 캠페인 때문이다. 몇몇 병원들은 급기야 “PVC 수액백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거나 실제 PVC가 아닌 제품으로 수액백을 대체하는 등 시민들의 압력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대형 병원 가운데 현재 19곳(표 참조)이 사용을 중단했거나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병원 PVC 혈액백 사용도 문제” 그러나 의료용품의 인체 위해성을 둘러싼 논란은 ‘수액백 사태’만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도당·식염수 등이 든 수액백뿐만 아니라, 환자수혈을 위한 혈액백 등 다른 의료용품들도 PVC 재질로 만들어져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이를 사용 중인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재연되고 있어서다. 4일 서울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5개월 동안 서울과 경기도의 500병상 이상 시설을 갖춘 21개 병원을 상대로 각종 의료용품의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혈액백과 혈액투석 튜브의 경우 모든 병원에서 PVC 용품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환경연합 이지현 국장은 “복막투석백과 상처배액주머니 등 다른 의료용품은 21개 병원 가운데 1∼7곳에서만 실리콘 등 다른 재질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수액백·혈액백 같은 의료용품의 인체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것은 ‘환경 호르몬’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DEHP)라는 화학물질 때문이다. 프탈레이트는 PVC 제조과정에서 플라스틱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첨가되는데,“수액백이나 혈액백에 포함된 프탈레이트가 수액이나 혈액 속으로 용출돼 환자의 몸 속으로 바로 스며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유해한가 프탈레이트의 인체 유해성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상태다. 세계야생보호기금(WWF)과 일본 노동후생성 등은 생식독성이 강한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규정하고 있고, 유럽연합은 지난 1992년부터 ‘생식 독성물질’로 분류해 생활용품 제조에 쓰지 못하도록 조치했다.2002년엔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프탈레이트는 남성의 정자 수와 운동성을 저해하는 등 인체에 대한 유해성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3세 이하의 어린이용 장난감에 사용을 금지시킨 상태다. PVC 제품은 환경적 측면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폐기물로 소각처리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이옥신, 퓨란 등 유독물질이 대기로 방출되는데,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PVC 제품의 사용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한편 PVC 사용금지 정책도 갈수록 확대, 강화해 가는 추세다. 친환경상품진흥원 문승식 구매진흥국장은 “덴마크 콜딩시의 경우 2008년부터 PVC가 함유된 지우개·바인더 등 사무용품의 사용마저 전면 금지키로 조치할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에서 나오는 감염성 폐기물 가운데 PVC 제품은 90%를 웃돌아 다이옥신을 배출하는 중요한 오염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검출량은 국제기준 이하 인체 유해성 논란과 관련, 병원에서 사용되는 수액백·혈액백 등 의료용품이 프탈레이트를 얼마나 용출시키느냐가 관건 가운데 하나인데, 이에 대해선 견해가 다소 엇갈린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올해 초 수액백의 프탈레이트 용출량을 검사해 보니 0.012∼0.035(피피엠·100만분의 1g)으로 국제기준을 훨씬 밑돌아 “인체에 해로울 정도는 아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혈액백의 경우도 비록 수액백보다 500배 가량 많은 2.52∼2.66이 검출됐지만 역시 국제규격 상한치(100) 아래였다. 병원이나 의료용품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들도 “PVC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50여년 동안 가장 많이 사용돼 안정성이 입증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의 생각은 다르다.“유해물질의 양이 아무리 적더라도 사람의 몸 속으로 바로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서울환경연합 양장일 사무처장)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PVC로 만든 어린이 장난감과 비닐랩 등에 대해 사용금지 조치를 한 것처럼 똑같은 ‘프탈레이트 위험’을 안고 있는 의료용품에 대해서도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수액백의 경우 프탈레이트가 함유되지 않은 비(非)PVC 제품이 국내에서 개발돼 생산되고 있으며, 가격도 엇비슷한 데도 불구하고 “병원들이 PVC 수액백을 교체하지 않는 것은 의료인들의 무신경 때문”(이지현 국장)이라는 비판이다. ●“의료수가 인상 등 지원 필요” 수액백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용품들은 사정이 다른데, 프탈레이트가 들지 않은 제품의 경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가격도 4∼10배 정도 비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녹십자의 경우 기존 PVC 혈액백을 대신하는 새로운 제품을 자체 개발, 내년부터 임상평가를 거칠 예정이지만 실제로 상용화되더라도 가격 인상 및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의료수가 인상 등 정책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정동선 사무총장은 “PVC 대체품의 사용이 세계적인 대세라면 우리 병원계도 동참하는데 이의가 없다.”면서 “그러나 갈수록 가중되는 병원경영의 어려움을 감안해 적정한 의료수가를 책정하는 등 병원과 공급자가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환경보건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환경부도 의료용품의 프탈레이트 함유 문제에 대해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영훈 유해물질과장은 “프탈레이트의 생식독성 등 문제와 관련해 병원의 PVC 의료용품 사용실태 등에 대해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면서 “국제적인 추세와 용역결과 등을 감안해 취급제한 및 금지물질 지정 여부 등 정책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열린세상] 의료비 폭증… 공공의료체계는 제자리/이태복 전 복지부장관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민간의료기관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부담하는 의료비도 폭증했다. 지난 9월까지 18조원을 훌쩍 넘었고 올해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운 질병이 확산된 것도 아닌데 연간 12%나 되는 폭증의 수수께끼는 무엇일까? 경기침체와 소득의 양극화, 새로운 빈곤층의 증가로 병·의원 방문자들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비가 12%씩 폭증하고 있는 것은 건강보험 운영방식과 의료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간단하게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개혁만 해도 20%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의료비 폭증은 말할 것 없고 국민 개개인의 고통도 심화될 것이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노인의료비용의 증가로 나타난다. 연간 4조 5000억원 규모의 노인의료비는 지난해보다 18%나 증가한 것이다. 저소득층 노인의 경우 그 소득의 대부분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실정이다. 종합적인 의료제도의 개혁이 시급하다. 사정이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정부의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세금으로 메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래가지고는 안 된다. 현 단계에서 무엇보다 화급한 사안은 우선 증가하고 있는 빈곤층의 의료비 대책이다. 첫째 의료급여예산의 적절한 사용, 둘째 차상위 계층과 서민들의 낮은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시지역 보건지소와 공공건강증진센터의 확대, 셋째 치매와 중증질환자를 위한 요양시설과 보험적용 강화, 넷째 간병 및 방문간호서비스체계구축, 여섯째 저비용인 전통의료의 제도화 등이다. 2005년도에 2조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쓰고 있는 의료급여내역을 분석해보면 의료이용과 약물남용이 심각하고 차상위계층 확대정책 분위기에 편승해 무자격수급자가 대폭 증가했다. 이는 빈곤층의료지원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약간 노력만 해도 5000억원 정도를 축소시킬 수 있지 않은가. 이 규모면 중산층, 서민층, 빈곤층과 중증질환자들의 요양시설을 대폭적으로 늘려 개인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빈곤층의 의료비를 낮출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동네보건소체계다. 어찌된 셈인지 몇년째 답보상태다.2001년에도 도시지역에 300개의 보건지소를 확대 설치한다는 방침이 대통령 결재까지 나고 2002년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됐으나 행자부와 기획예산처 등의 반대에 막혀 구체화되지 못했다. 지금도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체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보건지소 설치작업이 지지부진하다. 기존시설의 장비와 기능을 보강하는 사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산 서민층이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동네공공의료시설 확대사업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효율적인 주민건강관리가 가능하다. 물론 보건소의 기능과 역할을 무엇으로 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빈곤층 치료와 지역주민에 대한 예방보건사업이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올해는 민간병원의 병상수가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공공병원의 병상비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에 국민들의 의료비가 폭증하고 그 중에서 노인들의 진료비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는 고스란히 민간병원의 이상비대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가운데 10% 초반의 공공의료체계를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말끝마다 선진국 타령과 통계비교를 잘하는 이 땅의 지도층들이 공공의료체계에 대해서는 왜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다. 이 비정상적 상황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이태복 전 복지부장관
  • 병원은 인술이냐 기업이냐

    병원은 인술이냐 기업이냐

    4월은「보건의 달」- .「빌딩·붐」과 발맞춰 요즘 서울엔 병원 신축「붐」이 일고 있다.「한 집 건너 병원」도 그렇지만 병원들의 고층화, 특대화, 기업화 경쟁 또한 치열하다.「병원주식회사」도 있다.「병원장사」는 정말 괜찮을까. 서울시내에 있는 종합병원, 일반병원의 수는 모두 1백여 개. 병원이「호텔」이라면 여관 정도에 해당하는 의원 또한 1천 5백여 개소나 있다. 이들 병원들이 요즘 갑자기 대형화하는 이변이 생겼다. 서울대학병원이 1천 2백「베드」를 목표로 작년에 신축기공된 데 이어 영등포엔 역시 1천「베드」규모의 군종합병원이 세워지고 있다. 경희대학교는 지상 17층의「매머드」병원을 이미 신축 완료했으며 한양대학교도 20층짜리 종합「메디컬·센터」를 구내에 지으리라는 정보. 이화여자대학교, 우석대학교, 한일병원 등에서도 10층 이상의 특대형 병원 건축을 계획 중에 있고「가톨릭」의대에서는 13층짜리 산재(産災)병원을 신축 중에 있다는 소식이다. 요즘엔「병원주식회사」라는 새 용어가 생겼다. 주식회사 형태를 갖춘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법인체는 지난해 11월 5일 개원한 고려병원. 의료법인체는 아니지만 합자형식으로 이루어진 개인병원엔 11층짜리 성심병원도 있다. 지난번 종합병원으로 새로 발족한 서대문의「한 병원」은 개인소유로 1백「베드」를 넘은 최초·최대의 병원. 서울 시내에 있는 큰 병원을 구역별로 보면 - ▲ 중구 = 성모병원, 경찰병원, 국립의료원, 백병원, 성심병원, 제일병원 ▲ 종로구 = 서울의대부속병원, 이화여대부속병원, 우석의대부속병원, 안국병원. ▲ 서대문구 = 고려병원,「세브란스」병원, 적십자병원, 한일병원. 대부분이 중구, 종로구, 서대문구에 밀집해 있다. 병원관리학을 전공한「세브란스」병원 임의선(林宜善)원장에 의하면 현대 병원의 대형화, 기업화는 어쨌든 불가피하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의료기재를 항상 들여와야 하는 병원은 재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의 합리화를 도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의사가 아니면 병원장이 될 수 없도록 한 우리나라 의료법도 근본적으로 시대성을 외면한 것이라는 중론이다. 일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의료법인체는 병원의 특수성을 살리면서 일방 그 기업성을 그대로 유지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병원 형태라는 것. 20층을 향해 치솟는 병원도, 주식회사를 표방하는 의원도 결국은 시대적 요구로 옹호될 수밖에 없는「인술혁명」의 초기증상이라는 것이다. ◇ 국립의료원 (을지로 6가 18-79) 병상(病床) 450 / 직원 653명 / 58년 개원 / 19개 과목 진료 1958년 9월 30일 개원.「스칸디나비아」3국이 작년 9월까지 관리했다. 총 병상수 450개. 진료과목이 19개로 우리나라에선 가장 많은 과목을 진료하는 종합병원. 해마다 약 1백만「달러」어치의 최신의료장비를 도입,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가장 시설·장비가 좋았으나 정부 인수로 앞으론 다소 발전이 둔화되리라는 의료계의 전망. 상임전문의 43명, 상임의사 9명,「레지던트」71명,「인턴」17명, 간호원 214명, 기타 359명 등 직원 653명. 원장 윤유선(尹裕善). ◇ 성심병원 (필동 2가 82-1) 병상 160 / 직원 243명 / 3등 입원료 800원 원장 윤덕선(尹德善). 한국의과학연구소 부속병원이다. 지상 11층, 연건평 1440평으로 총 병상수는 160「베드」. 입원료는 특실(9개) 6천~7천원, 1등실 4천~5천원, 2등실 1천 5백~2천 5백원, 3등실 8백원. 특실엔 변소,「샤워」, 냉장고, 전화, 응접실「세트」에「카피트」가 깔려 있다. 3등실까지「에어컨」이 들어가고 국내유일의 SPS장치(산소흡인·특수「가스」공급을 중앙화한 것)가 되어 있다. 의사 53명, 간호원 56명, 간호보조원 53명, 기사 13명, 사무직원 70명으로 구성. ◇ 성모병원 (명동 2가 1) 병상 426 / 1936년 개원 / 최저입원료 8백원부터 병실 136개에 병상수는 426개. 1936년 5월 11일 경성구 천주교회 유지재단이 관리하는 병원으로 개원,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정형외과·흉곽외과·안과·피부과·이비인후과·비뇨기과·물리요법·치과·정신신경과·임상병리과 등 15과목 진료. 특실이 7천~8천원, 1등 5천원, 2등 4천원이며 그 다음 2천 5백원, 1천 8백원, 1천원, 8백원짜리「베드」가 있다.「가톨릭」계 병원은 이밖에도 성「요셉」, 성가(聖家), 성「바오로」등 3개가 서울 시내에만 더 있다. 증축계획은 없는 듯. 의료원장은 유수철(柳秀徹) 신부. ◇ 서울의대 부속병원 (연건동 28) 병상 500여개 / 직원 778명 / 공동실 입원료 7백원부터 총「베드」수 5백여 개. 1899년 서립된 최고(最古)·최대의 국립 의료기관이다. 71년 준공을 목표로 신축 중인 새 건축물은 쌍 Y자형의 초「매머드」. 1천 2백「베드」이상을 확보하여 동양 굴지의 대병원이 될 듯. 대통령의 최종 결재가 안나 예산규모는 확실치 않으나 20억~30억원의 신축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란다. 입원료는 특A 4천 5백원, 특B 3천 5백원, 2천 5백원, 2천 1백원, 1천 9백원(이상 1인용)이며 공동실은 1천 50원, 7백원짜리의 두 가지가 있다. 진료과목은 16과목. 상임의사 81명,「레지던트」133명을 포함, 직원수는 778명. ◇ 고려병원 (충정로 1가 1) 병상 130 / 원장 조운해(趙雲海)씨 / 6인실 입원비 1천원 원장 조운해씨는 삼성재벌 총수 이병철(李秉喆)씨의 맏사위. 지하 1층, 지상 7층으로 병상수는 130「베드」. 증축이 끝나면 5월 1일부터 180「베드」로 늘어난다. 입원료는 특A실이 8천원, 특B실이 5천 5백원, 2인실 2천 3백원, 4인실 1천 6백원, 6인실 1천원. 특실에는 TV, 냉장고, 전화,「인터폰」, 욕실 등 호화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옛 경교장(京橋莊) 자리. 「센트럴·시스팀」으로 된 냉·난방시설 완비. 고려병원은 주식회사 형식으로 된 국내 초유의 의료법인체.「인큐베이터」10개, 인공소생기 2개로 된 신생아실의 시설이 국내 최고라는 평. ◇ 한양메디컬센터 (행당동 산 812) 병상 600 목표 / 3월 기공 / 내년까지 우선 5층만 완공 작년에 인가를 받은 한양대 의대 부속병원. 지상 20층에 600「베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기공. 작년에 뽑은 의예과생들이 본과생이 되는 내년 3월까지 우선 5층만을 완공 160「베드」를 확보할 예정이다. 총예산 20억원 정도. 문교부의 8월말 한(限) 시설확보 지시가 있어 기공을 서둘렀는데 한양대 측은 교수와 진료「팀」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완공되면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높은 병원 건물이 될 듯. 성동구 관내 주민을 주로 진료 대상으로 할 예정. ◇ 세브란스병원 (신촌동 산15) 병상 500 / 1885년 개원 / 일반병실 입원료 900원 오는 8월 10일께 준공하는 별관 특실(90「베드」)까지 합하면 총 병상수는 500. 1855년 개원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 광혜원(廣惠院)이 모체. 부속 재활원이 있고 곧 일본 의료단체의 시설기재 기증으로 부속 암「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입원료는 특A 9천원, 특B 5천 5백원(별관)이고 본관은 특실 8천원, 1인용 4천 5백원, 2인용 2천 2백원, 일반병실(5~6인용) 9백원이다. 단위 사설 의료기관으론 국내 최대. 하루 입원료 2만 5천원짜리 귀빈용 특실이 하나 있다. 연간 예산만도 5억여 원. ◇ 경희대 부속병원 (회기동 산4) 병상 1000 / 70년 봄 개원 예정 / 양방·한방·치과 등을 한곳서 지상 17층. 1천「베드」규모의「매머드」종합병원인데 70년 봄까지 우선 6백「베드」를 완공, 개원한다. 건물공사는 이미 완료. 서독차관과 AID자금 2백만「달러」로 지금 최신의료기재를 도입 중에 있는데 특기할 만한 기계론「코발트·60」,「다이나·카메라」등. 경희의대엔 한방과가 있어 이 병원엔 양방·한방·치과가 함께 들어서 명실공히 종합병원이 될 듯. 비교적 큰 병원이 없는 청량리 방면 주민의 보건 관리에 역점. 총 공사비 2억원(외자 포함)이 투입됐다. [ 선데이서울 69년 4/20 제2권 16호 통권 제30호 ]
  • [사설] 건강보험 이원화 신중해야

    우리나라의 의료보장제도를 공보험인 건강보험 중심에서 민간의료보험이 보충하는 이원화 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재정 부담과 고소득층의 욕구, 의료산업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건강보험 중심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재정경제부는 특히 민간보험의 활성화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국민 의료정보를 생명·손해보험사가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에게 지원해온 국고보조금을 저소득층에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것이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공성의 최후보루로 꼽히는 건강보험 체계 개편문제를 규제 완화나 산업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됐다.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10.6%)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15∼30%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민간의료보험 도입은 공공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장 은밀한 개인정보인 병력을 민간 보험사와 공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민간의 장사에 정부가 공개돼선 안 될 개인정보를 대주는 꼴이다. 민간의료보험이 허용되면 고소득자는 건강보험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한 조치가 재정 악화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더구나 민간보험은 평균 급여율이 61.3%에 불과한 반면 건강보험은 재정지원 등에 힘입어 108%나 된다. 건강보험 이원화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공공의료 비중 30% 확대, 건강보험 보장률 80% 확대에 매진할 때다.
  • 금융 ‘M&A 두 매물’ 엇갈린 표정

    금융 ‘M&A 두 매물’ 엇갈린 표정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인 외환은행과 LG카드 직원들은 전통적으로 자존심이 강하다. 한국은행 외환관리부가 모태인 외환은행은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은행으로 유명했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집안이 좋기로도 유명했다.LG카드 역시 과거 LG그룹이 카드시장 1위를 목표로 그룹에서 최정예 멤버를 선발해 설립한 회사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카드사태를 겪은 뒤 회사가 매물로 전락하면서 이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특히 최근 매각을 진행할 주간사가 선정되고, 강력한 인수후보자들이 속속 떠오르는 등 매각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두 회사 직원들은 불안한 미래를 향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처럼 ‘동병상련’인 두 금융기관 직원들이 최근 사뭇 태도가 달라 관심거리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현안에 대해 제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는 반면 LG카드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숨죽인 채 매각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6일 “외환은행 매각은 당분간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에 직원들이 여러 인수 후보들에 대해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지만,LG카드는 당장 내년 상반기에 매각될 가능성이 커 자신의 호(好)·불호(不好)를 선뜻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할 말은 한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이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금융권 경쟁 환경에 중요한 변화가 생길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외환은행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외환은행 직원들은 “국민은행이 하나은행보다는 낫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이 인수 의사를 비쳤을 때 외환은행 노조와 직원들은 “외국계 자본을 끌어들여 외상으로 매입하려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경우 통합 후유증이 어느 정도 봉합됐고, 노조까지 통합된 데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지만 하나은행은 정반대의 행태를 보였다.”면서 “인수시 외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도 국민은행이 훨씬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특히 최근 노조 설문조사에서 대주주인 론스타 펀드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설문 참가자 3558명 가운데 2954명(83%)이 2년 전 론스타로 매각된 것에 대해 “특혜와 의혹투성이로 점철된 잘못된 매각이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론스타가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이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론스타를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할 말은 많지만… 반면 LG카드 직원들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LG카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나 신한지주, 씨티그룹 등 여러 인수희망자들이 오르내리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매각 주간사가 JP모건으로 선정된 만큼 실제 매각은 국내 자본에 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공감대만 형성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이 대규모 신입사원을 뽑고, 상여금을 넉넉하게 지급하는 반면 LG카드는 아직 상여금을 줄 처지가 아닌 점도 두 회사 직원들의 표정을 갈라 놓는다. 더욱이 LG카드 직원들은 회사 대출로 산 우리사주 주식이 두 차례 감자(減資)를 거치는 동안 많은 빚을 지게 됐다. 올해 연말 회사측이 성과급 형태로 이 대출금을 일부 상환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LG카드는 또 올 3·4분기까지 1조 135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경쟁 카드사들보다 훨씬 조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대카드와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 후발주자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지만 업계 1위 LG카드는 ‘수비’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제 LG그룹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내년 3월까지는 ‘LG카드’라는 이름을 유지해야 하는 처지도 마케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조만간 새로운 CI를 만들어야 하지만 어디로 인수될지 몰라 신중한 입장”이라면서 “‘LG카드’라는 이름으로 주력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뉴스피플] 최고령 일어 통역 봉사 전도학씨

    국제 회의에서 통역은 외교문서 번역만큼이나 중요한 업무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국제적인 망신은 물론 외교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전도학(74)씨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이유다. 전씨는 640명 통역 자원봉사자 가운데 최고령이다. 전씨의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상고의 전신인 부산상업중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을 일제 치하에서 보낸 터라 일본어에 능통하다. 또 40여년 동안 ㈜우성플라스틱을 운영하면서 일어와 영어,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통역 자원봉사에 나선 것은 공교롭게도 사업 실패가 계기가 됐다. 중견 기업으로 한창 잘나가던 회사가 IMF 직격탄을 맞고 쓰러졌다. 전씨는 그 충격으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생사를 넘나들었다. 결국 종교에서 새 삶을 찾으면서 5년 만에 병상을 털고 일어났다. 전씨는 “덤으로 살게 된 인생을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되고 싶어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행사 기간 동안의 바람은 일본인들에게 역사 왜곡의 부당성을 알리는 것이다. 그동안 사업 때문에 일본인들과 만나면서 느낀 것은 그들이 속 다르고 겉 다르다는 것. 역사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전씨는 “일본인들은 외국 침략 문제도 국내에서는 큰소리 치다가 외국에 나와서는 다른 말을 하곤 한다.”면서 “행사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선에서 일본 손님들이 역사를 반성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복지·문화분야 집중투자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은 복지·문화 등 민생 분야 사업에 집중된다. 대중교통 체계 개편, 서울숲 조성, 청계천 복원 사업 등 주요 사업이 마무리된 만큼 신규 투자를 최대한 억제했다는 설명이다.●장애인 콜택시 확충 시는 경제난 탓에 일시적으로 생계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위해 올해 1800억원을 사용했다. 내년에는 652억원을 배정했다. 운행대수 부족으로 장애인들의 불만을 사온 장애인 콜택시를 100대에서 120대로 늘리고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도 165대에서 365대로 늘린다. 내년 1월 중랑구 신내동에 서울의료원을 신축 이전하는 공사에 착공하는 등 587억 1300만원을 들여 3777개인 직영·위탁 시립병원 병상 수를 내년에 3997개까지 확충한다. 차상위 계층 보육료 지원 비율을 80%에서 100%로 확대하고 민간보육시설 330곳의 환경개선 사업비를 지원한다. 또 방과 후 교실 30곳과 장애아 통합보육시설 25곳을 추가 설치하는 등 보육지원 사업에 2148억원이 투입된다.●대학로에 연극센터 건립 유·소년 축구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내년 6월까지 잠실보조경기장과 목동주경기장에 인조잔디구장을 조성하기로 하고 28억원을 배정했다. 서울의 전략산업 중 하나인 NIT(나노기술+정보기술) 연구·개발단지를 노원구 공릉동에 짓는 데 1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산·학·연 협력 지원을 통해 서울의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데 914억원을 쓰기로 했다. 베트남 하노이 시의 ‘홍강 종합 개발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등 서울시의 자매·우호도시와 개발도상국 도시를 지원할 수 있는 200억원 규모의 ‘국제협력기금’을 조성키로 하고 1차로 내년에 100억원을 배정했다. 한강 노들섬의 오페라하우스 등 예술센터를 짓기 위해 5000억원 규모의 건립·운영 기금을 조성키로 하고,1차로 내년에 1000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또 내년 7월 대학로에 공연정보안내센터, 소극장, 창작스튜디오 등이 들어선 ‘서울종합 연극센터’를 만든다.7억여원을 들여 혜화동 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할 예정이다.●편리·쾌적한 도시 환경 조성 2008년 7월까지 관악구 신림7동∼신림4동 구간 난곡 지역에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 형태쯤 되는 신교통 수단 GRT를 건설하는데 200억원을 쓰기로 했다. 1129억원을 들여 경유차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달거나 이를 LPG 차량 등으로 개조해 서울의 대기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내년에도 100억원을 들여 26개 역에 지하철 안전사고의 효율적인 대책으로 지적돼온 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등 스크린도어 설치 사업을 계속 벌여나가기로 했다. 도심 교통량 감소를 위해 2년째 시행해온 승용차 자율요일제의 정착을 위해 9억원을 들여 시내 주요도로에 무선인식(RFID)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고, 동작·신반포로, 양화·신촌로, 송파대로 등에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확대 설치하는 데 248억원을 쓰기로 했다. 2008년 말로 개통이 1년 연기된 지하철 9호선 건설(5582억원), 군부대로 단절된 서초역∼내방역 구간 터널 개설(120억원), 강변북로 일부 구간의 확장과 구조개선(500억원), 동부지역 간선도로망 구축(435억원) 등의 사업도 계속 추진된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Doctor & Disease] 알코올릭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신재정 원장

    [Doctor & Disease] 알코올릭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신재정 원장

    “우리처럼 술에 관대한 사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관대함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당장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2만명을 넘는데 정작 전문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치료받는 사람은 400명에도 못 미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알코올의존증 전문병원을 설립해 알코올릭을 정신병원에서 떼어내 치료하고 있는 경기도 의왕시 다사랑중앙병원·한방병원 신재정(43) 원장. 그는 술이라는 잣대로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보기 드문 알코올릭 전문의다. 이런 신 원장이 우리나라의 알코올의존증에 대한 인식과 부실한 치료 시스템에 대해 메스를 들이댔다. ▶알코올의존증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한마디로 술에 대한 조절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음주 때문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지만 결코 스스로 술을 못 끊는다. 구체적으로는 ‘▲술에 내성이 있다. ▲금단증상이 있다. ▲의도보다 오래, 더 많이 술을 마신다. ▲술을 조절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술을 구하고, 마시고, 깨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술 때문에 사회적, 직업적, 가정적 활동을 줄이거나 포기하게 된다. ▲술 때문에 몸과 마음이 병든 사실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는 7개 진단항목 중 3가지 이상이 해당되는 경우를 말한다.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우선, 유전적 소인이 매우 강하다. 부모가 알코올의존증을 가진 경우 아들은 50%, 딸은 25%의 발병 가능성을 갖는다. 입원 환자의 약 60%에서 이런 유전 소인이 확인된다. 또 술은 도파민이나 엔돌핀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하는데, 여기에 익숙해지면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또 사회적 적응 실패나 스트레스, 열등·열패감도 습관적 음주의 원인이 된다. 특히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서 성장한 신세대의 경우 사회적 적응에 실패해 알코올의존증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 ▶유형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병증의 진행 정도에 따라 ▲의존 전단계▲초기 의존단계▲결정적 단계(중기)▲만성 의존단계(말기)로 구분한다. ▶최근의 추세와 경향상의 특징도 설명해 달라. -사회적 사교 수단이 오로지 술뿐이고, 여기에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와 경제난 등으로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향의 문제에서 특히 심각한 것은 여성 음주다. 지난 98년 이후 남성 문제 음주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여성은 이 기간에 무려 3.4배나 늘었다. ▶중독 진단은 어떻게 하나.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의 진술로도 진단은 가능하며, 필요한 경우 보조적으로 문진검사나 혈액검사, 복부초음파검사, 위내시경검사를 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행동패턴이나 증상을 통해 중독 정도를 스스로 진단할 수도 있는가. -가능하다. 우선 혼자도 마시고, 남들로부터 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한번 시작하면 만취에 이르러야 하고 필름이 자주 끊기면 초기 이상이다. 해장술을 즐기고, 술을 안 마시면 불안하거나 잠이 안 오면 중기 이상, 연중 거의 매일 마시고 오전부터 술기운을 유지하는 경우 말기로 보면 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알코올의존증 치료는 정신질환과 달라 약물보다는 전문적인 치료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환자의 상태를 ‘숙고 전단계-숙고단계-준비단계-실행단계-유지단계-재발’ 등으로 세분해 각 스테이지별로 인지행동치료, 화와 분노 조절, 명상, 이완요법, 현실치료와 재발방지훈련 등을 적용한다. ▶일련의 치료법이 갖는 현실적인 한계나 문제는 무엇인가. -보통 3개월 입원치료를 받는데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2∼3회 정도 입·퇴원을 반복하는데, 이는 초보자가 넘어지면서 스키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재발은 많은 경우 치료의 한 과정으로 본다. 또 약물은 치료의지가 강하지 않으면 복용을 기피하게 되고, 통원치료는 음주환경에 노출돼 치료효과가 반감된다. ▶알코올의존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지금의 음주문화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음주에 따른 문제는 관용보다 인격적 결함으로 보고 질책해야 하며,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폭력적인 경우에는 치료명령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진료시스템에 문제는 없나. -치료의 관건은 정신질환과 구분해 치료하는 전문병원의 증설에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알코올의존증 치료가 가능한 전문병원은 단 3곳에 430병상이 전부다. ▶진단이나 치료에 있어 정책상의 문제는. -복지부 관계자들이 이제서야 알코올의존증의 문제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문제의식이 예방과 치료에 모아져야 한다는 점이다. 여성 환자는 늘어나는데, 수용할 치료시설은 거의 없다. 우리 병원의 경우 95%가 보험환자인데, 일반 정신병원의 경우 보험환자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자발적 치료의지를 가진 사람을 지금의 의료 시스템이 수용하지 못한다는 뜻인데, 이런 점에 정부가 관심과 지원을 쏟아야 한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신재정 원장은 ▲조선대의대 및 대학원(박사) ▲한국중독학회 진료심의이사 ▲화순고려병원장 ▲알코올질환 전문 광주다사랑병원장 ▲조선대의대 외래교수 ▲‘응급수첩-다사랑 회복교실’(2001),‘알코올 전문 치료자가 되는 길’(2002),‘알코올 및 약물중독환자를 위한 집단치료’ 등 저서 출간 ▲현 알코올질환 전문 의왕 다사랑병원장
  • [길섶에서] 엄마 유전자/심재억 문화부 차장

    부끄럽게도 불혹에 들어서도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남들 앞에서야 ‘어머니’라고도 했지만 집에서는 어김없이 ‘엄마’라고 불렀고, 어머니는 “다 큰 놈이 엄마, 엄마 하는 것 좀 봐라.”시면서도 그다지 싫어하시지는 않았습니다.“지 놈이 별 수 없지. 뱃속에서부터 입에 익은 말인데….” 노후에 오래 병상에 계셨던 어머니, 나중에는 산소호흡기로 연명을 하셨는데, 서울 산다는 핑계로 구완마저 소홀했던 자식이 뒤늦게 병원을 찾았을 때 어머니는 이미 말을 잃으신 뒤였습니다. 억장이 무너져 찬 손을 잡고 ‘엄마’라고 불렀더니 놀랍게도 어머니는 혼수상태에서도 제가 잡은 손아귀에 꼬옥 힘을 주셨고, 그 때 ‘엄마’라고 불렀던 게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지금도 ‘엄마’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에 바람이 입니다.“원래 중놈은 그리움이란 헛된 망상을 버려야만 함에도 앓는 어머님을 두고 밤마다 이렇듯 가슴이 미어져 오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나 봅니다. 마지막 남은 어머니에 대한 죄를 사하는 길이오니 부디 저를….” 이렇게 고백하고 세속의 어머니 병구완에 나섰다는 벽안스님의 편지글이 새삼 가슴을 훑는 날.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사랑·봉사’ 외길인생 성애의료재단 김윤광 이사장

    ‘사랑·봉사’ 외길인생 성애의료재단 김윤광 이사장

    몽골에서 더 유명한 사람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성공한 의료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주변의 존경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몽골행 비행기를 타는 순간 더욱 달라진다. 몽골의 국빈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성애의료재단 김윤광(84) 이사장이 바로 그다. 김 이사장은 주한 몽골 인천·광명 명예영사와 한·몽 교류협의회 부회장의 직함을 갖고 있다. 몽골 복지재단 ‘사랑의 재단’의 외국인 1호 명예회원이기도 하다. 이같은 직함보다 그의 몽골에 대한 영향력은 엥흐바야르 대통령과 언제든 독대가 가능할 정도라는 점이 잘 말해준다. 이는 김 이사장이 몽골에 선진의술을 전파하고, 몽골에서 치료하기 힘든 환자를 국내로 데려와 치료해주는 등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주한 몽골대사와의 인연이 계기 김 이사장이 몽골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주한 몽골대사와의 개인적인 인연에서 비롯된다. “노태우 정부가 북방외교를 적극 추진할 때인 1990년 페렌레이 우르진 훈데브 주한 몽골 대사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워낙 한국말을 유창하게 해 그 이유를 물었죠. 그랬더니 젊은 시절 평양으로 유학가서 김일성 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더군요.”김일성 대학 졸업생이라는 말에 김 이사장은 “여기서 대학 후배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우르진 대사의 손을 덥석 잡았다. 김 이사장이 바로 김일성 대학의 전신인 평양의학대학 출신이기 때문이다. “학연을 계기로 몽골 지원에 적극 나서게 됐습니다. 몽골에서 치료가 힘든 환자들을 병원으로 초청해 치료를 해줬고, 몽골의 젊은 의사·간호사를 초청해 선진의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지금까지 골수암이나 위암 등에 걸린 불우한 몽골 국민들이나 저명인사 50여명을 무료로 치료해줬다. 나차긴 바가반디 전 몽골 대통령의 부부도 김 이사장에게서 치료를 받았다. 또 남바린 엥흐바야르 현 몽골 대통령 부친의 위암도 말끔히 낫게 해줬다. 의료지원만이 아니다. 그는 몽골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1998년부터 매년 연필과 공책을 지원하는 사업을 해왔다. 지금까지 공책 20만권, 연필 20만자루를 지원했다. 몽골 국민들이 120만명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몽골 초등학생은 그가 지원한 공책과 연필로 공부를 한 셈이다. 지원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10억원대에 달한다. 김 이사장의 헌신적인 지원에 감복한 몽골 정부는 지난해 8월 김 이사장에게 몽골 최고 훈장인 몽골북극성훈장을 수여했다. ●탈북자 출신 의사 채용… 의술 전수 실향민인 탓으로 김 이사장은 탈북자와 6·25전쟁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 평소 탈북자만 보면 먼 길을 떠났다가 돌아온 자식 같다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다. 때문에 김 이사장은 성애병원을 운영하면서도 탈북자들의 진료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성애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탈북자만도 2500여명에 달한다. 특히 탈북자 출신 의사 2명이 이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북한에서 의사면허를 딴 탈북자를 진정으로 돕는 길은 그들이 자신의 의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 운영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고 오직 의술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들을 내가 직접 채용하는 것이라 생각했죠.” 보훈환자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김 이사장도 월남해 6·25전쟁 때 군의관으로 참전했다. 그래서 자유를 위해 싸우다 몸을 다친 보훈환자들을 정성껏 돕고 있다. ●정부 ‘보훈환자 진료전담 계약´ 파기 안타까워 “보훈환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보훈병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자, 정부가 보훈환자를 전담해 치료해줄 의료기관을 찾았습니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이들을 전담하기를 꺼려했죠. 그러나 성애병원은 자청했습니다.” 김 이사장의 자청으로 성애병원은 2001년부터 6000명에 달하는 보훈환자를 전담해 치료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최근 정부가 보훈환자의 진료를 전담토록 하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면서 “보훈환자들이 1차 진료기관을 먼저 거쳐야 종합병원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는 오히려 보훈환자들의 불편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어머니 산소를 반세기가 넘도록 못가본 것이 최대의 한(恨) 김 이사장은 1921년 1월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다섯살 때 그는 부모님의 고향인 평안남도 순천으로 이사를 가 청년기를 보냈다. 외아들이었던 김 이사장을 각별히 아꼈던 모친은 그가 평양제3공립중학교 입학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는 소식을 미처 듣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때 김 이사장의 나이는 13세에 불과했다. “평양의학대학을 졸업하고 6·25전쟁이 터지자 어머니 산소를 뒤로한 채 피란을 갔습니다. 어머니에게는 곧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죠. 그러나 그 뒤로 50년이 넘도록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2년 의료품 지원사업차 평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도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북녘땅에 대한 그리움에서인지 그의 봉사활동도 모두 북쪽과 관련이 있다. 몽골이나 탈북자에 대한 지원 모두가 통일조국에 대한 밑거름이라는 신념에서다. ●오직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 김 이사장의 생활신조는 ‘오직 감사할 뿐입니다.’와 ‘사랑의 실천’이다. 월남한 뒤 1957년 충남 논산에서 병원을 시작한 뒤로 1968년 성애병원 개원,1982년 종합병원 설립,1987년 광명병원을 인수해 지금은 1000여개의 병상을 갖고 있는 굴지의 병원으로 성장시켰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현재 성애병원 원장인 장석일 박사가 김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냈으며, 간호사 1명을 동교동에 상주시켜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의사로서 불우한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불우한 이웃들을 돌봐줄 수 있는 자신의 위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왔다.”고 과거를 되돌아봤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길섶에서] 약 손/우득정 논설위원

    어머니의 손은 ‘약손’이었다. 어린 시절 형제 중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머니는 밤새 우리를 부둥켜 안고 배를 쓰다듬어 주셨다. 배앓이를 하거나 두통을 앓을 때도, 감기에 걸렸을 때도 어머니는 알 듯 모를 듯한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면서 배부터 쓸어주셨다. 안타까움과 따뜻함을 담은 어머니의 손끝은 수면제가 되어 졸음을 부르면서 깨고나면 씻은 듯이 낫곤 했다. 어머니가 병상에 누운 뒤 저녁마다 찾을 때면 배를 쓸어주는 게 일과처럼 됐다. 심한 배앓이를 하는 어머니에게 의사마저 고개를 내두른 상황에서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간병인의 손길이 닿으면 깜짝 놀란 듯이 고통을 호소하다가도 자식의 손길은 신통하게 알아본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장가와 타령이 뒤섞인 흥얼거림을 읊조리면서 배를 쓸다보면 찡그렸던 미간을 펴며 어머니는 잠에 빠져든다. 어느새 나도 약손이 된 것일까. 얼마 전부터 눈빛으로 배에 손을 대지 말라고 한다. 안쓰러워 그동안 말은 못했지만 배를 쓸고나면 구토와 통증이 더 심해진다는 게 간병인의 양심선언이다. 어머니가 그렇게 부탁했단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약손이라도 된 양 뿌듯해 했던 나 자신이 마냥 부끄럽기만 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배용준 ‘장편CF’ 같은 허진호식 ‘사랑 이야기’

    배용준 ‘장편CF’ 같은 허진호식 ‘사랑 이야기’

    영화 ‘외출’(9월8일 개봉, 제작 블루스톰)이 관객의 선택을 받는다면, 십중팔구 욘사마 배용준과 허진호 감독 때문일 게다. 일본 열도를 움켜쥔 한류 스타의 순애보적 이미지와, 예술 영화 분야에서 우뚝선 감독 특유의 섬세한 멜로적 감성의 앙상블은 분명 가슴설레며 기대할 만한 시너지 효과다. 지난 23일 열린 시사회에서 아시아 각국 400여명 등 700여명의 취재진이 몰린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하지만 잔치는 소문날 대로 났지만, 먹을 것은 별로 없어 보였다. 허진호 감독의 연출적 개성은 욘사마라는 이미지의 ‘완고함’에 부딪혀 스크린 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손예진의 연기 역시 배용준의 기세에 밀려 방해를 받았다. 다만 전작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감독 특유의 ‘사랑 작법’과 ‘여백의 미’는 이 영화가 가진 최소한의 미덕이다. 남편과 아내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 온 두 남녀 인수와 서영. 그들은 서로의 배우자가 불륜이라는 것에 절망하고 분노하면서도 상상치 못했던 또 다른 불륜의 극한 상황 속으로 빠져든다. 처음에 나누던 동병상련이 성숙한 사랑으로 변해가면서 방황하지만, 둘은 그제서야 배우자들을 이해하고 용서하게 된다.‘사진’(8월의 크리스마스)과 ‘소리’(봄날은 간다)라는 매개를 통해 사랑을 얘기해 온 ‘허진호식 멜로’는 이번엔 ‘불륜’을 통해 진화한다. 차이라면 전작들에서와 달리 일상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시간을 두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랑이 아니라 극단의 상황에서 출발하는 매우 급박하고도 불안한 사랑이다. 이 때문에 영화는 사랑의 결말에 대한 가치 판단을 남겨뒀다. 일본 개봉 제목 ‘4월의 눈(April Snow)’처럼 4월에 내리는 눈을 통해 다시 두 사람의 사랑 감정이 달궈지는 마지막 장면을 내밀며 영화속 사랑의 결말에 대한 관객의 개입을 요구한다. 영화는 특히 인수와 서영의 오가는 감정선을 흠집내지 않기 위해 미세한 표정 연기와 절제된 대사로 주인공들의 내면 심리와 감정선을 따라간다. 이 때문에 영화속에는 인수-서영 사이에 다른 인간관계가 끼어들 틈이 없다. 카메라에는 두 사람만이 클로즈업되고, 이외에 모든 것들은 그저 배경일 뿐이다. 한국 관객들은 이 영화가 철저하게 일본 여성팬들의 눈높이에 맞춰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인수와 서영의 베드신에서 필요 이상으로 보여주는 배용준의 배근육은 둘째치고라도, 영화 내내 스크린을 가득 메운 배용준의 모습은 마치 ‘겨울연가’속 준상이를 다시 보는 듯하다. 이 때문에 관객과 영화속 주인공 인수 캐릭터 사이에는 온전한 공명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 배용준의 연기력이 아쉬운 순간이다. 시사회 후 객석에서 나온 “욘사마 캐릭터 상품을 광고하는 장편 CF를 보고 나온 것 같다.”는 반응은 영화의 강점(일본팬)이자 한계로 비쳐진다.18세 이상 관람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DJ 12일만에 퇴원 ‘불편한 심기’ 치유됐나

    DJ 12일만에 퇴원 ‘불편한 심기’ 치유됐나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21일 퇴원했다. 폐렴으로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지 열하루 만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퇴원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걱정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친지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건강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밝혔다. ‘국민의 정부 때 안기부 도청’ 발표로 촉발된 DJ와 참여정부의 갈등설과 관련,“DJ의 오해가 해소됐느냐.”는 질문에 최경환 비서관은 “어려운 질문”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당분간 동교동 사저에서 요양을 취하면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소견”이라고 말했다. DJ는 입원 기간에 열린우리당 문희장 의장은 물론 민주당 한화갑 대표, 이낙연 의원 등의 면회도 사절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배기선 총장의 병문안은 허용했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간접 대화’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날 김원기 국회의장 역시 병문안을 했다. 이해찬 총리와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 등도 다녀갔으니 현 정권 최고위급 인사들이 모두 병문안을 간 셈이다. 앞서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한 북한 대표단의 병문안도 이뤄졌다. 이를 놓고 DJ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병상정치’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DJ의 정면 반발은 여권에 등돌린 호남 민심을 더욱 험하게 만들었다. 열린우리당은 물론 노 대통령까지 DJ를 달래는 데 나섰다. 퇴임 후 꺼진 듯했던 ‘DJ의 파워’가 다시 살아난 셈이다. 하지만 이틀 전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에서는 ‘DJ 시절 휴대전화 감청장비 사용 신청 내역과 유선전화 감청장비 2세트’ 등이 발견됐다. 향후 검찰의 수순이 그의 위상 변화에 어떻게 작용될지 주목된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인간시대] ‘시인 공무원’ 서울 송파구청 이규종씨

    [인간시대] ‘시인 공무원’ 서울 송파구청 이규종씨

    ‘…꽃송이마다 하얗게 흔들리며 퍼가나는 은은한 바람소리. 죽사리 일만 해오다 먼길을 떠난 내사랑이 운다. 피자마자 꽃대가 잘려진 국화꽃들이 운다.’(‘국화꽃들이 운다’ 中) ‘왕십리 역에서 버스를 타려는데 어느 노파가 배가 고프다며 손을 벌리기에 버스비까지 털어주고 서대문 사거리까지’(‘루게릭병과 싸우는 별을 위하여’ 中) 상실감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정서다.‘이란성 쌍둥이’인 사랑과 함께 예술의 오래된 소재이다. 특히 가족을 잃은 슬픔은 세대의 간극을 뛰어넘는다.‘생사의 길은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로 시작되는 향가 ‘제망매가’가 천년의 시간을 넘어 가슴에 와 닿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근 한 공무원이 형의 죽음을 추모하며 시집을 냈다.‘서울 하늘은 별빛을 기다린다’라는 이름의 시집 안에 형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슬픔을 오롯이 새겨 놓았다. 서울 송파구청 세무2과 이규종(47·세무 7급)씨가 애달픈 사형가(思兄歌)의 주인공이다. ●필명 ‘이훈강´으로 더 잘 알려져 이씨는 문단 데뷔 3년차의 시인 공무원이다.2003년 ‘월간 한국시’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2002년 11월에는 1집 시집 ‘사랑보다 더 먼 곳에 있는 아픔’을 냈다. 이씨는 필명 ‘이훈강(李暈江)’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햇빛을 머금은 강물’이라는 뜻이다.3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인터넷 포털 다음 카페 ‘시인의 나라 이훈강 시인과의 만남’(cafe.daum.net/narakang)의 운영자로 온라인 상에서는 이미 인기 작가다.1집은 별다른 광고도 없이 회원들과 팬들의 입소문만으로도 2만여권 가까이 팔렸다. 지난달 발간된 2집 ‘서울 하늘은’은 지난해 11월 발병 7개월 만에 루게릭병으로 작고한 친형 이선종(48)씨를 떠나 보낸 슬픔과 그리움을 담았다. ●“2집은 형님의 마지막 선물” 이씨의 형님은 공사를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주위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는 ‘시인의 삶’을 살았다. ‘왕십리 역에서 버스를 타려는데 어느 노파가 배가 고프다며 손을 벌리기에 버스비까지 털어주고 서대문 사거리까지’(‘루게릭병과 싸우는 별을 위하여’ 中) 걸어올 정도였다. 그의 형이 루게릭병을 앓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이씨는 2집 출판일까지 미뤄 가면서 형의 병상을 지켰다. 하지만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었다. 사람의 정성으로 불치병을 뛰어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결국 가을 바람에 형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냈다. 이씨는 “원래 불우이웃 돕기에 쓰려던 두번째 시집의 수익금은 조카를 위해 쓰기로 했다.”면서 “이번 시집은 외롭고 지친 이들의 벗이었던 형님이 내게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이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의 ‘객관적’인 삶은 문학과는 거리가 멀다. 체계적으로 문학 수업을 받은 것도 아니다.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대기업을 전전하다가 공직에 들어와 경기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그는 고교 시절 소설 습작을 시작한 ‘문학청년’이었다. 고 3때 대학 영문과 진학에 실패해 중도 포기했지만 오래지 않아 문학에 대한 갈망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고개를 쳐들었다. “서른 후반까지 숫자만 보고 사니까 인생에 대한 허전함이 밀려왔습니다. 함몰되는 내 삶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시를 쓰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다행히 퇴근 뒤 시간을 낼 수 있는 공무원이라 집에 오면 줄곧 시에만 매달렸지요.” ●한국시의 대중화를 향해… 한번 봇물이 터진 그의 시상(詩想)은 막힐 줄 몰랐다. 어느새 1000여편이나 쌓였다. 그의 시는 일반인은 물론 평론가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품위와 의식을 갖췄으면서도 난해하지 않고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시어를 써 온 덕분이었다. 이씨는 이번 달 말부터 동국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 과정에 다닌다. ‘한국시의 대중화’라는 그의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이씨는 “유행가 노랫말같이 일반인들이 쉽게 외울 수 있는 시를 쓰는 게 희망”이라면서 “외롭고 고단한 이들을 위해 내 시가 작은 위안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밝게 웃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韓·日 축구대표팀 감독 엇갈린 운명

    ‘동병상련에서 엇갈린 운명으로’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전 참패로 조 본프레레(59)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경질론이 또다시 불거진 가운데 코임브라 지코(52) 일본대표팀 감독과의 비교론도 도마에 올랐다. 두 감독의 공통점은 별로 없다. 나이는 둘째 치고 한 사람은 유럽에서, 또 한 사람은 남미에서 잔뼈가 굵었다. 본프레레의 보잘것없는 선수 경력에 견줘 지코는 한때 ‘하얀 펠레’라고 불릴 만큼 브라질의 축구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본프레레가 지난 1991년 벨기에의 클럽팀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 나이지리아와 중동을 거치며 아시아축구와 인연을 맺지 못한 반면 지코는 그 1년전 선수생활을 시작으로 일본에 발을 들인 뒤 93년 J-리그 출범 전후로 프로 감독을 맡으며 일본프로축구의 ‘대부’로까지 불렸다. 공통점이 있다면 사령탑 취임 이후 부진한 성적과 자질론에 휘말리며 ‘동병상련’을 겪었다는 사실 정도. 본프레레 감독이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원정경기에서 0-2로 패하는 등 전술 부재를 드러내며 경질론에 시달리는 사이 지코 감독도 같은 달 이란과의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한 데 이어 5월 기린컵에서 연패를 당하며 극에 달한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달초 동아시아축구연맹선수권을 계기로 엇갈리기 시작한 둘의 운명은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통해 분명하게 갈라졌다. 동아시아대회에서 본프레레 감독은 ‘안방 꼴찌’로 망신당한 데 이어 17일 사우디와의 리턴매치에서도 0-1로 패해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을 거듭했다. 여론은 그에게 독일월드컵 본선을 맡길 수 없다는 쪽으로 이미 기울었다. 축구협회도 오는 23일 기술위원회를 소집, 감독 경질 여부를 포함해 한국축구 전력 향상을 위한 총체적인 마스터플랜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아시아대회 직후 ‘팬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하겠지만 감독 경질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한 기존 입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 ‘젊은 피’를 앞세워 동아시아선수권에서 2위의 성적표를 받아든 뒤 지난 17일 안방에서 이란에 2-1로 설욕하며 조1위 독일행 티켓을 탈환한 지코 감독은 어느새 일본 축구의 영웅 자리를 되찾았다. 팬들 사이에서는 ‘지코 재팬’이라는 구호가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갈라진 라이벌 양국 감독의 운명. 독일에서 둘이 만날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불법도청 파문] DJ 입원 시위 … 도청정국 새국면

    TEXT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안기부의 도청 파문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DJ의 입원은 도청정국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최근 국정원이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도청이 있어 왔다고 발표한 이후 DJ측은 여권과 첨예한 기싸움을 벌여오고 있는 상황이었다.DJ측은 국정원 발표 이후 도청사건을 국민의 정부에 뒤집어 씌우고 있다며 강력 반발해 왔던 터다.노무현 대통령이 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나에 대한 모욕”이라고 밝히자 “모독은 국민의 정부가 당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 DJ 측근은 “마음의 병이 몸으로 옮겨진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어 “평생을 인권과 평화를 위해 살아 왔다고 자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노벨평화상까지 탄 김 전 대통령이 도청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전락하는 상황을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한 인사는 “도청정국으로 며칠 전부터 식사를 못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해 DJ가 그동안 노벨상 로비설 등이 일부 언론에 여과없이 거론되면서 마음고생이 극심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그동안 사태를 누그러트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여권은 DJ의 입원으로 사태가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본말이 전도된 답답한 현실도 김 전 대통령의 건강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당은 가해자와 뒤바뀐 현실을 바로잡아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이 쾌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희상 의장과 배기선 사무총장은 즉각 대책모임을 가졌으며, 배 총장이 곧바로 DJ가 입원중인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문병을 갔다. 문 의장은 쾌유를 비는 난을 보냈다. 민주당측에서도 신낙균 수석부대표, 이낙연 원내대표, 유종필 대변인 등이 다녀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DJ의 입원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 과거 국민의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문병을 올 것으로 보여 DJ의 진의와는 관계없이 ‘병상 정치’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DJ측은 “김 전 대통령은 이미 현실정치를 떠난 분”이라며 “병상정치는 가당치 않다.”고 일축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시립병원 업그레이드

    시립병원 업그레이드

    민간 병원에 비해 뒤떨어진 서비스로 외면을 받아오던 서울 시립병원들이 환골탈태하고 있다. 저마다 전문화·시설확충·진료과목 확대 등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북·은평·동부병원은 새 단장 마쳐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립병원은 아동·은평·서북·동부·보라매병원과 서울의료원 등 모두 6곳이다. 이 가운데 서북·은평·동부병원은 이미 리모델링 및 재건축 등을 마쳤고 다른 병원들은 신축·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리모델링을 마친 서대문병원은 최근 서북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폐결핵 전문치료시설과 함께 290병상 규모의 노인·치매전문 치료시설도 함께 갖췄다. 내과·소아과·재활의학과 등 일반 진료과목 14개도 새로 개설했다. 지난 1947년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병원으로 문을 연 은평병원도 지난 2001년 건물 재건축을 끝냈다. 정신과 진료과목은 중독정신과·소아-청소년정신과·노인정신과·재활정신과 등으로 보다 세분화했다. 치과·신경과·방사선과 등 일반 진료과목도 함께 보강했다. 방학기간에는 주의력이 부족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집중력 훈련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행려환자·노숙자 등 의료 소외계층을 주로 돌보던 동부병원도 진료과목을 산부인과·안과 등으로 넓혔다. 일반인과 환자 등을 위해 매달 무료 영화상영회도 진행한다. ●아동병원·서울의료원은 신축 또는 이전 아동병원은 2007년 말까지 지상 6층 규모의 새 병원건물을 신축한다. 자폐아·행동발달장애아 등을 위한 주간치료센터도 크게 늘려 저소득층 어린이 뿐만 아니라 일반가정 어린이도 더 많이 수용할 계획이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서울의료원은 오는 2009년까지 중랑구 신내동으로 옮겨갈 계획이다. 수준급 종합병원이 부족한 강북지역에서 서민 및 중산층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시 관계자는 “시립병원이 저소득층이나 서민을 위한 공공의료를 담당하면서도 운영면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라매병원은 2007년까지 새병동 신축 시립병원 가운데 공공성과 운영효율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보라매병원은 오는 2007년까지 새 병동을 짓는다. 현재 병동 뒤편에 지상 8층 규모의 새 병동이 지어지면 현재 500개의 병상이 900여개로 늘어 명실공히 대형병원의 외형을 갖추게 된다. 현재 병원이 운영하는 소화기병, 라식·백내장, 유방암, 통증전문센터 등 4곳의 전문센터 역시 보다 전문화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오는 15일 성동구 홍익동에 시립 장애인치과병원을 개원한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20평 규모이며 운영은 서울시 치과의사회가 맡는다. 현재 전화를 통해 진료예약접수를 받고 있다.(02)2282-0012. 내년에는 중증치매나 뇌졸중 등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노인요양진료센터가 중랑구 망우동에 문을 연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몸커진 병원 서비스 허약

    “병원이 커진 만큼 이동거리도 길어졌어요. 아픈 몸을 이끌고 치료실까지 가기가 참 힘드네요.” 4개월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김모(62)씨는 하루 한번씩 휠체어를 타고 옆에 있는 재활병동에 가야 한다. 지난 5월 새로 연 본관으로 옮겨 시설은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아픈 몸으로 매일 15분이나 걸려 병동을 옮기는 일이 쉽지 않다. 김씨는 “본관에도 재활치료실이 있지만 의사선생님이 부족해 재활병동으로 간다.”면서 “너무 번거롭지만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지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부속병원은 올 초부터 병상규모 확장과 자료 전산화를 추진하면서 새 업무표준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에게 현재 업무를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입력하게 하고 있다. 간호사 이모씨는 “급한 환자의 상태를 보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울 때조차도 이를 기록하지 않으면 업무소홀로 간주한다.”면서 “환자 돌보기도 바쁜데 잡무가 더 늘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대형화·첨단화를 앞세운 병원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새로 바뀐 시설과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아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개선을 위한 일종의 성장통인 셈이지만 환자와 의료진들이 느끼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원들이 시설확충에만 신경쓸 뿐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병원선택 정보제공 등에는 여전히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병상 늘리기 경쟁보다는 비영리 복지기관으로서의 기본자세부터 가다듬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3000병상 수준 매머드 병원 등장… 차별화 표방 병원의 대형화 추세는 최근 1∼2년 사이 두드러진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5월4일 기존 1800병상에 더해 1004병상 규모의 지하 3층, 지상 21층짜리 병동을 개원했다.1278병상의 삼성서울병원도 700병상 규모 암센터를 신축 중이다.2139병상을 갖추고 있는 아산병원도 2008년 600병상 규모의 신관을 연다. 또 강남성모병원에는 암센터, 조혈모이식센터, 심혈관센터 등으로 구성되는 1200병상 규모의 전문센터가 들어서고 경희대 의료원은 내년 초 강동구 상일동에 830병상 규모의 동서신의학병원을 개원한다. 차별화에도 공을 들여 지난 1일 870병상 규모로 개원한 건국대 의료원은 3일 이내 단기입원 환자를 위한 전문병동을 따로 마련,24시간 직원을 배치하고 있다.●병상 수는 공개, 수술성공률은 비공개 하지만 선진화된 대형병원으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만만치 않다. 국내 최초의 `유비쿼터스 병원’을 표방했던 세브란스 병원은 ‘의료 스마트카드’를 도입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카드 한 장으로 주차에서 진료·검사·수납까지 모든 것을 가능케 하겠다고 선전했지만 시스템 구축이 더뎌, 아직 진료예약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환자들은 스마트카드를 진료보다 교통카드로 더 많이 쓰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병원들이 일부 지역에 편중되면서 의료서비스의 지역별·계층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강남지역에 있는 병원 관계자는 “소득 등 지역구민의 경제적인 여건이 병원을 찾는 횟수 등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강남지역 병원에 대해서는 환자들의 기대치도 크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귀띔했다. 병원들이 수술 성공률이나 재발률, 신생아 사망률 등 의료서비스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치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규모 확장이나 첨단기기 도입 등에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상 의료진의 성과를 홍보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수술 성공률 공개등은 환자의 알 권리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환자의 정보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한양대 사회복지학과 이희선 교수는 “병원의 대형화는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고급화시키는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윤의 극대화만 생각해 한꺼번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서는 안되고 병원에 따라 상황에 맞게 부서별·단계별로 차근차근 규모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내년 ‘프리랜서 의사’ 생긴다

    내년부터 의사·치과의사가 자신이 속한 의료기관 외에도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할 수 있는 의사 프리랜서제가 도입된다. 외국인 의사도 국내에서 자국민을 상대로 한 진료가 허용된다. 정부는 2일 서비스산업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의사 프리랜서제가 되입되면 서울의 유명 의사가 지방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방 의료기관에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뿐만 아니라 중소 병원의 구인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대학병원 의사가 동네 의원에서 진료하는 것은 금지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또 외국인이 국내병원에 소속돼 국내 거주 자국민을 진료하는 것을 허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외국인 밀집지역 등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추이를 봐가며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내국인 의료행위는 계속 금지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병상 규모 등에 따라 의원과 병원, 종합병원, 종합전문요양기관(대학병원) 등 4단계의 현행 의료기관 종별구분을 의원과 병원, 종합전문병원의 3단계로 축소하기로 했다.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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