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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나미도 뺏지 못한 섬 ‘몰디브’

    쓰나미도 뺏지 못한 섬 ‘몰디브’

    신들의 사죄일까. 쓰나미(지진해일) 이후 신은 몰디브와 태국 푸껫에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바다를 선사했다. 바다는 쓰나미가 물길을 뒤집어 원시의 물빛으로 돌아갔고, 하늘은 유난히 높고 맑아졌다. 비가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던가. 안전한 휴양지로 거듭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러나 쓰나미의 상처는 치유됐지만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여전히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가장 필요한 것은 동정이나 구호물품이 아니라 예전과 같이 여행을 와주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었던 자연 재해를 딛고 일어선 몰디브와 푸껫. 이제 쓰나미 걱정은 접어도 좋다. 더욱 안전하고 아름다운 휴양지로 재탄생한 그곳으로 떠나보자. 몰디브, 노는 ‘물’이 다르다. 하늘빛을 그대로 닮은 에메랄드빛 바다. 몰디브는 지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바다를 품고 있다. 인도양에 점점이 뿌려놓은 듯한 산호섬과 하늘 빛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바다.87개의 섬에 하나씩 만들어진 87개의 아름다운 리조트. 사람들이 가까운 휴양지를 두고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먼 인도양의 궁벽한 섬 몰디브를 찾는 이유다. 지난해 말 쓰나미 피해로 섬 전체가 사라졌다는 오보가 나와 해프닝을 빚기도 했지만 몰디브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아니 오히려 바닷물이 정화돼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1190여개의 섬이 끝없이 펼쳐진 산호섬에서 남다른 최상의 휴식을 꿈꾸고 있다면 주저없이 몰디브로 떠나라. 간섭받지 않는 자유. 신이 인간에게 준 최대의 선물인 몰디브에서 지상 최고의 휴식을 만나 보자. ●별빛을 따라 하늘빛 바다로 제까짓 것이 예뻐 봐야 바닷물일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자 오만이다. 몰디브에 가면 바닷물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라는 감탄이 저절로 쏟아진다. 밤 10시. 몰디브의 관문인 말레공항에 내릴 때만 해도 나는 오만에 빠져 있었다. 서울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11시간만에 도착한 몰디브. 만만찮은 비행에 지쳐 빨리 그냥 리조트에서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실했다. 모든 게 귀찮을 뿐이었다. 그러나 말레 본섬에서 전통배 ‘도니’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랑칸피놀루 섬의 파라다이스 리조트(www.villahotels.com)로 향하는 바닷길. 별빛이 비치는 바다가 예사롭지 않다. 도니에서 바라본 하늘은 우주에 떠있는 조그만 별들까지 모두 헤아릴 수 있을 만큼 투명했고, 별빛을 담은 바다는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였다. 그것도 서막에 불과했다. 리조트에서 잠을 깨운 것은 강렬한 태양 빛이 아니라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물 빛이었다. 방문을 열고 나가자 초록색 잉크를 뿌려놓은 바닷물은 마치 천상의 세계에 온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고운 밀가루를 잘 다져놓은 듯한 백사장 위로 찰랑대는 바닷물은 ‘신의 선물’이라는 찬사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는 느낌이다. 바다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바닥을 드러내 보이며 깊이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맑았다. 인간의 손때를 타지 않은 순수 자연의 극치. 우리보다 멀리 사는 서양인들이 불평 한마디 없이 이 곳을 찾는 이유는 그만한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각박한 도시에서 일상에 찌든 나는 몰디브에서 지상 최고의 휴식을 맞이했다. ●산호를 품은 에메랄드빛 바다 하늘에서 바라본 몰디브는 더욱 아름다웠다. 말레 본섬에서 카누후라 섬의 선 아일랜드 리조트(www.sun-island.com)로 향하는 수상 경비행기(www.tna.com.mv) 안에서 본 섬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선 아일랜드 리조트는 국내 허니무너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섬으로 말레 본섬에서 수상 경비행기로 30분 거리에 있다. 몰디브는 산호초로 에워싸인 1000여개의 섬이 있어 비행기에서 보면 산호의 군락이 마치 점점이 바다위에 떠 있는 것 같다. 그 산호초 안쪽 바다와 바깥쪽 깊고 푸른 인도양 물색이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리조트에 도착해 공항입국 서류와 같이 까다로운 호텔 체크인 서류를 작성한 뒤 수상 방갈로에 짐을 풀었다. 드디어 천상에서의 휴식이 시작됐다. 특급 호텔급 시설의 수상 방갈로의 베란다를 나오면 바로 수십만평의 산호 수영장. 방갈로에서 수심 1∼2m 정도의 얕은 산호섬 위 바다를 3∼5㎞ 이상 걸어 나가야 인도양 푸른 바다와 직접 맞닿는다. 산호섬 위의 얕고 푸른 바다는 리조트들의 천연 풀장인 셈이다. 이 때문에 바다위에 지어진 방갈로에서 바로 내려가 수영과 스노클링, 카누, 스킨스쿠버 등 갖가지 해양 스포츠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날씨가 더워 자전거를 빌려(1일 3달러) 이용하면 좋다. 카누와 스노클링 장비대여는 10달러선.< ●천상에서의 달콤한 휴식 몰디브는 휴식 그 자체다. 다른 휴양지와 달리 가이드의 강요나 선택 관광이 없다. 정해진 시간에 알아서 식사를 하고 자유롭게 휴식과 해양스포츠를 즐기면 된다.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방갈로에서 한껏 게으름을 피우며 늦잠을 자거나, 야자수 그늘 아래 누워 책을 읽어도 방해하는 이가 없다. 강렬한 태양에 몸을 구릿빛으로 태워도 좋다. 지루하면 스노클링을 해보자. 특별한 강습이 필요없이 장비를 빌려 물속에 들어가 산호초 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를 감상하면 된다. 바다속에 산호가 많아 아쿠아슈즈를 신어야 다치지 않는다. 특히 저녁에 바다로 나가 낚시를 즐기는 ‘선셋 피싱’(일몰 낚시)은 여행의 재미를 더해 준다. 소위 물반 고기반. 낚싯배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30㎝ 이상의 각종 고기들이 잡힌다. 초보자도 1시간 정도 낚시를 하면 3마리 이상을 충분히 잡는다. 고기를 잡을 때마다 친절한 압둘라 선장이 ‘잡았다.’,‘엄청 크다.’ 등 서툰 한국말로 익살스럽게 외친다. 잡은 고기는 리조트로 가져가 회를 쳐서 저녁상에 내놓는다. ●원주민의 삶속으로 리조트에서 도니를 타고 10분쯤 가면 펜푸시라는 섬에 원주민 마을이 있다. 인구 700여명에 불과한 작은 섬으로 원주민의 전통가옥 등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다. 이슬람 사원에 있는 300여년 된 묘지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묘지의 비석이 둥그런 것은 여자, 뾰족한 것은 남자이며, 나이와 부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 이 곳의 학교는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수업을 진행하며,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8학년까지 이곳에서 배우며 10학년까지는 말레 시내나 이웃나라 스리랑카로 유학가야 한다. 기념품 가게도 3∼4곳 있는데 전통 의상과 각종 물고기 모형 등이 있어 들러볼 만하다. 뻔한 기념품이 싫다면 차를 구입하면 좋다. 이 곳은 인근 스리랑카에서 수입한 실론티(홍차)부터 체리차, 라스베리차 등 다양하며 가격은 3∼5달러 수준으로 저렴하다. 몰디브를 떠나기 전 3∼4시간을 내면 말레 시내를 둘러볼 수 있다. 공항섬인 훌룰레섬에서 말레 시내까지는 도니를 타고 15분 걸린다. 시내가 크지 않으며 걸어서 40분이면 돌 수 있다. 시내가 좁아 택시비는 어디를 가나 무조건 2달러다. 볼거리는 몰디브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이슬람사원)인 ‘후쿠루 미스키’로 산호석을 사용해 만들었다. 수산시장과 재래시장도 가볼 만하다. 한국에서 수십만원 이상 하는 다랑어 1마리가 이 곳에서는 단돈 30달러이며, 각종 고기들이 시장에서 거래된다. 수산시장 옆 재래시장은 바나나와 망고, 커리 등 살 것도 많다. 그렇게 3박4일의 짧은 몰디브 여행은 눈깜짝할 새 지나갔다. 아쉬움도 많지만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원없이 쉬고 즐긴 여행이었다. 말레공항을 떠나는 날. 몰디브는 나의 아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점점 멀어져만 갔다.‘굿바이 파라다이스!’ ■ 미리 알고 떠나세요 몰디브 공화국은 인구 27만명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언어는 인도-아랍어군에 속하는 디베히어이지만 영어가 통용된다. 스리랑카의 서남쪽으로 675㎞ 떨어진 곳으로 1196개의 섬 26개 군도로 이뤄져 있다. 국내에서는 가고 싶은 허니문 명소 1위로 선정되기도 한 곳. 이슬람 국가인 몰디브는 휴대품 반입에 제한이 많다. 다른 나라에서 반입이 금지된 물품외에도 술과 포르노그래피, 애완견 등은 반입할 수 없다. 이슬람에 반하는 종교물품도 금지된다. 그러나 리조트에서는 술을 마음대로 구입해 마실 수 있다. 몰디브로 가는 길은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를 경유해야 한다. 싱가포르까지 6시간30분, 다시 몰디브까지 4시간이 소요된다. 갈아타는 시간을 고려하면 15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4시간 늦다. 한국이 오전 9시면, 몰디브는 오전 5시다.기후는 적도상에 있어 29∼31도로 더우며 연중 기온변화가 거의 없다. 습도가 높은 편이며 바람은 잔잔한 편이다.화폐는 몰디브루피아(1달러=12루피아)가 있지만 달러가 통용된다. 여행에 있어 아쿠아 슈즈와 대형 튜브, 물안경, 선크림, 챙이 넓은 모자 등 바캉스 용품을 챙기면 요긴하다. 여행상품은 마이리조트(www.myresort.co.kr)에서 허니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선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묵는 5박6일 상품이 184만원으로 스파마사지와 과일바구니, 샴페인이 무료로 제공된다.(02)595-1104. 몰디브·푸껫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儒林(280)-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80)-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그러나 이퇴계가 이처럼 병약했다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시적 운치와 풍유를 즐겼던 풍월객(風月客)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매화를 사랑하여 평생 동안 107수에 달하는 매화시를 지었고,91수의 매화시를 집대성한 ‘매화시첩(梅花詩帖)’이란 시집까지 낸 퇴계라면 매화보다 맑고 매화보다 향기로운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무심하였을 리는 없을 것이다. 한양에서 벼슬살이를 하면서도 고향의 봄날 그 화려한 꽃동산을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보면서 시정을 노래한 감춘(感春)이란 시를 보면 이퇴계가 뛰어난 성리학자이면서도 빼어난 시인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섬돌엔 여린 풀이 돋아나고 향기로운 동산에는 꽃나무들 흩어 있네. 비 내리자 살구꽃 드물고, 밤들자 복사꽃 활짝 피었어라. 붉은 앵두꽃은 향기로운 눈이 되어 나부끼고 하얀 오얏 꽃은 은빛바다가 들끓는 듯.” 상상만으로도 이처럼 화려한 고향의 봄을 느낄 수 있는 이퇴계가 어찌 꽃보다도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감흥을 느끼지 않았으리요. 특히 말년에 도산서당에서 지은 매화를 노래한 다음과 같은 시를 보면 이퇴계가 얼마나 뛰어난 시적감수성을 지니고 있었던가를 깨닫게 한다. “뜨락을 거닐자니 달이 사람을 따라오고 매화꽃 언저리를 몇 차례나 돌았던고 밤 깊도록 오래앉아 일어나기를 잊었더니 옷깃에 향내 머물고 그림자는 몸에 가득해라.” 이처럼 빼어난 시적감수성을 갖고 있던 이퇴계가 과연 여인에 대해서 무심하고 여인의 향기에 대해서도 근엄하였을까. ―아마도 나는 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아닐 것이다. 이퇴계는 이 단양에서 군수로 재임하고 있을 무렵 두향이라고 불리던 아름다운 기생과 진실된 인연을 맺었을 것이다. 시인 조남두가 노래하였던 것처럼 두향이가 부르는 옥가락의 노래 소리가 감돌아 휘감기며 이퇴계는 한바탕의 춘사(春思)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얕은 언덕 위에 세웠던 역사였으므로 탁트인 산야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은 여전히 매서웠다. 역사광장에는 단양팔경 중에 제1경이라고 할 수 있는 도담삼봉(嶋潭三峰)을 본 따 만든 모형수석이 전시되어 있었다. 도담삼봉은 특히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鄭道傳)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명소인데, 이곳! 단양출신인 정도전은 젊은 시절 이곳 도담삼봉에서 자연과 벗 삼아 학문을 익혔으므로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고까지 지었던 뛰어난 성리학자였던 것이다. 이름 그대로 세 가지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담삼봉. 가장 높은 봉오리는 가운데 있는 중봉으로 높이는 6m가량인데, 이곳의 군수로 온 이퇴계가 이 절경을 보고 시를 짓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도담삼봉을 보며 이퇴계는 다음과 같이 노래를 짓는다. “산은 단풍으로 물들고 강은 모래벌로 빛나는데 삼봉은 석양을 이끌며 저녁노을을 드리우네. 신선은 배를 대고 길게 뻗은 푸른 절벽에 올라 별빛 달빛으로 너울대는 금빛 물결 보러 기다리네.” 도담삼봉의 모형수석을 보며 이퇴계의 옛 시를 떠올린 순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퇴계와 명기 두향과의 상사는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이퇴계는 홀로 도담삼봉에 올라 별빛달빛으로 너울대는 금빛 물결을 본 것이 아니라 두향이와 함께 배를 대고 푸른 절벽에 올라서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달뜨기를 기다린 것이다.
  • [빌딩 X파일]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 X파일] 역삼동 스타타워

    사랑하는 연인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달라며 조르면 반포대교를 통해 강북에서 강남쪽으로 넘어가는 버스에 올라보자. 그리고 멀리 빌딩 숲 가운데 커다란 별 하나가 깜빡거리는 것을 가리키며 사랑을 속삭여보자. 저녁이 되면 강남권에서 대형 네온 별빛이 반짝거리는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서울의 ‘스타’급 빌딩 중 하나인 스타타워다. 원래는 1995년 현대산업개발이 ‘아이타워(I-Tower)’라는 이름으로 지었지만 자금난 등을 이유로 2001년 미국의 사모펀드인 론스타(Lone Star)에 넘기면서 지금의 이름이 됐다. 매각대금은 6600억원으로 단일 자산매각으로는 최고액을 기록했다. 최근 론스타는 이 빌딩을 매각한다고 밝혔는데 매각 예상금액은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 8층, 지상 43층에 대지면적 1만 3134㎡, 연건축면적 21만 3510㎡로 국내에서 가장 넓다. 기둥이 없게 설계돼 사무실 공간활용이 자유롭고 리히터 6∼7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에너지와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통합관리시스템과 화상회의시스템, 음성전자교환시스템 등 빌딩자동화시스템을 갖춘 인텔리전트 빌딩이다. 임대료가 서울시내 빌딩 중 최고수준이지만 국내외 유명기업들이 입주를 원하는 빌딩 중 하나다.BAT코리아,ING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삼정KPMG, 다임러크라이슬러,CJ엔터테인먼트 등 국내외 유명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검색서비스 네이버로 유명한 NHN, 엡손 등 국내외 IT업체들도 이 빌딩에 많이 모여 있다.38층에는 서울대병원 강남건강검진센터가 위치해 있는데 300만원을 넘는 프리미엄 건강진단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30층은 패션쇼나 신제품 발표회 등이 자주 열린다. 지하 1·2층의 아케이드몰은 지하철 2호선 역삼역과 연결돼 있다. 정작 스타타워에서 만난 사람들은 건물에 대해 크고작은 불만을 터뜨렸다. 회사원 김모(25·여)씨는 “출퇴근 때는 사람이 많아 엘리베이터를 10여분 이상 기다릴 때도 많고 환기가 잘 안돼 피부질환에 쉽게 걸린다.”고 불평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서울광장 이번엔 패션쇼장 변신

    깊어가는 가을밤 시청앞에서 이탈리아 패션쇼가 펼쳐진다. 서울시는 30일 밤 7시 서울광장에서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서울패션디자인센터 등과 공동으로 야외패션쇼 ‘이탈리아 패션의 진수-별빛 아래서의 서울’을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의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안젤로 마라니, 라우라 비아조티, 베르사체, 잔프란코 페레, 마리엘라 부라니, 로베르타 디 카메리노, 엔리코 코베리, 에레우노, 알비에로 마르티니, 가에타노 나바라, 비니초 파자로 등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번 패션쇼는 로마·밀라노 등지에서 활동하는 최고 수준의 이탈리아 스태프가 방한해 무대를 꾸미며, 소개되는 작품 100여점 역시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해 온 것들이다. 주로 올겨울 유행 트렌드와 내년 봄·여름을 겨냥한 작품들이다. 프란체스코 라우시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이탈리아 문화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패션을 서울시민들에게 소개하는 영예로운 기회”라며 “로마 스페인광장에서 열리는 ‘별빛 아래서의 로마’라는 패션쇼를 서울에 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대행사로 이탈리아 가수 알렉산드라의 공연도 준비되며, 서울광장에 나오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4)영광 법성포굴비에 관한 명상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4)영광 법성포굴비에 관한 명상

    허다한 생선을 두고 하필 굴비를 담은 상자가 ‘범죄형 뇌물상자’로 회자되는 요즈음이다.그 굴비가 추석 무렵이면 더욱 인기다.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답은 간단하다.굴비 값이 ‘금값’이기 때문이다.얼마나 비싸기에 그럴까.한 두름(10마리)에 200만원대까지 나왔으니 마리당 20만원을 호가한다.젓가락질 한 번에 몇 만원이 날아가는 셈이다.서민 음식이던 굴비가 어쩌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생선이 되었을까 싶다.그저 세끼 밥만 먹어도 고마운 사람들로서는 “살 떨려서 저걸 어떻게 먹나?”하는 푸념이 절로 나올 수밖에. 굴비 하면 전남 영광의 법성포다.추석 대목,출하에 여념이 없는 법성포구로 내달았다.이 무렵이면 어김없이 붉게 산하를 물들이는 불갑산의 상사화 꽃나들이도 겸하였다.100여년 전으로 시계바늘을 돌려본다. 일찍이 지도군수 오횡묵(1833∼?)이 쓴 정무일기 지도군총쇄록(智島郡叢刷錄)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법성포 서쪽 칠산바다에는 배를 댈 곳이 없고….고기를 사고 팔며 오가는 거래액이 가히 수십만 냥에 이른다.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는 조기로 팔도에서 모두 먹을 수 있다.’ 칠산바다는 법성 근역의 칠뫼뿐 아니라 북쪽의 위도까지 아우르는 해역.곡우가 오면 그날 한 시부터 열세 시 사이에 정확하게 조기떼가 울었다.머나먼 남쪽 바다에서 올라온 조기가 이리도 정확하게 칠산바다에 다다라 첫 울음을 뱉는 자연의 오묘한 섭리라니! ●구수산 철쭉이 바다 물들이면 조기떼 울어 어부들은 대나무통을 바닷물 속에 넣은 뒤 한쪽 귀를 막고 조기떼의 울음소리를 들었다.조기떼가 올라오는 시각을 예견하는 놀라운 ‘민속지식’을 칠산어민들은 두루 체득하고 있었다.법성포 구수산의 철쭉꽃이 뚝뚝 떨어져 바다를 물들이면 어민들은 조기떼가 왔다는 신호로 알아듣고 이내 고기잡이에 나섰다.그때 잡아들인 조기를 말려서 ‘오가잽이(오사리에 잡는다는 뜻)굴비’를 만들었으니,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바로 그 족보다.그 전통이 오늘에 이어져 법성굴비가 되었다. 가공업자만 300여 가구.“연간 매출액이 공식적으로는 1500억원 정도지만,줄잡아 2000억원 이상 되지 않겠어요? 추석 대목에 1년 적자의 대부분을 메웁니다.” 법성포 토박이인 참굴비수산 박정우 대표의 말이다.엄청난 브랜드 효과이기도 한데,가히 굴비의 본고장답다.엄밀히 가리자면,‘영광굴비’가 아니라 ‘영광법성포굴비’가 정답이리라. 법성포 굴비가 맛좋은 이유는 참조기와 1년 이상된 양질의 소금을 사용하여 건조하며,해풍과 습도,일조량 등이 알맞은 기후조건에서 만들기 때문.‘하늘이 내린 굴비의 고장’이라 하거니와,굴비 제조에 필수적인 소금,바람,갯벌이 딱 들어맞는 곳이다. 그러나 칠산바다에서 잡히던 참조기들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중국 조기를 들여다 참굴비를 만들어 팔다가 잡혔다.’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신문기사는 정말이지 ‘무지’에 가깝다.칠산조기가 거의 사라진 마당에 어차피 동중국해로 진출해 굴비용 조기를 잡아들인다.중국배가 잡으면 중국 조기,우리배가 잡으면 한국 조기일 뿐,씨가 다른 것은 아니다.막상 중국 조기들이 없다면,추석상에 오를 그 엄청난 물량을 감당할 수가 없다.값이 눅은 부세와 백조기,수조기 등을 참조기로 속여 파는 사기 행각이 문제라면 문제일 뿐이다.굴비 장사들은 “어차피 100만원이 넘는 굴비를 제 돈 주고 사먹을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굴비상자가 뇌물상자가 된 내력이 여기에 있다. 공급은 태부족인데 수요는 여전하므로 값이 오를 것은 뻔한 이치.예나 지금이나 ‘절 받는 물고기’이기는 마찬가지다.무수한 물고기들이 존재하지만 절 받는 반열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북어포도 절 받는 위치에 있지만 조기처럼 엄숙한 차례상에서 ‘품격있게’ 좌정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마치 경북지역 사람들이 추석차례상에 지극정성으로 돔배기(돔발상어)를 올리는 것과 같다.그래서 그 비싼 조기를 제상에 올린다.제의전통의 장기지속성이 어물의 가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재미있는 사례이다. ●대개의 조기는 알이 꽉 찬 상태로 잡혀 굴비 제조법에서도 유명세의 정당한 근거가 확인된다.대개의 조기는 알을 낳기 전에 사로잡힌다.알이 꽉 차고 기름진 조기들이 줄지어 건조장으로 들어서면 일단 소금을 뿌리고 구부러지지 않게 차곡차곡 쌓아서 무거운 돌로 눌러놓는다.소나무 장대 수십 개로 밑이 넓고 위가 좁은 원형 건조장을 만들어 춘삼월의 따스한 훈풍에 쏘인다.한 줄에 통상 20마리를 꿰는데,칠산조기는 워낙 큰놈들이어서 양쪽으로 5마리씩 10마리를 엮는다.건조장 천장을 올려다 보면 구멍이 뚫려 하늘이 훤히 내다보이며,사방이 짚발로 둘러싸여 아늑하기 그지없다.해풍이 환기구멍으로 솔솔 들어와 비늘에 닿는다.조기들이 숨쉴 틈도 없이 가득 내걸린다.밑바닥 중앙에는 둥근 구덩이를 파고 숯불을 피우기 시작한다. 조기들은 바짝바짝 말라간다.발 밑에서는 빨간 숯불이 연신 불기운을 내뿜고,푸른 별빛이 흘러내리는 황홀한 밤이 계속된다.누군가 소곤거린다.“오가잽이굴비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드디어 조기들은 굴비라는,전혀 새로운 이름으로 ‘성전환’에 가까운 변신을 하게 된다. ●바짝바짝 말라 ‘오가잽이굴비’ 로 변신 굴비 구경에 여념이 없는데,굴비집 일꾼이 물어왔다.“여기 걸린 조기들이 모두 얼마치나 될 것 같습니까? 2억원이 넘습니다.” 일꾼이 돈 이야기를 던지는 바람에 필자의 명상은 이내 깨지고 말았다.‘당신은 이런 굴비를 먹을 수준이 못된다.’는 엄중한 경고로 다가오는 말이다.그러나 그 일꾼의 말은 사실이다.제대로 말린 참굴비 한 두름은 10만∼20만원을 훌쩍 넘는다.백화점 광고전단지에 ‘미끼상품’으로 끼는 1만원짜리부터 시작해 3만원,5만원,10만원,15만원,30만원,100만원,150만원 등등 굴비들은 층층이 ‘계급화’되어 있다.비닐끈을 사용해 마구잡이로 엮어 비닐봉지에 넣은 굴비부터 볏짚으로 고풍스럽게 엮고 돗자리까지 깐 등나무상자에 들여앉힌 굴비까지 가격은 철저히 계급적이다.자본주의 상품으로서만이 아니라 굴비의 자존심을 살리면서도 우리들의 잃어버린 자존심을 같이 되살리는 길은 없을까? 굴비 골목을 빠져나오는 필자의 손에는 한 두름에 5만원하는 스티로폼 굴비박스가 하나 들려있었다.“한 마리에 2500원,우리 가족이 한 마리씩 4마리를 구워먹으면 1만원….” 정말 소심하게 그런 계산을 하면서 필자는 골목길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조기에 관한 명상’이란 책을 쓴 인연도 있고 하여 법성포로 내려갔지만,사실 법성포를 굴비로만 바라볼 일도 아니다.법성포 ‘천년의 역사’는 온통 ‘물의 역사’ 그 자체다.우리 나라에 불교를 전한 동진(東晋)의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머나먼 항해 끝에 법성포 근역에 처음 상륙하였으며,그 흔적은 지금도 불갑사에 남아 있어 ‘백제불교초전전래지’로서의 명성을 전한다.택리지에는,‘해수와 조수가 포구의 앞을 돌고,호수와 산이 아름답고,동네가 열을 지어서 사람들이 소서호(小西湖)라고 부른다.바다에 가까운 여러 읍은 모두 이곳에 창고를 두어 조정에 바치는 쌀을 만드는 곳으로 삼았다.’고 하였다. 조운선이 집결하여 미곡을 실어나르는 창고가 밀집해 있었다.영산강에 영산창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영광의 법성창이 중요했다.왜구가 늘 노리는 창고였던 탓에 수군 만호들이 주둔하던 해군기지이기도 했다.고려시대에도 조운창고가 있었던 데다가 인근에서 매향비(埋香碑)까지 발견되었으니 확인할 수 있는 시대적 상한선이 훌쩍 1000년을 뛰어넘는다. ●동학농민군의 첫 기포지 구수마을 법성에서 무장으로 가는 길목인 구수마을은 갑오년 동학농민군의 첫 기포지이기도 했다.무장현 손화중 접주가 주동하여 동학농민항쟁의 도화선이 된 첫기포지가 법성포였음은 얼마나 의미심장한 일인가.영산원불교대학의 박맹수 선생은 “그만큼 혁명군을 뒷바라지할 재원이 풍부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당대의 거대 ‘포구도시’답게 혁명운동에 수반되는 물적 기반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하나 더 짚고 가자.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의 생거가 있는 곳이 법성포 바로 옆 길룡리란 곳이다.영산성지로 부르는 이곳은 와탄천의 갯벌을 막아서 정관평을 조성,노동과 신앙의 일체화를 꾀함으로써 초기 ‘비밀교단’의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이 20세기형 민족종교의 뿌리는 포구사와도 직결된다.1918∼1919년간에 가래와 삽만으로 3만여평의 바다를 막아 주경야독으로 민족종교를 태동시킨 유서깊은 곳.간척사를 생생하게 기록한 정관평 글씨 바위가 이를 잘 증명한다.하루바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민족사의 현장으로 남겨둘 일이다. 법성포에서 그토록 가까운 곳에 영산성지가 있음은 오만가지 인물이 오고가는 대도회를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을 당대 초기 교도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던 소태산이 송곳 꽂을 땅도 없던 무토농민들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대지를 장만하게 했으니,그의 행적은 ‘바다의 프런티어’로 손색이 없다.그러나,그 유서 깊은 법성굴비와 영산성지가 모두 영광 핵발전소의 암울한 그림자에 치여 있으니!
  • [다음 핫이슈 토론] “지하철 역이름 판매 거부감” 57%

    [다음 핫이슈 토론] “지하철 역이름 판매 거부감” 57%

    |미디어다음 정환석기자|서울지하철공사는 지하철의 안전대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역명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핫이슈토론에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지하철역 이름 판매’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총 참여자 2308명중 57.4%(1325명)가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반면 긍정적 의견은 40.9%(945명)에 그쳤다.지하철공사는 2007년까지 전동차 내부를 불연재로 바꾸고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등 안전대책을 시행하는데 약 2조 8000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사측은 “지하철 역 이름은 광고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정 기간 민간업체에 판매(임대)하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교통요금을 섣불리 인상할 수도 없는 만큼 고육지책으로 이같은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지하철 역명에 특정업체의 이름을 넣어 상업성을 띠면 시민들이 정서상 거부감을 나타낼 가능성도 크다.”고 주장했다.한편 현재 지하철 역명을 제정 혹은 개정하려면 향토 사학자나 교수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시 지명위원회에 상정해 최종 결정을 받아내야 한다.이에 따라 ‘역명 판매’를 위해서는 심의기준을 바꾸거나 별도의 역명 제정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100자 의견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황봉알님 독산역은 코카콜라역이냐? SK1번역 SK2번역 LG2번역 삼성SDS역 삼성전자역….김선달이 배울게 너무 많아. ●사람들의 정서 또한 현실적 이유 작은사랑님 저도 이번 정책에 대한 취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돈 많은 사람이나 기업의 돈을 사회로 환원하자,그래서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하자. ●국민에게 전가? 미스마루님 기업체에서 역사명을 임대해서 그에 따른 수입으로 안전시설 확충과 운영재원 마련을 한다고 하면 기뻐해야 할게 당신들 서울 시민들이야. ●우리의 아름다운 ‘이름’ ㈜로맨스™님 아름다운 이름 앞에 붙는 상업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쓰라린 명명.과연 지하철을 오르며 이름을 보며 웃음지을 수 있을까요? ●먼 문제가 있나 torpedo2001님 막말로 지하철 역에 사람 이름 붙어 있으면 어때! 안전한 지하철만 될 수 있다면 환영! ●반대만 하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말해야 정제우님 실제적으로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그럼 대안들을 제시하라. ●음모론 제기 김돌이님 좀 더 지나면 마을 이름까지 판다고 하겠군.서울까지 봉헌했는데 마을 이름 정도야! ●평등의 자유마저 돈으로 판매하는 시대라니! 별빛이(^☆^)님 순수한 역사의 이름마저 판매를 하여 시민의 어지러움을 더하고 참! ●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을 할까? 라하트님 이러니깐 우리나라가 싫다니깐….무조건 돈돈돈∼.이러다 역사도 팔겠군. ●반대 영감님 지하철역 이름은 정말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할 것입니다.그렇지 않다면 역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죠?
  • [메트로 라운지] 뜨는기업-(주)남이섬

    [메트로 라운지] 뜨는기업-(주)남이섬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 198번지 남이섬.행정구역상으론 엄연히 강원도 땅이지만 뱃길이 경기도 가평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경기도 땅으로 잘못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불과 몇 해 전까지만해도 먹고 마시고 노는 그저그런 유원지에 불과했던 남이섬이 한해 관광객 100만명이 드나드는 격조있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가공하지 않은 경치에 운치를 더하고 소음을 리듬으로 바꾼 (주)남이섬의 기발한 경영전략이 관광객들을 끌어 들였기 때문이다.여기에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라는 프리미엄까지 얹혀 일본·중국인들이 몰려드는 상승효과까지 내고 있다. ●3류 유원지에서 격조높은 관광명소로 하루 평균 3000명선을 웃도는 입장객이 들고 있어 연말까지 110만명 이상이 남이섬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이중 외국인 관광객은 20%선. 관광객 숫자는 4년전 27만명에서 이듬해 67만명,지난해 85만명으로 매년 급격한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매출액도 2001년 20억원,2002년 40억원,2003년 60억원을 벌어들인 데 이어 올해엔 80억원 이상이 예상된다. 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땅콩밭과 모래밭이던 북한강 상류의 조그만 섬이 황금알을 낳는 관광지로 떠오른 것이다.섬 전체 둘레 6㎞,면적 14만평인 섬이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남이섬을 바꾼 튀는 아이디어 몇가지 이런 남이섬의 대박은 지난 2001년 그래픽디자이너 겸 동화작가인 강우현(康禹鉉·50)사장을 영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강 사장의 톡톡튀는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관광객들을 끌어 들였다.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지고 확성기 소음이 귀를 울리던 ‘3류 유원지’에 식상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남이섬을 ‘자연과 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우선 사진작가·화가·조각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초청,무료 숙박시키며 머물던 자리마다 흔적을 남기게 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관광자원으로 만들었다.강 사장 자신도 버려졌던 집을 수리,공방으로 꾸며 놓고 작품활동을 했다. 버려진 나무토막,벽돌 하나하나가 모두 작품으로 되살아나 관광객들을 맞게된 것이다.쓸모없던 이런저런 잡동사니가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손님맞이용 작품으로 변해 거리와 집안 곳곳을 장식했다. 길을 내고 화단을 만들어도 일부 시설만 해놓고 느긋하게 기다린다.관광객들이 이런저런 모습으로 이용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들어간다는 전략이다.몇개월 몇년이 걸리더라도 기다리면서…. ●전깃불이 사라지는 까막나라 관광객들이 직접 작품을 만들도록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버려진 벽돌과 돌을 군데군데 쌓아 놓고 동글동글한 자갈을 한 트럭 쏟아 놓으면 관광객들이 어느새 돌탑으로 쌓아 올린다.이런 것도 볼거리가 되고 촬영지가 되고 재밋거리가 된다. 술집과 당구장으로 이용하다 버려진 쓸모 없던 건물도 테마가 있는 전시장 등으로 되살아났다.타조와 토끼,사슴을 숲길 이곳저곳에 방목,사진 촬영지로 이용한 것도 독특하다. 도깨비집과 야구연습장을 없애고 유니세프와 YWCA,YMCA 등에 전시장 등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무료 대여해주면서 사회·시민단체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레 이어 나갔다.수익의 10%는 이들 단체에 기금으로 지원했다.NGO의 프로그램은 비수기 남이섬의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자양분이 됐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려낸 것도 상품이다.일부 숙박시설에는 텔레비전을 없앴고 보름달이 떠오르는 날을 전후한 며칠은 전깃불이 없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전깃불이 사라진 까막나라 남이섬에서 숲속의 바람과 별빛과 달빛이 쏟아지도록 반짝인다.토담이 둘러진 초가집 방안에서 자연과 하나됨을 만끽할 수 있었다. 화장실에도 예술가들이 직접 구워낸 각양각색의 타일을 붙여 놓고 창문도 성기게 바느질한 문양의 천으로 대신했다.도시인들과 외국인들은 이를 신선해하고 반겼다.‘문명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테마가 상품으로 각광을 받은 셈이다. 남이섬측은 이같은 역발상의 테마상품을 더 늘린다는 장기 전략도 마련중이다. ●일본도시,“남이섬을 벤치마킹하라” 그러는 사이 흥청망청하던 놀이문화가 사라지고 가족과 연인이 찾아 숲길을 거닐며 문화를 체험하고 즐기는 관광지로 변했다. 일본에서는 남이섬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도시도 생겨났다.오는 11월 일본 가가미가하라(各務原)시와 자매결연을 맺는다.남이섬의 경영기법을 배우고 겨울연가 축제를 열겠다는 취지다. 남이섬에서 판매되는 먹을거리 등의 가격도 서울시내 한복판 슈퍼마켓 가격과 같다.자장면과 콩국수가 3000원씩이고 식혜 등 차값도 1500원 수준이다.오히려 남이섬 배터 등 외곽지역 물가가 더 비싸다. ●경험많은 중·노년층 적극 채용 남이섬의 인력관리도 독특하다.100여명의 직원들은 가급적 토론을 하지 않는다.대신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가감없이 받아들인다. 토론을 통해 얻은 의견은 평균치에 머물지만 직원들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여과없이 반영하는 것이 효과가 더 크다는 발상에서다.돈이 될 것 같지 않은 아이디어,일상의 틀에서 벗어난 어처구니없는 아이디어도 모두 받아들여져 실행된다. 강 사장은 늘 노타이 작업복 차림으로 작품을 만들어 내걸고 부사장이 직접 소시지를 구워 파는 등 전직원이 현장에서 일을 하고 물건도 판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학력,나이,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정직과 부지런함만 본다.경험을 중요시하다 보니 60∼70살 먹은 노장 직원이 30명에 이른다.계약직과 일용직 사원들도 정식직원으로 전환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놓았다. 강 사장은 “경영이 아닌 감동을 전파하면서 남이섬을 차분하게 디자인하는 중”이라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자연과 벗하면서 즐길 수 있는 휴양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화성에 가면 화성 보인다

    “화성(華城)에 오면 화성(火星)을 볼 수 있습니다.” 하루 두 차례 바닷길이 열려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경기도 화성시 제부도에서 우주의 신비로움을 즐길 수 있는 ‘마린투어·별빛축제’가 21일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펼쳐진다. 화성시 관광진흥협의회가 주최하고 화성시가 후원해 제부도 매바위 부근에서 펼쳐질 이번 ‘마린투어·별빛축제’는 청소년들에게 바다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치어방류와 갯벌체험,배를 타고 입파도∼도리도를 유람하는 선상 관람시간이 계획돼 있다. 또 서해 바다로 해가 지는 태양의 모습을 40∼50대의 천체 망원경으로 관측하게 되며 물 로켓 발사 실험,별빛축제 O·X퀴즈,별자리 사진전시회,별자리 강연 및 영화감상 시간이 준비된다. 특히 주위가 어두워져 별자리 관측이 가능해지는 시간(밤 10시경)에는 별자리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밤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직접 관측하게 된다. 또 우럭 치어 방류 행사와 선상 작은 음악회도 마련됐다. 화성시는 행사가 끝난 후 31일까지 별빛축제에 참가한 뒷이야기를 소재로 천문백일장 원고(감상문)를 모집해 시상할 계획이다. 축제에 참가할 청소년 200여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하며 화성시청 홈페이지(www.hscity.net)나 화성시 관광진흥협의회(www.hstour.net,031-369-4800)로 문의하면 된다. 화성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9)절해의 고도 외연도의 당숲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9)절해의 고도 외연도의 당숲

    대천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보령항에서 배를 띄워 한참을 가다 보면 바깥바다에서 외연도와 만난다.연근해의 원산도 장고도 삽시도 등을 비껴 달리다가 이윽고 섬들이 사라지면서 원해(遠海)의 고독감을 느낄 즈음 호도와 녹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거기서 한참을 가야 이르는 곳이 외연도다.섬다운 곳이다. 먼 섬이 오가기에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모든 섬이 뭍과 가깝다면,국토가 그만큼 좁다는 뜻이므로 섬이 멀리 있다고 탓할 일은 아니다. ‘섬다운 곳’이라는 표현은 모든 외로움과 절박함,신성함 따위를 담고 있으며,때로는 처연하기까지 해 사실 ‘바다의 낭만성’ 따위와는 무관하다는 말이기도 하다.외연도는 고도(孤島)의 제반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다.파도가 거칠고,사람 살기 척박한,한마디로 가진 게 바다밖에 없는 섬이다. 그런데도 외연도에 처음 발을 디딘 사람들은 놀란다.천신만고 끝에 섬이 시야에 들 무렵,갑판에서 보노라면 바다를 압도하며 그늘을 드리운 깊은 숲이 다가온다.포구가 의지하고 있는 당산(堂山) 숲이다. ●숲으로 에워싸여 하늘조차 안보여 섬에 닿자마자 서둘러 당산엘 든다.말 그대로 당숲이다.숲으로 에워싸여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다.아열대의 짙푸른 상록수가 울창하게 자라 한겨울에도 바다를 녹색으로 물들이는 곳.구로시오(黑潮)난류 영향권인 이곳은 남방계 식물이 진을 쳤다.동백나무 후박나무 돈나무 보리밥나무 송악 마삭줄 자금우 방기 먼나무 붉가시나무 같은 상록활엽수,상수리나무 자작나무 팽나무 찰피나무 고로쇠나무 산초나무 푸조나무 구지뽕나무 사위질빵 자귀나무 화살나무 딱총나무 회나무 광대싸리 초피나무 예덕나무 닥나무 붉나무 두릅나무 황칠나무 때죽나무 계요등 담쟁이덩굴 노박덩굴 칡 댕댕이덩굴 청미래덩굴 등 그밖의 수많은 초본식물,해안식물이 자생한다. 깊고도 깊은 숲이다.숲속에 들면 나무들이 가지를 잇대 하늘을 가리고 선 바람에 신문을 읽기 어렵다.적어도 수백년 이상 이렇게 외연도의 당숲을 이뤄왔다.숲이 훌륭하다 보니 정부에서 ‘천연기념물’ 팻말까지 달아주었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곳은 숲으로 다가섰을 뿐 당숲의 의미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식물학자들이 찾아와 식물만 보고 가는 식으로 각각의 필요에 따라 살폈을 뿐 누구도 이 숲의 역사민속적 의미를 조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펴보면 외연도의 ‘숲 모심’은 유별나다.60년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세 차례씩 당제를 지냈다.어장이 열리는 음력 4월과 어장이 닫히는 11월의 당제,그리고 8월 햇곡식 철의 노구제가 그것이다.당제를 모시는 정성도 극진해 마을살림이 축날 정도였다.그러나 지금은 제의가 연 1회로 축소돼 정월 열나흗날 정일로 바뀌었다. ●‘소받침’ 당제 살림축제의 압권 외연도 당제의 압권은 역시 ‘소 받침’이다.소를 신성스럽게 표현하여 ‘지태’라 부르는데,이 지태를 잡아 피를 뿌린다.당제가 열리면 특별히 정해둔 ‘지태 잡는 장소’로 소를 끌고가 타살하는데,죽은 고기를 바치는 제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더러는 죽은 지태를 측은해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절 받고 죽는 소’라며 부러워하기까지 한다.통념을 뒤엎는 의식이다.인도의 힌두교도들이 모시는 신성스런 암소 태모(太母)에 비견된다.소는 대지의 생산력과 풍요,생식,모성본능의 상징이다.제의가 사라져 가는 21세기에 외연도의 희생제의는 우리들이 잃어가고 있는 ‘원초적 본능’의 마지막 유형이 아니겠는가. 외연도 당제는 살림의 축제다.아무도 없는 섬에서 피의 카니발이 열린다.소의 낮고 우렁한 울음이 바다에 멀리 퍼지면 새롭게 태어난 제관이 해마다 당숲의 주인공이 된다.누구든 숲의 나뭇가지 하나도 잘라서는 아니되며,스스로 자라고,스스로 쓰러져 숲의 자연적 질서를 정연히 관리하고,조직해 숲에서 살림의 축제를 완성한다.제의가 파하면 짚으로 만든 배에 제물을 차려 얹어 먼 바다로 띄워 보낸다.그들,인간의 재앙을 싣고 또 하나의 희생양이 바다로 사라져 가는 것이다.숲은 이 모든 축제를 묵묵히 지켜보고,관장하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증인이 되는 것이다. 외연도의 당숲을 인문학적 학명으로는 생명나무,혹은 우주나무(Cosmic Tree)라고 한다.이름하자면 ‘세계수(世界樹)’쯤에 부합하는 말이다.영원불멸의 ‘스스로 살아있는 나무’,‘생명을 주는 나무’,‘우주의 축’(AXIS),‘세계의 중심’이 바로 이 당숲이다.뿌리는 땅속 깊은 곳 세계의 중심에서 뻗으며,지하수와 접촉하는 나무는 ‘시간’의 세계로 자라는 나무이다.나이테는 나무의 수령을 알려주며,가지는 하늘과 영원에 가 닿는다.머나먼 바다에 천연기념물 당숲이 있어 바다 가운데에서 세계수가 ‘살아 숨 쉼’을 알려주는 것이다. 외연도 일대에는 이런 전설이 전해진다.고대 중국,한나라의 득세로 밀려난 제(齊)나라의 전횡(田橫)장군이 이곳으로 망명해 왔다.그는 한나라의 줄기찬 회유와 협박을 물리치고 가신들과 함께 바다로 나와 반양산에 숨어들었다가 종국에는 부하들을 지켜내기 위해 낙양으로 소환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섬에 있던 500여명의 부하들도 그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하여 모두 죽음을 택했다.이곳 당집의 전공사당기(田公祠堂記)는 이런 사연을 전하고 있다. ●전횡 장군은 왜 외연도 神이 됐나 그후 외연도 사람들은 그를 신으로 섬기게 되었다.언제부터 중국 고대사회의 장수를 신으로 모시게 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임경업이 연평도에서 조기의 신이 되었다면,전횡은 보령 앞바다에서 당숲의 신이 되었다.둘 다 희생양으로 죽은 장군이란 공통점이 있다. 그는 왜 하필 머나먼 이국땅에서 신이 되었을까.중국 고대사의 수수께끼가 머나먼 외연도에서 하나의 드라마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혹시 고대사회에 이뤄진 중국과 한반도의 활발한 해상교류가 빚어낸 결과는 아닐까.의문은 풀리지 않는다.어쨌든 그는 고기잡이의 풍어와 해상의 안전을 도모해 준다는데,인근 어청도와 녹도에도 그를 모신 제당이 있다. 머나먼 중국땅,그것도 제나라까지 거슬러 가는 고대사회의 한 장군이 서해의 신이 되었다는 점은 당대 사회에서 중국의 동해,우리의 서해 사이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모티프적인 사건이 전개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읽히지만,애석하게도 문헌 증거가 없어 모호할 뿐이다.그러나 ‘모호하다.’는 말은 그만큼 신화적 진실에 가깝게 다가서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숲으로 좀더 깊이 들어가 본다.숲은 길게 하늘을 향해 있으며,그 바다의 하늘은 유난히 맑고 푸르다.밤에는 당숲으로 별빛이 부서져 내려 숱한 나무들이 별빛으로 멱을 감는다.숲은 당산에 깊게 뿌리를 드리우고 있다.뿌리는 섬의 속살을 파고 들어가 심연 깊은 물길과 닿는다.섬은 봉우리로 솟아 있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섬은 밑으로 밑으로 심연에 가닿는다. ●수직적 숲과 수평적 바다의 만남 마땀 지픔금 마당배 노랑배 큰명금 돌살금 금배 당산너머 관쟁이 고래자지뿌리 본당산매 대룻뜰뿌리 따위의 고유 지명과 번지,주소 성명을 지닌 바다밭들이 섬을 감싼다.바다 가운데 당숲이 지니는 의미는 이렇게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숲의 수직적 세계관과 바다의 수평적 세계관의 만남.’ 신앙심만으로 당숲이 지금까지 보존되어온 이유를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숲이 싱그러운 물을 주고 있으니,섬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는 귀한 생명의 원천 아닌가.지금도 빗물을 받아쓰는 그들이기에 숲의 의미를 더욱 절실하게 체득하고 지켜온 것은 아닐까.물은 모든 ‘생것’들의 생명을 지탱해 주는 근본이다.물과 흙,공기의 순환,외연도의 나무와 숲은 이 순환구조의 중심고리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수산지’(1910) 발간 당시 외연도는 38가구 120명의 인구를 품고 있었다.인근의 횡견도 황도 오도에서도 어업이 활발했다고 기록하고 있다.지금의 외연도는 곳곳에 까나리젓통이 즐비할 뿐 외지에서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인구도 거의 고정적이다.예전의 외연도는 조개딱지 같은 지붕 낮은 초가 움막집이 처마를 맞대고 있는 작은 포구였다.오죽이나 먼 바다였으면 서양인 선교사 칼 구츨라프가 이곳을 거쳐 들어왔을까. 못내 아쉬워 당숲의 진실을 찾는 일에 좀더 땀을 보태고 싶다면 인근 어청도나 녹도로 나가야 한다.외연도에서 어청도 가는 뱃길은 하루 한 차례씩 있다.어청도에도 이곳처럼 전횡 장군 당(堂)이 전해지고 있으며,아름다운 숲도 있다.보령의 끝섬답게 해군이 주둔하는 군항까지 있어 오히려 번화한 감이 있다.보령항으로 되돌아올 요량이면 녹도에 들르라.그곳에서도 예의 당숲을 만날 수 있다.가파른 산등성이에 마을이 형성된 녹도,그곳의 아름다운 당숲과 늘 푸른 사철나무가 겨울에도 초록으로 나그네를 마중한다. 외연도의 당숲에서 ‘천지가 나와 한 뿌리이며,만물이 나와 한 몸(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同體)’임을 깨닫고 돌아온다.섬이 먼 만큼 깊은 바다,먼 섬이 주는 깨달음의 격 역시 깊고 또 먼 여정이다.
  • [길섶에서] 한여름 밤의 꿈/심재억 문화부차장

    염천의 해가 기울고 별빛 사글거리는 밤이면 솔밭 어름의 마을 공동우물에서는 왁자한 소란이 일곤 했다.땀에 절어 낯바닥에 소금꽃이 피어도 낮에는 등물 엄두를 못냈던 처녀들,기다렸다는 듯 우물가로 나서 막 퍼올린 샘물 끼얹으며 끈적이는 염천의 잔열을 식히곤 했다.여자들이 집밖에 나서 맨몸으로 씻가실 기회는 그때뿐이었고,그래서 여름밤 공동우물은 금남의 구역이 되곤 했다. 술 좋아하는 배뽕이 삼촌이 봉변을 당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모처럼의 장나들이에 술복이 터졌던지 고주망태로 삐딱거리며 우물길로 들어선 것이 화근이었다.고개를 푹 꺾고는 그만 그 금남의 성역에 생각없이 발을 들여놓았다가 홈빡 물바가지를 쓰고는 ‘엇,뜨거라.’ 줄달음을 놓았던 것인데,다음날 “멀쩡한 뽕이 삼촌이 간밤에 우물을 엿보려다가 홍역을 치렀다더라.”라고 부푼 소문이 떠돌아 그는 한동안 고샅길에도 나서질 못했다. 그렇게들 더위를 삭인 아낙이며 처녀들,동이 가득 샘물을 퍼 이고 돌아오는 길,논두렁에서는 벼메뚜기가 후두둑 튀고,물동이 속으로 또한 무수한 별들이 가라앉아 여름의 향기로 반짝이던 그 시절,한여름 밤의 꿈. 심재억 문화부차장 jeshim@seoul.co.kr
  • 피아노숲 갈까 동물원 갈까

    싱그러운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5월.주말이 되면 가족끼리 연인끼리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따라 나들이를 나서고 싶어지는 계절이다.그런데 봄나들이에다 아름다운 음악까지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봄소풍 같이 잔디밭에 둘러앉아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이색콘서트를 소개한다. ●연인끼리…피아노의 숲 번잡한 서울 도심을 떠나 1시간30분 남짓 달려 양평 용문산 자락에 다다르면 숲으로 둘러싸인 야외무대가 나온다.일본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의 피아노 선율이 흐를 공연장이 바로 이곳.오는 22일 오후6시,오후10시 두차례 공연될 ‘이사오 사사키의 피아노의 숲’콘서트는 저녁 석양,쏟아지는 별빛,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한데 어우러질 낭만적인 무대다. 이미 세 차례의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는 그는 일본의 조지 윈스턴이라 불리는 피아니스트.클래식을 바탕으로 재즈와 뉴에이지를 조화시켜 아름답고도 섬세한 연주를 들려준다.고 이수현씨 추모곡 ‘Eyes for You’를 작곡했고,‘공동경비구역JSA’의 삽입곡 ‘이등병의 편지’와 ‘번지점프를 하다’의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연인’을 새롭게 편곡해 리메이크하는 등 한국에도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이번 공연에는 스탄 게츠,아트 블레키등 재즈계의 거장과 함께 연주한 경력이 있는 베이시스트 요시오 스즈키가 함께할 예정이다. 공연장 주변에는 1.2㎞의 산책로가 있다.식사,커피,생맥주도 제공된다.모처럼 한껏 기지개를 켠 자연의 품에 연인과 폭 안기고 싶다면 ‘강추’.개인출발 4만 5000원,단체출발 5만원. ●가족끼리…미술관 옆 ‘동물원’ 중장년층에게 추억의 한자락씩은 차지하는 그룹 동물원이 지난해에 이어 29·30일 오후 7시 ‘미술관 옆 동물원’콘서트를 연다. 국립현대미술관옆 야외무대에서 열릴 이번 공연은 정해진 좌석이 없어 자유롭게 풀밭에 앉아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간단한 간식과 돗자리만 준비한다면 그 어떤 가족 나들이도 부럽지 않을 듯. 콘서트는 현악 앙상블과 함께 클래시컬하게 편곡한 동물원의 노래를 듣는 1부와,기타·베이스·드럼·건반 등 4명의 세션이 참여하는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혜화동’‘시청앞 지하철 역에서’‘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등 귀에 익은 히트곡과 지난 2월 발표한 9집 수록곡 ‘수줍던 날의 이야기’‘어리석은 사랑의 노래’등이 불려질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4만 5000원 티켓 한 장으로 국립현대미술관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자녀들과 함께한다면 더없이 좋을 듯싶다.30분동안 미술관 안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하는 ‘미술관 투어’도 공연 당일 현장진행본부에서 신청할 수 있다.공연장 주변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미술작품을 만드는 이벤트도 마련된다.두 콘서트 문의 www.ecell.co.kr (02)525-6929. 김소연기자 purple@˝
  • [지역 축제 2題] 서귀포 칠선녀축제 14~16일

    제10회 서귀포 칠선녀축제가 오는 14∼16일 서귀포시 천제연폭포 광장 일원에서 펼쳐진다. 5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이 축제는 “별빛 영롱한 밤이면 천상의 선녀들이 옥피리를 불며 내려와 천제연 맑은 물에서 미역을 감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을 무용과 창작극 등으로 재연,테마별로 무대에 올려지는 것이 특징이다. 행사 첫날은 길놀이와 시가행진을 시작으로 경찰악대 공연,칠선녀제,다례시연,도립무용단 공연,연예인 축하공연,창작극 ‘칠선녀 하늘에서 내려오신다’,불꽃놀이,한밤의 영화극장 등이,둘째날에는 다례시연,시립관악단 연주,관객 노래방,어린이 인형극,어린이 태권무,전통무용 공연,청소년 댄스 콘테스트,칠선녀 가요제,중국 기예단공연 등이 진행된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시립관악단 연주와 민속보존예술단 공연,타악 뮤지컬,그리고 멀티미디어 불꽃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체험행사로는 집줄놓기,페이스 페인팅,빙떡 만들기,옹기 현장체험,닥종이 공예체험,어린이 사생대회 등이 펼쳐지고 전시행사로 술의 변천사,우표 전시회,음식문화 변천사,암각화 전시 등이 마련된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올해 축제기간에는 세계 75개국 3500여명이 참가하는 제37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도 인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뜻깊은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어린이날 ‘잠못드는 밤’

    ‘5월5일 새벽 5시를 주목하라.” 전문가는 물론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에게 5월은 ‘잠못드는 달’이 될 것같다.달이 지구에게 잡히고,혜성쇼까지 펼쳐진다. 30일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오는 5일 새벽 우리나라 남서쪽 하늘에서 달이 지구 그림자에 의해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이 일어난다.해와 달,그리고 지구가 일직선상에 늘어서는 개기월식이 관측되기는 2001년 1월10일 이후 3년만이다.다음 개기월식은 3년후인 2007년 8월28일에나 볼 수 있다. 이번 개기월식은 5일 새벽 2시51분부터 시작돼 4시52분께 완전히 달이 ‘사라져’ 절정에 이른 뒤 6시8분에 끝난다.총 1시간16분 동안 진행되지만 실제 관측이 가능한 시간은 새벽 4시52분부터 5시35분까지 43분 가량이다.개기월식을 보려면 서쪽 하늘이 잘 보이는 곳을 골라야 한다. 개기월식이 지나가면 혜성쇼가 또 기다리고 있다.니트 혜성과 리니어 혜성이 가장 밝아지면서 우리나라 하늘에 나타나는 것이다.니트 혜성은 4일 최고 밝기를 기록하지만 이때는 고도가 낮아 관측에 적합치 않고 고도가 30도 이상으로 높아지는 10일부터 15일 사이가 최적의 관측기라고 천문연구원측은 설명했다.도시불빛이 없는 시골에서 해가 진 직후 서쪽 하늘을 보면 니트혜성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생생한 관측을 위해서는 쌍안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니트혜성보다 더 밝은 리니어 혜성은 18일 밝기가 최고치에 이르지만 이 때는 태양 가까이에 있어 관측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6월7일 저녁 9시께 니트혜성과 리니어혜성이 한 하늘에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두 혜성이 육안으로 관측되면 1911년 벨자브스키 혜성과 부룩스 혜성이 한 하늘에 동시에 나타난 이후 두번째 천문현상으로 기록되게 된다.천문연구원은 두 혜성의 출현시점에 맞춰 15일 경북 영천시 보연산자락 별빛마을에서 혜성관측회를 열 예정이다. 안미현기자 hyun@˝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35)내 마음의 등잔불빛(下)

    전기가 없었던 예전,예전이라 해봐야 기껏 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의 8할 정도는 가난한 생활을 했고 방안의 어둠을 밝히는 데 등잔불을 켰었다.불을 밝히는 기름은 주로 식물성이었는데, 가장 널리 사용된 들기름을 시작으로 아주까리기름,산초기름 등 우리나라 산하에서 자라는 나무 열매들을 볶아서 기름을 얻었다. 기름을 담아 보관하는 기름병이 발달하고,심지를 넣어 불을 켜는 그릇은 접시 또는 작은 잔 형태였다.가난한 집에서는 아주 드물지만 쇠고기국을 끓이게 되면 등잔기름으로 쓸 굳기름을 걷어내느라 각별한 조심을 했고,기름 한 숟갈이라도 얻어가기 위해서 아낙들은 부산을 떨기도 했었다. ●호형 도자기등잔 처음엔 궁궐서 사용 그러다가 1876년(고종13)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석유가 들어오게 되었는데,석유를 등잔 기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 호형(壺刑,아가리가 좁고 복부가 나온 항아리 형태)으로 만든 도자기 등잔이었다.석유의 인화성 때문에 등잔 뚜껑 위로 심지를 뽑아 올려 사용하도록 만들었다.초기에는 주로 궁궐에서 쓰여지다가 점차 양반집,중인들에게로 보급되어 일반 서민들이 널리 사용하게 된 것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였다. 석유와 호형 도자등잔은 우리나라 조명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새벽이었고,이같은 신문물의 위력을 돋보이게 한 것은 1885년 영국인에 의해 처음으로 성냥공장이 들어서서 생산된 성냥과 조화였다. 호형 등잔은 일제 때 일본의 고미술 수집상인들에 의해 대부분 일본으로 빠져나갔다.그 대신 일본 상인들은 그들의 대표적인 가마인 아리다가마(有田窯)에서 대량 생산한 저질의 등잔 서너개와 우리것 한 개를 맞바꾸는 속임수를 썼다.제대로 굽혀지고 모양도 괜찮은 도자등잔 대부분은 일본인 소장가들의 소유가 되고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남아 있지 않다.흔히 민속품 전시장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도자등잔 열 개 중 아홉은 일본인들이 우리를 속일 때 썼던 물건들이다.등잔 하나도 제대로 지니지 못한 민족이니 무슨 민족사며 정통성을 제대로 지니고 있을지 새삼 두렵고 아프다. 한국등잔박물관 김동휘 관장이 등잔에 쏟고 있는 열정은 세월에 걸리지 않고 섣부른 지식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하고 뿌리 깊은 또 하나의 등잔처럼 느껴졌다. ●90%가 日이 빼돌린 명품 대신 받은 저질 문:이곳에 들어서면서 보니까 이곳 박물관 명칭을 적은 글자가 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韓國의 등잔 博物館’이라 되어 있더군요.왜 ‘등잔’이란 말만 한글로 적으셨는지요. 金:유식한 사람은 등잔을 燈盞이라 씁니다.또 어떤 유식한 이는 old lamp라고도 합니다.제가 박물관을 세운 뒤 이름 짓는 문제를 여러분들께 자문을 구했지요.고등기(古燈器),옛불빛 그릇 등 여러 가지 이름을 권하더군요.저는 옛 선인들의 생활문화가 지녔던 지혜를 현대사회는 물론 미래 세대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서 더 좋은 이름을 생각했습니다.그때 한 외국인이 쓴 글을 읽게 되었지요.아,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에는 ‘DEUNG-JAN’이라 적혀있더군요.등잔은 등잔이라 부르고 적어야 옳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저는 어려서부터 예술가가 되고 싶었는데,일제 때 일본인들 앞에서 머리 숙이지 않기 위해 의학 공부를 했고,새 생명이 태어나는 일과 어머니의 고결함을 생각하면서 의사 일을 했습니다.중국인,일본인들이 이곳에 와서 볼 때 ‘등잔’이 지닌 우리 것을 느끼도록 해줘야겠다는 뜻도 조금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문:이렇게 귀한 것들을 수집하고 박물관을 세우게 된 데는 남다른 애정과 노력이 필연적이었겠지요.그 동안의 과정을 좀 들려주시지요. 金:조상들의 얼이 묻어 있는 민속자료들을 관심 깊게 지켜보아 왔는데,1971년 당시 국립박물관 학예실장이시던 최순우 선생께서 큰 격려를 해주셨습니다.제가 수집하고 있는 등잔을 보시고는 한국 최초·최고의 등잔사라고 칭찬해 주셨습니다.용기가 생기더군요.수원에서 등잔만 가지고 첫 전시회를 열었는데 우리나라 등잔전시회의 효시가 된 셈이었지요.그 후 국립박물관과 공동으로 열거나 독자적으로 전시회를 가져왔습니다. 그걸 보러 오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저는 거듭 놀라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요.정신없이 살다보니 잃어버리게 된 자신들의 역사이자 자기의 한 부분이기도 한 등잔 앞에 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가 봅니다.돈으로 치자면 몇 푼도 안되는 등잔이지만,인간에겐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더 많은 소중한 추억과 역사와 자존심,순수성,영혼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등잔 앞에서 다시 떠올리게 되는가 봅니다.제가 등잔을 볼 때마다 우리 어머니를 만나게 되듯이 말이지요. 문:등잔전시회를 하면서 그 외에 특별하게 깨달으신 것도 많으실텐데요. 金:전시회를 열면 관람객들의 편리를 위해 밝은 전기 조명을 하게 됩니다.전기 불빛은 등잔을 상하게 합니다.또한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도 등잔을 상하게 합니다.전시회를 마치고 박물관으로 돌아오면 일정 기간 등잔들을 지하층 어둠 속에다 모셔둡니다.정양(靜養) 즉,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여 피로나 병을 용향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합니다.그런 다음 다시 꺼내어 보면 등잔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문:등잔에겐 어둠이라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데,매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金:이곳 박물관의 시설이 비교적 어두운 이유도 그렇습니다.등잔불빛이 지닌 상징성을 한번 생각해보세요.등잔불빛은 전깃불처럼 공격적이지 않아요.전깃불에서는 어둠이라는 상대에게 항복받으려는 적극적 공격성과 아주 없애버리겠다는 섬뜩함도 느껴지거든요.그러나 등잔불빛은 어둠과 공존 상생합니다.어둠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필요한 절대조건입니다.또한 어둠과 밝음의 중간도 필요하지요.먼동이 터올 때의 그 절묘한 빛과 어둠의 상생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는 은은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적당한 어둠이 필요하지요.신록의 숲속에서 맛볼 수 있는 자연의 그늘,여름날 시냇가에 어리는 오후 산그늘,저녁의 기운이 짙어질 때 고향가는 산 언덕에서 바라본 그 기막힌 어둠과 빛의 조화,이런 것들이 모두 등잔불빛에서 맛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지요.등잔불은,어느 시인도 말했지만 별이 되고 별빛이 되기도 합니다.지치고 목마른 나그네의 먼 여정에서 등잔불빛은 구원이자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거든요. ●해마다 5월5일에는 어린이들 초청 문:박물관을 경영하시면서 느끼신 아름다움,감동적인 일을 소개해주세요. 金:해마다 어린이날이면 어린이들을 초청합니다.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아이들을 앉혀 놓고 전깃불을 끄고 등잔불을 켜는데,등잔불 구경을 하는 프로그램이라 말할 수 있겠지요.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전깃불 아래서는 그렇게도 떠들어댑니다.그러다가 전깃불을 끄고 등잔불 하나만 켜놓지요.캄캄한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등잔불을 보면서 아이들은 신기할 만큼 고요해집니다.어쩌면 세상에 태어나기 전 어머니 자궁 속에 있을 때의 그 자연의 고요와 생명의 빛을 기억해내고 있는지도 모르지요.저는 그때 느낍니다. 지금 세상의 전깃불은 너무 밝다고.등잔은 반드시 제 그림자를 안고서 빛을 냅니다.그러나 전깃불은 제 그림자를 없애버리지요.등잔은 존재의 상생관계를 가르치지만 전깃불은 제 자신밖에 모르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그리고 어른들은 전깃불을 끄고 등잔을 켜두면 떠들면서 고함도 칩니다. 문:관장님의 삶은 분명 또 하나의 등잔이 되어 있습니다.경영의 어려움이 크실텐데,우리들이 등잔의 고향인 이곳을 자주 와서 잃어가는 어둠의 미학을 더 늦기 전에 배워야만 관장님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거들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35)내 마음의 등잔불빛(下)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35)내 마음의 등잔불빛(下)

    전기가 없었던 예전,예전이라 해봐야 기껏 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의 8할 정도는 가난한 생활을 했고 방안의 어둠을 밝히는 데 등잔불을 켰었다.불을 밝히는 기름은 주로 식물성이었는데, 가장 널리 사용된 들기름을 시작으로 아주까리기름,산초기름 등 우리나라 산하에서 자라는 나무 열매들을 볶아서 기름을 얻었다. 기름을 담아 보관하는 기름병이 발달하고,심지를 넣어 불을 켜는 그릇은 접시 또는 작은 잔 형태였다.가난한 집에서는 아주 드물지만 쇠고기국을 끓이게 되면 등잔기름으로 쓸 굳기름을 걷어내느라 각별한 조심을 했고,기름 한 숟갈이라도 얻어가기 위해서 아낙들은 부산을 떨기도 했었다. ●호형 도자기등잔 처음엔 궁궐서 사용 그러다가 1876년(고종13)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석유가 들어오게 되었는데,석유를 등잔 기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 호형(壺刑,아가리가 좁고 복부가 나온 항아리 형태)으로 만든 도자기 등잔이었다.석유의 인화성 때문에 등잔 뚜껑 위로 심지를 뽑아 올려 사용하도록 만들었다.초기에는 주로 궁궐에서 쓰여지다가 점차 양반집,중인들에게로 보급되어 일반 서민들이 널리 사용하게 된 것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였다. 석유와 호형 도자등잔은 우리나라 조명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새벽이었고,이같은 신문물의 위력을 돋보이게 한 것은 1885년 영국인에 의해 처음으로 성냥공장이 들어서서 생산된 성냥과 조화였다. 호형 등잔은 일제 때 일본의 고미술 수집상인들에 의해 대부분 일본으로 빠져나갔다.그 대신 일본 상인들은 그들의 대표적인 가마인 아리다가마(有田窯)에서 대량 생산한 저질의 등잔 서너개와 우리것 한 개를 맞바꾸는 속임수를 썼다.제대로 굽혀지고 모양도 괜찮은 도자등잔 대부분은 일본인 소장가들의 소유가 되고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남아 있지 않다.흔히 민속품 전시장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도자등잔 열 개 중 아홉은 일본인들이 우리를 속일 때 썼던 물건들이다.등잔 하나도 제대로 지니지 못한 민족이니 무슨 민족사며 정통성을 제대로 지니고 있을지 새삼 두렵고 아프다. 한국등잔박물관 김동휘 관장이 등잔에 쏟고 있는 열정은 세월에 걸리지 않고 섣부른 지식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하고 뿌리 깊은 또 하나의 등잔처럼 느껴졌다. ●90%가 日이 빼돌린 명품 대신 받은 저질 문:이곳에 들어서면서 보니까 이곳 박물관 명칭을 적은 글자가 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韓國의 등잔 博物館’이라 되어 있더군요.왜 ‘등잔’이란 말만 한글로 적으셨는지요. 金:유식한 사람은 등잔을 燈盞이라 씁니다.또 어떤 유식한 이는 old lamp라고도 합니다.제가 박물관을 세운 뒤 이름 짓는 문제를 여러분들께 자문을 구했지요.고등기(古燈器),옛불빛 그릇 등 여러 가지 이름을 권하더군요.저는 옛 선인들의 생활문화가 지녔던 지혜를 현대사회는 물론 미래 세대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서 더 좋은 이름을 생각했습니다.그때 한 외국인이 쓴 글을 읽게 되었지요.아,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에는 ‘DEUNG-JAN’이라 적혀있더군요.등잔은 등잔이라 부르고 적어야 옳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저는 어려서부터 예술가가 되고 싶었는데,일제 때 일본인들 앞에서 머리 숙이지 않기 위해 의학 공부를 했고,새 생명이 태어나는 일과 어머니의 고결함을 생각하면서 의사 일을 했습니다.중국인,일본인들이 이곳에 와서 볼 때 ‘등잔’이 지닌 우리 것을 느끼도록 해줘야겠다는 뜻도 조금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문:이렇게 귀한 것들을 수집하고 박물관을 세우게 된 데는 남다른 애정과 노력이 필연적이었겠지요.그 동안의 과정을 좀 들려주시지요. 金:조상들의 얼이 묻어 있는 민속자료들을 관심 깊게 지켜보아 왔는데,1971년 당시 국립박물관 학예실장이시던 최순우 선생께서 큰 격려를 해주셨습니다.제가 수집하고 있는 등잔을 보시고는 한국 최초·최고의 등잔사라고 칭찬해 주셨습니다.용기가 생기더군요.수원에서 등잔만 가지고 첫 전시회를 열었는데 우리나라 등잔전시회의 효시가 된 셈이었지요.그 후 국립박물관과 공동으로 열거나 독자적으로 전시회를 가져왔습니다. 그걸 보러 오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저는 거듭 놀라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요.정신없이 살다보니 잃어버리게 된 자신들의 역사이자 자기의 한 부분이기도 한 등잔 앞에 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가 봅니다.돈으로 치자면 몇 푼도 안되는 등잔이지만,인간에겐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더 많은 소중한 추억과 역사와 자존심,순수성,영혼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등잔 앞에서 다시 떠올리게 되는가 봅니다.제가 등잔을 볼 때마다 우리 어머니를 만나게 되듯이 말이지요. 문:등잔전시회를 하면서 그 외에 특별하게 깨달으신 것도 많으실텐데요. 金:전시회를 열면 관람객들의 편리를 위해 밝은 전기 조명을 하게 됩니다.전기 불빛은 등잔을 상하게 합니다.또한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도 등잔을 상하게 합니다.전시회를 마치고 박물관으로 돌아오면 일정 기간 등잔들을 지하층 어둠 속에다 모셔둡니다.정양(靜養) 즉,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여 피로나 병을 용향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합니다.그런 다음 다시 꺼내어 보면 등잔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문:등잔에겐 어둠이라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데,매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金:이곳 박물관의 시설이 비교적 어두운 이유도 그렇습니다.등잔불빛이 지닌 상징성을 한번 생각해보세요.등잔불빛은 전깃불처럼 공격적이지 않아요.전깃불에서는 어둠이라는 상대에게 항복받으려는 적극적 공격성과 아주 없애버리겠다는 섬뜩함도 느껴지거든요.그러나 등잔불빛은 어둠과 공존 상생합니다.어둠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필요한 절대조건입니다.또한 어둠과 밝음의 중간도 필요하지요.먼동이 터올 때의 그 절묘한 빛과 어둠의 상생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는 은은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적당한 어둠이 필요하지요.신록의 숲속에서 맛볼 수 있는 자연의 그늘,여름날 시냇가에 어리는 오후 산그늘,저녁의 기운이 짙어질 때 고향가는 산 언덕에서 바라본 그 기막힌 어둠과 빛의 조화,이런 것들이 모두 등잔불빛에서 맛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지요.등잔불은,어느 시인도 말했지만 별이 되고 별빛이 되기도 합니다.지치고 목마른 나그네의 먼 여정에서 등잔불빛은 구원이자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거든요. ●해마다 5월5일에는 어린이들 초청 문:박물관을 경영하시면서 느끼신 아름다움,감동적인 일을 소개해주세요. 金:해마다 어린이날이면 어린이들을 초청합니다.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아이들을 앉혀 놓고 전깃불을 끄고 등잔불을 켜는데,등잔불 구경을 하는 프로그램이라 말할 수 있겠지요.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전깃불 아래서는 그렇게도 떠들어댑니다.그러다가 전깃불을 끄고 등잔불 하나만 켜놓지요.캄캄한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등잔불을 보면서 아이들은 신기할 만큼 고요해집니다.어쩌면 세상에 태어나기 전 어머니 자궁 속에 있을 때의 그 자연의 고요와 생명의 빛을 기억해내고 있는지도 모르지요.저는 그때 느낍니다. 지금 세상의 전깃불은 너무 밝다고.등잔은 반드시 제 그림자를 안고서 빛을 냅니다.그러나 전깃불은 제 그림자를 없애버리지요.등잔은 존재의 상생관계를 가르치지만 전깃불은 제 자신밖에 모르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그리고 어른들은 전깃불을 끄고 등잔을 켜두면 떠들면서 고함도 칩니다. 문:관장님의 삶은 분명 또 하나의 등잔이 되어 있습니다.경영의 어려움이 크실텐데,우리들이 등잔의 고향인 이곳을 자주 와서 잃어가는 어둠의 미학을 더 늦기 전에 배워야만 관장님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거들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조정래의 세상보기] 지옥인 서울 천당 만들기

    광적인 인구밀집·켜켜이 쌓인 매연·무차별 난개발로 묘사되는 거대지옥. 그런데 한술더떠 서울시는 도심건축물의 높이제한까지 풀어주려 한다. “엄마,별이 뭐야?” 며칠 전에 그림책을 펴놓고 별을 가르쳐 주었는데도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는 이렇게 물었다.엄마는 자기 아이가 둔하거나 명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짜증으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그러나,딸과 함께 올려다본 밤하늘에는 별이 없었다.놀라고 당황한 엄마는 눈을 크게크게 떴다.그제서야 한두 개의 별빛이 마지못한 듯 흐릿하게 깜박거렸다.엄마는,하늘이 처져내릴 지경으로 무수한 별들이 명멸하고 있는 아름다움은 20여년 전의 고향 기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리고,하늘을 쳐다보지 않고 너무 오래 무심하게 살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서울 하늘에서 별이 안 보이게 된 것은 이미 10년도 넘었다.대기가 매연가스로 오염되었기 때문이다.얼마 전에 세계적인 대도시들 중에서 대기 오염으로 공해가 가장 심한 곳으로 단연 서울이 꼽혔다.광적인 인구밀집의 불균형과 함께 서울이 누리는 또 하나의 영광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전국토의 0.1% 면적에 전체 인구의 4분의1인 1300여만명이 와글와글 몰려 산다.이것이 서울이다.그러니 자동차들은 얼마나 많이 뒤엉키며,쉴 새 없이 뿜어대는 매연은 또 얼마일 것인가.그 매연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별이 안 보이게 하늘을 가리고 말았다.누구든지 남한산성 같은 데 올라가 서울 쪽을 한번 바라보라.일년 사시장철 불그죽죽한 공해띠가 서울하늘을 드넓게 뒤덮고 있다.그 검붉은 공해띠는 별만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다.사람의 숨쉬기에 치명타를 가한다.영국 의사의 연구에 의하면 담배연기보다 10배 해로운 것이 대도시의 매연 가스다.그래서 담배를 입에 물어본 일이라고는 없는 30대 여성이 폐암으로 죽어가고 있다.그런 서울은 지옥이다. 서울의 난개발은 또 하나 세계적인 명성감이다.특히 도심의 난개발은 무질서의 극치이고,비문화의 상징이다.어느 세계적인 건축가는 ‘이건 도시가 아니라 시멘트 콘크리트 정글이다.’라고 했다. 미국이 자랑해 마지않는 뉴욕을 보고 미국을 경멸해버렸던 사르트르가 서울을 보았더라면 뭐라고 했을까.그러나 서울의 난개발은 우리만의 슬픈 사연이 없는 것도 아니다.다급한 경제 건설,숨가쁜 산업화,인구의 도시 집중,걷잡을 수 없는 도시 팽창,이 피치 못할 과정 속에서 서울은 불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그 불구성을 치유하는 것이 서울도 살리고,나라도 살리는 것이라는 사실에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인구를 줄이는 것이라는 점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서울시가 도심 건축물의 높이 제한을 해제할 것이라고 한다.왜냐하면 ‘도심의 공동화’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란다.서울시가 정신이 제대로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도심의 건축물 고도 제한을 푸는 것은 난개발의 난개발을 부추기는 것이고,지옥의 지옥을 촉진시키는 망발이다.서울을 그나마 사람 사는 도시로 바꾸어 가려면 지금 도심에 들어찬 건물들을 모두 10층 이하로 낮춰야 한다.그러지는 못할망정 높이 제한을 풀다니,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마치 마술을 부린 것처럼 3·1고가도로가 사라져 버렸을 때 시민들 모두가 환호했던 것은 ‘인간다운 도시’ 서울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맑은 물이 흐르고 가로수 숲이 무성한 청계천 길을 걷고,차를 한잔 마시는 것,그건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로운 일인가.도시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일 아닌가.그리고,미 8군이 이전해가는 용산의 땅에 숲이 울창한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했을 때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고 박수를 보냈던 것은 서울을 인간다운 도시로 살려내고자 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뭉쳐진 것이었다. 서울시는 잘 가던 길에서 왜 역행을 하려 하는가.지금도 벌써 부분부분 남산이 가리고,북한산이 가리고,도봉산 줄기가 가린다.우리가 애써서 살려고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기 위함이다.이 나라의 상징이기도 한 서울을 인간답게 만드는 길은 확대가 아니라 축소이며,자연 회복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조정래의 세상보기] 지옥인 서울 천당 만들기

    광적인 인구밀집·켜켜이 쌓인 매연·무차별 난개발로 묘사되는 거대지옥. 그런데 한술더떠 서울시는 도심건축물의 높이제한까지 풀어주려 한다. “엄마,별이 뭐야?” 며칠 전에 그림책을 펴놓고 별을 가르쳐 주었는데도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는 이렇게 물었다.엄마는 자기 아이가 둔하거나 명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짜증으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그러나,딸과 함께 올려다본 밤하늘에는 별이 없었다.놀라고 당황한 엄마는 눈을 크게크게 떴다.그제서야 한두 개의 별빛이 마지못한 듯 흐릿하게 깜박거렸다.엄마는,하늘이 처져내릴 지경으로 무수한 별들이 명멸하고 있는 아름다움은 20여년 전의 고향 기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리고,하늘을 쳐다보지 않고 너무 오래 무심하게 살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서울 하늘에서 별이 안 보이게 된 것은 이미 10년도 넘었다.대기가 매연가스로 오염되었기 때문이다.얼마 전에 세계적인 대도시들 중에서 대기 오염으로 공해가 가장 심한 곳으로 단연 서울이 꼽혔다.광적인 인구밀집의 불균형과 함께 서울이 누리는 또 하나의 영광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전국토의 0.1% 면적에 전체 인구의 4분의1인 1300여만명이 와글와글 몰려 산다.이것이 서울이다.그러니 자동차들은 얼마나 많이 뒤엉키며,쉴 새 없이 뿜어대는 매연은 또 얼마일 것인가.그 매연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별이 안 보이게 하늘을 가리고 말았다.누구든지 남한산성 같은 데 올라가 서울 쪽을 한번 바라보라.일년 사시장철 불그죽죽한 공해띠가 서울하늘을 드넓게 뒤덮고 있다.그 검붉은 공해띠는 별만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다.사람의 숨쉬기에 치명타를 가한다.영국 의사의 연구에 의하면 담배연기보다 10배 해로운 것이 대도시의 매연 가스다.그래서 담배를 입에 물어본 일이라고는 없는 30대 여성이 폐암으로 죽어가고 있다.그런 서울은 지옥이다. 서울의 난개발은 또 하나 세계적인 명성감이다.특히 도심의 난개발은 무질서의 극치이고,비문화의 상징이다.어느 세계적인 건축가는 ‘이건 도시가 아니라 시멘트 콘크리트 정글이다.’라고 했다. 미국이 자랑해 마지않는 뉴욕을 보고 미국을 경멸해버렸던 사르트르가 서울을 보았더라면 뭐라고 했을까.그러나 서울의 난개발은 우리만의 슬픈 사연이 없는 것도 아니다.다급한 경제 건설,숨가쁜 산업화,인구의 도시 집중,걷잡을 수 없는 도시 팽창,이 피치 못할 과정 속에서 서울은 불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그 불구성을 치유하는 것이 서울도 살리고,나라도 살리는 것이라는 사실에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인구를 줄이는 것이라는 점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서울시가 도심 건축물의 높이 제한을 해제할 것이라고 한다.왜냐하면 ‘도심의 공동화’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란다.서울시가 정신이 제대로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도심의 건축물 고도 제한을 푸는 것은 난개발의 난개발을 부추기는 것이고,지옥의 지옥을 촉진시키는 망발이다.서울을 그나마 사람 사는 도시로 바꾸어 가려면 지금 도심에 들어찬 건물들을 모두 10층 이하로 낮춰야 한다.그러지는 못할망정 높이 제한을 풀다니,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마치 마술을 부린 것처럼 3·1고가도로가 사라져 버렸을 때 시민들 모두가 환호했던 것은 ‘인간다운 도시’ 서울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맑은 물이 흐르고 가로수 숲이 무성한 청계천 길을 걷고,차를 한잔 마시는 것,그건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로운 일인가.도시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일 아닌가.그리고,미 8군이 이전해가는 용산의 땅에 숲이 울창한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했을 때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고 박수를 보냈던 것은 서울을 인간다운 도시로 살려내고자 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뭉쳐진 것이었다. 서울시는 잘 가던 길에서 왜 역행을 하려 하는가.지금도 벌써 부분부분 남산이 가리고,북한산이 가리고,도봉산 줄기가 가린다.우리가 애써서 살려고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기 위함이다.이 나라의 상징이기도 한 서울을 인간답게 만드는 길은 확대가 아니라 축소이며,자연 회복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강영숙 두번째 소설집 ‘날마다 축제’

    “매년 중단편 3∼4편을 쓰는게 문학적 긴장을 유지하면서 감성을 키우는데 큰 보탬이 된다.”는 작가 윤대녕의 말에 기대면 강영숙은 틀림없이 행복한 작가이다.98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온 그녀가 2002년부터 2년 동안 써온 9편의 단편소설을 모아 두번째 소설집 ‘날마다 축제’(창비사 펴냄)를 출간했다. 작품 속 세계는 제목과 달리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는다.그 속의 현실은 일그러지고 어둡고 우울하다.그 풍경을 맛보려 첫 작품 ‘시티투어버스’에 올라본다.불황이 지속되고 공항마저 폐쇄된 도시.그 절망적 공간의 중심을 순환하는 버스의 승객들은 결혼한 뒤 날이 갈수록 상처만 늘어가는 부부,검은 터틀넥 원피스로 남편에게 얻어맞은 멍을 가린 채 병적으로 음식을 마구 먹어치우며 스스로를 달래는 여인 등이다.기괴한 풍경은 표제작도 마찬가지다.날마다 축제가 벌어지지만 주인공과는 상관이 없다.남자에게 아이를 빼앗긴 상처가 남긴 쓰라린 현실과 아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환각만이 교차할 뿐이다.그 어두운 그림자는 결벽증에 걸린 여자친구나 암에 걸린 어머니가 등장하는 ‘별빛은,별빛은’,부채더미에 앉은 젊은이들이 도피성 여행을 떠나지만 어쩔 수 없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태국풍의 상아색 쌘들’ 등에서도 어른거린다. 이들에게 ‘구원의 동아줄’은 없는가? 작가는 ‘환상의 힘’으로 현실을 버틸 수 있노라고 대답한다.그것은 작품 속에서 환영·환각 등의 모습으로 변주된다.구체적으로 도심버스에서 평원을 달리는 들소떼의 꿈을 꾸거나 다른 아이를 자기 아이로 착각하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환영 속에 젖는다.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상이고 헛것이다.절망적 일상을 벗어날 당장의 빛은 보이지 않는다.그래서 그 환상에 대한 열망은 더 간절해진다.그럴 때마다 ‘시티투어버스’를 타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게 강영숙의 작품집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i 센터] 삼청동 갤러리 ‘빔’

    이번주는 아이들과 품격(?)있게 미술관 나들이를 한번 해 보자.서울 삼청동에 있는 갤러리 ‘빔’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와 동화를 소재로 한 그림과 설치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근사한 미술관을 생각하면 외관을 보고는 실망을 할 수도 있다.하지만 ‘빔’에 들어서는 순간 아이들 눈빛이 달라진다.“이 임금님은 너무 재미있다.”,“달빛 별빛이 너무 예쁘다.” 등 아이들의 감탄사가 이어진다. ‘아라비안 나이트’,‘벌거벗은 임금님’ 등 동화부터 ‘빨간머리 앤’,‘키다리 아저씨’등 만화,‘어린왕자’‘예수님의 탄생’등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작가들의 독특한 해석으로 재구성해 그린 작품들과 해,달,별 등을 주제로 한 설치미술작품 4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작가가 안내하는 동화나라로의 여행’ 이벤트를 실시한다.오는 26일은 동화를 테마로 도자기 작품을 많이하는 ‘백진’씨,사진작가 ‘최광호’씨 등과 사는 이야기부터 작가의 작품세계까지 구분없이 편안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이며 입장료는 없다.‘동화나라 여행’ 이벤트 참가는 회원들로 제한한다.갤러리 빔의 회원은 어려운 작가들을 지원하는 의미로 연 10만원의 후원금을 내야 한다.주차장은 근처의 유료주자장을 이용해야 한다.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려 15분정도 걸으면 된다.가는 길에 경복궁과 유명한 갤러리들이 많이 있다.아이들과 구경을 하며 걸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저녁 7시에 문을 닫는다. 근처에 유명한 ‘삼청동 수제비’집이 있다.맛있는 수제비를 한그릇 먹고 봄볕을 맞으며 경복궁을 한번 들러보는 것도 좋다.갤러리 빔(www.biim.net),723-8574 삼청동수제비 735-2965. 한준규기자 hihi@˝
  • [씨줄날줄] 다이아몬드 별/우득정 논설위원

    불어를 배우다 보면 중급 과정 첫시간에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집 ‘풍차방앗간의 편지’와 마주치게 된다.그 첫번째 얘기가 양치기 소년과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의 청순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별’이다.양치기 소년이 별에 얽힌 전설을 한올 한올 풀어 나가는 동안 소년의 어깨에 기대어 잠에 빠져드는 스테파네트의 모습은 별빛만큼이나 선명하게 눈에 와닿는다.135년이 지난 지금에도 ‘별’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 것은 알프스 산자락에서 바라본 별처럼 세속의 얼룩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우리가 훗날 황순원씨의 단편소설 ‘소나기’에서 다시 확인하게 되는 소년과 소녀의 때묻지 않은 사랑 이야기와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소설이나 시에서 별은 항상 손에 잡히지 않는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으로 묘사된다.절망에 빠진 인간에게는 구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윤동주 시인이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지.’라고 읊조린 것처럼. 하지만 어느 날 별이 전자계산기의 숫자판으로 자리를 옮겼다.BBC인터넷판이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우주물리학센터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내부가 다이아몬드와 같은 탄소 결정체로 된 백색왜성(矮星)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것이다.지구에서 50광년 떨어진 이 별은 다이아몬드 단위인 캐럿으로 환산하면 조(兆)의 만곱절인 경(京)의 제곱에 해당한다.대다수의 사람들은 지구의 8분의1 크기에 해당하는 다이아몬드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조차 못 하겠지만,잇속에 밝은 이들은 벌써 10을 33번이나 곱한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달러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좀더 황당한 사람이라면 광속을 주파하는 영화 속 우주선이나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를 타고 다이아몬드 백색왜성을 찾아가는 꿈을 꿀 수도 있겠다.더구나 다이아몬드는 순결과 평화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부와 권력을 가져다 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별이 손에 닿지 않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듯이 수십억년에 걸친 생명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백색왜성도 다이아몬드로 치부하기보다는 인간의 상상이 닿지 않는 공백으로 남겨두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우득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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