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별도 대응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농심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1945년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역전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민생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741
  • 장하성 실장 “청소 노동자 고용안정 학교에 요청”

    장하성 실장 “청소 노동자 고용안정 학교에 요청”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노동자가 해고당하는 ‘최저임금의 역설’에 청와대가 적극 대응하고 있다.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11일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대학 청소 노동자들에게 파트타임 노동자로 대체하겠다고 통보한 고려대를 찾아 2시간 40분가량 청소노동자, 학교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고려대는 장 실장의 모교다. 장 실장이 이날 자신이 단장을 맡은 ‘청와대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의 첫 회의도 열었다. TF에는 반장식 일자리수석, 홍장표 경제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문미옥 과학기술 보좌관과 관련 비서관들이 참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분간 매일 TF회의를 열고 부처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장 실장 등 TF는 최저임금 관련 현장을 직접 방문해 해법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아파트 경비원, 청소업무 종사자 등 고용 취약계층의 고용이 흔들리지 않도록 점검하고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면서 “청와대가 별도의 일자리안정점검팀을 만들어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 문제를 “청와대가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장 실장의 현장방문은 문 대통령의 지시와 약속의 연장선상이지만, 청와대 정책실장이 민생현장을 찾아 정부 정책을 점검하는 사례는 드문 일이다. 학교 관계자들과 면담한 장 실장은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고용안정이 이뤄지도록 학교 측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청소노동자들을 단시간 노동자(아르바이트)로 대체하는 것이 굳어질까 우려된다”면서 “나쁜 일자리가 새로운 고용 프레임으로 확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장 실장에게 “12월 말이면 항상 불안하다. 불안감 없이 존중받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장 실장은 “도깨비방망이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말뿐이 아니라 진심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전문] 2018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신년사

    [전문] 2018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신년사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남북 관계와 관련해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지 정상회담에 응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정상회담을 비롯한 어떤 만남도 열어두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만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도 이뤄내야 한다”며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남북 관계가 개선돼야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화만이 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북한이 다시 도발하고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제 사회는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다음은 신년기자회견 신년사 전문.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일 년, 저는 평범함이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하루하루 느꼈습니다. 촛불광장에서 저는 군중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을 보았습니다. 어머니에서 아들로, 아버지에서 딸로 이어지는 역사가 그 어떤 거대한 역사의 흐름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겨울 내내 촛불을 든 후 다시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들을 보면서 저는 우리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평범한 사람, 평범한 가족의 용기있는 삶이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오늘 희망을 다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민들께서는 자신의 소중한 일상을 국가에 내어주었습니다. 나라를 바로 세울 힘을 주었습니다. 이제 국가는 국민들에게 응답해야 합니다.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롭고,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삶을 약속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나라다운 나라입니다. 2018년 새해, 정부와 저의 목표는 국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국민의 뜻과 요구를 나침반으로 삼겠습니다. 국민들께서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제가 대통령이 되어 가장 먼저 한 일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것입니다. ‘사람중심 경제’라는 국정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일자리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개개인의 삶의 기반입니다. ‘사람중심 경제’의 핵심에 일자리가 있습니다. 정부는 좋은 일자리 확대를 위해 지난해 추경으로 마중물을 붓고, 정부 지원체계를 전면 개편했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시작되었고, 8년만의 대타협으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16.4%로 결정했습니다. 일자리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들도 늘어났습니다. 노사 간에도 일자리의 상생을 위한 뜻깊은 노력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부는 올해 이러한 변화들을 확산시켜 나가겠습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의미있는 결정입니다.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가계소득을 높여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상생과 공존을 위하여,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대책도 차질없이 실행할 것입니다. 취업시장에 진입하는 20대 후반 청년 인구는 작년부터 2021년까지 39만 명 증가했다가, 2022년부터는 정반대로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청년 일자리는 이러한 인구구조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3~4년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저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국가적인 과제로 삼아, 앞으로도 직접 챙기겠습니다. 일자리 격차를 해소하고,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금격차 해소,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같은 근본적 일자리 개혁을 달성해야 합니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의 삶을 삶답게 만들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모든 경제주체의 참여와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겠습니다. 노사를 가리지 않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의지를 갖고 만나겠습니다. 노사정 대화를 복원하겠습니다. 국회도 노동시간 단축입법 등으로 일자리 개혁을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를 위한 정부의 노력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혁신성장은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연말까지 자율주행차 실험도시(화성 K-city)가 구축됩니다. 2000개의 스마트공장도 새로 보급됩니다. 스마트 시티의 새로운 모델도 몇군데 조성할 계획입니다. 국민들께서 4차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의 성과를 직접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공정경제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더불어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기반입니다. 채용비리,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갑질 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반드시 근절하겠습니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와 경쟁을 보장받고, 억울하지 않도록 해나갈 것입니다. 재벌 개혁은 경제의 투명성은 물론, 경제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엄정한 법 집행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없애겠습니다.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겠습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의결권을 확대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습니다. 기업활동을 억압하거나 위축시키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재벌대기업의 세계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금융도 국민과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금융권의 갑질, 부당대출 등 금융적폐를 없애고, 다양한 금융사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진입규제도 개선하겠습니다. 불완전 금융판매 등 소비자 피해를 막고, 서민, 중소상인을 위한 금융기능을 대폭 강화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해 여러 차례 안타까운 재해와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모든 게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새해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국민안전을 정부의 핵심국정목표로 삼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습니다. 특히 대규모 재난과 사고에 대해서는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상시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겠습니다. 2022년까지 자살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 등 ‘3대 분야 사망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집중 추진하겠습니다. 감염병, 식품, 화학제품 등의 안전문제도 정기적으로 이행상황을 점검해 국민께 보고하겠습니다. 아동학대, 청소년 폭력, 젠더폭력을 추방해야 합니다. 범정부적인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세월호 아이들과 맺은 약속, 안전한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한해 많은 국민을 만났습니다. 일상을 포기하고 치매 가족을 보살피는 분, 창업 실패로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처한 청년, 방과 후 혼자 있는 아이를 걱정하는 직장 맘, 한 분 한 분이 소중한 우리 국민입니다. 올해 우리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맞이할 것입니다. 3만이라는 수치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국민소득 3만불에 걸맞는 삶의 질을 우리 국민이 실제로 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나라와 정부가 국민의 울타리가 되고 우산이 되겠습니다. 정부의 정책과 예산으로 더 꼼꼼하게 국민의 삶을 챙기겠습니다. 이달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치매국가책임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의료, 주거, 교육과 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과 공공성을 강화해 기본생활비 부담을 줄이겠습니다. 더 이상 과로사회가 계속되어서는 안됩니다. 장시간 노동과 과로가 일상인 채로 삶이 행복할 수 없습니다. 노동시간 단축과 정시퇴근을 정부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습니다. 2월부터는 대부업까지 포함하여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됩니다. 상환능력이 없는 장기소액연체자의 채무를 줄여드립니다. 7월에는 신용카드 수수료가 추가 인하됩니다.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힘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년에 정부가 8600억원을 출연한 모태펀드가 시중에 지원됩니다. 3월에는 이에 이어 10조원 조성을 목표로 하는 혁신모험펀드가 출범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펀드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개발, 판로개척도 도울 것입니다. 3월에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제도가 전면 폐지됩니다. 재창업지원 프로그램 전용펀드도 본격적으로 지원을 시작합니다. 두려움 없이 창업에 도전하고, 실패를 겪어도 다시 도전 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것입니다. 7월에는 노동자와 기업이 여행경비를 적립하면 정부가 추가비용을 지원하는 노동자 휴가지원제도가 새로 시행됩니다. 저소득층에게 지원되는 문화이용권이 1인당 6만원에서 7만원으로 늘어나고, 도서구입, 공연관람 등 문화지출에 대한 소득공제도 새로 시행됩니다. 국민들께서 좀 더 문화를 향유하고, 휴식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게 되기 바랍니다. 9월부터 어르신들 기초연금이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됩니다. 어르신들의 건강도 돌보겠습니다. 지난해, 중증 치매환자 의료비와 틀니 치료비의 본인 부담비율을 대폭 낮추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임플란트 치료비의 본인 부담률이 50%에서 30%로 인하됩니다. 육아의 부담을 국가가 함께 지겠습니다. 9월부터 만 5세까지 아동수당 10만원이 새로 지급됩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올해 450곳 더 생깁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료 단가가 9.6% 인상되어, 보육서비스의 질이 좋아질 것입니다. 온종일 돌봄서비스를 시군구로 확대하는 시범사업이 상반기에 시작됩니다. 직장 맘의 걱정을 덜어드리겠습니다. 여성이 결혼, 출산, 육아를 하면서도 자신의 삶과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도 혁신하겠습니다. 혁신의 방향은 다시 국민입니다. 정부 운영을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바꾸겠습니다. 국민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할 일을 하는 정부가 되겠습니다. 공직사회의 낡은 관행을 혁신해서 신뢰받는 정부로 거듭나겠습니다. 2월말까지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해 우리 국민들이 들었던 민주주의의 촛불이 국민들의 삶으로,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져가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취임 후 첫 현장방문지였던 인천공항공사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노사가 합의했습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업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고용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촛불이 바랐던 상식이고 정의입니다. 10월 22일, 대한민국은 새로운 숙의민주주의 장을 열었습니다. 오랜 갈등사안이었던 신고리 5·6호기 문제를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성숙하게 해결했습니다. 대화하고 타협하며, 결과를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사회가 촛불이 염원했던 대한민국입니다.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 촛불을 더 크고 넓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제 촛불정신을 국민의 삶으로 확장하고 제도화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헌법은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국가의 책임과 역할, 국민의 권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생각과 역량이 30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30년이 지난 옛 헌법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국민의 뜻이 국가운영에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국민주권을 강화해야 합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약속했습니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고 별도로 국민투표를 하려면 적어도 국민의 세금 1200억원을 더 써야 합니다. 개헌은 논의부터 국민의 희망이 되어야지 정략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산적한 국정과제의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블랙홀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주시기를 거듭 요청합니다. 개헌에 대한 합의를 이뤄주시기를 촉구합니다. 정부도 준비하겠습니다. 저는 줄곧, 개헌은 내용과 과정 모두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반도의 평화정착으로 국민의 삶이 평화롭고 안정되어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두 번 다시 있어선 안됩니다. 우리의 외교와 국방의 궁극의 목표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발을 막는 것입니다. 저는 당장의 통일을 원하지 않습니다. 제 임기 중에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나라를 바로 세운 우리 국민이 외교안보의 디딤돌이자 이정표입니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이끌어 낼 힘의 원천입니다. 지난해 저는 그 힘에 의지해, 주변 4대국과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 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당당한 중견국으로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천명할 수 있었습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대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과 고위급 회담이 열렸습니다. 꽉 막혀있던 남북 대화가 복원되었습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합의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평창올림픽을 통한 평화분위기 조성을 지지했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의 연기도 합의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합니다. 평화올림픽이 되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합니다. 나아가 북핵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전기로 삼아야 합니다. 올해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원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맹국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련 국가들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입니다. 평창에서 평화의 물줄기가 흐르게 된다면 이를 공고한 제도로 정착시켜 나가겠습니다.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정착을 위해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자 목표입니다.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입니다. 한반도에 평화의 촛불을 켜겠습니다. 국민 개개인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든 불안과 불신을 걷어내겠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국민과 함께 전쟁 걱정 없는, 평화롭고 안전한 일상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모셨습니다. 80여 년 전 꽃다운 소녀 한 명도 지켜주지 못했던 국가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다시 깊은 상처를 안겼습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한일 양국 간에 공식적인 합의를 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일본과의 관계를 잘 풀어가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잘못된 매듭은 풀어야 합니다. 진실을 외면한 자리에서 길을 낼 수는 없습니다. 진실과 정의라는 원칙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다시는 그런 참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류사회에 교훈을 남기고 함께 노력해 나가는 것입니다. 대통령으로서 저에게 부여된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 드리겠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 나가겠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듣겠습니다. 할머니들이 남은 여생을 마음 편히 보내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또한 일본과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역사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양국이 함께 노력하여 공동 번영과 발전을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천명해 왔던 것처럼 역사문제와 양국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하여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한일관계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북핵문제는 물론 다양하고 실질적인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입니다. 국민주권을 되찾기 위해 임시정부를 수립한 그 때부터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촛불을 들어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키기까지 대한민국은 국민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갈 길도 국민의 길이 되어야 합니다.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올해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일입니다. 새로운 백년을 다짐하며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입니다. 평범한 삶이 민주주의를 키우고, 평범한 삶이 더 좋아지는 한 해를 만들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저임금 지키기’ 전방위 대응 나섰다

    ‘최저임금 지키기’ 전방위 대응 나섰다

    상가임대료 억제 대책도 주문 고용부 현장 점검·위반시 처벌 靑, 일자리 안정 점검팀 추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회 취약계층인 아파트 경비원이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집단해고되는 등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잇따라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휴식시간을 늘리거나 식비, 교통비 등 각종 수당을 삭감하는 꼼수도 판을 치고 있어 정부는 이달 말부터 현장단속에도 나선다.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완 대책으로 사회보험료 경감, 상가 임대료 부담 완화, 고용 취약계층 특별대책 마련 등을 각 부처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가운데 “노동자 1인당 월 13만원, 총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기금과 사회보험에 신규로 가입하는 노동자 1인당 월 22만원, 총 1조원 규모의 사회보험료 경감 대책을 차질 없이 집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관계부처에 “영세 사업자들에게 임금보다 더 큰 압박을 주는 상가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경비원, 청소 업무 종사자 등 고용 취약계층의 고용이 흔들리지 않도록 점검하고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청와대에도 별도의 ‘일자리 안정 점검팀’도 만들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이 초기에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우리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취약계층의 소득 수준을 높이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고용 약자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논란이 일자, 이는 ‘단기적 현상’이라고 선을 긋고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극심한 소득불평등과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이려고 휴식시간을 일부러 늘리거나 식비, 교통비 등 수당을 깎는 편법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달 말부터 3월 말까지 아파트·건물관리업, 편의점, 음식점, 주유소, 슈퍼마켓 등 취약업종 사업장 5000곳을 집중 점검하고 위반 사항에 대한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즉시 처벌하기로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소방차 긴급출동 시 불법주차 차량 훼손 보상 없다

    소방차 긴급출동 시 불법주차 차량 훼손 보상 없다

    오는 6월부터 소방차의 긴급 출동에 방해되는 불법 주정차 차량은 훼손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이동 경로에서 제거된다. 차량을 치우면서 발생한 훼손에 대해 차주는 보상받지 못한다.소방당국은 개정된 소방기본법이 시행되는 오는 6월 27일부터 긴급 출동에 장애가 되는 차량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7일 밝혔다. 앞서 충북 제천 화재 참사 당시 불이 난 건물 주변의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졌다. 이런 차량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을 수렴했다.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소방관이 정당한 구조활동을 하다가 발생한 형사상 책임을 감경·면책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사상 소송에 들어가도 소방청에서 변호사 선임 등을 지원해 준다. 기존 소방기본법에는 소방활동 중 긴급조치·강제처분 등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 각 시·도지사가 보상해 준다는 근거는 있었지만, 실질적 운용에 한계가 있었다. 구체적인 절차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구조활동을 하다가 문짝을 떨어뜨린 소방관이 사비로 이를 변상해 주는 일이 허다했다. 개정안에는 손실보상심의위원회 설치를 강제해 이런 일이 없도록 했다. 더불어 보상금액·지급절차 등 세부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해 규정에 대한 근거도 마련했다. 다만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금지 장소에 주차한 차량은 적극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며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별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를 토대로 소방당국은 앞으로 긴급상황 시 소방차의 출동 경로를 막는 차량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앞서 제천 화재 참사 당시에 불이 난 스포츠센터 주변에 총 21대 불법 주정차 차량이 있었다. 이 때문에 소방 굴절차량 설치에 시간이 지체됐고, 초기 대응이 늦어져 참사가 발생했다. 소방청은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대형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의 주차단속, 계도 등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은혜초 학부모 “교육청도 폐교 권고 안 해”

    기습 폐교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 사립초교인 은혜초 학부모들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학교 측의 일방적 폐교 추진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은혜초 학부모인 A씨는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년별 대표 격인 학부모 20여명이 비대위를 구성했고 조만간 학교 이사장과 교육청 관계자 등을 만나 폐교 추진 이유와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학교 측은 지난달 29일 학부모 간담회 때 ‘서울교육청에서 (재정난 등을 이유로) 폐교를 권고받았다’고 했지만 지난 2일 교육청에 방문해 확인해 보니 사실무근이었다”고 덧붙였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도 “이사장이 찾아와 학교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폐교 가능성을 언급하기에 관련 매뉴얼을 보며 설명해 준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비대위는 폐교 추진이 학교의 주장대로 단순히 재정 악화 때문인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폐교 여부를 오래 고민했고, 법무법인 자문까지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학부모들은 겨울방학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가정통신문을 받기 전까지는 폐교 추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교사들이 학교 폐교를 막기 위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미온적 모습만 보여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달 중 이사장과 서울교육청 관계자를 각각 만나 학교의 정확한 재정 상태 등을 확인한 뒤 이후 대응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교육청은 재학생 중 1명이라도 학교에 다니길 원하면 폐교를 인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교육청은 은혜초 폐교를 계기로 사립초의 운영상황을 검토하는 별도의 팀을 꾸릴 계획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단독] 은혜초 학부모 “교육청이 폐교 권고 학교측 주장은 거짓”

    [단독] 은혜초 학부모 “교육청이 폐교 권고 학교측 주장은 거짓”

    기습 폐교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 사립초교인 은혜초 학부모들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학교 측의 일방적 폐교 추진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은혜초 학부모인 A씨는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년별 대표 격인 학부모 20여명이 비대위를 구성했고 조만간 학교 이사장과 교육청 관계자 등을 만나 폐교 추진 이유와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학교 측은 지난달 29일 학부모 간담회 때 ‘서울교육청에서 (재정난 등을 이유로) 폐교를 권고받았다’고 했지만 지난 2일 교육청에 방문해 확인해 보니 사실무근이었다”고 덧붙였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도 “이사장이 찾아와 학교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폐교 가능성을 언급하기에 관련 매뉴얼을 보며 설명해 준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비대위는 폐교 추진이 학교의 주장대로 단순히 재정 악화 때문인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폐교 여부를 오래 고민했고, 법무법인 자문까지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학부모들은 겨울방학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가정통신문을 받기 전까지는 폐교 추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교사들이 학교 폐교를 막기 위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미온적 모습만 보여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달 중 이사장과 서울교육청 관계자를 각각 만나 학교의 정확한 재정 상태 등을 확인한 뒤 이후 대응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교육청은 재학생 중 1명이라도 학교에 다니길 원하면 폐교를 인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교육청은 은혜초 폐교를 계기로 사립초의 운영상황을 검토하는 별도의 팀을 꾸릴 계획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시내 사립학교의 모집 경쟁률은 2014년 2.3대1이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여 2018학년도에는 1.8대1까지 떨어졌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초점] ‘젓가락 변 검사’ 강요까지…요양보호사의 호소

    [초점] ‘젓가락 변 검사’ 강요까지…요양보호사의 호소

    2008년부터 시작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신체활동 보조나 가사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회보험제도다. 현재 전국의 요양보호사 수는 27만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제도의 양적 팽창을 이끌었다. 하지만 높아진 노인의 복지 수준과는 달리 정작 서비스를 책임지는 요양보호사의 처우는 열악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노인의 과도한 요구과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은 “기대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는 요양보호사가 적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그래서 1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연구팀이 한국노인복지학회에 보고한 ‘노인과 요양보호사의 갈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요양보호사와 노인의 갈등 유형을 살펴봤다. 연구팀은 노인 8명, 요양보호사 9명 등 17명을 만나 심층인터뷰를 했다. 요양보호사들은 업무와 무관한 과도한 요구, ‘파출부’ 등 부적절한 호칭, 성희롱 등 주로 ‘갑질’ 문제를, 노인들은 업무 태만, 역량 부족, 성격 차이 등 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요양보호사는 경력 1~7년의 40~70대 여성이었고 노인은 70~80대로 4개월~7년간 서비스를 경험했다. ●요양보호사 “우리를 파출부, 식모 취급” 요양보호사들은 국가에서 자격증을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노인들이 ‘파출부’, ‘도우미’, ‘청소부’, ‘식모’ 취급을 하는데서 큰 갈등이 생긴다고 봤다. 요양보호사 8명 중 6명이 이런 직업 비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요양보호사 A씨는 “누가 와서 ‘(이 사람) 누구야?’라고 물으면 (노인이) ‘청소아줌마다’라고 답한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서비스에 포함돼 있지 않은 ‘변 검사’나 주말 이사를 위해 가구를 모두 닦아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요양보호사 B씨는 “자기가 변 봐놓고는 변 검사하라고 한다”며 “나무젓가락을 갖고 와서 변 색깔이 어떤가 봐달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지 않나”라고 호소했다. 요양보호사 2명은 직접적인 성희롱 경험을 거론했다. 2014년 한양대 산학협력단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요양보호사의 15%가 성희롱 및 성폭력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양보호사 C씨는 “정신이 멀쩡한데 여기 만져달라고 하고 긁어달라고도 한다”며 “긁어주면 혼자 씩 음침하게 웃고, ‘한번 줄래?’라는 식으로 나오는 대로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방문목욕서비스는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지만 가정 방문 요양보호사가 모두 해주길 바라는 경우도 많았다. 요양보호사 D씨는 “목욕서비스는 따로 있는데 대부분 우리가 다 해주기를 바란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돈을 훔쳐갔다거나 남편을 유혹한다는 의심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노인의 과도한 요구를 딱 잘라 거절하기 어려운데다 시간을 초과해 서비스를 제공해도 추가적인 보상이 없어 갈등이 빈번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전체 가족 구성원이 6명인 가정에서 다른 가족의 일까지 떠맡는 사례도 있었다. D씨는 “자기네들이 먹은 설거지라던가 빨래, 청소를 다 요구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면 단정적으로 선을 그을 수 있는 입장이 못 될 때가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요양보호사 E씨는 “운동하다 ‘냉면이나 먹고 들어가자’고 하시면 나는 안 가고 싶다”며 “어르신을 모시고 가서 손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자리에 앉히려면 퇴근시간도 늦어지니까 싫은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 “하루 4시간 중 2시간은 휴대전화 사용”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은 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많이 표시했다. 노인 A씨는 “걸레 하나를 빨아서 전부 닦는데 화장실도 다시 때를 묻혀놓고 너무 더러웠다”고 표현했다. 요양보호사들이 과도한 업무를 호소한 반면 노인들은 요양보호사의 눈치를 볼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노인 B씨는 “귀 어둡다고 못 듣는지 알고 그러는지 ‘신경질 내버릴까’라고 하고 던져버리고 탁탁 놔버리고 이런다”고 말했다. 노인 C씨는 “하루 4시간 중에 1시간은 통화하고 1시간은 휴대전화 보고 있고 집에서 일하는 것은 2시간 정도 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지방자치단체 등 장기요양서비스 공급을 책임지는 공적 기관에서 책임있는 개입과 중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또 장기요양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통해 요양보호사에게 불합리한 역할을 강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양보호사에게 성폭력을 가했을 때 법적인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공기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고, 노인의 서비스 수급자격 제한과 같은 제도적 대응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요양보호사와 갈등을 겪는 노인도 갈등해소를 위한 창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남자를 위한 우주비행 프로젝트 (유소영)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남자를 위한 우주비행 프로젝트 (유소영)

    “나는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 전투에 참가했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봤어.” 넓은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지금 이 순간, 나를 향하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대사예요. 리들리 스콧 감독, 해리슨 포드 주연.” 침착해 머큐리. 할 수 있어. 네가 어떤 고생을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프레디가 처음으로 보여준 영화였어요.”원형 스튜디오의 중앙을 가득 채운 대형 홀로그램 화면에 프레디의 사진이 떴다. 누가 로봇 아니랄까봐, 저 로봇미소는 어째 변하질 않냐. 입꼬리만 올라간 프레디 특유의 어색한 미소는 그가 최근 돌보기 시작한 7살짜리 브라이언의 환한 웃음과 대비되어 떨떠름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이 돌보기는 이제 지긋지긋해. 웃기지 않아? 그게 내가 제작된 유일한 이유인데. 하지만 그 생각만 하면 유동액이 역류할 것 같아.’ 그런데 너는 아직도 그러고 있구나. 어쩌면 영원히 그래야겠지.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D구역 아동보호시설 아이들은 대부분 생일을 자기가 정해요. 언제인지 모르니까. 저는 프레디와 처음 만난 날이 생일이죠. 7살 생일날 밤, 프로틴 바를 하나 먹고 자려고 누워 있는데 갑자기 프레디가 그러더라구요. 우리, 나가자.” 그때 꽉 잡혔던 손목의 감각을 아직도 기억한다. 정신없이 이끌려 따라간 곳은 기숙사 옥상이었다. 프레디는 옥상 한쪽 벽에 기대 앉았다. 나도 그 옆에 쪼그려 앉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우리 둘뿐이었다. 여기 춥고 무서워, 나는 중얼거리며 프레디 옆에 몸을 바짝 붙였다. 프레디는 대답 없이 팔에 붙은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별안간 깜깜하던 밤하늘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눈앞을 가득 채운 별들은 금방이라도 내게 쏟아질 듯 가까웠다. 우와! 나도 모르게 입술 새로 탄성이 새어나왔다. “일곱 살짜리가 볼 건 아닌데, 그래도 볼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분명 반칙이었다. 이미 영화의 첫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이상, 내게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순진했던 나는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나는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 전투에 참가했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봤어.” 프레디는 영화를 보는 내내, 거의 모든 대사를 목소리까지 바꿔 가며 따라했다. 좀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그 모든 기억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어둠 속에서 푸르게 빛나던 프레디의 옆얼굴. 영화 속 안드로이드 로봇의 마지막 대사를 따라하면서, 프레디는 분명 울고 있었다. 내가 로봇의 눈물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꼬맹아, 재미있었어?” 영화가 끝나자 프레디는 언제 울었냐는 듯 예의 그 쾌활하고 능글맞은 목소리로 돌아왔다.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재미있었다, 정말로. “너 정말 별난 애다. 보통 5분 내로 지루해하던데. 끝까지 다 본 애는 네가 처음이야.” “나, 저기 갈래.” 아, 정말이지 일곱 살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때의 나는 방금 전까지 눈앞에 펼쳐졌던 별세계에 진짜 갈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프레디가 피식 웃었다. “나도 가고 싶어. 우주로 갈 수만 있다면 없는 영혼이라도 팔겠다.” “그럼, 가자.” 나는 프레디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래, 가자.” “언제? 언제 가?” “음….” 잠깐 말이 없던 프레디는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툭툭, 가리켜 보였다. “여기 저장돼 있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정말?” “그럼.” 프레디는 우주에 가려면 알아야 할 게 많으니까, 영화를 많이 봐 둬야 해. 라고 덧붙였다. 아아, 그렇구나. 일곱 살의 나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우주를 꿈꿨던 건 그때부터였어요.” 대형 홀로그램 화면을 가득 채운 내 얼굴이 보였다. 프레디가 영화를 보여 줄 때마다 얼빠진 표정이라고 놀렸던, 꿈꾸는 듯한 눈동자였다. “하지만 제 인생은 시작부터 지지리도 운이 없었죠. 하필 D구역에서, 자연출산으로 태어났어요. 그래도 여자로 태어날 가능성이 50%는 있었는데, 보시다시피 그마저도 저버렸죠. 그것도 모자라 세상에 나오자마자 길가에 버려져서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어요. 저도 알아요. 우주는 여자, 그것도 최고로 우수한 유전자들만 배양한 인공자궁에서 태어나는 A구역 여자들에게만 허락된 영역이라는 거. 하지만 기적처럼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저는 166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어요. 이번 한 번만, 제 인생에도 행운이 찾아와 주길 바라면 안 될까요?” 다음 순간, 고막을 찢을 것 같은 함성이 장내를 울렸다. 홀로그램 화면을 가득 채운 내 이름 아래 숫자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투표했다고? 나는 멍하니 화면을 쳐다보았다. 그 어마어마한 숫자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구 연방 시민 여러분, 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석 달간 이어져 온 프로젝트가 드디어 끝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제, 최후의 한 명을 밝힐 차례입니다. 지구연방 항공우주국 QUEEN에서 주최한 <남자를 위한 우주 비행 프로젝트>의 최종 탑승자는,” 사회자가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자, 일제히 야유가 쏟아졌다. 그녀는 스튜디오를 훑으며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제발. 제발. 제발! 1초가 영원처럼 느껴지는 순간, 사회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D구역이 낳은 기적의 소년, 머큐리 군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그 이후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멍멍하게 울리던 함성, 번쩍이는 플래시, 내 목에 걸린 지구 모양 메달의 무게, 대형 홀로그램 화면을 꽉 채우던 실시간 리플들, 밤하늘에 수없이 아로새겨지던 네온 폭죽들, 밖으로 튀어나올 듯 거세게 뛰던 내 심장 박동, 그런 것들이 드문드문 기억날 뿐이다. 다음날 새벽, 눈뜨기가 무섭게 최신형 AVR 세트 광고 촬영이 시작되었다. AVR 콘택트렌즈와 귀 뒤에 부착하는 센서티브 패치, 웨어러블 슈트에 AVR 워치까지, 그야말로 풀세트였다. AVR 기기를 주렁주렁 차고 침대에 누워 있자니, 실험용 생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괜히 몇 번 몸을 떨었다. 광고 촬영 장소는 카페였다. AVR 시스템에 접속해 장소를 설정하고 이동 버튼을 누르자, 나는 순식간에 어느 대형 체인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이동하자마자 맨 먼저 느껴진 것은 감미로운 커피 향과 갓 구워진 빵 냄새였다. 뒤이어 은은하게 흐르는 카페 안의 음악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쿠션감이 가득한 의자는 편안했고, 노란빛이 감도는 조명은 정면으로 올려다보아도 눈이 시리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나는 자고 일어난 모양 그대로 숙소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아니 지금도 그러고 있을 텐데, 한껏 꾸미고 카페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또 다른 나는 테이블에 세팅된 초콜릿 케이크를 포크로 우아하게 떠냈다. 촉촉한 빵과 끈적이는 초콜릿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떠낸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 쌉싸름하고 달콤한 초콜릿이 혀를 싸고돌았다. 프로틴 바만 먹고 살았던 나로서는 생전 처음 느껴 보는 맛이었다. 입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느낌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 “저기, 머큐리다!” 날카로운 하이 톤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어느새 몰려든 내 팬클럽 회원들이 카페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촬영감독의 미간이 확 찌푸려지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하게 웃어 보였다. “죄송하지만, 촬영에 조금만 협조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렇게까지 공손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감독은 C구역 사람인가 보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의 애처로운 부탁에도 불구하고, 카페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가히 폭주 상태였다. 어느새 넓은 홀을 꽉 채우며 테이블 바로 앞까지 몰려온 그녀들은 내 몸 이곳저곳을 함부로 만지고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악! 아파!” 비명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픔도 감각이라는 걸 잊고 있었어! 최신 버전 AVR답게 머리카락이 통째로 뜯기는 아픔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AVR 전원을 껐다. 짧은 삐 소리와 함께 다시 침대 시트와 주렁주렁 달린 AVR 세트들의 감촉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왠지 모를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치고 QUEEN에 도착하자마자, 공기는 180도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A구역 여자들마저 극성팬으로 만든 기적의 소년이었는데, QUEEN으로 들어오는 순간 거짓말처럼 다시 D구역 머저리 남자아이가 되어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훑는 눈길들은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우주로 갈 거야. “네가 머큐리구나. 나는 이번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인 비치 박사라고 한다.” 그녀의 첫인상은 뭐랄까… A구역을 사람으로 만들면 나올 것 같은, 그야말로 ‘A구역 표준형 인간’이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탄력 있는 피부와 완벽한 몸매, 지적이면서도 단정한 인상까지. 금발 머리를 한 올도 삐져나오지 않게 틀어 올렸는데, 그 동그란 머리가 각진 은빛 유니폼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엉거주춤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7일간 여기 머물면서 우주 비행에 필요한 훈련과 검사들을 할 거야. 그리고 7일 후 우주로 출발한다. 더 궁금한 점은?” “아, 저기….” “다음 일정은 기자회견이야. 이동.” 내 말은 못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비치 박사는 자기 팔목에 채워진 AVR 워치만 만지작거렸다. 나는 못 다한 말을 혀 밑에 꾹 눌러 씹은 채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벌써 세 시간이 지났는데, 기자회견은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A구역마저 사로잡은 애교 한 번 보여 달라는 기자의 끈덕진 요구에 나는 마지못해 볼에 어색하게 바람을 넣었다. 욕이 나오려는 걸 꾹꾹 참고 억지로 웃어 보이느라 광대뼈가 아려왔다. 내가 생각한 인터뷰는 이런 게 아니었다. 아니, 다른 우주비행사들 인터뷰 영상에는 멋있고 프로페셔널한 질문들이 막 넘쳐나던데, 어? 그래서 어제 밤을 새서 예상 질문이랑 답변도 다 연습했는데. 왜, 왜 나한테는 피부 관리 비결이나 물어보고, 애교나 부리라는 거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 그럼 다음 질문. 자신이 QUEEN의 수석연구원이었다고 주장한 메이 박사가 공개한 영상이 오디션이 진행되는 내내 큰 이슈가 되었는데요. 머큐리 군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그게 무슨….” “잠깐,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질문입니다. 머큐리 군은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습니다.” 내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비치 박사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QUEEN에서 이미 입장을 발표한 바와 같이, 문제의 영상은 논리적 근거가 1%도 없는 가십성 루머에 불과합니다. 현재 QUEEN은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메이 박사의 영상과 관련해 매니스트(MENIST) 또한 QUEEN 측에 의혹을 제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QUEEN의 입장은 앞서 말한 바와 같으며, 따로 언급할 가치가 없는 사안입니다.” 기자들의 머리 위로 앞다투어 초록색 광선이 나타났다. 다들 실시간 기사 전송 중이구나.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시 한 번 초록색 광선이 우수수 떠올랐다. 좋아, 완벽했어.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아무도 눈치 못 챘을 거야. 나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AVR 검색 기능을 켰다. 메이 박사는 뭐고, 매니스트는 또 뭐야? 생전 처음 듣는 이름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D구역에는 제대로 된 미디어나 검색 장치가 하나도 없었다. 고작해야 스마트폰이니, 말 다했지 뭐. 요즘 누가 스마트폰 쓴다고. ‘메이 박사 영상’을 입력하자 사람들이 올려놓은 문제의 영상이 여기저기 떴다. 이미 모두 재생이 막힌 상태라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영상 아래 달렸던 댓글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정보의 조각들을 짜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내가 실험체라는 거네?” 메이 박사의 주장은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QUEEN의 최종 목적은 우주 공간에서 AVR 시스템을 구현시키는 것으로,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주는 지구와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실험체가 꼭 필요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희생당할 게 뻔한 실험체를 QUEEN의 고급인력들로 채울 수는 없었다. 실험을 진행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 또한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열린 게 ‘남자를 위한 우주비행 프로젝트’라는 거였다. 실험체도 얻고, 프로젝트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거대기업들로부터 굴러들어오는 지원금은 덤이라는 게 그녀의 결론이었다. 사람들은 댓글마다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이게 진짜일까요?> <queen에서 듯.=“” 헛소리인=“” 그냥=“” 생각에는=“” 제=“” 한다던데요?=“” 강경대응=“”> <매니스트에서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던데, 뭔가 있으니까 그러는 거 아닐까요?> 맞다. 매니스트. 저건 뭐지? 나는 다시 검색어를 입력했다. <매니스트: 여남이 평등하며 가치가 동등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 또는 그 단체.> 백과사전에서 말하는 매니스트는 간단명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훨씬 복잡한 댓글들이 가득했다. <여남의 권리 평등은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데 웬 헛소리?> <이론과 실제는 다르죠. 모든 직업에 여남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 남자가 뽑혔단 얘기 들어보셨어요? 분명히 차별은 있어요.> <여자가 가진 특성이 현대 사회에 더 적합한 걸 어쩌란 말입니까? 남자들이 가진 거라고는 육체적 힘뿐이잖아요. 요즘 세상에 로봇이 있는데 누가 그걸 남자한테 시키겠어요?> <그러니까 문제죠. 심지어 D구역에서조차 여아선호사상 때문에 남자가 태어나면 버리거나 낙태시킨다고 하더라구요. 최소한 아이들이 죽는 건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분 대화가 안 통하네. D구역 여자들이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는 걸 우리가 무슨 수로 막아요? 당신 매니스트죠?> <아니, 그건 아닌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매니스트’라는 단어는 욕이나 마찬가지였다. 너 매니스트지? 는 상대방을 꼬리 내리게 하는 마법의 주문 같았다. 아니, 그런데 매니스트고 뭐고 간에….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분명히 알게 된 건 많은데, 정작 중요한 의문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메이 박사 영상이 사실일까? 그대로 믿기에는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소설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남자, 그것도 D구역 남자니까. “에휴, 모르겠다.” 나는 AVR 워치의 전원을 꺼 버렸다. 렌즈도 빼고, 센서티브 패치도 떼고, 종일 입고 있던 슈트도 벗어던지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메이, AVR 시스템, 실험체, QUEEN, 매니스트, 여자, 남자… 방금 전까지 봤던 낱말들이 뒤죽박죽 섞여 머리 위를 떠다녔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몰려드는 글자들을 쫓아냈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다음날 첫 번째 일정은 우주선 홍채 등록이었다. 홍채 등록은 AVR로 대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세밀한 작업이기 때문에 실제 눈동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덕분에 나는 직접 우주선으로 가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내 이름을 딴 우주선, 머큐리-17473호는 모든 점검을 마치고 발사대에 설치된 상태였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우주선을 보자 새삼 가슴이 벅찼다. “자, 홍채가 제대로 등록됐는지 점검한다. 눈을 여기 갖다 대.” 비치 박사가 시키는 대로 홍채를 인식시키자, 육중한 우주선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정신없이 우주선 내부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서 계기판과 레버, 버튼들이 깜박이고 있었다. “저 중앙에 있는 녹색 버튼이 출발 버튼, 그 옆에 있는 건 자동항로검색장치….” “자동항로검색장치를 아나?” “인공 지능에 등록된 우주 지도를 이용해서 목적지의 좌표를 찍으면 알아서 최단거리의 항로를 찾아주는 장치죠,” “그 위에 있는 파란색 레버는?” “수동조종레버요. 작동법도 싹 다 외웠어요. 물론 실제로 해 본 적은 없지만.” “보통이 아니군.” 비치 박사가 찌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 또한 눈을 피하지 않았다. “어디서 감히….” 비치 박사가 입을 열려는 찰나, 연구원 한 명이 그녀에게로 급하게 뛰어왔다. 그녀의 말을 듣던 비치 박사가 곧 입술을 잘근거리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넌 일단 돌아가 있어.” 비치 박사는 그 말만 남긴 채 쌩하니 몸을 돌렸다. 하여튼 싸가지 없긴. 이번엔 또 뭐야? 나는 부지런히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매니스트, QUEEN 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위 시작?” AVR 시스템을 켜자마자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아까 숙소로 올 때 주변에서 어른거리던 것들이 그럼 매니스트 회원들이었나 보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지런히 기사를 클릭했다. “뭘 보고 있는 거지?” 아뿔싸.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비치 박사가 문간에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5분 내로 인터뷰실로 이동해. 긴급 기자회견이야.” “하지만….” “메이의 영상은 당연히 거짓말이야. 그래서 너한테 알리지도 않은 거고. 다만 지금 여론이 너무 뒤숭숭하니까 네가 나서서 불필요한 헛소문을 좀 멈추라는 뜻이야. 알겠니?” “….” “지금 헛소문이 돌아봤자 너한테 좋을 건 하나도 없어.” 그래. 지금 헛소문이 돌아봤자 나한테 좋을 건 하나도 없지. 나는 비치 박사의 말을 떠올리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저는 QUEEN과 비치 박사님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매니스트 회원들은 근거 없는 루머에 휘둘리고 있어요. 당장 불법 시위를 멈춰야 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이 앞다투어 손을 들었다. 지켜보고 있던 비치 박사가 손을 들어 웅성거리는 장내를 정리했다. “머큐리 군의 입장 표명은 이상입니다. 기자회견을 종료하기 전에, QUEEN 측에서 준비한 영상을 이 자리에서 최초로 공개하겠습니다.” 비치 박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버튼을 눌렀다. 심드렁하게 화면을 쳐다보던 나는 영상이 재생되자마자 튕기듯 일어섰다. “프레디!” 화면에 등장한 건 프레디의 얼굴이었다. “안녕, 머큐리. 잘 지내고 있지? 오늘이 벌써 9월 4일이야. 네 생일 이브.” 그러고 보니 내일이 내 생일인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리는 항상 9월 4일에서 9월 5일로 넘어가는 밤, 12시가 되면 기숙사 옥상에서 영화를 봤지.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 생일에 너는 QUEEN 숙소에 있겠구나. 그곳 옥상은 어때? 보고 싶어, 머큐리.” 영상은 거기서 끝이었다. 기자들이 앞다투어 소감을 물었다. 나는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너무 놀랍고 보고 싶다는 등의 말을 주워섬겼다. 기자들의 머리 위로 녹색 광선이 휙휙 지나갔다. 아마 실시간으로 ‘머큐리와 프레디, 감동적인 만남의 현장!’ 따위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나와 프레디의 기사가 매니스트의 시위 기사를 밀어낼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비치 박사는 꽤 만족한 얼굴이었다. “좋아. 오늘 일정은 여기서 끝이야. 쉬어도 좋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는 숙소로 이동했다. AVR 워치를 뽑아내듯 벗겨내 던져 버리고, 침대 위에 쪼그려 앉았다. 춥지도 않은데 몸이 덜덜 떨려왔다. 프레디와 나는, 단 한 번도 9월 4일에서 9월 5일로 넘어가는 밤 12시에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처음 영화를 보던 날은 9월 5일에서 9월 6일로 넘어가던 밤이었다. 그 이후로는 시도 때도 없이 영화를 봤었고, 생일이 되면 내가 영화를 보여 달라고 조르긴 했지만 시간을 정해놓은 적은 없었다. 옥상은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처음 영화를 보던 날, 내내 옥상에서 찬바람을 맞은 내가 지독한 감기에 걸려 몇 주를 앓았기 때문에 프레디는 그 이후로 옥상이라는 말만 나와도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프레디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9월 4일에서 9월 5일로 넘어가는 밤, 12시가 되면 기숙사 옥상에서 영화를 봤지.’ ‘이번 생일에 너는 QUEEN의 숙소에 있겠구나.’ ‘그곳 옥상은 어때?’ ‘보고 싶어.’ 순간 머릿속에 불이 번쩍, 했다. 지금이 몇 시지? 튕기듯 일어나 AVR 워치를 켜자, 11시를 가리키는 계기판 알림음이 울렸다. 나는 알림음이 끝나기도 전에 AVR 시스템의 전원을 껐다. A구역에서 AVR 없이 움직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실시간 위치를 노출시키는 것보다는 나았다. 나는 살금살금 숙소를 빠져나왔다. 옥상은 여기서 61층 위. 진공관에 타는 게 가장 빠르겠지만 들킬 위험이 너무 높다. 나는 계단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마 이 건물이 세워진 이래 한 번도 쓰인 적 없는 계단일 것이다. 1일 필수 운동량조차 실내 운동기구로 해결하는 A구역 사람들이 건물에 계단을 만든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하지만 D구역에서 14년을 살아온 나라면 얘기가 다르지. 나는 심호흡을 하고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각오는 했지만, 61층을 걸어 올라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지만 계단을 오르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AVR 시스템을 껐으니 지금이 몇 시인지도 알 도리가 없었다. 그저 최대한 빨리 도착하는 수밖에. 나는 얼얼한 다리를 이끌고 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옥상이었다. 나는 쓰러지듯 한쪽 벽에 기대앉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나 하나뿐이었다. 여기 춥고 무서워, 나는 중얼거리며 두 팔로 무릎을 감쌌다. 그 순간 내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네 살짜리가 볼 건 아닌데, 그래도 볼래?” “프레디!” 조용히 해야지, 프레디가 속삭였다. 나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프레디가 씩 웃으며 팔에 붙은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깜깜하던 밤하늘이 환해짐과 동시에,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비치 박사였다. 그리고 그녀 앞에 한 사람이 등을 보이며 서 있었다. “…시위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제는 머큐리 팬클럽까지 합세하고 있다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그럼? 대체 이것보다 큰 문제가 뭐야?” “머큐리가 우주선 조종법을 알아. D구역 남자애 주제에 건방지게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하도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줄 알고 뽑아놨더니, 내 발등을 내가 찍었어.” “뭐? 그럼 어쩌자고?”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머큐리가 우주선 안에서 수동조종이라도 한다면 통제할 방법이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저런 걸 우주선에 태워선 안 돼.” 영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오늘 밤 12시에 공개될 거야.” 프레디가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동안 둘 다 말이 없었다. 다시 입을 연 건 프레디였다. “돌아가자, 머큐리.”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프레디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방금 영상 못 봤어?” “봤어.” “여기 있으면 위험해. 메이 박사의 영상은 거짓말이 아냐. 저들은 애초에 널 우주선에 태울 생각이 없어! 그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널 카메라 앞에 내세워서 이용할 뿐이지, 나중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나도 알아.” “그럼 돌아가자. 난 이런 곳에 너를 1초도 놔둘 수 없어.” “아니, 나는 안 돌아가.” “머큐리!” 프레디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프레디, D구역과 우주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뭐?” “둘 다 AVR 시스템이 안 통한다는 거야. 우주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곳이니까. 우주에 가는 길이 평등하지 않아서 문제였지. 그런데 이렇게 기회가 왔잖아. 이제 와서 스스로 이걸 포기하라고?” “머큐리, 우주에 가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야. 아니, 내가 더 간절할지도 모르지. 너는 7년 동안 간직한 꿈이지만 나는 59년이니까.” 프레디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하지만 머큐리, 지금 네가 우주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0%에 수렴해.” “0%에 수렴한다는 말은 0%는 아니라는 말이네. 생각보다 희망적인데?” “머큐리!” “내가 우주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0%에 수렴한다면, 내가 지구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그냥 0%야. 왜 아직도 그걸 몰라?” “뭐?” “네가 영원히 아이 돌보기 로봇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나 또한 영원히 D구역 남자니까. 지구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가 있어?” “….” “아주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난 그걸 택하고 싶어.” 다시, 한동안 둘 다 말이 없었다. 이번에도 먼저 입을 연 건 프레디였다. “머큐리, 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 나랑 같이 가지 않을 거야? 나를 여기 데려다 준 매니스트 회원들이 우리가 돌아가는 걸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어.” “미안해.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럼 좋아, 머큐리. 우주에 간다 치자고. 지금 QUEEN 주위에 수십만 명이 있어. 우주선까지는 어떻게 갈 거야?” “어차피 다 AVR 홀로그램이야. CCTV에만 안 들키면 돼. 밤이고, 나는 몸집이 작으니까 잘 숨으면 눈에 안 띌 수도 있어.” “무모한 짓인 걸 알면서도 해보겠다는 거지, 결국은.” 프레디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럼, 네 AVR 세트를 나한테 줘.” “뭐?” “난 인간형 로봇이니까, AVR 착용이 가능할 거야. 그럼 너 대신 내 위치가 노출되겠지. 오래는 못 버티겠지만, 시간을 조금 더 벌어줄 수는 있을 거야.” “하지만 프레디, 너무 위험하잖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너는 하면서, 나는 하지 말라는 건 반칙 아냐?” 프레디가 내 손에서 AVR 워치를 풀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해야 하는데, 어쩐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가 멍청히 서 있는 사이, 프레디의 손목에 내 워치가 채워졌다. 다음은 렌즈, 그 다음은 센서티브 패치, 마지막으로 내 웨어러블 슈트와 프레디의 옷까지 바뀌었다. 내가 된 프레디가, 프레디가 된 나를 보고 웃었다. “이 마당에 부담 주긴 싫지만, 이렇게 된 이상 넌 꼭 성공해야 돼.” “프레디….” 지금 울면 안 돼. 프레디의 기억 속에 그렇게 남으면 안 돼. 애써 웃어 보이려 노력하는데도 눈가가 자꾸 화끈거렸다. 프레디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머큐리, 그거 알아? 네가 이 프로젝트 지원하던 날 밤에 본 영화, 그게 내 저장 장치 속 마지막 영화였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프레디가 등을 돌렸다. 곧이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계단을 향해 무작정 소리쳤다. 울음 때문에 발음이 제멋대로 뭉개져 나왔다. “프레디! 나 꼭 돌아올게! 옥상, 옥상으로 올 거야! 그러니까 기다려…. 무조건 기다리고 있어야 돼!” 내 말이 들렸을까. 발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곧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숙소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홀로그램들이 크게 동요하며 일렁거렸다. 홀로그램들은 일제히 비행장 반대 방향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으로 달렸다. 바깥은 아수라장이었다. 여기저기 홀로그램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고, 경비로봇들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귀를 파고들었다. 나는 비행장 쪽으로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목에서 쇠 맛이 나더니, 나중에는 피 맛이 났다. 머큐리-17473호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열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홍채를 인식합니다.” 정신없이 얼굴을 갖다 대자, 경쾌한 안내 음성이 울렸다. “환영합니다! 비행사는 우주선 안으로 입장해 주십시오.” 우주선 전체가 윙윙거리며 진동했다. 계기판과 레버, 버튼에 불이 깜빡였다. 머큐리-17473호는 날아오를 준비를 마치고 비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조종간으로 다가갔다. 녹색 버튼을 누르자 추진 로켓이 굉음을 내며 떨리기 시작했다. 7살 생일날 밤, 내 앞에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처럼 반짝이던 별들이 떠올랐다. 주인공 로봇을 흉내 내던 프레디의 눈물방울이 별빛에 반사되어 빛났다. 꿈꾸는 듯 펼쳐졌던 그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순간 우주선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과 겹쳐졌다. 얼굴에 번진 눈물을 대충 훔쳐내고, 조종석에 앉아 벨트를 채웠다. 남자, 여자, D구역, A구역, 비치 박사, QUEEN, 그리고 나를 괴롭게 했던 모든 것들. 안녕히 계세요. 나는 이제 떠날 거예요. 우주로 갈 거예요. 장미성운의 그 오묘한 빛깔을 내 눈으로 보고, 말머리성운의 머리 위를 비행할 거예요. 별의 물결이 흐르는 파로크 바다를 항해하고, 불사라 지구의 쏟아지는 운석들 사이에서 아찔한 곡예비행도 할 거예요. 이제 막 태어나는 별을 발견하면 프레디와 내 이름을 붙여줄 거고, 주어진 운명을 다하고 사라지는 별도 말없이 지켜볼 거예요. 우주에서라면 그 모든 것이 가능하죠. 나는, 그냥 머큐리일 뿐이니까. “가자, 머큐리.” 수동 조종 레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2166년 9월 5일 01시 06분 11초, 머큐리-17473호 발사.
  • 임종석 실장, UAE 방문 직전 최태원 SK 회장과 독대

    임종석 실장, UAE 방문 직전 최태원 SK 회장과 독대

    기업민원 해결·탈원전 불만 무마·파병갈등 해소 등 의혹 계속UAE 왕세제 “바라카 원전 모범적 사례”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SK 崔회장 면담, 애로 청취·경제정책 이해 확대 차원인 듯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를 면담한 것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임 실장이 특사로 출국하기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우호 증진이 목적”이라고 밝히면서도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왕정 국가인 UAE와의 신뢰 문제’로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임 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UAE 정부의 보복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UAE와 체결한 각종 계약을 현 정부가 조정하려는 과정에서 UAE 측이 반발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런 주장의 근거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런 의혹 제기는 억측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 회장의 요청으로 청와대 밖에서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사실”이라며 “기업 측이 면담을 요청하면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정부의 경제운용 방침을 설명하는 것도 비서실장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물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기업의 요청이 있으면 별도의 자리를 만들어 재계 인사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은 이 자리에서 SK 그룹이 대기업 중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비교적 모범적으로 임해준 데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고,최 회장은 평소 관심이 큰 사회적 기업 활성화와 블루오션 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SK 역시 UAE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사업이 없는 만큼 특사로 UAE에 갈 예정이었던 임 실장에게 처리를 부탁할 민원이 없다는 입장이다. 임 실장의 특사방문과 관련해 제기된 또 다른 의혹은 ‘파병축소 불만 무마설’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UAE에 파병 중인 아크 부대의 격을 격상시키려 계획했는데 새 정부가 들어선 다음 이를 보류하면서 UAE가 불만을 표시했고 이를 무마하려고 임 실장이 특사로 갔다는 것이다. 아크 부대에 파병하려고 했던 군 간부들의 파병이 최근 보류돼 이들이 각 소속부대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이런 의혹이 제기된 한 배경이 됐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한-UAE 간 (파병 병력) 세부 편성과 관련한 양국 협의가 지연됨에 따라 이들의 인사상 불이익을 막고자 원소속으로 복귀한 것”이라며 “양국 국방협력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청와대 측도 해당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계속되는 해명에도 임 실장의 특사 파견과 관련한 의혹이 끊이질 않자 난감해 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애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UAE 측이 불만을 제기해 이를 무마하려 했다는 ‘설’부터 시작해 UAE 왕가 비자금 관련설, 리베이트 마찰설, 한국업체 공사대금 체불설 등 갖가지 의혹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벌어질 원전 수주전에 이런 의혹들이 미칠 영향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 기자들을 만나 “UAE 원전공사는 잘 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공사 계획 변경 등에 따른) 보상금을 낸다든지 하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임 실장이 UAE 왕세제를 만난 자리에서 바라카 원전 건설이 모범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에서는 임 실장의 특사 자격 방문 사실을 최초로 공개할 때 알리지 않았던 문 대통령 친서 전달 사실 등을 뒤늦게 공개하는 등 청와대의 대응도 미숙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청와대 관계자도 “(우리 측이) 파병부대 격려차 UAE를 방문하는 임 실장을 특사 자격으로 보내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에 UAE가 왕세제와의 면담이 가능하다고 해서 만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합의 파기? 재협상?… 위안부 피해자 의견 듣고 결론 낸다

    합의 파기? 재협상?… 위안부 피해자 의견 듣고 결론 낸다

    文대통령 모든 가능성 열어 놓고 여론 수렴 ‘투명한 절차’ 밟을 듯 “과거사 해결과 별개로 관계 개선” 미래지향적 발전 ‘투트랙’ 유지 日과 정면충돌 피하려는 의중도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후속 조치’를 주문함에 따라 한·일 관계에 외교적 후폭풍이 예상된다. 후속 조치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 내지 합의 폐기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는 이를 위해 조만간 여론 수렴에 착수하기로 했다.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문’을 대독하고 ‘재협상이냐, 합의 폐기냐’라는 기자들의 물음에 “‘빠른 시일 내 후속 조치를 마련해 달라’는 대통령 말씀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했으나, 재협상이나 합의 폐기 등의 직접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결론을 열어 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며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정부의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대응 방침을 단정 지어 밝히지 않은 것은 위안부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일본을 더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박근혜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재협상이냐, 합의 폐기냐는 중대한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리면 위안부 피해자들은 또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일본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려는 의중도 엿보인다. 한·일 위안부 합의 TF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튿날 대통령이 나서 재협상이나 합의 폐기를 선언하면 일본이 이를 ‘외교적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 중심 접근을 명분으로 시간을 벌고, 달아오른 국민 여론을 지렛대 삼아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입장문 말미에서 “역사 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한·일 간의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해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 문제가 한·일 관계에서 취해 온 ‘투트랙’으로 다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과거사와 한·일 관계를 분리해 미래지향적 발전을 별개의 트랙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후속 조치 발표를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로 미루지 않고 신년 초 기자간담회 이전으로 당긴 것도 과거사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평창올림픽과 3월 한·중·일 정상회의를 디딤돌 삼아 이른 시일 내 양국 외교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리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은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받아들이면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 정부가 실제로 폐기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합의문을 수정·보완하는 재협상을 택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합의 변경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우리 정부 의도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 약속의 이면 합의를 공개하고 재협상 국면으로 몰고 가는 상황 또한 우리 정부엔 외교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다. ‘국가 간 합의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길 수 있는 데다 국가 신뢰도 추락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위안부 문제가 본질이고 나머지 문제가 본질일 수는 없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으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등 일본 영토도 북핵·미사일 위협의 사정권에 있어, 재협상이 시작되면 한·미·일 북핵 공조가 무너지는 것을 막고자 일본 정부가 성의 있는 추가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위안부 합의 중대 흠결” 사후조치 지시

    “위안부 합의 중대 흠결” 사후조치 지시

    재협상 시사… 한·일 관계 파장 “외교관계는 회복” 투트랙 기조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한·일 위안부 합의(12·28 합의)에 대한 최종보고서 발표와 관련,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최종적·불가역적 합의’로 규정됐던 12·28 합의를 정확히 2년 만에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 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예상을 뛰어넘는 강수를 두며 사실상 재협상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여 한·일 간 셔틀외교 복원 등 한·일 관계의 급속한 경색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재협상 여부를 포함한 최종입장을 늦어도 내년 1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때쯤 밝힐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TF의 발표를 보면서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고, 유감스럽지만 피해 갈 수는 없는 일”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역사문제 해결에 있어 확립된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는 점에서 매우 뼈아프다”면서 “현실로 확인된 비공개 합의의 존재는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상처를 받았을 위안부 피해자 여러분께 마음으로부터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로, 진실을 외면한 자리에서 길을 낼 수는 없다”면서 “우리에게는 아픈 과거일수록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역사일수록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동시에 역사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한·일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로 양국 관계가 전면 경색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분리대응(투트랙) 기조를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 아래 빠른 시일 안에 후속조치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의 최종입장 발표가 내년 1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시점을 넘길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 “대통령이 회견 때 밝힐지 그전에 정부가 발표할지 논의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일자리 늘린 中企에 정책자금 3조 7350억 푼다

    일자리 늘린 中企에 정책자금 3조 7350억 푼다

    4.2% 증가…‘고용창출’ 최우선 창업기업자금, 전체의 절반 배정 4차산업분야 3300억 신규 투자정부가 내년에 창업·혁신기업 지원과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중소기업 정책자금으로 3조 7350억원을 공급한다. 특히 정책자금 지원의 우선순위가 기존 ‘수출’에서 ‘고용창출’로 전환된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8년 중소기업 정책자금 운용계획’을 발표했다.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시중은행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우나 기술·사업성이 우수한 중소기업에 저금리로 장기간 자금을 융자해 주는 제도다. 전체 지원 규모는 올해보다 4.2%(1500억원) 늘어났다. 가장 큰 특징은 평가 체계 개편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상 기업을 심사·선정할 때 고려 사안이 ‘수출 > 성과공유 > 고용창출’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고용창출 > 일자리안정자금 수급 > 성과공유’ 등으로 바뀐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일자리 부문에 대한 평가배점 비율을 현행 8.3%에서 15.4%로 확대하고, 일자리안정자금 수급 기업에는 별도의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수출기업이면서 고용창출기업에 해당하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특징은 창업기업지원자금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전략인 ‘혁신성장’ 관련 예산이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창업기업지원자금은 올해(1조 6500억원)보다 13.1% 늘어난 1조 8660억원으로, 전체 정책자금의 절반을 차지한다. 창업기업지원자금 지원 대상은 기술성이나 사업성이 우수한 예비창업자와 창업기업(창업 7년 미만)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관련 전용 자금도 신설된다. 창업기원지원자금 중 3300억원이 스마트공장과 신기술·신산업 등의 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제조현장 스마트화 자금’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 신산업 분야로는 태양전지·지열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폐기물 재활용 등 환경 개선이 꼽힌다. 이 밖에 유망 창업기업 발굴과 연계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팁스(TIPS·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사업과 청년창업사관학교 등에 자금 1000억원을 별도 운용하기로 했다. 홍 장관은 “정부의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이라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중소기업 정책자금 사업에 구현하기 위해 내년도 정책자금을 일자리 창출 기업 위주로 공급하고 창업기업자금 등 혁신성장 자금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지방공무원 정원’ 정부 대신 지자체가 정한다

    ‘지방공무원 정원’ 정부 대신 지자체가 정한다

    내년부터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정원을 늘리고 모든 지자체가 자유롭게 과(課) 단위 이하 기구를 설치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일부나마 지자체에 인력 관리 권한을 넘겨주는 건 대한민국 건국 이후 처음이다. 공무원 정원을 중앙정부에서 통제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지자체에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다.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앞으로 새 개정령안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1월 말쯤 시행된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인건비 총액 기준인 ‘기준인건비’를 초과해 인건비를 집행해도 별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그간 행안부는 기준인건비를 넘겨 비용을 쓸 경우 해당 지자체에 주는 보통교부세(용도를 정하지 않고 교부하는 재원)를 감액하는 ‘페널티’를 적용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 인력 운용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개정령안으로 자치단체는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원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지자체의 방만한 인력 운용 등을 막고자 보통교부세는 기준인건비 범위 내 집행분만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지자체 인력 운용 결과도 지방의회에 제출하게 하고 주민에게도 이를 공개해 사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방무 행안부 자치분권과장은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기 위해 지방의회와 언론, 시민단체 등이 주축이 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돕겠다”고 밝혔다. 조직 운용과 직급 기준에도 융통성을 높인다. 인구 10만명 미만 시·군(과천 등 78곳)에 대해 과(課) 설치 상한 기준을 없애 모든 지자체가 과 단위 이하 조직을 자유롭게 신설하고 국(局)도 2개까지 설치할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해당 지자체는 부단체장이 9~18개 과를 직접 관할해야 해 통솔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비판이 많았다. 행안부 측은 “장기적으로 각 지자체가 실(室)·국(局) 수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수원·고양·용인·창원)는 광역시 직급체계를 감안해 3급 또는 4급 직위를 1명 늘리도록 했다. 특히 인구가 120만여명에 달하는 수원시는 구(區)가 4개인 점을 감안해 1명을 추가 확대한다. 이 밖에도 감사관(5급) 직급이 부서를 총괄하는 국장(4급)보다 낮아 감사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크다는 지자체 의견에 따라 감사업무 담당관을 4급으로도 임명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 행안부는 새 개정령안이 시행돼도 각 지자체가 공무원 정원을 급격히 늘리는 등 부작용이 생겨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사회의 견제와 인건비 증가 문제 등이 맞물려 있어서다. 실제로 제주도의 경우 특별자치도가 돼 인사 운영 자율권을 갖게 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공무원 증가율은 11.8%로 같은 기간 전국 지자체 평균(13.9%)보다 2% 포인트가량 낮았다. 윤종진 행안부 자치분권정책관은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은 만큼 이제는 각 지자체의 자율성을 높일 때가 됐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라면서 “‘지방은 늘 뭔가 부족하거나 모자라고 잘못 운영한다’는 식의 선입견도 버렸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앞으로 지방분권형 개헌과 현재 준비 중인 ‘자치분권종합계획’을 연계해 추가적인 조직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심보균 행안부 차관은 “이번 제도개선은 지방조직 자율성과 탄력성을 키워 자치단체가 행정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질적인 자치조직권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민주당 “소방인력 확충” vs 한국당 “세월호와 같은 현장대응 잘못”(종합)

    민주당 “소방인력 확충” vs 한국당 “세월호와 같은 현장대응 잘못”(종합)

    여야가 성탄절인 25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의 원인과 수습 대책에 대해 큰 입장차를 보였다.더불어민주당은 소방인력 및 장비 등을 빠른 시일 내에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현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제천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 요원이 4명뿐이라고 한다”며 “아마도 적절한 소방 장비와 소방인력이 신속하게 투입이 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지방의 열악한 소방 인프라가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추 대표는 전문 소방인력의 조속한 확충은 물론 신속한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를 위한 장비 보강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 대표는 또 “누적된 관행을 고치지 못하면 후진적인 안전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불법 증·개축이나 화재를 비롯한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공법 적용 등이 피해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만큼 건축 관련 행정법규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게 추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참사를)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새로운 대각성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화재는 인재였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원인 규명에 온 힘을 다하는 것은 물론,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우겠다”며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추 대표와 비슷한 시각 제천 합동분향소 등을 방문한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 사고를 세월호처럼 정쟁(政爭)에 이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현장 대처가 잘못됐다는 점에서 “세월호와 똑같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세월호 때도 TV 화면을 통해 (볼 때) 배는 기울어져 가는데 구명정이 가서 배 주위만 빙빙 돌았다”며 “현장에 출동한 지휘관들이 판단을 잘못하면 이런 참사가 난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한국당은 즉각적인 검찰 수사,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그리고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장 조종묵 소방청장의 파면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겠다면서 쇼잉 정치와 립서비스만 일관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아울러 강도 높은 책임자 문책 등 실질적 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현장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진상조사 및 책임자 추궁·처벌을 촉구하겠다”며 “이번 참사는 인재로, 현장 지휘자에 대한 즉각적인 검찰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별도의 논평을 통해 “참사현장에 정부는 없었다. 소방안전 시스템이 이 수준이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2층 유리창만 부쉈다면 모두 뛰어내려 타박상 정도에 그칠 일을 정부의 무능으로 모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핵 보다 무서운 탄저균 공포 커지나...17㎏이면 서울인구 절반 사라져

    북핵 보다 무서운 탄저균 공포 커지나...17㎏이면 서울인구 절반 사라져

    ‘청와대가 탄저균 백신을 수입했다’는 일부 온라인 매체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명백한 허위보도’라며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탄저균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청와대는 지난 23일 한 매체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 500여명이 백신 주사를 맞았을 것’이라고 보도한데 대해 탄저균 백신을 구매해 청와대 관계자들이 주사를 맞았다는 보도와 관련해 ‘중대한 팩트가 틀린 만큼 정정보도 요청에 나설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청와대 경호처가 도입한 탄저균 백신은 2015년 미군기지 탄저균 배달 사고가 불거진 이후 탄저균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치료 목적으로 백신을 구입했다고 24일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군기지 탄저균 배달사고가 있었을 때 치료제 목적으로 예산을 잡았고 이번 정부는 예산만 집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탄저균 백신은 국내 임상시험이 시행되지 않아 부작용 등이 우려되는 만큼 예방접종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그는 “11월 2일 탄저 백신 350인 분을 도입해 국군 모 병원에서 보관중이며 별도로 질병관리본부에서 생물테러 대응 요원 예방 및 국민 치료목적으로 1000명분을 도입 완료해 보관 중”이라고도 말했다. 이번 탄저균 논란은 일본 아사히 신문이 지난 20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탄저균을 탑재하는 실험을 최근 시작했다”는 보도와 함께 청와대게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생물테러 대비 의약품 해외도입 협조공문을 통해 미국에서 만들어진 탄저균 백신 500명분을 구매한 것에 대해 한 온라인 매체가 “북한의 생물학 공격에 대비해 청와대 직원들만 살아남기 위해 구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발단이 됐다. 탄저균은 피부접촉이나 호흡, 오염된 식품 섭취 등을 통해 감염되는데 체내로 유입될 경우 폐 조직에 출혈과 괴사, 부종 등을 유발시켜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병으로 감염 직후 항생제를 투여받지 못할 경우 치사율이 9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저균은 2001년 우편을 통해 미국 정부와 언론사 등에 전달됐으며 우편물을 취급한 집배원 12명과 기자, 병원 직원 등 10명이 감염되고 5명이 숨지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 크기의 도시에 탄저균 50㎏이 살포될 경우 최대 최대 수십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돼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탄저균 대응 정책토론회’에서도 “약 17㎏의 탄저균이면 서울 인구 절반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네티즌들은 “국민 치료목적으로 도입한 1000개는 너무 적지 않나, 로또 당첨 수준” “임상시험이 되지 않은 백신을 굳이 도입할 필요가 있나” “독감에 걸린 다음에 독감예방주사 맞아봐야 소용없는 것처럼 효과도 없는 탄저균 백신을 치료용으로 사용 가능할까” 등의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靑 “탄저백신 도입은 치료 목적…예방접종은 허위보도”

    靑 “탄저백신 도입은 치료 목적…예방접종은 허위보도”

    청와대가 탄저균 백신을 수입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 500명이 예방접종을 맞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명백한 허위보도”라며 “치료 목적으로 구입했을 뿐”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청와대는 명예 훼손에 대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청와대는 24일 박수현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달 2일 치료제로 사용할 경우 120명(350도즈)이 쓸 수 있는 양의 탄저 백신을 들여와 국군 모 병원에 보관 중”이라면서도 “2015년 미군기지 탄저균 배달 사고가 이슈화한 뒤로 탄저균 대비 필요성이 대두해 치료 목적으로 백신을 구입했다“며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탄저 백신은 탄저균에 감염됐을 경우 항생제와 병행해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커진다. 다만 해당 백신은 국내 임상시험이 시행되지 않아 예방접종은 고려하지 않고 치료 목적으로만 이용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탄저 백신 도입이 이전 정부 때인 지난해 초부터 추진됐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해부터 추진돼 2017년도 예산에 탄저 백신 도입 비용이 반영됐다“며 ”7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문을 발송해 식약처가 주관하는 희귀의약품 도입회의에서 탄저 백신 수입이 승인됐다“고 말했다. 국군 병원에 보관하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질병관리본부는 생물테러 대응요원과 국민 치료 목적으로 1000명분의 탄저 백신 도입을 완료해 이 또한 모처에서 보관 중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앞서 한 언론은 ‘청와대 식구들, 탄저균백신 수입해 주사맞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청와대가 대통령과 청와대 근무자 전용 탄저균 백신을 구입했으며 500명이 이 백신 주사를 맞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 대변인은 ”한 언론매체는 관련 내용을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사실 관계 확인에 극히 소극적이었고 반론조차 받지 않았다“며 ”청와대 신뢰를 훼손한 매체를 상대로 강력한 법적 조처를 강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와대 “탄저균 백신 도입은 치료 목적…국민 치료용도 보관 중”

    청와대 “탄저균 백신 도입은 치료 목적…국민 치료용도 보관 중”

    청와대는 24일 ‘청와대가 탄저균 백신을 수입해 주사를 맞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탄저백신 도입은 이전 정부부터 사업이 반영돼 추진된 사업”이라고 해명했다.청와대는 이날 박수현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에서 “2015년 미군기지 탄저균 배달 사고가 이슈화한 뒤로 탄저균 대비 필요성이 대두해 치료 목적으로 백신을 구입했다”며 이같이 반박했다. 탄저 백신은 탄저 감염 시 항바이러스제와 병행해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커질뿐더러 해당 백신은 국내 임상시험이 시행되지 않아 예방접종은 고려하지 않고 치료 목적으로만 이용할 계획이라는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탄저 백신 도입이 이전 정부 때인 2016년 초부터 추진됐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지난해부터 추진돼 2017년도 예산에 탄저 백신 도입 비용이 반영됐다”며 “7월에 식약처에 공문을 발송해 식약처가 주관하는 희귀의약품 도입회의에서 탄저 백신 수입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달 2일 치료제로 사용 시 350명이 쓸 수 있는 양의 탄저 백신을 들여와 국군 모 병원에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질병관리본부는 생물테러 대응요원과 국민 치료 목적으로 1000명분의 탄저 백신 도입을 완료해 이 또한 모처에서 보관 중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청와대 경호실이 식약처에 보낸 공문을 근거로 ‘청와대 내 500명이 이 백신 주사를 맞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 대변인은 “한 언론매체는 관련 내용을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에 극히 소극적이었고 반론조차 받지 않았다”며 “청와대 신뢰를 훼손한 매체를 상대로 강력한 법적 조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류 90% 차단·‘외화벌이’ 1년내 귀국…北 돈줄 더 옥죈다

    ICBM 도발 조치…올 들어 네번째 제재 운송 장비·산업용 금속 등 대북 수출 차단 원유 공급은 연 400만 배럴 상한선 설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2일(현지시간) 대북 유류 제품 공급의 90%를 차단하는 신규 대북 제재에 나선다. 지난달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따른 대응 조치다. 올 들어 안보리의 네 번째 대북 제재 결의이기도 하다. 안보리는 이날 오후 1시(한국시간 23일 오전 3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새 대북 제재 결의안 표결에 나서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이 이번 제재안의 초안을 마련했고, 15개 상임·비상임 이사국들의 회람도 마쳤다.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상황에서 15개 상임·비상임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새 결의안의 핵심은 북한의 석유 정제품 공급량을 연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줄이는 것이다. 앞서 지난 9월 11일 통과된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따라 대북 석유제품 공급량은 기존 450만 배럴에서 200만 배럴로 줄였다. 따라서 애초 석유제품 공급량 45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거의 90%가 줄어드는 셈이라고 유엔 관계자는 설명했다. 북한의 외화벌이 차단도 더욱 촘촘해진다. 먼저 북한의 해상 봉쇄가 한층 강화된다. 기존 결의에는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만 검색·나포할 수 있었지만 유엔 회원국이 자국 항구에 입항한 선박 중 제재 위반이 ‘의심’되는 선박을 검색·나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달러 벌이’를 위해 해외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12개월 내 귀국시키는 내용도 담겼다. 산업기계와 운송장비·산업용 금속 등의 대북 수출을 차단하고, 북한 인사 19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은 줄이지 않고 연간 400만 배럴의 상한선만 설정했다. 대북 원유 공급을 현 수준에서 동결한다고 명문화한 직전 제재 결의 2375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 한도를 명시했다. 미국은 대북 원유 공급 제재 한도 명시를, 중국은 원유 공급 유지라는 명분을 각각 챙기는 셈이다. 유엔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별도의 독자 제재안으로 중국을 압박했고, 중국은 강력한 미국의 독자 제재안보다 안보리 제재가 낫다고 판단하면서 물밑 협상이 급진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북한 화물을 불법 선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10척에 대한 미국의 블랙리스트 추가 요구에 중국이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오는 28일쯤 블랙리스트 추가 여부를 다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1일 미 장병들을 격려하려고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를 방문했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있느냐는 장병들의 질문에 “외교적인 해결책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군사적 행동을 해야만 한다면 그날은 북한 사상 최악의 날이 될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가진 모든 선박과 잠수함을 가라앉힐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위안부 TF·아베 평창行 안갯속… 文대통령, 1월 조기 방일 없을 듯

    과거사 봉합 안 된 상태서 방일땐 되레 부정적 ‘우려론’ 작용한 듯 미국, 러시아, 중국 방문에 이어 ‘4강 외교’의 일환으로 조기 실현이 예상됐던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새해 1월 달에도 어렵게 되는 등 지연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일 도쿄특파원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연계해서 일본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평창동계올림픽 전에 별도로 일본을 방문하는 일정을 논의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 셔틀외교의 복원 시기나 셔틀 외교를, (6년동안 정상이 방일하지 않은) 한국 측에서 푸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강 장관은 “어느 쪽이 먼저 풀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방일을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물론 강 장관은 “3국 정상회담 개최가 지연되면, 양자 회담을 위한 방일도 추진하겠다”는 뜻은 밝혔지만 방점은 “우선 3국 정상회담의 틀”에 있었다. 3국 정상회담이 그간 중국 측의 부정적인 태도로 열리지 못했고, 열리더라도 중국의 인민대표대회가 끝나는 내년 3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평창동계올림픽 전 문 대통령의 방일은 어려워진 국면이다. 그러자 이에 대응이라도 하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강 장관이 19일에 전한 문 대통령의 평창동계올림픽 초청 의사에 대해 “검토 하겠다”는 말만 내놓았다. 도쿄 외교가에서는 “한국 정상의 1월 방문이 불확실하고,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정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도 평창 방문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당초 우리 정부 내에서는 “3국 정상회담이 1월 중에 성사되지 못하면 한·일 양자 정상회담이라도 열자”는 데 적극적인 입장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한·일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검토 결과가 오는 27일쯤 나오는 등 과거사와 관련한 이견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일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확대되면서, 한·일 양자 회담 추진 움직임이 시들해졌다. 도쿄 외교가에서는 “강 장관이 일본 수뇌부들을 만난 뒤 문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 전보다 더 소극적으로 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베 정부도 위안부 TF 결과 등이 발표된 직후 껄끄러운 상황의 여파가 남을 시점에서 이뤄질 정상회담을 반기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정상회담 이후 무엇을 성과로 내세울 것이냐 하는 우려론도 작용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아베 총리는 강 장관을 만나 자리에서 똑같이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장관은 특파원간담회에게 피해자 중심의 접근, 대내 소통 강화, 한·일 관계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서 정부 입장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TF 결과는 정부 권고를 담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긴박성이 더해 가는 상황에서 한·일 양측은 과거사로 파국적인 관계를 만들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서로 확인하기는 했다. 외교적 합의를 준수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보완 조치나 할 일을 해 나가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일본 정치권에는 ‘위안부 합의 이행’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에 지속적으로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편 한·미·일 안보협력과 관련해서 강 장관은 북한 도발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3국 간 미사일 경보 훈련, 대잠수함 훈련 등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임을 확실히 했다. 양국은 인도적 지원 문제 등에 대해서는 입장 차가 있었지만, 대북 압박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란 대원칙에는 일치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아이 가슴에 묻는 날, 분노가 더해졌다

    유족 “출산 후 임상시험 동의 요구 병원, 관련 자료 공개 요청 거부”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잇따라 숨진 신생아 4명의 장례가 19일 치러졌다. 하얀 천으로 덮인 작은 관에 담긴 신생아들의 시신은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시 15분까지 차례로 운구차에 실려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을 떠났다. 생후 9일에서 6주 사이의 숨진 신생아들에 대한 별도의 빈소는 마련되지 않았다. 추운 날씨 속에 숨진 신생아 부모들은 관이 운구차에 실릴 때까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신생아 어머니는 운구차에 실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지도 못한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겼다. 이어 힘겹게 발걸음을 떼며 차에 올라탔다. 숨진 신생아들은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과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인천가족공원 등으로 떠났으며 부모들은 눈물 속에 작별을 고했다. 숨진 신생아 부모들은 병원의 대응에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다. 한 신생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인이 시작되기 전 장례식장 상담실에서 병원 측이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신생아 아버지는 “다른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태어난 뒤) 병원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었다던데 그런 얘긴 전혀 들은 적이 없었다”면서 “당시 응급 상황에서 급하게 서명한 10여 장의 서류들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병원 측이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며 비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위로